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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1) 이 인 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박 민 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1. 머리말 신용카드는 현대 경제에서 지급결제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서는 정책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며 신용카드 산업이 90년대 말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였 으며 현재는 소액 거래에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14년 3분기를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3.5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민간소비지출의 60%가 카드 결제로 이루어졌다. 1) 이 연구에서는 이처럼 국내 경제 생활에 광범위 하게 자리잡은 신용카드 산업의 발달과 현황을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그에 앞서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신용카드 시 장은 그 구조가 다소 복잡하여 신용카드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시장은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시장 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경쟁 전략을 포착하고 무분 별한 경쟁을 규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복합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은 양면적 시 장(two-sided markets)이라 일컬어지는데 그 이유는 신용카드시장에서는 카드 사용자와 카드 거 래를 받아들이는 가맹점이라는 양면의 시장참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카드의 사용자 들은 다중 접속(multi-homing)의 행태를 보이는데 이는 카드 사용자나 가맹점 모두 여러 신용카 드 체계에 동시에 가입하고 신용카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 하는 사업자는 일종의 플랫폼 제공자인데 이들 플랫폼의 형태는 3자 체계 혹은 4자 체계로 구성 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신용카드 시장의 구조적 특성은 시장 내에서의 신용카드 사업자들의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1)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업 현황 2014년 3분기, https://www.crefia.or.kr/.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19

행위를 분석하기 어렵도록 만든다. 더욱이 신용카드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보다 복잡하다. 신용카드 선전 문구로 유명한 Buy now, pay later 라는 문장은 신용카드가 신용창출의 수단을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 카드사는 카드 사용자가 물품을 구입하면 며칠 후 판매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만 카드 사용 자에게서 물품대금을 받는 것은 다음 달, 혹은 그 이후의 시간이 되므로 실질적으로는 카드 사용 자에게 단기 자금을 대출해주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신용카드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자금은 주로 회사채나 단기 채무를 통해 조달된다. 흔히 예금주는 은행의 위험추구 행위를 감독할 유인이 없으므로 자본금을 통한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지만 채권자는 자신의 투자가 갖고 있는 위험을 잘 이해하여 채무자의 위험추구 행 위를 감독할 유인이 있으므로 건전성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려를 반영하여 많은 나라에서 은행과 계열관계에 있지 않은 신용카드사에 대한 감독업무는 비교적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신용카드사 대출의 많은 부분이 부실하게 되는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효과의 크기는 은행의 부실이 야기하는 효과와 비슷하다. 또한 채권자들이 예금주들보다는 채무 금융기관의 위 험추구를 감독할 유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의 경쟁전략을 저지할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부실이 매우 빠르게 진행이 되는 경우 대출이 부실해 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2002-04년 신용카드 대란은 위와 같은 우려들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사태 였다고 할 수 있다. 03년 3~4분기에 카드사 연체율은 16%를 상회하였으며(2015년 1분기 연체율 1.48%) 03년 4분기 카드사의 당분기 순손실은 6조 2천억에 달하였다. 2) 총 여신대비 대손충당금 비율 역시 03년 4분기에 17.89%에 달해 03년 1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의 평균인 9%의 두 배에 달하였다. 이 사건은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뒤엉킨 시장구조 내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훼손시키는 경 쟁전략을 규제하지 않은 데에서 생겨난 것으로 여겨진다. 신용카드 시장의 양면성은 신용카드사 들이 무분별하게 저신용을 가진 사용자들의 가입을 추진하여 위험한 대출의 증가를 부추기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다중 접속이 가능한 카드 가입 시장의 구조로 인해 신용카드사들이 경쟁 카드 사 고객의 채무잔고를 갚아주며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 경쟁 전략을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부실 대출을 키우는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시장은 카드 대란을 전후로 3자 체계를 가진 카드사 중심으로 바뀌는데 이 시장구조는 카드사들 간에 사용자들에 대한 신용정보를 공유 하지 못한 상황 하에서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어 대출의 품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2) 이 금액을 생산자 물가지수를 활용하여 2015년 3월 기준금액으로 환산하면 8조 2천억원에 준한다. 20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이처럼 신용카드 시장의 구조는 금융불안정을 가져올 위험이 있기에 그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이에 기초한 정책 마련이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최근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국내 외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핀테크의 중요한 한 영역이 지급결제수단의 전자화와 관련이 되어 있어 신용카드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핀테크 산업의 육성 시 유용한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 다. 본 연구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신용카드 시장의 다양한 특징에 대해 이론적으로 살펴 본다. 제3장에서는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 시장 의 특성들이 구축된 과정을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역사와 국내 신용 카드 시장의 발전경로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제4장에서는 우리나라 신용카드 시장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2002-04년의 카드 대란 사태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은 앞에서의 국내 신용카드 시장 정책에 대한 제안과 맺음말을 담고 있다. 2. 신용카드 시장의 특징 1) 신용카드의 기능 신용카드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우선 신용카드는 지불수단으로 사용되고 동시 에 신용창출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첫 번째 기능인 지불수단은 화폐의 기능이고 두 번째 신용창출 수단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는 기능이다. 다음에는 이 두 가지 기능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신용카드는 경제에서 재화의 거래를 매개하는 일종의 화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은 화폐 기능의 특수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들이 많다. 따라서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 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서는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 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화폐 기능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그에 기초하여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을 살 펴본다. 화폐는 시장 경제에서 매우 특수한 재화이다. 화폐는 통상 i) 지불 수단(medium of exchange), ii) 가치의 저장 수단(store of value), 그리고 iii) 가치의 척도(unit of account)의 세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3) 이 중에서 신용카드의 기능과 연관성이 가장 큰 것은 첫 번째의 지불수 단 기능이다. 3) 신용카드의 기능과는 관련성이 낮은 두 번째의 가치의 저장 기능과 세 번째의 가치의 척도로서의 화폐의 기 능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재화를 생산하는 시점과 그를 소비하는 시점 간에 는 괴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농부들은 올해 수확한 농작물을 올해로 다 소비할 생각이 없다면 그를 보관하 여 내년에도 소비하고자 한다. 이 경우에 화폐는 올해의 잉여물을 가치의 훼손 없이 내년으로 이전시키는 가 치의 저장수단으로 이용된다. 또한 화폐의 가치 척도 기능은 다양한 재화의 가격이 화폐단위로 표시되어 가 치의 비교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한 화폐의 단위로 재화의 가격이 표시되면 경제주체들은 어떤 재화가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경제적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21

신용카드 서비스의 기능 중에 지불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장에서의 교환을 생각해보자. 시장에서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거래는 물물교환인데 이를 통해서도 사람들은 자신 이 가지고 싶어하는 재화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각 사람들은 자기가 얻고자 하는 재화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기가 제공하려는 재화를 원하고 있는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하는 이 중적 우연의 일치(double coincidence)가 성립되어야 교환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물물교환만이 가 능한 시장에서는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다. 화폐는 이중적 우연의 일치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 서도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허용하여 커다란 거래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 사람들은 굳이 자기가 팔 고자 하는 재화를 원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고자 하는 재화를 가진 거래상대방을 찾을 필요 없이 자신이 가지고자 하는 재화를 사기 위해 화폐를 지불하고 자신이 공급하는 재화를 팔면서 그 대가 로 화폐를 받는다. 이러한 화폐의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은 화폐 사용자들 간에 망외부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즉 어떠한 재화가 화폐로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불수단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 져야 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지불수단으로 받아들인다면 이 때문에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 불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우의 망외부성은 구매자들과 판매기업들 간의 양면적 시장을 통해서 작용하게 된다. 