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남의통속의뇌논증에대한비판 * 박제철 ** 본논문에서필자는퍼트남의 통속의뇌논증 이잘못된논증임을보이고자한다. 핵심은실제세계, 표상세계, 우리의믿음체계, 이셋의구분이다. 퍼트남은표상세계에대해얻어낸결론을실제세계에적용시키는오류를범하고있다. 그러한오류로인해퍼트남은회의주의를극복했다고잘못생각하고있다는것이본논문의최종결론이다. * 이논문을읽고논평을해주신이병덕선생님께감사드린다. 이병덕선생님의논평덕분에논문의부족한부분들이많이보완되었다. 그리고그부족한부분들은가장핵심적인것들이었다. ** 서울시립대학교 (University of Seoul), 의사소통센터 103
철학탐구 1. 서론 본논문의목적은퍼트남의 통속의뇌논증 이잘못된논증임을보이는것이다. 분석은세단계로진행된다. 첫째,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은필연적으로거짓일수있지만, 이문장을포함하고있는전체스토리는일관적일수있다. 둘째, 통속의뇌가설 은전지적시점과 1인칭시점모두를포함하고있다. 퍼트남이전체가설을설명하기시작할때, 그는전지적시점을취한다. 그다음, 그는곧바로 1인칭시점을취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필연적으로거짓이라고주장한다. 그런데퍼트남은부당하게도다시전지적시점을확보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표상세계에서뿐만아니라, 실제세계에서도필연적으로거짓이라고주장한다. 이렇게퍼트남은시점을전환해, 표상세계에대해확인된사실을부당하게도실제세계에적용시키고있다. 셋째,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은표상세계에대해필연적으로거짓인지는확인할수있지만, 실제세계에대해서도필연적으로거짓인지는증명되지않는다. 우리가전지적시점을취하면, 우리는알수있을뿐이다. 우리가통속의뇌인지, 아닌지를. 우리가 1인칭시점만을취한다면, 우리는우리가통속의뇌인지, 아닌지를알수없을뿐이다. 어떤경우든, 우리가실제세계에서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지않는다. 퍼트남의의도와는다르게말이다. 따라서퍼트남의 통속의뇌논증 은잘못된논증이다. 그리고퍼트남이 통속의뇌논증 을제시한이유가회의주의를극복하기위한것이니만큼, 회의주의는여전히살아있다. 104
1) 통속의뇌가설눈을뜨고무언가를바라보면, 우리정신에는어떤상이생긴다. 탁자가있고, 저멀리나무가있다. 우리는우리정신에나타나는그러한상이우리밖의세계를반영한다고믿는다. 일군의철학자들은이에반대한다. 그들은우리정신에그려진상과우리밖의세계가완전히다른모습일수있다고주장한다. 적어도데카르트까지거슬러올라가는이러한철학적입장을회의주의라고부른다. 회의주의의핵심아이디어는다음과같은두개의개념을통해정식화될수있다 : 1) 실제적외부세계 2) 표상적외부세계. 우선표상적외부세계 ( 줄여서 표상세계 ) 는우리정신에나타나고있는세계이다. 내앞에는탁자가있고, 저멀리에나무가있다. 이러한대상들로이루어져있는세계가표상적외부세계이다. 회의주의는표상적외부세계뿐만아니라실제적외부세계 ( 줄여서 실제세계 ) 도상정한다. 실제적외부세계는우리에게드러나는모습과는완전히다른그러한세계이다. 예를들어우리는실제로는통속의뇌이며, 그뇌와연결된슈퍼컴퓨터가제공하는전기자극을통해, 탁자와나무를보고있다고믿는지도모른다는것이다. 실제로는통속의뇌이지만, 나는나에게주어지는전기자극을통해, 탁자와나무를보고있다는믿음을갖게되는것이다. 이렇게서로다른모습을갖는두세계, 즉실제적외부세계와표상적외부세계를상정함으로써, 회의주의는자신들의입장을정당화한다. 당신이표상적외부세계를벗어나실제적외부세계로갈수있다면, 그렇다면당신은당신의실제적모습을확인할수있다. 그러나당신은당신의표상세계에갇혀있는존재이므로, 당신의실제적모습을확인할수없다. 당신은 1인칭의존재이다. 전지적시점을갖지못하는한, 당신은당신의실제모습을확인할수없다. 우리의표상세계와실제세계는서로다를수있다고주장하는철학적입장, 이러한입장을회의주의라고한다. 105
철학탐구 실제적외부세계와표상적외부세계를구분함으로써정식화되는이러한회의주의적아이디어는적어도데카르트까지거슬러올라가며, 영화매트릭스도이러한아이디어에기대그스토리전개가이루어지고있다. 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도이러한아이디어를그대로보여주고있다. 퍼트남은자신의저서 이성, 진리, 역사 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두뇌하나가아니라모든인간 ( 또는아마도모든감각기능을가진생물 ) 이통속에들어있는두뇌 (< 감각 > 이라는최소한의신경조직만가진생물의경우에는신경조직 ) 라고상상할수도있다. 물론그사악한과학자는통밖에있어야할것이다. 아니면꼭그렇게밖에있어야할것인가? 아마도사악한과학자란존재하지도않고 ( 좀무리한이야기이지만 ) 우주는온통두뇌와신경조직으로가득찬통만을만들어내는자동기계로구성되어있는지도모른다. 이번에는그자동기계가우리로하여금서로연관성없이각각분리되어있는환각들이아니라하나의집단적인환각을일으키도록만들어져있다고상상해보자. 그리하여내가당신에게말하고있는것처럼내스스로에게보일때, 당신에게는당신이나의말을듣고있는것처럼보인다. 물론이때나의말이당신의귀까지실지로다다르는것은아니다. 왜냐하면당신에게는실지로귀가없고나에게는입과혀가없기때문이다. 내가말을내뱉을때정말로일어나는일은나의두뇌에서발생한전기자극이컴퓨터로나가서나는나자신의음성을 < 듣고 > 내혀의움직임을 < 느끼게 > 하고당신은내말을 < 듣고 > 내가말하는것을 < 보게 > 함이다. 이경우어떤의미로서는당신과나는실지로의사소통을한다고할수있다. 당신이정말존재한다는나의생각은틀릴수없다. ( 이때당신의존재란두뇌와상관없이 < 외부세계 > 에있는당신육체의존재를말한다.) 어떤관점에서보면 < 전세계 > 가하나의집단적인환각이라할지라도하등의문제가아닐수있다. 왜냐하면말하고듣는기계적과정이우리가평소생각하는바와는다를지라도내가당신에게무엇을이야기할때결국당신은정말로나의말을듣고있다고할수있기때문이다. 1) 106
