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문학의효용 단원의길잡이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단단한고요 ( 김선우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 백석 ) (2) 돌다리 돌다리 ( 이태준 ) (3) 관동별곡 관동별곡 ( 정철 ) 어휘 어법학습단원의마무리더읽어보기쉼터
단원의길잡이 학습목표 1. 문학이정서적 심미적차원에서삶을고양하는효용을지니고있음을이해한다. 2. 문학의수용과생산활동을통해다양한가치를비평적으로이해하고실현할수있다. 배울내용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2) 돌다리 (3) 관동별곡 현대시 단단한고요 ( 김선우 ) 와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 백석 ) 감상하기 문학작품의효용에대해생각해보기 문학생산활동으로서모방시쓰기 현대소설 돌다리 ( 이태준 ) 감상하기 문학작품을읽고갈등의내용과다양한가치파악하기 문학작품을비평적으로이해하기 가사 관동별곡 ( 정철 ) 감상하기 문학작품의효용에대해생각해보기 문학작품을비평적으로이해하기 문학생산활동으로서가사창작하기 더읽어보기 ➊ 겨울 - 나무로부터봄 - 나무에로 ( 황지우 ) ➋ 시장과전장 ( 박경리 ) 2 6. 문학의효용
미리알아두기 문학의효용문학은경험하지못한세계를알게하고, 아름다움을경험하게하며, 감정을정화하고, 윤리의식을고양하며, 세계에대한비판적인식능력을키워주는데, 이를문학의효용이라고한다. 문학을통해서독자는인간과세계에대해깊이이해할수있고, 바람직한정서를함양할수있으며, 바람직한삶의태도를기를수있다. 문학작품에담긴다양한가치의비평적이해문학작품에등장하는인물들은저마다의가치를추구하며각기다른삶을살아간다. 인물과인물사이의갈등이벌어지는가장큰이유는추구하는가치가서로다르기때문이다. 독자는문학작품을읽고서로다른다양한삶과가치가존재한다는것을앎으로써개방적인삶의태도를기를수있다. 또독자는문학작품에담긴다양한가치를비평적으로이해함으로써인간과세계를좀더넓고깊게이해할수있다. 문학의수용활동과생산활동문학작품을수용하는활동은자신의관점에근거하여문학작품을이해하고평가하는비평적활동이다. 문학작품을생산하는활동은가치있는내용을다양한방법으로표현하는활동이다. 문학작품의생산활동에는재구성활동과창작활동이있다. 단원의길잡이 3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학습목표 1. 문학이정서적 심미적차원에서삶을고양함을이해한다. 2. 문학의효용에대해생각하며시를감상하고창작할수있다. 소단원열기 1 시를읽고감동을받거나깨달음을얻은경험에대해이야기해보자. 2 도토리묵 하면떠오르는것을자유롭게적어보자. 4 6. 문학의효용
단단한고요 는도토리묵이만들어지기까지의과정을살피는내용의시이고,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은 자신을성찰하는내용의시이다. 시의효용이무엇인지생각하면서감상해보자. 단단한고요김선우 마른잎사귀에도토리알얼굴부비는소리후두둑뛰어내려저마다멍드는소리멍석위에나란히잠든반들거리는몸위로살짝살짝늦가을햇볕발디디는소리먼길날아온늙은잠자리체머리 떠는소리맷돌속에서껍질타지며 가슴동당거리는소리사그락사그락고운뼛가루저희끼리소근대며어루만져주는소리보드랍고찰진것들물속에가라앉으며안녕안녕가벼운것들에게이별인사하는소리아궁이불위에서가슴이확열리며저희끼리다시엉기는소리식어가며단단해지며서로핥아주는소리 도마위에다갈빛도토리묵한모 모든소리들이흘러들어간뒤에비로소생겨난저고요 저토록시끄러운, 저토록단단한, 어휘풀이 체머리 : 머리가저절로계속하여흔들리는현상. 타다 : 콩, 팥따위를맷돌에갈아서알알이쪼개다. [ 글쓴이 ] 김선우 (1970~ ): 시인. 인간을비롯한모든존재가조화롭게어울리는세계를그린시를많이썼다. 시집에 내혀가입속에 갇혀있길거부한다면, 도화아래잠들다, 내몸속에잠든이누구신가 등이있다.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5
학습활동 내용학습 아래그림은 < 보기 > 를참고하여 단단한고요 의내용을정리한것이다. 아래 빈칸에들어갈알맞은시구를써넣어보자. 보기 < 도토리묵이만들어지는과정 > ᄀ가을이깊어지면도토리가익는다. ᄂ다익은도토리알이떨어진다. ᄃ도토리를멍석에펼쳐햇빛에말린다. ᄅ멍석에깔린도토리에잠자리등이앉기도한다. ᄆ맷돌로도토리의겉껍질을벗긴다. ᄇ도토리를절구에넣고곱게빻는다. ᄉ곱게빻은도토리에물에붓고앙금을앉힌다. ᄋ도토리가루를물에개어엉길때까지불을땐다. ᄌ뜸이들면도토리묵을그릇에옮겨담아식힌다. ᄀ ᄂᄃᄅ ᄆ ᄌ ᄇ ᄋ ᄉ 6 6. 문학의효용
목표학습 다음활동을통해 단단한고요 가지니는효용에대해생각해보자. (1) 도토리묵을 고요 / 저토록시끄러운, 저토록단단한 이라고표현한이유는무엇일까? 고요 라고한까닭 저토록시끄러운 이라고한까닭 저토록단단한 이라고한까닭 도움말 여러가지소리에서느껴 지는것이무엇인지생각해보자. (2) 도토리묵이만들어지는과정을여러가지소리로표현함으로써얻을수있는효과가 무엇일지생각해보자. (3) (1) 과 (2) 의활동을바탕으로이시를읽고새롭게알게된점이나깨달은점을 말해보자.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7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백석 어느사이에나는아내도없고, 또, 아내와같이살던집도없어지고, 그리고살뜰한부모며동생들과도멀리떨어져서, 그어느바람세인쓸쓸한거리끝에헤매이었다. 바로날도저물어서, 바람은더욱세게불고, 추위는점점더해오는데, 나는어느목수 ( 木手 ) 네집헌삿 을깐, 한방 에들어서쥔을붙이었다. 이리하여나는이습내나는춥고, 누긋한방에서, 낮이나밤이나나는나혼자도너무많은것같이생각하며, 딜옹배기 에북덕불 이라도담겨오면, 이것을안고손을쬐며재우에뜻없이글자를쓰기도하며, 또문밖에나가디두않구자리에누워서, 머리에손깍지벼개를하고굴기도하면서, 나는내슬픔이며어리석음이며를소처럼연하여쌔김질하는것이었다. 내가슴이꽉메어올적이며, 내눈에뜨거운것이핑괴일적이며, 또내스스로화끈낯이붉도록부끄러울적이며, 나는내슬픔과어리석음에눌리어죽을수밖에없는것을느끼는것이었다. 그러나잠시뒤에나는고개를들어, 허연문창을바라보든가또눈을떠서높은턴정 을쳐다보는것인데, 이때나는내뜻이며힘으로, 나를이끌어가는것이힘든일인것을생각하고, 이것들보다더크고, 높은것이있어서, 나를마음대로굴려가는것을생각하는것인데, 이렇게하여여러날이지나는동안에, 내어지러운마음에는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것은차츰앙금이되어가라앉고, 외로운생각만이드는때쯤해서는, 더러나줏손 에쌀랑쌀랑싸락눈이와서문창을치기도하는때도있는데, 나는이런저녁에는화로를더욱다가끼며, 무릎을꿇어보며, 8 6. 문학의효용
어니 먼산뒷옆에바우섶 에따로외로이서서, 어두워오는데하이야니눈을맞을, 그마른잎새에는, 쌀랑쌀랑소리도나며눈을맞을, 그드물다는굳고정한 갈매나무 라는나무를생각하는것이었다. 어휘풀이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 남신의주 ( 南新義州 ) 유동 ( 柳洞 ) 이라는지역에사는박시봉 ( 朴時逢 ) 이라는사람의집. 방 ( 方 ) 은예전에편지에서세대주나집주인의이름아래붙여그집에거처하고있음을나타내는말이다. 삿 : 삿자리. 갈대를엮어서만든자리. 한방 : ( 북한어 ) 냉랭하고쓸쓸한방. 쥔을붙이다 : 주인집에세들다. 딜옹배기 : 질옹배기. 둥글넓적하고아가리가벌어진작은질그릇. 북덕불 : 짚이나풀따위가뒤섞여엉클어진뭉텅이에피운불. 굴기도하면서 : 구르기도하면서. 턴정 : 천정 ( 天井 ), 지붕의안쪽인천장 ( 天障 ) 을뜻함. 나줏손 : 저녁무렵. 나주 는 저녁 의평안방언. 백석은평안북도정주출신으로, 시에평안도방언을자주썼다. 어니 : 어느 의평안방언. 바우섶 : 바위옆. 섶 은 옆 의평안 함경방언. 정하다 : 깨끗하고바르다. 갈매나무 : 갈매나뭇과의낙엽활엽관목. 높이는 2~5미터이며나무껍질은연한잿빛을띤다. 전국어디에서나자라지만그렇게흔한나무는아니다. [ 글쓴이 ] 백석 (1912~1996): 시인. 평안북도정주지역의방언을사용하여농촌공동체의삶과문화를아름답게그린시를많이썼다. 주요작품에는 여우난곬족, 여승, 국수, 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등이있다.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9
