발제1 이재영 한국평화교육훈련원장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 1. 문제제기 : 학교폭력 그리고 그 이후 학교폭력이란 말이 진부해 질 만큼 학교폭력은 더 이상 충격적인 말이 아니다. 일반적 학 교폭력의 경우 사람들은 이제 상식의 선에서 받아들여지지 더 이상 큰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다. 심지어 언론에서도 지난 대구, 대전의 학생자살 사건을 계기로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이 아니고는 학교폭력을 잘 다루지 않는다. 그 만큼 우리사회가 학교폭력 또는 청소년 폭력에 대해 이전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사회의 무관심속 에 학교폭력은 암세포처럼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청소년들을 괴롭히고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비단 그 피해를 입는 학생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학교에도 커다 란 상처를 입히고 지역사회와 더 나아가 큰 의미에서 건강한 사회에 손상을 가져온다. 이처 럼 일반화되어 있는 학교폭력이 잘 없어지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할 것이 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학교폭력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화된 문제해결 방식과 그 사고의 틀이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교육당국과 정부는 매우 많은 노력을 기우려왔고 그 노력에 대해 누 구도 쉽게 평가절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12년 2월에는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정부종 합대책이 발표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노력의 정도가 아니라 접근방법에 있다. 매번 주의를 환기시키는 좀 더 잔혹하고 자극적인 학교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대두되는 대책은 주 로 더욱 강력한 처벌과 선도를 통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접근방법의 근저에는 더 강력한 처벌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 게 하고 그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소위 말하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 깔려 있다. 이 관점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처벌의 강화가 과연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행동양식이나 사고를 실제로 제어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치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범죄율이 결코 낮지 않 다는 비교처럼 처벌과 범죄가 갖는 복잡한 상관관계를 심도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폭력의 최대 피해자이자 직접폭력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경우 학교로부터 실질 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당사간의 직접해결로 내몰 리게 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간의 분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양측간에 감정적 대결구 도가 생겨나기 쉽다. 결국 폭력사건이 학교에서(또는 학생들간에) 발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 1 -
그 해결은 외부 사법기관에 맡겨지게 된다. 학교 내에서의 폭력사건 발생자체가 관리능력의 평가기준이 되는 현실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을 시도 하는 관리자는 많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일선 교사들도 소위 잘해야 본 전 인 양측 갈등당사자 사이의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 개입보다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조용 히 처리해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심한 경우 가해학생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까지도 다른 지역 으로 전학조치 함으로써 더 이상 골치 아픈 사건에서 자신들과 학교를 보호하는 보신적 결정 을 내리기도 한다. 그 결과 맨 마지막에 남는 것은 당사자들 간의 험악한 법적싸움이 된다. 그렇다면 법적해결은 학교폭력의 근본적 문제를 풀어주는가? 역시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폭력사건이 고발되는 순간부터 사건해결의 주체는 피해자가 아니라 사법기관과 가해자측의 공방으로 바뀌게 된다. 피해자의 경우 여러 가지 불안요소를 알면서도 어렵게 경 찰서를 찾게 되는데 비해 사법기간이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많지 않다. 많 은 경우 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을 하고 간혹 상대측과 대질을 하는 것으로 모든 역할은 끝 이 난다. 한참 후에 그 경과에 대해 듣기도 하고 상위기관이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연락을 거의 일방적인 통보이며 구체적이지도 않다. 결국 오랫동안 기다려 혐의 있음 또는 혐의 없음 등의 간단한 결과만 통보받게 된다. 그 후에는 형사사법 의 결과를 가지고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번거롭고, 고비용의 힘든 과정이 남게 된다. 이 오랜 싸움의 과정 중에 피해자와 가족들은 지쳐가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어간다. 이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만족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 는지 한탄과 체념의 악순환이 자신들을 지배하게 되기도 한다. 고소고발을 괜히 했다는 후회 도 들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현실의 벽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해학생은 학교폭력의 처리과정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어떤 교훈을 얻을까? 물론 사건 이 커지고 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반성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피해학생이나 그 가족을 향하기보다는 사건 처 리 과정에서 자신에게 처벌을 주는 주체가 되는 학교나 경찰, 법원 등의 사법기관을 향하기 쉽다. 많은 경우 피해당사자에게 표현하는 사과보다 더 많은 반성과 사과가 학교 관리자나 경찰, 판사에게 표현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가해학생이 느끼는 반성은 자신의 행동이 야 기한 피해에 대한 인정에 기인한다기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과 더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현재와 같은 학교폭력 해결방식의 더 큰 근본적 문제점은 가해학생으로 하여 금 처벌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변명이나 변론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게 만들고 나쁜 행동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역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책임은 인정 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법제도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더 큰 처벌과 금전적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명백히 하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과 잘 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잘 변호하는 것을 권장하고 이 - 2 -
는 범죄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키는 치명적인 역효과를 낳게 된다. 또한 가해학생이 소년원과 같은 교정시설에 송치될 경우 과연 교정시설의 본연의 목표인 교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까도 또 다른 문제거리이다. 간혹 성인 범죄자의 경우 초범이 재범, 삼범이 되는 가교역할로 수감시설이 활용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수감시설이 교정의 장소가 아니라 또 다른 학교 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기는 부분이다. 사실 학교폭력의 문제는 비단 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폭 력은 가정의 문제이고,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문제이며 학교와 가정을 아우르고 있는 지역사 회의 문제이다. 또한 어쩌면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가 투영되어 나타나는 우리시대의 비극일 수도 있다. 사회는 계속해서 학생들의 안전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끊임없이 무한경 쟁의 장으로 이끌어간다. 한국처럼 스트레스 레벨이 높고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하는 사회에 서 아이들의 폭력성이 높아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 일수도 있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폭력(자해나 자살)이나 타인을 향한 폭력(상해나 폭행)이던 가정적 환경과 경쟁적 교육 환경, 사회 환경은 이러한 행동양식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처리과정 이 극히 당사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회전체의 안정성과 건강성을 오히려 해치는 결과 를 초래한다. 학교폭력은 같은 지역에 연고를 두고 사는 이웃 간의 관계의 문제이고 학교라 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분쟁으로 만 치부될 경우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학교폭력은 우리 모두를 잠재적 폭력 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자체가 매우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 이 좀 더 건강하고 교육적이라면 학교폭력의 제2의 피해나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학교폭력 처리방식은 당사자에게 대결적 구도를 조장하고, 학 교와 지역사회에 불안요소를 키워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어쩌면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부분이 그 처리과정 이어야 한 다. 이를 위해 최근 몇몇 나라에서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새로운 대안적 접근으로 등장하고 있는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우리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 를 얻을 필요가 있다. 2. 엄벌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이 같이 만나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가 는 과정을 피해자-가해자 조정/화해 모임이라고 한다. 물론 전문훈련을 받은 조정자의 진행 에 맞춰 전체 과정이 진행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회복적 정의 라는 범죄와 정의를 바라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잘못한 사람을 피해자의 이름으로 제삼자(학교나 사 법부)가 처벌하는 것이 정의의 일반적인 형태라면 그것은 응보적 정의 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 3 -