이것은전형적인회의주의의입장이다. 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에는실제적세계와표상적세계가동시에설정되어있다. 실제적세계에서의나는사실통속의뇌이다. 그러나컴퓨터가내게전달해주는전기신호덕에나는표상적세계에놓여입과혀를가지고다른사람과대화를한다. 이지점에서한가지중요한점을짚고넘어가야할것같다. 표상적세계, 그리고실제적세계, 이두세계를구분할때, 우리는자칫표상적세계가우리의믿음체계라고잘못생각할수있다. 본논문을읽고논평을해주신이병덕선생님은다음과같이지적했다. 우선, 퍼트남은두세계즉 표상적외부세계 와 실제적외부세계 를구분하지않습니다. 그가구분하는것은우리의믿음체계 ( 또는표상체계 ) 와실제세계입니다. 믿음체계내에서 p 를참인것으로받아들이는것은 p 를믿는것이고, p 를거짓인것으로받아들이는것은 p 를믿지않는것입니다. 따라서믿음체계내의믿음 p 가참인지여부는믿음체계내에서결정되는것이아니라, p 가실제세계에성립하는지여부에의해결정되는것입니다. 이점에서주목할점은, 우리가통속의뇌이든아니면정상적인간이든회의론논증에서우리의현상세계 ( 또는주관적관점에서의우리의믿음체계 ) 는동일한것으로가정된다는사실입니다. 따라서믿음의참, 거짓은현상세계차원에서말할수있는것이아닙니다. 다시말해, 어떤믿음 p 가참이라고말하는것은 p 가실제세계에관해참이라는말하는것입니다. 따라서이른바 두세계 의구분을토대로한박박사의비판은퍼트남의논증에대한적절한비판이될수없습니다. 나는이주장이문제있다고생각한다. 예를들어나는실제로는통속의뇌이다. 즉, 실제세계에서나는통속의뇌이다. 그러나나는실제세계에인지적으로접근할수없기때문에나의실제모습에대해모른다. 이제전기자극을통해나에게표상세계가주어진다. 탁자가있고, 1) 퍼트남, 김효명역, 이성, 진리, 역사, 민음사 (2002), 27-28 쪽. 107
철학탐구 저멀리나무가있다. 이것이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이말해주는바이다. 즉, 퍼트남은 실제세계, 표상세계 라는단어는사용하지않지만, 그가의미하는바는바로실제세계에서의통속의뇌, 그리고표상세계에서의우리들이다. 이제, 이러한표상세계내에서나는일련의믿음체계를형성한다. 특히, 나는세월호가국정원과긴밀히연관되어있다고믿는다. 이러한믿음은표상세계의모습이어떠한가에따라참일수도있고거짓일수도있다. 이믿음이참이되는조건은여럿일수있다. 증거가나타날수도, 일관적정황이나타날수도, 국정원쪽에서비일관적인진술들이나올수도있다. 어떤방식이든, 이믿음의참, 거짓은표상세계가돌아가는모습에의해결정된다. 이믿음은실제세계와관련해참, 또는거짓이되는것이아니다. 이믿음은표상세계의모습이어떠한지와관련해참또는거짓이되는것이다. 그리고이믿음은표상세계그자체와는다른것이다. 표상세계, 그리고우리의믿음체계, 이둘은구분되어야한다. 예를들어, 이병덕선생님과나는같은표상세계내에있다. 물론관점에따른차이는있다. 예를들어내앞의탁자는, 나에게는직사각형의모양을가진대상으로주어지지만, 저옆에있는이병덕선생님에게는마름모의모양을가진대상으로주어질수있다. 이렇게관점에따라달라보이기는하지만, 이탁자와관련해그어떤모순도없다. 한편, 이병덕선생님과나는서로모순되는믿음을가질수있다. 하나가참이라면, 다른하나는반드시거짓이되는그러한믿음. 이렇게모순없는표상세계, 그리고모순이가능한믿음체계들, 이둘은구분되어야한다. 나는이세차원의구분, 즉실제세계, 표상세계, 믿음체계, 이세차원의구분이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에동시에설정되어있다고생각한다. 이병덕선생님이그렇지않다고생각하지만, 나는그렇다고생각한다. 물론이병덕선생님의해석이옳을수도있다. 즉, 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에는실제세계와표상세계 (= 믿음체계 ), 이둘만설정되어 108
있을수도있다. 그렇다면, 이제퍼트남에대한이병덕선생님의해석은옳은것으로서오류의책임을벗게된다. 그러나그경우오류의책임은퍼트남에게돌아가게된다 ( 실제로나는오류의책임이퍼트남에게있다고생각한다. 이에대해서는 4장에서자세히논의될것이다 ). 통속의뇌가설 은한마디로퍼트남식 회의주의 이다. 따라서만약이가설이논파된다면, 회의주의도논파된다. 퍼트남은 통속이뇌가설 이논파된다고주장한다. 그는다음과같이말한다. 이제매우어리석고도자명한것같아보이지만 ( 적어도이론적으로무장된몇몇철학자들의눈에는 ) 정말깊이있는철학적문제로보다직접적으로인도할질문하나를제기하겠다. 지금까지한이야기가전부사실이라고가정해보라. 정말우리가통속에들어있는두뇌라고한다면그와같은사실을우리가말하거나생각할수있을것인가? 이질문에대한나의대답은 < 아니오 > 이다. 사실나는우리가정말로통속에있는두뇌에불과하다는가정이물리적법칙에위배되지않고우리가경험해온모든것과전혀모순되지는않더라도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이라고주장하고자한다. 왜그것이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이냐하면그것은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기때문이다. 2) 퍼트남은 통속의뇌가설 이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이라고주장한다. 만약퍼트남의주장이옳다면, 즉 통속의뇌가설 이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임이밝혀진다면, 회의주의 도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이된다. 그런데퍼트남의주장은뭔가이상해보인다. 내가영화매트릭스를보았을때, 나는그영화가굉장히그럴듯하다고생각했다. 그리고과학자들사이에서는다음과같은가능성, 즉우리의표상적세계는미래우리후손들의과학적장난의결과일수있다는가능성이논의되고있다. 이러한가능성에대해나는전혀문제를느끼지못하고있다 2) 퍼트남, 이성, 진리, 역사, 28-29쪽. 109
