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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 e-지식 16-19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동원대 특임교수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동원대 특임교수 -- 차 례 -- 들어가며 머크레이커(Muckraker) 저널리즘 문치( 文 治 ) 시대 언론의 만개 좌파 언론의 몸통,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중동이 처한 현실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 들어가며 이 나라의 언론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들이 도처에서 일고 있다. 질풍노도의 현대사 에서 우리 언론이 위기가 아닌 세월이 언제 있었던가 싶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권력 의 탄압에 의해 위기가 조성됐다면, 좌파 정부에서는 기자실을 없애고 코드에 맞는 언론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과,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인터넷과 포털로 바꾸기 위한 의 도적인 질서 재편으로 위기를 조장했다. 최근에 거론되는 위기는 권력으로부터 파생 되는 위기라기보다는 언론 본연의 존재가치와 관련된 위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 이나 파장이 더 크고 무겁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권력은 없으며, 모든 정부는 감시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민주주의 의 근본이다.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감시 비판 기능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정당한 권력행사가 되도록 해야만 건강한 민주 주의 유지가 가능하다. 언제부터인가 언론 본연의 사명인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이 무뎌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 2 -

들어서는 거의 고장이 나다시피 했고, 일부 언론들의 경우 언론 고유의 기능들마저 이데올로기 코드에 맞춰 한쪽으로만 작동하고 있는 현상들이 일상적으로 발견된다. 특히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들마저 국가 공동체의 건전한 유지 발전을 위 한 보도라기보다는, 좌파 언론노조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듯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언론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희생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나가며 희생을 하는 시대의 등불, 전위대, 향도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코드에 맞춰 애 오라지 한 방향만 제시하는 고장 난 나침반 신세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머크레이커(Muckraker) 저널리즘 미국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가 논픽션 소설 정글 을 발표한 것은 1906년이었다. 싱클 레어는 이 작품을 통해 시카고의 쇠고기 포장회사와 식품유통센터의 끔찍한 근무 조 건과 엽기적인 위생 상태를 폭로하여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소설은 충 격적인 문제 제기로 인해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이 소 설을 읽다가 토했다고 한다. 싱클레어의 센세이셔널 한 폭로로 인해 미국의 육류산업과 육류가공산업은 소비가 곤 두박질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너무나 심각하고 사실적인 폭로로 인해 여론이 들끓 자 정치권에서는 육류 검사 관련법을 만들었고, 무해식품 및 의약 관련법안(Pure Food and Drug Act, 1906)이 제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업튼 싱클레어를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격려했는데,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베트스 셀러 작가에게 머크레이커(Muckraker), 즉 추문 폭로자 라는 명칭을 붙여주었다. 머크레이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7세기 영국의 작가 존 버니언의 천로역 정 (Pilgrim s Progress 1678)이다. 영국 교회에 반항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영국의 목사 존 버니언이 감옥에서 쓴 이 작품은 주인공과 그의 가족이 천국으로 가는 순례 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존 버니언은 주인공이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 중에 발 아래 의 더러운 거름을 휘젓느라 하나님의 은총을 모르는 존재들을 거름 갈퀴를 든 사나 이 라는 뜻에서 갈퀴쟁이(man with the muckrake)라고 썼다. - 3 -

