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어생활
새국어생활 2015 년제 25 권제 2 호 여름
국립국어원 2015-02-02 정간위심의필 95-13-4-21 ISSN 1225-7168 새국어생활 Saegugeosaenghwal 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Vol. 197 인쇄일 발행일 2015 년 6 월 30 일 펴낸이 편집위원 기획 편집 송철의 남길임 이광표 주세형 진정란 최경봉 이승재 김형배 윤혜선 제작커뮤니케이션북스 ( 주 ) 펴낸곳 국립국어원 (www.korean.go.kr) 주소 157-857 서울특별시강서구금낭화로 154( 방화3동 827번지 )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154, Geumnanghwa-ro, Gangseo-gu, Seoul, Korea 전화 (02) 2669-9775 전송 (02) 2669-9777 정기구독신청및구독소감, 건의사항등문의 새국어생활 담당자 (02) 2669-9719 urimal365@korea.kr
차례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해방과분단, 그리고언어환경의변화 3 김하수 남과북의사전 25 한용운 남과북공통표기법의조건 45 연규동 말다듬기와어휘사용의실제 67 서정목 국어정보화의방향 - 문자코드를중심으로 97 박진호
지금이사람음성인식을넘어서는, 언어인공지능을위하여 - 이윤근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만나다 121 권창섭 문학속우리말 우리말의맛과멋을살려쓰는동시 138 신현배 그분을그리며 나의영원한스승, 허웅선생님 149 김차균 세계의언어정책 다민족다중언어국가인도의언어정책 159 김도영 국어산책 신문언어, 독립신문 에길을묻다 172 홍성호 국립국어원소식 183 [ 부록 ] 표준국어대사전 정보수정내용 203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해방과분단, 그리고언어환경의변화 김하수전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특집 1. 들어가기 그동안우리말의환경은달라진듯달라지지않았고, 그대로인듯달라져왔다. 지나간시간동안일어났던수많은일들을모두언어문제로귀결시킨다는것은불가능하겠으나되도록이세상문제와언어문제를촘촘하게꿰보려한다. 서술방식은연대기적방식, 문제중심의방식, 인과관계중심의방식을사안에따라적절하게섞어썼다. 2. 분단이전에서분단까지 분단의역사 70년은분단이전의역사와쉽게분리되지않는연결고리를가지고있다. 분단과분단이전이서로무관한두토막의시대가아니라는말이다. 분단이전은당연히식민지시대를가리킨다. 한국은식민지배의종결로해방이되었고, 해방은동시에분단을불러왔다. 해방과분단이라는함께하기어려운상극이마치자연스러운결합인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3
듯지내온 70년이기도하다. 근대사회의식민지역사에서조선은사실상전세계에서마지막으로식민지가된곳이었다. 사실상 이라는말을붙이는까닭은조선다음에식민지가된곳은이란, 소말리아, 모로코등몇몇보호령들뿐이기때문이다. 다시말해우리가조금더잘버텼으면식민지까지되지는않았을수도있다는말이다. 왜냐하면제1차세계대전으로이미식민지확장경쟁은끝나기때문이다. 한 10여년만더견딜수만있었다면. 이라는가정은어떤점에서는무의미한공상에지나지않을수도있다. 조선왕조가어떻게든피해보려고했던시대변화는폭력적으로다가왔다. 아니다가온폭력이문제는아니었다. 모든사회적변혁과시대의변화는폭력을중요한매개로삼게마련이기때문이다. 영국의내전과내란이그랬고, 프랑스의혁명, 독일의혁명실패와유혈사태가, 그리고미국의독립전쟁과내전이그렇다. 문제는내부적폭력이냐아니면외부적폭력이냐이다. 갑신정변과갑오농민전쟁은내부적폭력을이용하여사회를재구성하려는시도였으나역량부족으로실패하였고, 결국조선은청, 일본, 러시아등의외부적폭력에시달리다가식민지로전락했다. 이렇게내외의폭력에시달리던즈음에한국어는드러나지않게근대를준비했다. 그리고이위기의시대에준비한 언어적근대 는해방과분단이후남과북을잇는, 가늘지만질기디질긴명주실이되었다. 한국사회의근대는일단일본의강압에의해이루어진 갑오개혁 ( 갑오경장 ) 과그에따른 열네가지큰법 ( 홍범 14조 ) 에그기본형식을담고있다. 그리고이때내린칙령제1호와그다음해의칙령제86호 9조에의해서한글은법적으로 국문 이되었다. 곧이어독립협회의기관지 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로출발한 독립신문 은무명의소장학자주시경을등장시켰다. 독 립협회 는애당초반청 ( 반중국 ) 적성격이강했다. 그들이말한 독립 도 중국천하에서탈출하는것을의미했다. 그리고 독립신문 의한면 이영어로편집될정도로서양세계에편향적이었다. 주시경이개인적으로어찌언어문제에천착하게되었는지는아직확언하기어렵다. 그렇지만어떻든그가놓은주춧돌과그후예들의활동은근대사회의시민적문화권력의핵심을정확하게겨누는총구역할을했다. 청일전쟁으로청에게서조선에대한종주권을물려받았다고자부한일본은이것이 대일본제국의시작 이아니라 조선근대화의시작 이었음을매우뒤늦게깨달았다. 근대사회는군주의권한보다시민의권한이핵심이다. 그러나그시민은폭력을사용할수없도록무장해제되어있다. 그리고오로지 말 로권한을사용할수있게되었다. 그렇기때문에권력구조를언어화한 법 을기초로법치국가를지향하며, 언어를매개로하는대의정치, 곧의회제도를중시한다. 또온갖정치적견해와선전을언어로정리, 보도하여 여론 을조정해나간다. 전근대는신분과계급이명료한사회였다. 그리고신분과계급은세습되었다. 그러나근대사회는이것을 보편적교육 으로허물어뜨렸다. 그래서근대교육의수단으로근대성을갖춘 언어 가필요했다. 또그 언어 로교육의성과를평가해선별된사람들을더높은단계로진학시키고, 여러가지국가고시를시행해권력과이익을재분배해야했다. 이렇게신분과계급의정당성은사라졌고언어를매개로하는개인적능력과전문적지식만이유일한정당성의근거가된것이다. 그래서언어는시민사회에서가장핵심적인능력이되었다. 식민사회는어떤부문에서는근대화를촉진하기도했지만또다른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5
부문에서는근대화를지연시키는작용도했다. 그래서사회를불균형, 비대칭, 불안정상태에빠뜨려사회통합을이루기어렵게했다. 식민시대의조선인들이 우리는하나의민족이구나! 하는의식을잠시나마가져본것은 3 1운동, 한글맞춤법과표준어사정같은언어운동정도가아니었을까한다. 근대화의선두주자였던서유럽과북미, 그리고일본은자신들의일상언어를근대사회의소통수단으로삼았다. 그언어들은그만큼이미근대성을갖춘상태였다. 이러한기회를놓치고식민지가된지역에서는대부분타자의언어로근대화를맞게되었다. 따라서시민사회의형성과소통망이견고하지못하거나무척느리게이루어졌다. 그런데역사적으로단한번도공식적인 권력의언어 구실을해본적이없던한국어가무척짧은시간안에변신하는데성공한것이다. 이런사례는그리흔하지않다. 유대인들의솔로몬이야기나탈무드또는잠언서같은한국어로쓰인 지혜 ( 智慧 ) 의서 ( 書 ) 도찾을수없어서겨우중국의 채근담 ( 菜根譚 ) 정도를곁눈질하며지내왔고, 이집트인이나티베트인처럼 사자 ( 死者 ) 의서 ( 書 ) 로영혼과대화해본적도없는한국어였다. 그언어로쓰인고전문헌이많은것도아니고, 풍부한경전이나법전을가졌던바도없다. 위대한서사시나대하희곡한편도찾을수없는처지로근대사회의유일한소통수단이되었다는것이신기하기짝이없다. 그힘은어디에서나왔을까? 초기의국어학에는불가피하게학문의성격과사회운동의성격이혼재해있었다. 그로말미암은학술적태도와민족문제에대한감응적태도는아직까지한국학계의반점처럼남아있다. 그것은한국사회만의특성이아니라시대변화를겪는모든사회가거치는일종의성장통이었다. 미국의건국사가청교도신앙문제와얽혀있듯이, 영국의근 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대화가엘리자베스 1 세의지엄한애국심과튜더가문의반가톨릭정신 이섞여이루어졌듯이, 프랑스애국주의근저에나폴레옹에대한환상 이곁들여있듯이, 그것은식민지조선이앓던홍역이남긴자국이다. 당시에국어학자들은우리의언어문제를논하면서 훈민정음 과 세종 을호출해냈으며대중은이에화답했다. 한국어연구와한글운동은 이렇게합체를이루었다. 특집 3. 언어와권력 해방의그순간, 민족권력의핵심역할을해야할임시정부는허둥지둥귀국하여군정청권력에끼어들지도못하고있었다. 내부의사회운동세력들도숨을잠시멈추거나고르고있어야했다. 오로지감옥에서금방나온조선어학회의일꾼들만이이미준비된권력을가지고있었다. 바로언어규범이었다. 비록아직어설픈규범이었지만급한대로교과서를만들수있었고, 공문서를적어나갈수도있었다. 출판물도다양하게나올수있었다. 중요한점은당시에긴급히국어교과서를편찬하는일과국어교사를양성하는일을아무런법적절차없이조선어학회가담당했다는것이다. 그리고학회의 < 한글마춤법통일안 > 역시아무런이의제기없이우리의언어규범으로인정받은것이다. 이것이주시경이 1896년 독립신문 에관여하고 1907년국문연구소에참여하면서남긴자취를이어받은후예들이 1921년에일군 조선어학회 가꾸준히준비해온언어적근대화작업의결과물이었다. 해방이후두개의정권이들어서는데는그리긴시간이필요하지않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7
았다. 양쪽의새정권은언어의권력이자신의주변에있지않다는것이퍽불편했던모양이었다. 북에서는부수상인김두봉의주도아래 < 조선어신철자법 > 이등장했다 (1948). 남에서는한글맞춤법을간소화하자는주장이대통령의주도로등장했다 (1949). 그뒤북에서어떤과정을거쳐 < 조선어신철자법 > 이사문화되었는지구체적인자료를접하기는어렵다. 단지그이후에이루어진일부책임자들에대한비판으로어렴풋이심각한정치문제가있었음을짐작할뿐이다. 남에서는 1955 년까지시간을끌며이른바 한글파동 이라는시사용어를남기기도하였다. 조선왕조가내부폭력으로새시대를맞이하지못하고외부폭력에무너졌듯이남과북의두정권도내부폭력으로충돌했으나그결과는국제적인전쟁으로번졌다. 조그마한국토에제2차세계대전참전국을능가하는여러나라의지원군이뛰어들었다. 반세기만에똑같은실수가반복된것이다. 그리고 60년남짓분단체제에서정상인듯, 비정상인듯공존하고있다. 한국적인, 그리고이제는별로새롭지않은 뉴노멀 상태가되어가고있다. 전쟁이후양쪽은진정새로운건국사업을진행해야했다. 남쪽에서는 1948년, 정부수립초기에 한글전용법 을제정하였다. 달랑한줄짜리법이었지만 1894년에공표된 열네가지큰법 과국문에관한칙령이후 50여년만에 - 비록언어가아닌문자사용에대한규정이었다하더라도 - 우리의언어가어디로가야할지에대한공감대를공식적으로드러낸것이다. 여기에해방직전에조선어학회가준비하다중단된큰사전편찬사업은해방이후에계속되어야했다. 맞춤법의관리와손질, 국어교육, 사전편찬등의막중한대사업들을제대로추진할수있는조직은국가 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는물론일반민간에서도쉽게찾아볼수없었다. 한글학회의대표적인 지도자였던최현배는문교부편수국장을맡아교과서편찬에관한책 임을맡았다. 교과서편찬권은또다른언어권력이가능했음을보여 주었다. 순우리말어휘가교과서에서오래된어휘를대체해나가기시작했다. 당시의추진세력이그의미의중차대성과예민함을알았는지는판단할길이없지만, 새로운시대에새로운언어를입히는일은상당한역풍과반동을불러왔다. 어느시대에도, 어느지역에서도이러한구조재편에순순히물러나는낡은세력은없는법이다. 전쟁이끝나고 1955년이되어비로소제대로된교육과정을구성하게되면서국어학계에는잠재되어있던갈등이나타났다. 문법용어를어떻게통일할것인가하는문제가초미의관심사가되었다. 사실국어학계의이와같은논쟁과갈등은어제오늘의일이아니다. 이미해방이전에맞춤법문제를두고도매우치열한논쟁을벌였다. 그럴때마다조선어학회는정면돌파를해냈다. 그만큼역량이강했기때문이다. 더욱이일제의마지막악수인 국어상용화 ( 일본어강요 ) 와 조선어학회사건 은조선어학회에정당성을주었다. 그정당성은앞에서말한언어규범에대한관리권을모두이의없이인정하게한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의한글학회는이미해방직후와는성격이많이달라져있었다. 남북분단상황에대해자기나름대로뚜렷한정치적견해를가지고있던일부유능한구성원들이북으로넘어갔다. 국토와정권만분단된것이아니었다. 조선어학회도분단된것이었다. 그때문에이름도한글학회로바꾸었다. 조선어학회사건으로인적손실을많이입은상태에서또한번역량이소모된것이다. 그뿐만아니라전쟁이후고등교육기관이많아지면서식민지시대와는달리다양한성격의전문가와학자들이발언할수있는기회가생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9
겼고, 여러신문과잡지가그들에게견해를드러낼수있는기회를제공했다. 조선어학회가해방이전에가졌던정예논객을중심으로한일사불란한담론싸움의환경이이미시민사회적성격으로변하기시작한것이다. 한글학회의규범장악을불만스러워했던세력은 과학 의담론으로무장했다. 자연스럽게한글학회는 민족 의담론으로맞섰다. 언어규범으로논쟁을벌이면서 과학 과 민족 이싸웠다는것은이제와서보면하나의희극처럼보인다. 주권국가의언어규범은당연히과학적이면서동시에민족적이어야하지않았을까? 그러나그당시의논쟁수준은그랬다. 민족문제를이야기하면비과학적인것처럼보였고, 과학문제를이야기하면비민족적인것처럼보였다. 돌이켜보면, 한글학회가조선어학회의전통을잘이어받아무리없이언어규범을지속적으로관리하는위치를확보하려했다면당시의변화된사회환경을 재인식 할필요가있었다. 식민지시대에는일본과의민족적갈등이나분노가학회에큰힘이되어줄수있었다. 그러나해방이후에는전략과전술이달라져야했다. 시민사회에적응해야했고시민적지도력이필요했다. 뒤늦은후회이지만학술조직과시민운동조직으로나누거나별개의활동전선을가지는것이더낫지않았을까하는, 이미유효하지않은진단만내릴뿐이다. 민족담론도민족분단의문제를원활하게설명할수없으면일정한한계를지닐수밖에없었다. 더구나속전속결로치달은새로운순우리말어휘의보급은짐작컨대예상보다더많은적을만들었을듯하다. 새로운어휘가교과서에실릴때마다구세대들은많은상처를입었을것이다. 자신의지식이더이상유효하지않은, 낡은것으로치부되는상황을어느누가쉽게받아들였 1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겠는가? 그틈새를 조어론적으로비과학적이다. 라며공격을해대면 사실감당하기어려운궁지에몰리기쉽다. 사실조어론은과학이라기 보다는언어적인습에더가깝다. 그런와중에서도조어론적으로설명 이쉽지않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사다리꼴, 마름모꼴, 제곱 등이 살아남은것이실로대견하기만하다. 특집 4. 국가가앞장서다 결국 1960년대들어서문법용어를많이알려진한자어용어로할것인가아니면순우리말용어로할것인가의문제를정부주도로판가름하게되었다. 이로써해방이후 10여년동안언어규범주도권을가졌던한글학회는그권위를잃게된다. 달라진환경에전략적으로적응을못하고방황하는그틈새를국가권력이파고들어온것이다. 역시때늦은조언이지만용어문제를순우리말이냐한자어냐하는언어형식을둘러싼다툼처럼보이게한것이안타까운패착이었다. 언어형식을넘어 개념 논쟁이더욱필요한시점이었다. 한국어의형용사를유럽계언어의형용사와과연동일하게다룰수있는지, 한국어에대명사가독립적인품사구성능력이있는지, 의존명사가겨우 의존적 인기능을하는게아니라통사적영향력이의외로강하다고보아야하지않은지등 과학적논쟁 이가능할수도있지않았을까. 그렇다면이러한내용은, 순우리말이냐한자어냐를떠나그리간단하게 다수결 로처리할문제가아니었을것이다. 학문과언어발전의변곡점에해당하는시점을허무하게흘려보낸느낌이다. 1960년한국사회는대중이분노하면지도자를갈아치울수있다는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1
큰경험을한다. 세계를아무리둘러보아도이러한경험을한지역은거의없다. 이승만초대대통령의한국말은그억양이매우이상했다. 그러나모두그것을이상하다고말하지않고워낙영어를잘해그런것이라고들했다. 식민지에서독립한나라의첫번째통치자가식민지지배국언어로유창하게말하는것은당시에는흔한일이었다. 이렇게첫번째대통령과작별함으로써국민은당시의새로운정치적권위에쉽게복종하지않게되었다. 정치적자유에는활발한자기표현이뒤따르는법이었다. 수많은시위가잇따랐다. 분단극복을위한주장도많았고, 욕구불만의언어도많이분출했다. 또분열도극심했다. 2년을겨우넘기며또다시정변을맞았다. 이때부터국가는매우바쁘게움직였다. 국민에게할말도많아졌다. 그래서 1961년말에국영텔레비전방송국이창설되었다. 그전에도작은민간텔레비전방송국이있었는데 ( 종일방송이아니었음 ) 화재가나서어쩔수없이영어를모르면서도미군방송 (AFKN) 을보는수밖에없었다. 후에문화방송이라는민간텔레비전방송국이생기면서국민은시사정보및오락방송을시청할수있었다. 텔레비전은또광고도방영했다. 산업화과정이홍보물로만들어져많은사람들이인상적으로기억하게되었다. 1960년대중반한국과일본의외교관계가트였다. 사회적으로갈등이매우심했지만일단물꼬가트이자일본인관광객들도자주보게되었고, 특히일본계회사가많아지면서일자리도늘어났다. 일본어학원이많아졌고, 대학에일본어학과들이점점눈에띄기시작했다. 재일교포 라는말은부유층을일컫는말처럼해석되었다. 경제적으로는일본에기대는것을어쩔수없이받아들이는분위기였지만스포츠에서는전혀다른광경이벌어졌다. 레슬링, 권투, 여자농구와같은종목에 1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서는일본과치열하게싸웠다. 이기면영웅이되었고지면손가락질을 받았다. 산업화는새로운문물을불러들였다. 자연히새로운어휘도많아졌 다. 텔레비전에서는 쇼, 코메디, 탈렌트, 스타 와같은말들이나타났고, 광고에서도갖가지의약품, 드링크, 가정용품, 옷가지등의유형과품목들이소개됐다. 메리야쓰 니 와이샤쓰 같은말이그틈바구니에있었고, 페인트 나 머플러 같은말이구닥다리같은 뼁끼 와 마후라 를대체했다. 하이힐 은 뾰죽구두 와 하이루 를퇴치해버렸다. 어느덧 반도호텔 은 롯데호텔 로, 반도극장 은 피카디리극장 으로, 수도극장 은 스카라극장 으로품격을높였다. 워커힐 은품위있는외국인들을모시는고급접대장소가되었다. 그러다보니통속어에는수많은일본어어휘들, 아니면망가진일본어들이흔하게굴러다녔다. 거리에는 쓰리꾼 이횡행했고, 권력가에게는 와이로 를먹이거나 사바사바 를했다. 정치인들은정적을 사꾸라 라고비난했다. 일본어를한자어로읽으면의젓한공용어가되었고, 일본어발음으로받아들이면비속어가되는세상이었다. 어찌되었건이모든것은북쪽정부에서남쪽의언어환경과상태를비판하면서이른바 문화어 를선언하게된빌미가된다. 특집 5. 남과북의정책들 한편북쪽에서는광복직후부터준비된언어정책이숨가쁘게돌아 갔다. 정부를수립하자빠르게문맹퇴치운동에들어간다. 이운동의 귀결은한자폐지이다. 한자를놔둔채문맹퇴치는불가능하기때문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3
이다. 한자를폐지하자면수많은동음이의어문제를풀어야한다. 그것은또어휘순화 ( 말다듬기 ) 로나아갈수밖에없었을것이다. 이과정에서북에서는 < 조선어철자법 > 을시행함으로써남과북의언어규범에큼지막한틈바구니를만들었다. 여기에서나타난규범의차이를누구의잘잘못을가리는방식으로접근하기는쉽지않다. 규범의차이를만들어낸태도에차이가있었기때문이다. 북에서는우리의언어를철저히형태적합법칙성을근거로체계화하려했고, 남에서는조음적현상을참조했다고정리할수있다. 외래어표기법은영어를중심으로한남쪽의체계에비해북쪽에서는러시아어어휘를훨씬더많이의식하고있었다. 북에서는일찍이소련과동유럽, 그리고중국의도움과협력속에서사회적안정을갖추어오다가 1960년대에들어서면서간단치않은문제에부딪히게된다. 이미 1950년대헝가리의자유화운동이벌어지자소련군이진입하여물의를빚은적이있었는데, 사회주의우방인소련과중국사이에갈등이생긴것이다. 중국은인도와국경분쟁을일으켰다. 인도는사회주의는아니지만제3세계비동맹운동을주도하고있었고 어느정도 친소련, 친사회주의적이었다. 다시말해사회주의형제국들이더이상형제가아니라는것이뚜렷해진것이다. 이러한정황에서북은 주체 를선언했다. 그리고중국과소련에대해등거리외교를한다. 이후주체사상을정치체제의중요고리로삼게되었다. 결국 1966년 5월 14일에작성한것으로된 조선어의민족적특성을옳게살려나갈데대하여 라는글에서남쪽 표준어 의정당성을부정하고평양말을중심으로한 문화어 를제창했다. 그리고이어문화어규범을제정하여그동안사용해온조선어철자법체제를다시정비하여사이표 ( ' ) 와같은보조수단을폐지했다. 1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북의문화어정책에대한반응인지는정확히알수없으나일종의정 치적대응처럼해석되는조치가남쪽정부에서시도되었다. 1970 년한 글전용정책을선언한것이다. 물론반대여론에밀려 2 년후에는다시 한자교육을허용했지만필수가아닌선택과목이었다. 이로써 사실상 한자교육은서서히고사되는과정에들어섰다. 이미 1966년에창간한새로운문예비평잡지 창작과비평 이한글전용에가로쓰기로좋은반응을얻고있었던것을감안하면, 그리고그이후한글사용과가로쓰기가오늘날까지한번도우물거림없이, 그러나천천히완성도를높여가는것을보면한국사회에서 한자 는시대적한계에다다랐음을절감할수밖에없다. 결국 1960년대초반에문법용어문제로한글학회세력은큰상처를입었고, 1970년대초반에는스스로훨씬과학적이라고생각했던한자친화적인이들이자기한계에부딪혔다. 이같은상황은양쪽모두사회변화에대응하는데문제가많았다는것을재인식하는계기가되었어야했다. 초기에는한글학회가지나치게정파적으로문제에접근하다가실패하고언어규범을관리하는우위를위협받게되었으며, 한자친화적인견해를가졌던이들은 1960년대에점점성숙해지는시민세력에공감을주는감응력을갖지못했다. 폭발적으로형성되어가는중산층을안정적으로정착시키기위해서는자녀교육문제에대한사회적, 정신적소모를줄여주어야했다. 이에호응한교육정책이중학교부터대학까지이어지던입시제도의축소와완화였다. 1960년대의입시과목축소, 실업계고교생들에게대학입시특전부여, 그리고 1970년대추첨제에이르기까지지속적으로교육부담을감소시키며, 주변부의삶에서도자녀들을대학에진학시킬수있다는꿈을키워주었다. 이러한정책적인방향에 한자 를필수과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5
