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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교사용) 4-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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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영화적 포에티시테 레오스 카락스와 아르튀르 랭보의 경우로부터 출발한 성찰 ㅑ 서론 서 론 1. 감동, 감각, 비지옹 1.1. 감정의 과학, 운동성, 신체 1.2. 감각, 빛과 이미지, 새로운 비지옹 2. 영사적 ( 映 寫 的 ) 인지와 창조 2.1. 거대한 스크린으로서의 세계 2.2. 현상적 비평 3. 랭보와 시적 영화의 계보 결 론 김 혜 신 (고려대) 시적 생기, 내면성의 끝, 또 다른 비평 (La vigueur poétique, la fin de l intériorité et une autre critique) 여기에서 랭보와 카락스, 문학과 영상 분야의 비교 축이 되는 것은 시적 생기와 강력한 시각 이미지의 창출이다. 이 역동(la dynamis)의 영역은, 장-프랑수아 리요타르(Jean-François Lyotard)에 의하면, 해당 작품의 무의식적인 욕망과 관련된 것이므로 그것을 파지하여 분석할 수 없고 수용자로서 다만 그것을 가로지를 수 있을 뿐인 피귀랄 le figural 에 속한다 1 ). 그림은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빵처럼 뜯으며 음미하기 위한 것 le tableau n est pas à lire, il est à brouter 이라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유명한 공식이 함의하는 바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창조적 힘이나 생명력(la force vitale)이 비록 일반적인 분석 방식으로 접근, 분석하기 어려운 면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다른 지적인 형태의 사상보다 시와 영화의 핵을 이루고 우리들의 현재의 삶과 이미지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때, 우리는 재단하듯 말로 요약할 수 없는 것의 성급한 요약을 지양하면서도 그 영역을 관찰하고 기술할 수 있는 비평적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 위에서 랭보와 카락스의 예를 통하여 현대 작품들의 1) Jean-François Lyotard, Discours Figure, Paris, Klincksieck, 1971, p. 22-23. «Le figural»은 언어를 통해 해독할 수 없는 시각 예술의 요소, 무의식에 속하는 영역을 지칭하기 위해 쓰여지기 시작한 용어로 일반적인 구상적, 은유적 이미지 (la figure)와 구분이 되는 개념이다. - 1 -

탈-내면적, 탈-심리적 영역에 접근하는 하나의 대안을 모색하고 추론해 보고자 하였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불가능할 정도의 단순함(la simplicité)과 생동감에 이르고자 함으로써 통념적 의미에서의 깊이 profondeur 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던 랭보와 카락스의 경우를 통해 이 영역에 접근해 보기로 한다. 이 의도와 일견 비교하고 참고할 수 있는 전례를 우리는 비평가 로랑 제니(Laurent Jenny)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 ) 비평가는 현대시의 흐름을, 좀 단순화하여 말하자면, 심리적, 상징적 내면성에 종지부를 찍는 모더니즘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매우 상세하게 접근해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성을 파악하는 그의 사고의 패러다임에는 은연중 모더니즘이라는 테두리가 쳐져 있으므로 의당 회화시와 사진적 글쓰기가 그의 논의의 중심에 있으며, 이에 따라 랭보 시는 설명 불가한 것으로서 한 켠으로 미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랭보시, 특히 일뤼미나시옹 Illuminations 과 같은 시의 불가해성을 이와 다른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그의 시는 회화나 사진의 범주와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예술 지평, 당시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았고 오늘날의 우리로서도 그 끝간 데를 아직 다 알 수 없는 어떤 새로운 지평 속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영화는 현재의 독자로서 상상하고 접근해볼 수 있는 그 지평의 가능태이다. 본론 1. 감동, 감각, 비지옹 (E-motion, sensation et vision) 1.1. 감정의 과학, 운동성, 신체 필자는 우선 감정(l affect)을 현대 이미지 예술의 사차원의 질료 로 부각해보려 한다. 감정 상태나 감동(l émotion)은 흔히 비과학적인 부분, 모호하고 너무 주관적이어서 비평적으로 논의할 수 없는 부분으로 취급하거나 감상적인 것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은 이렇게 말했다: 창조라는 것은, 2) 로랑 제니는 상징주의를 전후한 프랑스 시의 커다란 지각 변동을 회화적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추적하고 있다. 그는 말라르메를 기점으로 시는 재현(représentation) 에서 현전 혹은 표현(présentation)의 시로 바뀐다고 보고 아폴리네에르의 창문들 Les Fenêtres 을 그 이전의 시와 그 의미 구성과 형식이 모두 새로운 회화시(le poème-tableau)라고 평가하나 랭보의 시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가독할 수 없다는 부정성을 들어 분석을 유보하고 있다 (Cf. Laurent Jenny, La Fin de l intériorité, Paris, PUF, 2002). - 2 -

무엇보다도, 감동이다 Création signifie, avant tout émotion. 3 ). 그것은 단지 문학과 예술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커다란 과학적인 창안이나 문화적 발명물들도 그 연원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감동 une émotion neuve 에 말미암은 것인데, 왜냐하면 감동은 어떤 시도를 하도록 지성을 자극하고, 계속해서 그 창조적 의지력이 유지되도록 하여 주는 견인차이기 때문이다 (Cf. Ibid., p.42.). 감동의 창조적 중요성에다 개인적인 생각 하나를 덧붙이자면, 영화의 메커니즘이 인간의 신체 동작이나 사물의 물리적 움직임을 연쇄적으로 재생함으로써 발생시키는 운동 효과는 모두가 주지하는 시네마토그래프의 경이에 속하는데, 그보다 더욱 놀라운 영화성에 속하는 것은, 나 moi 에서 나 의 밖 (hors moi)으로 흘러 넘쳐 전이되는 감정적 움직임이 아닐까 한다. 즉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넘는 비물리적인 움직임으로부터 생성되는 어떤 특별한 운동성 을 말함이다. 여기에서 émotion 이라는 불어 단어의 구성 자체가 주는 잠재적인 운동성 을 환기하고 지나자. 이는 자아 속에 갇힌 생명 에너지를 그 유폐의 벽 너머로 해방하여 사물들과 교감하고 그것들의 생명을 깨우는 가장 객관시적인 움직임과 상통한다. 때로 완전히 가시적으로 고정된 어떤 영화 장면 (이후 쁠랑 le plan 이라는 말을 쓰기로 한다)에서 오히려 더 충만한 운동감과 생명력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 순수 에너지로서의 감동이라는 질료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랭보를 특징 지우는 시의 대표적 시각 단위 혹은 쁠랑 은 무엇보다, 보는 대상에 완전히 흡입된 어떤 시선 쪽으로 쇄도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폭발적인 고정 ( explosante-fixe ) 숏일 것이다. 카락스에게서도 이 에너지의 폭발성과 집중성은 그의 쁠랑의 특질을 이룬다. 이는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의 싯귀에서 따온 표현으로 카락스의 영화를 비평하는 데에 이미 사용된 바 있다. 4 ) 두 사람은 공히 특유의 내향적 세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내밀한 말로 고백하는 대신 표현적인 시지각적 방법으로 나타냄으로써 소진되지 않는 비밀을 간직하면서도 힘이 있는 외향적 내밀함(l intimité extravertie) 5) 의 시학을 생성한다. 그들의 작품 속에서 가령 침묵(le silence)은 침울함이나 감정의 불투명성과는 거리가 먼, 설명할 수 없이 비밀스러운 동시에 우주적(cosmique)인 기운을 담은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3) Henri Bergson, Les Deux sources de la morale et de la religion (1932), Paris, PUF, 1992, p. 40. 베르그손의 구분에 따르면, 감동(une émotion)은 영혼의 정서적 뒤흔듬 un ébranlement affectif de l âme 이고 감상 (un sentiment)은 표면의 동요 une agitation de la surface, 감수성 (une sensibilité)은 저 깊숙한 데에 있는 것들의 일어남 un soulèvement des profondeurs 이다 (Ibid., p. 40). 4) Cf. Camille Taboulay, «Explosante-fixe», Paris, Cahiers du cinéma, nº 448, octobre 1991, pp. 16-17. 5 ) 시네피스(cinéfils)라는 말을 만든 비평가 세르주 Serge Daney 가 카락스 영화의 특징을 표현한 말(Serge Daney, L Exercice a été profitable, Monsieur, Paris, P.O.L., 1993, p. 360). Ibid., p. 367. - 3 -

