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Ⅱ 가짜뉴스가지배하는세상 여론시장위기와표현의자유 가짜뉴스의대응방안및쟁점 정세훈 고려대학교미디어학부교수 서울대학교언론정보학과졸업 Annenberg School for Communication, University of Pennsylvania 석 박사 미국 Texas 대학교 MD Anderson Cancer Center 교환교수 Journal of Communication,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한국언론학보외게재 최근가짜뉴스가심각한사회적이슈로대두되고있지만아직가짜뉴스에대한명확한정의는분명하지않다. 이는어쩌면가짜뉴스가 과거로부터계속존재해왔던현상이고, 풍자 루머 오보등여러유사개 념들과혼용되어사용되었기때문일것이다. 가짜뉴스는크게내용적측면과형식적측면으로나누어접근할수있 다. 우선, 내용적측면에서가짜뉴스는사실과다른정보를전달한다는점 에서일종의오정보 (misinformation) 이다. 하지만모든잘못된정보를가짜 뉴스라고볼수는없다. 예를들어언론사에서는간혹잘못된정보를그대 로보도하는오보를내지만오보를가짜뉴스라고부르기는어렵다. 오보에 는일부러거짓정보를유통시키고자하는의도가담겨있지는않기때문 이다. 반면가짜뉴스에는다른사람을기만하고자하는의도가존재한다. 형식적측면에서가짜뉴스는실제뉴스와유사한뉴스의구조와양식을 갖추고있다. 약간의컴퓨터지식만있으면누구나쉽게뉴스의틀을복제 해서개인웹사이트를언론사처럼보이게꾸미는것이가능해졌다. 가짜뉴 76 관훈저널 봄호
스를보면기자의바이라인이나언론사제호등을삽입해겉모습만으로는진위여부를구별하기어렵게만들어놓았다. 이러한가짜뉴스대응책으로제시되는방안에는크게법적규제, 자율규제, 팩트체크그리고미디어리터러시교육등이있다. 법적규제 법적규제는가장짧은시간내에가시적인효과를기대할수있는방법일수있다. 실제로탄핵정국과조기대선을거치면서가짜뉴스의문제점에제기되자정부와정치권을중심으로정보통신망법 공직선거법 언론중재법등기존법체계안에서가짜뉴스를금지또는처벌할수있는방안을검토중이며, 가짜뉴스금지법 의발의도이루어지고있다. 하지만가짜뉴스에대한정의와범위에대한기준조차제대로정립되지않은상황에서함부로법적규제를논할경우논란의소지가있을뿐만아니라의도하지않은부작용이발생할수도있다. 특히정부개입은콘텐츠검열로받아들여질우려가있기때문에대단히신중하게접근할필요가있다. 실제가짜뉴스강제규제의첫사례로꼽히는독일의경우에도법적용의대상이혐오발언등과같은특정상황에초점을맞추고있기때문에가짜뉴스전반에대해적용하기에는어려움이따를뿐아니라독일내에서도반대의목소리가작지않다. 따라서법적규제이외의여러가지방안에대한고민이필요하다. 인터넷사업자들의자율규제 법적규제의대안으로제시되는것은인터넷서비스사업자를중심으로 하는자율규제이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이책임감을가지고가짜뉴스 에적극적으로대응해야한다는의견이적지않은데, 인터넷서비스사업자 가짜뉴스의대응방안및쟁점 77
들의대응방식은구체적으로세가지로나누어볼수있다. 첫째는가짜뉴스생산으로인한경제적이익을제한하는것이다. 앞서언급한바와같이가짜뉴스의큰목적중하나는이윤창출이다. 다량의트래픽을유도할수있는선정적인기사를통해광고료를얻는것이가짜뉴스의주된수익구조다. 따라서광고수익을제한함으로써가짜뉴스를줄일수있다는논리다. 실제로구글은 2016년 11월부터거짓콘텐츠를제공하는사이트는구글애드센스 (AdSense) 에서제외하는방침을내놓았다. 애드센스는온라인광고를원하는광고주와온라인광고매체보유자를연결해주는서비스로성인물 폭력물등유해사이트에대한광고게재를규제해왔다. 이에더해서 오도하는콘텐츠 (misrepresentative contents) 를금지목록에추가하여가짜뉴스를유포하는사이트에광고가게재되지못하게하고있다. 