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자살현상의 이해와 원인 1. 자살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 자살현상에 대해 Shneidman(1968)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연관된 다양한 다면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함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자살을 유발한다고 하였다. 자살에 대한 이유가 어떠하든 자살자에 대한 그 사회의 문화적 배경은 자살에 대한 태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살에 대해 처벌적 태도 또는 허용적 태도가 사람들에게 자살을 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자살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 자살을 이해하는데 있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자살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은 두 가지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자 살에 대해 사회 문화적으로 금기시하는 입장과 둘째, 자살에 대해 일부 피동적으 로 허용하는 입장을 보이는 측면이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을 기준으로 자살에 대 한 역사 문화적 배경을 서구의 경우와 우리나라 역사 문화적 상황에서의 배경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서구 사회의 자살 관련 배경 고대 희랍에서는 자살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군인이나 철학자 같은 귀족의 자살은 용인되거나 찬양되었지만 이들 귀족에게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서 민이나 노예의 자살은 죄악시되었다. 제정 로마시기에 목숨의 가치는 보다 낮게 취 급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자살은 다소 중립적으로 심지어 긍정적으로 비추어지기까 지 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자살한 사람은 정식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었고, 오히려 시체의 손을 자르는 식의 처벌을 받았다. 자살에 대한 묵인은 희랍인들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심지어 아테네에서도 통용되 었던 자살행위에 대해 금기는 친족살해를 두려워하는 희랍인들의 보다 뿌리 깊은 공포심과 관련된 것이었다. 어떤 고귀한 동기를 갖고 있다고 보았으며 오직 있을 - 1 -
수 있는 최상의 이유들 때문에 즉, 비탄이나 애국적 의협심 때문에 혹은 치욕을 피 하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Alvarez, 최승자 역, 2006). 기원전 7세기부터 4세기까지는 삶에 대한 극도의 비관주의가 유행한 때였다. 앞 에서 제시한 것처럼, 고대 그리스에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해결(도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살을 생각하였고, 석가모니는 생로병사에 찌든 사람들을 보고 출가하 였다. 즉, 사람의 마음에는 항상 근심거리가 있게 마련이며 세파에 찌드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자살행위가 국가의 이익과 어긋나 거나 타인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에는 처벌하였다. 예를 들어, 로마에서는 범죄자가 처벌을 피해 자살했을 경우에도 형이 그대로 집행되었다. 스토아 철학자 Seneca는 그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잘 사는 것 이 중요하며, 일 찍 혹은 늦게 죽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 은 기독교가 보편화되면서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순교를 매우 중시하고 자살을 숭상하는 경향까지 있었는데 이러한 경향에 제동을 걸기 위해 등장한 것이 자살을 죄(sin)와 연관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4세기 St. Augustine 이래 자살은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버리고 살인을 하지 말라는 제 6계명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죄악시되었다. 신약과 구약 어느 곳에도 근거가 없음 에도 불구하고 8세기 가톨릭교회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파문시켰고, 이러한 관점 은 수세기 동안 지속되었다. 자살을 죄악시 하는 경향은 13세기에 St. Thomas Aquinas가 인간 생사에 대한 신의 권능을 침해하기 때문에 자살은 치명적 죄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층 강 화되었다. 초기 근대에는 자살이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었으나 17세기 초 자살에 대한 옹호 와 우울증의 발견으로 자살을 심리학, 의학의 영역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목사 였던 John Donne은 1610년에 그러한 시각을 처음으로 드러내며 교회에서 수 백 년간 비난해 왔던 자살의 권리를 [자살론(Biathanatos)]에서 대변했다. 그는 성경어 디에도 자살을 금지하는 문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1621년 Robert Burton은 자살을 정신병으로 보았다. 의사였던 그는 [우울증의 해부학]에서 자살은 우울증에 서 비롯되었지 사탄의 저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성을 통해 자유롭고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으로 루소, 흄과 같은 학 자들이 자살을 죽음의 권리로 해석하였으며, 까뮈와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 역시 인간에게 있어 윤리적 이슈로 인식하였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Jean Jacques Rousseau는 인간의 자연 상태를 강조하면서 죄를 인간으로부터 사회로 돌 렸고, 철학자 David Hume은 최초로 죄에 대한 개념 없이 자살을 논하기도 했다. 흄이 자살에서 범죄의 개념을 떼어내려고 시도했다면 루소는 비난의 초점을 개인으 로부터 사회로 옮겼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철학적, 존재론적 차원에서 Albert Camus 같은 철학자는 인간에게서 유일하게 중요한 철학적 문제가 바로 자살이며, - 2 -
인간의 중요한 임무는 생의 명백한 덧없음, 절망과 부조리함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한편 Ludwig Wittgenstein은 인간의 주요한 윤리적 이슈가 자살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러한 철학적 논의들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 고 최근 대두하고 있는 중요한 흐름 중에 하나는 자살에 대한 생물학적 동인을 설 명하는 것이며, 이에 근거하여 임상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자살의 문제를 사회적 현상과 관련시켜 본격적으로 탐구한 것은 Karl Marx, Max Weber와 함께 Emile Durkheim에 이르러서이다. 그는 유럽의 급격한 사회 변 동기에 국가 간 비교와 국가 내 자살의 변동을 분석함으로써 자살이 무작위로 발생 하는 개별적 사건 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구조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적 현상 이며, 사회 변화에서 야기된 스트레스와 자극에 대한 개인들이 대응 능력, 사 회통합의 정도가 자살의 수준과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서구의 자살에 대한 태도는 고귀한 행위이기도 했다가 범죄가 되기도 했 다가 마침내 하나의 병으로 인식되었다. 오늘날에는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 그 에 대한 합리적 이해와 설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천선영, 2008). 실제로 최 근 200년 동안 서구사회에서 자살에 관련한 주요한 흐름은 죄의 고발로부터 연민 과 이해, 그리고 예방을 위한 노력 쪽으로 이행해 오고 있다. 2)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 (1) 조선시대 자살에 대한 태도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살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가를 보면, 조선후기 (영조와 정조) 당시에는 성별에 따라서 자살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며, 사건에 대 한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위정자들에게는 자살은 일 탈행위였기 때문에 소극적인 행위, 더 심하게는 도피성의 행위로 취급받았다. 그것 이 비록 충( 忠 ) 을 위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소극적 행위라는 평가를 완전히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살을 한 것이 남성이 아니라 열( 烈 ) 을 지키려고 했던 여성이었다면 평가는 달라졌다. 여성에게 있어서 자살은 칭송받고, 다른 살아있는 여성에게 권장되기까지 하였다(신영전, 2006). 성리학적 이데올로기를 지배이념으 로 한 조선 사회에서 자살은 부모가 물려준 신체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인하여 사회 적 윤리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규정은 찾기 어 렵다. 오히려 자살이 당시 사회 목표와 의무를 실천하거나 공동체와 사회집단의 이 익으로 연결된 경우, 예컨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살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칭송과 포상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피성 자살, 즉 죽음은 때로는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로 그 - 3 -
현실 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도피의 수단 으로 자살 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오늘날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런 종류의 자살 중 가 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범죄자의 자살시도이다. 조선시대 행해진 사형의 형식 중, 그나마 죽은 이의 죄목과 신분을 고려하여 최 대한 배려한 사형의 형식은 사약 을 내리는 것이었다. 대역죄인의 경우, 시신이 온 전하도록 죽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참수 혹은 능지처참을 하여 머리를 잘 보이는 곳에 높이 걸어놓는 등, 사형집행의 잔인함이 죄인이 범한 죄의 수위에 걸맞게 조 절되었던 것이다. 사형의 형식 중에서 사약 을 먹게 하는 것이 있다. 사약을 먹는 행위를 그 행위 자체만으로 볼 때는 스스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자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일방적으로 사형의 한 형태로 내려진 사약을 처벌자가 먹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자살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죽음을 스스로 치르게 한다는 측면에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살의 의미를 담아 자살명령 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2) 한국문화와 자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문화적 측면은 유교적 전통문화와 전통적인 샤머니즘 (Shamanism)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유교적인 전통문화의 영향이다. 한국적인 전통적 대가족 제도 및 유교문화 권은 한국인의 특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케 했는데, 그 중의 한 특징으로서 강한 양가성 의존관계(ambivalent dependency)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대가족 제도 및 유 교적 전통 속에서는 강한 권력형 인물이 필연적으로 대두되며 그 인물과 관계되는 구성원들은 그 지배적이고 강한 권력에 양가성의 강한 의존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 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존관계의 인물로부터 사랑의 상실, 배척 등이 생기게 되 면 강한 적개심이 유발될 수 있는데, 유교적 문화의 강한 억압 속에서는 이러한 적 개심 및 공격심은 결코 딴 정신역동으로 발전시키고 다양화하기가 힘들다. 그 적개 심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의식에 떠올라서는 안 되며, 의식화될 수 있다면 효 와 같이 승화, 부정, 반동형성 등을 통해 그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반대 의 것으로만 나와야 하는 것이다(조두영, 1976, 이영문, 2005, 재인용). 둘째, 전통적인 샤머니즘(Shamanism)의 영향이다. 샤머니즘에서는 사후의 세계 를 형이상학적 세계라기보다는 현세의 구체적인 연장으로 본다. 그래서 죽어도 혼 령이 되어 저승과 이승을 쉽게 오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외국의 경우 처럼, 자살을 여러 가지 소원 충족적인 환상 등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행위로 보기 보다는 원혼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시 현세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 위로 보는 것이다. 샤머니즘에서는 한을 품고 죽은 원혼들은 무신( 巫 神 )으로 숭배 되어 무슨 일만 있으면 무당을 통해 이 원혼들을 위로해 주고 달래야 하며(이부영, 1976) 이때마다 후손들은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 4 -
