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소설 100선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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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작소설 100선 감상 언덕에서

2 소개글 소설이라 함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으로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 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블로그 북 '(청소년을 위한)소설의 이해와 감상'에 이어 '명작소 설 100선 감상'을 발간해보았다. 본 블로그에서 포스팅한 내가 읽은 동서고금의 주옥 같은 소설의 소개서이다. 많은 작품들을 읽으면서 한국 작 가들의 작품 또한 세계적인 수준에 전혀 뒤지지 않음을 늘 인식하고 있고 이 점 자랑스럽다. 많은 분들이 이 블로그북과 친해져서 풍성한 인문 학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기를 기원한다.

3 목차 1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8 2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7 3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1 4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4 5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7 6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30 7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3 8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6

4 26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황석영의 소설 객지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인간 자유의지의 극한 영혼 靈 魂 )의 산( 山 ) 만연원년의 풋볼( 万 延 元 年 のフットボ-ル)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189

5 51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F.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 城.Das Schloss) ' 죠반니노 과레스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剩 餘 人 間 )'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A.지드의 소설 '좁은 문' 이상( 李 箱 )의 소설 '날개'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57

6 76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 헤리엣 비처 스토우의 장편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윌리암 골딩의 장편소설 '파리대왕(Lord of flies)'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중국고대 장편소설 '수호전( 水 滸 傳 )' 샐린저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루쉰의 중편소설 '아큐정전( 阿 Q 正 傳 )' M.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최창학의 중편소설 '창( 槍 )'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 김은국의 영문 장편소설 '순교자( 殉 敎 者.The Martyred)'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 凱 旋 門 )'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카뮈의 '이방인'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20

7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00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지난 29일, 30일 휴일에 읽은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 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정약 전, 황사영 등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다룬 소설이다. 표지를 넘기면 작가는 작중 등장인물에 대해서 일부는 사실이 고 일부는 자신이 만든 허구임을 밝히고 있다. 모 중앙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이 소설로 인하여 암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가 김훈 작가를 청하여 식사를 했다고 한다. 주변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전에는 마주친 일이 별로 없었는데, 1980년대 중반 김씨가 일간지 문학기자로 필명을 드날리던 시절에도 교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이날 만남은 최씨가 김씨에게 제안해 이뤄졌는데 최근 19세기 천주교 박해사를 소재로 한 장편 흑산 을 낸 후배 작가 김씨를 격려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인 최씨는 김씨에게 (투병 중이므로) 당신 글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 천주교 관련 글(소설)을 써줘 고맙다 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정약전 형제 중 맏이인 정약현의 큰 딸 명련( 命 連 )과 그의 남편 황사영의 애틋한 사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7

8 연을 자신도 언젠가 소설로 써보고 싶었는데 김씨가 먼저 써서 반가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훈은 어릴 때 혜화 동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복사활동을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냉담 중이라고 한다. 황사영은 16세의 나이에 과거에 장원급제한 엘리트였으나 천주교를 믿게 된 후 로마 교황에게 조선 왕국을 무너뜨리 기 위한 군대를 파견해달라는 이른바 황사영 백서 를 보내 비극적 최후를 맞은 인물이다. 소설에는 황사영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비중 있게 다뤄져 있다. 나는 고교시절 국사시간에 황사영을 처음 접했는데 이완용과 비슷한 '매국 노'의 느낌으로 그와 처음 조우했던 기억이 난다(주입식 교육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작가는 모 신문과의 대담 에서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전개되는 내용은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 황사영 두 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부패한 관료들의 학정과 성리학적 신분 질서의 부당함에 눈떠가 는 백성들 사이에서는 해도 진인 이 도래하여 새 세상을 연다는 '정감록' 사상이 유포되고 있었다. 서양 문물과 함 께 유입된 천주교는 이러한 조선 후기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한 지식인들의 새로운 대안이었던 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황사영은 16세의 나이로 사마시( 司 馬 試 )에 장원급제하여 진사가 되었으며, 정약종의 맏형인 약현( 若 鉉 )의 딸 명련( 命 連 )과 혼인하는데 처삼촌인 정약종에게 사사받아 천주교인이 되고 벼슬의 꿈을 접는다. 신유박해로 인해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가 천주교를 믿고 국가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죄목으로 관헌에 체포되고 정약종은 의금부의 문초에서 형과 동생의 믿음이란 깊은 것이 못된다고 진술하여 자신은 처형당하고 형제들은 죽음 에서 빠져나오게 한다. 정약전은 유배지인 고도절해 흑산도에서 좌절하고 낙담한다. 일개 수군별장이 흑산도 주민에게 생사여탈권을 쥐고 그들을 착취하고 있으며 민초들은 차마 죽지 못해 연명할 뿐이다. 황사영은 어느새 조선천주교인들의 수괴로 지명수배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주자학의 세상이 사라지고 백성이 평 등하며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천주의 나라가 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인간 의 상하귀천이 없고 특권계층의 민초에 대한 수탈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황사영은 휘하의 노비들을 면천시켜 해 방시키고 신앙조직을 확대해 가던 중 박해를 피해 충청도 배론의 산골로 숨어들어간다. 그 사이 교인들은 배교자 박 차돌의 밀고와 북경에 가서 구베아 주교를 만나서 영세를 받은 마부 마노리의 은화유출 실수로 말미암아 일망타진 되어 죽음을 당한다. 황사영은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하고 처자식은 유배를 당한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8

9 되어 죽음을 당한다. 황사영은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하고 처자식은 유배를 당한다. 절해고도인 흑산도에서 어류와 조류를 관찰하던 정약전은 그 관찰의 결과를 기록하여 책제목을 자산어보( 玆 山 魚 譜 ) 라 명명한다. 흑산( 黑 山 )은 너무 검기에 밝은 빛이 도는 자산( 玆 山 )으로 칭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정약전이 유배와서 생을 마친 흑산도 사리마을 복성재 작가 김훈은 천주교에 연루된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조선 천주교회 지도자인 황사영의 삶과 죽음에 방점을 찍 고 흑산 을 전개한다. 정약전은 한때 세상 너머를 엿보았으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배반의 삶을 살았다. 그는 유 배지 흑산 바다에서 눈앞의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실증적인 어류생태학 서적 '자산어보'를 썼다. 반면, 황사영은 세상 너머의 구원을 위해 온몸으로 기존 사회의 질서와 이념에 맞섰다. 황사영은 조정의 체포망을 피해 숨은 제천 배론 산골에서 황사영 백서 로 알려진, 북경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썼 다. 비단 폭에 일만 삼천삼백(13,300)여 글자로 이루어진 이 글에서 황사영은 박해의 참상을 고발하고 낡은 조선을 쓰 러뜨릴 새로운 천주의 세상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1801년 11월 배론 토굴에서 사로잡힌 그는 대역부 도 의 죄명으로 능지처참을 맞는다(소설 속에서는 황사영이 '참수'당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참수'는 작가의 착각으 로 보인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9

10 황사영이 숨어 살았던 충북 진천의 배론 성지 이 소설 흑산 의 등장인물들은 20여 명이 넘는다. 이 또한 김훈 소설 가운데 최다 등장인물이라고 한다. 정약전과 황사영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조정과 양반 지식인, 중인, 하급 관원, 마부, 어부, 노비 등 각 계층의 생생한 캐릭터 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흑산 의 장관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이다. 이 소설은 조선 민초들의 참상을 소름끼치는 묘사력으로 그려낸다. 서너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수령을 위해 송덕비를 세우다 농사를 작파하게 된 백성들의 상소(22쪽), 흙떡을 쪄먹고 공납을 피해 어린 소나무 뿌리를 뽑아 던지는 흑산 주민 장팔수의 절규(196쪽),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본문 58쪽)라고 기도하는 오동희의 언문 기도문에서 조선의 민초들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한 삶을 견뎌간 다. 이는 유교경전에의 탐독만 일삼던 노론 세력의 횡포와 기존의 무능한 정치체계 때문이다. 이 소설 흑산 의 곳 곳에서 말세와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는 '정감록' 등 도참의 주문이 천주교의 구원과 지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겹쳐 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0

11 영화 <초대받은 사람들>의 한 장면. 여배우 원미경은 정약종의 딸 정정혜 역을 맡았다. 정정혜 역시 기해사옥 때 참 수 당헀다. 흑산 을 쓰기 위해 김훈 작가는 흑산도, 경기 화성시 남양 성모성지, 충북 제천시 배론 성지 등을 답사했으며 비변사등록 등 사료와 천주교사 연구서 등 책 뒤에 붙은 참고 문헌은 작가가 당시를 그리기 위해 쏟은 고투를 보 여준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1

12 끝으로, 생각나는 사족( 蛇 足 ) 두 가지. 첫째, 몇 달 전 경남 진주시 사봉면에 정찬문 순교자 묘지(성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정찬문의 삶 또한 황사영 과 다름 없었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미 시성받은 103위 성인 뿐만 아니라 시복시성 대상자가 125명 에 달한다고 한다. 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죽어갔던 이들이 적어도 1만명 이상이라니 이데올로기라는 도그마가 지배 하는 세상이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숙연해질 뿐이다. 둘째, 김훈의 소설에서 항상 보이는 삼인칭 전지전능 시점의 경서( 經 書 )적 어투는 군더더기 없으나 왠지 식상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에서 많이 접한 연유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작가만의 색깔이라 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좁히는 것 같은 생각이 내내 듦은 어쩔 수 없었다.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있지만 풍부한 한학실력, 유연한 표현력, 국보급의 문장력을 가진 이문열이 정약전과 황사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썼었더라면 어쨌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이건, 만고 부질없는 내 생각이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2

13 황사영과 황사영 백서 사건 황사영은 1791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진사시에 장원으로 합격했다. 정조는 그를 친히 궁으로 불러 손목을 어루만지며 치하했고 황사영은 어수가 닿은 손목에 붉은 비단을 감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황사영은 당대의 석학들을 만나 학문을 넓히던 중 다산 정약용 일가를 만나고 정약전 형제의 맏형 정약현의 사위가 된다. 처가인 마재 정씨 집안으로 부터 천주교 교리에 대해 전해들은 황사영은 벼슬길을 마다하고 조선 천주교회의 지도자가 됨으로써 고난의 길을 걷 는다. 황사영은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짐과 동시에 서울을 빠져 나와 충청도 제천 산골 배론으로 숨어든다. 교도들에 대한 탄압과 주문모 신부의 처형 소식을 들은 그는 낙심과 의분으로 북경 교회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적는 다. 하지만 백서(비단에 쓰였기에 백서 帛 書 로 불린다)를 품고 북경으로 향하던 황심이 붙잡히고 황사영도 대역 죄인으로 능지처참의 극형에 처해진다. 이때가 그의 나이 27세였다. 이 사건으로 그의 홀어머니는 거제도로, 부인 정 명련은 제주도로, 외아들 경한은 추자도로 각각 유배된다. 백서의 원본은 1백여 년 동안 의금부 창고 속에 방치되어 있다가 1894년에야 비로소 빛을 본다. 뮈텔 주교는 1925년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식 때 이를 교황 비오 11세에게 봉정했고, 현재는 바티칸에 소장돼 있다. 백서는 하얀 비단에 가로 62센티미터, 세로 38센티미터 크기이며, 122줄 13,384자가 극세필로 깨알처럼 작고 단정하게 쓰였다. 그 내용은 대략 3부분으로 되어 있다. 먼저 당시의 천주교 교세와 중국인 주문모 신부의 활동, 신유박해 사실과 이때 죽은 순교 자들의 약전을 기록하고, 다음에는 주문모 신부의 자수와 처형 사실, 끝으로 당시 조선 국내의 실정과 이후 포교하는 데 필요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점에서 황사영 백서 는 민족 감정에서 나오는 공격 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한편 교회의 평등주의라는 원칙과 당시 조선사회에 미친 혁명적인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는 입장이 역사가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3

14 신유박해 천주교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왔던 정조가 죽자 1801년(순조 1) 대왕대비 김씨는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해 역률로 다스리라는 금교령을 내린다. 이때 정약종이 천주교 서적을 옮기다 발각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은 대대 적인 박해의 도화선이 되었다. 중국인 신부로서 조선에 잠입해 전도하던 주문모 신부가 이해 5월 참수되었고 11월 황사영 등이 체포되고 12월에 능 지처참됨으로써 박해는 일단락된다. 신유박해라 불리는 이 최초의 대규모 천주교도 박해 사건은 성리학적 질서와 전 통을 고수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사회를 열망한 민중과 지식인의 충돌이었다. 이 사건으로 위축된 천주교 세력은 지식 인 중심에서 중인과 선교사 중심의 포교로 재편되고 향후 더 큰 대규모 박해를 예고하게 된다. 정난주(명련 : 1772 ~ 1838) 황사영의 처. 조선 순조, 헌종 때 제주 대정에 유배된 정난주는 아명이 정명련( 丁 命 連 ), 세례명은 마리아이고 다산( 茶 山 ) 정약용( 丁 若 鏞 )의 조카다. 어려서 둘째아버지인 정약전( 丁 若 銓 )에게 서학을 배우고, 장성한 뒤 고모부인 베드로 이승훈( 李 承 薰 )에게 세례를 받는다. 외숙인 이벽( 李 蘗 )에 의해 천주교에 대한 신앙심이 더욱 다져졌다. 정난주는 큰아버지 정약종( 丁 若 鍾 )에게 학문을 배우던 황사영( 黃 嗣 永 )과 혼인하게 된다. 황사영은 16세에 문과에 장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4

15 원급제한 인재로 정약종에 의해 천주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1799년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황후의 섭정이 시작되자 천주교에 대한 탄압정책이 시작되었다. 1801년(순조1년) 1월 7 일 사학금지포고령 이 내려지고 정난주와 식구들은 마재로 피신한다. 남편 황사영은 이들과 헤어져 충북 제천의 배 론 골짜기에 은신하는데, 그곳에서 백서를 써서 북경의 주교에게 보낸다. 그러나 발송 직전에 발각되어 모반 등의 죄 로 능지처참 당한다. 이 일로 정난주는 두 살인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귀양가게 된다. 유배를 가던 중 호송선이 하추자도 예초리 서남 쪽 물세울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정난주는 아들 황경헌을 살리기 위해 황새바위 갈대밭에 내려두고 유배의 길로 떠났다. 지금 황경헌의 6대손 황이정씨가 예초리에 생존해 있다고 한다. 정난주는 대정현에 관노로 귀양 가서 김석구의 아들 김상집(8세) 형제를 양자처럼 기르며 1838년 음력 2월 1일 66세 를 일기로 죽으니 모두 '한양 할머니'가 죽었다고 슬퍼하였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9번지의 정난주 묘역은 천주교 제주교구 선교 1백주년 기념사업으로 천주교 성지로 개발되 었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5

16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00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의 장편소설로 부제( 副 題 )는 1830년 연대사( 年 代 史 ) 이며 1830년 간행되었다. 스탕달이 사회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을 가장 절실히 꿈꾸었던 왕정복고기에 쓰인 소설이다. 이 소설 주인공 줄리엥 소렐의 비극적인 생애는 연구자에 따라서는 사회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낭만적 젊은이의 좌절된 인생에 대한 교훈 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또한 좌절당한 젊은이가 그와 같은 인생경로를 걷게 만든 자신의 시대와 사회에 던지는 준열 한 고발로 해석하기도 한다. 스탕달은 이 작품에서 인간 심정의 세밀한 관찰을 넘어 시대화의 구체적인 관계를 통해 전개되는 인간의 삶을 통찰력 있게 묘사하여, 자신의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시골 도시 베리에르의 목재상( 木 材 商 )의 아들로서, 나폴레옹 몰락 후 군대에서의 영달( 榮 達 )의 길이 막힌 시대에, 아 직도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야심적인 청년 줄리앙 소렐이 주인공이다. 뛰어난 지성과 불굴의 의지로 출세가도를 헤쳐 나가면서 타고난 미모와 섬세한 감수성 때문에 연거푸 연애 사건에 말려들며, 끝내는 사회의 중압에 굴복하여 단두대 의 이슬로 짧은 일생을 마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6

1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톱장이 목재상인 아버지와 형에게 학대받으며 자란 줄리앙 소렐은, 라틴어를 잘 하여 부유한 레날 시장( 市 長 ) 집의 가정교사가 된다. 처음에는 부유한 계급에 대한 증오심에서 신앙심이 두텁고 정숙한 레날 부인을 유혹하지만, 그녀의 순정에 끌려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시내에 소문이 퍼지자 그 집을 떠나 브장송의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교장인 피라르 사제( 司 祭 )에게 인정을 받아 그의 추천으로 파리의 대귀족 라몰 후작의 비서가 된다. 상경하는 도중에 베리에르로 가서 레날 부인의 방에 몰래 들어가 환락의 하룻밤을 지낸다. 후작 집에 들어가서는, 자존심이 강한 딸 마틸드의 도전에 응해, 귀족 계급에 대한 증오심에서 그녀를 범한다. 상호의 증오에서 발단한 이 관계도 곧 정열적인 연애로 변하고 딸이 임신하자 부득이 후작은 두 사람의 결혼에 동의한다. 후작의 품행 조회에 대 해서, 레날 부인이 본의 아니게도 진상을 알렸기 때문에, 귀족 딸과의 결혼으로 사회적 신분상의 성공을 거두려던 줄 리앙의 꿈은 좌절된다. 격분한 줄리앙은 황급히 베리에르로 가서, 교회 미사에 참례중인 레날 부인을 권총으로 저격 한다. 부상한 부인은 옥중의 줄리앙을 찾아가고, 두 사람은 애정을 확인한다. 줄리앙은 사형 전의 몇 달 동안을 평안 과 행복 속에 지내고 유유히 단두대에 오른다. 나폴레옹 몰락 후 서민층 자제가 입신하는 길은 무공보다는 승직( 僧 職 )이었다. 톱장이 아들 쥴리앙 소렐 이 읍장 집 가정교사가 되었다가 신학 공부하러 파리로 나와 귀족 집에 드나들게 되었다. 그 집 딸과의 연애가 전의 애인이었 던 읍장 부인의 폭로로 깨어지자 분노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성당에서 그 여자를 저격, 자신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7

18 진다는 이 이야기는 귀족과 성직자와 부자만이 권세를 누리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없는 맨주먹의 청년은 어떻게 하 면 좋은가 하는 테마를 통하여, 이지( 理 智 )와 정열의 양면을 지닌 에고티스트(egotiste: 自 意 識 家 )'의 복잡한 성격을 분석하였다. 왕정복고 시대의 프랑스 사회를 예리하게 비판함으로써, 스탕달은 프랑스 근대 소설의 최초의 걸작을 이 룩하였다. 이 소설의 제목은 그 당시 야심의 목표였던 군복(군인의 영광)을 빨강으로, 사제복( 司 祭 服 )을 검정으로 나 타낸 것이다. 이 작품은 일면 달콤하고, 또 한편으로는 출세 가도를 향해 달리는 세속적인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1830년 연 대사 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7월 혁명 전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평민 청년의 야심을 통해 귀족과 승려, 부르 주아지, 세 계급간의 격전에서 그 당시 사회의 반동성을 철저하게 비판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합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인간의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하였던 것은, 주인공이 대담한 모험을 감행하며 자신의 운 명을 개척해 가는 중에 인간의 순수한 정열이 타산적인 삶을 초월하여 순수한 사랑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장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8

19 줄리앙은 지성을 갖춘 청년으로 귀족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애를 쓰다 실패하는 인물로 나타난 다. 그가 꿈꾸었던 것을 다 성취시켰다고 해도 좋을 시점에서 자의에 의해 좌절당하고, 죽음 직전에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눈떠 행복을 맛본다. 권위적인 종교에서 보다 진실한 사랑으로 구원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때 기품 있는 얼굴과 훤칠한 용모를 이용하여 파괴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성직을 꿈꿔왔던 청년의 소용돌이와 같은 순간에 비 하면 인간의 진실한 영혼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적과 흑'의 장면> 한편, 이 작품의 묘미는 연애소설의 극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8세의 미청년이( 美 靑 年 )이 정숙하고 아름다운 유부 녀를 유혹하고, 그 덫에 걸린 부인이 고통을 감내하며 연인 관계를 지속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설의 전반부에서 한결 흥미 있는 소설의 참맛을 느끼게 하며, 이후 전개되는 주인공 줄리앙의 능란한 연애 기술, 음모와 배신 등은 극 적인 구성으로 긴장미가 넘치는 소설적 묘사로 이어진다. 또한, 야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위장이나 간계도 서슴 지 않는 위인이 자의식( 自 意 識 )이 강하여 굴종이나 능멸을 당하고는 참지 못하는 기상을 갖고 있음에 되레 위선적이 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부단히 신분 상승을 노리는 부류 가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보다 더 높고 부유하고픈 인간의 적나라한 심성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많은 불륜의 관계와 부도덕성의 갈등은 인간 영혼의 구원으로 향한 해결책으로 그려지고 있다. 진실한 사랑을 끝으로 확인하면서 죽음으로 가는 남과 여의 순수 앞에 어떤 부도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9

20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00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1891년 간행되었으며 영국의 세기말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도리언은 작자의 사상적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헨리 워튼경( 卿 )의 유미적( 唯 美 的 ) 쾌락주의에 촉발되어 악과 관능의 세계에 탐닉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추( 醜 ) 와 노쇠( 老 衰 ) 는 모두 그의 초상에 새겨진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 자신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움과 젊음을 잃지 않고 계속 죄를 거듭한다. 그러나 결국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위하여 그 초상을 파기하려고 단검으로 찌르지만, 그것은 또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되고 만다. 쓰러진 그의 시 체에는 노쇠와 추악함이 몰골사납게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악과 관능의 세계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는 모두 자신의 초상화에 전가시키고, 쾌락을 추구하던 한 젊은이가 결국은 파멸하고 마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19세기말에는 세기말적인 퇴폐적 유미주의( 唯 美 主 義 )가 세계를 풍미했다. 이때의 많은 작가들은 신기하고 새로운 감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0

21 각을 찾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거나 불륜의 연애사건에 휘말려들곤 하다가 대부분 요절했다. 와일드의 이 작품은 이러한 시대가 낳은 대표적 산물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말의 장미꽃 향기가 짙은 어느 초여름 밤, 런던에 있는 버질 홀워드의 화실( 畵 室 )이 배경이다. 그는 지금 세상 에서 보기 드문 미모의 젊은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막 완성하려는 참이다. 이를 보고 있는 친구 헨리 버튼 경 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미( 美 ), 진정한 미라고 하는 것은 지적 표현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야. 이 사람은 두뇌가 없는 아름다운 생물이야. 라고 말한다. 이때 그림의 주인공이 들어온다, 그는 헨리 경의 악마적 유미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자신은 그대로 젊음 을 유지하는 대신 초상화 속의 인물만 추하게 늙어버렸으면 하고 바란다. 한편, 도리언은 변두리 가설극장에서 본 여배우 시빌 베인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그녀가 무대 위의 줄리엣에서 현실 속의 시빌 베인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왕자 인 자신을 열애하게 되자 그녀를 멀리한다. 이때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 화에서 전에 없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챈다. 자신의 추해진 모습을 보면서 과오를 뉘우치고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지 만, 그녀는 이미 자살한 뒤였다. 그 후 그는 환락의 생활 속에서 점점 타락해 간다. 여자들을 마구 유혹하면서 사창굴에 출입하고, 끝에 가서는 친구 인 화학자와 시빌의 남동생 홀 워드까지 살해한다. 38세 된 어느 날 밤, 그는 자신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 즉 칼로 초상화를 찢은 후 쭈글쭈글한 주름투성이 의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죽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1

22 <영화 '도리언 그레이'의 한 장면> 오스카 와일드는 영국 문학사에 가장 특이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 다"라고 했듯이, 이 장편소설에서 그의 인생관과 예술지상주의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당시 영국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 작품의 특성으로 보아 당연한 면이 있다. 도덕성에 관한 한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도덕관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도리언과 헨리 경과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 아닌가 한다. 이는 오스카 와일드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예술 을 위한 예술 의 예술지상주의적 입장을 천명한 바, 예술작품은 오직 예술을 위하여서만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곧 유미주의의 문학 사건을 낳게 한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인 도리언은 순수한 청년으로 영원히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간직하고 싶어한다. 이런 도리언과 그를 모델로 하는 초상화와 버질이라는 존재는 작품 전개와 결말에 큰 암시를 처음부터 주고 있다. 여기에 헨리 경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환되고, 시빌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창출한다. 즉, 미와 욕망의 관념 전개에서 보상과 대타협을 향한 심리적 움직임이 다소 미스테리하게 나타난다. 마지막 대타협은 주인공 도리언의 죽음으로 결말나는 데, 이 소설 전체의 줄거리를 해결하는 상징으로 극히 함축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도리언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의 초 상과 늙고 추한 모습, 그리고 욕망을 보상하는 죽음의 모습이 그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도덕관과 미에 대한 관념을 표현했으나, 당시 영국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 기 어려운 입장에 있어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철저하게 자신의 이념을 자기의 인생관과 체험을 통하여 숨김 없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하여 유미주의로 가는 길목을 텄다는 점에서 영국 문학사에 커다란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2

23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00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영국의 작가 D.H.로렌스가 쓴 초기의 대표적 장편소설로 1913년 간행되었다. 다분히 자서전적인 소설이며, 작가의 가 정에 실재하고 있는 인물이 남김없이 작중에 투입되어 있다. 표제는 Mrs. Morel s Sons and Lovers 의 뜻이 며, 광부인 모렐 부부의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자는 자신의 청춘의 체험을 통하여, 폴을 중심으로 한 어머니와 미리엄 사이의 사랑의 갈등을 그리면서 현대 청년 군상의 비극적 정신생활을 묘사, 사실적인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 작가 자신의 은밀한 부분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로렌스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틀인 무지한 아버지와 교양 있는 어머니, 그 사이에서 어두운 청춘기를 보내는 아들,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 등은 모두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3

2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광부인 모렐 부부의 가정이 배경이다. 아버지 월터 모렐은 무식하고 거칠며 가정에 등한한 탄광부이고, 어머니 거트루드는 온화하고 교양 있는 여자이다. 장남 윌리엄이 런던에서 일하다 약혼자와 함께 귀향한 후 폐렴과 매독으로 죽어버렸기 때문에 둘째 아들 폴의 장래에 대해 대단한 기대를 걸고 있다. 계급, 교육 정 도의 불균형으로 불행한 부부생활에서 기댈 곳은 오직 자식뿐이기 때문이다. 2부는 폴과 어머니, 폴의 애인 밀리엄, 유부녀 클라라 도즈와의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어머니에 대해 압박감과 애정 을 동시에 느끼는 폴은 애인들에게서 어머니의 사랑과 똑같은 애정을 느끼고 싶어 한다. 밀리엄과의 관계에서 폴은 정신만을 중시하는 밀리엄의 사랑의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방해를 했기 때문 에 실패로 끝나고 만다. 폴은 다음으로 여권운동( 女 權 運 動 )에 참가하고 있는 연상의 여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그 러나 밀리엄에 대한 폴의 미련과 남편에 대한 클라라의 집착 때문에 둘의 사랑 역시 좌절되고 만다. 폴이 25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폴은 완전히 고독 속에서 방황한다. 그러나 차츰 어머니의 굴레를 벗어나 자립 의 길을 모색해 나간다.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4

25 작가의 청년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성장 소설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지나친 기대와 애정을 쏟는 어머니 아래서 정신적 자유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한 청년의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폴 모렐은 작가 로렌스의 분신이며, 폴의 연인 밀리엄과 클라라는 각각 로렌스가 연모했던 제시 쳄버스, 스 승의 아내였으나 후에 로렌스와 결혼한 프리다 부인을 모델로 하고 있다. 폴은 자신에 대해 지나친 기대와 대리 만족적 욕구를 지닌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영혼과 육 체의 안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밀리엄, 클라라와 사랑에 빠져 보지만, 두 여인의 사랑의 방식에 대한 불만족과 어 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실패하고 만다. 아들 폴과 어머니의 관계는 평범한 모자( 母 子 ) 관계를 넘어서 연인 사이 같은 느낌까지 주며, 어머니와 아들의 연인 사이에 묘한 질투와 반목의 감정이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로렌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 다.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5

26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00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의 장편소설로 년 발표되었다. 두 딸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한 고리오 영감이 딸들 의 배은망덕의 소행에 비분( 悲 憤 )과 오뇌를 거듭하면서도 그래도 동물적인 애정을 기울인 끝에 비참하게 병사한다는 이야기이다. 부( 副 ) 테마로서 왕정복고 시대, 파리에 있어서의 시골 출신의 청년 귀족 라스치냐크의 야심에 대한 지각 과 탈옥수 보트랑의 기성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도전을 묘사하고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두 딸의 행복을 빌면서 일체를 희생한 고리오영감은 딸들의 결혼 후의 배은망덕에 비분과 고뇌 를 참지 못한다. 결국 병상에도 찾아오지 않는 두 딸을 저주도 하고 축복도 하면서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이야기의 부 ( 副 )주제로서, 시골 귀족출신의 가난한 청년 라스치냐크의 출세 야욕과, 탈옥수 모트랑의 기성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도전이 묘사되어 있다. 고리오영감의 동물적인 혹애( 惑 愛 )를 작자는 부성애( 父 性 愛 )의 그리스도라고 하며, 이 때문에 <리어왕>과 비교된다. <인간희극>의 한 걸작으로 귀족사회의 퇴폐와 서민계급의 생기( 生 氣 )가 선명하게 대비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6

27 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19년 파리의 초라한 하숙집 보케 여인숙에는 예전에 큰 부자였던 고리오 영감과 자칭 상인이라는 보트랑, 그리고 시골 출신의 귀족 법학도인 라스티냐크가 살고 있었다. 이곳에는 이들 이외에도 여러 명의 특이한 사람들이 함께 기 거하고 있었다. 고리오는 젊었을 때 제분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세도도 당당하고 권력도 가지고 있었으나, 귀족에게 시집보낸 자 신의 두 딸 아나스타리와 텔피느의 사치와 방종, 그리고 시집보내는 데 거액의 지참금을 딸려 보내 지금은 거의 무일 푼 상태였다. 그런 고리오 영감을 두 딸들은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끄러워하였으며, 이제는 싸구려 하숙집에 살 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문과 사교계의 진출을 꿈꾸면서 성공을 노리는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부인을 통해 고리오의 막내딸인 투싱겐 남작 부인에게 접근하여 연인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보트랑은 라스티냐크에게 음모와 술수 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순수함을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부추기면서 자신들과 함께 한탕 하자며 그의 마음을 흔 들어 놓는다. 그것은 은행가의 딸과 결혼한 뒤, 상속자인 아들을 죽이면 재산이 모두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계략이었 다. 보트랑의 말대로 라스티냐크는 은행가의 딸에게 접근하고, 일을 진행시켜 가던 중 탈옥자였던 보트랑이 체포되면 서 라스티냐크는 다행히 위험한 책략에서 벗어난다. 한편, 고리오 영감은 거듭되는 딸들의 낭비로 인해 마침내 무일푼으로 파산하게 되고 더 이상 두 딸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데 괴로워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한 고리오 앞에서 두 딸들은 돈 때문에 싸우게 되고 이 모습을 보다 못한 고리오 영감은 충격으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그가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두 딸들은 병문안조차 오지 않 았으며, 끝내 회생치 못하고 딸들을 원망하면서도 아아, 나의 천사들 이란 말을 남기면서 죽고 만다. 딸들은 그이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았으며, 라스티냐크가 루싱겐 부인에게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혼자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러 준다. 고리오의 장례식을 마친 라스티냐크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자, 이제 파리와의 한판 승부다 라고 외치면서 사회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 고리오 영감의 막내딸이자 자신의 연인인 루싱겐 부인의 저택으로 만찬을 들기 위해 떠 난다.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7

28 이 작품은 19세기 근대 시민사회에서 금전 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인간들의 허욕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고 리오 영감의 딸들에 대한 부성애와 가난한 학생 라스티냐크의 출세하려는 의지를 주요 테마로 해서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 사회를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묘사했다. 이 작품은 1834년 12월부터 1835년 2월까지 [르네 드 파리]지에 발표되었고, 곧이어 1835년 3월 [붸르데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일찍이 아내를 여의고 두 딸들에게 집착하여 결국 버림까지 받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면서, 왕정복고 시대에 출세 욕으로 야심에 찬 시골 귀족 출신 청년, 그리고 탈옥수로 사회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보트랑 등 소위 밑바닥 인생의 전형적인 인간과 부패한 상류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파리의 한 시대라는 제한적 배경을 두 가지 면에서 재현 시키고 있다. 쾌락과 부와 환락이 있는 파리와 악과 비리가 판치는 파리가 그것이다. 그럼으로써 근대 시민 사회를 지탱한 금전과 출세욕 등을 여러 등장인물의 개성에 맞추어 사실감 있게 그려가고 있다. 특히 헌신적인 아버지의 상 ( 像 ), 즉, 부성애의 화신으로서 비극적인 아버지의 전형으로 표현된 고리오 영감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리어 왕>과 비 교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각각의 소설에 인물을 등장시켜 전체 소설로 연결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인물 재등 장 수법을 처음 사용하였으며, 치밀한 관찰을 통해 인물을 묘사함으로써 근대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고 있다.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8

29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00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프랑스의 작가 J.P.사르트르의 장편소설로 1938년에 발표되었으며, 30세의 연금생활자( 年 金 生 活 者 ) 로강탱의 일기체 수기( 手 記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담은 첫 장편소설이며, 앙티로망의 선구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이 작품 <구토>는 엄밀히 말해서 소설은 아니다. 그것은 철학적 관심들로 가득 찬 에세이와 같은 느낌이 들고, 뚜렷 한 사건도 없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구토>는 최초의 앙티로망(반 소설)이 되었다.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29

3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0세의 주인공 로강탱은 예전에는 애인 아니 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도 없고 완전히 혼자이다. 다만, 가끔씩 호텔 마담과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그에게 일종의 동경을 품고 접근하는 독학자 와의 대화를 하는 정도 이외에는 전혀 인간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 그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가능한 한 방해물을 제거한 인간이며,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져주는 구토증을 체험한 인 물이다. 주인공 로강탱은 드 로르봉 후작( 侯 爵 )이라는 역사상의 인물에 관해 조사하기 위해 부빌이라는 곳에 머무는 중 카페 의 마담과 육체적 관계를 가지기도 하지만, 매우 고독하고 변화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인공 로강 탱이 일기를 쓰게 된 것은 얼마 전부터 외계( 外 界 )의 사물이나 인간들이 가져다주는 구토증의 의미를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토증이란 결국 존재 그 자체가 우연이고 부조리이며, 존재계( 存 在 界 )가 모두 의미와 필연성을 상실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이다. 그는 그것을 옛 애인 아니와의 6년만의 재회를 앞두고, 공원의 마로니에를 응시하다가 직감적으로 확신하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 아니도 옛날의 신비적 매력을 잃고 타성에 젖은 허무감 속에서 살고 있다. 절망한 로강탱은 역사 연구 도 포기하고 그 곳을 떠나면서 재즈음악이 주는 감동 속에 장차 소설을 쓰는 것이 구원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희망 을 가져보는 데서 소설은 끝난다. 2010년에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 가 사르트르 서거 30주년을 맞아 대학로에서 무용 무대에 올랐다. 세컨드네이처컴퍼니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30

31 는 숨이 막히도록 토해내는 무용수들의 몸짓에서 실존적인 고민과 생의 의지를 느끼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부빌이라는 가공의 도시를 중심으로 역사학자인 앙트완 로강탱의 일기 형식을 빌려 쓴 작품이다. 로강탱 은 30세로 부빌의 부르주아들은 사정없이 비웃고 있지만, 그는 기존 질서와 습관을 벗기 위한 자유에 대해 항상 괴로 워한다. 그는 바닷가에 널려있는 조약돌이나 문의 손잡이 따위 등에도 구역질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로강탱 은 이 구토감의 본질을 추적해 가고, 외계의 사물이나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느끼는 구토감을 일기에 상세히 기술 한다. 즉, 그가 느낀 구토감의 원인은 사물의 존재에 있었다. 로강탱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 그 아래 마로니에 뿌리가 땅 속에 파묻혀 있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강탱 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그것을 뿌리 라고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강탱에게 그것은 이미 어떤 존재의 도구로 다가왔다. 마로니에 뿌리는 인간이 부여한 언어의 기초가 아닌 존재의 본성으로 나타난 그 무엇이었 다. 그것은 로강탱과 아무런 연관도 없이 다만 동떨어져서 존재할 뿐이었다. 이는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물과 자 기와는 모든 관습과 때 묻은 의미를 제거해 버린 것을 뜻한다. 로강탱은 이러한 의미 없는 사물의 현존 앞에서 놀라 고 당황한다. 그리하여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로강탱에게 구토 를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마로니에 뿌리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구토감의 허무주의에서 이유를 부여하게 되고, 실체에 목적 을 두기 위한 사고가 일어난다. 그는 깊은 절망감에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소설을 쓰기로 하고 희망을 갖는다. 이 희망으로의 회귀는 작자 자신의 주요한 명제인 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 에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존재하고 있는 사물에 본질이 부여됨으로써 그것은 하나의 사르트르의 철학을 가장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실존철학의 맹주로서의 사르트르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 바로 이 작 품 <구토>가 아닌가 한다.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31

32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00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제하의 중편소설로 1985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85년 제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87년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제하는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전통적인 사실주의 기법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그는 현실적 국면에서 현실을 예술적으로 변용시키기보다 큰 현실을 역동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 이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화가이다. 1956년 동화 <수정 구슬>이 [새벗]에 당선되었고, 1959년 [현대문학]에 시 < 노을>이 추천 완료되었으며, 단편 <황색의 개>가 [신태양]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회화적인 문체와 시적인 상징 수법 을 통해 초현실적 은유를 활용하는 '환상적 리얼리즘' 작가로 불리며, 1987년 <광화사>로 한국일보문학상과 1999년 제 9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2

33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년 전에 죽은 아내의 뼈를 뿌리러 속초행 버스를 탄 그는 물치 삼거리에 잠깐 선 버스에서 자신도 모르는 힘에 떠 밀려 급히 내린다. 그곳 간이식당에서 중풍 노인을 데리고 방황하는 '미세스 최'라는 간호사와 해후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여 인의 이상한 흡인력에 빨려들지 않으려고 내면으로 저항한다. 여로( 旅 路 )에서 불가사의하고 필연적인 일들이 벌어진 다. 간호사를 외면하고 식당에서 만난 사내들과 함께 '백설여관'에 든 그는 고스톱을 치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새 벽녘에 일어나 간밤에 잠시 함께 했던 '미스 최'라는 여자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떠밀리다시피 그곳을 떠나 다시 물치로 가서 노인과 간호사를 찾았으나 이미 떠난 후였다. 그는 경포로 가서 아내의 뼈를 날려 보내고는 술에 취해 여인숙에서 잠이 들었다가 밤이 되어서야 깨어난다. 다음날 아침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러 길을 나선 그는 한 여자가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여자는 간밤 에 잠깐 그와 함께 한 여자인 것 같고, 그 모습에 겹쳐 몇 년 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된 숨진 아내의 죽음이 환영 같은 실상( 實 像 )으로 그를 엄습한다. 폭설로 귀경이 늦어진 그는 간호사를 다시 만나고 운명 같은 힘을 느껴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아내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길에서는 결합하지 않는다. 그녀와 날을 정해 살림을 차릴 것을 약속하고 뱃머리에 서 헤어질 무렵, 뱃전에서 오구굿을 하던 무당이 간호사에게 부채를 내밀고, 신이 내린 그녀는 어쩌지 못하고 부채를 흔들며 춤추는 걸음이 된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3

34 이 작품은 개인적인 삶의 한( 恨 )이 집단적으로 함몰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한 것으로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 다. 이제하의 소설은 구체적인 줄거리나 명백한 주제를 배제하고 회화적인 문체와 시적인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사건이 불투명하고 비현실적이며 인간이 추상적으로 묘사된다. 이를 작가는 '환상적 리얼리즘'이라 부른다. 이 작품의 줄거리 속에는 현실과 유리된, 현실과 철저히 대립되어 있는 현실과 양립 불가능한 가치 세계가 아니라, 현실적 가치에 대한 예술적 변용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세계는 인간의 기본적 가치 위에서 선행되는 것으로, 삶 에 대한 본질적 의문과 극히 회화적인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실 자체에 연연하는 인간의 구조적 삶의 모 습이 변용되어 나타나는 세계를 기교적 터치로 완성시키고 있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4

35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00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프랑스의 작가 J.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로 1949년 발표되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작자 자신의 특이한 생활 체험기 이며 자기 신조의 고백서( 告 白 書 )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수록된 에피소드들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자전적인 작품으로 즈네는 현실과 문학이라는 양 갈래 길에서 전설적인 히로인을 만들어 냈다는 평판을 듣게 되었다. 작가가 바르셀로나의 빈민가에 살면서 거지행각ㆍ소매치기ㆍ매춘 등을 한다는 내용이다.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5

36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32년 에스파냐를 유랑하여 온 작자는 한 마리의 이( 蝨 )와 같이, 도둑과 매춘부와 거지가 들끓는 바르셀로나의 빈민 가에 자리를 잡는다. 거기서 거지 노릇을 하면서 얼마 후 남창이 되고, 날치기가 되었다가 도둑 패로 들어간다. 벨기 에ㆍ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를 표박( 漂 泊 )한 후 프랑스로 돌아온다. <도둑 일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감옥에 갇혀 있든 혹은 길에서 구걸하든, 모두 호화롭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하지 만 주네는 이 세계를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 라는,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세 가지 덕목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 려 낼 뿐 아니라, 그 덕목들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한다.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6

37 도둑 일기 에서 성스럽게 재창조된 악의 논리는 사회의 가치관에 대항한 또 다른 신성성을 만들어 내면서, 당시 프랑스 문단은 물론 로마교황청에서까지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가장 비천한 것들을 가장 신성한 자리 에 올려놓음으로써, 진정한 자유인이자 진정한 혁명가, 장폴 사르트르가 칭했듯 악의 성자 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포함시키기에는 어딘가 모호한 작품으로, 즈네의 재능이 순수하게 결실을 맺은 방랑기 이다. 일기라고는 하지만 날짜도 없고 연대도 없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분방한 수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추남( 醜 男 ) 살바도르, 오른손이 없는 미남자 스티리타노, 동작이 우아한 청년 미카에리스, 완강하고 난폭한 까까머리 아르망, 남성미가 넘치는 배덕( 背 德 )의 경찰관 베르널리니 등과의 성적 교섭을 생생하게 그렸는데, 이들 불량배들도 작자의 장려한 언어와 문장력에 의하여 고귀한 빛에 싸인 성도( 聖 徒 )로 그려졌다. 오욕( 汚 辱 )을 그대로 아름다움으로 전환하고 성화( 聖 化 )하여 자기를 구제하는 과정이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하여 증언 된다. 즈네의 재능이 순수하게 결실된 드물게 보는 방랑기이다. 주인공은 즈네 자신이다. 그것은 단순히 젊은 도둑이 아니라 오욕과 비참함을 아름다운 문장력으로 성스럽게 바꾸어 놓은 인물인 것이다. 어 려서부터 도둑 이라는 낙인이 찍힌 즈네는 사람들이 비난하는 대로 돼 버리자 라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서 악의 길로 들어선다. 그 길의 마지막 행로에서 떠오르는 것이 성스러움 이라는 종교적ㆍ윤리적인 관념이었다. 그 는 죄인의 죄를 스스로 떠맡는 것이 성자( 聖 者 )의 몫이라면, 세상의 여러 악을 행하는 것은 성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까라는 생각을 했다.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7

38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 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김승옥이 1964년 10월 [사상계]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자기 존재 이유의 확인을 통하여 지적 패배주의나 윤리적인 자 기 도피를 극복해 보려 하는 작가 의식을 담고 있다. 안개로 상징되는 어린 시절의 고향 무진 에 다녀오는 한 인간의 체험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의식을 해부하고 있는 작품이며, 불안하고 답답한 분위기와 무책임하고 비굴한 인물의 행동이 아무런 주저 없이 표현 되었다는 점에서 1960년대 독자에게 충격을 가했으며, 더욱이 외적 사물에 예민하게 변화 있게 반응하는 작가의 감성 과 이국적인 문체는 그를 1960년대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38

39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내의 권유로 '나'는 고향 무진( 霧 津 )으로 떠난다. 젊고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을 했고, 얼마 후 제약회사 전무가 될 서른세 살의 '나'는 어머니의 묘가 있고 더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무진으로 간다. 짙은 안개, 그것은 무진의 명물이 었다. 과거에도 무언가 새 출발이 필요할 때면 무진에 오곤 했었다. 그러나 늘 어두운 골방 속에서의 화투와 불면과 수음( 手 淫 ), 그리고 초조함이 있었을 뿐이다. 무진에 온 날 밤, 중학 교사로 있는 후배 '박'을 만난다. 그와 함께 지금은 그곳 세무서장이 된 중학 동창 '조'를 만난 다. 그는 '손금이 나쁜 사내가 스스로 손금을 파서 성공했다.'는 투의 얘기에 늘 감격해 하던 친구다. 거기서 '하인 숙'이라는 음악 선생을 소개받는다. 대학 졸업 음악회 때 '나비 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불렀다는 그녀는 술 자리에서 청승맞게 유행가를 부르고 둘만이 함께 있을 때, 무진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나'에게 간청한다. '나'는 그녀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다.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튿날,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는 길에 방죽 밑에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본다. 바다로 뻗은 방죽, 거기 '나'가 과거에 폐병으로 요양했던 집에서 하인숙과 정사( 情 事 )를 갖는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아내로부터 온 급전( 急 電 )이 과거의 의식에 빠져 있던 '나'를 일깨운다.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지만 곧 찢어 버린다. 이제는 영원히 기억의 저편으로 무진을 묻어 두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 곳을 떠난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39

40 인간은 누구나 일상을 벗어나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한 충동은 이유 없이 발동하는 선험적( 先 驗 的 ) 인 것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허무와 회의를 느낀다든가,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특히 강렬하게 나타난다. 여 기에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어떤 구원의 빛을 던져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의욕의 회복, 건강함의 재충전 등을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이 일상으로부터의 분리 는,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욕구를 하루에도 몇 번 씩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욕구는 완전히 일상으로부터 분리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복귀 를 전제로 하는 잠시 동안의 일탈( 逸 脫 )이고, 또 그럴 때 그 분리는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어떤 경험을 통해 힘을 얻고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의욕으로 삶을 영위해 나간다는 것이 이 분리(떠남)의 참다운 의미라 할 수 있다. <무진 기행>은 이러한 보편적인 인간 심성을 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윤희중이 서울을 떠나 무진으로 갔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40

41 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거리이다. 떠나 보았자 아무런 구원도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돌 아오는 것이 아니라, 떠나 있는 동안 서울의 생활이 지니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이 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의 구조와 동일한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윤희중의 떠남은 도피가 아니라 발 견을 위한 탐색 여행인 것이고, 그 탐색 여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다음 다시 자기의 세계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떠남이다. 윤희중이 그의 고향인 무진으로 가서 몇 사람을 만나고, 또 몇 가지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무진을 다시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한다. 특히 하인숙을 통해 그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주인공 자신의 인간적 욕구의 실 현이 가능한 장소는 서울이라는 깨달음이다. 이 작품은, 인간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작 품은 1960년대적인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 의식을 그 제재로 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41

42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00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처녀작으로 1962년 발표되었는데, 발표와 동시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것은 종래 에 금기였던 스탈린 시대의 강제수용소 내부를 철저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작품 자체가 19세기 러시아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본격적인 문학이었기 때문이다. 솔제니친은 한 출판사에 이 작품의 간행을 의뢰했으나 오래도록 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스탈린 체제하의 특징 중 하나인 강제수용소 라게리 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함으로써 추궁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2년 이 책이 출판되자 일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내용은 스탈린 시대의 수용소의 하루를 억제된 필치로 담담하게 묘사한 것으로서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2

43 서민 출신의 생활력이 왕성한 인물로 등장한다.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명으로 라게리에 수용된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수용소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것에 이르기 까지의 하루를 상세히 기록했다. 여기에는 스탈린 시대의 암울함을 상징하는 라게리의 실태가 폭로되어 있는데, 실제 로 솔제니친은 이곳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무서운 현실을 꾸밈새 없는 유머까지 섞어가며 서술한 점에 오히려 문학이 지닌 무한한 매력과 진실이 있다. 러시아 문학의 걸작의 하나로서 높이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51년초 라게리 생활 8년째를 맞이한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새벽 5시 기상 신호를 듣고 점에서 깨어났다. 지금 까지 그는 기상을 알리는 레일 두드리는 망치소리를 듣지 못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기상에서 점호까지는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다. 그는 어제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업에는 빠질 수가 없었다. 만원인 식당에서 생선뼈와 썩은 양배추 잎사귀가 둥둥 떠있는 아침 식사 550g의 빵을 둘로 나누어 그 한 쪽을 이불 밑에 숨겨둔다. 이런 급식도 언제나 확보된 것이 아니어서 못 먹을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알루미늄 조각 을 주워 만든 스푼은 최고의 재산이기에 펠트화 속에 감추고 다녀야 한다. 또한 기력을 잃으면 관 속에 들어가기 십 상이어서 가급적 몸을 아껴야 한다. 평범한 농촌 출신의 슈호프가 수용소 인생으로 굴러떨어진 사연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2차대전의 독소전선 에 투입되었던 사병들의 일반적인 숙명처럼 그도 포로가 되었고,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였으나 그의 단순성 때문 에 그는 수사 당국에 의해 반역 스파이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조작된 누명은 당국이 공포 정치 체제를 굳 히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조국 반역죄를 범한 수인( 囚 人 )들이 수용된 이 특수 라게리 의 제104반 반원들의 경우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모두 시대와 체제의 희생자들이었다. 반장 추린은 라게리 생활 19년이나 되었다. 그는 부농 가계를 속인 탓에 느닷없이 복무 중인 군영에서 쫓겨나 여기 에 와 있었다. 아침에 작업장으로 나갈 때처럼 괴로운 때는 없다. 어둡고 춥고 뱃속은 벌써 비었다. 이제 세상이 온통 동토( 凍 土 )인 곳에서 강제노동의 일과가 기다릴 뿐이다. 극지( 極 地 )의 혹한 속에서 점호를 치루고 신체검사를 받는다. 슈호프가 소속된 104반은 경찰견과 자동소총을 갖춘 간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3

44 수의 감시 아래 작업장을 향해 천천히 행진한다. 상부에서는 그들 104반원들을 새로운 건설 자구의 사회주의적 촌 락 으로 배치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반장인 추린의 노력으로 비교적 나은 일을 맡았다. 모자와 가슴과 무릎, 등 뒤에 번호를 단 수인들을 황야에 있는 발전소 건설장으로 향하는데 대열을 흐트러뜨리면 간수는 발포하게 되어 있었 다. 오늘 작업은 시멘트를 이기고 벽돌을 쌓는 일 등 2달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던 발전소의 벽과 지붕을 손질하는 일이 다. 반장은 수인들을 제설반, 기재나 물, 모래나 시멘트를 운반하는 반, 벽돌쌓기 반, 몰타르 만들기 반 등으로 나누 었다. 슈호프는 키르가스와 함께 2층 벽에 블록을 쌓아올리도록 명령을 받았다. 키르가스는 농담을 좋아하지만, 빈틈 없는 사람이었기에 슈호프는 그를 좋아했다. 슈호프는 점심 때 취사반원의 눈을 속여 국그릇을 하나 더 받아냈다. 저녁도 잽싸게 노력봉사를 해 준 대가로 식사 한몫을 따로 챙겼다. 또한 그는 운이 좋게도 작업장에서 강철톱 토막을 주워 숨겨가지고 돌아왔으니, 오늘은 행운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슈호프는 아침에 좋지 않았던 몸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중영창에도 가지 않았으 며, 일도 쉬운 것을 배당받았다. 이런 행복에 더하여 작업장에서의 블록담 쌓기는 아주 열성적이며 능률적으로 진행 되어갔다. 드디어 작업 끝 신호가 울렸다. 해는 지평선으로 아주 떨어지고 작업반원들은 다시 수용소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잠시 후 경비병들이 인원 점검을 하자 1명이 비었다. 곧 수색 작업을 하자 그는 미쟁이 발판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 다. 사방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30분 이상이나 떨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화가 난 이유였 다. 이윽고 수용소로 돌아온 수인들은 식사를 하고 곧 잠자리에 들었다. 슈호프는 지극히 만족한 기분으로 밤을 청했다. 오늘 하루 그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많았다. 슈호프는 하루를 꽤 만족감으로 채웠던 것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군대에 나갔다가 포로가 된 뒤 탈출해 온 슈호프가 간첩 혐의로 수용소에에 수용되어 강제 노동을 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슈호프는 다른 수인들과 아무런 차이점도 없는 평범한 러시아의 한 농민이었다. 그는 소박한 인물이면서 선천적으로 치밀함과 실리적인 정신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비록 강제노동일지라도 자기에 게 맡겨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날그날의 목숨이 이어지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산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일과 노동 현장에서의 배후를 실감있게 표현함으로써 사회주 의의 모순과 비인간성을 폭로하고,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여 오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 고발하려 했다. 수용소에 있는 많은 죄수들은 그 안에서는 꿋꿋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배고픔을 참고 성실 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밥그릇을 핥지 말라는 것, 들개로 전 락될 수 없다는 데서 강력한 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은 작가 자신이 스스로 체험했던 라게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는 라게리를 배경으로 하여 스탈린 시대의 부정적인 면을 폭로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극적 구성에 있어서 일상적인 날 가운데의 끊임없는 긴 장, 동일한 운명에 얽매인 수인들끼리의 갈등과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살아남기 위한 삶에의 지혜와 애 착은, 사실 이상의 허구요, 묘사 이상의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작가 솔제니친은 스탈린 치하에 행해졌던 비리와 악덕을 공개하여 어떤 식으로든 그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해 조국의 밝은 미래를 희구했던 것이다. 그는 반체제 인사로서 이런 노력 때문에 국내에서의 저작활동을 중지당하고, 드디어는 추방을 통해 조국을 상실하는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4

45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개화한 소련 문학의 정점을 이루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5

46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00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영국의 여류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로 1847년 발표되었다. 브론테 자매가 살던 요크셔 지방을 연상시키는 황량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악마적이라고 할 격렬한 인간의 애증을 강력한 필치로 묘사한 이 소설은 작자가 가명으로 발표한 당시에는 완전히 묵살되고 비난까지 받았으나, 1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 인간의 정열을 극한까지 추구한 고 도의 예술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된다. 이 작품은 1939년 W.와일러 감독으로 영화화되어 문예영화의 고전( 古 典 )이라 일 컬어졌다. 한국에서는 1952년에 소개되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6

4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바람을 맞고 서 있는 폭풍의 언덕이라 불리는 요크셔 농장은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농 장의 주인인 안쇼는 리버풀에서 한 명의 고아를 데려와 그 아이에게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아이인 힌들리, 캐더린과 함께 산다. 히스클리프는 안쇼의 친아들인 힌들리와는 사이가 좋지 않으나 캐더린과는 사이가 좋아 처음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한편, 힌들리는 아버지인 안쇼가 히스클리프에 대해 정을 쏟는 것에 못마땅해 하여 항상 히스클리프를 적대시하는 데, 안쇼 역시 힌들리의 이러한 태도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이것을 안 하인 조세프는 안쇼에게 힌들리를 대학에 보 내라고 권유하게 되고, 안쇼는 이를 받아들여 힌들리는 대학에 가게 된다. 얼마 후 안쇼는 병으로 죽고, 장례식에 참 석한 힌들리는 결혼하여 아내를 데리고 온다. 드러시크로스에 다기 돌아온 힌들리는 예전보다 더 심하게 히스클리프를 학대하여 부엌 골방으로 내쫓고 만다. 이런 학대를 받으며 지내는 히스클리프와 캐더린은 더욱더 질긴 끈으로 엮어져만 간다. 한편, 힌들리의 아내는 아이를 낳 고 목숨을 잃는다. 평소 포악한 성격이던 힌들리의 성격은 더욱 거칠어지고, 우연한 기회로 유복한 지주의 아들인 애 드거를 알게 된 캐더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에드거의 구혼을 받아들여 힌들 리가 지배하는 생활로부터 탈 출하고자 한다. 힌들리 밑에서 종처럼 일하는 히스클리프가 불결해 보이고, 에드거의 핸섬하고 교양 있는 태도에 호 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캐더린이 넬리 하녀에게 에드거와의 혼인을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알리고, 히스클리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던 중 히스클리프는 이 말을 엿듣고 곧장 수소문하여 그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결혼식을 올려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 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이로부터 폭풍의 언덕은 3년쯤의 세월이 흐르고 홀연히 히스클리프는 훌륭한 신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그렌지 저 택을 찾아온다. 그 동안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행동이 억세고 당당해진 모습이었다. 캐더린의 마음은 여전히 히스클리프에게 있었고, 히스클리프 또한 캐더린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였지만, 그의 내면에는 힌들리와 주변 사람들 에 대한 증오와 강렬한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다. 에드거는 캐더린의 마음을 알고 히스클리프와 다투게 되는데, 캐더 린은 이에 크게 실망한다. 술과 도박으로 자가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힌들리의 집에 머물고 있는 히스클리프는 힌 들리를 점점 자포자기하도록 만들며, 애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의 환심을 사 결혼한다. 이 결혼 역시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에서 나온 계산된 행위이기에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의 냉대와 학대를 감내해야 했다. 에드거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히스클리프는 하녀 넬리에게 캐더린을 만나게 해 줄 것을 요청한다. 꿈에도 잊지 못 하던 히스클리프를 만나고부터 시름시름 앓던 캐더린은 그날 밤 히스클리프를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에드거 의 딸인 캐더린(캐디)을 낳다가 죽고 만다. 캐더린의 죽음에 대해 에드거의 슬픔은 컸으나, 히스클리프의 슬픔은 더욱 더 컸다. 캐더린의 장례식 날 이사벨라는 폭풍의 언덕에서 도망쳐 잠시 넬리를 만나 그 동안의 히스클리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고 히스클리프 곁을 떠나 런던 근교에서 생활한다. 캐더린이 운명한 지 13년쯤 뒤 이사벨라는 죽고, 그녀의 아들인 린튼은 열두 살이 되었다. 그 동안 힌들리는 히스클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7

48 리프와의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죽었고, 에드거 역시 병으로 죽었다. 히스클리프는 린튼 가의 재산을 손에 넣기 위해 캐더린의 딸과 린튼을 강제 결혼시키는데, 린튼은 곧 병사했다. 이제 복수의 집념이 다한 히스클리프는 캐더린의 환 영 속에서 살다가 그녀와 함께 영원한 사랑의 나라로 가 버렸다. 이로써 워더링 하이츠 가( 家 )의 이야기는 끝나고 다음 세대인 레어튼, 캐디, 린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한 히스클 리프의 끝나지 않은 복수심은 다음 세대에 이어져 캐디와 린튼의 결혼 약속과 이들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집요한 학 대와 복수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데, 이것은 캐더린에 대한 지나친 격정의 소산이었다. <폭풍의 언덕>은 극단적인 사랑과 증오의 교차점이 전반적으로 낭만성이 풍기는 가운데 이어져 간다. 힌들리와 히스 클리프, 에드거와 히스클리프, 캐더린과 히스클리프, 이들의 관계는 작품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 갈등 은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호흡하고 있다. <폭풍의 언덕>이 발표될 당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를 너무 무리하게 다루었고, 노골적 인 문체와 거친 문장으로 야만스러운 것, 반기독교적인 작품이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6년 발표된 L.P 생리의 <폭풍의 언덕의 구조>에 의해 놀라운 구성력과 주의 깊은 집필이 증명되었고,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성이 인정 되었다. 이 작품은 개관적인 입장과 이중적인 구조로 이야기의 주관과 객관을 함께 전달하는 효과를 얻고 있으며, 마지막에 취한 히스클리프의 행동은 작가의 혼이 짙게 밴 개성의 결과라고 보인다. 이 작품은 3대에 걸쳐 폭풍의 언덕에서 일 어난 사랑과 애증, 복수의 인간 드라마이다. 캐더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집요한 사랑이 가슴을 울리지만, 그런 복수 극을 불러일으킨 그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W.S. 몸이 <서밍업>(1938)에서 세계 10 대소설의 하나로 꼽았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8

49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00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원제목은 어느 생애 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정교한 단편작가로서 알려진 모파상의 첫 번째 장편이다. 신문지상에 연재하다가 1883년에 출판되자 이듬해 초에는 25판을 거듭할 만큼 호 평을 얻어 작가는 그 명성을 일약 전 유럽에 떨쳤다. 이 작품에는 인생에 대한 사무치는 애수와 아름다운 서정이 흐르고 있다. 모파상은 이 이야기를 한 여성에게만 국한 시키지 않고 인생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우리들 각자의 깊은 절망과 혐오를 집약시켜 놓고 있다. 소녀 시절에 품었던 낭만적인 삶이 현실에서 무참히 파괴되면서 잔느는 자신의 운명에 수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여 인이 되어 버린다. 잔느는 결혼 상대자 선택에서부터 재산을 모두 탕진했을 때조차도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운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49

50 명에 몸을 맡겨 버리는 것이다. 이 소설은 꿈과 희망에 넘친 처녀의 수도원에서의 출발로 시작되어, 결혼에 대한 환멸, 남편의 배반과 죽음, 자식에 대한 실망 등, 현실과의 접촉으로 가지가지의 환멸을 맛보는 한 여성의 생활이 노르망디의 고원과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그 테마와 묘사법으로 모파상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노르망디의 귀족의 딸로 태어난 잔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열두 살 때부터 열일곱 살 때까지 수도원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교양을 쌓는다. 수도원을 나온 잔느는 오랫동안 동경해 오던 인생의 온갖 행복을 꿈꾸며 양친과 하녀 로잘리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베 피코 사제의 소개로 줄리앙이라는 젊은 자작을 알게 된다. 순진무구한 잔느는 자작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자작의 청혼으로 결혼한다. 그러나 첫날밤 줄리앙의 사나운 행동에 잔느의 아름다운 꿈들이 무참히 무 너져 버린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줄리앙은 잔느의 일에 더 이상 마음 쓰지 않았으며, 침실을 따로 쓰게 된다. 어느 날, 잔느와 친형제나 다름없이 자란 하녀 로잘리를 남편이 건드려 사생아를 낳게 된다. 잔느는 사제의 주선으 로 로잘리를 시집보내 버린다. 모든 것을 체념한 잔느는 임신하여 아들 폴을 낳는다. 폴은 잔느의 희망으로 열정적인 애정을 쏟아 붓는다. 남편 줄리앙은 로잘리 이외에도 이웃에 사는 푸르빌 백작 부인과도 관계를 맺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잔느는 괴로 워한다. 잔느가 처한 잔혹한 상황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상처를 받는다. 어머니의 유품인 편지 속에서 어머니가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0

51 남편의 친구인 포르 테르테느마르와 불륜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낀다. 줄리앙과 푸르빌 백작 부인이 보코트 언덕의 양치기 이동식 막사에서 밀회를 즐기고 있던 현장을 목격한 푸르빌 백 작이 이동식 막사를 절벽 아래로 밀어 남편이 죽고 만다. 바로 그날 밤 잔느는 죽은 계집아이를 낳는다. 이제 잔느에 게는 폴이 전부였다. 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고, 폴은 어리광을 부리며 자라났다. 폴은 15세가 되던 해에 아브르에 있는 중학교 기숙사에 들어간다. 자주 면회 오는 어머니를 반갑게 여기지 않는 폴 은 공부를 하지 않아 낙제를 하고 만다. 폴은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사귀던 여자와 파리로 떠나버린다.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잔느는 폴이 진 엄청난 빚을 갚아나가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죽고 곧 이어 이모 도 숨을 거둔다. 모든 재산을 날려버린 잔느는 전에 내보냈던 하녀 로잘 리가 찾아와서는 함께 살자고 하여 둘은 서 로 의지하며 오두막에서 생활을 한다. 어느 날 파리에 있던 폴에게서 아내가 출산 후 위독하다는 편지가 날아온다. 잔느는 파리로 가서 손녀를 데리고 온 다. 잔느는 손녀를 품 안에 꼭 껴안고는 미친 듯이 입을 맞춘다. 그런 잔느를 바라보던 로잘 리가 이렇게 중얼거린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로군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전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작품의 이면에는 인생에 대한 사무치는 애수( 哀 愁 )와 아름다운 시정( 詩 情 )이 흐른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모파상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창부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작품 에서 볼 수 있는 너무나도 자연주의적인 경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으나, 이 작품을 읽고는 종래의 생각을 고쳐 진 심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꿈과 희망에 가득 찬 수도원 생활로부터 시작하여, 결혼에 의한 환멸, 남편의 배반과 죽음, 자식에 대한 실망 등 현 실과의 접촉에서 오는 여러 가지 환멸을 맛보는 한 여인의 일생이, 노르만디의 고원( 高 原 )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소명( 昭 明 )하게 그려져 있다. 그 테마와 사실주의적 묘사법으로 말미암아 모파상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톨스토이는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논하고 있다. 여기에 한 선량하고 귀엽고 상냥스러운, 좋은 일이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소질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웬 일인지 희생물로 바쳐진다. 처음에는 난폭하고 교양 없고 어리석고 동물적인 남편의, 다음에는 이 남편과 같은 아들 의 희생물로. 그래서 이 세상에는 무엇 하나 주지 못한 채 사라져 간다. 왜 그런가? 이 작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제 기, 짐짓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이 소설 전체, 여주인공에 대한 동정과 여주인 공을 파멸시킨 그 모든 것이 이미 작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1

52 이 소설은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채 일생을 살아온 이모가 약혼중인 잔느의 행복을 시새움하다 설움을 견디지 못해 끝내 오열을 터뜨리는 이야기라든가, 지나치게 엄격한 계율로 인해 괴로워하는 젊은 신부가 연인들의 밀회를 방 해하고 새끼 밴 개를 때려죽이는 이야기 등, 단편 소설적 구성을 지닌 삽화들이 중첩되며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인생의 진실한 단편이라 해야 할 이런 삽화들은 모두 남자들의 뻔뻔스러움, 늙어 가야 하는 인간의 비애, 교육과 종 교의 모순 등 작가 자신의 페미니즘이 관통하고 있으며, 그것이 유기적으로 구성됨으로써 잔느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 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작가의 깊은 절망과 혐오를 집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작가의 부정적인 종교관을 엿볼 수 있으며 잔의 아버지 남작의 입을 통해 오히려 자연신 예찬론 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잔의 입을 통해 오직 아름다운 것은 물과 빛과 공기라고 말한다. 인간조차도 동물보다 별 로 나을 게 없으며 철학은 탁상공론격이고, 사회생활은 깨뜨릴 수 없는 전제적인, 또한 영원히 계속되는 추악한 현상 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존재들은 서로서로 고립되어 있어 상대방에 침투할 수 없으며, 각 존재 들 간의 사랑이나 우정도 진정한 위로를 주지 못한다. 여주인공 잔은 냉혹한 남편에게 버림받고 이어서 자식에게서도 배신당한다. 그녀와 나란히 늙어가는 하녀 로잘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로군요." 여주인공 잔의 암담한 회색으로 물든 길은 결국 근대 생활에 대한 가혹한 판결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증오하고 조소할 만한 진실 이외에 동정할 만한 진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정확하게 시대를 설정한 풍속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이야기 첫머리에 1819년이라는 시대가 명시되고, 잔과 쥘리앵이 신혼여행을 코르시카로 건너갈 때에는 기선이 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잔이 아들을 찾아 파로 나갈 때는 "6년 전부터 화제가 되어 있던 철도가 파리와 르 아브르 사이를 왕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모파상은 인간 마 음의 날카로운 탐구자였다. 인간의 세계가 숨기고 있는 뜻밖의 진실, 특히 인간 감정을 초월하는 환멸적 작용의 탐구 에 몰두하는 태도가 이 작품에 현저하게 나타나 있다. 하녀 로잘리가 하는 작품의 마지막 대사는 지당하다 하더라도, 잔은 이 말로 치료받을 수 없는 고독감에 사로잡혀 있고, 인생에 대해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만큼 타격을 받 고 있었다.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2

53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00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미국의 소설가 H.멜빌이 1851년에 지은 장편소설로 모비 딕 이라는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헤브(Ahab)의 복수담이다. 책을 펼치면 서툰 낱말이 많이 튀어나온다. 육지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험악한 바다생활이 펼쳐진다.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헤브는 고래에 대한 복수심으로 동료들의 충고도 아랑곳 않고 백경을 찾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항해를 계속한다. 어느 날 돌연 백경이 나타나 3일이나 사투를 계속한 끝에 선장은 작살을 명중시켰으나 결국 고래에게 끌려 바다 밑으로 빠져들어 가고 피쿼드호도 침몰한다는 비극의 내용을 단 한 사람 살아남은 선원 이스마엘이 전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한때 포경선을 탄 경험이 있는 멜빌은 작은 배로 거 대한 백경과 싸우는 웅장한 광경을 잘 묘사하였다. 발표 당시에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20세기에 이르러 재 평가되어 격조 높은 서사시적 산문의 아름다움과 함께 세계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이야기의 화자( 話 者 ) 이스마엘 은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 아브라함의 사생아로 태어나지만, 곧 추방되어 황야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3

54 를 떠도는 방랑자가 된다. 이스마엘은 바로 멜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육지생활에 불만을 품고 포경선을 타 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의 선원생활을 토대로 하여 쓰인 것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부르는 작중 화자는 육상의 생활에 불만을 품고 생명력이 있을 것 같은 바다를 동경 하여 그곳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어느 날 밤, 이스마엘은 싸구려 여관에서 작살꾼인 퀴퀘그를 만나 한 방에서 자게 된다. 둘은 여기서 함께 바다로 나가기로 약속하고 포경선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낡고 허름한 피쿼드 호라는 포경선을 만나 크리스마스 날 아침 항 해에 나선다. 피쿼드 호 선장인 에이헤브는 모비 딕이라는 백경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는 복수를 맹세한 노인으로, 일 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배가 남하하여 따뜻한 지역에 도착을 해서야 이스마엘과 퀴퀘그는 선장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밀향고래의 뼈로 만든 의족( 義 足 )을 한 에이헤브 선장의 모습에 둘은 전율을 느낀다. 선장은 선원들을 모아놓고 자신 의 다리를 잃게 한 고래, 모비 딕을 처치하는 것이 항해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모비 딕은 선원들에게 전설화된 고래로, 인간들에게 악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공포의 대상이다. 에이헤브 선장 은 어떤 고난도, 선원들의 희생도 불사하며 복수의 일념으로 끈질기게 추적한다. 피쿼드 호는 다른 배들로부터 백경 의 행적에 대해 정보를 받으면서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을 헤매며 항해를 계속한다. 그러던 중 드디어 백경을 발견한다. 친신만고 끝에 복수의 기회를 얻은 에이헤브는 모비 딕과 3일간의 처절한 혈투 를 벌인다. 첫날, 백경의 등에 작살을 꽂지만, 모비 딕은 보트를 뒤엎어 버리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둘째 날도 작살을 꽂는데 성공하지만, 배가 뒤집어지고 선원의 목숨만 앗아간다. 셋째날, 더욱 난폭해진 백경은 피쿼드 호로 달려들고, 복수에 불타 있는 에이헤브 선장은 고래를 향해 작살을 던진다. 그러나 에이헤브는 고래의 목에 꽂힌 작살의 밧줄에 목이 감겨 물 속 깊이 사라지고 만다. 피쿼드 호의 모든 선원들 이 죽음을 당하고 이스마엘만이 지나가던 배에 의해 구조된다.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4

