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관논총107집(전체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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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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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1) 延敏洙 * Ⅰ. 서 언 Ⅳ. 正倉院 에 소장된 경위 Ⅱ. 正倉院文書 와 백제유물 Ⅴ. 正倉院 백제유물의 역사적 성격 Ⅲ. 백제 유물의 전래와 中臣鎌足 Ⅵ. 결 어 Ⅰ. 서 언 일본 東大寺 의 부속건물 正倉院 에 소장되어 있는 正倉院文書 에는 백제 의자왕이 왜 왕권 최고의 權臣 이었던 內大臣 에게 적색옻칠장( 赤漆槻木廚子 )을 선사했다는 극히 간결 한 기록이 보인다. 정창원 소장품 중에서 물품의 유래를 설명한 것은 불과 4점뿐으로 특 히 외국과 관련된 기록은 이것이 유일하고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 장속에는 흑백 감홍색의 4종류의 바둑알과 그것을 담은 4개의 은합 그리고 기타 여러 종류의 코뿔소 뿔 로 만든 장식물이 수장되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이 문서목록에는 바둑알과 한 세트였음에 틀림없는 정교하게 제작된 바둑판과 그것을 담은 함이 기록되어 있다. 현 재 이 옻칠장을 전해오고 있지 않지만, 제작지가 동일한 제품으로 추정되는 것이 왕실의 소유물로서 정창원에 보관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고문헌에 기록된 물품이 유물로 현존 하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고, 1,300여 년간 매장된 일이 없이 지상으로 그것도 완벽한 형태로 전래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백제 의자왕이 왜국에 옻칠장을 보냈다고 하면 의자왕의 재위 기간인 641년에서 백제 가 멸망하는 660년 사이의 일이다. 8세기 왕실소유의 유물이 대부분인 정창원에 어떻게 해서 귀족이 소유하고 있던 백제유물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언제 어떠한 경위에 의해 전 해졌고, 이 유물이 갖는 역사적 성격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이에 대해서는 일 본학계에서 조차 전론으로 다룬 연구는 없고 정창원 유물 전체를 논하는 중에 간단히 소 개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필자도 몇 년 전 지면을 통해 문제의 적색옻칠장을 소개한 * 바른역사정립기획단 연구위원.

게다가 이 장속에는 흑백 감홍색의 4종류의 바둑알과 그것을 담은 4개의 은합 그리고 기타 여러 종류의 코뿔소 뿔 로 만든 장식물이 수장되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이 문서목록에는 바둑알과 한 세트였음에 틀림없는 정교하게 제작된 바둑판과 그것을 담은 함이 기록되어 있다.

2 - 2 - 國史館論叢第 108 輯 일이 있지만, 1) 그 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도 발견되는 등 종합적 고찰의 필요 성을 느끼게 되었다. 사료의 편린성, 미술사적 비교검토 대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 에서 세부적 논증은 어렵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Ⅱ. 正倉院文書 와 백제유물 정창원의 보물창고가 소재해 있는 東大寺 는 8세기 중엽 건립된 나라시대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이 사찰의 건립에는 737년 당시 대규모의 기근과 전국을 휩쓴 전염병(천연두) 이 만연되어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 聖武天皇 은 佛力 에 의해 국가를 구원한다는 진호사상에 기초하여 전국의 지방 행정구획마다 國分寺 라는 사찰의 건립을 추진하였다. 왕도에 건립된 동대사는 바로 전국 국분사의 총본산이다. 續日本紀 에 의하면 동대사와 국분사의 조영에 성무천황의 부인 光明皇后 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2) 드디어 성무천황은 천평 15년(743)에 大佛造營 의 조서를 내리고 동대사 금당의 본존불인 비로자나불을 6년의 대공정을 거쳐 749년 완성한다. 이어 陸奧國 으로부터 헌상 받은 황금으로 대불의 전면에 도금하여 752년 大佛開眼 의 공양이 개시되었다. 동대사의 대불개안으로부터 4년이 지난 756년 5월 天平 의 영주 성무천황은 56세의 일 기로 세상을 떠난다. 그 49재를 맞이하여 光明皇后 3)는 그 녀의 본가인 藤原氏氏寺 인 興福寺 에서 성대한 법회를 개최한다. 그 날 광명황후는 先帝 의 유품을 국가사찰 東大寺 의 대불 비로자나불에 헌납한다. 화엄종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하는 동대사에의 헌납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헌납물이야말로 현존하는 정창원 보물의 중심 이고 시작이다. 당시 광명황후가 성무천황의 유품을 헌납할 때의 목록을 작성한 獻物帳 에는 물품의 종 류와 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정창원에 전하는 5권의 헌물장에는 정창원보물의 성립과 경 위, 보물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天平勝寶 8 世 (756) 6월 21일에서 天平寶字 2년 (758) 10월 1일까지 5회에 걸쳐 동대사의 본존 비로자나불에 헌납될 당시의 헌물자의 목 록은 國家珍寶帳, 種種藥物, 屛風花氈帳, 大小王眞跡帳, 藤原公眞跡屛風帳 등으로 통칭되어 1) 拙稿, 日本正倉院 소장의 옻칠장의 비밀 ( 금호문화 177, 2000, 3). 2) 續日本紀天平寶字 4년(760) 6 月乙丑條. 3) 성무천황은 사망하기 7년 전인 749년 에 건강상의 이유로 광명황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녀 阿部內親王 ( 孝謙天皇 )에게 양위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 광명황후는 황태후의 위치에 있었지만, 편 의상 광명황후로 부르기로 한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 聖武天皇 은 佛力 에 의해 국가를 구원한다는 진호사상에 기초하여 전국의 지방 행정구획마다 國分寺 라는 사찰의 건립을 추진하였다. 왕도에 건립된 동대사는 바로 전국 국분사의 총본산이다. 續日本紀 에 의하면 동대사와 국분사의 조영에 성무천황의 부인 光明皇后 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3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있다. 4) 이 중에서 가장 내용이 많고 중요한 것이 國家珍寶帳 이다. 국가진보장은 종이 18 매를 중첩한 전장 1.47m에 달하는 두루마기 형식의 문서로서 표지는 녹색이고 東大寺獻物帳 이라는 外題 가 묵서되어 있다. 그 문자 위에는 天皇御璽 가 489개나 날인되어 있다. 문자의 전면에 날인되어 있는 것은 위조방지를 위한 나라시대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5) 국가진보장에 기록된 광명황후의 願文 을 4 6병려체의 對句 를 이루는 수려한 문장으로 先帝 에 대한 애절한 사모의 정과 불법에 귀의하고자 하는 그녀의 깊은 마음이 담겨져 있 다. 천추만세 함께 하기를 기약 했으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그녀의 비통한 심정이 불법 에의 귀의를 강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따라서 49재 때에 남편의 애용품을 일괄해서 동대 사 비로자나불에 공양으로서 헌납하여 선제의 명복을 기원하고 애용품을 신변에 두면 옛 정이 생각나 아픔이 가중될 것으로 생각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 영원히 보존하 고 싶다 는 황후의 절절한 심정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진보장 등 헌물장 5권에 기재된 6백 수 십 건의 보물은 정창원 보물창고의 북창에 보관되었다. 그 후 황실로부터 헌납된 물건, 또 대불개안 공양회를 비롯한 동대사 관계의 불교용구, 법회용품, 고문서 등도 추가되어 약 9천여 건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를 갖는 정 창원 보물이 형성되었다. 6) 그 내용은 천황과 귀족의 사치품, 생활용품, 공예품, 문방사구를 비롯하여 호적대장, 세 금대장, 세출세입 관련 문서, 경전을 필사하는 寫經生 들의 장부를 기록한 정창원문서 등 다양하며 奈良 시대 문화의 화려함과 풍부함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1300년간 지하에 매장된 일이 없이 지상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점에서 나라문화의 타입캡슐이라 할 만한 유물의 보고이다. 이곳에는 일본제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산 물품이 소장되어 있다. 특히 정교하고 미적 수준이 뛰어난 높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공예품들은 대부분 신라, 당의 물건이고, 저 멀 리 동남아, 인도, 페르시아, 로마에서 만들어진 유물도 포함되어 있어 그 종류와 성격으로 말한다면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창원 소장품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출납 시에 회수되지 않거나 분실된 물품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을 4) 5회에 걸친 헌물날짜를 보면, 國家珍寶帳 ( 天平勝寶 8 歲 [756] 6 月 21 日 ), 種種藥物 ( 天平勝寶 8 歲 [756] 6 月 21 日 ), 屛風花氈帳 ( 天平勝寶 8 歲 [756] 7 月 26 日 ), 大小王眞跡帳 ( 天平寶字 2 年 [758] 6 月 1 日 ), 藤原公眞跡屛風帳 ( 天平寶字 2 年 [758] 10 月 1 日 ) 등이다. 5) 米田雄介, 正倉院寶物と平安時代 ( 淡文社, 2000), 5쪽. 6) 정창원 소장품의 9천여 건은 자세히 살펴보면, 1건 중에 수백 점을 포함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를 전부 헤아리면 몇 십만 점이나 된다. 예를 들면 현재도 정리 작업을 행하고 있는 염직물에 대해서는 크기의 대소 등 다양한 것들이 있어 30만 점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유리제품, 문서 등도 대체적인 수치로 파악하고 있다( 米田雄介, 正倉院と日本文化, 吉川弘文館, 1998, 12쪽).