침묵의 생기(la vigueur)를 온전한 이미지로서 투사할 알려지지 않은 방법을 탐구하는 시인이자 과학자들로 보인다. 이들은 무엇보다 그 힘의 농도를 희석시키지 않도록 많은 의식을 가지고 엄격하게 감정의 마티에르를 다룬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창조적 모체로 작용하는 감정은 목마름과 질식감이며 그 표현 기관은 목과 배이다. 목마르다, 너무도 목이 마르다 J ai soif, si soif ( 지옥의 밤 Nuit de l enfer ) 라는 랭보의 외침은 그가 낳는 모든 시 이미지의 모태( 母 胎 )가 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카락스에게 있어서 질식감과 생의 갈구, 배고픔의 징후는 랭보에서 만큼이나 정신적이면서도 너무도 육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목마름 la soif 이나 질식감 l étouffement 을 잘 관찰해 보면, 그것이 다만 육체적, 정신적인 절대 결핍의 소극적인 심정 토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에너지의 부재가 아니라 그 과잉이다. 지금의 부재하는 생 에 대한 항의와 진짜 생을 간절히 찾는 반항적 정신성과 연결이 되어 새로운 소리와 비지옹을 낳도록 하는 강력한 동인(moteur)으로서 그들 작품 전체의 힘에 관여한다. 그들에게 편재하는 질식감은 다른 어떤 것을 살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절실하나 그에 맞는 언어 를 찾을 수 없어 정체된 창조적 충동의 상태, 목 을 조여올 정도로 그 에너지가 밀집된 것의 징후일 수 있다 6). 카락스의 <질식의 블루스 Strangulation Blues> (1980) 나 랭보의 교수형 받은 자들의 무도 Bal des pendus (1870)에서 그 감정은 한 극단을 이루며 기괴한 죽음의 형상으로까지 나타난다. 이는 그들이 겪는 무한히 큰 마음의 움직임 (une grande affection), 혹은 생의 충동의 강렬함과 그 실현의 불가능성 사이의 줄일 수 없는 격차에서 오는 것이다. 그들은 목과 함께 가슴 감상주의적으로 변한 심정토로의 이 기관을 랭보는 모욕하고 경멸한다 ( 광대의 가슴 Le cœur du pitre, 성복 밑 어떤 가슴 Un cœur sous une soutane 이 그 예이다) 이 아닌 배 라는 매우 표현적인 기관을 써서 모든 희석되지 않은 채로의 인간적인 고통과 결핍, 갈망을 호소한다. 그들 특유의 복화술 (ventriloquie) 또한 배와 목이라는 이 신체 기관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복화술은 때로 말 더듬거림의 형태로 때로는 폭발적인 리듬으로 터져 나오는 낯설고 새로운 내면의 언어를 표현하는 한 수단인 동시에 그것 자체로 커다란 감정적, 신체적 운동의 이미지가 된다. 6) 미쉘 드기(Michel Deguy)는 조여오는 목에서 읽을 수 있는 이중적 징후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그것은 감동 상태의 인상적 특징인 동시에 창조적 감동이 어떤 언어로 옮아가고 있는 중인 움직임이다 : «La gorge serrée est une allusion double : physiologiquement, le moment d émotion est celui de la gorge serrée, qui précède les larmes ; et en même temps, c est comme si cette gorge se mettait ellemême en mouvement dans et vers la parole.» («Tombeau de la circonstance. Entretien avec Michel Collot» par Michel Deguy, Genesis, n 2, Jean-Michel Place, Paris, 1992, p. 147) - 4 -

아마도 질식의 감정에서 도약 (élan) 까지의 폭이 가장 무한대로 증폭되고 육체성을 띠는 곳이 랭보의 시 이래로 카락스 영화의 몇 장면들일 것이다. 가령, 영화 <나쁜 피 Mauvais sang> 속에서 알렉스 Alex 가 겪는 복통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고통 은 완전히 몸을 둘로 접을 정도의 격렬한 것이나 한 순간 이 동작은 생의 비상(envol)을 알리는 춤의 동인으로 바뀐다. 마치 랭보에게서 목졸린 자들의 목에 걸린 끈이 어느 사이 별들 사이를 자유로이 곡예하는 금줄(chaîne d or)로 변하듯이 말이다(«J ai tendu des cordes de clocher à clocher ; des guirlandes de fenêtre à fenêtre ; des chaîne d or d étoile à étoile, et je danse.» 7) ). 유례없는 도약과 무거운 질식 사이의 이 감정의 격한 움직임과 그 정확한 표현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는 두 젊은 창조자의 시학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1.2. 감각, 빛과 이미지, 새로운 비지옹의 창출 여기에서 감각 sensation 이라는 측면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랭보의 작품에서 감각은 통찰력이나 지성과 전혀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데카르트적인 이성보다 오랜 인간 본연의 이성, 시인에게 그 흔적이 남아있는 태초의 개인 고유의 이성 raison 에 입각한 논리가 함께 한다. 이를테면, 시인이 그 자신의 눈을 통해 느끼고 판단하기에, 타인들이 강요하는 윤리적, 미적 기준으로서의 빛, 어떤 기독교적 이상 -그의 시대에 군림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로서의- 과 결속되어 있는 쪽빛 창공 (l azur)은, 밝음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자연의 빛 lumière nature 을 가리고 있는 은폐된 어둠이다. 이 감각적 통찰에서부터 온갖 기존의 규칙을 교란하여 황금 태양빛과 같은 삶을 되찾고자 하는 착란 dérèglement 의 방법을 필연적으로 스스로에게 부과하게 된다. 나는 하늘에서 떼어냈다 쪽빛을, 어둠의 빛을. J écartai du ciel l azur, qui est du noir ( 언어의 연금술 Alchimie du verbe ) 8) 이라고 시인이 말하는 연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좀 단순화 하여, 지옥에서의 한 철 Une saison en enfer 전체가 미학적, 윤리적으로 보아 모든 이들이 그 아름다움과 지고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 창공과 쪽빛 에 대한 반항적 시선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나쁜 피 Mauvais sang 9 ) 를 7) Œuvres, introduction, notices, relevé de variantes, bibliographie et notes par Suzanne Bernard et André Guyaux, Classiques Garnier, nouvelle édition revue et complétée, 2000 [1981, 1991], p.266 ([Fragments du feuillet]). 이후 특별한 명시 없이, Texte 라고만 줄여서 쓰기로 한다. 8) Texte, p. 227. 9 ) 비평가에 따라서, Mauvais sang 혹은 Mauvais Sang 으로 쓰고 있다. 랭보 연구의 관례를 따라 우리가 텍스트로 선택한 판본의 편집자인 앙드레 기요(André Guyaux)를 제외하고는 Sang 을 대문자로 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바이고, 앙드레 기요의 선택에 대한 정당한 이유도 찾을 수 없어, 일반적인 예를 따르기로 한다. - 5 -