55 이 작품은 배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이스마엘이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19세기 중엽 미국의 주요 산 업이었던 포경업에 대해 공상과 리얼리즘을 섞어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모비 딕이라는 악의 화신과도 같은 흉포한 살인고래에게 한 쪽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 있는 한 인간 의 집념을 그리고 있다.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항해한 끝에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나게 되 고, 사흘간의 처절한 사투 끝에 에이헤브 선장은 백경 모비 딕과 함께 바다로 돌아가고 만다. 에이헤브 선장의 행동이 비록 맹목적이고, 광적이며, 비극적일지라도 그의 집념과 투지는 생에 대한 숭고함을 갖게 한다. 작품 내용 중에 경학( 鯨 學 )에 관한 이야기며, 여러 문헌을 발췌한 부분이 많다. 이는 <백경>이 멜빌이 포경선에서 겪 은 체험과 고래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조사를 바탕으로 오랜 집필 과정을 거쳐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빼어난 작 품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비록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사나운 흰 고래( 白 鯨 )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빼앗긴 이래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선장( 船 長 ) 에이헤브(Ahab)는 끝 까지 복수를 하려고 그 흰 고래의 행방을 추구하여 겨우 목표로 한 상대와 만났으나, 아차 할 순간 실수로 격투 도중 에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가 죽고 만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지만, 이 속에는 우의( 寓 意 )가 풍겨져 있고, 결국 악( 惡 )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유한( 有 限 )한 몸으로써 무한한 것에 도전하는 작자의, 인간적인 비극을 취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비극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작자는 독특한 문체와 힘찬 리듬으로 비장( 悲 壯 )한 감개를 부어넣는 문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문장 속에는 고래와 바다에 관한 많은 지식이 깃들어져 있어 웅대한 바다의 서사시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국문학 최대 걸작 중의 하나일 뿐 아니라, 가끔 <신곡( 神 曲 )> 및 <리어 왕>과도 비유되는 유명한 작품이 다.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5

56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00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H.헤세의 초기 작품으로 1906년에 발표되었다. 헤세의 마울브론신학교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천부의 소질이 있는 한 소년이 몰이해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처를 입고 고민하는 것을 묘사한, 서정미가 짙은 작품이다. 헤세는 명문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그곳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에 견디지 못하고 탈주( 脫 走 ), 자살을 기도한 다. 이 소설은 체험에 의한 것으로, 고통 받았던 생활의 단편이 숨쉬고 있다. 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작중의 자유분방한 시인적 기질을 가진 헤르만 하이로나와 한스를 통해 작가는 1인 2역을 맡 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6

5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4살이 된 '한스'는 독일 어느 시골 라틴어 학교의 학생이다. 그는 언제나 1등을 차지하는 우수한 소년으로, 총명해 보이는 이마, 빛나는 눈동자, 품위 있는 몸가짐으로 여러 사람에게 사랑과 믿음을 받고 있다. 주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신학교에 입학하여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지만, 그것은 선택된 극소수의 학생에게 만 허용된 좁고 험난한 길이다. 한스는 매일 밤늦도록 공부한 보람이 있어 시험에 2등으로 합격한다. 한스는 신학교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얻어 그의 앞에는 빛나는 미래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한스는 '하이르너'라는 소 년과 친하게 되는데, 하이르너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아름답고 훌륭한 말솜씨, 게다가 고대 건축과 조각에도 깊은 이 해가 있는 소년 시인이었다. 한스는 하이르너에게 왠지 마음이 이끌렸는데, 그것은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자유에 대 한 동경이었다. 신학교의 엄격한 교육은 하이르너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마침내 그는 학교 규칙을 어기고 선생에게도 반 항을 하는 불량 학생으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소심한 한스는 하이르너와 가깝게 지내게 되면 자신도 불량 학생으로 생각될까 봐 차츰 그를 멀리한다. 한스는 하이 르너와의 우정을 배신했다는 죄 의식으로 고민하지만, 겨울이 되어 두 사람은 다시 우정의 꽃을 피운다. 그러나 하이 르너는 신학교를 탈출하여 결국 퇴학당하고 한스도 열등생으로 낙인이 찍혀 학교에서 쫓겨난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이미 다른 사람들로부터 옛날처럼 사랑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자살의 유혹에 사로잡힌 한 스는 비참한 생각을 하던 중, 죽음의 그림자에 이끌려 나골트 강에 몸을 던져 꽃 같은 목숨을 끝마친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7

58 헤세는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 수필가로서 토마스 만과 더불어 현대 독일 최대의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작가이다. 독일 남부 슈바벤에서 선교사를 하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인도주의적이고 평화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14세 때 신학교에 입학하여 목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지만, 마음에 맞지 않아 반 년 만에 자퇴해 버리고 만다. 신 경 쇠약증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 그는 시계공의 견습생으로, 책방의 점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 공부를 시 작하여 여기에 소개하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발표하고, 1911년에는 인도를 위시하여 싱가폴, 수마트라, 세일론 등지 를 여행하는 동안 동양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그 이후 젊은 시절의 성장 과정을 그린<데미안(Demian)>(1923), 인도 철학을 아름답게 그린 <싯다르타 (Siddartha)>(1922), <황야의 늑대>(1927), <유리알 유희>(1943) 등의 대작을 발표함으로써 1946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전쟁보다는 평화가, 증오보다는 사랑이'라는 전쟁을 반대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조 국인 독일로부터 매국노라는 낙인이 찍혀 스위스로 귀화해 버리고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이 소설은 헤세의 자서전적인 요소가 짙게 풍기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시험, 신학교 입학, 신학교 탈 출 사건 등은 바로 작가인 헤세 자신의 체험이다. 주인공 한스는 '나'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에 눈을 돌 림으로써 약속된 미래를 잃어버린다. 여기서 '다른 세계'는 '하이르너'라는 친구로 표현되고 있다. 한스는 결국 약속된 미래를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자유에 대한 꿈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질서'라는 큰 수레바퀴 아래 깔려 희생되고 만다. 우리는 '한 어린 영혼이 고뇌하면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도 그를 애정으로 감싸주지 못하고 무관 심하였다.'는 사실에 진한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8

59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9

60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00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의 미래의 공상사회를 그린 장편소설. 교양소설(1943)로 이 소설은 루디 요제프 크네히트의 생애를 기술하면서 학문과 예술, 사유와 감정을 '유리알 유희'라는 상징으로 통합해보려고 시도했다. 선택된 정신의 소유자들은 미래의 세계에서라도 정신과 삶 사이의 모든 긴장을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이 세상의 삶의 요구를 정당화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크네히트는 세상을 하직한다는 내용으로, 정신과 충동의 이원론을 형상화해보려는 헤세 작품 세계의 총결산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은 헤세가 년에 쓴 작품으로 43년 스위스에서 간행되었다. 1946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기도 하 다. 유리알 유희 라는 것은 헤세가 창작한 것으로서, 그러한 유희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리알 유 희라는 것은 수십 개의 철사를 친 틀 속에 유리알을 늘어놓은 것으로, 헤세가 창작한 것이다. 카스터리엔이라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경에 쓰였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00년 전에 존재하였던 카스터 리엔의 유희의 명인( 名 人 ) 크네히트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형식을 취한 정신문화사적인 미래소설이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0

6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불리고, 가공할 만한 정신의 황폐를 초래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정신의 권위를 되찾으려 는 운동이 일어나, 교양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적인 이상향이 건설되고, 이 곳 학교에서는 유리알 유희 라는 고 래( 古 來 )의 온갖 학예의 정화( 精 華 )를 종합한 영재교육이 실시된다. 정신적 유토피아 카스터리엔에서 최고의 영재교육을 받은 주인공은 전력을 유희 에 집중하여 유희의 명수가 된 다. 이 유희는 문화의 전체 내용과 가치를 가지고 하는 유희 이며, 인류가 학문과 예술 각 분야에서 획득한 일체 의 가치를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듯이 다루는 종합예술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피를 받아들여 자신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카스터리엔을 떠난 뒤, 속세에서 옛 친구의 아들을 교육하 기 시작하나 이 소년에 대한 사랑의 순난자( 殉 難 者 )로 물에 빠져 죽는다. 즉, 제자에게 헌신적 사랑을 가르친 후 자신 은 호수에 빠져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1

62 여기에서의 유희 란 문학이나 예술, 또는 종교나 사상을 통한 자기 나름대로의 심오한 사유행위를 의미한다. 그 것은 매우 절실하면서 또 자유로운 것이며, 그를 통한 깨달음이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주동 인물 요오 제프 크네히트는 그런 유리알 유희의 명수였다. 그는 그 모든 분야에 대해 심오한 경지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대 단히 아름다운 유희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또 그는 높은 정신, 향기로운 인격의 소유자였다. 더구나 그가 세 속 친구의 아들 티토를 위해 호수에 빠져 죽었을 때 독자들은 처음으로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유리알 유희>라는 것은 헤세가 창작한 것으로서, 그러한 유희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카스터리엔이라 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경에 쓰여졌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00년 전에 존재하였던 카스터리엔의 유희의 명인( 名 人 ) 크네히트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형식을 취한 정신문화사적인 미래소설이다.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불리고, 가공할 만한 정신의 황폐를 초래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정신의 권위를 되찾으려 는 운동이 일어나, 교양있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적인 이상향이 건설되고, 이곳 학교에서는 '유리알 유희'라는 고래( 古 來 )의 온갖 학예의 정화( 精 華 )를 종합한 영재교육이 실시된다. 이 유희는 '문화의 전체 내용과 가치를 가지고 하는 유 희'이며, 인류가 학문과 예술의 각 분야에서 획득한 일체의 가치를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듯이 다루는 종합예술을 묘 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얼핏 보기에는 초시대적인 가공( 架 空 )의 이야기 같지만, 20세기 문화에 대한 비판과 헤세가 도달한 최고의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2

63 지성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헤세의 정신옹호의 정열이 잘 나타나 있으며, 20세기 문학의 여러 가지 문 제가 제기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시간ㆍ공간을 초월한 정신적ㆍ영적 가치의 종합을 시도하였다. <유희의 명수 요 제프 크네히트의 회상>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요제프 크네히트는 헤세가 추구한 인물로, 데미안ㆍ싯다르타ㆍ나르치스 의 완성형이다. 이 작품은 얼핏 보기에는 초시대적인 가공( 架 空 )의 이야기 같지만, 20세기 문화에 대한 비판과 헤세가 도달한 최고의 지성이 잘 나타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3

64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00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김동리의 장편소설로 이 소설은 1936년 [중앙]지 5월호에 발표된 단편 <무녀도>를 1978년 장편으로 개작하여 [문학사 상]지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에 대해 작가 자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을화>를 쓰게 된 동기는 샤머니즘의 세계를 더욱 자세하게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는 일과, 샤머니즘에서의 죽음과 삶에 대한 문제점을 한국문학, 나아가서는 세계문학에 제의해 보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4

65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과 무식과 소박한 토속적 삶의 얽힘 속에서 옥선(을화의 처녀 때 이름)은 이웃집 총각 성출과 사랑을 맺고, 처녀 의 몸으로 영술을 가진 후 마을을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가 영술의 병으로 무당을 찾게 되는데, 영술의 병은 나았지만, 옥선이가 병을 얻게 되고, 이때 신이 지피게 되 어 무당이 된다. 이때부터 을화로 명명되며, 큰무당으로 명성을 얻고, 젊은 화랑 방돌이와 정을 통하여 딸 월희를 갖 게 된다. 이후 영술은 교회를 찾고, 박 장로를 만나게 되는 것이 인연이 되어 그의 생부( 生 父 )인 이성출과 만나게 되고, 성( 姓 도) 찾게 된다. 박 장로는 양반 가문의 집안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계몽운동에도 참여하고, 미신 타파에 앞 장 선 인물이다. 월희도 교회에 나가보려고 하는데, 을화는 이를 반대한다. 오구굿 때 정 부잣집 아들이 월희의 미모를 보고 첩으로 들이려 하자, 을화는 반가워하지만, 영술은 이에 반대한다. 그러다가 을화는 아들 영술이가 생부( 生 父 )를 찾은 사실을 알게 되고,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강한 반발을 드러낸다. 어느 날, 영술은 을화가 태우는 성경책 을 빼앗으려다가 을화의 칼에 찔리게 된다. 결국, 영술은 죽고, 방돌이는 월희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5

66 <천년 축제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의 서막을 알리는 국사성황제가 28일 대관령 국사성황사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에 앞서 잠시 무녀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 이 작품 을화 는 단순한 샤먼의 세계를 그려낸 소설이 아닌 샤먼의 세계를 소설미학의 세계로 끌어올린 대단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바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택해왔다는 점이다. 작가가 사실 작품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을화 에 등장하는 인물들 은 사실 그 시대에 비추어 보면 굉장히 극단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들이다. 작가의 토착적이고 민족적인 소재를 거시적인 시각과 원형적인 것들에 입각해 특유의 상징적 깊이로 민족문학과 순 수 문학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낸 부분을 이 작품 을화 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의 주인공 을화 를 통해 삶과 죽음의 세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오 구굿 장면에서 영술이 굿을 보는 동네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분명히 인식함으로써 우리의 공동 의식이나 일체감을 확인시키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을화>는 김동리의 문학 완숙기에 쓰인 작품으로, 샤머니즘적 인간의 생명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김동리의 가 치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6

67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00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로 1866년 잡지 [러시아 통보( 通 報 )]에 발표된 세계 문학 걸작의 하나로 한 국에서도 애독되는 작품이다. 근대 도시의 양상을 배경으로, 작중의 하급 관리 마르멜라도프의 말대로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뒷거리가 무대이다. 가난한 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병적인 사색 속에서, 나폴레옹적인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하여 사회의 도덕률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이( 蝨 )와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 버림으로써 이 사상을 실천에 옮긴다. 그런데 이 행위는 뜻밖 에도 그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하고, 인류와의 단절감 에 괴로워하는 비참한 자신을 발 견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민감한 예심판사 포르필리가 대는 혐의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맞서나가면서도 죄의식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67

68 중압에 견딜 수 없게 된 그의 심정은 자기희생과 고뇌를 견디며 살아가는 거룩한 창부 소냐를 찾아 고백한다. 또 정욕을 절대화하는 배덕자 스비드리가이로프의 수수께끼 같은 삶과 죽음에 자기 이론의 추악한 투영을 보고 마침내 자수하여 시베리아로 유형된다. 작자는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입장에서 서구의 합리주의ㆍ혁명사상을 단죄하려고 한 것같이 보이지만 작품은 그러한 의도를 뛰어넘어 폐색적( 閉 塞 的 )인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 회복에의 원망( 願 望 )을 호소하는 휴머니즘을 표출하였다. 시베리아는 러시아의 우랄 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북아시아 지역이다. 역사상 이곳은 17세기 탐험가들에 의 한 조사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광산 개발이 촉진되었다. 이에 러시아 본국에서는 시베리아의 발전을 촉진시킬 목적으 로 강제적인 이주를 추진시킨 결과 사상범의 유형지로 유명하게 되었다. 이것은 시베리아 유형지를 배경으로 하는 러시아 고전문학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23 세의 청년 라스콜리니코프 는 가난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 다. 그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사람이 돈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 무한한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두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그 하나는 맹목적 복종밖에 모르는 범인( 凡 人 ) 이요, 또 하나는 기성 질서를 뛰어넘는, 개혁을 위해서는 유혈도 마다하지 않는 비범인( 非 凡 人 ) 이 그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68

69 천하기 위해, 살아 있을 가치도 없고 오히려 해만 끼치는 고리 대금 업자 노파를 죽이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 각하면서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기로 계획하며, 빼앗은 돈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많은 선행( 善 行 )을 실천하 리라 결심한다. 마침내 도끼로 노파를 죽인 그는 살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노파의 누이동생 리자베타 마저 뜻하지 않게 죽이고 만다. 다음날부터 라스콜리니코프는 공포에 떨며 악몽에 달리게 되고, 스스로 자기 혼란에 빠져 훔친 지갑과 패물을 교외 돌 밑에 버리고는 자리에 눕고 만다. 한편, 냉철한 예심 판사 포르필리 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쓴 <범죄론>에 흥미를 느끼고 직감적으로 그를 진범으로 단정한다. 판사는 그를 상대로 끈질기게 논쟁을 벌이며 심리적으로 그를 죄어 간다. 그럴 즈음, 전직 관리였던 주정뱅이 마르멜라도프 가 마차에 치어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전부터 아는 사이라 그 의 집을 찾아 간 것이 인연이 되어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딸 소냐 와 가까워진다. 그녀는 어린 동생을 위해 스스 로를 희생하면서 사는, 거리의 여인이 되었지만 그는 이런 소냐에게서 그리스도와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그녀 앞에 엎드려 발에 입을 맞춘다. 소냐는 틈틈이 그에게 성서를 읽어 주곤 한다. 그에게는 소냐의 청순한 마음만이 구원의 손길이었다. 라스콜리니코프로부터 노파 자매를 죽인 사람은 자신이라고 고백 받은 소냐는 그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자수하도록 권유하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르겠다고 약속한다. 이윽고 자수한 그는 8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감옥으 로 보내진다. 그러나 그는 소냐에게서 끝없는 참사랑을 발견함으로써 무서운 허무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죄와 벌>은 인간의 원죄를 근본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특히 주 인공 라스콜리니코프를 통해 창녀인 소냐에게 정신적으로 감화되면서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인종의 사상을 지니게 되 는 과정을 설파하고, 서구적 합리주의를 단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작품은 당시의 폐쇄된 상황 속에 서 해결되지 않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강렬한 소망을 호소하는 휴머니즘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빈곤의 구렁텅이 속에서 하나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그가 밝힌 범죄론 에 입각하여 나폴레옹과 같은 초인은 범인사회의 법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의식에 따라 자신을 그렇게 스스로 평가하여 죄의 행동 을 유발시킨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상과 현실과의 차이에서 인간 모순의 비합리성에 나약함을 드러내고 초조해 한다. 작자는 이런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죄의식과 이런 죄를 인식하지 못하고 죄를 범하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부조리한 상황, 선악에의 분별, 죄와 구원의 문제를 명료하게 집약함으로써 소설의 구성적인 묘미를 한껏 더하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심리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서술에서 작품이 갖는 성격과 의미를 헤아릴 수도 있다. 주인공이 죄를 범한 이후 고통 속에서 지내다가 스스로의 의지로 복귀되어가는 과정과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의 추구는 그리스도가 갖는 사랑의 한 일면이 아닌가 싶다. 결국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기본 심성에 관한 문제를 제시하며,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그 리스도의 복음적인 배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69

70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70

71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00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1867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쓰기 시작하여, 이듬해 러시아 보도( 報 道 ) 지( 誌 )에 연재되었다. 작가는 주인공인 미 슈킨 공작을 그리스도와 같은 뜻의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구성하였다. '백치'라고 불릴 만큼 때 묻지 않은 순수성을 지닌 공작은 요양지인 스위스의 정신병원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로 돌 아와, 욕망의 화신인 상인 로고진, 지체 높은 에판친 장군 집안의 딸 아그라야, 그리고 여주인공이며 불행과 능욕( 凌 辱 ) 속에서도 오만한 비극적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나스타샤 등이 펼치는 인간정열의 드라마에 말려든다. 사람들 사 이에 화해와 조화를 가져오게 하려는 공작의 사랑과 연민의 정신도 현실세계의 광란의 소용돌이 앞에는 무력했으며, 로고진은 나스타샤를 죽이고, 공작도 다시 스위스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71

7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백치 라고 불릴 만큼 때 묻지 않은 순수성을 지닌 미슈킨 공작은 요양지인 스위스의 정신병원에서 페테르부르크 로 돌아와, 욕망의 화신인 상인 로고진, 지체 높은 에판친 장군 집안의 딸 아그라야, 그리고 여주인공이며 불행과 능 욕( 凌 辱 ) 속에서도 오만한 비극적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나스타샤 등이 펼치는 인간정열의 드라마에 말려든다. 사람들 사이에 화해와 조화를 가져오게 하려는 공작의 사랑과 연민의 정신도 현실세계의 광란의 소용돌이 앞에는 무 력했으며, 로고진은 나스타샤를 죽이고, 공작도 다시 스위스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도스또예프스끼의 5대 장편 소설 중 하나다. 백치 (1868)는 작가의 두 번째 여행 기간(1867~1871) 동안 에 쓰인 것으로 1867년 봄 뻬쩨르부르그를 떠나면서 러시아 통보 로부터 이미 선불금을 받은 상태에서 집필이 시 작되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5대 장편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그는 완전히 아름다운 인 간의 형상을 구현하기를 염원해 왔고, 그 형상을 백치인 미쉬낀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조연급 인물 레베제프에 의한 묵시록 해석, 로고진가( 家 )에 얽힌 거세파( 去 勢 派 )신도의 그림자 등이 특이한 분위기를 만들고, 주인공에게 작자의 지병인 간질체험이 보태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72

73 백치 는 도스또옙스끼의 5대 장편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작품으로, 그 독창적인 줄거리 속에 이 세상에서 무조건 아름다운 인물이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 극히 설득력 있는 필치로 묘사하였다. 까뮈는 시시포스 신화 에서 도스또 옙스끼 문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일상적인 고뇌를 발견할 수 있다. 도스또옙스끼만큼 이 부조리한 세계에 이토록 가까이에서, 이렇게까지 고통을 맛보게 한 소설가는 아마 찾아볼 수 없으리라. 그 만큼 도스또옙스끼의 작품들은, 한번 그 세계 속으로 발을 들이고 나면 작가의 역동적인 재능의 매력에 푹 빠져 서 숨이 멎을 듯한 소설적 흥미와 사상적 흥분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 다만 이야기에 동화되기 전에는 도스또옙 스끼의 지나치게 위대한 예술적 천성으로 인한 특이성 때문에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 백치 는 그의 장 편 가운데 가장 접근하기 쉽고 친근한 작품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도스또옙스끼가 펼쳐 보이는 세계의 공공 연하고도 은밀한 구석을 엿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평생 동안 그를 쫓아다녔던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화합과 이상을 실현해 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진정한 선과 미와 진실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 여건, 니힐리즘의 팽배로 인한 기조노 사회 가치의 무용성 과 도덕적 타락 등은 그에게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제들이었다. 이와 같은 환경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주인공 미쉬낀 공작의 순수한 행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어린아이와 같은 지능을 가진 '백치'로 간주하게 한다. 속세 때묻 은 '어른'들과 때묻지 않아 백치로 취급을 받은 미쉬낀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당대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연애소설이면서도 관능적인 데가 없고, 고상한 기품이 넘치고 있으며, 인생의 제일의적( 第 一 義 的 ) 문제를 탐구하고 있는 점에 이 작품의 영원성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73

74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00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서한체 소설로 1774년 간행되었다. 친구인 케슈트너의 약혼녀 샤를 로테 부프에 대한 괴테 자신의 실연( 失 戀 ) 체험과, 괴테와 라이프치히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예루살렘이 유부녀에게 실연 당해 자살한 사건( )을 소 재로 쓴 작품이다. 당시에 새로운 장르였던 소설에서 시대와의 단절로 고민하는 청년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이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유행하였다. 나폴레옹도 이 작품의 애독자로서 진중에서 도 휴대하면서 되풀이해 읽었다고 한다. 베르테르는 젊은 변호사로서 상속사건을 처리하러 어느 마을에 왔다가 로테를 알게 되고 그녀를 열렬히 사랑한다. 그러나 로테에게는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사( 公 使 )의 비서가 되어 먼 나라로 떠난다. 베르테르는 속무( 俗 務 ) 생활과 공사의 관료 기질 등 인습에 반항하다가 파면되고, 사교계에서도 웃음거리가 되어 다시 귀국한다. 새로운 가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4

75 정을 꾸미고 있는 로테의 따뜻한 보살핌은 그의 고독감을 더욱 깊게 하여 마침내 그는 권총자살을 한다. 이 작품은 일약 괴테의 문명을 떨치게 했고, 다른 나라의 문학에 끼친 영향도 크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젊은 베르테르는 독일 고전주의시대의 교양과 독일의 문예부흥기라 할 슈트롬 운트 드랑 이 내포하는 자유분방 한 정열과 로맨틱한 심성을 고루 갖춘 감성적인 교양인이다. 그는 우주의 모든 존재와 한없이 풍부한 자연의 형상에 언제나 사색에 심취하면서 지내는 순진하면서도 강인한 성격의 젊은이였다. 또한 무엇이나 관찰하고 사색하는 일과로 하루를 메우곤 하였는데,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고대 호메로스의 시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모든 문학을 사랑하였 다. 그렇지만 충동적이고 육감적인 행동도 범할 줄 아는 감정의 소유자이기도 하였다. 그는 여행길에 올라 어느 마을에 안주해 있는 동안 우연히 무도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젊은 처녀 롯데와 동행하게 된다. 발하임이라는 이 마을은 맑은 햇살과 풍요로움이 가득 찬 곳이었다. 젊은 처녀 롯데는 16세였고,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였다. 둘은 무도회에서 춤을 추고 난 뒤, 문학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베르테 르는 예의 바른 그녀의 몸가짐에 매료되고 산뜻하고 감각적인 개성과 지성에 매혹되었다.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5

76 그러나 샤를 롯데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다. 청년 알베르트는 소심한 성격으로 매우 온화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나, 베르테르에게도 호감을 지니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둘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베르테르는 슬픔에 잠기 게 되었다. 베르테르는 거리와 들판을 헤매며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사랑의 격정에 시달리게 되는데, 알베르트의 존재는 베르테 르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틈틈이 풍경을 스케치하든지 그늘에 앉아 호머의 작품을 읽는 외에는 한결같이 롯데 집을 방문하든가 혹은 그녀와 동행하여 그녀의 부친 집 같은 곳을 나들이하는 일로 소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알베르트와 자살에 대한 논란을 벌이게 되는데, 자살의 분별없는 행위를 배척하는 소심함과 규범적 인 알베르트의 생각은 인간의 근원적인 피안( 彼 岸 )과 안식처를 빼앗는 잔인한 짓이라며 반박하게 된다. 이 일로 알베 르트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베르테르는 롯데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끊기 위해 떠날 것을 결심하고,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공사관 비서를 자 청해 떠난다. 그러나 공사관 근무는 자유분방했던 자신의 의식과 거리가 멀었다. 경직되어 있는 상류사회 속의 생활 은 하루하루가 자루하고 따분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이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곧 롯데 곁으로 다시 오게 된 다. 사랑하는 롯데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겨울은 정신적으로도 황량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베르테르가 떠난 사이 롯데는 약혼자인 알베르트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미 한 남자의 아내인 롯데는 예전의 롯데가 아니었지만, 다시 돌아온 베르테르를 예전처럼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남편인 알베르트에게 너무 빈번 히 찾아오자 이제 찾지 말라고 부탁하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버려 달라고 간청한다. 막다른 궁지에 몰린 베르테르는 실의에 빠져 자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고, 결심한다. 결국 알베르트가 집을 비 운 사이 롯데를 찾은 베르테르는 자신이 번역한 오시안의 시를 낭송하고 롯데를 포옹과 함께 정열적인 키스를 한다. 그러나 롯데는 분노와 동정이 섞인 애정을 느끼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튿날, 베르테르는 주위를 깨끗이 정리한 후 알베르트에게 권총을 빌리러 사동( 使 童 )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밤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에게 빌린 권총을 꺼내놓고 속삭인다. 당신의 손을 거쳐 온 피스톨에 수 없는 키스를 하며, 롯데 의 손길을 느낀다고. 그리고 12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를 들으며 베르테르는 방아쇠를 당긴다.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6

77 괴테는 법률 실무 견습을 위해 1772년 5월부터 프랑크푸르트 북쪽에 있는 베츨러에 머물다 마을무도회에서 샬로테 부프를 만나 동경을 품지만, 그녀는 이미 한 법무 서기관과 약혼한 사이였다. 세 사람은 저마다 괴로워하다가 결국 괴테가 결심하고 그 해 9월 11일, 베츨러를 떠난다. 괴테는 전에 라이프치히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 예루살렘이 베츨러에 파견되어 있다가 유부녀에게 실연당해 자살 한 사건을 베츨러를 떠난 뒤에 알았다. 괴테는 이때의 체험과 친구의 자살 사건을 모델로 하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고 그가 25세 되던 1774년에 출 판했다. 당시 이 작품으로 인하여 괴테는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남과 약혼한 처녀 로테를 열광적 으로 사랑하였으나, 이룰 수 없음을 알자 권총 자살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괴테를 유명하게 한 소설이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 작품은 아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베르테르는 로테와의 사랑에 괴로워하다가 12월 21일 유서를 쓰고 마지막으로 로테를 찾아간다. 로테에게 시를 읽 어주다가 감정이 격해진 베르테르는 로테를 포옹한다. 로테는, "이것이 마지막이에요. 다시는 만나지 않겠어요." 라고 소리친 뒤 그러나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옆방으로 가버렸다. 다음날 밤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쏜다.]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7

78 이 작품은 세계문학사에 빛나는 예술적 감성과 애정을 다루고 있는 역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이 갖는 격정적이 고 아름다우며 슬픈 사랑의 이야기는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베르테르는 순정과 고상한 품성을 지니고 외곬의 정열에 불타는 귀족 청년이다. 이런 청년이 분부시게 아름다운 한 여인을 사랑하면서 표출하는 절제와 타협 없는 행 동은 탓하기가 어렵다. 이 작품의 배경은 괴테가 친구의 약혼녀 샤를 롯데 부프를 사모한 것이 계기가 되어 쓰인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괴 테 자신의 절망적인 사랑을 작품화하고 그것을 자신의 마음속에 다시 한 번 체험한 다음 정리하여 쓴 작품이다. 전체의 짜임새를 보면, 제1부는 베르테르가 롯데를 처음 만나 바로 연정( 戀 情 )을 품으며 친근하게 교제하는 행복한 기간의 편지이고, 제2부는 번민의 굴레를 벗어날 양으로 잠시 다른 송으로 나가 관직생활을 하다 다시 롯데 곁으로 돌아와 사랑의 번민에 휩싸여 고뇌하는 동안의 편지이다. 편지 형식의 이 작품은 한 여인에 대한 사람뿐만 아니라 슈트롬 운트 드랑 이라는 문학적 운동에 걸맞게 자연적 인 감정과 인습적인 사회에의 반항적 의욕이 가득 찬 괴테의 의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괴테는 대체적으로 자기 자신의 체험을 고백하는 작가로 자기가 직접 겪지 않고는 한 줄도 쓸 수 없다고 하는 데, 이는 그의 인생관 내지 예술관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작은 사회로부터 질식할 듯한 풍토에 갇혀 있던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살을 모방하게 하는 사건을 낳기도 하였다.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8

79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00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1977년 [문예 중앙]에 발표된 이청준의 단편소설. 노모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던 주인공 '나'가 그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즉, 고향에 대해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고향을 방문하게 되고, 고향 에서의 특수한 체험을 통해 인간적 화해에 도달하게 되는 귀향형 소설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청준 소설의 특징은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감추어진 세 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끊임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는 아들 사이의 갈등과 그 갈등의 해소 과정, 즉 인간적 화해에 도달하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추어진 세계를 그리고 있 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나'는 휴가를 맞아 아내와, 형수와 조카들과 함께 살고 계신 시골의 노모( 老 母 )를 찾아간다.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79

80 장남인 형의 노름과 주벽으로 집안이 파산을 겪은 후부터, 그리고 형이 조카와 노모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 뒤로 노 모와 나는 거의 남남으로 살아 왔다. 노모는 남은 세상이 얼마 길지 못하리라는 체념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보다 아 들에게 아무것도 주장하거나 돌려받을 것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감득하고는 아들에게 어떠한 부탁도 하지 않았다. 이러했던 노모가 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붕 개량 사업으로 인해 엉뚱한 꿈을 꾼다. 즉, 노모는 은근히 자신의 집도 개량하고 싶은 소망을 내비친다. 노모의 이러한 마음을 알고도 '나'는 이것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나'는 애초에 노모에게 빚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가 외면하려 했던 것은 지붕 개량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불거져 나온 예전 이야기이다. '나'는 계속 피 하려 했으나 아내는 자꾸 노모에게 예전 아들을 떠나보낼 때의 심경을 캐묻는다.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애써 피하려 고 한다. 아내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전 집을 팔게 된 사연과 남의 집이 된 그 시골집에서 마지막 밤을 지내게 해 준 그 날의 심경을 듣고자 노모에게 그 때의 일을 캐묻는다. 노모는 그 날 새벽 매정한 아들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하얀 눈길을 돌아오면서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눈물을 흘렸으 며, 아들의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 되길 빌면서 돌아왔었음을 말해 준다. 결국, 아들에게 한 번도 해 주지 않았던 그 날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심한 부끄러움과 함께 아내가 '나'를 세차게 흔들어 깨우는 것에도 불구하고 내처 잠이 든 척 버틸 수밖에 없었다. 노모의 사랑을 느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80

81 근대화의 과정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통의 '효( 孝 )'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에 젖어 있는 이기적인 자식과 그 자식에 대한 노모의 사랑이 대조되고 있다. 아들인 '나'는 자수성가하여 도시에 정착해 있는 데 모처럼 아내와 함께 노모를 찾는다. 노모가 사는 마을은 지붕 개량 사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후를 위해 집을 개축하려고 하는 의사를 비친다. 그러나 '나'는 노모의 의사를 못들은 척하고 귀경을 서두른다. 이 때 아내는 노 모의 사랑으로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모자의 기억 속에 교차되며 회상되고 있는 <눈길>은 작품의 서사적 의미의 핵심이다. 아직 깜깜한 새벽길, 급히 상경하는 자식이 안쓰러워 자식과 함께 나선 눈길, 그러나 자식이 상경하고 난 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눈길은, 몰락한 집안의 '어머니'가 겪어온 인고의 생애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형의 노름으로 인해 논밭과 집이 넘어간 집안에서 자 수성가했다고 자부하는 아들, 집안의 불행이나 재앙을 자신의 덕 없음과 박복에다 돌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어머 니가 그들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에 빚을 지고 있음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노모와 자신의 아내가 나누는 이야기(아들과 함께 새벽 눈길을 걸어 아들을 배웅하고 다시 그 길 을 되짚어 온)를 들으며 그 동안 외면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감동을 이 작품은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81

82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00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로 1862년 간행되었다. 1845년부터 1862년에 걸쳐 완성된 이 작품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위고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도주의적 세계관으로 일관된 파란만장한 서사시적 작 품으로서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원 이름은 불쌍한 사람들 이라는 뜻으로, 이는 그러한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부조리, 비합 리성에 대한 작가의 고발을 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년 우보( 牛 步 ) 민태원( 閔 泰 遠 )이 [매일신보]에 <애사( 哀 史 )>란 제목으로 번안하여 처음 연재하였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82

8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고파 우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 들어간 장 발장은 19년간의 옥살이를 끝내고 출감한다. 수염은 자랄 대로 자랐고, 등에는 무엇을 잔뜩 쑤셔넣은 배낭을 짊어지고, 손에는 굵은 지팡이를 들 고, 큰 징을 박은 단화를 신은 채 잠자리를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비참한 몰골에 수상쩍은 행색을 한 나그네를 보고 사람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그래서 장 발장은 자신의 처지를 비참하 게 만든 사회에 대해 냉소와 증오심을 키운다. 그가 보낸 19년은 절도죄로 5년, 네 번의 탈옥에 대한 형벌로 14 년을 받은 것이었다. 장 발장은 여관마다 방이 없다는 핑계로 거절당하고 어느 집 앞 돌계단에 주저앉았다. 이 집이 바로 밀리에르 신부 댁이었다. 밀리에르 신부는 행색이 남루한 장 발장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하였다. 그러나 장 발장은 밀 리에르 신부의 은식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다시 체포되어 끌려가는 신세가 된다. 이때 밀리에를 신부는 자비로 운 마음으로 이 은식기는 아기가 장 발장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증언하고 장발장을 풀어주게 하였다. 거기다 그 는 장 발장에게 은촛대 2개를 주었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삶에 눈뜨게 된 장 발장은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다. 장 발장은 도망치듯 그 고을을 빠져나와 하루종일 미친 사람처럼 마구 걷기만 했다. 장 발장은 은접시를 팔아 이 고을에서 저 고을로 떠돌아다니며 몽트리웃까지 왔다. 이곳에서 우연히 불이 난 곳을 보고 두 아이를 구출하였는데, 이 아이들은 바로 헌병대장의 아이들이었다. 때 문에 그는 통행증을 보일 필요도 없이 영웅처럼 받들어져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졌다. 그는 그곳에서 사업에 성공하여 마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인망을 쌓아 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이때 욕심이 많고 악랄한 테나르디에 가에 딸을 맡겼다가 양육비를 버느라고 신세를 망친 팡티느를 구해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당시의 사회는 전과자에게 이런 사회 복지가 인정되지 않고 있었다. 과거의 장 발장을 알고 있던 냉 혹한 경감 자베르는 계속 그의 뒤를 쫓아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장발장으로 오인받아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 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장 발장은 고민 끝에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 고 형을 받는다. 다시 수인의 몸이 된 장 발장은 교묘하게 탈옥하여 과거 시장을 할 때 불행한 여인 팡티느의 딸 코제트를 어려움으로부터 구해 낸 적이 잇었다. 장 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파리로 갔지만, 그곳까지 쫓아온 자베르 경감을 피해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코제트와 함께 생활하게 된 장 발장은 비로소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애정을 배우게 된다. 그리하여 수년 동안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코제트는 아름다운 쳐녀로 성숙하였고, 장 발장은 행복하기만 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수도원을 나왔다. 도시에 머물면서 생활하던 코제트는 어느 날 이상의 정열을 불태우는 젊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83

84 이윽고 두 사람은 수도원을 나왔다. 도시에 머물면서 생활하던 코제트는 어느 날 이상의 정열을 불태우는 젊 은 변호사 마리우스를 만나 애정의 싹을 피운다. 장 발장은 이 일로 질투심을 느끼며 괴로워하였는데, 코제트는 장 발장에게 있어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한편, 1832년 6월, 파리에서는 공화파의 반란이 일어나는데, 마리우스도 거기에 가담한다. 마리우스는 여기서 부상을 입게 되나, 장발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망친다. 또한 그를 쫓아온 자베르 경감도 포로 시절 장 발장에 게 은혜를 입은 것을 기화로 장 발장을 놓아주게 되고, 이 때문에 자베르 경감은 고민하던 차에 센 가에 몸을 던지고 만다. 마리우스의 몸이 완쾌되자 코제트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이 일로 갈등을 겪던 장 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이 말을 들은 마리우스는 코제트에게 장 발장을 멀리 하도록 한다. 이 때문 에 장 발장은 비통함과 고독 속에서 나날이 쇠약해져 간다. 이때 마리우스는 자신을 구해주고 또한 코제트에게 베풀어 준 은혜를 생각하고 장 발장에게 달려간다. 거기서 마리우스는 용서를 구하고, 장 발장은 두 사람이 지 켜보는 가운데 고달팠던 인생을 조용히 마감한다. 이 작품은 대혁명 이래의 동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의 하층에 우글거리는 민중의 무지와 비참과의 일대 파 노라마를 전개하고, 거기에 인도주의에 입각한 뜨거운 기원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소설이라는 형식이 갖는 기능을 극도로 넓혔기 때문에 많은 결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시계문학 중의 최고봉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장 발장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돈도 없어 가난한 누님의 7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다. 이 죄로 감옥에 들어간 장 발장은 5년의 판결에 네 번의 탈옥을 시도하 다 19년간이나 감옥살이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깊은 증오심을 지니고 출감하게 되는데, 밀리에르 신부를 만나 교화되어 비로소 인간의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발전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는 이후 불우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84

85 사람들을 구원하는 사랑의 생활을 스스로 실천하고 숱한 시련을 이겨낸다. 코제트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깨닫지만, 그녀가 마리우스와 결혼하게 되자 다시 외로운 신세가 된다. 이 때문에 마리우스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사회악에 의해 한 차례 비인간화를 겪은 인간이 어떻게 그 영혼 속의 선한 씨앗을 지키고 성장하며, 시련을 헤쳐나는가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역할과 부류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밀리에르 신부, 코제트, 차가운 자베르 경감, 그리고 배경이 되는 워터루 전쟁, 1832년의 반란 등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변화 또한 매우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렇지만 세평( 世 評 )에는 등장인물의 정형화에 따른 비현실성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 다. 빅토르 위고는 이런 등장인물을 통해 그가 지니고 있는 세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이 갖는 커다란 의미는 곧 인간이 지닌 선한 양심의 발전과 그 완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 프랑스 낭만파 최대의 시인이기도 했다. 위고 의 아버지가 군인이었기에 그를 군인으로 출세시키고자 하였으나 그는 소년 시대부터 위대한 문학자가 되는 것 이 꿈이었고, 그래서 15세 때부터 희곡으로 시작하여 시, 소설을 차례대로 쓰기 시작해 일생 동안에 그가 쓴 작 품만도 시집이 20권, 극작이 10부, 장편 소설이 10편, 논문집이 5권에 달하는 방대한 것이었다. 어쨌든 그가 83 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프랑스에서는 문학자에게는 전례 없는 국장( 國 葬 )으로 그를 대접했다. 1822년에 처녀 시집인 <서정시집>을 발표하고 1827년에는 희곡 <크롬웰>을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였고, 15 세기의 파리를 그대로 재생하려고 시도한 역사 소설 <노뜨르담 드 빠리>(1831)는 흔히 <노틀담의 꼽추>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최대 걸작 중의 하나였다. 여기에 소개하는 <레 미제라블>은 위고가 나폴레옹 3세를 반대하다 국외로 추방당해 망명 생활을 하면서 5년 동안 쓴 것으로, 원고지 8천 장 이상이나 되는 대작이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은 비참한 사람 들 이란 뜻이다. 장발장은 가난 때문에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사나이지만, 주교의 사랑에 감동되어 불쌍한 이웃을 돕는 데 자신의 평생을 바친다.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때로 고통받기도 하지만, 의지가 있는 한 그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비참한 운명을 타고난 한 인간이 강인 한 의지로 그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눈물겨운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잔잔한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 준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85

86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00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로 1884년 출판되었다. 형식상으로는 <톰 소여의 모험>(1876)의 속편으로 되어 있지 만, 내용면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우수하다. 미국 서부의 자유인으로서의 의식을 가진 허크라는 인물의 창조, 성인들의 사회적 인습과 위선에 대한 통렬한 풍자,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구가하는 자유에의 찬가, 또한 방언( 方 言 )의 구사와 문체의 예술성 등에 의하여 미국문학의 굴지의 걸작으로 평가되며, 헤밍웨이, 샐린저 등에게 영향을 주었다. 트웨인은 미국 미주리 주의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나 12 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인쇄 소의 견습공이 되어 각지를 방랑하다 미시시피 강의 수로( 水 路 ) 안내원이 되는데, 그곳에서의 경험은 후일 그의 작품 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그 후 광산 기사, 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다지게 된다.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86

87 그는 문학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출판 사업에 실패하고 더군다나 아내와 딸의 잇따른 죽음으로 개인적인 불행을 겪어 야 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세속적인 문명과 사회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모험과 자연을 즐기는 소년들의 개척 정신 을 글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을 쓴 후에 영국의 소설가인 키플링 (Kipling),프랑스의 조각가인 로댕(Rodin)과 더불어 명문 옥스포드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를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작은 마을 '세인트피터즈버그'에 때 아닌 대소동이 일어난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라는 두 소년이 맥두갈 동굴에서 흉악범 '조'가 숨겨둔 많은 돈을 발견했던 것이다. 조는 그 동굴에 거액을 숨겨 두었지만 나오는 입구를 찾 지 못하고 굶어 죽고 말았다. 톰과 허크는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되었으며, 부랑아 허크는 미망인 '더글러스' 부인에게 맡겨진다. 이 때 비로소 교 육을 받게 되지만, 허크에게는 그런 판에 박힌 일상생활이 지루하기만 했다. 게다가 1 년 이상이나 보이지 않아 죽은 줄만 알았던 포악한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나타나 허크의 돈에 눈독을 들이고 착한 마을 사람들과도 자주 싸움을 벌 였다. 그러던 어느 날, 허크는 아버지에게 끌려가 강가의 낡은 오두막집에 갇히게 되는데, 때마침 미시시피 강이 범람기가 되어 물이 넘쳐오는 기회를 타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작슨 섬'으로 헤엄쳐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더 글러스 부인의 여동생 집에서 부리던 도망 노예 '짐'이 숨어 있었다. 그를 잡으려는 손길이 바짝 다가옴을 느끼자 허크와 짐은 뗏목을 타고 모험을 시작했다. 두 소년은, 젊은이들의 슬 픈 이야기, 불량배들의 싸움, 악당들의 사기 행각 등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무사히 위기를 모면했 다. 나중에는 악당들에게 속아 톰 소여의 큰어머니 댁으로 팔려간 짐을 허크와 톰이 구출하여 도망치지만, 도중에 짐이 다쳐 다시 체포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자유의 몸이 되어 있었다.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87

88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의 서두에, 이 이야기에 동기를 발견하려는 자는 기소될 것이며, 교훈을 찾으려는 자는 추방되고, 줄거리를 발견하려는 자는 총살될 것이다. 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금전만 쫓는 타락한 세계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서 생겨난 유머이다. 이 작품은 미시시피 강의 모험을 그린 오디세이아 라고 일컬어지며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미국 근대문학의 뿌리 로 삼았다. 이 작품은 '허크'라는 소년을 통하여 어른들의 잘못된 사회 관습과 위선적 행동에 대한 강한 풍자와 반발,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자유에의 열망을,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묘사하고 있다. 허크는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인데다 그 자신은 부랑아로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다. 게으름뱅이 이고 무법자이며 천하기까지 한, 이를테면 못된 아이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3 살의 같은 또래 아이들에게 허크의 모습은 숭배의 대상이다. 학교에도 못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목하며 목욕도 하지 않아 지저분하기까지 하 지만 언제나 생기가 있었다. 그는 자유를 구속당하지 않고 독립인으로 살아가므로 좋은 집에 사는 다른 아이들보다 백배나 행복하기만 한 것이다. 허크에게는 기지가 있고, 양심이 있으며 동정심도 있다. 그가 하는 일마다 조잡하고 거칠게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는 정직하게 살고자 하는 정의감이 흐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정신을 잃어버리고 금전만 쫓는 현대 타락한 세계 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미국 서부의 한 빈촌에 사는 사랑스러운 소년 허크가 촌락을 도망해 나가 흑인노예인 짐과 함께 뗏목을 타고 미시시 피 강을 하류 쪽으로 흘러내려가는 도중에 경험하는 여러 가지 모험을 취급한 일종의 악동소설( 惡 童 小 說 )이다. 19세기 중엽의 중서부와 남부의 강변 생활을 묘사한 지방색채도 그러하지만, 특히 허크의 모험은 그 배경을 이루는 웅대한 미시시피 강의 묘사와 서로 연관되어 작자의 소년시절의 꿈을 잘 재현시키고 있으며, 극히 낭만적인 세계를 묘출( 描 出 )하고 있다. 이것은 트웨인의 대표작이면서 젊고 야성적인 미국문학의 일면을 나타내는 걸작이다.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88

89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00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이상의 단편소설로 1937년 3월 [조광]지에 발표되었다. 특별히 줄거리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는 이 소설은 이상이 죽 기 한 달 전에 쓴 작품이다. (이상은 1937년 4월 17일 사망) 이상의 문학은 심리주의적 리얼리즘 수법이 뛰어나다. 그러나 패배주의적인 주제는 패배적인 역사만 남을 뿐이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가 제시되었더라면, 천재적인 그의 시와 함께 우리 문학사에 빛나는 한 전형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종생기>는 일본에서 집필한 것으로, 자전적인 소설이다. 여기에 나오는 정희 도 실제 인물인 연심( 蓮 心 )이다. 자 기 부정, 자기 파괴적인 작가 이상은 극단적인 자학 속에서 세상을 포기한다. 식민지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는 패배했다. 그러나 또한 당시의 극한 상황을 정면으로 고발한 점은 문학사적으로 소중한 의의를 지닌다.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89

9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작성 중에 있는 유서 때문에 끙끙 앓는다. 열세 벌의 유서가 거의 완성해 가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정희에게서 속달편지가 날아들었다. 영원히 선생님 한 분만 을 사랑하지요. 어서 저를 전적으로 선생님만의 것을 만들어 주십시오. 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로, 3월 3일 날 만나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죄다 거짓부렁이다. 나는 깜빡 속기로 한다. 나는 개세( 蓋 世 ) 의 경륜과 유서의 고민을 깨끗이 씻어버리기 위해 맵시를 수습하고는 약속 장소로 나간다. 나는 흥천사( 興 天 寺 ) 으슥 한 구석방에서 술주정을 한다. 정희의 스커트를 잡아제치자 편지가 떨어졌다. S와 절연한 지 다섯 달이나 되었다며, 내게 믿어달라던 S에게서 온 편지다. 어젯밤 태서관 별장에서 S를 만났으며, 오늘(3월 3일) 오후 여덟 시 정각에 금화장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내게 속달을 띄우고 나서 곧이어 받은 속달편지다. 공포에 가까운 변신술이다. 이 황홀한 전율을 즐기기 위해 정희는 나를 농락한 것이다. 나는 속고 또 속고, 또, 또, 또 속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졸도하여 버렸다. 눈을 다시 떴을 때 정희는 거기 없었다. 물론 여덟 시가 지난 뒤였다. 이리하여 나의 종생은 끝났으되, 나의 종생기 는 끝나지 않았다.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90

91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상의 소설은 거의가 자전적이다. 1930년대 후반기 한국 사회의 혼란과 궁 핍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의 구조적인 착취 정책 속에 민족적 가치관이 무질서하게 흔들리는 시점에서 지식인들은 자조적인 방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자의 자의식( 自 意 識 )이 더욱 강하게 발로된 작품이다. 다분히 심리주의적인 어려운 문장이 곳곳에 난무한다. '나는 날마다 종생한다. 나는 하루를 평생으로 길게 느낀 만큼 삶에 지쳐 있으며, 이미 너무 오래 살았다. 그럴 듯하 게 죽어야 한다는 것만을 매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정희에게서 엽서가 온다.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를 모두 끊고, 나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만나자는 편지다. 나는 정희를 만나고, 기발한 말로써 그를 놀래게 하고자 한다. 그때 정희에게서, 헤어졌다던 남자 중 하나에게서 바로 어제 온 편지가 떨어진다. 며칠 전의 밀회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나는 속은 것이다. 나는 죽어 있는 시체, 또 다시 종생한다.'는 내용이다. 모순된 사회에서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다. 비양심적으로 호강하며 살거나, 양심을 지키면서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다. 그렇잖으면 <종생기>의 주인공과 같이 자포자기만 남는다. 그것은 <날개>의 주인공과 같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이 <종생기>에서와 같이 유서를 쓰는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당시 지식인인 나 가 폐쇄된 사회에서 결국 구원을 찾지 못하고 죽어갈 수박에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자학적인 패배주의는 이상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참담한 주제들이다. 이러한 것들 때문에 이상의 문학을 초현실주의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간다. 초현실 이라기보다 오히려 철저한 현실적 속물주의이기 때문이다. 초현실 이라 한다면, 철학적인 어떤 삶의 모습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91

92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00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2005년 10월 17일 향년 101세의 노인이 상하이에서 영면했다. 1904년에 태어나 25세부터 집필을 시작한 바진은 노년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92

93 에 파킨슨병으로 붓을 들지 못할 때까지 창작과 번역 작업에 몰두했다. 이처럼 투철한 작가적 태도를 지닌 바진의 죽 음에 중국문학계와 문화계는 물론 전 세계의 작가들도 슬픔을 금하지 못했다. 봉건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바진은 일찍이 허례허식으로 똘똘 뭉친 상류층과 억압과 착취 속에 신음하는 노동계급의 극명한 대비를 몸소 체험했으며, 이때의 경험은 바진 평생의 신념을 정립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바진은 20세기 초 중국 사회에 내재된 후진성과 사회적 불평등의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막스주의와 아나키즘을 꼽 았다. 1919년 5 4운동을 계기로 혁명운동에 눈떴으며, 2년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중국에 돌아와 신문화운동을 주 도했다. 1936년 루쉰이 이끄는 혁신적인 문청집단에서 활동한 그의 작품은 뛰어난 문학성을 잃지 않으면서 착취계급 을 명징하게 고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애국심도 남달랐던 바진은 숱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아나키즘을 포기하지만, 문화혁명기에는 아나키즘에 경도된 작가 로 몰려 심한 고초를 겪었다. 자신의 신념을 거짓으로 가려야 했으며 살기 위해 거짓을 말해야 했다. 문화혁명이 끝난 뒤에 대부분의 학자나 작가는 악몽 같던 과거를 덮어두려 했지만, 바진은 나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지식인 이라고 소리 내어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양심을 복원하기 위해 부단히 반성하고 부단히 노력하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문화혁명이라는 괴물은 그에게 불치의 병을 남겼지만, 그의 고결한 정신까지는 앗 아가지 못했다. 나는 소설을 입신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소설을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길 뿐이다. 나의 창작 여 정은 삶과 일치한다. 내 작품은 직접 독자에게 호소하는 것으로, 널리 읽혀서 광명에 대한 사랑과 암흑에 대한 증오 를 일으키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명을 다한 후 시간이 흐르면 잊히길 바란다. - 바진 이 소설 차가운 밤 는 루쉰, 라오서와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는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태평양 전쟁의 여파로 아시아 전역이 포화 속에 잠긴 1940년대의 중국이 배경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대외적으로는 전쟁, 대내적으 로는 구습과 신문화의 대립으로 격동하던 당시 중국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는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바진 최후의 역작을 통해 하루하루가 극심한 고통의 나날을 보낸 당시 중국인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왕원쉬안은 전시에 필요한 것은 자신과 같은 지식인이 아니라 상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나약한 가장이다. 그에게는 그와 마찬가지로 대학교육을 받은 아내와 가부장제의 전통을 뼛속까지 간직한 어머니,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한때는 중국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교육사업을 설계하던 그였지만, 전쟁 은 그에게서 꿈과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집안의 생계를 짊어진 왕원쉬안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진다. 반면, 신여성인 아내와 가정에만 충실한 어머니의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왕원쉬안은 두 사람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유부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93

94 단한 자세로 일관한다. 매일같이 울리는 경계경보와 계속되는 가정의 다툼 속에서 그의 몸과 마음은 나날이 여위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는 다니던 은행의 인사발령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 마지막까지 가족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왕원쉬안은 아내와의 이별로 결국 쓰러지고 만다.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종전이 선언되던 바로 그때, 왕원쉬안은 자신의 미약한 숨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다. 1940년대 상하이 모습. 영화 <색.계>에서 퍼왔다 이 소설의 의미를 굳이 이야기하자고 하면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바진 최후의 역작이라는 점이다. 차가운 밤 는 태평양 전쟁의 여파로 아시아 전역이 포화 속에 잠긴 1940년대의 중국. 대외적으로는 전쟁, 대내적 으로는 구습과 신문화의 대립으로 격동하던 당시 중국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내었다. 바진에 회고에 따르면, 당시 그는 국민당 정부가 피난 와 있었던 충칭( 重 慶 )에 머물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 항일전 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당시 많은 문인들은 충칭에 결집하여 항일 대열에 참가하고 있었으나, 문인 및 일반 민중에게 는 하루하루가 극심한 고통의 나날이었다. 치솟는 물가, 팽배해진 염전( 厭 戰 )사상, 국민당의 실책과 가혹한 통치 등은 항일전 초기 열정적으로 구국 대열에 투신했던 많은 작가와 지식인들 사이에 패배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주의적 사 조를 뿌리내리게 했다. 차가운 밤 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풍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94

95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00 세계 문학의 숲 -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1898년 미국의 작가 헨리 제임스에 의해 발표된 소설이다. 원제는 <The turn of screw> 인데 국내에서는 <나사못 회 전>, <나사의 회전> 또는 괴기스런 분위기 때문에 <유령의 집> 등으로 표제가 번역되었다. 유령을 다룬 소설의 대표 적인 작품으로, 영국의 어떤 전통 있는 집안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는 젊은 여교사가 그 집에 젊은 남녀의 유령이 나타난다고 확신하고 어린 제자를 유령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이목을 끄는 이유는 이러한 단순 유령이야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유령 이야기를 하는 방식에 놓여 있다. 원작에서는 그 가정교사가 쓴 글을 옛 제자가 읽는 형태로 진행된다. 문제는 그 글을 쓴 가정교사의 시점 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결국 그 이야기의 진정성마저 의심이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단순히 그 이야기를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정교사의 수기가 과연 객관적인 기록인가에 대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5

96 하여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에는 유령이 과연 존재했는가는 문제를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녀의 히스 테리에 의한 과잉상상이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프로이트와 같은 수많은 심리학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문제작이 된다. 소설의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줄거리 요약을 해보기로 하자. 이야기는 어느 중년 남자가 읽어주는 가정교사의 수기로부터 출발한다. 20대 초의 가난한 여성인 화자는 세상살이의 첫 경험을 대부호의 가정교사로 시작하게 된다. 그녀를 고용한 남자는 무뚝뚝하고 근엄하였지만 꽤 매력적이었으며, 그녀의 학생들은 고용주의 조카 둘 10살 남짓한 남아(마일즈)와 두어 살 아래의 여아(플로라)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 적한 시골 블라이에 보내져 양육되었으며, 그녀는 아이들을 맡되, 여하한 경우에도 절대 고용주를 귀찮게 만들지 말 아달라는 엄명을 받는다. 그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감동받고 자신의 사명을 다지지만, 다른 한편으론 마일즈 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퇴학당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다. 평화롭고 한적하기만 한 시골집에서 이전의 가정교사 제셀과 집안의 하인 퀸트의 망령이 출몰하여 아이들의 영혼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다. 유모 그로스 부인에 의하면, 제셀과 퀸트는 생전 악행을 일삼았으며 아이들을 타락시키려 들었다. 이에 화자는 고용주의 신뢰와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키고자, 자신의 용기와 옳음을 입증하고자 악령들에 필사적으로 대항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아이들이 악령들과 어울려 오히려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점이며, 그로스 부인은 '상상력의 빈곤'으로 말미암아 사태를 전혀 능동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악령들을 직접 목격한 이는 오직 화 자 하나뿐이고, 아이들은 악령의 존재를 모르는 척 자신을 속인다는 심증만 깊어간다. 그외 집안 식구들은 그 누구도 악령의 존재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나 아이들과 화자 사이엔 미묘한 갈등의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마침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호수가로 혼자 떠난 플로라를 찾기 위해 나선 화자는 제셀의 망령을 마주치게 되지만, 함께 있던 플로라와 그로스 부인은 악령을 보지 못한다. 플로라는 깊은 병을 얻어 그로스 부인과 함께 집을 떠나게 되고, 화자는 마일즈를 구원하고자 그와 대면한다. 마지막 순간, 마일즈가 악령과 교우하였다는 '죄의 고백'을 받아내며 화 자는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지만, 마일즈는 숨을 거둔 뒤다.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6

97 이 작품은 오페라나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이야기 형식 자체가 하나의 전형을 만들었다. 가령,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김지운 감독이 만든 영화 '장화, 홍련'을 평하면서, 이 영화는 헨리 제임스의 작품 <나사못회전>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장화, 홍 련>의 새엄마에 대한 과잉반응의 모티브를 일컫는 것이다. 또, '디 아더스'같은 작품도 '나사못 회전'의 영향 하에 있 다고 평하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나사못 회전>은 이설이 많은 작품이며, 해석마다 극을 달린다. 유령을 영화 '엑소시스트'와 같이 <악의 상징>으로 여 기는 설도 있고, 아이들을 악의 상징으로 보는 설도 있으며, 가정교사를 악역으로 보는 설까지 있다. 이들 중 어느 한쪽에 붙는다고 하더라도 각 인물에 대한 해석 또한 이 안에서 또 제각각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독자들에게 확실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 소설에 스며들어 있는 <악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그것이 풍 기는 음산한 분위기가 이 중편소설을 아주 근사한 고딕 소설로 만들어 준다. 유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동생이기도 한 헨리 제임스는 작품 속의 한 인물의 시점을 통해 다른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각 인물의 의식 심층을 깊숙이 파고든다. 이러한 작법은 사실적인 서술에다 성격 묘사 에 중점을 두고 인간 행동의 내면에 있는 심리적 동기를 심리학적 혹은 병리학적으로 해부하여 분석해 나가는 심리 주의 문학의 모태를 이루었고, 의식의 흐름 이라는 수법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조지프 콘래드, D. H. 로렌스 등의 영국 작가들과 이디스 워튼, 윌라 캐더 등의 미국 작가들이 제임스로부터 큰 영향 을 받았다.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7

98 이 소설에서도 역시 이러한 서술 기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작품이 최초의 심리 소설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다. 헨리 제임스가 이 작품에서 1인칭 화자로 설정한 인물은 바로 가정교사인데 가정교사의 시선으로 유령이 목 격되고, 그녀의 관점으로 모든 것이 해석되며, 또한 유령이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독자는, 유령 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을 가질 틈도 없이 가정교사의 확신에 휩쓸리고 만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 라 독자는 유령의 존재가 그녀의 점점 날카로워지는 심리가 낳은 부산물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의심일 뿐, 무엇이 진실인지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밝혀지지 않은 채 남는다. 그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며 독자는 작가에 의해 내면을 지배당한다. 가정교사가 본 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유령이 있느냐 혹은 가정교사가 미쳤느냐 등등, 이 작품은 문학평론가뿐 아니라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실체에 대해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정교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 음에도 불구하고, 헨리 제임스는 이 여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심지어 액자 구조의 이야기에서 바깥의 화자인 더 글러스조차 이름이 주어졌는데 말이다. 이는 가정교사의 실체를 분명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논란을 일으키기 위한 작 가의 의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8

99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9

100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00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영국 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소설로 1924년 간행되었다.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인 인도로 가는 길 은 1984년 데이비드 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타임 지 선정 <현대 100대 영어소설>,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에 선정되는 등 영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인도는 3세기 반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 카스트 제도로 인해 사회 ㆍ경제ㆍ정치면에서 후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불교의 탄생지로 인류 4대 문명의 근원지 중의 하나다. 또한 현대 서구문명의 폐해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저력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 소설은 민족과 정치적 이념의 차이를 초월한 우정은 가능한지, 남녀ㆍ부모와 자식간의 진실한 관계는 어떤 것인 지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대작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국의 통치 아래 있는 인도의 한 가상( 假 想 ) 도시 챈드라 폴에서 엉뚱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인 의사 아지스가 이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00

101 마을에 사는 영국인 판사의 약혼자 아데라를 동굴로 불러내어 능욕하려 했다는 것이다. 의사는 체포되어 곧 재판에 회부되었는데, 이 일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민족 감정이 일시에 폭발, 이 사건은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간의 집단적 대립 양상을 띠게 된다. 그 사이 아지스의 무죄를 믿고 동분서주하는 대학장 필딩의 초조감, 판사의 모친이면서 아지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무아 부인의 서먹서먹함, 힌두교적 세계관으로 사건을 관망하기만 하는 고드볼 교수의 태도, 이외에도 이 마을에 사 는 많은 영국인들과 인도인들의 생각과 행동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이 사건은 모든 것이 자신의 환각이었다는 아지스의 말과 판사의 고소 취하로 끝을 맺는다. 작품의 주제는 민족간 융합의 어려움보다도 작자가 일관하여 추구한 인간 상호간의 이해의 본질에 있으며, 동양의 신비적인 사상에 대한 관심도 깊게 표현하였다. 이 작품에서 하나의 사건은 판사의 고소 취하로 끝을 맺지만, 오히려 이러한 싱거운 결말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사건 의 진상을 깊이 고찰하도록 만든다. 인도인과 영국인 사이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통해 동ㆍ서 문명의 대립상과 인간 상호간의 이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아지스는 정열적이지만, 경박하고, 필딩은 진지한 휴머니스트이지만 속물( 俗 物 )이고, 무아 부인은 경건하고 인정 많은 크리스천이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감상적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희극도 아닌 작품의 이러한 인물들에게 별 애착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건의 발단이 된 수수께끼의 동굴 마라발 이다. 그 안에 들어가 성냥을 켜면 돌 거울이 그 불꽃을 비추지만, 두 불꽃은 결코 융합될 수 없다.또, 누군가가 동굴 속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해도 동굴의 울림 때문에 결국에는 오우 보움 이라는 무의미한 중얼거림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 안으로 들 어간 인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동굴은 비밀을 알고 있는 예언자처럼 일종의 계시를 내리고, 그에 대한 해석은 인간 각자가 내려야 한다. 이 작품이 걸작으로 일컬어지면서도 끊임없이 다양한 작품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은 동굴 속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상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01

102 이 모호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02

103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00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양자전기역학 : 빛과 물질에 관한 이상한 이론QED : The strange theory of light and matter>에서 리처드 파인만 은 낮에 램프를 켜놓고 빛이 유리창 표면에서 부분적으로 반사된다고 말한다. 실험에 따르면 100개의 빛입자 중 평균 네 개는 반사되어 돌아오고 96개는 유리를 통과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빛입자가 자신의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을 알지 못하며, 특정 입자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 이 단편소설집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기억이, 기억이 현재에 미치 는 영향이 그러하다. 마음은 그 주인이 마음먹은 대로도, 마음먹고 싶은 대로도 움직여 주지 않는다. 작품은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이 소설집은 미국의 주목 받는 신예 작가 앤드루 포터의 처녀작이다. 2008년 플래너리 오코너 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누구에게든 하나쯤 있기 마련인 '지워지지 않는 어떤 순간'을 회상하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편안한 언어로 그려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어떤 기억들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잔디를 깎다 가 갑작스레 죽음을 당한 친구의 이야기, 소녀들과 데이트하고 싶은 마음에 서성거리는 소년들, 나이 많은 대학교수 와 비밀스런 사랑을 간직하는 여대생 등 평범한 삶 속에 감춰진 상처들을 차분하게 감싼다.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 을 '서늘한 기억'을 풀어놓는 열편의 단편들이다.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103

104 그는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각기 다른 열편의 소설을 통해 상처나 아픔으로 남은 기억이라고 해도 그 역시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소중한 과거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각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난 기억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그리워하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기 도 한다. 그들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그들에게 남은 기억은 그 하나하 나로 커다란 의미를 가지며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날 얽매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독 자라면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고민하고 과거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들의 고백을 통해 오래 묵은 갈증이 해소되는 후련함과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앤드류 포터는 처녀작인 이 작품을 통해 2008년 플래너리 오코너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8년 각종 매체에서 최 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화제를 모으며 무명의 작가에서 2008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뛰어올랐다. 아무리 평범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온 이라고 해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범한 삶 속에 감춰진 상처들을 차분하게 감싸는 앤드류 포터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언제 생겼는지도 알 수 없던 그 해묵은 상처들을 하나 씩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체험을 하게 된다.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을 살펴보도록 하자. 노교수( 老 敎 授 )인 로버트와 수업을 받는 여학생 제자인 헤더는 그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이라 느꼈다. 그 래서 헤더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교수의 숙소에 무상출입하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로버트와는 육체적 인 관계 외에는 모든 것을 다하는 연인관계를 형성한다. 헤더에게는 콜린이라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있었다. 어느 날 오래된 주점에서 헤더는 로버트의 손을 잡았고 무심히 고개를 돌려본 곳에 콜린이 있었다. 헤더는 콜린과의 모든 것이 끝날까봐 겁이 났고 로버트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헤더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뻔한 결혼 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세월이 흘러 문득 로버트를 생각하며 헤 더는 다른 한쪽에 저장되어있는 회상을 하게 된다. 로버트와 함께하는 상상, 하지만 결국 로버트를 떠나야한다는 것 도 안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죄책감일지도 모르는 그 감정들은 헤더의 생각을 현실과 다른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사 라지지 않는 기억들, 그리고 상처와 실망도 영원히 영향을 미친다. 자신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지 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들이 또 다른 허구를 만들어낸다. 혹시 내가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을까, 부당함을 보고도 눈을 감았던 것은 아닐까, 진짜 사랑인 줄 알면서도 손을 내밀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에 실린 열편의 단편을 통해 독자들은 나만 가 진 줄 알았던 상처를 공유한 주인공들에 대한 공감과, 타인의 치부를 들춰본 듯한 당혹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앤드류 포터는 섬세하고 투명한 문장을 통해,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담담히 묘사한다. 각 단편 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과거의 어떤 순간을 회상하며 공포를 느끼거나, 그리워하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불같은 사랑이나 끔찍한 범죄, 드라마틱한 사건 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고, 별 대 단치 않은 사건을 겪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 사건들이 그들의 삶에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순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그런 예를 들어보라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초등학교 때 나와 무척 친했던 상우 라는 친구가 있었다. 6학년 1학기가 끝날 즈음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그 애 집은 하교 시 지나야 하는 길목의 시장통 가게였는데 휴학을 한 나의 친구는 창백하고 파리한 얼굴을 한 채로 가게에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친구는 세상을 떠났고 그 다음 부터는 그 집 앞을 지나기가 두려워 졌다. 가게에서 장사를 하는 상우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는 게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 세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104

105 월이 40년 가까이 흘러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착하고 공부 잘했던 상우 얼굴과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았을 상우 어머 니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사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시장) 우측이 과거 상우네 집이다. (상우네 가족은 상우가 죽고 난 뒤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모든 단편들이 무수한 공감과 아픔을 주었다. 마주하기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주인 공들을 보면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위로하게 되었다. 괜찮아.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잊으려 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위로들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별것도 아니고, 늘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위로받길 바랐지만 말할 수 없었던 일들을 고백하고 위로받는 경험을 대신 체험하는 것이다.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105

106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00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太 宰 治 )의 소설. 1948년 6월부터 8월까지 [전망( 展 望 )]지에 연재하였고, 그 해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작자가 그의 애인과 함께 투신자살하기 수개월 전에 쓰인 작자 자신의 자화상( 自 畵 像 )이다. 청춘기( 靑 春 期 ) 이래의 자학( 自 虐 )과 반항ㆍ패배에 색칠된 생애를 회화적( 繪 畵 的 )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낭만적 심정으로 흥청거리며 살아온 작자의 모습이 가슴 아프도록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1940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이 작품을 완성한 뒤 자살하였다.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106

