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마동훈 오택섭 김선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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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 2013-06 지정 2013-06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Television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마동훈 오택섭 김선혁 Press Report Journal 한 국 언 론 진 흥 재 단 Newspaper Media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마동훈 오택섭 김선혁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주제 연구보고서 2013-06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책임 연구 마동훈(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공동 연구 오택섭(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김선혁(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연구 보조 김해영(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박사과정) 발행인 이성준 편집인 김성수 발행일 2013년 8월 31일 초판 제1쇄 발행 한국언론진흥재단 100-750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전화 (02)2001-7744 팩스 (02)2001-7740 www.kpf.or.kr 이 보고서의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닌 연구자의 연구 결과임을 밝힙니다. c 한국언론진흥재단, 2013 비매품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책임 연구 마동훈(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공동 연구 오택섭(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김선혁(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연구 보조 김해영(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박사과정)

본문 목차 요약문 Ⅰ. 저널리즘의 위기와 사실검증의 대두 19 1. 뉴스와 저널리즘의 신뢰도 하락 19 2. 불편부당한 검증자의 등장 21 1) 미국대선과 팩트체커의 등장 21 2) 미국의 3대 팩트체커와 공공적 저널리즘 23 II. 사실과 진실, 검증 대상과 검증자의 선정 25 1. 역사와 언론에 나타난 진실의 상대성 25 2. 사실과 진실의 분리, 검증방식의 확립 29 3. 누가 검증할 것인가, 검증자의 요건 34 III. 팩트체커에 대한 비판적 고찰 37 1. 언론의 정파성과 사실 검증 사례에 대한 반론 37 2. 한국적 팩트체킹 모델 및 저널리즘의 공공성 회복 방안 40 IV. 연구방법 42 1. 사실검증 사례 분석 42 2. 언론의 역할 설정을 위한 인터뷰 43 3. 최종 분석을 통한 종합적 모델 제시 44 V. 연구의 함의 46 1. 정책적 함의 46 1) 현실정치의 신뢰도 회복 및 평가척도 마련 46 2) 언론과 SNS 관련 저널리즘 정책 수립의 근거 마련 47

2. 경제 사회적 함의 48 1) 저널리즘의 공공성 회복 48 2) 산업현장 및 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 가능성 타진 49 3. 연구결과 활용을 통한 팩트체킹 서비스 활성화 50 VI. 연구결과 51 1. 미국의 3대 팩트체커 51 1) Politifact.com 51 2) Factcheck.org 52 3) The Fact Checker 53 4) 미국 3대 팩트체커에 대한 비판: liberal bias에 대한 의심들 55 2. 사실검증을 위한 국내 언론의 시도들 60 1) 언론사별 자체 검증의 강화 60 2)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팩트 63 3. 언론사 이외의 팩트체킹 사례 74 1) 대학주도의 사실 검증 ; 고려대학교 탐사기획보도 사례 74 2) SNS 미디어의 검증 사례; 팟캐스트 나꼼수 와 저격수다 82 4. 언론인 인터뷰 89 1) 누가 검증할 것인가? 91 2) 무엇을 검증할 것인가? 96 3) 검증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99 Ⅶ. 결론 및 제언: 한국적 팩트체커의 미래 103 1. 결론 103 2. 후속 연구 및 팩트체킹 활성화를 위한 제언 105 참고문헌 108 참고자료 1 1 2 1. 고려대학교 KU팩트체커의 검증 사례(총 15건) 112 2. 인터뷰 설문지 168

표 목차 <표1> 언론 규범 이론 분류 28 <표2> 인터뷰 대상자 44 <표3> 각 사실검증 시스템의 주요 발언자별 대상 선정 비율 56 <표4> <Politifact.com>의 정당별 판정 결과 57 <표5> <The Fact Checker>의 정당별 판정 결과 58 <표6> <The Fact Checker>의 정당별 판정 결과 58 <표7> 오마이팩트의 박근혜 후보 검증 사례 65 <표8> 오마이팩트의 문재인 후보 검증 사례 68 <표9> 오마이팩트의 안철수 후보 검증 사례 69 <표10> 오마이팩트의 기타 검증 사례 70 <표11> KU 팩트체커의 팩트체킹 사례 75 <표12> 정당별 대선 후보자별 경제민주화 및 노동 정책 관련 공약 비교 78 <표13> 4개 팟캐스트의 사실, 주장 분석 결과 85

그림 목차 <그림1> 사실 검증의 대상이 되는 사실과 주장의 관계 유형 32 <그림2> <Politifact.com>의 메뉴 52 <그림3> <Factcheck.org>의 메뉴 53 <그림4> <The Fact Checker>의 메뉴 54 <그림5> 각 사실검증 시스템의 정당별 대상 선정 55 <그림6> <Politifact.com>의 정당별 판정 결과 57 <그림7> 오마이팩트의 판정 척도 63 <그림8> 오마이뉴스 오마이팩트 의 피노키오 지수 배너 64 <그림9> 오마이팩트의 누리꾼과 함께 검증하는 뉴스 배너 72 <그림10> 팟캐스트 발언의 사실검증을 위한 발언 유형 분류 84

요 약 문 1. 연구의 목적 및 방법 1) 연구 목적 매체의 증가와 뉴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왜곡된 정보의 유통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뉴스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전달되는 것은 저널리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언론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사실을 걸러내는 기능, 곧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뉴스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단 최근의 사례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유난히 수용자의 의심을 받아온 뉴스가 있다. 바로 정치인의 발언과 관련된 정치 뉴스이다. 정치인의 발언은 항상 정치적인 까닭에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 또한 특정한 정치적 성향 곧 정파성(partisanship) 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를 가중시킨다. 정치적인 정치인의 발언과 검증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언론으로 인해 정치 뉴스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발언은 물론 이를 검증해야할 언론의 진실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 뉴스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발언의 사실과 거짓을 분별하려는 최근의 시도가 곧 팩트체킹 (fact checking) 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등장한 팩트체킹은 언론사와 공공기 관, 학자 등 검증자가 정치인 발언과 뉴스, 풍문 등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검증 절차와 내용, 결과를 공개해 수용자의 판단을 돕는 것이다. 팩트체커는 언론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순기능이 매우 큰 서비스이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사회에 최적화된 팩트체커 출현을 위해 선결돼야할 조건과 가능성을 논의하고, 실현 가능한 팩트체킹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저널리즘의 객관성 및 공정성 향상에 기여코자 한다. 특히 검증자의 조건과 검증 방식, 재원확보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과제는 국내외 팩트체킹 시스템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사회에 필요한 팩트체커의 요건을 논의하는 것이다. 나아가 본 연구가 저널리즘의 공공적 가치 실현에 기여하는 팩트체킹 시스템의 수립과 발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크게 1)팩트체킹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와 2)어떠 한 방식으로 팩트체킹을 할 것인가, 3)팩트체킹의 결과를 어떻게 공표할 것인가 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연구 방법으로 우선 미국의 3대 팩트체커 (Politifact.com, Factcheck.org, The Fact checker)와 현존하는 국내 언론사들의 유사 사실검증 시스템 등 관련 사례를 검토한다. 또한 대학 교실에서 이루어진 팩트체킹 연습 사례 등 통해 사실 검증의 대상과 방식을 결정함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논의한다. 그리고 언론인 및 학자와 인터뷰를 통해 출현 가능한 팩트체킹 모델들의 강점과 약점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효과적인 팩트체킹을 위해 언론인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까닭에 중요한 검증자가 될 수 있는 주요 일간 신문과 방송사의 현직 데스크 및 언론학자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한편 언론사의 참여는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파적인 언론사의 참여가 팩트체킹 서비스 의 정치적 성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본 연구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 중도 언론을 아우르는 중견급 기자와 편집국장, 논설위 원 등을 12인을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다. 또한 언론과 함께 한국사회의 팩트체킹을 수행할 양대 축으로 대학이 주목받고 있음을 감안해, 추가적으로 언론학 박사 및 교수 7명과 인터뷰를 수행했다. 2. 연구결과의 요약 1) 국내외 사실검증의 현황 해외에서는 이미 1992년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첫 선을 보인 팩트체킹 이

새로운 저널리즘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원과 운영에서 공통점과 차이를 가진 템파베이타임즈의 <Politifact.com>과 워싱턴포스트의 <The Fact Checker>, 애넌버그재단의 <Factcheck.org>가 3대 사실검증의 강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팩트체커는 모두 언론 및 언론인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기자와 언론이 사실 검증에 최적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팩트체킹 서비스와 언론사 간의 불가분의 관계는 한국적 모델 수립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반면 언론사의 참여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데, 내부의 독립기구를 수립하는 방법(Politifact.com), 기사의 일부로 처리하되 자격과 능력을 가진 중립적인 검증자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The Fact Checker), 대학과 공공기관, 언론사의 협업 모델을 구성하는 방법(Factcheck.org) 등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각각의 방법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바, 국내 언론 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한국적 맥락에 최적화된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언론사들도 사실검증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에 나서, 자체적으로 기사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팩트체커 를 채용하거나 수용자들이 기사의 오류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자사 기사의 출고 전 외부 필진의 검증을 거치거나 독자의 옴부즈맨 활동을 확대하는 등 다수의 언론사가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다 직접적으로 사실검증 형식의 기사를 게재하는 사례도 등장하는데, 2012 년 대선기간 후보자 진영의 주요발언을 검증한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팩트 가 대표 적이다. 이와 같은 노력들은 과거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사실 의 문제를 중점적으 로 다루는 새로운 시도일 뿐만 아니라, 독자의 시선을 모으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이 공평타당하고 비정파적인 사실검증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자사의 기사의 검증 등에 한정된 까닭에 종래의 오보 방지 시스템의 확장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한 검증 대상의 선정이 편향적인 까닭에 자사의 정파적 입장을 변호하는 수단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2) 미국 팩트체커에 대한 비판 다양한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의 과도한 정파성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Politifact.com> 등 언론사가 참여한 팩트체커에 대해서도 역시 진보 편향 이 비판받고 있다. 어떤 검증자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비판은 자연스러 운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팩트체커들 역시 검증 대상의 선정이나, 검증의 방식, 게재 방식에 있어 치우침이 발견된다. 때때로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의견 등에 의존하는 문제도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검증 대상 및 검증 가능한 영역을 확정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사실 검증의 주된 대상이 단순한 수치나, 통계자료의 오류 등이 아니라 주장과 근거로 구성된 복합적 발언이다. 따라서 주장과 사실을 엄격히 구분한 후, 종합적인 판정을 내려야한다. 판정 역시 고정 불변일 수 없다. 주장의 근거가 사실인지, 근거가 잘 제시되고 있는지, 근거가 타당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결국 발언의 맥락을 판단해야만 한다. 따라서 팩트체커에겐 합리적이고, 차원 높은 분별력과 숙고가 요구된다. 3) 한국적 사실 검증 모델 수립을 위한 언론인 인터뷰 본 연구의 언론인 인터뷰 내용은 팩트체킹 시스템에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 와 어떠한 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팩트체킹을 할 것인가?, 팩트체킹의 결과를 어떻게 공표하고 활용할 것인가? 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우선 언론사 혹은 대학 등 전문기관이 팩트체킹을 시도할 때의 장단점을 살피고,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형태의 팩트체킹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다음으로 <Politifact.com>, <The Fact Checker>, <Factcheck.org>의 세 가지 모델을 중심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팩트체킹을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국내에서 실현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 팩트체킹의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에 대해 의논함으로써 팩트체킹 시스템이 보다 체계적으로 자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의했다. 연구에서는 각 언론사의 정파적인 성향을 고려해 언론사 데스크 및 중견급

