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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硏 究 論 文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최혜경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인문한국연구교수, 한국현대문학 전공 chk@jnu.ac.kr I. 생애 난민(existential drifter) 과 인문학의 거처( 去 處 ) Ⅱ. 탐색의 끝, 반복의 서사, 중독(addiction) Ⅲ. 중독된 자의 반( 反 )중독 행위 서사 Ⅳ. 상념의 거처( 居 處 ), 재 탐색 이 연구는 2008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08 361 A00006).

I. 생애 난민(existential drifter) 과 인문학의 거처( 去 處 ) 일탈, 혼돈, 혼란, 혼선, 카오스, 무질서, 탈선, 중독, 교차, 비정상 등의 용어를 정서로 환치할 때 나타나는 공통점은 기준과 질서가 혼미하 여 어지럽고 불안정한 심상 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심상은 한국 사회의 오늘을 대면하는 인문학적 시선에 조응한다. 오늘날의 인문학은 한국 사회 또는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현세의 인간이 보이는 일탈과 혼돈의 양태를 갖가지 측면에서 진단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자괴감에 빠져 있는 듯하다. 지금 이곳의 혹심한 문제들을 분류하거나 비판하는 일은 시시포 스의 형벌과 같은 노고이자, 인문학이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으며 앞으로 가야 할 거처( 去 處 )의 과업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인간을 인류로 존재하도록 하는 문화 생성과 존립의 근간이 되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인문학을 비롯한 비판적 시선들은 개인의 삶이 지닌 가치와 존엄성이 동등하게 고려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자각하고 자탄해왔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사회는 이러한 모순적 현실의 맥락을 재구성하기 위한 상념 에 잠길 틈이 없는 듯하다. 말하거나 생각하고 기획하고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고( 思 考 )의 생산 유통자들과, 듣고 읽고 정보를 이해하고 선택하는 사고의 수용 소비자 사이에 만들어지는 부자연스러 움, 각박함이 도처에 가득하다. 사건의 발발과 연발, 도발 사이에 위태로운 경계태세를 갖추고 사는 자들은 위중한 현대에 대해 진단하고 대안을 성찰하기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생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뻔뻔할 정도로 영악하고 민첩해졌다. 이러한 형세가 단지 한국사회에서만 발견 되는 것이 아닐지라도, 삶의 목적적 가치가 합리적 수단과 전도된 사회는 그 구성원을 기계적 생산자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분명 문제적이다. 취업, 결혼, 생계, 여가, 사회관계에서, 고유한 자존과 위상의 정립 과정에서 좁은 선택지를 향해 밀려나야만 하는 이들이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될 때, 그 사회는 시민의 삶을 지지하기 위한 정당한 구조를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사회가 표랑하는 마찬가지로 취업, 결혼, 생계, 여가, 사회관계, 자존과 위상의 정립 등에서 자들의 사태를 능력과 기여의 정도를 기준 삼아 정당한 인과관계를 지닌 것으로 설명한 다면, 사회구성원에 대한 도구적 시선의 혐의는 더욱 짙다. 안타까운 142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점은 그러한 사회의 기여체계와 질서 기반이 특수 지배체제를 향한 것(meritocracy) 1) 이라는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자극조차 주지 못하는 비판이자 상식 아닌 상식 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는 직업의 선택과 업무 이행, 주거 공간과 가정의 구성, 주거 또는 생활의 방식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 취미와 여가를 위한 선택적 활동 등 이 쉽사리 무산되거나 비( 非 )선택적인 양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단지 생존을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자들을 양산한다. 우리는 그들을 비정규직 근로자, 노숙인, 3 5 7 N포 세대 등의 용어로 지칭하기도 한다. 네그리(A. Negri)의 정리를 빌려 말하면, 이들은 아무것 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혹은 가장 낮은 사회계층과 무산자들 로서 빈자( 貧 者 )이거나 다중( 多 衆 ) 을 형성할 잠재적 집단이라 할 수 있다. 2)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지위와 재산에 관계없이 사회적 생산의 메커니즘 에 다양하게 편입되며 개방적이고 다수적인 주체성의 생산에 의해 활성화 되는 모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형성체 3) 로 인식되기 위한 필요 요건들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다중과 이들의 관계는 아직 잠재적 이다. 이들에게는 인간의 본질이 존재와 맺는 관계를 인식하는 정신적 관점 4) 으로서 상념 5) 의 힘이 부재하거나 모호한 상태에 있으며, 1) 장은주는 메리토크라시의 개념에 대해 부와 권력과 명예 등과 같은 사회적 재화를 어떤 사람의 타고난 혈통이나 신분이나 계급 같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능력에 따라 사람들에게 할당하자는 이념 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 같은 메리토크라시 이념의 작용은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사회의 실질적인 과두특권 체제와 비대칭 적 권력관계의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적 성격을 은폐하는 것 이라 주장한다. 한국 사회의 병명으로 적확할 것이라 생각되는 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한국 사회는 주리스 토크라시(juristocracy) 의 사회이다. 그는 이것을 사회 지배 세력이 민주주의와 법치의 외피 속에서 넓은 의미의 법률전문가들을 핵심 에이전트로 삼아 법을 수단으로 하여 수행하는 억압적 지배체제 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은주,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 (한국 학술정보, 2014), 122 138쪽. 2) Antonio Negri Michael Hardt, 공통체 (사월의책, 2014), 78쪽. 3) 위의 책, 85쪽. 4) 위의 책, 90쪽. 5) 상념 은 정신적 작용 면에서 성찰 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진다. 두 가지 모두 개인과 세계의 관계를 전복하거나 변화시키는 사유과정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념 의 결과는 정념과 물질을 불특정한 양태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차원적 거처를 향한 성찰 의 정신적 세련과 구별될 수 있다. 성찰 은 개인과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고 변화의 과정과 가능성에 대해 통찰하기 위한 방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서 성찰 은 상념 에 비해 고차원적이다. 이에 비해 상념 은 성찰 로 이어지거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모두 지닌다. 상념 은 불특정하고 잠재적인 실천을 위한 내적 고찰의 과정이자 변화 에너지의 집적 과정으로 여겨진다. 이 글에서는 생애난민 에게 사유를 통한 변화 에너지가 선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성찰 적 함의 또는 그러한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43