10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남과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혼란해 발광할 것 같다. 게다가 온전히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는 나는, 인간 에 대한 마지막 구애로서 익살스러운 광대짓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부자집 아들인 "나"의 본성 은 가정부나 하인에게 범해지는 잔혹한 범죄('강간'으로 추정함)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힘없이 웃고 있는 인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서로 속이는 인간들에 대한 난해함 끝에 고독을 선택한다. 중학교 시절, 나는 익살꾼이라고 하는 자신의 기술이 간파될 것 같게 되어 두려워한다. 그 후 구 제국고등학교 에 있어 인간에게의 공포를 감추기 위해서 나쁜 친구 호리키에 의해 술과 담배와 매춘부와 좌익사상에 빠져들 게 된다. 이것들은 모두, 나에게 있어서 추악한 인간사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환경이 바뀌는 것에 따라 여러가지 속박으로부터 피하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술집여급인 유부녀와의 따뜻한 하룻밤 뒤에, 그녀와 동반자살을 기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혼자 살아남아, 경찰과 검찰에 서 자살방조죄를 추궁 받는다. 결국, 부친과 사업 거래경험이 있는 남자를 보증인(인수인)으로 해서 석방되지 만, 혼란한 정신상태는 계속된다. 자살시도를 계기로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한때 보증인(인수인) 남자의 집에 체류하게 되지만, 남자에게 장래 에 어떻게 할 건지 추궁받아 나는 가출을 한다. 그것을 계기로 아이 딸린 여자나, 바의 마담등과의 파괴적인 동 거관계에 몰두하게 되어, 나는 한층 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 끝에 마지막으로 동거했고 처음으로 결혼했던 순결한 여자가, 근처상인에게 강간당하고, 그로 인해 지나친 절망에 술에 절어 지내다가, 마침내 어느날 밤, 우연히 찾아낸 수면제를 이용해, 발작적으로 다시 자살기도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났지만, 더욱 몸이 쇠약해져 한층 더 술독에 빠지게 되어, 어느 눈오는 날 밤 결국 객혈 ( 喀 血 )을 한다. 약국에서 처방된 모르핀을 사용하면 급격하게 상태가 회복됐기 때문에, 거기에 맛을 들여 몇 번 이나 사용하게 되다가 결국 모르핀 중독에 걸린다. 모르핀을 너무 원한 나머지 몇 번이나 약국으로부터 외상으로 약을 사다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액수가 되어, 마침내 약국의 부인과 관계를 맺기에 이른다. 그 부인은 두다리가 불구인 소아마비였다. 어쨌든 그 자신의 죄의 무게에 참을 수 없게 되어, "나"는 친가에 상황을 설명해 돈을 원한다는 편지를 보낸다. 이윽고, 가족의 연락을 받은 것 같은 보증인(인수인) 남자와 호리키가 와서, 병원에 갈 것을 결정한다. 행선지 는 요양소라고 생각했는데 정신병원에 입원당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미친 사람으로서 평가를 받아진 것을 느끼고, 나는 이미 인간을 실격했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수개월의 입원생활 후, 고향에 간 나는 거의 폐인이 되어, 불행도 행복도 없고, 단지 지나갈 뿐이라고 중얼거 린다.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107

108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결정판으로 처음으로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쓴 정신( 精 神 )의 자화상이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머리말과 후기 사이에 지금은 미쳐 버린 오바요조( 大 庭 葉 藏 )라는 인물의 수기를 3부로 나누어 소개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체험을 그리면서 세속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인간존재의 본질을 묘사하여 기성세대 로 들어서는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고전적( 古 典 的 ) 완성에 대하여 뼈저린 애착( 愛 着 )의 심정으로 숭앙( 崇 仰 )의 절을 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현대의 예술가로서 이에 반역( 反 逆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표현한 자탄( 自 歎 )의 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탁월한 외적 미모와 순결( 純 潔 )한 심정의 소유자인 작자가 세속( 世 俗 )의 우매( 愚 昧 )와 추악( 醜 惡 ) 앞에서 인간 이기를 스스로 실격( 失 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것, 자신을 신( 神 )의 위치에까지 높이지를 못하고 드리어 그 작품이 세속적 갈채를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조( 自 嘲 )의 표백( 表 白 )이다. 그 조형성( 造 形 性 )은 전작( 前 作 ) <사 양( 斜 陽 )>에는 미치지 못하나, 죽음을 앞둔 작자의 비통한 절규로서 주목을 끈 작품이다.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108

109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00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1966년 9월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이청준의 단편소설로서, 1967년 제13회 동인문학상 을 수상한 작품이다. 1950년대 전후 소설( 戰 後 小 說 )의 허무주의적이고 난잡한 작품 세계를 뛰어넘어, 작가의 감정 개입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논리적인 문체와 액자 소설 양식을 통한 형식적 완결성의 추구 등으로 소설 영역의 새로운 경제를 개척한 것으 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직접적인 상처를 받은 형과, 다만 관념으로서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동생간의 갈등과 대립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그들이 겪은 경험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죽음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소설적으로 변형시키는 형과는 달리, 동생은 자신이 지닌 상처의 근원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병신과 머저리'인 것이다. 개인의 의식을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109

110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경험'과 '관념'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청준은 예술가로서의 소설가 혹은 지식인의 대( 對 )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를 항상 고심하는 작 가이며, 그 고심의 치열함이 소설의 지적 특성으로 드러난다. <병신과 머저리>에는 이러한 고심의 구도가 전형적으로 드러나 있다. 의사인 형과 화가인 동생, 이 둘이 합해지면 지식인 예술가가 되며, 이 둘의 고민은 삶을 적극적으로 창조해나가지 못하는 자신들의 피동성에 있다. 형이 관모와 김일병의 문제를 능동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 동생이 소극적 사랑으로 실연에 이르는 것은 이들의 개 성이 수용적 특성에 기울어져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은 세계가 자신들을 훼손하고 있다고 느끼며, 그것을 극복 하려는 데서 형과 나-혹은 이청준 소설의 모든 인물들-의 고심과 저항은 치열해지는 것이다. <병신과 머저리>에 드러난 것처럼 이청준은 자아를 훼손한 최대의 문화사적 횡포를 6ㆍ25전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문맥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4ㆍ19혁명의 발발과 좌절 또한 이 작품의 제작에 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병신과 머저리'란 제목은 1960년대적 상황에 대한 자조적 작가의식이 빚어낸 것이지만, 그러한 자조와 자학을 넘어서 고자 하는 치열한 모색에서 이청준 소설의 만만치 않음과 힘을 발견하게 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화가다. 형 친구의 소개로 한때 화실에 나왔던 '혜인'에게서 청첩장을 받는다. 그녀는 '나' 대신에 장래가 확실 한 의사를 배우자로 택한 것이다. '나'는 무기력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림은 진전( 進 展 )이 없다. 형은 의사다. 6ㆍ25 때 패잔병으로 낙오되었다가 동료를 죽이고 탈출했다는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20여 년 동안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110

111 외과 의사로 실수 한 번 없던 그가, 달포 전 수술을 한 어린 소녀가 죽자 병원 문을 닫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 것은 형의 체험담이었다. 소설의 중심인물은 셋이다. 표독한 이등 중사 오관모, 신병 김 일병, 그리고 서술자인 '나'(그것은 형이다)였다. 그들 은 패주한다. 김 일병은 팔이 잘려 나가 썩어 가고 있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 숨어 지낸다. 오관모는 전부터 김 일병 을 남색( 男 色 )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김 일병의 상처에서 나는 역한 냄새로 그 짓이 불가능해지자 김 일병을 죽이려 한다. 형의 소설은 거기서 멈춰 있다. '나'의 그림 역시 진전이 없다. '나'는 형 대신 소설의 결말을 써 나간다. 오관모가 오기 전에 형이 김 일병을 쏘아 버린다. 형은 참새가슴처럼 떨고 있다. 라고. 형은 내가 쓴 결말을 읽고는 병신, 머 저리라고 '나'를 욕한다. 그리고는 오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고, 뒤따라간 자신이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 뜻밖의 결말은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데 '혜인'의 결혼식에서 돌아온 형은 자신의 소설을 태워 버린다. 결혼 식장에서 오관모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형은 건강한 생활인으로 돌아가 다시 병원 문을 연다. 소녀의 수술 실패를 계기로 돌연 병원을 닫고 매일 술을 마시며 느닷없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형과, 의지의 모습으 로 신을 위협하는 인간의 얼굴을 그리고자 하지만 둥그런 얼굴 윤곽만 그리고 더 이상 그리지 못하는 화가인 동생. 형은 6ㆍ25의 아픔을 직접 체험한 존재로, 동생은 환부다운 환부를 갖고 있지 않은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다시 말하 면, 형은 참전 세대로서 6ㆍ25의 체험을 생생한 아픔과 과실 치사의 죄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동생인 '나'는 그런 절실한 체험도 없을뿐더러 무기력하게 자신을 포기한 존재이다. '나'는 인간의 원형적 얼굴을 그려내려고 하지만 그림은 늘 진전이 없다. 자신의 힘으로는 그 '얼굴'을 찾아내지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감과 까닭 모 를 패배감에 젖어 있다. 이와 같은 기질과 인생관을 지닌 형제는 강렬하게 부딪힌다. '혜인'을 붙잡지도 못하고 그림으로 자신의 억눌린 욕구 를 표현하고자 하는 '나'와 극한 상황의 비인간성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극도의 환멸을 맛보았던, 그리고 그 환명에 대 한 분출구로써 소설을 쓰기 시작한 형이 갈등을 빚는 것이다. 우선 형은 자신이 쓴 소설의 결말을 동료(김 일병)를 쏘아 죽인 상급자(오관모)를 자기가 직접 쏘아 죽이는 것으로 씀으로써, 현실과의 싸움이 아무리 절망적일지라도 미리 포기하는 것보다 싸우다 파괴되는 것이 훨씬 성실한 삶이라 는 자기 인식에 도달한다. 결국, 형의 소설 쓰기는 체험의 회고가 아니라 자기 연민을 벗어나고자 하는 완벽한 재구 성이었던 것이다.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111

112 하지만 '나'는 형이 자신의 전쟁 체험을 소설 쓰기나 상급자(오관모)와의 극적인 상봉을 통하여 해소하는 과정을 보 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참담한 비애를 느낀다. 그에게는 형과 같은 뚜렷한 정신적 상처도 없고 근원이 분명한 심리 적 고통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아픔은 어디서 온 것인가. 혜인의 말처럼 형은 6ㆍ25의 전상자이지만, 아픔만이 있고 그 아픔이 오는 곳이 없는 나의 환부는 어디인가. 지금 나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것인가. 결국, '나'는 형과 같은 구체적인 갈등 속에서 외부와 싸우기보다는 수동적인 관조 속에서 현실을 회피하는 가운데 점점 소멸의 시간들을 맞이해 가고 있다. '병신과 머저리'는 바로 '나'인 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갈등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의 실천에 관한 형과 동생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형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행동적 유형의 인물이며, 동생은 완벽한 실천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계 속 고민만 하는 회의적 유형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또 다른 핵심은 작품 결말에 오관모가 다시 등장하는 데 있다. 형이 소설에서 죽인 것과는 달리 오관모(이기심과 생존 욕구)는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한 개인이 관념적으로 문제를 해결 하는 것과 그 문제가 실제 현실에서 해결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은 주장한다.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112

113 황석영의 소설 객지 :00 황석영의 소설 객지 황석영의 대표작으로 1971년 작품인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년대이며 공간적 배경은 서해안 근처의 건설 회사 사무실과 합숙소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1970년대 사이의 산업화로 들어서는 시기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 소설은 전개되고 있다. 건설공사 현장인 부들은 개펄에서 일을 하는데 그 일은 너무나도 힘들었고 인부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횡포도 심하다. 열악한 조건에 서 당하기만 하던 인부들은 감독조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봉투 속에 건의문과 연서장을 제출했는데 건설회사 현장소 장은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인부들이 파업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파업은 실패하게 되고, 그 대가로 인부 32명이 해고당하게 된다. 그 이후 다시 인부들이 파업을 일으키게 된 다. 그러자 회사는 속임수를 써서 파업이 일어난 것을 다시 원상태로 복귀시키려고 한다. 이 파업은 처음에는 성공을 거두는 것 같았으나, 결국 회사측의 집요한 방해로 실패하게 된다. 황석영의 소설 객지 113

114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황석영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2년 가을에 [사상계] 신인상에 입선한 황석영( 黃 晳 暎 )은 그 후 8년 동안 완전히 문학과 결별한다. 그 8년 동안, 그는 세 군데의 학교를 차례로 퇴 학당하며 전전한다. 마침내 어느 공업학교 야간부를 간신히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입학했으나 1964년에 가 출,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구속된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밤을 보내던 그는 당시 제 2 한강교에서 노동을 하고 있던 장교 출신의 제대 군인과 알게되고, 계절을 따라 전국 각지를 떠돌며 사는 그 사람의 생활이 몹시 부럽게 느껴져, 그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사춘기의 위기를 겪으면서 객지의 황량한 벌판에 뛰어든 것이다. 그때 그에게 던져진 현실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넘어오면서 해결되지 않은 채 누적되어 온 사회적 모순이 가득 차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황하며 절망하고, 때로는 소외감으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불행한 노동자들과의 연대 의식으로 행복하기도 했다고 그는 술회한다. 이 점은 <객지( 客 地 )>에서의 동혁과 같은 인물들에서 나타난다. 작가가 신탄진 연초 공장에서 일했을 때 겪었던 노동 자 합숙소에서의 체험과 간척공사장 얘기를 얽어서 쓴 <객지>는 고향을 잃고 집을 떠난 사람들이 소외된 객지에서 겪는 이야기다. 비인간적인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는 투쟁의 과정은 침착하고 자세하며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가 자신이 밝힌 것처럼 <객지>는 노동자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축소한 것이다. 황석영의 소설 객지 114

115 <객지>의 문학적 성공은 냉정한 리얼리즘의 기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혁과 같은 긍정적 인물을 창조해 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혁의 모습이 영웅적인 측면으로 과장. 확대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는 또 다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1960년대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인부들의 노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모 습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상을 통한 등장인물 등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볼 수 있다. 황석영의 소설 객지 115

116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00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프랑스의 작가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로 년 간행되었다. <회색 노트><감화원( 感 化 院 )>(1922) <아름다 운 계절>(1923) <진찰><라 솔레리나>(1928) <아버지의 죽음>(1929) <1914년 여름>(1936) <에필로그>(1940)의 8편으로 되 어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의 전반에서, 20세기 초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젊은 세대의 시대적 고뇌를 그 직접적 인 체험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우선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티보 가의 부자( 父 子 ) 세 사람 중에서 아버지 오스칼은 질서와 명예, 권력에 집착하는 구세대 부르주아의 전형이다. 그리고 두 아들 앙트완과 자크는 격동기를 살아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첫째, 앙트완은 구레나룻,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 등으로 정력적이고 침착하 며, 합리적인 인상을 갖게 한다. 반면에, 자크의 주근깨 있는 얼굴, 금이 간 입술 등은 고독하고 순수한, 그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116

117 러면서도 반역에 대해서는 타협할 줄 모르는 인물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두 사람은 유난히 큰 두개 골, 티보 가 특유의 턱뼈 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그 집안만의 인내력과 티보 가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 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둘째, 앙트완은 기계문명에 자기를 적응시키는 실증적 정신의 소유자이고, 자크는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인물이 다. 셋째, 앙트완은 개인생활의 안락함과 능력을 발휘해 성공하고 싶어 하나, 자크는 개인보다는 국민 모두의 운명을 위 해 싸우고자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완고하고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의 가정에 태어난 자크가 세계대전의 발발과 더불어 인터내셔널 운동에 투신, 비행기 위에서 반전( 反 戰 ) 삐라를 뿌리려다가 헛되이 추락사하기까지를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상식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의사 였던 자크의 형 앙투완이 소집령을 받고 종군하다가 독가스에 중독되어 요양 중, 지난날의 자크의 언동과 그가 지키 려고 했던 평화, 자크와 그 애인 사이에 태어난 유아( 遺 兒 )를 생각하며, 또 자기는 재기 불능임을 알고 앞으로 올 세 대에 희망을 걸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대목에서 붓을 놓았다. 1. 회색노트 자크 티보와 다니엘은 순수한 우정을 담은 일기장 '회색노트'가 기숙사의 사제에게 발각되어 심한 모욕을 받자 이에 반발하여 가출을 한다. 그러나 둘은 붙들려 파리로 되돌아온다. 2. 감화원 자크의 아버지는 엄격한 가톨릭 신자로 보수적이며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집을 나간 자크의 행동에 화가 나서 자신이 세운 감화원에 자크를 집어넣어 감화시키려고 한다. 형 앙트완은 앞날이 촉망되는 의사로 감화원으로 찾 아간다. 생기 없는 동생의 모습과 감화원의 좋지 못한 환경을 보고는 아버지와 격렬히 싸운 뒤 신부의 힘을 빌려 자 크를 집으로 데려온다. 3. 아름다운 계절 자크는 에콜노르망 고등사범학교의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친구 다니엘은 화가로서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여름별장 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다니엘의 여동생 젠니에게 사랑을 느끼나 젠니는 미지의 감정에 대해 불안해한다. 4. 진찰-라 솔레리나-아버지의 죽음 형 앙트완은 유능한 소아과 의사로 정력적인 활동을 한다. 자크가 가출한 지 3년 뒤 아버지가 병으로 자리에 눕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크의 고등사범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크가 <라 솔레리나>라는 소설을 발표했다는 편지를 받는 다. 그는 소설을 단서로 동생의 거처를 추적하여 스위스에서 혁명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자크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아버지는 고통 속에서 두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다 년 여름 혁명에 뛰어든 자크는 평화를 위한 싸움에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 자크는 전쟁의 위협과 쉴 새 없는 사건 속에서 젠 니와 결혼한다. 마침내 프랑스에 동원령이 내려지고 형 앙트완은 전쟁터로 나간다. 그러나 자크는 스위스에서 반전운 동의 지도자로 활동한다. 어느 날 자크는 반전 전단을 뿌리기 위해 비행기를 탔으나, 추락하는 바람에 부상을 입는 다.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117

118 그리고 퇴각하는 프랑스 군인에게 스파이 혐의로 잡히고, 이동침대에 누워 이송되는 도중, 퇴각에 방해가 된다며 사 살당하고 만다. 6. 에필로그 전쟁은 종반으로 치닫고 앙트완은 독가스에 중독되어 요양소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그는 의사로서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병상일지를 기록하여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한편, 티보가의 피는 젠니가 낳은 자크의 아들 장 폴에게로 이어진다. 이 아이 역시 아버지를 닮아 의지력이 강한 티보가의 후손이었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티보가라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암울한 시대에 처한 젊은이들의 갈등을 그리 고 있다. 명예와 권력에 집착하여 보수적이며 독선적인 아버지 오스카 티보가 구세대의 전형이라면, 이러한 현실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진보적인 성향의 두 아들 앙트완 티보와 자크 티보는 신세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두 아들 또한 대조적인 인간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형 앙트완은 의사로서 합리적이며 현실주의적인 반면, 동생 자크는 혁명가로 서 사회 변혁을 위한 이상주의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들이 처한 시기는 시대적으로 매우 불운했으며,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무하게 죽고 만다. 이것이 뒤 가르가 말하는 20세기 초의 인간상들이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는 대작으로 후반부에 나오는 <1914년 여름> 으로 인해 193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118

119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00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의 최대 장편소설로 년 사이의 작품으로 전 4편과 에필로그로 되어 있다 년부터 1820년까지 사이의 러시아의 역사적 사건, 특히 나폴레옹 침입군을 물리치는 전쟁이 中 心 이 되어 있고, 귀족 사회의 전제화( 專 制 化 )와 그에 저항하는 청년귀족의 번민 및 각성이 테마가 되어 있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작가적 역량이 무르익었을 때의 대표적 역작인 일대 서사시이며, 동시에 러시아 사실주의 소 설의 최고 수준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전후 6년에 걸친 이 대하소설은 개인의 역사와 국민의 역사, 이 두 가지가 겹쳐서 융화된 이야기인데 여기서의 전쟁 은 러시아 역사상 공전( 空 前 )의 대 전쟁인 1812년의 나폴레옹 전쟁 이다. 1805년에서 시작해서 1820년, 그리고 12 월 당( 黨 ) 반란에의 전망에 이르는 이야기의 줄거리로 되어 있다. 작품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119

120 나폴레옹은 재위 기간 중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영국을 경제적으로 파탄시키기 위해 1806년 대륙 봉쇄령을 내려 무역을 전면 금지시킨다. 그로 인해 영국은 물론 유럽 대륙은 경제적 피해를 보며, 나폴레옹의 지배에서 이탈하기 시 작한다. 1812년 나폴레옹은 궁여지책으로 러시아 원정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이 작품은 러시아 원정을 배경으 로 하고 있다. 등장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전쟁과 평화>는 특정한 주인공을 찾기 힘들지만,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나타샤>라 할 수 있다. 나타샤는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가 표현한 생명 긍정의 사상을 표출하고 있다. 그녀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여인이며, 꾸밈없이 자 연 그대로 행동한다. 백작 가( 家 )의 딸로 태어나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으면서도 가난한 백부의 집에서 민요에 맞춰 춤을 출 줄도 안다. 그녀는 모든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터득하여 자신의 삶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은둔생활을 한 뒤 나타샤를 만나게 된 안드레이는 나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고 느끼며 그녀를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인생 전체가 새롭게 빛난다. 는 삶에의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 이 모두가 그녀의 밝은 영혼 탓이 다. 나타샤는 순수한 러시아 여성이며,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여인이라 할 수 있다. 방대하기 짝이 없는 이 대하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05년 초여름의 어느 날, 피에르는 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아버지의 많은 유산을 상속받아 가지고 엘렌과 결혼한다. 러시아는 서유럽에 출병하게 되는데, 쿠투조프가 사령관으로, 안드레이가 부관으로 나갈 때 니콜라 이도 지원해서 같이 출정한다. 한편 피에르는 아내 엘렌을 처음에는 고전적인 미인이라고만 생각하고 결혼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영지( 領 地 ) 개혁운동에 헌신한다. 1806년 나폴레옹 전쟁이 다시 일어났고, 1808년 휴전이 성립된 다음, 안드레이는 로스토프 집에 찾아가 나타샤 와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나 안드레이가 로마에 여행 간 틈에 다른 남자와 결합하고 만다. 1812년 나폴레옹은 대군을 이끌고 모스크바에 진군해 들어오게 되자, 안드레이는 군에 입대해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여 때마침 옆에서 반사상태( 瀕 死 狀 態 )에 이른 아나톨을 만난다. 아나톨은 바로 자기 애인 나타샤 를 범한 사람이었다. 안드레이는 원수라면 원수일 수 있는 아나톨을 보고 미움보다 사랑과 동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는 동안에 뜻하지 않게 모스크바에서 후퇴명령이 내려진다. 최후까지 남았던 로스토프 집에서도 집을 비 우게 되자, 전쟁터에서 운반되어 온 부상병 중에서 안드레이를 만난 나타샤는 그의 손을 잡고 용서를 빈다. 그 러나 안드레이는 죽고 만다. 한편, 피에르는 전선에 나가 나폴레옹 군에게 포로가 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와 보니, 엘렌이 치정( 癡 情 ) 으로 번민하다가 죽은 것과 안드레이가 정사한 일에 가슴 아파 한다. 나폴레옹 군에 유린된 바 있는 보스크바 가 차츰 복구될 무렵, 안드레이의 누이를 찾아갔다가 뜻밖에도 나타샤를 만난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1820년 가을의 어느 날 피에르와 나타샤는 세 어린이를 데리고 니콜라이의 집을 찾아간다. 피에르는 집안일을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어떤 정치단체 일을 보고 있었다. 일동은 한 방에 모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120

121 여앉아 옛 일을 회상하게 된다. 모스크바가 불바다가 되던 일, 그러나 모두 먼 일의 추억이 될 뿐이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나타샤를 중심으로 한 주위의 인물들일 것이다. 작자는 나타샤에게 배어있는 청순함과 활기 넘치는 생명력을 그리며 삶에 대한 갈등과 애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침략군에 대한 러시아 민족의 항쟁이라는 것을 근본 바탕으로 깔고, 수많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운명을 여 러 각도에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전4권의 에필로그로 되어 있는데, 제1권에서는 평화스러운 생활의 장면 이 주로 수도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으면서 위기의 예감을 깔고 있다. 제2권에서는 1805년의 전쟁과 1812년의 전쟁 중 간기를 그리며 안드레이와 피에르, 그리고 로스토프 가의 가족들이 주로 등장하면서 러시아의 생활을 선명하게 다루 고 있는데,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이 장면을 등장시키고 있다. 제3권과 4권에서는 보즈지오 싸움을 중심으로 러시아 민족의 힘찬 잠재력과 전쟁의 예상에 대한 전망을 그리고 있 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이 무려 559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생활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교훈적 냄새가 짙다. 이 작품은 민중의 정열을 위대하게 승화시킨 데서, 개인의 운명이 국민적 주제를 덮어버리는 모순을 범하지 않고, 조국의 위기를 모면하는 에너지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121

122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00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의 대하소설( 大 河 小 說 )로 1901년 발표되었다. <어느 한 가족의 몰락(Verfall einer Familie)>이 라는 부제( 副 題 )를 붙였으며, 작가 자신의 고향인 뤼베크를 무대로 어느 상가( 商 家 )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4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만이 24살에 집필하여 26살에 발표한 작품으로, 뤼베크를 무대로 4대에 걸쳐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드라 마틱하게 다루고 있다.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6살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원숙함을 보여 주고 있다.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122

123 초대에는 나약함을 모르는 견실한 상인, 다음 대에는 종교에 의지하는 나약한 성격으로 바뀌고, 3대째의 토마스는 예술과 사랑과 죽음에 끌리는 한편, 시민으로서는 엄격한 생활에 몸을 담아, 나약한 예능인이 된 동생 크리스찬과 대 립한다. 4대째의 하노는 음악밖에 모르는 병약한 아들로서 요절하였고, 토마스의 사후 일가는 이산하게 된다. 러시아ㆍ북유럽ㆍ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의 영향하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바그너의 음악적 기법으로 담은 걸작으 로, 작자의 개인적 체험이 독일 시민계급과 유럽 사회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작가는 1929년 노벨문 학상을 받았다. 이 대작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대 요한 부덴브로크는 그냥 넘어가고 이어 2대 요한 부덴브로크가 나오게 된다. 2대 요한 부덴브로크는 장남 토마 스를 경영에 참여시키지만 차남 크리스찬의 경솔한 성격과 허영심을 지닌 딸 토니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게 된다. 그러다가 그륀리히라는 사람이 나타나 토니에게 청혼을 하는데 결혼하게 된다. 토니는 허영심에 부풀어올라 그륀리 히를 받아들이지만 얼마안가 사기꾼임이 밝혀지고 딸을 데리고 이혼하게 되는 비운을 맞이한다. 이후 2대 요한 부덴 브로크 상사가 사망하고 3대 토마스에게 오게 된다. 토마스는 회사를 잘 이끌어나가지만 둘째 크리스챤은 방탕한 생 활을 한다. 토니의 딸 클라라는 성장하여 목사 티부르치우스와 결혼하나 뇌막염으로 얼마안가 사망한다. 토마스는 게르다와 결혼하게 되고 토니는 다시 재혼하게 되지만 이 결혼생활 역시 실패하게 됩니다. 이후 토마스와 게르다 사이에서는 병약한 하노가 태어난다. 토마스는 시의원이 되는등 성장을 하지만 많은 손해를 입고 악화일로를 겪으며 사망하게 된다. 결국 회사는 청산되고 하노 또한 14살에 티푸스로 죽으며 부덴브로크가의 대가 끊기게 된다 어느 신문에서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의 말로를 <부르덴부르크가>의 말로에 비유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맑스의 이념과는 상이하게 국민을 굶주리게 하고 피폐해져가는 집단을 아카데미칼하게 비유 한 것으로 여겨진다. 염상섭의 '삼대'와 비교분석되는 이 책은 19세기 독일 시민 사회의 전형적인 연대기를 그리고 있다. 한 도시 귀족적인 상인가문의 몰락과정이라고 말한다면 좀 슬프지만 그것이 바로 앞서말한 비판적 리얼리즘이 며 저번에 흐르는 데카당스한 분위기 묘사가 토마스 만의 특징이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은 <어떤 가족의 몰락>이라는 부제( 副 題 )를 붙여서 상권 560 페이지, 하권 539 페이지로 출 판되었다. 이 책의 내용인즉, 부제 그대로 어떤 가족의 몰락을 묘사한 것인데, 그 가족이 바로 작자 토마스 만의 가 족이다. 시민적 삶과 예술가적 삶의 이원성은 만이 주로 다루는 주제의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도 시민성과 예술성은 첨예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다. 작가에게 예술가적 의식은 시민의식과 대립되는 것이다. 건강한 시민의식을 소유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요한 부덴브로크(1대), 그를 잇는 인물 장 부덴브로크(2대)가 시민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이들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은 토마스(3대)에 이르면 혼란을 맞이하게 되고 하노(4대)에 이르면 파멸을 맞게 된다. 토마스와 하노를 통해 누대에 축적된 시민적 질서는 마감되고 가문이 몰락해 가는 것이다. 토마스 만은 세상을 비웃는 투의 사고방식이 짙은 데가 있었다. 그러나 비록 세상을 일장의 희극으로 본다고 하더라 도 결코 진지함을 잃지는 않았다. 인간의 운명이 아무리 기구하다 할지라도 인간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123

124 최선의 길로 나갈 수 있고, 그리하여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의 일생 중 거의 반세기에 가까 운 문학생활에서, 끝내는 정치적인 이념 때문에 조국을 등지고 망명하면서도 언제나 조국애를 부르짖었다. 그는 조국 을 향해서 말했다. 사람이 독일인으로 출생하였다면, 독일의 운명과 독일의 부채를 지고 일을 해야 한다, 조국을 비판적으로 멀리한 다는 것은 불충( 不 忠 )이라고 악평을 받아야 한다. 자기 민족에게 진리를 말하고자 할진데 그 진리는 오직 자기 시련 에서 우러나오는 산물이어야 한다. 이렇게 열렬한 조국애를 부르짖은 토마스 만은 나치 독일과 대결, 1938년 드디어 미국으로 건너가 1944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얻었으나, 1955년 8월 12일 스위스에서 죽었다.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124

125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00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이 소설의 저자 폴 하딩은 1967년 태어나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웬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1990년, Cold Water Flat라는 밴드를 만들어 드러머로 활동했다. 공연을 위해 미 국 각지와 유럽을 방문하던 중,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테라 노스트라Terra Nostra 를 읽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고 한다. 그 후 음악을 그만두고 글쓰기 공부를 시작해 첫 소설인 팅커스 를 발표했다. 그러니까 대형 출판사로부 터 작품성을 무시당해 출판을 거절 당하다 겨우 뉴욕의 한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직 드러머인 무명작가의 데뷔 작인 이 소설은 출간 즉시 화제를 모으다 결국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125

126 이 소설은 목사였던 할아버지, 땜장이이자 행상인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시계 수리공이었던 아들, 이 삼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폴 하딩은 이 작품으로 역대 퓰리처상 수상작 중 단기간 최고 판매 부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섬세 하고 매혹적인 문장과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작품이 다. 시계를 수리하며 가족을 부양해온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 암에 걸리게 된다. 죽음을 앞둔 그를 가족과 자식들이 임종을 맞기 위해 찾아온다. 조지는 드디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8일간, 병상에 누운 채 환 영에 시달린다. 자식과 손자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그의 의식은 점점 과거로 되돌아간다. 혼수상태인 그의 의 식은 어릴 때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던 아버지 하워드의 기억을 만난다. 조지의 의식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과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는 현재를 오간다. 조지의 회상 속에서 아버지 하워드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추억 한다. 작가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사라지지 않는 삼대의 흔적을 그려내었다. 주인공 조지의 아버지 하워드는 늘 서랍이 잔뜩 달린 마차에 비누나 가위나 기름 같은 생필품들을 싣고 떠돌아다니 며 행상을 한다. 그러니까 떠돌이 방물장사 행상이다. 그는 비록 벌이는 신통치 않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마을 사람들의 곤란할 일을 도와주는 등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계속해서 조지의 의식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과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는 현재를 오고간다. 아버지 하워드는 많은 돈을 가져다주지도 않고 자주 집을 비웠다. 그러나 다정하고 사려 깊던 아버지와 그 빈자리를 대신하 기라도 하듯 엄격하고 강인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조지와 동생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 가족의 유 일한 근심은 아버지 하워드가 앓고 있는 간질병이었다. 하워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간질 발작을 일으켰지만, 아내 의 빠른 대응으로 자식들에게 그 사실을 들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크리스마스 날, 조지는 처음으로 발작을 일으킨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자식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어머니는 평소처럼 대응하지 못하고, 조지는 경련을 일으키는 아버지에게 손가락을 물려 큰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다음 날, 늘 강한 모습만 보여주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며 정신병원 안내서를 들고 온다. 의사와 상의한 그녀는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하워드 는 아내가 일부러 책상 위에 올려놓은 정신병원 안내서를 보고, 그길로 집을 나가 필라델피아로 떠난다. 강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 당하느니 자유스런 떠돌이 생활을 하다 죽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워드는 집을 떠나며 어린 시절 역시 정 신병원에 끌려갔던 목사 아버지를 떠올린다. 조지 역시 갑자기 정신병원 행을 피해 사라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성장 하게 된다.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126

127 이 소설 팅커스(땜장이) 는 대를 이어 펼쳐지는 크로스비 家 세 남자의 삶과 죽음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다. 장대 한 서사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나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애틋하고 아련한 어떤 감정을 자극한다. 그저 나의 아버 지, 나의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가슴 한구석을 아련하게 만드는 어떤 그리움, 바로 그것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처음 소설을 쓰는 신인답지 않게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문장을 선보이며, 누구에게나 찾아오 는 아련한 그리움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이 책의 옥의 티 는 번역상의 아쉬움이 아닐까 한다. 문장이 너무 길고 난해함은 물론 독자는 원문의 호흡을 맞 추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Her husband's death made her cry like a baby. 위의 문장을 2가지로 번역할 수 있다. 1. 남편의 죽음은 그녀를 아기처럼 울게 만들었다. 2. 남편이 죽자 그녀는 아기처럼 울었다. (또는 남편이 죽자 그녀는 서럽디 서럽게 울었다) 1, 2 중에 어느 것이 읽기 쉬운 번역문일까? 물론 2번이다. 1번의 번역은 가장 딱딱하고 지루한 표현이다. 간단명료 하지 못한 구조의 미국식 문장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지루하게 만드는 점이 없지 않다. 또 하나, 19세기 중반의 미국 시골을 묘사하는 단어들 역시 생소한 것이 많아 백과사전을 옆에 끼고 읽어야만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점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127

128 도 아쉽다. 그러나 아버지의 간질과 완전한 발작을 일으키기 직전 그를 감아돌던 화학 전기의 차가운 후광을 묘사하는 장면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그 문장 이후 조지가 점점 더 우울한 장면으로 들어설 때 집안의 슬픔이 그의 독백 속으로 스며드는 묘사도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백미는 시계 장치의 작동원리를 묘사하는 부분, 자연의 감각적 이미지를 그려내는 부분, 혹은 이 책을 인기있게 만드는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묘사하는 부분, 심지어 새둥지 짓는 법을 설명하는 짧은 문단에서조차 눈부시게 빛나는 하딩의 언어들이다. 이 작품은 소설가의 장인 정신 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수작이다.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128

129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00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알프레드 되블린(Alfred Doblin )은 독일의 소설가ㆍ정신과 의사이다. 슈테틴 출생으로 직업 의사로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노동자 지역에서 정신병원을 개업했고, 1933~45년에 프랑스와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의 기법과 문체는 다양하지만, 파멸로 치닫는 문명의 공허를 폭로하려는 노력과 고통받는 인류 에게 구원의 수단을 제시하려는 거의 종교적인 노력이 꾸준한 2가지 관심사였다.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29

130 첫 성공작 <왕룬의 3단 도약>(1915)에서는 국가권력에 짓밟힌 떠돌이 혁명가 왕룬을 통해 비폭력적인 정신이 야만적인 폭력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순한 권력이 국가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는 이 주제는 역사소설 <발렌슈타인(Wallenstein)>(1920)에서 변형, 발전된 것이다. 소설 <산과 바다와 거인>(1924)은 1932년 <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여기에서 그는 자연이 과학을 통해 자연계를 무참히 짓밟은 인간에게 복수한다는, 인간 미래의 묵시록적인 비전을 가차없는 풍자로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가장 표현주의적이고 가장 잘 알려진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1929)에서, 구어체와 베를린의 속어로 된 내적 독백과 카메라 기법을 조화시켜, 붕괴되어가는 세계에 처한 인간상황을 설득력 있게 극화했다. 이 작품은 레마르크 이래의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밖에도 독일 초현실주의의 후기 걸작으로 인정받은 소설인 < 바빌로니아 방랑기>(1934)와 <냉혹한 인간>(1935) 등을 썼다. 작품 <왕룬의 3단 도약>(1915) <산과 바다와 거인>(1924)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1929) <바빌로니아 방랑기 >(1934)와 <냉혹한 인간>(1935) <대령과 시인>(1947) <불멸의 인간>(1940) <햄릿 또는 기나긴 밤은 끝났다>(1956) 평론 <독일문학>(1938) 오늘 소개하는 되블린의 소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은 1929년 출간 당시부터 독일 문학의 역작으로 호평을 받았다. 되블린은 현실적인 문체로 표현주의와 신화적 요소까지 기민하게 결합시켜, 광기와 무정부주의로 들끓 어 혼란의 중심에 서있던 1920년대 말의 수도 베를린의 정수를 담아냈다. 이 소설에서 베를린은 당혹감에 휩싸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30

131 인 군중이 운집하던 도시, 실업자들과 굶주린 빈민들, 위선적인 하류층 서민들의 도시이다. 불과 몇 년 후 파시 즘이 국가권력을 쥐게 될 베를린은 멸망 직전의 소돔을 닮아 있다. 익명의 군중에 불과했으나 베를린 알렉산 더 광장 이라는 무대의 중심으로 내동댕이쳐진 소시민 프란츠 비버코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선 한 천성을 가졌으나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로, 그를 배신하고 가혹한 환멸만을 선사할 악마 같은 친구들에게 영 원히 헌신한다. 신념을 가지고 우정에 헌신하는 자에게 내리는 저주 라는 주제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요 모티브이다. 화물 운송 노동자였던 프란츠 비버코프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수년간 중노동 형을 복역하고, 이 제 막 출옥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바르게 살겠다며 자기 자신에게 다짐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순진함과 어리 석음 때문에 대도시의 왁자지껄한 혼란에 휩쓸리게 된다. 갱단과 창녀들의 무대인 지저분한 나이트 클럽들, 도 살장과 유곽과 신문팔이의 고함소리가 뒤엉키는 미로 같은 도시의 심장부를 전전하게된다. 그러다 그는 라인홀 트라는 이름의 범죄자를 만나게 된다. 프란츠는 사악한 악인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곧 그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게 된다. 프란츠는 그의 선하게 살려는 결심에도 불구하고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라인홀트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불행에 굴복하지 않고, 한 팔을 잃은 채 모든걸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프란츠의 여자 친구 미체는, 그를 극진하게 대해주는데, 그녀는 창녀로서 거리에서 몸을 팔아 프란츠를 부양한다. 미체는 곧 프란츠의 삶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이때 친구라 자칭하는 라인홀트가 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데, 미체를 유인한 후 프란츠가 삶을 이어가는 단 하나의 이유였던 미체를 살해한다. 프란츠 는 이제 정말로 파멸한 것이다. 프란츠는 정신병원에 갇힌 신세이다. 불과 얼마 전에 양심적으로 바르게 살리라 마음먹었는데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약속을 지키겠는가? 그는 이제 자신의 삶을 영위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제 단지 꿈을 꾼다. 그러나 그의 꿈속에서 발견하는 장면들 은 프란츠를 괴롭힐 뿐이다. 그는 오만하고, 무지하며, 무례하고 동시에 겁쟁이고 약해빠진 한 남자를 만난다. 프란츠의 완고함과 무지함이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프란츠 자신을 죄인으로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31

132 만들었는지 그는 고뇌한다. 그 결과로 프란츠의 오랜 삶의 끝에 새로운 프란츠가 탄생한다. 철저히 파괴되었지 만, 이제야 진정으로 삶을 살 준비가 된 프린츠 말인 것이다. 이 소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 독일 현대 문학에 한 이정표를 세운 작품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이 러한 문학사적 관점 외에도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가지는 역사적 상징성을 온전히 글로 형상화해 내었다는 점에 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프란츠 비버코르의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소설은 한 남자의 비극적 일생을 담은 개인적 기록이자 당대 베를린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기념비이기도 하다. 1927년 가을부터 1929년 이른 봄까지의 여러 사회적인 이슈와 사건들, 신문기사, 유행가 가사, 각종 광고문 등이 직접 소설에 등장하고, 바로 이 기간 동안에 벌어진 주인공의 행적이 작품의 핵심줄거리를 이룬다. 이는 또한 작품의 집필 기간과도 일치한다. 즉, 작가가 작품을 쓰던 실제 시간과 공간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1920 년대 말, 1차대전이 끔찍한 상흔을 남기고 바야흐로 히틀러의 나치 정당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격동의 베를 린을 무대로 삼은 되블린의 놀라운 작가적 감각이 더해져, 그야 말로 베를린이 사라지기 전에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불멸의 고전이 탄생한 것이다. 20세기 불멸의 원작인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한다.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32

133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00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권력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1987년 6 월 [세계의 문학]에 발표되어 제11회 이상 문학상을 받은 중편소설이다 198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보 여주는 이 작품은 불합리한 상황 속에 놓여있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비판적인 각도에서 성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권력의 본질과 붕괴를 보여주고 있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나 의 행 동과 의식의 변화를 아주 뛰어난 내레이션 기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데 더욱더 가치가 있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치현상을 우의적( 寓 意 的 )으로 표현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 으며, 1992년 박종원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문으로도 번역되어 전세계에 알려졌는데 살만 루시디(인도 출신 영국 작가)는 "이 작품은 나에게 알려져 있지 않 은 지구의 다른 한 모퉁이에 커튼을 들어 올려서, 그곳에도 보편적인 인간의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보였다. 우리 시대 중요한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 작품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라고 호평을 했다.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33

134 <주노 디아스> 200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도미니카계 미국 작가 주노 디아스(42)는 "독재 정치와 전쟁을 경험한 한국 문학에는 트라 우마가 내재돼 있다"며 "그러한 소재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다"고 언급하며 '우리 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고백했는데 "감동을 크게 받아 나 자신도 학창시절 경험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 했다. 혹시 학생 시절을 겪을 때 우리들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 않는가? 주먹이 세든지, 머리가 뛰어나게 좋은 같은 반 친구가 있다. 그에게는 강력한 힘이 있어서 왠지 아이들이 쩔쩔맨다. 그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어느 틈엔지 따돌림 을 받는다. 그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마음에 들어야만 소외당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분명 머리 속에 떠오르 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 바로 그 친구가 그랬노라고. 이 소설은 한 시골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 저항하던 인간이 어떻게 그 권력의 틀 속에 들어가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골딩( )의 대표적인 장편소설 <파리대왕>을 떠올리게 된다. 큰 틀 은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소설들로 보인다. 파리대왕은 무인도에 고립되어 야만 상태로 돌아간 소년들의 원시 적 모험담을 통해 인간내면에 잠재해 있는 권력과 힘에 대한 욕망을 우화적으로 그려낸 우화풍의 소설로 인간악의 일면을 교묘하게 묘사해 냈다.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34

135 이문열의 그간 행보들은 그 자신의 작품성을 갉아 먹는다는 인식을 불러 일으켜 왔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하 는데 일각에서 제기하는 그의 편파적인 극우성은 안타까움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자체로만 본다면 우리들의 일 그러진 영웅은 매우 탁월하다. 국보급의 수려한 문체와 탄탄한 구성은 압권일 뿐더러 그의 소설의 구성력은 한국의 어느 작가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정점에 올라와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엄석대의 권력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과 그가 어떻게 일그러져갔는가에 대하여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아닌가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이 소설은 온갖 부조리와 불의( 不 義 )를 느끼면서도 복종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 현실과, 한 인간이 이러한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사회 고발 소설이다.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하여 어 른이 된 후까지의 시간적인 배경은, 개인의 편안함만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를 고발하고 있 다.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병태의 외로운 저항과 끝내 저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야 하고, 석대를 향한 아이들의 서로 다른 태도를 비판해 보아야 한다. 자, 우리 한번 조용히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진정한 영웅 과 일그러진 영웅 의 차이는 무엇일까?"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35

136 인간 자유의지의 극한 영혼 靈 魂 )의 산( 山 ) :00 인간 자유의지의 극한 영혼 靈 魂 )의 산( 山 ) 중국의 희곡작가이자 소설가인 가오싱젠( 高 行 健 )의 장편소설로, 200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샤머 니즘과 유년의 기억,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통해 시원( 始 原 )을 찾아가는 상상적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1인칭, 2인칭 을 오가는 독특한 시점과 유려한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영혼의 산 은 장편소설이지만 통상적인 장편소설과는 아주 다르다. 완결된 이야기도 없고 인물에 대한 묘사도 없 으며 기행문, 감상문, 수필과 이론과 시론이 뒤섞여 있는 복합적인 형식이다. 작가인 '나'는 아내와 헤어진 후 폐암 선고를 받았으나 그것이 오진이었음이 밝혀져 새로운 삶을 얻는 경험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국의 주목을 받는 요 시찰 인물로서 작품 발표를 거절당하기까지 하자 그는 지난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여행 에 나선다. '나'는 중국대륙을 가로지르며 원시림에 심취하고 여러 소수민족의 무속과 풍습에 대해 고찰하며 민요나 전설 등을 수집한다. 한편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모색하려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자신과의 거리를 해소하기 위해 상상 속의 '나'인 '당 신'을 만들어 내어 '당신'으로 하여금 영산을 찾아가게 한다. 장( 章 )을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나'와 '당신'은 결국 한 사람인 것이다. 원제는 <영산( 靈 山 )>으로, 1982년 중국에서 쓰기 시작해 톈안먼사건( 天 安 門 事 件 ) 직후 프랑스로 망명해 파리에서 완 성하였다. 모두 8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행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단순하다. 작중 인물은 폐암 선고를 받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나 '영산'을 찾아가는 '당신'과, 티 인간 자유의지의 극한 영혼 靈 魂 )의 산( 山 ) 136

137 베트고원, 쓰촨( 四 川 ) 분지를 여행하며 중국의 뿌리를 찾아가는 '나'가 번갈아 가며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서 '당신'은 곧 '나'의 또 다른 분신이자 상상 속의 '나'에 지나지 않는다. 가오싱젠은 이 작품을 통해 중국의 신화와 풍습, 민요와 전설, 환경오염, 문화대혁명의 참상에 대한 고발 등을 유장 한 필치로 묘사하는 한편, 지도에도 없는 영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독자를 끌어들여 집단적 욕망과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도 개인의 삶에 대한 연민과, 살고자 하는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를 일깨 운다. 이 책의 원제인 '영산'은 결코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영혼의 산으로, 중국 문화의 원류이자, 현대인이 찾아야 하 는 인간의 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여행기이자 신화서( 神 話 書 )이며, 현실과 환상, 기억과 역사가 어우러진 순례의 기록이기도 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이 '문학적 보편성과 날카로운 통찰, 언어적 독창성으로 가득 차, 중국 소설과 드라마의 새 로운 길을 열었다'는 이유로 노벨문학상에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인간 자유의지의 극한 영혼 靈 魂 )의 산( 山 ) 137

138 만연원년의 풋볼( 万 延 元 年 のフットボ-ル) :00 만연원년의 풋볼( 万 延 元 年 のフットボ-ル) 오에 겐자부로( 大 江 健 三 郞 )의 장편소설. 이 소설은 잡지 [군조( 群 像 )] 1967년 1월호부터 7월호까지 연재되었고, 같은 해 9월에 가필하여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谷 崎 潤 一 郞 賞 ) 수상작으로 1974년에는 존 베스터에 의해 영역 출간되었으며, 스웨덴에서 이 작품이 스웨덴어로 번역, 출판되어 주요 신문의 격찬을 받았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다. 만연 은 연호( 年 號 )이다. 이 작품은 오에 겐자부로의 고향인 산골마을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민란을 소재로 하여 썼는데 작가가 유년시절 고 향 마을의 할머니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특히 작품 속에는 조선인을 다룬 내용도 나오는데, 조선인과의 소란, 마을의 자립을 부르짖으며 조선인 기업가에게 지배받아 온 마을의 힘을 회복시키려고 노 력하는 인물 등이 그려져 있다. <만연원년의 풋볼>은 만연원년(1860년)시코쿠(사국)의 산골마을 토호인 네도코로 근소가문의 두 형제가 농민봉기의 지도자와 진압대장으로 대립한 내력이 4대에 걸쳐 심리적 유산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갖고 있다. 소설은 네도코로 가 의 후손인 미쓰사부로와 동생 다카시가 고향 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도코로 가에 대물림되는 모험적 행동주의와 무기력한 회의주의는 일본 지식인 사회의 양극단을 지배해온 정서를 대변한다. 오에는 독자들이 쉽게 자신을 읽는 것을 거부한다. 독자가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이 작품은 작품 속에도 나오듯이 내면으로 통하는 나선계단의 입구 를 발견한 독자에게는 환희를, 발견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고통을 안겨준다. 만연원년의 풋볼( 万 延 元 年 のフットボ-ル) 138

139 작품에 등장하는 미쓰사부로는 섬약한 번역가로, 백치로 태어난 아들을 요양시설에 맡기고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의 아내도 백치 자식을 낳은 충격으로 알콜 중독에 빠져든다. 동생 다카시는 60년 전일본을 들끓게 했던 안보투쟁 의 주동으로 과격한 행동주의자다. 이들은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고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들이 만난 것은 마을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선인 슈퍼마켓 주인과 마을사람들의 갈등, 1945년 작은형의 죽 음을 불러왔던 조선인 마을과의 난투극에 대한 유년의 기억이다. 결국 다카시는 농민봉기를 주도했던 증조부의 동생, 조선인에게 맞아 죽은 작은형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폭동을 주도 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자살한다. 미쓰사부로는 다카시의 아이를 가진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다시 고향을 떠난다. 줄거리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도쿄대학교( 東 京 大 學 校 ) 교수인 미츠사부로와 미국에서 돌아온 동생 다카시, 다카시의 친구들은 시코쿠의 산골짜기 고향 마을로 돌아간다. 형제의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함인데, 그들의 할아버지가 관련된 농민 봉기의 전승에 관 하여 비행동적인 형과, 폭동을 원하는 동생이 팽팽히 맞서는 것을 통하여 역사 인식의 다른 눈을 보여준다. 결국 동생은 억압받고 있는 부락민의 해방을 위해 폭동을 일으키다 죽고, 뒤에 남은 형은 깨달았으면 표현해야 함을 자각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 일상과 광기를 넘나드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인 이 소설은 만연원년이었던 1860년, 막부시대의 민중 투쟁과 패전 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인간 불안 심리와 그 황폐함의 근저를 파헤치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가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한국에서는 놀라움과 시기심이 섞인 눈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 다. 오에가 노벨상을 받게 된 데에는 그의 작품의 질적 완성도보다는 국제적인 홍보 탓이 컸다는 말도 있었고 그만한 작품은 한국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의 한국에는 오에의 작품이 몇 편 번역 되지 않은 상태였고 정작 노벨상을 받은 작품인 <만연원년의 풋볼>은 소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그의 다른 작품들이 노벨상 수상작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뒤늦게 소개된 이 소설은 오에 겐자부로라는 거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 쓰사부로라는 사내의 절망과 구원을 통해 전후 일본사회의 정체성을 근원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이 소설은 서두부분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장애자 아이와 알콜 중독의 아내 그리고 친 구의 죽음 등, 좌절과 절망에 파묻힌 주인공의 심적 상태가 현실과 꿈의 구분 없이 모호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 러나 서두부분의 존재론적인 묘사 장면을 넘어서고 나면 잘 읽히는 소설이 되기도 한다. 한번에 읽어 내리기엔 분명 쉽지 않은 소설이지만 대가의 걸작이 지니는 감동을 간직한 소설이다. 만연원년의 풋볼( 万 延 元 年 のフットボ-ル) 139

140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00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우리나라 외국 파병의 역사는 400년 전으로 올라간다. 1616년, 여진족의 누르하치는 대금국( 大 金 國 후금 청나라)을 선포한 뒤 명나라에 조공을 중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위협을 느낀 명나라는 조선군과의 협공을 통해 후금을 제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명분없는 쿠데타의 희생양인 성군 광해군 명나라는 사신을 보내 조선에 지원병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광해군은 그동안 중립을 지키면서 정세를 관망하고 있었 다. 광해군은 많은 정보를 입수한 덕분에 두 나라의 정세를 훤히 알고 있었다. 광해군은 우리 군사를 죽음의 땅으 로 보낼 수 없다 고 결심하고 파병을 피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당시 요동지방에는 조선과 여진이 남몰래 화친을 맺었다 는 풍문이 끊임없이 떠돌았다. 또 광해군은 조선이 탐지 한 후금에 관한 정보를 명나라 사신들에게 들려보냈다. 모두 광해군의 양면외교술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후금에 보낸 국서와 강홍립의 행동이 차츰 알려지자 벼슬아치들은 봄 논의 개구리들처럼 와글거렸다. 명나라의 은혜를 저버려는 안 된다고 떠들면서 광해군의 정책을 모조리 방해했다. 광해군은 나는 밥도 먹지 못하 고 잠도 자지 못하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가? 라고 심경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광해군의 애타는 심정 을 남들은 몰라주었던 것이다. 아무튼 명나라는 후금과 전쟁을 벌이면서 패전을 거듭했다. 그런 속에서 조선에 대해 해마다 원병을 요청했다. 광해 군은 칙사 원견룡의 위협과 공갈에 맞서, 조선군대가 압록강 일대를 지켜 명나라가 왕래하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 명 나라를 돕는 길이라고 언급하여 2차 원병 파견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1623년 광해군이 무력(인조반정)으로 쫓겨난 뒤 사정은 어떻게 돌아갔던가? 인조와 인조를 추대한 반정세력 은 광해군을 군부의 은혜를 저버린 망나니 라고 떠들었다. 그들은 평안감사 박엽과 의주부윤 정준 등 후금의 통로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140

141 를 맡은 자들을 재빨리 처형했다. 이를 본 명나라 장수들은 통쾌한 일 이라고 찬양했다. 그들은 떠오르는 후금과 의 교류를 철저히 끊고, 꺼져가는 명나라에 기울었다. 모문룡 같은 간상배에게 쌀 80만석을 보내주는 따위 등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요동에 위축되어 있던 명나라 군사들을 지원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유발하여 나라를 다시 쑥대밭으로 만들고 민생을 도탄으로 몰아넣었다. 지도층의 자질부족과 도탄에 빠진 민생 명나라는 끝내 멸망했으며 후금은 더욱 힘을 키워 청나라를 세우고 중국을 차지했던 것이다. 광해군의 실리외교가 우리 역사에서 높이 평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조선의 3대 성군이 세종, 광해군, 정조라고 한다면 그것은 필자만 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광해군은 명분 없는 쿠데타에 실각하고 인조가 즉위했다. 1636년 겨울, 인조의 어가행렬은 청의 진격을 피해 남한산성에 들었다. 이 책 남한산성 은 그후 47일.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참담했던 날들의 기록을 담은 소설이다. '삶은 치욕을 견디는 나날'이라고 말하는 김훈은, 이렇게 다시 조국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를 소설로나마 서술한다. 남한산성 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갇힌 성 안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 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중심에는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141

142 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과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은 치욕을 덮어서 위로해 줄 것이라는 주화파 최명길이 있다. 무능한 왕 인조는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기만 할 뿐이다. 전시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 수성 守 城 이 곧 출성 出 城 이라는 가열찬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 - 아, 잠깐 멈추어라 조선 왕(인조)이 절을 멈추었다. 칸(청 태종, 홍타이지)이 휘장을 들치고 일산( 日 傘 ) 밖으로 나갔다. 칸은 바지춤을 내리고 단 아래쪽으로 오줌을 갈겼다. 바람이 불어서 오줌 줄기가 길게 날렸다. 칸이 오줌을 털고 바지춤을 여미었다. 칸이 다시 일산 안으로 들어와 상 앞에 앉았다. 칸이 셋째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남은 절을 계속했다. (356p) 김훈은 370년 전 조선 왕이 오랑캐 의 황제에게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을 찧으며 절을 올리게 만든 역사적 치욕 을 정교한 필체로 복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갇힌 성 안의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치명적인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무섭도록 끈질긴 질감을 만날 수 있다. 잘 생각해보자. 역사는 말하고 있지 않는가. 후진타오 앞에, 오바마 앞에 현재 우리는 어떤 모 습인가를.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142

143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00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위인전을 읽는 것으로 독서습관을 키워왔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강감찬 장군, 신사임 당. 그러다 계속 읽던 위인과는 뭔가 다른 사람의 생애도 접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이가 우륵이 아닐까 한다. 그 가 왜 위인일까? 나라도 망하고 지배국 치하에서 목숨을 부지했을 뿐인데?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위인전에서의 우륵 의 생애는 다음과 같다. 우륵은 낙동강 가에 위치한 대가야의 성열현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적인 재주가 뛰어 났으 며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승을 만나 중국의 쟁이라는 악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그 스승의 소개로 궁중의 악사가 되었 다. 가야국의 가실왕은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였으므로 재능이 뛰어난 우륵에게 가야의 악기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하 였다. 우륵은 피나는 노력 끝에 가야금을 완성하고, 가야금을 위한 12곡의 노래도 지어냈다. 그러나 나라가 기울어지고 차 차 가야금에 대한 관심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자, 가야금 전파에 뜻을 두었던 우륵은 제자 이문과 함께 신라로 떠났 다. 우륵은 신라의 변두리 지방인 낭성에 살며 가야금을 퍼뜨릴 기회를 기다리던 중, 진흥왕에게 불러 가 하림궁에서 신 라의 번영과 왕을 칭송하는 곡을 만들어 불렀다. 진흥왕은 우륵을 몹시 아끼고 사랑하여 그로 하여금 가야금을 신라 에 전하여 줄 것을 청하였다. 그리하여 진흥왕은 신라의 땅에서 음악에 몰두하게 된 우륵에게 계고, 법지, 만덕의 세 제자를 보내어 전수토록 하 였다. 마침내 우륵의 음악은 신라뿐만이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해지게 되어 신라금이라고도 불리었다.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143

144 세 제자는 스승의 뜻에 따라 자만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여 새로운 가야금 100여 곡을 창작하여 남겼다. 어느 새 조국을 떠나 신라에서 창작에 전념하던 우륵은 빠른 세월 속에 백발의 노인이 되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우륵박물관에 전시된 우륵 초상화> 그런데 현의 노래 는 우륵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 는 큰 틀은 그러한 줄거리를 취하고 있는데 조금 색다른 이야기들이 불쑥 틔어 나온다. 가야는 왜 망했을까? 물론 국력이 약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다른 원인은 없었을까? 물론 소설적인 추리 에 불과하겠지만 김훈은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순장제도'와 신라장군 이사부 이다. 가야가 실시했던 순장제도는 왕이 살아있는 백성을 위하지 않고 죽어서 까지 권력을 가지려는 과한 욕심에서 실시되 었다. 그것이 민심의 이반을 일으켰고 종국에는 망국으로 끌고 갔다고 암시하고 있다. 가야에서는 왕이 죽으면 가신 들 50여명을 산채로 매장시켰다. 한국에서는 고대국가에서 순장의 습속이 있었다. 중국의 <삼국지> 위서( 魏 書 ) 동이 전( 東 夷 傳 ) 부여조( 夫 餘 條 ) 에 보면 부여에서는 귀인( 貴 人 )이 죽으면 사람을 죽여서 순장을 하니, 그 수가 많을 때 는 100명에 이르렀다( 殺 人 殉 葬 多 至 百 數 ) 라 하여 순장의 풍속을 전한다.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144

145 <고령 가야의 순장터> 또한 <삼국사기> 신라본기( 新 羅 本 紀 ) 지증왕조( 智 證 王 條 )에는 502년(지증왕 3) 봄 3월에 명령을 내려 순장을 금하였 다. 그 전에는 국왕이 죽으면 남녀 각 5명씩을 죽여서 순장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이를 금하였다 고 기록하고 있 다. 이로 보아 신라의 순장 습속은 국초에서부터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고,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부여와 같은 문화권에 있는 고구려, 백제에서도 순장의 풍속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국력이 약한 소국 집단인 가야연맹 이 나라마다 순장을 실시했으니 민심이 이반되고 망국으로 가게되었다는 논리는 아주 적절해 보인다. 이와 같이 순 장은 세계의 고대문명지역이나 그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것이다. 그러나 노예의 노동력, 처첩 등 의 인격이 중요시되면서 순장은 차츰 사라지고, 여러 가지 대용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현의 노래 에서는 신라 병부령 이사부의 이야기가 꽤 길게 나온다. 이사부는 아슬라주 군주로 우산국을 정벌하여 신라로 복속시킨 장군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그는 치밀한 지략가였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장수로서, 70살 노령 까지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전쟁터에서 생을 마감하는 전형적인 무인으로서 부활한다. 대장장이 야로 부자를 죽이는 내용이라든지 우륵을 보살펴준 내용, 온돌방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것들을 보면 늙은 여우로 대변되는 아주 노련한 장 수이자 정치인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야금의 원래 이름은 금이고 가야에서 왔다 하여 가야금이 되었고 12줄인 이유는 1년이 12달이 어서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문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우륵인 까닭은 아마도 우륵이란 인물이 가야금에 대한 체 계적인 정리를 하여 그리 되었을 것이다.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145

146 < 현대의 과학으로 복원된 1500년전의 가야국의 순장 소녀> 현의 노래 는 가야의 멸망과 함께한 우륵의 이야기와 가야의 순장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가 야금을 만드는 과정도 사실적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멸망하는 나라를 버리고 신라로 옮겨가서 음악을 계속 이 어가는 모습과 음악은 살아있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작가의 메시지라고 판단된다. 김훈의 소설에서 보이는 희망은 희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음풍농월하는 것이라 한다. 그는 또 음풍농월 하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훈이 언어로 붙잡고자 하는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 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민망하게도 혹은 선정주의의 혐의를 지울 수 없게도 미인 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현미경처럼 자신과 바깥 사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며, 무엇 보다도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메타적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해낸다. 시인 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그를 일러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 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하고 있기도 하다.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146

147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00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이 이야기는 이씨의 500년 왕업이 쓰러진 뒤, 하늘이 내린 800년 운수를 받들어 계룡산 아래 신도내에 개 국한 '조선국 태조 광덕대비 백성제'의 일대기를 기록한 실록이다. 잡지사 기자인 화자는 계룡산 취재 중 제사를 지내는 한 무리를 만났다. 그 가운데 묘를 지키는 능참봉이 그들의 실록을 보여준다. 그 실록엔 황제의 행적이 실려있다. 황제를 위하여 는 몇 년 후 기억을 되살 려 다시 쓴 실록이다. '황제'는 등극할 천명이 자신에게 있음을 믿고 일제 강점기의 만주와 한국 전쟁의 격 전지를 누빈다. 한국 현대사의 사건들을 황제와 황제 추종자들의 시각으로 실록 특유의 고색창연한 문체 로 다시 정리한다. 우리 시대, 우리 생각이 가진 모순들에 대해 때로는 희화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파헤 치고 있다. 1980년 9월 <문예중앙>을 통해 발표된 이 작품은 이문열 자신도 시시덕거리며 썼다고 하고, 드라마로 만 들어지기도 했을 만큼 코미디의 너무나 희극적인 즐거움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 호테보다 몇 배는 더 웃기는 소설이다. 그러나 마냥 즐거운 얘기인 건 아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이 소설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147

148 을 이문열의 가장 중요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와 현대 사회에 대한 이문열의 시각과 비판이 시 간 순서대로 빠짐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살펴보자. 잡지사 기자인 화자가 '신역 정감록'이라는 책을 받아 든 뒤, 새로운 기사거리를 만들기 위해 취재차 계룡 산으로 간다. 여기서 우발산이라는 노인을 만나 '백제실록'이라는 책을 보게 되고,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뒤 잡지사를 그만두고 나서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황제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록을 찾을 수 없어 옛날에 본 기억을 더듬어 연의 형식을 빌어 이 글을 쓰게 된다. 황제는 1895년 정 처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천명을 받은 사람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을 옛 성 현의 글에 따라 익히며 자란다. 황제 역시 정감록에 나오는 정진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 고, 이씨 왕조가 망하게 되면 정씨 왕조가 열린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이조 말년의 어지러운 세태를 겪고 황제는 여기저기서 흘러 온 사람들에 의해 받들어진다. 험난함이 연속인 과정을 지나고 정감록의 예언에 따라 모든 일정을 행하지만, 결국 황제는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1972년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죽기 직 전에서야 자신이 꿈 속에서 헤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은 소설 황제를 위하여 가 이문열( 李 文 烈 )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좋은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그것은 이문열의 무의식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통적 문화에 대한 회귀욕망과 거부의지 사이의 섬세하지만 치열한 싸움의 무의식적 결과이다. 그는 전통적 문화에 회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 하지만, 그의 소설은 그것을 부정적으로 비판한다. 황제를 위하여 는 장자의 무위( 無 爲 )를 이상으로 하 고 있으나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비판하는 작품으로서, 전통에 대한 작가의 회귀 의식과 거부 의식을 동시 에 드러내는 작품이다. 즉, 황제라는 인물을 통하여 깨끗한 삶을 요구함으로써 깨끗한 삶을 인간의 진실된 덕목으로 취급하지만, 불합리하고 모순된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 현실의 땅에 환상의 나라를 세울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돈키호테이다. 그가 얼마만큼 비정상적인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은, 황제를 위하여 에서 뛰어나게 흥미 로운 부분들, 예를 들어, 기차를 처음 봤을 때의 그의 반응, 주막에서 돈을 털릴 때의 그의 유장함, 그리고 '바가야로' 사건, 젊은 대위 사건 등에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그만의 비정상적인 사람인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이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미숙아, 우발산, 방량, 신기죽, 두 충, 변박유 등은 범법자, 사기꾼, 몽상가, 반편, 알콜 중독자, 미치광이 등이다. 황제와 그의 보조자 들은 현실내의 뿌리박은 사람들이 아니라,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이다. 그들이 현실과 부딪칠 때, 그들은 현실적인 척도에서 실패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그들은 더 굳건한 환상의 나라를 세운 다. 그리고 그 환상의 나라의 맨 윗자리에 황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비현실적인 사람이지만, 그 마음만 은 깨끗하고 거룩한 사람이다.그 깨끗함과 거룩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문열은 그 거룩함과 깨끗함의 근거로서, 과학의 합리를 미신이라고 믿고, 초자연적 직관을 논리라고 믿는 그의 마음을 지적하고, 그 실 천의 논리로, 제왕의 도와 노장의 무위를 들고 있다. 거룩함과 깨끗함은 비세속적인, 성스러운 것에 속한 다. 그 성스러움은 합리주의자들의 과학이나 합리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느낌의 대상이지 설명의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148

149 대상은 아니다. 그 성스러움을 보장하는 것이 초자연적 직관이며, 그 직관은 성스러운 물건, 책, 사람들의 예언의 틀 안에서의 직관이다. 예측가능성이 과학이라면 그 직관 역시 과학이다. 그 과학은 실험보다는 의 례를 존중하는 과학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이문열의 국보급 문체이다. 그의 소설 <사육제>에서처럼 문체가 간결하 고 빠르며 유장하다. 이것은 한문 실록 등을 서술할 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장엄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문체 는 비( 非 )사실이란 문제의 차원에 적합한 서술 스타일이다. 그는 이러한 스타일의 문장을 통하여 매우 숙 련된 작품을 이끌어 내는 스타일리스트 작가다. 황제의 그 도저한 정신주의를, 황제를 위하여 의 화자 는, 처음에는, 일견 황당무계하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모든 정신적 체 제를 부정하는 정신적 힘으로 긍정한다. 화자 역시 황제의 정신주의에 은연중에 감염된 셈이며, 그 감염이 그로 하여금 황제의 일생을 재구성하게 만든다. 황제의 정신주의에 화자가 공명하기에 이르는 것은, 현실 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의 움직임에 그가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989년, MBC-TV에 의해 드라마화 되었다. 이정길이 황제 역할을 맡았던 걸로 기억된다.> 황제를 위하여 의 화자가 황제의 일대기에 접하게 된 과정은 오래된 이야기들의 변형이다. 마지막으 로, 이 작품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를 보도록 하자. - 이문열은 한국의 위대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황제를 위하여 는 디즈니와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세계 문화'에 맞서 젊은 세대가 그들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작품이며, 서구인들이 시 공을 가로질러 미지의 세계 속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 훌륭한 가이드이다.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149

150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00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아우와의 만남 은 이문열( 李 文 烈 )의 중편소설로 1994년 발표되었다. 통일 문제를 다룬 가상소설로서,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정교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만든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 민족에게 통일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떠한 모습으로 이루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 해, 섬세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이 오랜 세월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왔던 아우를 난생 처음 만난 것처럼, 낯설고 어색하나 애틋함이 있듯이, 이러한 만남들이 축적되어갈 때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피력한다. 줄거리는 아래와 같이 흘러간다. 국립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강의하는 주인공 이교수의 아버지는 주인공이 초등학교 시절 아내와 어린 삼남 매를 두고 월북하였다. 젊은 시절 그에게 아버지는 그리움과 원망,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대상이었다. 교수가 된 그는 북한의 아버지를 만나고자 중국 옌지의 김한조라는 교포에게 주선을 의뢰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별세하여, 대신 이복동생을 옌지에서 만난다. 그는 동생을 통하여 아버지가 북한에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150

151 서 결혼하여 5남매을 두었으며, 원산대학교 농경제학 교수에서 의주의 관개사업소 기사로 밀려나 온가족 이 힘겨운 생활을 해왔던 사실을 알게 된다. 남한에 가족을 둔 월북자로서 그는 북한에서 경계의 대상이었으며, 주인공의 가족이 그러했듯이 북한의 가족에게도 남한의 가족은 보이지 않는 '저주'였던 것이다. 형제는 혜산의 두만강가에서 망제를 드리며 40 년 가까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애틋한 혈육의 정을 느낀다. 그는 또한 베 이징에 여동생이 살고 있음을 알고 만나고자 하였으나, 여동생은 끝내 회피하고 말아 쓸쓸히 귀국길에 오 른다. 이문열의 소설에 대한 독후감을 쓰기란 여간 망설여지는 것이 아니다. 이 '고붕만좌'란에 이 책에 대한 평을 쓸까 몇 번이나 생각하다 그만두고... 드디어 끄적거려 본다. 나는 우리사회가 '이문열을 좋아하는 사 람'과 '이문열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동창들이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조차 이 문열의 작품의 문학성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가 호된 댓가를 치룬 적이 많았다. 이문열에 대 한 무작정적인 비판이나, 무조건적인 미화를 하는 이들이 우리사회에서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을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의 이름으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소설 이문열'이라고 해야 할 것 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문열' 자신이고 스토리는 '이문열' 자신의 스토리이다. 나머지는 대충 적당히 수식하여 꾸며대었을 뿐이다. 이 소설 서문에는 이문열 자신이 표현하듯 참 오랜만에 발표한 중단편집이 바로 <아우와의 만남>이라고 되어 있다. 이 '오랜만'이라는 수식 뒤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작가 자신의 교묘한 자만이 숨어있다. 때를 못맞춰 성공하지 못했던 숱한 무명의 작가들과 비교한다면 그 시기를 스스 로 맞출 수도 있다는 자신감, 더구나 그의 서문 속에서 매번 반복되기 마련인 스스로에 대한 질타는 세상 에 대한 겸손이라기보다 이미 한 성과물을 획득한 가진 자의 여유인 것처럼 보인다. 이 소설은 대학 교수 인 주인공이 북에 남은 이복 동생을 만난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택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는 통일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주장을 객관적 관점에서 토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사에 얽힌 애증의 곡선을 추적하기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151