목으로, 그리고입시에반영시켜한자교육으로시민사회의주력이되려고했다는것은분명히시대착오에가까웠다. 문법용어의논쟁에서한글학회가물러서게된것을자신들의승리로착각한것이다. 승리는새로이일어서는시민사회의것이었고, 그들의눈치를정확하게읽은정책담당자의몫이기도했다. 6. 냉전 전쟁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는서로의체제가날카롭게부딪치는냉전시기였다. 그러한날카로움은언어를다루는문필가들의작품을정치적인기준으로사법처리하는일로이어졌다. 이것을글이화를불러왔다는뜻으로 필화사건 이라고했다. 자연스럽게언어통제가이루어졌고, 사상이나이념을일컫는표현이나의미는삼가는분위기가되었다. 그과정에서과거에는자연스럽게사용하던 인민, 동무, 주석 과같은말들은매우거북한단어가되었다. 마찬가지로북에서도 자유, 아가씨 와같은말들이삼가는어휘가된것으로알려졌다. 남쪽의군대가베트남전쟁에참여하면서남과북의긴장은더욱높아졌다. 무장군인이침투하기도했다. 이들을 공비 라고불렀다. 이러한긴장상태는남쪽사회에 예비군 이라는잠재적인군사력확대와대학의군사교육시행등을불러왔다. 임계점을모르는냉전이강화되었다. 그러나이렇게싸늘하기만하던남과북의한랭전선은 1972년 7 4공동성명으로삽시간에뜨거운현안으로변모했다. 그러나머지않아협상이교착상태에빠지면서또다시서로험악한관계로돌아갔다. 행여나했던희망은속절없이사라졌다. 그러나양측 1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정부는챙길것을챙겼다. 북에서는이때 사회주의헌법 으로헌법을 개정했고, 남에서는 유신헌법 으로체제를바꿨다. 눈여겨보아야할것 은이때북의사회주의헌법에서는공화국의수도를서울에서평양으 로바꾼것이다. 이는현실화라고도할수있겠으나달리본다면전쟁의가능성을대폭줄인것으로도볼수있다. 그리고 ( 평양말중심의 ) 문화어의의미도살린셈이다. 그런점에서본다면북의문화어를그리과소평가할일도아니다. 한편으로는분단을정당화하기도했으면서동시에평화상태를유지하는데공헌하기도한것이다. 한편유신헌법도비민주적인조항이비판의대상이되기도했지만헌법에 통일 조항을처음집어넣었다. 이것은매우의미있고값진것이었다. 그이전에는휴전선북쪽에는소탕해야할일종의 반란세력 이있을뿐이라는해석이었지만영토조항과의모순을무릅쓰고 통일 조항을삽입해양측의지향점을생산적으로바꾸었다. 1980년을전후해남쪽사회는전례없는정치적격동기에빠지게된다. 정치권도급격히재편되었다. 모든정치적, 경제적, 문화적동력이오로지 올림픽 에맞추어졌다. 그러면서국제적인냉전체제가서서히약화되기시작했다. 소련은아프가니스탄개입이후뒷감당을못하면서취약점을드러냈다. 미국과소련이서로시비하며모스크바올림픽과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불참하다가 1988년서울올림픽을가장의미있는만남으로만들어주었다. 휘청거리던소련은 1989년동독의붕괴를속수무책으로바라볼수밖에없었다. 이러한변화의바람을타고 1991년남과북은국제연합에함께가입한다. 냉정하게본다면통일지향적이라기보다는분단을영구화할위험도없지않았다. 그러나동독과서독이사실상별개의국가를지향했음에도일정한계기에모든현실적장애를무효화하면서통일을성취한예를보더라도그리비관적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7
으로만생각할일은아니다. 또이기간을겪으면서남쪽사회에서는북쪽에서그동안간행했던수많은언어연구서들이복간되었다. 덕분에반세기가까이절연되었던많은북쪽의책과논문을만날수있었고, 여기서잊힐뻔한반가운이름들을다시더듬어볼수있었다. 이는훗날매우의미있는산물을만드는밑거름이되었다. 이시기에남쪽에서는언어정책을위한중요한사건이일어났다. 1988년에문교부가주관하여한글맞춤법개정이이루어진것이다. 1933년제정된 < 한글마춤법통일안 > 이후민간주도로유지되어오던언어규범이정부주도로전환되었다. 긍정적으로본다면조직화된전담기관에서안정적으로규범을관리할수있다는점이돋보이지만, 반세기동안이끌어오던민간주도의역량을스스로포기한것이기도하다. 이는시민사회의역할을중시하는입장에서는매우아쉬운일이다. 이시기에문교부산하학술원에는국어연구소가생겼고, 이것이 1990년문화부로이전되면서 국립국어연구원 으로거듭났다. 이기관은후에 국립국어원 으로이름과성격을달리하게된다. 7. 냉전체제이후 이즈음남쪽의경제는급성장했다. 삼저호황 이라고하여달러가치, 석유값, 금리등이낮은수준으로이어져국제적으로유리한국면이지속된것이다. 이시기를잘보낸남쪽과대만, 홍콩, 싱가포르는한동안아시아의네마리용 ( 또는호랑이 ) 이라는별명을얻었다. 당시문화혁명의후유증치유에여념이없었던중국은이절호의기회를놓치게되었다. 서울올림픽을성공적으로치르고경제성장도성취한남쪽은 1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위기에빠진사회주의권을향해이른바 북방정책 을시도했다. 반공 의최전선에서대담하게유연한정책으로변하기시작한것이다. 이시기에는소련의해체과정에서독립한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들 과중국의연변자치주에거주하던 재중동포 들이국어학자들의조명을많이받았다. 그러나아쉽게도그들의삶의조건을개선해주거나문화적동질감과유대의식을강화해주기보다는그들의언어규범이문화어에가깝다는이유로계몽과개조의대상으로삼고말았다. 그들이 70여년내지 100여년을사용했던 모어 의정당성을오로지 1936 년에사정된표준어를근거로부정적으로다룬것은크나큰실책이었다. 그들이문화적으로처했던열악한조건을어떻게의미있게극복해왔는지, 그리고그러다보니어떤언어를어떻게사용하게되었는지에대한일말의애정도없는오만한태도였다. 그동안그들이일구어놓은성과, 예를들어문학작품, 연극, 방송자료, 노래, 신문과잡지, 교과서, 민담자료등은시간이많이흐른뒤에비로소약간의관심을받게되었다. 그러면서점점서로남남처럼지내게되었다. 1990년대들어서면서남쪽사회는자신감을가지고국제관계를보게되었다. 국제화니세계화니하는말도자신있게시용했고, 우루과이라운드와같은시장의자유화문제를대범하게다루기시작했다. 그러다보니외국인노동자들도합법적으로들어오게되었다. 그러면서서서히우리의언어를외국인에게가르치는일을무척중요하게생각했다. 이러한생각이밑바탕이되어교육부는 1995년부터준비를시작해 1997년부터는외국인들을위한 한국어능력시험 (TOPIK) 을시행했다. 문화부도뒤이어 한국어세계화추진위원회 를만들어토대구축에힘쓰다가 2001년에는 한국어세계화재단 으로발전시켰다. 또국립국어원이주도하여 2012년에는 세종학당재단 이설립되어해외의한국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9
어교육에더큰추진력을더하게되었다. 2015년현재 54개국 130군데에세종학당이연결되어있다. 초기에는조직망확대에주력한까닭에앞으로는교육수준향상에더힘을쏟아야할것이다. 1980년대의호황이래걷잡을수없이팽창에만급급하던남쪽사회의경제는 1997년에파열음을내고말았다. 수많은서민들의희생아래비교적짧은시간에뒷수습을한정부는눈앞에닥친 2000년대를국민의기대속에맞이하고싶어했다. 이를위해이른바 밀레니엄기획단 을출범시켜외국어로서한국어교육을사업항목에포함하였다. 이는한국어교육의발전에큰디딤돌이되었다. 사실앞에서언급한한국어능력시험, 한국어세계화재단, 세종학당등의대규모사업은이러한뒷받침에직접혹은간접적으로도움을많이받았다. 또세계화의거친풍랑에놀란마음과우리도잘할수있다는자신감등으로한때영어를미래의공용어로삼는것이어떠냐에대한논쟁도뜨거웠지만별다른성과는없었다. 덕분에 영어교육특구 니 영어마을 이니하며외국어교육문제가부동산투기와같은이윤추구의수단처럼비쳐지면서제대로된영어공교육에상처만남겼다. 8. 다시만남 1990년대는또한남과북의학자들이언어문제를둘러싸고의미있는만남을시작했던시기이기도하다. 1994년부터한국어정보학회는연변에서북의학자들을만나여러번말문을텄다. 1996년에는국립국어원이중국의창춘 ( 長春 ) 에서북의학자들과만난일이있지만이렇다할성과를얻지는못하였다. 그러다가 2001년에베이징에서북의사 2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와접촉이이루어지면서여건이닿는대로만남 을계속하게되었다. 이과정에서남과북의연결고리를자청해주었 던재중동포학자들의소문없는공헌은훗날에도잊지말고기억해두 어야할진정값지고고마운일이다. 이때부터남과북의언어정책담당자들은작은협력사업부터미래를꿈꾸는사업에이르기까지다양한일을함께하기시작했다. 물론이러한추진력을가지게된데는 2000년의 6 15 남북공동선언이큰힘이되었다. 소박하게서로의언어자료를교환하기도했고, 컴퓨터프로그래밍을함께하기도했다. 그렇게서로신뢰를쌓아가다가 2004년에는민족의언어유산을함께정리하고고유어의체계를더욱더발전시키자는데의견을같이했다. 이를바탕으로같은해말에는남과북의방언을전면적으로조사하는사업을시작하게되었다. 이연구사업은대단히중요한역사적, 학술적의미가있다. 사실돌이켜보면우리는단한번도한국어가어떠한지역에서누구에의해서어느정도사용되고있는지정밀하게조사한적이없다. 그렇기때문에이러한빈곤한토대위에표준어가결정되었다는것도, 방언권이설정되었다는것도, 또한국어 ( 조선어 ) 사용자라는범주를설정한것도매우이상한일이다. 우리자신에대한본격적인연구가없었던탓이다. 실학자가운데김정호의 < 대동여지도 > 가우리의산하를실증적으로담아본것으로중요했고, 정약전의 자산어보 가우리바다에서잡히는물고기들을구체적으로조사했다는것이전부가아닌가한다. 그러한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수준높은조사전문가가광범위한지역에서큰규모로전면조사를해야한다. 전면적인방언조사가전혀없었던것은아니다. 1914년과 1924년에일본인학자오구라신페이가조선어방언을조사했다. 오늘날우리의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21
방언연구는여기에바탕을두고있다. 그러나그당시의조사는매우허술한방법론을사용했다. 우편물을이용한조사로, 이러한조사결과의신뢰도는그리높지않다. 단지아무것도없던상태에첫획을그었다는의미는인정할수밖에없다. 해방이후에는몇몇학자들이자신의연고지를중심으로단편적인조사를시행했다. 좀빈약하기는하지만상대적으로양질의자료를만들수있었다. 그러다 1980년당시정신문화연구원 ( 지금의한국학중앙연구원 ) 이시행한광범위한방언및민담조사는훌륭한학술자료를남기는데성공했다. 그러나어쩔수없이남쪽의자료뿐이고북쪽의자료는기대할수없는상태였다. 2004년에남과북이합의한방언조사는자못규모가큰편이었다. 분단된남과북만이아니라소수의지점이지만중국의동북지방과중앙아시아가포함되어있었다. 이정도만제대로조사되어도우리의언어는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또사회적으로제법신뢰할만한과학적근거를갖출수있게된다. 문제는시간이생각보다더많이걸린다는것이었다. 또학문외적인몇가지문제가일을더욱더더디게만들었다. 역사는우리에게더많은노력과참을성을요구한다. 2007년에는그이전부터준비해오던또하나의사업이시작되었다. 겨레말사전의편찬을위한인적조직이이루어지고법적인토대가마련되었다. 그래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가통일부산하조직으로출범한것이다. 원래는 2014년까지한시적으로운영될조직이었으나여러가지제대로진척되지못한문제를해결하기위하여 2019년까지운영기간이연장되었다. 분단이오히려자연스럽게느껴진다는것은참으로스산하다. 그만큼비정상의내면화가심해진것이다. 그렇기때문에남과북의실낱같은공동작업의흐름이끊기지않게, 더욱질기게하고, 그간의온갖 2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문제점과장애물의의미를곱씹으며다음단계를준비하는것은내면 화되었던문제를외면화할수있는기회가된다. 내면화된분단문제를 외면화하여각성의계기로삼는다는것은그문제의해결을앞당길수 있는의식적인계기가된다. 그런점에서지나간 100여년, 또해방 70 년을곱씹을가치는충분하다. 그렇게해서언젠가우리는 잃어버린 100년 을한탄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 더욱강해진 100년 을자랑할수있을것이다.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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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남과북의사전 한용운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편찬실장 특집 1. 사전, 사회상을반영하는거울 우리겨레는남북으로갈라져체제가다른상황에서 67년을교류없이지냈다. 그결과남북의겨레는사유방식이나생활방식등여러면에서작지않은차이를갖게되었고, 이러한차이는언어에도고스란히반영되었다. 사회상을반영하는거울 로비유될만큼언어에는그언어가사용되는시대상이나사회상이그대로투영되기때문이다. (1) 2010년남녘에서태어난김철수어머니가 보험회사 에다니고있어철수는만 1세부터 3년간 어린이집 에서보살핌을받았다. 올해 유치원 에입학하였고, 2017년에는 6년제 초등학교 에다니게된다. 2023년에 3년제 중학교 에입학하고, 2026년에 3년제 고등학교 에입학하게될것이다. 초등학교부터중학교까지 9년동안은 의무교육 기간이다. 만약철수가공부에소질이있다면만 18세가되는 2029년에곧장대학에진학할것이고, 그렇지않다면자신의선택에따라 재수 를하거나 21개월동안 군복무 를하게될것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25
(2) 2010년북녘에서태어난김철수어머니가 기업소 에다니고있어철수는만 1세부터 3년간그기업소에서운영하는 탁아소 에서보살핌을받았다. 올해 2년제 유치원 에입학하여현재 낮은반 에다니고있으며, 2017년에 5년제 소학교 에다니게된다. 2022년에는 3년제 초급중학교 에입학하고, 2025년에는 3년제 고급중학교 에입학하게될것이다. 유치원 높은반 1년을포함하여 12년동안국가에서정한 의무교육 을받게된다. 만약철수가공부에소질이있다면만 17세가되는 2028년에곧장대학에진학하는 직통생 이될것이고, 그렇지않다면군대나직장에배치될것이다. 재수 는허용되지않으며, 곧장입대할경우 27세까지 10년동안 군복무 를하게될것이다. 남과북의김철수는앞으로얼마나다른낱말을쓰면서살게될까? 1) 이글에서는분단이후남과북에서각기간행된사전들을간략히개관한후, 대표적으로남측국립국어원에서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 (1999) 과북측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에서편찬한 조선말대사전증보판 (2006) 을비교하여남북의어휘가구체적으로얼마나어떻게차이가나는지를검토하고자한다. 1) (1), (2) 에서 로표시한낱말은남과북의어느한쪽에서만쓰이는낱말이거나, 남북에서함께쓰이더라도의미에차이가있는낱말들이다. 2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2. 남과북의사전 우리말표제어에우리말풀이를시도한최초의사전은조선광문회의 말모이 (1911, 미간 ) 2) 이다. 주시경, 김두봉, 권덕규등이주축이되 어 1911 년부터편찬하던사전인데, 안타깝게도책으로는출판되지못했 특집 다 ( 이병근 2000: 83 110). 1911년은한일병합조약 (1910) 으로국권을잃은다음해였다. 그시기에조선총독부에서는식민통치의일환으로조선어에일본어뜻풀이를보인 조선어사전 ( 朝鮮語辭典 ) 편찬을시작했고, 조선광문회에서는애국계몽운동의일환으로 말모이 편찬작업을시작했다는점은되새겨볼필요가있다. 1925년에드디어우리말표제어에우리말풀이를한최초의국어사전인 보통학교조선어사전 을심의린이출판했다. 이사전은일제강점기의보통학교학생들을가르치기위한학습사전으로 6,106개의표제어가수록되어있으며, 부록으로한자자전이붙어있다 ( 박형익 2005 참조 ). 3) 이후 1938년문세영이 조선어사전 을간행했다. 이사전은 < 한글마춤법통일안 >(1933) 의표기법을따른최초의사전이며, 약 10만개의어휘를수록하였다. 4) 문세영은이사전을바탕으로하여 수정증보 2) 말모이 원고를보면동사나형용사표제어에기본형어미 -다 를붙이지않았다는점이특히주목할만하다. 예 : 까다롭 ( 엇 ) ᄀ사람이술술하지못함ᄂ일이야릇하게어렵음. 3) 이사전에서는용언의기본형이아닌, 그활용형을표제어로수록하고있다. 예 : 주무십시오 [ 寢침 ] 자라는말의尊對. 4) 이사전에서는동사나형용사에기본형어미 -다 를붙여수록하였고, 풀이항에서불규칙용언의활용형을제시하였으며, < 한글마춤법통일안 >(1933) 띄어쓰기규범을최초로적용했다는점이특징적이다. 예 : 까다롭다 ( ㅂ변 )[-로워.-로운][ 形 ] 一엄하다. 二너그럽지못하다. 三편협하다. 四이상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27
조선어사전 (1939), 중등조선어사전 (1948), 순전한우리말사전 (1951) 등여러사전을편찬하였다. 한편, 조선어사전편찬회에서도 1929년에사전편찬에착수하였다. 초기에는조선어학회에서 맞춤법 과 표준말 등의기초공사를맡고, 조선어사전편찬회에서는낱말을모아그뜻을밝히는체제로나뉘었지만, 훗날조선어학회가사전편찬회사업도넘겨받게되었다 ( 큰사전 머리말참조 ). 이사전은이극로, 이윤재, 이중화, 한징등의헌신적인노력으로 1942년에초고가완성되어출판을준비한것으로알려졌으나, 조선어학회사건 (1942) 이터져편찬자들이투옥되고수십만장의사전원고를일본경찰에빼앗기면서간행되지못했다. 해방이후천신만고끝에사전원고를찾아 1947년에 조선말큰사전 1권을간행했으나, 얼마후한국전쟁이발발하여진전이없다가 1957년에마침내한글학회에서전 6권으로완간하였다. 이름도 큰사전 으로바뀌었다. 5) 큰사전 (1929 1957) 은우리겨레가대사전 6) 규모로편찬한첫 하다. 五성질이쌀쌀하다. 5) 조선말큰사전 1권출판이후완간까지적지않은시간이소요될수밖에없음을예측한김병제는우리말교육에바로활용할수있는실용적인소사전을출판하였다. 표준조선말사전 (1947) 이그것인데, 이윤재의집필원고를사위인김병제가엮은사전이다. 이사전은 조선말큰사전 ( 큰사전 ) 이완간되기까지실질적인규범사전의역할을한것으로평가된다. 이후김병제는이극로와함께월북하여북의 조선말대사전 (1960 1962) 의완간을주도하기도하였다. 6) 대사전 (unabridged dictionary) 은일반어 ( 一般語 ) 이외에전문용어나신어 ( 新語 ), 방언 ( 方言 ), 속어 ( 俗語 ) 등을가능한한폭넓게표제어로등재함으로써한언어어휘의총체를기술하는것을지향하는사전이다. 일반적으로 대사전 또는 큰사전 이라는용어로많이사용되었는데, 이글에서는한글학회의 큰사전 과구분하기위해 대사전 으로부르기로한다. 2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번째사전이라는점에서큰의미가있다. 큰사전 머리말의일부를 소개하면다음과같다. 제말의사전을가지지못한것은문화민족의커다란수치일 뿐아니라, 민족자체의문화향상을꾀할수없음을절실히깨달아, 특집 이수치를씻고자, 우리문화향상의밑천을장만하고자, 우리가우리손으로, 조선말사전의편찬사업을처음으로계획한것은융희 4(1910) 년부터의일이었으니, 당시조선광문회에서이일을착수하여, 수년동안재료작성에힘을기울였던것이다. ( 중략 ) 이책이다만앞사람의유산을찾는도움이됨에그치지아니하고, 나아가서는민족문화를창조하는활동의이로운연장이되며, 또그창조된문화재를거두어들여, 앞으로자꾸충실해가는보배로운곳집이되기를바라말지아니한다. 2.1. 남측의사전남측대사전의시초는한글학회 ( 조선어학회 ) 의 큰사전 (1929 1957) 이다. 16만여개의표제어를수록하였다. 분단이후남측에서는이사전을바탕으로하여여러대사전들이간행되었다. 남측에서편찬된대사전을개략적으로소개하면다음과같다. 7) 큰사전 출판이후, 남측에서비교적널리사용된대사전으로는민중서관에서출간한이희승편 국어대사전 (1961) 이있다. 대사 7) 남측의경우상업용소사전과중사전편찬이활발히이루어졌고, 방언사전 속담사전 전문용어사전등의선별형사전들도많이출판되었다. 지면관계상다소개할수없음을양해해주기바란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29
전으로서는최초의상업사전이었고, 지금도판매되고있다. 1961년초판이발행될당시 20만여개의표제어를수록하였는데, 1991년의수정증보판에서는 35만여어휘를수록하였다. 표제어로일반어외에전문어를폭넓게수록하였으며, 인명과지명등의고유명사도널리수록하였다. 특히 1991년간행한증보판에서는부록으로 북한말모음 을제시하기도하였다. 삼성출판사의 새우리말큰사전 (1974) 은신기철 신용철형제가편찬한사전이다. 일반어외에도전문어, 인명, 지명등 32만여개의어휘를두루수록한대사전이다. 표제어수에서 1970년대최대규모사전이었다. 한편, 1988년에 < 한글맞춤법 > 이고시되면서국어대사전은일대도약의계기를맞게된다. 이시기는 1990년대로이어지는, 사전편찬이가장활발히이루어진다는 세기말 이었고, 컴퓨터기술의발달로사전편찬에소요되는인력과비용의문제도상당히해소된시기였다. 또한사전편찬이 사전편찬학 이라는전문연구분야로도정착되기시작한, 사전편찬에필요한대부분의요건들이갖추어진최상의시기였다. 이시기에간행된대사전으로는금성출판사의 금성판국어대사전 (1991) 과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 (1992) 그리고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 (1999) 이있다. 금성출판사에서간행한김민수 고영근 임홍빈 이승재편 국어대사전 은 34만여개의표제어를수록하였는데일반어외에고어, 전문어, 인명, 지명등이두루포함되어있다. 3,000개정도의북한어를수록하였으며, 1988년에개정된어문규범을반영한첫대사전이었다. 어문각에서간행한한글학회편 우리말큰사전 은 44만여표제어를수록하였는데, 잘쓰이지않는한자어를대폭정리하고고유어를 3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최대한보충하는데역점을두었다. 또한사라져가는남북한전역의 방언을발굴하여수록하고, 인명이나지명을표제어로다루지않는다 는원칙을적용하였으며, 고어를별책으로제시한점등이특징이다. 국립국어원에서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 (1999) 은분단이후정부주도로편찬된첫대사전이다. 1988년에개정된 < 한글맞춤법 > 및 < 표준어규정 > 등의어문규범을철저히반영하여국어생활의기준을확립하고자편찬했다. 일반어및북한어, 방언, 옛말등 50여만단어를수록하여표제어수에서도국내최대규모다. 종이사전간행이후시디롬으로제작 배포하였으며, 또한사전편찬지침을공개하여국내사전편찬과사전학연구에도기여한것으로평가된다. 현재는한국어자료를집대성해새로운지식, 문화생산의기반을구축하려는목적에서 100만어휘수록을목표로 개방형한국어지식대사전 ( 우리말샘 ) 편찬작업을진행하고있다. 이사전은웹사전형식으로서비스될예정인데, 쌍방향소통이될수있도록제한적이나마사용자들에게표제어의수록및뜻풀이수정권한을부여한다는점이특징이다. 한편,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에서간행한 고려대한국어대사전 (2009) 은 38만여표제어를수록하였는데, 대학교에서편찬한첫대사전이라는점에서의미있다. 1억어절규모의한국어말뭉치를바탕으로하여표제어를선별하였고, 기존사전에수록되지않은어휘 4만여개를새로수록하였다. 또한표제어를형태소단위로분석하여제시함으로써국어의다양한조어양상을제시하기도하였다. 지금까지남측의국어대사전을대강추려살펴보았다. 남측의대사전은모두 큰사전 의바탕위에서점차표제어수를늘리고뜻풀이를깁고더한사전이라할수있으며, 표준국어대사전 을제외하면모두민간에서출판된사전임을알수있다.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31
