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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77 연 구 논 문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이 명 화* 1. 머리말 2. 日 本 의 韓 國 强 占 과 强 占 論 理 3. 倂 合 條 約 의 締 結 과 統 治 論 理 4. 强 制 倂 合 前 後 의 植 民 地 敎 育 政 策 5. 맺음말 47) 1. 머리말 2010년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일 양국에서는 학술대회 개최, 다큐멘터리 제작, 시민단체의 모임과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행사가 개 최된 바 있다. 한국병합 100년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한일간에 병합 을 둘 러싼 역사인식의 차이와 분쟁은 오늘날에 와서도 좀처럼 그 이견을 좁히 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10년 강제병합날인 8월 29일에 한일지식 인 200여 명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병합조약이 무효라고 한 성명서 발표는 과거보다는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를 전망하며 양국 국민 간에 역 사인식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노력이었으며 상호 화해와 협력의 공감 *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

2 7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대를 이룬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일본 내에 유포된 한국 병합의 논리는 식민지시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도 오랜동안 사실 로 존재하였다. 한국의 과거 지배체제가 너무 부패해 자력으로는 도저히 독립을 보존할 수 없는 나라이기에 일본이 한국민의 청원을 받아들여 한국을 식민지화했으므로 일제의 한국지배는 합법적이 며, 따라서 식민지지배는 유효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 그러 나 그 사실은 진실 이 아닌 식민지화 과정과 식민지체제에서 만들어진 허상이다. 본 논문은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는 과정에서 한국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고 유포한 병합의 논리를 통해 강제 병합의 이데올로기를 살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병합을 전후하여 일제가 이들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식민지교육정책을 세워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본 논문에서는 合 邦, 合 倂, 그리고 倂 合 이라는 용어가 강제 병 합 을 전후한 정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었는가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일반적으로 庚 戌 國 恥 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합 방 합병 병합이라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혼용되고 있으며 이런 실태는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10년 8월 22일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압 해 늑결한 조약의 공식 명칭은 일한병합조약 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합방한 것으로 보고 한일합방 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 해왔다. 일본인들 중에는 일본 제국주의는 일반적인 억압과 수탈로 대변 되는 식민지지배로 한국을 통치하지 않았다고 주장 2) 하고 또는 합방했기 때문에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했다고 할 수 없고 결코 식민지 지배를 한 적이 없었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일제의 기만적인 병합논리의 유포와 혼돈된 역사용어 사용이 자리하고 있다고 1) 2010년 8월 10일에 일본 수상 간나오토( 菅 直 人 )는 정치적 군사적 배경 아래서 당 시 한국인들의 뜻에 反 하여 행한 식민지지배 였다는 요지의 담화문을 발표한 일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국가 총리가 공식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 라 해도 일본 국민 전체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 針 原 崇 志, ꡔ 歷 史 敎 科 書 を 斬 るꡕ, 明 窓 出 版, 2006.

3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79 본다. 이 점에 주목하여 강제병합 전후 일제가 한국을 대상으로 전개한 식민지화의 정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日 本 의 韓 國 强 占 과 强 占 論 理 한국은 일본에 의해 개항된 이후 反 외세자주화와 反 봉건근대화를 해 야하는 과제를 안고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 다. 밀려오는 외세 침략에 대항해 민족의 자주권을 사수하면서 근대 민 족국가로 거듭나고자 정치사회적 개혁을 단행했지만 오랜 중앙통치의 양반 신분체제에서 근대사회로의 이행이 지배층이나 피지배층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서양 제국주의의 이권 침탈과 정쟁의 혼란한 틈새를 비집 고 마침내 일제는 보호 를 구실로 한국의 국권을 침탈하였다. 일제는 한 국의 근대화와 문명이식, 그리고 청국의 종속으로부터 독립이라는 기치 를 내걸고 한국의 지배층에 친일파를 부식하였으며 민중의 의식에까지 파고들어 궁극적으로 한국을 강점, 식민지화할 계획을 치밀히 수행하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통해 한국강점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국제 사회로부터 한국의 보호국화를 용인받는 과정에서 일제는 집요하게 한 국 강점을 정당화할 적합한 논리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가며 이들 논리를 지속적이고 반복적 으로 국민의식에 투입시켜 한국민의 의식에 자리잡도록 하는데 주력하 였다. 1) 淸 日 戰 爭 과 朝 鮮 獨 立 保 存 의 論 理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으로 팽창해 나가는데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부 분이었다. 청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한국 강점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일제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가운데 시정개혁 이라는 명분을 앞

4 8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세워 한국강점의 목표를 집요하게 추진하였다. 당시 일본은 자국민들에게는 日 本 文 化 가 서양문화와 문명에 못지 않 으며 일본 국민은 一 等 民 이라는 정신적 긍지를 강하게 심어준 반면, 상 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근대화가 늦은 한국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민족을 멸시케 하는 史 觀 을 심어주었다. 역사적으로 근거 없는 일본국민의 자긍심 심기는 건전한 국민의식의 육성을 방해하고 편협한 국민의식이 자리하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전적으로 제국주의적 사회진화 론에 입각해 있었던 일본의 근대 문명관에서 모든 가치는 경쟁의 논리로 만 설명되었다. 일본에 의한 조선 개항으로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가 체결되고 그 제1조에서 조선을 자주국가로 일본과 동등권을 보유한다고 한 것은 조선 을 屬 國 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시키고 조선을 일본의 영 향력하에 두어야만 조선을 마음놓고 경략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수호조규 이후 병합 전까지 한국과 체결한 모든 침략 조약에서 조선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둠으로써 한국을 안심시켰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청일전쟁은 한국을 청국으로부터 독립시킨 전쟁이라고 한국민에게 주입시켰다. 어쨌든 청일전쟁은 청국의 간섭으로부터 한국을 분리시켜 안전하게 독식하며 대륙팽창에 서막을 연 第 一 步 가 되었다. 일본이 대륙으로 팽창해 나가는 목표에 어느정도 다가간 성공적인 전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을 경계하는 정치세 력에 대한 조급함은 급기야 明 成 皇 后 시해를 가져왔고, 일본의 침략의도 가 그대로 들어나게 되면서 한국내에 반일항쟁에 불을 당기게 하였다. 明 成 皇 后 시해 사건으로 말미암아 한국 왕실은 일본의 한국독립국 보존 의 논리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으며 한국 침략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는 일본에 대한 두려운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5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81 2) 露 日 戰 爭 과 洋 平 和 守 護 의 論 理 일국의 국모를 살해하는 厚 顔 無 恥 의 극치를 보여준 일본에 저항하여 한국 왕실은 태평양으로의 팽창을 꾀하는 러시아의 힘을 끌어들여 일본 을 견제하고자 했으며 그 배경에는 萬 國 公 法 3)의 국제법적 질서가 한국 의 독립유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의 통치권 자들은 萬 國 公 法 을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제 국이 만국공법의 均 勢 (Barance of Power)와 公 義 을 믿고자 한 것은 아마 도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논리를 통해 대한제국은 중립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중립화를 꾀하였다. 반면 일본인의 萬 國 公 法 인식은 서구의 국제질서 인식을 기반으로 한 냉정한 국제사회의 힘 의 지배논리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국제법의 허상과 武 力 앞에 만국 공법의 無 力 함을 간파하고 이를 한국 병탄에 활용하였으니 문명국 일본 은 미개국 조선을 선점하여 조선을 문명개화시키는 길이 동양평화의 길 이라는 논리로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였다. 대한제국이 러시아와 접근해 가면서 한국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자 한 시도가 제지당하자 일본은 러시아와 전면 전쟁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 장악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1904년에 접어들자 전쟁 분위기는 조 성되었다. 대한제국 정부는 서둘러 1월 21일 국외 중립 선언 을 각국에 동시 성명 4) 하고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5) 그러나 이러한 일 3) 만국공법은 국제법을 일컫는 것으로 중국 일본 한국에 전해진 만국공법은 Henry Wheaton의 저서인 ꡔElements of International Lawꡕ를 미국인 선교사 Alexander Martin Persons이 漢 譯 한 것이다. 조선에는 1876년에 유입되어 개신유림층에서 근대를 배우 는 교과서 역할을 하였다. 4) 영국 ꡔDaily mailꡕ지 한국 특파원이었던 멕켄지(F. A. McKenzie)가 러일전쟁 전 한국 을 취재했을 때 이용익과의 면담내용이 ꡔ한국의 비극ꡕ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다. 황제폐하께서는 중립을 선언하였으며 우리는 중립을 통하여 살아갈 것이다. 만약 러 일 양국 중에 우리 쪽이 우리의 중립을 파기한다면 열강들은 불문곡직 이에 개 입하여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다(F. A. McKenzie 신복룡 역, ꡔ대한제국의 비극ꡕ, 평 민사, 1985) 라고 하며 당시 한국정부의 외교담당자들은 중립 성명을 내놓으면 열강 들에 의해 중립이 존중될 것으로 믿었다.

6 8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련의 노력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일제는 러시아와의 전면 전쟁을 감행, 한국은 러일간 전쟁의 戰 場 이 되고 맗았다. 일본은 2월 6일에 지상군 2천 명을 선발대로 한 대규모 병력을 인천에 상륙시키고 서울로 진군해 들어 왔으며 2월 9일에 인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함대를 급습해 전쟁을 도발 하였다. 그리고 10일에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한국 독립을 공고히 한다 는 내용의 선전포고를 하여 러일전쟁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고 약소 국인 한국의 독립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기만하였다. 당시 국제열강들 대부분이 한국을 발판으로 태평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팽창을 두려워 하고 있음을 감지한 일본은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열강을 향해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의 위험을 경고하며 일본 지 원을 끌어내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였다. 이처럼 일제는 문명 과 근대화 라는 가면을 쓴 제국주의 열강들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한국 침략의 독 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전 이후 보름만인 2월 23일에 韓 日 議 定 書 를 늑결하였다. 한국을 러일전쟁에 끌여들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방과 재정권을 장악한 일본은 국제사회를 향해 한국의 전근대성과 정 치적 불안 상태를 강조하고 한국은 스스로 自 衛 할 수 없는 빈약한 국가 이므로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일본마저도 위 험에 빠질 수 있다는 自 衛 論 의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무렵 이토오는 한 국이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전락하여 전쟁상태에 빠지게 되면 동아시아 의 평화를 보장할 수 없기에 保 護 國 化 해야 한다는 이른바 동양평화론 을 주창하였다. 한일의정서에는 한국을 施 政 改 善 하고 일본정부는 東 洋 平 和 와 韓 國 皇 室 의 安 寧, 그리고 독립을 위해 일본이 필요로 하는 모든 편의와 군략 상의 필요한 지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그러 나 러일전쟁에서의 승리가 분명치 않았던 터라 한일의정서 단계에서는 5) 한국에 주준하고 있던 영 독 불 이태리의 주한 각국 공사들은 같은 달 21일부터 29일 사이만해도 각기 본국정부를 대신하여 한국정부의 중립국화 성명을 받아들일 뜻을 회답해왔다.

7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83 대한제국 정부는 대한제국의 독립과 영토보존을 확실히 보증할 것을 명 시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필요에 의해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을 식민지 경영하겠다는 의도가 확실히 들어남으로써 사실상의 국 권 상실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였다. 6) 부실한 국가재정력과 용병 1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병력의 취약함 을 간파해 약점을 잡은 일제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한국은 도저 히 자위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이 대신하여 전쟁을 수행한 自 衛 戰 爭 이 며 나아가 일본은 만주와 태평양으로 몰려오는 러시아의 팽창을 막아주 고 동양평화를 지켜낸 守 護 神 이라 자처하였다. 이때만해도 일제는 한국 침략의 야욕을 들어내지 않은 채 한국에 전쟁 협력을 강요하였다. 제국 주의 열강들은 일본의 한국 지배에 대해 열강들이 거느린 다른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공유한 동지적 관계임을 의미한다. 러일전쟁 이전만해도 일본이 독일연방과 같은 체제로 한국과 合 邦 하 여 일대 제국을 건설하고, 동양의 맹주가 되어서 서구 열강과 경쟁해 영 원한 東 洋 平 和 와 利 益 을 보전해야 한다는 논지가 화려하게 논단을 장식 하였다. 7)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일제는 동양평화를 위협한 러 시아를 물리치고 한국의 영토를 보존시킨 것은 일본의 은혜와 덕택이라 는 施 惠 論 을 펼쳤다. 3) 乙 巳 五 條 約 의 勒 結 과 韓 國 保 護 論 理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원을 받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일본을 지원 하는 국제적 분위기로 인해 1905년에 들어와 일본은 한국에 대한 식민지 6) 한일의정서 제1조에서 규정한 외국인고문 용빙에 관한 협정서 에 의해 일본 대장 성 주세국장 메가타( 目 賀 田 種 大 郞 )가 재정고문에, 미국인 스티븐스(D.W. Stevens)가 외교고문에, 군사고문으로는 주한 일본공사관 부무관 노즈[ 野 津 鎭 武 ], 경무고문에 일본 경시청 경시 마루야마[ 丸 山 重 俊 ], 궁내부고문에 가토[ 加 藤 增 雄 ], 학부 학정참여 관에 시데하라[ 幣 原 坦 ]가 각각 파견되어 한국 내정을 간섭하였다. 7) 海 野 福 壽, ꡔ 伊 藤 博 文 と 韓 國 倂 合 ꡕ, 靑 木 書 店, 2004, 172쪽.