학습활동 내용학습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을시상전개에따라네부분으로나누어다음과같 이정리해보자. 행중심내용화자의심리 1~8 행 9~19 행 20~27 행 28~32 행 목표학습 1 다음활동을통해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이지니는효용에대해생각해보자. (1) 다음시구에주목하여갈매나무의특성을파악해보고, 갈매나무가이시의화자에게 어떤의미가있는존재인지생각해보자. 갈매나무를표현한시구먼산뒷옆에바우섶에따로외로이서서, 어두워오는데하이야니눈을맞을, 그마른잎새에는, 쌀랑쌀랑소리도나며눈을맞을, 그드물다는굳고정한갈매나무라는나무 갈매나무의특성 - 외롭게홀로서있음. - - 이시의화자에게갈매나무는 10 6. 문학의효용
(2) (1) 의활동과관련지어이시에서화자의감정이정화되는과정을생각해보고, 화자가지니려는삶의태도가무엇일지생각해보자. 도움말이시가어떤처지에있는독자에게특히도움이될지자신의경험에비추어생각해본다. (3) 이시를읽은독자들이정서적측면에서어떤도움을받을수있을지이야기해보자. 2 시와 시에대한감상을바탕으로, 시의효용에대해알아보자. (1) 다음표에서해당하는부분에 표시를하고, 그렇게판단한이유를정리해보자. 점검내용 시 시 그렇다고 ( ) 판단한이유 새로운사실을알게되었다. 표현과내용에서아름다움을느꼈다. 나의감정이정화되는것을느꼈다. 윤리의식이높아졌다. 삶의의미를통찰하게되었다. 내삶의자세를반성하게되었다. 세계를비판적으로바라보게되었다. (2) 시를읽는것이우리의삶에어떤도움이되는지이야기해보자. 알아두기 감정의정화 ( 淨化 ) 문학작품을읽을때마음에쌓여있던슬픔, 우울, 불안따위가해소되고 마음이깨끗해지는경우가있는데, 이를감정의정화라고한다.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11
통합학습 단단한고요 를모방하여시를한편완성해보자. (1) 자신의성장과정에서의미있는사건다섯개를떠올려보고, 그내용을정리해 보자. 자료실문학작품의재구성활동문학작품의재구성활동은문학작품을읽고그내용, 형식, 갈래, 매체등을바꾸어쓰는활동이다. 모방시쓰기는여기에해당한다. (2) (1) 에서정리한내용을잘엮어시를완성해보자. < 주의할점 > 떠올린사건을 단단한고요 에서처럼청각적으로표현한다. 마지막연에는자신의성장과정을압축한단어를넣는다. 지금, 여기, 나 낯선세상신생아실울음소리 허겁지겁엄마젖을빠는소리 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 지금, 여기, 나 모든소리들이흘러들어간뒤에비로소생겨난지금, 여기, 나 이토록, 이토록, (3) 시를친구들과바꾸어읽고, 시에대한감상을나누어보자. 12 6. 문학의효용
(2) 돌다리 학습목표 1. 서로다른가치관을지닌인물들의갈등양상을이해한다. 2. 작품속에나타난다양한가치를비평적으로이해할수있다. 소단원열기 1 문학작품을읽고다른사람의삶을이해하게되었던경험에대해말해보자. 2 제목 돌다리 에서연상되는것을자유롭게말해보자. (2) 돌다리 13
다음은농부인아버지와의사인아들사이의갈등을다룬소설이다. 땅에대한두인물의가치관에주목하여감상 해보자. 돌다리이태준 정거장에서샘말십리길을내려오노라면반이될락말락한데서부터샘말동네보다는그건너편산기슭에놓인공동묘지가먼저눈에뜨인다. 창섭은잠깐걸음을멈추고까지바라보았다. 봄에올때보면, 진달래가불붙듯피어올라가는야산이다. 지금은단풍철도지나고누르테테한가닥나무들만묘지를둘러, 듣지않아도적막한버스럭소리만울릴것같았다. 어느것이라고집어낼수는없어도, 창옥의무덤이어디쯤이라고는짐작이된다. 창섭은마음으로 창옥아 불러보며묵례 를보냈다. 다만오뉘뿐으로나이가훨씬떨어진누이였다. 지금도눈에선하다. 자기가마침방학으로와있던여름이었다. 창옥은저녁먹다말고갑자기복통으로뒹굴었다. 읍으로뛰어들어가의사를청해왔다. 의사는주사를놓고들어갔다. 그러나밤새도록열은내리지않았고새벽녘엔아파하는것도더해갔다. 다시의사를데리러갔으나의사는바쁘다고환자를데려오라하였다. 하라는대로환자를데리고들어갔으나역시오진을했었다. 다시하루를지나고름이터지고복막 이절망적으로상해버린뒤에야겨우맹장염인것을알아낸눈치였다. 그때창섭은, 자기도어른이기만했으면필시의사의멱살을들었을것이다. 이런누이의허무한죽음에서창섭은뜻을세워, 아버지가권하는고농 ( 高農 ) 을마다하고의전 ( 醫專 ) 으로들어갔고, 오늘에이르러는, 맹장수술로는서울서도정평이있는한권위가된것이다. 창옥아, 기뻐해다구. 이번에내병원이좋은건물을만나커지는거다. 개인병원으론제일완비한수술실이실현될거다! 입원실부족도해결될거다. 네사진을크게확대해내새진찰실에걸어놓으마. 창섭은바람도쌀쌀할뿐아니라, 오후차로돌아가야할길이라걸음을재우쳤다. 길은그전보다넓어도졌고바닥도평탄하였다. 비나오면진흙에헤어날수 14 6. 문학의효용
없었는데복판으로는자갈이깔리고어떤목은좁아서소바리 가논으로미끄러져들어가기십상이었는데바위를가려내어서까지일매지게 넓은길로닦아졌다. 창섭은 이럴줄알았다면정거장에서자전거라도빌려타고올걸. 하였다. 눈에익은정자나무선논이며돌각담을두른밭들도나타났다. 자기집논과밭들이었다. 논둑에선정자나무는그전부터있은것이나밭에돌각담들은아버지께서손수쌓으신것이다. 창섭의아버지는근검 ( 勤儉 ) 으로근방에소문난영감이다. 그러나자기대에와서는밭하루갈이 도늘리지는못한것으로도소문난영감이다. 곡식값보다는다른물가들이높아졌을뿐아니라전대 ( 前代 ) 에는모르던아들의유학이란것이큰부담인데다가, 할아버니와아버니께서나를부자소린못들어도굶는단소린안듣고살도록물려주시구가셨다. 드럭드럭탐내모아선뭘허니, 할아버니께서쇠똥을맨손으로움켜다넣으시던논, 아버니께서멍덜 을손수이룩허신밭을더건 논으로더기름진밭이되도록, 닦달만해가기에도내겐벅찬일일게다. 하고, 절용해쓰고남는돈이있으면그돈으로는품을몇씩들여서까지비뚤은논배미 를바로잡기, 밭에돌을추려바람막이로담을두르기, 개울엔둑막이 하기, 그러다가아들이의사가된후로는, 아들학비로쓰던몫까지들여서동네길들은물론, 읍길과정거장길까지닦아놓았다. 남을주면땅을버린다고여간근실한 자국이아니면소작을주지않았고, 소를두필이나매고일꾼을세명씩이나두고적지않은전답을전부자농 ( 自農 ) 으로버티어왔다. 실속이타작만못하다는둥, 일꾼셋이저희농사해가지고나간다는둥이해만을따져비평하는소리가많았으나창섭의아버지는땅을위해서는자기의이해만으로타산하려하지않았다. 이와같은임자를가진땅들이라곡식은거둔뒤그루만남은논과밭이되, 그바닥들의고름, 그언저리들의바름, 흙의부드러움이마치시루떡모판이나대하는것처럼누구의눈에나탐스럽게흐뭇해보였다. 이런땅을팔기에는, 아무리수입은몇배더나은병원을늘리기위해서나아버지께미안하지않을수없었다. 그러나잡히기나해가지고는삼만원돈을만들수가없었고, 서울서큰양관 ( 洋館 ) 을손에넣기란돈만있다고도아무때나될일이아니었다. 아버지께선내년이환갑이시다! 어머니께선겨울이면해마다기침이도지신다. 진작부터내가모셔야했을거다. 그런데내가시골로올순없고, 천생 부모님이서울로가시어야한다. 한동네서도땅을당신만치못거둘사람에겐소작을주지않으셨다. 땅전부를소작을내여맡기고는서울가편안히계실날이하루도없으실게다. 아버님의말년을편안히해드리기위해서도땅은전부없애버릴필요가있는거다! (2) 돌다리 15
