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혁신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 1) 이성복 2) Ⅰ. 서론 우리나라에서 핀테크가 큰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2014년 초 국내에 중국 알리페이 (Alipay)가 소개되면서이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핀테크는 해외뉴스의 화제로만 간간히 소개되는 정도였다. 이미 알리페이의 위협은 2005년부터 국내에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런 데도 2005년 알리바바가 3년 이내에 한국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할 때조차 핀테크는 국내에서 큰 화두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국내에서 논의되는 핀테크는 지급 결제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2015년 들어서 금융당국이 핀테크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사실상 국내는 이제 핀테크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연초부터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출발점으로 전 금융권역에 핀테크 혁신이 출현할 수 있도 록 정책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각 금융권역도 핀테크 혁신의 물결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핀테크 혁신의 정책적 목적과 방향을 뚜렷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핀테크 혁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핀테크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구축되어야 하는지, 핀테크 혁신이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종합적 으로 논의되지 못한 상태이다. 글로벌 핀테크 혁신에 대한 연구도 미흡하다. 본 고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핀테크 혁신의 특징과 조건, 글로벌 성공사례와 정부 의 역할,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핀테크 혁신이 출현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여 어떤 형태의 핀테크 기업이 설립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도 해외사례를 기반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핀테크 혁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되면서 본 1) 본 고는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예금보험공사 및 자본시장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혀둔다. 2)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javanfish@kcmi.re.kr.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55
금융 포커스 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2008년 이전부터 핀테크 기업은 미국의 실리콘 밸 리과 영국의 런던에서 설립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에 대한 불신 이 커지면서, 핀테크 기업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아이디어들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또 한 2008년 전후로 스마트기기가 금융소비자의 온라인금융거래 행태를 바꾼 것도 핀테크 혁신을 촉진시키는 데 큰 작용을 하였다. 2007년 1월 9일 애플사의 아이폰이 처음 등장 하면서 스마트폰 앱 하나만으로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본 고는 핀테크를 금융과 기술의 융합으로 보고 있다. 융합은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것들이 모여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는 기존 금융서비스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빅데이터 시대에 금융회사간 또는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정보의 격차를 줄여줄 수 있는 분야에서도 핀테크가 출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는 기존 금융회사가 포괄 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핀테크 혁신은 기존 금융산업의 관행에 따른 비용 비효율성, 정보의 격차에 따 른 거래 비효율성,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 발생하는 금융자원 배분 비효율성을 개선 하기 위해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이러한 핀테크 혁신이 자발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 내성이나 환경을 제 대로 갖추지 못했다. 우선 금융소비자가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가입하기 위해서는 영업지 점을 최소한 두 번 이상 방문해야 한다. 핀테크 혁신의 중요 인프라인 빅데이터 시장도 잘 발달하지 못했다. 핀테크 기업의 지급결제시스템 이용을 은행이 결정하기 때문에, 핀 테크 기업이 독립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면 적이 작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에게 금융업 인허가를 내주지 못할 수 있다. 국내에 핀테크 혁신을 가로막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핀테크 혁신이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얼마만큼 핀테크 혁신을 촉진 시킬 것인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각국은 핀테크 혁신을 금융산업 발전의 기폭제, 경제성장의 신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 호주, 싱가폴, 홍콩 등은 글로벌 금융허브 전 략으로 핀테크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단계이다. 핀테크 혁 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핀테크 환경이 조성 되어야 한다. 핀테크 혁신과 관련하여 최근에 논의되는 현안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기존 에 익숙했던 오프라인 사고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56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극복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에서 혁신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금융소비자 권익이 신장되기보다는 침 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핀테크 혁신을 촉진하는 것과 금융산업의 안정을 위해 적합한 규제체계를 갖추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핀테크 혁신은 시장구조, 리스크요인, 규제와 감독 측면에서 국내 금 융산업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핀테크 혁신이 나타나는 영역과 핀테크 기업이 선택하는 사업모델에 따라 금융산업의 시장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격우위 전략을 내세운다면, 과도한 금리경쟁이 촉발 될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즉, 기존 은행과 같 이 예대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뚜렷한 정책적 이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대신에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금융서비스를 제 공할 수 있다면, 범위의 경제, 효율성,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칠 수 있다. 즉, 핀테크 기업이 틈새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려고 한 다면, 금융산업의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효율성이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혁신으로 금융산업의 시장구조가 급격하게 변하면 분명 금 융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핀테크 혁신은 기존 금융회사가 보유하는 리스 크 특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그러나 금융이 갖는 고유리스크 자체가 변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기존 은행보다 비용우위에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예금금 리 경쟁을 통해 수신규모를 단기간에 크게 불릴 수 있지만, 그만큼 조그만 문제로도 뱅 크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즉, 만기변환을 통해 금융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은 유 사한 리스크를 보유하게 된다. 또한 핀테크의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 또는 오 남용도 중 요한 리스크 요인에 해당된다.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급격히 하락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핀테크 혁신과 함께 이에 적합한 규제와 감독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우 선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핀테크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완 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핀테크 혁신이 금융산업을 미칠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여 금융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적합한 감독체계를 갖춰야 한다. 핀테크 혁신을 금융감독에 활용하는 방안도 살펴봐야 한다. 금융안정성 유지를 위해 빅데이터를 스트레스 테스트 분석에 활용 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는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금융회사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57
금융 포커스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끝으로 핀테크 혁신이 금융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는 금융당국, 금융업계, IT업계, 학계 등이 함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핀테크 혁신을 소멸적 혁신으로 몰고 갈 경우 결국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될 것이다. 핀테크 혁신이 새로 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금융산업의 발전과 국민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본 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II장에서는 핀테크 혁신의 특징과 조건을 다루었다. 핀 테크가 출현하게 된 배경도 간략하게 논의하였다. 제III장에서는 핀테크 혁신이 출현할 수 있는 영역과 글로벌 성공사례를 제시하였다. 또한 핀테크 혁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제안하였다. 제IV장에서는 핀테크 혁신이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을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는 데 장벽이 없다는 가정 아래 살펴보았다. 제V장을 본 고를 요약하였다. Ⅱ. 핀테크 혁신의 특징과 조건 2.1 개념 핀테크(Fintech)는 financial technology 의 줄임말로 금융서비스를 소프트웨어에 기반하 여 제공하는 사업을 가리킨다. 즉,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convergence) 을 의미한다. 3) 융합은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것이 모여 구별 없이 하나로 합치는 혁신 이다. 즉, 융합은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 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일랜드 듀블린에 있는 국립디지털연구소(National Digital Research Centre)는 핀테크를 금융서비스의 혁신 으로 정의하였다. 혁신(innovation)은 누가 주체이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 학원 크리스텐센(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혁신을 기존 사업의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 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기존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으로 구분하였다. 3) 핀테크를 단순히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핀테크 혁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한 기술을 technique 으로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technique 은 무엇을 하는 데 특별한 기술을 의미하기 때문에, 핀테크의 핵심인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과 상관없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58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통신사업자가 도입한 무선전화기가 존속적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4) 무선전화기는 전화기 줄의 길이에 따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유선전화기의 불편함을 개선하였다. 덕분 에 유선전화기 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무선전화기를 사려는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서 전화기시장도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그러나 존속적 혁신에는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 (creative distruction)가 결여되어 있다. 예를 들면, 무선전화기는 전화선 길이의 제약으로 이동이 제한된 유선전화기를 기능적으로 보완하는 데 그쳤다. 그렇기 때문에 무선전화기 를 창조적 파괴의 산물이라고 볼 수 없다. 창조적 파괴는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혁신이다. 이를 다른 말로 파괴적 혁신이라고 한 다. 파괴적 혁신은 새로운 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기존 사업방식을 뒤바뀌는 혁신이 다. 이동전화기가 창조적 파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동전화기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서나 전화를 주고받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통신시장의 구조 자체를 뒤바꾸 어 놓았다. 예를 들면, 2014년 5월 기준으로 세 가구 중 한 곳은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유선전화를 설치한 두 가구도 이동전화에 이미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유선전화를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신지형, 2014). 즉, 전화통신시장 은 이동전화사업자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 유선전화 사업방식을 뒤바꾼 파괴적 혁신을 경 험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핀테크도 혁신의 두 가지 다른 관점으로 보면 기존 금융회사가 IT기술을 접목하는 존 속적 핀테크 와 새로운 기업이 IT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의 영역에 도전하는 파괴적 핀테크 로 구분된다. 그 동안 금융회사는 IT기술을 접목해 시장에서 선점적 지위를 유지 해 오는 데 성공하였다. 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뱅킹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터 넷뱅킹서비스는 고객이 점포를 찾아가지 않아도 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이로 인해 은행 점포는 구조적으로 크게 변했고, 고객의 금융거래 행 태도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인터넷뱅킹 자체가 금융산업의 판도를 뒤바꾸지는 못했다. 2.2 출현배경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핀테크는 후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 IT기술의 발달 과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새로운 기업의 설립이 어느 때보다 쉬워졌고, 2008년 글로벌 금 4) 전화기는 유선, 무선, 이동전화기로 구분된다. 무선전화기는 일정한 거리 이내에서만 무선으로 통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휴대전화기와 구별된다.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59
