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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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학발달06-7/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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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핵 1 학년 2 학년 3 학년합계 문학과예술 역사와철학 사회와이념 선택 학점계 학년 2 학년 3 학년합계비고 14 (15) 13 (14) 27 (2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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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주상영(건국대) 류동민(충남대) 1. 문제제기 이 글은 최근 출간한 필자들의 책(류동민 주상영, 2015)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을 요약소개 하면서 한국 경제학계의 반성을 스스로 다짐하는 입장에서 쓰는 것이다. 먼저 책의 제목에 관하여. 원래 필자들이 붙이려던 제목은 '우울한 과학의 귀환'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사상가인 토마스 칼 라일이 당대의 정치경제학, 즉 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리켜 냉소적인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 당초 칼라일은 서인도제도의 노예제 부활 논의에 대해 수요공급의 논리를 들어 반대하는 경 제학자들을 비웃으며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무관하게 맬더스의 인구법칙이 상정하 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가리킨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필자들이 '우울한'이라는 관 형사에 착안한 것은 이른바 'n포 세대'라 불릴 정도로 무기력과 좌절에 사로잡힌 한국의 젊 은 세대에 공감하며, 그 원인이 결국 고전학파 이래 여러 명의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되풀이 하여 변주했던 장기적 성장의 정체라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2014년 세계 독서계를 뒤흔들었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이 제시한 주장, 즉 '이 마에 땀 흘려 버는 것'만으로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 라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짐으로써 능력주의라는 근대사회의 대원칙이 흔들리며 나아가 민 주주의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점은 필자들의 막연한 현실인식과 맞물려 커다란 지적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1971년 12월 영국 케임브리지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은 '경제학 제2의 위기'라는 제목의 전미경제학회 강연에서 이제는 '무엇을 위한 고용(즉, 성장)'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빈슨은 자신이 주도했던 1960-70년대 자본논쟁의 연장선상에서 한계생산성 이론을 신랄 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누구나 알고 싶어 하지만 경제학자들만 외면해 온 것이 분배이론이 라 말했다. 물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후 역사의 전개과정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체제의 성립과 더불어 현실에서의 분배악화는 물론 이론적으로도 로빈슨이 제기했던 분배이론의 발 전이 실패하였음을 보여준다. 피케티가 2015년 1월 바로 똑같은 전미경제학회에서 이번에 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초로 로빈슨과 유사한 내용을 외쳤다는 것은 지극히 시사적이다. 이 는 바로 로빈슨과 피케티 사이에 놓인 사십 여 년 동안 경제학이 분배와 문제를 대하는 태 도가 그리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피케티는 자본/소득비율, 자본소득분배율, 이윤율 등의 거시경제변수 사이의 간결한 관계에 기초하여 장기 동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학파나 마르크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 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분배의 악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는 점 에서 그것은 글자 그대로 우울한 과학의 귀환이라 불리기에 마땅하다. 필자들이 당초 책 제 목을 그렇게 잡은 까닭이기도 하다. 1

2. 우울한 경제학 의 내용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필자들은 피케티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분배와 성장이론의 역사를 훑어 보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분배에 관한 몇 가지 이론: 능력인가 협상력인가 2. 정체상태: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 3. 성장인가 정체인가: 성장이론의 역사 4. 피케티의 등장: 저성장 속의 불평등 5. 불평등을 넘어 평등한 성장은 가능한가 1장과 2장에서는 고전학파와 마르크스, 스라파를 중심으로 하는 잉여이론적 접근(surplus approach)과 신고전학파의 한계생산성 이론을 대립시키는 구도 하에서 분배이론의 두 가지 진영의 논리를 다루었다. 물론 마르크스와 스라파를 한편으로 볼 수 있는가 등의 다양한 학 술적 논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분배이론에서 결정적인 대립점은 궁극적으로 현실의 소득분배가 능력주의의 원칙에 따른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에 있다 는 관점에서 이렇게 정리하였다. 1) 자본논쟁에서 제기된 자본의 측정가능성이나 기술재전환 등의 문제가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했음에도 역설적으로 주류경제학의 정치적 권 위가 더욱 강화된 경제학의 현실은 바로 로빈슨이나 피케티가 제기하는 문제의 근원으로 작 용하였던 것이다. 두 필자의 학문적 배경이 서로 다른 탓에 단일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 라도, 요컨대 분배이론을 단순히 가격결정이론으로 왜소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진지한 연구 대상, 나아가 경제학의 중심에 위치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3장에서는 해로드-도마에서 솔로, 로머로 이어지는 현대경제학의 성장이론을 다루었다. 필 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하나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의식은 경제학과 커리큘럼에서 경제학설 사 시간이만 다루는 고전학파나 마르크스(심지어는 케인스)의 성장이론과 거시경제학에서만 다루는 현대적 성장이론을 하나로 관통하는 줄기를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감히 이러한 시도 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기는 힘들다. 다만 핵심적 문제는 기술혁신을 통한 장기적이고 지 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한가를 둘러싼 고민이 고전학파 이래 성장의 문제를 탐구한 모든 위 대한 경제학자들이 붙들었던 화두라는 사실이다. 맬더스나 리카도가 기술혁신으로 극복할 수 없는 수확체감의 운명을 강조함으로써 '우울한 과학'의 길을 걸었다면, 마르크스나 슘페 터는 자본주의 경제의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오히려 자본주의 그 자체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해로드-도마를 이어 솔로가 생산요소간 원활한 대체가능성을 도입하여 '우울함'에서 벗어나는 길을 열었다면, 루카스에 이어 로머는 지식의 내생적 성장을 통해 그 길을 완성시 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선험적으로 기술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능 을 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서머스 등도 장기침체론을 이야기하는 상황은 비관적 전망이 주 류경제학 안에서도 똬리를 틀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1) 피케티의 한계생산성 이론에 대한 입장은 모호하다. 사실 그의 책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되었 던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다는 조건은 그 자체가 한계생산성 이론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 인다. 그러나 예컨대 슈퍼매니저의 천문한적 소득에 대한 비판 등에서 피케티는 수시로 한계생산성 이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한다. 필자들은 피케티의 논의가 한계생산성 이론보다는 교섭력설의 관점에서 훨씬 더 일관성 있게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논의로는 류동민 주상영(2014) 을 참조하라. 2