이러할 때 그들은 가난과 싸우고 공통의 부를 창출하는 가난의 힘 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선, 이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물리적이고 인식적인 체계를 수용하는 과정이 매우 불안정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 형평성에 따라 재화와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 획득 가능한 능력과 처지에 따라 재난과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감 등을 선취하지 못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처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과 사고의 면에서 일정한 원리를 체화하게 되는 순간까지 들쑥날쑥한 삶의 실험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은 불안함과 냉소적 태도를 동반한 채 진행되곤 한다. 그래서 이들의 정체는 국가와 사회가 만들어낸 법제 속에서 안정된 생계를 구성하지 못하고 연이은 변화 속에 삶을 진행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정형화되지 않은 시민 다수를 포획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6) 이 글에서는 이들에 대해 생계를 위하여 삶 속에 표랑( 漂 浪 )하는 자들 의 의미를 두어 생애 난민(existential drifter) 7) 이라는 용어로 명명하 고자 한다. 생애 난민에게 법제 질서의 수행이나 자기 헌신을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변화 따위는 상식 이라기보다 생존의 안위가 보장된 이후에 향유 가능한 욕구 이다. 근대성에 대한 탐구가 지금 이곳에 살아가 는 자들 앞에 더 나은 현재를 끌어오기 위한 성찰의 과정이라면,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위해서는 생애 난민이 상념에 잠길 수 있는 시간 과 자유로운 사고의 공간 에 대해 자문하고 자숙해야 한다. 삶 속에 표랑하는 방향성을 지닌 상념 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6) 이 글에서 말하는 생애 난민 이 단지 비정규직 근로자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불안정한 수입구조로 인해 일상적 삶의 정형을 구축하지 못하는 이들의 비중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종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 전체 임금 근로자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2014년 8월에 32.4%를 기록하여,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 근로자임 을 보여주고 있다. 한종수, 한 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실태 및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방안, 평화학연구 제16권 3호 (2015), 154쪽. 7) 이들이 실제적 생활의 곤란을 겪고 있음을 고려할 때 생계(livelihood) 라는 용어를, 인간의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포함하는 의미로서 일생(lifetime) 이라는 용어를 사용 할 수도 있으나, 이 글에서는 lifetime refugee 라는 개념적 의미의 상술보다 existential drifter 라는 용어의 함의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영위하기 위한 인식적 존재감과 기준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자들로, 인식과 실제의 양 측면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비의도적으로 망명, 방랑, 부유, 표류(drift)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의 그러한 시공간을 가리키기 위한 용어로는 삶 또는 존재론적 의미의 생애(existence) 가 적절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144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자가 생존 이외의 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려할 만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때, 이들이 피할 수 없이 선택하게 되거나 만들어내게 될 생애의 흐름은 비극적 근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떠한 일을 겪게 되었는가 하는 것만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또는 그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갖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그것은 가치관을 구성하는 인지적 요건들로서, 하나의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을 위치 짓는 즉시적 사고, 그것의 형성에 관여하는 기억과 관념의 작동관계 등이다. 이것은 사유 가능한 상념의 시간 속에서 세련되 고 진화한다. 관념과 사상이 행동과 양상을 결정짓고 무형의 질서가 물리적 세계를 지배하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한국 사회의 표랑하는 자들이 지닌 시선, 발화, 사유, 그 보이지 않는 감성의 세계를 눈에 보이도록 설명하는 작업은 매우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비추어, 이 글에서는 표랑하는 자들 생애 난민 이 접근하는 한계 지점으로 혹은 조작 불가한 설정 경로의 후과로서 자포자 기적 의식의 공간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한계적 상황에 직면한 자가 비가시적 의식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서사를 간과할 때 무기력하 게 반복되며 나타날 수 있는 중독 행위의 발현구조에 착안하고자 한다. 즉, 이 글의 목적은 의식과 감정이 아울러 작용하는 정서적 공간의 측면에서 중독 현상의 발현과정을 분석하고, 중독의 실제적 욕구 메시지 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결핍과 충족의 자기서사를 활용하여 중독의 의미망 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독 현상을 바라보는 기존의 사회적 관점들 비가시적 의식 혹은 감성의 공간을 표피적으로 바라보고 중독 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응체제를 모색하는 교정적( 矯 正 的 ) 관점과 부도덕하고 부적절한 개인 의 정서를 사회적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한정적으로 논의하는 평가적 관점 의 실효성을 점검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과정은 중독 행위 수정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서 분석적인 관점의 적절성을 논구하고, 상념의 시간만으로 차용 가능한 중독의 자율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45