창섭은샘말에들어서자동구에서이내아버지를뵈일수가있었다. 아버지는, 가에는살얼음이잡힌찬물에무릎까지걷고들어서서동네사람들을축추겨돌다리를고치고계시었다. 어떻게갑재기오느냐? 네. 좀급히여쭤봐야할일이생겼습니다. 그래? 먼저들어가있거라. 동네사람수십명이쇠고삐 두기장 은흘러내려간다릿돌을동아줄에얽어끌어올리고있었다. 개울은동네복판을흐르고있어아래위로징검다리는서너군데나놓였으나하룻밤비에도일쑤 넘치어모두이큰돌다리로통행하던것이었다. 창섭은어려서아버지께이큰돌다리의내력을들은것이아직도기억에남아있다. 너이증조부님돌아가시어서다. 산소에상돌 을해오시는데징검다리로야건네올수가있니? 그래너이조부님께서다리부터이렇게넓구튼튼한돌루노신거란다. 그후오륙십년동안한번도무너진적이없었는데, 몇해전어느장마엔어찌된셈인지가운데제일큰장이내려앉아떠내려갔던것이다. 두께가한자는실하고폭이여섯자, 길이는열자가넘는자연석그대로라여간몇사람의힘으로는손을대일염두 부터나지못하였다. 더구나불과수십보이내에면 ( 面 ) 의보조를얻어난간까지달린한다한나무다리가놓인뒤에일이라, 이돌다리는동네사람들에게완전히잊혀버린채던져져있던것이었다. 집에들어가니, 어머니는다리고치는사람들점심을짓노라고역시여러명의동네여편네들과허둥거리고계시었다. 웬일인데어째혼자만오느냐? 어머니는손자아이들부터보이지않음을물으신다. 오늘루가야겠어서아무두안데리구왔습니다. 오늘루갈걸뭘해오누? 인전어머니서껀서울로모셔갈채빌허러왔다우. 서울루! 제발아이들허구한데서살아봤음원이없겠다. 하고어머니는땅보다조상님들산소나사당보다손자아이들에게더마음이끌리시는눈치였다. 그러나아버지만은그처럼단순히들떠질마음이아니었다. 아버지는아들의뒤를쫓아이내개울에서들어왔다. 아들은, 의사인아들은, 마치환자에게치료방법을이르듯이, 냉정히차분차분히이야기를시작하였다. 외아들인자기가부모님을진작모시지못한것이잘못인것, 한집에모이려면자기가병원을버리기보다는부모님이농토를버리시고서울로오시는것이순리인것, 병원은나날이환자가늘어가나입원실이부족되어오는환자의삼분 16 6. 문학의효용
지일밖에수용못하는것, 지금시국에큰건물을새로짓기란거의불가능의일인것, 마침교통편한자리에삼층양옥이하나난것, 인쇄소였던집인데전체가콘크리트여서방화방공으로가치가충분한것, 삼층은살림집과직공들의합숙실로꾸미었던것이라입원실로변장하기에용이한것, 각층에수도, 가스가다들어온것, 그러면서도가격은염한것, 염하기는하나삼만이천원이라, 지금의병원을팔면일만오천원쯤은받겠지만그것은새집을고치는데와, 수술실의기계를완비하는데다들어갈것이니집값삼만이천원은따로있어야할것, 시골에땅을둔대야일년에고작삼천원의실리가떨어질지말지하지만땅을팔아다병원만확장해놓으면적어도일년에만원하나씩은이익을뽑을자신이있는것, 돈만있으면땅은이담에라도, 서울가까이라도얼마든지좋은것으로살수있는것. 아버지는아들의의견을끝까지잠잠히들었다. 그리고, 점심이나먹어라. 나두좀생각해봐야대답허겠다. 하고는다시개울로나갔고, 떨어졌던다릿돌을올려놓고야들어와그도점심상을받았다. 점심을자시면서였다. 원, 요즘사람들은힘두줄었나봐! 그다리첨놀제내가어려서봤는데불과여나믄이서꺼들던 돌인데, 장정수십명이한나절을씨름을허다니! 나무다리가있는데건왜고치시나요? 너두그런소릴허는구나. 나무가돌만하다든? 넌그다리서고기잡던생각두안나니? 서울로공부갈때그다리건너서떠나던생각안나니? 시쳇사람들 은모두인정이란게사람헌테만쓰는건줄알드라! 내할아버니산소에상돌을그다리로건네다모셨구, 내가천잘끼구그다리루글읽으러댕겼다. 네어미두그다리루가말타구내집에왔어. 나죽건그다리루건네다묻어라. 난서울갈생각없다. 네? 천금이쏟아진대두난땅은못팔겠다. 내아버님께서손수이룩허시는걸내눈으루본밭이구, 내할아버님께서손수피땀을흘려모신돈으루작만허신 논들이야. 돈있다구어디가느르지논 같은게있구, 독시장밭 같은걸사? 느르지논둑에선느티나문할아버님께서심으신거구, 저사랑마당에은행나무는아버님께서심으신거다. 그나무밑에를설때마다난그어른들동상 ( 銅像 ) 이나다름없이경건한마음이솟아우러러보군헌다. 땅이란걸어떻게일시이해를따져사구팔구허느냐? 땅없어봐라, 집이어딨으며나라가어딨는줄아니? 땅이란천지만물의근거야. 돈있다구땅이뭔지두모르구욕심만내문서쪽으로사모기만하는사람들, 돈놀이처럼변리 만생각허구제조상 (2) 돌다리 17
들과그땅과어떤인연이란건도시 생각지않구헌신짝버리듯하는사람들, 다내눈엔괴이한사람들루밖엔뵈지않드라.. 네가뉘덕으로오늘의사가됐니? 내덕인줄만아느냐? 내가땅없이뭘루? 밭에가절하구논에가절해야쓴다. 자고로하늘하늘허나하늘의덕이땅을통허지않군사람헌테미치는줄아니? 땅을파는건그게하늘을파는거나다름없는거다.. 땅을밟구다니니까땅을우섭게들여기지? 땅처럼응과 ( 應果 ) 가분명헌게무어냐? 하늘은차라리못믿을때두많다. 그러나힘들이는사람에겐힘들이는만큼땅은반드시후헌보답을주시는거다. 세상에흔해빠진지주들, 땅은작인 들헌테나맡겨버리고, 떡도회지에가앉어소출 은팔어다모다도회지에낭비해버리구, 땅가꾸는덴단돈일원을벌벌떨구, 땅으루살며땅에야박한놈은자식으로치면후레자식 셈야. 땅이말을할줄알어봐라? 배가고프단땅이얼마나많을테냐? 해마다걷어만가구땅은자갈밭이되니아나? 둑이떠나가니아나? 거름한번을제대로넣나? 정급허게돼작인이우는소리나해야요즘너희신의 들주사침놓듯, 애꿎은금비 만갖다털어넣지. 그렇게땅을홀댈허군인제죽어서땅이무서서어디루들갈텐구! 창섭은입이얼어버리었다. 손만부볐다. 자기의생각은너무나자기본위였던것을대뜸깨달았다. 땅에는이해를초월한일종종교적신념을가진아버지에게아들의이단적인계획이용납될리만무였다. 아버지는상을물리고도말을계속하였다. 너루선어떤수단을쓰든지병원부터확장하려는게과히엉뚱헌욕심은아닐줄두안다. 그러나욕심을부련못쓰는거다. 의술은예로부터인술 ( 仁術 ) 이라지않니? 매살순탄허게진실허게해라.. 네가가업을이어나가지않는다군탄하지않겠다. 넌너루서발전헐길을열었구, 그게또모리지배 의악업이아니라활인 ( 活人 ) 허는 인술이구나! 내가어떻게불평을말허니? 다만삼사대집안에서공들여이룩해논전장 을남의손에내맡기게되는게저윽애석헌심사가없달순없구. 팔지않으면그만아닙니까? 나죽은뒤에누가거두니? 너두이제두말했지만너두문서쪽만쥐구서울앉어지주노릇만허게? 그따위지주허구작인틈에서땅들만얼말골른지아니? 안된다. 팔테다. 나죽을임시 엔다팔테다. 돈에팔줄아니? 사람헌테팔테다. 건너용문이는우리느르지논같은건한해만부쳐보구죽어두 18 6. 문학의효용
농군으루태낳은걸한허지 않겠다구했다. 독시장밭을내논다구해봐라, 문보나덕길이같은사람은길바닥에나앉드라두집을팔아살려구덤빌게다. 그런사람들이땅임자안되구누가돼야옳으냐? 그러니아주말이난김에내유언이다. 그런사람들무슨돈으로땅값을한목 내겠니? 몇몇해구그땅소출을팔아연년이 갚어나가게헐테니너두땅값을랑그렇게받어갈줄미리알구있거라. 그리구네모가먼저가면내가묻을거구, 내가먼저가게되면네모만은네가서울로그때데려가렴. 난샘말서이렇게야인 ( 野人 ) 으로나죄없는밥을먹다야인인채묻힐걸흡족히여긴다.. 자식의젊은욕망을들어못주는게애비된맘으루두섭섭하다. 그러나이늙은이헌테두그만신념쯤지켜오는게있다는걸무시하지말어다구. 아버지는다시일어나담배를피우며다리고치는데로나갔다. 옆에앉았던어머니는두눈에눈물을쭈루루흘리었다. 너이아버지가여간고집이시냐? 아뇨. 아버지가어떤어른이신건오늘제가더잘알었습니다. 우리아버진훌륭헌인물이십니다. 그러나창섭도코허리가찌르르하였다. 자기가계획하고온일이실패한것쯤은차라리당연하게생각되었고, 아버지와자기와의세계가격리되는일종의결별의심사를체험하는때문이었다. 아들은아버지가고쳐놓은돌다리를건너저녁차를타고가버리었다. 동구밖으로사라지는아들의뒷모양을지키고섰을때, 아버지의마음도, 정말임종에서유언이나하고난것처럼외롭고한편불안스러운심사조차설레었다. 아버지는종일개울에서허덕였으나저녁에잠도달게오지않았다. 젊어서서당에서읽던백낙천 ( 白樂天 ) 의시가다생각이났다. 늙은제비한쌍을두고지은노래였다. 제뱃속이고픈것은참아가며입에얻어물은것을새끼들부터먹여길렀으나, 새끼들은자라서나래 에힘을얻자어디로인지저희좋을대로다날아가버리어, 야위고늙은어버이제비한쌍만가을바람소슬한 추녀끝에쭈그리고앉았는광경을묘사하였고, 나중에는그늙은어버이제비들을가리켜, 새끼들만원망하지말고, 너희들이새끼적에역시그러했음도깨달으라는풍자의시였다. 흥! 노인은어두운천정을향해쓴웃음을짓고날이밝기를기다려누구보다도먼저어제고쳐놓은돌다리를보러나왔다. 흙탕이라고는어느돌틈에도남아있지않았다. 첫곬 로도, 가운데곬로도, 끝에곬로도맑기만한소담한물살이우쭐우쭐춤추며빠져내려갔다. 가운데 (2) 돌다리 19
