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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함정 초판 인쇄 2012년 12월 18일 초판 발행 2012년 12월 21일 지은이 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 최병일 발행처 한국경제연구원 등록번호 제318-1982-000003호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7-3 하나대투증권빌딩 전화 02-3771-0001 팩스 02-785-0270~3 홈페이지 http://www.keri.org ISBN 978-89-8031-634-2 03320 값 10,000원 이 책의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경제연구원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 제작대행: (주)FKI미디어 (02-3771-0245)

경제민주화 라는 치명적 매력의 함정 어떤 현상이 순간의 유행을 넘어서 한 시대를 관통하게 되고 나아가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일이 복잡하고 다양 한 현상이 눈 깜박할 사이에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는 환경 에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경제민주화 는 2012년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물론 학계, 경제계, 언론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지난 4월 총 선용 어젠다로 등장했던 경제민주화는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경쟁 속에서 그 강도를 더해가면서 몸집이 더 커 지고 국민들에게도 깊이 각인되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으로 대기업규제,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일감몰아 주기 금지, 금산분리 강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기업 인의 경제범죄 형벌강화와 같은 정책들이 쏟아졌다. 6

그리고 이 법안과 정책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렇다면 이제 경제민주화 는 찰나의 유행을 넘어 시대정신 의 위치에 오른 것인가. 경제민주화 는 경제와 민주화란 용어의 조합만으로도 독재, 권위주의를 경험한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매력적이 다. 지난 30여 년간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노정된 소득격 차와 피로의 틈을 경제민주화는 강력하게 파고든다. 민주, 인권, 약자보호, 상생과 같이 아름다운 말 들은 경제민주 화를 더욱 공고하게 뒷받침한다. 이런 프레임 하에서 경제 민주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반민주, 반인권, 승자독식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 그러나 이제 유행을 넘어 시대정신 에 오르려 하는 경제민주화를 앞에 두고 차가운 이성으로 경제민주화를 바라봐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 저성장과 고령화의 길에 접어든 한국경제의 문 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마법의 언어로 포장하는 것은 우리 국민 전체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의미 와 지향, 역사적 맥락과 철학적 토대를 면밀히 검토하고 발간사 7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행해지는 개별 정책들에 대한 분석 을 통해 이것이 한국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인지 를 살펴야 한다. 이 책 경제민주화의 함정 은 이를 탐 색해 가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성찰의 산물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11월까지 <KERI 칼럼> 경제민주화 시리즈 를 통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다 양한 시각과 분석을 소개하였다. 이 책에서는 총 26개의 칼 럼을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경제적 자유, 더 큰 한국경제를 위한 선택이다 의 3개 부문으로 나눠 엮어 독자들이 경제민주화 에 대해 올바른 시각과 정보를 갖는 데 보탬이 되도록 편제 하였다. 통찰력 넘치는 귀중한 글을 보내주신 원외 필진들 과 본원의 연구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이 책의 내용은 한국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견 해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 둔다. 2012년 12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병일 8

발간사 4 1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경제학자도 모르는 경제민주화 11 경제민주화 어의( 語 義 ) 분석 16 경제민주화는 마법의 언어인가 21 공동체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경제민주화 33 2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성역( 聖 域 )이 되어버린 경제민주화 41 닥치고 경제민주화 의 불편한 진실 52 글로벌 기업을 쫓아내는 경제민주화 58 독일의 경제민주화와 한국의 경제민주화 64 독일에서 공부한 경제학자가 보는 경제민주화 70 독재 스타일 경제민주화 76 헌법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82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 89

한국의 경제민주화 94 경제민주화는 오늘날 경제 어려움의 뿌리 103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108 헌법을 왜곡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 113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선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119 3 경제적 자유, 더 큰 한국경제를 위한 선택이다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 과 경제민주화 127 경제도 정치도 망하게 하는 경제민주화 133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근본이 다르다 140 경제민주화와 진보주의의 부활 148 민주적이지 못한 경제민주화 156 기존의 경제민주화 조치부터 잘 챙겨 보라 162 경제민주화와 기업 규제 169 경제민주화와 관료주의 176 경제민주화와 경제적 자유 183

경제학자도 모르는 경제민주화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현진권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란 용어가 한국 사회를 떠들 썩하게 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경제민주화를 이 야기하니 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그 의 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분분하다. 이 용어에 대해 경제학자들에게 그 의미를 묻는 이들이 많이 있는데, 경제학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마찬가지 이다. 사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도 경제민주화란 단어는 매우 당황스럽다. 요즈음 처음 들어본 용어라는 것 이다. 필자도 미국에서 경제학과 관련된 많은 과목들을 수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13

강했지만, 경제민주화 Economic Democratization 란 용어는 들어본 적 이 없다. 실체와 의미가 불확실한 대선용 정치 용어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가 고유의 경제적 의미를 가지는지 객관적으 로 접근해 보자. 먼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 디피아 Wikipedia 를 통해 검색해 보면 Economic Democratization 은 존 재하지 않는다. 미국경제학회에서 1969년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총 73만여 건의 경제 관련 학술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이콘리트 Econlit 를 검색해 봐도, Economic Democratization 주제를 가진 논문은 한 건도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초록 데이터베 이스인 스코퍼스 Scopus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00여 년의 전 통을 가진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 사전인 팔그레이브 경 제학 사전 Palgrave Dictionary of Economics 에서도 이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경제민주화란 말은 경제학에서 학문 적 근거가 없는 용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경제민주화란 용어로 새로운 경제정책을 창조해 나갈 수 있지만, 200여 년 동안 쌓아온 주류 경제적 사고의 틀에는 이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14

경제학의 일반적인 접근법은 먼저 용어를 정확히 정의 한 뒤에 논리 전개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할 수 없는 용어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 서 경제학은 다른 사회과학에 비해서 다루는 영역이 좁다. 일반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의, 행복 등과 같 은 용어가 경제학에서 발전하지 못한 이유이다. 경제민주 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경제 와 민주화 각각은 확실한 개념을 갖지만, 붙어서 한 단어가 되었을 때는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제학적 개념이 없는 대선용 정치 용어 이다. 정치인의 목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다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경제학 으로 엄격하게 정제된 용어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후보자 의 출신, 머리 모양, 몸짓, 눈물, 말투 등과 같이 통치 철학 과는 무관한 것에 감성적으로 쏠리는 현상을 보인다. 그래 서 정치인들은 들을 때 기분이 좋고, 뭔가 철학이 있는 듯 한 효과적인 용어를 개발하려고 경쟁한다. 경제민주화가 이런 조건에 맞는 대선용 정치 용어인 것이다. 그래서 정 치 경쟁을 하는 모든 진영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15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라는 구호가 아닌 당장의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공자는 정치의 첫 출발은 정명 正 名, 즉 용어를 바로 사용 하는 것이라 했다. 정치에서 정확한 용어 사용은 사소한 것 같지만, 용어가 바로 서지 않으면 세상은 어지러워진다 고 했다. 공자의 정명론은 정치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좋은 정치의 규범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대선 경쟁을 하는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정명론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공자의 규범적 방향은 국민들의 정치 지지를 확보 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란 정치적 용어는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좋지만,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정치권이 당 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우리의 정치 시장은 사회 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경제 발전에도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경쟁적으로 정치 깃발을 들다보니 정치인마다 제각각 다른 정책을 개발하 고 있는 실정이다. 불확실한 용어 아래 대기업 때리기 경 쟁, 복지 확대 경쟁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책들이 난무 하고 있다. 같은 정당 내에서조차 경제민주화 개념과 방향 16

에 대해 혼선이 있을 정도다. 혼란의 깃발을 앞세워서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를 두 진영으로 분열시켜 소수를 때려서 확보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같은 경제적 강 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가혹하게 때림으로써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대기업을 규제하자는 많은 정책안들이 앞다퉈 개발되는 이유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라는 구호 가 아닌 당장의 경제 현실이다. 국내외의 난관을 뚫고 우 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정치권에서 분열의 리 더십이 아닌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앞서가는 것 을 주저앉히는 방식의 경제민주화는 대립과 갈등만 양산 한다. 뒤처진 것을 끌어올려 주는 것, 더 많은 기업이 대기 업이 되고 그 속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국민들이 내일 을 기다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고심해야 할 과제이다.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17

경제민주화 어의( 語 義 ) 분석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수연 모호한 의미를 지닌 용어를 만들어 우리의 사고를 혼란 스럽게 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경제민주화 라는 말은 모호 한 정도를 넘어서 어의 語 義 와 반대되는 내용을 가리키는 정 도가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작금 경제민주화를 옹호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주장을 들어보면, 정부의 공권력을 이용하여 대기업의 영업 활동 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들은 헌법 제119조 제2 항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 심지어 인위적인 재벌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18

그러나 경제 규제의 폐해는 학문적으로 귀가 닳도록 언급되었고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기본임은 헌법 제119조 제1항에 명실공히 천명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반복해서 다루는 대신 기본으로 돌아가 경제민주화가 무 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 뜻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소비자주권을 의미하는 경제민주화 경제를 민주화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상이니 경제민주화는 경제문제를 국 민의 뜻에 따라서 결정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뜻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 이고, 이것은 소위 소비자주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렇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기업가는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할지 제 마음대로 결정하 지 못한다.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할지는 소비자가 결정한 다. 물론 기업가가 배의 키를 잡고 배를 조종하긴 하지만 그는 항로를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선장은 소비자다. 기 업가는 조타수일 뿐이다. 만약 기업가가 복종하지 않는다 면, 즉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가능한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면, 그는 기업가의 직위를 잃는다. 이것이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19

경제적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이렇듯 경제적 민주주의에서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 한다. 소비자는 재화를 얼마나 원하는가를 그의 지불 의사 로 표현한다. 재화를 더 강렬하게 원하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이러한 지불 의사를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강렬하게 원하는 지도 나타낼 수 있다. 1원 1표주의 를 통해 선호도를 반영 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이와 같 이 소비자 선택권, 소비자주권으로 해석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경제민주화는 이와 달리 경제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정치적 민주주의 방식, 곧 과반수 민주주의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정부가 입법으로 대기업 출자총액을 제한하고, 순환출자를 금지하 며, 금산분리하고, 중기적합업종을 정하며, 일감 몰아주기 를 금하고, 재벌 내부 거래를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 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에 정치적 민주주의 방식을 적 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져온다. 정부를 운영할 대표자를 뽑을 때 과반수 민주주의를 사 용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곳에 정치적 민주주의를 사용하 20

