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U 연구총서 13-09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홍우택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인 쇄 발 행 2013년 12월 2013년 12월 발 행 처 통일연구원 발 행 인 통일연구원장 편 집 인 북한연구센터 등 록 제2-02361호 (97.4.23) 주 소 (142-728) 서울시 강북구 4 19로 123(수유동) 통일연구원 전 화 (대표) 900-4300 (직통) 901-2525 (팩시밀리) 901-2544 홈페이지 http://www.kinu.or.kr 기획 디자인 예원기획 (02-745-8090) 인 쇄 처 경성문화사 (02-786-2999) ISBN 978-89-8479-727-7 93340 가 격 6,000 c 통일연구원, 2013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정부간행물판매센타: 매장: 734-6818 사무실: 394-0337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본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당 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목차 요약 vii Ⅰ. 서론 1 Ⅱ.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7 1.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 현황 9 2. 북한의 핵무기 사용가능성 여부 14 3. 북한, 예측 불가능한 비합리적 행위자? VS. 예측 가능한 합리적 행위자? 20 Ⅲ.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33 1. 인식의 변화와 군사력 35 2. 상대적 군사력의 종류와 핵억지이론 40 3. 핵억지이론과 북한의 인식변화 51 Ⅳ. 핵억지 방안의 검토와 분석 59 1. 핵우산과 북한의 인식 61 2. 북한의 인식변화와 협상 65 3.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과 가능성 69 Ⅴ. 결론 75 참고문헌 79 최근 발간자료 안내 85
표 그림목차 KINU 연구총서 13-09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그림 Ⅱ-1> 북한의 핵공격 시 예상 피해 정도 10 <그림 Ⅱ-2> 북한의 미사일 개발 약사 12 <그림 Ⅱ-3> 북한의 미사일 종류 13 <그림 Ⅱ-4> 정부와 테러리스트의 합리적 선택 게임 27 <그림 Ⅱ-5> 니콜슨 모델을 재구성한 게임 29 <그림 Ⅲ-1> 억지의 구조 41
요 약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남한 내에서는 독자적인 핵무장에 찬성하는 의견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핵무장에 관 해서는 찬반의견이 서로 각을 세우고 있다. 본 연구는 필요성과 가능 성으로 나누어 남한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분석하였다. 우선 북한의 핵 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어야 하며, 이는 북한 이 생각하는 이득 대비 비용에 영향을 주어 그들의 선호도 순서를 바 꾸어야 한다는 판단을 이끌어 내었다. 북한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 는 요인은 북한이 인식하는 상대적인 군사력이다. 따라서 핵억지이론 들을 빌려 북한을 억지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북한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실 현 가능성은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성에 대한 분석은 핵불가론이 내세우는 이유들을 살펴보고 이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 는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결국 필요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북한의 인식 변화와 함께 남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식을 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 하였다. 주제어: 핵무장, 핵억지, 핵우산, 합리성 -vii-
Abstract Analysis on the Countermeasures to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Hong, Wootaek After North Korea s third nuclear test, more than 60% of Koreans expressed their support for independent nuclear armament. Nevertheless, there is a sharp division of opinions between the proponents and opponents of nuclear armament. Therefore, this paper analyzes the necessity and possibility of South Korea s independent nuclear armament. This analysis draws the conclusion that in order to deter North Korea, we need to change their perception. This means that it is necessary to alter the order of North Korea s preferences by influencing their calculation of costs and benefits. One factor that can affect North Korea s perception is their views on relative military power, and thus this paper incorporates several nuclear deterrence theories as an analytical framework to examine the conditions that can deter North Korea. Although there is a need to meet the conditions to change North Korea s perception, whether it can be realized is a different issue. To analyze the possibility of its realization, this paper first examines the arguments presented by those who are against nuclear armament, and then checks the validity of their arguments by posing questions. In conclusion, this paper also proposes that a change in perception needs to occur not only in the North but also in the South, in order to effectively deter the North. Keywords: Nuclear Armament, Nuclear Deterrence, Nuclear Umbrella, Rationality -viii-
Ⅰ 서론 Ⅰ Ⅱ Ⅲ Ⅳ Ⅴ 서론 1
뜻밖의 뉴스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접할 수 있었다. 한국갤럽과 아산정책연구원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 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는 의견이 66.5%, 반대의견은 31%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 찬성 의견이 반대의견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을 보면 세 차례나 실시한 북한 의 핵실험은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다. 더 구나 핵실험 이후 북한의 관영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갈수록 노골적 인 대남위협 발언은 국민의 충격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심지어 김정 은이 무력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대북소식통을 통해 알 려지기도 하였다. 2 이런 저런 이유로 남한의 핵무장에 관한 논란은 뜨 거운 화젯거리다. 정치인, 국회의원, 언론가, 그리고 학자들의 입에서 핵무장에 찬성 및 반대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한의 핵무장은 단순하게 결정할 수도, 또 쉽게 달성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설령 결심을 했다 치더라도 넘어야 할 장애물은 수도 없이 많다.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국이 인정을 해야 하고, 중국이 북한에게 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감수해야 한다고도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잃는다고 한 다. 남한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서 그러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 역내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오히려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지적들을 종합하면 한 Ⅰ Ⅱ Ⅲ 1_ 2013년 10월에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핵무장에 찬성하는 의견이 63%로 부정적인 의견(37%)을 크게 앞섰다. 연합뉴스, 2013년 3월 11일; 동아일보, 2013년 10월 30일. 2_ 동아일보, 2013년 10월 18일. Ⅳ Ⅴ 서론 3
