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1) 미국 유언법상 부당한 영향 이론의 활용 가능성 Failure of Wills System by Donation Agreement and Notarization of Fact Possibility of Utilizing the Undue Influence Theory according to Wills Law of the USA 김 상 훈**1) (Kim, Sang-hoon) <차 례> Ⅰ. 서 론 Ⅳ. 부당한 영향 이론 Ⅱ. 사실실험공증(공증인법 제2조 제1호) Ⅴ. 부당한 영향 이론의 활용 가능성 검토 Ⅲ. 유언의 요식성과 유언취지의 구수( 口 授 ) Ⅵ. 결 론 Ⅰ. 서 론 1. 가상의 사건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흥미로운 가상 사건을 하나 제시하고 자 한다. 1) * 이 논문은 2013년 한국가족법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보완한 것이다. 당시 날카로운 질문을 비롯하여 좋은 토론을 해주신 이응교 변호사님(법무법인 바른) 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법학박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 투고일자 2013년 6월 25일, 심사일자 2013년 6월 25일, 게재확정일자 2013년 7월 12일.
2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1 중병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피상속인 갑이 병실에 누 워 있다. 그는 죽음에 임박해 있다. 2 갑에게는 큰딸 을과 아들 병이 있었는데, 입원하기 전에는 을과 함께 살고 있었다. 3 을은, 갑의 전 재산을 을에게만 준다는 취지의 갑 명의의 증여계약서를 미리 만들어서 갑의 도장을 찍고 병 몰래 갑의 병실로 찾아간다. 4 을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갑에게 증여계약서의 내용을 읽어주면서 이 대로 자신에게 전 재산을 줄 것인지를 묻는다. 5 갑은 아무 말도 못하고 주위만 살피다가 고개를 살짝 끄떡인다. 6 당시 병실 안에는 을이 고용한 변호사와 간호사 그리고 심복부하 A, B 만 임석해 있다. 7 을이 고용한 변호사가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사실실험공증의 방식으 로 공정증서를 만든다. 8 그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은 사망한다. 9 을은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정증서를 근거로 갑이 생전에 자신에게 전 재산을 증여했다고 주장하며 갑의 전 재산을 가져간다. 위와 같이 작성된 사실실험공정증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질문자: A 답변자: 갑 (질문) 증여계약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전 재산을 을에게 줄 것인가요? (답변태도)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을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 (질문) 을에게 모두 주실 건가요? (답변태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주위만 살피고 있다. (질문) 부동산, 은행예금, 주식 등 재산 전부를 을에게 주실 건가요? (답변태도) 고개를 아래위로 끄떡이며 긍정의 뜻을 표하다. (질문) 증여처리문제에 관해 B가 갑을 대리할까요? (답변태도) 고개를 아래위로 끄떡이며 긍정의 의사표시를 하다. 1) 쟁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사안을 단순화시키고 비약시킨 측면이 있음 을 미리 알린다.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3 을은, 위와 같은 증여계약은 일반적인 증여계약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 며 이 증여계약이 자신과 갑 사이의 의사 합치에 따라 체결된 것이라는 점 은 사실실험공정증서에 의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 증여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2. 서울고등법원 2012.6.19. 선고 2011나55810 판결 위 가상의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2012.6.19. 선고 2011나55810 판결의 실제 사안을 조금 각색한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남동생(병)이 뇌수축증으 로 1급 정신지체장애 상태에 있었고, 증여계약서가 작성되기 이전에 작성 된 피상속인(갑)의 자필 유서가 있었는데 그 유서의 내용 역시 전 재산을 큰딸(을)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2) 그리고 유서와 증여계약서에는 전 재산을 을에게 주는 대신 을이 아픈 동생(병)을 돌보기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 다. 다만 이 유서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형식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 력이 없었다. 그 밖에도 실제 사건에서는 가상 사건과는 다른 여러 가지 특수한 사정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이 논문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에 비추어 별로 중요한 사정들이 아니라고 생각되므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 실제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위와 같은 증여계약을 일반적인 증여 계약과 동일하게 보았고, 피상속인의 증여 의사표시 확인을 위한 사실실험 공정증서를 증여계약서의 진정성립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인정하였다. 그리 하여 증여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되어 결국 갑이 사망하기 직전에 모든 재 산을 일시에 을에게 전부 증여했다고 본 것이다. 3) 2) 이 사건에서는 이 유서가 정말로 피상속인의 자필 문서인지 여부도 다투어졌다. 3) 이 사건은 병측(엄밀히 말하면 병은 소 제기 전에 사망했고 병의 상속인인 아내와 미성년인 아들이 원고가 되어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이 상고를 하였으나, 상고심 계 속 중에 소를 취하하였다. 다만 피고 을도 상고를 하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한하여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였다(상고기각). 을이 상고를 했던 이유는, 병측이 주위적으로 상속회복청구를 하면서 예비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했는데 원심이 주위적 청구는 기각했지만 예비적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기 때문이었다(대법원 2013.4.25. 선고 2012다80200 판결).
