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제53차 전문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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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제53차 전문가포럼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당대표자회와 광명성 3호 발사의 함의 일시 2012년 4월 24일 (화) 오후 2:00-5:00 장소 평화재단 2층 강당 주최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프로그램 13:30 (30) 접 수 14:00 (5) 개 회 14:05 (5) 여는말 김형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원장) 14:10 (10) 사 회 전현준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선임연구위원) 14:20 (20) 발 표 1 14:40 (20) 발 표 2 당대표자회를 통해 본 북한의 신권력구조와 통치 전략 - 김정은 등장이후 북한의 권력구조 정비내용 평가 한기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광명성 3호 발사를 계기로 본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정책노선과 국가전략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15:00 (10) 토 론 1 이승열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15:10 (10) 토 론 2 15:20 (15) 휴 식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실장) 15:35 (75) 질의응답 및 전체토론 16:50 (10) 닫는말 17:00 폐 회

2 차례 인 사 말 3 발 표 1 당대표자회를 통해 본 북한의 신 권력구조와 통치전략 김정은 등장이후 북한의 권력구조 정비 내용 평가 5 한기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발 표 2 광명성 3호 발사를 계기로 본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정책노선과 국가전략 27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3 인사말 4월 중순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할 예정입니다. 이와 때 를 같이하여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공위성 발사는 김 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한편, 강성대국 진입 선포와 김정은 체제의 탄생 을 알리는 축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오는 4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에 알리고 체제정비와 본격적인 정책운용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리더십과 권력분점 양태, 그리고 김정은 시대의 정책노선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광명성 3호 발사는 북한 핵문제 해결구도와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정세와 역학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 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서는,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북한에게 있어 김정은 체제출범의 대내적 의미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또한 광명성 3호 발사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대외정책노선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 보고자 이번 제53차 전문가포럼을 마련하였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이 있으 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2년 2월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원장 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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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발표 1 당대표자회를 통해 본 북한의 신 권력구조와 통치전략 김정은 등장이후 북한의 권력구조 정비내용 평가 한기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1. 시작하는 말 2. 김정은 체제의 수권환경과 초기 정책 난맥상 3. 김정은 등장 이후 권력구조 정비 과정 4. 권력구조 정비 내용 평가

6 발 표 1 당대표자회를 통해 본 북한의 신 권력구조와 통치전략 김정은 등장이후 북한의 권력구조 정비내용 평가 한기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교수 1. 머리말 북한의 요란한 4월의 봄 축제 가 끝나간다. 고위간부들의 빈번한 충성맹세 집회, 김 정은의 공식 권력승계, 장거리 미사일 발사, 김일성 생일 기념행사, 김정일의 연설, 대 규모 열병식, 화려한 불꽃놀이 등. 과거 김일성 사망(1994.7) 직후 김정일의 체제관리 방식은 근신 이었다. 김정일은 공개 활동을 자제하면서 김일성 애도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몰두했다. 여기에는 90년 대 중반의 경제파탄 상황도 고려되었다. 그는 3년 상( 喪 ) 이 지나자 권력을 공식 승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입장은 달랐다. 김정은으로서는 권력을 다지는 일이 급선무였 다. 그는 지난 12월 말 탈상( 脫 喪 )하자마자 최고사령관에 취임했다. 금년 들어 군부대 방문위주로 공개 활동을 빈번히 했으며, 4개월 만에 당 정 군 최고 직위를 전부 차지 했다. 김정일 생일, 김일성 생일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을 과시하고 권력층 인물들이 경 쟁적으로 충성을 다짐하는 축제 였다. 1) 6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7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지 3년 4개월 만에, 김정일이 사망한지 4개월 만에 3대 권력세습을 위한 공식적인 정치일정은 속도전 을 내어 완료되었다. 이 글은 지난 3년여 기간 북한의 권력구조가 김정은 체제에 대비하여 어떻게 조정되어왔는지 돌이켜 보는 데 목표를 두었다. 2009년 초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권력세습의 정당화와 제 도화가 당면 핵심과제로 부상됐다. 세습의 정당화를 위해서는 김정은 우상화와 주민들 의 충성심을 유발하기 위한 사상교양이 필요하고, 김정은 자신의 치적이나 리더십으로 최고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2) 이 글에서는 권력세습의 정당화 문제는 논외 로 하고 제도화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세습의 제도화는 후계자의 권력 확보와 유지 에 가장 유리한 권력구조로 통치기구를 재편하고, 통치기구의 핵심에 충성스러운 측근 들을 배치해 놓는 일을 의미한다.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한 김정은으로서는 세습권력 의 제도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된다. 형식적인 공식 권력승계 완료로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과정이 끝났다고 볼 수 없으며, 권력 장악과 권력 유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글의 분석목표는 김정은의 공식 권력세습 일정이 끝난 시점에서 김정은 지배구 조의 제도화 과정과 제도화 수준을 개략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다. 이 글은 김정은이 후 계자로 내정된 이후 북한의 권력구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비되었는지, 권력층 핵심인 물들의 부침에 어떤 특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김정은은 어떤 과정으로 권력을 장악했 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보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 같은 분석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 2009년 이후 헌법과 당 규약 개정, 핵심 통치 기구 인물들의 교체, 김정은의 수권과정을 검토할 것이다. 2009년 김정은 후계자 내정 이후 북한의 권력체계 정비 과정은 크게 세 차례 있었다. 우선은 2009년 4월 헌법 개 정을 통한 국방위원장 기능 강화와 부분적 인사개편, 다음으로 2010년 9월 제3차 당대 표자회 소집을 통한 중앙당 조직 정비와 그 직전(6월)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장성택 등용이 있었다. 3) 마지막으로, 김정일 사망 이후 2012년 4월에 소집된 당대표자회와 최 고인민회의를 통한 권력층 인물 교체로 김정은의 공식 권력승계에 따른 1차적인 권력구 1) 한기범, 김정은의 권력 세습 축제가 끝난 뒤, 조선일보, ) 승계의 정당화 와 승계의 제도화 에 대해서는 김갑식, 북한 조선로동당대표자회 개최 결과 와 향후 전망, 이슈와 논점, 126호( ); 김갑식, 김정은 정권의 공식 출범 분석, 이슈와 논점, 433호( ) 참조. 3) 김정일 사망 전 북한의 후계체제에 대비한 권력구조 정비동향은 한기범, 권력승계 시기 북 한의 지배구조와 대내외 정책방향,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 제19권 2호 2010, pp. 81~106 참조.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7

8 조 정비가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본 분석은 정태적이고 1차적인 분석 으로 한계가 있음을 미리 밝히고자 한 다. 첫째, 당 규약과 헌법상의 권력구조 조항 조정, 김정은의 수권과정, 권력층 인물 진퇴 양상에 초점을 둔 분석은 정태적 이다. 김정일 사후 북한정치의 동태를 파악하기 엔 한계가 있다. 여기에 김정은의 통치행태와 군( 軍 ) 편향성의 배경, 김정일 사후 난맥 상으로 보이는 대내외 정책 결정과정, 부침 권력층 인물들의 정책성향과 이면 권력암투 여부에 대한 검증이 보태질 때, 새로 출범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도와 통치전략, 그리고 대내외 정책방향에 대한 전망에 보다 설득력을 확보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확인된 자료의 한계, 그리고 주어진 주제( 당 대표자회를 통해 본 신( 新 ) 권력구조 )를 고려하여 권력구조 분석에 충실하고자 한다. 둘째, 북한의 권력구조 개편은 김정은의 공식승계 완료에 불구하고 진행형이다. 제 도적 측면의 조정 작업과는 달리 권력층 인물변동은 앞으로도 보다 큰 폭으로 단행될 수 있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권력공고화와 정책적응 과정에서 충성도와 친소관계를 고 려하여 간부들을 다시 줄 세울 것이며, 부하들에 끊임없는 긴장감을 주입하기 위해서도 인사교체는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형식상의 공식권력 승계 완료시점에서의 권력구조 분석은 1차적이며 예비적 성격 의 작업에 불과할 수 있으며, 단정하기보다는 보다 신중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정치의 동태에 접근은 더욱 그러하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정치가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확인되는 정보도 분석재료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김정은의 수권 및 권력구조 정비 과정을 살펴보기 전에, 문제 제기 차원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의 수권환경을 비교해보고, 김정일 사후 김정은의 통치 행태와 정책결정 난맥상의 한 단면을 거론하고자 한다. 김정은이 왜 권력세습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지, 서두른 결과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예비적 고찰을 하고(2. 김정은 체 제의 수권환경과 초기 난맥상), 앞에서 언급한 2009~ 기간 중 3차례의 권력체 계 정비과정을 살펴본 후(3. 김정은 등장이후 권력구조 정비과정), 권력구조 정비의 전 반적 특징을 평가하고자 한다. 8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9 2. 김정은 체제의 수권환경과 초기 정책 난맥상 김정일 김정은의 세습초기 통치행태 비교 부( 父 ) 사망 직후 김정일과 김정은의 초기 리더십은 앞에서 거론한 공식 권력승계 추진 속도의 완급, 내부 체제관리 방식에서의 봉건주의적 근신( 謹 愼 ) 과 군국주의적 축 제( 祝 祭 ) 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 아니라, 대남 대외정책 추진에서도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일성 사망 직후에 김정일은 김일성 영생조작 에 몰두하면서 공개 활 동을 자제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김영삼 정부와 김일성 조문 문제로 대립 각을 세우면 서 남쪽의 대북정책에 부상당한 동물 처럼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오늘날처럼 대남 도발 위협의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미국과도 북핵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으나 엊그제 한 합의를 어겨가면서 강수를 두는 무모함을 보이지는 않았다. 김정일 김정은의 수권환경 비교 1 : 경제 대중관계 등 외형상의 여건 김정일과 김정은이 권력세습 과도기를 관리하는 방법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 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각각 물려받은 통치여건과 과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김정일 의 수권환경을 보자. 김일성 사망 이전부터 북한경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한 중 수교 로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된 상태였다. 김일성 사망으로 북한은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 했다. 김정일로서는 통치재원이 고갈되어 서둘러 공식 권력승계를 한들 어찌해 볼 도리 가 없었다. 한동안 근신하는 게 최선이었으며, 주민들에게도 3년 상( 喪 ) 을 빌미로 고 난의 행군 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의 공식경제는 느린 속도로나 마 회복단계에 들어섰으며, 김정일이 사망하자 중국 지도부는 서둘러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이 물려받은 외형상 의 통치 유산( 遺 産 ) 은 김일성 사망 직후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패 를 달겠다고 주장할 정도다. 김정일 김정은의 수권환경 비교 2 : 통치능력 주민 충성도 등 행위자 변수 그러나 강성대국 운은하는 허장성세( 虛 張 聲 勢 )의 이면을 보면 북한의 4월의 축제 에 대한 독해는 달라진다. 여러 생산시설 준공과 산업생산 증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4월 행사 기간 동안 일시적이나마 북한 당국의 전 주민에 대한 전면적인 배급도 불가능했 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중국 지도부의 대북 후원도 한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김정은의 통치여건을 행위자 변수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면 10여 년 전 김정일 때보다 훨씬 불리하다. 우선 후계수업 정책경험 용인술 등 지도자 리더십 측면에서 김정은이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9