Ⅱ. 탐색의 끝, 반복의 서사, 중독(addiction) 중독의 과정과 그것에 대한 해결 방안은 정신역동이론, 범죄사회이론, 심리사회이론, 행동이론, 뇌 생리학적 견해 등, 실로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되어왔다. 중독(addiction)의 개념적 연구에 따르면, 이 단어의 어원 은 라틴어 과거분사 addictus 로, 어떤 이에게 부여되거나 수여되는 것 혹은 한 사람이나 원인에 부착되는 것 을 의미한다. 8) 중독이라는 용어는 1 의도나 목적성을 전제로 하지 않고 유해물질이 신체로 유입된 결과를 나타내는 중독(poisoning 또는 intoxication) 과, 2 유해 결과에 대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강박적이고 의도적으로 대상을 사용하는 상태의 중독(addiction) 으로 구분된다. 9) 이 글에서 다루는 중독의 성격은 후자에 해당하며, 물질 자체를 포함한 중독 대상보다는 의도성이나 강박성으로 나타나는 중독의 행위과정에 초점을 둔다. 한편, 중독 상담 이론에서는 도덕 모형, 심리 모형, 가족 모형, 질병 모형, 생물 모형, 사회문화 모형, 다중원인 모형 등 중독의 원인을 설명하 는 다양한 모형을 설정해두고 있다. 10) 중독의 모델에 관한 다른 예시로 의학적 모델, 심리사회적 모델, 종교 도덕적 모델 의 분류가 제시되기도 한다. 11) 현대 사회와 인간의 내면이 지닌 복잡성을 고려할 때 중독은 어느 한 가지 영향관계에 의해 설명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학제 간 모형 또는 다중원인 모형으로 분류되는 상호작용적 원인들에 의한 증후군 모형, 통합적 모형, 공중건강 모형 이론 등이 실무자들에 의해 다수 채택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모형 중에서도 중독에 대해 이 글에서 취택하고 있는 8) 송욱의 성 중독의 이해와 상담 (총신대학교 출판부, 2015), 11 12쪽에서는 중독의 라틴어 어원을 addicene, 양도하거나 굴복하는 것 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고대 프랑스어 아따슈(attache), 그 무엇에 못을 박다 에서 유래된 애착(attachment) 을 중독을 표현하는 다른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래를 바탕으로 중독의 의미 를 어떤 대상, 물질, 사람이나 행위에 인이 박히는 것, 욕망의 모든 에너지를 어떤 특별한 행동들, 물질들, 사람들에게 몰입시키는 것, 의식적인 통제를 넘어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이나 노예적 의지에 구속되어 강박적 몰입 상태에 빠지는 것 으로 기술하 고 있는데, 이는 모두 addiction의 용어로 종합될 수 있는 의도성 과 강박성 의 측면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9) 김기태 외, 알코올 중독의 이해 (양서원, 2005), 15 16쪽. 10) David Capuzz Mark D. Stauffer 저, 신성만 외 역, 중독 상담 (박학사, 2013), 8 18쪽. 11) 송욱, 앞의 책, 12 13쪽. 146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관점은 행위 실행과 대상 의존의 양상을 정서적 역동에 의해 설명하고자 하는 심리 모형 또는 심리사회적 모델에 가깝다. 이 모형의 정서적 프리즘은 인간의 문화와 성정을 반영하여 꾸민 세계 속에서 생애의 진실 또는 그 자체로서의 삶을 탐구하는 시선과 접촉할 수 있다. 중독 상담 이론에서 심리 모형은 인지행동 모형, 학습 모형, 정신역동 모형 및 성격이론 모형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 모형은 다양성을 경험하려는 인간의 다양한 동기와 강화인(reinforcers), 불편한 심리 상태를 감소시켜 주는 정적 강화에 대한 학습, 정서조절 결함이나 불안정한 대상관계의 문제, 특정 성격 특질 과 연관된다. 12) 또한 심리사회적 모델의 관점에서는 중독을 삶의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복잡한 반응체계로 이해하며, 중독을 질병이라기보다 증후(symptom)로 인식 하는 관점을 지닌다. 13) 중독을 일종의 증후로 보는 관점을 고려할 때, 다음 마이클 쿠하(M. Kuhar)의 언술은 주목할 만하다. 보다 최근의 견해에 따르면, 도파민은 현재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말해주거나 혹은 신호를 전해준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동기(motivation)와 연관이 있다. [ ]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 따르면, 도파민에 의해 생겨난 현저성(salience)은 맛보기나 듣기와 같은 일종의 알림 기능을 하는 감각 작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약물 사용자들은 단순히 쾌감만을 탐색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며, 중독 환자들이 중독되어 있으면서도 쾌감의 결핍 상태를 보고한 것들이 이해될 수 있다. 14) 위의 관점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볼 때, 중독이라는 징후는 삶의 한 특징적 변화 양상이나 삶의 지속 동기를 방해하는 깊은 정서적 불안의 증후이자 미해결된 요구/욕구의 표지인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중독은 무기력함과 광기의 양상을 동시에 지닌다는 면에서 자살충동과 비슷하지 만, 죽음에 대한 의도적 또는 의식적 외면과 차선 선택을 통한 삶의 지속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와 구별된다. 중독은 기존의 규칙 또는 질서, 즉 정상적으로 운용되던 공식이 파괴되었을 때 안정된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중독은 기존의 공식이 유효하지 12) David Capuzzi Mark D. Stauffer 저, 신성만 외 역, 앞의 책, 9 11쪽. 13) 송욱, 앞의 책, 12 13쪽. 14) Michael Kuhar 저, 김정훈 역, 중독에 빠진 뇌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2014), 124 125쪽.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47

않음을 인식하게 된 후의 반복적이고 회귀적인 반응으로서, 다른 유효한 규칙을 찾고자 하는 탐색 행위로 보아야 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먼저 가장 가까운 곳을 탐색하고 가장 쉽게 실행 가능한 행위를 선택하여 그것을 실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실행이 성취 면에서 높은 안전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초의 중독 행위는 개인의 물리적 인식적 경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고려 대상 중에서 가장 근접 거리에서 발견되었거나 가장 사용이 용이할 것으로 판정된 대상을 선택하며 실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독의 최초 행위는 본능적으로 자구책을 선택하는 생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5) 즉, 선택 혹은 차용된 중독의 대상 자체는 중독 행위의 최초 목적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중독된 개인은 중독 대상에 앞서 해결/해소를 필요로 하는 다른 요구/욕구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 행위가 연쇄적 사이클을 보이며 반복되는 이유는, 중독 대상이 최초의 요구/욕구의 미해결/불만족으로 인해 불안정 한 상태로 정체되어 있는 정서를 차선책에 의해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중독 이론에서는 중독성 매개체(addictive agent)에 의한 정서적 고통의 마비 16) 라고 하며, 이때 중독은 스트레스(stress) 고통(pain) 몰입(preoccupation) 중독성 매개체(addictive agent) 마취/마비 (anaesthesia) 결과(consequences) 죄책감(guilt) 수치감(shame)/ 자기증오(self hatred) 스트레스(stress) (중독 사이클)의 구조로 회귀 되며 실행된다. 17) 중독 대상은 요구/욕구의 일차적이고 전반적인 해결/해소 기제가 되지 못한 채 정서 사이클의 국부적 반복을 유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중독 행위의 반복은 그 자체로 사용 대상의 남용 행위가 되고 그 행위가 가져오는 쾌락의 내성화를 거쳐 최초의 문제 원인으로 회귀되 는 것이다. 때로 원인과 결과가 전혀 관련 없는 것으로 보이는 중독 15) 마이클 쿠하는 중독과 연관되는 뇌의 도파민 분비가 생물의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뇌의 기능적 측면이라고 본다. 도파민 분비를 통해 섭식이나 짝짓기와 같은 생존 기능 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중독이 생존 회로(survival pathway)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도파민성 중뇌변연계 의 작업으로 여긴다. 그러나 동시에, 생존 혹은 중독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 외에도 존재하고, 아직 탐구하지 않은 다른 종류의 신경세포 및 신경회로를 고려해야 함을 설명한다. 