陽明學 제 47 호 韓國陽明學會 2017. 8
이학술지는 2016 년도정부 ( 교육부 ) 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출판되었음. [This journal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MOE).]
목차 2017 년 8 월 25 일 연구논문 의 이상훈 _ 5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박성호 _ 37 양명의인간본성과본성의사회적실현에관한교육적이해 이승철 _ 67 왕양명철학에서몸의의미 정갑임 _ 97 양명심학의눈으로본기대승의경세론 김세정 _127 하곡정제두의준론탕평론 이남옥 _155 의 예술심미관 설경희 _183 순자의 비판과사례분석 주미강 윤무학 _219 조선시대유교의자녀교육론 선우미정 _251 부록 289 297 한국양명학회편집위원회운영규정 305 연구윤리및진실성확보를위한규정 317 한국양명학회지산학술상운영규정 327 제12대임원명단 329 투고안내 331
한국양명학회논문집 제 호 - 의미와전개, 그리고비판을중심으로 - 이상훈 * 1) 주제분류 중국철학, 유가철학, 양명학 주제어 선악, 무선무악, 지선, 심의지물, 성선 요약문 본문은왕양명이사구교 ( ) 를밝힌이후로제기된무선무악 ( ) 의의미와그전개로서왕문제자들사이에일어난주요논쟁, 그리고명말학자고헌성 ( ) 의이에대한비판을간략히살펴봄에있다. 왕양명이말한심체 ( ) 의무선무악은곧심체가선 ( ) 과악 ( ) 의대대 ( ) 를넘어서있는지선 ( ) 한것임을말한다. 그런데이무선무악의의미를후학인전서산 ( ) 과왕용계 ( ) 는각자자신들의견해에입각하여이를이해하고사유 ( ) 와사무 ( ) 를주장한다. 그결과심체 ( ) 가무선무악한것이라는점에있어서는서로일치된견해를보였지만, 이를통해의 ( ) 와지 ( ), 그리고물 ( ) 을보는관점에있어서는서로견해차를드러냄으로써결국사유 ( ) 와사무 ( ) 를주장하며, 공부 ( ) 에있어서도자연스럽게후천 ( ) 의성의공부 ( ) 와선천 ( ) 의정심공부 ( ) 를중시하게된다. 무선무악에대한두번째논의와전개는 * 단국대학교교양학부 / 교수 / ahho21@dankook.ac.kr
6 47 허경암 ( ) 과주해문 ( ) 사이에서시작되며, 그핵심내용은경암이성인 ( ) 학문의중심이자천하 ( ) 의대본 ( ) 인선 ( ) 을무선 ( ) 이라고규정함은부당하며, 또무선무악이란표현을사용하는것도잘못된것이므로오직선 ( ) 의의미만을사용하고강조해야한다고주장함에대해, 해문은경암이무선 ( ) 과무악 ( ) 의진정한의미를이해하지못하고오히려선 ( ) 자체에너무집착하여무선무악의본의 ( ) 를오해했다고반박함으로써, 경암과의논변에서끝까지견해의일치를보지못한다. 한편, 명말 ( ) 의동림학자 ( ) 인경양 ( ) 고헌성 ( ) 도양명학에서무선 ( ) 을즐겨말하고무선무악으로심체 ( ) 를언급하는것은잘못이라고비판한다. 그러기에경양 ( ) 은만약심체가무선무악하다면오히려여기에선과악을나누지말아야한다고힐난 ( ) 하며, 이런이유로무선무악이라말하기보다는성선 ( ) 이라고함이옳다고하여양명학에서말하는무선무악의표현과그의미에대해심한거부감을드러낸다. 그러나이러한전개와비판들은대체로양명학 ( ) 에서말하는무선무악의 ( ) 의본래의미를잘못이해한데서비롯된것이다.
의 7 I. 들어가는말 왕양명치양지교 ( ) 의가장간결하고도함축적인표현인사구교 ( ) 속에나오는 무선무악 이란표현에대해서는그간많은논란이있어왔다. 그중에서도특히왕문절중학파 ( ) 의전덕홍 ( : 호 ( ) 서산 ) 과왕기 ( : 호 ( ) 용계 ), 감천학파 ( ) 인허부원 ( : 호 ( ) 경암 ) 과태주학파 ( ) 인주여등 ( : 호해문 ), 그리고명말동림학파 ( ) 의고헌성 ( : 호 ( ) 경양 ( )) 등에이르기까지, 많은학자들이왕양명이언급한이 무선무악 ( ) 의의미와그적용에대해의문을가지거나혹은그내용과무선무악자체의쓰임에대해서비판하기도하고, 또이러한표현과생각이근본적으로잘못되었다고지적하고있다. 1) 그런데사실왕양명 ( ) 이자신의사구교 ( ) 속에서말한이 심체 ( ) 의무선무악 ( ) 함은 심체에선과악이모두없다 는것을강조한것이아니라, 심체란선 ( ) 의모습 ( ) 과악 ( ) 의모습이맞서있는대대 ( ) 를벗어나지선 ( ) 한것임을강조함에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심체가무선무악하다 는표현자체에반대하는당시의일부학자들은여기에민감하게반응하여, 마치왕양명을비롯한양명후학들이이심체자체에선함과악함이없는것으로이해하여이렇게말하고있다고비판하고있다. 이것은아마도왕양명과견해가달랐던감천학파 ( ) 와동림 ( ) 의학자들이자신들의관점과주장에기초하여양명학을재단 ( ) 함으로써나타난결과라할 1) ( ) 의제자인 ( ) 와일암의제자인 ( ) 으로이어지는감천학파를다루고있는황종희의 (1-6) 37-42 에는이무선무악과양명학, 그리고왕용계에대한비판적인견해가자주등장한다. 또같은책 (1-4) 58-61 에도무선무악에대한왕양명의잘못된제시와직전 ( ) 후학인왕용계의사무 ( ) 에관한이해, 그리고특히태주학파의현성양지 ( ) 와당하즉시 ( ) 등에대해비판하는내용들이보인다. 특히고헌성 ( ) 을다루고있는 58 ( ) 에는여기에대해더욱비판적인경양의관점을보여주고있다.
8 47 수있다. 이에본문은양명후학과명말학자들의무선무악에대한이러한문제제기에대해그주장들을분석해보고자한다. 이는먼저양명의직전 ( ) 후학들에게서일어난무선무악의의미와그전개로서전서산 ( ) 과왕용계 ( ) 의사유사무 ( ) 논변을살펴봄으로써, 왕양명 ( ) 의무선무악에대한본의 ( ) 가무엇이고, 전서산과왕용계는이 무선무악 의명제와관련하여각각어떠한이해를가지면서상대에게문제를제기하고있는지를서술해보고자한다. 또한이내용의발전적전개로서당일암 ( ) 의후학인허부원 ( ) 과왕기 ( ) 의제자인주여등 ( ) 이무선무악을발단으로하여다시토론하고전개시켜이루어낸구체 ( ) 와구해 ( ) 의논쟁에대해서도그중점되는내용을분석하여이들사이의주요논쟁과내용들이무엇이었는지를정리해보고자한다. 아울러본문의마지막부분은동림학파 ( ) 고헌성 ( 경양 ) 의무선무악에대한비판을살펴서그의견해와이해를간략히서술함으로써, 명말후학들의양명학에대한문제의식과비판을이해하는하나의계기로삼고자한다. II. 무선무악 ( ) 의의미 ( ) 양명학 ( ) 에서무선무악 ( ) 이란의미가처음출현하는것은왕양명의사구교 ( ) 2) 이다. 양명은일찍이자신의치양지학 ( ) 의정수 ( ) 를사구교로압축하여간결하게표현한바있는데, 그첫구절이바로이 무선무악 을통해심체를표현하는 무선무악심지체 ( 2) 사구교 ( ) 는왕양명치양지교 ( ) 의핵심적인사항을아주간결하게네개의구절을이용하여표현한것이며, 그속에는심의지물 ( ) 에대한관점과공부의함의 ( ) 까지모두함축하고있다. 따라서사구교는양명학의강령 ( ) 을가장간단하게표현하면서도본체와공부를함께관련시켜논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의 9 ) 이며, 이것은마음의실체가곧무선무악하다는것으로, 심체 ( ) 가 선악 ( ) 의 맞서있음 ( 대대 ) 을넘어서있는지선 ( ) 한것임을강 조하는의미이다. 선도없고악도없는것이마음이며, 선과악이있는것은의념 ( ) 의발동이고, 선과악을아는것은양지이며, 선을보존하고악을제거하는것은격물이다. 3) 왕양명은심체 ( ) 가이렇게무선무악한상태, 즉지선함을가질수밖에없는근거를다양하게설명한다. 먼저, 우리의 심체는우리의도덕적인마음이며, 그러기에이마음속에는전덕 ( ) 으로서의인 ( ) 과사람으로서의마땅함인의 ( ) 가선천적으로갖춰져있으며, 도덕본심 ( ) 으로서의이마음은또한허령하고도밝은지각 ( ) 을가지고있고, 천리 ( ) 가구체적으로드러난것 이라고말한다. 마음은하나일뿐이다. 그전체의불쌍하고슬퍼함으로말하면이를일러인 ( ) 이라하고, 그마땅함을얻음으로서말하면이를일러의 ( ) 라고하고, 그일하여나가는도리로서말하면이를일러이 ( ) 라고한다. 4) 이에양지는천명의성 ( ) 이며, 내마음의본체가가진자연스럽고도영묘 ( ) 하며밝은지각이다. 5) 양지는단지천리가자연스럽고밝게드러나는곳이다. 6) 3), 권34,, < >, 18쪽 :,,,. 4), 권2,, < >, 3쪽 :,,.,.,. 5), 권26,, 4쪽 :,,,.
10 47 따라서양명의관점에서보면심체가가지고있는이러한도덕본심으로서의가치와이양지심체자체의성격인허령명각 ( : 밝고분명한도덕적지각 ) 과진실무망 ( : 진실하여망령됨이없음 ) 함은선천적으로부여되어있는것이어서모든도덕적판단의근거가되며, 또이런이유로심체는항상순수지선함을유지할수있다. 여기에다심체는우리마음속의자연스럽고확연대공 ( : 넓고없는듯하면서도항상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는 ) 한본연의법칙인천리 ( ) 를드러내므로 마음 ( 양지심체 ) 은다름아닌천리 ( ) 가되며, 이는특정한모습과형체를가지지않으면서도선 ( ) 과악 ( ) 을초월해있는지선 ( ) 함을의미한다. 마음의본체가바로천리이다. 7) 지선한것은마음의본체이다. 마음의본체에어디선하지않는것이있겠는가? 8) 이렇게심체는곧확연대공 ( ) 하고허령불매 ( : 텅비어있는듯해도영묘하여어둡지않음 ) 하며천리 ( ) 로서지선한것이기때문에마음을본체로서말할때에선하다고할수도선하지아니하다고할수도없는상태, 즉무선무악하여초월적인지선 ( ) 의실체로간주한다. 나아가양명은이러한심체 ( ) 의무선무악함을바로성체 ( ) 자체에도선하지아니함이없는것으로이해한다. 이것은곧심체의무선무악함을성체에도선하지아니함이없는것 ( ) 으로이해하는것이며, 아울러심체와성체 ( ), 그리고도체 (, ) 9) 이모두는하나로서지선한 6), 권2,, < >, 33쪽 :. 7), 권1,, < >, 20쪽 :,. 8), 권3,, < >, 22쪽 :,,,. 9) 마음의본체 ( ) 가곧천리이므로, 심체는곧도체 ( ) 로서결국심체, 성체 ( ), 도체가모두하나로서모두선하지아니함이없게된다. ;, 권1,,
의 11 것임을뜻한다. 마음의본체는바로성이다. 성에선하지아니함이없으면, 곧마음의본체도 바르지않음이없다. 10) 양명이생각하는절대순수한마음은성 ( ) 을본체로삼으며, 이성 ( ) 은또다름아닌천리 ( ) 로서초월적인본체이다. 따라서심 ( ) 과성 ( ), 그리고이 (, ) 모두는초월적인실체로서 선하지아니함 ( ) 도없고 바르지않음 ( ) 도없게된다. 이런이유로 마음의본체가무선무악하다 라는것은곧 성은선하지아니함이없다 는의미이며, 아울러심체자체의관점에서선함도악함도없는상태, 즉지선함을뜻하게된다. 한편, 양명 ( ) 이 심체가무선무악하다 고말하는이러한의미에는심체를하나의물 ( ) 인사 ( ) 로간주하는것이아니라올바르고분명한이치인이 ( ) 로서간주하는것이고, 그러기에이 ( ) 는사 ( ) 와같이어떤특정한모습을가지지않는다. 11) 다시말하면, 물 ( ) 인사 ( ) 에는어떤특정한모습인상 ( ) 을부여하고생각할수있지만, 잠은 ( ) 자존 ( ) 하는이치인이 ( ) 자체는그러한모습을설정할수가없다. 따라서이 (, ) 인심체 ( ) 에도특정한어떤모습 ( ) 이있을수없다. 12) 이런이유로심체는선한모습과선하지못한모습 ( 악한모습 ) 을가지지않는다. 아울러, 양명이말하는 무선무악한것이심체이다. 라는것은고자 ( ) < 1>, 20쪽 :,. 10), 권26,, 4쪽 :,,,,. 11) 이것은곧심체 ( ) 가 확연대공 ( ) 하다는의미에서잘나타난다. 확연 ( ) 하므로그실체 ( ) 는있지만눈에보이거나드러나지않는다. 그렇다고심체가존재하지않는것이아니기에, 심체는자신의허령 ( ) 한명각 ( ) 이라는자체의성격을통해서어느한편으로도휩쓸리지않는올바르고공평무사 ( ) 한도덕적판단과행위를이루어냄이가능하다. 12),, :, 1983, 127쪽.