국의 핵무기 개발은 필요할 수는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소망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찬반의견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핵무장의 필요성을 분석하 는데 본 연구의 목적을 두었다. 다시 말해 본 연구의 분석은 북한의 핵 을 억지하는 방안으로서의 핵무장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실 핵 무기 개발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소수를 제외하면 설득력이 담겨있는 분석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감정이 섞인 웅변에 가까운 연구물도 있고, 매끄러운 논리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 기 보다는 단순히 핵은 핵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허다하 다. 그런 까닭에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시대착오적인 안보 포퓰리즘으로 비하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본 연구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억지하기 위해서 과연 남한은 핵무기가 필요한 것인지 여부를 분석하였다. 필요성 분석에 중점을 두다보니 가능성 분 석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못했다. 대신 Ⅳ장에서 핵무기 불가론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간략하게 가능성을 점검하고 심층적인 가능성 분석은 차기 연구과제로 미루었다. 우선 Ⅱ장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살펴보고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남한을 공격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였 다. 행위자의 합리성 가정을 비판한 게임모델을 이용하여 북한의 합리 성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지를 살펴보았으며, 북한의 합리성 범주에 는 남한에 대한 핵공격이 포함되는 지도 분석하였다. 모델이 제시하는 함의는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려면 북한이 가진 선택대안들의 선호 도 순서를 그들 스스로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억지의 대상인 상대방이 자신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선택대안들에 대 4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한 선호도순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각각의 대안을 선택함에 따르게 되는 비용과 이득을 비교 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Ⅲ장에서는 억지의 주체와 객체간의 상대적 군사력이 어떻게 상대방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 대표적인 몇 가지 핵억지이론을 분석틀로 삼아 살펴보았다. 즉, 억지의 대상자의 인 식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핵억지 이론을 통해 분석하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식변화 내지는 선호도 순서의 변화를 위해서 남한이 갖추어야 하는 억지 조건을 알아 보았다. Ⅲ장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억지의 주체와 객체를 각기 남한과 북한으로만 상정하여 분석하였다. 그래서 Ⅳ장의 첫 번째 절에서는 미 국을 포함하였을 경우 Ⅲ장의 분석결과가 달라지는지 살펴보았다. 두 번째 절에서는 군사적인 요인 외에 북한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협상이 얼마만큼 효율성을 갖는지를 알아보았다. 그 리고 마지막 절에서는 남한의 핵무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 인 주장 몇 가지를 간추려, 이를 중심으로 핵무장은 가능성이 있는 대 안인지를 살펴보았다. Ⅴ장 결론부분에서는 본 연구가 제시하는 함의 와 정책적 방향을 점검하였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정책적 함 의는 억지를 위해서는 북한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를 위해서는 남한의 인식자체도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과 분석의 객체가 과학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다르다고 한다. 3 비록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으로 특정한 행 동의 필요성을 도출하였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반드시 필요성이 제 3_ 리처드 H. 세일러 저, 최정규 하승아 옮김, 승자의 저주 (서울: 이음출판, 2009), p. 124. Ⅰ Ⅱ Ⅲ Ⅳ Ⅴ 서론 5
기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것은 행위자가 과학적이지 못 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과학적인 계산을 통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 한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결과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과학적인 방법을 선택하여 하나의 결과를 제시하였다. 선택은 행위자라고 할 수 있는 정책결정자의 몫이다. 너무도 민감한 주제를 다룬 연구이기에 오 해를 피하기 위해 서론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마무리를 맺는다. 6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Ⅱ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7
1.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 현황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벌써 세 번에 걸친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자신의 헌법에서조차 핵무기 보유국 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인정 받지 못한다. 일부 전문가 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였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전장에 배치할 수 있는 핵무기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과소평가도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적어도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장착 가능하게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판단을 한다. 현대사회에 등장한 이래 핵무기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위 협을 갖게 만드는 수단이었다. 핵무기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 움과 그렇게 되면 인류가 소멸할 수 있다는 공포는 안타깝게도 핵무기 개발을 멈추게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국가들은 서로 경쟁하듯 핵무 기를 소유하려고 애써왔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라이벌 관계에 있거나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국가들 관계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과거 미국과 소련,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표적인 사례들이고, 지금도 중동지 역에서는 이란이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다. 분단이후 남한과 체제경쟁 을 벌여왔던 북한의 핵무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이유는 그것만큼 군사적 열세를 극복 하거나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 히 약소국이 핵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주변국에 비해 열세인 군사력을 극복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전쟁이 발생할 경우 정권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물론 핵무기 하나만으로 전쟁을 4_ David Ochmanek and Lowell H. Schwartz, The Challenge of Nuclear-Armed Regional Adversaries (Santa Monica: RAND Project Air Force, 2008), p. 15.