10 많이 부족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정일 사후 노( 老 ) 고위간부들에 이르기까지 권력 층 인물들이 경쟁적으로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있으나 그 충성심이 얼마나 공고 하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미지수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체제이반 현상은 더욱 현저하다. 오늘날 주민들의 충성 대상은 시장이지 지도자가 아니다. 국가의 배급기능이 마비되자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심리적 이유( 離 乳 )는 일반화되었다. 수 년 전만해도 주 민들은 김정은 존재를 거의 몰랐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 주민들은 겉으로만 체제에 순 응할 뿐이다. 김정은 시대의 지도자-관료-주민들의 결속력은 김정일 시대 출범시기보 다 훨씬 취약하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 초기 난맥상과 과제 북한이 김정일 장례 이후 봄 축제를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김정은 체제가 여러모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우선, 김정은은 권력승계를 하면서 김정일보다 더 많은 부( 父 ) 의 후광이 필요함이 확인되었다. 김정일은 영원한 당 총비서 이자 영원한 국방위원장 이 된 반면에 김정은은 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었다. 다음으로, 장 거리 미사일(은하-3호) 발사도 2분 만에 공중 폭발로 끝나 국제사회의 망신을 당했다. 외국 전문가와 기자들의 현지 참관까지 허용하면서 성공 을 자신한 행사였다. 강성대국 문패를 달겠다는 주장도 오히려 설득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일성 생일 100돌을 계기로 발표한 경제적 성과가 민생경제 회복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마저 실패하여 경제 강국은 물론 군사강국 주장도 곤란하게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김정일 사망이후 북한의 중요 정치일정과 정책이 유훈 에 의 거 추진된다는 점이다. 김정일은 사망 이전에 올해 4월까지의 주요 일정과 정책방향을 결정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 살아있다 해도 김정은의 최고사령관, 당 제1비 서, 국방위 제1(부)위원장 추대는 같은 시점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일정도 김정일 생전에 이미 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이 살아있었다면 북한이 장 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의 영양지원을 받기로 한 미 북 2.29합의 에 따라 은하-3호 발사 일정이 유보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상황 변화를 고 려하기보다는 유훈 관철을 고집했다. 김정은 체제의 정책결정이 환경변화를 고려하기 보다는 수령 절대주의에 묶여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김정일이 짜놓은 책략이 4월까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5월 이후의 북한정세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며, 다음과 같은 4월 축제 의 후유증이 예 상된다. 우선, 주민들의 불평불만이 증폭될 것이다. 4월 행사 때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10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11 한 배급이 실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당국의 강성대국 거론으로 주민들의 허탈감만을 키 웠다. 5월이 넘어가면 춘궁기가 다시 온다. 그간의 정치행사로 방치한 민생대책은 새로 운 지도자 김정은의 당면 과제가 된다. 다음으로, 통치자금의 고갈에 따른 부담이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8억 5천만 달러, 평양시 정비 우상화물 건립 4월 행사 비용(외국인 초청 등)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억 달러는 북 한의 통상적인 연간 외화수입 규모이다. 김정은이 제대로 통치하려면 권력 장악과 정책 주도에다가, 이권 창출을 통해 측근들에게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하나, 그의 통치 자금 확충 능력은 미지수다. 4) 3. 김정은 등장 이후 권력구조 정비 과정 1) 2009년의 헌법개정과 권력층 인물 변동 헌법개정, 국방위원장 위상 제고 김정일은 1997년 10월 당 총비서에 1998년 9월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됨으로써 공식 권력승계를 완료했다. 김정일은 당시 국가관리 기능 (대외의전 업무와 민생경제 관리) 과 국방관리 기능 을 구분하는 형태로 헌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하였고, 자신은 후자만 맡을 것임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후 사실상의 최고 권력자로서 김정일의 역할은 국방관 리에 국한할 수 없었다.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국방위원장의 역할은 전 국가관리 업무 로 확장되었다. 2009년 4월에 개정된 북한 헌법의 핵심 내용은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취임 이래 실 제로 확장된 국방위원회의 기능을 헌법에 명문화하여 현실과 제도를 일치시킨 데 있다. 당시 개정 헌법은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회를 별도의 장으로 분리하면서 과거 헌법의 국방위원회 임무와 권한 중에서 권한 은 국방위원장에게로 임무 는 국방위원회로 분류 하여 일을 시키는 자리 와 일을 하는 자리 로 나누어 놓은 데 특징이 있다. 4) 한기범, 김정은의 권력 세습 축제가 끝난 뒤, 조선일보,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1

12 개정 헌법은 국방위원회가 아닌 국방위원장이 국가의 최고령도자 로서 국방위원회 사업은 물론 국가의 전반 사업을 지도 할 뿐 아니라, 국방위원들을 비롯한 중요 군사간 부들을 임면할 권한을 보유하며, 전시상태와 동원령 선포는 물론 추가로 비상사태 선 포 권한까지 갖는 강력한 기관으로 규정하였다. 반면 국방위원들은 아래 <표 1>에서처 럼 국가 중요정책 수립, 국방위원장 명령 등과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 폐 지 임무를 추가하였다. 이로써 국방위원들은 국방관리는 물론 국방위원장 명령 등을 구실로 국정전반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었다. 이는 국방위원장의 지휘 책임에 앞 서 국방위원들에게 비군사 부문 특히, 내부 위기관리 기능을 포괄하는 국정 전반에 대 한 관리 책임을 부여하여 최고지도자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표 1> 1998년/2009년 헌법상의 국방위원회 임무와 권한 비교 1998년 헌법(103조) o 전반적 무력과 국방건설사업 지도 o 국방부분의 중앙기관 설폐 o 중요 군사간부 임면 o 군사칭호 제정, 장령이상 군사칭호 수여 o 전시상태와 동원령 선포 2009년 헌법(109조) o 선군혁명로선 관철위한 국가 중요 정책 수립 o 전반적 무력과 국방건설사업 지도 o 국방위원장 명령, 국방위원회 결정 지 시 집행정형 감독 및 이와 어긋나는 국 가기관의 결정 지시 폐지 o 국방부문의 중앙기관 설폐 o 군사칭호 제정, 장령이상 군사칭호 수여 * 자료 : 북한 헌법. 1998년 헌법의 밑줄 부분은 당시 국방위원회 기능이었으나 2009년 헌법에 국방위원장 권한으로 이관된 항목. 2009년 개정헌법의 밑줄 부분은 국방위원회 기능으로 추가 된 사항 2009년의 인사개편 2009년 들어 주요 북한 고위간부들 인사로는 군 지휘부의 개편, 국방위원들로 공안 기구 책임자들 보강이 있었다. 우선 2월에 군총참모장 김영춘 대신에 평양 방어사령관 이영호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대신에 김영춘으로 각각 교체했으며, 김일철은 인민무 력부 제1부부장으로 강등되었다(김정각 총정치국 1부국장은 그래도 유지). 이영호를 군 총참모장으로 등용하고, 그 뒤로 김영춘, 김일철 지위가 한 자리씩 밀린 셈이다. 같은 무렵(2~4월 경)에 당 작전부, 35실과 군 총참모부 정찰국이 정찰총국으로 통합되면서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에 임명되었고, 당 작전부장이었던 오극렬은 실권에서는 배제되는 12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13 대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예우되었다.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이후 이영호와 김영철 은 신 군부 인물로 부상한 반면, 오극렬 김영춘 김일철은 구 군부 인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음을 예고했다. 4월 최고인민회의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 부 부부장, 김정각 인민군총정치국 1부국장을 새로운 국방위원으로 등용했다. 이들은 당, 사회와 국가기구, 군의 공안 및 사상 감시 책임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에 비상대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국방위원 충원 방식을 과거 군 고위인물 중심에서 공안기관 책임자들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국방위원회 의 체제위기 관리 기능을 보강한 것이며, 김정은이 언젠가 국방위원장에 추대되면 군과 공안기구 책임자들로 구성된 국방위원들의 보좌를 받으며, 국정전반을 관리할 수 있도 록 제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인민보안성은 2010년 4월 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인민보안부 로 개칭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인민보안성이 내각 산하 부처에서 국방 위원회 직속 기구로의 변경을 의미하며, 이로써 국방위원회는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 위부, 인민보안부를 직할하게 되었다. 2) 2010년의 당대표자회 소집과 권력구조 정비 당대표자회의 당 규약 개정 북한은 2010년 9월 28일 노동당대표자회에서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30년 만에 당 규약을 개정했다. 김일성의 당 건설 과 김정일의 당 계승발전 업적을 명문화하고, 수령의 유일적 영도 와 선군정치 를 반복적으로 강조하여 노동당을 사당화하면서 1인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주안을 두었다. 5) 세습에 대비한 권력구조 정비와 관련해서는 당 건설에서 계승성 보장 (서문) 표현 을 추가하여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면서, 당 총비서의 추대 권한을 종래 당 전원회의에 서 당대회로 변경하고(21조),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된 다 (22조)고 겸직 조항을 둔 점이 주목된다. 당 총비서의 추대 권한을 당대회에 부여한 5) 당 규약 개정 배경과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김진하,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의 정치 동학,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11-08( ); 임재천, 조선노동당 제3차 대표 자회와 당 규약 개정: 규약 개정의 배경과 의도 및 특징을 중심으로, 북한의 노동당 규약 과 권력세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학술회의 발표 논문, ).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3

14 것은 수령 으로서 당 총비서의 권위 제고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당 중앙위원들의 추대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김정일 사후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당 총비서 추대를 둘러싼 중앙당 내 암투소지를 없애는 한편 당대회라는 사실상 군중동원 방식으 로 후계자를 등극시키겠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하게 한 것은 김정일이 사망하면 후계자가 동시에 양직을 차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 려는 의도인 것으로 판단된다. 어차피 김정은이 당 총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장 장악은 김정일이 사망해야 가능한 일로서, 겸직조항을 둠으로써 다른 인물이 끼어들 여지를 배 제하고 후계자의 권력 독점을 보장하기 위한 개정인 것으로 평가된다. <표 2> 개정 노동당 규약의 주요 내용 수령 유일영도체계 및 선군정치의 사후 제도화, 만경대 가문의 사당화 세습의 정당화 권력구조상의 변경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 (서문) 김일성 조선의 부강 발전 (서문)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를 중심으로 (서문) 김정일 의 등장(서문 4회, 본문 1회) 당안에 사상과 영도의 유일성 보장 (서문) 유일적 영도체제 의 반복적 강조(서문, 2조, 4조 1항, 5조 3항, 28조, 33 조, 40조 4항, 45조 1항, 48조, 53조 등) 수령을 결사옹위하며 선군사상과 혁명전통으로 튼튼히 무장 (4조 1항) 선군정치, 군사중시기풍, 혁명적 군인정신, 선군혁명, 선군의 기치, 군사기풍, 군민일치, 관병일치 등의 문구가 반복적 등장(4조 3항, 4조 4항, 38조, 45조 8항, 46조, 48조 등) 구( 舊 ) 규약 서문의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당 문구 삭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 건설사상과 업적을 빛나게 계승발전 (서문) 당 건설에서 계승성을 보장 (서문) 조선로동당은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시고 김정일 동지께서 이끄시 는 혁명가의 당 (1조) 백두의 전통을 순결하게 (60조) 당대회는 당의 최고지도기관 으로 조선로동당 총비서를 추대 (21조)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당의 수반 으로 당을 대표하여 전당을 령도 (22조)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된다 (22조) 당중앙군사위원회는 군사분야에서 나서는 모든 사업을 당적으로 지도 (27조) * 출처: 김진하,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의 정치 동학 ( ) 14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15 2010년의 인사개편 2010년의 북한 권력층 인물변동은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장성택 선 출, 9월 당 대표자회에서의 당 지도기구 재구성, 그리고 일부 핵심 간부들의 퇴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김정일은 2010년 4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6월에 다시 소집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성 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을 1년 2개월 만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장성택의 후계구도를 관리하는 실무 총책임자 역할이 보다 명확해졌다. 2008년 김정일의 뇌졸증 이후 막후에서 김경희와 함께 국정전반에 대한 조정 역할을 해 오던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김정일과 김정은을 보좌하여 명실상부 한 국정총괄 및 후계구도 관리 역할을 맡긴 셈이다. 한편 같은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최영림 평양시 당 책임비서를 내각 총리에 임명하는 등 상당수의 당 간부들을 내각 간부로 충원하였다. 내각 간부들 교체는 화폐개혁으로 인한 민심이반 책임(2010년 3월,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총살)을 물은데 이은 후속 인 사 조치이나 여기에는 권력승계 시기에는 정치 사상적 지도기관인 당과 당에 경륜을 쌓은 간부들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2010년 상반기에는 당 계획재정부장 박남기의 처형에 이어 구 군부세력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권부에서 사라졌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용철이 4월 26일 심장마비로 사 망했다고 발표되었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자 국방위원인 김일철은 동지 칭호도 생 략된 채 5월 13일 해임되었다. 또 다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제강은 6월 2일 교통 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되었다. 이용철과 이제강은 권력암투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제 기되고 있다. 한편 건강악화로 이미 2007년부터 활동이 중단된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 원회 제1부위원장 조명록은 11월 6일 심장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6) 당대표자회에서의 당 중앙지도기구 정비 북한은 당초 예정보다 2-3주 지연된 7) 2010년 9월 28일 1653명의 당대표들이 8) 참 6) 박형중, 당대표자회 재평가 - 새로운 권력 연합 출범의 자축 기념식,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11-25( ). 7) 2010년 6월 23일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는 조선로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조선로동당대표자회를 9월 상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 라고 하여, 후계체제의 전위조직인 당을 전면 정비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9월 상순 소집 을 공표하고도 지연된 것은 당 지도부 구성을 놓고 북한 내부 권력 암투설, 신의주 등에 내린 집중 호우로 당대표자회로 예정된 시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5