금융 포커스 융위기 이후 기존 은행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X, N세대가 서서히 경제주역으로 자리 잡 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Gelis, 2014). 5) 이러한 연유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08년 9.28억 달러에서 2013년 29.70억 달러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8 년까지는 핀테크 투자가 약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10년 안에 핀테크 투자규모가 9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새로운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기존 금융회사는 오프 라인 금융거래를 온라인상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만 만족했기 때문이다. 즉, 기존 금융 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틈새 서비스를 새로운 핀테크 기업은 IT기술을 이용해 제공함으 로써 새로운 이익창출의 기회로 삼았다. 예를 들면, 2009년에 설립된 미국의 심플닷컴(Simple.com)은 이름 그대로 불편했던 기 존 은행의 서비스를 간편화하였다. 예를 들면, 초과인출이 발생하거나 잔액이 최저기준보 다 낮거나 매월 계좌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부과했던 수수료를 없애고, 5만 5천개 자동 입출금기기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수표를 사진 찍어 입금하거나 송금할 수 있도록 하며, 고객을 위해 매일매일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림 1>. 이 회사는 점포 하나 없이 2014년 2월말 기준 1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끌어 모았고, 2013년중 거래건수 기준 작년대비 330 퍼센트 성장했으며, 거래총액은 1,7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심플닷컴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기존 은행들도 쉽게 제공할 수 있는 것들 이다. 그러나 기존 은행들이 오프라인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다 보니 심플닷컴과 같이 파 괴적 혁신을 실행에 옮기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런 틈새를 새로운 핀테크 기업들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그림 1> 심플닷컴(Simple.com)의 서비스 특징 출처: 심플닷컴 홈페이지(http://www.simple.com) 5) 1961-1980 출생한 X세대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중반 출생한 N세대는 모두 인터넷 시대를 처음으로 겪은 세대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후 빠른 IT기술의 발전을 처음으로 경험해 본 세대이다. 60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둘째, 기존 금융회사는 IT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의 영업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기반을 창출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핀테크 기업은 이 를 새로운 이익창출의 기회로 삼고 과감하게 도전한다. 기존 금융회사가 기존 영업방식을 고집하는 사이에 핀테크 기업은 소비자의 필요를 파악하고 이를 IT기술로 구현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소 비자를 끌어 모은다. 플랫폼은 IT기술과 모바일기술을 적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소비자가 매일 24시간 소비를 결정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수료와 인센티 브를 적절히 조합해 소비자의 소비성향을 높이기도 한다. 6) 이와 같은 변화는 제조업 분야에서 먼저 일어났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이 대표적 인 사례이다. 온라인쇼핑몰의 출현은 소비자의 소비패턴뿐만 아니라 제품의 유통구조를 완전히 뒤바뀌어 놓았다. 국내도 이러한 변화에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온라인 소매판매 거래규모는 2001년말 3.3조원에서 2014년말 45조원으로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PC보다는 모바일을 통해 구매가 많이 일어나는 등 온라인 유통채널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 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2015). 2000년대 후반 들어 금융업 분야에서도 똑같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은 금 융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비용 요소이다. 그런데 모바일기술의 발달은 금융소비자가 시간제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금융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즉, 모바일기술은 금융거래의 기 회비용을 절감시켰다. 예를 들면, 심플닷컴이 제공하는 사진으로 수표를 입금하거나 송금 할 수 있도로 만든 플랫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만, 금융업은 특성상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더 많다.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 중 하나에 속한다. 2.3 주요 특성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IT기술의 발달로 금융업에서도 온라인 거래가 급증해왔다. 그 런데 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핀테크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떠오르 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핀테크 기업이 갖는 공통적인 특성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6) 이와 같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기법은 경제학에서 다루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가격구조 책정기법과 같다. 지급결제시 장에서 많은 핀테크기업이 플랫폼 형태로 출현하는 것은 지급결제시장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양면시장의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이성복, 2012).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61
금융 포커스 (1)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제공 핀테크 기업은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넘어 뛰어난 접근성을 제공한다. 기존 금융회사 도 핀테크 기업처럼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 모바일 뱅킹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온라인 뱅킹이 PC 환경을 기반으로 점포가 갖는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개선하였다면, 모 바일 뱅킹은 스마트폰 환경을 기반으로 온라인 뱅킹이 갖는 공간적 제약을 더 줄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온라인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은 기존 금융회사의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 비스이지, 새로운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특히, 국내처럼 비대면 거래 가 쉽지 않을 경우 더욱 그렇다. 핀테크 기업은 이러한 진입장벽 조차 허물고 있다. 미국의 지급결제카드 리더기인 스 퀘어(Square)를 예로 들어보자. 스퀘어는 기존 카드단말기가 갖는 공간적 제약을 없애고,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카드결제를 수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그림 2>. 덕분에 소상공인들은 스퀘어를 통해 상대적으로 쉽고 값싸게 카드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스퀘어는 2014년에만 약 30조원이 넘는 결제액을 수납했다. 그리고 기 업가치는 2009년 설립 이후 약 5조원으로 성장하였다. <그림 2> 휴대용 카드단말기(좌)와 스퀘어 카드단말기(우) 출처: 스퀘어 홈페이지(http://www.square.com) (2) 사람의 개입 없는 자동화 추구 핀테크 기업은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는 자동화를 추구한다. 가능한 모든 업무절차를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동화한다. 기존 금융회사는 IT기술을 사람이 해야 할 일들을 부문적 으로 처리하는 데 사용하였다. 반면 핀테크 기업은 가능한 모든 일을 IT기술이 처리토록 62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람이 개입토록 하였다. 이는 지난 10여년 동안 정보처리 기술 이 급격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자동화를 추구하는 핀테크는 기업의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준다. 고객을 접견해 야 하는 점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를 추구하는 핀테크 는 고객의 거래비용도 줄여준다. 점포에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 쫓겨 금융소비를 결 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렌딩 클럽(Lending Club)을 예로 들어보자. 렌딩 클럽은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주 는 온라인투자중개회사이다. 즉, 대출을 매개로 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렌딩 클럽 의 대출절차는 기존 은행과 다르다. 대출신청, 대출심사, 대출지급, 투자등록, 투자선택, 수익배분 등 모든 절차가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진다. 또한 고객 입장에서도 렌딩 클럽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모든 절차가 간편해진다. 고객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대출담당자와 면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옷도 차려야 입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번거로운 절차는 렌딩 클럽을 이용할 때 모두 생략된다. 그만큼 자동화를 추구하는 핀테크는 고객 입장에서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2014년 말 렌딩 클럽의 대출규모는 전년대비 112% 증가한 43억 7,800만 달러를 기록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개인대개인(Peer-to-Peer) 대출업자로 알려져 있다. 7) (3) 빅테이타 적극 사용 핀테크 기업은 빅데이터(big data)를 적극 사용한다. 빅데이터는 대량의 정형 또는 비 정형 데이터로부터 가치가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개인 또는 사회 전체 의 성향이나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핀테크 기업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적극적 으로 활용해 기존 금융회사보다 정보우위 또는 비용우위를 갖는다. 핀테크 기업은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가 이용하지 않은 영역 의 가능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이용해 자동화된 핀테크의 오류 가능성을 줄여왔다. 그 만큼 손실 가능성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의 또 다른 P2P 온라인대출중개업자로 알려진 프라스퍼(Prosper)를 살펴보자. 사장 론 수버(Ron Suber)는 프라스퍼를 우리는 문자 그대로 위험한 사람을 마켓팅하는 빅데 7) 렌딩 클럽의 사업모델을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실제 대출은 미국 유타주의 인가를 받은 웹뱅크(Webbank)에 의해 실행되기 때문에 P2P 대 출 플랫폼이라고 보기 어렵다. 렌딩 클럽의 사업모델은 웹뱅크가 실행한 대출을 렌딩 클럽이 매입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으 로 이해하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깝다.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63
금융 포커스 이터 회사이다. 라고 소개한다. 프라스퍼는 대출심사시 대출신청자가 동일한 이메일을 사 용한 기간, 소셜미디어에 접속한 회수, 서로 연결된 개인의 특성, 게시글이나 댓글의 성 향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금융 소비자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회사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수천 개 의 기업 중에서 투자할 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만큼 투자 의사결정이 잘못 될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빅데이터는 금융소비자를 대신해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재 가공하고, 금융소비자가 재가공된 정보만을 가지고 간단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즉, 빅데이터는 핀테크 기업이 금융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도록 가능하 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미국의 온라인전용증권회사인 모티프 인베스팅(Motif Investing)을 예로 들어보자. 2000 년에 설립된 모티프 인베스팅은 최대 30개 종목의 주식 또는 채권으로 구성된 테마주를 투자자에게 제시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별 산업별 트렌드와 메가 트렌드를 파악해 테 마를 선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주식이나 채권을 분류해 이를 투자자에게 제시한다. 투자 자는 자신이 원하는 테마에 자신이 원하는 종목을 선택하면 된다. 어떤 테마가 최근에 부각되는지 직접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어떤 종목이 그 테마에 해당되는지 살펴볼 필요도 없다. 이미 모티프 인베스팅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투자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4) 빠르고 투명한 정보 제공 핀테크 기업은 금융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투명하게 제공한다. 기존 금융회 사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핀테크 기업은 금융소비자가 알고 싶어할 모든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실시간으로 금융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핀테 크 특성상 모바일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어느 때나 쉽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퀘어는 가맹점에게 실시간으로 매출규모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세금 납부에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 준다. 또한 매출관리, 재고관리 및 재무관리에 필요한 정보 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한다<그림 3>. 64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그림 3> 스퀘어의 매출, 재고, 재무 관리 시스템 출처: 스퀘어 홈페이지(http://www.square.com) 미국의 온라인전용자문업자인 베터먼트(Betterment)는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데 모 아 웹페이지와 앱을 통해서 제공한다. 먼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투자성향에 맞춰 고객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대로 투자목적 이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지를 자동적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투자성과와 거래내역을 실시 간으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정리해준다<그림 4>. <그림 4> 베터먼트의 정보제공 서비스 출처: 베터먼트 홈페이지(http://www.betterment.com) 핀테크 기업의 빠르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 해서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정보에 대한 반응을 하나의 데이터로 처리하여 이를 적용 해 고객의 의사결정 패턴을 알아내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65