12 47 의이른바 성무선무불선 ( ) 과도다르다. 즉, 고자 ( ) 가말하는성 ( ) 은자연 ( ) 의성 ( ) 인생지위성 ( ) 으로 선이라고말할수도악이라고말할수도없는것 으로, 성 ( ) 이선도악도아니라는것이중점이다. 그러나왕양명이말하는 무선무악 ( ) 은 무 ( ) 를통해선과악을일종의 서로맞서있는것 혹은 서로대립의관계로있다 라고생각하는것을막기위한것으로, 이를통해 존재하지만밖으로드러나지않는초월적 인심체 ( )( 성체, 도체 ) 가선과악의서로대립된상태에빠지지않고자신의순선 ( ) 함을드러내도록함에있다. 여기에다양명이말하는무선무악한심체의순수지선함은일종의절대선 ( ) 으로 선 ( ) 그자체 를가리킨다. 따라서선이나악과같이어떤특정한이름과모습으로규정지어버릴수없으며, 또이렇게특정한이름과모습으로확정할수없기에, 심 ( ) 그자체는초월성을가지는실체 ( ) 가될수있다. 따라서이렇게보면, 왕양명이사구교 ( ) 에서마음의본체가무선무악하다고말하는것은먼저심체란초월적인것이고, 또지선한본체이며, 아울러어떠한특정모습이나이름도없으며, 또이를통해어떻게한정지을수도없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러기에선의모습이나또악의모습이없는것이바로심체이며, 이른바 무선무악심지체 ( ) 는이러한까닭과근거로이야기된것이다. 결국이런이유들로, 무선무악 은왕양명의생각속에서선 ( ) 과악 ( ) 의대대 ( ) 를벗어나있는것, 즉지선 ( ) 함을의미한다.. 무선무악의 ( ) 의전개와비판 왕양명이사구교 ( ) 를통해제시한 무선무악 의의미가심체의지선 함에그중점이있었음에도불구하고, 이에대해서양명의일부직계제자와
의 13 감천 ( ) 의후학, 그리고동림 ( ) 의학자들은이문제에대해서로다른이해를가지고, 이의 ( ) 를제기하거나비판한다. 이에대해서먼저왕양명의사구교 13) 에대해서로다른견해를가지고사유 ( ) 와사무 ( ) 14) 를주장한절중왕문의전덕홍 ( ) 과왕기 ( ) 15) 를통해그들이이무선무악의의미를어떻게이해하고또이로부터어떤문제가제기되었는지검토해볼필요가있다. 먼저서산 ( ) 은심체의무선무악과이에관련된공부의문제를다음과 13) 왕양명의사구교 ( ) 의이론적인기초는심의지물 ( ) 이다. 여기에서심 ( ) 은곧선함과바름을가진도덕의본심 ( ) 이자도심 ( ) 이다. 따라서지극히선한것이다. 그리고의 ( ) 는마음이발동된것이다 (, 권1,, < >, 4쪽 :. ;, 권26,, 4쪽 :,.), 그런데이의 ( ) 는발동된후에양지 ( ) 의명각 ( ) 을따르기도하고그렇지않기도한다. 따라서여기에선함과악함이있게된다. 한편양명이말하는지 ( ) 는마음본래의허령명각 ( ) 한성격이다 (, 권1,, < >, 5쪽 :. ;, 권26,, 4쪽 :,.,,,.), 이것은곧덕성 ( ) 의지 ( ) 이며직각 ( ) 의지이기도하다. 따라서도덕상의옳고그름을스스로판별하고이를구분하는능력을가진다. 마지막으로물 ( ) 은의 ( ) 가있는물이며 (, 권1,, < >, 4쪽 :.), 이때물은곧사 ( ) 와일반적인물 ( ), 그리고양지명각에감응하는물을모두말한다. 그리고이심의지물 ( ) 은사실상하나이며서로간에밀접한관련성을가진다. 아울러이러한심의지물로부터구체적인격물치지 ( ) 와정심성의 ( ) 의공부가비로소구체적으로논의된다. 14) 사유 ( ) 는심의지물이각기그의의 ( ) 를가지고각자자신의모습을드러내는것을의미한다. 즉마음 ( ) 은지선한심체이고의는마음이발동한것이며, 지 ( ) 는양지의명각 ( ) 이며, 물 ( ) 은의념이소재 ( ) 하는물이된다. 이렇게심의지물이각기다른자신의모습을지니므로이를사유 ( ) 라고한다. 이에비해사무 ( ) 는심체가무선무악 ( ) 하므로, 이에따라의지물 ( ) 도모두동일하게무선무악한것으로간주하는것으로이는 을일사 ( ) 로파악하는것으로부터이러한견해에도달한다. 즉마음 ( ) 은체 ( ) 가되고, 의 ( ) 와지 ( ), 그리고물 ( ) 은이마음 ( ) 의쓰임인용 ( ) 이됨으로써서로차별없이하나로간주하여, 이심의지물을사무 ( ) 라고지칭하는것이다. 15) 본문에서전덕홍 ( ) 과왕기 ( ) 의호 ( ) 를사용하여, 본문에서는이후가급적전서산 ( ) 과왕용계 ( ) 혹은서산 ( ) 과용계 ( ) 라지칭하기로한다.
14 47 같이언급한다. 심체는천명의성으로원래무선무악한것이다. 다만사람들에게습심이있어 서의념상에선악이있음을보게된다. 격물, 치지, 성의, 수신은바로이러한 성체를회복하는공부이다. 만약선악이없다면공부또한말할필요가없다. 16) 이렇게서산이인식하고있는심체는무선무악한것이다. 그런데이무선무악한심체에의념 ( ) 이일어나면비로소불선함과바르지못함이생겨나므로여기에격물치지 ( ) 와성의수신 ( ) 등의심체본연의모습을회복하기위한공부가필요함을강조한다. 따라서서산은의념이발동한후에마음에생겨난유선유악 ( ) 을심체가자체의성격 ( ) 인밝은지각 ( ) 으로이를파악하고공부를통해그본래의모습을회복하는방법을강조함으로써사유 ( ) 를강조한다. 그러므로이사유는근본적으로무선무악 ( ) 한심체를전제로하여시작되나궁극적으로는심의지물 ( ) 모두가유 ( ) 가됨을말한것이다. 17) 전서산의이러한사유 ( ) 에대해왕용계도무선무악이곧심체라는전제하에자신의사무 ( ) 에대한견해를밝힌다. 본체와작용, 드러남과어렴풋함은단지하나의기미일뿐이다. 심의지물은 단지하나의일 ( ) 일뿐이다. 만약마음이무선무악한마음이라는것을깨닫 는다면, 의도무선무악한의이고, 지도무선무악한지이며, 물도바로무선무 16), 권3,, < >, 21쪽 :,.,.,.,. 17) 따라서전서산 ( ) 은지선한본연의심체를회복하는방법으로의 ( ) 에의해야기된문제를성의 ( ) 의공부를통해해결함으로써정심 ( ), 즉무선무악한심체를확보할수있다고말하고있으나, 실제로는심체자체의지선함즉 심체는본래무선무악하다 는전제 ( ) 아래에서이렇게말하고있는것이다.
의 15 악한물이된다. 18) 왕용계 ( ) 는먼저심체의무선무악함을인정하는것을기초로하여의지물 ( ) 모두가무선무악하다는논리를전개한다. 즉, 용계가말하는사무 ( ) 의핵심은사구교의두번째구절에서 의 ( ) 가유선유악 ( ) 하다 면심체도유선유악하다고보아야한다는것이고, 그런논리라면결코심체의무선무악이란성립될수없다는것이다. 따라서이러한이유를바탕으로만약심체가무선무악하다고말하려면, 의 ( ) 와지 ( ), 그리고물 ( ) 모두가무선무악해야한다는논리를펼치고있는것이용계가주장하는사무의핵심이다. 이렇게보면, 전서산과왕용계모두심체가무선무악하다는점에있어서는동일한인식을가지고있으며, 이에대해서는상호간이론 ( ) 이없음을알수있다. 19) 그러나서산은용계가주장하는심체의무선무악을통한의, 지, 물모두가무선무악하다는논리와주장에대해서는이를수긍할수없다는것이며, 이러한두사람사이의이견 ( ) 은결국각각공부 ( ) 와본체 ( ) 중어느한쪽에자신들의주장근거를세움으로써초래된결과라할수있다. 그러므로이러한각자의생각을통해서, 서산과같이 18), 권1,, 1쪽 :..,,,. 19) 일반적으로왕양명 ( ) 사구교 ( ) 의문제는그핵심적인내용이바로의 ( ) 의유선유악 ( ) 함에있다. 다시말하면, 양명이말한지선한심체자체에는선악 ( ) 의유무 ( ) 를따질수도, 또따질필요가없다. 그러나이렇게선악을초월해있는무선무악의심체가일단의어떤사정에의해움직이게되면, 심체는자체에지닌본연의무선무악 ( ) 함을장담할수가없다. 즉, 심체 ( ) 가발동하면의 ( ) 가생겨나유선유악 ( ) 함이나타나게된다. 이때심체는자신의허령 ( ) 하고밝은지각 ( ) 을통해선악의유무를판별하며 ( 지 ( ), 이를통해혹의 ( ) 가있는물 ( ) 에제기된불선 ( ) 함을제거하려는격물의공부를행하게된다. 따라서이러한일련의과정에서보면, 의 ( ), 지 ( ), 물 ( ) 과이로인한공부의문제는모두마음, 즉심체가발동한이후에의 ( ) 로인해생겨난문제에대한판단임을알수있다.
16 47 심체의무선무악을인정하지만의념의발동으로일어난유선유악이후의문제를, 일종의공부를통해서회복하려는이른바 공부가바로본체 ( ) 라는생각과, 용계의주장대로심체의무선무악함을통해서, 발동한의념과지, 그리고물모두를무선무악하다고봄으로써 본체가곧공부 ( ) 라고주장하는두가지견해로나뉘게된다. 이는곧 후천적인공부에중점을두고심체본연의무선무악함을회복하느냐, 아니면 선천적인본체가곧공부이므로별도의공부를필요로하지않고심체그자체로무선무악함을드러낼수있다 는관점의차이가되며, 이것이결국서산과용계두사람이주장하는사유와사무의핵심이자무선무악의문제에대한두사람의귀착점이다. 따라서이와같이보면심체의무선무악함에대한문제는서산과용계의사유사무논쟁에이르러서본체인심체의무선무악함에대한공통된이해를바탕으로, 공부의문제로까지연결되어논의되고있음을알수있다. 20) 이에왕양명은이들두제자의서로다른관점을회통 ( ) 하면서 심체란무선무악하다 는의미를다시강조한다. 유는단지네자신으로말미암는것이지양지본체에는본래유가없다. 본체는단지태허이다. 그리고어떠한사물이태허의장애를받는것이있겠는가? 사람들마음의본체또한회복하면이와같다. 덕홍의공부는모름지기이와같이해야만바로본체공부에합당함을얻을것이다. 21) 20) 전서산 ( ) 이본체인양지심체 ( ) 의무선무악 ( ) 을인정한다는것은곧의 ( ) 로인해발생한유선유악 ( ) 의문제를위선거악 ( ) 의격물공부를통해제거해서심체본연의무선무악한상태를회복하는것이다. 따라서이것은서산 ( ) 도양지심체가본래지선 ( ) 하다는것을인정하고있음을뜻한다. 그리고왕용계 ( ) 에있어서는심체의무선무악함이전제가되어의, 지, 물이모두지선하다는것이므로, 여기에따로심체의무선무악에대한인정은필요하지않다. 그러므로이렇게보면서산과용계두사람모두가 심체는무선무악하고지선하다 는것을인정한다는전제하에사유 ( ) 와사무 ( ) 를말하고있음을알수있다. 21) 권34,, < 3>, 18쪽 :,,,..,
의 17 지금그에게양지위에서실질적인쓰임이되는선을위하고악을제거하는공부를가르치지않고단지공허한본체만생각하게한다면, 모든일이함께실질적인것을드러내지못할것이다. 이잘못은작지않으므로빨리말하여없애버려야한다. 22) 여기에서양명이말하는 양지본체에는본래유 ( ) 가없다 는것은곧심체인양지는무선무악하여선악의모습 ( ) 이없다는의미이며, 또그자체가순수지선하기때문에 장애를받는것 도없고, 그러기에이순수한본체자체에어떠한공부도행할필요가없다는뜻이다. 따라서의념의발동으로인해일어난유선유악 ( ) 의문제는공부를통해이를회복하면, 심체는그본연의모습인무선무악함을확보할수있다는것이양명의생각임을알수있다. 또양명의이러한언급속에는공부에대한지나친중시로인해서본체에대해올바른이해를갖지못한다면이또한문제가된다는것을제자인서산에게일깨워주려는의도가함께들어있다고볼수있다. 23) 한편, 양명은용계 ( ) 에대해서는일반적으로특정의모습이없으며사 (, ) 가아니라이 ( ) 인심체에대해너무강조하다보면, 오히려공허한본체만을생각하게되어모든일이구체성을띄지못한다는점을지적한다. 그러므로용계에게는본체에대해너무강조하고공부를통한구체성을결여시키는무공부 ( ) 를강조하는것은이또한결국문제가된다는것을지적함으로써, 본체가곧공부 라는그의견해에대해 공부 의중요성과필요성을역설하여이둘이서로균형을이루도록당부하고있다.. 22) 권34,, < 3>, 18쪽 :,,,,. 23) 즉, 양명은 공부 ( ) 가곧본체 ( ) 라는견해는자칫본체에대한오해와소홀로이어질수있다는것을강조하고있는것이다.
18 47 이와같이, 양명은자신의사구교 ( ) 중에서특히 심체의무선무악한의미 ( ) 에대해절중의제자들인서산과용계가이를모두인정하면서도 의 ( ) 에대한해석의차이를가지고공부와본체중한쪽으로만치우치는폐단을막고자, 이둘을적절히조화시키는회통 ( ) 의방법을제시하고있는것이다. 그러므로또이르기를, 영리한사람은한번에본체가바로공부라는것을깨달아서, 다른사람과자신, 안과밖이하나로가지런히갖추어져통하게된다. 그다음사람은습심이있는것을면하지못해본체가가려지게된다. 그러므로또가르침은의념위에서실제로선을행하고악을제거하도록해야한다. 공부가성숙된후찌꺼기를없애는것을다했을때본체또한밝음을다하게된다. 여중의견해는내가여기서영리한사람을만났을때이며, 덕홍의견해는내가여기서그아래단계의사람을위해서이치를세운것이다. 두사람이서로그쓰임을받아들인다면중인이상이나이하의사람들이모두도리를깨닫도록할수있을것이다. 24) 이러한양명의견해에의하면, 무선무악한심체를바탕으로어디에우선과중점을두느냐에따라본체와공부에각각먼저힘쓰게되지만, 서산의경우에는무선무악한심체에의념이발생하여유선유악 ( ) 이있게됨을시작으로이에대한공부를통해본체를회복하는것에중점을두므로일종의후천공부가되며, 이는지혜가중간정도인사람 ( ) 과그이하의사람들에게적용하기에적합한방법으로생각한다. 그리고용계의경우에는무선무악한심체를이해하고이를체득함과동시에의 ( ) 와지 ( ), 24) 권3,,< >, 21쪽 :,,.,..,,.,..,.