철학탐구 ( 이점은 2장에서자세히논의될것이다 ). 그런데왜퍼트남은 통속의뇌가설 이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이라고주장하는가? 퍼트남주장의핵심은 통속의뇌가설 이 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 이라는것이다. 이제 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 이무엇인지확인하는것이관건이다. 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 이라는것이정말로불가능한가정이라면, 그리고 통속의뇌가설 이정말로 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 이라면, 통속의뇌가설 은폐기되어야할것이다. 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 에대해퍼트남은다음과같이주장한다. 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함은그것이참이면또한거짓도함축되어있는가정을말한다. 예컨대모든일반적진술은거짓이다라는명제를생각해보자. 이명제자체가일반적인진술이다. 따라서그것이참이라면또한거짓이아닐수없다. 그러므로그명제는거짓이라는결론이나온다. 때로는어떤명제가거짓을함축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내심으로생각되거나밖으로언표될경우에도 < 스스로를논파한다 > 고불린다. 예를들어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는명제가나 ( 어떤 < 나 > 라도좋다 ) 에의하여생각되었다면스스로를논파하는격이된다. 그리하여 ( 데카르트 R. Descartes 가이미말하였다시피 ) 어느누구라도자신의존재에대하여생각할수있는한, 자신이존재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내가지금밝히고자하는바는우리가통속에들어있는두뇌라는문제의그가정이바로위에서말한그러한성질을가진가정이라는점이다. 3) 여기서퍼트남은 통속의뇌가설 이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고주장한다. 그리고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의한예로서,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를들고있다. 내가나의존재에대해의심할경우, 그러한의심도나의존재를전제하고있으므로,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는스스로를논 3) 퍼트남, 이성, 진리, 역사, 29-30 쪽. 110
파하는것이다.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가스스로를논파하는주장인만큼, 그만큼 통속의뇌가설 도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는것이퍼트남의주장이다. 왜 통속의뇌가설 이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인가? 퍼트남은다음과같이말한다. 동일한논법에의하여 < 통 > 이라는말은통속영어로이미지속의통또는그와관련된어떤것 ( 전기충격이나프로그램상의어떤특징 ) 을지시하지실재의통을지시하는것이아님은분명하다. 왜냐하면통속영어로 < 통 > 이라고하는것은실재의통과아무런인과관계도가지지않기때문이다. ( 두뇌들이들어앉을, 적어도한개의특수한통은있어야할것이니이러한의미에서는실재의통과일종의관계를맺고있다고할수있다. 그러한통, 즉두뇌가들어앉을통이만약없다면통속의두뇌들은 < 통 > 이라는말을사용할수없을것이기때문이다. 그러나이와같은관계는통속영어로된모든말의사용과그하나의특수통사이의관계이지 < 통 > 이라는개별적인말의사용과실재통과의관계는아니다.) 마찬가지로 < 영양액 > 도이미지속의액또는그와관련된어떤것을지시할뿐이다. 따라서문제의 < 가능세계 > 가정말현실세계로되어우리가실지로통속의두뇌라한다면 < 우리가통속의두뇌 > 라는말로의미하는바는우리가이미지속의통에들어있는두뇌라는것일것이다. 그러나우리가이미지속의통에든두뇌가아니라는점도우리는통속의두뇌라는가정의일부를차지한다. ( 다시말하여우리가지금 < 환각을일으키고 > 있는것이우리는통속의두뇌라는사실은아니다.) 따라서우리가만일통속의두뇌라한다면 < 우리는통속의두뇌이다 > 라는문장은거짓이다. 따라서그문장은 ( 필연적으로 ) 거짓이다. 4) 통속의뇌가설 이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는퍼트남주장의핵심을이루는것은다음과같은사실이다. 만약우리가통속의뇌라면, < 우리는통속의두뇌이다 > 라는문장은필연적으로거짓이다. 왜냐하면, 4) 퍼트남, 이성, 진리, 역사, 40-41쪽. 111
