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박사학위논문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 평화사상 연구 A Study on Moon, Sun Myung's Thought of Peace Centering on Life 제 출 자 지도교수 : : 문 난 영 김 항 제 2010년 도 통일신학 전공 선문대학교 신학전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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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박사학위논문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 평화사상 연구 A Study on Moon, Sun Myung's Thought of Peace Centering on Life 제 출 자 지도교수 : : 문 난 영 김 항 제 2010년 도 통일신학 전공 선문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 평화사상 연구 A Study on Moon, Sun Myung's Thought of Peace Centering on Life 이 논문을 신학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함 2010년 12월 일 선문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통일신학 전공 문 난 영

문난영의 신학박사학위 논문을 합격으로 인정함 2010년 12월 일 심사위원장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차 례 국문초록... 7 제1장 서론 제1 절 연구 목적...10 제2 절 연구 방법 및 범위... 12 1. 2. 연구 방법 연구 범위 제3 절 선행연구... 14 1. 2. 평화연구 생명사상연구 제2장 평화연구의 이론적 성찰 제1 절 평화연구의 이론적적 전개... 19 1. 2. 소극적 평화연구 적극적 평화연구 제2 절 평화연구 패러다임의 변화... 32 1.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적 배경 2. 인간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으로 - 4 -

제3장 생명 중심 평화연구의 이론적 배경 제1 절 생명 중심의 평화 이해와 의미... 50 1. 2. 생명 중심의 평화 이해 생명 중심의 평화 개념 제2 절 평화적 상상력의 증진... 52 1. 2. 평화교육을 통한 평화적 상상력의 증진 경쟁을 넘어서는 평화적 상상력의 증진 제3 절 생명 중심의 평화능력... 72 1. 2. 생명보전의 평화능력 평화능력으로서의 평화교육 제4장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 평화사상 제1 절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 평화연구 필요성... 84 제2 절 생명사상... 88 1. 2. 3. 생명의 원천 생명의 원리 생명사상 제3 절 생명 중심 평화사상... 97 1. 하나님주의 사상 2. 참사랑주의 사상 - 5 -

3. 위타주의 사상 제3 절 생명 중심의 평화능력... 102 1. 2. 3. 개인적 생명중심의 평화능력 가정적 생명중심의 평화능력 우주적 생명중심의 평화능력 제5장 결론 제1 절 요약과 결론... 117 제2 절 제언... 119 참고문헌... 120 Abstract... 131-6 -

국문초록 1960년대 초부터 서구에서 일어난 평화연구에서는 평화를 전쟁뿐 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력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전쟁을 비롯 해 사람의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이나 차별 같은 간접적 폭력 역시 사라져야 진정한 평화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과 간 접적인 사회 구조적 폭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것이 분명하게 해명될 때 우리는 역으로 평화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평화를 향한 인류의 여정이 밝게 전망될 수 있을 까? 필자는 위와 같은 기존의 평화이론이 밝히고 있는 오랜 수고에 생명 을 함께 물으려 한다. 진정한 평화란 사실 전쟁이 사라진, 불 평등이 사라진, 더 나아가 문화적 폭력이 사라진 상태만을 가리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의 평화와 폭력에 대한 논의들의 중심에 인간 중심의 사유적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더하려 하며 이를 문선명 선생이 이미 제 시하였던 말씀에 기초하여 다시금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논의를 하겠다. 그러기 위해 필자는 우선 기존의 평화연구에 대한 이론들을 고찰 하려 한다. 기존 평화 연구의 역사적 전개를 고찰해 봄으로써 어떤 논의들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 7 -

때문이다. 크게 소극적 평화연구와 적극적 평화연구로 구분되는 논 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그리고 이 두 이론이 가지는 한계를 인간 중심의 사유역사에서 찾으려 한다. 왜 그토록 평화를 갈구하면서도 인류는 평화에 도달 할 수 없었는가를 아직도 팽배한 이성 중심의 이분법적 사유를 비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이성중 심의 이분법적 사유를 넘어서는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의 평화사 상을 새로운 논의의 중심에 제시하겠다. 하나님을 중심한 참사랑을 말씀하시는 문선명 선생의 말씀이 인간중심의 기존 평화 논의의 한 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 이성의 오만에서 출발하는 실체적 자아의 확립,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 및 물리적 객관주의의 승리, 그리고 물질주의의 팽배 와 더불어 나타나는 인간의 왜소화 및 소외현상을 비판하고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며 인간이 생명 자각의 세계관 을 새로운 문명의 사유문법으로 제시하고자 함이다. 또한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유를 넘어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으로 넘어가려는 과도기적 시도이자 기존의 폭력을 새로운 대안으로 극복 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생명 전체의 평화를 향한 전체적 그림을 그 리고 그것들을 늘 상상하며 미래를 그리는 생명 중심의 평화적 상상 력과 평화 능력을 요청한다. 여기서 평화 능력은 평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문선명 선생은 원리강론 과 통일사상요강 그리고 일생을 통해 선포한 ' 말씀' 등 여러 가르침들을 통해 인류에게 진정한 평화 - 8 -

로 나아가는 길을 밝혀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생명과 그 생 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있음을 분명히 일깨워 주고 있으며, 참사랑 과 위타주의를 통한 평화사상과 그것이 확장된 평화능력을 제시하여 인류의 평화에 새로운 길을 열어 놓고 있다. - 9 -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 목적 평화는 사람들에게 전쟁을 연상시킨다. 평화는 대개 전쟁이 없는 상태로 일컬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고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전쟁은 폭력의 한 형 태일 뿐 평화와 상반되는 개념은 아니다. 1960년대 초부터 서구에 서 일어난 평화연구에서는 평화를 전쟁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 력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전쟁을 비롯해 사람의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이나 차별 같은 간접적 폭력 역시 사라져야 진정한 평화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과 간접적인 사회 구조적 폭력은 구 체적으로 무엇일까? 이것이 분명하게 해명될 때 우리는 역으로 평화 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평화연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갈퉁(Johan Galtung) 은 폭력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모독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면서 다음과 같 이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다. 1) 첫째, 생존에 대한 욕구를 모독하는 행위로서 목숨을 앗아가는 폭력이며 전쟁이나 사형제도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복지에 대한 욕구를 모독하는 행위로서 생명을 불구로 만드는 폭력이며 경제 제재나 봉쇄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든다면 경 1) 요한 갈퉁,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강종일 외 옮김 ( 서울: 들녁, 2000), 9. - 10 -

제 제재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목숨을 빼앗지는 않지만 식품이나 의약품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천천히 그러나 의도적 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이다. 셋째, 정체성에 대한 욕구를 모독하 는 행위로서 개인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는 폭력이며 여성이나 소수 민족 등 어느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넷째, 자유에 대한 욕구를 모독하는 행위로서 억압하는 것과 같은 폭력이며 감금이나 추방 등이 이에 포함된다. 다섯째, 문화적 폭력으 로 물리적 폭력이나 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합법화하는 데 사 용될 수 있는 문화의 폭력적 측면이다. 이는 종교와 사상, 언어와 예 술, 그리고 과학과 학문 등을 통해 직접적 폭력 행위나 구조적 폭력 의 실체가 정당하거나 최소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간주함으로써 폭력을 합법화되거나 일반적으로 용인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와 같이 폭력을 논의하는 것으로 평화를 향한 인류의 여 정을 밝게 전망할 수 있을까? 필자는 위와 같은 기존의 평화이론이 밝히고 있는 오랜 수고에 생명 을 함께 묻고자 한다. 진정한 평화란 기실 전쟁이 사라진, 불평등이 사라진, 더 나아가 문화적 폭력이 사 라진 상태만을 가리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평화와 폭력에 대한 논의들의 중심에 인간 중심의 사유적 한계가 있 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더하려 하며 이를 문선명 선생이 이미 제시하였던 가르침에 기초하여 다시금 문 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논의를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필자는 우선 기존의 평화연구에 대한 이론들을 고찰 - 11 -

하려 한다. 기존 평화 연구의 이론들을 고찰해 봄으로써 어떤 논의 들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이다. 기존의 평화연구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극적 평화연구와 적극적 평화연구가 있다. 그리고 이 두 이론이 가지는 한계를 인간 중심의 사유역사에서 찾으려한다. 왜 그토록 평화를 갈구하면서도 인류는 평화에 도달 할 수 없는가를 아직도 팽배한 이성 중심의 사 유에 맞추어 비판을 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이성중심의 사유를 넘 어서는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을 새로운 논의의 중심 에 놓겠다. 하나님을 중심한 참사랑을 말씀하시는 문선명 선생의 가 르침이 인간중심의 기존 평화 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 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2절 연구 방법 및 범위 1. 연구방법 본 연구는 문헌 조사 및 비판을 통한 문헌 연구를 기초로 한다. 문헌을 통한 평화연구를 살펴보면 전쟁의 부재를 평화연구로 인식해 온 소극적 평화연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그 전성기를 맞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전개되는 본 연구에서 언급되겠지 만 전쟁의 부재를 넘어 전쟁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개인적이며 - 12 -

사회적 나아가 문화적 갈등까지 그 연구의 범위를 확장한다. 나아가 평화연구의 패러다임이 인간 중심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 중심의 평화연구로 발전되면서 문헌 조사나 비판은 더욱 폭을 넓힐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문선명 선생의 평화사상을 문헌적으로 연 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문헌 2) 을 조사 분석해야 하는 연구과제가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선명 선생의 평화연구를 평화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추어 문헌을 조사하고 해석하는 연구를 통해 문선명 선생의 평화운동이 갖는 의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전제로 연구는 진행될 것이다. 2. 연구범위 본 연구의 범위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평화연구 및 평화사상의 사 회과학적 연구 성과를 살필 것이다. 곧 소극적 평화연구는 물론 적 극적 평화 그리고 최근 대두된 문화적 폭력의 극복을 위한 평화연구 를 그 범위로 한다. 이와 같은 연구의 범위를 통해 기존의 평화연구 2) 문선명 선생의 평화사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주로 세계의 평화운동을 가시화하기 시작 한 여러 평화운동단체의 설립은 물론 그 때 주어진 창설 강연문 ( 예를 들면 세계평화통일 가정연합, 참가정과 세계평화 ( 서울: 성화출판사, 2000), 천주평화연합, 세계평화통일가 정연합, 세계평화여성연합, 천주평화연합 창설 선언문 ( 서울: 성화출판사, 2005) 등 다 수) 이나 세계평화에 대한 직접적인 말씀집인 평화신경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평화신 경 ( 서울: 성화출판사, 2009) 이 있다. 또한 평화에 대한 중요한 말씀자료로는 그 원천을 2010년 현재 500 여권의 말씀선집에서 찾을 수 있다.( 문선명선생말씀편찬위원회, 문선명 선생말씀선집 ( 서울: 성화출판사, 2010.) - 13 -

의 한계점을 알아내고자 한다. 기존의 평화연구가 갖게 된 그 한계점의 극복을 위한 패러다임을 생명 중심의 평화연구로 설정하기 위해 연구의 범위를 생명과 평화 사상으로 설정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평화사상과 연관된 생명사상 을 살펴볼 뿐만이 아니라 생명사상의 지평을 통해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지를 언급한다. 또한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을 문선명 선생의 사상에서 찾기 위해 이미 언급되었듯이 문선명 선생의 사상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 통일 원리와 사상과 그의 가르침' 속에서 탐구해 문선명 선생의 평화사상 을 연구하고자 한다. 제3절 선행연구 1. 평화연구 문선명 선생의 생명 중심 평화사상에 대한 선행연구는 먼저 그간 진행되어온 평화연구부터 성찰하기로 한다. 이와 같은 사회과학적 선행연구는 본 연구의 과정에 따라 다음 제2장에서 자세히 살피기로 하고 그에 언급되지 않은 선행연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평화사상은 각 종교에서도 연구되어 왔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 면 현대사회와 평화 3) 에서 연구된 종교와 평화사상은 주로 각 종 - 14 -