기자 12명과 언론학 박사 7명 등 총 19명의 의견을 구했다. 실제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언론사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팩트체커의 요건은 무엇이며, 언론사의 참여 범위는 어느 정도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하려는 것이다. 인터뷰 결과의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신문 등 언론사가 사실 검증을 자체적으로 시행했을 때 중요한 것은 각 언론사의 실천 의지이다. 만약 충분한 인력과 재정이 뒷받침되고, 여기에 정파적인 개입이 없다면 언론사가 가진 전문성으 로 수준 높은 사실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사에 서 그러한 실천 의지를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장 좋은 대안은 대학과 언론인의 협업 모델인 <Factcheck.org>의 형식을 따르는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다수의 인터뷰 대상자가 정파적 성격을 가진 언론사보다는 대학 등 중립적이고 공공적인 기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과 전/현직 언론인이 함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사회의 전반적인 발언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할 때, 일반 수용자들의 후원 등 재정 확보도 용이하다는 견해이다. 다만 이와 함께 언론사별로 정정기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사의 사실 확인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인터뷰 대상자는 언론사간 정직성, 정확성 의 비교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와 같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개별 언론사 보다는 사실 검증을 위한 공적인 장 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탬파베이타임즈의 <Politifact.com>과 같이 언론사가 주도하는 모델은 운영의 효율 성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 한국 언론사의 인력 및 재정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향후 사실검증자에 대한 수용자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분명한 재원이 확보된다면 언론사의 참여 의지에 따라 충분히 발생 가능한 유형으로 인지됐다. 반면 미국의 <The Fact Checker>와 같은 1인 검증 모델은 팩트체킹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검증의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사의 기사 형식으로 게재되는 한계도 비교적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사실 검증의 방식과 대상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다. 언론인들은 사실 자체에 대한 검증 보다는 언론의 주장(claim)이 근거하는 사실(들)의 존재 유무, 그리고 그(들)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검증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3대 팩트체커를 비롯해 대다수 검증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사실 검증 방법과 유사한 문제의식이다. 결국 검증해야할 대상은 발언 내용의 사실 여부일 뿐만 아니라, 발언 맥락의 적합성과 타당성, 일관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대다수 응답자들은 검증 대상은 가시적인 근거 자료 및 검증 논리를 제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구체적인 검증 대상을 국회의원 발언 혹은 기업의 정직성, 소비자 관련 언론보도 등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특히 주목도가 높은 검증 사례가 대부분 선거와 관련된 발언이라는 점에서, 비정파적인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유권자의 선택을 도울 수 있는 내용을 검증하는 것도 서비스 정착을 위해 좋은 대안으로 제시됐다. 언론인들이 주목한 또 다른 문제는 언론은 물론, 수용자 역시 정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독자는 듣고 싶은 뉴스 만을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정치 발언의 진위를 검증하기 보다는 정치인의 정직성, 도덕성 등과 연계된 발언으로 한정하는 것이 서비스의 확립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검증 척도에 있어서는 대부분 인터뷰 대상자가 <Politifact.com>의 진실검증기 (Truth-O-meter) 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명쾌한 것을 원하는 독자의 성향 상 점수제도 보다는 진실-거짓의 평가를 내리되 3~4 단계의 척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단순한 참과 거짓의 구분은 내용을 단순화시키고 검증의 결과까 지도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을 이용한 공표 방식은 모든 인터뷰 대상자가 동의하는 것이나, 이메일 발송 등 추가적인 홍보 수단이 필요하다는데 논지가 모인다. 장기적으로 선거 공약 등에 대한 집중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오바마의 선거 공약 수행 여부를 체크한 오바마미터(Obama-meter) 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 을 뒷받침하는 한편, 시스템의 인지도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대학이 서비스를 주도할 경우 대학신문에서 고정란 등으로 기성 언론의 팩트체커 기획기사를 정례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유력한 의견으로 제시됐다. 관련 전문가 등을 외부 필진으로 활용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 권위 있는 연구소 등과 공조해서 일, 주, 월단위로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발전 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3. 결론 및 제언 사실 검증의 과정과 결과는 늘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검증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연구와 실행의 대상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미디어가 쏟아내는 다양한 정보들의 양과 파급효과에 비추어 볼 때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에는 뉴스의 제공자가 스스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해, 적절한 게이트키핑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와 같은 여과 장치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 검증은 수용자로 하여금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게 하는 등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감시자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사실검증은 저널리즘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우리사회의 신뢰구조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서비스인 것이다. 연구를 통해 두드러진 사실 검증의 모델은 언론사가 설립과 검증을 주도하는 방식과 대학 및 공공기관이 설립하고 언론과 협력을 통해 검증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상황에서 각각의 방식은 나름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주요 언론사가 팩트체킹을 주도하는 안을 살펴보자. 주요 언론사가 팩트체 커로 나서는 방법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점에서 유리하다. 현재 사실검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집단이 곧 언론인이기 때문에, 언론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팩트체킹 참여는 전적으로 언론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정파적 언론 지형이 경쟁의 심화 및 매체의 확산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때, 기존의 언론사가 수익이 담보되지 않은 팩트체킹 서비스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점이 난제이다. 언론사 주도의 팩트체킹 모델이 객관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다양한 언론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온오프라인 신문이나 방송 등이 참여해 다양한 형태의 팩트체커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팩트체킹이 보다 활성화되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검증의 독립성과

별개로 팩트체킹이 공공적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검증의 대상과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둘째, 대학 등 공공기관이 팩트체킹을 주도하는 안이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팩트체킹을 주도하는 방식은 공정성 논란에 있어 장점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전 현직 언론인 및 민간단체, 관련 기금 등과 협력모델을 구축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다양한 계층이 사실검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조직 및 업무 구성에 따라 보다 다양한 모델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나 공공기관은 언론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운영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회계에 있어서도 투명성은 높지만 재원의 확보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전에 연구기금의 조성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식적인 팩트체커의 설립 이전에 다각도의 실험이 필요하며, 공청회와 정기 포럼 등을 통해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을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사실검증이 진정한 심판이자, 법관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중심으로 우리사회의 정보 흐름을 파악해야한다. 사실 검증은 정보가 왜곡되고 정보의 공유가 제한되어 혼란을 야기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까닭에 문제의 초점을 특정한 미디어나 뉴스에만 맞추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 구조를 감안할 때 그리 균형적이지 않아 보인다. 정치가 문제이고, 뉴스의 소스가 되는 정치인이 문제이고, 언론이 문제이고 그리고 뉴미디어도 문제라는 문제 제기가 훨씬 더 솔직하고 균형적인 진술일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신뢰 구조가 가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누가 공정한 것이며, 누가 객관적인가가 혼란스러워 졌다는 점이다. 결국 해결방안은 언론사나, 학계나 누가 되었든 가치중립적이고 공평 타당한 검증자를 두는 것이다. 또 검증자는 우리사회에 통용되는 사실과 진실, 합리성의 준거에 기초해 사명감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어떤 공정한 견제의 룰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연구가 시작됐고, 몇 가지 모델과 의견들이 제시됐다. 결론적으로 사실 검증을 수행할 정치적, 재정적으 로 독립된 시스템의 구축과, 사실과 주장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검증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집단 지성을

보완할 새로운 전문가 지성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의 사실 검증 프로젝트의 정교화를 위해 사실 과 주장, 그리고 사실 관계 에 대한 심층적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언어 논리학의 주제이기 보다는 맥락의 해석학 의 영역이고, 지식과 정보의 계보학 영역에서 성찰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 사회에서의 이상적인 사실 검증 시스템 의 구축 문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미국 사례와 한국에서의 대안이 제시됐다. 핵심은 독립성 이다. 이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할 지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미디어의 매체 특성 에 맞추어진 사실과 주장의 진술의 특성이 논의 되어야 한다. 모든 매체와 뉴스는 편향성을 가지기에 완벽한 것도, 완전히 객관적인 것도 아니다. 다소간의 정파적 성향을 가진 매체들이 모여 의견과 사실을 공유할 때, 모두 각각의 특성을 보완할 때, 진정한 정보의 공유가 이뤄지는 것이다. 방송뉴스는 많은 수용자를 가지고 있지만, 깊이 있는 정보의 전달이 어렵다. 신문은 독자를 점차적으로 잃어가고 있으며, SNS는 누구보다 빨리 메시지를 전하지만 내부적인 검증 장치가 없다. 이와 같은 매체 특성이 스스로 규정하는 사실과 주장 관계의 전형적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조직이 하는 사실 검증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완벽하고자 하는 노력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우리 정치, 언론,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업그레이 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Ⅰ. 저널리즘의 위기와 사실검증의 대두 1. 뉴스와 저널리즘의 신뢰도 하락 모든 뉴스는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목적이 정보의 전달을 통해 수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있다고 할 때, 사실 보도의 중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뉴스가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편적으 로 받아들여짐을 감안할 때, 수용자는 언론에게 사실의 확인, 곧 사실검증 을 위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액면 그대로 믿어지지 않는 뉴스들이 존재해왔다. 정당의 보도 자료나 정치인의 발언에 기초한 정치 뉴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정치인의 발언은 항상 정치적 일 수밖에 없는 까닭에 전달할 때 항상 주의 깊은 맥락의 파악이 필요하다. 뉴스가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사실의 재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달하는 사실에 오류나 거짓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발언의 맥락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결국 다각도의 검증을 거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뉴스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거듭된 사실 확인을 통해 만들어진 정치 뉴스가 높게 평가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상 정치인 발언은 물론 검증자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의 보도조차 수용자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지 못함이 유감이다. 언론 또한 특정한 정치적 성향 곧 정파성(partisanship) 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검증의 잣대 역할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정치인처럼 정치적 성향을 가지게 됨에 따라 수용자들의 의심어 린 눈길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실상 언론의 정파성은 매우 논쟁적인 개념이다. 최초 언론의 규범이론이 등장하면서 언론은 객관적(objective)이고 공정(fair)해야 한다는 시각이 이어져온 반면, 일부 학자들은 정파적인 언론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초반 리프먼(Walter Lippmann)을 비롯한 일련의 언론인들은 뉴스는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19

