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외교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I. 시진핑 시기 이전의 미중관계 21세기 들어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관계 변화이다. 세계정세가 급 변하고 있는 가운데 그 핵심에는 중국의 예상보다 빠른 부상이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 초 미 국의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 과도하게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동안 중 국은 급속히 경제성장을 하면서, 차분히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일견, 미 국의 세계전략에 순응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를 강화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러시아와도 보 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동시에 동남아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우호적인 관계와 영향력을 증진시켰다. 동북아 지역에서도 북핵문제에 대응하면서 6자회담을 주관하면서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한국과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였 고,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까지 수립하였다. 일본과도 2000년대 중반이후 빈번 한 정상외교를 통해 2007년 전략적 호혜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하였다. 1) 중국은 지난 30년간 거의 10%에 달하는 평균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이 되면 영국과 프랑스를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되었고, 2008년 독일,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하여 세 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이 중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영향력 증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집권초기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부 시행정부는 2005년 드디어 중국을 지역적인 이해상관자(stakeholder)'로서 인정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미국은 그간 중국과의 관계에서 거부했던 전략개념을 사용한 외교안보대화를 시작하 였고, 경제대화 역시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2) 그런 의미에서 2005년은 미중관계에서 하 나의 분수령을 긋는 한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선택의 이면에는 당시 미국 내에서 대중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된 논 쟁의 결과였다. 미국 지도부와 중국 전문가들은 이 논쟁을 통해 첫째, 중국의 부상은 인위적으 로 막을 수 없으며, 두 번째,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구 냉전체제와 같은 봉쇄정책으로 는 성공할 수 없으며, 세 번째, 중국 대외정책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 중국에 관여와 소통을 1) 이러한 중국 외교 개념에 대한 설명은 졸고, "중국 동반자외교 소고," 한국정치학회보 제43집 2호 (2009)을 참조. 2) 미국은 당시 전략대화 라는 명칭 대신 고위급 대화 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중국은 이를 전략대화 라고 지칭하였다. 이후 미국 역시 중국과의 전략대화 개념을 수용하였다. - 1 -
전제한 헤징정책을 통해 미국 중심의 질서로 중국의 행태를 유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 다는 것이다. 3) 2008~09년 발생한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쉽에 엄청난 손상을 야기하였 다. 세계 경제의 위기가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 자체에서 발생하였고, 중국의 도움이 없이는 미 국 스스로 이를 수습할 역량이 없음을 드러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급 속히 증대되었고, 중국의 대외적 자심감과 민족주의적인 자부심도 크게 고양되었다. 심지어 중 국조차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맞이한 이러한 국제무대에서의 중국 위상의 변화는 중국 지도부에게도 상당히 당혹스런 현상이었다. 4) 세계적으로 중국은 가장 주목받는 국가가 되었고,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주요 국제회의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중국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기 2009년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 국과 전략경제대화 및 안보대화까지 통합하여 전략 경제 대화 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유일 한 국가가 되었고, 주제 역시 양자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슈까지 논의하는 나라가 되 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 중 양강(G2)체제 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불러일으 키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이를 냉전시기 미 소 양극( 兩 極 )체제 5) 와는 다른 좀 더 다극화되고 다원적이며 복합적인 새로운 국제질서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이제 상호의존성 및 취약성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우위 혹은 이익을 추구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적 상황에 직면하였다. 미중은 21세기 들어 복합적인 경쟁과 협력이 공진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 석이다. 6) 구조적으로 세력전이 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점차 경쟁, 갈등, 충돌을 겪을 개연성 이 커진다는 측면과 새로운 지구적인 도전(금융위기,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식량, 대량살상무 기 확산, 북한 이란핵문제 등)들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협력하지 않을 수 없어 전략적 협력 이 필요하다는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양국은 미중 관계가 21 세기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중 하나 라는 점을 확인했으며, 기후변화, 북핵문제, 무역과 환율 등으로 의제를 확대하고 전략 경제 대화 수립에서 보듯이 상호 위기관리 체제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2010년 들어 양국 간 무역마찰, 위안화 절상, 달라이라마 문제, 對 대만 무기수출 문제, 이란핵 문제, 동아시아 문제(남중국해 영토분쟁, 천안함 사건 등) 등을 둘러싼 상호갈등이 강화 되었다. 특히 중일 간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이나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3) 이 내용은 필자가 수차례에 걸친 워싱턴 방문에서 Kenneth Lieberthal, Jonathan Pollack, Jeffry Bader 등과의 인터뷰에서 확인한 바 있다. 4) 이에 대한 판단은 당시 필자의 중국 당,정,군 내 주요 싱크탱크 인사들과의 인터뷰 결과입니다. 5) 냉전시기 미 소양극체제는 핵무기의 상호확증파괴 능력 및 탄도탄요격 미사일(ABM:Anti-Ballistic Missile)체제 등 군사적 균형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상호의존적이기보다는 상호경쟁적인 냉전 체제 이다. 6) 시진핑 시기 이전의 미중관계에 대한 정리는 졸고, 시진핑시기 미중의 새로운 강대국 관계 형성 전 망과 대한반도 정책, 국방연구 제56권 제3호 (2013년 9월), pp. 33-36. - 2 -
의 중국 측의 무뢰한 행동, 중국의 핵심이익 존중 주장을 둘러싼 미국의 반발 등으로 미중 간 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었다. 특히 중국의 대외형태가 공세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 식이 강화되었고,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는 인식과 중국내 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양국 간의 경쟁 구도가 더 강조되어 나타났다. 이러한 미중관계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 는 계기를 모색하게 되었고, 그 구체적인 결과물이 바로 2011년 1월의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중국내 대외전략사상의 주류는 중국이 발전도상국이란 자아정체성을 바탕으로 협력적인 대외관계를 추진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와 방어적 현실주의 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2010년 이후 중국의 내부 논쟁을 분석해 보면, 핵심이익 에 대한 과도한 적용이나 중국의 공 세적인 태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주류를 형성하였다. 7) 국제정세가 다극화의 추 세로 진행되는 것은 맞으나, 미국의 패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이 주류였다. 즉, 중국 의 부상은 분명한 현상이지만, 미국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후진타오 시대 중국의 대미정책은 주로 중국이 발전도상국이라는 인식하에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세계패권국인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은 피하면서 다자 주의나 국제기구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의 국가이익을 확보한다는 사고가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1월 19일 열린 후진타오( 胡 錦 濤 )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서 미중은 소위 G2 체제의 도래를 상호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질서 운용 에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세계 질서 운용의 동반자로서 인정한 것이다. 2011 년 미중 정상회담은 미중 양국관계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의제였으며,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상호존중하고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며 포괄적인 관계 구축에 합의 하였다.