는 것은 문제가 없다. 국민들의 선호가 같은 문제를 다룰 때는 민주주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국민들의 선호가 다양하고 이질적일 때는 민주주 의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문제 에 정치적 민주주의의 방식을 사용하면 다양한 대안들 중 에서 어느 하나의 대안만이 결정되어, 대부분의 유권자들 은 결과에 불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많 은 사람들이 합의를 볼 수 있는 문제들에 적용해야 하고, 특히 그런 문제들에 국한하여 적용해야 한다. 경제문제는 민주주의 처리방식이 아닌 시장에 의해 처리되어야 정부가 경제문제의 처리에 정치적 민주주의 방식을 사 용하면, 극히 반민주적인 결과가 나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은 경제문제에 다양한 선호들 을 가지고 있어서, 그 대안을 선호했던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선호가 다양한 경우는 과반수 민주주의를 사 용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민주주의 가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을 좌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21

절시키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사용 결과를 두고 민주주의 가 제 기능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상이한 선호들에 맞춰 재화들이 제공되는데, 진정한 경제적 민주주의가 달성되려면 모든 소 비자들의 선호가 충족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이와 같 이 소비자주권에 따를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옹호하는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소 비자주권을 염두에 두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경제문제에 극히 반민주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경제민주화가 아닌 것 을 경제민주화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만약 경제민주화가 소비자주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개념은 어의에 맞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문제에 대해서 정 치적 민주주의를 사용하여 다수결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라면, 선호가 다양한 경제문제에 정치적 민주주의를 잘못 적용한 것이다. 22

경제민주화는 마법의 언어인가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신중섭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당 黨 이 있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이 당은 전쟁을 관 장하는 평화부 Ministry of Peace, 사상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 * 김상봉,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꾸리에 (2012)/김형기, 경제민주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한국선진화 포 럼 제65차 월례토론회 토론문(2012.5.25)/신중섭, 경제민주화, 어떻 게 볼 것인가: 2012 대한민국에의 시사점, 이념 철학적 측면, 2012 KERI 정책토론회, 한국경제연구원(2012.6.4)/신중섭, 경제민주화: 경 제에 도덕의 자리가 있는가, 철학과 현실, 94집(2012년 여름호)/유 종일, 진보 경제학, 모티브북(2012)/조원희, 경제민주화와 경제체 제 개혁 구상,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39가지 개혁 과제, 참여사 회연구소 편, 푸른숲(1997)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23

를 관리하는 애정부 Ministry of Love, 매일같이 배급량 감소만을 발표하는 풍요부 Ministry of Plenty, 모든 정보를 통제 조작하는 진리부 Ministry of Truth 로 구성되어 있다. 조지 오웰은 디스토피아 소설 1984년 에서 평화의 이 름으로 전쟁 을, 사랑의 이름으로 고문 을, 풍요의 이름으 로 배급 을, 진리의 이름으로 통제와 조작 을 하는 전체주 의 국가의 허구성을 언어의 이중적 사용과 혼란에서 찾았 다. 언어의 본래 의미가 극도로 왜곡되는 세상을 전체주의 국가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이다. 공자도 정명론 을 통해 이름과 실재가 일치하지 않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세상의 혼란을 경고하였다. 마법의 언어가 된 경제민주화 세상의 혼란은 언어의 혼란에서 시작한다. 어지러운 세상 에선 좋은 말이 난무하지만, 도대체 그 말이 무엇을 말하는 지 종잡을 수 없다.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조차 그 말이 무 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언어를 사용하면, 언어의 혼란이 언어 의 혼란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에 실행되어 재앙을 초래한 다. 정치권의 권력자들이 최근 마구잡이로 사용하기 시작한 24

이런 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민주화 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는 다음과 같은 온갖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재벌 개혁, 중소기업적합 업종 확대,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재벌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확대, 대기 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재벌세 도입, 경제 범죄 총수의 경영권 제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대주주 일가에 증여세 또는 상속세 부과, 배임죄 특례 신설, 공평 과세와 책임 담세, 시장경제 질서 확립, 소상공인 지원 강화, 조세 정의의 실현과 재정 건전성 확보 를 위한 조세 개혁,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익 보장, 금융기관 제대로 감독, 가계 부채 경감, 서민 생활비 부담 경감, 신복지 농 정 기반 마련, 식량 안보 확보, 지주회사 요건 강화, 계열분리명령 제 도입, 횡령 배임 등 기업 범죄 시 대주주 이사 자격 제한, 연 기금 주주권 행사로 시장의 공적 기능 보완, 내부자 감시(노동자 경영 참가)로 민주적 경영 실현, 공정거래위원회 독립성 강화 및 불공정 거래 근절, 초과이익 공유제 및 하도급 이행 보증보험 의 무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확대 및 입점 허가제 도입 등. 게다가 관점을 달리하여 경제민주화에 공정 경쟁, 기회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25

균등, 소비자주권론, 경제활동의 자유를 포함시키는 학자 들도 있다.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 결하는 마법의 언어, 마법의 정책을 이끌어 내는 산실이 된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계통을 세우기 어려운 여러 가지 것들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민주주의 는 성 스러운 언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권위주의적 독재정치를 거치면서, 민주주 의를 우리가 성취해야 할 역사적 과제로 설정하는 것에 국 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드디어 1987년,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함으로써 과 제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실질적 민주 주의 나 경제적 민주주의 를 추가로 달성해야 할 역사적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부분에서 민주화를 주장하였다. 오랫동안 민주주의 를 갈망해 온 나머지 그것이 달성되 었음에도 민주주의라는 말이 들어가면 아무 생각 없이 그것 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습관 이 형성되었고, 정 치인들은 시민들의 이러한 마음의 습관에 승차하고 있다. 26

경제민주화 와 전체주의 경제민주화 란 말의 본뜻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 로 로버트 달 Robert Dahl, 김형기, 김상봉, 유종일을 예로 들 수 있다. 로버트 달의 경제민주화 는 자치 기업 Self-governing Enterprise 의 이념을 따른 것이다. 로버트 달의 자치 기업은 기업에 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기업을 집단적으로 소유하고 민 주적으로 통치하는 것이다. 기업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결정 을 기업에 고용된 사람들이 1인 1표를 행사해 내린다는 것 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이 완전히 평등하게 기업 운영에 참 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기업이 기업에서 일하는 사 람들, 즉 노동자들에게 집단적으로 소유되어야 한다. 김형기는 경제민주주의 Economic Democracy 는 소수의 수중에 있는 경제력 집중이 해소되고, 경제적 의사결정에 다수가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력을 더 많은 경제주체에게 분 산시키고, 기업의 관계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국민 이 직접적으로 혹은 대의기구를 통해 경제정책 결정에 참 여하는 것이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리고 불안정성과 불평등성을 가지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시민사회 의 민주적 통제는 경제민주주의의 필수적 과정이다. 라고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27

말하고 있다. 김상봉도 주식회사의 경영권이 노동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장을 노동자가 선출해야 한다. 라 고 주장하였다. 그는 주식회사는 원래 주인이 없는 기업 이므로 얼마든지 노동자들 또는 종업원들이 경영권의 주 체일 수 있으며 스스로 사장을 선출할 수 있다. 라고 생각 한다. 나아가 그는 주식회사 이사는 종업원 총회에서 선 임한다. 라는 조항을 상법에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유종일은 민주적 시장경제 (경제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평등이념을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구현한 경제 로 정의한 다. 곧 민주적 시장경제(경제민주화)는 경제적 평등을 구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경제적 평등은 기회 의 평등, 분배의 평등, 경영 의사결정 참여의 평등, 소유의 평등이다. 여기서 핵심은 소유의 평등이다. 그는 소유의 평등은 사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기업들의 자유 로운 경쟁과 가격기구에 의한 자원 배분이라는 시장경제 의 틀은 유지하지만, 자본을 소유하는 소수 자본가들이 기 업을 지배하고 사회적인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 휘하는 것을 방지하여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소 유의 평등까지도 이룩해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28

물론 경제민주화 정신에 입각하여 새로운 기업을 창건 하면, 소유의 평등을 이룰 수도 있다. 기업을 창건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액수를 투자하여 기업을 설립하면 된다. 그러나 기존의 기업은 이미 주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자 가 주식을 사지 않는 한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기존의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민주화를 실행하고, 소유 의 평등을 이룩하려면 그 수단은 무엇인가? 소유의 평등은 사유재산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불가능 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모든 부와 재산과 재화는 어느 누구인가의 소유이다. 개인 소유든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 의 소유든 소유주가 없는 부와 재산과 재화는 없다. 소유 의 평등을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빼앗아 다시 분배해야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의 불평등이 발 생할 것이고 또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런 과정을 시행할 수 있는 국가는 이미 자유민주주의 국가 가 아니고 전체주의 국가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적 시장경제 는 민주주의의 정치 논리인 참여와 권력의 분산 을 경제 영역에 적용하려고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 가 필연적으로 전체주의 국가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29

물론 유종일은 민주적 시장경제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 명한다. 그가 말하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 사유재산 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 아 래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르상티망(Ressentiment) 경제민주화 에 대한 최근의 정치적 담론이 걱정스러운 것은 그것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기업에 대한 적대감이나 시기심에서 발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재벌 개혁 이나 부 자 증세 는 로빈후드 프로젝트 같은 의미를 풍긴다. 경제 적 승자의 지위나 재산 및 소득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권력의 힘으로 재조정하거나 세금을 통해 빼앗는 것은 정의롭다는 생각이다. 국가가 재벌을 개혁하거나 부자에게서 세금으로 부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경제적 승자의 부당한 지위나 부를 국 가 권력으로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에 시정적 정의 是 正 的 正 義 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시정 적 정의의 배후에는 원한과 분노, 증오와 시기심 같은 부 30

