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위협의 균형 을 무너뜨리고 선제공격으로? 서재정 이름도 생소한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 미사일 요격체 계의 한국 배치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온갖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요청된 바도, 협의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는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장 성과 관리들은 사드 배치를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계속 흘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북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이 무기체계가 긴요하다고 주장하고, 반대론자들은 사드는 검 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치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것 이라 반박한다. 하지만 이 논란에는 핵심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사드의 배치가 한 반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의 안보라는 관점을 넘어 한반도 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분단된 한반도 의 현실에서 사드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 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다음의 순서로 논지를 전개한다. 첫째, 사드를 두고 지금까지 있었 徐 載 晶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국제정치학. 저서 한반도의 선택 (공저)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 가 등이 있음. suh@icu.ac.jp 414 논단과 현장
던 논의를 찬성론과 반대론으로 나누어 그 논리와 한계를 지적한다. 둘째,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고려하는 이유를 고찰한다. 셋째, 미 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이유를 한반도 군비경쟁의 역사 속에 놓는다. 분단 한반도는 과거의 상호억제 구도가 붕괴되고,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군사력으로 절대적 안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북의 불안감을 초래해 한층 높은 수준의 군사적 대응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한국 의 불안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군사적 절대안보의 대안 으로 상호적 안보, 공통안보를 고려할 때가 되었다. 1. 사드 찬반론과 그 한계 현 논의의 가장 큰 한계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공통적으로 한반 도적 시각을 결여한 데 있다. 찬성론자들은 북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 어수단으로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기저에는 한국 의 안보는 미국에 기대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사 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사드의 배치는 중국 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논쟁의 핵심축이 미국이냐 중국이 냐로 나뉜 채 분단 한반도의 주체적 입장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 한 편, 한국 내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이 사드 배치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 다. 사드 배치의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주도적 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 오바마 정부이다. 왜 오바마 정부가 사 드 배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 내지 언명이 없 다는 사실 또한 현 논란의 한계이다.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15
(1) 사드 배치 찬성론자 지난 3월 리퍼트(M. Lippert) 주한 미대사 피습 직후 유승민( 劉 承 旼 )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드 배치 필요성을 공론화하면서 사드 찬성론 이 급속히 머리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金 武 星 ) 대표 등 소위 비박계 에서 이 입장을 공개적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한국 방어용으로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북이 핵탄두 를 노동미사일에 장착해 고각도로 발사하면 한국이 사정권에 들어오 므로 이를 요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 논리로 볼 때 한국군이 한국정부 비용으로 사드를 배치해 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적어도 주한미군이 배치한 다면 한국이 비용분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일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북의 2013년 3월 노동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런 방식 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요격을 회피하려는 실험 이라고 분석해 비박 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 노동미사일의 고도가 160km 이상 올라갔고 하강단계 최고속도가 마하7 이상으로 현재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PAC-2 또는 PAC-3)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1) 한국 방어를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비 박계와 일치하지만, 국방부의 공식입장은 중거리 장거리 지대공미사 일(M-SAM & L-SAM)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국 내 개발한다는 것이다. 단, 주한미군이 자체적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 치하는 것은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 두 입장은 한국 방어론 의 큰 두 줄기를 대표한다. 구체적 방법 을 두고는 미제 무기를 쓰느냐 국산 무기를 쓰느냐, 또는 비용을 미국 이 부담하는가 한국이 부담하는가 아니면 공동분담을 하는가 등 다양 1) 北 지난 3월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는 요격회피 실험, 연합뉴스 2014.6.19. 416 논단과 현장
한 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를 위해 사드나 유사한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는 한국 방어론 은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 이에 비해 미국의 입장은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다. 사드가 배치된 다면 이를 직접 운용할 미 국방부의 각급 인사들이 사드 배치 필요성 을 공개적으로 언명하고 있지만 그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니 블링큰(Tony Blinken) 미 국무부 부 장관은 사드가 전적으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 적 3) 이라면서도, 사드가 방어하는 지역을 명확히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을 면밀히 분석하면 방어지역에 따라 미국의 입장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한국 방어론 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런 입장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언명했다. 