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9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국을 상대로 섣 불리 전쟁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행여나 상대방이 핵공격을 해온다면 그 폭발로 야기되는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 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 Ⅱ-1>은 서울에서 핵폭탄이 폭발할 경 우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를 보여준다. 추정기관 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상자의 수가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300만 명까지 달하는 것을 보면 핵무기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 Ⅱ-1 북한의 핵공격 시 예상 피해 정도 추정기관 미국 반핵 단체인 천연자원 보호협회 (NRDC)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 감소국 (DTRA) 기타 핵 전문가 북한의 핵공격 시나리오 15kt급 핵미사일 1기 서울 용산 일대에서 폭발 10kt급 핵폭탄 1발 서울 중심 지역에서 폭발 20kt급 핵폭탄 1발 서울 중심 지역에서 폭발 20kt급 핵탄두 탑재 스커드 미사일 1기 서울 용산에서 폭발 예상피해규모 폭발 반경 4.5KM 서울 중심가 완전 증발. 경기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수원시까지 핵 폭풍과 충격파 낙진 피해. 사상자 62만~125만 명 발생 최소 10만 명 즉사, 방사능 낙진 피해로 8만 명 사망 등 총 34만 명의 사상자 발생 최소 31만 명 즉사, 23만 명 부상, 방사능 낙진 피해 최대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 발생 폭발 고도, 풍향, 풍속 등에 따라 사망자는 48 만~112만 명, 부상자는 47만~160만 명 발생, 최대 270여만 명의 사상자 발생 출처: 동아일보, 2013년 3월 9일. 10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한 분석에 의하면 이렇게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핵폭탄을 북한 은 2009년 5월 시점을 기준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총 39~49kg 정도 확보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5 또 다른 분석은 2012년 을 기준으로 32.5~58.5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6 현재까지 북한이 얼마만큼 더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는 확증할 수는 없지만 20kt급 플루토늄탄을 대략 9~17개를 보유하고 있을 것 으로 추정하고 있다. 7 플루토늄으로 만든 핵폭탄 외에 북한은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하여 만든 핵탄두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북한은 미국의 핵전문가를 초청해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였는데, 이때 확 인된 사실은 북한이 우라늄탄 1~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고농축우 라늄을 매년 30~40kg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이다. 8 Ⅰ 5_ 박대광 김진무,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 평가와 향후 전망, 국방정책 전문연구시 리즈 2011-12 (한국국방연구원, 2011), p. 113. 6_ 전성훈, 미국의 대한 핵우산 정책에 관한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12), p. 39. 7_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풀루토늄 핵탄두에 관한 추정치는 위의 책을 참조. 위의 책, pp. 39~42. 8_ 유용원 신범철 김진아,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 KODEF 안보총서 2013 (한국국 방안보포럼, 2013), pp. 126~127; 이밖에 북한의 고농축우라늄의 생산능력과 이에 관한 북한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음 책을 참조. 전성훈, 위의 책, pp. 43~63.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11
그림 Ⅱ-2 북한의 미사일 개발 약사 1970년대 초 중국의 미사일 개발계획 참여, 미사일 기술 획득(추정) 1976~1981. 소련제 SCUD-B 미사일 및 발사대를 이집트로부터 도입 역설계/개발 1984.4. SCUD-B 미사일 최초 시험발사 1986.5. SCUD-C 미사일 시험발사 1988. SCUD-B/C 작전 배치 1990.5. 노동미사일 최초 시험발사 1991.6. SCUD-C 미사일 발사 1993.5. 노동미사일 시험발사 1998. 노동미사일 작전 배치 1998.8. 대포동 1호 미사일 시험발사(북한 측: 위성발사 주장) 2006.7.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 및 노동미사일 SCUD 미사일 발사 2007. 무수단미사일 작전 배치 2009.4. 장거리 미사일(개량형 대포동 2호)발사(북한 측: 위성발사 주장) 2009.7. 노동미사일 SCUD 미사일 발사 2012.4. 장거리 미사일(개량형 대포동 2호)발사(북한 측: 위성발사 주장) 출처: 국방부, 2012 국방백서 일반부록 6, p. 292.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나름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보이 는 북한은 이를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을 발전시키는 데도 노력을 기울 여 왔다. 위의 <그림 Ⅱ-2>와 아래의 <그림 Ⅱ-3>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사와 미사일 종류를 보여주고 있다. 9 핵무기 개발과 함께 이렇 게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핵무기를 투발하 기에 미사일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10 9_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은 앞의 글을 참조. 유용원 신범철 김 진아,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 pp. 132~152. 10_ 물론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소형화가 필수적이다. 소형화 이전의 핵무기는 보통 2~3톤에 달하기 때문에 폭격기만을 이용해야 한다. 12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그림 Ⅱ-3 북한의 미사일 종류 구 분 SCUD-B SCUD-C 노 동 무수단 대포동 1호 대포동 2호 신형 미사일 사거리 (km) 300 500 1,300 3,000 이상 2,500 6,700 이상 미상 탄도중량 (kg) 1,000 770 700 650 500 650~ 1,000 (추정) 미상 비 고 작전 배치 작전 배치 작전 배치 작전 배치 시험발사 개발 중 개발 중 출처: 국방부, 2012 국방백서 일반부록 6, p. 292. 현재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였는지는 불분명하며, 국방부는 북한이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 다. 11 반면에 북한이 핵실험을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하고 고폭실험까지 실시했다면 핵무기의 소형화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공개된 미국 국 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보고서에 따르 면 북한은 현재 탄도미사일로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고 평가하고 있다. 12 허세인지는 모르지만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2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3차 핵실험은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 용해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고 발표했다. 13 만일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 라면 그들은 적어도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하는 일대에 핵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미국 본토를 그들의 사 11_ 한국일보, 2013년 4월 12일. 12_ 조선일보, 2013년 4월 13일. 13_ 중앙일보, 2013년 2월 12일.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13