정적인 감정이 작동할 여지가 많다. 경제민주화가 표방하고 있는 사회정의 가 아무리 고고 한 도덕적 이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개인의 도덕적 심성 에 기초하지 않으면 정의로울 수 없다. 개인의 윤리 도덕 적 동기가 작동하지 않는 로빈후드 방식으로는 올바른 정 의 를 실현할 수 없다. 복지는 사회정의 의 실현이라는 정 치 철학적 대의명분보다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돕 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개인의 도덕적 감정에 기반을 둘 때 더 바람직하다. 니체도 지적하였듯이 원한 Ressentiment 은 자아가 참다운 자 기다움을 상실하였을 때의 감정이다. 자기 자신 을 정정당 당하게 긍정하는 고귀한 도덕, 시민들이 가진 근원적 도 덕의식 을 정치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담론이 이런 의식과 맞닿지 않으면, 그것은 사람다운 삶에 기여하 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의 판단에 거는 기대 다행스럽게도 정치인들의 생각과 달리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자들에게 복지보다 성장, 경제민주화보다 일자리 를 기대하고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있다.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31

대선 후보들이 성장과 복지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두어 야 하나? 라는 질문에 선 先 성장, 후 後 복지 라고 응답한 사 람이 41.9%, 선 복지, 후 성장 응답이 13.7%, 성장과 복 지의 균형 응답률은 44.3%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적어도 복지를 위해서는 성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 는 것이다. 또 대선 후보들이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두어야 하나 라는 질문에는 물가 안정 이 36.0%, 일자리 창출 이 32.3%, 경제민주화 가 12.8%, 복지 확대 가 6.7% 등의 순 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상충하 는 것이다. 이미 새누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여러 개의 경 제민주화 법안의 법제화가 성장과 일자리를 높이는 데 도 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대부분은 개발독재 시대에 공고화된 한국형 자본주의체제 는 경제 적 활력과 공정성 면에서 정당화되기 어렵고, 경제뿐 아니 라 정치와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무수한 모순과 갈등, 불 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 이다. 재벌체제의 본질은 단지 그 규모의 방대함에 있지 않고 정치 경제적 권력의 독점을 통한 전 사회의 독재적 지배에 있다. 라는 주장도 근거 없는 독단에 불과하다. 경 32

제력 집중 과 정치력 집중 은 범주가 다른 집중이다. 정치 력 집중은 시민들의 자유를 위협하지만 경제력 집중 은 이와 무관하다. 경제민주화가 설정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의 올 바른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혹은 문제가 아님에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사 실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같은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총체적 개념이 아니라, 문제 하나하나에 접근하여 논의를 활성화하는 방법론적 개체 론 을 선택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처럼 경 제민주화의 목적이 재벌 개혁 과 양극화 해소 라면,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을 버리고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라는 이름으로 이것들의 정당성을 합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의 후광 後 光 에 압도되어,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를 당연시하면서 이에 대한 합리 적 토론은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현실을 도외시하고 오직 집 중보다 분산 이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윤리적 판단에 기초하여 재벌 개혁이나 양극화 해소를 정책화하면, 목적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33

달성은 고사하고 예측하지 못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 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력이 무슨 근거로 어떤 도덕적 목적을 설 정하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공론의 장 場 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논의는 정치적 이 익이 무겁게 담겨 있어 합리성과 개방성이 결핍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논의하는 전문가나 정치인의 비판 적 지성과 도덕성 그리고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34

공동체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경제민주화 나라정책연구원장 김광동 민주주의는 정치 원리의 하나다. 공적 Public 영역을 다루는 정치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강조된 것은 다수의 뜻에 따른 통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에서의 민주주의 원칙 도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만 적용된다. 다수가 믿는 것도 틀 릴 수 있고, 다수 의지일지라도 곧 다시 변할 수 있는 것이 며, 그 의지에 의한 결정이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닌 예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명백한 다수가 지 지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법치에 근 거하도록 했다. 법의 합목적성과 적용의 적절성에 대한 판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35

단도 제3자인 사법부가 양심과 사실관계에 기반을 두어 판 단하도록 했다. 공적 기구의 운용은 민주주의 원칙이 강조될 수밖에 없어 공적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기본 원칙의 하나가 된 것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한 결정과 그 결정을 집 행하는 데 따른 공동의 비용 부담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 기 때문이다. 도로나 철도를 건설한다든지 의무교육을 실 시한다든지, 아니면 치안 유지나 안보 국방의 문제 등은 공동체 대다수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함 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사안들이다. 공동 결정에는 항상 공동 부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의 비용부담 과 공동의 이해가 걸려 있는 정부와 같은 공적 기구의 운 용은 민주 원칙이 강조될 수밖에 없고 당연하다. 친구들 간에 공동 회비를 모아 공동으로 집행하는 모임이 있다면 그 운영이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듯, 국민 부담으 로 만든 정부 예산 345조 원의 지출은 당연히 민주적 원리 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맞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적 영역 밖의 사적 Private 혹은 시장 Market 영역에서 운용하는 원리의 문제이다. 당사자들 36

간에 이루어지는 사적 영역에서도 민주주의 원칙을 관철 해야하는지는 정당성의 문제이고, 설사 관철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바람직하거나 효율적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 다. 경제민주화 와 관련된 수많은 논의도 대부분 사적 영 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 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골목상권 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출을 제한한다든 지, 재래시장 보호를 취지로 대형쇼핑몰에 휴업일을 강제 하는 것이 그 예이다. 과거에 백화점 셔틀버스의 운행을 중단시킨 것이나, 중 소기업 고유 업종을 지정하여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한 것 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익 공유제나 지배 구조 변경 혹은 대기업 해체 등이 논의되기도 한다. 모두가 다수를 보호하거나 혜 택을 주기 위해 소수를 규제하거나 희생시킬 수 있다는 경 제에서의 민주 통제론에 근거한 것이다. 과거에도 지방중소업체인 소주 업체를 보호한다고 진 로 와 같은 대기업 소주의 매출을 제한시킨 바 있었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택만 제한시켰을 뿐 지방 소재 소주 업체 의 존속과 경쟁력을 제고하지는 못했다. 결국 소비자를 포 함한 모두를 희생시켰을 뿐이다.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37

초기 영국의 산업화 시대에 농장의 대형화를 막겠다고 엔클로저 Enclosure 반대투쟁도 있었고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 는다며 러다이트 Ruddite 라는 기계파괴투쟁도 있었다. 하지 만 보호된 사람은 없었고 모두가 희생되었다. 마찬가지로 골목 상권과 재래시장은 물론 기업과 상품은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해가야 하 는 것이다. 재래시장의 아주머니는 보호받고 그 아들이 근무하는 E-마트는 규제받아야 한다는 논리만큼 허구적인 것도 없다. 다수에게 이익이 돌아가기는커녕 거꾸로 소수 의 사업자를 위해 다수의 일반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것일 뿐이다. 경제민주화 란 사적 영역에 대한 불필요한 공적통제 자유 선택에 따라 이익을 함께 나누고 증진시키기 위한 자유 거래와 계약을 규제할 목적에 따른 경제민주화 란 곧 경제에 대한 경제외적통제이며 사적 영역에 대한 불필 요한 공적통제이다. 시장 개척과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갖춰 세계로 나가며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대기업에게 경제민주화 란 칼날을 겨눠 규제하고 떠나게 만든다면 그것만큼 사회 전체의 희 38

생을 초래하는 일은 없다. 뼈 빠지게 일하는 어머니에게 세금을 더 거둬 그 아들의 등록금을 할인해주겠다는 것이 나 아버지의 주머니를 털어서 놀고 있는 아들의 복지를 확 대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모두 불필요한 통제이자 과 도한 개입이다. 특히 정치적 통제인 경제외적통제는 그 통 제 주체들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니기에 경제주체 들이 선택하고 거래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제외적통제에 따른 비효율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 결국 아무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외 부의 통제가 민주주의 란 명분을 붙여 당사자들을 희생자 로 몰아가는 격이다. 정부 운용과 사업에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조 세를 통해 공적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이고 공적 사업의 결 과는 보편적으로 국민에게 직간접적 이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이지만, 경제적인 사적 영역에서의 민주 통제는 당사 자 간 판단과 자유로운 선택을 외적으로 강요하는 것이기 에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제1장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이야기하다 39

다수 소비자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것은 가장 반민주적인 일 경제에서의 민주 통제란 자유롭게 배분되어야 할 국민의 재화를 정치인들이 자의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정치적 배 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은 법과 규제 와 같은 공적 제도를 소수의 특정 이해 당사자를 위해 남용 시켜가며 다수 소비자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더구 나 경제민주화가 정치적 선동 세력이 권력 획득이란 이익 을 얻기 위해 착시 현상을 활용하여 국민을 속이고 결과적 으로 국민 부담과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가장 반민주적인 짓이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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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聖 域 )이 되어버린 경제민주화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신석훈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는 헌법 제119조 제2항 경제민주 화 이다. 정치권 역시 한목소리를 내며 국민들에게 경제민 주화가 실현될 새로운 시대를 약속한다. 경제민주화에 대 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토를 달아서는 안 될 분위기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느덧 우리 사회의 성역 聖 域 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러한데 재계가 정책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 삭 제를 공식적으로 주장했다는 특정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정 치권이 가만있을 리 없다. 오만 방자 하고 무식 하고 반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43

인권적 이고 반헌법적 이고 서민은 생각하지 않는 편협한 생각 이고 쓸데없는 짓 이라는 등 온갖 비난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치인들이 이렇게까지 확신에 찬 비난을 해대니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믿을 수 밖에 없다. 재계는 파렴치한 공공의 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세미나에서 도대체 어떤 주장이 나왔기에 정치 권에서 이렇게 난리일까? 헌법상 경제민주화 삭제를 주장했다고? 재계가 공식적으로 경제민주화 삭제를 주장했다는 근원 지는 지난 6월 4일 한국경제연구원 정책토론회 경제민주 화, 어떻게 볼 것인가 에서다. 유감스럽게도 이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필자가 삭제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면 최근 경제민주화 열풍에 찬물을 끼 얹는 파격적인 발언이었을 것이므로 당시 세미나 관련 언 론에서 가장 무게 있게 다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많은 언론들이 세미나에 관련된 보도를 했지만 경제민주 화를 삭제하자는 주장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런 데 유독 6월 5일자 한겨레신문에서만 필자가 헌법 제119 44

