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골프 5번 홀. 경쟁자(Competitor) 글 쿠바시가 CEO, 골프 칼럼니스트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의 30년 드라이버 전쟁 장타 치기를 단념했다면 그것으로 인생도 끝이다. - 나카무라 도라키치 ( 中 村 寅 吉, 1915-2008)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용품 회사는 어디일까? 물론 매출액만 놓고 본다면 얼 마 전 한국 기업에 인수된 어쿠쉬네트가 가장 크다. 어쿠쉬네트는 골프공, 골프화, 골 프장갑 등의 부문에서 약 5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로 2010년 말 기준 총 12억 4천 만 불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어쿠쉬네트는 단일 기업이라기보다는 타이틀리 스트를 기반으로 이후 차례로 인수한 풋조이, 코브라 등의 여러 회사를 한데 모아 놓 은 기업집단에 가까운 데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등 순수 골프 클럽의 매출만 따질 경우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가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회사다. 두 회사는 각각 1979년(테일러메이드)과 1982년(캘러웨이)에 설립되어 100년이 넘 는 미국의 골프 역사에 비해 일천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가 골 프계에 처음 등장할 무렵 세계 골프 시장은 20세기 초에 설립되어 오랜 역사와 전통 을 자랑하던 윌슨, 맥그리거, 스팔딩 등 빅3 회사가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회사 는 앤서 퍼터를 만든 핑과 더불어 당시 골프계에 몰아닥쳤던 주조 캐비티백 아이언, 메탈우드 드라이버, 그라파이트 샤프트 등의 신기술을 재빠르게 수용해 잇달아 뛰어 난 신제품들을 내놓으면서 기존 빅3를 몰아내고 단기간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메탈우드의 아버지 개리 아담스와 테일러메이드의 탄생 드라이버를 지배하는 자, 골프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골프용품 업계의 오래된 격 메탈우드를 발명한 개리 아담스와 그가 만든 최초의 메탈우드 드라이버 언이다. 드라이버는 평균 교체 주기가 3-6개월로 비교적 짧을 뿐 아니라 드라이버 하나 가격이 아 이언 클럽 한 세트 가격에 버금 갈만큼 단가가 비 싸기 때문이다. 용품업체로서는 가장 매출 비중이 크고 수익성이 높은 클럽인 것이다. 드라이버 시 장이 다른 클럽에 비해 더 중요시되는 또 다른 이 유는 다른 클럽들 보다 상대적으로 소재나 기술적 인 측면에서 혁신의 여지가 많아 각종 첨단 신소 4 Golf & Life
재와 신기술의 경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의 드라이버를 만들 수 있는 회 사만이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로 골퍼들에게 인정받는다. 마치 양산차 업체 들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시장성이 크지 않은 시속 300km 이상의 엄청난 속도와 배기량의 슈퍼카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골프용품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바로 드라이버 시장이며 행여 드 라이버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릴 경우 한순간에 2류 브랜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메탈우드가 등장하기 전 수 백 년 동안 사용해온 퍼시먼 드라이버 이런 골프계의 격언을 가장 잘 입증하 고 있는 회사가 바로 테일러메이드다. 테 일러메이드는 지난 수 백 년 동안 단단한 퍼시먼(감나무)으로 헤드를 제작해왔던 드라이버 시장에 처음으로 철(스테인리 스 스틸)을 소재로 한 드라이버를 내놓아 신생 회사에서 단박에 세계적인 골프 용품 회사의 반열에 올랐다. 테일 러메이드의 창업자인 개리 아담 스(Gary Adams)는 원래 대학 을 중퇴하고 골프 연습장을 상 대로 장비와 용품을 판매하던 골프용품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연습장에서 신기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당시 새롭게 출시되었던 투 피스 공이 화제가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퍼시먼 드라이버보다 스틸로 만든 아이언 으로 쳤을 때 오히려 더 멀리 날아가는 게 아닌가. 