사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싱클레어에게 머크레이커라는 용어를 긍정적인 의미로만 사 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 폭로 소설이 발표된 후 대기업의 비리, 자본가들의 불법적이 고 비양심적인 행위를 고발하는 기사들이 미국 사회에 홍수처럼 넘쳐났는데, 루스벨 트는 이를 빗대어 추문을 폭로하는 재주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도 않고 쓰지도 못하는 언론인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선( 善 )에 유익한 존재가 아니라 악 ( 惡 )의 잠재적 원천 이라는 비판적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이후 추문 폭로 저널리즘을 뜻하는 추문 폭로자(Muckraker) 는 매스컴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기업이나 권력자, 1등, 상류층, 유명인사, 어느 분야의 전문가, 부 자 등 잘 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벌이는 집단 이지메 를 보면 오늘날 우리 언론의 수 준은 머크레이커 저널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이 벌어지면 수많은 언론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비판 기사를 써대고, 그것이 인터 넷과 SNS를 타고 밤낮으로 퍼져나가면서 이른바 디지털 인민재판 이나 다를 것이 없는 인격 살인 행위가 도처에서, 너무나 자주, 법적인 방어 장치도 없이 벌어져 많 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언론이 잘 나가는 사람이나 조직들이 뭔가의 사건 사고로 인해 약 점을 잡았을 경우 곧바로 보도를 통해 감시 비판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자나 언론사 의 광고 수입을 위해 기사 게재 여부를 흥정하고, 내용이나 제목을 적당히 뜯어고치 고 바꾸는 등 은밀한 거래가 시도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이비 언론 사이비 기자 라 하여 이런 행위자들이 특정되어 있었고, 극소 수였던 데 비해 최근에는 이런 현상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 자주, 그리고 한두 사람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은 물론이고 지방지, 대형 언론사 할 것 없이 광범위하 게 전염되다시피 한 것이 우리 언론이 처한 보편적 현실이 아닌가 한다. 언론은 자신들의 정당한 보도를 통해 그 매체의 시청률이나 신문 판매부수에 따르는 광고료 수입으로 유지 운영하고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하여 정상적인 발전을 해나가 는 것이 순리다. 좋은 기사를 써서 그 신문이나 잡지, TV의 구독자나 시청자가 늘고, 그와 함께 광고수익도 늘어나 이익이 창출되는 경영환경이 조성되어야 건전한 언론의 사회적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이 정상 작동된다. 이것이 어느 순간에 무너져 특정 기사 를 무기로 기업이나 개인, 조직으로부터 광고 명목으로 금전을 뜯어내야만 존립이 가 능한 언론은 사회 기생세력, 혹은 조폭 범죄집단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언론은 언제부터인가 염불보다는 잿밥 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전형적인 머 - 4 -

크레이커로 전락한 것이다. 문치( 文 治 ) 시대 언론의 만개 조선조는 문인통치( 文 治 )의 나라였다. 붓을 든 자가 칼을 든 자를 찍어 누르고 권력을 행사하는 문치의 시대는 지구상에서 예외 중의 예외에 해당한다. 인류 보편사는 칼을 든 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무인통치가 정상이었다. 우리의 경우 예외적으로 고려의 무 인정권 시대 이후 약 900여 년 문치가 이어져 왔다. 이처럼 세계사적으로도 희귀하고 특별한 역사적 궤적으로 인해 사농공상( 士 農 工 商 )의 신분구조가 고착되었고, 붓을 들고, 입( 言 路 )이 살아 있는 양반들이 붕당을 형성하여 당쟁이란 이름의 권력투쟁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그 결과 붓과 입은 그 무엇과도 겨룰 수 없는 무소불위의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오늘날 언론의 힘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은 문치의 우리 역사가 가져다 준 업보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한국 전문가 다나카 메이( 田 中 明 )는 1992년 무렵 출간한 한국정치를 투시한 다 라는 책에서 한국의 정치는 드디어 예외 의 시대를 마감하고 정상 의 시대인 1961년 군사쿠데타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 주장했다. 다나카 메이가 바라보는 한 국 정치의 정상의 시대는 곧 문치의 시대다. 문치의 역사를 이어오던 나라에서 박정 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무인통치( 武 治 ) 30년은 예외 중의 예외에 속하는 시대였다. 30년간의 예외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순간 한국은 곧바로 문치의 전형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분석한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김영삼은 집권 직후 자신의 정부를 문민정부 라고 선언했고, 전두환 노태우를 비자금 사건, 광주의 책임 등을 물어 감옥에 집어넣 었다. 그 이후 이 나라에서 언론 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문민, 민주는 무소불위의 권 위를 득하게 되었다. 