정권 내에 두는 능력은 아직 진행단계에 있다고 보더라도 남한과 일본 지역은 이미 북한의 핵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2. 북한의 핵무기 사용가능성 여부 오래전 병법서에는 적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 속에 움직임을 숨기고 있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상대방이 어떠한 언급을 했다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을 한다. 이와 같은 맥락은 국제정치 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 국가는 자신의 의지와 정책방향을 외부에 드러내기 위해 발언을 하고 성명을 발표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진정한 의도는 뒤로 감춘 채 다 른 국가들이 그렇게 여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명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이 외부를 향해 가하는 핵공격 위협 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들이 조성하는 위협은 단지 남들에게 보 이고 싶어 하는 모습일 뿐이고 속내는 위협을 실행할 생각이 없는 것 일까? 아니면 정말 언어상의 위협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북한은 핵개발 의지와 핵공격 위협을 끊임없이 내세워 왔다. 2003년 9월 최고인민회의 11기 1차 회의에서 자위적 핵억제 노선을 정식으로 채택했으며, 2005년 2월에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대외 에 선포하였다. 14 이후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같은 해 9월에는 플루토늄 전량의 무기화와 우라늄 농축 작업을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15 2010년 14_ 박형중 외, 북한 핵 보유 고수 전략의 도전과 대응 (서울: 통일연구원, 2010), p. 10. 15_ 박형중 외, 북한 핵 보유 고수 전략의 도전과 대응, p. 11. 14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4월에는 핵무기 보유수를 늘리는 동시에 현대화할 것이라고 발표하였 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북한을 방문한 헤커(Siegfried Hecker)박사 일행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여 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암묵적으로 공개하였다. 16 김정은이 정권을 이어받은 이후에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물론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북한의 논조에는 변함이 없다. 2013년 2월에 3차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같은 해 3월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17 4월에는 헌법을 개정하면서 서문에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였 다. 헌법개정 바로 이전인 2013년 3월 31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 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18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하면서 동시에 핵무기 사 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2013년 3월 7일 북 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침략자들의 본거지 들에 대한 핵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으 며, 19 같은 날 인민무력부 부장 강표영은 우리 인민군대는 그 무슨 경 고나 사전통고 없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대상에 대하여 무자비한 정 의의 타격을 개시할 것 이라는 발언을 하였다. 20 3월 26일 외무성 성 명에서는 우리에게는 우리 식의 막강한 정밀핵타격수단들과 핵전쟁 전법들이 있다. 상전의 핵우산을 믿고 멋없이 날뛰는 괴뢰들은 핵 타격의 곁불이 어떤 것인지 톡톡히 맛보게 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고 16_ 위의 책, p. 12. 17_ 연합뉴스, 2013년 3월 5일. 18_ 연합뉴스, 2013년 4월 1일. 19_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7일. 20_ 연합뉴스, 2013년 3월 7일.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15
있다. 21 조선중앙통신 3월 30일 자에서는 미국과 괴뢰패당이 서해 5 개 섬이든 군사분계선일대이든 그 어느 지역에서든지 군사적 도발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국지전으로 한정되지 않을 것이며 전면전쟁, 핵전 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을 싣고 있다. 22 4월 4일 인민군 총 참모부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우리 식의 첨단핵타격수단으로 혁명무력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적으로 검 토, 비준된 상태에 있음을 정식으로 백악관과 펜타곤에 통보한다 라고 밝히고 있다. 23 본 절의 서두에서 제기한 것처럼 핵무장과 핵공격 위협을 하는 북한 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가 않다. 앞에서 간단히 정리한 북한 의 위협 발언들은 단순한 허세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 순한 허세라면 자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용 할 수 도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북한의 의도일 것이다. 외부의 공격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억지의 수단과 방법으로 핵무장과 핵위협을 가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남한이 취해야 하는 대응이 소위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고 또 남한이나 미국이 그들에게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 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를 단순한 허세라고 판단하기에는 모순되는 점 이 있다. 예를 들어 평화협정이 북한 자신이 느끼는 위협을 해소해 주 는 것이라면 굳이 북한은 핵무장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 면 위협을 해소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핵무장을 하지 않고 21_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26일. 22_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30일. 23_ 조선중앙통신, 2013년 4월 4일. 16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위협이 해소될 텐데 많은 사전 사후 비용을 들여 핵무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허세에 그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 하는 전략적인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북한은 위협발언을 쏟아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적어도 핵무장을 한 이후 북한은 이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쉽게 재래식 도발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특히 그러한 성격을 지닌 결정의 일례로 2010년 11월 연평 도 포격을 지목하기도 한다. 연평도 포격 당시 남한은 제대로 된 보복 을 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적의 공격에 2~3배로 응징보복을 한다는 것이 교전규칙임에도 불구 하고 북한이 170여 발의 포격을 한 것에 K-9 자주포 80발로 대응한 것을 질책했다.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KF-16 등 총 6대의 전투기가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해안포를 공격하지 못한 것을 질책했 다. 24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논란중의 하나가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을 자제하라는 지시 여부였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 을 상대로 확전이 되는 것을 대통령은 두려워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남한이 또다시 확전을 두려워하는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2013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 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는 강력한 한 미 연합 방위체제를 유 지하면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등 핵과 대량 살상무기(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응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 이라고 말했다. 25 다음날 2일 제45차 한미안보협의 24_ 연합뉴스, 2010년 11월 24일. 25_ 조선일보, 2013년 10월 2일.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17
