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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전체 :7 PM 페이지14 NO.3 Acrobat PDFWriter 제 40회 발명의날 기념식 격려사 존경하는 발명인 여러분!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투자도 방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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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왔던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는 년을 거치면서 중대 고비를 맞이했다. 2009년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한-미-일의 과잉대응으로 촉 발된 위기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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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인류사회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불확실성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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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i 본 연구는 이러한 사회변동에 따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학의 역할 변화와 지원 정책 및 기능 변화를 살펴보고, 새로운 수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대학의 기능 확충 방안을 모색하 였다. 연구의 주요 방법과 절차 첫째, 기존 선행 연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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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에너지시장 전망(WEO 2014) 그림 3 지역 및 에너지원별 1차 에너지 수요 증가율 그림 4 최종 에너지 소비량 중 에너지원별 점유율 시장 전망에서 세계 GDP 성장률은 연평균 3.4% 인 증가를 선도하겠지만 이후에는 인도가 지배적인 역할 구는 0.9%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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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구번호 가구번호 - 한국종합사회조사 성균관대학교서베이리서치센터 종로구성균관로 전화


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플레이북 여기서 다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YouTube 소개 2. YouTube에서 비즈니스를 위한 채널 만들기 3. 눈길을 끄는 동영상 만들기 4. 고객의 액션 유도하기 5. 비즈니스에 중요한 잠재고객에게 더 많이 도달하기


1. 경영대학

Transcription:

PROGRAM 축사 : 정갑영 연세대 총장 기조연설 : 게렛 에반스 (호주국립대 총장, 前 외교부장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Session 1 (10:00)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기의 이해 사 회 : 송민순 ( 前 외교부장관) 발제 1 :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발제 2 : 한화 (북경대학교 교수)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실인가 신화인가? 발제 3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동북아시아 핵발전소 정책 전망 오찬 (12:00-13:00) Session 2 (13:00) : 핵무기 없는 동북아를 위한 옵션들 사 회 : 백종천 ( 前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 발제 1 :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나가사키대학교 교수) 핵 없는 한국과 동북아시아를 향하여: 행동을 위한 쟁점과 의제 발제 2 : 피터 헤이즈 (노틸러스 연구소 소장) 동북아 비핵지대를 통한 핵 위협의 종식 발제 3 : 박윤원 (KAIST 교수) 동북아의 핵안전: 대한민국의 동북아 핵안전 메카니즘 제안 Coffee Break (14:50-15:00) Session 3 (15:00)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옵션 사 회 :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원광대 총장) 발표 1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발표 2 : 문정인 (김대중도서관장), 피터 헤이즈 (The Nautilus and RMIT)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 하나 발표 3 : 강태호 (한겨레신문 기자) 6자회담은 죽었는가?

CONTENTS 3 기조연설 : 게렛 에반스 (호주국립대 총장, 前 외교부장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Session 1 (10:00)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기의 이해 27 47 49 발제 1 :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발제 2 : 한화 (북경대학교 교수)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실인가 신화인가? 발제 3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동북아시아 핵발전소 정책 전망 Session 2 (13:00) : 핵무기 없는 동북아를 위한 옵션들 63 81 103 발제 1 :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나가사키대학교 교수) 핵 없는 한국과 동북아시아를 향하여: 행동을 위한 쟁점과 의제 발제 2 : 피터 헤이즈 (노틸러스 연구소 소장) 동북아 비핵지대를 통한 핵 위협의 종식 발제 3 : 박윤원 (KAIST 교수) 동북아의 핵안전: 대한민국의 동북아 핵안전 메카니즘 제안 Session 3 (15:00)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옵션 125 157 189 발표 1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발표 2 : 문정인 (김대중도서관장), 피터 헤이즈 (The Nautilus and RMIT)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 하나 발표 3 : 강태호 (한겨레신문 기자) 6자회담은 죽었는가?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축사 안녕하십니까? 연세대학교 총장 정갑영입니다. 바쁘신 분들께서 아침 일찍부터 자리 를 함께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기조강연을 위해 멀리 호주에서 오신 게렛 에반스 호주국립대학교 총장님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 니다.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의 주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입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참으로 적절하면서도 의미 있는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번영을 위해서는 북한 핵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 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기본 전제로, 시간이 걸리더라 도 인내심을 갖고 이의 해결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만 할 것입니다. 핵문제는 단지 군사적 측면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핵 문제는 우리의 환경,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북한의 노후화된 원자로는 언제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모르는 위 험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핵은 현재 국제적인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있 습니다. 이것이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더불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과,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 그리고 원전노후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 는 우리 대한민국까지, 동북아 지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관리라는 공통의 관 심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번 학술회의의 의미는 참으로 크 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학술회의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제안된 여러 논의와 대안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평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회의 준비를 위해서 수고하신 문정인 김대중도서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에 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4년 12월 10일 총장 정 갑 영

기조연설 게렛 에반스 (호주국립대 총장, 前 외교부장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라른 쪽에 서서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게렛 에반스 (호주국립대 총장, 前 외교부장관) 먼저 저를 초대해 주신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이신 문정인 교수님과 이희호 김 대중평화센터 이사장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하게 되어 영광입 니다. 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다수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존경을 받는 아시 아의 정치인은 없을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유산을 계승하는데 이 같은 학술회의 를 지속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 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성취하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적절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들은 빠르게 잊혀지며, 마땅히 그래야 하기도 합니다. 그들 대 부분은 자국과 주변 지역, 그리고 더 넓은 세계에서 지속되는 중대한 흔적을 남긴 바 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수 세대에 걸쳐 기억되고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은 기본 적으로 두 부류에 속합니다. 역사의 바른편에 섰던 이들과 그러지 않았던 이들 입니 다. 두 부류 간의 차이란 국사와 세계사의 위중한 순간에서 링컨, 고르바초프, 만델라 와 같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거나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밀로셰비치와 같이 그러

4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지 않았던 이들 사이에 있습니다. 이는 국가 건설자와 국가 파괴자 간의 차이이자, 인 권 투사와 인권 탄압자들 간의 차이입니다. 한 쪽은 사회 구성원 하나 하나의 잠재력 을 최대로 이끌어 내고자 노력하지만, 다른 한 쪽은 그 잠재력을 짓이겨 버립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공직 생활 동안 분명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계셨던 분 들 중 한 분입니다. 그 반대편에는 박정희가 있어 그의 정보부에 의한 암살 위기가 닥쳐오기도 했었고, 전두환과 그 정권 아래에 있던 법정에 의해서는 사형선고가 내려 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께선 세 번의 대선 실패와 극적인 네 번째 성 공을 거치면서도 줄곧 용감한 민주주의의 지지자로 남아 계셨으며, 5년 간의 대통령 임기 동안 사회 경제 개혁과 개발, 민주주의의 진정한 실현을 해내셨고, 그를 탄압했 던 정권들과는 정치적인 화해마저 이루셨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동북아의 이웃 국가 들과 생산적이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통합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일궈내기 위해 노력 했던 평화의 선구자로서 역사의 바른편에 서 계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민주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았기에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신 것입니다. 여러분께 오늘 드리고 싶은 질문은 오늘날 동북아 지역, 특히 한반도에서 역사의 바른편에 서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입니다. 현 세대의 정치 지도자들이 후 세에게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진정한 평화의 선구자이자 한 국가의 파괴자가 아닌 건 설자로서 인간을 억압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 존엄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사 람의 목숨을 파괴하기보다 구해낸 이로 기억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할까요? 역사는 핵무기 획득과 유지를 추구하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억제 유용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 쪽으로 기울게 될까요? 아니면 핵무기를 세계의 무기고에서 영원히 제거해 버릴 방법을 찾는 쪽으로 기울게 될까요? 이런 의문들을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정리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동북 아시아의 일반적인 지정학에 대한 협력 안보적 접근의 필요성이고, 둘째는 핵군축을 다시금 심각하게 되돌아보며 핵무기가 진정한 안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환영을 떨 쳐버릴 필요성이며, 셋째는 한반도가 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할 필요성입니다.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5 협력안보의 필요성. 협력안보 개념이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이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국제관계를 다루는데 합리적이고 옹호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이 담고 있는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유엔 헌장 자체 내에 고유한 집단 안보 개념으로, 회원국 들 간에는 무력 사용을 금하나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 당했을 시에는 이를 원조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음은 팔머 위원회에 의해 최초로 설명된 공동안보 개념으로, 안보는 대립이 아니라 협력 할 때 가장 잘 성취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마지막인 포괄 안보 개념은 현대의 안보는 다차원적이며, 테러나 기후변화, 규제되지 않은 인구 이동, 전염병과 같은 국가안보와 인간안보 모두 에 대한 비전통적이고 초국가적인 위협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는 아무리 크 고 강한 국가도 혼자서 감당할 수 없기에 협력적인 해결책에 의존해야 한다고 설명합 니다. 실제 협력안보는 대립보다는 협상을, 억제(deterrence)보다는 상호확신(reassurance) 을, 기밀유지(secrecy) 보다는 투명성(transparency)을, 대응(reaction) 보다는 방지 (prevention)를, 일방주의(unilateralism) 보다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을 강조하는 사고방식(mind-sets)을 요합니다. 이것이 동북아시아에 적용됐을 때 여러 주요국들에 의미하는 바는 그 동안 각각이 상투적으로 내뱉어 온 메시지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기 위해 서로가 조금씩 더, 그리고 상대방보다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이는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호주에서 설명하셨던 내용과 같이 일관 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일관적인 입장은 말에서 그칠 것 이 아니라 이에 맞는 일관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시 주석은 호주 의회에서 의 연설을 통해 중국이 대국 의 지위에 올라섰는데, 많은 이들이 대국이 자신과 부 딪치지나 않을까, 자신의 길을 막거나 자신의 영역을 점령하지나 않을까 주시 하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주장한 바는, 중국은 안정 된 국내 환경과 평화로운 국제 환경을 가장 필요로 하며 동란이나 전쟁은 중국 인민 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영토 주권 및 분쟁들을 처리하기를 견지하며 역내 국가들과 선린우호관계를 원한다는 것이