그는 2015년 4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다층적 미사일 방어체 계 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는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패트리어트체 계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시킬 것 이라고 주장했다. 4) 그는 일년 전 에도 사드는 굉장히 방어적인 체계이고 단순히 한국 방어에 중점을 두고 배치될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5) 사드 생산업체인 로키드마틴도 사드가 한국 방어에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6) 2)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계획에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들도 한국의 안보가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지원에 달려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론 의 한 흐름이다. 3) 블링큰 美 부장관 사드, 北 위협 대응목적 결정 안돼 연합뉴스 2015.2.19. 4) 주한미군사령관 사드 한반도 배치, 북 미사일 방어능력 강화, 연합뉴스 2015.4.16. 5) 미사일요격체계 사드 韓 배치 초기 검토단계, 연합뉴스 2014.6.3. 6) 로키드마틴의 토드 로이 수석연구원은 2013년 서울에서 개최된 공군 방공포병 전투발 전 세미나에서 사드체계를 하나나 두개 배치하면 한국 전체를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결과 를 공개했다( 공군 방공포병 전투발전 세미나, 국방과 기술 2013년 10월호). 한편 당 시에 이미 로키드마틴 사드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 맷 조이스가 한국이 사드체계에 관심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17
둘째는 동북아 방어론 이다. 제임스 윈필드( James Winnefeld) 미 합참차장은 2014년 5월 워싱턴에서의 연설에서 사드 배치의 목적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지역탄도미사일방어체계 발전의 중요 성 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이 부분에서 협력한다면 지 속적인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신감을 높여줄 것 이라 밝 혔다. 7) 단기적으로는 북의 미사일에 대응할 목적으로,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이중포석으로, 한 미 일 군사협력을 강조하는 오 바마 행정부와 워싱턴 일각의 시각을 잘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안보론 이 있다. 이 입장은 공개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일부 미국 인사들의 발언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사일방어옹호연맹의 창립자인 리키 엘리슨(Riki Ellison)은 사드체계 의 일부분인 엑스밴드 레이더가 전구( 戰 區 )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포 착해 조기경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방어에도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8) 일부 언론도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언급하면서 이를 사드와 연결짓는 보도를 한 바 있다. 9) 크 리스틴 워머스(Christine Wormuth) 국방부 부차관은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최 악의 씨나리오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신중한 자세라고 판단한 다 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미사일방어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유이며 본토 방어를 위해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를 30개에서 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美 UAE, 록히드마틴과 미사일방어 시스템 계약완료, 연합뉴스 2013.9.21. 7) Julian E. Barnes, Washington Considers Missile-Defense System in South Korea, Wall Street Journal, 2014.5.27. 8) 같은 글. 9) 이러한 보도의 정확한 진상은 확인하기 어렵다. 보도에서 인용된 미국 관리들이 사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이들의 발언과 사드의 연관성이 기자의 추측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418 논단과 현장
44개로 늘리려는 까닭 이라고 설명했다. 10) 이러한 찬성론의 문제점들은 다음에서 보듯이 반대론자들이 잘 지 적하고 있다. 단, 찬성론자들이 모호하게 에둘러서 말하고 있는 미국 안보론 은 정확한 평가와 반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 사드 배치 반대론자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국산 개발론 이다. 국방부와 군수업체 일부의 입장은 이미 한국에서 한국형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L-SAM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자원을 집중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드 같은 미사일방어체계의 필요 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찬성론자들과 유사한 입장 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미국산 무기체계를 들여오는 대신에 국산을 사 용하자는 점만이 차이점이다. 따라서 이들은 미군이 사드를 도입해 한 국에 배치하는 것이나, L-SAM 개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의 사드 배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둘째, 기술적 결함론 이다. 이 입장은 사드가 전장에서 제대로 검증 되지 않았고 아직도 개발 중인 무기체계라는 점을 지적한다. 혹 설계 한 대로 작동되더라도 한반도 지형에서는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송민순( 宋 旻 淳 ) 전 외교부장관 등 이 지적했듯이 사드는 미국에서 11차례 요격시험에 성공했다고 하나, 실전상황은 물론 그와 유사한 조건에서도 시험된 적이 없다. 미 국방 부 시험평가에서 자체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만도 40개 이상의 문제점 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다. 11) 이들은 설령 모든 조 10) 앞의 연합뉴스 2015.4.16. 기사. 11) 미 국방부 시험평가국의 2012년 보고서는 39가지 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 아니라 7가지 개선사항을 추가하면서 이는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다. 2015년초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19
건을 충족시키고 시험에 성공하더라도 한반도 상황에는 유용하지 않 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북의 장거리방사포와 단거리미사일인데 사드는 40km 이상의 고고도 에서나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협에는 무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나 새누리당 유승민, 김무성 의원 등은 북이 노동미 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하는 경우 사드가 유용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아래서 지적하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도 이해 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다. 셋째, 중국/동북아 불안정론 이다.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한 각급 고위관리와 중국 연구자들이 일관되게 사드 배치를 반대한 것이 주요 한 근거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보인다. 우선 사드의 한국 배치 가 중국의 전략적 억제력을 위협하고 미 중 간 전략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중국해 등 지역분규시 사드가 이 지역의 미군과 미군기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한다. 곧 사드가 미국과 중국 사이 전략적 지역적 억제력을 붕괴시켜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 즉 한국이 그 갈등에 끌려들어가 직접적이고도 일차 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가령 안보상황 악화를 우려한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반대론은 일정한 내적 연관성을 갖고 있다. 