16 석한 가운데 제3차 당대표자회를 개최했다.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다시 당 총비서에 추대하고, 당 규약 개정에 이어 당 중앙위원회 위원(124명) 후보위원(105명)과 당 중 앙검사위원회 위원을 선거하였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는 부위원장 직제를 신설하여 후 계자 김정은과 군총참모장 이영호를 임명했다. 같은 날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2010년 9월 전원회의"(6기 22차 전원회의)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 당 비서를 선거 하고, 당 비서국(당 부장)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직결과가 발표되었다. 1993년 당 전 원회의 소집 이래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었던 당 중앙지도기구들이 26년 만에 다시 복 원됨으로써, 많은 간부들에게 당직을 부여하는 '잔치'를 벌였다. <표 3> 2010년 9월 전원회의에 구성된 당 중앙지도 기구 당 기구 당 정치국 당 비서국 당 중앙군사 위원회 충원 인물 상무위원 5명: 김정일, 김영남, 최영림, 조명록, 이영호 위원 12명: 김영춘, 전병호, 김국태, 김기남, 최태복, 양형섭, 강석주, 변영립, 이용무, 주상성, 홍석형, 김경희 후보위원 15명: 김양건, 김영일, 박도춘, 최룡해, 장성택, 주규창, 이태남, 김락희, 태종수, 김평해, 우동측, 김정각, 박정순, 김창섭, 문경덕 당 총비서 김정일 당 비서 10명: 김기남, 최태복, 최룡해, 문경덕, 박도춘, 김영일, 김양건, 김평해, 태종수, 홍석형 당 부장 14명: 김기남, 장성택, 김영일, 김평해, 이영수, 주규창, 홍석형, 김경희, 최희정, 오일정, 김양건, 김정임, 채희정, 태종수 위원장 김정일 부위원장 2명: 김정은, 이영호 위원 16명: 김영춘, 김정각, 김명국, 김경옥, 김원홍, 정명도, 이병철, 최부 일, 김영철, 윤정린, 주규창, 최상려, 최경성, 우동측, 최룡해, 장성택 * 로동신문, 밑줄은 신규 진입 인물로 필자 추가 점이 경축분위기 조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8) 당대표자로 선출된 1,657명 가운데 1,653명이 참석하였으며, 방청으로 517명이 참석하였다. 1966년 10월의 제2차 당대표자회에는 1,323명의 대표가,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에는 3,220 명이 참석하였다. 16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17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조직 정비는 김정은 후계체제 공식 출범에 따른 것으로 그 특징을 보면 1김정은 후견 세력들의 점진적 부상, 2노장청 조화를 위한 세대교체, 3당 정 군 간부들의 겸직 확대를 통한 권력기구 간 갈등방지로 요약된다. 9) 첫째, 김정은 후견세력의 요직 배치다. 김정일은 1997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당 총 비서에 재추대되고 당 중앙군사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직위를 다시 장악했 다.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어 후계자로 공식화되었으며, 당과 군 의 핵심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였다. 김경희는 당 정치국 위원에, 장성택 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에 추가로 진출하였다. 친인척인 양형섭(김정일의 당고모부)과 이용무(김일성 조모 이보익 가계)가 정치국 원에 진출했고, 측근들 중에는 이영호 군총참모장(전 평양방어사령관. 군차수, 당 정치 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진출)과 최룡해(당 중앙위원, 정치국 후보위원, 당비서, 당중앙군사위원)의 중용이 두드러진다. 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인 김경옥(당 중앙군사위원) 박정순(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행 정부 부부장을 역임하고 평양시당 책임비서로 전보된 문경덕(당비서, 정치국 후보위원) 도 전진 배치되었다. 김정각 군총정치국 1부국장(당 중앙군사위원, 정치국 후보위원)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정치국원)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당 중앙군사위원, 정 치국 후보위원) 김원홍(당 중앙군사위원) 등 군사 공안기구 책임자들도 당직을 배정받 았다. 외교의 강석주(부총리, 정치국원), 대남 김양건(당 대남비서겸 통일전선부장, 정 치국 후보위원), 경제 홍석형(당 경제비서겸 계획재정부장, 정치국원)과 주규창(당 군수 공업부장 10), 정치국 후보위원) 등 분야별 측근 인물들도 중용되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 당비서 이영호 군총참모장이 김정은 후계체 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3인방 으로 부상했으며, 장성택은 이번 당인사에서 자신의 과도 한 진출을 자제하는 대신 측근들인 최룡해와 이영호를 약진시켜 간접적으로 자신의 세 력권을 확대하였다. 이영호는 군 총참모장으로서 김정은이 군무를 파악하고 군권을 장 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최룡해는 당 근로단체 담당 비서로서 김정은 비서 역할을 9) 이하는 한기범, 권력승계 시기 북한의 지배구조와 대내외 정책방향 내용을 요약, 보완함. 10) 북한 조선중앙통신 은 전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주규창을 당 기계공업부장 으로 호 칭했다. 조선중앙통신, 당 군수공업부를 당 기계공업부로 개칭한 것으로 추정 된다. 전 당 군수공업부장 전병호는 내각 정치국장겸 당 책임비서로 전보되었다.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7

18 하면서 주로 당무를 챙기고, 장성택은 김정일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여 국정전반을 챙 기면서 동시에 김정은 후계구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분담된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당 간부 세대교체와 일부 기피인물의 견제이다. 이번 당 조직 정비에서는 당 중앙위원, 당 정치국원, 당 비서 진용은 절대 다수가 새롭게 선출되었고, 당 중앙위 부 장들만 일부(14명중 2명)가 교체되었다. 이는 당 부장을 제외하고 여타 당기구들이 20 여 년간 기능하지 않은데 기인한다. 당 중앙위원 229명(정위원 124명, 후보위원 105명) 중 80%(182명)가 신규로 선출되었다. 당 정치국은 32명중 29명이, 11) 당 총비서를 포함 한 당 비서국은 11명중 8명이,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총 19명 중에 16명이 새로 선출되었다. 당 정치국 비서국 중앙군사위원회의 총 62개의 보직 중에서 53자리(85%)가 신규로 충원되었다. 이번 당직 배정을 통해 군부 인물들의 부침도 확인되었다.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 원장은 어떤 당직도 받지 못했고,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은 당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원이 되었으나 이영호 총참모장과는 상하관계가 역전되었다. 부총참모장 최부일, 작전국장 김명국, 정찰총국장 김영철, 해군사령관 정명도는 당 중 앙군사위원으로 선출된 반면 김정일의 측근대장 3인방이었던 이명수, 현철해, 박재경과 전 총참모장 김격식은 당 중앙군사위원에서 배제되고 당 중앙위원직만 부여받았다. 이 같은 군 간부진의 급속한 재편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후견역할의 적 임여부, 친소관계를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당 정 군 직위중복이 확대되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정일을 비롯한 의 회(김영남), 내각(최영림), 군(조명록과 이영호)의 최고 책임자로 구성하는 형태를 취하 였다. 국방위원회 인물들(11명)중에서 오극렬과 백세봉을 제외한 9명이 당 정치국(정위 원5, 후보위원 4)에 진입하였으며, 당 중앙군사위원들(16명) 중에서 4명(김경옥, 최룡 해, 장성택, 주규창)의 민간 당간부들이 포함되었다. 당 비서들은 예외 없이 당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을 겸직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2009년 4월 국방위원회 구성, 2010년 6월 내각 간부 구성에서도 겸직 확대 경향이 있었다. 이 같은 직위중복 확대는 김정은이 상대적으로 권력 장악력과 정책운용 경험이 부족한 조건에서, 당 정 군 권 력기구들 간의 갈등을 방지하고, 충성심이 검증된 핵심간부들로 하여금 집체적 토의를 통해 후계자를 보좌하도록 제도화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11) 2010년 11월 6일 사망한 조명록 당 정치국 상무위원(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총정치국장) 을 포함한 숫자이다. 18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19 2011년의 권력층 인물 변동 2011년에도 주목할 만한 숙청이 지속되었다.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류경과 인민보 안부장 주상성의 해임이다. 류경은 1월경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접촉과정에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제거되었다. 류경의 숙청은 김정은의 보위부 장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변 인물들과 함께 광범위하게 숙청되었는데 김정은이 보위부를 장악하 는 과정에서 자신의 충성세력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12) 3월 16일에는 인민보안부장 주상성이 해임되고, 4월 7일 국방위 행정국장 이명수가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되었다. 주상성은 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원으로 선거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갑자기 인민보안부장에서 해임되었는데, 같은 해 2월 말쯤 김일성종합대학 퇴학생들이 만경대 김일성 생가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6월에는 당 경제비서 홍석형이 비서직에서 해임되었고, 13) 당 군수담당 비서 전병호도 내각 정치국장으로 좌천되면서 국방위원에서도 해임되었다. 3) 2012년 4월의 당대표자회 및 최고인민회의 소집과 권력구조 정비 당 중앙지도기구 성원 조정 2012년 4월 11일 개최된 제 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일을 영원한 당총비서 로 추 대, 당규약 개정, 김정은을 당 최고수위 로 추대, 조직문제 등 4개 의정이 토의되었다. 김정일을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영원히 높이 모시었 고, 김정은은 김정일 유훈을 받들 어 조선로동당 제1비서로 추대 되었다. 북한은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을 보선, 선거, 임명하였다 면서, 14) 아래 <표 4>에서처럼 당 정치국에서는 최룡해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김정 각 장성택 등을 정치국원으로, 곽범기 오극렬 등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하였다. 당 비서국에서는 김경희 곽범기를 비서로 선거하고, 김영춘 곽범기 박봉주를 당 부 장으로 임명하였다.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최룡해를 부위원장으로 선거하고, 현철 해 이명수 등을 군사위원으로 보선하였다. 이 밖에 일부 당중앙위원 후보위원, 당중 앙검사위원의 보선이 있었다. 한편 탈락(소환)된 인물로는 정치국 위원의 경우 전병호 12) 박형중, 당대표자회 재평가 - 새로운 권력 연합 출범의 자축 기념식, 13) 조선중앙통신은 6월 6일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홍석형이 다른 직무로 조동된 것과 관련 그를 당 중앙위 비서직에서 소환했다 고 밝혔다. 14)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9