금융 포커스 (5) 낮고 투명한 수수료 부과 핀테크 기업은 낮고 투명한 수수료(fee)를 제시한다. 기존 금융회사가 부과하는 수수료 체계는 불투명하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불만 중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가 상위를 차지해온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이다. 이를 착안한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의 수수료 체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우선 수수료 부과체계를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였다. 또한 고객이 처음에 거래할 때는 몰랐던 여타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금융회사가 부과하는 수수료보 다 더 낮은 수준으로 부과한다. 핀테크 기업이 낮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동화 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존 금융회사가 포괄하지 않는 고객이나 분야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은) 수익기회를 창출했 기 때문이다. 베터먼트의 수수료 부과체계를 살펴보자. 베터먼트는 기본 수수료 자체를 낮게 책정할 뿐만 아니라, 투자규모에 따라 수수료 부과체계를 세 단계로 나눠 차등한다<그림 5>. 이 는 규모의 경제로 절약된 비용을 고객에게 투명하게 돌려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 다. 그만큼 금융회사와 고객이 수익과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서이다. <그림 5> 베터먼트(Betterment)의 간편한 수수료 부과체계 출처: 베터먼트 홈페이지(http://www.betterment.com) 66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6) 기타 특징 그 밖에도 다양한 특징들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 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자동화를 추구하는 핀테크는 사람의 개입이 없기 때 문에 소비자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직관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 을 내리는 절차도 단순하고 질서정연해야 한다. 어느 한 순간이라도 금융소비자를 불편하 게 하면 고객 대부분은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않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즉, 성공적인 핀테크 기업은 금융소비자에게 최소한의 개인정보와 최소한의 의사결정만을 요구하는 등 금융소비자 편의서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핀테크 특징들은 서로 배타적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새로운 부 가가치를 생성하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즉, 핀테크 기업의 대부분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하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투명하게 제공하는 데도 낮고 투명한 수수료를 부과한다. 2.4 전제조건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고객 이 비대면으로 금융서비스에 가입하는 데 불필요한 제약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빅데이타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 또한 지급결제시스템 진입이 자유로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업 인허가 정책이 유연해야 한다. 글로벌 핀테크 혁신사례를 살펴보면, 핀테크 혁신을 이루는 데 기술적인 장벽이나 제 약은 없으며 금융소비자들도 핀테크 기업을 신뢰하고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유수의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세와 새로운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히 생겨나고 있는 추세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업 특성상 규제산업이기 때 문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기존 금융산업의 틀에 맞추어져 있는 각종 규제가 합 리적인 방안으로 풀린다면 핀테크 혁신은 물밀 듯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1) 제약 없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가입 금융소비자는 비대면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금융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67
금융 포커스 를 제한하는 규제가 있을 경우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보다 뛰어난 접근성을 제공 할 수 없게 된다. 즉, 기존 금융회사처럼 점포를 만들지 않고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만들어낼 수 없다. 핀테크 기업 자체가 생겨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여 생겨 나더라도 기존 금융회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의 경우 금융실명법과 시행령을 통해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자금 은 닉 등의 불법적인 자금거래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게 모든 최초 금융거래에 서 거래자의 실지명의를 대면으로 확인토록 규제하고 있다. 즉, 은행계좌를 개설하기 위 해서는 은행점포에 가야 한다. 증권계좌를 열기 위해서도 증권회사에 가야 한다. 그런데 증권회사는 점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은행점포를 대신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명확인 대면규제 자체가 과도한 것은 아니다.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 해서는 실명확인을 대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금융실명 법 적용대상이 문제이다. 금융거래법은 모든 금융거래를 처음부터 불법적인 자금으로 가정 한다. 즉, 모든 최초 금융거래가 규제대상에 해당된다. 불법적인 자금거래가 발생할 가능성 이 낮은 금융투자회사 계좌나 보험회사 계좌까지 은행계좌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도 무리 가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실명확인 대면규제는 상당히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비효율적이다. 실명확인 대면규제가 효율과 효과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법 적인 금융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거래자와 아닌 자로 구분해 실명확인 방법을 차 등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금융회사에게 모든 최초 금융거래시 거래자의 실명을 (신 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량껏) 확인토록 허용하고, 거래자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거래 를 개시할 경우 반드시 거래자의 실명을 대면으로 재확인토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 해야 할 것은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할 때 금융회사의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면서 다른 번거로운 절차를 거래자에게 요구하면, 사실상 거래 자 입장에서 또 다른 번거로움의 제약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미국, 독일, 영국은 최초 금융거래시에도 금융회사에게 비대면으로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핀테크 기업 을 살펴보면 거래자가 실명확인 부담을 갖는 경우는 전혀 없다. 핀테크 기업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면 핀테크 금융서비스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즉, 금융서비스 가 입 단계에서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인증절차도 요구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인증절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비대 면 규제 완화방안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그림 6>. 68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그림 6> 국내와 금융 선진국의 비대면 금융서비스 가입 절차 국내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가입을 제한하는 또 다른 장벽이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한 전자 접근매체 발급을 위한 대면 본인확인 규제가 그것이다. 전자 접근매체는 사용 자 아이디,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OTP 카드, 생체정보 등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거래지 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 또는 정보를 의미한다. 동 법에서는 반드시 본인 실명증표를 확인한 후 접근매체를 교부 하도록 금융회사에게 강제하고 있다. 사실상 금융회사 점포에 방문하지 않고는 전자금융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는 금융소비자가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자체를 경험하지 못 하도록 막는 것과 같다. 즉, 국내는 핀테크 기업이 자신의 강점을 금융소비자에게 피력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을 수 있는 환경이다. 요약하자면, 금융소비자가 제약 없이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것이 핀테크 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2) 빅데이터 시장의 성숙 빅데이터는 21세기 원유 라고 불린다. 1900년대 초반 정유기술의 발달로 석유화학의 발전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제품의 기업이 탄생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빅데이터라는 원 유를 정제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의미의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기 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대한석유협회, 2014). 그만큼 빅데이터는 원유처럼 경제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69
금융 포커스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은 연평균 27%의 성장세를 계속 보이며 2017년에는 325억 달러 (약 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IDC, 2014). 이에 반해,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2015년에 2.6억 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의 약 1.6%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대한상공회의소, 2014). 전 세계적으로 인터텟 강국으로 알려진 국내 치고 너무 왜소한 수치이다. 일반적으로 빅데이터는 대규모(volume), 다양성(variety), 정확성(veracity), 연속성 (velocity)의 특성을 갖는다<그림 7>. 빅데이터는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가 주를 이룬다. 이미 전 세계는 2011년에 1조GB에 해당되는 제타바이트(Zettabyte, ZB: 1021) 시대에 도 달했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량은 매 2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데이터량은 40ZB로 2005년과 비교해 30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세계는 지금 데이터 빅뱅 중이라고 표현된다. <그림 7> 빅데이터의 4가지 특성 출처: 문영호(2013) 빅데이터의 종류도 다양하다. 고객정보와 같은 정형화된 내부정보 뿐만 아니라, 각종 텍스트, 웹콘텐츠(게시글, 사진, 댓글, 호응 등), 소셜네트워크, 실시간데이터(온라인거래, 이동정보 등) 등 외부정보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70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그러나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구조화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이기 때문에 일관성이나 정확성 측면에서 많은 결함을 갖고 있다. 그 만큼 가공 및 관리 비용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이 때문에 빅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편, 빅데이터는 연속적으로 생성된다. 실시간 접속, 거래, 반응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되며,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성한다. 데이터는 특성상 새로운 정보가 축적되지 않으면 그 데이터의 이용가치는 소멸된다. 그러나 데이터가 연속적으로 생성되면 그 가치 도 연속적으로 형성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정지선(2011)은 예전에는 빅데이터가 데이터 규모와 기술 측면에서 정의되었으나, 빅데 이터의 가치와 활용 측면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빅데이터가 미래의 특징인 미래사회가 불확실성, 리스크, 스마트, 융합에 각각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가 치를 창출하는 핵심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표 1>. 특히, 빅데이터는 불 확실성과 리스크에 대응하여 통찰력과 위기관리의 역할을 지원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미래사회의 특성과 빅데이터의 역할 미래사회 특성 빅데이터 역할 불확실성 통찰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현상 패턴 분석과 미래 전망 발생가능한 시나리오 분석 및 시뮬레이션 다각적인 상황을 추출하고 연결고리 제시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제시 리스크 대응력 데이터에 숨겨진 패턴을 분석하여 위험징후, 이상신호 포착 지속적으로 변하는 트렌드를 추출하여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 트렌트별 파급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 제시 스마트 경쟁력 개인별 상호작용 효율화 제고 인공지능 신뢰성 제고 사물인터넷 개발 기반 제공 융합 창조력 타영역과 결합 가능한 조합 제시 인과관계,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융합 안정성 제고 시장 개척 출처: 정지선(2011) 참고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71