신용카드는 지불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을 갖는 동시에 신용창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Buy now, pay later 라는 신용카드 선전 문구는 바로 신용카드가 신용창출의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 여준다. 신용카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은 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정보통신기 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구매대금을 즉시로 은행의 계좌에서 이체시키는 방식은 불가능하고 구매에 사용되는 구매력은 일단 카드회사가 제공하고 추후에 구매자가 이를 결제하는 방법만이 가능하였다. 4) 이 과정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점과 실제 구매대금을 구매자가 지불하는 시점 사 이에 차이가 생기고 이를 연결하여 주는 카드사의 기능은 신용카드가 구매자들에게 신용창출을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신용카드의 신용 창출기능은 신용카드사가 여신으로부터의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용카드사의 위험추구 행위도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한데 이는 신용카 드사의 대출이 대규모로 상환불능이 된다면 비록 예금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더라도 신용카드 라는 지불 수단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어 금융시장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 나 신용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은 예금 취급기관인 은행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데 이는 신용카 드사가 대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한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4) 이에 비해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체크카드 혹은 직불카드를 사용한 거래가 가능해져서 신 용창출 기능이 없는 지불 수단이 생겨났다. 22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여신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카드사들은 통상 카드채와 같은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이용 하여 카드 사용자들에게 신용, 즉 대출을 제공한다. 그런데 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의 위험 을 관리할 유인이 크다고 여겨진다. 즉 은행과 같이 요구불 예금을 기초로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 에 비해서 카드사의 위험에 대한 감독은 약한데 이는 바로 채권자가 채무자인 신용카드사가 떠안 는 위험을 감독할 유인이 크다는 주장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은행의 경우 예금주들이 은행의 위험 을 감독할 유인이 작으므로 감독기관이 이를 대신하여 건전성 감독을 시행하는데 비해 신용카드 사의 채권자들은 채무자인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할 유인이 크므로 감독기관의 감 독은 상대적으로 약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우리나라의 2002-04년 신용카드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반드시 옳은 주장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 대란의 과정을 살펴보면 신용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에 투 자한 채권자들이 신용카드사의 과도한 위험 부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리한 증거는 발 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신용카드 시장의 구조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은 여러 가지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신용카드사는 가 입자와 가맹점 사이의 양면적 시장에 대한 플랫폼 제공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신용카드 시장에서 는 가입자와 가맹점들이 카드사 가입과 거래대금 지불의 두 단계를 통해 어느 카드사의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특히 가입단계에서는 다중 접속(multi-homing)이 발생하여 경쟁이 매 우 치열하다. 신용카드 사업자들은 신용카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 2가지 형태의 플랫폼 중에서 한가지를 취하 게 된다. 3자 체계는 신용카드 사업자가 카드 사용자와 가맹점을 직접 모으고 관리하는 체계로 폐 쇄형 체계(closed system)라고도 불린다. 이에 비해 4자 체계는 신용카드 사업자는 플랫폼의 관리 를 담당하고 신용카드 사용자와 가맹점을 모으고 관리하는 업무는 은행 등 여타 금융기관이 담당 하는 체계로 개방형 체계(open system)라고도 불린다. 다음에는 이들 신용카드 시장 구조의 특성을 차례로 살펴보자. (1) 양면적 시장 신용카드 시장은 흔히 양면적 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일컬어진다. 양 면적 시장이란 별개의 두 이용자 집단이 공통의 플랫폼 안에서 서로 다른 집단과 교류하면서 이득 을 취하는 시장이다. 신용카드 플랫폼은 카드 고객들과 가맹점 모두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 여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러한 양면성은 플랫폼 가입자들에 대한 가격정책의 결정에 있어 매우 특 수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유리하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카드 고객들에 대해서는 카드 사용 료를 0으로 만들거나 심지어는 음(-)으로 만들고 대신에 가맹점들로부터 결제수수료를 그를 위한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23

비용보다 더 많이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신용카드사가 가맹점들을 대리하여 카드 고객들 의 보다 활발한 구매를 위한 보조금(subsidy)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신용카드 시장의 양면성의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거래를 생각해 보자. 신 용카드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관련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는 효용의 증가를 누린다. 우 선 구매자의 경우 자신이 구매하려는 상품의 대금을 지갑에 준비하고 있지 않더라도 필요에 따라 구매를 하고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하여준다. 한편 판매자의 경우 구매자가 현금이 없으면 구매 를 하지 못하여 거래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결재가 가능하므로 거래 가 활성화되어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어떤 신용카드사의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매자의 경우 구매를 하려 할 때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상점들이 많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현금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 비해서는 보관비용이 적게 들고 분실 시에도 신속히 대처하여 손해를 막을 능력이 생기므로 유리하다. 그러나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가 지불수단으로 받아들 여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따라서 구매자가 신용카드의 가입자가 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과연 얼마나 많은 상점들이 그 신용카드의 가맹점인가이다. 한편 판매자의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이 되기 위하여는 단말기의 설치 등 비용이 발생하고 거래 대금의 결제를 위해서는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고객들 이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결제하고자 해야 한다. 즉 신용카드의 가맹점이 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판매가 신용카드로 인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을수록 신용카드 가맹점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증가한다. 따라서 신용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맹점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증가한다. 신용카드 시장에서는 두 이용자 집단이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각 집단 내의 사용자들 간에 망외부성이 발생하게 된다. 즉, 구매자의 경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신용카 드를 사용하는 경우 추가적인 혜택을 누리게 되고 또한 이와 유사하게 판매자의 경우 보다 많은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시장의 양면적 특성이 가져오는 효과를 이해하기 위하여 간단한 모형을 구축하여 카 드 대금 결제를 처리하는 비용과 카드 수수료의 최적 배분 방법을 분석하여 보자. 이 모형에서 수 수료가 배분되는 논리는 왜 신용카드사가 카드 고객을 유치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를 설명 하여 준다. 이러한 가입자 유치노력의 이유는 신용카드 거래를 처리하는 비용과 다소 무관하게 수 수료를 가맹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모든 참여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가 가입자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금 결제 건당 5원이고 가맹점 의 고객 신용을 확인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비용이 대금 결제 요청 한 건당 10원이라고 가정 하자. 따라서 대금 결제 한 건당 신용카드 서비스의 생산비용은 15원이 된다. 한편 카드 고객에게 카드 이용료를 5원 부담시킬 경우에는 100건의 재화 구매가 일어나고 이에 비해 카드 이용료를 24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면제시켜 준다면 재화 구매가 110건으로 증가하여 거래 수요가 10% 증가한다고 가정하자. 그리 고 가맹점은 고객이 재화를 1단위 구매할 때마다 100원씩의 이윤을 얻는다. 이러한 신용카드 서비스 시장이 매우 경쟁적인 상태에 있어 플랫폼 사업자인 신용카드사가 신 용카드 사용료를 서비스 공급비용과 동일하게 부과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신용카드사는 카드 고객에게 대금 결제 1건당 5원의 사용료를 부과하고 가맹점에게도 1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수료 체계 하에서 가맹점은 100건의 재화 판매가 발생하여 10,000원의 총 이익을 얻는데 카드 수수료를 1,000원 지불해야 하므로 순이익은 9,000원 (100 100-100 10=10,000-1,000) 이 된다. 만일 신용카드사가 대금결제 비용의 배분을 바꾸어 모든 비용을 가맹점에게 부과하는 경우를 고려하여 보자. 이러한 사용료와 수수료 배분 체계 하에서 가정에 의해 카드 고객들은 110건의 재화 구매를 하려 들어 거래가 활성화된다. 가맹점은 재화의 판매가 늘어나게 되어 11,000원의 총 이익을 올리는데 이에 대해 대금결제 건당 15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어 9,350원(110 100-110 15=11,000-1,650)의 순이익을 얻게 되므로 수수료 지불은 증가하지만 오히려 순 이익은 350원 증가하는 결과를 얻는다. 이 간단한 예는 양면적 시장에서의 수수료 체계가 시장의 경쟁구조와 무관하게 예외적인 형태 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예에서 신용카드사는 양면적 시장의 플랫폼 사업자로서 두 집단 의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외부성을 내재화하여 두 집단 모두의 효용을 증가시켜 준다. 모형의 일반적인 적용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앞서 간단한 숫자로 설명한 모형을 일반화한다 면 다음과 같다. 카드 고객을 관리하는 비용을 대금결제 건당 라고 가정하고 가맹점을 위해 신용 확인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비용이 대금결제 건당 라고 가정하자. 카드 고객들은 카드 사용료 를 부과할 때는 건의 구매를 하려 하고 이에 비하여 그를 면제하는 경우 건의 거래를 하려 하여 (퍼센티지로는 100%)만큼의 거래 수요 증가가 발생한다. 가맹점은 재화거래가 발생하는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를 지불하기 전에 거래 당 만큼의 이익을 올린다. 먼저 신용카드 사업자가 카드 고객과 가맹점에게 각각의 유지 및 처리 비용인 와 를 사용료 와 수수료로 부과하는 경우 카드 고객은 건의 구매를 하고 이로부터 가맹점은 의 총 이익 을 얻는데 카드 수수료를 건당 씩 지불해야 하므로 만큼의 순이익을 얻게 된다. 이에 비해 신용카드 사업자가 카드 고객 유지 비용과 가맹점에 대한 결제 처리 비용을 모두 가 맹점에게 수수료로 부과하는 경우 가맹점은 재화 거래 건당 의 수수료를 지불하지만 그 대 가로?만큼의 매출 증가를 달성할 수 있다. 그 결과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지불 전의 총 이익 은 가 되고 수수료를 제외한 순이익은 가 된다. 이 두 가지 계산에서 가맹점이 모든 대금 결제 비용을 수수료로 지불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만큼의 순이익 변화를 겪게 된다. 이를 정 리하면 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가맹점은 카드 고객을 유지하는 데 드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25