20 와 변영립이, 후보위원의 경우 이태남, 김락희, 우동측이 배제되었다. 당 중앙군사위원 의 경우 최상려, 우동측이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표 4> 당대표자회에서의 당중앙지도기관 성원 보선 선거 임명 기구 당 정치국 (보선) 당 비서국 (비서선거, 부장 임명) 당 중앙군사위원회 새로 진출한 인물 ㅇ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최룡해 ㅇ 정치국 위원: 김정각, 장성택, 박도춘, 현철해, 김원홍, 리명수 (6명) ㅇ 정치국 후보위원: 곽범기, 오극렬, 로두철, 리병삼, 조연준 (5명) ㅇ 비서: 김경희, 곽범기 ㅇ 부장: 김영춘, 곽범기, 박봉주 ㅇ 부위원장 선거: 최룡해 ㅇ 위원 보선: 현철해, 리명수, 김락겸 한편 당대표자회 바로 직전에 김정각이 총정치국 1부국장에서 인민무력부장으 로, 15) 최용해가 당 근로단체 비서에서 총정치국장으로 16) 등용되었음이 확인되었으며, 국가안전보위부장도 김원홍이 임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 규약 개정 북한은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의 서문과 중앙조직에 관한 내용을 개정했 다. 17) 당 규약 서문에서는 아래 <표 5>처럼, 조선로동당을 김일성의 당 에서 김일 성 김정일의 당 으로, 김일성이 영원한 수령 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 로 내세 우면서 김정일도 영원한 수령 으로, 당의 지도사상을 주체사상 에서 선군사상을 보탠 김일성 김정일주의 로 변경했다. 동시에 김정은을 현재의 영도자 로 명기함으로써 3 대 권력세습을 명문화했다. 15) 조선중앙통신은 4.10 최현 서거 30돌 중앙추모대회 참석자들을 호명하면서 인민무력부장을 김정각 차수 라고 보도함. 김정각은 지난 2.15 북한군 차수로 승진함. 16)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10일자 일본어 인터넷사이트에 최룡해를 군 총정치국장으로 소개했 다. 경향신문, 일자. 한편 4.10 조선중앙통신은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공동 결정(4.7일자)으로 최용해와 국방위원회 국장 현철해에게 조선인민군 차수 칭호를 수여했다고 보도함. 17) 북한은 당규약의 전체적인 개정 방향과 개정된 서문 내용에 국한해서 노동신문에 공개했 다. 로동신문,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21 <표 5> 당대표자회에서의 당 규약 개정 내용 구분 김정일 우상화 (서문) 김정은이 영도자임을 명기(서문) 당의 지도사상 개정(서문) 당 제1비서직 신설(중앙조직) 개정 내용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일 추 가) 김정일은 영원한 총비서 이자 영원한 수령 내용 추가 김정은은 조선로동당과 조선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추가 종전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 을 당의 지도사상에서 김일성- 김정일 주의 를 지도사상으로 수정(주체사상+선군사상) 조선로동당 제1비서직 신설, 제1비서는 당의 수반으로 당을 대표 하고 전당을 영도하며, 김일성 김정일 사상과 로선 실현 규정 *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규약 개정 내용을 소개한 노동신문 당의 조직과 관련된 내용은 당 제1비서직을 신설한 점과 당 제1비서가 당의 수반으 로서 당을 대표하고 전당을 령도하며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동지의 사상과 로선을 실현 해 나간다 고 규정한 점만을 밝히고 있다. 18) 따라서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당의 수반이 다 는 조항을 조선로동당 제1비서는 당의 수반이다 로 개정하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 원장도 당 제1비서가 겸직토록 하는(당 규약 22조)등 제3장 당의 중앙조직 에 있는 조 항의 당 총비서 관련 규정을 전부 당 제1비서 관련 조항으로 개정했을 것으로 추정 된다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 결과 4.13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 수정 보충, 김정은을 공화국 최고수위에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 내각 과업보고, 예결산 보고, 조직문제 등 5개 의정이 토의되었다. 회의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전당, 전군, 전민의 총의를 반영하 여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데 대한 당 중앙위원회, 당중앙군 사위원회의 제의를 최고인민회의에 제기 하였다. 조직문제와 관련, 국방위원으로 최룡 해, 김원홍, 리명수를 보선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에 태형철을 보선하였 다. 내각 부총리로는 리승호, 리철만을, 내각 부총리 겸 수도건설위원장으로 김인식을 임명하였다. 헌법 수정보충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양형섭의 보 18) 로동신문,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21

22 고가 있었다. 양형섭은 주로 서문과 국가기구 부분을 수정 보충했다면서, 서문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국가건설업적 이 명문화되고,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 으로 모시 는 문제가 서술되었다고 한다. 국가기구부문에서는 국방위원장 직함을 오직 김정일 이름과 결부시킴에 따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제를 새로 규정하고, 국방위원 회 제1위원장이 국가의 최고령도자로서 대내외사업을 비롯한 국가의 전반 사업을 총지 휘할 수 있도록 규정 하였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제 신설에 맞게 헌법 제6장 제2 절 제목과 91조, 95조, 100~105조, 107조, 109조, 116조, 147조, 156조들을 정리 했다 고 밝혔다. 19) 따라서 종전 헌법 제6장 국가기구 제반 조항의 국방위원회 위원장 표현 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으로 변경하여 종래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서 행사하던 권 한을 김정은이 그대로 물려받았다. <표 6>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 결과 국방위원회 구성 ㅇ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ㅇ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공화국 최고수위, 국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ㅇ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춘, 리용무, 장성택, 오극렬 ㅇ 국방위원회 위원: 박도춘, 김정각, 주규창, 백세봉, 최룡해, 김원홍, 리명수 * 조선중앙통신 , 밑줄은 신규 4. 권력구조 정비 내용 평가 첫째, 김정은의 공식 권력승계가 별다른 도전 없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김정일의 유훈 에 의거하여 일단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권력 장악 형태면 에서,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더욱 군사적 권위구조에 의존한 권력 장악 방식을 선택하면 서도 김정일과는 달리 정권 출범 초기부터 당 정 군 권력 전반을 직접 장악하는 형식 을 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김정은이 최고사령관 당 제1비서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단계적인 권력세 습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도전이 (확인된 게) 없었다. 오히려 김정일 사망 이후에 노 간 19) 조선중앙통신,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23 부들을 포함한 권력층 인물들의 치열한 충성경쟁이 표출되었다. 과거 김정일 정치의 요 체는 용인술에 있었다. 부하들의 배신 가능성이나 제2인자의 등장 여지를 없애는 일이 김정일 정치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김정일은 생전에 김정은이 후계자임을 분명 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성공적으로 공식 권력세습 과정을 완료할 수 있었 다. 전적으로 김정일 덕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은 공식 권력승계를 완료하는데 4년 걸린 반면(94.7 김일성 사망 98.9 국 방위원장 추대), 김정은은 4개월 걸렸다. 후계수업 기간도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전에 20년 가까이 막후 수업을 받은 반면, 김정은은 3년간 속성 과정을 거쳤다. 김정은의 후계수업 및 권력승계가 속도전 을 내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권력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장기 공백은 과도기 체제의 동요와 다른 인물의 등장 가능 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방위원장의 제도상 위상을 국가의 최고영도자 로 확장하면서 비상대권을 부여한 것이나( 헌법개정),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토 록 한 것도( 당규약 개정)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김정은의 권력승계 과정이 유훈 에 의거한 점은 김정일이 생전에 아들의 추가적인 권력 장악 일정을 정해 놓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일이 살아있다 해도 김 정은이 2011년 12월에 최고사령관, 2012년 4월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제1비서와 국 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취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이다. 김정일은 당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은과 권력을 분점하면서 점차 김정은의 지분을 늘려주는 형태를 취 했을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김정일의 지위를 영구결번 으로 처리하면서 당 제1 비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김정은의 노 간부들에 대한 겸양 이나 통치 협의구조 의 확대를 의미하기보다는 단순한 유훈 관철의지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 다. 김정은은 국정전반에 대한 통치부담을 의식하기보다는 서둘러 권력 전부를 차지하 는 데 집중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의 권력 장악 과정은 당 군 국가기구 순이었다. 오랜 기간 당을 통해 권력기반을 다져오다가 동구 사회주의체제 변화에 따른 위기감으로 90년대 초 최고사 령관, 국방위원장으로 군권을 장악했다. 김정일이 민생경제나 외교 문제에 본격적인 관 여를 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김정은의 권력 장악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서 최고사령관을 거쳐 당과 국가기구의 최고직위를 전부 차지했다. 올해 4월에 이르기 까지 김정은의 경력과 통치행태는 군사적 편향성이 극심했다.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에서 의 영군술 학습, 핵무기 미사일 개발에 관여, 천안함 연평도 도발 관여, 그리고 김정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23