8 8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화의 행보를 순조롭게 진행해 나갔다. 1905년 4월 8일에 각료회의를 소집 해 한국을 보호국 으로 만들 것을 결의하고 준비에 착수한 일본은 5월 각 의에서 對 韓 方 針 을 결정하였다. 8) 그 내용은 한국에서의 정치상 및 군사 상 보호의 실권을 확립하고 경제적 이권을 취득해서 착실하게 그 경영을 실행하는 것이 급무 9) 라며 보호권 확립 및 경제적 이권 획득에 관한 긴급 정책안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보호국화 결정에 대한 국제적 묵인 내지 승인획득을 위한 공작에 착수하였다. 러일전쟁 직후부터 일본 내에서는 한국 식민지화를 둘러싼 이른바 합 병설 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데, 從 屬 國 論, 直 轄 植 民 地 論, 自 治 植 民 地 論, 委 任 統 治 論 등으로 분분하였다. 이들 각종 논의의 내용이 다르다해도 궁국적으로는 한국 식민지화를 목표로 한 구상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일 본은 한국 식민화에 앞서 보호국화 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것은 전국적 으로 일어나는 의병항쟁 등 한국민의 저항이 너무도 치열했고, 국제사회 의 반응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정황이였기에 중간단계인 보호정치 라는 완충장치를 식민통치에 앞서 설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을 일본 세력 안에 두고 지도, 보호, 감독해야만 동양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선전하였다. 일본은 1905년 7월 미국과 가쓰라( 桂 太 郞 )-태프트협정을 교환하고 8 월 12일에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해 미국과 영국으로부터도 한국 지도, 보호의 권리를 인정받았고 10) 9월 5일에 미국의 주선으로 포츠머드에서 8) 金 正 明 編, ꡔ 日 韓 外 交 資 料 集 成 ꡕ 6( 上 ) 日 韓 合 倂 篇, 東 京 巖 南 堂 書 店. 1964, 3~4쪽. 9) ꡔ 日 本 外 交 文 書 ꡕ 37-1, 351~356쪽. 10) 포츠머스회담에서 일본은 한국문제에 대해 러시아에 러시아는 일본이 한국에서 정 치상 군사상 및 경제상의 탁월한 이익을 가졌음을 승인하고 일본이 한국에서 필요 하다고 인정하는 지도 보호 감리의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이를 저해하고 또는 간 섭하지 않음을 약속해야 한다 고 요구하였다. 당시 러시아는 일본 측의 요구를 원칙 적으로 승인하면서도 별도의 조항을 마련해 일본이 한국에서 취할 조치는 대한제국 의 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 는 뜻을 명백히 하면서 한국에서의 러시아의 입지를 지키 기 위해서라도 대한제국의 주권을 지켜주고자 했다. 그러나 만주와 몽골에서의 러 시아 이익을 지키는 선에서 합의했으며 대한제국에 대한 지도, 보호, 감독권을 일본 에 위임하는데 합의하였다. 그리고 협상 끝에 대한제국의 주권문제는 조약 본문에

9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85 러일강화조약을 체결 11) 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들 영국, 미국과의 협정 및 조약 단계에서 한국 독립 보장의 약속들은 사라졌다. 이제 한국은 反 露 親 日 열강들에 의해 지도되는 국제사회로부터 외교적으로 고립된 반면 일본은 한국에 대한 독점적 지배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 일본의 세력 확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러시아세력을 물리친 일본에게 방해되는 존재는 한국내의 반일세력뿐이었다. 경운궁을 포위하고 대포를 쏘며 공 포분위기를 잡은 이토오 히로부미는 대한제국 황제와 대신들을 위협하 는 가운데 마침내 11월 17일 제2차 한일협약, 즉 을사5조약을 늑결하고 마침내 한국을 보호국화 하는데 성공했으며, 한국은 식민지의 길로 들어 서게 되었다. 을사5조약 前 文 에 일본국 정부와 한국정부는 양 제국을 결합하는 利 害 共 通 의 主 義 를 공고히 하고자 한국의 富 强 의 實 을 인정할 수 있을 때 까지 이 목적을 위하여 아래의 조관을 약정함 라고 하였다. 그간 한국과 의 조약에서 항상 등장했던 獨 立 이라는 용어는 利 害 共 通 의 主 義, 富 强 의 實 이라는 막연한 표현들로 대체되었다. 한국의 獨 立 은 일본이 의도 하는 식민지화정책에 완전 反 하기 때문에 공식 문서와 공식 석상에서는 다시는 등장할 수 없는 禁 忌 의 용어가 되어 버렸다. 다만 日 本 政 府 는 韓 國 皇 室 의 安 寧 과 尊 嚴 을 維 持 할 것을 保 證 한다는 조항을 두어 한국독립 의 최후의 보루인 황실의 저항을 무마하는데 집중하였다. 기입하지 않고 일본 전권위원은 일본이 장래 한국에서 취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 는 조치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게 될 경우에 한국정부와 합의한 후 이를 집행할 것 을 玆 에 성명한다 는 일본 측의 결의를 회의록에 기록하고 일본 측 공식 성명의 형 식을 취하게 하는 선으로 마무리 지었다. 11) 7월 29일에 일본은 미국과 카쓰라( 桂 太 郞 )-테프트 밀약을 나누고,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상호 인정하는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였다. 여기에 러일 전쟁의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일본은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에게 러 일의 강화 제안을 요청하였다. 또한 러시아도 전세를 만회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자국내 의 사회주의 혁명운동의 확산 조짐 등 제반 사정이 악화되어 전쟁을 지속해 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일본은 내심 전쟁의 종결을 기대하고 있다가 미국의 중 재를 받아들임으로써 마침내 미국 포츠머스에서 8월 10일부터 러일강화회의가 개최 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제26대 대통령인 루즈벨트는 포츠머스 강화조약 주선해 러 일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10 8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4) 統 監 府 統 治 와 施 政 改 善 논리 을사늑약의 결과 1906년 2월, 일제는 한국지배 기관으로 한국통감부를 설치하고 을사늑약을 주도한 伊 藤 博 文 이 초대 한국통감으로 부임하였다. 개항 이래 제국 열강들과 수호조약을 체결하고 외교관계를 맺어왔지 만 일제는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전부터 해외 주재 한국 公 館 인원 을 실질적으로 축소해왔다. 이 사실 자체가 한국의 외교권을 이미 침범 한 행위였다. 그럼에도 광무황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재외 한국 공사관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2) 이토오의 임무는 일본이 의도한 대로 안정되게 한국을 병합해 버릴 수 있는 통감부 통치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저항적인 한인들 을 무력으로 병탄해버리기 보다는 통치의 기간을 갖고 제반 기관을 정비 해 이른바 시정개선 과 정치변혁 을 이끌어내어 漸 進 的 으로 한국민의 자 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냄으로써 병합의 기초를 단단히 구축한다고 하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13) 이토오 통감은 한국의 영토 보전, 施 政 改 善 의 조언, 외교권 주관, 한 12) 이창훈, 대한제국기 유럽지역에서 외교관의 구국운동, ꡔ한국독립운동사연구ꡕ 27, 2007, 398쪽. 주영국 서리공사 이한응은 영국 정부를 상대로 한국의 독립을 보장받고자 외교활동 을 전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05년 5월 12일 목을 매어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하였다. 주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3개국의 겸임 공사로 임명되었다가 겸임 공사직이 해제되면서 주러 공사로 재임했던 이범진은 외교관들을 소환할 때 러시아 로 망명하여 한국공사관 매각 대금으로 한국 독립운동과 의병활동을 지원했다. 그 는 강제 병합의 소식을 듣고 1200루블의 유산을 독립운동계에 전달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1911년 1월 25일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한편 민영찬 주프랑스 벨기에 공 사는 1905년 12월에 워싱턴에 도착하여 미 국무장관 루트(Eliheu Root)를 방문하여 을사조약의 무효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되었다. 13) 黑 龍 會, ꡔ 日 韓 合 邦 秘 史 ꡕ( 下 ), 原 書 房, 1966, 109쪽. 이토오는 朝 鮮 本 位 政 策 을 앞세우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상과 지배 논 리를 비판하며 통감통치를 善 政 으로 인정받고자 하였다. 이토오는 일본의 통치에 대한 한국민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강압적 탄압보다는 먼저 한국민을 도덕적 敎 化 로써 복종하도록 유도하고 회유와 온화한 말로써 한국인을 매혹케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小 森 德 治, ꡔ 明 石 元 二 郞 ꡕ 上, 臺 灣 日 日 新 報 社, 1928, 302쪽).

11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87 국 왕실의 안전 보장 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고 일본 세력을 한국에 부식하는 것이 곧 양국의 복리 를 얻는 길이라 14) 는 논리를 폈다. 일본 내 강경파들이 한국을 당장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도 이토오 는 급격한 변동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점진주의적으로 병 합할 것을 주장하였다. 15) 이토오의 대한정책은 문명기관을 만들고 진보개발의 설비에 의해 한 민을 化 育 에 있어서 한국민이 요구하는 국권회복은 한국에 하등 이익이 없으며 일본이 일찍이 구미로부터 받아들인 문명의 혜택을 균등히 하여 이(한국-필자) 국민에게 指 從 하는데 두고 한국의 국토를 침략해 국권의 기초를 병탄하는 정책은 절대로 불가 16) 하다고 주창하였다. 일본 내에서 이토오는 한국병탄을 주창하는 강경파들에 비해서 漸 進 主 義 者, 懷 柔 論 者, 軟 派 등으로 분류되었다. 17) 그러나 소위 이토오와 같은 軟 派 들이 점 진주의 노선을 추구했다고 해서 병합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달랐다고 할 수 없다. 이토오는 먼저 부분적인 권리를 거두고 난 후 서서히 全 權 을 거둬들이는 방침 18) 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한국의 정황에 정통했던 이토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병항쟁 등 항 일운동의 기운이 거제지자, 이토오의 점진적 대한정책에 대한 회의와 비 판의 목소리가 높아가자 한국병탄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파들 의 주장이 거세졌다. 19) 강경론자들은 이토오의 온건한 통감정치로 인해 14) 伊 藤 博 文, 韓 國 統 治 難, ꡔ 朝 鮮 之 實 業 ꡕ 24, 1907, 19~24쪽. 15) 小 川 平 吉, 故 伊 藤 公 の 合 倂 論 と 予 の 合 倂 論, ꡔ 朝 鮮 ꡕ 27, 1910, 9쪽 ; 釋 尾 春 芿, ꡔ 朝 鮮 倂 合 史 ꡕ, 372~373쪽 ; 朝 鮮 總 督 府 編 纂, ꡔ 朝 鮮 保 護 及 び 倂 合 ꡕ(ꡔ 朝 鮮 統 治 史 料 ꡕ 3, 韓 國 史 料 硏 究 所, 1970), 162~164쪽). 16) 時 事 評 論, 伊 藤 統 監 の 歸 任, ꡔ 朝 鮮 ꡕ 1-3, , 78쪽. 17) 小 川 平 吉, 앞의 글. 18) 釋 尾 春 芿, ꡔ 朝 鮮 倂 合 史 ꡕ, 朝 鮮 及 滿 洲 社, 1926, 654쪽. 19) 이토오 통감의 시정에 대해 강경론자들은 한민은 그 苛 政 을 하소연하고 그 煩 琑 를 원망하고 일본 관리를 蛇 蝎 시하는 풍조 이며 각 곳에서 폭도가 봉기하고 일본 관리 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으며 민란이 곳곳에서 일어나 질서를 어지럽폅다 고 비판하 였다( 旭 邦 生, 朝 鮮 合 倂 問 題, ꡔ 朝 鮮 ꡕ 6, ), 2~3쪽).

12 8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배일사상이 만연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반일운동 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병합해야 한다는 즉시 병합론으 로 밀어부쳤다. 20) 이토오는 통감부를 중핵으로 하는 한국의 自 治 植 民 地 체제를 염두에 둔 지배를 구상하고 21) 한국 정계에는 한국인들에 의한 責 任 內 閣 을 구성 하겠다고 하는 說 을 유포시켰다. 그리고 一 進 會 西 北 學 會 大 韓 協 會 등 과 개별 교섭을 벌이며 한국민의 민심을 얻고자 하였다. 이토가 통감통 치에서 수행했던 시정 정책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 한국의 문명국 화, 동양평화 등의 술어들은 한국의 식민지화 작업에 필요한 修 辭 에 불 과하였다. 그러나 당장의 병탄론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에게 정치적으로 밀리면서 한국내에서는 치열해지는 항일투쟁에 직면하자 일본내에서 통 감통치에 대한 비판론이 일어났으며 이에 낙담한 이토오는 통감직 사의 를 표하였다. 한국 합병 문제에 대해 강경 입장이었던 일본 각의는 부통 감이었던 曾 禰 荒 助 를 제2대 통감으로 임명하였다. 1909년 5월 30일자로 曾 禰 荒 助 가 통감에 부임하면서는 노골적인 한국 통치 방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였다. 합방 곧 연방제도로 할 것인가, 또 는 한국 황제의 지위를 존속시켜 형식적 주권을 부여하는 대신 政 務 실 권을 장악하는 위임통치의 형식으로 할 것인가, 또는 영국의 인도에서와 같은 식민통치 곧 완전한 형태의 영토적 병합으로 할 것인가 등의 合 邦 委 任 統 治 倂 合 등의 통치안 22) 들이 본격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논의에 그쳤을 뿐 실제 일본 각의는 이미 倂 合 을 對 韓 政 策 으 로 결정하고 있었다. 20) 釋 尾 旭 邦, 伊 藤 公 の 統 監 政 治 を 論 ず, ꡔ 朝 鮮 及 滿 洲 之 硏 究 ꡕ, , 42~43쪽 ; 釋 尾 旭 邦, 朝 鮮 倂 合 問 題, ꡔ 朝 鮮 及 滿 洲 之 硏 究 ꡕ, , 56쪽. 21) 海 野 福 壽, ꡔ 伊 藤 博 文 と 韓 國 倂 合 ꡕ, 靑 木 書 店, 2004, 170~173쪽. 22) 釋 尾 春 芿, ꡔ 朝 鮮 倂 合 史 ꡕ, 朝 鮮 及 滿 洲 社, 1926, 699~700쪽 ; 小 松 綠, ꡔ 朝 鮮 倂 合 之 裏 面 ꡕ, 85~86쪽. 委 任 統 治 는 통감부를 통한 보호통치와 같은 것이고, 합병 은 국가의 주권을 빼앗아 제국의 한 地 方 으로 삼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13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倂 合 條 約 의 締 結 과 統 治 論 理 1) 合 邦, 合 倂, 倂 合 의 變 化 와 混 用 일찍이 러일전쟁 중에 일본의 정치 논객들에 의해 對 韓 政 略 에 대한 다 양한 정론이 등장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현상과 국제 관계, 그리고 일본 내정 전개 등의 복잡한 정치적 변수로 말미암아 한국 식민지화의 시기와 방법 등에서 일본 내의 정견은 일치하지 못하였다. 일본이 두려워한 것은 한국인의 저항보다도 서구 열강들의 개입이었다. 청일전쟁 직후의 三 國 干 涉 이라는 외교적 패배를 경험한 바 있는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하는 선행 조건으로 서구 열강의 확실한 승인을 보장받 고자 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병의 논리 가 요구되었다. 1908년까지는 合 邦 의 설이 대세였으나 1909년부터는 합방 과 병합 등 의 용어가 확실히 다른 의미를 갖고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시 절이나 오늘날 한국인들 간에 合 邦, 合 倂, 倂 合 이라는 용어는 별 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 당시 통감부 관료들은 한국민의 저항을 최대한 줄 이면서 한국을 병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코스가 무엇일까를 궁구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기에 그들에게 용어의 의미와 사용은 중요한 의미를 갖 는다. 일제가 한국을 보호국화 한 상황에서 합방설은 그 역할을 다하고 퇴색되어 갔다. 합방설 은 국가 주권을 인정한 상태에서 국가와 국가간에 동등한 위치 에서 나라를 합하는 연방의 형태를 의미한다. 23) 세계 열강들에게 현재의 한국 지배를 인정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제가 한국을 굳이 대등한 관 23) 合 邦 은 두 나라가 완전히 동등한 수준으로 합한다 는 의미다. 따라서 한일합방이 이뤄질 경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합방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의 예처럼 국 호가 대일본-대한제국 이 되어야 한다.