복수가 외국에서처럼 수동적이거나 정신병리적인 환상에 의하기 보다는 더욱 현실 적이고 적극적인 욕구에 의해서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수심 외에 도 자손의 도움으로 원혼의 한을 풀어보자는 의존심 혹은 한을 남기고간 조상들과 의 동일시, 재결합 및 의존심 등의 무의식적 요소들도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은 좌절보다는 쉽게 포기하고 죽음을 택하려는 숙명론적인 전통적 삶의 태도 역 시 이러한 성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유추된다(이영문, 2005).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는 자살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강하다. 이러한 문화는 자살 의 처리문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만일 가족 중 누군가 자살을 하면, 최대한 숨겨 야 했고, 시신을 집안으로 들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장례도 치르지 않고 무덤도 만들어 주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출세와 성공을 추구하는 입신양명과는 거리가 먼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스스로 훼손했 다는 유교윤리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천정환, 2009). 자살이라는 비정상적인 죽음 을 맞이한 혼과 원혼이 된다는 죽음관, 그리고 이러한 원혼은 산사람에게 질병과 해를 끼친다는 무속적 세계관 역시, 자살에 대한 금기와 터부시하는 모습의 원인으 로 작용하였다. 서구와 우리나라 과거의 자살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자살의 현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더불어 현재 우리사회 는 자살 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고 있는가? 현재 우리는 서구사회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계층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혼 란 그리고 소외를 경험하고 있으며 개인의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실패와 그 사회의 통합 노력이 미약한 경우 아노미적 자살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의 증가,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의 심 화, 급속한 사회 변화와 정보화로 인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증가와 이에 걸 맞는 사 회복지 체계의 미약한 현실상황이 아노미적 자살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급속한 자 살 증가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자살 현상에 대해 너무 둔감해져 버리고 있는 것은 아 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 현재 한국사회에서의 자살 한국사회에서 급증하는 자살은 한국인들에게 자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 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문화는 자살에 대해 금기와 터부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살은 곧 죄악과 비도덕적인 행 위이며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이기적인 선택, 남아있는 가족과 공동체에 해악을 끼친다는 논리에서 점차 자살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나아가 자살의 원인 에 대한 비판적인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송현동, 2011). 현재는 자살한 사람에게 장례식도 치러주고 무덤을 만들거나 화장 후 유골을 안치해 별도의 기념공간을 마 련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 로 취급 - 5 -
되었으나 점차 사회적인 문제 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재룡은 자살의 원인을 개인적인 요인이 아닌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 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사회의 자살 증가를 가족주의적 관습과 불가분하게 연관 된 문화, 정서 차원의 집합적 경향에 의해 초래되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보았다 (송재룡, 2008). 출세와 성공지향의 강력한 문화정서적 경향의 가족주의 습속의 개 념은 사회의 사실적 현상으로 개인의 의지와 경향을 초월해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여타의 다른 합리적 의욕과 동기를 압도하여 유지 존속되는 세력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김황배는 연예인, 전직 대통령, 노인, 청소년, 집단자살 등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사회해체, 즉 규범과 제고의 해체 조짐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사회해체의 조짐에 대 한 예방적 대안과 치유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김황배, 2010). 최근 한국의 자살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만 취급하지 말고 사회문화 적인 상황에서 그 사람이 처해있는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동 일한 강도의 압력과 스트레스, 좌절을 겪지만 이에 대한 삶과 죽음의 반응은 각 개 인의 기질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 삶과 죽음의 의미 1) 삶과 죽음과의 관계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두 가지 시점이 생명의 잉태에서부터 탄생으로 이어지는 시기이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우리사회에서 너무도 허술하게 이 두 중요한 시점이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이치에 맞게 시작되 고 존엄하게 끝을 맺을 수 없다면 생명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 걸쳐 있는 우리의 삶 마저도 제대로 인간답게 산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오진탁, 2004). 죽음이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에게 항상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 에 따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있었다. 삶과 죽 음이란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는 필연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죽음의 문제 를 기피하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기조차 싫어하는 것은 죽음 자체 보다는 죽음으 로부터 오는 공포 때문일 것이다(남현숙, 2000). 즉, 죽음의 문제는 죽음이란 무엇 이냐가 아니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이와 같이 죽음의 문제는 죽음 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이므로 죽음의 공포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최숙향, 1995). 사상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깊은 사상을 살펴보면, 삶과 죽음이 맞물려 있음을 강조한다. 모든 것이 시들어가고 인간은 이 쇠퇴를 두려워함에도 불구하고 사라져 가는 면전에서 죽음의 앞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명백한 진리 중의 하나이다. 사상가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 스토아학파(Stoics)는 죽음이 - 6 -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이라고 하였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 죽어가는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Cicero는 철학을 하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라고 했다. 그리고 Seneca는 생의 끝을 준비하려고 하고, 준비하는 사람 외에 삶의 진정 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고 했다. St. Augustine은 죽음 앞에서만 인간의 자아 가 태어난다. 라고 하여 같은 생각을 표현했다(Yalom, 임경수 역, 2007). 죽음이란 인간에게 일회적이며 알 수없는 것이며, 죽음 앞에서 인간은 놀람과 경 외심, 극도의 불안을 경험함으로 자기를 방어하려는 태도가 강화되는데(안황란, 1999)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체념과 수용을 선택하게 된다고 본다(유권종, 2008). 한 인간의 삶을 마감하는 죽음은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장엄한 순간이다. 고 통을 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습성 때문에 죽음을 외면하지만, 원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는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단지 수동적으로 이러한 감정에 몸을 맡겨 버리면 절망과 무기력에 빠져 정신을 해칠 위험성이 높지만 반대로 이것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죽음이란 문제를 기피하 거나 외면하다가 갑자기 죽음에 직면하면 심리적 불안정 상태가 된다. 죽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인간이 갖는 두려움은 첫째, 죽음 이후의 세계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다는 측면이다. 사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없다 는 사실만으로 죽음 은 그 자체로 두려움이다. 둘째, 상제( 上 帝 )와 관련된 두려움이 다. 인간의 모든 도덕적 선과 악의 행위에 대한 반응으로 상과 벌을 부과한다. 인간 에게 벌주는 상제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문화 속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셋째, 사 랑하는 사람(가족)과의 사별이후에 찾아오는 두려움이다. 삶의 관점에서 죽음에 대 한 접근은 죽음만을 단독으로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이국봉, 2010). 2) 자살과 죽음 자살은 자기 자신의 의지로 자기 목숨을 끊는 행위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에 서 급증하고 있는 자살 현상은 자기 자신의 의지 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회적 혐의가 짙은 느낌이다(오진탁, 2008). 자살현상의 근저에는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 자리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불행한 죽음방식에 대한 심층적 반성과 함께 새로운 방향의 모색이 시급하다.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 자살이라는 행위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현실은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 이며, 가급적 피해야 하 는 것 이고 최선을 다해 연기해야 하는 것 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살은 죽음을 피 하기보다는 오리려 적극적으로 앞당기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당혹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되고 일반사람들에게는 두려움과 - 7 -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박형빈, 2008) 인간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이유는 삶의 본질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려 는 데에서 기인한다면서 죽음에 대한 이해와 반추 속에서 삶은 비로소 그 모습을 뚜렷이 드러낸다고 하며, 자살과 죽음에 대해 금기시하기보다는 죽음을 이해하고 삶에 대한 의미를 탐색해야 한다고 하였다(정해성, 2007). 3) 자살하는 사람에게 있어 죽음의 의미 박형민은 자살한 사람들의 유서를 분석하여 자살하는 사람에게 있어 죽음의 의 미를 죽음의 결심과정, 죽음과 자살에 대한 평가, 자신 상황에 대한 해석, 자기 자 신에 대한 평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로 정리하였다(박형민, 2010). (1) 죽음을 결심하는 과정 죽음을 결심하는 과정은 첫째, 죽음을 위한 준비과정과 죽음에 대한 고민과정이 있다. 자살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보인다. 이러한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는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자신의 죽 음을 다른 사람에게 깊이 각인시키려는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고 민과정은 자살자가 즉흥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오랜 숙고의 시간을 거쳐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 숙고 과정이 죽음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 하는 수단이면서도 선택하기 두려운 어떤 것이라는 모순적 이미지로 표현된다. (2) 죽음과 자살에 대한 평가 죽음과 자살에 대한 평가는 첫째, 죽음에 대한 인식이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죽 음이 무서운 것이고 피하고 싶은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자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보다 조금 먼저 죽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음에 행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둘째, 자살 에 대한 평가이다. 죽음이 부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역시 부정적인 것이다. 자살은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이기 때문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마 음 아프게 하는 몹쓸 행동, 비겁한 행동, 바보 같은 행동, 이기적인 행동인 것이다. 자살은 가족을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경제적인 불이익 등 실제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살은 당당히 드러내기 힘든 죽음이기 때문에 은폐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 지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이 비난받을 행동이라는 것을 안타가워 하며 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되기를 소망하기도 한다. (3) 자신 상황에 대한 해석 자신 상황에 대한 해석은 첫째, 경제적 문제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빈곤, 빚, 사 업실패와, 둘째, 신체적 문제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장애, 발병, 지병이다. 셋째, 심 리적 문제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우울증, 정신질환, 열등감, 외로움과 넷째, 관계적 - 8 -
