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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 화 비 전 선 언 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는 문화시대에 살면서 세계인과 한 가족으로 인류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책무를 지닌다. 지방문화원은 전통문화예술의 발굴과 육성, 문화예술교육 기회의 제 공, 문화자원의 확보와 활용에 앞장서 온 지역문화발전의 주역임을 자 랑스럽게 여긴다. 이제 인간의 창의성 계발, 우리 문화의 세계화, 지방분권하에 따른 문 화적 책임 등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고 새로운 문화환경을 선도하는 문화원이 되기 위해 역할의 재정립을 가다듬어야 한다. 지방문화원은 도약을 다짐하는 뜻에서 문화원의 날 을 재정하고 우 리의 공고한 의지를 모아 다음과 같이 실천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지방문화원은 지역의 여러 문화 주체들의 힘을 모으는 데 주도 적 역할을 한다. 하나 지방문화원은 이 시대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식정보와 다문화 시대의 매개자가 된다. 하나 지방문화원은 일회적 단기적인 사업을 지양하고 지속적 장 기적인 활동을 추진한다. 하나 지방문화원은 문화경영의 전문조직으로 적극 육성한다. 대한민국 224개 지방문화원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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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발간사 Pubication 올 한해 는 지구온난화로 가뭄. 폭염. 태풍이 유난히 심했고 그리고 많은 눈 과 한파가 예상된다 하여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일이 라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빛나는 것이 국민들의 문화수준 이라 생각합니다. 횡성문화원장 국민들의 의식이 높을수록 슬기롭게 대처하고 서로 배려하는 의식문화가 김 광 수 높다고 하지요. 우리는 지난여름 런던올림픽을 통해 단결된 저력으로 다른 국가에서 개최된 대회 에서 금메 달 13개 종합순위 5위를 이루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유난히 우리선수들에게만 불리해 보이는 판정으로 온 국민은 분개하였지만 차분하고 성숙 한 자세로 어필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 우리국민의 위상을 드높여 대한민국을 전 세계 에 알렸습니다. 물론 우리의 이의가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묵살되기도 하였지만 선수들은 모 두 최선을 다해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환호와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또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며 국위를 선양하며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를 세계에 보급한 전달자가 되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생략> 이 글에서 문화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주위에는 이기적인사고로 나의 상황과 생각을 우선하는 논리와 행동을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제는 문화국민 답게 남에게 행복을 주는 국민이 됩시다. 존경하는 5만 군민과 애뜻한 고향사랑을 보여주시는20여만 출향인사 여러분 우리는 올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첫 여성대통령과 일꾼들을 선출 했습니다. 물론 뜻은 서로 달랐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갈렸던 마음을 모아 행복하고 아름다운 횡성과 조국 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 나아갈 때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간되는 횡성문화27호가 여러분들에게 고향에 정을 전할 수 있는 가 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다사다난 했던 임진년을 멀리 보내고 밝아오는 계사년에는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한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6 격려사 Congratulatory Message 횡성의 맥과 얼을 이어가는 소중한 문예지인 2012 횡성문화가 발간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우리지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해 오신 김광수 문화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횡성군수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찬란한 역사만큼이나 자 고 석 용 랑스러운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우리의 전통문화가 지금처럼 잊혀져 간다면 결국 우리 민족을 지탱하는 민족정신도 사라질 수 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지금까지 전승해온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화 속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문화 활동이 활발했던 올 해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 계가 가수 싸이(강남스타일)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세 계 3대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를 알리 고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데 역할을 톡톡히 해 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횡성문화는 횡성을 대표하는 향토문예지로 큰 의미를 담고있다고 생 각됩니다. 회원여러분들의 활동에서 횡성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애향심을 느낄 수 있으 며,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횡성문화가 전통문화를 기록하고 새로운 문화와 조화를 이루어 가는 매개 체로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우리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군 민여러분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우리지역의 이야기를 담아 횡성문화 발간에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축 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새해에도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행복한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7 축사 Congratulatory Message 역사와 문화의 우리 고장을 군민들에게 올바르게 전해주고 애향심을 고취시킬 제27호 횡성문화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아울러, 힘든 여건 속에서도 횡성의 문화적 뿌리와 참 모습 을 찾는데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횡성문화원을 이끌어 오신 김광수 문화원장님과 문화원 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에게 이것만큼 지키고 싶은 것이 있을까? 개발과 발전이라는 논리 앞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무 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문화입니다. 횡성문화원은 그 같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의 가치를 묵묵히 지켜왔으며, 지역 사회 문화예술 활동의 심장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양한 예술 공연과 문화 행사를 통해 군민들의 참여와 화합을 이끌어냈 고, 잊혀져가는 향토 문화와 역사의 재발견, 문화 교육 사업을 통해 우리 군민들 의 다정한 벗이 되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향토사 연구와 문화 자료의 조사 연구 활동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고, 나아가 지역 문화의 창달과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으로 횡성 문화의 진정한 길잡이 가 되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제27호 횡성문화 발간을 축하드리며, 횡성문화원의 더 큰 발전을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횡성군의회 의장 이 대 균

8 Contents 문화 비전 선언문 발간사 문화원장 축간사 군수, 의장 문화재 종류와 분류의 이해 홍 성진 10 Ⅰ. 향토문화의 숨결 (연구) 애국지사 김순이 삶 고찰 박 순업 21 강원도의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 인희 30 놀이의 범주화 이 세희, 조민아 57 Ⅱ. 향토문화탐구 삽교 안석경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 이 영식 72 둔내 고랭지 토마토 축제 박 현숙 83 Ⅲ. 횡성사람 횡성이야기 강림에 각림사가 있었다 임 태규 92 상동리 석불좌상에 얽힌 이야기 진 광수 97 우리땅, 독도 이 일영 100 성공 못한 귀농인, 귀농 준비자들에게 고함 성 락 107 큰 나방 이야기 한 상균 111 훗날 장관이 된 총상 입은 윤성민 중대장을 살린 원준희 여인의 6.25 전쟁이야기 김 동정 127

9 Ⅳ. 지역문화 학습정보 덕고생태체험학교 에서 사시사철 놀이와 학습을 즐겨요 조 원룡 136 횡성군 새마을문고 이야기 장 태종 146 시대는 선비정신을 기대한다 김 인규 151 인구가 늘고 지역발전에 가속도 붙는 전국 제일 교육도시 횡성 자치행정과장 이 상 권 162 Ⅴ. 문화탐방기행 안동문화유적지 답사 서 제원 강릉 ICCN 세계 무형문화 축전 을 다녀와서 이 방우 174 향토사연구 비교답사 양 기호 184 향토문화유적지 답사 한 효진 문 이준 전 하영 191 Ⅵ. 문예마당 한시 공명선거 최 서현 200 한시 고향산천 김 인규 201 시 조 고향이 그리워, 새벽길 허 충구 203 수 필 나는 횡성스타일 김 미애 205 시 그 림 전 진 광수 208 시 내 고 향, 아버지 이 병오 209 동 시 우리가족나무 김 가영 213 산 문 나의 꿈은 수의사 남궁서연 214 Ⅶ. 문화원소식 2012년 문화원 사업실적 218 문화원 회원명부 232

10 문화재종류와 분류의이해 횡성문화원 사무국장 홍성진 우리나라에서 문화재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 부터이다. 그 이전까지는 보물, 고적, 유적, 유물 등 각각 따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1950년 일본에서 문화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에 <문화재보존위원회 규정>을 공포하면서 법정용어로 사용되고 본격적으로 일반화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문화재는 사전적으로 문화 활동에 의하여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로 문화재 보호법이 보호의 대상으로 정한 유형 문화재, 무 형 문화재, 민속 문화재, 천연기념물, 사적, 명승지 따위를 이르는 말 이라 정의 한다. 문화재는 조상들이 남긴 유산으로서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가 살아 온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문화재가 실생활에 사용된 시기의 생활상을 비춰 볼 수 있기에 귀중한 자료로서의 역할도 한다. 그렇기에 과거의 모든 문화유산은 모든 문화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재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형체가 있 는 물질적인 측면 뿐 만아니라 판소리, 탈춤과 같이 형체가 없는 인종적 또는 국 민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문화재가 국민들에게 있 어서 정신적 가치 내지 역사적 가치가 큰 사물 또는 사상과 그의 토대가 되는 자 횡성문화

11 연으로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멸실 손괴될 가능성이 짙은 국민적인 재 산 이기 때문이다. 1) 유형적인 것, 무형적인 것, 나아가 자연적인 것 까지 모두 포 괄하는 문화재의 속성 때문에 근래에는 문화재라는 말보다는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된다. 이렇듯 우리 겨레의 삶과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배이자 인류 문화의 자산인 문화재는 일차적으로 건조물, 전적, 서적, 고문서, 회화 등 유형의 문화 적 소산인 유형문화재와 연극, 음악, 무용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 예술상 가 치가 높은 것을 무형문화재로 선별하여 나눌 수 있다. 그 다음은 지정되는 문화 재와 그렇지 아니한 문화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정되는 문화재를 살펴보면 지정문화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문화재를 보호 관리하기 위하여 선 별해 놓은 문화재이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희귀성, 역사성, 학술성에 의 거하여 가치가 높은 것을 선별한다. 이는 다시 국가지정문화재와 시 도지정문 화재, 문화재자료로 구분된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심 의를 거쳐 지정한 중요문화재로서 국보,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사적, 명승, 천 연기념물, 중요민속문화재자료 등 총 7 종류가 있다. 숭례문 종목 : 국보 제 1호 ( 지정) 분류 : 유적건조물>정치국방>성>성곽시설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40 소개 : 조선시대 서울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쪽에 있다고 해서 남대문이라고 불렀다. 1) 오세탁, 문화재보호법원론, 2005년, 주류성, 22쪽 사진자료, 다음 포털 싸이트, 문화재청홈페이지, 횡성 문화원 홈페이지 참조 문화재 종류와 분류의 이해 11

12 훈민정음 종목 : 국보 제 70호 ( 지정) 분류 : 기록유산 > 전적류 > 목판본 > 관판본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서울 성북구 성북로 소개 : 이 책은 조선 세종 28년(1446)에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을 왕의 명령 으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 이 되어 만든 한문해설서이다.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 가 드문 것으로 서울 숭례문, 훈민정음 등이 있다. 보물은 건조물 전적 서 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으로 서울 흥 인지문, 보신각종, 대동여지도 등이 있다. 흥인지문 종목 : 보물 제1호( 지정) 분류 : 유적건조물>정치국방>성>성곽시설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종로 288 소개 : 서울 성곽은 옛날 중요한 국가시설이 있는 한성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도성( 都 城 )으로 성곽8개의 문 가운데 동쪽에 있는 문이다.(일명 동대문) 보신각종 종목 : 보물 제2호 ( 지정) 분류 : 유물>불교공예>의식법구>의식법구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소개 : 조선시대 만들어진 종으로, 1985년까지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 除 夜 )의 종을 칠 때 사용되었다. 대동여지도 종목 : 보물 제 850-2호 ( 지정) 분류 : 유물>과학기술 천문지리기구>지리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5 소개 : 대동여지도는 조선 철종 12년(1861)에 고산자( 古 山 子 ) 김정호( 金 正 浩 ) 가 만든 전국 지도로 최고의 선본이다 횡성문화

13 사적은 유적 제사 신앙 정치 교통 산업 분묘 등으로서 중요한 것으 로 경주포석정지, 수원화성 등이 있다. 경주포석정지 종목 : 사적 제 1호 ( 지정) 분류 : 유적건조물>인물사건>역사사건>역사사건 시대 : 통일신라시대 위치 : 경북 경주시 배동 (7,445m2) 소개 : 경주 남산 서쪽 계곡에 있는 신라시대 연회장소로, 젊은 화랑들이 풍 류를 즐기며 기상을 배우던 곳이다. 수원화성 종목 : 사적 제 3호 ( 지정) 분류 : 유적건조물>정치국방>성>성곽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경기 수원시 장안구 장안구 연무동 19 소개 : 화성은 서쪽으로는 팔달산을 끼고 동쪽으로는 낮은 구릉의 평지를 따 라 쌓은 평산성이다. 명승은 기념물 중 경승지로서 중요한 것으로 강릉 명주 청학동 소금강, 여수 상백도하백도일원 등이 있다. 명주 청학동 소금강 종목 : 명승 제 1호 ( 지정) 분류 : 자연유산>명승>자연경관>지형지질경관 위치 : 강원 강릉시 연곡면 부연동길.. (23,971,684m2(지정구역)) 소개 : 원래 이 산의 이름은 청학산이었는데, 산의 모습과경치가 금강산을 닮았다 하여 율곡 선생이 소금강 이라 이름지었다고 전해진다. 여수 상백도 하백도 일원 종목 : 명승 제 7호 ( 지정) 분류 : 자연유산>명승>자연경관>지형지질경관 위치 :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 산.. (3,070,897m2(지정구역)) 소개 : 백도는 거문도에서 약 28km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살지 않는 39개 의 섬들로 이루어졌다. 북쪽에 있는 섬들을 상백도, 남쪽에 있는 섬들 을 하백도라 한다. 문화재 종류와 분류의 이해 13