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상호존중, 호혜공영의 협력동반자관계 건설"이라는 양국관 계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미중은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체적인 이슈를 둘러싼 경쟁에서 탈피 하는 대신, 이슈를 해결하는 데 기초가 되는 규범에 대한 경쟁 게임의 양상으로 전환하기 시작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쟁은 시진핑 시기 들어 보다 본격화된다. II.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전략 방향의 조정 2009년 출범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 1기의 대중 전략은 2005년 대중 인식 의 연속성속에 있 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탈냉전시기에 미국 행정부들이 초기에는 중국과 관계 가 불편했다가 점차 개선되는 패턴을 탈피하고자 하였다. 초기부터 중국을 적극적인 대화의 상 대로 받아들이면서 전략 경제 대화 기제를 신설하였고, 중국과 글로벌한 차원에서 공동이익을 확대하면서, 신뢰를 증진시키고, 대신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국제 공공재 제공에 더 적극적인 7) 중국내 대외전략사고의 분화에 대해서는 졸고,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 전략의 진화, 외교 제 11호 (2014. 07), pp. 34-36. - 3 -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려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헤징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 축하고자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2009년부터 제기된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 략 혹은 이후 2011년 하반기 이후 재균형(Rebalancing) 으로 명명된 정책을 구체화시키기 시 작하였다. 8) 오마바 1기 당시 재균형 전략의 도입은 2010년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 에 대응하 여, 미국 측이 대중 압박 전략을 표면화 시킨 것이 아닌가하는 평가가 일반적이었고, 중국 주 변의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전략적 재균형 정책은 미국이 태평양 국가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9) 2012년 1월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미국의 국방전략지침(Defense Strategic Guidance)은 향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우선순위가 아시아와 중국에 있음을 명백히 지적하고 있다. 10) 미국은 2020년까 지 해군력과 공군력의 60%를 아태지역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11)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중동 에 집중된 지정학적 고려를 아시아에도 안배하고, 군사부문에 집중되었던 미국의 힘의 투사를 경제, 외교, 문화 등의 방면에 고루 안배하면서 그간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된 아태지역 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전환의 근저에는 아태 지역의 경제적 인 잠재력에 대한 미국의 평가도 연관되어 있었다.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국내적인 경제 불황과 재정 위기에 시달리고 있던 미국의 입장에서 장차 국제정치경제질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동 시에 연 7~8%대의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로 역동적인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아태지역을 무시할 수 없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mmission, NIC)가 2012년 발표한 미래 전략보고서(Global Trends 2030: NIC 2030)는 2030년이 되면 경제규모, 인구, 기술투자, 군 사비를 종합해 산정한 글로벌 지배력에서 중국의 역량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고, 아시아가 북미 와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 국가인 미국이 이 지역에서 더 많은 장기적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미국은 일본과 군사동맹을 강화하였고, 베트남 필리핀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군사협력을 확대하 는 등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는 양태를 띄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오바 마 대통령은 재선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동남아시아, 특히 그간 중국의 대동남아 핵심거점이 라 알려진 미얀마를 선택해 미국의 아시아 중시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본 및 8) 이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글은, 엄태암, 유지용, 권보람, 미국의 아태지역 재균형정책과 한반 도 안보 (서울: KIDA Press, 2015). 그 밖에 이상현, 아태지역 정세와 미국의 전략적 재균형, 외 교 제11호 (2014. 07), pp. 17-33. 9) 이는 중국과 미묘한 해석의 차이를 낳는 데,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은 아시아에 연한 태평양 국가는 맞지만 아시아 대륙 국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王 缉 思, 中 美 最 大 的 战 略 互 疑 是 兩 個 秩 序, http://finance.ifeng.com/news/special/sinousrelations5/ (검색일: 2015.3.21). 이러한 맥 락에서 2014년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 이 라는 구호에서 미국은 비아시아 국가인 셈이다. 10) U.S. Department of Defense, 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January 3. 2012. 11) Sam LaGrone, "Work: Sixty Percent of U.S. Navy and Air Force Will Be Based in Pacific by 2020," USNI, September 30, 2014. 12) NIC 2030: Alternative Worlds. https://globaltrends2030.files.wordpress.com/2012/11/global-trends-2030-november2012.pdf (검색일: 2015.3.21) - 4 -
한국과의 삼자 안보 및 정보 협력을 강화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또 동 지역 내 미사일 방어 체재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현실적으로 중국이 가입하기 어 려운 높은 수준의 역내 다자무역협력기제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을 추진하여 미국 중심의 경제협력체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2013년 출범한 오바마 2기 정부는 대중정책에 있어서 제1기의 노선을 기본적으로 유지하였다. 2013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이 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톰 도니론 (Tom Donilon)은 "오바마의 미국 정부는 중국과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추구하고자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양 국가 간 협력과 경쟁의 요인이 많이 있지만 미중 관계는 장기간 효율적 으로 유지돼 왔다." 아울러 오바마 2기 정부도 대외정책에 있어서 중국과의 관계를 최우선 순 위에 두고 있다 고 강조한 바 있다. 13) 이러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대중국 포위망이 아니냐는 반발에 대해, 2013년 6월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시진핑 주석에게 답변하였다. 재균형 정책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 인 미국의 대 아태정책으로서 우선,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 둘째, 인도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부상하는 신흥강국과의 동반자 관계 구축 및 심화, 셋째,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n Summit)와 같은 아시아 안보 및 지역 메커니즘 구축, 넷째, 공동번영을 위한 TPP와 같은 경 제 메커니즘 구축, 다섯째, 중국과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관계 구축을 다 포함하고 있다는 것 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강대국으로서 책임을 준 수하는 중국, 안정되고 번영하는 중국이 미국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도 강조하였다. 14) 미국 리언 파네타(Leon Pannetta) 국방장관 역시 2012년 시진핑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인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천명하고, 미국의 아태지 역 개입이 중국의 발전과 양립할 수 있으며, 중국과 군사적 협력 역시 서서히 강화하고 있다고 하였다. 15) 파네타는 중국 군사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아에서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확 장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목표로 한 것이고, 역내 맹방들과 미국의 방위협력 심화는 중국이 번영하는 것을 도와 온 안보체계를 강화하는 것 이라고 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 의 재조정 정책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라고 그는 강조했다. 