위의 책, 121 123쪽. 16) 송욱, 앞의 책, 109쪽. 17) 위의 책, 110쪽. 148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행위 실행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각 개인에게 안정된 상태의 값을 위한 실현방법이 선택 가능한 거리 또는 탐색 가능한 능력의 면에서 각기 다르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이나 가정 폭력에 굉장한 혐오감을 느꼈던 자식이 후일 자신의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 다시 그러한 혐오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 역시, 그 실행이 자신이 찾을 수 있는 가장 근거리의 안정감 회복을 위한 해결방법이기 때문이다. 중독 대상을 선택하는, 또는 그것이 선택된 과정은 개인이 지닌 사고의 틀, 인지 또는 인식의 면보다 대상의 체험 또는 체화의 정도와 높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독의 과정에서는 인지 또는 가치의 기준과 괴리된 실행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중독 행위의 지속에는 중독 행위가 지닌 윤리적 가치나 실제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실용적 가치보다 중독 대상이 제공하는 체험적이고 정서적인 변화의 가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독 대상의 유해성을 알고 있거나, 중독 대상 또는 행위에 대한 혐오감/거부감을 체감하더라도 뇌의 가소성에 의한 금단 18) 과 내성에 의해 중독 행위는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중독의 과정에서는 중독 대상이 실제 어느 정도로 자신에게 만족감 또는 안정감 을 제공하였는가 에 대한 판단이 행위 지속의 주된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효용성의 기준이 문제 해결의 측면보다 정서 안정의 측면에 놓여 있는 것이다. 표면적 행위를 도출하는 본능, 욕구, 인지 등의 복합적 체계가 저변에 자리한다는 전거에 비추어볼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적으로 차용하는 것이 중독의 문제 해결 시 오류 또는 한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그것은 1 중독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중독 현상이나 중독 대상 자체에 착안하는 것, 2 중독 행위를 지속하는 개인 또는 집단의 가치 기준이나 인식적 태도를 수정하는 것, 3 중독 행위 실행과 관련하여 표면적으로 발견되는 정서와 요구/욕구의 정보이다. 중독의 문제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하고 적확한 해결방식이 차용되지 18) 마이클 쿠하의 언술을 빌리면, 뇌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으며 가소성을 지닌다. 중독과 금단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시소의 수평 상태를 예로 들고 있다. 중독 대상에 의한 효과가 중단되면 그동안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던 뇌의 노력들만 남아 평형이 깨지며 이때 불쾌감이나 생리적 금단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금단은 중독 대상의 작용 효과와 반대되는 신호와 증상을 보이는 것인데, 이것은 뇌가 정상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계속된다. Michael Kuhar 저, 김정훈 역, 앞의 책, 98 99쪽.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49

않았을 때 삶의 양태는 소모적으로 흐르고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는 파편화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독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독을 개인의 욕구와 행위가 결합된 완전체로 이해하고, 이 분절된 삶의 사이클 을 주목할 때 중독 현상의 이면에 나타나는 정서적 욕동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Ⅲ. 중독된 자의 반( 反 )중독 행위 서사 모종의 중독 현상을 분석하여 중독 행위를 소거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으려고 할 때 방해가 되는 관점은 그 행위 주체를 비도덕적 책동이 습관화된 유사범죄자로 판단하는 것, 그리고 그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한 영향에 대해 비산( 誹 訕 )하는 정서에 휩싸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예는 중독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중독 현상의 본질적 해소를 위한 맥락 데이터 수집보다 피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표면적 접근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1) A(48)씨는 지난해 새벽 B(42)씨 등이 도박을 하는 것으로 보고 이전에 도박으로 B씨 등에게 돈을 잃었던 것이 생각나자 화가 나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뉴시스, 2013년 4월 25일자). 도박 중독의 2차 범죄화 사례 중 우발적인 범죄의 예 19) 3년 동안 수도권 일대 대형 고급 아파트의 빈 집에 들어가 6억 원이 넘는 금품을 훔친 A(52)씨는 도박 빚에 몰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한 혐의로 체포되었다(MBC뉴스, 2012년 3월 28일자). 도박 중독의 2차 범죄화 사례 중 계획적인 범죄의 예 20) 2) 도박중독의 개인적 요인으로는 첫째, 한탕주의와 일확천금, 본전주의 등의 편향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것과 둘째, 스트레스 해소의 탈출구로써 이용되는 것 두 가지의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1) [ ] 도박중독의 사회적 요인으로는 19) 안상원 한상철, 도박 중독자의 2차 범죄화 예방방안에 관한 연구: 치료 프로그램 중심으로, 한국중독범죄학회보 제3권(2013), 99쪽. 20) 위의 논문, 100쪽. 21) 오세연, 사례분석을 통한 도박중독의 실태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중독범죄 학회보 제1권(2011), 28쪽. 150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첫째,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소외와 격리에서 비롯된 도박중독과 둘째, 국가와 사회의 도박에 대한 통제기능의 약화로 인한 도박중독의 두 가지의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2) 도박의 상습성과 중독이 돈에 대한 손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도박의 순기능만 생각하는 편향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며, [ ]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의 승리 경험을 바탕으로 승리편향식 사고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박에 빠져들수록 손실을 겪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23) 3)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개인의 결함에 집착하고 잠재적인 어려움을 상상하기 때문에 도박중독에 빠지기 쉬우며,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상황적 요구에 적절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에 도박중독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24) 1) 의 보도기사에서 도박중독의 2차 범죄에 대한 이유로 지목되는 점은 돈을 잃었던 것이 생각 나 화가 남 이거나 도박 빚에 몰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 이다. 이러한 기사는 돈을 잃은 것에 대한 분노 에 휘둘려 사회적이고 도덕적으로 통용 가능한 해결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자 또는 정당한 대가와 절실한 노력 없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절박함 을 해소하려 한 자들의 사회적 일탈을 공증하는 역할을 한다. 보도를 통한 그림1-- 임성범의 도박중독 요인 연구모형 25) 22) 위의 논문, 34쪽. 23) 위의 논문, 29쪽. 24) 임성범, 대학생의 도박중독 요인에 관한 연구: 도박동기, 자기효능감, 자기조절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제33권 2호(2013), 499쪽. 25) 위의 논문, 501쪽.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51