14 천연기념물은 기념물 중 서식지, 번식지, 도래지, 자생지를 포함하여 동물, 식 물, 지질, 광물로서 중요한 것으로 자연유산의 일부이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제주도 만장굴, 횡성 앞곡리 백로및왜가리 번식지 등 이있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종목 : 천연기념물 제 1호 ( 지정) 분류 : 자연유산>천연기념물>생물과학기념물>분포학 위치 : 대구 동구 도동 산180 (35,603m2(지정구역)) 소개 : 측백나무는 중국 및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단양, 대구, 안동, 영양 등지에서 자라고 있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종목 : 천연기념물 제 30호 ( 지정) 분류 : 자연유산>천연기념물>문화역사기념물>종교 위치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62.. (1,810m2(보호구역)) 소개 :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나이가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42m, 뿌리부분 둘레 15.2m이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가운데 나이와 높이에 있어서 최고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줄기 아래에 혹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 김녕굴 및 만장굴 종목 : 천연기념물 제 98호 ( 지정) 분류 : 자연유산>천연기념물>지구과학기념물>천연동굴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동김녕리.. (1,450,815m2(지정구역)) 소개 : 제주 김녕굴 및 만장굴은 제주도 동북쪽에 있는 거문오름 용암동굴 계의 대표적인 동굴이다. 횡성 압곡리 백로와 왜가리 번식지 종목 : 천연기념물 제 248호 ( 지정) 분류 : 자연유산>천연기념물>문화역사기념물>민속 위치 : 강원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 산.. (23,140m2(지정구역)) 소개 : 횡성군 소재지에서 약 20km 떨어진 압곡2리의 마을 서쪽 영산과 북 쪽 압산에 번식지가 형성되어 있다 횡성문화

15 중요무형문화재는 무형문화재 중에서 중요한 것으로 종묘제례악, 양주별산대 놀이 등이 있다. 종묘제례악 종목 : 중요무형문화재 제 1호 ( 지정) 분류 : 무형유산>전통연행>음악>궁중음악 위치 : 서울 소개 :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사당(종묘)에서 제사(종묘제례)를 지낼 때 무용과노래와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하는 음 악을 가리키며, 종묘악이라고도 한다. 양주별산대놀이 종목 : 중요무형문화재 제 2호 ( 지정) 분류 : 무형유산>전통연행>연희>탈놀이 위치 : 경기 소개 : 양주별산대놀이는 서울 경기지방에서 즐겼던 산대도감극 ( 山 臺 都 監 劇 )의 한 갈래로 춤과 무언극, 덕담과 익살이 어우러진 민중 놀이이다. 중요민속문화재자료는 의식주, 생산, 생업, 신앙, 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습, 습 관과 당시의 생활상을 파악 할 수 있는 의복, 가옥, 기타 물건 중에서 중요한 것 으로 덕온공주당의, 안동하회마을 등이 있다. 덕온공주당의 종목 : 중요민속문화재 제 1호 ( 지정) 분류 : 유물>생활공예>복식공예>의복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12.. (1착) 소개 : 조선시대 순조(재위 )의 셋째 공주인 덕온공주가 입었던 당 의이다. 안동하회마을 종목 : 중요민속문화재 제 122호 ( 지정) 분류 : 유적건조물>주거생활>주거건축>마을 시대 : 조선시대 위치 : 경북안동시풍천면하회리(1,343필지/7,200,660m2) 소개 : 풍산 유씨의 씨족마을로 유운룡 유성룡 형제 대( 代 )부터 번창하게 된 마을이라고 한다. 낙동강 줄기가 S자모양으로 동.남.서를 감싸돌고 있 고 독특한 지리적 형상과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문화재 종류와 분류의 이해 15

16 시 도지정문화재는 시 도지사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하여 지정한 문 화재로서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 하는 고고자료인 유형문화재,와 무형의 문화재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큰것인무형문화재,또 패총 고분 성지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로서 역사상 학술상 가치가 큰 것과 경승지로서 예술상 관람상 가치가 큰 것, 동식 물 광물 등으로서 학술상 가치가 큰 것인 기념물, 과거 국민생활의 추이를 이해 함에 불가결한 것인 민속자료 등 총 4 종류가 있다.<도표1 횡성군지정문화재현황> 문화재 자료는 시 도지사가 시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향 토문화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시 도 조례에 의하여 지정한 문화재를 말한다. 건조물, 사적 등의 구분없이 일률적으로 지정한다. <도표1 횡성군지정문화재현황> 반면에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를 보면 등록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로 나눌 수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시기에 형성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형태의 문화재 중에서 보존가치가 큰 것을 말한다. 프랑스 영 국 등 외국에서는 건축물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관광산업과 연계, 활용토록 하는 제도로서 활성화되어있다. 우리나라도 개화기 를 기점으 로 하여 해방전후 까지의 기간에 축조된 건조물 및 시설물 형태의 문화재를 중심으로, 그 이후 형성된 것일지라도 멸실 훼손의 위험이 크고 건설기술이나 기능, 재료 등이 희소하여 보존가치가 있을 경우 포함하여 선별한다. 우리나라 에서는 2001년 7월에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기 시작하여 서울 남대문로 한국 전력사옥, 종로 화동 구 경기고교,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 횡성 풍수원성당 구 사제관, 횡성성당 등을 등록하였다 횡성문화

17 남대문로 한국전력 사옥 종목 : 등록문화재 제1호( 지정) 분류 : 등록문화재>기타>업무시설 시대 : 일제강점기 위치 : 서울 중구 남대문로 92, 외 3필지 (남대문로2가) 소개 : 1920년대말 경성전기주식회사 사옥으로 서울도심부에 세워진 본격적 인 사무실 건물이다. 화동 구 경기고교 ( 花 洞 舊 京 畿 高 校 ) 종목 : 등록문화재 제2호 분류 : 등록문화재>기타>교육시설 시대 : 일제강점기 위치 :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48 (화동) 소개 : 화동 구 경기고교는 스팀난방방식을 도입한 당시 최고급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학교 건물로 1938년 건립되었다.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 종목 : 등록문화재 제11호 분류 : 등록문화재>기타>업무시설 시대 : 일제강점기 위치 :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5 (태평로1가) 소개 : 건물 일부를 탑식으로 높여 권위성 및 상징성 강조, 1935년 경성부 공연 장으로 건립, 1954년부터 1975년까지 국회의사당, 현재는 서울특별시 의회로 사용되고 있다. 횡성 풍수원 성당 구 사제관 ( 橫 城 豊 水 院 聖 堂 舊 司 祭 館 ) 종목 : 등록문화재 제163호 분류 : 등록문화재>기타>종교시설 시대 : 일제강점기 위치 :강원 횡성군 서원면 경강로유현1길 30 (유현2리) 소개 : 횡성 풍수원 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첫 번째 성당이고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것이다. 이중 사제관은 1912년 착공 1913년10월1일 준공 횡성성당 종목 : 등록문화재 제371호 분류 : 등록문화재>기타>종교시설 위치 : 강원 횡성군 횡성읍 읍상리 388번지 소개 : 이곳에는 원래 풍수원 성당의 공소가 있었다.1930년 본당으로 승격된 후 기와를 얹은 목조건물을 신축하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 없어 져 현재의 건물을 건립하였다. 문화재 종류와 분류의 이해 17

18 비지정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 도의 조례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일반동산문화재와 매장문화재가 있다. 일반동산문화재는 국외 수출 또는 반출 금지 규정이 준용되는 지정되지 아니 한 문화재 중에서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를 말하며, 전적, 서적, 판목, 회화, 고고 자료, 민속자료, 조각, 공예품으로서 역사상 예술상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재 이다. 이에 속한 문화재는 제작된지 50년이 지나고 생존인의 작품이 아닌 것이 어야 한다. 매장문화재는 토지, 해저 또는 건조물 등에 포장되어 노출되지 않은 문화재를 말 하며 고고학적 유적과 유물을 의미한다. 문화재보호법에 함부로 발굴 할 수 없도 록 규정하여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로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정착생활 을 하고 농경과 사육, 어로를 통해서 식량을 확충해 나갔다. 시대가 점차 변할수 록 안정된 생활과 풍족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전까지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들이 이렇듯 안정감을 갖추면서 그들의 예술성이 짙어져 갔 다. 그것이 어떤 목적이었든 그들은 바위에 그림을 그리고 토기에 장식을 하는 등 꾸며나가고 그 시대 자신들의 모습을 하나둘씩 새겨나갔다. 그 모습은 형체 가 있을 수 도 있고 없을 수도 있었으며, 제각각의 모습으로 지금의 우리에게로 전해왔다. 지금의 우리 모습을 있게 해주고, 지금까지의 역사를 품고 있는 그것, 바로 문화재는 그렇기 때문에 보호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규정이 어떻 게 보면 너무 세분화 되어 있어서 이것, 저것 다 문화재에 넣어서 너무 양이 많 다할수도있겠지만, 그 만큼 그 존재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그 가치는 지금의 우리 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더욱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문화재 는 정확하고 확실하게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횡성문화

19 <도표1> 문화재 종류와 분류의 이해 19

20 ❶ ❷ ❸ ❹ ❺ ❻ ❼ ❽ ❾ ❿ ❶ 횡성 회다지 소리 강원도지정 무형문화재 제4호 ❷ 전통자기도공 강원도지정 무형문화재 제6호 ❸ 중금리삼층석탑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9호 ❹ 상동리석불좌상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20호 ❺ 상동리삼층석탑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21호 ❻ 읍하리석불좌상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22호 ❼ 읍하리삼층석탑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23호 ❽ 횡성신대리삼층석탑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60호 ❾ 공양공김관( 金 瓘 )영정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42호 ❿ 육절려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65호 11 문정공조충지석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10호 12 횡성풍수원천주교회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69호 ❶ ❷ ❸ ❹ ❶ 둔내철기시대주거유적 강원도지정 기념물 제82호 ❷ 태종대 강원도지정 문화재자료 제16호 ❸ 운암정 강원도지정 문화재자료 제17호 ❹ 횡성향교 강원도지정 문화재자료 제100호 횡성문화

21 Ⅰ.향토문화의 숨결 연구 애국지사 김순이 삶 고찰 박순업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놀이의 범주화 이세희, 조민아

22 횡 성 문 화 애국지사김순이 삶고찰 횡성문화원 부원장 박순업 1. 시작하며 여성으로서 독립운동가 하면 유관순 열사, 또 의병 활동에 참여한 윤희순 애국지사가 떠오른다. 구한말 치열했던 의병활동과 횡성4 1만세운동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거셌다. 그러한 근거에 의해 횡성을 애국의 고장이라 부르고 있다. 횡성에서도 여자의 몸 으로 유일하게 횡성 4 1만세운동에 앞장선 분이 있다. 그 분이 바로 김순이 여 사다. 외딴 한치고개에서 어렵게 주막을 운영하는 여사에게 당시 천대받던 직업 이라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센 여사를 황소갈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누구 보다도 나라 걱정을 하였으며 가시밭길 애국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순이 여사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으며 행적도 별로 알려지지 않고 묘비문 내용이 전부이다. 애국지사 김순이 여사의 삶의 고찰을 통하여 횡성이 애국의 고장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사의 애국정신이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2. 횡성과의 인연 나라 안팎은 어수선하고 국력이 쇠진하여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았던 어 려운 시절인 1879년 5월 15일 김순이 여사는 경주 서부리 김해김씨 문중에서 태어났다. 22 Ⅰ.향토문화의 숨결

23 19세가 되던 1898년 10월 19일 안흥면 안흥리 박영화씨와 결혼하면서 1) 횡성 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안흥에서 횡성 옥동리와 구방리로 거처를 옮기며 어 려운 생활이 이어졌다. 그래서 생계 수단도 되고 뜻한 바도 있어 횡성읍 옥동리 와 갑천면 경계인 한치고개에서 주막을 경영하게 되었다. 지금은 갑천, 청일, 서 석을 통과해 구룡령을 넘어 영동을 잇는 2차선 포장도로 잘 정비되었지만 그 당 시는 한적한 무인지경의 오솔길로 사람들은 걸어서 이 길을 왕래하여 찾는 길 손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3. 슬픈 횡성 의병 소식 일본의 계책에 의하여 1895년 명성왕후가 시해되자 횡성에서도 권대형, 박성묵, 홍재구 등이 의병활동을 전개하였으며 1905년 강제로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의병 활동은 더욱 거세지고 조직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때 횡성에서의 대표적 의병장 으로는 원용팔이 있는데, 체포되어 옥중에서 순국하기 까지 일제에 항거했다. 주춤했던 의병활동은 1907년의 조선군 강제 해산과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고 종이 폐위당하는 비극으로 인해 의병활동이 더 거세졌다. 2) 횡성면 법주리 최인 순, 문암리 한상렬이 의병을 모집, 목숨 바쳐 일본군에 저항하였다. 원주 진위대 출신 민긍호 의병장은 강림에서 일본군과 교전하다 전사하였으며 그때의 흔적 들인 강림의병총이 그때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서원면 금대리에도 무연고 의병총이 있어 횡성에서의 치열했던 의병활동을 증명해 주고 있다. 주막을 운 영하면서 길손에게서 조금씩 들은 이러한 의병 활동 소식들은 김순이 여사에게 도 슬픔과 걱정으로 다가왔다. 4. 애국지사 최양옥과의 운명적 만남 지금은 횡성댐으로 수몰되었지만 갑천면 화전리에 최양옥지사가 살고 있었 1) 김순이 여사 묘비문에서 인용. 2) 횡성군지, 2011, 885쪽. 애국지사 김순이 삶 고찰 박순업 23