것이다. 응보적 정의는 가해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를 이루고 처벌을 강화하여 폭력을 없앨 수 있다는 엄벌주의(중벌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엄벌주의는 다음의 몇 가지 심각한 왜곡현상을 가져온다. 첫째, 처벌의 목적은 그 처벌 자체가 아니다. 처벌의 목적은 처벌을 통해 잘못을 한 사람 이 그 잘못에 대해 깨닫고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처벌은 가해자들로 하여금 그 초점을 자신에게 닥칠 처벌을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하는데 두게 만든다.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닐지라도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한 행위로 인해 피 해를 입은 사람들의 아픔이나 필요를 채우는데 초점을 쏟지 못하게 하는 한계가 나타난다. 둘째, 피해자의 소외현상이다. 정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피해자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회복하고 범죄로 인해 빼앗겨 버린 자신에 대한 통 제권을 다시 온전한 자아로 돌아오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강화는 결과적으로 처벌의 대상인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의 문제가 심각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그 행위를 한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있고 그 해결책에 서 피해자의 응당 지원받아야 하는 필요는 소외되고 만다. 피해자의 필요와 요구를 듣고 거 기에 맞춰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벌(통제)권한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의 편의에 의 해 해결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당사자인 피해자가 실제로 얻는 실익은 별로 없고 혼자 떠안아야 하는 고통과 책임은 그대로 남게 된다. 셋째, 처벌이후의 문제이다.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더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이 내려질 수 는 있다. 하지만 처벌이후에는 어떤 보장이나 변화에 대한 확신도 없이 처벌을 받고 나면 다 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만으로 처벌이 이뤄진다. 물론 처벌이후에 또다 시 잘못을 하면 그 때는 더 심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이뤄진 것이 바로 경범에서 시작하여 흉악한 중범으로 바뀌는 소위 재범자들이다. 이들에게 처벌은 받음으로써 면죄가 되는 수단이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장치 이다. 한번도 제대로 자신의 행동이 미친 실제적인 영향에 대해 보고 듣지 못한 채 나쁜 사람이란 낙인이 찍히게 되면 이들의 선택은 오히려 협소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범죄에서도 처벌의 대상인 가해소년이나 피해자나 모두 다시 학교와 지역공동체로 돌아와야 할 청소년들이다. 이들을 영원히 격리할 수 없다면 스스로 책임 있는 공동체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 다. 엄벌주의는 오히려 그 기회를 빼앗아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공동 체가 떠안아야 한다. 넷째, 교육기회의 박탈이다. 잘하는 것만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 - 4 -
로잡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의 몫이다. 교육현장에서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잘못하는 것을 야단칠 수는 있지만, 그 잘못을 통해 배우지 못하면 야단을 치는 교육적 목적은 의미가 없어진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분쟁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에서 자라고 다른 가정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이다. 인간관계 형성에 대해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집단화된 또 래문화에 쉽게 동화되어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왕따문화이다. 이 시기야 말로 갈 등해결에 대한 교육과 실험이 필요한 시기이고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에 매우 적절 한 시기이다. 하지만 처벌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 입장에서 사건해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갈등을 통해 인관관계 형성의 의미와 방법을 배워야 하는 좋 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남과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 고,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평화롭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배우는 과정을 생략한 채 손쉬운 처 벌로 결과만을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3. 회복적 정의 이에 반해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행동(또는 범죄)은 학칙이나 법을 위 반한 행위로만 보지 않는다. 회복적 정의가 말하는 잘못은 관계를 훼손한 것을 의미한다. 따 라서 훼손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 한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회복의 대상이고 이들의 요구와 필요 를 채우는 것이 정의를 이뤄가는 과정에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이 적절하고 균형적으 로 이뤄졌을 때 결과로써 주워지는 것이 화해이고 치유가 될 것이다. 회복적 정의의 특성을 아래와 같이 살펴볼 수가 있다. 잘못된 행위는 사람간의 관계의 훼손을 가져오고 그로인해 발생한 피해는 필요를 발생한 다. 그리고 그 필요는 누군가가 채워야 하는 필요임으로 책임을 수반한다. 그리고 그 책임의 핵심은 피해를 회복하고 잘못된 것을 바르게 만드는 것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회복 적 정의가 가정하는 전제이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바라보면 회복적 정의는 세 가지 원칙을 갖게 된다. 첫째는 회복이다. 잘못된 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최대한 회복하는 것이다. 이 피해는 피해자가 겪은 물질적, 심리적, 시간적 피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도 피 해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사건을 경험하는 가족공동체와 지역공동체도 이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최대한 회복하는 것이 회복적 정의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둘째는 책임이다. 책임은 주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게될 때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게 된다. 가해자로 하여금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미치 는 영향을 직시함으로써 자발적 인정과 책임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워져야 하는 이유이기 - 5 -
도 하다.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를 봐주자는 온정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자발적 책임의 힘은 바로 자신의 한 행동의 결과와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책임을 진 다는 것은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자신이 야기한 피해를 정확히 이해하겠다 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제삼자로부터 받는 처벌보다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직접 듣 고 인정하는 것만큼 힘든 처벌도 없다. 셋째는 참여다. 회복적 정의에서 말하는 정의를 이루 는 주최는 처벌권을 가진 권력이나 힘이 있는 제삼자가 아니다. 정의를 필요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 이해한다면 그 필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람도 당사자이고 가장 잘 대응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당사자 들이다.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해결의 주최로써 참여할 수 있는 기 회를 제공받음으로써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그 책임을 무한히 지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건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범죄를 개인의 선택과 비행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연대적 책임을 갖는 공동의 이슈로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어 떤 사건이 발생해서 공동체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가 해결에 함께 참여함으로 써 공동체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4. 제언 :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위하여 고질적인 학교폭력의 문제를 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위에서 살펴본 회복적 접근 방법이 하루속히 일반화 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당국, 지역사회, 시민단 체, 사법기간 등 다양한 사회단위에서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하고 유기적 연대를 이뤄 가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넓은 영역에서 평화와 화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종교기관과 일선 학교에서 헌신하고 있는 뜻있는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의 네 가지 제언은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을 만나 조정하는 조정자로써, 교사들에게 갈 등해결 교육과 조정훈련을 하는 트레이너로써, 그리고 무엇보다도 늘 교육현장에서 헌신하지 만 학생, 학부모,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과 이해를 받지 못하면서 헌신하는 교사를 돕고 싶은 한사람으로써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다. 1)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활용 일선 학교에서 혹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의 전문 진행자에게 의뢰하여 [피해자- 가해자 대화모임] 또는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이 발생 할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당사자들에 의한 고소 고발로 이어지고 학교범위를 벗어나 사법기관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물론이고 양측 가족, 학교 등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대결과 갈등의 구 조를 갖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당사자 간의 직접문제해결을 돕기 위한 전문 조정 자를 통한 당사자 간 대화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교의 문제가 사법기관에 고소고발 되 - 6 -
기 이전에 학교단계나 지역교육청 단계에서 개인 간 학교 간 비밀이 보장되는 대화모임으로 의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계가 전문조정기관과 협력하여 학교폭력 대응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당장 실현가능한 옵션은 기존 학교폭력대책자치 위원회 기능을 살려 어떤 처벌을 결정하기보다 위원회가 조정기관으로 사건을 의뢰하고 당 사자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따라 문제해결이 시도되도록 돕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강화한다 면, 학교폭력이 개인 간의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불행한 현실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처벌 은 그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은 후에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학교 내외부의 전문 조정 자들이 문제해결을 돕는 것은 학교의 문제를 세상에 공론화하여 학교를 곤경에 빠트리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돕고 더 건강하게 당사자들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2) 처벌 전후에 건강한 복귀를 위한 서클(학교 공동체 대화 모임)의 활용 학교가 학교의 교칙이나 협약을 기초로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반성문작성, 교내봉사, 사회봉사, 상담의뢰, 등교정지 등의 제제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처벌로만 학생들의 행 동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일방적으로 내려지는 학교의 처벌명령이 실제로 이를 수행 하는 학생이나 그 보호자, 또는 학교 공동체 전체에게 발전적 방향으로 접근되지 못하기 때 문이다.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모임이나 처벌 이후 교실로 복귀하기 전, 잘못된 행동을 한 학 생과 그 보호자, 담임교사, 관리자(교감, 학생부장), 학급대표, 진행자 등이 참가하는 서클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서클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의 기대와 우려를 표명하고 좀 더 직접적이고 자발적 형태로 책임을 논의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나누고 공식화 하는 것이 필 요하다. 이 모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 자세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공동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서클은 모든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처벌이후 복귀를 위한 서클 의 경우 복귀를 위한 조건으로 정착해도 무방할 것이다. 서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클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학교 안이나 외부에 있어야 한다. 교사나 상담교사가 진행할 수도 있 고, 외부에 의뢰하여 외부 진행자에 의해 서클이 진행될 수도 있다. 서클에서 나오는 이야기 는 당사자들만의 책임있는 이야기때문에 서클에서 만들어진 결론은 더 지켜질 확률이 높고, 학생과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서클의 또 다른 운영방식은 처 벌을 대신하여 서클이 열리고 서클에서 만들어진 약속이 이행되는지를 확인한 후 처벌수위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바로 처벌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처벌을 통한 기대효과 (반성과 제발방지)를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의 반발없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3) 관리자의 능력으로써의 갈등해결 현재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고 그 결과를 지역 교육청에 보 고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상부기관에 학교폭력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보고하는 것은 관 - 7 -