6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었습니다. 모두 좋은 말이긴 했지만, 시 주석은 과연 남중국해의 약 8할이 중국의 역사적 수 역 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국제 해양법 조약에 맞는 설명을 거부하면서, 국제법을 통 해 판결을 받으려는 근본적인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중국이 과연 어떻게 이러한 목표 들을 수행해 갈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한 국가가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진정으로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고자 한다면, 그 방식에 따른 일관된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에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현실에 심리적으로 적응하고, 중국이 상호 협력에 부응해 올 수 있는 전략적인 공간을 마련해 줄 필요성을 깨닫는 것 입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 통령은 200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한 개인적인 행사에서 남겼던 말을 통해 이 같은 사고방식을 가장 잘 표현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이 가진 방대하고 압도적인 군사 경제력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두 가지 선택권을 쥐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영원한 승자로 남기 위해 쓸 수 있습니다. 혹은 우리가 더 이상 승자가 아니어서 편안하게 사는 세상을 만 들기 위해 쓸 수도 있겠지요. 이미 미국의 손아귀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절대적인 군사 우위를 고집하 거나 미국의 세계 또는 지역 패권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 니다. 방금 말씀드린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그것과 같은 언사들을 대중에게 전달한다면, 대다수가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미 중 관계의 불미스런 결말을 피하고 대타 협을 이뤄내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의 경우에서는, 냉전 직후 러시아의 국가적 수모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능숙하게 달래서 수습하는 사이에 서구는 승리에 도취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는 배제되고 새로운 공동 안보 체제(common security regime)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규칙에 기초한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7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힘을 휘두른 것에 대한 변명의 여지를 가질 수 는 없습니다. 단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과 최종적인 강력한 제재를 통해 러시아로 하여금 다시 합리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이내 러시아가 서구뿐만 아니 라 러시아의 동쪽, 남쪽과 연계함으로써 얻는 이익도 대립보다는 협력에 의할 때 훨 씬 클 것이라는 점을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 일본과 한국에 있어서 역사의 바른편에 선다는 것은, 우선 역사의 감옥에서 탈출하 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일본도 독일처럼 아시아에서의 침략 전쟁과 그들이 저지 른 만행에 대하여 온전하게 사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습니 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주기적으로 문제를 회 피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버리는 일본의 태도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과의 관계에서 역사 문제가 지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위안부 문제는 오래 전인 1993년 요헤이 고 노의 대담화를 통해 해결돼야 했으나 한일 양국 모두 그 상처가 아문 딱지를 다시 계 속 긁어내고 있습니다. 독도 혹은 다케시마 섬과 주변 해역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주 기적으로 벌어지는 분쟁 역시 법적 판결이나 공동 개발 협의 등을 통해 한참 전에 해 결됐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미 이뤄졌어야 하는 한일 동맹의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두 당사국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 전반의 맥락에서 한국과 일본이 역사의 바른편에 서는 길은, 제가 믿기에는 건전한 독립성을 어느 정도 수준 까지 발전시킴으로써, 곧 전략 지정학적으로 주요한 역학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 되는 미 중간의 힘겨루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역내 안정화를 강력하게 유지해 온 주 요인인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새로 부상하는 문제들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판단을 내리고, 양쪽 모두와 경제 정치 양면에서 깊고 다층적인 연계를 만들어 내라는 의미입니다. 각국이 어떠한 안보 위협에도 대비 할 수 있도록 자국의 방위 능력의 가능한 한 최 대로 키우는 것은 충분히 정당한 사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 본이 헌법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움직임 역시 이를 고려하여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한국 중 한 쪽이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 뻔한 전력 증강을

8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꾀하거나 대가보다 위험이 훨씬 큰 상황을 초래하려 한다면, 역사에서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편에 서 있게 될 터입니다. 두 나라 중 한 쪽이 핵무장을 하는 경우 역시 같 은 잘못이 되겠지만, 이 문제는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이 스스로를 역사의 바른 편에 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많은 이들은 북한이 방 금 설명한 협력안보 접근을 수용하길 바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며, 이를 위 해서는 사고방식의 변화 그 이상이 요구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거의 뇌 이식에 가 까울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북한을 문명화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 록 밖으로 이끌어 오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것 이상의 한반도의 미 래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에게서 그래도 협력안보 접근이 어느 정도 견인력을 얻고 있다 는 긍정적인 징표들이 상당수 보였습니다. 올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를 계기로 만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덕분에 일주일 후 G20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됐고, 이는 기후변화 논쟁의 역학관계를 바꿀 정도의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이것이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냉랭했던 미 중 관계의 해빙을 알리는 서곡이 되기를 희망할 따름입니다. 실제로도 최근 몇 년 사이 비공식적으로는 사실상 많은 대화가 오간 만큼 향후 양국 간의 고위급 전략 대화를 상당량 늘여가면서 말입 니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또한 일본과 중국이 화해를 향한 아주 중요한 발걸음을 떼 는 것이 목격됐는데, 이는 적어도 센카쿠 또는 댜오위다오나 다른 오래된 문제들을 둘러싸고 쌓여왔던 격한 긴장관계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 중 관 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경제적으로 양국이 급격한 속도로 가까 워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정치적으로도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올 7월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사례만 봐도 그러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주요한 양자관계로 남아있는 한 일 관계는 생각만큼 가깝거나 협력적이지 않아 주변국들에 계속해서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과 일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9 본은 제가 앞서 말씀 드린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형성된 국가 정서를 고려해 조심스 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간의 완전하고 포괄적인 관계 회복이 불러올 이익은 어떠한 위험도 상쇄할 수 있으며, 역내 안정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북한 관련 문제들을 처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 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간 원자력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했던 아시아의 원자력 공동체(Asian EURATOM)와 같은 구체적인 동북아 지역 내의 프로 젝트들을 진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 일 양국이 최근 몇 달간 이러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은 징후들이 그간 있어 왔습니다. 이보다 더욱 지속력 있고 커다란 노력이 더해진다면 훨씬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 제가 설명했던 협력안보 접근을 적용하는데 있어 핵 군비 통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 는 없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여러 주요국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 풀리지 않는 긴장의 본성과 강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핵무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할 것 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핵무기, 특히 이를 통한 핵 억지력을 둘러싸고 존재 하는 오래된 사고 방식이 동북아에서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것은 아직도 이 지역의 많은 정책결정자들을 사로잡힌 것으로 보이는 냉전 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핵무기가 안정화 역할을 해주던 과거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핵무기에 대한 반론은 핵무기가 사람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단순히 말하자면 핵무기는 인류의 발명품 가운데 가장 무분별하고 비인간적인 무기이 며, 어떤 상황에서 이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는 공통된 인간성에 대해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도전이 됩니다. 핵무기는 또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대한 위협 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인도 파키스탄 지역의 핵전쟁(nuclear exchange) 조 차도 이후에 벌어질 핵겨울(nuclear winter) 현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사망자만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나오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변덕스러

10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운 양국 관계를 감안할 때 그들 사이의 핵전쟁 가능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시나 리오입니다. 핵무장을 고집하는 정책결정자들도 이 모든 것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심지어 몇몇은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억제책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한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전략에 대한 반론을 들며 핵무기에 대한 진실 을 납득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사실 평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핵무 기는 기껏해야 아주 약간 유용할 뿐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소용이 없다는 사실 입니다. 공격을 당해 보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이를 사용할 의도가 없다 해 도, 핵무기 비축량을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수반한 사업임에 다름없습니다. 핵무기의 유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핵무기가 가져다 줄 이익은 무시해도 될 정도 로 미미하며, 오히려 위험이 이를 훨씬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자 녀들과 지구의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여전히 풍부한 양의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그저 우리의 정책결정자들의 머리에 주입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핵무기가 가진 위험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겠습니다. 핵무기가 냉혹한 공격을 목적 으로 의도되어 쓰일 가능성이 극히 미미하다 하더라도, 한 순간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얼마의 양이든지 핵무기가 유 지되는 동안에는 사고나 잘못된 계산, 시스템 오류나 방해 공작 등의 사고로 인해 핵 전쟁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실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핵전쟁은 모두가 알다시피 이 지구의 모든 생명에게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올 것입니다. 핵 억지 력의 유용성은 그것이 무엇이라고 간주되든 간에, 안정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다 는 핑계로 만들어진 극도로 빈약한 논리적 기반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언제나 있어왔고 지금도 존재하는 위험은 주로 압박감에 시달린 사람이 저지른 한 순간의 실수나 오판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사전달(여기서는 사이버 무기의 복잡함이 결합된 위험), 전혀 해가 없는 사건을 위협으로 잘못 읽는 기본적인 시스템 오류에 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5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데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지만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11 이는 노르웨이의 과학 로켓 발사였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미 소 양쪽의 지휘통제시스템이 고도로 복잡한 것으로 여겨졌고, 실제로도 오늘날 의 잠재적인 핵 경쟁국들 사이에서보다 더 복잡했던 냉전 시기에 대한 많은 기록들은 당시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자주 세계가 주기적으로 재앙에 가까이 갔었다는 사 실을 드러냈습니다. 거의 70년간 세계가 핵무기로 인한 재앙을 피해온 것은 선한 정 책이나 관리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순전히 운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위험 들은 핵무장 국가들이 자국 핵무기를 경보 즉시 발사(launch-on-warning) 의 위태 로운 상태로 유지할 때 급격하게 악화되는데, 냉전이 종식된 지 20년도 더 지난 지금 도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고의 약 1,800개의 무기들이 여전히 그러한 상태에 놓여져 있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기술 개발들은 과거에 내려졌던 결정들을 쓸모없게 만들지도 모릅 니다. 특히, 장거리 공격용 차세대 재래식 무기들이나 미국이 개발을 고집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정책결정자들을 애먹이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 등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위 력도 강하여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자국의 보복이나 반격 능력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 어 불안해지게 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나라들이 먼저 공격을 감행해 버리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들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려는 마음을 갖 게 되면서 새로운 핵군비 경쟁이 시작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들의 규모를 감안할 때, 과연 핵무기를 옹호하는 주장에 실린 어떤 힘 이 그렇게 많은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 힘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 입니다. 핵 억지력의 유용성에 대한 주요한 주장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 통 억지력이 가진 것으로 보이는 힘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장 흔한 주장은 핵무기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전쟁을 억지해왔고, 계속해서 억지 할 것이라는 점 입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핵 공포의 균형이 냉전 기간 동안 평화 를 유지했고, 그 이후로도 인도와 파키스탄, 인도와 중국, 중국과 미국 등과 같이 잠 재적인 적대국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그런 역할을 해왔다는 말입니다.