24 횡 성 문 화 다. 물에 잠긴 화전리, 구방리. 부동리, 중금리는 김순이 여사가 사는 한치와 같 은 생활권으로 이곳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려면 한치고개를 넘어야 했다. 최양옥 지사는 서울 중동중학교에 유학하던 중 3 1운동을 맞이하였다. 선각 자로서 나라를 걱정하던 최양옥 지사는 서울에서 3 1운동에 참여한 후 고향인 횡성으로 내려와 횡성 4 1만세운동에 앞장섰다. 3) 고향에 온 최양옥 지사는 오고가는 길목인 한치고개의 김순이 여사가 운영하 는 주막을 자주 찾게 되었다. 희생되는 의병 소식으로 가슴아파 애국심이 싹트 던 여사는 지사와 만날 때마다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외부 소식을 들 으며 애국 운동에 동화되어 갔다. 빼앗긴 나라를 찾는 일에 몸을 던지려는 지사 를 적극 도우려 굳게 결심을 하게 되었다. 으슥한 곳에 위치한 주막은 횡성 4 1만세 운동의 모의 장소로 제공되었고 어렵 게 푼푼이 벌은 돈 일부는 지사의 독립운동을 하는데 쓰기로 하였다. 나라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일제와 싸우고자 하는 지사의 뜻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양옥 지사는 천도교 지도자, 청년회 지도자, 감리교 지도자 등 동지들과 함 께 횡성장날 횡성군민 4 1만세운동을 치밀하게 준비해 갔다. 강달회, 강성순, 전한국, 하영현 의사는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순국, 강만형 의사는 옥중 순국, 그리고 많은 지사가 투옥되어 옥고를 치루고 태형을 당했던 1919년 4월 1일 횡성 장날만세운동은 김순이 여사도 빠질 수가 없었다. 총소리 에 놀라 숨어드는 군중을 규합 독려하며 만세운동에 앞장섰다. 이것은 애국지 사 최양옥을 만남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5. 다시 만날 수 없었던 애국지사 최양옥 동지들이 총탄에 맞아 쓰러진 아수라장에서 최양옥 지사도 그 옆에 죽은 척 누 워 있다 야음을 틈타 빠져나오는데 성공하였으나 상안리 처가에서 체포되어 압 송 도중 다시 탈출, 도합 17년간의 옥고를 치루며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3) 애국의 고장 횡성, 횡성교육청, 1990, 41~42쪽. 24 Ⅰ.향토문화의 숨결

25 광복을 맞이하였다. 한편 많은 매를 맞고 풀려나온 김순이 여사는 일제의 감시 로 생업에 종사하기도 힘들었으며 그 후 최양옥 지사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지 금은 수몰된 화성초등학교 교문 앞 구방상회 터에서 1952년 12월 19일까지 살 다73세에한많은생을마쳤다. 6. 김순이 여사 가족 이야기 횡성군지 등 모든 자료에는 자손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남매를 둔 것으로 본 조사에서 밝혀졌다. 맏이로 태어난 아들은 박태옥씨로 결혼도 하지 않고 모 친이 작고한 후 홀로 계속 구방리에서 살다 70년대 말 원주지역에 있는 양로원 에서 생을 마감하였다고 같은 마을에 살았던 구방리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둘 째로 태어난 딸은 박덕원씨로 13세에 횡성읍 학곡리 임씨 가문으로 출가하였고 외증손자 임채호(62세)가 현재 읍하 3리에 살고 있다. 임채호씨에 의하면 할머니의 오빠 박태옥씨가 생전에 가끔 다녀갔다고 했으 며 할머니도 외증조할마니를 닮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도 세었다고 말했다. 4) 일제시대의 독립운동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불행을 넘어 파멸로 이어갔으니 일찍 남편을 여읜 여사는 어려웠던 시절 남매 양육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순이 여사에게 딸이 있었던 것은 이웃 사람들도 몰랐다고 하니 일제시대 독 립운동은 자랑이 아니라 탄압의 대상이었으며 당시 천시하던 주막 운영, 어려 운 형편 등의 연유로 딸 가족과도 왕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7. 묻혀버릴 뻔한 김순이 여사의 독립운동 김순이 여사의 독립운동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1972년 당시 춘 천교육대학 조동걸 교수 저 횡성과 3 1운동 에서 당시 관련 생존자의 증언으 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고귀한 행적은 묻혀버릴 뻔했다. 광복 후에도 김순이 여사는 자기의 만세운동에 대해 입을 다물어 이웃사람들 4) 임채로써 증언, 2012년 11월 17일. 애국지사 김순이 삶 고찰 박순업 25

26 횡 성 문 화 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으며 오히려 알려질까봐 걱정을 했을 것이다. 6 25가 채 끝나지도 않았을 때인 1952년 12월 19일 세상을 뜨자 마을 사람들의 울력으로 구방리 공동묘지에 장사지내지고 그후 잊혀져 버렸다. 그러나 38년이 지난 1990년 부동리 정연덕씨(전 횡성군 농업협동조합장)과 이복균씨(전 군의원)에 의해 선양사업 건의가 횡성군청에 전달되어 1990년 4월 27일 공동묘지에서 한 치저수지 앞 오르막길 옆에 옮겨, 5) 높은 뜻을 기리고 있다. 막상 이장을 하려 할 때 묘를 찾을 길이 없었다. 당시 장례를 치뤘던 사람들이 거의 세상을 떠났기 때 문이다. 다행히 당시 참여했던 지창선씨(구방리, 작고) 등의 증언으로 묘를 찾 아 옮길 수 있었으니 그 때 시기를 놓쳤으면 영원히 잊혀질 뻔했다고 당시 이 사 업의 주무 사회계장이던 고 김윤수씨가 생전에 증언하였다. 8. 애국지사 김순이 여사 묘비문 여사께서는 1878년 10월 15일 경주읍 서부리 김해김씨 문중에서 태처났다. 1898년 10월19일 안 흥면 안흥리에서 박영화씨와 결혼하여 횡성읍 옥동리와 갑천면 구방리를 거점으로 가난과 세파에 시달리면서 애국의 일념으로 생활하시다가 1952년 12월 19일 한 많은 삶을 마쳤다. 기골이 장대한 여사(일명 황소갈보)께서는 뜻한 바가 있어 당시 천대받던 주막을 경영하면서 푼푼 이 받은 돈으로 애국지사인 갑천면 화전리 최양옥 선생의 독립운동을 도우셨고 자금 모금에도 협력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특히 3 1운동 시에는 자신의 주막을 모의 장소로 제공하여 하영현, 강달 회, 강성순, 전한국, 강만형 의사가 순국하시고 많은 지사가 투옥되었던 4월 1일 횡성장날 독립만세 운동 때에는 일경에 쫓겨 장터 술집에 숨어든 동지들을 규합 군중을 진두 지휘하다 투옥됨으로써 횡 성 3 1독립만세운동을 성취시킨 전설적인 여인이다. 자손은 절손되고 난중에 소실된 기록을 챙기 는 후사가 없어 찬연한 공적에도 보훈의 대열에 들지 못하고 갑천면 구방리 공동묘지에서 실묘의 지 경에 이르니 실로 애석함을 금할 길이 없던 바 다행이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군민의 뜻이 있어 이곳 에 안장하고 여사의 드높은 애국의 뜻을 기리며, 후세에 귀감을 삼고자 이 비를 세우노라. 6) 1990년 4월 27일 횡성군민일동 5) 구방리 이복균씨 증언, 2012년 10월 2일. 6)김순이 여사 묘비문 전문. 26 Ⅰ.향토문화의 숨결

27 9. 증언해 주신 분들의 이야기 김순이 여사는 6 25가 끝날 무렵 작고할 때까지 지금은 횡성댐 건설로 물에 잠긴 구방리에서 아들과 함께 살았다. 이건춘(75세, 구방리), 한종기(74세, 구방 리), 심영식(70세, 가담1리), 정운기(75세, 구방리)씨는 이웃에서 소년 시절 아 들 박태복과 살던 머리가 하얀 김순이 여사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누구한테도 그 할머니가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여자 이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세었다는 이야기를 어른들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독립운동은 파멸을 가져왔으므로 광복 후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기 때문일 것이 다. 김순이 여사는 어렵게 살았지만 성격이 좋아 이웃사람과 잘 어울렸다고 모 두회고하였다. 10.선양사업 망향의 동산, 호숫길 5구간 가기 전, 한치고개 오르막 길이 시작되는 한치저수 지 앞 국도에 접해 애국지사 김순이 여사의 묘가 단장되어 있어 오가는 사람들 의 시선을 끌고 있다. 횡성 관내 각급 학교 학생들의 얼 선양교육장이 되고 있으 며 접근성이 좋아 많은 참배객이 찾고 있다. 외증손자 임채호씨도 가족과 가끔 성묘를 간다고 하였다. 횡성 여성단체의 하나인 예림회 에서는 해마다 묘소를 찾아 헌 다례( 獻 茶 禮 ) 를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각급 기관장, 지역 인사들과 함께 행사를 하였는데 횡성군의 지원금이 끊기면서 회원들만이 참석하여 추모행사를 이어 가고 있다. 11. 마치며 김순이 여사는 인적이 드문 한치고개에서 당시 천대받던 주막을 운영하며 고 단한 삶을 살던 분이다. 지금은 애국지사라 우러러 호칭하지만 작고할 때까지도 그 분이 못 듣는 데서 황소갈보라 불렀다. 애국지사 김순이 삶 고찰 박순업 27

28 횡 성 문 화 그러나 자신의 온갖 불이익과 독립운동으로 인해 파멸이 올 것을 알면서도 횡 성 4 1만세운동에 앞장서 애국을 실천한 분이다. 조국의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빼앗긴 나라를 찾고자 하는 차원 높은 명분은 그의 어려운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머니만 바라보고 사는 어린 딸 박덕원은 어쩔 수 없이 13세에 학곡리 임씨 가문에 출가시키고 성장 과정에서 미처 돌볼 수 없었던 아들 박태옥은 결혼도 못하고 독신으로 살다 세상을 떠 후손도 끊겼다. 이것은 횡성 4 1만세운동에 앞장선 혹독한 대가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김순이 여 사처럼 살아간 분이 이 땅에 많았기에 횡성을 애국의 고장이라 부르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김순이 여사는 횡성의 유일한 여성 애국지사임에도 그의 행적에 대한 자료는 묘비문 외에 별로 없다. 그것은 자손이 챙길 수 없었고 알려지면 탄압이 따랐으 므로 쉬쉬하다 세월이 흘렀고 또한 증언해 줄 함께했던 동지, 주변 목격자들이 세상을 떴기 때문일 것이다. 1972년 횡성군에서 발행한 횡성과 3 1운동 (조동걸 저)에서 당시 생존자의 증언에 의해 김순이 여사가 일부 조명되어 빛을 보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 다. 또한 1990년 이 지역 뜻있는 분의 제보와 건의에 의해 횡성군에서 구방리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김순이 여사 묘소를 어렵게 찾아 현 위치로 옮겨 기리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하겠다.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고 없어질 곳곳에 묻혀있는 조상들의 크고 작은 가치 있 는 흔적들이 발굴되어 선양되기를 김순이 여사의 삶을 고찰하면서 소망해 본다. 참고문헌 1. 횡성군지(하권). 횡성군지 편찬위원회 강대덕 외 2명 공저. 횡성민족운동사. 횡성문화원 화성의 옛터. 횡성군 김승학외1명 저. 한국독립사. 대한홍보사 조동걸 저. 횡성과 3 1 운동 Ⅰ.향토문화의 숨결

29 김순이 여사가 주막을 운영하던 한치고개 김순이 여사가 살던 구방리(지금은 수몰됨) 김순이 여사 묘지 표지판 구방리 공동묘지에 이장되어 단장된 애국지사 김순이 여사 묘 애국지사 김순이 삶 고찰 박순업 29

30 횡 성 문 화 강원도의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강원도 산천유곡에 남겨진 지존들의 발자취 강사 홍인희 강원도는 진한의 태기왕을 시작으로 신라 마의태자, 고려 공양왕 등 각 왕조의 마지 막 제왕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현장이었고 조선 개국이 암시되는 등 시대의 아 픔과 희망을 같이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까지 이 곳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으니 가희 우리 왕조 역사의 명멸( 明 滅 )을 줄곧 지켜봐 온 소리 없는 목격자였다. 삶과 죽음이 하나요,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라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가다가 면온 인터체인지로 빠져 나가면 횡성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해발 1,261미터의 태기산을 만날 수 있다. 면온은 멸온 에서 온 말이다. 멸 滅 은 죽음이요, 온 은 백 百 을 뜻함과 동시에 온통 온갖 등과 같이 많은 것 을 표현하는 순우리말임을 이해하면,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멸망해간 곳 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이야 이 일대에 대형 스키장이 자리 잡고 있지만, 오랜 옛날 두 왕조의 제왕들이 패권 쟁 취를 위해 생사를 건 전투를 벌였던 역사가 오롯이 숨어 있다. 그 유래는 삼한시 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한 중 진한은 고조선 멸망 후 북방 이주민들이 한강 이남에서 토착민들과 연 합해 새운 국가로, 낙동강 일대에 위치한 사로 斯 盧, 경주가 중심이었으며 후에 30 Ⅰ.향토문화의 숨결