리자로써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자신에게 책임소지가 떨어질 수도 있는 사항인데 마냥 상부기관에 보고하는 순진한 관리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학교 내 갈등이 발생하는 그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발생한 갈등을 잘 풀어가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의 관리자가 가져야 할 많은 능력들 가운데 갈등해결 능력이야 말로 가장 높이 인 정받아야 할 요소 중에 하나이다. 학교폭력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음성적으로 풀려고 하거나 학교책임을 최소화하기위해 접근한다면 오히려 더 문제를 키우기 쉽다. 이제 지역교육청은 관리자에게 문제가 생하지 않는 것만 고과반영의 유일한 잣대로 여기지 말고 갈등관리, 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갈등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4) 갈등해결교육 및 또래조정 프로그램 시행 학교폭력의 가장 효율적인 접근 예방적 접근이다. 이를 위해 학교관리자, 교사, 학부모, 학 생에 이르는 학교구성원에 대한 평화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이 발 생할 경우 학교 구성원간의 분쟁임으로 일이 더욱 어렵고 복잡해지기 쉽다. 따라서 사전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평화교육 측면에서 분노조절, 의사소통, 다양성교육, 문제해결능력교육, 조정과 진행훈련 등 다양한 [갈등해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선배가 후배의 문제를 돕 고 또래가 서로 문제해결을 도울 수 있는 [또래조정 프로그램]을 학교가 도입하여 시행하여 야 한다. 이를 위한 담당교사나 학교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고, 학부모 를 대상으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홍보하고 교육하여 자신들이 학교폭력의 당사자가 될 경우 어떻게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아 전문조정기관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의 이해가 있어야 학교폭력 발생이 생길 수 있는 교사와 학부모간 불 필요한 오해나 시비가 미리 예방될 수 있고, 서로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 5) 조정능력을 가진 인력 양성 외부의 조정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육단체 내부적으로 갈등해결 능력과 조정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으로 조직된 조정 위원을 구성하여 그 조정위원들이 전문조정 훈련을 받아 대화모임과 같은 대화로 문제를 푸 는 과정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다면 학교의 문제를 구태여 외부로 돌리는 부담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캐나다나 뉴질랜드의 경우처럼 지역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관 리자를 위한 갈등해결 및 조정훈련 과정을 개설한다면 학교 내에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회복 적 정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나 해외의 훈련을 제공하는 기관이 나 학교를 방문하여 또래조정 운영에 대한 노하우나 지역교육청의 프로그램을 연수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 주변의 NGO, 종교기관들과 연계하여 학 교폭력 문제를 공동체적 관점과 이해에서 접근하고 상호 협력하는 지역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학교의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접근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8 -
5.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한 회복적 정의 적용의 사례 1) 회복적 생활교육 시범학교 - 남양주시의 경우 남양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의 도움으로 2011년부 터 '회복적 정의에 기초한 학교폭력예방 및 갈등조정 센터'를 신설하여 관내의 학교들과 학부 모에게 '회복적 생활교육' 강의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3개의 초중고 학교를 '회복적 통합시스템 학교'로 지정하여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 을 받고 있다. 이 3개의 학교는 학교 내에서 폭력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 원회를 열지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의뢰하여 전문진행자들의 도움을 받아 회복적 대화모임 을 열수 있는 기회도 갖고 있다. -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은 현재 경기도권의 몇개의 초등, 중등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회 복적 정의에 기초한 평화학교 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년간의 과정을 통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모두 교육훈련을 받고 학교의 생활지도의 전반적 방향을 회복적 생활 교육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이를 통해 외부기관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평화학교를 만들어 갈수 있는 평화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활용 - 현재 모든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법률지식 전달이나, 사고치면 사법처리된다는 협박성 교육내용으로는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거둘 수 없다. 현재 남양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회복적 정의/회복적 생활교육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두 시간의 짧 은 교육으로 회복적 정의의 가치와 회복적 생활교육의 방식을 이해하고 체득하는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학급이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행동의 문제를 다룰때 있어 필요한 관점의 전환이나 회복적 학급운영 방법을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3) 회복적 반성문 - 기존의 처벌권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형식적인 반성문이 아니라 회복적 질문에 기초한 반성문을 통해 자신이 미친영향과 자발적 책임의 기회를 제공한다. - 9 -
나의 반성문 담임교사 부모님 학년부장 1.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말, 행동 등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2.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나요? 그 행동(말)을 했을 때 어떠했나요? 3. 자신의 행동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누구(들)라고 생각하나요? (개인, 학교, 가정 차원에서) 4.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5.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 본인이 해야 할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6. 주변에서 본인에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7. 지금의 기분/심정은 어떤가요? 2013년 월 일 학번 : 성명 : - 10 -
4)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 - 과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갈등의 문제를 공동체 회복의 관 점으로 풀기위해 자체적으로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란 기구를 새롭게 만들었다. 기존의 학교 폭력대책자치위원회나 선도, 징계 위원회 기능과 이미지로는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과정 이나 결과를 도출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교 내의 갈등의 문제를 처벌 위주의 결론보다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고 학교 공동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회복되도록 시도하는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5) 회복적 학생생활교육부 - 인천의 한 중학교는 학생인권부의 이름을 (회복적)생활교육부로 바꾸고 그 기능도 처벌 위주의 생활지도에서 피해회복, 자발적 책임, 공동체 참여라는 회복적 정의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쪽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교직원의 이해 와 전문성, 학부모 동의, 학생 인권평화의식 향상이라는 쉽지 않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방향 의 전환이라는 것이 갖는 가능성과 상징성을 높이 사야 한다. 6) 교사 및 학부모 연수 - 현재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교사 연수와 학부모 연수에서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 교육은 매우 높은 만족도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생활지도 패러다임의 한계를 가장 적절히 보안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몇몇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발적 학부 모 연구/공부모임 등의 현상을 볼 때 회복적 생활교육이 단지 학교만의 변화가 아니라 가정 과 마을의 변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의미있는 변화이다. 7) 학부모 동의서 -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학교의 혁신과 변화가 지속적이고 깊이있게 진행되기 위 해서는 학부모의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학교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폭력이나 갈등의 문제에서 궁극적으로 당사자가 될 학부모들이 학교와 협력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 스템과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학부모사이에 학내의 갈등의 문제를 어떻게 대화로 풀것인가에 대해 동의하는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대부분 학교의 문제가 외부로 확대 되고 복잡해지는데는 어떤 과정과 내용으로 문제해결이 진행될지에 대한 상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부모와 학교사이의 분쟁해결 방식과 원칙에 대한 이해와 동의는 문제 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이뤄지는 것이 그나마 더 큰 갈등의 증폭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11 -
8) 평화학교 공동체 만들기 - 평화학교 공동체 만들기는 1년간의 장기적 프로젝트로 학교 공동체 전반의 변화를 위해 회복적 정의/회복적 생활교육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내용으로는 교 사연수, 학부모 연수, 또래조정훈련, 가족캠프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월별로 진행된다. 9) 회복적 마을/도시 만들기 - 영국의 헐시티(Hull City)와 같이 도시의 행정, 사법, 교육의 전반적 운영방향이 회복적 정의의 가치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도시를 말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학교와 교육청 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부천시가 부천지방법원의 관심속 에 이런 회복적 도시 시도를 하고 있다. 10) 지역 공동체 평화센터 / 회복적 정의 센터 - 회복적 정의 운동이 학교와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육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회복적 정의 운동을 심도있고 전문적으로 진행할 민간 센터들이 많 이 세워져야 한다. 해외의 경우도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회복적 정의 센 터/지역 공동체 평화센터들의 역할이 매우 결정적이다. - 12 -