2.2. 북측의사전남측에비해북측은정부기관인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8) 주도로사전을편찬했다는점이특징이다. 정부주도로만사전을편찬하였으므로남측에비해대사전은많지않다. 북측의주요 뜻풀이사전 9) 을출판연도에따라소개하면다음과같다. 조선어소사전 (1956) 은분단이후북측에서출판한첫번째뜻풀이사전으로 4만 1,927개의표제어를수록하였다. 특히 1954년에새로제정한 < 조선어철자법 > 이반영된첫규범사전이기도하다. 10) 조선말사전편찬론연구 (2005: 57) 에서는이사전의편찬목적을 현대조선어의근간적인어휘만을반영하는것을과업으로삼으면서단어들의정확한사용, 정확한발음및정확한표기에관한지식을알려주는것 이라기술하고있다. 8)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의전신은 과학원언어문학연구소 이다. 1964년에 과학원 이 사회과학원 으로개편되면서예전의 언어문학연구소 는 언어학연구소 와 문학연구소 로분리되었다. 따라서 1964년이전에편찬된 조선어소사전 (1956) 과 조선말사전 (1960 1962) 은 과학원언어문학연구소 이름으로편찬되었고, 그이후의사전은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이름으로편찬되었다. 9) 조선말사전편찬론연구 (2005: 18 21) 에따르면, 사전은 백과전서적사전 과 언어학적사전 으로나뉜다. 백과전서적사전 은표제어가지시하는인물, 대상, 현상, 사건등을설명하고특징짓는사전이고 ( 예 : 백과사전, 경제사전, 철학사전등 ), 언어학적사전 은어휘와그뜻을설명하고풀이하는사전을가리킨다 ( 예 : 뜻풀이사전, 방언사전, 속담사전등 ). 뜻풀이사전 은 언어학적사전 에속하는유형으로, 어휘의뜻풀이를기본으로하면서 언어행위속에서의사용, 규범적인것과비규범적인것의구별, 표기와발음 등을밝혀제시하는데편찬목적이있다고기술하고있다. 10) 분단이후남측에서는두차례표기규범개정 [< 개정한한글맞춤법통일안 >(1958) 과 < 한글맞춤법 >(1988)] 이있었는데, 기본적인내용은 < 한글마춤법통일안 >(1933) 에비해크게달라지지않았다. 그런데북측에서는네차례의표기규범개정작업 [< 조선어신철자법 >(1948), < 조선어철자법 >(1954), < 조선말규범집 >(1966), < 조선말규범집 > (1988)] 을거치면서여러면에서 < 한글마춤법통일안 >(1933) 의규범과차이가생기게되었다. 3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조선말사전 (1960 1962) 은총 6 권으로간행되었으며, 표제어 는 18 만 7,137 개이다. 19 세기말부터 1960 년대초까지각종출판물에 쓰인어휘를폭넓게수록하였고, 고어와방언도수록하였다. 조선말 사전편찬론연구 (2005: 59) 에서는이사전에대해 높은사상성과함 께과학성과체계성, 규범성이확고히보장된뜻풀이사전 이라고평가 특집 하고있다. 이사전은 큰사전 편찬에참여했던월북언어학자들의주도로편찬되었다는점과이후북측사전편찬의바탕이된사전이라는점에서의미가크다. 현대조선말사전 (1968) 은 5만여개의표제어를수록한규범사전이다. 특히 1966년에제정된 < 조선말규범집 > 의조항을적용한첫사전이다. 이사전에는 고유어와이중체계를이루는한자말, 새로다듬어진한자말 등의한자어가표제어에서대폭제외되었으며, 새로선정한문화어어휘 3,300개가수록되었다. 조선문화어사전 (1973) 은 현대조선말사전 (1968) 을보완한사전으로 6만 7,480개의표제어를수록한규범사전이다. 1960년대중반이후대대적으로시행한 어휘정리사업 11) 의결과를폭넓게반영한사전이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1981) 은 13만 6,315개의표제어를수록한규범사전이다. 조선말사전편찬론연구 (2005: 64 64) 에서는 11) 어휘정리사업 은김일성의두담화문, 즉 조선어를발전시키기위한몇가지문제 (1964) 와 조선어의민족적특성을옳게살려나갈데대하여 (1966) 를발표한이후에대대적으로시행된것으로판단된다. 조선문화어건설이론 (2005: 77) 에따르면, 단어체계를 고유어에근거하여하나의체계로만드는것은어느한부문의어휘를다듬는데만그치는것이아니라어휘체계전반에걸쳐동시에혁명적으로어휘정리사업을밀고나갈것을요구하고있다. 라고하여, 어휘정리사업 이 어휘정화사업 과는달리어휘체계전반에걸친사업임을표명하고있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33
이사전을뜻풀이사전편찬에서지켜야할 주체성, 당성, 노동계급성, 인민성, 규범성 등의원칙이철저히지켜진사전이라평가하고있다. 북측에서간행된이전의사전에비해사회정치용어들과고유어들이폭넓게수록되었고, 인민의언어생활에서생겨난변화와발전을반영한어휘, 방언에서찾아낸좋은말, 어휘정리과정에서새로다듬어진말등도많이수록되었다. 한자말사전 (1989) 은옛문헌과중국서적을볼때참조할수있도록편찬한사전이다. 약 9만개의한자어를표제어로수록하였다. 분단이후북측에서는 한자어, 외래어, 낡은말과비문화적인말 에대한 어휘정리사업 을벌여, 많은한자어들이사전의표제어에서제외되었다. 그결과옛문헌의한자어나중국서적의한자어를찾아볼수있는사전이필요하게되어이사전을편찬하게된것으로보인다. 특징적으로이사전은부록에서 8,000개의한자를획순과자모순으로배열하고, 그음과훈을밝히고있기도하다. 조선말대사전 (1992) 은 33만여개의표제어를수록한대사전이다. 1987년에개정한 < 조선말규범집 > 의규범을반영한사전이다. 정부수립이후에사정한문화어전체를조망할수있도록하였고, 전문어와고어등을대폭수록하였다. 1만 5,000여개의성구 속담, 1만 2,000여개의본딴말, 5만 2,000여개의학술용어와전문기술용어, 그리고 9,000여개의방언, 1만 5,500여개의고어를수록하였다. 조선말사전 (1962) 이후다루지않았던고어 (1만 5,500여개 ) 와이두를부록으로다루었고, 방언도부록으로비교적많이수록하고있다. 고유명사가운데지명은널리수록했지만인명을수록하지않은점이남측대사전과다른점이다. 조선말사전 (2004) 은 15만 3,500여개의표제어를수록한중사전규모의뜻풀이사전이다. 머리말에따르면 조선말대사전 (1992) 3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편찬이후새로생겨난어휘를수록하고, 근로자와청소년들의언어문 화적소양을높일목적으로편찬하였다. 조선말대사전증보판 (2006) 은 조선말대사전 (1992) 을증 보한사전으로약 40 만개 12) 의표제어를수록했다. 조선말대사전 의뜻풀이를깁고더하였고, 새말들을찾아표제어로수록하였다. 특집 이상으로북측의뜻풀이사전을개략적으로살펴보았다. 북측사전 은 조선말사전 (1960 1962) 의바탕위에서편찬된것으로볼수 있으며, 남측과달리모두정부주도로편찬되었다는점이특징이다. 3. 남북사전의표제어비교 남북의어휘체계에차이가생긴주된원인은 사회체제 와 언어정책 의차이에있다. 예를들어 초등학교, 재수생 ( 남 )/ 소학교, 직통생 ( 북 ) 등의낱말은남과북의교육체제차이에따라각기생성된낱말들이고, 무허가업소, 간접소비세 ( 남 )/ 추긴죄, 교화로동 ( 북 ) 등의낱말은남과북의법체제차이에따라각기생성된낱말들이다. 언어정책의차이에서비롯된것으로는 거머리 ( 남 )/ 거마리 ( 북 ), 거위 ( 남 )/ 게사니 ( 북 ) 처럼 규범어설정지역의차이 13) 에서비롯된것이 12) 북측에서는남측과달리 속담 과 성구 ( 관용구 ) 를표제어수에포함하여계산한다. 따라서 약 40만개 라는통계에는속담 (1만 5,347개 ) 과성구 (1,390개) 수가포함된것으로볼수있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에서구축한데이터베이스자료에따르면, 속담과성구를더한총표제어수는 36만 9,680개이다. 13) 남측은서울말을중심으로규범어를정하였고, 북측은평양말을중심으로규범어를정하였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35
있고, 노안 ( 남 )/ 늙은눈 ( 북 ) 처럼 언어순화정책의차이 에서비롯된것이있다. 또한 양심 ( 남 )/ 량심 ( 북 ), 깃발 ( 남 )/ 기발 ( 북 ) 처럼 표기법차이 에서비롯된것도있다. 분단이후남측에서는정부차원에서어휘체계변화를대대적으로시도한적이없다. 이에비해북측에서는분단이후여러언어정책을강력하게추진하였다. 1948년부터 1949년까지 한자말정리사업 과 한자사용폐지사업 을벌였고, 14) 아울러일제강점기의사상잔재를청산하기위해 어휘정화사업 15) 도벌였다. 그리고 1960년대중반부터는 어휘정리사업 을본격적으로추진하였다. 이러한정책을시행한결과의사소통을어렵게했던 일본어 와 어려운한자어, 그리고 외래어 가쉬운우리말로많이순화되었다는긍정적인측면도있지만, 한편으로는단기간에인위적으로어휘체계를변화시켜남북의어휘이질화가심화되었다는부정적인측면도있다. 표준국어대사전 (1999) 과 조선말대사전증보판 (2006) 의표제어를비교하여그차이를구체적으로제시하면 [ 표 1] 과같다. 16) 14) 한자말을모두고유어로순화한것은아니었다. 조선문화어건설이론 (2005: 79 85) 에따르면, 한자말과외래어라고하여무턱대고다정리하는좌경적편향을극복하기위하여어휘정리원칙을철저히세웠다. 라고기술되어있다. 그예로 지하투쟁 을 땅속투쟁 으로, 중앙공업 을 가운데공업 으로바꾸지않는다는것을제시하고있다. 이는통계적으로도검증이되는데, 분단이후생성된북측낱말 ( 조선말대사전증보판 에만등재된표제어 ) 을검토해보면전체 (13만 8,472개 ) 대비 39% 가한자어이다. 이로미루어보아어려운한자어를정리한것이지모든한자어를고유어로순화한것은아니라는것을알수있다. 15) 조선문화어건설이론 (2005: 70 76) 에따르면, 어휘정화사업의목표는 어려운한자어휘와표현및불필요한외래어를대담하게정리하여버리는것 이었다. 이사업의결과물로 < 일반및학술용어통일안 ( 초안 )> 이간행되었는데, 22개분과용어중에서 6,000여개를정화한것으로기술되어있다. 3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표 1] 남북사전의표제어비교 17) ( 단위 : 개 ) 표준국어대사전 (1999) 조선말대사전증보판 (2006) 표제어 주표제어 437,865 ( 북한어 66,460개포함 ) 313,198 부표제어 68,411 39,745 계 506,276 352,943 특집 한쪽사전에만있는말 228,474 138,472 표대 의총표제어수는 50만 6,276개인데, 이중 북한어 6만 6,460개를제외한 43만 9,816개의표제어가남측에서쓰이는낱말이다. 18) 43만 9,816개의표제어가운데남측사전에만수록된표제어는 22만 8,474개로, 전체표제어수 (43만 9,816개 ) 대비 51.9% 에이른다. 16) 이두사전은남과북의정부에서가장최근에편찬한사전이고, 표제어또한최대로수록한사전이어서남북어휘차이의구체적현황을밝히기에적합하다. 앞으로편의상 표준국어대사전 (1999) 은 표대 로, 조선말대사전증보판 (2006) 은 조대 로줄여일컫기로한다. 17) 이글에서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에서구축해놓은 표대 와 조대 자료를바탕으로하여통계를냈다. 이운영 (2002: 36) 에따르면 표대 의총표제어수는 50만 9,076개인데, 이는 [ 표 1] 에서제시한수치와약간의차이가있다. 품사통용어나다의어등의통계방식에차이가있기때문이다. 북한어를예로들면이운영 (2002) 에서는 7만 2,063개의표제어를북한어로보았는데여기에는 북한어를포함하고있는다의어 ( 가랑비 : 1 가늘게내리는비.. 2 북한어 가랑가랑맺힌눈물.) 가포함되어있다. 그렇지만 [ 표 1] 에서는 남측뜻풀이가전혀없는표제어 만을북한어로보았기때문에이운영 (2002) 의통계와차이가있는것이다. 한편 조대 데이터베이스자료는아직완전한단계가아니어서통계에어느정도오차가있을수있다. 하지만그오차는이글의논의전개에지장을줄정도는아니라는판단에서구체적인수치를제시하였다. 18) 표대 에는 북한어 를표제어로등재하고있는데, 여기서 북한어 는 남측낱말 이아니므로, 남북표제어비교대상에서제외한것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37
남북의사전표제어만을비교대상으로한다면, 북측에서는 52% 정도의남측낱말을모르는상황이라할수있다. 조대 의총표제어수는 35만 2,943개이다. 19) 이가운데북측사전에만수록된표제어는 13만 8,472개로, 전체대비 39.2% 에이른다. 남북의사전표제어만을비교대상으로한다면, 남측사람들은 39% 정도의북측낱말을모르는상황이라할수있다. 표대 와 조대 에만각기등재된표제어를유형별로제시하면 [ 표 2] 와같다. 표대 의일반어총개수는 21만 7,035개이다. 20) 이중 표대 에만등재된일반어는 7만 5,635개이다. 그리고 조대 의일반어총개수는 27만 1,860개이다. 이중 조대 에만등재된일반어는 10만 1,247개이다. 21) 표대 의일반어를기준으로했을때 65.1% 가 조대 일반어와동일하고, 조대 의일반어를기준으로했을때 62.7% 가 표대 일반어와동일하다. 표대 에만있는일반어가운데고유어로는 군걱정 ( 杞憂 ), 말맛 ( < 프 >nuance) 처럼외래어를정책적으로순화한예도있지만, 달동네, 뜬잠, 숯불갈비 처럼사회상이반영되어자연발생적으로생겨난낱말들이대부분이다. 한자어로는 만화방 ( 漫畫房 ), 배낭여행 ( 背囊旅行 ) 등이있으며, 룸메이트 (roommate), 리더십 (leadership) 처럼영어권외래어가직접유입된낱말도있고, 네글리제 (< 프 > 19) 표대 와동일한기준으로통계를내기위하여, 속담 과 성구 를표제어에서제외하였다. 20) 표대 에수록된 전문어, 지역어, 은어, 고어 를제외한수치이다. 21) 조대 에만수록된일반어가더많은데, 이는 표대 에서전문어로분류하고있는 정치용어, 동식물용어 등을 조대 에서는일반어로분류하고있기때문이다. 3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표 2] 표대 와 조대 어느한쪽사전에만등재된표제어의유형별분류 ( 단위 : 개 ) 분류 사전 표대 에만 조대 에만 일반어 전문어 75,635 101,247 고유어 15,801 고유어 34,997 한자어 35,309 한자어 35,284 외래어 2,022 외래어 533 혼종어 22) 17,870 혼종어 28,506 비규범어 4,633 비규범어 1,927 126,232 25,726 고유어 7,663 고유어 3,052 한자어 75,810 한자어 12,783 외래어 18,267 외래어 753 혼종어 22,672 혼종어 9,138 비규범어 1,820 비규범어 0 특집 지역어 17,131 4,405 글체 43( 한자어 37) 말체 625( 한자어 83) 낡은말 23) 5,813( 한자어 5,783) 가표제어 24) 170( 한자어 60) 은어 454 옛말 ( 고어 ) 9,022 443 계 228,474 138,472 22) 이글에서혼종어 ( 混種語, hybrid word) 는 고유어 + 한자어, 고유어 + 외래어, 한자어 + 외래어 등 둘이상의언어권낱말 ( 또는형태소 ) 이결합한복합어 를가리키는말이다. 남북의신어에서혼종어가차지하는비중이적지않아이글에서는 혼종어 를따로구분하여검토하였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39
négligé), 미네젱거 (< 독 >Minnesänger) 처럼비영어권외래어가직접유입된낱말도있다. 또한 빠꾸 (< 일 >bakku<< 영 > back), 공구리 (< 일 >konkurito<< 영 >concrete) 처럼일본을거쳐들어온외래어도상당수있다. 한편, 표대 에만등재된일반어가운데혼종어로는 얼음냉수 (-- 冷水 ), 연잎쌈 ( 蓮 -) 처럼 고유어 + 한자어 / 한자어 + 고유어 구성도있고, 다이내믹하다 (dynamic--), 루스하다 (loose--) 처럼 영어 + 고유어 구성도있으며, 가두데모 ( 街頭 +< 영 > demonstration), 가십난 (gossip 欄 ) 처럼 한자어 + 영어 / 영어 + 한자어 구성도있다. 비규범어로는 게으름장이 ( 게으름쟁이), 곡간 ( 곳간) 등이수록되었는데, 이들은표기규범에는위배되지만언중사이에서널리쓰이는낱말들이다. 조대 에만등재된일반어의총수는 10만 1,247개이다. 이가운데고유어는 3만 4,997개로, 일반어의총수대비 34.6% 의비중을차지한다. 표대 에비해고유어비중이 14% 이상높다. 이는 1946년이후 한자말정리사업 과 어휘정화사업 및 어휘정리사업 이대대적으로추진되면서남측에비해 정책적으로순화한고유어 가많아진때문으로볼수있다. 한자어나외래어를정책적으로순화한 먹는물 ( 음료수 ), 먼거리 ( 원거리), 손기척 ( 노크) 과같은고유어들이있고, 긴숨, 범벅이말, 늦은겨울 처럼자연발생적으로생긴고유어들도있다. 한편 조대 에만등재된일반어에는 다리힘, 새세상, 먹는물, 23) 조대 에 낡은말 은 현대성을잃고이미낡아서오늘날일반적으로는거의쓰이지않는어휘부류 로정의되어있다. 24) 조대 에서는 비애뜨의공식, 서울에서뺨맞고안성고개가서주먹질한다 와같은 구 ( 句 ) 나 속담 을수록하기위해고유명사 비애뜨, 안성고개 등을표제어로등재하였다. 이런표제어에는뜻풀이를제시하지않아이글에서는 가표제어 로명명하였다. 4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먼길 처럼남측기준으로보면 구 ( 句 ) 로볼수있는표제어 가많 이있다. 25) 또한남측기준으로보면 전문어로볼수있는표제어 도일 반어로많이수록되었는데, 정치전문어 로볼수있는 붉은기, 혁명사 상, 식물전문어 로볼수있는 노란자라버섯, 유향나무 등 의낱말이그러한예이다. 이는남북전문영역설정기준의차이에서 특집 비롯된것으로볼수있다. 한편, 남북의어휘차이는일반어에서보다전문어에서더심각하다. 67년의세월동안전문가교류가거의없었다는점, 언어정책면에서남측은외래전문어에대해적극적인순화정책을시행하지않은반면북측은적극적으로순화정책을시행하였다는점등에서차이가발생한것으로볼수있다. 표대 의전문어총수는 19만 2,208개인데, 조대 의전문어보다 14만 9,129개더많다. 그리고 표대 에만등재된전문어는 12만 6,232 개이고, 조대 에만등재된전문어는 2만 5,726개이다. 조대 에비해 표대 에만등재된전문어가약 5배더많다. 남측전문어총수 (19 만 2,208) 대비 65.7% 가남측에서만쓰이는전문어이다. 이수치에따르면남북의영역별전문가들이공동으로작업을하기어려운수준이다. 예를들어 10개의단어를말하면 3.5개정도만이해할수있는상황이기때문이다. 표대 에만등재된지역어는 1만 7,131개가있고, 조대 에만등재된지역어는 4,405개가있다. 그리고 글체, 말체, 낡은말, 가표 25) 구 ( 句 ) 로볼수있는형식 이표제어로등재된데에는 북측띄어쓰기규정 과관련이있다. 북측규범에따르면 물고기잡이전투, 단행본편집원 처럼 하나의개념을가지고하나의대상으로묶어지는덩이 는붙여쓰므로이러한구단위가표제어로많이등재된것으로보인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41
제어 는 조대 에서만적용하고있는분류이다. 조대 에만등재된표제어중에는 5,813개의낡은말이있는데, 이가운데 5,783개가한자어이다. 조대 에등재된낡은말의총수는 2만 5,409개이며, 이가운데한자어는 2만 3,144개로, 낡은말총수대비 91% 에이른다. 이처럼낡은말에한자어가많이포함된것은북측에서대대적으로시행한 한자말정리사업 과 어휘정화사업 등의영향일것으로짐작된다. 은어 는 표대 에만있는분류이다. 고어 / 옛말 은두사전모두등재하고있다. 4. 맺음말 2027년까지통일이되지않는다면북녘철수는남녘철수에비해 1년빠른, 만 17세에대학에입학하거나군대또는직장에배치될것이다. 그리고북녘철수는남북교육체제의차이로남녘철수와다른교과목과학술용어를학습하게될것이다. 즉, 남녘의 한국사 를 조선력사 로, 한글 을 조선글자 로, 폴란드 를 뽈스카 로, 합병증 을 따라난병 등으로학습하게되는것이다. 여러변수를제외하고단지남과북의사전표제어만을기준으로본다면북녘철수는남녘말의 52% 정도를모를것이고, 남녘철수는북녘말의 39% 정도를모르게될것이다. 더심각한것은남북의철수가동일분야전문가로서만나게될경우이다. 이경우상대측전문어가운데 66% 정도를모르는상황이될것이다. 물론남북교류가활성화되고언어통일을위한준비가착실히이루어진다면이수치는줄어들것이고, 그렇지않다면이수치보다늘어날것이다. 4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현재남측에서는북측사전을참조할수없고, 북측에서는남측사전 을참조할수없는상황이다. 분단된현상황에서는무엇보다남북의겨 레가함께볼수있는사전이필요하다. 이러한문제의식에서현재남 북의학자들이함께편찬하고있는사전이 겨레말큰사전 이다. 26) 겨레말큰사전 은남북의학자들이함께편찬하고, 남북의겨레가 특집 함께이용하게될첫대사전이라는점에서그의의가크다. 남북의어휘이질화는오랜기간진행돼온것이고, 또한그차이가사회체제와생활방식에서비롯된것이대부분이므로하루아침에극복되지는않을것이다. 독일처럼체제통일은어느날갑자기이루어질수도있겠지만, 언어통일은단번에이루어지지않는다. 혹독한일제강점기에 < 한글마춤법통일안 >(1933) 과 < 사정한조선어표준말모음 >(1936) 을미리준비하고, 아울러 큰사전 편찬작업을하여광복후우리어문생활의토대를마련했던것처럼오늘날우리도다시한번통일시대를위한준비작업을하나하나해두어야할것이다. 26) 겨레말큰사전 은남북언어통합을목표로편찬하고있는사전으로, 이사전에는 20세기부터현재까지남북및해외동포들이사용하고있는낱말 30여만개가표제어로수록될예정이다. 2019년발간을목표로작업을진행하고있으며, 편찬주체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43