4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3. 문제의 제기 우선 필자는 위 실제 사건에서 증여계약서 작성 및 피상속인의 증여 의사표시 확인에 관한 사실실험공증 의 방법을 생각해 낸 을의 변호사의 창의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당시 갑은 죽음에 임박하여 말도 할 수 없 고 거의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 민법이 요구하는 엄격 한 유언의 형식요건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처럼 피상속인 이 적법한 유언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에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증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러한 증여계약서가 피상속인의 진의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사실실험공증을 함으로써 사실상 유언의 효과를 얻을 수 있 는 하나의 획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마땅한 상황에서 이처럼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정증서를 결합시켜 사실상 유언의 효과를 얻는 것이 과연 타당 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견으로는 위 가상 사건이나 실제 사건(이하 위 사건들 이라고 한다)에서 작성된 증여계약서는 그 실질에 있어서는 유언장이며, 단지 유언의 엄격한 형식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이라는 방식을 이용했을 뿐이라 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가 사실실험공정증서와 결합된 모든 형태의 증여계약서를 유언 장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그렇 다면 어떠한 경우에 증여계약서를 유언장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증여계약의 효과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미국 유언 법상의 부당한 영향 이론(Undue Influence Theory) 으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하에서는 먼저 유언의 요식성에 관한 일반론을 살펴본 후 미국의 부당 한 영향 이론을 검토하고 이 이론을 이 사건에 어떻게 적용 내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해보고자 한다. 다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 본격적인 논 의에 앞서 사실실험공증에 관해서 먼저 간단히 살펴보겠다.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5 Ⅱ. 사실실험공증(공증인법 제2조 제1호) 1. 의 의 사실실험공정증서는 공증인 자신이 직접 자기의 감각작용에 의하여 물체 의 성상과 사물의 현상을 견문, 체험한 내용을 공정증서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공증인이 공정증서에 기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견문, 체험한 사 실의 범위에 한하고, 견문, 체험하지 않은 사실에 관하여는 공정증서에 기 재할 수 없다. 4) 사실실험공정증서는 법률상의 용어가 아니라 공증실무상의 용어인데, 공증인법 제2조(공증인의 직무)와 제34조(증서의 내용)에 그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공증인법 제2조는 공증인의 직무에 관하여 다 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증인은 당사자나 그 밖의 관계인의 촉탁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무를 처 리하는 것을 직무로 한다. 공증인은 위 직무에 관하여 공무원의 지위를 가 지는 것으로 본다. 1. 법률행위나 그 밖에 사권( 私 權 )에 관한 사실에 대한 공정증서의 작성 2. 사서증서 또는 전자문서 등(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은 제외한다)에 대한 인증 3. 이 법과 그 밖의 법령에서 공증인이 취급하도록 정한 사무 이 중 그 밖의 사권에 관한 사실에 대한 공정증서(위 1호) 가 바로 사실 실험공정증서이다. 그리고 사실실험공정증서의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서는 제34조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증인은 증서를 작성할 때 그가 들은 진술, 목격한 사실, 그 밖에 실제로 경험한 사실과 그 경험한 방법을 적어야 한다. 4) 장재형, 사실실험공정증서에 관한 소고, 법조 2008.10, 167면.
6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공증인은 그 사무소에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다만 사건의 성질상 사무소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와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을 때에는 공증사무소 아닌 곳에서 공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공증인법 제17조 제3항). 공증인법 스스로 예외를 인정한 것이 유언공증이다. 즉 공증인이 유언서를 작성할 때에는 공증사무소 아닌 곳에서 공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공증인 법 제56조). 그리고 사실실험공정증서도 그 개념 내지 성질상 공증사무소 밖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2. 적용범위 사실실험공정증서는 법률행위 이외에 사권에 관계되는, 즉 사권의 득상 ( 得 喪 )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견문하거나 체험하여 확인한 후 이를 공정증서로 작성한 것이다. 이러한 사권에 관계되는 사실 에는 1 사람의 출생, 생존, 사망, 2 신체, 재산에 대한 손해의 형상, 정 도, 3 동산, 부동산의 품질, 종류, 크기, 형상, 수량, 현존상태, 4 회사, 조합의 총회의 의사, 5 지급정지의 상황, 6 동산, 부동산의 점유 상황, 7 재산목록의 작성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물건의 인도 또는 수수의 의사 표시는 법률행위이지 사권에 관계되는 사실 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실험공 정증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5) 그러나 의사표시 그 자체와 달리 의사표시 의 정황 같은 것은 사권의 득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 실이므로 사실실험공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실실험공정증서는 의사표시 등 법률행위에 관해서는 할 수 없 는 것이기 때문에 위 가상 사건에서 사용된 공정증서는 대리권 수여의 의 사표시로서는 아무런 효력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피상속인이 B에게 증 여처리문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사실실험공 정증서는 그 자체로는 B의 대리권을 인정할 직접적인 근거(예컨대 위임장 과 같은)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피상속인이 B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는 점 에 관한 정황, 즉 간접사실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만약 법원이 이러한 간접사실만으로는 대리권 수여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5) 장재형, 앞의 논문, 174면.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7 할 경우 이 사건 증여계약은 무권대리인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가 될 수 있다. 3. 유언공증의 대체수단으로의 활용가능성 사실실험공정증서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희 귀한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잘만 이용하면 유언, 특히 공정증서에 의 한 유언의 대체수단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 즉 피상속인이 유언을 해야 할 순간에 피상속인의 열악한 정신적, 신체적 상태로 인해 유언의 방식을 갖출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그래서 위 사건들에서도 유언의 방식을 따 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증여계약서 및 이에 대한 사실실험공증 을 통해 사실상 유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증여계약의 내용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고 이에 관해 상속 인들 간에 다툼이 없다면, 이러한 방식의 사용을 굳이 금지할 필요도 없고 금지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상속인들 간에 다툼 이 생기는 경우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는 거의 언제나 피상속인의 진 정한 의사가 무엇인지에 관하여도 다투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다음에서 살펴볼 부당한 영향 이론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Ⅲ. 유언의 요식성과 유언취지의 구수( 口 授 ) 1. 유언의 요식성과 유언방식 유언은 민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없다(민법 제1060조). 이처럼 유언에 엄격한 형식을 요하는 이유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 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6) 추정상속인들은 상속이 개시되면 자신들이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을 분배받을 것 을 기대한다. 그런데 유언은 이러한 법정상속을 수정하는 내용을 지니기 6) 신영호, 로스쿨 가족법강의 (제2판), 세창출판사, 2013, 459면.