철학탐구 우리가통속의뇌라면, 우리가 < 우리는통속의두뇌이다 > 라는문장을생각하거나발화할때, 우리는 < 통 > 이라는단어로이미지상의통을, < 두뇌 > 라는단어로이미지상의두뇌만을지칭할수있지, 실제의통과두뇌를지칭함에있어실패함으로써, < 우리는통속의두뇌이다 > 라는문장이필연적으로거짓이되기때문이다. 지금까지의퍼트남논증을정리하면다음과같다. < 우리는통속의두뇌이다 > 라는문장은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며따라서필연적으로거짓인문장이다. 따라서 통속의뇌가설 역시스스로를논파하는가설이다. 그리고 통속의뇌가설 은퍼트남식 회의주의 이므로, 통속의뇌가설 이논파된다면 회의주의 도논파된다. 2) 전체스토리와자기반박적문장퍼트남의논증은두가지서로다른시점을포함하고있다. 통속의뇌가설 전체는전지적시점 ( 사악한과학자의시점 ) 과 1인칭시점을동시에포함한다. 전지적시점으로보았을때, 그가설에는통속에든뇌가있고, 그뇌에컴퓨터가연결되어있다. 이것이실제적외부세계이다. 이제컴퓨터가뇌에전기자극을줄때, 1인칭시점이형성된다. 그 1인칭시점을가진우리들은무언가를보고듣고, 서로대화한다. 이것이표상적외부세계이다. 퍼트남의논증은전지적시점을전제하며, 그러한전지적시점하에서우리는통속의뇌들이다. 퍼트남의논증은 1인칭시점도전제하며, 그러한 1인칭시점하에서우리는사지멀쩡한사람들이다. 그리고우리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고발화하면우리는스스로를논파하는주장을하는것이다. 이제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는퍼트남의주장과관련해다음과같은스토리를상상해보자. 우리는통속의뇌이다. 사악한과학자가컴퓨터로우리에게표상적외부세계를제공하고있다. 우리는그세계에 112
갇혀서, 우리의실제모습을알지못한채, 서로대화하고어떤행동을한다. 그표상적외부세계에서어떤사람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을발화한다. 예를들어, 어떤사람이다음과같이말한다.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이러한스토리를상상해보고, 이제어떤결론이주어지는지살펴보자. 우선전체스토리와그스토리의한요소를이루는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을살펴보자. 퍼트남의말처럼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은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으로보인다. 그러나이전체스토리는어떠한가? 위에서말한전체스토리가스스로를논파하는것으로보이는가?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라고해서, 위에서말한전체스토리가스스로를논파하는것인가? 그렇지않아보인다. 만약위의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기때문에전체스토리도스스로논파되는것이라면, 퍼트남의저작 이성, 진리, 역사 도스스로를논파하는책이된다. 왜냐하면, 그책에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의예로제시되기때문이다. 그책에이문장이쓰여있다. 물론전체스토리에서누군가가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고발화하면, 그는스스로를논파하는주장을하고있는것이다. 그러나전체스토리의일부를차지하는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라고해서, 전체스토리가스스로를논파하는것은아니며, 반드시그럴필요도없다. 이제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을살펴보자. 전체스토리는전지적시점과 1인칭시점, 이두시점을포함하고있다. 1인칭시점에갇혀있는우리는, 만약우리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을발화하면, 필연적으로거짓발언을하는것이다. 그러나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 그래서필연적으로거짓인그러한발언이라는사실로부터 통속의뇌가설 전체가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고할수없다.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을포함하는그어떤스토리도스스로논파되지않는것처럼,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 113
철학탐구 문장을포함하고있는그어떤스토리도그자체만으로는스스로논파되지않는다. 스스로논파되는것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발화이지, 퍼트남이제기한 통속의뇌가설 전체는아닌것이다. 영화매트릭스를보면서, < 말도안돼!> 라고하지않고, < 아! 저럴수도있겠구나 > 하는우리의느낌은어디서기인하는가? 이점이퍼트남의오류이다. 퍼트남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라는사실로부터출발해 ( 이것은인정할수있는주장이다 ), 통속의뇌가설 전체가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고결론내린다. 5) 그러나이러한결론은잘못된것이다.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라는사실로부터 통속의뇌가설 전체가스스로를논파하는가정이라는사실이따라나오지않는다.