14 9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계로 합방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一 進 會 고문인 흑룡회 內 田 良 平 도 1909년 1월 山 縣 有 朋 桂 太 郞 寺 內 正 毅 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세계열 강이 일본의 한국 지배를 묵인하고 있는데도 이토오가 신중론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24) 강경주의자들에 의한 한국병탄 방침은 1909년 3월 외무대신 小 村 壽 太 郞 이 마련한 對 韓 大 方 針 에서 구체화하고 마침내 일본의 桂 太 郞 수상과 山 縣 有 朋 내각총리는 병합방침안으로 합의함으로써 일본내 政 論 은 통일 되었다. 이 과정에서 合 倂 이라는 용어보다도 유한 느낌의 倂 合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25) 일본인들에게 合 倂 과 倂 合 의 의미는 단순한 문자 배열의 변화가 아닌 한국민의 반응까지도 고려한 정치적 의 도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4월 10일 桂 太 郞 수상과 小 村 외무대신은 통감을 사임하고 추밀원의장 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온 이토오 통감을 만나 한국을 일본 영토의 일부 로 편입시킨다는 방침에 대해 의론하여 마침내 동의를 받아내었다. 26) 그 내용은 한국을 일본제국의 판도로 편입시키고 일본 황제가 절대통치권 을 장악하며, 한국민을 일본제국의 신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을 일본에 완전히 흡수시키는 합병안이었는데, 倂 合 이라는 용어를 사용 한 이른바 倂 合 案 으로 7월 6일 일본 각의를 통과하고, 일본 천황의 裁 可 까지 받아내었다. 27)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하는 데 있어서 倂 合 하는 것으로써 對 韓 政 策 을 결정하였다. 28) 24) 內 田 良 平, 合 邦 の 回 顧 と 韓 國 問 題, ꡔ 朝 鮮 統 治 の 回 顧 と 批 判 ꡕ, 朝 鮮 新 聞 社, 1936, 3쪽. 25) ꡔ 伊 藤 博 文 傳 ꡕ 下, 1013~1014쪽. 26) 內 田 良 平, 合 邦 の 回 顧 と 韓 國 問 題, 같은 책, 3쪽. 27) 海 野 福 壽, ꡔ 伊 藤 博 文 と 韓 國 倂 合 ꡕ, 靑 木 書 店, 2004, 165~168쪽. 28) 병합 당시 한국통감부 서기관을 거쳐 강제병합 당시 외무성 정무국장으로 재임하면 서 병합을 달성하기 위한 외교문서를 준비한 倉 知 鐵 吉 의 회고록 ꡔ 韓 國 倂 合 ノ 經 緯 ꡕ 에 의하면, 그는 한국을 병탄하려는 의도를 은폐하기 위해 倂 合 이라는 용어를 지어 내었다고 한다. 구라치는 일본의 외교정책에 대해 이토 및 고무라와 의견을 조율하 면서 1909년 3월 한국병합을 계획한 대한정책의 기본 방침을 기초했는데, 이것이 한 국병합계획을 최초로 공식화한 문서가 되었다. 본인은 한국이 완전히 폐멸되어 제 국 영토의 일부로 되는 뜻을 명확하게 하고 동시에 그 어조가 다소 과격하지 않은

15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91 이처럼 명백한 정치적 의도로 倂 合 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했 지만 당대에도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합방, 합병, 병합 의 용어가 혼용 되고 있었다. 29)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계에서 발간한 간행물들이나 전단, 解 放 전 30) 민족계에서 발간한 잡지와 서적을 보면, 韓 日 合 邦 으로 표현 한 기록이 압도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한국은 물론 만주, 연해주, 미주 등 을 포함한 재외동포사회에서는 대부분이 合 邦 으로 인식하였다. 31) 한편 해방 후 애국인사들이 집필한 자서전 등에서도 日 韓 合 邦, 韓 日 合 邦 이라 고 개념없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이 합방이 일반적으로 자 리하기까지는 한국을 병합했으면서도 일본이 계속해서 合 邦 한 것으로 선전한 데 기인한다. 특히 일제가 제작, 배포한 기념엽서류에 日 韓 倂 合 記 念, 日 韓 合 倂 記 念 과 함께 日 韓 合 邦 記 念 이라고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당대 사람들도 일제의 한국 병탄 사실에 대한 인식이 통일되자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15년 4월에 명치신궁 건립을 위한 건축비 모금을 위해 결성된 神 宮 奉 讚 會 가 성덕기념회 회관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벽화 그림을 일한 합방 이라는 제목의 엽서 32) 로 제작해 보급한 사실에서도 확 문자를 선택하려고 여러 가지로 고민했지만 결국 적당한 문자를 발견하지 못하였 다. 이에 따라 당시 아직 일반적으로 이용하지 않던 문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병합 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병합 이 논란이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한 구라치는 조용히 이 단어를 사용했고, 가쓰라 총리 등은 對 韓 方 針 書 를 읽을 때 倂 合 과 合 倂 을 혼동해서 읽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며 그 이후로 공문서에 는 항상 병합이라는 문자를 이용하게 되었다 고 회고하였다( 韓 成 敏, 구라치 데츠키 치( 倉 知 鐵 吉 )의 한국병합 계획 입안과 활동, ꡔ한국근현대사연구ꡕ 2010년 가을호, 85쪽에서 재인용 ; ( 倉 知 鐵 吉, ꡔ 韓 國 倂 合 ノ 經 緯 ꡕ, 日 本 外 務 省 調 査 課 第 4 課, 1939). 29) 강제 병합조약 발표를 보도한 일본의 신문에서는 合 倂 條 約 이라고 보도하기도 하였 다. 30) 1931년에 발행된 ꡔ 東 光 ꡕ 잡지에서 병합 당시 각계 인사들의 합방당시의 회고담 이 라는 글에는 合 邦, 合 倂, 倂 合 이라는 용어가 혼용되었다(ꡔ 東 光 ꡕ 제24호( ), 合 邦 當 時 回 顧 漫 談 ). 31) 재외동포사회에서는 매년 8월 29일을 매년 合 邦 日 로 정해 기념식을 거행하고 그 날 의 치욕을 기억하였다. 한편 조선총독부는 이날 항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특별 경비를 취하였다. 재외 독립운동계에서 韓 日 合 邦 의 날이라 기 억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식민지 시대에는 일반적으로 合 邦 으로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16 9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인할 수 있다. 1910년 초에 일제는 각국의 興 亡 史 를 검토하면서 한번 타국의 保 護 國 으로 되고 屬 國 이 되어 다시 독립한 나라는 거의 그 예가 없다 며 한국을 합병하자는 여론으로 몰아갔다. 일본 각의에서 합병을 공식적으로 병합 이라 표기할 것을 결정한 이후에는 倂 合 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 하였다. 그럼에도 일본인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合 邦 과 合 倂 의 용어가 무분별하게 혼용되고 있었다. 이 때는 적당한 시기에 한국 倂 合 을 단행 하고 병합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병합 방침에 따라 충분히 보호의 실권 을 거두도록 노력하고 실력 부식을 도모 한다는 방침에 따라 내외의 형 세에 비추어 적당한 시기 를 잡기 위한 형세 관방의 시기였다. 그러나 병합의 단행을 앞두고 일제는 한국민의 저항을 뿌리 채 뽑아 병 합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에 집중하였다. 일제는 1909년 7월 30일 궁중 에 친위부대만을 둔 채 한국의 군부를 폐지해버렸고 9월에 들어서는 南 韓 大 討 伐 作 戰 을 개시, 항일의병의 마지막 숨통을 조였다. 그리고 司 法 官 制 에 이어 監 獄 官 制 를 발표하고 1909년 11월 1일부터 재판소와 감옥의 일체를 統 轄 하며 병합에 앞서 치안유지에 전전긍긍했다. 이 와중에 10월 26일, 안중근의거가 일어났다. 그러나 일제는 헤이그 특사사건이 일어났 을 때에도 광무황제를 폐위시키고 정미7조약을 체결해 한국 지배의 새로 운 고지를 차지했듯이 안중근의거가 발발하자 이를 병합의 더없는 기회 로 이용하였다. 2) 安 重 根 義 擧 와 東 洋 平 和 論 한국을 강제로 병탄할 방침을 이미 결정하고 합병의 적절한 시기를 고 르고 있었던 급진론자들에게 안중근의거는 한국 합병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였다. 33) 식민지시절 발행된 일본의 역사서들은 예외 없이 안중근의 32) 이 엽서에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남대문거리를 오가는 조선인들이 그림으로 묘사되 어 있다.

17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93 거가 계기가 되어 한국병합이 이루어졌다고 기술하였다. 안중근의거가 한국 병합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는 기술 방향은 戰 後 에 간행된 교과서 와 각종 역사서에서도 변함없었다. 34) 8차에 거친 공판과정에서 안중근은 이토오의 죄상을 15가지로 열거했 는데, 35) 그중 일본의 불법행위와 경제수탈 등과 함께 교육 부분에서 민 족교육 방해, 한국인의 외국유학 금지, 한국사 말살, 교과서 압수조치, 세 계를 향해 거짓 선전 등의 죄상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토오가 한국 지배 의 논리로 내세웠던 동양평화 에 대해서는 그에게 오히려 동양평화를 깨 뜨린 죄를 물었다. 당시 이토오을 비롯해 일본 정치론자들이 내세운 東 洋 平 和 論 이란 脫 亞 論 과 서구의 黃 禍 論 들을 배경으로 하여 서양제국주의 팽창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였지만 동시에 일본이 동양의 패권을 잡기위한 침략주의를 합 리화시키는 논리로서도 이용되었다. 안중근의사는 동양평화론 序 文 에서 일본이 내세우는 東 洋 平 和 論 과 文 明 論 의 논지가 잘못되었음을 통박하고 사회진화론적 문명관과 팽창주의에 입각한 동양평화론을 비판하였다. 33) 山 邊 健 太 郞, ꡔ 日 韓 倂 合 小 史 ꡕ, 岩 波 書 店, 1966, 348쪽. 일본의 대부분의 우익 논객들은 이토오는 한국병합 반대파의 최대 중진이었는데, 그가 안중근에 의해 암살되면서 일본정치의 흐름이 한번에 한국병합의 방향으로 돌 아갔다( 針 原 崇 志, ꡔ 歷 史 敎 科 書 を 斬 るꡕ, 明 窓 出 版, 2006)고 하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 다. 34) 일본 내에 大 阪 書 籍, 敎 育 出 版, 淸 水 書 院, 帝 國 書 院, 東 京 書 籍, 日 本 書 籍 新 社, 日 本 文 敎 出 版, 扶 桑 社 등의 출판사에서 간행된 역사교과서들은 다소의 기술 차이가 있 다해도 서술이 방향은 대동소이하다. 35) 이토오의 죄상 15개조. 1. 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 한국의 고종황제를 폐위 시킨 죄 3. 을사보호5조약과 정미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4. 독립을 요구하는 무 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아 통감정치 체제로 바꾼 죄 6. 철도, 광산, 산림과 농지를 강제로 빼앗은 죄 7. 일본이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하여 한국의 경제를 교란한 죄 8. 한국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킨 죄 9. 민족교육 을 방해한 죄 10. 한국인들의 외국유학을 금지시키고 식민지화한 죄 11. 한국사를 말살하고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운 죄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 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 14. 대륙침략으로 동양평화를 깨뜨 린 죄 15. 일본천황의 아버지 태황제(효명천황)를 죽인 죄(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ꡔ안 중근자료집ꡕ 5 안중근사건 공판속기록, 2010).

