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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시대食治論 - 閑情의養生 에서 濟衆의備急 으로 김호경인교육대학교사회교육과 1. 서론 조선시대는문제가발생하기전에미리준비하고또인간의가장기초적인食色의욕망을적절히통제함으로써, 개인의건강을유지함과동시에사회의질서를구현하는방도로삼았다. 이는모든개인의질병과사회적무질서의원인이되는욕망의통제를근본적인정치목표로삼은성리학적이상과무관하지않다. 1) 앞으로살펴보겠지만성리학은고대이래의氣論에절대가치인理를결합시킴으로써孔孟의유학을새롭게재해석한新 (Neo) 儒學을의미한다. 신유학은전통적인기중심의의학이리중심의의학으로발전할수있는사상적토대를제공하였는바, 간단히말해서氣의조절이라는養生과더불어심 [ 理 ] 의통제라는養性을더욱밀접하게연관시킬수있었다. 기의의학이陰陽의過不及과조화를우선하였다면, 리의의학은理 / 氣의조화즉經과權의중용을강조했다. 이로써標보다는本으로침잠하면서 傷寒論 보다 내경 을, 方劑보다원리를, 外丹보다內丹를, 養生보다養性을강조하는조선특유의의학문화를창출하는배경이되었다. 2) 1) 김호, 2008 < 조선의食治전통과조선왕실의食治음식 > 조선시대사학보 45 참조. 2) 東醫寶鑑 은이러한기와리의의학이적절하게결합된가장조선적인의서라할수있다. 물론이는송대이후금원시기를거쳐명대완성된의서들가령 醫學入門 이나 萬病回春 의경향과맥락을같이하고있다 ( 김호, 2000 허준의東醫寶鑑연구 일지사참조 ). 조선시대食治論 689

2 이글에서필자는조선의성리학이념이의료와음식문화한복판을관통하며엮어내는다양한양상들을탐구함으로써, 하나의문화적가치가건강을둘러싼담론들을정의하고제약하며나아가언어와정치적언설에이르기까지깊숙이관련되어있음을설명하고자했다. 이때조선의질병과예방그리고건강과음식문화를아우르는 食治 라는용어에주목하고자한다. 3) 食治를둘러싼본격적인논의에앞서다음세가지개념, 즉 和 豫 그리고 節 에대해설명할필요가있다. 조화를의미하는 和 그리고미리병들기전에조섭하는의미의 豫 마지막으로절욕, 절제를뜻하는 節 이다. 식치를둘러싼氣와음양의조화, 절욕을통한存心養性의기획, 그리고예방의정신은조선전시기를관통하면서도시대에따라변화가불가피했다. 필자는이러한변화를 節慾養生의정신 으로부터 濟衆必知에지식 으로정의하고자한다. 2. 和, 節 그리고 豫 2.1. 和의추구 내경 은陰陽두기의조화를강조하면서, 건강은음양의조화와기의균형에다름아니라고생각했다. 이에 陰陽이均平하면 ( 중략 ) 平人이라할수있다. 4) 그런데 평인 ( 平人 ) 은병들지않은사람이다. 5) 라고하였다. 음양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고균형을이룬사람이곧건강하다는것이다. 의학에서말하는均平의 平 은유학에서말하는중화의 和 에해당한다. 음양의균형혹은조화는음과양이각기직책을굳게지키는것즉그중절을잡는것을전제로삼는다. 음은안에있고밖으로양의지킴을받으며양은밖에있고음의보좌를받는다. 6) 거나 음양의핵심은 ( 중략 ) 조화를이루는것 7) 이라는표현들은모두음양의조화와균형을강조하고있다. 음양의균형상태가깨진다는것은곧병을의미했다. 음이성하면양이병들고양이성하면음이병든다. 거나 양이허하면外寒이생기고음이허하면內熱이생긴다. 는구절에서음양의균형을잃는데대한경계를읽을수있다. 3) 김호 2008, 앞의논문참조. 4) 素問 < 調經論 > 5) 素問 < 平人氣象論 > 6) 素問 < 陰陽相應論 > 7) 素問 < 생기통천론 > 년기초연구과제총서

3 음양이어그러져질병이생긴다는생각때문에 내경 에는아무리병의종류가많고복잡하여치료법이다양하더라도모두하나의치료원칙을따랐다. 즉음양의소재를파악하여조절하고음양의和平을치료의근본으로삼는 8) 다시말해 어떤병이든상관없이和平을목표로한다. 9) 는것이다. 음양의均平은단순한정태적중간이아니라, 일종의동태적평형이다. 10) 생명의리듬은단지인체내음양의평형만을목표로하지않고외부환경의음양변화에맞추어동태적으로균형을이루어야한다. 가령사람의양기는아침에생겨나낮에왕성하고저녁에약해진다. 11) 따라서하루의변화라는외부요인이내부의균형을이루는데영향을미친다. 내경 에는 도를아는자는음양을본받고술수에화합하며음식에절제가있다. 활동과휴식에항상됨이있으며함부로힘들게하지않기때문에능히육체와정신이건실하고타고난천수를마칠수있다.( 중략 ) 또한虛邪와敵風을피하는데때가있고염담과허무에서진기가나오며정신이안을지키니병이어디에서생기겠는가? 12) 고했다. 성인은절대조화를잃지않는다. 성인은그러한상황을만나도조화하며다투지않는법이다. 13) 明代의의사장개빈은 성인은평소중도를소중히생각해음양의기를조화롭게하기때문에기후변화가이상할때를만나도부조화로인한병이생기지않는다. 고설명하였다. 14) 요컨대의학의 中道 는인체내부의음양의조화와더불어외적환경의변화에잘적응하는균형상태를의미한다고볼수있다. 이는내부의정적인음양의균형만이아닌외부의변화에도잘적응하는동태적이고상황적인균형과중화를의미한다. 따라서 的中 이요 時中 이라할만하다. 단순한 중간 이아니라철저하게상황적이고변화가능한열린중간이다. 여러가지를적당이절충하거나기계적으로합치는것과는거리가멀다. 유가에서말하는중도는시의적절하게 헤아리다, 덜어내거나첨가하다, 혹은 변통하다 는뜻이있는데이는물건을저울질할때물건의무게에따라저울추를이동하면균형을잡는다는것과같은뜻이다. 자막이중간을잡았지만저울추를이동할줄몰랐기때문에 중도를고집하지만균 8) 素問 < 至眞要大論 > 9) 素問 < 三部九候論 > 10) 林殷 ( 문재곤역 ), 1999 한의학과유교문화의만남 ( 예문서원 ) p.56 참조. 11) 素問 < 생기통천론 > 12) 素問 < 上古天眞論 > 13) 素問 < 육미지론 > 14) 임은, 앞의책 p.59 조선시대食治論 691

4 형을잡지못했다 ( 執中無權 ) 고한것이다. 자막이고집한것은고정된중간에불과하므로결국여전히한쪽끝만을잡고있는것이다. 불변의도를실행하기위해서는반드시변화에응하는權이있어야한다. 물론경이굳건해야權이가능하다. 중용혹은중도의權은일종의運用의묘이며이를이용하여經을실현해야한다. 이에 春秋公羊傳 에서 권이경으로돌아온후에라야선한것이있다. 고한것이다. 15) 공자역시 군자의中庸은時中 16) 이라고언급한바있다. 시중은서로다른상황과조건에원칙적이면서도탄력적으로대응하는것이다. 주희는集註에서 중은고정된모습이없고상황에따라있게된다. 고풀이하였다. 經과權의조화로운관계란구체적인상황에따라섬세하고도융통성있게적응하는변화를보여주는것이다. 원칙을지키면서도고집스럽지않고변화하면서도근본을잃지않는태도야말로상황에가장잘대응한것이라할수있다. 이러한시중의관점은의학에서도그대로드러난다. 상이한시간 ( 春夏秋冬 ) 과상이한지역 ( 東西南北 ) 그리고상이한환자의조건 ( 나이와체질건강상태등 ) 에입각하여일정한범위안에서방제를가감조절하는것이필수적이다. 名醫의자격은經과權의조화에있다. 모든병의변화를모두헤아리기어렵다. ( 중략 ) 변화에따라기운을조절하기때문에최고의명의다. 17) 명의는치료의기본원칙을고집하면서도病變에민감하다. 요컨대의학치료의기본은음양의균형을유지하고이를변증의시시각각변화에따라경권의조화를얻는것이다. 이를 내경 은 陰陽이서로뒤집히면 ( 균형을잃게되면 ) 치료법은權衡하여相奪하는데있다 [ 陰陽反他, 治在權衡相奪 ] 18) 고설명했다. 질환의발생은근본적으로음양의상대적평형이무너지는것이다. 따라서의학치료의기본은음양을조화시키고음양의상대적평형을회복하는것이다. 의학의중용은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는調劑保合의治術로도드러난다. 가령약과음식을함께쓰고, 침과뜸을함께시술하며, 안과밖을함께치료하는형태가그것이다. ( 實하면 ) 藥으로써이를제거하고, 음식으로써이어調養하며물로몸을닦고몸의안과밖을조화롭게한다. 19) 고 15) 蔡仁厚 ( 천병돈역 ), 2000 맹자의철학 ( 예문서원 ) pp.216~220 참조 16) 論語 < 雍也 > 17) 영추 < 衛氣失常 > 18) 素問 < 玉版論要 > 19) 素問 < 五常政大論 > 藥以祛之, 食以隨之行水漬之, 和其中外, 可使畢已 년기초연구과제총서

5 하였으니약물로사기를제거하고음식물로정기를복돋아주며밖으로는목욕물로씻어주어안으로경락을소통시키면결국내외가중화 ( 和順 ) 되어질병을치료할수있다는말이다. 음식또한마찬가지이다. 五穀은양식이되고五果는보조가되며五畜은보익이되고五菜는보충이된다. 이것들의기미를조화롭게섭취하면정기에보익이된다. 20) 어느한가지에치우치거나지나쳐서는안되고골고루기미가화합할때가장효과가크다는것이다. 맛또한다섯가지가조화로워야한다. 辛, 酸, 甘, 苦, 鹹이있어각각이로운데가있으므로이를각병과계절의적당함에맞추어조화롭게사용해야하고편식이나偏好는안된다는것이다. 이미고대부터음식의 조화 [ 和 ] 를관장하는食醫가존재했다는사실은이상할게없다. 食醫는왕의六食, 六飮, 六膳, 百羞, 百醬, 八珍을조리한다. 무릇밥은봄에맞아야하고, 국은여름에맞아야하며, 장은가을에맞아야하고, 음료수는겨울에맞아야한다. 무릇맛의조화는봄에신맛을많이먹고, 여름에쓴맛을많이먹고, 가을에매운맛을많이먹고, 겨울에짠맛을많이먹되, 부드럽고단음식들로이맛들과어울리게한다. 무릇고기와곡식은서로적절해야하는데소고기는마땅히쌀과함께먹고, 양고기는마땅히기장과함께먹고, 돼지고기는마땅히기장과함께먹고, 개고기는마땅히기장쌀과함께먹고, 거위는마땅히보리와함께먹으며생선은마땅히야채 [ 苽 ] 와함께한다. 무릇군자의식사는항상이를따라야한다. 21) 조화와중용의개념은과불급모두를지양한다. 논어 에는자공이사와상가운에누가더현명한지공자에게묻는장면이나온다. 22) 사는과하고상은불급하다고공자가답하자다시자공이물었다. 그렇다면사가더낫다는말씀입니까? 공자는과유불급이라고했다. 과나불급모두문제라는말이다. 자장과자하의경우한쪽은지나치고다른편은모자란데공자는둘이서로다를바없다고말해주었던것이다. 결국과유불급이란지나쳐도좋지않고모자라도좋지않다는의미이다. 이러한과유불급의사상은의학에도광범위하게나타난다. 20) 素問 < 藏氣法時論 > 五穀爲養, 五果爲助, 五畜爲益. 五菜爲充, 氣味合而服之, 以補精益氣 21) 周禮 < 食醫 > 食醫掌和王之六食六飲六膳百羞百醬八珍之齊凡食齊眡春時羹齊眡夏時醬齊眡秋時飲齊眡冬時凡和春多酸夏多苦秋多辛冬多鹹調以滑甘凡會膳食之宜牛宜稌羊宜黍豕宜稷犬宜粱雁宜麥魚宜菰凡君子之食恒放焉 22) 論語 < 선진 > 조선시대食治論 693

6 脈象에는平脈, 太過, 不及의기준이있다. 또한침자법에는천심의차이로刺齊, 太過, 不及이있다. 오운에도평기와불급태과의설이있다. 태과와불급은모두병이난상태를말한다. 음식으로말하자면 곡식이반나절들어가지않으면기가적어지고하루가지나가면기가쇠해진다. 음식을배로늘리면장과위가손상된다. ( 소문 痺論 ) 는것이요, 針刺의경우 과하면내상을입고불급하면外壅이생긴다. ( 소문 調經 ) 는것이다. 過와不及가운데의학에서는과의해를더욱문제삼는다. 소문 의 < 오상정 > 에는 오래보면혈을손상하고오래누우면기를손상하면오래앉아있으면육을손상하고오래서있으면골을손상하면오래걸으면근을손상한다. 고하였다. 의학에서는이를五勞에의한손상이라고한다. 무엇이든지나치면병이되고균형을해친다는인식이다. 약물또한지나칠경우문제가된다. 大毒으로치료할때는병의 10분의 7이나으면그만하고, 小毒으로치료할때는병의 10분의 8이나으면그만둔다. 無毒으로치료할때는병의 10분의 9가나으면그만한다. ( 중략 ) 지나치면안되는데精氣를손상하기때문이다. 23) 과불급을지양한기와음양의조화는절욕을통한양성을강조한성리학에이르러더욱강조되었다. 과불급은기의조절과억제에실패한결과이므로기는리와함께중요해졌다 節慾과養性 리와더불어인간을구성하는기질의문제는성리학에도절욕의문제와관련하여깊은관심의대상이었다. 물론인간의기는다른사물의기와다르지만, 리와기를대조하게되면기는순선한도덕적본성, 즉인간이인간인이유를훼방하는극복과억제의대상으로전락했다. 성리학에서기질의속성은쉽게욕망으로정의되곤했다. 기질의욕망을제어하고순선한리의본성을회복하는일이가장중요한수양의방법이되었다. 그리고성리학의리에대한강조는기질의억제, 즉절욕을통한養性의철학으로전개되었다. 앞서언급한 和 의강조가기와음양의조화를추구한養生의기획이었다면, 성리학에서는욕망의억제 [ 去欲 ] 를통한리 [ 性善 ] 의회복을강조하면서養性의기획으로발전해갔다. 氣에서출발한 23) 素問 < 五常政 > 년기초연구과제총서

7 양생은理의양성으로하여완성되었다. 이미 禮記 에는다음과같이천리와인욕을대비하여욕망의억제를요구한바있다. 사람이태어나고요한것은자연에서부여받은성이다. 사물에감응하여움직이는것은성이일으키는충동이다. 사물과접촉하여지각이반응한다음에좋아하고싫어하는감정이일어난다. 이감정이내부에서조절되지않으면지각이밖의사물에이끌려자신으로돌이키지못하여천리가없어지게된다. 外物이사람을자극하는것은끝이없는데好惡의감정이절제되지않으면사물과접촉하였을때사람이사물에지배된다. 사람이사물에의해지배된다는것은천리를없애고인욕에매달리는것이다. 이때문에이치를거스르고정도를어기려는마음이생겨본분을넘어서고법도를어지럽히는일을하게된다. 사람이태어나면서부여받은천성은매우고요한데마음이외물과접촉하여감정과지각이생겨나면好惡가나타난다. 그런데이러한好惡의감정과욕망을적절하게조절하지않으면마음의좋아하는바대로감정을발산하게되고결국天性을해칠수있다고보았다. 욕망즉인욕은탐욕, 物慾등이며천성은곧천리를의미한다. 인욕에매달리고천리를거스르게되면법도와질서가무너지게된다는것이다. 주희는특히 인욕의제어 나아가제거에온힘을기울였다. 주희는인욕의제거를천리회복의중요한방법으로삼았다. 정주성리학에서말하는천리는인간이태어날때하늘로부터부여받은인간의본성 [ 천성 ] 으로현실에서는삼강오륜과같은도덕법칙들이었다. 그렇다면인욕이란무엇인가? 耳目口鼻가원하는바이다. 주자는욕망이인간의거부할수없는필수조건이라고보았다. 배가고파먹고싶고목이말라마시고싶은이러한욕망도없을수있겠는가? 24) 주희는불교의금욕이나무욕이불가능하다고비판했다. 주희는음식을먹으려는욕망은인정하지만좋은맛을찾는것은인욕이라고보았다. 25) 기본적인욕망은인정하였지만지나친욕망은위험하다. 이처럼인욕은욕망가운데부정적인것들을의미한다. 특히천리를해치는욕망이야말로가장경계해야할대상이었다. 26) 24) 朱子語類 < 周子之書 > 25) 朱子語類 < 學七 > 26) 朱子語類 < 性理二 > 조선시대食治論 695