공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나무보다 는 더 단단한 스틸에 맞았을 때 더 큰 반발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아담스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직접 스틸로 드라이버 헤드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한 메탈우드 드라이버는 과연 기존 퍼시먼 드라이버보다 쳤을 때 공이 더 멀리 갔다. 뿐만 아니라 퍼시먼 드라이버와 달리 헤드의 속이 비어있던 메탈우드 드 라이버는 공이 정중앙에 맞지 않아도 헤드가 잘 뒤틀리지 않아 똑바로 날아갔다. 그 날로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직접 회사를 차린 뒤 3명의 직원으 로 자신의 드라이버를 만들게 된 것이 오늘날 테일러메이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처음 메탈우드 드라이버에 대한 골퍼들의 반응 은 차가웠다. 수 백 년 동안 써오던 퍼시먼 드라이버 대신 쇠로 된 드라이버를 쓴다 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고 못미더웠기 때문이다. 공을 때릴 때마다 나는 깡통 때리는 듯 하는 금속성의 타구음도 거부감을 주었다. 자신이 만든 드라이버의 성능에 자신이 있었던 아담스는 차 트렁크에 드라이버를 가득 싣고 직접 골프장과 투어를 찾아다니 며 프로 선수들에게 공짜로 나누어주어 사용해보게 했다. 제품을 직접 써본 선수들은 그 성능에 놀라 하나 둘씩 퍼시먼 드라이버 대신 아담스의 드라이버를 들고 시합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철로 만든 그의 드라이버는 당시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피츠버 그 퍼시먼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는데 피츠버그가 미국 최대의 철강 생산지였기 때 드라이버 특집 vol 07 5
CEO 골프 5번 홀. 경쟁자(Competitor) 문이다. 얼마 후 이 별명은 정식 제품명이 되었다. 마침내 1981년 론 스트렉이 휴스턴오픈에서 처음으로 테일러메이드의 메탈우드 드 라이버로 PAG투어 우승을 거둔다. 이듬해에는 빙크로스비 내셔널 프로암에서 역시 테일러메이드의 드라이버를 들고 출전한 짐 사이먼스가 우승한다. 이 대회는 당시 유 명 연예인들이 많이 참가하는 가장 인기 있었던 골프 대회로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 계되었는데 그 덕분에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의 인지도는 전국적으로 높아졌다. 투 어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늘어나자 매출도 빠르게 늘기 시작해 그해 연말 테일러메 이드의 매출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천만 불을 돌파한다. 1984년에는 리 트레비노가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역사상 최초로 테일러메이드의 메탈우드로 우승하고 1985년에는 전체 PGA투어 선수 중 무려 44%가 테일러메이드의 드라이버를 사용하 기에 이른다. 80년대 말이 되자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 던 이런 메탈우드 드라이버의 인기에 밀려 퍼시먼 드라이버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고 테일러메이드는 메탈우드 드라이버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한다. 골프계를 뒤흔든 세상에서 가장 큰 드라이버 빅 버사 골프의 역사를 바꾼 빅 버사 드라이버와 캘러웨이골프의 창 업자 엘리 캘러웨이 한편 젊은 시절 섬유업과 와인 사업을 했던 엘리 캘러웨이는 은퇴 후 골프로 소 일하다 1982년 우연히 자신이 사용하던 클 럽을 만든 히코리스틱이란 이름의 작은 골 프용품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게 된다. 그 러다 돈이 급했던 창업자들의 요청으로 급 기야 1984년 회사 전체를 인수하게 되면서 그의 나이 65세에 골프용품 사업에 본격적 으로 뛰어든다. 골프용품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신제품의 개발이 중 요하다고 생각한 캘러웨이는 당시 당구업계에서 이미 이름을 날리던 리차드 햄스테 터를 포함, 모두 5명의 우주항공공학과 금속공학을 전공한 전도유망한 엔지니어들을 스카웃해 개발팀을 구성한다. 이후 4년에 걸친 개발 기간 끝에 캘러웨이가 처음 내놓 은 기술이 바로 S2H2로 short, straight, hollow hosel 의 머리글자를 따 이름을 붙 였다. 