152 도 한다. 그 곡선의 시작은 분명 기발표되어 화제를 불렀던 '영웅시대'나, '변경'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가 1994년 여름이니까, 당시에 불거져 나왔던 '통일문제'를 재빨리 수용하여 형상화 한 셈인데 그런 순발력에 비해 그가 제시한 통일론의 여러 모습들은 대체로 극단적이거나 무모한 데가 있 다. 그것은 마치 정계와 학계가 서로 왈가왈부식 논쟁을 거치던 분기점으로부터 자유로이 경계를 넘나들 며 객관적인 눈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너희들이 아무리 그래봐야 통일의 문제는 현 실적 이론이나 핏줄이 섞인 감정의 어느쪽이든 결국은 닥쳐봐야 안다'는 식의 표현을 하는 냉소에 가깝다. 그것은 혹시 '영웅시대'나 '변경'에서 작가가 누누이 억울함이 깃든 목소리로 호소하던 주변인으로서의 입 장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그 시절에는 결국 주류가 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소외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난 인물형의 재창출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아우와의 만남>은 영어권으로도 번역된 우리나라 대표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주 잘 꾸며진 한 편의 이야기다. 조금 긴 단편으로 끝냈어야 했을 것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꾸려넣기 위해 억지로 중 편으로 만들다 보니 조금은 절정의 흐름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이문열이라는 거장이 지닌 송곳이 여전히 날카롭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수작이다. 유교적 회고주의에 휩싸인 아나크로니스트의 불우한 회고적 형 식, 혹은 서둘러 감격적인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에 대한 독자의 지레짐작적인 쓴웃음조차도 그의 강건하 고 설득력있는 문체를 누추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다. '이문열을 싫어하는 세상의 반' 의 성급한 기대처럼 몰락의 징후 또한 감지되지 않는다. 이 소설을 쓴 지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는 여전히 국가대표급의 문 장력과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가지고 한국 문단에,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 와서 그의 소설을 자꾸 읽을 수록 정체를 섣불리 진단하기 힘들어지는 허탈과 아쉬움은 무 엇인지 모르겠다. 어느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심경을 '우연히 옛사랑의 소녀를 만나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 인 세월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처럼, 가슴을 저미게 하는 쓸쓸함'이라고 표현했다. 도덕적 위험을 감수하고 라도 외롭고 불우한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늙은 정신의 세계...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면 이 또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152

153 한 한 '거인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아쉬워하는 회고주의자의 푸념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153

15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0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서글픈 언덕 은 사랑은 상호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으면서 그를 느끼기만 해도 된 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의 황혼기에 집필한 이 작품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 랑이란 그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그걸 절대로 잊지 않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 서 이 작품은 기억의 고통스러운 강이라기보다는, 현재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은 1994년 사랑과 다른 악마들 을 발표한 뒤 로 십 년 만에 발표되었다. 2004년, 77세에 이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을 다 룬 충격적인 신작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라틴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은 흥분과 기대로 가득 찼다. 출간 전부터 각종 리뷰와 인터뷰가 이어졌고, 공식 배포 1주일 전에 교정본을 복사한 해적판이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스페인 및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다빈치 코드 를 제치고 단 번에 1위로 뛰어올랐다. 2004년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 가르시아 마르케스 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은, 대가의 작품이란 독자들에게 생의 고뇌와 불안만을 일깨우는 것이 아니 라 기쁨과 환희 또한 선사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4

155 백년 동안의 고독 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이 겪어야 했 던 역사의 리얼리티와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 같은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소설 미학을 일구어냈다. 때 문에 그에게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며 그 스스로 전혀 새롭고 경이적인 세계를 창조해 가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은 한편으로 대단히 사실적이며 작 가의 실제 경험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적 구체성이나 개연성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혹시켜 왔다. 일전에 KBS - 1 TV에서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러브 인 아시아 라는 프로를 보았는데 한국인 외항선원과 결혼이주한 콜롬비아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마르케스의 나라인지라 유심히 보았는데 10년만에 고국인 콜롬비아를 찾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녀는 고향마을에 도착 해서는 어머, 아무런 변한 게 없이 10년전 그대로 이네! 하며 탄성을 질렀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10년 이 지나도 발전된 모습없이 이전 그대로 빈곤한 남미 대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멘트였을 것이다. 신 현림 시인이 자신이 읽은 생애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던 백년 동안의 고독 은 마콘도(Macondo)라는 가공의 땅을 무대로 하여 부엔디아 일족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폭력과 가난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기 의 콜롬비아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마르케스는 금세기 최대의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에서 중남미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풍자를 신화적인 수법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현대의 중남미 사람들 은 그들 자신의 혈육들의 모습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5

156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뒷골목, 소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창적인 서사 기법은 신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작품 속에서 90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서글픈 언덕 이라는 별명 외에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라 파스 신문> 의 기자로 칼럼을 써왔으며, 스페인어와 라틴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을 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 다. 그는 열두 살 때 처음으로 사창가 최고의 창녀 카스토리나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운 뒤로는 잠자리를 같이한 여자에게 늘 돈을 주었다. 딱 한 번, 파괴적일 만큼 강력한 성적 매력으로 가득한 여인 히메나 오 르티스와 결혼할 뻔했지만, 오직 밤의 여인들만이 줄 수 있는 자유와 너그러움을 포기할 수 없어 끝내 결 혼식 날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내내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과 인물 설정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실제 경험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한때 법 학도였고, 젊은 시절 자유파 신문 <엘 에스펙타도르>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정치 칼 럼을 썼던 그는 1950~60년대에는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동굴 그룹 화가들과 어울리며 예술가들과 저 널리스트들, 그리고 창녀들과 더불어 살았다. 소설 속에는 이 동굴 그룹 화가들의 실명과 다양한 실존 인물들이 언급되고 있어서 소설인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실화인지가 구분되지 않는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 위에서 작렬하는 불꽃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20년 전에 이미 이 소설의 구상을 처음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는 역시 노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6

157 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의 집 을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았고 이것이 바로 내가 쓰고 싶은 바로 그 소설이다. 라고까지 말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속에서도 노인과 소녀의 성과 사랑이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일화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82년 파리에서 뉴욕 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자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을 7시간 동안 지켜보다가 소설적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과 그의 독서 경험은 소설 속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특한 환상적 기법으 로 새롭게 태어난다. <전통의상을 입은 콜롬비아의 아름다운 소녀들. 이 소설 속의 주인공도 이 또래의 나이였을 것이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14세 소녀는 단추 공장에서 하루 종일 200개의 단추를 달고 어린 동생들과 류머티즘에 걸린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난한 하층민 노동자다. 한때 네그라 에우페미아의 유서 깊은 사창가에서 최 고의 포주로 명성을 떨쳤던 로사 카바르카스는 자기네 잡화 가게에 들른 소녀들 중에 쓸만한 여자애들을 골라 기초적인 교육을 시켜 창녀로 만드는 늙은 여자이다. 바로 그 로사 카바르카스가 옛 단골을 위해 고 른 인물이 바로 이 14세의 어린 소녀다. 난생처음 남자를 맞게 되어 겁을 집어먹은 소녀를 위해 로사 카바 르카스는 진정제를 만들어 마시게 했다. 노인이 방에 들어갔을 때 소녀는 깊어 잠들어 있다. 소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낳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나 는 모든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침대 모서리에 앉아 그녀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열대 지방 출신임을 드러 내듯이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따스했다. 그녀는 깨끗하게 씻기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음부에 돋아나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7

158 시작한 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 솟아오르기 시작한 가슴은 아직 사내아이의 것처럼 밋밋했지만, 터지기 일보 직전의 은밀한 힘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본문 38~39쪽) 잠든 소녀를 바라보던 노인은 욕실로 들어가 용무를 보고, 그때 거울 속의 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절 망한다. 소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져보지만, 결국 모욕을 당한 듯 슬퍼 보이고, 흑도미처럼 차가운 그녀를 깨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소녀 곁에서 그냥 잠든다. 노욕과 순수 속에서 갈등 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튿날 포주 로사 카바르카스는 전화를 걸어서는 잠든 소녀를 건드리지도 않고 그냥 나온 노인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줄 테니 이번에는 반드시 일을 치르라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역시 노인은 잠든 소녀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땀을 닦아줄 뿐이다. 그러는 사이 노인은 잠든 소녀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고, 그의 사랑이 깊어 질수록 자신의 늙음과 목전의 죽음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 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 (본문 73쪽) 하지만 노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실 속에서 소녀와 성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다. 그 는 다만 소녀를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일에만 온전히 남은 생의 시간 모두를 바치리라 결심한다. 그래서 돌 과 화염병으로 무장한 학생 시위대에 끼어서 나는 사랑에 미쳤다. 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앞장서지 않 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소녀를 만나기 전의 노인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늘 새로워질 것을 요구하는 신 문사나 구태의연한 과거를 청산하자는 젊은 세대들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늘 자신의 원칙을 고수해 온 고집쟁이였다. 언제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늘 정해진 순서대로 옷을 입고, 동물과 아이들은 영혼이 없 는 존재들 이라서 싫어하고, 결벽증이 있으며, 클래식 음악만을 듣고, 고전 문학만을 읽었다. 글을 쓸 때 도 자신만의 표기법을 고집하며, 절대로 타자기를 사용하지 않고 늘 잉크와 펜을 사용해 손으로 써왔던 것 이다. 그러나 소녀를 사랑하게 된 뒤로 그의 신문 칼럼은 더 이상 정치적인 비판 칼럼이 아닌 연애편지가 되었 고, 생활 습관, 음악 취향, 즐겨 읽는 문학 작품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든 변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동시에 그는 죽음이 곧 닥치리라는 예감에 시달리며 불안해하 고 두려워하고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나 늙음과 소멸, 사라지는 것에 대해 거부하거나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오로지 생의 원리에만 충실하는 쪽을 선택한다. 자신의 사랑을 환상 속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만들어간다. 소나기는 지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집 안에 홀로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내가 설명할 수 있 는 유일한 것은,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이 잊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일들이 마 치 일어났던 것처럼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밤이면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가까이 와 있다고 느꼈고, 침실에서는 그녀가 내쉬는 숨소리를 들었고, 머리맡에서는 그녀의 맥박이 뛰는 것을 느 꼈다. (본문 80~81쪽)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8

159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는 벌판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보고타 전경> 노인은 소녀와의 사랑이 현실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영원히 자신만의 꿈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타자에게 엄격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해 왔던 사회적 명사인 주인공이 끝끝내 감추어 왔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도 관련이 있다. 지독하게 외롭고, 슬프고, 부끄럽고, 여리디여린 소년의 마음을 간 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어눌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왔고, 사창가의 최고 난봉꾼 처럼 살아왔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졌었다. 그러나 90세에 이르러서야 14세의 소녀 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노인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시적 방종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녀도 고양 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즉, 내 고통의 달 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본문 112~113쪽)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대가임을 또 한 번 인정하게 된다. 마르케스는 일견 도발적이고 파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대단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로 승화시킨다. 그 속에 는 늙음과 소외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모멸과 치욕이 있다. 그러나 저속하고 비루한 것들에 굴복하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9

160 않는 자존과 위엄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마지막 남은 단 하루조차도 살아있음 그 자체의 경이를 예찬 하는 작가의 성실한 에너지가 소설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60

161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00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하일지 작. 경마장 가는 길 경마장 가는 길 은 1990년 발표한 하일지의 등단작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발 표되자마자 문단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것은 이 소설이 내용과 기법의 다양성 때문만이 아니라 정통적 리얼리즘 소설에 익숙한 독자층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겉으로 보기 에는 평이해 보이면서도, 내부로 들어갈수록 주도면밀한 구조와 테크닉으로 짜여진, 기괴한 동굴 같은 작 품이다. 이 작품은 도덕 이나 사랑 으로 맺어진 것처럼 위장된 인간 사이의 관계의 실체가 얼마나 절망적인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R의 절망이 곧 우리 자신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은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형용사와 은유를 철저히 배격해 나간 이 소설의 묘사는 몸서리쳐질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다. 그 지독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줄거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R은 귀국하자마자 그와 프랑스에서 3년 반 동안 동거했던 J라는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그다 지 반갑게 맞이하지 않는다. R과 J는 처음부터 어떤 불화가 시작되는데, 그 불화를 묻어 둔 채 R은 대구에 있는 그의 집으로 내려간다. 대구에서 R은 늙은 부모와 가족들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주어진 열악 한 현실과 마주친다. 그러나 R은 그 현실을 타개할 아무런 방법이 없다. R은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아내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161

162 와 이혼하려고 하지만 아내는 막무가내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편, 서울에 있는 J라는 여자와의 사이도 점점 허물어져 간다. R은 끝내 한국이라는 모순 덩어리의 현실 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고 자신의 계획을 J에게 제의한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모순 된 윤리관을 지닌 J는 결국 R을 배반한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의 한 장면 : 문성근의 연기가 압권이었지만 소설이 풍기는 메세지 전달은 아쉬웠다> R은 모든 것을 단념하고 자신이 구상한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떠난다. 막내 동생에게만 알리고 광주로 가 는 고속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서 R은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R은 광주에서 내려 충장로에 들렀다가 승주 선암사로 간다. 선암사를 한 바퀴 돌아나와 다시 순천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순 천에 도착하자 날이 어두워져 거기서 짐을 푼다. 다음날 R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가방을 메고 여관을 나와 벌교로 갔다. 그리고 장흥으로, 다시 어느 작은 읍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어느 조그만 암자로 가서 지낸 다. R은 다음날 진주에 도착해 어느 여관에서 자고 지리산 내원사로 간다. 이 경마장 가는 길 은 주인공 R이 두꺼운 공책을 꺼내어 급한 손길로 다음의 글을 써 내려 가는 것으 로 끝맺는다. 2월 16일, K가 돌아왔다. 어쩌면 2월 15일, 또는 17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왔기 때문 에 막상 도착했을 때 그는 곧 시간의 혼동 속으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도착하면 몇 월 며칠 몇 시가 되는 가 하는 데 대해서는 미리 충분히 계산해 두었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20여 시간의 비행기 여행 동안 줄곧 심한 두통과 불면,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느라고 그런 것에 대하여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지 이미 그에게 주어졌다. 여기까지 단숨에 써 내려 간 R은 공책 위 삼 센티 정도의 여백에다 좀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경마장 가는 길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162

163 <영화 '경마장 가는 길' 포스터> 세간의 화제를 몰고 오고, 영화로도 제작이 된 이 소설의 이야기는 R이라는 3인칭 주인공에게 철저히 초 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인공 R은 5년 반의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지만, 커다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충격에 휩싸인다. 이 <경마장 가는 길>은 R이라는 주인공이 4개월 반 동안 한국에서 보고 듣고 겪게 되는 문화적 체험에서 느끼는 이질적 분위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즉,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 혹은 관습에 대한 비판적 진술이 소설 구조의 심층에 깔려 있다. 그리고 작가는 주인공이 보고 들 은, 그리고 행한 것만을 기술하려고 하고 있다. 즉, 주인공의 시각과 청각에 의해 포착된 것이나 그가 행 한 것이 아닌, 그 어떤 것도 기록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무엇보다도 이 작가가 철저히 억제하려고 하는 것 은 작가 자신의 임의적 판단이나 느낌 따위이다. 따라서 작가는 형용사를 될 수 있는 대로 배제하고 유추 또한 억제한다. 이 소설 전체를 통털어 은유가 씌어지고 있는 것은 몇 안 된다. 그만큼 하일지는 인물의 심리를 직접 말하지 않고 형용사나 유추가 최대 한 억제된 묘사를 통하여 무비 카메라가 피사체를 포착하는 것과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이런 수법을 통 해 R이라는 주인공이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근원적인 인간 존재의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 다. 하일지 소설에 내재된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설 '경마장에서 생긴 일'은 '경마장 가는 길', '경마장은 네거리에서', '경마장을 위하여', '경마장의 오리 나무'의 후속 편이자 경마장 표제 소설의 완결편이다. 작가는 일련의 경마장 표제 소설을 연작이나 시리즈 로 불려지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경마장 시절'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낸다. 소설의 내용과 상관없이 보이는 다소 엉뚱하고 생소 한 경마장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경마장이란 말은 상징적 의미체계로 사용된 것이 아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163

164 니라 소설 창작의 기능적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가 스스로에게 경마장이란 소설적 상상의 공간 이며, 독자에게 경마장이란 하일지의 소설세계에 접근하는 일종의 코드 역할을 한다. 하일지의 경마장 시 절 소설의 세례를 받은 독자들은, 경마장 하면 과천이나 뚝섬을 연상하는 것이 아니라 R이나 K, 혹은 고 독한 현대인의 초상을 떠올린다. 그것이 경마장이란 말이 가지는 전략적인 의도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제는 고독한 현대인이다> '경마장에서 생긴 일'의 주인공은 중학교 물상 교사인 K다. 그는 사단 법인 한국교사 휴양원이라는 단체의 초청을 받아 한 섬에 가게 된다. 그는 관광호텔같이 생긴 흰 집으로 안내되어 907호실을 배정 받는다. 그 방은 추웠고 청소도 안된 상태며 게다가 위층에서 땅땅땅 하는 소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는 이러한 불 편을 개선해 달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면서 K는 한국 교사 휴양원이 실 체가 없는 유령단체임을 서서히 알아차린다. 약속된 요양기간이 지나도 K는 서울로 돌아갈 수 없다. 그의 귀환은 섬을 통제하고 경영하는 상무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단식 등으로 상무에게 항거를 시도하지만 모든 것은 무위로 끝난다. 그에게 남은 것은 타의적 삶뿐이다. 그의 또 다른 소설(경마장 표제 소설이 아닌) '새' 또한 후기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지친 자아를 그리고 있다. 소설 내용보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부를만한 형식실험이 눈길 을 끈다. 주인공은 16년간 다닌 증권회사에서 퇴출당한 A이다. 그는 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까마귀처럼 생긴 크고 검은 새'와 부딪친 후 길을 잃고, 남천이란 가상의 고향에서 실력자의 아들로 살아가고, 지하철 역 노숙자가 되고, 까마귀처럼 검고 큰 새가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바뀌고, 아내와 정부와 정부의 친구가 뒤죽박죽이 되고, A는 뭐가 뭔지 헷갈리게 된 다. A는 왜소해진 현대인, 구체적으로는 IMF 실직자. 그가 가상의 고향에서 겪은 상류층 경험은 소시민의 잠재 욕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꿈은 상상 속에만 이루어진다. A는 다시 우울한 현실로 되돌아온다. 실직자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164

165 의 뒤를 쫓는 새가 되는 것. 가족에게서도 외면당한 A는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화다. <경마장 : 사전적 의미로는 경마를 하는 경기장. 말이 달리는 길과 관람석 따위가 있다> 그의 경마장 표제 소설들은 현대인의 존재론적 위기를 진단하기도하고, 지식인의 인격적 파탄을 그리기 도 하고, 샐러리맨 일상의 참을 수 없는 따분함을 묘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전체적으로 우울 하고 답답하며 외롭고 쓸쓸하다. 경마장의 경주마들은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을 대변하는 존재인 것이다. 하일지는 소설도 허구지만 삶도 허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허구라는 점에서 삶과 소설은 상통한다. 따 라서 그의 소설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이 바로 경마장이다. 화려하게 달리는 경마장의 말들, 그렇지만 그 말들은 타원형의 주로를 뱅뱅 돌기만 할 뿐 그곳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들의 조상이 뛰어 놀던 싱그런 초원으로 가는 길은 영원히 막혀 있다. 우리들의 삶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하일 지의 경마장 시절 소설들은 그 점을 아프게 성찰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165

166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00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즈(Ulysses) 아일랜드의 소설가ㆍ극작가인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소설로 년에 뉴욕의 문예잡지 [리틀 리뷰 (Little Review)]에 연재 중 게재 금지를 당하여 1922년 파리의 셰익스피어 서점에서 출판하였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배경으로 리오폴드 블룸, 그의 아내 몰리 블룸, 예술가를 꿈꾸는 교사 스티븐 데덜러스 등 세 명의 중심 인물이 겪는 단 하루의 사건을 서술하고 있는 이 작품은 20세기 세계문학의 최 고봉으로 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의식의 흐름과 내면의 독백을 종횡으로 활용하 였다. 신문의 제목, 음악적 요소, 영화ㆍ극 중의 대화, 고전작품의 패러디 등을 종합적으로 채택한 작품이 다. 종래의 소설 형식을 근본적으로 뒤엎은 획기적인 작품으로서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166

167 작자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무대로 1904년 6월 16일 아침 8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일어 난 일을 734면에 서술하였다. 중요한 등장인물은 3명으로 유대계의 광고업자 레오폴드 블룸, 그의 부인 마 리온, 학생이며 시인 기질이 있는 스티븐 디달러스이다. 작품의 전체적 구성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모방하였고 블룸은 오디세우스, 마리온은 페넬로페, 디 달러스는 텔레마코스에 해당한다. 또한 <오디세이아>와 마찬가지로 모두 18삽화의 결합으로 구성하였고 각 삽화도 <오디세이아>의 그것과 대조되게 하였다. 그의 솔직한 묘사를 외설ㆍ부도덕이라 하여 영국과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발행금지 조치를 취하였다. 프랑 스어ㆍ독일어로 번역되었으며 유럽과 미국에 끼친 영향이 컸고 연구 서적도 많다. 1967년 영국에서 영화화 되었다. 한국에서는 1968년 김종건( 金 鍾 健 ) 번역으로 [정음사( 正 音 社 )]에서 간행되었다. 작자가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생각한 율리시즈를 기초로 하여 모든 것을 포괄하는 완전한 성격을 묘사하 였던 것으로, 전체를 <오디세이아>처럼 3부로 나누었다. 1914년부터 약 7년간에 걸쳐 완성된 이 작품은 초판 당시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서( 禁 書 ) 판정이 내려 져 파리에서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침대 위의 오점을 보려고 했어. 그녀가 처녀인지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167

168 아닌지 알려고 말이야. 남자들이란 바보들이라 마흔 번이나 이혼한 여자라도 붉은 잉크의 오점이면 된다 니까 와 같은 부분이 외설 시비의 빌미가 된 것이다. 줄거리로 들어 가보자. 율리시즈 는 그리스 서사시인 호머의 <오디세이아>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영어식 발음이다. 제목이 시 사하고 있듯이 이 작품은 <오디세이아>와 여러 면에서 대응관계를 갖고 있다. 더블린 시내를 걸어 다니는 중년의 광고업자 레오폴드 블룸은 신화 속의 영웅 율리시즈와, 블룸의 부정한 처 모리는 페넬로페와, 문학청년 스티븐 디달러스는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텔레마코스와, 모리의 애인 브 레이세스는 유혹자 안티노우스와 각각 대응한다.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이 더블린 시내를 배경으로 1904년 6월 16일 하루 동안 벌이는 평범한 사건을 묘사 한 이 작품은 전체가 3부 1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아침 8시부터 정오까지 스티븐의 거동을 묘사한 부분으로, 더블린 교외 마테로 탑에서의 아침 식 사 장면에서 시작, 초등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한 후 해변을 거닐며 사색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도 블룸 부부의 아침 식사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블룸은 목욕탕에 갔다가 아는 사람의 장례식에 가고, 광고 일로 새 신문사를 방문한다. 또,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서 무엇을 찾기도 하고, 호텔 바에서 여 자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다른 술집에서는 말다툼에 휩쓸리고, 다시 아는 사람의 병문안을 갔다가 거기 서 스티븐을 만난다. 제3부는 블룸과 스티븐이 함께 블룸의 집으로 돌아가다가 헤어지는 장면, 침대 속에서의 모리의 독백 장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임스 조이스>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168

169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이 소설은, 1904년 6월 16일 아침부터 밤중까지의 더블린 시를 배경으로, 평범한 시정( 市 井 )의 한 서민 리 어폴드 블름과 청년 예술가 스티븐 디덜러스의 사상ㆍ생활의 의식의 흐름 을 추구함으로써 이를 묘사 한 것으로, 그 내적 독백의 수법은 현대인의 성격을 척결( 剔 抉 )하여 종래의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 분야를 개척하고, 적나라한 묘사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표현 형식과 더불어 금세기 소설 중에서도 가 장 큰 문제를 제공한 작품이다. 헝가리계 유태인의 피를 이어받은 38세의 광고업자 블룸은 다면적인 성격의 소유자 오디세우스의 현대적 인물이다. 생후 11일밖에 안된 외아들을 잃은 그는 잃어버린 자식의 모습을 22세의 스티븐에게서 본다. 블 룸은 더블린 시내를 방황하면서도 아내 모리가 다른 남자와 정사를 벌이는 방면을 상상하고 괴로워하는 데, 실은 그 자신도 헨리 프라워라는 가명으로 어떤 여성과 비밀스런 편지를 주고 받는다. 이 보통의 관 능을 가진 보통 남자 블룸의 존재로 이 작품은 관념적인 문학상의 한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매력적인 희극적 작품으로 완성된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더블린 시 자체일 수도 있다. 더블린을 한 개의 유 기체로 볼 때, 등장인물들은 더블린 시를 관통하는 혈액의 의미를 띠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블룸의 날 의 더블린을 묘사함으로써 현대 세계의 총체적 모습을 제시하려고 한 것이다. 또한, 각 장마다 문체를 달리하고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좇아 서술하는 기법을 통해 블룸과 스티븐, 모 리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모든 양상들을 보여준 작품이다. 율리시스 는 조이스가 1906년 구상을 시작 하고, 1914년 말(혹은 1915년 초)부터 집필에 들어가 1922년 조이스의 마흔 번째 생일에 출간된, 8년간의 집 필 끝에 완성된 대작이다. 영어 이외에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10여 개의 외국어가 작품 속에 나타나며, 이들 언어의 고어, 폐어, 속어, 비어, 은어 등 약 3만 어휘가 뒤섞인 일종의 언어 사전의 장이 다. 게다가 그 유명한 의식의 흐름 을 표현하기 위한 생략문체 를 비롯하여, 문체의 박물관이라 할 정도의 다양한 문체가 전개된다. 이 다양한 형식의 언어와 문체를 도구 삼아 그려내는 것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아일랜드 더블 린에서의 1904년 6월 16일 단 하루(정확히는 18시간)이다. 아침 8시에 시작되어 새벽 2시에 끝을 맺는 이 특별한 하루 동안, 작품의 주요 등장 인물들은 낮과 저녁을 통하여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목욕하고 미사에 참가하고, 죽은 자를 매장하고, 일하고, 괴로워하고, 다투고, 선행을 베풀고, 배회하고, 서로 인사 하고, 노래하고, 편지를 쓰고, 술집을 드나들고, 술에 취하고, 책을 읽고, 성적 행위에 몰두하고, 간음을 저지르고, 출산하고, 사창가를 방문하고, 그리하여 지친 채, 그들의 침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평범한 하루 일상의 결을 메우는 언어와 사유의 살과 피는 인간 지력의 극한을 보여준다. 현대 인간 심리의 백 과사전적 총화 라 일컬어지는 율리시스 에는 조이스가 자기식으로 소화해낸 수천년에 걸친 인류의 지 적 유산, 즉 동서고금의 문학 철학 역사 신학 예술 등의 고전에서 축적된 지식 이 치밀하 게 짜여진 형식 아래 모자이크처럼 잘 짜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의 잡탕 이나 지식의 허 영 을 과시하기 위한 나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면서 총체적 사회와 개별적 인간, 정신과 육체의 사이를 탐색하고, 신화와 현대를 결합해내려는 한 작가의 극한을 향한 지적 산물이다. 과연 수천 년의 피비린 모험을 하루의 일상 속에 응축한(김정환) 대서사시인 것이다.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169

170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30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던 영화 '북회귀선'의 포스터)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는 1891년 태어나서 뉴욕시 브루클린구( 區 )에서 자랐다. 1980년에 사망했다. 뉴욕 시립대학을 중퇴한 후에 전신회사( 電 信 會 社 ), 무허가 술집 경영 등 온갖 직업에 종사하면서 미국 각지를 방랑했다. 그러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나, 작품은 모조리 출판을 거절당했다. 브루클린에서 자라난 어 린시절의 경험은 <음울한 봄>(1936)에 묘사되어 있다. 1924년 자신이 다니던 뉴욕의 웨스턴유니온사( 社 )를 나와서 글쓰기에 몰입했으며 1930년 프랑스에 갔다.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170

171 <북회귀선(Tropic of Cancer)>(프랑스 1934, 미국 1961)은 경제공황을 겪은 파리에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 한 당시 생활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한편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프랑스 1939, 미국 1961)에서는 젊은 시절의 뉴욕 생활을 그렸다. 1939년 그리스를 방문한 뒤 이 나라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숙고한 <마루시의 거상( 巨 像 )>(1941)을 발표했다. 1940~1941년에 미국의 여러 곳을 여행한 뒤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한 <냉방이 된 악몽>(1945)을 썼는데, 여 기에서는 기계화되고 상업화된 인간의 조건으로 초래된 손실을 심각하게 다루었다. 밀러는 끝없이 자유분방한 예술가이며 성( 性 )을 솔직하게 표현한 자전적 소설을 발표해 20세기 중반 문학 에 자유의 물결을 일으켰다. 그는 자유롭고 쉬운 미국적 문체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이 숨기는 감정을 기꺼이 인정하며, 선과 악을 함께 받아들임으로써 비롯된 희극적 재능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작들이 성을 솔직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1960년대까지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이 금지되었으나 프랑스에서 복사본이 몰래 들어와 처음부터 널리 퍼졌다. 그는 현대의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는 작가라고 하지만, 그 작품의 특성은 유연한 필치로 남녀의 성생활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점에 있으며, 그 때문에 작품의 대부분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발매금지가 되었다. 1940년 그리스를 거쳐 동란( 動 亂 )의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와서 국내 여 행을 했는데, 1944년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 남쪽 태평양에 면한 작은 마을 빅 서에 정주하였다. 그리하여 1949년부터 <장미빛 십가가>라는 이름의 일련의 자전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섹서스>(1949) <플렉서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171

172 스>(1953) <넥서스>(1960)를 발표하였다. 이 3부작은 브루클린 시대를 소재로 한 것으로, 그의 여성관계ㆍ교 우관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동시에 그의 예술관ㆍ인생관이 아로새겨졌다. 미국에 돌아온 후의 밀러는 성자( 聖 者 )처럼 받아들여져, 1960년대에는 일찍이 발매금지되었던 그의 저작도 규제 없이 출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성( 性 ) 을 방패로 한 통렬한 문명 비판가이며, W.휘트먼 이래의 미국의 자유정신을 이어받아, 현 대의 병근( 病 根 )을 찌르고 그것을 초극( 超 克 )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의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발간은 여러 번 외설 여부를 놓고 재판을 벌인 끝에 대법원이 1964년 이 책이 외 설적이라는 주 법원의 판결을 기각하면서 이루어졌다. 해금이 된 것이다. (노년의 헨리 밀러) 이밖에도 주요저작으로 수필집 <우주적인 시각(The Cosmological Eye)>(1939) <마음의 지혜(The Wisdom of Heart)>(1941)가 있다. 그는 또한 수채화가로서 국제적인 전시회를 가졌고 <그림을 그리면 다 시 사랑하게 된다>(1960)라는 예술에 대한 글도 썼다. 로렌스 더렐에게 보낸 편지(1963), 아나이스 닌에게 보낸 편지(1965), 월러스 파울리에게 보낸 편지(1975) 등의 서간집도 여러 권 발간했다. 밀러는 노골적인 섹스 묘사로 독자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미국 현대섹스문학의 개척자이다. 그의 모 국인 미국에서는 두 가지 헨리 밀러 전기가 동시에 출간됐는가 하면, 그의 세 번째 소설 <머리가 돌아버 린 수탉>이 그로프 바인펠트에 의해 출판되었다.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172

173 먼저 로버트 퍼거슨이 쓴 밀러의 전기 <헨리 밀러, 그의 생애>는 밀러를 교활한 거짓말쟁이이자 익살꾼 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한다. 퍼거슨은 이 책에서 밀러가 자기 자신을 작품 속에 그려냄으 로써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받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계 이민의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밀러 는 엄격한 어머니와 순종적인 아버지 아래서 극단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밀러가 어린 시절을 보낸 뉴욕 브루클린구의 초라한 뒷골목과 세기말적 시대상황은 밀러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밀러의 또다른 전기 <살아있는 가장 행복한 사나이-헨리 밀러 전기>는 밀러가 생의 후반기에 겪었던 우울증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인 메리 디어본 여사는 밀러의 우울증은 자신을 둘러싼 자가당착의 모순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말년에 밀러는 돈과 명예를 얻게 됨으로써 오히려 가난하고 인정받 지 못하는 천재로서는 행동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흥미롭고 설득력있는 분석이다. (소설 : 머리가 돌아버린 수탉) 소설 <머리가 돌아버린 수탉(Crazy cock)>은 밀러가 1931년 파리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밀러의 두 번째 아내 준과 진 크론스키(동성연애자 예술가로 1926년 준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밀러 자신과의 3 각 관계를 그린 3인칭 소설로 이야기가 질질 끌리는 듯한 느낌이고 요란스럽다. 그러나 은유를 자유로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의 대표작들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대표작 <북회귀선>이 1991년 [문학세계사]에서 국내 처음 완역되었다. 밀러가 1930년에 파리로 가서 발표한 첫 장편인 이 소설은 1934년 출간되자마자 그를 하루아침에 유명하게 했으 나, 미국내 출판은 거의 한 세대가 지난 1961년에야 허락되었다. 역시 대담한 성묘사 때문이다.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173

174 <헨리 밀러는 작가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말년에는 수채화를 그리며 평화롭게 지냈다.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 는 조용 히 보낸 말년의 철학이 담긴, 밀러의 전혀 새로운 보석이다> 외설문학 또는 금세기 기념비적 명작 등 비난과 찬사를 한꺼번에 받았던 이 소설에 대해 시인이 자 문학출판사 대표인 김종해씨는 문명을 비판하고 존재와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통찰력과 철학 적 관조가 담긴 작품으로 최근 평가받고 있다. 고 소개했다. 이어서 그의 다음 장편 <남회귀선>도 출판되 었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1969년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묘사가 삭제 된 채 번역됐었고, 1980년대초 청아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출간과 함께 판매금지되고 출판사 등록마저 취소 된 적이 있다. 지금은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다음 기회에는 소설 '남회귀선'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해볼 까 한다.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174

175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00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 과 조지 오웰 조지 오웰(1903~1950)의 본명은 에릭 블레어이다. 에릭 블레어는 1903년6월 25일에 당시 영국령이던 인도의 벵갈에서 태어났다. 에릭의 아버지인 리처드 블레어(Richard Walmesley Blair)는 식민국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어머니 이다 블레어(Ida Mabel Blair)는 에릭이 두 살이 되던 해 그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이튼스쿨(고등학교)을 졸업할 무렵에는 167명중 138등을 할 만큼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 이 성적으로는 옥스퍼 드에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식민지 관료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오웰은 어린 시절 계급차별을 느낀 경험이 있 었으며 이튼에서는 그것을 더욱 체계적으로 인식했다. 이튼의 생활에 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그가 제국주의와 영국의 식민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은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아버지처럼 식민 관료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이튼의 교육은 학생들을 식민 관료, 군인, 제국주의자로 만드는 것이었고, 아직 에릭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 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깊은 혐오 - 버마의 나날 에릭은 옥스포드에 진학할 성적도 여유도 되지 않았으므로 버마에서 인도 제국 경찰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당 시 인도 제국 내의 한 주였던 버마(현 미얀마)를 부임지로 선택하였다. 당시 버마는 90명 정도의 영국인 경찰 간부가 13000명 정도의 현지인 경찰을 관리했고 그들이 1300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장악했다. 에릭이 가혹한 식민통치자의 똘마니는 아니었으나 불교 승려들과 매춘부들에 대해 경멸하는 태도를 취했고 이는 훗 날 제국주의자임을 거부했던 글에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체화되어 있었다. 그는 5년간이나 식민 관료 생활을 하 였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깊은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었다. 1927년 휴가차 영국으로 돌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75

176 아온 그는 바로 사표를 제출하였다. 아버지가 35년간 근무하여 가족이 '중류 생활자'로 지내게 해준, 그리고 자신에게 5년간 영국 신사로 지낼 수 있도록 했던 신분을 차버린 것이다. 오웰의 두 번째 저서인 '버마의 나날'은 이 시기를 배 경으로 한 소설이다. 비극적인 로맨스가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반제국주의적 정서가 강하게 드러나 있 다. 홈리스 -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1928년에 그는 이모가 살던 파리로 이주하였다. 그는 프리랜서로 글을 쓰며 살 생각을 하고 건너갔지만 현실은 그렇 지 못했다. 그는 몇몇 잡지에 기고할 수 있었지만 종종 접시닦이로 하루 13~17시간 동안 일해야 했다. 1929년에 돈도 없고 병이 들어 그는 영국으로 돌아왔다. 1931년 그는 다시 밑바닥 생활을 하였다. 런던의 빈민가에서 홈리스 생활을 하고, 켄트로 가서 호프 줍기 노동을 하루에 열 시간씩 3주간 한 뒤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와서 호손즈 학교의 교장 자리를 얻어 1933년까지 근무한다. 오웰은 1933년에 그의 첫 번째 저서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는 그의 접시닦이 생 활, 구빈원에서의 생활 등이 매우 리얼하게 묘사되어있다. 첫 번째 저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모순들을 묘사함에 있 어 아주 신랄한 필치를 구사하고 있다. 밑바닥 생활을 묘사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와중에 런던의 속어와 욕설을 정리 해둔다거나 구빈원 시스템의 모순을 치밀하게 폭로하는 등 다층적이면서도 종합적인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 웰다운 위트가 곳곳에 넘친다. 사회주의를 위해서는 왜 사회주의를 공격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76

177 1936년 초에 오웰은 빅토르 골란츠의 의뢰로 영국 북부의 공업지대 실업자에 대한 책을 의뢰받았고 그 결과물은 1937 년에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로 출간되었다. 1부는 과도한 공업화로 피폐해진 랭커셔와 요크셔의 생활실태와 가계조 사 등으로 이루어져있고 2부는 자신이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가, 사회주의를 위해서는 왜 사회주의를 공 격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맞추어 서술되어있다. 이 책에서 북부의 석탄이 북부 사람들을 어떻게 착취하여 남부에 부를 가져다주는지, 그리고 왜 민중들에게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파시즘이 지지를 받고 있는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얼마나 교조적인 태도로 민중들과 동료들을 비판하고 있는지를 서술하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맹목적인 소련 숭배를 비판했다. 이 책은 오웰이 사회주의자로서의 의식을 표출한 첫 번째 본격적인 저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영국의 좌파 지식인들은 노동운동보다는 공산당에 매몰되는 친소경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부 보수파들은 나 치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아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특히 좌파 지식인들은 오웰이 나치도 스탈린도 모두 전체주의라고 평가하는 것을 소련의 동유럽 '진출'과 나치의 '침략'을 혼동한다고 비판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웰의 현실 인식이 관념적이지 않고 정확했다는 것 뿐 아니라 이후 스페인 내전에의 참가로 이어지는 오웰의 행동 에서 볼 수 있는 민중중심적인 아나키즘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웰은 탁월한 현실 인식 능력을 가진 반권력의 작가였다. 또 오웰은 '배운' 사회주의자들이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프롤레타리아의 연대, 수용자들에 대한 수용 등의 말을 사용 하는 것에 주목했다. '동지'라는 말 따위를 억지로 사용하는 사회주의자들의 문화가 피착취 계층이자 잠재적 사회주 의자들인 중산층의 마음을 떠나가게 했다며 사회주의자들이 종종 사회주의의 적이 되곤 한다고 비판한다. 또 영국의 뿌리깊은 계급문제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으며 서로 다른 계급(먹고살만한 노동계급과 가난한 지주계급 등)이 공존 할 수 있도록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오웰은 본질적이지 않은 차이 때문에 주적에 대 항하는 연대가 깨져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다. 이 책의 2부는 오웰의 자서전이라고 할만한 부분을 담고 있으며 여기서 오웰은 자신이 어떻게 제국 경찰에서 피압제 자들의 친구가 되어보기로 시도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태생적 계급을 어떻게 넘을 수 없었는지 고백한다. 이는 그의 첫번째 르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을 쓴 동기이기도 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에서 그는 위 건의 탄광노동자에 대한 묘사로 시작해, 결국 계급 차이 따위는 극복하고 전면적인 반 파시즘 연대로 가야한다는 것 을 주장했고 이 책의 원고를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실천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 결과물이 또 하나의 걸작 르뽀 카탈로니아 찬가 이니, 오웰이 쓴 세 편의 르뽀는 모든 억압에 반대한다는 그의 사상적 궤적을 순차적으로 꿰어준다.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77

178 카탈로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와 에스파냐 내전 1936년 겨울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를 지지하기 위해 참전했다. 그는 독립노동자당을 통해 스페인으로 들어 갔으며 곧 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당(POUM) 민병대에 지원했다. 당시 카탈루냐 지방은 공화파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 으며 노동자의 나라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영국 북부의 참혹상을 보고 온 오웰은 여기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다. 하지만 의용군의 조직은 형편없었으며 총도 없이 아라곤 전선에 배치받았다. 하지만 장교에서 사병까지 누구나 똑같은 대우를 받았으며, 계급으로 차별을 받지 않았다. 넉 달 이상 전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죽을 고 비를 넘긴다. 전투다운 전투를 하지 못한 채 추위와 굶주림에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가던 전쟁이었다. 오웰은 전선에서 돌아와 마드리드의 국제여단에 참여하려고 신청했다. 국제적인 연대를 받는 곳에서 공화파의 승리 를 위해 더 기여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때 바르셀로나에 혁명적 기운은 사라지고 다시 계급이 형성되는 듯 한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공화파는 각종 노선의 차이로 인한 대립이 강해지고 있었으며 POUM이 점거중인 전 화국을 탈취하기 위해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이 총격을 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웰은 코민테른의 지시 를 받던 국제여단으로의 참여를 포기하고 다시 POUM 소속으로 전투를 시작했다. 누구나 평등했던 부대 내에 다시 계급이 생겨 오웰은 소위가 되었다. 그러나 전투 참여 10일 만에 그는 머리를 관통당하는 부상을 입고 후방으로 후송 되었다. 훗날 오웰은 '총알에 맞는 것이 총알에 맞지 않는 것보다 행운이었던 상황'이라고 회고했다. 1mm만 왼쪽에 맞았더라면 즉사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오웰은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그는 공산당으로부터 트로츠키파로 의심을 받 고 있었다. 이미 아내 아일린 또한 가택수색을 당한 상태였고 두 부부는 간신히 야간열차를 타고 스페인을 빠져나왔 다. 카탈로니아 찬가 는 전쟁의 어리석음과 스페인 인민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르포문학의 걸작이다. 오웰은 스 페인 내전 당시의 정치상활에 대한 분석까지 실어서 스페인 내전을 미시적이면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책은 오웰이 죽을 때까지 초판이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무시당했다. 동물 농장과 제 2차 세계대전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78

179 1944년 2월에 탈고된 '동물 농장'은 소련과 스탈린에 대한 신랄한 비유로 가득차 있어 한동안 출간되지 못했으며 그 와중에 런던 공습에 의해 원고가 불타버릴 뻔 하기도 하였다. 동물 농장 은 파시즘에 반대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 하고 반공산주의로 읽혀 미국에 의해 광범위하게 번역되었다. 최초의 외국어 번역은 놀랍게도 한국어 번역이었으며 이것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첨예하게 냉전이 벌어진 지역이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종종 동화로 분류 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오웰은 옵서버 의 특파원으로 파리와 쾰른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1945년 3월에 삶의 동반자였 던 아일린이 죽었다. 전쟁이 끝나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언론을 탄압하자 오웰은 '자유방어위원회'에서 열심히 활동한다. 전쟁이 벌어졌던 시기 내내 오웰은 참여적 지식인으로 살아왔고 동물 농장 이외의 글은 대부분 잡지에 기고된 현실적 논평이거나 에세이였다. 위험한 전체주의와 1984년 동물 농장 으로 유명 작가가 된 오웰은 런던이 싫어져 1946년에 스코틀랜드 주라 섬으로 이주했다. 양자 리처드를 자연 속에서 키우면서 ' 1984년 을 집필하기 시작해 1947년 말에 탈고했지만 폐결핵으로 한동안 요양해야 했다. 폐 결핵의 악화는 그의 심신을 탈진시켰고, 정맥류성 궤양을 앓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윈스턴의 처지로 대변되어 나타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79

180 난다. '만약 병이 그렇게 심하지만 않았다면 이 소설도 그다지 어둡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위트가 없는 책이 되었다. 1948년 11월에 최종 탈고한 오웰은 48을 뒤집어 1984년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삶의 소박한 것들을 사랑해왔던 오웰은 그것이 박탈된 근미래를 묘사하여 전체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충격 적인 이미지로 묘사하였다. 1984년 은 출간 즉시 고전이 되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오웰은 다시 폐결핵으로 입원 했고 병상에서 소냐 브라우넬과 1949년 10월에 재혼했다. 그녀의 이미지는 1984년 의 줄리아로 표현되었다고 알려 져 있다. 그리고 두 달 뒤에 숨을 거두었다.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80

181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51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여류소설가 강경애의 장편소설로 1934년 8월부터 1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당시 사회에 있어서의 인간 관계를 대담하게 다루었다. 이 작품은 인간으로서 기본생존권조차 얻을 수 없었던 노동자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친 소설로, 근대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1930년대의 우리 나라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서민과 지식인의 당면한 인간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쳐 그것을 자연주의적 수법으로 파고든 무게 있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선비 와 첫째 는 용연 동네에 사는 처녀, 총각이다. 이 소설은 두 사 람의 삶의 행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선비'의 아버지는 용연 마을의 지주( 地 主 )인 정덕호의 일꾼인데, 덕호의 지시로 빚을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소작인 을 도와준 죄로 덕호에게 맞아 죽는다. 어머니마저 죽자 '선비'는 정덕호의 집에서 몸종으로 지내다가 결국 덕호의 꾀 임에 빠져 순결을 잃는다. '선비'는 덕호의 집을 도망쳐 나와 자기처럼 덕호에게 당하고 서울로 간 간난이를 찾아간다. '선비'를 좋아하는 남자 는 고향 청년 '첫째'와 서울 사람 '신철'인데, '첫째'는 덕호에게 반항하다가 그의 교묘한 술책으로 땅마저 빼앗겨 고향 을 등졌고, 신철은 덕호의 딸 옥점에게 놀러 왔다가 '선비'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그는 옥점이가 싫어져 부모끼리의 결혼 약속을 따르지 않고 가출하여 인천 부두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첫째'를 만나 그를 각성된 노동자로 키우기 위해 많은 학습을 시킨다. 서울에 올라온 '선비'는 노동자로 생활하고 간난이를 만나 인천의 방적 공장에 취직하여 새 삶을 시작한다. 이 공장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181

182 은 수많은 여공들을 기숙사에 수용하여 갖은 방법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이미 노동 운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간난이는 자본가의 횡포와 노동자가 겪는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비밀 작업을 추진하다가 이 일을 '선비'에게 맡기고 공장을 탈출한다. 간난이가 나간 후 '선비'는 공장 감독의 유혹을 뿌리치며 자기 일을 다하다가 폐결핵이 악화돼 죽고 만다. '첫째'는 신철을 만나 자신의 현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공장 내의 노동 운동을 돕다가 부두 노동자의 파업을 성취시켰 으나, 신철은 전향했고 '선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결국 인간 문제는 신철과 같은 지식인에게서 구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이 작품은 년대 식민지의 모순을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절묘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이 강경애는 당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계급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그 당시 우리 나라 지식인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던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에 깔고 이 작품을 쓴 것이다. 농촌에서는 농민과 유랑민들이 대지주 에게 수탈당한다. 도시에서는 도시 빈민과 노동자들이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을 깨뜨릴 수 있는 인물은 신철 같은 지식층이 아니라 첫째나 선비 같은 무산 계급이라고 보고 있다. 작품의 첫머리에 소개되는 장자못 전설은 이 작품 전체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원소( 怨 沼 : 원한의 연못) 라 불리는 연못에 얽힌 전설이다. 수많은 땅과 종과 살찐 가축을 가진 장자 첨지가 있었다. 곳간에서 곡식이 썩어도 그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밥 한술 주지 않았다. 흉년이 들어 마을 사람 모두가 굶어죽게 생겼는데도 그는 눈깜짝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몰래 작당하여 밤중에 장자 첨지네 집을 습격하여 쌀과 짐승을 끌어냈다. 며칠 뒤 장자 첨지는 관가에 고소하여 이 근처 농민들을 잡아가게 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악형( 惡 刑 )을 받고 죽 고, 동네에서 쫓겨났다. 아버지, 어머니 혹은 아들, 딸을 잃어버린 이들이 장자 첨지네 마당가를 떠나지 않고 울었다. 울고 또 울어 하룻밤 새에 장자 첨지네 기와집이 푸르고 깊은 못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봉건 지주의 수탈과 농민들 의 원한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그렇게 서럽게 살아온 사람들의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의 주 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작품을 쓴 강경애는 사회주의 작가 조직인 카프(KAPF)에도 끼지 않았고, 카프의 목적과 문학 방식에 동조하는 동반자 작가라는 이름도 얻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식민지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 작가였다.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며 식민지 시대에 소설가 강경애가 바라본 현실, 즉 인간 문제 가 어떤 것이었나를 생각하 게 된다. 인간에게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그는 무엇이라 여겼고, 어떻게 바라보았나 생각하는 것이 이 작품의 깊은 뜻을 새기는 길일 것이다. [동아일보]에 연재 직전 작가는, "이 시대에 있어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인간이 누구며, 그 인간으로서의 갈 바를 지적하려 했다." 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의 농민과 노동자가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았던가를 보여 주고, 그 고통과 비 극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항일 투쟁을 직접 다룰 수 없는 상황에서 농민 운동과 노동 쟁 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작품의 전반부는 농민의 참상을, 후반부는 일제를 상대로 한 노동자의 투쟁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농촌의 인물 을 공장으로 옮겨옴으로써 작위성과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작품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먼저, 첫 부분에 나 오는 '원소( 怨 沼 )'라는 못에 얽힌 전설의 암시성에 유의해야 한다. '옛날이 마을에 인색한 부자 첨지가 살았는데 흉년 으로 마을 사람들이 죽게 된 지경에도 모르는 체하여 사람들은 그 집을 습격하여 허기를 면했다고 한다. 며칠 후 관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182

183 가에 잡혀간 이들이 모진 형벌 끝에 죽자, 가족들이 첨지의 마당에 모여 울어 마침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큰 못으 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작품의 창작 의도를 보여 주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작자는 마지막에서 수천 년 동안 풀지 못 하는 인간 문제를 풀 인간은 누구냐고 묻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여자의 일생'형( 型 ) 소설로 보는 관점도 있다. 여자의 비극적 일생이 개인적 결함에 기인하는지, 아니면 시대 사회적 조건에서 비롯되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가난한 머슴의 딸로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주인에게 짓밟혀 고향을 떠나 방적 공장의 여직공으로 일하다가 폐결핵으로 죽는 것이 '선비'의 일생이다. 사회 고발적 요소가 강한, 목적 문학적 성격을 분명히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공장 노동의 생생한 현장 묘 사는 한국소설의 약점이었던 소재의 빈약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인천부두와 방적공장의 묘사는 탁월 하다.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183

184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07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년에 발표하였다. 생애를 통해 작가를 괴롭혀 온 사상적ㆍ종교적 문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사색을 장대한 규모와 긴밀한 구성으로 집대성한 걸작이나, 미완성 작품이 다. 물욕과 음탕의 상징인 표도르를 아버지로 하는 카라마조프가( 家 )의 3형제(러시아인적인 야성적 정열과 순수함을 갖 춘 장남 드미트리, 무신론자에다 허무주의적 지식인 차남 이반, 수도원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포애를 가르치는 조시마 장로에게 심취한 순진한 3남 알료샤), 거기에 아버지와 백치의 여자거지에게서 태어난 막내아들 스메르자코프를 중심 으로 펼쳐지는, 부자간( 父 子 間 ) 및 형제간의 애욕을 그린 작품이다. 작중의 이반이 지었다는 <대심판관>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정수( 精 髓 )로, 현대에 있어서의 권력과 자유의 문제가 조명되어 있다. 민중에게 자유의 무거운 짐을 지게 했다고 그리스도를 탄핵하는 대심판관은 도스토예프스키가 톨스토 이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 장편의 속편에서 수도원을 나온 13년 후의 알료샤의 운명( 러시아 민중의 아버지 인 황제를 암살하고 십자가에 달리는 구상으로 추측되는)을 그릴 예정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910년 모스크바에서 극화( 劇 化 )되 고, 러시아ㆍ미국에서 영화화되었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184

185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60년대 러시아 어느 지방도시. 물욕에 사로잡힌 음탕한 표도르는 말이 귀족이지 사실은 맨몸으로 술집과 고리대금 업을 하며 돈을 번 벼락부자로 러시아는 돼지우리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두들겨 패야 한다. 고 말하는 냉소적인 독설가였다. 전처의 아들인 장남 드미트리는 야성적인 정열과 동시에 러시아적인 순수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색( 酒 色 )에 빠져 사고도 잘 치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고결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는 그루셴카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에 빠 져 약혼녀를 버리며, 아버지를 적대시하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다. 차남인 이반은 이과대학을 졸업한 24세의 총명한 청년으로, 신을 부정하는 무신론자에다 허무주의자였다. 그러나 그 에게도 정열적인 카라마조프 가( 家 )의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이는 형의 약혼녀 카테리나를 사모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드미트리가 감정적이라면 이반은 논리적으로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다. 셋째 알료사는 수도원에서 사랑을 가르치는 조시마 장로에게 심취해 있는 순진무구한 청년으로, 모든 사람에게서 사 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이 사실을 더 잘 알고 있 었다. 표도르와 백치 여자 거지에게서 낳은 스메르자코프는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잘 따르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간교 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특히 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아버지 표도르를 미워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강했다. 이상의 카라마조프 가( 家 ) 사람들 외에 그루셴카와 카테리나가 등장한다. 그루셴카는 표도르와 함께 못된 일을 일삼 으며, 자기에게 열을 올리는 부자( 父 子 )를 적당히 가지고 놀면서 카테리나를 조롱한다. 그러나 알료사의 맑은 눈은 그 녀의 마음 깊은 곳에 순수하고 깨끗함이 숨쉬고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이에 비해 카테리나는 대단히 자긍심이 높은 오만한 여자였다. 이 두 여자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4명의 형제들 간의 복잡하게 뒤엉킨 애욕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표도르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들 중 누구에게도 동기가 충분했으나 스메르자코프는 사건 당일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 는 이유로 용의자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추정한 결과 드미트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되어 그루셴카와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범인으로 체포되었다. 재판이 긴박하게 진행되는데, 사실 범인은 스메르자코프였다. 그는 신만 없다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다 는 이반의 이론에 부추김을 받고 간질병을 방패로 삼아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판결 전 날, 스메르자코프는 이반을 찾아가 그 사실을 고백하고 결국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이반, 당신이다. 라는 말을 남기며 자살한다. 공판이 열리는 날, 증인으로 나온 이반은 갑자기 내가 스메르자코프를 부추겨 아버지를 죽이게 했습니다 라고 외 치며 격한 광기의 발작을 일으켜 끌려 나갔다. 사랑하는 이반의 증언에 충격을 받은 카테리나는 드미트리를 희생시켜 서라도 이반을 구해내기 위해 부친을 죽일 생각을 품었던 사실이 드러나 있는 드미트리의 편지를 증거물로 제시한다. "당신의 뱀이 당신을 파멸시킨 거야. 라며 그루셴카는 분노에 떨었지만, 드미트리의 용서해 줍시다.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드미트리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언젠가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 한 일은 이미 살인을 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며 징역 20년의 선고를 속죄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이 작품에는 선량한 알료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조시마 장로와 이반의 사상적 대립, 즉 기독교와 무신론의 대립ㆍ 사랑과 증오의 대립이 내재되어 있다. 소설의 외면적 줄거리는 아버지 표도르의 살해를 둘러싼 심리적 갈등 위에 이루어졌으며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긴 밀한 구성이 뛰어나다. 드미트리는 부친 살해의 혐의를 받고 재판도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지만, 실은 간질병의 특성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185

186 을 알리바이로 이용한 스메르자코프의 범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반의 사상적 감화를 받고 저질러진 일이었다. 이 소설의 진짜 내면적인 줄거리를 이루는 것은 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는 철학으로서, 이반과 알료샤 의 스승인 조시마 장로 사이에서, 러시아의 미래를 상징하는 알료샤의 더럽혀지지 않은 영혼을 서로 빼앗으려는 형태 로 전개되는 사상적 격투이다. 작자의 공감은 조시마 장로 측에 기울지만 신이 창조한 세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관하 여 역설하고, 이 모순이 있는 한 미래에 다가올 지상의 천국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반의 반론이 훨씬 박력 있게 다가 온다. 특히 중세기에 지상에 재림한 그리스도가 교권에 의하여 거부되었다고 말한, 이반이 지었다는 극시 <대심문관 ( 大 審 問 官 )>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정수로서 현대에서의 권력과 자유의 문제를 조명하면서 예언적으로 울려온다. 진실에 이르는 길로서 폭력을 긍정하는 입장을 부정, 조화적 사랑을 강조했다. 이 소설의 특징은 인간 심리의 모든 가능성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아버지 표도르의 정열을 이어받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증오하고 있다. 특히 장남 드 미트리는 아버지의 원색적인 피를 물려받아 색정적이며, 러시아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얻은 야성적인 정열과 순수 함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지성과 부를 모두 갖춘 약혼녀를 버리고 그루센카에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살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살인을 범한 것도 죄임을 인정하고 과중한 형벌을 받아들이는데, 이 모습에서 독자는 연민( 憐 憫 )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186

187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17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요산 김정한의 단편소설로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보광사라는 절의 논을 소작하며 살아가 는 보광리와 성동리 사람들의 문제를 그린 단편소설로 요산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수탈당하는 농촌의 피폐한 현실과 농민들의 저항의식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그린 소설이다. 억압받는 농민들의 끈 질긴 삶을 통해 이 땅의 민중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보여 주고 있으며, 결말 부분에서 모순에 대결하는 민중의 모습 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히 주인공이 없고 모순된 현실 속에서 고통을 겪는 동안 어려운 사람끼리 연대를 형성해 가는 농민 집단 전체가 주인공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187

188 바싹 마른 마당에서 치삼 노인은 손자를 돌보느라고 허덕인다. 그때 아들 들깨가 들어왔다. 치삼 노인은 들깨에게 논은 어떻게 되냐고 묻자, 들깨는 이젠 다 틀렸다고 하였다. 계속 되는 가뭄으로 인해 성동리 마을에 재앙을 가져왔 다. 이글이글 달아 있는 폭양 아래 난데없는 홍수소리다. 수도 저수지의 물을 터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물은 저수지 바 로 아래에 있어 물길이 좋은 자리에 있는 보광리 사람들이 모두 제 논에 끌어다 버린다. 물이 있기는 있었지만 물길 과 멀리 떨어진 논들은 물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여러 개의 논이 잘려져 나갔다. 그 이유로 고서방은 순사에게 붙들려갔다. 마을에서는 지난해에도 속은 기우제를 다시 지냈다. 기우제를 다 지내고 나자, 한 사람이 손가 락으로 가리키며 구름이 온다고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비는 아직 내리지 않았지만, 비가 온 것처럼 좋아했다. 그러 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비가 오기는커녕 이슬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보광사 절에서도 기우 불공을 드린다는 말이 있었다. 한 집에서 한 사람씩은 모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 아낙들과 아이들이었다. 절로 들어서니 불공을 드리고자 하는 여인네들이 들끓었다. 마을 아낙들은 자신 들이 입은 삼베 치마는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하고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성대하게 치러진 기우 불공 은 영험이 없었고 가뭄은 계속 되었다. 나무를 하러 나선 성동리의 아이들이 산지기에게 쫓겨 가다가 차돌이가 실족하여 죽었다. 손자 하나만 믿고 살아온 가동 할머니는 충격으로 미쳐 버렸다. 보광사에는 갑자기 간평이 나왔다. 농민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무섭고 분했다. 그러나 절논 소작인들은 하나도 출타를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간평을 나온 그들은 간평할 생각은 안하고 술만 마시고 있었다. 술 취한 그들에게서 간평이 될 리 없었다. 이튿날 동네 사람들은 엄청난 소작료 결정에 다들 놀랐다. 뿐만 아니라 영농 자금과 비료대금이 빚으로 있었다. 마 을 사람들은 조합에 찾아가서 영농 자금과 비료 대금 지급 기한을 늦춰 달라고 했으나 허탕이었다. 며칠 후 고서방의 논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에 입도 차압의 팻말이 붙기 시작했다. 고서방은 기어이 야간도주를 하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은 애 터지는 말로써 그들의 뒤를 염려했다. 무슨 불길한 징조인지 새벽마다 당산 등에서 여우가 울어대 고 농민들은 저녁마다 야학당이 터지게 모여들었다. 하루아침, 깨어진 종소리와 함께 성동리 농민들은 빈 짚단을 들고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제를 탄원해 보려고 보광사 를 향하여 묵묵히 마을을 떠났다. 철없는 아이들도 행렬의 꽁무니에 붙어서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히 떠들어댔다. 이 작품은 일제하 대표적인 농민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거기에 놀아난 우리 불교의 한 단면 이 나타나 있다. '보광사'의 논을 소작하는 성동리 주민들의 수난사를 통해 일제하에서의 모순된 농촌살이를 폭로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의를 알려준다. 특히 이 작품이 일제가 우리나라의 토착 종교인 불교와 영합하여 식민지 정책을 원활히 하려 했던 음모와 그에 편승한 일부 종교의 반민족적 행위까지 암시하고 있음은, 작가가 이 작품을 발 표한 후 승려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1940년 일제의 언어탄압이 가중되었을 때 절필을 해 버렸던 전기적 사실에 힘입 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농민들은 앉아서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농민들의 소작쟁의 행렬을 그리고 있 다. 흔히 보는 계몽주의 농촌소설과 달리, 농민 스스로의 현실적 자각에 초점을 맞춘 농민문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 가 있다. 이런 작품의 모습은 당시 카프(kAPF)가 해체되고 지주 - 소작인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 사라지던 때에 나온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의 첫머리에는 일제 강점기 농촌의 현실이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만신에 흙고물 칠을 해 가지고 바동 바동 굴고 있으며, 새까만 개미 떼가 물어 뗄 때마다 한층 더 모질게 발버둥치는 지렁이는 바로 가난과 가뭄,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188

189 소작료, 지주의 횡포에 시달리는 빈농의 모습이다. 일제 강점기말의 대부분의 사찰들은 민족의 현실과는 상관없이 친일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신도들이 준 땅이 많은 절일수록 대지주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승려들과 일제의 권력 밑에서 절 아래 동네에 사는 사람들, 즉 사하촌( 寺 下 村 ) 사람들은 갖은 학대와 착취에 시달린다. 가뭄으로 흉년이 든 해에도 절에서는 소작료를 강요한다. 이에 불응하는 사 람들은 땅이 떨어지고 잘못하면 억울한 죄명을 쓰고 경찰에 끌려간다. 배고픔에 못 이겨 고 서방이 야반도주를 한 얼 마 후 들깨를 비롯한 젊은이들은 이삭이 맺지도 않은 빈 짚단을 들고 절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탄원을 하기 위해서 다. 그러나 농민들의 저항은 결코 극단적이지는 않다. 김정한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 낼 뿐 결코 살인이나 방화와 같이 파괴적이지 않다. 즉, 지주 계층과 그들의 횡포에 당하기만 하다가 드디어는 저항을 택하는 소작인들의 대립을 보여주되, 작가는 <사 하촌>을 진정한 농민소설로 승화시키고 있다. 즉, 파괴적인 혹은 극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비록 가난에 찌든 농촌의 현실이지만, 가뭄이라는 자연 재해와 지주와 친일 관리의 횡포를 겪으면서도 농민 스스로 연대 의식의 필요성을 깨달 아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189

190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55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의 대표적 단편 소설로 1936년 [조광]에 발표되었는데 1930년대를 대표하는 단편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수작이다. 이효석은 1933년을 기점으로 사회 의식적 소설을 지양하고, 한국적 자연미 를 배경으로 순박한 인간상 을 주제로 애욕 문제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전편에 시적( 詩 的 ) 정서가 흐르는 산뜻하고도 애틋한 명작소설이다. 작가 자신은 이 작품에서 애욕( 愛 慾 )의 신비성을 다루려 했다고 그의 <현대적 단편소설의 상모( 相 貌 )>에서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이효석의 문학 세계가 가장 잘 응축된 작품으로, 괴로운 삶의 현장을 묘사하기보다는 인생을 자연과 융화 시켜 서정적이고 미학적인 세께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생을 자연과 융화시킨 예술성 시적인 장면 묘 사, 유추를 중심으로 한 사건 전개. 황토색 짙은 서경 등이 주제와 잘 어우러지고 있다. 주요 배경은 봉평에서 대화에 이르는 달빛이 비치는 밤길인데 이 밤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꿈의 길이며 환상 의 세계이기도 하다. 허생원은 부드러운 달빛이 흐르는 달밤에 옛 인연 이야기를 꺼내며 그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시 간이 교차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낭만적인 배경과 분위기가 꿈과 환상의 세계를 더듬는 허생원의 내면세계를 부각시킴으로서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이효석 문학의 본질적인 특징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자연과의 배경의 긴밀한 조 화, 치밀한 구성,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묘사 등의 기법들은 이효석만의 스타일을 형성하는 요소들이다. 특히 달빛과 어우러진 메밀꽃이 주는 신비스럽기까지 한 분위기로 인하여 과학적 관점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을 통한 부자 관계의 암시 도 설득력을 가지게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190

191 장돌뱅이 허생원은 하룻밤의 정을 나누고 헤어진 처녀를 잊지 못해 봉평장을 거르지 않고 찾는다. 장이 끝나고 술집 에 들렸던 허생원은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충줏집과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 심하게 나무라고 따 귀까지 때려 쫓는다. 그러고 나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동이가 달려와 나귀가 발버둥치고 있음을 알려주고, 허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만 알았던 동이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한다. 그날 밤, 허생원은 다음 장이 서는 대화까지 조선달, 동이와 함께 동행 을 하며 달빛에 취해, 성서방네 처녀와 맺었던 하룻밤의 인연을 다시 얘기한다. 봉평장이 선 날 밤 허생원은 개울가 에 목욕하러 갔다가 물방앗간에서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치게 되고 집이 파산을 한 처녀의 한탄을 듣다가 관계를 맺 게 된다. 그 다음 날 성서방네는 제천 어디론가 떠나고 허생원은 처녀를 찾아다녔지만 기어이 찾지 못했던 것이다. 허생원은 낮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던 끝에 동이의 집안 얘기를 듣게 되는데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쫓겨났다는 동이의 어머니가 바로 성서방네 처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이로부터 어머니의 고향이 봉평임을 확인한 허생원은 발을 헛디뎌 개울에 빠지고 동이가 그를 부축해 엎는다. 그리고 허생원의 눈에 동이가 왼손잡이임이 파악한 다. 허생원은 예정을 바꿔 대화장을 보고 나서 바로 동이의 어머니가 산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의 애환을 그렸지만 그들의 현실 자체를 주목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허생원ㆍ조선달ㆍ동 이를 장돌뱅이라는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의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인물의 전형으로는 그 리지 않았다. 이들은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자연 풍경의 한 부분으로 보일 정도로 공간적 배경과 융합되어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산문적이라기보다 시적( 詩 的 )이다. 이러한 시적 분위기의 조성에는 작가가 극적( 劇 的 ) 제시( 提 示 )보 다는 요약적 제시 또는 편집자적 논평을 즐겨 사용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 작품은 시적 정서가 향토적 배경과 토 속적인 언어와 함께 전편에 산뜻하고도 애틋하게 흐르는 소설이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애욕의 신비성을 다루려 했 다'고 그의 논문 "현대 단편 소설의 상모( 相 貌 )"에서 밝히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허생원의 눈에 동이가 왼손잡이임이 파악하는데서 부자간임을 암시하고 있으나 의학계에서는 왼손잡 이는 유전이 아니므로 부자간의 연관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이 줄곧 있어왔다. 작가는 이 작품의 목적을, 허 생원이나 동이의 인생에 대한 것보다 숨 막힐 듯한 메밀꽃이 피는 달밤의 정경을 나타 내려는 데 초점을 두었다. 조 선달, 허 생원, 동이 등은 인격체로서의 소설적 인물이 아니라, 당나귀와 같은 자연의 일부로서의 사물의 차원에 해당한다. 줄거리보다 작품의 분위기와 서정성을 중시한 시적 수필의 소설로서 평가받고 있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191

192 F.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 城.Das Schloss) ' :46 F.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 城.Das Schloss)' 유대계 독일 작가인 F.카프카의 대표 장편소설로 년경에 쓴 것이나, 그의 소설 <심판( 審 判 )>과 마찬가지로 그의 사후인 1926년에 유고( 遺 稿 )로서 발표되었다. 미완성의 작품이나 작품의 구성이나 문체 등 전반적인 구조를 파 악한 결과 완성의 이상의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사회의 소외와 부조리를 통하여 인간존재의 참모습을 그리고 있는 그의 대표적 현대소설이며 현대소설의 걸작 중의 걸작이다. 줄거리는 단순화하여 고찰하면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 K는 어느날 성( 城 )을 위하여 측량사로서 일을 하기 위해 성 ( 城 ) 아래 마을에 도착한다. 성( 城 )의 관리는 측량사로서 그의 임명과 의무에 대하여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K는 체류 허가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나 관리들은 이를 수포로 돌아가게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K는 어느 날 밤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어느 벽촌에 홀로 도착한다. K는 그 마을 근처에 있는 성( 城 )에 측량기 사로 왔다고 말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튿날 아침에 그 성( 城 )을 향해 올라가는데 사람들에 게 길을 물어 보아도 냉대를 받을 뿐 아무리 걸어도 성에 접근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다시 여관으로 되돌아오니 2 명의 조수가 도착하였는데, 전에 그가 데리고 있던 조수가 아니다. 정체 불명의 사람들, 이상한 분위기, 묘한 엇갈림 F.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 城.Das Schloss) ' 192