즉 한국에서도 이미 개발 중인 상황에서, 검증도 되지 않았고 한국 방어에는 적합하 지도 않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은, 결국 중국을 대상으로 한 현재 39개 조건 중 18개가 충족이 되었지만 나머지는 2017년까지 수정 평가하기로 되어 있다. 7개의 비밀 수정사항 중에서는 2개만이 충족되었다. Director Operational Test and Evaluation, FY 2014 Annual Report, Department of Defense, January 2015, 317~18면. 420 논단과 현장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 입증하겠지만, 이러한 반대론은 설 득력있는 근거를 갖기는 하지만, 미국 안보론 에 충분한 주의를 돌리 지 않고,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를 소홀히 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2. 미국은 왜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가 (1) 한국 방어 미국이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기 위해 사드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 한국으로서는 고마워할 일이다. 값도 비싸 고 세계 다른 지역에도 필요한 무기체계를 우선적으로 한국에 배치한 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만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일까? 사드는 한국 방어에 있어서는 명품 고철덩어리 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반대론자들이 지적하듯이 한국에 최대의 위협은 북의 장거리방 사포나 단거리미사일이다. 고도 40km 이상에서나 기능을 발휘하는 사드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이 무기체계들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12) 사 드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오히려 북의 장사포나 단거리미사일에 무 력하게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명품 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군사적 필요성이 추가되는데, 이는 결국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되 기는커녕 부담이 되는 것이다. 13) 삶에 도움이 안되는 명품 은 없느니 12) 미국의 전문가들도 최근까지는 이러한 입장이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나 스팀 슨센터 같은 연구소들은 한국에 사드가 유용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저고도미사일방어와 해상배치 미사일방어체계를 추천하는 데 의견일치를 보였다. Theater Missile Defenses in the Asia-Pacific Region, A Henry L. Stimpson Center Working Group Report, 2010. 13) 3장에서 말하겠지만 사드 같은 미사일방어체계를 방어하기 위해 킬체인 (kill chain)이 필요하게 되며, 북이 미사일방어체계를 공격할 능력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해 선제공 격적 작전계획을 채택하게 된다.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21
만 못하다. 북의 단거리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느냐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고민 해온 문제다. 미 국방부는 이미 1999년에 서울을 포함한 한국 북부 방 어를 위해서는 저고도미사일 방어가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4개의 사 드 포대로 한국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림1). 14) 2013년에 이르 면 사드 포대 2개면 북의 단거리미사일을 요격하여 한국 전체를 방어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정도가 됐다. 15) <그림 1> 한국 탄도미사일 방어구조(출 처: 아시아 태평양 탄도미사일 방어 구 조, 미 국방부 1999, http://fas.org/spp/ starwars/program/tmd050499.htm)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드가 보호 가능한 최대 지역만을 산출한 것이지, 실제로 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필요한 사드 요격미사 일 수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대 국제안 보협력센터의 딘 윌케닝은 북의 스커드미사일 100기를 50% 이상 신 뢰도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사드 요격미사일 520기가 배치되어 14) Department of Defense, Report to Congress on Theater Missile Defense Architecture Options for the Asia Pacific Region, 1999. 15) 로키드마틴 토드 로이 수석연구원의 발언. 공군 방공포병 전투발전 세미나, 앞의 책. 422 논단과 현장
야 한다고 추산한다. 16) 사드체계는 포대당 최대 72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하는데, 현재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드 1개 포대이다. 북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미사일 등 단거리미사일이 1천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드로 이를 요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 이라는 말이다. 사드 포대 70여개가 배치되어야 북의 단거리미사일 모 두를 요격할 확률이 50% 정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의 노동미사일(중거리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 다는 주장은 이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으로 등장한 것 같다. 2014년 3월에 실시한 북의 노동미사일 발사시험이 기존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를 회피하기 위한 실험 이라는 분석결과가 3개월이나 지난 6월 19일에 나온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노동미사일이 고도 160km, 최고속도 마하7로 비행했기 때문에 패트리어트 PAC-3로도 요격이 쉽지 않다 고 했고, 언론에서는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타격할 경우에 대비하려면 사드를 전력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 서 제기되고 있다 고 보도했다. 17) 6월 3일 있었던 스캐퍼로티 주한미 군사령관의 사드 배치 검토 발언을 뒷받침하는 분석결과가 묘하게 도 그 두주 후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탄도비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 다. 설령 북의 핵탄두가 대형이라서 추진력이 강한 중거리미사일(노 동미사일)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18) 발사각도를 반드시 고각도 16) Dean A. Wilkening, A Simple Model for Calculating Ballistic Missile Defense Effectiveness, Science & Global Security, Vol. 8, No. 2 (2000), 183~215면. 17) 北 지난 3월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는 요격회피 실험 연합뉴스 2014.6.19. 2015년 유승 민, 김무성 등 정치권에서 사드 필요론을 제기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18) 김무성은 사드 도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북핵) 소형화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소형화에 시간은 걸릴 것 이라며 결국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은 대형일 수밖에 없는데 저고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없고 고고도미사일 탑재가 유력하다. 약 150km 상공에 서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 이라고 주장했다.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23