무인통치의 시대에 군 출신 권력자들은 언론과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다. 박정희 정 권이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을 감시하고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탄압을 자행했다면, 전 두환 신군부는 1980년 11월 14일, 언론통폐합을 단행하여 중앙지 신문을 7개에서 6 개로, 지방지의 경우 1도 1사 원칙에 의해 통폐합했다.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을 해체 통합하여 연합통신을 설립했고, 방송에서는 한국방송공사가 민영 방송인 동양방송, 동 아방송, 전일방송, 서해방송, 한국FM을 합병하고, 민영방송 문화방송의 주식 65%를 인수하여 대한민국 최대의 언론 기관이 됐다. - 5 -

또 동양방송이 국영방송인 KBS로 통합되었고, MBC는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던 21개 지방 제휴사 주식 51%를 인수하여 KBS의 계열사 비슷하게 되었다. 5 16장학회가 소 유한 서울 MBC 주식 30%를 제외한 민간인 소유 주식은 주주들이 국가에 헌납 방식 으로 포기했다. 기독교 방송은 보도기능을 없애고 선교방송만 살아남았다. 시사잡지, 순수 문예지 등 정기간행물도 238개가 등록 취소되었다. 1980년 11월의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28개의 신문사와 29개의 방송, 통신 7개 등 64 개 언론사가 신문 14개, 방송 3개, 통신 1개 등 18개 언론사로 통폐합되었고, 이 과 정에서 1,000여 명 이상의 언론인이 해직되어 쫓겨났다. 쫓겨난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기업에 입사하여 우리나라 기업 홍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당시 해직기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인 기업은 대우그룹으로서 10여 명을 홍보 파트의 간부로 받아들여 나름대로 덕을 보았다. 해직기자 출신으로 대우그룹에 입사한 대표 적 인물이 중앙일보 출신인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다. 반면에 언론들로부터 가장 심하게 찍힌 언론이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합동통신이 통폐합되어 연합통신이 되었는데, 두산그룹은 자신들이 언론사를 운영했 던 사주그룹이라는 자부심 때문인지 기자들과의 관계 유지에서 별 성의를 보이지 않 았다. 기자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하던 차에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사건이 발생하여 언론들로부터 강력한 공격을 당한 두산은 그룹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전두환 정부의 언론 통폐합은 사주나 주주들의 자발적 결의가 아니라 권력의 힘을 이 용하여 일종의 혁명적 방식에 의한 강제성이 문제였다. 하이에나처럼 뜯어먹기 위해 달려드는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시달리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를 반긴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혁명적 강제성은 판도라의 상자 를 찍어 누르는 권력의 힘이 소진 되었을 때 강력한 반작용 현상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민주화 바람과 함께 언론은 자연스럽게 원래 모습으로 회귀했다. 문민( 文 民 )이란 먹 물, 선비, 사( 士 ), 또는 양반으로 통하는데, 그것은 곧 양반정치문화로의 복귀를 뜻하 는 것이었다. 양반정치문화의 꽃은 역시 필봉 이 으뜸이니, 그 필봉을 휘두를 수 있 는 언론의 자유가 만개한 것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통제의 힘이 사라진 언론은 대폭발, 빅뱅을 방불케 했다. 총칼과 대포를 앞세운 군사 정권도 막지 못한 언론의 힘을 민주화 된 이 나라에서 어느 누가 질서를 잡을 수 있 겠는가. 현행 국내 관련법에 의하면 언론사는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특정인이 이러저러 - 6 -

한 언론사를 설립할 의사가 있을 경우 해당 지자체에 신청을 하면 된다. 간단한 등록 요건만 충족시키면 등록을 받아주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언론 사 설립이 가능하다. 필자가 경기도 대변인 재직 시절인 2013년 말, 경기도내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언 론을 총 망라한 언론사의 수가 1,443개였다. 등록된 업체들이 발간주기를 채우지 못 할 경우 1년에 한 차례씩 전수조사를 벌여 등록을 취소한다. 자고 나면 몇 개씩 언론 사가 늘어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쉼 없이 언론사가 생겨나고 사라진다. 인터넷신문은 2005년 286개이던 것이 2010년 2,484개, 2013년 4,916개 등 매년 1,000여 개씩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을 통해 노출되는 기 사는 하루 3만 건이 넘는다. 이건 정보가 아니라 공해 수준이다. 선정적이거나 확인 되지 않은 기사, 왜곡 과장된 보도를 쏟아내 언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 이 많은 언론사들이 어떤 경영적 수단으로 언론사를 유지 운영하고 기자들 월급을 주 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경기도내에서 발간되는 모 일간 지 기자 겸 대표 서너 분이 대변인실로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내가 도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취재를 했는데, 대변인 얼굴 봐서 기사 안 썼어. (그러니까 광고를 달라는 뜻) - 7 -