31 신라의 발상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진한의 마지막 왕이었던 태기왕이 경남 울산으로 추정되는 삼랑진에서 크게 패한 후 충남 일원에서 머물다 다시 추격을 받아 쫓긴 것으로 보인다. 박혁거세는 그의 숨통을 철저히 끊어놓기 위해 추적을 거듭했다. 결국 태기왕 은 이곳 태기산 일대에 폭1미터, 둘레 1,840미터 산성을 쌓고 신라 대군을 맞아 4년여간 전투를 벌였으나, 끝내 패하고 몸이 세 동강 난 채 죽었다고 한다. 그 당시 성 일부와 집터, 샘터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고서 에는 성안에 마르지 않는 시냇물이 흐르고, 군대 창고 다섯 간. 관청 두 간과 우 물도 있다 는 등의 기록으로 보아 몰락해가는 한 왕조의 피신처였지만 상당한 위용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기왕과 박혁거세의 전쟁, 부족국가 진한의 멸망시기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해 서는 학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인근 평창지역에서는 태기왕의 전 설이 부족국가 시절 춘천에 자리 잡았던 맥국과 강릉의 예국간의 전투에서 나 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명확한 기록이 없어 간접적인 정보들을 모아 짐 작해볼 뿐이다. 여하튼 당시 박혁거세가 진한에 속해 있던 부족들을 정복하고 도읍인 금성을 축조한 것이 기원전 57년임을 볼 때 줄잡아 지금으로부터 2000 년 전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의 기록에서 진한이 멸망한 시기를 미루어 짐작 해볼 수 있다. 봄 2월 마한왕이 사신으로 온 호공에게 진한과 변한은 우리의 속국인데 왜 공 물을 바치지 않는가? 큰 나라를 섬기는 예의가 어찌 이럴 수 있느냐? 고 꾸짖자 호공은 진한의 유민은 물론 변한 낙랑 왜인까지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 가 없습니다. 라고 응대했다. 즉, 신라의 옛 이름인 서나벌에서 온 사신 호공이 마한의 왕에게 자기 나라는 진한의 유민들도 두려워한다고 했으니 결국 진한이라는 나라가 기원전 20년 이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31

32 횡 성 문 화 전에 사라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찌 되었건 횡성의 태기산 일대에서는 두 왕 조 간에 장기간에 걸친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만큼 그 주변에는 당시 상황을 증언해주는 장소와 지명 등이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태기왕 전설과 결부해 덕고산을 태기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고 궁이 있었던 성은 태기산성으로 불리며, 지금도 이를 알리는 태기산성비 가 세워져 있다. 군사들이 피 묻은 갑옷을 씻었다는 갑천, 왕이 옥새를 잃어버린 옥산대, 왕의 몸 이 세 동강 난 삼동거리, 병사들을 훈련시킨 병지방, 귀족들이 낚시하던 낙수대 와 왕이 간이침대인 어탑을 놓고 쉬었다는 어탑산, 적군에 쫓겨 말안장이 벗겨 진 줄도 모르고 도망간 고개 질매재 등도 남아있다. 태기산 자락에 있는 횡성 둔 내면 화동리는 당시 군사들의 식량이 부족하자 이곳 골짜기에서 볍씨를 구해 농사를 짓도록 해주었다는 의미로 마을 이름에 벼 화 禾 자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태기산은 1970~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황석영 작가의 대하 역사소설 장길산 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장길산의 친구 이갑송이 썩은 조정 을 뒤엎기 위해 승려들을 모아 훈련시키고 금정굴에서 군사자금으로 쓸 위조 엽전을 제작하던 장소가 이곳이었다. 오늘날 횡성지역에서는 매년 태기문화제 라는 장례문화 행사를 열어 태기왕의 넋을 기린다. 이 행사 중 횡성 <회다지소리>공연은 지난 1984년 전국 민속예술 경연대회에 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의 문화제라고 하면 살아 있는 자들의 경축 마당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고장에서는 죽음 을 모티브로 축제를 치름으로써 삶과 죽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하나이며, 죽음이 새로운 시작 임을 보여주는데, 그 역발상이 놀랍다. 이 문화제에서 상두꾼이 요령을 흔들면서 읊어대는 <상여요 謠 > 자락은 물론 32 Ⅰ.향토문화의 숨결

33 이요 하관 下 棺 후 흙을 다지는 선소리꾼의 <회다지소리>를 들으면 권력의 성쇠 와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고 태기왕의 서글픈 영혼이 멀리서 다가오는 듯하다. 저승길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일세 호오호오 허이나 갈까 호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서러워 마라 호오호오 허이나 갈까 호오 여보시오 지원님들... 어허름차 호오 이 내 말씀 들어보소... 어허름차 호오 저승길이 멀다더니... 어허름차 호오 대문 밖이 저승일세... 어허름차 호오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어허름차 호오 -<상여요> 중에서 만승천자 진시황이 육국을 통일하고 아방궁을 높이 짓고 만리장성 쌓은 후에 동남동녀 500인을 삼신산에 보내여다 불사약을 구해서 장생불사 하렸으나 여사래 무덤이요 천하일색 양귀비도 매호 간에 묻혔으며 글 잘하는 이태백과 시 잘 짓는 도연명도 일생일사가 분명해 무주고혼이 되었구나 에이허라 달호... 에이허라 달호... -<회다지소리>중에서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33

34 횡 성 문 화 대동방국을 그리던 궁예대왕의 꿈과 좌절 지금부터 1,100여 년 전 태봉국의 제왕 궁예는 강원도를 평정한 후 그 세력을 북으로는 대동강 유역, 남으로는 나주까지 뻗쳐 종래 통일신라 영토의 3분의 2 정도를 아우르게 되었다. 여세를 몰아 당시 동주철원에 도읍을 정하고 삼한 통 일을 넘어 불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미륵세계를 꿈꾸고 있었다. 토성인 궁예 도성 터가 남아 있는 풍천원은 현재 비무장지대에 속해 실사가 어렵지만 옛 자 료에 따르면 내성 둘레가 7.7킬로미터 외성은 12.5킬로미터 정도로 한성 백제 의 풍납토성이3.5킬로미터나 고구려 국내성2.7킬로미터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고한다. 나라 이름도 고려, 후고구려에서 마진대동방국 또는 태봉평화가 깃든 평등세 계으로 개칭해 삼한을 넘어 만주와 연해주까지 넘보는 기상을 담았다. 그러나 건국한 지 18년 만에 궁예는 자신이 가장 믿었던 왕건과 그 추종세력의 심야 쿠 데타에 허를 찔린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이 반정 주체세력은 자신들의 정 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궁예의 온갖 설정과 패륜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도참 앞날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까지 동원했다. 이에 대해 구한말 문신 이유원은 우리 역사의 일화 등을 묶어 쓴 임하필기 에서 옛날 어떤 사람이 팔던 낡은 거울에는 뱀의 해 巳 年 에 두 마리 용이 나타나는데, 한 마리는 청목 속에 몸을 감 추고 또 한 마리는 흑금의 동쪽에 그림자를 나타낸다. 먼저 닭계림을 치고 뒤에 오리압록를 때린다고 했다 는 내용의 이른바 고경참문 古 鏡 讖 文 설화를 소개한 다. 이는 결국 송악 출신인 왕건이 먼저 신라를 장악하고 후에 압록을 거두어 삼 한을 통일한다는 예언을 적은 글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기습을 피해 철원을 탈출한 궁예는 일단의 군사들을 이끌고 춘천 방향으로 도 34 Ⅰ.향토문화의 숨결

35 주하던 중, 지금의 소양댐 입구인 천전리 일원의 삼한골을 거쳐 의암댐 옆에 있 는 삼악산에 오른다. 삼악산은 해발 654미터로 그리 높지 않지만 우리나라 5대 악산 중 하나로 불 리기도 한다. 험준한 산세 때문인지 부족국가 시절 현재의 춘천 신북읍 발산리 에 궁터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오는 맥국의 전쟁터였으며 19세기 말 이 지 역에서 봉기한 의병 5,000여 명이 전투 방어선으로 삼았던 천혜의 요새다. 또한 1907년 이인직의 대표적 신소설이었던 귀의 성 의 무대가 되었다. 지금도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삼악산이 조화를 부린다 는 속설이 전해 온다. 춘천지역에 비가 올라치면 제일 먼저 삼악산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 한다. 수많은 원혼들의 슬픔과 한이 검은 구름을 만들고 눈물을 뿌리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서민들은 빗물로 설거지할 준비를 한다. 간혹 산 정상에 화려한 무 지개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원통하게 패망해간 각 왕조의 부흥을 소망하는 하늘의 뜻 이라는 내용이다. 궁예는 깎아지는 듯한 이 험산 위에 폭 1.3미터 높이 2미터 둘레 5킬로미터의 삼악산성을 쌓은 데 이어 승려 출신답게 부처의 힘으로 제기해 보려는 염원을 담아 흥국사까지 지어가며 전열을 정비한다. 그러나 초반에 왕건 세력의 줄기 찬 공격을 잘 막아내던 궁예 진영도 점점 세 勢 의 중과부적을 절감하던 차에 후 방을 기습적으로 공격당하며 그 자리를 내주고 포천과 철원에 걸쳐 있는 명성 산 일대로 또다시 밀려난다. 삼악산 피신 중에 기와를 굽던 와데기, 검술을 익히 던 칼봉, 말을 매어둔 말골, 도성 쪽을 바라보았다는 망국대, 그리고 군사들의 옷을 말렸다는 옷바위 등 지명만 전설로 남긴채... 명성산에서 다시 성을 쌓고 은거하던 궁예는 밀려드는 왕건의 군사들이 점점 늘어나자 자신의 군사들에게 각자 살길을 찾아 흩어지라 고 명하고는, 극소수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35

36 횡 성 문 화 측근들만 대동한 채 평강 방면으로 이동하던 중에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감한 다. 이때 군사들과 산새들이 궁예의 죽음에 절규했다고 해서 울음산명성산 이 란 이름을 얻었는데 지금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사방에서 구슬픈 울음소 리가 들린다고 전해온다. 궁예의 최후에 대해서는 사복 차림으로 도망하다가 부양평강 백성에게 해를 입었다 거나 심지어 보리 이삭을 훔쳐 먹던 중 백성에 의해 타살되었다 는이 야기까지 지극히 비굴한 모습뿐이다. 그러나 그의 영웅다운 스케일을 묘사하는 기록도 있다. 태봉주 궁예의 묘에는 석축이 수십 길이나 되고, 주변에 높다란 형대 炯 臺 가 솟아 있으나 지금은 절반쯤 허물어져 있다'. 1864년 김정호가 펴낸 대동지지 의 내용이다. 육당 최남선도 이러한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24년 궁예왕릉 있는 삼방협평장-안변 일대에서 채록한 내용을 그의 여행기 < 풍악기유>에 다음과 같이 기술해놓았다. 구레왕고려왕이 삼방 골짜기에 들어왔다. 재기할 땅을 찾고자 하던 차에 한 스님에게 용잠호장 龍 潛 虎 藏 할 만한 곳이 없겠느냐? 고 물었으나 스 님은 이러한 궁벽한 곳에서 살길을 찾으니 어리석다 고 답했다. 그러자 구레왕은 하늘이 나를 잊었노라 며 길게 탄식하고는 심연을 향해 몸을 던졌고 우뚝 선 채로 운명했다. 그 뒤 이 지방의 독존신 獨 存 神 이 되었다. 통일신라 말기, 이른바 '강원왕국'이라는 대제국을 세우고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처했던 궁예. 그는 죽음만큼이나 출생과정도 베일에 싸여 있는데다 우리 역사 상 패악했던 제왕 가운데 으뜸으로 철저히 매도되어온 인물이다. 고려의 관찬서 인 삼국사기 와 조선의 관산서인 고려사 에 따르면, 궁예는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데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이른바 미륵관심법을 내세워 '처자식을 36 Ⅰ.향토문화의 숨결

37 비롯해 수많은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 폭군이요 미륵을 사칭한 사이비 교주'였다. 삼국사기 는 '왕이 "네가 간통하니 무슨 일이냐?"는 말에 부인 강씨가 "어찌 그런 일이 있으리까"라고 하자, "내가 신통력으로 보아 다 알고 있다" 며 무쇠로 된 방망이를 불에 달구어 그녀의 음부를 치고 두 아들까지 죽였다'고 묘사한다. 이러한 공식적인 기록들뿐만 아니라 구전 설화까지도 부정적 평가로 일관한다. 우선 '풍수가 궁궐 터를 잡아주면서 궁예에게 별도의 이야기가 있을 때까지 엎 드려 있으라고 했음에도 무더위와 주변의 이상한 소리에 일어나자 학 세 마리 가 날아갔다. 이로써 300년 지속될 왕업이 30년에 그쳤다'는 설화는 궁예의 치 세가 단명할 수밖에 없었음을 애써 강조한다. 또한 '궁예가 곤암산을 주산으로 해 궁궐 터를 잡자 곤암산이 싫어서 이천 쪽 으로 머리를 돌렸고 금학산은 곤암산에 밀려난 것을 서러워해 3년 동안이나 나 뭇잎을 피우지 않았다' 며 자연의 마음조차 궁예에게서 떠났음을 은근히 부각 시킨다. 심지어 '구미호가 궁예의 부인을 잡아먹은 뒤 그 부인으로 둔갑해 사람 죽이기 를 즐기자, 궁예도 이를 흉내내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에 이르면 궁예는 인간이 아닌, 사라져야 할 악마의 화신일 뿐이다. 그러나 후세의 많은 역사가들은 애초에 역사가 승리한 편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록되는 데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한 왕건 측이 의도적으로 각 색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삼국사기 와 고려사 의기록등에 서 모순점을 찾아냈다. 홍유 등 4인방이 비밀 모의 후 왕건에게 쿠데타를 종용하자 왕건은 신 하로서 두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고 했지만 당시 41세였던 왕건은 이미 30세부터 9층 금탑에 올라 왕이 되는 꿈을 꾸었다. 궁예가 폭정으로 지지를 일어 자멸하고 왕건이 민심의 추대에 의해 왕위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37