천추만세 함께 하기를 기약 했으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그녀의 비통한 심정이 불법 에의 귀의를 강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4 - 4 - 國史館論叢第 108 輯 갖추게 된 것은 엄격한 국가적 관리에 의한 勅封藏 체제에 의해 관리되었기 때문으로 생 각된다. 7) 그럼 정창원문서의 백제유물 관련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赤漆槻木廚子一口右百濟國王義慈進於內大臣 위 기록에 의하면 백제 의자왕이 內大臣 8)에게 적색옷칠장 1개를 선물했다고 한다. 여 기에 나오는 내대신은 7세기 중엽 왜 왕권의 실세인 中臣鎌足 (나카토미노 가마타리)이다. 이 적색옻칠장은 현존하지 않지만 이와 유사한 적색옻칠장이 정창원에 남아있어 의자왕 이 선물한 옻칠장의 모양과 특징을 가늠할 수 있다. 국가진보장에 기록된 현존하는 헌물 중에 廚子一口 [ 赤漆文槻木, 古樣作, 金銅作鉸具 ]라 하여 廚子 의 재질이 赤漆文槻木 으로 백제에서 보낸 赤漆槻木廚子 와 동일 계통임을 추정 할 수 있다. 덧붙여 양식은 古風 이고 금동으로 장식된 가구라고 하는 옻칠장의 특징을 설 명하고 있다. 또 정창원문서의 延曆 12 年 (793) 曝凉使解 라는 소장품의 점검기록에는 현존 하는 적색옻칠장을 第一赤柒綾欟廚子, 백제 의자왕이 중신겸족에게 보낸 것을 第二赤柒欟木廚子 라 하여 역시 동일소재와 특징을 지닌 옻칠장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개의 닮은 옻칠장은 모두 백제에서 전해진 것으로 봐도 대과 없을 것이다. 9) 국가진보장 에 기록된 8세기 중엽의 시점에서 고풍 양식을 말한 것은 그 제작 연도가 의자왕이 생존 했던 7세기 후반대의 물품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그럼 현존하는 옻칠장의 구조와 양식은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크기는 높이 100 cm, 가로폭 83.7cm, 세로폭 40.6cm이다. 10) 좌우 여닫이문으로 내부는 2개의 선반을 받 쳐 3단으로 구분되어 있다. 앞면 중앙에는 금동제 열쇠와 자물쇠를 부착하고 이음새와 모서리 전체를 두른 금속제를 부착하여 고정시켰다. 하부는 사각의 받침대를 만들고 앞뒤 면은 각이 진 타원형 모양의 공간을 두었고 좌우면은 각각 1개씩 공간을 만들어 한층 멋 7) 정창원의 칙봉의 실태와 역사에 대해서는 和田軍一, 正倉院の勅封 ( 大和文華 11, 1953), 橋本義彦, 正倉院の開封記錄 ( 正倉院の歷史, 吉川弘文館, 1997) 참조. 8) 內大臣 이란 호칭은 中臣鎌足 이 대화개신 신정부 수립 후의 직위인 內臣 에다가 天智 8년(669)에 받은 大臣 의 위를 합친 것이다. 그의 사후의 호칭은 임종 시에 天智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藤原氏 를 붙여 藤原內大臣 으로 호칭하고 있다. 9) 현재 일본학계에서는 정창원에 현존하는 적색옻칠장을 중국계 혹은 제작지 미상으로 보는 것이 대세이고 백제제로 보는 연구는 없다. 국내에서는 崔在錫 이 이 문제를 다루었으나 신라제로 결 론짓고 있다. 다만 정창원문서에 기록된 2개의 옻칠장을 동일계통으로 보면서 제작지를 달리 추 정하는 것은 다소 혼란스럽다( 正倉院 의 欌, 正倉院 소장품과 統一新羅, 일지사, 1996) 10) 橋本義彦, 正倉院の歷史 ( 吉川弘文館, 1997), 39쪽.

이 적색옻칠장은 현존하지 않지만 이와 유사한 적색옻칠장이 정창원에 남아있어 의자왕 이 선물한 옻칠장의 모양과 특징을 가늠할 수 있다.

5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을 내었다. 옷칠장의 재질은 나무의 결이 드러나는 느티나무과에 속하는 물푸레나무에 蘇芳 을 염료로 한 자홍색으로 물들이고 그 위에 생칠을 하여 완성했다. 적색 계통을 물 드 리는 소방은 인도지나 말레이반도 인도에서 산출되는 중요한 물품이라고 한다. 그 용도 도 염색은 물론 목재나 종이 가죽에 착색에까지 사용되고, 또 약으로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 목재의 표면재질을 투시할 수 있는 기법으로 자연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백제 공인의 높은 미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의자왕이 中臣鎌足 에게 선물한 옻칠장에 납입되어 있던 물품은 어떠한 종류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현존물로서 정창원문서의 기록된 것 중에 주목되는 것은 흑백 감홍 2 종류의 바둑알과 이것을 담은 銀平脫合子 라는 용기와 옻칠장에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위 의 바둑알과 한 세트였다고 생각되는 木畵紫檀棊局 이라는 바둑판과 이것을 담은 金銀龜甲龕 을 들 수 있다. 우선 정창원에 현존하는 3개 바둑판 가운데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 목화자단기국이 다. 재질은 인도, 스리랑카 원산의 자단으로 다양한 문양을 모자이크하여 장식하였다. 바 둑판 표면의 界線 은 상아로 만들고, 연화문 문양의 花點 은 오늘날과는 달리 17개로 되어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17개의 화점은 事前置石 을 말하는 것으로, 대국 전 쌍방이 미 리 정해진 화점에 두고 하는 한국 고유의 바둑인 순장바둑 12) 의 置石 과 일치한다고 한다. 게다가 17개의 화점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목화자단기국 바둑 판은 백제에서 건너갔을 가능성이 높다. 13) 또 바둑판 표면과 이면의 연화문 화점과 문양은 불교문화가 꽃피었던 백제에서 바둑판 에까지 불교식 도안을 새겼던 것으로 보인다. 14) 바둑판의 각 측면과 기저부에는 상아로 인물, 다양한 동식물로 장식하였다. 낙타를 끄는 胡人 의 모습도 보이며 기린을 타고 사슴 등을 사냥하는 광경, 앵무새, 꿩을 비롯한 조류, 꽃문양 등 다양하다.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소재를 이용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바로 이러한 이국적인 모습이야말 로 오히려 희귀적 가치를 발하고 신비성을 감돌게 하여 물품의 품격을 한층 높이는 의도 11) 東野治之, 正倉院 ( 岩波新書, 1988), 118쪽. 12) 순장바둑은 화점에 미리 바둑알을 두고 바로 전투에 돌입하는 방법인데, 한자로 順丈 혹은 巡將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 정설이 없는 상황이다. 순장바둑에 대해서는 권경연, 순장바둑 이 야기Ⅰ ( 월간바둑, 1987년 5월호), 조선일보 2005년 5월2일자 민족고유 순장바둑 베일 벗 었다 참조 13) 金成來, 韓國古代 바둑 보급에 대한 硏究 (명지대학교 교육학석사학위논문, 2001), 42쪽. 14) 바둑의 유래를 불교에서 왔다고 하는 지적이 있다( 金成來, 앞의 논문).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 가 중국에 들어오기 이전에 중국에서는 바둑에 관한 기록과 전승이 많이 산견되고 있어 바둑의 유래를 불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시키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바둑이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생각을 깊게 하는 불사에서 수도하는 승려들에게 어울리고, 실제로 승려 중에는 바둑 의 고수 이야기가 적지 않게 전해오고 있어 바둑문화가 불교계에 침투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존물로서 정창원문서의 기록된 것 중에 주목되는 것은 흑백 감홍 2 종류의 바둑알과 이것을 담은 銀平脫合子 라는 용기와 옻칠장에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위 의 바둑알과 한 세트였다고 생각되는 木畵紫檀棊局 이라는 바둑판과 이것을 담은 金銀龜甲龕 을 들 수 있다.