8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때문에 이해관계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하여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는 유언은 설사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 도 무효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9.5.14. 선고 2009다9768 판결).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으로서 자필증서, 공정증서, 구수증서, 비밀증서 에 의한 유언과 녹음에 의한 유언을 인정하고 있다(제1066조 내지 제1070 조). 이 다섯 가지 방식 이외의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은 허용되지 않는다 (제1065조, 법정요식주의). 자필증서는 유언자 스스로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하여야 한다(제1066조). 그리고 공정증서, 구수증서, 녹 음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는 모두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술 내지 구수 하여야 한다(제1067조, 제1068조, 제1070조). 마지막으로 비밀증서는 유언자 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 날인한 후 봉서 표면에 제출연월일 을 기재하고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한다(제1069조). 2.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과 유언취지의 구수( 口 授 )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 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제1068조).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유언자의 구수가 존재하여야 하지만, 실 질적으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 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 이 판례의 기본 입장이다(대법원 2008.8.28. 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실무에서 종종 문제가 되며 이 논문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 유언자가 직 접 유언의 취지를 모두 진술하지 않고 공증인이나 증인이 미리 작성된 유 언장 초안을 가지고 유언자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해 유언자가 대답하는 형 식으로 유언장이 작성된 경우이다. 이 문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 면 다음과 같다.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9 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1068조에 정한 유언취지의 구수 라고 보기 어렵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 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 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고,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 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취지가 유언자 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08.2.28. 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 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 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유언 당시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언자가 유언취지의 확인을 구하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 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없 다. (대법원 2006.3.9. 선고 2005다57899 판결). 결론적으로 판례는 미리 작성된 유언장 초안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하 고 그에 대하여 유언자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유언장이 작성된 경우 그것을 유언취지의 구수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원칙과 예외 를 인정하고 있다. 1 원칙: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 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언취지의 구수 라고 볼 수 없다. 2 예외: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
10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볼 수 있다. 3. 위 사건들의 경우 위 가상 사건에서 큰딸 을은 피상속인 갑의 전 재산을 자신에게 준다는 취지의 증여계약서를 작성한 뒤 갑의 그러한 의사표시를 확인하기 위한 사 실실험공증을 했다. 그리고 이때 측근 두 사람(A와 B)을 증인으로 참여시켰 다. 이것은 바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위 가상 사건에서 을이 굳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아닌,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 공증의 방법을 사용한 것은 갑이 직접 유언의 취지를 구수할 수 없었기 때 문이다. 즉 당시 갑은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글을 쓸 수도 없었기 때문에 민법이 정하고 있는 다섯 가지 유언의 방식 중 어떤 방식도 따를 수가 없 었던 것이다. 그런데 을은 공증담당변호사를 데리고 죽음에 임박한 갑의 병실로 찾아가 미리 작성해 둔 증여계약서의 취지대로 갑에게 질문하고 이 에 대해 갑은 고개를 끄떡이거나 손을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 했다. 만약 이것이 증여계약서가 아니라 유언장의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었 다면, 원칙적으로 유언취지의 구수 에 해당될 수 없다는 점은 위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볼 때 명백하다. 그리고 당시 갑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 용 및 유언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예외적으로 유언취지의 구수로 볼 수 있 는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위 실제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실험공정증서의 내용을 보면, 당시 피 상속인 갑은 아무런 적극적 의사표시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까딱하거 나 손을 드는 것 외에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갑이 자신의 전 재산을 상속인들 중 오직 을에게만 증여했다고 서울고등법원은 인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갑이 직접 한 행동이라고는 오직 고개를 까딱하 거나 손을 들어 올린 것밖에 없었다. 이러한 행위만으로 갑의 전 재산을 을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편파적인 해석이 아닌가 싶다. 을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은 그저 갑이 고개를 까딱하고 손을 들어올린 행위 만으로 자신들의 상속권을 잃게 된 것이다.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11 Ⅳ. 부당한 영향 이론(Undue Influence Theory) 1. 증여계약서를 유언장으로 보아야 하는 특별한 상황 위 사건들처럼 유언제도를 형해화하는 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특별한 상황 하에서 증여계약서를 유언장으로 보아 유언의 엄격한 형식요건을 요 구해야 한다고 본다. 어떠한 경우가 그와 같은 특별한 상황인가에 관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피상속인이 수증자를 신뢰하고 그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수증자가 피상 속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신뢰관계의 존재) 2 피상속인이 죽음에 임박해 있음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상태일 것(피상속 인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부당한 영향을 받기 쉬운 연약한 상태인 경우) 3 피상속인의 재산 전부 또는 그에 준하는 중요 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일 것 4 다른 추정상속인들 몰래 이루어질 것(수증자만 참여한 상태에서 비밀리 에 이루어진 경우) 5 추정상속인들 중 일부에게만 증여하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처분문서 가 작성될 것(처분행위가 불공정하고 부자연스러운 경우) 6 피상속인이 그러한 처분문서의 작성 과정에서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위치에 있는 자로부터 조언을 받지 못했을 것 7 피상속인이 그로부터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제로 사망했을 것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그 처분문서는 그 본질에 있어서는 유언장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유언의 형식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고 생각한다. 그것이 유언제도의 존재의의에 부합하며, 그렇게 해야만 유언 제도의 형해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미국의 부당한 영향 이론 에서 시사 받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피상속 인이 부당한 영향으로 인해 유언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유언이 설 사 형식요건을 충족했더라도 무효로 보았다. 위 사건들에서도 여러 가지