통하여 그 자신이 말하듯, 시인은 의도적으로 거짓된 당신들의 빛에 눈 감는다 («J ai les yeux fermés à votre lumière»). 그는 미혹된 아름다운 빛 속에 있느니 차라리 지옥의 암흑을 견디며 세상의 모든 클리쉐들이 지워진 완전한 어둠 속에서 고대의 태양처럼 새로운 빛이 솟기를 기다린다. 빛이 달라짐으로써 지상의 모든 것은 새로운 육체와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지옥에서의 한 철 은, 규범을 일탈한 시인이 받은 내면적, 사회적 응징과 고통의 기록으로서보다 새로운 빛, 새로운 삶을 향한 결의와 출발의 서이며 예견되는 소외와 고통의 극복을 다짐하는 장으로서 더 의미를 지닌다. 이는 매우 적극적 의미에서 스스로 맞는 지옥이며 어둠이다. 카락스의 <나쁜 피>는 기본 정신에 있어서 이 점과 일치한다고 생각된다. 그는 동시대의 모든 다른 영화들을 거부하고 완전한 제로 상태로부터 영화를 시작할 것을 다짐하였고 10), 전혀 미학적이지 못한 제목을 통하여 자신의 의지와 이 실천을 위해 겪게 될 고초와 두려움에 맞서려는 각오를 드러내었다고 보인다. 나쁜 피 는 사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혈통과 성정을 비하하는 자조적 표현이라기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어떤 것(말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적인 것)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위선을 뿌리까지 털고 예술가연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편에서 무로부터 출발하려는 의지를 결연히 감춘 표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언어, 새로운 육채의 창안을 위한, 즉 커다란 긍정을 위한 절대적 부정이다. 랭보의 말을 짧게 인용하자. 나는 새로운 꽃들, 새로운 행성들, 새로운 살들, 새로운 언어들을 지어내고자 시도했다. J ai essayé d inventer de nouvelles fleurs, nouveaux astres, de nouvelles chairs, de nouvelles langues. (Adieu) 11) 지옥에서의 한 철 은 무엇보다 이를 위한 시련과 소진, 섬광과 같은 희열과 끔찍한 절망의 흔적이다. 랭보에게 있어 새로운 꽃 의 창조는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시적 창조와 다른 말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언어를 가지고 그는 새로운 꽃을 창조하는가? 유례없는 시(청)각언어, 나아가서 또 다른 역학을 갖는 영화언어와 유사한 것이 우리의 눈에 그가 말하는 새로운 언어들 중의 하나로 도드라져 보인다. 이에 비해 카락스의 지향점은 영화언어의 출발점인 강한 감동과 수사가 필요없는 순수한 시각적 표현으로 돌아가 그 본질을 탐험하고 그쪽에서 가장 멀리가는 것이다. 10) Cf. «Entretien avec Leos Carax», Paris, Cahiers du cinéma, n 0 390, déc. 1986, p. 26 et p.30-32. 카락스는 영화 <나쁜 피>에 관한 인터뷰 당시 [동시대의] 다른 모든 이들의 영화에 대한 혐오 le dégoût du cinéma des autres 의 표명과 함께 그 어느 것과도 다른 영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11) Texte, p. 235. - 6 -

랭보에게서 의미보다 선행하는 것은 感 覺 들(sensations)이며 보는 눈 이다. 랭보에게서 시인은 기존의 시적 화자이거나 예술가적인 자의식이기를 그치고 나는 본다 je vois 라는 현재적 시각으로 시 속에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눈 은 비평적 거리감이 아닌 감동으로서의 시선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이 눈 의 매혹됨(émerveillement)이 없이 랭보의 꽃들 Fleurs 12) (Texte, p. 280)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시인은 모종의 꽃이라는 이미 있는 대상을 그리는 게 아니라 한 알 수 없는 꽃이 이 지상의 빛 속에서 발현(émanation)하는 한 순간을 포착하여 그 탄생의 비지옹을 영원화한다. 시인은 감동된 자아가 사물과 빛 속으로 일시에 흩어지는 듯한 장면을 과학적으로 번역하기 위해서 그 감광도에 있어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이 우월한 자신의 카메라 눈 (사진을 가능케 하는 물질적 요소인 은보다 더욱 빛에 대한 감광도 sensibilité 가 높고 조리개와 각도 조절이 무한히 자유로운)을 작동시킨다. 이는 주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시선이다. 이 눈의 오페라 l opéra de l oeil 에서 태어나는 것은 결국, 이 세상의 어디에도 없는 꽃 이다. 빛과 시선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파괴 (autodestruction) 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꽃들 의 마지막 연을 보면 꽃들의 피어남과 사라짐이 엄청난 에너지의 역동 속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랭보에게서 감각은, 정신적인 작용과 유리 되기는 커녕 나 를 더 높은 차원의 정신적 깨어남(éveil)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그의 시들과 저 유명한 <견자의 편지 Lettre du voyant>(1871 년 5 월)를 통해서 느낄 수 있듯, 감각은 이 세계의 사물들과 나 를 직접적으로 잇는 매개물로서, 랭보는 대상에 대해서, 혹은 이미지에 대해서 몽상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혹은 이미지와 엉겨서 꿈꾸고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존재를 향해 앞으로 나서고자 mise en avant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감각 을 이렇게 정의한 바 있었다. 13 ) 애쓴다. 감각은 힘이든가 行 爲 이다 : 보이는 것 혹은 보는 것 14) 12) 13) 우리는 보들레에르의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과 말라르메의 꽃들 Les Fleurs, 파르나스파 시인들이 쓴 꽃들에 관한 시를 이와 함께 놓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피에르 브뤼넬(Pierre Brunel)에 따르면, 랭보는 1868 년 판본 악의 꽃 을 알고 있었고 1866 년 말라르메의 시도 알고 있었다 (Éclats de la violence, Paris, José Corti, 2003, p. 280). 랭보는 그들의 선배들과 완전히 다른 꽃을 창조하겠다는 시적 의지를 가졌다는 말이 될 것이다. Cf. Jean-Luc Nancy, Au fond des images, Paris, Galilée, 2003. 장-뤽 낭시가 쓰는 표현으로 이는 이미지들의 존재 양태이다. 그에 따르면, 독일어의 Bild (image)의 어근인 bil- 은 어떤 힘 une force 을 나타낸다 (p. 47). 14) Aristote, De l âme, Gallimard, 1989, p. 86. - 7 -