부록)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정의 지역공동체 적용모델 배경 최근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범죄 와 정의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회복적 정의 운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특 히, 현재 법원이나 일부 사법제도 안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회복적 정의(사법) 모델이 아 닌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공동체적 정의에 기초한 회복적 정의 실천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 다. 실제로 회복적 정의 운동의 성패는 정의를 이뤄가는 주체로써 공동체가 그 역할과 기능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쟁당사자 뿐만 아니라 어떤 사건으로부 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지역공동체가 함께 문제해결의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야 말로 회복적 정의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회복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토 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의 원인 가운데는 파괴된 가족 관계에 따른 영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 다.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혀오던 인관관계 형성이나 건강한 위계질서에 대한 개 념이 약해지면서 동급생, 선후배간의 왜곡된 위계질서, 통제 등으로 아이들의 성향이 자기중 심적으로 바뀌어 왔다. 결국 학교폭력의 문제도 문제가 있는 학생의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 고 그를 처벌함으로 뿌리를 뽑으려는 경향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파괴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한 학생을 단순히 처벌하고 상담함으로써 잘못된 행동 이 바뀌고 성향이 변화할 수 없다. 주변의 도움이 없이 본인의 의지에만 맡겨 놓은 것은 결 코 책임 있는 학교나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아니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한 청소년의 문제에 접근할 때 비행행동들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백약이 무효인 학교 폭력의 현실 앞에서 하루속히 회복적 정의 운동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만큼 다급한 당면과 제는 없다. 기대 효과 회복적 대화모임 같은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이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진행될 경우 다음과 같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 피해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신뢰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 l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없다. l 가해자에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고칠 수 있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자발적 책임을 갖게 만든다. l 해당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l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계기가 된다. l 학교와 지역사회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내용이 생산된다. l 소모적이고 고비용이 드는 소송과정이 필요 없다. l 공동체성의 강화되는 기회가 된다. - 13 -
회복적 정의 지역공동체 모델 (학교) 학교폭력 발생 사건의뢰 OO지역 회복적 정의 센터 회복적 대화모임 피해자-가해자 보호자 학교관계자 사법부 관계자 지역 서포터스 학교관계자 -담임교사 -관리자 -상담교사 -학생/부모대표 사법부 관계자 -경찰 -교정위원 지역 서포터스 -시니어 그룹 -청소년상담가 -사회복지사 -지역경제인단체 -종교기관 등 - 14 -
발제2 박숙영 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대표 관계성 향상 통한 평화로운 공동체 만들기, 회복적 생활교육 [ 목 차 ] 1. 교육의 회복,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는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 가. 학교폭력의 원인 나.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지향점 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관점 회복하기 라.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 2.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모델과 사례 가. 공감적 의사소통, 비폭력대화 나. 적을 협력자로 부르는 공동체의 자기 돌봄 프로세스, 회복적 서클 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전후의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라. 내면의 힘을 길러 주는 평화감수성 교육 마. 개인의 성찰을 통한 공동의 지혜를 모으기, 서클 3.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한 과제 가. 교사의 역할 변화와 역량 강화 나. 교육 구조의 변화 다. 지역 사회의 참여와 협력 4. 결론 1. 교육의 회복,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는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 최근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혁신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들,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을 위해 논쟁하는 정책입안자들. 혁 신이라는 말은 낡은 것을 바꾸고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혁신학교에 대 한 고민을 하다보면 혁신이 아니라, 회복이라는 것이 자꾸 떠오른다. 지금의 학교가 혁신되었 을 때의 모습이 어떨지 생각해보면, 그건 과거 어느 때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학교의 모습이 다. 어쩌다 우리의 학교가 이렇게 본래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지고 왜곡되었나하는 씁쓸한 생 - 15 -
각이 들게 한다. 그러고 보면 혁신학교의 의도는 혁신 이 아니라 회복 에 가깝다. 혁신-회복 -은 화려한 교육 방법이나 교육 도구들의 변화와 도입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가 소중하게 여겼던 사랑과 우정, 신뢰, 협력 등등의 가치들이 진정성있게 다시 학교로 들어 올 수 있게 하면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학교와 교육의 모습이 된다. 지금 학교는 교육으로부 터 너무 멀리 벗어나 있다. 그리고 학교는 지금 다시 본래의 자리인 교육으로 돌아오기 위해 아둥 바둥 거리고 있다. 그것이 혁신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애쓰고 있는 교육 본질로의 회복 이다. 가. 학교폭력의 원인 학교 교육의 왜곡은 드디어 학교폭력으로 피를 흘리고, 죽음을 부르는 지경에 까지 왔다. 더 이상 교육의 왜곡을 견디기 어려워 아예 죽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학교현장을 관 찰해보면, 상처를 주는 사람은 있지만, 상처를 닦아주는 사람은 없다. 즉, 비난하고 미워하며 배제하는 행위는 많은데, 돌봐주고 협력하며 지지하는 행위는 없다.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해 서는 비난과 배제를 멈추고 돌보고 협력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돌보고 협력 하는 교육적 노력에 앞서 비난과 배제의 폭력적 상황을 되돌아 보자. 학교 안에서 왜 비난과 배제가 일어나고 있고, 그 행위로 인해 왜 슬퍼하지 않은가? 첫째, 비난과 배제는 왜 일어나는가? - 지나친 경쟁적 구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치열한 경쟁구조를 지적하고 싶다.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성취를 이 루어 내기 위해서는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하기 위해 힘을 쏟기 어렵다. 타인은 자신의 성취 목표를 이루는데 걸림돌로 여겨질 뿐이다. 학교구조는 경기트렉을 빠르게 달리는 경주마를 키우는 장이 되어가고 학생들로 하여금 쳇바퀴처럼 앞 만 보고 열심히 달리라고 독려한다. 왜 달리는지 성찰의 시간마저도 아깝게 여기고 무조건 달리라고 한다.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는데, 어떻게 너를 돌아 볼 수 있는가. 개인에게 너 는 나에게 긴장감을 주는 반갑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둘째, 비난과 배제의 행위에 대해 왜 슬퍼하지 않는가? - 관계의 단절 타인을 심하게 괴롭히는 놀이가 학교 안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타인이 괴로워하는 모습 을 볼 때 나는 슬프지 않다는 것이다. 타인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존재로 생각한다. 즉, 관계 가 단절되어 있다. 타인의 슬픔이 내게 울려오지 않는다. 타인과 나 사이를 이어주던 끈을 끊 어 버리기를 선택했고,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며 편안하게 놀리고 괴롭힐 수 있게 되 었다. 나.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지향점 1) 관계성 회복 인간은 태생적으로 관계적 상호의존적 존재이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성 훼손은 인간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폭력 - 16 -
과 자살 등이 발생하며, 인간의 삶이 피폐해진다. 관계 끊기를 선택한 그들에게 다시 평화로 운 관계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 평화로운 공동체의 회복 관계성 회복은 개인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인간의 관계는 그물망처럼 더 큰 관계성인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 즉, 가정, 학급, 학교, 지역사회의 협력과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공동체가 안전한 그물망이 되어 주어야 하며, 문제해결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안전하고 협력적인 공동체에서의 힘의 구조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지배적 권위적 구조이기보다 는 공동체가 힘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파트너십구조이다. 3) 교육적 관점 회복 (교육적 목표와 교육적 방법의 일치) 학교폭력에 대한 대안은 비난하기나 배제하기를 멈추어야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안의 궁 극적인 목표는 평화 이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의 해결 수단도 평화 이어야 한다. 비난하기 나 배제하기 의 수단에서 협력하기, 포용하기 의 교육적 수단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것이 경 찰도 아니고 재판소도 아닌,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와 교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다. 학교폭력을 교육적 관점으로 전환하기 현재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와 많은 대안들은 교육적 관점이나 접근이 미흡하다고 여겨진다. 학교폭력을 교육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관점 전환이 요구되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폭력의 원인 학교폭력 해결의 교육적 목표 지나친 경쟁적 구조와 관계성의 훼손 분쟁 종식 당사자 간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동체 회복 학교폭력의 정의 형사적 사건 갈등의 폭력적 대응 및 형사적 사건 갈등에 대한 이해 안전을 위협하는 것 교사의 역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권위자 인간 상호작용에 있어 자연스러운 현 상으로 배움과 성장의 기회 갈등을 드러내고 평화적으로 다루는 중재자. 라.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정의는 잘못은 관계성을 훼손한 것이며, 정의는 비난과 배제를 통한 고통부여의 방 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당사자와 공동체가 문제해결에 참여하여 회복 함으로써 정의는 이루어진다. 는 것이다. 회복적 정의는 응보적 사법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되었으나, 현재 회복적 정의는 수단 방법차원이 아닌 철학이나 삶의 패러다임으로써 이 해되고 수용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가 교육운동 차원으로 발전한 것으로, 교육에 있어 훈육과 양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기 되고 있다. - 17 -