12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여계약의 체결은 부당한 영향에 기한 것이라고 보 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부당한 영향 이론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유언에 대한 이의제기사유로서의 부당한 영향 미국 유언법상 유언이 형식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도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유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한 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는 유언자가 유언능력(Testamentary Capacity)이 결여된 경우, 유언자가 비정상적 착오(Insane Delusion), 부당한 영향(Undue Influence), 사기(Fraud) 또 는 강박(Duress)에 의해 유언을 한 경우 등이 있다. 7) 이 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유언능력과 부당한 영향이 다. 즉 유언능력의 결여와 함께 부당한 영향은 유언장을 무효로 만드는 가 장 빈번한 근거이다. 8) 도리스 듀크(Dorris Duke), 9) 펄벅(Pearl S. Buck), 10) 조 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등 많은 유명인사들의 유언장이 부당한 영향 이론에 근거하여 그 유효성에 관해 이의가 제기되었었다. 예컨대 미국의 대표적인 여류 화가인 조지아 오키프는 1986년에 98세의 나이로 사망하면 서 7천만 달러 이상의 상속재산을 남겼다. 그녀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그 녀의 조수였던 후안 해밀턴(Juan Hamilton)에게 유증했다. 그러자 오키프의 상속인들(여동생과 질녀)이 유언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밀턴이 나이 든 오키프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결국 조 정으로 종결되었다. 11) 유언능력과 부당한 영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언능력의 결여는 일반적 7) 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김상훈, 미국상속법(American Wills and Trusts), 세창 출판사, 2012, 190면 이하 참조. 8) Ray D. Madoff, Unmasking Undue Influence, Minnesota Law Review 제81권, 1997, 571, 574면. 9)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ritish American Tobacco)사를 세운 듀크(Duke)가의 상 속녀이다. 그녀는 80세에 사망하면서 전 재산을 자신의 집사에게 남겼다. 10) 장편 소설 대지 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여류 소설가이다. 그녀는 80세로 사망 하기 전에 3통의 유언장을 남겼으나 이 유언장들이 각기 다른 수증자를 지명하고 있 어서 그 효력에 문제가 제기되었다. 11) Gordon Brown/Scott Myers, ADMINISTRATION OF WILLS, TRUSTS AND ESTATES (Fourth Edition), Delmar, 2009, 137면.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13 으로 유언장 전체를 무효로 만드는 데 반하여, 부당한 영향은 유언장에서 부당하게 영향을 받은 부분만을 무효로 만든다는 점에 있다(California Probate Code 6104). 12) 한편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할 때 부당한 영향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부당한 영향과 강박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다. 강박은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러한 강박행 위가 없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재산상 처분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 다. 13) 이에 대해 부당한 영향은 일반적으로 강박에까지는 이르지 않은 정 도의 압력이 행사되었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4) 강박에 비해 부당한 영향이 실무에서 훨씬 많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3. 부당한 영향 이론의 역사적 전개 (1) 영 국 형평법에서 철회 내지 취소는 반드시 유언뿐만이 아니라 계약의 일방 당 사자가 상대방의 부당한 영향에 기해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될 때 적용될 수 있다. 부당한 영향의 본질은, 계약을 체결하는 일방 당사자가 자 기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상대방에 의해 지배당했 다는 점에 있다. 15) 부당한 영향 이론의 기원은 영국의 마운틴 사건(Mountain v. Bennet, 1787)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에서 유언자는 유언장을 작성하기 직전 에 아내와 비밀리에 혼인을 한 후 부동산을 아내에게 유증했다. 그러자 그 의 상속인들은 그녀가 자신에게 유리한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피상속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녀가 그녀의 새로 운 남편에게 보낸 편지가 증거로 제출되었는데, 그 편지에는 그녀가 피상 12) D. Kelly Weisberg, CALIFORNIA Probate Code and Related Provisions with Commentary, Aspen, 2010, 98면. 13) 김상훈, 앞의 책, 200면. 14) Robert Pearce/John Stevens, THE LAW OF TRUSTS AND EQUITABLE OBLIGATIONS (Fourth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75면. 15) Pearce/Stevens, 앞의 책, 74면.
14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속인에 대해 행사한 통제(control)에 관해 흡족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이 유언장에 대한 검인신청은 기각되었고, 유언은 효력을 상실했다. 16) 영국에서 부당한 영향 이론은 킨리사이드 사건(Kinleside v. Harrison, 1818)을 통해 더욱 발전했다. 이 사건을 통해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신뢰 관계(Confidential Relationship)에 기한 부당한 영향의 추정(Presumption) 이론 이 개발되었다. 즉 유언자와 그 유언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자 사이의 신뢰 관계는 부당한 영향을 추정케 한다는 것이다. 17) 그리고 마침내 윌리엄스 사건(Williams v. Goude 사건, 1828)을 통해 부당 한 영향을 판단하는 기준이 마련되었다. 이 사건에서 유언자는 자신의 두 조카들보다 아내의 조카들에게 더 유리한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자 유언 자의 조카들은 유언자의 아내가 유언자로 하여금 그녀의 조카들에게 유리 한 유언장을 만들도록 강하게 설득했다(urge)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의 대 주교특별법원(Prerogative Court) 18) 은 유언장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영향(The influence)이 어떤 행위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의사를 파괴하는 설득(force) 또는 강제(coercion)에 이르러야만 한다. 단 순한 애정(affection)이나 애착(attachment)에 기한 것은 부당한 영향이라고 볼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려는 단순한 욕망도 여기에 해당 되지 않는다. 그 행동이 저항할 수 없는 끈질긴 요구(importunity)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19) (2) 미 국 이러한 영국의 판례들은 미국의 부당한 영향 이론에 대한 기초를 제공했 다. 부당한 영향 이론에 관한 미국 최초의 주목할 만한 사건이 1844년 사 16) Eunice L. Ross/Thomas J. Reed, WILL CONTESTS (Second Edition), 2003, 2:8. Weisberg, 앞의 책, 98면에서 재인용. 17) Ross/Reed, 앞의 책, 2:8. Weisberg, 앞의 책, 98면에서 재인용. 18) Prerogative Court를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대주교특별법원 또는 대승정특별법원이라 고 부른다. 