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입지 Vol.61 산업융합 활성화를 위한 산업입지정책의 방향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소장 김 영 수 1. 산업융합화와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변화 2. 우리나라 산업입지의 특징 3. 산업융합에 대응한 산업입지정책의 방향 4. 맺음말 1. 산업융합화와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변화 21세기 세계경제는 융합혁명의 시대 로 전환 중이며, 산 업융합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최 근 성장하는 산업들은 대부분 제품과 기술의 융복합을 기반 으로 한다. 융합형 모바일기기, 생체 나노머신, 바이오 인포 메틱스, U-Healthcare, DNA Chips 등과 같이 기술과 산업의 융합화로 제품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성능을 더욱 높인 분야 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융합은 이종다종 산업 간의 제품 및 서비스가 상호 결합하여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을 의미한다. 산업융합은 기술 발달, 시대적사회적 환경 등 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최초 단순한 기능복합 에서 시작하여, 기술결합을 거쳐 최근에는 인문예술 분야 등을 포괄하는 가치융합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김영수 박재곤정은미, 2012). 산업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 측면에서 신 기술(NBIC)의 디지털화, 원자화, 코드화로 이종기술간 융합 현상이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사회적으로는 세계경 제의 글로벌화 및 네트워크화로 인해 기업 혹은 국가 간 경 쟁압력이 증대하고 상대적 경쟁우위요인이 변화하면서 새 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수요 측면에서는 삶의 질과 편의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양태가 빠른 속 도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융 복합이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측면의 산업융합이 존재하지만, 산업입지와 관 련해서 가장 중요한 융합현상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 합과 상호작용 확대를 들 수 있다. 최근의 기술진보로 서비 스업의 특성, 즉, 현장성, 즉응성, 비교역성이 변화하여 서 비스업의 제조업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른바 현대적 서비스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배경에는 ICT기술 진보에 따른 서비스의 코드화, ICT네트워크를 통한 이동성 (transportability)의 증가, 국제교역 가능성(tradability)의 확대 등이 있다(OECD, 2015).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상호작용도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 내에서 서비스부문(R&D, 금융, 물류, 청소관리 등 단순서비스 등)에 대한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고, 중간투입재로 사용되는 서비스의 비중과 종류가 증대 되고 있으며 1), 제품의 성공에서 디자인과 서비스의 역할이 1) 2009년 기준 제조업 제품의 1/3 가량이 서비스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OECD, 2015). 22
논단 :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입지동향 정책동향 <그림 1> 산업융합에 따른 가치사슬구조의 변화 기존 산업별 가치사슬 융합에 따른 새로운 가치사슬 산업 B 산업 A 산업 A 산업 C 자료 : 강홍렬, 유비쿼터스 논의에서 읽는 IT의 기술혁신방향, p 142. 2004.10. 확대 2) 되고 있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산업융합은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 다. 기존의 산업 내에서 생산성을 높여가면서 경쟁력을 키 워가고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들을 부가시키면서 점진적 으로 진화해나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간 융합 및 기기 와 서비스 융합의 등장으로 네트워크형 산업구조로 전환되 고 있다. 융합화의 확산으로 산업별 가치사슬 내에서 수평 적 통합이 일어나는 동시에 다른 산업의 가치사슬로 수직적 으로 확장되거나 가치사슬의 영역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 는 것이다(김영수박재곤정은미, 2012). 최근에는 융복합의 단계를 넘어 파괴적인 기술과 파괴적 인 혁신의 등장으로 산업발전의 틀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있 는 상황이다. 이를 Big Bang Disruption으로 표현하기도 하 는데, 빅뱅 디스럽션이란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에 그 치지 않고,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면서 기존 질서와 시장을 전면적으로 뒤흔드는 혁신을 의미한다. 대표 적인 사례로는 네비게이션을 들 수 있는데, 스마트폰의 등 장과 네비게이션 앱의 탑재로 기존 네비게이션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갑작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된 것을 들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기존의 경쟁방식은 동종 산업 내에서 좀 더 생산적이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가시킨 기업이 생겨나 일정 기간 서로 경쟁하다 비생산적인 기업이 시장에 서 퇴출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파괴적 기술과 혁신 하에 서는 전혀 다른 산업분야에서 빅뱅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Larry Downes & Paul Nunes, 2013a). 스마트폰과 같은 융합상품의 등장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 2) 애플의 기업가치 급증시기는 아이폰의 앱 활용이 확대된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23
