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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논집제 49 집 2017 년 5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49, May. 2017, pp. 9-43 10.17325/sgjp.2017.49..9 9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의의미 1) 장경 ( 서강대 ) 주제분류 해석학, 철학상담 주제어 기억, 역사, 망각, 용서, 자기성 요약문 폴리쾨르는 기억, 역사, 망각 을 3부로나누어다룬뒤, 이과거시간이드러낸 경험 의총체적삶가운데나타난인간성을한마디로 용서할수없음 이라요약한다. 그러면서도에필로그에서 어려운용서 라는주제를설정하면서그는용서의수수께끼를이중적으로표현한다. 한편유한하지만 능력있는인간 (l'homme capable) 의행동할수있는힘 (puissance) 을마비시키는잘못 (faute) 과관계되며, 다른한편, 그잘못의응답으로서실존불가능성 (incapacité) 에서들어올릴수있는가능성과도관계된다. 리쾨르는잘못과용서사이의불균형을수직적불일치라고비유적으로언급하면서도이두담론행위사이에용서의평형방정식을연다. 이용서의궤도는복잡한인간문화가형성된과정을거치면서, 마침내인간주체의자기성 (ipséité) 에서여러층으로나타난다. 용서의요구와용서의제공사이수평적관계와수직적관계의비대칭은어떻게밝혀질까? 그해명의시도에서자기성의주체는시간의흐름의주인이될수도있는실현가능성을새롭게끌어낸다. 이용서의역설은아브라함의전통안에서발견된회개 (répentance) 의변증법에의해다듬어진역설이다. 인간적시간체험인 기억, 역사, 망각 에서그전체의통과과정을용서정신의빛으로총괄하는이시도는종말론적인 바램의희구법 (optatif) 에서이다. 따라서고백과찬미의변증법은증명의논리가아닌은총의바램으로실천적삶속에서소통의수수께끼인실천적지혜에속한다. 투고일 : 4월 24일, 심사완료일 : 5월 18일, 게재확정일 : 5월 23일 * 이논문은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와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와공동으로주최한학술대회 (2016년 11월 26일서강대정하상관 J102호 ) 에서 용서와치유 라는주제하에발표한글을수정, 보완한것이다.

10 철학논집 ( 제 49 집 ) I. 서론 프랑스의철학자폴리쾨르는그의작품 기억, 역사, 망각 1) 에서용서주제를다루고있다. 680페이지가량의분량이되는이책에서 기억, 역사, 망각 을각각따로다룬뒤, 그는에필로그에서용서주제를논하면서, 앞부분에서다룬 기억, 역사, 망각 을총괄적으로요약하여 용서할수없음 (l'impardonnable) 2) 이라는말마디로정리하고있다. 이러한그의용서주제는인간경험을통해서드러난 현상학 ( 기억 ), 인식론 ( 역사 ), 혹은해석학 ( 망각 ) 이이끌어드러나는직설법적발화형태가아니고, 종말론적지평놀이로향한희망의희구법으로나타난다. 필자는리쾨르의용서주제들을 II. 잘못과용서의평형방정식, III. 용서정신의편력담, IV. 자기성에로의회기, V. 종말론적지평이라는순서로살펴보면서그가제시한용서의의미에접근하고자한다. II. 잘못과용서의평형방정식 ( 잘못 = 용서 ) 상식적으로말해, 잘못과용서 라는두극은상호동등할수없는인간행위의불균형적간격을지닌다. 그럼에도불구하고리쾨르가 잘못의하강 과 용서의상승 이라는표현으로 잘못 = 용서 라는짜임새로이들을동등하게취급한다면, 그이유는무엇일까? 아래 ( 깊이 ) 에잘못의고백이있고, 위에 ( 높이 ) 는용서의찬미가있다고말하는리쾨르의은유적담론은 3) 정의가지닌동등한논리로풀수없지만, 그는아브라함의전통에서발견된 넘침이라는지혜 ( 은총 ) 문화 가운데서답을만나고있다. 리쾨르는용서와 1) P. Ricoeur, Le Mémoire, L histoire, Paris, 2000.( 이후 MHO 로표기 ) 2) P. Ricoeur, MHO, 603. 3) P. Ricoeur, MHO, L équation du pardon, 595~607 참조 ; Maureen Junker-Kenny, Memory and Forgiveness - Two Itineraies, Maureen Junker-kenny; P. Kenny, ed. Memory, Narrativity, Self and the Challenge to Think God - The Reception within Theology of the Recent Work of Paul Ricoeur, LIt, 2004, 19~41 참조.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11 잘못의평형방정식을행위자의 자기성 ( 자기정체성 ) 4) 을중심으로, 그의상대자 너 의목소리에자신을개방하고있다. 이를다음과같이두차원 ( 잘못의현상학과용서의현주소 ) 에서살펴보고자한다. 1. 잘못 (faute) 의현상학 윤리학자나베르가잘못의경험을반성의소여들가운데 5) 실패 고독 과같은경험군들에속한것으로본다면, 야스퍼스는잘못에대한죄책을 한계상황들 가운데위치시키며, 죽음 고통 싸움 이라는실존경험들중의하나로간주한다. 6) 따라서잘못이나죄의식은실존의해석차원에나타난 역사적조건들 7) 중의하나이다. 같은맥락에서리쾨르가말하는 자기성 이라는반성구조 8) 에반영된잘못의경험은행위자들에게책임을돌리는 (imputabilité) 되물음의여정에서발견된다. 이처럼자신의행위에책임을물을수있다는것은행위자의능력을전제한다고말하는리쾨르에게, 책임돌림이가능한 자기성 의영역은 행위와행위자 사이, 즉, 행동의 무엇 과행위능력의 누구 사이의분절영역이다. 9) 잘못의경험편에서볼때, 이는고통스러운마음 (affection) 으로 4) P. 리쾨르, 서문: 자기성의문제, 타자로서자기자신, 김웅권옮김, 동문선, 2006, 4. 리쾨르는인간의정체성 (identité personnelle) 을 자기성 (ipséité) 과자체동일성 (mêmeté, idem) 의두축으로나누고, 자기성이 약속을지키는 시간적존재로서의자기정체성을말한다면, 자체동일성은변치않는원초적존재가능성으로서의자기를지칭한다. 5) J. Nabert, Eléments pour une éthique, Vol. I, Paris, 1943, 13~18 참조. 6) K. Jaspers, Philosophie I: Orientation dans le monde, Philosophie II: Eclairement de l'existence, Philosophie III: Métaphisique, Paris/Berlin, 1986, 455~458 참조. 7) P. Ricoeur, La condition historique, MHO, 373~589 참조. 8) P. 리쾨르, 해석의갈등, 양명수옮김, 아카넷, 2001, 354~359 참조. 9) P. Ricoeur, MHO, 597. 할수있다 (pouvoir) 는동사는 나는말할수있다, 나는행동할수있다, 나는이야기할수있다, 나는나의행동에책임을질수있다 등의표현이가능하다. 나에게책임을돌릴수있는이동사는내가능력

12 철학논집 ( 제 49 집 ) 상처받는감성지역이다. 행위를 회상 ( 기억 ) 을하는주체는그속성에따라주체대상을 삼등분할 10) 을할수있으며, 여기가바로용서의적용이가능한곳이다. 자신에게책임지우는할당한계안에서, 잘못의형태는자기의 고백 으로나타난다. 11) 이때기억현상에나타난고백은 순수함과죄의식 사이그구별은알수없지만, 데카르트가말하는방법적의심에의해패인이분법의심연을넘어선다. 그리하여 고백 은순수함에서경험적죄의식을분리시키는심연과 행위와행위자 사이의심연을만난다. 행위대상 (objectal) 편에서볼때, 잘못은의무를거스르는규칙위반으로타인에게가한실수 (tort) 에해당되며, 일반적으로이는나쁜행위로부정적평가를받는다. 12) 이부정적평가로인해, 잘못은위반의규칙만큼제한을받으며, 상처받은고통편에울리는반향은무한양태 (un aspect infini) 로나타날수있다. 이자기성의깊이수준에서, 자기의재인식 ( 고백 ) 은악하게처신한행동과그영향으로, 이때생겨난정념 (passion) 은분할되지않고연결되어있다. 13) 이렇게드러나는악 ( 잘못 ) 은바로 나의부적절함으로가장깊은욕망에까지드러나는차별 이다. 14) 그러므로잘못의힘 (vertu) 은경험이전엔 있는사람 (l'homme capable) 이라는것을말해준다. 10) P. Ricoeur, MHO, 152~167 참조. Trois sujets d attribution du souvenir: moi, les collectifs, les proches. 리쾨르는 I부 3장에서회상들의 무엇 과기억의 누구 사이에분절작용을구분한다. 그리하여주체의내재성을 고유한자기, 가까운이웃, 그리고먼일반타자들 이라는삼중축의속성으로재분배한다. 11) P. Ricoeur, Philosophie de la volonté, I, Le Volontaire et l'involontaire, 23~31 참조. 12) P. Ricoeur, MHO, 598. 하나의행동을 도덕적 법적 정치적 으로단죄할때처럼, 행위와행위자사이선을긋는것은적법하다. 칸트어휘에서볼때, 잘못은실천의부정적범주에속한다 ; I. Kant, Essai pour introduire en philosophie le concept de grandeur négative, Oeuvres philosophiques, Paris, 1980. 제I권, 277~280 참조. 13) J. Nabert, Eléments pour une éthique, 5 참조. 14) P. Ricoeur, MHO, 599 참조. 이욕망은 고유한존재의근사치로서 실존을위한노력 의실패에의해서만더잘알려진다. 리쾨르는이욕망을 온전함에대한욕망 (désir d'intégrité) 이라고지칭한다.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13 가능성이지만, 잘못의경험이욕망과연결되면서, 역사가되는그런과거에접근하는위력인것이다. 15) 그런데 존재의욕망과실존을위한노력 (du désir d'être et de l'effort pour exister), 즉인간존재를지칭하는이표현이어떻게참여의행동범위의존재를가려낼것인가라는질문에는해결할길이없다. 16) 리쾨르는더이상통용되지않는형이상학적개념들대신, 가능태 (puissance) 와현실태 (acte) 라는존재용어의사용을수락하는노선에머문다. 17) 2. 용서의현주소 잘못의경험 깊이에로내려가는하강의끝에, 신화적상상으로나가는길을제외하고, 그의미를한단어로압축한다면, 서문에서언급한 용서할수없음 (l'impardonnable) 이다. 나베르는이를 정당화할수없음 (l'injustifiable) 이라표현한다. 18) 인간행위가잘못의경험에로나아가면, 그실존에서죄의식을벗기는것은마치그실존을완전히파괴시키는것처럼보일수있다. 리쾨르에게이런죄의식은근본적 (radicale) 이지만, 기원적 (originaire) 이지는않다. 서구의오랜전통에서발견되는 있다 (il y a, there is) 라는용어는레비나스에의하면, 이름없는익명의 그저있음 을지칭한다. 이는인간이있기전무엇인가가이미 있음 (il y a) 19) 을말한다. 인간주체는 그저있음 15) P. Ricoeur, MHO, 599 참조. 16) P. Ricoeur, MHO, 599 참조. 나베르가 악 이라는용어를 잘못 이라는용어로대치하여사용하듯, 여기서리쾨르는 실체 (substance), 속성 (attribut), 개연성 (accident) 이라는용어사용을중단한다. 17) P. Ricoeur, MHO, 600 참조. 18) J. Nabert, Essai sur le mal, Paris, 1955(Aubier 에서재편집, 1970), 142. 이단어는희생자들을짓누르는엄청난불행때문에, 나베르가 l'injustifiable 이라표기한단어이다. 19) E. 레비나스, 윤리와무한 Ēthique et infini, 양명수옮김, 다산글방, 2000, 37~38 참조 ; E, 레비나스, 존재에서존재자로 De l'existence à l'existant, 서동