골프 클럽의 헤드에 샤프트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처럼 생긴 부분을 호 젤(hosel)이라고 부르는데 이 호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클럽 헤드 안쪽으로 구 멍을 내 샤프트를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호젤 부분이 줄어든 만큼 남는 여유 무게 를 클럽 아래쪽에 배치함으로써 전체 클럽의 무게 증가 없이 헤드의 무게 중심을 낮 추어 결과적으로 공을 보다 띄우기 쉽게 만들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아이언과 드라 이버가 인기를 끌면서 회사의 매출은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년 후인 1991년 마침내 골프의 역사를 바꾼 드라 이버, 빅 버사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 시민들을 공포로 몰 아넣었던 독일군의 구경 412mm 초대형 대포에서 이름을 따온 이 드라이버는 강도를 6 Golf & Life
유지하면서도 철을 좀 더 얇게 가공하는 정밀 주조 기술로 기존 드라이버보다 헤드 크기를 30% 이상 키운 제품이었다. 값은 기존 드라이버보다 갑절가량 더 비쌌으나 페이스가 넓어 치기 쉽고 관용성이 좋았던 빅 버사 드라이버는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거의 매년 두 배 이상 매출이 오르던 캘러웨이는 그때까지 드라이버 업 계 1위였던 테일러메이드를 추월했고 1993년에는 2억 5천만 불의 매출로 마침내 기 존 빅3를 제치고 골프용품 업계 1위에 오른다. 이후 철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질 긴 티타늄을 소재로 채택한 캘러웨이는 1995년 그레이트 빅 버사(253cc), 1997년 비 기스트 빅 버사(290cc) 등 계속된 빅 버사 시리즈로 드라이버 업계의 헤드 크기 경쟁 을 주도하며 거의 10년 동안 시장을 석권한다. 비공인 드라이버 논란과 캘러웨이의 위기 1984년 프랑스의 스키용품 회사였던 살로먼에 인수된 테일러메이드는 캘러웨이 빅 버사의 등장으로 한 때 파산의 위기까지 몰렸으나, 1996년 내놓은 야심작 버너 버블 드라이버의 히트로 기사회생하며 캘러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골프용 품 회사가 된다. 1997년 테일러메이드는 다시 모회사인 살로먼과 함께 독일 비공인 드라이버에 대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킨 ERCII 드라이버 의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인 아디다스에 인수된다. 이후 테일러메이드는 아디다스 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 개발 투자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1위 캘러웨이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반면 빅 버사 시리즈의 히트로 영원히 잘나갈 것 같았던 캘러웨이는 공교롭게도 1996년 엘리 캘러웨이 가 CEO에서 물러난 이후 연이은 악재와 새로운 경쟁 사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1998년 엘니뇨현 상으로 인한 북미지역의 이상 기후로 골프용품 매출이 급감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너 버블 드라이버를 히트시킨 테일러메이드의 약진에다 티타늄, 구리, 텅스텐 등 세 가지 금속으로 만든 트라이 메탈 드라이버를 내놓은 올리마골프, 타이트 라이라고 하는 새로운 디자인의 페어웨이 우드를 히트시킨 아담스골프 등 신생회사들에게 시장을 빼 앗기면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들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다. 결국 물러났던 창업자가 다시 회사로 복귀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수습한 캘러웨이는 2000년 90년대 중반 일본 회사들이 개발한 티타늄 단조 가공 기 술을 바탕으로 페이스를 극도로 얇게 만들어 반발력을 극대화시킨 ERC와 ERCII 드 라이버를 출시한다. ERC 드라이버는 캘러웨이가 과거 빅 버사 드라이버의 영광을 다 시 한 번 재현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제품명에 창업자인 엘리 캘러웨이(Ely Reeves Callaway)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일 만큼 큰 기대를 갖고 개발한 야심작이었다. 그런 데 예상대로 날개 돋친 듯 팔리던 ERC 드라이버에 제동을 건 것을 뜻밖에 미국골프 드라이버 특집 vol 07 7