장으로가쾅굴러보았다. 발바닥만아플뿐끄떡이있을리없다. 노인은쭈루루집으로들어와소금접시와낯수건을가지고나왔다. 제일낮은받침돌에내려앉아양치를하고세수를하였다. 나중에는다시이가저린물을한입물어마시며일어섰다. 속의모든게씻기는듯시원하였다. 그리고수염의물을닦으며이렇게생각하였다. 비가아무리쏟아져도어떤한정을넘는법은없다. 물이분수없이늘어떠내려갔던게아니라자갈이밀려내려와물구멍이좁아졌든지, 그렇지않으면, 어느받침돌의밑이물살에궁굴러쓰러졌던그런까닭일게다. 미리바닥을치고미리받침돌만제대로보살펴준다면만년을간들무너질리없을게다. 그저늘보살펴야허는거다. 사람이란하늘밑에사는날까진하루라도천리 ( 天理 ) 에방심을해선안되는거다. 어휘풀이 묵례 : 말없이고개만숙이는인사. 복막 : 복강 ( 腹腔 ) 을따라내장기관을싸고있는얇은막. 고농 : 고등농림학교 를줄여이르는말. 재우치다 : 빨리몰아치거나재촉하다. 소바리 : 등에짐을실은소. 또는그짐. 일매지다 : 모두다고르고가지런하다. 하루갈이 : 소를데리고하룻낮동안에갈수있는밭의넓이. 멍덜 : 너설. 험한바위나돌따위가삐죽삐죽나온곳. 걸다 : 흙이나거름따위가기름지고양분이많다. 논배미 : 논두렁으로둘러싸인논의하나하나의구역. 둑막이 : 하천따위를막아둑을만드는일. 근실하다 : 부지런하고진실하다. 양관 : 양옥. 서양식으로지은집. 천생 : 이미정하여진것처럼어쩔수없이. 쇠고삐 : 소의굴레에매어끄는줄. 기장 : 길이의방언 ( 경기, 황해 ). 일쑤 : 드물지아니하게흔히. 상돌 : 무덤앞에제물을차려놓기위하여넓적한돌로만들어놓은상. 염두 : 생각의시초. 염하다 : 값이싸다. 꺼들다 : 잡아쥐고당겨서추켜들다. 시쳇사람들 : 요즘사람들. 시체 는그시대의풍습이나유행이라는뜻. 작만하다 : 장만하다. 작만 ( 作滿 ) 은 장만 을한자를빌려서쓴말이다. 느르지논 : 철원군철원읍사요리일대의논을이르는말로, 근방에서기름진논으로유명하다. 독시장밭 : 철원군철원읍율리리근방에소재한선비소 ( 늪 ) 위에있는밭이름. 옛날에어떤선비가이곳에서독선생을두고글을읽었는데, 여기에서생긴 독서당 이란말이변해서된말이라고한다. 변리 [ 별리 ]: 남에게돈을빌려쓴대가로치르는일정한비율의돈. 도시 : 도무지. 작인 : 소작인. 다른사람의농지를빌려농사를짓고그대가로사용료를지급하는사람. 20 6. 문학의효용
소출 : 논밭에서나는곡식. 또는그곡식의양. 후레자식 : 배운데없이제풀로막되게자라교양이나버릇이없는사람을낮잡아이르는말. 신의 ( 新醫 ): 한의 ( 韓醫, 한의학을전공한의사 ) 를 구의 ( 舊醫 ) 라하는것에빗대어 양의 ( 洋醫, 서양의의술을베푸는사람 ) 를이르는말. 금비 : 돈을주고사서쓰는거름. 화학비료 로순화. 모리지배 : 모리배. 온갖수단과방법으로자신의이익만을꾀하는사람. 또는그런무리. 활인하다 : 사람의목숨을구하여살리다. 전장 : 개인이소유하는논밭. 임시 : 정해진시간에이름. 또는그무렵. 한하다 : 몹시억울하거나원통하여원망스럽게생각한다. 한목 : 한꺼번에몰아서함을나타내는말. 연년이 : 해마다거르지않고. 야인 : 시골에사는사람. 백낙천 : 백거이 ( 白居易, 772~846) 의성 ( 姓 ) 과자 ( 字 ) 를함께이르는이름. 당 ( 唐 ) 나라때의이름높은시인이다. 주요작품에 장한가 ( 長恨歌 ), 비파행 ( 琵琶行 ) 등이있다. 나래 : 날개 의방언. 소슬하다 : 으스스하고쓸쓸하다. 곬 : 한쪽으로트여나가는방향이나길. 천리 : 천지자연의이치. 또는하늘의바른도리. 읽기중활동 창옥아 라고부르는 창섭 의마음상태가어떠할지추측해보자. 창섭 의아버지가자기대에와서논밭을늘리지못한까닭은무엇인가? 창섭 이땅을팔려는이유는무엇인가? 어머니가바라는것은무엇인가? 아버지가 자식으로치면후레자식 이라고한사람들은땅을어떻게대하는가? 아버지가자기가죽게될무렵에는땅을꼭팔것이라고선언하는까닭은무엇인가? 백낙천의시는인간세상의어떤점을풍자하고있는가? 아버지가방심해서는안된다고말하는 천리 가무엇을말하는지생각해보자. [ 글쓴이 ] 이태준 (1904~?): 소설가. 일본의식민지배와근대화의과정에서주변부로밀려난인물들의삶을다룬작품을주로썼다. 주요 저서에소설집 달밤, 까마귀, 해방전후, 수필집 무서록 등이있다. (2) 돌다리 21
학습활동 내용학습 1 이소설의내용을각장면의중심어구를활용하여다음과같이정리해보자. 시간과장소중심어구내용 샘말부근 누이 논과밭옆 땅, 아버지 창섭 이 고향을 찾은날 동구 돌다리 집땅은못팔겠다. 집, 돌다리 결별의심사, 아버지의 마음 다음날돌다리천리 2 돌다리에얽혀있는가족의사연을정리해보자. 창섭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22 6. 문학의효용
목표학습 1 이소설의주요갈등을정리해보자. (1) 창섭 과 아버지 는어떤문제로갈등하는가? (2) (1) 의활동과관련하여두인물의가치관이어떻게다른지비교해보자. 창섭 의가치관 아버지 의가치관 2 작품의비평적이해와관련하여다음활동을해보자. 도움말 창섭 과 아버지 의가치관가운데어느쪽이타당하다고생각하는지자신의관점에서판단해본다. (1) 창섭 과 아버지 의가치관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말해보자. (2) 창섭 과 아버지 의갈등을어떻게해결하는것이바람직하다고생각하는지, 그이유 를들어말해보자. 해결방안 그렇게생각한이유 (2) 돌다리 23
3 이소설을읽고새로알게된사실과느낀점을중심으로독서기록장을써보자. 독서기록장 제목 돌다리 작가 이태준 주요인물 창섭, 아버지, 어머니 줄거리 감동적인구절 새로알게된사실 느낀점 알아두기 갈등과가치의 다양성 문학작품에등장하는인물은자신과가치관이다른인물 집단과갈등하기도하고자신의가치관을배척하는세계와갈등하기도한다. 이러한갈등을다루고있는문학작품을통해우리는다양한가치관을이해할수있고, 서로다른가치관을지닌사람들의다양한삶을이해할수있다. 24 6. 문학의효용
통합학습 다음활동을통해돈으로사고팔수있는것과그럴수없는것에대해생각해보자. (1) < 보기 > 에서돈으로사고팔수있다고생각하는것과그럴수없다고생각하는것을 나누어보자. 보기 혈액 우정 애완동물 공산품 양심 노동력 문화재 시간 강물 운동선수 사고팔수있다고생각하는것 사고팔수없다고생각하는것 도움말각각의대상에대해이유를제시할수도있지만, 전체대상에적용할수있는하나의기준을제시할수도있다. (2) (1) 에서와같이구분한기준이무엇인지말해보자. (3) 돈이면무엇이든살수있다는가치관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친구들과함께 이야기해보자. (2) 돌다리 25
(3) 관동별곡 학습목표 1. 문학의효용에대해생각하며작품을감상할수있다. 2. 작품에나타나는삶의태도를비평적으로이해할수있다. 3. 자신의생활경험을가사작품으로표현할수있다. 소단원열기 다음그림을감상하고, 느낀점을친구들과이야기해보자. 정선, 금강전도 26 6. 문학의효용
다음은송강정철이금강산과관동팔경을유람하고쓴기행가사이다. 작품에나타난삶의태도를비평적으로이 해하며감상해보자. 관동별곡 ( 關東別曲 ) 정철 ( 최강현역주 ) 江강湖호애病병이깁퍼 竹듁林님 의누엇더니關관東동八팔百 里니에方방面면 을맛디시니어와聖셩恩은이야가디록罔망極극 다延연秋츄門문 드리 라慶경會회南남門문 라보며下하直직고믈너나니玉옥節졀 이알 셧다平평丘구驛역 을 라黑흑水슈 로도라드니蟾셤江강은어듸메오雉티岳악이여긔로다昭쇼陽양江강 린믈이어드러로든단말고孤고臣신去거國국 에白 髮발도하도할샤東동州 밤계오새와北븍寬관亭뎡의올나 니三삼角각山산第뎨一일峰봉이 마면뵈리로다弓궁王왕 大대闕궐터희烏오鵲쟉이지지괴니千쳔古고興흥亡망을아 다몰 다淮회陽양 녜일홈이마초아 시고汲급長댱孺유 風풍彩 를고텨아니볼게이고營영中듕이無무事 고時시節졀이三삼月월인제花화川쳔시내길히楓풍岳악으로버더잇다行 裝장을다 티고石셕逕경의막대디퍼百 川쳔洞동겨 두고萬만瀑폭洞동드러가니銀은 무지게玉옥 龍룡의초리섯돌며 소 十십里리의 자시니들을제 우레러니보니 눈이로다金금剛강臺 우層층의仙션鶴학 이삿기치니春츈風풍玉옥笛뎍聲셩의첫 을 돗던디縞호衣의玄현裳샹 이半반空공의소소 니西셔湖호녯主쥬人인 을반겨셔넘노 小쇼香향爐노大대香향爐노눈아래구버보고正졍陽양寺 眞진歇헐臺 고텨올나안 마리廬녀山산眞진面면目목 이여긔야다뵈 다 강호에병이깊어대숲에누웠더니, 관동팔백리에소임을맡기시니, 아아, 성은이여! 갈수록망극하다. 연추문달려들어경회남문바라보며하직하고물러나니, 옥절이앞에섰다. 평구역서말을갈아흑수로돌아드니, 섬강은어디인가? 치악이여기로다. 소양강에서내려온물이어디로흘러가나? 고신거국에백발이많고많다. 철원에서밤겨우새워북관정에올라보니, 삼각산제일봉이어쩌면뵈리로다. 궁왕대궐터에까막까치가지저귀니, 천고흥망을아는가? 모르는가? 회양옛이름이마침같구나. 급장유풍채를다시아니볼것인가? 감영안이무사하고시절이 3월인때화천시냇길이풍악으로뻗어있다. 행장을다떨치고돌길에막대짚어백천동곁에두고만폭동들어가니, 은같은무지개옥같은용의꼬리섞여돌며뿜는소리십리에잦았으니, 들을때엔우레더니, 본즉은눈이로다. 금강대맨위층에선학이새끼치니, 봄바람옥피리소리에첫잠을깨었던지호의현상이반공중에솟아뜨니, 서호옛주인을반겨서넘노는듯소향로대향로눈아래굽어보고정양사진헐대다시올라앉았더니여산의진면목이여기서다보인다. (3) 관동별곡 27