옆에 있던 다른 일간지의 기자 겸 대표의 발언이다. 이 사람아, 우리는 그럴까봐 아예 신문 발간을 안 했어. (그러니까 광고 요금을 더 올려달라는 뜻) 이 분들이 운영하는 매체는 일간지 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만 신문 을 발간한다. 필요할 때 란 누군가를 비판하는(언론 용어로 조지는) 기사를 써서 광고 를 받아낼 필요가 있을 때를 말한다. 이 분들이 발행한다는 일간지 는 신문의 구독자 가 거의 없고, 배포처도 없다. 때문에 경기도 공무원이나, 도의 어떤 정책이나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을 경우 인쇄된 신문을 도청 곳곳에 가져다 쌓아놓고, 해당 공 무원이나 조직에 전화를 걸어 오늘자 일보 봤는가? 하고 홍보활동을 전개한다. 공무원 조직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연초부터 부처별로 언론 대책 예산을 세운 다음 곳곳에 쪼개기를 하여 숨겨놓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적당한 거래가 성립되는 이 유는 필요에 따라 높은 분들로부터 이러저러한 정책을 적극 홍보하라 는 지시가 떨 어지거나, 비판의 재갈을 물려야 할 일이 발생했을 때 즉각 투입 가능한 예산이 곳곳 에 분산 은닉되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특정 언론사는 지연 학연이나 친분관계로 얽혀 있는 도의회 의원들과 미리 입 을 맞춰 특정 부서에 특정 항목 예산을 세워주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예정에도 없 는 특정 항목 예산이 편성될 경우 그 예산은 해당 언론사의 독점물이 된다. 특정 언 론은 예산 편성에 협조를 해준 도의원의 활동을 적극 홍보해줌으로써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주는 먹이사슬 생태계의 견고한 공생관계가 윤회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들은 경영의 한 수단으로, 혹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이데올로기를 위해 때때로 보도를 자제하거나, 필요할 때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목표물을 물고 뜯는다. 이 와중에 정작 보도되어야 할 사안들은 보도되지 않고 적당히 광고와 거래되어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언론 이 100%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하는 언론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좌파 언론의 몸통, 전국언론노동조합 우리 언론의 이데올로기적 정파성 문제를 거론하려면 언론노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나 언론 자체가 가지는 정파성이나 이념은 개인이나 단체의 사상이나 - 8 -

생각의 자유에 관련된 문제라서 깊이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생 산하는 기사가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차원에서 볼 때 특정 이데올로기에 지나 치게 경사된 보도행태는 심각하고 치명적인 사회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론 본래의 사명과 기능은 팩트 추적(fact finding)이다. 마치 디지털이 0과 1로 구 성되어 있듯이, 어떤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추적하여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본 질적 사명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팩트 파인딩 기능이 점점 무뎌지고 있고, 일부 언 론들은 아예 자기들이 정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팩트 파인딩을 하겠다는 선언까지 하 고 나섰다. JTBC의 손석희 뉴스와 관련하여 손석희 씨는 진실과 시민사회, 약자 편에 서겠다 고 선언했다. 즉 자기 진영의 시민사회가 수긍하는 진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약자를 위해 서 사실(fact)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성향은 특히 좌파 언론에서 더욱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객관적 사실을 왜곡 하거나 과장, 혹은 의혹을 덧붙여 자신들만의 또 다른 사실을 만들어내는 좌파 언론 의 프레이밍은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가르고 있다. 어떤 사실이 밝혀져도 다시 음모 의 덫을 씌워 팩트를 흐리는 행태를 되풀이 한다. 미디어 워치의 박한명 편집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사실상 언론 논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하여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내 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에 가입돼 있고, 좌파 성향의 군소 언론매체들 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대 주주다. 