조 제2항을 삭제하고, 더 나아가 재계가 삭제를 주장했 다고 보도했다. * 또한 기사 한편에는 시뻘건 페인트로 소 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 이라고 적혀 있 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의 문구에 재계가 삭제해야 해 라고 외치며 분노의 엑스를 긋고 있는 그림까지 곁들였다. 그림 을 보는 순간 삭제 논쟁의 원죄(?)인 필자도 재계에 반감이 생기는 것을 보니 참으로 잘 그린 그림인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반감이야 오죽했겠는가. 이 기사가 보도된 후에 비로소 다른 언론매체들도 세미나에 서 경제민주화 삭제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하였고 정치인 들의 맹비난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필자가 제119조 제2항 삭제를 주장했을까? 아 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지만 가끔 누군가가 작은 불씨에 열심히 부채질을 해 의도적으로 연기를 만들 어내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 한겨레 왜곡보도에 대한 반론은 6월 7일자 KERI Facts 6월 5일자 한 겨레 전경련,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헌법 제119조 제2항 삭제 주 장 보도 관련 한경연 참고자료. 현재 한겨레신문은 한국경제연구원 의 기사 수정 요구에 의해 한경연,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헌법 제 119조 제2항 반대 공론화 로 헤드라인만 일부 수정한 상태이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45

경제민주화, 해석조차 용납되지 않는 성역( 聖 域 )인가? 한 나라의 경제체제는 시장 과 국가 간의 관계를 어떻 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 경제 체제인가? 국가는 도둑이나 잡고 모든 경제행위를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자유방임 시장경제체제? 아니면 국가가 모든 경제활동에 일일이 개입하며 통제하는 계획경제체제? 상식 수준으로 보더라도 이 둘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름을 뭐라고 붙이든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경제 질서는 자유시 장체제를 보장하면서도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공익을 위해 국가가 개입하여 이를 개선하는 경제체 제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 다. 헌법은 이러한 경제체제를 기본 원칙 형태로 표출하 기도 하고 경제주체들에게 경제적 기본권 을 보장해 주는 형식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우선 헌법 제119조에서는 기본 원칙 형태로 표출하고 있다. 제1항.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 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46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 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기본 으 로 제시하면서 동시에 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한다. 또 공익 을 위해 국가는 제2항에 근거해 시장에 개입 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 기준 은 규정하지 않는다. 물론 시장과 달리 국가가 완전한 존 재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국가 역시 불완전하다.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공익을 위한다는 좋은 취지로 개입하 지만 너무 깊숙이 개입하여 오히려 시장 기능을 망쳐버리 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제119조 제1항과 제2항만으 로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부족하다. 실 제로도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이 문제되는 사안 에서 제119조의 제1항과 제2항에만 기초해 판단한 헌법재 판소 판례는 거의 없다. 좀 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공 해 주는 뭔가 필요하다.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47

질서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경제주 체들에게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사 유재산과 재산권 행사의 보장(헌법 제23조), 직업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헌법 제15조), 계약의 자유를 포함하는 경제활 동의 자유 보장(헌법 제10조)등이 그것이다. 제119조 제1항 의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 119조 제2항의 제한을 받듯이 헌법상 개별 경제적 기본권 들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제한을 받는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 다(제37조 제2항). 제119조 제2항과는 달리 제37조 제2항에서는 필요한 경 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 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라는 과잉 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 을 명시적으로 규정 48

하며 국가 개입의 방법과 한계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 이러한 원칙들은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만 적 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일반적 법 원칙 이다. 그러므로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해 국가가 개입하는 경우도 당연히 허용한다. 경제민주화를 국가가 시장에 개 입하는 정당성을 담보하는 만능 규범처럼 인식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국가는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등을 위한다 는 취지로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고 제37조 제2항의 공공 복리 등을 위한다는 취지로 개입할 수 있다. 모두 공익 을 * 과잉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 은 국가권력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헌법상 법치국가 원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원 칙들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의 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 다(목적의 정당성). 그 수단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한다(수단의 적합성).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적 절한 것일지라도 더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 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피해의 최소성). 이 모든 원칙들에 적합하더라도 규제로 인해 초래되는 사적 불이익과 그 행 위를 방치함으로써 초래되는 공적 불이익을 비교하여, 규제함으로써 초래되는 공익이 더 크거나 적어도 양자 간에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 므로 개연성이나 불확실한 사실에 기초해 사적 법익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49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양자 간에 큰 차이는 없다. * 또한 개입하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통제하 기 위해 과잉 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 이 적용되는 것도 동일하다. 다만 제37조 제2항에서는 이러한 원칙들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가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통제 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규정들에 기 초해서 판단한다. 따라서 제119조 제2항을 삭제해도 무방 하다는 견해들이 있다. ** 이러한 견해들이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라는 경제 분야에서의 공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공익을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 를 통 해 달성할 수 있고 이럴 경우 공익을 내세워 시장기능을 훼 손시키는 지나친 국가 개입을 자연스럽게 통제할 수 있으므 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 제119조 제2항이 추구하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 경제주 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 는 궁극적으로 제37조 제2항이 추구하는 경제 분야에서의 공공복리 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 다(헌재 1996.12.26. 96헌가18 참조).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종섭 교수는 교과서 헌법학원론 (228 면)에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성수 교수는 논문 헌법상 경 제조항에 대한 개정론 에서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50

통제받아야만 하는 경제권력, 통제받아서는 안 되는 정치권력? 필자가 제119조 제2항을 삭제해도 무방하다는 견해를 발제문에서 인용한 것을 두고 한겨레신문은 필자, 더 나아 가 재계가 헌법 제119조 제2항을 삭제할 것을 강력히 주장 한 것처럼 교묘하게 왜곡해서 보도를 한 것이다. 필자가 이러한 견해를 인용한 이유는 경제력 남용을 막기 위해 헌 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한 기업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의 권한 남용 역시 과잉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 칙 등을 포함하는 법치국가 원칙에 의해 통제해야 한다는 당연한 헌법 논리를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쟁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이것 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이것의 한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제119조 제2항에서도 역시 국가는 경제민주 화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개입의 한 계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경제민주 화를 위한다는 명분만 내세우면 어떠한 기업 정책도 정당 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을 가 진 대부분의 대기업 정책들은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규제 하는 형식, 즉 대기업의 경제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형식을 띤다. 따라서 당연히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51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의 적용을 받는다. 즉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도 또 다른 헌 법상 원칙들에 의해 통제되므로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정당화하는 만능 규범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필 자가 세미나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의 존재성을 분명히 인 정한 후 주장한 해석론이다.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에 대한 필자의 이러한 주장을 경 제민주화 삭제 또는 부정, 반 反 헌법적,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 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며 국민들에게 반 反 기업 정서를 부추 기려는 한겨레신문과 일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에 근거한 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권력 의 남용으로부터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상 법치국가 원칙(과잉금지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 등) 도 적용해서는 안 되는가? 경제민주화 조항은 해석론조차 용납하지 않는 성역인가? 경제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경 제민주화 조항은 필요하지만 정치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법치국가 원칙은 인정해서는 안 되는가? 필자의 주장을 반 헌법적 이라거나 헌법에 대한 도전 이라고 비난하는 정치 인들이 말하는 헌법 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헌법인가? 대한 민국 헌법은 경제력의 지위 남용을 통제할 뿐 아니라 정치 52

권의 지위 남용도 통제하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인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합리적 해석 을 모색하자는 주장조 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제민주화 삭제 주장 이라고 왜곡 보도하는 특정 언론에 모든 정치인들이 휘둘 릴 만큼 정치권과 재계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헌법 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 달성이 쉽지 않다. 신뢰 회복을 위한 서로 간에 소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53

닥치고 경제민주화 의 불편한 진실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고( 思 考 )의 쓰나미 이다. 시대적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의 경제 민주화 가 바로 그렇다. 경제민주화 논쟁, 억압당하고 있다 왜 경제민주화여야 하는가? 에 대한 논쟁은 사실상 억 압되고 있다. 헌법 제119조 제2항 이 논쟁을 대신한다. 불 행하게도 닥치고 경제민주화 가 돼 버린 것이다. 경제민주 화가 성역화된 것은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경제민 54

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가 등장하게 된 과정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 다. 경제민주화는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를 구성하 면서 전면에 등장했고, 이어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 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으로써(2011.10.26) 한나라당은 위기를 맞이했다. 비대위의 첫 작업은 보수의 색깔 을 빼 는 것이었다. 경제민주화도 그 일환으로, 여러 가지 수식 에도 경제민주화는 태생적 으로 정치적 산물이었음을 부 정할 수 없다. 비대위는 당 쇄신 차원에서 경제민주화에 모든 것을 걸 었다. 당시 김종인 위원은 25년 동안 방치된 헌법 정신을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도입하게 됐다. 라며 경제민주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센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세력이 정치권력을 압도하는 상황에 처 해 있다. 라고 진단하면서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을 강조했 다. 또 다른 유력 인사도 경제권력이 정치 국가권력을 압 도하고 국가가 재벌의 이익에 봉사해 왔기 때문에, 경제민 주화가 필요하다. 라며 거들었다. 선언적 성격을 띠던 경제민주화는 총선 체제로 진입하 면서 논리의 자기 강화 과정을 겪었다. 왜 경제민주화여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55

야 하는가? 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경제민주화 의 논거로 경제력 집중 과 양극화 가 거론됐다.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의 문제를 경제민주화 로 슬기롭게 풀지 않 으면 지속적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 라는 일견 논리 정연 한 명제가 만들어졌다. 인위적인 질서로 시장 질서를 대신하겠다는 것은 오만 그러면 경제민주화의 논거는 타당한가? 경제민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1년 하반기이기 때문에, 2010년까지의 경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면 경제민주화 기저에 깔린 현실 인식은 적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수사 Rhetoric 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는 어느 사회에서 나 흔히 목격되는 현상이며, 한국이 특별히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다. 근래의 양극화는 정보 통신의 발달에 따른 생산구조의 변화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 분업에서 그 원 인을 찾을 수 있다. 경제가 산업화 단계를 넘어 지식 기반 사회로 발전할수록 전문 서비스와 같은 3차 산업의 비중이 56

커지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소수 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자 리 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는 시장이 만든다. 분노 와 증오 를 표출한다고, 경제민주화를 외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민주화 는 경제 와 민주화 의 조합으로 내적 일관 성을 갖지 못한다. 이는 일종의 형용모순으로 둥근 네모 와도 같다. 경제민주화는 정치 논리를 경제에 역외 적용 한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성에 입각한 인위적인 질서 로 시장 질서를 대신하겠다는 오만이 깔려 있다. 하지만 국가는 바람직한 시장 질서를 설계할 수 있을 만큼 전지적 이지 않다. 경제민주화는 인위적인 분배 질서를 전제로 한다. 강자 의 것을 덜어내 약자에게 옮겨주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 에게 젖을 주겠다. 라는 식이다. 국가는 서로 대립하는 경 제주체 간의 이해를 조정할 만한 경제계산능력 이 없다. 국가가 경제민주화 란 이름으로 특정 계층의 편의를 도모 하면, 이는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민주화 는 국가 개입주의 에 지대추구행위 가 더해진 최악의 조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57