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라는문장을포함하는퍼트남의저작이스스로를논파하는책이아닌것처럼말이다. 결론적으로 통속의뇌가설 은일관적이다. 오직문제가되는것은 통속의뇌가설 전체가아닌,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일뿐이다. 이부분에서퍼트남은오류를범하고있다. 6) 퍼트남의주장과는달리, 통속의뇌가설 전체가문제를일으키는것은아니다. 영화매트릭스가스스로논파되는스토리가아닌것처럼말이다. 그런데퍼트남은 통속의뇌가설 을일종의회의주의로설정한다음, 이가설전체가논파된다면회의주의도논파된다고보고있다. 그러나이가설전체가논파되는것이아니므로, 회의주의역시논파되지않는다고해야한다. 퍼트남의의도와는달리말이다. 여기서오직문 5) 내가지금밝히고자하는바는우리가통속에들어있는두뇌라는문제의그가정이바로위에서말한그러한성질 [ 스스로를논파하는성질 ] 을가진가정이라는점이다.( 퍼트남, 이성, 진리, 역사, 30 쪽.) 6) 사실나는우리가정말로통속에있는두뇌에불과하다는가정이물리적법칙에위배되지않고우리가경험해온모든것과전혀모순되지는않더라도절대참이될수없는가정이라고주장하고자한다. ( 퍼트남, 이성, 진리, 역사, 29 쪽.) 114
제가되는것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일뿐이다. 통속의뇌가설 전체는일관적이다. 이가설이일관적이므로회의주의도일관적이다. 여기까지는문제가없어보인다. 따라서이제부터는 통속의뇌가설 전체는온전한것으로놓아두고, 오직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만을대상으로분석을진행하자. 이문장은정당하게주장될수있는가? 이문장의참, 거짓과관련해, 다음과같은세가지가능성이있다. 첫번째가능성은회의주의자들의입장이다. 그들에따르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은참이다 ( 사실회의론자들은이렇게주장하지않는다. 그들은다음과같이주장한다. 이문장은참일수있다. 이것이퍼트남, 그리고회의주의자, 이둘의차이이다. 회의주의자들은우리가통속의뇌일수있다고주장한다. 반면, 퍼트남은이렇게완곡하게주장하지않는다. 그는, 필연적으로, 우리는통속의뇌가아니라고주장한다 ). 두번째가능성은나의입장인데, 이입장에따르면, (1) 우리가전지적시점을취할수있다면, 이문장이참인지, 거짓인지판단가능하지만, (2) 우리가 1인칭시점만을취할수있다면, 우리는이문장이참인지, 거짓인지알수없다. 세번째가능성은퍼트남의입장이다. 이입장에따르면, 이문장은필연적으로거짓이다. 따라서다음과같은문장은 ( 필연적으로 ) 참이다 : < 우리는통속의뇌가아니다 >. 본논문의최종결론과관련해, 이지점에서다음과같은이병덕선생님의논평을살펴보는것이도움이될것같다. 물론어떤사람이 < 나는존재하지않는다 > 고말할수있습니다. 그러나이점은전혀논란거리가아닙니다. 문제는그사람이이문장을정당하게주장할수있는지여부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의론자도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고말할수있습니다. 이점도논란거리가아닙니다. 문제는회의론자가이회의론가설을정당하게주장할수있는지여부입니다. 퍼트남이주장하고자하는바는, 회의론자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라는회의적가설을정당하게주장할 115
철학탐구 수없다는것입니다. 이것은입증책임의문제이다. 본논문에서나는 < 우리는통속의뇌 이다 > 라는문장이참이라고주장하지않는다. 만약어떤회의주의자가 이문장을발화한다면, 그에게입증책임이돌아갈것이고, 그는그입증 에실패할것임을나는확신한다. 따라서첫번째가능성은배제된다. 한 편, 퍼트남이이문장에대해그것이필연적으로거짓이라주장한다면, 그리고다음장에서자세히살펴볼것이지만, 이문장이표상세계에대 해서뿐만아니라실제세계에대해서도필연적으로거짓이라고주장한다 면, 입증책임은퍼트남에게주어진다. 그리고역시다음장에서자세히 살펴볼것이지만, 입증의책임을다함에있어퍼트남은실패하게된다. 따라서세번째가능성도배제된다. 즉, 우리가실제세계에서통속의뇌 일수없다는퍼트남의주장은절대정당화될수없다. 결론은간단하다. 나는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실제세계에대해참이라고도, 거짓이라고주장하지도않는다. 그냥알수없다는것이나의주장이다. 이제이문제에대해좀더분석적으로살펴보자. 3) 시점의이동퍼트남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라는사실로부터, 이문장이포함되어있는전체스토리도스스로를논파하는것이라는잘못된결론을내렸다. 여기에서퍼트남은오류를범하고있다. 그런데, 전체스토리가논파되는것은아니라하더라도, 만약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스스로를논파하는문장이라면, 그래서필연적으로거짓인문장이라면, 우리는통속의뇌가아닌것아닌가? 이제이문제를살펴보도록하자. 여기에복잡한사정들이포함되어있다. 퍼트남이 통속의뇌가설 에대해설명하는동안, 그는본인에게세번의시점이동을허용하고있다. 첫째, 통속의뇌가설 의출발점에서 116