교의 경전에 담긴 평화사상을 언급하고 있다. 정양모는 ' 신약성서의 평화관' 에서 신약성서 전반에 걸친 텍스트에서 평화라는 용어 사용 을 분석한 결과 하나님과의 수직적 평화와 화해에 관한 언급이 대부 분임에 비해서 사람들 서로간의 수평적 평화와 화해에 관한 언급은 별로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박종대는 가톨릭의 평화관에 대해 교황 요한 23 세의 회칙 ' 지상의 평화' 를 중심으로 살피면서 평화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지상의 평 화에서 주창된 평화 선포와 인권신장의 정신을 전승하는 가톨릭의 평화관을 말하고 있다. 평화의 종교로서 이슬람을 말하고 있는 김정 위는 국제관계에서의 전쟁의 부재를 말하는 평화를 현실에서 어떻게 이슬람의 평화사상이 역설하는 지를 성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의 평화사상은 사회 또는 국가 간의 평화보다는 한 개인의 마음에 깃든 영구한 평화의 구축에 있음을 강조하는 심재 룡은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 불자가 아무리 사회와 국가의 평화를 외 친다 해도 그것은 헛된 공염불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불교 식 평화 증진은 기본적으로 비폭력의 실천에 있다고 하며 그것 은 단지 생명을 지닌 존재를 죽이지 않는다는 소극적 불살생을 포함 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불교의 윤리적 삶의 이행에 있 음을 성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종교의 평화사상은 그것을 논하는 사람에 따라 약 간의 차이가 있으나 이상적 평화사상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3) 그리스도철학연구소 편, 현대사회와 평화 ( 서울: 서광사, 1991), 33, 87, 107. - 15 -

때에 따라 평화 증진을 위한 각 종교의 실천적 윤리를 강조하고 있 다. 현실적인 평화의 문제를 거론하는 사회과학적 평화연구의 범주 나 방법을 간과함으로써 당위의 평화사상을 말하는 결과를 갖게 된 다. 따라서 종교도 현실문제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며 학문 전영역 과의 통섭적인 평화사상을 말할 때가 되었다. 4) 2. 생명사상연구 생명사상에 대한 연구는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명연구 5) 에서 생명에 관련 있는 여러 분 야 곧 죽음, 환경, 교육, 가정, 법, 복지, 교통, 폭력 등에서 어떻게 생명의 문제를 말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명의 연 구는 '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라는 목표를 갖고 진행된 관심의 표명이 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범학문적, 범 종교적, 범 민족적 관심 에서 한국사회의 반생명적 현상들이 무엇인가를 점검하고 그 해결방 법이 어떤 것인지를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면서 탐색한 것들이다. 생명사상을 기독교 신학적으로 탐구한 예를 든다면 한국적 생명 신학 6) 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정배는 자신의 신학적 실존이 생명 에 대한 포괄적 물음에로 이전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한 때 노동신 4) 평화에 대한 철학적 연구의 예는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편, 평화의 철학 ( 서울: 철학과 현실사, 1995). 5) 생명문화연구소, 생명연구 제1, 2, 3 집 ( 서울: 서강대 출판부, 1993, 1994, 1997). 6) 이정배, 한국적 생명신학 ( 서울: 도서출판 감신, 1996). - 16 -

학, 생태신학, 평화신학 등으로 신학적 작업을 해왔으나 생명신학이 란 개념이 더욱 사실에 적합하고 토착화신학의 전통에서 합류하기 쉽다고 판단했음을 밝히고 있다. 오늘날의 문화를 생명파괴의 문화로 보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하면 죽음의 본능을 극복하기 위한 신학적 시도는 생명신학 의 구축과 이해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 비롯된 현실임 을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적 생명신학을 설계하고자 하는 열 정을 통해 생명에 대한 한국인의 사상과 윤리를 조명하고 있다. 이 는 오늘 한국의 생명파괴의 현실에서 기독교 신학이 무엇을 말할 것 인가에 대한 응답이요 요청을 대변하고 있다. 7) 이와 같은 생명사상의 연구가 평화와 관계하여 진행된 연구의 예 는 환경학과 평화학 8) 에서 볼 수 있다. 토다 기요시는 환경학과 평화학은 두 가지 모두 학제적인 학문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어느 쪽이나 실천적이고 또 에 대한 대단히 중요한 학문분야라고 말한다. 21세기의 인류와 지구 환경학의 목표인 환경 보전은 환경평화, 생태평화이며 지구의 평화이다. 환경파괴는 지구와 의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생명에 대한 기독교 신학적 이해뿐만이 아니라 철학과 종교에서의 생명사상연구도 1990 년대를 기해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그와 같은 예는 우리사상연구소 편, 생명과 더불 어 철학하기 ( 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0). 8) 토다 기요시 ( 戶 田 淸 ), 환경학과 평화학, 김원식 옮김 ( 대구: 녹색평론사, 2003). 9) 생명과 평화를 같은 학문적 지평으로 하는 사상가는 김지하를 들 수 있는 데 그의 사상 은 본 연구의 제3 절에서 언급함으로 선행연구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 17 -

이와 같은 생명사상의 연구와 평화연구와의 소통은 아직 맹아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환경평화와 생태평화의 개념을 사용하기는 하 지만 생명사상을 평화학의 지평에서 통섭하기는 아직 미진한 바 있 다. 9) - 18 -

제2장 평화연구의 이론적 성찰 제1절 평화연구의 이론적 전개 1. 소극적 평화 연구 평화연구자들은 평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접근하고 있다. 나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 또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로서 하 소 극적 평화 라고 불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간접적 또는 구조적 폭 력 및 문화적 폭력까지 없는 상태로서 적극적 평화 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전자는 국가 안보 개념의 평화이고, 후자는 인간 안보 개념의 평화로 볼 수 있다. 10) 이런 개념 규정 하 에 여기서는 소극적 평화연구와 적극적 평화연구의 이론적 전개 내 용을 성찰하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에 관한 연구는 주로 전쟁 그리고 전쟁 을 낳게 하는 갈등에 관한 것이었는데 여기서 갈등 연구란 국제정치 혹은 국제관계에서 빚어진 국가 간 갈등을 국방전략 면에서 연구하 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 연구로서의 갈등 연구는 냉전시대 발생한 갈등의 문제와 조정에 관한 연구로 강대국이 중심을 이룬 국 제적인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요소나 장애를 연구하고 그에 기초 10) J. Galtung, & C. Jacobsen, Searching for Peace: The Road to Transcend (London: Pluto Press, 2000), 12. - 19 -

하여 국제체제를 통제할 것을 목표로 삼는 평화연구 곧 소극적 평화 연구였다. 11) 그러나 2차 대전 이전 이미 그와 다른 평화에 관한 논의들이 있었 다. 그 대표적인 철학자가 칸트(E. Kant) 였다. 또한 19세기의 대중 적이며 윤리적인 평화운동이나 20세기에 들어와 심리적인 평화 운 동도 평화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유네스코가 중심이 되어 민족간, 인종간의 갈등 문제를 연구했던 것은 전후 체계적인 평화연 구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평화 문제를 철학적 과제로 다룬 철학자 칸트는 그의 영구평화론 12) 에서 평화의 문제를 현실적인 문 제이자 동시에 현실을 초월하는 당위의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평화 의 영구적 실현은 권력관계를 규정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로 이루어 11) 김항제, 통일교의학연구 Ⅲ ( 아산: 선문대출판부, 2002), 179. 12) 이성의 시대인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 와서야 사람들은 전쟁이란 피할 수 있고 또 피해 야만 한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구상들이 제기되었다. 임 마누엘 칸트는 영구평화론 을 통해 그의 평화 구상을 제시했다. 칸트는 1795년에 이 논문을 처음 발표했고, 그 이듬해에 다시 보완된 논문을 출간했다. 1796년 보완된 논문 에는 '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 이 덧붙여져 있다. 칸트는 이 글을 통해 당장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제공해 주지는 않지만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준다. 칸트가 이 평화론을 쓰게 된 것은 1795년 체결된 바젤 평화 조약에서 어떤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 지만 이 논문은 단순히 시사적인 문제를 상식적 수준에서 다룬 것이 아니다. 그의 평화 론은 그의 역사 철학, 도덕 철학, 및 정치 철학적인 관점에서 학문적으로 논의한 것이며, 영구 평화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논증한 것이다. 그가 영구 평화를 생각했을 때, 그는 풀기 어려운 과제를 생각했었고, 그리고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무제한의 시간을 염두해 두었다. 이것은 칸트가 20세기에 와서야 실현되기 시작한 국제 연맹의 최초의 제창자였 다는 사실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임마누엘 칸트, 영구평화론, 이한구 옮김 ( 서울: 서광사, 2008), 6-7.) - 20 -

야 하며, 그와 동시에 반 평화적인 현실을 비판하고 평화의 조건과 원칙을 말하는 철학의 역할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13) 적극적 평화 연구가 새롭게 등장하기 전인 소극적 평화연구는 그 주제가 한마디로 전쟁이 없는 상태로서의 평화 에 관한 연구였다. 14)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 평화연구는 오히려 궁극적인 문제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소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수단화 시키는데 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서 한 민족의 자기관철이 평화의 실현인 것처럼 이해되는 연구 가 되어버렸다. 전쟁을 옹호하는 이론가들은 전쟁을 통한 자국의 평 화 실현을 계속해서 그들의 명분으로 삼았다. 결국 평화는 오랫동안 인류의 희망이자 인류가 추구해온 중요한 지향점이었으나 그 실현에 관한 모든 노력들은 현실에서 실질적 영 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쟁에 의하지 않고 국가 간의 갈등을 해 결하여 평화에 이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 강대국들이 지니 고 있는 수많은 전쟁 도구는 물론 핵무기와 같은 인류 멸망의 살상 도구들의 위협 앞에 중요한 평화연구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평화의 조건과 전제들 그리고 평화에 이르는 방법들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5) 이러한 체계적인 연구는 갈등에 대한 연구가 곧 평화연 13) 이삼열, 평화의 철학과 통일의 실천 ( 서울: 햇빛출판사, 1991), 25-28. 14) J. Galtung, & C. Jacobsen, Searching for Peace: The Road to Transcend, 30. 15) J. Galtung, "Twenty-five years of peace research: Ten challenges and some responses," Journal of Peace Research, 22 (1985), 143. - 21 -

구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이 무렵 평화연구로서의 갈등연구의 과제는 냉전체계의 심리학 적, 이데올로기적 요인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대표적인 연구기관 은 1955 년 미국 미시간 대학에 세워진 갈등해결연구소였다. 평화연 구의 관심 대상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분석보다는 당면한 동서진영의 갈등이 주였다. 동서 사회체제의 이데올로기적 경쟁을 갈등연구의 주요한 대상으로 하였는데 이는 그 본래의 연구 목적을 넘어서거나 왜곡되기까지 하였으며 나아가 군비통제이론의 개발까지 다루었다. 국제적 위협체제의 폐지를 위한 전제 조건들에 대한 연구가 단지 군 비 경쟁의 억제에만 관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냉전체제의 상태를 계 속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16) 이 시기 평화연구는 그 문제의식의 소극성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동서 냉전 상황과 맞물려 지속적인 발전을 하였다. 특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의 국가들 사이에 양 체제가 가지는 화합할 수 없 는 대치 상황에서 자본주의 진영은 공산주의 확산을 억제하고 동구 의 자유화로 표현되는 동구국가들의 서구자본주의에로의 동화를 기 대하고 있었다. 이는 국제정치적 분석과 연구의 대부분을 자본주의 와 공산주의 양진영의 불가피한 분리에 기초한 양태를 띠고 있었다. 이 말은 경제적 선진국들과 제3세계 국가들 사이의 빈부격차 곧 남 북문제는 냉전의 정치적 상황과 그 갈등 연구에만 집중되어 뒷전으 로 밀려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16) 김항제, 통일교의학연구 Ⅲ, 181. - 22 -