진실과 동일하지 않으며, 진실은 일반 대중이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언론은 사실과 견해를 구분해 과학적 객관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듀이(John Dewey) 등은 공중의 의견과 공중 간의 소통이 곧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절대적 선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즉 수용자의 해석과 공중의 소통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주관적인 진실을 강조한 시각들은 20세기 중반 이후 심층보도를 추구하는 탐사언론(investigative journalism) 으로 발전해 왔으며, 1990년대 공공언론 (public journalism) 의 등장과 함께 재조명 받기에 이른다. 까닭에 언론의 정파성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과 달리 가치중립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통시적으로 주요 언론의 정파성 지수를 측정(박재영, 2009)하거 나, 특정 언론을 통해 표출된 정파성의 정당성 여부를 논의하는 등 정파성의 개념을 재구성하려는 연구들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종합적인 분석이 부족한 까닭에 언론의 정파성을 부정적인 것 혹은 긍정적인 것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경쟁을 통해 시장의 성장과 여론의 다양성에 기여해 온 반면, 최근 언론의 신뢰도 하락의 주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파적인 언론이 중립적인 언론을 표방하게 되고, 언론의 정파성이 보도의 공정성에 영향을 주게 됨에 따라 사실 보도에 대한 수용자의 굳건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매시간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산되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유통되고 있지만 수용자가 느끼는 뉴스의 품질은 하락한 것이다. 기존 언론의 위기에 따라 대안 미디어로서 활성화되고 있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지난 2012년 미국의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발간한 조사보고서 SNS와 정치(Social Networking Sites and Politics) 에 따르면, 전체 SNS 이용자의 75%가 때때로 정치적인 게시물을 올리며, 18%는 정치적인 게시물 때문에 다른 이용자와의 소통을 차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대적으로 SNS를 많이 이용하는 진보 성향의 이용자 가운데서는 28%가 다른 이용자의 발언을 차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정치적 정보의 전달을 목적으로 SNS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자신과 다른 의견에 노출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결국 SNS가 상이한 성향의 집단 간 소통과 중립적인 미디어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20

보다는 양극화된 정파적 의견 개진의 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뉴스의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전통적인 게이트키핑(gate-keeping) 기능이 존재하지 않거나, 왜곡되는 것이 문제이다. 뉴스 미디어의 확대를 통해 언론의 자유와 수용자간 소통은 확대되고 있지만 사실 검증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달된 정보가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달 경로를 확대하고, 변경하기에 앞서 뉴스 내용의 신뢰도를 높여야만 한다. 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불편부당한 뉴스를 제공해야 하며, 언론이 필연적으로 정파적이라면 정파성이 뉴스의 내용에 영향을 주는 것을 감시해야만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시작점은 곧 뉴스가 사실에 입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불편부당한 검증자의 등장 1) 미국대선과 팩트체커의 등장 언론이 스스로 자정 작용을 통해 수용자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언론에 모든 것을 맡기기엔 불신의 골이 너무 깊은 듯하다. 정치인의 발언은 종종 신뢰하기 힘들지만, 정치인들은 항상 스스로 정직함을 주장한다. 이처럼 정파적인 언론도 항상 중립 언론을 표방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까닭에 언론은 감시자인 동시에 감시받아야 하는 존재가 됐다. 무너진 언론의 신뢰도를 재건하고, 언론을 감시하는 공공 서비스로 최근 주목되고 있는 것이 사실 검증 작업 곧 팩트체킹(fact checking) 이다. 그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돼, 팩트체킹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계기는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당시 상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네거티브 캠페인 1) 의 1) 당시 부시의 정치광고는 상대 후보인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듀카키스(Michael Dukakis)의 환경정책, 군비축소 정책, 세금 정책 등을 다루면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전형을 보였다. 특히 광고에서 무기수 호톤(Willie Horton)에 주말 휴가를 준 듀카키스의 온정주의를 비판하면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수위는 극에 달했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21

성공에 따라 선거는 공화당 후보 부시(George H. W. Bush)의 승리로 끝났지만 많은 언론이 일제히 선거 캠페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부시의 캠페인 광고는 효과 측면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우수했지만, 진실성에 있어서 흑색선 전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들 캠페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최고 혹은 최악의 정치 광고로 평가가 엇갈린다(www.youtube.com/watch?v=zs8SQLmix6o; www.youtube.com/watch?v=ec9j6wfdq3o). 특히 캠페인뿐만 아니라, 그에 의존해 사실의 확인 없이 전개된 언론 보도는 선거 과정에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와 같은 미국 대선을 둘러싼 논란은 팩트체킹 서비스 태동의 기점이 됐으며, 그 결과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CNN 기자였던 잭슨(Brooks Jackson)이 최초의 체계적인 사실검증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CNN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정치 광고를 검증하는 <Adwatch>와 정치 발언을 검증하 는 <Factcheck> 포맷을 고안해서 뉴스에 활용한 것이다. 즉 최초의 팩트체킹은 사실 확인을 중점 과제로 한 심층 보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1996년과 2000년 대통령 선거전에서는 언론을 중심으로 정치인의 말 바꾸기(flip)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보다 독립적이고 체계화된 사실 검증 시스템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애넌버그 재단의 기부금에 기초해 펜실베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공공정책연구소(Annenberg Public Policy Center)가 <Factcheck.org>를 개설한 것이다. 웹사이트에 기반한 <Factcheck.org>는 특정 이슈에 구애받지 않고 정기적 으로 정치 발언의 사실 검증 결과를 공표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본격적인 팩트체커 로 구분된다. 또한 특정 언론사로부터 독립해, 대학과 공공기관의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로 기억된다. 학계 중심의 독립적인 팩트체킹 모델의 등장과 함께 언론사들도 보다 중립적인 팩트체킹을 시도하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7년 8월 플로리다의 지역신문인 세인트 피터스버그 타임즈(St, Petersberg Times, 현재 Tampa Bay Times)가 워싱턴 지국에서 <Politifact.com>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뉴스 보도의 틀을 벗어나 본격적인 정치 발언 사실 검증과 공표를 개시한 것이다. 현재까지 <Politifact.com>은 2009년 탐사보도 부분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정치 발언의 사실검증 부문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고 있다. 22

이어 팩트체킹의 새로운 형태로서 개인의 역량에 의존한 1인 검증 시스템도 나타난다.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인 2011년 1월, 다년간의 국무성 취재 경력을 가진 중견 언론인 글렌 캐슬러가 워싱턴포스트에 사실 검증 칼럼 <The Fact Checker>의 정기 게재를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취재 경험을 가진 중견 언론인이 사례의 선정과 자료의 수집, 판정 및 게재 전반을 주도함으로써 검증의 책임 의식과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미국의 3대 팩트체커와 공공적 저널리즘 현재 미국에는 <Factcheck.org>, <Politifact.com>, <The Fact Checker>의 3대 팩트체커를 중심으로 언론사를 포함한 다수의 기관과 개인들이 정치인 발언, 언론 뉴스, 온라인 소문 등 정보의 사실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검증 시스템 운영방식과 검증 영역, 검증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은 다소간 차이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3대 팩트체커를 비교해 보면 특히 검증의 주체 및 게재 방식 등에서 그 성격이 매우 상이하다. <Politifact.com>이 언론사 기반의 독립형 팩트체커라면, <Factcheck.org>는 대학과 언론인의 협업 모델이며, <The Fact Checker>는 개인의 역량에 기초한 1인 검증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팩트체커가 존재하는 것은 각각의 모델이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팩트체커간 검증 방식과 구성원, 재원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점은 팩트체킹이 본질적으로 과거 언론의 사실 확인 작업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형태를 막론하고 전 현직 언론인이 검증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 3대 팩트체커의 주목할 만한 공통점은 언론, 그리고 언론인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Factcheck.org>와 같이 완전한 재정적 독립성을 확보한 경우도, 검증에 있어서는 언론인과 협업을 필요로 한다. 본래 팩트체킹이란 언론이 엄격한 사실 보도의 원칙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등장했다. 그러나 언론을 완전히 배제한 채, 검증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항상 숙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실에 입각할 때, 팩트체킹은 언론의 공공성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23

며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르이다. 팩트체킹의 본질적인 목적은 불편부당한 보도라는 언론의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팩트체킹의 난제는 정파적인 언론기관으로부터 분리된 개인이나 단체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하지만, 동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언론인이 검증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 대상이자 검증자인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을 재구성하는 것이 팩트체킹을 논의함에 있어 선결돼야할 과제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막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언론이 팩트체커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부족할 때가 있다. 그 경우 언론을 검증할 독립적인 팩트체커가 필요하다. 팩트체커가 중립성을 견지하지 못할 경우, 언론과 수용자가 다시 그들을 검증할 수도 있다. 결국 사실 검증 작업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뉴스와 팩트체킹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언론과 팩트체커는 상호 보완과 견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언론사와 팩트체커들 이 비판과 조언을 통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찌됐거나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공공적 의미를 되찾는 것이다. 언론이 역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제점을 되짚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과 언론인이 스스로 해결방법을 모색케 하되, 그 것이 불가능하다면 공적인 자원을 투입하고 학자와 수용자가 개입해야 할 것이다. 우리 언론의 현실을 명확히 직시하고, 이에 적합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24