의 19 그리고물 ( ) 모두의무선무악함을깨달아일종의무공부 ( ) 의공부인선천공부 ( ) 로나아가게되므로, 이것을영리한사람들인상근 ( ) 의사람들에게필요한방법으로규정한다. 양명은그러면서도궁극적으로는서산 ( ) 의사유 ( ) 와용계 ( ) 의사무 ( ), 이둘을적절히조화시켜어느한쪽이라도소홀히하지않아야비로소본체와공부가적절하게조화와균형을이루고서로회통 ( ) 될수있다고생각한다. 따라서이렇게보면, 전서산과왕용계의사유와사무는사구교의첫번째구절인 무선무악이마음의본체이다 라는구절을인정하고, 그다음단계인 의 ( ) 에대한규정, 즉 유선유악이의 ( ) 의움직임 이라는것에대한견해의차이로인해자연스럽게후천과선천이라는공부의문제와관련되고, 또이를통해궁극적으로는무선무악한심체를회복하거나혹은본연의심체가무선무악한것임을확인하는방법적인차이로귀결됨을알수있다. 그런데사구교의 무선무악 한심체로부터시작된전서산과왕용계의이사유 사무논쟁은왕양명의천천증도 ( ) 에의해회통 ( ) 되어한동안이에대해이의 ( ) 가없었으나, 만력 ( ) 이십년전후로시작된한강학 ( ) 모임 25) 에서당추 ( )( 호 : 일암 ) 의제자인허부원 ( 경암 ) 이왕용계의제자인주여등 ( 해문 ) 이강학 ( ) 중행한천천증도 ( ) 에대한견해에 를제기하면서 무선무악 의의미와이에관련된논쟁은다시전개된다. 26) 즉, 허경암은주해문이강학중논한천천증도의뜻에대해 9가지의조목 ( ) 으로이를반박하고이를구체 ( ) 라하였는데, 주해문은이에대해허경암의생각을하나씩반박하 25) 20년은서기 1592 년이다. 이당시주해문 ( ) 은남도 ( ), 즉지금의남경 ( ) 의병부거가사 ( ) 의주사 ( ) 로승진되었다가다시험봉사 ( ) 의낭중 ( ) 의직위로바뀌면서남도의강학모임에참석하게되고, 여기에서왕양명이논했던천천증도 ( ) 에대해자신의견해를밝히게된다. 26), 권1,, 89쪽 :,,.,,,.,,.,.
20 47 고답변하는구해 ( ) 를통해자신의견해를밝힘으로써, 서산과용계이후한때정리되어사라졌던무선무악과관련한논의가다시시작된것이다. 구체구해의논변은성체 ( ) 의무선무악에대한허경암의문제제기로부터시작한다. 경암은경서 ( ) 속의일반적인경향이선 ( ) 을드러내고또이선함을이어가는것을핵심으로여기고있으며, 맹자 ( ) 속의주요내용도결국이러한성선 ( ) 의의미를넓히고, 또이뜻을말한것으로본다. 따라서성인 ( ) 학문의원류는모두이선 ( ) 을우선으로삼은것으로봐야하며, 그러기에무선무악이라는화두를중심으로종지 ( ) 를삼는것은양명의잘못이고해문 ( ) 의오해임을주장한다. 27) 성인학문의본래흐름이이와같이이어져왔음은고증하여알수있으나, 지금이모두를내버려두고말하지않으면서오직무선무악하나로그으뜸 되는뜻으로삼는다는것은, 경서의전함이모두잘못되었다는말인가? 28) 그런데경암의이러한힐난 ( ) 속에는비록역경 ( ) 과서경 ( ), 그리고대학 ( ) 과맹자 ( ) 속에서선 ( ) 을중시한다는점에만중점을두고, 무선무악이란의미가곧선악 ( ) 의대대 ( ) 를넘어선지선함을의미한다는점을자각하지못하고있음을보여준다. 따라서해문 ( ) 은 27), 1,, < >, 89-90 쪽 :.,.,.,.,.,,.,.,,. 여기에서경암이주장하고자하는핵심은역 ( ), 서 ( ), 대학 ( ) 등경서속의본래의미가성선 ( ) 과지선 ( ) 등선 ( ) 을드러내고이를높이는것이기때문에, 해문 ( ) 이강학 ( ) 중논한천천증도 ( ) 에대한견해속에서주장하고있는이른바무선무악 ( ) 에대한내용은이러한경서들속에서말하고자하는본래의의도와완전히다른생각임을강조함에있다. 28), 1,, < >, 90쪽 :,.,,.
의 21 무선무악에대한경암의잘못된인식을자신이이해하고있는천천증도 ( ) 의강령에맞추어조리 ( ) 있게이를설명하고비판한다. 이에먼저무선무악은위선거악 ( ) 과서로밀접한관련을가지므로따로떼어서논할것이아니고, 오히려이위선거악을통해무선무악을깨달음으로써사구교 ( ) 에서왕양명이논한진정한가르침의근본이서로통하고어긋나지않는다는점을강조한다. 즉, 해문 ( ) 은공부 ( ) 의위선거악 ( ) 을통해서순수지선한심체본연의모습즉, 무선무악의심체를회복할수있음을강조하며, 이를통해위선거악과무선무악은서로배척되는것이아니라상호밀접하게관련되어있음을설명한다. 여기에덧붙여경암 ( ) 이무선무악을부정하는의미에서 무선 ( ) 함이곧 악 ( ) 에들어가는것 으로간주하는것은 선 ( ) 과 무 ( ) 의진정한의미를알지못하고일방적으로 이에악 ( ) 을따랐다 라고판단하는것으로, 이러한힐난과비판은모두무선 ( ) 이지닌본연의의미를이해하지못한데서초래되었다는것이다. 29) 그러므로무선무악은선과악이서로대립되고맞서있는대대 ( ) 의상태가아니라, 선과악의모습 ( ) 을넘어서있는지선함을의미한다는것을경암 ( ) 이올바르게인식하기를촉구하면서다시다음과같이말한다. 경전속에서말하는선이란글자는진실로선악이맞서있는선이많으나, 심성이발동되는곳에이르러서는선이악과서로맞서지않고이끌어거느린 다. 지선의선도또한이와같을뿐이다. 30) 29), 1,, < >, 90-91 쪽 :,.,.,,,..,.,..,... 30), 1,, < >, 92쪽 :,.,..
22 47 해문이보는경암의문제는무선무악이란의미에서무 ( ) 와선 ( ) 의글자에과도하게집착함으로써선과악을대대 ( ) 의의미로이해하는점과무선무악을 선도없고악도없는 ( ) 일종의고자 ( ) 의성 ( ) 에대한관점과같은것으로생각한다는점에있다고본다. 따라서경암이경서 ( ) 을통해선 ( ) 과맞서있는악 ( ) 을배척하고선 ( ) 의중요성을강조하고있지만, 해문의관점에서볼때는, 경서속의선의내용은심성 ( ) 이발동할때선과악이서로대대 ( ) 의관계에있는것이아니라, 오히려 선이악을이끌고거느린다. 는의미로해석함으로써 무선무악 ( ) 속의 무선 ( ) 도곧 악 ( ) 과맞서있는대대 ( ) 의선 ( ) 이아님과동시에선 ( ) 이없음을말하는것도아님 을재차강조하고있다. 이렇게볼때, 경암은선 ( ) 의중요성과그선의부각을강조하고있지만, 여전히그는해문이말하고자하는무선과무악의의미를잘못이해있음을알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경암은자신의이러한오해를자각하지못하고지속적으로선 ( ) 의중요성만을강조하고, 무선무악이란의미를사용하는것은결단코부당하다는것을주장한다. 성인이사람들을가르침에는선으로서하고악함은버린다. 천하를다스림에있어서는반드시선함에는상을내리고악함은벌한다. 하늘의도또한선함을내리고재앙을그치게한다. 그런데지금무선무악을말한다면사람들이장차어찌좇는바를버리겠는가? 31) 선함은곧천지안에서치우침이없고바른것으로사람들의진심이 되는것이므로성인은이선을가르치고악함을버리도록하는것이며, 하늘의도리도또한이와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해문이무선무악을강조 31), 1,, < >, 93-94 쪽 :,.,..,.
의 23 하는것은곧바르고치우침이없는선을버리라고말하는것처럼부당하고부적절하며, 이것은마치 얼음과숯이본래희고검어서그사이에어떠한사사로움을더하거나그것을제거해버릴수가없음 32) 에도불구하고이를요구하는것과같은의미라는것이다. 따라서선 ( ) 하나면될것을굳이무선무악 ( ) 이라고말하고또이를주장할필요가없다는것이경암의반론이다. 그러므로경암의이러한반박은앞서해문이자신의첫번째해 ( ) 에서 근래에무선무악을반드시아니라고말하는사람은무선을보고어찌악에들어가려고생각하는가? 라하여, 선 ( ) 과무 ( ) 를알지못하고악을더욱쫓는다고하니, 어찌문제가없는것을용납하고문제가있는것을의심하지않는가? 또무악 ( ) 을보고말하기를, 어찌사소한것을의심하여도리어선 ( ) 하다고하는가? 라하나, 이미악이없으니선을굳이다시앞에세울필요가없으며, 안전한머리말이되기어려움을알지못한다. 33) 고말한의도를경암이온전히파악하지못하고있음을알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선 ( ) 에대한경암의집착과확신은조금도물러서지않는다. 그러기에경암은또말하기를 선 ( ) 은치우치지않고순수하며하자가없는것으로기질에섞이고지식과견문에빠지지만않는다면사람의마음이이렇게다선한것이고, 또이런이유가바로성인들이선에머물고자하는것이며, 아울러성인들이이선을천하 ( ) 의대본 ( ) 으로삼는것 34) 이라고말한다. 따라서경암은해문에게자신이말하는무선 ( ) 을통해서어떠한것을천하의대본으로삼을수있을지를도리어반문한다. 32), 1,, < >, 93쪽 :,,.,. 33), 1,, < >, 91쪽 :,.,..,. 34), 1,, < >, 96쪽 :,,,,.,.
24 47 그러나해문은경암의이러한지속적인선 ( ) 에대한주장이오히려 천하의대본인태허 ( ) 의마음이사물 ( ) 을드러내고기질 ( ) 에뒤섞여버리고, 이른바지식 ( ) 과견문 ( ) 에빠져버려도리어천하의대본으로서의역할을다하지못하는것이며, 무선무악을받아들이지않음으로써천지 ( ) 가만물을만들어냄에어긋남이생겨나고그주재성도잃어버리게되었다 35) 고반박한다. 그러므로경암에대한해문의힐난 ( ) 은그가선에너무집착함으로써마음이외부의여러견문등에의해뒤섞이고얽매여태허본연의모습을지닐수없다는것이며, 무선과무악도서로받아들일수없는것으로배척한결과, 태허 ( ) 와마음 ( ) 이둘이아니듯이천지가사물 ( ) 을만들어냄에있어서도그 함과 함이결여될수밖에없다는점을들어경암의생각이잘못되었음을지적하고있다. 한편, 이러한무선무악과선에대한두사람의반박과응답은다시그논점이무선무악과관련된공부의문제로전개되어나간다. 이것은앞서서산과용계의 사유와사무논쟁 에서도그러했듯이경암과해문의 구체와구해논변 에서도본체에대한이해문제가공부의문제로전환되어나가는비슷한경향을보여주며, 이러한현상은유학에서본체와공부가지니는긴밀한관계성으로인해발생하는당연한귀결이라고할수있다. 따라서여기에대해경암은 불선 ( ) 함이생겨나는것은선한인성 ( ) 이기질 ( ) 에뒤섞이거나이나물욕 ( ) 에의해가려져서그러한것이다. 따라서마음에사악함을없애면의념이바르게되고, 앎도성실해져미혹함이없게되며사물에도장애가없게된다. 그런데지금이러한점진적인공부를택하지않고마음을무선무악하다고만함으로써의와지, 그리고물이모두일괄적으로무선무악하다고말하는것은, 곧격물과치지, 그리고성의와 35), 1,, < >, 97-98 쪽 :,,.,..,,..,,.
의 25 정심의공부를힘쓸곳을근원적으로없애버리는잘못을범한것 이라고비판한다. 36) 따라서이러한경암의질책은사실상자신이가진성선 ( ) 의관점에서해문의스승이기도한왕용계의사무설 ( ) 를비판하면서, 사설 ( ) 을고수하고있는해문의생각도동시에잘못된판단임을지적하고있음을알수있다. 그러나경암의이러한비판에대해서해문은오히려 심의지물 ( ) 은모두하나이므로치지 ( ), 격물 ( ), 정심 ( ), 성의 ( ) 를각각의공부로말하는것은의미가없다는것 을강조한다. 사람의성은본래선하고지선하다. ( 그런데 ) 그지선함이드러나지못하는것은곧가려지고빠져버려서그런것이다. 본성의처음으로되돌아간다는것은어린아이의마음을잃지않는것이다. 어린아이와같은마음에는악함이없으니어찌다시선함이있겠는가? 심의지물은단지하나이니분별해서그것을말하는것은편리함을위해서이다. 힘써야할공부는단지선을밝히는것으로, 밝힌즉성실해져서격물, 치지, 성의, 정심의공부를본받을필요가없다. 37) 해문은경암이정심성의 ( ) 를통해선악을파악하는것을지선지악 ( ) 의공부로여기고, 또격물치지 ( ) 를위선거악 ( ) 의공부로간주하는것을지적하면서, 오히려심의지물 ( ) 이하나라는관점에서보면이러한격치성정 ( ) 의공부는단지하나의공부임을강조한다. 또심의지물은하나로서모두무선무악 ( ) 하기때문 36), 1,, < >, 98-99 쪽 :,,,.,.,.,,,,,,.,? 37), 1,, < >, 99쪽 :,.,.,.,?,,,,,,.,,,,.
