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지역연구조직화및후진양성모델 - 동남아연구의사례 23 한국의지역연구조직화및후진양성모델 - 동남아연구의사례 전제성 4) 한국의지역연구는 1990년대이후활발하게전개되어왔지만 제3세계 나 특수지역 이라고불리는지역의연구는조직화, 연구축적, 연구자육성의측면에서여전히미진하다는평가를받고있다. 그래서제3세계지역연구자들은국가적차원의각별한관심과지원을한목소리로촉구해왔다. 그럼에도불구하고크게달라진바는없다. 따라서주어진상황에서지역연구자들스스로자구적전략을고안하고집단적으로실천할필요성을간과해서는안될것이다. 이런문제의식에입각하여필자는한국의동남아연구를사례로지역연구자들의집단적노력을연구자조직화, 연구성과, 후진양성전략이라는세가지측면에서소개, 검토하고자한다. 5) 4) 이글은학술대회 <2009 인문한국 (HK) 해외지역연구라틴아메리카지역연구소공동학술대회 : 라틴아메리카지역연구어떻게할것인가 > (2009 년 3 월 27 일서울대학교인문대학신양인문학술정보관 (4 동 ) 국제회의실 ) 에서발표한것이다. 5) 이발표문은다음에열거한필자들의연구에기초한것이다. 전제성. 한국의동남아연구동향과과제 : 제 3 세대 연구자선언을기대하며, 동아연구 50, 2006; 전제성ㆍ이재현. 한국의동남아학교육과정과지역연구자육성모델연구, 동남아시아연구 18(2), 2008; 이성형ㆍ전제성. 한국정치학계의제 3 세계지역연구 : 동남아시아와라틴아메리카를중심으로. 한국의학술연구 : 정치학ㆍ사회학. 대한민국학술원. 2008. 웹진트랜스라틴 http://translatin.snu.ac 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 (SNUILAS)
24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한국에서동남아지역연구의조직화 한국에서동남아연구가본격적으로출현한시기는 1980년대였다. 이후 3단계혹은 3세대에걸치는발전과정을보여주었다. 이를도식하면다음페이지의 [ 표 1] 과같다. 지역연구자라면이표를보고전반적인경향의변화를쉽게파악할수있을것이다. 우선한국에서동남아연구는동남아전공자들에의한연구와장기현지조사를필수요건으로삼는지역연구방식이주류를형성하는발전과정을걸어왔다. 미국에서는정치학계에서지역연구방법에대한비판이제기되면서심각한논쟁이있었지만, 한국에서는그러한논쟁없이기존세대가새로운세대를지지후원하는순조로운발전과정을거쳤다. [ 표 1] 한국의동남아연구 세대삼분구도 세대구분 1 세대 2 세대 3 세대 주도시기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연구자비전공자동남아전공자연구방법개관연구비교연구및사례연구지역연구 ( 장기현지조사 ) 연구분야 연구기관 경제및국제관계 부재 국내정치, 사회, 문화, 역사분야추가 연성조직 ( 한국동남아학회 / 동남아지역연구회 ) 경성조직 ( 사단법인한국동남아연구소 ) 또한한국의동남아연구는연구자집단의초대학적조직화에심혈을기울이는발전특성을보여주었다. 동남아연구의제2세대들은 1991년에제1세대와연대하여 < 한국동남아학회 > 를설립하였고, 1992년에독자적으로코커스형연구조직 < 동남아지역연구회 > 를창설하였다. 두조직은초대학적인연구조직으로서 1990년대한국동남아연구의 허브 역할을하였지만네트워크형 연성연
한국의지역연구조직화및후진양성모델 - 동남아연구의사례 25 대 (soft solidarity) 조직이었다. 2004년에는제3세대가제2세대와연대하여기존의 < 동남아지역연구회 > 를 경성연대 (hard solidarity) 조직인 < 사단법인한국동남아연구소 > 로재편하기에이른다. 이조직이경성인이유는독립적인연구실과체계적인재정관리시스템을갖춘공익법인조직이기때문이다. 요컨대한국동남아연구의조직화는연성조직인한국동남아학회와경성조직인한국동남아연구소라는상보적인 양날개 구조로발전하였다. 이렇게한국동남아연구자들이연구자조직화에노력을투여한이유는연구자가소수였고, 극소수의대학을제외한나머지대학에서동남아관련학과가부재하고따라서초대학적협력만이교육과연구의합리적인방안으로간주되었으며, 학제적인연구와역내국가간비교연구를수행할필요를강하게느꼈기때문이었다. 소수라는단점때문에전국적연대가가능하였으며, 동남아의내적복잡성 -사소하지않은국가별차이- 때문에연구자들사이에서로배우려는기풍이자연스럽게조성될수있었다. 동남아연구의축적과확장 한국에서동남아연구의축적은전반적향상가도에있다. 단행본의수가 1980년대 2권에불과했지만, 1990년대에최소한 7권, 2000년대에는 21권이나출판되었다. [ 표 2] 에서보듯이학회지에게재된논문의수도증대일로에있으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등동남아 5대국가에대한연구는꾸준하게산출되고있다. 2000년대에는한국동남아연구자들의연구결과가외국의출판사나학술지를통하여출판되는경우가늘고있다는점도아울러성과로언급할만하다.