평화란 곧 전쟁의 상대적 의미만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고 빈부 격차와 같은 문제에는 아직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는 직 접적 폭력에 대한 협소한 대안으로서의 평화만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평화의 조건들에 대하여 관심하는 평화 연구 는 제3세계 국가들의 종속 문제와 함께 세계 경제체제의 구조적 모 순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평화연구가 사회적, 정치적 현상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요청된다 는 인식과 함께 평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논의들이 제기되 었기 때문이다. 2. 적극적 평화연구 1960년대 후반 무렵 평화란 기존의 세계체제와 강대국이 중심이 되는 세력균형의 유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새로운 인식이 싹트는 것을 계기로 적극적 평화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베트남 전 쟁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평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였으 며 적극적 관점을 심어주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적 극적 평화연구는 평화의 개념과 폭력과 갈등에 관한 정의를 과거와 달리 새롭게 보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적극적 평화 연구는 주어 진 체제 안에서 갈등의 요인 17) 을 줄이며 체제에 적응하게 함으로써 17) 소극적 평화연구에서는 갈등의 개념을 주관주의적으로 이해해왔다. 소극적 평화연구는 갈 등을 배타적 가치를 추구하는 주관적 태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적 극적 평화연구에서 갈등은 사회체제 속에서 상충되는 이해관계로 이해된다. 이해관계는 주 - 23 -

평화가 보장되며 유지된다고 믿어 왔던 기존의 평화연구를 비판적으 로 보며 대안적 평화연구를 모색하는 연구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 다. 종전의 소극적 평화연구의 경향을 넘어서고자 한 적극적 평화연 구 18) 는 폭력 개념의 재개념화 19), 이해관계 개념의 도입, 사회적 상황과 관주의적 갈등개념으로는 이해될 수 없으며 사회적으로 객관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예를 들 면 계급갈등은 계급들이 반드시 모순된 목표들을 갖고 있고 상호간에 싸우고 있으며 서로 증 오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사회구조 자체가 한 계급은 다른 계급이 획득하는 것을 상실하도록 형성되어 있고 또한 착취가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형 성되어 있으므로 객관적인 갈등 구조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슈미트는 소극적 평화연구에 서 채택하였던 갈등이해의 주관주의적 입장을 갈등축소주의 라고 비판한다. 소극적 평화연 구는 그 동안 절대적 갈등에만 관심함으로써 상호양보, 타협 등 갈등해결의 기술을 갈등해결 책으로써 제시했고 그와 같은 해결책이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소극적 평 화연구가들은 국제관계에서도 심각한 체제교란을 피하기 위한 국제적 체제의 통제 그리고 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국제적 체제의 통합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이러한 소극적 평화연구는 갈등 자체 예를 들면 억압과 착취의 해결이 아니라 평정이나 은폐에 의하여 갈등의 현상만을 잠재움으로써 결과적으로 갈등해결을 방해하고 평화부재의 기존 질서체제의 유지에만 기여 한 것이다. 이에 반해 비판적 평화연구는 기존의 평화연구의 관념론적이며 비현실적인 성격 을 비판하고 객관적 이해관계의 모순성이라는 객관적인 갈등의 원인제거를 통하여 갈등조 정 을 모색한다. 이제는 근본적 갈등의 명시화를 갈등해결의 첫 단계로 인식하기에 이른 것이 다. 나아가 비판적 평화연구는 폭력에 책임이 있는 구조적 관계들의 폐지를 위한 수단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판적인 평화연구는 통제, 통합, 평정 대신에 착취로 인한 구조적 폭력의 뿌리를 공격함으로써 동 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 북의 문제도 함께 평화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판적 평화연구는 아래로부터의 관점, 곧 민중적 관점과 제3 세계적 관점에서 현실적 평화 실현을 위하여 사회와 세계의 변혁 이론이 되고자 했다. ( 한신대학교 평화연구소 엮음, 평화: 이론과 실천의 모색 II ( 서울: 삼민사, 1992), 187-188. 18) 적극적 평화연구의 선두 주자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교 평화연구학 교수이며 국제 평화연구소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Oslo) 소장이던 요한 갈퉁 스웨덴 룬드 대학 교수인 슈미 트 와 덴싱(Lars Dencik) 그리고 서독의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젱하스 등이다. 특히 갈퉁에 의하여 제 기된 폭력개념에 대한 비판은 국제적 평화 및 갈등연구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하였 - 24 -

관련된 갈등 해결 전략 모색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적극적 평 화연구를 위해서는 정치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사회심리학 등 여러 학 문 분야의 연구가 동원되어야 했다. 평화 연구 및 갈등 연구의 연구 대 상에는 국제 사회의 적대적인 계급적 계층 구조의 문제, 제국주의의 문 제, 군비경쟁, 군사독재, 사회 내적 불균형 및 국제적 불균형 문제 등이 포함되었다. 20) 갈퉁은 1969 년 폭력, 평화, 평화연구 라는 논문에서 폭력과 평 화를 재 정의했다. 폭력이란 그것이 눈앞에 있다는 것으로 인해 인 간 존재가 어떤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실 현이 잠재적 실현 이하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생명, 건강, 행복, 미, 지성 등에서 자기실현이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인간 의 신체적, 정신적 자기실현을 방해하고 있는 요인 중에서 피할 수 없는 것 이 폭력이다. 갈퉁은 전쟁의 부재로서의 평화를 소극적 평 화(negative peace) 라고 부르고, 이에 대해서 행복이나 복지나 번 영이 보장된다는 의미에서의 평화를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 라고 칭했다. 21) 적극적 평화란 바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자, 인권의 옹호와 확대이며, 고난과 궁핍에서의 해방이라 할 수 있다. 다. 19) 적극적 평화연구에 의해 평화개념이 재개념화 되는 데에는 폭력 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크게 영 향을 끼쳤다. 소극적 평화연구에서는 폭력의 개념을 단순히 신체적 상해를 초래하거나 생명을 빼앗는 물리적 행위로 국한시킴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질서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평화로운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갈퉁은 폭력 의 개념을 확대시킴으로써 인간에 의한 물리적 폭력 외에도 사회구조적 조건들이 인간에게 폭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20) 김항제, 통일교의학연구 Ⅲ, 183. 21) 토다 키요시, 환경학과 평화학, 김원식 옮김 ( 서울: 녹색평론사, 2003), 18-20. - 25 -

적극적 평화연구는 소극적 평화 연구가들에 의해 폭력 부재로의 평 화 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적극적 평화연구는 오히려 소극적인 평화연구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비판한다. 적극적 평화 연구는 소극적 평화 연구가 지배적인 권력 엘리트들의 관점을 채 택함으로써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 평화 연구의 학문성을 왜곡시켰 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극적 평화 연구는 이해관계의 갈등을 근본적으 로 해결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억압하거나 은폐함으로써 현상유지를 꾀하는 기술로 전락하였다. 22) 국제적 체제의 통제와 통합 을 목표로 하는 이러한 소극적 평화연구는 기존의 권력체제를 유지시 키려 하고 중립적이라기보다는 명백히 권력을 소유한 자들의 이해관계 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적극적 평화 연구의 공헌은 진보적인 정치 참여보다는 오히려 비판 적인 분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적극적 평화 연구가들은 지배의 사회학 적 분석과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분석들을 통해 오늘날의 반평화적인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과거의 소극적 평화 연구가들보다도 더 명백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적극적 평화 연구는 소극적 평화 연구가 토대로 삼던 조화, 균형, 중립성 등의 가설과 위기관리가 스스로 갈등을 통제하 리라는 희망에 문제를 제기한다. 적극적 평화 연구는 사회경제적 갈등 이 평화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던 것이다. 적 극적 평화 연구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민주주의의 확립을 국제적 평화 질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 22) J. Galtung, "Twenty-five years of peace research: Ten challenges and some responses," 155. - 26 -

적극적 평화 연구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구조적 폭력에 의하여 사회 적으로 삶의 기회를 불평등하게 분배 받음으로써 피해를 입고 있는 사 람들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국제적으로 착취 받는 사람들, 차별 대우를 받는 사람들, 직접적으로 신체적 실존이 위태로운 사람들 등이다. 적극 적 평화 연구가들은 현 상태의 유지를 지향하는 조건들에 대한 연구를 거부하였다. 이들은 많은 노력을 국민들이 정치적 상황에 무관심해지지 않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장되고 있는 사회적 갈 등들을 의식화 시키는 데 할애하였다. 폭력은 크게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폭력과 구조적, 간접적 폭력으 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은 전쟁, 테 러, 폭행 등을 가리키며, 구조적, 간접적 폭력은 사회적인 제도나 관 습, 경제적 상태, 정치나 법률, 개발 등에 포함되는 피할 수 없는 폭 력을 가리킨다. 직접적 폭력에는 명확한 주체 곧 폭력의 행사자와 대상 곧 폭력의 피해자가 있지만, 구조적 폭력에는 대상은 어느 정 도 특정할 수 있다 해도, 폭력의 주체는 분명하지 않다. 구조적 폭력 은 사회구조가 가져다준 폭력이기 때문이다. 화력이나 흉기에 의한 살상과 같이 직접적 폭력에는 명백한 폭력 의 행사자가 있다. 그러나 구조적 폭력은 익명인 경우가 많고, 따라 서 폭력의 행사자는 분명하지 않다. 전자는 신속하게 살상하고, 후 자는 천천히 살상한다 하는 차이가 있다.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재생 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강자라고 불리는 개인이나 집단이 다. 구조적 폭력을 낳는 사회구조의 형성이나 재생산에 큰 역할을 - 27 -

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종종 특정지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피해 자에 대해서 가해의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 어 이라크의 경제제재나 담배의 합법적 판매 등이 구조적 폭력의 예 일 수 있다. 23) 소극적 평화 연구가들은 적극적 평화 연구를 혁명적이라고 표현한 다. 적극적 평화 연구는 체제의 현상 유지 보다는 체제 변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극적 평화 연구가 법과 질서라는 이데 올로기적 관점이라는 한계에 갇혀 사회구조적 반평화적 요인들에 대해 서는 논의를 기피해 온 반면, 적극적 평화 연구는 구조적으로 조직화된 반평화적 요소들을 이데올로기 비판 및 정치경제학적 비판을 통하여 분석하는 일을 주된 과업으로 삼고 있다. 평화의 사회적 조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적극적 평화연구의 관심을 현 실화시키기 위하여 군비증강의 역동성 분석, 제국주의 분석, 체제 내의 특수한 노동조건 및 사회화의 조건을 분석하고 그 실천의 개발에 집중 하고 있다. 24) 적극적 평화연구는 체제 자체가 지니고 있는 반평화성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극복하도록 도움으로써 소극적인 평화 연구가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 평화의 사회적 조건들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적극적 평화의 최근 연구 동향은 문화 25) 를 이슈로 삼고 있다. 바 23) 토다 키요시, 환경학과 평화학, 19-33. 24) 김항제, 통일교의학연구 Ⅲ, 184-185. 25) 문화라는 개념은 광의의 그리고 협의의 의미로 동시에 사용된다. 광의의 의미에서 문화 는 인간 활동의 총체로서 지식과 행위의 전체를 의미한다. 반면에 협의의 의미에서 문화 는 주로 음악, 문학, 예술, 건축과 같이 창조적 행위와 고도의 지적인 성과물의 결과로서 - 28 -