14 철학논집 ( 제 49 집 ) 이라는익명세계와는다르며, 또한나의힘으로만장악할수없는 타자의영역 에맞서있는관계의상황에있다. 타자는곧나의존재지평너머의얼굴이다. 타자얼굴의현현은지나간하느님의창조적흔적 (la trace) 을계시한다. 20) 나, 타인, 그리고인류전체는절대적기원을갖지만그기원은흔적으로만인식된다. 흔적을만든그분은여기에부재하며, 나와너사이에존재하지않는 제3의위격 (la troisième personne) 으로서, 21) 레비나스는인간이표상할수도, 인간권한안으로포섭할수도없는하느님의이런성격을삼인칭의 그분 (Illéité) 이라부른다. 22) 무한을대변하는이하느님의 삼인칭성 은인간이볼수도지배할수도없다. 인간은타인의얼굴을떠나어떤형상이나모습으로도하느님을표상할수없다. 이하느님은인간에게 현상 이아니라 불가해한분 (énigme) 이다. 23) 리쾨르는이 삼인칭성 을용서가통보되어나오는 높은곳 으로비유한다. 용서없이는이높이가너무가파러어떤이에게도접근될수가없다. 이기원적인것은인간이캐내지못할 인격화작용 (personnalisation) 의원천 이라는의미에서, 그는이기원을 인격 ( 위격, personne) 으로표현한다. 24) 높은곳의목소리는, 마치잘못의고 욱옮김, 민음사, 2003, 139~140. 비인격적존재에서주체존재가출현하는것은존재를바탕으로존재자가일어나는, 즉홀로서기를통해존재이름이출현한다고본다. 20) E. Levinas, Totalité et Infini. Essai sur l'extériorité, Martinus Nijhoff, Le Haye, 1961, 78 참조. 21) E. Levinas, En découvrant l'existence avec Husserl et Heidegger, Paris, 1967, 199. 흔적으로, 돌릴수없는과거를취한모습, 그것은 그 (Il) 의모습이다. 얼굴이오는 저편 은제 3인칭 ( 인격 ) 이다. 22) 강영안, 레비나스의철학 : 타인의얼굴, 문학과지성사, 2005, 269 참조. 23) 강영안, 레비나스의철학 : 타인의얼굴, 270 참조. 신학이흔히범하는죄는불가해한수수께끼인하느님의창조를마치현상인것처럼원인과결과도식을적용해말하는데있다. 이를레비나스는 하느님을원인으로설명하는방식에갇힌 존재신학 에대한하이데거의비판 에동의한다. 레비나스는탈출기 33장모세의이야기를통해, 모세가하느님의얼굴을보기원했지만하느님은지나가는모습만보여준사실을말한다. 24) P. Ricoeur, MHO, 604. 필자는여기서그리스도교에서말하는 삼위의위격들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15 백이 자기성 의헤아릴수없는심오한깊이에서발생하듯, 침묵의목소리이지만벙어리는아니다. 리쾨르는이높은곳의목소리에적절한담론을 찬가 (l'hymne) 라부른다. 25) 이찬가에는누가누구를용서하는지를말함없이, 기쁨이있다. 지혜 열광 사랑 이있는것처럼 용서 가있으며, 이용서는사랑과같은친족군이다. 26) 여기서리쾨르는사도바오로의 사랑의찬가 (1고린 12-13장 ) 를상기한다. 이찬가에서처음사유움직임의단계는 어떤분이아니라, 영적선물 이다. 27) 그리고성령의은사는더멀리나아가 28) 13장에서 내가 ~ 할때 (Quand je~), ~ 이없다면 (si je n'ai pas~) 의연도가잇따른다. 29) 이처럼부족과결핍의고발로이루어진이주제의 수사학적사용 은소유와존재의결합에이르기까지, 부정적용어로표현된다. 그러면서도심정토로의담론은현제직설법의동사시제로펼쳐진다. 30) 부정적용어에서시작된사랑이 의밑그림을연상한다. 25) P. Ricoeur, MHO, 604 참조. 용서는찬사와축제의담론이다. 이담론이말하기를 용서가있다 (il y a~, es gibt~, there is~) 고한다. 이용서는높은이가주는선물이다. 26) P. Ricoeur, MHO, 605 참조 ; 탈출 34, 6~7. 주님께서는모세앞을지나가며선포하셨다. 주님은, 주님은자비하고너그러운하느님이다. 분노에더디고자애와진실이충만하며 / 천대에이르기까지자애를베풀고죄악과악행과잘못을용서한다. [ ] ; 이사 55, 7: [ ] 우리하느님께돌아오너라, 그분께서는너그러이용서하신다 ; 시편 32, 5: [ ] 주님께저의죄를고백합니다. 그러자제허물과잘못을당신께서용서하여주셨습니다. ( 지혜 11, 23~26) 27) P. Ricoeur, MHO, 605; 1코린 12, 1: 형제여러분, 나는여러분이성령의은사에관해서도알기를바랍니다. 이은사는영적선물로성령에의해부여된 카리스마 이다.(1코린 12, 4~11) 28) 1코린 12, 31: 여러분은더큰은사를열심히구하십시오. 내가이제여러분에게더욱뛰어난길을보여주겠습니다. 29) 1코린 13, 1-3:1 내가인간의여러언어와천사의언어로말한다하여도나에게사랑이없으면, 나는요란한징이나소란한꽹과리에지나지않습니다. [ ] 30) 1코린 13, 4~7. 사랑은참고기다립니다, 친절합니다. 시기하지않고, 교만하

16 철학논집 ( 제 49 집 ) 앙심을품지않는다면, 이사랑은긍정적실천으로비난과자신을책임지는인책성의장소에내려간다. 베르그송의시간용어로말해, 사랑의현제성은지속의시간 (permanence) 이며, 사랑은가장포괄적이고가장적게팽창된영속적으로머무는시간이다. 31) 리쾨르에게사랑은높이자체이다. 사랑이모든것을용서한다면, 데리다의말처럼용서할수없는것도포함한다. 논쟁거리는바로이지점이다. 파스칼의 불균형 을상기시키는이지점에서 사랑과용서 사이상호수용이라는무한한요청은아브라함의전통문화를통해서우리에게전달된다. 32) 이런전통은복잡화와차등화를거치면서갈등을유발했고, 개별적이면서도동시에보편화의도상에있다. 개별적이라면, 유태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통한아브라함의기억과이종교적해석들에의해지탱되어왔다. 이런맥락에서사도바오로의 사랑의찬가 는예수그리스도의케리그마와삼위일체적선포, 그리고초대교회공동체에주어진 선물들 유형학에서분리되지않는다. 그러나이런전통들의정착은보편화의도상에서, 데리다가말하듯, 세계화 현상에대한또다른표현들을만난다. 즉, 보편적 이라는미명하에, 인권담론들을포함해서, 기초적인것과역사적인것 에서모든윤리적메시지에대해무한히두극단을대립시키는우주적이면서기하학적인특징을드러내는 불균형들 이있다. 따라서우리는 잘못의깊이와용서의높이 사이의불균형을어떻게이어갈것인가? 라는질문앞에선다. 데리다는여기서도덕계열의보편화, 정치계열의국제화, 그리고문화계열의총괄화 (globalisation) 사이에번질혼돈때문에, 보편화과정에서드러날저속화 (banalisation) 를염려한다. 33) 리쾨르도이런 지않고무례하지않고 [ ] 31) 1코린 13, 13. 요약하여, 믿음과바람과사랑이세가지는계속됩니다. 그가운데에서으뜸은사랑입니다. 32) J. Derrida, On Composition and Forgiveness, London/New York, 2002, 28~31 참조. 종교적유산, 말하자면아브라함의유산에속하며, 거기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모이고, 정언명령에맞추려고시도하는언어가이런종교적유산에속한다. 33) P. Ricoeur, MHO, 605~6 참조. 데리다는 지난전쟁이래로그리고몇년전부터가속화된방식으로지리-정치적무대장면위에서다양하게후회, 고백, 용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17 오용현상을인정하면서, 34) 다만용서가있다면, 아브라함의전통적찬가의 축복과약속 에서라고언급한다. 데리다의말처럼, 사회적 국가적 정치적 심리학적 으로용서를통해정상화를다시세우려고시도할때마다, 그용서는순수하지도, 정상적이지도규범적이지도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용서가이런 불가능의시련 을마주대면할까? III. 용서정신의편력담 (Odyssée) 제도사회에서잘못이고발되면고발자와피고인은 처벌혹은용서 의관계에든다. 처벌은타인이범한실수를상징적 실재적으로제거하면서, 법의복구를겨냥한다. 그리고처벌이가능한곳에서만용서를할수가있다. 그런데, 용서란그청원과제공사이쌍무적교환관계를말한다해도, 그높이와깊이, 무조건과조건사이관계의수직적특성은미지수로남아, 그교환조건은딜레마를이룬다. 35) 형벌면제는정의에어긋나기에, 제도의통과와교환의중계에문제점들을낳는다. 1. 제도의통과 리쾨르의 인정론연구 36) 는국제정치적상황에서자기정체성 (ipséité) 의 서, 혹은변명의모든장면들 이펼쳐졌다고말한다. 무대상연의경우비평적이지않는방식으로 용서의아브라함적언어 가확산적용된다고데리다는지적한다. 34) P. Ricoeur, MHO, 607 참조. 기억으로추정되는의무혹은기념행위가문제시된다. 아브라함의전통을모방하여, 형식적의례식 (rituel), 우스꽝스런흉내내기들이죄의식의기념행사를치른다고데리다는지적한다. 흉내모사특히합법적제도를모방하는차원에서인륜을거스르는전범개념이 용서의모든지정학의지평 에머물러있음은최종적시련이다. 35) O. Abel, Le Pardon. Briser la dette et l'oubli, Autrement, série Morales, Paris, 1992, 208~236 참조.