8 일찍이 내경 에는욕망의절제가얼마나중요한지지적되어있다. 지금사람들은술로써漿을삼고망령으로常을삼으며, 취한채入房하여욕망으로精을모두써버려眞氣를소모한다. ( 중략 ) 마음이좋아하는바에만힘써진정한삶의즐거움을역행하고起居에절도가없어半百에쇠한다. 27) 는것이다. 인간의일반적인욕망가운데食色이야말로가장본원적이며절제하기어려운욕망이다. 따라서의학에서도식색의조절을건강의제일원칙으로삼았다. 주희는 耳目口鼻와사지의욕구는오로지분수에만족해야하니무엇을욕심낸단말인가? 28) 라고하여분수에맞는절욕을강조하였다. 남녀의정은단지대를이어나가려는데있어야한다. 그런데색욕을억제하지못한경우淫慾의화기는쉽게오장육부를불태워온몸을망칠수있었다. 조선후기의실학자李德懋역시여색을강하게경계했다. 음욕 ( 婬慾 ) 을섶에비유하고섶에불을붙이면활활타오르는이치와같이여색 ( 女色 ) 을밝히는사람은체내의오장육부 ( 六腑 ) 가모두타버리고그로인해죽을수있다는것이다. 29) 한편, 16세기의학자蘇齋盧守愼은음식의절제를매우강조했다. 그는많이먹지말고아무때나먹지말며배고픈후에먹어야하며먹을때배부르게먹어서는안된다고보았다. 특히기름진음식 [ 膏粱 ] 이야말로백병의근본이라고보았다. 음식의量뿐아니라맛의조화가중요하다. 어떤맛이든지나치게먹어서는안되는것이다. 너무짜거나시거나달게먹지않도록충고했다. 30) 1620년 ( 광해군12) 에李昌庭 31) 이펴낸 수양총서류집 ( 壽養叢書類輯 ) 에는음식에관한주의사항이보다구체적이다. 그는중국의다양한양생서적들을보고허탄한방법들은삭제하고구체적인醫藥의방법을소개하였는바, 32) 음식을잘아는일이야말로양생의중요한방도라강조하고음식이조화롭지않으면목숨을해친다고설명하였다. 음식을잘아는일은병이나기전 [ 未病 ] 에현명하게대처하는방법이기도했다. 계절에따라따뜻하고찬음식을적절하게가려먹어야하고, 배부르거나취하도록먹어서는안된다. 특히밥을먹은후에도바로눕거나가만히앉아있 27) 素問 < 上古天眞論 > 今時之人不然也, 以酒爲漿, 以妄爲常, 醉以入房, 以欲竭其精, 以耗散其眞, 不知持滿, 不時御神, 務快其心, 逆於生樂, 起居無節, 故半百而衰也. 28) 朱子語類 < 力行 > 29) 靑莊館全書 권 54 < 大猛火 > 人之一身都是水火所聚故道家以水升火降爲極工醫家以滋陰降火爲至要婬慾者譬之薪也引而熾火乃焚其身理固然也此惟外熾也人以爲怪凡以色死者皆內焚其府藏也 30) 穌齋集 內集下篇 < 治心養胃保腎之要 > 31) 이창정 (1573~1625) 은자가중번 ( 仲蕃 ), 호가화음 ( 華陰 ), 무구옹 ( 無求翁 ) 이고본관은연안 ( 延安 ) 이다. 광해군원년 (1608) 에문과에급제하였으며, 순천부사, 동래부사, 양주목사를지냈고, 인조초년에충청도수군절도사가되었으며, 이괄이난을일으키자인조 ( 仁祖 ) 를공주까지수행하였다. 인조 3 년 (1625) 에선위사 ( 宣慰使 ) 로안변 ( 安邊 ) 에가서명나라사신을기다리던중 53 세의나이로병사하였다. 32) 壽養叢書類輯 < 跋文 > 년기초연구과제총서

9 게되면기혈이뭉쳐건강을해치므로식후에는항상손으로배를수백번문지르고얼굴을들어수백번호흡하고천천히수백보행보하여소화가잘되도록해야한다고설명하였다. 33) 조선시대에식색의욕망을억제하는일은養生의중요한方道로권장되었다. 인조의병환에섭생법을전달한신하는음식과기거의절제를당부했다. 몸을수양하는옛사람의설은심기 ( 心氣 ) 를기르고음식을절제하고기거 ( 起居 ) 를삼가는세가지요점에지나지않으며, 약물은오로지질환을다스리고허약한기운을보충하기위하여배려한것인데이또한반드시이세가지가올바르게지켜진뒤에그효과를거둘수있습니다. 34) 正祖또한食色의억제가주요한양생의도리임을강조했다. 그는중국한위 ( 漢魏 ) 시대의시를읽다가장수한노인들의대화속에서장수의비법을간취했다. 상노인 ( 上老人 ) 은대답하기를우리집마누라가박색이라오. 다음노인이대답하기를저녁일찍자리들되머리는내놓지요. 셋째노인이대답하기를음식먹기절제하여배채우지않았다고했으니, 좋도다세노인의말씀이여. 나는이말씀을벽에다적어놓고늘쳐다보는볼거리로삼은적이있었다. 한분은여색을멀리함으로써정기 ( 精氣 ) 를굳힐수있었고, 한분은섭생을잘하여장수하였으며, 또한분은음식을절제함으로써병을없앨수있었으니, 평소에늘명심하고지킨다면저절로그효과를얻을수있겠다. 35) 과불급을지양한기의조화, 절욕을통한존심양성의기획은모두병들기전에, 정치가어지러워지기전에예방하려는태도와깊이연관되어있었다. 개인의건강을지키는일이나나라의바른통치를유지하는일은모두나쁜일이벌어지기전에그조짐 [ 機 ] 을막아야하는것이우선이다. 36) 33) 壽養叢書類輯 < 節飮食篇 > 攝生飮食篇曰人知飮食所以養生不知飮食失調亦所以害生故能消息使適其宜是謂賢喆悟於未病凡人飮食無論四時常欲溫暖夏月伏陰在內煖食尤宜不欲苦飽飽則筋脈橫解腸癖爲痔因而大飮則氣乃暴逆養性之道不欲食後卽臥及終日穩坐皆能凝結氣血久則損壽食後常以手摩腹數百遍仰面呵氣數百口趑趄緩行數百步謂之消食食後卽臥令人患肺氣頭風中痞之疾蓋榮衛不通氣血凝滯故爾 34) 인조실록 권 44 인조 21 년 (1643) 5 월 14 일 35) 정조 일득록 36) 영조가사도세자및정조를가르친御製敎訓書를보면한결같이정치와수신의幾微를잘살필것이야말로핵심임을누누이강조하고있다. 조선시대食治論 697

10 2.3. 예방의중요성 사태가벌어지기전의 豫 와관련하여淸心寡慾은다시한번더중요해진다. 병든이후의 치료가아니라병들기전의예방때문이다. 약물은사후의방법이자도구라면청심과욕은 근본이자예방책이었다. 옛사람도만가지처방의보약 ( 補藥 ) 은모두허위요, 단지마음을잘조존 ( 操存 ) 하는것이요법 ( 要法 ) 이라고했습니다. 그렇다면약이 ( 藥餌 ) 와식물 ( 食物 ) 은병을치료하는도구인것이고청심 ( 淸心 ) 과과욕 ( 寡慾 ) 은병을치료하는근본이되는것입니다. 진실로먼저그근본을보양한뒤에그말단을다스린다면마음이편안하여온몸이명령하는대로따르게되어보이고들리는것이가릴수없고감미로운기호가빼앗을수없게되기때문에진원 ( 眞元 ) 이날로불어나고신기 ( 神氣 ) 가더욱완전하게되는것입니다. 그리하여외사 ( 外邪 ) 가빌미가될수없으므로약물의공효를거두기가쉬워지는것이니, 병을치료하는요점이역시이보다나은것이없는것입니다. 37) 조선후기의학자항해 ( 沆瀣 ) 홍길주 (1786~1841) 는형홍석주가쓴약계 ( 藥戒 ) 라는글을보고, 38) 병이난뒤에비로소약을쓴다 는형의논리를비판했다. 홍길주는근래수십년사이에고질병을치료하였다거나위중한병에서회복되었다는사람을들어본적이없다면서, 도리어병이없을때날마다의원과약물을가까이한경우칠십팔십을넘겨건강을누린사람이많다고반박하였다. 즉평소에병이없을때의원을늘가까이하여자신의타고난내장기관이어디가약한지또어디가튼튼한지를미리알게해두어가끔씩약물을조제하여부족한데를보충해야병들지않는다고말하였다. 병이생긴뒤에비로소약을쓰면비록훌륭한의원일지라도수고로움이배가되기때문이다. 그는미리대비한다는의미의예 ( 豫 ) 야말로모든일의바탕이라고강조했다. 禮記 에서 禮란일이생기기전에제재하는것이요, 法이란일이생긴후에제재하는것 39) 이라고언급한바대로, 治 ( 다스림, 억제제재 ) 에는두차원이있다. 한차원은어떤사태가벌어지기전 [ 事前 ] 에 治 하는것이요, 다른차원은어떤사태가발생한이후 [ 事後 ] 에 治 하는것이다. 40) 또한 37) 효종실록 권 10 효종 4 년 (1653) 5 월 19 일 ( 갑신 ) 38) 홍길주, 2006 (19 세기조선지식인의 ) 생각창고 : 홍길주의수여방필 4 부작 ( 돌베개 ) 참조. 39) 禮記 < 禮察篇 > 禮者禁於將然之前而法者禁於已然之後 년기초연구과제총서

11 내경 에는 성인은이미발생한병을치료하지않고, 아직발생하지않은병을치유한다. 성인은이미일어난혼란을다스리지않고, 아직일어나지않은혼란을다스린다. 41) 고하였다. 발병하기전에미리조섭과양생을통해예방하는것으로사태가발생하기전에다스리는방법을우선하였다. 최고의다스림은 [ 治 ] 은事前에방지함으로써우려의사태를미연에예방하는것이다. 무질서가나타나기전에질서를잡는것이요, 병들기전에몸을조섭하는일이다. 맹자 의 少私寡慾 이야말로중요한방책이다. 42) 심성도야와治病은분리되지않으며寡慾은정치가의중요한덕목이되었다. 이러한원리에근거하여醫人이곧醫國이되고, 治病이治國의원리와같게되었다. 사람을고치는일이나나라를다스리는일이근본적으로동일하다는생각은조선시대에일반적으로확인할수있다. 일찍이고대중국의문헌들은이러한신체의정치학적사유를잘보여주고있다. 무릇사람은 360개의마디와 9개의구멍과오장육부가있다. 피부는조밀하기를바라고혈맥은통하기를바라며힘줄과뼈는단단하기를바라고마음과의지는조화롭기를바라며정기는운행하기를바란다. 이렇게하면병이머물곳이없고추한것이생겨날근거가없게된다. 병이머물고추한것이생겨나는것은정기가막혔기때문이다. 그래서물이막히면더러워지고나무가막히면굼벵이가생긴다. 나라도막히는것이있다. 군주의덕이베풀어지지않고백성이바라는바가펼쳐지지않는이것이나라가막힌것이다. 나라가막힌채오래되면온갖추한것들이한번에일어나고모든재앙이무더기로발생한다. 上下간에서로차마하지못할직을하는것이이로부터생겨난다. 이에성왕은호걸과충신을귀하게여겼다. 이는그들이과감히직언하고뭉치고막힌것을터주기때문이다. 43) 사람의몸이국가의통치시스템과유비되면서醫國은醫身이요의신은곧의국이되었다. 44) 중국과학사학자인네이선시빈역시 ( 황제내경의구조를보면 ) 성인인조언자와군주사이의대화 40) 이하의내용은김호, 2008 < 조선의食治전통과조선왕실의식치음식 > 조선시대사학보 45 참조. 41) 소문 四氣調神大論 是故聖人不治已病治未病不治已亂治未亂 42) 孟子 < 盡心 > 43) 呂氏春秋 < 恃君覽達鬱 > 44) Paul U. Unschuld( 홍세영역 ), 2010 앞의책, pp 참조 조선시대食治論 699

12 는육체적인소우주와정치적인소우주가동일한원리에기반하고있음을충실히보여준다고말하고, 질서를부여한다는의미의治자를쓰는치국과치신의유사성은중국고대의학의역사전체를관통하여지속하는주제라고주장한바있다. 45) 조선의대표적인명의허준은중국의고양생 ( 高陽生 ) 이지은진맥의서 찬도맥결 ( 纂圖脈訣 ) 을발췌, 교정하여 1611년 ( 광해군 4) 에간행하였는데, 여기에드러난허준의생각역시이상의논의와일치하고있다. 삼가생각해보면나라를다스리는것이나 [ 醫國 ] 사람을다스리는것 [ 醫人 ] 이나그이치는실로동일하다. 사람의맥은곧경락이요나라의맥은곧기강이다. 紀綱이서지않으면邪와正이혼동되어禮와法이무너지게되고社稷이위태로워지는데이른다. 또한經絡이通하지않으면表裏가막히고陰陽이혼란되어性命이거의끊어지게된다. 무릇어지러움 [ 亂 ] 을다스려바름 [ 正 ] 을회복하고위급함을돌이켜안정을찾는데있어요점은병의근원을잘살피고시무를잘알아경락을조화롭게하고기강을정돈하는데있을뿐이다. 46) 조선후기의의서 곡청용어 ( 谷靑冗語 ) 에서儒醫李顯養 (1783~?) 도 醫國과醫人을한가지 라고강조했다. 47) 또한 18세기경상도에서활동한鄕醫유이태는자신의저술 마진편 서문에서그의경험방이시골에서사람을구하는데어느정도도움이될것으로생각했는데어떤객이와서보고규모와절차가매우완비되어단지鄕曲에도움이될정도가아니라광제창생의방법이될것이요, 결국나라를다스리는 [ 醫國 ] 방도라고칭찬하여부끄러워했다고술회했다. 48) 유이태는자신의의술을 의국 의한방법으로자부하고있었던것이다. 이처럼조선시대의문헌에서신체와 45) Nathan Sivin, 1988 "Science and Medicine in Imperial China", Journal of Asian Studies Vol.47 p.53 46) 纂圖方論脈訣集成 < 纂圖脈訣跋 > 進竊以醫國醫人其理實同人之脈者經絡是也國之脈者紀綱是也紀綱不立則邪正渾殺禮法陵夷而社稷及於危亡經絡不通則表裏壅遏陰陽汩亂而性命幾乎絶滅矣夫撥亂而反正轉危而致安要在乎察病源識時務調和經絡整頓紀綱而已 ( 중략 ) 萬曆九年辛巳五月日通訓大夫行內醫院僉許浚拜手稽首謹跋 47) 곡청용어 < 本草精義序 > 天下之道布在方策惟其孜孜乎爲治鑑之以古跡耆시蓍之以聖謨夙夜匪懈則可爲賢宰相云尒余曰輪人之說足以悟大道之要況醫國醫人同一軌也奚疑乎斯道光丙戌八月朔旦谷靑散人 48) 麻疹編 < 마진편서 > 所驗以著此篇人或以余淺短不棄庶或有少補於鄕谷救治之方乎客乃楫曰吾觀此篇規模該備節次詳細開卷瞭然不但以鄕谷救治之方爲言也布這邦國則可以爲廣濟蒼生之方也爲子一賀以醫國之術云矣余愀然而起曰子之言過矣余何敢當之乎俄而客退歲在丙午下瀚劉爾泰自記 년기초연구과제총서