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 착되면 한국군과 미군이 지상 해상 공중 가용전력을 총동원해 선제적 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억제전략 에 서명했다. 26 만일 이렇게 확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정을 남한 정부가 내린다면 지난 연평도 때와는 다 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허세가 아니라면 맞춤형 억제전략만으로 안 심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사실 구체적인 북한의 핵무기 전략 은 알 수가 없다. 어떠한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며, 핵무기를 사 용하면 어느 지점에,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종류의 핵무기를 투발할 것인가 등과 같은 전략은 알려진 바가 없다. 27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 어 북한의 도발이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으로 확전이 되고, 수세에 몰리 게 된 북한이 제한적인 핵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다. 핵 공격을 감행한 북한이 바로 휴전협상을 제안하면 남한은 어떻게 대응 해야 할까? 아마도 대응방법에 대해서 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휴전제의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휴전제의에 응하는 것은 항복과 같은 것이기에 그럴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이다. 이러한 추정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최악의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개연 26_ 연합뉴스, 2013년 10월 2일. 27_ 한 분석에 의하면 대량파괴전략, 속전속결전략, 그리고 사이버전략으로 북한의 군사 전략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 대량파괴전략과 속전속결전략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박용환, 북한의 선군시대 군사전략에 관한 연구: 선군군사전략의 형성, 국방정책연구, 제28권 제1호 봄호 (한국국방연구원, 2012), pp. 195~201. 18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분석한 연구가 있다. 1995년 RAND 연구소 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발해 북한이 정권붕 괴와 패전이 임박하는 수세에 몰릴 경우 북한은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28 이 연구에 의하면 독재국가의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 을 잃는 것을 최대의 손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 비록 다른 국 가들에게는 자살공격으로 보일지 몰라도, 독재자는 생존을 위해 마지 막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치 있는 행동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29 만일의 경우 발생할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여 어느 국가도 전쟁 에 지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국가는 없다. 따라서 북한도 마찬가지 로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였을 것이다. 그 리고 그 전략에는 핵무기의 사용에 관한 전략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핵공격을 한다면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 격사건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그렇게 무모한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생각을 바탕 으로 대북정책이나 대응태세를 구상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상황이 어 떻게 진행 될지 장담할 수 없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정책이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도 상대방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핵무장을 한 국가는 없다. Ⅰ Ⅱ Ⅲ 28_ Dean Wilkening and Kenneth Watman, Nuclear Deterrence in a Regional Context (Santa Monica: RAND Project Air Force, 1995), p. 36. 29_ Ibid., p. 36.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19
3. 북한, 예측 불가능한 비합리적 행위자? VS. 예측 가능한 합리적 행위자? 전쟁이 발생하기 직전을 보면 흔히 긴장이 먼저 조성되는 경우를 많 이 볼 수 있다. 영토를 두고 소유권을 다투는 외교적인 긴장이 전쟁으 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인 이유 그리고 사소하다 싶을 정도의 사건도 긴장을 만들고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이전에 반드시 긴장이 형성된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런 예고나 경고도 없이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공격을 하는 입장에선 철저히 긴장을 숨기는 것이지만,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부지불식 중에 전쟁을 겪는 경우다. 멀리서 찾아볼 필요 없이 6 25전쟁과 임진 왜란이 그랬다. 두 전쟁에서 각각 북한과 일본은 긴장을 감추고 사전 에 준비를 철저히 한 다음 일으킨 전쟁이었지만, 남한과 조선은 전쟁을 겪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30 결국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긴장 이 고조되었다고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 긴장이 없다 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일 년에도 몇 번씩 긴장이 조성된다. 앞의 절에서 살 펴보았듯이 북한은 지속적으로 위협의 수위를 높여왔고 또 긴장을 고 조시키고 있다. 그래서 남한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이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남한에서 군사 훈련이라도 할라치면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인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남과 북은 목소리만 높일 뿐 아직은 긴장이 전쟁으로 연결되지 30_ 물론 일본에 파견한 통신사의 일부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보고한 사람도 있었고, 또 이이는 임진왜란 이전에 10만 양병설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당파 싸움으로 인한 파쟁으로 국방정책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20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마음을 놓지 않는다. 또다시 연평도 포격사 건과 같은 사건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한다. 어쩌면 북한이 더 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고 미심쩍어 한다. 그래서인지 북한 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거나 말로 위협을 가할 때마다 남한에선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사실 지금까지 북한은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장소, 방법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왔다. 그래서 북한의 핵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과연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 격할 수 있을까도 그렇고, 말 그대로 긴장이 있은 후에 핵무기를 사용 할지 아니면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기습적으로 사용할지를 궁금해 한다. 