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 점점 심각해지는 저출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고, 가족의 형태와 기능이 변화하고, 노동시장 역시 고용불안정이 심화 저출산시대, 왜 일가정양립인가?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되면서 저출산 문제는 오늘날 전세계가 당면하고 있 는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2008년 현 재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TFR) 1.18명을 기록하면 서 OECD 국가의 평균 1.65(2006년)에도 훨씬 미치 지 못할 뿐 아니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불과 1970년대에만 하더라도 우리사회는 합 계출산율 4.53명을 기록하며 오히려 출산억제정책 을 추진해 왔었으나 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으로 바닥을 치면서 현재까지 수년째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고하고 있다 1). 저출산은 어느 한가지 원인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 은 아니다. 다양한 집단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결 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우선, 결혼연령 이 늦어지면서 증가하고 있는 만혼화, 혹은 아예 결 혼에 의미를 두지 않는 비혼화의 문제, 출산을 미루 거나 기피하거나 혹은 자녀수를 최소화하여 낳는 기 혼부부, 여기에 더하여 자녀가 있는 취업부모의 경 우에는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이 어려워서 추가 출산 을 중단하는 등 다양한 복합적인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다. 이에 많은 국가들은 다양한 저출산정책을 수립, 시 행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서는 저출산정책이 가족정 책의 핵심이 되기도 하고, 저출산의 문제를 일가정 양립정책(Work-Family Balance Policy), 일생활 균형정책(Work-Life Balance Policy)으로 접근하 1) 미국인구조회국(Population Reference Bureau)의 2006년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 라는 조사대상 200여개 국가 중에서 합계출산율 1.08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 고 있다(World Population Data Sheet, 2006). 4
저출산시대, 왜 일가정양립인가? 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저출산의 위험으로부터 상 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평가되는 프랑스나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경우에는 미래세대의 양 성이라는 정책목표 하에 정부가 자녀양육의 비용과 서비스를 책임진다는 접근방법을 취하였던 반면, 스 웨덴의 경우에는 여성의 노동지원과 성평등을 중요 한 두가지 기반으로 하여 자녀양육에 대한 보육서비 스 지원과 부모에게 자녀양육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부모휴가지원을 강력히 추진하여 왔다. 이 글은 저출산의 문제를 일가정양립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특히 일하는 부모(working parents)에게 있어서 일과 자녀양육의 양립문제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린자녀가 있는 기혼여성들은 일과 가족생활, 특히 자녀양육을 병행하는데 가장 첨예하게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은 이들로 하여금 취업을 중단하거나, 자녀출산을 연기 하거나 자녀수를 최소화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현실에서 미래의 부모 들 역시 현재의 부모를 통해 자녀출산에 대한 태도 와 행동을 결정하기 되기 때문에 저출산의 문제는 일가정양립의 문제와 분리하여 생각될 수 없다. 2. 저출산과 일가정양립 저출산시대, 왜 일가정양립이 필요한가? 우리보 다 먼저 저출산문제를 경험했던 서구사회에서는 저 출산의 원인을 일과 가정양립의 어려움에서 파악하 고, 이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지원정책을 통하여 저 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다. 즉 여성의 취업지원과 아동보육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사 회정책을 추진하였다. 우선,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 출산율은 떨어지 는가? 30여년 전만 해도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 발하면 출산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명제는 새롭게 정정되었다. 오히려 여성들의 경 <그림 1> 여성고용율과 출산율 자료: OECD Family DB 2010 겨울호 5
제활동이 활발할수록 출산율도 높아지는 새로운 변 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여성의 고용 율이 높은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네 덜란드 등에서 출산율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정책적 지원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 능하게 하는 사회정책적 지원이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여성들의 일자리 질의 문제에서 발견되었다. 여성들의 고용증가는 분명 출 산율의 증가와 긍정적인 관계를 보여주지만, 임시직 일자리로의 고용증가는 출산율과는 오히려 부정적 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고용 안정성이 담보된 일자리 증가정책만이 출산율제고 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 이다. 그렇다면 특히 어떤 사회정책이 여성의 취업과 출 산율 제고에 영향을 주었을까? 아래 그림을 보면 보 육이용율이 높은 프랑스, 벨기에, 아이슬란드, 노르 웨이,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높은 여성고용율을 보 여주고 있다. 즉 보육서비스의 지원은 여성의 취업에 적극적인 정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보육이용 율은 출산율과도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보육이용율이 높은 프랑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에서 출산율도 상 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일하는 부모에게 있어서 보육은 가장 핵심적인 일가정양립의 지원요소이며, 동시에 보육서비스는 아동발달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원이 되어서 (Kamerman, etc., 2003) 보육-여성취업-출산율 은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나타난다. <그림 2> 여성의 임시직 고용율과 출산율 <그림 3> 보육등록율과 여성고용율 자료: 합계출산율(2008): OECD Facebook 2010, 여성 임시직 고용율(2003): Society at a glance 2005 주: 여성고용율(25-49세), 보육이용율(3-5세)(2006) 자료: OECD Family DB 6