문제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갈등, 학대와 무시, 배신, 상실을 표현한다. (4)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 자신에 대한 평가는 첫째,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로 세상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자신을 버림받은 존재로 인식하고 죽더라도 슬퍼할 사람도 없는 존재로 규정한다. 소외되고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며, 둘째, 실패 원 인에 대한 인식으로 자신의 삶을 실패한 것으로 평가한다. 여기에는 자기부정, 즉 자신의 인생 전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무 능력에서 찾는 것이다. 무능한 존재,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 살아야 할 가치가 없 는 존재, 신이 실수로 잘못 보낸 존재로 규정한다. 우울증, 정신질환 등으로 인한 실패, 가정환경이 초래한 실패 등으로 원인을 나타내고 있다. (5)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는 첫째,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 상황 속에서 고통 받는 자신의 인생 전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삶 전체의 가치 부정 의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의 인생을 포함한 일반적인 삶의 가치를 부정하는 삶 일반의 가치 부정 의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최선이기는 하지만 자신 은 그것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미 상실 의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 다. 자신이 격고 있는 문제 상황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자책 한다. 둘째, 삶 일반의 가치 부정의 측면이다. 의미상실, 자책, 좌절로 표현된다. 좌절은 운명으 로 인한 좌절, 다른 사람으로 인한 좌절, 정신질환으로 인한 좌절, 환경요인으로 인 한 좌절로 나타나고 있다. 유서는 그 존재 자체로 자살의 소통성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자료라고 하겠다. 자 살자가 유서를 남겼다는 사실은 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성찰의 과정을 거쳤으며, 자신의 죽음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서는 자살자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여러 메시지 중 선택된 메시지이며, 남 은 이들에게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4)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 웰다잉(well-dying)은 웰빙(well-being)을 완성하는 조건이다. 어떤 사람이 아 무리 잘 살았어도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지 못했다면 그는 결코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행복한 삶, 건강한 삶이 존재하듯이 행복한 죽음, 건강한 죽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 생전에 아무리 세속의 행복을 누렸다 할지라 도 그의 마지막 모습이 행복하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그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참된 의미의 행복이란 바로 죽음에 있는 것이다. 이렇듯 - 9 -
삶과 죽음은 서로 다르지 않은 것이므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은 이제 어떻 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삶 과 죽음에 대한 더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문제제기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생의 도 전이자 자극으로 즐기면서 용감하고 아름답게 대처하는 것은 올바른 노력이기만 하 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죽음을 준비하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 준비는 노인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 준비는 첫째,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 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서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이 고 둘째, 평소에 죽음을 미리 준비해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 두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죽음 준비는 죽을 준비 라기 보다는 삶의 준비인 것이다(오진탁, 2008). 따라서 웰다잉은 웰빙을 해야 하 는 것이고 건강한 죽음이 빠진 삶의 웰빙이 아니라 일빙(ill-being)인 것이다. 죽음 이후에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 죽음의 의미를 파악하 려는 시도는 한국사회의 자살 증가율을 끌어내릴 수 없다. 반면 자살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이야기에 사 람들이 적극 반응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역으로 그 사회가 삶의 문제에 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그러한 분위기는 사람들이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보다 개방적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 자체에 대 한 은폐, 특히 자살은 비도덕적이며, 가족과 공동체에 해를 끼친다는 시선으로만 취 급한다면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 취급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자살에 대한 논의 자체를 꺼리는 이유는 자살의 사회적인 측면 을 숨기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송현동, 2011). 3. 한국과 주요국가간 자살의 통계적 경향 이해 1) 2010년 우리나라 자살 현황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살관련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자 살로 인한 사망자는 수는 15,566명으로 전년대비(2009년) 153명이 증가하였고 남 성 자살률은 여성의 약 2배에 이른다. 자살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31.2명으로 2009년에 비해 0.5% 증가하였으며, 남성 자살률이 전년대비 3.5% 증가한 반면, 여 성 자살률은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2011). 우리나라 자살률은 90 년대 초반이후 증가하다가 1998년을 기점으로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00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자살률은 2000년 대비 17.7명 (13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10 -
[표 1] 성별 자살자수 및 자살률 추이, 1990-2010 연 도 자 살 자 수 (단위: 명, 인구 10만명당, 명, %) 자 살 률 남녀전체 남 여 남녀전체 남 여 1일평균 사망자수 1990 3,251 2,256 995 7.6 10.5 4.7 8.9 2000 6,444 4,481 1,963 13.6 18.8 8.3 17.6 2009 15,413 9,936 5,477 31.0 39.9 22.1 42.2 2010 15,566 10,329 5,237 31.2 41.4 21.0 42.6 증 감 09년 대비 153 393-240 0.2 1.4-1.1 00년 대비 9,122 5,848 3,274 17.7 22.6 12.7 증감률 09년 대비 1.0 4.0-4.4 0.5 3.5-4.9 00년 대비 141.6 130.5 166.8 130.2 120.2 153.6 2001년까지 한국인의 사망원인 8위에서 10위를 차지하던 자살이 2003년부터 4~5위를 차지하며 주요 사망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8년간 자살률의 증 가는 남녀모두에게서 나타나지만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 여성의 증가가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자살률은 2.55배, 여성 자살률은 3.07배의 증가를 보인다. [그림 1] 자살자 및 자살률 추이, 1983-2010 - 11 -
[그림 2] 월별 자살자 구성비, 2010 2010년 월별 자살자 구성비를 보면, 5월과 7월에 자살이 20.7% 발생하였다. 5 월과 7월의 자살자수 구성비는 2005-2009년 5개년 평균 대비 2.4% 더 높아진 것 이다. 전년대비 10대-30대, 50대, 80세 이상 자살률 및 여성 자살률은 감소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자살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80대 이상은 20 대 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70대(5.7%), 40대(3.8%), 60 대(1.7%)순으로 자살률이 증가하였다. 자살이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순위 1위였으며, 40대와 50대는 사망원인 순위 2위이다. 남성의 자살률 41.4명으로 여성 21.0명보다 1.97배 높은 것으로 나 타났다. 남녀 간의 자살률 성비는 10대에 1.07로 가장 낮았으며, 이후 증가하여 60 대 남성은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 자료는 20~29세 여성들의 급격한 자살률 증가를 보고 하고 있으 며, 이들 집단의 자살행위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이현정, 2010). - 12 -
[표 2] 연령별 자살률 추이, 2000-2010 연 령 남녀전체 남 여 성비 2000 2009 2010 09년대비 증감률 2000 2009 2010 09년대비 증감률 (단위: 인구 10만명당, %) 2000 2009 2010 09년대비 증감률 2010 계 13.6 31.0 31.2 0.5 18.8 39.9 41.4 3.5 8.3 22.1 21.0-4.9 1.97 10-19세 3.8 6.5 5.2-20.8 4.2 6.9 5.3-22.1 3.3 6.2 5.0-19.1 1.07 20-29세 11.1 25.4 24.4-3.9 14.1 25.3 26.1 3.2 8.0 25.4 22.5-11.5 1.16 30-39세 15.1 31.4 29.6-5.7 20.7 35.6 35.4-0.5 9.1 27.0 23.5-12.9 1.51 40-49세 18.8 32.8 34.1 3.8 27.8 45.4 47.6 4.9 9.4 19.8 20.0 1.2 2.38 50-59세 22.1 41.1 40.1-2.4 35.6 62.0 60.0-3.2 8.9 20.0 20.0 0.0 2.99 60-69세 25.7 51.8 52.7 1.7 40.6 80.8 81.5 0.9 13.8 25.8 26.5 2.9 3.07 70-79세 38.8 79.0 83.5 5.7 61.8 123.9 134.8 8.8 25.7 49.0 48.5-1.2 2.78 80세이상 51.0 127.7 123.3-3.4 88.3 213.8 222.7 4.1 36.4 92.7 83.1-10.3 2.68 자살에 의한 사망률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충남(36.9명)이 가장 높아 36.9명이 며, 서울이 24.3명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자살 사망자 수로 구분 해 보면, 충남과 강원이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 충북이 높은 비율을 보인다. [그림 3] 자살사망자 전국(시군구 단위) 분포 현황 2010년 시도별 사망자 대비 자살사망자 비율을 보면, 충남이 8.6%, 강원도가 - 13 -
8.1%, 그리고 제주도가 7.7%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사망자 대비 자살 사망자 비율이 낮은 시도는 울산이 5.5%, 부산과 전남이 6.4%로 낮은 비율로 나타 났다. [그림 4] 2010년 시도별 사망자수 대비 자살사망자 비율 2001년까지 한국인의 사망원인 8위에서 10위를 차지하던 자살이 2003년부터 4~5위를 차지하며 주요 사망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보여준다. 지난 18 년간 자살률의 증가는 남녀모두에게서 나타나지만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 여성의 증 가가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자살률은 2.55배, 여성 자살률은 3.07배의 증가를 보인다. 2) OECD 국가와 비교 (1) OECD 국과와 자살률 비교 OECD 국가 간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을 비교할 때 평균 11.3명에 비해, 한국은 28.1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사망자 수 는 OECD국가 중 1위이다. - 14 -