CEO 골프 5번 홀. 경쟁자(Competitor) 섬유(카본)와 금속(티타늄)의 장점을 결합한 꿈의 드라이버 캘러웨이의 ERC 퓨전 협회(USGA)였다. 영국의 R&A와 더불어 세계 골프 규정 제정을 관장하던 미국골프협회는 캘러웨이의 ERC 드라이버를 협회가 정한 페이스의 반발 계수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다른 일본 회사들의 드라이버와 함께 규정 위반 제품으로 지정해버린 것이다. 졸지에 불법 제품이 되어버린 ERC 드라이버는 투어 프로들 이 경기에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골프 클럽의 프로 들도 협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면서 일반 주말골퍼 들 역시 점차 구매를 기피하게 되었다. 꿈의 드라이버 카본 드라이버의 등장과 실패 캘러웨이가 미국골프협회와 싸우고 있는 동안 테일러메이드는 2001년 처음으로 헤 드 크기가 300cc가 넘는 R300 시리즈를 출시하며 캘러웨이를 턱밑까지 추격한다. 당 시 인기가 높았던 어니 엘스를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이 때 위기를 느낀 캘러웨이가 다시 반전을 꾀하며 6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내놓은 드 라이버가 바로 골프 역사상 최초의 카본 소재 헤드의 드라이버인 빅 버사 C4다. C4란 compression cured carbon composite의 머리 글자로 말 그대로 압축 가공된 카본 복합물 이란 의미다. 드라이버 헤드의 소재는 그때까지 약 20년간 나무에서 철로, 다 시 티타늄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는데 이제 카본이 새로운 소재로 등장한 것이다. 쇠보다 강하고 질기면서도 훨씬 가벼운 티타늄은 드라이버의 헤드 크기를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가공이 까다로워 다양한 모양을 만들기 힘들었다. 이에 반해 카본은 탄소 섬유를 주원료로 하여 티타늄만큼 강하고 질기면서도 훨씬 가볍고 헤드 모양을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빅 버사 C4 드라이버는 아래쪽 솔 부분에 부착된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제외한 헤드 전체를 카본 소재로만 제작한 새 로운 개념의 드라이버로 티타늄보다 훨씬 가벼운 카본 소재의 장점을 살려 헤드 크기 는 더 키우면서도 오히려 무게는 줄였다. 이렇게 남게 된 약 55g의 무게를 텅스텐과 우레탄을 이용해 헤드 안쪽 주변에 배치해 결과적으로 공을 보다 띄우기 쉽게 만들고 웬만큼 빗맞아도 헤드가 잘 뒤틀리지 않았다. 또 전체적으로 클럽의 무게가 기존 드 라이버보다 평균 25g 이상 가벼워져 훨씬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고 공이 멀리 갔다. 말 그대로 꿈의 드라이버였던 것이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었던 C4 드라이버지만 그러나 캘러웨이의 기대와는 시장에서 참패를 하고 만다. 문제는 소리에 있었다. 애초에 캘러웨이는 카본 소재의 드라이버가 예전 퍼시먼 드라이버의 타구음을 다시 되살렸다고 선전했으나 사람들은 이미 티타늄 드라이버의 맑고 청명한 금속성 타구음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실험 에 따르면 골프 클럽의 타구감은 70%가 청각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퍽퍽 하는 낮 고 둔탁한 C4의 타구음과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헤드의 무게감은 골퍼들에게 이질적 으로 느껴졌고 결국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카본 소재의 페이스에 흠집이 많이 나는 8 Golf & Life
것도 문제였다. 반면 테일러메이드는 2002년에는 티타늄 소재의 400cc가 넘는 R500 시리즈 등 으로 R300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나갔다. C4의 예상 밖의 실패에 놀란 캘러웨이는 2003년 카본 몸체는 그대로 둔 채 페이스 부분만 티타늄으로 교체한 빅 버사 ERC 퓨 전 드라이버를 내놓지만 헤드 크기가 380cc에 불과한데다 기존 C4 드라이버의 악몽 (?)을 기억하고 있던 골퍼들에게 또다시 외면 받고 만다. R7 드라이버로 재역전에 성공한 테일러메이드 2004년 테일러메이드는 창사 25주년을 맞아 메탈우드 못지않게 드라이버 기술 혁 신에 한 획을 그은 R7 쿼드 드라이버를 출시한다. 6개의 각기 다른 무게의 카트리지 를 헤드에 설치된 4개의 포트에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해 골퍼의 입맛에 맞게 무게중 심을 조절할 수 있게 한 최초의 무게중심 이동기술이 적용된 드라이버였다. 그때까지 헤드의 무게중심은 드라이버 제작 시에 결정되는 고정불변한 것이었지만 테일러 메이드는 이를 골퍼가 맘대로 바꿀 수 있게 해 스윙의 변경없이 다양한 구질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R7 쿼드 드라이버의 성공으로 그동안 캘러웨이 가 우위를 지켜온 드라이버 전쟁의 전세는 다시 테일러메이드 쪽으로 기울 기 시작했다. 캘러웨이에게 자리를 빼앗긴지 10년이 훨씬 지난 2004년 드 디어 테일러메이드는 드라이버 업계 1위에 오른다. 