는 비용을 자신이 수수료로 부담하고서도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신용카드 시장과 같은 양면적 시장에서 수수료 변화에 따른 카드 고객들의 행태 변화는 수수료 배분의 구조를 매우 예외 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 모형에서 신용카드 사업자는 양면적 시장의 플랫폼 공급자로서 시장 참여 집단들 간의 외부 성을 내재화시켜 모든 참여자들의 후생을 제고시켜준다. 카드 고객들은 자신이 카드 사용시 부담 해야 하는 사용료로 인해 구매를 줄일 수 있는데 가맹점의 관점에서 이는 매출의 감소, 그리고 이 윤의 감소를 의미한다. 가맹점으로서는 고객들의 구매를 증가시키기 위해 광고비 등 판매 촉진 비 용을 지불할 유인이 충분한데 만일 카드 고객들의 신용카드 사용료를 부담하더라도 매출이 증가 한다면 판매 촉진 비용을 부담하는 셈치고 그를 부담하려 한다. 이 모형에서 카드 사용자와 가맹점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플랫폼 사업자는 카드 사용자들을 일단 가입시킬 유인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즉 가맹점들은 카드 사용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보다 많은 카드 사용자들을 가진 신용카드 망에 가입하기를 원하므로 보다 많은 카 드 사용자를 가입시키는 것이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신용카드 대란 당시 신용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가입자를 유치한 이유를 설명하여 준다. (2) 다중 접속과 다단계 경쟁 신용카드 서비스의 특성으로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다중 접속(multi-homing)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카드 고객들과 가맹점들은 다수의 신용카드를 소 지하고 또한 다수의 신용카드를 취급할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중 접속 가능성은 경쟁하 는 신용카드 플랫폼들간에 존재할 수도 있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데 커다란 제약조건으로 작동 한다. 또한 카드 사용자들에 의한 다중 접속 가능성은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카드 대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때 돌려막기 등 신용카드 시장의 거래 품질을 저하시키는 행위를 허용하여 준다. 카드 고객들과 가맹점들은 어떤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두 단계의 의사 결정을 한다. 첫 번째로 어떤 신용카드 플랫폼에 가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두 번째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거래 시 가입한 카드 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하여 대금결제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두 번째 단계인 대금 결제 시에는 다중 접속의 가능성이 그리 중요치 않다고 여겨진다. 예외적으로 하나의 대금결제를 위해 여러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거액 결제를 제외하고서는 이러한 의사결정이 가져다 줄 효용 증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첫 번째 단계인 가입 결정 시 에는 다중 접속의 가능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는 두 번째 단계에서 어떤 신용카드를 사용해 결제를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선택권을 부여하여 카드 고객의 후생을 제고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단계 경쟁에서 가맹점들보다는 가입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시장에 대 한 경쟁 심화 효과도 크다. 이러한 경쟁 구조는 신용카드사들로 하여금 매우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취하도록 유도하였다. 26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또한 신용카드 가입자들이 여러 개의 카드 사에 동시에 가입을 할 수가 있어 한 신용카드사에 대 해 잔고가 커지는 경우 다른 카드사에서 현금 대출을 받아 기존의 잔고를 상환하는 소위 돌려막 기 가 가능하게 되었다. 여러 신용카드사들은 심한 경쟁 압력을 받으면서 가입자 확보에 치중하다 보니 여신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신용카드사들 간에 가 입자들의 신용정보 공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신용카드사가 여신으로부터의 위험관리를 하는데 사 용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시장의 경 쟁 심화가 반드시 시장 참여자들의 후생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3) 3자 체계와 4자 체계 신용카드사는 가입자와 가맹점들간에 거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여기서 거래의 플 랫폼 형태는 3자 체계(혹은 폐쇄적 체계)와 4자 체계(혹은 개방적 체계)로 나뉘어 지는데 이 둘의 차이는 플랫폼 제공자와 최종 서비스 사용자인 가입자 혹은 가맹점 사이에 발급사(issuer)와 매입 사(acquirer) 은행이 개입하는가 여부에 달려있다. 이 때 발급사란 신용카드를 가입자들에게 발급 해주는 은행을 의미하고 매입사란 가맹점들이 상품을 판매한 후 얻게 된 채권을 매입하여 주는 은 행을 의미한다. 즉 3자 체계의 경우에는 신용카드사가 가입자들에게 직접 카드를 발급하여 주고 가맹점의 매출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데 비해 4자 체계에서는 카드 발급과 매출 채권 매입은 은행 들이 담당하고 신용카드사는 이들 은행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제공한다. 보다 구체 적으로 3자 체계는 <가입자, 카드사, 가맹점>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Amex, Diners, 그리고 Discover 등이 3자 구조 방식을 채택한 예이다. 이에 비해 4자 체계는 고객, 카드사, 가맹점, 발 급사(issuer)/매입사(Acquirer) 가 참여하는 형태를 말하며, 미국에서는 Visa와 Mastercard가 여기 에 해당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4자 체계와 3자 체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한편 우리나라는 3자 체계를 가진 신용카드사가 4자 체계를 가진 신용카드사보다 커다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 다. 3자 체계에서는 카드사가 발급사와 매입사를 모두 겸하고 있는 반면 4자 체계에서는 플랫폼 사 업자는 발급은행과 매입은행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다른 두 체계에 서는 신용카드사들간의 경쟁 압력, 그리고 건전성 관리에 필요한 가입자들의 신용정보 공유의 정 도가 달라지게 한다. 3자 체계의 경우 각 카드사들은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수록 가맹점 확보에 유 리한 위치를 가지게 되고 영업으로부터의 수익이 올라가므로 더욱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가능 성이 있다. 이에 비해 4자 체계의 경우 카드사는 가맹점 관리와 은행 결제관리를 담당하면서 수수 료를 수취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가맹점 확보 및 가입자 확보에 과도한 경쟁을 벌일 유인이 떨 어진다. 또한 4자 체계에서는 회원 은행들이 서로간에 신용정보 공유를 피할 유인이 작아지는 반 면 3자 체계에서는 신용카드사들간에 직접적인 신용정보 공유가 이루어질 유인이 작아진다. 3자 체계를 가진 신용카드사의 경우 카드 고객들과 가맹점의 가입과 신용관리, 그리고 결제 등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27

의 과정 모두를 처리해야 하고 그로부터의 비용과 수익을 모두 감당하게 된다. 따라서 보다 적극 적인 가입권유와 고객관리를 할 유인이 생기고 이는 타 카드사와의 경쟁도 심화됨을 의미한다. 그 런데 3자 체계를 가진 카드사들의 경우 카드 고객들에 대한 신용정보의 관리에 있어 제 3의 신용 정보 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타 카드사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사용할 수가 없다. 이러한 신용정 보 공유의 어려움은 신용카드 시장에서 가입자들이 다중 접속을 통해 여러 카드사에 가입하고 금 전 상황이 안 좋은 경우 돌려막기를 할 유인이 있다는 면에서 여신의 건전성 관리에서 취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비해 4자 체계를 가진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플랫폼의 관리에 치중하고 신용카드 고객의 가입권유는 발급은행이 담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가입자 유치에 있어 공격적인 전략을 쓸 여 지가 제한되어 있다. 즉 카드 고객들의 유치는 개별 발급은행들이 담당하고 이들로부터의 수수료 수취도 일차적으로는 발급은행이 담당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인 신용카드사가 공격적인 전략 을 사용하여 얻는 수익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분업구조는 한편으로 수익창출을 위한 노력에서 는 약간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감수해야 한다는 약점을 가질 수 있으나 신용카드 브랜드에 대한 광고를 한꺼번에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비용의 절약 등 강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4자 체 계의 경우 가입자들의 신용정보를 카드사가 집중하지는 않지만 3자 체계에 비해서는 거래 시 발 생할 수 있는 신용 확인과 사고 처리에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보를 토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완화된 경쟁 환경과 정보의 체계적 관리 가능성은 4자 체계가 건전성 관리에 있어 3자 체계보다 강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서술하였듯이, 국내의 신용카드 산업에서는 3자 체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로 인 해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대한 유인이 있는 한편 신용정보는 파편화(fragmented)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신용카드의 양적팽창이 급격히 일어나던 2002-04년에 이러한 특성은 더욱 두드러 졌다. 그 당시 우리경제에서 큰 문제가 되었던 신용카드를 이용한 부채의 돌려 막기 사례에서 보 았듯이 파편화(fragmented)된 신용정보는 일체성을 가진 신용정보에 비해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 진다. 금융 거래에 대한 정보가 개인에 대해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를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게 분 석하면 문제를 즉각 포착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경우에는 정보가 주어져 있어도 문제를 발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심한 경우에는 문제가 더 확대될 때까지 문제를 발견 하지 못할 수도 있다. 3. 신용카드의 역사 현재 사용하는 신용카드의 전신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백화점과 주유회사에서 시작되었다. 이 들 회사는 기존에 거래하던 고객들에게 그들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는 금속 또는 판지 재질의 카 드를 발급하였다. 백화점과 주유회사의 경영자들은 고객들이 이 카드를 제시하면 당장 현금이 없 더라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전략은 회사의 매출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고객과 28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회사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공고하게 만들어주었다. 5) 현재와 같은 개념의 신용카드는 1950년 뉴욕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Frank Mcnamara)에 의해 탄생한다. 