그는전지적시점을가진다. 그는실제세계와표상세계모두를관찰하며그가설을설명하고있다. 이러한시점하에서, 우리는알수있다. 우리가통속의뇌인지, 아닌지. 여기까지는전혀문제가없다. 그다음, 이가설이스스로를논파하는가설임을주장할때, 퍼트남은오직 1인칭시점만을허용한다. 이러한시점하에서우리는우리가실제로통속의뇌인지아닌지알수없다. 그리고이러한시점하에서확실한것은, 표상세계에서우리는통속의뇌가아니라는것이다. 여기까지도아무런문제가없다. 그러나퍼트남은여기서멈추지않는다. 그는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자기반박적이라는사실에주목해, 다시시점을전환한다. 우선그는 1인칭시점하에서, 표상세계에대해어떤사실을확인한다. 즉우리가표상세계에서통속의뇌가아니라는것. 그런데그는이러한사실로부터, 다시전지적시점을취해, 우리가실제세계에서도통속의뇌가아니라고결론짓는다. 이것은따져봐야할문제이다. 표상세계에대해확인된사실 ( 우리는통속의뇌가아님 ) 을실제세계에도적용할수있는가의문제. 퍼트남은우리가 1인칭시점에고정된존재라는사실에근거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필연적으로거짓인문장이라고주장하며, 그런의미에서우리는 ( 실제세계에서 ) 통속의뇌가아니라고주장한다. 여기서다음과같은이병덕선생님의논평을소개하는것이필요해보인다. 이병덕선생님은다음과같이논평했다. 박박사에따르면, 퍼트남은우리가 1 인칭시점에고정된존재라는사실에근거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필연적으로거짓이라고주장합니다. 그러나이것은전혀사실이아닙니다. 퍼트넘의논증은거칠게표현하면다음과같습니다. 우리가통속의뇌가아니라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회의론자의주장은참이아니다. 반면우리가통속의뇌라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회의론자의주장은지칭의인과적제약조건때 117
철학탐구 문에그가의도하는바의명제를표현하지못한다. 따라서정당하게주장할수없다. 지칭의인과적제약조건에따르면, 한용어는한대상을그용어와그대상사이에적절한인과적연결이있는한에서만지칭할수있습니다. 따라서우리가실제로통속의뇌라면, 우리의용어 통속의뇌 는통속의뇌를지칭하지못합니다. 왜냐하면양자사이에적절한인과적연결이없기때문입니다. 요컨대퍼트넘논증의핵심은지칭의인과적제약조건에있지, 우리가 1 인칭시점에고정된존재라는데있지않습니다. 다시말해, 지칭의인과적제약조건에근거한퍼트남의논증은 전지적시점을허용했다가, 거부했다가, 다시허용했다가를반복 하는그런논증이결코아닙니다. 이주장에서의핵심은지칭의인과적제약조건, 그리고우리가 1인칭시점에고정된존재라는것, 이둘은서로다르다는것이다. 그러나나는이렇게묻고싶다. 우리가 1인칭시점에고정되지않는다면, 그래서우리가전지적시점을갖게된다면, 지칭의인과적제약문제가발생할까? 만약우리가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에서의사악한과학자라면, 그래서전지적시점을가진다면, 내가 통 이라는단어로통을, 뇌 라는단어로뇌를지칭함에있어어떤문제가발생하는가? 특히우리가 1인칭시점에고정되어있다는것은지칭실패의필요, 충분조건이다. 다음의조건문들이보여주듯이말이다. (1) -1 인칭시점고정 - 지칭실패. (2) 1 인칭시점고정 지칭실패. 이렇게퍼트남은우리가 1인칭시점에고정된존재라는사실에근거해,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필연적으로거짓인문장이라고주장한다. 그러나 1인칭시점만을허용한다해도, 우리가우리의실제모습이어떠한지알수없을뿐이지, 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 118
는것은아니다. 알수없다는것이그렇지않음을함축하는것은아니다. 마찬가지로전지적시점을허용해도같은결론이나온다. 이경우우리는우리가통속의뇌인지아닌지알수있을뿐이지, 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는것은아니다. 전지적시점을허용해도, 혹은오직 1인칭시점만을허용해도, 그어떤경우라도, 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지는않는다. 전지적시점을허용하면, 우리가통속의뇌인지, 아닌지알수있을뿐이며, 1인칭시점만을허용하면, 우리가통속의뇌인지, 아닌지알수없을뿐이다. 그어떤시점을허용한다하더라도, 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는경우는없다. 그런데왜퍼트남은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었다고생각할까? 이에대해나는다음과같이생각한다. 그이유는, 퍼트남이잘못된분석을가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러한잘못된분석이란다음과같은것이다 : 퍼트남은시점을이동시키면서, 표상세계에대해확인된사실을, 그대로실제세계에도적용시키고있다는것.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필연적으로거짓이라고할때, 우리는다음과같은두가지가능성을모두고려해야한다 : 1) 이문장은표상세계에대해필연적으로거짓이다 2) 이문장은실제세계에대해필연적으로거짓이다. 퍼트남은시점을이동시키면서, 표상세계에대해확인된사실, 즉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이표상세계에서필연적으로거짓이라는사실로부터, 부당하게도위의문장이실제세계에대해서도필연적으로거짓이라는잘못된결론을도출하고있다. 이제이문제를살펴보도록하자. 4) 두세계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가필연적으로거짓인문장이라고해보자. 따라서이문장의부정이참이다. 즉필연적으로, 우리는통속의뇌가 119