18 9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안중근의사는 동양평화론 을 완성하지 못하고 순국했지만 그의 독립 사상과 동양평화론의 골자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3국이 각기 서로 침략하지 말고 독립을 견지하면서 서로 상호 扶 助 하면서 근대 문명국가 를 건설하여 서세동점의 서구제국주의를 막을 때 이룩될 수 있다는 호소 이다. 안중근의 문명관 과 동양평화론 은 이토오의 견해와는 완전히 다 르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안중근 개인의 인식이라기보다 당시 일본 의 팽창주의와 침략주의에 저항했던 애국지사들의 일반적인 시대인식이 었다고 본다. 한국의 애국지사들의 평화공존적 구국논리가 일본의 패권 적 시대인식 을 배격하고 진정한 동양평화의 길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36) 3) 一 進 會 의 合 邦 論 理 러일전쟁 당시 일진회는 일제에 의한 韓 國 民 族 救 援 의 논리와 大 東 合 邦 論 에 동조해 일본에 협력하는 길이 민족구원의 길이라 판단하고 일본 군을 위한 군사철도 건설과 물자우송 등에 동원되어 일본군에 협력한 바 있다. 대동합방론은 다루이 도키치( 樽 井 藤 吉 )에 의해 집필된 책으로, 일 본과 한국이 합방하여 대동국을 건설하자는 내용이다. 37) 서양세력의 동 양진출을 위기로 인식하고 아시아의 단결과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36)...무릇 문명이란 것은 동서양 잘난이 못난이 남녀노소를 물을 것 없이 각각 천부의 성품을 지키고 도덕을 숭상하여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이 제 땅에서 편안히 생업을 즐기면서 같이 태평을 누리는 그것이라. 그런데 오늘의 시대는 그렇지 못하여 이른 바 상등사회의 고등인물들은 의논한다는 것이 경쟁하는 것이요, 연구한다는 것이 사람 죽이는 기계라, 그래서 동서양 육대주에 대포 연기와 탄환 빗발이 끊일 날이 없으니 어찌 개탄할 일이 아닐 것이냐. 이제 동양 대세를 말하면 비참한 현상이 더 욱 심하여 참으로 기록하기 어렵다. 이른바 이등박문은 천하대세를 깊이 헤아려 알 지 못하고 함부로 잔혹한 정책을 써서 동양 전체가 魚 肉 之 場 과 같이 장차 멸망을 면 하지 못하게 되었다(국가보훈처, ꡔ 亞 洲 第 一 義 俠 安 重 根 ꡕ 1, 1991, 94쪽). 37) 1885년 일본어본으로 초고를 완성하였고 1893년에 한국과 중국인을 의식하여 한문 본 책으로 출간되었다. 1893년 출판 당시에는 모리모토 도기치( 森 本 藤 吉 )라는 이름 으로 나왔다. 모리모토는 樽 井 藤 吉 가 대의사로 출마할 당시 가문의 몰락으로 납세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임시로 받은 성씨였다고 한다(다케우치 요시미( 竹 內 好 ), ꡔ일 본과 아시아ꡕ, 소명출판, 2004, 270쪽).

19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95 大 東 合 邦 論 에서 그려진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하고 피폐하며 이름만 자주국일 뿐 오래전에 자립을 상실한, 나라를 부흥시킬 방책을 가지지 못한 나라 아닌 나라라고 폄하되었다. 한국의 길은 同 種 同 文 의 형제 38) 와 같은 일본의 보호와 지도를 받을 때 비로소 자주성을 확립하고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과 일본이 대등한 입장에서 합방하여 대동국 을 수립할 것을 논하였다. 그러면서 이면에서는 영국, 프랑스, 러 시아, 터어키, 네덜란드, 포르투칼, 스페인 등의 강대국들의 속국 모두가 본토 외의 땅인데, 아시아의 황인은 본토 외에 속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39) 며 열강과 같이 식민지 속국을 거느린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일 본도 그 영토를 확장하고 국력을 키워야만 한다는 제국주의 야욕과 팽창 주의의 의도를 얘기하고 있다. 일본의 대륙 팽창을 위해 한반도는 일본 의 통치 아래 들어가야 하고 한반도를 통해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포함한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다루이가 주창하는 한일간의 대등한 합방 이라는 명분은 일본의 대륙 진출을 구체화하기 위 한 방책 일 뿐이었다. 대동합방론의 실현은 일진회를 동원한 한일 합방운동으로 나타났다. 일진회와 흑룡회 회원 간에는 대아시아연방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론으 로써 大 東 合 邦 論 을 교재로 사용하였다. 40) 일진회는 열심히 한일합방운 동을 전개했지만 통감부와 흑룡회 등 일본인간에는 애초에 합방은 염두 에 없었다. 따라서 일제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일진회의 합방운동과 친일행위는 민중의 강한 저항을 불러왔다. 한국을 강점해 식민지화하는 침략의도를 숨기고 끝까지 일본과 대응 38) 다루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일한 양국의 영토는 입술과 이와 같고 그 세 력은 양 수레바퀴와 같은 관계이고, 그 정은 형제와 같으며, 그 의리는 벗의 관계와 같다 며 운명과 같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빈약하고 문화도 부진한 나 라인데다가 청국과 러시아와 접경을 이루고 있어 방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합 방을 하게 되면 전적으로 일본에게는 이익이 없으나 한국은 이익이라는 모순된 논 리를 펴고 있다( 森 本 藤 吉, ꡔ 大 東 合 邦 論 ꡕ, 19쪽). 39) 위의 책, 71쪽. 40) 강창일, 일진회의 한일합방 운동과 흑룡회, ꡔ역사비평ꡕ 통권 52호, 2000, 220~249쪽.

20 9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한 관계에서 나라를 合 邦 하고 합방한 이후에 일진회에게 한국통치권을 이양한다는 기만술로 통감부와 흑룡회는 일진회의 맹목적 협력을 이끌 어내면서 한편, 병합에 반대할 지도 모르는 이완용 내각을 견제하기 위 한 카드로도 이용하였다. 41) 이토오가 사망한 이후 일본 내각에서 병합을 진행해 가고 있는 중에도 일진회는 부지런히 合 邦 請 願 書 를 작성해 한국 황제와 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그리고 曾 禰 통감에게 제출하였고 마침내 1909년 12월 4일에 對 國 民 合 邦 聲 明 書 를 공개한 바 있다. 일진회 의 합방청원서에도 일제의 논리가 그대로 수용되었다. 42) 이용구가 제기 한' 政 合 邦 論 '은 사실 일진회 내부에서도 통일된 의견은 아니었음에도 일진회 합방론은 일제의 기만적인 정치 이데올로기의 내용을 그대로 수 용하였다. 43) 사회진화론에 입각해 劣 等 國 한국은 一 等 國 인 일본과 합방 함으로써 비로소 국가와 인민을 보존하고 황실의 번영과 동양평화를 담 보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41) 李 完 用 내각과 정적 관계에 있던 일진회는 大 韓 協 會 西 北 學 會 와 제휴해 3파 연합 운동을 전개, 이완용 내각을 전복하고자 했다. 통감부는 일진회를 조종하여 이완용 내각을 견제하고 통감부에 굴복시키고자 하였다. 한편 일진회의 합방운동을 감지한 대한협회는 일진회를 설득해 그들이 합방운동을 저지하고자 연합을 시도했으나 일 제의 조종을 받고 있던 일진회의 방향을 돌릴 수 없었고 3단체의 연합운동은 결렬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진회는 단독으로 合 邦 請 願 을 감행하였다. 42) 我 황제의 만세 尊 崇 하는 기초를 확고히 하며, 我 인민의 一 等 대우하는 복리를 향 유하여 정치와 사회를 益 益 발전하기로 주창하여 일대 정치기관을 성립할지면 우리 대한의 보호 열등에 在 한 羞 恥 를 解 脫 하고 동등 정치에 在 한 권리를 획득하는 법률 상 政 合 邦 이라. 일진회 합방성명서, )...여기에 이기는 자는 흥하고 지는 자가 망함은 하늘의 이치요 필연의 형세인 것 입니다...만일 청 일전쟁 때 대일본제국이 義 로써 우리 위급을 구하고, 노 일전 쟁 때 대일본제국이 용맹으로써 우리의 어려움을 배제함이 없었다면, 우리 대한 나 라의 종묘사직이 무슨 수로 오늘이 있었겠습니까. 우리 대한 나라에 오늘이 있음은 어느 하나도 대일본제국의 도움과 보호에 인하지 않음이 없습니다...우리 사직과 백성을 보전하여 영원케 하는 길은 다만 일한 합방을 실행함에 있을 뿐이라 하겠습 니다...일본은 말하되 우리 한국의 사직과 인민을 보전하며, 동양의 대국적 평화를 담보한다 하였습니다...대일본 천황에 의뢰하여 합방을 조성하고 日 韓 一 家, 우리 황실로 하여금 길이 만대의 존영을 누리게 하고, 우리 인민으로 하여금 함께 일등국 의 줄에 오르게 하며...오늘날 일한합방이란 것이 우리의 사직과 인민을 보전하며 그럼으로써 깊이 동방 안녕의 근거를 굳히고, 아시아 국면의 평화를 보장하며, 세계 의 대세에 순응하는 소이인 것입니다... ( 一 進 會 長 日 韓 合 邦 上 奏 文 )

21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97 일진회 고문이며 흑룡회 중심인물인 內 田 良 平 와 武 田 範 之 가 기안한 것으로 알려진 합방청원서 에는 한국 황제의 통치권 전부를 일본 황제 에게 양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진회의 合 邦 案 은 일본국과 한국간의 대응한 國 家 聯 邦 형태이며 합방 이후의 정치체제는 한국 황제 와 내각이 존속하며 內 政 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체제였다. 44) 일 진회가 시세가 어두웠든지, 아니면 자신들이 정권을 장악할 욕심으로 눈 을 감아버렸든지 사실 정합방국 은 이미 현실성이 없는 논조였다. 오히 려 민중은 그간 자행된 일본의 침략적 본질을 간파했기에 설혹 正 合 邦 한다 해도 그것은 결국 한국 멸망의 길임을 예상했기에 합방을 주장하는 일진회는 매국단체일 수밖에 없었다. 일진회에 대한 민족적 분노가 극렬해지자 통감부에서도 일진회의 합 방청원서의 내용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를 들어 반려하고 발뺌을 했다. 그러나 합병의 논의를 수면 위로 띄워 여론의 향방을 읽고자 했기 에 일진회가 제기한 합방론은 일본이 어떤 정치체제로 한국을 지배통치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45) 민족적으로 고립 된 一 進 會 는 끝까지 대동합방론에 집착했지만 일본인 대륙낭인들과 통 감부의 한국 병탄 전략에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당한 꼭두각시에 불과 하였다. 일진회를 배후에서 조종한 흑룡회는 朝 鮮 問 題 同 志 會 를 부설기관으로 두고 한국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합방 을 단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합방운동을 확산시켜 나갔다. 46) 여기에 京 城 新 聞 기자단도 동참하였다. 47) 이들 흑룡회 회원은 東 洋 平 和 維 持, 兩 國 의 幸 福 增 進, 韓 國 의 文 明 化 라는 논리에 한국을 병합해 東 洋 의 禍 根 을 끊어야 한다고 논리를 부가시켜 병합 의 분위기를 숙성시켰다. 그리고 좀더 과감하게 44) 森 田 芳 夫, ꡔ 國 史 と 朝 鮮 ꡕ, 綠 旗 聯 盟, 1940, 119쪽. 45) 旭 邦 生, 朝 鮮 合 邦 論 の 前 途, ꡔ 朝 鮮 ꡕ 27, ) 黑 龍 會, ꡔ 日 韓 合 邦 秘 史 ꡕ( 下 ), 200~ ~326쪽 ; 日 人 의 朝 鮮 問 題 同 志 會 宣 言 書,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 ; 兩 會 決 議 ) 京 城 日 本 人 新 聞 記 者 團,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

22 9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한국의 황제가 있는 한 한국인에게 忠 君 愛 國 은 기대할 수 없으므로 병합 을 단행해 정권이 한길에서 나오도록 해야만 복종할 것 48) 이라는 노골적 인 주창을 하였다. 그러나 대동합방론은 일본이 한국을 병탄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흑룡회는 강제 병합 이후 식민지통치시대에도 한 일간 합방 했다고 하는 자기 기만의 태도 를 끝내 지속해갔다. 49) 4) 寺 內 正 毅 統 監 의 赴 任 과 倂 合 推 進 1910년에 들어오면 합방론은 배척받고 여론의 광장에서도 꼬리를 감추 고 사라져갔다. 일본은 병탄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강경파인 육군대신 테라우지 마사타케( 寺 內 正 毅 )를 1910년 5월 30 일에 통감으로 임명하고 병합작업을 본격화하였다. 당시 일반 일본인 간 에 논의되고 있는 병합 방법은 대략 3가지였다. 50) 첫 번째는 연방식으로, 독일연방이나 미국의 각주 연방과 같은 정체이다. 두 번째는 혼합식으로, 헝가리 오스트리아와 같은 이중국가로, 한 국 가가 정치권력을 갖는 정체이다. 세 번째는 속국화로, 영국의 인도지배나 일본의 琉 球, 臺 灣 과 같은 속 국의 정치이다. 한국 병합 방식은 분분했지만 실상은 세 번째 방식 외에는 고려하지 않았다. 일제의 논리는 일한 양국의 행복증진 과 동양평화로의 길 51) 은 48) 林 董, 日 韓 倂 合 論 に 就 て, ꡔ 朝 鮮 ꡕ 26, , 17쪽. 49) 흑룡회는 1934년 병합조약 체결 25주년을 기념하면서 도쿄 메이지신궁 앞에 일한합 방기념탑 (1975년경 철거)을 건립하고 동탑 석실에 일본인 60명과 한국인 363명의 합 방공로자의 명단을 새겼다. 그리고 1939년 병합 30주년 되는 해에는 일한합방 30주 년 기념회 합방선각지사 위령제 를 개최한 바 있다(흑룡회기념회, ꡔ 東 亞 日 報 ꡕ (1)). 이처럼 흑룡회는 합병 또는 병합 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항상 합방 이라 칭하였다. 內 田 良 平 등 흑룡회 관계 인사들에 의한 회고에서 병합은 언제나 합방 이 라 기록하였다. 50) 大 內 揚 三, 對 韓 雜 感, ꡔ 朝 鮮 ꡕ 27, , 14쪽.