26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 표 2] 학회지게재논문의연구대상국가 1992~1995 1996~2000 2001~2005 2006~2007 계 베트남 8(30%) 11(22%) 16(20%) 5(21%) 40(22%) 태국 3(11%) 10(20%) 18(22%) 3(13%) 34(19%) 인도네시아 5(19%) 10(20%) 12(15%) 5(21%) 32(18%) 필리핀 7(26%) 8(16%) 10(13%) 3(13%) 28(16%) 말레이시아 1(4%) 4(8%) 14(18%) 4(17%) 23(13%) 싱가포르 2(7%) 2(4%) 5(10%) 1(4%) 10(5%) 미얀마 0(0%) 2(4%) 3(4%) 1(4%) 6(3%) 캄보디아 1(4%) 1(2%) 1(1%) 2(4%) 5(3%) 라오스 0 1(2%) 0 0 1(.5%) 브루나이 0 0 0 0 0 동티모르 0 0 0 0 0 계 27(100%) 49(100%) 79(100%) 24(100%) 179(100%) 출처 : 동남아시아연구 1권 ~17권 2호. * 비교연구는사례국가에각 1건씩기록하고일반연구는배제. 연구자의구성도다양해져서동남아연구와조직화를선도했던정치학자들뿐만아니라인류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 어문학전공학자들이함께공동연구를진행하게되었고, 특히인류학자들의경우 2000년대동남아연구의새로운중심으로부상하고있다. 연구의주제도연구참여학문분과의확장과새로운상황의전개로인해다양해져서민주화와정치리더십, 선거와정당, 경제성장과위기, 아세안 (ASEAN) 과동아시아지역협력에관한공동연구가수행되고결과물이출판되었으며현재서강대동아연구소가인문한국 (HK) 의지원을받아동남아지역의형성에관한역사적이고문화적인연구를추진하고있다. 이러한연구발전은동남아연구자들이개인적인노력뿐만아니라연구의조직화에집단적으로노력한결과이기도하다.
