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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st IFES-APRC INTERNATIONAL CONFERENCE November 2-3, 2009, Moscow 한-러 FTA 논의 현황과 전망 ROK-Russia FTA: Issues and Prospects 한홍렬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1. 서론 지난 수년에 걸쳐 한국의 FTA 정책은 정권의 변동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60년대 이래 한국이 세계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해 왔지만, 대외통상정책에 있어서 FTA 와 같이 중요한 대외정책이 이와 같이 한 방향으로 지속된 사례도 그리 많지 않다. 2001년 한국은 칠레와 FTA 를 체결한 이래, 미국, EU 등 경제권과 협상을 완료하고 국회비준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세안 및 EFTA 등 주요 지역경제권과의 FTA 는 이미 발효중에 있으며 인도와 중남미 제국 등 제 3세계와의 FTA 를 위한 사전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2005년 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 실시에 합의하고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회의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미국, EU, 인도 등 여타 거대 경제권과의 FTA 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에 비하여 러시아와의 FTA 논의는 상대적으로 매우 느린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FTA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한편, 한-러 FTA 가 갖는 특수한 경제적, 전략적 요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FTA 정책은 2000년대 본격화 되었지만 지난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무역정책의 진화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한국의 무역정책은 독립적으로 수립되기 보다는 한국의 경제적 상황, 국제경제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121

따라서 한국의 FTA 정책은 오늘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의의 확산'이라는 현상하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러 FTA 에 대한 전망을 내리는 것이 목적이다. 첫째, 국제무역질서에서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한다. 둘째, 한국의 FTA 정책을 무역정책의 진화과정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다. 셋째,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러 FTA 가 한국에 갖는 의미를 경제적, 전략적 관점에서 평가한 다음 향후 한-러 FTA 에 대한 전망을 내리고자 한다. 다만 본 연구가 엄밀한 이론적 실증적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통상분야의 한 전문가로서 관찰해온 바를 기초로한 견해의 피력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밝혀 둔다. 본 연구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양한 주장은 향후 보다 엄밀한 연구를 통하여 뒷받침할 것이다. 2. Regionalism 의 확산과 Multilateralism 의 위기 (1) 오늘날의 Regionalism 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000년대 이후 국제무역질서는 한마디로 다자주의의 정체와 지역주의의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8년간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WTO 가 출범하였을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경제는 다자주의적 질서 하에서 시장개방이 차분히 추진되고 NFATA 와 EU 통합으로 점증되었던 지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현상은 이러한 기대에 완전히 반하고 있다. 2001년 출범한 DDA 협상은 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어떠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DDA 의 핵심 축인 미국의 신행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의 입안 및 의회 비준에 일차적인 관심을 둔 결과 DDA 를 포함한 통상정책의 방향수립에는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미국과 주요 선진국이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통상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122

있을 뿐만 아니라 다자간 무역질서의 강화를 위한 이해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무역정책이 갖는 비용-편익 분석의 관점에서 볼 때 뒤에 자세히 논의하는 바와 같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이와 반면에 지역주의는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2009년 현재 총 240여개 이상의 지역 간 협정이 체결되었다. 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국제무역질서는 지역주의로 그 균형이 기울었다고 평가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할 정도이다. 이미 체결된 주요 지역간 협정을 살펴보면, EU 와 NAFTA 는 물론이며 미국은 전략적 관점에서 주요 국가와 FTA 를 체결 및 추진하고 있다. EU 역시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주요국과 FTA 를 기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과 협상을 추진 중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동아시아 주요 국가가 매우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칠레, ASEAN 과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고 양국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역시 ASEAN, 칠레, 파키스탄, 뉴질랜드와 FTA 를 체결하였으며 일본의 FTA 체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 <표 1> 동아시아 주요국의 FTA 체결 현황 국가 기체결 FTA 협상 중 FTA 검토 중 FTA 한국 중국 Chile, ASEAN, EFTA,Singapore, USA, EU ASEAN, 마카오, 칠레, 파키스탄, 홍콩, 뉴질랜드, 싱가포르, 페루 GCC, New Zealand, Mexico, India, Japan, Canada, Peru, Australia GCC, SACU, 아이슬란드, 호주, 코스타리카 MERCOSUR, Russia, Chian, Colombia, Turkey 인도, MERCOSUR, 한국, 스위스, 남아프리카공화국 1 그러나 이러한 지역주의의 확산 현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체결된 수많은 FTA 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지역주의, 즉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라기 보다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자가 보다 강력한 경제공동체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면 후자는 단순한 시장개방을 목적으로 하며 향후의 단계로 발전될 가능성도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지역주의 확산은 EU 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협정의 체결당사국들이 양국 간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한 다기 보다는 시장개방의 확대와 차별효과의 회피라는 무역 정책적 목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역주의의 성격과 관련한 논의는 한홍렬(1993)을 참고할 것. 123