산업입지 Vol.61 하는 기회의 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기존 제품을 사 라지게 하는 위기요인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네비게이 션 외에도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소형 디지털카메라 등 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앞으로 광대 역 네트워크,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 기술, 더욱 더 강력해 지는 모바일 기기, 인공지능의 급속한 성장 등과 같은 새로 운 기술이 더욱 확산되면 빅뱅과 같은 파괴적 혁신이 많은 산업부문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ICT산업 분 야에 집중되었던 파괴적 혁신이 조만간 화학, 광학, 소재, 에 너지, 자동차 등의 산업분야로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Larry Downes & Paul Nunes, 2013b).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산업과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 야 할까? 매우 빠르고 파괴적인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혁신 환경에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해나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 다. 기존에 단일기업 내에서 혹은 동종산업 내에서 기술개 발, 사업화, 생산,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네트워크형의 개방형 R&D와 사업화체제로 나아가 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 및 협력관계 가 필요하고,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전문화된 분야에 집중 하면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기업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 여하여 기술 간 및 업종 간 연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2. 우리나라 산업입지의 특징 2015년말 기준 전국의 산업단지는 1,124개(국가산단 41 개, 일반산단 597개, 도시첨단산단 19개, 농공단지 467개)에 달하고, 이들 산업단지가 전국 제조업 생산의 69.0%, 수출 의 78.5%, 고용의 48.6%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 산업생산에서 산업단지가 차지하는 비중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산업단지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짧은 시 간에 집약적으로 산업을 성장시켜온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 였다. 공업용지, 물류, 전력, 용수, 환경처리시설 등 공공부 문의 지원 하에 선도적으로 공급된 산업단지의 인프라가 산 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온 것이다. 1,100여개에 이르는 산업단지의 개수, 산업생산에서 차 지하는 산업단지의 위상, 많은 산업단지를 지속적으로 유지 하고 관리해 온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산업입지정책 모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단지는 클러스터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만들어진 초기 발전단계의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유사 및 연관 산 업을 공간적으로 집적시켜 집적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한 한국의 독자적 클러스터 발전모형이다. 다만, 기업을 공 간적으로 집적시킨 상태에서 멈추어버린 초기 발전단계의 클러스터였다(김영수, 2014). 산업단지별 유치업종을 중심 으로 생산기능을 집적시킨 초기단계의 클러스터는 2000년 대 중반부터 산학융합지구,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미 니클러스터사업), 산업단지구조고도화사업, QWL사업 등을 통해 본격적인 클러스터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클러스터는 특화된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생산기능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기능, 기술지원기능, 교육 및 인력양성 기 능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공간적 집합체를 의미한다. 따 라서 클러스터는 특화(specilization)와 다양한 기능의 집적 (agglomeration), 경제주체들의 유기적 네트워크(network)를 핵심 키워드로 한다. 클러스터는 최근 산업입지정책의 이론 적 기반으로서 역할을 해왔고, 많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산공장만 있던 산업단지에 미니클러스터사업 을 통해 유관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생산성 향 상에 기여하고, 특화기술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학캠퍼스가 3)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조사하는 2015년 전국산업단지 현황통계(2015. 4분기)에 기반함. 24
논단 :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입지동향 정책동향 산업단지에 들어섬으로써 산학협력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산단구조고도화사업 등을 통해 산단 내 근로자 위락시설, 복지시설 등이 확충되고 있다. 그러나 클러스터에 기반한 산업입지정책은 여전히 산업 단지 내에 부족한 기능을 산업단지 내로 끌어오는 데 집중 하고 있다. 산단 내 유치업종 중심의 산업의 특화와 집적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제조업 내 제품 및 기술 간 연 계와 융합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업종 간, 제조업과 서비스 업 간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정 업종 중심의 특화와 집적, 산단 내 공간 중심의 기능복합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산업, 기능, 공간 측면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다 양한 부문들 간의 생태계적 연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산업융합에 대응한 산업입지정책의 방향 산업융합과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산업성장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산업단지도 대 외환경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 갈 수 있는 혁신생 태계로 변화해갈 필요가 있다. 기존의 클러스터가 산업의 특화, 일정 공간 중심의 집적, 주체들 간의 형식적 네트워크 와 상호작용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면, 혁신생태 <그림 2> 산업단지의 혁신생태계화 전략 특성과 주요 수단 기존 혁신생태계화 방안 정책 수단 생산시설 집적 중심 기능의 복합화 [생산기능+기술 개발 및 지원 기능+근로자 주거위락 기능] 혁신산단 사업, 스마트공장 지원, 융복합집적지 조성, 산학융합지구 조성 등 도시 속의 고립된 섬 인접 도시기능과의 유기적 연계 강화 산단 토지이용관리의 유연화,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력 산단 내 혁신주체 간 상호작용 미흡 산단 내외 혁신주체들 간 상호작용의 질적 제고 MC, 이업종간 교류, 산학협력 중개기관 역량강화, 기업협의회 활동 지원 등 자료 : 필자 작성 25