*자료:OECD(2011)OECD HealthData2011:StatisticsandIndicatorsfor34Countries *OECD 평균은 자료 이용이 가능한 33개 국가의 가장 최근자료를 이용하여 계산 *한국 2010년:OECD 표준인구로 자체 계산한 결과임 [그림 5] OECD 국가 자살률 비교 (1) OECD국가의 자살률 변화 추이 분석 최근 OECD 국가의 자살률 변화 추이를 추이 유형과 자살사망자 수준으로 나누 어 보면, 첫째,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국가는 10만명단 10명 미만인 국가는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이며, 10~19명인 국가는 스위스, 슬로바키아, 룩 셈부르크, 프랑스, 캐나다, 체코, 덴마크, 오스트리아, 벨기에이다. 둘째, 증가 또는 정체였다가 감소추세를 보이는 나라는 10면 미만인 국가는 호주, 아일래드이며 10~19명인 국가는 뉴질랜드,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이다. 셋째, 지속적 증가를보이 는 나라는 10명 미만 국가는 멕시코이며, 20명 이상에 대한민국이 속하고 있다. 넷 째, 정체를 보이는 국가는 10~19명인 국가는 폴란드, 아이슬란드이며, 다섯째 감소 에서 다소 증가추세를 보이는 나라는 10명 미만 국가에서 포르투칼이 속한다. 여섯 째, 증가에서 정체추세를 보이는 나라는 10만명단 10명 미만인 국가는 스페인이고, 10~19명인 국가에 일본이 속한다. 전반적으로 20명 이상인 국가에 우리나라가 유 일하게 속해있으며, 지속적 증가추세인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매우 관심있게 보고 있는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살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2006년 자살율(인구 10만명당) 유형1 지속적 감소 유형2 증가 or 정체 -> 감소 유형3 지속적 증가 유형4 정체 유형5 감소-> 증가 유형6 증가-> 정체 10명 미만 영국 네덜란드 호주 아일랜드 맥시코 포르투칼 스페인 - 15 -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스위스 슬로바키아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10-19명 프랑스 캐나다 체코 덴마크 미국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아이슬란드 일본 오스트리아 벨기에 20명이상 한국 [표 3] OECD 국가들의 자살률 변화 유형: 1980~2006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살의 원인과 대책연구: 정신의학적 접근을 넘어서, 2010. (2) OECD국가의 자살률 OECD 국가의 자살률을 2005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24.7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자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헝가리가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으나 여성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15.6명으로 헝가리보다 두배 정 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지나치게 높은 경향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자살 율은 OECD 평균 자살율을 산출하는데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여부에 따라 남자의 경우 0.8명, 여자의 경우 0.5명, 전체 0.6명의 변화를 유발시킬 정도로 심각한 상황 이다. 1 경제 수준과 자살 자살이 경기 순응적이냐(procyclical) 아니면 경기 역행적이냐(countercyclical)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나, 한국에서는 자살이 경기 순응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OECD 국가들과는 달리 높은 경제수준이 자살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 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것은 자 살이 경기 순응적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한편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GDP 성 장률은 자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자살이 경기 역행적인 면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한국과 다른 OECD 국가에서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이는 한국에 서 경제발전과 자살은 경기 순응적인 면과 경기 역행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강은정, 2010). - 16 -
[표 4] OECD 국가들의 자살률(기준: 2005) 구분 남자 여자 전체 오스트리아 22.5 6.3 13.8 체코 21.9 4.4 12.7 덴마크 14.6 4.9 9.6 핀란드 24.7 9.0 16.5 프랑스 22.8 7.5 14.6 독일 15.3 4.7 9.7 그리스 4.8 1.2 2.9 헝가리 36.3 8.4 21.0 아이슬랜드 15.3 5.4 10.4 아일랜드 15.3 3.0 9.2 일본 29.1 10.1 19.5 대한민구 36.4 15.6 24.7 룩셈브르크 16.6 3.5 9.5 맥시코 7.8 1.4 4.4 네덜란드 11.7 5.2 8.3 뉴질랜드 18.8 6.0 12.2 노르웨이 14.9 7.0 10.9 폴란드 24.7 3.9 13.9 슬로바키아 20.0 2.9 10.9 스페인 10.0 2.9 6.3 스웨덴 16.0 7.3 11.5 스위스 20.9 8.1 14.1 영국 9.3 2.9 6.0 미국 16.6 4.0 10.1 OECD 평균(한국 포함) 18.6 5.7 11.8 OECD 평균(한국 제외) 17.8 5.2 11.2 출처: OECD Health Data(2009) 2 실업률과 자살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에서 오직 여자 45~64세 집단에서만 실업률이 자살 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을 포함한 분석에서는 남자 노인, 여자 45~64세, 그리고 여자 노인에서 자살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실업률이 자살을 증가 시키는 것은 자살의 경기 역행적 성격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남녀 노인들의 자살이 실업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녀가 노인을 돌보는 한국적 문화에서 특수한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성인 자녀가 실업 상태일 때 노인 인 부모는 더 이상 자녀로부터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기 - 17 -
쉽다는 것이다. 3 이혼율과 자살 이혼은 사회통합의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이다. 이혼은 개인적인 재난이 지만 관 련된 모든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이혼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많은 연구들이 높은 이혼율이 자살을 높이는 것으로 보 고하고 있고(Andrés, 2005; Neumayer, 2003; Chuang and Huang, 1997, 강은정 2010 재인용),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에서 이혼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다고 하였다(Durkheim, 1951; Koo and Cox, 2008, 강은정 2010 재인용). 한국을 제외 한 OECD 국가들의 분석에서 남자 45~64세와 남자 65세 이상에서는 이혼율이 자 살과 관련이 없었으나 여자는 양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혼이 여자 보다 남자에게 부정적이라는 다른 연구결과와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한국을 포함 한 분석에서는 모든 성별, 연령별 집단에서 높은 이혼율이 자살사망률을 높이는 것 으로 나타났다. 3) 우리나라 자살률 증가에 대한 원인 설명의 한계 최근 20년간 자살률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고, 특히 노인의 자살률 증가 가 두드러진다. 더불어 여성 자살의 증가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자살 증가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 자살 진단보고율의 증가, 자살위험이 높은 연령군의 인구 구성비 증가, 전통적 가치, 가족 유대의 약화, 생명존중사상의 부족이나 생명경시 풍조의 심화, 음주의 증가, 우울증의 증가 등에서 원인을 찾으려 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살 진단 보고율의 증가는 노인이나 여성 자살 율 증가를 설명하기 어렵고, 자살 위험이 높은 연령군의 인구 구성비 증가는 OECD 국가들에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데 비해 자살율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인층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도 한계가 있다. 전통가치와 가족유대의 악화는 마찬가지로 OECD 국가들 모두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자살률 증가를 설 명하기는 어렵다. 생명존중 사상이나 생명경시 풍조의 심화 역시, 중년층 이상이나 노년층 자살율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며, 음주와 우울증은 임상적으로 자살과 의 연관성은 높으나 음주의 경우 여성, 노인에 대한 설명과 우울증의 경우 다른 국 가와 달리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측면에서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4. 자살원인이해 : 사회학적, 심리학적, 생물학적 이해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간 고유의 특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동서양을 막 론하고 오래 전부터 인간 사회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자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학문적 차원에서 이론화시킨 것은 근대 서구 문학의 기여라고 할 수 있다. 자살이 - 18 -
수없이 많은 요소가 극도로 복잡한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 현상들의 최종적인 산물 이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세기 자살 이론과 관련된 두 가지 큰 흐름은 뒤르켕(Emile Durkheim)의 사회 학적 해석과 프로이트(Sigmund Frued)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이었다. 최근에는 유전 적 취약성으로 자살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해석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뒤 르켕은 자살론 에서 사회적 요인을 탐색하여 자살의 유형을 이타적 자살, 이기적 자살, 그리고 아노미 자살, 숙명론적 자살로 제시하였다. 프로이트는 마음에 품고 있던 애증의 대상을 향한 무의식적인 적개심의 표현으로 자살을 한다고 하였다. 우 울증, 정신분열병, 알코올중독 등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자살의 위험성이 크다고 하였다. 자살을 설명하는 이상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1), 생물학적 이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학적 이해 자살이라는 문제를 자살자 개인이 아닌 사회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사회학 적 이론이다.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 지원체계가 그 사회에 얼마나 잘 발달되어 있는가하는 것이 결국 한 인간으로 하여금 자살 여부를 결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이다. 사회학적 관점으로 자살에 관한 연구학자 중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 (Emile Durkheim)은 자살현상을 하나의 사회병리로 보았고(최원기, 2004), 자살현 상의 연구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라고 주장하면서 자살이 개인적인 행위로 보이 지만 사실은 사회의 특정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였다(Durkheim, 임희섭 역, 1999). 뒤르켕은 자살자가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낳으리라는 것을 알면 서 희생자 자신이 행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행위로부터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초래되는 죽음을 자살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자살현상을 이기적 이타적 아노미 숙 명론적 자살로 분류하여(Durkheim, 황보종우 역, 2008) 설명하고 있다. 뒤르켕의 자살이론은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조정의 차원에 근거를 둔다. 사회적 통합은 어떤 사회의 구성원이 사회적인 네트워크 안에 어느 정도 결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통합의 정도가 낮으면 이기적인 자살이 유발되고 높으 면이타적인 자살이 유발된다. 사회적 조정은 사회 구성원의 요구와 행동이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어느 정도 통제받는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적 조정이 낮으면 아 노미적 자살이 유발되고 높으면 숙명론적 자살이 유발된다. 첫째, 이기적(Egoistic) 자살은 개인주의 경향으로 사회그룹에 참여하지 않기 때 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사회가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1) 자살을 설명하는 이론에서 심리학적 이해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왔다. 정신분석학적 입장과 인지행동이론 입장은 제 2 장 자살 위기개입 상담이론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따라서 본 장의 심리학적 이해에서 정신역 동이론과 인지행동이론은 간단한 소개 정도로 제시하고자 한다. - 19 -
약화되기 때문에 자살이 증가하며 개인 간에 상호 유대관계가 형성된 사회는 정서 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치료적인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통합의 정도 가 너무 약하면 이기적 자살이 생긴다. 즉, 사람들이 자기 삶을 추구할 자유가 지나 치게 많이 주어진 결과 충성과 참여를 요구하는 집단 또는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 고 느끼지 못할 때 삶에 대한 의지가 결핍되며 자살로써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 자살 고위험자를 논할 때, 결혼자들보다 독신자 들에게서 자살률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설명하는데 이와 같은 이기적 자살이 그 근 거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뒤르켕은 개인과 사회가 힘있게 결속되지 못할 때 삶 이 상대적으로 무의미해지며 자살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보았다. 둘째, 이타적 자살(Altruistic)은 개인이 특정한 사회그룹에 지나치게 참여하여 의무, 유대감이 지나친 경우에 개인에 대한 사회집단의 권위가 너무 단호해서 개인 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게 되어 발생한다. 뒤르켕은 이타주의적 자살은 주로 원시 사회에서 있었던 것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나 로마인들의 영웅 적 자살이나 일본인들의 할복자살, 군인의 전우를 위한 희생이 범주에 속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조선 후기 열녀 를 강요받던 사대부 여인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뒤 르켕은 이러한 자살은 사회적 압력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써 자살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최고규범을 따랐기 때문에 타인의 칭송을 받게 된다 고 한다. 뒤 르켕은 군대 자살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는데, 군대는 강한 집단의식을 요구하는 사회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종교집단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전쟁 시에 전우나 국 가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일종의 이타적 자살에 속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통합의 정도가 너무 강력하면 이타적 자살이 생긴다. 셋째, 아노미적(Anomic) 자살은 사회가 병적으로 혼란스럽거나 무질서하여 개인 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다. 뒤르켕은 종교적 권위와 같은 강한 권위의 상실이 사회의 아노미 현상을 촉진하며 이와 같은 현상은 자살의 증가로 이어진다 고 경고하였다. 성공과 실패의 구분선이 흐려지는 것으로 전통적 행위 지침과 선악에 대한 표준 규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아노미 상태는 나약한 개인을 자살로 유도할 수도 있는데 이는 개인 적이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되는 것이다. 즉, 사회적 규제의 정도가 너무 낮으면 아노미적 자살이 많아진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사회적 규범이 약해지고 개 인의 성향을 적절하게 억제하고 개인의 행동 경향을 인도해주지 못하면 사회적 규 범의 붕괴가 일어나고 개인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현대 사회의 격변하는 변화의 흐름과 이에 따른 적응의 문제는 아노미적 자살을 촉진한다고 볼 때, 우리나라 현 재 다수의 노년에서 자살이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 다. 우리사회의 노년에게 있어 현재 사회 변화와 문화적 진보는 자기 보존성 관리 에 위협적이고 분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20 -