중국과 관계를 맺으 면서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재균형 정책은 두 태평양의 강대국 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모델 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련된다 라고 주장하였다. 13)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111809212509011&outlink=1 (검색일: 2015.3.21) 14) The White House, Press Briefing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Tom Donilon, June 8, 2013. http://www.whitehouse.gov/the-press-office/2013/06/08/press-briefing-national-security-a dvisor-tom-donilon (검색일: 2013.7.15). 이러한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중정책에 대한 입장 천명은 2014년 베이징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 답변을 통해 반복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https://www.whitehouse.gov/the-press-office/2014/11/12/remarks-president-obama-and-p resident-xi-jinping-joint-press-conference (검색일: 2015.3.21) 15) Reuters, China's Xi meets Panetta, wants better military ties with U.S (20120919), http://egloos.zum.com/blackace/v/5679058 (검색일: 2015.3.21) - 5 -
오바마 2기의 대중정책은 1기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으나 차이점은 미국이 경제 재정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재균형 전략을 실제 이행할 의지와 여력이 존재하는 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제2기 출범시부터 재정절벽(Fiscal Cliff)과 연방지출 자동 삭감(Sequestration)이라는 난제에 봉착하였다. 그 중 에는 향후 10년 사이 5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군사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 다. 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아태지역의 군사력 증강 및 재배치 계획은 군사비 삭감으로 인해 차 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고 실제 작전과 전쟁수행 능력에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우크라이 나 사태나 시리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분석해 보면, 미국은 스스로 마지노선이라 규정 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군사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나날이 강해지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하는 어려운 질 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적으로 여전히 여력이 부족한 미국으로서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은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결국 중국과의 타협을 바탕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재균형 정책 에 대해 북경대 왕지쓰( 王 缉 思 ) 교수는 그 소리는 요란하지만 실제 집행은 더디 다 라고 평가하고 있다. 16) III. 새로운 강대국 관계 의 수용을 둘러싼 미중관계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은 새로운 강대국관계 이라는 화두를 제시함으로써 미국의 재균형 정 책에 대응하고 있다. 이 새로운 강대국관계 는 오바마 2기 행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 는 시진핑 체제의 핵심키워드로서 중국은 서양장기 게임이 아니라 동양바둑 게임을 하겠다 는 것이다. 해양 강국건설 전략은 중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대륙-해양의 이중 정체성을 적극 수용하면서 해양을 적극적으로 국가발전 전략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외교력이나 군사력에 앞선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다는 협력적인 세력균형 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이점을 살려 점차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추진하 고 있다. 이는 해상과 연관하여 세계적인 차원의 경제건설과 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신 해양 실크로드를 구축하여 결국은 외교 안보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군사부문에서 당장은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을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자국의 핵심이익과 연관된 통일 추진을 위한 반접근 반거부(A2AD) 역량은 강화하고 있다. 다만, 미국 아태지역의 주도권을 위협할 본격적인 경쟁은 아직 자제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중국 이 항공모함 배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핵잠수함 개발 및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배치를 후순위에 둔 우선순위 선택에서 드러나고 있다. 16) 王 缉 思, 中 美 最 大 的 战 略 互 疑 是 兩 個 秩 序, http://finance.ifeng.com/news/special/sinousrelations5/ (검색일: 2015.3.21) - 6 -
오바마의 대중 정책은 2005년 대중정책에 대한 미국 내 합의 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리고 국가 정보위원회가 제시한 NIC 2025 및 NIC 2030 에 나타난 중장기적인 세계 추세 전망에 대 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핵심은 중국은 부상한다는 것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세계의 권력은 분산되어 가고 있으며, 미국은 더 이상 단독으로 국제경찰 노 릇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는 잘 관리하면서 협력을 추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크게 부담스런 일이 되었다. 다만,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어떻게 효과 적으로 견제하느냐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미일동맹 및 한미동맹 을 활용하여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미 2012년 발행한 NIC 2030 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최근 들어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이 역사인식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서 일탈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억제전략으로서 보통국가화 하는 것을 더욱 지지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합의하였고, 일본 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였다. 다만, 중일간의 갈등에서 일본의 과도한 행태에 연루되어 미중간의 군사적 대결로 치닫는 상황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동시에 일 본을 관리하려 노력하였다. 이는 댜오위 열도를 놓고 중일간 분쟁이 한창일 때 2013년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조셉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대신 중일간의 위기관리 체제 구축을 권고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17) 2013년 6월 오마바-시진핑간의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 를 (장차) 수립해 나가기로 원칙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제시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 의 핵심은 첫째, 상호 불충돌, 불대항, 둘째, 공영( 共 榮 ), 셋째, 상호존중에 기초하여 관계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 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호한 상태에 있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 를 보다 널리 새로운 국제관계 의 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의도에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쉽게 긍 정적으로 화답했다는 비판이 워싱턴 중국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었다. 18) 2013년 6월 미국 서니랜드에서 개최한 미중 정상회담이후 양측이 발표한 공동기자회견문을 보 면, 미중 양국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기조로 양국관계를 진전시키기로 합의하면서도 차 이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양측은 각자 미묘한 강조점의 차이를 보여주었고, 어찌 보면 다른 17) 이에 대해서는 바이든, '위기관리체제' 제안,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2/03/0200000000akr20131203204800073.html?input=1179m (검색일: 2015.3.21) 18) 물론, 미국 내에는 이러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의 형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우선, 중국이 실제 이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형성할 역량이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고, 그 신형 강대국 관계의 내용도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 다. 필자의 미국 워싱톤 인터뷰(2013. 9. 4-5일) - 7 -