비난의 처벌은 한편으로, 관습과 법제의 질서를 흩뜨리는 이들에 대한 일벌백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중독의 비도덕성과 비효용성을 비판하고 강조하는 과정은 실상 중독 행위의 발현 원인에 근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언론 보도 방식은 중독 행위의 이미지를 현실에서 제외되어야 할 부정성과 강하게 결합시켜, 중독의 최초 행위를 경험한 이들로 하여금 현실적 체험의 범주 안에 있는 중독의 가능성을 묵과하게 만든다. 결핍 또는 억압의 정서와 함께 중독의 최초 행위를 경험한 이들은 자신의 체험을 문제적 중독의 이미지와 괴리시켜 인지( 나는 언제든 담배를 끊을 수 있어. / 나 정도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야. / 이 정도는 재미로 치는 거지 도박이라 할 수 있나. )한다. 이러한 묵과의 과정은 인지되는 양태가 문제적 중독의 상( 像 )에 근접할 때까지 충족 또는 해소되지 못한 욕구/요 구의 발견을 지연시키게 된다. 2) 의 분석은 중독의 양상을 개인의 인격적인 수양이나 자기성찰과 진정성이 부재한 상태로 바라보는 관점이 나타난 연구의 사례이다. 이는 중독 행위를 수정을 요하는 전( 前 ) 범죄적 양상으로 보거나, 중독의 양상을 이미 범죄와 동일시하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강구되는 각 집합 단위의 긴밀한 통제 시스템 구축은 사회적 대안으로 불가결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실효성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독 행위의 결과에 대해 사회 도덕적 평가나 정서적 견제를 위시하고 행위 소거를 위한 행위자 내 외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중독의 연쇄적 행위가 근절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 의 분석은 중독과 매개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찰하는 시야를 제한하는 연구 사례이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 제반 여건에 대한 영향관계 를 고려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착안하는 지점은 중독 행위로 직결되는 개인의 감성적 수행 자질이다. 도박중독에 개연성이 있는 원인으로 자기효능감 과 그것에 의한 자기조절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예들의 공통점은 중독 현상이 발현되는 맥락, 즉 욕구와 요구를 동인으로 역동적 삶을 운영하는 행위 주체로서 개인의 욕동구조를 풀어내 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독 행위는 개인의 정서적 또는 인지적 자질에 의해 불현듯이 나타나지 않는다. 중독의 최초 행위부터 강박적 수행에 이르기까지 각 행위의 실현은 삶이 운영되는 맥락을 배경으로 152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그림2-- 중독 행위의 발현구조 지닌다. 그것이 중독 행위에 대한 결과적 가치 판별에 앞서 행위 주체의 욕동구조와 행위 맥락을 통찰해야 하는 이유이다. 개인의 삶 속에서 인지와 정서의 가치 기준을 비집고 중독 행위가 발현되는 양태를 그림2의 구조로 나타내보았다. 이 그림에서 커다란 원으로 결집되는 각각의 화살표는 모종의 가치 기준에 의해 수행되는 체험과 인식들(context of life)을 나타낸다. 삶이 분열되지 않고 한 방향으 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은 개인이 고유의 지각 가치관 관념(perspective) 을 구성하며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인식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은 때로는 문제적으로 나타나며 이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대응방식을 구축하 도록 만든다. 자구책(measures to save oneself)으로서 이 대응방식은 자신의 삶을 성숙하게 하는 경험적 지혜, 인지적 학습 능력, 자기 통제력, 정서 회복력, 사회적 관계와 역할에 대한 통찰력, 물리적 또는 신체적 수행 능력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삶의 맥락은 이 문제 자구책 의 상호작용이 시소(seesaw)처럼 움직 이는 과정을 통해 운영된다. 문제 자구책 의 무게감은 고유의 가치 기준에 의해 평형을 유지하는 운동을 지속하며 삶을 운영한다. 모종의 자구책이 개인의 인지 상황에 경고를 나타내는 문제(problem)를 해결할 수 없을 때, 혹은 요구나 욕구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정서적 압박감(stress)이 가중될 때 바로 중독 행위가 발현될 수 있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시소의 판자는 부러지게 되며(failure), 삶의 고유한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53

가치 기준에 의한 기존의 수행 환경도 변화하게 된다. 이때 부러지는 판자의 부위는 가장 약한 곳이거나 가장 큰 힘을 받는 곳이며, 중독의 최초 행위가 실현되는 지점이다. 발현되는 중독 행위는 인지적 경험적 감각적인 면에서 행위 주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근접 거리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중독의 최초 행위는 이러한 부러짐: 자구책 또는 지구력의 상실 에서 실행된다. 이후 내성의 과정을 거쳐 강박적 중독 행위가 누적되는 것은 문제와 압박감의 무게가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가치기준과 같은 자구책의 수행방식 - 외부의 정서, 도덕적 비판, 사회 통제 방안 등을 포함한 - 을 통해서는 접합된 판자의 동일한 부위가 부러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독 현상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 중독 행위의 발현과정 을 분석하여 중독의 근원적 원인인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 2 지렛대 운동: 문제 해결의 수행과정 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현상을 해석하 는 가치 기준의 위치를 달리하는 것, 그리고 3 자구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문제의 대응방식을 폭넓게 차용하며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독 현상의 근원적 조사는 중독 행위를 삶의 문제 해결과 결부된 정서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일종의 신호체계로 보는 관점에서 가능하다. 