La sensation est puissance ou acte : vue ou vision 시인에게 오는 알려지지 않은 비지옹은 충동(pulsion)과 무의식의 소산일 뿐 아니라 그보다 더 시적 의지이며 통찰이며 행위(acte)이다. 나쁜 피 Mauvais sang 라는 말로 공식화 되는 시적 의지와 그것의 악착같은 견지 (persévérance)는 형식적으로 일관된 投 射 的 인 글쓰기 l écriture projective 15 ) 와 짝을 이룬다. 이 글쓰기는 장-뤽 스타인메츠(Jean-Luc Steinmetz)와 같은 비평가가 느끼듯이 매직 랜턴의 원리를 연상시키는데, 이는 후일 무의식의 기록자인 초현실주의자들이 그에 대해 가졌던 오해와는 그 성격이 완연히 다른 엄청난 집중과 인내를 요하는 일 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랭보는 현대의 시네아스트들, 가령 필립 갸렐(Philippe Garrel) 16 ) 이나 레오스 카락스 (새로운 이미지 탄생의 바탕으로서의 흑을 무한히 탐구하고 있는) 같은 이들 못지 않게, 그가 낳는 이미지들만큼이나 그 이미지들을 어떤 바탕 fond 위에, 또 어떤 빛의 조건 하에 투사할 것인가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의식을 지니고 그 메카니즘을 시 속에서 고안해냈던 예술가이다. 그 바탕은 밤이나 무덤 어린시절 V 에서 보는 것 같은 일종의 소우주적 영화관의 어둠 속 같은 막힌 공간의 흑일 수도 있고 극지의 새하얀 눈밭이거나 성자의 대리석 테라스 같은 한없이 트인 공간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단지 이미지들 현시의 공간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시인이 선택하는 빛과 함께 하나의 강력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된다. 달리 말해 랭보에게는 매직 랜턴(la lanterne magique)의 마술적이고 긴장감 도는 암실과 인공적 램프빛, 루이 뤼미에르(Louis Lumière) 영화가 주는 옥외 순수 자연광의 에피파니, 이 둘의 탐색이 공존하고 있다. 영화의 두 고고학이 다 랭보의 시 속에 있는 것이다. (카락스의 초기 작품들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984) 와 <나쁜 피> (1986)에는 두번 째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며, <폴라 엑스 Pola X> (1999)의 첫 부분에 오면 처음으로 초여름 아침의 긴 무지개빛 광선들의 리듬감 있는 움직임이 화면을 채운다.) 15) Jean-Luc Steinmetz, Illuminations, Flammarion, 1989 (<서문>). 16 ) 빛과 이미지의 순수함을 찾아 아이슬란드의 빙판 위에서 영화 <내적 상처 La cicatrice intérieure>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어둠 속 흰 스크린 위에 투사되는 카오스적인 흰 바탕이다)를 1970 년에 찍은 바 있는 이 시네아스트, 그 이전에도 그렇고 이후로도 계속하여 카메라의 과다노출을 통해 얻은 백색을 일관되게 이미지 투사의 주요 공간으로 삼고 그 순수하고도 맞서 싸우기 힘겨운 눈빛 흰 바탕 자체를 가장 독특한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고 있는 필립 갸렐이라는 시네아스트는, 새로운 시각 예술의 바탕에 대해 견지하는 극도의 의식 면에서 누구보다도 랭보적이다. - 8 -

2. 영사적인 인지와 창조 (La perception et la création écraniques 17) ) 2.1. 세계는 거대한 스크린 이다 장-뤽 스타인메츠의 말을 인용하자. 일뤼미나시옹 Illuminations 은 그야말로 시선(le regard)을 위해 착상된 텍스트의 스타일, 그 인지(perception) 18 ) 이다. 랭보의 시를, 특히 그의 최후의 글쓰기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비평가의 말대로, 現 象 的 인 phénomenal 창조행위를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서 현상적 이라는 말은 創 造 의 차원과 受 用 의 차원을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독자의 시선이 시인의 창조의 시간에 à l heure de sa création (Ibid.) 현재적으로 참여하여 그와 함께 이미지가 태어나게 하는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비로소 가시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랭보는 <일뤼미나시옹>속에서 현재 태어나는 중인 이미지들과 함께 그 의미지의 메카니즘과 시선 을 더불어 이미지화한다. 이를테면, 시각 그 자체가 시 이미지의 주요 내용이 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예로, 문장들 Phrases 에 이어 오는 다섯 개의 조각 시편들 중에다 시인은, 자신의 밤샘 작업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과 함께 잠시 침대 위에 몸을 던지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직 작업 중인 이미지들을 램프가 놓인 실내의 어둠 쪽 벽면에 투사해보고 나의 딸들 mes filles 이라고 부르며 감탄하는 장면을 넣는다. 시인은 첫 번째 관객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중국 먹이 뿜는 쾌적한 감을 살아나게 하면서 어떤 검은 가루분이 내 깨어있는 밤 위로 부드럽게 비내린다. 나는 촛대의 불빛을 줄이고, 침대 위에 몸을 던지고는, 어둠 쪽으로 돌아, 너희들을 본다, 내 딸들아! 내 여왕들아! Avivant un agréable goût d encre de Chine une poudre noire pleut doucement sur ma veillée, - Je baisse les feux du lustre, je me jette sur le lit, et tourné du côté de l ombre je vous vois, mes filles! mes reines! [제목없는 시 poème sans titre] (Texte, p. 266) 17) Etienne Souriau, Vocabulaire d esthétique, Quadrige/PUF, 1999 (réed.), article «écran/écranique», p. 632. 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écranique»라는 형용사는 이미지들의 구성과 전이 혹은 투사에 이르는 일련의 긴 과정전체가 결실을 보아서 관객에 의해 실제적으로 인지되고 감각기관에 의해 수용되는 대상이 된 (il forme l aboutissement de tout un processus de constitution des images, de transmission ou projection, etc., pour être, à la fin l objet réellement perçu par le spectateur, reçu par ses organes des sens.) 경우에 쓰일 수 있다. 우리는 경우에 따라, 영사적, 화면적, 스크린적, 이라는 용어 등으로 번역하기로 한다. 18) Ibid., p.13. - 9 -