13 국가의정치적유비를찾는일은그리어렵지않다. 좋은정치는心身의양생 ( 혹은양성 ) 과밀접하여, 기의유행이막히면나라나인체모두병이든다고생각했다. 조선후기의正祖역시의학의도구인음식과약물을정치의도구인예악형정에비유하여양자가서로다르지않음을강조했다. 그는醫書에좋은구절이많은데사람의치료가나라를다스리는일과같으므로유추하면배울점이매우많다고강조했다. 49) 예악 ( 禮樂 ) 과형정 ( 刑政 ) 은정치를돕는도구로서하나라도없어서는안된다. 마치음식과약으로병을치료하는것과같으니, 몸을편안히하려면먹어야하고병을낫게하려면약을써야한다. 그래서醫書에는 알맞게먹는것을모르면삶을온전히할수없고약성분에밝지않으면병을없앨수없다. 음식으로치료하고도낫지않은후에야약을쓴다. 고하였으니, 이말은통치의법에비유할만하다. 50) 여기서주목해야할점은의국과의인의방법으로예방과더불어근본적인치료가강조되고있다는사실이다. 음식으로해보고안되면약으로하듯이, 예악으로다스린후문제가생기면형정을사용한다는논리다. 사람이든나라든망령된욕망이발하기전에 [ 未發 ], 그리고몸이병들기전에 [ 未病 ], 제도나질서가혼란하기전에 [ 未亂 ] 미리미리다스려야한다. 上醫는나라를치료하고中醫는사람을치료하고下醫는병을치료한다. 상의는목소리를듣고중의는안색을살피며하의는진맥을한다. 또상의는병이나기전에치료하고중의는병이들려고할때치료하고하의는병든후에치료한다. 51) 는것이다. 이상氣의조절을통한양생과節慾을통한養性나아가사태가벌어지기전에예방하려는和, 節그리고豫의정신은조선의 食治 개념속에고스란히녹아들었다. 49) 日得錄 4 < 文學 >4 50) 弘齋全書 제 167 권 < 日得錄 >7 政事 2 禮樂刑政爲輔治之具不可廢一如食藥療病蓋安身須食救疾須藥故醫家書不知食宜不足以全生不明藥性不能以除病食以療之不愈然後命藥此言足可以喩治法 51) 醫方類聚 권 1 < 敍爲醫 > 故曰醫者意也, 非常之意爾. 是以上醫醫國, 中醫醫人, 下醫醫病. 又曰上醫聽聲, 中醫察色, 下醫診脈. 又曰上醫療未病, 中醫療欲病, 下醫療已病. 조선시대食治論 701

14 3. 食治論의전개 필자는조선왕실의食治논의를소개하면서食治論이節慾과豫防을근본으로여기는성리학적가치와밀접한연관성이있음을주장하였다. 52) 다음은이러한食治論의양생론적측면이仁濟의대중지식으로확산되는역사적흐름과조건을살펴보고자한다. 주지하는대로조선전기식치론의대표적인논술은세조의 < 의약론 > 이다. 1463년 ( 세조9) 세조는 醫藥論 을지어韓繼禧 盧思愼등에게보이고御醫任元濬에게명하여註解를달아세상에보급하도록명령하였다. 이글에서세조는心醫, 食醫, 藥醫, 昏醫, 狂醫, 妄醫, 詐醫, 殺醫를언급하였다. 최상의心醫는사람으로하여금항상편한마음을가지도록하는자로병들기전養生을의미하였다. 따라서세조에게실질적인최고의의원은食醫였다. 食醫는입 [ 口 ] 으로달게음식을먹게하는것이니, 입이달면기운이편안하고, 입이쓰면몸이괴로워지는것이다. 음식에도차고더운것이있어서치료할수가있는데, 어찌쓰고시다거나마른풀이나썩은뿌리라고핑계하겠는가? 지나치게먹는것을금지하지않는자가있는데, 이것은食醫가아니다. 藥醫는다만藥方文을따라약을쓸줄만알고, 비록위급하고곤란한때에도服藥만을권하는자이다. 53) 세조는食治를훌륭한의사의방법이라고강조했다. 세조의食治論은어의全循義의 食療纂要 (1460) 에서도잘드러나있다. 식료찬요 서문에서全循義는 사람이세상을살아가는데있어음식이으뜸이고藥餌가다음이다. 시기에맞추어風寒暑濕을막아주고음식과남녀관계를절제한다면병이무슨이유로생기겠는가? ( 중략 ) 고인이처방을내리는데먼저음식으로치료하는것을 [ 食療 ] 우선하고음식으로치료가되지않으면약으로치료한다고하였으니음식의효능이약의절반이넘는것이라하겠다. 또한병을치료하는데당연히五穀, 五肉, 五果, 五菜로해야지어찌마른풀과죽은뿌리에치료법이있겠는가? 이것이고인이병을치료하는데음식으로한이유이다. 54) 라고하여식치론의핵심을잘보여주고있다. 전순의는세종대에서세조대에걸쳐활약한御醫로 1445 년에 의방유취 편찬에참여했으 52) 김호, 2008 앞의글참조. 53) 世祖實錄 권 31 세조 9 년 12 월 27 일 ( 신해 ) 54) 食療纂要 序 ( 全循義撰 ) 人之處世飮食爲上藥餌次之雖曰如此風寒暑湿禦之以時飮食男女節之以限病何由生然或四時失序平日尙小亂日尙多豈無人感乖戾之氣乎是以古人立方先用食療食療不愈然後藥治且云將食得力大半於藥又曰治病當以五糓五肉五果五菜治之奚在於枯草死木之根荄哉此古人治病必以食療爲先可知矣 년기초연구과제총서

15 며, 55) 1447년에는 鍼灸擇日編集 을金義孫과함께썼고, 그뒤 山家要錄 을저술하여산거경제에필수적인음식제조및조선의고유한음식과술제조법을정리하였다. 세조는그를매우총애하여 1460년경食治에관한의서를저술하자직접 식료찬요 라는제목을하사하였다. 56) 식료찬요 는여러가지風病에서시작해, 傷寒, 心腹痛과소아들의질병과경기에이르기까지모두 45부문으로나누어온갖질병과처방을소개하고있다. 57) 물론대분의치료는음식물이나주변에서쉽게구할수있는초본류를통한방법이었다. 가령갑자기중풍에걸려말을하지못할경우에는콩을삶아그즙을엿처럼고아먹으라고권하고있다. 중풍이지만얼굴이부은경우라면파를삶아먹도록했고말이어눌해지고손발을쓰지못할때에는율무를이용하도록했다. 吐血에는무를통째로구워먹거나삶아먹어보라고권했다. 잦은기침에는좋은배를구해씨를빼고갈아즙을낸다음산초 40개를넣고끓여내어찌꺼기는버리고엿을고아먹도록하였다. 이밖에도속을데워주고비위를기르는방법으로소고기를권하거나, 허리가아플때참깨를먹도록하는등다양한食治法을소개하였다. 술에취해깨어나지않을때에는배추를이용하는다양한방법을알려주었다. 즉술을먹고가슴이답답하고열이나는증상을치료하려면굴에생강과식초를넣어먹는다. 술을마시고난뒤의갈증을풀어주려면배추 2근을삶아국으로먹는다. 술에취해깨어나지않을때배추씨 2홉을잘게갈은다음이른새벽에우물에서물을길어다가타서마신다고했다. 식료찬요 는鄕村에거주하는사족들혹은일반인들이급하게약재를구할수없을때평소음식으로먹는여러가지식물을약재대신에활용하는법을알려주었다. 이른바음식을이용한적극적인치료법의모색이라는점에서향촌구급방의한종류라할만하다. 가령, 코피가그치지않을때입쌀을누렇게볶아가루내어물에타먹는다거나, 설사를다스리는데조기를구워먹는방법, 오래된이질을치료하는데홍합이좋다는내용등은 식치 가단지예방의차원을넘어구급의방법으로적극적으로활용되었음을보여주고있다. 55) 世宗實錄 권 110 세종 27 년 10 월 27 일 ( 무진 ) 56) 전순의에대한자세한설명은이종봉, 2011 < 全循義의생애와저술 > 지역과역사 28 참조. 57) 食療撰要 는이후경상도에서도간행되는등여러번중간된것으로보인다.( 성종실록 권 202 성종 18 년 4 월 27 일 ( 병신 ) 右贊成孫舜孝가 食療撰要 를올렸다. 醫員全循義가편찬한것인데, 손순효가일찍이경상도감사가되었을때尙州에서간행하였다. 참조 ) 조선시대食治論 703

16 때문에 식료찬요 가다루는질병의범위는일상생활에서벌어질수있는응급상황을두루포괄하고있다. 대변불통을치료하기위해산앵두씨 6푼을갈아즙을내고율무 3홉을푹삶아죽을만들어공복에먹거나, 장을윤활하게통하게하기위해참깨를먹는다. 또한개에게물리거나타박상등을치료할때도생강즙을마시거나암탉을고아먹는방법등을권장하였다. 뱀에게물린경우밤을먹거나씹어서붙이도록했으며, 거미나벌레등에물렸을경우양젖을먹도록했다. 이상을통해 식료찬요 가향촌에거주하는이들이손쉽게음식을이용하여각종질병을치료하는방법을알려주려고기획된책임을다시한번확인하게된다. 전순의는 식료찬요 와더불어 산가요록 을편찬한것으로알려져있다. 山家要錄 에는조선왕실의대표적인식치음식煎藥의원형으로 우무煎果 를소개하고있다. 58) 우무전과는전순의와같은식의가왕실식료품으로개발한것으로, 우뭇가사리의젤라틴에꿀과후추등향신료를약간넣어만든것이다. 현존하는책은앞뒤가모두훼손되어농업부분일부와더불어뒷부분의내용을읽을수없는수준이다. 다만음식과酒方등 210여가지의조리법은다행히멸실되지않아그내용을확인할수있다. 59) 산가요록 은단지음식이나술을만드는방법을알려주는데국한되지않았다. 이를넘어서곡식을재배하고나무를심는방법, 혹가축을치고물고기를기르는다양한山居생활의기술을알려주었다. 60) 이른바 식료찬요 와 산가요록 은실제山林經濟에필요한지식을제공하고있었다. 약물보다는음식으로섭생하여질병을예방하는것이우선이라는세조의食治論은 식료찬요 에이르러향촌에기거하는사족들을위한山居경제의구체적인방법을제시하였다. 음식은건강을위한섭생의기초이자질병을치료하는중요한방도가되었다. 이상 15세기의식치론은 16세기에이르면서중국明代의山居, 淸供혹은淸言계통의책들에영향을받으면서 < 은둔의산림경제 > 를추구하는식치론으로변화했다. 58) 전약에대해서는김호, 2005 < 조선왕실의藥饍, 煎藥연구 >, 진단학보 100 참조 59) 한복려, 2003 < 산가요록 의분석고찰을통해서본편찬연대와저자 > 농업사연구 ) 염정섭, 2011 < 山家要錄 農書부문의편찬과정과서술방식 > 지역과역사 년기초연구과제총서

17 3.1. 閑情 의養生으로서食治 16세기은둔사족의산림경제를책으로남긴이는象村申欽 (1566~1628) 과許筠 (1569 ~1618) 이대표적이다. 61) 이둘은거의같은시기에명대양명학에마음을빼앗긴후산거경제의삶을추구하는글을남겼다. 먼저신흠은 < 野言 > 이라는글에서은둔의山居생활을칭송한바있다. 정치적인실세로인해유배에처해진신흠으로서는처세의방도로비평과번뇌를버리고자신의삶을산림의신선과같은자로정의한채이러한삶을추구하였다. 이른바淸士로서의고아한생활을꾸리기위해산림경제를도모한것이다. 입속에자황을담지않고미간에번뇌의그림자를드리우지않으면煙火神仙이라할만하다. 마음내키는대로화초와대나무를심고성질에따라새와물고기를기르면이것이곧山林經濟이다. 62) 라는신흠의논설을통해그의 산림경제 는산거생활의유유자적을즐기는신선의삶이요, 이를위해나무를심고, 새와물고기를기르고농사를짓는것이었다해도과언이아니었다. 신흠은 일많은세상밖에서한가로움을맛보고세월이부족해도족함을아는것은은둔생활의정이요, 봄에꽃심느라눈을치우고밤에圖籙보느라향을피우는것은은둔생활의흥이요, 硏田 [ 문필생활 ] 은흉년을모르고酒谷에언제나봄기운이감도는것은은둔생활의맛이다. 63) 라고하여산림에은거한삶의정과흥취그리고묘미를노래했다. 그야말로田野의삶을즐기려는은둔거사의취향을드러낸것이다. 그는전원에산지오래되어이미세상밖사람이되었는데, 글을볼때마다모아놓은구절로책을만들었으니마음에맞는구절들로작은책한권을이루었다. 한가할때마다내의견을부록하고이름하여野言이라하였다. 그말들이모두田野에사용할만하니야인과더불어나눌말이라는의미이다라고설명했다. 64) 신흠이화초를심고, 닭을기르고나무를심어생활을꾸리는것은세상을버린隱者의삶을칭송한것으로앞으로살펴보겠지만 18 세기어찌할수없이山居에살아야하는많은寒士들의산림경제와는사뭇달랐다. 은둔거사의산림생활을위한 淸供 즉절제되고자연과조화로운의식주에대한논의는허균 61) 김은정, 2012 < 申欽의淸言선록집野言연구 > 국문학연구 22; 김은정, 2011 < 소창청기異本과 17 세기초반조선에서의수용양상 > 韓國漢文學硏究 47 참조. 62) 象村稿 권 48 < 野言 >1 口中不設雌黃眉端不掛煩惱可稱煙火神仙隨意而栽花竹適性而養禽魚此是山林經濟 63) 象村稿 권 48 < 野言 >1 得閑多事外知足少年中棲遁之情也種花春掃雪看籙夜焚香棲遁之興也硏田無惡歲酒谷有長春棲遁之味也 64) 象村稿 권 48 < 野言 >1 田居歲久已作世外人適披前修著撰有會心者錄爲小帙間附己意名以野言迹其實也其言宜於野可與野人言也 조선시대食治論 705

18 의 한정록 에잘묘사되어있다. 물론허균은산림의생활을좋아서하는이는없다고강조하였지만스스로산거의삶을 한정 으로규정하고섭생을기획하였다. 아선비가이세상에나서어찌벼슬을더럽다하여버리고산림 ( 山林 ) 에서오래살기를바라겠는가. 그러므로다만그도 ( 道 ) 가세속 ( 世俗 ) 과맞지않고, 그운명이때와어긋난다하여고상 ( 高尙 ) 을가탁하여세상을피한자의그뜻은역시비장한것이다. ( 중략 ) 내만약몸이건강한날조정에서물러날것을청하여나의천수 ( 天壽 ) 를다한다면행복이이보다더큰것이없겠다. 65) 산거경제를高尙을가탁한삶이라삐딱하게정의하면서도허균은山林의淸供을구차함이나빈곤이아닌 절제의미학 으로승화시켰다. 은둔한산림처사의음식은맛있는것만을찾아서는안되고, 물건역시좋은것을추구할수없다. 이는청사중의탁사요청사의좀에불과하다는주장이었다. 66) 그렇다고삶을영위하는도구가없을수는없다. 허균은산거 ( 山居 ) 에필요한물건들을나열하고있는데, 이를보면생계를꾸리기보다는너그러운삶의여유를즐기기위한것으로보인다. 먼저경전과서적그리고북과베틀을준비하여풍속을교화하고자손을교육하는데사용해야한다. 또한약물과의서를준비하여질병과邪惡한기운을물리치는데사용해야한다. 그리고좋은붓과종이를저장하여그림을그리고시를읊어야하며, 마지막으로맑은술과여러가지채소를심어서손님을접대하거나홀로술을마실때사용해야한다는것이다. 67) 이밖에허균은산거생활의즐거움을위해아름다운돌과좋은먹, 고옥 ( 古玉 ), 기이한서적등을수집하여긴날의지루함을덜어야하고, 산중의중들과백발의어부를사귀어무료함을잊고번거로운세상사를떨치도록하는게중요하다고말했다. 이쯤되면허균에게山居경제란일종의취미요, 벽 ( 癖 ) 에가까운느낌이다. 고아한淸士를위해 65) 한정록 권수 < 閒情錄序 > 66) 한정록 권 14 < 淸供 > 청사 ( 淸事 ) 는지나치게의도적이어서는안된다. 만일의관 ( 衣冠 ) 은반드시기고 ( 奇古 ) 한것만을찾고, 물품은정량 ( 精良 ) 한것만을구하며, 음식은색다르게맛있는것만을구한다면, 이는청사중의탁사 ( 濁事 ) 이니나는이들을청사의좀이라고생각한다. 67) 한정록 권 14 < 淸供 > 년기초연구과제총서