한국의지역연구조직화및후진양성모델 - 동남아연구의사례 27 동남아학계의후속세대육성모델 한국의동남아학계는후속세대의육성을위해지난 10여년간각별히노력하였고그전략모형은 [ 표 3] 으로도식할수있다. 지역전문가의형성을관심촉발, 심화학습, 현지조사단계로나눠보았을때, 동남아학계의육성모델은심화학습과현지조사단계의대학원생들에대한지원에집중되었으며, 심화학습단계의지원은한국동남아연구소의프로그램으로, 현지조사단계의지원은한국동남아학회의프로그램으로실현되었다. [ 표 3] 지역전문가육성단계와동남아학계의지원프로그램 형성단계 동남아학계의육성모델 관심촉발단계 ( 체험, 언어 ) 심화학습단계 ( 독회, 연수 ) 현지조사단계 ( 조사, 발표 ) - 학부생학습그룹조직및장학금지원 ( 서강대동아연구소 ) - 교양강좌개설 ( 서강대동아연구소 ) 및전공강좌개설운동 - 현지어학습운동 ( 서강대, 전북대, 인하대 ) - 초대학적대학원생독회조직후원 ( 한국동남아연구소, 지난 15 년간 ) - 대학원생현지단기연수지원프로그램 ( 한국동남아연구소, 지난 3 년간 ) - 석박사과정생논문작성현지조사지원 ( 한국동남아학회, 지난 11 년간 ) - 학술대회와학회지개방 ( 한국동남아학회, 지난 4 년간 ) 한국동남아연구소는 1994년부터초대학적으로대학원생들을준회원 ( 이전명칭은연구회원 ) 으로모집하고대학원생들의자율적독회를지속적으로후원해왔다. 준회원제도와대학원생독회프로그램은적지않은수의대학원생들을동남아연구자의길로유도한성공적인프로그램이다. 지난 14년간이프로그램은 8명의동남아연구박사를배출하였으며, 현재 31명의국내외대학원생
28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이준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이프로그램의장점은우선대학별로각기산개된대학원생들이한데모인다는데서연유한다. 대학원생들은대학과학문분과를초월하여만나고정보를교환하고책을함께읽으면서다른학문분과의이론과지식도채득하고주전공이아닌나라에대한이해도넓히면서동남아교육의분절성을극복하게된다. 더구나동남아강좌가없거나희소한학교에소속된대학원생들에게이런모임이아주절실하다. 이프로그램의또다른장점은학생과선생의만남이다. 준회원들은연구소에가입하고활동에참여함으로써다양한전공의정회원들 ( 현재 44명의박사 ) 과접하게되고이러한만남이학업에관하여선배들의조언을받을수있는기반이된다. 이러한모임은대학원생들이차후에지역전문가로성장하였을때공동연구및활동에필요한 사회적자본 을형성하게해준다. 준회원모임은선출된대표가자율적으로운영하지만연구소가모임에필요한최소한의경비를보조하고각종프로젝트의연구보조원으로준회원을채용함으로써후원하고있다. 최근에연구소는동남아현지학자들의교육네트워크 (SEASREP: Southeast Asian Studies Exchange Program) 와공동으로추진하는단기현지연수프로그램 (Advanced Seminar) 을개발하여준회원들을지원하고있다. 여름방학중일주일간동남아의한나라로가서오전에는저명한현지학자들의특강을듣고오후에는명소를방문하는프로그램인데매년선발된 7~8명의대학원생들에게별도의경비부담없이참여할수있는기회를제공하고있다. 해마다나라가바뀌기때문에몇년간연속으로참여하는학생들은동남아의여러국가에관한입문지식을상당한정도로확보할수있을것으로기대된다. 한편한국동남아학회도설립당시부터후속세대를중시하여학
한국의지역연구조직화및후진양성모델 - 동남아연구의사례 29 회지게재와학술대회발표에있어서박사과정생들의참여를허용하였으며최근에는석사과정생까지참여할수있게배려하고있다. 다른무엇보다도한국동남아학회의결정적인후속세대육성프로그램은대학원생현지조사지원제도이다. 학회는석박사과정생현지조사지원프로그램을통하여해마다 5~6명의석사과정및박사과정학생들에게논문작성을목적으로하는동남아현지조사에대한비용을지원하고있다. 학생들은현지조사계획을포함한학위논문계획서를제출하고학회에서위촉한심사위원들이지원대상자를선발한다. 석사과정생은 3개월이상현지체류를조건으로미화 3천불, 박사과정생은 6개월이상현지체류를조건으로 6천불을지원받고, 유일한의무는학위논문을완성하여제출하는것뿐이다. 지역연구의결정적관문인현지조사에대한후원사업은한-아세안학술교류프로그램의일환으로서한국외교통상부의중개를통하고아세안사무국 (ASEAN Secretariat) 의심사와승인을거쳐사용할수있는한-아세안교류기금덕분에가동되고있다. 