23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99 한국을 속국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조일수호조규를 체결해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 아닌 자주국이라며 한국을 개항시킨 이래 34년 만에 한국을 일본의 속국으로 만들 명분을 고르며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구미 열강의 외교관들의 여론을 살피며 형세를 관망하였다. 52) 이즈 음 한편에서는 한국민은 일등국민인 일본국민과 동등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민에게는 공적 참정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차별론이 서서히 등장하 였다. 53) 통감에 임명된 테라우찌는 한국으로 부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에 머무르면서 倂 合 準 備 委 員 會 를 비밀리에 설치해 병합 실행 방안을 검토 하였다. 이 때 한국의 국호, 황실 대우, 한국인민 통치 방법, 병합에 필요 한 총경비 등등에 관한 안들을 심의했다고 한다. 이같은 준비과정을 거 친 후 6월 3일 일본 각의에서는 병합 후 한국에 대한 13개 항의 施 政 方 針 案 54)을 발표하였다. 그 골자는 병합 후 일본 헌법 적용 문제와 조선 지배 형태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병합 후에 한국은 일본 헌법으로 통치하며, 천황 직예하에 총독이 한국의 정무를 統 轄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이로 써 그간 조선통치를 둘러싸고 분분했던 自 治 와 聯 邦 등의 논의는 완전 종식되기에 이르렀다. 병합 방침과 그 실행 세목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후, 테라우찌 통감은 6월 23일이 인천으로 입국하였다. 55) 그리고 예정대로 이튿날인 24일에 韓 國 警 察 事 務 委 託 에 관한 覺 書 를 교환하고 황궁의 경찰사무를 제외한 모든 한국정부의 경찰사무를 일본정부가 위탁 56) 받는다는 조치를 내림으 51) 위와 같음. 52) 渡 邊 天 倪, 合 邦 問 題 と 外 交 團, ꡔ 朝 鮮 ꡕ 27, , 38쪽. 53) 重 德 生, 日 韓 合 邦 私 見, ꡔ 朝 鮮 ꡕ 27, , 44쪽. 54) 1 조선에 당분간 헌법을 시행하지 않고, 大 權 에 의하여 통치한다. 2 총독은 천황 의 직속으로 조선에서의 일체의 정무를 통괄하는 권한을 가진다. 3 총독에게 대권 의 위임에 의해 법률사항에 관한 명령을 발하는 권리를 준다. 단, 본 명령은 별도의 법령 또는 적당한 명칭을 붙인다( 金 正 明, 倂 合 後 ノ 韓 國 ニ 對 スル 施 政 方 針 決 定 ノ 件, ꡔ 日 韓 外 交 資 料 集 成 ꡕ 6( 下 ), 1396~1397쪽). 55) 黑 龍 會, ꡔ 日 韓 合 邦 秘 史 ꡕ( 下 ), 679쪽.

24 10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로써 병합에 앞서 치안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경찰력을 완전 장악하였다. 이로써 병합체제의 제도적 물리적 통치의 기반을 갖추었다. 반일운동의 기세를 원천봉쇄함으로써 병합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고 판단한 일제는 앞서 병합준비위원회가 의정한 총 21개조의 倂 合 實 行 方 法 細 目 을 7월 8일 일본각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앞서의 대한정 책과는 달리 병합 후 한국에서 일본헌법을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 다. 합방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병합 하는 것이므로 일본 헌법이 아니 植 民 地 法 을 제정해 통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桂 太 郞 수상은 7월 12일 테라우찌 통감에게 보낸 통첩에서 한국에서는 당분간 헌법을 시행하지 않고 대권에 의해 통치하고, 총독은 천황의 直 隸 하에 일체의 정무를 통할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였다. 테라우찌통감은 병합 관련 사안에 대한 신문 검열을 엄중히 하고 시국에 저촉되는 기사의 발행을 정지시키는 등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으며 모든 집회를 금지시켰다. 그리고 위험인물의 거주를 제한 퇴거시킬 수 있는 住 居 制 限 退 去 命 令 을 내려 병합 반대 소요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 하였다. 57) 4. 强 制 倂 合 前 後 의 植 民 地 敎 育 政 策 1) 朝 鮮 總 督 府 設 置 以 前 植 民 地 敎 育 의 準 備 일제는 이완용내각이 병합에 반대할 만일의 경우까지를 예상하면서 일진회에게는 현 이완용 내각을 실각시키고 일진회에게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권한을 줄 것인양 회유하며 이완용과 일진회 세력을 경쟁시키고 56) 金 正 明, 韓 國 警 察 事 務 委 託 ニ 關 スル 覺 書, ꡔ 日 韓 外 交 資 料 集 成 ꡕ 6( 下 ), 1964, 1397~ 1398쪽. 57) 釋 尾 春 芿, ꡔ 朝 鮮 倂 合 史 ꡕ, 朝 鮮 及 滿 洲 社, 1921, 546~547쪽.

25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01 서로를 견제하도록 조종하였다. 이와 같은 일본의 정치작전은 결과적으 로 주효하였다. 이완용은 자신의 내각이 몰락할 것을 두려워하며 일본의 각본대로 병합조약에 급히 합의하였다. 일제 통감 寺 內 正 毅 와 대한제국 內 閣 總 理 大 臣 李 完 用 간에 8월 22일에 통감부가 아닌 통감의 私 邸 2층 침실에서 한국 병합에 관한 조약 을 은밀히 체결하였다. 이 병합조약의 前 文 에는 역시 韓 國 皇 帝 陛 下 와 日 本 國 皇 帝 陛 下 는 兩 國 間 의 特 殊 하고 親 密 한 關 係 를 回 顧 하여 相 互 幸 福 을 增 進 하며 東 洋 의 平 和 를 永 久 히 確 保 코자 하는 바 이 目 的 을 達 成 58) 하고자 한다고 하여 상호 행복 증진과 동 양 평화 영구 확보 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제8조로 구성된 본문에서 는 한국 황제는 동양평화를 위해 한국의 통치권을 일본 천황에게 양여하 고 일본 천황은 이를 수락하여 통치할 것을 협약했다고 공시하였다. 일제는 한국정부와 병합의 담판을 시작한 지 불과 6일만에 이완용 친 일내각과 병합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병합조약을 강제할 당시 통감부는 일체의 정치집회와 옥외 민중집회를 금지시켰고 8월 25일에는 친일단체 인 일진회를 포함한 12개 정치단체에 해산명령을 내렸다. 또한 한국에 있는 각국의 영사에게 일본의 한국 병합을 공식적으로 통고하고, 8월 26 일에 공포하였다. 그리고 병합조약 의 전문은 8월 29일에 ꡔ 官 報 ꡕ와 호외 에 공시되었다. 병합조약에 관해 융희황제가 내린 칙유의 요지에서도 조선의 현상를 만회할 가망이 없고 일본에 양여하는 길이 동양평화를 견고하게 하고 안 으로는 민생을 보존하게 하는 길이며, 일본의 文 明 新 政 에 복종하여 행복 을 함께 누리는 길 59) 이라며 일제가 병합의 논리대로 日 韓 상호 幸 福 增 進 58) 日 韓 倂 合 ニ 關 スル 條 約. 59) 皇 帝 若 朕 曰 짐이 否 德 으로 艱 大 한 業 을 承 하여 臨 御 이후로 금일에 지하도록 維 新 政 令 에 관하여 亟 圖 하고 備 試 하여 用 力 이 未 嘗 不 至 로되 由 來 로 積 弱 이 成 痼 하고 疲 弊 가 極 處 에 到 하여 時 日 間 에 挽 回 할 施 措 無 望 하니 中 夜 憂 慮 에 善 後 할 策 이 茫 然 한 지라 此 를 任 하여 支 離 益 甚 하면 終 局 에 收 拾 을 부득하기에 自 底 할진 즉 無 寧 히 大 任 을 人 에게 托 하여 완전할 방법과 革 新 할 功 效 를 奏 케 함만 不 如 한 故 로 짐이 於 是 에 瞿 然 히 內 省 하고 廓 然 히 自 斷 하여 자 玆 에 한국의 통치권을 종전으로 親 信 依 仰 하 던 鄰 國 大 日 本 皇 帝 陛 下 께 양여하여 外 으로 동양의 평화를 鞏 固 케 하고 內 으로 八

26 10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과 東 洋 平 和 의 논리가 그대로 수용되었다. 2) 强 制 倂 合 前 民 族 敎 育 의 彈 壓 일제의 한국강점 의도는 한국에서 기초되고 시행되었던 일제의 교육 정책을 통해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1905년 1월에 일본에서 幣 原 但 이 학 부대신 李 載 克 과 傭 聘 계약을 맺고 학정참여관으로 한국에 초빙되어 부 임하였다. 그는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부임했지만 실제로는 일본정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대한제국의 교육행정에 관여하였 으며 차후 식민지교육의 기본노선을 설정하는 초석을 마련하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60) 그는 1905년 4월에 재한일본공사관을 경유해 일본 정부에 한국교육에 관한 개혁안 을 제출하였다. 여기서는 敎 育 改 善 이라 는 이름 아래 5가지의 기본방침이 제시되었는데, 그것은 학제를 간이하 게 한다는 것과 유교적인 善 良 和 平 한 국민성 함양과 일본어 보급 등이 다. 61) 그리고 시행방침으로는 보통학교 초학년부터 필수적으로 일본어 를 학습시키고 사범학교를 일본어로 수업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개혁할 것과 각지에 산재해 있는 일어학당을 신설하는 보통학교와 합병할 것 62) 域 民 生 을 保 全 케 하노리 惟 爾 大 小 臣 民 은 國 勢 와 時 宜 를 深 察 하여 勿 爲 煩 擾 하고 各 安 其 業 하여 日 本 帝 國 文 明 新 政 을 服 從 하여 행복을 共 受 하라. 짐의 금일 此 擧 는 爾 有 衆 忘 함이 아니라 爾 有 衆 을 救 活 하자 하는 至 意 에 亶 出 함이니 爾 臣 民 等 은 짐의 此 意 를 克 體 하라. 융희4년 8월 29일( 國 史 編 纂 委 員 會, ꡔ 高 宗 時 代 史 ꡕ 6, 1019쪽). 60) 계약서 제2조에 의하면 대한제국학부대신은 교육에 관한 일절의 사항을 幣 原 但 에 게 諮 詢 하고 그 동의를 거친 후 시행할 事 라 하였고, 內 訓 第 一 에는 귀관은 本 大 丞 과 재한제국공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학무중 중요한 일에 속한 일은 반드시 미리 제국공사의 동의를 얻어 시행해야 함 이라고 제시되었다( 日 本 外 務 省, 在 韓 國 日 本 公 使 館 記 錄, 韓 國 ニ 於 テ 學 務 顧 問 招 聘 ノ 件, (ꡔ 日 本 植 民 地 敎 育 政 策 史 料 集 成 朝 鮮 編 ꡕ 63). 61) 1) 한일의정서의 취지에 따라 교육개선을 행할 것 2) 한국민으로 하여금 善 良 和 平 한 국민성을 함양시킬 것 3) 일본어를 보급할 것 4) 종래의 國 敎 였던 儒 敎 를 파괴하지 않고도 신지식을 일반에게 개발할 것 5) 학제는 煩 瑣 를 피하고 과정은 簡 易 하게 할 것 등이었다( 幣 原 但, ꡔ 朝 鮮 敎 育 論 ꡕ, 六 盟 館, 1919, 165쪽). 62) 日 本 外 務 省, 在 韓 國 日 本 公 使 館 記 錄, 幣 原 但, ꡔ 韓 國 敎 育 改 良 案 ꡕ,

27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03 등을 결정하였다. 이들 내용은 병합 전부터 일제가 언어동화교육에 중점 을 두고 교육개혁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敎 育 改 革 의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식민지교육의 시행안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건의안에 대해 일본정부가 時 宜 에 適 當 63) 하다고 답변한 것에서 식민지교육의 의 도를 분명히 엿볼 수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의 각 언론들은 일제 히 반발하는 논설을 싣고 幣 原 但 을 규탄하였다.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는 논설 을 통해 초등교육부터 일본어교육을 시키는 것은 일제가 초등교육과정 을 장악하고 국가와 민족을 영멸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였다. 64) 이처 럼 한국민의 반발이 강하게 일어나고 교육개혁에 관한 여론이 악화되자 伊 藤 통감은 幣 原 但 을 경질시키는 조치로써 한국민의 반발을 무마시키 고자 하였다. 三 土 忠 造 를 새로이 학정 참여관으로, 그리고 일본 내무부 관료출신인 통감부 서기관 俵 孫 一 을 학부 촉탁으로 발탁함으로써 조기 에 분란을 가라앉히고자 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식민지 교 육정책 입안의 의도가 변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들 역시 새로운 식민지형 교육안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였고 그것이 그들의 임무를 다하는 길이었 다. 따라서 三 土 忠 造 가 고충 끝에 마련한 韓 國 敎 育 改 令 案 역시도 幣 原 但 의 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교육개량안 역시도 식민지교육정 책의 기본적인 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65) 광무황제가 강제 폐위당하고 한국군대가 해산당하던 1907년 8월 정황 에서 俵 孫 一 은 학부 차관으로 승진, 발령받았고 그 아래 문부성관료 출 63) 위와 같음, 小 村 외무대신이 萩 原 임시대리공사편으로 보내온 답서. 64) 夫 言 語 文 字 世 界 列 强 의 人 民 種 族 이 各 其 自 立 原 素 니 各 爲 人 類 야 不 能 保 有 其 言 文 이면 固 禽 獸 之 不 若 일뿐더러 若 使 幼 稚 之 童 으로 不 學 自 國 之 言 文 고 先 習 他 國 之 言 文 이면 自 國 之 思 想 이 不 存 고 自 國 之 精 神 이 全 鎖 야 其 國 家 와 其 民 族 이 必 永 滅 乃 己 니...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 ) 65) 일본제국 정부의 대한정책에 수반하여 한국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드는데 적당한 교육을 실시할 것 둘째, 한국민에게 선량하고 평화로운 미성을 함양할 것, 셋째 일 본어를 보급할 것, 넷째 종래 한국의 국교인 유교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신지식을 개 발할 것, 다섯째 학제는 번욕을 피하고 비근하게 할 것 등이었다(권태억, ꡔ한국근대 사회와 문화ꡕ Ⅱ, 서울대학교출판부, 2005, 222쪽).