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탄두의 무게가 같고 미사일의 초기속도 가 같더라도 저각도와 고각도 모두 동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그림2). 북 이 노동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려 한다면 굳이 고각도로 발사해 사드 의 먹잇감이 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저각도로 발사하면 사 드와 패트리어트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다. <그림 2> 탄도체의 고각도와 저각도 비행 이 그래프는 초기 모멘텀이 같은 경우 45도로 투사될 경우 비거리가 가장 길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외에는 같은 비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각도가 고각도와 저각도 2개씩이다. 즉 발사 각도 60도와 30도, 75도와 15도는 각각 같은 비거리를 비행한다. 미사일은 공기저항의 영 향을 받지만 기본적인 물리는 같다. 위의 분석에 비춰볼 때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거리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하고, 중거리미사일도 저 각도에는 눈 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 사드의 군사적 필요성을 주한 미군 보호로 제한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2) 중국 군사력 견제 중국정부가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에 경고를 하고 나서면서 사드가 424 논단과 현장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미 2008년 중국국 방백서에서 중국정부는 미사일방어가 전략균형과 안정성에 해로울 것 이며 중국은 이 이슈에 중대한 관심을 기울일 것 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19) 중국의 ICBM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과, 주한미군을 겨냥 한 중거리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그러나 이 러한 주장은 한국 방어론 정도로 근거가 없진 않지만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첫째, 군사적 효용성이 제한적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었을 경우 중국이 미국을 향해 ICBM을 발사한다면 사드 요격미사일로 이를 격 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드용 레이더로 이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 은 가능하다. 사드체계의 한 부분인 AN/TPY-2 레이더 전진배치모드 는 그 유효거리가 1800km로 중국 베이징 및 동북지역뿐 아니라 내몽 고를 포함해 내륙 깊숙이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쿄오가미사 끼( 経 ヶ 岬 ) 레이더기지보다 800km가량 중국에 더 가까우므로 그만큼 더 깊이 중국을 감시할 수 있고, 일본에서 추적하는 것보다 해상도 높 은 정보를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ICBM이 배치된 지역 중 랴오닝성( 遼 寧 省 )이나 안후이성( 安 徽 省 ) 등은 감시가 가능하지만, 중국 서쪽에 있는 윈난성( 雲 南 省 )이나 칭하이성( 靑 海 省 )은 감시가 아예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 중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발사 된 ICBM은 이미 일본에 배치된 두기의 레이더로도 추적이 가능하다. 중국에 조금 더 근접한 한국에 레이더가 추가된다면 조금 더 빨리, 조 금 더 해상도 높은 미사일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뿐으로, 그 한계효용 은 미미하다. 19) Information Office of China s State Council, China s National Defense in 2008, Beijing: Information Office of the State Council of the People s Republic of China, January 2009 (http://www.gov.cn/english/official/2009-01/20/content_1210227.htm).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25
둘째, 사드가 중국의 중 단거리미사일을 요격해 동북아시아의 전 략균형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는 우려의 비현실성이다. 한국이 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함으로써 미군은 평택기지에서 전력투사( 戰 力 投 射 )가 가능해졌다. 미 군사력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로 투사되는 경 우 중국은 중거리미사일로 이를 견제할 수 있는데, 사드가 이를 무력 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서해나 동중국해에서 작전하는 미 해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의 AN/TPY-2 레이더를 사용할 수 있 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씨나리오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군사적 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사드를 배치 한다면 한국보다 오끼나와가 한결 적합하기 때문이다. 오끼나와는 분 쟁 가능성이 높은 센까꾸( 尖 閣 )/댜오위다오( 釣 魚 島 )나 대만해협, 남중 국해에 훨씬 더 가까울뿐더러 분쟁시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미 해병 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오끼나와는 무방비상태로 두고, 잠재 적 분쟁지역에서도 떨어져 있는 미 육군기지인 한국을 보호한다는 것 은 우선순위에서 맞지 않는다. 계획대로 생산이 다 되어도 희소가치가 높은 사드를 굳이 한국에, 오끼나와보다 먼저 배치하는 이유로서 절박 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한편 군사전문가 김종대( 金 鍾 大 ) 등은 사드가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 화하는 미국의 접근전략 무기체계라 주장한다. 20) 현재 미국은 중국에 접근해 군사력을 투사하는 접근 작전 을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반접 근/지역거부 작전 으로 대항하고 있다. 미군이 공해전 개념 아래 공 군력과 해군력을 이용하여 접근 을 추구한다면, 중국은 잠수함과 미 사일로 이러한 접근을 막고 있다. 이러한 대치상황에서 사드 같은 미 20) 김종대 상상해보라, 미국-중국이 서해에서 충돌한다면, 한겨레 2015.5.2, 이일우 사 드 논란 파헤치기( 下 ), 나우뉴스 2015.4.10. 이일우는 미국이 중국 지린성과 랴오닝성에 배 치된 DF-21을 조기에 탐지해 요격하기 위해 사드용 레이더를 배치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426 논단과 현장
사일방어체계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작전을 무력화시키는 도구 가 된다는 것이다. 사드의 AN/TPY-2 레이더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미사일을 감 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은 맞다. 그러나 후방에 배 치된 레이더는 보조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전선에서는 이지스함 에 탑재된 레이더나 정찰위성, 정찰기 등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또 AN/TPY-2 레이더가 미국의 접근 작전 에 그렇게 긴요하다면 역 시나 잠재적 전선에 가까운 오끼나와에 배치하지 않고 후방인 한국에 배치하려 하는 것도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중국도 안보에 약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중국정부는 그 정도의 손해도 감수할 수 없다고 강경하 게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더 큰 이유는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한 미 일 이 미사일방어로 통합되는 변환의 상징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번에 사드를 허용하면 떡장수 할머니 처럼 또 무엇을 양보해야 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국익에 투철한 태 도라고 하겠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이유로 중국견제론 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당장 큰 역할을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 무기체계의 보조역할을 하기 위해, 그것도 검증도 되지 않은 무기체계 를 후방에 서둘러 배치하려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이 지금 까지 공언한 대로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이 주된 목적이면서 중국견 제라는 부수적 효과를 노린 일거양득의 목적이었을 수 있다. 북 미사 일 대비 차원에서 배치하려던 것이 결과적으로 중국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21) 실제로 한미 양 21) 미국은 이란의 잠재적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에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 했으나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러시아의 전략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있다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27