넷째, 숙명론적(Fatalistic) 자살은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조금도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살이 발생된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의 규 제 정도가 너무 높으면 숙명론적 자살이 생긴다. 개인의 힘이 너무 미약하여 그가 속한 사회에 너무 종속되면 강력한 사회의 속박 속에서 살아가는 노예처럼 개인의 희망과 삶의 의미를 잃고 자포자기적이 된다. 실제로 그런 경우 사람들은 감옥 안 에 있거나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거나 전체주의적 정권의 속박을 받고 있다고 느 끼거나 목숨은 연장시켜 주지만 병을 고쳐주지 못하는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완화시켜 주지 못하는 의료기관에 송치되어 구속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이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뒤르켕은 자살유형 중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자살의 형태가 이기적 자살이라 고 하며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의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회 의 아노미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주장하며, 정신질환이나 상실 등에서 오 는 자살을 사회와의 결속력의 약화에서 오는 이기적 자살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살현상의 궁극적인 원인은 사회적 결속력 약화라고 주장하였다. 뒤르켕의 자살 이론은 개인의 사회에 대한 유대관계의 강력함 또는 취약함을 가리키며 사회적 관 점에서 자살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사회문화 속성으로 자살을 금기시하는 종교를 가진 국가, 이혼율이 낮은 사회에 서 자살률이 낮았다(Minoiu, 2006). 가족 사회의 안전성이 사회적,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민자 그룹에서 자살률이 높았는데 이민으로 인해 새로운 사 회에 대한 적응스트레스와 사회연대 형성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Hassen, 1996, 박유진, 2008에서 재인용). 언론의 무분별한 자살 보도 후 자살자가 증가하는 베르 테르효과는 1774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출간되자 당시 많은 젊은이들 이 책 속의 베르테르 조끼를 입고 자살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용어이다. 언론의 광 범위한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을 촉발한다는 시각이다(조은미, 2007). 경기순환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동이 자살률을 증가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도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또한 정치적인 사 회변동의 사례로 소비에트 연방 해체 후 러시아의 높은 자살률을 들 수 있다(Mӓ kinen, 2006). 사회구조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 역할을 사회안전망을 기본으로 하는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국가에서 자살의 증 가를 억제한다(송태정 등, 2005). 이렇게 사회정책이나 사회적인 변화는 자살률을 증가시키기도 하며, 자살을 억제 하는 안정망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자살을 심리학적인 측면이나 생물학적인 측면 으로 국한시킨다고 하면, 실제로 자살을 억제, 즉 예방하기 위한 방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살을 이해하는데 있어 사회학적 측면에 대한 심도 - 21 -
있는 고찰은 향후 우리사회를 진단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리라고 본다. 2) 심리학적 이해 심리학적 시각에서는 자살의 원인을 개인 심리적 상태로 파악한다. 대표적인 심 리상태로 우울감이 있는데, 우울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다. 대표적으로 무 기력감(helplessness)과 절망감(hopelessness)이 동반된다. 무기력은 개인이 중요 한 생활 사건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즉 자신이나 어느 누구도 불행이나 고통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아무석도 하지 못할 것 이라고 믿는 절망감이 자살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초기에는 자살을 어느 하나의 이론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자살과 관련된 행동이 정신과적 병력, 신경증, 외상적 삶의 경 험, 자살행동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 사회문화적 위험요소와 보호요소 등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Statham 등, 2006)고 보고하고 있다. 1 정신역동이론 정신분석이론에 기반 한 설명으로는 프로이트(Freud)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가지 고 있는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thanatos), 본능, 욕망이 가장 극단적인 분출되는 것 이 자살이라고 하였다(박재황 외, 2001). 프로이트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함으로써 경험하는 고통과 분노 때문에 사랑했 던 삶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그 사람과 동일시하게 되고, 이러한 동일시 결과로 자 산의 일부로 내재화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강력한 공격성이 자살에 이르게 한다 고 하였다. 즉, 부모나 배우자에 대한 적대감이 그들에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자 기 속에 내재화된 부모나 배우자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한 정신분석 결과, 적개심은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할 때 생기는 것이고 이러한 적개심(Aggression)을 성적인 본능 즉, 리비도 (Libido)와 더불어 인간의 본성의 하나라고 생각하였다. 이는 결국 죽음의 본능 (Thanatos)'이론으로 발전되었다. 자살은 자신과 외부의 대상과의 경계가 허물어지 는 상태이며, 자신과 대상을 분리하지 못하여 자신을 공격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난 다고 하였다(기평석 등, 1986). 프루스트 등(Furst 등, 1979)은 자살의 정신기전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 한 바 있다. 그 첫 번째는 어떠한 대상으로부터 좌절을 당함으로 심한 고통에 빠질 때 스스로 그 고통의 근원으로부터 절연하려는 노력이며, 둘째는 육체적이나 심리적인 고통이 심할 때 그 부위를 제거하기 위한 것, 셋째는 자신을 해침으로 주목과 사랑 을 받으려는 퇴행적 무의식이며, 넷째는 양가적인 대상을 향한 적개심이 자신으로 향할 때 발생하고 다섯째 파괴적 본능 혹은 리비도(libido)의 불완전한 결합에서 생 - 22 -
긴 에로토제닉 메조키즘(erotogenic masochism)으로 죽음의 본능 등에 의한 정신 기전으로 가능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기전은 충족되지 못한 무의식적 소원이나 기억 등과 결합하여 여러 환상으로 더욱 발전되고 정교해지게 된다고 하 였다. 그 환상으로서는 죽은 자와의 동일시, 재출생, 죽은 자와의 재결합,죽음으로 의 탈출, 자기영상의 균열, 복수심 등을 들고 있다. 정신분석학에서 대상 부착과 대상관계가 자살 충동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자기파괴적인 죽음의 본능을 자살의 주범으로 본다. 정신분석학에서 대상이란 성적 혹은 공격적 에너지가 부착된 심리적 표상을 말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첫 번째 성 적 대상은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아이는 자신과 어머니의 젖가슴을 구분하지 못하다 가 어머니의 젖이 자신의 입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외부 세계를 지각하기 시 작한다. 처음에 아이는 자신의 성적에너지(리비도)와 대상(어머니)를 분리하지 못 해 자기애적 상태에 머문다. 아이가 대상(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기애적 리비도는 대상 리비도로 전환되며 이때부터 대상에 대한 인식은 점점 구체화된다. 아이는 자신에게 쾌락을 제공해준 어먼니에 대해 자신이 원할 때 즉시 제공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 불쾌해하며 분노를 느낀다. 복합적인 감정에너지 가 대상과 접합되는 것을 대상부착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대상과 자아와의 관계를 대상관계라 하며, 이것의 상실을 대상상실이라고 한다(유선경 등, 2009). 2 분석심리학 이론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Jung)은 자살을 생의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고 절실히 느끼는 사람에게서 정신적인 재생을 갈구하는 무의식적인 소원이라고 설명하고 있 다(박재황 외, 2001). 이는 자살을 병리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자아가 다시 태어 나기 위한 마술적이고 전능적인 행동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심층심리학적 연구는 개인을 중심으로 자살이 그의 인격 내부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알아보는 주관적, 해석학적인 접근이라고 하겠다. 즉, 외적인 원인보다는 그러한 체험이 그의 인격 내부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알아보는 목적론적 접근 방 식을 취한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자살을 인격의 외부에서 살펴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자살자 개인의 내면의 심리학적 측면에서 자살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석심리학적에서 자살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서 융과 그의 제가 폰 프란츠 의 견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융이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 집필을 하거나 이론화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 나 융은 자신에게 보내온 익명의 사람에게 자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통해 간접적 으로 자살에 대해 분석심리학의 입장에서 융이 자살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추론 해 볼 수 있다. 융은 우리는 가능한 한 최상의 영적인 발전과 자기 인식을 얻기 위 해 살아가는데 생명이 지속되는 한 비록 그것이 미미할지라도 의식의 발전을 위해 생명을 지켜야 하며, 때가 되기 전에 생명을 중단하는 것은 끝나지 않은 실험을 중 - 23 -
단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자신의 삶을 끝까지 수행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진정 한 인격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절망적 심정은 이 해되나 자신의 생명을 끊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융은 자살 을 개성화 과정으로 가려는 목적을 지닌 자기(Self)에 대한 범죄행위로 보았다. 그 이유는 인생의 목표는 자기실현이기 때문이다. 즉, 자살한다는 것은 그런 궁극적인 목표를 인도하는 자기 의 의지를 없애는 행위인 것이다. 자살은 개성화과정을 인위 적으로 중단하는 것이고 살인이며, 자살한 뒤에 남는 것은 일반적인 살인에서와 마 찬가지로 주검 일 뿐이라고 하며, 실제 자살행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이도희, 2007). 인간은 죽음 뒤에 삶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현세의 삶을 가능한 한 오랫동 안 지속하는 것이 맞는 선택이며 자살은 사람을 개인주의로 완전히 고립되어 집단 과의 단절을 가져오는 행위로 보았다. von Franz는 자살을 살인과 같은 난폭한 죽음과 같다고 하였으며, 자연을 역행 하는 죽음이라고 하였다. 다만, 죽음 의 경험은 원형적인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가 있는 것이나 자살은 인격을 완성해 가는 길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이란 말 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인간의 개성화를 향해 가야 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흐름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이나, 개성화에 쓰여야 할 에너지가 부자 연스러운 상황, 즉, 갑작스런 폭발과 같이 방출되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Franz, 1998). Bruno Klopfer는 자살은 병적인 자아의 죽음, 자기와 단절된 자아의 죽음, 즉 새 로운 재생을 위한 죽음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자살을 실행이 아니라 자신 을 돌아볼 수 있는 상징적 죽음으로 인격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목적론적 입장에서 자살의 충동은 새로운 삶을 향한 동경이고 영적인 새로워짐을 위한 인격 내부에서 오는 강력한 요청인 것이다. 즉, 자살을 상 징적으로 체험하고 인격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행위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불행한 죽음, 즉, 자살(실제적인 죽음)을 막을 수 있다(Klopfer, 1961)고 보았다. 분석심리학을 비롯한 심층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자살은 각 개인 내면의 심리 적 측면에서 이해해야할 현상으로 본다. 자살은 자신의 전 인격의 죽음이 아니고 잘못 적응된 병적인 자아의 죽음, 자기와 단절된 자아의 죽음이며 새로운 재생을 위한 죽음이라고 이해된다. 그런 상징적 죽음을 통해 인격은 새롭게 변화될 수 있 다. 어떤 외부적 스트레스나 좌절 경험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결심한 사람은 그 내면에 새로운 변화를 향한 강력한 요청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죽음이 갖는 상징적 작용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상징적 죽음과 재생의 경험을 통해 인격의 변 환은 인류 역사 이래 계속 반복되어 오는 하나의 원형적인 모티브이다. 민담에서는 주인공이 자발적 희생이라는 상징적인 죽음을 통해 보다 성숙한 인격으로 발전한 다. 원시사회의 성인식이나 입무 의례에서는 상징적인 죽음이나 해체의 고통을 경 험한 뒤 다시 살아남으로서 부족의 책임 있는 전사가 되고 샤만이 되기도 했다(이 - 24 -
