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 125 호 www.sortie.co.kr 이태훈 홍보위원은 스포츠 서울 여행전문기자를 거쳐 현재는 월간조선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세계 80개국 여행, 112 대한항공 사진 콘테스트 심사위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내지 등 여러잡지와 사외보에 문화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뷰티풀 유럽여행, 뷰티풀 티베트 여행 등 다수가 있다. 태양은 서쪽에서 뜨지 않는다 폴란드 토룬 1 2 3 4 우리는 코페르니쿠스를 과학자로 생각 하지만, 그는 평생 동안 로마 교황청의 사 제로 살다간 인물이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폴란드 중서부의 조용한 도시 토룬(Torun)이라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 다. 토룬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지명이 지만, 1997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으로 지정된 중세풍의 아름다운 도시이다. 다락방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낡은 책 들처럼 토룬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 하는 곳이다. 토룬의 구시가지 광장은 장 엄한 고딕 양식의 건물에서부터 화려한 르 네상스식 건물까지 시대를 달리한 다양한 건축물이 많아 `건축 박물관 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도시 의 외형적인 이미지에서부터 토룬은 오래 묵은 커피나 친구 같은 그윽한 향기를 풍 긴다. 바르샤바에서 북서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토룬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까지 프로이센령에 속한 도시였다. 비수아 강 유역에 자리한 토룬은 발트 해의 요정 이라 불리는 그단스크에서 생산되는 호박 을 바르샤바나 크라쿠프로 수송하는 중계 지로서 번영을 누린 상업도시이다. 토룬이 도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3세기 로 독일 기사단이라고 불리는 튜튼 기사단 에 의해 계획적으로 도시가 건설되었다. 14세기부터는 독일인이 결성한 한자동맹 에 가입해 독자적인 상선을 가지고 네덜란 드와 직접 교역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 다. 그 후 토룬은 15세기 중엽 튜튼 기사 단의 지배체제가 서서히 붕괴되자 폴란드 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폴란드 왕실의 절 대적인 지지를 받은 토룬은 300여 년 동 안 특혜를 누리며 상업 자유도시로 성장했 지만, 1793년 프로이센왕국에 의해 점령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시 폴 란드에 반환되었다. 독일에 오랫동안 지배를 받은 탓인지 도 시 전체의 분위기는 폴란드의 여느 도시와 는 달리 프로이센왕국의 이미지가 남아 있 다. 발트 해의 그단스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색다른 모습을 지닌 토룬은 코페르니 쿠스의 고향이라는 것과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도 여행자들이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마을 이다. 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1.5 가량 떨어져 있어 도보로 마을까지 가기에 는 다소 힘이 든다. 그렇지만 시간이 허락 되어 도보로 구시가지까지 가게 되면 비수 아 강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성곽이 여행자의 고생을 말끔히 씻어준다. 구시가 지 여행의 중심은 단연 구시청사가 있는 리넥이라 불리는 중앙광장에서 시작된다. 광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리넥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 는 구시청사, 짙은 밤색의 대법원, 마을 전 체를 지켜주는 성곽과 성문, 화려한 외부 장식이 돋보이는 바로크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 등이 이방인의 발길을 유혹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광장 주변으로 노천카페의 아름다운 파라솔이 도시의 활 기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광장 중심에 서 있는 둥근 태양계를 든 코페르니쿠스 동상 은 만남의 장소이자 도시의 이정표가 된 다. 제아무리 토룬이 중세풍의 유산을 많 이 갖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 다고 해도 여행자의 발길은 제일 먼저 폴 란드의 자랑거리이자 이 도시를 대표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생가로 향한다. 동상에서 1~2분 거리에 위치한 코페르 니쿠스의 생가는 그의 업적에 비해 화려하 지도 요란하지도 않다. 짙은 밤색의 3층 집에서 그는 1472년 2월 19일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토 룬에서 명망 있는 부호였고 그의 어머니는 신앙심이 깊은 귀족의 딸이었다. 코페르니 쿠스 생가의 내부 2층과 3층에는 그가 천 체를 관측할 때 사용했던 기구와 연구 노 트, 초상화 몇 점이 전시되어 있다. 강인한 눈빛을 풍기는 젊은 시절의 초상화에는 그 의 학문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중 년의 초상화에는 성직자다운 우직하고 평 화로운 눈빛이 담겨 있다. 생가 내부에 장 식된 가구나 관측기구도 재미있는 볼거리 중에 하나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의자에 앉 아 평온하게 죽음을 맞는 순간, 자신이 평 생 연구해 발표한 `천구 회전에 관하여(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