해석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듯 보였다. 중국은 쌍방이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존 중하며, 협력하여 번영하는 데 공동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 했다고 보다 현재형의 형태로 긍정 적인 태도로 보도하였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미중 간 새로운 강대국 관계 건설에 대해 상당 히 공들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양군관계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강대국 관계 건설을 추진하는 한 예 로써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나 온다. 19) 하지만 미국 국무부 측의 관련 공식 자료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중국이 적극 제안하고 있는 새로운 강대국 관계 라는 개념의 사용을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군사와 정치 분야에서 상호 전략적 목표를 이해하 는 것이 미중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 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발전의 사례가 된다 라고 언급하여 전제조건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였다. 20) 2014년 11월 북경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미중은 다시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이 회담은 전례가 없었던 것이 시진핑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회담 전에 아 직 어느 외부정상에게도 개방한 적인 없는 잉타이( 瀛 臺 )라는 중난하이( 中 南 海 )의 남쪽호수에 위 치한 황궁을 거닐면서 양자간 4시간 반에 걸친 대단히 사적인 대화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21) 직 선적인 성격의 두 정상이 장시간에 걸쳐 양자의 모든 관심사에 대해 대단히 유용한 논의의 시 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상호 대단히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미중은 최근 불거진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과 미중 갈등의 고양이라는 대내외의 시선에 대해 미중이 보다 협력적으로 양자관계를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천명하였다. 그러나 양국 정상의 공식 회견문을 살펴보 자면 이 역시 양자 간 미묘한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다. 중국 측의 설명에 의하면 미중 양국은 향후에도 계속하여 새로운 강대국 관계 를 열심히 구축해 나가는 데 동의한 것으로 발표하였 다. 미국 역시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대화를 통해 차이와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으로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건설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언급되었다. 22) 시진핑은 이 새로운 관계 를 추진하 기 위해 다음 여서가지 중점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고위급간에 소통과 교류 강화, 두 번째, 상호존중, 셋째, 각 영역에서의 교류협력 심화, 넷째, 갈등적이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건설적인 방향에서 관리, 다섯째, 아태지역에서의 포용적인 합력( 協 作 ), 여섯째, 각종 지역 및 지구적 차 원의 도전에 공동 대응을 제시하였다. 이에 반해 미국 측 자료에 의하면 시진핑은 미중 양국이 새로운 강대국 관계 를 건설해 나가 는 데 동의했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언급을 의도 적으로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미국 내에서 일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 정책에 대 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강력하고 협력적인 대중관계 를 추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아시아 회귀 정책의 요체라고(at the heart of our pivot to Asia) 언급 19) http://www.gov.cn/1dhd/2013-06/08content_2422916.htm (검색일: 2015.3.21) 20) 이에 대한 자료는 http://iipdigital.usembassy.gov/st/english/texttrans/2013/06/20130608275760.html#axzz3vjei hzru (검색일: 2015.3.21) 21)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2014년 11월 중국 군부가 주관한 향산논단에 참석했을 때 들은 내용이다. 22) http://cpc.people.com.cn/n/2014/1113/c64094-26012270.html (검색일: 2015.3.21) - 8 -
하고 있다. 23) 이처럼 새로운 강대국 관계 수립을 둘러싼 미중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에 대해 북경대 왕지쓰 교수는 미국은 중국이 제시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 에 관한 개념, 원칙, 전략은 이미 긍정적으 로 받아들였으나, 다만 그 전술, 기술, 국부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중국이 제시하는 상호 불충돌, 불대항, 공영 의 원칙에는 찬성하나, 상호존중 의 원칙에 이견 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가 실제 온전히 형성되기 위해서는 냉전적 사유에서 자유로운 1960 년대 이후 출생한 지도부가 등장하고, 상호 다방면에서 협력과 관리기제가 작동하는 10년 이후 에나 가능하다고 보았다. 24) 중국 현대국제문제연구원의 다웨이( 達 崣 ) 미국센터 소장은 미중간 의 새로운 강대국 관계 형성에 대해 더 비관적이다. 미중 간에 불신이 여전히 크고, 미국에 게 상호존중 원칙은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 을 받아들이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 받아들 이기 어렵고, 아직 국제관계 이론의 측면에서 이를 추진할 만큼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 한다. 특히 군사영역에서 위기관리체제의 형성과 장기간의 신뢰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 였다. 25)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나 중국 측 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평가하자면 미중은 상호간에 새로운 강대국 관계 의 형성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식과 실현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내제되어 있다. 이러한 혼란은 2014년 미중 간의 해양 경쟁과 협력이 복합적으로 뒤 엉킨 채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잘 노정되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해양 전략의 전개로 인해 전통적인 해양세력이 미국과의 경쟁 및 불신이 심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였다. 미국 역 시 중국의 점증하는 해양전력에 대응하여 2010년부터 공해전투(Air-Sea Battle) 작전 개념을 발전시켜 왔고, 항공모함 및 핵잠수함 전력의 증강, 전력의 재배치 및 동맹국들과 파트너쉽 강 화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미중은 동시에 중국이 요구한 새로운 군사관계 수립에 부분적으로 서로 호응하면서 2014년 최초로 중국 해군을 미군 주도의 림팩(RIMPAC) 훈련에 참가시켰 다. 26) 또한 미중 해군 간 상호 방문을 추진하고, 해양에서의 위기관리 체계(CUES: Code for Uncharted Encounters at Sea)를 시행하는 합의를 도출하였다. 27) 국제정치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셰일가스 혁명 은 미국의 위상을 급속히 재고시켰다. 상용 화란 측면에서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셰일가스 재고량을 지닌 국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미국은 중동의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러시아의 원유나 천연가스에 폭락으로 인 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국제에너지 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23) https://www.whitehouse.gov/the-press-office/2014/11/12/remarks-president-obama-and-pr esident-xi-jinping-joint-press-conference (검색일: 2015.3.21) 24) 王 緝 思, 中 美 新 型 大 國 關 係 或 10 年 後 成 型, http://hk.crntt.com/crn-webapp/search/alldetail.jsp?id=103566907&sw=%e7%8e%8b%e7%bc %89%E6%80%9D (검색일: 2015.3.24) 25) http://opinion.caixin.com/2014-09-22/100731843.html (검색일: 2015.3.24) 26) 이 내용을 잘 정리한 글은 윤석준, 동아시아 해양안보 이슈와 도전. 27) James Goldrick, "Cue Co-operation?," IHS Jane's Defense Weekly, May 21, 2014. - 9 -
셰일가스 순수입국이던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2017년에는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201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 다. 28) <그림>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 분포도 출처: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40512010003409 (검색일: 2015.3.21) 더 이상 세계는 중국의 부상 과 미국의 쇠퇴 를 같이 엮어서 거론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이제 미국 경제가 부활하며 국제질서를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3.0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9) 아산정책연구원은 셰일가스 혁명 등으로 개선된 미국 의 경제 지표 등 각종 통계 수치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펼친 연구보고서 팍스 아메리카나 3.0 을 펴냈다. 이에 따라 미중 사이에 균형을 고민하던 한국 역시 다시 한미 동맹 강화로 안 보 정책의 무게 추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라 제기되었다. 30) 이러한 새로운 형세변화가 2014년 11월 APEC을 계기로 중국의 신( 新 )도광양회 전략을 불러왔다는 주장도 제기되었 다. 31)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에 과연 중국이 공세적으로 미국을 대체하여 국제질서의 주도권 을 잡으려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중국내 전략사고에 대한 분석에 의하 28)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40512010003409 (검색일: 2015.3.21) 29) 팍스아메리카나 1.0은 1940년 대 브레턴우즈 시대이고, 2.0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 개혁을 통해 냉전종식으로 이끈 시대를 지칭한다. 30) 이에 대한 보도는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224920&cloc=joongang%7carticle %7Ccomment (검색일: 2015.3.21) 31) 이 개념은 아산정책연구원 김한권 박사가 2015년 1월 31일 개최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세미나에 서 한중관계 관련 발제에서 사용한 것이다. - 10 -