12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상대방이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잘 통하고,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도 미 소 양쪽이 스스로 무기를 내려놨던 것처럼 핵무기의 실제 사용에 대한 공포는 누가 봐도 결정적인 요인이긴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핵무 기의 영향력은 꽤 과장된 것입니다. 냉전 기간 중 어떤 상황에서도 소련이나 미국 한 쪽이 무자비한 전쟁을 시작하려 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상대방에게 핵무기가 존재했 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증거 또한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 강대국들이 상대방이 살상 능력이 어마어마한 무기(1939년 이전의 경 우에는 화학, 생물 무기도 포함)들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쟁을 감행했다는 사 실을 알고 있습니다. 도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민간인의 희생이 따른다는 경험, 또는 그럴 것이라는 예상조차 과거의 지도자들이 한 발 물러서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이 일본으로 하여금 평화를 지향하도록 이끈 주요 원인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이제 자명합니다. 소련이 같은 주에 전쟁을 선 포한 것이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강력한 역사적 증거입니다. 이 원폭 사 례는 전쟁을 억지하려던 것보다는 오히려 당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사용됐던 것으 로 맥락은 좀 다르지만, 요점은 극한의 살상 능력을 가진 핵무기 공격의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정책결정자들에게 있어서는 보통 예상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고려되 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더 중요한 요인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1945년 이후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던 그 동안의 긴 평화(Long Peace) 가 유 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무엇보다 한 가지 깨달음으로 인해 강대국들 사이에 전쟁 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깨달음이 앞으로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것 입니다. 이때 깨달음이란 인류가 2차세계대전을 통한 경험과 그 이후로 급격한 기술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어떤 전쟁이든 발발하게 되면 초래될 믿을 수 없 이 끔찍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오늘날의 세계처럼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사회 에서는 전쟁이 불러올 피해 손실이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훨씬 능가할 것이 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13 핵무기의 전략적 유용성에 대한 이와 유사한 것으로, 핵무기가 대규모의 재래식 무 기 공격을 막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핵무기가 없는 나라들이 핵보유국 들을 직접 공격했거나, 핵무기 보유국들의 개입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쟁이 억지되지 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예는 한국전쟁에서 베트남전쟁, 욤 키푸르 전쟁, 포클랜드 전 쟁, 두 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제1차 걸프 전쟁 까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각각의 사례에서 전쟁이 결정될 수 있었던 원인은, 핵무기 보유국의 존폐 여부가 위태롭지 않은 상황에서 핵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금기 때문에 핵 보복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북한을 포함한 몇몇 작은 나라들은 소량의 핵무기를 통해 자국 정권을 교체하 려는 외부의 개입을 궁극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은 제대로 된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닙니다. 사용되는 순간에 자국을 자멸로 이끌 것이 명백한 무기는 믿을 만한 억지력이 아니며, 보복을 위해서 이용하려 할 때 이를 뒷받침 해줄 기반 시설 (예를 들어 미사일 잠수함과 같은) 이 없는 경우에도 마 찬가지입니다. 북한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이란 그 동안 계속해 서 그래왔듯 서울과 그 주변을 겨냥한 재래식 포탄 공격을 감행할 능력 정도일 것입 니다. 핵무기를 지지하는 이들로 내세우는 오래된 주장을 우리는 요즘 다시 듣고 있습니 다. 우크라이나가 만약 소련이 해체된 이후인 1994년에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과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만약 그 가 도네츠크나 그보다 더 서쪽으로 탱크를 밀어붙여 나갔어도, 여전히 미국은 우크라 이나가 핵으로 러시아에게 반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증거들은 핵무기가 단순히 현실 세계에서 안정화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 력하게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핵무기의 의도적 사용에 따르는 위험이 너무 크고, 핵무 기를 사용하는 것이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모험적 행보들을 억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핵무기가 오늘날의 사 태에 더했을 것은 오산, 오판, 실수와 같이 시스템 오류나 인적 과오에서 초래될 또 다른 잠정적 위해(hazard) 뿐입니다. 이것들은 핵무기를 보유한 주체라면 누구와도 연 관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14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1999년 파키스탄의 카르길 전쟁이나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천안함 침몰사건 등에서의 사례처럼, 양쪽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상호간에 억제 요소로서 작 동하기 보다 오히려 상대가 감히 핵으로 보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 없이 작은 규 모의 군사 행동을 감행하도록 해준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작은 규모 의 군사 움직임에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보수 진영이 가졌던 핵무기의 부재 는 세계가 마음 놓고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라는 기조 보다, 사실 핵무기의 존재 가 세계로 하여 금 마음 놓고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전쟁을 하게 해준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 다. 안정적인 핵 균형(nuclear balance) 상태는 오히려 핵무기가 제공하는 보호막 아 래서 오히려 마음 놓고 폭력적이 되도록 해준다는 개념인 안정/불안정 패러독스 (stability/instability paradox) 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와 이론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 다. 앞서 한 모든 이야기들의 요점은 핵무기가 본질적으로 사용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 다. 그리고 주요 국가들이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는 않아도 핵 억지력은 흔히들 예상하는 그런 힘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군 지휘관들은 이미 오랫동안 작전계획이나 실행 전략에서 모두, 특히 피해를 입을 국가 또는 해당 지역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상당한 장애물을 먼저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 왔습니다. 이 실질적인 장애물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이성적인 정책결정자들 조차 한 국가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지 않은 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당연시되는 규범적 금기(normative taboo) 에 부딪힐 것이라는 사항을 심각하게 고민 해야 합니다. 핵무기의 파괴력이 과거에 목격되었던 그 무엇보다도 훨씬 광대하다는 것이 충분히 인식되기 시작한 1950년대 초반 이후, 스스로를 문명화된 국가로 보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인식 되기를 원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있어 핵무기의 의 도적인 사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돼 왔습니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대통령 모두 한국전쟁, 타이완 해협 위기,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핵무기를 투 입하자는 군의 충고를 거절하였고, 이 같은 금기가 가졌던 힘은 이후로도 더욱 커졌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15 습니다.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조차 미국이 한국이나 베트남에서, 혹은 타이완 문 제를 이유로 중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오늘날 세계 여론으로 봐서는 우리 가 끝장날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핵무기에 관해 이야기 할 때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역 사의 바른편에 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또 다 른 주요 동맹국인 일본에게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선,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유혹 에 조금도 굴복하지 않는 것일 겁니다.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정몽준 같은 몇몇 공 인들의 지속적인 열망이나 반핵 정서가 역사적으로 훨씬 강한 일본에서 나타나는 것 보다도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보이는 여론조사의 결과에도 상관없이 말입니 다. 핵무기 보유의 길을 가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하에서의 엄숙한 조약 의무를 파기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을 불러올 것이며, 또한 제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실제로는 사용할 수도 없는 무기 체계를 만들기 위해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쓰 는 것입니다. 동시에는 제가 앞서 말씀 드린 모든 위험을 안고 가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모든 국가 안전 보장을 얻고 있는 상황에 서는 그럴만한 상상 가능한 이유가 (전혀) 없는 일입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같은 저의 주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 며, 언젠가는 미국 또한 핵무기를 폐기하게 되기를 바라기도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한 국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군사적 위협을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느끼는 한국과 일본, 저의 조국인 호주를 포함해 이 지역과 유럽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으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실제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미국이 가진 이례 적으로 어마어마한 재래식 군사력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소위 말하는 핵우산보다는 미국의 재래식 우산(conventional umbrella)이 적대국의 재래식무기나 화학-생물 무기, 심지어 핵무기에 의한 어떤 상 상 가능한 만일의 위협에도 대비할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 다.

16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이 같은 재래식 보호(cnventional protection)의 현실은 우리들과 같은 미국의 동맹 국들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기 위해, 핵무기 없는 세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조국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국들 중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현재 보호받고 있거나 보호받는다고 믿는 나라들이 우리의 보 호막에서 핵무기의 역할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북한, 또는 그 어느 누구의 손아귀에서도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로 하여금 만일의 핵 위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하 길 바라는 마음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말했듯이 개인적으로는 핵 억지력의 유용성이 지독하게도 과장됐다고 믿지만, 그런 제 자신 조차 핵 공격에 대 응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감행할 능력이 있다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 그 리고 만일의 핵 위협 사태를 방어하기 위한 미국 핵우산의 유용성을 지속성 덕분에 각국이 스스로 핵 무력을 키우자는 목소리를 줄일 수 있는 정치적인 중요성은 인정해 야 합니다. 그러나 비 핵전력을 통한 만일의 위협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것이 화학 생물 재래식 사이버 무기 중 어떤 것을 이용한 것이든지간에 확실히 이 때는 우리 모두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 가 합리적으로 기대고자 하는 미국의 도움 외에도, 그 만일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 든지 간에 우리에게는 재래식 전력을 통해 언제든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제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비핵 전력을 통한 만일의 위협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핵을 사용하지 않고서 대처 할 수 있는 집단 대응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을 선택지에 올려놓고 있 는다면, 우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기여하는 것이 없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복하지만, 확장 억지력 (extended deterrence)이 꼭 핵을 이용한 억지력(extended nuclear deterrence)을 의미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 핵무기 보유의 유일한 목적 은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 뿐, 그 외에는 없다는 내용의 선언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17 가 주기를 원했습니다. 이 같이 분명한 표현은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 (No First Use) 는 선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로 향해 나가는 길이 되었을 것이며, 핵무기 폐기 에 이르는 막중한 정책 전환이자 결정적인 중간 기착지가 되었을 것입니다. 2010년 미국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 를 위한 사전 준비 과정 에서도, 당시 호주의 노동당 정부는 유일한 목적 이라는 표현을 승인할 수 있음을 시 사했고, 일본에서는 당시 민주당의 가쓰야 오카다 외무상은 2009년 힐러리 미국 국무 장관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조심스레 그 같은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말씀 드리기 유감스럽지만 이 모든 노력은 군이 주도했던 한국과 중동부 유럽의 상 당수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의 거부로 인해 중단됐습니다. 2010년 미국 NPR은 이 문 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 없이 미국이 핵공격 억지가 핵 무기의 유일한 목적이 라는 정책을 현재 채택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런 정책이 무사히 채택될 수 있는 여건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라며 끝을 맺었을 뿐입니다. 이후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감행한 러시아의 모험적 행보 때문에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더 작은 핵우산 아래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설득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 동북아 지 역에서 고조된 중국이나 북한과의 긴장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핵군축에 이르는 길에서 뻔한 언사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 도입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그 길을 트면서 보다 강력하게 헌신하며 나아간다면, 결국에는 이것 이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바입니다, 문제가 많은 지역에 있는 나라들보 다 차라리 호주 같은 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더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진정으로 믿는 것은 만약 우리가 미국 핵무기 보유의 유일한 목적 이 핵 공격 억지라는 선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고 외치며 모 두 함께 행동한다면 핵군축에도 훨씬 방대한 추진력이 가해질 것이란 사실입니다. 미 국에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 (No First Use) 는 입장을 수용하라고 더욱 명쾌하게 요구한다면 이는 더더욱 좋을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는 그 동안 안전 보장을 위해 핵무기에 의존하는데 대해서 다른 이들이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우기며 위선적이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런 태도를