일본 ASEAN, 말레이시아, 멕시코, 브루나이,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칠레, 태국, 필리핀, GCC, 스위스, 인도, 한국, 호주 대만,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EU 주) GCC 는 Gulf Cooperation Council, SACU 는 남아프리카관세동맹, MERCOSUR 는 남아메리카경제공동체를 일컫는 것임.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9)에서 발췌 및 재구성 2001년 시작한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 는 심각한 교착상태에 있으며 향후 전망 역시 극도로 불투명한 상태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결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우루과이라운드의 경우, 서비스 분야와 지적재산권 그리고 농산물 시장개방 등 중요한 의제가 포함됨으로써 그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았으며 대부분 선진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였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출범하기까지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의 대표국가들이 의제선정 과정에서 매우 강하게 반발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약 3년에 걸친 의제설정 협상과정에서 섬유시장을 개방을 포함시키는 이른바 대타협(Grand Exchange)'이 합의되고서야 비로소 협상이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이다. DDA 와 지역 간 협정을 비교하면, 국제무역협상에서 이른바 비용- 편익 분석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우선 산업계와 정부는 현재의 다자간 협상에 있어서 충분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매우 난해한 의제가 도입되어 상당한 협상의 정치적 행정적 비용이 수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타결에 성공한 것은 이것이 갖는 경제적 이해가 매우 컸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DDA 는 본질적으로 UR 의 후속협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O 의 출범 이후 중국 등 개도국이 다수 가입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다자간 무역협상의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각 협상의제별로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반면에 FTA 등 지역간 협정은 그 경제적 가치는 높은 반면 비용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역 간 협정에 의한 시장개방은 다자간 협상의 결과 보다 훨씬 심화된 124

것이다. 또한 협정의 상대국은 많은 경우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협정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크고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2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다자간 무역협상이 부진한 반면에 많은 국가들이 이른바 FTA-Run'에 나서고 있는 것은 비용-편익 관점에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해야 할 것이다. 즉, 다른 국가들이 FTA 체결을 확대해 나갈 경우, 그렇지 않은 국가는 자동적으로 갖게 되는 차별적 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할 요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2) 시장개방 정책으로서의 Regionalism 과 정치경제학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FTA 중심의 지역주의 확산은 또 다른 형태의 시장개방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지역주의는 주권국가간의 경제통합을 통하여 경제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경제통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NAFTA 의 출범을 계기로 오늘날 확산되고 있는 FTA 는 이러한 전통적인 지역경제통합과 매우 거리가 먼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한 지역경제통합은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의 개방에서 나아가 생산요소의 자유화를 실현하였을 뿐만아니라 유로화의 탄생으로 상징되는 경제정책의 통합이라는 일종의 경제동맹으로 진화하였다. 유럽에서 이러한 경제통합이 가능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지역경제통합이 유럽의 정치적 통합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Rodrik(2006)이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가경제의 Deep Integration 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제도적 통합이 수반될 때만 가능하며 이는 우리가 오늘날 EU 에서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다. 3 NAFTA 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북미 3국간의 자유무역협정이 WTO 에서 추구하고 있는 무역자유화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통합을 실현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북미 3국 각각의 제도적 2 산업내 무역의 비중이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지역 간 협정에 의한 혜택은 경제적 보완성에만 반드시 의존하는 것만은 아니다. 산업내 무역의 원인은 대체로 전통적인 비교우위의 개념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서 찾아짐을 고려한다면 지역 간 협정이 차이가 큰 나라간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인접하거나 경제구조가 유사한 국가에서도 많이 체결되는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3 "Saving Globalization from it's Cheerleaders(2006)" Working Paper, Harvrad Univeristy 125