합이 될 수 있다. 헌법 제119조는 자유와 창의를 경제 질서의 원칙으로 하되,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로 요약한다. 따라서 제1항을 뒷전으로 미루고 제2항만을 앞세워 경제민주화 로 네이밍 Naming 한 것은 대단히 작위적이다. 제2항에서 언급 한 필요한 경우 도 이미 정책화되었다.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위한 공정거래 정책, 사후적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 기 위한 소득 정책, 수도권의 지나친 과밀화를 막기 위한 지역균형발전 조치들이 그것이다. 제119조 제2항을 굳이 개념화한다면 경제의 조화 로 압축하는 것이 적절하다. 경 제민주화는 경제주체 간의 경제 관계의 민주화 로 보는 것이 차라리 논리적으로 정합하다. 경제민주화는 공진화라는 수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격 민주주의 Democracy 는 군중 Demons 이 지배 Crat 하는 체제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숙명일 수 있다. 군중은 분 노와 증오에 의해 흔들린다. 그리고 분노와 증오는 냉철할 수 없기에 철학과 이념 및 가치와 공존할 수 없다. 분노와 증오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위무 와 약속 뿐이다. 정치권 은 한결같이 국민의 행복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도록 정 58

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라고 한다. 국민 행복론 좋 다. 하지만 정치적 약속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한나라당 비대위 시절 김종인 위원은 경제민주화를 헌 법 정신 으로 등치시켰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헌법 정신 일 수는 없다. 헌법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와 시장경제 일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크게 보아 헌법 조항, 작게 보아 헌법의 어귀 에 지나지 않는다. 논증 없이 헌법 정신이라는 당위 로 제시되는 경제민주화만큼 불편한 진실은 없다. 경제민 주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요술 지팡이일 수는 없다. 오히려 시장의 활력을 해치고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룬 경제적 번영은 경제의 자유 주의와 정치의 민주주의가 간섭 없이 공진화 共 進 化 하면서 서로서로 발전의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정치와 경제를 섞는 경제민주화는 공진화라는 수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격이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59

글로벌 기업을 쫓아내는 경제민주화 강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규석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논쟁이 한창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 서 갑을 관계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를 개선해 보자는 논 의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질투심에 근거한 잘나가는 대기업 때리기 에 들 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지금 대기업 중에서도 심정적으로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천문학적 이익을 실현한 삼성전자나 현대 기아차 그룹이다. 60

이미 매출의 8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자본의 반 이 상도 외국인이 소유한 글로벌 기업인 그들은 경제민주화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지를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들이 국적을 바꿀 수 없는 한국기 업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를 하고 있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 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버는 돈은 전 체에 비해 적으나, 한국에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는 매우 큰 국가 경제에 일등 공신들이다. 탈( 脫 )국적화되어 가는 글로벌 기업들 과연 탈 脫 국적화되어 간다고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 국은 시장으로서의 중요성, 경영 자원의 획득, 경영 환경 등 측면에서 본사를 위치시키기에 좋은 지역인가? 국내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탈 脫 한국화 과정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매출은 물론 이미 생산의 상당 부분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 으며, 최근 몇 년간의 투자 동향을 보면 그 핵심이 해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 생산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도 한국의 경영 환경이 악 화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기보다는 탈한국화를 좀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61

더 가속화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국내에서는 가급적 부가가치 가 높은 품목을 생산하고 해외에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가 낮은 품목을 생산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제품 개발, 공 정 설계, 생산의 가치 사슬 속에서 생산단계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황이다. 물류비가 큰 변수가 아니라면 생산은 임금이 싼 곳에서 하는 것이 최적이다. 그래도 그들이 임 금이 싼 해외로 더 많은 공장을 이전하지 않고, 이미 임금 이 비싼 편인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생산품을 생산해서 그 나마도 국내에 공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의 모든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높은 애국 심을 오너나 최고 경영진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 주요 이 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제품도 애플처럼 임금 이 비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임금이 더 싼 해외에서 생산하면 기업에게는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국내 의존도가 낮은 그들이 국내 기업환경이 그들 에게 적대적이고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반응 을 보일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그들이 공장뿐 만 아니라 기업 활동의 주요 부분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해외의 본 62

사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본사가 이전하면 더 이상 외 국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이 익에 대해서도 한국에 법인세를 납부해야 할 의무조차도 사라질 것이다. 이미 전체 자본의 5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한 상황에 서 자본조달도 한국에서만 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한국에 주로 떨어진다는 것도 성립하지 않고 있다. 이미 외국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지니고 있으 므로 주주들도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동반성장의 경우도 그렇다. 글로벌 기업이 경제적으로 필요한 공존공영 共 存 共 榮 이상의 수준을 요구받을 때, 그들이 꼭 국내기업의 공장하고만 동반성장을 해야 하는가? 애플 의 공급사들이 적정이윤조차도 못 올리고, 애플은 천문학 적 이익을 올린다고 해도 아무도 애플이 공급사들과 이익 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공급사들도 애 플처럼 구매 선을 해외기업 중심으로 돌릴 수도 있고 국내 납품 기업의 해외공장과 거래를 늘릴 수도 있다. 물론 국 내 납품 기업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주력 공장 을 해외로 돌리거나 본사를 이전할 수도 있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63

경제민주화 외침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돼 경제민주화 주장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나치게 높은 비중이나 집중을 낮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자들이 문제 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해결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 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 중, 현재 상위소득 1% 소득자의 축소 등 민주화에 역행한 다고 보이는 대부분의 지표가 호전될 것이다. 낮은 원화 환율 때문에 그들만 덕을 보았다는 주장 또는 그들만을 돕 기 위해서 원화 환율을 낮추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 대기업에 가기 위 한 대학생들의 치열한 취업 경쟁도 완화되고, 더불어 초중 고의 교육열도 완화되어 경쟁 없는, 사람 중심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능력 있는 학생이나 인재들은 국내에서 다 른 사람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면 될 것 이다. 심지어는 남북격차가 줄어들어 통일 여건도 더욱 개 선될 것이다. 64

그러나 경제민주화 주장자들이 희망하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중소기업이 자라나고 독 과점이나 경제적 집중도도 완화되며 경쟁보다는 협력이 강물처럼 넘치는 사람 중심의 세상이 열릴 것인가? 역사에 서 그들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선지자로 평 가될 것인가, 아니면 한민족 역사 5000년 만에 온 국운이 란 쪽박을 깨버린 가슴보다는 머리가 더 뜨거운 근시안주 의자로 평가될 것인가? 틀림없는 사실은 깨진 쪽박을 다시 복구하는 것은 새로 운 박을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나마 우리가 앞섰다고 하는 대 부분의 분야에서 중국이 코 하나 차이로 버겁게 따라오는 현재의 세계 경쟁 구도에서는 시간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65

독일의 경제민주화와 한국의 경제민주화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민경국 경제민주화의 이념적 고향은 한때 사회주의 이념이 강 력했던 독일이다. 비 非 유럽권에서는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 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독일에서조차 자주 사용하는 개념 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의 유물로서 독일의 경제사나 또는 경제사상사에 등장하는 개념이 되어 버렸다. 경제민주화 의 독일어 표현은 Demokratisierung der Wirtschaft 이다. 독일에서 공부한 김종인 씨가 한국에 도입 했다. 그가 경제민주화의 대부 代 父 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독일에서 사용한 개념과 66

같을까? 같지 않다면 왜 그런가? 그 자신이 인기에 영합하 려는 포퓰리즘 전략 때문인가? 1970년대 독일의 정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 도 결국 실패, 이후 사라진 개념 경제민주화는 20세기 초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고 그 이념가들과 경쟁했던 번슈타인 E.Bernstein 과 나프탈리 F.Naphtali 등 이 최초로 주창한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요체였다. 자본주의는 물론이요, 정통 마르크스주의와 소련식 계획 경제는 각기 나름대로의 독재로 인하여 인간들이 자신의 운 명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경제민주화였다. 사회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자 본주의의 독재는 자본과 대기업이고 마르크스주의는 프롤 레타리아 독재이고 소련식 계획경제는 소수 엘리트의 독재 이다. 사회민주주의는 그 어떤 유형의 독재에도 반대한다.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철학은 모든 인간은 자신의 운명 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 이다. 사회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참여는 정치 적 차원의 참여와 경제적 차원의 참여로 구분된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67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이 다른 모든 계층과 동등한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는 실현되 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경제적 삶에서도 자본 가와 똑같이 참여하지 않고는 사회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그런데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가? 민주화 의 핵심은 공동 결정 Co-Determination 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정 치적 삶에서 공동 결정권을 확보했듯이 경제적 삶에서도 노동자들의 참여권을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공동 결정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개별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기업경영 참여이고, 다른 하나 는 거시 경제 조정에 노동자 참여이다. 생산수단의 사회화 를 비롯하여 국민경제적 투자와 저축 규모, 각 기업들의 사업 분야 조정, 물가수준 등 거시 조정을 말한다.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부터 히틀러 시대까지 이 같은 참 여를 실현하려고 애쓴 것이 독일이었다. 그러나 히틀러 정 권의 붕괴와 1948년 독일연방공화국의 형성 이후에는 경 제의 민주화 논의가 소멸되었고, 그 대신 경제자유화 Liberalisieung der Wirtschaft 가 중시되었다. 그 결과로 라인강의 기 적 이라고 불리는 번영을 이룩했다. 68

그런데 독일이 68문화혁명 으로 사회주의를 선택한 1970 년대에 다시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커졌고 그것이 마치 시대 정신인 것처럼 정치의 화두가 되었다. 이때의 경제민주화 개념은 많은 변화를 거쳐 두 가지로 지칭되었다. 하나는 기 업의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도이며, 다 른 하나는 일종의 노 勞 사 使 정 政 위원회라고 부르는 협조적 행위 Concerted Action 제도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실패한 제도로 판명되어서 1980년대 이후부터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더 이 상 사용하지 않는다. 대기업 규제 등으로 사용하는 경제민주화, 헌법적 정당성 없어 흥미롭게도 1987년 9차 개정된 현행 헌법 제119조 제2항 에 경제의 민주화 가 도입되었다. 이 조항을 김종인 조 항 이라고도 말한다. 그가 경제의 민주화를 도입했기 때문 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그가 만든 말이 아니라, 그 가 1970년대에 독일에서 배웠던 것을 전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김종인 씨를 포함한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대 기업 규제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 사용했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69