18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계속하는 것은 확실히 핵무기 확산 방지라는 아젠다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핵무기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직면하게 될 그 끔찍한 위험들을 줄이는 비법이 될 수도 없습니다. 이제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할 때입니다. 핵으로부터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에 도달할 필요성 이제 얘기를 핵으로부터 자유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가능한 한반도에 어떻게 도달하 는가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으로 옮겨보면, 우선 남북 관계에서 세 가지의 정책 목표 와 각각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들을 구분하여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 가 있습니다. 이때 한 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수립된 전략이 다른 목표들과 상충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해야 합니다. 세 가지 목표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첫째는 한국과 북한 사이의 충돌을 피하고 평 화 통일을 향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되돌려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며, 셋째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옹호될 수 없는 인권 침해와 잔혹한 범죄 행위들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포진해 있 는 서로 다른 세력들은 각기 이들 목표 가운데 자기가 기대하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 이 있습니다. 또한 목표를 실행에 옮기는 것과 관련해서도 제재와 같은 채찍을 사용 할지, 아니면 여러 가지 포용 전략으로 이뤄진 당근을 내밀지에 대해 강조하는 바가 서로 다릅니다. 중국은 부전( 不 戰 전쟁 방지), 불란( 不 亂 혼란 방지), 무핵( 無 核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남북통일의 전략적 실행에 대해서 (비록 지금은 예전보다 덜 하지만) 염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권 유린에 관해서는 크게 동요되지 않는 편입니다. 서방은 앞선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지지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인권 침해의 경우는 마이클 커 비 전 호주 대법관이 주도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며 더 이상 이를 무시할 수 없어 비교적 최근 들어 목록에 추가된 것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당연히 세 가지 목표 모두에 대한 지지가 존재하지만, 우선 순위나 실행 방법 등을 논의할 때 어떤 목표에 더 중점을 두느냐를 두고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시간이 갈 수록 보수와 진보 정권 간의 차이가 더욱 극명해져 왔습니다.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19 사실 이 세 가지 가닥을 제대로 구분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인데, 북한이 이것들을 한데 섞어 버리려고 의도할 때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집니다. (지난 달 북한은 유엔 총 회 인권위원회에서 유엔 안보리에 북한을 국제형사법정에 회부하도록 권고한 데 대한 보복으로 또 다른 핵실험뿐만 아니라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며 위협을 가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핵 문제와 핵과 무관한 문제들을 가능한 한 따로 구분하여 봐야 한다 는 최근 스탠포드 대학교 아태연구소의 한 훌륭한 연구 결과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잠깐 말씀 드리자면 저는 이 연구를 한국 국회에도 소개해서, 다소간의 초당적인 지 지를 얻어낸 바 있습니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뤄 내는 문제와 관련하여, 호주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일정 정도 참여하게 됐었던 1994년 북미 기본합의(제네바 합의) 관련 협상들에서 좌절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 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 첫 번째 합의의 파기가 전적으로 북한의 탓이라는 데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해왔다는 믿음에 약속 했던 중유 제공과 경수로 건설을 꾸물거린 것은 우리 쪽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외교적인 궤도는 다시 형성됐지만,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의 2002년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 때문에 즉각 다시 무너져버렸습니다. 이후의 사건 진행 과정은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NPT 탈퇴가 확정 된 2003년 이래 적극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개발과 실험을 감행해 왔으며, 현재는 적어도 10개 정도의 폭탄을 보유하면서 이를 장거리로 발사할 수 있는 수준에 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6자회담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은 2009년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북한은 모두 가 이미 지겨울 정도로 익숙해진 극도의 호전적인 태도를 주기적으로 보여와 현재 상 황은 훨씬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희망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북한 정권이 현재 보유하고 있 거나 미래에 만들지도 모르는 핵폭탄들이 결코 공격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 때문은 아니라고 믿는 것이 순진한 생각이라고 여기지도 않습니다. 북한은 변덕스럽고, 무책 임 한데다가 아주 불편한 상대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몰이성적인 존재는 아니어서

20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그들도 한국이나 일본,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가적 자살이라는 사 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외부 공격을 억지하고 대내적으로 정권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자신의 전력을 협상 카드로 이용한 적이 있으며, 북한이 외교 관계 정상화와 제재 완화, 적절한 경제적 지원 등을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전 보장을 대가로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면,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접어드는 상황도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어떻게 이 협상을 시작하고 우리는 그때까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택한 기본적인 입장은 본질적으로는 구식의 봉쇄와 억제(containment and deterrence)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로 대변됩니다. 미국은 6자회담을 비롯한 어떠한 틀 안에서도 북한과 협상하기를 꺼려해 왔는데, 이 는 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북한 에게 핵보유국이라 주장할 여지를 조금이라도 주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 기도 합니다. 봉쇄와 억제(containment and deterrence)는 이를 뒷받침하는 조치인 제재나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 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PSI)과 더불어 절대적으로 정당한 전략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협상을 향한 문을 열어 놓겠다는 진지한 의지가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내버려두는 것 은 위험합니다. 그러는 동안 북한이 핵 전력을 늘려갈 뿐만 아니라 의도적 사용이 아 니더라도 이미 앞서 논의했던 핵무기가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인적 시스템적 오류나 오산, 오판과 같은 모든 위험들이 따르게 됩니다. 특히 한반도와 같이 상황이 시시각 각 변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6자회담은 이 같은 협상에 있어 최상의 매개체 이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하나로 단합하여 조건 없는 회담 재개를 위한 자세를 유 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자국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일일 것입니 다.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21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면 다른 꼭 필요한 조각들을 어떻게 맞춰갈 지에 대해 다양 한 예상도 가능해집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인 모턴 핼퍼린은 가장 포괄적이면서 도 제게는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접근법인 동북아시아 포괄적 평화 안보 협정 (Treaty on Peace and Security in North East Asia)을 제안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전 쟁의 전쟁 상태 종결, 안보에 관한 항구적 협의체 설치, 상호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선언, 원자력 및 기타 에너지 기술에 관한 규정 등과 가장 야심차게는 동북아시아 비 핵무기지대를 창설하는 내용의 항목들이 들어있었습니다. 비핵무기지대와 관련, 만약 한국과 일본의 비핵화 조처가 효과적으로 시행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비한 적 절한 보호가 주어질 것입니다. 이 같은 계획들은 정치적인 의지가 더해진다면 완전히 불가능할 일만도 아닙니다. 이때, 정치적 의지란 오직 우리가 그 본심을 진지하게 심판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더욱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한반도: 핵 문제에서 앞장서는 주요 국가들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6자회 담 참가국이라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킬 전략에서 앞장서고 최종적인 통일을 향해 움직일 당사자는 당연히 대한민국 스스로입니다. 이에 관해 제시된 최선의 방법 들 가운데 제가 본 가장 깊고 종합적인 제안은 스탠포드 연구소의 신기욱, 데이비드 스트로브, 조이스 리가 발표한 맞춤형 포용정책 (tailored engagement) 이었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여야 정치권의 존경을 받고 전문성과 책임감이 있는 인물로 하 여금 (대북)정책 결정을 전담하여, 통일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해 가면서 실질적인 남북의 포용 범위를 넓히는데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포용정책을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분야에서 시작해 스포츠에서부터 식량까 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교육 및 문화교류, 무역과 투자를 통한 경제협력 (국제 제재 움직임을 다소간 거스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북한의 인프라 개발협력으로 이어 지는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새롭고 더 밝은 국면으로 들어서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수적으 로 선행되어야 하는 조치는 2010년의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2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천안함 침몰에 대해 타당하고 상응하는 조처로서 남북간의 경제 교류를 전면 중지시 킨 바 있습니다. 그러나 5.24조치의 영향 때문에 앞서 제시된 맞춤형 포용정책 접근 법의 대부분의 요소가 실행 불가능한 상황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구축 (trust-building)이나 단계적 신뢰 구축(step-by-step confidence building) 등을 시행 하는 길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희망컨대 박근혜 정부가 이런 관점에서 약간의 양보를 통해 스스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게 되길 바랍니다. 북한의 끔찍한 인권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새로이 주목한 것에 대해서, 앞선 몇 달간 유엔 결의안을 유예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했던 북한은 확실히 민감하게 반응하 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북한을 포용하려는 시도는 분명 북한을 압박해야 하 는 현재 상황과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의 대답은 또 다시 말씀 드리지만 스탠포드 대학교 아태연구소의 세 분이 제안했던 포용 정책으로, 한국은 인권 침해와 관련된 사항은 국제적으로 논의되도록 하면서 적절한 결의안들을 지지하기를 주저하지 말되, 내부적으로는 인도주의적 지원 등 인권적으로 필요한 다른 원조를 제공해 나가면 됩니다. 한 쪽에서 북한이 심각하게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멈추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 도록 압박을 가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동시에 다른 한 쪽에서는 건설적인 여건을 만 들어내고 북한을 포용하여 평화로운 통일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뢰와 자신감을 쌓을 정도의 경제와 여타 관계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모순적인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또한 원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필요사항들을 조정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압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진전이 보이는 듯 싶으 면, 북한의 또 다른 도발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릴지 모 르는 위험 역시 언제든 존재합니다. 그러나 종국에는 모든 목표들이 하나로 수렴될 것입니다. 한국과 자신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프로젝트들을 진행중인 북한이 자기 보호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점차 거두거나, 혹은 바라건대 자국민들을 억압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여긴다면 말이죠.