가령, 위 1) 의 보도기사에서 도박중독의 2차 범죄에 대한 이유로 지목되 었던 돈을 잃었던 것이 생각 나 화가 남 이나 도박 빚에 몰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 은 실제 중독 행위를 유발하는 직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중독의 최초 행위를 발현시킨 문제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보도 기사에서 나타내는 이유들은 표면적 조사에 의한 범죄 행위의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화가 나는 행위 에 대한 분노 조절 방식이나 경제적 회생을 위한 건전한 생계 활동을 강구하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적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 그러한 방식을 차용하는 경우에 중독의 행위 주체는 원인을 알지 못하면서 행위의 수정만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자신의 욕동 상황을 부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때 행위 주체는 자기 파괴적 감정을 느끼게 되므로 중독 행위라는 차선책의 반복적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위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러한 중독 행위의 근원은 도박이나 음주, 흡연, 인터넷, 섭식 등의 행위 이면에 억압되어 있거나 미처 포착되지 않은 결핍 욕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154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그 과정은 개인의 행위가 발현되는 삶의 맥락, 즉 개인의 행위 서사를 분석하는 과정이자 실행된 행위를 감정 기호와 결부된 메시지로 해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중독 행위를 안정 또는 쾌감 상태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물질 의존 또는 행위 지속의 양상 인 것으로 보면, 개인에게 는 이러한 실행을 최초로 일으키기 위한 필요 또는 욕구가 발생했어야 한다. 이것이 해결 또는 해소되지 않았을 때 그 개인은 인지적 활동을 통해 필요성에 대한 이해 결과를 무산시키거나,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 지 못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과정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을 때 정서적 불안정이 이어지거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반복적 시도가 뒤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독 행위의 이면에는 특정한 욕구 메시지가 반드시 전제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해야 하며, 중독의 해소 역시 표면적 중독 행위의 이면 메시지를 추출하고 양 측면의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질 또는 행위의 충족이 일회 또는 다회적인 시도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 욕구 메시지와 중독적 행위의 가치는 등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규칙 또는 불규칙적 다회성을 나타내는 행위 실현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삶의 구조가 나타나지 않거나 삶의 파괴적 상실을 수반한 통제 불능의 실행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욕구 메시지와 중독적 행위가 등가를 이루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중독 행위는 욕구 충족과 괴리되어 소모적으로 실행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중독 행위는 필연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행위 목적과 불일치하는 이면 욕구를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파괴적 중독 행위의 차단 또는 조정을 위해 자기서사를 활용하는 과정을 표1과 같이 구성하였다. 표1의 1)에서 3)으로 진행되는 자기서사 확인과정에서 1) 중독 행위의 충족 서사 확인 은 이 행위가 나의 어떠한 욕구를 충족시키는가 의 맥락을 확인하는 단계이다. 이때 자기서사 나 충족 서사 에서 사용된 용어 서사 는 행위의 발현을 유도하는 인식구조나 실행된 행위를 기점으로 한 전후 사유의 맥락 을 가리키고 있다. 3) 중독 행위의 이면적 욕구 메시지 발견 은 개인의 수행 능력과 자격에 대한 자기효능감이나 취득 욕구의 내용과 정도가 어떠한지 확인하는 단계이다. 2) 중독 행위의 거래 가치 확인 은 중독 행위가 회귀되며 반복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욕구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55

표1-- 중독 행위 조정을 위한 자기서사 확인 3단계(U V W) 1) Utility 중독 행위의 충족 서사 확인 이것은 나에게 한 을 제공한다. 이것은 나를 으로부터 보호한다. 이것은 나에게 한 을 차단한다. 2) Value 중독 행위의 거래 가치 확인 나는 이것이 내 삶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한다 해도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원한다. 3) Want 중독 행위의 이면적 욕구 메시지 발견 나는 한다면(행위)/ 할 수 있다면(능력)/ 이라면(자격) 이 행위를 하지 않아도 좋다. 위치 확인의 단계이다. 만일 이때 중독 행위의 거래 가치(중독 행위 대신 다른 욕구를 선택할 만한 가치)가 낮거나 0 에 가깝게 확인된다면, 자기서사 확인은 3) 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기서사 확인에 앞서 자기신뢰와 사회적 소통의 정도를 가늠해야 한다. 그 밖의 경우, 자기서사를 확인하는 1) 3) 의 시도는 한 회기 한 차례에 세 가지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1) 에서 3) 으로 향하는 자기서사 발견의 과정은 자존의 욕구 위계 에 해당하는 정서의 상향과정과 연관되 어야 한다. 이것은 자기서사 확인과정이 반복적 중독 행위와 병행되어 회귀적으로 진행될 때, 초기 회기에 확인된 서사 내용이 회기를 거듭할수 록 상향된 자존의 욕구로 채워질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욕구가 일정한 위계적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음을 이론화한 바 있다.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욕구 단계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라는 하위 욕구들이 상위 욕구로 향하는 단계적 충족을 거쳐 자아를 완성해가는 동기로 작용한다. 자기서사의 욕구 메시지가 상위 단계의 자존 욕구를 향해 가는 것으로 나타날 때 삶의 지속 에너지가 회복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독 행위의 강박적 반복이나 거래가치의 하락은 현재 삶 의 지속 에너지와 반비례하며 중독 탈출 에너지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삶 은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며, 행위 주체는 끊임없이 차선책으로서 중독 행위를 수행하며 문제 해결 지연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 중독 행위의 이면적 욕구 메시지 발견 의 단계에서는 표2와 같은 도식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156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표2-- 중독 행위와 이면적 욕구 메시지의 반의( 反 義 )관계 관계 도식 풀이 접근 욕구 대체 행위: 이면적 욕구 메시지 =anti(중독 행위: 표면적 욕구 메시지) 충족 서사 확인(중독 행위가 무엇을 충족시키는가) 거래 가치 가늠(중독 행위의 가치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 또는 행위는 무엇인가) 이면적 욕구 도출(대체할 수 있는 대상 또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충족할 수 있는가) 중독 행위 이외의 충족 욕구 발견(실제 충족되기를 희망하는 욕구의 내용은 무엇인가) 가령,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는 행위=알코올 중독 의 이면적 욕구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 행위의 표면적 욕구 메시지의 반의( 反 義 ) 를 구성해야 한다. 