Ⅱ. 사실과 진실, 검증 대상과 검증자의 선정 1. 역사와 언론에 나타난 진실의 상대성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검증해야 하는가? 즉, 사실검증에서 언론의 역할을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검증 대상에 대한 의문이다. 즉, 무엇을 검증할지 결정하는 것이 사실 검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의 선정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것이라고 믿는 사실 과 의도적이고 당위적인 참이라고 여기는 진실 의 경계가 때론 매우 모호하 기 때문이다. 때때로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단편적인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함으 로써, 보다 중요한 진실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어떠한 틀(frame)을 통해 사안을 선택하고, 강조하며, 때론 무시함으로써 특정한 관점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사실 검증 대상의 선정과 검증 방식은 검증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함의를 지닌 것이다. 까닭에 우리는 검증 대상의 선정에 앞서 사실과 진실에 대한 시선들의 미묘한 차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역사적 논의는 언론과 사실 검증의 등장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인간이 역사를 연구하는 전통에서부터 비롯되 었다. 19세기 랑케(Leopold von Ranke)를 비롯한 많은 역사가들은 역사를 현재의 것과 결부시키지 않고, 과거에 대한 있는 그대로 의 재구성과 복원을 꾀했다. 그들에게 역사적 사실이란 사료에 담긴 명확한 기록이었고, 사실은 불변의 것이기에 역사가의 역할은 단지 그것을 발견 하는 것이었다(안병직, 2007). 랑케는 과거 사실을 완벽하게 재구성하기 위한 사실의 개별적 의미와 독자적 가치를 강조하고, 과학적 역사학을 창시하여 사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했다(최성철, 2007). 곧 역사는 과학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과거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콜링우드(Robin Collingwood)와 같은 역사 저술가는 과학으로부 터 역사를 분리해내려고 했다. 기존의 단순한 사실의 편찬을 가위와 풀의 역사 라고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25

비판한 그는, 과거에 일어난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그는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에 대한 상상적 재구성 이라고 답한다. 역사가는 이미 주어져 있는 진술들 사이에 암시되어 있을 뿐이었던 진술들을 삽입시 킴으로써 실제 발생한 사건들을 다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Collingwood, 1978). 역사가 역시 상상력에 기반을 둔 이야기꾼인 까닭에, 역사가의 역량은 과거 사실의 파편으로부터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성적 능력으로 결정된다. 즉, 이 때 사실의 의미는 역사가의 의도를 포함하는 진실과 중첩된다. 사실 혹은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역사 저술에 있어서도 상대적인 주관의 개입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까닭에 콜링우드는 역사가는 올바른 서술을 위해 역사상의 인물이 살았던 현재를 파악하고, 그것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러한 역사를 받아들이는 주체들은 역사가의 사상과 역사상 인물의 사상을 반드시 분리해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역사 인식이란, 인식 주체가 인식의 객체가 되어 과거 시대의 현재적 상황을 따라가 보고, 그 행위자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게 되는 재구성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김봉석, 2011). 나아가 카(E. H. Carr, 1892)와 같은 학자들은 보다 대안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데,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 라는 랑케의 관점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콜링우드와 유사한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채용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에서 의 객관성은 사실의 객관성이 아니라 관계의 객관성, 즉 사실과 해석,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와의 관계에 대한 객관성이다. 과거의 역사가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 또는 미래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인간의 행위를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의 주관적이고 상호적인 목적론적 특성은 역사 서술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가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원인들 사이의 관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서술은 역사를 형성하는 수많은 요인들 가운데 역사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작업이다(김한종, 2010). 즉 역사 서술의 내러티브는 혼돈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역사는 과거 자체에 대한 진술 이 아닌, 과거를 바라보는 역사가의 생각에 대한 진술 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6

역사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언론 보도의 진실 검증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언론의 보도 역시 단순한 사실의 전달 이 아니라 언론이 바라보는 사실에 대한 진술 이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서 사실, 혹은 화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진실은 그 모습을 달리할 수 있다. 역사적인 진실이 누구에게나 명확한 객관적 사실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은, 반대로 사실 혹은 진실의 검증이 누구에게나 명확한 객관적인 사실 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검증의 대상은 무엇인가? 위의 역사학적 접근에 토대할 때, 최종적으로 검증해야할 것은 단순한 오류의 여부가 아니라 언론의 시선이다. 언론이 거짓이 아닌 참을 전달하고 있는가? 를 검증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시선으로 사실을 바라보고 있는가? 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콜링우드가 주장한 역사가의 합리적인 사관( 史 觀 )과 유사하다. 언론의 시선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은 뉴스가 단순히 단편적인 사실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사실을 의제 로 선정해 강조하고, 생략함으로써 주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규정은 언론의 규범이론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미디어의 증가와 경쟁 확산에 따라 언론사의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서 문화적 이거나, 정치적인 것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지만 언론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언론이 적어도 사회에 해롭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여서는 안 된다는 범 언론 규범이론(norma tive theory)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McQuail, 2005). 일반적으로 언론의 규범이론은 자유주의 이론에 기초하여 최소한의 자율 규제를 통해 사회와 개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시장모델, 사회적 목적과 연관이 있는 긍정적 차원의 자유를 주고 사회와 공중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공익모델, 언론이 스스로 권력에 대한 감시를 통해 제도적인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문직 모델, 다양한 비주류 언론들이 보편적 합리성과 관료적 효율성 등을 거부하고 상호주관적 이해를 촉진시킨다는 대안 언론 모델 등으로 구분된다(McQuail, 2005). 그러나 어떠한 모델을 적용한다고 할지라도 언론이 사회의 공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공익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은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27

<표1> 언론 규범 이론 분류 이론 시장모델 (자유-다원주의) 언론은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공표수단을 소유하거나 운영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시장의 원리에 의하여 움직일 때 언론이 사회와 개인에 대한 책무를 다할 수 있다는 모델. 공익모델 (사회책임) 정부의 개입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의 자율규제로 높은 수준의 표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모델. 전문직 모델 언론의 주된 관심인 정보와 논평에 관하여 공중이 원하는 바를 취하게 하고 다양한 관점을 나타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는 모델. 대안언론 모델 기존의 모델들에 비하여 하위문화의 가치를 강조하고 보편적 합리성, 효율성, 경쟁 우위 등의 가치를 거부하는 모델. 이처럼 매스미디어의 자유 및 책임에 대해 권고한 사례는 1947년 미국의 허친슨 보고서 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프레스 자유위원회가 일반적으로 허친슨 보고서 라고 알려진 <A Free and Responsible Press, Report of the Commission on Freedom of the Press>를 출판한 것이다. 보고서는 당시 미국 신문의 지나친 선정성과 상업성을 비판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적극적 자유 개념을 제시한다(정수영, 2009). 언론의 사회적 의무에 정보와 의제의 제공뿐 만 아니라 특정 집단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사회적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재정적 자립의 요건 등을 포함시킨 것이다(Siebert, Peterson, & Schuramm, 1956/1991). 그러나 보도의 중립성이나 재정적 자립성의 요건이란, 다소간 모호한 개념이며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에 적용의 어려움이 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언론의 형태에 따라, 책임과 의무 역시 획일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McQuail, 2003). 결국 언론 보도에 있어 특정한 정치적 입장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같은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서도 언론 매체가 어떠한 맥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어휘를 사용하는지, 사안의 어떤 부분을 강조하거나 생략하는지에 따라, 또 어떠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가에 28

따라 뉴스의 주제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론이 가진 공중의 의제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의견 구성의 맥락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인가 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사실 검증은 이와 같은 논리 구조에 합리성과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정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언론에서의 객관성이란, 절대적인 진리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합리적 정당화 기제라고 할 수 있다(김상호, 2007). 언론에서의 객관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므로 객관성의 판단을 위한 해석 공동체 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용되는 해석틀로서 의 객관성 은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난해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기사의 객관성은 다른 기사, 혹은 다른 기자들의 해석틀과 비교를 통해서만 판단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검증이 절대적이기보다는 상황과 문맥에 의해 적용되는 해석틀로서의 객관성 에 기초할 때 보다 큰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자명하다. 2. 사실과 진실의 분리, 검증방식의 확립 저널리즘의 목표가 화자의 의도를 포함한 진실의 전달이라고 할 때, 보다 엄격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혹은 진실이라는 것이 물리적 중립성이나 객관성과 다르다는 점에서 검증은 첫 번째 난관에 부닥친다. 검증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과 거짓의 흑백논리로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검증자는 개인의 신념이나 주장 등 상대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발언 가운데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내야 하는 난제를 맞이하게 된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과학적 사실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 통념, 혹은 객관화된 통계 수치 등은 비교적 손쉽게 검증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기억 등은 대부분의 경우 검증 불가능의 영역에 있다.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 생각 등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으로 측정하거나, 해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 표현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까닭에 사실검증의 대상을 일반적으로 검증 가능한 사실(verifiable fact) 로 한정짓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29

행위이다. 검증 가능한 사실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사실 검증에 선행해야할 과제이다. 뉴스를 포함해 검증 가치가 높은 정치적 발언들은 대부분 완전히 객관적인 것과 완전히 주관적인 것 사이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담화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검증의 대상이 되는 뉴스 혹은 정치적 발언의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실 검증의 일반적인 대상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우리 사회 정치 뉴스와 발언의 사실 검증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➀ 정치인과 여론지도자의 공식적 연설, 기자회견, 기자간담회, 대중강연, 보도자료 내용, ➁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 광고 내용, ➂ 신문과 방송의 정치, 정치인, 여론지도자 정치발언 등에 관한 모든 보도 내용, ➃ 트윗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의 정치 발언 내용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Politifact.com> 등 미국의 유수한 사실 검증 시스템도 같은 이유로 포괄적 의미의 정치 발언과 뉴스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 내부의 정치 정보의 유통은 정치인과 언론사, 기타 미디어가 상호 인용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 사실과 화자의 주장이 혼합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 뉴스에 있어 이와 같은 성격이 두드러지는데, 언론사는 특정한 취재원이 제공한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인 논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 즉 정파성에 기초한 뉴스의 논조 자체는 사실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뉴스가 특정한 사실을 강함으로서 수용자를 설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이 적합한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어떠한 발언을 검증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근거의 사실 여부와 근거 활용의 맥락적인 적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검증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 짓는 것이다. 일찍이 터크만(Tuchman,1978)은 미국 언론인들이 사실의 확립 이라는 준거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기법을 간파하여 제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언론인은 사실성의 망(the web of facticity) 을 이용해서 그들의 발언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정도의 방식이 있는데 정치인의 발언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가 그 발언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 보도하는 것, 사실을 알 것처럼 보이는 인물 혹은 기관을 중심으로 보도해서 발언의 사실성을 30