변화를 심각하게 요구하는 정도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NAFTA 가 추구하고 있는 북미 경제통합은 어디까지나 각국의 제도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것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이루어지는 Shallow Integration"인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FTA 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 통합수준이 어디까지나 국경에서의 무역 및 투자장벽을 해소하는 이른바 On the Border' 이슈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 제도적 통합의 필요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은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FTA 는 WTO+ 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각국의 관점에서 볼 때 개방적 무역정책의 확대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성립된 주요국의 FTA 협정의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NAFTA 의 경우, 북미 3국간의 국경장벽이 대부분 해소되었지만 중요한 생산요소인 노동력의 이동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또한 자본의 이동에 있어서도 비록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제한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WTO 관련 협정이나 기존의 양자간 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를 한계적으로 개선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4 한국이 이미 체결한 FTA 는 오히려 이에 못미치는 수준의 시장개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칠레 FTA 의 경우, 전통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개방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마저 다양한 품목에 대한 예외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한-ASEAN 자유무역협정은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의 수준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 대해서도 상당폭의 유보를 포함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본과 싱가포르간의 자유무역협정은 통상적인 FTA 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처럼 FTA 정책이 전통적인 경제통합과는 거리가 먼 자유화 조치의 일환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국가에서 FTA 체결은 국내적으로 강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7년 한국이 미국과 FTA 협상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정치적 저항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FTA 정책이 시장개방이라는 무역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시장개방정책 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4 물론 국가와 투자간의 분쟁을 가능케하는 ISD 규정은 종전의 시장개방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 역시 생산요소 이동의 전면적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외국인 투자활동의 규제환경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126

첫째, FTA 정책은 우루과이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통상협상과는 달리 협상상대국이 분명히 드러나고 이에 따라 정치적 측면이 보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의 경우, 협정문이 포함하고 있는 자유화의 수준이 한국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달리하는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미 FTA 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입는 계층 및 사회집단과 정치적 집단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EU 간 FTA 협정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미미한 현상은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둘째, FTA 정책은 20세기 후반 급격하게 진행된 Globalization 의 한 단면이다. 즉,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타결과 WTO 의 출범은 다자간 무역체제의 안정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추가적인 개방을 위한 모멘텀을 상실하게 만들었음을 앞에서 논의한 바 있다. 단적으로 Globalization 이란 시장이 국가의 권력을 압도해 나가는 과정이다. 최근 IMF 와 World Bank 그리고 UN 의 보고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세계화는 국내적으로 그리고 국가간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믿어진다. FTA 정책을 시장개방정책의 심화로 규정한다면 당연히 이러한 현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FTA 는 특정 국가와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협정으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산업과 계층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한-칠레 FTA 협상에서 수산업계와 과수업계의 반발이 가장 치열하였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모든 시장개방 정책이 그러하듯이 자유화에 의한 혜택은 손실만큼 분명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혜택이 분명하더라도 광범위한 계층에 대하여 분산되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입장표명의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FTA 를 추진하는 정부는 정책의 목적이 자유화에 의한 경제적 효율성의 증진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는 종종 중상주의적 태도에 매몰되는 모순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자유화의 혜택을 효율성이나 127

후생의 증진이 아니라 무역흑자의 증가에 근거를 두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FTA 정책의 정당성을 오히려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홍보와 반대되는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무력해짐으로서 정책의 추진력이 저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요약하자면 오늘날의 FTA 정책은 쌍무주의에 입각한 시장개방정책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그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 이는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하여 무역정책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적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의 민주화와 불평등의 심화에 따른 것이다. 특히, FTA 의 상대국에 따라 그 비용은 더욱 상승하는 경향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3. 한국의 FTA 정책의 역사적 관점 한국은 선진국들이 100년 내지 200년에 걸쳐 이룩한 공업화를 채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이룩하였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외지향적 발전전략을 채택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오랜 기간동안 수출지원과 국내산업보호정책을 활용하였다. 오늘날 한국의 공업화와 본격적인 수출촉진정책이 5.16혁명과 군사정부의 출범 직후부터라고 인정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러한 정책이 그 기본적인 틀을 갖춘 시기는 60년대 중반이며 이 때 수출지원제도의 근간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70년대를 지나서면서 중화학공업육성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대외통상환경이 변화하면서 이러한 산업정책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점차 지원제도의 성격도 변하기 시작했다. 자유화가 본격화되는 80년대 이후에는 이러한 지원제도들은 빠른 속도로 축소되어 나갔으며 오늘날 수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는 거의 전무한 상태에 도달하게 되었다. 수입대체 정책은 수출지원 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포괄적으로 사용되었다.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육성정책이 실시되던 시기가 바로 이 때이며 수입규제를 보다 적극적인 수출촉진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보호주의적 경향은 70년대 들어서도 계속되어 오일쇼크 128