로 문화가 폭력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때 문화적 폭력으로 문화의 단면들인 종교와 이데올로기, 언어와 예술, 경험과학과 형식 과학들로 예시될 수 있는 우리 존재의 상징적 영역으로서, 직접적 또는 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합법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것 들이기도 하다. 별, 십자가, 초승달, 국기, 국가, 군사 퍼레이드, 어디 나 걸려 있는 지도자의 초상화, 선동적인 연설과 포스터 등을 연상 해 볼 수 있다. 26) 물론 이런 사례들은 문화의 단면들이지 문화 전반은 아니지만 잠 재적인 살인자를 고무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폭력적 잠재성을 지닌 문화의 단면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폭력은 직접적 또 는 구조적 폭력을 올바른 것으로서 아니면 적어도 잘못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게 한다. 문화적 폭력에 대한 연구는 직접적인 폭력의 행위와 구조적 사실이 합법화됨으로써 사회에 수용되는 방식을 강조 한다. 문화적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한 행위의 도덕적 색채를 붉고 잘 이해된다. 평화의 문화는 광의의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은 다양한 유네 스코 문서들에 의해서 정의되었다. 1976 년에 발표된 문화적 삶에 일반인들의 참여에 관한 권고 에서 유네스코는 문화는 엘리트들이 만들어내는 작업과 지식의 축적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지식의 습득, 생활 방식에 대한 요구 및 소통의 필요성을 의미한다고 지 적하고 있다. 또한 1982년의 문화정책에 관한 세계 회의는 문화라는 개념은 인간의 삶에 대한 사고 방식과 조직화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문 화는 특정의 가치들에 관한 지식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치들을 믿고 일상생활 에서 그것들을 기꺼이 지키고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평화의 문화는 평화롭고 비폭력적 인 행동의 패턴과 방식을 창조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하영선 편, 21세기 평 화학 ( 서울: 풀빛, 2002), 297.) 26) 요한 갈퉁,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412-413. - 29 -

못된 것으로부터 푸르고 올바른 것으로, 또는 적어도 노랗고 수용 가능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한 가지 예로 조국을 위 한 살인은 올바르고, 자신을 위한 살인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말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현실을 불명료하게 만듦으로써 우 리가 폭력적인 행위나 사실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적어도 폭력적인 것으로는 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문화적 폭력은 일반적으로 구조적 폭력을 거쳐 직접적인 폭력으로 인과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27) 문화는 대개 착취나 억압을 정 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무디게 한다. 그 렇게 되면 구조적인 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직접적 폭력을 이용하려 는 노력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보복적 폭력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충 돌하게 된다. 일상적인 범죄 행위란 부를 공평하게 재분배받기 위해 서나 복수를 하기 위한 사회적 약자의 노력이거나 또는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위해 구조를 착취하면서 사회적 강자로 남아 있으려고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직접적 폭력이나 구조적 폭력 모두 결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갑 작스럽게 발생할 때 우리는 외상(trauma) 을 입으며 이것이 단체나 집단에서 발생하여 집단적인 잠재의식에 침전될 때 집단적 외상 (collective trauma) 이 형성된다. 이는 즉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쉬운 전제로 이해될 수 있다. 폭력은 필요한 것을 박탈하는 것으로 심각한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반작용으로 직접적인 폭력이 나타 27) J. Galtung, & C. Jacobsen, Searching for Peace: The Road to Transcend, 32. - 30 -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반작용은 아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느낌이나 스스로를 향한 공격성같이 내부적으로 나타나거나 또는 냉 담이나 외면처럼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박탈감이나 좌절 증후군도 생 겨날 수 있다. 필요한 것에 대한 박탈이 대규모로 발생할 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끓어오르는 폭력적인 사회와 얼어붙은 냉담한 사 회 간의 선택이 주어진다면 사회적 강자는 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분쟁, 무정부 상태보다는 통제를 선호한다. 그들은 안 정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실상 지배 엘리트들이 제멋대로 행사하는 문화적 폭력의 주된 형태는 유리온실 안에서 안주하지 않고 강철 새장에서 벗어나기 위 해 최초로 돌을 던진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에게 침략자라고 낙인을 찍음으로써 비난하는 것이다. 28) 예를 들어 아프리카인들이 생포되어 노예로 부려지기 위해 강제로 대서양을 건너는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아프리카에서, 배 위에서, 그 리고 아메리카에서 살해된 사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세기를 거 친 이와 같은 대규모의 직접적인 폭력은 주인이자 사회적 강자로서 의 백인들과 노예이자 사회적 약자로서의 흑인들과 더불어 대규모의 구조적 폭력으로 확산되거나 침전되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종 주의적 이념과 함께 대규모의 문화적 폭력을 생산하고 또 재생산하 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직접적인 폭력은 잊혀지고 노예제도도 28) Lederach, John Paul, Preparing for Peace: Conflict Transformation across Cultures (New York: Cyracuse University Press, 1995), 84. - 31 -

잊혀졌지만 차별과 편견이라는 문화적 폭력은 여전히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이런 사악한 사이클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제도화된 폭력적 구조와 내면화된 폭력적 문화, 그리고 직접적 폭 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제도화되고, 반복되고, 의식화되려는 경향이 있다. 폭력의 이러한 세 가지 각기 다른 유형들은 어느 지점에서든 시작될 수 있으며, 이는 상호간에 쉽사리 전달되기도 한다. 폭력에 대한 삼각형적 증후군은 마음속에서 문화적 평화가 다양한 상대 간 의 공생적이고 동등한 관계와 더불어 구조적 평화를 낳고, 협력의 활동과 우정 그리고 사랑과 더불어 직접적 평화를 낳는 평화의 신드 롬과 대비될 수 있다. 제2절 평화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 1.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적 배경 적극적 평화 연구는 소극적 평화 연구가 직면했던 문제를 어느 정 도 극복하는 듯이 보였지만 인류가 마주한 시대적 환경의 변화는 다 시금 새로운 평화 연구를 요청하고 있다. 오늘날 당면한 시대적 패 러다임 변화는 바로 생태적 문제이며 생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인간 중심의 태도를 벗 어나 생명 중심의 태도로 전환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에 근거하고 있다. - 32 -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인간의 이기적이며 인간중심적 태 도에 따라 벌이고 있는 전쟁과 여타 갈등의 문제를 넘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적 갈등으로 인한 환경의 파괴와 생태의 불균형으 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인류 자멸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나 생태적 갈등을 회복하고 해결하려는 일체의 모색과 시도가 있다 하더라도 인간 중심적 사고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29) 따라서 궁극적이며 실현가능한 평화 연구는 인간 중심의 평화 연구가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뭇 생명 중심의 평화 연구이며, 이는 평화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존재 중심의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에 생명의 역동성을, 이성 중심 대신에 생명의 지향성을, 인간 중심 대신 생명 체 전체를 대체시키려는 탈 이성적이며 탈 인간적인 노력이다. 이러 한 노력과 연관하여 여기서는 현대 철학의 몇 가지 문제를 정리해 보고 이러한 문제 이해를 단초로 해서 새로운 생명 중심의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 보고자 한다. 30) 기존 서구철학을 몇 가지 문제 범주로 나누어 보는 것은 우리의 문제 지평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우선 서구사상의 두 축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은 철학과 신학이란 이름 으로 서구의 모든 사상과 문화, 정치와 경제, 사회와 역사의 원근거 29) Deats, Richard, Shelley Douglass, and Melinda Moore, eds, Active Nonviolence: A Way of Life - A Strategy for Change (Nyack: Fellowship of Reconciliation, 1999), 38-42. 30) 우리사상연구소, 생명과 더불어 철학하기 ( 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0), 15-17. - 33 -

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의 근본적 사유는 존재론적 동일성의 원리이 다. 이에 대해서는 탈근대주의자들에 의한 중심주의 내지는 거대 담론 에 대한 비판이나, 생성의 철학 을 주창하는 이들의 줄기찬 비 판이 따르고 있다. 또한 인식론적 이론원도 문제이다. 플라톤 이래의 서구철학은 차 안과 피안의 세계를 구별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이다. 이데아의 세계 와 미메시스(mimesis) 의 세계, 천상과 지상, 성과 속의 구별, 또는 절대자의 세계 및 존재자의 세계를 구별하는 이원론을 의미한다. 그 것은 최고의 존재자와 신에 대한 문제, 심지어는 인간의 몸과 마음 에 관한 이원론에 이르기까지 서구철학과 사회, 문화를 인식하는 불 변의 원리로 작용하였다. 또 한 가지 과학주의 및 실재주의의 문제가 있다. 데카르트주의 이래 확립된 근대성은 과학주의라는 특정한 세계관을 낳았다. 그것 은 소위 뉴턴적 고전물리학의 뿌리이며, 기계론적 세계관과 수학적 사고에 의한 자연과학의 승리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고전물리학의 한계는 현대물리학에서 이미 명백히 검증 되고 있다. 만물에 대해 수량화, 계량화하며, 측정 계산하려는 과학 주의에 대해 존재의 파악불가능성을 유지함으로써 근대과학의 맹점 을 비판하는 하이데거를 비롯한 기술공학 비판론자들의 경고는 이러 한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끝으로 이성중심주의 합리성의 문제는 이성체계의 갈등을 의미했 다. 이에 대해서는 오늘날 탈근대주의자들의 경고뿐 아니라, 이해의 - 34 -

방향은 다르지만 이성중심론자들, 예를 들어 하버마스 등도 동의하 는 궁극적인 서구 근대철학의 문제이다. 이러한 철학적 문제에 따라 오늘날 서구 문화와 사회에서는 세계 화와 자본주의의 문제, 생태계 파괴와 세계적 빈곤, 정의의 상실 등 의 문제가 초래되었다. 근대주의의 특징은 개체 에 대한 자각과 비 판이지만 이것 역시 자의식, 개체의 극대화, 공동체성 상실 등의 문 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늘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패 러다임 변화를 과학과 철학의 영역에서는 생명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생명원리의 해명을 통해 모색하고 있다. 18세기 이후 서구 식민 세력의 동양에 대한 침략과 대결에서의 우위는 단순히 정치적이며 군사적인 면에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 다. 오히려 그것은 그 세력을 대변했던 모든 사유 틀과 원리, 세계관 의 대결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 전쟁에서의 패배는 철학적 사유 틀 과 원리, 세계관의 패배와 폐기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동양철학 이 지니는 고유한 문제지평의 상실이란 결과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현대 동양은 서구정신에 따른 몸과 정신의 분열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는 서구철학적인 이원론적 분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상실의 기반이 되는, 몸과 정신의 이중적 분열을 의미한다. 그래서 동양철학은 오늘날의 문화, 사회적 현실과 접목하는 데 결코 성공적이지 못하다. 서구의 근대성이 이룩한 수많은 업적과 사유틀 자체의 변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과학주의 등에 대해 동양철 학은 어떠한 설득력 있는 대답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 35 -