군은 AN/TPY-2 레이더의 모드나 배치 위치, 탐지 방향 등을 조정하 여 중국의 우려를 씻어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22) (3) 미국 방어 사드가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되고, 중국을 상대로 도 큰 효용 없이 반발만 불러일으킨다면 미국은 도대체 왜 사드 배치 를 추진하는 것인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드가 미국 방어에 기 여하는 바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은 기이하다. 미국 방어가 목적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사드의 한국 배치가 미국 방어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두가지다. 첫 째, 북이 미국을 겨냥해 발사한 ICBM이 북쪽을 향하는 경우이다. 이 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체코공화국에 레이더를, 폴란드에 지상배치요격미사 일을 배치하는 유럽미사일방어계획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07년 공식적 협상이 개시 됐으나 폴란드와 체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체코에서는 예정된 기지 인근에서 주 민투표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가결되고 시장들이 반대에 나섰다. 활동가들이 300일 단식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기지반대운동은 전국적 규모로 발전했 다. 1968년 러시아로부터 침공받은 기억이 있는 체코 국민의 외국군 반대 감정도 작용했 다. 폴란드에서도 미사일방어기지의 위치가 구체화되면서 반대운동이 벌어졌다. 그 규모 는 체코만큼 크지 않았으나, 선거에서 반대정당이 승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David Heller, and Hans Lammerant, U.S. Nuclear Weapons Bases in Europe, in Catherine Lutz, ed., The Bases of Empire: The Global Struggle against U.S. Military Posts, Washington Square, N.Y.: New York University Press 2009, 121~25면. 러시아도 중유럽에 미국의 미사 일방어체계가 설치된다면 신냉전이 시작될 것이고, 러시아는 군사적 기술적 수단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2008년 8월 미국과 폴란드 정부는 합의 문에 서명하기는 했으나,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이 계획을 중단하고 그 대신 유럽단계적 조정접근(EPAA)을 채택했다. 이 계획은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것과 같은 지 상미사일방어체계를 유럽에도 배치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계획을 수정해서 2015년 말까 지 루마니아에 SM-3 IB를, 폴란드에는 이보다 성능이 개량된 SM-3 IIA를 2018년까지 배 치한다는 구상이었다. 그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란의 ICBM을 요격할 수도 있는 SM-3 IIB 를 배치할 것을 상정하고 있었으나, 러시아가 자국의 전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며 강력 히 반발했다. 결국 SM-3 IIB 배치계획은 북의 은하3호 발사 직후인 2013년 취소되었다. 22) 물론 사드 배치를 대중국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 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미국은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것이 싫으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것이다. 428 논단과 현장
북극궤도 는 중국 동북부와 극동 러시아 및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 미 본토에 도착한다(그림3). 이 경우 사드용 레이더로 추적해 미국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NC)에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 정보를 이용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육상배치 요격미사 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한국의 레이더로 발사 직후 이를 포착하 고, 일본 샤리끼( 車 力 )의 레이더로 추적해 알래스카에서 요격하는 릴 레이도 가능해진다. <그림 3> 북 대륙간탄도탄의 북극궤도(위)와 남극궤도(좌우)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29
둘째, 미국을 겨냥해 발사한 북의 ICBM이 남쪽을 향하는 경우이다. 이 남극궤도 는 2012년 12월 발사된 은하3호의 비행궤적과 비슷하다. 서해 연안과 필리핀을 지나 남극을 돌아 미국 본토에 도착한다. 23) 이 경우 한국의 사드용 레이더로 추적해 서해나 남해에서 이지스함에 배 치된 요격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24) 만약 북이 함경북도 같 은 동부에서 발사한다면 한국 상공을 지날 수 있으므로, 이때 사드 요 격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이 하와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에도 한국에서 이를 포착 추격해 동해상에 배치된 이지 스함에서 요격할 수 있다. 25) 이 가운데 어느 경우든지 탐지거리가 600km인 종말모드가 빛을 발하 게 된다. 북 미사일 요격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해상도를 제공하기 때문 이다.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는 전방모드로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 공할 수 없는 기능이다. 특히 북 미사일이 남극궤도를 따라 갈 경우 속수 무책인 미국에 사활적이다. 지상배치 요격미사일로 지키고 있는 북극궤 도와 달리 남극궤도는 현재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는 무방비 상태이다. 26) 23) 물론 통상적으로는 한층 단거리인 북극궤도를 이용하겠지만, 탄두가 대기권 밖 궤도에 올라갈 수만 있다면 비행거리는 문제되지 않는다. 북극궤도를 비행할 수 있는 ICBM은 더 먼 거리인 남극궤도를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24) 사드 요격미사일은 종말단계에서의 격추를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륙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CBM은 이륙단계에서 속도가 가장 느리고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하기 때문에 발사지점에서 300km 비행하는 데 200초가량 걸리며 그 지점의 고도가 150km 정도 된다. 북의 발사장소에 따라 한국에서 요격을 시도할 골든타 임 이 있는 셈이다. 25)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는 미사일 추진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고 결론을 내리면서 한가지 예외를 인정했다. 바로 북에서 하와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 하는 경우이다. Committee on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 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 Making Sense of Ballistic Missile Defense: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 -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 Washington, DC: National Research Council of the National Academies 2014, 51면. 26) 미군은 지금에서야 서둘러 사드 포대를 미 남부지방에 집중 배치하려 한다. 남극궤도 를 상정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조처이다. 현재 텍사스 주의 댈러스와 루프킨에 각각 430 논단과 현장