만일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태에 대응태세를 갖추고 이를 준비하 기 위해선 예측이 필요하고 또 예측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그래 서 사람들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이 위협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공격 을 감행하는 것이라면 징조는 무엇인지, 또한 북한이 사전에 아무런 경 고 없이 남한을 상대로 전쟁이나 핵공격을 하려고 한다면 그 징조는 어떻게 포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물론 징조를 파악하는 것 은 위성이나 조기경보통제기 등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실은 포켓을 옮기는 것을 감지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선인 것은 북 한의 최종결정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핵공격이라는 결심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지 파악 하려고 합리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무모한 선택을 할 만큼 비합리적인 사람들인지, 아니면 단지 위협으로만 이용하는 나름 합리적인 사람들 인지가 남북관계를 분석하는 연구에 화두가 되어 온지는 오래되었다. 다시 말해 적지 않은 연구들이 북한의 행동을 전망하고 예측하려고 북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21
한 정책결정자(들)가 합리적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본 절에서는 합리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북한은 과연 합리 성이 있는 행위자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고 준비하는데 무엇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하였다. 보통 북한을 두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국가로 묘 사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똘아이 라는 속된 말로 북한을 지 칭하기도 한다. 이렇게 북한을 비이성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국가로 비 하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정상국가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 약속을 파기하는 것을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하 고, 그 핑계를 외부로 돌리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국제사회의 경고 나 제재가 있기 전후의 북한 행태를 보면 쇠귀에 경 읽는다는 어구가 딱 들어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조차 들기도 한다. 때로는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그들에게 전혀 득 될게 없을 것 같은 사안에서조차 조금도 물 러서질 않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면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행동을 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만 대규모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외부와의 협력은 배척하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행 동도 한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과 모습들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북한 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여기지 않는다. 북한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관련 연구에 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북정책을 구상하는데 있어 북한이 합 리적인 행위자라는 가정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1 이러 31_ 이러한 주장에 관한 연구는 다음을 참조. 남만권, 북한의 전략적 선택: 2006-2010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07), p. 143; 박휘락, 남북관계의 제로섬적 본질회귀와 한국의 정책방향: 게임이론과 합리적 모형의 적용, 국제관계연구, 제14권 1호 봄 호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2009), p. 98. 22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한 주장은 합리성을 이성(reason)을 보유하거나 적용하는 것 혹은 건 전한 판단이나 좋은 감성이라는 정의 하에 이를 기준으로 최선의 대안 을 선택하는 것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고 있다. 32 말하자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도 모자람이 없는 행위를 합리적인 행위로 본다. 북한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자라는 전제를 깔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 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 의외로 단순하다. 북한이 합리적으로 행 동한다는 전제하에 세워져야 하는 대응책과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하에 세워져야 하는 대응책이 서로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항상 비합리적인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북한은 주민들의 경제적인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들을 고안하곤 한다. 그 방법이 옳건 그르건 그들도 그런 정책들이 필요하 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행동은 분명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의 기준을 잣대로 사용하면 북한은 합리적으로도 또 비 합리적으로도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남한의 대응책은 어떤 방향이어 야 하는 걸까? 북한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비합리적으로 대응을 하 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북한이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하건 남한은 합리적으로만 대응하면 되는 것일까? 언제 북한이 합리적이고 또 언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기 준을 찾을 필요는 없을까?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책 국부론에서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33 이와 같이 합리적 선택이론에서 말하는 합리성(rationality)은 32_ 박휘락, 앞의 글, p. 92. 33_ 애덤 스미스 지음, 김수행 옮김, 국부론 (서울: 동아출판사, 1996), p. 22.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23
앞의 합리성 정의와는 차이가 크다. 간단히 요약하면 행위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는 수단을 선택 하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이며 합리성이 있다고 정의를 내린다. 34 물론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 행위자가 선택한 수단은 추구하는 목적에 적합한 것일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 요한 것은 행위자가 특정한 수단을 선택할 때 그것이 최선의 수단으로 생각했다면 그 자체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면 합리적 선택이론에서 말하는 합리성을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히틀러는 수도 없이 많은 유태인을 학살하였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두고 히틀러는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또 비합리 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그러나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의 시각은 다르다. 합리적 선택이론에서는 히틀러의 살인행위 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본다. 물론 유태인 학살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 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히틀러의 야만스러운 선택임에는 틀림없다. 