6 - 6 - 國史館論叢第 108 輯 된 도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둑판의 양쪽 좌측에는 바둑알을 넣는 서랍이 설치되어 있 고 그 안의 구조는 거북모양의 형상을 만들어 예술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한 쪽에서 서랍을 열면 다른 한쪽이 열리는 자동 개폐식으로 되어있어 당시 백제의 수준 높 은 기술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바둑판을 담은 金銀龜甲龕 은 가로 53.7cm, 세로 53.3cm, 높이 15.6cm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함으로 표면은 거북등의 육각형의 모양을 장식하고 그 안에는 금박, 은박의 꽃문 양을 넣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15) 상아제의 바둑알은 크기가 직경 1.6cm, 두께 0.8 cm로 상아의 표면에 각각 감색과 홍색의 염료로 물들인 후 표면을 조각해 내어 상아의 원 바탕을 새겨 나오게 하는 撥鏤 기법으로 제작했다. 바둑알 양면에는 꽃을 문 새문양 ( 花喰鳥文樣 )을 새기고 문양에는 부분적으로 채색한 곳도 있다. 홍색 바둑알에는 새의 머 리 부분에 깃털모양의 관을 새기고 날개와 꽃가지의 일부에는 녹색으로 채색했다. 감색 바둑알에는 새의 머리관이 없고 몸통과 꽃가지 일부에 채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서 역의 영향을 받거나 중국을 거쳐 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석영제의 백색 바둑알과 사문암제의 흑색 바둑알이 있다. 정창원문서의 延曆 12년(793)의 曝凉使解 문서에는 4개의 은합에 600개의 바둑알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150개씩 300개가 한 세트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정창원에는 감홍색이 각각 120개, 132개가 있고, 흑백색이 각각 119개, 145개가 남아있다. 16) 바둑알의 용기인 銀平脫合子 는 원형의 찬합과 같은 모양으로 덮개는 平脫 이라 하여 금속판에 문양을 새겨 오려낸 형태 를 하고 있다. 앵무새와 꽃문양을 한 花鳥文 과 연주문, 코끼리 문양의 덮개를 가진 2종류 가 남아있다. 백제 공예기술의 정교함과 예술미의 극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17) 이러한 이국적 색채가 농후한 장식문화의 다양성은 당시 동아시아세계의 교류의 일단 을 엿볼 수 있고 나아가 육로와 해로를 통한 교통과 교류의 세계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시 백제에서는 일찍부터 남방의 제국과의 교류관계가 행해져왔다. 일본서기 흠명기4 년 9월조에는 백제 성왕이 扶南 의 재물을 전했다고 한다. 18) 부남은 1세기에서 7세기에 걸쳐 인도지나반도에 있었던 국이다. 당시 백제와 동남아제국 사이에는 중국이 존재해 있 었고 백제 무령왕대는 중국남조의 梁 과의 활발한 교류가 있었고 동남아제국과 직접적인 15) 1982년도 正倉院展 ( 奈良國立博物館, 碁局龕 해설), 92쪽. 16) 松島順正, 獻物帳所載の御物と現存品について ( 書陵部紀要 7, 1956), 111쪽의 表, 米田雄介, 正倉院寶物と平安時代 ( 淡文社, 2000), 45쪽 참조. 17) 정창원문서의 국가진보장에는 百濟畵屛風 이라는 병풍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백제에서 전래 되었다고 하는 것은 일본학계에서도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松島順井, 正倉院屛風 ( 書陵部紀要 28, 1976), 後藤四郞, 正倉院寶物の製作地の問題 ( MUSEUM 368, 1981) 참조. 18) 日本書紀欽明紀 4 年 (544) 秋 9 月條.

8 cm로 상아의 표면에 각각 감색과 홍색의 염료로 물들인 후 표면을 조각해 내어 상아의 원 바탕을 새겨 나오게 하는 撥鏤 기법으로 제작했다. 바둑알 양면에는 꽃을 문 새문양 ( 花喰鳥文樣 )을 새기고 문양에는 부분적으로 채색한 곳도 있다. 홍색 바둑알에는 새의 머 리 부분에 깃털모양의 관을 새기고 날개와 꽃가지의 일부에는 녹색으로 채색했다.

7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교류가 있었던 양나라를 매개로 해서 동남아물산이 백제에 들어왔다고 보인다. 한편으로 는 백제와 남방제국과의 직접적인 교류도 간과하기 어렵다. 642년에 왜국에 온 백제사가 말하기를 백제에서 崑崙 의 사절을 바다에 던졌다는 양국 사절간의 불상사를 전하고 있 다. 19) 불상사의 사정을 알 수 없지만 곤륜에서 백제에 사신을 파견한 사례이다. 곤륜은 지금의 인도지나반도를 가리키는데, 왜국에 전해진 남방물산과 그 소재들은 이 러한 양 지역 교류를 통해서 전해졌다고 보인다. 일본서기 에는 백제가 서역의 가축인 낙타를 왜국에 보낸 적이 있고, 20) 백제에 파견된 왜 국사에 의해 전래된 사례 21) 도 있는 바와 같이 백제에서 산출되지 않는 다양한 물산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 다. 현대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국제적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Ⅲ. 백제 유물의 전래와 中臣鎌足 주지하듯이 백제와 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양국이 국교 를 맺은 4세기 후반에서 백제가 멸망하는 7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문물의 교류 를 통하여 마치 형제국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당시 문화적 선진국이었던 백제는 불 교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학문과 지식, 각종 기술을 일본에 전해주고 반대로 왜국은 백제 가 곤경에 처했을 때 군사적으로 지원해 주는 그러한 관계였다. 백제 멸망 시 3만이 넘는 많은 병력과 군수물자를 보내어 백제를 구원하려 했던 왜 왕 권의 노력은 양국관계의 친연성을 가늠할 수 있으며 고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 중에서도 예를 찾아보기 힘든 우호적 관계였다. 왜국의 아스카시대의 문화적 기반과 번영은 백제를 도외시하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백제의 영향이 농후하였고 백제 지향적 국가체제 를 건설하려고 노력하였다. 백제멸망 이후에 백제왕족을 비롯한 많은 망명세력들이 그 재 능에 따라서 왜 조정과 사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奈良 시대의 일본의 대외관계는 신라를 비롯한 당, 발해였기 때문에 정창원에 이들 국가 의 문물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시기는 이미 백제가 멸망하고 수 십년이 지난 뒤라 8세기의 보물창고인 정창원에 백제유물이 소장될 가능성은 매우 드문 일 로서 생각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창원에는 백제유물이 다수 남아있다. 어느 시기에 어떠한 경위와 경로로 이들 물품이 왜국으로 전해졌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19) 日本書紀皇極紀元年 (642) 2 月條. 20) 日本書紀推古紀 7 年 (599) 秋 9 月癸亥條. 21) 日本書紀齊明紀 3 年 (657) 是歲條.

일본서기 에는 백제가 서역의 가축인 낙타를 왜국에 보낸 적이 있고, 20) 백제에 파견된 왜 국사에 의해 전래된 사례 21) 도 있는 바와 같이 백제에서 산출되지 않는 다양한 물산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 다. 현대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국제적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Ⅲ.

8 - 8 - 國史館論叢第 108 輯 우선 이들 물품의 전래 시기는 보낸 주체인 백제 의자왕과 이를 전해 받은 왜국의 中臣鎌足 의 활동연대로 범위를 한정할 수 있겠다. 의자왕의 재위기간은 641년에서 660년 사 이이고, 鎌足 이 內臣 으로 활동한 시기가 645년 大化改新 때부터 그가 사망하는 天智 8년 (669)이므로 645년에서 660년 사이에 일어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한반도 정세는 삼국간의 통일전쟁이 격렬하게 진행되었고 중국대륙에서는 당의 한반도 침략계획이 삼국 의 분쟁에 편승하여 개시되었다. 격동하는 동아시아 정세 하에서 일본열도의 왜 왕권도 이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한반도의 긴장이 가장 고조되어 있던 7세기 중엽 삼국은 제각기 중국과 왜국 등 주변 제국을 상대로 한 국가의 운명을 건 군사외교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백제의 최대 적대국 인 신라는 647년에 후에 태종무열왕으로 즉위하는 金春秋 를 왜국에 보내 對倭軍事外交 를 행하고, 22) 곧이어 당과의 동맹관계도 더욱 공고히 했다. 백제 역시 군사동맹자로서의 왜 국을 의식하여 일찍부터 왕족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대왜외교를 추진하고 있었다. 23) 군사 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7세기 중엽에는 이미 백제 의자왕의 아들인 豊璋 이 왜국에 체 재하면서 백제의 대왜외교를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 왜국의 권력내부의 사정을 누구보다 도 잘 알고 있었던 풍장은 왜 왕권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데 중심역할을 했던 鎌足 에게 접근하여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자왕이 鎌足 에게 옻칠장을 보 냈다고 하면 이것은 풍장이 본국에 보낸 정보에 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잠시 中臣鎌足 의 가문에 대해 살펴보자. 中臣氏 는 원래 連 가바네( 姓 )를 갖고 조정의 제사를 주관하는 씨족이고 大夫 로서 조정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中臣 이라는 명칭도 神 과 인간의 중간에서 제사를 받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24) 神事 를 담당하는 가문의 전통과는 달리 鎌足 은 정치적 야심이 있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같다. 그가 644 년 神祇伯 의 임명을 고사하고 병을 빙자하여 三島 에 칩거했다는 전승 25) 은 家職 인 神官 을 포기하고 정치활동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추정된다. 그의 선조가 불교의 公傳 을 반대한 것과는 달리 그는 불교에 강한 관심을 갖는다. 그의 장남 貞彗 를 白雉 5년(654)에 당나라 에 유학승으로 보내어 불법을 수행토록 한 것 26) 도 외래 신문화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얼마 나 컸던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어서 그는 현실 정치 개혁에 뜻을 두고 을사의 정변이라는 절대 권력자 소가( 蘇我 )씨 타도에 참여하게 된다. 아스카시대 4대에 걸쳐 大臣 의 지위에서 왕권을 좌지우지하면서 권력을 농단했던 소가 22) 拙稿, 7세기 東 아시아 정세와 倭國 의 對韓政策 ( 新羅文化 24, 2004). 23) 拙稿, 百濟 의 對倭外交 와 王族 ( 百濟硏究 27, 1997; 고대한일관계사, 혜안, 1998). 24) 林陸朗, 光明皇后 ( 吉川弘文館, 1961), 2쪽. 25) 日本書紀皇極紀 3 年春正月條. 26) 家傳 ( 上 ) ( 竹內理三編寧樂遺文下卷, 1972).

격동하는 동아시아 정세 하에서 일본열도의 왜 왕권도 이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한반도의 긴장이 가장 고조되어 있던 7세기 중엽 삼국은 제각기 중국과 왜국 등 주변 제국을 상대로 한 국가의 운명을 건 군사외교를 벌이고 있었다.