19 자연과 조화 된 절제 의삶이그핵심이다. 그의식치론은은둔산림의養生을위한방도의측면이강했다. 가령허균은밥은부드럽게익혀먹고고기는문드러지도록푹삶아먹고항상술을적게마시고매일밤혼자자는것이옛사람들의양생의묘법 ( 妙法 ) 이라고생각했다. 이에허균은명대의학자진계유 ( 陳繼儒 ) 가지은 부드러운밥으로위를보양 ( 保養 ) 하고, 푹익은고기로온몸을보양하고, 술을조금마심으로써피를보양하고, 홀로잠으로써정신을보양한다. 이는日用의묘법이며집에서거처하는자가천성 ( 天性 ) 을온전히보존하는방법 이라는구절을손수옮겨적어벽에걸어두었다. 산속에서의음식은뛰어난맛을추구할수없지만청아 ( 淸雅 ) 한가운데서도풍부함을즐길수있다는게허균의주장이다. 연근을취하여도톰히살찐열매와뿌리의단맛을취하고, 나무종류에서는대나무의운치와고 ( 菰 ) 나무의아름다움을취하고, 나물종류에서는순채의향긋함과아욱의담박함과토란의미끄러움을취한다. 또계수나무로기름을내고국화를심고매화로장을담근다. 농어회와포를준비해곁들여놓고, 농사일을얘기하다가거문고와서화에까지말이미친다. 이같이조석으로편히누워성세 ( 盛世 ) 를즐기니큰벼슬자리의즐거움이어찌이보다낫겠는가. 라는것이다. 산림의여러가지식물을대체품으로삼아세속의맛을취할수있으니그청아함은도리어더낫다는주장이다. 심지어허균은이러한삶을소동파의산림생활에비유하기도했다. 동주 ( 同州 ) 에서나는양 ( 羊 ) 을푹쪄서행락 ( 杏酪 ) 을발라먹는데숟가락으로먹고젓가락으로먹지않는다. 남도 ( 南都 ) 의발심면 ( 撥心麪 ) 으로괴엽냉도 ( 槐葉冷淘냉면의이름 ) 를만들고, 양읍 ( 襄邑 ) 에서나는작은돼지로국을끓이고, 공성 ( 共城 ) 에서나는좋은쌀로밥을짓고, 거위알을찌고오흥 ( 吳興 ) 의포인 ( 庖人 ) 이송강 ( 松江 ) 에서나는농어로회를쳐서가져오면배불리먹고, 여산 ( 廬山 ) 강왕곡 ( 康王谷 ) 의물로증갱 ( 曾坑차이름 ) 의상품을달여마신다. 조금후옷을벗고편히누워서사람을시켜나의적벽부 ( 赤壁賦 ) 전후편을외게하면크게즐거울것이다. 68) 山居에서활용하는다양한음식들을도리어세속의그것들보다낫다. 가령청정반 ( 靑精飯 ) 이다. 허균은 소창청기 ( 小窓淸記 ) 를인용하여 버들잎이나오동잎의즙 ( 汁 ) 으로밥을지어먹는다. 이를먹으면양기 ( 陽氣 ) 를도와주는데, 도가 ( 道家 ) 에서중하게여긴다. 고설명했다. 청정반은버들 68) 허균은소동파의문집을그대로인용하여소식에비견되는산거경제의삶을찬양하였다. 조선시대食治論 707

20 잎과오동잎을뜯어즙을내어밥물로삼는것이다. 후일 산림경제 에서는이를인용하여산림의필수음식인 < 죽 ( 粥 ) 밥 [ 飯 ]> 에넣어설명하고있다. 69) 산림에서는야생차를즐길수도있다. 차의채집은정선 ( 精選 ) 해야하고, 차의저장은건조하게해야하며, 차를끓일때는정결하게한다. 차를감별하는법과대나무를감별하는법은같으니살이찐것은좋지않고여윈것이좋다. 다만서리를흠뻑맞은것이라야한다. 차를끓일때는불을너무세게하면좋지않으니세게하면맛이지나치게쓰다. 그러므로간수 ( 磵水 ) 나송풍 ( 松風 ) 과같은소리가나는정도로끓이는게좋다. 또차를거를때는갑자기하지않는것이좋다. 병에옮기고불을끈뒤에잠깐물이끓는것이그치기를기다려서걸러야절도에맞는다. 허균은 차가처음눈이터서여린것을일창 ( 一槍 ) 이라하고점점자라서잎이핀것을기 ( 旗 ) 라한다. 더자란것은쓸모가없다. 고주장하였다. 어린잎만을뜯어호사를누릴수있다는말이다. 또한허균은술을먹고술병이나면국화의순으로만든나물을먹고, 채식 ( 菜食 ) 중에서가장맛나다고알려진이른봄에일찍나오는부추를즐기고, 늦여름에늦배추를즐길수있다고보았다. 산중최고의음식으로알려진죽순 ( 竹筍 ) 은산림은둔의호사가운데하나이다. 죽순은산중에사는사람들에게맑고아득한운치를주니, 진실로소식 ( 蔬食 ) 중의기품 ( 奇品 ) 이다. 이것으로국을끓이거나포 ( 脯 ) 를뜨는것은모두그본맛을잃게되니구워서찢어먹는것이가장좋다. 나는술에취하고배가불러조갈증 ( 燥渴症 ) 으로괴로울때면집사람을시켜서이를구워먹으면그단맛을이루다표현할수없을정도이다. 70) 막돋아난채소의잎과싹 [ 菜甲 ] 은또어떠한가? 그맛이우유보다도좋다. 허균은 비오는썰렁한날밤에아이를시켜서따다가무치고술을곁들여놓고서야담 ( 夜談 ) 을나누며그맑고향긋한맛을즐기면, 향긋함이가슴속의답답함을싹씻어준다. 고칭송했다. 토란 [ 山芋 ] 으로옥삼갱 ( 玉糝羹 ) 을끓이면빛과향기와맛이모두좋으니지상에결코이보다맛있는음식이없다. 고도했다. 허균에게산림속의채소와토란은궁핍함을채워주는음식이아니라섭생에도움이되는食治의방도였다. 69) 산림경제 권 2 < 粥飯 > 70) 뒤에서설명하겠지만서유구는 인제지 에서죽순을구황식품의하나로소개하고있다 년기초연구과제총서

21 산속에서살때에고비나고사리가없더라도매화로는국을끓여먹을만하고, 무나옥란 ( 玉蘭 ) 으로는국수를만들고모란으로는우유를달이고장미와수유로는장을담그고, 구기자와파 자형화 ( 紫荊花 ) ㆍ등나무꽃으로는반찬을만들수있다. 그밖에콩깍지, 오이지, 나물순, 송화가루는또죽순을대신할만하니이것들이모두산에서사는사람의반찬이다. 71) 은둔의청사가호사의탁사로둔갑하는것을우려했는지허균은마지막에 이처럼신선의취미를즐기면서마음속의뜻을전하지못하다면부끄러우니다만채소밭의즐거움만을터득했을뿐 이라는말을슬쩍늘어놓았다. 그러나이정도면산거의괴로움이아닌신선의취미라할수있을것이다. 淸供 이아니라허균이스스로자책한 濁事 라할만한것이다. 이에허균은 한정록 에말미에음식에대한겸손한태도를강조하는불가으말을인용해넣었다. 옛날군자들은음식을대할때행할가르침이있어서지금도향당 ( 鄕黨 ) 과곡례 ( 曲禮 ) 에실려있었는데, 사대부들이음식을대할때이를잊어버리기에자신이불가 ( 佛家 ) 의말이지만이를옮겨적는다는것이다. 1. 음식에든공력 ( 功力 ) 의다소와음식의유래를생각할것 : 이음식은땅을일구고작물을심고거두어빻고물에씻은다음끓여서만든것이니노력이매우많이든것인데하물며살아있는것을잡아서자기의입맛을즐기겠는가. 한사람이먹는것은열사람이수고한결과이다. ( 중략 ) 벼슬할경우에는백성의고혈 ( 膏血 ) 을먹는것이니더구나말할게없다. 2. 마음을단속해서지나치게욕심내는등의허물을저지르지않는것으로요점을삼을것 : 마음을다스리고성품을기르는데는먼저세가지허물을저지르지않아야한다. 즉좋은음식을탐 ( 貪 ) 내는것, 나쁜음식을대하면성내는것, 하루종일음식을먹으면서도음식이온곳을모르는어리석음이다. 3. 음식은양약 ( 良藥 ) 이니몸이파리해지는것을막기위해서먹어야한다 : ( 중략 ) 반드시음식을의약으로생각하고먹어서몸을부지해야한다. 이때문에만족할줄을아는자는음식드는것을항상약을먹는마음으로먹는다. 4. 도 ( 道 ) 를이루기위하여이음식을먹는것이다 : 군자는밥을먹는잠깐동안의시간도인 ( 仁 ) 에서벗어나지않는것이니, 먼저정성스러운행동을한뒤에야음식을먹는것이다. 71) 한정록 권 14 < 淸供 > 참조. 조선시대食治論 709

22 허균은음식을생산한인민의고혈을생각하여, 최소한의음식만으로건강을유지할정도로족해야지별미를추구해서는안된다고강조했다. 또한군자의소찬 ( 素餐 ) 은도를이루기위한자연과의조화및절욕의태도에근거해야한다고주장했다. 허균스스로淸事라할만한내용들을정리했다고는하지만이는조선후기의 산림경제 와는뚜렷하게달랐다. 심지어허균은 별미 를찬양한 도문대작 ( 屠門大嚼 ) 을남기고, 서문을지어별미의추구가인간본성의연장임을강조했다. 우리집은가난했지만선친이살아계실적에는사방에서나는별미를예물로바치는자가많아서나는어릴때온갖진귀한음식을고루먹을수있었다. 커서는잘사는집에장가들어서산해진미를다맛볼수있었다. 임진왜란때병화를피해북쪽으로갔다가강릉으로돌아왔는데, 그곳에서지내는동안기이한해산물을골고루맛보았고벼슬길에나선뒤로는남북으로전전하면서우리나라에서나는별미를모두먹어볼수있었다. 먹는것과성욕은사람의본성이다. ( 중략 ) 우리나라는외진곳에있기는하지만바다로둘러싸였고높은산이솟아물산이풍부하다. 만일하씨 ( 何氏 ) 나위씨 ( 韋氏 ) 두사람의예 ( 例 ) 를따라명칭을바꾸어구분한다면, 아마역시만가지는될것이다. 72) 허균이 도문대작 을통해별미의첫번째로꼽은음식은방풍죽 ( 防風粥 ) 이었다. 나의외가는강릉 ( 江陵 ) 이다. 그곳에는방풍이많이난다. 2월이면그곳사람들은해가뜨기전에이슬을맞으며처음돋아난싹을딴다. 곱게찧은쌀로죽을끓이는데, 반쯤익었을때방풍싹을넣는다. 다끓으면차가운사기그릇에담아따뜻할때먹는다. 달콤한향기가입에가득하여 3일동안은가시지않는다. 세속에서는상품의진미이다. 73) 허균에게방풍죽은상품의진미요별미로기억되는음식이었다. 이상을통해허균이말한 한정의섭생 은이른바은둔거사의식치를위한것이었다고할수있다. 조선후기의산림경제와는전연달랐다. 18세기에출판된 산림경제 에는방풍죽을 上品의진미 가아닌구황을이기는음식으로소개하였을뿐이다. 은둔산림의진미와식치음식들은조선후기에이르러寒士를위한산림경제의필수지식으로전환하고있다. 72) 성소부부고 권 25 < 屠門大嚼引 > 73) 성소부부고 권 26 < 防風粥 > 년기초연구과제총서

23 방풍죽은이슬이마르기전새벽에갓돋는방풍 ( 防風 ) 의싹을햇빛보지않게딴다. 먼저멥쌀을찧어죽을끓이다가죽이반쯤익었을때방풍을넣어푹끓인뒤싸늘한사기그릇에옮겨담아, 반쯤식혀먹으면입안이온통달고향기로우며사흘이되어도기운이줄지않는다. 74) 허균은또다른별미로둘죽 ( 㐙粥 ) 을꼽았다. 함경도갑산 ( 甲山 ) 과북청 ( 北靑 ) 에서만나는데맛은정과 ( 正果 ) 와같다는것이다. 맛이달아정과와같으며다른음식의맛이이를따르지못한다는설명을달았다. 75) 19세기초반의박물학자이규경은 五洲衍文長箋散稿 < 白頭山辨證說 > 에서長白山정상부근에다양한나무들이사는데이가운데瑞樹혹은杜棣라는나무를속칭 㐙粥 이라부른다. 조선의甲山지역에나는데두을죽 ( 頭乙粥 ) 이라하고복분자처럼꿀을재워먹는다고설명하였다. 76) 복분자처럼생긴들쭉나무의열매를꿀에재워별미와식치로활용한허균의 도문대작 에비하면, 18세기전반의학자최규서 ( 崔奎瑞 :1650~1735) 가전하는둘쭉이야기는그느낌이사뭇다르다. 그는함경도에서둘쭉은별미가아닌가난하여먹고살것이없는자들의資活의방도라고소개하였다. 그가삼수갑산으로갔을때의일이다. 해당지역은백두산의남쪽자락이라산세가높고날씨가매우추웠다. 百穀이자라지않아백성들이먹고살만한방법이없었는데, 둘죽 ( 㐙粥 ) 이나오고있으므로사람들이이를生理의기초로삼았다는것이다. 77) 이처럼산림에은둔하는士族들에게별미의식치음식이었던방풍과둘쭉은해당지역民人들에게는생명을꾸리는生理의자원이었다. 은둔士林들에게山居경제의흥미취 ( 興味趣 ) 로취급되어자연과의조화, 욕심의절제와같은식치의이상을보여주던음식들은寒族과常民들에게는생계를위한방도요, 미리不虞를대비하는 備急 의대상이었다. 조선후기에이르러 한정의攝生 을의미했던食治는점차 生理와濟衆의필수지식 이라는관점으로전환하고있었다. 74) 山林經濟 권 2 治膳 < 粥飯 > 방풍죽 75) 허균은둘죽의맛이자신이소개하고있는 포도 ( 蒲桃 ) 이하 의별미들보다우수하다고평가했다. 76) 五洲衍文長箋散稿 < 白頭山辨證說 > 今我國甲山地俗名頭乙粥如覆盆子漬蜜食之 77) 艮齋集 권 13 < 病後漫錄 > 조선시대食治論 711

24 3.2. 濟衆 의방법으로서食治 18세기에편찬된것으로보이는 산림경제 는그이본이매우많아아직도저자와필사본들에대한정리가명확하지않다. 78) 현존하는 산림경제 의판본에는 1718년홍만종의서문이붙어있다. 산림 ( 山林 ) 과경제 ( 經濟 ) 는길을달리한다. 즉산림은벼슬하지않고초야에서자신의한몸만을잘지니려는자가즐겨하는것이고경제는당세에득의 ( 得意 ) 하여벼슬하는자가행하는것이다. 산림과경제가이같이다르지만공통된점도있다. 경 ( 經 ) 이란서무 ( 庶務 ) 를처리하는것이고, 제 ( 濟 ) 란널리중생 ( 衆生 ) 을구제하는것이다. 조정에는조정의사업이있으니이것이곧조정의경제이고, 산림에는산림의사업이있으니이것이곧산림의경제이다. 그러니처지는비록다르지만경제인점에서는같은것이다. 79) 홍만선의 산림경제 에대해홍만종은적극적인평가를내렸다. 은둔산림의삶과경제는서로다른길이었으니, 경제는벼슬하는자가추구할일이라면산림은초야에서자신의몸을건사하기위한방도라는것이다. 그런데홍만선의 산림경제 에이르러산림의은둔과제중의경제가하나로합일되었다는주장이다. 홍만종은드러내비판하지는않았지만허균과신흠과같은은둔거사의섭생으로서의식치가아닌 濟衆 의기획으로서의 산림경제 론을강조하였다. 이처럼제중의필수적인지식을모아놓은 산림경제 는점차향촌에퍼저나갔다. 그이본이다양하다는것이방증이다. 19세기초의학자이규경은 세상에중국사람이지은 산림경제 와유중림이편찬한 11권에달하는 증보산림경제 ( 增補山林經濟 ) 가전하는데세상에이를좋아하는이들이많아그책을다시보충하고편집하여무려수십권에달했다. 고기록했다. 80) 홍만선의저술은유중림의증보를거치고, 또다시수십명의새로운편집자들의손을거쳐다양한산림경제의이본들로탄생하고있었다. 은둔사림의古雅한삶을위한지침이아니라향촌생활의필수적인백과사전으로진화한것이다. 78) 이글에서는한국고전번역원의해제와판본에따르기로한다 ( 신승운, 1983 < 산림경제고 > 圖書館學 1-1; < 해제 > 참조 ). 79) 산림경제 권 1 < 산림경제서 > 80) 오주연문장전산고 < 增補山林經濟辨證說 > 참조 년기초연구과제총서