던 경제민주화와는 전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또 하나 흥미 로운 것은 제119조 제2항을 아무리 읽어봐도 경제민주화 가 대기업 규제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어 떠한 근거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기업 규 제 등을 뜻하는 경제민주화에는 헌법적 정당성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종인 씨는 경제민주화를 대기 업 규제로 이해할까? 김종인 씨가 1987년 9차 개헌에서 경 제민주화를 도입할 당시, 그가 연상했던 경제민주화는 1970년대에 그가 독일에서 배운 일종의 노사정위원회 제 도와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1987년 9차 헌법 개정 시에 이미 경제민주화 개념은 독 일에서조차 낡아버린 개념이라는 것을 김종인 씨는 몰랐 을까, 아니면 알았을까? 몰랐든 알았든 그 도입은 무식의 소치일 뿐이다. 아니면 김종인 씨가 대기업 규제의 의미로 둔갑시켜 사용하는 것은 그의 포퓰리즘 전략인가? 의심스 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든, 정치판이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하며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기업의 의욕 이 떨어지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라는 새누리당 이 한구 원내 대표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70

그러나 그 말을 들은 김종인 씨는 절제 없는 시장경제 를 맹신하는 사람은 정서적 불구자 라는 경제학자 폴 새뮤 얼슨 Paul Samuelson 의 주장을 들어 경제민주화를 비판하는 사람 을 혹평하였다. 그러나 새뮤얼슨은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가 폭삭 망하기 3개월 전에도 소련식 계획경제도 마찰 없이 아주 잘 번영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이런 얼 빠진 학자의 말을 인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정서적 불구자 가 아닌가? 유령 같은 경제민주화! 정치권을 비롯하여 한국 사회 전 체가 김종인 씨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 다. 나라 경제를 망치는 그런 개념은 내버리는 것이 옳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71

독일에서 공부한 경제학자가 보는 경제민주화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배진영 한국 사회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두고 지난해부터 법석이다.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나라 건설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학계는 학계대로 시민단 체는 시민단체대로 경제민주화의 오묘한 뜻을 이해하려고 분주하다. 이를 줄기차게 제창하는 사람에게 경제민주화를 설명해달라고 해도, 그는 선뜻 설명하지 않는다. 그 의미 를 잘 몰라서일까? 아니면 그 의미의 무서움 때문일까? 경제민주화 는 지극히 독일적인 용어이다. 독일어에는 단어와 단어가 결합되어 하나의 단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72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이라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이 모여 길게 늘어선 하나의 단어를 이해하느라 진땀 흘린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 들의 조합은 지극히 이성에 바탕을 둔 그들의 실험주의 정 신을 엿보게 한다. 하이에크는 그의 저서 Individualism & Economic Order 에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인과 영국인의 민족성을 비교한 적이 있다. 그는 독일인은 자연스러운 것을 따르기 보다는 무엇인가 남과는 다른 독창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 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였다. 독일을 여행하거나 그곳에 서 생활한 한국 사람들은 구석구석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독일을 보고 놀라워한다. 그들은 전통적이고 관 습적인 것일지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증명되지 않 는다면,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인위적으로 설계하려 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민주화 는 소유권의 사회화를 의미 경제 Wirtschaft 와 민주화 Demokratisierung 가 결합된 경제민주화 Demokratisierung der Wirtschaft 는 이런 독일적인 풍토에서 태어났다. 경제는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질서인 반면, 민주화는 인위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73

적으로 도입되는 절차적 가치이기 때문에 각각은 기능상 으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을 거부 하고 여기에 민주화라는 인위적인 것을 도입하여 새로운 질서를 설계해보겠다는 독일인들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구조주의적이고 설계주의적인 독일인의 정신을 상징하 는 대표적인 용어로서 경제민주화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 한 용어가 있다. 그것은 독일의 경제 질서를 칭하는 사회 적 시장경제 라는 용어이다. 이 역시 기능상으로 상반되는 사회적 과 시장경제 라는 두 단어의 결합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오이켄 W. Eucken 은 사회적 정책은 경쟁 질서의 기능과 그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시해야 함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속에는 투쟁 과 쟁취 의 섬뜩한 기운이 배어 있다. 경제민주화를 용어 그대로 해석 하면 그것은 경제에 민주주의적인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 중심으로 1인 1표제의 평등한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 에 이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바로 기업의 지배 구조를 민주 주의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사회 화하겠다는 뜻이다. 74

경제민주화를 그저 복지 정책의 강화 정도로만 알고 있 다면 큰 오산이다. 그것의 핵심은 바로 소유권의 사회화 이다. 소유권의 사회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내 자산을 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한다. 이처럼 무서운 내용 을 담은 경제민주화 를 한국에서는 지금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 다. 누가 집권하든지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공약대로 실시 한다면 세상은 뒤바뀐다. 유권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 을까? 거의 모두가 대학 교육을 받거나 받았고 좀 더 깨끗 한 일자리만을 선호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런 세상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경제민주화는 독일의 노동계에서 줄곧 요구해 온 사항 이다. 이를 강령에 담고 있는 정당이 독일의 사회민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이다. 사민당은 1875년 창당 이후 8번의 강령을 채택하였다. 1959년 고데스베르그 Godesberg 당 대회에서 사민당은 마르크스 주의적 세계관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계급정당이 아니라 국민정당으로 거듭 태어났다. 그 후 1989년 베를린 강령과 2007년 함부르크 강령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경제 민주화라는 용어는 1959년 고데스베르그 강령에서는 찾아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75

볼 수 없지만, 1989년 베를린 강령에 무려 14번이나 나오면 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들을 세세히 명시하고 있다. 현 재 우리의 여당과 야당은 이 강령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 다. 그러나 최근 채택된 함부르크 강령에서는 경제민주화라 는 용어는 단지 한 번에 그치고 있으며, 그것도 선언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다. 함부르크 강령은 스스로 마르크스 전 통을 이어받은 좌파 정당이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큼 좀 더 좌파적으로 변한 강령이다. 그런데도 경제민주화라는 용 어는 여기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민당에서 사라져가 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 사회민주주의 실현에 실패한 역사에 편승하거나 부추기지 말아야 우리나라가 독일 국민처럼 질서 순응적이고, 다름을 서 로 인정하며, 망치를 들고 기름 묻힌 손을 자랑스럽게 여 기는 나라인가? 우리나라가 독일처럼 공업 발전의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중소기업의 저변이 강하고, 내수 기반이 탄 탄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가? 우리나라가 독일처럼 정치 가와 관료들이 결코 이익집단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신 76

념을 가진 나라인가? 기업의 다각화와 합병, 변화의 속도 가 이처럼 빠른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전략이 무엇이고 앞 으로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 가?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연대 경제 또는 인 본 人 本 경제로 나아가자고 하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잊을 만하면 다시 얼굴을 내미는 것이 사회민주주의 사 상과 이를 바탕으로 한 나라 설계 이다. 100년 전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회주의 실현의 꿈이 성공하였는가? 그 실험의 실패는 결코 어리석 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방법으로 도전해서 실패한 것이 아 니다. 그것은 경제의 복잡함 이라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현실의 거대한 장벽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는 또 다시 뜨거운 가슴으로 치닫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목도하지만, 이를 식혀줄 정치가와 큰 어른은 보이 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에 편승하거나 더욱 부추길 뿐이다. 여당이나 야당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핵심 정책들을 솔직하 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77

독재 스타일 경제민주화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김인영 경제민주화는 대선 후보 3인의 공통된 공약이다. 경제민 주화의 내용이 재벌 개혁으로 한정되면서 차별화를 위한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다. 3인방은 상대 후보보다 더 강한 규제, 더 넓은 제재, 법적 강제까지 공약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일방적인 정치 개혁안 그런데 경제민주화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도 방식도 일방적이다.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은 자신이 주인 도 아니면서 남의 집이 크다고 이렇게 쪼개고, 저렇게 고 78

치라고 강요하고 있다. 장애인, 비정규직, 중소기업을 찾아 가 들어보고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재벌 개혁은 대기업의 한마디 말도 들어보지 않고 일방통행이다. 마치 강제로 경제민주화 이다. 민주화를 외치지만 경제민주화는 독재 스타일이다. 약자 보호 차원의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닥치고 식의 일방적인 강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 제민주화는 성공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 이 실패한 이유는 동반 이 아니라 일방 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누구나 아는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의 인기 비결 은 누구나 즐겁게 따라 부르게 하는 자발적 참여성 때문이 다. 이와 비교할 때 작금의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을 금지시 키고 분할하고 징벌하겠다는 내용뿐이다. 나아가 복종하 지 않으면 감옥이야 식의 협박성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조금이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 기업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과거 정권의 일방적 재벌 개혁안이 하나같이 실패했던 데서 도출한 결론이다. 당사자의 의사 를 무시한 일방적인 개혁안이었기에 실패의 길로 갈 수밖 에 없었다. 그러므로 닥치고 경제민주화 역시 성공하지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79

못하고 선거용뿐인 소모품 공약일 수밖에 없다. 강제적으로 밀어붙인 개혁의 실패 사례는 경제 분야만 아니라 정치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정치인의 끊임없는 갈등과 대결 의식, 비민주적 정당 운영, 밀실 공천, 정당 쪼개기, 나 아니면 안 된다 라는 권 위 의식이 모두 우리 정치의 개혁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 금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자발적이지 않고 강제된 개 혁은 성공하기 힘들다. 정치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 치인들의 자발적 동의와 협조가 필요한 것처럼, 성공적인 재벌 개혁 역시 대기업과의 논의와 자발적 참여가 필수이 다. 사회민주화든 경제민주화든 민주화라면 방법도 민주적 이어야 한다. 내용도 모순적이고 정체불명인 경제민주화, 표를 의식한 조작된 포퓰리즘 경제민주화의 내용도 문제가 많고 모순적이다. 첫째, 경제민주화는 내용적으로 정체불명의 세상에 하 나밖에 없는 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의 원조인 독일에서 조차도 경제민주화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정도의 의미였다. 기업이 민주화의 대상이 되는 경제민주화는 듣 80