도희, 2007).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살충동을 가진 당사자가 그러한 자살이 갖는 무 의식의 목적론적인 의미를 모른다는데 있다. 따라서 자살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한 인격체가 상징적 죽음을 통해 통합된 인격체로 성장(개성화)하여 자기실현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통합된 자기가 우리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하 는 것이다. 3 인지행동적 이론 인지적인 접근에서는 인지, 정서, 행동의 영역 중에서 자살과 관련된 인지적인 왜곡이나 역기능을 강조하면서 이를 수정한다면 보다 적응적인 방식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보았다(Ellis & Ratliff, 1986). Karl Menninger는 그의 임상 경험에서 자기-파괴적인 환자들을 경험하고 적개 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그는 무의식적 죽음의 동기를 설명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적개심의 대상에 대한 표현인 죽이고 싶은 욕구(to kill),초자아에 의한 처벌을 원하 여 죽임을 당하고 싶은 욕구(to bekilled)그리고 보다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욕구로 어머니의 자궁 안으로 돌아가고 싶은 죽고 싶은(to die)욕구, 세 가지가 있다고 설 명하였다. 그는 자살은 죽음의 본능(Thanatos)과 삶의 본능(Eros)사이의 갈등에서 죽음의 본능이 우세할 때 자살이 일어날 수 있으며 자살은 또한 다른 사람을 괴롭 히고 복수하고 처벌하는 의미로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김형수, 2002). 인지행동적 접근은 일반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삶에서 정서적, 대인관계적, 행동적 스트레스를 개선하거나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자 살 시도를 한 사람에 대한 연구에서 나타나는 인지적인 어려움은 인지적인 경직성, 이분법적 사고, 빈약한 추상 능력과 대인관계문제 해결 능력구서외며 이중 문제해 결 능력의 결여는 구체적인 삽화기억 능력의 결여와 관련된다(Berman Jobes & Silverman, 2006). Baumeister(1990)는 자살의 동기를 정신분석학에서 본능, 충동, 욕구 등 개인 내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주장보다는 인간의 인지적 측면을 중심으로 자살을 이해하 고자 하였다. 자살 이론에 따르면 자살은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기대나 희망(준거) 과 현실간의 괴리가 내적으로 귀인되어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우울증이 초래 되고, 이 우울증이 인지적 몰락(cognitive deconstruction)' 상태를 유발하여 결국 자살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인지적 몰락 상태란 모든 사상에 대하여 의미 부여하기를 거부하고 사물과 현상을 피상적, 몰가치적으로 지각하고 해석하는 경향 을 의미하며, 이러한 인지적 몰락 상태는 자살을 저지하는 내적장애를 제거하는 기 제가 되어 결국 부정적으로 인식된 자신과 부정적 감정으로 부터 탈출하는 수단으 로써 자살과 같은 극단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으로 자살을 설 명하고 있다(신민섭 등 1991). - 25 -
3) 생물학적 이해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자살은 뇌에서 이루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의 대사가 이상 해진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정신병이나 극심한 우울증 상태에서는 뇌의 중요한 전도체계에 변화가 일어난다. 가령 도파민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물질이 불균형을 이룰 때 사람은 우울해지며 자살 충동을 억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 러한 논리는 부분적으로 옳다. 자살자의 혈액에서나 뇌 구조의 변화를 통해 이는 간접적으로 증명되기도 한다(이영문, 2005). Mann(2003)은 자살행동의 스트레스 소인 통합모델을 제시하였다. 이 모델은 자 살 위험은 정신질환의 심각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자살과 관련된 소 인의 변화에 의해 자살이 유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살의 생물학적 혹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들에게 생활사건 또는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자살행동이 유발된 다. 비관-절망, 그리고 공격-충동성은 자살의 주요 소인이다. 성별, 종교, 가족력 또는 유전적 요인, 아동기 경험,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요인 등은 이러한 소인 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 증 일부 요인은 세로토닌, 콜레스테롤 그리고 다른 생 물학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이홍식 등, 2009). 자살자의 90% 이상은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 모든 자살의 약 60%는 기 분장애의 경과 중에 나타난다. 그 나머지는 정신분열병,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그리 고 인격장애 등의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 중 소만이 자살을 수행한다. 정 신과적 질환은 자살의 위험인자 중 필수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살의 생물학적 이해는 유전적 측면, 신경생물학적 측면, 스트레스 소인모델 측 면 그리고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측면에서 자세히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자살행동과 유전과의 관계 쌍둥이 연구에서 이란성 쌍생아와 비교할 때 일란성 쌍생아에서 자살 수행과 자 살행동에 대한 일치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김용구, 2005, 이홍식 등, 2009에서 재 인용). 오스트리아에서 시행된 쌍생아 연구는 일란성쌍생아에서 심각한 자살 시도 의 위험이 17배 정도 높다고 보고하였다. 양자연구에서는 자살을 수행한 입양자의 생물학적 친족에서 자살률이 약 6배 정도 높다고 한다. 이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살행동은 43% 정도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머지 57% 정도는 환경적 요 인에 의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이홍식 등, 2009). Baechler는 자살자와 그 가족의 자살 또는 자살 시도자와의 관련성을 연구한 결 과 일반적으로 자살자 가족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자살률이나 자살시도율이 현저하 게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자살을 일으킬 수 있는 특질이 존재하며 이런 특질은 유 전된다고 본다. 즉, 똑같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불안이나 신체 증 상을 일으키는데 어떤 사람은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살하기도 하는 차이점 때문에 유전적인 소인과 관련되는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흘러는 자살자의 사례연구에서 어떤 이는 살아가는 동안 자살의 생각이 잠시라도 머리에서 - 26 -
떠난 적이 없다고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Baechler, 1979). Roy 등은 자살 성향 자체가 유전인자를 통하여 후대에 전달된다는 가설로 자살 성향의 배후에는 정신질환에 약한 유전인자가 있으며 이 유전인자가 계속 유전된다 고 보았다. 또한 생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자살은 세레토닌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 다고 밝혔다(민성길, 1998). 2 자살행동과 신경생물학적 요인과의 관계 자살행동과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요인은 세레토닌계, 노르아드레날린계와 도파민 계,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과 코르티솔, 혈중 콜레스테롤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세레토닌이다. 자살자들의 뇌를 해 부한 결과 세레토닌이 뇌에서 평균치보다 낮게 검출되었다. 또 세레토닌의 대사물 질인 5-HIAA 역시 낮게 검출되었다(van Praag., 1981). 그런가 하면 뇌척수액 중 에서 5-HIAA의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추적조사 하였는데, 이 둘 중에서 20%가 1 년 내에 자살하였다고 한다(Traskman 등, 1981, 이준우 등, 2007에서 재인용). Asberg 등은 낮은 양의 5-HIAA 수치를 보인 우울증 환자 가운데 50%가 자살 을 시도했음을 발견한 반면, 정상수치를 보인 우울증 환자는 단 15%만 자살을 시 도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세레토닌의 양이 자살행동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 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 중 자살시도를 한 집단에서 세레토 닌 결핍이 있다고 보고가 있기도 하지만 총기나 뛰어내리기와 같은 강렬하고 공격 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 집단이 덜 강렬한 방법으로 시도한 집단에서보다 뇌 척수액에서 5-HIAA 수치가 더 낮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므로 낮은 5-HIAA의 양은 자살자에게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성격적 요소와도 관련이 되는 것으 로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이준우 등, 2007). 3 생물학적 자살성향과 스트레스-소인 모델 자살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은 생물학적 자살성향 과 그것을 유발시키는 촉발제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스트레스-소인 모델이 제시되면서 시도되었다 (Jamieson, 이문희 역, 2004). 이는 몇 몇 소인들이 자살성향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할 때에는 자살행동에 문지방효과를 발생케 할 수 있 다는 것이다. 그러한 소인들에는 가족력, 세레토닌계 작용 등의 유전적 취약성들이 있다. 그 외에도 공격성과 충동성 같은 기질적 변수, 만성 알코올 중독 및 약물남 용, 만성적 내과질환들, 부모의 조기 사망, 사회적 고립, 어린 시절의 신체적 혹은 성적학대 경험 등의 특정한 사회적 요인들도 포함된다. 자살행동의 문지방 효과는 어느 정도까지는 종교적 신념, 자녀에 대한 책임, 경제적 안정, 강력한 사회적 자원 혹은 좋은 결혼 등에 의해 높아질 수 있다. 즉, 어느 한계까지는 자살위험으로부터 - 27 -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살성향이 아주 강할 경우에는 이러한 보호 장치들도 한계가 있다(정은성, 2008). 자살 촉발제에는 정신질환, 심각한 약물 혹은 알코올 중독, 개인적 혹은 경제적 위기 또는 다른 이들의 자살이 끼치는 나쁜 영향과 같은 스트레스 소인들이 있다. 물론 문지방 요인과 촉발 요인 간의 상호작용은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유전적 조 울 성향이 있고, 세로토닌계 작용이 손상된 상태고,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는 집안 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자살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조울증을 겪을 때 술을 마 신다면, 그 같은 위험은 훨씬 더 증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관계와 일에서 문제 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이 악화될 가능성, 치료효과가 떨어질 가능성, 세로토닌 기능이 훨씬 더 나아질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유전적 소인이든 촉발요인이든 단 하나의 위험요인만 작용한다면 자살 가능성이 약간 올라 가고 말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전적 혹은 다른 생물학적 소인과 같은 요인이 심각 한 정신질환과 겹쳤을 때는 심각해진다. 태어날 때부터 자살에 대한 문지방이 낮고 또한 촉발요인까지 작동한다면 자살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치명적인 요인 들의 조합이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가벼운 모욕이나 상실감조차도 일촉즉발의 위기 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Jamieson, 이문희 역, 2004). 