따라서외교부와아세안을넘나드는복잡한절차를충족시키는학회관계자들의노고와인내없이는지속되기어려운프로그램이다. 대학원생현지조사지원프로그램은김영삼정부에의해서도추진되었었지만 1997년외환위기와정권교체로중단되었다. 정부의지원프로그램은교육부가서울대학교지역종합연구소에운영을맡겨서추진되었고, 해마다 2억씩투자하여 20명내외의박사과정생을세계각지로현지조사를보내던야심찬기획이었지만, 외환보유를중시하는분위기로인해중단된이후지역연구관련학회들이단체로교육부에청원까지했음에도불구하고복원되지않았다. 당시교육부는지역연구관련단체들의청원에대하여한국학술진흥재단의신진연구인력지원프로그램을활용하라는답변
30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을주었는데, 이프로그램은국내에서박사과정을수료한학생이학위논문을작성하는과정에서필요한연구비를 1년간지원받는프로그램이었다. 현지조사가의무사항은아니었지만지역연구를지망하는학생들은 ( 필자의경우처럼 ) 연구비를현지조사비로사용할수있었다. 그런데이프로그램마저도 2007년에중단되고말았다. 그래서한국동남아학회현지조사지원사업이국내유일의프로그램으로남게된것이다. 이프로그램은유일할뿐만아니라두가지점에서과거의교육부프로그램과구별되는독창적인프로그램이다. 우선이프로그램은박사과정생뿐만아니라석사과정생도지원하는 조기교육 프로그램이고, 또지원금감소와영주권자우대정책으로인해갈수록소외되는한국인유학생들까지도지원하는 국제 프로그램이라는점이다. 몇가지과제 동남아연구와관련된과제들을모두이야기할수는없다. 여기서는지금까지언급한현황과직접적으로연관되는문제에관해서만언급하고자한다. 우선연구자조직화와관련된과제이다. 한국의동남아연구는초대학적조직화를추진축으로삼아왔다. 그렇지만경성조직의단계에이르면서양질의연구수행뿐만아니라조직자체를유지하기위한노동의일상적인투여를요하게되었다. 공동의이익을산출하기위한노동의배분은연구자간갈등을낳을소지를지닌문제이고, 이런 공공재의딜레마 를어떻게지혜롭게해결할것인지가지속적인과제로맴돌고있다. 연구의축적과확장과관련된문제들은첫째, 연구성과의출판이증대하였지만대중적인관심을끌만한쉬운책들의발간은
한국의지역연구조직화및후진양성모델 - 동남아연구의사례 31 [ 표 4] 주요대학교의학부및대학원의동남아교과목개설현황 구분국립대사립대 학교명 정치경제역사문화언어문학학부대학원학부대학원학부대학원 계 강원대 1 1 1 3 경북대 1 1 경상대 1 1 2 목포대 1 1 부산대 1 1 2 서울대 3 2 1 6 창원대 1 1 전북대 1 1 소계 3 3 6 4 1 17 경희대 1 1 고려대 2 2 동국대 1 1 대구가대 1 1 동아대 1 1 상명대 1 1 서강대 1 1 2 성신여대 1 1 2 숙명여대 1 1 아세아연합대 1 1 아주대 1 1 연세대 3 2 5 인하대 1 1 2 조선대 1 2 우송대 3 2 24 27 청운대 4 9 32 45 영산대 13 6 41 60 부산외대 8 1 23 1 97 130 한국외대 10 8 23 5 91 10 147 소계 45 5 44 6 194 10 302 계 55 16 73 10 286 10 449
32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희소하다는것, 둘째, 연구의사례가확장되었다고는하지만 5대국을제외한소국들에대한연구가희박하거나부재하다는것, 셋째, 사례연구가주종이고개관적비교연구는더러있지만체계적인비교연구는부족하다는것, 넷째, 어문학연구자들이공동연구에참여하는경우가날로희박해지고있다는것을문제로지적할만하다. 후진양성과관련해서는동남아학과확산같은대학내적기반확충이지체되는구조적한계를지적하지않을수없다. 동남아학계의후진육성모델은후속연구자들을꾸준히탄생시킨성공적인프로그램이었지만대학원중심의육성전략이었다. [ 표 4] 에잘나타나있듯이국내대학에개설된동남아강좌의희소성, 분절성, 편중성으로인하여동남아가학술적연구대상이될수있다는동기부여가조기에이루어지고있지못하다. 따라서동남아학계는동남아연구를지망하는학생이부족한한계를극복하지못하고있다. 최근에서강대동아연구소가동남아연구로인문한국 (HK) 사업지원을받게되면서그간집단적노력을투여하지못했던학부생 - 특히역사학과사회과학전공생 - 대상의지원프로그램이개발되고실현될수있을지귀추가주목되고있다. 전제성 - 전북대정치외교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