18 철학논집 ( 제 49 집 ) 현실문제를다룬다. 세계대전과아우슈비츠참사그리고공산권붕괴이후, 유럽연합이등장하고, 관련국가들은자국의이익을중심으로역사바로잡기라는슬로건하에잘못을법적 정치적으로용서하려는과거사청산이진행되었다. 이런국제정세의과거사청산의목적은 정의에입각해진실을밝히고, 용서와화해를이루는일 이었다. 따라서올바른인간관계와정의로운국가간의관계등이새롭게인정문제를성찰하게하는계기가된다. 37) 특히 역사적대참사 ( 반인륜적전범죄와집단살상 ) 를경험한 2차대전직후세계정세는악행에대한책임문제와더불어현실문제를더이상하늘에의존하는추상적희망론이아닌, 인간책임하에구체화하자는각성론이회자되었다. 38) 특히제도수준에서 20세기에드러난범죄의식의특성은 정당화할수없음 이라는 중범죄들 이다. 그들범죄의판결은국제법과국내법에서행해지고, 인륜을거스르는전범죄와종족말살범죄들에는 공소시효무효 (l'imprescriptible) 가선언된다. 39) 이런사회규제는용서와는이질적인것이 36) P. Ricoeur, Parcours de la reconnaissance, ed. Stock, Paris, 2004; 정기철, 리꾀르의인정연구, 철학연구, 제74집, 2006, 82~102 참조. 리쾨르는동일성 ( 데카르트의차이성, 칸트의종합통일성 ), 자기정체성 ( 베르그송의과거시간의지속성, 아리스토텔레스의상기를통한기억의영속성, 알브아쉬의집단기억을통한공동체정체성의인식가능성 ), 그리고상호인정성 ( 헤겔의사회정치적차원의인정과정 ) 의 3차원에서인정의정체성을거론한다. 37) D. Pellauer, Memory, Recognition, Practical Wisdom, Ricoeur: A guide for the perplexed, Continuum, New York, 2007, 109~138 참조. 리쾨르에게인정 (reconnaissance) 개념은칸트의인지 (rekognition), 베르그송의이미지재인식 (reconnaissance des images) 그리고헤겔의인정 (Anerkennung) 개념을종합적으로아우르는의미를지닌다. 38) H. 요나스, 책임의원칙 : 기술시대의생태학적윤리, 이진우옮김, 서광사, 1994; H. Jonas, Mortality and Morality: A Search for Good after Auschwich, Lawrence Fogel ed. Evanston, 1996). 요나스는 더이상형이상학적으로전능한신을사유할수없다고 부르짖으며인간의현실적책임을부르짖는다. 39) P. Ricoeur, MHO, 611 참조. 중범죄들중일부는뉴렌버그, 도교, 부에노스아이레스, 파리, 리옹과보르도에서단죄되었다. 다른중범죄들은국제형사재판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19 다. 40) 리쾨르는공소시효무효와용서할수없음사이, 두개념이지닌혼돈된실수를지적한다. 41) 한편, 비중을잴수없는중범죄에대한적절한벌이없어, 사실상용서할수없음을구성한다. 다른한편, 속죄개념은처벌자체에의해얻어진일종의사면 (absolution) 인데, 공소시효의무효가요구하듯, 결과적으로죄의추적을근절하는것이다. 중범죄의속죄불가는그범죄들을용서할수없다는선포로되돌아온다. 고발제도에서청원과용서사이에교환제도에로의전이적윤곽이잡혀지면서, 면제전략이맹위를떨친다. 42) 독일의윤리학자코달 (Klaus M. 소앞, 헤이그에서판결되었다. 인륜에거스르는범죄는뉴렘버그 (Nuremberg) 와도교에서 1945년 8월 8일과 1946년 1월 12일의국제군사재판소의헌장에의해규정되어있다. 이범죄들은암살, 몰살, 노예로팔기, 강제수용그리고정치적민족주의적종교적이유로행한박해등이다. 국가연합들은 (Les Nations unies) 1948 년 10월10일의종족말살에대한협정으로이개념을정확히했다. 시효에걸리지않음 에대한 1968년 11월 26일의협정과범죄기소에대한국제협동에서발표한 1973년 12월 13일의결의는이개념에국제법의관인을찍었다. 동시에인륜을거스르는범죄개념은 1964년 12월 26일에프랑스국내법에포함된다. 이는 1946년국가연합의결의를참조하여인륜을거스르는범죄와종족말살의범죄가공소시효에걸리지않음을 확증한다. 40) P. Ricoeur, MHO, L oubli commandé: l'amnistie, 585~589 참조. 리쾨르에의하면, 공소시효의정당화는단지공리적이다. 사회규칙을위반한자에게공소시효가만기가되면, 미규정적부채의보호가가능하다. 소송이끝나면, 이사건은더이상건드리지않는말소로처리된다. 41) P. Ricoeur, MHO, 613 참조. 인륜을거스르는전범죄와종족말살의범죄는질문이제기될장소가없어지기에용서할수있는기회가삭제된것이다. 정의가통과되어야하는문제이지만, 공소시효무효는아예거론도할수없다는점에서혼돈이야기된다. 42) P. Ricoeur, MHO, 616 참조. 면죄전략들은항상옳다고주장하고싶은자의궤변들안에원병을발견한다. 어디에도지적정직성은없고, 자기-자신안에분명히보고자하는의지는복잡한동기차원이외더이상요구되지않는다. 여기서알수없는의지, 실명속에은신처, 위에서환기한반수동적반능동적망각의책략들이다시발견된다. M. Klaus, Kodalle, Le Savant et le Politique, Paris, 1959; 재편집, 10/18, coll. Bibliothèque, 1996, 201 참조. 코달

20 철학논집 ( 제 49 집 ) Kodalle) 은용서의공적차원에대한그의성찰에서 민중들은용서할수있을것인가? 라는질문을던진다. 43) 여기서정치적사유는친구- 원수관계의원상회복불가 (irréductibilité) 의문제에부딪친다. 이처럼사랑과증오의암울한시대적불행에맞서, 코달은기억치유의대안으로이웃- 원수사이관계안에 정상성 (normalité) 이라는생각을제기한다. 44) 그리하여시민적 세계적차원에서배려 (Nachsichtlichkeit) 의문화단계와연결을시도한다. 코달에의하면, 배려의처분에맡기는 태도들 (gestes) 은또한용서의청원도된다. 그리하여두제도, 하나는용서할수없음이라는공소차원의제도, 다른하나는용서청원과제공사이교환의제도, 즉, 용서할수없음이깨지는가능의제도를연다. 이새로운제도의방향은어떻게펼쳐질까? 2. 교환의중계 고소-처벌의순환에서쟌켈레비취는 누가우리에게용서를청했는가? 라고질문한다. 45) 잘못에대한고소와처벌의일방적제도에서교환제도에로나아가는길이가능한가? 빌리브란트 ( 독일정부당국자 ) 가희생자들에게용서를청하는태도는이례적이다. 46) 이런상징적태도는정치조건안에서 은무죄증명에대해헐값으로호의를보인것을지적하고, 오만한초도덕주의 (hypermoralisme) 를비판한다. 43) P. Ricoeur, MHO, 617 참조. 집단성은도덕의식을갖지않으며, 밖에서 오는죄의식과대결하는민중들은옛날의증오, 굴욕을되풀이한다. 44) P. Ricoeur, MHO, 617 참조. 이는일종의 용서의미지수 (incognito du pardon) 이며, 형제애라기보다교환관계에로의정정 (correction) 을시도한것이다. 45) J. K. Vladimir, L imprescriptible, Paris, 1986, 50 참조. 그는히틀러적범죄들에대한법규정에관계된논쟁들에서용서의반대소송을제기한다. 여기서그는 용서? 하지만그들은우리에게결코용서를요구하지않았지않는가? 라고반문한다. 46) 빌리브란트 (Willy Brandt) 전독일총리는 1970년 12월 7일폴란드와독일과의관계정상화를규정하는 [ 바르샤바조약 ] 체결을위해폴란드에머물던중유대인집단수용소였던나치희생자기념관을방문하고희생자를추모하는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21 용서를청하는힘 (force) 에상응하는영향을준다. 리쾨르에의하면, 용서란용서청원과제공사이쌍무적교환관계를말한다해도, 우선그높이 ( 용서 ) 의무조건과깊이 ( 고백 ) 의조건사이에있는관계의수직적특성은미지수로남아, 47) 딜레마들은교환조건에근거한다. 용서청함으로환기된 속죄와회개 의공공연한장면들은저속화와극화 (théâtralisation) 의의심을넘어일종의합법적질문을야기한다. 이상의애매한문제점을풀기위해, 리쾨르는용서 (forgive, pardon) 단어의어원상의의미를묻는다. 선물이라는의미가포함된 용서 (don-pardon, gift-forgving, dono-perdono, Geben-Vergeben) 단어에, 첫째, 일방적으로반환없이주는선물에어떤힘 (force) 이깃들어있으며, 48) 상호성의부재로 주는자와받는자 사이비대칭이나타난다. 둘째, 교환관계에따른선물의상호주고받음은등가성이형성되어, 넘침의논리가깨어지는다른수준으로나간다. 선물은항상되돌아올선물을기다린다는스칸디나비아의옛시구의말처럼, 반환과관련된다. 49) 점차선물은실생활에서교환의매매형태로바뀌며, 선물이원래자유롭고무상적이었지만, 주는것속에는수증자 ( 授贈者 ) 가반환하게하도록하는어떤힘이있다. 50) 묵념중에기념비앞에서무릎을꿇고 (Kniefall in Waschau) 나치의잘못을사죄했다. 제도차원으로만볼수없는상징적태도이다. 정치관계에적용된배려문화의범주안에서이런태도의이례적인성격은그나름으로제도에영향을끼친다. W. Brandt, 빌리브란트 - 동방정책과독일의재통합, 정경섭옮김, 하늘땅, 1990, 216 참조. 나는독일역사의나락 ( 奈落 ) 에서, 그리고수백만희생자의짐아래에서, 인간의말이소용없을때행할수있는것을했을뿐이다. 47) O. Abel, Le Pardon. Briser la dette et l'oubli, 208~236 참조. 48) Robert( 로베르 ) 사전에의하면, 준다는것은 자유로운지향가운데누군가에게물려주는것, 혹은소유하거나즐기던것을아무것도되돌려받지않고넘겨주는것 것이다. 49) M. 모스, 증여론 (Essai sur le don), 이상률옮김, 류정아해제, 한길사, 2002, 서문참조. 50) M. 모스, 증여론, 90~193/214. 선물에는세가지의무관계의수수께끼 ( 주는것, 받는것, 반환하는것 ) 사이에관계의힘 (énergie) 이있다. 구성원의대변