이를 전하는 많은 문헌들은 이 사건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 맥나마라 는 맨하탄의 한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을 먹은 후 비용을 치르려고 영수증을 살펴보던 그는 자신이 현금을 하나도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급히 연락을 받고 온 아내가 식사대금을 치르지만, 아내가 오기까지 곤욕을 겪은 그는 현금이 없어도 구매가 가능한 일시불카 드(Charge Card) 6) 를 고안하게 된다. 7) 그는 알프레드 블루밍데일(Alfred Bloomingdale), 랄프 스 나이더(Ralph Snyder)와 다이너스 클럽(Diner s Club)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상용화 하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극적인 사건이 맥나마라의 동업자였던 알프레드 블루밍데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실제로는 맥나마라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일시불카드(Charge Card) 만들게 되었다고도 전한다. 8) 그 구체적인 탄생의 실제와는 별개로 당시 일시불카드(Charge Card)에 대한 당시의 관심은 크 지 않았던 것 같다. 일례로 뉴욕 타임즈는 다이너스 클럽의 창립에 대한 기사를 창립 2년 후에야 처음으로 보도했다. 9) 이러한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하여 창립 1년 후에는 18달러의 연회비를 지급하는 4만 2,000여명의 카드 회원과 7%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330개의 레 스토랑, 호텔 및 클럽 등의 가맹점을 가지게 되었다. 10) 1958년은 그간 다이너스 클럽의 성공을 지켜본 다수의 회사들이 카드산업에 뛰어든 해이다. 여 행객에게서 카드 사용이 잦은 것에 착안해 전 세계 호텔 체인망을 소유하고 있던 힐튼 호텔은 힐 튼 크레디트 코페레이션(Hilton Credit Corporation)이라는 카드 회사를 만들고 카르트 블랑셰 (Carte Blanche)라는 카드를 발급하였다. 또한 여행자수표 사업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올리던 아 메리카 익스프레스(America Express)도 카드 사업을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 내 1, 2위 은행이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맨하탄 체이스(Manhattan Chase) 역시 독자적인 카드 사업을 발족하게 된다. 11) 5) The Credit Card Industry: A History, Lewis Mandell, Twayne Publishers, 1990, Introduction. 6) 일상적으로는 일시불 카드(Charge Card)와 신용카드(Credit Card)를 혼합해서 사용하지만 일시불 카드는 정 해진 기한(대개의 경우 한 달) 안에 정해진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하며 기한이 넘을 경우 이후 카드 발급 및 사용에 제약이 있는 반면 신용카드는 대금의 일부만을 결제하고 잔금을 다음 기한으로 지연시키는 회전결재 (Revolving)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Charge card의 도입과정이 생략되고 곧바로 신용카드가 활성화 되었기 때문에 Charge card에 대응되는 개념이 없어 본 글에서는 Charge card를 일시불 카드 로 번 역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7) Paying with Plastic,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MIT Press, 2005, pp.53-54. 8) Mandell, 앞의 책, Ch.1. 9) The Dawn of Diners Club, and The Credit Card, Alan Flippen, Newyork Times, 2014. 10. 23, http://www.nytimes.com/2014/10/24/upshot/the-dawn-of-diners-club-and-the-credit-card.html?_r =2&abt=0002&abg=0 10)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54. 11)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p.56-61.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29

동시에 사업을 시작한 덕에 이들 회사의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시장 점 유율을 높이기 위해 58년부터 시작해 동의 없는 카드 보내기가 법적으로 금지되기까지 1억명에게 카드를 발송했다. 이러한 무분별한 판촉행위는 일시적으로 카드 소지자를 늘리는데 기여했으나 잦은 부도율과 카드 범죄 등으로 인해 회사의 수익률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 12) 50년을 시작으로 하여 60년 초반까지 진행된 이러한 초기 카드 산업은 다음과 같은 특성들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초기 카드 산업은 비교적 신용이 우수한 소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작 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반 적으로 신용카드는 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소수의 전유물 이었다. 1970년까지만해도 겨우 9.2% 만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르트 블랑셰, 다이너스 클럽의 카드를 소유하고 있었다. 13) 두 번째로는 카드 회사의 수익이 주로 가맹점 수수료와 연회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전 결제 자체가 보편화 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연체 이자는 수익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였 다. 이 당시 다이너스 클럽은 7%,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5~7%, 카르트 블랑셰는 4%의 수수료 를 부과하고 있었고 이 수수료가 이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14) 현재 비자카드와 마스터 카드의 소매점 수수료가 거래 대금의 1.5%인 것과 비교해보면 당시의 수수료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5) 마지막 특성은 각 회사가 독자적으로 카드 사업을 꾸려나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이 가맹점과 카드 사용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카드 결제 및 지불 유예에 대한 대처를 포함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에도 난항을 겪었다. 이와 같은 독자적인 사업 구조는 1960년 중 후반에 변화를 겪게 된다. 1966년 뱅크 오브 아메 리카는 카드 사업 브랜드인 뱅크아메리카드(Bank Americard)를 프랜차이즈화 하기로 결정한 다. 16) 캘리포니아에 본점을 두고 있던 이 은행은 다른 주에 고객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카드 부문 의 팽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은행은 다른 주의 은행들에게 카드의 브랜 드와 운영체제를 사용료를 받고 파는 대신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 였고 이를 통해 미국전역에서 뱅크아메리카드 발급과 사용이 가능한 환경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한편 협력적 경쟁(Co-opetition) 체제가 처음 발생한 것도 이 시기였다. 현재 카드 산업의 78% 이상이 이 체제 안의 회사들에 의해 점유되고 있다는 점은 이 시기 체제 간의 경쟁에서 독자 적 사업과 프랜차이즈 체제를 누르고 협력적 경쟁체제가 활성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체제 12) 신용카드 제국: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 로버트 D. 매닝 지음, 강남규 옮김, 참솔, 2002, p.131. 13)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61. 14)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p.56-60. 15) Visa, MasterCard agree to hold interchange fees at 1.5% for 5 years, CBC News, 2014. 11. 04. http://www.cbc.ca/news/business/visa-mastercard-agree-to-hold-interchange-fees-at-1-5-for-5- years-1.2822985 16) Mandell, 앞의 책, Introduction. 30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하에서 은행을 포함한 카드 회사들은 결제 자동화 등 운영상의 시스템은 공유하면서 독자적으로 카드를 발급한다. 즉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운영 시스템의 강화를 위해서는 서로 협력 (cooperation)하면서도 카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경쟁(competition)하는 체제가 시작된 것 이다. 17) 이 시기에 일리노이 주의 5개 은행은 미드웨스트 뱅크카드를, 캘리포니아의 은행들은 마스터 카드의 전신인 마스터차지를 설립했다. 프랜차이즈 체제를 유지하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이 당 시 카드 사용액의 0.5%까지 해당하는 수수료를 프랜차이즈에 가입한 은행들에게 부과하고 있었 는데 이로 인해 많은 은행들에게서 원성을 사자 NBI(National BankAmericard Incorporated)를 설립하는 데 동의하고 협력적 경쟁체제로 변모하게 된다. 18) 1970년대는 카드 산업이 지난 20년 간의 급속한 팽창을 뒤로 하고 여러 문제를 마주하게 된 시 기였다. 우선 카드 발급사의 확대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1970년대 초반에는 이미 16%의 가구가 카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카드 회사들은 70년대 카드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 었다.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2005)에 따르면 2002년 달러 가치로 환산했을 때 웰스파고(Wells Fargo)는 1967년과 1970년 사이에 2,700만 달러 이상, 뱅커스 트러스트는 1969 년에 2,200만 달러와 1970년에 1,100만 달러 이상, 릭스내셔널은 1970년에 4백만 달러의 카드사 업 손실을 각각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손실은 주로 60년대 있었던 무분별한 카드 발송에서 기인하였다. 회원의 신용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적 팽창에 치중하였기 때문에 대금을 회수할 수 없는 거래가 늘어났던 것이다. 이에 더해 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 뿌리기를 이용하여 중간에 카드를 낚아채는 등의 카드 관련 범죄도 늘어났다. 이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은 카드사 스스로의 수익구조를 악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채무도 급속도로 늘렸기 때문에 1970년 닉슨 대통령은 미국 전역 에서 요청하지 않은 카드를 발송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한 카드사들은 신용이 좋은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당시의 방식이 이윤을 높 이는 데 제한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기 카드 산업에서 회전결제의 비 중은 높지 않았고 따라서 연체 이자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이에 따라 1970년 당시 신용카드 채무는 전체 소비자 채무인 1,040억 달러의 3퍼센트에 불과하였다. 19) 보다 근본적으로 당시 카드사들은 급속히 팽창한 거래량을 감당할만한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70년대 초 거래 처리와 가맹점 모집 등 카드 지원 사업의 전범위를 담당하는 FDC(First Data Corporation)과 같은 기업들이 생겨나기는 했으나 당시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다 수의 업무를 내부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는데, 자체적인 기술력은 급속히 늘어난 업무량을 제대로 17)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p.61-67. 18)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p.61-67. 19) 로버트 D. 매닝, 앞의 책, p.135.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31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거래 처리가 지연되면서 카드사의 적자는 늘어 났던 것이다. 70년대의 카드사들은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기에 이른다. 마스터카드의 회 원인 인터뱅크(Interbank)의 에드워드 본템스(Edward Bontems)는 기존 청산소(Clearing House) 가 작동하던 방식을 차용한다. 당시 많은 은행들은 자신의 고객이 다른 은행의 가맹점에게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동시에 반대로 다른 은행의 고객들이 자신 은행의 가맹점에게 대금을 지불해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드워드 본템스는 마스터카드에 가입되어 있는 은행들이 중복되는 대금 을 제하고 거래를 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거래량과 비용을 절감하였다. 