저출산시대, 왜 일가정양립인가? <그림 4> 보육등록율과 출산율 주: 보육이용율(3-5세), 출산율(2008) 자료: OECD Family DB 3. 우리나라의 일가정양립 현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95년 48.4%에서 2000년 48.8%, 2005년 50.1%, 2008 년 50.0% 등 50%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분 명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만나는 현실세계에서는 경험적으로 확인되고 있지 만 이러한 증가추세는 통계자료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퍼즐은 임신, 출산기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감소하는 "M-curve"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연령대별 경제활동 변화를 보면 1990 년 이후 지난 20년간 현저히 증가한 연령집단이 25-29세 미혼여성집단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서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연령대별로 비교 해 보면, 남성은 생산연령대에 가장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여주는 이른바 "역U자"를 보인 반면, 여 성은 30-44세 연령대에서 급격한 감소를 보이는 M-curve"를 보이고 있다. 바로 이 시기가 여성의 생애주기상 임신, 출산, 자녀양육기에 해당하는 시 기이며, 이시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극히 낮아서 해당 연령대 여성중 비경제활동인구가 절반(42.1%) 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 5> 성별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각 년도 2010 겨울호 7
한편 연령집단별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를 살펴 보면, 35-39세, 40-49세 연령집단에서는 1990년 부터 2009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30-34세 연령집단에서는 최근에 와서 미미하게 증가하고 있 다. 경제활동참가 증가속도가 가장 급격히 일어난 집단은 25-29세 연령집단으로서 이들은 대부분이 미혼여성 집단임을 추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지 난 20년동안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한 집단은 대부 분이 미혼여성 집단이었을뿐, 대다수 기혼여성 집단 을 이루는 35세 이상 집단에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6>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각 년도 실제로 여성부의 보육 교육 이용실태 및 수요조 사 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1/3 이상이(38.4%) "결혼 후 취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들의 취업중단 이유로는 "자녀양육" 문제가 가장 큰 이유 로(64.9%) 꼽혔다. 여기에 "임신, 출산에 따른 직장 불이익 때문"(12.6%)을 합하면 약78%의 여성들이 <표 1> 결혼후 취업중단 경험여부 및 이유 취업중단 이유 구 분 취업중단 경험비율 자녀양육 가사일 전념 건강상 이유 남편 및 식구반대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임신, 출산에 따른 직장 불이익 기타 비율(%) 38.4 64.9 8.4 5.2 1.3 3.2 12.6 4.3 자료: 여성부(2005). 2004년 보육ㆍ교육 이용실태 및 수요조사 8
저출산시대, 왜 일가정양립인가? 자녀양육과 임신, 출산에 따른 직장내 불이익을 이 유로 결혼후 취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경력 단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출산육아기에 취업을 지속하는 경우에도 취 업부모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 다. 우선 부모가 일하는 시간동안 아이를 맡길 보육 서비스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추진해온 보육정책으로 보육서비스의 제공량은 확 보되었으나 실제로 취업부모가 이용하는 측면에서 는 미흡함이 있다. 본 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보육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취업부모들의 출퇴근시간과 보육시설 이용시간을 살펴본 결과, 현재 서비스 이 용시간은 1일 평균 8시간 56분인 반면 희망 이용시 간은 10시간 19분으로 나타나 평균 1시간 23분의 시간격차가 나타났으며, 절반정도의 부모들이 이용 시간을 초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 후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취업부모들의 경우에도 부모의 퇴근시간과 아이의 집도착 시간과는 평균 2 시간 22분의 시간격차가 나타났으며, 아이가 보호 자 없이 혼자 혹은 형제나 자매끼리 지낸다는 비율 도 27.2%나 나타나 나홀로 아동의 방치 위험이 드 러났다(홍승아외, 2010). 문제는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보육시설의 연 장보육도 필요하지만, 해결의 방향이 부모의 장시간 근로와 더불어 보육시설의 장시간운영의 형태로 나 가는 것 만으로는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 즉 부 모의 장시간 근로시간에 맞추어 아이의 보육시간도 길어지고, 이것은 역으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가족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 미한다. 