참고문헌 권재일 (2006), 남북언어의문법표준화, 서울대학교출판부. 박형익 (2005), 심의린편찬보통학교조선어사전, 태학사. 사회과학출판사 (2005), 조선문화어건설이론, 조선어학전서 2. 사회과학출판사 (2005), 조선말사전편찬론연구, 조선어학전서 16. 이병근 (2000), 한국어사전의역사와방향, 태학사. 이운영 (2002), 표준국어대사전 연구분석, 국립국어연구원. 조재수 (2013 ), 국어사전 100년을돌아보다 (7 17), gyeoremal.or.kr 최경봉 (2005), 우리말의탄생, 도서출판책과함께. 한용운 (2007), 남북규범어의통합방안, 한국사상과문화 40, 한국사상문화학회, 301 322. 한용운 (2013), 남북사전의표제어차이, 2013년남북언어소통을위한국제학술회의발표집, 국립국어원, 119 143. 홍종선 최호철 (1998), 남북언어통일방안연구, 문화관광부연구보고서. 4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남과북공통표기법의조건 연규동연세대학교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특집 1945년독립을이루었음에도 1948년남과북에서각각별도의정부가수립되면서우리는우리의의지와는상관없이두개의서로다른체제에서살게되었다. 이러한과정에서남과북은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여러분야에서독자적으로변화해왔는데, 그중에서도남북의어문규범은언어와더불어서로다르게변해왔다. 이러한남북의어문규범차이는남북언어차이와함께오랫동안관심을받아왔으며, 언젠가맞이하게될남과북의재통일을대비하기위해그통합방안이주된논의의대상이되어왔다. 이글에서는남북의어문규범중특히맞춤법의차이를어떻게바라보아야할것인지에대하여간단하게살펴본다. 아울러이러한차이가기반을두고있는기본원칙을중심으로공통표기법이고려해야할것이무엇인지논하기로한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45
1. 남북어문규범의종류 현재남에서사용되는어문규범은 < 한글맞춤법 >, < 표준어규정 >, < 외래어표기법 >, < 국어의로마자표기법 > 의네가지이며, 북에서는 < 조선말규범집 >, < 외국말적기법 >, < 로마자표기법 > 의세가지어문규범이제정되어있다. 남과북에서사용하는어문규범은구성차이만있을뿐그내용은거의비슷하다. 즉, 남에서는 < 한글맞춤법 > 안에 띄어쓰기 와 문장부호 규정이포함되어있지만, 북에서는 < 조선말규범집 > 에 맞춤법 과별도로 띄여쓰기, 문장부호법 을규범으로제시하고있다. 또한남에서는 < 표준어규정 > 을따로정하고있는반면, 북측에서는문화어규범을따로정하지않고 < 조선말규범집 > 안에 문화어발음법 으로대체하고있는점도구별되는점이라할수있다. 이를비교하면 [ 표 1] 과같다. [ 표 1] 남북어문규범의종류 남 북 제 1, 2, 3, 4, 6 장맞춤법 맞춤법 한글맞춤법 제5장띄어쓰기띄여쓰기조선말규범집 ( 부록 ) 문장부호문장부호법 표준어규정 제 2 부표준발음법 제 1 부표준어사정원칙 - 문화어발음법 외래어표기법 국어의로마자표기법 외국말적기법 로마자표기법 4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2. 남북표기법의역사 2.1. 함께쓰던시기 남과북에서현재사용되고있는표기법은 1933년조선어학회에서제정한 < 한글마춤법통일안 > 에서출발한다. 이표기법은제정이후 1937년의고친판, 1940년의개정판, 1946년일부개정판등조금씩변화가있었지만, 전체적인틀은그대로유지되면서남과북이갈라지기이전의문자생활의준거가되었다. 특집 2.2. 달라진시기남과북에서공통으로사용되던표기규범이달라지기시작한것은 1948년북에서제정한 < 조선어신철자법 > 부터이다 (1950년간행 ). 이표기법은일부문헌에반영되기는했지만, 1950년한국전쟁이시작되어실제로널리사용되지는못했다. 하지만이표기법이이후발표된북의다른표기법에많은영향을미쳤다는점에서큰변화의시작으로보아야한다. < 조선어신철자법 > 에서새로적용된규정중에서현재까지사용되면서남북표기법에서중요한차이를낳는것들은다음과같다. 단일자모외에겹자모를정식자모로서인정 (1항) 자모명칭을 ㅣㅡ 방식으로통일 (2항) 이른바절음부 ( 絶音符, ' ) 를이용한사이시옷표기 (31항) 한자음 몌, 폐 를 메, 페 로표기 (37항) 두음법칙폐지 (42, 43항 ) 어간의모음이 ㅣ, ㅐ, ㅔ, ㅚ, ㅟ, ㅢ 인경우어미 -어, -었- 을 -여, -였- 으로표기 (56항)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47
특히절음부를이용하여합성어의음운교체를표기한시도는이후 < 조선어철자법 >(1954) 에서이름만 사이표 로바뀌었을뿐그대로유지되다가 < 조선말규범집 >(1966) 이후사이표가전적으로폐지된다는점에서중요한변화의시작이다. 손 ' 등, 코 ' 날, 치 ' 과, 관절 ' 염 과같은표기가시각적으로익숙해지면여기에서절음부를생략하더라도크게어색하지않다는점에서, 이후북한표기규범에서사이시옷표기를없앨수있는단초가바로절음부표기라고할수있다. 북에서실제로널리사용된표기법은 1954년제정된 < 조선어철자법 > 이다. 이표기법에서규정된이후남과북에서달라진규정은다음과같다. 자모의종류를 40 개로확정 (1 항 ) ㄲ, ㄸ등의명칭의접두사를 된 - 으로바꿈 (1 항 ) 이어 1966년에발표한 < 조선말규범집 > 은북표기규범의집대성이라할수있다. 이표기법에서는앞서언급한바와같이사이시옷을사용하지않음으로써 (18항), 이후남과북에서사이시옷표기에큰차이가나게된다. 남의맞춤법은조선어학회의후신인한글학회에서 1980년 < 한글맞춤법 > 이라는이름으로새표기법을발표함으로써변화를겪는다. 이표기법에서는 1933년 < 한글마춤법통일안 > 이후문자생활이정착되면서현실언어와는맞지않는규정이나완전히일반화된내용은삭제하였기때문에이전맞춤법에비해많이간소해졌다. 또한이미통일이이루어졌다고보아 통일안 이라는단어를빼버렸다. 사실그이전에도남에서는 1948년과 1958년에새로운안이발표되었지만, 이는이미사 4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용되던 1946 년도표기법을한글로바꾸거나, 당시새로제정된문법용 어등을바꾼것에불과하므로개정이라고말할수는없다. 2.3. 현재안의성립남과북에서현재사용되고있는공식적인표기규범은거의비슷한시기에완성되었다. 북에서는기존 < 조선말규범집 > 의일부조항과내용들을새로개정한 < 조선말규범집 > 을 1987년공포했으며 (1988년간행 ), 남에서는 1988년정부차원에서공포된최초의표기규범으로서 < 한글맞춤법 > 이개정되었다 (1989년시행 ). 특히 < 한글맞춤법 > 은국가차원에서어문규정을개정할필요성에따라확정된것으로, 이전까지사용되어오던표기법이조선어학회또는한글학회가민간단체의자격으로이끌어온것이라는점과크게대비된다. 이상에서살펴본바와같이 1948년남과북이갈라진후남에서는두종류의새로운표기법이, 북에서는네종류의새로운표기법이독자적인개정을거치면서확립되었다. 이과정에서남북의표기법은조금씩차이가벌어졌다. 이상의논의를그림으로구분하면 [ 그림 1] 과같다. 그림에서엷은음영으로된부분 ( ) 은남북이함께쓰던맞춤법이며, 짙은음영으로된부분 ( ) 은남북에서현재사용되는맞춤법이다. 한편전혀내용이바뀌지않은경우에는점선으로둘러싸표시하였다 ( ).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49
1933 한글마춤법통일안 1937 한글마춤법통일안 ( 고친판 ) 1940 개정한한글맞춤법통일안 1946 한글맞춤법통일안 ( 일부개정 ) 1948 개정한한글맞춤법통일안 ( 한글판 ) 조선어신철자법 1954 조선어철자법 1958 개정한한글맞춤법통일안 ( 용어수정판 ) 1966 조선말규범집 1980 한글맞춤법 ( 한글학회 ) 1987 조선말규범집 1988 한글맞춤법 남북이함께쓰던맞춤법남북의현재맞춤법내용이바뀌지않은경우 [ 그림 1] 남북표기법의역사 5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3. 남북표기법의총칙 남북의말과글에대한비교작업은 1971 년남북회담이후제한적으 로시작되었다. 그후 1988년당시북방외교정책아래북의문헌이개방되면서활발하게이루어졌다. 특히남북의표기규범관련연구는꽤많이이루어졌는데, 이러한논의의거의대부분은남북맞춤법의차이를소개하고그나름대로대안을제시하는것이다. 또한제시된대안들은연구자의주관적판단에의거하여조항에따라남북어느한쪽의규정을받아들이든지아니면남북의표기를둘다인정하자는것으로요약할수있다. 기존의여러논의를바탕으로이절에서는남북이앞으로어문규범을논의할때염두에두어야할기본원리를중점적으로살펴보기로한다. 특집 3.1. 소리대로 의본질그동안많은논의가있었지만좀더본질적이고구체적으로살펴보아야할문제는남과북의표기법에서제시되고있는총칙이다. 이들은각각다음과같다. < 남 > 한글맞춤법은표준어를소리대로적되, 어법에맞도록함을원칙으로한다. < 북 > 조선말맞춤법은단어에서뜻을가지는매개부분을언제나같게적는원칙을기본으로하면서일부경우소리나는대로적거나관습을따르는것을허용한다. 지금까지논의들에서는남북의총칙을표면적으로만받아들여서남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51
의 소리대로 는북의 소리나는대로 와대응이되어이른바음소주의를표상하고, 남의 어법에맞도록 은북의 단어에서뜻을가지는매개부분을언제나같게적는원칙 과대응이되어이른바형태주의를표상하는것으로이해되어왔다. [ 표 2] 남북표기법의총칙비교 남북내용 소리대로소리나는대로음소주의 어법에맞도록 단어에서뜻을가지는매개부분을언제나같게적는원칙 형태주의 하지만남쪽의 어법에맞도록 및북쪽의대응구절을형태주의에해당시킬수는있다하더라도, 남의 소리대로 는북의 소리나는대로 와는전혀다르며또한 주의 라고부를수있는것도아니다. 사실 소리대로 에는 1933년맞춤법을새로제정하던당시의상황이반영되어있다. 즉, 소리대로 라는표현에담긴뜻은표기법이일반화되지않았던당시에 아침, 어깨, 빨래, 나비 / 기차, 여자, 노인, 천지 와같은단어를각각 아, 엇개, 빨내, 나뷔 / 긔챠, 녀, 로인, 텬디 와같은역사적표기법으로적지말고실제발음에따라적어야한다는것이다. 예를들어 [ ㅊ ] 라는소리는 ㅌ 이라고적지않고 ㅊ 이라고적는다. [ ㅏ ] 라는소리는 ㆍ 라고적지말고 ㅏ 로적는다. 와같이될수있다. 따라서남의 소리대로 를올바르게이해하면 ( 옛날표기를사용하지말고 ) 실제말하는소리대로 적으라는것이며, 이를다르게표현하면 한글자모의음가대로 적는다는뜻이된다. 하지만 실제말하는소리대로 또는 한글자모의음가대로 와같은 5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소리대로 의원리는따로규정할필요가없이자명한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어를적는한글이표음문자라는사실에이같은내용이이미반영 되어있기때문이다. 또한문자생활이대중화되어표기법이정착된이 후에는 아침, 어깨, 빨래, 나비 ; 기차, 여자, 노인, 천지 와같은표기가이미그자체로역사성을획득하고있기때문이다. 북의 < 조선어신철자법 > 의총론에서 소리대로 를배제하고, < 조선어철자법 > 에서 소리에관한것 이라는장을아예없애버린것도이러한현실을정확하게인식한것이다. 특집 3.2. 어법에맞도록 의기능소리와문자가일대일로대응한다면표기법은불필요하다. 하지만이는이상일뿐이며, 어떤언어를 100% 소리대로적을수있는표음문자란존재하기어렵다. 특히교착어인한국어처럼각형태소가교착되는과정에서소리의교체가심하게일어나는언어는소리대로표기하게되면형태소의형태가위치에따라달라지므로 읽기의효율성 이크게제약받는다. 따라서형태소가위치에따라발음이바뀌더라도언제나일정하게표기할필요가있다. 이와같은사실이남의 어법에맞도록 과북의대응구절에표현되어있는것이다. 그러므로 어법에맞도록 을 단어에서뜻을가지는매개부분을언제나같게적는원칙 을가리키는것으로이해한다면남과북의총칙은결과적으로같은내용을표현한것이된다. 그리고이를 형태소의원형을밝혀적는다. 는원리로이해할수있다. 형태소 닭, 먹-, -고 가환경에따라각각 [ 닥, 멍-, -꼬] 로발음되더라도언제나일관되게그원형을밝혀적으므로 닭, 먹-, -고 에는 어법에맞도록 의원리만적용되며, 별, 보-, -니 등과같이발음이일정한형태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53
소는이와는달리 소리대로 의원리만적용된다고오해하는경우도흔히있다. 하지만이두종류의형태소모두기본적으로는 실제말하는소리대로 적는다는점에서 소리대로 의원리를따르며, 또언제나위치에따라발음이바뀌더라도형태소의원형을밝혀적는다는점에서 어법에맞도록 에그대로적용된다. 이를 [ 표 3] 과같이요약할수있다. [ 표 3] 어법에맞도록 의예외 소리대로 어법에맞도록 비고 닭 닭 ( 닭이 ) 닭 ([ 닥 ] 닭 ) 먹- 먹 ( 먹고 ) 먹 ([ 멍 ] 먹는다 ) -고 고 ( 오고 ) 고 ([ 꼬 ] 먹고 ) 별 별 별 교체없음 보- 보 보 교체없음 -니 니 ( 어디가니 ) 니 교체없음 3.3. 어법에맞도록 의예외하나의형태소는그발음이변하더라도늘일관되게적겠다는 어법에맞도록 에예외가되는것들이있다. 가장대표적인것이조사, 어미가앞에오는형태소의끝소리에따라모양을바꾸는것들이다. 이와같은조사와어미들, 예를들면 -을/ 를, -니/ 으니 와같은것들로비록하나의형태소이기는하지만그원형을밝히지않고발음에따라구별하여적기로약속된다. 만약에이들을 어법에맞도록 적어야한다면, 장기를 / 바둑을 ; 가니 / 먹으니 가아니라, 장기를 / 바둑를 ; 가니 / 먹니 또는 장기을 / 바둑을 ; 가으니 / 먹으니 와같이적어야하는데, 이는현실발음에큰왜곡을낳게된다. 5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따라서 어법에맞도록 표기하지않고실제발음을그대로적어야하 는경우, 다시말해서 변이형태가나타날경우그변이형태를그대로 적 어야하는경우를표현한것이바로북의 소리나는대로 이다. 하나 의형태소가때에따라표기가달라지더라도그표면적발음을놓치지 않겠다는것이다. 특집 3.4. 요약이절의논의를요약하면다음과같다. 즉, 한국어를표기하는도구인한글이라는문자가표음문자이므로남북표기법의대전제는실제말하는대로한글자모의발음에따라적는다는것이다 ( 이를표현한것이남의 소리대로 이며, 표기법이정착된현대에는잉여적인규정이다 ). 하지만교착어라는한국어의성격에따라하나의형태소가다른형태소와만날때소리의교체가일어나더라도그원형을밝혀적는다 ( 이를표현한것이남의 어법에맞도록 과북의 단어에서뜻을가지는매개부분을언제나같게적는원칙 이다 ). 하지만원형을밝힐때현실발음이심하게왜곡되면원형이아닌변이형태를발음대로적는다 ( 이를표현한것이북의 소리나는대로 이며, 남의 소리대로 와는다른원리이다 ). 그러므로한국어를표기하는원리로가장중요한것은 어법에맞도록 이며, 단서조항으로 소리나는대로 가덧붙을수있다 ( 북의총칙에표현된 관습을따르는것 도한국어를적는데필요한조건이기는하지만, 이는원리라기보다는일종의예외조항이므로여기서는따로언급하지않는다 ). 다만, 남의총칙에사용된 어법에맞도록 이라는구절은여러가지문제가있는표현이므로, 이글에서는이해를돕기위해편의상 원형을밝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55
히어 로쓰기로한다. 또한북의총칙에등장하는 소리나는대로 역시그자체로는아무문제가없지만, 남북의표기법을비교하는자리에서는 소리대로 라는표현과혼동되기도쉽고오해하기도쉬우므로, 이글에서는편의상 변이형태의발음대로 라는표현으로바꾸어서쓰기로한다. 4. 남북표기법의실제 이상에서정리한두가지원리즉, 원형을밝히어 와 변이형태의발 음대로 에따라남북표기법에서차이가나는몇가지규정들을살펴보 기로한다. 4.1. 두음법칙 남녀 / 녀성, 경로 / 노인 과같이ㄴ, ㄹ으로시작하는한자가어느위치에오든일관되게표기하는것은, 하나의형태소는하나의고정된형식으로적는것이므로기본적으로 원형을밝히어 를따르는것이다. 이같은표기는다음과같이한글로표기할때생기는많은동음이의어를최소화할수있다. 양산 ( 陽傘 )/ 량산 ( 量産 ), 이론 ( 異論 )/ 리론 ( 理論 ), 역학 ( 易學 )/ 력학 ( 力學 ), 노력 ( 努力 )/ 로력 ( 勞力 ) 하지만남에서는단어의첫머리에서ㄴ, ㄹ이소리나지않는두음 법칙을표기에반영하지않으면현실발음과크게어긋나게되므로 변 이형태의발음대로 적게된다. 만약실제발음인 [ 여자, 노인 ] 과는상 5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관없이원형을밝혀서 녀자, 로인 으로표기한다면, 이표기에따라발 음이바뀌는이른바철자발음 (spelling pronunciation) 이발생하여실 제언어현실을왜곡할소지가있다. 다만, 성씨 柳 를 류 로적거나유음이두음으로오는외래어를어려움없이발음하는등, 현대에와서남쪽에서두음법칙이조금씩흔들리고있는현상을보면앞으로두음법칙이변화할가능성이있기는하다. 게다가두음법칙표기를인정한다하더라도한글코드에서하나의한자가두개의음에중복할당된것은전산화과정에크게장애를낳으므로재고될필요가있다. 특집 4.2. 사이시옷합성어의사이시옷표기도남북의표기규범에서드러나는두드러진차이가운데하나이며 원형을밝히어 의원리를얼마나반영할것인가와관련된갈등이내재되어있다. 북의표기법은형태소의합성어형성과정에서발음이변하더라도이를반영하지않고 시내가, 깨잎 과같이 원형을밝히어 의원리에따라일관성있게표기하고있다. 반면, 남에서는두음법칙과마찬가지로 변이형태의발음대로 의원리를받아들여발음의교체를반영하는표기를채택하고있다. 예를들어, 시냇가, 깻잎 과같은표기에는 [ 시내까, 깬닙 ] 과같이된소리로바뀌거나ㄴ이첨가된다는사실이사이시옷에의해표현된것이다. 하지만 시내, 깨 가각각 시냇, 깻 으로바뀌므로원형은유지되지않는다. 원형을밝혀표기하면 [ 시내가, 깨잎 ] 과같이인위적인발음이나올공산이크기때문이다. 이와같이사이시옷을표기에반영하는것은동음이의어를구별할수있게해준다는장점도있다 ( 예 : 새별 / 샛별, 비바람 / 빗바람 ). 게다가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57
좁쌀, 살코기 와같은합성어에서ㅂ과ㅎ소리가덧나는경우에원형을밝히지않고변이형태의발음을그대로반영하는것과도일관성을유지할수있다. 역사적으로도사이시옷을써온이유가바로발음을표기에반영하려는의식때문이다. 하지만 원형을밝히어 의원리는끊임없이사이시옷표기를위협한다. 남에서여섯개의한자어를제외한모든한자어에사이시옷을표기하지않는이유도바로어떤식으로든원래형태를유지하려는의도때문이다. 또한최근언중이 최댓값, 갯과, 까치고갯길 과같은표기에부담을느끼는까닭도원형이깨지는것에거부감을느끼고있기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사이시옷표기는 원형을밝히어 와이에대응하는 변이형태의발음대로 가첨예하게대척하는표기라할수있다. 이런점에서북의 < 조선어신철자법 > 과 < 조선어철자법 > 에서시도된절음부또는사이표 ' 는 원형을밝히어 와 변이형태의발음대로 를둘다만족시키는방안으로평가받을수있다. 시내 ' 가, 깨 ' 잎, 최대 ' 값, 개 ' 과, 까치고개 ' 길 에서볼수있듯이원형을잘보여주면서도바뀐발음이있음을사이표가잘드러내고있기때문이다. 이방안의최대난점은전혀낯선부호를한글자모처럼사용해야한다는점이다. 북에서결국폐지된것도이같은생경함을해결하지못해서인것으로보인다. 사이표의대안으로 1940년 < 개정한한글맞춤법통일안 > 제30항에서시도되어 1946년까지사용된바있는 시내ㅅ가, 깨ㅅ잎, 최대ㅅ값, 개ㅅ과, 까치고개ㅅ길 과같은표기를생각해볼수도있다. 이같은표기는한글의낱자모를독립적으로표기한다는점에서어색하기는하다. 그러나사이시옷표기를낱글자로표기한 훈민정음 표기와도이어질수있으며, 1933년의 < 한글마춤법통일안 > 에서도 가ㅎ다 와같은표기를허용했다는사실을고려하면역사적인근거가있다. 5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4.3. 어미 남북이다르게표기하는일부어미들도대부분 원형을밝히어 와 변 이형태의발음대로 의두원리의차이이다. 간단하게정리하여본다. 어미 -어/ 여, -었/ 였- 의경우, 치어, 개어, 되었다, -시어 와같은남의표기는 원형을밝히어 를따르는것이며, 치여, 개여, 되였다, -시여 와같은북의표기는 변이형태의발음대로 를따르는것이다. 다만, ㄹ 과관련있는의문어미를된소리로표기할것인가에관련된표기에서북의표기인 -ㄹ가, -ㄹ고, -ㄹ소냐 등은원형을밝힌것이며, 남의표기인 -ㄹ까, -ㄹ꼬, -ㄹ쏘냐 등은변이형태의발음을따른것이다. 특집 4.4. 접미사 ㄼ 으로끝나는어근에붙는접미사의경우, 넓다랗다, 얇다랗다 와같은북의표기는 원형을밝히어 적은것이고, 널따랗다, 얄따랗다 와같은남의표기는 변이형태의발음대로 적은것이다. -거리다 가붙은어근에붙은접미사 -이 를 원형을밝히어 를따라표기하면 살살이, 쌕쌕이 와같은남의표기가되지만, 그발음나는대로적으면 살사리, 쌕쌔기 와같은북의표기가된다. 4.5. 자모한글자모와관련된남북의차이는한글자모의모양을우선할것인가아니면소리값을우선할것인가에따른것이다. 아래에이두가지방안의장단점을간단하게설명한다. 남의표기법에서처럼모양에따라자모를분류하고배열하는것은다음과같은장점이있다. 첫째, 모든문자는외적형상이직관적으로인지된다는보편성에들어맞는다. 예를들어 ㅺ, ㅔ 는문자론적으로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59