필리핀이나 괌 인근에서는 ICBM의 고도가 너무 높아 이지스함에서도 요격이 불가능해지므로 한국과 동중국해 사이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 마지노선에서 한국 배치 사드는 그 어떤 무기체계도 할 수 없는 유일무 이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4> AN/TPY-2 전방배치모드와 최종단계모드(출처: 레이시온http://www.raytheon. com/capabilities/rtnwcm/groups/gallery/documents/digitalasset/rtn_134408.pdf)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더라도 그 핵심 방어대상은 미국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야 제대로 이해가 된다. 사드 논란이 한창이던 올 3월 마틴 뎀프시(Martin Dempsey) 미 합참 의장이 방한, 통합미사일방어체계 를 두차례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 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미 미사일방어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에 근거한 것이었다. 지난 몇해 동안 미 미사일방어국은 다양한 미사일방어체계의 통합 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10월 미 육군과 해병대, 공군 그리고 미 1개 사드 포대를 운영 중이며, 2017년까지는 앨러배마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아칸소 주 에 각각 1개씩 모두 4개 포대를 추가 배치해 미 본토 남부에 6개 포대를 운용한다는 구상 이다. 새누리, 사드 본격 공론화 북 핵 미사일 방패 될까, the300, 2015.4.1.(http:// the300.mt.co.kr/newsview.html?no=2015033120507684046).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31
사일방어국은 다양한 쎈서와 지휘통제설비 및 플랫폼을 통합운용하 는 시험을 했다. 그 결과 패트리어트 PAC-3와 사드, 이지스 미사일방 어체계 등 여러 체계의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지휘통제설비를 뒤섞어 서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3년 시험에서 사드용 레이더 AN/ TPY-2(FBM)가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을 포착 추격해 그 정보를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어서 2014년 5월 GTI-04e 시험에서도 AN/TPY-2는 가상의 ICBM에 대한 데이터를 통합시스템에 전달, 지상배치 요격미사일의 발사에 기여했 다. 그해 6월과 8월에는 두대 이상의 AN/TPY-2 레이더가 작전구역 에 구애받지 않고 상호 지원할 수 있음도 입증했다. 27) 즉 미사일방어국은 미국 방어를 위한 두가지 씨나리오를 현실화하 기 위해 매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용 레이더로 북의 ICBM을 추적하여 그 정보를 미국의 미사일방어본부 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의 미사일을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로 순차적으로 포착해 이를 미국 미사일방어본부에 전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국은 이 정보를 이용 해 알래스카나 미 본토에서 북의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북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일본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 에 전달하는 시험에 성공한 것이기도 하다. 이 정보를 일본이나 근해 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에 전달해 북 미사일을 동북아시아에서 요격하 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사드, SM3,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등 지금까지 개발한 다양한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해 씨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노 27) Director Operational Test and Evaluation, FY 2014 Annual Report, Department of Defense, January 2015, 315면; FY 2013 Annual Report, Department of Defense, January 2014, 314~15면. 432 논단과 현장
력하고 있다. 사드용 레이더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바, 사 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통합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이 될 것이다. 물 론 그 우선적 목적은 북의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다. 미사일방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언제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는가 를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사일방어가 미 국방 부의 주요 과제로 부각된 계기는 1998년 북의 대포동미사일 발사였다. 이후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는 2012년 12월에 있었다. 북이 평안북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은하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해 광명성 3호 2호 위 성을 궤도에 올린 일은 미국에 큰 충격을 줬다. 그 이유는 리온 패네타(Leon Panetta) 당시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퇴임을 얼마 앞둔 2013년 1월 이딸리아 주둔 미군 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바로 지금 여러분도 알다시피 북 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맙소사, 그건 대륙간탄도미사일로서 미국을 때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라고 말했다. 28) 그가 임기 끝무렵 아시아 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의 미사일 기 술 신장 때문이었다. 특히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과 함께 지역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었다. 그의 후임인 척 헤이글(Chuck Hagel) 장관은 2013년 3월 여러가지 중요한 결정을 즉시 내렸다. 우선 이지스함 2척을 서태평양으로 옮기 고, 괌에 사드체계를 배치했다. 또 오바마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이던 유럽미사일방어계획 4단계(AEGIS BMD SM-3 Block IIB)를 취소하 고, 29) 그 대신 알래스카 그릴리 기지에 지상배치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28) Thom Shanker, and David E. Sanger, Movement of Missiles by North Korea Worries U.S., New York Times, 2013.1.17. 29) 유럽단계적조정접근(EPAA)의 마지막 단계가 사실상 북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취소 된 것이다.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33