193 속에서 K는 어떻게 하여서든지 성( 城 )에 도달하려고 지극히 노력하지만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1921년 집필된 작품 <성( 城 )>은 카프카 만년의 미완성 대작이다. 1920년에 사위게 된 밀레나 예센스카의 연애관계가 작품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53년 막스 브로트에 의해 극화되기도 하였다. 주인공 K는 측량기사로서 고향 과 멀리 떨어진 어느 성( 城 )의 일을 하기 위해 성 기슭의 마을에 도착했으나 성( 城 )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복잡하고 기괴한 관료기구에 둘러싸인 성( 城 )은 그가 들어가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마을에 머물러 있게도 하지 않는다. 성( 城 )과 마을과의 정당한 유대를 원하는 그의 노력도 헛되이 끝나고 그는 영원한 타향사람으로 남는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 城 )'이 의미하는 철학적, 비유적 개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 城 ) 은 인간 운명의 신적인 지배이며, 신의 은총의 집중 장소이다. 그 성( 城 ) 밑에 마을이 있으며, 이 마 을 은 성( 城 )의 법칙에 복종하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 단체이다. 여기서 K는 영원한 휴식을 얻고자 하지만, 이 소원은 신의 은총이 있기 전에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러면 K는 어떻게 이 은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한편 종교문제를 도외시하더라도 불모지인 현대 운명이 처해 있는 세계에서 개체와 전체 사이의 긴장 관계로 영위되어 나가는 이 사회에서, 개인을 조종하는 포착할 수 없는 정체 불명의 전체 의지의 힘을 탐구해 내려고 하는 K의 행동에서 불안한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 킬 것이며, 이 역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카프카 문학의 기본적인 주제의 하나로, 개체의 전체에 대한 관계를 문제삼은 것이다. 그러나 여 기서는 불가해한 전체의 힘이 개체를 압도하고는 있으나, 개체가 전체에 육박하려는 노력에 그 역점을 두고있으며, 또 거기에 특징이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랑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성( 城 )이란 신의 "은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현대사회의 법을 알지 못하는 개인은 영원한 이방인으로서 이 세계에 소속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다. 현대사회의 법 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본래성을 지니는 것을 용서하지 않으며 그의 경제적인 방대한 기구는 인간을 철저하게 기능 화하고 추상화하고 비인간화 하였다. 카프카의 작품에서 인물들이 모두 철저하게 직업적인 기능으로만 묘사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프카의 표현세계에 있어서 문제되고 있는 것은 인간존재 그 자체이다. F.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 城.Das Schloss) ' 193

194 죠반니노 과레스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1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2차 대전이 막 끝나고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 진영 간의 냉전체제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발표된<신부님 시리즈 >는 신부 돈 까밀로와 공산주의자 읍장 뻬뽀네라는 두 인물의 대결과 용서를 통해 웃음 속에 진한 감동과 포근한 사 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탈리아 '뽀'강 유역의 작은 마을에는 덩치 큰 돈 까밀로 신부와 사사건건 그에 맞서 싸우는 공산당 소속 깡패 읍장 뻬뽀네가 있다. 때로는 훌륭한 적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는 격언처럼 서로 말하지 않아 도 통하는, 우정 아닌 우정을 쌓아가는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 찡한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 다. 죠반니노 과레스끼를 이탈리아 국민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신부님 시리즈 작품(총 10권)이다. 1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Don Camillo mondo piccolo 1948) 2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2 (Don Camillo mondo piccolo 1948) 3권 돈 까밀로와 뻬뽀네 (Don Camillo e il suo gregge 1953) 4권 돈 까밀로의 사계 (L'anno di Don Camillo 1986) 죠반니노 과레스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94

195 5권 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Gente Cosi 1980) 6권 돈 까밀로의 양떼들(L'anno di Don Camillo 1986) 7권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Lo supumarino pallido 1981) 8권 돈 까밀로와 지옥의 천사들(Don Camillo e Don Chichi 1996) 9권 힘내세요, 돈 까밀로(Ciao, Don Camillo 1996) 10권 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Il compagno Don Camillo 1963) 이 책에 얽힌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쇄신을 불러일으켰던 교황 요한 23세가 파리에서 교황대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일이다. 1952년, 프랑스 제 4공화국의 대통령이던 뱅상 오리 올은 안젤로 론깔리 몬시뇰(요한 23세)로부터 새해선물로 책을 한 권 받았다. 그 책은 바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 님 이었다. 요한 23세의 헌사는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 뱅상 오리올님께. 격무에 시달리는 귀하에 게 기분전환과 마음의 평안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드립니다. 교황 대사 A. G. 론깔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 중북부 시골 마을 바싸에 신부 돈 까밀로와 단순무식한 읍장 뻬뽀네 그리고 예수님이 살고 있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예수님은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마을의 성당내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성상으로 돈 까밀로와만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돈 까밀로는 신앙심이 깊고 자기 주장이 명확하며 따뜻한 마음 을 가진 가톨릭 신부이다. 하지만 성당 안에서 점잖게 강론이나 하고 성무만 집행하는 사제가 아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뛰고, 신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 주먹질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인 뻬뽀네는 읍장이며 동시에 자동차 수리공이다. 정치적 열정이 너무 넘쳐 노동자 해방의 그날까지 인민을 위해 싸우며 늘 불도저처럼 돌진한다. 맞춤법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로 무식하고 막무가내 성격이지만 신앙심이 깊고 우직하며 정 직하기도 하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이들 두 사람과 예수님, 그리고 바싸 마을 사람들이 엮어 내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 야기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는 돈 까밀로와 예수님의 대화다. 돈 까밀로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늘 예수님에게 협조와 지 혜를 구한다. 반면 예수님은 돈 까밀로의 마음을 늘 지그시 꿰뚫어 보고 매번 양심에 따라 행동하도록 일깨워 줌으로 써 뻬뽀네와의 충돌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돈 까밀로와 예수님의 관계는 언제나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 고 그 와중에 독자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인간미 넘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예컨대 돈 까밀로는 들통날 게 뻔한데도 천연덕스럽게 예수님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예수님도 모르는 척 속아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때로 예수님은 돈 까밀로를 꾸짖기도 하지만 인간 돈 까밀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의 모 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웃음과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과레스끼 는 <신부님> 시리즈를 통해 격렬한 이념의 대립구도 안에서조차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이 화해와 타협 을 이루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애쓰려는 의지와 인 간에 대한 애정만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상생의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 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극단적인 대립에서 극적인 화해의 지침서가 되어 주는 소설이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에서 돈 까밀로와 뻬뽀네 가 일으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두 사람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은 공산주의자고 한 사람은 가톨릭 신부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와 보수적인 가톨릭(이탈리아의 국교는 가톨 릭이다)이라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념 대립의 결과물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 앞에서 두 사람은 한 치도 양보 할 수 없는 해결 방법을 내세우며 서로 으르렁거리고 싸우며 갈등과 긴장 국면으로 사태를 몰고 간다. 하지만 돈 까 죠반니노 과레스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95

196 밀로와 뻬뽀네가 극단으로 치달아 파국을 맞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도저히 해결책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갈등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용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간다. 그 과정에서 보여 주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화해와 용서 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때때로 독자들은 두 사람의 엉뚱함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경우 극단의 대립으로 치닫곤 한다. 내 편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흑백 논리의 구조 속에 서 갈등과 날카로운 대립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에서부터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자, 상사와 부하, 야당과 여당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등 구조가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연속 속에서 도 이해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사랑과 애정으로 대할 수만 있다면 타협점을 찾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그 어떤 문제라 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보여 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시대 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삶의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세계 40여 개 국어로 번역돼 수천 만 권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지금도 매년 6-8만부 이상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년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바 있으나 원작과 상관없이 편의에 의해 분책 되고 누락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영문판, 일 본어판을 텍스트로 삼은 중역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1977년에 연극에 종사하던 김명곤(전 문화부 장관) 이 영문판을 번역하여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죠반니노 과레스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96

197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23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심상대의 8개의 단편을 묶은 연작소설은 서두를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먼 옛날 내가 아주 젊고 자유로웠을 때, 나는 장차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면서, 그래서 언젠가 소설가가 된다면 우 선 내가 사랑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쓰리라 작심했었다. 어떤 문고판 책갈피에 그동안 나와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들 의 몸에서 하나하나 훔친 불꽃털( 陰 毛 )을 고스란히 모아두었듯이 내 소설 속에 그 여자들과 나누었던 사랑의 이야기 를 하나하나 모아두려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성애( 性 愛 )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한 젊음이의 성장사이자 감정 교육의 시말서이며 지난 1980년대와 1990 년대에 걸쳐 이 땅의 한 에로스가 구성되고 발휘되고 좌절되고 자신을 의미화하여온 과정의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작가가 '심상대'라는 본명을 두고 심미주의자를 강조하기 위해 '마르시아스 심'이라는 필명으로 펴낸 소설이다. 작가에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197

198 게 성( 性 )은 단지 삶의 욕망이며, 죽음을 견디려는, 죽음을 대신 체험하려는 극한적인 노력이다. 성애의 고백담 형식 을 빌려 씌어진 8편의 연작이 떨림 이라는 제목으로 한 자리에 모여있다. "이제는 이야기하여야겠다"는 고풍의 고백 장치를 두고 펼쳐지는 8편의 섹스 이야기는 기실 작가의 낭만적이고 탐미 적인 미의식이 빚어낸 허구의 서사다. 그러나 작가는 천연덕스럽게도 작중화자에 스스로를 겹치는 서사 전략을 구사 한다. 그 위악적 천연덕스러움이 너무 자연스러워 작중화자 '나'와 작가를 구분하기는 싶지 않다. 탐미적 성애를 통해 드러낸 치열한 생의 의지와 미학적 성취를 다룬 이 연작소설은 성( 性 )에 관한 가장 파격적인 수 사로 인해 대한민국 작가의 소설인지를 의심케 하는 작품집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순수한 본능으로서의 생의 의 지 로 성적 쾌락을 감싸 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한 인간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살기 위해 여자를 사랑하고 찬양하며 경배하는 이야기이지만 결코 포르노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아래와 같이 여덟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방탕한 성생활을 하는 20대 청년과 어떤 감흥도 없이 섹스를 하면서 무심하고 누추한 삶을 살아가는 두 자매를 그린 '딸기', 2. 홍콩매독으로 몸이 썩어가는 늙은 창녀의 눈을 보면서 성욕을 느끼는 고등학생과 그 학생의 수음을 엿보는 하숙 집 여주인을 통해 죽음과 처연한 성욕의 미학을 그린 '샌드위치', 3. 결혼식 주례를 맡기로 한 자기 소설의 독자와 관계를 맺으며,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육체의 꽃을 탐미하는 소설가 이야기인 '나팔꽃', 4. 미친 거지소녀를 포함한 세 여자와의 섹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세 개의 우산에 관한 이야기로 권태와 광기의 비 를 가려주는 상징으로서의 우산들을 통해 세 개의 독립된 플롯들을 엮어낸 '우산' 5. 성적 욕망을 가질 수도, 성적 충동을 일으킬 수도 없을것 같은 여자들과의 성교로부터 '성의 사회적 기능론'을 끌 어내고 있는 '밀림' 6. 생의 창조적 에너지와 철학을 이야기하는 유부녀와 이혼남이 꿈꾸는 삶의 일탈의 풍경을 담은 이야기인 '피크닉', 7. 서른아홉의 남자와 예순넷의 여자가 나누는 정사를 통해, 나이듦과 죽음, 덧없는 세월의 무게를 감당해내고자 하 는 사랑의 의미를 담은 '베개', 8.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에게서 버림받았지만 지독하게 그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생의 고독과 그리움에 저항하는 남자의 몸부림을 담은 '발찌' 소설가 심상대(1960 ~ )는 통속( 通 俗 )에서 생의 진심을 걸러내고 세속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낭 만적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아는 얘기를 아무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유머러스한 재담을 곁들인 심미적인 문체로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이 연작소설은 그가 '시대의 로맨티스트 임을 증 명해보이고 있다. 이 소설이 '한국적인 정서를 잘 알고있는' 역량있는 번역가를 만나 제대로 영역이 된다면 해외에서 도 대단한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킬 것이다. 이 소설집은 우리에게 익숙한 여자와 비루한 생에 관한 이야기 속 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 연작소설을 읽으면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헨리 밀러(1891 ~ 1980)의 소설들을 연상케 된다. 밀러 는 끝없이 자유분방한 예술가이며 성( 性 )을 솔직하게 표현한 자전적 소설을 발표해 20세기 중반 문학에 자유의 물결 을 일으켰다. 그는 자유롭고 쉬운 미국적 문체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이 숨기는 감정을 기꺼이 인정하며, 선과 악 을 함께 받아들임으로써 비롯된 희극적 재능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작들이 성을 솔직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1960년대까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198

199 지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이 금지되었으나 프랑스에서 복사본이 몰래 들어와 전 세계로 널리 퍼졌다. 작가가 전개하는 유치한 연애담이나, 뼈아픈 시대의 뒷골목 이야기, 처연한 성욕을 호소하는 섹스담 등은 야한 이야 기에서 생의 진심이 담긴 한편의 고민스런 이야기로 변하여 독자를 '떨리게' 만든다. 연작소설집에 등장하는 많은 여 인들은 제각각의 삶의 무게를 안고 헤매는 인물들이다. 작가는 이런 다종의 여인들을 통해서 단자화된 인간들간의 관 계 즉 소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서로를 만나고 부둥켜안고 서러워하고 그리고 헤어지는 것들은 모두 소 통의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 소통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고독을 운명으로 부여받고 있는 인간들에 게 사랑은 가장 분명한 소통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슬픈 사랑과 운명에 그리고 지상에서의 불완 전한 현실에 상처받은 영혼들이 존재와 존재 사이의 완전한 소통을 꿈꾸는 이야기다.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199

200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26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루마니아의 작가 C.V.게오르규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1949년 발표되었다. 미ㆍ소 양 진영의 틈바구니에 끼인 약소민 족의 고난과 운명을 묘사한 이 작품으로 작자는 일약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한국에도 소설과 영화로 소개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요한 모리쓰는 그토록 바라고 있던 미국행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바로 전날 밤, 사 랑하는 수잔나와의 밀회를 완고한 그녀의 아버지에게 들켜 그녀가 집에서 쫓겨나게 된 때문이다. 그는 자기 때문에 갈 곳이 없어진 수잔나를 위해 그녀와 함께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것이 그의 비극의 시작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수잔나의 아버지를 두려워해서 누구 한 사람도 두 사람을 숨겨 주지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200

201 않았으나 사제( 司 祭 ) 부자( 父 子 )의 도움을 받아 토지와 집도 얻었고, 아이도 생겨 두 사람은 밤낮으로 일을 하며 행복 한 날을 보냈다. 어느 날 수잔나가 일하고 있는데 헌병이 와서, 당신의 주인이 없어지면 나에게 문을 열겠나? 이렇게 말하며 여자 의 하얗게 드러난 종아리나 허리께를 훑어보았다. 수잔나는 화를 내고 그를 쫓아 버렸다. 남편인 모리쓰에게 징집 명 령이 온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의 일이었다. 교활한 헌병은 모리쓰가 없어지면 수잔나가 자기의 것이 될 지도 모른 다고 생각하여 순수한 루마니아인 인 그를 유태인이라고 꾸며 유태인 강제 수용소에 보냈던 것이다. 이것이 모리쓰를 나락의 구렁텅이에 떨어뜨리는 발단이 되었다. 유태인이 아니라고 수없이 외친 그의 항변도 소용없 이 그는 매일 참호를 파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는 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구덩이를 계속 팠 다. 그렇게 반 년이 지난 어느 날 수잔나가 이혼 신청을 해 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이에 서명한다. 혹독한 작업은 계속되고 유태인들은 파리 목숨과도 같이 쓰러져 갔다. 그는 유태인 의사에게 유인되어 유태인에 대 한 억압이 없는 헝가리로 탈출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모리쓰만은 루마니아인 이라는 이유로 체포되고, 적국의 스파 이라는 혐의를 받고 투옥된다. 그리고 매일같이 심한 고문을 당한다. 그는 잔학한 고문에 실신하고, 자살까지 하려고 생각했다. 4주간의 고생 끝에 그는 다시 헝가리의 적국인 수용소에 보내지고 그곳에서도 역시 참호를 파게 된다. 그 러는 동안에 헝가리 정부의 손에 의해서 헝가리 노무자로서 독일에 팔려 간다. 독일에 끌려가서는 단추 공장에서 기계와 같이 혹사당했다. 지독하게 단조로운 일을 기계가 원하는 대로 일하지 않 으면 안 될 노예였다. 그는 전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캠프에 인류학을 연구하고 있는 독일 국방군 사령부의 대령이 있었는데 모리쓰를 영웅족이라 칭해지는 우수한 일 종 족이라 생각하여 그를 귀중한 표본으로 보호하도록 명령한다. 모리쓰는 군인이 되었으며 병이 들자 힐더라는 여자와 강제 결혼을 당했으며 이윽고 아이도 낳게 되었다. 그리고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캠프의 프랑스인 포로가 연합군의 승리가 가까워져 프랑스가 이긴다. 고 모리쓰에게 말하고는 프랑스를 도우면 처와 자식이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프랑스인을 도와 탈주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사히 URA(국제 연합 구 제 협회)에서 보호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모리쓰는 적국 루마니아인이라는 것이 탄로되어 올드루프의 강제 수 용소에 끌려간다. "내가 왜 붙잡혀 무엇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받은 것 같은 괴로움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를 여쭈어 보고 싶 습니다. 농부는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봄이나 겨울에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기 다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 사람의 인간입니다. 아무런 나쁜 일도 하지 않은 이상 누구도 나를 가두어 놓고, 나를 괴롭힐 권리는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나의 일생의 소망은 극히 작은 것이었습니다. 다만 일할 수 있는 것, 처 자식과 함께 비와 이슬을 가리고, 먹기에 족할 만큼의 음식을 손에 넣는 것, 그것뿐이었습니다. 내가 잡힌 이유는 이 런 것이겠습니까? 모리쓰는 탄원서에 이와 같은 애절한 호소를 했으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아내인 힐더의 모친으로부터 독일이 패하여 모리쓰와 힐더의 집은 불타고 아이를 안은 힐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편지가 왔다. 그리고 15번째의 수용소에서 그는 고향의 신부님을 만났다. 그 신부님의 이야기로는 수잔나가 그 헌병으로부터 집을 몰수하겠다는 협 박을 받아 하는 수 없이 이혼 신청서에 서명하였다는 것이다. "수잔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힐더와 결혼했다. 이 죄를 하나님은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라고 모 리쓰가 말하자, "이 죄는 대단히 중대하다. 그렇지만 너에게도 수잔나에게도 죄는 없다. 오직 국가와 법률이 그 책임자다. 신은 국가 를 용서치는 않을 것이다. 라고 신부님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201

202 모리쓰는 드디어 캠프를 나왔다. 그는 13년간 고국을 떠나 있었다. 백 개가 넘는 캠프를 전전한 후, 겨우 처자를 만 났으나 그곳에는 그가 알지 못하는 아이 하나가 더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옛날과 같이 아내의 몸을 끌어안고 숨이 막 힐 정도로 키스했다. 두 사람의 젊은 연인과 같은 풍성한 포옹이 끝난 후, 13년 동안에 일어났던 모든 고통이 홀연히 사라져 갔다. 수잔나는 역시 모리쓰의 태양이었다. 그러나 모리쓰의 자유는 불과 18시간밖에 없었다. 동유럽의 모든 외국인은 수용소에 감금한다는 명령이 내렸기 때문 이다. 그는 이미 도망할 용기도 없었다. 그는 가족을 돕기 위해 미군의 외인 의용병으로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면 가족이 수용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늙었으며, 아이는 너무 어려 의용병의 자격이 없었 다. "1938년에 나는 루마니아인으로서 유태인 캠프에 있었습니다. 1940년에는 헝가리인으로 루마니아인 캠프에 1941년에 는 독일인으로서 헝가리인 캠프에, 1945년에는 미국인 캠프에 있었습니다. 그는 외인 의용병의 징모 사무소에 호소하면서 그가 보아온 수백 킬로의 철조망이 칭칭 몸에 감겨오는 것 같은 느낌 이 들었다. 옆에 서 있는 아내와 막내아들을 보니 우울과 절망으로 왈칵 울고 싶었다. 징집소장은 의용병의 신청이 왔으므로 기분이 좋아 모리쓰의 사진을 찍어 신문에 낼 생각으로 그에게 웃어라. 고 명했다. 웃으라고 해도 그는 웃을 수가 없었다. 다시 죽음의 전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웃어! 중위는 재차 명령하였다. 웃어요! 웃어! 게오르규(Cheorghiu, Constantin Virgil )는 철위( 鐵 衛 )단의 일원이었던 보수주의자이다. 그는 반커뮤 니즘의 입장에 서서, 당시는 공산주의인 조국을 떠나 파리의 교외에서 문필 생활을 하면서 1950년에는 루마니아 왕국 의 시인상을 받은 바 있으며 여기에 소개된 그의 대표작인 <25시>란 최후의 시간, 즉 24시 뒤에 오는 시간으로 결국 새로운 날의 첫 발이 시작되는 오전 한 시가 오지 않고 영원히 밤이 밝지 않는 암흑이 계속되고, 어느 것 하나 해결 되지 않는 절망의 시간이라는 의미로서 현재라는 의미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은 1949년이며, 그 당시의 세계는 철의 장막을 경계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뉘어 매일 냉전 의 위협이 증대되어 가고 있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의 잔혹함을 겪은 작은 나라에서는 과거에 맛본 슬픔을 다시 반 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공포에 떨었다. 이러한 비극을 가장 잘 묘사한 것이 이 <25시>로서 세계의 주목을 끌었고, 25시 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이제는 일 반적으로 불안, 절망, 허무 등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202

203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剩 餘 人 間 )' :59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剩 餘 人 間 )' 1958년 [사상계] 9월호에 발표된 손창섭의 단편 소설. <잉여인간>(1958년)은 <비 오는 날>, <혈서> 등과 함께 손창섭의 전후( 戰 後 )소설에 속하는 작품이다. 한국 소설은 전후 소설에 이르러 그 의식이나 기법 면에서 현대 소설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전후 소설이란 한국전쟁 이후 약 10여년간 손창섭, 장용학, 서기원, 오상원, 이 범선 등의 소설에 나타나는 어떤 경향으로 특징지어졌는데 전쟁의 참혹성과 거기에서 오는 허무의식, 인간성의 파괴, 그리고 생활의 의욕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황폐한 삶의 양태 등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손창섭의 소설은 전후의식을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작가는 전쟁의 상흔을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가는 처참한 인간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인간의 출현은 인간 자체의 정신적 결함 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전쟁과 전후 현실의 어두운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특징적이다. 바로 이러한 점, 다시 말하면 인간의 모든 문제를 인간 밖의 역사나 사회로 돌리고 자신들의 고통을 과장한다는 비판을, 전후세대 를 이어 등장한 60년대 작가들로부터 듣게 된다.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剩 餘 人 間 )' 203

204 이 소설은 전후의 사회상과,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몇 가지 유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자기 능력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며 침착한 기품과 교양을 잃지 않는 인물 '서만기'가 이야기의 중심부에 놓여 있다. 이 러한 인간형을 통해서 병든 현실과 인간에 대한 회의주의로부터 벗어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만기치과의원( 萬 基 齒 科 醫 院 )에는 원장인 서만기와 간호원 홍인숙 양 외에도 날마다 출근하다시피하는 두 사람이 있 다. 비분 강개파 채익준과 실의( 失 意 )의 인간 천봉우가 바로 그들이다. 두 사람은 서만기의 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매일을 변함없이 서만기의 병원에 먼저 나와 대기실에 앉아있다. 신문을 보고 있던 익준은 가짜약을 만들 어 팔다 법망에 걸린 범죄단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그만 흥분이 되자 이에 동조해 주지 않는 봉우에게 핏대를 올리 며 나가버린다. 천봉우는 사실 매사가 흥미 밖이었다. 늘 수면 부족을 느끼는 봉우의 실의 상태는 6.25동란을 치르고 나서 현저해졌 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여러 가지 불미한 소문을 퍼뜨리는,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였다. 한편, 만기는 이들과 달리 퍽 착실한 편이었다. 아내와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돈을 못 벌어 지금의 병원도 봉우의 아내가 무료로 차려준 것이다. 가끔 병원에 들러 치아를 치료하고 가는 봉우의 아내는 만기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그럴 때마다 만기는 적절히 거절하지만 봉우의 아내도 보통은 아니었다. 어느 날, 병원으로 익준의 아들이 아버지를 찾으러 온 것을 보고 만기는 익준이 집을 나간 것을 알게 된다. 간호원 미스 홍은 봉우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만기에게 알려오고, 집에서는 그의 처제( 妻 弟 )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고백받고 마음이 더욱 착잡해진다. 봉우의 아내는 만기에게 애정을 고백하다 거절당한 앙갚음으로 병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이 무렵 익준의 아내 가 죽는다. 익준은 가출 후 돌아오지 않아 만기와 미스 홍, 봉우 셋이서 장례를 치러준다. 장례비는 봉우의 아내에게 서 꾼다. 장례를 마친 날, 얼굴이 까칠한 익준이 집에 돌아온다. 아이들이 울며 매달려도 그는 장승처럼 서 있을 뿐이 다. 이 소설은 손창섭의 작품 중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비 오는 날>, <낙서족>, <인간 동물원초( 抄 )> 등 대부분의 작품이 부정적이고 불구적인 인물을 등장시킨 점에 비해 '서만기'라고 하는 긍정적인 인물을 내세워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잉여 인간'이란 글자 그대로 '남아 돌아가는 인간'이다. 천봉우와 같은 실의의 인간상 손창섭의 소설에 흔히 등장하 는 유형이고, 채익준 역시 그와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다. 그러나 작중 인물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작가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봉우가 간호원을 짝사랑하지만 조소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그린다거나, 익준의 비분강개( 悲 憤 慷 慨 )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거품같이 흩어져도 야유하지 않고 오히려 정상적인 인물로 보고 있는 것은 병적 회의주의에서 탈피하여 건전한 도덕 의식을 지향하는 작가의 모 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채익준과 천봉우, 이들은 모두 전쟁이 남긴 잉여 인간이다. 서만기는 이들을 포용하고 자신의 문제들과 이들이 가진 문제들을 함께 풀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금도 비굴하지 않 게 현실을 헤쳐 나가고 있다. 여러 여성들의 끈질긴 유혹도 점잖게 물리치고 가족과 친구들을 잘 돌보는 그를 미화함 으로써 전쟁이 가져다 준 불구성과 황폐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剩 餘 人 間 )' 204

205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19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국내 발표가 허용되지 않자 1957년 이탈리아에서 출판되었고, 다음 해에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그 후 작가는 소련 작가동맹에서 제명되었고 끝내는 노벨상을 사퇴해야 되는 궁지에 몰렸 다. 이 소설은 시와 산문이 교차하는 지점에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작자의 숙원이 실현된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의사 유리 지바고로, 러시아혁명이 정치적.사회적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한 시대상황 속에서 도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지식인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으며, 자연과의 교감, 영원한 러시아를 상징하는 여성 라라에 대한 그의 사랑, 시대의 편승자와 낙오자로 구분되는 수많은 작중인물의 운명을 통해 혁명과 사회주의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환멸, 종교적인 새로운 통일적 원리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 후 1965년 미국 MGM사( 社 )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리 지바고는 시베리아의 부유한 사업가의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 어머니마저 병사하 자 지바고 가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고아가 된 지바고는 외삼촌의 주선으로 모스크바의 상류 지식인 가정인 화학자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205

206 그로메코 댁에 입양되었다. 그로메코 가에는 지바고와 나이가 비슷한 토냐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와 함께 행복한 생활 을 하게 된다. 이때는 러시아에서 바로 혁명의 물결이 뒤덮던 시기였으며,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극에 달하던 때였 다. 이윽고 1905년에는 모스크바 브레스니야 지역에서 무장 봉기까지 일어나는 위험한 사태로 발전되었다. 지바고는 의학을 공부한 뒤, 소꼽동무인 토냐와 결혼했다. 제1차대전이 일어나자 지바고는 곧 소집되어 군의 야전병 원으로 배치되었다. 거기서 부상을 당한 지바고는 간호사로 일하던 라라를 만나게 된다. 라라는 소녀시절 지바고 일가를 파산하게 한 변호사 코마로프스키에게 능욕당한 후 계속해서 육체 관계를 가지며 그 를 죽이려고 했던 여자였다. 그녀는 그 고통과 고뇌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이후 그녀는 성실 한 청년 파샤와 결혼했으나 전쟁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을 찾고자 간호원으로 자원하여 일선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바고와 라라의 만남에서 둘은 숙명적인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느덧 전쟁은 혁명으로 바뀌었고,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지바고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모 스크바로 3년만에 돌아오지만, 혁명 직후의 모스크바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는 모스크바의 생활에서 가망이 없음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우랄의 시골 마을 바투이키노로 이사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안정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는 아니 었다. 농사일에 힘을 쏟고 시를 쓰며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의미를 갈구했던 지바고는 이웃 읍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라라와 재회하게 된다. 지바고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신의 조화와 자연스러운 언행을 잃지 않은 라라 를 사랑하게 된다. 아내 모르게 라라와의 재회의 기쁨을 누리던 지바고는 어느 날 라라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빨치산의 습격을 받아 포 로가 되었다. 거기서 강제로 의사 일을 맡은 그는 그들의 군의관으로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빨치산 부대와 함께 생활 하면서 지바고는 백위군과 빨치산, 그리고 민중들 사이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배반과 복수의 잔인한 행위를 직접 목 격한다. 그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어 탈출한다. 지바고는 바투이키노로 가서 폐허가 된 마을에 숨어 살았다. 라라는 그때까지 지바고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의 사랑은 한층 더 깊어졌다. 지바고의 가족들은 이미 유럽으로 떠 나 있었다. 지바고와 라라의 샐활은 깊은 애정으로 맺어졌으나, 새 정권하에 그들의 사랑은 어울리지 않았다. 바투이 키노의 숲 속으로 피신한 이들 두 사람 앞에 지난날 라라에게 큰 상처를 남겼던 코마로프스키가 나타났던 것이다. 지 바고는 코마로프스키가 그들을 극동의 안전지대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하자 라라 모녀를 넘겨주고 만다. 결국 지바 고와 라라는 다시 헤어지고 말았다. 라라와 헤어진 지바고는 걸어서 모스크바로 향했다. 그의 생활과 건강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 지바고는 모스크바에 서 다른 여자, 옛날 하인이었던 사람의 딸과 결혼했다. 그는 직업적으로는 의사였으나 그의 정열을 온통 문필에 쏟아 시를 쓰고 번역하는 일로 궁핍한 생활을 꾸려나갔다. 가끔 유럽에서 토냐로부터 편지가 왔으나 지바고의 운명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여름이 거의 끝나갈 8월 하순, 그는 취직한 병원에 출근하려고 전차를 탔다. 허탈한 가슴을 안고 지나온 과거의 영 상을 되새기면서... 그러다 그는 길바닥에 뛰어내려 쓰러진 채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들렀던 라라는 우연히 지바고의 상가( 喪 家 )를 발견하고는 슬픔에 오열하고 만다. <닥터 지바고>는 역사의 거센 풍랑에 휩쓸려 희롱당하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의 비극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 파 스테르나크는 10년 동안 이 작품을 위해 공들였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결국 포기해 버린 작품이기도 하다. 닥터 지바고의 일생은 소련의 인텔레겐차의 생애와 죽음의 이야기이며, 인텔리겐차가 혁명 속으로 들어가 혁명을 거 치는 과정과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줄거리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우연에 의한 사건이 지나친 감도 있으나, 주인 공의 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옛 소련의 인텔리겐차의 모습으로 지바고는 등장하지만 그는 국민의 고뇌를 직 접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일반 대중들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 그는 혁명 속에서도 자신의 진리와 예 술의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였던 인물이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206

207 이는 자신을 둘어싼 전쟁과 혁명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스스로 정신의 독립을 찾고자 하였던 것 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자신의 생의 목적을 삶을 지키는 것에 두고 있지만, 혁명에 대한 소외감은 차츰 적대감으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는 자신을 방어하면서 혁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삶에는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 을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파스테르나크는 지바고를 자신의 분신 같이 동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으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유일한 장편이 고, 이전에는 시인으로 일관해 왔던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 작품에 나오는 시대 상황의 묘사와 현장감의 사실성은 소 련 대륙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문체는 너무도 시적( 詩 的 )인 것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지만 파스테르나크가 1930년대 이후 스탈린주의에 대해 결정적으로 영향받은 것은, 혁명의 그늘과 인간적인 삶 에 대한 어두움이었다. 작가는 이로써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더불어 자유에 대한 인식을 이 작품을 통해 던져 주려 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러시아 혁명이 정치적, 사회적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를 영위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207

208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16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1959년 10월 [현대문학]지에 발표된 이범선의 단편소설로 6ㆍ25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1950년대의 암담한 현실이 리얼하게 부각된 작품이다.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었던 6ㆍ25전쟁은 숱한 상처를 남겼다. 전쟁은 죽음과 질병과 이별과 상처를 만들어 냈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생겨나고 아예 자기 나라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1950년대 우리 소설가들은 전쟁을 겪고 난 뒤 참혹한 이 땅의 현실에 눈을 돌렸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 전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는 않았다. 다만,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비참하고 일그러진 삶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범선이 쓴 <오발탄>도 그런 작품 가운데 하 나다. 고향을 두고 월남하여 피난민촌인 해방촌 에 사는 철호 일가의 고달픈 삶, 방향을 잃은 삶을 리얼하게 보여 준 작품이다. 1961년 대한영화사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감독 유현목, 촬영 심재홍, 원작 이범선, 각색 나소운ㆍ이종기, 출연 김진규, 최무룡, 문정숙. 당시 한국 사회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5ㆍ16 군사정변 이후 한때 상영 금지가 되기도 했다.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208

209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계리사 사무실 서기 송철호는 7년 전부터 모를 병에 걸린 노모와 만삭의 아내 그리고 다섯 살 난 딸애의 아버지이 다. 월급이 별로 안 되는 봉급장이인 그는 점심도 못 싸 가지고 다녀 항상 허기진 배를 쥐고 집이 있는 해방촌 고개 를 오르내리곤 한다. 그러나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흰 수세미처럼 되어 버렸고 몸은 마치 미이라처럼 변해버린 어머니가 "가 자! 가자!" 하는 소리에 소름이 끼치고 무엇이라도 콱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가난한 가장인 철호다. 집에 가야 이미 가난과 고난에 절은 아내는 말 한마디 없었고 오직 철없는 딸애만 철호에게 간간이 말을 붙일 뿐, 가정에서도 따스한 온기를 못 느낀 철호는 가끔 밖으로 나가 북쪽 하늘을 쳐다보며 고향 마을을 떠올려보곤 하였다. 북쪽이 고향이고 그곳서 지주로서의 동네 주인 역할을 했던 어머니는 6ㆍ25가 나자 남하하게 되었고, 이윽고 38선이 생기자 고향으로 못 가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철호에게 계속 북쪽으로 가자고 하였으나, 이미 38선이 생긴 이상 갈 수가 없다고 누누이 설명을 하였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지내오던 어느 날, 해방촌 집에서 보이는 용산 일대가 폭격으로 무너지자 어머니는 완전히 정신 이상이 되어 버렸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가자!' 즉, 북쪽 고향으로 가자는 말만 되풀이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동생인 영호는 대 학 3학년을 마치고 자원하여 군대에 갔다 와 2년 동안이나 실업자로 지내는 신세인데, 어느 날 형인 철호에게 우리 도 남들처럼 살아보자고 한다. 양심적이고 가난하게 사느니 양심, 윤리, 관습, 법률도 벗어 던지고 편히 한 번 살아보 자고 한다. 그러나 철호는 그렇게 살면 올바른 삶이 아니라고 극구 역설하나, 이미 가난에 지친 여동생 명숙이는 미군을 상대로 하는 양공주가 되었고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고 군대에 자원해서 복무했으나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고 오로지 가난 만이 남아있다는 영호의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더구나 E여자 대학 음악 대학을 나온 미인이었던 아내는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말없이 웅크리고 사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흔들린다. 언젠가 전차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 전차가 멈추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철호의 눈앞에 미군 찝차가 한 대 서 있 었다. 그 미군의 옆에 색안경을 끼고 있던 양공주가 바로 동생 명숙이었다. 다른 승객들의 명숙이를 향한 쑥덕거림을 견디지 못한 철호는 그날부터 명숙이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명숙이 또한 철호를 본체만체했다. 그러나 그런 명숙이도 엄마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었다. 잠든 어머니의 옆에 드러누워 앙상하게 남은 엄 마의 손을 잡으며 한없이 흐느끼곤 하였다. 철호의 딸애도 명랑하게 놀다가도 할머니의 "가자!"라는 말만 나오면 자라 목이 되어 하던 일도 그만 두고 위축된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는 철호에게 급작스런 경찰서로의 전화 부름을 받고 그 곳에 갔다. 동생 영호가 2인 조 권총 강도로 돌변하여 남의 회사 월급 줄 돈을 빼앗아 달아나다 잡힌 것이었다. 그러나 잡힌 것은 영호 한 사람뿐 이었으니... 식구들의 막가는 인생을 눈앞에서 보는 철호의 심정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철호는 또 이외의 소식을 명숙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즉, 아내가 진통이 와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아기가 안 나오자 죽을 힘을 다한 것이 아기의 머리부터 나온 게 아니고, 팔부터 나와서 지금 중태라는 것이었다. 아연한 채 돈이 없어 서 있는 철호에게 백 환짜리 돈 한 다발을 내밀고 돌아서는 명숙의 뒤꿈치에 계란만한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명숙에 대한 어떤 깨끗함을 느끼고 동생에 대한 애정이 새삼 솟아오르는 철호. 그러나 병원에 가보니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얼이 빠져버린 철호는 죽은 아내도 보지 않은 채 정처없이 길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던 중, 전부터 앓았던 이가 너무 아파 치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명숙이가 준 돈으로 썩은 어금니를 빼고는 반대쪽의 썩은 이마저 빼도록 부탁하게 된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209

210 다. 그러나 심한 출혈 때문에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나머지 이도 빼 버렸다. 그리곤 아무도 없는 자기의 사무실로 향하던 중 심한 출혈로 오한이 나자 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에 설렁탕 가게로 국을 시키고는 기다리는데 계속 입 안으로 고이는 찝질한 물 때문에 다시 바깥으로 나와 피를 뱉어 버리고는 마침 다가오는 택시를 무조건 탔 다. 행선지를 묻는 기사에게 집이 있는 해방촌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곧 죽어 있는 아내가 있는 S병원으로 가자고 했 다가, 또 영호가 잡혀있는 경찰서로 가자고 하는 등 그야말로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런 철호에게 택시 기사는 어 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다며 투덜댔다. 철호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수의 불평을 들으 며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할 구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어쩌면 조물주의 오발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쏟아지는 졸음 속에 감각이 무뎌졌다. 귓가에 "가자!" 하는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모로 쓰러지고마는 철호. 어디로 가냐는 운전수의 말도 듣 지 못하고 입에서 흘러내리는 선지피가 와이샤쓰 가슴을 흘러 타고 한없이 내릴 뿐이었다. 생활고로 아픈 이도 뺄 수 없고, 나일론 양말을 사면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싼 목양말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계리사 사무실의 서기 송철호( 宋 哲 浩 )가 주인공이다. 그는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살아야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 고 믿었다. 거기에 비해 그의 동생은 그런 양심 따위는 약한 자가 공연히 자기의 약함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고집하 는 것이 아니냐고 맞선다. 그는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온 뒤 2년이 지나도록 취직도 못하고 정처없이 유전하는 인생이 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다가 미친 어머니, 임신한 아내, 가난으로 양공주가 된 누이동생이 한 가정을 구성한 다. 이렇게 사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형 철호는 어떤 날 자기의 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한다. 살아가긴 가야 하는데, 지금도 가고 있긴 가고 있는데, 정작 자기가 가고 있는 방향은 모르고 있다. 이런 절망 속에서 정신적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이 무리없이 그려져 있다. 더욱이 마지막 장면에서 극적인 비감( 悲 感 )을 맛본다. 어 째서 그토록 선량한 주인공이 감당할 수 없는 패배와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가 하는 현실이다. 셀러리맨인 주인공은 꾸려가야 할 많은 일들을 놓고 박봉으로 암담하다. 양공주인 동생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치과를 찾아 우선 앓던 이를 빼고 아이의 고무신을 산 뒤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택시를 탔지만, 어디를 가야 할 지 몰라 무작정 달리기만 한다. 아이를 낳다 숨진 아내의 영안실에도 가야하고, 늙은 어머니와 어린 딸이 기다리 는 집, 동생이 갇힌 교도소, 양공주 생활에 지친 누이에게도 가야 하지만 어디부터 가야 할 지 알 수 없다. 그에게 남 은 것은 혼돈과 방황 그리고 암울한 현실뿐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행하고 뒤틀린 삶을 살아간다. 가장인 철호는 가난 속에서 가족들의 생활을 이끌어 가느라 늘 찌들려 있다. 계리사 사무실 서기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아픈 이조차 뽑 을 여유가 없는 초라한 살림이다. 그의 어머니, 동생 영호, 명숙, 아내 모두 다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잘못 쏘아진 탄환 이라는 제목처럼 목표를 벗어나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은 전쟁으로 자기 고향을 잃었기 때문이며, 전쟁이 가져다 준 가난 때문이며, 가치관의 혼란 때문이다. 갈래도 갈 수 없 는 고향, 양심을 지키며 살고자 하지만, 생활은 가난에 찌들리고, 온갖 불행이 밀려온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등 장인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오발탄 같은 삶을 산다. 이 작품에서 전쟁 뒤 절망적인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가난한 삶이나 비뚤어진 가치관만은 아니다. 가자 고 외치는 어머니의 대사는 작품 전체에 음울한 분위기를 던지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암시하 고 있다. 어머니는 자신들의 삶이 파괴당하지 않았던 시절로, 고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고향은 없다. 삼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210

211 팔선이 막혀 갈 수 없는 곳이다. 갈 수 없는 곳을 가자고 외치는 것처럼, 어떻게든 살아 보려는 피난민 일가족의 삶 은 절망으로 끝나고야 만다. 마지막 부분에서 철호가 집으로도, 병원으로도, 경찰서로도 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방 황하는 장면은 어머니의 가자 는 외침과 마찬가지로 절망적이다. 이 작품은 전쟁 때문에 선한 사람들이 결국 일그러진 삶을 살고, 끝내 죽음에 이르고야 마는 절망적인 상황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짙은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전후( 戰 後 )의 암담한 현실을 시대 배경으로 주인공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가 족들의 사건을 통해 그가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즉, 고향을 떠난 월남 피난민 가족의 비참한 삶의 단면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뿌리뽑힌 자들의 가난과 고통, 그리고 편안한 삶을 방해하는 비정한 현실을 심도 깊게 묘사하 고 있다. 이러한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이 결국 주인공 철호를 방향 감각을 잃은 오발탄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있다.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211

212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59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196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서정인의 단편소설로 서정인의 초기 작품에서 보이는 것처럼 삶의 현실적 상황을 상 징, 또는 환상으로 포착하면서 자의식의 분열을 추적, 진실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지식인의 고민을 그렸다. 그리 고 단아한 문장과 정확한 구성력으로 내적 체험을 통한 초현실적 수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긴장감은 차차 프티 인텔리의 속물화하는 좌절의 분위기로 바뀌어 단편 문학으로는 크게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서정인의 작품세계의 특징은 극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주인공들의 인간의 존재 의식 을 표출시키는 데 있다. 이 <강>에서도 현실적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인물들의 인간관계, 특히 늙은 대학생 김씨와 서 울집의 작부( 酌 婦 )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개인의 실존적이며 내면적인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212

213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날, 세 명의 주인공인 김씨, 이씨, 박씨 등은 군하리행 버스 안에서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 안에는 실팍한 검정 외투 속에 고개를 웅크리고 있는 늙은 대학생 김씨, 멋내는 것을 좋아하고 하얀 목도리에 밤색 잠바차림인 세무서 주사 이씨, 그리고 털실로 짠 감색 고깔모자를 귀 밑에 푹 눌러 쓴 군 기피자이며, 국민학교 선생을 그만둔 박씨가 있고, 박씨 곁에는 어울리지 않게 멋을 낸 여자가 타고 있다. 박씨 집에서 하숙을 하는 김씨와 이씨, 그리고 박씨는 군하리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 것이다.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버스는 출발하고, 김씨만이 묵묵히 창 밖의 진눈깨비를 감상할 뿐, 이씨와 박씨는 함 께 탄 여자, 그리고 차장과 노닥인다. 오후 3시가 다되어서 군하리에 내리게 되고, 함께 오던 여자는 서울집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곳으로 사라진다. 세 사람은 군하리의 소박한 풍경을 즐기고 돌촌 김서방의 혼사 집을 물어서 간다. 그날 밤 10시께 그들은 술에 취해 돌마을에서 나와 서로 의기 투합하여 아까 버스를 함께 타고 온 여자가 들어간 서 울집으로 술을 마시러 간다. 집을 잘못 들어 김씨는 여인숙에서 머물며 잠을 청하게 되었고, 그 여인숙에서 학교에서 반장 일을 보는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소년을 바라보면서 이런 시절 우등생이던 자신이 점차로 자라면서 열등생이 되어 가는 모습을 돌아보고는 상실감에 젖는다. 한편, 서울집에서는 박씨와 이씨가 낮에 보았던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긴다. 박씨는 무슨 일에든 자신감이 있 는 이씨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열등의식과 질투심에 젖는다. 여자는 김씨가 늙은 대학생이라는 말에 놀라게 되고, 방을 나와 김씨를 찾아 나선다. 밖에는 소리 없이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는 김씨의 새신부가 된 자신을 상상으로 그려본다. 김씨가 자는 여인숙 방으로 들어선 그녀는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되어, 김씨를 편히 누이고 남폿불을 끈다. 밖에는 끝없는 눈이 내린다. 김씨는 늙은 대학생으로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가는 인물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꿈을 잃어버리고 소시민이 되어 가 며, 그 소시민은 자신의 소시민성을 감추기 위해서 허풍, 오기 따위의 위선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는 것을 그 는 알고 있다. 여관집에서 만난 공부 잘하는 소년 - 반장 표찰을 붙인, 조금은 뻔뻔스러운 소년을 통해서 그러한 깨 달음을 확인한다. 박씨는 국민학교 교사를 그만둔 사람인 데, 제 나름대로 삶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하나 서서히 자신 감을 상실해 감을 감추지 못한다. 세무서 주사 이씨 역시 일상을 유쾌하게 대하고 있지만, 그가 드러내는 속물 근성은 소시민적 페이소스(pathos)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후반부에 표현된 술집 여자의 태도이다. 그녀는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 후 혼 삿집까지 따라 갔다가 박씨, 이씨와 어울려 술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대학생'이라는 말에 자극되어 옆집 여인숙에 투숙한 김씨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이유를 작가는 해명하지 않는다. 그저 김씨가 당시로서는 '귀한 신분'인 대학생이라는 상황 설정뿐이다. 이것은 아마 그녀의 신분적 열등감이 대학생 사모라는 보상책을 통하여 아름다운 만남을 한 순간이나마 얻으려는 꿈꾸는 자 의 행위이리라. '대학생'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으며, '술집 여자'는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 보호자의 입장에서 대학생과 한 방에 드는 것이다. 방금 전 그녀가 꿈 꾸었던 눈 오는 밤의 신부가 되기는 불가능하 더라도 그 신부와 같은 첫날밤을 대학생과 함께 하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 특히 '대학생'과 '술집 작부'의 만 남은 특히 그녀에게는 우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가 남겨놓은 발자국을 하얗게 지으면서'란 아름다운 마지막 문장이 그녀 가 찾았던 꿈이 결코 허망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얘기해 준다.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213

214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214

215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56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의 단편소설로 1965년 [사상계]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소설 사상 획기적인 성격을 지닌, 1960년대 문학의 서장( 序 章 )을 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1950년대 문학은 6ㆍ25전쟁과 직결된 문학으로 엄격하고 교훈주의적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러한 1950년대 문학의 특질을 배격하고, 전혀 새로운 양식으로 인정주의에서 개인주의에로 변모하는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동인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한 동안 뭔지 모르게 언짢아지고,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이 소설이 사랑과 양심 따위의 소중한 미덕들이 걸레조각처럼 찢겨져 너덜거리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술집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날 밤 우린 세 사람은 우연히 만 났다. 나와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대학원생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가난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서른 대여섯 살 짜리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215

216 사내를 만났다. 처음 나는 대학원생이라는 안씨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좀 의심쩍었다. 대학원생이 고 부잣집에 사는 사람이 이런데 와서 술을 먹는 것과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대학원생이 맞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안씨는 학생증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두라고 하였 다. 그렇게 이런 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자리를 옮겨서 확실하게 술자리를 하자고 하고 나오려던 길에 어떤 사내가 우리에게 술을 같이 하자고 말을 걸어왔다. 자기에게도 돈은 있으니 끼워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승낙 했다. 그러자 그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였다. 그는 오늘 아내가 죽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다 팔았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같이 있어 달라고 하였다. 우리는 술집을 나와 거리로 향했다. 걷다가 저녁을 했냐고 물어왔다. 안씨와 나는 했다고 하자 같이 저녁을 하러가자고 했다. 우리가 거절했더니 그럼 자기도 먹지 않겠다고 하자 안씨가 같이 가 주겠다고 해서 중국집에 들어갔다. 중국집에서 음식과 술을 시켜서 먹은 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셋 모두 술에 취 해 있었다. 사내는 갑자기 양품점으로 들어가더니 넥타이를 하나씩 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귤 장수에게서 귤을 샀다. 택시를 타고 화재가 난 곳으로 도착했다. 우리는 불 구경을 했다. 무언가 하얀 것이 날아가 불 속으로 들어갔 다. 돈이었다. 이제 돈을 다 쓰게 되자 서로 헤어지려 했다. 그 사내는 오늘 밤만 같이 있어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관에 같이 가자고 했다. 우리 셋은 각자 따로 방을 썼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씨가 나를 깨웠다. 그 사내가 죽었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빨리 여관을 나왔다. 이 작품은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60년대적 의식의 방황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1950년대의 도 덕주의적 엄숙성을 지닌 문학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도시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고립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사건은 없이 우연한 만남을 이룬 세 사나이의 비현실적 대화의 행동을 통해 전망 없는 세계에 처한 삶 의 부조리성을 드러낸다. 소위 4ㆍ19세대가 일으킨 '감수성의 혁명'의 맨 앞 자리에 놓이는 김승옥 문학의 대표작으 로, 감각적이며 유희적인 문체가 인간 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제시하게 되는, 반어적인 성취가 이루어진다. 인간 끼리의 진정한 자아로서의 만남이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학원생 안씨와 서적 외판원 아저씨를 1960년대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전형적(대표적) 개 인이다. 이 소설은 '나'와 '안'이라는 동갑내기의 선술집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대화를 나누지만 결 코 자신의 진심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관적이고 자의식적인 사소한 대화 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철저한 개인 주의로 무장되어 있다.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사랑하고 말구요. 시체의 아랫배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요. 여하튼... 나는 그 아침의 만원 버스칸 속에서 보는 젊 은 여자 아랫배의 조용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움직임 을 지독하게 사랑합니다." 이 두 사람에 비해 삼십 대의 외판원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 고뇌와 슬픔을 공 유( 共 有 )하기를 바라 나 '나'와 '안'은 받아 주지 않으며 부담스러워한다. 세 사내가 여관으로 와 서도 각각 다른 방을 쓰게 되고, 또 안씨 의 경우 외판원 사내가 자살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은(못하는) 사실에서 인간적 유대가 없는 소외의 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216

217 A.지드의 소설 '좁은 문' :14 A.지드의 소설 '좁은 문' 프랑스의 작가 A.지드의 소설로 1909년 발표되었다. 소설의 제명은 신약성서 <마태오의 복음서>(7:13 14)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 드는 사람이 적다 에서 땄다고 한다. 이 문은 알리사와 제롬이 찾는 문이다. 약 30년 전만 해도 앙드레 지드( )의 이름은 프랑스의 청소년들에게는 드러내 놓고 읽을 수 없는 책의 작 가로 평가되었다. 그것은 <배덕자> 혹은 <사전꾼들>같은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전통적인 도덕이나 가치에 대한 대항 이나 <지상의 양식>이나 <코리동>같은 작품을 지배하는 감각과 본능의 예찬이 때로는 선동의 차원을 넘고 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배덕적( 背 德 的 )이고 이교도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지드는 또한 절대적인 순수와 지고한 정신성을 추 구하는 엄격성의 얼굴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신교도의 상류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앙드레 지드가 받은 엄격한 청교도적인 교육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좁은 문>은 후자의 지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만하 다. 이 작품 속의 제롬과 알리사의 순결한 사랑은 지드와 사촌누이 마들레느 사이의 애정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드는 마들레느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은 신앙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A.지드의 소설 '좁은 문' 217

218 정신적인 사랑밖에는 되지 못하고 육체적인 사랑은 동성( 同 性 )에게로 향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롬은 열두 살 때 르 아브르에서 의사로 있던 부친이 죽은 뒤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이주했다. 그는 가끔씩 숙부집 에 놀러갔는데, 어릴 때부터 오누이처럼 지내오던 두 살 연상의 사촌누이 알리사에게 사랑을 품기 시작했다. 알리사 도 제롬을 사랑하는 듯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면 제롬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가를 표현했 지만, 알리사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신앙심이 깊은 여인으로 금욕주의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했고 또 동 생이 제롬을 사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롬은 그의 열렬한 구애( 求 愛 )에도 알리사가 아랑곳하지 않자 프랑스를 떠났다. 그로부터 3년의 세월이 흐른 후, 숙 부의 죽음 소식을 전해듣고 귀국했다. 알리사는 가여울 정도로 야위어 있었는데, 그녀를 본 순간 그는 아직도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느꼈다. 제롬은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알리사는, "옛날 일을 떠올리는 건 좋지 않아요. 이미 페이지는 넘겨졌는 걸요. 라며 쓸쓸히 대답할 뿐이었다. 또다시 사랑의 아픔을 맛본 채 이별을 한 뒤, 멸 달이 지났다. 제롬은 어느 날 알리사의 여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거기에는 가출했던 알리사가 파리 의 요양원에서 죽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알리사는 제롬에게 그녀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남겨 놓았는데, 거기에 는 그와의 만남에서부터 죽음 직전까지 그녀의 심경이 아주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아직 어렸을 때 나는 이미 그를 위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완벽한 덕 을 바란 것 도 모두 그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 덕을 완성하는 데 있어 그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방해가 될 줄이야. 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제롬에 대한 사랑과 신앙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의 세월이 또 흘러갔다. 제롬은 알리사의 여동생을 찾아갔다. 그녀는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남 프랑스의 니스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까지 혼자 살 거예요? 하고 물었고 제롬은, 모든 것을 잊어버릴 때까지 라고 대답했다. 어둠이 짙게 드리 워져 있는 사이로 그녀가 우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알리사는 성스럽고 깨끗한 모습으로, 제롬은 사랑의 순결함 그 자체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두 젊 은 남녀의 청순하고 지나치리만큼 사랑을 신성시하여 하느님의 사랑 속에 합일( 合 一 )되는 경지로 승화시키려다 비련 ( 悲 戀 )을 맞게 되는 플라토닉 러브를 이 작품은 그리고 있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지상에서의 사랑을 물리치고 남몰래 죽어간다. 이러한 알리사의 행위는 자신의 어머 니가 가족을 버리고 새 애인 청년에게로 가는 것과는 달리 순결하고 맑은 것이다. 그녀는 신비롭고 이상적인 금욕주 의에 마음을 두고 실천하려 한 것이다. 이런 알리사에게 제롬은 이상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나 알리사는 제롬과 이상 적인 결합이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못할 것임을 알자, 제롬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성서에서 말하는 좁은 문 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세적인 즐거움을 모두 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즉, 동생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으로부터 떠난 것이다.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더없는 고행이었으며, 너무나 벅찬 것이어서 덕과 신앙마저 잃고 짧 은 생애를 마치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면서 신으로 통하는 좁은 문이 현실적인 인간에게 있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비판하며, 현실적인 삶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자각하도록 일깨워주고 있다. A.지드의 소설 '좁은 문' 218

219 이상( 李 箱 )의 소설 '날개' :35 이상( 李 箱 )의 소설 '날개' 이상( 李 箱 )의 단편소설로 1936년 [조광( 朝 光 )]지 9월호에 발표되었다. 작자가 1933년 요양차 황해도 백천온천( 白 川 溫 泉 )에 갔을 때 알게 된 기생 금홍( 錦 紅 )이와의 2년 남짓한 동거생활에서 얻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나 는 구조가 흡사 유곽과도 같은 33번지에서 매춘부인 아내와 함께 산다. 아내에게 손님이 있으면 나는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손님이 가면 아내는 내게 돈을 주지만 나는 돈을 쓸 줄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돈 5원을 꺼내 아내 손에 쥐어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동침한다. 그리고 어느 날 정신없이 거리를 쏘다니 던 나는 미쓰코시( 三 越 ) 옥상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아무데나 주저앉아 내가 자라온 스물 여섯 해를 회고한다. 그 때 뚜우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중에 나타난 나와 아내가 보여 주는 희화적( 戱 畵 的 )인 부부관계는 희화의 영역을 넘어 근대 지성인들의 모순된 자 이상( 李 箱 )의 소설 '날개' 219

220 의식( 自 意 識 )의 해부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문학의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지식 청년인 '나'는 아주 몸이 약하고 자의식이 강하다. '나'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감각이 흐린 편이다. 뿐만 아니 라, 게으르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지쳐 있다. '나'는 유락녀인 아내와 33번지의 어떤 셋방에서 세를 들어 산다. 그런데 '나'의 집은 아내의 방과 '나'의 방이 장지로 구획지어져 있다. 장지를 격한 아내의 방에는 가끔 가다 내객이 찾아온 다. 그리고 거기서 아내는 손님과 식사를 시켜 먹고 좀 해괴한 수작(매음)도 벌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나'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법이 없다. '나'는 그저 아내가 시켜 주는 밥을 먹고, 아내가 수면제를 먹여 잠을 재우는데 그 약 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먹고난 뒤 낮잠을 자거나 혼자서 공상에 잠기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나'는 어느 날 수면제 아달린인 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는 거의 현실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격리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아내는 지리가미를 사용한다. 이것은 성적인 행위를 상징한다. 그것은 아내의 부정한 행위인데도 '나'는 그것을 보고도 기분 언짢아하지 않는다. 또한 여성용 팬티인 사루마다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기도 한다. 또한 아내의 화장품 냄새를 맏거나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하는 것이다. '나'를 죽 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를 한꺼번에 여섯 알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 해하며,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어느 날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될 아내의 매음 행위을 보고, 바지 포 켓 속에 남은 돈 몇 원 몇 십 전을 문지방에 놓고 줄달음질을 쳐서 경성역으로 나간다. 아내를 오직 한 번 차지해 본 이외에는, 주인공 '나'는 숙명적으로 아내와는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 부부라고 단언 한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제 거동에 제동을 걸지 않고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 리면서 걸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할 때, 정오 사이렌 이 울린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 오늘은 없는 날개를 떠 올린다. 그리고 외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 나." 이 작품은 1930년대 서울의 유곽(창녀촌)을 배경으로 하여 우유부단한 한 지식인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1930년대라는 시간적ㆍ시대적 배경을 강인하게 암시했다. 섬세한 심리주의적 수 법을 점액질로 보여준 만연체 표현이다. 1930년대는 일제의 식민지 통치수법이 가장 악랄하게 전횡( 專 橫 )하던 시기이며, 동시에 한국의 저항문학이 지하에서 가장 활발하던 암흑기의 한국판 르네상스 였다. 내면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되던 시기에 이 소설은 또 하나의 비유적 저항문학이 되었다. 그것은 또한 주인공 나 가 바로 작가의 분신이며, 자화상이다. 주인공 나 는 아내에게 기생하며 살아가는 비정상적인 부부관계에 있다. 아내의 매춘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지 만, 나 의 경제적 무능력과 사회성의 결여는 부정한 아내를 탓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자의식의 부정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폐쇄된 상황 속에서도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란 나 의 절규는 전도( 顚 倒 )된 질서 로부터의 인간회복을 의미한다. 박제가 된 천재 의 자아 모독과 자기 부정에서 날개 를 통해 현실의 비극적 사회를 탈출해 보려는 자의식의 발로이다. 이상( 李 箱 )의 소설 '날개' 220

221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5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대하소설로 년 간행되었다. <수앙가( 家 ) 쪽으로>(1913) <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1918, 1919 년 공쿠르상 수상) <게르망트 쪽>(1920) <소돔과 고모라>(1922) <사로잡힌 여자>(1923) <달아나는 여자 알베르틴>(1925) <다시 찾은 시간>(1927)의 7편 16권(보급판)으로 되어 있다. <사로잡힌 여자> 이후는 작가의 사망 후에 간행되었다. 1870년 보불전쟁에서 제1차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귀족, 사교계 부르주아의 풍속사뿐만 아니 라 당시의 사회를 움직이는 여러 가지 사건들, 그 무렵 인기있던 예술작품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동시에 화자인 나 의 기억을 통해 탐색된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이 작품은 파리의 부르주아 출신 문학청년인 나(마르셀) 의 1인칭 고백형식으로 쓰인 시간 의 방대한 파노라 마이다. 제3공화정 시대의 귀족ㆍ부르주아의 풍속사( 風 俗 史 )인 동시에, 화자( 話 者 ) 의 기억을 통해 탐색된 인간의 심층심리학( 深 層 心 理 學 )책이기도 하다. 이 한 편의 작품은 현 세기에 있어서 시에서의 발레리의 업적에 필적한다. 전 7편 16책으로 된 이 작품은 부르조아 가정의 외아들이 사교계에 출입하면서 그 동안 사랑과 인간과 자아를 응시하며, 인생의 헛됨과 절망을 느끼나 최후에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1

222 는 이 절망의 심연에서부터 기억의 정화와 창조에 의해 열린 새로운 세계에의 희열과 구원을 발견해 내는 것을 그린 섬세 미묘한 대심리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모두 7편으로 구성되었는데, 파리의 부르주아 출신으로 문학청년인 나(마르셀) 가 회상하면서 쓰는 1 인칭 고백 형식의 글이다. 나 의 행복했던 유년시절, 사교계 생활, 연애 경험 등을 기억에 의해 재구성한 것으로, 복잡하게 얽힌 테마를 긴밀하게 결부시켜 잔혹한 시간의 흐름에 퇴화되어 가는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 그리고 그 주 위 환경을 그려내고 있다. 유년시절 나 는 휴가를 보낸 콩브레 마을의 부르주아 집안인 스왕 가( 家 )와 중세 이래 명문귀족인 게르망트 가 ( 家 )로 향하는 길목에서 언제나 양쪽 집안으로 향하는 길을 동경했었다. 이 작품은 이 두 세계가 세기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서로 교체하고 융합해 가는 것을 축으로 해 전개되고 있다. '나 는 스왕 가의 딸 질베르트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실패하고, 다시 노르망디 해변에서 알베르틴을 만났다. 나 와 그녀는 동거생활을 하지만, 그녀는 나 에게 질투의 어두운 그림자를 남겨 준 채 죽어버렸다. '나 는 게르망트 가족인 생루와도 친분을 맺으며, 사교계 생활에도 적응하는 등 갖가지 행복을 추구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치피 시간 이 갖는 파괴력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는 것이며, 인생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 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절망에 빠진 나 는 게르망트 가의 파티에서 일찍이 그처럼 찬미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늙어버린 모습을 대하자 인 간 존재의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나 생루와 질베르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보면서 나 는 유년시절 갈망했던 두 길이 하나로 합치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 순간 나 의 내부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지나간 시간을 찾아내게 되며, 내 가 시간 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고 늘 하고 싶었던 글을 쓰게 된다. 감각ㆍ기억을 통해 환기되는 심상과 잠재의식의 영역에까지 파 내려가서야 발견되는 심상을 묘사한 이 작품은 종래 의 소설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그러한 개념을 수정하는 혁신적 문학이긴 하지만, 그 속에는 라불레, 몽테뉴, 데카르 트 이래의 프랑스 모럴리스트의 전통이 강력히 그리고 뿌리깊게 흐르고 있다. 문체는 극히 난해한데 그것이 독자적인 섬세 미묘한 내용과 흔연히 일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그 복잡다기( 複 雜 多 岐 )한 구조 때문에, 고딕양식의 대성당에 비유되기도 하고, 교향악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 주제는 뛰어난 지성과 애처로울 만큼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화자 마르셀의 절대적 행복을 추구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행복한 유년시절, 사교계 생활, 연애경험 등을 기억에 의해 재구성한 것으로, 복잡하게 얽힌 테마 를 긴밀하게 결부시키면서, 잔혹한 시간의 흐름에 풍화( 風 化 )되어가는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사회를 그려낸 하나의 커다란 그림 두루마리이다. 어린 시절, 샤를 수앙의 딸 질베르트에게 품었던 동경, 질투의 어 두운 그림자에 뒤덮인 알베르틴과의 사랑, 생 루와의 우정, 게르망트 공작가( 家 )에 상징되는 사교계에서의 성공 등, 화자는 온갖 형태로 그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차피 시간 이 갖는 파괴력 앞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리 는 것이며, 인생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 에 불과하다. 프루스트는 모든 것을 서서히 좀먹고 파괴해가는 시간 의 힘을 뿌리칠 수 있는 무엇인가 절대적인 것을 갈망한다. 작품의 끝 부분에서, 화자는 게르망트가의 파티에 참석하여, 일찍이 자기가 그처럼 찬미하였던 사람들의 늙은 모습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2

223 을 대하자, 인간 존재의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 때 연달아 그의 속에 되살아나는 무의지적( 無 意 志 的 ) 기억(감 각 속에 남아 있던 기억) 의 힘이 지나간 시간을 다시금 찾아내게 하며, 예술작품에 그것을 정착( 定 着 )시킴으로써 자기가 시간 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과거는 풍화하여 잊혀져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 침전하여 사소한 감각적 경험을 계기로 되살아남 을 지적하고, 예술은 그러한 초시간적 감각을 고정시킴으로써 영원에 접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루스트는 이 테마를 1870년(프랑스-프로이센전쟁)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 이른바 벨 에포크 의 프랑스를 배경 으로 전개한다. 거기에는 사교계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를 움직인 여러 가지 사건(드레퓌스 사건 등)이나, 그 무렵 인기가 있던 예술작품이 정밀히 분석되고 묘사되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프랑스의 한 시대의 연대기( 年 代 記 )가 되기도 한다. 특이한 문체, 잔인할 만큼 정밀한 관찰 안 목, 거의 병적이라고도 할 만큼 집요하고 정확한 심리분석, 그러한 특징을 가진 이 작품은 J.조이스, F.카프카의 작품 과 더불어 현대문학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20세기 최고 최대의 소설로 꼽힌다.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3

224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20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미국의 작가 N.호돈의 장편소설. 1850년 간행. 17세기 중엽, 청교도의 식민지 보스턴에서 일어난 간통사건을 다룬 작 품이다. 17세기 미국의 어둡고 준엄한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죄지은 자의 고독한 심리를 묘사하였다. 치밀한 구성 과 심오한 주제 등으로 19세기 미국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소설은 호돈의 대표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무대 로 하고 미국적인 것을 소재로 쓰여진 작품으로, 미국 문학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딤즈데일 과 틸링워드 는 각각 감성과 지성의 상징이다. 둘은 대립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파멸을 향해 줄달음친다. 반면, 헤스터 는 아메리카 대지에 뿌리를 내린 강한 여성의 원형이다. 이 점이 바로 이 소설이 단순한 삼각관계 연애소설이 아니라 명작으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이 작품은 청교도의 엄격함을 정밀하게 묘사하고 죄인의 심리 추구, 긴밀한 세부 구성으로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이 되었다.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224

225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여름날 프리즌 레인에 있는 감옥 옆에는 많은 보스턴 시민들이 잠시 후 감옥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낼 헤스터 프린의 부정과 죄가( 罪 價 )에 대하여 제각기들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감옥문이 열리며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인 헤스터 프린이 부정( 不 貞 )의 씨인 아이를 안은 채 끌려나왔다. 그녀의 판결은 죄인의 표시로 평생토록 가슴에 주홍색 으로 된 A라는 표지를 달고 살아야 할 것과 주민이 운집한 가운데 광장의 처형대에서 3시간 동안 자신의 불륜을 전 시하는 것이었다. 단상에는 존경받는 지사와 목사 등 유지들이 근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때 주위의 권유를 받은 딤즈데일 목사 는 간통한 남자의 이름을 대라고 열심히 추궁한다. 하지만, 그녀는 극구 부인하고, 군중 속에서 뒤늦게 유럽에서 건 너온 남편은 인디언에게 억류되었다가 풀려나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학식과 지혜가 풍부하였으나, 늙어 헤스터 프린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인디언 촌에 있는 동안 신비로운 의술을 터득하여 지금은 의사로 있으나, 몰골은 더 나쁘게 변해 있었다. 가슴에 주홍색 글자를 단 헤스터 프린은 아기를 안은 채 잠 시 남편과 눈이 마주쳤으나, 그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는 이내 눈을 돌리고 만다. 헤스터 프린이 절대로 이름을 절대로 밝히지 않을 것을 거듭 밝히자 딤즈데일 목사는 장황한 설교를 한 뒤 헤스터 프린을 다시 감옥으로 보낸다. 그 후 헤스터 프린이 너무 흥분한 상태가 되어 의사의 진찰을 받게 되는데, 담당 의 사가 바로 그녀의 남편인 로저 틸링워드였다. 남편은 헤스터와 아기를 치료한 뒤 누군지 모르는 그 남자에게 복수하 겠다는 뜻을 밝히며 자신의 신분을 비밀로 해 달라고 청한다. 그녀는 구금 기간이 끝나자 마을을 떠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변두리 숲 속 오두막집에 거처를 정하고 타고난 수예와 바느질 솜씨로 검소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또한 주민들의 멸시와 욕설 속에서도 그녀는 가난한 이들을 열심히 도우며 자신의 딸인 펄도 정성껏 키운다. 그녀의 의연한 생활에 펄은 건강하게 자라고, 영리한 아이로 커갔 다. 하지만, 자신의 죄가 아이에게 마치는 것이 두려워 항상 가슴 조이며 지내야만 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펄을 두고 악마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과 야유를 보내곤 하였다. 딤즈데일 목사는 그 후 원인 모르게 나날이 수척해지며, 때로는 광기를 띠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 일에는 더욱 헌신 적으로 열심이어서 주민들은 성자 같은 고행과 영혼을 뒤흔드는 설교에 매료되어 그에게 깊은 애정을 갖는다. 한편, 틸링워드는 딤즈데일 목사와 친분 관계를 맺게 되고, 상류사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틸링워드는 전력( 前 歷 )과 신분을 감춘 채 간부가 누구인가를 눈치채고 목사가 거주하는 집에 동거인으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어느 날 목 사가 깊이 잠든 사이 그의 가슴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서서히 복수할 계획을 새운다. 펄이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가라앉고, 언제나 겸손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주는 헤 스터는 주위로부터 따뜻한 관용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점점 무엇인가에 쫓기며 괴로움을 당하는 목사에 대한 책임 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져 목사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남편을 만나기로 한다. 어느 날, 오후 산책 중에 남편을 만난 헤스터는 목사를 용서하고 복수를 그만 둘 것을 간청하나, 뜻대로 되질 않는 다. 헤스터는 남편의 뜻이 그러함을 알고, 의사의 비밀을 목사에게 털어놓으려 한다. 목사가 인디언 교도들이 있는 곳에 엘리엇 사도를 만나러 가던 날 헤스터는 오솔길에서 목사를 기다렸다. 목사를 만난 그녀는 의사의 비밀을 지금 까지 털어놓지 않은 것에 용서를 구한 다음, 이제부터라도 자책감에서 벗어나 목자로서의 길에 정진할 것을 부탁한 다. 헤스터의 이야기를 들은 목사는 실로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느끼고, 헤스터는 주홍글씨를 가슴에서 떼 어버렸다. 그리고 헤스터는 딸과 함께 셋이 유럽으로 도피하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금세 틸링워드에게 간 파되어 그들은 또다시 좌절감에 빠진다.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225