1)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가) 목표 - 공동체 구성원간의 관계성 향상을 통해, 존중과 배려, 책임과 협력이 살아있는 평화 로운 공동체 만들기 나) 교육적 전제 (1) 교육관 - 교육의 목적은 현재의 모습보다 미래에 획득할 자신의 모습이 훨씬 사랑스럽다는 것 을 일깨워 주는 데 있다. (넬 나딩스 Nel Noddings) (2) 인간에 대한 이해 - 개별 존재의 신성함 (인간은 절대적인 존엄한 가치를 지닌다.) - 상호연계성 (모든 존재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 (3) 교사의 역할 - 지배자 모델이 아닌 파트너로서의 모델 - 통찰과 경험의 나눔을 가능케 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 - 갈등 상황에서 관계를 회복시키는 평화적 중재자로서의 역할 - 공동체의 1/N로서의 역할 (학생의 영역을 대신하지 않으며, 학생의 공간과 영역을 존중) (4) 배움의 방식 - 관계적 배움 중심 - 목적과 수단의 일치 - 비폭력적인 Win-Win 방식 (비폭력은 상대를 패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안에 있는 선함의 가능성을 끌어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 자발적 동기 부여 (두려움과 강제를 통한 통제방식이 아닌, 적극적인 경청과 수용의 방식으로) - 힘을 주는 방식 (Empowerment) - 문제해결에 있어 당사자 참여와 공동체의 협력 (5) 갈등에 대한 이해 - 갈등 자체는 파괴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으며 동시에 긍정적인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갈등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2.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 모델 회복적 생활교육의 목표와 방식을 교육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실천 모델을 몇 가지 제시 하면 다음과 같다. 가. 공감적 의사소통, 비폭력대화 공감능력은 내면의 폭력성을 가라앉히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옳은 선택을 하게 하는 - 18 -
힘이 있다. 비폭력대화는 마셜 B. 로젠버그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그 목적은 적대감 없이, 서 로의 인간성을 보는 차원에서 질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Need와 상대의 Need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양쪽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비폭력대화는 서 로 마음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에 유의하며 의식하고 대화한 다. 비폭력대화는 연민의 언어, 기린의 언어라고도 표현한다. 기린 언어의 상대적 표현은 자 칼의 언어다. 관찰( 평가) 느낌( 생각) 욕구( 수단) 부탁( 강요)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관찰로 있는 그대로 보기 그 상황에서 자신의 느낌을 자각하기 그 느낌 뒤에 있는 욕구를 발견하기 상대가 즐거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 부탁하기 비폭력대화의 사례 :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 학생에게 노트북을 교무실에 갖다 놓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때 여학생은 싫어요. 라고 대답했다. 기린의 언어 자칼의 언어 싫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관찰 평가 예의가 없구나. 서운했어. 느낌 생각 선생님을 무시하는 거니? 도움이 필요했거든. 욕구 수단 노트북을 교무실에 갖다 놓는 것이 필요해. 어떻게 생각하니? 부탁 강요 당장 갖다 놔.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자칼식 언어로 반응한다. 자칼식 표현은 학 생으로 하여금 두려움이나 죄책감으로 즉각적으로 교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할 수 있으나, 학생과의 관계성은 훼손된다. 관계성이 훼손되면, 상대는 피하거나 언젠가는 저항하 거나 공격하게 만든다. 기린의 언어는 상대를 비난하기 보다는 자신과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 에 초점을 맞추게 하며, 서로의 욕구가 조화로운 방법으로 충족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가게 한다. 나. 적을 협력자로 부르는 공동체의 자기 돌봄 프로세스, 회복적 서클 교실에서 하루도 갈등이 없는 날이 없다.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서로 달라서 싸운다. 그리고 교사에게 달려온다. 선생님! 가 제 물건을 가져갔어요., 선생님! 가 저를 때렸어요. 사소한 것에서부터 좀 더 큰 문제까지, 교사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마치 판사나 경찰이 된 듯이 판결을 내린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그러나 교사는 판결자로서가 아닌,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공동체내 의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함으로써 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실천 모델이 바로 도미닉 바터 의 회복적 서클 이다. - 19 -
교사 : 싫어요 라는 말을 들으니 서운해. 선생님은 도움이 필요했거든.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학생 : 음... 전 교무실에 가고 싶지 않아요. 교사 : 넌 교무실 가는 게 불편해? 학생 : 네. 교사 : 선생님은 도움이 필요하고, 넌 편안함이 중요하구나. 학생 : 샘~ 교무실 앞에까지는 들어다 드릴게요. 교사 : 정말? 고마워^^ 도미닉 바터는 범죄와 살인률이 높았던 브라질의 슬럼가에서 이 모델을 적용하였다. 결과적 으로 그 지역의 범죄율은 떨어졌고, 회복적 서클은 그 지역에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안전장치로 작동하게 되었다. 회복적 서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 회복적 서클의 과정 ] 사전-서클 서클 사후-서클 * 갈등을 상징하는 행위 확인 * 상호 이해 * 참가자 복지 조사하기 * 갈등의 의미 이해하기 * 자기- 책임 * 새로운 행동들 축하하기 * 고지된 참여동의를 확인하기 * 동의된 행동 혹은 탐구하기 회복적 서클은 원수들이 만나는 곳이다. 회복적 서클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상대방에 대 한 강한 적이미지를 해소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게 해준다. 지난 2012년 일산의 중학교에 서는 1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회복적 서클로 다루었으며, 의미있는 결과 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연 번 서클 초대자 갈등의 형태 사례 중2 A가 B의 성기를 발로 차는 행위를 한 일로 인해 그동안 참아왔 1 남학생2명 학부모3명 학생부장 보건교사 괴롭힘 싸움 던 B의 분노가 폭발하였다. A와 B는 초6때부터 소소한 일로 갈등 이 반복되어왔다. B는 이번 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에 비해 A는 장난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대화모임을 통해 B는 그 동안의 고통과 수치심, 그리고 그에 비해 상대는 장난수준으로 - 20 -
여기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의 어머니는 B 의 고통에 대해 사과 했고, 두 아이들이 싸우다가도 함께 축구하 는 모습을 보고 둘 사이의 일이 심각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에 대해 상대방이 정확히 인 지할 수 있도록 참지 말고 표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A는 을 좋아했던 사실을 B가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 말했 는지 불안했고, 옆에 앉아서 웃으면서 얘기하던 B에게 화가 나 있었다. A는 B가 늘 변명만 하고 자신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 게 말하고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다. C는 B가 자신을 볼 때 째려 보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B는 자신에 대해 편견을 가 중2 소문 지고 있는 것과 자신의 말을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잘 듣지 않는 2 교우관계 것에 대해 답답하다고 했다. B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져서 외 여학생 4명 오해 롭고 불안할 때, 다른 그룹의 친구들이 와서 잘 해주면서 A의 이 야기를 물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말해 주었는데 미안하다고 사 과를 했다. 그 일로 인해 A는 상처를 받고 또 다른 관계의 어려 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안을 받았고, A에 대해 오해와 소문이 사실이 아니 라는 것을 말해주기로 했다. 학급의 학생들이 몇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서로를 비난하거나 비 꼬는 행동들이 관찰되고, 학급내의 왕따 당하는 학생의 호소가 있 어서 담임교사가 서클을 제안했다. 학생들 간에 점심급식시간에 줄을 서지 않고 먼저 밥을 먹는다거나,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 욕을 하고 지나가는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학생과 여 학생 그룹 간에 심한 욕설(창녀, 걸레, 엄창, 네 에미..)로 인해 관 계가 깨어져 있는 상태에서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 하고 공격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갈등하고 중2 심한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한 여학생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그 여 욕설 학생은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 3 남학생 2명 소문 게 되었다. 여학생 그룹은 왕따 문제로 오해와 비난을 받고 있어 여학생 2명 비난하는 억울하다고 했고, 급식시간에 줄서지 않고 먹게 된 정황에 대해 담임교사 분위기 설명하였다. 그리고 남학생들의 심한 욕설로 인해서 불쾌하고 힘 들었던 이야기도 오갔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한 여학생에 대 해 지나치게 대하는 것을 보는 것이 불편했고, 이전처럼 사이좋고 평화롭게 지내는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욕설하지 않기와 한 학생에 대해 여러 명이 동시에 심하게 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 기로 했으며, 작은 농담이나 장난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하기 보다 는 같이 웃어주고 맞장구도 쳐주는 긍정적 반응을 위해 노력하기 로 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학급 모든 아이들에게 말하고 함 께 노력하자고 제안하기로 했다. - 21 -
위의 중학교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친구 간에 싸움이 발생했을 때, 본인이 중재가가 되어 개입하기 시 작했다는 것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대응은 공격하거나 회피하거나 둘 중 하나였 다.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 학생들은 방관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회복적 서클 모델을 경험한 학생들은 갈등에 대해 직면을 선택했고, 방관자가 아니라 중재자를 선택한 것 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학생들은 회복적 서클을 인지적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생생한 경험을 통해 배웠다. 삶을 통한 생생한 배움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책을 통한 배움보다 삶의 모델과 경 험을 통한 배움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회복적 서클을 통해 관계 회복을 경 험한 학생들은 다시 학급 공동체로 통합될 수 있었다. 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전후의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되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거쳐서 가해자 처벌을 결정하 게 된다. 이때 학폭위(학교폭력자치위원회) 과정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와 조정을 위해 일 명 피해자-가해자 대화 모임 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2010년부터 서울 가정법원에서 학교폭 력사안의 고소고발 건에 대해 적용되어 온 모델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피해의 당 사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 모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묻는다. 