다시 말해 좌파 언론의 프레임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좌파 언론의 프레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론노조의 정체성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 야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친일파 마녀 사냥,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한 조작 보도가 판을 치는 것이 가능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박한명 편집장은 한겨레,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등 좌파 언론 보도의 관습적 행태, 편 집 방향, 추구하는 목표, 이 모든 것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전국언론노동조합이라고 말 한다. 언론노조의 지향점이 반( 反 )자본, 노동계급의 단결, 민주언론 수호투쟁이라는 점 은 다음과 같은 언론노조의 강령을 통해 그 면면을 이해할 수 있다. - 9 -

언론노조 강령 우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 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 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 투쟁 에 나선다. 우리는 언론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과 권익의 보호 및 신장 을 위해 앞장선다.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언론노동조합운동의 역사를 계승해 조합원 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한 조직민주주의를 실현한다. 우리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비민주적 법 사회 제도의 개혁과 인 간의 존엄성 보장, 자유 평등 실현의 한길에 힘차게 나선다. 우리는 전 세계 노동자가 모두 하나라는 인식 아래 국제연대운동을 실천 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항구적 세계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언론노조의 규약 규정에는 정치위원회라는 게 있다. 2조에는 정치위원회의 목적과 사 업에 대해 정치위원회는 조합의 강령과 규약, 정치 방침에 따라 조합의 정치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 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 는 각 호의 사업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선전 노동자 정치활동 역량의 조직화 정치방침 수립 및 정책개발 각종 정치 행사 주관 및 참여 조직화 각종 정치사업 관련 회의와 활동 참여 정치위원회 조직화 및 회의 준비 기타 정치 사업 등 이런 강령과 규정 규약을 보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 조직 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팩트 파인딩보다는 투쟁력이고, 투쟁 력의 핵심은 바로 선동 기능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언론노조가 좌파 언론의 컨트롤 타워나 마찬가지라는 점이고, 공영방송 내부든 좌파 주류 언론이든 언론노조가 프레 임 세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노조의 전신은 1988년 만들어진 전국언론노 동조합연맹(언노련)이고, 이 단체의 창립 초대위원장이 민주노동당 초대 당 대표를 지 냈던 권영길이다. - 10 -

좌파 언론에서 쉽게 발견되는 선동성과 사실 왜곡의 몸통은 언론노조다. 이러한 선동 보도와 상업주의가 엉키면서 우리 언론은 걷잡을 수 없는 선동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 다. 조중동이 처한 현실 좌파 언론들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영향 아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면, 우파 언론들 이라도 제 정신을 차리고 공정보도를 하여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하면 그나마 사회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현저히 기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으로 상징되는 우파 언론들은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우파이기를 포기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보이면서 한국 사회는 이념적 복원성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1년 간 경쟁하듯 요란하고 맹렬하게 대북 지원 을 위한 각종 보도와 함께 통일나눔 펀드 를 모금하는 데 앞장서 왔다. 지난해 6월 조선일보 는 통일 나눔 펀드 조성을 시작했고, 7월 7일 통일기금 조성 행사에 서울시장 박원 순, 야당 정치인 박지원과 임수경 등 좌우파 인사들을 총망라해 초청했다. 말하자면 기금 조성을 위해 좌우합작을 시도한 셈인데, 이 때 이후 주요 지면을 할애하여 온갖 미사여구들을 총동원하여 통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바쁘다. 