226 며칠 뒤, 새 지도자를 맞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헤스터는 펄을 데리고 마을로 왔다. 딤즈데일 목사의 취임식 축하 설 교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그의 힘찬 설교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이윽고 설교가 끝나자 목사는 극도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공회장에서 나와 연회장으로 가던 중 헤스터와 펄을 만난다. 이 순간 목사는 참회의 충동과 생애의 절박감 속 에서 용기를 내어 헤스터와 펄의 손을 잡고 사형대에 오른다. 그곳에서 딤즈데일 목사는 군중을 향해 지기 고발과 함 께 하느님에 대한 속죄를 다한 후 숨을 거둔다. 그 동안 목사를 혐오했던 펄은 생부( 生 父 )에게 비로소 애정을 느끼며 진실한 키스를 한다. 헤스터 프린은 키가 크고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용모를 지닌 여성이다.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와 살던 중 목사와 간 통한 죄로 가슴에 주홍글씨로 된 A자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그녀는 판결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 한 가운데 스스로 전시되어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당시 체면과 명예를 중요시하던 풍속에 따라 사형보다 더 삶을 욕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형벌 속에서도 그녀는 끝내 간부( 姦 夫 )를 밝히기를 거부하고, 주민들의 경멸과 멸시를 묵묵히 견디며 자기에게 주어진 업고( 業 苦 )를 치룬다. 이는 사회적 제도가 인간의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 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숨은 뜻이다. <주홍글씨>는 극적 장면에서 시작되어 극적 국면으로 전환되는 대단원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의 갈등을 등장인물의 적절한 심리 묘사를 통해 한층 흥미롭게, 그러면서도 사색의 길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인 간이 죄를 범하고 그 죄를 속죄하고자 스스로 심한 고통 속에 지신을 몰아넣어 학대하는 과정이나, 구원의 길로 용기 를 내어 지신의 죄를 고발하며 죽는 장면은 더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러나 소설 말미에 붙어 있는 에필로그는 작품이 갖는 긴 여운을 감소시키는 사족( 蛇 足 )인 감이 없지 않다. 또한 헤 스터 프린의 속죄 과정에서 드러난 고난과 딤즈데일의 구원의 장면에서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렇지만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도덕적인 감정은 현대에서도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며, 이로써 삶에 대한 성찰 과 외경심을 일깨워 주는 교훈은 크다.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226

227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12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토지>는 소설가 박경리가 1969년에 제 1부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 지면을 옮겨가며 연재되어 26년만인 1994년 8월 15 일에 총 5부와 완결편까지 모두 16권으로 완성한, 원고지 3만 매가 넘는 대하 소설로, 한국 현대 문학 100년의 역사 상 가장 훌륭한 소설로 손꼽힌다. 시간적으로는 갑오년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 을미왜병(1895) 등이 지나간 직후인 1897년 한가위로부터 광복의 기 쁨을 맛본 1945년 8월 15일까지의 한국근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공간적으로는 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전형적 한국 농 촌을 비롯하여 지리산, 부산, 진주, 서울 등 한반도 전역과 일본, 만주, 러시아 등 동아시아 전역에 걸치는 광활한 국 내외적인 공간 배경을 무대로 하였다. 격변하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하에서 최서희를 중심으로 이름 없는 민초의 정서까지 확대하고, 사람답게 사는 문제를 포함한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민족의 구체적 생활사 속에서 풀어헤친 가족사적 소설인 동시에 역사와 운명의 대서사 시로서, 한국인의 삶의 터전과 그 속에서 개성적 인물들의 다양한 운명적 삶과 고난, 의지가 민족적 삶으로 확대된 한국의 수작( 秀 作 )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삶의 여러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과 전통성을 배울 수 있다.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227

228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토지>는 하동 평사리의 대지주 최씨 가문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문을 연다. 최씨 집안의 안주인인 윤씨부인(최치수 의 모친)은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후에 동학 접주가 되어 처형당하는 김개주에게 겁탈당해 김환(일명 구천이)을 잉태한다. 그 후 김환은 최씨 가문으로 잠입하여 하인이 되지만, 최치수의 아내인 별당아씨와 사랑에 빠져 둘은 지리산으로 도 망친다. 최씨 가문의 재산을 탐낸 귀녀와 몰락 양반 김평산의 음모로 최치수는 교살당하고 음모를 꾸민 두 사람은 윤 씨부인에게 발각되어 사형당한다. 최씨 집안의 외가 쪽 먼 친척인 조준구는 윤씨부인이 마을을 휩쓴 콜레라(호열자)로 죽자 최씨 집안의 재산을 강탈 하려고 한다. 그는 한편으로 최씨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인 최치수의 외동딸 서희를 몰아내고 마을 사람들을 분열시키 면서 일본인들의 힘을 빌려 모든 재산을 손아귀에 넣게 된다. 여기에 더해 서희와 자신의 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는 음모를 꾸미자 서희는 충직한 하인 김길상 등과 함께 용정으 로 탈출한다. 서희는 용정에서 윤씨부인이 남긴 금은괴를 자본으로 장사로 성공하여 거부( 巨 富 )가 되고, 하인이었던 길상과 혼인한다. 여기까지가 토지 1ㆍ2부의 개괄적인 내용인데, 국권상실, 봉건 가부장 체제와 신분 질서의 붕괴, 농 업 경제로부터 화폐 경제로의 변환 등 1900년대와 1910년 한국 사회의 변화가 소설의 밑그림으로 담겨 있다. 3ㆍ4부는 1ㆍ2부와 연속선상에 놓이면서도 시대 배경 인물의 변화와 변천에 따라 이야기의 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 인다. 3ㆍ4부의 시간적 배경은 20 30년대인데, 이 시기의 한국 사회의 격변이 소설의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 다. 특히 3ㆍ1운동이 실패로 돌아갔음이 확인되고, 일제의 총독 정치가 가혹해지기 시작한 1920년대 식민지 상황의 암울한 분위기가 무겁게 소설을 누르고 있다. 국권을 빼앗긴 식민지 백성들은 굳건히 발붙이고 살 정착지가 없기 때문에 자연히 여기저기 떠도는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소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소설의 무대가 다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1부( ) 에서는 평사리, 2부에서는 용정으로 거의 국한되어 있다시피한 소설의 무대가 3ㆍ4부에 와서는 서울 부산 진주 평사 리, 그리고 국외로는 간도 일대와 일본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민족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독립 운동의 여러 노 선이 제시되며, 지식인들의 사상적 경향과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시도된다. 이런 가운데 1ㆍ2부의 주역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다. 용이와 그의 아내 임이네는 병으로 죽고 기생으로 전락한 끝에 이상현의 씨를 낳고 아편 중독자가 되고 만 기화(봉순)는 끝내 서희의 비호와 정석의 애끓는 연정을 뿌리치고 투신자살한다. 동학 잔당의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려던 김환(구천이)은 고문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용정 공노인의 부인과 조준구의 악착같은 부인 홍씨도 세상을 뜬다. 이들의 죽음과 함께 <토지>에서는 이들의 후손들이 점차 주역을 차지한다. 서희의 두 아들 윤국과 환국, 용이의 아들 홍이, 조준구의 아들 꼽추 조병수 등이 소설의 전면으로 나온다. 이와 함 께 3ㆍ4부에 오면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인텔리 계층으로 작가는 이들을 통해 희망 없는 식민지 상황의 암울함을 드러낸다. 임역관의 딸 명빈과 명희를 비롯해 귀족층의 조용하,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가 서의돈, 극 작가 권오송, 성악가 홍성숙, 조선에 대해 동정적인 일본인 오가다 지로, 유인실, 강선혜, 황태수 등과 진주 쪽의 박 효영, 허정윤 등이 그러하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광복의 감격까지를 다루고 있는 5부는 <토지>의 대단원의 장이다. 송관수의 죽음,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입 운동 단체의 해체, 길상의 관음 탱화 완성, 오가다와 유인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228

229 실의 해후, 태평양 전쟁의 발발, 예비 검속에 의한 길상의 구속, 양현 영광 윤국의 어긋난 사랑 등이 이어지면서 대 하소설 <토지>는 거대한 마침표를 향하여 달려간다. - 에듀비젼 : <문학사전>( P) - 이 작품은 우리 근대 민족 민주 운동의 시발점인 갑오농민전쟁(동학혁명) 직후부터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까지, 즉 1897년부터 1945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등장인물도 많고 또 계보도 꽤나 복잡하다. 등장인물의 삶 을 아끌어가는 사상도 불교, 천도교, 기독교 등의 종교와 독립 투쟁의 각 사상이 총망라된 것이어서 도움 주는 글 없 이는 도대체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많다. 글을 잘 이해하기 위해 식민지 민족 운동사에 대해 간단히 공부 한다면 좋을 듯 싶다. 이 책은 작품 그대로 하나의 역사이다. 더 나아가 역사에서 다루기 힘든 민중의 생활상이 생생한 언어와 재미있는 구성으로 실감나게 그려진다. 역사를 통해 숲을 본다면 이 책 <토지>를 통해서는 숲뿐 아니라 나무와 꽃과 새들의 노 랫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토지 는 농사짓고 집 짓고 사는 땅 이 아니다. 봉곤 양반 사회가 붕괴되는 현장이며, 무 식한 무지랭이 농민들과 하층 천민들이 자기 삶을 되새겨 일어나는 발판이다. 침흘리며 다가오는 침략자의 먹이이며, 피흘리며 지켜가는 민중들의 한 덩어리다. 다양한 인물과 삶의 형태이며 가치관이다. 이는 곧 민중들의 삶이 자라나 는 생명의 터전 이며, 민중들의 삶을 이어가는 살붙이와 피붙이인 조국 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1897년 진주 부근의 평사리 마을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평사리 사람 말고도 이 글에는 만주 용정의 사람들, 서희의 자식인 환국, 윤국이 세대의 젊은이들, 서울의 귀족과 지식인, 동학교도에서 의병 투쟁 으로 다시 독립운동으로 의로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중의 신분으로 운동에 가담하는 불교인들, 조국을 배반하고 일제의 끄나풀이 되어 온갖 악한 짓을 서슴지 않는 친일 모리배 등 무수한 삶들이 등장해 다양한 사상과 인생의 이 모저모를 보여준다.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229

230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 :48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 <픽션들>은 보르헤스의 사상과 문학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생각의 힘이 세상과 사물을 만들어 낸다 는 이야기도 있고, 시간은 한줄기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갈래가 그물처럼 엉켜 있는 것이라는 이야 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를 20세기 프랑스인이 썼다면 그 작품의 의미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우주를 거대한 도서관에 비유한 이야기도 있다. 특히 도서관 이야기는, 움베르토 에코 가 쓴 <장미의 이름>의 모티프가 되는 작품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르헤스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이 세상이 미궁이라는 사실이다. 단편집 <픽션들>에 실련 소설 중 '원형의 폐허'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도인'으로 설정된 인물은 자기의 관념 속에서 한명의 소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인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말 자신의 충실한 한 명의 소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고 나서는 그 소년을 교육시킨다. 교육을 마친 도인은 소년을 남쪽에 있는 사원으로 보내게 되는 데, 어느 날 그 소년이 불에 들어가서도 타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도인 자신도 불 속에 들어 가도 뜨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도인은 자기 자신도 누군가의 꿈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 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 230

231 1961년 사뮈엘 베케트와 함께 권위있는 포멘토상을 받은 후, 그의 소설과 시는 점차 20세기 세계문학의 고전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전까지 보르헤스는 자신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른 작가들 은 그를 단지 기교와 재주를 지닌 장인( 匠 人 )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그가 '창조해낸' 악 몽의 세계는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에 필적할 만한 것이라는 평을 받았고 일반적인 언어를 가장 지속성 있는 형태로 응축시킨 작가로 높이 평가되었다. 세르반테스 이후 스페인어권 최고의 문제작가로 일컬어지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단 한 편의 장편소설도 쓰지 않았다. 대신 픽션 으로 명명한 단편에서 작가로서 희구하는 모든 것을 치밀하게 요약해 냈다. '픽션들 (1944)은 보르헤스 문학의 본령으로 간주되는 두 번째 단편집으로 그의 주된 관심사인 자아와 시간의 문제를 천착한 열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문고판으로 200쪽밖에 안 되는 철학적 문학적 사유가 온축된 이 작품집은 예기치 못한 폭발 력으로 들뢰즈, 푸코, 데리다 등의 후기구조주의 사상가들과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비롯한 20세기 후반의 서 구 지성계를 흔들었다. 이 책이 불러일으킨 지적 충격은 이성주의의 한계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소설을 무한한 사유 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소설 문법의 창안에서 비롯됐다. 보르헤스는 새로운 세계 인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도발적 사유를 통해 탈근대 담론의 지적 경향을 선취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21세기 인문학 패러다임의 출발점에 위치시킨다. 철학과 문학의 경계적 글쓰기를 보여 주는 그의 픽션 은 흔히 경험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관념적인 허구의 세계를 다룬 지적인 가설 로 여겨진다. 실제로 픽션들 에 실린 많은 단편은 가상의 텍스트에 대한 주석으로서의 글쓰기라는 메타픽션적 성격을 지닌다. '픽션들 은 지배적 가 치체계의 전복을 통해 세계의 질서를 재정의하고 글쓰기와 언어 자체에 대해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환상문학의 형이상학적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초월과 무의미의 순수한 유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질서로 파악해 온 상투화된 현실 개념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자기반성을 통해 경험 세계 너머로 인식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더욱 심오 하게 현실에 관여한다. 그러나 복잡한 추상과 심오한 형이상학에도 불구하고 보르헤스에게 관념 자체는 심미적 상상 적 가능성만큼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형이상학 역시 환상문학의 한 분파 이며 그것이 내세우는 객관진리라는 것도 실상 상상력의 산물로서 우주에 대한 그럴싸한 묘사 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픽션들 에서 보르 헤스는 이념적 테제가 아니라 철학의 존재 의미 자체를 회의케 하는 급진적인 유희성을 통해 글을 쓰고 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 231

232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 :38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이다. 고리끼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는 와중에서 러시아 공산주의의 아버지 '레닌'과 굳건한 우정을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세기 초 당시 러시아 사회는 극심한 공황, 실업자의 증가, 임금의 저하, 지가 폭 등 등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합법적 활동으로 그것을 개선할 길이 막혀 있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과격화되고 노동자의 반정부운동이 고조되고 있었다. 소설 어머니 는 이러한 20세기 초 당시 시대 상황인 비위생적이며 생기 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음산한 분위기의 희망 없는 노동자촌을 묘사하는데 부터 시작된다. 고리키는 빠벨을 통해 한 평범한 노동자가 의식이 각성되고 노동자 계급의 강인한 전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빠벨에게 서 강인한 의지와 명확한 투쟁목표, 그리고 낙관적 신심 등 혁명적 노동자의 본질적 특징을 재현해내고 있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초 당시 러시아의 시대 상황이 어떻게 묘사되고 작가가 두주인공을 통해 표현 하려고 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남진정책이었던 크림전쟁( )에서 패배한 러시아는 1861년에 농노해방을 단행하게 된다. 농노해방은 러시아의 근대화를 의미했으며, 동시에 자본주의 발전을 자극했고,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 232

233 그에 따라 프롤레타리아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 공황으로 인해 신분상으로는 농노상태에 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경제적으로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 는 1902년 작가의 고향 부근인 소르모보 공장에서 실제 일어났던 표트르 자로모프 모자 체포사건 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역사적 구체성이 작품 속 현실을 통해 올바르게 묘사되어야 하고, 온갖 시련과 난관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주인공을 등장시켜 대중의 의식을 개조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요건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 소설로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아들인 빠벨이 혁명운동(사회주의 혁명가, 노동혁명)에 가담하자 무학의 홀어머니 닐로브나는 불안해하고 아들 걱 정하는게 전부였으나 스스로 혁명가들의 정신에 공감, 가담하여 여성혁명가로 성장한다. 빠벨은 메이데이(5월1일), 노 동자의 붉은 깃발을 들고 선두에서 행진을 하고 연설을 한 이유로 연행된다. 그는 탈출을 거부한채 재판을 받아 시베 리아로 유배를 떠나게 되고 닐로브나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아들의 연설을 전단지로 만들고 다른 지역의 혁명 가들에게 전달하려다 기차역에서 정부 스파이를 만난다. 전단지를 빼앗기게 되자 닐로브나는 기차역에 모인 민중들에 게 뿌리며 "폭행앞에서도 굽히지 않은채 진리에 눈떠야 할 것"을 호소하며 헌병들에게 사로잡힌다. 빠벨의 어머니인 닐로브나는 오랜 세월 노동과 남편의 폭력으로 늘 녹초가 된 몸으로 이에 대항하지 못하고 혹시나 남편을 자극하지는 않을까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그저 볼 수도 없 는 신에게만 의지할 뿐이다.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남편이 죽 고 나서도 아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어머니 닐로브나는 모든 폭력은 떠안은 전형적인 수동적 여성상으로 표현된다. 그녀는 감옥에서 풀려난 안드레이에게 글을 배우게 되는데 안드레이는 닐로브나가 빠벨의 어머니 만이 아닌 사회주의자의 어머니 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노동절 행사 주도 혐의로 빠벨이 두 번째로 잡혀간 뒤에 그녀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신념은 더욱 확실해진다. 닐로브나는 아들이 유형판결을 받은 뒤에도 빠벨의 연설문을 뿌리려 시도한다. 그러나 그녀는 경찰들에게 도둑으로 오인 받고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 정치범 빠벨의 어머니이며 자신의 신 념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는 경찰들의 손에 무자비하게 맞을 때까지 자신의 신념을 계속 지키며 죽음을 맞이한다. "피바다를 이루어도 진리는 죽지 않을 것이다... 억압과 폭력 속에서도 자신의 진정한 가치, 권리, 자유를 깨닫지 못하고 빼앗긴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서 닐로브나는 당시 차르 지배하에 있던 대다수의 러시아 민중들을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닐로브나가 사회에 눈을 뜨고 노동운동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은 단순한 개인의 각성과정 뿐 아니라 당시 러시아 민중의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이다. 작가는 러시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민중의 하나인 닐로브나가 열성적으로 노동운동에 헌신하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러시아 민중들에게 더욱 큰 자극을 주러고 했을 것이다.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 233

234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20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러시아의 작가 고골리의 장편소설로 작자의 대표작이며 19세기 러시아 소설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완전한 모양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제1부 뿐이다. 이 제1부는 1835년경에 쓰기 시작하여 7년 후인 1842년에 간행되었다. 일종의 피카레 스크(악한)소설이며 여행소설이다. 제1부 간행 후에 작자는 치치코프의 회오와 갱생을 그리게 될 제2부 집필을 착수하였으나 그의 예술적 재능과는 완 전히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자 자신도 2번(1845, 52년)에 걸쳐서 이 원고를 파기하여 현재는 불완전한 원고, 그것도 작자 사후에 간행(55)된 단편( 斷 片 )이 남아 있을 뿐이다. 20일이 구 러시아력으로 고골리의 탄생 200주년이다. 현재 쓰는 그레고리력으론 4월1일이다. 그가 말년에 살았던 모 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집은 박물관으로 단장되었다고 한다. 이 집에서 고골리는 <죽은 혼> 2부를 집필하다가 정신 적 동요를 못 이기고 원고를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단식에 들어간 지 아흐레 만인 1852년 2월 어느날 고통 속에 숨 을 거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234

235 죽은 농노를 사 모아 살아 있는 것처럼 등기하고 이것을 저당으로 하여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한밑천 벌 목적으로 각처의 지주를 찾아가는 치치코프라는 협잡꾼의 편력이 전편의 골자를 이룬다. 주인공 치치코프는 탐욕스러운 협잡꾼이다. 그가 시골 마을에 나타난 건 죽은 농노를 사들이기 위해서였다. 호적상 살아 있는 것으로 돼 있는 죽은 농노를 저당으로 은행에서 거액을 빌려 한 밑천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새 인구조 사 때까지 꼬박 꼬박 죽은 농노에 대한 인두세를 물어야 하는 지주들에게도 이익이었다. 그렇게 해서 치치코프는 죽 은 농노 400명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 <죽은 혼>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중의가 나타난다. 바로 속물 성 이다. 치치코프뿐 아니라 그가 만나는 지주들도 하나같이 탐욕적이고 인색하며 사납고 편집광적이다. 정신적으로 죽은 사람들이라고 할까. 심지어 이들 집의 가구들까지 주인의 분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풍자와 해학, 사실주의가 뒤 섞인 <죽은 혼>을 읽다 보면 절로 우리 시대에 죽은 혼은 누구인지 묻게 된다. 우리 나라에도 작품 <외투>로 널리 화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 작가가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고골리가 그 사람이 다. 고골리는 이 소설에 일부러 중의적( 重 意 的 ) 제목을 붙였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어에서 혼 을 뜻하는 두쉬 에 는 농노 란 뜻도 있다. 농노를 세는 단위로도 두쉬 가 쓰였다. 따라서 <죽은 혼>은 <죽은 농노>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내 번역본 가운데 <죽은 농노>란 제목이 있는 까닭이다. 그나마 이 책은 1842년 모스크바에서 출간될 때 엄 격한 검열 때문에 <치치코프의 모험 또는 죽은 혼>이란 이름으로 나왔다. 플롯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구성도 극히 산만하지만 비속의 대명사 같은 주인공 치치코프와 여러 가지 유형의 지주들(예컨대 인색한 프뤼시킨)의 리얼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희화)는 현실의 부정적 면에 대한 작자의 깊 은 통찰을 말해주는 위대한 창조로서 이 작품의 불멸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제명 죽은 혼 은 죽은 농노 를 의 미함과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죽은 자와 마찬가지인 이러한 인물들을 가리킨다. 고골리는 23세 되던 해인 1831년에 <지카니카 부근 마을의 야화>를 쓰면서 러시아 문단에 알려지고, 인정받게 되었 다. 그리고 고골리 자신이 나는 작가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러시아 지방 관료제를 풍자한 희곡 <검찰관>이 성공을 거둔 때였다. 이 희곡의 상연으로 말마암아 고골리는 관료제를 대변하는 언론의 야유와 비난을 피해 이탈리아 로 여행을 간다. 바로 이 시기에 고골리는 흔히 위대한 풍자적 서사시라고 일컬어지는 <죽은 혼>을 쓰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1842년 <치치코프의 모험> 혹은 <죽은 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미르스키는 이 작품을 가리켜 고골리의 문학적 성공 의 정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치치코프이고 이야기는 그 주인공과 죽은 농노들을 사들이고 이 죽 은 농노들을 저당잡혀 돈을 벌고자 하는 계획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는데, 인 구조사 이후에 죽은 농노들에 대해 농노의 소유자들은 인두세를 납부해야 했다는 것이 러시아의 한 단면이었다. 고골리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속물적인 삶을 풍자한 작가로 평가된다. 죽은 농노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 속 에서 고골리는 속물 근성의 극단을 보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치치코프는 바로 속물의 화신이다. 따라서 치치코프는 정신적으로 죽어가는 지주이자 정신적으로 죽은 혼이라고 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는 이 작품의 제목 <죽은 혼>은 죽 은 농노를 가리키지만, 작가 고골리는 살아있는 혼과 죽은 혼을 대비시켜 후자, 즉 정신적으로 죽은 속물의 형상을 부각시키려고 한 다. 이것을 조금 더 넓혀 이야기해 본다면, 러시아적인 삶에서 인간의 영혼이 사멸해버렸다는 것을 고골리가 보여 주려 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고골리는 이상에서 얘기한 점만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인가. 고골리는 이 작품을 단테의 <신곡>에 맞추어 구상하고 제1부에서는 인간의 속물적이고 추악한 모습을 그리는데 혼 힘을 쏟았다. 이런 점에서 <죽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235

236 은 혼> 1부는 단테의 <신곡( 神 曲 )>의 지옥편이라고 할 수있다 고골리는 이 작품의 2부를 썼는데, 여기서 그는 치치코 프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재교육시킨다. 그리하여 작가는 속물적이고 추악한 인간의 영혼이 점차 도덕적으로 개선되어 나가는 고통스런 과정을 그린다.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236

237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51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이 1976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197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되었다.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육군장교 출신의 조백현이 소록도병원장으로 취임, 환자들의 천국을 건설하겠다며 득량만 매립공사를 착수한 데서 시작하여 나환자들과 대립ㆍ갈등을 빚는다. 2부는 매립공사 기간의 조원장의 정신적 방황을, 3부는 조원장이 소 록도를 떠났다가 5년 후 일반 시민으로 돌아와 미감아 두 사람의 결혼을 주례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따라서 표면적 줄거리는 당신들의 천국 을 건설하겠다는 조백현의 꿈이 나환자들과의 대립을 통해 실패하고 다시 그 실패가 화 해를 가져온다는 것이지만, 그보다 진정한 작가의 의도는 인간사회는 천국을 만들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삶 의 의미를 재점검해 보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소설의 대답은 첫째, 권력은 사랑과 자유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되고, 둘째, 인간의 천국은 다른 인 간의 천국과 대립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록도라는 한 섬을 통해, 자유 없는 권력은 증오를 낳고, 사랑 없는 권력은 강요된 의무만을 요구할 뿐이라는 비관적 세계관을 도출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년 대 한국사회의 상징적 축도라고 볼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237

238 나환자들의 섬 소록도에 전직 군의관 출신 조백헌 대령이 새로 병원장으로 부임해 온다. 부임 첫날부터 원생의 탈출 사고가 일어나고, 조원장은 외부사람의 눈에는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 섬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 이 후 조 원장은 불신과 패배감에 젖어있는 섬을 바꿔놓기 위해 군인 특유의 저돌성과 끈기를 가지고 많은 난관들과 부딪혀 나가기 시작한다. 조원장의 간곡한 설득과 열정 어린 의지에도 원생들(소록도 병원의 환자들)은 그를 불신하며, 모든 사업계획들에 시 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지배자의 관점에서 원생들을 위한 천국을 건설하려 했던 역대의 원장들이 자신의 명예심과 과 시욕 때문에 원생들을 혹사시키는 등 결국 그들을 배반했다. 또한 그 권력에 빌붙어 개인의 안위를 위해 같은 원생이 서로를 배신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몇 번이나 겪었기 때문이다. 원생들이 겪은 배반의 대표적인 예가 일제시대 때의 원장 주정수이다. 그는 행복한 낙원의 건설을 장담했고, 그의 의지에 감동 한 원생들도 열심히 따라서 마침내 섬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차츰 주원장과 원생들의 관계는 절대적인 지배자와 그에 복종해야 하는 피지배자의 관계로 변질되게 된다. 원생들은 낙원의 건설을 위해 계속 되는 부역에 노예처럼 끌려 나가야 했고, 섬을 탈출해 나가는 사람마저 생기게 되었다. 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낙원에서 목숨을 걸고 빠져나가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권력에 아첨하는 무리들은 주원장의 동상까지 세우고, 매월 동상 참 배까지 의무적으로 하도록 만든다. 결국 주원장은 겉으로는 나환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완벽하게 확충된 '낙원'을 건 설해 놓고도, 바로 그 '보은( 報 恩 ) 감사일 날' 나환자의 손에 의해 살해당한다. 보건과장 이상욱은 조원장이 그 '주정수의 동상'을 되풀이 할 인물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러나 조원장은 섬사람들에게 지난날의 악몽을 씻고 이젠 내일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원생들은 조원장에게서 목숨까지 건 맹세를 받아내고서야 비로소 바다를 매립해 원생들의 농토를 만들자는 원장의 간척사업계획 에 동참하기 시작한다. 자연과 인간의 싸움,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몇 년에 걸쳐 힘겹게 치루어진다. 간척사업 동안 원생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했으나, 폭풍으로 인해 또는 자연침하로 인해 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돌둑은 번번이 가라앉곤 했고, 조원장은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불만과 불신을 묵묵히 인내하는 원생들을 지켜보아야 했다. 어느 날 도 당국에서 파견한 작업조사반이 섬에 들어온다. 간척장을 당국에서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분노한 조원 장은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다른 병원으로의 전임발령을 받고 만다. 어떻게 해서든 사업을 완성시켜 놓고 떠나고 싶었던 조원장은 모든 사실들을 원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사업을 빨리 진척시켜 줄 것을 독려한다. 한결같은 조원장의 헌신적인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고 있던 원생들은 조원장의 전임발령을 취소하라는 청원 서명 운 동을 벌이기에 이른다. 이상욱은 원장을 찾아와 이것을 중단시킬 것과 사업의 완성 여부에 상관없이 이 섬을 떠나라 고 충고한다. 간척사업의 과정에서 원생들은 이미 많은 것을 성취했으며, 그 사업의 완성을 보고 싶은 것은 혼자서 모든 일을 완성해 내고픈 원장의 욕심일 뿐이라고. 상욱은, 비록 원장은 '동상'을 지니지 않았다 하더라도 섬사람들이 스스로 지어 바칠 그 '동상'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조원장은 그 간척사업의 결말을 보지 못하고 섬을 떠나지만, 5년 뒤 민간인의 신분으로 다시 섬으로 돌아와 음성병 력자와 건강인 처녀의 결혼식에 주례를 맡는 등 섬사람들과 공동의 운명을 같이 하는 삶을 살며 믿음과 사랑이 바탕 된 진정한 천국의 건설을 꿈꾼다. 표면적인 구조만으로 볼 때, <당신들의 천국>은 조백헌이라는 야심 많고 정열적인 한 인물의 무용담처럼 보인다. 그 러나 작가의 진정한 의도는 그 조백헌의 단순한 제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에 대한 복합적인 비판에 있다. 그 비판을 가능케 하는 인물이 이상욱과 이정태이다.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238

239 제1, 2부의 기술은 조백헌에 관한 이상욱의 시선에 의지해 있다. 그의 시선은 조백헌이 자신의 동상을 세우려는 인 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소록도에 천국을 세운다는 미명 하에 조백헌이 실제로 하고 싶 은 것은 자신의 명예욕이나 과시욕을 충족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를 감시의 눈으로 지켜보게 되는데, 그 이유 는 다음과 같은 소록도의 과거 때문이다. 소록도에서는 일제 시대의 병원장이었던 주정수가 나병 환자들의 낙원을 건설한다는 미명 하에 개인의 명예를 얻 는 데만 열중하고 환자들은 강제로 노역시키고 임금까지 착취했다. 학대의 방법도 교묘하고 극한에 달하여 심지어 단 종( 斷 種 ) 수술까지 자행되었다. 표면적 성과에 의해 공로자가 된 주정수는 그를 기념하는 동상 앞에서 환자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러한 처참한 과거가 있었기에 소록도에는 바깥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뿌리가 깊이 내려져 있었다. 조백헌 원장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의지와 인내로 나환자들을 회유하고 결실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했다. 이 러한 조백헌 원장의 사랑 정신에 결국에는 이상욱도 감동하게 된다. 작가는 또 이정태 기자의 눈을 통해 복지 사회의 건설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랑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 여 주고 있다.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239

240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46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벽초( 碧 初 ) 홍명희( 洪 命 熹 )의 장편소설로 <임꺽정전>이란 제목으로 1928년 11월 21일 39년 3월 11일 [조선일보]에 연 재되고 40년 [조광] 10월호에 마지막으로 발표되었으나 미완으로 끝났다. 현재 유일하게 결정본으로 구할 수 있는 사계절판 <임꺽정>(전9권)은 지난 48년 전6권으로 출간된 을유문화사판을 현대표 기법으로 고쳤고, 벽초가 지난 40년 [조광]지 10월호에 발표한 부분(200자 약 85장)을 마지막에 붙인 것이다. 그러나 벽초 홍명희가 광복 직후 월북하면서 미완성으로 남겼고, 북한에서도 완성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선시대 최대의 화적패였던 임꺽정부대의 활동상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일제강점기 때 제작된 가장 방대한 규모의 대하장편역사소설로 봉단편ㆍ피장편ㆍ양반편ㆍ의형제편ㆍ화적편 등 5편으로 구성되었다. 봉단편ㆍ피장편ㆍ양반편에서는 화적패가 출몰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시의 혼란상을 폭넓게 그려나가면서, 임꺽정의 일 생을 중심으로 하여 그와 연관된 이봉학ㆍ박유복ㆍ배돌석ㆍ황천왕동이ㆍ곽오주ㆍ길막동이ㆍ서림 등 여러 인물들의 이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의형제편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특정한 계기를 통해 마 침내 의형제가 되어 청석골에서 조직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240

241 화적편은 그 후 이 집단이 벌이는 일련의 활동상이 그려져 있다. '살아 있는 최고의 우리말사전 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토속어 구사가 뛰어나며, 근대 서구소설적 문체가 아닌 이야 기식 문체를 통해 박람강기( 博 覽 强 記 )의 재사인 작가가 구연하는 한 판의 길고긴 이야기이다. 당시 홍명희는 조선의 3대 재사로 칭송받아 왔다 세기에 융성했던 야담( 野 談 )과 민간풍속ㆍ전래설화ㆍ민간속담 등을 풍부하게 살렸 다. 문학사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시 사회 변동의 전모를 그린다는 역사소설의 독특한 성격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둘째, <임꺽정>은 방대한 분량의 장편 역사 소설로서 인물 설정, 세부 묘사가 1930년대 다른 역사 소설과는 다른 형 식을 취하고 있다. 셋째, 조선시대의 민중들의 삶 의식과 정조를 일관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넷째, 상층 사회의 타락에 대한 반성과 하층 사회의 변혁 의지를 통한 사회 개혁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작가 의 민중 의식이 드러난 작품이다. 이러한 사실은 1930년대에 성행한 한국 역사소설을 현실 도피나 비유적 장치, 복고주의로만 특징지을 수 없는 작품 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작품의 리얼리즘 정신은 1970년대에 들어서 <장길산>이나 <객주> 등의 장편 역사소 설로 계승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임꺽정은 경기도 양주골 백정인 임돌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놈 인데 부모를 걱정시킨다고 하여 걱 정 이라고 하던 것이 꺽정 으로 되었다. 꺽정은 열 살 때 갖바치(가죽신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아들과 결혼한 누이를 따라 서울로 와서 갖바치와 같이 살면서 그에게 글을 배웠다. 양주팔은 본래 학식이 높은 데다 묘향산에 가서 도인 이천년에게 천문 지리, 음양 술수를 배우고 와서는 세상의 이 치를 깨닫고 학문에 두루 통달하여 당대의 명망 높은 조광조 등과 교유했다. 꺽정이는 글공부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검술을 익혔다. 이때 박유복과 이봉학은 임꺽정과 의형제가 되었다. 갖바치는 기묘사화를 보고 나서 혼란스러운 정국을 예견하며 임꺽정을 데리고 전국을 유랑했다. 꺽정은 곳곳에서 백 성들의 고난에 찬 삶의 모습들을 접하게 되며, 백두산에 가서 황천왕동이 남매를 만나고 황천왕동이의 누이 운총과 결혼하여 양주로 돌아와 아들 백손을 낳고 평범하게 살았다. 임꺽정은 서른다섯 살이 되어 여러 도적과 합세하여 봉산 황주 도적이 되며, 38세 때 6명의 산적 두령과 함께 의형 제 결의를 맺었다. 그들은 황해도 산적들의 소굴인 청석골을 차지해서 도적질을 했다. 평산에서 관군과 접전해서 승 리하고 그러는 가운데 한양 나들이를 갔다가 여러 첩을 맞이하여 방탕하게 지냈다. 그러다 다시 청석골로 돌아와서 위기에 처했다. 부하와 부인이 잡히자 전옥을 파괴하고 위험을 느끼자 소굴을 여러 군데로 나눠만들었다. 그 해 관군과의 접전을 벌인 평산 싸움에서 관군이 패하고 임꺽정이 승리했다. 이것이 이 작품 의 마지막으로, 임꺽정이 잡혀서 처형되는 생애의 마지막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임꺽정( 林 巨 正 )>은 전설적 소설이었다. 일제 시대에 나온 우리 근대 문학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민족문학적 가 치가 뛰어나며, 최초의 본격적 역사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이 일반에게 존재조차 소개되지 못한 것은 이 소설 의 작가인 홍명희가 월북작가( 越 北 作 家 )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월북작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 소설도 1991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241

242 년에 와서야 비로소 한 출판사에 의해 열 권짜리로 간행, 소개되었다. 홍명희( 洪 命 熹 )는 일제 시대에 최남선, 이광수와 함께 조선의 3대 천재 라 불렸던 사람이다. 1888년 충북 괴산에 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인 금산 군수 홍범식이 1910년 한일합방에 항거하여 자결해 버리자, 이에 충격을 받고 중국, 남양 등지를 7년 동안 방랑하며 지내다가 고국에 돌아와 연희 전문(현, 연세대학), 중앙 불교 전문(현, 동국대)의 교 수를 역임하다 해방이 되면서 [조선문학가동맹]의 위원장으로 추대되었다가, 영원한 남북의 분단을 막고자 협상을 위 해 북으로 간 이후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그가 장장 12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 <임꺽정>도 묻혀버리고 말았 던 것이다. 임꺽정은 실존했던 인물이다. 경기도 양주골 백정인 임돌 의 아들로 태어나서 이름도 원래는 놈 이었는데 부 모를 걱정시킨다 하여 걱정 이 되었고, 음이 변하여 꺽정 이 되었다. 그가 살았던 조선조 명종대( 明 宗 代 )는 삶 의 터전을 잃고 유랑하면서 고달픈 삶을 사는 백성들이 많았다. 이들 중 일부는 집단을 이루어 도적질 등을 하면서 목숨을 이어가기도 했는데, 특히 황해도 구월산 근처에는 산적의 무리들이 많았다. 엄격한 신분 사회였던 당시, 임꺽 정은 최하층 계급인 백정으로 태어났으나, 타고난 장사( 壯 士 )인데다 사람됨이 녹록치 않았기에 서른다섯 살에 여러 도적과 합세하여 봉산 황주의 도적이 되고, 38 세 때 6 명의 산적 두령과 의형제를 맺고 황해도 산적들의 소굴인 청 석골을 차지해서 활동하다가 드디어 구월산 산적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는 단순히 도적질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썩은 관리와 못된 부자들을 혼내 주고 그들로부터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의적( 義 賊 ) 이라고 불렸다. 임꺽정의 세력이 너무 커지고 지방 관리가 습격을 당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아지자, 조 정에서는 몇 차례 군사를 파견한 끝에 이들을 진압한다. 이 소설은 여러 번 집필이 중단되기도 했고, 1940년 [조광] 10월호에 마지막으로 게재되기까지 약 12년이 걸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작가는 이 작품을 다 완성하지 못했다. 실제로 쓰여진 것은 관군이, 체포된 임꺽정의 모사 서림 을 앞세워 꺽정의 무리를 토벌하기 위해 출동하는 부분에서 미완성인 채로 끝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타계( 他 界 )해 버렸기 때문에 이 소설은 영원한 미완성품이 되었으나, 그럼에도 불 구하고 뛰어난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규모가 워낙 크고, 구성이 웅장하며, 옛날 이야기풍의 구수한 전래 민담( 傳 來 民 談 )을 풍성하게 담고 있는 점, 순수한 우리말 어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이 오 늘날의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문학적 성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가치는, 역사 속에서 푸대접받고 있던 서민 백성들의 삶을 다시 새롭게 묘사하고, 그 들을 우리들 눈 앞에 생생히 부활시킨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족문학 이란 점에 있다 하겠다.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242

243 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37 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클라인바움의 소설. 이 소설은 1959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부닥친 현실과 너무 똑같 은 학교이기에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소개되어 숱한 학생들과 교사들 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웰튼 아카데미는 동부의 명문 사립대학 진학 예비교로, 하버드나 예일 대학 등 이른바 아이비 리그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려는 좋은 집안 아이들이 모인 곳이다. 자연히 이들에게는 규율과 규범, 전통이 강조되고 대학 진학을 위한 공 부가 강조된다. 청소년 시절의 낭만이라든가 호기심, 열정 등은 위험한 요소로 취급되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묻고, 희망과 꿈을 가지려 했던 반항의 시간이 있었고, 좌절을 겪으며 성숙하는 소년들의 삶이 있었 다. 부모님의 차별 대우로 자기의 벽을 쌓고 있는 토드, 끓어오르는 사춘기의 활력과 모험심에 불타는 찰리, 사랑에 눈 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243

244 뜨게 되는 녹스, 부모님의 반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극을 몰래 해야 하는 닐, 규범과 전통이라는 틀에 스스로 맞춰 가는 모범생 카멜론, 이들은 웰튼 아카데미에서 같은 방을 쓰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의 나이에 걸맞게 꿈틀거리는 희망과 젊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폐쇄된 학교 분위기는 이들 의 열정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소년들에게는 성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미래만 있을 뿐 오늘이 없다. 내일을 위해 삶을 저당잡히고 사는 것과도 같다. 그때 그들 앞에 한 교사가 나타난다. 이 다섯 사람에게뿐 아니라 웰튼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에게 새바람을 불어넣 어 준 사람, 존 키팅 선생이다. 그는 새로운 수업 방식과 사상으로 학생들에게 충격을 준다. 시를 공부하는 것조차 지 식을 암기하듯 딱딱하게 공부해 왔던 아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너희들에게 언어와 말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을 가르치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누가 뭐라 말하든 언 어에는 이 세계를 변혁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시를 읽는 것은 그 사람이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이고, 인류라고 하는 것은 정열이 넘치는 생물이기 때문이 다. 의학이나 법률이나 은행업은 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나 로맨스, 사랑이나 아 름다움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있는 건가? 시는 우리들 인간의 삶의 양식이다! 소년들은 키팅 선생과 만남으로써 성장해 간다. 우수한 형의 그늘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이해와 사랑을 받지 못했던 토드는 자기 속에 웅크리고 있던 삶의 자세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오히려 자기 안에 있는 감수성을 눈뜨게 하고 시를 써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을 기른다. 차분한 모범생 녹스도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키워 내며, 챨리는 사춘기의 호 기심을 억누르지 않고 세계를 넓혀 간다. 물론 이들은 성장하는 소년들이기에 시행착오를 저지르기도 하며, 시련에 부닥치기도 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에 출연했다가 들킨 뒤, 작시 인생을 쥐고 흔드는 냉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죽음을 택한 닐의 모습이야말로 꿈과 희망을 빼앗긴 청소년들의 시련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 소설은 거의 비극으로 끝난다. 아이들은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인생을 찾아주고자 했던 키팅 선생의 노력도, 자기 꿈을 펼쳐 보고자 했던 아이들의 솟아오르던 희망도 모두 좌절되었다고 생각한다. 키 팅은 실패자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닐의 죽음에 키팅 선생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가르침이 잘못되었 다고 말하는 카멜론 같은 학생을 보면서 아이들은 인간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러나 소년들은 그를 믿고 따르고 있었다.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벽 안에서 힘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옳고 그른 것 마저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해, 선생님, 나의 선장님(Captain, Oh, my Captain!)" 이라 외치며 책상 위에 올라서는 소년들의 모습은 무엇이 이들 에게 남겨졌는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새롭게 세상을 보는 방법, 책상 위에 올라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보는 방 법, 인생의 새로운 의미가 이들에게 남아있는 것이다. 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244

245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09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최명희( 崔 明 姬 )가 지은 장편소설로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장편소설공모 에 제1부가 당선되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다. 1988년 9월부터 제2부가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1995년 10월까지 만 7년 2개월 동안 계속되어, 국내 월 간지 사상 최장기 연재기록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 1990년 12월에 제1부와 제2부가 네 권 분량으로 [한길 사]에서 출간하였다. 이후 [신동아] 연재 부분과 새로 집필한 부분이 더해지고 기존 출간 부분도 대폭 수정 보완되어, 최종적으로 1996년 12월에 전 5부 10권으로 [한길사]에서 출간하였다. 이후 작가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투병하던 중 에도 제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끝내 집필하지 못하고 타계하여, 1996년 에 간행된 판이 최종본이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남원의 매안 마을과 거멍굴을 중심으로, 매안 이씨 가문의 삼대를 이루는 청암 부인과 그 아들 이기채 부부, 손자 이강모 허효원 부부, 그리고 거멍굴 천민인 춘복이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245

246 등이 주요 인물이 되어 펼쳐진다. 이야기는 강모와 효원의 혼례 장면을 기술한 것으로 시작된다. 둘의 결혼생활이 순탄치는 않으리라는, 예사롭지 않은 전조가 드러나는데, 실로 신부는 초야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 고 수모를 당한다. 그도 그럴 것은 신랑 강모가 사촌누이 강실이와 상피( 相 避 )를 범하며 비극적 사랑을 하던 터이다. 급기야 강모는 방황 끝에 만주행을 결행하고, 효원은 외로이 공규( 空 閨 )를 지키며 매안 이씨 가문을 이끌어 가야 하 는 비극적 운명을 시할머니 청암 부인으로부터 이어받는다. 청암 부인은 청상과부로서, 쓰러져 가는 가문을 일으키며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로서, 매안 뿐만 아니라 민촌 거멍굴 사람들에게도 신임이 두텁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전기로, 그간 잠재되었던 반상( 班 常 )의 갈등이 표면화 되고, 격동기에 힘을 잃어 가는 가문을 되살릴 책무가 효원에게 부여되기에 이른다. 한편 거멍굴 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춘복이는 변동천하 를 꿈꾸며, 양반가 처자 강실이를 사모하여 자신의 아 이를 수태시키는 상징적인 행위를 행동에 옮긴다. 결국 이 때문에 강실이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효원의 도움으로 이를 모면하는 듯 사건이 진행된다. 소설이 미완인 상황이라 사건의 전모를 이 이상 가늠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소설의 이야기가 이런 사건을 중심으 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닌 터라 그 줄거리를 단언할 수는 없다. 그 줄기에서 확산된 이야기의 분량과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원고지 1만 2000장 분량의 대하소설로, 1930년대 전라북도 남원의 몰락해 가는 한 양반가의 며느리 3대 이야기를 통 해 당시의 힘겨웠던 삶의 모습과 보편적인 인간의 정신세계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특히 우리가 인간의 본원적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는 작가의 말이 고스란히 표출된 작품으로, 호남지방의 세 시풍속, 관혼상제, 노래, 음식 등을 생생한 우리 언어로 복원해내 우리 풍속의 보고( 寶 庫 ), 모국어의 보고 라는 평 가를 받았다. 문학평론가 김열규는 전통적인 소재, 유교적인 이데올로기, 지역민속지적 기록, 그리고 가문사 등이 어울린 민족 학적 서사물 또는 자연서사물 로, 소설가 이청준은 찬란하도록 아름다운 소설 로, 유종호는 일제 식민지의 외 래문화를 거부하는 토착적인 서민생활 풍속사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 으로 평가하는 등 1990년대 한국 문학사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작가 최명희는 이 <혼불> 완간 4개월을 앞두고 난소암에 걸렸으나 주변에 알리지도 않은 채 오로지 집필에만 매달린 끝에 1996년 12월 완간, 2년 뒤인 1998년 12월에 죽었고, 이 작품으로 단재상 문학부문, 세종문화상, 여성동아 대상, 호암상 예술상 등을 받았다. 1997년 7월, 각계 인사들이 모여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 결성되 었고, 1999년에는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에 작가를 기리는 문학마을인 혼불마을 이 조성되었다.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246

247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42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영국의 시인, 소설가인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로 1886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이중인격적인 이상( 異 狀 ) 성격을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다. 이중인격이란, 한 사람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인격을 갖고 그것을 교 대로 표출해 내는 상태를 말한다.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욕구, 소망이 의식에서 분리, 독립하여 의식의 한 귀퉁 이에 남아 있다가 이중인격의 한쪽으로 굳어지는 일종의 정신 질환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86년 간행. 학식이 높고, 자비심이 많은 지킬박사는 인간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악의 모순된 2중성을 약품 으로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상에서 약품을 만들어 복용한 결과, 악성을 지닌 추악한 하이드로 변신하였다. 그리 고 점차 악이 선을 이겨, 약을 먹지 않아도 하이드로 변신하여, 지킬박사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마침내 하이드는 살인을 하고 경찰에게 쫓겨, 체포되려는 순간 자살하여 모든 것을 유서로 고백한다. 헨리 지킬 박사는 유명한 의학자이자 왕립협회 회원으로, 학식이 높고 자선심( 慈 善 心 )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러나 인 간 내부에 있는 선ㆍ악의 모순된 두 감정을 약품으로 분리해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약품을 만들어 복용한 결과, 악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247

248 하고 추한 하이드로 변하였다. 법률 고문이면서 오랜 친구인 아타슨 변호사는 이를 지켜보고 동료 의학자인 라니용 박사에게 상담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 후 1년이 지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안개 낀 어느 밤, 하이드는 템즈 강변에서 우연히 만난 카알 상원의원을 말다툼 끝에 지팡이로 때려죽인다. 사건 직후에 버려진 지팡이와 지킬에서 모습을 감추라는 내용의 하이드의 편지를 보고 필적 감정가는 이것이 지킬의 것임을 밝혀낸다. 2개월 후, 라니용 박사는 지킬이 사망 또는 실종할 때까지 개봉해서는 안 된다 라고 쓴 유서를 아타슨 변호사에 게 남기고 병사한다. 이 때 지킬이 하이드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타슨 변호사가 뛰어가 보니, 실험대 위에 지킬의 의복을 걸친 하이드의 시체와 아타슨을 상속인으로 한 유언장, 지킬의 <고백>이 함께 남겨져 있었다. 아 타슨은 먼저 라니용의 유서를 읽는데, 카알의 살인범인 하이드가 바로 지킬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충격으로 인해 죽게 되었음이 밝혀진다. 지킬의 고백서에는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고, 하이드가 다시 지 킬로 돌아가려면 두세 배의 약이 필요한데, 약을 구할 방도가 없어서 자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늘날 이중인격이라 하면 이 작품의 제명을 연상할 정도로, 이 작품은 현대인의 성격분열을 암시한다. 그 착상이 특이하고, 근대적인 스릴도 있어 작자의 유니크한 작품으로 평가되나 인간이 지닌 대립모순의 심리적 추구가 부족하 다. 특이한 줄거리와 소재로 현대인의 성격 분열을 미리 암시한 괴기소설이다. 그러나 모순적인 이상 심리에 대한 세 밀한 심리 분석이 부족하므로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흔히 이 작품에 대해 지킬을 선인, 하이드를 악인 으로 딱 잘라 구분해서 선인과 악인이 수시로 변모, 교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킬 박사는 대단한 선인이라기보다 평범한 한 남자에 불과하다. 즉, 내면에 악에 대한 욕구를 품고 있다가 그것에 가끔 굴복하고 마는 보통 우리들의 모습이다. 지킬이 남과 다른 점은 내적 이 중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약의 힘으로나마 악한 본성을 제거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본성 을 변화시키려 한 것은 신의 권능에 대한 도전, 즉 자연의 순리에 벗어나는 것이므로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이다. 약의 힘으로 순수한 악인이 된 하이드는 보통의 문학 작품들 속에 나오는 악인들과 달리, 수십 년간 지킬의 내부에 서 악한 성향이 억제되어 왔기 때문에 외모까지 발육 부진의 상태로 묘사되고 있다. 영혼과 육체를 하나로 연관지어 파악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248

249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16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박영한의 연작소설로 1988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서울 근교의 우묵배미라는 농촌을 삶의 무대로 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소설이다. 이 연작들은 각각 자체의 형식적인 완결성을 갖춘 중편들이지만, 전체가 한 편의 장편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왕룽 일가>는 <왕룽 일가>, <오란의 딸>, <지옥에서 보낸 한철> 등 세 편의 중 편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왕룽 일가> : 홈 드레스 와 검정 고무신 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두 개의 사건은 불광동 새댁의 시 집살이와 필용씨의 늦바람이다. 불광동 새댁은 필용씨의 며느리가 되어 우묵배미에 와서 살게 된 서울 여자이다. 그녀는 어떤 대학의 관광과를 3년 중퇴하고 어느 유명한 관광지의 1급 호텔의 프런트에서 일을 보면서 세상의 갖은 호사는 다 보고, 듣고, 실제로 멋쟁이 신사들과 골프까지 어울려 본 적이 있다. 도시의 겉멋이 배일대로 밴 이 새댁 의 모습이란, 가령 간단한 읍내 나들이에도 가히 정장이라 해도 좋을 무거운 옷차림이기 일쑤였고, 화장이며 걸음걸 이는 서울 영동의 여인을 방불케 하였으며, 어느 날은 온 집안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절구질입네 맷돌질을 하고 있는 데, 이 눈치 없는 며느리는 멋들어진 바바리에다 귀걸이에 선글라스까지 처억 끼고 대문간을 들어서서 시어머니의 눈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249

250 흘김을 받는 따위이다. 이런 며느리가 평생을 흙 속에서 개미처럼 일하고 알뜰하게 돈을 모은 필용씨 내외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었으 니, 그 집안이 조용할 리가 없다. 세련된 홈 드레스를 걸치고, 싱크대 앞에서 가스 레인지를 척 켜는 데나 어울릴 새 댁의 태도가 구정물이 들어가 질컥거리는 검정 고무신의 풍속에 적응하기까지, 그 웃지 못할 희극적 사건들을 작가는 솜씨 있게 펼쳐 보인다. 시집을 올 때 가져온 소파에 컬러 텔레비전에 얽힌 말썽, 목욕ㆍ화장품ㆍ시부모의 빨래ㆍ시 궁쥐 따위에 얽힌 말썽 등에서 상충되는 두 문화가 빚어내는 갈등의 풍속도가 박진감 있게 묘사된다. 이 사실적인 풍속도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여기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혼 드레스와 검정 고 무신의 갈등의 풍속도를 통해 작가가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서 지극히 평범한 삶까지도 그 바 탕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용씨의 늦바람 사건도 이러한 주제의 변주를 보여준다. 필용씨는 읍내에서 손꼽을 만한 부자이며, 마을 안팎에 구 두쇠로 소문이 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배운 것도 물려받은 것도 없었으나, 지독한 근검 절약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며, 땅을 사랑하고, 땅에의 집착이 유달리 강한 전형적 농군이다. 그는 농사 짓는 일과 돈 아끼는 일밖에 모르는 사 람이다. 그의 아내 역시 전형적인 시골 아낙으로 평생 흙 속에서 불평 없이 살아왔으며, 근검 절약에 있어서도 필용씨 못지 않다. 그런데 이들 부부지간에 불화가 생기게 된 것이다. 며느리 때문에 크게 부부 싸움을 한 후, 두 사람의 관계는 극히 이기적이고 영악스럽게 변한다. 별거를 거쳐 마침내 이혼까지 거론되는데, 위자료 문제로 인한 실랑이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의식의 변화는 놀랄 만하다. 그 의식은 아무래도 유치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미 순박한 구두쇠 농사꾼으로서의 의식이 아니라, 영악하고 이기적인 거간꾼으로서의 의식이다. 필용씨 아내의 합리적인 위자료 계산법이나, 필용씨의 터무니없는 구두쇠 계산법 은 다 같이 영악한 것으로, 그들이 살아온 삶의 근본과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들의 실랑이는 아내와 아들 부부에게 읍내에 천여만 원 정도의 연립을 장만해 주어 분가하는 것으로 일단 락된다. 보다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아들 부부를 내보내고 나서 필용씨에게는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난 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농사일밖에 모르던 필용씨가 바깥 출입을 자주하고 또 외출 시간도 길어지더니 생활 태도까지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필용씨에게 새로운 생활이 펼쳐졌기 때문인데, 새로운 생활이란 곧 늦바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늦바람은 그 여인이 필용씨의 돈을 훔쳐 달아남으로써 우습게 끝나 버리고 만다. 분가와 늦바람이라는 이 희극적인 풍속도 역시, 홈 드레스 문화와 검정 고무신 문화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용씨와 같은 철저한 농사꾼조차 밀려드는 홈 드레스 문화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시적이나마 검정 고무신이 공존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이 시대에는, 불광동 새댁이나, 필용씨 내외나 모두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란의 딸>: 필용씨의 딸 미애가 당한 폭행 사건이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축으로, 성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관념, 혹은 태도가 대비된다. 그 하나는, 생각과 관련된 건강한 성이고, 다른 하나는 황음( 荒 淫 )과 관련된 타락한 성이다. 미애는 발랄하고 당돌하며 외면적으로 도시물을 먹은 여자이며, 또 미인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자면, 되바라진 아가 씨다. 아무 남자하고나 스스럼없이 즐긴다거나 혹은 나 에게 당돌한 접근을 시도한다거나, 아니면 마을의 온갖 낯 뜨거운 소문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태도 등에서 그녀의 성품이나 품행이 단정치 못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또 다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250

251 른 몇몇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러한 미애의 느슨한 성 관념에 있어 성이 타락에 가까이 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성의 천진난만함에 더 가까이 가 있는 것임이 드러난다. 가령, 나 와의 은밀한 만남이나 대화에서, 미애가 의외의 부끄러움과 순결함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된다. 미애뿐만 아니라, 필용씨의 성격도 성에 관한 한 건강하다. 그는 나 와 내 아내 앞에서 거리낌없이 자기 소의 커 다란 생식기를 건드리며 그것의 건강성을 자랑한다. 그는 건강한 생명성에의 외경심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미애와 필용씨의 이와 같은 건강한 성 관념은, 성 윤리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근본 바탕이 순수하고 건강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외면적 삶의 태도가 전혀 달라 상극일 것 같은 부녀가 뜻밖에 아주 잘 통하는 사이가 되는 것 이다. 아버지의 늦바람을 두둔하는 미애의 태도나, 딸과 상통하는 점이 있는 말썽꾸러기 13호 처녀 소를 지극히 아끼 는 필용씨의 태도 등에서 보듯 부녀간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런데 우묵배미의 삶에서는 이러한 건강한 성 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그 대신 타락한 성 관념이 확산된다. 최근 들 어 이 마을에는 여러가지 범죄가 빈발한다. 조렝이 건널목의 살인 사건, 여공 아가씨와 별장 연립 에 사는 여자가 당한 변고( 變 故 ), 여고 졸업반인 명자의 피해 등등으로 동네가 살벌해졌고, 미애가 당한 사건도 그 중의 하나다. 이러 한 범죄는 급변하는 풍속의 파급 현상들이라 할 수 있다. 철없는 시골 젊은이들은 이 환락의 근처에서 방종과 황음( 荒 淫 ), 그리고 경제적 불공평에 대한 반감 을 몸에 익 히며, 하루가 다르게 뻔뻔스러워져 가게 된다. 그러니까 최근 이 마을에서 발생한 범죄의 근본 원인은 걷잡을 수 없 는 풍속의 타락이며, 그 타락은 황음화( 荒 淫 化 )된 성 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마을에서 성에 관한 소문은 터무니없이 증폭되고, 또 재빠르게 잔파된다. 명자나 미애의 경우, 사건 그 자체보다 도 소문 때문에 더 큰 곤욕을 치른다. 나 도 아내가 젊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첩을 데리고 사는 것이란 소문에 시달린다. 이러한 현상은 마을 사람들이 성에 관한 상념을 상실하고, 성을 외설스럽게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을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성은 더 이상 건강한 생식이 되지 못하고, 다만 수치스럽고 유혹적인 황음( 荒 淫 )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소설의 첫머리에서 이장이 동네 방송을 하는 어투에서도 발견된다. 그리고 형수라는 인물은, 이 이야기에서 미애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원래 모습은 기골이 정정하고 우직하 며 맘씨 좋은 농부상 이며, 미애의 사랑을 얻기 위해 체면을 가리지 않고 열성을 보이는, 근육이 고루 발달한 종 모우( 種 牡 牛 )를 연상시키는 듬직한 체구의 사내 로, 시골에서라면 상당한 재목감 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인물의 언행에서 한심스러운 타락의 징후가 나타난다. 형수가 나 를 불러내어 술집에서 미애 문제를 상의할 때, 처음에는 순박한 태도였지만, 술이 거나해지자, 막돼먹 은 유치한 상소리를 해대고, 그 눈빛에서는 인간을 제 발 아래 꿇어앉히기 좋아하는 자들의 그 무자비한 폭력성과 권세욕 이 이글거린다. 뿐만 아니라, 연적( 戀 敵 )인 작은 수정사를 불러내어 치사한 거짓말을 하여 그와 미애 사이를 갈라놓기도 한다. 한마디로 형수는 바탕이 훌륭한 시골 청년이었으나, 타락한 시속( 時 俗 )에 물들어 자신도 모르게 점 점 비뚤어져 가는 젊은이다.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소문과 형수의 변모는, 타락한 황음의 성 관념이 건강한 생식의 성 관념을 축출하는 풍속 속 에서 우리의 일상적 삶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오란의 딸>은 생식과 관련된 건강한 성과 황음에 관련된 타락한 성의 대비를 통하여 환락의 범람이 순박하고 평범 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떤 식으로 변질시키는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251

252 '살랑거리며 살짝 스쳐지나가는 봄바람과 같은 성품의 소유자 인 홍씨가, 활극의 주인공처럼 살아가게 되는 과정과 그 배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나 는 전원생활이 주는 신선한 새벽의 평화를 마음껏 음미한다. 새소리와 감미롭고도 건강 한 상상을 제공하는 시골의 새벽은, 나 에게 힘과 행복감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새벽의 평화는 침상에서 일어나 자마자 무참히 깨져버린다. 폭발음이 들리고, 짱구 아빠의 경운기가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새벽 잠자리에서 맛보았던 감미로운 전원의 평화는 꿈의 연장일 따름이고,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우묵 배미의 삶은 활극이 벌어지는 지옥임이 확인되는 것이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 은 이 활극의 관찰과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조용하고 평화스러울 것 같은 마을에 싸움이 그칠 날이 없다. 필용씨의 6촌 친척이 되는 여주댁네는 다섯 식구가 세 들어 산다. 여주댁과 홍씨가 싸움의 주선율( 主 旋 律 )을 연주하고, 주리네, 배 서방네, 뚱자네 등이 싸움의 반주( 伴 奏 )를 한다. 한마디로 이 모든 분란의 촉발은 금전 문제에서 기인한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돈 문제의 비중이 극히 낮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시골 마을에서 돈 문제로 매일 싸움이 벌어지 는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홍씨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홍씨는 지독한 주정뱅이요, 마을 의 골칫거리이다. 그는 불만을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홍씨는 나의 일과 남의 일을 구분할 줄 모르는, 마음씨 좋고 솜씨 좋은 일꾼이다. 그는 나 의 집을 솜씨 있게 수리해 주기도 하고, 여주댁의 여러 가지 잡일도 보상을 바라지 않고 잘 해 준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연 과 어울린 전통적 삶의 양식이 철저하게 몸에 밴 사람이다. 그가 새 사냥 천렵 돌구이 등등에 남다른 재주를 가졌 다거나, 그의 돼지 잡는 솜씨는 예술적이라 할 만큼 훌륭하고 경건하다는 데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그는 순박하고, 부지런하고, 재주가 많은 사람으로, 전통적 삶 속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간 상이다. 이러한 인물이 술주정과 일탈( 逸 脫 ) 행동을 일삼으려는 활극의 주인공이 된 까닭은, 사람들이 그의 최소한의 생존 근거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수십 억을 가진 광용씨가 그의 눈꼽만한 월급을 떼어먹는다든가, 혹은 그의 적빈( 赤 貧 )을 약점 삼아 여주댁이 그를 마음껏 부려먹는다든가, 혹은 배 서방네가 그의 병든 아내를 팔아 잔치떡을 독식한다든가, 혹은 없이 산다고 도둑의 혐의를 씌운다든가 하는 세상에서, 그는 어울리지 않는 영악한 계산과 적개심의 칼날을 지녀야만 했던 것이다. 평화롭고 푸근한 인정이 있을 것 같은 우묵배미가 법 없이도 살고, 하루 세끼면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할 홍씨를 짓 밟고 착취하는 마을이 된 셈이다. 그런데 홍씨 같은 사람마저 주정뱅이로 만들고, 또 영악하게 만드는 이와 같은 환경의 변화는 주로 외부의 힘에 의 해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울의 알부자인 광용씨가 홍씨의 월급을 떼어먹음으로써 최초의 홍 씨 일탈을 촉발하고, 장씨는 홍씨에게 좋지 못한 충동질을 하여 마을을 떠나게 만듦으로써 홍씨의 삶을 더욱 초라하 게 만들어 버린다. 홍씨의 결정적 파탄이 외부의 영악한 인물들에 의해 초래된다는 사실과, 외부 세상의 타락이 우묵 배미의 삶을 변질시킨다는 점은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절묘하게 암시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여주댁 뒤란에 있는 밤나무에서 밤 서리를 했다는 일로 여주댁 과 배 서방네가 일대 격전을 벌여 온 집안이 난리통이 되었을 때, 고물장수 병삼이가 슬그머니 나타나 마당에 나뒹구 는 세숫대야를 우그러뜨려 부대에 주워담고, 또 뒤란에 가서 홍씨가 키우는 닭을 훔쳐가 버린다. 고작 밤 몇 줌 때문 에 우묵배미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싸울 때, 외부 사람이 나타나 실속을 차리고, 우묵배미 사람은 결국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두 가지 후일담을 밝혀놓고 있는데, 그 하나는 소값 파동으로 우묵배미 사람들이 큰 손해를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252

253 보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을 떠났던 홍씨가 장씨하고 싸우고 다시 우묵배미로 돌아와 여주댁 일꾼이 되었다 는 사실이다. 이 후일담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의미는 월급 2만원 인상이나 술값 따위의 자잘한 이유로 촉발되는 우묵배 미의 활극은 피라니 제 살 뜯기식의 싸움이다. 외적 조건 때문에 불합리한 경제 공간이 되어 버린 우묵배미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더 영악하고 치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런 울화통 터지는 사정 아래서 여주댁이나 홍씨가 영약스러워지긴 했지만, 작가는 <왕룽 일가>와 마 찬가지로 이들도 애정과 긍정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작가 박영한은 그의 등단 작품인 <머나먼 쏭바강>을 비롯하여 <인간의 새벽>, <노천에서> 등 일련의 장편에서, 우리 민족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소설적 탐구를 시도한 작가이다. 그는 민족 의식, 자유, 양심, 전쟁, 이데올로기, 휴머니 즘, 분단 현실 등의 중량감 있는 주제를 거시적( 巨 視 的 ) 상상력에 의해 구도화해 낸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 가된다. 그러나 이런 소설들은 삶의 구체성보다는 관념적 추상에만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었다. 그의 관념적 세계에 대한 분 석과 통찰은 <지상의 방 한 칸>을 비롯하여 <왕룽 일가>, <오란의 딸>, <지옥에서 보낸 한철>, <우묵배미의 사랑> 등 의 연작에 이르러서는 중후( 重 厚 )하고 리얼리티한 문제를 통해 삶의 구체적 현실 세계로 전환된다. 리얼리즘 소설의 한 성과로 주목받는 <왕룽 일가> 이후의 소설들의 주요 무대인 우묵배미 라는 마을은 바로 우리 시대의 보편적 삶의 숨결이 함께 하는 삶의 표본이 되는 농촌이다. 따라서, 이 <왕룽 일가>를 비롯한 일련의 작품들은 1970년대의 이문구의 <우리 동네> 연작이 갖는 농촌의 피폐한 현 실 문제와 일맥을 이루면서 우리 시대의 삶의 보편적 체험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의를 지닌다. 작가 박영한은 우묵배미 를 반농 반도시의 전형적인 축소 공간으로 설정하면서, 우리 시대의 현실을 관류( 貫 流 )하는 인간의 보편 적 삶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박영한의 작품들은 해학적( 諧 謔 的 )이고 둔중( 鈍 重 )한 문체를 장점으로 하면서, 우리 시대의 보편적 삶을 사실 적으로 그려냄으로써 1980년대의 중요한 소설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253

254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11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 )의 장편소설로 년작. 이 작품에는 모두가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결 혼생활(브론스키와 도리, 레빈과 키티, 카레닌과 안나)이 그려져 있다. 1872년 1월, 톨스토이는 이웃에 살던 비비코프의 아내가 남편과 미모의 가정교사 사이를 질투한 나머지 달리는 기차 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이 사건이 <안나 카레리나>의 집필 동기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부활>과 함께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는 농노제도 철폐 후의 지주ㆍ귀족 계 급의 나아갈 방향과 당시의 도시ㆍ농촌의 각종 사회상이 힘찬 필치로 그려져 있다. 남자 주인공 브론스키는 톨스토이 자신의 청년시절의 모습이라는 설도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54