24 일 사후 집중적인 군부대 방문, 주요 당 측근들에 군사칭호 부여, 대남 위협제고, 장거 리 미사일 발사와 대규모 열병식 행사 등 병영 체제적 색체가 더욱 두드러졌다. 5월 이 후에도 김정은의 행태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둘째, 2009년 이후 권력층 인물 변동의 특징이다. 우선, 체제보위의 핵심기구로서 군부와 공안기구 핵심인물들의 우대와 일부 교체를 들 수 있다. 아래 <표 6>에서 보듯 이 핵심 간부 인사 조치는 주로 군 지도부와 공안기구 책임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 며, 종래 군 고위간부의 당직 중용에 이어 2009년 이후에는 군사상 공안기구 책임자들 의 국방위원회 및 정치국 진출이 두드러져 권력 세습 과도기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9년 초와 2012년 4월 시점을 비교할 때 군부인물로는 최룡해 이영호 김정각이 부상한 반면, 김일철 김영춘 오극렬의 퇴조가 명확히 드러났다. 공 안기구에서는 주상성과 우동측이 리명수와 김원홍에 의해 교체되었다. 다음으로 핵심 측근들의 출세속도이다. 초기에는 2009~2010년에는 이영호가 급부 상하다가 2012년 들어 최룡해가 급부상하여 이영호를 따라 잡았다. 반면에 장성택은 서두르지 않고 점진적으로 승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일 생전에 장성택 이영호 최 룡해가 김정은을 최측근에서 후견하는 3인방 으로 등장했는데, 김정일 사후에는 이영호 와 최룡해가 서로 견제하면서 김정은을 보좌하는 관계로 자리 잡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두 사람을 장성택이 이면에서 당겼다가 풀었다하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군과 공안기구의 핵심인물들이 간헐적으로(주기적으로) 권력의 무대에서 사라지 는 현상도 나타났다. 2010년의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용철과 이제강의 사망, 2011 년 보위부 부부장 류경의 처형과 인민보안부장 주상성의 해임, 다시 2012년 보위부 1 부부장 우동측의 잠적이 있었다. 우동측은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국방위원에서 제외(대신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이 국방위원으로)되었고, 4월 15일의 군 열병식에도 불참했다. 공안기구 인물들의 주기적인 퇴장은 권력암투일 가능성도 있으나, 권력승계 과도기에는 노골적인 권력암투가 어렵다는 점에서 공안 통제기구에 대한 주기적인 숙 청의 공포 주입으로 배신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군사 공안기구 인물에 비교해서 경제 외교 대남 대외 인물들 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드물고 당정치국 진출 등 당직부여에서도 별반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김정은이 민생경제나 대남 대외관계에서 대화와 협상의 방법을 익히게 되면 권력층 내 온건 성향의 합리적인 인물들의 등용이 확대될 것이나, 김정은 으로서는 외형상의 공식권력 승계의 완료에도 불구하고 권력 장악을 위한 체제 내부 군 24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25 기잡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 단기간 내 강 온 인물들의 조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표 7> 2009~ 주요 북한 권력층 인물 변동 내용 연도 인물변동 내용 o 2월 김정은 보좌, 신 군부실세 등용 - 군 총참모장에 이영호 등용(대장승진) - 김영춘(군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인민무력부장 무력부 1부부장)의 (사실상) 강등 2009년 - 오극렬의 실권 약화(당작전부장 폐지 국방위 부위원장에 예우), 김영철의 정찰 총국장 (당작전부, 35호실 + 무력부 정찰국 통합, 2~4월경) 부상 ㅇ 4월 최고인민회의, 공안기구 책임자의 후계체제보위 기능 강화 - 장성택 당행정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1부국장을 국방위원에 임명 (장성택이 이들 총괄관리 추정) o 6월 최고인민회의, 장성택 국방위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 - 장성택에 후계구도 실무 총괄책임을 보다 명확히 부여 - 한편 내각 총리에는 최영림을 등용, 경제관리 책임 부여 o 연중 주요 인물(주로 구 군부인물)의 퇴장 - 3월 당계획재정부장 박남기 처형, 4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용철이 심장마 비로 사망, 5월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일철 해임, 6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2010년 이제강이 교통사고로 사망, 11월 총정치국장 조명록의 심장병 사망. o 9월 당대표자회, 중앙당 기구 정비를 통해 김정은의 당권장악 토대 구축 - 친인척 배치: 김경희, 양형섭, 이용무를 정치국원에. 장성택은 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 중앙군사위원에 - 측근배치: 이용호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최룡해를 정치국 후보위원 당비서 등 - 공안기구 책임자 배치: 주상성을 정치국원에, 김정각과 우동측을 후보위원에 - 오극렬의 당직부여 배제, 김영춘이 당직에서도 이영호 후위로 역전 o 1월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류경 총살 - 류경의 주변인물도 제거, 김정은의 보위부 장악과 연관된 듯 2011년 o 3윌 인민보안부장 주상성 해임, 4월에 국방위 행정국장 이명수를 임명 o 6월 당 경제비서 홍석형 해임, 미상시기 당 군수비서 전병호도 내각 정치국장 으로 좌천(국방위원에서도 해임) o 4월 최룡해를 군총정치국장(차수 승진)에 등용, 군 감시역할 부여 - 김정각은 인민무력부장에,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장에 등용 o 4월 11 당대표자회, 최룡해의 약진(정치국 상무위원, 군사위 부위원장 등용) 2012년 - 최룡해가 이영호 우위로 진출 - 공안기구 책임자의 부상: 김정각, 장성택, 김원홍, 리명수의 정치국원 진출 o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최룡해 김원홍 이명수의 국방위원 추가 등용 -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의 국방위원 배제 등 일부 인물의 퇴행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25

26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공식 권력승계는 큰 도전 없이 성공했다고 보여지며, 김정은 이 권력층 인물인사나 정책면에서 점차 주도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군과 공 안기구에 측근들을 배치하고 통제 감시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권력에 대한 도전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앞으로도 권력기구는 물론 경제 대남 대외기구로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통치구조는 김일성에서 김정일을 거치면서 통치여건 변화를 고려하 여 가장 권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 발전되었고 볼 수 있다. 따 라서 세습 지도자로부터(혹은 권력세습을 위해) 획기적인 권력구조의 재편은 기대하기 는 어렵다고 본다. 적어도 신( 新 ) 권력구조 로 평가되려면 지도자 변동에 따른 핵심 측 근들의 교체, 그리고 당 관료사회 전반의 단순한 인물 세대교체를 넘어서, 1수령 독재 의 완화와 권력 연합 혹은 집단지도체제의 정착, 2선군정치의 완화와 당 중심체제로의 복원 혹은 개발독재체제로의 전환, 3수령의 정책 규정력 완화와 수평적 협의 조정 기 구 활성화 등 권력의 집중도, 권력행사의 규정력, 정책결정 방식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 가 있어야 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출범과 더불어 병영 체제적 특성이 심화되었고, 외부세계와의 정상적 인 관계를 맺는 기회를 거부했다. 김정은은 군권 장악에 집중하면서 이명박 정부와는 대립각을 세웠고, 미국과는 합의를 깨가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다시 한 번 벼랑 끝 전술로 반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발사 실패로 손상된 체면을 살리고, 대선을 앞둔 한 미의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며, 내부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 권력승계를 완료한 만큼 권력구조와 정책면에서 무 엇인가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이다. 과거 김정일도 공식 권력승계이후 3~4년은 체제 군기잡기에 열중했으며, 신사고 실리 강조 등 일부 실용주의적 변화는 그 이후의 일이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섣부른 예단이 실용적인 대북정책 추진에 부 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김정은 체제의 미래에 대해 신중하고도 열어놓는 판단이 필요하듯이, 축제 가 끝난 김정은 체제가 무모하고 돌출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동 시에 경계해야 할 것이다. 26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27 발표 2 광명성 3호 발사를 계기로 본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정책노선과 국가전략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1. 북한의 대외정책 대강 년 북한의 국가전략과 대외정책 3. 대북정책의 발전을 위한 제언 4.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

28 발 표 2 광명성 3호 발사를 계기로 본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정책노선과 국가전략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지난 4월 13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이후 북미대화 프로세스가 중단되고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13일 발사에 대한 북한과 서방국가들의 시각 차이가 뚜렷하고 그 후 상황 인식도 판이해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이제 이륙한 김정은 정권의 정책 성향 및 통치 방식이 북한의 대외관계와 한반도 정세 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 확립과 발전 전략 사이의 틈이 얼마나 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광명성 3호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단 김정은 정권은 4월을 무리 없이 통과하며 최고지도자로서의 입지와 대내 통합을 확립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대외관계, 특히 남한, 미국 등 주요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는 갈 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서는 광명성 3호 발사를 계기로 김정은 정권의 대외정책을 기존 북한의 그것 과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면서 향후 전망을 해보고자 한다. 또 북한의 대외정책이 국가전 략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며 작년과 금년 초 진행된 일련의 북미회담을 통해 북한 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말미에는 광명성 3호 발사를 전후로 한 최근 상황 을 거론하며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당 면 정세에 치우친 논의를 피하기 위해 먼저 북한의 대외정책 이념, 기조, 전략 상기해 보고자 한다. 28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29 1. 북한의 대외정책 대강 1) 대외정책 이념 북한의 대외정책 이념은 자주, 친선, 평화로서 북한이 창건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일 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세 이념은 노동당대회 총화보고, 헌법, 김일성, 김정일의 저 작 등에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2009년 4월 개정된 북한 헌법 제17조는 북한의 대 외정책 이념과 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자주, 평화, 친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외정책의 기본 리념이며 대외활 동 원칙이다. 국가는 우리나라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 완전한 평등과 자 주성, 호상존중과 내정불간섭, 호혜의 원칙에서 국가적 또는 정치, 경제, 문화적 관계 를 맺는다. 국가는 자주성을 옹호하는 세계인민들과 단결하며 온갖 형태의 침략과 내 정간섭을 반대하고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적, 계급적 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나라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 성원한다. 북한은 자주, 친선, 평화를 바탕으로 진영외교, 대서방외교, 제3세계외교를 전개해 나갔다. 1) 특히, 북한은 이 대외정책 이념에 따라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해나갔다. 2000년대 들어 김대중 정부 등장 이후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발판으로 거의 모든 서방국가들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렇지만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미국,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는 실현되지 못하였는데, 이는 남한의 중국, 소련과의 국교 정상화와 대조를 이루며 비대칭적인 남북한 대외관계를 이루고 있다. 북미, 북일 수교 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북한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미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그 잘못이 있다. 미국의 강경에 초강경으로 대처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원칙적 립장이다. 조성된 정세에 대 처하여 우리 공화국은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위적 국방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면 서 강성국가 건설을 힘 있게 다그치고 있다.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새 전쟁도발책동 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이 지금까지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제2의 조선전쟁을 감히 일으키지 못한 것은 우리의 대외정책이 원칙적이고 자위적 억제력이 막강하기 때문이 다. 만일 미국이 이제라도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버리고 우리를 선의로 대한다면 우 1) 서보혁, 체제경쟁의 종식 혹은 변형?: 남북한 대외관계 비교연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편, 남북관계사 (서울: 이화여대 출판부, 2009), pp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29

30 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다. 조일관계개선의 관건적인 문제는 일본의 과거청산에 있다. 조일관계가 극도 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의 과거청산 회피와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에 있다. 일본이 용단을 내려 죄 많은 과거를 청산하고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그만둔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사이의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조미, 조일 관계개선과 정상화는 결코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 한 호상존중과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현안 문제들을 대한다면 어떤 것 이든지 능히 풀어나갈 수 있다. 자주, 평화, 친선의 리념을 끝까지 고수하고 철저히 구현해나감으로써 국제관계 발전과 온 세계의 자주화 위업 수행에 이바지하려는 우리 공화국의 대외정책적 립장 은 변함이 없으며 확고부동하다. 2) 2) 대외정책 기조 북한은 탈냉전기에 들어 물질적 자원의 고갈 속에서 과거의 역사적 경험과 특정 정 책노선의 재현을 국가정체성의 지속에 활용하고 있다. 3) 이는 북한정권이 물질적 결핍 을 심리적으로 보완하는 데에 정체성 정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요컨대, 북한은 전통의 재현, 일원적 정치체제, 적대 이미지 등을 바탕으로 사회 내의 정체성 경쟁을 허용하지 않고 특정 정체성을 국가정체성의 지위에 고착화시켰다. 북한은 민족주의적 정향과 독자적 사회주의를 양축으로 하는 국가정체성을 국가 이 익과 결합시키기는 데 있어서 대외 정체성을 매개시켜 왔다. 북한은 대외관계에서 국가 정체성을 자주권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4) 북한은 국가 지위와 능력이 도전받는 탈 냉전기에 들어서도 주권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이를 초국가적 규범의 침투 가능성에 대 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탈냉전기에 들어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 의향을 표명하 면서 그 전제로 자주성과 평등의 원칙 을 강조하는 것도 단순히 협상전술 차원이 아니 2) 우리 공화국의 일관한 대외정책적 리념, 조선중앙통신, 2011년 10월 26일. 3) 예를 들어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라는 구호로 나타나는 혁명전통과 군사 문화, 대안의 사업체계 의 지속적 강조도 그런 맥락이다. 4) 사회과학출판사 편, 정치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p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31 라 국가정체성이 정책 방향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두 원칙이 북 한의 대외정책 기조라는 점은 북한의 관영언론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공화국은 지난 시기에도 그러하였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우리나라를 평등하게 대하려 하는 나라와 민족들에 대해서는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관계를 발전시키고 협력하면서 공동의 발전 을 이룩해나갈 것이다. 5) 북한이 주권 평등을 국가 정체성으로 활용하는 배경은 그것이 주권국가의 불완전성 을 만회하는 국가성(statehood)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먼저, 주권 평등론은 북한의 자주성 테제와 상응한다. 김일성은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어 가던 1990년 자주성은 자 주독립국가의 생명이며 모든 국제관계의 기초 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외부세 계의 체제위협적인 요소에 맞서는 대립항으로 민족자주성 을 제시하였다. 6) 두 번째 배 경으로는 탈냉전기에 들어 주권평등 규범이 동요한 사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주권평등 규범은 탈냉전기에 들어서 초국가적 규범과 경쟁을 벌이며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 받고 있다. 7) 북한은 이런 국제규범상의 경합 양상에 대하여 주권 평등 원리를 일관되 게 국제질서의 근간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이 주권평등 규범의 강조를 통해 약소국의 독자노선을 견지하고 강대국 혹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의한 독립성의 훼손 가 능성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북한의 국가정체성은 1 국가차원에서 정권과 대중을 동일시하고, 2 북한을 외부세계와 구별 짓고, 3 외부 세계를 보는 인식의 창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8) 요컨대, 북한에서 국가정체 성은 정권이익과 국가이익 사이의 긴장을 봉합하는 정치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 다만, 그것은 정책 목표 달성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상의 논의는 북한의 정책결 정에서 국가정체성이 정책은 물론 국가이익의 방향을 규정하는 독립변수로 작용함을 말 해준다. 9) 5) 우리 공화국의 일관한 대외정책적 리념, 조선중앙통신, 2011년 10월 26일. 6) 김일성, 우리나라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더욱 높이 발양시키자( ), 김일성저작집 42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5), p ) David Held, Democracy and the New International Order (London: Institute of Public Policy Research, 1993), p. 100; John G. Ruggie, Continuity and Transformation in the World Polity: Toward a Neorealist Synthesis, World Politics 35 (January 1983), p ) Henri Tajfel, Human Groups and Social Categories: Studies in Social Psycholog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p ) Alexander Wendt,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p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31