금융 포커스 핀테크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 빅데이터 시장의 성숙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핀테크 혁신은 기존 금융회사의 관행을 파괴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가 갖지 못하는 비교우위를 갖고 있어야 한 다. 그 중에 하나가 정보우위이다. 금융업의 수익성은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를 얼마나 잘 해소할 수 있 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보 비대칭성은 금융회사와 고객 간에, 금융시장 참가자 간에 정 보 격차가 발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빅데이터는 기존 금융회사가 이용한 정보와는 다르 게 이러한 격차를 확연하게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은행업의 경우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리 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 기존 은행은 일반적으로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와 고객의 과거 금융거래 정보만을 의존해 대출을 심사하기 때문에 실질적 으로는 역선택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왜냐하면 대출고객이 직면해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조건으로 담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높은 것도 역선택 리스크 때문이다. 또한 기존 은행은 대출집행 후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에만 의존해 고객의 행태변화를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도 한계를 보인다. 은행은 이미 담보를 확보했기 때문에 담보가치가 하락되지 않으면 사실상 리스크를 관리할 이유조차 없다. 결과적으로 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한다기 보다는 신용을 할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빅데이터는 기존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관행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예 를 들면, 핀테크 기업은 대출고객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추출하여 실질적인 대출사유를 파 악하고, 이를 이용해 대출조건을 세부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집행하는 것을 선택 할 수 있다. 또한 대출집행 후 고객이 연속적으로 생성하는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하 여 고객의 상환능력을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의 새로운 적용 가능성은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회사의 고유영업 범 위를 뛰어넘게 만들 것이다. 즉, 원유가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었다면, 빅데이터는 금융업 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2011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어 왔지만 여 러 가지 이유로 예상보다 더디게 발전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2014). 우선 공공데이터 (data.go.kr)의 양과 질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불충분하다. 이는 국내 정서상 공공데이터 72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가 갖는 고유의 특성으로 개별 기업의 사익추구를 위해 사용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빅데이터 핵심기술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2년에서 4년까지 뒤쳐져 있다. 현재 주요 IT 업체 및 포털을 중심으로 빅데이타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있으나 해외 기술에 크게 의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빅데이터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빅데이 터 전문인력은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대한상공회의소, 2014). 마지막으로 빅데이터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다. 현재 국내 빅테이터 시장은 공공데이타를 제외하고는 대형포털이나 통신업체 중심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의 일치 하는 시장이다. 이는 정보의 원활한 유통보다 개인의 정보보호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민선 문병순(2012)은 우리나라가 빅데이터 시대에 갈라파고스와 같다고 평가한다. 한국의 IT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5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국내 대형포탈이나 통신 업체는 페타바이트(Petabyte, PB: 1015) 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마치 세상과 동떨어져 단절된 갈라파고스처럼 국내 빅데이터 환경은 시대의 흐름에 크게 뒤쳐져 있다 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빅데이터는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회사보다 정보우위에 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성공요건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핀테크 기업이 출현한다 고 해도, 기존 금융회사보다 정보우위에 있지 못하면 리스크관리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 이다. (3) 지급결제시스템 진입 자유 금융은 자금의 융통을 중개하고 거래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이다. 이 과정에서 자금의 지급결제는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자금의 지급결제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한 계좌를 통해 이루어진다. 계좌는 고객의 자금이 송금되는 출발지이며, 그 자금이 수금되는 도착지이다. 즉, 계좌는 모든 금융거래로 발생하는 자금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주소이다. 그런데 어떤 금융회사가 어떤 고객에게 제공한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가 인정하지 않는 다면 어떻게 될까. 두 금융회사 간에 자금의 지급결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자금의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73
금융 포커스 지급결제가 발생하더라도 상당히 비효율적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나무 마을에 사는 갑순이가 금싸리기 마을에 사는 철수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하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철수 에게는 편지를 보낼 수 없다고 한다면, 철수가 갑순이를 직접 찾아오거나 아니면 철수가 편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갑순이가 곱절의 애를 써야할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상황이 현재 국내 지급결제시스템에서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은행 고객은 다른 은행으로 쉽게 자금이체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로는 자금 을 쉽게 이체할 수 없다. 대신에 금융회사가 특정한 금액을 은행 계좌에서 출금할 수 있 도록 위임하는 일종의 출금서비스를 신청할 수는 있다. 한편, 2009년 7월부터 금융투자회 사들도 자금의 지급결제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정적으로 허용하였으나, 여전히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고 있는 형편이라 금융투자회사 고객의 금융편의성이 크게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급결제시스템이란 지급(payment), 청산(clearing), 그리고 결제(settlement)가 정해진 체계 및 절차에 따라 처리되도록 정한 규범적 체계를 의미한다. 지급이란 지급수단을 주 고받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급수단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자금의 지급결제가 완결된 것은 아니다. 청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산이란 지급수단을 확인하고 서로 지급할 금액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이렇게 청산이 끝나면 서로 지급할 금액을 주고받으면 된다. 이를 결 제라고 한다. 현금을 주고받는 경우에도 지급결제는 지급-청산-결제의 과정을 거쳐 완결된다. 예를 들면, 손님이 삼천 원짜리 자장면을 시켜먹고 오천 원을 내면(지급), 주인은 오천원 권의 진위를 확인하고 거슬러줘야 할 금액을 계산한 후에(청산), 그 거스름돈을 손님에게 다시 주어야 하기(결제) 때문이다. 지급결제시스템의 궁극적인 목적은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증대이며, 그 세부적인 정책목 표는 지급결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윤경수 김용미, 2010; 김현욱 이 향용 임경묵, 2005). 효율성은 지급결제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 가격을 최소화하는 것 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안정성은 하나의 지급결제가 또 다른 지급결제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완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들 들면, 주인이 오천원 권의 진위를 확인하 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지급결제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이천 원을 손님 에게 거슬러줘야 하는데, 잔돈이 하나도 없거나 부족하다면 지급결제는 완결되지 못한다. 즉, 지급결제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급결제시스템의 가입은 분명 엄격해야 한다. 무질서한 가입으로 지급결제 74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모두가 금융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은행 중심의 지급결제시스템은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증대라는 궁 극적인 정책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재 금융투자회사가 지급결제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 것처럼 핀테크 기업도 동일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특히, 은 행의 금융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출현한 경우 기업의 생존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은행들은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이유로 다른 금융회사들의 지급결제시스템의 이용을 배타적으로 일부 제한하거 나 일부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 기업이 새롭게 출현될 수 있을까. 결국 지금의 국내 지급결제 환경에서는 핀테크 혁신이 쉽게 일어날 수 없다.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결국 혁신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핀테크 기업이 고객에게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불필요한 제약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급결제는 모든 금융거래에서 반드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가받은 금융회사라도 은행을 거치지 않고는 고객에게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 는 것이 국내 실정이다. (4) 유연한 금융업 인허가 정책 핀테크 기업의 금융산업 진입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금융회사로 정부의 인허가를 받거나 정부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각 나라마다 금융산업의 구조가 다르 기 때문에 그 나라의 인허가 정책에 따라 다른 형태의 핀테크 기업들이 출현할 수 있다. 둘째,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우회적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이후에 정 부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셋째, 금융업 인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 식이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핀테크 기업들이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유연한 금융회사 인허가 정책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 SK텔레콤(주)는 최근에 핀테크 혁신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알리페이와 같은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신용카드업 인허가 정책 때문에 사실상 모든 준 비를 해놓고도 새로운 방식의 지급결제서비스를 개시하는 데 실패한 적이 있다. 이러한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75
금융 포커스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핀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나 정부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회사 인허가 정책에 대한 방침을 세우기 위해 현재 금융산업의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핀테크 기업의 무리한 금융산업 진입으로 과도한 경쟁이 촉발될 경우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혁신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기 때문에 정부는 인허가 방침을 바꿀 때 신중해야 한다. 한편, 정부가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회사 인허가에 소극적일 경우, 우회적으로 금융 산업에 진입하려는 핀테크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 우회적으로 금융산업에 진입한 핀테크 기업 중에서는 미국의 렌딩 클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출시장을 놓고 은행과 경쟁하면 서도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은행업 진출이 어렵지 않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딩 클럽은 은행업에 우회적으로 진출해 은행에 적용되는 각종 건전 성 규제에 따른 부담을 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렌딩 클럽을 은행업을 가장 위협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렌딩 클럽의 고유업무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중개하는 업무이다. 예적금을 수신하는 대신에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할 대출자산을 중개해주고 있다. 일종의 은행과 금융투자업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대마진보다는 중개수수료 가 주요 수익원이 된다. 또한 대출자산의 신용리스크, 금리리스크, 시장리스크, 유동성리 스크, 운영리스크 등도 렌딩 클럽에 귀속되지 않고, 투자자에게 전부 이전된다. 그 동안 정부나 기존 금융회사가 자기 울타리를 지키려 했다면, 렌딩 클럽은 그 울타리를 뛰어 넘어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우회적인 진입이 갖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산업에 우회적인 진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면, 분명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불완전판매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존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악화 시키고, 금융소비자 보호의 문제도 대두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정부는 핀테크 기업이 보다 쉽게 출현할 수 있도록 인허가 정책에 대한 방침을 조심스럽게 바꿀 필요가 있다. 다만, 새로 진입하는 핀테크 기업이 금융편의성 확대, 비용효율성 증대, 금융안정성 제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76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Ⅲ. 