9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씨는 왕실과 귀족들의 원한을 사서 급기야는 제거당할 운명에 처한다. 소가씨 타도의 중 심인물은 바로 中臣鎌足 이었다. 소가씨 타도계획의 입안에서 실행단계 그리고 거사 이후 의 정치일정에 대한 전 과정이 中臣鎌足 에 의해 주도되어 나간다. 일본서기 와 家傳 27) 에 의하면 그는 처음에 輕皇子 에 접근하여 거사에 대한 모의를 꾀하려 하였다. 그러나 경 황자에 대해 皇子器量, 不足與大事 라 하여 대사를 하기에는 함량미달이라는 판단 하에 포기하고, 中大兄 황자가 왕족 중에서 유일하게 雄略英徹 하다고 하여 거사를 추진하데 적 합한 인물로서 주목하게 된다. 28) 中臣鎌足 과 中大兄 황자와의 만남은 法興寺 에서 행한 蹴鞠 29)의 도중에 벗겨진 中大兄 의 가죽신을 주어 바친 것을 기회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승은 사실여부를 떠나 反 소가씨 운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 고 있다. 그럼 神官 을 家職 으로 종사해 온 中臣氏 가 어떻게 해서 소가씨 타도의 주역이 되었던 것일까. 먼저 中臣鎌足 의 사상성이다. 그의 사상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견수, 견 당 유학생들이다. 推古 16년(608)에 견수사 小野妹子 는 隋使裵世淸 일행의 귀국 시에 8 인의 유학생과 동행하게 되는데 그 중에 南淵請安 과 개신정권하에서 國博士 를 지내게 되 는 高向玄理 와 僧旻 ( 新漢人日文 )이 포함되어 있었다. 僧旻 은 舒明 4년(632)에 귀국하고 남 연청안과 고향현리는 舒明 12년(640)에 귀국하여 무려 32년간이나 유학하였다. 일본서기 에 의하면 中臣鎌足 은 중대형과 함께 남연청안의 문하에서 周孔 의 가르침을 배웠다고 한 다. 30) 남연청안이 강의한 周孔 의 敎 는 유교의 전설적 창시자인 周公旦 과 유교의 대성자인 孔子 의 敎 인 유교이다. 31) 周代 의 정치는 후세의 유가나 위정자로부터 도덕적 덕치주의가 행해진 시대로서 간주되어져 왔다. 그러나 유교에는 天命 의 절대성을 무시하고 天子 의 道 를 행하지 않는 군주는 有德者 에 의해 타도되어야 한다는 혁명사상이 있다. 수 당 교체기의 대혁명을 직접 체험하고 돌아 온 남연청안이 설파한 유교의 혁명사상 은 청년기 中臣鎌足 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家傳 에 의하면 그는 僧旻 의 학당에 드나들며 주역의 강의를 듣고 승민으로부터 뛰어난 재질을 인정받아 깊이 自愛 하기 바란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승민이 개신정권 하에서 발탁된 것은 바 로 이때의 인연에 의한 바가 클 것이다. 家傳 에 舒明 이 사망하고 황후인 皇極 이 즉위 27) 藤原氏 의 대표적인 인물전기로서 藤原鎌足傳 혹은 大織冠傳 이라고도 하며 760년경 藤原仲麻呂 가 조상의 공적을 현창하기 위해 저작한 奈良平安朝 의 대표적인 家傳 이다. 28) 家傳 ( 上 ) ( 竹內理三編寧樂遺文下卷, 1972). 29) 공을 유희구로 하여 즐기는 일본고대의 놀이문화. 30) 日本書紀皇極紀 3 年春正月條. 31) 橫田健一, 蘇我本宗家の滅亡と大化改新 ( 黛弘道編, 蘇我氏と古代國家, 吉川弘文館, 1992), 176쪽.

28) 中臣鎌足 과 中大兄 황자와의 만남은 法興寺 에서 행한 蹴鞠 29)의 도중에 벗겨진 中大兄 의 가죽신을 주어 바친 것을 기회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승은 사실여부를 떠나 反 소가씨 운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 고 있다.

10 國史館論叢第 108 輯 한 후에 왕실은 쇠미해 지고 정치가 君 으로 부터 나오지 않자 대신이 몰래 분개하였 다 32) 는 기록은 유교적 왕도정치를 실현하려는 中臣鎌足 의 의지가 엿보인다. 을사의 정변 후 수립된 개신정권에서 중신겸족은 內臣 의 지위에 오른다. 내신은 백제 의 내신좌평을 차용했다고 보이며, 좌우대신에 비해 지위는 떨어지지만 실질은 천황의 측 근에서 집정하는 內廷 의 臣, 이른바 비서실장격에 해당하는 직이다. 개신정권 수립 후의 좌우대신은 율령제하의 태정관의 조직인 좌우대신과 같이 하부의 예속부국이 없는 지위 에 불과하다. 좌우대신은 제도상 천황에 직속하는 공적지위인데 반해 내신은 황태자 중대 형 중심의 사적 정치고문으로 실질적인 권한은 좌우대신을 능가하고 있다. 한편, 中臣鎌足 은 책략가형의 정치가이지만, 외국사정에 밝고 신지식에 관심이 많은 당 시의 진보적 인물로서 당나라 사신, 신라 사신과도 개인적인 교섭과 친분이 있고, 고구려 왕으로부터도 서신을 받은 일 33) 이 있을 정도로 개신정권의 대외외교의 중추적 역할을 수 행하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도래인과의 관계를 깊게 하면서 大化新政府 의 각종 입법을 주 도하였고 일본 최초의 近江令 의 제정에도 관여하여 입법, 법전의 편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후에 天智 천황이 된 중대형황자는 황태자 시절 측근들에게 말하기를 전하여 듣건대 大唐 에는 魏徵 이 있고, 고구려에는 蓋金 이 있고, 백제에는 善仲 이 있고, 신라에는 庾淳 이 있다. 각각 그 나라를 지키고 이름을 萬里 에 떨쳤다. 이는 모두 그 나라의 준걸이고 뛰어 난 지략가이다. 이들 여러 사람도 짐의 內臣 에 비하면 마치 무릎 밑에 불과하여 견줄 수 없다 34) 라고 평가한다. 魏徵 은 당 태종을 섬긴 諫臣 이고, 蓋金 은 쿠데타로 고구려왕권을 장악한 淵蓋蘇文 이고, 庾淳 은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인 金庾信 이다. 백제의 善仲 이란 인물 은 누구를 가리키는지 잘 알 수 없지만 音相似 로부터 의자왕대의 충신 佐平成忠 일 가능 성이 높다. 모두가 7세기 중엽 동아시아 제국에서 각각 자국을 대표할 만한 인물들이다. 과장된 필법이지만 이들을 中臣鎌足 의 무릎아래의 인물로 평가한 것은 그에 대한 중대형 황자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였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2인의 관계는 양가의 혼인관 계에서도 나타난다. 中臣鎌足 은 천지천황의 총비 鏡王女 를 부인으로 맞이하였고, 35) 采女安見兒 를 하사받은 후, 모두가 얻기 어려운 여인을 얻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36) 또 경왕녀의 여동생 額田王女 는 천지천황의 동생인 大海人皇子 의 비로서 둘 사이에 태어 32) 家傳 ( 上 ), 俄而崗本天皇崩, 皇后卽位王室衰微, 政不自君, 大臣竊慷慨之. 33) 家傳 ( 上 ), 是以三韓服事, 萬姓安寧, 故高麗王贈內公書云 34) 家傳 ( 上 ), 時謂侍臣曰, 傳聞, 大唐有魏徵, 高麗有蓋金, 百濟有善仲, 新羅有庾淳, 各守一方, 名振萬里, 此皆當土俊傑, 智略過人, 以此數子, 比朕內臣, 當出膝下, 何得抗衡 35) 日本古典文學大系萬葉集卷第二 93 94( 岩波書店, 1957). 36) 日本古典文學大系萬葉集卷第二 95( 岩波書店, 1957).

좌우대신은 제도상 천황에 직속하는 공적지위인데 반해 내신은 황태자 중대 형 중심의 사적 정치고문으로 실질적인 권한은 좌우대신을 능가하고 있다.