26 47 에격치성정의공부도무선무악한성 ( ) 을드러내는것에불과하며, 따라서이러한것들은모두무선무악한심체위에서행하는공부일뿐이라고반박한다. 그러나선과무선무악에관한두사람의관점은끝까지변하지않고서로의견해를용납하지않으면서지속적으로자신들의견해를견지해나간다. 이에먼저경암은 기존의교화 ( ) 를유지하고사람들의마음을이끌어나갈수있었던것은이선 ( ) 이바탕이었는데이제무선무악 ( ) 을즐겨말함으로써이것이도리어세상의병폐가되고도 ( ) 가분명해지지못하는원인이될것 이라고주장하나, 38) 해문은오히려 무선 ( ) 이곧사람들이타고난선량 ( ) 함이며, 이선 ( ) 으로인해서풍속과교화가가능하다 고주장한다. 그러기에 양명이무선 ( ) 으로선 ( ) 을삼고거악 ( ) 을궁극으로삼지않고오히려무악 ( ) 을근원으로삼은것도, 경암이주장하는것처럼의념과마음만을성실하게함을성의 ( ) 와정심 ( ) 이라고생각하는잘못을바로잡기위함이며, 무선무악은결코세상을황폐하게하고도리를불분명하게함이아님 을강조한다. 39) 도리어이 무악 ( ) 을통해서무선 ( ) 으로연결해나가는양명의견해와주장이진정한공부로서무악 ( ) 이고무선 ( ) 이기에여기에는사실상공부의흔적이없다 고주장한다. 또한 선 ( ) 에집착하는사람은본래무선 ( ) 임을알지못하고망령되게선 ( ) 의견해를만들어특정의것을취하고나머지는버리는우를범하고있으나, 무선무악한마음의실체를확보하기 38), 1,, < >, 100-101 쪽 :,,,,.,.,,. 39), 1,, < >, 101-105 쪽 :,,.,,.,,,,....,,.,...,.
의 27 위한정심 ( ) 은그러한특정을취하고나머지를버리는취사선택으로는불가능하다 는것이해문의생각이다. 따라서 양명이무선 ( ) 으로선 ( ) 을삼고거악 ( ) 이아닌무악 ( ) 을근원으로증명한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 는점을강조한다. 이런이유로 무악을통해무선으로연결되는양명의공부가진정한공부 이며, 무악이고또한무선이므로수양의공부에도흔적이없다는점 40) 을근거로제시한다. 그러나이렇게해문이말하는무선 ( ) 을인정하지않으려는것이경암의생각이기때문에, 경암은자신이이해하는성선 ( ) 의관점에서무선무악한심 ( ) 과성 ( ) 을부정하고자한다. 이는곧 무선무악의심체는양지이자확연대공 ( ) 하고적연부동 ( ) 한선 ( ) 만을의미하므로무선무악의심체는인정할수없다 는것이다. 41) 따라서오직선 ( ) 만을마음 ( ) 과성 ( ) 의실체로간주하고인정하고자한다. 따라서경암의이러한생각들은해문이무선무악으로선을말하고자하는것과는다른견해임을알수있다. 결국이러한이유들 42) 로인해경암과해문사이에무선무악의의미와 40), 1,, < >, 106쪽 :,..,,. 여기에서해문 ( ) 이논하고있는관점은스승왕용계 ( ) 가자신의사무설 ( ) 에근거하여논한무공부 ( ) 의관점을드러내고있음을확연히보여준다. 즉용계 ( ) 에게있어심체 ( ) 는본래부터무선무악 ( ) 한것이기때문에여기에따로어떠한공부를다시가할필요가없다. 따라서그가선천정심 ( ) 의공부를말하더라도이것은사실상공부가필요없는공부인무공부 ( ) 인것이다. 해문은바로이러한스승용계 ( ) 의관점을그대로계승하여왕양명 ( ) 의사구교 ( ) 를이해하고있으며이를통해자신의공부에대한관점도함께확립하고있음을보여주고있다. 41), 1,, < >, 110 쪽 :,,,.,,,,.,,. 42) 허경암과주해문의구체구해의변론내용을통해서두사람의견해차이는결국무선무악 ( ) 의의미에대한해석상의차이에있음을알수있으며, 그논의의쟁점을본체의관점에서살펴보면대략다음과같이정리할수있다. 먼저, 경암의견해를살펴보면, 성 ( ) 을무선무악으로보는것은경서속의의미를오해한것으로마땅히선 ( ) 으로
28 47 그견해들에대해서로일치되는관점을도출한다는것은사실상불가능하며, 또용납될수도없는일이라는것을알수있다. 한편, 사구교 ( ) 로부터시작된무선무악의 ( ) 에대한해석과이에대한반박으로이어진사유사무 ( ), 구체구해 ( ) 논변에이어명말 ( ) 의동림학자 ( ) 인고헌성 ( 호 : 경양 지칭해야한다. 또한이선은바르고불편부당 ( ) 함이없으므로이를통해천하를다스리고풍습을교화해나갈수있다. 따라서선 ( ) 이아닌무선 ( ) 을말한다면이는천하의대본으로삼을수는없다. 다음으로, 사람들의선량함에근거하여성인 ( ) 들은가르침을베푸는데무선무악 ( ) 을통해서는이러한사람들의선량함이드러나지않을뿐더러, 이로인해세상은더욱황폐해지고도 ( ) 도분명하게드러나지않을것이다. 또한, 해문이무선 ( ) 을강조하는것은곧선함을잃어버린것으로이무선을통해서는선을행할수없거나선함이행해지지않는다. 그리고무선무악의심체는미발 ( ) 의중 ( ) 과적연부동 ( ) 한선 ( ) 만을말하는것이므로결코이무선무악을심체 ( ) 로인정할수없다는것이다. 이러한본체에대한경암의생각에대해서해문의반박은다음과같다. 먼저, 무선 ( ) 이곧악 ( ) 을따르거나, 악에빠진것을의미하지않는다. 경서속의선은선악의대대 ( ) 를말한것이많으나, 무선무악의선은무대 ( ) 의선을의미하고이것은곧맹자가말하는성선 ( ) 에서의선 ( ) 이여기에해당한다. 또, 경암이선 ( ) 이란글자와그의미에만너무집착하여무선무악을인정하지않으면, 이는곧천지가만물을만들어냄에있어그순일 ( ) 함을잃어버리는것이고, 마음 ( ) 도태허 ( ) 와같이될수없어그주재 ( ) 함을잃어버리는것과같다. 아울러심체 ( ) 는생각하고배우지않아도선한것이므로사유 ( ) 의관점에서만성선 ( ) 을말해야한다는것은잘못된생각이며, 양지심체도무선무악의선만을가리키는것으로보는것은문제가있다고비판한다. 한편, 본체에대한경암과해문의이러한견해차이는공부의문제에서도계속된다. 즉, 경암은먼저사유 ( ) 의관점에서치지 ( ), 격물 ( ), 정심 ( ), 성의 ( ) 를본체와공부를관철하는공부로인정하되, 해문이말하는것처럼일순간에무선 ( ) 을깨닫고이를공부의종지 ( ) 로삼는것은보통사람들이할수있는보편적인공부가아니라고비판한다. 이에반해해문은철저하게무선무악의관점아래심의지물 ( ) 을하나로간주하고격치성정 ( ) 의공부를무선무악의심체위에서행하는일련의위선거악 ( ) 과지선지악 ( ) 의공부로간주한다. 그결과해문은무악 ( ) 을통해무선 ( ) 으로나아가는양명 ( ) 의공부가진정한공부라고확신한다. 또해문은양지란무선무악의선이어서곧바로선을지칭하는것이아님을분명히하고, 심의지물도일사 ( ) 로서하나이므로, 양지인마음의무선무악은곧바로의와지, 그리고물의무선무악이되어공부에있어서도결코모순이발생되지않으며, 심의지물모두가무선무악하다고말하는것은양명이논한사구교의종지를벗어나지않는다고반박한다.
의 29 ) 도양명학에서논하는이무선무악의의미가잘못된것임을비판한다. 요즘들어무선무악을말하기를좋아하는데그뜻을살펴보면, 무선이라는것은진정선이없다는것이아니라단지선을드러내지않는다는것이다. 내가가만히경서에서말하는모양도실체도없다는것을살펴보니, 이는아마도형체를드러낸것이다. 소리도없고냄새도없다고말하는것은아마도소리와냄새를드러낸것이다. 인식하지도알지도못한다는것도아마도인식함과지식을드러낸것이다. 어째서인가? 나의마음은원래스스로뛰어나서형체, 소리와냄새, 인식함과지식의밖에있다. 선에대해서는이것은곧마음본래의특색과같은데이같이드러내거나드러내지않는다고말하는것이아닌가? 밝음은본래눈의특색과같은데다시밝음을드러내지않는다고말하는것이아닌가? 귀의밝음은귀의본래특색인데여전히귀가밝음을드러내는것을보지못했다고말하는것이아닌가? 43) 경양 ( ) 이보는무선이란선이없다는것이아니라, 드러내지않는것일뿐이다. 그러므로경서 ( ) 에서말하는심체가무방체 ( ) 로형체가없다는것을자신은그렇게보지않고단지심체는형체가있지만이를드러내지않는것은무선 ( ) 이곧선 ( ) 을드러내지않는것과같다고생각한다. 따라서여기에굳이무선이라고말하면안된다는것이경양의관점이다. 그리고심체 ( ) 가형체 ( 모습 ) 를드러내지않는것, 즉선 ( ) 을드러내지않는것은심체란소리나냄새, 인식과앎을넘어서있는것이기때문에그러하며, 이런점에서보면선 ( ) 도이심체와마찬가지라 43), 58,, 1390 쪽 :,,,,.,.,,.,..,..,.,.,.
30 47 고생각한다. 그러므로이러한상황에서는무선과함께 선을드러내고드러내지않음 을말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 선 ( ) 에대한내용이이러함에도불구하고당시의양명학자들이즐겨무선을말하고, 또한이와연관시켜무선무악으로심체를언급함이많은것은선에대한그들의잘못된이해에서나온것임을밝히고있다. 양명선생의무선무악한마디는남은힘이없어변론하기가어려우나, 천하의나쁜가르침이라는것은이말에서부터시작한다고생각한다. 양명선생이매번지선은마음의본체라고하고, 또양지가곧천리라고하였다. 천리라는두글자를말하고하나로만족하지못해다시성에선함도없고선하지아니함도없다고했으니, 스스로그주장을무너뜨려버린것인가? 44) 경양은양명이무선무악이라고말한것은마음의본체가지선이라고하는점에서보면지극히잘못된견해이며, 오히려논리의모순을가져왔다는것이다. 따라서만약마음이무선무악하다면굳이선악을나누지말아야한다고생각한다. 또한양명의제자들도이무선무악이바로지선이며마음의본체라는점을소홀히함으로써, 의 ( ) 가발동했을때중절 ( ) 의여부를가리는선악 ( ) 의구분을, 심체자체에적용시켜서무선무악이라고말하는것은잘못이라고지적한다. 이른바무선무악이라는것은유를떠난무인가? 유이면서무인가? 유를떠난무라면선보다또무를가볍게보고중히여기지않으니어찌훨씬뛰어나다하겠는가? 유이면서도무라면악보다또마음대로하며구애받지않으니어찌수수하고탁트여있다하겠는가? 이런까닭에하나는높이치켜세워진모 44), 58,, 1398 쪽 :,,,...,,,.
의 31 습으로깊고오묘한것을세워말함을보여주며, ( 다른 ) 하나는여유있는상 태로정욕을마음대로하여막은것을터놓은것이다. 군자와소인이다그 편리함을즐기는것이마땅하니서로함께다하여그것을쫒는것이다. 45) 경양의판단에양명후학들의문제는다름아닌이무선무악으로인해서 유를떠난무 와 유이면서무 라는것을주장하되, 하나는 깊고오묘한것을세워말하려고하고, 다른하나는 방종하여정욕을마음대로하려고함 으로써결국왕학 ( ) 의유폐 ( ) 를유발하였다고보는것이다. 따라서이것은왕용계이후로양명후학들이대체로가지고있던병폐이며, 양명의무선무악도지선을말하면서이렇게무선과무악을말하는것도문제지만, 천천증도 ( ) 속에나타나는바와같이사무 ( ) 를논한왕용계의잘못은훨씬더크다는점을지적하고 46) 이를비판한다. 그러기에경양은이런이유들을근거로마음의무선무악을말하기보다오히려성선 ( ) 의관점에서지선 ( ) 의의미를강조한다. 지선이라는것은성이다. 성은원래조금이라도나쁨이없다. 그러므로지선이 라고한다. 양명선생이이말을한것은극히평범하고바른것인데, 뒤에어떤 까닭으로도리어선악이없다는것이가장중요하게되었는지모르겠다. 47) 또이렇게무선무악의관점을반대하기에경양은성선 ( ) 의의미를 45), 4,, 84-85 쪽 :,.,..,..,,,.,. 46), 58,, 1398 쪽 :,..,. 47), 4,, 84쪽 :.,.,.