일뤼미나시옹 은 말하자면, 이처럼 이미지와 창조자가 감정적으로 결속되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그리고 촬영 과 편집, 영사 의 메커니즘이 분리되지 않은 채로 그 모든 것이 동시에 혼재하는 하나의 경이로운 작업장(chantier)과도 같다. 그러나,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일뤼미나시옹 의 시들에서 감지되는 가장 독특한 현상의 하나는 시인의 스크린 (세계의 사물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양태이자 가장 강력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태어나도록 하는 바탕으로서의) 의식과 시 속에 그가 상상력으로, 그러나 매우 구체적으로 설치하는 화면들이다. 그는 더 이상 백지가 아니고 또한 어떤 모종의 캔버스도 아닌 오늘의 우리로서도 다 규정할 수 없는 형태의 스크린들 필자는 랭보에게서 흰 대리석 테라스나 극지의 눈 벌판, 강물 표면 뿐 아니라 이슬의 피막까지도 가장 가벼우며 가장 다채로운(irisée) 빛깔을 담을 수 있는 영사적 공간(espace écranique)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과 맞서 싸우며 그 비지옹 속에서 자신의 글쓰기를 투사하는 작업을 실험했던 듯 느껴진다. 이 작업은, 자칫 간과하기 쉽지만 그 창조적 지난함이 전기적인 사실을 통해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1872 년 시편들보다 사실은 더 초인적인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일 이었다. 19 그는 시인들의 백지의 우려 le souci du blanc 에다 시어들- 이미지들을 투사할 스크린에 대한 우려(le souci de l écran), 그리고 화면을 설치하는 공간에 대한 우려까지 안는다. 즉 언어를 가지고 그것을 통해서 여태껏 언어가 해보지 못한 차원의 지각 예술을 기도하는 것이다. 그가 극지의 하얀 빙판 위, 순수한 자연의 빛이 그 파장을 길게 드리워 오색이 영롱한 아침 햇살 속에서 그 태양의 색채들을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싸움 을 주제로 쓴 시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영사적 예술 시도의 한 대표적 예로 나타난다. 이는 변질되지 않은 태고의 색채들과 생명의 힘이 숨쉬는 세계를 드러내려는 노력이다. 그녀 와 함께, 당신들이 빙판의 반사빛 속에서 싸움을 벌였던 아침의, 그 초록 입술들, 투명 얼음들, 검은 깃발들과 파란 광선들, 그리고 극지의 태양의 자줏빛 향기들, 너의 힘. Le matin où avec Elle, vous vous débattîtes parmi les éclats de neige, les lèvres vertes, les glaces, les drapeaux noirs et les rayons bleus, et les parfums pourpres du soleil des pôles, ta force. Métropolitain (Texte, p. 285) 19 ) J.-L. Steinmetz, op.cit., <서문>. - 10 -

이 독창적 글쓰기에는 어떤 모종의 모델이 있다기보다 근본적으로는 그가 감각세계를 통해 깨친 세계의 비지옹이자 절대적으로 현대적인 시 에 대한 내적인 요청에서 나오는 하나의 창안이라고 보인다. 오늘의 독자들로서는 극지의 화산이나 풍경을 찍은 사진들 사진의 역사 초기를 장식하고 있는 이나 지옥의 밤 La nuit de l enfer 같은 제명 하의 매직 랜턴 la lanterne magique 상영 20 ), 당시로서 가장 매직 랜턴의 제작과 상영 기술이 앞서 있었던 런던에서의 체류, 광학과 관련된 과학도서들의 독서 등 시인이 받은 당시의 문화적 자극을 물론 고려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는 정신분석학적 시각에서 사진처럼 우연히 찍혀나온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무의식을 풀어내는 자동기술적 창작방식과는 또 다른 작업을 필요로 한다. 랭보의 창조에서 엿보이는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바로 설명없는 도약과 생기의 논리로 이어지는 일종의 병치(juxtaposition) 기법의 몽타주 작업, 그 구체적인 화면적 구성과 투사의 과정은 극도의 집중과 노동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랭보의 스크린 은 개인적 욕망의 표출이나 심연을 들여다보는 어두운 거울이나 무의식을 투영하는 내면의 화면 l écran intérieur 이 아니라 그것은 무엇보다 자아의 심리 속에 가둘 수 없는 무한한 우주적 에너지를 담고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 혹은 꿈처럼 순간적으로 이 지상에 존재했다 사라지는, 형용할 수 없는 어둠과 빛과 색채들의 아름다움을 담고 그것을 타자에게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하나의 시적 매체이다. 카락스에게서 가장 독특한 영사적 의식과 시적 비지옹이 나타난 영화는 단편 <무제 Sans titre> (1997)이다. 시각적 특질에서 랭보의 야만 Barbare 이나 역사적 저녁 Soir historique 과 같은 시에서 엿볼 수 있는 연쇄적으로 편집, 구성된 자연재해적 비지옹(scènes des catastrophes naturelles)이 더욱 풍부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카락스 영화와 시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보이나 이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하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2.2.현상적 비평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극도의 의도된 단순성과 외향적 힘 을 지향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현대의 예술 작품들에 접근하기 위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처음에서 끝까지 어떤 하나의 이론적 틀을 가지고 설명적 지성의 주도 하에 정연하게 논리를 엮어나가는 일반적인 방법이나 그 반대로 구심점이 없이 완전히 파편화된 글쓰기 대신에, 처음에는 가능한 한 작품을 둘러싼 기존의 누적된 지식들을 유보한 채로 작품 그 자체에서 일별할 수 있는 감정, 감각적 20) Dominique Noguez, Trois Rimbaud, Paris, Éd. de Minuit, 1986, p. 41. 1863 년의 매직 랜턴 판(plaque) 가운데는 정확하게 제목이 일치하는 <지옥의 밤>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 11 -

인지의 영역을 편견 없이 관찰하고, 참을성 있게 점차 그 세부의 시각 현상들을 분석해가면서 보다 전체적이며 논리적인 知 와 가치 평가(l évaluation)의 영역으로 이행하여 가는 방안이다. 크게, 感 動 - 현상적 認 知 - 지적 解 釋 이렇게 삼 단계로 분절해볼 수 있는 안이다. 결과적인 발견으로, l affect, le percept, l intellect 로 명명할 수 있을 이 세 측면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Qu est-ce que la philosophie? 에서 예술 과학의 사유를 위해 제시하는 분류와 거의 일치하게 되었다. 21) 이 현상적 비평의 저변에는 또한, 고집스럽게 언어의 손아귀를 빠져나감으로써 그 존재의 힘을 간직하려는 속성을 지닌 시각, 청각 이미지를 놓고, 이에 대한 인지적 관찰과 묘사를 최대한 확대하고 선행시킴으로써, 말 Verbe 중심 문화의 저편에 있는 시각적 이미지 고유의 힘을 축소시키지 말자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를테면 시각 이미지들의 의미를 매우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는 도상적(iconographique) 논리에 대한 경계인 셈이다. 어떤 움직이는 이미지를 읽어서 말로 전환하는 데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주의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랭보나 카락스의 작품 같은 데에서는 심층적 깊이로 숨은 메타포들의 중층적 구조나 상징체계들보다 오히려 의미를 무한대로 터져나가게 하는 표면적 지점과 그 파열의 힘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보인다. 여기에서는 불가능할 정도의 단순함, 의미 없음 (non sens) 혹은 의미를 비움이, 지적인 척도로 해독 가능한 의미만큼 중요한 세계이다. 조르주 뿔레(Georges Poulet)를 인용하자면, 랭보와 더불어 시는 산산조각 난다(éclatée). 22) 이는 무엇보다 내적 심연으로서의 시가 파열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내면성에서 다른 축으로, 특히 편평한 표면성 속에 무한한 것을 솟아나게 하는 (랭보는 이를 마술 우물 puits des magies 이라고 부른다) 스크린으로 옮아온 이 창조와 수용의 시적 영역을, 그리고 감동과 인지가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이 영역을 필자는 현상적 포에티시테, 혹은 좀 더 좁혀서 영화적 포에티시테 la poéticité cinématographique 라는 말로 특질화하여 본다. 23) 21) Gilles Deleuze, Félix Guattari, Qu est-ce que la philosophie?, Les éditions de Minuit, 1991. Percept, affect, concept 이 그들의 용어이다. 22) Georges Poulet, La Poésie éclatée : Baudelaire-Rimbaud, PUF,1980. 23) la poétique 라는 용어는 수사학적, 형식주의적 암시를 많이 담고 있고 또 다른 아주 새로운 힘의 시학의 특성을 차별화할 말이 필요했으므로 포에티시테 이론 Théorie de la poéticité (Paris, José Corti, 1979)을 쓴 장 코엔(Jean Cohen)이나 앞에서 언급했던 로랑 제니(Laurent Jenny)가 각별히 사용하는 용어의 맥락에서 그 힘을 더욱 강화하여 사용하였다. - 12 -