22 철학논집 ( 제 49 집 ) 이고풍적선물모델은용서딜레마를해결할수있을까? 우선, 용서와보답 (rétribution) 사이참여자들을전적으로평등하게한다. 하지만딜레마의다른방향에서보면, 영구히원수를사랑하라 는그리스도교계명과마주치게된다. 불가능한이계명은용서정신의 높이 에홀로서있다. 용서를요구하지않는원수를있는그대로사랑해야한다. 이런계명은탈리온법칙을거슬러돌아설뿐만아니라, 황금률에도맞지않다. 황금률은 타인이당신에게하는것을원하지않는것을당신도타인에게하지말라 라고말한다. 상호성 (réciprocité) 의문제이다. 관대의정신도, 반대편의논의에의하면, 주는행위는되돌려주는것을강요할뿐만아니라, 주는행위는증여자를우월한위치에놓아은밀히불평등성이조장된다. 주는행위는수혜자를채무자로변형시키고감사의무는수혜자를풀수없는빚무게하에짓누르게하는결과를초래한다. 황금률을환기시킨다음, 리쾨르는예수의말씀을비판으로세운루카 6 장의예를들어, 51) 교환의최상형태는원수사랑에까지겨냥된다는점을강조한다. 관대함뒤에숨겨진이해타산은나름대로의합법성을지니고상호성의기대가금전적등가성의형태를취할수있지만, 원수에대한사랑의계명은상호성차원을넘어선다는것을전제한다. 그러나현실에서이런가설은기만적으로보이기일쑤이다. 모스가찬양한포트라취 ( 축제때선물나누기행사 ) 도너그러움으로그내면의매매교환을깨트리는것이다. 52) 수혜 자들에따라, 어떤힘이선물을반환하게하는의무를기초놓는다. 반환의의무는받은것에서나오며, 선물분배행사 (potlatch) 에서교환된것들속에는선물들 ( 증여물 ) 을순환하게하여, 받고되돌려주도록하는강요의힘 (vertu) 이있다. 51) 루카 6, 32~38: 너희가자기를사랑하는이들만사랑하면무슨인정을받겠느냐? 죄인들도자기를사랑하는이들은사랑한다./ [ ] 그러나너희는원수를사랑하여라. 그에게잘해주고아무것도바라지말고꾸어주어라. 그러면 [ ] 너희는지극히높으신분의자녀가될것이다. 그분께서는은혜를모르는자들과악한자들에게도인자하시기때문이다./ 너희아버지께서자비로우신것처럼너희도자비로운사람이되어라./ [ ] 용서하여라. 그러면너희도용서받을것이다.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23 자를영예롭게해주는차원에서주고받음의상호성은반환정신이없는선물의수평적대칭에종말을고한다. 용서의무조건과요구조건사이, 문제가되는것은관계인들사이의 거리간격 이다. 이거리간격의어려움은용서에적용되는교환모델의중심에서질문형태로다시솟아난다. 무엇이상호파트너들에게고백과용서사이교환에들수있게하는가? 용서와고백사이담론의두행위를연결시키는보이지않는힘이란무엇일까? 이특성은비대칭에서수직적이며, 교환의상호성을감추는경향을지닌다. 실제로, 용서란높고낮음사이의간격, 용서정신의지고함과죄의식의심연사이를뛰어넘는비대칭적용서의평형방정식은결코풀수없는수수께끼로남는다. 리쾨르는아프리카넬슨만델라대통령과데몽투투 (Desmond TuTu) 주교가용기있게진행했던, 진리와화해 위원회창시자들이지닌특수어려움을환기한다. 53) 이들이말하는용서는뉴렘버그와도쿄의고등범죄소송의처벌논리와대조적으로, 이해하고복수하지않는것 이었다. 54) 결국, 담론의두행위, 고백자와사면해주는자 사이두행위의마주섬은바로 나는너에게용서를청한다 - 나는너를용서한다 이다. 풀이하면, 실수 (tort) 는실제로고백되었고, 효과적으로용서되었다. 그러나실제로용서의말과고백의말사이의불균형은어떤힘으로용서의말을주고받아드리게할까? 라는유일한질문의형태하에되돌아온다. 52) P. Ricoeur, MHO, 625 참조. 리쾨르는복음적가설을칸트에따른 영원한평화 의정치적유토피아에서발견한다. 유토피아는낯선나라에원수가아니라손님으로서받아드려지는권리를모든사람에게부여한다. 보편적영접은진실로원수에대한복음적사랑의정치적근사치를구성한다. 53) 이위원회의사명은 1996년 1월에서 1998년 7월까지설치되어, 1998년 10월에두꺼운 5권의책이된이내용은 증거를모집하고, 모욕당한자를위로하고희생자에게배상하고정치적범죄를범한것을고백하는이들을용서하는 것이었다.(S. Pons, Apartheid. L'aveu et le pardon, Paris, 2000, 13) 종교 정치 시민구릅에서나온위원회는 29명으로구성된 3 가지위원회 ( 인권침해위원회, 보상과손해배상위원회, 사면 ( 특사 ) 위원회 ) 를포함한다. 54) S. Pons, Apartheid. L'aveu et le pardon, 17~18 참조.

24 철학논집 ( 제 49 집 ) IV. 자기에로돌아와서 앞장에서용서차원을원수사랑에이르기까지교환의상호관점을살펴보았다면, 이제자기성의차원에서 용서 개념을살펴보자. 회개의역설에들기전, 인간주체의자기성이지금은아니지만약속을통해, 언젠가시간흐름의주인이될수도있는실현가능성을새롭게끌어낼수도있다. 이를위해, 먼저, 아렌트가말한 용서와약속 이라는행위의변증법을고찰하고, 다음, 리쾨르가말한 자기성 의중심에서용서관계를풀어내는탐색작업을열것이다. 1. 용서와약속 유태여성아렌트 (Hannah Arendt) 는쇼아 (Shoah, 유태인대학살 ) 에대한공포와전율을체험하면서, 근본악 55) 의뿌리가인간성을박탈하는전체주의의지배본질에있다고진단한다. 56) 그녀는기술시대에드러나는근본악을분석하면서, 인간삶의가능성을찾는기초조건이란바로 지구 이며, 57) 그삶의전제조건을 생명 세계성 다원성 58) 으로보고, 이런조건들의기반을 탄생성과사멸성 으로설명한다. 59) 사유하지않음 ( 정신적차원 ) 과 정치적행위능력의상실 ( 실천적차원 ) 로인해전체주의적불행을초래할수있다고본, 60) 그녀는과거의악을 55) 이진우, 근본악과세계애 ( 世界愛 ) 의사상, H. 아렌트, 인간의조건, 이진우 / 태정호옮김한길사, 1996, 제 10 판, 2007, 23~47 참조. 56) H. 아렌트, 인간의조건, 서론 /50~54 참조. 57) H. 아렌트, 인간의조건, 50 참조. 58) 이진우, 기술시대와 인간조건,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5 참조. 59) H. 아렌트, 인간의조건, 54~60 참조. 탄생성이란인간은시간과세계속으로태어나그고유한세계를시작할수있는존재이다. 인간사의영역인세계를 자연적 황폐화로부터구원하는기적은다름아닌탄생성 이다. 인간의행위능력은존재론적으로이탄생성에뿌리를내리고있다. 60) 이진우, 기술시대와 인간조건, 39 참조.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25 극복하며보다나은방향으로나가기위해, 환원불가능성 (irréversibilité) 과예측불가능성 (imprévisibilité) 61) 이라는사회조건에서 용서와약속의힘 을끌어내려고시도한다. 아렌트는 풀고- 맺음 (délier-lier) 의상징표현에서, 용서는풀어주고약속은맺어주는행위로연계하며, 인간사 (les affaires humaines) 에나타난이두능력의힘 (vertu) 을 행위의연속 62) 하에시간제약에순응하며책임있게응답하는변증과정을연다. 아렌트는가시적공론영역을 말과행위 로열며, 이인간세계에의참여는바로제2의 인간탄생 으로풀이하며, 또한더불어인간의자유원리도창조된다고본다. 63) 인간표현인 말과행위 의계시적성질은타인과함께존재하는곳에서만전면에나타나지만, 또한이인간의다원성은본질적으로 연약 하다. 64) 정치철학자아렌트는어떻게인간사회가스스로를 지배 결합 변화 하는가를설명하기위해성경에서 용서와약속 의용어를차용하여그녀의정치적진리를표현한다. 그녀는인간들이용서를교환하는경우에만, 하느님으로부터용서받기를희망할수있다는데서착안하여, 용서의힘은바로 인간의힘 이며, 인간상호간풀어주면서, 인간들도자유로운행동주체로머물수있다 고주장한다. 65) 그러나그녀는인간사의구조요소가운데 61) H. 아렌트, 인간의조건, 환원불가능성과용서하는힘, 300~308; 예측불가능성과약속하는힘, 308~312 참조. 62) P. Ricoeur, MHO, 631; H. 아렌트, 인간의조건, 54~56 참조. 아렌트는인간행위 (action) 를 3 가지활동 (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 으로나누어설명한다. 63) H. 아렌트, 인간의조건, 238 참조. 인간이행위할수있다는사실은예상할수없는것을그에게기대할수있다는것과또매우불가능한것을그가수행할수도있다는것을의미한다.( 인간의조건, 235~241 참조 ) 이때 행위 가탄생성에상응하고존재로서인간조건을실현하는것이라면, 말 은차이성에상응하고다양한인간조건의실현을이룬다. 64) H. 아렌트, 인간의조건, 249~300 참조. 사태의무자비한질서에노출된인간의연약성은자연적소멸에예속되기쉬우며불확실한특성을지닌다. 65)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3~4 참조 ; 마태 18, 35: 너희가저마다자기형제를마음으로부터용서하지않으면, 하늘의내아버지께서도너희에게그와같이하실것이다. ( 마태 6, 14~15/ 루카 17, 3)