25 제중의기획으로서산림경제를바라보는태도는 18세기후반의학자이덕무의글에서도발견된다. 그는淸士를자처하는이들의지나친호사와벽의취향을거론하면서, 산림거사의삶이공적인의미를상실하고사적으로탐닉하는데머문다면단지속된무리 [ 俗輩 ] 들의처사에불과하다고비판했다. 방안에금분 [ 泥金 ] 으로궁실과인물을그린왜연갑 ( 倭硯匣 ) 을늘어놓고, 한석봉의액자체첩 ( 體帖 ) 을목각하여청색으로장정을하고, 필통을대나무로만들어회회청으로 수부귀 ( 壽富貴 ) 석자를써서굽고, 화분에는금봉화 ( 金鳳花 ) 와계관화 ( 鷄冠花 ) 따위를난잡하게심어놓는다면사람들이비록고아한선비 [ 雅士 ] 라하더라도나는반드시속물 [ 俗輩 ] 이라하겠다. 81) 18세기에이르러허균과신흠처럼은둔산림의 < 淸雅를위한淸雅 > 는더이상받아들여지지않았다. 이보다는微族, 寒士의산림생활에필요한 산림경제 의지식이요구되었다다. 산림경제 는이와같은변화를가장잘보여주는서적이다. 물론이책에도식치의섭생이강조되어있다. 제목만보고서는기왕의섭생과달라진바없어보인다. 가령 수양총서 를인용하여담박한음식을구하고기름진음식을피하라고주문한내용은한정의섭생과크게다르지않다. 음식은사람의성명 ( 性命 ) 에관계된것이니어찌끊을수야있겠는가. 자미 ( 滋味 ) 를담박하게하고, 비농 ( 肥濃 : 살지고기름진것 ) 을취하지않으며, 구박 ( 灸煿불에굽거나말린것 ) 을끊고살생 ( 殺生 ) 을경계하며, 훈채 ( 葷菜마늘ㆍ파종류 ) 를멀리하고나서음식을조절하여장부 ( 臟腑 ) 로하여금맑고화통하게하면원기 ( 元氣 ) 가조화된다. 82) 또한소식 ( 蔬食 ) 과더불어소식 ( 小食 ) 을강조한것역시섭생의방도와달라보이지않는다. 음식은조금씩자주먹어야지한꺼번에많이먹어서는안된다. 항상배부른가운데주리고주린가운데배부른것이좋다. 는주장이다. 그러나조금깊이살펴보면 산림경제 의小食은늘배불 81) 靑莊館全書 권 49 < 耳目口心書 > 二 82) 山林經濟 권 1 攝生 < 節飮食 > 조선시대食治論 713

26 리먹을수있는자들을위한한정의소식이아니었다. 도리어산림에서살아가야할따라서배고픔을일상으로대하고굶주림에대비해야하는이들을위한소식이라는사실이다. 소식의중요성은주린자가배불리먹고난후급사한사례를인용함으로써산거경제의 현장성 을강하게획득하였다. 너무배고픈다음에먹어서는안되며먹더라도너무배부르게먹지말아야하고, 너무목마른다음에물을마셔서는안되며마시더라도너무많이마시지말아야한다. 너무배고프거나목마를때먹거나마시면혈기 ( 血氣 ) 가정상을잃어서갑자기구제하지못하게된다. 흉년에주려서지친사람이배불리먹게되면즉시죽는데이것이바로그에대한본보기이다. 83) 18세기의 산림경제 는일시적인한정의지침으로부터점차산림생활의기본지식으로전환하고있었다. 한정의섭생을위한 淸言 들이산림경제를대비하기위한 必知 로바뀌었다는의미이다. 산림경제 의 < 치포 ( 治圃 )> 편은이러한점에서주목해야한다. < 치포 > 항목을둔이유에대해저자의설명은다음과같다. 곡식이잘되지못하는것을기 ( 飢 ) 라하고채소가잘되지못하는것을근 ( 饉 ) 이라하니, 오곡이외에채소가중요하다. 하물며농가는도시와멀리떨어져있으므로고기반찬을해먹기어려우니, 마땅히거주하는곳근방에다채소밭을만들고채소를심어일상의반찬을해야한다. 이에채소밭을가꾸는방법을기록하여제4편을삼는다. 들판과야산의草木들을활용한食治로부터 < 치포 > 의재배를통한食治를준비하라는주문이었다. 허균에게토란은한정의섭생을위한음식이지만, 18세기의산림경제는이를구황에대비한음식으로정의했다. 84) 토란은더이상별미가아니었다. 굶주림에대비하여필수적으로재배해야할품목이었다. 산림경제 는토란을심는길일을알려준다든지, 물가까운비옥한땅을가려심은후에개천의흙이나혹은재거름또는두엄으로북돋아주고, 가물면물을대주어야하며호미질을자주해주어야잘자란다는정보를제공하고있다. 물가까운데비옥한땅에심고호미질을자주해야한다는구절은허균의 한정록 에서인용한것이다. 한정록 에서별미로취급되었던토란의지위는 산림경제 에서전혀달라졌다. 토란뿐아니었다. 그동안야생에서채취하던곰취역시재배되었다. 기름지고습한땅이좋다. 3월그믐경에뿌리를취해다심는다. 85) 저자는곰취의재배법을 俗方 으로소개하였다. 조선후기의다양한재배의경험들이산거경제의필수적인지식으로집적되고있었다. 산림경제 83) 산림경제 권 1 攝生 < 節飮食 > 84) 산림경제 권 1 治圃 < 種芋 > 85) 山林經濟 권 1 < 治圃 > 種熊蔬 년기초연구과제총서

27 에는곰취를반찬으로만드는방법도자세하게소개했다. 곰달래 [ 熊蔬 ] 는 4월 20일쯤그믐께누에가섶에오를무렵잎을따차곡차곡쌓은후에물을조금뿌려함지박 [ 木瓢 ] 에넣고눌러즙을다뺀다. 이를독에넣고잠길정도의물을붓고돌로지질러놓는다. 겨울이되어꺼내면빛이노랗고아주보드라워밥을싸먹으면맛이좋다. 는것이다. 86) 곰취를재배하여음식재료로활용하는일은 18세기후반일상이되었다. 이덕무는쌈을싸먹는예절까지상세하게일러줄정도였는데곰취는일상을대표하는채소였다. 상추, 곰취, 김등으로쌈을쌀적에손바닥에직접놓고싸지말라. 더러운것을싫어하기때문이다. 반드시먼저숟가락으로밥을뭉쳐밥그릇위에가로놓은다음젓가락으로쌈두세잎을집어다가뭉쳐놓은밥위에단정히덮은다음비로소숟가락을들어다입에넣고곧장을찍어서먹는다. 그리고입에넣을수없을정도로크게싸서볼이불거져보기싫게말라. 87) 별미와섭생의식치음식이었던곰취는이제텃밭에서재배되어일상적으로먹는쌈채소가되었다. 야생갓으로담근김치인산개저 ( 山芥菹 ) 역시허균의 도문대작 에는별미의일종으로기술되었다. 함경남도와회양, 평강등지에서모두나는데맵고도산뜻하다 는것이다. 조선후기에갓김치는일상의궁핍을이겨낼수있는음식이되었다. 88) 18세기에는갓을재배하도록권장했다. 2~3월경에봄보리를간후 10여일만에겨자를심는다. 5월이되면종자를받았다가 7월에다시심고, 5월에받은종자를나누어두었다가이듬해봄이되면심는다. 는것이다. 그리고이렇게재배한갓으로만든김치는산림생활의별미를넘어늘준비해야할치선 ( 治膳 ) 의대상이었다. 산갓김치 [ 山芥沈菜 ]: 말끔하고좋은것을깨끗이씻어대그릇에담아뜨거운물을부어뚜껑을덮고따뜻한방에둔다. 옷이나이불로덮어두었다가한식경쯤지난뒤에꺼내면그빛이약간누르스름하게된다. 이를초장에무쳐먹는다. 89) 86) 山林經濟 권 2 < 治膳 > 蔬菜 87) 士小節 萵苣 [ 萵苣一名生菜本草綱目萵菜自萵國來故名也 ] 馬蹄菜 [ 馬蹄菜一名香蔬又名熊蔬곰 葉大可包飯 ], 海苔 [ 海苔俗名海衣也 ] 包飯勿徒使指掌惡其褻也必先團飯于匙橫置器口次以箸挾包菜二三葉整覆于團飯始擧匙入口旋勺醬以啖勿大包難容口以其輔墳而不典也 88) 山林經濟 권 1 < 治圃 > 芥 / 계 89) 山林經濟 권 2 < 治膳 > 蔬菜 조선시대食治論 715

28 허균은 도문대작 에서원추리꽃 [ 黃花菜 ] 을먹는방법에대해북쪽의의주사람들이중국과왕래하면서배운요리법으로그맛이훌륭하다고기록적어두었다. 이또한 별미 의일종이었다. 조선후기의 산림경제 에는 넙 믈 이라고俗名을소개한후 6~7월꽃이한창필무렵, 꽃술을따버리고깨끗한물에한소끔끓여내어초를쳐서먹는다. 그담박함이송이보다좋다 고기록했다. 버섯역시야생으로부터의채취에서점차재배로전환되었다. 산림경제 에는속방으로 느릅나무, 버드나무, 뽕나무, 회나무, 닥나무는버섯이나는다섯가지나무다. 장죽 ( 漿粥 ) 을끓여나무위에붓고풀로덮어놓으면곧버섯이난다. 는정보를제공하고있다. 90) 버섯이일상의음식으로널리활용되면서버섯독에의한중독사고도늘었다. 조선후기구급방에버섯독에중독된환자를구료하는방법이증가하는것도무리가아니었다. 16세기한정의양생으로서의소식 ( 蔬食 ) 이점차일상의음식이되자, 이를시로노래하는경우도늘었다. 18세기후반김려 ( 金鑢 :1766~1821) 는일상의텃밭에서재배되고있는 10여가지의채소의功德을시로표현하였으며, 91) 다산정약용은유배지강진의초당에자그마한텃밭을꾸미고산거생활의살림을마련했다. 이는호사라기보다備急의대책이었다. 어느날매화나무아래를산책하다가잡초와잡목들이우거져있는것이보기에좋지않아손에칼과삽을들고얽혀있는것들을모두잘라버리고돌을쌓아단 ( 壇 ) 을만들었다. 그단을따라차츰차츰위아래로섬돌을쌓아올려아홉계단을만든다음거기에다채마밭을만들고이어동쪽못가로가그주변을넓히고대오 ( 臺塢 ) 도새로만들어아름다운꽃과나무들을죽심었다. 92) 일이끝나자다산은시를지어산거경제의삶을노래하였다. 자질구레한각종씨앗을뿌리고 / 播種具瑣細밭두둑을따로따로나눠놨는데 / 畦畛各牉剖씨앗이붉으레한무와 / 紫粒武候菁잎이녹색인부추에다가 / 綠髮周顒韭 90) 山林經濟 권 1 < 治圃 > 生蕈菌法 91) 藫庭遺藁 권 4 < 萬蟬窩賸藁 > 衆蔬五古 - 十韻 熊蔬菘蘅本草註葉似葵形如馬蹄爾雅似葵而香 92) 다산시문집 권 5 시一日散步梅下隱其榛蕪手持刀臿斫其纏糾砌石爲壇因緣浸染於其上下爲砌九級以爲菜圃遂至東池拓其匡廓新其臺塢列植名花佳卉因其巖石爲假山一區迤邐彎曲水泉穿瀉起功在首春送春而竣文擧兄弟實躬厥勞余亦助焉雖窮約匪分觀者歎咨僉曰洵美爲詩志喜凡八十韻 년기초연구과제총서

29 晩蔥 ( 늦파 ) 은용뿔같이싹이트고 / 晩蔥龍角茁早菘 ( 올숭채 ) 은소양처럼두툼하여 / 早菘牛肚厚쑥갓은꽃이국화모양이고 / 茼蒿花似蘜가지는열매가쥐참외같아 / 落蘇蓏如萯해바라기는폐를활기차게하고 / 魯葵工潤肺겨자는구토를멈추게하지 / 蜀芥能止嘔상치는먹으면잠을부르지만 / 萵苣雖多眠먹는채소로빼놓을수는없어 / 食譜斯有取특히토란을많이심은것은 / 蹲鴟特連畦옥삼이입맛에맞아서라네 / 玉糝頗可口빈터에도잡초만제거해버리면 / 壖地剔榛荒저절로자라는야생의나물도많아 / 旅生多野蔌곁에다명아주비름기르고 / 廊廡畜藜莧울에다구기자나무세우며 / 藩屛列杞枸고사리캐다가국끓여먹고 / 捋薇充羹滑쑥은뒀다가뜸뜨는데쓰지 / 留艾備焫炙 ( 이하생략 ) 강진읍내에서다산초당으로거주처를옮긴정약용은여러가지식물을재배하고주변들과산의식물을이용하여산림의생활을꾸려나갔다. 텃밭에심어둔가지와쑥갓과토란과쑥은음식이자약물이요뜸을뜨는데사용되었다. 개인의양생과섭생을위한食治는점차조선후기에이르면서산거생활의필수적인지식으로탈바꿈되었다. 식치를위해일상에서준비해야할일들이 산림경제 의 < 치선 ( 治膳 )> 편에자세하게설명되어있다. < 치포 > 편과더불어산림경제의중요한부분이바로 < 치선 > 편이다. 치선편의 < 서문 > 에는 텃밭을가꾸고과실을심고가축과물고기를기르는것은, 실로山居생활의빠질수없는일이다. 과실을갈무리하고채소를햇볕에말리고생선이나고기를찌거나익힌다든지차를달이고술을빚고초와장을빚는일은각각그방법이있으니일용 ( 日用 ) 에절실하지않은것이없다. 93) 고 93) 山林經濟 권 2 治膳 < 治膳序 > 治圃種果牧畜養魚固是山居之所不可闕者而若其果實之收藏疏菜之晒乾魚肉之蒸煮以至烹茶釀酒造醋沈醬各有其法無非切於日用玆錄治膳之方爲第九 조선시대食治論 717