어와造조化화翁옹이헌 토헌 샤 거든 디마나셧거든솟디마나芙부蓉용을고잣 白 玉옥을믓것 東동溟명을박 北북極극을괴왓 놉흘시고望망高고臺 외로올샤穴혈望망峰봉이하 의추미러므 일을 로리라千쳔萬만劫겁 디나 록구필줄모 다어와너여이고너 니 잇 가開 心심臺 고텨올나衆듕香향城셩 라보며萬만二이千쳔峰봉을歷녁歷녁히혀여 니峰봉마다 쳐잇고긋마다서린긔운 거든조티마나조커든 디마나뎌긔운흐터내야人인傑걸 을 고쟈形형容용도그지업고體톄勢셰 도하도할샤天텬地디삼기실제自 然연이되연마 이제와보게되니有유情졍도有유情졍 샤毗비盧로峰봉上샹上샹頭두의올라보니긔뉘신고東동山산泰태山산이어 야놉돗던고魯노國국조븐줄도우리 모 거든넙거나넙은天텬下하엇 야젹닷말고 어와뎌디위 어이 면알거이고오 디못 거니 려가미고이 가圓원通통골 길로獅 子 峰봉을 자가니그알 너러바회火화龍룡쇠되여셰라千쳔年년老노龍룡이구 구 서려이셔晝듀夜야의흘녀내여滄창海 예니어시니風풍雲운을언제어더三삼日일雨우 디련 다陰음崖애예이온플 을다살와내여 라摩마訶하衍연妙묘吉길祥샹雁안門문재너머디여외나모 근 리佛블頂뎡臺 올라 니千쳔尋심絶졀壁벽 을半반空공애셰여두고銀은河하水슈한구 촌촌이버혀내여실 티플텨이셔뵈 티거러시니圖도經경 열두구 내보매 여러히라李니謫뎍仙션 이제이셔고텨議의論논 게되면廬녀山산이여긔도곤낫단말못 려니山산中듕을 양보랴東동海 로가쟈 라藍남輿여緩완步보 야山산暎영樓누의올나 니玲녕瓏농碧벽溪계 와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怨원 旌졍旗긔를 티니五오色 이넘노 鼓고角각 을섯부니海 雲운이다것 아아! 조물주가요란코요란하다. 날거든뛰지말거나섰거든솟지말거나연꽃을꽂았는듯백옥을묶었는듯동해를박차는듯북극을괴었는듯높을시고망고대외롭구나혈망봉이하늘에치밀어무슨일을아뢰려고천만겁지나도록굽힐줄모르는가?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이또있는가? 개심대다시올라중향성바라보며만이천봉을역력히헤아리니, 봉마다맺혀있고끝마다서린기운맑거든깨끗지말거나깨끗하거든맑지말거나저기운흩어내어인걸을만들고싶다. 형용도한이없고체세도많고많다. 천지생기실때저절로됐건마는이제와보게되니유정도유정쿠나. 비로봉꼭대기에올라본이누구신가? 동산태산이어느게높았던가? 노국좁은줄도우리는모르거늘넓고도넓은천하어찌하여작단말인가? 아아! 저경지를어찌하면알것인가? 오르지못하거니내려감이이상할까? 원통골좁은길로사자봉을찾아가니, 그앞에넓은바위화룡소가되었구나. 천년노룡이굽이굽이서려있어밤낮으로흘러내려창해에이었으니, 풍운을언제얻어삼일우를내리려나? 음애에시든풀을다살려내려무나. 마하연묘길상안문재넘어가서외나무썩은다리불정대오르니, 천심절벽을반공중에세워두고, 은하수큰굽이를촌촌이베어내어실같이풀어서베같이걸었으니, 도경열두굽이내보기는여럿이라. 이적선지금있어다시의논하게되면, 여산이여기보다낫단말못하리라. 산중을항상보랴? 동해로가자꾸나. 남여완보하여산영루에올라보니, 영롱벽계와수성제조는이별을원망하는듯정기를떨치니오색이넘노는듯북과나발을섞어부니바다구름이다걷힌듯 28 6. 문학의효용
鳴명沙사길니근 이醉 仙션 을빗기시러바다 겻 두고海 棠당花화로드러가니白 鷗구야 디마라네버딘줄엇디아 金금幱난窟굴도라드러叢총石셕亭뎡올라 니白 玉옥樓누 남은기동다만네희셔잇고야工공倕슈 의셩녕 인가鬼귀斧부 로다 가구 야六뉵面면은므어슬象샹톳던고高고城셩을란뎌만두고三삼日일浦포 자가니丹단書셔 宛완然연 되四 仙션 은어 가니예사흘머믄後후의어 가 머믈고仙션遊유潭담永영郞낭湖호거긔나가잇 가淸쳥澗간亭뎡萬만景경臺 몃고 안돗던고梨니花화 셔디고졉동새슬피울제洛낙山산東동畔반 으로義의相샹臺 예올라안자日일出츌을보리라밤듕만니러 니祥샹雲운 이집픠 동六뉵龍뇽이바퇴 동바다 날제 萬만國국이일위더니天텬中듕의티 니毫호髮발 을혜리로다아마도녈구름근쳐의머믈셰라詩시仙션은어 가고咳 唾타 만나맛 니天텬地디間간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고斜샤陽양峴현山산의躑텩躅튝을므니 와羽우蓋개芝지輪륜 이鏡경浦포로 려가니十십里리氷빙紈환 을다리고고텨다려長댱松숑울흔소개슬 장펴뎌시니믈결도자도잘샤모래 혜리로다孤고舟쥬解 纜람 야亭뎡子 우 올나가니江강門문橋교너믄겨 大대洋양이거긔로다從둉容용 댜이氣긔像샹闊활遠원 댜뎌境경界계이도곤 어듸잇닷말고紅홍粧장古고事 헌 타 리로다江강陵능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됴흘시고節졀孝효旌졍門문 이골골이버러시니比비屋옥可가封봉 이이제도잇다 다眞진珠쥬館관 竹듁西셔樓루五오十십川쳔 린믈이太태白 山산그림재 東동海 로다마가니 하리漢한江강의木목覓멱 의다히고져王왕程뎡 이有유限 고風풍景경이못슬믜니 幽유懷회 도하도할샤客 愁수 도둘듸업다仙션槎사 워내여斗두牛우 로向향 살가仙션人인을 려丹단穴혈 의머므살가天텬根근 을못내보와望망洋양亭뎡의올은말이 명사길익숙한말이취선을비껴싣고, 바다를곁에두고해당화로들어가니, 갈매기야날지마라. 네벗인줄어찌아냐? 금란굴돌아들어총석정올라가니, 백옥루남은기둥다만넷이서있구나. 공수의솜씨인가? 귀부로다듬었나? 구태여육면은무엇을본떴는가? 고성은저만두고삼일포를찾아가니, 붉은글씨는완연한데사선은어디갔나? 예서사흘머문후에어디가또머물까? 선유담영랑호거기나가있는가? 청간정만경대몇곳에앉았던가? 배꽃은벌써지고접동새슬피울때낙산동쪽언덕으로의상대에올라앉아일출을보려고밤중에일어나니, 상운이피어나는듯육룡이받치는듯바다에서떠날때는온세상이일렁이더니하늘가운데에치뜨니가는털을세리로다. 혹시나뜬구름이근처에머무를까? 시선은어디가고해타만남았는가? 천지간에장한기별자세히도하였구나! 석양현산의철쭉을계속밟아우개지륜이경포로내려가니, 십리빙환을다리고다시다려큰소나무울창한속에싫도록펼쳤으니, 물결도잔잔하여모래를셀수있네. 배한척을띄워정자위에올라가니, 강문교넘은곁에대양이거기로다. 조용하다이기상활원하다저경계이보다갖춘곳또어디있단말인가? 홍장고사를요란타하리로다. 강릉대도호풍속이좋을시고. 절효정문이골골이벌였으니, 비옥가봉이이제도있다할까? 진주관죽서루오십천내린물이태백산그림자를동해로담아가니, 차라리한강의목멱에닿고싶다. 왕정이유한하고풍경이싫잖으니, 유회도많고많다, 객수도둘곳없다. 선사를띄워내어두우로향할까? 선인을찾으러단혈에머무를까? 하늘끝을보지못해망양정에올랐더니, (3) 관동별곡 29
바다밧근하 이니하 밧근므서신고 득노 고래뉘라셔놀내관 블거니 거니어즈러이구 디고銀은山산 을것거내여六뉵合합 의 리 五오月월長댱天텬 의白 雪셜은므 일고져근덧밤이드러風풍浪낭이定뎡 거 扶부桑상 咫지尺쳑의明명月월을기 리니瑞셔光광千쳔丈댱 이뵈 숨 고야珠쥬簾렴 을고텨것고玉옥階계 다시쓸며啓계明명星셩 돗도록곳초안자 라보니白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보내신고일이됴흔世셰界계 대되다뵈고져流뉴霞하酒쥬 득부어 려무른말이英영雄웅은어 가며, 四 仙션은긔뉘러니아 나맛나보아녯긔별뭇쟈 니仙션山산東동海 예갈길히머도멀샤松숑根근을볘여누어픗 을얼픗드니 애 사 이날 려닐온말이그 내모 랴上샹界계예眞진仙션 이라黃황庭뎡經경 一일字 엇디그 닐거두고人인間간의내려와셔우리 오 다져근덧 가디마오이술 잔머거보오北븍斗두星셩기우려 滄챵海 水슈부어내여 저먹고날머겨 서너잔거후로니和화風풍이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추혀드니九구萬만里리長댱空공애져기면 리로다이술가져다가四 海 예고로 화億억萬만蒼창生 을다醉 케 근後후의그제야고텨맛나 잔 쟛고야말디쟈鶴학을 고九구空공 의올나가니, 空공中듕玉옥簫쇼 소 어제런가그제런가나도 을 여바다 구버보니기픠 모 거니 인들엇디알리明명月월이千쳔山산萬만落낙 의아니비쵠 업다 바다밖은하늘이니하늘밖은무엇인가? 