20) 비자의 전신인 NBI 역시 IBM에서 디자인한 Base 1, Base 2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도입하였 다. 1973년에 도입된 Base 1 시스템은 당시 평균 4분이 소요되던 거래승인 대기시간을 40초로 줄이게 된다. 21)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정체의 시기를 보내던 카드 산업은 1980년대 들어 다시금 팽창의 시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 카드 사업의 팽창은 금융산업 규제 완화, 회전 결재의 보편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카드지원사업의 확장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추동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이 1980년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자유주의 논리에 입각한 경제 정책이 쏟아지기 시작하였고 금융업계에도 자유화 바람이 불었다. 7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이자율 제한법 이 사실상 철폐되기 시작함에 따라 연방기금금리 대비 신용카드 회사의 연체 이자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자율 제한법은 1982년까지 총 36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었는데, 연방기금금리와 5%이상 차이가 나는 이자율을 은행이나 카드업체가 소비자들에게 부과할 수 없도록 했다. 22) 이 같은 제한이 무력화 됨에 따라 각 카드사들은 보다 높은 연체 이자율을 부과할 수 있었을 뿐만 아 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드를 발급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계좌 부도의 위험이 큰 사 람들을 카드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대신 높은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충당할 수 있 었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 1>은 80년대 신용카드 이자율과 연방기금금리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이자율간의 차이가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80 년에 들어서면서 4%에 불과했던 차이가 86년에 신용카드 이자율 18.3%, 연방기금금리는 6.8% 를 기록하여 11.5%의 차이로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처럼 이자율 자체가 상승한 것에 더불어 또한 레이건의 정책으로 소득상태가 불안정한 미국 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회전결재의 이용횟수와 금액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70년대 말까지 정해진 기한 안에 모든 금액을 납부하는 우량고객 들이 카드 회사의 주요한 회원들이었던 반면 80년대 초반부터는 회전 결재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카드 회사들이 이자로 얻는 소득이 늘어 20) Mandell, 앞의 책, pp.61-62 Chap.5. 21)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74. 22)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p.68. 32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나게 된 것이다. <그림 1> 80년대 신용카드 금리와 연방금리의 차이 <그림 2>는 1960년부터 2000년까지의 미국 소비자 채무를 월 단위로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중반까지 낮은 수치를 기록하던 회전채무가 80년대에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80년 1월에 회전채무는 전체 소비자 채무의 16%(전체 3,510억 달러 중 560억)를 차지하고 있었 으나 이것이 90년 1월에는 27%(전체 8,020억 달러 중 2,179억 달러)로 상승하기에 이른다. 이는 2015년 현재 수치와 동일한 것으로 이 시기에 이미 회전결재가 소비자 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3) 한편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카드사들이 여러 업무를 카드 지원 사업 회사에 본 격적으로 아웃소싱(outsourcing)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날로 복잡해지는 기술적 절차로 인해 이와 관련된 업무가 소수의 대형은행이 아니면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시기 퍼스트 데이터 코퍼레이션(First Data Corporation), 얼라이언스 데이터 시스템 (Alliance Data Systems), 서티지(Certage), 토털시스템(Total System)과 같은 카드지원사업 분야 의 회사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카드 회원 거래처리에 대한 이들의 점유율은 1981년 36%에서 2002년에는 71%에 이르러 현재는 일부 대형 카드 발급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카드 사가 거래처리를 외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들은 가맹점 거래처리와 카드 회원 거래처리를 주로 하고 있지만 새로운 가맹점을 모색 23) 참고로 회전결재가 최고수준을 기록했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이 당시에는 회전결재가 전체 소비자 채 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렀다.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33

하고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며 대금을 청구하는 등 일련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카드 회사들은 이들 기업에 이러한 업무를 외주하고 카드 발급의 전문화에 집중하고 있 다. 24) <그림 2> 미국 소비자 채무 중 회전채무의 비중 변화 출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소비자 금융조사. 1990년대는 카드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한편 직불카드가 등장하였다. 직불카드란 대금이 카드사용과 동시에 지불되는 일반적으로 체크카드라고 불리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65년에 ATM이 최초로 등장한 이후 70년대 후반과 80년대 급속한 팽창을 경험하였다. 구체적으로 77년 에는 미국 전역에 8,000여개 정도 설치되어있던 것이 88년경에는 81,681개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90년대 이전까지 직불카드는 현금을 자동인출 할 때에만 사용되었었다. 신용카드 사업 을 확장하고 있었던 은행업계는 90년대 초반 가맹점에서 직불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장비를 설치 하도록 함으로서 직불카드의 사용을 활성화 하였다. 초기에는 개인 고유 인식번호(PIN 번호)를 활 용하여 직불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고 이후 이것이 현재와 같은 방식인 전자서명을 통한 결 제 시스템으로 변모하였다. 미국의 신용카드 산업은 50년에 일시불 카드가 처음 등장한 후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를 보 여왔다. 하지만 때로 큰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 50~60년대 카드 발급사들이 무작위 카드 발송 등의 전략을 사용하여 극심한 경쟁 구도를 유지한 탓에 70년대에 산업 전반이 큰 손실에 직 24) David S. Evans, Richard Schmalensee, 앞의 책, Chap.10. 34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면해야 했던 일은 한국의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대란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 편 미국에서는 회전결재가 신용카드 시장이 양적으로 어느 정도 팽창된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했 다는 점에서 초기 성장기가 지난 후 신용카드 산업이 금융 중개업의 역할을 시작한 데 비해 한국 에서는 신용카드 시장의 양적 팽창 시기와 현금서비스 비중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2000년대 초반 으로 동일했다는 점에서 다른 점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신용카드사들의 경쟁이 보다 높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4.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역사와 현황 이 장에서는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진화과정을 살펴보고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이 어떻게 시장 의 발달 단계에서 반영이 되었는지 돌아보기로 한다. 한국의 신용카드 산업도 신용카드가 최초로 만들어진 미국과 마찬가지로 백화점을 주축으로 한 소매점들의 카드 발급에 기원을 두고 발전하였다. 1969년에는 신세계백화점, 1974년에는 미도파 백화점이 자체 카드를 발급하였고, 1979년에는 롯데쇼핑센터가 가세하였다. 현재 널리 보급된 은 행 발급 신용카드들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하였다. 1978년에는 외환은행이 VISA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하였고, 1980년에는 국민은행이 카드 사업에 진출하였다. 1982년에는 비씨카드의 모체가 된 은행신용카드 협회가 설립되고, 조흥은행, 한국상업은행, 제일은행, 한일은 행, 서울신탁은행이 연합하여 신용카드 업무를 개시하였다. 신용카드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 다. 이 법률의 목적은 신용카드업을 건전하게 보호, 육성하여 신용사회의 기반을 조성하고 소비 자의 금융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었으며, 한국의 카드 산업을 지원하고 규제하는 첫 번째 법률이 되었다. 이 법률의 시행을 계기로 여러 전업카드사들이 등장하 였다. 우선 각 은행의 카드사업부문으로서 영위하던 국민카드와 외환카드는 각각 87년과 88년에 독자적인 전문카드사로 독립되어 영업을 시작하였다. 또한 비 은행계 카드사들의 설립도 법률 시 행에 발맞추어 이루어졌다. 1987년에는 엘지카드가 코리안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신용카드 업을 개시하였고, 1988년에는 삼성도 신용카드사를 설립하였다. 1990년대부터 신용카드 산업은 꾸준히 발전하였다. 1990년 당시 1,000만 장이던 신용카드 발 급 수는 1997년까지 매해 증가하여 4,500만 장에 이르렀다. 신용카드 이용 금액 역시 1990년에 는 연간 12조 6천억원 수준이었으나 1997년에는 그 여섯 배에 육박하는 72조 1천억원으로 성장 하였고, 가맹점 수 역시 같은 기간 동안 58만 점에서 425만 점으로 수직 상승하였다. 급격한 팽창에 더해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신용카드 시장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 적인 점은 전체 신용카드 이용금액 중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50%에 육박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카드 산업이 성장 초기에 대출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중개 업으로서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35

이처럼 신용카드사가 대출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은 이 시기 금융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점 차 줄어든 대기업 대출을 대신할 이윤 창출의 활로로 가계대출과 우량 중소기업 대출을 염두에 두 고 있었던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있다. 당시의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기업 대출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고, 신용보증기금 출연부담(연 0.3%)도 없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했 다. 또한, 가계대출의 경우 기업대출보다 고정 이하 여신비율이 낮고, 대규모 부실여신 발생가능 성도 낮아 안전성이 높았다. 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기업대출은 위험가중치가 100%인 반면, 예금담보대출은 0%, 주택담보대출은 50%에 불과해 가계대출은 은행의 BIS비율관리에서도 유리 한 측면이 컸다. 이에 더해 2001년 말부터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시행되었던 특소세 인하조치 등이 민간소비를 촉진하는데 크게 기여하였고 이는 가계의 자금수요를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차입소비성향 높 여주었다. 