높이는 것, 마지막으로 직접 인용을 통해서 발언이 사실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성의 망이 사실검증 시스템 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곧 검증이 아닌 또 다른 의견의 제시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이준웅(2010)은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기사를 통해 이용자의 이해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향성(tendentiousness)을 꼽는다. 기사 작성에 있어서 관행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야마 잡기가 사안에 대하여 특정한 방향의 접근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견과 감정은 기자 또는 언론사의 것이라는 것이 명확한 형태로 전달되어야 하며 그것이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와 함께 놓여서는 안 될 것이다(우병 동, 1993). 이와 같은 측면에서 사실 과 사실에 기초한 주장 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며, 별개의 검증 틀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검증의 대상이 되는 사실 과 주장 의 관계의 유형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주장(claim)이 없는 사실(fact) 이다. 주장이 없는 사실이라고 항상 보편적인 질문과 정치적 중요성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연으로 들어나지는 않지만 그 사실 속에 내포된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 자체가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 사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그 사실이 검증 가능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과학적인 지식과 상식, 그리고 자료의 확인 등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사실을 검증할 수 있다. 둘째, 근거 사실(fact)이 희박한 주장(claim) 의 문제다. 보편적인 담화의 요건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사안의 중요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사실이 없는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실제적인 검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어떤 의미에서는 검증할 가치가 없는 주장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 검증에 있어 의미 있는 것인지, 검증 가능한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경우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주장은 사실 검증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속성을 감안할 때, 뉴스 등에 있어 주장의 당위성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또한 신뢰에 기초해야하는 정치인 발언에 있어서도 주장의 합리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수 있다. 셋째, 특정한 근거 사실에 기초한 주장 의 문제이다. 이는 적합하지 않은 (irrelevant)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과 적합한(relevant)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31

으로 다시 구분된다. 실제로 미국의 사례 등을 살펴볼 때, 검증자들은 특히 이와 같은 복합적인 주장에 주목한다. 적정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적합하지 않은(irrelevant)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은 사실로 여겨지기 쉽다. 예를 들어 거짓말쟁이 국회의원 A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 때 일차적으로 검증할 내용은 A가 거짓말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내용을 합리적인 사실 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A가 거짓말을 했다 는 사실 외에 거짓말을 한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타당하다 는 논거가 합리적 인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 단순한 텍스트로서는 사실이지만, 맥락적으로는 사실이 아닌 경우(textually fact, but contextually false) 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단순한 텍스트로서는 오류가 있지만, 맥락적으로는 사실인 경우 도 존재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사용한 사소한 선의의 거짓말이나, 근거로 제시한 수치는 다소 오류가 있지만 발언의 맥락상 주장이 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질 때 등이다. 단순한 텍스트에 의거해 이와 같은 주장의 합리성을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 같은 유형의 발언들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성에 따라 가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실 검증의 논쟁이 가장 치열히 이루어져야 할 대상이다. 이 때 사실 검증의 목적은 근거의 진위 여부와 함께 논리적 타당성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라 고 볼 수 있다. <그림1> 사실 검증의 대상이 되는 사실과 주장의 관계 유형 주장이 없는 단순한 사실 (예)국회의원 A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이 없는 단순한 주장 (예)A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적합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예) 청소년기에 거짓말을 한 국회의원 A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적합한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예) 국정감사에서 거짓말을 한 국회의원 A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다. 결국 검증자들이 주력해야 과업은 사실과 주장 사이의 맥락성(contextuality) 에 대한 해석이다. 언론과 소셜미디어, 수용자의 검열을 통해 정보의 사실 여부는 확인될 수 있지만, 논거의 합리성은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사실 검증은 단순한 사실의 확인을 넘어서 논거의 타당성을 분석하는 작업이며, 화자의 32

의도와 수용자의 해석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뤄지는 가치판단 과정이다. 따라서 사실의 판단에 있어 근거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달자의 의도이다. 단순한 정보 오류와 악의적인 왜곡을 구분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왜곡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검토함으로써 우리 언론의 정파성과 수용자의 인식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의 사실 검증자들은 사실 검증의 대상 선정과 관련 몇 가지 보편적 원칙을 제시했다. <Politifact.com>의 운영자인 빌 아데어에 따르면 구체적인 사실 검증의 대상은 첫째, 과연 사실인가(Is it true?) 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불러 오는 주장(claim)이어야 한다. 둘째,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significant) 사실(fact)과 주장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과연 이 발언 혹은 뉴스가 검증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치 발언 혹은 뉴스의 내용이 검증 가능한 (verifiable) 사실을 바탕으로 한 주장인가에 대해 자문해 보아야 한다. 1 국민들이 자연스러운 질문(Is it true? 혹은 Really?)을 제기하는 아이템 2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significant) 판단되는 아이템 3 실제로 검증이 가능하다고(verifiable) 판단되는 아이템 대상의 선정 기준은 검증자의 신뢰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에서 보다 중요하 다. 지나치게 사소한 사안에 집착하거나, 검증 대상이 어떤 정파적 성향의 발언에 편향돼 선정된 것이라면 불편부당한 사실 검증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검증이 언론과 정치인,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따라 나타난 장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사실 검증자가 갖춰야할 첫 번째 소양은 수용자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검증자는 정치적 중요성 과 검증 가능성 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검증 대상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특히 정파적인 성격이 강한 한국 언론이 검증 주체로 나설 때, 스스로 객관성과 당위성을 끊임없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증자 스스로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대상의 선정에서 부터 논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오류와 악의적인 왜곡, 단편적 사실 여부와 주장의 복합적 진실성 등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33

정파적 개입으로 인해 진실의 전달자로서 언론의 신뢰도가 낮아진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특정한 성격을 가진 언론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언론 전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뿐만 아니라 언론을 감시하는 대안 언론과 수용자의 정보 역시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를 가중시킨다. 따라서 언론과 취재원, 대안언론, 수용자 등이 통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실 검증 장치를 마련해 매체와 독자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최근 일각에서 나타난 사실 검증 행위에 대한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 검증의 결과가 검증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 검증에 있어 사실과 거짓의 물리적 균형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실 검증의 전 과정, 즉 대상의 선정과 검증 방식, 결과의 게재까지 합리적인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검증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행위와 분리돼야 한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잣대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3. 누가 검증할 것인가, 검증자의 요건 사실 검증은 특정한 정보의 사실 여부, 주장의 당위성, 논거의 합리성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과학적인 작업이며, 논쟁적인 과정이다. 사실과 진실이 완전 히 객관적이기 보다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할 때, 검증은 논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정성 개념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정한 언론사를 구분해낼 수 있듯이, 발언의 진실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내는 것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검증 대상이 되는 사실과 진실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중요한 것은 일관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어떤 사례의 검증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면, 다른 사례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검증의 시작은 사실의 기준을 확립하고,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정파적 편향성의 논란을 방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 검증의 도입 단계에서 단편적인 내용에 천착하기 보다는,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선행한 미국의 사실 검증 시스템들을 통해 좋은 검증자의 요건을 34

몇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먼저 평가의 전문성을 언급할 수 있다. 검증자는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야할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따라서 인지도와 정치적 성향을 고려해 사회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이나, 학계,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정파성으로 인해 수용자로부터 의심을 사기도 하지만 팩트체커로서 최적화된 역량을 갖춘 사람이 언론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팩트체커가 되기 위한 다음 요건으로는 검증 기구의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 을 꼽을 수 있다. 사실의 검증자 역할을 수행하던 언론사들이 수용자들의 의심을 사게 된 이유가 곧 정파성이라고 볼 때, 팩트체커는 정파성을 탈피하기 위해 언론사와 차별화된 독립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특히 언론이 독자적으로 사실 검증 시스템을 갖출 때, 가장 중요한 선결 요건은 재정적 독립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적 독립성에 입각해 몇 가지 모델이 추론될 수 있는데, 우선적으로 특정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일차적인 방안으로 대학이나, 공공 기관이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실 검증의 자격과 경륜을 갖춘 전, 현직 언론인과 개별 계약에 의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학계 및 공공기관 주도의 검증 모델 이다. 이 경우 기관의 정치적 독립성 및 충분한 재정의 확보와 함께 그리고 검증의 전문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파적인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반면, 검증의 전문성이나 시스템의 인지도 등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언론사 내부의 독립형 조직 모델 이다. 탬파베이타임즈의 <Politifact.com>이나 워싱턴포스트의 <The Fact Checker> 모델과 유사한 형태라 고 할 수 있다. 즉 언론사들이 자신의 매체 내부에 사실 검증의 고정 코너를 확보하거 나, 홈페이지 등 별도의 매체를 통해 검증 결과를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검증의 전문성이 보장되는 대신, 여전히 언론사의 정파적 영향력이 지적될 수 있다. 회계분리 등을 통해 재정적 독립성의 요건을 확보했다고 할지라도, 재정 자립이 검증의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논조를 가진 언론사가 사실 검증 작업에 참여할 경우, 상호 견제를 통해 정파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불완전한 사실 검증은 자연 도태되고, 궁극적으로는 공공적인 서비스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35