38 횡 성 문 화 에 오른 것으로 강변하고 있지만, 왕건 즉위 후 나흘 만에 일어난 환선길 모반사건을 필두로 그해에만 여섯 차례의 반란, 후백제로의 집단 탈출 등 이 잇따랐다. 궁예를 제왕 자질이 없는 미치광이 수준으로 묘사하면서도 사졸과 노고 를 같이하고 공적을 배분할 때는 사사로이 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그를 두려워하고 경애해 장군으로 추대했다 고 기록하는 등 모순투성이다. 궁예는 이처럼 실체를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공식적인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성 이 김씨로, 아버지는 신라 47대 헌안왕 또는 48대 경문왕이며 어머니는 궁녀였 는데 이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궁예는 왕실에서 자라다가 장래 나라에 이롭지 못할 인물로 낙인찍혀 우여곡절 끝에 열 살 무렵 세달사로 출가 선종이란 이름 으로 승려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당시 북원 (지금의 원주)을 본거지로 하던 초 적 양길의 휘하에서 공을 세운 후 독자세력을 구축했으며, 급기야 새로운 국가 를 창업한 입지전적 영웅이었다. 세달사의 위치에 대해서는 개풍의 흥교사, 영주의 부석사 등으로 논란 빚어오 던 중 최근 여러 정황상 영월군 흥월초등학교 분교 자리였음이 밝혀졌다. 이 지 역에서는 옛날 절이 크게 번창했던 당시, 끼니 때 남한강에 허연 쌀뜨물이 흐 를 정도였다. 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한편 삼국사기 에는 궁예가 자신의 부인을 죽일 때 두 아들 청광과 신광도 함 께 죽였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오늘날까지 그 후예들이 엄연 히 핏줄이 이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사의 기록과는 달리 동광 이라는 또 한 명의 아들까지 있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다만 으레 그렇듯이 해당 종중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기는 하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궁예는 역대 제왕 중 가장 많은 역사적 부관참시 를당해 38 Ⅰ.향토문화의 숨결

39 왔지만 당시 주 활동 무대였던 강원도와 경기도 일원에서는 그의 뜻을 기리는 자취가 여전히 살아 있다. 연천지역에서는 삼방 三 方 을 다스리고 길흉화복을 주 관하는 신적 존재인 구레왕고려왕으로 모셔지고, 도읍지였던 철원에서는 1982 년부터 매년 태봉제 행사를 통해 궁예의 어가 행렬 즉위식 등을 재현하며 그 를 기리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태봉국의 부활, 그 꿈으로의 초대. 1,100여 년 오랜 역사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궁예왕의 대동방 건설이라는 이상과 같이 통일을 꿈꾸며 라는 캐치프레이즈에는 그 옛날 한반도를 넘어 북장지역 까지 넘보던 한 걸출한 영웅의 크나큰 기상과 원대한 포부가 깃들어 있다. 오늘날 궁예의 이러한 웅지가 좌절된 것을 아쉬워하는 많은 이들은 그가 설파 했다는 다음의 명언을 떠올린다. 나는 비겁한 자와 친구가 되느니 정직한 사람의 원수가 되련다. 독사와 전갈 은 조심하면 되지만 비겁한 인간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의태자, 과연 삼베옷 입고 금강산으로 갔는가 구한말 일제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고종을 협박하며 양위를 종용하던 중 신 라 경순왕도 국운이 다했음을 알고 왕건에게 나라를 바치지 않았습니까? 라며 국가를 양도하는 것이 마치 우리 민족의 전통인 양 희롱한다. 지금 들어도 울분 을 토할 일로, 이는 철저히 고려의 입장에서 기록된 삼국사기 내용에서 비롯된 바 크다. 그러나 이후에도 일제 강점기 때 쓰여진 이광수의 소설 마의태자 를 비롯해 영화, 가곡, 대중가요까지 신라 왕족들의 나약한 이미지를 키우는 데 한 몫했다. 1930년대 가곡 <마의태자>에 담긴 이은상의 노랫말을 보면 다분히 염 세적이고, 패배주의적이다.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39

40 횡 성 문 화 그 나라 망하니 베옷을 감으시고 그 영화 버리니 풀뿌리 맛보셨네 애닯으다 우리 태자 그 마음 뉘 알고 풍악산 험한 곳에 한 품은 그 자최 지나는 길손마다 눈물을 지우네 - 1절 태자성 옛터엔 새들이 지저귀고 거하신 궁들은 터조차 모를노다?허라 우리태자 어데로 가신고 황천강 깁흔 물에 뿌리신 눈물만 곱곱이 여울되어 만고에 흐르네 - 2절 이러한 기록과 분위기는 상당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대로 이어져 학창 시절 배운 마의태자도 삼베옷 입고 금강산에 들어가 풀뿌리나 뜯어먹고 살다가 죽 은왕자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태봉국 궁예가 죽은 후 37년이 지나 또 한명의 지 존이 자신의 어머니 죽방왕후와 처자, 충신열사들을 이끌고 경주, 충주, 제천, 양평을 거쳐 강원도 깊은 산으로 찾아든다. 그가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이다. 삼국사기 는 당시 상황을 이에 왕경순왕이 시랑 김봉휴로 하여금 국서를 가 지고 가서 태조고려에게 귀부를 청하게 했다. 왕자는 통곡하며 왕을 이별하고 곧 개골산으로 들어가 바위에 의지해 집을 짓고 마의와 초식으로 일생을 마쳤 다 며 담담하게 기술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00여 년 전 박혁거세가 강원도까지 쫓아와 진한의 마 지막 왕인 태기왕을 무너뜨리더니, 그로부터 1,000여 년 뒤에는 신라 최후의 태 자가 다시 강원도 땅에서 천년 왕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것이 역사의 윤회 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로부터 500여 년이 지나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마 40 Ⅰ.향토문화의 숨결

41 저 또다시 이곳을 떠돌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기이한 인연을 맺는다. 그러나 정사의 설명과 달리 오래전부터 마의태자가 당시 강원도로 와서 원주 와 횡성 어답산, 홍천 지왕동 등을 지나 설악산 기슭 밑 인제군에서 신라소국 을 세우고 대왕으로 옹립된 후 상당 기간 동안 고려에 대한 항전 체제를 구축하 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그 일대에는 이를 뒷받침 해주는 지명, 유물, 유적 등 갖가지 증거가 수두룩하다. 우선 서울에서 속초 방향으로 가다 한계령 을 넘기 전 나오는 인제군 상남면에는 김부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여기서, 김 부 는 경순왕의 이름과 음이 동일하다. 다만 이 지명은 경순왕이 아닌 그의 아 들 마의태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제군사 를 보면 이곳은 과거 김부 동, 김보왕촌, 김보왕동, 김보리를 거쳐 김부리가 되었는데, 신라 56대 경순왕 의 아들 마의태자가 이곳에 와 머무르며 신라를 재건하고자 김부대왕이라 칭하 고 양병을 꾀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지금도 김부대왕각이 있어 봄가을 동 제를 지내고 있다 고한다. 여기서 마의태자가 본래 이름인 김일 金 鎰 대신 김부 金 富 로 지칭된 것에 대해 서는 여러 가지 설이 엇갈리고 있다. 뜻이 통하는 한자를 차용해서 쓰는 신라식 향찰표기법 에 따라 부른 것이라는 해석에 따르면 鎰 은 溢 과음이같고 溢 은 富 자와 넉넉하다는 의미로 서로 통한다는 것이다. 즉 마의태자가 떠난 뒤 마을 주민들은 그를 기리면서도 고려 조정에는 반역의 뜻이 없다 는메시 지를 보냄으로써 후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려에 항복한 경순왕 이 름을 빌려 한자 표기만 달리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순왕이 고려에 투항 하면서도 마의태자에게 신라 부흥에 나서라 는 밀명을 주었기 때문에 태자가 이를 받든다는 의미로 아버지 이름을 내세웠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한편 마의태자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는 별개로 당시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명들도 많다. 옥새를 숨긴 옥새바위, 태자의 수레가 넘은 행차고개 또는 수거 너머, 충신 맹장군 일가의 고분군이 있는 맹개골, 지금은 진부령 고개로 불리는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41

42 횡 성 문 화 김부령 등이다. 또 갑옷을 입고 진을 친 곳이라는 의미의 갑둔리, 마의태자를 따 라온 화랑들이 결의의 표시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단지골, 항전하는 병사라는 뜻 의 항병골, 맹장군이 인근 양구군에서 군량미를 징발해 비축했다는 군량리 및 국 권 회복과 광복을 의미하는 다물리 등을 접하면 마의태자와 추종자들의 신라 부 흥 운동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신라재건 추진세력의 방어진 으로 추정되는 한계산성의 삼신단 비명에서 발견된 간지 干 支 의 제작연도가 고 려 광종 20년970년과 21년971년으로 판명된 바 있어, 신라 멸망935년 후 최소한 35년 이상 이곳에서는 마의태자가 이끄는 부흥운동이 지속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이 지역에는 마의태자를 받들었던 다양한 자취가 남아 있다. 김부리 마 을 중앙에 있는 대왕각에는 신라경순왕태자김공일지신 新 羅 敬 順 大 王 太 子 金 公 鎰 之 神 이라는 위패와 철마상 모형이 모셔져 있다. 1987년에는 갑둔리 일원 에서 고려 정종 2년 103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5층 석탑과 간지도 발견 되었는데 여기에는 마의태자의 장수 長 壽 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 있 다. 마을 사람들은 수백 년 전부터 매년 음력 5월 5월과 9월 9일을 맞아 동제를 지내오고 있는데, 제왕에 대한 예로 4배를 하며 제사상에는 마의태자가 좋아했 던 미나리와 취떡을 올린다고 한다. 이들 신라 부흥 세력이 인제지역에 주둔한 이후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 야기가 내려온다. 결국 이곳에서 고려군에 패해 금강산에서 진지를 재구축했다 는 이야기, 마의태자가 당초 알려진 한 명이 아니라 왕자 김일과 김분 두 명이었 고 이들이 각자 설악산과 금강산에 있었다는 이야기 설악산 일대를 떠난 세력 들 대부분이 금강산을 지나쳐 여진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 등이다. 이에 대해 육당 최남선은 1927년 금강산 유적들을 둘러보고 쓴 금강예찬 에서 신라 태 자의 유적이라는 것이 전설적 감흥을 깊게 하지만 역사적 진실과는 다르다. 세 상만사를 다 끊고 깊은 산골에 들어온 태자라면 성이니 대궐이니 하는 것이 무 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라고 반문하며 금강산에 있다는 마의태자 유적지는 후 42 Ⅰ.향토문화의 숨결

43 대에 조작된 가짜라고 단언한다. 어떤 경우든 마의태자가 단순히 신라 패망에 분기를 누르지 못하고 개골산에 은둔하다 맥없이 죽었다는 고려 왕조의 설명은 허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국사기 등에서 굳이 금강산이라는 아름다운 말대신 모든 것이 해골 인 죽음의 골짜기를 의미하는 개골산 이라는 명칭을 부각시킨 것도 태자와 그 세력의 종말을 사람들에게 세뇌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설악산을 떠난 마의태자 무리가 북쪽으로 진출을 거듭해 만주 일대에서 여진족을 통합하고, 이 후예들이 급기야 중국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우게 되는 대목에 이르면, 그 옛날 마의태자가 간직해왔던 국권 회복 의지가 낳은 역사의 결과에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수년 전 <KBS역사스페셜>이 이러한 내용을 매 우 심도 잇게 밝혀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서를 보니 신라 왕실인 김씨가 수십 세를 이어왔고 금이 신라로부터 온 것 은 의심할 바 없다. 금나라 국호 또한 김씨 성을 취한 것이다. - 흠정만주원류고 청나라 몰락 과정을 그린 영화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진 청나라 황제들의 성 姓 인 아이신줘러 愛 新 覺 羅 중 아이신 은김 金 줘러 는 족 族 이란 말로 결 국 김씨들 이란 뜻이다. - 만주실록 금나라 시조의 이름은 함보로 고려인이라 했는데 이는 경순왕의 외손이다. - 금사 여진의 추장은 신라에서 온 사람이고 완안으로 불렸다. 篤 耉 휑이라 함은 중국말로 왕을 의미하는 것이다. -송막기문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43

44 횡 성 문 화 우리나라에서 마의태자 후손을 칭하는 성씨와 본관은 통천 김씨 경주 김씨 대 장군공파와 계림공파, 청풍 김씨, 부안 김씨, 부여김씨 등 여섯 개인데, 이들 대 부분이 대대로 살아왔던 곳으로 경주 일대가 아닌 현재의 강원도 통천을 거론 하고 있어 당시 마의태자 추종세력들의 행로를 짐작하게 한다. 한편 경순왕은 1,000년 사직을 왕건에게 넘기고 한동안 천추의 한을 품은 채 충북 제천 백운면 의 이궁 離 宮 에 머무르며 강원도 땅을 가끔씩 방문했는데, 이때 주로 거처하던 곳이 원주 귀래면이다. 귀한분이 오셨다 歸 來 의미의 지역명이 여기서 유래했다. 또한 그곳 황산사의 타종 때가 되면 귀래면과 제천 백운면 사이에 있는 언덕 에 올라 경주 쪽을 바라보면서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고 해서 瀆 枉 횬 叡 라는 이 름이 생겼으며 이따금 월악산 덕주사에 머물고 잇던 덕주공주가 올 때면 무던 히 기다리지 못하고 배재까지 마중 가곤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라를 빼앗긴 후 신라 화랑의 후예답게 고려에 결사 항전하던 끝에 중국 대륙까지 진출을 꾀했던 마의태자를 기리며, 2003년 한 독지가가 인 제지역에 세운 노래비의 가사를 음미해본다. 행치령 고개 넘어 백자동 고개 넘어 산새도 오지 않는 깊은 산골 갑둔리 달빛보다 더 푸른 천추의 그 푸른 한 나라를 찾겠노라 그 큰 뜻을 품은 채 어찌 눈을 감으셨나 마의태자 우리 님 하늘이 버리셨나 바람도 스산하다 무덤조차 일어버린 첩첩산중 김부리 꽃보다 더 붉은 망국의 그 붉은 한 세월아 말을 하라 통한의 그 역사 어찌 눈을 감으셨나 마의태자 우리님 -마의태자 정두수 작사 조영남 노래 44 Ⅰ.향토문화의 숨결