둘째는알고리즘개선이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은이용자의관심사항과성향에따라이들에게잘맞는정보를선별적으로제공한다. 이런알고리즘을통해이용자들은개인의성향에따라필터된정보만을접하게됨으로써자신의기존신념에대한확신이점점강해지는필터버블 (filter bubble) 에갇히는문제가발생하기도한다. 하지만거꾸로알고리즘을적절하게조정할경우가짜뉴스같은거짓정보가정보망으로들어오는것을막을수도있다. 페이스북은 2017년 1월가짜뉴스를뉴스피드노출순위에서낮추는것을핵심으로하는가짜뉴스대응방안을발표했다. 구글도검색결과에가짜뉴스가나타나지않도록검색순위결정알고리즘을수정하고있다. 이런조정과정을통해신뢰도가높은정보는상위검색결과로, 신뢰도가낮은정보는하위로내려보낼뿐만아니라사용자가부정확한검색결과를발견하면쉽게신고할수있도록서비스를제공한다. 마지막은제3자 (third-party) 전문가들과의협력을통한, 보다검증된정보의제공이다. 페이스북은언론사와협업하여페이스북저널리즘프로젝트 (Facebook Journalism Project) 를통해가짜뉴스에대응하고있다. 이프로젝트 78 관훈저널 봄호
는언론인교육, 뉴스상품공동개발, 일반인을위한교육등세가지사업을중심으로이루어진다. 가짜뉴스뿐만아니라언론의신뢰도를높이고, 높은수준의콘텐츠공급을도우며궁극적으로는뉴스이용자들의뉴스선별능력을높여주는것이이프로젝트의목표다. 이와함께페이스북은뉴스검증기관포인터 (Poynter) 를통해논란의여지가있는뉴스일경우 논쟁중 (disputed) 표시를달아뉴스피드노출빈도를낮추고있다. 이처럼 논쟁중 인기사는공유할수있지만공유전에해당기사의정확성에의심이간다는경고문을띄운다. 구글도프랑스대선당시르몽드 리베라시옹 AFP 등주요언론과협력하여가짜뉴스를걸러내는크로스체크프로젝트를진행한바있다. 팩트체크 (fact check) 법적규제와자율규제외에도팩트체크를통한대응방안을고려할수있다. 팩트체크는가짜뉴스로인해새롭게생긴개념은아니고본래정치인이나유명인사의발언의옳고그름을따져보는저널리즘의한종류다. 뉴스이용자에게정보의사실여부를확인해줌으로써이용자스스로정보의가치를판단하게끔도와준다. 처음팩트체크라는단어가등장한건 1988년미국대선이며, 1992년치러진선거에서는처음으로후보의정치적주장에대한사실확인을시도했다. CNN 기자브룩스잭슨은정치광고를검증하는 애드워치 (AD Watch) 와정치인의발언을검증하는 팩트체크 (Factcheck) 코너를시작했는데, 이것이지금의팩트체크의시초라할수있다. 또한 2003년펜실베이니아대애넌버그공공정책센터의 팩트체크닷오알지 (Factcheck.org) 가개설되어언론사로부터독립된팩트체크기관이출범하였고, 2011년워싱턴포스트 (Washington Post) 는 팩트체커 (The Fact Checker) 라는칼럼을연재하는등다양한팩트체크매체가등장하기시작했다. 최근몇년간팩트체크는급격한성장세를보이고있는데듀크대 가짜뉴스의대응방안및쟁점 79
Reporters Lab은전세계의팩트체크사이트와조직이 134개에달한다고보고했다. 우리나라의경우, 대통령탄핵과조기대선을거치며팩트체크에대한관심이증가했다. 대선기간동안팩트체크를한매체는모두 28개였고, JTBC와 SBS는대선이후에도고정적인코너를통해다양한분야의이슈들에대해사실여부를검증하고있다. 언론사가아닌외부기관으로는서울대언론정보연구소가 23개언론사와협력하여운영하는 SNU팩트체크 가서비스를시작했다. 팩트체크가가짜뉴스대응책으로주목받는이유는저널리즘의근본적인기능과관련이깊기때문이다. 팩트체크는뉴스의사실성을판정해주는심판자의역할뿐만아니라이러한사실검증을위해더많은정보를모으고확인하는것은물론, 이를위해스스로중립성까지확보해야하는윤리적인의무를부여한다. 미디어리터러시 (media literacy) 교육 앞서언급한법적규제및자율규제등은뉴스생산과정에대한대응전략인반면, 미디어리터러시교육은뉴스소비과정에대한대응전략이라고할수있다. 