있다. 그러나 사실 검증 서비스가 보편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기 이전까지는 여전히 공정한 척도를 확보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우리 언론의 사례를 살펴볼 때, 경쟁이 오히려 개별 언론사의 정파성을 가중시켜왔다는 사실을 주지해야만 한다. 사실 검증에 대한 언론과 수용자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라도 시작 단계부터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을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장단점을 고려해 학계와 언론의 산학협력 모형 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언론사 내부 독립기구인 <Politifact.com>과 이에 대응하는 독립 연구기관인 <Factcheck.org>의 절충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언론과 학계의 상호 견제를 통해 최소한 정치적 독립성 유지 기반이 조성될 수 있고, 공동의 투명한 재원에 의한 운영으로 재정적 독립성의 확보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또한 언론과 학계가 공동으로 사실 검증 작업의 실무를 담당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만 공표하 는 시스템을 통해 정치적 독립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 확보 및 검증의 전문성, 책임 소재 등 문제가 남는다. 결국 각각의 모델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적 독립성의 요건과 전문성의 요건, 공정성의 요건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 대부분의 경우 언론의 정파성은 곧 정치적 이익, 혹은 재정적 이익에 기인한다. 즉 언론은 공공적 속성과 사기업적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도의 편향성을 극복해야 하지만, 정파적 이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때때로 사실 검증 서비스도 언론과 마찬가지로 공공적 속성과 사적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저널리즘의 공공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실검증 서비스는 기타 언론에 비해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사실의 검증과 발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충분한 재정의 확보가 중요함 또한 사실이다. 결국 재정의 건전성과 검증의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언론사를 포함해 다양한 개인과 단체의 참여 방식을 논의할 시점이다. 36

Ⅲ. 팩트체커에 대한 비판적 고찰 1. 언론의 정파성과 사실 검증 사례에 대한 반론 저널리즘의 위기는 곧 언론이 가진 정파성의 위기이다. 과도한 정파성이 객관적 인 사실 보도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인식이 만연함에 따라,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파적인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대부분의 언론이 정파성을 표출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단순히 정보 전달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사안을 보도한다. 까닭에 언론에 절대적인 객관성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개념의 상대성을 감안해야만 한다. 언급한 바와 같이 객관성은 물론, 나아가 사실과 진실조차도 절대적인 잣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객관성이라는 개념은 물리적 중립성이나, 주장의 정당성, 합리성 등으 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객관성과 중립성은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예컨대 정치적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있다고 할 때, 중립 성향이 객관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숙고해야만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절대적이고 항구불변의 객관성 개념이란 허구에 가깝다. 그러나 완전히 객관적인 뉴스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언론 보도의 정파성이 무제한 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보도가 절대적인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과는 별개로, 언론의 정파성은 또 다른 논의의 주제가 되어왔다. 주목할 문제는 언론의 정파성이 보도에 영향을 끼칠 때 나타나는 효과이다. 실제로 정치보도 는 정치권력과 언론간의 끊임없는 협상의 결과물로서 주어진다(Cook, 1998). 뉴스의 정치성, 또는 정파성이란 언론사가 자사의 독자층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선호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경쟁 정치세력이나 언론사를 공격하 기 좋은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최영재, 2011). 따라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과는 별개로, 언론의 게이트 키핑을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37

통한 취사선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결정된다(Miller et al., 1998). 그런데 언론의 정파성은 수용자의 의견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정파성을 띈 편향 보도를 소비하는 시민집단의 정파적 편향은 강화되게 마련이다(최진호 한동섭, 2012). 즉, 언론의 정파적인 보도가 수용자에 게 편향된 가치를 주입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정파성을 가진 정당이나 언론, 시민들과의 적대 관계를 발생 또는 유지시킬 위험이 있다. 역사적 사실 또는 진실에 대한 연구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사실과 진실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역사적 사실 또는 진실이 누구에게나 명확한 객관적 사실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론 역시 완벽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혼란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해석틀로서의 객관성 일 것이다(김상호, 2007). 상황과 문맥에 따라서 적용 되는 객관성은 보다 현실에 가깝고 구체적인 사실, 혹은 진실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언론이 보도를 정확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하는지의 여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집행에 대한 감시를 기반을 신뢰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박종대, 2008). 이를 위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제시할 것이 언론에 요구되는 바이다. 사실과 의견이 모호하게 뒤섞이면서 매체가 가진 사회 질서와 구조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태도, 즉 정파성이 여과되지 않은 채 전달될 때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열과 편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김영욱, 2011). 손영준(2007)은 언론이 정치인 검증의 주체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언론의 독립성과 주창 저널리즘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 내의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해석적, 주창 저널리즘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사회적 갈등을 확대하거나 재생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가 특정 정당이나 정당에 속한 후보자가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 되면서 TV토론과 정치 광고의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이미지 선거 전략이 중요해짐에 따라 후보의 이미지와 정치적 능력이나 자질 등의 실체적인 면들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유권자가 이미지 감성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손영 38

준, 2007). 특히 선거 캠페인 기간에 제기되는 각종 사실에 대한 규명과 객관적인 후보 검증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전희락, 2007). 따라서 사실검증은 작게는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하여, 나아가서는 정파성 이 가져오는 사회적 분열의 위협을 막기 위하여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의 한편으로 사실검증의 한계에 대한 인식 역시 살펴야 할 것이다. 사실검증 은 이미 사실 로 전달된 발언들에 대한 진실 여부의 검증 이다. 따라서 그것은 보다 객관적인 과정으로 전개되어야 하며, 사실과 의견의 뚜렷한 구분을 요구한다. 구체적 발언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검증 역시 절대적인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를 보완하기 위한 명쾌한 준거와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미국 팩트체커들의 신뢰도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 다. 오히려 사실검증 시스템의 정파성에 대한 비판과 보완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특히 <Politifact.com>은 진보적인 편향성을 의심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Politif actbias.com> 이라는 사이트는 <Politifact.com>의 진보적 성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며 그를 비판을 하고 있으며, <MSNBC>, <Fox News>의 기존 언론과 인터넷 매체 역시 <Politifact.com>의 정파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 2) 하고 있다. 이러한 진보적 편향성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사실검증 시스템의 결과를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하고 공화당 측에서는 사실검증에 대한 신뢰도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Yo ung, 2012). 결국 사실검증 시스템이 진보적 편향성을 나타내면서, 오히려 사실과 는 거리가 먼 선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 역시 제기된다(Roy, 2012). 또한 최근 들어 사실검증 시스템의 대상 선정과 판정에 있어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Mooney & Aviva, 2012; Ostermeie r, 2011; Nash, 2012). 결과적으로 이러한 지적들로 인해 사실검증 자체의 유효성 이 의심받기에 이르렀다(Hasen, 2012). 정파적 태도는 사실과 사실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보도하는 사안의 실체를 잘못 파악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음은 자명하다. 사실검증이 갖는 일종의 2) Hotair.com(2011.2.10.). <Selection bias at Politifact?> http://hotair.com/archives/2011/02/10/selection -bias-at-politifact/ 허핑턴포스트(2012.1.26.). <Rachel Maddow explodes: Politifact, You re fired! > http://www.huffingtonpost.com/2012/01/26/rachel-maddow-politifact-fired_n_1233411.html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39

검증 체계로서의 권력을 상기할 때, 사실검증이 정파적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열의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사실검증 시스템의 정파성에 대한 점검을 통해 사실검증이 자칫 주관적인 해석만으로 인식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 한국적 팩트체킹 모델 및 저널리즘의 공공성 회복 방안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실 기반 정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사실 검증은 어렵지만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과제이다. 사실 검증은 이론적이기 보다는 실제적 필요에 따라 생성된 연구 분야인 까닭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실현이다. 사실 검증 시스템의 태동은 학계와 언론 등 우리 사회 전반의 협력을 통해 본격화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재 언론의 검증자 역할을 수행하는 신문사 데스크와 질적인 인터뷰를 포함한다. 현업 취재보도 경력 및 언론인으로서 자질과 품격을 갖추고 있는 현직 언론인 12명과 언론학 연구자 7명 등에게 사실검증의 방향성에 대한 자문을 구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있는 사실 검증 시스템을 제안코자 한다. 나아가 신문기사 등에 대한 독자적인 검증을 수행해 봄으로써 팩트체킹의 유형과 사례, 검증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 등을 지적코자 한다. 검증 과정과 결과의 판정에는 저널리즘 전공교수와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 등이 함께 참여하며, 그 과정과 결과는 학술적 논의의 대상으로 아카이브화되어 연구에 활용할 방침이다. 본 연구의 최종적 과제는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과 학계의 여론을 모아 한국적 사실검증 시스템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최적화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의 진실 검증 시스템의 중요한 시사점은 우리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검증의 노하우와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의 요건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을 확보한 언론은 좋은 팩트체커가 될 수 있다. 언론이 진실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 요건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모델로 학계와 언론의 산학협력 모형 을 들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언론사 내부의 독립기구인 <Politifact.com>과 대학의 독립 연구기관인 <Factcheck.org>의 절충형 모델이다. 산학협력 모형의 경우 언론과 학계의 상호 견제를 통해 최소한의 정치적 독립성을 40

유지하기 유리하며, 공동의 투명한 재원에 의한 운영으로 재정적 독립성의 확보도 비교적 용이하다. 특히 이 경우 언론과 학계가 공동으로 진실 검증 작업의 실무를 담당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만 공표하는 시스템을 통해 검증의 타당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언론사의 정치적 독립성이 여전히 문제라면 대학이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실 검증의 자격과 경륜을 갖춘 전직 및 현직 언론인과 개별 계약에 의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의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 그리고 검증의 전문성이 여전히 문제로 남지만 차선의 방안으로 논의될 만하다. 대학이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탐사보도 강의실과 연계해 저널리즘 교육의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가능하다는 장점 이 있다. 또 하나의 검토 가능한 대안은 언론사 내부 조직 모형 이다. 워싱턴포스트 의 <The Fact Checker>가 대표적 사례이다. 즉 언론사들이 자신의 지면이나 방송 편성에 진실 검증에 할애할 고정 면 혹은 시간대를 배치하는 것이다. 여기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는 언론사의 정파성이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논조를 가진 언론이 검증에 참여하게 될 경우, 상호간 견제 및 협력을 지속하면서 궁극적으로 는 공공 서비스로서 진실 검증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차원적인 논의와 검토를 통해 한국적 사실 검증 모델을 제안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41