이럴 경우,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중립적인 위치로써의 신뢰를 얻 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 조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현재 훈련된 조정 전문가 또는 중재 전문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 되면서 갈등도 이전 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중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양 성이 요청되고 있으며, 현재 이와 관련한 교육과 도움을 주는 단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KOPI와 한국NVC센터, 비폭력평화물결 등 NGO 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교육 과 훈련들이 있다. 라.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평화감수성 교육 회복적 생활교육은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Empowerment- 방식이다. 즉, 학생들의 실수나 잘 못에 대해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길러주어서 자신의 잘못 에 대해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고 타인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폭력을 행하는 많은 학생들을 살펴보면, 특별히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낮은 것을 발견 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처벌과 비난으로 자책과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은 더욱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으로 건강한 정서적 회복을 불가능하게 한다. 학생들에게는 평화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이 필요하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평 화감수성 교육 이 더욱 적극적인 학교폭력 대책 방안이 된다. 평화감수성 교육으로 또래 조정 자 훈련, 비폭력대화 훈련, HIPP 훈련, 사회적 감정적 학습(SEL) 등등의 평화교육 및 다양 한 인성교육들이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학생 교육 프로그램은 책임감, 존중, 신뢰, 우정 나 아가 자신과 타인, 환경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핵심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 22 -
HIPP(자기 긍정과 관계형성을 위한 평화교육)의 교육과정 회차 주 제 과 제 1 오리엔테이션 안전/신뢰하며, 긍정적인 활동 분위기 형성 2 경청 성공적인 경청과 경청 기술 익히기 3 의사소통 나 메시지 전달/평화로운 의사소통 4 긍정과 자기 존중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자존감, 자아존중 5 신뢰와 협력 존경, 고려, 협력의 기술 6 사실/판단/느낌 인터뷰와 소개/가정/사실과 감정 분리 7 다양성 사물, 사건, 상황의 이해 다양성 8 차이 이해 차이발견, 존중, 이해 9 갈등해결 1 갈등 관찰하기 / 갈등 전환에 대한 이해 10 갈등해결 2 갈등 전환 상황극 (실제 상황 다루기) 11 공동체 구축 / 공동 협력 1 의사결정과 협력 12 공동체 구축 / 공동 협력 2 협력을 통한 공동체 형성 마. 개인의 성찰을 통한 공동의 지혜를 모으기, 서클 프로세스 서클 프로세스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으며, 위협과 수치심 없는 안전한 공간에서 소통을 하면서 모두의 말을 듣는 가운데 서로의 진실과 지혜를 연결시킨다. 몇 몇 몽상가나 머리 좋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 공동의 지혜가 중심에서 전체를 인도하는 참여형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것은 논쟁에서 대화로, 비난에서 공감으로 전환하고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박성용(평화운동가) 서클 프로세스는 북아메리카 토착 원주민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토킹 피스 전통 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공동체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논의하 는 것을 자기 부족을 지탱하는 뿌리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1) 서클의 전통은 현대 사회에 와서 공동체의 힘이 나누어지고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구조로 재조명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 에서 서클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몇 가지의 프로그램과 훈련에 의한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지향한다. 서클 구조는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참여적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 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 1) 서클의 기본 철학 2) -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곧 우리 자신 을 돕는 것과 같다. 1) 서클 프로세스, 케이 프라니스 지음, 강영실 옮김, KAP, p.18 2) 서클 프로세스, 케이 프라니스 지음, 강영실 옮김, KAP, p.15-23 -
- 서클 참여자들은 서클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든 공동의 지혜로부터 유익을 얻는다. - 참여자들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주는 동시에 받 는다. 2) 서클의 핵심 요소 3) 가) 의식 : 참여자들이 다른 이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과 거리 를 두게 만드는 일상의 가면과 보호막을 벗도록 격려받기 위한 의식이다. 나) 기본 규칙 : 참여자들이 서클에서 서로에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약속이다. 기본규칙을 만드는 목적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진실한 생각을 말하고 다른 이들과 좋은 방식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 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필요한 과정에 따라 서클이 진행될 것이라 는 명확한 기대를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다) 토킹 스틱 : 서클 참여자들이 내면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핵심 적인 요소이다. 이는 말하는 사람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마 음 속에 떠오르는 것을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는 동안 가만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며, 다른 이들이 온전히 존중하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확 인시킨다. 라) 서클 진행자 : 서클 진행자는 해법을 찾거나 서클 참여자들을 통제할 책임을 지지 않 는다. 진행자의 역할은 서로를 존중하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고, 참여 자들이 공간과 공동의 과제에 대해 책임감을 나눠 갖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다. 효과적인 진행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저절로 흘러 가도록 내버려두는 능력과 과정과 결과의 책임을 모든 서클 참여자들 이 공유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마) 합의를 통한 의사 결정 : 의사결정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서클 프로세스에서 합 의는 보통 모든 참여자들이 그 결정에 따르고 이행을 지지 할 의사가 있음을 뜻한다. 합의를 통한 의사 결정은 모든 참여자들의 욕구와 이해를 깊이 인식하고, 이렇나 모든 욕 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바) 이야기하기의 중요성 : 이야기하기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여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 한다. 이야기하기는 서클 참여자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고 자 아성찰을 촉진하며 북돋운다. 사) 관계에 초점 맞추기 : 서로 깊이 알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서클 안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다. 3) 서클 프로세스의 사례, 학급의 공유된 목적 세우기 학년 초가 되면 1년을 준비하면서 학급의 규칙을 만들게 된다. 이때, 공동의 지혜를 모으 3) 서클 프로세스, 케이 프라니스 지음, 강영실 옮김, KAP, p.49~64-24 -
는 방식으로 학급의 공유된 목적을 만들어 볼 수 있는데, 이 방식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만든 규칙에 비해 공동체 간의 책임의식과 유대의식을 증진시킨다. 1단계 교사의 학급에 대한 비전과 의도 말하기 담임교사로서 교육과 학급공동체에 대한 비젼과 소망에 대 해 모두가 볼 수 있게 칠판 또는 전지에 기록하거나, 개인 복사물로 만들어 나눠준다. 2단계 1년 동안 학급 안에서의 기대와 열망은 무엇입니까? 학급 안에서 1년 동안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무엇 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핵심 내용을 특정 단어로 돌아 가면서 한 사람씩 말하도록 한다. 표현된 특정 단어들은 칠판이나 전지에 기록한다. 비폭력대화의 Needs목록표 4) 를 참고하면 편하고 좋다. 이때 모든 사람의 기대와 열망 이 모두에게 들려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천천히 진 행한다. 3단계 돌아가며 자기표현을 한 후에, 칠판(또는 전지)에 표현되지 않은 다른 내용을 추가할 마 음이 있는 물어본다. 추가되는 내용들은 기록을 한다. 4단계 기록한 내용을 보며, 각자 자신에게 가장 영감을 준(또는 가슴에 와닿는) 표현 3개를 선 택하도록 한다. 예시) 正 로 표시하거나 스티커를 3개씩 나누어 주어 단어 옆에 붙이도록 한다. 5단계 많이 선택된 표현(또는 단어)을 모아서 다시 기록한다. 예시) 친밀한 관계, 협력, 따뜻함, 수용, 존중, 배려. 6단계 각각 표현된 열망이나 기대가 이루어지기 위해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공동체 에게 하고 싶은 제안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모둠 별로 진행하고, 내용을 취합하는 방식을 권한다. 취합한 내용은 다시 칠판이나 전지 에 정리한다. 예시) 친밀한 관계 - 짝을 2주에 한번 씩 바꾸고, 한 번도 같이 앉아보지 못한 사람과 짝 을 한다. 생일축하 시간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학급에서 회복적 서클 을 개최한다. 주의: 1 ~하지 않기 의 부정적 표현은 ~하기 의 긍정적 표현으로 바꾸기, 2실천되지 않았을 때 벌칙을 정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실천되지 않아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회복 적 서클을 통해 풀 것을 권한다. - 25 -
7단계 모두 모아진 실천 방법과 공동체의 제안에 대한 동의과정을 진행한다. 여기에서 동의란 100% 동의라기보다는 참을 만하다 는 의미의 동의이다. 동의과정은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동의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만약 누군가가 반대를 한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준다. 그리고 반대하는 항목과 그가 제시한 대안을 중재하여 결정한다. 이때 동의된 실천방법들은 곧 학급의 규칙이 된 다. 8단계 5단계로 다시 돌아가서, 하나의 체크도 표시되지 않은 표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표시가 된 표현들을 선택하여 공유하는 목적의 초안을 작성한다. 이 작업은 한 사람이 할 수도 있고 여럿이 할 수도 있다. 문장을 합치는 대로 모든 사람 이 볼 수 있도록 전지 위에 문장을 적는다. 이때 완성된 문장이 바로 학급의 공유된 목 적 이 된다. 예시) 존중, 친밀한 관계, 배려, 재미, 배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우정을 쌓아 가고, 재미있고 즐겁게 배우며 성장하는 우리 9단계 공유된 목적 과 구체적 실천 방법(학급규칙) 을 전지에 기록하고 모두 함께 읽는다. 작성된 내용에 모두 마음이 움직여 Yes!"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1 나의 마음에 와닿는 내용을 포함하고 2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와닿는 내용이 며, 3 내 마음에 확끌리는 것이 아니어도, 그로 인해서 공유하는 목적이나 규칙에 대해 나의 노력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공유된 목적 과 구체적 실천 방법 은 학 급의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하고, 가끔 모두의 소중한 것을 다시 기억하기 위한 시간을 갖 도록 한다. 3.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한 과제 지금 학교현장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 글의 서두에서 얘기한 것처럼, 학교현장은 지나친 경쟁적 구조와 관계의 단절로 교육적 본질과 거리가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기존의 훈육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며, 그에 따른 교사의 역량 강화와 기존의 권위적인 학교 구조의 변화 및 지역 사회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4) 마셜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 26 -