28 10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신인 隈 本 繁 吉 (병합 후 초대 학무과장을 역임)은 학부 서기관으로 발령 받았다. 민족적 저항을 잠재우고 교육개혁의 이름으로 식민지교육 체제 가 준비해 간 통감부는 학제개혁의 제일보로 각 학교의 학교령과 그 시 행규칙을 새로이 규정해 8월 27일에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보통학교제 도의 도입과 학제과정의 단순화, 실용주의 지향, 그리고 학무의 실무를 일본인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66) 그리고 일본인교원에 의해 교수되는 간 이한 실용적 교육을 이른바 模 範 敎 育 이라 명명하였다. 이렇게 모범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보통학교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이 어 교과서 편찬 사업에도 착수, 1907년에 국어(한국어)와 일본어 교과서 들이 편찬되었다. 67) 가장 먼저 간행된 ꡔ 普 通 學 校 學 徒 用 國 語 讀 本 ꡕ에는 일본 세력을 과시하고 통감정치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68) 그리 고 언어동화를 위한 일본어보급과 함께 일본적인 도덕이라 일컫는 忠 君 愛 國 과 義 勇 奉 公 의 정치적 가치가 아동의 교육목표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1907년 8월 한국군대 해산 이후 낙향한 해산군인들에 의해 애 국교육운동이 불같이 일어나자 일제는 韓 國 경략 과정에 큰 위협 69) 으로 66) 學 制 를 단순히 하고 過 程 을 단순히 하여 오로지 實 用 에 適 當 케 하고... 그리하여 이들 新 學 制 를 施 行 함에 있어 依 然 히 이를 經 驗 과 素 養 이 缺 乏 된 韓 國 人 에게 放 任 하여 到 底 히 改 善 의 實 을 거두기 어려움으로 새로이 日 本 人 敎 員 을 雇 聘 하여 각 官 立 學 校 에 配 置 하고 學 校 의 經 營 과 敎 授 의 職 任 을 맡기게 한다... ( 學 部 編, ꡔ 韓 國 敎 育 ꡕ, , 3~4쪽). 67) 교과서 편찬 작업은 학정참여관 幣 原 坦 과 교과서편집 촉탁인 渡 瀨 常 吉, 高 橋 亨 등 에 의하여 추진되다가 신임 학정 참여관으로 부임한 三 土 忠 造 에 의하여 진행되었 다. 三 土 忠 造 는 1906년 3월에 是 正 改 善 第 二 會 協 議 會 를 개최하고 사무관 田 中 玄 黃, 松 宮 春 一 郞, 上 村 正 己, 小 彬 彦 治 와 서기 2명 기수 1명이 동원되어 교과용도서편 찬팀을 구성하였다. 68) 제6권 2과 三 國 과 日 本 에서는 일본의 任 那 支 配 를 설명하고 있으며, 3과 軍 艦 에 서는 일본의 세력을 과시하며 日 章 旗 와 旭 日 旗 을 그려 넣었다. 8권 4과 滿 洲 에서 는 만주에서의 일본이 기세를 과시하였고, 17과 統 監 府 에서는 통감부가 설치되어 한국의 정치를 개선하고 교육을 보급하였고 상공업을 발달시켜 한국인민의 안녕행 복에 노력하였다고 하면서 통감통치를 미화하였다. 69) 당시 俵 孫 一 학부차관은 경찰부장회의석상에서도 다음과 같은 훈시하여 위기감을 표하였다.... 明 治 40 年 의 日 韓 協 約 이후 同 協 約 締 結 結 果 各 部 에 日 本 人 官 吏 을 任 用 하였고 다음에 軍 隊 를 解 散 하였는데 韓 國 民 의 敎 育 必 要 를 느끼고 있는 이때에 현저히 激 發

29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05 받아들이고 사립학교 취체에 적극 나섰다. 사립학교가 잘못되고 위험한 사상을 청년자제에게 교양해 한국의 전도를 그릇치고 있다고 비난 70) 하 며 1908년 8월, 전문 17개조의 사립학교령 을 발포하였다. 71) 1908년 당 시 사립학교는 4~5천여 교에 달했지만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시설면에서 나 재정면에서 제대로 된 수준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72) 는 약점에 주목하 여 사립학교 탄압에 합법적 구실로 삼았다. 한편 자주독립과 민족주의를 일깨워주거나 배일적 내용을 담고 있는 민간 발행의 애국교과서들을 교재로 채택해 교육하는 사립학교를 불온 위험사상을 주입 하는 위험한 곳으로 규정하고 私 立 學 校 令 반포에 이어 이틀 후인 8월 28일에는 敎 科 用 圖 書 檢 定 規 定 73) 을 발포하여 이에 의거하 한 解 散 將 校 兵 使 는 당시 뜻을 學 校 敎 育 에 기울여 學 校 敎 員 職 을 求 하고 敎 育 熱 의 勃 興 에 同 伴 하여 私 立 學 校 設 立 에 類 類 相 從 하기에 이르러 ( 學 部, ꡔ 韓 國 敎 育 ト 警 察 行 政 ꡕ, , 警 察 部 長 會 議 席 上 에서 俵 孫 一 次 官 訓 示 演 說 要 綱, 2~10쪽). 70) 사립학교에서 행하는 교육 내용은 일본과의 보호관계 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것이 며 위험, 오류의 사상 아래 청년자제를 교양하여 한국의 전도를 그릇되게 하고 비분 격월한 정치론을 농하고 편협고루한 애국심을 도발하며 나팔을 불고 큰북을 울리며 병식체조를 일삼음으로써 문화의 진전에 도움되는 바가 없이 부박, 경도한 사상을 訓 馳 하고 질서를 혼란시키며 興 國 의 기초를 위태롭게 한다고 평하였다(위와 같음). 71) 통감부에서는 사립학교령이 반포하게 된 배경으로 헛되이 時 勢 를 憤 慨 하고 敎 育 과 政 治 를 混 同 하여 不 穩 危 險 의 思 想 을 注 入 하여 少 年 子 弟 의 前 途 를 그르치고 또한 學 校 設 立 의 美 名 하에 財 産 의 爭 奪, 寄 附 金 의 强 制 를 마음대로 하고, 혹은 權 勢 掌 握 의 手 段 으로 삼는 등의 流 弊 를 看 過 할 수 없는 바... 韓 國 에서의 私 立 學 校 設 立 은...그 大 部 分 은 基 礎 는 確 立 하지 않았고, 設 備 는 不 完 全 을 極 했으며, 敎 員 은 그 人 物 을 얻지 못햇을 뿐 아니라, 敎 科 書 또한 不 適 當 하여 學 校 다움의 實 을 거두는 것이 매우 적다... 最 近 一 般 의 敎 育 熱 이 勃 興 됨과 더불어 각 地 方 私 立 學 校 의 設 立 이 계 속해서 앞을 다투는 樣 相 이 되었다. 그러나 그 內 容 에 있어서는 秋 毫 도 改 善 됨이 없 을 뿐만 아니라 헛되이 時 勢 를 憤 慨 하고 敎 育 과 政 治 를 混 同 하여 不 穩 危 險 의 思 想 을 注 入 하여 少 年 子 弟 의 前 途 를 그르치고 또한 學 校 設 立 의 美 名 하에 財 産 의 爭 奪, 寄 附 金 의 强 制 를 마음대로 하고, 혹은 權 勢 掌 握 의 手 段 으로 삼는 등의 流 弊 를 看 過 할 수 없는 바 있어 이들의 弊 害 를 矯 正 하여 善 導 함과 同 時 에 學 校 監 督 上 의 必 要 에 비추어... 라고 지적하였다( 私 立 學 校 令 勅 令 제62호, ). 72) 통감부는 3,000원의 기본금 확보를 사립학교의 설립인가 기준으로 적용함으로써 반 약한 재정을 이유로 사립학교를 폐교시키려 했으나 언론의 강한 반발로 이를 철회 하고 이후에는 기부금품모지취체규칙( ) 및 지방비법( ) 등을 공포, 학교운영 자금을 기부금에 의존했던 사립학교에 재정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폐교를 유도하였다.

30 10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여 애국교과서 취체에 나섰다. 74) 교과서도서검정은 정치 사회 교육 방면으로 나누어 심사하였는데, 특히 정치적 방면에서 韓 國 과 日 本 과의 親 交 를 底 意 하고 非 難 하는 內 容, 혹은 愛 國 心 을 鼓 吹 시키는 내용, 排 日 思 想 을 鼓 吹 하고 또는 韓 國 人 으로 서 日 本 人 과 기타 外 國 人 에 대하여 惡 感 情 을 품고 있는 內 容 을 不 認 可 한다는 기준점을 에 의해 불온도서 로 분류된 교과서에 대해서 그 사용 을 不 許 하였다. 75) 1909년 통감부 학무부에서 제출한 교과서의 내용에 관한 조사 보고 서에 의하면 강제병합 바로 전인 1910년 5월 현재 검정 출원된 117부의 교과서 중에 55부만이 인가되고 나머지는 불인가 조치되었다. 불인가된 교과서는 주로 수신 국어 역사 지리교과서이며 주로 피교육자의 의식 형성에 영향을 주는 과목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강제병합 직전, 그나마 사립학교 취체에서 살아남은 사립학교에서는 학부 편찬의 교과서나 학 부대신에 의해 검정된 교과서만을 사용하도록 규제되었으며 자주독립의 식과 국권회복의 내용을 담은 교과서는 시중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다음의 <표 1>은 1910년을 전후하여 통감부와 조선총독부에 의해 금서 로 지정된 도서목록이다. 73) ꡔ 學 部 令 ꡕ 제18호, ) 敎 科 用 圖 書 檢 定 規 定, , 학부령 제16호. 75) 검정의 기준점은, (1) 韓 國 과 일본의 관계와 양국의 친교를 저해하고 또는 비난함이 없는지, (2) 韓 國 의 국시에 違 淚 하여 질서와 안녕을 해치고 국리민복을 무시함과 같 은 言 說 이 없는지, (3) 韓 國 의 고유한 국정에 어긋남과 같은 기사가 없는지 (4) 奇 矯 하고 誤 謬 된 애국심을 고취하는 일이 없는지 (5) 배일사상을 고취하고 또는 특히 韓 國 人 으로 하여금 일인과 타외국인에 대하여 악감정을 품게 함과 같은 기사와 어조 가 없는지, (6) 기타 언론이 시사평론에 섭한 일이 없는지 였다.( 高 橋 濱 吉, ꡔ 朝 鮮 敎 育 史 考 ꡕ, 1927, 179쪽).

31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07 초판발행 제목 책 수 저작자 발행자 발금처분일 처분 이유 軍 人 須 知 1 미 상 미 상 치안 普 通 敎 科 東 國 歷 史 2 玄 采 불 명 치안 大 韓 地 誌 2 玄 采 廣 文 社 치안 法 國 革 新 戰 史 1 澁 江 保 황성신문사 치안 1902 昭 義 新 編 5 미상 미상 치안 埃 及 近 世 史 1 張 志 淵 皇 城 新 聞 社 치안 歷 史 輯 略 1 김택영 미 상 치안 中 等 敎 科 東 國 史 略 2 玄 采 玄 采 치안 新 訂 東 國 歷 史 波 蘭 末 年 戰 史 1 元 泳 義, 柳 瑾 澁 江 保 저 역자 不 明 徽 文 館 吳 榮 根 玄 公 廉 치안 치안 初 等 小 學 4 國 民 敎 育 會 國 民 敎 育 會 치안 高 等 小 學 讀 本 2 徽 文 義 塾 編 輯 部 徽 文 館 치안 新 小 說 愛 國 婦 人 傳 1 崇 陽 山 人 金 相 萬 치안 意 太 利 獨 立 史 1 金 德 均 鄭 喜 鎭 치안 美 國 獨 立 史 1 玄 檃 吳 榮 根 玄 公 廉 치안 政 治 原 論 1 安 國 善 安 國 善 치안 商 業 汎 論 1 金 大 熙 미 상 치안 幼 年 必 讀 2 玄 采 玄 采 치안 比 律 賓 戰 史 1 安 國 善 미 상 치안 幼 年 必 讀 釋 義 2 玄 采 玄 采 치안 國 家 學 綱 領 高 等 小 學 修 身 書 1 <표 1> 강제병합 전 간행 禁 書 목록 76) 伯 倫 知 理 저 安 鍾 和 역 徽 文 義 塾 편집부 金 相 萬 徽 文 館 치안 치안 76) 朝 鮮 總 督 府 警 務 局, ꡔ 朝 鮮 總 督 府 禁 止 單 行 本 目 錄 ꡕ, 참조. ꡔ 日 帝 下 의 禁 書 33 卷 ꡕ, 東 亞 日 報 社 (1977년 1월호 신동아 별책 부록, 254~276쪽)에 수록된 日 帝 下 發 禁 圖 書 目 錄 에 의해 작성됨. 발행연도가 미상인 것은 1910년도 내에 발금조치된 도서 만을 수록하였다.