각각 ㅅ 과 ㄱ 또는 ㅓ 와 ㅣ 의결합으로이해된다. 둘째, 모양을기준으로하는것은언어의변화에영향을받지않는다. 즉, ㅺ, ㅔ 가시대에따라그발음이바뀌더라도그명칭이나배열순서는바뀔필요가없다. 영어에서도 honest, night 등과같은단어들의발음은크게바뀌었지만모양을따라명칭과순서가정해져있으므로늘일정하게배열된다. 특히이처럼시대에따라발음이바뀌는경우에는이른바 문자의편견 을깨는별도의과정이필요하다는사실에서이러한일관성은쉽게이해된다. 셋째, 훈민정음이창제된이래아주오랫동안전통적으로기본자모만이언급되어왔으며그결과한글자모가 24개라는사실은일반인에게는거의상식이되어왔다는점에서역사성을갖는다. 북과같이소리에따라자모를분류하고배열하는것의가장큰장점은교육적이라는것이다. 즉, ㄲ, ㅐ 등을독자적인자모로설정하게되면, 이들이우리말에서독립적인음소로서존재하고있다는사실이별도의교육을하지않아도명료하게드러난다. 특히 ㅇ 이음가가있는종성으로사용될때에는 ㅅ 과 ㅈ 사이에배열하고, ㅇ 이음가없는초성으로사용될때에는자음배열뒤에모음으로시작하는단어만을따로모아놓는다. 이렇게함으로써 ㅇ 이가진두가지성질을일찍부터자연스레이해할수있게되며모국어에대한정당한인식을하게되는것이다. 6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5. 남북표기법의통합을위하여 지금까지의논의로남과북의표기법은기본적으로형태소의원형을 밝히는 원형을밝히어 의원리에기반하고있지만, 변이형태의발음대로 에따른표기를어느정도반영할것인가에따라달라지고있음을확인하였다. 이절에서는이러한차이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남북표기법의통합을위해우리가바꾸어야할인식과공동체또는연구자의입장에서실천할수있는몇가지사항에대하여생각해보겠다. 특집 5.1. 인식의변화첫째, 남북의표기규범의차이가그렇게현저한것은아니다. 흔히차이점만을강조하다보면공통점이더많다는사실을소홀히여기게된다. 남과북의표기법은동일한맞춤법에서출발하였기에매우많은점을공유하고있다. 남북의표기법에대해서한때이질적이라는표현을쓴적도있었지만, 이러한표현은아주과장된것이다. 62쪽의글은북의언론에실린기사를인용한남쪽언론의기사이다. 남북의다른표기들이실제문자생활에서표기법의전제인 읽기의효율성 에크게장애를주지않음을보여준다. 띄어쓰기를제외하고는크게남과북의표기가다르지않다는사실은시사적이다. 이와같은남북의표기차이를 이질화 가아니라 다양화 라는관점으로바라본다면표기의다름은오히려문자생활에서문체적효과를낳을수도있다고본다. 이는마치한언어권내구성원들의방언이다르다고해서상호간에의사소통이크게제약받지않을뿐더러개인차원에서언어문화의다양성을보여주는지표로이해할수있는것에비유할수있다. 그런의미에서남북의표기차이가 단일한언어를표현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61
평양 - 남포통일마라손대회진행 [ 평양 11월 24일발조선중앙통신 ] 북과남의마라손애호가들의참가밑에평양-남포통일마라손대회가 24일에진행되였다. 통일마라손대회개막식이청춘거리서산축구경기장에서있었다. 개막식에는박경철민족화해협의회부회장, 관계부문일군들, 평양시안의체육애호가들이참가하였다. 남조선의인터네트신문 오마이뉴스 대표오 연호가인솔하는남측참가자들이개막식에참가하였다. 개막식에서는연설들이있었다. 연설자들은이번통일마라손대회가혈육의정을나누며자주통일의리정표인 6.15공동선언의기치따라통일조국을향하여힘차게달려갈민족의굳센의지를과시하는계기로된다고말하였다. 경기시작을알리는신호총소리가울리자북과 남의남, 녀마라손선수들이경기장을출발하였다. 주로에나선북과남의선수들은그어떤난관이앞을가로막아도우리민족끼리힘을합쳐기어이통일을이룩하고야말일념을안고광복거리를지나청년영웅도로에있는귀환점을돌아결승선을향하여달리고또달리였다. 경기가끝난후우수한성적을쟁취한선수들에대한시상이있은다음폐막식이진행되였다. 오마이뉴스, 2005. 11. 26.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 aspx?cntn_cd=a0000295081) 6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하면서서로다른표기법을사용해일어나는혼란과이로말미암아야 기되는민족어발전에부정적인저해요소 라는인식은이제버려야 한다. 이를방증하는예로동일한언어와문자체계를사용하는미국과영 국의표기차이를들수있다. 아래예들에서 / 앞쪽에있는것이미국 식표기이며, 뒤쪽에있는것이영국식표기이다. 특집 -er/-re center/centre, fiber/fibre, liter/litre, somber/sombre -ize/-ise analyze/analyse, civilize/civilise, organize/organise, realize/realise, recognize/recognise -ll-/-l- counselor/counsellor, jewelry/jewellry, marvelous/marvellous, modeling/modelling, signaled/signalled, traveler/travelller -or/-our behavior/behaviour, color/colour, harbor/harbour, honor/honour, humor/humour, labor/labour, neighbor/neighbour -se/-ce defense/defence, offense/offence, pretense/pretence -V-/-aV- airplane/aeroplane, encyclopedia/encyclopaedia, medieval/mediaeval 그외 ax/axe, catalog/catalogue, check/cheque, gray/grey, pajamas/pyjamas, skeptic/sceptic, tires/tyres, while/whilst 좀장황하리만큼예를길게든이유는남북의표기차이역시미국과영국의표기차이와마찬가지로단지문체적차이일뿐이며뜻을파악하는데는크게문제가되지않는다는것을보이기위한것이다. 둘째, 남과북어느한쪽의표기규범이다른쪽보다더우위에있는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63
것은아니다. 표기법은언어학적타당성도중요하지만실제사용하고있는언중의의식에어느정도합치하는가역시배제할수없는요소이다. 또한학습의용이성, 전통과의일치성등도고려대상이되어야한다. 이러한것들중어느것을강조할것인가는그사회가처한입장에따라달라지는것이지좋고나쁨을논할수없다. 예를들어표음문자를써서표기하면서도 nite, thru 대신에 night, through 를사용하는영어의표기법을단지논리적인면으로만접근할수는없는일이다. 5.2. 행동의변화첫째, 상대의표기규범에익숙해지는과정이필요하다. 어떠한표기법이라도처음에는낯설고어색하지만일단익숙해지면쉽게적응하기마련이다. 그런의미에서남북의문자문화교류가지금보다더빈번하게이루어지면남과북이자연스레상대의표기법을자주접하게될것이다. 또한 남북표기법변환기, 남북어휘변환기 등을개발하여문서편집기나웹브라우저의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등으로누구나쉽게이용할수있게하는것도큰도움이될것이다. 특히요즘처럼문자생활이전자화된시대에는많은비용을들이지않고서도또는전문지식이없더라도두가지표기의문자매체를쉽게생산할수있다. 둘째, 남과북의표기법을각각더간단하고논리적으로만들필요가있다. 남북의현행표기법에있는중복되거나모순되는점등을대폭손질하여더논리적으로정리해야한다. 이러한정리과정에서만들어진표기법은표기법연구와통합작업을위한기초작업이므로모든대중에게공개할필요는없다. 셋째, 디지털시대의소통방식을예상하는표기법구상이필요하다. 다가오는시대의의사소통방식은지금예측할수있는것이상으로크 6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게변할것이다. 특히전통적인방식의언어와문자소통방식은지금 보다훨씬덜중요해질가능성이크다. 예를들어종이사전보다는전 자사전을이용하는시대에한글자모의배열순서는그저연구자들만 의것이될수도있으며, 책을물리적으로배열할때에도자모순에얽매이지않고그절대위치를전자화하여검색할수있게될수도있다. 이러한시대에표기규범이어디까지또어떤방식으로제구실을할수있는지도고민할필요가있다.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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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말다듬기와어휘사용의실제 서정목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명예교수 특집 1. 아이스크림 의명멸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1981) 2709쪽에는 얼음보숭이 라는올림말이있고뜻풀이가 (1a) 처럼되어있다. 끝에 [ 아이스크림 ] 이라표시한것으로보아 얼음보숭이 는 아이스크림 이라는외래어를쓰지말고그대신에사용할다듬은말로제안된것이다. 아이스크림 을찾아보면 (1b) 처럼되어있다. (1) a. 얼음보숭이 : 소젖, 닭알, 사탕, 향료같은것을섞어서보숭이 처럼얼쿠어만든음식의한가지. [ 아이스크림 ]. b. 아이스크림 : ( 들어온말 ) ( 다듬은말로 ) 얼음보숭이. 보숭이 는 떡보숭이 처럼쓰이는말로서 고물 에해당하는방언형이다. 그러니까 얼음보숭이 는 크림 에해당하는우리말을 보숭이 라고보고방언을살려서외래어를다듬은말이다. 문화어학습 1981년 3월호에는 다듬은말을널리씁시다. 라는제목아래 얼음보숭이 를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67
아이스크림 대신에쓰도록권유하는광고가실려있다. 왜 크림 을 보숭이, 즉 고물 이라고판단했는지지금도알수없다. 언젠가그과정이밝혀질것이다. 그리고이사전에는 에스키모 라는단어가없다. 고유명사는올림말로하지않는다는원칙에따라민족이름으로보아올림말로하지않은것으로판단된다. 그러나 1992년의 조선말대사전 에서는 얼음보숭이 가흔적도없이사라졌다. 그대신 아이스크림 이라는올림말에 (2) 와같이뜻풀이가되어있다. (2) 아이스크림 : 1 소젖, 닭알, 사탕가루, 향료같은것을섞어한데 풀어서크림비슷하게만들어얼음같이차게한음식의한가지. 2 = 에스키모 [ice cream 영 ]. 그런데이것은 (3a) 의 아이스케키 를처리한것과는차이가난다. 이경우에는 (3b) 처럼 얼음과자 에다뜻풀이를한것이다. 그러니까 얼음과자 가주된단어이고 아이스케키 는그에대한외래어로서뜻은다듬은말을보도록하고있는것이다. (3) a. 아이스케키 : 얼음과자. [ ice cake 영 ]. b. 얼음과자 : 1 물에사탕가루, 젖, 과일즙같은것을타서얼군 것. 흔히속에꼬챙이를넣어서얼군다. 2 = 에스키모. 이렇게 아이스크림 과 아이스케키 는비슷한성격의외래어인데도, 하나는당당하게주된단어가되었고다른하나는부수적인외래어가 되었다. 그이유는 얼음보숭이 가잘못다듬어진말이고 얼음과자 는 6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잘다듬어진말이기때문일것이다. 그런데위에서아주이상한것은 에스키모 라는단어이다. 이단어 는 아이스크림 의뜻도있고 얼음과자 의뜻도있는것으로파악된다. 우리가사용하고있는 에스키모 와는너무나차이가난다. 할수없이 다시 에스키모 라는올림말을찾아보았다. (4) 와같이되어있다. 특집 (4) 에스키모 : 1 소젖을기본원료로하고여기에카카오가루또는카카오크림, 사탕가루, 젖기름, 유화제, 향기성물질같은것을넣어서얼쿤아이스크림의한가지. 흔히겉에쵸코레트를씌우고속에꼬챙이를넣어얼구어서종이에싼다. 2 = 아이스크림. [eskimo 영 ]. 그리고그뒤에 에스키모어, 에스키모어군 과같이언어명이따라온다. 민족이름으로서의 에스키모 는역시올림말로하지않으면서, 언어명이나어족의이름으로는올리고있다. 북한은 2006년에다시 조선말대사전 을출판하였다. 이사전은어떻게처리하였을까? 물론 얼음보숭이 라는올림말은이사전에도없다. 이말은완전히퇴출된것이다. 그러면 아이스크림 은어떻게되었을까? 찾아보니 (5) 와같이되어있다. (5) 아이스크림 (ice cream 영 ): 에스키모 1 아이스크림 이올림말로올라있기는하다. 그러나그지위는 1992 년사전의그것과는매우다르다. 이제는완전히 에스키모 가주된단 어가되었다. 이제 에스키모 가아이스크림을뜻하는명사인것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69
다시이사전의 에스키모 를찾아보았다. (6) 과같이되어있다. (6) a. 에스키모 1 : 소젖, 닭알, 사탕가루, 향료같은것을섞어한데풀어서크림비슷하게하여얼음같이차게하거나얼음과자처럼만든음식의하나. 제조기에서균질화하여종이에싸거나잔이나종이고뿌에담아낸다. 아이스크림. b. 에스키모 2 : 츄코트반도의동쪽및남쪽연안지대와미국의북극연안지대에살고있는종족. 이제민족이름인고유명사로서도뜻풀이하였고, 그뒤에 에스키모어, 에스키모어군 이따라나온다. 제대로된처리이다. 그런데 아이스케키 도 아이스크림 과마찬가지운명의길을걸었다. 올림말로하기는하였지만 (7) 과같이처리되었다. (7) 아이스케키 (ice cake 영 ): 얼음과자. 다시 얼음과자 를찾아보면 (8) 과같이되어있다. 얼음과자 에대한 (8) 의뜻풀이는 1992 년사전의 에스키모 의뜻풀이와같다. (8) 얼음과자 : 소젖을기본원료로하고여기에카카오가루, 사탕가루, 젖기름, 유화제, 향기성물질같은것을넣어서얼군음식의하나. 흔히겉에쵸콜레트를씌우고속에꼬챙이를넣어얼구어서종이에싼다. 이사전만보고판단하면이제 (9) 와같은결론에이를수있다. 7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9) 북한에서는 아이스크림 을가리키는데는 에스키모 라는말을 주된단어로하고, 아이스케키 를가리키는데는 얼음과자 를 주된단어로한다. 그러면왜 에스키모 라는말을이렇게원래의뜻과는거리가먼뜻으 특집 로사용하게되었을까? 매우이상한일같지만이것은언어의세상에서는흔히볼수있는일이다. 한때우리는 진로한병주세요. 라는말로 소주한병주세요. 를뜻하면서살았다. 마산에서이말을하면 무학 을한병주었고, 강릉에서이말을하면 경월 을한병주었으며, 목포에서이말을하면 삼학 을한병주었다. 그러나특별히입맛이까다로운사람이아니라면 아니, 진로를달라는데왜무학을주십니까? 라고말하지않았다. 이때 진로 가누린소주의대명사지위를지닌것이바로이 에스키모 이다. 그것은아이스크림의대명사인것이다. 지금은 소주한병주세요. 하면 참이슬드릴까요? 처음처럼드릴까요? 하고묻는시대가되었다. 나는가끔 참이슬을마지막처럼주세요. 라고답하는데, 이 썰렁개그 를듣고파안대소하는분이있는술집은술맛이특별하다는것을느낀다. 약봉가 ( 藥峯家 ) 에서만든술 약주 가술의대명사가되었고, 호치키스사 ( 社 ) 에서만든스테이플러를우리는아예 호치키스 라고불렀으며, 제록스사 에서만든복사기를 제록스기 라고부르고 제록스한다 라는동사를만들어쓰기까지하였다. 백호 (back-hoe) 를의미하는 포클레인 이굴삭기를생산하는프랑스회사이름이라는것을아는사람이얼마나되겠는가? 바바리입고가자. 는잘못된말을일상생활에서아무렇지도않게사용하는것이우리언중이다. 이른바대유법 ( 代喩法 ) 이적용된것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71
이것이정말그런것일까? 확인할길은얼마든지있다. 이제우리주변에도북한의폭정을벗어나 그땅을버리고어디론가가는백성들 이무수히많아졌다. 그들을만나물으면바로확인되는일인데, 필자는국립국어연구원의연구부장으로근무하면서칼럼을쓰던 1993년 월간조선 12월호 말의세계 에 짐작컨대북한에 에스키모 라는상표를가진아이스크림이나얼음과자가있는것아닌지모르겠다. 라는문장을쓴것이죄가되어, 틀린글을썼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때문에아직도확인하지못하고있다. 그러나어찌그사소한두려움때문에확인하지못하겠는가? 필자는내강의실에들어온수많은탈북학생들을만나서가르치고상담하면서그들의비참하고딱한처지에가슴이미어지고목이메어차마이런말을물어볼엄두도내지못하였다. 2. 그많던 도시락 은다어디로갔을까? 1981 년의그 현대조선말사전 에는 (10) 과같이 곽밥 이라는올 림말이있고그뜻풀이가다음과같이되어있다. (10) 곽밥 : 1 밥곽에담은밥, 2 ( 려행하는사람이사먹을수있도록 ) 곽에담아서파는밥. 이말이우리나라에서사용하는 도시락 이라는말에해당하는일본어단어를다듬은말이라는것은누구나알수있다. 이뜻풀이 2를보고필자는우리나라에서 1960년대까지기차에서팔던 도시락 을떠올렸다. 아아, 그거. 우리어머니는 또 라는일본말단어로부르던하 7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얀밥을담은그릇. 대패질한것처럼보이는얇은나무판자로사각의 그릇을만들어그안에밥을담아 앙 이라고부르던 단무지 한봉 지와함께홍익회에서팔던추억의기차간밥. 그러면서 그곳에는여행 의자유도없다. 고배웠는데웬 려행하는사람 이있어 곽밥 을사먹을호사를부린다는것인지, 우리가배운것과그곳의실상이다를지도모른다는환상에빠져살았다. 그런데안타까운것은이 곽 이무엇인지불분명하다는것이다. 만약이 곽 이 郭 이나 廓, 槨 이라면, 이는 성곽 ( 城郭 ), 외곽 ( 外廓 ), 목곽 ( 木槨 ) 에서볼수있듯이 둘레, 테두리 를뜻하는말이다. 결국한자인것이다. 일본말단어를우리말속에서쫓아내어야한다는것은당연하다. 그리고그럴때는가능한한고유어언어재 ( 言語材 ) 를사용하는것이좋다. 왜냐하면어려운한자어는쉬운우리말이나쉬운한자로다시바꾸어야하기때문이다. 곽 도 성곽, 외곽, 목곽 하는데서는어느정도짐작이되고나름의의미를지닌다. 그러나이세단어속의 곽 이한자가다다르고뜻도조금씩차이가난다는것을아는사람들이얼마나되겠는가? 곽 하나만떼어놓으면그것은의미를지니는요소가되기어렵고뜻도짐작이잘안된다. 이어려운 곽 을 밥 과합쳐서합성어를만든것이 곽밥 이다. 이사전에서 밥곽 은 (11) 과같이뜻풀이되었다. 그러니까밥을담는그릇은 밥곽 이고그릇에담은밥은 곽밥 인것이다. 특집 (11) 밥곽 : 집을떠난자리에서밥을먹을수있도록알루미니움이나 비닐, 나무같은것으로간편하게만든밥그릇. 가방에넣어가 지고다닐수있게보통네모나게만든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73
그러면북한에는 도시락 이라는말이없는것일까? 그것은그렇지 않다. 그곳에도 도시락 이라는말이있다. 이사전에서 도시락 을찾아 보면 (12) 처럼되어있다. (12) 도시락 : ( 지난날에 ) 고리버들이나대오리같은것으로고리짝 같이결어만들어쓰던작은그릇. 흔히점심밥을담아가지고 다니는데썼다. 여기서 ( 지난날에 ) 라는말이중요하다. 이것은과거에사용되던말로서지금은사용되지않는말이라는뜻이다. 도 이라는말이근대국어자료에서발견된다. 우리나라는이고유의언어재를이용하여 도시락 이라는말을살려서사용하고있다. 초등학교아이들도일상생활에서자주사용하는이 도시락 을일본말단어로불러서는안되겠다는생각은광복직후부터있었다. 그리하여우리나라에서국어순화의역사가시작되는순간에이미이일본말단어 또 를 도시락 으로고쳐부르게한기록이 1940년대말의문교부국어순화자료에남아있다. 1961년에나온일석이희승선생님의 국어대사전 의 도시락 에대한뜻풀이를보면 (13) 처럼되어있다. (13) 도시락 : 1 고리버들이나대오리로길고둥글게결은작은고리짝. 점심밥을넣어가지고다니는그릇으로씀. 2 얇은나무판자로나알루미늄또는알루마이트같은것으로상자처럼만들어, 밥을담아가지고다니는그릇. 벤또. 현대어로도사용되는것으로본것이다. 이미이시기에 도시락 이 7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라는말은단지고어로뿐만아니라현대어로서도널리사용되고있었 음을증거해주고있다. 도시락밥 도올림말로올라있고줄여서 도시 락 으로한다고표시하였다. 이 도시락 에대한북한사전의태도는어떻게변했을까? 일단 곽밥, 밥곽 에대한뜻풀이는변함이없다. 1992 년의사전에는 1981 년과똑 같이 (14) 처럼되어있다. 특집 (14) a. 곽밥 : 1 밥곽에담은밥, 2 ( 려행하는사람이사먹을수있도록 ) 곽에담아서파는밥. b. 밥곽 : 알루미니움이나비닐, 나무같은것으로간편하게만든밥그릇. 보통네모나게만든다. 2006 년의사전도 (15) 처럼똑같이뜻풀이하여여기에대해서는전혀 변화가없다. 상당한자신감을가진다듬은말로보아도될것이다. (15) a. 곽밥 : 1 밥곽에담은밥, 2 ( 려행하는사람이사먹을수있도록 ) 곽에담아서파는밥. b. 밥곽 : 알루미니움이나비닐, 나무같은것으로간편하게만든밥그릇. 보통네모나게만든다. 그러나 도시락 에대해서는미세한변화가느껴진다. 1992년의사전에서는 ( 지난날에 ) 를지웠다. 2006년의사전에도 ( 지난날에 ) 가빠졌다. 뜻풀이는 1992년사전과똑같다. 그리고이두사전에는 도시락밥 이라는올림말이 도시락에담은밥 으로뜻풀이되어올라있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75
(16) 도시락 : 고리버들이나대오리같은것으로고리짝같이결어만 들어쓰던작은그릇. 흔히점심밥을담아가지고다니는데썼다. 이제왜 ( 지난날에 ) 가빠졌을까하는문제가제기된다. 왜그랬을까? 지금은북한에서도 도시락 이라는말이사용되는것일까? ( 지난날에 ) 가빠짐으로써일단은 지금은이말이사용된다. 는것을의미하는것으로받아들이게된다. 그러면그뜻풀이가 고리버들 썼다. 로만끝낼것이아니라 밥곽 에붙어있는뜻풀이 알루미니움이나비닐, 나무같은것으로간편하게만든밥그릇. 보통네모나게만든다. 도있어야할것이다. ( 그러나사전전체에서 ( 지난날에 ) 를쓰지않기로했다면별개문제이다.) 지금의사전대로라면지금사용하는 도시락 을 고리버들이나대오리 같은것으로도만든다는말이된다. 1981년부터 1992년그사이에 도시락 이라는말이 지난날의 말에서 이제의 말로되살아난것일까? 맨마지막에 썼다 라고하였기때문에지금은쓰지않는말이라는의미가느껴진다. 실제의사정은어떻든이두사전만대조해보면우리나라의 도시락 이철조망을넘어비무장지대 (DMZ) 를지나북녘땅으로도스며들었다고판단할수밖에없다. 어느탈북한동포가텔레비전에나와서 곽밥 은기차에서파는밥이고집에서싸는것은 또 라고한다고하던말이생각난다. 아직그일본말이사용되고있는것일까? 우리나라는그뒤로도시락만드는기술이최고조로발달하여 보온도시락 의기능이매우진화하였다. 그런데그기술은무상급식바람에무용지물이되었다. 그많던보온도시락은다어디로갔으며그것을만들던회사들은지금무엇을만들고있을까? 곁들이로우리가 단무지 라고고친그 노란무 는그곳에서는 겨절 7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임무우 로다듬었다. 2006 년사전에서그뜻풀이를보면 (17) 과같다. (17) a. 겨절임무우 : 수들수들말린무우를소금을섞은쌀의속겨에 묻어서익히는것또는그렇게한반찬감. 무우겨절임. b. 다꾸앙 : 겨절임무우. 특집 참고로북한은 무우 를문화어로유지하는데, 우리는 무우 를표준어로하던것을 무 로바꾸었다. 1980년대말의표준어사정에서정한것같은데이것은잘못정한것이다. 단무지 때문에 무우 를 무 로한다는것은논리적이지않다. 무 는장음이다. 그런데우리맞춤법에장음표기를반영하지않으니 무우 로할수없다는것도논리가서지않는다. 무우 는단순한장음이아니다. 1음절단어 가길게발음되는것이장음이다. 그러나 무우 는 2음절단어 이다. 중세국어는 무 이고방언형은 무시, 무수, 무꾸 등이다. 누가책임져야할일인지모르지만국어심의위원들속에목소리크고잘모르는사람이하나라도끼면이런일이생긴다. 이런것이표준어의권위를떨어뜨리는데, 한번잘못정하면알면서도못고치는것이국민모두의일상생활과관련된어문규범의숙명이다. 3. 길섶 에도차가다닐수있을까? 일본식한자어 노견 ( 路肩 ) 은영어의 숄더 (shoulder) 를번역한것이다. 음으로읽으면 노견 이되고음과훈을섞어읽으면 로 타 가된다. 영어의이 어깨 라는단어가길과관련하여원래어떤것을가리켰는지모호하지만지금은고속도로의주행선옆에있는좁은길, 비상구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77