가. 교사의 역할 변화와 역량 강화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는 일차적이고 실질적인 당사자인, 교사의 역할과 역량 강화가 우 선적으로 요청된다. 1) 교사의 역할 변화 - 패러다임의 전환 많은 경우에, 교사는 통제와 훈육에 치중하는 처벌적 태도를 취하거나, 지나친 지원과 격려로 허용적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처벌적 태도는 관계의 손상을 가지 고 오거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허용적 방관적 태도는 교사가 교실에서 일어나는 것에 아무런 지도력을 갖지 못하고 학생들의 분위기에 휘둘리게 된다. 아래의 표와 같이 교사는 학생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앞서 말한 것처럼 갈등을 평화롭게 중재하는 자, 통찰 과 경험의 나눔을 촉진하는 자, 공동체의 1/N로써 학생의 영역과 공간을 존중하는 자로 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통 제 와 훈 육 TO 처벌적 WITH 회복적 NOT 방임적 FOR 허용적 지원과 격려 2) 교사의 역량 강화 강제력을 행사하는 권위가 아닌, 공감능력과 갈등을 평화적으로 대처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공감적 대화 훈련과 회복적 서클 훈련, 서클 진행자로서의 훈련 등 실질적인 기술 숙달이 필요하다. 나. 교육 구조의 변화 지나친 경쟁적 구조와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학교 구조의 변화가 요청된다. 교육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경쟁적 구조와 효율성의 가치를 중요시함으로 인해 우리는 교육에 시간을 투 자하지 않는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라는 말처럼 경쟁적인 개인 성 장 중심에서 공동체가 함께 협력하는 교육적 터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문제 제기 되어 온 입시중심의 교육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의 의사결정 구조가 공 동체적 참여와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평등하고 평화적인 조 직 구조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결코 교실 내에서 학생들과 평등하고 평화적인 구조를 조직해 내기 어렵다. - 27 -
다. 지역 사회와 참여와 협력 학생들은 학급과 학교 뿐만 아니라 더 큰 관계 그물망인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학생은 가 정에서 적절한 돌봄과 격려도 필요하지만, 가정과 학교 밖인 지역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 히 필요하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있다. 이때 지 역 사회 인사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입하여 적절한 도움을 줄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지역 의 인적 자원 및 공간과 시설들을 공유하면서 평화로운 지역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 하다. 4. 결론 회복적 생활교육은 폭력을 행한 자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포용하기 위해 공동체가 모두 참여하고 나서라고 한다. 포용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갈등의 당사자들에게 는 미워하는 자를 포용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복적 생활교육은 포용을 선택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창의적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토양이 다른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아서 많은 도전과 과제를 안겨준다. 하 지만, 교육의 본질적 회복을 위해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교육적 사명이다. - 28 -
토론1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1. 현재 학교폭력을 포함한 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안에 대응하는 학교의 징벌 체계는 근 대 국가의 징벌체계의 축소판으로 응보적 정의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를 대신해서 학교가 가해자에게 벌을 주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의 필요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고, 가해자의 책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 사안과 관련된 학교나 학급 공동체의 역할 및 책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응보적 정의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 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회복적 정의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발제자들의 주장에 대해 적극 찬 성을 한다. 2.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학교 폭력에 대한 응보적 접근을 버리고 회복적 접근을 하자는 것이 기존의 학교 징벌체계(학폭위 체제)를 부정하거나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다. 즉 명문화된 징벌체계를 통해 가해자에게 징벌을 명하는 학교의 공적 권위 체제는 그 대로 유지를 하되 그 징벌체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징계의 내용과 방식을 기존의 응보적 접근 이 아닌 회복적 접근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만약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이 기존 학교 의 징벌체계가 갖고 있는 공적 권위 자체를 부정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당사자 간의 대화 모 임으로 모든 학교폭력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공적 기관으로서의 학교의 성격과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 수용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회복적 정의가 추구하는 바도 아니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가 응보적 접근이 아닌 회복적 접근을 한다는 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담임 혹은 생활지도부 차원에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지금과 같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 최종적인 징계를 내리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역할도 그대로 존재할 것이 다. 다만 담임 혹은 생활지도부 차원에서 사실 관계 파악 후 학교폭력자치위원회로 사안을 넘기기 전 반드시 가해자-피해자 대화모임 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 역 교육청 단위에서 훈련된 중재자를 파송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 부모들, 선생님, 관 련 친구들까지 포함된 대화모임을 통해 충분한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피해자의 필요와 가해자의 책임이 충분히 만족되었을 경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는 별도의 추가 처벌 없이 그 결과 이행에 대한 약속을 전제로 사안을 종료하면 된다. 물론 일정한 시간 후에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다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화모임의 결과 피해자의 필요와 가해자의 책임과 관련된 상호 만족 할 만한 결과가 도출이 되지 않았을 경우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원래 하던 대로 징계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징계 절차를 진행할 때 대화모임에서 진행된 만큼의 대화 - 29 -
결과가 반영이 될 것이다. 3. 또 한 가지 회복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은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왕따 사건이나 학 급 내에서 사소하게 발생하는 갈등 사안들이다. 이러한 왕따나 갈등 상황이 제대로 해소가 되지 않으면 곧바로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상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 하는 것은 학교폭력 발생 자체를 줄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담임 교사가 일상적인 생활지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담임 교사 차원을 넘어 제 3의 갈등해결 진행자가 필요한 문제들도 있다. 제3의 갈등해결 진행자는 학교 내 상담교사나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고, 교육청 내 훈련받은 갈등해결 진행자들을 두고 요청하 는 학교에 파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이렇게 볼 때 학교폭력과 관련해 회복적 정의를 도입한다고 할 때 다음 3가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회복적 정의에 대한 교육과 확산이다. 국가 중심의 근대 사법 체 계 하에서 응보적 정의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회복적 정의라는 새로운 대안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특별히 교육 정책 입안자들이 회복적 정의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학 교폭력자치위원회 중심의 학교 징벌 체계 가운데 가해자와 피해자 대화 모임 이라는 회복적 정의에 근거한 절차를 새롭게 집어넣는 작업이다. 셋째는 가해자와 피해자 대화 모임 이나 혹은 물리적 폭력이 가해지지 않은 왕따나 일상적인 갈등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조정자 혹 은 진행자를 훈련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복적 정의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이에 근거한 정책적 정비에 오랜 시간이 거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생각할 때 하나의 지역 교육청 단위에서 시범 실시를 해 보는 것 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현재 회복적 정의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기도 교 육청이나 전북 교육청 같은 곳에서 하나의 지역교육청을 회복적 정의 시범 실시 지역으로 정 하고, 교육부와의 협의 하에 필요한 협력을 얻어 실체를 보여주고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면 전국적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5.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협력 하에 시범 실시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결국 개별 교사 차 원이나 뜻있는 학교 차원에서 시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는 물리적 폭력 사건에 적 용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다만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왕따 사건이나 일상적인 갈등 상황에 대해 훈련된 교사 혹은 훈련된 민간단체 조정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차원에서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를 움직여가야 할 것이다. - 30 -