직후인 1974-75기간에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지표로 수입자유화율을 들 수 있는데 1967년에 67%에 달하던 자유화율이 1977년에는 오히려 54%로 대폭 후퇴한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무역정책은 일관된 개방화의 길을 걷게 되는데 보호무역정책수단들이 대폭 감축되고 있음이 발견된다. 다만 수입자유화율이 대폭 높아지고 관세율이 일정한 비율로 삭감되는 과정에서도 국내산업에 대한 일정한 보호는 여전히 전략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자유화의 과정 속에서도 전략산업에 대한 자유화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그 충격을 완화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부 수입제한품목이 있었으나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거의 사라지게 된다. 시장개방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무역정책은 1970년대 말을 기점으로 커다란 전환을 이루게 된다. 세계경제로의 편입에 따라 개방화가 점진적으로나마 추진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수입대체를 목적으로 한 보호정책이 기저를 이루고 있었으며 자유화는 어디까지나 수입억제 및 수입관리의 관점에서 보조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GATT 가입, 무역제도의 개선, 통상마찰의 해소 등을 위하여 수입자유화가 의욕적으로 추진된 시기도 있었지만 공업화와 수출산업 육성이라는 목표의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으며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추세가 쉽게 꺾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1978년 이후 추진된 수입자유화는 시장개방 그 자체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는 일대 전환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과도한 산업보호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추진해 왔던 그동안의 성장정책이 갖는 부작용을 인식하고 시장원리에 의한 효율성의 확보를 통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정책의 일환으로서 수입자유화가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한마디로 불균형 성장전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의하여 초래된 산업간, 지역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이라는 왜곡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시점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대외환경의 변화도 수입자유화를 가속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시기에는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으로 대표되는 심각한 국제경제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신보호주의 가 대두됨에 따라 한국경제도 시장개방 압력에 노정되었다. 129

이와 함께, 1977년 고질적인 국제수지 적자가 개선되어 균형을 달성하고 이러한 정책의 결정을 돕기도 하였다. 바야흐로 능동적으로 시장개방정책을 경제체질의 개선과 산업 및 수출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97년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기 까지 추가적으로 주목할 만한 시장개방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에 추진된 일방적 자유화 조치는 완료되었으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종결에 따라 그 결과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의 외환위기는 한국으로 하여금 금융 및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자유화를 추진하도록 강요하였으며 오늘날 그 자유화 수준은 경제발전 단계에 비추어 오히려 지나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다. 시장개방은 일반적으로 상품시장에서 서비스시장 그리고 금융 및 자본자유화의 수순을 밟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이 비록 상당폭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개방을 이룩하였지만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 및 자본시장 개방의 폭은 양자간의 불균형을 오히려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 및 자본시장의 개방 확대는 국내 저축을 보완하고 투자자원을 확충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실물시장과 유리됨으로써 실물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기도 하였다. 5 이처럼 금융시장과 실물시장간의 불균형적인 시장개방 상황이 갖는 경제적 효과를 이론적 실증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금융 및 자본시장의 규제강화는 한국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방향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방어장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하여 한국은 여타 개도국들과 마찬가지로 고환율에 힘입은 경상수지 흑자와 채권의 발행을 통하여 대규모의 외환보유고를 확보했다. 큰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직간접적인 비용을 치러야 했지만 이는 외환위기를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5 예를 들어, 자본시장의 자유화는 외국의 포트폴리오 투자의 대폭적 유입을 촉발함으로써 국내 기업 특히 재벌그룹들이 기업지배권의 강화를 목적으로 자본의 유보를 확충시키도록 유도하였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10 년 이상에 걸쳐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본의 자유화는 직간접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심각하게 침해하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130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금융 및 자본시장 환경을 유지해나가야 했는데 규제의 강화는 말레이시아 모델을 따르지 않는 한 외환보유고의 확보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둘째, 일시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가 보호주의로의 회귀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정부가 세계화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방을 통한 성장동력의 확보라는 방향성에서 한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다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경제는 브레튼우즈 시스템하의 모범생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한국의 정책적 선택은 국제경제체제의 제약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시적인 반동이 있다 할지라도 전반적인 정책방향은 개방화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한국경제의 현실이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을 둘러싼 시스템간의 균형회복은 결국 실물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통해서만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즉, 한국시장의 전반적인 개방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적 전략으로 간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요약하자면, 한국의 FTA 정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반적인 경제자유도의 제고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다자간 협상을 통한 실물경제 부문의 자유화는 시간적으로 요원하였으며, 개혁적 차원에서의 일방적 자유화 조치를 취할 정치적 인센티브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FTA 정책은 결과적으로 한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6 4. 한-러 FTA 의 전망 (1) 한-러 FTA 의 결정요소 6 국민의 정부가 외교통상부를 창설한 것도 실질적인 이유로 들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통상현안이 크지 않은 시점에서 FTA 를 통하여 존재당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는 거시적인 정책방향과도 부합하였다. 131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한국의 FTA 정책은 한마디로 8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시장개방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80년대의 시장개방이 하나의 Norm 으로 역할을 하였다면 오늘날 FTA 정책은 이를 대신하고 있으며 전방위적인 FTA 체결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FTA 정책이 전반적인 개방화를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국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는 중상주의적 이해관계가 상당폭 작용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초 한국이 칠레를 최초의 FTA 대상국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칠레간의 산업보완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즉, 칠레와의 FTA 체결을 통하여 제조업 부문의 시장접근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반면에 기왕에 수입하고 있는 원광석을 보다 싸게 도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 입각해 있었다. 이러한 산업보완관계는 당연한 근거라고 할 수 있지만, 만일 칠레가 약간이라도 한국과 경쟁적인 제조업을 갖고 있었다면 FTA 대상국으로 선정되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7 FTA 추진에 있어서 중상주의적 고려의 중요성은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국제무역연구원은 현재 한국과 FTA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경제권을 중심으로 FTA 추진 우선순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러시아, GCC(걸프협력회의; 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호주, 인도, Mercosur(남미공동시장;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지역의 우선순위가 높은 반면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는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평가하였다. 8 본 연구의 대상은 일본, 중국, 캐나다, 인도, 멕시코, GCC, 러시아, Mercosur,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11개 경제권이었으며 평가요소는 1 시장규모 및 성장잠재력 2관세수준 3국내산업에 대한 피해가능성 4자원 및 에너지 보유현황 5 상 대 국 의 FTA 추진현황 등 이었다. 분석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협상이 이미 타결된 한-미 FTA 를 조기에 발효시키고 2한-EU FTA 협상은 빠른 시일 내에 타결하며 3현재 진행 중인 GCC, 인도, 멕시코 등 개방의 부담이 비교적 작은 상대와의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4 7 더 극단적인 표현으로 칠레는 한국의 향후 FTA 정책을 확대해나가는데 있어서 일종의 스파링 상대로 적합한 국가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8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향후 FTA 우선추진 국가 검토 2009 132