26 철학논집 ( 제 49 집 ) 인간은처벌할수없는것을용서할수없으며, 용서받을수없는것을처벌할수없다는사실 66) 에서인간존재의한계선을절감한다. 용서를 위에서부터온것 으로본리쾨르와달리, 아렌트가치유법으로서택한입지는행동자체에서발견될수있는 잠재성 이다. 67) 결과적으로용서와약속은같은하나의능력인것이다. 68) 약속불이행의경우, 행위자는자신의정체성을유지하지못한다. 불신과모순에찬어두움에서벗어나는길은 공론영역을덮고있는빛 69) 의역할을통해서이며행위과정에내재한힘의복원은다원성에의존된다. 70) 그런데, 리쾨르에의하면, 이런능력이 66)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6 참조. 아렌트는칸트이래로이용서할수없는죄를 근본악 이라부른다고말한다. 벌할수도용서할수도없는 이근본악은 인간힘의가능성을초월 하여어디에서나인간힘의가능성을파괴해버린다. 따라서행위자체가모든힘을박탈해버리는곳에서그녀는예수와더불어 연자맷돌을목에매고바다에빠져죽는것이그에게는더나을것이다 라고말할수있을뿐이다. 67)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1. 환원불가능성과예측불가능성은다른고차적능력으로치료될수있는것이아니다. 오히려그치료능력은행위자체가가지는잠재력중의하나이다. 자신이무엇을행했는가를알지못하고, 알수있다할지라도행한것을되돌릴수없는무능력인환원불가능성의곤경으로부터벗어나게하는것은용서의능력이다. 미래의불확실성인예측불가능성의치유책은약속을하고또그약속을지키는인간능력에내재해있다. 68)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1. 약속을지키는능력은미래라는불확실성의바다에안전한섬을세우게한다. 이섬이없다면인간사이의관계에서지속성은물론이고연속성조차갖지못한다. 유대전통에서아브라함은약속의첫발견자이다.( 창세, 12, 1~3) 이스라엘은종말론이생기기이전벌써 조상들 의역사를 약속 에따라 완성 으로향한가능역사로보았다. 약속의땅을차지하며자손이땅의모래알처럼많아질것이라는야훼의약속에서완성으로가는움직임은아브라함, 야곱, 요셉과관련된잡다한이야기를관통하는큰줄거리가된다. 69) H. 아렌트, 인간의조건, 104/240/302 참조. 인간의현실감은은폐된존재의어두움으로부터벗어나스스로를드러낼수있는공론영역이라는사실에의존하며, 타인의현존에서오는공적빛은약속을하고지키는사람의동일성을보장해준다.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27 명백하게드러난경우는 인간권력 이다. 71) 용서와약속의능력 이라는기원이다원성에내재한다면, 아렌트에게그실천분야는정치적인것이다. 72) 사람들이함께모여 조화롭게행위할때 권력이발생하며흩어질때사라진다. 함께하도록만드는힘은사람들이함께모이는현상공간과이런공적공간을존재하게하는권력과는구별되는힘즉 상호약속또는계약의힘 이다. 73) 여기서리쾨르는용서와약속사이에 힘 (pouvoir) 이라는용어로이루어진정확한대칭에주시한다. 이런능력 ( 힘 ) 에서아렌트는불가침으로선언된약속의교환과일치하는정치적 계약과조약 의체결을발견하며니체와동조한다. 74) 그러나아렌트는아가페적사랑관계로더이상나가지못 70)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2 참조. 71) P. Ricoeur, Hannah Arendt, Lectures 1, Autour du Politique, aris, 1991, 15~66;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2~3 참조. 이권력의원천은행위하는능력이다. 행위에내재하는치료능력을상실하면, 이권력은과잉권력이되어, 인간이삶을영위하는데필수적인제조건들을파괴한다. 인간사의영역에서용서의역할을발견한사람은나사렛예수이다. 72)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8~9 참조. 용서가종교적맥락과사랑의연관성속에감춰져공론영역에서비실재적인것으로간주되어왔다면, 약속은비교적안정된능력의힘으로전통정치사에서늘인식되어왔다. 로마이후다양한계약이론에서약속하는힘이정치사상의핵심을차지했다고언급한다. 그래서 계약은지켜야한다 (pacta sunt servanda) 는불가침성의핵심에서로마법의체계에이르기까지약속의흔적을거슬러올라갈수있다. 아브라함은그발견자이며그이야기는모두신과약속을맺으려는열정적동인일보여준다. 73) P. 리쾨르, 타자로서자기자신, 262~264;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10 참조. 지배가생산과사물세계의영역에해당되듯이주권이행위와인간사의영역에해당된다면, 이때양자의중요한차이는주권이함께결합한다수에의해서만성취될수있는반면지배는고립되어서도성취가능하다는점이다. 74) P. Ricoeur, MHO, 634;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10 참조. 이런통찰은 F. Nietzsche, La Généalogie de la morale, Gallimard, coll. Folio, Paris, 1987. 2부첫번째두개의아포리즘에서발견할수있다. 니체는도덕현상에대한감수성으로, 모든권력원천을고립된개인권력의지에서찾는그의근대적편견에

28 철학논집 ( 제 49 집 ) 하고용서관계가정치와먼거리를취하는차원에머문다. 여기서아렌트는인간행위의바탕인 사멸성과탄생성 을성찰하면서, 75) 이런행위능력을 인간이필히죽는다할지라도죽기위해태어난것이아니라시작하기위해태어났다는사실 76) 을상기시켜주는행위의내재적능력으로본다. 죽기위해서태어나지않고쇄신하기위해태어났다 라는강력한항거에서아렌트의 행위는기적처럼나타난다. 77) 여기서죽음으로향한존재라는하이데거의철학에맞서며, 죽음으로끝나면서도이것이끝이아닌, 행위와약속으로내재속의초월의모습을지닌, 78) 아렌트는나사렛예수가용서하는힘을일반적인간적힘과연계시켰다고본다. 79) 그리하여아렌트에게인간세계를자연적황폐화로부터구원하는기적이바로 탄생성 이다. 이탄생성은존재론적으로행위능력에뿌리를내린다. 이런능력의경험만이인간사에희망과믿음을부여할수있다. 80) 이믿음과희망의가장웅장하면서도간결한표현은복음사가들의 기쁜소식 곧 한아이가우리들가운데태어났다 가된다. 시간에대한지배와탄생성의기적이어떻게조음될수있을까? 여기서필자는용서정신의모험담을이끄는 자기성 (ipséité) 을상기한다. 리쾨르는 행위자와행위의연결지점 에서가아니라, 행위와그행위결과를연결하는일치점 에인간태도를위치시켰기에아렌트가수수께끼의문지방을넘지못한다고본다. 용서는빚짐을죄의식의부담에서분리시키는것인데, 받은 도불구하고, 약속의능력에서인간의삶이동물의삶과차이가있음을발견한다. 75) H. 아렌트, 인간의조건, 57/311 참조. 인간자신들에맡겨진인간사들은죽어야할운명의법칙 을따를수만있다. 76)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10~1 참조. 77)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12 참조. 78) P. Ricoeur, Parcours de la Reconnasissance, ed. S, Gallimard, Paris, 2004, 305. 79)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04, 각주 77; 아렌트는마태 6, 14~15을통해본용서하는힘은인간의능력인것이다. 우리가우리에게빚진자를용서하듯이 아버지도 우리의빚을 용서하신다.(H. 아렌트, 인간의조건, 312, 각주 84) 80) H. 아렌트, 인간의조건, 312 참조.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29 유산에의존하는한, 부채현상을적나라하게드러내놓는결과만을가질뿐, 행위자를그의행위에서푸는 문제는여전히미지수이다. 2. 행위자를그의행위에서푸는것 리쾨르는용서의의미를밝히기위해 잘못의현상학 에서거론된고백의분석에로집중한다. 행위자가그의잘못에대한비난을자기안에내면화함으로서, 고백은행위뒤에위치한행위자에게로겨냥된다. 데리다는용서에대한그의논쟁에서, 당시서구의정치문화가낳은사면은아브라함의종교유산에서차용하여정치전략으로삼은가식적형식과예식이라고비판한다. 81) 리쾨르는 행위자를행위에서분리시키는것 이어떻게가능한가를밝히는데주력하면서, 행위자의도덕적참여능력을다양하게볼수있는내면세계에서 자기재생의원천자료들 에로나간다. 아브라함의종교전통에서보자면, 정치영역에서와달리, 자기의내면세계에서 용서와회개 라는개념으로부상한다. 82) 이는한편, 타협 이아닌 역설 로메시아형상이나타나고, 다른한편, 야훼의종 83) 과 인자 ( 사람의아들 ) 84) 라는개념이등 81) P. Ricoeur, MHO, 608~619. 637; O. Abel, Le Pardon, Briser la dette et l'oubli, 208~236 참조. 정의를거스르는용서는 잘못과용서 사이의불균형의문제점을낳는다. 데리다는 Le monde des débats(12 월, 1999) 에실린용서에관한글 Le siècle et le pardon ( 이글은 On Cosmopolitanism and Forgiveness 에실림, 2002, 27~59 참조 ) 에서진정한용서란용서할수없음을용서하는것이라고말한다. 82) P. Ricoeur, MHO, 115~146 참조. 83) P. 리쾨르, 악의상징, 250; 이사야 53, 10~11. 그러나그를으스러뜨리고자하신것은주님의뜻이었고, 그분께서그를병고에시달리게하셨다. 그는자신을속죄제물로내놓으면그는후선을보며오래살고그를통하여주님의뜻이이루어지리라./ 그는제고난의끝에빛을보고자기의예지로흡족해하리라. 의로운나의종은많은이들을의롭게하고그들의죄악을짊어지리라. 야훼의고난받는종에서용서가선포되는것은그가우리죄를대신하여고난을받을때이다. 이때, 용서는심리적도덕적내적변화가아니라고