32 10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政 治 小 說 瑞 史 建 國 誌 1 大 韓 每 日 申 報 社 치안 繙 刊 國 民 須 知 1 金 宇 植 金 相 萬 치안 初 等 倫 理 學 敎 科 書 1 安 種 和 金 相 萬 치안 獨 習 日 語 正 則 1 鄭 雲 復 金 相 萬 치안 二 十 世 紀 朝 鮮 論 1 金 大 熙 崔 炳 玉 치안 政 治 原 論 1 安 國 善 安 國 善 치안 졍치쇼설셔사건국지 김병현 로익형 치안 월남망국사 1 玄 采 玄 采 치안 演 說 法 方 1 安 國 善 安 國 善 치안 日 本 史 記 2 玄 采 玄 采 치안 伊 太 利 建 國 三 傑 傳 1 申 采 浩 金 相 萬 치안 小 學 漢 文 讀 本 2 元 泳 羲 [ 義 ] 元 泳 義 치안 금수회의록 1 安 國 善 世 界 三 怪 物 1 斯 密 哥 德 文 저 卞 榮 晩 역 서울 皇 城 書 籍 業 組 合 廣 學 書 舖 치안 치안 十 九 世 紀 歐 洲 文 明 進 化 論 1 李 埰 雨 李 埰 雨 치안 녀 독본 2 張 志 淵 金 相 萬 치안 飮 氷 室 自 由 書 1 全 恒 基 朴 基 駿 치안 大 東 歷 史 略 1 兪 星 濬 博 文 書 館 치안 사회승람 1 金 丙 濟 黃 天 秀 치안 噶 蘇 士 傳 1 梁 啓 超 著 李 輔 相 譯 中 央 書 館 치안 華 盛 頓 傳 1 李 海 朝 高 裕 相 치안 普 魯 士 國 厚 禮 斗 益 大 王 七 年 戰 史 1 兪 吉 濬 金 相 萬 치안 靑 年 立 志 編 1 大 垣 丈 夫 著 弘 文 館 치안 劉 文 相 譯 乙 支 文 德 1 申 采 浩 金 相 萬 치안 高 等 小 學 修 身 書 1 徽 文 義 塾 編 輯 部 徽 文 館 치안

33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飮 氷 室 文 集 2 梁 啓 超 上 海 廣 智 書 局 치안 初 等 小 學 修 身 書 1 柳 瑾 金 相 萬 치안 中 國 魂 1 梁 啓 超 張 志 淵 치안 國 家 思 想 學 1 鄭 寅 琥 鄭 寅 琥 치안 民 族 競 爭 論 1 劉 鎬 植 古 今 書 海 館 치안 국문과본 1 元 泳 義 中 央 書 館 치안 國 民 自 由 進 步 論 1 劉 鎬 植 古 今 書 海 館 치안 中 等 修 身 敎 科 書 1 徽 文 義 塾 편 집부 徽 文 館 치안 回 天 奇 談 1 玄 公 廉 玄 公 廉 치안 찬미가 1 尹 致 昊 金 相 萬 치안 大 家 論 集 1 大 垣 丈 夫 저 弘 文 館 치안 劉 文 相 역 을지문덕 1 申 采 浩 金 相 萬 치안 最 新 初 等 小 學 1 鄭 寅 琥 鄭 寅 琥 치안 쇼 교육 1 任 景 宰 徽 文 館 치안 우순소리 1 尹 致 昊 尹 致 昊 풍속 初 等 大 韓 歷 史 1 鄭 寅 琥 鄭 寅 琥 치안 婦 女 獨 習 1 姜 華 錫 李 駿 求 치안 羅 蘭 婦 人 傳 1 大 韓 每 日 申 報 社 博 文 書 館 치안 强 者 의 權 利 競 爭 1 劉 文 相 義 進 社 치안 夢 見 諸 葛 亮 1 劉 元 杓 金 相 萬 치안 初 等 倫 理 學 敎 科 書 1 安 鍾 和 金 相 萬 치안 二 十 世 紀 之 大 慘 劇 帝 國 主 義 1 卞 榮 晩 金 相 萬 치안 경국미담 2 玄 公 廉 玄 公 廉 풍속 男 女 平 權 論 1 崔 鶴 韶 崔 翼 承 치안 片 片 奇 談 警 世 歌 1 洪 鍾 隱 普 文 館 치안 鐵 世 界 1 李 海 朝 高 裕 相 치안 新 訂 國 文 捷 經 1 韓 承 坤 金 燦 斗 치안 大 韓 新 地 誌 2 張 志 淵 南 章 熙 치안 最 新 高 等 大 韓 地 誌 1 鄭 寅 琥 鄭 寅 琥 치안 勞 動 夜 學 1 兪 吉 濬 兪 吉 濬 치안

34 11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幼 學 字 聚 1 尹 致 昊 金 相 萬 치안 實 地 應 用 作 文 法 1 崔 在 學 鄭 雲 復 치안 精 選 日 語 大 海 1 朴 重 華 李 鍾 楨 치안 女 子 修 身 敎 科 書 1 盧 炳 善 盧 益 亨 치안 國 民 讀 本 1 미상 미상 치안 독립정신 1 이승만 대동서관 치안 兩 義 士 合 傳 1 滄 海 子 미상 치안 愛 國 同 盟 團 義 文 1 미상 미상 치안 新 小 說 自 由 鍾 1 李 海 朝 金 相 萬 치안 미상 國 民 小 學 讀 本 1 不 明 不 明 치안 미상 勉 菴 先 生 文 集 6 崔 永 祚 崔 永 祚 치안 미상 勉 菴 先 生 文 集 附 錄 4 崔 永 祚 崔 永 祚 치안 미상 準 備 時 代 1 中 央 總 部 普 文 館 치안 통감부와 조선총독부가 금서로 지정한 도서들의 대부분은 수신, 국어, 지리 등 민족교육에서 중시했던 교과로서 사립학교가 교과서로 채택하 여 사용하였던 한 교재와 애국인물들의 위인전, 외국의 역사, 그밖에 애 국정신을 불어넣어주는 방편으로 읽혀졌던 도서들이 禁 書 의 대상이 되 었다.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도서들은 대부분이 치안 을 어지럽 혔다는 이유로 1909년 7월에 집중 금서로 지정되었고 강제병합 이후에는 1910년 9월부터 시작하여 11월 16일에 집중 금서로 지정되어 강제병합 이 전에 간행된 도서들 중에는 1913년까지도 일제에 의해 치안위반과 풍속 저해의 혐의를 받고 금서로 지정되었다. 이제 이들 금서로 지정된 도서 들은 더 이상 사립학교의 교재로 채택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 서도 완전 사라져갔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일제가 병합 전부터 가장 중시한 교과는 언어동화 를 위한 일본어교육이었다. 일찍이 1906년 8월에 外 國 語 學 校 令 과 그 시 행령 77) 을 발표하고 외국어학교를 일본어 중심 교육체제로 통일 78) 했던 77) 勅 令 제43호, ) 외국어학교는 외국어에 鍊 熟 하여 실무에 적합할 인재를 양성함으로 목적을 함이라

35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11 통감부는 민간에서 운영하던 일본어교육기관들까지도 관립으로 흡수 79) 해 정규 교육기관화하며 일본어교육을 확대하였다. 80) 1908년 1월에 각각 존립했던 외국어학교를 官 立 漢 城 外 國 語 學 校 로 합병 81) 하고 학교장으로는 학무국서기관을 역임한 隈 本 繁 吉 을 임명해 일본어교육 중심 외국어학교 로 운영하도록 재편하였다. 리하여 동년 4월부터 동외국어학교에는 일어 과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어과 커리큐럼에도 일본어과목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 82) 그러나 이들 교육기관의 일어과정만으로 만족할만큼 일 본어 숙달자 를 배출하지 못하자 동년 5월에 官 立 漢 城 外 國 語 學 校 速 成 科 規 則 83)을 마련하였다. 84) 동규칙에 의해 외국어교육의 속성과정이 마련 되었지만 일어속성과만이 운영되었다. 통감부는 가능한 한 정규, 비정규 교육기관을 가리지 않고 일본어교육 기관 모두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였다. 85) 또한 각 학교 입학시험에 일본어 를 필수과목으로 두게 하거나 관료선발 등 여러 선발시험에도 일본어 능 력을 우선 시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등 86) 다방면에서 일본어능력을 요구 (제1조), 외국어학교는 관립, 공립, 사립의 3종으로 함이라(제2조) 그 외에 외국어학 교의 설치와 폐지는 학부대신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제3조), 교과용도서는 학부에서 편찬한 것이나 학부대신의 검정을 받은 것을 사용하도록(제6조) 규정하였다( 學 部 編, ꡔ 敎 育 法 規 抄 ꡕ, , 121~123쪽). 79) 경성학당은 외국어학교관제 2조에 의거해 1907년 1월 학부가 관할하는 官 立 漢 城 第 二 日 語 學 校 로 개편되었다( 學 部 令 제19호, ). 한편 해외교육회가 창립, 경영 했던 평양일어학교는 1907년 4월 1일 학교 재산을 학부에 기증하는 식으로 하여 官 立 平 壤 日 語 學 校 로 개편되었다(ꡔ 萬 歲 報 ꡕ ). 이후 평양일어학교는 1909년에 官 立 平 壤 高 等 普 通 學 校 로 개편되었다. 80) 학부 직할학교는 성균관과 보통학교, 官 立 漢 城 師 範 學 校, 官 立 漢 城 外 國 語 學 校, 官 立 仁 川 日 語 學 校, 官 立 平 壤 日 語 學 校 등인데, 3개교가 일본어교육학교였다( 學 部 直 轄 學 校 及 公 立 學 校 官 制, ꡔ 勅 令 ꡕ 55호, ). 81) 관립한성외국어학교 안에 일어부, 영어부, 한어부, 법어부, 덕어부 등 5개부로 편제 되었다(칙령 제55호로, ). 82) ꡔ 皇 城 新 聞 ꡕ ) 官 立 漢 城 外 國 語 學 校 速 成 科 規 則 (학부령 제12호, ). 84) 學 部 令 제12호, ) 정규 교육기관 외에 일본어 전문 속성 야학강습소, 속성야학교, 사립학교 부설 야학 교 등등이 있었다.

36 11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각 교육기관이 일본어교과를 채택 하도록 유도하였다. 87) 한편 일본어교육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반발을 초래하자 야학회와 일본어연구반들을 운영하여 과외학습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해 일 본어 보급의 저변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였다. 88) 그 러나 미진한 일본어 보급 속도에 만족할 수 없었던 통감부는 한국인의 반발을 무시하고 정규 초등교육과정에서부터 일본어를 필수과목화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리고 이어 마련된 보통학교 시행규칙에서 일본어 를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능력을 키우고 처세상 필요한 지식을 증진시킨 다는 이른바 實 用 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89) 일본어교육이 민간에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오자 한국민의 위기감도 고조되어 일본어 보급에 따 른 비판 여론이 극렬하게 전개되어 일어학교는 그 존재만으로도 친일의 상징이었으며, 의병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등 민족적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여론 악화에 대해 학부 서기관인 三 土 忠 造 은 1908년 6월 20일 관립보통학교직원회를 통해 한국인이 일본어를 아는 것은 일한의 현실, 상업, 통상, 교통 그밖의 점에서 보아 유리하다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일 본어의 습득은 조선의 번영과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 최고 수단이며 한국 인으로서 일어를 해독하느냐 아니냐는 생존경쟁상의 문제 90) 라며 일본어 보급을 조선 번영과 개인 영달의 최고 수단 이라며 개인차원의 번영과 영달, 이익이라는 실리를 내세우며 끝내 식민지동화책의 본질을 감추었 86)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 ) 개인 私 邸 에도 일본인 강사를 두고 일본어를 교육하는 곳이 증가했으며 사립학교는 尋 常 科, 高 等 科 교과목 중에 日 語 科 를 두도록 하고 고등과 입학 자격 중 하나로 일 본어를 해득능력을 요구하였다( 私 立 學 校 學 則 記 載 例, , 학부고시 제6호). 88) 學 部 學 務 局, ꡔ 學 事 狀 況 報 告 第 六 回 要 錄 ꡕ, , 1~10쪽. 89) 보통학교령시행규칙 제8조: 일어는 平 易 한 일어를 了 解 하며 且 使 用 하는 능력을 득 케하야 處 世 에 이바지함으로써 要 旨 로 함. 90) 官 立 普 通 學 校 職 員 會 에서 三 土 忠 造 學 部 書 記 官 의 學 科 課 程 및 敎 科 書 編 纂 趣 旨 에 關 한 說 明, , 高 橋 濱 吉, 앞의 책, 172~173쪽.