11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난 十市王女 는 천지천황의 황태자 大友 황자의 비가 되는 등 中臣鎌足 은 사적으로도 천황 가와의 인연은 깊다. 天智 8년(669) 10월10일에 천황은 와병중인 그를 직접 문병하고 친 히 積善藤家云云 의 조를 내리고, 37) 15일에는 대해인황자를 보내 최고위인 大織冠 및 大臣 의 位 38)와 藤原氏 39)를 하사한다. 40) 이튿날 近江 의 사저에서 56세의 일기로 중신겸족이 사망하자 천황은 통곡하고 9일간이나 廢朝 했다고 한다. 41) 왜 왕권 내에서의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제 의자왕이 중신겸족을 대상으로 외교를 벌인 것도 이러한 그의 경력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한편, 백제의 대왜외교는 中臣鎌足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고대 한 일간 외 교의 형태는 왕권을 장악하고 있는 최고 권력자를 비롯하여 권력의 핵심부를 구성하고 있던 인물들을 대상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백제가 왜 왕권의 실세 중심겸족에게 외교를 행했다면 당연히 그 위에 선 인물들도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바로 정창원 에 남아있는 옻칠장의 최초 소유주는 天武 천황이다. 천무천황은 천지천황의 동생으로 천 지가 황태자 시절부터 형을 도와 권력을 장악한 인물인 大海人皇子 이다. 국가진보장에는 이 옻칠장이 天武 천황으로부터 후계천황으로 전해지면서 孝謙 천황 때에 동대사 대불에 헌납한 것으로 되어있다. 앞서 살펴본 延曆 12년(793)의 曝凉使解 에는 현존하는 적색 옻칠장을 第一赤柒綾欟廚子, 백제 의자왕이 중신겸족에게 보낸 것을 第二赤柒欟木廚子 라 하듯이 모두 백제에서 제작되어 천무천황인 대해인황자와 중신겸족에게 보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7세기중엽의 왜 왕권은 황태자 中大兄 황자를 정점으로 하여 大海人 황자 그리고 귀족으로서 중신겸족 이 장악하고 있었다. 백제에서는 이들 실세 권력자들에게 백제 최고의 공예품을 보내 친 백제외교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런데 天智 천황으로 즉위한 中大兄 황자의 유품이 남아있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672년 황위계승 싸움인 壬申 의 난 때 천지천황의 아들인 大友 황자측 이 大海人 측에 패하여 이 전란으로 天智 일족의 유품은 소실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은 옻칠장에 담겨져 있던 바둑이 외교의 산물로서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백제에 37) 日本書紀天智紀 8 年 10 月 10 日條. 38) 大織冠 은 관위 19계의 제1계로 令制 의 정1위 상당, 이제까지 中臣鎌足 은 紫冠 을 보유하고 관 위19계의 틀을 초월한 지위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관위표의 최고위에 서게 된다. 대직관을 얻은 것은 역사상 中臣鎌足 이 최초이다. 39) 藤原 이라는 씨명은 중신겸족이 중병의 와중에서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것으로 그의 본거지인 大和國高市郡藤原 의 地 에 유래한다. 40) 家傳 ( 上 ), 頃聞病重, 朕意彌軫, 作汝可得之任, 仍授大織冠, 以任內大臣, 改姓爲藤原朝臣. 日本書紀天智紀 8 年 10 月 15 日條. 41) 家傳 ( 上 ), 十六日辛酉, 薨於淡海之第, 時年五十有六, 上哭之甚憅, 廢朝九日. 日本書紀天智 8 年冬 10 月 16 日條 와 여기에 인용된 고구려승 道顯 의 日本世記 에도 그의 죽음에 대해 기록하고 있어 日本古代史上 에 있어서 中臣鎌足 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41) 왜 왕권 내에서의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제 의자왕이 중신겸족을 대상으로 외교를 벌인 것도 이러한 그의 경력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한편, 백제의 대왜외교는 中臣鎌足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12 國史館論叢第 108 輯 서는 바둑이 유행하던 놀이문화로서 왕, 귀족으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 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周書 백제전에 投壺 나 樗蒲 등 여러 가지 놀이가 있으나 바둑이 나 장기를 좋아 한다 라고 하여 놀이문화로서 바둑이 널리 유포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개로왕 21년조에는 고구려 장수왕이 승려 도림을 첩자로 백제에 파견하는데, 이때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함을 알고 접근하니 왕이 상객으로 대접했다고 한 다. 이어 도림은 고단수의 바둑으로 개로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나중에는 많은 토목공사를 일으키게 하여 백제의 국력을 쇠잔시켜 고구려의 공격을 받아 패망에 빠지게 했다고 한다. 외교의 성공은 정책결정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있다. 인간은 이성보다 종종 감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제 의자왕이 당시 최고의 권신 중신겸족 등에 보 낸 바둑은 일본 조정에 화제가 되었음은 말할 나위없다. 일본에 체류하고 있던 의자왕의 아들 풍장은 중신겸족과 종종 대국하며 친밀감을 더했을 것이고 바둑을 통한 양국의 친 연성을 깊게 했을 것이다. 42) 그렇다면 옻칠장 속에 담겨져 있던 바둑은 바로 백제가 고안 해 낸 외교적 산출물이자 대일외교의 상징인 것이다. Ⅳ. 正倉院 에 소장된 경위 그럼 어떻게 해서 백제에서 보낸 옻칠장과 그곳에 납입된 물품이 8세기의 보물창고인 정창원에 소장될 수 있었는지 살펴보자. 우선 天武 천황이 원소유주인 옻칠장부터 살펴보 기로 한다. 국가진보장에 기록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廚子一件 [ 赤漆欟木古樣作金銅作鉸具 ] 右件廚子, 是飛鳥淨御原宮御宇天皇傳賜藤原宮御宇太上天皇, 天皇傳賜平城宮御宇太行天皇, 天皇傳賜平城宮御宇中太上天皇, 天皇七月七日傳賜平城宮御宇後太上天皇, 天皇傳賜今上, 今上謹獻盧舍那佛 42) 의자왕이 중신겸족에게 보낸 바둑판이 후에 성무천황의 애용품이 되었던 사실과 養老律令僧尼令 < 作音樂條 >( 日本思想大系律令, 岩波書店, 1976)에 보이는 승려들이 음악이나 도박을 즐기면 100일 고역에 처하나, 바둑이나 거문고를 즐길때에는 이 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라는 율령법 조문 등으로부터도 바둑은 지배계층 사이에 유희문화로 정착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외교의 성공은 정책결정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있다. 인간은 이성보다 종종 감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제 의자왕이 당시 최고의 권신 중신겸족 등에 보 낸 바둑은 일본 조정에 화제가 되었음은 말할 나위없다.

13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右件 의 厨子 는 飛鳥淨御原宮御宇天皇 ( 天武天皇 )이 藤原宮御宇太上天皇 ( 持統天皇 )에게 전 하고, 천황은 藤原宮御宇太行天皇 ( 文武天皇 )에게 전하고, 천황은 平城宮御宇中太上天皇 ( 元正天皇 )에게 전하고, 7 月 7 日平城宮御宇後太上天皇 ( 聖武天皇 )에게 전하고, 천황은 今上 ( 孝謙天皇 )에게 사하다. 今上 은 삼가 비로자나불에 헌납하나이다. 즉 이 옻칠장이 天武 로부터 持統文武元正聖武孝謙 으로 전해지면서 효겸천황때 에 동대사 대불에 헌납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천무천황이 왕실의 가보로서 후계 천 황에게 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옻칠장은 단순한 가보가 아니라 천무와 그의 부인인 지통 천황의 피를 잇는 직계왕통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그에 따라 이 옻칠장을 상속한 천황이 황통의 직계 시조인 천무천황과 지통천황에 대한 회상을 기 대하고 이 황통의 정통성에 대한 자각을 심화시켰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43) 천무에 이어 즉위한 지통은 천무의 부인으로 여성 천황으로 즉위했다. 그녀의 즉위는 황태자 草壁 황자의 요절로 어린 황손의 즉위에 따른 황자들 간에 정쟁이 발생할 것을 우 려하여 황손이 성인이 될 때까지 천황권을 맡은 조건부 천황이었다. 황손으로 즉위한 자 가 바로 문무천황이다. 그러나 문무천황 역시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하여 7세의 황태 자가 즉위하기 어렵게 되자 문무의 부인이자 황태자의 친모인 元明 천황이 즉위한다. 그녀 역시 중계자적인 관리형 여성천황이다. 원명은 건강상의 이유로 양위하게 되는데 그녀의 딸이자 황태자의 누이인 元正 에게 천황의 위를 맡긴다. 황태자의 성장을 좀 더 기다린 후 에 양위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즉위한 천황이 성인이 된 황태자인 성무천황이었 고, 그 다음이 성무의 직계 황자가 없자 광명황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효겸을 천황의 위 에 앉힌다.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된 나라시대의 왕위계승이지만, 내용은 천무의 적장자 직계자손을 천황으로 즉위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 아들이 없거나 정쟁의 우려 가 있을 경우에 여성천황의 즉위가 허용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천무천황에서 내려오는 옻칠장이 元明 천황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이것 은 원명이 천무계가 아닌 천무의 형인 천지천황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이 옻칠장의 유 래를 특별히 기록한 것은 천무 지통의 왕통을 증명하는 神器 와는 별도로 천무 지통계 임을 상징하는 가보로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옻칠장에는 성무천황 친필의 雜集 1 권, 元正 천황의 孝經 1권, 광명황후의 杜家立成 1권, 樂毅論 1권 그리고 광명황후의 혼수품이었던 王羲之 의 書法 21권 등 서적류, 刀子, 牙笏, 撥鏤尺, 犀角坏, 雙六 의 頭, 수 정이나 석영으로 만든 雙六子 등 다양한 물품이 들어 있다. 이것들은 성무천황의 생전의 애용품이자 광명황후도 직접 사용한 것이다. 생전에 애용하던 물품들을 왕실의 가보인 옻 43) 後藤四郞, 國家珍寶帳に關する若干の考察 ( 日本歷史 398, 1981), 8 9쪽.