255 아름다운 부인 안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고관 카레닌에게 시집와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안나는 오 빠 브론스키와 올케 도리이에게 불어닥친 가정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페테르스부르크에서 모스크 바로 떠났다. 이때 기차 안에서 청년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는데, 브론스키는 모든 사람이 도리이의 여동생인 키티의 결혼 상대자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편, 브론스키의 친구 레빈이 키티에게 청혼을 하고, 브론스키를 사모하고 있던 키티는 그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상 태였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쫓아 페테르스부르크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브론스키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억제하던 안나도 그에 대한 사랑이 깊어짐을 막을 수 없어 불륜의 사랑을 하게 되었다. 브론스키는 안나가 아이를 갖게 되자 카레닌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외아들인 세리오자를 생각하면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브론스키가 출장( 出 場 )하는 경마에 남편과 함께 가게 된 안나는 브론스키가 낙마하자 정신을 잃고 그를 염려함으로써 남편에게 의심받게 되었다. 안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브론스키와의 일을 남 편에게 고백했다. 그러나 카레인은 안나가 모든 것을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면을 손상시킬 것을 염려하여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편, 실연의 상처를 입은 키티는 독일 여행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왔으며, 레빈 역시 키티를 잊기 위해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치유할 길은 없었다. 그는 사업차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모스크바의 브론스키의 집에 들 렀다. 거기에서 키티를 본 레빈은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며 그녀에게 구애( 求 愛 )하고, 키티 또한 레빈의 성실한 인품을 존경하여 두 사람은 축복 속에 결혼했다. 이윽고 안나는 여자아이를 낳고 산욕열( 産 褥 熱 )로 중태에 빠져 남편과 브론스키의 화해를 요구했다. 카레닌은 죽음 과 싸우는 안나에게 감동하여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회복된 안나는 남편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절망한 브론스키는 권총 자살을 기도하지만, 목숨을 건지고 안나에게 이별을 고하러 가는데, 재회한 그들은 감 정의 역류를 피하지 못해 함께 유럽으로 도피했다. 오랜 유럽 여행에서 러시아로 돌아온 두 사람은 사교계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자 그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브론스 키의 영지로 갔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활동적이던 브론스키는 사골에서의 생활을 견딜 수 없어 차츰 밖에 나가는 일 이 많아졌다. 가정도, 아이도, 사회적인 지위도 모두 다 내팽개치고 브론스키만을 삶의 보람으로 여긴 안나는 오로지 육체적 쾌락으로 그를 붙잡아 두고자 하며, 그녀의 사랑은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갔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었던 브론스키도 자유를 속박하려는 그녀가 가끔씩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게다 가 그의 모친은 아들의 혼담( 婚 談 )을 남몰래 계획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눈치챈 안나는 살아갈 희망을 잃고 철도에 몸을 던져 버렸다. 그녀가 자살 한 지 2개월이 지난 후 브론스키는 세르비아의 독립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의용군을 편성해 전쟁터로 떠난다. 톨스토이즘은 그리스도교를 배제하고 사해동포( 四 海 同 胞 ) 관념에 투철한 원시 그리스도교로 복귀하여 검소한 생활의 영위, 사랑의 정신에 의한 전 세계의 복지에 기여하려는 사상이다. 이 작품의 부제( 副 題 )로 되어 있는 성경 말씀 복수는 내가 하리라. 내 이를 보복하리 라는 신의 이름을 빌어서 작 자 톨스토이가 이 불륜의 사랑에 대하여 가한 제재라고도 볼 수 있다. 레빈과 키티의 약혼에서 신혼에 이르는 생활은, 그래도 작자와 소피아 부인과의 관계를 그린 것으로 야스나야폴리야 나의 농촌에서의 두 사람의 생활은 작품 도처에서 잘 재현되어 있다. 사상적으로는 이보다 앞서 쓴 <전쟁과 평화 >( )에서 볼 수 있는 생에 대한 예찬은 사라지고, 대신 레빈의 형의 임종 장면 등에서 생의 허무감, 죽음에 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55

256 한 공포감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나 있다. 안나 카레리나는 미모와 젊음을 지닌 매력적인 여인이다. 브론스키는 안나를 처음 보고 그녀의 시선에서 강한 생명 력을 느낀다. 톨스토이는 두 사람의 만남을, '이 짧은 시선 속에서 브론스키는 재빨리 그녀의 얼굴에 물결치고 있는 억누를 길 없는 생기를 보았다. 그것은 빛나는 눈과 붉은 입술의 미소 사이를 장난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마치 남아 도는 무언가가 전신에 넘쳐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소에 나타나는 듯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눈빛을 시들게 하 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어렴풋이 일고 있는 미소로 말하고 있었다. 라고 묘사하고 있다. 안나의 매력은 끊임없이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 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녀는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여인이다. 밤 기차 속에서도 영국 소설을 읽으며 마치 지신이 주인공이도 된 듯 심취해 있다. 브론스키와 동거를 하면서도 그녀 의 독서열은 끊이지 않으며, 그것은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아 브론스키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공부를 한다. 그러나 브론스키와의 격한 사랑의 폭풍에 휘말리게 되면서 평범한 여자 로 변한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 세리오자마저도 브론스키와의 전원생활 앞에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원래 안나는 가정과의 연결이 미약한 여자이 다. 브론스키와의 생활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은 브론스키쪽이며, 둘의 결합은 정신적 지적 결속이라기보 다는 남아도는 무언가가 전신으로 넘쳐흘러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브론스키에게 몸을 던지도록 했다 고 볼 수 있다.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남녀간의 이런 관계는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56

257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 :05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 프랑스 철학자ㆍ작가인 J.P.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구토( 嘔 吐 )>와 맞먹는 그의 대표적 소설로, 이른바 대하소설( 大 河 小 說 )이라고 부를 만한 규모의 작품이다. 사르트르가 일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구한 실존적 자유 의 문제를 내적 독백, 영화적 수법 등 다양한 기법으로 그리고 있다. 제1부 <철들 무렵>(1945), 제2부 <유예( 猶 豫 )>(1945), 제3부 <영혼 속의 죽음>(1949), 제4부 <마지막 기회> 중 1절 기 묘한 우정 (1949)으로 구성된 미완의 소설이다. 사르트르는 1945년 앙가주망문학의 실천이라는 입장에서 야심을 가 지고 집필을 시작하였으나 49년 미완으로 끝났다. 1938년에서 1940년에 이르는 동안, 즉 스페인내란에 의한 불안한 예감의 시기로부터, 뮌헨 회담, 제2차 세계대전 발 발, 프랑스군의 패주로 급진전하는 동란기에 역사의 물결에 희롱되면서 가지각색의 인생행로를 더듬는 인간의 실 존적 자유 의 궤적을 그려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부 철들 무렵 : 1938년 6월 에스파냐내란에 의한 불안한 예감의 시기에 철학교사인 주인공 마튀가 애인 마 르셀의 낙태를 위한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실존의식을 체험하는 것을 그렸다. 제2부 유예 : 38년 9월 뮌헨회담 당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유럽 각지 사람들의 동향을 묘사했다. 여기 에서 마튀는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제3부 영혼 속의 죽음 : 40년 6월 프랑스가 패배하고 마튀는 독일의 포로가 되는데 여기서 그는 앙가주망에 대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 257

258 한 자각을 하게 된다. 제4부 중 1절 기묘한 우정 : 마튀의 친구이며 공산주의자인 브뤼네를 등장시켜 수용소 안에서 탄생한 레지스탕 스조직과 프랑스공산당의 비극적인 갈등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 중간계층 지식인들의 삶의 모습과 역사의 격류 속에서 전개되는 가지각색의 인생행로를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실존적 자유 를 탐구한 전후문학의 걸작이다. 철학교사 마튀를 비교적 작가에 가까운 인물로서 주인공같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오히려 이 소설은 역사 적 상황과 인간의 자유와의 관련을 장대( 壯 大 )하게 그려낸, 극히 현대적인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소설 기법도 극히 복잡하며, 내적 독백과 미국 소설의 영향이라 볼 수 있는 영화적 수법 등, 온갖 시도가 구사되었다. 반소설적인 취향 의 <구토( 嘔 吐 )>에 비해 독창성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세계문학적( 世 界 文 學 的 으)로도 전후의 뛰어난 작품이다.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 258

259 헤리엣 비처 스토우의 장편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51 헤리엣 비처 스토우의 장편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미국의 작가 스토우의 소설로 제목은 톰아저씨의 오두막집 이라는 뜻이다. 노예제도 폐지운동 기관지 [내셔널 이 러(The National Era.국민시대)]에 연재했다가( ), 1852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흑인노예의 비참한 생활 을 목격하고, 그리스도교적인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발표, 당시 미국 내에서 커다란 반응을 일으켜, 간행 1년만에 30 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 작품은 통속적인 감상에 흐르기는 했으나 노예제도에 대한 강렬한 탄핵, 선악을 선명히 대조시킨 위대한 멜로드 라마이다. 이 책이 노예제도 폐지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동부에 사는 미국인들을 감동시켜 남북전쟁을 일으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정도였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워싱턴에서 스토우 부인과 만난 링컨 대통령이, 오호라, 당신이 이 대전쟁( 大 戰 爭 )을 일으킨 그 귀여운 여성이군요. 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 초반 캔터키 주의 셀비 농장에서 인정 있는 주인 셀비와 그 일가를 만난 흑인 노예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었 다. 그러나 농장의 경영이 실패를 거듭함에 따라 주인은 빚을 갚기 위해 충실한 노예 톰과 혼혈 노예 일라이저 사이에서 태어난 다섯 살 난 아들 해리를 노예 상인에게 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라이저는 주인의 집을 도망쳐 나와 퀘이커 교도의 도움으로 무사히 캐나다로 탈출한다. 헤리엣 비처 스토우의 장편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259

260 한편, 톰은 팔려가는 도중 배가 강을 따라 떠내려갈 때 같은 배의 승객 에바를 구해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 의 아버지 오거스틴 세인트 클레어에게 팔려가게 되어 한동안 행복하게 지낸다. 그러나 에바와 클레어가 연이어 숨지 자, 톰은 다시 냉혹한 시몬 레글리에게 팔려가 목화밭에서 혹사당한다. 처음 주인의 아들이 그를 다시 사기 위해 찾아오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노예제도 하에서 핍박받고 살다 처참하게 죽어간 흑인 노예들 이야기이다. 그들의 생명력과 인간 정신이 책갈피 하나하나에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스며든다. 이 작품을 쓴 스토우 부인( )은 신학자의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기독교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초등학 교 교사를 지내기도 했는데, 캔터키 주 노예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며 무척이나 가슴아파했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배운 사람이든 배우지 못한 사람이든 모두 평등해야 하고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깨달음에서 스토우 부인은 흑인 노예 '톰'과 그 가족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소설을 썼다. 헤리엣 비처 스토우의 장편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260

261 윌리암 골딩의 장편소설 '파리대왕(Lord of flies)' :14 윌리암 골딩의 장편소설 '파리대왕(Lord of flies)'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골딩( )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1954년 발표되었다. 무인도에 고립되어 야만 상태로 돌아간 소년들의 원시적 모험담을 통해 인간내면에 잠재해 있는 권력과 힘에 대한 욕망을 우화적으로 그려낸 우화풍 의 소설로 인간악의 일면을 교묘하게 묘사해 냈다. 영화로도 방영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끈 바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핵전쟁의 위험을 느낀 영국은 25명의 어린 소년들을 핵전쟁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 했으나 소년들을 태운 비 행기가 그만 바다에 추락한다. 랠프ㆍ잭ㆍ피기 등의 소년들은 무인도에 상륙한다. 이들은 구조를 기다리며 랠프의 지휘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며 살 아간다. 그러나 구조되려면 바닷가에 오두막을 지어야 한다는 랠프와 사냥을 해야 한다는 잭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결국 잭과 로저는 갱단을 만들어 무리를 이탈한다. 짐승을 찾아나선 사이먼이 잭 일당에게 살해되고, 섬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년들은 안전을 위해 잭의 갱단으로 들어가고 결국 랠프와 피기만 남는다. 문명세계의 사회관습은 붕괴되고, 인간 본성에 잠재한 권력욕과 야만 윌리암 골딩의 장편소설 '파리대왕(Lord of flies)' 261

262 성이 드러나면서 섬은 지옥으로 변한다. 광기에 찬 잭과 로저는 점점 더 포악해지고 피기마저 죽임을 당한다. 몇 차 례 죽을 고비를 넘긴 랠프와 소년들은 가까스로 영국 순양함에 의해 구조된다.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상륙하게된 한 무리의 아이들. 여기까지는 로빈슨크루소의 아류작들과 어느정도 시작 배경이 비슷해 보인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에 안성맞춤인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와 아이들 숫자도 비슷해 보인다. 낯선 무인도에서 하루, 이틀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처음에는 끼리끼리 제멋대로 생활하다가, '조직적인 활동' 즉 사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거쳐 뭉치게 되면서 '우두머리'를 뽑게된다. 또 그들끼리의 규칙과 지휘체계를 갖 추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나 사회의 아무런 보호도 없이 아이들이 야생과 죽음, 절망만이 가득한 무인도의 삶에 맞닥 뜨려지자, 그들에게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비이성, 이기주의가 싹트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기존 룰을 지키려는쪽 과, 룰을 파괴하고 야만과 비이성에의 삶을 추구하는 쪽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이러한 아이들의 눈과 행동, 언어, 이미지를 통해 저자는 인간들 본연의 야만과 잔인성, 이익을 사이에 둔 두 집단간 의 첨예한 대립과 성격을 극명하게 묘사해 준다. 아이들의 삶이 생존으로 위협받을 때, 그 아이들이 벌이는 춤과 노 래, 놀이들이 더이상 유희가 되지 못한다. 극기야 반대편의 아이들을 참혹하게 살인하는 과정의 묘사는 인간본성과 인간역사에 대한 적나라한 서술이다. 1983년 노벨문학상은 "사실적인 신화 예술의 명쾌함과 현대의 인간조건을 신비스럽게 조명하여 다양성과 보편성을 보여주었다"는 수상 이유와 함께 저자에게 수여되었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작가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인간의 사악함을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의 행동 양식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963년 첫 영화화된 이래 몇 차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윌리암 골딩의 장편소설 '파리대왕(Lord of flies)' 262

263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02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1939년 발표된 이광수의 장편소설로 신문 연재소설이 아닌 직접 출간한 유일한 장편이다. 1937년 수양 동우회 사건으 로 왜경에 검거되어 반년 옥고를 치르고 병 보석으로 출감하여 병석에서 쓴 작품으로 종교적 색채가 농후하다. 1933년의 <유정>에서의 기독교적인 애정관이 불교적인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즉, 이 소설은 불교적인 이상관이 구현된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광수 소설의 특징인 이상주의적ㆍ인도주의적 색채가 농 후한 작품으로 소설 속 주인공 '안빈'의 실제모델은 장기려 박사로 알려져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석순옥은 교사이었으나 과거 문학가였던 안빈의 글에 어렸을 적부터 매료되어 간호부 시험을 보아 합격하여 지금 의 사인 안빈의 곁에 있고자 인원과 함께 안빈의 병원에 찾아간다. 안빈의 부인 천옥남의 결정으로 간호부로 취직되어 안빈의 연구를 도와준다. 연구에 미결된 부분이 있어 자신을 따라다니는 시인 허영의 도움을 얻어 완성하게 하여준 다.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263

264 석순옥이 연구를 위해 품에 안긴 것을 기회로 삼아 허영이 청혼을 하자 거절당하자 세상에 안빈과 순옥이 분륜의 관 계라고 소문을 낸다. 친구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옥남은 남편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폐렴으로 인해 좋지 않은 몸이 더 나빠지고 이를 본 남편은 요양하러 가자고 하여 자식들과 함께 원산으로 간다. 안빈은 병원 때문에 경성으로 돌아와 순옥에게 부인의 간호를 부탁한다. 원산에서 순옥과 함께 있게 된 부인은 자식 들이 순옥을 잘 따르고, 인간됨이 훌륭하자 자신이 병으로 죽으면 아이들과 안빈을 부탁한다고 한다. 순옥은 안빈은 존경하는 분이기에 결혼을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잘 돌봐 주겠다고 약속한다. 부인의 병이 깊어 가 자 순옥은 세상 사람들의 이목과 병으로 인해 날카로워진 부인의 마을을 안정시키고자 마음에도 없는 허영과의 결혼 을 결심하고 허영에게 뜻을 보낸다. 부인이 죽게되자 세간에서는 순옥이 부인을 독살하였다는 등 나쁜 이야기가 돌 고, 허영은 결혼을 재촉하였다. 이를 보고 있던 인원은 순옥이 안빈의 자식과 집 살림을 돌 볼 사람이 없어 허영과 결혼을 못함을 간파하고 자신이 순옥의 일을 대신 맡으며 허영과 결혼을 시킨다. 사랑 없는 결혼을 하였지만, 순옥은 정성을 다해 결혼 생활을 하나 남편이 사기꾼에게 걸려 파산 당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무능해진 남편의 허락을 얻어 안빈에게서 의사 수업을 받고 의사가 되어 가정 생활을 꾸려 나간다. 남편은 혈압이 높아 몸이 부실해지고 순옥과의 결혼 전에 관계를 맺었던 여인 과 아들이 나타난다. 순옥이 아이를 자기 자식으로 삼고 키우겠다고 하여 일단락되나, 시어머니 한씨와 남편은 그 여인을 순옥이 없는 낮 시간에 끌어들이고 그 여인은 새 아이를 갖게 된다. 순옥이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오자 두 여인을 다 거느리려던 허영은 포기하고 이혼을 해 준다. 허영과 새 부인이 신혼여행을 갔다 오는 날 부인은 임신한 채 피곤한 여행을 하여 하혈을 하자,순옥이가 달려와 치료해 준다. 그러나 죽게 되고 장례날에 허영도 고혈압으로 쓰러진다. 순옥은 안빈에게 받은 정신적 감화로 인해 허영 모자와 아 들을 데리고 북간도에서 순옥은 딸 기림을 낳는다. 류마치스로 인해 아픈 시어머니와 중풍에 걸린 허영은 그 고생을 하면서 돌보아 주는 데도 기림이 허영의 자식이 아니라고 구박하여 순옥도 구박한다. 그러나 성스럽게 살아가는 순옥을 서양신부와 주민들은 성자로서 인정한다. 그러나 북간도에 무서운 감기가 돌게 되 고 선이가 죽고 이어 허영이 죽자 안씨는 순옥이 허영을 독살하였다고 발악하다 마저 죽고 만다. 순옥이 몸을 아끼지 않고 병자를 돌보다 병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인옥과 오빠의 도움으로 경성으로 와 안빈이 운영하는 북한이라는 요 양소에 와 살게된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안빈이 60세가 되고, 순옥이 40세가 넘는 중년이 되었을 때 안빈은 순옥, 인원, 영옥, 자신의 세 자녀, 기림, 자신의 일을 오십 넘는 처녀가 되도록 도와준 간호원 수선을 모이게 하고서 신세타령을 하자고 한다. 안 빈의 자식들은 어머니 같은 사랑으로 자신들을 키워준 인원, 순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순옥은 사모하는 선생님 곁에서 거진 반평생 살아 온 것이 기쁘고 저를 죽이고 인연 있는 자를 사랑하라 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살아 왔 을 뿐이라고 말한다. 수선이 남을 위해 희생하는 줄 모르고 살아왔다고 하자, 안빈은 내가 육십 평생 도달하려 했던 것이 수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안빈은 불쌍한 우리가 사랑의 기쁨 속에서 옳음을 위해 바쁘게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우 리 속에 사랑과 옳음의 씨를 주신 분(하느님이든 부처님 이든 간에)과 조국님, 부모님, 남님(중생) 덕분이며, 이 네 가지 큰 은혜를 잊지 않으면 큰 도이고 이에 감사할 줄 아는 생활이 사랑의 생활, 자비의 생활이라고 하면서 오늘 이 것을 소개하려 했다고 말한다. 앞으로 자신은 요양원에서 손을 떼고 수양을 하겠다고 하며 회진을 간다. 이광수의 이상주의적 애정관은 <유정( 有 情 )>에서 체계화되어 <사랑>에서 완성된 세계를 확립하게 된다. 1933년의 <유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264

265 정>에서의 기독교적인 애정관은 1939년의 <사랑>에서 불교적인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작가가 봉건주의에 반항하는 혁명아로 등장했던 그 최초에 있어서도 도덕적인 것과 함께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도 비 판과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이상주의적 사상이 점차 그의 정신적ㆍ사상적인 내용의 전체를 형성해 감 에 따라 그는 오히려 종교적인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전기( 前 記 )한 바와 같이 초기의 기독교적 이상관에서 후기의 불교적 이상관은 이 작품에서 확실한 것으로 구현되었다. 물론 <세조대왕( 世 祖 大 王 )> <원효대사> <이차돈의 사( 死 )> < 마의태자>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애정 문제가 중심이 된 작품으로서 불교적인 인생관이나 이상이 직접적으로 취급될 성질이 아닌 요소를 지 녔으면서도 거의 불교적인 인생관으로 일관되어 있다. 주인공 안빈은 그의 인간적인 성실성에 있어서는 <무정>의 주 인공 형식이나 <흙>의 허숭과 같은 타입의 인물이지만, 그의 철학적 사고 방식이나 인생관에 있어 다른 세계를 가지 고 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한 불교적 교리에 의한 사상적ㆍ정신적 핵심을 요약해 지니고 있는 점으로, 작가의 이상주 의적 경향의 중요한 한 요소인 종교적인 이념이 기독교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불교적인 세계로 이행( 移 行 )하여 그 기초를 형성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 된다. 이것은 실제로 작가가 후일에 불교에 귀의했던 사실로도 그의 작품을 통 한 정신관이 설명될 수 있다.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265

266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00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영국의 여류작가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로 1847년 남자 이름 커러 벨(Currer Beil)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제인 에어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는 면에서 자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하고 반항적인 주인공의 성격은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여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인정 되지 않았던 19세기 사회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돌파구의 의미를 지닌다. 출판 당시, 이 작품의 낭만적인 내용과, 격렬한 정열에 불타는 작중 인물, 당시의 인습적인 도덕에 대한 대담한 반항 등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더욱이 작자가 여성이라는 것이 밝혀져 인기는 상승하였다. 1840년대 영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의 하나이다. 샬롯 브론테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로 요크셔 주에서 가난한 목사의 셋째 딸로 태어났으나 짧고도 불행한 일생을 보 냈다. 어머니는 5 살 때 사망하였고, 그녀가 열 살도 채 되기 전인 1825년에는 두 언니도 저 세상으로 가 버리고 말 자, 그녀는 이모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 바로 밑 여동생이며 <폭풍의 언덕>의 작가로 잘 알려진 에밀리 브론테도 1848년 죽어 버렸고 곧 이어 남동생을 잃는 등, 일생을 죽음의 그늘 아래 산 여인이었다. 1842년 목사 자격을 얻기 위해 브뤼셀의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곳의 선생님이었던 에제 를 사모했으나 실패하고, 1847년 장편소설인 <제인 에어>를 발표하여 큰 호평을 받게 되는데, 로맨틱한 내용과 당시 인습에 대한 강한 반항 등으로 더욱 주목을 끌었다. 1854년 결혼한 남편 니콜즈 목사도 9개월 후에 급사( 急 死 )해 버렸고 그녀 역시 산고( 産 苦 ) 끝에 사망해 버리고 말았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266

267 다. 1855년, 그녀의 나이 39세였다. <제인 에어>는 자서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제인 에어가 어렸을 때 어 머니를 잃고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는 점 등, 브론테 자신의 생애와 닮은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인은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삼촌 리드 아저씨 밑에서 자란다. 그러나 리드 아저씨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해 냉정한 숙모 밑에서 그녀는 따뜻한 사랑을 느끼지도 못한 채 냉대만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10세 때 제인은 보육원인 로드 기술학교에 들어가지만, 그곳 역시 시설이 허술한 데다 규율만 중시하는 곳으로 제인 의 마음은 괴롭기만 했다. 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 헬렌이 있어 다소간 마음의 위안이 되지만, 헬렌마저 폐병으로 쓰 러지고 만다. 이 학교에서 6년을 보내고 교사로 2년을 근무한 제인은 로체스터 가( 家 의)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 집에는 상냥한 가정부인 패어팩스 부인과 8세 된 애딜러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으나, 주인 로체스터는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어느 날 무뚝뚝하고 침울한 인상을 한 로체스터는 거만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제인은 로체스터의 엄격함 속에 서 느껴지는 우수( 憂 愁 )와 비애감에 대해 묘한 연정을 느끼게 되고 로체스터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고백하며 청혼하 게 되자 그녀는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결혼식 전 날, 제인에게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여자가 달려들어 제인의 옷을 찢어버리고 촛불을 든 채 노려 보고 있었다. 로체스터의 간호로 정신을 차린 제인은 다음 날 결혼식장에서 전날에 나타났던 여연의 정체와 로체스터 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녀는 다름아닌 로체스터의 아내였고, 오랜 세월 동안 정신 이상을 일으켜 방에 감금된 상태 로 지내왔던 것이다. 로체스터는 사실을 시인하고 제인을 설득하려 했으나 중혼( 重 婚 )의 죄를 범할 수 없다는 신념을 깨뜨릴 수는 없었다. 아내가 살아있는데 결혼하는 비도덕적인 행위가 제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로체스터에 대한 깊은 집념을 주체할 수 없어 빈 몸으로 그 집을 뛰쳐나온다. 가진 것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그녀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눈 쌓인 벌판을 정신없이 헤매다 실신하고 만다. 이때 세인트 존 리버 스 라는 목사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된다. 리버스 목사는 훌륭한 인품과 확신에 찬 인물이 었고, 그의 두 누이동생은 상냥하고 정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목사는 제인의 고종사촌이었다. 제인은 이들로부터 우연한 기회에 숙부로부터 거금의 재산이 상속되었음 을 알게 된다. 그러나 리버스는 이런 것에 개의치 않고 제인을 사랑하여 제인에게 청혼하기에 이른다. 결혼해서 인도 로 건너가 함께 전도를 하며 살자는 것이다. 제인은 리버스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청혼을 수락하기로 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로체스터 가의 비극을 전해 듣고는 곧 로체스터 가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로체스터 가는 불타 없 어지고 광인( 狂 人 )으로 있던 로체스터의 아내는 불에 투신하여 죽었으며, 로체스터는 그의 아내를 구하려다 불더미에 깔려 생명을 건졌지만, 두 눈과 한 팔을 잃은 상태였다. 이를 알고 제인은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혼자 쓸쓸하게 살아 가고 있는 로체스터를 찾아간다. 그는 제인이 돌아왔음을 알고 반가움과 걱정에 안절부절못하지만, 제인이 그에게 청 혼을 하자 더 이상 제인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비록 불구가 된 몸이지 만, 로체스터의 반려자가 되기를 결심하고, 이 결론이 자신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큰 행복이라고 하자, 로체스터는 이 를 수락한다. 이윽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고 2년 후 로체스터는 어느 정도 시력을 회복하게 되었으며, 아이를 낳아 더없는 행복한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이 작품은 볼품없는 한 가정교사와 오만하고 못생긴 중년 귀족 남자와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화합을 그린 연애소설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267

268 이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줄거리의 이면에는 19 세기를 살았던 불우한 여성 브론테가 느꼈던 여러 심리적 갈등이 깔 려 있다. 제인은 혈색이 별로 좋지 못한 데다 못생기고, 성깔도 만만찮은 가정교사이다. 진실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 부단 히 방황하는데, 이런 욕망의 밑바탕에는 나는 왜 이처럼 괴로워해야 하지? 하는 반항적 심리가 깔려 있다. 학교 기숙사에 있을 당시 학교를 감옥처럼 느끼고, 가정교사가 된 뒤로는 한정된 세계의 저쪽까지 볼 수 있기를 갈망한 것 도 자유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이런 주인공의 바램은 여자이기 때문에 멸시당하기보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한 인 간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작가의 심리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흔히들 사랑과 자유를 추구해 나간 제인 에어라는 한 여성의 행적을 통해 여성 해방을 부르짖은 선두적( 先 頭 的 ) 소설 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제인 에어>에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 담겨있다. 제인에게 배어 있는 상냥한 교양미, 관능미, 야성미는 우리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여인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제인이 로체스터에게 품은 진실한 사랑에서 풍겨나오는 은은한 인간성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관습을 반대한 제인의 행위는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으로 몰아간다. 또한, 이 긴장감 때문에 풀려가는 주인공과 로체스터와의 실타래 같던 관계가 더욱 흥미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절정에 이르러 둘의 화합으로 비로소 풀어지게 되는데, 샤롯 브론테의 개성적인 면이 돋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심오한 인간 성격의 탐구와 입체적이고 상징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면, 이 작 품은 평면적이고 단순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서정적인 묘사와 인간 심성, 특히 여성 심리에 대한 묘사는 여성의 입장이 아니면 그려내기 어려운 작업이다.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268

269 중국고대 장편소설 '수호전( 水 滸 傳 )' :27 중국고대 장편소설 '수호전( 水 滸 傳 )' 중국 고대 장편소설로 명( 明 ) 나라 때 나관중이란 설과 시내암( 施 耐 庵 )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나관중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유력하다. 실제인물, 남송( 南 宋 ) 이후의 전설 등에서 취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사대기서( 四 大 奇 書 )의 하나이다. <충의수호전( 忠 義 水 滸 傳 )>이라고도 한다. 민간전설ㆍ화본( 話 本 : 宋 代 의 白 話 小 說 )ㆍ잡극( 雜 劇 ) 중 에 등장하는 양산( 梁 山 ) 호숫가의 영웅고사를 기초로 했다. 봉건사회 농민반란을 소재로 했는데, 지배계급의 부패와 억압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폭로하여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실태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임충( 林 沖 )ㆍ노지심( 魯 智 深 )ㆍ무송( 武 松 ) 등 의협심과 개성이 강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의 구 성이 치밀하고 내용이 복잡하며, 문체가 생동감이 있어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된다. 김성탄( 金 聖 嘆 : )이 첨삭한 71회본을 비롯하여 100회본 120회본 등 많은 간본( 簡 本 )이 전해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회는 이야기의 발단으로 태위( 太 尉 ) 홍신( 洪 信 )이 용호산( 龍 虎 山 )의 복마전( 伏 魔 殿 )을 열고 갇혀 있던 36천강성과 72지살성( 地 煞 星 ) 등 도합 108마왕을 달아나게 한 경위가 기록되어 있다. 이어서 제2 71회에는 수호설화에서 가장 오래되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노지심( 魯 智 深 ) 무송( 武 松 ) 양 중국고대 장편소설 '수호전( 水 滸 傳 )' 269

270 지( 楊 志 ) 등이 양산박에 올라갈 때까지의 이야기와, 조개( 晁 蓋 ) 등에 의한 생신강( 生 辰 綱 ;생일선물)의 사취( 詐 取 ), 그 리고 이어지는 송강의 염파석( 閻 婆 惜 ) 살해 등 108명의 영웅이 모두 양산박에 모여들기까지이며, 이 부분이 수호 전 의 중심이 된다. 제72 82회는 송강이 동경( 東 京 )에서 휘종( 徽 宗 )이 총애하는 명기( 名 妓 ) 이사사( 李 師 師 )를 만나고 그녀의 인도로 죄를 용서받고 귀순하는 경위가 씌어 있고, 귀순한 송강 등의 요( 遼 )나라 정벌이 제83 90회에, 반란군 전호( 田 虎 ) 왕경( 王 慶 ) 토벌이 제91 110회에 실려 있다. 이 사이에 송강 등은 단 한 사람의 전사자도 없었으나, 제 회의 방랍( 方 臘 ) 토벌에 이르러서는 여러 장군들 이 차례로 쓰러졌으며, 살아남은 사람들도 출가( 出 家 ) 출분( 出 奔 )하여 동경에 귀환한 사람은 27명뿐이었다. 마지막 제120회에서는 이 27명의 결말이 실려 있다. 창조된 인물들의 이미지와 묘사된 성격이 매우 다채로우며, <서유기( 西 遊 記 )>가 신마( 神 魔 )를, <유림외사( 儒 林 外 史 )> 가 지식계층을, <홍루몽( 紅 樓 夢 )>이 명문의 자녀를 묘사한 것과는 달리 <수호지>에서는 노지심( 魯 智 深 )ㆍ이규( 李 逵 )ㆍ 무송( 武 松 ) 등과 같은 신분이 낮은 정의한이나, 임충( 林 忠 )ㆍ양지( 楊 志 )ㆍ송강 등과 같은 지주 출신자 또는 봉건정권 을 섬긴 적이 있는 활발하고 용감한 사나이들이 중심인물이다. <수호지>가 후일의 문학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명( 明 )ㆍ청( 淸 )의 희곡 중에는 <수호지>에서 취재한 것이 많고, < 금병매( 金 甁 梅 )>는 부분적으로 확대하여 창조를 더했으며, <설악전전( 說 岳 全 傳 )> 안의 일부 인물은 수호의 영웅들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진침( 陳 )은 <수호후전( 後 傳 )>을 썼으며, 유만춘( 兪 萬 春 )은 <결( 結 )수호지>라고도 하는 <탕 구지( 蕩 寇 志 )>를 지었다. 중국고대 장편소설 '수호전( 水 滸 傳 )' 270

271 샐린저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05 샐린저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미국의 소설가 샐린저의 장편소설로 1951년 발표되었다. 전후 미국 문단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다. 성적 불량으로 퇴학당한 어느 고교생의 언행을 통해 현대사회의 속물 근성을 비판하고 있다. 책 제목은 스코틀랜드의 민요 인 <호밀밭에서 만나면>에서 따 온 것으로, 호밀밭에서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벼랑으로 떨어지는 줄도 모르는 아이들 을 낭떠러지로부터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샐린저 자신의 꿈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청소년들의 용 어를 적절하게 구사한 간결한 문체가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6세 된 주인공 홀든 코우필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느 날, 세 번째로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뉴욕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거짓투성이인 세상 에 절망하면서도 사람이 그리워 2박 3 일 동안 헤매고 다녔다. 명문 사립학교에서 홀든이 반발했던 것은 현대사회의 허위, 허식, 무신경, 약육 강식, 비정함 등 때문이었는데, 학교는 그를 부적응자로 몰아내 버렸던 것이다. 홀든은 방랑하면서도 고독해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 었지만, 그들은 돈만 아는 매춘부나 떠돌이, 본성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여자 친구들, 신뢰감을 느낄 수 없는 선생님 샐린저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271

272 등등 그를 오히려 더 고독하게 하고 염세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그에 비해 아이들, 연못의 오리, 수도사 등 순수하고 힘없는 것들에 대한 코우필드의 애정은 각별했다. 코우필드는 때묻지 않은 깨끗한 세계를 동경했던 것이다. 그는 거짓과 오욕으로 뒤범벅이 된 현대사회에서 탈출하고 싶어했다. 그런 바램은 차츰 그를 몽상적인 소년으로 만들었고, 결국에는 인간ㄷ즐 사이를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 말 때문이라고 생각, 그것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홀든은 계획을 세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말을 하지 않으며 살려고 했다. 그러나 어린 동생 피비의 애정을 통해 구원의 빛을 발견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작품에서는 홀든의 머리카락의 절반이 백발이라고 하는 유머러스한 표현을 쓰고 있다. 이것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 어가는 불안정한 사기에 그의 감성이 자기 모순에 빠져 있음을 상징해 주고 있다. 그는 나이를 속여 술을 마시려는 어른 흉내를 내기도 하고, 잡지를 사러 가면서 오페라를 보러 가는 중이에요 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 로는, 경멸하건 영화 주인공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부유한 변호사를 아버지로 둔 도시 출신이 갖는 엘리트 의식이 이따금씩 내비치기도 하는 등 유치함이 엿보인다. 이러한 행동과 진실되고 순수한 것들에 대한 동경, 또 허위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는 홀든의 양면성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샐린저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272

273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27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여류소설가 강신재의 단편소설로 월간 [사상계] 1960년 1월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작가 강신재가 1959년 가을 한국문 협상을 수상하고, 단편집 <여정( 旅 情 )>을 출판한 직후에 탈고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숙희) 는 이복 오빠인 현규를 남매로 느끼기보다는 이성으로 느끼면서 모호한 대로 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 규범상 용납되지 않는 일이므로 자연 숙희는 갈등을 겪게 되고, 현규도 같은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된다. 숙희는 괴로운 현실을 피하여 시골로 가지만 뒤따라 찾아온 현규와의 대화를 통해 괴로움에서 벗 어나 구원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 자신의 눈으로 볼 때는 별로 문제될 성질을 내포한 작품인 것 같지 않은데 여러 사람이 젊은 느티나무 를 두고 얘길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것이 작가의 변이지만,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라 해도 좋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전후 문제 작품집><한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273

274 국 여류문학 전집><현대 한국문학 전집> 등에 살려 있고, 영화화도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숙희)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었다. 서울 모 대학 교수(므슈 리)와 어머 니가 재혼한 후 '나'도 재작년에 서울로와 S촌에 있는 새 아버지의 지에서 살게 되고 새 아버지의 아들, 곧 이복 오 빠가 되는 대학생 현규를 만난다. 그는 낯설어하고 어색해사는 '나'를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차차 오누이 아닌 오누이의 관계에서 현규를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며 그를 사랑하게 되 고 이는 뜻하지 않은 이 곳 생활의 고통이 되었다. 현규에 대한 사람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었지만, 그것은 엄마 와 므슈 리, '나', 현규 모두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사이가 혈족이 아닌, 단지 스물두 살의 청년과 열여덟 살의 계집아이일 뿐이라는 진실을 부정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나'는 고뇌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나'는 '나'와 지수 사이를 오해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현규에게서 '나'에 대한 현규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쁨을 느낀다. 그들은 행복감과 고뇌를 동시에 안은 채 오누이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깊어 간다. 그러나 갑자기 엄마가 므슈 리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어 현규와 둘이서만 집에 있게 될 상황에 놓이자 '운명적 사건'을 예감한 '나'는 고민 끝에 서울 을 떠나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간다. 그 곳에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현규가 찾아와 서로 진실된 감 정을 지닌 채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마음으로 각자 현재의 길을 걷자고 약속 한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고, 그가 떠난 후 젊은 느티나무를 껴안으며 이제 그를 더 사랑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으로서 재혼한 남녀 사이에 있는 이복 남매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감동은 줄거 리의 특이성은 물론이려니와 표현의 섬세함에 있다. 순수하면서도 가슴 졸이는 사랑을 맛보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서술자인 '나'의 내적인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에게 대해 깊은 마음의 말을 간직하고 있으나 쉽게 드러내 말할 수 없는 '나'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오빠 현규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 속 세계가 작품의 구심점을 이루며 사소한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하여 순수한 사랑으로 구상화된다. 강한 서정적인 성향으로 마음 속 세계를 응시하면서 깊은 안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회 규범상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극복 해 나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청순한 감정을 깨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이는 현규와 숙희의 의지가 감동적이다. 이 작품의 기본 골격은 '만남'과 '떠남',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열여덟 살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숙희는 이복 오빠로 만난 현규에게서 '비누 냄새'처럼 상큼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 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금지된 사랑이기에 그의 곁을 떠난다. 현규가 숙희를 찾아가서 이들은 또 만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시 떠날(헤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떠남이며 그래서 기쁨을 품은 슬픈 약속인 것이다. '젊은 느티나무'는 두 여인의 약속을 듣는 증인이 되며, 꿈을 잃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숙희와 현규의 애정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감정의 흐름을 산뜻한 감각을 지닌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런 소재의 작품이 흔히 보이기 쉬운 신파조( 調 )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 규범상 용납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갈등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인물 들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회 규범을 초월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274

275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끝까지 맑고 청순한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아픔 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숙희와 현규의 의지가 감동을 줄 만하다.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275

276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16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미국의 여류작가 펄 벅( )의 장편소설로 1931년 간행되었다. 선교사의 딸로 생후 5개월만에 중국으로 이주 한 작가 자신의 견문을 토대로, 빈농( 貧 農 )으로 재산을 모아 대지주가 되는 왕룽( 王 龍 )과 그 일가의 역사를 그린 대작 이다. <대지(The Good Earth)>(1931) <아들들(Sons)>(32) <분열된 가정(A House Divided)>(35)의 3 부작으로 되어 있다. 애초에 펄 벅이 <대지>를 쓰게 된 동기의 하나는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딸 중 큰 딸이 백치였기 때문에 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왕릉의 딸이, 모델이 되고 있다고 작가는 토로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대지주 황가( 黃 家 )의 노예 아란( 阿 藍 )을 아내로 맞은 왕룽은 홍수( 洪 水 )ㆍ한발( 旱 魃 )ㆍ메뚜기의 내습 등 거듭되는 천재( 天 災 )와 폭동 등의 시련을 겪으며, 고난을 참고 돈을 모아 대지주가 된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 왕룽은 롄화( 蓮 華 )를 첩으로 맞이한다. 아내 아란은 오랜 인고( 忍 苦 )의 생애를 마친다. 제2부에서는 아버지 왕룽의 재산을 물려받아 귀족적인 생활을 하는 장남과, 상인이 되어 돈 버는 것을 보람으로 살 아가는 차남,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군인이 된 3남 등, 토지에 대해 그들의 부모가 가지고 있던 지극한 애착심이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276

277 점점 사라져가는 자식들의 생활이 묘사된다. 제3부에서는 중국의 대가족제도가 붕괴되고 근대사상의 파도가 밀려들어오는 새로운 중국을 간결하고 소박한 문장 으로 묘사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왕릉 은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신부를 고를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에 다른 농사꾼들처럼 종으로 자란 오 란 을 돈을 주고 사 온다. 오란은 예쁘지는 않지만 건강하고 일을 썩 잘 했다. 두 내외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형편이 점점 나아지고, 조금씩 땅을 넓혀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 지독한 가뭄이 들어 곡식은 말라죽고, 가난한 농부들은 먹을 것이 없어 나무 순이나, 풀 뿌리는 물론, 흙까지 먹게 되었다. 이러한 약점을 노려 도시의 장사꾼들은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헐값으로 사들였다. 왕릉 역시 굶주림을 이겨낼 수 없어 토지를 팔고 남쪽 도시로 돈벌이를 떠나 왕릉은 인력거를 끌고, 오란은 구걸을 해서 겨우 목숨을 이어 나갔다. 얼마 후 난리가 일어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잣집에 뛰어들어가 닥치는 대로 물건을 들 고 나왔다. 왕릉은 이 북새통에 돈을 줍게 되고, 오란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었다. 그들은 고향 으로 돌아와 옛 지주의 땅을 모두 사들였다. 그러나 부자가 되었다고 모든 일이 잘 되어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한 차례 대홍수를 치렀고, 왕릉은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이런 고생으로 쇠약해진 오란은 메뚜기 떼의 기습을 겪은 후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수 없어 죽어 버리고 말았 다. 그제서야 왕릉과 그의 자식들은 그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던가를 깨닫게 된다. 이제는 늙은 대지주 왕릉의 고 독한 모습이 그의 죽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가 죽을 때까지 집착한 것은 토지였다. 생애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보낸 작가는 청ㆍ일전쟁 이후, 의화단( 義 和 團 )의 난( 亂 )ㆍ신해혁명( 辛 亥 革 命 )ㆍ청조멸망( 淸 朝 滅 亡 )ㆍ국민당창당( 國 民 黨 創 黨 )ㆍ공산당 창당ㆍ국공합작( 國 共 合 作 ) 및 분열 등, 계속되는 혼란한 국내정세와 외국세 력의 침입과 간섭 등 소란스럽고 고난에 찬 시대에 우왕좌왕하는 민중의 모습을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지고 정확하 게 파악하고 있다.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며 살아온 아란에게서 볼 수 있는, 동양적인 인종( 忍 從 )의 전형적인 모습인 전통적 여성상의 묘사, 왕룽의 세 번째 부인인 이화( 梨 華 ) 등에 관한 묘사는 동양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도저 히 불가능한 것이다. 작품 전체를 통하여 이야기의 내용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이 거침없이 흐르며, 동요하지 않는 중국 민중의 강 인성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히 제1부 <대지>는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출간 다음해인 1932년 퓰리처 상( 賞 )을 받았으며 38년 3부작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펄벅의 자서전에 의하면, <대지>를 쓰게 된 긴박한 동기의 하나는 외동딸이 백치였기 때문에 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왕룽의 큰딸 백치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 다. 이 소설을 읽으면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 수 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어 낮을 밤으로 바꾸는 메뚜기. 이 장면을 읽으면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정복했다고 큰소리 쳐도,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한 인간이 살아 남기 위해 자연과 싸워 나가는 모습은 감 동을 불러일으킨다. <대지>는 중국 민족을 대변하는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출판된 이래로 세계 각지에서 애독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가 몸소 겪은 생생한 체험과 중국인, 중국의 역사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작가 의 순수한 의지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조명하고, 담담하고도 객관적인 묘사로 그려낸 데 큰 의의가 있다.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277

278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278

279 루쉰의 중편소설 '아큐정전( 阿 Q 正 傳 )' :45 루쉰의 중편소설 '아큐정전( 阿 Q 正 傳 )' 중국의 작가 루쉰( 魯 迅 )의 소설로 1921년부터 베이징( 北 京 )의 [천바오( 晨 報 )] 부록판에 연재되었다가, 23년에 제1단편 집 <눌함>에 수록되었다. 신해혁명( 辛 亥 革 命 )을 전후한 농촌을 배경으로, 정확한 성명도 모르는 최하층의 날품팔이 농 민인 아Q의 전기 라는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혁명당원을 자처했으나 도둑으로 몰려서 싱겁게 총살되어 죽는 아Q의 운명을, 혁명 앞에서도 끄떡없는 지배력을 가 지고 마을에 군림하는 지주( 地 主 ) 조가( 趙 家 )와의 대조로 그려냄으로써 신해혁명의 쓰디쓴 좌절을 나타내고 있다. 모 욕을 받아도 저항할 줄을 모르고 오히려 머리 속에서 정신적 승리 로 탈바꿈시켜 버리는 아Q의 정신 구조를 희화 화( 戱 畵 化 )함으로써 철저히 파헤쳐, 당시 사람들이 자기가 바로 모델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중국 구( 舊 )사 회의 병근( 病 根 )을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 후 이 작품에 대해서는 치엔싱추언( 錢 杏 邨 ) 등의 심한 비판이 있었 으나,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으며, 오늘날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큐는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집이며 직업이며 아무런 생활 근거도 없이 동구 밖 사당에서 기거하고 있다. 그는 약간 모자란 듯하고, 바보스러우나 자존심만은 강했다. 서양식 학교와 일본 유학을 다녀왔으며, 마을의 세력가 조영 루쉰의 중편소설 '아큐정전( 阿 Q 正 傳 )' 279

280 감의 아들을 가짜 양놈 이라 욕하고, 이 소리가 영감 아들 귀에 들어가 아큐는 두들겨 맞는다. 이 일로 아큐는 유 명해진다. 또한 평소 매우 싫어하던 왕털보 에게도 시비를 걸다가 얻어터지고, 아큐는 마을 사람들의 놀림감이 된 다. 한편, 장난이 심한 아큐는 정수암의 젊은 비구니를 보자 그녀의 머리를 만지고 볼을 꼬집으며 놀린다. 이런 장면들 을 본 건달들이 재미있어 하자 아큐는 뿌듯해 한다. 그런데 여승의 살결을 만져본 아큐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다. 여자의 부드러운 피부와 접촉하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여자에 관해서 일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큐가 조영 감의 집에 쌀을 찧으러 갔다가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 댁의 여자 하인인 우마에게 자기하고 자자며 수작을 부리다가 곤경에 처한다. 우마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조영감에게 아큐는 사정없이 두들겨맞고는 양반댁을 업신여긴 죄로 마지막 남은 솜이불까지 저당잡혀 가며 막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여자들은 아큐만 봐도 도망갔 고,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어느 누구도 그에게 일거리를 주려하지 않았다. 아큐는 굶주리고 지쳐서 정수암의 무밭에서 무를 훔치다가 달아나기도 한다. 아큐는 마을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자, 성내로 가서는 좀도둑질로 몇 가지 재물을 모아 중추절 직후 다시 마을 로 돌아온다. 아큐가 가지고 온 신기한 물건에 마을 여자들은 관심과 흥미를 가졌으나, 그가 도둑의 앞잡이였다는 소 문으로 인해 자연히 관심 박으로 밀려난다. 이때 혁명의 소식이 전해지고 마을 사람들이 혁명당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아큐는 혁명당 행세를 한다. 아큐는 혁 명당에 가입하려고 조영감 아들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 날 밤 조영감 집이 습격을 당한다. 아큐는 조영감댁을 약탈한 범인으로 지목되어 영문도 모른 채 병사들에 의해 잡혀간다. 문초를 당한 아큐는 횡설수설한다. 생전 처음으로 들어 보는 붓으로 동그라미로 서명을 대신하고는 만인을 위한 속죄양이 된다. 형장으로 꿀려가면서 아큐는 눈을 번득이고 섰는 군중들 속에서 우마를 발견한다. 그러나 우마는 아큐를 보지 못한 듯 오직 정신없이 병사들의 등에 메고 있는 총만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은 중국인의 노예 근성을 샅샅이 그려낸 중편소설이다. 노신은 이 작품에서 국민성의 나쁜 점을 그려냈다고 해서 비애국자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큐는 보편적인 존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큐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이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청조( 淸 朝 ) 말기 신해혁명으로 구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와중으로, 아큐라 는 보잘것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중국인의 국민성을 질타하고 있다. 아큐는 뚜렷한 작업도 없이 남의 집 품팔이로 살아가면서도 아무 일에나 끼어들어 간섭하고, 잘난 체한다. 사리 판단이 모자라 조그만 일에도 영웅시하면 서 자존심만 강하다. 본능적인 충동에 쉽게 흔들리며, 부정직한 방법으로 자기 과시를 한다. 이러한 아큐의 행위는 작가의,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것은 그들의 정신을 개조하는 일이다. 그리고 정신 개조를 가장 잘 이룩할 수 있는 길은 문예다. 란 말에서 보듯이 사대사상, 노예 근성에 젖어 있고, 이기주의가 팽배했던 당 시의 민족적 현실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중국 근대문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아큐정전>은 문화혁명 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봉건적 체제의 구습을 타파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루쉰의 중편소설 '아큐정전( 阿 Q 正 傳 )' 280

281 M.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0 M.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미국의 작가 M.미첼의 장편소설로 5부작이다. 1936년 출판되었다. 작자의 유일한 작품으로 1,000페이지가 넘는 대작 이다. 집필에 10년( )이 걸렸고 36년에 출판되어, 37년 퓰리처상( 賞 )을 받았다. 남북전쟁과 전후의 재건을 배경 으로 급변하는 사회상을 자상하게 묘사하면서 아름답고 억센 남부 여성 스칼렛 오하라가 황폐한 시대를 힘차게 살아 가는 모습, 연약한 이상주의자 애슐리 윌크스에 대한 스칼렛 오하라의 사랑, 물질주의적이며 행동가인 레트 버틀러와 의 애증 등을 한데 엮은, 간결한 문체와 정교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발행 후 1년 동안에 150만 부가 팔렸으며 10여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39 년 V.프레밍 감독이 V.리(스칼렛 역), C.게이블(레트 역) 주연으로 영화화하였다. 한편 1991년 미국 소설가 A.리플리 가 속편격인 <스칼렛>을 써서 4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M.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281

282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대 농장주 제럴드 오하라의 딸로 결코 미인은 아니나 매력 있는 여성이다. 아버지는 아일랜 드 출신이고, 어머니는 프랑스계의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그녀는 어머니와 같은 정숙한 부인이 되고 싶어했으나, 야 성적인 아버지의 피가 더 짙게 흐르고 있었다. 스칼렛은 그 지방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그녀가 사랑하고 있 는 사람은 온화하고 교양 있는 애슐리였다. 그 역시 스칼렛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애슐리는 스칼렛의 사촌인 얌전 한 멜라니와 결혼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스칼렛은 화가 나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보란 듯이 멜라니의 오빠 찰스와 그들보다 먼저 결혼해 버린다. 남북전쟁이 절정에 이를 무렵, 찰스와 애슐리는 전쟁터로 나간다. 얼마 뒤 찰스는 전사하고 스칼렛은 아들을 출산한 다. 그러나 스칼렛은 죽은 남편보다는 애슐리를 그리워한다. 스칼렛은 애틀란타로 이주하여 멜라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애틀란타 시가 북군에 의해 함락의 위기에 놓이자 스칼렛은 레드 버틀러의 도움으로 출산을 눈 앞에 둔 멜라 니와 함께 고향인 타라로 피난한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남부는 재건에 착수한다. 스칼렛은 일가 부양을 위해 손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필사적으로 일한다. 전장에서 돌아온 애슐리는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스칼렛의 농장에서 일한다. 스칼렛은 전과 같이 여전히 애슐리를 사랑하여 함께 도망가지고 하나, 애슐리는 절대 가족을 버릴 수 없다고 이를 거절한다. 이후 그녀는 돈 때문에 목재상과 재혼하나, 사업이 망하고 남편이 죽자 레트와 세 번째의 결혼을 한다. 레크는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끌려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나, 스칼렛의 애슐리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 때문에 늘 고독해 한다. 이때 멜라니가 죽자, 애슐리에 대한 사랑이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레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레크의 마음이 돌아서 있었고, 그는 한동안 멀리 떠나 있겠다고 한다. 스칼렛은 필사적으로 만류했으나, 허사였고, 그녀 앞에는 고난과 역경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성격을 지닌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레트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는, "뭐든지 내일 생각해야지. 내일이면 그런 대로 견뎌낼 수 있을 거야. 내일 그를 되찾을 방법을 생각해야지.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다. 이 작품은 남북전쟁 와중의 광대한 남부를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과 애정 편력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고 있는 역사소설인 동시에,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스칼렛 오하라와 물질주의자이며, 야성적인 레트 버틀 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멜로 드라마이기도 하다. 집필에만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미첼은 당시 의 역사적 기록물과 음식과 의상, 생활양식 등 손이 미치는 한 철저히 조사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태어난 주인 공이 바로 스칼렛 오하라다. 그녀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정신은 바로 미국인들이 지닌 개척 정신과 일맥상통 하는 것으로, 이러한 정신은 가장 미국적인 스타일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M.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282

283 최창학의 중편소설 '창( 槍 )' :08 최창학의 중편소설 '창( 槍 )' 최창학의 중편소설로 1968년 [창작과 비평]지에 발표된 데뷔작이다. 최창학은 이 작품에 대해 기존 형식을 완전히 무시한 일종의 실험소설 이라고 적고 있다. 일정한 줄거리도 없고, 일상적인 의식의 흐름이 작품의 전편에 흐르고 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평자( 評 者 )들에 의해 일상 의식의 흐름을 통해 비틀거리는 이 시대 젊은 정신의 궤적을 그린 보기 드문 문제작 이라는 평(최인훈)과, 단순한 외설소설( 猥 褻 小 說 )에 지나지 않는다 는 평(김현)을 받아 논 란의 대상이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상( 李 常 )은 불문학을 전공한 문학청년이면서 출판사 교정원이다. 그는 이상( 李 箱 )과 르ㆍ끌레지오의 분위기를 풍기 는 지친 의식의 덩어리 같은 존재이다. 자의식 과잉에 빠져 있으며, 정신적으로 심히 앓고 있는 그는 마침내, 이 세 상에 자기(인간)는 존재하지 않고 상(인간) 이라는 글자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다분히 현상학적인 생각에 사로잡 최창학의 중편소설 '창( 槍 )' 283

284 혀 있다. 또 그는 이 세상의 부조리ㆍ무의미함에 대하여 남보다 조금은 더 예민하게 자각할 줄 알 만큼 지적( 知 的 )이기도 하 다. 그러나 그 자각은 무력한 자각일 뿐이며, 그 자각의 연장선상에서 자기 자신을 포함한, 이 세상의 무의미함만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데 작용할 뿐이다. 그가 하는 나날의 행위나 사고도, 남들과 조금 다른 특이한 것이기는 하지 만, 그 자체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이다. 그 대표적인 행위가, 거리나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 대한 의미 없는 유치한 상상 행위이다. 그러나 끝내는, 자신이 지나치게 관념 속에 칩거해 있었다는 반성을 하고, 세상을 살기 = 속물이 되기 라는, 나 름대로의 깨달음이 주인공 상에게 오지만, 그 결론의 단순함은, 역으로 상이 추구하고 생각했던 것 시 쓰기, 자살 따위 이 지극히 관념적이었음을 보충해 줄 뿐이다. 그 깨달음의 허구성이 결국은 이 세상 전체가 창 으로서 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공격 콤플렉스를 유발하고, 나는 세상에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느낌 은 다분히 관념적인 것이긴 해도, 산업화ㆍ기계화되어 가는 집단의 삶 속에서, 개인의 존재의 자기 동일성을 상실하 고, 모두 똑같은 자로서의 익명화되어 간다는 사실에 대한 중대한 경고가 될 수도 있다. 그때 사람들은 모두 똑같게 되어 버린다. 그것은 인간의 기계화에 다름아니다. 신문엔 한창 심장 이식 수술 최초로 상공, 두 번째 성공, 세 번째 성공, 네 번째 성공, 또는 개( 犬 ) 머리와 뒷다리를 이식하는 데 성공, 멀지않아 뇌 이식 수술도 가능 등등의 토픽이 아닌 평범한 기사로 오르내리던 무렵, 상이 꾸었던 밤마다의 악몽은 단순히 무서운 것이라기보다는 희극적인 것이었다. 가령, 자신의 머리와 J양의 머리가 바뀌어져 붙 어 있다. 목 이하의 부분은 자기 자신의 것인데, 머리만은 J양의 것이다. 또 가령, 한쪽 눈알을 뽑아 새끼손가락 끝에 달고 다닌다. 사물을 볼 때 그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본다. 이 작품에서 산업화ㆍ기계화에 따른 인간성 상실에 대한 경고는 예리하고 섬뜩한 것이지만, 그것이 구체적인 모습으 로 드러나 있지 않고, 관념적으로 서술되어 있기에 약간은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창학은 약간은 공허한 그런 식의 관념적 세계의 이해에서 곧 벗어난다. 그 벗어남은, 이 세상을 어둡게 사 는 사람들, 사회학적인 용어를 쓴다면,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방향과, 남보다 무언가 더 알고 있고 꿋꿋한 의지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이 세계의 왜곡된 체체 속에서 희생당하는 모습을 통 해 인간 상실의 세계를 깊이 있게 파헤치고 있다. 최창학의 중편소설 '창( 槍 )' 284

285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 :20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 이문열의 장편소설로 무명의 작가를 일약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시킨 작품이다. 1979년 [세계의 문학]에서 중편으로 출간, 1987년 장편으로 개작, 1993년 다시 부분 손질하여 출간. 아하스 페르츠의 이야기를 내부 이야기로, 민요섭과 조동팔의 이야기와 민요섭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남경사의 추적 과정을 외부 이야기로 하고 있다. 민요섭은 예수를 '거짓된 사람의 아들'이라 보고, 예수와 동시대 인물이면서 사탄으로 비난받았던 아하스 페르츠를 '진정한 사람의 아들'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끝내는 기독교로 회귀하며, 그것이 제자 조동팔의 분노를 사게 되어 살 해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D시 경찰서에 재직 중인 남경사는 민요섭의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사건을 위해 서울로 올라간 남 경사는, 민 요섭이 기독교 집안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났으며, 신학교 학생이었다는 것과, 학업 중 이단에 빠져 기독교에 대한 회 의를 품고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 285

286 그 뒤 남 경사는 민요섭의 행적을 쫓아 여러 도시로 다니면서 그의 노트를 발견한다. 그 내용은 기독교에 대한 회의 를 품고 방황하는 인간상인 아하스페르츠 가 주인공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예수와 같은 시간에 사람의 아들로 태 어난다. 남 경사는 민요섭의 행적을 쫓는 데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자료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며, 이 내용이 민요섭이 겪은 기독교에 대한 갈등과 체험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남경사가 항도 B에 갔을 때는, 민요섭이 여인숙 집 아들 조동팔과 함께 사라졌고, 이후에는 같이 기거하면서 여기저 기를 떠돌아다니며 종교 교육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민요섭의 사후에는 일명 김씨로 통하던 조동팔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민요섭의 죽음이 조동팔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집을 나간 지 오래되었으며, 그의 방에는 민요섭의 원본에 있는, 새로운 신이 바탕으로 된 새로운 성서가 완성되지 않은 채 있을 뿐이었다. 남경사는 민요섭의 원본을 가져 와 읽어보는데, 거기에는 아하스페르츠 가 일곱 번 만나 논쟁을 벌인 사건과, 예수가 못박혀 돌아가셨을 때 아하스페르츠 에게 닥쳐온 공허감 등이 적혀 있었다. 이후 남경사는 조동팔이 김동욱이라는 사람으로 개명하고, 얼마 전에 복역을 마치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집 을 다시 찾아가 본다. 남경사를 만난 조동팔은 민요섭이 자신들의 신을 배반하고 기독교로 돌아가고자 했기 때문에 그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나서 그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하스 페르츠는 성경에는 나오지 않고 외경( 外 經 )으로 전해져 오는 인물로서, 작가는 이 전설상의 인물을 소설 속 에서 재창조한다. 기독교 전설에 의하면 그는 이스라엘의 구두장이였는데,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는 도중 에 그의 집 문 앞에서 쓰러졌을 때, 잠깐 쉬게 해 달라는 예수의 청을 거절했기 때문에 그 저주로 예수 재림 때까지 죽지 못하고 방황한다는 악마적 인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 속에서, 세계의 모순에 괴로워하며, 그것에 눈감고 있 는 신의 침묵을 고발하는, 반신적( 反 神 的 )이며 이성을 존중하는 한 인간형을 살려낸 것이다. 아하스 페르츠는 '거짓 인자( 人 子 )'인 예수에 대하여 온전하고 참된 '사람의 아들'로서 대립한다. 예수와의 대화에서 그는 "육신을 가진 인간의 비참함을 없애기 위해서, 인간들에게 죄지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도록 고통스러운 자유를 회수( 回 收 )하라."고 말하며, "인간은 주어진 모든 것을 누려야 하므로 그 무슨 이유로도 그들의 향유를 빼앗거나 금지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결국, 예수와 아하스 페르츠의 대립은 사랑으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는 예수와 이성으로 사람을 하느님의 위치로 끌어들이려는 아하스 페르츠 사이의 대립이다. 예수의 하느님은 인간을 영원히 죄의식 속에 살게 하는 하느님이지만, 아하스 페르츠의 하느님은 인간을 신뢰하는 하느님이다. 이 작품은 기독교의 본질적인 비극성을 표현하고 있다. 본문에서 인용된 아하스페르츠 의 일대기는 작가가 이야 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세계에 대한 괴리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신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는 데, 이는 기독교에 대한 하나의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신화적 서술 분위가와 구도적인 열정의 허무 맹랑함이, 신에 대한 은밀하고 경멸에 찬 아이러니를 동시에 포함 하고 있는 것이다. 참된 사람의 아들 아하스페르츠 가 예수에 대한 대립적인 존재라면, 이 아하스페르츠 는 인 간적인 종교의 경전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일대기에서 민요섭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인간의 고뇌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적인 보편성에 닿아 있다. 아울러, 이 작품은, 신화적인 구도를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플롯의 난점 도 해결해 가고 있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 286

287 김은국의 영문 장편소설 '순교자( 殉 敎 者.The Martyred)' :00 김은국의 영문 장편소설 '순교자( 殉 敎 者.The Martyred)' 재미교포 작가 김은국( 金 恩 國.1932 )이 지은 영문 장편소설로 1964년 발표되었다. 원제명은 The Martyred (George Braziier Inc., N.Y.C., 1964)이다. 영문으로 된 이 소설은 1965년 장왕록( 張 旺 祿 )이 한국어로 번역하여 [삼중당( 三 中 堂 )]에서 간행하였다. 이어 1990년 저자 자신이 한국어판 <순교자>를 [을유문화 사]에서 간행하였다. 6ㆍ25전쟁을 배경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종교소설로서 일약 미국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독일어로도 번역되었 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학 강사를 지낸 이 대위는 육군특무대로 평양에 파견되어, 육군본부 파견대 정보국장 장 대령의 휘하에서 근무한 다. 그러다가 6ㆍ25 당시 12명의 목사가 평양에서 순교한 사실을 조사하게 된다. 차차 조사 과정에서 순교자들의 신앙 김은국의 영문 장편소설 '순교자( 殉 敎 者.The Martyred)' 287

288 과 순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캐어 들어간다. 이와는 달리 장 대령은 공산당에게 희생당한 12명의 순교자를 애국적인 관점에서 추모식을 크게 거행하여 평양의 신 도들과 시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과 정신적 승리를 알려주려고 하는 국가주의적 견지를 보인다. 그런데, 애초에 14명의 목사가 체포되어 12명은 순교하였으나 신 목사와 한 목사는 생존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이 대 위는 이 두 생존자를 찾아 순교자들의 최후의 모습과 그 신앙의 진실성을 확인하는데 마음을 기울인다. 여기서 이 대 위는 진실을 추구하는 진지한 자세와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 대위의 친구인 해병대 장교 박 대위는 그 아버지가 지나치게 신앙에 충실한 독선적 광신자였으므로 인간미가 결 여된 병적인 인물로 보고 사실상 두 부자는 의절한 상태로 서로 떨어져 지낸 사실이 알려진다. 박 대위는 12명의 순 교자 속에 그의 아버지가 들어있음을 듣고도 오히려 존경심보다는 광신적인 신자들이 으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중에 신 목사의 편지에 박 목사가 아들을 지극히 사랑한 사실과 자신이 추구하는 신앙의 궁극적 의미와 아 들이 전공하는 역사학이 특수 사건에서 보편적 진실을 탐구할 때 봉착될 인류의 종말문제와 이념적 거리가 그리 멀 지 않음을 말한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최후로 공산당원에 의하여 처형되면서 기도할 수 없어 라고 말한 데서 그 아버지의 인간적인 고뇌가 담김을 깨닫고 박 대위는 순교한 아버지와 정신적 화해를 이룬다. 한편, 박 목사의 신앙심에 감동하고 따르던 젊은 한 목사는 마지막 처형장에서 박 목사가 기도를 거부한 사실에 충 격을 받고 정신이상자가 되어 사형은 면하였으나 폐인이 된다. 신 목사의 생존에 관하여는 배신자라는 많은 의혹 속에 신도들의 집단항의를 받지만 12명의 처형을 목격한 공산군 정 소좌가 체포되고, 그의 실토에서 목사들이 비굴하게 죽었으나 오직 신 목사만이 당당하게 공산당원에게 저항하여 오히려 죽음을 면하였다는 진상이 밝혀진다. 이 소설은 신 목사의 인간적인 성숙성과 신앙인으로서의 겸허한 자세가 절제 있고 지적인 문장으로 잘 묘사되어 있 다. 특히, 중공군의 개입에 의하여 극심한 고난에 처한 피난민 신도들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의 과정과 이 대위와 장 대령의 권고를 물리치고 서울로 피난가지 않고 병든 몸을 이끌고 절망에 빠진 노약자들을 보살핌으로써 그의 고결한 인간애의 정신이 번져나게 하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신 목사이다. 그는 극심한 절망과 고통에도 오히려 패배하지 않고 신앙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며 신앙적 교리의 요구와 현세적 역사적 필연성의 요구에 충실하는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군의관 민 소령에게서도 중공군의 개입으로 평양이 텅빈 상태에서 후퇴하다가 중지하고 중환자를 위하여 야전병원 으로 복귀하는 감동스러운 직분의식과 그 인간주의의 고결한 사상적 실천을 보게 된다. 이 대위는 신이 침묵하는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인간주의를 수호하는 지식인상으로 제시되고, 신 목사는 역시 신이 침묵하는 시대에 고통과 절망의 역사적 현장에 서서 신의 섭리로써 인간답게 살아갈 지혜를 구하는 숭고한 교역자상 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위난의 역사적 상황에서 인간주의의 구현을 이야기로 펼쳐 보인 작품으로서 진지한 도덕적 책임을 추구한 걸작이라고 평가된다. 이른바 상황에 투신하는 도덕적 결단을 형상화한 주제가 보편적 진실의 감동으로 창조되었다. 김은국의 영문 장편소설 '순교자( 殉 敎 者.The Martyred)' 288

289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39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로 1884년 출판되었다. 형식상으로는 <톰 소여의 모험>(1876)의 속편으로 되어 있지 만, 내용면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우수하다. 미국 서부의 자유인으로서의 의식을 가진 허크라는 인물의 창조, 성인들의 사회적 인습과 위선에 대한 통렬한 풍자,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구가하는 자유에의 찬가, 또한 방언( 方 言 )의 구사와 문체의 예술성 등에 의하여 미국문학의 굴지의 걸작으로 평가되며, 헤밍웨이, 샐린저 등에게 영향을 주었다. 트웨인은 미국 미주리 주의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나 12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인쇄 소의 견습공이 되어 각지를 방랑하다 미시시피 강의 수로( 水 路 ) 안내원이 되는데, 그곳에서의 경험은 후일 그의 작품 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그 후 광산기사,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다지게 된다. 그는 문학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출판사업에 실패하고 더군다나 아내와 딸의 잇따른 죽음으로 개인적인 불행을 겪어 야 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289

290 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세속적인 문명과 사회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모험과 자연을 즐기는 소년들의 개척 정신 을 글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을 쓴 후에 영국의 소설가인 키플링 (Kipling), 프랑스의 조각가인 로댕(Rodin)과 더불어 명문 옥스포드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작은 마을 '세인트 피터즈버그'에 때 아닌 대소동이 일어난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라는 두 소년이 맥두 갈 동굴에서 흉악범 '조'가 숨겨둔 많은 돈을 발견했던 것이다. 조는 그 동굴에 거액을 숨겨 두었지만 나오는 입구를 찾지 못하고 굶어 죽고 말았다. 톰과 허크는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되었으며, 부랑아 허크는 미망인 '더글러스' 부인에게 맡겨진다. 이 때 비로소 교 육을 받게 되지만, 허크에게는 그런 판에 박힌 일상생활이 지루하기만 했다. 게다가 1년 이상이나 보이지 않아 죽은 줄만 알았던 포악한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나타나 허크의 돈에 눈독을 들이고 착한 마을 사람들과도 자주 싸움을 벌 였다. 그러던 어느 날, 허크는 아버지에게 끌려가 강가의 낡은 오두막집에 갇히게 되는데, 때마침 미시시피 강이 범람기가 되어 물이 넘쳐오는 기회를 타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작슨 섬'으로 헤엄쳐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더 글러스 부인의 여동생 집에서 부리던 노예 '짐'이 숨어 있었다. 그를 잡으려는 손길이 바짝 다가옴을 느끼자 허크와 짐은 뗏목을 타고 모험을 시작했다. 두 소년은, 젊은이들의 슬 픈 이야기, 불량배들의 싸움, 악당들의 사기 행각 등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무사히 위기를 모면했 다. 나중에는 악당들에게 속아 톰 소여의 큰어머니 댁으로 팔려간 짐을 허크와 톰이 구출하여 도망치지만, 도중에 짐이 다쳐 다시 체포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자유의 몸이 되어 있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의 서두에, "이 이야기에 동기를 발견하려는 자는 기소될 것이며, 교훈을 찾으려는 자는 추방 되고, 줄거리를 발견하려는 자는 총살될 것이다. 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금전만 쫓는 타락한 세 계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서 생겨난 유머이다. 이 작품은 미시시피 강의 모험을 그린 오디세이아 라고 일컬어지며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미국 근대문학의 뿌리로 삼았다. 이 작품은 '허크'라는 소년을 통하여 어른들의 잘못된 사회 관습과 위선적 행동에 대한 강한 풍자와 반발,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자유에의 열망을,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묘사하고 있다. 허크는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인데다 그 자신은 부랑아로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다. 게으름뱅이 이고 무법자이며 천하기까지 한, 이를테면 못된 아이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3살의 같은 또래 아이들에게 허크의 모습은 숭배의 대상이다. 학교에도 못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목하며 목욕도 하지 않아 지저분하기까지 하 지만 언제나 생기가 있었다. 그는 자유를 구속당하지 않고 독립인으로 살아가므로 좋은 집에 사는 다른 아이들보다 백배나 행복하기만 한 것이다. 허크에게는 기지가 있고, 양심이 있으며 동정심도 있다. 그가 하는 일마다 조잡하고 거칠게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는 정직하게 살고자 하는 정의감이 흐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정신을 잃어버리고 금전만 쫓는 현대 타락한 세계 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미국 서부의 한 빈촌에 사는 사랑스러운 소년 허크가 촌락을 도망해 나가 흑인노예인 짐과 함께 뗏목을 타고 미시시 피 강을 하류 쪽으로 흘러내려가는 도중에 경험하는 여러 가지 모험을 취급한 일종의 악동소설( 惡 童 小 說 )이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290