러시아, 호주, Mercosur 등과의 FTA 를 조기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표 2> Priorities for FTA Partner Demistic Market Size and Growth Potential Tariff Possibility of Injury on Domestic Industries Energy Resources FTA Policies Overall Ranking Japan 7 10 7 11 9 10 China 1 5 11 2 8 5 Canada 8 8 10 4 6 11 India 5 1 6 6 6 4 Mexico 9 2 9 8 1 7 GCC 4 7 1 7 4 2 Russia 3 4 2 3 9 1 MERCOSUR 2 23 8 5 9 5 Austrailia 6 6 5 1 3 2 New Zealand 11 11 2 9 4 9 S.Africa 10 6 4 9 2 8 Source) Korea International Trade Association <표 2>는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는 한국의 FTA 정책에 높은 우선 순위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러시아는 중국과 남미 시장 다음으로 시장잠재력이 높을 뿐만아니라 FTA 체결에 따른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러시아가 아직도 에너지와 원자재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의 제조업 수출과 상대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적 보완성이 높은 관계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FTA 를 통하여 러시아의 풍부한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경제적 보완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무역장벽 해소에 따른 시장접근상의 개선을 크게 기대할 수 133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측면과는 달리 러시아의 FTA 정책은 상대적으로 가장 덜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국무역협회의 평가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보다 엄밀한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의 FTA 정책이 한국경제의 개방화와 해외시장의 개척이라는 정책목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FTA 를 통한 한국시장의 개방화는 이미 기체결된 FTA 를 통하여 상당폭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러 FTA 가 체결된다 할지라도 추가적인 개방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러 FTA 가 가져올 구체적인 시장개척 효과가 우선적인 한국의 이해관계를 차지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구체적 경제적 효과와는 별개로 보다 넓은 의미의 전략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한-러 FTA 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07년 한-미 FTA 가 비교적 빠른 기간안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보다 전략적 이해관계에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체결하고 있거나 추진중인 FTA 를 실펴보면, 경제적 동기가 매우 강한 NAFTA 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전략적, 정치적 측면이 강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스라엘, 일부 중남미 국가들과의 FTA 는 그 자체가 미국에 중요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한-미 FTA 협상은 NAFTA 이후 가장 큰 경제규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990년대에 한-미 FTA 를 위한 논의가 한국으로부터 제기되었을 때 미국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하여 무산되었음을 감안할 때 2007년의 FTA 는 경제적 동기와 함께 전략적 동기가 함께 작용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9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급격한 태도 변경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정책 내지 친중국 정책에 대한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2) 이해관계의 평가 9 FTA 가 순수하게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미국이 한-미 FTA 를 거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 한국의 무역장벽 수준은 미국 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양국시장의 개방은 미국에게 훨씬 유리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FTA 를 거부한 것은 FTA 가 갖는 전략적 효과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134