30 강조하였다. 이하 < 치선 > 편의내용을살펴보면, 채소를갈무리하고과일을말리거나죽을만들기위해곡식과초목을가루내어보관하는방법들이대부분이다. 먼저생과 ( 生果 ) 수장법이다. 땅을깊이파고벽돌로움을만들어저장하되판자로덮으면마르지않게저장할수있다. 또한납설수 ( 臘雪水 ) 에모든실과를담가두면좋다. 이외대추의보관법은큰항아리를깨끗이씻은후행주로물기를닦고참기름 [ 香油 ] 으로항아리주둥이를고루문지른다음바닥에밤을깔고, 볏짚이나풀잎한켜에대추한켜를한복판에넣고둘레에도풀잎을사이사이놓으면벌레가슬지않는다. 배, 복숭아, 사과, 홍시등다양한과일을오래도록보관하는방법이자세하다. 94) 한편국수 [ 粉麪 ] 를만들어먹는방법을살펴보면, 대개구황식물로불릴만한연근, 연밥, 칡등을가루내어보관했다가이를곡식가루와섞어국수를만들어먹도록했다. 먼저우분 ( 藕粉연근녹말가루 ) 은, 연근굵은것을깨끗이씻어절구에짓찧어, 베로짜서즙을내고, 고운베로다시밭여가라앉혀서, 맑은물을버린후가루로만들어먹는다. 몸이가벼워지고장수한다. 또한연밥가루 [ 蓮子紛 ], 가시연가루 [ 芡仁粉 ] 는, 갓익은것을가려푹쪄서뜨거운햇볕에말리면껍질이터지니방아에찧어가루로만들어고기 [ 肉 ] 를넣고국을끓인다. 갈근분 ( 葛根粉 ) 은, 껍질을벗겨위와같은방법으로가루를만든다. 천금초 ( 千金麨 ) 의경우 초 는곧미숫가루종류를말한다. 메밀가루 [ 白麵 ] 6근, 꿀 2근, 참기름 2근, 백복령 ( 白茯苓 ) 4냥, 껍질벗긴생강 4냥, 통째로구운건강 ( 乾薑 ) 2냥, 감초 2냥을고운가루로만들어고루섞어덩어리를만들어폭쪄서그늘에말려가루로만든다. 한숟가락씩냉수에타마시면백날이지나도배고프지않을것이다. 마가루 [ 山薯麪 ] 는마를캐어껍질을벗겨얇게저며볕에말려가루내어우유나꿀에섞어먹는다. 다양한식품을가루로준비하여구황등여러가지상황에대비한것이다. 이후가루내는방법 [ 作粉法 ] 을자세하게소개하기도했다. 95) 밤죽 [ 栗子粥 ] 은밤껍질을벗겨내고쌀알만큼잘게썰어, 멥쌀 1되에밤살 2홉의비율로한데끓인다. 백합죽 ( 百合粥개나리뿌리죽 ) 의경우백합 1되를썰어꿀 1냥과같이끓여먹는다. 마죽 [ 山芋粥 ] 은껍질을벗긴후곱게가루낸후꿀과우유등과섞어뭉근한불에죽을끓여먹는다. 이외닭죽 [ 鷄粥 ] 은살찐묵은암탉을폭고아뼈를발라내고체에밭쳐기름기는걷어낸다. 간맞춘 94) 山林經濟 권 2 治膳 < 果實 > 95) 山林經濟 권 2 治膳 < 粉麪餠飴 > 년기초연구과제총서

31 멥쌀심이익은뒤에닭고기를넣고, 달걀몇알을타서한소끔끓인다. 이상죽류들은대부분산거경제의필수적인치선정보였다. 허균이별미로소개한방풍죽은더이상특별한음식이아니었다. 96) 산과들의다양한채소와나물을채취하여물에데치거나삶아말려두는것은산림경제의중요한대비였다. 따라서나물을쪄서말리는법 [ 蒸乾菜 ] 은매우중요했다. 3~4월경크고좋은나물을깨끗이씻어슬쩍말려팔팔끓는물에넣어 5~6푼익혀볕에말린다. 소금등을넣어푹끓인후볕에말리기도한다. 이를그릇에담아두었다가쓸때는참기름을치고주물러약간의초를쳐서밥위에쪄서먹는다. 이후죽순말리는법 [ 做筍乾 ], 고사리말리는법 [ 乾蕨菜 ], 평지나물말리는법 [ 晒薹菜 ], 마늘종말리는법 [ 晒蒜薹 ] 등다양한채소와식물을갈무리하는방법을자세하게소개하였다. 이처럼조선후기의 산림경제 와 임원경제지 에여전히 한정록 과명대은둔거사의類書들의식치방법이인용되고있지만그활용법과의미는기왕의것과매우달라졌다. 그리고조선후기식치정보의집대성은 임원십육지 에이르러절정에달했다. 서유구는중국과조선의방대한문헌을수집하였을뿐아니라자신의경험 [ 案說 ] 을덧붙여산림경제를위한다양한정보를정리해냈다. 특히食治와관련한지식은 < 보양지 > 와 < 인제지 > 의구황조에상세하다 仁濟 지식의집대성, 임원십육지 의救荒 서유구는자신의 임원십육지 를林園생활을위한종합백과사전으로생각했다. 97) 산림경제 의취지를모방하여정보를증보하고체계적으로분류편찬한것이다. 19세기중엽에홍한주 ( 洪翰周 ) 는 풍석서유구가만년에 임원십육지 를편찬하였는데대개근세에나온 산림경제 를따라만들었다. 더욱많은자료를모다지극히풍부하니山居經濟의서적이라할만하다. 고평가했다. 98) 그야말로임원십육지를산거경제의종합판으로평가한것이다. 서유구는 임원십육지 를이용후생의보고로만들생각이었다. 서유구역시식치의핵심으로음식의절제를강조하였다. 이는 < 보양지 > 를관통하는정신이다. 96) 山林經濟 권 2 治膳 < 粥飯 > 97) 정명현외, 2012 임원경제지 : 조선최대의실용백과사전 참조. 98) 홍한주, 智水拈筆 ( 김윤조외역, 2013, 소명출판 ) p.101 참조. 조선시대食治論 719

32 서유구는 < 論節飮飧 > 에서음식은사람에게도움이되는것을취하고자노력해야하며절검 ( 節儉 ) 을아름답게여긴다. 만일과다하면배가부르고기를단축시켜곧병이생긴다고주장했다. 따라서음식은반드시배고프기를기다리고서야먹어야한다. 먹을때에는무르게씹는것을싫어하지않아야한다. 또목마르기를기다려마셔야하며마실때에는조금씩마시는것을싫어하지않아야한다. 아주배고프지않을때에먹으면배불리먹을수없고, 혹조금목마른데마시고자하면마시는것을자주하지않게된다고보았다. 음식의절제는절대과식과폭식을해서는안된다는주의로이어진다. 대신음식은적게자주먹어야하며너무자주많이먹지않도록해야한다 [ 食欲少而數不欲頻而多 ] 는것이다. 增補山林經濟 를인용하여서유구는절제의미학을다시한번강조했다. 무릇먹을때에단지반만먹고늘부족하다는생각이들게하면이것이야말로섭양의요법 이라는것이다. 99) 서유구의濟衆의의지는 < 보양지 > 보다는 < 仁濟志 > 에더잘드러난다. 제목에도드러나듯이서유구는 濟衆 의막중한도덕적책임감을강조했다. 따라서 < 인제지 > 에서는의약과구황관련당대의정보들이거의대부분수집되어있다. 아마도 18세기후반최대의백과사전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 구황조에는산림생활의필수적인食治정보가일목요연하게정리되어있다. 먼저서유구는捄荒의 < 備豫總論 > 에서구황의핵심은미리대비하는데 [ 預備 ] 있음을강조했다. 옛날에는 3년을농사지으면반드시 1년먹을음식이있고, 9년을농사지으면 3년먹을음식이있다고하였다. 비록가뭄과홍수가있다고하더라도백성들에게는굶주린기색이없었으니알맞게쓰고예비한효과가아니겠는가? 대저일이없을때에일이있을때를대비하는것이다. 풍년이들었을때에흉년이들때를걱정하였기때문에나라에는나라의축적물이있었고, 백성들에게는백성들의축적물이있었다. 곡식이풍부할때에 1년동안한집안에서쓸것을계산하여많이남을때에는많이비축하고조금남을때에는조금비축하여적절하지않음이없었으니흉년의궁핍함을구제할수있었다.( 중략 ) 지금농사를짓는사람은눈앞에닥친것만보고먼앞날을생각하지않아한해에풍년이들어곡식이넘쳐나면스스로흡족하게여겨낭비하고함부로써서한때만잘지내면만족해서거두어놓았던곡식이점점줄어들어남음이없게된다. 약간의흉년이라도만나면모두지주에게대출을받아위기를넘기고가을에몇배로갚는다. 이것이마년되풀이되어빠 99) 임원십육지 < 保養志 > 論節飮飧 년기초연구과제총서

33 져나올수가없게된다. 간혹수확량이많다고하더라도필경잎에풀칠조차할수없을 것이니어떻게일년동안먹고살수있겠는가? 100) 서유구는산림경제의핵심이 항상여유를두어부족한것에대비하라 [ 常存有餘以備不足 ] 는여덟글자에있다고강조했다. 食治의정신으로앞서언급한 豫 는구황에이르기까지관통되고있었다. 서유구는구황을위해들과산의초목에대한정보를최대한제공함으로써이를활용할수있도록했다. < 제기총론 ( 濟饑總論 )> 즉기근을구제하는총론에서서유구는약물로서가아닌굶주림을면하도록해주는초목에대한정보를제공하는이유를자세하게설명하였다. 이세상에서자라는식물들은효용가치가없는것이없다. 그런데그것들이책에기록되어있지않다면비록노련한농사꾼이라도모두알수는없다. 그래서채집하여요리할수있는것들이모두소 양 사슴 돼지따위에게짓밟힐뿐이었다. 신농씨가풀과나무들의맛을보아그것들의차고습하고달고쓴성질을구분하여의약품을만듦으로써요절하는사람들을구하였다. 후세사람들도그덕택에목숨을연장할수있었다. 그런데본초관련서적에기록된것들은대부분병을치료하는약물이며먹어서배를채울수있는것들에관해서는언급하지않았다. 맹자는 오곡이익지않으면비름이나피만도못하다 고하였다. 수많은사람들이불행히가뭄이나홍수의피해를입어오곡이익지않으면허기를채울수있는것은비름이나피뿐이라는말이다. 만약먹을수있는것들을모두알아내어책에적어둔다면부득이하게먹을것을찾는자들로하여금씀바귀와냉이의쓰고단맛에미혹되지않게하고창포를취하고초오를버리도록함으로써오곡의부족을보충할수있을것이다. 그러므로이것이어찌구황에보탬이되지않겠는가. 101) 오곡이익지않으면피나비름만못한것이다. 따라서먹을수있는모든것들을상세하게책에기록하여제공한다면수많은인민들이잘못된것을먹고죽거나다치지않을수있다는것이다. 서유구가제공한구황을이기는식치정보는매우체계적이었다. 그는초목을이용하는방법을 1 초목을먹는방법 [ 食草木方 ], 2 절인채소를먹는방법 [ 食虀菜方 ], 3 미숫가루나죽으로이용하 100) 임원십육지 < 인제지 > 救荒 101) 임원십육지 < 인제지 > 濟饑總論 조선시대食治論 721

34 는방법 [ 食粃糝方 ], 4 잎을먹을수있는것 [ 葉可食一百二十八種 ], 5 뿌리를먹을수있는것 [ 根可食二十一種 ], 6 열매를먹을수있는것 [ 實可食三十七種 ], 7 꽃을먹을수있는것 [ 花可食四種 ], 8 줄기를먹을수있는것 [ 莖可食三種 ], 9 순을먹을수있는것 [ 筍可食一種 ], 10 뿌리와잎을모두먹을수있는것 [ 根葉皆可食一十二種 ], 11 잎과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葉實皆可食三十九種 ], 12 뿌리와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根實皆可食五種 ], 13 꽃과잎을모두먹을수있는것 [ 花葉皆可食三種 ], 14 뿌리와순을모두먹을수있는것 [ 根筍皆可食三種 ], 15 뿌리와꽃을모두먹을수있는것 [ 根花皆可食二種 ], 16 순과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筍實皆可食一種 ], 17 꽃과잎그리고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花葉及實皆可食一種 ], 18 잎과열매그리고껍질을모두먹을수있는것 [ 葉實及皮皆可食二種 ] 등으로구분하여상세하게정리하였다. 102) 이하에서는 < 인제지 > 구황조의초목활용법을자세하게설명하고자한다. 1 초목을먹는방법 [ 食草木方 ] 두충 복령 감초 형개를같은양으로가루내어벽오동씨크기의환을만든다. 수알씩꼭꼭씹어서복용하면초목을먹고도허기를채울수있다. 또한먼저벽운초를먹으면이후모든초목의입을먹을수있다. 2월이후에는밭나물 산나물 박달나무잎 느티나무잎 쑥등으로모두허기를채울수있다. 그러나반드시곡식가루와섞어서먹어야살수가있다. 곡식없이풀만먹으면생명을유지할수가없다. 그러므로곡식이조금있을때미리아껴두었다가다른것들과섞어서먹도록해야하며완전히떨어지게해서는안된다. 103) 2 절인채소를먹는방법 [ 食虀菜方 ] 채소를깨끗이씻어항아리에담는다. 그리고보리가루를끓는물에넣어매우묽게탄물을채소위에부어돌로눌러둔다. 소금을사용하여절이지않는다. 이렇게 6~7일이지나면채소의색이누렇게변하고맛도약간시어져서절인채소 [ 黄虀 ] 가된다. 이후채소를이물에넣으면절인채소가되는데, 이절인채소를꺼내어썰어서쌀을넣고죽을끓여먹는다. 쌀 2되가 3되분량의역할을한다. 비록쌀만먹음으로써영양분을공급받는것만은못하지만그런대로죽음은면할수있으니흉년에절약하는방법이다. 104) 102) 이규경은 19 세기초반 五洲衍文長箋散稿 에서 < 山野荒政辨證說 > 이라하여이상의구황식물에대해상세하게고증하고있다. 103) 仁濟志 권 28 附餘捄荒 食草木方 104) 仁濟志 권 28 附餘捄荒 食虀菜方 년기초연구과제총서

35 3 미숫가루나죽을먹는방법 [ 食粃糝方 ] 먼저쌀겨로미숫가루를만들어먹으면주리지않는다. 서유구는 본초강목 을인용하여, 강 ( 糠 ) 은여러곡식의껍질이며쌀처럼고운것을비 ( 粃 ) 라고하는데맛이매우달다. 사람들은흉년이들면대개콩가루혹은식용이가능한초목의꽃과열매를이것과섞은다음덩어리를만들어쪄먹으며배고픔을견딘다. 고했다. 한편가루 [ 糁 ] 의경우, 메밀꽃과콩잎을껍질채가루내어곡식가루와함께쪄먹으면좋다. 만약이런것들이없으면곡식의뿌리를곱게갈아서섞어먹어도굶주림을면할수있다. 이렇게쌀한되를가지고쌀가루두되 5홉을만들수있다. 보리의까끄라기를제거하고껍질채볶아서가루를만들면두되를낼수있다. 조와기장도마찬가지이다. 대개쌀한되로쌀가루두되 5홉을만들면 25명을먹일수있다. 쌀한말로는 250명을먹일수있다. 만약한사람에게만준다면넉달을먹일수있으며서말의쌀로 1년을먹일수있다. 105) 4 잎을먹을수있는것 [ 葉可食一百二十八種 ] 서유구는 구황본초 를인용하여잎을먹을수있는 128종의식물을소개하고있는데이를 草類 와 菜類 로구분하였다. 먼저草類 96가지이다. 소계 ( 小薊, 조뱅이 ), 대계 ( 大薊, 엉겅퀴 ), 우슬 ( 牛膝, 쇠무릅 ), 편축 ( 萹蓄, 마디풀 ), 송람 ( 菘藍 ), 구맥 ( 瞿麥, 패랭이꽃 ), 홍람 ( 紅藍, 잇꽃 ), 훤초 ( 萱草, 원추리 ), 차전초 ( 車前草, 질경이 ), 홍초 ( 葒草 ), 황기 ( 黃芪 ), 위령선 ( 威靈仙, 큰꽃으아리 ), 마두령 ( 馬兜鈴, 쥐방울덩굴 ), 선복화 ( 旋覆花, 금불초 ), 방풍 ( 防風 ), 익모초 ( 益母草 ), 택칠 ( 澤漆, 등대풀 ), 초장초 ( 酢將草, 괭이밥 ), 사상자 ( 蛇床子, 뱀도랏 ), 회향 ( 茴香 ), 하고초 ( 夏枯草 ), 고본 ( 藁本 ), 시호 ( 柴胡, 묏미나리 ), 누로 ( 漏蘆 ), 용담초 ( 龍膽草 ), 서미초 ( 鼠尾草, 깻꽃 ), 전호 ( 前胡 ), 지유 ( 地楡, 오이풀 ), 천궁 ( 川芎 ), 율초 ( 葎草, 환삼덩굴 ), 각호 ( 角蒿 ), 연교 ( 連翹, 개나리 ), 길경 ( 苦莄, 도라지 ), 촉양천 ( 蜀羊泉 ), 마린 ( 馬藺, 꽃창포 ), 희렴 ( 豨薟, 진득찰 ), 택사 ( 澤瀉, 쇠태나물 ), 독소 ( 獨掃 ), 토아산 ( 免兒酸 ), 염봉 ( 鹽蓬 ), 여호 ( 閭蒿 ), 수와거 ( 水萵苣 ), 금잔채 ( 金盞菜 ), 수랄채 ( 水辣菜 ), 아총 ( 鴉蔥 ), 계관채 ( 鷄冠菜 ), 미호 ( 米蒿 ), 금잔아화 ( 金盞兒花 ), 천굴채 ( 千屈菜 ), 음양곽 ( 淫羊藿 ), 전도고 ( 翦刀股 ), 파사지갑채 ( 婆唆指甲蒂 ), 철간호 ( 鐵杆蒿 ), 수소자 ( 水蘇子 ), 풍화채 ( 風化菜 ), 날랄채 ( 辣辣菜 ), 모련채 ( 毛蓮菜 ), 봉선화 ( 鳳仙花 ), 내경채 ( 耐驚菜 ), 우점아애 ( 雨點兒菜 ), 백굴채 ( 白屈菜 ), 차근채 ( 扯根菜 ), 수락려 ( 水落藜 ), 절절채 ( 節節菜 ), 야애호 ( 野艾蒿 ), 근근채 ( 堇堇菜 ), 파사납 ( 婆娑納 ), 야회향 ( 野茴香 ), 혈자화채 ( 蠍子花菜 ), 백호 ( 白蒿 ), 야분단아 ( 野粉團兒 ), 회회산 ( 回回蒜 ), 지괴채 ( 地槐菜 ), 니호채 ( 泥胡菜 ), 토아사 ( 免兒絲 ), 노관근 ( 老鸛筋 ), 교고람 ( 絞股藍 ), 포낭호 ( 怖娘蒿 ), 수호로 ( 水胡蘆 ), 호창이 ( 胡蒼耳 ), 수극침묘 ( 水棘針苗 ), 계조채 ( 鷄爪菜 ), 맥람채 ( 麥藍菜 ), 번백채 ( 翻白菜 ), 독행채 ( 獨行菜 ), 타백 105) 仁濟志 권 28 附餘捄荒 食虀菜方 조선시대食治論 723