3. 랭보와 시적 영화의 계보 프랑스 영화의 시적 흐름을 좇다 보면 우리는 그 흐름의 큰 마디를 이루는 아벨 강스(Abel Gance)와 장 엡슈타인(Jean Epstein), 장 콕토(Jean Cocteau), 그리고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 등이 모두 생명 에너지 특히 랭보시적인 에 바탕을 두고 영화 이미지를 혁신해온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벨 강스(1889-1981)는 [영상] 이미지는 그것을 창조하는 사람의 힘이 재현될 때만이 존재한다 (L image n existe qu en représentation de puissance de celui qui la crée) 24 고 하였고 프로메테우스적인 창조자가 태양으로부터 훔쳐온 힘이 하나 하나의 이미지에 담김으로써 이것이 빛의 시로서의 이미지와 인간의 삶을 쇄신한다고 보았다. 그는 자신의 영화적 실험인 폴리비전 Polyvision 이 미래의 관객들에게 선사할 유례없는 감각을 횔덜린, 로트레아몽, 네르발, 브르통, 파운드와 함께 랭보의 시가 섬광처럼 엿보여준 바 있는 시 공의 벽을 깨는 사차원의 편재성 25 ) 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실 아벨 강스 개인은 위고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영화 시각, 청각 이미지의 절대적으로 현대적인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그가 인용한 바 있는 출발 Départ 이라는 시에 담긴 랭보적 정신은 그의 영화적 모험들의 영원한 지침이 된다. 장 엡슈타인(1897-1953)은 자신의 지적 피로 fatigue intellectuelle 26) 이론 현대인들은 신경의 피로로 인해 충동적이고 즉각적으로 변하여 예전의 정적인 예술 대신 나이내믹하고 가속적인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을 펼치면서 여섯 개의 예를 드는데 그 중 랭보가 첫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그는 특히 랭보가 벌였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의 전투 une bataille contre l inexprimable 라는 면에 대해 오마주를 바치고 그것을 영화 쪽에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랭보에 관한 매우 의미있는 통찰을 보인다 : «그는 어떤 객관적 대상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 접촉하고 있는 자기 자신 혹은 자기 자신 속에 완전히 침잠해 있는 대상을 언급한다 ; 언제나 그는 회상하고, 추론하고, 자기 자신을 세계에 포개어 놓고 Il ne dit pas un objet, mais lui-même au contact de cet objet ou cet objet sombré en lui-même ; toujours il se souvient, il induit, il se superpose au monde et» 27 ) ). 여기에서 장 콕토(Jean Cocteau)에 의한 랭보시의 놀라운 폭발력 un 24) Une lettre adressée le 5 avril 1972 à Jacques Duhamel (lettre reproduite in Abel Gance. Un soleil dans chaque image, éd. Roger Icart, Paris, Cinémathèque française / CNRS éditions, 2002, p. 267) 25) [ ] cette sensation inconnue de l ubiquité dans la quatrième dimension, supprimant l espace et le temps [ ] (Ibid.) 26) Jean Epstein, «Le Phénomène littéraire» in Jean Epstein. Cinéaste, poète, philosophe, sous la direction de Jacques Aumont, Paris, Cinémathèque française, 1998, p. 69. 27) Ibid, p. 72. - 13 -

formidable explosif 에 대한 찬탄과 시네마로 된 포에지 la poésie au cinématographe 28) 라는 착상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영화를 시적인 수사로 물들이는 것을 지양하고, 무의식(l inconscient)에 큰 비중을 부여하여 인위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관객에게 꿈과 같은 최면(hypnose) 랭보에게서 시작된 위험스러운 매혹 을 일으키는 시지각적 표현법을 찾아냄으로써 그것을 강력한 하나의 시로 만들고자 했다. 콕토가 <오르페우스의 신화 Testament d Orphée> 같은 데에서 매혹적인 힘의 상징으로 애용하는 말의 두상(tête du cheval)이 잠깐 스치는 것을 카락스의 <나쁜 피>에서 보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레오스 카락스의 영화는 과거의 이 세 시네아스트와 특별한 친연성이 있으며 동시에 랭보와 관련을 맺는다.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 > (1965)에서도 우리는 랭보를 만나는데, 아마 카락스에게 많은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고다르는 랭보에게서 다른 곳 으로 향한 삶의 광기와 질주, 광적인 사랑, 우주적 서정성과 <지옥에서의 한 철 Une saison en enfer> 이라는 표현, 영원 L éternité 이라는 시를 가져오고 있다. 카락스가 고다르와 근본적으로 공유하는 점은 진정한 삶, 생명의 구원에 대한 열망에 있다. 영화 이미지를 생의 기적이 일어나는 소생 résurrection 의 자리로 설명하는 고다르의 종교적 비전에 비해 카락스의 표현은 다음처럼 최대한 단순하다. 당신들이 무거운 영화 촬영기기라 부르는 것, 그것은 생명을 보존하고 그것을 보호하는 한 방식이다. [...] 그러나 그것은 마음을 푹 놓게 하기 위한 기계가 아니고, 무겁게 내리누르자는 기계도 아니다. 그것은 도약을 일으키는 기계이다. Ce que vous appelez la grosse machine du cinéma, c est une façon de préserver la vie, de la protéger. [ ] Mais ce n est pas une machine à rassurer, ce n est pas une machine à alourdir. C est une machine à susciter de l élan. 29) 레오스 카락스에게서 생의 도약 (élan vital)은 랭보 시에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귀중한 지향점이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기질적인 것의 일치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를 보며 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반사적으로 랭보를 연상했던 이 시네아스트에게서 우리는 실제적으로 그의 선배들의 경우와 같은 직접적인 랭보 시의 인용을 찾을 수가 없다. 그는 <나쁜 피>가 나왔을 28) Jean Cocteau, Du Cinématographe, éd. André Bernard et Claude Gauteur, Paris, Belfond, 1973 ; rééd. Éd. du Rocher, 2003, p. 46. 29) «Leos Carax»(entretien réalisé par Christian Fevret et Serge Kaganski), in Cinéma parlant, Paris, Les Inrockuptibles/ La Sirène, 1993, p. 16. - 14 -