그 내용은 표면적 욕구 메시지(가령,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고 싶다/나는 언제나 취하고 싶다 등)를 부정하는 것으로, 즉 나는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고 싶지 않다 나는 술에 의존 또는 의지하고 싶지 않다 나는 술 이외에 의존 또는 의탁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 하다 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즉, 강박적 행위 반복의 양상이 실제로는 그 행위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강렬한 이면적 메시지의 표현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욕구 단계설에 비추어본다면 이러한 경우에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의 경험, 인식, 정서의 충일감을 통해 중독 행위의 거래가치와 현재 삶 의 지속 에너지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앞서 말한 3 자구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문제의 대응방식 을 확대하기 위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 의 각 단계를 점검하고 이와 관련한 경험과 인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차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독 행위의 심화와 반복은 내성화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자존 욕구를 향한 위계적 과정의 경험은 내성화를 겪지 않은 새로운 유인 매제로서 중독 행위로부터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서적 자극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상념의 거처( 居 處 ), 재 탐색 근원적 욕구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이를 대체하는 또 다른 만족감을 탐구하는 과정은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서 오는 부끄러움과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57

죄의식을 바탕에 둔다. 즉, 끝없는 욕구의 대체과정은 부끄러움을 기반으 로 이루어진다. 또한 이 과정은 사회문화적 체계를 사유 속에 내재화하면 서 법제, 질서, 풍속 등의 기준에 의해 생겨난 도덕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 때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과 가치관이 혼미할 때 끝없는 욕구의 대체과정은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 부끄러움은 사회 규준 또는 도덕적 가치관에 상치되거나 이에 부합하지 않은 현존에 대한 감정이다. 현존의 불안정한 정서의 신호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의 시도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를 거듭하고 냉소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투사( 投 射, projection)로 향한다. 투사가 주체의 자율적 운용 범위를 벗어나는 충동과 욕구를 외부 세계로 옮기는 심리적 방어의 기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독은 미해결 된 욕구의 대체과정이자 최소한의 자기방어적 실행이다. 이때의 중독은 미해결된 욕구를 대체하기 위한 최초의 실행 행위를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최초의 실행 행위는 이후 내성과 강박으로 이어지는 중독의 과정이 있을 때 유의미하다. 그러나 최초의 실행 행위가 잠재적으로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떠한 실행의 경우라도 존재하며, 이와 동시 에 인간의 욕구에 기반을 둔 모든 행위는 중독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중독을 일상과 상식의 궤도로부터 일탈하여 윤리적 사 회적 범례를 준수하지 않는 범죄적 행위로 보는 관점이 실제 중독 행위를 도출하는 사고의 바탕을 수정하는 데 비효율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은 중독 행위의 주체로 하여금 비산의 정서를 느끼게 하여 고립감과 무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독이 목적성을 상실한 무기력 한 반복 행위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정서적 고립은 중독 현상을 심화시키 거나 또 다른 중독과 범죄의 양상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한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중독을 일탈적 행위로 규정하는 관점은 중독의 최초 실행 행위 혹은 초기 내성화 과정에서 잠재적 중독 가능성을 지닌 수많은 비일상적 정서의 신호를 간과하도록 만들 수 있다. 앞서 말한 중독의 발현구조 에 비추어볼 때, 중독의 심화 여부는 문제에 대한 대응방 식을 창조하는 자의식의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서적 신호의 간과는 현 수행 능력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 상태를 불필요하게 복잡화하 여 자의식의 강화과정을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 158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따라서 이 글은 중독 현상을 제어하는 데 실효적인 관점을 구축하기 위해 중독 현상이 보여주는 표면적 양태보다 고통의 최초 원인이 자리하 는 심층적 욕구의 구조에 주목해야 함을 논구하고자 하였다. 욕구의 대체과정에서 사용되는 쾌락 대상을 사후적 법제적으로 차단하기보다 고통의 원인에 대한 인지구조를 해설하고 행위 주체로 하여금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를 제시하였다. 중독의 행위 조정을 위한 대안으로, 이면적 욕구 메시지 발견을 위한 자기서사 구축의 3단계를 제안하였다. 이것은 중독 대상이 주는 쾌락, 즐거움의 유입을 문장으로 진단하고 그것의 대비적 상태를 다시 문장으로 환원하여 스트레스 원인을 가시적으로 진단하게 하는 목적을 지닌다. 또한 중독 행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대안으로 매슬로의 자존의 욕구 단계 와 연관되는 경험과 인식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자구책의 역량과 통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가와 지각의 기준을 다양하게 제시하여 사고의 유연성 을 얻도록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물론 이러한 이종의 관점과 개인의 심층적 인지구조를 탐색하는 방안으 로 중독의 심각한 형세가 역동적으로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앤 윌슨 섀프(A. W. Schaef)가 정리한 아주 유용한 개념을 빌리면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중독과정으로 끌어들이고 중독적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폐쇄적 중독 시스템 26) 을 지닌 견고한 성이기 때문이다. 중독 시스템은 역할과 행동 방식, 심지어 사고방식이나 인지 방식에 있어서도 구성원들에게 선택의 폭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중독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중독 행위를 요구한다. [ ] 중독 시스템은 개인 중독자와 동일하며, 개인 중독자는 중독 시스템과 동일하다. 달리 말해, 중독 시스템은 개인 중독자의 모든 특성을 갖고 있으며, 개인 중독자들은 중독 사회의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시스템 전환의 방식을 빌려 적극적으로 회복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이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우리는 중독 시스템과 많은 특성을 공유하게 된다. 27) 한편, 마이클 쿠하는 중독 행위의 접근과 실행, 지속에 유전적 형질의 취약성(vulnerability) 이 관여된 것으로 보고, 그 취약성은 생애 초기의 26) Anne Wilson Schaef Diane Fassel 저, 강수돌 역, 중독 조직: 조직은 어떻게 우리를 속이고 병들게 하는가? (이후, 2015), 94쪽. 27) 위의 책, 94 95쪽. 중독 행위의 반( 反 )중독 서사와 상념의 자구적( 自 救 的 ) 유효성 159