32 陽明學 第47號 가지고 자신의 견해를 표출한다. 선이라는 글자는 바로 성에는 정해진 실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성이란 글자를 드러내는 지엽적인 견해로 이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것은 바로 선에 큰 근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부분적으로만 보고 살펴서는 안 된다.48) 性 善 이와 같이 경양은 성( )에 정해진 실체를 선( )이라고 규정하고 이 선은 性 告子)가 말하는 바로 성( )을 드러내는 근원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고자( 性無善無不善) 는 것은 곧 예로부터 성현들이 강조해온 천자(天子)의 정성(衷), 백성들의 떳떳한 도리(彛), 만물의 이치(則), 진실함 (誠), 중화(中和) 등 이 모두가 단지 하나의 선(善)이라는 것을 없애버린 잘못으 로, 오히려 성(性)은 선(善)이며 이 둘은 합일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성에는 선이 없다( 49) 경양의 이러한 관점들은 모두 양명학의 무선무악에 대한 비판과 반박으로 性善)의 의미를 강조하려는 그의 핵심적인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성선( IV. 나오는 말 待對) 왕양명이 무선무악을 논한 이유는 심체가 선과 악이 맞서 있는 대대( 善 惡 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선( )의 모습과 악( )의 모습을 넘어서 있는 초월적인 실체로서 지선한 것임을 강조하고자한 것이다. 또 性體) 자체도 심체가 이렇게 순수하고 절대적인 마음이기에, 양명은 성체( 小心齋剳記, 卷3, 乙未, 50-51쪽 : 點出善字正示性有定體, 不可以局見淆也. 提出 性字正示先有大原, 不可以局見窺也. 49) 小心齋剳記, 卷3, 丙申, 53쪽 : 自昔聖賢論性, 曰帝衷, 曰民彛, 曰物則, 曰誠, 曰中和, 總總只是一個善. 告子卻曰性無善無不善, 便是要將這善者打破. 48)
의 33 선하지아니함이없는것으로이해한다. 즉, 무선무악의마음으로부터언급되는성체는천리 ( ) 로서초월적인본체이며지선하고바른것이며, 그러기에마음의본체가무선무악하다고함은곧성체도선하지않음이없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런데이러한점에대해서사유와사무의논쟁을벌였던절중의전서산과왕용계는심체의무선무악과성체의무선무악에대해서는서로이견 ( ) 이없었으나, 심체의발동 ( ) 과관련한문제를설명함에있어서는서로간에견해의차이를보인다. 즉, 이들사이의쟁점은심체의무선무악이란구절로부터시작되지만, 그귀결점은심체가발동했을때생겨난 의 ( ) 를어떻게이해하는가? 하는차이로인해서심의지물 ( ) 모두를유 ( ) 로보는사유 ( ) 와또이를모두무 ( ) 로간주하는사무 ( ) 로나뉘게되고, 이러한생각은곧선천 ( ) 과후천 ( ) 이라는공부의문제와밀접한관련을가지게됨을알수있다. 한편, 허경암과주해문의 무선무악의 ( ) 에대한논점은해문이무선무악이란곧선악의대대 ( ) 를넘어선지선한것이라는왕양명의견해를고수하고있는반면에, 경암은무선과무악이라는의미에논의의중점을두고이를비판하면서, 지속적으로무선무악이란표현을사용하는것은잘못이며오히려오직선 ( ) 의의미만을강조해야한다고주장함으로써, 끝까지해문과일치된견해를가질수없었음을보여준다. 또한, 명말동림 ( ) 의학자인고헌성 ( ) 은마음이무선무악하다면선악 ( ) 을나누지말아야하며, 또무선무악이라는말은심체가지선하고마음의본체라는것을소홀히여김으로써나온잘못된표현이라고주장한다. 아울러심체가선을드러내지않는것은심체가소리나냄새등의인식과앎을넘어서있는것이기때문에그러하며, 이러한점에서본다면선 ( ) 과심체 ( ) 는반드시동일한것이라고강조한다. 여기에다경양은당시양명학자들이즐겨무선 ( ) 을말하고또무선무악으로심체
34 47 를논하는것은선 ( ) 에대해지극히잘못된이해에서그러함이나왔다고비판함으로써, 자신이주장하는성선 ( ) 의관점에서지선 ( ) 을강조하고, 성 ( ) 에정해진실체를선 ( ) 이라고규정함으로써, 양명후학들이무선무악의심체를즐겨언급하는것에대해적극적으로반대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렇게보면, 양명학의무선무악이란의미는절중의전서산과왕용계에이르기까지는대체로무선무악의본의를벗어나지않고이를수긍하고이해하는방법적인문제에머물렀으나, 감천학파의허경암과동림학파의고경양에이르러서는그들자신이중시하는선 ( ) 과성선 ( ) 에대한관점속에서무선무악을이해하려는경향을보여줌으로써왕양명 ( ) 의본의와는다소다른주장과비판으로나아가고말았다고할수있다.
陽明學의 無善無惡義 <참고문헌> 東越證學錄,臺灣文海出版社, 1970. 明儒學案, 臺灣華世出版社, 1987. 小心齋剳記, 臺灣廣文書局, 1975. 陽明全書, 臺灣中華書局, 1985. 王龍溪全書, 臺灣廣文書局, 2000. 김길락, 상산학과 양명학, 예문서원, 1995. 유명종, 왕양명과 양명학, 청계출판사, 2002. 정인재, 양명학의 정신, 세창출판사, 2014. 牟宗三, 王陽明致良知敎, 臺灣中央文物供應社, 1986. 劉述先, 黃宗羲心學的定位, 臺灣允晨文化, 1986. 陳來, 有無之境-王陽明哲學的精神, 北京人民出版社, 1991. 蔡仁厚, 王陽明哲學, 臺灣三民書局, 1983. 彭國翔, 良知學的展開-王龍溪與中晩明的陽明學, 臺灣學生書局, 2003. 李相勳, 王陽明 四句敎 涵意와 그 傳衍, 中國學報 第48輯, 2003. 李相勳, 許敬菴과 周海門의 九諦九解 論辯 考察, 儒學硏究 第30輯, 2014. 이 논문은 2017년 7월 11일 투고되고 2017년 8월 5일에 심사 완료되어 2017년 8월 16일에 게재가 확정되었습니다. 35
36 47 <ABSTRACT> The Meaning of the state of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in Yang-ming studies - Focus on the Meaning and Development and Criticism - 50) Lee, Sang-hun* This paper try to research the principal argument which raise among Yangming disciples as the meaning and development of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and the criticism of Gu Xiancheng, a scholar in the latter half of Ming Dynasty after Wang Yangming present the teachings of four paragraph. The meaning of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that Wang Yangming expressed in the teachings of four paragraph signified that the original substance mind is the highest good and has not the form of good and evil and stressed that it is the transcendental original substance Mind related to no stand against not stand against. Notwithstanding, scholars who misunderstood it and acknowledged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of the original substance mind criticized unreasonably that the thing was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or reprimanded that the good of the greatest basis in the world was stressed by misunderstanding it. Moreover, they understood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in the mind as the meaning that the human nature was good. However, it is reason that this criticism is thought to have originated in the wrong understanding about Wang Yangming s original intention of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Keywords Good and Evil, The state having neither Good nor Evil, Human nature is good, Mind, Intention, Knowledge, Thing, The highest good. * Dankook University / ahho21@dankook.ac.kr
한국양명학회논문집 제 호 - 을중심으로 - 박성호 * 51) 주제분류 중국철학, 유학, 양명학 주제어,,,, 요약문 본논문은 전습록 에나타난무 선 악에대한개념분석을통해양명이말한무선무악심지체의의미를또다른접근방법으로이해하기위한이론적기초를마련하는데그목적이있다. 전습록 에서무의개념분석과그함의에대한추론은,, 등의명제들을통해살펴보았다. 무중생유는두가지해석이가능하다. 하나는조장하거나잊어버리지않게하여 [ ] 그가운데양지를끊임없이실현해가도록하는것 [ ] 이요, 다른하나는양지본체는끊어지거나효과를빨리구하려는것이본래없으므로 [ ] 다만양지를온전히발현하여확충해갈뿐 [ ] 이라것이다. 달리말하면, 전자는공부즉본체이고, 후자는본체즉공부라할수있다. 이를통해우리는양명이말하는무중생유의무에는양지의발현을멈추게하거나방해하는것이 본래없다 는본체로서의무와 없게해야한다 는공부로서의무의의미를함께내포하고있음을 * 중국북경대학교 / 박사졸업 / 98ttl@hanmail.net
38 47 알수있다. 한편무체의무에는천지만물과감응하여결국만물일체의대아를이룰수있는무한한가능태로서의의미를내포하고있으며, 무지의무에는천지만물과감응을할때마다항상그에맞는새로운가치를끝없이창출해간다는수시변역의의미를내포하고있음을알수있다. 선악에대한문제는,, 등의명제들을중심으로살펴보았다. 선악일물에서선과악이란병립하는두개의실체가아니라하나의지선한심체의두가지상태를뜻한다. 따라서양명학에서악은양지의심체에있지도않고, 또한그대상물체에있지도않다. 사실악은그실체가없으며, 다만심이사물을접할때발생하는의념상에서비로소 과 의구별이나타나게되는것이다. 순리 동기는심리활동상에서선악의문제를말한것으로순리란천리에따르는것을말하고, 동기란사욕에움직이는것을말한다. 무아와유아에서 는사적인자아를뜻하는것으로무아가되면저절로겸양이되어여러선의기초가되며, 유아가되면오만하게되어여러악의우두머리가된다. 결국양명학에서악에서선으로의지향은유아에서무아로의회복을의미하며, 그궁극적인선의결과는만물일체적대아로귀결된다. 이는앞서선악에대한두개의명제의범주가단지의념상에서만논의된것과는다르게구체적인선악의행위를포함한다. 양명의무는허무나적멸의 가아니라만물일체적대아를이룰수있는가능태로서의본체의의미와천지만물과의감응을통해새로운가치를창출해가는공부의의미를함께내포하는 이다. 양명의선악개념에서악은그실체가따로없으며, 다만사욕에의해그본체가가리어짐에따라의념에서선념과악념의구별이나타난다는심리활동상에서의범주와또한선행과악행의무궁함이라는실천상에서의범주를함께내포하고있음을알수있다. 양명이말한무선무악이란 윤리적인선악이없다 는단순한의미가아니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39 다. 무는이미유의가능태를내포하고있으며, 유는이미무의무한성에바탕하고있다. 선악또한본체의관점에서논의될때에는실체로서의개념이아니라관념으로서의개념에가깝다. 반면선악이행위의관점에서논의될때에는행위에따른결과의무한성을말하기도한다. 따라서양명이말한무선무악심지체란심의본래적상태에집착하거나대대 ( ) 할수있는그실체자체가이미없다는것을의미한고도볼수도있다. 그러나이는결코공허한무의상태가아니라동시에무한한선과무한한악으로나아갈수있는가능태를내포하고있다. 이것이바로 으로일컬어지는양명학의철학적특징이라할수있다.
40 陽明學 第47號 I. 들어가는 말 王陽明, 1472-1528)의 四句敎 는 그가 만년에 밝힌 心 意 知 物에 대한 명제이다. 사구교는 왕양명이 1528년 천천교에서 그의 제자 전덕홍(錢 德洪, 1496-1574) 왕용계(王龍溪, 1498-1583)와 문답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어 天泉證道라고도 칭해진다. 사구교에 대한 논변은 왕양명 문하의 중요한 왕양명( 공안이 되어 양명학을 여러 유파로 분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파생 된 본체 공부 심체 성체에 대한 토론은 명대 말기의 전체 사조에 큰 영향을 無善無惡心之體 에 대한 해석과 그에 따른 공부방 미쳤다.1) 그 중 제1구인 법론의 차이는 양명학의 분기와 명말 사상계의 핵심논제로 자리 잡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무선무악심지체 를 제기한 왕양명의 본의는 과연 무엇이었을 까? 이에 대한 국내의 기존의 연구방법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전덕홍과 왕용계의 논변을 중심으로 그 본의를 추론하는 방법이다.2) 다른 하나는 양명학의 전체적인의 체계 속에서 양명의 심 의 지 물에 대한 정의와 상호 관련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 본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3) 무선무악심지체의 본의를 파악하기 위한 이 같은 연구경향은 사실 전습록 가운데 무선무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사구교를 제외하고는 단 2조목에 불과하다는 것에 기인한다.4) 따라서 양명의 무선무악에 대한 의미를 직접적 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이에 관련한 양명이후의 논변이나 혹은 심체를 규정 1) 陳來, 有無之境 (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13), p.179. 2) 임홍태, 전덕홍과 왕용계의 공부론 비교연구, 양명학 제9호, 한국양명학회, 2003. 양명의 사구교를 둘러싼 본체 공부논쟁의 전개과정- 무선무악심지체 해석을 중심으로, 한국철학논집 제28집, 2008. 四句敎의 함의, 양명학 제24호, 한국양명학회, 2009. 4) 傳習錄(上), <薛侃錄>, 101조목: 無善無惡理之靜, 有善有惡氣之動. 不動於氣, 卽無善無 惡, 是至善. 傳習錄(下), <黃省曾錄>, 308조목: 性無定體, 論亦無定體. 性之本體, 原是無善無惡的, 發用上也原是可以爲善, 可以爲不善的, 其流弊也原是一定善一定惡的. 3) 김세정, 양명철학에 있어서의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41 한 그 밖의 다른 명제5)들을 통해 그 의미를 추론하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이 양명의 본의를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연구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실제로 그 연구 성과들은 철학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6) 한편, 사구교를 無善無惡 有善有惡 知善知惡 爲善去惡의 측면에서 살펴 보면, 이는 곧 선악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학이 다른 학문들 과 구분되는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현실세계에서 도덕을 지향한다는 점이 다. 유학에서 말하는 도덕의 의미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바로 구체적인 삶 속에서 선을 실행하고 악을 存天理去人欲] 하고자 하는 것이다. 선진유학에서 맹자나 순자를 살펴 제거[ 보면, 심의 역할은 본성의 선악 여부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맹자에서와 같이 본성 자체가 선천적으로 도덕성이 내재되어 있는 선한 것이라면 심은 단지 그 선한 본성을 드러내는 역할만 하면 된다. 반대로 순자처럼 본성 자체가 선과는 무관한 것이라면 심은 외부로부터 도덕을 가져와야 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송명유학에서는 이러한 심성문제를 리와 기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하게 된다.7) 이처럼 심성과 그 선악에 대한 논의는 心之本體 또는 心之體 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31개 조목이다. 이 조목들을 정리하면, 心之本體 를 至善 (2, 228, 317조목), 天理 (41, 96, 122, 145, 169조목), 良知 (8, 118, 152, 155, 159, 169조목), 寂然不動, 廓然大公, 未發之中 (72, 101, 119, 155조목), 性 (81, 6, 117, 133, 134조목), 不動한 존재 (81, 157, 272, 292조목), 誠 (121조목), 定 (41, 156조목), 樂 (166조목), 天 (222조목)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김세정, 위의 글, 52-53쪽 참고) 5) 전습록 에서 6) 무선무악심지체의 의미에 대한 기존의 연구결과로서 주목할 만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①無固定性(김세정, 양명철학에 있어서의 四句敎의 함의, 양명학 제24호, 한국양명학 ②無待對性(정인재, 양명학의 정신 (서울: 세창출판사, 2014), 325쪽), ③無執着性(陳來, 有無之境 (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13), p.197) 회, 2009, 71-73쪽), 7) 신유학에서 리와 기로 심을 설명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서로 다른 명제를 중심으로 구분되는데, 그 각각은 마음은 리와 기가 합쳐진 것이다, 마음은 기다, 마음은 리다 이다. 심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은 직접적으로 지각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지각의 두 가지 주요한 기능은 반응과 계산으로, 이 두 기능 중에서 어느 쪽에 더 주목하여 마음을 이해하는지 에 따라 신유학자들의 심에 대한 이론이 셋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본다.(정원재, 유학에서
陽明學 第47號 42 유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도덕세계 건설에 중요한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본 논문은 전습록 에 나타난 무 선 악에 대한 개념분석을 통해 양명이 말한 무선무악심지체 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파악하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한 시도이며, 도덕세계 건설이라는 유학의 궁극적 목적을 향하는 여정에서 양명학이 갖는 사상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목적 아래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참고하여 그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끝으로 전습록 에 대한 분절과 번역은 전습록, 실천적 삶을 위한 지침 (정인재 한정길 역주, 경기: 청계, 2007)을 참고하였으며, 논자의 능력 의 한계로 양명선생유언록 등과 같은 그 밖의 문헌들을 다루지 못하고 다만 전습록 에 한정하였음을 밝힌다. 無 II. 전습록 에서의 무( )의 함의 왕양명의 무선무악심지체는 불가에서와 같이 무선무악을 논한다는 비판 을 받아왔다. 그러나 양명은 불가의 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불가에서는 무를 말하는데, 성인이 어찌 무에 한 터럭의 유를 첨가할 수 있겠 불가의 무는 생사고해부터 벗어나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 이것 는가? 은 도리어 본체에 이러한 자기의 의사를 첨가한 것이니, 본체의 허하고 무한 본색이 아니며 본체에 장애를 입은 것이다.8) 양명에 따르면, 불가에서 말하는 무는 해탈이라는 사사로운 목적이 있는 보는 마음, 마음과 철학(유학편)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 화원, 2014), 16-17쪽) 傳習錄(下), <黃省曾錄>, 269조목: 佛氏說到無, 聖人豈能無上加得一毫有? 佛氏說無, 從出離生死苫海上來, 却於本體上加却這些子意思在, 便不是他虛無的本色了, 便於本體有障礙. 8)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43 것으로서, 비록무를말하지만본체의무를제대로드러내지못한것이다. 불가의무에대한양명의이같은비판이과연옳은가에대해서는논란의여지가있지만, 여기에서양명이강조하고자한것은바로 무에한터럭이라도유를첨가할수없다 는것이다. 이러한입장에서양명은 성인은단지그양지의본색으로되돌아갈뿐이며, 다시자기의사를조금도보태지않는다. 양지의허는곧하늘의태허이며, 양지의무는곧태허의무형 ( ) 이다 9) 라고말한다. 태허와무형은장재 (, 1020-1077) 의사상에서연원한것으로, 이는원래기의본래적상태 [ ] 를묘사한말이었다. 10) 양명은장재의말을빌려양지의무를태허의무형에비유하였다. 여기서무형은앞서불교에대한비판적입장에서와같이유 [ ] 를배제한본래적무의상태를의미한다. 자연현상들이모두태허의무형속에서발용하여유행하는가운데하늘에장애가되지않는것과같이양지가유행하는가운데다만그천리를따를뿐본질적으로일체의사욕에장애가될수없는것이다. 이상과같이양명은자신이말하는무의개념은불가와는다르게무의본색을온전히드러낸다고여겼다. 사실중국철학에서무의범주는대체로본체로서의무, 공부로서의무, 경지로서의무등다의성을지닌다. 그렇다면과연양명이말한무의본색이란무엇을말하며, 양명학의사상체계안에서어떠한의미를갖는것일까? 전습록 에서무에대해양명이언급한명제들을중심으로그함의를추론해보고자한다. 1. 양명은자신의학문을무에서유를낳는공부 [ ] 라말하며다음과 같이말하였다. 9) ( ), < >, 269 조목 :,.,,,. 10), < >:,.