이것은 천무천황이 왕실의 가보로서 후계 천 황에게 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옻칠장은 단순한 가보가 아니라 천무와 그의 부인인 지통 천황의 피를 잇는 직계왕통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14 國史館論叢第 108 輯 칠장에 담아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창원에 소장된 물품의 상당부분은 외국제로 생각된다. 특히 國家珍寶帳 에 기록된 물 품은 한반도 혹은 중국에서 입수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진보장이란 珍寶 의 의미는 해외로부터 전래된 물품을 가리킨다. 사료상에 보이는 珍寶 의 의미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1 서방에 나라가 있는데 금은을 근본으로 삼는다. 눈이 부실정도이며 여러 종류의 珍寶 가 그 나라에는 많이 있다( 古事記仲哀段 ) 2 (신공황후가 백제에 사신을 보내) 백제왕을 위로하였다. (중략) 보물창고를 열어 진기한 물건을 보이며 말하기를,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珍寶 가 많아 귀국(일본)에 조공하려 한다 ( 日本書紀神功紀 46년 3월조) 3 반파국이 (일본에) 珍寶 를 바쳤다( 日本書紀繼體紀 7년 11월조) 4 천황이 대반협수언을 보내 병력 수만을 이끌고 고구려를 치다. 협수언은 그 나라 궁에 들어가 珍寶 등을 얻어 돌아왔다( 日本書紀欽明紀 23년 8월조). 5 소아신하이 등이 주살 당함에 이르러 天皇記國記珍寶 를 모두 태웠다( 日本書紀皇極記 4년 6월조). 6 천황이 飛鳥寺 에 행차하여 珍寶 를 봉납하고 예불하였다( 日本書紀天武紀 14년 5월조) 7 천황이 비조사에 사신을 보내 삼보의 힘을 빌어 몸의 호전을 기원하니, 승정 등의 願望 에 따라 珍寶 를 삼보에 바치다( 日本書紀天武紀朱鳥 원년6월조) 이상의 珍寶 에 관한 사례를 보면 백제 신라 고구려 등 한반도제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양 지역의 문화적 발전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며 문화적으로 선진국인 한반도제국의 물품을 珍寶 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호칭도 珍寶 를 선택하여 사용 했다고 보인다. 44) 당시 왜국의 대외관계가 親百濟路線 으로 전개되고 있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珍寶 중에는 백제로부터의 전래품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었음은 추측하기 어렵 지 않다. 정창원에 소장된 옻칠장의 물품들은 대부분 외국제로서 당시의 交流國 이었던 백 제를 비롯하여 신라 고구려 혹은 중국에서 입수한 것이고, 특히 옻칠장은 천무가 황자시 절 백제에서 받아 왕실의 유산으로 보존되다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정창원의 국가진보 장에 기록된 天武系 의 소유로 왕실의 가보로서 옻칠장이 갖는 이러한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중신겸족이 백제에서 받은 옻칠장도 藤原氏 가문의 가보로서 중시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럼 藤原氏 의 가보로서 내려오던 옻칠장과 거기에 부장되어 있던 물품들이 어떤 경위 로 성무천황의 유품이 되어 정창원에 소장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첫번째는 中臣鎌足 44) 珍寶 에 대한 사례에 대해서는 後藤四郞, 國家珍寶帳に關する若干の考察 ( 日本歷史 398, 1981)참조.

(중략) 보물창고를 열어 진기한 물건을 보이며 말하기를,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珍寶 가 많아 귀국(일본)에 조공하려 한다 ( 日本書紀神功紀 46년 3월조) 3 반파국이 (일본에) 珍寶 를 바쳤다( 日本書紀繼體紀 7년 11월조) 4 천황이 대반협수언을 보내 병력 수만을 이끌고 고구려를 치다.

15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에서 그의 아들 藤原不比等 에게 상속된 것을 그의 딸인 광명황후가 716년 황태자였던 성 무천황과 결혼했을 때 혼수품으로 보냈을 가능성과 두 번째는 광명황후가 그녀의 부친 藤原不比等 으로부터 옻칠장을 상속받았을 가능성이다. 이 중에서 전자는 천무로부터 내려 오는 옻칠장 속에 광명황후의 혼수품이 들어있어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45) 그것은 藤原氏 가문에서 광명황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부터 그녀가 藤原氏 의 가보인 옻칠장의 상속 자로 결정되어 계승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中臣鎌足 에서 시작되는 藤原家 의 번영은 그의 아들 藤原不比等 의 시대에 크게 부상한 다. 중신겸족의 장남은 貞彗 는 앞서 살펴봤듯이 出家 하여 653년에 학문 僧 으로 入唐 하여 장안에서 불법을 수학한 후 665년 백제를 거쳐 귀국하지만 그해 12월 23세로 사망한다. 그의 부친보다 4년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장남의 출가와 사망이라는 사건으로 藤原氏 가문은 당연 차남 등원불비등이 계승하게 되었고 그의 부친이 임종 시에 국가로부터 하 사받은 藤原 이라는 씨명은 藤原鎌足 - 藤原不比等 으로 이어지는 직계 자손만이 갖을 수 있 었다. 그의 부친의 후광을 업은 不比等 은 부친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大寶 율령의 제 정에 중심인물로서 활약하였다. 이때 그는 특진하여 정3위 대납언의 지위에 오르고, 704 년에는 종2위로 다시 승진한다. 문무천황의 조서에 등원겸족의 충성을 예찬하며 그의 아 들 불비등도 천황을 보필하는 충신이라 하여 부자 2대에 걸친 훈공을 치하하였다. 46) 和銅 원년(708)에 정2위 우대신에 임명되어 사실상 太政官 의 책임자가 되었고, 元正 천황때는 태정대신의 위를 하사했으나 고사하였다. 게다가 718년에는 養老 율령도 제정하여 입법, 법전 편찬 등 나라시대 전반기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4남 5녀를 두었는데 장녀 宮子 는 15세 때 문무천황이 즉위 직후 결혼하여 황실과 藤原氏 간의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대보 원년(701)에는 문무천황과 宮子 사이에서 天平 시대를 연 聖武 천황을 출생하였고, 같은 해 불비등은 藤原家 를 번영시킨 光明子 를 출 생한다. 和銅 7년(714)에 성무의 立太子 의식이 거행되고 2년 후인 716년에 光明子 는 황 태자비로서 간택되었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16세의 동갑내기였다. 2인은 8세기 전반 수 십년 간 奈良朝 를 이끈 주역이었다. 729년에 광명자는 왕족이 아닌 귀족출신으로서 최초 로 황후의 지위를 얻어 실질적으로 정치상의 핵으로서 등장하게 된다. 율령의 규정에 의 하면 천황의 妻妾 에는 皇后妃夫人嬪 등 4단계가 있고 妃 이상은 황족을 세우고 부 인과 빈은 신하를 세우도록 되어 있었다. 율령의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황후의 지위를 얻 45) 필자는 주1) 글에서 광명황후의 혼수품의 하나로서 그녀의 부친이 가보로서 소유하고 있던 옻 칠장과 바둑제품 등의 부장품이 한 세트로 보내졌을 것이라는 추정을 했으나 가능성이 낮아 이 전의 생각을 취하한다. 46) 續日本紀慶雲 4 年 4 月壬午條.

中臣鎌足 에서 시작되는 藤原家 의 번영은 그의 아들 藤原不比等 의 시대에 크게 부상한 다. 중신겸족의 장남은 貞彗 는 앞서 살펴봤듯이 出家 하여 653년에 학문 僧 으로 入唐 하여 장안에서 불법을 수학한 후 665년 백제를 거쳐 귀국하지만 그해 12월 23세로 사망한다. 그의 부친보다 4년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16 國史館論叢第 108 輯 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광명황후의 입지에 힘입어 등원가의 남자들은 승승장구하여 불비등의 4 子 는 태정관의 공경으로서 정무를 주도하게 되었다. 태정관의 독단을 막기 위해 1가문 1공경이라는 인사 의 원칙이 유명무실한 파격적인 조치였다. 게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성무천황이 양위하는 3 4년 전부터 광명황후의 역할은 증대하였고 아들이 없는 상황에서 성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阿部內親王 을 孝謙 천황으로 즉위시켜 황태후로서 천황의 생모로서 정계에서 그녀 의 위상과 역할은 막강하였다. 이상과 같은 광명황후의 경력으로부터 친정 藤原家 에서의 입지는 확고부동하였고 그녀 의 부친 등원불비등의 주요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먼저 그녀의 본가 등원불비등의 저택 을 상속받는다. 이 저택은 皇后宮 이 되고 후에 法華寺 가 된다. 저택과 더불어 부친이 국 가로부터 받은 資人, 封戶 등 막대한 부동산과 특권을 상속받았다. 광명황후의 이후의 활 동은 이러한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등원가의 계승자적인 입장에 있었다. 藤原家 남자 형제들도 그녀의 은덕을 적지않게 받았던 까닭에 별도의 새로운 家 의 형성 이라는 의식이 나타나게 된다. 47) 그렇다면 조부 중신겸족 이래 등원가의 가보로 내려오던 정창원문서에 기록된 옻칠장 이 어떠한 경위에 정창원에 소장되었는가는 자명해진다. 바로 중신겸족에서 그의 아들 등 원불비등으로 상속된 것이 등원불비등의 사후 그의 주요 재산과 함께 가문의 계승자로서 광명황후에게 귀속하게 되는 것이다. 황실에서 조차 여성 천황이 등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천황 부인의 신분으로 등원가의 가보를 광명황후가 소유하게 되었을 것임은 추측 하기 어렵지 않다. 아울러 옻칠장속에 들어있던 바둑은 그녀의 남편 성무천황의 種種 의 翫好 라는 遊戱具 로서 애용되다가 성무의 49재를 맞이하여 성대한 법회를 치른 후 光明 황 후에 의해 동대사 대불에 헌납되었던 것이다. 정창원 헌물장에는 물품의 보관상태를 기록하고, 대부분 물품과 함께 그것이 들어있는 장이나 함, 자루 등을 한 세트로서 표시하고 있다. 정창원문서에 櫃 48) 로 표기되어 있는 함의 종류 중에는 辛櫃, 韓櫃, 唐櫃 이 나온다. 辛, 韓, 唐 모두 가라 로 훈독되고 있듯이 고대일본의 한반도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일본서기 등 일본의 고문헌에서는 가야지방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이것이 점차 한반도 제국을 의미하는 용어로 정착되어 간다. 49) 또한 漆塗辛櫃, 白木辛櫃 라 하여 櫃 의 특성이나 재질을 나타내는 것도 보인다. 이 櫃 로 표현된 47) 林陸朗, 光明皇后 ( 吉川弘文館, 1961), 73 74쪽. 48) 正倉院文書 에는 櫃 가 아닌 樻 로 되어 있으나 櫃 가 원래의 물건을 담아두는 함 의 의미이므 로 櫃 로 통일해 사용하기로 한다. 49) 이 부분에 대해서는 拙稿, 古代日本 의 加耶觀 의 형성과 변용 ( 日本歷史硏究 20, 2004) 참조.