이로 인해 가계의 대부수요도 늘어나면서 가계대부공급을 늘리려는 금융업의 의도와 맞물려 가계 대출이 급속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특히 당시 기업들이 내는 세금을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 매출액을 투명하게 파악하려는 경제정 책 당국은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카드 사용자들에게 세금 감면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따라서 가계의 높아진 자금수요가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충족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 과정에서 현금 서비스 등 한 카드사의 대출 잔액을 다른 카드사로부터 대출하여 상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행태 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신용카드사의 부실은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대출서비스 중심의 산업 성장과 87년 신용카드업법 제정 이후로 영업 인가를 받은 신용카드사 및 할부금융사, 리스사들의 부실화 가능성에 주목하여 1997년에는 신용카드업법을 폐지하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제정하여 그 역할을 대체하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산 업뿐만 아니라 시설대여업, 할부금융업, 신기술사업금융업을 포괄하여 금융산업의 건전하고 창의 적인 발전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여타 산업의 경우 등록제를 두었으나 카드사들에 대해서 는 신용카드업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가제를 유지하여 그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여 비교적 강한 규제를 유지하였다. 1988년 관련 법률 제정 이후로 육성되기 시작한 한국의 신용카드 산업은 1997년말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하여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였다. 정부는 외환 위기의 여파로 불어 닥친 불황을 타 개할 수단의 하나로 국민들의 소비 진작을 선택하였고, 이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신용카드 이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영수증 복권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정책에 포함되었다. 또한, 1999년 5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규칙은 직불카드의 1회 및 1일 이용한도를 각각 10만원과 50만원에서 50만원과 100만원으로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종 전 월 7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던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대출성 자산을 활 용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기조 하에서 신용카드사들은 빠른 속도로 영업을 확장해 나아갔다. <표 1> 36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신용카드 산업 성장의 속도는 1990년대에 비해 폭발적인 수준에 도달하였다. 2002년 기준으로 신용카드 이용액은 1998년의 10배에 달하는 622조원을 기 록하였고, 신용카드 발급 매수 역시 1억 장을 돌파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출서비스 및 부가서비스를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여 회원 수 확보 경쟁에 불을 지핀 카드사들이 있었다. <표 1> 신용카드 발행, 이용 및 가맹점 통계 연도 이용금액 (천 억원) 카드 수 가맹점 (1000매) (1000점) 현금 현금 서비스 합계 일반 할부 서비스 비중 1990 10,384 586 126.0 30.1 23.2 72.8 57.7% 1992 14,705 948 156.8 51.4 28.5 77.0 49.08% 1994 25,314 2,055 409.3 109.6 79.2 220.5 53.88% 1996 41,113 3,461 630.3 203.5 122.8 304.1 48.24% 1998 42,017 4,649 635.6 206.7 101.6 327.3 51.49% 2000 57,881 8,611 2,249.1 555.9 240.0 1,453.2 64.61% 2002 104,807 15,612 6,229.1 1,920.0 732.1 3,577.0 57.42% 2004 83,456 17,095 3,578.5 1,883.6 418.8 1,276.0 35.65% 2006 91,149 17,037 3,682.7 2,276.7 490.3 915.7 24.86% 2008 96,248 15,612 4,453.0 2,875.1 690.3 887.6 19.93% 2010 116,589 17,699 4,938.3 3,301.8 823.4 813.2 16.46% 2012 116,374 14,923 5,530.2 3,827.4 952.8 750.0 13.56% 2014 92,321-5,645.4 4,090.1 922.1 633.2 11.21% 출처: 여신금융협회. <그림 3>은 이 시기에 특히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회원 수 증가가 특기할만한 것이었음을 보 여준다. 비씨카드의 회원 수도 크게 증가했지만 비씨카드의 경우 기존의 회원 수가 이미 많은 상 태였기 때문에 회원 수 증가율을 보면 실제 증가율은 신한 카드와 삼성 카드에 비해 낮다. 구체적 으로 1998년에서 2004년까지 신한카드의 평균 회원 증가율은 5%, 삼성카드는 4%, 비씨카드는 3%였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카드사별 회원 수의 개별적인 증가가 아닌 당시의 경쟁 환경과 그에 따 른 동시다발적인 신용카드 대량 발급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만약 특정한 하나의 카 드사만이 소비자 확보 측면에서 급격히 성장했다고 가정한다면, 심지어 그것이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해당 카드사의 부실로 이어졌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일단 카드를 발급한 후에라도 위험의 조짐을 보이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카드 사 용에 제한을 두는 등의 조치가 당연히 뒤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카드사가 고객 유 치 경쟁을 벌여 동시에 카드 발급에 나선다면 한 명의 소비자가 여러 장의 카드를 보유하기 쉬워 지므로,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채무불이행과 관련한 고객 관리가 어려워진다. 여러 카드를 가진 소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37

비자가 이른바 돌려막기 와 같은 수단을 사용한다면 카드사 간의 고객 정보가 완전히 공유되지 않는 한 해당 소비자에 대한 위험 측정이 정확히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 3> 카드사들의 분기별 회원 25) 출처: 금융통계 정보 시스템 및 각 카드사 분기보고서. <표 2>는 실제로 이러한 점이 대량 카드 부실 사태를 촉발했을 가능성을 확인해주고 있다. 경 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수는 1999년 1.8장에서 2002년 4.6장으로 증가하였다. 3년 사이 카드소 지자마다 3장의 카드를 추가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의 카드사 간 경쟁이 카드 사용 단계 보다는 고객 유치 단계에 중점을 둠으로써 한 명의 소비자로 하여금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중복해 서 보유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고객 유치 단계의 경쟁은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들에게도 카드를 발급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쉽다. 카드사들의 외연 확장에 의해 충분한 신용도를 갖춘 소비자층이 포화상 태가 되면 새로운 고객 확보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부 또는 카드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커진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2000년대 초반 한국 신용카드 시장에서 발생하였다. <그림 4>는 4개 기업계 카드사의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연체율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분기별 회원수가 가장 급격하게 증가했던 삼성과 신한카드의 연체율이 월등하게 높았 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카드사와 비씨카드의 회원 수 증가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음에도 불 구하고 연체율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은 진입자(entrant)로서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본래 시장 25) 회원 수가 확인되지 않는 분기에 대해서는 바로 앞뒤의 회원 수를 활용하여 선형으로 추정하였다. LG카드의 경우 2004년 3분기부터 실질회원 수 를 표시하여 차트상에서 그 시점에 상당한 감소세가 나타나 있다. 38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에서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비씨카드를 따라잡기 위해 위험한 방식의 회원 수 확장을 서슴 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표 2>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발급 수 연도 카드수(천매) 경제활동인구(천명) 1인당 카드 수 1999 38,993 21,813 1.79 2000 57,881 22,134 2.62 2001 89,330 22,471 3.98 2002 104,807 22,921 4.57 2003 95,517 22,957 4.16 2004 83,456 23,417 3.56 2005 82,905 23,743 3.49 2006 91,149 23,978 3.80 2007 89,565 24,216 3.70 2008 96,248 24,347 3.95 2009 106,993 24,394 4.39 2010 116,589 24,748 4.71 2011 122,138 25,099 4.87 2012 116,374 25,501 4.56 2014 92,940 26,810 3.5 출처: 여신금융협회, 통계청. <그림 4> 카드사 분기별 연체율: 2003-2015년 주: 1개월 이상 연체 채권 비율.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39

이처럼 각 개별 카드사의 높은 연체율은 자연히 카드산업 전반의 높은 연체율로 이어졌다. 금 융감독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말 신용카드사 전체 연체액 중 1개월 이상 연체 채권의 비중 은 2.60%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카드 사용 진작에 이어진 카드사들의 경쟁으로 인해 그 수치는 2002년 말 6.60%를 기록하였고 2003년 말에는 최고치인 14.06%에 달하였다. 이러한 카 드사들의 부실과 신용불량자 양성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기존의 카드 산업 육성 중심에서 건전 성 감독 및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규제당국은 발급 및 부적절한 영업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건전성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2002년 3월 전 신용카드사 대상으로 현장검사 실시 및 3개사에 대해서 업무 정지등 제재조치를 시행하였다. 이와 동시에 현금 대출에 따른 채권액이 현금대출과 결제 업무에 따른 채권 합계액의 50% 초과할 수 없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현금대출 서비스의 지나친 팽창 을 막았다. 2002년 11월에는 신용카드사 건전성감독 강화대책을 발표하여 적기 시정조치 기준에 연체율 과 당기 순이익요건을 신설하고 조정자기자본기준 비율도 7%에서 8%로 상향조정하였으며 대손 충당금 적립의무도 강화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필요 대손충당금 산정 기준을 보면, 이는 여신 전문회사 감독업무 시행세칙 의 일부로 공시되고 있고 90년대 후반 이후 카드사의 총 채권을 정 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 손실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분류에 따라 다른 비중만큼을 대손충 당금으로 축적하도록 하는 전반적인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채권을 일반자산과 카드 대금, 현금 서비스, 부동산 관련 채무 등으로 세분하여 보다 위험성이 높은 채권에 대한 필요 대손충당금 축적 비중이 높아졌다. 26) 또한 2003년에는 카드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행되었고 연체율 산정시 대환 대출채권을 포함하고 신연체율 경영지도율(10%)에 맞도록 규제하였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 극심한 부침을 겪은 신용카드 산업은 2005년 이후부터는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하여 왔다. 신용카드 발급 수는 카드대란 시기를 겪으면서 감소하였으나 2005년을 기 점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용금액 역시 2004년과 2005년 저점을 찍은 이후로 꾸준히 증 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 현금서비스가 이용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반면, 2005년 이후로는 결제서비스 위주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물론 2005년 이후에도 카드산업에서의 경쟁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그 양상은 이전 시기와 달라 진 면이 있다. 우선 정부가 부실에 대한 관리에 나선 만큼 무분별한 카드 발급은 이루어지지 않았 다. 