44 陽明學 第47號 내가 여기서 학문을 논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낳는 공부이다. 여러분들은 반 드시 믿을 수 있어야 하니, 단지 뜻을 세우는 것일 뿐이다. 학문하는 사람이 한결같은 생각으로 선을 행하려는 뜻은 마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다만 조장하지도 말고, 잊어버리지도 말며 오직 북돋아주어 잘 자라도록 한다.11) 여기서 말하는 무에서 유를 낳는 공부란 나무가 처음 생장할 때 번잡한 가지들을 제거해야 잘 성장하는 것과 같이 처음 학문을 시작하는 사람이 無 有 외적인 기호를 제거[ ]하여 그 뜻이 전일하도록 하는 공부[ ]를 해야 함을 말한다. 그러나 본문 중에서 다만 조장하지도 말고 잊어버리지도 말라 는 勿助勿忘 언급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는 또 다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은 맹자 에 나오는 말로 반드시 일삼음이 있되 미리 기약하지 말며, 마음 에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라 12)는 뜻이다. 양명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集義] 반드시 일삼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다만 시시각각 의로움을 쌓는 것[ 이다. 만약 시시각각 반드시 일삼음이 있어야 한다는 공부를 하되 혹 끊어지 는 때가 있다면, 이것은 바로 잊어버린 것이니 즉시 잊지 말아야 한다는 공부 를 해야 한다. 시시각각 반드시 일삼음이 있어야 한다는 공부를 하되 혹 효과 를 빨리 구하고자 하는 때가 있다면 이것은 바로 조장한 것이니, 즉시 조장하 만약 이 공부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지 말아야 한다는 공부를 해야 한다. 다시 잊지 말라고 할 필요가 없으며, 이 공부가 원래 효과를 빨리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다시 조장하지 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13) 傳習錄(上), <薛侃錄>, 115조목: 我此論學是無中生有的工夫, 諸公須要信得及. 只是立 志. 學者一念為善之志, 如樹之根, 但勿助勿忘, 只管培植將去. 12) 孟子, <公孫丑(上)>, 2장: 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 13) 傳習錄(中), <答聶文蔚>, 186조목: 必有事焉者, 只是時時去集義. 若時時去用必有事的工 夫, 而或有時間斷, 此便是忘了, 即須勿忘. 時時去用必有事的工夫, 而或有時欲速求效, 此便是 11)
왕양명의 양명에 의하면,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45 必事有焉의 사는 곧 의로움을 쌓는 공부이며,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라는 것은 그 사이에 이 공부가 끊어지거나 효과를 빨리 구하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의로움을 쌓는 공부 즉 치양지14) 가 원래 끊어지지 않고, 원래 효과를 빨리 구하려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경계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無中生有의 학문과 연관 지어보면 다음의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조장하거나 잊어버리지 않게 하여[無] 그 가운데 양지를 끊임없이 실현해 가도록 하는 것[有]이요, 다른 하나는 양지본체는 끊어지거나 효과를 빨리 구하려는 것이 본래 없으므로[無] 다만 양지를 온전히 발현하여 확충해 갈 뿐[有]이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전자는 공부즉 이상의 내용을 양명의 본체이고, 후자는 본체즉공부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양명이 말하는 무중생유의 무에는 양지의 발현을 멈추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본래 없다 는 본체로서의 무와 없게 해야 한다 는 공부로서의 무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無體 無體 이다. 양명학에서 무의 함의를 추론할 수 있는 또 다른 명제는 바로 여기서 말하는 무체란 일정하게 고정된 형체가 없다는 의미이다. 양명은 이목구비의 감각기관과 마음을 예로 들어 무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눈에는 일정한 본체가 없으니 만물의 색을 본체로 삼는다. 귀에는 일정한 본체가 없으니 만물의 소리로 본체를 삼는다. 코에는 일정한 본체가 없으니 만물의 냄새로 본체를 삼는다. 입에는 일정한 본체가 없으니 만물의 맛을 본체로 삼는다. 마음에는 일정한 본체가 없으니 천지 만물이 감응하는 시비 助了, 卽須勿助. 若是工夫原不間斷,卽不須更說勿忘, 原不欲速求效, 即不須更說勿助. 14) 傳習錄(中), <答聶文蔚>, 187조목: 夫必有事焉只是集義, 集義只是致良知.
46 陽明學 第47號 를 본체로 삼는다.15) 이목구비와 마음이 만물의 소리 색 맛 냄새 감응하는 시비를 각각 그 본체로 삼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것은 이목구비의 감각 기관이나 마음은 일정하게 고정된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작용을 자신의 본체로 삼는다는 것을 말한다. 만약 눈이 자신만의 색 가지고 있다면 만물의 색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으며, 귀가 자신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만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이목구비에는 일정한 본체가 없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태의 상태에서 모든 만물에 대한 감각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고정된 시비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천지만물의 변화하는 시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무체이기 때문에 천지만물의 변화에 감응하여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양명은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밝은 거울에 비유하여 설명하기 도 하였다. 성인의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다. 다만 이 하나의 마음이 밝기만 하면 느끼는 것에 따라 응하여 어떤 사물도 비추지 않는 것이 없다. 이미 지나가 버린 형상 을 여전히 남겨 두지도 않으며, 아직 비추지 않은 형상을 먼저 갖추고 있지도 않다.16) 양명이 말한 마음이 무체 라는 의미는 거울이 이미 지나가 버린 형상을 여전히 남겨 두지도 않으며, 아직 비추지 않은 형상을 먼저 갖추고 있지도 않다 는 말과 같으며, 천지 만물이 감응하는 시비를 본체로 삼는다 는 의미 傳習錄(下), <黃省曾錄>, 277조목: 目無體, 以萬物之色為體. 耳無體, 以萬物之聲為體. 鼻無體, 萬物之臭為體. 口無體, 以萬物之味為體. 心無體, 以天地萬物感之是非為體. 16) 傳習錄(上), <陸澄錄>, 22조목: 圣人之心如明镜. 只是一个明, 则随感而应, 无物不照. 未有已往之形尚在,未照之形先具者. 15)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47 는 다만 이 하나의 마음이 밝기만 하면 느끼는 것에 따라 응하여 어떤 사물도 비추지 않는 것이 없다 는 말과 같다. 양명은 또한 불교 금강경 의 應無所住而生其心 과 연관 지어 마음의 거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교에서도 일찍이 머무는 바가 없이 그 마음을 내라 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것이 아니다. 밝은 거울이 사물에 응할 때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추한 것은 추하게 응하기 때문에 비추는 것마다 모두 참된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그 마음을 내라 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추한 것은 추하게 응하되 일단 지나가면 남겨두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머무는 바가 없다 는 것이다.17) 머무는 바가 없다 는 말은 곧 심의 무체를 뜻한다. 무체이기 때문에 비추는 형상 그대로가 그것의 참된 모습이다. 사물에 따라 응하되 이미 지나가 버린 형상을 남겨 두거나, 아직 비추지 않은 형상을 미리 갖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무체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마음의 작용 구조가 무에서 유 로 유에서 무 로 반복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작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순환구조처럼 보이지만, 양명이 무체 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를 떠나지 않는 유 이며, 유를 떠나지 않는 무 이다. 다시 말하면, 무체가 곧 전체이며, 무아가 곧 대아인 경지로 이는 불가에서 말하는 나 없으매 큰 나가 드러나고, 내 집 없으매 천하가 내 집 인 경지와도 같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명이 말한 무체의 무에는 천지만물과 감응하여 결국 만물일체의 대아를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태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無知無不知 傳習錄(中), <答陸原靜書>, 167조목: 無所住而生其心, 佛氏曾有是言, 未為非也. 明鏡之 應物, 妍者妍, 媸者媸, 一照而皆真, 即是生其心處. 妍者妍, 媸者媸, 一過而不留, 即是無所住處. 17)
48 陽明學 第47號 無知無不知 이다. 다음으로 무의 함의를 추론하기 위해 살펴볼 명제는 양명은 무지와 무부지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태양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앎이 없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은 본체가 원래 그와 같은 것이다. 비유하면 태양이 일찍이 사물을 비추려는 마음을 지 닌 적이 없으나 저절로 비추지 않는 사물이 없는 것과 같다. 비춤이 없으면서 도 비추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은 원래 태양의 본체이다. 양지는 본래 앎이 없는 데도 이제 도리어 앎이 있기를 요구하고, 본래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는데도 이제 도리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단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18) 無知) 알지 못하는 것이 양명에 따르면 양지본체는 본래 앎이 없으면서도( 無不知) 여기서 무지와 무부지는 병렬관계가 아니라 전자가 후자를 없다.( 가능하게 하는 관계이다. 즉 무지하기 때문에 무부지할 수 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보면 양자는 모순관계이다. 그렇다면 과연 앎이 없다 말과 알지 못함이 없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한 해결의 단서는 태양 일찍이 사물을 비추려는 마음을 지닌 적이 없다 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양에 비춤이 없다는 말은 실제로 비추는 작용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 비추는 작용에 사물을 비추려는 마음 즉 작위성 내지 고정성 등 일체의 私意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비추지 않는 사물이 없게 된다. 그러나 비추지 않는 사물이 없다는 말은 다만 작용의 평등성을 말한 것이지 그 작용에 따른 결과의 동등성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傳習錄(中), <黃省曾錄>, 282조목: 先生曰, 無知無不知, 本體原是如此. 譬如日未嘗有心 照物, 而自無物不照, 無照無不照, 原是日的本體. 良知本無知, 今卻要有知, 本無不知, 今卻疑 有不知, 只是信不及耳. 18)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49 마찬가지로 양지에 앎이 없다는 말은 양지에 지적 작용이 없음을 의미하 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말 또한 이론화 개념화를 통한 지식축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양명은 오히려 지식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인욕이 점점 자라나고, 재주와 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천리는 더욱 더 가려진다고 경계하였다.19) 그렇다고 해서 또한 앎이 없다고만 한다 면 이는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거나 생기가 없는 고목이나 꺼진 재처럼 죽어버린 상태와 같다.20) 양지에 앎이 없다는 것은 양지의 본래적 속성을 의미하며,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양지의 주체적 작용을 의미한다. 즉 양지는 대상에 대한 無知] 접 작위적이거나 고정된 판단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無不知], 마음이 물을 하게 되면 저절로 그에 맞는 시비판단을 하게 되고[ 無知]라면 접물을 할 때 마다 그 상황에 맞는 도리를 자연스럽게 구하게 될 것[無不知]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양명은 인욕이 없는 순수한 천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마음이 사욕에 가려지지 않는 것이 바로 천리이니, 밖에서 조금이라도 보 탤 필요가 없다. 이 순수한 천리의 마음을 부모를 섬기는 데 드러낸 것이 바로 효도이고, 임금을 섬기는 데 드러낸 것이 바로 충성이며, 벗과 사귀고 백성을 이 마음이 만약 인욕이 다스리는 데 드러낸 것이 바로 믿음과 어짊이다. 없는 순수한 천리라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데 성실한 마음이라면, 겨울에는 자연히 부모의 추위를 생각하며 저절로 따뜻하게 해드릴 도리를 구하고자 할 것이며, 여름에는 자연히 부모의 더위를 생각하여 저절로 시원하게 해드릴 傳習錄(上), <薛侃錄>, 99조목: 後世不知作聖之本, 是純乎天理, 卻專去知識才能上求聖 人. 以為聖人無所不知, 無所不能, 我須是將聖人許多知識才能, 逐一理會始得. 知識愈 廣而人欲愈滋, 才力愈多而天理愈蔽. 20) 傳習錄(上), <薛侃錄>, 120조목: 自朝至暮, 少至老, 若要無念, 即是己不知. 此除是昏睡, 除是槁木死灰. 19)