면 32) 후진타오 시기 중국은 여전히 발전도상국론적인 자아정체성이 주류였고, 시진핑 시기 들 어서서도 신흥 강대국론자들로 완전히 대체된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신흥 강대국론자들조차도 미국의 상대적 국력 우위를 인정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이 주관한 중국 국제문제 고급논단( 中 國 國 際 問 題 高 級 論 壇 ) 2015 에서 진찬롱( 金 燦 榮 ), 리쌍양( 李 向 陽 ), 스인홍 ( 時 殷 弘 ), 친야칭( 秦 亞 靑 ), 자칭궈( 賈 慶 國 )와 같은 중국의 핵심 국제관계 전문가들도 이러한 판 단에 동의하고 있다. 33) 왕지쓰 교수 역시 일관되게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미국의 역량이 하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34) 미국과 중국은 다 같이 역량이 강화되는 새로운 시기, 즉, 팍스 아메리카나 3.0과 중국의 부상 2.0의 시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와는 전혀 새로운 상황이며, 과연 중국이 제시 하고 있는 새로운 강대국 관계 가 이러한 변화를 담지해 내면서 미중 관계를 풀어 나갈 수 있 는 지 중국 외교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다. 시진핑이 이에 대해 던진 메시지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하드파워를 통한 미국과의 직접적이고 군사적인 대립보다는 경제력과 문화력을 바탕으로 보다 포용적인 정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바둑의 포석을 놓는 것과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륙국가의 정체성에 이어 해양국가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새로운 시도는 미중 간에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영역으로 남는 것 도 사실이다. 시진핑 시기 대외정책이 제시하는 친 성 혜 용( 親 誠 惠 容 )의 포용적인 주변외교와 국익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실리외교 사이에서의 조화도 과제로 남아있다. IV. 중국의 서진 전략과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중관계 전망 1. 미중 갈등의 강화와 위기관리정책의 유지 향후 미중관계는 다양한 갈등 요인(상이한 역사와 정치 경제체제 및 사회 문화 규범 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차원에서는 협력의 기조를 유지해야 할 동인이 크다. 우선, 미국은 러시아와 갈등과 알력이 상수가 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본격적으로 대립하 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손실이다. 동시에 전통 안보, 테러, 기후변화, 마약, 국제 경제의 안정 적 운용, 무역 등의 영역에서 양국의 상호의존성 및 취약성 증대로 인해 여전히 협력기조를 유 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북아 차원에서는 2014년 발생한 ADIZ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도 엿보이듯이, 복합 게임(mixed sum game) 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갈등과 모순, 전략적 협력 등이 얽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Thaad 이슈를 둘러싼 공방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과 같은 32) 졸고,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 전략의 진화, pp. 34-36. 33) 이에 대해서는 http://world.people.com.cn/gb/8212/191816/392165/ (검색일: 2015.3.15) 34) 王 缉 思, 中 美 最 大 的 战 略 互 疑 是 兩 個 秩 序, p. 2. - 11 -
사안을 놓고 미중은 갈등을 노정하였다. 중국은 현재 분쟁중인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을 건설하 고, 그 곳에 군사기지를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의 수위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추이대로 본다면, 동북아에서 미중 간 전략적 협력 기조 유지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충 돌을 회피한다는 전제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경쟁 구도가 강화될 것 으로 예상되고 있다. 둘째, 크리미아 사태의 여파로 미국은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우려가 점 증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 보다 강력한 방위공약에 대한 신뢰를 제고해야 할 입장이다. 이는 미국의 미일방위조약 준수 확언 및 북한의 핵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어 역내 에서 중국과도 갈등 국면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셋째, 2014년 미국은 일본과 15년 만에 쌍 무적인 방위지침을 개정, 집단적 자위권 확보지지 등 일본의 보통국가화 전략을 측면 지원하 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특히 미일은 지난 5월 일본 아베수상의 빙미를 계기로 동맹을 대 폭 강화하는 조치들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중국일 압박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동시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은 일중간의 갈등이 미중간의 대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 대해 중일 간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또한 미중 양국 정상은 2013년과 2014년의 정상회담을 통 해 현재 북핵과 북한 문제는 미중이 협력과 합의적인 방식을 통해 문제를 관리하고 풀어나가는 데 상호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동맹이 적극적으로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이해를 지원해주고 다 많은 책임과 부담을 나눌 것을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THAAD의 한국내 배치를 위한 압력도 전방위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일 및 한일 관계에서 이해의 한 당사자로서 보 다는 중재자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유지하고자 할 것으로 보이며, 한일 관계의 개선을 양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공개적으로는 일본의 보통국가화 추세에 우려의 목소 리를 높이고 있지만, 과도한 대응이나 군사적 충돌은 원하지 않고 있다. 2014년 미일 방위지침 개정 및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수용과 같은 이슈들은 표면적으로 미중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으나, 미중은 이를 관리하는 데 공동의 이해를 공유할 것이다. 미국 내 공화당 중심의 매파들은 중국 시진핑이 제시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 를 오바마가 수용 한 것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며, 보다 강경한 대중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매파들은 미국의 우 위가 아직 확고한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보다 강하게 가하여 중국의 순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다. 새로운 강대국 관계 의 수용이 중국의 긍정적인 인상 및 국제적인 위 상만을 불필요하게 더 강화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있다. 따라서 2010년 G20에서 채택한 국제금융에서 중국의 지분을 확대해주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중국이 AIIB를 추진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후 중국이 AIIB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저지하려 시 도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매파의 대중 강경책이 미국 외교에 큰 손실을 안겨 주었다. - 12 -