조선일보가 통일나 눔 펀드 모금활동에 열을 올릴 때 북한은 수소폭탄이라는 이름의 4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또 다시 발사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자 조선일보는 2 월 15일자에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를 인터뷰하여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실었다. 조우석 KBS이사는 오늘날 좌파 언론들이 반( 反 )대한민국-반( 反 )체제로 치닫는다면, 조 중동은 사주( 社 主 )의 이익, 포퓰리즘에 따른 좌파 상업주의의 득세 등의 이유 때문에 청와대와 대통령 등 헌법기관을 집요하게 흔드는 장난에 매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 우파가 안티조선 운동 벌여야 -<미래한국> 2015.7.24.). 이런 상황에 KBS 등 지상 파와 종편이 합류하고, 뉴스 소비의 90%를 점유하는 대형 포털이 가세하면, 삽시간에 언론 망국( 亡 國 )의 디스토피아가 연출된다면서 조중동의 포퓰리즘과 대북 무장해제를 비판한 바 있다. 한 시절 신문 의 대명사였던 조중동, 잡지의 상징이었던 <신동아> <월간조선>이 변 화무쌍한 이 시대에 존재가치를 확실히 각인하기 위해서는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것 - 11 -

이 급선무다. 그런데 요즘 조중동의 지면을 보면 기사와 사설, 칼럼이 제각각 따로 노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조선일보가 조정래의 아리랑 이라는 작품으로 뮤 지컬을 만들어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돈벌이를 하겠다고 나선 것까지는 경영의 한 방 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정래가 대한민국의 가치를 얼마 나 무지막지하게 파괴한 반체제적 작가인지에 대해 침묵한다면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한민국을 뒤엎겠다고 통혁당 이란 것을 결성하여 김일성을 추종하다가 체포돼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신영복이다. 더구나 그가 체포될 당시 그의 신분은 육군사 관학교 교수였다. 현대사를 잘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신 영복이 마치 군사독재정권 시절 용공( 容 共 ) 조작에 휘말려 누명을 쓴 피해자로 만드 는 조작들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그 결과 신영복은 2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와 비슷한 반열에 올려져 우리 시대의 지성 이니 큰 스승 이니 억울하고 기가 막힌 감옥생활 을 했다 고 아우성이다. 이러한 신영복 띄우기에 앞장서다시피 한 언론이 중앙일보다. 중앙일 보는 지난해 4월 25일 신간 안내 코너에서 신영복의 저서 담론 을 다음과 같이 소 개했다. 그의 이름 석 자는 한때 갇혀있는 이 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고픈 편 지의 대표 발신자였다. 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은 20년 20 일을 짐승의 시간 에 묶여 지내야 했던 한 양심수의 고백이자 연서로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고전에서 읽은 세계 인식 을 한 손에,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 을 또 한 손에 든 인간 농 부가 되었다. 인간과 세계, 사람과 삶을 파헤쳐 농사짓는 일이 공부라며 그 고생길에 함께 나서자고 손을 내민다. 사상범들이 한데 모여 있어 한 국의 모스크바 라 불리던 대전교도소에서 맺었던 스승들과의 관계를 그는 이제 이웃에게 되돌려 보낸다. 중앙일보는 신영복을 양심수 로, 그가 써 내려간 옥중서신을 자기개조의 기록 이라고 표현한다. 1964년 서울에서 발족한 통혁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인 지하당이었 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신영복은 그 중에서도 통혁당 산하의 남 조선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였다.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상을 전향한 바 없는 골수 좌익 인사다. - 12 -

국가보안법 위반, 무기징역, 수감생활, 저서 발간, 성공회대 교수의 등식은 그에게 주 는 좌익들의 승리의 월계관이다. 이런 좌익 코스프레를 비판하고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우파 언론들도 나침반이 고장 났는지 아니면 의도적 눈치 보기인지는 몰라도, 덩 달아 날뛰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이 시대 자화상이다. 신영복에게 만해상을 수여한 것 이 조선일보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남한에서 공산혁명을 기도했던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살았던 신영복의 과거 행적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진실에 대해 침묵한다면 조중동의 정체성은 점점 불투명해질 것이다. 자기 신문의 주력 독자층의 생각과 기대에 괴리되는 신문을 계속 만들면 그것은 정체성의 상실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조중동은 과거의 영화에 매달려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 같다. 기업의 힘은 제 품, 즉 브랜드에서 나오는 것이지 기업의 힘으로부터 브랜드의 힘이 절로 나오는 것 은 아니다. 제품, 즉 언론을 잘 만들어야 1등 자리를 오래도록 지킬 수 있다. 