1 시장접근 시아의 현재 관세율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평균 실행관세율이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며 대부분은 4단계(5%, 10%, 15%, 20%)의 종가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실효보호율 역시 매우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약 1,300개 품목에는 혼합세, 약 300개 품목에는 종량세가 부과되는 등 여전히 비종가세 비중이 전 품목의 13.1%를 차지하고 있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부과되는 특별관세가 실행관세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율이 5-1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관세율 장벽 그 자체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표 3, 4 참조). 예컨대 특별관세를 포함하여 관세율이 20% 이상인 초고관세 적용 품목도 식료품과 경공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은 관세율 20% 이상 품목이 341개, 30% 이상 품목이 162개나 되며, 경공업도 각각 173개와 59개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최고 관세율인 470%도 식료품에 적용되고 있다. <표 3> 러시아의 MFN 평균실행관세율 동향 연도 관찰품목수 (HS 10 Digit) 2005 11,365 평균실행관세율(% ) 단순 12.1 (10.8) 무역량 가중 14.0 (11.2) 단순 12.7 (7.0) 표준편차 무역량 가중 15.2 (7.8) 주: 괄호 안의 수치는 특별관세를 제외한 종가세율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7)에서 재인용 최저 관세율 (%) 0 (0) 최고 관세율 (%) 470 (100) <표 4> 러시아의 산업별 MFN 평균실행관세율(2005년) MFN 평균실행관세율(%) 표준편차 산업 단순 무역량가중 단순 무역량가중 전기전자 5.0 5.0 0.0 0.0 135

석유추출 5.0 5.0 0.0 0.0 석유정제 5.2 5.0 1.8 0.4 가스 5.0 5.0 0.0 0.0 석탄 5.0 5.0 0.0 0.0 기타 연료 5.0 5.0 0.0 0.0 철금속 8.0 10.4 4.8 5.9 비철금속 10.6 13.7 6.0 6.7 화학 석유화학 7.9 9.1 6.9 5.1 기계 10.6 12.6 13.8 12.3 목재 펄프 종이 15.1 13.9 6.6 8.5 건축자재 13.4 15.4 5.2 5.2 경공업 15.5 19.5 8.1 8.4 식료품 16.3 23.1 19.0 26.6 기타 제조업 12.1 9.0 8.8 7.6 농업 임업 9.1 13.3 8.0 11.1 기타 미분류 17.3 9.7 8.4 14.0 주: 산업은 HS 10 Digit 기준을 바탕으로 러시아통계청 기준으로 재분류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7)에서 재인용 <그림 1>은 러시아의 수입량과 관세율 수준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이 그림에 따르면 수입량과 관세율 수준과의 상관관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관세와 수입량간의 부의 관계가 뚜렷한 경우에도 그 원인이 반드시 무역장벽 때문이기 보다는 국내수요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의 관세의 무역장벽 효과는 심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한-러 FTA 의 체결에 의한 관세장벽의 해소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36