291 19세기 중엽의 중서부와 남부의 강변 생활을 묘사한 지방색채도 그러하지만, 특히 허크의 모험은 그 배경을 이루는 웅대한 미시시피 강의 묘사와 서로 연관되어 작자의 소년시절의 꿈을 잘 재현시키고 있으며, 극히 낭만적인 세계를 묘출( 描 出 )하고 있다. 이것은 트웨인의 대표작이면서 젊고 야성적인 미국문학의 일면을 나타내는 걸작이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291

292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22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1937년 10월 13일부터 1938년 5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채만식의 장편 소설로, 고향과 농토를 잃고 식민지 시대의 혼탁한 물결에 휩쓸려 무너지는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의 어두운 세태를 그렸다. 이 소설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금강의 흐름이 주인공 초봉이의 기구한 일생을 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또한 금강의 의미는 초봉이의 일생을 암시하면서, 한편 우리 민족의 기구한 처지를 나타낸다. 중간에 백제의 흥 망을 더듬는다고 한 것은 나라가 망한 사정을 되새기게 한다. 긍정적 인물들의 수난을 그리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당 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모함과 사기ㆍ살인 등 부조리로 얽힌 1930년대의 사회상을 풍자와 냉소로 엮은 작자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전통 사회의 질서에 밀려난 사람들이 새로운 식민지 사회 현실 속에서 부동( 浮 動 )하는 모습을 그려 당대의 사회 인식을 드 러내 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두장 하바꾼으로 소일하는 무능력한 정주사의 딸 초봉이는 S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 친구인 제호의 약방에서 점원으로 있으면서 다소곳한 행동과 미모로 인해 제호와 승재, 태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292

293 제호는 히스테리가 심한 부인과 살고 있으며 태수는 은행원으로 가난한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으나 부자인 체 하며 지내면서 은행에서 남의 돈을 몰래 빼내 곱추 형보를 시켜 미두를 하다 돈을 거의 잃어 들통이 나면 자살하려고 하 고 승재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외가 친척인 의사 밑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돕는다. 그분이 죽으면서 친구 의사에게 천거해 주어 군산에 내려오게 된다. 그의 병원일을 도우면서 의사 시험준비를 하며 초봉의 집에서 하숙한다. 그는 가 난한 병자를 도우며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초봉이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는 승재가 있으나 약방을 그만두고 서울로 가 제약회사를 하려는 제호를 따라가는 것이 실패하자 태수와 정을 통한 한참봉의 나내 김씨의 중매로 전문학교를 나온 부자로 알려진 태수의 청 혼을 받아들인 아버지를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사랑하는 초봉이의 신랑이 될 태수가 화류병에 걸려 결혼 전에 고치려 고 병원으로 오자 승재는 그의 본 모습을 보고 초봉이가 가엾게 여겨지고 상심한 마음으로 인해 태수를 죽이려다 그 만둔다. 결국 초봉이와 태수는 결혼을 하게 되고 승재는 초봉이의 집에서 나와 하숙을 옮기고 성격이 반대인 초봉의 동생 계봉이의 방문을 자주 받게 된다. 결혼 후 초봉은 승재에 대한 미련과 돈 때뭉에 결혼하였다는 생각이 잠재해 있었지만 잘해주는 태수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 태수는 죽기 전의 소원이었던 초봉과의 결혼을 이루고 나서 비행이 들통나면 자살을 하겠다는 마음을 다시 다진다. 형보는 초봉의 미모에 매료되어 태수를 빨리 죽게하고 자신이 차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계책으로 인 해 홍업회사에서 당좌계를 찾는 전화가 오게되고 이를 안 태수는 내일이면 들통이 나므로 죽을 결심을 하고 집으로 간다. 집에 오자 한참봉의 아내 김씨가 계집아이를 보내와 김씨집으로 가 한참봉이 작은 집으로 간 사이를 이용해 김 씨와 만난다. 한편 형보는 이 일을 잘 아는 지라 또 하나의 계책으로 한참봉에게 익명으로 전화를 해 현장을 덮치게 하고 자는 초 봉을 추행한다. 태수와 김씨는 한참봉에게 죽게 되고 초봉은 신혼 살림을 부모가 살아 갈 밑천으로 주고 마음 좋은 아저씨인 제호를 찾아 서울로 가다 기차에서 만나 온천에서 제호의 여자가 된다.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고 제호에게 돈을 얻어 집에 보내면서 지내다 누구의 아이인지 확실하지 않은 송희를 낳는다. 그러나 초봉의 마음 깊은 곳에는 항상 승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송희를 낳은 초봉이 지나치게 아이에게 집념을 보 이게 되고 회사에서 필요해 아내 친척에서 돈을 얻어 쓴 제호는 친정에서 요양하던 아내가 오게 되자 초봉이를 떼어 버릴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태수가 미두를 하다 남겨준 돈을 얻었던 형보는 운이 좋아 미두와 고리대금으로 몇 천 원의 돈을 벌어 초봉이를 찾아오게 된다. 형보가 송희가 자기의 딸이며 죽은 태수가 유언으로 초봉이를 맡겼다는 억 지를 부리며 제호를 만나자 제호는 양심이 찔렸으나 좋은 기회라고 여겨 물러나 버린다. 초봉은 남자들이 역겨웠으나 악독한 형보를 잘 아는 지라 친정에 돈을 주고 동생들도 교육을 시켜 주겠다는 다짐을 받고 마음에도 없는 형보의 여자가 된다. 초봉의 마음은 승재에 대한 환상이 자주 고개를 쳐든다. 계봉은 서울로 올라와 초봉과 함께 살면서 형보의 돈으로는 공부하기가 싫어 백화점에 취직하여 일하게 된다. 계봉과 함께 살게된 형보는 계봉의 성숙한 몸매에 군침을 흘리고 초봉은 형보가 일을 저지를까 근심한다. 초봉은 계봉이 송희를 잘 키울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자 지옥같은 형보와의 관계를 총산학 위해 형보를 죽이고 자신도 죽을 결심을 한다. 한편 초봉이와의 일을 옛일로 느끼게 되었고 계봉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 있던 승재는 의사 시험에 합격하여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계봉이와 만난 승재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청혼을 하나 개방적인 초봉은 사랑하면 자연스러이 결혼을 하게 된다며 확답을 피하고 초봉의 이야기를 한다, 계봉으로부터 초봉의 가엾은 사정을 들은 승재 는 계봉과 함께 초봉을 형보의 손아귀에서 빼내려는 계책을 세운다. 계봉과 승재가 초봉이를 만나러 집에 가자 초봉 은 이미 형보를 죽이고 말았다. 승재가 도와 주려고 올 것을 몰랐던 초봉은 이야기를 듣고 승재가 아직도 자신을 사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293

294 랑한다는 생각 기쁨을 느끼다가 빨리 실행한 젓을 후회한다. 계봉은 초봉에게 자수를 권유하고 한참 울던 초봉은 승재에게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마을 건네자 그 뜻을 아는 승재 는 대답이 막혔으나 애원하는 초봉이를 거절할 용기가 없어 다녀오라고 다정하게 말한다, 초봉의 슬픈 얼굴이 잠시 웃을 듯 빛나게 되고 승재는 그것을 본다. <탁류>는 군 고원( 郡 雇 員 )을 지낸 정 주사의 큰딸 초봉이의 비극적인 결혼과 남편의 죽음, 꼽추인 장형보의 끝없는 괴롭힘에 지친 초봉이가 결국 그에게 극약을 먹이고 살인자임을 자수하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탁류>는 세 가지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첫째는 양반 출신으로서 근대문명 속에 주변없이 처세하여 극한적으로 몰락함으로써 인간성 자체가 파손당하는 정 주사의 이야기이다. 군 서기 출신의 안이한 관료주의와 전통적인 가장 의식에 얽매어 전통적인 것의 좋은 점도, 신식 문물의 좋은 점도 자기것으로 택하지 못한 당대의 한 계층을 대표하는 것이다. 둘째는, 주어지는 운명에 순종함으로써 인생을 희생당하는 한국 구식 여성의 전형과 발랄한 신식 여성의 사고와 체 질을 지닌 여성의 대조이다. 초봉이는 당시 신식 교육을 어설프게 받은 대표적인 여성상이며, 동생 계봉이는 그러한 식민지 교육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인물 중의 하나이다. 두 사람의 대조에서 드러나는 초봉이 역시 정 주사와 함께 전 통 사회에도 신식 사회에도 안주( 安 住 ) 못한 채 뿌리뽑혀 버린 한 계층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셋째는, 건실한 지식 청년이요, 의학도인 남승재에 관한 작가의 시각이다. 그는 가난한 동포들을 위해 육체적인 노력 과 주머니돈까지 털어 바치면서 동분서주했지만, 끝내 좌절하고 만다. 무료 진료도, 야학도 별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 고,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오해나 받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그의 사고는 그러한 불행의 근본 원인은 알지 못했고, 소 박한 휴머니즘에서 머물렀을 뿐이다. 이러한 서술에서 작가의 시각은 신문학 이래의 이른자 인도주의적 계몽 문학이 지니는 모호성의 지적과 사회 체제의 근본적 파악에로 나아감을 보여 준다. 그것은 그가 동시대의 식민지적 지식인상 을 과거의 폐습으로부터 탈출한 진보적 개화주의자 로 보고자 함을 드러내며, <태평천하>의 민족 운동에 투신한 종학이도 같은 위치의 인물이라 보여진다. 그는 정 주사 등에 대해 혹독한 비난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종학과 남승재 에 대해 애정을 지니고 서술해 나가고 있다. <태평천하>가 전통 사회에 뿌리박은 사람이 새로운 세대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면, <탁류>는 전통 사회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새로운 식민지 사회에서도 자리잡지 못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이 작가가 당대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했는지를 말해 주고 있다.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294

295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46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E.헤밍웨이( )의 장편소설로 1929년 발표되었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부상병 운반차의 운전병 으로 북이탈리아 전선에 종군했으며, 다리에 중강을 입고 사경( 死 境 )을 헤맨 적이 있다. 그리고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어느 간호사의 치료를 받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소설은 그때의 체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1930년 에 L.스토링즈가 극화하고, 1932년과 1958년에 영화화되었다. 이 작품은 냉혹한 전쟁에 의해 비극적으로 끝나는 군의관과 간호원의 사랑이야기로, 헤밍웨이의 주요 테마인 죽음 과의 대결 이 잘 표현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이탈리아 전선에 의용군으로 종군하던 미국인 군의관 프레드릭 헨리는 친구로부터 영국 의 지원 간호부 캐서린 버클리를 소개받았다. 처음에 그들은 우정어린 친구였으나, 차츰 그것은 사랑으로 발전했다. 이윽고 헨리가 적의 박격포 공격으로 다리에 중상을 입고 밀라노 병원으로 후송되자 거기에 캐서린도 전입되어 왔 다. 헨리의 수술은 성공했고 회복 기간 동안 캐서린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밤, 캐서린은 자신들 중 한 사람이 빗 속에서 죽어가는 환영( 幻 影 )을 보았다는 불길한 예언과 함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295

296 께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내 건강을 되찾은 헨리는 전쟁터로 다시 떠났고, 밀려드는 독일군에 의해 이탈리아군은 퇴각하게 되는데, 이탈리아 병사들을 아군의 부대장이 총살시키자 헨리는 강에 몸을 던져 탈주했다. 그리고 밀라노행 기타를 타고 그리 운 캐서린을 만나러 병원에 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료 간호원과 휴가를 떠난 것이었다. 헨리는 그녀를 찾아갔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지만 곧 그를 체포하기 위한 헌병들의 손길이 뻗쳐오자 그들은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도망친다. 두 사람은 호수 근처에 자그마한 집을 마련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캐서린의 출산이 임박해 도시로 나왔 는데, 그녀는 난산 끝에 아기와 함께 숨지고 말았다. 혼자 남은 헨리는 캐서린에게 작별을 고하고 쓸쓸히 병원을 나 오며 캐서린의 예언대로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의 주제는 죽음과의 대결이다. 작가는 대전에 참전하여 중상을 입었는데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평생 짓눌 림을 받고 있었다. 주인공 헨리는 절대로 호전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는 전쟁의 참가자 가 아니라 방관자 일 뿐이다. 따라서 헨 리가 전쟁터에서 몸을 사린 것은 죽음 의 전쟁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 이었던 것이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사랑이 전쟁(죽음), 병원, 헌병과 같은 것을 배경으로 했을 때 연애가 더한층 격렬하 게 연소된다는 것을 작가가 의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것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다.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캐서린의 출산에 있어서 모자가 모두 죽는 일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헨리도, <누구 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로버트 조던도, 그리고 헤밍웨이의 다른 작품에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사랑에는 승리하지 만, 자신이나 아니면 애인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오후의 죽음>에서 헤밍웨이는, 만일 두 사람의 인간이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들에게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 없 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느 한쪽이 먼저 죽는 것이 상례이고 애정도 영원히 처음의 형태로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는 어떤 행복도 결국은 불행으로 끝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296

297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 凱 旋 門 )' :29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 凱 旋 門 )' 독일 출신 작가 E.M.레마르크가 미국으로 망명하여 쓴 장편소설이다. 1946년 간행되었다. 레마르크의 가장 뛰어난 작 품으로, 전쟁이 빚어낸 참상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한 인간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게슈터포는 독일 나치스 정권하의 비밀경찰이다. 1933년 괴링에 의해 창설된 이래 국가에 위험이 된다고 여겨지는 것의 수사와 단속 을 행해왔다. 그리하여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의 탄압, 자유주의자와 교회의 감시, 유태인의 추 방과 학살, 테러 행위와 강제 수용 등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나치스 체제의 확립을 위해 활약했다. 라비크는 40대 초반의 유능한 외과의사이다. 그의 유일한 삶의 근거는 게슈타포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그는 밀입국 자이기 때문에 낮에는 더러운 뒷골목에서 수술을 하거나 창녀들을 검진하고, 밤에는 선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살아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그를 냉혹한 찰나주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는 조안을 진정으로 사랑하면서도 그녀에 게서 벗어나려고만 하며, 반대로 조안은 그에게 매달린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불행하게 끝나고 마는데, 이것은 불안 한 시대에 짓밟힌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 凱 旋 門 )' 297

298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각국에서 파리로 망명한 사람들이 불안에 떨며 생활하고 있었다. 주인공 라비크도 나치스의 강제수용소로부터 간신히 탈출하여 파리에 밀입국한 독일인으로, 전에는 베를린의 종합병 원 외과의사였다. 라비크는 가명으로, 외과의사로 명성을 떨치던 때의 이름은 루드비히 프레젠부르크다. 그러나 지금 은 개인병원에 고용되어 무능한 프랑스인 개업의들의 어려운 수술을 해 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즉, 그는 마취된 환자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나타나서 수술을 해 주고 환자가 깨어나기 전에 사라져 버리는 유령 의사인 것이다. 그는 도한 고급 유곽( 遊 廓 )의 매춘부들을 검진하는 일도 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수술대 위에 놓여있는 한 개 의 고깃덩어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인생관의 밑바닥에는 어린 시절 전쟁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도사리 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유일한 생의 목적은 자신을 고문하고, 연인 시빌을 죽게 만든 게슈타포 하케에 대해 복수를 하는 것이다. 라비크는 국적도 없이 무허가 외과의사로 가혹한 자기 운명을 극복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우연히 고독에 절망한 나머지 센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려는 여배우 조앙 마두를 구해준다. 라 비크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빠져들고 그녀도 라비크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조앙은 엄습해 오는 불안과 고독으로 여러 남자와 육체적인 관능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라비크도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숨 어 사는 자신의 처지와 그녀의 방황으로 사랑은 종말을 맞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을 도와주려다 밀입국이 발각 되어 라비크는 외국으로 추방당한다. 두 달만에 겨우 파리로 돌아온 라비크는 자신의 원수인 게슈타포 하케를 불로뉴 숲으로 유인하여 철저하게 복수한 다. 조앙은 치정에 의한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라비크는 그녀를 수술하게 되나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 프랑스에 선전포고가 발표되고 라비크는 망명자라는 이유로 프랑스 경찰에 의해 트럭에 실려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다. 마지막으로 끌려가는 에뜨와르 광장은 불이 켜진 데가 없어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다. 너무나 어두워서 개선문조 차도 보이지 않았다. 이 소설은 제2차세계대전의 암운이 감도는 파리를 무대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에 쫓기는 인간상의 절망적인 몸부림 을 잘 묘사하고 있다. 레마르크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일관된 하나의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반전적( 反 戰 的 )인 경향으로, <개선문> 역 시 반전사상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의 문학을 반전문학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는 어떤 정치적 색깔이나 주의 주장, 혹은 애국적인 경향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전쟁이 가져다주는 허무성과 휴머니즘에 입각한 반전사상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광대한 역사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의지할 곳 없는 망명자들의 온갖 경험과 운명을 대중성이 짙은 문장으 로 묘사하였다.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 凱 旋 門 )' 298

299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56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에스파냐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로 정식표제는 <재기( 才 氣 ) 발랄한 향사( 鄕 士 ) 돈 키호테 데 라 만차>이다. 전 편은 1605년, 후편은 15년에 출판했다. 세르반테스는 이 작품을 쓴 목적을 당시의 항간에 풍미했던 기사도 이야기 의 권위와 인기를 타도하기 위해서 라고 했듯이 그 당시 에스파냐에 크게 유행했던 기사도 이야기의 패러디를 쓰려 고 했었다. 그러나 감흥이 솟는 대로 일정한 계획도 없이 써 나가는 동안, 처음 의도한 바를 잊고 주인공 돈 키호테 와 종자( 從 者 )인 산초 판자의 성격을 창조한다는 새로운 주제에 열중하여 드디어 인생 전체를 포괄하는 대작이 되었 다. 이 이야기는 결코 단순한 익살이나 풍자소설이 아니다. 프랑스의 비평가 A.티보데는 인류의 책 이라 불렀지만, 진정으로 인간 을 그린 최초, 최고의 소설이라는 격찬을 받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1915년에 최남선( 崔 南 善 )의 번역으로 잡지 청춘( 靑 春 ) 에 <돈기호전기( 頓 基 浩 傳 奇 )>라는 이름으로 소개 되었고, 1930년에 고장환( 高 長 煥 )의 번역으로 <걸리버여행기>와 함께 소개되었다. 한편 제대로 소개된 것은 1973년 조 용만( 趙 容 萬 )의 번역으로 동서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페인의 라 만차 마을에 사는 50세의 아론소 기하노라는 시골 선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사도를 탐독하는 동안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299

300 에 광기( 狂 氣 )에 사로잡혀 자기가 책 속에 등장하는 기사가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는 이 세상의 부정을 바로잡 고 학대받는 자들을 구하기 위해 헛간에서 조상 때 쓰던 긴 창과 낡은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나선다. 그는 스스로 라 만차의 기사 돈 키호테 라 개명하고 늙고 초라한 말에도 로시난테 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는 여행 도중 한 주막집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하녀를 보고 꿈에도 볼 수 없는 어여쁜 공주라 생각하였다. 그는 주인에게 아직 기사의 서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기사 칭호를 내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주인은 그가 정상적 인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쾌히 승낙하였다. 이어 주인에게 기사 칭호를 받자 돈 키호테는 의기양양하여 다 시 길을 달렸다. 그는 도중에 상인들과 만나 기사의 의기를 부리다 상인들에게 마구 두들겨맞은 후 마침 그곳을 지나던 농부에게 구 원을 받아 겨우 마을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보름쯤 치료받는 동안 그의 망상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동안 집에서 지내던 그는 이웃의 어리석고 착한 농사꾼인 산초를 꾀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왕국을 세운 뒤 조그마한 섬의 왕을 시켜주겠다고 하여 산초를 하인으로 삼아 다시 집을 빠져나왔다. 비쩍 마른 키다리 돈 키호테는 키가 작고 땅딸보인 산초와 기사 여행을 시작하였다. 이들 두 주종( 主 從 )의 무용담은 너무나 기상천외여서 파란만장한 여정이 계속되었다. 어떤 날은 들판을 정처없이 헤 매다가 풍차의 무리들을 만나는데, 그는 거인들이라면서 창을 겨누고 로시난테와 함께 돌진하여 때마침 돌기 시작한 풍차에 부딪혀 쓰러지기도 했다. 또한 엉뚱하게도 귀부인의 행차를 습격해서 납치해 가는 공주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부리다가 몰매를 맞기도 하였다. 그는 또 양떼를 교전 중인 군대로 생각하고 덤비는가 하면, 가죽 주머니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기도 하였다. 돈 키호테는 어느 날 강제노동에 끌려가는 죄수들을 발견하고, 호위병들로부터 구출해 주었 으나, 그들로부터 옷가지와 소지품을 빼앗기고 산 속으로 숨어다녀야만 했다. 끝내 그의 모험은 이렇게 해서 좌절로 끝나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기사도 정신을 잊을 수 없는 그는 다시 산초와 함께 세 번째 모험길에 나서는데, 어느 공작부인의 초대에 응 했으나 우롱임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한편, 그들은 끝까지 추격해 온 은월의 기사를 만나 결투를 벌이지만 패하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돈 키호테는 병으로 눕고 만다. 그는 숱한 조롱과 조소에 슬프기는 하였지만, 이 병상에서 겨우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여생을 진실한 그리스도교의 신자로 행복하게 보낸다. 그는 자신의 우매했던 날들에 대해 성직자에게 참회하 며 고백하였다. 그는 이런 신앙생활 속에서 자신의 망상을 깨닫고 망상을 빚어낸 서적들을 모두 불태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숨을 거 둔다. <돈 키호테>는 당시에 유행한 기사 이야기의 인기를 타도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풍자소설이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 기사도 이야기는 이미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으며, 이 <돈 키호테>가 기사도 이야기의 맥을 끊게 한 이유는 이상적인 중세사회의 패턴이 서구적인 근대 시민사회로 바뀌어가는 것을 암시한다. 세르반테스 시대의 스페인에서는 성직자나 병사가 한 명도 없는 가정은 한 집도 없다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당시 스 페인의 세계 제패에 대한 야망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무적함대의 파멸과 함께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던 스페 인의 운명을 함께 하며 스페인의 영웅시대를 세르반테스는 쓸쓸히 돌아보며 이 작품을 썼던 것이다. 또한 돈 키호테는 고매하고 이상적인 인물로 산초와 함께 가장 특이한 성격의 주인공으로 나타난다. 기사도의 사명 감에 우스운 모험으로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 돈 키호테지만, 그의 고매한 품성은 끝까지 유지된다. 한편, 대비되는 인물로 산초는 실제적이고 비속한 물질주의적인 인물로, 이들 두 사람은 서로 협력관계가 지속되면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300

301 서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의 성격 묘사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격을 다루고 있음에 유 의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돈 키호테가 염원하는 여성은 실재하고 있지만, 거의가 그의 광기( 狂 氣 )와 망상으로 그린 여성이므로 이 소설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근처에 사는 농부 산초 판자를 종자로서 거느린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매한 이상주의자인 주인 돈 키호테는 순 박한 농사꾼으로 우직하고 욕심꾸러기이며 애교가 있고 충실한 종자 산초 판자와는 지극히 대조적인 짝을 이루어, 그 의 기사도 정신의 광기와 몽상은 이 두 사람이 가는 곳마다 현실세계와 충돌하여, 우스꽝스러우나 주인공들에게는 비 통한 실패와 패배를 맛보게 한다. 이러한 가혹한 패배를 겪어도 그의 용기와 고귀한 뜻은 조금도 꺾이지 않는다. 돈 키호테는 세계 제패를 꿈꾸던 스페인의 무적함대 패배 이래 몰락해 가는 조국의 모습을 감옥에서 보내던 세르반테스 가 그 시대를 조명해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자신이 이 작품의 맺음말에서 <돈 키호테>는 당시 권세를 누리던 기 사도 이야기를 타도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사도 이야기 타도라는 당초의 목적을 훨 씬 뛰어넘어 인간 성격의 양극이라 할 만큼 성격 묘사가 뛰어나 오늘날에도 문학 전체를 통해 주요한 인간형을 창출 해 내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301

302 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51 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루쉰과 함께 20세기 중국소설을 대표하는 왕멍의 자전적 소설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권에서 가 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명되는 작가이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 과감하고 다양한 형식적 실험, 풍자와 유머로 거듭나는 치열한 시대정신 등 중국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변신 인형>은 우선 1940년대 초 베이징 시내의 한 가정 이야기이다. 니우청은 몰락해가는 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신 식 교육을 받고 유럽 유학까지 한 지식인으로 대학 강사이다. 그는 서구 문명을 동경하고 추구하며 중국의 봉건적 문 화와 풍속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의 동경과 추구에는 활로가 없고 그래서 그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니우청의 아 내 쟝징이 역시 몰락지주 가문 출신으로 신식 교육을 받았는데, 그녀의 고통은 가정을 돌보지 않는 니우청에게서 비 롯된다. 쟝징이의 홀어머니 쟝자오씨와 과부 언니 쟝징전이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고향의 땅을 소작 주고 도지 를 받으며 살고 있는 그녀들은 봉건적인 삶에 철저히 갇혀 있다. 니우청과 세 여자 사이에는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칠 날이 없다. 그리고 소학교 2, 3학년인 니핑, 니자오 남매가 있다. 1942년 가을 어느 날, 사흘간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쟝징이가 벼르고 있다. 사흘 동안 봉급을 다 쓰고 돌아온 니우청과 세 여자 사이에 한바탕 악전 이 벌어진다. 쫓겨난 니우청은 폭음을 하고 한밤중에 비를 맞으며 돌아와 쓰러진다. 폐렴에 걸린 니우청은 몇 달간 집에서 요양을 하고, 그 사이에 쟝징이가 임신을 한다. 쟝징이의 임신에 충격을 받은 니우청은 이혼을 결심 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302

303 하고 건강이 회복되자 은밀히 변호사를 찾아 상담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쟝징이는 친지들을 초대한 회식 자리에서 니우청을 탄핵한다. 그날 밤 니우청은 나무에 목을 매는데 끊어졌던 숨이 되살아난다. 죽었다 살아난 니우청은 혼자 베이징을 떠난다. 20여 개국에서 출판되었고, 중국 국가급 문학상과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유수의 국제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 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비판적 현실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변화된 시점과 화법, 그리고 복잡한 성격의 등장인 물들은 작품을 분석하는 요소이자 인간 왕멍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요 열쇠이다. 왕멍은 열렬한 공산당 당원 으로 또 후일 국가 기관의 요직에 몸담으면서 현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지식인답게 그의 작품이 늘 중국 문단과 정계의 논쟁 한가운데에 있어왔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고급 행정관료이자 체제 밖의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왕멍의 내적 모순은 그의 작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중국 역사의 흐름을 대변하는 새로운 언어, 또 다른 리얼리즘 의 확장을 만날 수 있다. 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303

304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21 심훈의 소설 '상록수' 이 소설은 [동아일보]에서 브나로드 운동의 일환으로 행한 장편 소설 모집에 당선된 심훈의 작품이다. 1935년 [동 아일보]에 연재됨으로써 활자화된 이 작품은 농촌 계몽 운동을 주제로 한 것인데, 이광수의 <흙>과 함께 브나로드 운 동의 내용을 담은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심훈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심훈으로 하여금 작가로서의 확고한 위치 를 차지하게 만든 작품이다. 심훈이 일제 탄압을 피해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 마을로 잠적할 때인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 설 공모에 당선된 작품으로, 일제하 민족과 사회에 대한 애국적 정열과 이상을 그린 작품이다. 심훈은 당선 현상금으 로 충남 당진에 [상록학원]을 설립하여 농촌 계몽운동을 실천한다. [동아일보]에 까지 연재되었다. 이 소설은 1981년 일본어로 번역, 출판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 <상록수>의 내용은 심훈의 큰조카 심재영 이 그의 고향 당진군 부곡리에서 농촌 운동의 실제 조직인 공동 경우회 활동과 당시 수원군 반월면 천곡리에서 농촌 계몽을 하다 숨진 최용신 의 삶을 형상화한 것이 다. 따라서, 이 <상록수>는 1930년대의 농촌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 농민 계몽과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 보급 등, 계몽 운동을 실천적으로 실행하는 주인공들의 활동을 통하여 민족의 비극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를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304

305 보여 준다. 농촌 계몽을 하는 전형적 인물인 박동혁과 채영신의 성격이 평면적으로 부각되어 있고, 다소 대중적ㆍ낭 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흠을 지적할 수 있으나, 주제의 사상성이 밀도 있게 표출된 작품이라 하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ㅇㅇ일보사에서 주최한 학생 계몽 운동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모인 자리. 절망과 탄식 속에 살아가는 우리 민중에 게 힘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계몽대원의 사명이다. 라고 외치는 박동혁은 그 자리에서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여학 생 채영신을 만난다. 영신은 의지가 강하고 농민 속에서 살아가려는 여성이다. 자연스럽게 만나며 이 두 사람은 농촌 에 뛰어들어 농민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동혁은 한곡리에서, 영신은 청석골에서 글을 모르는 아이들과 부녀자 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마을 회관을 짓기 위해 땀흘리며 일한다. 이런 가운데 둘의 사랑은 깊어 간다. 동혁은 말한다. 이제 3개년 계획만 더 세우고 노력하면 피차에 일터가 단단히 잡히겠지요. 후진들한테 일을 맡겨도 안심이 될 만큼 기초가 든든히 선 뒤에 우리는 결혼을 하십시다. 그리고는 될 수 있는 대로 좀더 공부를 하면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십시다. 주재소의 방해 공작은 영신을 한없이 괴롭혔다. 사치를 일삼으면서도 몇 푼의 기부금에 달달 떠는 부자들 사이에서 수모를 겪고, 주재소 신세까지 져 가며 영신은 혼신을 다해 청석골 회관 짓는 일에 매달린 끝에 회관을 다 지어 건립 식을 앞두고는 맹장염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는다. 영신을 간호하다가 한곡리로 돌아간 동혁도 시련을 겪는다. 동혁이 없는 동안, 기천 이란 인물이 한곡리 청년회 회장이 된 것이다. 빚 때문에 쩔쩔매는 사람들을 매수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기천은 마을 진흥회장도 겸했다. 동혁은 마을에 닥친 시련을 지혜롭게 이겨 가지만 동생 동화 가 홧 김에 회관에 불을 지르려다가 붙잡혀 옥살이까지 하게 된다. 한편, 약해진 몸을 쉬고 공부를 해보려고 유학을 간 영신은 청석골에 대한 그리움과 동혁에 대한 걱정으로 몸이 더 상해 버렸다. 끝내 청석골로 돌아온 영신은 피로에 지쳐 감옥에서 나온 동혁을 만나지도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만다. 동혁은 영신을 장사지내고 산을 내려오면서 전나무, 소나무 등의 상록수를 바라보면서 영신이 혼신의 힘을 쏟았던 농촌을 위해 끝까지 몸바치리라 다짐한다. 1932년 브나로드 운동의 시범작으로 쓰여진 이광수의 <흙>은 농촌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한 지식인이 센티 멘탈리즘에서 농촌으로 뛰어들어간 결과밖에 가져오지 못했다. 그 초점은 현저히 인과 윤리에 기초한 정삼각형 연애 소설일 뿐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한 농촌 계몽 운동의 허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상록수>는 <흙>에 비하여 현저히 농 촌 계몽 운동에 접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록수>는 세 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흙>과 비교되어야 한다. 그 하나 는, <흙>이 브나로드 운동의 시범작으로 앞서 있었다는 것, 둘째는 작가가 카프(KAPF) 맹원이었고, 이미 <직녀성>으 로 쟁쟁한 작가였다는 점, 셋째로는 이 작품의 모델이 투철하게 후광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춘원의 허 숭 과 마찬가지로 동혁, 영신 의 농촌으로 돌아가자는 외침, 즉 농민에게 희망을 준다든가 민족 운동의 출발 을 농촌 계몽에 둔다는 것은 농토를 빼앗긴 농민에 대한 성급한 감상적 동정과 분리될 수 없었다는 어쩔 수 없는 한 계를 지닌다. 그것은 19세기 제정러시아의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전개된 본래의 브나로드 운동과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도시의 지식인 학생층이 위에서부터 계몽하는 방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위에서부터의 농촌 계몽은 그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거쳐야 될 필연적 단계임에 틀림없으나, 이것은 조만간 중단될 운명에 놓이는 것이며, 바로 이 점이 그 한계이다. 소설 <상록수>는 주인공의 죽음 이후에도 희망찬 상록의 세계를 암시하지만, 정작 실제 모델인 최용신 여사 타계 뒤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305

306 에, 형의 희생된 자리에 그 동생이 수업하고 섰는 자태는 눈물겨움이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 학원도 인가 ( 認 可 ) 문제로 인하여 한 달 후에는 폐쇄하게 되리라 하니 한심뿐이라. 는 김교신( 金 敎 臣 )의 기록이 일제하의 농촌 계몽의 한계를 보여 주며, 아울러 <상록수>의 한계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상록수>는 농촌 소설이라 할 수 있을지라도 농민 소설 은 될 수 없다.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306

307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55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중국 원( 元 )나라 때의 소설가 나관중( 羅 貫 中 )이 지은 장편 역사소설. 중국 4대기서( 四 大 奇 書 )의 하나로, 원명은 <삼국 지통속연의( 三 國 志 通 俗 演 義 )>라 하며, 또한 삼국의 정사( 正 史 )를 알기 쉬운 말로 이야기한 책이라는 뜻에서 <삼국지평 화( 三 國 志 平 話 )>라고도 부른다. 명( 明 ) 나라 때 나관중 작. 역사소설, 한( 漢 ) 나라 영제( 靈 帝 )로부터 진( 晉 ) 나라 무제( 武 帝 )에 이르기까지 97년간 역 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진수( 陳 壽 )의 <삼국지>에 서술된 위( 魏 )ㆍ촉( 蜀 )ㆍ오( 吳 ) 3국의 역사에서 취재한 것으로, 3국이 정립( 鼎 立 )하여 싸우는 이야기는 그 전투의 규모가 웅장하고, 인간의 온갖 지혜와 힘을 총동원하여 치열한 공방전이 되풀이되는 만큼, 옛날부터 중국인들 사이에 흥미 있는 이야기로 전하여 오다가 9세기(당나라 말기)경에는 이미 연극 으로 꾸며진 흔적이 있고, 송대( 宋 代.11 13세기)에는 직업적인 배우까지 나왔다. 이것이 책으로 엮어진 것은 원나라 지치연간( 至 治 年 間 )에 그림을 붙여 간행한 <전상삼국지평화( 全 相 三 國 志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307

308 平 話 )>(3권)이며, 이것은 현존하는 최고본( 最 古 本 )이다. 이 책은 일종의 강담용( 講 談 用 ) 대본 같은 것이어서 문장이 조 잡하고 유치하였다. 그러나 원나라 때에는 이 평화( 平 話 )를 바탕으로 하여 많은 희곡이 만들어졌으며, 나관중은 이 평 화를 철저하게 개작( 改 作 )하고, 많은 사실( 史 實 )을 곁들여 이 책을 완성시켰다. 원본은 전하지 않고, 현존하는 최고본 은 1494년의 서문( 序 文 )이 있는 홍치본( 弘 治 本 )으로, 이 책도 실은 1522년에 간행한 것이다. 24권 240절( 節 )로 나누어 기술하였으며 이것이 가장 원형( 原 形 )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 분권( 分 卷 )을 없애고, 2절( 節 )을 1회로 하여 모두 120회로 만들었다. 청( 淸 )나라 때는 모종강( 毛 宗 崗 )의 개정본이 나와, 이것이 다른 책을 압도하고 정본( 定 本 )이 되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전ㆍ후반으로 나누어지며, 전반에서는 유비( 劉 備 : 玄 德 )ㆍ관우( 關 羽 )ㆍ장비( 張 飛 ) 3인의 결의형제를 중심으로 나 중에 제갈 공명( 諸 葛 孔 明 )이 가담하게 되는데, 절정은 유비와 손권( 孫 權 )의 연합군이 조조( 曹 操 )의 대군을 화공( 火 攻 ) 으로 무찌르는 적벽( 赤 壁 )의 대전이며, 이것이 위( 魏 : 조조)ㆍ오( 吳 : 손권)ㆍ촉( 蜀 : 유비)의 3국이 분립( 分 立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후반에서는 장비ㆍ관우ㆍ유비가 연이어 죽은 다음 제갈 공명의 독무대가 되고, 공명이 6차에 걸친 북정 ( 北 征 )에서 병사( 病 死 )하는 <추풍오장원( 秋 風 五 丈 原 )>의 1절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소설의 주요인물은 유비 등 3인과 공명이지만, 조조의 성격도 잘 묘사되어 있다. 가장 생기가 넘치는 것은 관우와 장비 두 사람이며, 특히 장비의 순진하고 솔직한 성격은 중국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무용( 武 勇 )과 지모( 智 謀 )로 이어지는 전투의 기술( 記 述 )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야기의 전개가 적당한 템포로 진행되고,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가는 수법이 매우 뛰어나 중국의 많은 역사소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 다. 한국에서도 예부터 대중적인 읽을거리로 널리 읽혀져 왔으며, 특히 그 속에 담긴 유비 현덕을 중심으로 한 한실 ( 漢 室 )에 대한 충성이라든가, 공명의 지략, 유비ㆍ관우ㆍ장비의 결의 등은 유교적 이념을 국시( 國 是 )로 삼았던 조선시 대에는 크게 환영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관우의 장한 의기와 절개는 민간신앙으로까지 발전하여 관제교( 關 帝 敎 )가 생겨나고, 관제묘( 關 帝 廟 )가 곳곳에 세워지기까지 하였다. 신문학( 新 文 學 ) 이전에는 한문으로 된 원본이 수입되어 읽 혔으나 그 후 수많은 국역본이 나와 널리 대중의 인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김동성( 金 東 成 ) 역(5권, 을유문화사), 최영 해( 崔 暎 海 ) 역(3권, 정음사), 박종화( 朴 鍾 和 ) 역( 月 灘 三 國 志 3권, 어문각), 김광주( 金 光 洲 ) 역( 三 中 堂 ) 등의 국역본이 있 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기원전 3세기말에 고조 유방이 세운 한 왕조는 전한, 후한을 합쳐서 400년 동안 중국의 통일을 유지하였다. 후한 말 에 나라는 환관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정치는 혼란해지고 사람들의 생활은 점점 가난해져 갔다. 그런데 전염병 의 유행과 가뭄, 홍수 등의 재해들이 많이 일어나서 더욱 힘들었다. 이 무렵 태평도라 불리는 새로운 종교가 생겨서 차차 그 신자가 늘어났다. 태평도는 장각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황천의 신을 믿고, 황천의 신에게 자기 죄를 고백함 으로써 누구나 구원된다고 설교하였다. 그리고 아픈 사람은 무료로 치료를 해 주었기 때문에 가난한 농민 등이 신자 가 되었다. 184년, 장각은 농민들은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은 빠르게 퍼져서 세상은 더욱더 어지러워졌다. 이 반란은 사람 들이 황색두건을 쓰고 있다 해서 황건적 난이라 부른다. 반란군은 한 왕조의 군대와 격렬한 싸움을 계속하였다. 이 반란을 없애기 위해 의형제를 맺은 사람이 바로 유비, 관우, 장비다. 이 세 사람과 조조의 활약으로 반란군은 없어졌 다. 이 두 사람, 유비와 조조가 훗날 천하 통일을 겨냥하는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황건적 난은 반란이 일어난 지 몇 달 뒤에 장각이 병사하자 순식간에 힘을 잃어 얼마 후, 조조와 유비의 활약으로 평정되었다. 그러나 혼란해진 정치는 이미 수습되지 않아, 한 왕조의 힘은 급속도로 망했다.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308

309 189년에 후한의 영제가 죽자 조정안은 황제의 후사 문제를 놓고 더욱더 혼란해졌다. 이 때 황건적 난 때 공을 세운 동탁이 대군을 이끌고 뤄양성을 얻은 뒤 9살인 유협을 억지로 황제로 내세웠다. 이것이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이 다. 동탁은 스스로가 황제의 승상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동탁은 황제가 어려서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자 기가 황제가 되겠다고 꾀했다. 그러나 조조는 동탁의 나쁜 생각을 알아차리고 명문 출신의 장군인 원소 등과 함께 병 사를 일으켜 동탁군을 쳤다. 조조군 밑에는 동탁을 치려는 사람들이 모여 수도 뤄양으로 쳐들어갔다. 동탁은 놀라 서 울을 장안으로 옮기려고 뤄양성을 불태우고, 헌제를 데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장안으로 옮겨갔다. 동탁은 장안으로 옮길 때 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을 파서 무덤에 있는 재보까지 가져갔다. 이리하여 후한의 도읍지로서 200년 동안 이 어진 뤄양성은 동탁군에 의해 불태워져 무참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장안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되어 동탁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부하가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동탁은 부하 의 손에 허무하게 죽었다. 동탁이 죽은 후 조조와 원소의 세력이 대립하게 되었으나 196년, 조조는 장안을 빠져 나온 헌제를 맞이하여 쉬창에 도읍을 정하여, 다른 세력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몇 년 뒤인 200년에, 조조는 원소군을 칠 대결전 준비를 했다. 조조군과 원소군은 황하변의 관도에서 맞부딪혔다. 조조군의 힘이 원소군을 앞섰다. 그리하여 반년이 지난 뒤 싸움은 끝나고, 조조군이 승리를 거두었다. 조조는 마침내 중국 북부를 얻었다. 그 무렵, 황건적 난에 서 조조와 함께 활약한 유비는 부하와 함께 여러 나라를 전진하고 있었다. 유비는 형주에서 힘을 갖게 되어 신야성의 성주로 초빙되었다. 유비는 전쟁에 지친 사람들을 보호하고, 세금도 가볍게 하였다. 그로부터 6년 후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한 인물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두 번이나 유비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 리하여 이듬해 봄에 방문했을 때야 겨우 제갈공명을 만날 수 있었다. 명 군사 제갈공명을 얻은 유비는 마침내 천사 통일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208년, 북부를 진압한 조조는 드디어 대군을 이끌고 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 권, 유비를 멸망시키고 천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이를 안 공명은 조조와 싸우기 위해 몸소 오 나라의 손권을 찾아갔다. 공명은 조조가 배와 배를 사슬로 이어서 움직이는 섬처럼 만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어느 한 배에 불을 붙 이자고 하였다. 그런데 한 장군이 반대를 하였다. 바람을 맞고있는 쪽은 우리 군이기 때문에 불을 붙인다면 우리 배 로 불이 옮겨 붙는다는 것이었다. 그 때, 공명이 바람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공명은 이때 제단 앞에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도록 하늘을 향해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 동안 손권, 유비군은 기름에 적신 건초를 작은 배에 실어 화공 준비를 하였다. 이 무렵 조조의 배는 손권, 유비군에 접근하고 있었다. 드디어 바람이 바뀌자 손권, 유비군은 공격하 기 시작했다. 조조군의 배 한 척에 불을 붙자 모든 배가 삽시간에 불타올라, 주위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싸움은 손 권, 유비군의 대승리로 끝났다. 이를 적벽 대전이라고 한다. 대군을 잃은 조조는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적벽 대전에서 패하여 쉬창으로 도망쳐 온 조조는 그로부터 8년 후, 다시 힘을 회복했다. 그리하여 조조는 화북일대를 지배하게 되 어 216년, 헌제로부터 위왕의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 동안에 유비는 형주, 익주를 손에 넣어, 219년, 한중왕이 되었다. 이를 안 손권은 조조와 손잡고 유비군을 치기로 했다. 우선 관우가 지키고 있던 형주를 공격하였다. 관우는 위, 오의 대군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적토마를 타 고 싸웠다. 적토마는 관우의 애마로, 붉은 털을 가졌으며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고 했다. 관우가 죽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관우를 따라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유명한 호걸 관우도 이 대군을 당해 내지 못하고, 아들과 함께 사로잡히 고 말았다. 그런데 해가 바뀐 220년 조조가 별안간 병으로 쓰러져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66세였다. 그 해 10월, 조조의 뒤를 이어 장남인 조비가 헌제를 물리치고 황제가 되어 위 왕조를 일으켰다. 이로써 400년간 계 속된 한 왕조는 멸망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유비도 그 다음해에 촉 왕조를 세워 서 황제가 되었다. 이것이 촉, 오, 위 삼국 시대의 시작이다. 221년, 유비가 촉의 황제가 된 그 해, 장비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부하에게 살해되었다. 정 에 홀려버린 유비를 공명이 말리려 했지만 공명의 충고도 듣지 않고 군사를 일으켜 오를 공격했다. 그러나 촉군의 공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309

310 격에 오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비군은 공명의 예측대로 크게 패하여 익주의 서쪽에 있는 백제성으로 달아났다. 그 무렵 유비는 무거운 병에 걸려 있었다. 223년 4월 유비는 마침내 파란 많은 생애를 마쳤다. 62세 때였다. 유비의 아들 유선은 아버지에 비해 재능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공명은 유선을 도와서 나라를 잘 다스렸다. 공 명 밑에서 촉은 순탄하게 천하 통일의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227년에 공명은 위를 치기 위해 한중으로 병사를 진격시켰다. 234년 여름, 공명은 위를 치기 위해 우장위안에 진을 쳤으나 진중에서 무거운 병에 걸리고 말았다. 234 년, 제갈공명은 마침내 이 세상을 떠났다. 54세 때였다. 공명 선생의 죽음과 동시에 유성이 하나 떨어졌는데 위군의 군사들은 공명이 죽은 줄 알고 공격을 했다. 그 때, 한 대의 마차가 위군의 앞쪽에 나타났다. 공명이 타고다니던 마차 였다. 죽은 줄 알았던 공명의 모습을 본 위군은 놀라서 병사를 철수시켰다. 공명으로 보인 모습은 실은 공명의 모습 을 한 목상이었던 것이다. 공명은 자기가 죽으면 위군이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여, 죽기 전에 이 작전을 지시했던 것 이다. 그 후 263년, 촉은 위에게 멸망하고, 위도 2년 후에는 사마중달의 손자인 사마염에 의해 멸망하였다. 그리고 사마염 은 진 왕조를 세웠다. 또한 진은 280년에 오를 멸망시켜, 마침내 천하 통일은 이루어졌다. 이 소설은 진수( 陳 壽 )의 <삼국지( 三 國 志 )>에 서술된 위( 魏 )ㆍ오( 吳 )ㆍ촉( 蜀 ) 3국의 파란 많은 역사가 민간설화로 성장 하고, 그것이 독서물로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 프리미티브한 형식은 원( 元 ) 시대 지치( 至 治 ) 연간에 간 행된 <전상삼국지평화( 全 相 三 國 志 平 話 )>(3권)라는 그림 있는 책에 보인다. 그러나 설화로서는 일찍이 송( 宋 ) 시대 (10 13세기)부터 민간에 유행되었으며, 원 시대에는 희곡으로 각색 상연되었다. 이것도 판본이 10여 종 있고, 각각 내용과 체재가 다르기는 하나, 현존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명( 明 ) 시대의 1522년에 간행된 <삼국지통속연의( 三 國 志 通 俗 演 義 )>(24권)이다. 작자는 나관중( 羅 貫 中 )이라고 전해지나, 이것도 <수호 전( 水 滸 傳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록 그의 손으로 된 것이라 해도 순수한 창작이 아니며, 그때까지 설화로서 전승 되던 것을 장편소설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 문장은 <수호전>과 달라, 소위 군담( 軍 談 ) 문체여서 간결하며, 문어체( 文 語 體 )를 많이 섞은 백화( 白 話 )이며, 정채 ( 精 彩 )는 적으나, 힘찬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대강 줄거리는 진수의 <삼국지>와 대략 같으나, 민간설화에서 전개된 것인 까닭에 새로운 취미가 각처에 들어있다. 그 중에도 유비ㆍ제갈공명ㆍ조조ㆍ관우ㆍ장비 등 각종 형( 型 )의 영웅호걸들은 모두 명쾌하게 성격이 묘사되고, 그것이 복잡한 권모술수와 변화 있는 전투 장면 등과 서로 기복조응 ( 起 伏 照 應 )하면서 주마등 같이 전개되어 가는 그 거침없는 힘찬 필치는 역사소설 중에서도 극치일 것이다. 중국인 사이에서 <삼국지연의>가 애독되는 열은 비상하여 연극ㆍ강담( 講 談 ) 등으로 글자를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침 투되었다.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310

311 카뮈의 '이방인' :07 카뮈의 소설 이방인( 異 邦 人 ) 프랑스 작가 카뮈의 처녀작으로 1942년 발표된 소설. 영원히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고발한 소 설로, 그의 명성을 일약 세계적으로 떨치게 한 작품이다. 이방인 이란 사회적 관습이나 전통적ㆍ종교적 가치와도 멀고, 주인공 뫼르소가 살인할 때 느끼는 것처럼 자연에 도 적의를 품고 있으며, 쫓겨 추방당함으로써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람, 즉 부조리한 인간의 전 형이다.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선박 회사에 다니는 뫼르소는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어느 날 갑 자기 접한 어머니의 죽음조차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여 장례식을 치르고 해변으로 나간다. 거기서 마리라는 여자 친구 를 만나 영화를 보고 함께 밤을 지낸다. 뫼르소는 현재의 순간순간에 자신을 맡긴다. 며칠 지난 일요일에 우연히 불량배와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어 결국 해 변에서 너무나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현기증을 느낀 나머지 그와는 아무 상관없는 아랍인을 죽여버린다. 그는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남의 일인 양 무관심했다. 전통적 가치의 옹호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판사ㆍ검사들 카뮈의 '이방인' 311

312 은 그의 천성이 악해서 살인하게 되었다고 단정, 그것을 증명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뫼르소는 지금까지 모든 일은 우 연에 의한 것일 뿐이며, 살인을 하게 된 것은 태양 때문이라고 하면서 후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판사는 그를 사회 의 악으로 규정하고 사형을 선고한다. 뫼르소는 감옥생활에 적응하지만, 사형 집행 전에 그를 신에게 인도하려는 고해 신부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그 전에는 자신이 구체적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실천에 옮겼던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바로 세계와의 일치를 느낀 것이 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제인지 오늘인지 모른다 라는 말로 시작된다. 주인공 뫼르 소 의 그 같은 무관심은 거꾸로 모든 식자( 識 者 )의 관심 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유행어가 바로 부조리 와 실존주의 라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의 삶이란 뫼르소의 행동처럼 줄거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 로 무의미한 인간의 행동은 합리적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을 카뮈는 재판 과정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 준다. 뫼르소 가 쏜 부조리의 총성은 지금까지 서구를 지탱해 온 기독교적 세계관과 뉴턴의 과학적인 합리주의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카뮈의 <이방인>은 출간 즉시 최대의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종전 후 최대 걸작 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의 문예 창작 가운데서 이 소설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이방인이었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부였던 장 폴 사르트르가 쓴 <이방인론>의 도입부다. 20세기 프랑스 소설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 장 널리 읽힌 작품이라면 단연 <이방인>이다. 프랑스 문학의 중심지인 파리도 아닌 식민지 알제리에서 문맹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청년 알베르 카뮈가 그 소설의 작가였다. <이방인>은 1942년 6월 15일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왔다. 그 해 1월 어느 날 밤, 카뮈는 각혈을 했다. 이미 왼쪽 폐가 결핵으로 손상됐고, 더 이상 그가 좋아하던 수영도 즐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그가 파리로 보낸 소설 <이방인>을 비롯해 철학적 에세이집 <시지프스의 신화>, 희곡 <칼리귤라> 원고에 대한 답신을 기다려야 했다. 그 중 <이방인>은 앙드레 말로의 추천을 받아 세상에 나왔다. 그 소설은 출간 즉시 문단의 주목을 받 았지만, 당시 전시하에서 용지가 부족한 프랑스 신문들은 그 소설에 대한 서평을 실을 지면이 없었다. 카뮈에겐 <이 방인> 초판 한 권만 배달됐다. <이방인>은 부조리의 심연( 深 淵 ) 앞에 선 인간을 그린 실존주의 소설의 대표작이다. 노모 장례식을 마친 뒤 애인과 무미건조한 정사를 벌이는 주인공 뫼르소는 모든 일에 무관심하고 결정을 내리기를 기피한다. 뫼르소는 해변에 나갔 다가 일군의 아랍인들과 충돌한 뒤 그 중 한 사람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아랍인이 꺼내 든 단도에 반사된 태양빛 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그는 법정에서 단지 태양 때문에 라고만 답변한다. 그건 뫼르소의 진실이지만, 재판관에겐 부조리한 설명이다. 또한 노모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행실도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더 이상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는 그는 군중 속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된다. 생의 마지막 날 밤, 그는 감옥 창살 너 머에서 풍겨오는 별, 흙, 소금 냄새를 맡으면서 자신이 대우주의 품 속에 안기는 충만감을 느낀다. 멀리서 들리는 뱃 고동 소리는 새로운 출발의 신호로 다가온다. <이방인>이 젊은 세대에 준 충격은 컸다.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삶 앞에 직면했지만, 그 삶과 쾌락을 사랑한다. 죽 어야 하는 운명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카뮈의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합리성에 절망한 젊은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정신적 도덕을 제시했고, 실 존주의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50년대 전후 한국 지식인들은 카뮈를 읽으면서 황폐한 현실의 부조리를 견뎌낼 형이상 학적 힘을 얻었다. 카뮈의 '이방인' 312

313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07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미국 작가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로 1925년 발표되었다. 미국 중서부의 노스다코타주에서 빈농으로 태어나 입 신출세를 꿈꾸는 순박하고 근면한 개츠비의 이야기를, 같은 지방 출신인 니크라는 청년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는 형식 으로 된 소설이다. 제1차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들은 이상사회를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 의 문화적 전통이 결여되어 있음에 절망하고, 문학을 통해 미국의 재발견을 시도하는데, 이들을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이라 부른다.이 작품은 그 중 한 사람인 피츠제럴드의 작품으로 미국적인 전통을 잃어버린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이 글은 닉 이 개츠비의 삶과 정신세계를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닉은 중서부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교외에 작은 집을 빌려 살고 있다. 그의 이웃에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이 살고 있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313

314 었는데, 그의 호화로운 대저택에서는 연일 성대한 파티가 끊이지 않았다. 개츠비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데이지를 사 랑하고 있었는데, 그가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사이에 그녀는 부유한 톰과 결혼해 버렸다.단순한 남자였던 개츠비는 데이지의 변심이 돈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여 굉장한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 의 집 근처에 대저택을 마련하여 매일밤 파티를 열며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하였다.그러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던 중 우연히 닉이 데이지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개츠비는 닉에게 도움을 청해 그녀와 만났다. 그 즈음 남편 톰에게 정부( 情 婦 )가 있음을 알게 된 데이지는 질투심에 불타서 톰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녀에게 호의적인 개츠 비에게 접근하는데, 순진한 개츠비는 그녀의 다정한 태도에 사랑을 되찾았다고 확신해 버렸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시간은 짧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뉴욕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던 데이지가 톰의 정부를 치고 달아나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개츠비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데이지를 위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톰으로부터 오해를 받게 되어 그의 총을 맞았다. 그에게 향한 데이지의 사랑은 영 원하리라고 생각하면서...그런데도 데이지는 그의 장례식에 모습을 내보이지도 않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개츠비의 사랑은 공허하고 덧없는 것이었다. 닉은 이런 동부의 현실에 염증을 내고 고향인 중서부로 귀향한다. 제1부. 중서부 출신으로 증권업에 종사하기 위해 뉴욕으로 온 닉은 롱 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에 셋집을 얻는다. 그의 바로 옆집에는 제이 개츠비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여름 내내 수백명의 손님이 참석하는 화려한 파티를 벌이 는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다. 데이지 부캐넌은 웨스트 에그 건너편의 이스트 에그에서 엄청난 부자인 남편 톰 부캐넌과 살고 있다. 그녀는 닉의 육촌 동생이고 톰은 닉과 예일대 동창이다. 닉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데이지 집안과 교류를 시작하 면서 조던 베이커라는 여자 골퍼하고도 사귀게 되고 옆집에 사는 개츠비의 파티에도 초대된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기차에서 만난 하류 계급의 여자 머틀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개츠비의 수수께끼 같은 과거 때문에 그에 관한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개츠비와 점점 가깝게 지내면서 닉은 그가 데이지와 연인 사이였으며 전쟁에 나간 사이 에 데이지가 부자인 톰과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년 동안 데이지만을 생각하며 재산을 모은 개츠비는 데이지를 만나려는 희망으로 그녀의 집이 보이는 곳에 집을 사 고 언젠가는 그녀가 자신의 파티에 걸어들어오기를 바라면서 날마다 파티를 여는 것이었다. 닉은 개츠비의 부탁으로 데이지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고 드디어 데이지도 남편 톰과 함께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제2부.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데이지는 개츠비의 재력과 그의 변함 없는 사랑에 빠져든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아내와 개츠비와의 사이를 불쾌해 하면서 개츠비의 뒷조사를 한다. 데이지는 개츠비와 닉과 조던을 자기 집으로 초대 한다. 데이지는 점점 노골적으로 개츠비와의 사랑을 과시하고 뉴욕에 놀러갈 것을 제안한다. 톰과 개츠비는 서로의 차를 바꿔 타고 뉴욕으로 향한다. 톰은 도중에 기름을 넣기 위해 머틀의 남편 윌슨이 운영하는 주유소에 들렀다가 그들이 서부로 이사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뉴욕의 한 호텔에 도착한 네 사람. 5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데이지와의 간격에 조바심을 느낀 개츠비는 과거로 되돌 아가기를 바라면서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하도록 강요한다. 분위기가 격해지면서 데이지와 개츠비는 먼저 호텔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던 데이지는 톰이 운전하는 줄 알고 뛰어나온 머틀 을 치어 숨지게 하고 그대로 달아난다. 데이지를 위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말을 하는 개츠비. 머틀의 남편 윌슨은 개 츠비를 찾아와 그를 권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314

315 그리고 데이지는 남편 톰과 골치 아픈 일에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난다.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그동안 그 집을 드나들 던 수백 명의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개츠비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데이지는 찾아오기는커 녕 꽃 한 송이도 보내지 않는다. 그녀 하나만을 되찾기 위해 5년 동안 온갖 방법으로 그 꿈을 좇아온 개츠비. 개츠비의 허무한 죽음과 쓸쓸한 장례식 을 지켜 본 닉은 동부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설정된 시대는 1920년대의 호경기이고 법석대는 파티의 멋진 묘사 등으로 풍속 소설적인 요소도 엿보이나 상징적인 이미지의 구사 등을 통하여 과거의 위대한 미국의 꿈 이 오늘에 이르러 얼마나 큰 비극으로 바뀔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다. 개츠비는 가장 미국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하게 자라 열심히 일해 굉장한 부자가 된 순진하고 로맨틱한 호 인( 好 人 )이다. 그런 그가 연인이었던 여인이 다른 암자와 결혼해 버리는 아픔을 겪자 그것은 단지 물욕( 物 慾 ) 때문이 라고 판단, 자신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 닉이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말아요. 과거는 되돌릴 수 없소. 라고 말해도 개츠비는 아니, 전처럼 될 수 있 소. 내가 모든 것을 회복시키겠소 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바로 개츠비가 신념이 확고하며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은 반 드시 실현된다고 확신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끝내 연인에게 배신당함으로써 그의 신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개츠비는 꿈 많고 단순한 미국인의 전형 인 것이다.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315

316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6 소설 '태백산맥' 줄거리 정리 제1부 한의 모닥불 [1권~3권] 여순반란사건이 종결된 직후부터 1948년 12월 빨치산 부대가 율어지역을 해방구로 장악하는 데에까지의 과정이 그 려져있다. 소석의 첫 장면은 1948년 10월 24일 밤이다. 여순 사건과 함께 좌익에 의해 장악되었던 벌교가 다시 진압 세력인 군경의 수중에 들어가자, 좌익 반란군들은 산 속으로 퇴각한다. 이때 정하섭이 상부의 밀명을 받고 벌교로 잠 입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현씨네 제각에서 살고 있는 무당딸 소화를 이용한다. 소화는 정하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며 감시를 피해 정하섭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 사 랑이 싹튼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벌교는 좌익의 수중에 들어 있었지만 여수에서 국군 14연대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거점으로 하여 좌익 반군들이 순천까지 그 세력이 확대하개 된다. 남로당 조직에 연결되어 있던 벌교 지역 좌익 세력들이 반군에 합세하여 벌교를 장악한 것은 1948년 10월 20일이 다. 그러나 이들은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군경 진압군에 의해 밀려서 벌교를 포기하고 산 속으로 퇴각하게 된 것이다. 벌교를 장악했던 군당 위원장 염상진은 하대치, 안창민등고 함께 조계산으로 쫓겨 가게 되었지만 진압군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궁벽한 율어면을 점거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지역에 서 토지개혁을 실시한후 그곳을 해방구로 선포하고 조직과 세력을 정비하게 된다. 군경 진압군은 벌교를 장악했던 좌익 반국 세력을 몰아낸 후, 청년단의 도움으로 마을에 남아 있는 좌익 세력과 부역자들을 찾아 내기 위해 힘쓴다. 그 바람에 마을에 남아 있던 사람들마저도 좌익과 우익으로 서로 갈라지고 원한이 겹쳐서, 반란군과 함께 산 속으로 가 버린 입산자 가족들은 온갖 곤욕울 치르게 된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16

317 벌교의 유지로서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운 김범우는 무고한 사람들까지 처단되고 고문을 당하는 등 고통을 받게 되 자 희생을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김범우의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총살을 당한다. 벌교 지역에서는 흉흉해진 민심을 돌리고 혼란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수습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일제 시대 에 친일파였고 해방 직후 제헌국회의원이 된 최익승을 수숩위원회 대표로 선임하게 된다. 김범우는 최익승을 찾아가 읍민들의 희생을 줄이도록 호소하였으나, 오히려 좌익을 두둔하는 빨갱이로 몰려 경찰서에 구속 되었다가 순천으로 송치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루는 여러 가지 삽화 가운데 청년단 감찰부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양효 석, 송성일,등 우익 희생자 아들들을 모아 이른바 멸공단을 조직, 밤이면 입산자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부녀자, 노인 을 가리지 아니하고 잔인한 보복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하대치의 아버지 판석 염감은 목숨을 잃는다. 정하섭이 좌익에 가담했기 때문에 좌익 세력이 벌교를 장악했을 때, 악덕 지주로 처단되지 않고 살아남았던 양조장 주인 정현동은 다 시 군경찰이 들어오자 빨갱이로 몰려 경찰서에 갇힌다. 최익승은 정현동을 빼내주는 조건으로 양조장 지분 절반을 차지하고ㅡ 정현동은 벌교에 진주한 토벌대의 후원회 회장을 맡는다. 아들 김범우가 순천 경찰서로 송치되자 그의 부친 김사용은 김씨 문중의 힘을 빌려 아들을 석방시 키고 경찰서장 남인태를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킨다. 벌교가 수복되자 좌익 잔당이 처단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 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벌교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좌우익의 대립과 갈등이다. 일본인들에 의해 주도된 간척 사 업으로 일찍부터 일제 자본이 침식한 이 지역은 토지를 둘러싸고 지주와 소작농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쌓였던 곳이 다. 이런한 사회적 모순이 해방 직후 좌우익의 이념적 대립으로 치닫고 결국은 계급의 대립과 투쟁으로 이어지는 과 정은 한국사회의 한 단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벌교를 당악했던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 의 존재와 그 사회적인 실체가 드러나며, 이에 대응하는 토착지주와 자본가를 중심으로 하는 우익 세력이 군경의 힘 을 업고 벌이는 여러 형태가 잘 그려져 있다. 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비참한 입산자 가족들의 삶과 함께 중도적인 입 장의 지식인 김범우 등의 활동은 대립과 갈등의 사태 해결을 위한 입장의 지식인 김범우 등의 활동은 대립과 갈등의 사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제2부 민중의 불꽃(4권~5권) 제 2부는 <민중의 불꽃>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순 사건이후 약10개월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이 1949년 1월의 소 작농 봉기를 전후로 하여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제2부의 내용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토지의 소유와 연관된 농민 들의 좌절과 분노이다. 벌교 지방은 농민이 젠체 주민의 8할에 해당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지주에게 목을 매달고 있 는 소작농이다. 농민들은 해방된 후 토지개혁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지만, 이승만 정권이 농지개혁을 하지 못하자 불 만이 갈수록 높아만 간다. 북에서는 이미 농지개혁이 실시되엇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주들은 오히려 농지개혁 이전에 소유 농지를 처분하고자 한다. 소작인 모르게 논을 처분한 고흥 지주 서운상은 불만을 품은 소작인 강동기가 삽으로 내리 찍은 바람에 중상을 입었고, 강동기는 그 길로 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된다. 반면에 서민영은 지주로서 자기 소유의 논을 모두 소작인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하여 협동농장을 운영하기도 하였고, 농지문제의 심각성 및 농민들의 참상을 국군 벌교 지구 사령관 심재모에게 들려주어 심재모로 하여금 농민들의 농지개혁 요구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공정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17

318 하게 처리하도록 한다. 염상진 등 좌익 반란군은 율어 해방구에서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농민의 환영을 얻고, 그들의 지원으로 자신들이 내세운 혁명 과업을 수행한다. 벌교의 농민들에게는 이러한 율어 지역의 변화가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염상진 빨치산 부대는 벌교읍을 습격하여 지주들로부터 쌀을 빼앗아 인민들에게 고루 나눠 먹 도록 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령관 심재모는 용공 혐의로 서울로 압송되고 그 후임으로 백남식이라는 관동군 출신의 친일 경력을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 벌교 지역 주둔군 사령관으로 새로 부임한 백남식은 하숙집 주인 과부 송 씨와 그녀의 딸을 농락하고 토벌군이 철수하게 되자 송씨의 딸을 속여 끝내 결혼을 한다. 그는 송씨 재산 절반을 차 지하고 그 돈으로 자신의 병과를 헌병으로 바꾸어 후방 근무를 택한다. 그의 행태는 당시 부패한 군의 실상과 그 비 리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때 벌교의 유지 김범우는 벌교를 떠나 서울에서 반민 특위 사건이나 백범 김구 암살 사건을 맞는다. 그리고 백범 과 몽양이 이승만과 한민당을 위시한 친일 세력에 의해 암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벌교 지역에서 지주들이 소작인 모르게 자기 땅을 팔아 먹거나 빼돌리는 일이 더룩 늘어나자, 농민들은 이에 분노하여 대규모 항의 시위를 일 으킨다. 지주 졍현동은 멀쩡한 논에 바닷물을 끌여들여 염전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이에 분개한 소작인의 낫에 있을 것이라 고 생각했다가 오히려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농지개혁법이 발표된다. 대부분의 소작농들은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가 아니라 유상몰수 유상분배란 것을 알고는 더욱 분노하기 시작한다. 벌교에 주둔한 군경과 지역 청년단은 사태가 악화되자 농민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제3부 분단과 전쟁 (6권~7권) 제3부는 1949년 10월부터 1950년 12월까지의 6.25전쟁의 현장과 합께 이 전쟁의 성격을 소상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 설의 무대가 벌교 지역ㅇ르 벗어나 전쟁의 현장을 따라 확대되고 있으며, 남과 북의 상황 변화와 미국의 개입 등이 비판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6.25의 발발과 함께 벌교는 다시 염상진 등에 의해 장악되고, 좌익 세력들은 인민의 해방 을 감격스럽게 맞이한다. 그러나 경찰이 철수하기 직전에 미리 좌익 전향자들을 사살하였기 때문에 또다시 살육의 참상이 겪는다. 당시 군부 의 모습은 벌교 지역 주둔군 사령관이었던 심재모를 통해 실감있게 묘사되고 있다. 심재모는 용공혐의로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벌교 지역 주민들의 진정으로 풀려나서 군에 복귀하여 태백산 지구 공비 토벌 작전에 참가하고 있던 중 6.25전쟁을 맞는다. 그는 여러 부대를 옮겨다니며 6.25전쟁 당시 무방비 상태로 부패와 무능에 빠져 있던 군대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피난 수도 부산의 모습도 이 부분에서 그려진다. 민간인들을 빨갱이로 몰아 살상하는 특무대원들의 횡포는 맹목적인 이념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벌교의 최익승이 부산으로 피난와서도 군대와 짜고 군수품을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장면은 반민족적 인 자본가들이 행태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3부의 내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내용은 중도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벌교 지역의 지식인 김범우와 손승호 등의 사상적인 선회이다. 김범우는 인민군 치하에서 전북도당에 근무 한다. 그러나 인민군이 패퇴하자 미군에게 붙들려 강제로 통역관이 된다. 그는 미군들이 자행한 강간, 살인, 방화 등 비인간적이고도 부도덕한 행태를 보면서 한국전쟁이 미군과 우리 민족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18

319 김범우는 결국 미군 부대에서 탈출한 후에 공산주의 노선을 택하게 되며 인민군에 자진 입대한다. 손승호도 6.25전쟁 후 공산주의자의 길을 택한 후에 빨치산으로 입산한다. 이에 따라 벌교에서도 염상진 등은 다시 입산하게 된다. 이때 많은 농민, 곧 소작인들이 염상진을 따라 입산하고 있다. 제4부 전쟁과 분단 (8권~10권) 제4부는 1950년 12월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이 소설의 대미에 해당하는 지리산의 빨치산 투쟁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소설적 공간이 다시 벌교와 지리산 지역으로 고정된다. 6.25전쟁은 유엔군의 참전과 중국의 개입으로 교착 상태에 빠지고, 전선은 38선 부근에서 대치 상태가 지속된다. 퇴로가 막힌 인 민군과 빨치산 세력이 지리산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무장 투쟁을 게속한다. 그러나 군겨의 진압 작정에 따라 이들의 투쟁은 점차 무력해진다. 특히 박현영 등 남로당 계열이 전쟁의 실패와 함께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패배감과 남패에 빠져들지만, 역사 선택의 기로에서 항전의 결의를 가다듬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투쟁과 죽음이 역사 투쟁으로 의 전환임을 인식하고 대부분 강렬한 최후를 맞는다. 한편 인민군에 입대했던 김범우는 포로가 되어 거제도 수용소 에 갇힌다. 그는 뜻밖에도 거기서 제자 정하섭을 만난다. 두 사람은 6.25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의 눈을 통해 거제포로수용소의 실상이 속속들이 파헤져 진다. 포로 석방 때에 정하섭은 북으로 가고 김범우는 반공 포로로 위장, 석방되어 고행에 돌아온다. 그는 정하섭으로부 터 남에 남아 거점을 구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지리산에 근거했던 빨치산 세력은 군경의 터벌 작전으로 모두 와해된다. 이름없는 숱한 빨치산 전사들과 함께 손승호도, 독립투사요 인민군 소장인 김범준도 토벌군의 총탄에 스러진다. 염 상진이 이끄는 빨치산 부대는 군경과 수많은 전투를 하였으나 패퇴를 거듭한다. 염상진은 퇴로가 막히자 부하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한다. 그리고 그의 목이 벌교 읍내에 내걸린다. 염상진이 염원했던 <인민해방>은 실패로 끝나지만, 염상진을 추종했던 하대치 등이 살아남아 염상진의 무덤 앞에서 새로운 투 쟁에의결의를 다지고 어둠속으로 사라져간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19

320 명작소설 100선 감상 碧 空 無 限 언덕에서 :26:26 블로그 저자 발행일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와 전재를 금합니다.

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2014 7 1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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