2015년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정적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중동문제 역시 온존하여, 크리미아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새로운 갈등 격화는 중국과 대립정 책을 수행하는 데 중대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재균형 정책에서 상정한 정책들을 적 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데도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 복 합적인 갈등과 협력의 외교 상황에 들어 가 있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나 대립을 야기하는 것은 자제하면서,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보다 효율적인 미군 재배치 를 통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인 전망에서 규범 정립 경쟁에 들어 가는 양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14년 아시아안보회의(CICA)에서 증명하였듯이 이 향후 전개될 규범정립 게임에서 미국에 중요한 조력자가 될 수 있고, 또 중국에게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2. 중국의 서진( 西 進 ) 전략의 시동 중국은 201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가대전략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서진정책의 본격적인 가동을 의미한다. 동북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밀려오는 미국과 미일동맹의 거센 도전에 응전하기보다는 중국은 직접적인 충돌은 회피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미국을 포위하고 압도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군사력과 하드파워 대신 경제력과 소프트 파워의 결합, 정치 현실주의적인 대응 대신, 자유주의적 발상과 대응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전략 방향은 동쪽은 관리를 위주로 하고, 서쪽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새로운 서진( 西 進 )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실크로드 전략( 一 帶 一 路 )의 추진과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금융제도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이다. 중국이 잘 체계화된 서진전략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고, 또 중국 스스로도 지난 화평굴기( 和 平 崛 起 和 平 發 展 ), 새로운 강대국 관계(New Great Power Relations New Major Country Relations) 논란에서 얻은 교훈으로 이를 전략이라기보다는 Initiative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중국의 새로운 대응은 동관( 東 管 ), 서진( 西 進 ), 남개( 南 開 ), 북화( 北 和 )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2015년이 중대한 전환점일 것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일본의 반대와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AIIB 설립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였다. 금년 말까지 57개국이 모여 이의 설립을 추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에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전통적 우방이었던, 영국, 그리고 독일, 프랑수, 이태리, 호주 등이 참여하고 있고, 중국과 현재 영해분쟁중인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중국의 전통적인 지역 라이벌인 인도도 포함되어 있다. 향후 이 새로운 시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낙관할 수는 없으나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쉽에 대해 엄청난 심리적 타격을 안겨준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실크로드 구상은 중국의 21세기 국가대전략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 13 -
중국은 발전도상국으로서 국가대전략 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꿔, 시진핑 시기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대전략 을 구상하고 운용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이 구상이 추진되기 전까지 중국은 주변국들과 광범위한 해양분쟁에 휘말려 있었고, 주변국들과 갈등은 증폭되고 중국 위협론이 팽배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우선,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단계의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4조 달러에 달하는 보유 외환의 출구, 과잉설비 및 생산의 해외 이전, 새로운 경제 발전 동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인프라 투자가 어렵고 낙후된 서부지역의 개발을 촉진하려는 필요성과 의지를 발현한 것이다. 세 번째는 낙후된 서부의 개발과 발전을 통해 국내 정치 사회적 안정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네 번째로 외교적으로는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 기회 및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네트워크의 구축과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등 서부 주변국들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대테러 협력의 강화도 주요한 효과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는 미국이 지배하는 해상루트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에너지 공급루트의 개발, 그리고 미국 위주의 국제질서와 그 압박에서 출구모색 및 새로운 대안적 질서를 제시할 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다. 새 실크로드 전략 구상은 시진핑이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며, 중국의 대국가전략( 大 局 戰 略 )에 지정학적 전략사고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전략적 공간에 대한 점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아마 추후 중국 내부의 권력구도에도 중요한 함의를 지닐 수 있는 사안이다. 2015년 2월 21일 일대일로건설업무영도소조를 출범시켜 시진핑 주석을 포함 장까오리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 등이 주관하게 하였다. 그리고 2015년 3월 28일, 실크로드 관련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외교부, 상무부 공동 보고서 발표하였다. 함께 협의하고, 함께 건설하며, 함께 누린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관련 국가의 발전전략과 상호 연계되도록 추진하고 전방위적, 다층적, 복합형 상호연결 네트워크 구축한다는 것이다. 육상으로는 국제적인 통로를 이용하고,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중심도시를 기반으로 하고, 경제무역산업지대를 협력플랫폼으로 만들어, 중국-몽골-러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중남아시아 등 3개 국제경제협력 회랑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해상으로는 주요 항구를 포인트로 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송통로를 공동으로 건설하고자 한다.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 흔히 지칭되는 중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아라비아해-아프리카 연안선과 중국-남중국해-남태평양 두 개의 해상선이 주요 방향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금년도 외교의 중점은 하나의 중점과 두 개의 축이 있는 데, 일대일로의 전면적인 추진이 그 중점이며, 평화와 발전이 두 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의 추이로 보자면, 2020년대에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제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셰일가스 혁명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3.0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처럼 미국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 2.0의 시대와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미중은 바야흐로 서로 강력한 국력을 유지한 채 새로운 제도 규범 경 - 14 -
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아직 새로운 국제체제에서 구체적인 규칙과 묵계 등을 정하지 못했고 사안에 따라 협의, 조정, 갈등, 타협, 합의의 과정들을 필요로 할 것이 다. 35) 미국이 상당기간동안 외교 군사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새로운 국제관계에서 그 활용과 성공은 중국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점차 미중 간 복합적인 협력과 경쟁 구도 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한국은 더더욱 선택의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도입 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중의 압박과 견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느낌이다. V.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진화 강대국으로 자아정체성을 지닌 중국은 정상적인 국가관계의 관점에서 새로이 대한반도 전략을 구성하는 중이다. 중국은 강대국이고 남북한은 약소국으로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사고가 강해지고 있다. 북한과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추진한다는 방향은 이미 후진타오시기에 제정하였으나 시진핑 시기 들어 이를 관철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부의 대한반도 전략사고 변화를 보자면, 기존의 지정학적인 사고를 넘어 점차 지경학적인 사고의 확대, 세계 전략적인 차원에서 지역 중견국인 한국의 전략적 가치 재발견(거점국가론), 중국의 국가이익에 기반한 남북한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한중관계를 보다 독립적인 시각으로 인식하려 하고 있다. 남북한에 대해 보다 균형 있게 접근하고, 남북한이 소통과 교류를 강화하도록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균형자 역할을 통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접근법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접근법을 통하여 미국과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중립화를 추동하려 노력하고 있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방문하기 이전에 한국을 방문하였고, 북한 중심으로 한반도를 이해하던 사고에서 분명히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정향이 강화되고 있다. 후진타오 시기에는 한반도의 통일은 양안 통일에 불리한 영향을 가져 오고 양안의 통일이 전제되어야 한반도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최근 들어, 한반도 통일이 오히려 양안의 통일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고로 전환하는 추이가 존재한다. 한국 주도 통일의 경우라도 미일 대 중국의 대결구도에서 적어도 한국이 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인 담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최종 판단은 여전히 미국 국내정치의 향배, 미중관계 및 한중관계 등의 변수와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 전환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1년까지 중국 통일에 극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진핑의 노력과도 연계되어 있다고 보여 35) 이러한 맥락에서 정리한 빅터 차의 글은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 11839789&cloc=olink article default (검색일: 2013.8.24) - 15 -