산업입지 Vol.61 계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다양한 업종 간, 생산과 연구 개발 간, 산업입지와 도시 간 공생과 진화를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김영수김선배김현우최남희, 2015). 산업단지를 클 러스터를 넘어 혁신생태계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ⅰ) 산단 기능의 복합화와 스마트화, ⅱ) 인접 도시기능과의 연계 강 화, ⅲ) 산단 내외 생산 및 혁신 주체들의 상호작용 활성화가 중요한 과제이다. 첫째, 기능의 복합화는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기술개발 기능, 기술지원기능, 근로자 주거위락기능(주거 및 상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생산시설 집적 중심의 산업단지에서 다양한 기능들이 복합화된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산업 내 및 산업 간 융합을 촉진 하고, 다양한 혁신주체들 간의 유기적 협력과 연계를 통한 개방형 혁신을 활성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클러스터론 기반의 산업입지정 책을 통해 일부 산업단지들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보 이고 있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환경개선과 노후 기반 시설의 재생을 연계한 혁신산단사업, 산단 캠퍼스 조성을 중심으로 한 산학융합지구 조성, 복합용도지구의 도입, 산 단 내 입지규제 완화를 통한 서비스산업 입주범위 확대 등 이 그것이다. 그러나 산업융합과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산 업발전 패러다임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연계의 확대, 특히 제조 업과 서비스업의 가치사슬적 연계 확대, 다양한 기능들의 복합화 등을 전면적으로 확대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융합시대에는 기능의 복합화에만 머물러서는 한계 가 있다. 기능의 복합화와 더불어 스마트 전문화(smart specialization)해 나가는 것도 병행하여야 한다. 1,100개가 넘는 산단들을 똑같은 모형으로 만들어갈 수는 없다. 산업 단지와 집적지를 혁신생태계로 진화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산단별 특성화를 통해 전문화(기능의 집중)해가면서 주변 도시 및 다른 집적지들과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선택과 <그림 3> 산업 및 혁신 공간의 변화과정 19세기 20세기 21세기 특 징 산업지구 (Industrial Districts) 산업집적효과 과학단지 (Science Parks) 저밀도의 교외형 연구시설 집적 혁신지구 (Innovation Districts) 고밀도의 도심형 복합용도구역 사 례 한국의 일반 산업단지 미국의 RTP 한국의 대덕연구단지 일본 쓰쿠바 연구단지 미국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한국 강남, 상암, 판교 자료 : 김영수김선배김현우최남희(2015) 26
논단 :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입지동향 정책동향 집중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나가면서 산업집적지로서의 기 능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는 산단들은 시장에서의 자연스 러운 퇴출을 통한 구조조정과 산단의 지정해제도 적극 검토 해야 한다. 산업단지 지정 및 개발 권한의 지자체 이양 이후 산단의 과잉공급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4), 산단의 신규 지 정 및 공급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와 사전조정 기제를 강 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산단이 도시 속에서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것에 서 벗어나 인접 도시기능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산단 이 도시와 유리된 것은 두가지 요인에 기인하는데, 먼저 산 업단지가 도시계획에 기반하여 조성되고 운영되기 보다는 지방공업법,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하 여 도시계획과 별개로 개발되고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당초 도시와 떨어져서 조성되었던 산업단 지가 도시의 외연적 확장으로 인해 도시로 편입되거나 도심 화된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도시공간의 확대에 따라 도시 속에 들어와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기존 도시와 연계성이 미 흡한 것이다. 산업융합이 활성화되려면 산단 내로 생산기능 이외의 도 시기능을 집어넣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 도시의 산업기능 과 교육, 주거, 위락 기능 등을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것이 중 요하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 확대되고, 제조 업에서 제품기획, 기술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의 지식서비 스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중추도시의 지식서비스업 과의 연계가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핵심적인 요인으로 부 상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도시로의 집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전세계적 트 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점을 볼 때, 도시가 혁신에 기반한 산 업발전의 핵심거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지 고 있다. 이에 따라 복합용도의 고밀도 도심지역이 혁신과 신사업 창출의 핵심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 및 혁신 공간의 변화 과정을 보면, 19세기말의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s) 중심에서 20세기의 저밀도 교외형 과학단지 (science Parks) 중심으로, 21세기에는 고밀도의 도심형 혁 신지구(Innovation Districts)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Katz & Wagner, 2014). 우리나라의 사례로 보면, 1960년대 이후 산 업단지 중심의 산업집적지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대표 되는 과학단지를 거쳐 최근 서울 강남상암마곡, 경기 판교 수원 등의 혁신지구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Florida(2014)는 고기술의 개발, 창업 활동, 벤처투자 등이 최근 도심으로, 또 도심에 근접한 교통 결절지역이면서 복 합적 토지이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어 다니기 편리한 교 외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하였다고 지적한다. 혁신지구는 혁신활동이 집중되어 있는 도심지역이나 도심형 교외지역 으로서 우수 연구인력이 선호하는 도시환경과 벤처창업기 업인들이 정보와 지식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일정 지역범 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혁신지구가 부상하게 된 경제사회 적 배경으로는 첫째, 지식 및 기술 주도 경제의 발전으로 인 해 밀도와 근접성의 가치와 기능이 바뀌고 있다는 점, 둘째, 개방형 혁신의 확산으로 인해 기업들은 산업 내 협력자들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정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 셋 째, 인구 및 가구의 구조변화가 직주여가활동의 복합화가 가능한 걷기좋은 도심형의 주거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김영수김선배김현우최남희, 2015). 따라서 산업융합과 혁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혁신의 핫 스팟(hot spot)으로 부상하고 있는 도심의 혁신지구와 기존 의 산업집적지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산업단지의 담을 허물어 산단이 기존 도시와 공간적 4) 산업단지 지정 및 개발 권한이 지자체에 이양되고, 2008년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된 이후 지자체의 신규산단 지정이 급증하였다. 산업단지 지정 개수의 경우 2007년에 서 2012년까지 6년간 국가산단은 35개에서 41개로 늘어난 반면, 일반산단은 250개에서 497개로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산단은 현재 미분양률이 9.4% 인데 반해, 일반산단은 미분양률이 39.2%에 달한다. 27