50 陽明學 第47號 도리를 구하고자 할 것이다.21) 양명에 따르면 마음이 사욕에 가려지지 않는 상태는 곧 천리로서 이는 앞서 말한 양지의 본래적 속성인 무지의 상태와 같으며, 그 천리의 마음이 부모 임금 벗 백성을 대함에 따라 각각 그에 맞게 효도 충성 믿음 어짊으로 드러나는 것과 계절을 따라 부모에게 해드려야 할 알맞은 도리를 자연스럽 게 구하고자 하는 것은 곧 양지의 주체적 작용인 무부지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양명은 천지만물과의 감응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인이 천지만물을 한 몸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의도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의 인이 본래 그와 같아서 천지만물과 더불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새가 슬피 울고 짐승이 사지에 끌려가면서 벌벌 떠는 것을 보면 반드시 참아내지 못하는 마음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그의 인이 새나 짐승과 더불어 기와장이 무너지고 돌이 깨진 것을 보면 반드시 애석 한 몸이 된 것이다. 하게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는 데, 이것은 그의 인이 기왓장 돌과 한 몸이 된 것이다.22) 양명의 말에 근거하면, 대인이 천지만물을 한 몸으로 여기는 것은 의도적 이거나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인이 본래적 속성이 그와 같은 것이다. 無知] 그러므로 대인은 만물일체의 인심을 통해 다른 존재들의 아픔과 [ 파괴를 대할 때 마다 그들과 한 몸이 되어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게 되는 傳習錄(上), <徐愛錄>, 3조목: 此心無私欲之蔽, 卽是天理, 不須外面添一分. 以此純乎天 理之心, 發之事父便是孝, 發之事君便是忠, 發之交友治民便是信與仁. 此心若無人欲, 純是天理, 是個誠於孝親的心, 冬時自然思量父母的寒, 便自要求個溫的道理. 夏時自然思量 父母的熱, 便自要求個清的道理. 這都是那誠孝的心發出來的條件. 22) 大學問 : 大人之能以天地萬物一體也, 非意之也, 其心之仁本若是, 其與天地萬物而爲一 也. 見鳥獸之哀鳴觳觫, 而必有不忍之心焉, 是其仁之與鳥獸而爲一體也. 見瓦石之 毁壞, 而必有顧惜之心焉, 是其仁之與瓦石而爲一體也. 21)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51 통각의주체자이다. 23) [ ] 이상의내용을통해우리는양명이말한무지의무에는인간계뿐만아니라천지만물과감응을할때마다의도되고고정된외부의 를따르는것이아니라항상그에맞는새로운가치판단의준칙을끝없이창출해간다는 24) 의의미를내포하고있음을알수있다. III. 전습록 에서의선 악의문제 맹자이래로성선론은송명유학자들에의해유학인성론의주류를형성해왔다. 성선론에서제기될수있는가장큰철학적과제는 악의기원 에대한문제이다. 즉우리의본성이선함에도불구하고악이어디로부터발생하는가에대한문제제기이다. 주자 (, 1130-1200) 는이러한문제를기질의개념을통해해결하고자하였다. 25) 그렇다면과연양명학에있어서선악의개념은어떻게정의되고그와관련된문제는어떻게논의되고있는지에대해서 전습록 에보이는선악에관련된명제들을중심으로살펴보고자한다. 1. 양명은그의제자와의문답에서 에대해다음과같이말하고 있다. 23) 김세정은왕양명의이러한사상을 생태주의 라명하고, 인간을천지만물의통각의주체로규정한다. 다시말해인간은만물일체의인심 ( = ) 을통해자연만물과감응하면서이들의생명손상을아파하고치유하고보살핀다는것이다.( 김세정, 돌봄과공생의유가생태철학 ( 경기 : 소나무, 2017), 259-279 쪽참고 ) 24) ( ), < >, 340조목 :. 25) 권4, < >:,.
52 陽明學 第47號 (황직이) 물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선과 악은 하나일 따름이다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선과 악의 두 단서는 마치 얼음과 숯불처럼 서로 대립하는데, 어떻게 다만 하나라고 말씀하십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지극히 선한 것 이 마음의 본체이다. 본체상에서 조금이라도 마땅함을 지나치면 곧 악이 된 다. 하나의 선이 있는데 다시 하나의 악이 다가와서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 다. 그러므로 선과 악은 다만 하나의 따름이다.26) 양명은 선과 악을 상대적으로 대립하는 두 개의 실체로 여기지 않고 단지 하나인 지선한 심체의 두 가지 상태로 규정한다. 따라서 본체상에서 보면 실체는 오직 하나 즉 지선 뿐이며, 악이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명이 말한 본체상에서 조금이라도 마땅함을 지나치면 곧 악이 된다 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양명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체로 칠정의 느낌은 지나친 경우가 대부분이고,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적 다. 지나치자마자 곧 마음의 본체가 아니므로 반드시 알맞게 조정해야 비로소 (바름을)얻을 수 있다. 가령 부모의 상을 당했을 경우 사람의 자신으로서 어찌 한바탕 죽도록 통곡하여 마음이 후련해지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오 히려 수척해지더라도 본성을 멸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니, 이것은 성인께서 억 지로 제정한 것이 아니라 천리 본체에 본래 일정한 한도가 있어서 지나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27) 傳習錄(下), <黃直錄>, 228조목: 問, 先生嘗謂善惡只是一物. 善惡兩端, 如冰炭相反, 如何謂只一物? 先生曰, 至善者, 心之本體. 本體上才過當些子, 便是惡了. 不是有一個善, 却又有一個惡來相對也. 故善惡只是一物. 27) 傳習錄(上), <陸澄錄>, 44조목: 大抵七情所感, 多只是過, 少不及者. 才過便非心之本體, 必須調停適中始得. 就如父母之喪, 人子豈不欲一哭便死, 方快於心? 然卻曰毀不滅性, 非聖 人強制之也. 天理本體,自有分限, 不可過也. 26)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53 양명에의하면부모가자녀를사랑하고, 자식이부모에게효도하는것은천리에따른지극한정감이다. 그러나천리에는본래치우침이없고절도에맞는곳이있다.[ ] 만약이것을지나치면곧 된다는것이다. 만약부모가자녀를사랑하고자식이부모에게효도하는것이마땅한천라고만여기고사랑하고효도하는것에대해근심하고괴로워한다면이는천리에서마땅함이지나친것이며곧악이된다. 여기서말하는악이란곧사의로서구체적인행위에서의악이나본체상에서실체가있는악을말하는것이아니라, 의념상에서말하는것으로그범위가한정되어있음을알수있다. 그러므로악을제거하는공부는심의본체가아니라그발동인의념상에서이루어져야한다. 양명역시 대학문 에서이에대해명확히밝히고있다. 그런데마음의본체는곧본성이다. 본성은선하지않음이없으니, 마음의본체는본래바르지않음이없다. ( 그렇다면 ) 무엇을쫓아마음을바르게하는공부를하는가? 대저마음의본체는본래바르지않음이없으나, 그의념이발동한뒤에바르지않음이있다. 그러므로그마음을바르게하고자하는자는반드시그의념이발한것에나아가바로잡아야한다. 28) 이상에서살펴본바와같이양명의선악일물에서선과악이란병립하는두개의실체가아니라하나의지선한심체의두가지상태를뜻한다. 그러므로양명은 하나의선이있는데다시하나의악이다가와서서로대립하는것이아니다 라고말한다. 지선한심체그대로발현되면 로선이라말하고, 반면본체상에서마땅함에지나침이있다면 로악이라말할뿐이다. 따라서양명학에서악은양지의심체에있지도않고, 또한그대상물체에있지도않다. 사실악은그실체가없으며, 다만심이사물을접할때발생하는 28) :.,.?,,,.
54 陽明學 第47號 의념상에서 비로소 2. 善念과 惡念의 구별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循理 動氣 우리는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본체상 에서 마땅함을 지나치게 하는 것일까? 왜 의념이 발동하는 가운데 바르지 않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양명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희로애락의 본체는 본래 중화이다. (그 본체에) 자신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덧 붙이자마자 곧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사사로움이다.29) 천지의 생명의지는 꽃이나 풀이나 한가지이다. 어찌 선악의 구분이 있겠는가? 그대가 꽃을 감상하려고하기 때문에 꽃은 선으로 여기고 풀은 악으로 여긴다. 만약 풀을 쓰려고 한다면 다시 풀을 선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한 선악은 모두 네 마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설간이 물었다. 그렇다면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입니까? 대답하 였다.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은 이치의 고요함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기운의 움직임이다. 기운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으면 곧 선도 없고 악도 없다. 이것을 지선이라고 한다.30) 양명의 말에 따르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악이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사사로움에 있으며, 대상에 대한 선악의 가치판단이 발생하는 이유는 傳習錄(上), <陸澄錄>, 58조목: 喜怒哀樂, 本體自是中和的. 纔自家看些意思, 便過不及, 便是私.恶人之心失其本体. 30) 傳習錄(上), <薛侃錄>, 101조목: 曰, 天地生意, 花草一般. 何曾有善惡之分? 子欲觀花, 則以花為善, 以草為惡. 如欲用草時, 復以草為善矣. 此等善惡, 皆由汝心好惡所生, 故知是錯. 曰, 然則無善無惡乎? 曰, 無善無惡者理之靜, 有善有惡者氣之動. 不動於氣, 即無善無惡, 是謂至善. 29)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55 바로 마음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에서는 如好好色, 如惡惡臭 를 말한다. 양명은 이에 대해 성인의 무선무악은 분명 단지 일부러 좋아하지도 않고 일부러 싫어하지도 않아서 기에 움직이지 않는다 31)라고 말한다. 여기서 일부러 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좋아하고 싫어 함을 다만 천리에 따를 뿐 주체의 사의를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不動於氣 의 기는 주자가 악의 기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기질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기에 움직이지 않는다 의 기는 곧 客氣 양명이 말한 이며 이는 사욕을 뜻한다. 양명에게 있어서 사욕과 객기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아니라 하나의 병폐가 두 군데서 나타난 것일 뿐이다.32) 주자의 理與氣之合은 그가 세계를 설명하는 기본 도식으로 마음 역시 리와 기의 합으로 설명된다. 반면 양명은 천리가 마음에 직접 관통한다는 점을 강조하 였다. 양명의 사상체계 중에는 주자의 사상체계처럼 기가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지 않는다. 양명은 심체 또는 본심을 논할 때에도 기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적이 없다. 양명에 따르면 기는 곧 性으로, 기는 성이 자신을 顯現하 는 무대이지 성을 은폐하는 요소가 아니다. 양명은 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生之謂性]의 生자는 바로 氣자이니, 기가 바로 타고난 것을 본성이라 한다[ 본성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기가 바로 본성이므로 사람이 태어나서 고요한 그 이상은 말을 허용하지 않는다. 기가 곧 본성이라고 말하자마자 이미 한쪽 에 떨어졌으니, 본성의 본원은 아니다. 맹자의 성선은 본원으로부터 말한 것 이다. 그러나 성선의 단서는 반드시 기 위에서만 비로소 살필 수 있다. 만약 만 기가 없다면 역시 살필 수 없다. 측은 수오 사양 시비가 바로 기이다. 傳習錄(上), <薛侃錄>, 101조목: 聖人無善無惡, 只是無有作好, 無有作惡, 不動於氣. 傳習錄(中), <答陸原靜書>, 165조목: 私欲客氣, 性之蔽也. 私欲客氣, 一病兩痛, 非二物也. 31) 32)
陽明學 第47號 56 약 자신의 본성을 명백하게 깨달았을 때에는 기가 바로 성이고, 성이 바로 기로서 원래 성과 기를 나눌 수는 없다.33) 양명의 말에 따르면, 기즉성 성즉기란 본원지성은 다만 기 위에서 깨달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 또한 성을 명백하게 깨달았을 때에는 四端]가 곧 성[性善]이고, 성이 곧 기로 양자를 나눌 수는 없다. 기[ 주자가 말한 기질에 구애된다는 것은 리기구성론으로 부터 말한 것으로, 실재적인 기질이 막고 가린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양명은 주자와 같은 구성 론으로 기질의 구애를 논하지 않는다. 그는 양지[심체]가 구애된 것으로부터 그 구애를 말한다.34) 그러므로 양명은 악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그 본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라고 말한다.35) 이것은 양지가 충분히 발현하 지 못하는 측면을 강조하여 말한 것으로 주자와 같이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기질에 가려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양명에 따르면 사욕에 맡겨 제멋대로 任情恣意]도 사실은 안으로 마음의 양지에서 천리를 정밀하게 하는 폐해[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지 밖에 또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양명은 양지를 가리는 것을 제거하고자 하면서도 마음의 양지에서 힘을 다할 줄 모르고 밖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을 비록 처음에는 근소한 차이이지 만 후에는 커다란 잘못을 가져오게 될 것임을 경계하였다.36) 傳習錄(中), <啓問道通書>, 150조목: 生之謂性, 生字即是氣字, 猶言氣即是性也. 氣即 是性, 人生而靜以上不容說. 才說氣即是性, 即已落在一邊, 不是性之本原矣. 孟子性善, 是從 本原上說. 然性善之端, 須在氣上始見得. 若無氣亦無可見矣. 惻隠 羞惡 辭讓 是非即是氣. 若見得自性明白時, 氣卽是性, 性卽是氣, 原無性氣之可分也. 34) 傳習錄(中), <啓顧東橋書>, 136조목: 凡所谓善恶之机, 真妄之辨者, 舍吾心之良知, 亦将何所致其体察乎? 吾子所谓气拘物蔽者, 拘此蔽此而已. 35) 傳習錄(上), <陸澄錄>, 34조목: 或曰, 人皆有是心. 心即理, 何以有為善, 有為不善 先生 曰, 惡人之心矢其本體. 