이상과 같은 광명황후의 경력으로부터 친정 藤原家 에서의 입지는 확고부동하였고 그녀 의 부친 등원불비등의 주요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먼저 그녀의 본가 등원불비등의 저택 을 상속받는다. 이 저택은 皇后宮 이 되고 후에 法華寺 가 된다. 저택과 더불어 부친이 국 가로부터 받은 資人, 封戶 등 막대한 부동산과 특권을 상속받았다.

17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목제함에는 다양한 물품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紙經卷綿軸經帙佛畵瓷鉢花氈藥物 등과 같은 것인데 이들 상당수는 외래품으로 수입될 당시의 물품의 상태를 말 해주고 있다. 보관과 관리를 철저히 행했던 당시로서는 원래의 보관함과 내용물을 일부러 분리시켰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정창원에는 아직도 풀지 않은 20개 묶음의 신라제 숟가락 세트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외래품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으며 그 관리와 보관 에 철저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중신겸족 이래의 옻칠장과 그 속에 담겨져 있던 물품들은 그대로 광명황후까지 전달되어 정창원의 보물창고에 수장되었던 것이다. Ⅴ. 正倉院 백제유물의 역사적 성격 정창원문서의 국가진보장에 기록된 2개의 적색옷칠장과 거기에 수납되어 있던 바둑 등 의 백제유물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와 성격을 갖는 것일까. 요컨대 백제유물이 왕실과 당대 최고 귀족의 가보로서 존숭되고 보존, 계승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왜 왕권에 있어서 백제는 어떤 존재였던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우선 양국의 역사적 관계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지리적으로 험난한 해역을 장벽으로 두고 있으면서 양국은 국교의 성립에서 멸망에 이르기까지 강고한 결합력을 유 지한 채 형제국과 같은 존재로 서로를 인식하며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전개해 왔다. 이것 은 상호 필요성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단순한 교류를 뛰어넘는 왕권 상호간의 신뢰에 바 탕을 둔 관계였다. 이러한 관계가 성립하게 된 계기는 한반도에서의 전란이었다. 4세기말 고구려 광개토 왕의 기마병대의 대대적인 백제공습으로 왕도 한성이 함락되고 개로왕이 항복 선언문을 낭독하는 굴욕의 역사를 맛보았다. 근초고왕대의 화려했던 북진정책이 광개토왕의 등장으 로 군사적 균형이 깨지고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다. 여기에서 백제의 대왜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백제의 대왜외교는 왕족외교로서 규정지을 수 있을 만큼 지속적 이고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행해져 왔다. 백제왕족들은 백제가 위기적인 상황에 빠질 적마다 왜국에 파견되어 군사외교를 추진 하였으며 동시에 장기적 체재를 통하여 왜 왕권과도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 397년 에 아신왕자 전지를 비롯하여 461년에 개로왕제 곤지, 505년에 무령왕자 사아군, 555년에 위덕왕제 혜왕자, 597년에 위덕왕자 아좌태자가 백제외교의 주역으로 왜국에 파견된다. 그리고 백제의 멸망 시에 왜국에는 적어도 3명이상의 백제왕족이 체재하고 있었다. 日本

이러한 과정을 보면 중신겸족 이래의 옻칠장과 그 속에 담겨져 있던 물품들은 그대로 광명황후까지 전달되어 정창원의 보물창고에 수장되었던 것이다. Ⅴ. 正倉院 백제유물의 역사적 성격 정창원문서의 국가진보장에 기록된 2개의 적색옷칠장과 거기에 수납되어 있던 바둑 등 의 백제유물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와 성격을 갖는 것일까.

18 國史館論叢第 108 輯書紀 에서 확인된 인물만도 의자왕자 豊璋 과 禪廣 그리고 의자왕제 忠勝 이 있고 이들의 가족과 고위관인, 그리고 수행원들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은 642년 도왜한 이래 왜국에 장기간의 체재에 들어가 왜 왕권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왜 조정 내부에도 친백제적 흐름을 유도해 나간다. 외교는 군주권의 주요한 내용이고 백제왕권은 긴박한 한반도 정세하에서 군사파트너로서 왜국을 선택, 친연관계를 맺어 왔던 것이다. 이것은 고대국가를 지향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가의 생존권을 보존하기 위한 백제의 장기적 외교전략이었던 것이다. 50) 660년 백제 멸망과 왜 왕권의 구원병 파견은 양국관계의 친연성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 이었다. 백제 멸망의 제1보는 660년 9월 百濟使 에 의해 아스카조정에 전해졌다. 동년 10 월에는 좌평 鬼室福信 이 사자를 보내 당포로 100여인을 바치고 구원을 요청한다. 이에 왜 왕권은 동 12월 백제구원을 위한 계획에 착수하여 駿河國 에 병선의 건조를 명하고 筑紫 의 娜大津 을 本營 으로 하는 출병의 준비를 완료한다. 그러나 출병을 진두지휘해 온 齊明女帝 가 661년 7월 북구주의 朝倉宮 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國喪 중에 황태자 중 대형황자는 軍政 을 장악하고 동년 8월에 왜국에 체재 중이던 의자왕자 豊璋 을 본국의 용 청에 따라 귀국시키고 따로 5천명의 호위병을 보냈다. 이듬해 정월에는 10만개의 화살을 포함한 막대한 전쟁 물자를 보내고, 5월에는 수군170 척, 663년 3월에는 2만7천명의 대규모의 병력을 증파한다. 왜 왕권의 출병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다. 뿐만 아니라 출병을 위해 東國地方 을 포함한 각지로부터 병력과 물자의 징집 을 단행하고 북구주의 筑紫 를 본영으로 하는 조직적인 출병계획에 의해 백제부흥군을 파 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백제에의 파병이 1천명을 넘지 않은 것에 비하면 이 때의 출 병은 왜국의 국력이 총결집된 군사동원령이었고 왜 왕권의 운명을 건 국제 전쟁이었다. 이러한 파병이 가능했던 요인은 양국 간의 친연성이다. 백제국 성립 이후 멸망에 이르 기까지 양국 지배층간에는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것은 일시적인 동맹관계가 아니라 장기간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 친연관계였다. 여기에 한반도에서의 전란이 왜 왕권 측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군사적 위기뿐만 아니라 전란으로 인해 왜국 내에 미치게 될 영향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왜 왕권과 기내유력 호족들이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었던 선진문물의 수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지배 체제가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7세기 이전까지의 왜 왕권의 대외관계는 일방적 친백제외교였다. 이것이 7세기 이후가 되면 신라와 수당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되었지만, 생산력의 근간이 되는 인적 50) 拙稿, 百濟 의 對倭外交 와 王族 ( 百濟硏究 27, 1997; 고대한일관계사, 혜안, 1998) 참조.

백제 멸망의 제1보는 660년 9월 百濟使 에 의해 아스카조정에 전해졌다. 동년 10 월에는 좌평 鬼室福信 이 사자를 보내 당포로 100여인을 바치고 구원을 요청한다. 이에 왜 왕권은 동 12월 백제구원을 위한 계획에 착수하여 駿河國 에 병선의 건조를 명하고 筑紫 의 娜大津 을 本營 으로 하는 출병의 준비를 완료한다.