32 그렇다면 북한의 국가정체성이 국가이익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대 외정책 목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북한과 같은 고립주의적, 정치사상 중심적인 국가의 경우 국가이익 설정에 국가 정체성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대 외정책 원칙인 자주, 평화, 친선에는 북한의 독특한 사회주의체제 유형과 정체성이 반 영되어 있다. 북한의 국가이익이 국가정체성에 의해서 구성된다는 사실은 그 내용이 주 체사상과 통일이라는 특수 목표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맹 상실,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 및 초국가적 규범의 영향력 확대는 북한에게 체제위협 요 소로 인식되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의존은 더욱 높아졌다. 그에 따라서 북한의 대외 정책은 복합적 위협 요소를 해결할 중심 고리 로 인식되었다. 거기에 국가정체성은 국 가이익의 한계선을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국가정체성은 북한의 대외정책을 우리 식 사회주의 의 유지를 전제로 하면서 국제적 위신을 제고하고 열악한 물질적 조건을 극복하도록 하는 안내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국가정체성은 열악한 정책수단을 보충하고 주권 규범을 외교수단화 하는 것을 정당화 한다. 3) 탈냉전기 대외정책 방향: 신외교전략 탈냉전기 들어 북한의 대외정책 목표는 체제확장에서 체제보전으로 하향조정 되었 다.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한 동맹 소멸, 국제사회의 비확산 압력, 그리 고 대내 경제적 여건의 악화와 김일성의 사망 등이 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로써 북 한의 대외정책도 동맹외교에서 적대국과의 관계개선 추구로 질적 전환이 모색되었고 이 는 북한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물론 북한의 대외정책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자주, 평화, 친 선 의 3대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대외관계에 있어서의 평등과 자주성, 상호존중 과 내정불간섭, 호혜의 원칙을 국가관계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북한 의 대내외 정세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3대 대외정책 원칙은 냉 전기의 자주, 친선, 평화의 순서가 1989년, 곧 냉전 해체기에 접어들어 자주, 평화, 친 선으로 바뀌었고,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원칙에서 사회주의 나 라들과 단결하고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인민들과의 단결 이라는 기본원칙이 자주성을 옹호하는 세계 인민들과의 단결 로 수정되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온 세계의 자주화와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앞당기는 데 적극 이바지할 것 이라는 방향은 유지되고 있 다. 10) 북한은 이런 대외정책 원칙과 기본방향 속에서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여 체제생 32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33 존을 위한 실리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자 주권을 존중하는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고 밝힌 이래 이를 일관된 대외정책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 탈냉전기 들어 북한은 계획경제의 한계와 내부자원의 고갈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 고자 점차 현실주의적인 실리외교를 지향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냉전기 진영외교와 달리 대외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1 미국, 일본,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체제안정 및 경제 실리의 동 시 추구, 2 중국, 러시아 등과 전통적 우호관계 회복, 3 동남아국가들과의 자원외교 강화, 4 국제기구 가입 및 활동을 통한 국제적 지위 확대 등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요 컨대, 탈냉전기 북한의 대외정책은 정치, 이념 위주의 기존의 진영외교에서 벗어나 체 제안보와 경제적 실리 획득을 위한 전방위외교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를 북한의 신 외교전략 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1) 년 북한의 국가전략과 대외정책 김정일의 사망으로 예상보다 빨리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의 승계만큼 이나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김정은 정권이 출발 상태에서 직면하고 있는 과 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그에 대한 북한의 대응 방침은 무엇인가? 먼저 북한 관영언 론의 입을 통해 들어보고 나서 분석해보자. 북한 관영언론 12) 은 공동사설을 바탕으로 2012년 북한의 정책 목표와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표1>과 같다. 10) 신년 공동사설, 조선중앙통신, 1998년 1월 1일. 11) 이 표현은 박재규,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 (서울: 나남출판, 1997)에서 착안하였다. 12) 올해 공동사설의 기본체계, 로동신문, 2012년 1월 3일.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33

34 2012년 정책과제 및 수단 성격규정 총적과업 정책과제 정책수단 통일정책 대외정책 <표 1> 2012년 북한의 정책 목표와 수단 - 김정일 동지의 강성부흥구상이 결실 맺는 해 - 김일성조선의 새로운 100년대가 시작되는 대진군의 해 -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해 사회주의강성대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높은 단계에 진입하는 것 - 정치사상적 위력 강화 - 당의 강성부흥전략 관철 위한 총돌격전 전개 - 사회주의 문명국 수립 - 국방력 강화 - 당 강화 및 영도역할 제고 - 일군의 투쟁기풍, 지휘능력 개선 - 대중의 정신력 발양 - 근로단체의 책임성, 역할 제고 10.4 선언 5주년의 해 - 민족자주, 민족우선 입장 견지 - 민족화해 단합 실현 - 전쟁책동 저지파탄 - 자주, 친선, 평화 이념 견지 - 자주권 존중 국가들과 선린우호관계 확대발전 *출처: 서보혁,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과 정책성향, 그리고 남한의 선택, 계간 민주, 통 권 2호 (2012), p 공동사설의 논조는 방어적이고 회고적이고 보수적이다. 공동사설은 늘 지난해를 되 돌아보며 승리의 해 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이번은 거기에 슬픔의 해 가 앞서서 덧 붙여져 있다. 그리고 올해를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 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를 연중 구호로 제시하였다. 유훈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공동사설에 김정은보다 김정일이 훨씬 더 많이 언급되었다. 처음 김 정일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 으로 치켜 올렸지만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 으로 수 위를 내리다가, 이제는 강성국가의 대문을 열기 위한 올해 로 한참을 내려왔다. 공동 사설에서는 강성대국과 강성국가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강성대국론을 완화시켰 34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35 다. 올해 북한, 곧 김정은 정권의 국정방향과 정책도 김정일의 유훈, 김일성의 혁명전 통에서 가져오고 있다. 공동사설의 다음 구절이 김정일 정권의 출발이 무겁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 당과 혁명은 주체혁명위업 계승의 중대하고도 책임적인 시기에 놓여있 다. 오늘의 현실은 모든 당건설과 당활동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 쳐 혁명을 끝까지 해나가려는 백두의 혁명정신, 계속혁명의 정신으로 철저히 일관시 켜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주체사상, 선군사상에 바탕을 두고 유일영도체계, 자립경제노선을 근 간으로 시작하고 있다. 현재의 북한에게 어떤 정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정치분야 과업으로 정치사상적 위력 강화를 제시하면서 지도자 숭배와 대를 이어 계승 되는 단결 을 그 방안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북한의 어려운 현실을 볼 때 매우 단순하 고 순진해 보인다. 현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건설의 초미의 문제 라고 하면서 그에 부합하는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 언급 은 또 2012년 북한의 정책기조가 방어적이고 김정은 정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시 사해준다. 김정은 정권이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지만 북한이 직면한 과제는 무겁고 그 대응에 새로운 것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정치제도를 유지하되 자본주 의 경제제도를 도입하는 중국식 개혁개방정책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 에서 그렇다. 하나는 김정은 정권 역시 정치 우위의 통치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만 보이 고 경제는 없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이다. 2011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이 언 급된 회수가 19회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올해 공동사설에서는 3회에 불과하다. 13) 올해 북한의 국정기조는 경제회생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확립에 있다고 말하면 과언일까. 다 른 한 측면은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이 합리성이나 개혁적 요소 도입보다는 정치사상 적 요소를 강조하거나 문제점이 노출된 기존의 정책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다. 식량문제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 아래 내용은 식량문제 해결과 강성국가 건설이 쉽 지 않을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13) 정은미, 신년공동사설로 본 2012년 북한 체제: 지식경제에서 쌀이 나올까?, 서울대학교 통 일평화연구원, 2012년 북한 신년공동사설 분석 및 전망 (2012년 1월 3일).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35