난차가다니는, 길아닌길을가리킨다. 노견주행금지 를온고속도로의가에써붙여야할시점에마침문화부장관은이어령선생님이었다. 그분은 노견 을참을수있는분이아니었다. 우리는 1992년가을의국어심의회에서 갓길 로쓰기로결정하였다. 이말을그곳에서는어떻게다듬었을까? 1981년사전에서 로견 을찾아보면 (18) 처럼되어있다. (18) 로견 : ( 다듬은말로 ) 길섶. 다시이사전에서 길섶 을찾아보면 (19) 처럼되어있다. [ 로견 ] 으로 표시하였으니원말을쓰지않도록한것이다. (19) 길섶 : 1 길의가장자리. 2 길의옆, 길녘과같은말. 3 (( 운 수 )) 길에서차길의량쪽으로차길과가지런한부분. [ 로견 ]. 1992 년사전의 로견, 길섶 을찾아보면거기서도 (20) 처럼거의같 이되어있다. 3 의의미로서의용법에대한뜻풀이가더자세해졌다. (20) a. 로견 : ( 건설 ) ( 다듬은말로 ) 길섶. [ 路肩 ]. b. 길섶 : 1 길의가장자리. 2 길의옆, 길녘과같은말. 3 (( 운수 )) 자동차길같은것의량옆부분. 포장을지지해주고보호하며차들이다닐때운행의안전성을보장한다. [ 로견 ]. 2006 년의사전에서는 (21) 과같이 로견 ( 路肩 ) 길섶 으로하였다. 거의확립된것으로보인다. 7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21) a. 로견 ( 路肩 ): 길섶 b. 길섶 : 1 길의가장자리. 2 = 길녘. 3 (( 운수 )) 자동차길같 은것의량옆부분. 포장을지지해주고보호하며차들이다 닐때운행의안전성을보장한다. 특집 그런데 3의용법으로서의 길섶 을세밀하게뜯어보면그의미가 숄더 (shoulder) 의현재의뜻이아니다. 포장을보호하고운행의안전을확보한다. 는말은 숄더 (shoulder) 에대한설명이아니다. 그냥길가의풀이나있는좁은공간을의미한다. 이 길섶 은길가다가지치면주저앉아쉬어갈수있는길의가장자리를뜻하는것으로보인다. 이러면물론 길섶 으로는차가다닐수없다. 따라서 길섶주행금지 라는말은성립되지않는다. 길섶 으로차를몰고달릴운전자는없는것이다. 그러나현재의해당용법으로사용되는 숄더 (shoulder) 를번역한 노견 은평지보다높은고속도로의바깥에있는좁은길로부터둥그스름하게휘어지는부분- 길 을사람으로보았을때 어깨 부분- 을가리키는말이다. 이것은미국중서부의끝없이곧게뻗은평지보다높은고속도로를보지않고서는쉽게상상이되지않는개념이다. 비상구난차나경찰차가다니는이좁은길로주행하지말라는것이 노견주행금지 의원뜻이다. 그러면 노견 은 길섶 이될수없다. 우리는 1992년에 갓길 로하기로합의를본후에우여곡절은겪었지만이제 갓길 하면적어도고속도로가에서는그좁은길을가리킨다는것을다알게되었다. 갓길 은그사전들에는어떻게되어있을까? 1981년사전에는 갓길 이나 가길 이올림말로올라있지않았다. 그러나 1992년사전에는올림말로올라있고 (22a) 와같이뜻풀이가되어있다. 갓길 을 2006년의사전에서찾아보면 (22b) 처럼되어있는데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79
둘이똑같다. (22) a. 갓길 : 1 큰길에서떨어져서난변두리의길. 2 보람이없는생활 을비겨이르는말. b. 갓길 : 1 큰길에서떨어져서난변두리의길. 2 보람이없는생활 을비겨이르는말. 만약우리가사용하는 갓길 이라는말을알았으면 3의뜻으로 (( 운수 )) 의용법을뜻풀이하였을텐데그러지않았다. 이를보면현재로서는 갓길 을, 우리가새로뜻을부여하여사용하는그용법으로는쓰지않는다고할수있다. 아직그곳에는 갓길주행금지 가필요할만큼고속도로가일반화되지않은것일까하는어리석은생각을한다. 길섶주행금지 를써붙여야할사정이생겼을때이 노견 은 길섶 으로하기어렵구나하는것을깨닫게될것이다. 4. 그곳에서도 훈제연어 를볼수있을까? 우리가 훈제 라고쓰는말, 그말은사실어려운한자어이다. 훈제연어 는연어를연기에그을려서오래두고보관하여먹을수있게한것이다. 훈제 ( 燻製 ) 의 훈 ( 燻 ) 은 훈 ( 熏 ) 과같은글자로서 연기낄훈 이다. 밑에있는 불화 ( 火 ) 가충분히그뜻을나타내고있는데다시곁에 화 ( 火 ) 를붙여강조했다고나할까? 어떻든이한자가 불화 ( 火 ) 변을가지고있다는것을아는사람은흔하지않다. 1981년사전에는 내굴쏘임 이라는올림말이있다. 필자에게는전혀 8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낯선말이었다. 그뜻풀이는 (23) 처럼되어있다. [ 훈연 ] 표시가있어 훈연 도찾아보았다. (23) a. 내굴쏘임 : 연기를피워서그슬리는것또는그그슬린연기. [ 훈연 ]. 특집 b. 훈연 : ( 다듬은말로 ) 내굴쏘임. [ 훈연 ] 이라는표시는 훈연 이라는말을다듬어서 내굴쏘임 이라고 하기로했으니 훈연 은쓰지말라는뜻이다. 그다음올림말로 내굴찜 이있다. 거기에는 (24) 와같은뜻풀이가붙어있다. (24) 내굴찜 : 고기나물고기를소금에약간절여서내굴에그슬려오 래두고먹을수있게만드는것또는그러한식료품. 그러니까 내굴 은 연기 라는말이다. 실제로북녘여러지방에서는 내, 내굴 을연기의방언형으로사용한다. 우리나라남부지방에서도 내 를사용하는지역이많다. 필자는 연기가독하여눈물이날지경인상태 를형용하는 내다 라는말을기억하고있다. 내굴길 은 [ 연도 ] 라고표시하여 연기길 임을알수있다. 내굴막 은 어떤군사행동을적이보지못하게하기위하여피우는짙은내굴 로 [ 연막 ] 이라는말을다듬은것임을알수있다. 그리고 내 에대하여 ( 같은말 ) 로 내굴, 연기 를두고있다. 는근대국어자료에서볼수있다. 내 는우리언어재를살려쓴 연기 를뜻하는말인데 내굴 은낯선것이다. 훈제 는어떻게처리하였을까? 1981년사전에는 (25) 와같이되어있다. 그리고 훈연 에대해서는앞에서본대로 (23b) 와같이처리하였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81
(25) 훈제 : 오리나닭같은것을연기에그슬려서오래두고먹기에 알맞게만드는것. [ 다듬은말로 : 내굴찜 ]. (23b) 의 훈연 에대해서는아예뜻풀이를하지않고 내굴쏘임 을보라고하였다. 그러니까 훈연 은아주어려운한자어라고판단하여쓰지않을단어로판단한것이다. 그러나 훈제 는그렇게많이어려운한자어로는보지않아거기에도뜻풀이를하고다듬은말인 내굴찜 에도뜻풀이를하였다. 훈제 정도는사용해도되는한자어로판단한것이다. 1992년사전에서 내굴쏘임 과 훈연 을찾아보면 (26) 과같다. 이것은거의 1981년사전과같다. 그런데 (26b) 의 훈연 1 과 훈연 2 는한자가바뀌어있다. 1992년의사전이매우서둘러서출판된것임을짐작하게한다. (26) a. 내굴쏘임 : 연기를피워서그슬리는것또는그그슬린연기. [ 훈연 ]. b. 훈연 1 : 냄새가좋은연기. [ 燻煙 ]. 훈연 2 : ( 다듬은말로 ) 내굴쏘임. [ 薰煙 ]. 그러나 1992년사전의 내굴찜 은 (27a) 처럼 1981년사전과거의같이뜻풀이하였으면서도, 1981년사전에는없던 [ 훈제 ] 라는표시를덧붙였다. 그리고뜻풀이가약간변하였다. 이제 훈제 도사용하지않도록지정된것이다. 훈제연어 를쓰지않고 내굴찜연어 라고해야되는상황이다. 8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27) a. 내굴찜 : 고기나물고기를소금에약간절여서내굴에그슬려 오래두고먹을수있게만드는것또는그러한식료품. [ 훈제 ]. b. 훈제 : 물고기나육붙이등을소금에절구고연기에그슬려서 오래두고먹기에알맞게만드는것또는그런제품. [ 다듬은 말로 : 내굴찜 ]. 특집 2006년사전은 (28) 과같이처리하였다. 여기서가장중요한것은 [ 훈연 ], [ 훈제 ] 표시가없다는것이다. 이제는굳이쓰지말아야할순화대상단어로표시하지않은것이다. 그러면이한자어들은이제더이상사용되지않아순화할필요가없는것일까? 그런것같지는않다. (28) a. 내굴쏘임 : 연기를피워서그슬리는것. b. 내굴찜 : 고기나물고기를소금에약간절여서내굴에그슬려오래두고먹을수있게만드는것또는그러한식료품. c. 훈제 ( 燻製 ): 물고기나육붙이등을소금에절구고연기에그슬려서오래두고먹기에알맞게만드는것또는그런제품. (28b) 의 내굴찜 은뜻풀이가 1981년의 (24), 1992년의 (27a) 와똑같다. (27a) 에서 [ 훈제 ] 라표시했던것이 (28b) 에는없다. (28c) 의 훈제 는뜻풀이가 1992년사전의 (27b) 와똑같고 ( 다듬은말로 : 내굴찜 ) 이라는표시가없다. 이것은이제이 훈제 가 내굴찜 과거의대등하게사용되고있음을인정하고이제는 훈제 대신에 내굴찜 을사용하라고강제하지는않는다는것으로해석된다. 내굴에그슬려서 와 연기에그슬려서 가공존하고있다는것도문제이다. 훈 을 내굴에그슬려서 로다듬었는데그말을뜻풀이하면서다시 연기 를사용하고있다. 연기 는어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83
쩔수없이사용하는한자어인데 훈연 의 연 은사용하지못하게했던것이다. 이에비하여 2006년사전에는 훈연 이 (29) 와같이처리되었다. 훈연 1 에는뜻풀이를하였고 훈연 2 에는하지않았다. (29) a. 훈연 ( 薰煙 ) 1 : 냄새가좋은연기. b. 훈연 ( 燻煙 ) 2 : 내굴쏘임. 훈연 2 에뜻풀이를하지않고다듬은말을권장하는것은 훈제 와는차이를둔것이다. 훈연 은어려운한자어로서바꾸어쓸대상이고 훈제 는쉬운한자어여서그대로써도된다는해석이나온다. 이제우리는그곳에서도 훈제연어 를볼수있게된것이다. 1992년사전에서는이두 훈연 의한자어가뒤바뀌어있었는데, 2006년의사전에서는한자를제대로바로잡았다. 1992년의 조선말대사전 이서둘러만들어졌음을보여주는예는또있다. 이사전의가장큰결함은 236쪽의편집오류였다. 거기에는 고항하다 라는올림말이나오고나서 고혈 2 가나온다. 왜갑자기 고혈 2 가나올까? 필자는 1994년쯤이사전을검토할때깜짝놀랐다. 이럴리가없는데. 그리고 21개의올림말을헤아려내려가면 고혹 이라는올림말이나온다. 그다음에 고향 이라는올림말이나오고다시 22개의올림말을헤아려나아가면그아래에 고혈 1 이나온다. 그러니까 고향 부터 고혈 1 까지의부분이 고항하다 와 고혈 2 의사이에들어가야하는것인데, 잘못편집되어 고혈 2 부터 고혹 까지가앞으로나와있는것이다. 편집오류임에틀림없었다. 마침의학용어들을검토한것을발표할기회가있어서이를서정목 (1996: 48) 에서지적하였었다. 8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필자는 2006 년사전을처음접하자마자바로이부분을찾아보았다. 그사전의 342 쪽 고혈 1 다음에는정확하게 고혈 2 가와있었다. 그리고 고향 은이제제자리를찾아 고항하다 의바로아래올림말로자리잡 았다. 2006년사전에서는 고향내기, 고향친구 의두올림말이더해져서 고향 부터 고혈 1 까지의 24개의올림말이앞으로옮겨가제자리에놓인것이다. 이것이고쳐진것을보고필자는그곳의우리동업자들이참으로성실하게자신들의할일을하고있구나하는것을느꼈다. 그리고 고혹 ( 蠱惑 ) 1 과 고혹 ( 固惑 ) 2 가있다. 고혹 ( 蠱惑 ) 1 에는지난날에쓰이던한자말이나한문투의말에대한표시인 ( 낡 ) 이라표시하고 치우치게사랑하고좋아하는것. 이라뜻풀이하였다. 새로등재된 고혹 2 는 몹시반하거나마음이끌리는것 으로뜻풀이되었다. 어려운한자어들이많이등재되어있다는것을알수있다. 특집 5. 아이가 하늘소기침 을한다 이제전문용어다듬기가진행된과정을추적해보기로한다. 1960년 7호 말과글 에는 이렇게고치면어떻습니까? ( 의학부문 ) 에 방광- 오줌통 ( 오줌깨 ) 이있다. 방광 이라는어려운의학용어를우리말인 오줌통 과 오줌깨 로고치자는제안이다. 1981년사전에서이말들을찾아보니 (30) 과같이되어있다. 오줌통2 가 오줌깨 와같고, 오줌주머니 와더불어그셋이 방광 을다듬은말이다. [ 방광 ] 이라고표시해 방광 은일단안쓰기로권장되었다. (30) a. 방광 : (( 생리 )) 콩팥에서흘러나오는오줌을일단받아두는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85
주머니모양의기관. b. 오줌통 : 1 오줌을누거나받아서담아두는통, 2 = 오줌깨. c. 오줌깨 : (( 생리 )) 콩팥에서흘러나오는오줌을일단받아두는주머니모양의기관. ( 같은말 ) 오줌통, 오줌주머니. [ 방광 ]. 1992 년사전도역시 방광 을올림말로하였다. (31b) 의 오줌통 이약 간변화가있다. 이제는 오줌통 의제 1 뜻이 오줌깨 가되었다. (31c) 도큰변화는없지만 [ 방광 ] 표시가없어졌다. (31) a. 방광 : (( 생리 ))= 오줌깨. [ 膀胱 ]. b. 오줌통 : 1 오줌깨. 2 오줌을누거나받아두는통. c. 오줌깨 : (( 생리 )) 콩팥에서흘러나오는오줌을일단받아두는주머니모양의기관. 오줌통1. 오줌주머니. 2006 년사전에도역시 방광 ( 膀胱 ) 을올림말로하였고 (32) 와같이 처리하였다. (32) a. 방광 ( 膀胱 ) 1 : 1 = 오줌깨. 2 고려의학에서, 귀침혈에속하는침혈이름. 큰귀테아래모에있다. 방광염신우콩팥염, 신경쇠약등에침을놓는다. 3 고려의학에서, 코침혈에속하는침혈이름. 코날개가끝나는곳에있다. 방광및오줌관결석수술때에침마취혈로쓴다. b. 오줌통 : =1 오줌깨, 2 오줌을누거나받아두는통. c. 오줌깨 : (( 생리 )) 콩팥에서흘러나오는오줌을일단받아두는주머니모양의기관. 방광1. 오줌주머니, 오줌통1. 8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1981 년의사전이가장강력하게 방광 을쓰지말고 오줌깨, 오줌 통, 오줌주머니 를쓰도록한것같지만, 1960 년에제안되어 40 년동안 추진해온 말다듬기운동 이조금도나아가지않고답보상태에있다 고할수밖에없다. 방광퇴출은불가능한일인것이다. 아주특이한것은 1960년 7호 말과글 의 이렇게고치면어떻습니까? ( 의학부문 ) 에서제안된 백일해- 당나귀기침 ( 백날기침 ) 의경우이다. 1981년사전에는 (33) 처럼되어있다. 백날기침 에만뜻풀이가되어있다. 이런경우 백날기침 이주된단어임을의미한다. 특집 (33) a. 백일해 : ( 다듬은말로 ) 백날기침. b. 백날기침 : (( 의약 )) 돌림병의한가지. 공기전염으로아이들이많이걸린다. ( 같은말 ) 당나귀기침. c. 당나귀기침 : 백날기침 을달리이르는말. 1992년사전에는 (34) 와같이되어있다. 백날기침 에뜻풀이를하여이단어가주된단어임을나타내었다. [ 백일해 ] 로표시해, 백일해 는안쓰기로하였다. (34c) 의 깇는다 는 기침을깇는다 는동사로 깇다 가등재되어있다. (34) a. 백일해 : ( 다듬은말로 ) 백날기침. [ 百日咳 ] b. 백날기침 : (( 의학 )) 백날기침막대균의감염으로 어린이호흡기성전염병. 당나귀기침. [ 백일해 ]. c. 당나귀기침 : 백날기침 을당나귀울음같이깇는다고하여통속적으로이르는말.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87
2006년사전에도 백일해 ( 百日咳 ) 가올림말로되어있다. (35b) 의 하늘소우는소리 가매우이상했다. 1992년사전에서는 당나귀울음 이라한것이다. 그래서 당나귀 를찾아보았더니 (35c) 처럼되어있다. 당나귀 를 하늘소 1 로바꾸었음을알수있다. 다시 하늘소 1 을찾아보았더니과연 하늘을보며우는소 라고하여 당나귀 의뜻풀이를주고있었다. 그밑에는 하늘소 2 가나온다. 돌드레 라고뜻풀이를했다. (35) a. 백일해 : 백날기침. b. 백날기침 : (( 의학 )) 백날기침막대균의감염으로 어린이호흡기성전염병. 마지막에가서는들이쉬는숨소리가마치하늘소우는소리처럼들린다. c. 당나귀 : 하늘소 1 d. 당나귀기침 : 하늘소기침 e. 하늘소 1 : 말과에속하는집짐승의한가지. 말보다몸이작고귀가길고쫑긋하며털빛이누런갈색, 재빛이도는노란색또는검은색이다. 힘이세여부리기에좋다. 하늘소 는하늘을보며우는소라는뜻에서붙인이름이다. f. 하늘소 2 : 돌드레 를달리이르는말. g. 하늘소기침 : 백날기침을하늘소울음같이깇는다고하여통속적으로이르는말 h. 돌드레 : << 돌드레과에속하는곤충 >> 들을통털어이르는말. 힘이세여돌도든다고해서붙인이름이다. ( 이하생략 ) 이부분을쓰고있을때마침곽충구교수가전화를걸어왔다. 곽교 8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수에게물었더니, 그의첩보는함경도방언에서는 장수하늘소 를 돌드 레 라고한다는것이었다. 우여곡절끝에 백일해, 백날기침, 당나귀기 침, 하늘소기침 이같은말이되었다. 본질적으로는 46 년동안아무런 진전이없는것이다. 한자어는사라지지않았고, 고유어쪽이자꾸새 로만들어지고바뀌면서 2 중어휘체계가더복잡하게얽히고있기만 할따름이다. 특집 6. 영화자막의 나오는사람들 은 배역 이라고해야하겠다 북한의말다듬기는공산체제확립을위한문맹퇴치에서출발한다. 광복당시북한지역에만 230여만명의문맹자가있었다고한다. 소련군장교출신을중심으로소련의지원에의하여북한정권을수립한그들은주민들에게공산주의사상을주입하여자신들의지배를공고히할필요성을느꼈다. 그런데문맹자들을그대로두고서는공산주의사상교육을할수없었다. 주민에대한공산주의사상교육을위해서는글을읽을수있게하는것이필요하였다. 글을읽지못하는사람을없애는일, 그지름길은한자를폐지하는일이었다. 한자를쓰지않고한글로만문자생활을하는것이효율적인공산주의사상교육을달성하는길이었다. 한자를폐지함에따라자연스럽게어려운한자어를쉬운말로다듬는일이필요하였다. 1948년 2월앞으로출판물에한자를쓰지말고우리글자만으로쓰는데대한방침이발표되었다. 1948년 10월내각지시 38호 동기문맹퇴치및성인재교육추동에관하여 를채택하여남은문맹의최종적인퇴치를위한조치로 1948년 12월부터 1949년 3월까지 4개월간 제2기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89
돌격운동기간, 제2차동기문맹퇴치및성인재교육돌격기간 으로설정하였다. 1949년 3월까지는문맹퇴치가기본적으로완료되고신문, 잡지, 단행본등일체의출판물에서한자를쓰지않고순한글만쓰게되었다. 한자를폐지하고나서어려운한자어를한글로만적다보니독해력이저하되었다. 그에따라어려운한자어를쉬운한자어나고유어로바꾸어쓸필요가있었다. 여기에한자어는일제시대의유산이라는의식이작용하여바꾸어써야한다는당위성이확보되었다. 결국말다듬기는공산화고착을위한사상교육에방해가되는문맹을퇴치한다는정치적목적아래출발한것이다. 이과정에서과학, 기술용어를비롯한학술용어들이지나치게어려운한자어로되어있어서이들을우리말로다듬는것이과학기술발전의기초가된다는인식을가지게되었다. 그리하여 1949년 2월교육성에 학술용어사정위원회 를설치하게되었다. 이때한자어문제에관한 (36) 과같은 3원칙이발표되었다. (36) a. 한자말과순조선말두가지가있을때는순조선말로한다. b. 새말을만들경우순조선말로한다. c. 순조선말에없는한자말도더좋은순조선말로고칠수있는것은고친다. 1964 년 1 월 3 일에 조선어를발전시키기위한몇가지문제 라는담 화가발표되었다. 말다듬기와관련된사항을요약하면 (37) 과같다. 1964 년에국가심의기관으로 국어사정위원회 를설치하였다. 9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37) a. 단어체계를고유어와한자어의 2 중체계로할것이아니라 고유어에근거하여하나의체계로만들어야한다. b. 굳어진한자어는버릴필요가없다. 과학논문이나정치보 고에서는한자어를많이쓸수있다. c. 정치술어는좀복잡하다. 한자어가많을수밖에없다. 중국 특집 어를발음만고쳐서받아들여서는안된다. d. 외래어는고유어로다듬어야한다. 영어나일본어가많이 섞여있는서울말을표준으로할수없다. 1966 년 5 월 14 일 조선어의민족적특성을옳게살려나갈데대하여 라는교시가발표되었다. 말다듬기관련중요사항을정리하면 (38) 과 같다. (38) a. 평양말을중심으로다듬어진공통어를문화어로부른다. b. 고유어와한자어가뜻이같을때는고유어를쓰고한자어를사전에서삭제해야한다. c. 방언에서도좋은것을찾아내어써야한다. d. 새로운말은고유어로만들어써야한다. e. 일본식한자어는무조건고친다. f. 새로들어오는외래어는그때우리말로고친다. g. 학술용어는너무풀어쓰지말아야한다. h. 서두르지말고천천히대중의평가를받아서해야한다. i. 일상용어부터하라. 군사용어는앞으로사정을보아고치겠다. j. 학술용어는중앙에서하라.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91