글로벌 성공사례 및 정부역할 3.1 핀테크 혁신 영역 핀테크 혁신의 영역을 규정하는 것은 핀테크 혁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핀 테크 혁신은 금융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핀테크 혁신의 영역은 모든 금융산업과 관련된 분야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혁신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은 기존 금융산업의 관행에 따른 비용 비효율성, 정보의 격차에 따른 거래 비효율성,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금융자본의 배분 비효율성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와 더불어 기존 금융회사가 핀테크를 접목시키고자 할 때 이를 지원하는 핀테크 혁신도 출현될 수 있다. (1)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영역 첫째, 금융서비스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에서 핀테크 혁신이 쉽게 나타날 수 있 다. 금융서비스가 비효율적이다라는 말은 금융소비자가 불편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과도한 절차나 정보를 요구한다거나, 금융소비자 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거나 금융서비스가 빠르게 처리되지 않을 때 금융소비자는 불 편함을 느낀다. 핀테크 혁신은 이러한 영역에서 IT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개념의 금융서비 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애플페이를 살펴보자. 애플페이는 복수의 지불카드를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단 번에 해결한 핀테크 혁신이다. 모든 지불카드의 정보를 애플 아이폰 앱에 저장하고, 사용 하고 싶을 때마다 특정 지불카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가 각광받 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1인당 지불카드 보유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소비자의 지갑은 다시 두꺼워지고, 소비자는 가맹점에 따라 어떤 카드를 써야할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잦아 졌기 때문이다. 미국 카드보유자의 평균 카드보유수는 2009년 말 기준 3.9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애플페이는 지불카드전용 전자지갑이다. 애플사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 해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앱으로 만들어 지급결제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은행의 인터넷 자금이체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은행의 자금이체 서비스는 속도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77
금융 포커스 면에서는 전 세계적인 수준이다. 실제 자금이 송금자로부터 수금자에게 이체되지 않아도 수금자 은행이 무료로 하루 동안 신용을 수금자에게 공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수 반되는 불편함도 상당하다. 우선 거쳐야 하는 보안절차가 까다롭다. 인터넷뱅킹에 공인인 증서 또는 ID로 로그인을 해야 하고, 브라우저 보안에 필요한 플러그-인(plug-in)을 설치 해야 한다. 그리고 송금정보를 제대로 입력했더라도, 자금이체 비밀번호, ARS인증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다시 입력해야 자금이체의 지급이 완료되게 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지 않았다. 8) 은행이 지급결제시스 템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 은행의 자금이체 서비스가 매우 비싸거나 느리다. 미국 은 행 대부분은 전신환 송금(Wire transfer)과 ACH(Automated Clearing House) 자금이체 서 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신환 송금은 원하는 시간 안에 송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수수료가 비싸다. 반면, ACH 자금이체는 길게는 5일이 걸리지만 수수료가 싸다. 그래서 빠르지만 싸게 송금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를 완 벽하게 구현하는 핀테크 기업은 아직 출현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대신에 고객이 느끼는 자금이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송금정보 입력절차를 간소화하는 핀테크 기업은 계속 출 현하고 있다. (2) 정보의 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영역 둘째, 정보의 질 격차(quality gap)를 줄여줄 수 있는 분야에서 핀테크 혁신이 쉽게 나 타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은 정보 의 양 격차(quantity gap)에 의해서 설명되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에 따라 정보 우위가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는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양의 정 보를 수집하고자 하였다. 반면에,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금융당국은 금융 회사에게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행동경제학을 중심으로 정보의 양 격차보다 질 격차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금융소비 결정을 꺼려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높다 는 인식이 새롭게 제기되었다. 특히,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할 때 정보의 8)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가 2014년 11월 간편 송금을 위해 출시되기는 했지만, 가입절차가 까다롭고 여전히 송금을 실행하기에 앞서 거 쳐야 하는 절차가 복잡해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이 주축이 되어 만들다 보니 기존의 틀을 깨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78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질 격차를 악용한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투명 한 공시만으로는 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금융소비 결정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주장이 힘 을 얻기 시작했다. 영국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만을 이용하는 경향이 짙으며, 이 때문에 아무 리 많은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한국투자자보호재단, 2013). 그렇다 보니 기존 금융회사들은 이를 악용해 충분한 설명 없이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향이 짙다. 또한 기존 금융회사 대 부분은 금융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금융소비자는 금융소비 참가를 머뭇거리게 된다. 즉, 정보의 질 격차가 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금융거래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위축될 수 있다. 그만큼 정보의 홍수 시대에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정보의 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모티프 인베스팅을 다시 살펴보자. 2010년에 설립된 모티프 인베스팅은 투자자가 어떤 종목에 얼마를 투자해야 할지를 간단한 절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서비스 를 제공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다. 즉,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라는 핀테크 혁신을 통해서 고객이 느끼는 정보의 질 격차를 줄여줌으로써 새로운 투자 중개 수요를 이끌어낸 성공사례이다. 우선 모티프 인베스팅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자테마를 제시한다. 그리고 각 테마 별 종목 30개를 투자자에게 추천한다. 투자자는 추천종목 30개를 모두 선택할 수도, 추천 되지 않은 또는 추천후보 종목을 선택하여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각 종목별 투자비중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로 투자자는 9달러 95센 트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하고 투자를 확정하면 된다<그림 8>. <그림 8> 모티브 인베스팅의 간편한 투자결정 절차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79
금융 포커스 모티프 인베스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는 전통적인 투자중개업자와 본질적으로 다르 지 않다. 말 그대로 투자를 중개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인 투자중개업자들은 투자자에게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 중 에서 가장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 때문이다. 또한 제공된 정보 대부분은 투자중개업자들이 선별한 경우이다. 고객에게 선택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모티프 인베스팅은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의미 있는 정보로 가공하고, 이를 투자 자가 선택할 수 있는 테마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테마는 어떤 경제적 변화가 축약된 정보이다. 이렇게 모티브 인베스팅은 고객에게 정보를 선택할 권한을 준 것이다. 즉, 정 보의 질 격차를 줄여준 것이다.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외화송금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든 핀테크 기업이다. 기존 은행들은 송금자가 원하는 수금자에게 직접 외화 송금을 집행하는 것을 가정하고 이에 따라 환전비용을 계산하여 송금자나 수금자에게 부 담시킨다. 트랜스퍼와이즈는 불필요한 환전비용을 없애기 위해 동일한 국가에서 동일한 외화의 송금자와 수금자를 찾아 서로 매칭시킨다. 그래서 트랜스퍼와이즈의 송금수수료는 은행보다 10배 정도 저렴하다. 즉, 트랜스퍼와이즈는 수집된 외화에 대한 송금 정보를 새 로운 유의미한 정보로 해석하고 이를 이용해 고객에게 더 저렴한 외화송금 서비스를 제 공하고 있다. (3) 기존 금융권이 포괄하지 못한 영역 셋째, 기존 금융권이 포괄하지 못한 금융시장의 틈새영역에서 핀테크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금융서비스의 틈새영역은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은행 대출은 문턱이 높다 또는 투자는 부자만 하는 것이다 라는 표현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보통 담보가 없는 창업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쉽지 않다. 은행이 그만큼 부담해야 할 규제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투자중개업자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투자정보를 고액 투자자에 게 집중적으로 제공하여 왔다. 이 때문에 소액 투자자가 자본시장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 다. 그만큼 소액으로 투자하길 원하는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상대적 으로 누리지 못했다. 이러한 틈새는 금융산업 및 금융시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캐비지(Kabbage)는 영 국에서 소기업에게 영업자금을 대출해주는 온라인대부업자이다. 캐비지가 기존 은행이나 80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대부업자와는 달리 적정한 금리로 소기업에게 빠르고 유연하게 영업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는 것은 Data Context Engine을 활용해 소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생성한 정보과 다양한 정보매체에서 생성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이 포 괄하지 못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즉, 캐비지는 빅데이터 전문기술 로 중소기업 대출시장의 틈새를 파고 든 것이다. 미국의 로빈후드(Robinhood)는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온라인투자중개업자이다. 투자 자는 로빈후드를 이용해 매도 또는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로빈후드는 모든 접 근 가능한 거래소 중에서 가장 최선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그 주문을 집행한다. 로빈후드 창립자는 원래 기관투자자를 위해 고빈도매매거래시스템을 만들었는데, 그 때 온라인주문 은 사실상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로빈후드는 기존 투 자중개업자들이 매 거래 10달러의 수수료를 받아왔던 관행을 하나의 틈새로 본 것이다. 영국의 웅가(Wonga)는 최대 30일 동안 최대 750달러까지 빌려주는 온라인소액대출업 자이다. 2006년에 설립되어 한 때 영국의 전통적인 소액대출업자를 위협하는 존재였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조사와 규제로 인해 고금리 소액대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가는 기존 소액대출업자가 포괄하지 못한 시장까지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아무리 금리가 비싸더라도 소액으로 손쉽게 대출받기를 원하는 자금 수요가 많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의 런베스트(LearnVest)는 개인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온라인자산관리업 자이다. 자산관리를 희망하는 개인은 가입비 299달러와 매달 회비 19달러를 지불하면, 매 월 자산관리 리포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업계 평균 가입비 1,900달러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덕분에 더 많은 개인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 게 되었다. 즉, 런베스트는 가격을 낮춤으로써 기존의 자산관리업자가 포괄하지 못한 자 산관리서비스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데 공헌했다. (4) 기존 금융회사의 핀테크 접목을 지원할 수 있는 영역 핀테크 혁신은 기존 금융회사의 니즈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핀테크 기업 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요들리(Yodlee)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요들리는 은행이 기존 고객의 금융소비 행태를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 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영국의 마킷(Markit)도 주요고객인 은행, 헤지펀드, 보험회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81