45 고려 마지막 임금과 세 무덤의 미스터리 지금부터 600여 년 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중추원부사 정남지과 형 조전서 함부림을 강원도 삼척에 파견했다. 그들은 오랜 유배에 행색이 초라해 진 49세의 중년 남자를 꿇어앉힌 후 군 君 을 관동에 가 있게 하고 나머지 동성 들도 각자 편리한 곳에 가서 생업을 유지하도록 해왔다. 그간 대관들과 법관들 이 열두 번 씩이나 연명으로 군에 대한 처단을 주청해 여러 날 다투었으나, 대소 신료들이 또 글을 올리어 간하므로 내 부득이 그 청을 따르게 되었으니 군은 이 사살을 잘 알라 는 교지를 전달하고 마침내 그와 두 아들을 교살했다. 조선왕조실록 에서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최후를 묘사한 대목이다. 그 는 이 일이 있기 이미 4년 전, 이성계 일파의 치밀한 사전 계략에 따라 울며 겨 자 먹기로 왕위에 올랐다가 2년 후에는 그들에 의해 인심을 잃었다. 덕이 부족 하다 는 이유로 강제로 폐위되어 강원도 일대를 떠돌고 있었다. 사실 공양왕이 왕위에 거론될 당시부터 군왕 자질론 시비가 불거졌다. 봉건 왕조 시절 지존의 자리를 놓고 조정 중신들의 투표를 거쳐 가까스로 즉위할 때부터 이미 불행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왕이 된 뒤에도 고려 왕조와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이 미 폐위되어 귀양 중이던 우왕, 창왕을 죽이는 등 정권 실세들의 충견 노릇을 해 야만 했다. 심지어 자신의 신하인 이성계를 몸소 찾아가 의형제를 맺고 서로의 후손을 보호하자고 애원하는가 하면 즉위나 퇴위할 때는 눈물까지 보였던 유약 한 성품이었으니 조정 권력을 장악한 이성계 등 무인들에게 휘둘리기 십상이었 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1392년 7월 17일자의 기록이다. 마침내 왕대비의 교지를 받들어 공양왕을 폐하기로 일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남은이 시좌궁에 이르러 교지를 선포하니, 공양왕이 부복해 명령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45

46 횡 성 문 화 을 듣고 말하기를 내가 본디 임금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신하들이 나를 강제로 왕으로 세웠습니다. 내가 성품이 불민해 사기 事 記 를 알지 못 하니 어찌 심정을 거스린 일이 없었겠습니까? 하면 이내 울어 눈물이 두 서너 줄기 흘러내렸다. 조선조로부터 공손하게 왕위를 이양했다 恭 讓 는 의미의 굴욕적인 시호까지 받은 그는 자신의 두 왕자 왕석, 왕우와 함께 개성을 떠나 뱃길을 따라 강원도의 초입이자 현재의 문막읍 옆에 위치한 부론면 일원의 은섬포에 다다른다. 배향 산 중턱에 움막을 짓고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 향불을 피워놓고 개경 쪽을 바라 보며 조상과 백성에게 사죄의 절을 올리는 일을 반복했다. 이것이 결국 조선 조 정에 알려져 유배지를 옮기는 빌미가 되고 만다. 배향산이 위치한 손곡리는 광 해군의 어머니 공빈 김씨가 태어난 곳으로 오늘날에도 상당수 주민은 행정구역 명칭인 손곡 보다 손위실 遜 位 室 이라 즐겨 부른다. 이는 공양왕이 왕위를 물려주고 온 곳 이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원주에서 쫓겨 간곳을 현재 강원도의 동해안 북쪽 끝자락인 고성군 간성으로, 이 때문에 그는 후대에 간성왕 이라는 별칭을 얻는다. 이 일대에 체류하던 중 역모의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또다시 유배지를 옮기게 된다.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당초 공양왕을 간성에 유배토록 한 데는 그를 따르던 지관들의 은밀한 공작이 있었다고 한다. 금강산과 설악산의 정기가 당시 그곳의 수타사에 서려 있다고 믿어 고려 왕조 재건 운동의 적지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 겠지만 공양왕이 피살된 후에 산의 정기가 뚝 끊어져 수타사 내에 빈대가 들끓 는 등 도저히 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7층 석탑만 남긴 채 절을 불태워버리고 현 재의 홍천군 동면으로 자리를 옮겨 가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동해안을 따라 고성에서 삼척지역으로 밀려난 공양왕은 현재의 근덕면 46 Ⅰ.향토문화의 숨결

47 궁촌리 宮 村 里 임금의 마을 한 민가에 머물던 중, 그 일대에서 공양왕 복위 운동 이 일어나는 등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한 번 반역 음모론에 휘말리게 된 다. 급기야 조정에서 내려온 집행관들에 의해 1394년 4월 17일 마을 뒤편 살해 재(일명사라치)에서 자신은 물론 왕자, 추종자들까지 본보기로 집단 처형됨으 로써, 오랜 강원도 유배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이로써 고려 왕조도 역사의 뒤안 길로 완전히 사라진다. 이때 겨우 살아남은 고려의 충신들은 울분을 삭힌 채 현 재의 태백 방향으로 도주하다가 높은 고개에서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겠다 고 다짐하며 관모 巾 와 관복 衣 을 벗어놓으니 이것이 건의령 巾 衣 嶺 의 유래다. 한편, 삼척 처형 장소에는 공양왕 일행이 사라져간 마지막 모습을 목격했을 법한 높이 20미터 둘레 5.4미터에 수령이 1,000년 남짓 되는 대형 음나무가 지 금도 서 있다. 마을에서는 이를 신령스러운 나무 神 木 로 섬기면서 매년 정월과 단오 때 제사와 굿을 올리는데, 나무의 잎이 동쪽 가지에서 먼저 피면 영동지방 에, 서쪽 가지에서 먼저 피면 영서지방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공양왕의 죽음과 관련한 최대의 미스터리는 능의 위치다. 공식 기록인 조선왕 조실록에는 공양왕릉 이 경기도 고양에 왕과 왕비의 능이 쌍릉 형태로 있다고 적혀있다. 이곳에는 공양왕 부부가 자결했으며, 그들을 따르던 삽살개가 끝까 지 주인의 시신을 지켰다는 전설도 전한다. 태종은 재임 중 공양왕의 묘를 찾으 라는 명을 내려 고양에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묘에서 능으로 승격시킬 것을 지 시했다. 또 세종은 공양왕의 둘째 딸 정신공주의 상소를 받아들여 군 君 으로 강 등되었던 그를 다시 공양왕으로, 어머니 순비 교하 노씨를 왕비로 각각 추봉하 도록 한데 이어 묘호를 고릉 古 陵 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척에서는 각종 고문헌, 역사, 풍속, 인물 및 주변의 지명 등을 들어 이를 반박하면서 진짜 공양왕릉은 태조실록 에 그와 추종세력들이 죽은 장소 로 기록한 이곳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 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내 세우는 문헌적 근거는 위의 태조실록 외에도 척주지 척주생안 및 일제강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47

48 횡 성 문 화 점기에 편찬된 삼척군지 등이다. 이중 척주지 는 예학의 대가이자 깐깐한 성 품으로 정평 나 있던 미수 허목이 삼척부사 시절에 저술한 책이어서 신빙성이 높다. 척주지 내용의 일부다. 추라 楸 羅 궁촌마을에 오래된 무덤이 있는데 왕릉이라고 전한다. 이곳의 밭을 왕이 머물던 옛 궁터라고 하나 떨어져나간 주초석이나 기와도 없다. 늙은이들은 공양왕이 원주 간성을 거쳐 우리 태조 3년에 삼척에서 운명했 다고 말한다. 그때 왕의 집은 민가에 불과했으며 돌아간 후의 장례도 이와 같았다. 산지기 한 명만 있고 분묘는 폐허 가 되다시피 했다. 근래에 들어서도 여전히 능에 대한 진위 논란이 그치지 않자, 급기야 1977년 당시 근덕면장이 군수의 명을 받아 발굴에 나섰는데 능 전면을 개봉한 수 석관 이 있는 것까지 확인했지만, 이 과정에서 궁촌리 마을 사람들이 능을 파헤치면 동리가 망한다 고 극력 반대해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발굴 도 중 왕릉 및 다른 두 개의 무덤에서 구렁이가 나오자 경악하며 왕과 왕자의 능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신성한 능 앞에다 비린내 나는 생선 같은 것을 널어 말리면 바람에 다 날려간다 속설도 내려오고 있는 가운데, 특히 궁촌 마을에서는 3년마다 지내는 어룡제에 앞서 공양왕릉에 먼저 제사를 받드 는 풍습이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고양과 삼척 두 곳 왕릉의 진위를 가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 다. 이렇다 보니 당시 공양왕 등을 살해한 후 몸통은 삼척에 묻고, 머리는 사실 확인을 위해 한양으로 가져갔다는 설에서부터, 살해 현장인 삼척에 매장했다가 나중에 능을 고양으로 이장했다거나, 고양의 왕릉은 애초부터 시신이 없는 가 묘에 불과하다거나, 고양릉은 순비 노씨의 것이라는 등 각종 이야기가 분분한 실정이다. 더구나 이처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양근 함 48 Ⅰ.향토문화의 숨결

49 씨 후손을 중심으로 진짜 왕릉은 삼척도, 고양도 아니니 간성에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사연이 제기되었다. 공양왕이 강원도로 유배되던 당시는 바야흐로 새 왕조가 막 열려 새로운 집권 세력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였다. 이러한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은밀히 폐왕 을 따라온 충신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고려 왕조에서 예부시랑 오늘날 교육과 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함부열이었다. 그는 공양왕이 간성 수타사에 체 류하던 1년 수개월 동안 인근 지역에 터를 잡고 아예 식솔들까지 내려오게 한 후 오로지 주군의 안위를 보살폈다. 그러나 이러한 정성에도 공양왕 일행은 또 다시 삼척으로 쫓기게 되고 그도 조용히 뒤따른다. 급기야 공양왕 최후의 날이 다가왔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그 집행관으로 형조전서 함부림 곧 자신의 친형이 온것이아닌가! 이에 함부열은 공양왕을 살리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한 끝에 형을 찾아가 다른 사람들은 처형해도 좋으니 임금만은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간청을 거듭한다. 동 생의 충절에 감명 받은 형은 공양왕을 극비리에 간성으로 피신시킨다. 하지만 함부림은 뒤늦게 앞날에 대한 걱정과 어명을 어겼다는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객을 동원해 간성에 숨어 있던 공양왕을 기어이 찾아내 죽이니 이때가 1394 년 4월 25일이다. 실록에 처형일로 기록된 4월 17일에서 8일이 지난 후다. 이후 함부열은 왕의 시신을 남몰래 수습해 일체의 석물을 배재한 채 소박하게 인근 고성산 자락에 매장하고 자신도 간성에 은둔하면서 주군의 능을 보살피는 일에 여생을 바쳤다. 그는 이곳에서 낳은 아들의 이름을 함극충 咸 克 忠 이라고 할 정도로 고려를 향한 지극한 충성심에 변함이 없었다. 임종을 앞두고는 왕릉 밑자락에 나를 묻고 제사 때는 반드시 임금님께 먼저 예를 올리되 축문은 하지 말라 고 유언했는데 혹시라도 왕릉의 실체가 소문나 후손이 다칠 것을 염려했 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러한 연유로 고성군 간성읍 및 죽왕면 일원에는 후손이 600여 년째 집성촌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49

50 횡 성 문 화 을 이루어오고 있다. 종중묘 중건이나 시제를 지낼 때는 고려 왕실의 후손인 왕 씨 문중에서도 방문, 함부열의 충절을 기리기도 한다. 또한 함부열은 당시 이성 계의 역성혁명에 반기를 들어 두문불출 이라는 말을 낳게 한 고려 72현 賢 에 도 이름이 올라 불사이군의 충신으로 우뚝 서게 된다. 특히 죽왕면 왕고마을에 대대로 살고 있는 함씨들 중에는 함부열의 후예답게 효심이 뛰어나 조선시대 조정으로부터 벼슬과 함께 효자비를 받는 일이 이어졌다. 현재 마을에는 이를 알리는 양근 함씨 4세 효자각이 서있다. 한편, 공양왕의 사형 집행관이었던 형 함부림은 조선 개국공신 반열에 올라 영 의정에 추증되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엇갈린 형제의 선택이 결국 그 후손에까 지 미쳐 형 부림계는 강릉 동생 부열계는 양근양평의 옛 지명으로 본관이 나뉘 는 결과를 낳았다. 그 세력도 강릉 함씨의 경우 조선시대에 가문이 번창했기 때 문인지는 몰라도 지난 2000년 기준 5만 6,718명으로 은둔의 삶을 살았을 것으 로 보이는 양근 함씨1만 478명를 훨씬 앞서고 있다. 어느 왕릉이 진짜 공양왕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삼척과 간성 두 군데에 현 존해 있는 그의 묘는 온갖 역사의 풍랑을 넘고, 지난 1997년과 2000년 동해안 일대를 휩쓸었던 대형 산불의 와중에서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가운데 온 전히 지켜지고 있다. 고려 왕조의 종언과 관련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1943 년 음력 4월 2일 당시 삼척지역 공양왕릉 제향 행사에서 낭독되었던 제문의 일 부를 소개한다. 마지막에 왕운은 불행을 당해 산해에 한 줌의 흙이 되어 무덤 속으로 돌아가고 강산은 주인이 바뀌어 영혼은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으니 천년 의 한이로다. 세월은 흘러가고 사람마저 사라졌구나. 이 왕의 능에는 향불을 지 키는 사람도 없어서 좌우 밭둑길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앞뒤 언덕에는 가시덤불 만이 무성하니 더욱 한스럽구나. 50 Ⅰ.향토문화의 숨결