이 점에서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동양철학에 대한 선험적 회귀 로 해결하려는 욕구는 현대 서구 정신세계에 의한 문제 지평에 과거 의 대답을 대치시키려는 감상적 복고주의의 오류일 뿐이다. 이러한 문제 지평은 오늘날 우리의 상황에서는 이중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서구의 문제가 그들만의 영역을 넘어 우리의 것으로 대치된 동양의 문제가 되고 있으며 나아가 동양이 서구의 침입 이래 겪게 되는 전 통적 철학의 삶의 자리를 상실하게 되는 고유한 문제에서 오는 갈등 이 그것이다. 31) 오늘날 우리의 인문학과 철학, 그리고 그로 인한 문화와 사회의 문제는 이런 갈등으로 인해 더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지평 에 대한 본질적 해결을 서구에서 시도된 새로운 사유를 수입하거나 또는 고전의 새로운 수용을 통해 얻기에는 그 문제의 차원이 매우 다층적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모두를 넘어서면서도 일면 그 역 사를 올바르게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과 문화, 인간과 자연이 해의 모색이다. 서구의 문화지평에서 실재에 대한 인식의 원천과 근거는 인문적 방 법과 과학적 방법이란 두 가지 분열된 방법에 의해 전체적으로 차이 와 분열을 초래하였다. 과학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근대의 두 문화구 조는 분명 인간과 모든 실재, 타자와의 만남과 관계를 바꾸어 놓는 다. 그럼에도 이러한 근대성이 초래한 제반문제들을 해결할 철학적 사유 틀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한 사유틀을 여기서는 다원적 31) 우리사상연구소, 생명과 더불어 철학하기, 21. - 36 -

통합성과 생명의 원리를 원용한 새로운 생명철학의 존재론적 원리, 해석학적 의미에서 해결의 단초를 제시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생명 의 패러다임이며, 이로써 근대성의 전제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의 변 경을 통해 새로운 문화지평과 해석의 틀, 사유의 틀을 이끌어 내려 는 시도이다. 2.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으로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는 어디까지나 인간을 중심으로 한 평 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소극적 평화는 전쟁을 비롯한 물리적 폭 력의 반대개념으로 평화를 이해하고 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문제제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평화개념이다. 문제의 인식이 나 해결방법의 모색에 있어 소극적 평화 개념은 인간 중심이라는 한 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적극적 평화 개념 역시 모든 인간이 좋은 환경에서 살 권리에 대 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고, 좋은 환경에서 살겠다는 생각 자체 가 환경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게 하였다는 점에서 는 의미가 있으나 평화의 궁극적인 목적을 최대한의 자아실현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을 주인공으로, 환경 또는 다른 생명들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인간 중심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 37 -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하여 생태위기는 물론 인간이 세상과 관계 맺고 있는 많은 부분에서 잔인한 문화를 양산해 내고 있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가시화되고 있는 세계화란 이름의 무한 경쟁이 만들어 가고 있는 또 다른 전쟁 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에 라벨이 붙여져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되어 매매되는 자본주의의 폐해들 등등 소위 상생의 문화가 아 닌 죽임의 문화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위기 는 인간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꾸고, 인간이 자연에 대한 이해 역 시 바꾸어, 궁극적으로 평화에 대한 질문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의 중심에 바로 생명 이 새로이 제기되어야 함을 말하려 한다. 생명을 중심으로 한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이 강력히 요청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과 평화 개념을 연결시키는 것은 필 연적이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 조화는 평화를 위한 생명들의 서로를 살리는 관계 없인 가능하지 않 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재 상황을 보면 생명과 평화 개념을 연결한 생명 중심의 평화사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명을 중심으로 한 평화의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평화 논의는 결국 인간을 주인공으로 설 정하고, 다른 생명과 자연을 대상화하는 관점에 근거해 있으며 그 중요성을 경시한 태도가 많았다. 하지만 생명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분명 새로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며 그 문제제기들을 깊 - 38 -

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에 우선 생명사상을 강조한 사상가들의 논의를 살펴보고 그 중요한 내용들을 고찰해 보기로 한다. 생명과 평화라는 두 의미를 하나로 엮어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 고 생명과 평화만이 이 혼돈의 세상을 다시 밝히고 죽임의 문명을 치유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생명과 평화라는 커다란 두 가치를 갈 망하고 있다. 새 문명의 두 기둥이 될 수 있는 생명과 평화는 이분 법적 사유의 수많은 논리들과 방법론, 삶의 태도를 극복할 수 있다 고 본다. 극복 대상의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자본주의적 배제의 논리와 사회 주의적 변증법이다. 곧 전자는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며 이것은 저것이 아니고 저것은 이것이 아니다라는 상호 배제의 논리, 방법론, 삶의 태도인 것이고, 후자는 너와 나는 항구적으로 대립 투 쟁하고 잠정적으로는 화해 통일하는데 항구적인 투쟁에 의해 네가 나를, 혹은 내가 너를 이길 때에 비로소 나와 너는 통일된다는 논리 이다. 이것과 저것에서도 똑 같다라는 논리와 삶의 태도이다. 이 두 가지를 넘어서야만 생명과 평화의 길이 열린다고 본다. 또한 일상의 논리에서, 실천과 공부 두 방법론에서, 일반적 삶의 태도에서, 끝과 처음이 연결될 때 생명과 평화의 길을 관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상적 삶에서 이것을 관철하지 않으면 아무리 말로는 생명과 평 화를 주장하더라도 매일 매 순간의 삶과 세계관에 특히 결정적 순간 에는 죽임과 전쟁 의 논리, 방법론, 삶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기 때문이다. 생명과 평화의 길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저것이 아 - 39 -

니고 저것은 이것이 아니지만 이것은 저것이고 저것은 이것이다 나 와 너는 서로 다르고 반대되지만 동시에 너와 나는 언제나 상호 보 완적이다. 음과 양, 상생과 상극은 서로 반대지만 상호 보완적이니 제3의 합명제는 현실 차원의 연장선 위에서가 아니라 숨은 차원이 드러난 차원으로 현시되는 개시요 현현인 것이다. 32) 이런 바탕위에 그는 다음 질문과 함께 생명에 관한 논의를 계속한 다. 생명은 온전한가? 우리는 과연 살아 있는 것인가? 현실은 어떠 한가? 세계는 병들고 삶은 위태롭다. 인간 내면의 도덕적 황폐와 지 구 생태계의 전면적 오염, 그 위에 세계 경제의 위기, 테러와 전쟁, 속수무책의 기상 이변, 그보다 더욱 더 심각한 전 인류의 깊이 모를 절망과 문명에 대한 회의이다. 평화는 전쟁이 행해지고 있던 지역 외에서는 그나마 이름뿐인 평화가 현실로서 지켜질 뿐이었다. 이것 을 평화가 지켜지고 있다고 해야 하는가? 이제 인류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일본 그리 고 유럽연합과 국제연합에 의해 세계 평화가 현실적으로 지켜지리라 는 낙관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찾고 있는 평화는 현존의 지구 생명 질서 위에서 참으로 실현되고 혹은 지켜질 수 있는 것인 가? 병들고 위태로운 환경과 오염, 경제 위기와 함께 지속되고 있는 테러, 전쟁과 기아 그리고 기상이변 등 대혼돈 속에서 생명은 진실 로 자기를 지켜낼 수 있으며 더욱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 중 그 누구도 현존하는 세계 질서가 참으로 깊은 생명의 진 32) 김지하, 생명과 평화의 길 (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5), 51. - 40 -

리에 토대를 둔 평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인류 중 그 누구도 현존의 문명권들이 스스로 생명과 평화에 대한 상투화된 자기의 오류를 깨우치지 않고는 넓은 우주 생명의 파장에 연속될 수 있는 진정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인류는 이 제 진지하게 생명은 무엇이며 평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33) 생명문화에 관한 논의를 통해 현대사회의 인간이해를 문제 삼으며 현대의 인간은 사회 구조 속에서 단지 기능하는 존재로 인식되어지 며 그 결과 발생한 자기소외가 비판되고 있다. 이는 인간과 자연, 문 명 전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의 부족 때문이며 진정한 평화를 실 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과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근 본적 이해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34) 대안의 하 나가 생태적 인간이며 올바른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의 중요성이 강조 되고 있다. 또한 소비적 허무주의의 자기의식 지배를 비판한다. 끝 모르는 소 비의 자기의식이 끝 모르는 소비품의 생산노동과 손을 잡으면서 자 연은 무한정하게 착취되었다고 본다. 이는 생태계의 위기뿐만 아니 라 현대 상공업문화가 양산한 일차원적 인간 35) 곧 분열된 인성을 가진 현대인은 그 분열이 생태계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노동에서 왔 33) 김지하, 생명과 평화의 길, 167. 34) 이준모. 생태적 인간 ( 서울: 다산글방, 2000), 291-314. 35) Herbert Marcuse, One-Dimensional Man: Studies in the Ideology of Advanced Industrial Society (Boston: Beacon, 1964), 14. - 41 -

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분열된 인성의 교육과 생태계의 파괴는 본질적인 관계를 지닌 것이다. 결국 서양의 문명이 원칙으로 삼아 온 이분법적 이성의 틀이 지닌 한계의 지적 역시 함의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 의존된 자연적 존재이다. 그러면서도 자연대로 살 지 않으려고 자연이 생명을 양육하는 운동법칙을 알아내고 그 다음 에는 이를 자연에 내맡기지 않고 오히려 자연에 대립해서 이용하는 식으로 하려고 한다. 자연에 따르는 척하면서도 실은 자연을 거스르 는 이와 같은 행위 원칙이 서양의 상공업사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원칙은 서양 사람들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성, 또는 합리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유의 근대적 상상력의 한 계이다. 36) 이는 생태학적 논리와 실천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데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준다. 첫째, 근현대의 서양과 동양에 보편화되어 가고 있 는 상공업적 논리는 생태학적 논리, 즉 생명노동의 논리를 이기주의 의 매커니즘으로 전환시킨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점이다. 생명의 보전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토대가 없어져 버렸다는 이에 대해 생태학적 토양과 생태학적 논리를 통일시키는 매 개 고리는 생태학적 노동을 하면서 이 노동을 논리로 반성하는 인간 이라고 본다. 이 논리적 출발에서 생태학적 지식과 생태학적 기술이 자라나 생태학적 문화를 꽃피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태학적 교육 은 참 인간을 길러 내야 한다는 말이다. 37) 36) 이준모. 생태적 인간, 291-294. - 42 -

교육의 관점에서 인간의 생명 이해가 가지는 한계를 역설하면서 생명을 보존하는 교육에 대한 필요성 논의도 있다. 지금까지는 생명 을 살리는 교육보다는 오히려 생명을 파괴하는 교육을 하여 왔다고 기존 교육을 비판한다. 38) 생명에 대한 이해가 인간 중심, 나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여, 생명과 자연을 인간을 위하여 탐구하고 응용한다 는 것이 오히려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한 부 정적 결과의 하나로 교육을 비판하고 있는데 곧 교육이 오늘날 과학 주의적 발전 의 개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교육과 교육학을 쇄신하려는 노력이 교육과 교육학에서 지혜를 몰아내고 지식을 불러들인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이로써 교육 과 교육학은 오히려 생명 소외적이고 생명 파괴적인 실천과 이론이 되었다고 본다. 우리 인간은 자연 안에서 살면서도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언제나 그리 썩 잘 이해하여 오지 못하곤 하였다. 그 래서 생명은 외경의 대상이기보다는 탐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 안에 있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자연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없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현존하 고 실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삶의 공간으로 가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인식하고 인정하기를 거부하려 고 해도 인간은 어차피 이 질서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 고 몸을 움직이려면 최소한도로 자연의 기초적인 질서가 있어야 한 다. 우리가 이 개념을 수용하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가 37) 이준모. 생태적 인간, 314. 38) 오인탁, 고등교육에서의 생명교육, 생명문화총서 제2 집 (1994), 335-337. - 43 -