기조연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하여: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23 이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움직인 비전이었으며 그는 그 어떤 지도자보다도 남북 분단 상황에서 가교로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의 꿈이었던 남북 통일은 우리 모 두가 함께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모든 의미에서 평화를 향한 진정한 선구자이 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만도 않았습니다. 그의 이상과 낙관 은 순진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햇볕 정책은 남북한의 정부와 국민들 이 직접 접촉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함을 깨달았던 그가 포용과 격려를 실용적으로 녹 여 만든 것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협력 안보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했습니다. 그 는 평화를 만드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우리가 원하기 때문이 아니 라 그 과정을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 니다. 그렇다고 그는 그저 무언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일이 흘러가는 대로 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만들었고, 보상을 얻기 위 해서는 그에 따르는 위험들을 감수할 준비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하고 행동했던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그는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접근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오늘, 다시 한번 이 위대한 한국과 국제 사회의 정치인을 기념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Session 1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기의 이해 발제 1 :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발제 2 : 한화 (북경대학교 교수)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실인가 신화인가? 발제 3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동북아시아 핵발전소 정책 전망

Session 1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기의 이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Assessing North Korea s Nuclear Weapons Capability)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이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면서 그 위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였고, 2013년의 제3차 핵실험에서는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실험했다고 발표하였다. 미사일에 탑 재할 만큼 소형화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2010년에는 대규모 우 라늄 농축공장을 공개하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대폭 증가할 수 있음을 보였고, 최근에 는 새로운 유형의 핵실험 을 언급하면서 보다 진보된 핵무기 개발을 천명하기도 하 였다. 그러나 주변 당사국들을 보면, 이 국가들의 주요 관심도와 북한에 대한 이해 정도 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들이 나오는 것 같다. 미국은 국제안보와 비확산에 관심이 많고 한국은 한반도비핵화와 남북협력, 통일문제를 모두 중요하게 고려한다. 중국은 국경의 안정과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중요시하고, 북한은 체제유지와 경제 회복, 에 너지 문제 해결을 핵심으로 본다. 따라서 참가국 사이에서 북한의 의도를 오해하거나 해결방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의 실정과 능력을 좀 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본문 에서는 북한의 과학기술사와 교육사, 국가연구개발계획, 대외과학기술협력사 같은 원 전자료들을 분석해 북한 핵 개발의 역사와 능력을 재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불 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향후 전개 방향들도 좀 더 세밀히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진행

28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중인 논의들과 크게 다른 결론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실제 상황들을 귀 납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좀 더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 1. 북한의 핵개발 역사와 핵연료주기 완성 1) 일제와 소련의 영향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일제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이화학연구소(Institute of Natural Science and Chemistry, Riken)는 2차 대전 시기에 원자력에 대한 기초연구 를 수행하면서 북한의 희토류 광물을 찾아냈다. 분석 결과, 이 광물 안에 4-5% 정도 의 산화우라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 이들이 북한에서 몇 톤의 광물을 생 산한 후 인천항으로 반출을 시도하던 중에 2차 대전이 종료되었다. 미군정 당국이 이 광물을 압수해 관련자들을 심문하고, 일본의 원자력 관련 연구 동향에 대한 극비 보 고서를 작성하였다. 몇 년 전에 이 보고서가 비밀에서 해제되어 일반에 공개된 바 있 다. 1) 식민지 시절에 일본 기업이 함경도 지역에 진출해 건설한 흑연 전극 공장도 북한의 핵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노구치 재벌이 북한에서 품질이 우수한 흑연 광산을 탐사, 개발하고, 당시로서는 첨단 시설을 갖춘 공장을 건설해 이를 제품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북한산 천연우라늄과 흑연을 이용하는 흑연감속로 개발 토대가 이 시기부터 형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전 시기에 미국과 경쟁하면서 원자폭탄 개발에 매진하던 소련도 북한의 우라늄 자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한-소련의 과학기술협력에 항공기 등을 이용 한 우라늄 자원 탐사와 개발 및 수출이 중요 항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김일성도 관련 자원의 개발과 소련으로의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이 북한이 일찍부터 소련이 주도하는 연합핵연구소(드부나연구소, UINR) 에 인력을 파견하고, 원자력 관련 연구와 설비 구축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1) Lim, Jong Hyeok, The Investigation for radioactive mineral in North Korea by Japanese research institutes at Japanese colonial era, KAST Symposium, Jul 2007.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29 2) 1950-1960년대 : 토대 형성 북한의 핵개발 토대는 195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하였 다. 전쟁 중인 1952년에 과학원을 설립한 김일성은 3년에 걸친 전후 복구가 마무리된 1950년대 중반에 원자력에 대한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을 시작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 에 따라 1955년에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에 핵물리강좌가 개설되었고, 이듬해에는 과학원 수학물리연구소에 핵물리실험실이 설치되었다. 소련과 동구권에 관련 인력을 대대적으로 유학 보낸 것도 이 때쯤이었다. 2) 국가과학기술계획에도 원자력이 중요 과제로 포함되기 시작하였다. 원자력이 국방 수요와 에너지 문제 해결 모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57년부터 시작된 북한 최초의 국가과학기술계획인 과학발전 10년 계획 에도 우라늄을 포함한 전국적인 지하자원 조사가 포함되게 되었다. 1960년대에 소련과의 협력이 위축되면서 동 10년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북한의 자체 인력으로 추진하는 전국 규모의 자원조사는 계획대로 추진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 최초의 원자로가 건설된 것도 이 때였다. 소련과의 원자력 협력을 통해 영변 지역에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IRT-2000 원자로를 건설하여 1965년경부터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로서 북한 지역에 원자력에 대한 연구와 인력 양성, 응용개발 등이 균형 있게 발전하게 되었다. 1960년대 한반도 안보환경이 악화되자 국방과학연 구원(제2자연과학원)을 설립해 본격적인 고성능 무기 개발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3) 1970년대 : 자주적인 핵연료주기 형성기 1970년대에 세계적인 석유 위기가 닥쳤다. 일찍부터 석유 대신 국내자원이 풍부한 석탄 위주의 원료, 에너지정책을 추진했던 북한은, 석유위기로 국내산 원료 우선정책 의 타당성과 실효성이 확증되었다고 보고 이를 더욱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김일성은 국내산 원료를 이용한 에너지 공급과 공업원료 수급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 진하게 된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우라늄과 흑연을 활 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흑연감속로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1970년대 초반은 그 수년전에 시작된 김일성 유일사상체제 수립과 판문점에서 벌 2) 서호원(2002),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과학기술 영도사, 국가과학원.