36) 傳習錄(中), <啓顧東橋書>, 136조목: 任情恣意之害, 亦以不能精察天理於此心之良知而 已. 此誠毫釐千里之謬者, 不容於不辨. 33)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57 양명은 결론적으로 선악에 대해 (선악은)단지 그대의 마음에 있을 뿐이 다. 이치를 따르는 것이 바로 선이고, 객기에 움직이는 것이 곧 악이다 라고 말한다.37) 이는 앞서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은 이치의 고요함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기운의 움직임이다 라고 말한 것과는 그 관점이 다르다. 전자는 단지 심리활동상에서 선악의 문제를 말한 것으로 따르는 것을 뜻하고, 循理란 천리에 動氣란 사욕에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반면 후자는 그 문맥에서 살펴보면 심리활동의 무선무악과 유선유악을 말한 것이 아님 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후자에서 양명이 주로 설명하고자 한 것은 사물에 과연 선악이 있는가 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無善無惡者理之靜이란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성립되기 이전에 주체와 객체 는 모두 고요한 상태로 객체에 대한 선악의 가치판단이 없다는 의미이며, 有善有惡者氣之動이란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발생된 이후에는 주체의 목적 에 따라 객체에 대한 선악의 가치판단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38) 3. 無我 有我 39) 중국전통유학에서는 본성의 선악에 관한 많은 이론들이 있었다. 그 중 告子,?-?)의 무선무악설, 맹자(孟子, BC372-BC289 추정) 의 성선설, 순자(荀子, BC298-BC 238)의 성악설, 양웅(揚雄, BC53년-BC18)의 대표적인 것이 고자( 유선유악설이다. 양명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 같은 다양한 논의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傳習錄(上), <薛侃錄>, 101조목: 只在汝心. 循理便是善, 動氣便是惡. 38) 無善無惡者理之靜은 그대가 이 꽃을 아직 보지 못했을 때 이 꽃과 그대의 마음은 함께 적막한 곳으로 돌아간다 에 비유될 수 있고, 有善有惡者氣之動은 그대가 이 꽃을 보았을 37) 때는 이 꽃의 색깔이 일시에 분명히 드러난다 에 비유될 수 있다. 물론 후자는 사의에 傳習錄(下), <黃省曾錄>, 275조목: 你未看此花時, 此花與汝心同歸於寂. 你來看此花時, 則此花顏色一時明白起來.) 39) 여기서 말하는 我는 유학에서 지향하는 만물일체적 大我가 아닌 私我를 뜻한다. 의한 가치판단이 아님을 전제한다.(
58 47 본성은정해진모양이없으며, 그에관한논의도역시정해진모양이없다. 본체로부터말한것이있고, 발하여작용하는것으로부터말한것이있으며, 근원으로부터말한것이있고, 말류의폐단으로부터말한것이있다. 총괄해서말하면다만하나의본성이지만, 소견에깊고얕은차이가있을뿐이다. 만약한측면에만집착한다면잘못된것이다. 본성의본체는원래선도없고악도없는것인데, 발하여작용하는데서는원래선이될수도있고악이될수도있으며, 그말류의폐단에서는원래일정한선이나일정한악이된다. 40) 양명에의하면, 인간의본성에대한다양한논의들은사실하나의본성을다양한관점에서논의한것에불과하다. 양명의이러한견해는본성은하나이며, 일정한형체가없다는전제에기초한다. 본성자체는상대적인선악의개념으로규정할수없다는점에서무선무악이며, 그것이발하여작용할때에는사의가개입할가능성이있기때문에선할수도악할수도있다. 또한본성이발하여나오는근원처에서보면선으로규정되지만, 그유폐처에서는일정한선악으로규정된다. 여기서말하는유폐란오랜기간전해내려온병폐이나악습을의미한다. 41) 양명은병폐나악습중에가장커다란것이바로유아에따른오만이라고말하며, 이것이바로여러악을초래하는우두머리라고말한다. 선생께서말씀하였다. 사람이사는데커다란병폐는단지오만이라는한글 40) ( ), < >, 308 조목 :,,,,,,.,,.,.,,,,. 41) 혹자는유폐라는말에본성의작용이사욕에의해방해받고있다는의미를함축하고있기때문에악으로는규정될수있어도선으로는규정될수없다고의혹을제기한다.( 정인재 한정길역주, 전습록, 실천적삶을위한지침 (2)( 경기 : 청계, 2007), 797쪽 ) 양명의선악에대한명제들에근거하면, 이는타당한문제제기라고여겨진다.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59 그대들은 늘 이것을 체득해야한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자연적인 리로서, 정결하고 밝아 조금도 물든 것이 없으니, 다만 하나의 無我일 따름이 다. 가슴속에 절대로 (我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있으면 오만해진다. 옛 자이다. 날 성인들의 수만은 장점도 단지 무아였을 뿐이다. 무아가 되면 저절로 겸양 할 수 있다. 겸양은 여러 선의 기초요, 오만은 여러 악의 우두머리이다.42) 양명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병폐는 바로 오만이며 이 오만은 본래 정결하고 밝아 조금도 물든 것이 없는 본래의 무아에서 유아가 됨으로 인해 발생된다. 무아가 되면 저절로 겸양이 되고 이는 여러 선의 기초가 되지만, 유아가 되면 오만하게 되고 이는 여러 악의 우두머리가 我 된다. 여기서 말하는 는 곧 이기적인 사적 자아를 뜻한다. 무아는 자기중심 적인 생각이 없으므로 겸양하게 되고 따라서 천지만물과의 관계가 상생으 로 조화롭게 된다. 반면 오만하게 되면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인해 천지만 反目)하게 된다. 그러므로 양명학에서 악에서 물과의 관계가 상극으로 반목( 선으로의 지향은 유아에서 무아로의 회복을 의미하며, 그 궁극적인 선의 결과는 만물일체적 대아로 귀결된다. 무아[겸양]가 선의 기초가 되고, 유아[오만]가 악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앞서 선악의 범주가 단지 의념상에서만 논의된 것과는 그 범주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선악은 구체적인 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양명은 구체적인 행위상에서 그 선악이 무궁무진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인으로 말하자면 요순과 같은 이가 있지만 요순 위로도 선은 끝이 없다. 악인으로 말하자면 걸주와 같은 자가 있지만 걸주 아래로도 악은 끝이 없다. 만약 걸주가 죽지 않았다면 악이 어찌 그 정도에서 그쳤겠는가? 만약 선에 傳習錄(下), <黃以方錄>, 339조목: 先生曰, 人生大病, 只是一傲字. 諸君常要體此. 人心本是天然之理, 精精明明, 無纖介染著, 只是一無我而已. 胸中切不可有, 有即傲也. 古先 聖人許多好處, 也只是無我而已, 無我自能謙. 謙者衆善之基 傲者衆惡之魁. 42)
陽明學 第47號 60 끝이 있다면 문왕이 어찌 도를 바라보고도 아직 보지 못한 듯이 하셨겠는가?43) 위의 언급에서 요순 위로도 선이 끝이 없다 는 말은 선의 무궁함을 뜻하 고, 걸주 아래로도 악은 끝이 없다 는 말은 악의 무궁함을 뜻한다. 이를 무아와 유아에 따른 선악의 개념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현실세계에서 선행의 무궁함이 가능한 것은 무아가 선의 기초가 되어 그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고, 악행의 무궁함이 가능한 것은 유아가 악의 우두머리가 되어 또한 그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IV. 나오는 말 본 논문의 목적은 전습록 에 나타난 무 선 악에 대한 개념분석을 통해 서 양명이 말한 무선무악심지체 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한 단서를 찾는데 있다. 먼저 양명학에서 무의 개념분석과 그 함의에 대한 無中生有, 無體, 無知無不知 등의 명제들을 통해 살펴보았다. 추론은 무중생유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조장하거나 잊어버리지 않게 無 有 하여[ ] 그 가운데 양지를 끊임없이 실현해 가도록 하는 것[ ]이요, 다른 하나는 양지본체는 끊어지거나 효과를 빨리 구하려는 것이 본래 없으므로 無 有 [ ] 다만 양지를 온전히 발현하여 확충해 갈 뿐[ ]이라 것이다. 달리 말하 면, 전자는 공부즉본체이고, 후자는 본체즉공부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양명이 말하는 무중생유의 무에는 양지의 발현을 멈추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본래 없다 는 본체로서의 무와 없게 해야 한다 는 공부로서 의 무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무체의 무에는 傳習錄(上), <陸澄錄>, 22조목: 聖如堯舜, 然堯舜之上, 善無盡. 惡如桀紂, 然桀籿之下, 惡無盡. 使桀紂未死, 惡寧止此乎? 使善有盡時, 文王何以望道而未之見? 43)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61 천지만물과감응하여결국만물일체의대아를이룰수있는무한한가능태로서의의미를내포하고있으며, 무지의무에는천지만물과감응을할때마다항상그에맞는새로운가치를생생약동 ( ) 하게창출해간다는수시변역의의미를내포하고있음을알수있다. 다음으로양명학의선악에대한문제는,, 등의명제들을중심으로살펴보았다. 선악일물에서선과악이란병립하는두개의실체가아니라하나의지선한심체의두가지상태를뜻한다. 따라서양명학에서악은양지의심체에있지도않고, 또한그대상물체에있지도않다. 다만심이사물을접할때발생하는의념상에서비로소 과 의구별이나타나게되는것이다. 순리 동기는심리활동상에서선악의문제를말한것으로순리란천리에따르는것을말하고, 동기란사욕에움직이는것을말한다. 무아와유아에서 는사적인자아를뜻하는것으로무아가되면저절로겸양이되어여러선의기초가되며, 유아가되면오만하게되어여러악의우두머리가된다. 결국양명학에서악에서선으로의지향은유아에서무아로의회복을의미하며, 그궁극적인선의결과는만물일체적대아로귀결된다. 이는앞서두가지선악에대한명제의범주가단지의념상에서만논의된것과는다르게구체적인선악의행위를포함한다. 이상의논의를통해양명의무는허무와적멸의 가아니라만물일체적대아를이룰수있는가능태로서의본체의의미와천지만물과의감응을통해새로운가치를창출해가는공부의의미를함께내포하는 을알수있다. 양명의선악개념에서악은그실체가따로없으며, 다만사욕에의해그본체가가리어짐에따라의념에서선념과악념의구별이나타난다는심리활동상에서의범주와선행과악행의무궁함이라는실천상에서의범주를함께내포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처럼양명이말한무와선악의개념에다의성을내포하고있듯이 무선무악심지체 의의미또한다양한해석의가능성이열려있다.
62 47 지금까지논의된바에따르면양명이말한무선무악이란 윤리적인선악이없다 는단순한의미가아니다. 무는이미유의가능태를내포하고있으며, 유는이미무의무한성에바탕하고있다. 선악또한본체의관점에서논의될때에는실체로서의개념이아니라관념으로서의개념에가깝다. 반면선악이행위의관점에서논의될때에는행위에따른결과의무한성을말하기도한다. 따라서양명이말한무선무악심지체란심의본래적상태에집착하거나대대 ( ) 할수있는그실체자체가이미없다는것을의미한고도볼수도있다. 그러나이는결코공허한무의상태가아니라동시에무한한선과무한한악으로나아갈수있는가능태를내포하고있다. 따라서우리는도덕세계를지향하는양명학에서양지의수시변역을통해그무한한선을현실에구현하고자한다는입장에서사구교를이해할수있으며, 그원리적인근거와가능성을무선무악심지체로써그서두에제시하고있다고보여진다.
왕양명의 와 의개념에대한 63 < 참고문헌 >,, :, 1992.,, :, 2011. 김길락, 상산학과양명학, 서울 : 예문서원, 1996. 김세정, 돌봄과공생의유가생태철학, 경기 : 소나무, 2017.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엮음, 마음과철학 ( 유학편 ), 서울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정인재, 양명학의정신, 서울 : 세창출판사, 2014. 정인재 한정길역주,, 실천적삶을위한지침 (1)(2), 경기 : 청계출판사, 2001., 이종란외옮김, 주희의철학, 서울 : 예문서원, 2008., 전병욱옮김, 양명철학, 서울 : 예문서원, 2003.,, :, 2013.,, :, 2012.,, :, 2012. 김세정, 양명철학에있어서의 의함의, 양명학 제24 호, 한국양명학회, 2009. 김윤경, 왕양명의사구교에대한정제두의견해, 양명학 제27 호, 한국양명학회, 2010. 임홍태, 전덕홍과왕용계의공부론비교연구, 양명학 제9 호, 한국양명학회, 2003. 임홍태, 양명의사구교를둘러싼본체 공부논쟁의전개과정 - 무선무악심지체 해석을중심으로, 한국철학논집 제28 집, 2008. 이논문은 2017 년 7 월 18 일투고되고 2017 년 8 월 6 일에심사완료되어 2017 년 8 월 16 일에게재가확정되었습니다.
64 47 <ABSTRACT> The consideration of Wang Yangming in respect of nothingness, good and evil 44) Park, Sung-ho* The purpose of the thesis is to provide the theoretical foundation for understanding the meaning of No goodness and badness is the essence of the mind as a different approach method through the concept analysis of nothingness good evil from Chuanxilu. The inference about the concept analysis of nothingness and its implication from Chuanxilu was examined through propositions such as Make something out of nothing, Incorporeal, and Nothing to know, nothing to not know. There are two interpretations of Make something out of nothing. One is to encourage or not to forget[nothing] to constantly realize the sunny side among them[something]. The other is that as the body of sunny side is cut off or there is inherently [nothing] to become effective quickly, it is only to manifest and enlarge the sunny side[something]. In another words, the former is fundamental ontology is practice,[ ] and the latter is practice is fundamental ontology.[ ] Through this, we can learn that nothingness from Make something out of nothing by Yangming implies the both meaning of fundamental ontology that there is inherently nothing and of practice that Nothing should be done to stop or obstruct the manifestation of the sunny side. On the other hand, Incorporeal s nothingness implies the meaning as an infinite potentiality * Peking University / 98tt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