치의 질서를 우리는 찾아서 세워 볼 수 있으며 생명교육의 프로그램 을 이 가치 질서에 따라서 만들어 볼 수 있다고 본다. 니체 역시 서양의 근대문명이 소위 인간과 대지,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서 생명이 창발하는 생명의 문명 으로 전개되지 못하고, 주체 와 대상, 자아와 타자, 인간과 자연 등 인식론적인 이분법적인 구분 법과 기계론적 자아관, 이성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의 사유 위에서 결국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기계론적인 죽음의 문명 으로 치닫고 있다는 서양문명의 전개과정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 고 있다. 39) 그는 왜 서양의 근대문명이 인간중심주의로, 그리고 니 힐리즘적인 병리현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질문한다. 자연을 대상화하고 물리적 언어로 양화하여 기술하면서 인간 욕망 의 객체로 다루어온 이성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의해 각인된 근 대문명의 세계관적 오만에 대한 비판과 서양문명의 자기 파괴적인 위기를 말하고 있다. 근대문명의 세례를 받으며 근대화를 추진해 왔 고, 산업사회, 자본주의사회, 소비사회의 구조 속에서 혹은 후기산업 사회, 정보화사회 등으로 이행 과정에 있는 현실에서 문제의식을 서 양의 근대적 세계관이 지구문명을 생명이 없는 인조적 세계로 만들 어가고 있다고 반성한다. 인간의 욕망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주는 서양 근대의 물질주의 세 계관은 인조적인 세계의 현실을 양산해 내었고 산업화의 진행과정에 서 지구문명은 자연의 생명력을 탈자연화하는 조건으로 물질적인 풍 39) 우리사상연구소, 생명과 더불어 철학하기, 41. - 44 -

요로움을 얻었으나 동시에 지구자원의 고갈과 자연의 자생적인 생명 력을 희생당하게 되었고, 꿈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조적인 죽음의 문명으로 탈바 이성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적 사유를 비 판하고 서양의 근대적 세계관 전체를 문제시하는 니체의 문제의식은 다가오는 새로운 지구문명의 희생, 즉 죽음의 문명 으로부터 생명 의 문명 으로의 대전환에 있다고 천명한다. 그는 이성의 오만에서 출발하는 실체적 자아의 확립, 인간과 자연 의 이분법 및 물리적 객관주의의 승리, 그리고 물질주의의 팽배와 더불어 나타나는 인간의 왜소화 및 소외현상을 비판하고 인간과 자 연의 유기적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며 인간이 생명 자각의 세계관을 새로운 문명의 사유문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근대문명에 관한 진 단과 탈근대적 생명관에서 본 생명의 정의, 자연의 인간화와 인간의 자연화를 문제시한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진정한 경외심은 사라지고 지식을 위한 지 식, 백과사전적인 지식의 양적인 증대와 주입에만 관심을 가지는 근 대적인 교육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내면과 외면이 분리되는 자아분 열을 경험하게 되고, 나아가 내용과 형식, 이론과 실천의 괴리로 인 해 무질서한 내면적인 세계, 인 야만상태에 이르게 된다. 즉 문화적 정신적 황폐화로서의 내면적 이를 니체는 쇠약한 인성이라고 말하기 도 하고, 근대의 일반적인 고통으로서 인간의 자기왜소화라고 표현 하기도 한다. 40) 40) Friedrich Kaulbach, "Nietzsches Interpretation der Natur," Nietzsche Studien 10 (1981): 448. - 45 -

니체는 자기왜소화를 인간 퇴화의 기호로, 즉 인간의 자기분열의 기호로 읽고 있다. 41) 니체는 근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탈근대적 사유 의 단초를 생의 충일감과 삶에 대한 진실한 감사의 마음, 자연과 생 명에 대한 인간의 고귀한 태도가 하나의 문화형태로 발아된 고대 그 리스에서 발굴한다. 자연, 몸, 디오니소스, 대지 등의 개념과 같은 그의 탈근대의 기호들은 삶을 긍정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생명 의 언어로서 사유방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건강과 자연성, 생명과 자 기긍정, 생산성과 창조성 등과 같은 문제는 인간과 자연을 긍정하는 생명문화 속에서 담론화되는 가치목록들이다. 니체는 인간의 자연 생명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역동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자신의 의지를 강화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 리하는 것을 건강의 관리술로 묘사하고 있다. 생명이란 성장하고 생 장하려는 힘에의 의지의 표현이기에 투쟁의 방식으로 나타나게 된 다. 즉 생명이란 죽어가고자 하는 어떤 것을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 으로부터 밀어내는 것이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는 자연에도, 인간 자 신의 삶에도, 사회나 역사 혹은 문명에도 적용이 될 수 있는 근원적 인 생명성이다. 그의 사상은 생명 중심적으로 자연과 인간 자신, 인 간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문명 등 모든 곳에 편재해 있는 생명력을 묻는 생명이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서양의 근대문명이 자연과학을 도구적 이성으로 사용하여 자연을 41) 니체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에 나오는 주인공 오스카처럼 인간이 외형적으로는 키가 커가면서 내면적으로는 난쟁이로 머무는 부조리한 생리적인 모순현상을 말하고 있 다. - 46 -

지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 자신도 또한 그 지배의 희생양이 되 어버렸다고 역설하는 사람들도 있다. 42) 그들은 소위 ' 계몽의 변증법' 에서 신화는 무생물을 유생물과 동일시하는 데 반해, 계몽은 유생물 을 무생물과 동일시하는 사유라고 말하고, 서양의 근대 계몽주의 사 유공간 안에서는 살아 있는 생명의 세계가 도구적 합리성으로 타락 함으로써 오히려 죽은 세계로 되고 만다고 주장한다. 곧 근대문명의 도착 증세를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말로 고발하고 있다. 합리화된 비 합리성으로서의 문명은 자연을 단순한 인간의 도구로서만 파악하는 무한한 인간 제국주의를 야기시켰고, 이러한 자연지배는 동시에 인 간 자신이 지배되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과 자연과 세계를 합리적 이성에 의해, 곧 과학적 합리성에 의해 물리적으로 양화된 기호로 그려내려는 서양 근대의 사유는 인 간의 의지 및 가치 평가적 인식에 대한 불안을 담고 있으며 생명의 관점에서 가치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는 노이로제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합리적 이성에 의해 세계를 총체적, 전체적, 체계적으로 포착 하려는 근대 합리주의의 사유란 생명과 가치 평가적 인식에 대한 거 부를 의미하며, 생명의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태도에 대한 불안 을 나타낸다. 과학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서양문명 가운데 인간환경과 자연환경 의 합리적 변형을 담당하는 인간의 자아는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주 체가 되어버렸고, 마침내 신경질적이고 도착적인 증세를 보이게 된 42) 아도르노, 호르크 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옮김 (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1), 16. - 47 -

다는 것이다. 근대 서양에서 합리적 이성에 의해 자연지배의 기술공 학적 발달과 물질문명의 발전이 이루어졌으나, 그 이면에서는 동시 에 인간의 삶의 본능의 퇴화, 즉 생명을 기계화, 무기화시키는 죽음 의 본능이 분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 중심의 사상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충분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새롭게 모색해야 할 연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생명 중심 사상은 계속 연구되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평화연구와 연 관지어 숙고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신자유주의43)적 세계 화의 무한 경쟁에 대한 부분 역시 평화연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 인데 앞에서 다루었던 문화적 폭력과도 연결된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차단되는 경쟁 위주의 문화적 폭력은 근대의 이분 43) 신자유주의는 감세 정책, 사유화, 금융 자유화, 탈규제화와 같은 다양한 정책적 꾸러미 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른바 경제에 대한 정부 통제를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시장( 市 場 ) 근본주의와 같은 경제적 교조를 지칭하기도 한다. 오늘날 이러한 신자유 주의적 정책은 단지 경제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머무를 뿐 아니라, 그 사회의 계급 구조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와서야 신자유주의 적 경제 정책의 문제가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 됐지만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미국의 스 태그플레이션 (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현상) 과 1980년대 일부 개 발도상국에서의 외채 위기를 계기로 기존의 케인즈주의적 국가 개입 정책에 대한 반동으 로부터 출발했다.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는 앞에 열거된 여러 가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1990 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고 동서 냉전이 종식 되면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대처의 대안은 없다 라는 구호가 말해 주듯 약화된 노동자 계급의 저항을 더욱 무력화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신자유주의는 경제 성장이나 복지보다 물가 안정을 핵심적 정책 의제로 삼는 시카고대학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 리드먼의 통화주의 학설과 공급 중시 경제학 등의 이론적 표현을 가진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금융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어하는 각국의 금융시 장 규제 철폐를 통해서도 크게 진전됐다. - 48 -

법적 틀에 갇혀서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삶의 방식인 문화 곧 생명을 살리는 평화의 문화와 대치되고 있다. 따라서 생명 중심의 평화연구에서 위의 내용들이 밝히고 있는 인간중심의 이분법적 논리 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전체적인 자연의 질서 속 에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로 구조화되어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 49 -

제3장 생명 중심 평화 연구의 이론적 배경 제1절 생명 중심의 평화 이해와 개념 1. 생명 중심의 평화 이해 이미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갈퉁은 적극적 평화 개념을 통해 기존 의 평화 이해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그러나 적극적 평화 개념 또한 소극적 평화 개념과 마찬가지로 평화라는 것을 인간이 주체가 되어 대안을 구상해 내고 상황을 변화시켜 만들어 내고 창조할 수 있는 것으로 상정하는 인간중심적인 평화 개념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 다. 44) 소극적, 적극적 의미의 평화 개념은 인간이 평화를 만들고 창 조한다는 입장으로 여전히 세계에 대하여 인간이 중심이고 다른 생 명체와 우주는 그 존재 의미의 중요성이 간과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의 삶의 양상과 그 생존 조건 을 돌아보면, 기존의 평화개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명 자체의 모순이 드러난다. 계속되는 테러와 전쟁은 그 폭력을 끊임없이 반복 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전쟁보다 더 비참하고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빈부격차와 자원의 고갈,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데 중 44) " 인간은 지금까지 역사를 통해 줄곧 인간을 중심한 평화운동만을 전개해왔습니다. 그 좋은 예가 민주와 공산의 대결입니다. 개인의 권익과 자유를 얼마나 더 인정해 주고 보 장해 주느냐의 정도 차이일 뿐, 민주주의나 공산주의도 모두 부모를 잃은 자식들이 가인 아벨로 갈라져 싸우는 형제간의 분쟁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 세계평화통일가 정연합, 평화신경 ( 서울: 성화출판사, 2009), 74.) - 50 -