30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어진 8.18 도끼만행 사건 등으로 북한 과학기술계에도 대대적인 사상검열이 진행되 던 시기였다. 북한 과학기술 연구의 중추인 과학원과 대학에서도 상당히 많은 학자, 교수들이 지방의 노동현장으로 좌천되었다. 따라서 당시 최고 지도자의 지시는 과학 기술계에서도 재론의 여지없이 그대로 실천해야 할 지상의 과제가 되었다. 주체의 과학기술혁명 이론 이 정비되어, 국가 중점 연구과제에서도 기초연구보다는 국내 생산 현장의 수요가 더 크게 반영되었다. 분격적인 원자력 개발에 대응하여 대대적인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이다. 1973년 초에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에 핵물리학과가, 화학부에 방사화 학과가 개설되었고, 김책공업종합대학에는 핵재료학과, 핵전자공학과, 원자로학과, 물 리공학과 응용수학과의 5개 학과를 가진 핵물리공학부가 출범하였다. 이로써 원자력 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들이 급증하였다. 김일성종합대학 출판사를 중심으로 수십 권의 핵 관련 교과서들을 편찬한 것도 이 때였다. 주로 외국 문헌의 번역과 정리에 치중한 것이지만, 국내 실정에 맞는 교과서 와 참고서를 대량으로 확보하여 인력 양성과 수준 제고를 시도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1974년에는 IAEA에 가입해 체계적인 산업 육성과 자료 수집에 들어 갔다. 4) 1980년대 초, 중반 : 연구에서 생산으로 1980년대가 되자 에너지 부족으로 국가경제가 마비되고,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도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이어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거나 대대적인 개혁개방에 들어가면서 김일성은 체제유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을 넘어서 핵무기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도 이 때부터라고 보인다. 1981년에 개최된 전국과학자대회에서 국내산 자원을 이용한 원자력발전을 강조하였 고, 관련 연구와 인력양성도 크게 강화하였다. 3) 이 시기의 커다란 특징은 기초분야와 응용분야를 분리하고, 응용분야는 대대적으로 영변으로 이전시킨 것이다. 따라서 원래부터 기초학문에 치중하던 김일성종합대학은 이전의 두 학과를 통합해 원자력학부를 만드는데 그쳤으나, 응용분야를 같이 하던 김 책공업대학은 크게 개편되었다. 원래 5개학과에서 핵재료학과와 핵물리공정학과의 엘 3) 리석환(2000),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과학기술영도사, 국가과학원. p.171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31 리트 코스를 남겨놓고 응용수학과와 물리공학과를 기초학부로 이전시킨 후에, 핵전자 공학과와 응응 분야를 모두 영변에 설립된 물리대학으로 이전한 것이다. 해외유학도 크게 확장하였다. 원자력 연구 분야도 기초와 응용을 분리하면서 영변지역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과 학원과 이과대학에서 기초연구를 하고, 응용분야는 영변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특징적인 것은 이 시기에 추진된 1차, 2차 과학기술발전3개년계획(1988-1993)에 레 이저와 화학교환법을 이용한 우라늄 농축과 고속증식로 개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폐기물 처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북한에서 국가연구개발계획은 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계획들이 실행에 옮겨졌다는 것은 의심할 여 지가 없다. 레이저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은 평양 북쪽의 과학기술단지인 평성에 있는, 과학원 산하의 이과대학에서 연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학에는 1980년대에 중국과학원과 북한과학원의 협력을 통해,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지원한 레이저 기 기가 설치되어 있다. 단, 기술적, 설비적 문제로 아직 이를 이용한 대량생산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 다만, 1980년대 후반부터는 국가연구개발계획에서 원자력에 대한 연구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후에 설명하는 것과 같이, 1980년대 후반에 영변지역이 군수공업부에 소속되면서 관련 연구가 모두 무기화 우선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라 생 각된다. 핵무기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관련 연구 모두를 비밀로 분류한 것이 다. 5) 1980년대 중, 후반 : 에너지에서 무기로 국가적인 노력을 거쳐 1983년에 영변지역에서 농축의 전단계인 육불화우라늄(UF 6 ) 생산공정이 개발되었고, 1986년에는 핵물질 생산의 주역인 5MWe 원자로가 가동을 시작했으며, 1989년에는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이 부분가동에 들어가게 되었 다. 영변지역에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가 건설되면서 본격적인 핵무기 생산 이 시작되었다. 먼저 추진한 것은 지도기관을 정비한 것이었다. 원래 1960년대에 원 4) 이춘근(2004), 북한 - 중국 과학기술협력 동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32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후에 이를 원자력위원회로 개편했는데, 1986년에 이를 원자력 공업부로 확대하여 실제적인 산업 행정부서가 되었다. 이듬해인 1987년에는 영변지역 이 무기 개발과 생산을 주관하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산하로 이관되었다. 1994년에 원 자력공업부가 원자력총국이 되었으나, 군수공업부의 통제를 받는 것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기관도 크게 확대하였다. 영변지역 기술자들의 재교육과 자녀교육을 위해 1980 년에 설립된 물리학원을 확장하여 1980년대 말에 물리대학이 설립되었고, 대학원 과 정을 개편하여 박사과정까지 개설하였다. 단, 물리대학이 군 소속이므로 상세한 내용 은 비밀이고, 타 지역 학생들은 이 대학의 존재도 모르고 진학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물리대학은 핵재료, 핵전자, 원자로의 3개 학부에 10개의 학과 또는 과정을 개설하 고 있다. 이 중 3개는 수재들이 진학하는 엘리트 코스이고, 원자로공학과는 3.5년제 전문대학 학과이다. 나머지는 반년간의 군사훈련을 포함해 4.5년의 학습을 한다. 모든 학생들이 영변지역의 생산과 연구기반을 활용해 실무교육을 받고, 마지막 학기는 거 의 대부분을 현장실습으로 진행한다. 플루토늄 생산과 함께 무기화 연구도 영변과 주변 몇 곳에서 진행되었다. 한국 국 방부 발표에 의하면, 1983년부터 70여회의 고폭실험이 실시되었고, 1993-1998년에는 기폭장치 완제품 실험이 수행되었다. 결국 2006년 10월 9일에 만탑산 지역에서 최초 의 핵폭발 시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 최초로 사전에 일시와 위 력을 공지하고 실험한 것이다. 중국의 학자들은 이를 실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의 표 현이라고 하였다. 6) 불능화와 중단 이를 토대로 2007년 2.13합의에 의한 불능화 작업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관련국 들은 플루토늄 생산 중단을 가장 우선시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이에 관련되는 연료가공, 원자로, 재처리설비 불능화를 관철시켰다. 여기에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 라늄 농축과 시리아 등으로의 확산 금지가 추가되었다. 플루토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안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고, 일정기 간동안 순조롭게 추진되어 왔다고 생각된다. 불능화 다음 단계로는 Pu 재고와 사용후 핵연료 반출, 기존 핵무기와 핵무기 실험장 폐기, 우라늄 광석 채광과 정련, 변환 설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33 비, IRT-2000 원자로, 우라늄 농축 설비, 거대한 연구소와 설비, 인력 등에 대한 추 가 조치가 논의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출발이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곧 입증되었다. 2013년 4월에 북한이 불능화 중단을 선언한 후 6개월 만에 5MWe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이 다. 비록 설비가 노화되어 저출력으로 가동하고 자주 가동을 중단하지만, 이를 통해 추가적인 무기급 Pu를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최근에는 방사화학실험실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되었는데, 이는 원자로에서 생산된 Pu의 추가 재처리가 시작될 것 임을 시사한다. 7) 우라늄 농축 2009년 4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사하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동년 6월에 이를 공식화하면서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였다. 2002년 켈리 특 사의 북한 방문 시부터 거론되던 우라늄 농축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북한 문헌에서는 우라늄 농축이 1980년대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988년부 터 추진된 제1차, 제2차 과학기술발전3개년계획(1988~1990, 1991~1993년)에 자주적 인 핵연료주기 완성을 핵심 분야로 포함시키고, 레이저에 의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폐기물 처리 등의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주의 북한의 국가과학기술계획은 법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과제를 맡은 기관과 과학기술자들은 무조건 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외부에 공개 되지 않는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계획에는 이를 응용한 핵무기 개발이 포함되었을 것 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대외과학기술협력사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1990년대에 중국과학원과 북한과학원 기계공학연구소 사이에 생물학용 초고속 원심분리기 개발에 관한 공동연 구가 있었다. 기계공학연구소는 북한 최고의 연구소이지만 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하지 못해 중국에서 샘플을 지원해야만 했다. 이것도 실험 중에 폭발해서, 공동연구가 중단 되었다고 한다. 파키스탄에서는 P1 원심분리기 20여개와 P2 설계도를 주고 공장 견학을 시켰다고 한다. 고강도 알미늄 150t 을 수입하기도 했는데 이는 2,600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 고강도 알루미늄이 P-2 원심분리

34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기 케이스용이고, 로터에 들어가는 마레이징강(maraging steel)은 북한이 생산하지 못 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로 볼 때, 북한이 원심분리기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 을 극복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북한은 2010년 11월에 영변을 방문한 해커 박사 에게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대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을 보여 주었다. 2. 북한의 핵 능력 1) 자주적인 핵연료주기 완성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형성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 저, 북한산 원료를 가지고 자체로 순환하는 핵연료주기를 완성하였다. 원광으로 2천만 톤이 넘는 우라늄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평산에 있는 정련시설을 이용하여 연 290만 톤 정도의 옐로우 케익(yellow cake, U 3 O 8 )을 생산할 수 있다. 옐로우 케익은 영변의 핵연료생산공장으로 옮겨져 금속 우라늄으로 변환된다. 이후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서 마그녹스(Magnox) 피복관 속에 넣어 원자로 핵 연료봉 으로 사용한다. 영변의 핵연료생산공장은 연간 100톤의 우라늄 핵연료봉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5MWe 원자로 2회분에 해당한다. 원자로는 영변지역에 2기가 가동 중이다. 별도로 건설되던 50MWe와 200MWe 원 자로는 1994년 제네바합의로 중단되었고 현재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1965년 에 가동을 시작한 IRT-2000 원자로는 구 소련에서 제공한 것으로 초기 출력이 2MWt였으나 북한이 이를 8MWt로 확장하였다. 동위원소 생산과 연구용으로 활용하 며 소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한다. 무기급 Pu 생산의 핵심인 5MWe 흑연감속로는 1986년에 완공되어 1994년 4월까 지 가동하다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하였다. 불능화 조치로 2007 년에 가동을 중지하고 냉각탑을 폭파했으나, 북한이 2013년부터 낮은 출력으로 다시 가동하고 있다. 핵연료봉 8,000개를 장전하고 1년 정도를 가동하면 무기급 Pu 6~7kg 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핵무기 1개 분량에 근접한다. 그동안 생산한 Pu 총량은 최 대 44~50kg 정도라고 한다. 5) 이는 핵무기 6~10개 분량에 해당한다. 5) David Albright and Kevin O Neill, Editors, solving the North Korean Nuclear Puzzle, The Institute for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35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화학실험실로 알려진 공장에서 재처리해 핵무기용 Pu를 추출 한다. 이 공장의 재처리 능력은 5MWe 원자로 1회분을 약 100일 정도에 재처리할 정도로 알려졌다. 건설 도중에 중단된 2번째 공정이 완료되면 재처리 능력이 2배로 증가하게 된다. 이 공장 안에는 핵무기용 피트 제조를 위한 금속 Pu 생산설비가 있 다. 2) 새로운 원자로 건설 지금까지 건설, 운영했던 흑연감속로와 다르게, 새롭게 건설 중인 경수로도 있다. 북한은 2010년 11월에 방북한 해커박사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함께 경수로도 공개 하였다. 6) 북한은 이 원자로를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설비 보유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북한은 이 경수로가 열출력 100Mwt에 열효율 30% 정도로 설계했다고 했고, 해커 박사는 이에 근거해 전력 생산이 25~30MWe 정도일 것이라 추정하였다. 이 원자로 는 북한이 자체로 설계, 건설하고 핵연료도 저농축 우라늄을 자체 생산해 장입한다고 한다. 원자로 형태가 다르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는 만큼 북한이 새롭게 획득해야 하는 설비와 기술들이 있다. 북한은 이산화우라늄(UO 2 ) 형태의 핵연료를 개발하고, 피복재 도 지르코늄 합금이나 스테인리스 등을 개발해 적용할 것이라 한다. 세부적인 가동 특성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수로는 고온, 고압 조건에서 가동되므로, 이에 필 요한 설비와 운용경험을 갖추어야 한다. 경수로 건설과 운영 경험이 없는 북한이 이 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운영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ISIS의 울브라이트 박사는 이 경수로 역시 무기급 Pu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 고 하였다. 그는 이 경수로를 Pu 생산에 최적화하면 연간 20kg 정도의 무기급 Pu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핵무기 3개 정도에 해당한다. 북한은 이를 위한 농축 우라 늄 생산을 시작하였고, 재처리공장도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개 조할 수 있다.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2000 6) Siegfried S. Hecker, A Return Trip to North Korea s Yongbyon Nuclear Complex, November 20, 2010.