이것은 유언사건을 취급하기 위해 캔터베리 대주교(대승정)가 열었던 법원 을 말한다. 1857년 이후 유언에 관한 종교법원의 관할권이 유언검인법원(Probate Court)으로 옮겨지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이상도, 법률영어사전, 청림출판, 2002, 454면. 19) Weisberg, 앞의 책, 98면.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15 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주에서 발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농 장 주인이 자신의 친족들을 상속에서 배제시키고 자신의 정부(mistress)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를 위한 유언을 남겼다. 배심원단은 친족들을 지지하는 평결을 내렸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대법원은 이 평결을 뒤집으 면서 윌리엄스 사건에서와 유사하게 부당한 영향 이론을 설시했다. 20) 1860년대까지 부당한 영향 이론에 관하여 미국법은, 유언자와의 신뢰관 계를 이용하여 유언자에게 끈질기게 요구(importuning)하거나 유언자를 교묘 하게 조종(manipulating)함으로써 유언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사람은, 특히 그 사람이 유언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경우에는, 유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초기 미국의 법원은 신뢰관계에 있어서의 교묘한 조종(manipulation) 이라 는 지나치게 단순하면서 불분명한 기준으로 부당한 영향을 판단했다. 즉 유언자와의 신뢰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유언장을 작성 하도록 조종한 경우에 이를 극도로 의심스러운(extremely suspicious) 행동 으로 보고 부당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21) 그러나 그 후로 미국의 법원은 부당한 영향 이론을 끊임없이 발전시켰 고, 그 결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향으로 부당한 영향 이론 및 그 추정 이론을 확립시켰다. 4. 부당한 영향에 의한 유언의 효력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유언장은 다른 법률 문서들에 비해 더욱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유언장 작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 한 사람인 유언자가 나중에(그가 사망하고 난 후) 유언장에 관해 증언할 수 없다는 점, 유언자는 일반적으로 부당한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점(susceptible to undue influence), 유언자로 하여금 현재 하고 있는 일, 즉 유언장 작성의 심각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유언자는 부당한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 시에 유언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 의 조치로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22) 20) Weisberg, 앞의 책, 98면. 21) Ross/Reed, 앞의 책, 2:10. Weisberg, 앞의 책, 98면에서 재인용. 22) 김상훈, 앞의 책, 102-103면.
16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제3차 재산법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Third) of Property of 2003]에 따 르면, 유언장이 부당한 영향에 의해 작성된 경우 그 유증은 무효가 된다 [ 8.3(a)]. 유언자가 다른 사람에 의해 설득당해서 진정한 유언의사(true testamentary wishes) 와 다른 유언장을 작성했을 때 부당한 영향의 문제가 발생한다. 유언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유언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러한 영 향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었을 유언을 하게 만든 경우 그 유언은 부당한 영 향에 의한 것이 된다[ 8.3(b)]. 23) 부당한 영향 이론은 유언뿐만 아니라 생전의 재산 이전, 즉 증여에 대해 서도 적용된다. 따라서 어떤 증여가 부당한 영향에 기해 이루어진 경우에 그 증여는 무효가 된다. 24) 5. 부당한 영향의 추정 (1) 부당한 영향의 입증 유언장의 집행을 요구하는 사람이 유언장이 형식요건을 충족했음을 입증 하면, 유언의 효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 유언이 부당한 영향 으로 인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Uniform Probate Code 3-407). 일반적으로 1 유언자가 부당한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점, 2 수익 자가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는 기질이나 동기가 있다는 점, 3 수익자가 부 당한 영향을 행사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 4 유언에 의한 처분이 그러한 영향의 결과라는 점을 이의제기자가 증명할 경우 부당한 영향이 입증된 것 으로 본다. 25) 그러나 부당한 영향은 보통 감지하기 힘들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부당한 23) Restatement(Third) of Property: Wills and Other Donative Transfers 8.3 (a) A donative transfer is invalid to the extent that it was procured by undue influence, duress, or fraud. (b) A donative transfer is procured by undue influence if the wrongdoer exerted such influence over the donor that it overcame the donor's free will and caused the donor to make a donative transfer that the donor would not otherwise have made. 24) William M. McGovern Jr./Sheldon F. Kurtz, WILLS, TURSTS AND ESTATES (Third Edition), Thomson West, 2004, 302-303면. 25) Jesse Dukeminier/Stanley M. Johanson/James Lindgren/Robert H. Sitkoff, WILLS, TRUSTS AND ESTATES (Seventh Edition), Aspen, 2005, 159면.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17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즉 부당한 영향의 직접 증거를 발견하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유언에 대한 이의제기자는 어쩔 수 없이 정황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부당한 영향을 추정함으로 써 유언에 대한 이의제기자의 입증부담을 덜어주었다. 26) 유언자와 수익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존재하고 유언장의 준비, 입안, 작성을 둘러싼 의심스러 운 정황이 존재하면 부당한 영향을 추정하는 것이다. (2) 신뢰관계(Confidential Relationship) 부당한 영향을 추정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건이 바로 유언자와 수익 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존재이다. 부당한 영향 이론의 판단기준인 신뢰관계 는, 유언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자가 유언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 고 있다고 유언자가 합리적으로 신뢰하는 관계 를 말한다. 27) 이러한 신뢰관계의 예로는, 부모와 자식, 정신적(종교적) 조언자와 그 신봉 자, 의사와 환자, 부부 내지는 동거관계에 있는 사람, 변호사와 의뢰인 등이 대표적이다. 28) 그 밖에도 보호자와 환자, 후견인과 피후견인, 재정상담사와 의뢰인, 수탁자와 위탁자 등도 이러한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29) 이 중 자주 심각하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변호사가 유언자로부터 유증을 받 는 경우이다. 현재 대부분의 주에서 변호사가 유언의 수익자가 되기 위해서 는 그 유언장 초안 작성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0) 그런데 부부관계가 이에 해당되는지에 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영 국의 법원은 대체로 부부관계도 이에 포함된다고 본다. 31) 그러나 미국의 26) Lawrence W. Waggoner/Gregory S. Alexander/Mary Louise Fellows, FAMILY PROPERTY LAW (Fourth Edition), Foundation Press, 2006, 4-59면. 27) Madoff, 앞의 논문, 583면. 28) Pearce/Stevens, 앞의 책, 75면. 29) 김상훈, 앞의 책, 195면. 30) Dennis R. Hower/Peter T. Kahn, WILLS, TRUSTS, AND ESTATE ADMINISTRATION(Sixth Edition), Delmar, 2008, 163면. 변호사에 대한 유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김상훈, 앞의 책, 197면 이하 참조. 31) Barclays Bank v. O'Brien, 1 AC 180 (1994). Pearce/Stevens, 앞의 책, 75면에서 재인용.