토론2 김찬미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창일중학교 교사 덕양의 회복적 대화모임에서 본 것들 저는 창일중학교에서 3년 동안 근무했고, 현재는 연수휴직 중에 있습니다. 작년 2학기에 덕양중학교의 회복적 대화모임을 참여 관찰하여 회복적 정의의 적용을 통한 학교폭력 문 제의 대안 모색 회복적 대화모임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해 - 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저는 회복적 대화모임(회복적 서클)이 학교폭력 문제를 푸는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직 학교 현장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적용되지 않 아 여러 의문들이 존재하는데, 본 토론문에서는 그러한 내용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1. 회복적 대화모임을 했더니 피해학생, 가해학생 모두 만족스럽게 학교폭력 문제, 학 생들 간의 갈등 문제가 해결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1) 문제가 해결된 이유는 무엇인가? 공감 을 통한 공동체 의식 의 회복 회복적 대화모임 안에서는 반영하는 말 이라는 대화규칙을 사용합니다. 누군가 말을 하면, 꼭 그 말을 들은 상대는 그 말을 자신이 이해한대로 반복해서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통 해 말을 한 사람에게 가는 메시지는 내가 너의 말을 잘 듣고 있다 는 것입니다. 즉, 나의 이 야기가 상대에게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만 되어도 흥분했던 마음이 한 층 누그러집니다. 또한 상대를 통해 자신이 한 말을 다시 들음으로써 그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학생 들이 해당 사건에 대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의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도 부 분적으로 알고 있고, 특히 상대의 느낌이나 감정에 대해서는 거의 모릅니다. 그런 학생들이 대화모임에서 만나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말을 반복해주면서,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 상대가 당시에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처음으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또한 대화모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진행자가 당시에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욕구 를 묻는데, 이 욕구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또 상대에 대해 공감하게 됩니다. 제가 본 사례에서 학 생들은 이 과정에서 다들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 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날카롭게 서로를 공격하며 싸우고 있었고 주장하는 것도 그 입장들도 다 달랐지만, 예전에는 사이가 좋고 즐 겁게 함께 놀았었는데, 그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동일했습니다. 이렇게 상대의 말과 표현 이면의 욕구를 보게 되면 더 이상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게 됩니다. 그도 나와 동일한 - 31 -
것이 필요한 한 명의 인간임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 게 되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관계를 맺자는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됩 니다.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동체 의식 이 회복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진행자가 당사자들을 공감해주고, 존중해주며, 중립을 지키는 것,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제3자인 친구들을 참여시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이 대화모임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측의 숫자를 맞춰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 등이 회복적 대화모임 내에서 의 갈등 해결을 도와주었습니다. 2)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관계 회복을 통한 갈등 해결의 실제적 학습 저는 학교폭력 문제가 학생들이 인간관계 형성의 의미와 방법을 배우는 기회라는 이재영 원장님의 말씀에 매우 동의합니다. 제가 본 사례의 대화모임을 경험한 학생들은 이후 인터뷰 에서 갈등을 폭력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 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중 한 학생은 이게 훨씬 빨리 끝난다 고 말했습니다. 제가 본 회복적 대화모임은 본서클이 2시간 40분으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행되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학년을 넘어 몇 년씩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사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빠르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폭력이 아니라 대화로, 관계 회복을 지향하는 갈등 해결이 근본 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책을 통한 인지적 학습이 아니라 생생한 경험을 통한 실제적 학습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또래조정자 훈련 등을 통해 이러한 갈등해결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더라도, 어떠한 이론적 학습이나 워크샵보다 자신의 실제 문제 때문에 회 복적 서클에 참여해보았던 경험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회복적 대화모임을 경 험한 학생들은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자체적으로 이것을 적용해서 문제를 푼다고 했습 니다. 전문적 능력을 가진 진행자가 없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른이 없기 때문에 더 솔직 하게 말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문제가 잘 풀리는 이점도 있을 것입니다. 이게 또래조정이 아 닌가요? 2. 회복적 대화모임을 보고나서 갖게 된 고민들 1) 현재 교사들의 학생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이 가능할 것인가? 저는 이 문제를 교사의 응보적 패러다임과 회복적 패러다임의 구도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면 교사가 응보적 태도를 버리고 회복적 태도를 취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피상 적으로 논의가 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는 그보다 왜 교사가 그러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 는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32 -
현재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교사는 학교에서 일종의 판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대책자치위원회의 과정에서, 또 담임 선에서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사실 관계를 밝혀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해서, 처벌을 내려야 하지요. 학교가 사법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임을 인지 하고, 이것을 통해 교육을 하려 해도 교사가 이 사건에 대해 옳은 것 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것을 가해학생에게 가르쳐 반성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평소에도 교 사들은 학생들을 평가 해야 하지요. 그런데 그러한 판단을 가지고 들어가면 서클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가 본 대화모임의 진행자들은 당사자들에 대한 선입견, 이미지들을 온전히 내려 놓고 그들을 순수하게 그 사람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모임에서는 가해자, 피해자 란 말도 쓰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복적 대화모임이 윤리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회복적 정의가 추구하는 옳은 가치가 있지요. 하지만 그것을 교사가 이미 알고 있고, 학생들 의 머릿속에 넣어준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그들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만나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기독 교사로서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하여 무엇이 옳은지 를 간파해서 학생들 이 그것을 깨닫고 반성하도록 이끄는 교사의 역할을 버릴 수 있을까요? 그게 옳은 걸까요? 2) 현재의 교사 문화 속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이 가능할 것인가? 회복적 대화모임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관계 회복을 지향 하며, 대화라는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인간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현재 교사들은 이 러한 사람들인가요? 교사들 속에서 이러한 갈등이 발생해도 소통이 아닌 권위주의적인 명령 으로 해결될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갈등에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 은지 모르겠습니다. 교사들이 갈등을 직면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려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회복적 정의라는 이상과 우 리의 학교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3) 회복적 대화모임의 형식, 그 어색함의 문제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한 학생들은 반영하는 말 이란 대화규칙을 준수하기 어려워했습니 다. 이것 때문에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래서 관계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저 역시 그러한 대화모임의 형식을 마주할 때 어색함이 있습니다. 비폭력대화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래 서 이것들이 기술로 사용하기보다 내면화되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저는 여전히 이에 대해 석 연치 않은 마음이 있습니다. 더 자연스럽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4)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이전 단계로 회복적 대화모임을 적용한다면? 정병오선생님의 논찬 글을 미리 읽었습니다. 저 역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회복적 대화모 - 33 -
임이 기존 학교 징벌체제를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동감하지만, 이 둘이 공존할 때에 긴장 관계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의 판 단하지 않음 이 학폭위 체제와 맞지 않는 점이 있기도 하고요.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회복적 대화모임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학폭위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회복적 대화모임 참석이 사 실상 강제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복적 대화모임의 요소 중 하나가 자발적 참여 이고, 이 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서클이 작동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회복적 대화모임 학폭위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러한 문제도 있습니다. 5)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할 것인가? 이것은 오히려 앞선 논의들보다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회복적 대화모임의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시간 면에서 보면, 회복적 대화모임은 수업 시간 중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회복적 대화모임을 관찰하면서 왕따의 피해자로 오 랜 기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방과후에는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대화모임을 할 수 없다는 학생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현재의 입시체제 하에서 그 것이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자들과 교사들 이 수업 시간 중에 대화모임이 열리는 것을 허용해야 하며, 그 진행자는 교사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교사는 그 시간에 수업을 해야 하니까요. 또한 회복적 대화모임을 위한 안정적인 공간이 확보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마다 상담실 이 있지만, 거기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같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상담실과 회복적 대 화모임실이 모두 있어서, 학생들이 개인적인 문제일 때는 상담실을 찾아가고 갈등이 발생했 을 때는 회복적 대화모임실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할 능력을 가진 진행자들을 많이 양성하여 학교에 배치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는 그 역할을 교사가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급에서 발생한 작은 갈등 사건들은 간단한 서클을 통해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요. 진행자 2명이 학교에 상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