4장에서 다루는 피케티의 이론, 그리고 그 한국에의 적용 2) 이 보여주는 것은 로머와 같은 지식이나 기술진보의 낙관론이 현실에서 성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그동안 '신자유주의적'이라 분류되었던 국제적 연구기관들도 장기침체의 가능성을 부쩍 많이 언급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에 대해 어떤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그와 같은 현실 속 에서 분배의 악화가 가져올 위험성에 더 주목한다. 5장에서는 그러므로 불평등을 넘어 평등한 성장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답 하기 위한 논의들을 검토했다. 예의 "신자유주의적" 연구기관들에서조차 불평등의 심화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이러한 검토는 지극히 당연 한 것이자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임금(혹은 소득)주도성장은 가능한 것인가? 불평등과 금융위기 사이에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인가? 이른바 '흙수저 금수저' 논란에서 말하는 수 직적 계층이동가능성이나 부의 대물림 현상은 이론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교육과 기술의 경주이론만으로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이슈들은 특히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매우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저자들은 성급하기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각자의 학문적 입장에서 한 발짝씩 가운데로 움직 임으로써 좀 더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 젖혀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러한 입장을 굳이 특정하자면 다음과 같은 존 스튜어트 밀의 인용문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생산의 법칙과는 달리 분배의 법칙은 부분적으로 인간 제도의 소산이다. 어떤 주어 진 사회에서라도 부가 분배되는 방식은 성문법 또는 그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은 관행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 ) 정부나 민족이 부의 분배에 관해서 갖는 권력이 어떤 조건에 따라서 어떻게 가변적인지, 각 사회가 적합하다고 여겨서 채택하는 다 양한 행동의 양식이 실제로 이뤄지는 부의 분배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 지와 같은 주제들은 자연에 관한 어떤 물리적 법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탐구의 주 제이다. (밀. 2010. 55쪽) 3. 결론에 대신하여 피케티 열풍이 한국 사회에서 소비되는 방식은 정확하게 한국 경제학계가 처한 상황을 보여 준다. 진지한 학문적 검토의 대상이 되기도 전에, 재벌계 언론이나 유사 연구기관의 이데올 로기 공세가 이루어졌으며, 그마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혔다. 압축적 경제성장의 결과 한국 인의 문화적 유전자(meme)거 되다시피 한 성장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국면 에서는 힘을 발한다. 깊은 학문적 성찰이 부족한 경제평론가들이 심지어는 한국의 평균적인 주류경제학자들보다도 훨씬 더 보수적이고 시장친화적 입장을 과대대표하고 있다. 한참 연 구능력이 왕성한 대학의 소장 경제학자들은 성과주의적 업적통제 메커니즘의 굴레를 벗어나 기 힘들며 때로는 오히려 그것을 적당히 즐기기도 한다. 경제학 그 자체는 근대경제학자들이 그토록 갈망하였던 '과학'이라기보다는 가치판단이 개재 될 수밖에 없는 이데올로기의 성격이 매우 강한 반면, 이를테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 경제정책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생각보 다 넓지 않을 수도 있다. 실상은 전자가 후자를 압도하면서, 작은 차이를 과장하고 그러한 2) 이에 관해서는 주상영(2015)도 참조하라. 3