하 지만 그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목적이 유태 인이 없는 세상이었든 아니면 순수한 독일 게르만 민족의 혈통을 보존 하려는 것이었든 그 목적을 위해서 최선이라고 선택한 것이 유태인 학 살이었다면 히틀러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다. 행위자의 합리성에 대해 비판에는 다음과 같은 주장들이 있다. 행위자는 어떤 요인에서건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 34_ 합리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을 참조. 홍우택, 북한 핵문제의 전망과 대응책: 정책결정모델(Decision Making Model)을 이용한 전략 분석 (서울: 통일 연구원, 2012), pp. 27~29; James D. Morrow, Game Theory for Political Scientists (Princeton: The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4), pp. 17~20. 24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니라고 한다. 35 또한 행위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결 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자의 모든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 명하였듯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선택을 했다 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선택이었다고 믿는 상태에 서 선택을 했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선택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더라 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선택은 행위자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으로 믿었기 때문 이다. 합리성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분석한 사례는 니콜슨 (Michael Nicholson)의 게임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델은 9 11 테러를 겪은 미국이 불량국가나 테러집단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여겨 야 하는 것인지 여부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니콜슨은 비행기를 납 치하여 인질과 비행기를 폭파하려는 테러리스트와 이를 막으려는 정 부와의 게임을 모델화 하였다. 이 모델에서 정부는 테러리스트가 합리 적인 행위자라고 판단을 하고 테러리스트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부는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또 비행기를 폭파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의 합리적 선택 범 주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부의 믿음과는 달 리 테러리스트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행위자가 아니기 때문에 비행 기는 테러리스트의 손에 의해 폭파된다고 보고 있다. 36 즉, 니콜슨은 35_ 박휘락, 북핵 위협과 대응 (서울: 한국학술정보, 2013), p. 29. 36_ Michael Nicholson, Rationality and the Analysis of International Conflict (Cambridge: Th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2), pp. 80~81.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25
테러리스트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행위자라고 믿은 정부의 억지실 패를 모델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인 니콜슨의 논리는 아래의 <그림 Ⅱ-4>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림 Ⅱ-4>는 정부와 테러리스트 간의 전략적 선택과 그에 따른 이득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선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 는 타협을 거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다. 정부가 굴복을 하면 상황은 종료된다. 반면에 정부가 타협을 거부하면 테러리스트는 두 가지의 전략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즉 비행기를 폭파 하거나 아니면 물러서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균형점은 정부는 타협을 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는 굴복을 하는 (0, -200)이다. 37 즉 정부와 테러 리스트가 모두 합리적인 행위자라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고, 정부와 테러리스트가 각기 합리적 선택을 한 조합이 균형점이 되는 (0, -200)지점이다. 이 모델에서 니콜슨은 정부 가 테러리스트의 요구에 타협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비행기를 폭파 하지 않고 정부에 굴복하는 것이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이라고 설정하 였다. 말하자면 목숨보다 더 큰 가치나 이득은 없다고 본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다른 어느 것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어떤 일에 매달리는 것을 비합리적이라 고 생각한다. 결국 이 모델에서 정부가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을 비행기 를 폭파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굴복하는 것으로 설정한 것은 일반 적인 기준으로 합리성을 판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행위 37_ 게임의 균형점은 역추론(backward induction)의 방식으로 찾는다. 먼저 테러리스트 는 비행기를 폭파할 경우 -300 을 얻지만 굴복을 하면 -200 을 얻기 때문에 굴복 을 선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타협을 하지 않으면 0 을 취하지만, 굴복이라는 선택 을 하면 -100 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비타협을 선택하고 테러리스트는 굴 복을 선택하는 지점이 균형점이 된다. 26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자의 합리성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부가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억지 에 성공하는 것이 이 모델에서의 균형점이다. 그림 Ⅱ-4 정부와 테러리스트의 합리적 선택 게임 38 비행기 폭파 [-200, -300] 비타협 테러리스트 정부 굴복 [0, -200] 굴복 [-100, 100] 그러나 니콜슨은 테러리스트는 합리적이 아니라 비합리적이기 때문 에 정부의 억지는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 정부에 최대의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선택을 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이고, 그래서 테러리스트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정부는 억지에 실패한다고 본다. 39 니콜슨의 논 리를 위의 그림에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테러리스트는 정부에 최대 의 손실 (-200)을 입힐 수 있는 비행기 폭파를 선택하고, 정부는 테러 리스트가 합리적이라고 믿는 까닭에 굴복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 고 비타협을 선택하지만, 결과는 정부는 타협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는 비행기 폭파를 하는 (-200, -300)이 균형점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38_ Michael Nicholson, Rationality and the Analysis of International Conflict, p. 80. 39_ Ibid., pp. 80~81.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27