37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13 다. 그럼에도 민중은 일제에 의한 일본어보급 현상이 한국을 식민화하고 자하는 과정임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다. 日 語 가 今 日 韓 日 關 係 上 普 通 敎 育 에서 必 須 科 目 인 地 位 를 갖고 있으며 官 公 立 一 般 의 學 校 에서 重 要 科 目 으로 敎 授 되고 특히 普 通 學 校 의 初 年 級 부터 賦 課 하고 있는데 대해 上 下 가 顯 著 히 不 快 한 생각을 품고 말하길 韓 國 의 言 語 를 日 本 言 語 로 變 更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하고, 또한 말하길 韓 國 의 國 民 性 을 減 失 시키려고 企 圖 하는 것이다. 또한 下 級 의 地 方 民 에 이르러서는 日 本 語 를 授 業 한 후 이래 日 本 의 兵 隊 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 하고, 日 本 에 拉 致 하여 勞 動 者 또는 奴 隸 로 만들려고 한다 고 말한다. 91) 1909년에 와서 새로이 간행된 學 部 친일 교과서 92) 중에 일본어로 편찬 된 교과서를 교재로 수업한 관공립학교에서는 일본인 교사가 한국어통 역자를 왼편에 세우고 일본어로 수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 다. 93) 학교교육을 통한 강고한 일본어 보급 방침에도 불구하고 극열한 배일 저항과 교재 미비 등등의 제반의 이유로 말미암아 통감부는 의도한 만큼 일본어보급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3) 韓 國 倂 合 과 植 民 地 敎 育 政 策 한국통감으로 한국에 부임해 온 육군대신 寺 內 正 毅 는 조선총독부 초 대 총독(부임기간: ~ )에 취임하고 조선총독부와 소속관 서의 관제를 발표하였다. 당시 교육전담 부서인 내무부 산하 學 務 局 에서 는 학교에 관한 모든 사항을 총독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94) 조선 91) 學 部 編, 學 校 敎 育 ノ 旣 往 及 現 在, , 28~29쪽. 92) 1909년까지 학부가 발행한 교과서는 ꡔ 國 語 讀 本 ꡕ 8권, ꡔ 日 本 語 讀 本 ꡕ 8권과 ꡔ 修 身 ꡕ 4 권, ꡔ 漢 文 讀 本 ꡕ 4권 등과, ꡔ 理 科 書 ꡕ 2권, ꡔ 圖 畵 鑑 本 ꡕ 4권, ꡔ 褶 誌 帖 ꡕ 4권, ꡔ 算 術 書 (교 사용)ꡕ 4권이었다( 學 部 編, ꡔ 韓 國 敎 育 ꡕ, 12쪽). 93)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 ) 拙 稿, 朝 鮮 總 督 府 學 務 局 의 機 構 變 遷 과 機 能, ꡔ한국독립운동사연구ꡕ 제6집, 1992,

38 11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총독부는 한국의 전통 유교를 비판하고 오랫동안 한국인 사상에 깊이 자 리잡은 유교적 이데올로기를 대신해 일본의 國 體 와 국민의식으로 대체 시키고자 하였고 한편 한국민의 전통적인 社 會 敎 化 와 忠 孝 慣 習 등의 봉 건적 유재를 그대로 온존시켜 총독정치의 안정화를 꾀하는데 이용하였 다. 물론 忠 의 대상은 당연히 한국 황실이 아닌 일본의 천황으로 대치하 였고 초등교육부터 일본 天 皇 에 대한 忠 君 愛 國 民 을 육성하는 천황주의 가 주입되었다. 일본이 청나라를 비롯한 외세로부터 조선을 독립시키고 중세 이후의 지속된 당파 싸움을 종식시켰으며 정치개혁을 주도함으로써 한국의 내 정을 안정화시켰으며 동양평화에 기여했다는 논리가 병합 후에는 학교 교육을 통해 반복 학습되었다. 그리고 한국민의 願 에 의해 한국황제가 일본 천황에게 통치권을 양여했기 때문에 병합은 합법적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한국민은 皇 國 의 臣 民 이 되어 행복을 보장받게 되었으며 동양 평화의 기초가 견고해졌다고 하였다. 이러한 병합 이데올로기를 식민지 지배통치 기간 내내 피교육자에게 주입되었다. 한국민은 미개한 劣 等 民, 일본은 문명의 一 等 國 民 이라는 구도 아래 이 제 한국인은 미개한 열등민에서 일본과 동등한 문명의 一 等 國 民 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일제는 열등의 한국민을 일본국민과 같은 일등국민으로 올리는 은혜를 베풀은 것으로 對 比 되었다. 95) 아래 <표 2>는 일본 文 部 省 과 朝 鮮 總 督 府 가 간행한 역사교과서 중에서 한국 병합과 관련한 단원의 내용을 뽑은 것이다. 이들 내용을 분석해 보 면, 아래와 같은 도식이 그려진다. 그것은 1) 조선은 폐정과 민심 불안, 그리고 화난의 근원이며 일본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나라이며 2) 동양 평화를 영원히 확보하기 위해서 병합은 불가피한데, 한국의 황제와 국민 들의 청원에 응하여 마침내 병합이 이루어졌고 3) 병합이 이루어짐으로 써 한국민의 행복은 증진되고 동양평화가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56쪽. 95) 隈 本 有 肖, 根 本 の 倂 合 は 敎 育 に 在 り, ꡔ 朝 鮮 ꡕ 31, , 54쪽.

39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15 간행처 文 部 省 <표 2> 文 部 省 朝 鮮 總 督 府 간행 역사교과서 倂 合 관련 내용 교과서 尋 常 小 學 日 本 歷 史 卷 二 第 17 平 和 條 約 と 韓 國 倂 合 발행 연도 1911 병합관련 내용 한국은 우리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이 이미 수년에 이르렀지만 일찍이 항상 화난의 근원이었기에 천황은 일한 상호의 행복 을 증진하고 동양의 평화를 영원히 확보 하기 위해 한국을 병합할 필요를 인정하 고 마침내 43년 8월로써 한국 황제로부터 그 일절의 통치권을 영구히 양여할 것을 승낙받았다. 이 때에 한국을 개편하여 조 선으로 칭하고 총독부를 두고 제반의 정 무를 통활하기에 이르렀다. 각각에 이르러 우리나라는 점차 국위를 해외에 선양해 마침내 세계열강과 어깨 를 나란히 하는 지위에 도달하였다. 출처 95~ 96 文 部 省 朝 鮮 總 督 府 尋 常 小 學 日 本 歷 史 下 卷 第 51 明 治 天 皇 七. 韓 國 倂 合 普 通 學 校 國 史 下 卷 第 51 明 治 天 皇 七. 韓 國 倂 合 한국은 우리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이 이미 수년에 이르렀고 정치를 점차 개량했지 만 그 나라의 다년간의 폐정은 전혀 제거 되기 어렵고 민심 역시 안정되지 못해서 國 利 民 福 을 진보하는데 일한 양국을 합 하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음이 명백해졌 다. 한민 중에도 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때에 한국 황제는 통치의 권한을 천황에게 양여하고 제국의 신정 에 의해 점차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것 을 원하여 천황 또한 그 필요를 인정하셨 기 때문에 43년 8월 마침내 한국의 병합 을 보기에 이르렀다. 천황은 즉 전에 한 국 황실을 왕으로 하고 황족의 예로써 왕 가를 대우하셨고 한국을 개편하여 조선 으로 칭하고 새로이 총독을 둔 바 제반 정무를 통활시켰다. 이리하여 반도의 백 성은 모두 제국의 신민이 되고 마침내 동 양평화의 기초가 보다 견고해졌다. 한국은 우리의 보호 아래 둔 것이 이미 수년에 이르렀고 정치를 개혁했지만 그 나라의 다년간의 폐정은 전부 재거했지 만 민심이 안정되지 못해서 國 利 民 福 을 진보하는데 일한 양국을 합하는 방도 외 에는 없음이 점차 명백해지고 한민 중에 138~ ~ 149

40 11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朝 鮮 總 督 府 朝 鮮 總 督 府 普 通 學 校 國 史 下 卷 第 51 明 治 天 皇 七. 韓 國 倂 合 普 通 學 校 國 史 第 五 十 明 治 天 皇 7. 韓 國 倂 合 도 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에 한국 황제는 통치의 권한을 천황 에게 양여하고 제국의 신정에 의해 점차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것을 원하여 천 황 또한 그 필요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43 년 8월 마침내 한국의 병합을 보기에 이 르렀다. 천황은 즉 전에 한국 황제를 왕 으로 하고 황족의 예로써 왕가를 대우하 였고 한국을 개편하여 조선으로 칭하고 새로이 총독을 두고서 제반 정무를 통활 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반도의 백성은 모 두 제국의 신민이 되고 동양평화의 기초 가 보다 견고해 졌다 위의 내용과 동일 1932 우리나라는 명치 초기부터 오로지 조선 의 행복을 기도하고 먼저 수호조약을 맺 어 이를 열국 간에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독립의 실을 거둘 수 없었 고 항상 타국에 입박되어 움직여 동양의 평화를 깨뜨릴까 우리나라는 포츠머스조 약에 의해 새로이 한국과 협약을 체결하 고 이를 우리 보호국으로 하고 그 외교를 취하게 되었습니다...그로부터 수년을 경과하여 한국의 정치는 개편되었지만 다년의 폐정은 쉽게 제거되지 않고 민심 은 불안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그 위에 미 제국의 세력이 왕성히 동양에 들어왔 을 때를 당하여 모두 國 利 民 福 을 완성하 기 위해 일한 양국이 합하여 하나가 되는 외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원래 내지와 조 선과는 신대 이래 가장 친하게 왕래한 사 이로 기후, 풍토, 인정, 풍속이 매우 흡사 하며 또한 같은 문화를 갖고 있으므로 상 호 융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래서 한국인 중에도 열심히 병합을 희망 하여 양국 정부에 청원을 내는 자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한국 황제도 또한 이를 생 각하게 되었고 민의를 받아들여 명치 43 년 8월 통치권을 천황에게 이양하기를 희 망하여 제국의 신정에 의하여 인민의 행 볻이 증진할 것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110~ 112

41 일제 강제합병 이데올로기와 식민지교육정책 117 천황도 또한 병합의 필요를 인정하여서 한국 황제의 희망을 받아들이고 영구히 한국을 병합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한국 황제를 와으로 하고 활족의 예로써 왕가 를 대우하고 한국을 고쳐 조선으로 칭하 고 새로이 총독을 두고 여러 가지 정무를 통치하도록 했습니다. 이 때에 내려진 조 선 중에,... 병합조서 소개... 이 때부터 반도의 민은 제국의 신민으로 서 황실의 위덕을 숭앙하게 되었고 동양 평화의 기초가 보다 견고하게 이루어졌 습니다. 이후 교육은 보급되고 교통통신 은 열리고 산업은 발달하여 신민의 강복 은 증진하여 그칠 바를 몰랐습니다. 文 部 省 文 部 省 小 學 國 史 하권 제47 明 治 天 皇 1941 初 等 科 國 史 ( 下 ) 第 14 世 界 のうごき 1943 명치 37, 38년 전역 후 우리나라는 한국 에 대한 다른 나라의 간섭을 완전 배제해 이를 보호하고 그 내정을 개편하였다. 그 러나 오랜 기간 동안의 정치상 폐해는 간 단히 제거할 수 없었고 한국의 인민은 불 안한 생활을 보내야하는 형편이었다. 거 기에 한국의 국리민복을 진행하고 동양 의 평화를 보전하려해도 한국이 일본과 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분 명해지면서 한민 중에는 이를 원하는 이 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 황제도 또한 깊 이 이를 바라고 있을 즈음 통치권을 천황 에게 양여하겠다는 뜻을 희망하였다. 천 황께서는 이들 받아들여 명치 43년 8월 특히 조서를 내리셨으며 이윽고 한국을 개편하여 조선으로 하고 새로이 총독을 두고 정무를 내려주시었다. 예부터 우리 나라와 친밀한 관계를 가져온 반도의 인 민은 동등한 황국신민이 되어 동양평화 의 기초가 대대로 견고해졌다....이 사이 우리나라(일본)는 화태의 개 발, 관동주 경영에 노력함과 동시에 동아 의 안정을 위해 韓 의 보호에도 상당히 힘 을 썼습니다. 우선 한에 대한 타국의 간 섭을 배제시키고 내정의 개혁을 지도하 였습니다. 그리하여 한은 더욱더 우리나 라에 대한 신뢰가 깊어져 한민 중에는 동 144~

42 11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9집 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일한 양국이 일체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황제 는 전부터 이를 바래왔으므로 명치 43년 (1910)천황에게 통치권을 양여하게 되었 습니다. 명치천황은 이 신청을 받아들여 특히 한 국 병합의 조칙을 내리셨고 한국 황제께 서도 또한 한민에 대해 일본의 정치에 따 르게 해 점점 행복한 생활을 보내도록 일 깨워 주셨습니다. 또한 韓 이라는 명칭도 朝 鮮 으로 고치고 새로이 總 督 이 정무를 담당하게 되었습 니다. 고래로 우리나라와 가장 관계가 깊 었던 반도인들은 이때에 동등한 황국의 시민이 되었으며 동양평화의 기초가 보 다 견고해지게 되었습니다. 일제는 식민지 교육을 통해 한국인에게는 한국의 전통과 민족문화는 미개하고 열등하여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고 멸실되어야 할 대상이라 규 정하고 劣 等 性 從 屬 性 他 律 性 등의 역사관을 주입하였다. 반면 일본국 민에게는 일본은 서구 문명과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는 일등국이며 다른 아시아민에 견주어 볼 때 일등국민이라는 우월감을 불어넣어주었다. 이 것은 일본 국민에게 다른 민족에 대한 멸시관을 심어주었다. 식민지 한 국인에게 內 鮮 一 體 를 내세워 일본동화를 강요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민족차별을 방치하고 부추김으로써 양국 국민 내면에 모순적 역사의식 이 자리하게 하는 폐해를 가져왔다. 6. 맺음말 일본에서는 최근까지도 일본 한국간의 병합조약 은 합법적이며 한국 민의 願 에 의해 성립되었기에 식민지지배는 정당하다는 왜곡된 역사인 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