4 생물학적 자살성향과 정신질환 1959년 Robin 등에 의하면 자살자의 94%가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했 으며 그 중 대부분은 우울증이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1990년에 행하여진 유사한 연 구에서도 자살자의 90%가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외에 사랑하는 사 람의 상실, 경제적 이유, 사회적 지위의 상실 등이 자살의 이유였으며 생명을 위협 하는 질환에 의해 자살한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자살 은 치료할 수 있는 정신과적 질환에 의한다는 것이다. 자살자의 45-70%가 우울증 환자였으며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현재 의학적 질환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 사망률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또한 불안 장 애가 자살의 주요 이유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공황 장애의 경우 20 %의 환자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불안 장애 환자도 스스로 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술 혹은 약물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 또한 자살 에 기여하고 있다. 약물 남용은 자살의 가능성을 일반 인구에 비하여 약 5배 정도 증가 시킨다. 자살자가 앓고 있던 질환을 분류해보면 우울증 다음에 약물 중독 특 히 알코올 중독의 경우가 가장 많다. 특히 약물을 남용하는 이삼십 대의 남성이 자 살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또한 우울증과 약물 남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경우 그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약 10%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 한다. 이들의 자살은 주로 젊은 나이의 지적 능력이 있는 남자에 많으며 급격한 정 신병적 상태일 때 보다는 병세가 호전되어 조절이 가능해져서 자신이 겪은 정신병 적 상태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될 때 우울을 경험 하면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이영 - 28 -
문, 2005). -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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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자살이론 과거 50년 동안 자살행동 위험요인들을 밝힘으로써 자살예방과 자살위기개입에 도움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자살행동 위험요인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 다(Wenzel & Beck, 2008). 그 결과 자살행동의 결정적 위험요인들을 밝혀내는 성 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은 자살행동과 정적 상관을 보이는 인구학적, 진단 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을 단편적으로 밝혀내는 수준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였다. 선행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자살행동의 위험요인들은 남성, 노령, 우울증, 정신증, 알콜중독, 물질의존, 성격장애, 사회적 고립 등이었고, 이 요인들은 자살 위 험성 평가에 필수항목으로 포함됨으로써 자살 위험성 예견에 활용되고 있다 (Canapary. Bongar, & Cleary, 2002). 이러한 부분적인 연구 성과가 있기는 하였 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런 위험요인들이 자살행동 예방이나 위기개입에 있어 결 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우려되었다. 왜냐하면 이런 위험요인들을 다수 지니고 있는 개인들이 모두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고, 자살을 시도할 경우라 할지라도 자살에 의한 사망 여부를 예측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위험변인 중심의 자살연구들은 자살예방이나 자살 위기대처를 위해서는 자살 행동의 원인이나 자살과정을 밝혀줄 수 있는 자살이론이 요구된다는 점을 제시해주 었다. 제 2장에서는 자살행동의 원인이나 자살행동의 과정을 밝혀줄 수 있는 자살이론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소개된 주요 자살이론으로는 자살의 인지이론 (Wenzel & Beck, 2008), 자살의 대인관계이론(Joiner, 2005), 자살의 인지행동이 론(Beck, Brown, Berchick, Stewart, & Steer, 1990), 자살의 심리적 도피이론 (Baumeister, 1990; Shneidman, 1993)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심리학적 입장에서의 자살이론에 비해 문화적, 사회학적 입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살이론들은 자살의 문화론(Lester, 2009), 자살의 문화이론(Chu, Goldblum., Floyd, Bongar, 2010), Durkeim의 사회학적 자살이론(1897)이 있다. 이러한 자살이론들 가운데 경험적 연 - 33 -
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거나 이론적 모형이 체계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자살의 심 리적 이론 및 자살의 사회문화적 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살펴 보게 될 심리적, 사회문화적 자살이론들은 아래와 같다. 1, 인지적 자살이론 2. 자기로부터의 도피로서의 자살이론 3. 대인관계 심리학적 자살이론 4. 사회문화적 자살이론 1. 자살의 인지이론 Cognitive theory of suicide 1960년대 초부터 인간의 정서와 사고가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비합리적인 사고가 우울증을 유발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인지행동치료가 시작되었다. 정신과 의사였던 Beck은 억압된 분노감이 우울증의 발생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정 신분석 가설에 관심을 갖고 우울증환자들에 대한 정신분석을 시행한 결과 억압된 분노가 아닌, 왜곡된 사고가 우울증환자들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Beck 은 이를 바탕으로 우울증의 인지행동이론을 발달시켰고,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인 지적 위험요인으로 절망감을 제시하였다(Beck, 1986, p.92-93). 자살의 위험성을 인지행동적 입장에서 연구했던 Beck의 자살이론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Beck의 절망감 이론 Beck(1967)은 절망감에 대해 미래에 대한 부정적 믿음으로 정의 내리면서 절망 감(hopelessness)이 자살행동과 가장 관련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 믿음, 즉 절망감을 갖고 있을 경우 개인은 자신이 바라는 사 건은 일어나지 않고 바라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거나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 고 실패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고(Beck, 1967; Minkoff, Bergman, Beck, 1973), 그 결과 절망감이 자살행동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 한 입장에 따라 Beck과 그의 동료들이 자살의 절망감 이론을 30년 넘게 연구를 수행한 결과, 자살 계획, 자살 행동에 있어서 절망감이 강력한 예언 지표이며, 우울 증보다 더 강력한 예언지표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Beck, Kovacs, & Weissman, 1975; Kovacs, Beck, & Weissman, 1975; Kovacs, & Garrison, 1985; Beck, - 34 -
1986; Wenzel, Berchick, Tenhave, Halberstadt, Brown, & Beck, 2011). 이와 더 불어 절망감은 정신과입원환자의 자살사고에 있어서(Beck, Steer, Kovacs, & Garrison, 1985), 그리고 외래 정신과환자들에 있어서(Beck, Brown, Berchik, Stewart, & Steer, 1990) 자살사고를 예언해주는 지표라는 점에 대해서도 보고되 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절망감이 자살자들의 특징적인 인지적 구조임을 확인 해주었다.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예를 들어 보면, Beck 등(1985)은 자살사고로 인해 입원 했던 207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입원 당시부터 1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퇴원 후 자살로 사망한 14명은 비자살자들에 비해 입원 당시 절망감 척도가 유의하게 높았 음을 발견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개 문항으로 구성된 절망감척도는 최저 0점부터 최대 20점까지 점수가 나오는데, 자살 사망자들 가운데 91%가 절망감척도 에서 1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또한 우울증으로 외래 정신치료를 받았던 1,958명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자살로 사망한 환자는 17명이었고, 그 중 16명은 내원당시 절망감척도 점수가 9점 이상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 구결과들은 절망감이 자살을 예언할 수 있음을 제시해주었다(Beck, Browon, Berchick, Stewart, 1990). 그 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절망감은 자살을 예측해주는 강력한 요인이며, 특히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절망감이 자살의 강력한 예측변인이라 는 점이 제시되었다(Dahlsgaard, Beck, & Brown, 1998, Wenzel, Berchick, Tenhave, Halberstadt, Brown, & Beck, 2011). 한편 절망감을 사회적 절망감과 전 반적 절망감으로 구분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절망감은 자살사고와 상관성이 있는 반 면, 전반적 절망감은 상관이 없음을 밝히면서 절망감을 세분화할 필요성을 제기하 기도 하였다(Heisel, Flett, & Hewwitt. 2003).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Beck의 인지행동 자살이론에서는 절망감, 즉 미래 에 대한 부정적 기대가 자살의 결정적인 지표가 된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절망감이 우울증보다 더 강력한 자살 예언변인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해주었다. 자살의 절망감 이론은 30년 이상 진행되었던 연구들을 통해 이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들 을 축적해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힐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제기되는 문 제점은 절망감에 대한 정의가 미래에 대한 절망감 이라고 넓은 의미로 정의될 뿐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절망감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절망감이 자살의 결정적인 인지요인이라면 절망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왜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살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살이 진행되는 심리적인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으 며, 절망감 이외 다른 심리적 구성개념(심리적 요인) -예를 들면 좌절감, 분노감 - 35 -
등-과 자살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 라 자살과 절망감 또는 자살과 다른 심리적 요인과의 관련성에 대해서 밝혀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Beck의 연구에서는 정신과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임상집단이 아닌 정상집단의 자살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절망감 이론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인지행동 자살 이론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새로운 인지행동치료가 요구되고 있 다(Wenzel & Beck, 2008). 2) 자살의 인지적 모델 - 넓은 조망에서의 인지적 자살이론 - 자살의 인지적 모델(Wenzel & Beck, 2008)에서는 Beck의 절망적 인지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선행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자살의 취약성이나 위험요인들을 종합 함으로써 넓은 조망에서의 인지적 자살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즉 개인의 성향적 취 약성,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 자살행동 관련 인지적 과정을 연결하면서 설명되 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자살의 인지적 모델은 Beck의 절망감 이론보다 넓은 조망 에서의 인지적 이론, 또는 통합적 입장에서의 인지적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한 자살의 인지이론은 자살에 이르는 인지적 과정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과정 중 심적 인지적 이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자살의 인지적 이론에서는 성향적 취약성,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 자살행동 관련 인지적 과정을 종합하는 입장에 서 설명되어진다. 지금부터 살펴보게 될 자살의 인지이론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서 설명된다. 첫째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 중심으로 설명되고[그림 6], 둘째 자살의 인지적 과정을 중 심으로 설명된다[그림 7]. 이제부터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설명되는 자 살의 인지적 과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⑴ 성향적 취약성 중심 인지적 과정 자살의 인지이론의 첫 번째 내용은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이 스트레스와의 상 호작용으로나 또는 그 자체적으로 자살의 인지과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과정이 [그림 6]에서 제시되고 있다. - 36 -