당시, <카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éma>의 기자들에게 그는 오직 한번 아무 부연 설명 없이 이렇게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30 ) : 어느 성스러운 이미지( 聖 像 )를 공격할 것인가? 어떤 가슴들을 무너뜨릴 것인가? 어떤 거짓말을 고수해야 하는가? 얼마나 낭자한 피에 흥건히 젖어 걸어갈 것인가? Quelle sainte image attaque-t-on? Quels cœurs briserai-je? Quel mensonge dois-je tenir? Dans quel sang marcher? 레오스 카락스의 창조적 도정을 잘 살펴보면, 이는 사실 인용이라기보다 카락스 영화의 출발에서부터 있던 문제, 처음부터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질문에다 시인의 목소리를 겹쳐놓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예술가의 관계는 단순한 이질 문화 사이의 영향관계를 나타내는 간텍스트성 (trans-textualité)이 아니라 상호적인 창조적, 정신적 유연관계 속에서 비교가 가능하고 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 속한다. 여기에서는 하나의 시적 질문을 중심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시와 영화가 만나 서로가 서로의 커다란 긍정의 지평 속에 놓이는 창조적 부정성( 創 造 的 否 定 性 négativité créatrice)과 힘의 미학을 해명하게 된다. 그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문화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이고 참을성 있게 바라보고 성찰하는 독자이자 관객인 우리들이다. 결론 우리가 살펴보았듯 시각 예술에서 힘의 문제는 의식(conscience)이나 의지와 반드시 양립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비평의 영역에서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조심스럽게 다가가 봐야 할 영토이다. 질 들뢰즈의 다음 문구는, 우리가 현재 사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영화적 시, 청각 이미지 가 시의 언어, 시의 이미지 와 만나는 지점을 손가락질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는 그러니까 평상적으로 클리쉐들만을 인지한다. 그러나, 우리의 감각 동인들의 도식이 지워지거나 깨어지면, 그때는 다른 유형의 이미지가 나타날 수 있다 : 순수한 시청각 이미지, 온전하고 메타포가 없는 이미지, 말 그대로 그 끔직스러움과 아름다움의 과잉 가운데에서 그리고 그 극단적이거나 정당화할 수 없는 성격 가운데에서 그 자체로의 사물을 솟아오르게 하는 이미지 [ ] 31) 30 Cahiers du cinéma, n. 390, 1986, p.25. 31) Gilles Deleuze, Cinéma 2. L Image-temps, 1985, p. 32., - 15 -

Nous ne percevons donc ordinairement que des clichés. Mais, si nos schèmes sensorimoteurs s enrayent ou se cassent, alors peut apparaître un autre type d image : une image optique-sonore pure, l image entière et sans métaphore, qui fait surgir la chose en elle-même, littéralement, dans son excès d horreur et de beauté, dans son caractère radical ou injustifiable, [ ] 클리쉐를 깨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적이거나 사회적인 의식의 소산이 아니라 생명의 깊은 직관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을 시,청각 이미지에다 첨부해야 한다 Il faut joindre à l image optique-sonore des forces immenses qui ne sont pas celles d une consciense simplement intellectuelle, ni même sociale, mais d une profonde intuition vitale. (Ibid., p.33-34) 이를 모리스 블랑쇼 (Maurice Blanchot)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사물의 심장에 다가가기 위한 [관습적] 사물로부터의 멀어짐 l éloignement de la chose 32, 랭보식으로 말하면, 사물로서의 어떤 시적 이미지의 장소와 방책 le lieu et la formule 을 찾기 위한 (클리쉐인) 사물로부터의 의도적인 착란적 빗나감이 문제가 된다. 랭보는 이미지 의 존재, 그 살아있는 힘 그대로를 맞아들이는 타고난 감각을 억압하는 모든 클리쉐들과 이데올로기들로서의 미신 superstitions 을 깨기 위해 가공할 힘을 집중했던 시인이었다. 그에게 있어 빛을 바꾸고 그 빛의 존재양식인 이미지(시각적, 청각적)를 바꾸고 시선을 바꾸는 것은 삶을 바꾸는 것과 다른 차원이 아니다. 백만 마리 황금새, 오 미래의 생기 Million d oiseaux d or, ô future Vigueur ( 취한 배 Bateau ivre, Texte p. 131). 이 비상하는 시적 생기, 그 강렬함과 부드러움( Ô Douceurs )의 말할 수 없는 결합체로서의 생의 비상( 飛 上 ), 이 지점이야말로 과거의 시가 미래의 알려지지 않은 이미지들과 만나 생명의 충격을 일으키는 지점이고 이미지의 시 가 다가가고자 하는 기다림의 지평 (horizon d attente)이다. 이제는 이미지들의 재현 (représentation)이론이 아니라 그 힘의 미메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모방적 창조 poiein 의 또 하나의 측면 가 중요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서, 움직이는 이미지들에 현전(présence)하는 힘을 환기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학 (une autre poétique)이 문제가 된다. 32 Maurice Blanchot, L Espace littéraire, Gallimard, 1955, p. 343. - 16 -

참고문헌 Texte de Rimbaud Œuvres complètes, nouvelle édition établie, présentée et annotée par Antoine Adam, Gallimard, coll. «Bibliothèque de la Pléiade», 1972. Œuvres, préface et notes par Jean-Luc Steinmetz, Flammarion, coll. «Garnier Flammarion», 3 tomes (Poésies ; Vers nouveaux, Une saison en enfer, Illuminations), 1989. Œuvres complètes, Poésie, prose et correspondance, introduction, chronologie, bibliographie, notes, et notices par Pierre Brunel, Le Livre de poche, coll. «La Pochothèque», 1999. Œuvres, introduction, notices, relevé de variantes, bibliographie et notes par Suzanne Bernard et André Guyaux, Classiques Garnier, nouvelle édition revue et complétée, 2000 [1981, 1991]. Eclats de la violence. Pour une lecture comparatiste des Illuminations d Arthur Rimbaud, édition critique commentée par Pierre Brunel, José Corti, 2004. Livres généraux Aristote, De l âme, Gallimard, 1989. AUMONT, Jacques (dir.), Jean Epstein, «Le Phénomène littéraire» in Jean Epstein. Cinéaste, poète, philosophe, Paris, Cinémathèque française, 1998 BERGSON, Henri, Les Deux sources de la morale et de la religion (1932), Paris, PUF, 1992. BLANCHOT, Maurice, L Espace littéraire, Gallimard, 1955 [rééd. coll. «Folio essais», n 89, 1988]. DELEUZE, Gilles, Cinéma 2. L Image-temps, Éd. de Minuit, 1985. DELEUZE, Gilles, Félix Guattari, Qu est-ce que la philosophie?, Éd. de Minuit, 1991. JENNY, Laurent, La Fin de l intériorité, P.U.F., 2002. LYOTARD, Jean-François, Discours Figure, Paris, Klincksieck, 197 MANNONI, Laurent, Le Grand Art de la lumière et de l ombre, archéologie du cinéma, Nathan, 2000. NOGUEZ, Dominique, Trois Rimbaud, Éd. de Minuit, 1986. STEINER, George, Grammaires de la création, Gallimard, 2001. Filmographie de Carax, archives scénaristiques, et articles sur Carax Strangulation Blues, 1980, France, 35m, noir et blanc, Les Films du Lagon Bleu, 17mn. Interprétation : Eric Frey (Paul), Anne-Petit Lagrange (Colette) ; Scénario : Carax ; Dir. de Photo : Bertrand Chatry. - 17 -