진다. 이러한 중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입장에 있어 미묘한 변화는 지난 2014년 2월 현역 공군 중교 왕샹의 제등계획(조선반도 전략보고서) 내용에서도 읽혀진다. 36) 왕샹은 한반도 상태 최종목표를 통일, 번영, 민주, 비핵, 중국에 우호적인 한반도로 제시하면서 통일된 한반도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였다. 대신 통일을 위한 6대 선결조건으로 1 구속력 있고 높은 수준의 영구평화협정 체결, 2 영토 및 영해분쟁 철저해결로 향후 불안정성 제거, 3 비핵화, 4 외국군대 철수 시간표 제시, 5 한반도 재건사업에서 경제이익 확보, 6 미국의 보증, 미중 및 한미중 3자 협정 체결을 제시하였다. 시진핑 시기의 대북정책은 전환중이다. 중국 외교의 DNA 변화와 북중 정상국가관계를 추진하 고 있다. 북한은 전략적 동업자라기보다는 강대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약소국이라 는 인식이 더 강화되고 있다. 중국 중앙대외연락부가 전통적으로 주관한 대북 문제도 이제 외 교부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약소국인 북한의 외교에 강대국인 중국이 이용되거나 불필요 하게 연루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취하였다. 2013-14년 중국의 대북 외교를 보자면, 중국의 이익을 위배하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 히 보여주고 있다. 2014년 환구시보를 중심으로 진행된 대북정책관련 중국 내 논쟁은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전 국무원발전연구중심 한반도센터 주임 리둔치우(전통관계 중시)가 북 중간 전통적인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자 전 난징군구 부사령관 왕훙광 장군(국가이 익중시)이 국가이익의 관점이 중요하고,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중국이 이에 개입하여 도울 이유 가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는 과거 북중 특수관계의 담자자였던 중국 군부의 장성이 공개적 으로 나서서 이를 부정한 것은 과거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중국의 최근 대한반도 관련 논 쟁을 살펴보자면 군부를 포함해 중국의 새로운 전략사고는 보다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하고 있 다. 과거와는 달리 대한반도 정책의 마지노선( 底 線 )과 Red Line( 紅 線 ) 설정하여 구체적인 시나 리오별 대응전략을 구축하고자하고 있으며, 마지노선을 제시하여 상대의 정책방향에 일정한 영 향을 미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 수준에 대한 재평가 및 핵무장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새로이 인식하였고, 한반도(북한) 비핵화의 의지가 전례 없이 강화되었다. 중국은 북핵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조치가 중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었다. 북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압박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강화하고 있다. 북핵 관련 대북 재제조치 목록을 확대하였고, 특히 핵 및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물품이 통관되지 못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대규모 국가 단위 경제협력 사업은 여전히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압력에 반발하고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면서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이고 국가관계를 다변화하려고 시도 중이다. 일본과 미국에 시도한 데 이어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36) 이 보도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15/2014031500274.html (검 색일: 2014.05.15) - 16 -
모색 중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소규모 및 민생차원의 교류는 허용하였고, 지방정부 차원의 경제협력은 허용하는 유화책 허용하기도 하여 화전양면전술을 적용하고 있다. 북중 간 지역 경제 차원에서 경제적 상호 의존성은 심화되고 있어 최근 북중간 무역규모 확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 문제는 한중간에 여전히 이견과 불신을 커서 향후 중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진행형이라 할 수 있고, 진화중이다. 중국은 현재의 구조적인 조건에서는 한국이 기대하는 바처럼 북한을 포기하는 전략적인 선택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일 것이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남북한 균형외교에 있으며, 일방에 편향적이기보다는 한반도 전역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에 있다. 중국은 북한이 단기간 내 붕괴할 개연성은 거의 없으며, 대신 [생존-번영]의 틀에서 인식하면서 북한에 대해 자국의 번영하기 위해서는 핵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로 설득 중이다. 대신 중국은 한국이 북한의 붕괴가능성을 전제하는 [붕괴-생존]의 틀에서 인식하면서 흡수통일 정책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항중 양국은 현재처럼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인식의 격차를 줄인 적이 없을 정도로 가깝다. 북한의 핵 안전 문제는 중국의 큰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의 불안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은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검토 중이다. 향후 한중은 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를 줄여나가면서 공동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VI. 정책 제언 현 추세는 팍스아메리카나 3.0과 중국의 부상 2.0 시기가 동시에 중첩되면서, 독수리와 용이 휘돌면서 날아오르는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 만큼 혼돈스럽고, 그만큼 강한 압 력을 받으면서, 정책의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셰일가스 혁명의 여파와 경 기회복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미국과 새로운 국가대전략에 따라 세계적인 포석을 전개하면서, AIIB와 같이 초기 수확을 거둔 중국의 입김이 거세다. 한국은 양국이 모두 전략적인 거점으로 생각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우리는 고래에 끼인 새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의 독자적인 영역을 지닌 돌고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중국의 서진 전략이 한국이나 한반도 안정에 반드시 긍정 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도전 요인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향후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은 더 증대될 것이다. 대신, 미중 간의 갈등과 경쟁의 골은 더 첨예하고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한국의 외교안보에는 더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할 개연성이 다대하다. 일대일로 정책에서 현재 동북아는 그 발전계획에 들어가 있지 않다. 한국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 추진하고, 한반도 변수의 영향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 - 17 -