[그림 6]자살의 인지적 모델 :성향적 취약성 중심 [그림 6]에서는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자살의 인지적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살에 취약한 성향(성향적 취약 성)을 지니고 있을 경우 이러한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에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 성향적 취약성과 스트레스의 상호작용으로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이 일어난다 (1). 또한 스트레스가 가해지지 않은 경우일지라도 성향적 취약성을 갖고 있을 경 우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이 일어난다(2). 부연하자면,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 은 스트레스가 가해지거나 그러지 않거나 간에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을 일으 키게 된다.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은 자살에 이르는 인지적 과정(자살 관련 인 지적 과정)을 강화시킨다(3). 두 번째 경로에서는 성향적 취약성을 갖고 있는 개 인에게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과 스트레스와의 상호작용으 로서 자살 관련 인지적 과정이 일어나게 된다(4). 또한 스트레스가 발생되지 않은 경우에도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자살 관련 인지적 과정이 발생되기도 한다(5). 마지막으로는 정신장애 관련 인지적 과정으로 인해 발생되거나 성향적 취약성으로 인해 발생된 자살에의 인지적 과정이 자살행동을 일으키게 된다(6). 이상과 같이 성향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성향적 취약성에 따라 자살의 인지적 과 정이 어떻게 발생되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제부터는 자살의 인지적 과정을 촉 발시키는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1 자살에 취약한 개인적 성향 (자살의 성향적 취약성) 성향적 취약성이란 개인의 지속적인 특성이 취약성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의 미한다. 자살행동에 대한 성향적 취약성에는 충동성, 문제해결능력 결여, 과잉일반 - 37 -
화 기억방식, 부적응적 인지스타일, 성격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성향적 취약성이 자 살행동이 발생될 가능성을 높혀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각각의 성향적 취약성에 대 해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충동성이 높은 개인들은 자살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살의 취약성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충동성은 자살 취약성으로 수용되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충동성의 조작적 정의가 정확하게 내려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이다. 충동성은 계획성의 결핍 또는 억제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정 의되고 있고, 자살자들은 이 2가지 충동성 가운데 한 가지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계획성의 결핍이나 억제하지 못하는 경향성은 서로 다른 구성개념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충동성의 어떤 특정한 기제가 자살 위 험성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못하고 있으며, 충동성은 공격성이나 분노 등 넓은 의미의 구성개념의 하위 개념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둘째 문제해결 능력 결여에 있어서는 자살 충동 경험 집단은 자살 충동 비경험 집단에 비해 문제해결책을 더 적게 제시하거나 대안적 해결방식을 더 적게 사용하 며 제안된 해결책에 대해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는 경향성이 높음이 보고되어 왔다. 또한 자살 충동 집단은 비충동집단에 비해 문제해결 전략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문제해결능력 역시 조작적 정의가 합의되지 못하고 있고, 문제해결의 하위 유형이 밝혀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는 상황이 다. 셋째 과잉일반화 기억방식을 지닌 개인들은 그들의 과거 기억들로부터 특정한 개별적인 기억을 회상해내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 어떤 특정한 기억을 회상해내 도록 요구받으면 이런 기억방식을 지닌 개인은 특정 사건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유 사한 사건들을 요약한 비특정적인, 즉 모호한 기억을 회상해내는 경향이 있다. 이러 한 인지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경우 특정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단이나 의사결정과 관련되는 특정 기억을 회상해내지 못하 게 된다. 자살 충동을 지닌 개인들은 기억의 과잉일반화 경향성으로 인해 고통 상 황에 직면했을 때 도피할 방법이 없었던 과거 경험을 과잉 일반화함으로써 현재 상 황에 대해서도 과장된 절망감을 경험하게 된다. 넷째 성향적 부적응적 인지스타일(traint-like maladaptive cognitivestyle)이란 비특정적인 인지적 왜곡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이분법적 사고, 흑백논리, 사고의 비약, 과장된 사고 등 특정한 사건 내용과 상관 없이 개인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지적 과정에서의 오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기억에 저장된 내용을 바탕으 로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나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되는 것이 - 38 -
다. 구체적으로는 우울증을 앓는 개인은 긍정적 정보는 무시하고 부정적 정보를 선 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선택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인지스타일은 외부 자 극의 의미가 현저하게 과장되거나 왜곡됨으로써 현실 적응이 어렵게 만든다. 다섯째 자살 행동에 취약한 성격은 기질적인 취약성으로서 자살에 영향 미친다. 예컨대 신경증, 정신증, 내향성 등 선천적으로 기질적 특성이 자살에 취약한 특성으 로 알려져 있고, 자기 비난, 새로움 추구, 피해 회피, 냉소, 예민함, 의존성, 수동성, 따뜻함이나 사교성, 긍정적 정서의 감소 등 특성들도 주목되어 왔다. 또한 경계성 성격장애, 완벽주의 성향 역시 자살 취약성 성향으로 지적되고 있다. ⑵ 자살에 이르는 인지적 과정 자살의 인지적 이론에서는 자살의 인지적 구조와 자살의 인지적 과정을 연결 하여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자살의 인지적 구조는 절망감이다. 절망감이 란 미래에 대한 부정적 믿음으로서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바라는 사건은 일어나 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바라는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고 실패할 것이라고 기대 하도록 만드는 부정적 신념이다. 이러한 인지적 구조 외에 두 번째 다른 인지적 구조가 제시되고 있다. 즉 견딜 수 없음(unearability)이다. 다시 말하자면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자살의 인지적 구조라는 것이다. 견딜 수 없음이 자살의 인지적 구조로 포함된 이유를 살펴보면, 절망감은 치명적 자살을 시도하는 자살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자살 의도가 낮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절망감의 영향력 이 두드러지게 저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행동이 절망감으로부터 발생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인지적 구조에 의해서도 발생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 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즉 발생되고 있는 고통을 개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이르도록 스트레스가 높아질 경우 죽음에 대한 의도가 낮은 자살 행위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의 인지구조는 절망감과 견딜 수 없다는 생 각이라고 제시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자살행동으로 이어지는 자살 관련 인지과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자살의 인지이론에서 핵심 내용은 자살에 이르는 인지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살에 이르는 인지적 과정이 자살행동을 촉발하는 가장 직접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살에 이르는 인지적 과정이 [그림 7]에서 설명되고 있다. 자살 관련 인지적 과정에 대해 살펴보기 이전에 인지적 구조에 대해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그 이유 는 인지적 구조의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자살의 인지적 구조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 39 -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적 구조란 개인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저장하는 기억체계이다. 이러한 인지구조는 과거 경험의 축적물로서 외부 자극을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해석하며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인지적 구조는 크게 두 가지 측면, 즉 ⑴ 인지적 구조를 구성하는 내용 ⑵ 인지적 구조가 조직된 방식으로 나누 어 볼 수 있다. 인지적 구조를 구성하는 내용을 인지도식(schema)라고도 한다. 심 리적 장애를 지닌 개인들은 특정한 주체에 편향된 인지 내용으로 구성된 인지구조 (또는 인지도식)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우울한 사람들의 인지도식은 상실 실패 등 부정적 주제에 편향되어 있는데 이는 우울증을 경험하는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내준다(권석만, 2003, p.83). 앞서 설명에 따르면 자살의 인지적 구조 - 절망감 및 견딜 수 없다는 생각 -는 자살자들이 지니고 있는 핵심적인 인지적 내용이라고 바꾸어 설명할 수 있다. 즉 자살자들은 절망감이라는 인지 내용에 편향적으로 집착하고 견딜 수 없다는 생각에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연해서 설명한다면, 자살 충동을 갖고 있거나 자살 행동 을 저지르는 개인들은 절망감이나 견딜 수 없음이라는 인지도식을 특징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7]로 되돌아가서 자살의 인지구조를 지닌 경우 어떤 인지적 과정이 일어 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 7]자살의 인지적 모델 :자살의 인지적 구조 중심 - 40 -
[그림 7]에서 보면, 자살의 인지적 구조 - 특성적 절망감 또는 견딜 수 없다는 생각 - 를 지니고 있는 개인이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고난을 겪게 될 때 상태적 절 망감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특성적 절망감이나 견딜 수 없다는 생각(자살 의 인지적 구조)을 지닌 개인이 스트레스를 받게 될 때 자살의 인지적 구조와 스트 레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상태적 절망감이 발생된다(1). 상태적 절망감에 빠지 게 되면 지각적 고착이 일어난다(2). 지각적 고착이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다양 한 자극들 가운데 특정 자극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게 되고 그러한 지각에 집착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태이다. 부연하자면, 상태적 절망감상태에서 부정 적, 비관적 자극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지각적 고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자살의 인지적 구조 - 절망감, 견딜 수 없다는 생각- 를 갖고 있을 경우에도 선택적 주의상태에 빠지게 된다. 즉 자살 관련 단서에 대해서만 선택적으 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3). 그 결과 지각적 고착상태에 빠지게 된다(4). 지각적 고착이란 지각적 집착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태이다. 말하자면 다양한 자극 상황 가 운데 부정적이고 불행하고 가망이 없는 단서에 대해서만 주의를 기울이는 고착상태 [그림 7] 자살의 인지적 과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살의 인지적 구조 -특성적 절망감 및 견딜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스트레스와 상태적 절망감 이 선택적 지각을 자극하고 그 결과 주의 고착(attentional fixation)이 일어나게 하 는데 상승적 효과를 미치게 되고 그 결과로서 죽고자 하는 의욕과 자살사고가 일어 나게 된다. 이러한 자살사고가 인내의 한계(역치 2) )를 넘어설 경우 자살행동이 일어 나게 된다(그림의 하단 부분). 자살의 인지이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개인의 성향적 취약성, 스트레스에 의해 상태적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자살의 인지과정이 발생되는데, 자살의 인지적 과정은 상태적 절망감에 의해, 인지적 구조 -특성적 절망감 및 견딜 수 없다는 생각-에 의해 선택적 주의지각상태를 거쳐 지 각적 집착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자살과 관련되는 단서에 벗어나지 못하는 자살사고 에 빠지게 되면서 자살행동이 일어나게 된다. 2. 자기로부터의 도피 자살이론 Suicide as escape from self Baumeister(1990)에 의해 제기된 자기로부터의 도피로서의 자살이론은 자살에 2) 역치(tolerance)는 일정 자극 이상일 경우에만 사람들은 외부 자극을 지각할 수 있게 되는, 지각이 가능한 자극의 강도를 자극의 역치라고 한다. 자살의 인지이론에서 제시되는 인내의 역치는 인내를 감수 할 수 있는 최대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필자는 주관적으로 해석하였다. s - 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