18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법원은 원칙적으로 부부관계를 부당한 영향을 추정하는 신뢰관계로 분류하 지 않는다. 32) 예컨대 유언자가 전 재산을 재혼한 아내에게 준다는 유언장 을 남기고 사망하자 전처의 자식들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서 미시간주 대 법원은 혼인은 부당한 영향의 추정을 일으키지 않는다. 고 하면서 유언장 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In re Estate of Karmey 사건). 33) 그리고 라스닉 사 건(In re Will of Rasnick, 1962)에서 뉴저지주 법원은, 남편의 유언장 작성과 관련하여 아내는 남편에게 조언하고 설득함으로써 자신에게 재산을 남기도 록 하는 광범위한 자유재량(great latitude) 이 있다고 설명했다. 34) 그러나 혼인하지 않은 동거인(domestic partners)에 대해서는 부부와 달리 보는 경향 이 있다. 35) 그러나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그리고 배우자로부터의 영향은 언제나 부당 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항상 정의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유언자 가 현재의 아내의 회유와 설득에 따라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상속 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고 현재의 아내와 그녀의 자녀에게만 재산을 남긴다는 유언을 한 경우, 이러한 유언이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36) 따라서 신뢰관계 판단 단계에서 이를 당연히 배제시키 기보다는, 신뢰관계에는 해당된다고 보고 다만 아래에서 살펴볼 의심스러운 정황을 판단함에 있어서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심스러운 정황의 존재를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거나, 아니면 부당한 영향의 추정을 복멸시키 32) Elias Clark/Louis Lusky/Arthur W. Murphy/Mark L. Ascher/Grayson M. P. McCouch, GRATUITOUS TRANSFERS (Fifth Edition), Thomson West, 2007, 228면; Waggoner/Alexander/Fellows, 앞의 책, 4-77면. 33) Supreme Court of Michigan, 658. N.W.2d 796 (2003). 34) Clark/Lusky/Murphy/Ascher/McCouch, 앞의 책 229면. 이 책은 이러한 법원의 태도 에 대해 미국의 법원은 과부에 대한 강한 동정심을 보여주는 특색이 있다. 과부는 유언검인법원의 애인(The darling of the probate court) 으로 간주되어 왔다. 고 하면 서 법원의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35) Waggoner/Alexander/Fellows, 앞의 책, 4-77면. 예컨대 Will of Kaufmann 사건에서 뉴욕주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전 재산을 동거인에게 남긴 유언장의 효력을 부인했다. Court of Appeals of New York, 205 N.E.2d 864 (1965). 36) 이와 유사한 In re Will of Andrews 사건에서 North Carolina주 대법원도 유언검인 을 거부한 배심원단의 평결을 지지했다. Supreme Court of North Carolina, 261 S.W.2d 198 (1980).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19 기 위한 반증 제출 단계에서 배우자에 대해서는 가급적 복멸을 용이하게 허 용하는 방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37) (3) 의심스러운 정황(Suspicious Circumstances) 위와 같은 신뢰관계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하여 바로 부당한 영향이 추정 되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신뢰관계의 존재만으 로는 부족하고 그 밖에 추가적인 요건이 필요하다. 어떤 주에서는 부당한 영향을 행사한 사람과 유증을 받은 사람이 동일할 것 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주에서는 의심스러운 정황(suspicious circumstances) 을 요구하기도 하 며, 또 어떤 주에서는 수익자가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받을 것 과 피상속 인의 정신상태가 쇠약할 것 을 함께 요구하기도 한다. 38) 이 중 가장 보편 적인 것이 의심스러운 정황의 요구이다. 제3차 재산법 리스테이트먼트의 주석에 따르면, 신뢰관계의 존재만으로는 부당한 영향을 추정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유언장의 준비와 작성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유언자와 수익자 사이 의 신뢰관계가 남용되었음을 추론케 해준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 다( 8.3 comment). 1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유언자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가 부당한 영향 을 받기 쉬운 연약한 상태였는지 여부 2 수증자가 유언장 작성에 참여했는지 여부 3 유언자가 유언장을 작성함에 있어서 변호사 또는 그에 준하는 유능하 고 이해관계 없는 조력자로부터 독립적인 조언을 받았는지 여부 4 유언장이 서둘러서(in haste) 또는 비밀리에(in secrecy) 작성되었는지 여부 37) 이 문제에 관하여 Madoff 교수는, 부부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의 경우에는 극도로 예외적인 환경 하에서만 부당한 영향 이론에서 말하는 신뢰관계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며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Madoff, 앞의 논문, 584면. Madoff 교수는 전통적 인 부당한 영향 이론에 대해서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38) McGovern/Kurtz, 앞의 책, 306-308면.