배치하고 일본에 두번째 AN/TPY-2 레이더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 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입해 그릴리 기 지에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14기를 추가, 총 44기를 배치하게 된다. 30) 또한 북의 ICBM에 대한 식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형 장거리식 별레이더(LRDR)를 개발, 알래스카에 설치할 방안이기도 하다. 오바 마 정부가 요청한 차기년도 미사일방어 예산액 96억 달러 중 81억 달 러가 미국 본토를 방어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사일방어망을 강화 하는 데 배정됐다. 31)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미국은 북의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3년초부터 유럽미사일방어계획을 축소하 면서까지 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 능력을 급속히 확장 중이다. 미사일 방어 예산도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사드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3.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지금까지 미국이 북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음을 논증했다. 하지만 이것이 북의 군사적 능력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이 핵미사일 능력을 개발하게 된 것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비경쟁의 결과이며, 미국이 사드를 30) 2010년부터 알래스카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이 북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9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 국방부 패트릭 오라일리 미사일방어국 국장은 2010년 요 격미사일이 배치되는 알래스카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최적지 라면서 미국의 요격미사일기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 고 말했 다. 美, 北 ICBM 발사 전 선제공격 가능, 노컷뉴스 2009.10.3. 31) 美, 北 미사일 식별 레이더 배치 추진, 세계일보 2015.3.20. 434 논단과 현장
위시해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것도 결국 한반도 군비경쟁의 일환이다. 단, 한반도 군비경쟁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과 북의 비핵 군사력이 서로의 전쟁능력을 억제하던 20세기 후반부의 상호억제 구도는 깨졌다. 21세기 들어 세계적 전략 균형이 무너지자 부시 정부에서 선제공격정책을 채택해 북의 억제력 을 무력화하려 했다. 이에 북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여 대응했 다. 21세기 첫 10년간 이러한 힘겨루기 끝에 북이 핵능력을 개발함으 로써 양쪽이 핵무기로 대립하는 대량살상무기 상호억제 상태로 질 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현재 사드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북의 핵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한미연합사는 북의 국지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국지전에 서 북을 압도할 능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북의 핵능력마저 무력화 해야 한다고 본다. 한미연합사가 채택한 맞춤형 억제전략 은 그 명칭 과는 달리 전쟁을 억제하기보다는 국지전부터 전면전, 핵전쟁까지 북 을 압도할 능력을 구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든 수준의 분쟁 에서 승리할 능력이 있어야 최저 수준의 국지분쟁도 억제할 수 있다 는 것이다. 32) 승리를 위한 억제전략은 필연적으로 북의 공격능력을 무력화할 능 력을 필요로 한다. 한미 국방부가 2014년 10월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채 택한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 개념과 원칙이 그것이다. 여기 서 포괄적 은 탐지 방어 교란 파괴(4D)의 모든 분야에서 대응능력 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이다. 33) 사드는 이 중 방어 를 담당하기 위한 무 기체계의 하나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이용하든 사드를 이용 32) 그런 면에서 냉전시기 유럽에 적용됐던 유연반응정책(flexible response doctrine)과 유사한 데, 전쟁을 방지하려면 전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이론이 그 토대이다. 33) 2014 국방백서, 대한민국 국방부 2015, 57면.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35
하든 북의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일이 대응작전이 된 것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에서는 파괴 가 중요하게 부각됐다. 방어 를 담 당하는 미사일방어체계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34) 대구나 부산 등 의 상당한 후방에 배치하지 않는 한 사드체계는 북의 단거리미사일이 나 장거리방사포 등에 노출된다. 패트리어트로 단거리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북이 보유한 1천기 미사일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 다. 따라서 미사일방어체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북이 장사포나 단거 리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이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킬체인은 맞춤형 억제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된다. 35) 동아일보는 이를 보도하며 북한의 대남( 對 南 ) 핵미사일 공격이 임 박하면 한국군이 단독으로 사거리 500km와 800km급 탄도미사일과 타우루스 공대지미사일로 대북 선제타격에 나서기로 했다 라고 구체 적인 설명을 붙였다. 36) 미군은 이를 지원하는 작전을 벌인다. 맞춤형 억제전략이 선제타격능력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2015년 4월 한미 국방당국은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이를 작 전계획으로 한층 발전시키기로 합의, 더 구체화할 억제전략위원회 (DSC)를 출범시켰다. 4D작전계획 은 북의 차량탑재 이동식 발사대 와 지상배치 미사일을 초기에 탐지해, 이를 공격 파괴하는 작전이다. 37) 34) 예를 들어 괌에 배치된 사드체계도 패트리어트체계 및 대공미사일체계와 통합되어 있 다. 즉 사드체계를 단거리미사일에서 보호하기 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방어가 필요하고, 전폭기나 무인기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공미사일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괌에 배 치된 대공 미사일방어부대는 본부와 부대시설이 11헥타르, 무기체계의 배치와 보관시설 이 2.5헥타르, 총 13.5헥타르를 사용한다. 훈련이나 작전 시에는 180km2가량의 공중공간이 제한된다. 35) 국방백서는 킬체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적의 미사일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하여 표적 위치를 식별하고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타격수단을 결심한 후 타격하는 일련의 공격체계. 곧 아래에서 설명하는 4D작전계획 을 이행하는 무기체계이다. 2014 국방백 서, 대한민국 국방부 2015, 58면. 36) 北 核 공격 징후땐 한국군 단독 선제타격 美 는 지원 작전, 동아일보 2014.10.24. 37) 한미 北 미사일 파괴 작전계획 공식화 핵소형화 고려 연합뉴스 2015.4.16. 436 논단과 현장
즉 북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의 개념이 아니라, 북이 미사 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사대를 파괴하는 선제공격적 작전인 것이다. 한반도 군사상황의 질적 변화는 아이러니다. 평화를 위해 맞춤형 억제전략을 채택하고, 억제를 위해 미사일방어를 추진하다보니, 선제 공격을 작전계획으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선제공격계획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사드는 억제전 략 을 선제공격 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매개이다. 사드는 하나의 무기체계로 고립시켜서 볼 것이 아니라 이러한 한반 도 안보상황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인 전환 으로 미국은 사드를 동원해서 북의 핵미사일을 막으려 하고, 한국은 그 방어막인 사드의 배치장소가 되려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사 드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타격능력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 안보는 북의 군사력을 모두 무 력화시켜 북의 군사적 위협 자체가 존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다. 절대안보다. 