36 련묘 ( 拖白練苗 ), 성수채 ( 星宿菜 ), 수사의 ( 水蓑衣 ), 철선초 ( 鐵線草 ), 토아미묘 ( 免兒尾苗 ), 지금묘 ( 地錦苗 ), 야서과묘 ( 野西瓜苗 ), 향다채 ( 香茶菜 ), 방우아묘 ( 牻牛兒苗 ), 양각채 ( 羊角菜 ), 화상채 ( 和尙菜 ) 다음菜類 24종이다. 합환목 ( 合歡木 ), 목근 ( 木根 ), 백양 ( 白楊 ), 춘수 ( 椿樹 ), 촉초 ( 蜀椒 ), 청강수 ( 靑岡樹 ), 자추수 ( 刺楸樹 ), 운대 ( 芸薹 ), 현채 ( 莧菜 ), 고거 ( 苦苣 ), 마치현 ( 馬齒莧 ), 고매 ( 苦蕒 ), 군달 ( 莙薘 ), 아호 ( 邪蒿 ), 동호 ( 茼蒿, 쑥갓 ), 규 ( 葵 ), 요아채 ( 蓼芽菜 ), 목숙 ( 苜蓿 ), 박하 ( 薄荷 ), 형개 ( 荊芥 ), 수근 ( 水芹 ), 향채 ( 香菜 ), 은조 ( 銀條 ), 안래홍 ( 雁來紅 ), 화염채 ( 火焰菜 ), 수개채 ( 水芥菜 ), 야개채 ( 野芥菜 ), 알람채 ( 遏藍菜 ), 남개채 ( 南芥菜 ), 포공영 ( 蒲公英 ) 이다. 잎을이용하는草와菜는주로어린잎등을채취하여물에담가쓴맛혹은신맛을제거하고이용하도록권장하였다. 가령 촉양천 ( 蜀羊泉 ) 에대한설명을보자. 일명청기라고하며들판에자란다. 높이는 2자남짓하다. 잎은국화잎과비슷하나조금크다. 보라색꽃이피고씨앗은구기자와비슷하며익지않았을때는푸른색이나익고나면붉은색을띤다. 연한잎을따서데쳐물에담가쓴맛을없애고깨끗하게헹군다음기름이나소금을넣어조리후먹는다. 고했다. 106) 특별히먹는데주의할사항이있는경우이를특별히상기하도록했다. 용담초 ( 龍膽草 ) 에대한설명을보면, 잎을따서데쳐물에담가물을갈아주며헹구어쓴맛을없앤다음기름과소금을넣어조리한다. 빈속에먹으면소변을참을수없으므로먹지말아야한다. 107) 고하여빈속에먹을경우문제가발생할수있다고주의하였다. 혹은독소 ( 獨掃 ) 의경우에도 싹과잎은대나무와비슷하다. 연한잎을따서데쳐물에담갔다가깨끗하게헹군후조리하여먹는다. 햇볕에말려서데쳐먹으면배탈이나지않고더욱좋다. 고하여배탈이나지않도록하는방법을강조했다. 마지막으로군달 ( 莙薘 ) 은 많이먹으면배탈이난다 든지화상채 ( 和尙菜 ) 는 어떤경우많이먹으면얼굴이붓기때문에많이먹어서는안된다. 는경험담을기록해두었다. 일부부작용사례를특별히기록하여주의하도록했다. 5 뿌리를먹을수잇는것 [ 根可食二十一種 ] 한편, 서유구는뿌리를먹을수있는 21 가지의식물을소개하였다. 먼저도라지이다. 뿌리를캐서깨끗하게씻고문드러지도록삶는다. 이것을베자루에넣고물에 106) 仁濟志 권 28 附餘捄荒 葉可食一百二十八種 참조. 107) 上同 년기초연구과제총서

37 담가밟아주면쓴맛을모두없앨수있다고보았다. 여기에곡식가루를섞어밥을짓거나밥위에쪄서먹는방식을권장했다. 곡식을넣지않고먹어도굶주리지않는다고설명하였다. 다음사삼 ( 沙蔘, 더덕 ) 이다. 뿌리를캐어물에담갔다가아주깨끗하게씻은다음물을갈고삶아서쓴맛을없앤다. 다시물을넣고푹익도록삶아서먹는다. 역시쓴맛을제거하기위해물에충분히담가두도록했다. 백합뿌리를이용하는방법이다. 백합 ( 白合 ) 의뿌리를캐서삶아먹는데, 쪄서꿀과함께먹거나가루내어먹는방법을소개하였다. 상륙 ( 商陸, 자리공뿌리 ) 의뿌리를역시물에담가씻어낸후먹는방법, 맥문동 ( 麥門冬 ) 의뿌리를캐서물에담가물을번갈아갈아주면서쓴맛을제거한후먹는방법, 모시뿌리 [ 苧根 ] 를캐서껍질을깎아내고씻은없앤다음푹삶아서먹으면달고맛있다고했다. 창출 ( 蒼朮 ) 도살지고마디가성긴뿌리를캐서물에담가두어나쁜맛을엾앤다음경단을만들어먹는다고했다. 복자근 ( 葍子根 ) 도뿌리를캐서깨끗하게씻은후쪄먹는다. 햇볕에말려절구에찧은후밥을해먹거나가루내어떡을쪄먹어도된다. 다음무수근 ( 䓮嫂根 ) 이다. 물가의저습지에무리지어자라는데뿌리를캐어문질러서주름과털을제거한후깨끗하게헹군다음쪄먹는다고했다. 노아산 ( 老鴉蒜 ) 역시물가의저습지에자라는데, 뿌리는마늘처럼여러쪽이뭉쳐있으며맛은달다. 이를캐어데쳐물에담갔다가깨끗하게행군다음먹는다고했다. 산나복 ( 山羅蔔 ) 은산에서자라는무의일종이다. 뿌리는가호나복 ( 家胡蘿葍 : 당근 ) 보다더가늘고작은데맛은달다. 뿌리를캐서깨끗하게씻고껍질을벗겨서먹는다. 생것으로먹어도좋다. 다음장아채 ( 樟牙蔡 ) 이다. 뿌리는짙은회색이며단맛이며, 뿌리를캐어깨끗하게씻어삶은후에먹는다. 야호나복 ( 野胡羅蔔 ) 이다. 호나복은당근을말하는데조선후기에재배하는가호나복 ( 家胡蘿葍 ) 과야호나복이있었던것으로보인다. 싹과잎이가호나복보다더가늘고작으며, 뿌리를캐서깨끗하게씻고껍질을벗겨서먹는다고했다. 이외뿌리를이용할수있는식물은번백초 ( 翻白草 ), 감로자 ( 甘露子 ), 지조아 ( 地爪兒 ), 그리고토란 [ 芋 ], 발제 ( 葧臍 ) 등이있다. 서유구는마지막으로고구마를소개하였다. 감저근 ( 甘藷根 ): 생것 조선시대食治論 725

38 으로먹어도되고, 쪄먹어도되고삶아먹어도되고구워먹어도된다. 잘게썰어햇볕에말린후죽을끓여먹어도좋다. 이상의뿌리를먹을수있는식물을서유구는 菓類 로분류하였다. 108) 6 열매를먹을수있는것 [ 實可食三十七種 ] 열매를먹을수있는식물은모두 37종이다. 먼저질려자 ( 蒺藜子 ) 는열매를따서누렇게될정도로볶은후찧어서가루로만든다음떡을만들거나쪄서먹는다. 다음계안초 ( 鷄眼草 ) 이다. 좁쌀만한열매가열리는데이를이용하여죽을끓이거나밥을지어먹는다. 혹은가루로갈아떡을만들어먹을수있다고했다. 사과 ( 絲瓜 ) 는수세미의일종으로열매를데친후씻어내고조리하여먹을수있다. 지각아 ( 地角兒 ) 의경우어린열매를그대로먹거나성숙한경우삶아서콩처럼먹는다. 이외마박아 ( 馬瓟兒 ) 는달걀보다조금작은열매가열리는데신맛의열매를그대로먹는다거나지초과 ( 地梢瓜 ) 처럼어린열매를따서데쳐두었다고먹는경우도있다. 금려지 ( 錦荔枝 ) 는푸를때오이나참외처럼날로먹을수있다. 이상 8가지는모두草類이다. 다음대추는그대로먹거나삶아서먹는다. 가장유용한구황식물은도토리다. 서유구는도토리를주워물에담근후 15차례물을바꾸어행구어주어야떫은맛을제거할수있다고설명했다. 그는도토리를가루로제조하여두면 [ 진분천화분 ( 眞粉天花紛 )] 곡식과다를바없을정도로유효하다고강조했다. 따라서 구황방 을인용하여 곡식가루와같이먹으면목숨을연장할수있다. 거나 증보산림경제 를인용하여 바로삶아서햇볕에말리면벌레가생기는것을막을수있다. 물에담가떫은맛을없애고햇볕에말린후가루내어죽을끓여먹거나떡을만들어먹으면좋다. 는내용을소개했다. 이처럼대부분의열매는따서물에담가쓴맛등을제거한후말려서가루로활용하는것이다. 이외산수유 ( 山茱萸 ) 나무화과 ( 無花果 ), 백당자 ( 白當子 ), 길리자 ( 吉利子 ) 등의경우는익은열매를그대로먹을수있다고설명했다. 한편콩종류로들판에서자라는 야완두 ( 野豌豆 ) 는콩을삶아먹거나갈아서가루로사용한다. 산편두 ( 山扁豆 ) 역시들에서자란다. 콩이익으면삶아먹는다고했다. 들에서자라는회회두 ( 回回豆 ) 는조협 ( 皁莢 ) 과비슷한잎이지만톱니가있는데, 작은콩이달리는단맛이나는데삶아먹도록했다. 호두 ( 胡豆 ) 는역시삶거나가루내어먹을수있다. 잠두 ( 蠶豆 ) 는붉은색콩이열리는데삶거나볶아먹을수있다. 108) 이상은 仁濟志 권28 附餘捄荒 根可食二十一種 년기초연구과제총서

39 이외피와같은야생의곡류를활용하는방법이다. 유초 ( 유草 ) 는들에자라는데싹과잎은곡류와비슷하다. 가지끝에서부드러운털이달린이삭이열리는데이를수확하여가루내어죽을쑤어먹도록했다. 야서 ( 野黍 ) 역시들판에서자라는기장이다. 대개집에서경작하는기장과비숫하지만이삭이작다고했다. 이를수확하여절구에찧어겨를까불린후가루내어경단을만들어먹도록했다. 연맥 ( 燕麥 ) 은들판에서자라는보리다. 낱알은매우작지만맛이달기에이를수확하여가루내어먹을수있다. 이처럼곡류로 11가지를활용할수있다. 과일종류로앵도 ( 櫻桃, 앵두 ), 호도 ( 胡桃 ), 시 ( 枾, 감 ), 리 ( 梨, 배 ), 포도 ( 葡萄 ), 욱리 ( 郁李, 산앵두 ), 목과 ( 木瓜, 모과 ), 산포도 ( 山葡萄 ), 매실 ( 梅實 ) 등의열매를따서먹도록했다. 흥미로운점은배 [ 梨 ] 의경우단단하여아직익지않은경우는삶아먹을수있다고했으며익은경우에도쪄먹는다고햇다. 혹껍질을벗기고햇볕에말려가루를만들어보관했다고먹는방법도소개하고있다. 109) 7 꽃을먹을수있는것 [ 花可食四種 ] 꽃을먹을수있는식물은납매 ( 蠟梅 ), 등화채 ( 藤花菜 ), 추수화 ( 楸樹花, 노다무꽃 ), 금계아 ( 錦鷄兒, 골담초 ) 등을소개하였는데대부분꽃을따서끓는물에데친후복용하도록했다. 차로금계아의경우차로마실수도있다고설명했다. 110) 8 줄기를먹을수있는것 [ 莖可食三種 ] 줄기를먹을수있는식물은흑삼릉 ( 黑三稜 ), 행사채 ( 荇絲菜 ), 수자고 ( 水慈菰 ) 3 종을설명햇다. 9 순을먹을수있는것 [ 筍可食一種 ] 죽순 은자연의곡식이라할만큼훌륭한구황음식이다. 서유구는 대나무는밀이삭같은열매를맺는다. 맛과냄새가나지않고떫으며밥을지어먹을수있다. 강소와절강지역의사람들은이를죽미 ( 竹米 ) 라고한다. 또한 대나무열매를자연곡 ( 自然穀 ) 이라한다. ( 중략 ) 산속에사는사람들은집집마다수십곡 ( 斛 ) 을거두어서먹을거리로삼아흉년에큰보탬이되었다. 고강조했다. 111) 109) 이상은 仁濟志 권 28 捄荒 實可食三十七種 110) 仁濟志 권 28 捄荒 花可食四種 111) 仁濟志 권 28 捄荒 筍可食一種 조선시대食治論 727

40 10 뿌리와잎을모두먹을수있는것 [ 根葉皆可食一十二種 ] 뿌리와잎을먹을수있는식물은모두 12종이다. 최고의식치음식으로자고 ( 茨菰 ) 를꼽을수있다. 서유구는 뿌리채뽑아껍질을벗긴후깨끗하게씻은후데쳐서떫은맛을없앤다음쪄서먹는다. 혹위유 ( 萎蕤 ) 향호 ( 香蒿 ) 와함께아주문드러지도록삶는데숙지황처럼검은색이될때까지한다. 이를볶은콩가루와섞어서먹으면더욱달고맛있다. 흉년이든해에사람들은 4월과 5월무렵묵은곡식은떨어지고햇곡식이아직나오지않을때이것으로양식을대신하는데구황에정말로좋은식품 이라고칭송했다. 자고는 무릇 으로신선태을자금단방을만드는원료이기도하다. 다음황정 ( 黃精 ) 역시뿌리와잎을모두먹을수있다. 또꽃과열매도모두먹을수있다. 다만구하기어려운단점이있다. 지황 ( 地黃 ) 은잎을따서국을끓여먹거나, 뿌리를캐어물에담갔다가깨끗하게씻어아홉번찌고햇볕에말린다음먹는다. 우방 ( 牛蒡, 우엉 ) 은잎을따서데쳐물에담가쓴맛을제거하고깨끗하게헹군다음조리하여먹는다. 뿌리도캐서씻은후삶아먹을수있다고했다. 원지 ( 遠志 ) 는싹과잎을따서데쳐물에담가쓴맛을없앤후먹을수있고, 뿌리를캐어역시물에담가쓴맛을제거한후삶아서먹을수있다. 저초 ( 菹草 ) 는못에서자라는데뿌리를캐어잘게썰어데친이후에쌀을넣고죽을쑤어먹을수있다. 수두아 ( 水豆兒 ) 의경우싹과뿌리를캐어삶아먹을수있다고설명했다. 이외수총 ( 水蔥 ), 택산 ( 澤蒜 ), 누자총 ( 樓子蔥 ), 석구 ( 石韭 ), 수라복 ( 水蘿蔔 ) 등은모두잎과뿌리를먹을수있다고설명하였다. 112) 11 잎과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葉實皆可食三十九種 ] 먼저草類 12가지이다. 양제 ( 羊蹄 ) 는이른바소루쟁이로 산림경제 에서는텃밭에이를심어두었다가계속해서먹도록권장했다. 113) 어린싹과잎을따서데친후먹을수있으며, 익은열매를찧어가루내어먹을수있다고했다. 창이 ( 蒼耳, 도꼬마리 ) 는어린싹과잎을따서데친후먹거나열매를볶은후가루내어쪄먹을수있다. 산장 ( 酸獎, 꽈리 ), 천근 ( 茜根 ) 의경우잎을데쳐서먹고열매는그대로먹는다. 왕불류행 ( 王不留行 ), 백미 ( 白薇 ), 봉자채 ( 蓬子菜 ) 는연한잎을데쳐서먹거나, 열매는가루내어먹을수있다. 이외들판에서자라는미포대 ( 米布袋 ) 의잎을데쳐먹 112) 이상은 仁濟志 권 28 捄荒 根葉皆可食一十二種 113) 山林經濟 권 1 < 治圃 > 種羊蹄根 년기초연구과제총서