20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5 유언자와 수증자의 관계가 다른 사람에 대한 유언자의 태도변화에 영 향을 미쳤는지 여부 6 새로운 유언장(이의가 제기된 유언장)과 선행 유언장(earlier will) 사이 에 결정적인 불일치가 있는지 여부 7 재산에 대한 확정된 처분의도를 명시한 선행 유언장의 목적이 지속 되고 있는지(continuity of purpose) 여부 8 이의가 제기된 유언장에 의한 처분이 공정한지(fairness) 또는 자연 스러운지(naturalness) 여부 (4) 고도의 추정(Stronger Presumption) 신뢰관계와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영향에 대한 고 도의 추정(Stronger Presumption)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추정은 반증에 의해 서 깨뜨릴 수 있지만, 고도의 추정은 강력한 반증(stronger rebuttal), 즉 명 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에 의해서만 깰 수 있 다. 이 기준은 미국 민사소송법에 있어서 가장 높은 입증기준이다. 39) 부당한 영향이 추정된 경우에 유언검인신청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추정을 깰 수 있는지에 관하여 아이오아주 대법원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 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언과 관련하여 수익자가 선의로 행동했다는 사 실 과 유언자가 온전한 정신상태에서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유언을 했다는 사실 을 명백하고 만족스러우며 설득력 있는 증거 로 입증해야 한다 (Jackson v. Schrader 사건). 40) Ⅴ. 부당한 영향 이론의 활용 가능성 검토 1.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이 결합된 경우 증여계약서 작성과 함께 증여 의사표시를 확인하기 위한 사실실험공증이 39) 김상훈, 앞의 책, 196면. 40) Supreme Court of Iowa, 676 N.W.2d 599 (2003).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21 행해진 경우에는 그 증여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여 의사표시 확인을 위한 사실실험공증을 한 이유가 바로 증여계약서의 진정성립을 인정받기 위한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증여계약의 성립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앞에서 살펴본 바 와 같이 증여계약을 유언으로 보아야 하는 특별한 상황(신뢰관계+의심스러 운 정황)이 존재할 경우에는 그 증여계약서는 실질에 있어서 유언과 같은 것으로 보아서 유언으로서의 형식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 만약 유언으로서의 형식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것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민법의 규정은 강행규정인데, 위와 같은 증여계약은 그러한 강행규정을 회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위 사건들에서 증여계약서 작성 당시 을은 갑의 딸이자 보호자였기 때문 에 갑과 을 사이에는 밀접한 신뢰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증여계약서의 준비와 작성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정황도 존재한다. 즉, 1 증여계약서 작성 당시 사망에 임박한 갑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는 부 당한 영향을 받기가 매우 쉬운 연약한 상태였다. 2 그리고 갑의 전 재산의 수증자인 을이 증여계약서 작성에 참여하였 다. 3 또한 갑은 을이 고용하여 을로부터 보수를 받는 사람들에 의해 둘러 싸인 채 독립적인 조언을 받지도 못했다. 4 그리고 갑의 사망이 임박했던 관계로 증여계약서는 서둘러서, 그리고 다른 형제들은 모두 배제시킨 채 비밀리에 작성되었다. 5 게다가 증여계약의 내용은 전 재산을 을에게만 준다는 것으로서 매우 불공정하고 부자연스럽기 이를 데 없다. 6 갑은 위 증여계약서 체결 직후 예상대로 사망했다. 이처럼 위 사건들에서는 증여계약서를 유언장으로 보아야 할 특별한 상 황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증여계약서는 갑이 자필로 작성한 것이 아니어 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그리고 미리 작성된 증여 계약서에 따라 A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갑이 고개를 끄덕인 것만으로 는 유언취지의 구수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실실험공증이 결합된 증여계약 서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
22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국 이 증여계약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 증여계약서만 작성된 경우 사실실험공증은 없이 오로지 증여계약서만 작성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이론이 적용될 여지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위 이론이 적용되 기 위해서는 우선 증여계약 자체의 성립은 인정되어야 하는데, 증여계약서 가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되고 거기에 도장만 찍혀 있는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영의 부인 또는 인장도용의 항변이 인정되어 그 문서의 진정성립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피상속인이 그러한 증여계약을 체결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 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즉 증여계약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된다면 위 이 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부당한 영향 이론의 활용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답변 이러한 이론구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견해 가 있다. 41) 첫 번째는, 일반적으로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상속으로 부터 배제된 추정상속인을 보호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부당한 영향 이론 의 필요성이 크지만, 유류분제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와 같 은 이론을 도입할 필요성이 적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유 증이나 증여에 의해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추정상속인이 유류분제도에 의해 어느 정도 보호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류분은 상속분의 1/2 내지 1/3에 불과하고(민법 제1112조), 유류분반환청구권은 1년의 단기소멸시 효에 걸리기 때문에(민법 제1117조) 여전히 부당한 영향 이론을 도입할 필 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부당한 영향이 추정되는 상황인 경우에는 보통 그 증여계약 서가 유언자의 진의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41) 이하의 내용은 이 논문 발표 당시 지정토론자로 나오셨던 이응교 변호사님께서 지 적했던 사항들에 대하여 필자가 답변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23 따라서 굳이 부당한 영향 이론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 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유언자의 진의를 탐구하는 것은 대단히 어 려운 일이고, 무엇이 진의인지 여부에 관하여 법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 다. 위 실제 사건은 부당한 영향이 추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증여계약서가 유언자의 진의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것만 보 더라도 유언자의 진의 판단 문제를 온전히 법관에게 맡기는 것은, 예견가 능성이나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법 관의 주관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부당한 영향 이 론이 바로 그러한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위 실제 사건의 경우에는 가상 사건과 달리 증여계약서의 내 용과 유사한 유언자의 친필 유서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병이 아프기 때문 에 갑이 을에게 전 재산을 증여하면서 그 대신 병을 돌봐주도록 한 것이라 고 볼 수 있으므로 증여계약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유언자의 친필 유서 가 정말로 유언자가 작성한 것인지 여부도 문제가 되었으며, 42) 병에게는 아내와 자식(실제 사건의 원고들)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을에게 전 재산을 증여하고 을로 하여금 병을 돌보게 할 불가피한 사정도 딱히 없었다. 그렇 다면 실제 사건도 가상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영향에 기해 증여계약서 가 작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Ⅵ. 결 론 미국에서는 유언장이 엄격한 형식요건을 모두 충족했더라도 신뢰관계와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하여 부당한 영향이 추정되는 경우에는 그 유언을 무효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이 사건 증여계약서와 같이 부당한 영향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처분문서를 곧바로 무효로 하기보다 는, 그러한 처분문서를 실질적으로 유언과 같은 것으로 보아 유언의 형식 42) 이 쟁점에 관하여 1심과 2심에서는 원고측이 전혀 문제를 삼지 않다가 상고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원고가 소취하를 하는 바람에 법원의 판단 을 받지 못했다.