30 철학논집 ( 제 49 집 ) 장한다. 야훼의종 의경우, 다른이가대신고난을받아속죄된다는내용이 용서 개념을푸는열쇠로등장한다. 죄를없애기위해자기를내어주는고난받는종의노래를들으려면새로운귀가필요하다. 이중의기능 ( 세상심판과장래의왕의기능 ) 을지닌 사람의아들 형상은신약성경의예수와연루되어있다. 85) 여기서예수라는인물을통해영광의신학이십자가의신학을거치는관점을보게한다. 복음서가선포한이 완성 의사건은그리스도교의고유한케리그마의내용을이룬다. 86) 그리하여 용서와치유 는새시대의도래라는두가지징표를갖는다. 한편, 사람의아들 에게이땅에서죄를용서할권한 ( 마르 2,10) 이있으며, 다른한편, 치유는육과별개의영적인것이아니라이땅에 새창조 가일어나, 새시대가관통되는방향에서열린다. 이런종교전통에서용서에대한실존적응답은 선물자체 가되지만, 이때선행되는현상은회개의태도이다. 87) 용서는시간적인 난받는사람 ( 개인이든집단이든 ) 과의인격적관계이다. 이인격적상호관계는은혜와수용의상호성에바탕을둔다. 인격적관계맺음은그가대신지고남에게베푸는그런 선물 임을암시한다. 84) P. 리쾨르, 악의상징, 251~252 참조. 사람의아들은첫사람 ( 아담 ) 에대한응답이지만아담과는다르다. 영지주의자들가운데아담이완전하고죄없다고생각하는데, 사람의아들은그런완전한처음사람의복귀가아니다 ; 다니 7, 13~14. 내가이렇게밤의환시속에서앞을보고있는데사람의아들같은이가하늘의구름을타고나타나연로하신분께가자그분앞으로인도되었다./ 그에게통치권과영광과나라가주어져모든민족들과나라들, 언어가다른모든사람들이그를섬기게되었다. 그의통치는영원한통치로서사라지지않고그의나라는멸망하지않는다. 85) 사람의아들이라는주제는그리스도교에서예수자신을푸는실마리이다. 마르 13, 24~27; < 사람의아들이오시는날 >, 그무렵환난에뒤이어해는어두워지고달은빛을내지않으며 / 별들은하늘에서떨어지고하늘의세력들은흔들릴것이다./ 그때에 사람의아들이 큰권능과영광을떨치며 구름을타고오는것을 사람들이볼것이다./ 그때에사람의아들은천사들을보내어, 자기가선택한이들을땅끝에서하늘끝까지사방에서모을것이다. 86) O. Cullman, Christologie du Neouveau testament, Paris, 1958, 9~16/276~287 참조. 87) 에제 18, 32: 나는누구의죽음도기뻐하지않는다. 주하느님의말이다. 그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31 이전도이후도아닌 높이 자체로서, 사랑의위대함을축하하는찬가처럼, 이미주어져거기살아머무른다면 (demeure), 회개의응답은, 극적광경으로갑자기일어나든혹은전생애를거처점진적으로일어나든, 시간안에일어난다. 따라서영원히머물러있음 ( 용서 ) 과매번도래해오는것 ( 회개 ) 사이의순환관계의역설이있다. 88) 그렇다면, 어떻게영원히살아머물러있는용서가역사조건안에서행위자와행위사이매듭풀기라는형상하에기록되는것일까? 리쾨르에의하면, 풀기행위는행동철학의노선과일치하며, 그행동의강조점은 능력있는인간 (l'homme capable) 의초상화를이루는구성적능력 ( 힘, pouvoir) 에놓인다. 이런철학적인간학은아리스토텔레스의형이상학에따라 존재 (to be) 동사의다의어안에서 현실태와가능태 (act and power) 로대변되는기초존재론의노선에가깝다. 89) 칸트의 이성의한계안에서본종교 에서악에로의 기울임 이근본적이라면, 선에의 경향 은기원적이다. 90) 리쾨르 러나너희는회개하고살아라 ; 마르 1, 15: 예수님의말씀 : 때가차서하느님의나라가가까이왔다. 회개하고복음을믿어라. 88) P. Ricoeur, MHO, 639 참조. 89) Aristote, Metaphysique E 2, 1026 a 22-1026 b 2; P. Ricoeur, MHO, 639~40. 형이상학안에서칸트에이르기까지중시되어왔던실체주의자적 (substnatialiste) 수락과달리, 현실태와가능태로서기초존재론은라이프니쯔, 스피노자, 쉘링, 베르그송, 그리고프로이트에서그흔적을추적해볼수있다 ; P. 리쾨르, 타자로서자기자신, 396 참조. 이기초존재론은종교철학이도덕의의무론적개념에융합되는지점에이르기까지, 칸트가 단순한이성의한계안에서본종교 의첫부분에있는 인간본성안에있는근본악에관하여 라는시도의마지막장 (4장) 에서볼수있다. 90) P. Ricoeur, MHO, 639 참조. 선에의경향은칸트의 도덕형이상학의기초, 제I부가여는서식안에서볼수있다. 세상안에서아무것도, 참으로세상을넘어서일지라도, 좋은의지를제외하고는질적인것없이좋다고불릴수있는것이란아무것도아마생겨날수가없다. 이런선언은의무론적도덕에로목적론적윤리의명시적병합만을나타낼뿐만아니라, 또한반대방향으로, 첫번째 ( 목적론적윤리 ) 안에두번째 ( 의무론적도덕 ) 의뿌리내리기를함축하는재인식을나타내기도한다. 이런뿌리내림은 이성의한계안에서본종

32 철학논집 ( 제 49 집 ) 에의하면, 아담신화 에서추락은마치순진무후성이후시간을개시하는원초적사건으로서이야기된다. 이야기형태는그발생에대해다시치유할수없지만역사안에서우발성 (contingence) 을보전한다. 91) 사도바오로는로마서 5장에서아담을통해, 기원신화의아담형상과종말형상들사이대칭관계를말한다. 아담이나 사람의아들 92) 이사람을가리키지만똑같은의미는아니다. 사도바오로는사람의아들이라는표현을쓰지않고 장차오실분의예형 으로둘째아담에새특징을첨가한다. 여기서 사람의아들 형상과고난받는종의형상이겹쳐지고, 한사람과인류전체의관계가비춰진다. 로마 5, 12~21에서첫아담과둘째아담의유사성만을말하고있지않다. 93) 로마 5, 15 94) 에서사도바오로는죄가많은 (multilier) 곳에은혜가넘친다 (surabonder) 는움직임에서은총의경우가죄의경우와비교도안될만큼크다는것을강조하며, 15절과 17절끝에각각 그러니하느님의은총의힘이얼마나더큽니까!(combien plus la grâce de Dieu) 라고마무리한다. 이때사도바오로의의도는하느님의개입으로인간의실패가성장과발전이되고, 잃어버린낙원의저주는시험과약이되 교 의서식에서다시확인된다. 91) P. Ricoeur, MHO, 640~1 참조. 92) 마르 13, 24~27; 마태 24, 29~31; 루카 21, 25~28. 93) 로마 5, 18: 그러므로한사람의범죄로모든사람이유죄판결을받았듯이, 한사람의의로운행위로모든사람이의롭게되어생명을받습니다. 94) 로마 5, 15: 그렇지만은사의경우는범죄의경우와다릅니다. 사실그한사람의범죄로많은사람이죽었지만, 하느님의은총과예수그리스도한사람의은혜로운선물은많은사람에게충만히내렸습니다. ; O. Culmann, Christologie du Nouveau testament, 147. 사도바오로는두가지를강조한다. 먼저둘째아담은사람의아들처럼천상의인물이요, 동시에야훼의종처럼사람들을대신해서고난받는다는점이다. 또한사도바오로는 (149) 사람의아들개념과 Ebed Yahvé 개념을합쳐유대인들이풀지못했던문제, 곧사람의아들과아담의관계문제 를풀었다. 리쾨르에의하면, 로마 5, 12; 5, 17~18 모두 한사람 의행위가모든사람의운명을바꾸었다고본다. 사실종이나사람의아들개념은모든사람또는공동체에해당하는개념이었다. 악의상징, 255, 각주 28.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33 었으며, 이구원의신비가역사를이끈다는핵심사상을엿보게한다. 95) 리쾨르의말처럼, 상징적으로처음아담은둘째아담의빛으로보아야그의미가밝혀진다. 이처럼 종말의영상들 을통해서용서의개념이더욱풍성해진다. 96) V. 종말론적지평 용서는그자체만으로성립될수없는 관계 의용어이다. 용서주체인자기 (le soi) 는도덕적능력을갖춘 ( 가능성 ) 책임질수있는행위자이다. 용서당사자의정신은주체자의태도로인간관계의전반적인여건을바라보는시선의 의미지향적관점 과관계가깊다. 그렇다면, 용서정신은 기억, 역사그리고망각 에대해무엇이라말할수있을까? 리쾨르에의하면, 이런총괄적종합담론은더이상 기억현상학, 역사인식론, 망각해석학 이말 95) P. 리쾨르, 악의상징, 256~7 참조. 리쾨르는 옛사람 ( 첫째아담 ) 에서 새사람 ( 둘째아담 ) 으로가는과정을아담이란말을빌려사도바오로는역사신학에새로운길을연다.( 사람에대한사도바오로의셋째해석 ( 필립, 2, 6-11): 그분께서는하느님의모습을지니셨지만, 하느님과같음을당연한것으로여기지않으시고 / 오히려당신자신을비우시어종의모습을취하시고사람들과같이되셨습니다. [ ] 당신자신을낮추시어죽음에이르기까지, 십자가죽음에이르기까지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하느님께서도그분을드높이올리시고모든이름위에뛰어난이름을그분께주셨습니다./ 그리하여예수님의이름앞에, 하늘과땅위와땅아래에있는자들이다무릎을끓고 / 예수그리스도는주님이시라고모두고백하며하느님아버지께영광을드리게하셨습니다. 96) P. 리쾨르, 악의상징, 257~258 참조. 아담신화에서사도바오로서신의두아담에이르기까지수많은형상 메시아-왕, 메시아-목자, 평화의왕, 야훼의종, 사람의아들 등의상징세계를거쳐간다. 용서의의미는 사람의유형 에참여하는데있다. 사도바오로의말로표현하자면, 옛사람 에서 새사람 으로가는것은각사람이처음아담과마지막아담이라는 유형 의현실에편입되는 내적변화 ( 새사람을입는다 ) 에참여하는것이다.