가뜩성난고래뉘라서놀랬건대불거니뿜거니어지럽게구는지고? 은산을꺾어내어온세상에내리는듯오월장천에백설은무슨일인가? 어느덧밤이되어풍랑이멈추거늘부상가까이서밝은달을기다리니, 서광천장이뵈는듯숨는구나. 주렴을다시걷고옥계를다시쓸며계명성돋도록곧추앉아바라보니, 흰연꽃한가지를뉘라서보내셨나? 이리좋은세계남에게다뵈고싶다. 유하주가득부어달더러묻는말이영웅은어디가며네신선은그누구냐? 아무나만나보아옛기별묻자하니, 선산동해에갈길이멀고멀다. 소나무뿌리를베고누워풋잠을얼핏드니, 꿈에한사람이날더러이른말이그대를내모르랴? 하늘나라의진선이라. 황정경한글자를어찌잘못읽어서인간에내려와서우리를따르는가? 잠깐만가지마오. 이술한잔먹어보오. 북두성기울여창해수부어내어저먹고날먹이거늘서너잔기울이니, 화풍이습습하여양쪽겨드랑이를추켜드니, 구만리장공에잠깐이면날것같다. 이술가져다가온세상에고루나눠억만사람들을다취케만든후에그제야다시만나또한잔하자꾸나. 말마치자학을타고구공에올라가니공중옥소소리어제던가? 그제던가? 나도잠을깨어바다를굽어보니, 깊이를모르거니끝인들어찌알리? 밝은달이온세상에아니비친곳없다. - 송강가사 ( 松江歌辭 ) 이선본 ( 李選本 ) 30 6. 문학의효용
어휘풀이 강호애병이깁퍼 : 자연에묻혀지내고자하는마음이간절하여. 강호 는자연을뜻한다. 듁님 : 대숲. 벼슬을버리고묻혀지내는자연. 여기서는은서지 ( 隱棲地 ) 인전라남도담양군창평을가리킨다. 방면 : 방면지임 ( 方面之任 ) 의준말. 관찰사의소임. 연츄문 : 경복궁서쪽문. 옥졀 : 옥으로만든, 관직을받을때임금이신표 ( 信標 ) 로주는패 ( 牌 ). 흑슈 : 경기도여주 ( 驪州 ) 군을통과하는남한강을뜻한다. 여강 ( 驪江 ) 이라고도한다. 고신거국 : 외로운신하가서울을떠남. 동 : 지금의철원. 궁왕 : 궁예왕 ( 弓裔王 ). 회양 : 북한강상류에위치한강원도의고을이름. 중국에도같은지명이있다. 급댱유 : 중국한나라무제때선정을베푼회양의태수 ( 太守 ). 누워서회양땅을다스릴수있을만큼정사 ( 政事 ) 에뛰어났다고한다. 션학 : 신선이타고논다는학. 호의현샹 : 흰저고리와검은치마. 학의겉모양을비유적으로이르는말로, 소동파의 후적벽부 ( 後赤壁賦 ) 에서나온말이다. 셔호녯쥬인 : 송나라사람임포 ( 林逋 ) 가서호에은거하며매화를아내로삼고학을아들로삼아서살았다는고사에서유래한표현. 여기서는정철자신을임포에비유했다. 녀산진면목 : 여산의참다운모양. 여산 은중국장시성에있는, 폭포와온천으로유명한산이름이다. 쳔만겁 : 아주길고오랜세월. 인걸 : 특히뛰어난인재. 톄셰 : 모양새. 여기서는봉우리의고저굴곡등이빚어내는산의동적인모습을뜻한다. 노국조븐줄도우리 모 거든 ~ 젹닷말고 : 공자가동산에올라노나라를좁다하고, 태산에올라천하를작다고느꼈다는 맹자 의구절을염두에둔표현. 삼일우 : 사흘동안내리는비. 농사에흡족한비또는목민관의선정이나임금의은총을의미한다. 음애예이온플 : 그늘진벼랑의시든풀. 여기서는생활의질곡에신음하는백성을가리킨다. 쳔심졀벽 : 천길이나되는높은절벽. 도경 : 산수 ( 山水 ) 의지형을그림으로설명한책. 니뎍션 : 중국당나라때시인이태백 ( 李太白 ). 남여완보 : 남여를타고천천히감. 남여 는의자와비슷하고뚜껑이없는작은가마이다. 녕농벽계 : 반짝이는푸른시냇물. 수셩뎨됴 : 여러소리로우짖는새. 고각 : 북과나발. 션 : 취한신선. 여기서는작자자신을가리킨다. 옥누 : 옥황상제가오른다는누각. 공슈 : 옛날중국의유명한장인의이름. 셩녕 : 연장을제작하는솜씨. 혹은그공작품. 귀부 : 귀신의도끼. 신기한연장. 단셔 : 붉은글씨. 삼일포남쪽절벽에사선이쓴 영랑도남석행 ( 永郞徒南石行 ) 이라는붉은글씨가있었다고한다. 션 : 삼일포에구경와서사흘을머물렀다는신라때의화랑네사람 ( 영랑, 남랑, 술랑, 안상 ) 을가리킨다. 동반 : 동쪽에있는언덕. 샹운 : 상서로운구름. 호발 : 가는털. 머리털. 타 : 기침과침. 훌륭한사람의말이나글을이르는말로, 여기서는이백 ( 李白 ) 이남긴시를가리킨다. 우개지륜 : 예전에, 녹색의새털로덮개를한왕후 ( 王侯 ) 등의수레. 빙환 : 얼음같이희고빛이고운명주. 고쥬 람 : 홀로있는배한척의닻줄을풀어배를띄움. 홍장고 : 고려말기생홍장과강원도안렴사박신과의연애담. 졀효졍문 : 충신, 효자, 열녀등을표창하고그정신을기리기위해세운붉은문. 비옥가봉 : 즐비하게늘어선집마다모두벼슬에봉할만하다는뜻으로, 요순시절이태평성대라백성들이모두착했음을이른데서끌어온말. 진쥬관 : 삼척부 ( 三陟府 ) 의객관 ( 客館 ). 진주 ( 眞珠 ) 는삼척의옛이름이다. 오십쳔 : 삼척부남쪽으로흐르는내로서죽서루아래를흐름. (3) 관동별곡 31
목멱 : 서울남산의옛이름. 왕뎡 : 관원의여정. 못슬믜니 : 싫고밉지않으니. 유회 : 마음속깊이품은생각. 수 : 객지에서느끼는쓸쓸함이나시름. 션사 : 신선이타는뗏목. 울진 의옛이름이기도하다. 두우 : 북두성과견우성. 단혈 : 고성군남쪽 10리쯤에있는굴. 신라때사선 ( 四仙 ) 이놀던곳이라전해진다. 텬근 : 하늘의맨끝. 여기서는동쪽수평선의맨끝을가리킨다. 은산 : 흰빛의파도더미. 뉵합 : 동서남북과상하. 곧천지사방. 온세상. 댱텬 : 멀고도넓은하늘. 부상 : 해가뜨는동쪽바다. 동해바다가운데있다는상상의신목 ( 神木 ). 셔광쳔댱 : 길게뻗친상서로운빛. 쥬렴 : 구슬로만든발. 옥계 : 옥으로만든돌계단. 계명셩 : 샛별. 금성. 뉴하쥬 : 신선이마신다는술. 진션 : 도를성취한신선. 황뎡경 : 도가의경전. 옛날한신선이옥황상제앞에서이경문의한글자를잘못읽어인간세상에유배되었다는전설이있다. 져근덧 : 잠깐. 븍두셩기우려 : 북두성을술국자에비유한표현. 챵 슈부어내여 : 창해수 ( 푸른바닷물 ) 를술에비유한표현. 화풍이습습 야 : 봄바람이산들산들불어. 냥 : 양쪽겨드랑이. 창 : 세상의백성. 구공 : 구만리장공 ( 長空 ) 의준말. 옥쇼 : 옥으로만든퉁소. 쳔산만낙 : 수없이많은산과마을. 온세상. 이선본 : 숙종때황주에서간행한것으로, 일명황주본 ( 黃州本 ) 이라고도한다. 전체 26면으로정철의가사작품과단가 51수가실려있는데, 이선 ( 李選 ) 의발문이실려있다고해서이런이름을얻었다. [ 글쓴이 ] 정철 ( 鄭澈, 1536~1593): 조선시대의문인. 호는송강 ( 松江 ). 사미인곡 ( 思美人曲 ), 속미인곡 ( 續美人曲 ), 성산별곡 ( 星山別曲 ) 등의가사와 훈민가 ( 訓民歌 ) 등의시조를지었다. 저서에 송강집 ( 松江集 ) 과 송강가사 ( 松江歌辭 ) 가있다. 32 6. 문학의효용
백천동 정양사 만폭동 혈망봉 (3) 관동별곡 33
자료실 겸재 정선의 그림 겸재 정선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화가로 손꼽힌다. 36세였던 1711 년 8월에 처음 금강산을 다녀와 금강산의 경 치를 그려 신묘년 풍악 도첩 을 만든 것을 비롯해, 우리 국토 곳곳을 누비며 아름다운 경치를 여러 그림에 담았다. 정선의 그림 가 운데 관동별곡 에 나오는 몇몇 장소도 포함 되어 있어서, 몇 개를 골라 실었다. 비로봉 불정대 34 6. 문학의 효용
총석정 청간정 (3) 관동별곡 35
죽서루 망양정 36 6. 문학의효용
학습활동 내용학습 다음지도는이작품의화자가지나온곳을표시한것이다. 이를참고하여작품의 중심내용과각여행지에서화자가보고느낀것을정리해보자. 서사 ( 序辭 ) 의중심내용 관찰사로부임하고, 관내를순시함. 본사 ( 本辭 ) 1 의중심내용 본사 ( 本辭 ) 2 의중심내용 결사 ( 結辭 ) 의중심내용 (3) 관동별곡 37
여정 견문이나감상 한양 평구역 흑수 섬강 치악 임금의은혜에감격함. 소양강 동주 회양임금을생각하고, 권력무상을느끼며, 선정을다짐함. 감영 백천동 만폭동 금강대 학이나는모습을보고화자자신이마치신선이된 듯한느낌을받음. 진헐대 개심대 화룡소 마하연, 묘길 상, 안문재 불정대 화룡소를보며백성들에게선정을베풀것을다짐함. 불정대에서십이폭포의장관을구경함. 산영루 금란굴 총석정 산영루에올라내금강을떠나는아쉬움을토로하 고자연의흥취를맛봄. 총석정의장관을구경함. 삼일포 의상대 경포 강릉 깨끗하고조용한경포와활원한동해를구경하고홍장고사 ( 紅粧古事 ) 를떠올림. 고을마다있는절효정문을보며강릉의미풍양속을예찬함. 죽서루 망양정 망양정 동해의월출을구경함. 선정을베풀것을다짐함. 신선의풍류를동경함. 꿈속에서신선을만남. 38 6. 문학의효용