심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가 만든 소비주의는 끊임없이 쓰고 버리는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인간이 소비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 의미를 가질 정도의 정신적 황폐화를 일으키고 있다. 45) 이런 상황은 전 지구적 평화와 생명체의 지속을 향한 미래에 비관 적인 그림자를 비치게 함에 틀림없다. 특히 모든 생명이 관계성 속 에서 서로를 살리는 관계인 평화보다는 모든 생명들의 관계가 단절 되고 호혜적 관계가 아닌 이용과 사용 더 나아가 착취를 위한 관계 로 엮고 있으며 이것들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2. 생명 중심의 평화 개념 그렇다면 평화는 이제 어떠한 개념으로 변화되어야 하겠는가? 인 간이 자연의 질서로부터 벗어나 자연 전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왜곡 시킨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면 다시 자연과 생명의 경외를 중심한 평 화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곧 인간이 평화를 위해 아무리 연구해도 그 평화 개념이 인간 중심적인 한계 상황이라 면 다시 시야를 넓혀 인간의 노력을 바르게 이끌어줄 생명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지구에서 인간만이 주인이고 다른 생명과 자연 전체는 착취의 45) Beck, Sanderson, The Way to Peace: The Great Peacemakers, Philosophers of Peace and Efforts Toward World Peace (Fort Lauderdale: Mind & Miracle, 1986), 56-60. - 51 -

대상일 뿐이라는 사고방식을 극복한 인간과 자연 전체의 조화로운 사유를 시작으로 평화를 논해야 한다. 생명을 경시하는 삶의 방식을 극복하고 생명 중심의 관점으로 전환할 것이 요청되며 이는 평화의 개념을 직접적 폭력의 방지와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생명 중심의 평화와 문화를 창출하는데 있다고 본다. 평화 의 문제가 이제는 인간에서 생명으로 그 중심적 개념 변화를 통해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장래의 평화에 대한 연구는 그 지평을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 로 확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논의가 가지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하겠다. 46) 지금까지 연구해온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가 갖 는 인간 중심의 평화연구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다음과 같 다. 우선 테러와 전쟁과 같은 직접적 폭력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 으며 구조적 폭력 역시 그 강도가 적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퍼뜨리고 있는 생명의 상품화를 지적하 고 있다. 이는 끊임없는 소비주의의 병폐로 인간이 삶에 필요한 재 화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간 자신마저 상품이 되는 착각 속에 놓이 게 되었다. 인간 자신마저 상품으로 전락하여 윈도우의 진열대에 놓여 있는데 어떻게 다른 생명들의 가치와 의미가 눈에 보일 수 있 겠는가를 지적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 스스로 자초한 위기는 스스 로 생존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다른 생명을 해치는 것 역시 무감각 해져 버렸다. 46) 박보영, 평화교육의 이론과 과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5, 126-132. - 52 -

그러나 생명은 그 자체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으로 구조화되어 있 기 때문에 자연 속에 있는 어떠한 생명도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 으며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 상호 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공통으로 적 용되는 중요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다면 생명을 살리는 문화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서로 죽임을 문화로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호 폭력들이 정당화 될 때 죽임의 문화는 계속 순 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폭력의 악순환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물론 말처럼 쉽지 않으나 적어도 생명 전체의 평화를 향한 전체적 그림을 그리고 그것들을 늘 상상하며 미래를 꿈꾼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계 로의 진입이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을 생명 중심의 평화적 상상력과 그 평화적 상상력의 실현을 위한 생명 중심의 평화 능력이 될 것이다. 47) 제2절 평화적 상상력의 증진 1. 평화교육을 통한 평화적 상상력의 증진 47) 생명중심의 평화 능력은 생명중심의 평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생명중심의 평화 능력을 실천하는 중요한 한 가지의 예를 든다면 그것은 생명중심의 평화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적 상상력 그것도 인간 중심이 아닌 생명 중심의 평화적 상상력이 평화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면 거기서 상생하는 생명중심의 평화 능력이 서서히 키워진다고 보 기 때문이다. - 53 -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생명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빠른 속 도로 무너져 가고 있음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평화로운 세 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능력 과 그 꿈을 이루어 보겠다는 의지와 성실한 실천 그리고 그 실현과정에서 함께 해야 할 이웃 혹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 중요하며 그 교육적 방법론도 모색되고 있다. 48) 평화능력으로서의 평화교육에 있어 흔히 계획을 짤 때 하는 것처 럼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먼저 그려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의 나와 사회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내는 미래에서 현재로 의 방식이다. 이 방법은 먼저 각 개인의 꿈이 녹아 있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우리가 지향해 야 할 미래가 실현되기 위해 이전 단계에서 반드시 이루어지거나 만 족되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이다. 이 방식은 사람들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를 분명 하게 각인시키므로 그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49) 그러한 평화교육은 평화 실천적인 삶을 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평화교육을 실천에 옮기려고 할 때면 지나치게 막연하거나 모호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 이는 평화 나 평화교육 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평화의 개념이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48) 고병헌, 평화교육사상, ( 서울: 학지사, 2006), 192-193. 49) Burns, Robin J. and Robert Aspeslagh, eds, Three Decades of Peace Education Around the World: An Anthology (NYC: Garland Pub., 1996), 142-144. - 54 -

평화교육을 실천하는 데 결코 장애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필 요가 있다. 평화나 평화교육은 오히려 그것이 필요하게 된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되고 정의되어야 한다. 50) 한마디로 정의 내린 특 정한 평화의 개념은 배타성을 띠게 되므로 그 자체가 이미 반평화적 이라 할 수 있다. 평화의 개념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것만을 절대화하여 남의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직된 태도가 오히려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평화능력으로서의 평화교육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아마도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학교와 사회환경 속에서 관용과 비폭력이라는 가치와 태도를 형성해 야 하는 역설적 교육환경 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겠다. 51)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판정을 받을 수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학원폭력 문제는 어떠한가. 학생들 간의 왕따 문제는 이 미 전학과 자퇴를 넘어서서 자살에 이르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지경 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 상호 간에 발생하는 폭력 사 건 또한 어렵지 않게 매일의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현실에 마주해서 어떻게 평화교육을 실 행할 것인가를 실제적으로 논의해 보아야 한다. 직 간접적 경험을 토 대로 볼 때 평화교육의 실마리는 개인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평화교 50) 홍순정, 평화교육탐구 ( 서울: 에피스테메, 2007), 12-13. 51) Reardon, Betty. Comprehensive Peace Education: Educating for Social Responsibility (NYC; Teachers College Press, 1988), 77. - 55 -

육에는 전문가가 따로 없이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그대로 전문가여 야 한다. 평화교육은 학문적 관심의 대상 차원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의 삶이 실려야 효과가 있는 그런 교육인 것이다. 우리의 삶의 내용은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대신해서 결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미래의 삶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 는 바로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스스 로 주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평화로운 세상을 창조할 능 력도 자격도 없다고 할 수 있다. 52) 우리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지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평화교 육의 기능과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행하기 위 해서는 그러한 위기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는 물론 기본적으로는 보다 많은 물질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오는 과도한 경쟁 심리와 인간소외현상에 기인한 다. 여기에 부가될 수 있는 것이 권력에 대한 맹종과 의존이다. 이 러한 것들은 문화를 타락시키고 전체주의나 독단주의에 빠져들게 만 드는 요소이다. 크리슈나무르티(Jidu Krishnamurti) 는 평화는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닫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53) 평화를 얻기 위해 정부나 조 직 등 특정한 권력에 기대다 보면 오히려 계속해서 더 많은 갈등이 생겨날 것이다. 사회가 바뀌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 자신부터 변하 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자신의 행 52) 고병헌, 평화교육사상, 197-198. 53)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앞서가는 생 ( 서울: 우석, 1983), 18-25. - 56 -

동과 사고 그리고 감정에 대해 늘 각성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평 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내면 세계의 움직임을 깨닫기 시작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우리가 각자의 책임을 저버린 채 평화를 구현하는 어떤 새로운 체 제를 수동적으로 기대하고만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 체제의 노예 로 전락해 버리고 말 것이다.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 없다면 아무리 우리 모두가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고 해도 여전 히 갈등과 적대감에서 해방될 수 없다. 오로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행동만이 자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깨 닫는 것만이 인간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54) 편협한 신념이나 이데올로기, 제도화된 종교는 우리들이 이웃과 반목하게 만든다. 서로 다른 사회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같은 사회 내 집단 사이에서도 갈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극단적으로는 국가 나 인종 혹은 이데올로기를 위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자신의 목숨까 지도 기꺼이 바치게 한다. 우리는 편견 없는 마음으로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적대감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편견 없는 마음이란 국가나 인종,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지 않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말한다. 민족주의, 애국심, 계급의식, 인종주의라 하는 모든 것은 어차피 이기심이 발로 이기 때문에 편 가르기 정서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55) 정부 관 54) J. Krishnamurti, The first and last freedom (Madras: Krishnamurti Foundation India, 1995), 57. 55)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우리 자신 속의 독재자 ( 서울: 명상, 1988), 74-75. - 57 -

료나 전문가 혹은 학식이 있는 사람들의 가르침이나 의견에 기대지 않고 우리 스스로 어떤 사물에 대해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자기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하려 는 염원, 즉 우리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것에 불과한 국가를 생명보 다 더 숭배하는 것에 의해 민족주의 정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바 로 이러한 민족주의에 의해 수많은 전쟁들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 다. 애국심이라는 명분 아래 폭력과 대량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모든 국가 정부는 종교단체의 조직적인 뒷받침 을 받아서 민족주의와 편 가르기 정서를 조장해 나가고 있다. 민족 주의에 기초한 국가는 재산과 사상을 인간의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 기기 때문에 사람 들 사이에 끊임없는 적대감과 폭력이 난무하게 되 는 것이다. 56) 전염병처럼 번지는 이러한 민족주의 정신으로는 결코 세계의 통합이 이루어 수 없다. 전쟁이 사회 전체에 엄청난 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지만 우리의 교육에서 군사훈련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살펴 본다면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사람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원한다면 군사훈련은 이러한 희망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장애물이며 그릇된 방법이다. 군사훈련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생명을 경시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는 자국은 예외로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무책 56) J. Krishnamurti, The first and last freedom, 148-150. - 58 -

임한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다. 군사훈련을 통해 끝도 없이 또 다른 죽음들이 예고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은 현대문명이 폭력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우리가 힘을 숭배하는 한 이러한 삶 의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들이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떤 특정 계 급이나 인종이 남보다 더 우월하다는 신념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 어린이는 계급이나 인종을 의식하지 않는다. 아이로 하여금 그 런 차별의식을 느끼게끔 만드는 것은 가정이나 학교 등의 사회이다. 사회체제가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면 결국 아이들의 마음 이 변하게 되며, 화살은 다시 분리주의적 환경과 거짓 가치를 만들 어 낸 어른들에게 돌아간다. 인간은 외면적으로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니지만, 과연 그러한 이미지들을 본질적인 차이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누구 나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꺼리는 경향이 있 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깨달음을 얻을 때 비로소 도래하는 것이다. 아이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시키려면 무엇보다 도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데, 지금까지 우 리가 만들어 낸 사려 깊지 못한 사회구조를 변혁한다는 것을 의미하 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 이라는 양편에서 공통적으로 편견 없는 정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한 균형적인 - 59 -

상황은 좀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아이들은 서로 다른 분위 기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여 어리석은 편견을 간파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 이 중요하다.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탐구정신과 저항정신을 일깨우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도 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탐구정신과 저항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기존의 가치에 대하여 끝없이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는 사람을 몹시 불편해하기 때문이며, 젊은 시절 한때 저항정신을 지닌 인물이라 하더라도 현실에 어느 정 도 안주하고자 하는 경향을 뚜렷이 나타내는 중년의 나이대가 되면 그러한 정신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을 정부가 장악하여 통제하는 것은 큰 불행이다. 교육이 국 가나 제도화된 종교의 시녀가 되는 한 세계평화와 질서에 대한 희망 은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점점 더 깊숙이 관 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정부가 교육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른 종교기관이 교육을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어 린이의 마음을 어떤 특정한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가두어 두 는 체제를 지속하는 한 어떠한 개혁이나 교육방법도 형제애를 기르 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진실로 계몽된 사회를 건설하고 싶다면 사회통합의 방법을 알고 있는 교사, 그래서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쳐 - 60 -