내가 원 하는 제품과 품질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독자들은 재빨리 다른 곳으로 떠난다.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언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뉴스를 공짜로 날리고 있는지 를.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 한 시절 떠오르는 태양 이었던 언론 업종이 이제는 3D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음 을 보며 문명사의 잔인한 진보의 법칙 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시사 잡지의 대명사로 통하던 <뉴스위크(Newsweek)>는 2012년 4월 종이잡지를 폐간하고 디지털 잡지만 발 간하고 있으며, 1936년 헨리 루이스가 창간한 시사화보 잡지 <라이프(Life)>는 2007 년 문을 닫았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에 유행했던 단어 중의 하나가 ISDN(종합정보통신망)이었 다. 이것만 완성되면 인류에게 꿈의 신세계 가 다가와 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하고 윤 택하게 살 수 있을 것처럼 선전을 해댔다. 문명론자들의 예고대로 삐삐와 벽돌폰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 인터넷과 전화, 문자 메시지와 MP3, 사진기, 동영상 촬영까지 가 능한 휴대폰이 등장했다. 인간의 힘든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머지않아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 될 것이며, 3D 프린터가 즉석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세상이 되었다. 몇 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문명의 이기( 利 器 )가 속속 등장했음에도 불구하 - 13 -

고 인간이 이전의 산업사회 시절보다 더 행복하고 풍요로워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 는다. 오히려 더 여유가 없어지고, 노동 강도는 더 강해지면서 삶이 팍팍해져가고 있 다. 인터넷 온라인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회 불만세력이 점점 늘면서 인터넷 온라인 공간의 일부에 거대한 해방구가 형성되어 혁명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다. 인터넷 온라인 문명이 나날이 고도화되면서 결정타를 맞은 업종 중의 하나가 언론이 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게다가 공짜로 즐기다 보니 신문 구독 부수가 급감하고, 부수가 급감하니 광고가 예전처럼 따라붙지 않는다. 광고가 줄어드니 직원 들에 대한 예우가 예전 같지 못하고, 직원 예우가 좋지 않으니 엘리트 인력이 공급되 지 않는다. 엘리트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니 언론의 질은 계속 하향화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고 의욕에 차서 종합편성채널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으 나 선동 저질 막장방송 이란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국내뿐 만 아니라 세계의 언론 시장은 초토화되어가고 있다. 요즘 기사를 보는 가장 손쉬운 창은 TV나 신문, 인터넷이 아니라 휴대폰이다. 휴대폰 의 카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지인들이 보내주는 기사가 손쉽게 수용된다. 과 거 뉴스의 밸류를 정하던 편집자 역할이 지인의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렇게 페쇄 형 카톡방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인이 보내주는 기사, 내가 보고 싶은 내용만 골라서 읽는 시대가 됐다. 2012년 말에 나온 유엔미래보고서 2030 에서는 언론의 소멸을 다음과 같이 예측한 바 있다. 언론이 소멸된다. 저널리즘은 비언론인들에게 장악되는데, 각 분야의 전 문가들이 약간의 교육만으로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 률가, 신경의학자, 우주물리학자 투자가들이 인터넷에 글을 쓰기 때문에 일반 언론인들이 소멸하기 된다. 신시아 G 와그너가 부상하는 직종과 직 업 창조 라는 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통적인 언론인이 소멸하면서 저널리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뉴스를 생산하고, 각 자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답변을 제공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기자보다는 이들 전문가의 글을 더 많이 읽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전문 분야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할 분만 아니라 질문이나 상호 의사교환이 가능한 매체를 통해 정확한 답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 14 -