51 동해안 남단에서 조선 왕조의 창업이 움트다 지난 2008년 2월 무려 600년이 넘도록 온갖 풍상을 견디어온 숭례문이 한 노 인의 방화로 석축을 제외한 건물 전체가 소실되었다. 창건 당시 남쪽에 위치한 관악산의 불기운 火 氣 을 누르기 위해 숭례문이라 이름 붙여진 대한민국의 상징, 국보 제1호가 다섯 시간 동안 화마에 싸인 채 맥없이 무너지는 아이러니를 연출 했다. 이름도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숭 崇 자 와 오행에서 화 火 에 해당하는 례 禮 자를 쓰게 되었으니, 이는 곧 불을 불로써 제압한다 는 비보 책 裨 補 策 에서 비롯되었다. 그로부터 1년여 지난 2009년 2월 3일 각 언론은 다음과 같은 골자의 기사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대들보로 쓰일 재목으로 강원도 삼척 준경묘 금강송 열 그루가 오늘 경복궁 부재관리소에 도착했다. 높이 20미 터, 지름 70센티미터, 수령 100년 이상의 준경묘 금강송은 예로부터 궁궐용으 로 쓰이던 소나무로, 숭례문 대들보와 추녀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다소 생소한 이름인 준경묘 다. 준경묘가 무엇이기 에 강원도동해안 남단에 있는 삼척까지 가서 재목을 구하려 할까? 이에 대한 답 을 찾기 위해서는 무려 78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강원도에서도 변방에 위치한 삼척은 참으로 기묘한 사연을 담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양왕의 죽음과 함께 고려 왕조가 종언을 고한 곳일 뿐 아니라 고려 를 멸망시킬 새 왕조 조선의 창업이 이미 오래전에 예언된 곳이었다. 때는 고려 후기인 1231년이었다. 당시 이성계의 조상은 본향인 전주에 대 대로 살며 대체로 무인집안의 전통을 이어가던 중 4대조 목조 이안사대에 와서는 사병 170여 호 戶 를 거느리며 반정부적 성격을 띤 토호세력을 형성하 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각 지방에서 고려 조정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던 군소 호족들이 다수 포진해 있던 시절이었고, 이안사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51

52 횡 성 문 화 이러한 상황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던 전주 주관 州 官 과 전라도 안렴사가 중앙 에서 내려온 산성별감과 상의 끝에 군사를 동원해 치려 했는데, 이를 눈치챈 이 안사는 170여 호를 이끌고 태산준령을 넘어 현재의 삼척 미로면 활기리로 도피 해 터를 잡는다. 그가 굳이 전주에서 수천리 길인 삼척을 찾은 것은 이안사의 외 조부가 삼척 이씨의 시조이자 고려 대장군인 이강제로, 외향 外 鄕 이라는 혈연 적 기반이 있었던 데다, 앞뒤로 동해와 준령이 막고 있어 관군의 추력을 피하기 좋은 천연요새라는 점이 작용했다. 이처럼 다소 딱딱한 내력과는 달리, 이안사가 총애하던 여인과 결부된 흥미로 운 이야기도 전해온다. 이안사가 전주에서 생활할 때 매우 총애하던 어떤 관기 가 있었는데,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산성별감이 자신의 취임을 축하하는 술자리 에서 그 기생의 미모와 춤 실력에 반해 수청 들 것을 강요하는 등 온갖 추태를 부렸다. 그러자 이안사가 패거리들을 동원해 구타를 하고는 후환을 우려해 밤 의 어둠을 틈타 삼척으로 도망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삼척에서 도피생활에 들어간 이안사는 자신을 따라온 추종 세력들과 함께 배 15척을 건조해 수차례 왜구를 물리치는가 하면, 몽고군 침입 시에는 인 근 두타산성에서 방어진을 구축하고 싸우는 등 그 지역에서 상당한 세력을 형 성해갔다. 그러던 중 부모가 모두 타계하자, 그곳에 모시게 된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 이양무이성계의 5대조의 묘는 준경 濬 慶 묘 어머니 삼척 이씨 묘는 영 경 永 慶 묘 로 각각 불리게 되는데, 특히 준경묘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조선 개국을 예고하는 금관백우 金 棺 百 牛 설화가 전해온다. 이안사가 삼척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버지 이양무가 숨을 거두 게 되는데, 미처 장지를 마련하지 못한 터라 궁리만 거듭하고 있었다. 때마 침 하인이 장례에 쓸 나무를 하러 갔다가 언덕에서 노승과 동자승이 어떤 묏자리를 보고 장차 왕이 나올 명당 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주 52 Ⅰ.향토문화의 숨결

53 인에게 고한다. 이안사가 급히 달려가 그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간 곡히 청하니 길지를 가리키면서 5대 후손 중 제왕이 탄생할 것이로되 반 드시 금관과 소 100마리를써 제를 지내야 한다 고 말하고 떠난다. 피난 와 있는 처지로 도저히 금과 그 많은 소를 구할 수 없었던 이 안사는 결국 누 런색의 호밀대로 관을 만들도 때마침 처가평창이씨에 있던 흰소 白 牛 가 소 100리 百 牛 와 음이 같고 글자도 비슷하다며 그소를 잡아 장사를 치르고 매장하니 이곳이 곧 준경묘 다. 호사가들 간에는 조선 왕조가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은 것은 노승이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이처럼 편법으로 묘를 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안사는 전주에서 자신을 치려던 산성별감이 강원도 안렴사 가 되어 삼척으로 순시를 올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다 시 170여 호를 이끌고 북쪽으로 올라가 고려와 원나라를 넘나들며 무인생활을 하는데 이것이 후대까지 계속 이어진다. 1940년 강원도지 는 성품이 호방한 목조는 천하를 경영하려는 뜻을 갖고 있었다. 이곳 활기동에 살던 중에 전주에 서 만났던 산성별감이 다다른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족을 이끌고 항해해 함길도 덕원군에 이르렀다. 170여 호가 또 그를 따라와 원나라에 귀화해 경흥부에서 동 쪽으로 3리 떨어진 곳에 옮겨 살았다. 조선 왕업의 흥기가 여기에서 비롯되었 다 고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목조 이안사가 삼척을 떠난 지 160여 년이 지나, 노승의 예언대로 4대 후손 태 조 이성계가 새 왕조의 지존에 오른다. 삼척에 5대조 묘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백방으로 실체를 규명하도록 어명을 내린다. 그러나 묘를 일어버린 상태 에서 워낙 많은 세월이 흘러 찾는 데 끝내 실패하자 그 대신 왕실의 외향인 삼척 군을 부 府 로 승격시키고 홍서대 를 내린다. 서대 犀 帶 란 조선시대 일품 벼슬 의 관리들이 허리에 두르던 것으로, 태조가 삼척부에 하사한 홍서대는 물소 뿔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53

54 횡 성 문 화 을 장식으로 붙인 길이 1.2미터의 붉은 띠로 강원도 지방 민속자료 2호로 지정 되어 있다. 그러던 중 세종 때에 들어서야 삼척부사가 어명을 받들어 이 양묘 兩 墓 의 행방을 찾게 되었지만 역대 왕들의 재위기간 내내 그 실체에 대해 반신반 의가 계속됨에 따라 국가 차원의 묘역 관리가 흐지부지 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어사흥서대기적 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성종 때 왕명에 의해 묘를 수축하려다가 다시 왕명에 의해 중지하고 묘를 지키는 일도 그만두었다... 선조 때는 강원도 관찰사 정철이 양묘를 수축할 것을 건의해 개축하고 수호군도 두었다. 이때 양묘는 황지 黃 池 에 있다고 이 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어 수색했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황지 서쪽에 진짜 묘가 있다는 다른 상소가 올라와 탐방했으나 역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 후로는 다시 양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탐문하는 일도 없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1899년 고종 때 이르러 묘의 이름을 준경 과 영경 이라고 공 식적으로 명명한다. 이때 제반 관리와 의식 절차 등을 엄격히 시행하는 규정인 양묘수호절목 兩 墓 守 護 節 目 도 제정해 시행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매우 치밀 하고 세세해 양묘 일대에 현재와 같은 금강송 군락지가 조성될 수 있었던 이유 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강원도 관찰사를 비롯한 인근 지역 부사, 군수 등 관할 지방관들이 묘에 대한 관리와 제례 등을 책임지되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중앙의 관할 부서에 보고하 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식목과 산불 방지다. 특히 산 불 예방을 위해서는 묘 주변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표계 標 界 를 설치하고 벌 목 벌초에 만전을 기했으며, 이러한 제반 업무를 위해 무려 14명의 실무 관리를 배치해 놓았다. 이처럼 고종 때부터 묘소를 수축하고 제실과 비각을 건축하는 등 성역화하면 54 Ⅰ.향토문화의 숨결

55 서 일대에 토종 소나무 조림과 보호에 만전을 기한 것이 결과적으로 오늘의 금 강송 군락지를 원시림 형태로 유지해주었다. 특히 이 지역의 송림은 임금의 관 을 짤 때 쓰이던 황장목으로, 경복궁을 중건할 때도 자재로 사용한 명품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산림청은 충북 보은 속리산에 있는 천연기념 물 정2품송의 품종 교배용으로 전국을 뒤진 끝에 이것에서 미인송 으로 불리 는 늘씬한 소나무를 찾아냈다. 정2품송의 수술 꽃가루를 미인송의 암술에 뿌려 얻은 2세 소나무 200여 그루가 지금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자라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 정2품송신랑과 미인송신부간의 전통 혼례식 을 가져 한국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2005년에는 이곳 금강송 군락지 가 전국 아름다운 숲 경연에서 천연의 숲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화제가 되었다. 한편, 풍수지리가들 간에는 준경묘가 전국 10대 명당에 꼽히는 길지로 통한 다. 그러나 우백호오른쪽 산줄기의 기운이 좌청룡왼쪽 산줄기을 압도하는 형세 여서 조선시대 내내 좌청룡에 해당하는 장남들이 수난을 당하는 역사가 이어졌 고, 좌청룡과 우백호가 마주보며 대결하는 양상이라 왕자들 간에 다툼이 계속 되었다는 재미있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지역에서도 마을이름인 활기리의 원래 명칭이 황기리 皇 基 里 즉 왕이 나올 터 로 언뜻 보아도 명당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며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2000년 삼척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묘를 지키기 위한 주민조직을 운 영하는가 하면, 경복궁 중수 등 정부의 고건축 복원이 있을 때마다 일대 소나무 들이 벌채되는 수난을 겪는데 대한 반감으로 관계 요로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일본의 상당수 극우 사학자들은 이성계가 여진족 후예이므로 조 선 왕조가 사실상 500여년간 여진족의 지배 아래 있었다 는 주장을 펼쳐 우리 를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준경묘는 그들의 억지 논리를 반박하고 이 강원도 인문적 정체성을 찾아서 홍인희 55

56 횡 성 문 화 성계의 혈연적 뿌리를 밝히는 것은 물론,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유 서 깊은 현장인 셈이다. 이 준경묘는 전주 이씨 시조 이한의 묘로 전주 덕진구에 있는 조경단( 肇 慶 檀 )이래 남한에서 확인된 태조 이성계의 조상 묘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매년 4월 20일 문중 차원의 제례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데, 이 모 든 절차는 일반 묘가 아닌 왕릉에 대한 예법을 따르고 있다. 즉 묘가 아닌 능으 로 지칭하며 받들고 있는 것이다. 강사홍인희 P r o f i l e - 강원도 출생 - 교육학사 - 행정학 석사 - 前 국무총리실 근무 - 現 국가공무원 재직 저 서 -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11. 6월 교보문고) [ 부제 : 정철도 몰랐던 21세기 관동별곡 ] - 중앙일보, 교보문고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선정(2011.6) -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 권장도서 선정(2011.9) - 국립중앙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추천서 선정( 및 ) - 2권 근간 예정 주요활동 - MBC라디오 정보시대 오늘 출연( ) - KBS-1라디오 생방송 토 일요일 오후입니다 출연( ) - 공무원이 쓴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출간 1주일 만에 돌풍 (국민일보) - 골마다 숨은 강원도 얘기 많기도 하지 (중앙일보) 등 중앙 및 지방 언론 30여차례 관련기사 보도 - 국립중앙도서관, 강원도중등교장협의회, 춘천교대 등 각 기관, 단체, 대학 등 초청 강연 30여회 56 Ⅰ.향토문화의 숨결