이교시에의하여 1966년부터내각직속국어사정위원회, 사회과학원국어사정지도처, 언어학연구소의 18개전문용어분과위원회를통하여말다듬기를정부주도로전개하였다. 그런데정치용어와군사용어는뒤로미루었다. 대중이강요된사상교육에서가장많이접하는정치, 군사용어들이한자어의성역지대로남은것이다. 정치, 군사종사자들은거리낌없이한자어를상용하는데일반민중과전문가들에게는어려운한자어쓰지말고쉬운말골라쓰라고해서야제대로될리가없다. 1970년대부터는이른바주체의언어이론이란이름으로주체사상의한축으로자리잡는다. 이러한사정이반영된것이 1981년의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이다. 그러나 1992년사전, 그리고 2006년사전을보면 1981년의사전과는많은차이가있다. 가장두드러진차이는한자어에대한무조건적인다듬기가중단되었다는점이다. 그리고한자를사전에노출한점이다. 1992년사전에는한자를뜻풀이뒤에 [ ] 에넣어표시하였다. 2006년사전은이에서한걸음더나아가 방광 ( 膀胱 ) 과같이직접한자어에한자를표시해주는방법을택하였다. 이런변화는어디에서온것일까? 1985년의 문화어학습 에 영화예술론 이발췌되어실린다. 이내용이종합적으로정리된책에서말다듬기에관한것을요약하면 (39) 와같다. (39) a. 널리알려지고굳어진말은다듬지말아야한다. b. 오랜역사적과정을거쳐고착된말은한자어에서온것이라도그대로두어야한다. c. 영화의자막에 나오는사람들 이라고쓴것은뜻이맞지않으므로 배역 이라고해야하겠다. 9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d. 지금말다듬기를한다고하면서이미굳어진말까지쓸데없 이풀어쓰다보니오히려뜻이모호하고어색한것들이적지 않다. 인쇄공장, 인쇄날자 라고하면될것도 책찍은곳, 책찍은날 이라고하고있다. e. 말을다듬어쓴다고하여망탕고쳐서는안된다. 특집 이러한생각이반영된것이 1992 년사전이고, 이를보완한것이 2006 년사전이다. 7. 맺는말 이상에서우리는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60년동안진행된북한의말다듬기에대하여외래어, 일본어, 일본식한자어, 어려운한자어, 전문용어등에서대표적인구체적예들을뽑아개략적으로살펴보았다. 말을다룬다는것이얼마나힘든일인지알수있을것이다. 필자는 아버지 에의하여시작된인위적언어순화정책이 아들 에의하여종식되었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다. 이글을쓰면서필자는국립국어원에서발행한남북한언어순화대조자료집들을모두검토하였다. 총체적인느낌은순화대상으로삼은말들도비슷하고순화한말도거의비슷하다는것이다. 이글은남북한의순화한말이차이나는것을중심으로자료를수집하여그중에서도가장극적인효과를보여주는말들을대상으로작성하였다. 이글만보면차이가큰것으로보일수있지만실상은그렇지않다. 한자어를다듬은고유어는대부분일치한다. 그한자에그우리말이기때문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93
걱정할일이아니다. 오히려 수표 가 서명 이냐 돈대용품 이냐같은것이문제가되는데, 2006 년의사전에는명쾌하게 (40) 과같이개념규정을하고있다. (40) a. 수표 ( 手票 ) 1 : 증명이나확인을위하여도장같은것을찍는대신자기손으로자기의이름또는이름을나타내는일정한표식을하는것또는그표식. b. 수표 ( 數表 ) 2 : 과학과기술분야에서자주쓰이는함수관계를쉽게찾아볼수있도록계산하여차례로적어놓은표. c. 수표 ( 手標 ) 3 : 돈이나물건의대차관계등에서주고받는증서. 우리나라에서주로쓰는 수표 는 수표 3 이다. 우리국민들에게북한사람들이 수표 라고할때 서명 을뜻할때도있다는교육만하면아무런문제가없다. 2006년사전에는한자어도많이등재되어있고실생활에서도많이사용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오히려우리젊은이들이한자, 한문을모르는것을걱정해야할것이다. 어느지하철역에써붙인시의제목으로 < 미물 ( 美物 )> 이있어무슨시인가하고보았더니, 내용은 미물 ( 微物 ) 의이야기를하고있었다. 시인도의미있는 미물 같이살고싶다는구절의 미물 을버젓이 미물 ( 美物 ) 이라고쓰는데에까지이르러서야되겠는가? 어안이벙벙해질뿐이다. 최고의중앙일간지라자부하는신문의기자가전자신문에실은중국기행문에서 관우 ( 關羽 ) 를모신 관림 ( 關林 ) 을가는길을안내하면서 관림 으로가는버스에는 미림 ( 美林 ) 으로적혀있으니조심해야한다고아는척하는세상이다. 관 ( 關 ) 을중국간체자로쓴것이그에게는 미 ( 美 ) 자로보인것일까? 최근필자는 삼국유사 의번역 9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서들을검토하면서너무나오역이많다는것을알고기가막혀앞으로 고전연구가위기에놓일것이라는느낌을받았다. 그많은한자어를 다듬는노력으로초등학교아동들부터조금씩조금씩한자를가르쳤다 면이지경에놓이지는않았을것이다. 외래어도많이사용하는것으로보인다. 영어에서유래한외래어도많다. 다만많은국명, 지명등의외래어가러시아어에바탕을두고이루어져서 웽그리아 ( 헝가리 ), 뽈스카 ( 폴란드 ), 깜빠니야 ( 캠페인 ) 등낯선것이많다. 된소리를적는것도우리와달라낯설게느껴진다. 남북한의사전은서로매우다르다. 올림말배열순서가북한은 아버지, 어머니 등모음으로시작되는말이맨뒤로가있다. 모음도우리는 아, 애, 야, 얘, 어, 에, 여, 예 순서인데, 그쪽은 아, 야, 어, 여 애, 에 순서이다. 단어의배열순서가다달라진다. 어문규범도차이가많다. 그러므로이를절충하는것은현재로서는불가능하다. 사전은실용할책이다. 쓰이지않는사전은불필요한사전이다. 전혀다른두종류의사전을절충하여새로운통일사전을만들면남북한아무데서도사용할수없는불필요한사전이된다. 괜히혈세를낭비하지말고차분히기다리는것이중요하다. 저쪽으로통일되면우리것은다버리게될것이고, 우리쪽으로통일되면관용을베풀어저쪽의좋은점을최대한받아들이면된다.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95
참고문헌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1981), 현대조선말사전,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1992),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2006),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서정목 (1996), 북한의전문용어다듬기에대하여- 의학, 약학용어를중심으로-, 의학용어와의학교육, 대한의사협회. 9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국어정보화의방향문자코드를중심으로 박진호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부교수 특집 1. 국어정보화의기본개념 이글에서는국어정보화를위해어떤노력을기울여왔는지, 앞으로국어정보화를원활히추진하기위해노력해야할점은무엇인지살펴보고자한다. 이를위해먼저국어정보화란무엇인지, 국어정보화의기본개념들을알아본다. 1.1. 무엇을정보화한다는것의의미컴퓨터는모든데이터와명령을 2진수로표상한다. 그것은컴퓨터의저장장치와연산장치가반도체로이루어져있고, 반도체를구성하고있는가장작은단위의기억소자는두가지상태 ( 켜져있는상태와꺼져있는상태. 즉 1과 0) 에만있을수있기때문이다. 즉, 컴퓨터에서행해지는연산은궁극적으로 어떤위치의기억소자상태를 0에서 1로, 또는 1에서 0으로바꾸라 는원초적인연산으로구성되어있다. X 정보화 란 X를컴퓨터에서구현할수있는방안을모색하고, X를컴퓨터및네트워크에서더효율적으로처리하고유통시킬수있는방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97
안을모색하는것이라고할수있다. X를컴퓨터에서구현하는데에는입력, 내부처리, 출력의세단계를생각할수있다. 이것은 X가무엇이든다적용될수있는일반적인개념이다. X가음악또는소리이면입력은공기중에서음파의형태로구현되는소리정보 ( 아날로그사운드 ) 를마이크등의입력장치를통해흡수하는것이된다. 내부처리는아날로그사운드에포함된여러정보 ( 파형, 주파수, 세기등 ) 를일정한규약에따라디지털화 (2진수로표현 ) 하여디지털파일의형태 (wave, mp3 등 ) 로저장하고유통하는것을말한다. 출력은디지털사운드파일을스피커, 이어폰등의출력장치를통해아날로그사운드 ( 음파 ) 로재현하는것이다. X가시각적이미지이면입력단계에서는이미지가갖고있는시각정보 ( 아날로그이미지 ) 를스캐너, 카메라등의입력장치를통해흡수한다. 내부처리는아날로그이미지에포함된여러정보를일정한규약에따라디지털화하는방법이관건이된다. 예컨대아날로그이미지가펼쳐져있는공간을일정한수의격자 ( 화소 ) 로분해하고각격자의색채를디지털형태로표현할수있다. 한가지방법은각화소의색채를 R G B의세차원으로나누고, 각차원을 0 255 사이의정수로표현하는것이다. 이들정수도궁극적으로는 2진수로표현되겠지만말이다. 이런방법이여러가지가있어서이미지파일도 bmp, jpg, gif 등여러가지포맷이생겨났다. 이미지를이런파일형태로표상하면매우손쉽게저장하고유통할수있다. 출력단계에서는디지털이미지파일을모니터, 프린터등의출력장치를통해아날로그이미지로재현하게된다. 9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1.2. 국어정보화의의미 X 가국어를포함한언어인경우를생각해보면, 언어는음성과문자 의두가지매체로표현된다. 음성언어정보를매체의특성까지살려 서정보화하려면, 위에서살펴본음악 소리를정보화하는방법을따르면된다. 문자는위에서말한것과는다른독특한방법으로정보화를하게된다. 이글에서는바로여기에초점을맞추어살펴본다. 즉, 국어정보화의두가지측면중문자정보화에초점을맞추어살펴본다. 문자정보화의입력단계에서는키보드나터치패드상의가상키보드등의입력장치를통해, ( 일정한규약에따라정해진 ) 키스트로크연쇄와문자간의매핑관계에따라문자정보를입력한다. 내부처리단계에서는미리정해진규약에따라문자를 2진수형태로변환하여기억장치에저장하고, 텍스트파일의형태로저장하고유통한다. 출력단계에서는 2진수형태로저장된정보를정해진규약에따라문자로매핑하여각문자를모니터 프린터등의출력장치에시각적형태의문자로재현한다. 하나의문자가폰트에따라다양한시각적형태로드러날수있다. 위의설명에서도드러나듯이, 언뜻생각하면입력 내부처리 출력의순서로일이진행될것같지만, 실제로는내부처리를어떻게할것인지가미리결정되어있어야입력을포함한모든일이제대로이루어질수있다. 이글에서는국어정보를컴퓨터내부에서처리하는방법에초점을맞추어살펴보겠다. 특집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99
2. 문자코드의기초 : 아스키코드 문자를컴퓨터로구현하기위해서는각문자를 2진수로어떻게표상할지결정되어야한다. 각문자와 2진수사이의매핑관계를정해놓은것을문자코드라고한다. 0 또는 1의한자리 2진수정보를저장할수있는단위를비트 (bit) 라고한다. 하드웨어적으로는최소의기억소자가이에해당한다. 1비트의저장공간으로는두가지기호밖에구분할수없다. 8비트의묶음을 1바이트 (byte) 라고한다. 1바이트로나타낼수있는기호의개수는 2 8 =256개이다. 컴퓨터기술이가장먼저발달한미국에서문자정보화를추진할때역시문자코드문제가가장기본적인문제로대두되었다. 미국에서일상적으로사용하는문자는로마자 ( 영문자 ) 대문자와소문자, 숫자 (0 9), 기호등을모두합쳐도 100개남짓이어서, 모든문자를 1바이트로나타낼수있다. 미국국가표준기구 (ANSI, American National Standard Institute) 에서이문자들과 2진수사이의매핑관계를정해놓았는데, 이것을아스키 (ASCII, 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 라고부른다. 아스키코드에영문자대문자는 65 90, 소문자는 97 122에배정되어있고, 숫자는 48(0) 57(9) 에배당되어있다. 여기서 A의코드값이 65라는말의의미를좀더깊이생각해보자. 10진수 65를 2진수로나타내면 1000001이된다. 즉, 1바이트의저장공간에 01000001의형태로구현되는것이다. 하드웨어에서실제로일어나는일을충실하게묘사하려면 2진수가가장좋지만, 인간이보기에는불편하므로, 2 4 =16진수로나타내는것이일반적이다. 16진수를표기할때에는앞에 0x 를붙 10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여서 10 진수와구별한다. 즉, A 라는문자의코드값은 0x41 이다. 우리가컴퓨터에서메모장같은텍스트에디터를열고키보드를이 용하여 Hello! 라고입력하면메모리에는 01001000 01100101 01101100 01101100 01101111 00100001 과같이 2진수들의연쇄로기록되고, 저장버튼을누르면이 2진수들의연쇄가하드디스크에저장되는것이다. 하드디스크에저장해둔텍스트파일을불러와서열면각 2진수들이미리약속된매핑관계에따라모니터에문자로변환되어표시된다. 특집 3. 1 바이트문자와 2 바이트문자 한글은현재통용되고있는것만따져도수천개나되기때문에, 1바이트가지고는모든한글을구별하여나타낼수없다. 반면에 2바이트로는모든한글문자들을나타낼수있다. 2바이트는 16비트이고, 2 16 =65,536 개의기호를구분할수있으므로, 모든한글을다표상하고도남음이있다. 예컨대한글문자 가 는 10110000 10100001(16진수로는 0xb0a1) 로나타낼수있다. 그런데컴퓨터가연산을수행할때, 저장공간에기록되어있는문자가 1바이트짜리인지 2바이트짜리인지어떻게알까? 그것은각바이트의첫번째비트 (MSB, Most Significant Bit) 를보고알수있다. 1바이트문자는 MSB가 0이고, 2바이트문자는 MSB가 1이라고규약을정해놓으면된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01
4. 문자코드의국가표준 문자코드의표준이없고회사마다기계마다다르다면 A 회사에서만든컴퓨터 / 소프트웨어로작성한텍스트문서를 B 회사에서만든컴퓨터 / 소프트웨어로열어보면완전히다른문자로보일수도있을것이다. 즉, 호환성이없게된다. 정보의원활한유통과처리를위해서는문자코드의표준이필요하다. 그래서미국에서는아스키코드를문자코드의국가표준으로정했고, 그후전세계에서아스키코드가국제표준처럼자리잡았다. 미국이외의국가에서도일상생활에서로마자를많이사용하므로어차피이들에대한문자코드를배정해놓아야하고, 문자코드를미국국가표준과굳이다르게정해서호환성을떨어뜨릴이유가없기때문이다. 아스키문자이외의문자를사용하는국가, 특히 1바이트문자뿐아니라 2바이트문자까지사용해야하는나라에서는문자코드의표준을정하는일이그리단순치않을수있다. 경제성 ( 저장공간을적게차지할수록좋음 ) 과효율성 ( 연산을빨리수행할수록좋음 ) 이라는두가지가치가종종충돌하기때문이다. 5. 한글문자코드의초기역사 한글문자코드를만들기위한노력이시작된초기에는한글한글자를 3바이트로표현하는방안이제안되었다. 즉, 한글한글자가초성 1바이트, 중성 1바이트, 종성 1바이트로이루어지는것이다. 한글한글자가초성, 중성, 종성의세부분으로이루어져있다는사실을반영한, 10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그나름대로합리적인방안이기는하지만초창기에는저장공간이비 쌌기때문에저장공간을가능한한적게차지하는방안이선호되었고, 2 바이트로도표현할수있는것을 3 바이트로표현하는방안은환영받 지못했다. 그외에가변바이트방안도제안되었다. 이는한글한글자를구성하는자소의개수만큼바이트를배당하는방법이다. 예컨대 가 는 2바이트, 강 은 3바이트, 읽 은 4바이트가된다. 그나름대로합리적인방안이나역시경제성의측면에서환영받지못했다. 그후한글의구성원리를반영하면서도보다경제적인방안이모색된다. 특집 6. 조합형한글코드 조합형한글코드 (KSSM) 는한글한글자를 2바이트, 즉 16비트로표현한다. 다만첫비트 (MSB) 는 1로고정되어있다. 2바이트문자라는사실을알려주어야하기때문이다. 나머지 15비트중앞 5비트는초성, 그다음 5비트는중성, 마지막 5비트는종성을나타낸다. 이방안이성공하려면초성, 중성, 종성모두 5비트로나타낼수있어야하는데, 다행히 5비트로나타낼수있는기호의개수는 2 5 =32가지이고, 한글의초성은 19개, 중성은 21개, 종성은 28개이므로모두 5비트로표현가능하다. 조합형은 2바이트라는적은저장공간을차지하면서도초성, 중성, 종성으로이루어져있다는한글의구성적특성을잘반영한다. 즉, 글자의코드값을보고약간의연산을수행하면초성, 중성, 종성이무엇인지알수있다. 하나의한글글자를분해하여초성, 중성, 종성이무엇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03
High-Byte Low-Byte 초성 5-Bit 초성 ㄱ 0 x 02 중성 5-Bit 중성 ㅏ 0 x 03 종성 5-Bit 중성 ㅇ 0 x 0C MSB = 1 Hangeul Bit Flag [ 그림 1] 조합형에서 강 을표상하는방법 인지알면, 보다사용자친화적인인터페이스를만들수있다. 예컨대사용자가어떤단어를입력하면그단어의뜻을알려주는일종의사전소프트웨어를만든다고할때, 사용자가입력한단어가사전에들어있지않으면 은/ 는사전에안들어있습니다. 라는메시지를출력해야할것이다. 이때조사로 은 을쓸지 는 을쓸지는해당단어의마지막음절에종성이있는지없는지를알아야결정할수있다. [ 그림 1] 에서보는바와같이 강 이라는한글글자는초성 ㄱ, 중성 ㅏ, 종성 ㅇ 으로이루어져있는데, 초성 ㄱ 은 2진수 00010(16진수 0x02) 으로나타내고, 중성 ㅏ 는 2진수 00011(16진수 0x03) 로나타내고, 종성 ㅇ 은 2진수 01100(16진수 0x0c) 으로나타낸다. 즉, 강 의코드값은 2진수 10001000 01101100(16진수 0x886c) 이된다. 조합형한글코드에서각초성, 중성, 종성에배당된코드값은다음표와같다. 10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표 1] 조합형에서각초성, 중성, 종성에배당된코드값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초성채움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중성 채움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종성채움 ㄱ ㄲ ㄳ ㄴ ㄵ ㄶ ㄷ ㄹ ㄺ ㄻ ㄼ ㄽ ㄾ ㄿ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초성 ㅊ ㅋ ㅌ ㅍ ㅎ 중성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종성 ㅀ ㅁ ㅂ ㅄ ㅅ ㅆ ㅇ ㅈ ㅊ ㅋ ㅌ ㅍ ㅎ 특집 7. 완성형한글코드 조합형이여러장점이있음에도정부에서국가표준으로채택한것은완성형한글코드였다 (KSC 5601, KSX 1001). 조합형이초성 중성 종성코드를조합 결합하는방식인데비해완성형은그렇지않다.( 그래서 완성형 이라는명칭이붙었다.) 완성형역시한글한글자를 2바이트로표현한다. 그런데이론적으로가능한 1만 1,172자 ( 초성 19 중성 21 종성 28) 전부에코드를배당하지않고, 현대일상생활에서사용하는글자 2,350자만을추려서코드를배당하였다. 두바이트중앞바이트는 0xb0 0xc8(25개 ), 뒤바이트는 0xa1 0xfe(94개 ) 를한글영역으로사용한다 (25 94=2,350자). 한편앞바이트 0xca 0xfd(52개 ), 뒤바이트 0xa1 0xfe(94개 ) 의영역은한자를위해배당되었다. 즉, 완성형한글코드에서한자는 52 94= 4,888자가표현가능하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05
8. 완성형의문제점 애초에사용할일이없을것으로생각되어 2,350자에서배제되었던글자중일부를사용할필요가생기게되었다. 예컨대 < 똠방각하 > 라는소설이나오고드라마로도만들어졌는데 똠 은 2,350자에들어있지않았다. 이런글자들이여럿생기자완성형 ( 정확히말하면 KSC 5601) 에대한불만이터져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윈도98을출시하면서이문제를보완하여마이크로소프트통합형한글 (Microsoft Unified Hangul) 코드를내놓았다. 이론적으로가능한 1만 1,172자중배제되었던한글 8,822자에새로코드를배당하게된것이다. 그런데새로배당하는글자의코드영역이기존글자의코드영역과겹치면안된다. 이것은하위호환성 (backward compatibility) 이라는컴퓨터세계의대원칙때문이다. 컴퓨터관련규약을업데이트할때, 이미정해져있던것을고치지않고새로운것을추가하기만해야지, 기존의약속을깨뜨리면안된다는것이다. 그래야만과거의규약에입각해서만들어진데이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등이새버전에서도유효하기때문이다. 그래서새로코드를배당받은 8,822자는기존코드체계의빈자리를찾아여기저기에흩어져서자리를잡게되었다. 그러다보니문자코드값배열순서가한글자모배열순서와일치하지않는문제가발생하게되었다. [ 표 2] 에서보듯이, 갂 은 각 보다자모순으로뒤에와야하지만코드값은 갂 이 각 보다앞에오게된것이다. 이는소팅에문제를불러온다. 컴퓨터는기본적으로코드값에따라소팅을한다. 그런데코드값에따라소팅을하면그결과는우리가보기에이상한결과가되는것이 10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표 2] 완성형에서코드순과자모순의불일치 연번 KS C 5601 코드 통합형코드 한글 1 0xB0A1 0xB0A1 가 2 0xB0A2 0xB0A2 각 3-0x8141 갂 4-0x8142 갃 5 0xB0A3 0xB0A3 간 6-0x8143 갅 7-0x8144 갆 8 0xB0A4 0xB0A4 갇 9 0xB0A5 0xB0A5 갈 10 0xB0A6 0xB0A6 갉 11 0xB0A7 0xB0A7 갊 12-0x8145 갋 13-0x8146 갌 14-0x8147 갍 15-0x8148 갎 16-0x8149 갏 특집 다. 물론이문제는극복할수있는문제이기는하다. 그러나먼미래를내다보고문자코드정책을정했으면굳이겪지않아도되는불편을감수하게된것이다. 완성형의또다른문제점은자소분해를하려고할때드러난다. 조합형은코드자체만보면초성 중성 종성을알수있지만, 완성형은그것이불가능하다. 따라서완성형한글에서자소분해를하려면, 미리완성형 -조합형매핑테이블 ([ 그림 2] 참조 ) 을만들어놓고, 분해하고자하는한글의완성형코드값과대응되는조합형코드값을얻어서이를바탕으로자소분해를해야한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07
[ 그림 2] 완성형 - 조합형매핑테이블 10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9. 일본, 중국, 대만의문자코드 한자를많이쓰는일본, 중국, 대만에서도한국과비슷하게 1 바이트 문자만으로는부족하여, 나름의 2바이트문자코드체계를고안하여사용하고있다. 일본에서는 JIS(Japan Industrial Standard) 라는코드체계와이를간소화한시프트 JIS(Shift-JIS) 를많이사용하고있으며, 이밖에 EUC(Extended Unix Characterset)-JP도많이사용한다. 간체 ( 簡體 ) 를주로사용하는중국에서채택된표준은 GB라고하고, 번체 ( 繁體 ) 를주로사용하는대만에서채택된표준은 BIG-5라고한다. 특집 10. 문자코드의국가간충돌 각나라는다른나라에서어떤글자에어떤코드값을배정했는지를신경쓰지않고 ( 또는신경을썼더라도어쩔수없이 ) 자기나름대로코드값을배정한다. 이에따라글자가각문자코드체계에서서로다른코드값을배정받게되었다. 거꾸로말하면, 하나의코드값 (code point) 이각코드체계에서서로다른글자를나타내게되었다. 이에따라하나의문서내에서한글, 한자 ( 번체자, 간체자 ), 가나등을섞어서쓰기가어렵게되었고, 모든텍스트문서는 이문서는 코드체계에따라작성되었음 이라는정보를포함해야국제적으로유통될수있게되었다. 이정보가누락되어있는경우, 소프트웨어가인코딩을오인하면문자깨짐현상이발생한다. 우리가외국인터넷사이트를방문할때, 가끔이런문자깨짐현상을경험하곤한다. 그것은해당웹사이트의 HTML 파일의헤더에인코딩정보가누락되어있기때문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09