이를 위해 미사일방어와 킬체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 하지만 상호억제의 상황에서 절대안보는 북에 대한 선제공격능력 을 의미한다. 38) 한미연합사가 절대안보능력을 확보하면 북의 억제력 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북은 필연적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다. 선제공격을 어렵게 하기 위 해 무기체계를 이동식으로 전환하고, 위장 은폐 보호하고, 다종화 할 것이다. 39) 선제공격을 당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치겠다는 대응전략 38) 북에 대한 선제공격 연습이 시작된 것은 2012년 한미연합사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 이다. 한미연합군, 北 남침 움직임에 선제공격 처음 훈련, 조선일보 2012.9.11. 39) 예를 들어 북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선보인 데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 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다. 북 국방위원회는 소형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타격수단 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미국이 진짜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하라, 2013.10.12.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37
을 채택할 것이고 이를 위한 무기체계와 군사태세를 가동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 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 다. 그리고 이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쌍방이 핵무기를 휘 두르며 서로 먼저 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촉, 즉 버튼만 누르면 핵전쟁이 즉발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드가 보여주는 한반도 안보상황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4.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시아 재균형 을 추진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 중국의 꿈 을 추 구하는 중국 시 진핑( 習 近 平 ) 정부가 평화로운 신형대국관계 를 만들 기보다 경쟁적 관계로 빠져드는 것은 우려스럽다. 특히 적극적 평화 를 내세우는 일본 아베 정권이 그 틈새를 이용해 미일동맹을 강화하 는 한편 미중경쟁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더욱 걱정이다. 사드 배치가 이 틈새를 더 벌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 게 접근해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미국과 중국 중 일방을 선택해야 하는 식으로 보는 시각은 사드 문제의 핵심을 흐 리는 것이고, 사대주의적이기까지 하다. 40) 문제해결의 우선순위를 뒤 죽박죽으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사드는 한반도 군비경쟁의 산물이자, 이제 그 군비경쟁에 질적 전 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사드가 제기하는 문제는 바로 거기에 40) 오태규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어느 편에 설 것이냐 를 묻고 있다며,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 선택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확실 히 갈라지겠지만, 양자선택의 문제로 본다는 점에서는 사드 찬성론자들과 다르지 않다. 오 태규 엠디가 문제다, 한겨레 2014.6.16. 438 논단과 현장
있다. 한반도 군비경쟁을 가속화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 미국의 안 보를 위해 미국의 핵무기받이 로 나설 것인가, 핵무기 대결을 종식시 키기 위해 한반도 비핵지대화로 나설 것인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선 제공격적 전략으로 나설 것인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화체제를 구축 할 것인가. 한국이 직면한 선택은 이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러한 선택은 안보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절 대안보 개념을 바꾸자는 말은 북의 군사력에 굴복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의 군사력 앞에 한국이 무방비로 노출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단 지 한반도 질서가 상호억제로 규정된다는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 이다. 우리가 북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도 한미 당국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느낀다는 상대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 다. 한반도에서 지난 60여년간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태가 이 어진 것은 이러한 위협이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임을, 그 불편하고도 불안한 역사를 솔직히 대면하는 것이다. 더불어 염두에 둘 사실은 한 미 군사당국이 북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으로 북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협의 균형 으로 상호억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 군 사적으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한국과 미국이 국방 비를 퍼부어 북의 위협 을 제거하려는 만큼, 북도 이들의 위협 을 제 거하기 위해 기를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위협 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의 균형 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중단해 야 한다. 대북 삐라 살포행위 중단을 비롯해서 사드 및 킬체인 등의 도 입을 중단 내지 동결해야 한다. 이러한 무기체계 도입을 추동하는 맞 춤형 억제전략 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또한 필요하다. 동시에 군사 핫 라인을 복원하고 북 관계당국과 여러 급의 대화와 만남을 시작해야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439
한다. 상호적 안보의 한 형태인 군비통제적 조치들이 우선적으로 시급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여기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현 상황 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한편 군비통제적 조치들은 군비감축과 연결되어야 한다. 군비통제 만으로는 위협의 균형 을 영구화할 뿐이기 때문이다. 위협의 균형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는 위협 을 동시적 균형적으로 감축 제거할 방 안을 중기적 과제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보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일한 방안은 북의 핵위협과 미국의 핵위협을 동시적 균 형적으로 감축 제거하는 것이다. 그 제도로서 이미 한반도비핵지대 화 가 제시되어 있다. 또한 이것은 위협의 균형 을 재생산하고 있는 정치적 구조인 정전체제가 종식되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6자회담 의 틀에서 비핵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 가 후순위로 밀렸다면, 이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적으로 추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는 위협의 균형 의 원인인 전쟁상태를 우선적 으로 종결시키고, 이를 비핵지대화로 이어가는 경로를 모색해볼 수 있 다. 41) 한반도에서 평화체제와 비핵지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또 한반 도에서 한국의 안보와 북의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반도 평화는 공통안보를 요구한다. 41) 지난 5월 4일 유엔본부에서 국내외 인사 400여명이 서명하여 발표한 한반도 평화 지구 시민선언 은 이러한 경로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440 논단과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