테일러메이드를 다시 드라이버업계 1위로 만든 일등 공신 R7 쿼드 테일러메이드에 드라이버 시장 1위를 빼앗 긴 캘러웨이는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2005년 빅 버사 FT-3 드라이버를 출시한다. 실패했던 전작인 ERC 퓨전 드라이버와 마찬가지로 컵 모양의 티타늄 페이스와 카본복합소재의 몸체를 결합시킨 이른바 퓨 전 기술을 보다 향상시킨 드라이버였다. 기존의 장점 에 더해 460cc가 넘는 크기와 뉴트럴, 페이드, 드로 등 세 가지 구질의 헤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캘러웨 이 소속인 애니카 소렌스탐이 이 드라이버로 우승하면 서 투어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소렌스탐의 경 우 2000년 252야드에 불과하던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FT-3 드라이버로 바꾸고 난 뒤 272야드로 늘고 페어웨이 안착률도 80% 이상으로 높 아져 화제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다른 회사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던 필 미켈슨까지 이 드라이버로 바꾸기도 했다. 게다가 다행히 이번에는 캘러웨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원군이 있었다. 코브라, 클리브랜드, 아담스, 미즈노, 던롭 등 카본 소재의 가능성을 주목한 많은 회 사들이 캘러웨이의 뒤를 따라 카본 소재의 드라이버를 내놓아 카본 소재에 대한 골퍼 들의 거부감이 많이 누그러져 우려과 달리 판매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잇달아 후속 모델을 내놓은 테일러메이드의 R7 시리즈의 인기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테일러 드라이버 특집 vol 07 9
CEO 골프 5번 홀. 경쟁자(Competitor) 메이드는 무게중심 이동기술을 원하지 않는 골퍼들을 위해 예전의 인기 드라이버였 던 버너 브랜드까지 부활시키는 양동작전까지 펼친다. 캘러웨이는 2007년 FT-3의 후속 모델인 FT-5과 나이키의 SQ 스모 드라이버와 함께 관용성을 극대화시킨 업계 최초의 사각형 헤드 드라이버인 FT-i를 출시한다. 하지만 테일러메이드도 여기에 지 지 않고 2009년 기존 무게중심 이동기술에 드라이버의 페이스의 로프트와 각도까지 골퍼가 직접 조절할 수 있게 한 셀프 피팅 드라이버 R9으로 다시 한 번 앞서나간다. 좋은 경쟁자는 숫돌과 같다 캘러웨이가 처음 드라이버 헤드 제작에 카본 소재를 도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같 은 크기의 헤드를 만들면서도 50g 이상 가벼울 정도로 카본은 분명 티타늄에 비해 무 게와 형상 가공 측면에서 장점이 많았다. 200g 내외의 헤드 무게에서 50g의 여유 무 게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커다란 혁신이었다. 그러나 티타늄 가공 기술이 비 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카본 소재와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었다. 다양한 모양은 물론 테일러메이드의 R7 시리즈의 경우 같은 헤드 크기에 최대 28g 의 무게 카트리지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얇고 가벼운 헤드 제작이 가능해 졌다. 이에 따라 한때 카본 소재의 드라이버를 만들었던 업체들도 하나둘씩 다시 티 타늄으로 돌아섰고 이제는 캘러웨이만이 남았다. 2011년 두 회사는 각자 새로운 드라이버 제품을 발표했다. 테일러메이드는 기존 R9 드라이버의 셀프 피팅 기술을 더 향상시키고 여기에 이색적인 하얀색 마감을 더한 R11 드라이버를 내놓아 골프계에 컬러마케팅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캘러웨이 역시 스 포츠카 제조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와 함께 개발한 단조 카본 소재로 비 거리와 관용성을 높인 레이저 호크 드라이버를 출 USA투데이에 실린 캘러웨이의 비교 광고 시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두 기업 간 신경전 과 광고전은 대단했는데 특히 캘러웨이는 테일러 메이드가 R11 드라이버 공식 출시 행사를 개최했던 바로 그날 미국 최대 일간지인 USA 투데이에 페 인트칠은 혁신이 아니다!(Paint isn t innovation) 란 내용의 전면 광고를 게재한다. 자사의 드라이버 가 평균 6야드가 더 멀리 간다는 주장과 함께 헤드 를 하얀색으로 칠한 R11 드라이버를 비꼰 것이다. 남의 잔칫날에 고춧가루 한번 제대로 뿌린 셈이다. 일반적으로 경쟁을 싫어하고 가급적 경쟁을 피 하고자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하지만 골프 용품 업계를 대표하는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 의 경쟁을 되돌아보면 경쟁이 꼭 기업에게 나쁜 것 만 아니란 생각을 들게 한다. 한창 때 골프용품 업 체 수가 무려 350개가 넘던 세계 최대의 골프 시장 10 Golf & Life