목표학습 1 다음은이작품을감상한학생들의대화이다. 잘읽고, 이작품이지니는효용에 대해생각해보자. 주현 : 만폭동폭포를묘사한 銀은 무지게玉옥 龍룡의초리 / 섯돌며 소 十십里리의 자시니 를읽고, 폭포의아름다운모습이머릿속에선명하게떠올랐어. 실제로보지는않았지만, 이작품을읽고그아름다움을간접적으로경험할수있었어. 승윤 : 나는사람으로서마땅히해야할도리가무엇인지생각해보게되었어. 風풍雲운을언제어더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 陰음崖애예이온플을다살와내여 라 를보면굶주린백성을위해선정을베풀려는작가의애민정신이잘드러나있잖아. 이구절을읽고그동안나자신만생각하고살아온것을반성했거든. 인경 : 나는 弓궁王왕大대闕궐터희烏오鵲쟉이지지괴니 / 千쳔古고興흥亡망을아 다몰 다 라는구절이인상적이었어. 그옛날위세를떨쳤던궁예의대궐터를보면서권력이무상하다는생각을드러내고있잖아. 이구절을읽으며나는모든것은변화한다는진리를새삼깨달았어. 인간과세계에대한이해가넓어진것같아. (1) 위의학생들이이작품을감상하고얻은것이무엇인지문학의효용과관련하여 정리해보자. 주현 승윤 인경 (2) 자신은이작품을감상하고얻은것이무엇인지위의학생들처럼해당구절을제시하 며말해보자. (3) 관동별곡 39
2 작품에나타나있는화자의심리적갈등을알아보고, 작품을비평적으로이해해 보자. (1) 다음을중심으로화자가심리적으로어떤갈등을겪고있는지알아보자. 王왕程뎡이有유限 고風풍景경이못슬믜니幽유懷회도하도할샤客 愁수도둘듸업다仙션槎사 워내여斗두牛우로向향 살가仙션人인을 려丹단穴혈의머므살가 (2) 이작품의마지막부분을참고하여화자의심리적갈등이어떻게해결되었는지말해 보자. 도움말놀고싶은충동과과제를수행해야하는책임감사이에서혼란을겪은적이있는지떠올려보고, 그갈등을어떻게해결했는지생각해본다. 그리고화자의갈등해결방식이타당한지판단해본다. (3) 이작품에서화자가심리적갈등을해결한방식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타당한 근거를들어말해보자. 알아두기 문학작품의 비평적이해 문학작품에담긴다양한가치를비평적으로이해한다는것은자신의관점에서주체적으로이해한다는것을말한다. 그렇다고해서타당한근거없이마음대로판단해도좋다는것은아니다. 많은사람이동의할수있는타당한근거를바탕으로판단하는것이중요하다. 40 6. 문학의효용
통합학습 자신의경험을소재로하여가사를한편지어보자. (1) 자신의경험가운데작품에담으면좋을것들을떠올려보고, 그내용을정리해 보자. 도움말가사는 4음보정형율격의시가이다. 한음보는 3자나 4자로되어있는데, 경우에따라 5자로된경우도있다. (2) (1) 에서정리한내용을잘엮어가사를지어보자. (3) 위에서지은가사작품을친구들과돌려읽고, 느낀점을서로이야기해주자. (3) 관동별곡 41
어휘 어법학습 1 다음의뜻에해당하는단어를 < 보기 > 에서골라넣어보자. ➊ ( ): 불순하거나더러운것을깨끗하게함. 문학이나심리학에서는카타르시스라고함. ➋ ( ): 예리한관찰력으로사물을꿰뚫어봄. ➌ ( ): 아름다움을살펴찾으려는. 또는그런것. ➍ ( ): 보람있게쓰거나쓰임. 또는그런보람이나쓸모. ➎ ( ): 사물의옳고그름을가리어판단하거나밝힘. 보기 비판, 심미적, 정화, 통찰, 효용 2 다음각문장의괄호안에들어갈알맞은의성어나의태어를 < 보기 > 에서골라넣어보자. ➊ 뛰었더니몸이 ( ) 달아오른다. ➋ 갈대스치는소리가 ( ) 울린다. ➌ 귀를끌어다가 ( ) 귓속말을하였다. ➍ 영화를보다가별안간눈물이 ( ) 돌았다. ➎ 나뭇잎에맺혔던빗물이 ( ) 떨어져내렸다. ➏ 기온이뚝떨어지더니 ( ) 눈발이날리기시작했다. ➐ 잠든아기가깨지않도록발뒤꿈치를 ( ) 들고지나갔다. 보기 핑, 화끈, 후드득, 살짝살짝, 쌀랑쌀랑, 소곤소곤, 사그락사그락 42 6. 문학의효용
3 다음각문장에서밑줄친부분을올바르게발음해보자. ➊ 나는이런저녁에는화로를더욱다가끼며, 무릎을꿇어보며, ➋ 식어가며단단해지며서로핥아주는소리 ➌ 땅을밟구다니니까땅을우섭게들여기지? 우리말나들이 도토리 의어원 도토리 는언뜻보아그깍정이가도톨도톨해서 도톨도톨 의 도톨 에명사형접미사 -이 가붙어만들어진것으로보는사람이꽤나많은듯하다. 도토리 는 향약구급방 (1417 년 ) 이란문헌에처음등장하는데, 저의율 ( 猪矣栗 ) 로나타난다. 이것은한자를빌려쓴표기형태인데, 저 ( 猪 ) 는오늘날의 돼지 를뜻하는 돝 을, 그리고 의 ( 矣 ) 는음으로읽어서속격조사의 - 나 -의 를, 그리고 율 ( 栗 ) 은그뜻대로 밤 을표기한것이어서, 저의율 ( 猪矣栗 ) 은 도 밤 으로해석된다. 그뜻은 돼지의밤 이니 돼지가즐겨먹는밤 이란뜻이다. 도토리는다람쥐나먹는것으로인식되어있어서돼지가도토리를먹는다고하면이해하지못할사람이많을것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 에 참나무에서떨어지는도토리를멧돼지가먹으면멧돼지것이고다람쥐가먹으면다람쥐것이다. 라는문장이실려있을정도로멧돼지가즐겨먹는것가운데하나가 도토리 인것이다. - 홍윤표, 새국어소식 에서 접미사 : 단독으로쓰이지못하고다른어근이나단어의뒤에붙어새로운단어가되게하는말. 어휘 어법학습 43
단원의마무리 정리공부한내용을정리해보자.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문학은감정을정화하고아름다움을경험하게한다. 이를가리켜문학의정서적 심미적효용이라고한다. 문학을통해서바람직한정서를함양할수있고, 바람직한삶의태도를기를수있다. (2) 돌다리 문학작품속에등장하는인물들은서로다른가치를지닌인물, 집단, 세계와충돌하며갈등에빠지기도한다. 독자는문학을통해다양한가치와다양한삶을이해하게되고, 인간과세계 에대해열린태도와열린마음을갖게된다. (3) 관동별곡 문학작품의비평적이해란문학작품을주체적인판단에근거하여이해하고감상하는것을뜻한다. 문학작품을생산하는활동은가치있는내용을다양한방법으로표현하는활 동이다. 점검공부한내용을잘이해했는지점검해보자. 소단원점검내용자기평가 (1) 단단한고요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2) 돌다리 (3) 관동별곡 정서적, 심미적차원에서삶을고양하는문학의효용을이해한다. 문학작품을감상함으로써삶의의미를통찰하고감정을정화할수있다. 문학작품을감상하고갈등의내용과다양한가치를파악할수있다. 문학작품속에나타난다양한가치를비평적으로이해할수있다. 문학작품에나타난삶의태도를비평적으로이해할수있다. 작품을수용 생산하는문학활동을통해풍요롭고가치있는삶을영위할수있다. J K L J K L J K L J K L J K L J K L 44 6. 문학의효용
더읽어보기 1 다음은겨울을견디고봄을맞는나무의생명력을잘표현한시이다. 문학의 효용을생각하며작품을감상해보자. 겨울 - 나무로부터봄 - 나무에로황지우 나무는자기몸으로나무이다자기온몸으로나무는나무가된다자기온몸으로헐벗고영하 13도영하 20도지상에온몸을뿌리박고대가리쳐들고무방비의나목 ( 裸木 ) 으로서서두손올리고벌받는자세로서서아벌받은몸으로, 벌받는목숨으로기립하여, 그러나이게아닌데이게아닌데온혼 ( 魂 ) 으로애타면서속으로몸속으로불타면서버티면서거부하면서영하에서영상으로영상 5도영상 13도지상으로밀고간다, 막밀고올라간다온몸이으스러지도록으스러지도록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자기의뜨거운혀로싹을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잎이되고푸르른사월하늘들이받으면서나무는자기의온몸으로나무가된다아아, 마침내, 끝끝내꽃피는나무는자기몸으로꽃피는나무이다 해제 온갖시련을이기고 겨울 - 나무 가싹을틔우고잎과꽃을피우는 봄 - 나무 가되기까지의과정을그리고있다. 나무의놀라운 생명력과강인한의지를통해바람직한삶의태도를보여주고있다. [ 글쓴이 ] 황지우 (1952~ ): 시인. 새로운형식의실험시로써한국현대시의지평을확대해왔으며, 현실비판과자기반성의시세계를 일구어왔다. 시집으로 저물면서빛나는바다, 나는너다, 어느날나는흐린주점에앉아있을거다 등이있다. 더읽어보기 45