도 보도 못한 논리이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내용은 커다란 범주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한다. 정치 민주화가 시민의 정치적 평등이라는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한다면,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평등이라는 이념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평등 추구 는 사회주의 이념과 다르지 않다. 경제적 평등을 목표로 했던 서구 사회주의는 비효율과 하향 평준화를 결과했다. 셋째, 지금 대선주자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정부 규제로 는 모자라 입법으로 강제하고, 나아가 기본권인 재산권까지 침해하는 수준이다. 이는 권력 남용이다. 거의 독재국가에서 나 가능할 정도로 기업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그 예로, 계열사 분리 명령제도를 들 수 있다. 계열사 문 제는 사업 부문 간 원활한 제휴라는 장점과 미래 사업 기 회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개수가 늘 었는지 줄었는지 판단하여 강제로 분리를 명령하는 것은 지나친 권력 남용이다. 특히 기업경영 차원의 판단을 정부 나 정치권이 더 잘 안다는 것은 하이예크의 말대로 치명 적 자만 이자 독재적 사고이다. 민주통합당이 공약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를 위한 징벌적 배상액 부과도 그렇 다. 3배 배상액을 10배로 증액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는데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81

대기업을 마치 악의 축 으로 보고 없애야 한다는 속 좁은 시각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국제 경쟁 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 없이 뛰고 대학생들이 가장 다니 고 싶은 직장 1위의 대기업의 모습은 무엇인가? 전두환 권 위주의 시절 민주화 데모했다고 삼청교육대에 보내 본때 를 보여주자는 과잉 징벌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독재적 조 치이다. 출자총액제한 부활도 모순적이다. 대기업이 돈을 쌓아 두고 투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더니, 출자총액을 제한하여 추가 투자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하지 말 라는 것이다. 투자를 자제하면 돈 쌓아두는 것이라고 문제 삼고, 투자해서 계열사를 늘리면 문어발 투자라고 문제 삼 는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주문하면서도, 투자하되 총 액은 제한하라는 모순적인 명령이다. 꼭 자신들이 눈만 뜨 면 비난하는 독재정권의 내 맘대로 와 닥치고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대선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공학에 근거해 조작한 포퓰리즘이다. 그런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재벌 대기업만 때려잡으면 한국경제가 직면한 모든 난제들이 해결될 것 같은가? 경제민주화로는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한 82

소득 양극화, 청년 실업, 가계 부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 지 못한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져간다고 걱정들인 데, 경제민주화라는 깃발은 해결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이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재정이 거덜 나서 국가 부도에 이를 것을 우려하는 것처럼, 재벌 대기업 잡으려다 경기 회복도 고용 창출도 양극화 해소도 모두 잃을까 염려된다. 결론은 경제민주화의 방식과 내용이 가지는 독재 스타 일로는 반발만 가져올 뿐이지 어떠한 실질적 개혁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재 스타일 경제민주화는 궤변이고 비 현실적이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83

헌법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김상겸 지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화두 중 하나는 단연 경 제민주화 이다. 하지만 이 용어가 실제로 사회에서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용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선 거철이 돌아오니,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선거 전략으로 사용하는 정치 용어일 수도 있고 그 논쟁에 편승한 정치인 들의 친 親 정치적 용어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것이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 인은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어떤 주제로도 자 84

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은 개인과 기업 간 경제 질서를 종용 경제민주화가 왜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 이유와 다 양한 견해는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하여 이미 널리 전파되 었다고 생각하기에, 여기서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으로 삼 지 않는다. 우선, 경제민주화 란 용어는 대한민국의 최고 규범인 헌 법 제119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은 국민이 토론과 합의를 거쳐 내린 정치적 결단을 문서화한 규범으로 국가의 최고 법질서이며, 모든 국가 작용을 기속한다. 그런데 헌법 은 모든 조항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상호 연계되어 작동하는 규범이다. 그래서 단지 헌법의 경제 질서에 있는 경제민주 화란 용어만 가지고는 경제민주화를 말할 수 없다. 헌법은 제9장에 경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헌법학에서 는 현행 헌법상 경제 질서의 장 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헌 법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무엇인가. 헌법 제 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 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라고 규정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85

하여,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대한민국 경제 질서의 기본임 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란 표현을 담고 있는 동조 제2항은 국가경제 질서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언급하 고 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책무는 헌법 제120조부터 제 127조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 은 제119조에서 제1항과 제2항을 통하여 헌법이 국가의 최 고 규범으로서 국가경제 질서를 어떻게 규율해야 할 것인 지 기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그 내용상 제1항에서 언급 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가 대립 혹은 배치되는 것 같아 모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 헌법 제119조의 양 조항은 대립하는 내용이 아니다. 헌법 제119조 제1항은 자유를 보장하지만, 제2항 은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분배의 유지, 시장 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 한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하여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이는 우리 헌법 질서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절 대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 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86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 우리 헌법은 경제주체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국가 공동체의 헌법은 국민 개개인의 헌법이기도 하지만 국민 전체의 헌법이다. 헌법은 재벌이라고 해서 차 별하지 않으며, 노동자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는다. 모든 경제주체는 원칙적으로 평등하다. 이는 헌법 제11조 제1항 을 보면 알 수 있다. 동 조항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 등하고,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절대적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헌법에 서 말하는 평등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평등으로 이미 고대 그리스부터 인정된 평등의 기본 내용이다. 그래서 자의적 인 평등은 금지하고 합리적인 차별은 인정한다. 이는 개인 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 각자의 노 력과 능력에 따른 차별을 불인정하는 것은 불평등이다. 헌법은 제23조 제1항 전문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함 으로써 사유재산제도를 수용하고 있다. 소위 공산주의는 이에 배치되기 때문에 우리 헌법질서를 포섭할 수 없다. 그런데 동조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87

야 한다고 재산권자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그리고 동조 제3항은 공공이 필요로 하는 경우 재산권을 수용 사용 및 제한과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도 헌법은 절대적 재산권은 인정하 지 않고 있다. 헌법은 국가 공동체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할 뿐이다. 국민의 또 다른 경제적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도 마찬가 지이다. 헌법은 제15조에서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 장하고 있는데, 영업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도 이 직업의 자 유로부터 도출된다. 그런데 헌법이 직업의 자유를 보장한 다고 모든 직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변 리사 등 전문직은 국가가 요구하는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 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고 판매하는 자는 자격증뿐만 아니라 안전시설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마약을 판매하는 업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보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다고 누구나 마음대로 직업을 선택하고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 경제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도 경제가 아니다. 헌법에서 말하는 경제의 민주화 는 경제의 정치화도 아니고, 정치의 경제화는 더더욱 아니다.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무절제한 경제적 자유를 규제한다. 헌법은 개인과 기업이 시장을 지 88

배하고 경제력을 남용할 때 규제한다. 그런데 그 규제는 법률로 해야 하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경 제주체 간의 조화를 위하여 소비자 기본법, 전자 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시행하여 생산자 와 소비자 간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가와 그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의 조화를 위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조정법, 노사관계 발전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경제의 성장을 위하여 각종 산업 발전법 을 시행하고 있다. 헌법상 경제민주화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민의 경제활동 보장을 의미 헌법은 어느 누구에게도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 다. 헌법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허 용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법은 정의롭게 정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다. 마찬가지로 개인과 기업이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 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 헌법은 모든 경제주체를 원칙적으 로 규제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이 국민경제의 성장 및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89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의 유지를 방해하며, 시장을 지배 하고 경제력을 남용하고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깨뜨리면 법률에 의하여 규제할 것이다. 이는 보통 국민이 알 수 있 는 상식의 범주에서 판단하면 충분한 답이 나오는 문제이 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국가와 헌법이란 존재를 도외시하는 행위일 뿐이다. 헌법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상 경제 질서를 준수하는 것이다.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고 소득도 없는 경제민주화 의 논쟁은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이런 용어가 계속 회자되고 있으면, 그냥 선거철이라서 그런가보다 치부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법을 준수하며 생활하는 것이 민주적 법치국가에 살고 있 는 국민의 경제생활이다. 90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용덕 1997년 경제 위기 때도 지금과 같이 재벌(재벌이라는 용어 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지만 편의상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을 어 떤 방법으로든지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그때 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삼성 현대 등은 2008년 세계 적인 경제 위기 이후에 다른 어떤 세계적 기업보다 위기에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번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를 이만큼이나마 견 디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 후보들은 모두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을 외치고 있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91

김종인 위원장의 모순된 재벌 비판 경제민주화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 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이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 작 금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어디에서 잘못된 것인가를 짐작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김 위원장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1997년 경 제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 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 또는 재벌을 규제하거나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러나 1997년 경제 위기는 국내에서는 통화량이 과다하게 발 행되었고, 국제적으로도 엄청난 달러, 엔화 등의 국제 유동성 이 넘쳐났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1997년 경제 위기의 원인 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제학계는 아직도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김 위원장이 1997년 경제 위기의 원인 을 재벌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 反 자본주의 사고나 감 정으로 사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 진다. * * 국제결제수단인 달러가 과다 발행됨으로써 2008년의 경제 위기도 발 생했지만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정책은 1997년 위기 때와 동일하 게 잘못된 경제 분석을 하여 원인에 맞지 않는 대책을 제시하고 있 다고 볼 수 있다. 92

둘째, 김 위원장은 재벌을 사회 전반부터 정치의 영역 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제 세력 이라고 비난조로 규정하 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 제세력이라면 그런 지적은 옳다. 그러나 재벌 못지않게 강 력한 정치력을 행사하는 집단은 많다. 농어민, 노동조합, 장애인, 정치가,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중소기업, 노령 인 구, 공무원, 직업 군인, 화물 연대, 자영업자 단체, 학부모, 교육기관, 공공 기관, 신혼부부, 맞벌이 부부, 공기업, 금융 기관, 변호사, 의사 등 모두 정치 세력이다. 최근에는 대학 생마저도 강력한 정치 세력이 되어가고 있다. 반값 등록금 을 생각해보라. 근래에는 모든 국민이 여러 겹으로 정치를 세력화함으로써 국회가 이전투구의 장으로 바뀌었고, 국민 은 세금으로 허리가 휘기 때문에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정치 세력화만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정치가 세력화되었거나 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집단을 문제 삼는 것이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바른 길이라고 여겨진다. 셋째, 김 위원장은 대기업은 생리적으로 탐욕이 끝이 없다. 경제주체의 탐욕을 그대로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엄 청난 경제적 혼란을 빚을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일정한 규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93