36 오늘 당조직들의 전투력과 일군들의 혁명성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서 검증된 다. 당의 농업혁명방침을 철저히 관철하여 벌방지대이건, 산간지대이건 어디서나 알 곡 정보당수확고를 획기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농산과 축산을 결합하는 고리형순환 생산체계와 우리 식의 유기농법들을 적극 받아들이며 농업생산목표수행에 필요한 영 농물자와 설비들을 수요대로 제때에 보장해주어야 한다. 인민생활향상에서 중요한 몫 을 맡고 있는 현대적인 축산기지들과 가금기지들, 대규모과수농장들과 양어기지들이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어 인민경제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으로 언급한 전력, 석탄, 금속, 철도, 화학공 업에서의 정상화를 반복해 강조하면서 내놓은 유일한 방안이 함남의 불길 이다. 함남 의 불길 은 김정일이 마지막까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난 해소를 위해 북한 최대의 섬 유, 화학단지가 있는 함경남도를 자주 시찰하게 되니까, 현지에서는 모든 자원을 총동 원하여 목표 달성을 해보인 것을 자력갱생의 모범으로 확산하려는 구호이다. 말하자면 자력갱생의 명분 아래 외부의 자원과 기술 도입 없이, 또 장기적인 발전 구상과 그에 따른 자원 확보 계획 없이 당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체 자원을 모두 투입하는 것을 강성부흥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총돌격전은 합리성과 기술의 부재를 인민의 모든 에너지 염출로 대신해 목표 달성하겠다는 전형적인 동원형 발전노선이다. 물론 북한도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 생산, 핵심 기초기술과 중요부문 기술 공학 발전 등 새 세기 산업혁명 의 기치를 높이며 지식경제강국 건설 계획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동사설에서는 이런 기술집약산업을 경공업, 농업과 연계하여 산업연관 효과를 높이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공업, 농업은 동원형 발전전략의 대상으 로 남아있다. 대신 기술집약산업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견지해온 중화학공업 중시 정책 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국방력 향상과 무관하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성적 인 식량난과 핵 개발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또 사회주의 문명국을 지향하며 모든 분야에서 세계문명을 따라 앞서자 고 하면서도 제 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분쇄하고 이색적인 생활풍조를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이 벌릴 것 을 강조하고 있다. 오래된 위협인식이 전향적인 대외개방을 억제하고 있 다. 이 모든 경제사회정책은 김정은 정권 하에서 개혁개방이 매우 저조할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김정은이 직접 국정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가동하고 있다는 지도소조 가 취하고 있는 경제정책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도소조 의 활동은 석 36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37 탄 수출 금지 등을 통한 전력상황 개선, 인민 생활용품 2~3년 내 정상 공급과 함께, 금년에 평양과 회령, 국가 기관들과 지방 간부들, 모든 법 기관들과 군부대에 최우선 식량 공급, 2013년까지 외국상품(특히 중국 상품) 제한 및 퇴출, 농민시장 외 모든 시장 폐지, 수입 축소, 외화 절약을 통한 국방 건설 등 강성대국건설에 우선 투입 등 이다. 14) 김정은이 유훈통치로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해나가려 한다고 볼 때, 그는 2009 년 6월 김정일이 자력갱생노선 하에 계획경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소위 6.25담화)을 따를 것이다. 물론 북한은 개혁 없는 부분개방을 단행하겠지만, 그것은 철저히 경제재 건에 한정하여 주로 중국, 러시아와 추진될 것이다. 대남관계에 있어서 신년 공동사설은 김일성, 김정일의 조국통일 유훈 관철, 민 족자주, 민족우선 입장 견지, 민족화해 및 단합, 전쟁책동 저지 등 4개 기조를 밝 혔다. 15) 그에 따라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조문을 외면하고 민간의 조의표명을 방해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반면에 10.4 선언 5주년을 맞아 남북합의 이행을 강 조하였다. 또 2008년 이후 4년 만에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침략군 철수를 주장하였다. 조의 문제를 빌미로 한 북한의 이명박 정부 비난은 지난 12월 31일 국방위원회 성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이 나타낸 원색적인 비난의 연장선상에 있 다. 북측의 이명박 정부 비난은 그동안 쌓인 불만을 김정일 조의 문제를 계기로 폭발시 켜 남측에 전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대내적으로 주민 단합을 도모하는 이중효과를 노리고 있다. 대외관계와 관련하여 금년 공동사설은 예년에 비할 때 공통점과 차이점이 동시에 발견된다. 공통점은 동북아시아의 안전,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 발전을 밝힌 점이고, 차이점은 한반도 비핵화 공약 생략과 북한의 대외정책 이념의 우 선순위 변화이다. 공동사설은 김정일 위원장이 전개한 일련의 중국, 러시아와의 정상회 담을 세계평화 및 동북아 안전보장과 양국 간 친선관계 강화의 중대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1989년 이후 대외정책 이념을 자주, 평화, 친선으로 바꾸어 언급해왔는 데, 금년 들어 그 순서를 냉전시기 순서였던 자주, 친선, 평화로 되돌려놓았다. 이 두 가지 현상을 종합해볼 때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는 중국,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친 선관계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북한이 중국, 러시 아와 전개한 정치적, 경제적 협력관계는 한소, 한중 수교로 소원해진 관계를 청산하였 14) 김정은 지도소조의 새 정책은?,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434호 (2011년 12월 22일). 15) 이하 북한의 대남, 대외정책에 대한 논의는 서보혁, 2012년 신년공동사설로 본 북한의 대외 관계 적극적, 남북관계 불투명,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2년 북한 신년공동사설 분 석 및 전망 (2012년 1월 3일)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37

38 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중, 북러관계를 동맹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북한과 과거 군사동맹 대신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였는데 거기에는 유사시 자동개입조항이 없 다. 북중 간에는 자동개입 조항이 포함된 우호조약을 갱신해오고 있지만 조약 자체가 사문화 되었거나 자동개입 조항이 유보적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북의 입장에 서 미 부시 공화당 정권, 현 오바마 민주당 정권을 상대하며 모두 북미관계 개선이 여 의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체제안보, 경제회생에 결정적인 대외협력 창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북한이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포기하고 북방협력만 추구할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2011년만 하더라도 북한은 미국과 두 차례 핵 회담을 가졌고, 양국은 김정일 사망 시에도 뉴욕채널을 가동해 인도적 지원과 북핵문제를 협의하였다. 뉴욕채널에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가동 중단과 영양강화제 지원이 합의된 것으로 알려 졌다. 냉전 해체 이후 하향조정된 북한의 국가전략 목표인 체제생존이 미국의 안전보장 으로부터 담보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미 관계개선 전략은 일관된 대외정책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 역시 대미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비 핵화가 미국의 일차적인 대북정책 목표라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 등장 이후 북한이 계속 언급해온 비핵화 공약이 누락된 점은 주목을 끌만하다. 만약, 비핵화 언급 생략이 군부 의 영향력에 따른 것이라면 본격적인 북미회담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 적지 않은 분 위기 조성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 북미 핵회담이 열려도 남북관계가 계 속 경색되는 경우, 본격적인 북미관계 개선이나 6자회담 재개는 난항을 겪을 수도 있 다. 3. 북한의 핵전략과 북미관계 현황 1) 북한의 대미 핵전략: 성격과 추이 북한의 안보불안은 주객관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객관적인 면에서 남북한 군사적 대치와 미군의 핵공격 능력은 북한체제에 항상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북 한은 내생적인 안보불안 요소도 갖고 있다. 북한은 군에 의존한 압축적 국가형성 과정 을 거쳤고 현 김정은 정권도 군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 침체와 결합하여 대내적 38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39 인 체제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잠재성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이런 위협들에 대 한 북한의 위협인식은 더욱 높아졌는데 거기에는 북한의 국가능력 약화에 따른 객관적 요인과 함께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요인, 북한의 주변환경이 전반적 으로 열악해진 국제적 요인 등이 동시에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탈냉전기 북한은 이상과 같은 안보위협에 직면하여 그것을 일거에 제거할 상대국으 로 적대관계인 미국을 설정하고 미국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핵개발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이는 북한이 열악해진 안보환경에 대응하여 전쟁이나 체제개혁이 아니라 체제 생존을 겨냥한 적응을 택하였고, 북한이 그 목표달성의 주대상으로 미국을 선정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복합적 위협의 돌파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냉전해체기에 접어들면 서부터 북한이 대미접근을 시도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의 안전보장은 물론 국제적 고립 탈피, 한미동맹관계 약화, 남북관계 주도 등 다각적인 효과를 일거에 달성 할 수 있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정책 목표는 북한의 의도보다는 북 한의 실제 행동과 미국의 반응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탈냉전기 미국의 대외정책 맥락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북한의 개발은 냉전시기 소련의 지원으로 시작되었지만 그것은 처음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취약한 에너지 수급구조를 타개하려 한 것이었다. 북한은 소련의 권유로 1985년 NPT에 가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들 이 연쇄적으로 붕괴하고 1991년 걸프전을 목도하면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체제 안보를 실현할 필요성을 절감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전까지 플 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에 나섰을 것이라고 하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990년 한소 국교정상화로 소련의 대북 핵우산정 책이 자동 폐기되자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에 더욱 노출되면서 핵무기를 체제 생존을 위한 최선의 억지력으로 판단하고 개발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자위력 확보로만 보는 것은 탈냉전기 북한의 대미정 책 목표와 모순되는 것이다.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나아가 정상화가 이루어지려면 북한 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이 북미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에 나오도록 강제하는 협상무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북한 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실현되기까지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지 않고 관계정상 화 과정에서 미국의 행동에 상응하여 점진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북미관계 개선과 적대적인 현상유지에 동시에 대응하는 이중 용도를 갖는,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39

40 북한에게는 매우 중대한 자산이다. 물론 어느 경우에나 핵개발은 북한의 체제생존을 위 한 수단이지 목적으로 볼 수 없다. 그 수단이 어떤 방향으로 이용될지는 북미간 상호작 용에 달려있다. 북핵 20년을 회고해볼 때 북한은 핵을 관계정상화를 협상수단에서 억지력 수단으로 그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온 것으로 보인다. 그 계기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이명박-오바마 행정부의 무시전략이 이어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2차 북핵위기 에 즈음하여 북한은 모든 문제 해결방식의 기준점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에 대한 위협의 제거이다 라고 하면서 부시 행정부에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하였다. 16) 이때 북한은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등장 에 즈음하여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 라고 전제하고, 우리가 핵 무기를 만들게 된 것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나 경제지원 같은 것을 바라서가 아니라 미 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라고 주장하였다. 17) 2) 북미 핵회담 경과 6자회담이 2008년 12월 8-11일 베이징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결렬 이후 지금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의 제제 결의 등 한반도 비핵화 관련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중국 등 관련국들의 중재로 2011년 들어 어렵게 북 미회담이 남북회담을 거치며 부정기적으로 열리기 시작하였다. 뉴욕 회담 18) 2011년 7월 28~29일 뉴욕에서 북한과 미국이 가진 회담은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관계의 창을 한번 열어본 의미를 가진다. 뉴욕 회담은 2009년 12월 8~10일 보즈워스 오마바 행정부의 대북 특사의 방북 이후 오랜만에 이루어진 것 이다. 거기에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상황을 고려할 때 오랜만에 이루어진 회동에서 많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양측 모두 회담을 끝내고 회담이 매우 건설적이었고 실무적이었다 고 평 16)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통신, 2002년 10월 25일. 17)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통신, 2009년 1월 19일. 18) 서보혁, 뉴욕 북미회담 이후 쟁점과 과제, 코리아연구원 현안진안, 196호 (2011년 8월 3일). 40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41 가하고 추가 회담의 문을 열어놓은 점 자체가 의의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까지 이용한 북한의 핵개발과 추가 도발을 허용할 수 없고, 북한은 미국 주도의 광범위한 제재를 겪으면서 경제난 회복과 국제고립을 완전히 타개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회담이 오랜 상호 대립과 갈등 후에 열렸기 때문 에 탐색전 성격을 넘어서지 못했고, 양측의 입장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은 향후 추가 회담의 전도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월 1일 관영언론을 통해 쌍방은 북미관계를 개선하며 협상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 해 나가는 것이 각측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인정했다 고 밝혔다. 그에 비해 미국측은 회 담 후 논평을 통해 이번 회담은 북한이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하며 비핵화 로 나아갈 의지를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고 밝혔다. 금번 회담에서 다룬 사안은 양 측이 다 확인해준 것처럼 북핵문제, 북미관계, 역내 안정이었지만 양측의 주 관심사는 달랐다. 북한은 북미관계에, 미국은 북핵문제에 상대적으로 더 우선순위를 두었다. 북 한은 9 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先 북핵 포기로 접근한다면 6자회담 재개를 향한 새로운 출발은 조기 에 좌초할 위험이 잠복해있었다. 제네바 회담 19) 북한과 미국은 10월 24~25일 제네바에서 다시 고위급회담을 열어 북핵문제 해결과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회담에서 미국측이 북한의 미사일 및 핵 실험 중 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그리고 우라늄 농축 중단 등 이른바 3대 사전조치 를 요구한 데 대해, 북한은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 상호 신뢰구축 입장으로 맞섰다. 회 담 후 북미간 논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회담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 내 용은 북한이 미사일 및 핵 실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를 수용하는 대신 양 측이 인도적 문제에 협력하고 추가 회담을 연다는 합의로 분석되고 있다. 이 회담은 비록 북핵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진전을 도출하지 못하였지만 6자회담 재 개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제네바 회담이 9월 21일 베이징 남북대화 이후에 열린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지난 7월 뉴욕 북미회 담이 발리 남북회담(7월 22일) 이후에 열린 것과 같은 현상이다. 남북회담- 북미회담- 6자회담의 순서는 2008년 말 이후 중단되어 있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측이 관련 국들의 동의(혹은 양해)를 얻어 제시한 방안이었다. 제네바 북미회담이 열릴 때 북한을 방문 중이던 리커창 중국 부총리는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와 19) 서보혁, 북미 제네바회담 평가와 전망, 코리아연구원 현안진안, 203호 (2011년 10월 31일).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41