아동의 입장에서도 장시간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일상이 성장과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도 일생의 중요한 양육의 경험과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것이다. 심층면접에서 만난 자영업 취업모의 경우에는 어린 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오후 6시 반부터 가게에서 돌보다 9시 퇴근해 함께 집에 돌아가면 아이의 일상 까지 늦어버리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즉 부모의 근 로시간에 따라 자녀들까지 일상의 리듬이 늦게까지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딸아이가 6시에 어린이집 마치면 6시 반에 가게로 와요, 그러면 여기에서 9시 제 퇴근시간까지 같이 지내다 집으로 가요. 집까지는 40분 정도 걸리는데, 그 때 가서 밥먹고 씻 고 하면 거의 11시예요, 어린애가 부모 시간에 맞춰 늦게 자 는게 마음이 쓰이죠. (6세 딸을 키우고 있는 취업모) 최근 외국에서는 "자녀가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 간"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을 정도로 성장기 아동과 부모의 시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 따라서 육아기부모에 대한 근로시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며, 여기에 더하여 무엇보다 장시간근 로관행이 만연해 있는 노동시장, 조직문화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즉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유연근무제도의 활용 등 을 통해서 부모시간, 가족시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보육시설장들의 집단토론회에서 지적된 아래와 같은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 시대 자녀 양육문제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 준다. 2) 스웨덴의 Duvander 박사는 "자녀의 부모시간에 대한 권리" 이슈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며(2008), EU 등의 통계자료에서도 "미성년자녀의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 이 중요한 통계지표로 구성되고 있다. 2010 겨울호 9
부모들에게 자녀양육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제공하고 활 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아이들이 보육시설 에서 하루 12시간을 지내는 반면, 오히려 부모들과 지내는 시간이 짧은 문제가 있다. 부모들이 저녁에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가서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아이와 어떻게 잘 지낼지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아이가 고아가 아닌데 장시간 맡기는 건 안된다. 따라서 아이가 있는 부모 들에게 근로시간도 단축해 준다든지, 부모교육도 매우 필요 하다. 4. 나가며 OECD(2002)의 정의에 따르면 일가정양립정책 은 개인과 사회와 관련된 두가지 중요한 목표를 제 시한다. 첫째는 사회성원들이 노동시장에 충분히 참 여하여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 는 그들 자녀를 잘 양육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충분한 소득을 통하여 가족의 경제상태를 안정시키 며 동시에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것이며, 그 구체적 인 방법은 보육서비스의 지원, 출산휴가 및 부모휴 가의 지원, 그리고 가족의 자녀양육비용을 분담하는 경제적인 지원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일가정양립정책은 비단 유자녀 취업부모에 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부모가 될 미혼 남녀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잠재력을 가 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 하면, 미혼남녀들이 결혼을 미루는 중요한 원인으로 남성들의 경우는 "소득 불안정"(35.6%), "결혼비용 부담"(21.3%) 등의 경제적 요인을 든 반면, 여성들의 경우는 "일가족 양립의 어려움"(17.8%), "결혼비용 부담"(13.2%)로 나타났다. 즉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 대와 달리 노동시장 불안정성 속에서 소득과 고용의 안정을 중요시하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일가정양 립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가정양립 정책은 저출산정책과 근원적으로 뿌리가 맞닿아 있 으며, 중요한 저출산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시행될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 에서 일가정양립의 기반강화를 주요 핵심목표로 설정하고 취업부모의 일가정양립 을 지원하기 위한 세부과제들을 발표한 바 있다. 새 로운 방향전환을 통해서 저출산정책이 가일층 속력 을 내기를 기대한다. 참 고 문 헌 여성부(2005). 2004년 보육ㆍ교육 이용실태조사 및 수요조사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각년도 홍승아ㆍ김은지ㆍ이영미(2010). 취업부모의 자녀양육지원서비스 효율 화 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Immervoll, H. & D. Barber (2005). "Can Parents Afford to Work?". OECD Social Employment and Migration Working Papers No.31 Kamerman, S. M. Neuman, J. Waldfogel, J. Brooks-Gunn (2003). "Social Policies, Family Types, and Child Outcomes in Selected OECD countries. OECD Social Employment and Migration Working Papers No.6 OECD Family Database OECD (2005). Society at a Glance (2010). Facebook 20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