<그림 1> 러시아의 수입과 관세율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7) 한-러 FTA 에 의한 경제적 효과는 비관세 장벽 분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러시아 내 외국법인의 상설법인체(permanent establishment)를 포함해 러시아 내에서 소득을 얻은 모든 외국 법인체를 대상으로 24%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내에서 상품 서비스 노동력을 공급하거나, 해외로부터 상품 및 서비스를 수입하거나, 자사 소비를 위해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모든 러시아 및 외국법인과 개인사업자에 대하여 10-18%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이와 함께, 자국 수출품의 해외수출 통제를 통해 재정수입을 확보할 목적으로 석유 가스 등 에너지자원, 금속광물, 임산물, 주류, 수산물, 모피, 귀금속 등 총 460개 품목에 대해 수출세를 부과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WTO 가입을 위해 수출세를 WTO 가입 이후 5년간 현재의 1/3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하였으나, 석유 가스 등 에너지자원을 비롯한 전략적 품목에는 수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관세 이외의 이러한 조세를 FTA 체결국가에 대하여 면제해 줄 것인가라는 것인데 수출세의 경우 러시아의 WTO 가입에 따라 일정 부분 인하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만 법인세의 경우 재정의 목적이 높으므로 그 가능성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시장접근의 개선은 조세 측면 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 제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가장 크게 개선이 기대되는 분야는 통관절차의 137

개선이다. 통관절차는 대 러시아 무역에서 가장 높은 장벽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가 WTO 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004년 통관법을 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FTA 가 통관상의 부패관행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큰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밖에 정부조달의 제한, 지식재산권의 보호 등과 관련한 개선은 러시아의 WTO 가입과 함께 MFN 으로 적용될 사안이기 때문에 FTA 로 인한 추가적 이해관계는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비스시장과 투자와 관련된 장벽의 해소는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금융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상대적 높은 편이며 보험시장에 대한 규제와 외국자본의 참여에 대한 제한은 더욱 엄격하다. 러시아 통신시장은 소수의 통신서비스 공급자에 의해 과점되어 있으며, 개방을 위한 조치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강한 정부규제 하에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내국인대우를 명문화하고 투명성은 현저히 떨어지며 에너지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장벽도 높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자면, 한국이 러시아와의 FTA 를 통하여 추가로 획득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의 가능성이 아주 크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러시아가 갖고 있는 시장규모와 성장잠재력은 FTA 의 체결과 무관하게 한국이 누릴 수 있다. 둘째, 러시아의 관세장벽 해소는 한국의 시장접근 기회를 증진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관세율 수준이 시장접근을 크게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통상적인 가격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정도이며 그 효과는 보다 엄밀한 실증적 분석을 요한다. 셋째, FTA 를 통하여 통관절차 등 비관세 장벽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그 효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이는 러시아의 내부적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및 투자 장벽의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FTA 를 통하여 개방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제도적 개혁이 수반되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서비스 및 투자의 경우, 단순히 제도적 문제 뿐만 아니라 문화와 언어의 문제 그리고 한국의 공급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그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38

2 전략적 이해관계 한국의 FTA 정책은 단순한 시장개척의 측면 뿐만 아니라 전략적 고려가 깊이 개재되어 있다. 시장개척의 효과가 높은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여타 개도국이 아니라 미국과 EU 가 우선적으로 협상의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 이러한 전략적 고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FTA 정책에 있어서 전략적 고려는 무엇인가? 김대중 정부가 한-칠레 FTA 추진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즉, 한국의 FTA 정책이 한국시장의 개방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채택되었지만 칠레와의 FTA 가 선택된 것은 오로지 국내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가장 작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다시 말하면 칠레는 향후 본격적인 FTA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일종의 연습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두고 볼 때, 한국의 FTA 전략은 그 출발에 있어서 매우 소극적인 접근방법을 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 및 노무현 정부의 전략적 기저는 궁극적으로 동시다발적이며 거대 선진경제권과의 높은 수준의 FTA 체결 이라는 정책목표에서 드러나듯이 매우 적극적인 것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10 비록 FTA 정책이 한국경제의 개방화 기조에 일관되어 있지만 이처럼 적극적인 FTA 전략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외교통상부가 통상업무를 주도하게 된 데에 기인하는 바 크다. 김대중 정부하에 이루어진 정부부처 개편에서 과거 경제기획원과 통상산업부가 갖고 있는 통상협상 업무를 통상교섭본부의 창설을 통하여 통합함으로써 외교통상부는 trade diplomacy 를 총괄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부부처의 개편은 과거 방어적 통상정책에서 공격적 통상정책으로의 전향이 필요하다는 일부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한덕수 장관을 비롯한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개방론자였던 것도 적극적 FTA 정책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제도적 및 인적구성의 변화가 한국의 FTA 정책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제도적 변화가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FTA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외교적 고려와 국내 정치적 10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국, 2005 년도 FTA 추진현황 및 계획 139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가 전문적으로 분석할 대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무현 정부의 등장은 그 일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미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거나 이를 시도하였다는 평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미관계의 직접적인 변화보다 외교자산의 형성을 다변화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시도를 통하여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시도하였던 동북아 중시 정책이었으며 이는 동북아위원회의 설치로 상징된다. 또한 동북아 균형자론에서 알 수 있듯이 자주적 외교역량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러한 정책적 의도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시도가 기존의 한-미 관계에 일정한 변화를 요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본고의 직접적인 분석대상이 아니며 이에 대하여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지적하려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정책방향이 FTA 정책의 결정에 일정한 환경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대북 안보와 미국을 절대적으로 중요시하는 보수정치권 및 언론의 집중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로 인한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자산이 빠른 속도로 망실되었다. 즉, 노무현 정부로서는 한-미 FTA 정책을 통하여 일반적인 경제적 효과와는 별개로 외교적, 정치적 자산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11 한편,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외교정책이 과거에 비하여 중국과 동북아시아에 경도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한-미 FTA 체결을 통하여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미 FTA 에 대한 미국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디까지나 경제적 이익의 증진과 전통적인 한미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데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측이 가능한 것은 한-미 FTA 를 통하여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미국 GDP 의 0.03%에 불과한 수준의 후생증진과 소고기를 필두로한 농산물 수출에 불과한 경제적 이해관계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통하여 대부분의 한국시장은 개방되었으며 반면에 미국의 일부 사양산업으로부터의 강력한 정치적 11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하여 한-미 FTA 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실용적인 먹고 사는 문제라고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의 진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정치적 자산의 구축이라는 별도의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며 양자가 양립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140