산업입지 Vol.61 으로 잘 연계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주변 도시기능과 조화롭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산단의 토지이 용 관리방식은 유연화하여 기능의 복합화가 촉진될 수 있도 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도시 전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지 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산업단지를 혁신생태계로 만들어가기 위해 서는 기존의 형식적인 주체 간 네트워크의 활동을 질적으 로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산업단지 내 뿐만 아니 라 주변 도시 내 생산 및 혁신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의 미니클러스터 운영과 이업종간 교류 확대를 넘어 가능한 한 공통의 가치생산체계와 연계된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 다.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중추역 할(keystone)을 하는 기업 또는 기반시스템이 있으면 최선일 것이나 없는 경우에는 중개기관의 역량을 강화하여 플랫폼 역할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의되어 왔던 산업입지정책의 개선과제들로는 수요 맞춤형 산업단지 공급을 위해 도시첨단단지와 도심의 공유형 산업 입지 개발을 확대하는 것, 산단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 하기 위한 산단의 지정 및 개발 체계의 개편, 산단의 노후화 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고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을 성 과있게 추진하기 위한 대책들, 산단에 대한 소극적 관리에 서 적극적 관리로의 전환을 위한 관리체계 개선 등의 과제 들을 들 수 있다 5). 이러한 과제들은 산업융합화의 트렌드 하 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본고는 이러한 기존의 주요 과제 들을 전제로 하면서 산업융합화와 개방형 혁신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산업입지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추가적 으로 검토해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본고의 논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산업융합화와 개방형 혁신으로 인한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입지정책이 산업단지의 틀 내에 머물 것이 아 니라 산업단지의 경계를 벗어나 인접 도시기능과 유기적으 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하고, 산단 내에서는 다양한 산업, 특히 지식서비스산업과의 연계성이 강화될 수 있는 입지여건의 4. 맺음말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논의는 이전부 터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혁 정비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클러스터 구축의 관점 에서 시행해왔던 주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혁 신의 가속을 위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집적지를 개 방형 혁신생태계의 거점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 앞으로의 핵심적 과제가 될 것이다. 신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과 다양한 기술 제품 업종 간 융합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장출되고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입지정책도 전체적인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본고는 산업입지정 책의 큰 방향성에 대한 논의에 한정하고 있고, 구체적인 정 책과제의 개선사항까지는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기존에 논 5) 우리나라 산업단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도전과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세부 정책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총괄 하에 국내 산업입지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산업분과위원회(2015) 자료를 참조 바람. 28
논단 :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입지동향 정책동향 참고자료 * 국가재정운용계획 산업분과위원회,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산업분야 보고서-, 기획재정부 KDI, 2015. * 김영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단지 혁신 방향, 산업입지 vol.55, 한국산업단지공단, p6-14, 2014. * 김영수박재곤정은미, 산업융합시대의 지역산업생태계 육성방안,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2012-625, 2012. * 김영수김선배김현우최남희, 지역의 산업기술 혁신생태계 구축 방안,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2015. * Bruce Katz & Julie Wagner, "The Rise of Innovation Districts : A New Geography of Innovation in America", Metropolitan Policy Program at Brookings, 2014. * Larry Downes & Paul Nunes(2013a), Big Bang Disruption, Harvard Business Review * Larry Downes & Paul Nunes(2013b), How can executives protect their business and learn to harness the power of big bang disruption?, Accenture. * OECD, "Manufacturing or services - That is (not) the Question", 2015. * Richard Florida, "startup City : The Urban shift in Venture Capital and High Technology", Toronto : Martin Prosperity Institute, 201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