36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3) 대규모 고급인력 양성 그 동안 양성한 전문 인력은 7,000여명에 달하고 연구 인력은 3,000명에 달할 것으 로 생각된다. 이를 개략적으로 추산하면 다음과 같다. 김일성종합대학이 1950년대부 터 10명씩 20년간, 1973년 이후에는 60명씩 40년 양성했다고 보면 총 2,600명이 된 다. 김책공대는 80년대에 학과가 축소되었지만 초기에 5개 학과였던 것을 감안해 70 명씩 40년을 잡으면 2,800명이다. 여기에 물리대학과 기타대학을 합해 100명씩 30년으로 해서 3,000명을 잡았다. 모 두 8,000명을 넘어서지만, 그 동안 은퇴한 인력을 생각해야 한다. 소련 등에 유학했던 고급인력은 250-300명 정도로 보인다. 다만, 핵무기 생산과 관련한 핵심인력은 300 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표 1>은 영변에 있는 물리대학의 학과 구성을 정리한 것이다. 핵재료, 핵전자, 핵 에너지의 3개 학부에 모두 10개의 학과 또는 코스를 설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3개는 엘리트 코스이고, 원자로공학과 한 개는 3.5년제 전문대학 학과이다. 나머지는 반년간의 군사훈련을 포함해 4.5년의 학습을 한다. <표 1> 영변 물리대학의 학과 구성 학 부 학 과 학 부 학 과 핵 재료 핵 전자 핵재료 핵재료(엘리트코스) 핵화학 핵측정 핵공정 핵공정(엘리트코스) 핵 에너지 원자로(3.5년제) 원자로 원자로(엘리트코스) 분자 물리 엘리트코스는 고등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군에 입대하지 않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수재들로 구성된다. 3개 학부에 모두 엘리트코스를 둔 것은 영변지 역 핵 시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이 대학은 영변지역의 생산과 연 구기반을 활용해 실무교육을 하고 마지막 학기는 거의 대부분을 현장실습으로 진행한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37 다. 영변지역에 있는 원자력 시설 전부를 설계, 건설, 운용할 수 있는 인력들을 자체 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4) 원심분리기 생산과 우라늄 농축 북한이 해커박사에게 대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을 보여 주면서 우라늄 농축 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우라늄 농축기술 개발을 추 진해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왔다. 2000년대 초반의 국가과학기술발전 5개년계 획과 국가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의 연구 과제에서도 나비에-스톡스 방정식 (Navier-Stokes Equation) 등 원심분리기 가동에 필요한 공정수학 연구과제들을 확인 할 수 있다. 결국 2009년 5월 김정일의 희천시 기계공장 현지지도 사진에서 P2형 원심분리기 로터를 공개하였고, 이후 원심분리기 생산에 쓰이는 핵심 설비인 유동성형기(flow forming machine)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하였다. 2010년 11월에는 북한 영변을 방 문한 해커 박사에게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대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을 보여 주었다. 이 공장은 2개 구역, 6개의 캐스케이드(cascade)로 구성되었고 분리 능력은 연간 8,000kgSWU라고 한다. 정상가동하면 1년에 무기급 우라늄 약 40kg을 생산해 2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외부에 시위하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원심분리기 생산기술과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 보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분리기 생산 경험이 있는 중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보유한 구형과 신형 유동 성형기를 사용해 연간 1,000~1,500대 정도의 P2형 원심분리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북한이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을 경우, 핵무기 생산량을 급속도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농축공장의 정상 가동은 그 이전 단계인 농축기술 연구기지와 소규모 중간 시험공장, 대규모 원심분리기 생산공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변 이외의 지역에 복수의 다른 농축공장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 우라늄 농축 공장은 전력 소모가 적고 지하 터널이나 밀폐된 건물에서 생산 할 수 있으므로, 외부에서 찾아내기도 어렵다.

38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미국 ISIS의 울브라이트 박사는 영변 이외 지역에도 농축공장이 있다고 가정하고, 북한이 2011년 말까지 핵무기 4~11개에 해당하는 90~220kg의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이를 토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3년의 제3차 핵실험에서 우라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북한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5) 무기급 핵무기 개발 북한은 5MWe 원자로를 가동하여 무기급 Pu를 생상하고 이를 사용하는 내폭형 핵 무기를 개발, 실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핵무기의 성공적인 개발 여부는 북한이 행 한 3차례의 핵실험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다. 강정민 박사는 CTBTO와 USGS에서 측정한 지진파 강도(Mb)와 지하암반핵실험 관계식을 근거로 그 위력을 <표 2>와 같 이 산출하였다. 7) <표 2> 북한 지하핵실험 지진강도와 폭발위력 추정 CTBTO 지진강도(Mb) USGD 지진강도(Mb) CTBTO 근거 위력(kt) USGS 근거 위력(kt) 1차(2006) 4.0 4.2 0.5 0.8 1차(2009) 4.5 4.7 1.8 2.8 3차(2013) 4.9 5.1 4.5 7.3 그러나 지하핵실험 지진강도와 핵무기 위력 관계식을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하 면 많은 오차가 발생한다. 이는 핵폭발로 인한 충격파 강도가 기폭실 주변 암석 종류 와 수분 함량, 동공 구축 여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변 암석이 단단한 암석일 때 부드러운 암석에서보다 충격파가 크게 나타나고, 수분이 많 아 공극율(porosity)이 낮을수록 커진다. 기폭실에 커더란 동공을 구축하면 충격파를 획기적으로 감축시켜 지진파 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7) 강정민, 북한 핵 개발 현황 분석, 2014.2.23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39 <표 2>의 핵무기 위력은 모두 수분이 많은 단단한 암석을 상정하고 산출한 것이다.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역시 핵실험장인 북한 풍계리의 지형이 화강암으로 단단하고 수 분이 많다고 가정하고 제3차 핵실험의 위력을 6~7kt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는 위 력을 너무 작게 산출한 것일 수 있다. 풍계리 지역이 화강암이지만 그것에 상당한 균열과 토양층 혼합이 있을 수 있고, 수분도 충분치 않아 공극율이 어느 정도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제3차 핵실험 위력을 10~12kt로 높게 잡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는 정상적인 핵폭발에 해당하고, 북한 이 무기급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제3차 핵실험이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한 것이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1964년에 실시한 중국의 최초 핵실험과 같이, 내폭형 기폭장치에 고농축 우라늄을 사 용하면 더 적은 핵물질을 사용하면서 확실한 핵폭발을 일으켜 위력을 증가시킬 수 있 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북한이 핵무기 수량과 폭발 위력을 크게 증가시 키면서 그 다음 단계의 고성능 핵무기를 앞당겨 개발할 수 있게 된다. 6) 핵무기 소형화 핵무기 폭발시험에 성공하면, 그 다음 단계로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한 핵탄두 개발로 이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 발하는데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 예측하였다.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사령관과 한국 국방부장관이 북한 핵무기 소형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필자는 북한이 소형화에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근거를 다음의 5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서 후발국의 우세를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초 핵 무기가 개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므로, 북한이 핵무기 선진국들의 개발 경로를 파 악할 수 있었고 구 소련과 중국 등에서 공개된 자료들도 입수할 수 있었다. 이후 장 기간의 준비를 거쳐 처음부터 소형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였다.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도 구 소련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핵물질 생산량이 적은 국가가 그 사용량이 적은 소형 핵무기를 만들어 자국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에 탑재하 려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40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둘째로, 북한이 2006년의 최초 핵실험 때 중국에 통보한 위력이 4kt였다는 점이다. 후에 핵물질 사용량이 2kg 정도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정도의 고성능 소형 핵무기를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없을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 성공 여 부에 관계없이 북한이 처음부터 소형 핵무기를 목표로 하였고 이를 천명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국이 보유한 스커드와 노동 등의 중, 단거리 미사일 탑재를 염두에 두었 다는 것이다. 셋째로, 1999년에 파키스탄의 칸 박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평양에서 자동차로 2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의 지하 터널에서 직경 24in(61cm)에 뇌관이 64개인 핵탄두 3개 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에의 탑재가 가능한 크기 이다. 북한에서 망명한 황장엽 비서도 북한이 소형 핵무기 개발 성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넷째로, 자력갱생으로 자체 생산이 가능한 대체소재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많은 전 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시 발생하는 고열과 진동에 견딜 수 있는 세 라믹 등의 첨단재료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는 자력갱생에 의존하 는 북한의 개발 경로가 첨단기술과 소재가 풍부한 선진국들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간 과한 것이다. 중국은 1964년의 최초 핵실험 2년 후에 유리섬유 등의 자체개발 소재로 미사일 탄 두를 만들어 폭발실험에 성공했다. 북한 역시 이러한 경로를 채택할 수 있다. 과학기 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국가 간의 경계가 희석된 오늘날에는 수없이 많은 대체품과 차 선책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평갱도 지하핵실험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원거리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측정해 지진파 강도에 의한 폭발위력과 기 체 포집에 의한 핵물질 분석을 수행한다. 그러나 지하 갱도에서 직접 핵실험을 수행 하는 북한은 원하는 거리에 초고속 카메라와 다양한 계측 장치들을 설치해 내폭 현상 과 중성자, 감마선, X선 발생량 등의 시계열 변화를 상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른 바 근거리 물리 측정이다. 수평갱도 지하핵실험은 암석을 통해 측정관을 연결하므로 외부 간섭 없이 양호한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고, 특정한 핵 환경을 창출해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 으며, 실험 후에도 주기적으로 샘플을 회수해 중장기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진 공이 필요한 X선 열역학 효과는 수평갱도 지하핵실험에서만 성공적으로 측정할 수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41 있다. 결국 3차에 걸친 수평갱도 지하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에 필요한 내폭 원리와 수치 자료들을 충분히 얻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핵무기 선 진국들이 지상에서 수평갱도 지하핵실험으로 이전한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도 근거리 물리를 활용해 새로운 핵무기 개발이나 위력 증가, 소형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 다. 7) 강화형(boosted, 증열형) 핵무기 개발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상당한 폭발 위력을 보이면서 강화형 핵무기 실험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한국 국방부에서도 그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필자는 북한 국가과학원의 2000년대 초반 연구개발 동향을 분석하면서,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강화형 핵무기 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8) 제2차 과학기술발전5개년계획(2003~2007) 기간의 북한 국가과학원 연구과제에 D(중수소) - T(삼중수소) 핵융합, Li 6 를 북한에 풍부히 매장되어 있는 천연 Li에서 분리하는 연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2010년부터 3년간 추진된 단기 과학기술발전5 개년계획에도 황화수소-물에 의한 중수 농축 이라는 연구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D-T 핵융합을 실현하려면 고가의 첨단 실험 장비와 중수소, 삼중수소 등의 핵융합 물질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실정에서 이를 모두 갖추는 것이 극히 어렵다. 특히 삼 중수소는 원자로에서 생산해야 하고 반감기가 12년 정도로 짧으며 기체 상태로서 취 급이 어렵다. 따라서 북한은 제한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중국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가능 한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하나가 원자탄 폭발시의 고온 고압으로 Li 6 와 중수소를 반응시켜 삼중수소를 발생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D-T 핵융합을 일으키는 강화형 핵무기의 개발이다. 강화형 핵무기 개발 시험은 핵폭발 없이도 실험실에서 수행할 수 있다. 레이저 핵 융합 설비를 이용해 고온 고압 플라즈마를 만들고, 이를 반사 거울로 작은 점에 집중 시켜 순간적으로 수천만도의 고온고압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1980년대 중국과학원과 북한과학원의 과학기술협력을 통해 중국이 사용하던 레이저핵융합 설비가 북한에 공 8) 이춘근, 김종선(2009), 북한의 핵 및 로켓기술 개발과 향후 전망, 과학기술정책연구원