이 예측은 지금 현재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기자들이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 한 비언론인들에게 밀려나는 현상은 우리 사회 도처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2013년 말에 나온 유엔미래보고서 2040 는 언론의 몰락에 대해 좀 더 구 체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2017년 언론기업의 추락이 지속되고 대형 미디어 기업 파산이 속출한다. <뉴욕타임스> <데일리 텔레그래프>마저 온라인 디지털로 옮기면서 선진국 의 모든 신문은 소멸하고 인쇄를 중단한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도 같 은 트렌드로 가게 된다. 호주의 신문은 2022년에 완전히 소멸할 것이며, 이 추세는 아시아로 넘어가서 2025년에 아시아와 남미의 신문사가 소멸한 다. 아프리카는 가장 늦은 2040년에 종이신문이 소멸된다. (16쪽) 언론의 위기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문제다. 미국 신문사의 광고 매 출 총액은 2000년 635억 달러에서 2013년 230억 달러로 하락했고, 현재도 계속 하 락하고 있다. 신문의 광고매출은 급감하는 반면 구글의 광고매출은 2001년 7,000만 달러에서 2013년 506억 달러로 치솟았다. 최근 구굴의 광고매출 수치는 미국 신문 전체 광고매출 전체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인터넷 온라인 문명의 진보로 인한 언론의 위기는 언론 그 자체의 위기로 끝 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50 여 년간 기자와 편집인으로 활약한 로버트 카이저는 미국 언론의 위기, 미국 민주주 의의 위기 라는 글에서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짚어내고 있다. 건강한 민주 사회의 유지에는 호각을 들고 있다가 규칙 위반 사례를 발견 될 때 호각을 불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심판이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은 대중을 분열(파편화)시키고 전문 언론을 약화시킴으로써 언 론이 사회적 책임감을 수호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정통 언론이 약화되면 이들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점점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몇 가지 추세는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즉 인터넷의 발 달로 인해 사람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좋아하는 정보만 받아들 이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결국 언론도 결국 계급, 지역, 종교적 성향, 세대, 인종, 정치적 성향 등등에 따라 각각 파편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서 과거 미국을 단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언론이 이제는 사회 를 분열시키는 많은 요인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은 점점 더 자신의 정치적 및 이데올로기적 목적에 부합하는 사실 을 기꺼이 - 15 -

만들어내고 있다. 진실을 추구하지 않고 선전에 열중하고 있는 언론도 있 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중도 이제 이런 상황에 크게 낯선 느낌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주류 언론사는 최고의 언론사로서의 책임감을 지키 는 데 필요한 재정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언론은 오늘날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감시 언론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민주적 통치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위 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분명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벌어진 많은 변화 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미래에도 언론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모 습일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빠른 속도로 새로운 영토 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 하나 뿐이다. 이제 우리는 언론의 위기를 통해 민주주의의 위기까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 다. 그나마 구글은 언론사들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왜 구글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구글의 입장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일인 데, 언론사들의 재정난으로 그 정보가 오염되면 우리의 설 자리도 없어진다 는 것이 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언론 권력을 쥐고 있는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도 구글과 같은 생 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언론이 무너져도 자신들은 존재한다고 믿고 있을까? -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