41 거나, 씨앗을삶아먹는다. 용규 ( 龍葵 ) 의잎은데쳐서먹고씨앗은익었을때따먹는다. 고오두 ( 苦烏豆 ) 의잎은데쳐서먹고, 씨앗은물에담가쓴맛을제거하고볕에말려가루내어먹는다. 구각채 ( 狗脚菜 ) 역시마찬가지이다. 이상은이다. 한편, 구기 ( 狗杞 ) 의경우잎을데쳐먹고국을끓여먹으며, 열매는익었을때먹을수있다. 잣나무 [ 栢 ] 의경우잎과잣을모두먹을수있다. 조협수 ( 皁莢樹 ) 도어린싹을따서데쳐물에담가물을갈아주며씻고깨끗하게헹군다음먹을수있으며, 씨앗은볶은후껍질을제거한후삶아먹는다. 저수 ( 楮樹 ), 자수 ( 柘樹 ), 양도 ( 洋挑 ) 모두잎과열매를먹을수있다. 서유구는메밀을특별히강조했다. 흉년을대비하는가장좋은식치음식으로꼽았다. 교맥 ( 蕎麥, 메밀 ) 은싹과잎을따서데쳐먹는다. 혹은쪄서햇볕에말린후깍지가벌어지면절구질을하여밥을지어먹는다. 혹가루내어떡을만들어쪄먹어도된다 고설명하고, 메밀꽃과콩잎을껍질채가루내어곡식가루와섞어죽을만들거나쪄먹으면아주좋다. 또 메밀의줄기와잎이반쯤익어부드러울때베어말린후함께잘게썰어볶고찧는다. 이를체에친가루를물에타서먹는다. 1사발 [ 鉢 ] 이면밥한그릇 [ 盂 ] 에해당되어식사를대신할수있다. 고했으니꽃 열매 줄기 잎을모두먹을수있는메밀이야말로흉년을대비하는가장좋은음식이라고칭송했다. 114) 이외, 적소두 ( 赤小豆, 붉은팥 ), 마분 ( 麻蕡 ), 유마 ( 油麻, 깨 ), 임자 ( 荏子, 들깨 ), 도두 ( 刀豆, 작두콩 ), 자강두 ( 紫豇豆, 강낭콩 ), 산흑두 ( 山黑豆 ) 등깨와콩종류를모두잎과열매를먹을수잇는식물로소개하였다. 특히콩의종류와활용법이두드러진다. 가령산흑두의경우싹이재배하는가흑두 ( 家黑豆 ) 와비슷하다고설명하고, 자세하게생김새를보충했다. 세장의잎이한곳에서나는데가운데큰잎은녹두잎과비슷하고옆의두잎은흑두잎과비슷하나약간둥근다. 콩은아주작은데맛은약간쓰다. 연한싹과잎을따서데쳐물에헹구어쓴맛을제거한후먹는다. 콩은삶아서먹는다고소개했다. 강두와자강두는강낭콩의일종으로보이는데콩깍지를삶아먹을수있다고설명하고있다. 이외석류 ( 石榴 ) 나행수 ( 杏樹, 살구나무 ), 조수 ( 棗樹, 대추나무 ), 도수 ( 桃樹, 복숭아나무 ) 등의경우도잎과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식물로소개했다. 특히대추는그쓰임새가많았다. 서유구는 나의생각에 [ 案 ] 붉은대추, 노란밤, 호도, 말린감을모두껍질과씨를제거하고함께찧어떡을만들거나햇볕에말려서보관하면흉년을대비할수있다. 또생밤을구워먹으면배고픔을참을수있다고했으니대추와밤은흉년을대비하는가장좋은식품이다. 115) 라고소개하였다. 114) 仁濟志 권 28 捄荒 葉實皆可食三十九種 조선시대食治論 729

42 복숭아의경우도잎을따서데쳐먹을뿐아니라열매를얇게저며말린후가루내어보관하면후일의쓰임에대비할수있다고보았다. 116) 12 뿌리와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根實皆可食五種 ] 뿌리와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은 5종이다. 먼저과루 ( 瓜蔞, 하늘타리 ) 의경우뿌리를캐어가루내어떡을만들어먹거나죽을끓여먹으면아주달다. 전자 ( 甎子 ) 는물가에서자라는데씨앗을가루내어먹는다. 뿌리를캐어깨끗하게씻은다음삶아먹거나가루내어먹는다. 연 ( 蓮 ) 의뿌리 [ 연근 ] 은데쳐먹거나날로먹거나가루내어먹는다. 가루와조를섞어밥을지어먹는다. 검 ( 芡, 가시연 ) 의뿌리와줄기를데쳐먹을수있다. 열매를찐다음햇볕에말린후가루내어떡을만들어먹거나날로먹는다. 갈대 [ 蘆 ] 의순과뿌리를데쳐서먹는다. 117) 13 꽃과잎을모두먹을수있는것 [ 花葉皆可食三種 ] 국 ( 菊, 국화 ) 잎과줄기를채취한다. 향기가좋고맛이달다. 잎을데쳐먹거나국을끓여먹는다. 꽃도데치거나볶아서먹을수있다. 인동 ( 忍冬 ) 의꽃을채취하여기름과소금을넣어조리하여먹는다. 연한잎을물을갈아가면쓴맛을제거한후조리하여먹을수있다. 이상 2가지는草類이다. 나머지하나는괴화 ( 槐花, 회화나무 ) 이다. 잎을데쳐서먹거나꽃을볶아먹을수있다. 農政全書 를살펴보면晉人들은槐葉의낙엽마저도주워다가밥을지어먹었다. 한가지방법은회화나무어린싹을데쳐서기와위에놀려두어말린후다시데친다. 이렇게 3번을하면쓴맛을완전히제거할수있다. 서유구는이렇게들과산의초목류의잎을먹기위하여쓴맛을제거하는방법을자세하게소개하고있다. 물에데치고말리기를세번이상하면대부분의쓴맛을제거할수있다고보았다. 118) 14 뿌리와순을모두먹을수있는것 [ 根筍皆可食三種 ] 먼저향포 ( 香蒲 ) 이다. 뿌리부분의흰순을채취하여껍질을벗기고깨끗하게씻은다음데쳐서기름과소금등으로조리하여먹는다. 쩌먹을수있다고도했다. 다음갈대 [ 蘆 ] 이다. 연한순을채취하여데친후먹을수있으며, 띠풀 [ 茅 ] 의경우도새순을채취하여껍질을벗긴후먹는데어린아이에게좋다고설명했다. 119) 115) 上同 116) 이상은 仁濟志 권 28 捄荒 根葉皆可食一十二種 117) 仁濟志 권 28 捄荒 根實皆可食五種 118) 仁濟志 권 28 捄荒 花葉皆可食三種 년기초연구과제총서

43 15 뿌리와꽃을모두먹을수있는것 [ 根花皆可食二種 ] 칠과하수오이다. 먼저갈 ( 葛, 칡 ) 은땅속깊이박힌뿌리를캐서물에담갔다가깨끗하게씻은후쪄먹어도되고가루내어쪄먹어도된다. 그리고꽃을따서햇볕에말린후데쳐먹어도된다고소개했다. 특히서유구는 칡뿌리는깨끗이씻고껍질을벗겨문드러지도록찧은다음쌀가루와섞어밥과죽을지어먹을수있다. 고보았다. 한편하수오 ( 何首烏 ) 역시뿌리를캐어흙을씻어내고대나무칼로썰어서쌀뜨물에하룻밤담가두면쓴맛을제거할수있다. 다음에쪄먹으면된다. 하수오꽃을데쳐서먹을수있다고설명했다. 120) 16 순과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筍實皆可食一種 ] 교 ( 茭 ) 는줄풀의일종으로순을따서데쳐서먹거나, 씨앗을가루내어좁쌀을섞어죽을끓이면기근을구제할수있다고설명하였다. 121) 17 꽃과잎그리고열매를모두먹을수있는것 [ 花葉及實皆可食一種 ] 당리 ( 棠梨, 팥배나무 ) 의꽃을따서데쳐먹거나햇볕에말린후가루내어떡을만들어먹는다. 열매는서리가내린후익을때따먹으면맛이아주좋다. 122) 서유구는팟배나무의가지와잎이곽란과토사를치료한다고설명하였다. 123) 18 잎과열매그리고껍질을모두먹을수있는것 [ 葉實及皮皆可食二種 ] 잎과열매그리고껍질을모두먹을수있는식물은구황의식치식물로적합하다고할수있다. 서유구는메밀을칭송하면서꽃과잎, 열매등버릴것이없다고했기때문이다. 먼저상수 ( 桑樹, 뽕나무 ) 이다. 익은오디를따서먹는다. 혹오디를푹고은후뽕잎위에널어햇볕에말린다음찧어서떡을만들어보관한다. 잎은연하거나세거나막론하고모두데쳐먹을수있다. 흰껍질은볶은후가루내어먹을수있다고했다. 119) 仁濟志 권 28 捄荒 根筍皆可食三種 120) 仁濟志 권 28 捄荒 根花皆可食二種 121) 仁濟志 권 28 附餘捄荒 筍實皆可食一種 122) 仁濟志 권 28 附餘捄荒 花葉及實皆可食一種 123) 仁濟志 권 25 收採時令棠梨팟 ( 案 ) 諸家本草實酸甘濇寒無毒燒食止痢枝葉治霍亂吐瀉又案名狀見晩學志 조선시대食治論 731

44 느릅나무 [ 楡樹 ] 역시버릴것이없는식물이다. 튼튼한어린잎을따서데쳐물에담갔다가깨끗하게헹군다음먹거나, 느릅나무열매는죽을끓여먹으면좋다. 다만잠이많이올수있다고설명했다. 나무껍질은속안의연한부분을취하여잘게부수어햇볕에말려불에볶은후가루내어사용한다. 이가루를곡식의싸라기와섞어서쪄먹는다. 매끄러운부분을취하면먹기가수월하다. 뿌리와껍질도가루내어먹을수있다. 이외에도서유구는각종辟穀의기술들을소개함으로써구황을이겨내는방법을총정리하고있다. 이처럼 16세기중엽은둔淸士를위한섭생의食治는산림경제를꾸리는필수적인지식으로전환하였고, 신선이되려는仙家의辟穀처방은배고픔을구하는구황의기술로둔갑하였다. 4. 결론 지금까지조선의식치론을 한정의섭생 으로부터 濟衆의必知 로전개되는과정을중심으로살펴보았다. 조선의성리학은음양의조화를통해氣를단련하고, 氣로표현되는욕망의조절을통해養性을꾀하였다. 그리고이러한절제와조화의모색은개인의건강으로부터시작하여濟家와治國을위한논리로적용되었다. 개인이나사회그리고이를넘어선국가모두문제 [ 頉 ] 가생기기전에미리대비하는예방책이필요하고이것이야말로말단이아닌근본의대책이자치료법이라는생각이다. 성리학의憂患의식과더불어절제와조화의의미를잘담아내고있는개념이바로 食治 라할수있다. 식치 란글자그대로해석하자면단순히음식으로치료한다는의미이지만조선의역사적맥락에서식치의의미는약물로치료하기에앞서음식의절제와조화를통해건강을미리주의한다는깊은뜻을담고있었다. 음식의절제 [ 절 ] 와조화 [ 화 ] 를통해질병을예방 [ 예 ] 한다는의미이다. 15세기세조에의해제시된식의, 식치의개념은 16세기를통해중국명대의淸言과은둔淸士의삶을동경하는삼교회통의사상적경향으로인해은둔처사의산림경제를위한섭생의논리로발전해갔다. 동의보감 이三敎會通論역시이러한 16세기중 후반의역사적조건과연관되어있었다. 그러나조선후기로가면서점차한정의양생으로서의식치논의대신에실제산거생활에필요한지식의요구가늘어갔다. 이를가장잘대변하고있는서적이바로 산림경제 이다. 16 세기중반의산림경제와달리 18세기의산림경제는실제향촌사회에서살아가야하는사족들과일 년기초연구과제총서

45 반민들을위한 濟衆의必知 들을다루고있다. 때문에허균이소개한별미의식치음식들은향촌사회에서기근을이겨내는구황의기술과治膳의방법으로전환하였다. 18세기후반서유구는 林園 생활의필수적인정보들을집대성하려는계획을세우고이를통해자신의 濟衆 의의지와책임감을드러내보였다. 그가편찬한 임원경제지 는바로제중의필지를최대한수집하여제공하려는취지의결과였다. 그성과는 < 인제지 > 에고스란히담겨있다. 서유구는조선후기에개발된수많은구급처방들을수집할뿐아니라중국명 청대의선진의학정보를수입하여정리함으로써산림경제에필요한정보들을제공하였다. 뿐만아니라 산림경제 에서충분히다루지못한구황의대책들을증보함으로써 인제 의목적을완성할수있었다. 조선시대食治論 733

46 < 참고문헌 > 신승운, 1983 < 산림경제고 > 圖書館學 1-1 한복려, 2003 < 산가요록 의분석고찰을통해서본편찬연대와저자 > 농업사연구 2-1 김호, 2008 < 조선의食治전통과조선왕실의食治음식 > 조선시대사학보 45 김호, 2005 < 조선왕실의藥饍, 煎藥연구 >, 진단학보 100 이종봉, 2011 < 全循義의생애와저술 > 지역과역사 28 염정섭, 2011 < 山家要錄 農書부문의편찬과정과서술방식 > 지역과역사 28 김은정, 2012 < 申欽의淸言선록집野言연구 > 국문학연구 22 김은정, 2011 < 소창청기異本과 17세기초반조선에서의수용양상 > 韓國漢文學硏究 47 참조. Nathan Sivin, 1988 "Science and Medicine in Imperial China", Journal of Asian Studies Vol.47 김호, 2000 허준의東醫寶鑑연구 ( 일지사 ) 정명현외, 2012 임원경제지 : 조선최대의실용백과사전 ( 씨앗을뿌리는사람들 ) 홍한주 ( 김윤조외역 ), 2013 智水拈筆 ( 소명출판 ) 林殷 ( 문재곤역 ), 1999 한의학과유교문화의만남 ( 예문서원 ) 홍길주, 2006 (19세기조선지식인의 ) 생각창고 : 홍길주의수여방필 4부작 ( 돌베개 ) 파울 U. 운슐트 ( 홍세영역 ), 2010 의학이란무엇인가 ( 궁리 ) 蔡仁厚 ( 천병돈역 ), 2000 맹자의철학 ( 예문서원 ) 孟子 呂氏春秋 素問 論語 周禮 朱子語類 임원십육지 象村稿 閒情錄 山林經濟 년기초연구과제총서

47 惺所覆瓿藁 五洲衍文長箋散稿 藫庭遺藁 茶山詩文集 靑莊館全書 艮齋集 穌齋集 弘齋全書 朝鮮王朝實錄 日得錄 禮記 仁濟志 纂圖方論脈訣集成 谷靑冗語 壽養叢書類輯 麻疹編 醫方類聚 食療纂要 조선시대食治論 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