금융 포커스 사, 자산운용회사 등을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금융정보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핀테 크 기업이다. 그러나 기존 금융회사가 핀테크를 접목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핀테크 혁신은 사 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가 이러한 변 화 요구를 수긍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혁신이 활발하게 이루 어지는 시대적 조류 앞에서 금융회사가 기존의 관행을 지키려는 것은 더 나쁜 선택일 수 있다. 결국 금융소비자의 외면으로 기존 금융회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혁신의 시대에 는 변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2 글로벌 성공사례 (1) 글로벌 성공사례 개황 핀테크 혁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부각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 존 금융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잃고 휘청거릴 때, 핀테크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 미국, 유럽, 글로벌 상위 50위로 평가받는 핀테크 기업은 총 135개로 종합된다<표 2>. 9)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 지역이 61개로 가장 많고, 유럽 지역이 60개, 아 태 지역이 13개, 남아메리카 지역이 1개, 아프리카 지역이 1개로 나타났다. <표 2> 글로벌 유망 핀테크 기업의 지역별 금융권역별 현황 금융권역 아 태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 총계 은행업 0 2 0 7 0 9 금융투자업 4 27 0 16 0 47 보험업 0 3 0 0 0 3 지급결제 3 13 0 14 1 31 대부업 3 5 1 5 0 14 빅데이터 1 8 0 13 0 22 기타 2 3 0 4 0 9 총계 13 61 1 59 1 135 자료출처 : AWI KPMG FSC(fintechinnovators.com), DataFox(datafox.co), FinTechCity(fintechcity.com) 9) 앞서 논의한 애플페이나 심플닷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핀테크 기업 135개에 대한 선정절차가 다소 주관적이거나 선정기 준이 각 지역의 이해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82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북미와 유럽 지역에 유난히 핀테크 기업이 많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 을 가장 심하게 받았고 국내와 같이 비대면 금융실명 및 본인확인을 금지하는 등 새로운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요소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 이디어 하나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기존 금융회사로부터 받지 못했던 금융서비 스를 제공해주는 일이 가능했다. 즉, 북미와 유럽 지역은 창의적인 사고 발상이 가능한 환경을 보유하였다. 아 태 지역에 소재한 핀테크 기업은 총 13개이다. 호주가 4개, 싱가폴, 홍콩, 인도가 각각 2개씩, 중국, 뉴질랜드, 이스라엘이 각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 금융투자 업 관련 핀테크 기업이 4곳, 지급결제와 대부업이 각각 3곳, 빅데이터가 1곳, 기타가 1곳 이다. 금융권역별로 살펴보면, 은행업이 9곳, 금융투자업이 47곳으로 가장 많고, 보험업이 3 곳, 지급결제가 31곳, 대부업이 14곳, 빅데이터가 22곳, 기타가 9곳로 구분된다. 대부업 관련 핀테크 기업이 기존 은행업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은행업으로 분류되 기도 한다. 또한 투자중개업자의 역할을 하는 데도 투자대상이 대출자산이면 대부업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표 2>는 이러한 분류의 오류를 국내 금융관련법상 정의를 토대로 수정한 결과이다. 예를 들면, 랜딩 클럽과 프라스퍼는 대출자산에 대한 수익증권 을 발행해 투자권유를 한다는 측면에서 금융투자업으로 분류되었다. 국내에서는 핀테크 혁신이 지급결제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추 측이 틀린 것은 아니다<표 2>. 글로벌 유망 총 135개 핀테크 기업 중에서 약 23%에 해 당하는 31개 기업이 지급결제와 관련된 기업이다. 이들 핀테크 기업은 소액송금, 카드결 제, 외환송금 등에 이르기까지 지급결제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핀테크 혁신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금융투자업이라 는 점이다. 글로벌 유망 총 135개 핀테크 기업 중에서 약 34.8%를 차지하는 47개 기업 이 금융투자업 관련 핀테크 기업이다. 아직까지 그 배경에 대해서 심층 있게 분석한 자 료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네 가지 측면에서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금융투 자업은 수수료 기반 금융서비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 혁신을 통해 거래비용의 일종 인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둘째, 금융투자는 계속적인 의사결정이 수반된 다. 이 때문에 성격상 핀테크 혁신을 통해 정보의 질 격차를 줄여 주는 금융서비스를 제 공하기에 적합하다. 셋째, 금융투자에 대한 수요가 시장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더 높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 혁신을 통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기 쉬울 수 있다. 넷째, 금융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83
금융 포커스 투자업은 건전한 영업행위와 적정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면 은행과는 달리 상대적으 로 시장에 진입하기 쉽다. 이 때문에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투자산업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은행업 관련 핀테크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내에서 현재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인터 넷전문은행이 출현했을 때는 기존 전통은행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러나 기존 전통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보다 접근성 차원에서 더 높은 우위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 닷 컴 버블이 붕괴될 때 인터넷전문은행 10여개가 퇴출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왜 이들 은행은 망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존 은행과 같 이 예대업무를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객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수신금리를 높여 예금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출을 실행할 대출고객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도 낮추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수익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즉, 이들 은행들은 지금의 핀테크 기업과 같이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말 인터넷전문은행 중 자산규모 기준 1위를 기록한 찰스슈왑은행(Charles Schwab Bank)는 좀 다르다. 이 은행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른 인터넷전문 은행과 달랐다. 첫째, 기존에 금융거래를 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었다. 찰스슈왑은 미국 의 온라인전문투자중개업자를 대표한다. 즉, 금융투자고객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찰 스슈왑은행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예금시장과 채권시장을 연결하 였다. 2003년 4월에 설립된 이래, 자산의 75% 내외를 유가증권에 투자하였다. 즉, 다른 은행과 같이 예대업무보다는 온라인전문투자중개업자의 역량을 활용하여 예금시장과 채권 시장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셋째, 지점을 늘려 나갔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보다 접근성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존 전통은행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접근성은 전통은행보다 열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찰스슈왑은행은 2008년 이후 캘리포니아 지역에 11개 지점을 더 설치하였다. 찰스슈왑은행은 2014년 말 현재 미국 전체 은행 중에서 자산규모 기준으로 상위 22위 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예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금 자의 안정적인 투자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84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두 번째 이유는 은행업 자체가 파괴적 혁신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업 자체 와 관련된 핀테크 혁신이 출현하기 보다는 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핀테크 기업이 출현 하는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는 은행업은 필요해도, 은행은 필요 없다(Banking is essential, banks are not) 라고 말했다. 핀테크 전문가 대부분은 미국 은행의 지점들이 향 후 10년에서 15년 이내에 지금의 10%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렌딩 클럽이 대표적으로 은행업 자체를 분해하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은행이 지배 적 지위를 행사해왔던 대출시장을 주요 영업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은 행과 달리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투자자와 차입자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하 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스퍼(Prosper) 등이 이와 유사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 또한 지급결제 관련 핀테크 기업 대부분도 은행업을 파괴적 혁신의 대상을 삼고 있다. 그 동안 은행이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던 지급결제 분야에서 핀테크 기업들이 활발하게 출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기반에서 가장 간편하게 핀테크 혁신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했기 때 문이다. (2) 글로벌 성공사례 호주의 AWI(Australasian Wealth Investments Limited), KPMG, FSC(Financial Services Council of Australia)가 공동으로 조사한 글로벌 상위 50개 핀테크 기업 중에서 상위 15 개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성공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그림 9>. 10) 이들 세 기관은 상위 50개 핀테크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총 자본조달금, 자본조달속도, 파괴적 혁신의 정도, 상품 서비스 고객경험 사업모델의 정 도를 평가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였다. 1 웰쓰프론트(Wealthfront) 웰쓰프론트는 알고리듬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최적의 자산배분, 자 동 리밸런싱, 주기적 보고, 단순 자문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자문업자(robo-advisor)이다. 200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되었으며, 2012년 초 영업 10) 호주의 경우 핀테크 혁신이 미국, 영국, 유럽보다 늦게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이 때문에 2014년 글로벌 상위 50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조 사에서도 지역의 이해관계가 가장 낮게 반영된 것으로 사료된다.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85
금융 포커스 을 개시한 후 3년이 조금 경과된 2015년 3월 15일 현재 20억 달러 이상의 고객자산을 운용 중에 있다. <그림 9> AWI KPMG FSC의 글로벌 상위 15위 핀테크 기업 출처 : AWI KPMG FSC(2014) 2 캐비지(Kabbage) 캐비지는 영국에서 소기업에게 영업자금을 대출해주는 온라인대부업자이다. 캐비지는 자체 개발한 Data Context Engine을 활용해 소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생성한 정보과 다양 한 정보매체에서 생성된 정보를 분석하여 대출여부를 결정한다. 대출신청 기업은 별도의 대출신청서를 작성할 필요 없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캐비지에 제공하면 된다. 캐비지는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실시해 대출여부를 단 몇 분 안에 결정하여 실행한다. 86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3 모티프 인베스팅(Motif Investing) 모티프 인베스팅은 2010년에 설립된 미국의 온라인전용투자중개업자이다. 모티프 인베 스팅의 가장 큰 매력은 투자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이다. 우선 현금투자를 원할 경우 최소 250 달러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차 입투자를 원할 경우 최소 2,000 달러를 기본으로 약정해야 한다. 또한 어떤 테마를 선택 해야 할지 또는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투자자를 위해 자신의 투자 DNA를 다섯 단계의 간단한 질문과 답변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투 자 대안을 제시해준다. 4 클라나(Klarna) 클라나는 2005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온라인지급결제기업이다. 가장 큰 강점은 오프라 인에서 물건을 보고 결제를 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구매한 물건을 받아본 이후에 결 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 전자상거래의 약 20%가 클라나를 통해서 지급결제되며, 유럽 전역의 약 15,000개 이상의 온라인상점이 클라나의 지급결제를 지원 한다. 5 스퀘어(Square) 스퀘어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지급결제서비스기업이다. 눈에 띄는 장 점은 스마트기기 이어폰 잭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지급결제카드 리더기인 스퀘어를 이용하여 누구든지 제약 없이 지불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개인조차도 스퀘어 리지스터(Square Register)에 등록만 하면 카드결제를 수납할 수 있다. 기존 신용 카드업자들의 가맹점 가입절차나 조건이 까다로웠다는 점에 착안한 핀테크 혁신이다. 6 렌딩 클럽(Lending Club) 렌딩 클럽은 2006년에 설립된 개인대개인 대출을 중개해주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투자 중개업자이다. 렌딩 클럽은 은행과 대출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협적인 것으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87