압력에 노정되는 부담이 더 크게 부각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점은 오히려 미국의 외교적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였다고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미 FTA 를 필두로 하여 EU, 인도 등 거대 경제권과 FTA 체결이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한국과 러시아는 2005.11월 양국정상이 체결한 Action Plan 에서 공동전문가 그룹을 창설키로 합의하였으며 2007.10.31-11.1 양일간 한-러시아 양국간 경제동반자 협정(BEPA) 공동연구그룹 제1차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였으며 2008.7.8-7.9 양일간 2차 회의를 모스크바에서 개최하였다. 이러한 진행상황은 EU 와의 협상타결, 한 인도 CEPA 가 2008년 실질적으로 타결되어 발효를 준비중이며 일부 중남미 국가들과 협상준비에 들어가는 것에 비하여 매우 늦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러시아 경제간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비추어 볼 때,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부담이 극히 작음을 감안한다면 매우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양국이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외교정책은 전통적인 한-미 관계의 복원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 여기서 복원이라는 것은 한-미간의 군사적 동맹에 입각한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의존적 한-미 관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과거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부정하는 데에서 출발하며 당연히 과거의 동북아 중심적 발상을 저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경제권보다는 한-미 FTA 의 비준에 보다 많은 정책적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의 FTA 는 그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클 것임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과 제조업 분야에 대한 피해가 워낙 클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과의 FTA 역시 일본의 새정부 출범 이래로 과거 중단되었던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였지만 일본의 민주당 정부 성향상 농민의 목소릴 무시하고 농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일 FTA 를 적극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정부가 중국과 일본과의 FTA 를 뛰어넘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러시아에서 발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부정적으로 답하는 것이 141

쉬워 보인다. 한편, 북핵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현재 한국정부는 선북핵폐기라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며 북핵문제에 있어서 다른 주변국과의 공조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에서 현재 한국정부가 북한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 대하여 어떠한 역할을 기대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을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일 FTA 의 체결에 있어서 여하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오늘날의 한반도 주변상황과 현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은 러시아에서 전략적 이해관계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이 가능하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러시아와 높은 경제적 보완성을 갖고 있으며 러시아 시장은 한국의 진출과 경제적 이해관계 제고를 위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러 FTA 는 이러한 이해관계를 현실화시키는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O 에 가입할 경우와 대비해 볼 때, 한-러 FTA 가 추가적으로 획기적인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 현정부의 외교정 정책방향을 감안할 때,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주변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전략적 이해관계를 추구할 가능성은 적어도 지난 두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과거에 비하여 한-러 FTA 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비경제적 동기를 낮추고 있다. 이상과 같은 논의에 비추어 볼 때, 한-러 FTA 가 과거에 비하여 최소한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미 FTA 와 한-EU FTA 가 체결됨으로써 한국이 추가적으로 통상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적, 전략적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동 시 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정책기조가 한-러 FTA 에 보다 빨리 적용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따라서 한-러 FTA 의 진행속도는 러시아가 얼마나 적극적인 협상태도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