Grand prix du Cinéma international de Hyères (1981). Boy Meets Girl, 1984, France, noir et blanc, Abilène Production (producteur : Alain Dahan), 104 mn. Interprétation : Mireille Perrier (Mireille), Denis Lavant (Alex), Carroll Brooks (Helen), Élie Poicard (Bernard), Maïté Nahyr. Scénario: Carax. Image : Jean- Yves Escoffier. Montage : Nelly Meunier. Dir. Art: Serge Marzolff, Jean Bauer. Chorégraphie: Laurent Morlot. Son : Jean Umansky, François Groult (musique de Jacques Pinault, Jo Lemaire / chansons de Serge Gainsbourg, Dead Kennedys, David Bowie). Mauvais sang, 1986, France, couleur (Fuji), Films Plain-Chant, Soprofilms, FR3, 119mn. Interprétation : Denis Lavant (Alex), Juliette Binoche (Anna), Michel Piccoli (Marc), Hans Meyer (Hans), Julie Delpy (Lise), Caroll Brooks (Américaine), Hugo Pratt (Boris), Mireille Perrier (jeune mère d un enfant), Serge Reggiani (Charlie). Scénario : Carax. Image : Jean-Yves Escoffier. Dir. Art : Michel Vandestien. Montage : Nelly Quettier. Chorégraphie : Christine Burgos. Son : Hélène Muller, Harrick Maury (chansons de Serge Reggiani, J ai pas d regret ; Modern Love de David Bowie; Benjamin Britten, Prokofiev, Chaplin) Les Amants du Pont-Neuf, 1991, France, couleur (Fuji), Films Christian Fechner, 124mn. Sans Titre, 1997 (présenté au Festival de Cannes en mai 1997), France, 8mn 37 (selon Le Monde ; 8 m 48 selon notre compte). Interprétation : Guillaume Depardieu, Katarina Golubeva, Cathrine Deneuve, Leos Carax : Image : Eric Gautier. Décors : Laurent Allaire (Draps peints par Juliette Binoche). Montage : Carole Kravetz. Son : Élie Poicard. Trafic d images : Christian Guillon ; Marc Bellan (les cimetières) ; Francine Lévy (La Rivière du Sang). Produit par Bruno Pesery, Albert Prévost (Co-production : Pola productions, Théo Films, INA) Pola X, 1999, France, couleur (Kodak), 1999, France, Pola production, Theo Films, Euro Space, Vega Film, 134mn. Dolby Stéréo. Pierre ou les ambiguïtés (version téléfilm de Pola X diffusée par ARTE), 40 minutes supplémentaires, Trois «épisodes» : «À la lumière», «À l ombre des lumières», «Dans le sang», couleur, lundi 24 sept. 1999, France. Cahiers du cinéma, n 389, «Mauvais sang de Leos Carax», nov. 1986 : PHILIPPON, Alain, «Sur la terre comme au ciel», Cahiers du cinéma, n 389, nov. 1986, pp.15-17. «La Beauté en révolte», Entretien avec Leos Carax par Marc Chevrie, Alain Philippon et Serge Toubiana, Cahiers du cinéma n 390, 1 er déc. 1986, pp. 24-32. - 18 -

Résumé) Une réflexion sur la «poéticité cinématographique» - A partir de Leos Carax et d Arthur Rimbaud Dans la mesure où la force vitale d une œuvre concerne le désir inconscient, ne serait-elle pas in-analysable, comme le pense Jean-François Lyotard? Pour lui, dans sa forme plastique, cette force n aboutit pas à proprement parler à un sens : c est en effet un champ du «figural», selon sa dénomination, qu on traverse seulement sans pouvoir en saisir ou analyser la dynamis. Nous sommes néanmoins employée à tenter de la cerner, car elle nous semble constituer la raison d être du cinéma et de la poésie, et plus particulièrement celle de Leos Carax et d Arthur Rimbaud. Chez le poète comme chez le cinéaste, l image chargée de force vitale ne tient pas seulement à un désir impulsif, mais aussi à la «sensation» éveillée «vision» et perception auditive qui seraient les plus conscientes, et même à un choix artistique qui nous laisse une possibilité d approche analytique. A la base de leur création, se trouve une volonté et une décision du changement total : «il faut être absolument moderne» ou il faut éviter tous les films-clichés des autres. L esprit de «mauvais sang» que nos deux créateurs partagent présente à la fois le retour à la vraie vie et la nouvelle orientation poétique. Cette poétique vise avant tout la prise vivante et immédiate de l émotion brute. Elle s éloigne de la «profondeur» symbolique et de l intériorité intime au sens classique. Il s agit d une autre poétique visuelle, fondée sur l «intimité extravertie» (selon le critique du cinéma, Serge Daney) très expressive et sur l élan vital. Chez les deux créateurs, revêtue d une simplicité totale et d une grande affection mouvante, chaque image «éveille» son propre sens poétique avec la force vitale, se projettant sur une surface écranique, magique et innocente («puits des magies» selon Rimbaud). La vitalité explosive qui jaillit de leurs images n est pas gratuit pour eux. Autrement dit, il s agit d un travail hautement conscient en vue de l obtention maximale de la vigueur poétique, à la différence d autres cas appuyés sur l impulsion inconsciente qui ne permettraient pas de l analyser. Selon cette idée, nous avons essayé d observer la perception et la création écraniques chez Rimbaud et d en discuter ici : ses dispositifs poétiques récurrents dans Illuminations l espace cryptique allumé, la néige polaire, le marbre blanc, la surface de l eau, les rosées sur des pétales des fleurs cessent de rester des mots pour être, à nos yeux, comme un écran inouï, c est-à-dire un nouveau fond artistique. Ce mécanisme «imagé» ne nous semble à vrai dire pas loin de celui du cinéma. Il me fallait alors mettre en relief cette dimension poético-visuelle peu explorée, à travers la notion de «poéticité», en renforçant le sens du terme déjà employé (par Jean Cohen et par Laurent Jenny), celui de l intensité et la nouveauté esthétiques. Pour aborder la poéticité - 19 -

«phénoménale» chez Carax et chez Rimbaud, nous en avons articulé ces trois composantes principales, l affect, le percept et l intellect. Nous avons souligné ici, notamment, les deux premiers éléments pour exposer la qualité de leurs images qui éclatent l espace profond des métaphores symboliques et le gouffre psychologique. Et nous avons voulu montrer que la vision rimbaldienne n est pas seulement occulte, mais aussi, et bien plutôt, une révélation perspicace d une beauté inédite de ce monde, calquée sur l observation oculaire terriblement patiente, celle qui échappe à la plupart des gens dont l oeil ne lit dans les choses (images) vivantes qu une idée mentale et iconologique ou un symbol déjà connu. Pour faire naître une nouvelle image authentique, nous pensons que, comme le dit Gilles Deleuze, «il faut joindre à l image optique-sonore des forces immenses» «d une profone intuition vitale». La rigueur et l exigence que nous pouvons sentir chez Carax comme chez Rimbaud viennent de la nécessité absolue d une nouvelle puissance de l image qui brise toutes les «superstitions» préexistantes, non la simple complication formelle. Cherchant cette «future Vigueur», Rimbaud crée par son acte de voir (en tant que «voyant») et par son «travail» projectif la vision inconnue du fond noir ou blanc imaginaire «cinématographique» selon notre horizon (celui des lecteurs-spectateurs du présent) d où émanent le bruit et la lumière neufs, tandis que Carax s appuie sur l esprit négatif novateur pour aller très loin dans sa quête des expressions purement cinématographiques. C est de ce double regard que nous avons rapproché la création rimbaldienne de celle du cinéaste Leos Carax. 주제어 : 랭보(Rimbaud), 카락스(Carax), 영화적 포에티시테(poéticité cinématographique), 나쁜 피(Mauvais sang), 일뤼미나시옹(Illuminations), 시적 생기(vigueur poétique), 영사적 인지 (perception écranique), 감동(émotion), 감각(sensation) -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