Ⅳ. 연구방법 1. 사실검증 사례 분석 사실과 진실에 대한 관심은 근대 역사 연구와 함께 시작됐지만, 사실 검증 이 란 완전히 새로운 저널리즘 장르로 볼 수 있다. 까닭에 사실 검증이 신뢰도 있는 공공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내외 사례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먼저 미국의 3대 팩트체커를 중심으로 공공서비 스로서 사실 검증 사례에 대해 분석한다. 검증 결과의 계량적 분석은 물론, 검증의 기준, 타당성을 검토한다. 실제 정치적 영향을 미친 사례를 중점적으로 파악한다. 미국의 팩트체커들에 대한 논쟁은 대부분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언론과 정치인 등의 정치적 발언을 검증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팩트체커 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과연 검증과 비판이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미국의 3대 팩트체커의 검증 방식과 공표 시스템을 소개하고, 2012년 미국 대선의 양당 전당대회 기간 중 이들 팩트체커 가 검증한 내용을 분석해 검증자간 공통점과 차이를 살펴볼 방침이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를 포함한 3명의 분석요원을 활용해 2012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일인 8월 28일부터 9월 28일까지 한 달간 <Politifact.com>의 Truth-O-Meter 에 제시된 발언과 <The Fact Checker>의 아카이브에 제시된 발언, 그리고 <Factcheck.org>의 아카이브에 제시된 약 88개의 발언을 분석했다. 검증 대상 선정의 분석을 위해 개별 발언들의 발언자가 소속된 정당의 비율과 주요 발언자별 정당의 비율을 검토하고, 검증한 발언의 진실과 거짓 비율을 정당별로 비교했다. 나아가 본 연구는 국내 주요 언론사 및 민간의 사실검증 관련 서비스 현황을 검토한다. 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 한겨레 등 주요 신문의 관련 활동 및 계획을 살펴 본 것이다. 사실 검증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을 확인하고 실제 사례를 42

중심으로 문제점 및 성과, 해외와 차이 등을 분석한다. 또한 사실 검증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학 주도 팩트체커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탐사보도실습 수업 등의 사례를 활용했다. 팩트체킹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 수 있는지, 또 훈련된 인력들이 검증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대학 수업에서 연습을 수행한 것이다. 본 연구는 해당 수업에서 시도된 팩트체킹 사례 15건을 소개한다. 2. 언론의 역할 설정을 위한 인터뷰 사회의 감시견인 언론이 사실 검증 서비스에서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할 모델을 규명하는 것이 본 연구의 주요 과제이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언론사의 데스크 및 현직 기자 등 언론 관련 종사자와 학자를 대상으로 사실 검증의 방향성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특히 언론인들이 사실 확인과 검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 취재 현장의 담당자로서 느끼는 팩트체킹의 한계 및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인터뷰의 주요한 내용은 누가,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다. 나아가 본 연구는 매체의 정파성을 극복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전제 조건을 논의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소통구조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독립적인 검증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 는 것이다. 본 연구의 인터뷰 대상자는 총 19명으로 전 현직 언론인과 공공기관 종사자 12명 그리고 박사급 이상의 언론학 연구자 7명이다. 언론사의 정파적 성향을 고려해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으며, 개방형 질문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했다. 인터뷰 대상이 된 언론인 및 언론학 연구자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43

<표2> 인터뷰 대상자 소속 직위 성명 비고 서울신문 편집국장 곽태헌 언론인 매일경제 기자 김대원 언론인 중앙일보 경제부장 홍병기 언론인 동아일보 논설주간 황호택 언론인 한겨레 논설위원 김의겸 언론인 KBS 경제에디터 박영관 언론인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종혁 언론인 매일경제 편집국장 전병준 언론인 부산일보 기자 전창훈 언론인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이사장 문창극 언론인 국민대통합위원회 국장 최철규 언론인 고려대학교 교수 김성철 언론학자 고려대학교 교수 김정현 언론학자 고려대학교 교수 박지훈 언론학자 고려대학교 강사 김선호 언론학자 동국대학교 강사 김대중 언론학자 미시간주립대 박사 장정헌 언론학자 고려대학교 연구원 노광우 언론학자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를 원칙으로 하되, 주된 내용은 서면 양식 등을 통해 보완했다. 개별 인터뷰 후 전체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포커스그룹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였으며, 제시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되 응답자들이 최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했다. 3. 최종 분석을 통한 종합적 모델 제시 사실 검증이 이론적 논의를 넘어서 실질적 저널리즘 장르로 구현될 때, 연구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성, 객관성, 재정적 안정성 및 44

사회적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 현실에 최적화된 팩트체킹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언론사와 공공기관, 대학 등의 협업모델을 종합적으로 타진해 저널리즘의 공공성 회복과 매체의 상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아울러 사실 검증 지수의 계발과 효과적인 게재 방식 등 사업안을 구체적으로 논의코자 한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45

Ⅴ. 연구의 함의 1. 정책적 함의 1) 현실정치의 신뢰도 회복 및 평가척도 마련 사실 검증은 현실 정치의 신뢰도 회복 및 정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수용자의 정치 참여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참여 민주주의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객관적인 자료와 공정한 척도에 의거한 사실 검증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수용자의 능동적인 판단을 도와 정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사실검증은 정치 광고나 정치인의 미디어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사회적 소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다수의 정당이나 정치인이 언론과 SNS를 통해 다양한 정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정보의 품질과 진위여부를 판단할 적절한 척도가 부족해 이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측면이 있다. 만약 다양한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일관된 평가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유권자들 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디어의 정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실 검증 시스템은 확인되지 않은 정치적 발언 및 정치기사의 범람을 차단하고 잘못된 정보로 오염된 미디어를 정화시킴으로써 미디어의 정치적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공공 서비스이다. 나아가 현재 일부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수행하고 있는 정치인 평가 및 발언의 진실성 검증에 대한 재검증 및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사실 검증이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아무리 반복돼도 나쁘지 않다. 사실 검증이 사회적 감시자인 언론의 객관성 회복을 위해 나타난 서비스라고 볼 때, 언론과 정치단체, 사실 검증 서비스, NGO 등의 상호 견제를 통해 보다 완성된 진실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6

2) 언론과 SNS 관련 저널리즘 정책 수립의 근거 마련 우리는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새롭게 등장한 수많은 매체 가운데 무엇이 언론 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이들 미디어가 언론 이라면, 사실보도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잘못된 정보의 유통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뉴미디어들이 언론 이 아니라 사적인 매체라면, 수용자로 하여금 이들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떠한 뉴미디어를 언론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속성과 전달하는 내용 등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뉴미디어의 확산 속도에 비해 관련 연구나 자료가 부족한 탓에 이들 미디어를 대안적 언론 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살펴볼 때 트윗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 book), 팟캐스트(pod cast) 등 SNS는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정치 뉴스의 전달에 있어 그렇다. 지난 2011년 10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2012년 대선 등을 살펴보면 트윗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막대한 내용의 정치 뉴스가 오고갔다 3). 까닭에 상대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흑색선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존의 언론이 아니라, 뉴미디어가 선거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체는 전달하는 정보의 가치를 평가할 내부의 제어장 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까닭에 이들 뉴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철저히 검증함으로 써 각 미디어가 얼마나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전달하는 지 판별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대안 언론이자, 대안 미디어로써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규정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시도는 합리적인 3) 트윗터 분석 서비스인 트윗믹스(www.tweetmix.net)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 직전인 10월 25일의 트윗은 50만여 건에 달해 8월 초순 33만여 건의 1.5배에 달했다. 같은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장 선거기간 보름 중 박원순과 나경원 두 후보에 대한 트윗은 985,158개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1년 4월 27일 재보선 기간 중 입후보한 주요 후보들에 대한 트윗을 모두 합친 수치(95,792개)의 10배에 이른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47

정책 대안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전달되는 정보의 사실성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사실 검증자와 수용자 등이 상호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각 매체의 진실성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유언비어의 범람 및 책임 소재의 불분명 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SNS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한편, 미디어 이용자의 자정을 촉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뉴미디어를 통한 메시지 생산과 전달의 효과 측정 및 관련 규제 근거로 사실 검증이 활용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2. 경제 사회적 함의 1) 저널리즘의 공공성 회복 팩트체커 곧 사실 검증자는 기존의 언론을 감시하는 한편, 언론을 대체하기 위한 서비스이다. 그러나 사실 검증 작업에서 언론과 언론인이 수행해야할 중대한 역할을 감안할 때, 팩트체킹이 곧 새로운 저널리즘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본질적으로 사실 검증 서비스는 정파성을 탈피한 언론의 기능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 사회의 정치 발언 및 뉴스의 사실검증이라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며, 언론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실 보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뉴스 언론이 본래의 공공성과 수용자의 신뢰도를 회복하 게 하고자 한다.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는 서로를 매개하고 있다. 즉 방송이나, 신문은 트윗터나 인터넷의 정보를 뉴스화하며, 트윗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 수용자 중심의 미디어 는 기존 언론의 정보를 재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사실의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무한에 가까운 정보 가운데 가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신속히 찾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때때로 팩트체킹 서비스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48

한국형 팩트체킹 서비스는 언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매체인 SNS의 발언 내용에 대한 사실검증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간 정보의 매개 및 재매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혼선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사회 의 주요 정치 SNS인 트윗터, 블로그, 팟캐스트의 매체별 특성을 바탕으로 이들 매체의 속성과 메시지 속의 주장의 관계에 대한 매체론적 검토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사실 검증은 기존 언론의 공공적 기능 회복에 기여하는 한편, 저널리즘적 기능을 포함한 소셜미디어의 정체성에 대한 시론적 연구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2) 산업현장 및 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 가능성 타진 팩트체킹은 사실과 진실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에서 출발하지만, 즉시 서비스 실행이 가능한 매우 실용적인 연구 분야이다. 특히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한국적 팩트체킹 모델은 언론사 및 전 현직 언론인들과 협력을 거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과 공공기관, 언론사가 사실 검증이라는 새로운 공공 서비스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언론사의 전통적인 게이트키핑 시스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정치적, 재정적으로 독립된 탈 정파적 사실검증 시스템이 발족되면 언론의 위상 향상 및 언론인의 고용 증진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공공기관 및 대학, 언론사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정립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예컨대 미래 언론인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문 후속세대 인력들로 하여금 언론사의 인턴 펠로우십 혹은 대학의 독자적인 사실검증 사이트를 통해 사실과 진실 취재 및 보도를 체험케 한다. 팩트체킹 시스템이 언론의 바람직한 롤 모델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언론인 양성의 실습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49