스트레스, 사회적 계급, 사회적 실패, 자극이 풍부한 환경 등 의 원인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28) 이들의 개념을 빌리면, 중독 시스템 의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생존구조와의 동일성에 의해 불가피하게 개인 중독자 로 배태되고, 취약성 을 지닌 자는 시스템 전환의 가능성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중독 사회 를 존속시킬 수밖에 없는 취약성 을 대물림하게 된다. 취약성 을 지닌 개인 중독자 는 중독 사회 에 대해, 그로부터 배태되고 다시 그것을 형성하는 상호불가결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구조 앞에 생애 난민 의 자기서사 탐색의 과정은 지난하고 무력한 시도로 여겨질 수 있다. 거대한 중독 시스템의 작동은 사회적 역 사적으로 가변적인 중독 양상을 주조하므로 개인의 병인과 정신적 강화구 조를 탐색하는 과정이 미약하게 보이거나 수주대토( 守 株 待 兎 ) 격, 무모한 것이라 비판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 자유와 공통적인 것을 향한 노력이 자리하며, 이것이 욕망과 사랑을 통해 가동되고 제도들을 공고히 한다고 했다. 29) 네그리의 정치적 인간학은 이 사랑의 힘 이 궁극적으로 공통적인 것을 구성하고 사회를 형성한다고 전한다. 30) 조지 카치아피카스(G. Katsiaficas)는 새로운 생활 방식과 다른 사회적 현실을 상상할 뿐 아니라 수십만 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변화된 규범, 가치, 믿음에 따라 살아가게 하는 의식적 자생성 으로서 에로스 효과 에 주목한다. 31) 이들의 구상과 설명은 사회 변화를 위한 근본적 동력이 자율적 구상과 실천이 가능한 개인의 정신과정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회복의 과정은 병인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견고한 시스템의 전환은 중독 사회 를 중독 사회 로 호명하는 것, 현 사회를 낯선 것으로 인식하는 것, 현 사회 형성의 근원을 궁금해하는 것, 범접하지 못하는 고유한 신화를 인간의 서사로 환원하는 것, 이러한 사유가 가능한 상념의 시간을 갖추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욕구를 환기하고 그러한 동기로부터 삶을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 실행할 수 있을 때 중독 시스템 에 의해 편취된 삶의 에너지가 환수될 수 있을 것이다. 28) Michael Kuhar 저, 김정훈 역, 앞의 책, 143 177쪽. 29) Antonio Negri Michael Hardt, 앞의 책, 279쪽. 30) 위의 책, 282쪽. 31) George Katsiaficas 저, 원영수 역, 한국의 민중봉기 (오월의봄, 2015), 20쪽. 160 정신문화연구 제39권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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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이 글의 목적은 의식과 감정이 아울러 작용하는 정서적 공간의 측면에 서 중독 현상의 발현과정을 분석하고, 중독의 실제적 욕구 메시지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결핍과 충족의 자기서사를 활용하여 중독의 의미망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글은 중독 현상을 제어하는 데 실효적인 관점을 구축하기 위해 중독 현상이 보여주는 표면적 양태보 다 고통의 최초 원인이 자리하는 심층적 욕구의 구조에 주목해야 함을 논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욕구의 대체과정에서 사용되는 쾌락의 대상을 사후적 법제적으로 차단하기보다 고통의 원인에 대한 인지구조 를 해설하고 행위 주체로 하여금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를 제시하였다. 이 글은 중독의 행위 조정을 위한 대안으로, 이면적 욕구 메시지 발견을 위한 자기서사 구축의 3단계를 제안하였다. 이것은 중독의 대상이 주는 쾌락, 즐거움의 유입을 문장으로 진단하고 그것의 대비적 상태를 다시 문장으로 환원하여 스트레스 원인을 가시적으로 진단하는 목적을 지닌다. 이와 더불어, 중독 행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대안의 실효성을 논구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매슬로의 자존의 욕구 단계 와 연관되는 경험과 인식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자구책의 역량과 통찰력을 향상시키 기 위해 평가와 지각의 기준을 다양하게 제시하여 사고의 유연성을 얻도록 하는 것의 필요성을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물리적 재화가 아닌 상념의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높은 실효성을 지니며, 중독을 비롯한 삶의 문제에 대해 자율적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투고일 2015. 12. 18. 심사일 2016. 1. 19. 게재 확정일 2016. 2. 25. 주제어(keyword) 중독(addiction), 중독 행위(addictive behaviors), 인문학(humanities), 자기서 사(self narrative), 반중독 서사(anti addiction narrative), 생애 난민(existential drifter), 욕구 메시지(desires message), 상념(thoughts)

Abstracts Self helping Effectiveness of Thoughts and Anti addictive Narrations behind Addictive Behaviors Choe, Hye-- gyeong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analyzing the expression and the process of addiction in terms of the emotional space that acts of consciousness and emotions. This article makes use of the self narrative of deficit and meet made through the message of real needs to present a way to access the semantic network of addiction. This article pay attention to the structure of in depth Needs that first causes of pain place than surface aspect addiction appears show to establish an effective point of view to control the addiction. Thus, this article is interpret the cognitive structure about the cause of the pain rather than exclude target of pleasure that are used in the process of replacing the desire legislative or posteriori. Some people with vulnerabilities in the Addiction system of society does not solve the immediate problem and experience the qualitative decline or stagnant of life repeating the addictive behaviors as an act of replacing the helpless desire. To address this problem, I propose a method verify the message of hidden desire while re considering the effectiveness about traditional views of addiction corrective or evaluative viewpoint and improving the effectiveness about construction of an analytical perspective. This method extracts out deficiency need that is the root cause of the problem from alternative sentiment of addictive behaviors. It seems to be having a high effectiveness in that take advantage of the time of conception rather than physical goods. And it appears to be effective in that can enhance the autonomous responsiveness about life issues including any add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