제를 안 하면 탐욕을 억제할 길이 없다. 라고 하면서 강력 한 대기업 규제 도입을 역설했다. 그러나 동네 구멍가게 주인도 대기업 총수 못지않게 탐욕적이다. 그가 대기업 총 수와 다른 점은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 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 고 다른 경제주체의 재산을 약탈하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 는 한, 탐욕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공산주의 나 사회주의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 석할 수 있다. 넷째, 김 위원장은 압축 성장이 마치 자기들(대기업)이 잘해서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라고 지적했다. 물론 재벌을 포함한 모든 국내 기업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고도 망한 기업들과 비교한다면 기업의 성장은 그 기업의 크기를 불문하고 대부분 자신의 노력의 결과라 고 보는 것이 옳다. 굳이 정부의 지원을 문제 삼는다면 앞 에서 지적했듯이 모든 기업을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을 대 상으로 하는 것이 옳고 공평하다고 여겨진다. 94

무분별한 재벌 개혁은 경제적 반향만 초래할 뿐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가 대기업 또는 재벌의 해체를 원 한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우리 모두가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부르짖는 경제학자들을 포함한 누구도 그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감당할 마음도 없 어 보인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95

한국의 경제민주화 서울대학교 교수,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좌승희 지난 반세기 동안 사회주의 실험의 실패는 물론 사회민 주주의나 복지국가 실험이 실패하는 모습을 목전에 두고 볼 때, 이제 한국경제가 벤치마킹할 선진국 모형은 어디에 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정치권은 서구 사회 민주주의의 뿌리인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이 모두 행 복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하며 경제민주화 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96

경제민주화, 일률적 경제 수준을 지향하는 경제의 사회주의화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로버트 달과 같은 좌파 정치학자 들은 경제적 평등 없이 정치적 평등은 없다는 시각에서 소 득의 평등 분배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경영을 민 주화하자는 등 경제민주주의 Economic Democracy 를 주창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정치적 자유와 평등의 실현은 단 순히 1인 1표의 절차적 민주주의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자본주의사회가 농경 사회에서 기업자본주의 사회로 전환 되어 기업이 경제적 부의 창출 주체가 되면서 기업 혹은 그 주주들은 그들의 부를 이용하여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 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 혹은 실체적 평등이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부를 가진 자가 그 부를 이용하여 자신들 에게 유리하게 선거 결과나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 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 심화되기 때문에, 형식적 으로는 1인 1표라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가 더 많은 표를 행사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정치적 평등이 실질적으로 실천되는 실체적 민 주주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경영을 민주화하 여 평등한 소득을 보장하는 등 경제적 부의 평등을 추구하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97

는 것이 결국 실질적인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길 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를 기업 내부 지배구조에 도 적용하여 일부에게 집중된 주주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 업 조직원 모두가 평등하게 한 표씩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야 소득과 부가 평등하게 분배되는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평등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소득이 평등 한 사회주의 경제가 실체적 민주주의의 전제라는 주장인 셈 이다. 결국 이에 의하면 모든 기업의 경영을 민주화하여 기업 구성원들의 소득을 평등화시키고, 국가의 공공 정책도 소 득재분배와 보편화된 복지의 강화를 통해 모든 국민들에 게 평등한 부와 소득을 누릴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완 벽한 경제민주화의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란 정치 영역에서 통용되는 1인 1표 의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을 경제생활에도 적용하여 모 두가 평등한 부와 소득을 누리는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겠 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제민주화는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그 본질은 경제의 사 회주의화에 다름 아니며, 오늘날 서구 사회민주주의 국가 98

들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경제민 주화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경우도 이미 1987년 민주 헌법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 조정 을 선언한 이후 이미 20년 넘게 경 제민주화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대선 경쟁 과정에서 더 강력한 경제민주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 주장들의 방향은 대체로 위와 같은 서구의 경제 민주화 이념을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기업 규제와 관련해서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금 지, 총액출자 규제 부활, 비은행 금융 산업 진출 금지, 계 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 골목 상권 진출규제 및 중소기 업 업종부활 등을 통해 대기업의 경영 및 투자활동을 규제 하여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막고 재래 상권 및 중소기업 등이 취약한 부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통 합민주당, 새누리당, 일부 학계 등)에서부터 대기업 지배 구조 를 민주적 의사결정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영 민주화 주장(김종인이나 장하준 등)과 대기업 그룹을 분할,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통합민주당, 일부학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정의니, 공정이니, 공생이니 하는 여러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99

가지 정치적 미사여구로 그 명분을 포장하고 있으나 결국 논의의 본질은 기존 대기업의 경제적 영향력을 축소하여 더 평등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경제 부문에도 평등 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경제민주화, 혹은 경제 평등주의 이 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각 정당들은 보편 복지를 위한 재분배 정책 의 강화를 공약화함으로써 서구 사회민주주의체제를 지향 한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경제민주 화를 하면 그렇게도 갈망하는 경제양극화 해소 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인가? 경제적 평등 추구는 경제 정체를 초래할 수도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는 어떤 결과를 가 져올까? 현실의 시장은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성과에 따라 그 보 상을 차등 지급하고 과한 구매력에 따른 경제적 영향력의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더 높은 경제 발전 을 유도하는 경제적 차별화를 통한 동기부여 장치이다. 경제적 차이, 차등, 차별을 통해 모두를 경제 발전의 길에 나서게 동기부여하는 것이 시장의 본질이다. 100

따라서 경제 발전은 바로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력의 집 중 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 평등한 부와 소득, 그 리고 평등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면 혹은 만들어내고 자 한다면 그 경제는 이미 변화와 발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은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과정이지만 결코 같아질 수는 없는 과정이다. 그런데 만일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민주화해서 각자의 성과에 관계없이 경제적 부를 평등하게 배분하겠다고 하 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국민들이 일 안하는 태업(사 보타주)에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 경제적 결과 또한 하향 평준화를 통한 국민경제의 몰락이 아니겠는가? 결국 경제민주화는 그 민주적 평등의 이상이 아무리 높 더라도 경제적으로는 국민들의 일할 동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경제 정체를 불가피하게 한다. 나아 가 경제민주화가 추진되면 정부의 공공정책은 항상 시장 의 차별화 기능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에 역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다. 여기에 재분배 복지, 사회정책이 확대되면 저성장, 실 업, 재정 적자의 위험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101

서구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의 실패한 사회민주주 의 실험도 바로 경제민주화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차이, 차등, 차별을 전제로 하는 경제의 작동 원리와 절대 평등을 전제로 하는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리는 같이 갈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경제 발전을 원한 다고 한다면 경제는 결코 민주화 대상일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민주화는 기업의 존재 이유와 효율성을 훼손 한편, 경제민주화 주창자들은 하나같이 기업경영의 민주 화를 그 전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기업경영은 민주화의 대상일 수 있는 것인가? 기업의 본질은 의사결정의 수직적 명령 질서라는 조직 원리에 있는 것이며, 이것이 시장과는 다른 기업의 존재 이 유이다. 시장에서의 모든 거래는 거래 조건에 대한 거래 당 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기초하기 때문에 수평적 질서를 기초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거래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의 거래 조건에 대한 협상 과정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래 협상 과정은 정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양 陽 의 거래비용을 수반하며, 이러한 거래비용이 지나치게 높 102

으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 거래는 협상이 아니라 수직적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 장 거래에 비해 거래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높은 거래비용을 수반하는 시장 거래활 동을 내부화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하는 것이며, 기업의 등 장 및 존재 이유는 바로 기업 내부의 자원 배분이 수평적 협상이 아니라 수직적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는 기업 특유 의 조직 원리 때문인 것이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수 평적 질서로 전환하면 시장 거래에 비한 기업의 거래비용 절약의 이점은 사라지고 기업의 존재 이유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즉, 기업의 의사결정을 민주화하여 수평적 질서 로 전환시켜, 모든 구성원들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경영 에 수반하는 거래비용이 급증하게 되어 기업 자체의 유용 성이 사라짐으로써 기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소멸한다. 더구나 기업경영을 민주화하여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하 게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각자의 성과에 관계없이 소득을 평등하게 나누거나, 아니면 적어도 성과만큼 충분한 보상 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기업 내부 활동에 있어 태업 가능성이 커지고 기업의 효율성은 훼손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경영의 효율을 원한다면 기업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103

은 결코 민주화의 대상일 수 없는 것이다. 경제 변화의 원리와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러한데도 경제 와 기업을 민주화하게 되면 부와 소득은 다소 평등해질지 모르나 경제의 정체를 통해 모두가 다 하향 평준화되어 경 제 양극화 해소는 고사하고 모두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104

경제민주화는 오늘날 경제 어려움의 뿌리 서울대학교 교수,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좌승희 한국경제는 이미 지난 20년 이상을 경제 평등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의 길을 걸어왔다. 더구나 1987년 당시 헌법 제119조 제2항이 무리 없이 도입된 것은 이미 한 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경제민주화를 수용할 만큼 평등주의 적 성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보편화된 대기업 규제 정책, 무차별적 중소기업 육성 정책과 농업 보호 정책, 지역균형발전 정책, 수도권 규 제 정책, 교육평준화 정책, 전투적 기득권 노조의 방치, 재분 배복지 정책의 지속적인 확대 등은 바로 경제민주화 이념의 제2장 경제민주화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105

틀 속에서 이루진 것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 정책기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 정책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0여 년 한국경제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전 반 30여 년은 연평균 8~9%의 초고속 성장에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장과 일자리 그리고 분배가 동반 개 선되는 양질의 발전을 시현하여,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이 나 학계로부터 가장 모범적인 동반성장 국가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후반, 경제민주화 정책기조가 도입된 이후 1990년대부터 20여 년은 반대로 그와 같은 동반성장 메커 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소위 경제 양극화가 심화됐다. 지금 경제민주화 요구를 촉발시키는 이 모든 불균형의 심화 추 세가 바로 우리가 선진화,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경제 운영 을 평등주의체제로 전환한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사 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럼 한국의 개발 연대인 1960~80년대에 동반성장은 어 떻게 가능했는가? 수출을 주도하는 성장 전략 하에서 성장 하는 수출기업들이 수출의 과실을 국내 투자로 환원시킴 으로써, 수출이 내수와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당시의 한국 기업들은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