34 철학논집 ( 제 49 집 ) 하는담론수준이아니다. 97) 용서의종말론적관점은최종지평의예기와기획 (anticipation et projection) 98) 의차원으로향하면서, 담론양태는묘사기록의직설법이나규정명령법과는거리를둔 바램의희구법 이된다. 99) 이는 행복 이라는이름에맞갖은인간본연의염원이얽힌어떤총체적시선으로과거의 기억, 역사, 망각 을조망하며, 이때발화행위는증명의논리가아닌은총의바램을실천적삶속에심는소통의수수께끼, 곧실천적지혜에속한다. 1. 행복한기억과불행한역사의풀고맺음 행복한기억 이라는기억현상은인지겨냥에서보다희구차원의바램이나요구를구성하는 발화행위 의재현이다. 100) 이런기억작용 (opérations mnémoniques) 의유형은 현전-부재 의딜레마에서차츰베르그송의이미지소생 ( 재생 ) 이라는재인식현상으로드러난다. 101) 그래서이기억은 작은기적 처럼뜻밖에돌출하는 재인식 (reconnaissance) 102) 과같다. 행복한만남을여는이기억은신뢰성을바탕으로 사용과오용 의탐사에서얻게되는회상이다. 리쾨르에의하면, 이런기억형상은쉽게파악되기어렵지만, 결코불가능하지도않다. 이런상황은 기억 (mémoire) 과 애도 (deuil) 103) 의작업 97) P. Ricoeur, MHO, 641 참조. 98) P. 리쾨르, 예기와기획 의관점에대해, P. Ricoeur, MHO, 112~145 참조. 리쾨르는개인기억의 내재적시선 에서드러나는 아우구스티누스의역사적시간관과후설의내적시간의식 으로말한다. 99) P. Ricoeur, MHO, 642 참조 100) P. Ricoeur, MHO, 643 참조. 이런담론의기억행위는요청 (claim) 이나바램으로인지된다. 이런요청은선행성 (antériorité) 의인장을지닌 부재한것의현전 을재현으로구성하기때문이다. 101) P. Ricoeur, MHO, 554~574 참조. 102) P. Ricoeur, MHO, 644 참조. 103) P. Ricoeur, The difficulty to Forgive Maureen Junker-kenny; P. Kenny, Memory, Narrativity, Self and the Challenge to Think God, LIT, 2004, 6~16 참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35 사이를오간다. 애도작업은이별의슬픔에매료되지만, 결국평정된기억이된다. 이때, 기억의반성적순간들은바램 ( 희구 ) 의양태에서절정을이루며, 주체의속성에따라다양한모습을형성한다. 다시말해, 주체는 자기, 가까운이웃, 일반타자들 이라는삼중형상하에서용서의 맺고-푸는대화 를자기안에서취한다. 따라서기억이펼치는용서의변증법은화해의형태하에죄의식에서풀리면서풀고-맺는변증법의빛으로대치된회상을지닌다. 이회상의 자기속성 은 거리두기와자기화 과정의끊임없는중재를야기한다. 104) 그리하여타인에대한헤아릴수없는용서의미지수 (incognito) 로동의 ( 인준 ) 를푸는순간들을구성하며, 105) 이렇게 행복한기억, 평정된기억, 화해된기억 등은행복의형상들에대한회상을이룬다. 106) 리쾨르에의하면, 이처럼한계를지닌역사학에종말론적사유를적용하면, 그완성지평은애매한표현을야기하지않을수가없다. 107) 완전히채워질수는없지만역사학에서한계를지닌균열의틈을인정할때, 고증자료의문서단계에서다양한문학적글쓰기의단계에이르기까지많은종류의글쓰기가가능하다. 여기서리쾨르는 증언 으로서의역사담론의기초적 조. 104) P. Ricoeur, MHO, 645 참조. 105) P. Ricoeur, MHO, 645 참조. 그동의는 나와가까운이웃과다른모든사람들 에게기억의속성차원에서풀고맺음의변증법을추구하는 역사인식 에로다시돌아올것이다. 이렇게주체의속성노선에따라, 회상에서기억의다양한주제에로 풀고-맺는 변증법이펼쳐진다. 106) 예를들면, A. 부르똥 (André Breton) 은시편의돈호법 (l'apostrophe) 에현대적의미를부여한다.( 돈호법은시, 문장, 연설도중감정이고조되어, 보통의어세에서급변하여다른사람, 사물을부르는표현법이다 ) 부르똥은 L'Amour fou, Gallimard, Paris, 1937 에서 누가우리에게회상의기쁨을명확히하도록가르쳐줄것인가? 라고외치며시편 (4, 78) 을인용한다. 107) P. Ricoeur, MHO, 200 참조. 역사진리의기획과기억의충실성에대한겨냥사이에는늘틈 ( 간격 ) 이있다. 실증적역사학과달리, K. 포미앙은 chronosophies 라는칭호하에역사학을전개한다. K. Pomian, L'histoire des structures, La Nouvelle Histoire, Paris, 1978, 528~53 참조.

36 철학논집 ( 제 49 집 ) 행위의중요성을언급한다. 역사와기억사이의간격에서, ~ 때문에 라는접속사의적용이 설명과이해 의시련을거친다. 108) 기억술은과거재현을여는운반수단이며, 과거구성의변증적보유자이기에역사는이기억을폐기할수가없다. 기억은 더이상아니 (ne plus) 와 이미있었음 (ayant-été) 사이의관계보유자로머무른다. 109) 유태인의대학살 (Shoah) 과 20세기의중범죄적사건들이 재현의한계 를지닌체사라졌지만, 그상처자국들은사람들의마음과육체에새겨져있다. 110) 리쾨르는이런나약한역사인식을통해서나마 기억술의재현력 (représentance) 과독자들의 비판적독해 를이끌어낸다. 111) 각성된시민독자의경우, 용서의정신 으로쓰여진역사에서기억현상에나타난가치의등가성을통해부재의역사가지닌죽음의의미를읽어낼것이다. 리쾨르는전역사적활동작용을장례예식 (sépulture) 의행위로간주하기도한다. 문서화된장례행위는역사차원에서 기억과애도 의작업을넓힌다. 이애도작업은과거를현제에서분리하여미래에위치시키며, 기억작업은과거를재구축하는재생으로야기될수도있다. 112) 108) P. Ricoeur, MHO, 647 참조. 설명과이해 사이의연결은미결정상황에서사회적행동주체들이실시한결정능력의연속성을계속보유하며, 기억에의존하는자기이해의연속성을보유한다. 그러면서역사인식은집단적기억자체의자료들을초과하는의미구축에유리한이점을준다. 역사는기억보다더지속적자료들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 109) P. Ricoeur, MHO, 648 참조. 110) P. Ricoeur, MHO, 648 참조. 사건들은사건발생에항거하며항거의이름으로언급되고, 이야기되고, 이해되기를요구한다. 이런항거는입증을배양하며신념의일부가된다. 111) P. Ricoeur, MHO, 648 참조. 기억술은유일한역사적상대물이며, 인정의보증은없지만, 재현력 (représentance) 의개념을갖는다. 재현력의개념이불안정해도 (précaire), 역사가가작업장에서행한수정작업과다시쓰기의작업만이실제일어난사건들을재구축하는추정의공적이될수있다. 기억과역사, 즉충실성과진리사이의경쟁은인식론적으로해결될수가없고, 시간의흐름에따라, 토론의장이바뀌며, 역사를읽는독자의장은교육받은시민에로넘겨진다. 역사와기억사이의평형을결정하는것은역사텍스트의수신자의몫이다.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37 2. 용서와망각 리쾨르는인간적시간 ( 기억과역사 ) 의전체기획에서 행복한결말 에대해언급하기보다, 오히려망각차원에서드러난 소멸과보전의망각 사이에얽힌심층차원을주시한다. 사면이라는망각제도는기억오용과대칭되는망각오용의힘 (force) 으로망각의간계를내포한다. 고대아테네정치적사면에서볼수있듯이, 시민사회내에서복수의확산을막는방편으로생겨난폭력거부라는전략법령은 악을상기하지말라 는요구로보복의내전을막았다. 그결과정치단체는자체내의갈등을외면한체, 현실의안정을찾는다. 따라서정치적산문은복수가그치는곳에서, 영원한증오와잊기쉬운기억 사이에깃든역사적고통을감수한다. 타협정치는 망각할수없는 (non-oubli) 기억 을침묵하게하는정신적모순이숨겨있다. 113) 리쾨르는소멸된망각과보존된망각을평형으로놓으면서, 행복한기억의지평 하에이를새롭게문제시한다. 용서가확대되는비극상황에관련이있다면, 망각은지속적상실에대한애도 (deuil) 와더관련을갖는다. 114) 용서관점에서망각과기억사이비대칭이불가역적 (irréductible) 이라면, 망각이소멸과보존사이나누어지기때문 112) P. Ricoeur, MHO, 649 참조. 죽음의마스크뒤에, 옛적에실존했고, 행동하고, 고통받고, 그리고약속체결을미완성으로남긴자들의얼굴을노출하는것, 이것이역사인식의깊이감춰진원의일것이다. 이원의의성취는더이상역사를쓰는자들이아니라, 역사를만드는자들의손에달렸다. 113) P. Ricoeur, MHO, 651 참조. 정치가가비-망각 (non-oubli) 의망각에근거하고있음 을시는알고있다. 이런고뇌를아이스킬로스는 (Eschyles) 는 Euménides 에서 악의탐욕 (Euménides, v. 976) 이라외치며, 고뇌가담긴 비-망각 (non-oubli) 의힘을시화 ( 詩話 ) 한다. 114) P. Ricoeur, MHO, 653 참조. 여기환기된세가지형상들은상실형상들이다. 영원한상실은비극적행위에서용서의미지수 (incognito) 에합당한지혜의격언 ( 준칙 ) 이된다. 타협의탐색은자질구레한일일수도있지만, 또한토론윤리의불일치 (dissensus) 의영접일수도있다. 한편, 잘못으로부터푸는것, 다른한편, 영원히해결할수없는빚진자로매이는것이다. 빚에서사람들은망자들의빚과묘소가된역사를다시발견하게된다.