철학탐구 아니다. 이것이퍼트남이증명하고자한것이다. 그런데퍼트남의논증에서정말로증명되는것이무엇인지를살펴보아야한다. 두가지가능성이있다. 첫째, 우리는표상세계에서통속의뇌가아니라는것. 둘째, 우리는실제세계에서통속의뇌가아니라는것. 이둘중어떤것이증명되었는가? 퍼트남이설정해놓은 통속의뇌가설 을살펴보자. 이가설에는두세계, 두시점이설정되어있다. 하나는실제세계로서, 전지적시점을취해야만이세계를관찰할수있다. 다른하나는표상세계로서, 이세계의거주자들은 1인칭관점만을취할수있다. 이제표상적세계의거주자인우리들은만약우리가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고발화하면, 우리는스스로를논파하는주장을하고있는셈이된다. 왜냐하면, 우리는표상적세계에갇혀있는존재로서, 우리는통속의뇌가아니기때문이다. 따라서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가필연적으로거짓이라면, 그것은표상적세계에대해그러한것임은분명하다. 그런데실제적세계에대해서는어떠한가? 실제세계에대해서도 < 우리는통속의뇌이다 > 라는문장은필연적으로거짓인가? 전혀그렇지않다. 왜냐하면우리가 1인칭시점만을취한다면, 우리는우리가실제세계에서어떤모습을가지고있는지알수없을뿐이며, 우리가전지적시점을가질수있다면, 우리는우리의실제모습을알수있을뿐이기때문이다. 실제세계에서우리는정말통속의뇌일수있는것이다. 1인칭시점을취하든, 전지적시점을취하든, 우리가실제세계에서통속의뇌가아님이증명되는일은없다. 어쩌면퍼트남은우리가표상세계에서만큼은정말로통속의뇌가아님을증명했다고할수있다. 실제세계에서우리가어떠한지는알수없지만, 적어도우리가표상세계에서만큼은통속의뇌가아님을그가증명했다고할수있을지모르겠다. 그러나이러한증명이왜필요한가? 표상세계에서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을부정하는사람이있는가? 따라서그의의도를살리고자한다면, 그가증명하려고한것은다음과같 120
은것이라고해야한다. 즉, 우리가실제세계에서도통속의뇌가아니라는것. 그러나퍼트남의논증을살펴보면, 우리가표상적세계에서통속의뇌가아님은증명되는것으로보이나, 실제세계에서도역시통속의뇌가아님은증명되지않는것으로보인다. 전지적시점을취하면, 우리는실제세계에서우리가통속의뇌인지아닌지확인할수있다. 여기까지는아무런문제가없다. 다음으로, 우리가 1인칭시점만을취하면, 우리는표상세계에서통속의뇌일수없다. 이점은분명하며, 여기까지도아무런문제가없다. 여기서멈춘다면아무런일도발생하지않는다. 그러나퍼트남은여기서멈추지않는다. 그는다시전지적시점을취해우리가실제세계에서도통속의뇌일수없다는결론을내린다. 표상세계에서확인된사실을실제세계에적용시키고있는것이다. 이렇게시점을전환해가면서, 서로다른두세계에대해, 한세계에서확인된사실을다른세계에도적용시키는것, 이것이퍼트남의오류이다. 전지적시점을취하면, 실제세계에서우리가어떤모습을가지고있는지우리는확인할수있다. 거기서우리는통속의뇌일수있다. 1인칭시점만을취하면, 우리는표상세계에서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은확인할수있지만, 실제세계에서우리가어떤모습을가지고있는지알수없다. 여기까지는아무런문제가없다. 그러나퍼트남은여기서멈추지않고, 표상세계에서다시실제세계로넘어간다. 그러는동안그는표상세계에서확인된사실, 즉우리가통속의뇌가아니라는사실로부터부당하게우리가실제세계에서도통속의뇌가아니라고결론내린다. 이점이퍼트남의잘못이다. 결론 : 문제의근원퍼트남은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을증명하고자하지만, 그증명을위한논증을펼침에있어실패한다. 그런데퍼트남은왜우리가통속의뇌가아님을증명하고자하는가? 나는퍼트남이혼동을하고있다고생 121
철학탐구 각한다 ( 그리고이것은칸트도마찬가지라고생각한다 7) ). 퍼트남과칸트는우리의믿음체계의신뢰성을확보하려고한다. 그출발점은다음과같은세개의차원을구분하는것이다. 첫째, 실제세계, 둘째, 표상세계, 셋째, 믿음체계. 퍼트남의 통속의뇌가설 이바로이렇게설정되어있다. 그러나이들의최종결론을보면, 실제세계가빠지고, 오직두개의차원만남는다. 즉, 표상세계와믿음체계. 그리고이들은표상세계와우리믿음체계사이의관계에관해, 일종의안경이론을제시한다. 즉, 표상세계와우리믿음체계가대응하는방식은, 우리믿음체계가표상세계를거울처럼비추는것이아니라, 우리의믿음체계를형성하는개념틀에의해표상세계가우리에게 ( 구부러진방식으로 ) 주어진다는것. 안경을벗으면, 우리는세계를볼수없다. 안경을써야만세계를볼수있다. 그러나안경은빛을구부러뜨린다. 그유비적안경은개념틀, 인간공동체, 그공동체의역사, 이론등등으로이해된다. 어쨌든, 이경우, 우리믿음체계와세계의관계는, 믿음체계 -실제세계가아니라, 믿음체계 -표상세계이다. 출발은세차원의구별이었는데, 그끝은두차원의관계이다. 왜이런일이발생했는지는알수없지만, 어쨌든오류임에는분명하다. 8) 나 7) 이제우리가본것처럼칸트는다음과같이주장한다. 우리밖 혹은 외재적 이라는문구는실제로완전히서로다른두가지의미로사용된다. 그리고이두가지의미중칸트가 초월적 의미라고부르는그러한의미와관련해 [...] 칸트가다음과같이주장한것, 즉공간을차지하는사물들 things to be met with in space 은이러한의미에서 [ 초월적의미에서 ] 외재적 인것은아니라고주장한것은악명높다. [...] 만약 외재적 이라는문구가이런의미로사용된다면, 그렇다면 두마리의개가존재한다 라는명제로부터, 어떤 [ 초월적으로 ] 외재적사물이있다는명제는따라나오지않는다. [...] 그러나다른의미, 즉칸트에따르면 외재적 이라는단어가통상적으로사용되는그러한의미, 칸트가 경험적으로외재적인 이라고불렀던그러한의미에서의외재성은어떠한가?(Moore, G. E., Baldwin, T(ed)(2013), 159 쪽.) 8) 내가옹호하게될관점은이름짓기가애매하지않은것은아니다. 이관점은철학사에서최근에도달한것이며, 오늘날에도그것은그것과는꽤다른종류의관점들과계속혼동되고있다. 나는이관점은내재적 (internalist) 관점이라고부르게 122