줄 수 있는 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교사는 현실적으로 거의 존재할 수 없는 사회구조 상의 모순이 있다. 현재의 사회체제에서는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어 교직에서 해고될 가능성이 높으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들은 자발 적으로 현실과 타협하거나 오히려 기존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데 기 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은 실패하였으며, 엄청난 파괴와 비극을 초래 하였다. 정부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효율적인 군인이나 기술자를 얻 기 위해 젊은이를 훈련시키면서, 그들을 통제하고 편견을 주입하고 강요한다. 모든 국가는 국민이 자유롭게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선전이나 왜곡된 역사 해석 등으 로 국민을 통제한다. 이는 교육이 점차적으로 어떻게 생각할 것인 가 대신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이 유가 되고 있다. 만약 우리가 현재의 정치체제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사고를 하게 되면 아마도 위협을 느낄 것이다. 국가는 자유로운 사 고를 허용하는 정치체제가 현 정권에 반대하는 생각을 지닌 사람이 나 평화주의자를 많이 만들어 낼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는 새로운 생활환경을 창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환경에 따라 어린이는 잔인 하고 감정이 메마른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민감하고 지성적인 인간 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편협한 민족주의나 이데올로기, 무력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은, 지금 세계와는 그 근본부터가 다른 - 61 -

새로운 세계 정부를 세워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이 아닌 진실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람끼리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깨 닫는 것을 의미하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속에 단순한 학식이나 지식이 아닌 사랑이 깃들어 있어 야 한다. 우리의 사랑이 크면 클수록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더 욱 깊어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이성적인 지식만을 강조하는 형식적인 교육에 치우쳐있다는 사실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지식의 가치와 필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평화를 위한 근본적인 변신 곧 우리가 이 세상에 말할 수 없는 불행을 가져온 현재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지 금 당장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탈바꿈 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문제로 되돌아오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핵 심적인 문제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합리화시키기 위해 모든 책임을 정부나 종교, 이데올로기 등에 전가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모든 관념 과 체제는 우리 자신을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 올바른 평화교육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이 변해야만 하 는 이유이다. 진정한 평화는 임시방편에 의해서나 형식적인 개혁에 의해서 구축될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피상적인 차원을 넘 어서서 참된 본질을 깨달을 때에만 우리 자신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만 이 세상에 구원이 있을 것이다. - 62 -

오늘날 인간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각종 문제들로 고민하 고 있지만, 교육은 아직까지 그 문제를 감당해 낼만한 힘이 없다. 물 질 문명은 고도로 발달하였지만 인류의 불안감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이는 인간성의 파괴와 인간 소외 현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 다. 인류는 세계 시민이 되지 못하고 더욱 파편화되어 단지 개인의 욕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이기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 또 한 각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으로 전락함 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에 상관하 지 말고 반드시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주입 하고 있는 것이 학교교육의 현주소이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 니다. 그것은 인간의 영성을 계발하고, 개인의 가치를 높이며, 자기 가 살고 있는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젊은이들을 준비시키 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자신을 억압하는 기계적인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주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일, 바로 이것이 교육하는 핵심적인 이유여야 한다.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진짜 문제는 바로 자기가 사는 세상 에 대한 무지인데, 우리는 교육을 통해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조직화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무지 한 채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되며 진정한 이 세상의 주인으로 거듭나 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 63 -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2. 경쟁을 넘어서는 평화적 상상력의 증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지 평화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근사한 평화관이라도 치열한 경쟁사회의 생존논리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단 간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전쟁 이라면 개인 간의 차원 에서는 경쟁 이다. 전쟁 과 경쟁 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홉스 (Thomas Hobbes) 에 따르면, 전쟁이 원천이고 평화는 부차적이다. 그래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 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이 논리에 얽매여 있는 한 평화 는 결코 우리 일반인이 일상에서 체 감할 수 있는 삶의 중심가치일 수 없다. 또한 전쟁론 (Vom Kriege) 을 통해 전쟁이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밝힌 클라우제비츠(Karl von Klausewitz) 에 따르면 전쟁이란 인간 집단의 경쟁성 속에 영원히 뿌리내리고 있다. 경쟁 은 필요악이라 든지, 인간 본성의 한 요소라든지 하는 속설은 전쟁을 일으키는 심 리적 온상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경쟁 의 개 념과 의미에 대해서 보다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쟁 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관점을 지닌다면 궁극적으로는 전쟁의 불씨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되며 이로써 평 화를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64 -

경쟁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고, 우리의 삶의 매우 지속적인 일부가 되어 있다. 우리 생활의 아무리 사소한 분야 에서든, 또는 아무리 중요한 분야에서든 우리 자신을 타인과 비교해 서 평가하도록 강요되지 않는 곳은 없다. 인생이란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이다. 자명종이 울리는 순간부터 다시 잠들 때까지, 태어나서부 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남에게 이기려고 애쓰기에 바쁘다. 우리는 경쟁을 그저 삶의 당연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점에는 경쟁 에서 이기기 위한 지침서들이 범람하고 있다. 타인을 누르고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고 타인이 지는 모습에 연민 이 아닌 우월감으로 자신을 자랑하는 모습은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소위 오늘날의 풍속도이자 건실한 문화로까지 자리매김 되어 있다. 우리가 경쟁의식에 충분히 젖어 있으면 경쟁의 대안을 생각하 기란 애당초 어려울 것이다. 경쟁에 대한 비판가운데 가장 체계적으로 설득력을 가지며 널리 인용되고 있는 이론은 알피 콘의 신화이론이다. 경쟁 옹호론은 그 동안 많은 틀린 정보에 의해 구축되고 있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신화(myth) 위에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57) 첫째, 경쟁은 삶 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인간성 의 일부라는 것이다. 비록 이 가 정은 특정한 근거 없이 무의식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대 해서는 신중한 대답이 필요하다. 만약 이 가정이 옳다면 우리는 인 57) 알피 콘(Alfie Kohn). 경쟁을 넘어서, 성재선 옮김 ( 서울: 비봉출판사, 1995), 14-15. - 65 -

간성에 관하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므로 경쟁이 바람직한가 아닌 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신화는 경쟁이 우리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도록 만든다는 것 이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가 경쟁하지 않으면 생산적이 될 수 없다 는 것이다. 이 가정은 성적에서부터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 원용되기도 한다. 셋째, 경쟁은 즐거운 시간을 갖 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가장 좋은 방법을 제공한다는 주 장이 때때로 제기된다. 경쟁적인 게임이 우리에게 놀이의 즐거움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넷째, 경쟁이 인격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는 데 좋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다른 세 가지 만큼 자주 제기되지는 않는데, 그것은 아마 이 주장이 경험적 증거와 모순될 뿐만 아니라 경쟁이 미치는 심리적 영 향에 관한 우리들 자신의 경험과도 모순되기 때문일 것이다. 위의 네 가지 신화가 가지는 경쟁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의 요지 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첫 번째 가설인 " 경쟁은 삶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인간성의 일부" 라는 신화에 대해서 반박해 보자. 그는 경 쟁 이 자연적이 아닌 후천적으로 습득된 현상임을 인류학적 통계적 현상학적 근거를 들어 분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경쟁을 인간성의 일부로 보는 것은 마치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자 동차를 타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동차 여행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경쟁은 명백히 사회화 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 - 66 -

쟁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것과 경쟁을 실천하는 전략은 우리에게 아 주 어릴 때부터 가르쳐진다. 그리하여 이 지향성은 스스로를 재생산 한다. 아이들에게 경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고, 따라서 불가피하 다는 주장을 옳은 것으로 만든다. 여기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 는 것은 경쟁이 스스로를 영속시켜 나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경쟁 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하고 필요하고 또 심지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보육원에서부터 대학원까지의 학생들에게 주입되 고 있다. 경쟁 이란 제목의 책에서 경쟁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 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실제로 염색체 내에 경쟁 코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8) 이 놀라운 주장은 입증도 안 되고 설명조차도 안 되고 있다. 루벤(Harvey L. Ruben) 은 사회에서 경쟁 이 아주 만연되어 있고,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경쟁하기 시작한 다는 이유로 유전적으로 경쟁하도록 계획되어 있다고 분명히 믿고 있다. 59) 사실상 동물세계에서의 경쟁은 경쟁이 인간본성의 일부라고 하는 것의 유력한 증거로서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인류의 진보에 관한 중요한 개념인 자연도태 에 관한 이론은 경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58) Harvey L. Ruben, Competing (New York: Pinnacle Books, 1981), 147. 59) Harvey L. Ruben, Competing, 188. - 67 -

생존은 개인들이 서로 대항하기보다 협동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 는 다른 종에 속하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종에 속하는 것들도 포함 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또 자연도태가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면 많은 동물들이 상호협력해 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 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평화능력으로서의 평화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이 협력적이 되도록 가르쳐질 수도 있는 증거를 제시해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아이들 이 협력적 접근방법을 취하고, 그것을 쉽게 배우고 즐기고 또 계속 해 간다면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질 것이다. 하나의 일화를 예로 들어 보자. 캠벌(David N. Campbell) 은 영국의 한 초등학교 방문보고서에서 아 래와 같이 썼다. 그와 동행한 한 미국인 교사가 학생들에게 그들 중 누가 제일 영리한가를 물었더니 학생들은 그 교사가 무엇을 말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거기에 관해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 학교에서는 낙제도 성적도 시험도 우등도 없었고 학생들의 작문이나 그림은 전부 벽에 게시되었다. 학생들은 낙제를 하거나 자기를 입증 해야 하거나 매주 읽는 시험을 치를 필요도 없었다. 캠벌은 미국에 돌아와서 자기가 담당한 학급도 덜 경쟁적이 되도 록 하기로 결심했다. 변화가 일어나는 데는 약 3주밖에 걸리지 않았 다. 최초의 변화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작품을 망가뜨리지 않게 된 것이다. 다음에는 협력과 서로 돕는 정신이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온 모든 어른들과 낯선 사람들에게 - 68 -

자유롭게 말을 걸고 그들의 손을 끌고 가서 자기들이 하는 프로젝트 를 보이고 활동을 설명했다. 나 내향적이 아니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의심하거 이와 같은 태도 변화는 우리가 학생들 을 분류하거나 등급을 매기는 것을 하지 않게 된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람들은 경쟁이 우리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도록 만 든다 는 신화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겠다. 위와 같은 가설은 경쟁을 그만두면 탁월한 성과는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의 생산성마저 사라 져 버릴 것이라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경쟁은 우리들 속에 있는 최 선의 것을 이끌어 낸다고 믿으며, 경쟁을 통해 목표를 추구하고 능 력을 습득하고 성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이 없으면 아무런 목표도 없이 헤매게 될 것이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경쟁한다는 것은 타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막으면서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경 쟁하게끔 그리고 또한 경쟁제도가 높은 작업성과를 가져온다고 믿게 끔 용의주도하게 훈련되고 있다. 그리하여 이 믿음은 미국 사회에서 는 사실상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이취의 연구를 포함한 보다 오래 전의 연구 60) 중에는 집단 내에서는 상호 협력하지만, 집단 간 에는 서로 경쟁하는 협력상황을 설정하는 것들도 있다. 경쟁이 일반적으로 왜 탁월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는가를 이해하 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을 잘하려고 하는 것과 타인에게 이기려고 60) Morton Deutsch, The Resolution of Conflict (New Heaven: Yale University Press, 1973), 26. - 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