42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여되었다. 북한은 이를 평성에 있는 과학원 산하의 이과대학에 설치하고, 용량을 확장 하여 실험 조건을 강화하였다. 결국 2010년 5월에 북한 노동신문에서 과학기술자들이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보도 하였다. 당시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토카막(Tokamak) 같은 첨단 고가 실험장비가 없는 북한이 핵융합에 성공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핵융합에 여러 가지 방 법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 언론은 상당히 격한 논조로 북한을 비난하였다. 이는 중국이 자신 들이 제공한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북한이 이용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 생각된 다. 북한이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이용해 핵융합 기술을 발전시키면 폭발력이 확장된 강화형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수소폭탄 개발로 이어질 수 있 다. 3. 북한의 전력난과 원자력 개발의 당위성 홍보 북한은 오래 전부터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관련 설비와 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인력을 양성해 왔다. 최근에 우라늄 농축에 착수하면서 자체 적으로 건설하는 경수로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제 네바 합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신포 지역에 경수로를 건설해 주기로 합의했던 것도 이러한 주장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현재 국가경제 전체가 침체 상태에 빠져 있고 그 선두에 에너지 문 제가 있다. 핵 문제를 부각시켜 에너지를 보상받으려 하는 북한의 태도에서 이를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림 1>은 북한의 전력망을 나타낸 것이다. 푸른색은 수력발전소이 고, 붉은색은 화력발전소이며 녹색은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이다.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43 <그림 1> 북한의 발전소 배치와 송전망 9) 대체적으로 볼 때, 산악이 많은 동북지방에는 수력이 많고, 평야지대이면서 산업이 밀집한 서남지역에는 화력발전소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의 40% 이상 을 차지하는 수력발전은 강수량이 적은 겨울에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다는 문제가 있 다. 따라서 북한은 동북지역과 서남지역의 경계선을 따라가는 초고압 전송망을 구축 하고, 황색으로 표기된 신포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여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신포 경수로 건설 중단으로 이 계획이 무산되고 미국의 중유지원 중단으로 화력발 전 생산량도 급감하자 북한이 크게 반발한 것도, 국가적인 타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 이라고 생각된다. 석유가 나지 않는 북한에서,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 국내산 석탄 화 력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체제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분명히 나타난 것 이다. 북한의 에너지문제는 국가적인 재정난으로 인한 에너지자원 공급과 자원 부족, 기 술공급 부족 등으로 표현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공급의 절대적인 부족이 날로 심화 9)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필자가 촬영

44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되는 상황에서도 단위용량 대비 에너지 생산 가격은 선진국보다 2~10배 높고, 세계 평균보다도 월등히 높다. 이는 북한과 유사한 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나 타났던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북한은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자원부족에 의한 생산 및 공 급부족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국가 에너지체계와 에너지의 흐름, 비용 균형의 견지에서 기술적, 경제적 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이 이전의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에너지 모형들을 도입하고 이 에 기초한 에너지 수급 합리화 계획을 세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고려하고 있는 것은 1) 최소비용, 2) 에너지 효율, 3) 안정성, 4) 현대화, 5) 비용분담 등이다. 이를 토대로 북한 국가과학원이 수립한 에너지 수급 시나리오를 <표 3>에 정 리하였다. 현 상태의 문제점을 회복하는 단계와 이를 넘어선 활성화 단계, 지속발전 단계로 나누어 중장기 해결방안을 수립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문제를 회복하는 데는 10 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단계의 특성은 국가에 의한 계획적 소비와 통제, 감독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당분간은 북한의 에너지 수급정책이 강력한 국가 통제를 받으면서 수행될 것이고,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개발과의 국가적 연계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표 3> 북한의 에너지 수급 시나리오 구 분 회복 단계 활성화 단계 지속발전 단계 적용 원리 안전성, 국가적 보장 최소비용, 안정성, 비용분담 현대화, 안정성, 효율화 에너지 생산 탄광개발, 현대화, 발전소 원상복구, 원자력 도입 수요에 의한 생산, 분산형 발전체제, 소형 중유발전 대외자원 공동개발, 초임계 석탄화력, 복합 순환발전 에너지 공급 계획 공급, 수입 제한 에너지 상업화, 에너지서비스회사 에너지 무역, 에너지시장 서비스 에너지 소비 계획적 소비, 지시에 의한 절약, 감독, 통제 고객에 의한 소비, 정책, 절약 고객에 의한 소비, 최소 에너지, 성능 표준화

Session 1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 45 4. 향후 전망 및 시사점 북한은 수십 년의 노력을 거쳐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는 원자력 주기를 완성하였고, 상당한 규모의 원자력 산업을 육성하였다. 이를 토대로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그 수량 과 성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 무기급 농축우라늄과 강화형 핵무기 개발 에 성공한다면 더 이상 북한의 핵 능력을 무시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 다. 핵무기 소형화와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에의 탑재 성공여부는 또 하나의 뜨거운 핵 심 이슈가 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소형화 해 미사일에 탑재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중량과 부피가 크고 발사수 단과 정확도, 방어돌파능력이 부족해 전술적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 드러난 것처럼, 북한의 무기 상당수가 노화되고 있다. 핵무기도 각종 부품과 재료, 기술 부족으로 신뢰성과 재현성, 유지보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합금은 기간이 지날수록 상용성에 변화가 생기고 용접 부위는 쉽게 부식되며, 고성능 폭약도 취약해진다. 중성자 발생장치도 최선의 상태로 상시 준 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난 여러 가지 징후들은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이러한 난관들을 상당히 극복했고 미사일 탑재 측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분석을 하게 한 다. 우리의 방어 능력이 이를 감당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만큼, 전반적인 북한 핵 능력 재평가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관련기술 개발과 수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대책을 마련할 필 요가 있다. 제2자연과학원(국방과학원)과 같은 직접적인 무기 개발기관 뿐 아니라 국 가과학원과 국가과학기술계획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북한이 전국 적인 동원체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과학원도 국방 관련 연구에 참가하고 있고, 기 초연구와 중장기 연구는 상당부분을 국가과학원이나 대학에서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기술적 해석과 사례연구, 정책연구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 선언에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설비를 갖추지 않기로 했는데, 남한은 이를 유지한 반면에 북한은 이 를 모두 위반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어떤 의미와 범위, 한계를 가져야 하는지, 우리는 어떠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를 다시

46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수많은 과학기술적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는 통일준비와 북한의 비상사태 대비책 마련에서도 핵기술과 인력, 설비 등을 주요 과제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 업무에 도 통일 후의 한반도 원자력주기 문제를 포함시킬 수 있다. 핵문제는 그 파급 효과가 다른 어떤 것보다 크므로, 대책 수립에서도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김일성종합대학(1956), 김일성종합대학 10년사,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김일성(1986),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킬데 대하여, 조선로동당출판사. 김정일(1999), 우리나라의 교육과 과학기술을 발전시킬데 대하여, 조선로동당출판사. 리석환(2000),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과학기술영도사, 국가과학원. 서호원(2002),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과학기술 영도사, 국가과학원. 강정민(2014), 북한 핵 개발 현황 분석 KAIST. 박일진(2013),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기술적 쟁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안진수(2010), 원심분리법 우라늄 농축 특성과 북한의 현황,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춘근(2005), 과학기술로 읽는 북한핵, 생각의 나무. 이춘근(2007), 지하핵실험에 대한 과학기술적 이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김종선(2009), 북한의 핵 및 로켓기술 개발과 향후 전망, 과학기술정책연구원. Choon Geun Lee, "Nuclear Technology and Associated Human Resources in North Korea - Development, Disabling and the Future -" APARC Symposium, Stanford University. 2008. David Albright and Kevin O Neill, Editors, solving the North Korean Nuclear Puzzle, The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2000 Lim, Jong Hyeok, The Investigation for radioactive mineral in North Korea by Japanese research institutes at Japanese colonial era, KAST Symposium, Jul 2007. Siegfried S. Hecker, A Return Trip to North Korea s Yongbyon Nuclear Complex, November 20, 2010.

Session 1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기의 이해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실인가 신화인가? 한화 (북경대학교 교수)

Session 1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기의 이해 동북아시아 핵발전소 정책 전망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1. 요약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발전소 안전신화를 무너뜨렸다. 작동되지 않는 핵무기보다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가 인류에게는 더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제, 액체 방사성물질이 양은 대폭 줄 어들었지만 아직도 대기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사고 수습은 더뎌서 1호기만 원격 조정 로봇을 통해 핵연료가 어떻게 녹아내려 있는 지 확인했고 파손된 원자로 건물을 뒤집어씌운 상태다. 후쿠시마 발 세슘134가 알래스카를 거쳐 미국 동부에서도 확인되는 등 방사성물질은 태평양으로 확산되었고 사고 후 4년째가 되는 2015년이 되는 해부터 18세 이하의 갑상선 질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등 후쿠시마 원전사고 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전력수급에서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후쿠시마가 일 어난 일본을 포함하고 있는 한중일 동북아시아는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상관없이 전 세계 원전 확대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원전확대 속도보다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훨씬 빠르고 러시아-중국 가스 파이프라인 계약이 체결되면서 계획된 원전이 완공될 지는 미지수이다. 일본 역시 30% 비중을 차지하던 원전이 지난 1년 동안(2013년 9월 이후) 원전 제로 상태로 1년 이상을 경과하고 있

50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4주년 기념 제4회 김대중평화학술회의 다. 화석연료 수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에 비해 늘어난 상태이지만 전력수급에 이상은 없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확대가 정체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30년 만에 2곳의 신규원전부지가 지정고시 되었고 23기 원전에서 24기 의 원전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2015년에는 26기 원전이 가동될 전망이다. 2. 세계 원전 전망 세계적으로 원전은 80년대 급속한 성장을 겪었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 후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총 원전 기수는 정체기였는데 전력생산에서 비중은 지속적 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에서 8기의 원전을 한꺼번에 닫 기도 하고 80년대 가동된 노후원전들이 폐쇄되면서 원전 가동 기수가 전반적으로 줄 어든 상태에서 정체기를 맞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장기간 가동이 중지된 원전을 Long Term Shutdown(LTS)이라고 표시한다. 일본에서는 2013년 9월 이후로 현재까지 50기의 원 전이 가동 중단되어왔지만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50기의 원전을 가동 중 (Operational)' 원전으로 포함시켜서 현재 43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라고 표시하고 있 다. 하지만 1년 이상 가동이 중지된 원전은 장기 가동중지(LTO)로 구분하는 것이 정 확한 표현이다. [그림 1]에서는 이를 반영해서 가동 중인 원전을 388기로 표시했다. [그림 1] 세계 원전 기수와 설비 용량 추이 출처: 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4, Mycle Schneider et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