는실제세계의가능성, 즉우리가실제로통속의뇌일가능성이배제될수없다고생각한다. 그세계에대한우리의인지가능성에대해이야기하자면, 우리는그세계에대해그냥모르는것이다. 영화에서처럼약을먹어실제세계로가면전지적시점을확보함으로써, 우리는알수있다. 우리가실제로어떤모습인지. 그러나표상세계에갇혀있는동안은, 우리가실제로어떤모습을가지고있는지알수없다. 어떤경우든, 우리가실제로통속의뇌가아님은증명될수없다. 이런의미에서나는회의론이옳다고생각한다. 그러나이러한회의론문제와우리믿음체계의안정성문제는구분되어야한다. 우리믿음체계의안정성문제는, 실제세계가어떤모습을가지는가에의해결정되는것이아니라, 표상세계의모습이어떠한가에의해결정된다. 따라서우리믿음체계의안정성문제를따질경우, 우리는오직표상세계만을대상으로탐구해야지, 실제세계에대해무언가를얻어내려해서는안된다. 특히, 나는우리가실제세계를상정하지않고, 오직표상세계만상정하더라도, 우리의인식적삶과도덕적삶에아무런문제도발생하지않는다고생각한다. 표상세계에서저기갈색의탁자가보이면, 나는 저탁자는갈색이다 라는믿음을정상적으로형성한다. 표상세계에서어떤여자가가는장소마다자꾸변기를바꾼다면, 나는 저여자는미쳤다 라는믿음을정상적으로형성한다. 실제세계 ( 거기서그녀는통속의뇌이다 ) 가나의믿음에그어떤영향도미치지못한다. 나의정상적인식상태는표상세계가돌아가는모습에의해, 그믿음이정당화되기도하고그렇지않기도한것이다. 도덕적삶도마찬가지이다. 신상규선생의논문에서의다음과같은주장을참고하면좋을것이다. 인격성이나도덕성과같은가치들은매트릭스내부에서 될텐데, 그이유는어떤대상들로세계가구성되어있는가는어떤이론또는기술내에서만의미있는물음이될수있다는주장이이관점의특징이기때문이다.(Putnam, 1981, 49 쪽 ), 이상원, 내재적실재론과비실재론, 철학논집, 2013, 225 쪽에서재인용. 123
철학탐구 도여전히유효한가치이며, 매트릭스의가상성은그러한가치를훼손시키지않 [ 는다.] 9) 여기서도마찬가지이지만, 우리의도덕적삶역시실제세계가어떠함에의해정당화되는것이아니라, 표상세계가어떠함에의해정당화되는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무언가를인식하며살아가는데있어, 또우리가도덕적인삶을꾸려가는데있어, 실제세계라는무언가를상정하는것은큰도움이되지않는다. 물론, 그러한실제세계는하나의가능성으로생각될수있으며, 그러한가능성이철학적으로탐구되는것은옳지만말이다. 결론은이렇다. 실제세계, 표상세계, 믿음체계, 이세차원을구분하는것은철학적으로의미있는일이지만, 우리믿음체계의안정성, 우리의도덕적삶등과관련해서는오직표상세계만을상정해야지, 실제세계를개입시키는것은문제를일으키게된다는것이다. 회의주의의구도, 그리고인식의정당성문제 ( 여기에는도덕적정당성의문제도포함되겠다 ), 이둘을혼동함으로써, 퍼트남은잘못된결론을내리고있는것이다. 퍼트남의통속의뇌논증이이러한문제점을가지고있다는사실로부터우리는다음과같은결론을내릴수있다. 통속의뇌가설 은스스로를논파하는가설이아니다. 그것은일관된스토리이다. 그런데 통속의뇌가설 은회의주의라는철학적입장이보여주고있는전형적스토리중하나이다. 따라서 통속의뇌가설 이논파된다면, 회의주의도논파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본것처럼, 통속의뇌가설 은일관된스토리이며, 따라서논파되지않는다. 그렇다면우리는최종적으로다음과같은결론을내릴수있다. 회의주의는여전히살아있다. 9) 신상규, 우리가매트릭스속에살고있다면, 헤겔연구, 2006, 268 쪽. 124
참고문헌 신상규, 우리가매트릭스속에살고있다면, 헤겔연구, 2006. 이상원, 내재적실재론과비실재론, 철학논집, 2013. 퍼트남, 김효명역, 이성, 진리, 역사, 민음사, 2002. Moore, G. E., Baldwin, T(ed), G.E. Moore: Selected Writings, Routledge, 2013. 125
철학탐구 A critic of the Putnam s brain-in-a-vat argument Jechul BAK (University of Seoul) In this paper, I intend to show that Putnam s brain-in-a-vat argument is a false argument. The key is the distinction between the real world, the representational world, our belief system. Putnam is making the mistake of applying the conclusions he has gained about the representational world to the real world. It is the final conclusion of this paper that such mistakes lead to misunderstanding that Putnam survives skepticism. Key words: Putnam, Brain in a vat argument, Scepticism, Reality, Phenomenon, Belief system 박제철 e-mail: jechull@naver.com 투고일 심사일 게재확정 2018 년 04 월 15 일 2018 년 04 월 30 일 2018 년 05 월 17 일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