금융 포커스 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렌딩 클럽은 미국의 웹뱅크(WebBank)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 해 대출을 실행한다. 그리고 그 실행된 대출을 투자자에게 중개하며, 대출자와 투자자에 게 각각 중개수수료를 수수하고 있다. 즉, 차입자와 투자자를 매칭시켜 준다. 이 때문에 기존 은행과 달리 얻는 이점이 많다. 예를 들어, 기존 은행과 달리 렌딩 클 럽이 갖는 리스크는 거의 없다. 은행은 원금보장과 만기변환이 주요한 경제적 역할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신용리스크, 유동성리스크, 시장리스크 등 여러 가지 리스크를 부담해 야 한다. 그러나 렌딩 클럽은 투자자가 손실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렌딩 클럽은 은행과 같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만큼 규제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7 온덱(OnDeck) 온덱은 2007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대부업자이다. 특히, 자영업자를 특화대상으로 삼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기업주의 신용도가 아닌 기업 자체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을 실행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존 은행은 자영업자 대부분 에 대하여 자영업자 자신의 신용도를 평가하여 대출을 승인해줬다. 국내 은행들이 자영업 자의 담보능력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것과 동일하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자금조달하 기 어렵다는 점을 착안한 온덱은 자영업자의 온라인뱅킹 및 상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출신청을 심사하는 핀테크를 개발였다. 2015년 1월 현재 온덱은 700여개 이상의 산업에 종사하는 3만 여 소상공인에게 약 20 억 달러의 대출을 실행하였다. 8 보로(Borro) 보로는 2009년 영국에, 2012년 미국에 설립된 온라인소액대부업자로, 일종의 온라인전 당포이다. 보로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품, 골동품, 보석, 고급시계, 자동차, 고급 와인 등 개인소장품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전당포가 사라지는 점을 착안하여 일종의 온 라인전당포를 만든 것이다. 2015년 2월에 보로는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추가로 약 1,950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 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2015년 2월 10일 기준 보로의 대출잔액은 약 2억 달러에 달한다. 88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9 크레딧테크(Kreditech) 크레딧테크는 2012년 독일 함부르크에 설립된 온라인대부업자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알고리듬을 이용해 신용등급이 없는 고객이더라도 15분 안에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실행 을 결정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크레딧테크는 온라인대부업자이지만 실질적인 경쟁상 대를 은행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신용평가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는 나라에 크레딧 테크의 핀테크를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0 제로(Xero) 제로는 2006년 뉴질랜드에 설립된 소상공인을 위한 온라인회계지원소프트웨어이다. 단 순히 회계처리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송장관리, 재고관리, 구매관리 등 다양한 서비 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2015년 1월 현재 40만 소상공인들이 제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 로빈후드(Robinhood) 로빈후드는 2014년 미국 팔로알토에 설립된 온라인투자중개업자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최선의 주문체결을 위해 거래소의 모든 접근 가능한 최선의 상대주문을 찾아주는 점이다. 또한 로빈후드는 온라인주문이 사실상 거래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착안하여 수 수료를 받지 않는 전략을 선택했다. 다만, 향후 수익기반을 확보하기 위하여 양질의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 펀딩 써클(Funding Circle) 펀딩 써클은 2010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시켜주는 온라인대부 중개업자이다. 차입자는 펀딩 써클의 대출자격 심사를 거쳐 대출을 신청한다. 한편, 투자 자는 어떤 유형의 사업에 투자할지를 선택하고, 투자금액과 희망금리를 경매방식으로 내 놓는다. 이렇게 해서 대출금액과 조건이 결정된다. 2015년 3월 현재 약 38,000여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약 7,100여개 중소기업에게 약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89
금융 포커스 5.7억 파운드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된다. 13 스트라이프(Stripe) 스트라이프는 2010년에 설립된 지급결제시스템업자로 전자상거래업자를 위한 지급결제 시스템 Stripe를 무료로 제공하고 거래 건당 수수료를 수취한다. 스트라이프는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유럽국가 등에서 영업 중인 기업과 지급결제를 완결할 수 있을 정도 로 광범위하게 보급된 지급결제시스템이다. 2014년 1월말 현재 14개국 17,000개 웹사이 트에서 스트라이프로 결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14 요들리(Yodlee) 요들리는 1999년에 미국 레드우드에 설립된 빅데이터 기업이다. 주로 은행을 상대로 빅데이터를 가공해주는 기업이다. 이를 위해서 요들리는 일반고객이 모든 금융회사의 계 좌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머니센터(MoneyCenter)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고객에게 지출관리, 계좌관리, 공과금관리 서비스 등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다시 은행을 위한 빅데이터 서비스에 활용된다. 또한 은행 고객이 더 나은 금융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은행에게 제공하는데도 사용된다. 15 프라스퍼(Prosper) 프라스퍼는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미국 최초로 대출자산에 대한 투자를 중개해 주는 온라인투자중개업자이다. 대출중개업자는 단순히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시 켜주는 데 그치지만, 투자중개업자는 직접 투자자에게 수익증권을 발행한다는 점이 다르 다. 또한 프라스퍼는 투자자의 투자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수익증권을 조기에 매도할 수 있도록 유통시장도 개설하였다. 그러나 2008년 11월 24일 미국의 증권감독위원회 SEC는 프라스퍼가 1933년 증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영업을 중지시킨 바 있다. 이후 2009년 6월 SEC는 프라스퍼의 유가증권 발행신고를 받아들여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라스퍼는 렌딩 클럽과 같이 대출시장과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혁신을 통해 기존 은행 의 영역을 상당 수준 위협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90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3.3 정부의 역할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산업에서 혁신은 금융안정을 위 협하는 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핀테크 혁신이 파괴적 혁신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금융산업의 발 전을 위해 핀테크 혁신을 촉진하는 것과 금융산업의 안정을 위해 적합한 규제체계를 갖 추는 것으로 크게 대분될 수 있다. 먼저 정부가 핀테크 혁신을 촉진하는 것은 바람직할까. 이에 대해 답하기 전에, 국내 금융산업이 정부 주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국내 금융산업은 자기주도로 성장하거나 혁신을 이룰만한 내공을 갖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핀테크 혁신은 금융산업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 밖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핀테크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정부는 핀테크 혁신의 중요한 전제조건인 비대면 금융거래 규 제와 금융업 인허가 정책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과학부(Office for Science)가 2015년 3월에 제시한 핀테크 미래보고서(FinTech Futures) 를 토대로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기로 한다. 영국은 일찌감치 런던을 핀테크 혁신 의 허브로 지정하여 관련된 정책을 꾸준하게 수립해왔다. 그 이유는 핀테크를 단순히 금 융에 국한하지 않고 영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장기적 인 관점에서 핀테크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 고 있다. (1) 핀테크 혁신의 조정자 역할 영국은 정부가 핀테크 혁신에서 리더십과 촉진제를 제공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 다. 왜냐하면 핀테크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민간부문에서 핀테크에 확신을 갖고 과감하게 투자 할 수 있도록 일관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또한 이를 위 해 정부는, 금융당국, 금융산업, IT산업, 학계가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수 행할 것을 제안한다. 영국은 핀테크의 조정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민관합동 핀테크자문그룹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91
금융 포커스 (FinTech Advisory Group)을 결성할 예정이다. 주요 업무로는 핀테크 혁신과 생태계 조 성을 중립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이를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것이다. (2) 핀테크 촉진프로그램 도입 영국은 핀테크 혁신에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 기 위해 더 공개적인 방법으로 핀테크 혁신을 촉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영국은 정부가 핀테크 혁신을 촉진시키길 원한다면 어떤 핀테크 혁신이 현재 금융산업 구도를 바꿀 수 있는가보다는 정부, 산업,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편의성 증대, 금융산업 발전,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핀테크 혁신을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를 위해 영국은 각계각층의 지성이 모여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핀테크 창업을 독 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영국은 이에 대한 실행과제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금융서비스 제공범위 를 확대시킬 수 있는 핀테크 혁신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전문프로그램을 새롭게 발족할 예정이다. 또한 핀테크 혁신의 필수요소 중에 하나인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핀테크 혁신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면 밀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학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영국은 핀테크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 금융규제 합리화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영 업행위감독기구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핀테크 혁신의 장애가 되는 규제 를 개선하기 위해 Project Innovate 프로그램을 실행 중에 있다(Wheatly, 2014). (3) 적합한 규제체계 수립 핀테크 혁신은 금융산업의 영업모델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면, 렌딩 클럽은 대출시장과 자본시장을 중개하는 역할로 은행의 대출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챨스슈왑 뱅크는 예금시장과 채권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2014년 말 자산규모 기준으로 미국 에서 22번째 큰 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영업모델의 변화가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핀테크 혁신은 기존 금융회사들이 포괄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더 편리한 지급결제시스템 제공, 소액투자자의 투자참여 확 92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과도한 가격경쟁 으로 금융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또한 온라인대부업자나 크라우드 펀딩업체의 고금리 수취, 원금보장 유인 등 불건전한 영업행위나, 비대면 금융거래를 악 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핀테크 혁신이 가져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적합한 규제 체계를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업 인허가에 대한 방침이 명확해야 한다. 만약 금융당국 의 인허가 방침이 불명확할 경우 핀테크 혁신은 금융업 인허가를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업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도 금융당국은 금융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 향을 분석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그림자금융과 같은 사례 가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핀테크 혁신으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보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핀테크 기업의 영업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감독해야 한다. 핀테크 기업은 비대면 거래를 기반으로 하 기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금융불편을 제기할 만한 충분한 창구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핀테크 기업을 가장한 피싱사이트 등도 출현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철저하게 방지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Ⅳ.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이렇다할만한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렇기 때 문에 핀테크 혁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또한 핀테크 혁신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경우 그 파급효과도 제각각일 것이기 때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 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에 있는 핀테크 혁신분야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물론 이전에 논의한 바와 같이, 최근의 핀테크 혁신은 기존 은행의 비효율성을 파괴하는 혁신 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핀테크 혁신으로 인식하는 경우 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환경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갖는 의미는 약간 다르다. 우선 그 동 안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지 못했다. 미국은 1995년에 처음으로, 일본은 2000년에 처음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93