1979년 1984년 1991년 1995년 1996년 1997년 2000년 2001년 2002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 2011년 2011년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의 주요 드라이버 개발 경쟁 略 史 테일러메이드, 업계 최초로 메탈 우드인 피츠버그 퍼시먼 드라이버 출시 테일러메이드, 피츠버그 퍼시먼 후속 모델로 버너와 버너 플러스 드라이버 출시 캘러웨이, 기존 드라이버보다 30% 이상 헤드가 더 커진 빅 버사 (190cc) 드라이버 출시 캘러웨이, 최초의 티타늄 드라이버 빅 버사 티타늄 (250cc), 그레이트 빅 버사 출시 테일러메이드, 자체 개발한 고성능 샤프트를 장착한 버너 버블 드라이버 출시 캘러웨이, 비기스트 빅 버사(290cc) 출시 캘러웨이 비공인 고반발 드라이버 ERC', 'ERCII' 출시 테일러메이드, 업계 최초로 헤드 크기 300cc 초과 드라이버인 R300 시리즈 출시 캘러웨이 업계 최초의 카본 헤드 소재 드라이버 빅 버사 C4'(360cc) 출시 테일러메이드, 헤드 크기 400cc 초과 드라이버 R500 시리즈 출시 캘러웨이 티타늄과 카본을 결합한 빅 버사 ERC 퓨젼 (380cc) 출시 테일러메이드, 업계 최초의 무게중심 이동 기술 드라이버 R7 쿼드 (400cc) 출시 캘러웨이, 최초의 460cc 퓨전 기술 드라이버 FT-3 출시 테일러메이드 최초의 460cc R7 시리즈 드라이버 R7 460' 출시 캘러웨이, 업계 최초의 사각 드라이버 FT-i 출시 테일러메이드, 업계 최초의 셀프 튜닝 드라이버 R9 출시 테일러메이드, 화이트 컬러의 3D 튜닝 드라이버 R11 출시 캘러웨이, 단조 카본 기술 드라이버 레이저 호크' 출시 미국에서 살펴본 것처럼 30년 넘게 전개되어온 두 기업 사이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없었다면 과연 두 회사가 지금처럼 최고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 까? 어느 분야에나 맞수가 있기 마련이며 좋은 맞수가 있어야 발전한다. 국 내 기업인 삼성과 LG가 백색 가전과 TV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툴 만큼 성 장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국내 시장에서 수 십 년 동안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좋은 경쟁자는 숫돌과 같아서 매일 부딪히지만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자신 을 뛰어넘을 만한 경쟁자가 오로지 자신밖에 없을 때 위기는 찾아온다. 경쟁이 주는 자극과 동기 없이 스스로 자기 혁신을 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자 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제대로 된 맞수가 없었던 모토롤라, 소니, 마 이크로소프트의 몰락과 침체는 제대로 된 좋은 맞수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적절한 경쟁은 또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를 활성화시켜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 도 있다. 특히 현대와 같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에 경쟁 없는 특정 기업의 지나친 독주나 독점은 자칫 소비자의 반발과 함께 사회적 규제와 견제를 초래할 위험도 크다. 미국과 유럽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제소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어쨌든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 두 회사의 경쟁 덕택에 오늘날 골퍼들은 좀 더 쉽게 그리고 좀 더 멀리 드라이버 샷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골프공 등 다른 장비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지만 드라이버 거리는 지난 30년 동안 평균 30야드 이상 늘어났 으며 또한 많은 골퍼들을 슬라이스와 O.B(아웃 오브 바운드)의 공포에서 해방시켰다. 앞으로 두 기업이 멋진 경쟁을 통해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을 내놓게 될지 골퍼의 한 사 람으로 자못 기대가 된다. 드라이버 특집 vol 0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