11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그림 3] 왼쪽부터 S-JIS, EUC-JP, GB, BIG-5 코드체계테이블
11. 유니코드의대두 이러한국가간코드영역의중복문제를해소하기위해, 각국대표 들이모여세계의모든문자들을동시에표현할수있으면서각문자가서로겹치지않는통일된문자코드체계를만드는방안을논의하게되었다. 이러한움직임에는, 세계공통의문자코드를통해자사제품의지역화 (localization) 비용을줄이려는대규모다국적기업들의강력한후원도한몫을했다고할수있다. 이렇게해서결성된유니코드컨소시엄에서유니코드 (Unicode) 의제정과업데이트를주관하고있으며 (http://www.unicode.org 참조 ), 국제표준기구 (ISO) 에서도유니코드를국제표준으로채택하였다 (ISO/ IEC 10646). 특집 12. 유니코드의문자인코딩방식 유니코드에서문자를인코딩하는방식에는 UTF-32, UTF-16, UTF-8 의세가지가있다. UTF-32는모든문자를 4바이트 =32비트로표현한다. 따라서 2 32 =4,294,967,296개 ( 약 43억개 ) 의문자들을구별하여표상할수있다. UTF-32는모든문자를일관되게 4바이트로표현하므로, 소프트웨어가특별한고려를할필요없이일관성있게문자를처리할수있다는장점이있다. 그러나하나의문자를저장하는데너무많은저장공간이소요되는것이단점이다. 반도체가격이빠른속도로싸지고있으므로저장공간을많이차지하는게큰문제가아닐것같지만대용량서버를운용해야하는기업입장에서저장공간은곧돈과직결된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11
UTF-16 은사용빈도가높은글자는 2바이트로표현하고사용빈도가낮은글자는 4바이트로표현한다. 전자의글자들은 BMP(Basic Multilingual Plane) 에속한다고하고, 후자의글자들은 SP(Supplementary Plane) 에속한다고한다. 하나의글자가 2바이트짜리인지 4바이트짜리인지를컴퓨터가구별할수있어야하므로, BMP에속하는글자는 2 16 =65,536개의코드값을모두사용할수는없다. 4바이트문자가사용하는영역을서로게이트 (surrogate) 영역이라고하는데, 앞의 2바이트 (High-Surrogate) 는 U+D800 U+DBFF( 즉, 상위 6비트는 110110으로고정되고, 나머지 10비트만사용 ), 뒤의 2바이트 (Low-Surrogate) 는 U+DC00 U+DFFF( 즉, 상위 6비트는 110111로고정되고, 나머지 10비트만사용 ) 에해당한다. BMP 에속하는문자는이서로게이트영역은비워두어야한다. 그래도영문자, 한글, 한자등상당수의문자들을 BMP 내에서표상할수있다. 사용빈도가높은글자는적은저장공간을차지하고사용빈도가낮은글자는많은저장공간을차지하게한다는아이디어를한걸음더발전시킨것이 UTF-8이다. UTF-8에서는하나의글자가 1 4바이트로표상된다. 하나의글자가몇바이트로표현되는가는첫바이트의상위비트 ( 들 ) 로표현한다. 1바이트문자의 MSB는 0, 2바이트문자의첫바이트의상위비트는 110, 3바이트문자의첫바이트의상위비트는 1110, 4바이트문자의첫바이트의상위비트는 11110으로고정되어있다. 멀티바이트 (multi-byte) 문자의첫바이트가아닌나머지바이트들은상위비트가 10이다. 이는한문자에대한바이트표현이다른문자에대한바이트표현의일부가되는경우가없도록하기위한것이다. 만약그런경우를허용한다면, 문자열 (string) 내에서하위문자열 (substring) 을찾는알고리즘이매우복잡해진다. UTF-8의장점은아스키와호환 11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표 3] UTF-16 과 UTF-8 의대응관계 코드범위 (16 진수 ) UTF-16 (2 진수 ) UTF-8 (2 진수 ) 설명 000000-00007F 000080-0007FF 000800-00FFFF 00000000 0xxxxxxx 00000xxx xxxxxxxx xxxxxxxx xxxxxxxx 0xxxxxxx 110xxxxx 10xxxxxx 1110xxxx 10xxxxxx 10xxxxxx ASCII 와동일한범위 첫바이트는 110 또는 1110 으로시작하고, 나머지바이트들은 10 으로시작함 특집 010000-10FFFF 110110yy yyxxxxxx 110111xx xxxxxxxx 11110zzz 10zzxxxx 10xxxxxx 10xxxxxx UTF-16 서로게이트쌍영역 (yyyy = zzzzz - 1). UTF-8 로표시된비트패턴은실제코드포인트와동일 가능 (ASCII-compatible) 하다는것이다. 즉, 아스키코드체계에서코드를배정받은문자들은 UTF-8에서도동일한코드값을가진다. 그덕분에아스키코드에입각해서만들어진소프트웨어로 UTF-8 텍스트를처리할수있다. 반면에, 하나의글자를표현하는데소요되는바이트수가들쭉날쭉하므로, 컴퓨터나프로그래머가이에대해신경을써야한다는것이단점이다. 13. 유니코드와한글 이론적으로가능한현대한글 1 만 1,172 자전부가 BMP 의코드영역 0xAC00 0xD7A3 에배당되어있다. BMP 에서한글은한자다음으로 넓은영역을차지하고있는것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13
유니코드의한글은초성 중성 종성조합식은아니나, 자모순대로 체계적으로배열되어있어서계산에의한자모분해가가능하다. 한글 글자의코드값을 X 라하면 초성값 =(X-0xAC00)/588 Y=(X-0xAC00)% 588 중성값 =Y/28 종성값 =Y % 28=(X-0xAC00)% 28 과같은간단한식에의해초성 중성 종성을알아낼수있다. KSC 5601의전철을밟지않고 1만 1,172자모두코드값을배당하여, 한글의컴퓨터처리가원활히이루어지게되었다. 자음과모음각자소 ( 옛한글포함 ) 도따로코드를배정받았다. 14. 옛한글과구결자의정보화 국어사자료에는옛한글, 구결자등특수한문자가많이사용되는데, 아스키 완성형 조합형등의코드체계에서는옛한글, 구결자를표상할수없다. 보석글 이라는워드프로세서에서처음으로옛한글에코드를배당하여표상하기시작했고, 한글과컴퓨터사의 글 워드프로세서의 HNC 코드에서도옛한글에코드를배당하였다. 옛한글에이어구결자도코드를배정받게되었다. 1992년 글 2.0 전문가용 에서 HNC 코드번호 1D00 1DF3(244자 ) 이처음으로배정되었고, 글 3.01 에서 16자가추가되었으며 (HNC 코드번호 1DF4 1E03), 11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글 97 에서 9 자가추가되어 (HNC 코드번호 1E04 1E0C), 총 269 자를 표상할수있게되었다. 15. 유니코드와옛한글 특집 2000년무렵한글과컴퓨터사 ( 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MS 워드 ), 삼성전자 ( 훈민워드 ) 는각각자사의워드프로세서제품을유니코드기반으로뜯어고치는과정에서, 유니코드에서코드를배정받지못한옛한글, 구결자등을처리하는방식을 3사가통일하기로합의했다. 문자코드가통일되어있어야, 타사제품으로작성한문서를자사제품에서읽을수있기때문이다. 그래서사용자정의영역 (private use area) 에옛한글과구결자를배당하였다. 옛한글은 U+E0BC U+F66E 영역에 5,299자가배당되었고, 그외의옛한글은초성 중성 종성조합식총 6바이트로표상하게되었다 ( 옛한글자소영역 : U+F785 U+F8F7). 구결자는 U+F67E U+F77c 영역에 255자가배당되었다. HNC의 269자중자형이동일한것은통합하였다. 그리고이를화면상에표현할수있도록글꼴도제작하였다. 글 의한컴돋움, 한컴바탕등, 마이크로소프트오피스의새굴림, 새돋움, 새바탕, 새궁서등이그런글꼴이다. 사용자정의영역을이용한것은당시로서어쩔수없는선택이기는했으나, 이는어디까지나임시방편이라고할수밖에없다. 국제적통용성이전혀없는것이다.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15
16. 옛한글표현방식의변화 사용자정의영역을사용하는것은임시방편에불과했기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워드 2007, 글 2010부터는옛한글표현방식이조합식으로바뀌게되었다. 유니코드의 BMP에코드값을배정받은초성 중성 종성을조합하여하나의한글글자 ( 음절 ) 를표현하는것이다. 이에따라하나의글자를표현하는데소요되는바이트수가일정하지않게되었다. 종성이없는옛한글글자는초성 2바이트 + 중성 2바이트 =4바이트, 종성이있는옛한글글자는초성 2+ 중성 2+ 종성 2=6바이트, 현대한글은모두 2바이트로표상된다. 하나의글자가차지하는바이트수가일정하지않을뿐아니라옛한글한글자를표현하는데소요되는바이트수가현대한글보다많아저장공간을많이차지한다. 더큰문제는하위호환성 (backward compatibility) 이깨졌다는것이다. 구버전 ( 마이크로소프트워드 2003 이하, 글 2007 이하 ) 에서작성한옛한글문서와신버전에서작성한옛한글문서의문자코드가달라호환성에문제가발생한다. 글 2010에서입력한옛한글은조합식이므로, 글 2007 이하버전에서열면초성 중성 종성이조합되지않고따로따로나온다. 17. 북한의문자코드 북한의문자코드표준은 KPS 9566( 국규 9566) 이라불린다. 여기서 상위바이트 0xA1 0xFE, 하위바이트 0xA1 0xFE 에해당하는 2 바이 트문자의코드를배당해놓았다 (94 행 94 열 =8,836 자 ). 16 44 행에한 11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표 4] 북한의자모순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초성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ㅈ ㅈ ㅊ ㅋ ㅌ ㅍ ㅎ 중성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종성채움ㄱㄳㄴㄵㄶㄷㄹㄺㄻㄼㄽㄾㄿ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특집 초성ㄲㄸㅃㅆㅉㅇ 중성ㅚㅟㅢㅘㅝㅙㅞ 종성ㅀㅁㅂㅄㅅㅇㅈㅊㅋㅌㅍㅎㄲㅆ [ 그림 4] KPS 9566 의특수문자영역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17
[ 그림 5] 북한운영체제 붉은별 3.0 서버용 의특수문자영역 글글자들이북한의자모순대로배당되어있고, 45 94행에한자 4,653 자가배당되어있다. 한자의배열순서도역시각한자독음의북한자모순이다. KPS 9566-97에서는한글 2,679자만배당했으나, KPS 9566-2003에서는나머지 8,493자 (=11,172-2,679) 를사이사이비어있는영역에배당했다. 한국의완성형코드의전철을북한도똑같이밟은것이다. KPS 9566의특징중하나는한글몇글자가특수문자영역에특별히배당되어있다는것이다. 북한에서 2013년개발된운영체제 붉은별 3.0 서버용 에서는, 이렇게특별대접을받는한글글자에 3자가추가되었다. 11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유니코드의대두이후, 북한에서도국가표준인 KPS 9566 이외에유 니코드도함께사용하고있다. 그런데유니코드에들어있는한글 1 만 1,172 자는한국이제안한것이므로, 북한의자모순이아니라한국의자 모순을따르고있다. 북한에서는이것이마음에안들어서그랬는지, 한때자기들나름대로순서를재배열해서사용했었다. 그러나 2010년나온운영체제 붉은별 부터는유니코드한글을표준대로사용하고있다. 자모배열순서나문자코드에대해남측과북측이일대일로협상을해서타협안을만들어내는것은매우어려운일일터이나, 유니코드처럼국제적으로통용되는표준이있으면자연스럽게이쪽으로통일이이루어질수있을것이다. 특집 18. 한글문자코드의역사에서얻을수있는교훈 지금까지살펴본한글관련문자코드의역사는, 국어정보화의방향을생각하는데많은시사점을제공한다. 첫째, 국어와한글을정보화할때한글의특성을컴퓨터에서도잘반영할수있게해야한다. 완성형보다는조합형이한글의구조적특성을잘반영한다. 둘째, 정보화정책은먼미래를내다볼수있어야한다. KSC 5601에서한글 2,350자만코드값을배당한것은근시안적결정이었다. 셋째, 하위호환성 (backward compatibility) 을깨지않는것이좋다. 이것이깨지면구버전에입각한데이터와신버전에입각한데이터가호환불가능하게된다. 옛한글처리방식의변화로호환성이깨진것이대표적인사례이다. 넷째, 국제표준 ( 예 : 유니코드 ), 국제동향에민감 신속 적절히대응해야하며, 특별한이유가없다면국제표준을따르는것이좋다. 옛한글과구결자 [ 특집 ] 통일시대로나아가는국어문화 119
를사용자정의영역에배당한것은국제표준에둔감한, 국제화에역행하는조처였다. 옛한글과구결자는이들글자를지원하는폰트가설치되어있어야만제대로출력된다. 해당폰트가설치되어있지않은컴퓨터 ( 예컨대외국 ) 에서는옛한글이제대로보이지않는다. 한국의전통문화를세계화하고외국인들에게알리는일을원활히하기위해서는, 문자코드라는인프라가국제표준에맞게잘되어있어야한다. 12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지금이사람 음성인식을넘어서는, 언어인공지능을위하여 이윤근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만나다 답변자 : 이윤근 (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센터장 ) 질문자 : 권창섭 ( 아주대학교강사 ) 때 : 2015. 5. 20. 곳 :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센터 ( 대전 ) 지금이사람 121
1990년대후반, 휴대전화에대고 우리집 을다정하게속삭이거나 본부 를다급하게외치던광고를기억할것이다. 한국에서음성인식기술을대중적으로알린첫번째장면이었다. 하지만실제로그기능을사용하는이들을찾아보기는힘들었다. 버튼이아닌음성으로전화를건다는것자체가낯설고부끄러운일이었음은차치하고서라도, 일단음성인식의정확도가높지않았기때문이다. 근 20년이지난지금은어떻게달라졌을까? 언제나기술의진보속도는우리의생각보다빨라서그사이음성인식기술은많이발달했다. 또한스마트폰의등장으로새로운디바이스 (device) 시장이형성되면서음성인식기술은최근가장뜨거운이슈로떠올랐다. 음성인식기술이라고하면당신은무엇이가장먼저떠오르는가? 뉘앙스커뮤니케이션? 애플의시리 (Siri)? 구글과안드로이드? 우리나라역시이미이들과어깨를나란히할만한기술수준을갖추고있다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의음성인식기술은이미정확도 90% 를웃도는수준이며, 이를자동통 번역시스템이나더향상된인공지능시스템으로응용하기위한기술연구역시계속되고있다. 한국의음성인식기술의현재와미래를묻기위해대전에있는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 이하에트리 ) 을찾아이윤근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만났다. 12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권창섭안녕하십니까. 바쁘신와중에귀한시간내주셔서감사합니다. 지금센터장을맡고계신곳의정확한이름이 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센터 이지요? 이곳에대한간단한소개부터부탁드립니다. 이윤근기본적으로는큰틀에서음성정보와언어처리에대한일을하는곳입니다. 우리센터내에는네부서가있는데, 이부서들이무슨일을하는지말씀드리면전체적인이해가쉬울것같네요. 첫째가음성처리연구실, 둘째가언어처리연구실, 셋째가자동통역연구실, 넷째가지식마이닝연구실입니다. 음성처리연구실에서는주로음성인식기술을연구합니다. 사람의말을문자로바꾸어주고약간의이해를하는기술을개발합니다. 언어처리연구실은두영역의연구를하는데, 우선자동번역에대한연구를합니다. 특정언어의텍스트정보를다른언어로변환하는기술을연구하는것이지요. 다른하나는대화처리기술연구인데요, 이는음성인식기술과맞물려적용되는분야입니다. 예전에혹시채팅로봇같은것을써본적이있으신가요? 컴퓨터상에서내가어떤말을던지면거기에응답을하는프로그램말입니다. 권창섭 심심이 같은프로그램말씀인가요? 애플의시리도알고있습니다. 이윤근그런프로그램의기본이대화처리기술입니다. 텍스트입력이든음성입력이든그입력이무슨의미인지이해하고또반응을하도록하는것이대화처리기술입니다. 권창섭자동통역연구실은어떤연구를하나요? 좀전의자동번역기술과연구영역이겹치는건아닌가요? 이윤근자동통역기술은좀전에언급된자동번역기술과음성인식기술이혼합된것입니다. 여기에음성합성기술까지더해져세기술이혼합되어야하지요. 사람이말을하면그음성을인식하고, 다른언어 지금이사람 123
로번역한후에, 이를그언어로음성합성을하여출력해내는것이자동통역입니다. 음성처리연구실에서음성인식기술을연구하고, 언어처리연구실에서자동번역기술을연구하지만, 둘이통합된기술은별도로연구해야할부분들이있습니다. 그래서자동통역에특화된연구를하는곳이바로자동통역연구실이지요. 이곳에서 지니톡 (Genie Talk) 1) 이나왔지요. 물론자동통역연구실만의성과라는의미는아닙니다. 자동통역연구실이주관했다는뜻이지요. 권창섭 지식마이닝연구실은이름만으로그기능을눈치채기어려운 데요, 어떤일을하는곳인가요? 이윤근 아이비엠왓슨 (IBM Watson) 이라는슈퍼컴퓨터가있어요. 혹 시들어보셨나요? 권창섭 아니요. 잘모르겠습니다. 이윤근 그럼 < 제퍼디쇼 (Jeopardy Show)> 라는미국의퀴즈쇼는요? 권창섭 네. 그쇼는알고있습니다. 이윤근 몇년전에그퀴즈쇼에서아이비엠 (IBM) 에서만든왓슨컴퓨 터와인간이대결을했는데, 왓슨컴퓨터가승리를했어요. 그래서많이유명해졌지요. 왓슨은어떤질문에대답을하는데특화되어있는인공지능컴퓨터입니다. 그런인공지능에대한연구를하는곳이지식마이닝연구실입니다. 질의가들어올때, 그질의의의미를아는것은물론이고, 질의의초점도무엇인지를파악하여데이터베이스에서정보를찾아내답을주는인공지능을연구하는것이지요. 그래서그기술의이름이지식마이닝 (mining) 이에요. 1)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개발한 4개국어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 양방향자동통역애플리케이션. 12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권창섭 설명을들으니전체적인큰그림도그려집니다. 이윤근 큰틀에서는인공지능, 그중에서도언어나음성에기반을둔 기술이라고보면되지요. 구글보다진일보한자동통 번역시스템, 지니톡 권창섭아까잠깐언급하셨던 지니톡 이자동통역연구실주관으로개발해인천아시안게임때공개된프로그램이지요? 이윤근 지니톡 은사실인천아시안게임이전부터개발해왔습니다. 그러다인천아시안게임때시범서비스를하면서널리알려진것이지요. 그이전에도일반시민들에게서비스해왔습니다. 권창섭 2012년에처음으로공개되었지요? 이윤근네. 처음에는한국어 -영어사이의통역만할수있다가차차일본어와중국어까지확장되었습니다. 권창섭애플리케이션이공개된후대중의반응은어땠습니까? 이윤근다운로드가굉장히많이되었어요. 현재 220만건정도입니다. 권창섭실제로제친구한명도일본여행가면서그애플리케이션을다운로드받더라고요. 이윤근네. 다운로드횟수를보면반응이좋았던것으로보입니다. 그리고그애플리케이션을사용하면로그데이터가저희서버에저장되어서대략적인사용량을파악할수있는데, 사용량도많은것으로보입니다. 권창섭아무래도우리가이전까지가장많이사용하던구글통 번역시스템과비교하지않을수없습니다. 이미언론에서도다뤄진바있듯 지금이사람 125
이 지니톡 은구글의통 번역시스템에비해진일보했다는평가를받고있습니다. 어떤점에서그러한평가를받게되었다고보십니까? 이윤근일단은그둘이기술의형태가다릅니다. 구글은통계적방식을사용해요. 이미구글에서는한언어와다른언어사이에뜻이일치하는대응쌍들이축적된바이링구얼코퍼스 (bilingual corpus) 를상당한정도로축적해놓았거든요. 이데이터베이스내에서통계처리를하여, 입력된문장에가장적절한짝이되는대응언어의문장을찾아내는식으로번역을해줍니다. 그런데이것은같은어족내부의언어들, 혹은가까운어족사이의언어들끼리는잘맞습니다. 번역성능이좋죠. 인구어 ( 印歐語, Indo-European) 들끼리는번역이잘된다는말입니다. 그런데한국어와인구어들과는잘되지않죠. 어족이다르니까요. 한편한국어와일본어는또괜찮게번역됩니다. 즉, 다른어족들끼리는오류가매우많은단점이있는거지요. 그래서우리는그방식을사용하지않고지식학습기반자동번역기술을새로개발하여사용합니다. 그알고리즘을설명드리자면매우길고어렵습니다. ( 웃음 ) 어쨌든그래서 지니톡 이현재구글의시스템보다 10 15% 정도정확도가높다는평가를받고있지요. 권창섭영어, 중국어, 일본어모두그정도성능우위를점하고있다는말씀이신가요? 이윤근그렇죠. 권창섭그리고구글은클라이언트서버 (client server) 방식이니까반드시웹과연결되어야만사용할수있지않습니까? 이윤근구글내부에는임베디드방식을쓰는지모르겠는데외부로공개된것은모두클라이언트서버방식이니까요. 그런점에서 지니톡 은반드시웹에연결되지않아도사용할수있어서편리합니다. 12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
[ 그림 1] 지니톡 의초기화면 [ 그림 2] 지니튜터 개념도 지금이사람 127
[ 그림 3] 2013 년 9 월일본에서열린세계최대여행박람회에한일 지니톡 을전시했다. [ 그림 4] 2 지니톡 은 2012 년스마트콘텐츠어워드등 4 개부문에서상을받았다. 12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2 호 (2015 년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