금융 포커스 으로 설립되었다. 국내의 경우 2001년에 몇 개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시도했고, 2008년에 금융당국이 또다시 시도했지만 무산되었다. 2000년 1월에 이트레이드증권(주) 이, 2000년 3월에 키움닷컴증권(주)이 온라인전용증권회사로, 2006년 3월에 현대해상이 전액 출자한 현대하이카다이렉트가, 2013년 12월에 LG화재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출자한 다음다이렉트가 온라인전용보험회사로 설립된 것과 대조된다. 그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국내에서 핀테크 혁신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전용증권회사나 온라인전용보험회사가 설립될 당시에는 비대면 규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금융당국은 비대면 규제를 완 화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핀테크 혁신의 새로운 디딤돌 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설립을 중심으로 핀테크 혁신이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또한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는 데 미국이나 영국처럼 실 질적인 장벽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핀테크 혁신이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 하기로 한다. 4.1 시장구조 우선 국내는 지리적 면적이 작기 때문에 성공적인 핀테크 혁신이 나타나면 상당한 수 준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존 금융권역과 경쟁관계에 있는 시장을 목표로 핀테크 혁신을 불러일으키면 그 파급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보다 고정비용이 대체적으로 낮다. 즉, 충분한 고객기반을 확보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낮은 고정비용의 이점을 이용하여 핀테크 기업은 가격우위 전략을 통해 공격적으로 고객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금융회사와 가격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결국 시장구조에는 큰 변화 없이 가격만 내려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과점시장인 경우 가격경쟁은 일반적으로 사회후생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금융 산업의 특성상 과도한 경쟁은 금융의 외부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사회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즉, 핀테크 기업의 가격우위 전략이 과도한 가격경쟁을 촉발시킬 경우 사회 전체적 으로 후생이 감소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진입한 핀테크 기업이 기존 고객기반을 가진 경우에는 가격우위 전략보다 94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는 비가격우위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무리한 가격경쟁보다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고객기반의 특성에 따라 비가격우위 전략의 유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 1995년부터 설립된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다. 기존 고객 기반 없이 인터넷을 통해 예대업무를 시작한 은행 대부분은 가격우위 전략을 선택했다. 그래서 고객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수신금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수신이 증가하는 속도만큼 여신을 실행하지 못해 낮은 여신금리를 제시해야 했다.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2000년 전후로 퇴출된 은행 10여 곳 중에 8곳이 이 때문에 퇴출되었다. 이와 달리 기존에 고객기반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서비스 확대를 도모하는 비 가격우위 전략을 선택했다. 예를 들면, 지급결제카드 고객을 보유한 카드사나 금융투자 고객을 보유한 증권사가 설립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동차딜러 또는 자동차 구매고객을 보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가격경쟁 유인보다는 기존 고객에 게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더 컸다. 2014년 말 현재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중 상위 5위를 차지하는 은행들이 모두 이들이 설립하였다.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권역이 포괄하지 못한 틈새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금융산업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담보나 보증 위주에서 잠재적인 사업성이 중시하는 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한 핀 테크 기업의 출현은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역이 포괄하지 못한 틈새시장에 진입한 핀테크 기업은 시간이 지나 면서 일정 수준의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다수의 핀테크 기업들이 동일한 틈 새시장에 진입할 경우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차별성에 따라 시장구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에 진출한 핀테크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는 독점적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틈새시장이 기존 금융업 인허가 범위 밖일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적용받 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핀테크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질수록 시장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금융소비자 권익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 혁신으 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얼마나 증대되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이다.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95
금융 포커스 4.2 리스크 요인 핀테크 혁신의 또 다른 과제는 기존 금융회사가 보유하는 리스크 특성을 어떻게 변환 시킬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지급결제 핀테크 기업인 클라나는 고객에게 전자상거래 로 구매한 물건을 받은 후에 결제할 수 있는 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투자 핀 테크 기업인 프라스퍼는 대출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캐 비지는 기업에게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성 평가를 통해 신용으로 대출을 실행한다. 이처럼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와 다른 리스크 보유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각 핀테크 기업이 가지는 리스크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어떤 유형의 영업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리스크 요인이 크 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은행업 인가를 갖고 인터넷전문 은행으로 진입한 은행은 약 34개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중 13개 은행이 부실은행으로 퇴출되거나 다른 은행으로 인수되었다. 이렇게 퇴출된 은행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고객기 반이 없는 상태에서 가격우위 전략을 무리하게 구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을 내지 못하면서 예금자가 줄어들게 되었다. 온라인대부업을 지향하는 핀테크 기업도 이와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초반 에 급격히 성장하다가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할 수 있 다. 단기적으로 대출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여신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 다. 미국 렌딩 클럽의 대출자산 부실율을 살펴보면, 2007년 설립 초기에는 총대출금액 중 미상환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4.81%이다. 그러다 점차 대출규모가 커지고 건전한 대출 자산이 증가하면서 미상환금액 비율이 점차 감소하면서 2010년에는 5.00%를, 2014년에는 2.38%를 기록했다. 그러나 온라인대부업자의 부실자산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투자자 피해 뿐만 아 니라 핀테크 기업의 부도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핀테크 기업이 운영자금을 조달하 기 위해 상당한 규모로 시장성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금융시장에 유동성 충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온라인대부업이나 크라우드펀딩을 지향하는 핀테크 기업이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국적으로 유사수신행위가 대부업자 중심으로 성행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96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많았다. 그 계기로 2000년 1월 12일 유사수신행위법이 제정되었다. 또한 대부업자를 규 제하고 대부업 이용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2002년 8월 26일 대부업법이 제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유사수신행위나 불공정한 대부업 행위로 피해사례가 많이 보고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핀테크 혁신으로 유사한 피해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 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 또는 오 남용도 핀테크 기업의 중요한 리스크 요인 중에 하나이다. 2013년 6월 발생한 주요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알렸다. 이러한 관점에서 핀테크 기업은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전 자금융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해킹에 의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금융거래 정보가 조작되는 경우 핀 테크 기업이 부도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2014년 2월 7일 가상통화인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해킹공격으로 출금서비스를 중단했을 때 마운트곡스 부도설이 시장에 확산 된 것도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경우 수신이 급작스럽게 빠지는 뱅크 런 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카드사의 경우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이 카드사의 유동성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핀테크 기업의 부채가 고객에 의해 조달되는 경우 개인정보 유출만으로 유동성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4.3. 규제와 감독 핀테크 혁신이 국내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정부와 금 융당국이 핀테크 혁신을 얼마만큼 촉진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 혁신의 촉진과 이에 따른 리스크 규제와 감독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부나 금융당국은 핀테크 혁신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핀테크 혁신의 전제조건이 잘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비대면 규제가 어떻게 풀린 것인가에 따라 핀테크 혁신 의 촉진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는 대면 실명확인과 본인확인만을 허용하 는 사전적 규제방법을 채택했다. 즉, 안정성만을 내세운 규제였다. 그러나 핀테크 혁신에 의한 비대면 금융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비대면 실명확인과 본인확인을 허용하고 이 상거래 또는 고액거래 계좌에 대해서는 대면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사후적 규제방법을 채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97
금융 포커스 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업 인허가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침도 제시할 필요가 있 다. 국내 특성상 지리적 면적이 작기 때문에 핀테크 기업에게 무한정으로 금융업 인허가 를 내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핀테크 혁신이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금융업 인허가 방침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예 창업기업들이 핀테크 혁신을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업 진입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핀테크 혁신을 위한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핀테크 혁신은 감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금융감독은 지금까지는 재무정보만을 활용했 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가 주요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 기 이후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중시되면서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의 중요성이 부각되 고 있다(이성복 이승진, 2015). 그만큼 비정형적인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데 도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는 대개 단기수익 추구로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불건전한 영업행위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사전에 개입하여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 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로부터 공정 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보여주었듯이 부실 금융 회사 대부분이 금융소비자의 권익보다는 자기의 이익을 더 중시하였다. 이는 곧 금융소비 자의 신뢰 추락의 원인이 되었고, 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 래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규제하고 감독하느냐는 향후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핀테크 혁신을 적 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RegTech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빅데이터를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에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재무정보와 비정형정보를 수 집하여 불완전판매의 원인을 추출하고 금융회사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발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핀테크 혁신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 다(Lo, 2013). 재무정보만을 이용한 스트레스 테스트로는 두꺼운 꼬리위험(fat-tail risk)을 98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제대로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현실상황에 맞게 시스템리 스크를 측정하고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Ⅴ. 결론 본 고는 핀테크 혁신을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금융시스템의 안 정과 금융소비자 권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으로 구분하여 핀테크 혁신이 금융산 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았다. 핀테크 혁신은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이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핀테크 혁신을 촉진시키고자 할 때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의 권익에 미칠 영향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핀테 크 혁신에 있어서 정부나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편, 기존 금융산업도 핀테크 혁신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핀테크 혁 신이 가져올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 핀테크 혁신이 기존 금융산업의 비효율성을 개선 시키는 파괴적 혁신을 목표하고 있지만, 그 혁신을 소멸적 혁신이 아니라 창조적 혁신으 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산업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 고는 핀테크 혁신이 얼마나 촉진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핀테크 혁신이 금 융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핀테크 혁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논의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금융 당국, 금융업계, IT업계, 학계 등이 함께 지혜를 모을 것을 끝으로 제안하다. 금융리스크리뷰 2015년 봄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