19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물적 자원의 수입은 백제가 중심이었다. 특히 지배계층들의 사적, 공적 조직이었던 部民制 는 백제의 영향으로 권력의 주요 기반이었고 백제 도래계 씨족을 근간으로 하는 각종 생산조직은 왕권의 유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각종 수공업 집단을 장악하고 있던 東漢氏, 西文氏 와 같이 조정에서의 문필과 외교문서 등의 작성에 종사하고 있던 씨족들은 권력의 중추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이들은 신흥 백제계 도래자를 그 휘하에 배속시키고 왕권에 봉사하고 유력귀족으로도 성장하고 있었다. 동시에 백제계라는 동일종족 의식을 바탕으로 강한 족적유대를 맺고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왕권과 기내 유력 호족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이들 백제계 씨족들은 백제의 멸망에 즈음해서 백제부흥을 위 한 막후역할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저변에 내재되어 있는 백제계 도래인과 백제문화, 그리고 상층부에서 이들을 장악하고 있는 기내의 유력호족, 그 위에 권력의 최정점에서 국가를 통솔하는 왕 권은 상호 분리할 수 없는 통치의 조직체계였다. 요컨대 백제로부터의 인적 물적 자원의 지속적인 공급은 왕권유지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위로는 왕실에서부터 관인층 밑으로 는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중하급계층에 이르기까지 사회저변에 깔린 왜국내의 백제적 요 소는 백제구원의 분위기를 촉진시켰다. 백제멸망 후 많은 귀족 관인층이 왜국에 망명하여 왜 왕권으로부터 위계와 함께 능력 에 따라 관직을 수여받게 된다. 백제의자왕의 후손에게는 百濟王氏 라는 특별 姓 을 내려 백제왕족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 이들 百濟王氏 들은 奈良平安朝 를 통하여 5위 이상의 관인을 수없이 배출한 명문가로 성장했으며 왕실과 당대 최고의 가문인 藤原家 와도 인연 을 맺는 등 일본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삶은 살았다. 백제 왕씨의 시조격인 百濟王禪廣 일족은 664년 3월 難波 에 거주하게 된다. 이곳은 일 본의 대외교섭의 중요한 장소였고 8세기 중엽 百濟王敬福 의 시대에 百濟郡 이 설치되었다. 백제왕경복은 天平 15년(743) 聖武 천황의 大佛建立 의 詔 가 내려진 해에 陸奧國守 장관으 로 임명되었고 동대사의 대불이 완성되었을 때 그 휘하의 도래계 기술자집단들은 황금을 채취하여 천평 21년(749) 2월에 도금을 위한 9백량을 헌상하여 752년 성대한 大佛開眼 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백제왕경복은 이 공적으로 종5위상에서 7단계 특진의 종3위 宮內卿 ( 宮內省 의 장관)에 임명되었다. 특히 대불조영의 사업을 추진토록 권유한 行基 는 백제계 도래인 후손이었다. 이 후 행 기는 大僧正 이라는 일본 불교계의 지도자의 지위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대불의 현장책임 자인 大佛師國中連公麻呂 역시 그의 조부가 백강구 전투 후에 망명한 백제관인인 德率國骨富 였다. 이와 같이 대불조영에는 많은 백제계 도래인 기술자의 협력을 얻어 이루어진 대사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왕권과 기내 유력 호족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이들 백제계 씨족들은 백제의 멸망에 즈음해서 백제부흥을 위 한 막후역할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20 國史館論叢第 108 輯平安朝 를 연 桓武天皇 의 모친인 高野新笠 은 그 출자가 백제 무령왕으로부터 나왔다고 저견되고 있으며 51) 桓武天皇 의 부인 23명 중에 9명은 百濟王氏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가 백제왕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말해준다. 52) 백제왕경복의 손녀 百濟王敎人 ( 百濟王武鏡 의 딸)은 환무와의 사이에서 大田親王 을 낳았고, 百濟王俊哲 의 딸 百濟王貞香 역시 환무와의 사이에서 駿河內親王 을 출생하였다. 또 百濟王理伯 의 딸인 百濟王明信 은 우대신 藤原繼繩 의 부인이 되었고 明信 은 尙侍 라고 하는 궁중 內侍所 장관에 임명되었다. 延曆 9년(790) 3월에 환무천황의 조서에 百濟王 등은 짐의 외척이다 53) 라 할 정도로 백 제 왕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 환무천황은 백제멸망 시 군정을 장악한 천지천황의 증손으로 현실적으로 백제왕가의 후손을 모친과 부인으로 두고 있었듯이 백제와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8세 기 나라조의 천황들 역시 백제왕가와의 직접, 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었고, 8세기 천 황가의 시조격인 천무천황은 그의 형 천지를 도와 백강구 전쟁의 파병의 중책을 맡았던 大海人皇子 이었다. 백제왕가에게 百濟王氏 를 사성한 것도 천무천황의 부인인 지통천황 때였다. 54) 한편, 藤原家 의 시조인 中臣鎌足 역시 천지천황의 최측근으로 백제파병의 주역이었다. 백제의 집중적인 외교적 공략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에게 百濟王家 는 잊을 수 없는 존재 였고 백제 의자왕으로부터 받은 옻칠장과 부장품은 가문의 가보로서 간직하게 되었다. 백제 멸망 이후 왜 왕권은 668년 신라와의 국교가 재개되어 신라의 뛰어난 외교적 물 산이 일본왕실과 귀족들에게 전해진다. 그러나 이를 가문의 보물로서 기록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물품 그 자체로 본다면 백제의 것을 능가하는 금은제의 현란하고 세련된 세공기 술을 자랑하는 신라제가 소유욕을 더 유발시켰다고 생각되지만, 백제의 물산은 현실적 가 치 이상의 정신적 유산이 깃들여 있었다고 보인다. 일본 고대의 지배층의 뇌리 속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백제 지향적 요소, 끊을 수 없는 백제와의 친연성 등이 백제 멸망 이라는 현실 앞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뇌를 맛보야만 했다. 왜 왕권의 지배층에 있어 백제의 멸망은 그동안 의지해 왔던 백제정신의 상실이었 고 정신세계의 혼란을 초래했을 것이다. 천지천황을 비롯한 천무, 중심겸족 등 아스카시 대 왜 왕권의 권력의 핵심 3인은 백제물산은 잊을 수 없는 보물이었고 그 속에 담긴 백 제의 정신과 문화는 보관, 계승해야 할 대상이었다. 51) 續日本紀延曆 8 年 (789) 12 月條. 52) 百濟王氏 에 대한 종합적 고찰은 今井啓一, 百濟王敬福 ( 綜藝社, 1965) 참조. 53) 續日本紀延曆 9 年 (790) 2 月條. 54) 續日本紀天平神護 2 年 (766) 條百濟王敬福傳..

또 百濟王理伯 의 딸인 百濟王明信 은 우대신 藤原繼繩 의 부인이 되었고 明信 은 尙侍 라고 하는 궁중 內侍所 장관에 임명되었다. 延曆 9년(790) 3월에 환무천황의 조서에 百濟王 등은 짐의 외척이다 53) 라 할 정도로 백 제 왕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

21 日本正倉院 의 百濟遺物 과 그 역사적 성격 국가진보장에 기록된 헌납물의 기재순서는 곧 물품의 중요도를 반영한다고 한다. 수많 은 헌납물 중에서 제일 먼저 기재된 것은 袈裟 이다. 이것은 法衣 로서 세속적 물품에 비해 서 존숭해야 할 물품이기 때문에 처음에 기재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다음이 천무천황 이 래로 내려오는 옻칠장과 그 속에 들어있는 물품, 그 다음이 중신겸족이 백제로부터 받아 등원씨의 가보였던 옻칠장과 부속유물이다. 法衣 인 가사를 제외하면 기재순위의 1, 2위 는 백제로부터 전해진 옻칠장임을 알 수 있다. Ⅵ. 결 어 적색옻칠장 1 口 를 백제 의자왕이 內大臣 에게 보냈다 는 정창원문서의 짤막한 1행 기 록을 토대로 여기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 기록으로부터 정창 원에 현존하는 천무천황 이래로 왕실의 가보이자 천무계 왕통의 계승자임을 상징하는 적 색옻칠장도 백제에서 보낸 물품임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中臣鎌足 이래 藤原家 의 가보였 던 적색옷칠장의 성격도 분명해졌고 그 속에 수납되었던 바둑 등 다양한 물품의 유래와 역사적 의미도 확인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들 물품은 7세기 중엽 격동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백제 왕권에서 왜 왕권의 실 세들에게 외교의 물산으로 보낸 것이다. 그것은 장년에 걸쳐 행해 온 백제외교의 방식이 었고 양국의 친연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외교의 성패는 정책결정권자의 마음을 움직 여야 한다. 외교란 이성보다는 감성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듯이 소유욕을 유발시키는 당대 최고 품격의 물품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상대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인다. 피의 정쟁을 통해 수립한 개신정권의 3인방, 中大兄皇子 ( 天智天皇 )과 大海人皇子 ( 天武天皇 ) 그리고 中臣鎌足 은 왕권의 사활을 건 백제구원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권력을 담보로 한 백강구 전쟁은 단순한 파병이 아니라 백제와의 강한 친연성에 바탕을 둔 피할 수 없는 백제사수를 위한 결사 항전이었다. 그러나 나 당연합군이라는 거대세력에 의해 힘에 부쳐 실패로 끝났지만 왜 왕권은 수많은 백제의 선진 인적자원을 얻었으며 이를 바 탕으로 한 천황제 율령국가를 탄생시킨다. 바로 백제라는 대상은 일본지배층에 있어 수 백년 간 그들이 추구하고자 한 지향점자 도달점이었다. 壬申 의 난 때 소실된 천지천황에게 보낸 옻칠장을 제외한 2개의 물품은 천무천황 직계 왕실의 가보와 고대일본의 최대 귀족 藤原家 의 가보로서 중시했던 물품이었고 나아가 성 무천황과 광명황후 부부의 애용품으로서의 역사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백제 멸망 직전 왜 왕권의 핵심 인물들에게 전해진 백제의 물품은 단순한 백제물산으로서가 아니라

22 國史館論叢第 108 輯 고대일본 왕실의 정신문화로서 계승되었으며 백제멸망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일본열도에 남아 백제왕가를 계승한 선광을 시작으로 하는 의자왕 후손들은 百濟王 이 라는 특별 가바네( 姓 )를 하사받고 그들의 본거지였던 河內 의 交野郡 지역에 百濟王神社, 백제왕 氏寺 로서 百濟寺 를 건립하는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일본왕실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으며 귀족의 반열에 들어가는 5위 이 상의 관위를 받은 사람도 수없이 배출한 명문가로서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백제와 일본, 국교의 성립에서 백제 멸망에 이르는 3백년간의 격동하는 동아시아의 역 사 속에서 유일하게 불변의 우호국으로서 유지해 왔으며 이러한 양국의 친연성, 우호정신 은 백제멸망 이후에도 계승되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정창원의 유물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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