3. 연구결과 활용을 통한 팩트체킹 서비스 활성화 우선적으로 연구보고서를 언론사 및 관련 연구기관, 정책기관에 배포함으로써, 정책 입안의 기초 자료로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비정파적 팩트체킹 기관의 설립에 협력하는 한편, 대학 차원에서 지원을 통해 관련 전문 인력의 양성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현재 검증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구 및 향후 등장 가능한 사실 검증모델에 대한 재검증을 실시해 검증의 타당성을 높여나가는데 기여한다. 한편, 본 연구를 시작으로 미국 등 사실검증이 활성화된 국가의 팩트체커와 협력을 도모해 나갈 방침이다. 지역 언론사와 제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Politifact.com>과 같이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국제적 권위를 가진 사실검증기구의 설립을 타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본 연구를 기점으로 언론학, 행정학, 정치학 등을 망라한 통섭적 사실검증 연구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널리즘과 SNS 등 뉴미디어 연구는 종래 언론학의 세부 분야를 넘어서 정치, 사회, 경제적 요인을 감안한 통합적 학문 분야로 확산돼야 한다. 연구를 통해 뉴미디어와 우리 사회의 정치적 구조에 대한 통시적인 접근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학문적인 검토의 활성화와 함께 사실검증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제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본 연구를 통해 사실 검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국내에 다수의 팩트체커가 태동할 수 있길 바란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사실검증에 대한 민간의 참여확대를 통해 관련 산업의 자원 조성에 기여할 수도 있다. 사실검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개인이 직접 검증 작업에 참여케 하는 한편, 탈 정파적인 대중의 펀드 모금 등 자원의 조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0

Ⅵ. 연구결과 1. 미국의 3대 팩트체커 1) Politifact.com <Politifact.com>은 탬파베이타임즈(이전 St. PertersburgTimes)의 워싱턴 지 국이 운영하는 사실 검증 서비스이다. 언론사가 설립했지만, 보도국과 분리된 언론사 내부의 독립기구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2007년 11월 출범한 <Politifact.com>의 사실검증에는 탬파베이타임즈의 워싱턴지국 기자 4명이 함께 참여하며 정기적으로 1일 2건 가량의 사실검증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한다. 특정 언론사가 설립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독립적 재정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한 사실이다. 현재 미국 내 10개 주를 대표하는 10개 지방지가 <Politifact.com>의 제휴사로 가입하여 사실검증 방법을 전수받아 실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보상으로 제휴사 가입비($3,500)와 연회비($1,000)를 지불한다. 또한 <Politifact.com>의 판정 결과를 <Fox-TV>뉴스에 정기적으로 내보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선별적으로 웹사이트 광고도 유치하고 있다. <Politifact.com>에 근무하는 기자들은 모두 탬파베이타임즈의 워싱턴 지국 소속의 중견 기자들이다. 이들의 하루는 워싱턴 정가 뉴스의 체크와 기사 작성, 그리고 그날의 사실검증 대상 아이템의 검토와 선정을 위한 회의로 시작된다. 보통 오전 중에 검증 대상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들어간다. 오후 2시의 1차 검증 내용 점검 회의에 이어 오후 4시에 최종 검증을 완료한다. 최종 회의를 통해 <Truth-O-Meter> 검증(ruling) 결과가 확정된다(오택섭 등, 2012).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51

<그림2> <Politifact.com>의 메뉴 <Truth-O-Meter>의 판정 척도는 총 여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진실 단계는 정확한 발언으로 중요 사항의 누락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이다. 다음으로는 대부분 진실 단계로, 정확한 발언이지만 해명 또는 추가 정보가 필요한 경우이다. 다음 단계인 절반의 사실 은 부분적으로 정확한 발언이지만 중요 세부 사항에서 빠졌거나 맥락에서 벗어난 경우이다. 대부분 허위 는 발언이 진실의 요소는 갖추고 있지만 결정적인 사실을 무시하여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버린 경우에 판정된다. 허위 는 발언이 거의 정확하지 않은 경우에, 새빨간 거짓말 은 정확하지 않은 발언으로 우스꽝스러운 주장이 펼쳐지는 경우다. 위와 같은 여섯 단계의 판정 결과들이 검증 과정에 동원된 자료들의 출처와 함께 공표된다. 검증을 위해 <Politifa ct.com>은 정보가 처음 유출된, 즉 발언자 개인이나 조직에게 발언 정황을 물어 사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또한 되도록 비정파적 기구를 통해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려 고 노력한다(Nash, 2012). <Politifact.com>이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도 이용이 가능하게 한다. 키워드 또는 이름으로 내용을 검색하면 계측기내 화살표가 판정의 결과를 가리킨다. <Politifact.com>의 책임자인 아데어(Bill Adair)는 이러한 사실검증의 기본 과정으로 1)뉴스 정보원들을 탐문하 고, 2)최초 정보원에 탐문하며, 3)인터넷을 이용하면서도 인터넷에서 비롯된 정보 를 의심하고, 4)사실 검증된 사실을 또다시 사실 검증하는 것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오택섭 등, 2012). 2) Factcheck.org 펜실베이니아 대학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Annenberg Public Policy Center) 에 기반을 둔 <Factcheck.org>는 앞선 두 개의 사실검증 시스템과 달리 언론이 아닌 대학 기반 연구센터의 독립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2년 대선 당시 52

CNN에서 정치인들의 거짓 발언을 파헤치는 고정 코너 운영으로 미국 사실검증의 포맷의 최초 도입자인 잭슨(Brooks Jackson)이 2003년 설립했다. 브룩스 잭슨은 AP통신, CNN,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30년 이상 워싱턴 정가를 취재한 기자 출신이다. <Factcheck.org>에서는 전문 검증자 및 경영자 10명과 대학생 펠로우 5명이 사실검증을 시도하고 결과를 공표한다(오택섭 등, 2012). 총 운영비의 절반 이상이 애넌버그 재단 기부금으로 충당되며, 나머지 운영비 역시 개인 후원자나 재단의 공익적 기부금으로 마련되고 있어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실검증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림3> <Factcheck.org>의 메뉴 다른 두 개의 사실검증 시스템이 나름의 검증 척도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Factcheck.org>는 별도의 척도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Factcheck.org>는 판정 척도를 피하는 대신 논란이 있는 주장에 대해 묘사해냄으로써 분석을 통해 거짓 ( false or wrong )된 발언임을 입증한다(Hasen, 2012). 브룩스 잭슨은 인터뷰 를 통해 전통적 미디어와 팩트체커의 차이로 의견이 아닌 증거 에 근거한 판단을 한다는 점을 꼽은 바 있다(박현, 2012). <Factcheck.org>의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검증결과들은 언론들이 인용하여 보도하도록 하고 있다(오택섭 등, 2012). 3) The Fact Checker <The Fact Checker>에서는 30년 경력의 워싱턴포스트의 기자인 글렌 케슬러 (Glenn Kessler)가 워싱턴포스트의 블로그를 통해 주요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고 있다. 글렌 케슬러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정치 외교 전문기자이며 한국에서는 대북관련 보도로도 유명하다. 글렌 케슬러는 2008년 대선 당시 마이클 돕(Michel Dobbs)이 맡았던 팩트체커 코너를 이어받았다. 현란한 수사학에 가려진 진실(The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53

Truth Behind the Rhetoric) 이란 슬로건으로 시작한 글렌 케슬러의 칼럼은 2011년 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정치 인사나 정부 관료들의 사실검증을 시도한다. 서로 다른 이슈를 설명하고 빠져있는 문맥과 상황을 분석해냄으로써 진실에 다가가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The Fact Checker>의 온라인 판은 80만에서 1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 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친근한 형식의 고정 칼럼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 의 흥미를 유도한다(오택섭 등, 2012). <그림4> <The Fact Checker>의 메뉴 검증 결과의 판정은 피노키오(Pinocchio)를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The Fact Checker>에 따르면 피노키오 하나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는 경우, 즉 사실을 부분적으로 선택하여 빠뜨린 사항이 있거나 과장이 있지만 명확히 거짓으 로는 볼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피노키오 두 개는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과장이 있는 경우다. 몇 개의 주요한 오류가 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포함된다. 정치인의 발언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호도하여 거짓을 만들어낼 때 일반적으로 두 개의 피노키오가 부여된다. 세 개의 피노키오는 중요한 사실적인 오류와 명백한 모순, 반박이 존재하는 경우다. 맥락적으로 명백하게 거짓이라고 판정할 수 있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네 개의 피노키오는 터무니없는 허풍을 가리킨다. 만약 검증 대상이 완전히 진실인 경우에는 피노키오를 부여하는 대신 제페토(Geppetto) 마크를 부여한다. 이처럼 나름의 진실 판정 단계를 만들어 정치인의 발언에 부여한다는 점은 <Politifact.com>과 유사하다. 이 또한 검증자인 글렌 케슬러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음을 피노키오 구분의 기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54

4) 미국 3대 팩트체커에 대한 비판: liberal bias에 대한 의심들 사실이 완전히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완벽한 팩트체커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사실 검증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팩트체커에 대한 비판과 반론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미국의 팩트체커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여전히 검증자의 정파적 성향에 대한 문제이다. 특히 <Politifact.com> 등에 대해서 검증의 진보 편향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검증 사례의 선정과 평가, 측정 방식에서 검증대상이 되는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보수와 진보 성향 등 정치적 취향을 일관되게 구분하기 어려운 까닭에, 연구에서는 편의상 민주당과 공화당 편향성 즉 지지정당을 기준으로 발언자를 분류했다. 전 시기에 걸쳐 각 사실검증 시스템이 선정한 대상에는 정당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발언자별로도 큰 차이가 있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이 <Politifact.com>에서는 한 차례도 검증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검증 시스템이 선정한 총 사례 수에 차이가 있었으므로 각각의 대상이 차지하는 비율에 보다 주목하였다. <그림5> 각 사실검증 시스템의 정당별 대상 선정 <Politifact.com>이 검증 대상으로 삼은 공화당의 발언은 총 36개로 55%를, 민주당의 발언은 29개로 45%를 차지했다. 개별 발언자 중 가장 많이 검증대상으로 저널리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한국형 팩트체킹 모델 연구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