전개 예상된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상대적 관심이 줄어들면, 북한이 도발할 개연성은 상대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우리 정부의 AIIB 참여의 주요 명분인 대북 경제개발, 북방 경제협력에 활용하려는 기대는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도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경제개발계획에 유인하면서,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하기 위한 노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가 우리에 미치는 영향 다대하니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연미협중의 전략 추진 일단 다행스런 것은 미중 양국이 모두 북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서는 한국과 거의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이는 전례 없던 일이다. 미중 양국 정상은 북핵을 용인하지 않고, 한반도 비 핵화를 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한반도 문제는 미중 간의 가장 중요한 협의와 협력사안이 되었 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변화 역시 한미중 안보 협력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 국 역시 한국과 북한문제에 대해 더 논의하고 싶어 한다. 이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 이다. 우리의 정책은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변화를 잘 이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전 략을 채택하여야 한다. 특히 현재처럼 북핵문제에 대해 한미중이 입장접근을 한 경우는 없었 다. 이러한 국제공조를 잘 유지하는 것이 우선은 중요하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과 핵개발이 얼 마나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인지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인식시켜야 한다. 덧붙여 북한에 제 공할 경제적 지원의 인센티브도 미국 및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중국의 대북접근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대외정책 역시 주변 강대국들의 직접적인 이해에 대해 보다 민감하고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해 우리가 한반도 평화공존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미국 및 중국과 북핵 및 북한문제에 대한 공동의 목표와 비젼을 합의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대 한 조율을 하는 연미협중( 聯 美 協 中 )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 미중 관계에 있어 전략적 갈등 과 협력 의 양면 중 협력 의 부문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 이다. 미중과 공동으로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글로벌 중견국가가 추구해야 할 전략방향이 다. 공동 목표의 핵심은 북핵문제이며, 추후 북한문제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 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북한 핵안전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지니고 있는 시진핑 정부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보다 과감한 행동계획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전략방향 변수 기간 미중관계 [미중 복합관계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 연미통중 ( 聯 美 通 中 ) 이명박 정부시기 미국의 우위 연미화중 ( 聯 美 和 中 ) 박근혜 정부 시기 (2013~2017) 미국의 군사력 우위 미중 경제력 균형 연미협중 ( 聯 美 協 中 ) 연미연중 ( 聯 美 聯 中 ) 2015~2030 2030~2049 미국의 군사력 우위유지 중국의 경제력 우위로 전환 미중 군사력 군형 중국의 경제력 우위 국제체제 미중 갈등과 협력의 복합적인 미중 갈등과 미중 전략적 경쟁시기 미중 전략균형 시기 다극 - 18 -
국제체제내 중국의 부상 북한체제 위기 모색시기 협력 시기 체제 형성 한미동맹 기반 위 역내 우호증진 노력. 중국과 구동존이 ( 救 同 存 異 )의 모색 한미동맹, 대일협력 공고화 및 대중/대러외교 강화 일변도 외교 지양 중국과 구동축이 ( 救 同 縮 異 ) 추구 중견국가 협력의 모색 및 추진. 미중과 양자 전략대화 강화 한미동맹 유지 및 대중 및 대일 협력외교 강화. 대북 한중 전략대화 추진 한미 전략동맹 운용. 중국과 공조의 심화. 다자안보체제의 구축. 중견국가 협력의 제도화. 미국 및 중국과 양자협력 기반으로 한미중 삼자 전략대화의 운용 동맹외교의 탈피와 다자안보체제 강화. 중견국가 협의체의 적극적 운용 미중과 전략대화 심화. 한미중 삼자협력의 안정화. 평화적 통일 실현 다차원적인 전략안보대화를 통해 한미중은 북한 문제에 대한 정보와 인식의 공유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미중 간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세(특히 북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협의 체제를 구축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시에 북한의 미사일 및 핵 도발에 대한 공동 인식과 대처방안에 대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중 간에 이미 오랫동안 진행해 온 위기관리체제 연구 에서 북한 위기 부분을 한중 역시 유사한 형태로 연구를 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단 유사시 한미중이 공동으로 북한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Bottom Line과 Red Line 구분 추세에 부응하여 대북플랜 B를 놓고 그간 중국 측이 금기시했던 한반도 위기관리에 관한 대화도 시작할 필요 존재한다. 중국 측 역시 아직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된다. 동 사안에 대한 한국과의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향후, 중국의 대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작업에 우리의 이해를 적극 투입할 수 있는 노력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검토와 조정을 위한 TF 팀 구성도 고려해 볼 만하다. 2. 한미중 간 조화로운 관계 설정 노력 한국은 미중과 역내 갈등의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한국 외교의 핵심적인 원칙은 역내 대립과 갈등보다는 협력과 공생의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견국가로서 우 리의 국력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시대의 추세와도 부합한다. 역내 갈등 구도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한국 외교는 갈등의 구성원이나 촉매제가 되기보다는 이 갈등 들을 완화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원칙을 바탕으로 한 미중과의 조화로운 관계가 중요하다. 한국의 전략방 향은 한미동맹의 발전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개념적으로 상충되지 않음을 유념하 고, 한미동맹 발전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면서 조화를 완고하게 추구해야 한 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도 모두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한미동맹에도 도움을 주고, 중국에 대한 협력이 가능하고, 한국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향후 미중관계는 파고가 높아 질 개연성이 커 한국 외교안보는 일변도 외교의 유혹을 거세가 받을 전망이다. 파고에 흔들리면서도, 한국은 미중 양국에 최선의 성의 - 19 -
를 다하면서 우리의 원칙과 이익을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이 반드시 지켜 야 할 핵심이익과 원칙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3. 미중과 한반도 통일 비젼 공유노력 한국이 통일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미 중이 다 같이 동의할 수 있는 통일비전과 구체적 조건들 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이미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이해상관 자(Stakeholder)로 부상하였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의지도 분명하다. 미 중 간 전략적 이 해에 반하는 한반도 통일은 실현되기 어렵다.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는 인식을 중국과 공유해야 한다. 당위적 차원의 설득이 아니라 실제 중국의 전 략적 이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의 이해에 부합되게 한 미 중 간 전략적 이해의 공통부분을 확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보다 유연하고 독립적인 외교안보 정 책을 추진하는 것이 이 역내에서 한미일 동맹에 의한 대중 포위전략을 타개하고, 다극화를 추 진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한국에 대한 기대치를 친중 정책의 수립에 놓은 것 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만, 적대적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통일한국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화해가는 국제정세의 추이 속에서 통일 한국이 제공하는 중 국에 대한 편익과 우려사이에 어떠한 교집합이 형성하느냐에 깊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교집합을 적극적으로 형성해내고 설득해 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 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반도의 상황을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게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경제발전과 국가 안정에 필수 조건이라 생각하는 한반도 안정을 위협한다. 북한은 중국 에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갈등을 빚게 하는 악역( 惡 役 )을 지속적으로 강요할 것이다. 북한은 점점 더 중국에 전략적 가치가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되는 것이다. 시진핑 시기의 외교는 북한 에 의해 연루되어 중국이 악역을 담당하는 것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 고 있다. 북핵 위기가 깊어 갈수록 중국의 고민도 깊어갈 것이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사유도 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중 양국은 지정( 地 政 )학에 기초한 20세기적인 안보관을 극복하고, 지경( 地 經 )학 을 포함하는 21세기의 새로운 지( 地 )전략적 사고의 정립이 필요하다. 보다 독립적이고 안정된 통일 한반도, 비핵화되고 평화지향적인 정부, 광대한 경제활동 및 교류의 공간 확보가 한미중 모두에게 보다 많은 번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안겨 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내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론자들은 이러한 한반도의 미래와 통일에 대해 보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