미디어리터러시의초기개념은미디어에접근하고내용을이해하는능력에초점을맞추었으나근래에는미디어콘텐츠의메시지를분석하고평가하여비판적으로받아들일수있는능력으로그개념이달라지고있다. 특히온라인과소셜미디어의발달로기존에는미디어만할수있던정보생산을보통사람들도쉽게할수있게된요즘에는책임있는미디어이용과올바른시민으로서의의식과감수성을위해필수적인능력이라고할수있다. 일찍부터미디어리터러시의필요성을인식한서구사회에서는미디어교육이비교적활성화되어있다. 특히가짜뉴스이슈가부상하며가짜뉴스 80 관훈저널 봄호
에중심을둔미디어교육정책과프로그램도다양하게생기고있다. 예를들어프랑스는학생들을대상으로 학교에서의언론과미디어주간 (Semaine de la presse et des médias dans l'école) 행사를매년진행하는데 2017년에는 정보는어디서오는가? 라는주제로가짜뉴스에적극적으로대응할수있는시민교육에힘을모았다. 또한프랑스국립미디어센터는 대선과팩트체크, 미디어집중현상, 정보출처, 정보와광고의구분, 정보, 선전, 음모론의구분 등의주제로교육자료를배포하기도했다. 미국은가짜뉴스가사회적이슈로떠오르자미디어리터러시교육을정규교육과정으로편성하려는움직임을보이고있다. 워싱턴주는온라인에서가짜정보를구별하지못하는사람이증가하는건민주주의에위협이될수있다고판단하고디지털시민의식, 미디어리터러시, 인터넷안전교육을강화하는법안을통과시켰다. 교육과정에대한조사가예정되어있고, 성공사례는모아서온라인상에서공유할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도뉴스리터러시교육을도입하고미디어리터러시교육을정규교과에편성하는방안을검토중이다. 이러한교육적접근은올바른정보분별력을키워서최소한가짜뉴스를구별할수있는능력이있는사람으로키워내려는노력의일환이다. 하지만미디어리터러시교육은주로학생들을대상으로하기때문에일반시민전체가그혜택을받기는쉽지않다. 다수의일반인을대상으로효과적인교육프로그램을진행하는건매우어려운일이기때문에언론등관련기관은간단한교육자료나가짜뉴스대응매뉴얼등을배포함으로써가짜뉴스문제해결에일정부분기여하기도한다. 각대응방안의장단점 법적규제및자율규제처럼뉴스생산과정에개입하는것은여러문제 가수반될수있다. 법적규제의경우, 가짜뉴스에대한명확한판단이이루 가짜뉴스의대응방안및쟁점 81
어지지않은상황에서가짜뉴스로규정된뉴스에강제적이고징벌적인방식으로대응할경우여러가지논란을야기할수있다. 또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자율규제는법적규제보다완화된방법으로, 시장의자정 ( 自淨 ) 기능에바탕을두고접근한다는점에서긍정적이다. 또한자동화기술을통해이루어지는것이기때문에즉각적대응이가능하고인간의개입을최소화함으로써논란을줄일수있다는장점이있다. 하지만이것역시규제의일종이라는점은마찬가지이고충분히검증되지않았기때문에향후어떤부작용이발생할지쉽게예측할수없다. 팩트체크도뉴스의참과거짓을알려줌으로써양질의정보를판단할수있는대안을제시한다. 하지만팩트체크는이미유통되고있는가짜뉴스를검증하는사후대처방안이다. 팩트체크는특정뉴스에구체적으로대응한다는점에서는매우효과적일수있다. 하지만가짜뉴스전수를대상으로팩트체크를시행하는것은불가능하고, 이미퍼져버린가짜뉴스에대해서는이로인해잘못된인식을바로잡는것은불가능한일이다. 따라서팩트체크의효과와는별개로미디어교육을통해뉴스를식별하는능력을기르는게중요하다. 이런관점에서가짜뉴스를비판적으로판단하는미디어리터러시능력을배양하는것이중요하다. 하지만미디어리터러시교육의경우실시하는데많은비용과시간이든다는문제가있다. 따라서앞서언급한법적규제, 자율규제, 팩트체크그리고미디어리터러시교육각각장단점이있다는점을고려하여통합적인접근이필요할것이다. 82 관훈저널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