42 접촉을 강화하는 것은 관계국들에 도움이 된다 고 밝혔다. 한국의 입장에서 북핵문제에 관한 3단계 논의 방식은 북한의 남한 배제 전술을 차 단하고 당사자 원칙을 과시하는 한편 향후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의 미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남북대화를 통과해온 북한을 상대함으로써 북한의 협상전략을 사전 파악하고 한미공조를 긴밀히 하면서 북한의 처신을 관리할 채널을 하나 더 확보한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한미 양측이 문제삼아 온 남북대화 채널을 거침으로써, 보다 관 심을 두고 있는 북미대화에 나서 북핵문제를 북미관계와 긴밀히 연관지어 논의할 수 있 게 되었다. 제네바 회담 직후 북측 대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회담에서 기본적으 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조치에 집중적인 논의를 했다 고 말한 것도 그런 의 미다. 한미 양측의 의도와 달리 일단 북한은 3단계 6자회담 재개 순서 중 2단계 북미 대화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그와 달리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북핵문제 해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지난 뉴욕 북미회담에서도 감지되었기 때문 에 그것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향후 큰 과제로 잠복해있었다. 베이징 회담 20) 2012년 2월 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회담은 2012년 첫 양국간 회담이자 북한의 최고지도자 교체 이후 첫 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베이징 회담은 작 년 7월 28~29일 뉴욕 회담과 10월 24~25일 제네바 회담에 이어 열린 것으로서, 북한 내 정치적 변화 이후 북한의 대미정책, 핵정책이 어떤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조기에 해 소하는 데 유용하였다. 회담을 지켜본 6자회담 참여국들은 북한의 대외정책, 특히 핵정 책에 변화보다는 지속성이 크다는 점을 미국측 협상단 대표의 발언을 통해 확인하였다. 북한과 미국이 회담 결과를 2월 29일 각국에서 동시 발표한 것도 베이징 회담을 의 미 있게 바라보게 해주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회담 결과를 볼 때, 베이징회담은 북한이 핵동결을 하는 대신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 을 골자로 양국관계 개선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두 발표가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발사, 우라늄농축 등에 대한 모라토리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 미국의 대북 24만 톤 및 추 가 영양지원, 비공격 의사, 관계개선 조치 준비, 인적 교류 확대, 대북제재가 북한인민 의 삶을 겨냥한 것이 아님 확인, 양국의 정전협정 준수 등이다. 20) 서보혁, 베이징 북미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IPUS 통일칼럼, 68호 (2012년 3월 12일); 서보혁, 베이징 북미회담 평가와 과제, 코리아연구원 현안진안, 209호 (2012년 2월 28일). 42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43 그러나 위 양국 발표에서 뉘앙스와 문안의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비핵화 관련 북한 의 공약사항은 북한측 발표문 하단에, 미국측 발표문에는 상단에 각각 배치되었다. 정 전협정 준수에 관해서는 미국측이 그것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초석 으로 인식 한 대신, 북한측은 그것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라는 단서를 달아 강조점의 차 이를 보였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미국측이 그것을 강력한 감시활동 과 묶어서 언급하면서 24만 톤 지원 결정과 추가 지원 가능성(prospect)를 별도 언급하고 있다. 반면, 북한측은 감시활동 대신 행정실무적 조치들 을 언급하면서 24만 톤 지원과 추가 지원을 한 문장에 묶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해 보이는 차이점은 비핵화 관련 사항인데, 모라토리엄 범위와 관 련해서 미국측 발표에는 우라늄 농축활동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활동 이 언급되어 있 는 반면, 북한측 발표에는 녕변 우라니움 농축활동 을 언급하고 있지만 영변에서의 다 른 핵활동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IAEA 사찰 대상과 관련해 미국측 발표에는 5메가와 트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화를 확인하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북한측 발표 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비핵화 공약 이행의 수준과 관련해, 미국측 발표에는 북한이 공 약을 이행하는데 동의하였다고 표현하고 있는 대신, 북한측 발표에는 조미 고위급회담 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북한은 6자회담 재개시 우리에 대한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 으로 론의하게 될 것 이라고 밝혀 우선 관심사에 대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와 같은 차이는 북미회담에 임하는 양국의 주관심사와 협상전략을 암시해주고 있 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분명한 의무로 간주하고 접근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식량지원을 최대로 끌어내는 대신, 비핵화 이행의 범위 를 가급적 줄이고 그 이행도 조건부로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차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가를 선언한 바 있고, 한반도 비핵화가 궁극 적인 목표라 하면서도 핵능력을 강화해왔다. 그 사이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미국은 한 미관계와 대내문제로 북핵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못해왔다. 미국은 물론 남한 내에서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원자 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감시활동 재개, 우라늄농축을 통한 핵 개발 실태조사, 기존 핵불능화 과정 평가 및 폐기 방안 협의, 그리고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의 비핵화 공약 확인 등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런데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이 중단되어 있고, 이후 네 차례 21) 의 북미회담은 북핵문제를 관리하기에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43

44 도 역부족이었다. 그 원인은 한미 양국의 전략적 대응의 문제점과 북한의 시간끌기 전 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목표로 한 북미 양자회담은 두 차례의 남북 핵회담 을 동반하며 진 행되었고 중국의 중재가 작용하였다. 베이징 합의는 양측의 일부 다른 해석에도 불구하 고 신뢰조성과 비핵화 이행 분위기 조성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북미 회담 중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아 불씨를 남겨 놓았고, 악 화된 남북관계가 북미대화를 동력으로 하는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견제하는 형국이 었다. 거기에 평양은 물론 서울과 워싱턴의 대내정치적 사정도 작용해 관련 당사국들은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걷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은 북미 회담을 대내 적으로 홍보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2) 4.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 1) 로켓 발사 실패 전후 대립 상황 북미 베이징 회담이 끝난 지 1개월이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16일 북한 조선우주공 간기술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맞으며 우리나라에 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 며 이번에 쏘아 올리는 광명성 3호 는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도관측위성으로 운반로켓 은하 3 으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방향으로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발사하게 된다 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위성발사는 조미 합의와는 전혀 관련 없다., 실용위성발사 와 장거리미싸일 발사는 별개의 문제이다. 고 주장하며, 발사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리 용에 관한 모든 나라들의 합법적 권리에 기초하여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3) 그에 21) 2008년 12월 8~11일 베이징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결렬된 이후 2009년 12월 8~10일 보즈 워스 오마바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사가 방북해 북한측과 회동하였다. 그 이후 2011~12년 현 재까지 세 차례 북미회담이 열렸다. 22) 예를 들어 조선중앙년감 2011 (평양: 조선중앙통신사, 2011)은 북미관계를 다루고 있는 쪽에 북미회담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북미회담을 다루었다면, 이 연감의 발행 일시(10월 25일)를 고려할 때 뉴욕 북미회담만 언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44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45 따라 북한은 국제적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국제기구들에 필요한 자료들을 통보하는 한편, 국제 전문가들과 언론들에 발사를 참관하도록 초청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발사 방침에 대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서울 핵안보정상회의(3월 26-27일)를 이용해 집단적으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가 베이징 북미합의 위반이라고 간주하 고 합의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할 의사를 나타냈다. 북한의 반응은 분명했다. 북한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고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구인 평화적 위성발사를 절대로 포 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 전제하고, 일련의 북미회담에서 평화적 위성 발사가 장거리 미싸일 발사 림시 중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종일관하게 주장하였다. 그 결과 2.29 조미합의에는 위성발사를 포함한 장거리미싸일발사 나 탄도미싸일기술을 리 용한 발사 가 아니라 장거리미싸일발사 림시중지 로 명기된 것이다. 고 말하였다. 북한은 미국이 고질적인 대결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적 위성발사 도 장거리미싸일 발사로만 보이는 것이다. 고 주장하였다. 24) 또 북한은 인도주의적 문 제는 정치와 련관시키지 않는다고 표방하던 미국이 우리의 위성 발사에 대항하여 식량 지원 공약의 리행을 중지한다고 발표하였다. 고 비난하고, 미국은 우리의 장거리미 싸일 능력 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으로 된다고 떠들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모 든 나라들이 다 반대하고 있는 저들의 미싸일방위체계 수립을 정당화하고 강행하는 구 실로 써먹으려 하고 있다. 고 주장하였다. 25) 결국 북한은 4월 13일 발사를 단행하였다. 광명성 3호 발사가 오전 7시 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진 행 됐지만 궤도진입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26) 북한의 로켓 발사는 실패하였지만 그것이 한반도와 국제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로 간주하는 국제여론이 일어났다. 한국,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 채택 및 제재 논의가 추진되었다. 그 결과 4월 16일 오전 10시(미국 동부시각 기준) 유 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 규탄하는 9개항으로 된 의장성 명을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결의는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당시보 다 결정이 신속하였고 비난 강도도 높아졌다.(표2 참조) 특히, 결의 중 아래 사항들이 23) 위성발사; 조미합의에 저촉되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 2012년 3월 19일. 24) 조선외무성 대변인 미국은 평화적위성발사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 장, 조선중앙통신, 2012년 3월 27일. 25) 조선외무성 대변인 위성발사를 정치군사적 목적에 악용하려는 미국을 단죄, 조선중앙통 신, 2012년 3월 31일. 26) 조선중앙통신, 2012년 4월 13일.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45

46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 안보리는 비록 위성발사 또는 우주발사체로 그 성격을 규정하더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1718호 및 1874호의 심각한 위반임을 강조한다.(2항) - 안보리는 결의 1718호 제8항에 의거하여 부과하고 결의 1874호에 의해 수정된 바 있는 조치를 조정하는 데 합의한다. 안보리는 결의 1718호에 따라 설립된 위원회(대북 제재위원회)가 아래 조치(단체 및 품목 추가 지정 등)를 취하고 15일 이내에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지시한다.(5항) - 안보리는 북한의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결의를 표명한다.(9항) <표 2> 북한 로켓 발사 관련 2009년과 2012년 의장성명 구분 2009년 의장성명 2012년 의장성명 채택 시기 2009년 4월 5일 발사 뒤 8일 2012년 4월 12일 발사 뒤 3일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condemn), 1718호 위반 강력 규탄(strongly condemn), 및 규탄 (contravention) 심각한 위반(serious violation) 추가발사 금지 어떤 추가발사도 하지 말 것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추가발사도 진행하지 말 것 추가 도발시 조처 계속 안보리에 계류됨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것 6자회담 조속한 재개 촉구 언급 없음 *출처: 한겨레, 2012년 4월 18일 2)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 북한 외무성은 4월 17일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 고 밝 히고, 자주적인 우주리용 권리를 계속 행사해나갈 것 과 2.29 조미합의에 우리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 임을 천명하였다. 기존의 유엔 안보리의 두 결의와 남한의 5.24 조치에 이은 유엔 의장성명에 직면하여 향후 북한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크게 국 지도발, 핵실험, 위성발사시험 재개, 무시 등 네 가지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 련하여 17일 외무성 입장은 향후 북한의 대응을 암시하고 있다. 위성발사시험 재개와 핵실험 가능성 그것이다. 46 평화재단 53차 전문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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È޴ϵåA4±â¼Û July 2006 Vol. 01 CONTENTS 02 Special Theme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Beautiful Huneed People 03 04 Special Destiny Interesting Story 05 06 Huneed News Hu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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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용1)1~27 3 01 6 7 02 8 9 01 12 13 14 15 16 02 17 18 19 제헌헌법의제정과정 1945년 8월 15일: 해방 1948년 5월 10일: UN 감시 하에 남한만의 총선거 실시. 제헌 국회의원 198명 선출 1948년 6월 3일: 헌법 기초 위원 선출 1948년 5월 31일: 제헌 국회 소집. 헌법 기 초위원 30명과 전문위원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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