57 놀이의 범주화 1. 서론 1-1. 연구의 필요성 민족사관고등학교 이세희, 조민아 놀이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 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었 다. 1) 보통 사람들은 흔히 놀이 문화의 중요성을 경시하시만, 특정 놀이 문화 연 구서에서는 인간의 본질과 목적은 단순히 즐겁기 위해, 유희하기 위해서 라는 본능에서 시작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유희를 주는 놀이 가 인간의 본질과 문화의 중심에 자리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과 놀이가 불가분 관계에 있기에,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사상과 본질, 그리고 문화를 알기 위해서 는 '놀이 문화'에 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학계에서는 놀이 문화 에 대해 아직 활발히 논의 및 연구되고 있 지 않으며 놀이 범주화를 위한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0년대 우리 는 이를 통감하고, 서구 교육 사상의 무비판적 도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주체성 있는 아동 교육 정립의 일환으로 2) 전통적 아동 놀이를 개괄적으로 정리하거나 발달 단계별로 분류한 연구 (김덕선, 1978, 1980: 유안진 1981, 1990), 그리고 1)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연암서가, 2010) 2) 백운학, 김경아 전통적 아동 놀이의 범주화를 위한 시도, (1997) 놀이의 범주화 이세희, 조민아 57

58 횡 성 문 화 이를 4 5세 아동의 성별, 연령별에 맞게 분류한 연구(김경희, 1986), 전통적 아동 놀이의 범주화를 위한 시도 (백운학, 김경아, 1997) 등 전통적 아동 놀이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성별이나 연령의 벽이 허물어진 현재 시대에 입각하여 보았을 때 놀 이를 정확히 분류하기에는 기준(연령별, 성별)이 모호하거나, 놀이의 분류가 전 통적 놀이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그 외에 로제 카이와는 그의 저서 <놀이와 인간>에서 놀이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로제 카이와는 놀이를 규칙도 있고 의지를 반영하 는 아곤(경쟁), 규칙은 있으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 알레아(운), 규칙은 없으나 의지를 반영하는 미미크리(모의), 규칙도 없고 의지도 반영되지 않는 일링크스 (현기증)로 나누고 각 놀이의 특징과 종류, 타락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놀이에 대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 타락, 의지, 심리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되었다. 이상과 같은 선행 연구를 살펴 본 결과, 현재까지 놀이 전체에 대한 범주화 및 분류가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실정이며, 이후의 놀이 문화 연구나 혹은 이를 통 한 인간의 심리, 문화, 아동 교육 등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조사를 위해 좀 더 체계적이며 현실 적용 가능한 놀이 범주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현재 행해지는 놀이 전반에 대하여, 인간의 심리 및 각 놀이 별 특성을 중심으로 범주화 및 유형화시켰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놀이 범주화를 위한 작업은 이후의 놀이 문화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 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놀이 문화 연구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58 Ⅰ.향토문화의 숨결

59 1-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 책과 로제 카이와 의 <놀이와 인간> 책을 바탕으로 놀이에 대한 인간의 경쟁성, 모방성, 탈일상성 등 놀이의 본질과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보다 정확한 놀이 분류를 위하여 놀이 연구 서적과 논의들을 바탕으로 놀이의 정의 를 내 리는 작업을 하였다. 후에 앞서 내렸던 놀이의 정의와 여러 지역 학생들과의 인터뷰, 경험 등을 바 탕으로 현재 행해지고 있는 놀이 목록을 세분화하여 작성하였다. 이 세분화시 킨 목록에서 각 놀이의 놀이 방법, 놀이 참여자의 경험 및 느낌 인터뷰 등 놀이 채록 자료를 통해 기능, 행동, 작용하는 심리 등 놀이의 특성을 파악하였다. 마지막으로 앞서 조사하였던 놀이의 성격과 각 세분화한 놀이 특성을 바탕으 로 놀이를 개괄적으로 범주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범주화 의 상위 개념, 하위 개념, 정의를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2. 놀이의 정의 놀이란 인간으로서의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즐기고자 하는 의지적 인 활동이다. 3) 이때 놀이로서의 정의를 충족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 번째로, 놀이 활동의 근본적인 목적이 유희 에 있어야 한다. 놀이 도중 경쟁 심리나 모방 심리 등 다양한 감정이 발현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쟁이나 모 방 등은 부수적인 목적 혹은 감정이 되어야 한다. 만약 경쟁에게 이기려는 욕구 가가장우위에있다면그행위는더이상놀이가될수없다. 두 번째로, 놀이는 어떠한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요한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놀이, (한국학중앙연구원, 1996) 놀이의 범주화 이세희, 조민아 59

60 횡 성 문 화 하위징아는 모든 놀이는 우선적으로 먼저 하나의 자유로운 행동이다. 명령되 어진 놀이는 놀이가 아니다. 그러한 놀이는 아무리 잘된 것이라도 우격다짐의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어떠한 행위가 자의성과 유희성을 띄어야 비로소놀이가될수있는것이다. 앞서 언급한, 유희 가 주 목적이 되며 자의성을 띄는 행위가 놀이라는 조건에 서 과연 스포츠도 놀이인가? 라는 의문이 제시될 수 있다. 스포츠의 사전적 정 의는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운동 경기의 총칭을 일컬으며, 심한 육체활동 이나 연습 요소도 포함한다. 이때, 스포츠는 경쟁 과 유희성 이라는두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놀이 참여자의 행위나 의지에 따라서 놀이가 될 수도 있고, 단순 경쟁 및 경기가 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자의성이 있는, 그리고 단 순히 유희와 자기만족을 위한 스포츠는 놀이에 포함시켰고, 반대로 자의성이 없이 강압적인 압력에 의해, 그리고 자기만족의 의미를 넘어 특정 목적을 위해 서 하는 스포츠는 놀이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즉, 벤다이어그램 상으로 스 포츠가 놀이의 진부분집합적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앞서 고려한 요소를 바탕으로 스포츠와 놀이가 교집합적 관계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세 번째로, 놀이는 일정한 규칙 아래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때, 놀이 규칙이 현실법칙과 꼭 부합할 필요는 없다. 놀이 라는 시공간 안에서는 유효한 질서 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놀이로서의 의미 를잃고더이상진행될수없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직접 참여해야 한다. 직접 참여하여 놀이하는 행위를 통하 여 의의가 실현되며 스스로 참여하는 주체적 행위가 포함되어야 한다. 즉, 보며 즐기거나 쉬면서 즐기는 것은 놀이가 아닌, 오락 및 휴식인 것이다. 4) 본 논문에서 놀이 범주화 시 전자기기를 이용한 게임 소프트웨어 (컴퓨터, PSP, X-box. 닌텐도 등)를 사용한 놀이는 편의상 제외한다. 각 게임 소프트웨어 4)Ibid 60 Ⅰ.향토문화의 숨결

61 의 기능, 행위, 특성 등이 매우 다양하고, 게임 소프트웨어 숫자 또한 무수히 많 아, 각 게임을 모두 분류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3. 놀이의 범주화 스포츠 형 승패 결정 놀이 벌칙 형 도박형 스포츠 형 승패 결정 놀이 보드게임형 찾기형 벌칙형 놀이 승패 비결정 놀이 잡기형 폭력형 레크리에이션 형 수집형 감상형 놀이 승패 비결정 놀이 찾기형 폭력형 잡기형 승패 무관형 놀이 털기형 역할형 폭력형 조립형 장소형 퍼모먼스형 승패 무관형 놀이 공작형 역할형 퍼포먼스형 손장난형 수집형 운동형 편 가르기형 손장남형 3-(b) 최종 범주화 및 유형화 3-(a) 초기 범주화 및 유형화 놀이의 범주화 이세희, 조민아 61

62 횡 성 문 화 초기 연구에서는 놀이를 범주화 할 때에 놀이 참여자의 성별, 연령대, 도구 사 용 여부 등으로 분류하려고 시도해보았으나, 현재의 놀이는 남녀의 구분이나 연령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분류가 모호해졌다. 또한 놀이의 놀이 참여자의 외부적 요인에만 의거한 간단한 분류를 할 경우에는 놀이의 특성들을 경시되어 범주화가 현실에 적용하기에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놀이 전체를 승패와의 연관성, 놀이 참여자의 경쟁 심리 와 모방 심리를 고려하여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이때, 모방 심리는, 놀이를 같이 하는 인원 중 특정 사람을 모방하려는 심리이다. 놀이는 크게 1) 승패 결정 놀이, 2) 승패 비결정 놀이, 3) 승패 무관 놀이로 나눌 수 있다. 이 승패 결정 놀이, 승패 비결정 놀이, 승패 무관 놀이라는 큰 범주의 하위 항 목들을 다시 놀이의 기능, 행위 등 특성을 중심으로 유형화시켰다. 이 때, 유형 화한 범주의 이름은 명사에 -형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놀이의 특성을 나타내려 고 하였다 승패 결정 놀이 승패 결정 놀이는 놀이를 할 때 경쟁 상대가 필요하며, 이 경쟁으로 인해 승패 가 갈리는 놀이를 말한다. 이 때, 의지와 상관없이 승패가 갈릴 수도 있으며 경 쟁 상대가 반드시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승패 결정 놀이는 1) 스포츠형 2) 보드게임형 3) 벌칙형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첫번째스포츠형은 앞서 정의한대로,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한 경쟁심보다, 유 희성과 자기만족이 최우선시 되는 운동 종목 혹은 경기를 행한 경우에만 스포 츠형으로 취급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축구와 테니스가 있는데, 놀이 참여자들 끼리 서로 경쟁하며 점수 혹은 평가에 따라서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두번째보드게임형은 일정한 놀이판 (보드) 위에서 말을 움직이는 놀이와 정 62 Ⅰ.향토문화의 숨결

63 해진 숫자의 카드를 가지고 일정한 룰 아래에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를 뜻한다. 5) 연구 초기 단계인 3-(a) 에서는 도박형 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여 포커나 트럼프 같은 놀이를 포함시키려고 의도하였으나 도박 이 금품을 걸고 승부를 겨루는 일 6) 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놀이는 유희를 얻음을 주 목적으로 하는 반면, 도박은 사행적 금품 습득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논의 에서 도박이 놀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결과적으로 도박을 대신 할 다른 어 휘로 현재 널리 통용되고 있는 보드게임 을 선택했다. 보드게임형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원카드, 포커, 트럼프, 부루마블 등이 있다. 세번째로 벌칙형 놀이는 평소 놀이가 행해질 때, 놀이 규칙을 어기거나 놀이 에서 패한 사람에게 주로 벌칙을 주게 되는 놀이를 말한다. 실생활에서 단체 활 동 시 분위기 쇄신과 친밀감 형성을 위해서 많은 인원이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 는 놀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앗싸 홍삼, 딸기, 왕 게임 (술자리 게 임) 등이 있다. 벌칙형 놀이에서 벌칙을 생략하면 범주화에 포함되지 않느냐 는 의문이 제시되었으나, 벌칙을 주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기보다 평소 놀이를 함으로서 벌칙이 많이 행해지고, 구조 자체도 간단한 규칙의 놀이를 통하여 벌 칙을 받을 사람 (놀이에서 패한 사람)을 쉽게 정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것에 의미 를 두었다 승패 비결정 놀이 승패 비결정 놀이는, 놀이를 할 때 다수의 인원이 참가하나 서로 경쟁은 하지 않는 놀이이며 따라서 경쟁으로 인해 승패가 갈릴 수 없다. 그러나 놀이 참여자 들 사이에 견제 심리나 모방 심리가 촉진될 수 있다. 승패 비결정 놀이는 또 다 시 1) 잡기형, 2) 찾기형, 3) 폭력형으로 나뉘었다. 잡기형 놀이들은 놀이 안에서 주로 술래와 도망자로 역할이 나뉘어, 도망가는 5) 두산백과 보드게임 6) Ibid 도박 놀이의 범주화 이세희, 조민아 63

64 횡 성 문 화 사람들을 술래가 잡는 행위로 놀이 전반이 구성된다. 놀이 안에서 점수가 계산 되거나, 패배자를 가려내는 데에 목적을 둔 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술래가 도망자를 잡기 위해 도망가는 방향에 신 경을 곤두세우고 반대로 도망자는 술래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서로 견제하는 심리와, 다른 도망자들을 보고 술래에게 잡혔던 사람의 경로나 방법 등을 학습 하여 회피하거나 혹은 술래에게 잡히지 않는 방법을 따라하려는 등 모방 심리 가 촉진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얼음땡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있다. 다음으로 찾기형 놀이는 개인이 사람이나 물건을 찾는 행위로 구성된 놀이이 다. 대표적인 예로는 보물찾기와 숨바꼭질이 있으며, 이 또한 승패를 가린다 는 개념까지 확장된 것이 아닌, 술래가 대상을 찾을 수 있나 라는 행위에 초점 을 맞춘다. 범주화를 위한 논의 중, 위의 잡기형 놀이와 찾기형 놀이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가 반론이 제기되었다. 즉 찾기형 놀이의 최종 목적은 대상을 잡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잡기형 놀이 안에 찾기형 놀이가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 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찾기형 놀이의 대표적 예인 숨바꼭질과 잡기형 놀 이의 대표적 예인 얼음땡을 대조해 보았을 때, 숨바꼭질은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기만 하면 그 사람들이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어 결국 대상을 찾는 것에 목 적이 있는 반면, 얼음땡은 도망가는 사람들을 따라가 잡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잡기형 놀이와 찾기형 놀이는 서로 다른 유형화 범주라고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 폭력형은, 놀이 안에서의 행위가 현실법칙에 입각해 보았을 때 폭력성 이 내재되어 있는 놀이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물총싸움과 전쟁놀이가 있는데, 놀이 참여자들은 상대방에게 공격성을 조금이라도 내포하고 있는 행동을 가하 고, 또 적의 공격 을 피하는 행위 안에서 쾌감과 유희를 느낀다. 현실의 전쟁 혹은 총싸움과는 떨어진 허구적인 놀이 세계 안에서 행해지는 놀이이기 때문에 64 Ⅰ.향토문화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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