과장에 기초하여 상대 진영을 낙인찍고 공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간에 극복되기는 어렵다. 경제학 연구와 교육 전반에 걸친 노력과 준비 가 갖춰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학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방식에서 벗 어나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이 열려야 한다. 외국 대가의 서적을 왜곡하여 소개하고 거짓 선동을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3) 사 회적으로 발언권을 갖는 경제학자들은 이념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이며 권력추구라는 관점에 서 지나치게 실용적이며 학문연구에서는 후진적인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것이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적어도 학계 내부에서는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되 '말이 안 되는 주장'이 발붙일 수 없도록 스스로를 규율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것 이다. 1970-80년대에 잠깐 논쟁이 되었던 이른바 한국적 경제학에 관해서도 다시 한 번 진지하 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의 진로와 관련하여, 문제를 잘 제기하지 않을뿐더러 덮 고 쉬쉬하는 속성을 지닌 보수의 문제와 적절한 정책대안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발적 인 수단을 나열하거나 이념과잉에 시달리는 진보의 문제를 모두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4) 한국적 인 것을 경제학의 영역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제외한 인접 사회과학의 성과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조앤 로빈슨이 이미 사십 여 년 전에 말한 것처럼, 경제학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가장 대답을 필요로 하는 물음들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다 경제이론의 파산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참고문헌 류동민 주상영. 2014. 피케티 이후의 마르크스 비율, 사회경제평론 제45호. 밀, 존 스튜어트. 2010. 박동천 옮김, 정치경제학원리 I, 나남. 주상영. 2015. 피케티 이론에 비추어본 한국의 현실, 유종일 외, 피케티,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한울. 3)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 번역을 둘러싼 해프닝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4) 이러한 점에서 피케티가 자본 측정 및 정의의 문제를 실용주의적 방법으로 피해 가면서 간명한 장 기동학을 이끌어낸 것은 참조할 만하다. 이를테면 자본논쟁 같은 순수이론적 관점에서의 연구를 무 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에 얽매여 더욱 긴요한 현실적 문제로 다가가지 못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4

<보론> 우울한 경제학, 대안은 있는가? 우울한 경제학 이 전하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이제 자본주의 경제가 분배를 희생하면 서 성장을 추동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 같으며, 설사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어느 정도 추가적 성장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윤중시, 공급중 시 마인드에 집착하는 한 인류는 성장과 분배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주류경제학 이 강조해 온 선성장 후분배의 철학은 이제 수명이 다했으며 그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분배만 강조하거나 분배를 개선하는 것으 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냉철한 두뇌 의 경제학자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 풀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 우울한 경제학 이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경제학을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다루어서 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은 우리의 관념과 사고, 사회적 합의 혹 은 억압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한국경제는 미국, 유럽, 일본과 어떻게 같고 왜 다른가? 미 국경제학 이라는 표준 매뉴얼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관치경제를 시장경제로 바꾸자는 정도가 여전히 모범답안인가? 불행하게도 캐치업의 과정은 끝나가고 있다. 미국은 그대로의 길을 가고, 북유럽은 그 나름의 답안을 찾아 노력해 왔다. 우리는 고성장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덮고 외면해 왔다. 일본은 장기침체에 빠진지 오래 되 었지만 일본이 풀지 못한 문제를 우리가 쉽게 풀 수 있을까? 드디어 우리는 자기 주도적이 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시험장에 들어섰다. 이미 A학점 받기는 틀렸지만 그동 안 고민한 흔적이라도 쓰고 나와야 할 것 아닌가? 사실 그동안의 고도성장만으로 우리는 국제적 상대평가에서 B학점 정도는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절대평가의 영역이다. 우리만의 뉴 노멀 답안을 작성해야 하 는 것이다. 물론 우울한 경제학 이 그에 대한 해답은 아니며, 해답을 찾는 것이 절실하 다는 외침일 뿐이다. 어떤 독자에게는 구미에 맞겠지만 어떤 독자에게는 단지 심기를 불편 하게 만드는 사변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역 사를 되짚어 보는 우울한 경제학 은 경제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지 모른다는 허 망함마저 안겨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사고의 틀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는 점을 환 기시켜준다. 아무쪼록 우울한 경제학 이 생산적인 대화와 경제학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 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생산적 토론을 위한 하나의 예시로 <그림1>을 제시해 본다. 포용적 성장 이라는 개념을 염 두에 두면서 성장의 동태적 메커니즘을 극도로 단순화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누적적인 상호관계에 의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점, 거시적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이 개념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제도와 정책의 중요성도 암 시한다. 제도와 정책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대해 어떤 합의가 존재하 지는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선험적인 모범답안은 없겠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을 떠올리면서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경제성장이론에서 성 공사례의 단골로 등장하는 이 국가들은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우리는 우울한 경제학 에 서 많이 언급했던 인구의 문제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체제를 바탕으로 웬만큼 성과를 이루었지만, 결국에는 모두 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 국가 대열에 속 하게 되었다. 포용적 성장의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증거이며,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일깨워준다. 5

<그림1> 제도와 성장 경제성장 learning by doing(+), hysteresis(-) 총수요 총공급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의 창출 소득 안정 인적자본의 축적 불평등 완화 공정성(=경제민주화) 공공서비스 확대, 개선 창조적 혁신 vs. vs. 중상류층의 소비, 투자? 규제완화 + 노동유연화 ( 증세 기피) ( 조정자 아닌 기업 편에 선 정부) 제도 정책 포용적 vs. 착취적 (예: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과연 포용적 성장이었나? 세계 최하위 출산율!)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