24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본 후 요건을 갖추었으면 유효로 보고 그렇지 못 한 경우에만 무효로 보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다 존중하는 해석이라 고 생각한다. 비록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처분문서라 하더라도 당사자들 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급적 그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함이다. 결국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유언이 아닌 증여계약의 형식으로 처분한 경우에 그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2단계 심리방식을 채택하자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즉 1단계로는 당해 증여계약을 유언으로 볼 수 있는 특 별한 상황(신뢰관계+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그러한 특별한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2단계로 그 처분문서가 유언의 형식요건 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론구성을 하는 이유 는, 유언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고 유언의 형식요건을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 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고 증여계약이라는 형식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그 실질에는 눈을 감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증여 의사표시 확인을 위한 사실실험공증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지나치 게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이를 단순한 증여계약으로 보고 그 유효성을 인정 하는 것은 문제이다. 위 사건들처럼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처분행위의 유효성을 별다른 고민 없이 만연히 인정할 경우, 엄격 한 형식을 요구하는 유언제도 대신에 그것을 회피하는 편법들이 횡행하게 될 수 있다. 나아가 불편한 유언장 을 대신하는 간편한 처분문서 를 얻기 위해 피상속인을 기망하거나 협박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상 속재산을 둘러싼 상속인들 간의 끊임없는 분쟁과 사회혼란의 초래이다. 주제어 증여계약, 사실실험공증, 유언, 유언장, 유언법, 부당한 영향 donation agreement, notarization of fact, wills, last will and testament, wills law, undue influence
증여계약서와 사실실험공증에 의한 유언제도의 형해화 25 참고문헌 1. 국내문헌 김상훈, 미국상속법(American Wills and Trusts), 세창출판사, 2012. 신영호, 로스쿨 가족법강의(제2판), 세창출판사, 2013. 이상도, 법률영어사전, 청림출판, 2002. 장재형, 사실실험공정증서에 관한 소고, 법조 2008.10. 2. 외국문헌 D. Kelly Weisberg, CALIFORNIA Probate Code and Related Provisions with Commentary, Aspen, 2010. Dennis R. Hower/Peter T. Kahn, WILLS, TRUSTS, AND ESTATE ADMINISTRATION(Sixth Edition), Delmar, 2008. Elias Clark/Louis Lusky/Arthur W. Murphy/Mark L. Ascher/Grayson M. P. McCouch, GRATUITOUS TRANSFERS (Fifth Edition), Thomson West, 2007. Gordon Brown/Scott Myers, ADMINISTRATION OF WILLS, TRUSTS AND ESTATES (Fourth Edition), Delmar, 2009. Jesse Dukeminier/Stanley M. Johanson/James Lindgren/Robert H. Sitkoff, WILLS, TRUSTS AND ESTATES (Seventh Edition), Aspen, 2005. Lawrence W. Waggoner/Gregory S. Alexander/Mary Louise Fellows, FAMILY PROPERTY LAW (Fourth Edition), Foundation Press, 2006. Ray D. Madoff, Unmasking Undue Influence, Minnesota Law Review 제81권, 1997. Robert Pearce/John Stevens, THE LAW OF TRUSTS AND EQUITABLE OBLIGATIONS (Fourth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William M. McGovern Jr./Sheldon F. Kurtz, WILLS, TURSTS AND ESTATES(Third Edition), Thomson West, 2004.
26 家 族 法 硏 究 第 27 卷 2 號 Failure of Wills System by Donation Agreement and Notarization of Fact Possibility of Utilizing the Undue Influence Theory according to Wills Law of the USA Kim, Sanghoon In the United States, a testament, if a confidential relationship and suspicious circumstances exist in the testament so that an undue influence can be assumed, is considered to be invalid even though the written testament fulfills all the strict formality requirements. However, the personal opinion of the author of this paper is that a disposition document should be considered as an actual will so that it should be valid if it fulfills the due formality requirements but be invalid if it does not meet the formality requirements after a careful examination rather than just nullifying the disposition document which is assumed to be written under an undue influence. This is an interpretation to respect the concerned parties. Eventually, the author of this paper came to a conclusion that in case that the inheritee disposed the inheritance properties by menas of a donation agreement rather than a testament, two level examination methods should be adopted as the basis for determining the validity of the disposition document. That is, the first level is to determine whether there exist special situation to consider the donation agreement as a testament (confidential relationship and suspicious circumstances) or not in the testament, and if the special situations exist, the second level is to determine whether the disposition document meets the formality requirements of a testament or not. The reason of this assertion is to achieve the objective of wills system and to lead the concerned parties to write a testament which meets the formality requirements of a testa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