각 카드사들의 회원 수 현황을 살펴보면 신용카드 보급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나 2000년대 초반만큼 급격하게 고객 수를 늘리는 모습은 아니다. <그림 3>을 보면 2005년 이후 삼성카드와 LG카드의 회원 수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그 성장세가 확연히 축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26)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ed%96%89%ec%a0%95%ea%b7%9c%ec%b9%99/%ec% 97%AC%EC%8B%A0%EC%A0%84%EB%AC%B8%EA%B8%88%EC%9C%B5%EC%97%85%EA%B0 %90%EB%8F%85%EA%B7%9C%EC%A0%95. 40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있다. 기업계 카드사들 중에서는 현대카드만이 이전 못지 않은 속도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 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2005년 363조원에서 2013년 553조원 규모로 성장하였고, 이러한 모습은 각 카드사들이 고객 유치 단계보다는 실질적인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그림 4>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당국의 감독이 강화된 2005년 이후에는 카드사들의 연 체율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카드사들 간의 과열경쟁을 막는 규제정책이 시장의 건전성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끼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급격한 외연팽창-2002~04년에 걸친 카드 대란-2000년대 중반 의 제도 구축기를 지나 2000년대 후반 이후 카드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하였고 현재는 성 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카드 산업의 전반적인 현황을 살펴보는 것으로 본 장을 마 무리하고자 한다. 2015년 현재 여신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신용카드사는 총 19개이며 이 중 11개사는 은행 겸업 사이다. KB 국민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및 현대카드 의 총 8개 회사가 카드 전업사로 존속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체 카드 이용실적 중 겸업은행과 전업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업계의 카드 이용실적이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73~82%를, 체 크카드 부문에서는 51~61%를 차지하여 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전체 신용카드 사용실적은 560조에 달하였는데 전업계가 이 중 82.3%인 460조를 차지 하였다. 체크카드 이용실적에서도 전체 110조의 체크카드 이용액 중 1.4%인 69조가 전업계 카드 에 집중되어있었다. 이와 같은 사항은 아래의 <그림 5>에 나타나있다. <그림 5> 겸업은행-전업계 카드 이용액 비중(2012-2014년, 단위: 천 억원) 출처: 여신금융협회.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41

한편 카드 전업계 내에서의 점유율 및 집중도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세 분기 동안 카드 전업사 8개의 카드 이용실적을 다음 <표 3>에 제시하였다. <표 3> 카드 전업사 별 당기 사용실적(신용, 직불카드 포함, 단위: 백 만원) 카드사 2015년 2분기 2015년 1분기 2014년 4분기 KB국민카드 21,343,060 19,856,843 20,670,181 롯데카드(주) 9,383,176 8,543,376 8,979,112 비씨카드 주식회사 76,181 74,086 69,957 삼성카드 주식회사 19,150,130 16,983,000 17,791,012 신한카드 29,610,528 28,413,277 29,440,248 우리카드 13,469,267 11,903,757 12,492,982 하나카드 주식회사 12,700,900 11,161,126 31,223,749 현대카드 주식회사 15,650,761 14,865,668 15,909,398 신용카드사 계 154,616,042 142,275,838 148,870,950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 시스템. 2014년 4분기를 제외한 최근 두 분기 동안 KB 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가 지속적으로 가 장 높은 사용실적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2015년을 2분기를 기준으로 하여 이들 세 회사의 점유 율의 합인 CR3를 구한 결과 0.45였으며 HHI지수는 993.3이었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하면 KB 국민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가 가장 높은 사용실적을 보였으며 은행계 카드사용 실적까지를 포함하여 위의 수치를 산정해보면 CR3는 0.49, HHI지수는 1,154였다. 경쟁제한성 유무의 경계 를 한국, 미국, 일본에서 각각 HHI지수 1,200, 1,000, 1,500으로 규정 27) 하고 있고, CR3 지수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0.75를 넘는 경우 과점으로 보기 때문에 현재 국내의 신용카드 산업은 비교 적 독/과점 정도가 약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위의 8개 전업사 중 4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비씨카드가 유일하며 비씨카드를 제 외한 나머지 7개 전업사는 3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비씨카드의 카드 사용액 비중은 0.05%에 불과했다. 28) 다시 말해 여전히 99.5%의 카드 사용은 3자 체제에 의해 운영되는 카드사에서 발급된 카드로 이루어 지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4자 체제에 비해 3자 체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파편화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0년대 초반 다수의 카드사들이 현금 서비스 및 카드론의 비중을 늘리고 이에서 수익 을 얻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5 27) 이재형(2013),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KDI 연구보고서 2013-06, KDI. 28) 위에 제시된 수치는 비씨카드에서 독립적으로 발급한 카드의 사용액만을 합산한 것으로 가맹점 관리 등을 비 씨카드에 외주한 시티은행을 통해 발급된 카드의 사용액까지를 포함하면 그 수치가보다 커진다. 그러나 여전 히 카드 사용실적의 대부분이 카드 전업사에서 발급된 신용/직불 카드에 의한 것임은 동일하다. 42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년 2분기를 기준으로 카드사 전체 수익 5조 3천억원 중 카드 수익이 4조 8천억원으로 91.21%에 달하였다. 리스 수익, 이자 수익 등 나머지 부문의 수익이 전체 수익의 약 9%를 차지하였다. <그 림 6>은 카드 수익부문의 세부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도식화한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 수익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카드론 수수료가 15%를 차지하여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가맹점 수수료 비중의 1/3에도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카드 사 수익의 큰 부분이 가맹점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려 는 카드사들의 영업전략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6> 카드 수익부문 세부 항목 비율(2015년 2분기)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이처럼 카드 수익 부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 중 48%는 연간 매출액이 1,000 억 원 이상인 대형가맹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99%로 일반 가맹 점 수수료인 2.25%에 비해 10% 이상 낮다. 29) 그러나 신용카드 매출액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가 맹점 수수료 혜택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가맹점과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 차이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정부가 카드사용을 장려하면서 중소형 자영업자에게 카드 수취를 사실상 강제하였고, 이에 더해 소액 결제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울며 겨자먹기 로 카드결제를 수용하게 된 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업규모가 작 은 이들 업체에게 카드사 수수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30) 이를 고려하여 2012년 12월에는 신 29) 일반가맹점>대형가맹점 카드 수수료 차별, 헤럴드 경제, 2015-09-14, http://biz.heraldcorp.com/view. php?ud=20150914000908. 30) 미국의 경우 2010년에 가맹점 업주가 10달러 이하의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Durbin amendment) KB 지식 비타민: 국내 VAN사 관련 주요 현안과 전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14-9-22.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43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가 도입되었다. 이전에 연 매출 2억원 미만인 영세 가맹점의 경우 평균 수수 료율의 80%를 부담하였던 것이 평균 수수료율 중 80%와 1.5% 중 낮은 수치를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이 변화하여 영세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이 1.5%를 넘지 않게 되었다. 31) 그러나 이들 영세업체의 수수료도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와 큰 차이가 없으며 더욱이 연 매출 3억원 이상의 일 반 기업의 경우 이와 같은 감면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 연 매출 2~3억원 사이인 중소기업도 마찬 가지로 1.8~2.1%대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한편,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비용 측면에서도 카드 비용이 전체 비용합계의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부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수익 측면에서만큼 그 비중이 압 도적이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 2순위로 그 비중이 높았던 부문은 사원들의 급 여를 포함한 관리비로 전체 비용 중 15.83%를 차지하였다. 카드 비용의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고 정비용인 회원 가맹점 모집비용이 전체의 8.96%를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7>에 이와 같은 내용을 나타내었다. <그림 7> 비용전체 구성 및 카드비용 구성(2015년 2분기)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카드 비용과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살펴볼 만한 것은 기타 부문에 포함되어 있는 VAN사 지급 수수료이다. VAN사는 주로 전표 매입 및 가맹점 관리 업무를 하며 3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 31)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의 본격화 할 듯, 이재욱 기자, 한겨레 신문, 2015-06-17, http://www.hani.co. kr/arti/economy/finance/696432.html. 44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내 신용카드 시장에서 크게 발달하였다. 4자 체계에서는 이러한 업무를 매입사가 전담하여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입사가 없는 국내의 3자 체제 하에서도 가맹점 교육, 기기 관리, 전표 매입 등의 업무는 개별 카드사가 담당하는 것보다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신용 카드 시장이 확대되며 VAN사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하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12의 전문 VAN사 에 더해 4개사가 자체적으로 VAN 업무를 병행하여 총 16개의 기업이 VAN사업에 진출해 있 다. 32) 최근 카드사 비용과 관련해 이와 같은 VAN사 수수료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카드가맹점 수 수료 감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여 카드사 수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이 줄어 드는 한편 소액 거래 건수 비중이 증가하면서 카드사가 VAN사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거래 금액에 비례하는 반면에 VAN사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건당 단가로 계산되므로 소액 거래 건수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카드사의 수익을 악화시키게 된 다. 