2 다음은 6 25 전쟁때를배경으로한장편소설 시장 ( 市場 ) 과전장 ( 戰場 ) 의한부분이다. 문학의효용을생각하며작품을감상해보자. 시장과전장박경리 전체줄거리 38도선바로아래위치한황해도연백에서국어교사로일하던주인공남지영은 6 25 전쟁이일어나자서울의집으로돌아온다. 그리고곧피란길에오르지만얼마가지않고돌아오고만다. 서울로돌아온지영의가족은인민군치하에서살아야했지만, 남편의형인공산주의자기훈이돌보아주어별탈없이지낸다. 인천상륙작전의성공에힘입어국군이서울을되찾게되자인민군은북으로후퇴한다. 국군이돌아오자지영의남편기석이붙잡혀가고기훈은지리산에들어가빨치산이된다. 압록강까지밀고올라갔던국군은중공군의참전으로다시후퇴하는데, 지영의가족도서울을떠나부산으로피란하게된다. 한편빨치산이된기훈은가화를만나사랑을나누게되지만, 그들을살리려고자수를권유하던옛빨치산동료의총에가화가죽고만다. 가화가죽은뒤기훈은가화를죽인그옛동료를총으로쏘아죽인다. 교과서에제시된부분은지영의가족이피란을가기위해식량과옷등을챙기는장면, 피란길에올라관악산에서하룻밤을보내기위해준비하는장면등을담고있다. 아침해가버드나무사이에스며들때까지방안에옷을그득히쌓아놓은채윤씨는피란짐을매동그리지 못하고있다. 아깝고소중한걸, 어느것을버리고가노. 언제까지나꾸물거리며중얼거리고있는윤씨를보고지영은화를낸다. 몇번말해야알아듣겠어요, 어머니! 입을옷하고담요만싸세요. 나머지는모두식량입니다. 이아까운것도둑이훔쳐가면어떡허노. 윤씨는진솔 양단저고리두루마기를쓸어보고지하실에쌓인쌀가마를들여다본다. 도둑이훔쳐가도좋으니까집에돌아올수있었음좋겠어요. 위협한다. 그라믄, 그라믄, 우리가못돌아온단말가? 넋이나간사람처럼윤씨는딸을멍하니쳐다본다. 빨리빨리떠나야해요. 지영은거칠게옷을방한구석으로밀어젖힌다. 사람의마음이란조석변동이지. 너하나살아오믄그만이라했더니. 아이구내강아지들아, 우리는다살았지만너그들이불쌍해서어쩔꼬. 46 6. 문학의효용
그는아이들얼굴에볼을비벼댄다. 지영이는뜰로내려간다. 기석과함께책은모조리밖으로꺼내어함석으로덮는다. 이렇게해놓으면집이타고없어져도책은남는다. 썩은채마당구석에굴러있는버드나무가지와여름국화흰꽃송이와검푸른이파리에아침이슬이담뿍실려있다. 싯! 싯! 저리가있어. 졸졸따라다니는개를지영이쫓는다. 발판을밟고올라가서창문에송판을대고못질을하다가기석은, 거못좀. 하고입에문못을뽑아송판을박는다. 지영이못그릇을올려준다. 기석은못을한줌집어서입에문다. 지영은땅바닥에퍼질러앉으며개를가만히바라본다. 개는머리를한번흔들며애교를떤다. 미미야, 널어떡허지? 개는뜨거운혓바닥으로지영의손등을핥는다. 다시는집에서떠나지말라는듯. 널데려갈수도없구. 지영은개의등을쓸어주다가그의목을끌어안는다. 따뜻한숨결이목덜미에퍼진다. 화창한날씨, 하늘은푸르게걷혀가는데. 너보다더한사람도죽는단다, 미미야. 지영은광속에먹을것과물을나른다. 가겟집에외상값을갚고식료품을한아름안고들어오던윤씨가, 아이구, 시상에사람도못먹는굴비랑명태를어쩌자구개한테주노? 한다. 다버리고가는데. 사람도못먹는거로벌받을기다. 희는기석이짊어진륙색 위에올려앉히고지영은광이를업고윤씨는보따리를인다. 지영은개를광안으로몰아넣는다. 광문을닫는다. 처량하게울면서개는광문을발로긁는다. 엄마, 미미가울어. 등에업힌광이가말했다. 륙색위에얹혀서기석의몸을꼭껴안은희는커다란눈을깜박인다. 눈물이금세떨어질것같다. 그들은나섰다. 말없이흐르고있는한강을바라보며마을을비우고모두떠난다. 마을을돌아보고돌아보고하면서. 한강을끼고전투가벌어질테니그때까지피신해있으면돼. 길게가지는않 더읽어보기 47
을거야. 사나이들은그런말을하며간다. 연안에서연백해변까지나올때의그들피란민들처럼. 새벽에한강다리끊어지는바람에자동차가한강에마구다이빙을했다는구먼. 개까지싣고달아나던자가용들이말이야. 덕분에강가의거지떼들이횡재를했다고, 흥! 자가용은있어도다리끊어진정보는못들었던모양이지? 길이없는산으로몰려가면서방향을묻는사람은없고다만한강을등지고간다는것뿐이다. 산을타고올라갈적에지영은검붉은흙냄새가참좋다고생각했다. 이름도모를산의꽃이예쁘다고생각했다. 지나가버리고이제는없는날들을보듯. 벼랑가오두막집의마른풀이타는아궁이는먼꿈. 숲을타고오는바람소리, 뻐꾸기소리, 가랑잎위에떨어진밤송이, 소금에구워먹던송이버섯. 지영은환상속에주저앉고싶었다. 발이터져서걸음을옮길수없었다. 이리내놔. 지영의손에서작은보따리를받아드는창백한기석의얼굴위에땀이흐른다. 안경에는뿌옇게먼지가앉고. 산을넘고산을또넘는다. 온종일피란민들은걸어간다. 어느벌판에서밤을맞이한피란민들은사하라사막을지르는대상 ( 隊商 ) 처럼짐을푼다. 별과달이희뿌옇게풀잎을비춰준다. 멀리농가쪽에서개구리들이운다. 벌판변두리에드문드문몇가호 있는초가는먼저온피란민들이마당까지점령하여늦게온사람들은벌판에서밤을새울밖에없었다. 지영과윤씨는아이들에게저녁을먹이고담요에아이들을싸서벌판에눕힌다. 해제 시장과전장 은 1964 년간행된장편소설로작가의실제체험을바탕으로한자전소설이다. 전쟁에휩쓸려굶주림에시달리고죽음의공포와싸우며살아남기위해몸부림쳐야했던평범한사람들의고통스러운삶, 자신이옳다고믿는이념을좇아나아가는인물들사이의이념대립등을치밀하게그려전쟁문학의수작으로평가받는다. 한편이작품에는두남녀의사랑이야기가담겨있는데, 이점에서연애소설이라고할수도있다. 어휘풀이 매동그리다 : 매만져서뭉쳐싸다. 진솔 : 옷이나버선따위가한번도빨지않은새것그대로인것. 륙색 : 등산이나하이킹따위를할때필요한물건을넣어등에지는등산용배낭. 배낭 으로순화. 대상 : 사막이나초원과같이교통이발달하지않은지방에서, 낙타나말에짐을싣고떼를지어먼곳으로다니면서특산물을교역하는상인의집단. 가호 : 어떤지역에있는집이나가구따위를세는단위. [ 글쓴이 ] 박경리 (1926~2008): 소설가. 1955 년에등단하여 2008 년세상을뜨기까지 50 년넘게소설쓰기에전념하여민족과역사의문제를 깊고넓게다룬문학을일구었다. 주요저서에 표류도, 파시, 김약국의딸들, 토지 등이있다. 48 6. 문학의효용
쉼터 관동팔경 ( 關東八景 ) 둘러보기 _ 송강정철의발자취를따라서 < 관동팔경 > 통천의총석정 ( 叢石亭 ), 고성의삼일포 ( 三日浦 ) 간성의청간정 ( 淸澗亭 ), 양양의낙산사 ( 洛山寺 ) 강릉의경포대 ( 鏡浦臺 ), 삼척의죽서루 ( 竹西樓 ) 울진의망양정 ( 望洋亭 ), 평해의월송정 ( 越松亭 ) 관동팔경은관동지방에있는여덟군데의명승지를말한다. 많은사람이여기에서풍류를즐기고빼어난경치를 시와그림에담았다. 01 간성의청간정 ( 강원도고성군토성면청간리에있는정자 ) 관동별곡 ( 關東別曲 ) 에는관동팔경가운데평해의월송정을제외한일곱개의명소가나온다. 정철이 관동별곡 에서이들명소의아름다움을어떻게노래했는지, 해당구절과풍경사진을함께보며감상해보자. 사진 1 淸쳥澗간亭뎡萬만景경臺 몃고 안돗던고 사진 2 金금幱난窟굴도라드러叢총石셕亭뎡올라 니白 玉옥樓누남은기동다만녜희셔잇고야工공倕슈의셩녕인가鬼귀斧부로다 가구 야六뉵面면은므어슬象샹톳던고 02 통천의총석정 ( 강원도통천군고저읍총석리에있는정자 ) 에서바라본사선봉 ( 四仙峰 ) 사진 3 高고城셩을란뎌만두고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단書셔 宛완然연 되四 仙션은어 가니 03 고성의삼일포 ( 강원도고성군삼일포리에있는호수 ) 쉼터 49
사진 4 梨니花화 셔디고졉동새슬피울제洛낙山산東동畔반으로義의相샹臺 예올라안자日일出츌을보리라밤듕만니러 니 사진 5 羽우蓋개芝지輪륜이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氷빙紈환을다리고고텨다려 04 양양의낙산사 ( 강원도양양군오봉산에있는사찰 ) 에서바라본의상대 사진 6 眞진珠쥬館관竹듁西셔樓루五오十십川쳔 린믈이太태白 山산그림재 東동海 로다마가니 사진 7 天텬根근을못내보와望망洋양亭뎡의올은말이바다밧근하 이니하 밧근므서신고 05 강릉의경포대 ( 강원도강릉시저동의경포호북쪽기슭에있는누각 ) 06 삼척의죽서루 ( 강원도삼척시성내동에있는누각 ) 07 울진의망양정 ( 경상북도울진군근남면산포리에있는정자 ) 08 평해의월송정 ( 경북울진군평해읍월송리에있는정자 ) 50 6. 문학의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