38 철학논집 ( 제 49 집 ) 이다. 115) 이불가역의애매한망각에용서의은밀한표시가쌓일수있다. 여기서 파괴와구축의공동원천 이있다. 116) 부정적으로회복할수없는것에사변의무기력한기록이있다면, 긍정적으로망각장벽이기각되는곳에기억의작은행복이심겨질수있다. 이런추적을통해리쾨르가관심을갖는기억술은역사의기초가되는인간학적구조인데, 이는하이데거와키에르케고르의사유에의거한것이다. 즉, 인간의망각노선은지속적염려의경향하에기억을이중화한다. 기억은 능력 (capacité) 과 가능성 (pouvoir) 으로서의 마음씀 ( 염려 ) 의형상 이다. 이마음씀이라는기억을통해인간은과거에가까이접근해간다. 세계-내 -존재라는현존재에서망각의형태를찾는다면, 이는 평정심 ( 초연, l'insouciance) 혹은 걱정하지않음 ( 무사태평, l'insouci) 이다. 망각기법 (ars olivionis) 은시간마멸에대해마음씀이라는기억에서구별된영역을구성할수는없다. 결국기억작업은행복한기억의희구법 (optatif) 하에배열된다. 117) 기억작업과애도작업 에관련된기록만을할뿐, 전체작업이될수는없다. 복음사가가 들에핀백합과하늘의새 를생각하라는권고는하늘나라 ( 온전한존재 ) 에신뢰를둔 배려 로키르케고르가명시하듯, 백합이나새들이라는스승들로부터은연중우리존재의어떤점을배우게된다. 118) 우리자신들의존재에대해염려하기보다, 먼저하늘나라와그의를구하는데열중할때, 더욱맡겨진일에전념할수있다. 염려의기억지평에서염려를넘어서는기억이되며, 최종적으로용서의헤아릴길없는미지수 (incognito) 의기호하에, 아가서의지혜의말씀 (Dit) 의메아리가울릴수도있을것이다. 115) P. Ricoeur, MHO, 654 참조. 116) P. Ricoeur, MHO, 654 참조. 존재의이커다란연출법에대해, 결론적으로말하자면, 우리에게가능한종합평가란없다. 따라서마치행복한기억을꿈꿀수있는것처럼행복한망각을가질수는없다. 117) P. Ricoeur, MHO, 655 참조. 118) S. 키르케고르, 들에핀백합과하늘의새들이우리에게가르쳐준것, 다양한관점에서세운담론 ; Discours édifiants à divers points de vue, 1847, trans. P.-H. Tisseau et E.-M.Jacquet-Tissequ, Paris, 1966, 157 참조.

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39 VI. 결론 한때 용서 라는개념은종교의전유물로만여겨인간의책임소재와는무관한영역으로간주되기도했다. 그러나 20세기의대전쟁과갈등이펼친무서운살상 ( 인륜을거스르는전범이나종족말살의중범죄 ) 을경험한후, 이런세계현황들을방관적태도로만넘길수없다는책임론이부상했다. 600만의유태인학살이라는이천인공노할사건의책임을누가져야하는가? H. 요나스는아우슈비츠참상이후더이상전능하고자비한하느님의개념을생각할수가없다고실토하면서, 하늘에희망을걸기보다인간문제에스스로책임져야한다는자성의책임론을부르짖었다. 119) H. 아렌트는분열 복수 파괴로치닫는지구를지키는시급한과제앞에, 진정한사회변화를가능케하는인간행위란 새롭게시작하는탄생의기적 이며, 120) 이때 용서 는바로인간능력의하나라고외친다. 그러나 J. 데리다와 V. 쟌켈레비치는정치권력의남용으로 사면 을펴는처사에대해뉘우침도청함도없는용서란혼란만야기한다고논란의불씨를터트렸다. 121) 다른각도에서, D. 슈라이버는 용서 는망각이아니라기억에서출발하며, 가해자들의처벌을포기하라고요구하지않으나, 적어도복수의포기를요구하며, 진정한용서는증오가낳은분열을적극적으로치유하여인간관계의갱신을목표로한다고주장한다. 122) 리쾨르도같은맥락에서 인정의길 123) 을제시 119) H. 요나스, 책임의원칙 : 기술시대의생채학적윤리, 이진우옮김, 서광사, 1994; Der Gottesbegriff nach Auschwitz. Eine Jüdische Stimme, Frankfurt a/m., 1987, 13 참조. 120) H. 아렌트, 인간의조건, 57/234~312 참조. 121) J. Derrida, On Cpsmopolitanism and Forgiveness, London/New York, 2002, Forgiveness, 27~59; V.Jankélévitch, L'imprescriptible, Pardonner? Dans l'homme et la dignité, Seuil, Paris, 1986, 47~63 참조. 122) W. 도널드 / 슈라이버 2세, 적을위한윤리, 사죄와용서의정치윤리, 서광선 장윤재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1, 25~29 참조. 123) 리쾨르는그의생애가장마지막에쓴책 인정의길 (The Course of Recognition, trns., David Pellauer, Cambridge, 2005에서 3장으로나누어 1. 인

40 철학논집 ( 제 49 집 ) 하며 정체성논란 의심각성을들추어내며, 내재속의초월 의인간성숙을주창한다. 그러면서도그는 기억, 역사, 망각 의마지막페이지를 미완성 (Inachèvement) 이라는말로끝맺는다. 그는용서를역사의화관혹은목적론적화해라말하지않고, 희망의종말론 (eskhaton) 으로바라본다. 용서란일상적조건 (condition ordinaire) 가운데있으며, 세상안에서우리가할일이다. 이미완성의종말론은마지막심판이아니라, 사라지는망각과달리보전의망각이행복의기적으로소생하는생명의선물처럼, 새롭게발견하고의미있게영접할수있는희망의바램이다. 이제끝으로리쾨르가말한 용서의의미 를어떻게치유로가는철학상담 ( 상담자와내담자사이의대화 ) 에적용할수있을까를다음 4가지의가능성을통해제시할수있을것이다. 첫째, 리쾨르에게인간은뭔가할수있는능력있는인간 (l'homme capable), 다시말해자기세계를창조할수있는주체적인간이다. 그래서자신의시공간속에서변화의주인공으로타인과관계를맺을수있는인간이다. 둘째, 진리화해 위원회가보여준적용의예에서처럼억울해서용서할수없다는내담자에게, 상담자는 이해하고복수하지않는다 는차원에서용서가치유로가는길임을이해하게하는시도이다. 셋째, 한나아렌트의 용서와약속 을적용해볼수있다. 용서는풀어주고약속은맺어주는행위로, 두능력의힘 ( 잠재성 ) 을 행위의연속 하에시간제약에순응하며책임있게응답하는변증과정을열수있다. 넷째, 아브라함의전통에서회개의응답은갑자기한번일어나든, 혹은전생애를통해점진적으로일어나든결국시간안에서일어난다. 기억의회상에서자기의속성은 거리두기와자기화 과정의끊임없는중재들을야기한다. 여기서중요한문제는자기가자기내면에갇히지않고 자기존재의욕망과실존의노력 으로 내재속의초월 이라는인간성숙의길을가게한다는데있다. 간의정체성 (Recognition as Identification), 2. 자기인정 (Recognizing Oneself), 3. 상호인정 (Mutual Recognition) 이라는어려운관문을통과하며 내재속에초월 의길을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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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쾨르를통해서본 용서 43 <Abstract> Meaning of the Forgiveness according to Paul Ricoeur Jang Kyung (Sogang Univ.) Forgiveness proposes a question distinct from the question motivating to the representation of the past on the plane of memory, history, and forgetting. The trajectory of forgiveness has its origin in the disproportion between the poles of fault and forgiveness: below, the avowal of fault; above, the hymn to forgiveness. The first brings to the language an experience of the same order as those givens of experience and as those boundary situations, upon which reflective thinking is grafted. Here, agents bind themselves to their action and recognize themselves as accountable. The second can be heard in the sapiential poetry that celebrates love and joy. This voice says that there is forgiveness. Ricoeur takes note of a remarkable relation which places the request for forgiveness and the offering of forgiveness on a plane of equality and reciprocity, as if there existed a relation of exchange between these two speech acts. The exploration of this track is encouraged by the kinship found in numerous languages between forgiving and giving. In the thesis of Ricoeur, a significant asymmetry exists between being able to forgive and being able to promise. Thus, at the heart of selfhood and at the core of imputability, the paradox of forgiveness is laid bare by the dialectic of repentance in the Abrahamic tradition. There remains the attempt to recapitulate the entire course traveled in Memory, History, Forgetting in light of the spirit of forgiveness, with the eschatological projection, formulated in the optative mood. Key words: Memory, History, Forgetting, Forgiveness, Ipse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