소액 결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맞추어 VAN사의 승인 단가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 리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VAN사의 운영 전략은 카드사의 수수료 구조와 마찬가지로 대형 기업에게 이득이 되는 방 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VAN사의 수익-비용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다. VAN사의 수익 대부분은 거래 처리 업무를 통해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수료 수익은 거래 건수에 비례한다. 한편, VAN사의 비용 중 상당 부분은 가맹점 초기 교육, 기기 설치 및 관리 비용 등 가맹점 단위로 발생하는 고정비용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VAN사의 입장에서 는 거래량이 많은 가맹점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에 직결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거래량이 많은 가맹점에게 VAN사 수익 일부를 돌려주는 리베이트(Rebate)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최근 대 형 프랜차이즈에서 가맹점에게 특정 VAN사를 지정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리베이트(Rebate)는 본 사에서 모두 가져가는 일 등이 발생하면서 VAN사의 운영전략으로 인한 대기업-자영업의 불평등 이 문제가 되고 있다. 33) 5. 맺음말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시장은 짧은 시간에 매우 급속하게 발달하였고 현재는 안정기에 접어들었 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용카드 대란을 극 복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신용정보 체계의 구축 등 중요한 시장구조의 개선이 이루어 졌다. 이러한 과정을 돌아보면서 효율적인 지급결제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용카드 시장의 지속적인 발 전을 위해 어떤 정책적 접근을 취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32) KB 지식 비타민: 국내 VAN사 관련 주요 현안과 전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14-9-22. 33) 이성근(2013), 한국 신용카드 VAN시장 현황분석, KDI VAN시장 구조 개선방안 공청회, http://www.kdi. re.kr/seminar/debate_view.jsp?board_div=13&seq_no=9933#.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45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위축되면서 금융기관들은 가계에 대한 대 출을 늘리기 시작하였다. 가계 금융의 증가는 그 당시 조세당국이 투명한 세원 포착을 위해 실시 하던 신용카드 사용 장려정책의 도움을 받아 신용카드 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카드 사용자들에 대한 신용정보 확인 체계의 구축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카 드사들은 신규 가입자의 신용정보를 알지 못한 채 가입자 수만을 늘리는데 치중하였고 이는 급속 한 카드 대출의 부실화를 야기하였다. 특히 저신용자들에 의한 돌려막기에 사용된 현금 서비스의 증가는 신용카드사들의 건전성 악화를 거쳐 신용카드 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왔다. 본 연구의 분석에 의하면 신용카드 사업자들의 과열경쟁은 시장의 효율성 제고 대신에 시장의 불안정을 불러왔다.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때로 우려할만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경제 이론의 완전경쟁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피동적인 최적화를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의 경쟁은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시 장 참여자들은 경쟁기업보다 앞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쟁전략을 모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 용되는 전략들은 반드시 시장에서의 거래 결과를 긍정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가 경쟁이 반드시 부정적인 제도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신용카 드 대란이 신용카드 사업자들 간의 과열경쟁으로부터 결과한 것이라는 분석이 경쟁을 막아야 한 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경쟁은 분명히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가시켜 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할 만한 것은 소비자들의 후생을 많이 증 가시켜 주는 사업자에게 보상을 수여하지 않고 소비자 후생 증가 효과 없이 경쟁 사업자를 도태시 키는 데에만 초점이 두어져 있는 경쟁이다. 따라서 시장의 규제 체계는 소비자 후생을 제고시키지 않으면서 경쟁 사업자를 도태시키는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사용하는 전략에 대한 규제와 거래의 규칙을 올바르게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 하다. 무엇보다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중개업이 가진 가입자와 해당 산업의 정보불평등을 완화하 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시장의 역할은 구매자들이 반드시 화폐를 지참하지 않고서도 구 매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거래 활성화에 커다란 도움을 준다. 국내 시장에서는 화폐를 지 참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후생증가 효과가 미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라도 잘 모르는 해외를 여 행하는 여행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 곳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지참하지 않고서도 구매력 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후생증가는 매우 크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도 당장 현금은 없지 만 충분히 자산을 가지고 있거나 미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단기간의 카드 사용을 통한 대 출은 후생을 제고 시켜주는 효과가 크다. 그런데 이러한 구매력을 가능케 해주는 근본적인 요소는 구매자에 대한 신용정보이다.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어느 카드 사용자가 유효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를 가려낼 수 있는 신용정보 체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카드 46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

대란 이후 Nice와 KCB 등 민간 신용정보 회사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들이 모으는 개인들에 대 한 신용정보는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위험한 대출을 방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쟁을 통해 다른 사업자를 이기려 하는 사업자들도 고객에 대한 정 보를 모두 아는 상태에서 위험한 대출을 시행할 유인은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신용카드사에서 고객의 유치에 따른 성과 평가를 받는 직원들의 경우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객유치를 하려는 유인 이 있지만 고객들에 대한 심사 단계에서 위험한 이들은 걸러지게 된다. 그리고 사용가치가 큰 신용정보의 생산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금융기관들로부터의 고객정 보를 한군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파편화된 고객 정보와 통합된 고객정보의 가치는 매우 큰 차 이가 있다. 신용카드 대란 당시에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던 저신용자들의 돌려막기 행위는 카드 사용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신용정보가 카드사들에게 주어졌다면 카드사들의 자발적인 위험 관리를 불러오고 시장의 불안정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종합적인 신용정보의 축적과 사용 외에 신용카드 서비스 중에서 현금대출 서비스는 위험한 대 출을 허용하게 만드는 상품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 신용카드의 탄생 은 상품 구매 시 현금 보유를 불필요하게 만들어 거래 활성화를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정보통신기술로는 현재와 같은 직불카드 혹은 체크카드 사용을 지원할 수 없어 상품 구매와 결제 사이에 시간이 걸리고 이 요소가 신용카드 서비스로 하여금 신용창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 들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직불카드 등 신용위험이 작은 지급결제 수단이 사용될 수 있으나 여전히 신용카드사의 신용창출 기능은 카드 고객들의 대출 수요를 충족시키며 사용되고 있다. 단기간 크지 않은 금액에 대한 대출 수요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이들이 갖고 있는 후생제고 효과도 있으므로 신용창출 기능을 없애기 보다는 현금대출 서비스에 대한 감독이 보다 바람직한 규제의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신용카드 대란 당시 신용카드사들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상당히 약한 상태였다. 이러한 신용카 드사들에 대한 약한 건전성 규제는 우리나라 만의 특징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예금 수 취 금융기관들의 계열사가 아닌 신용카드사들의 감독은 경쟁당국이 맡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관 행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대란의 결과를 살펴보면 신용카드사의 불안정은 결국 금융시장의 불안 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급결제 망의 불안정은 단기간에 경제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 들어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신용카드사들이 예금을 수취하지 않고 주로 채권 으로 자금을 마련한다고 할지라도 상시적인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대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준 계기라고 생 각된다. 경쟁이 반드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시키지 않는다는 사실과 아울러 예금 수취 기관 이 아니라도 건전성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사실은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출현하는 경우 기억 해야 할 사실들이다. 특히 최근 핀테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과다한 경쟁의 폐해에 대비하여 적절한 규제체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의 혼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47

란을 피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참고문헌 금융감독원, 2000~2003년도 연차보고서.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사이트 (http://www.dart.fss.or.kr).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http://fisis.fss.or.kr/fss/fsi/id/fssmain.jsp). 오현탁ㆍ최석규, 신 BIS 자기자본규제가 은행자산운용행태에 미치는 영향, 재무관리연구, 2009, pp.171-198. 이재형,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KDI 연구보고서 2013-06, KDI, 2013. 정찬우, 신용카드업 제도 개선방향, 한국금융연구원, 2008, pp.1-58. 홍현표, 우리나라 신용카드 산업의 현재와 미래,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 제31호, 2005, pp.42-67. Evans, David S. and Richard Schmalensee, Paying with Plastic, MIT Press, 2005. Kosis 전국통계사이트 (http://www.kosis.kr). Mandell, Lewis, The Credit Card Industry: A History, Twayne Publishers, 1990. Manning, Robert D., 신용카드 제국: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 강남규 옮김, 참솔, 2002. 48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