니콜슨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합리성에 기반을 둔 설명이나 예측이 테러리스트와 같이 비합리적인 행위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이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은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제2차 세계대전시기 일본 가미가제 특공대 의 자살공격, 알카에다의 자살폭탄테러 등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 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명예롭게 죽는 것이 불명예스럽게 사는 것 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여 길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이라는 선택은 그들의 합리적 선택 범주 안 에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히틀러의 만행이 히틀러에게는 합리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니콜슨의 모델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일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오는 선택이 아니라, 정부에 최대의 손실을 끼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테러리스트의 목적이라면, 그것은 테러리스트의 입 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정부는 테 러리스트가 비합리적인 행위자이기 때문에 억지하는 것을 실패한 것 이 아니다. 억지가 실패한 이유는 정부가 잘못된 기준으로 테러리스트 의 합리성을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을 제대로 판단하였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아래의 <그림 Ⅱ-5>는 정부가 테러리스트의 합 리성을 제대로 판단하였다는 가정 하에 니콜슨의 모델을 재구성한 것 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테러리스트는 정부에 최대의 손실을 가져오는 선택을 최대의 이익을 가져오는 선택(-200, -200)이라고 믿는다. 즉 정부가 타협하지 않는 것에 굴복(-300)하는 것보다 비행기를 폭파 (-200)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테러리스트의 이러한 선 호도를 아는 정부는 비행기가 폭파되는 것(-200)보다 굴복(-100)하는 28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편이 낫다고 여기게 되고, 결국 테러리스트의 협박에 정부가 굴복하는 것(-100, 100)이 균형점이 된다. 그림 Ⅱ-5 니콜슨 모델을 재구성한 게임 비행기 폭파 [-200, -200] 비타협 테러리스트 정부 굴복 [0, -300] 굴복 [-100, 100] 위에서 살펴본 두 개의 모델 상에서 정부의 억지가 성공했다는 것은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타협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테러리스트 는 비행기를 폭파하지 않고 정부에 굴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결 과들은 나름 흥미있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니콜슨은 억지가 실패하는 이유를 테러리스트가 비합리적인 행위자이기 때문이라고 보 았다. 그러나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억지가 실패 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다. 정부는 테러리스트의 협박에 타협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는 굴복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테러리스트는 정부의 비타협에 대응해 비행 기를 폭파하는 선택이 최선의 선호도였다. 말하자면 테러리스트의 합 리성에 대한 정부의 오판이 억지의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테러리스트의 합리성과 그들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억지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의 그림에서 살펴본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29
모델의 결과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정부가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을 정 확하게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이때는 정부가 굴복이라는 선택을 하기 때문에 억지에 실패하게 된다. 테러리스트와의 타협은 받아들일 수 없 다는 정부의 선택에 비행기를 폭파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믿는 테러리스트의 선호도를 정부가 인지한다면, 정부의 선택은 테러리스트 의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 되기 때문에 억지에 실패하 게 된다. 결국 앞의 분석 결과들은 정부가 파악하는 테러리스트의 합 리성 정확도 유무는 억지의 성공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흥미로운 결 과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갖는 합리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 구들은 하나의 행동을 두고 합리적 혹은 비합리적이라고 보느냐의 차 이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나올 수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본다. 40 또 한 북한이 어떠한 정책선호도를 갖는 합리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 야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북한을 비합리적으 로 행동하는 행위자로 보게 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의 착지점 을 예측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외교정책의 규칙성과 합리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목적지향적 (goal orientation)이라는 측면에서의 합리성뿐만 아니라,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한 수단에서도 합리성을 찾아야 북한의 대외정책을 정확히 이 해할 수 있다고 본 연구도 있다. 41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합리성을 규명해 낸다는 것이 행위 40_ 박상현, 북한 대외정책의 합리성에 관한 고찰, 통일정책연구, 제18권 1호 (서울: 통일연구원, 2009), pp. 34~35; 박휘락, 남북관계의 제로섬적 본질회귀와 한국의 정책방향: 게임이론과 합리적 모형의 적용, pp. 92~93. 41_ 박상현, 위의 글, pp. 38~39. 30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는 있어도 억지의 성공여부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위의 결과에서는 억지의 성공여부는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상 대방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지니고 있는 합리성 을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행위자의 합리성은 바꿀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에 답을 먼저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라고 할 수 있다. 특정 행위자의 합리성은 행 위자 마다 다른 것이지, 만인에 공통적인 합리성이 아니기에 불가능하 지 않다. 앞의 히틀러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행위자에게 공통 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합리성의 기준이나 요인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 다. 내가 딸기, 바닐라, 초코 아이스크림 순의 선호도를 갖고 있다고 해 서 상대방도 같은 선호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히틀러의 비상식처럼 사슴의 피로 맛을 낸 아이스크림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는 행위자도 있을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선호도를 갖고 행위자의 합리성 을 바꾸려면 사슴의 피를 구매할 수 없게 만들어 사슴피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없게 하거나, 초코 아이스크림은 건강에 좋지 않아 수명을 단 축시킬 수 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음 장에서 는 본 연구의 핵심 주제인 북한의 핵 미사일을 억지하기 위해서 북한 이 지니고 있는 합리성과 그에 따른 합리적 선택 선호도를 어떻게 변 화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Ⅰ Ⅱ Ⅲ Ⅳ 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의미 31
Ⅲ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33
1. 인식의 변화와 군사력 앞장에서 도출한 결과를 보면 억지의 대상인 행위자가 합리적인지 의 여부는 억지의 성공여부와는 관련이 없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 면 상대방을 비합리적인 행위자로 오판했을 시에도 억지는 실패하며, 상대방의 합리성을 정확히 판단하였다고 하더라도 억지에는 실패할 수 있었다. 결국 억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합리성, 즉 그들이 생각하는 선호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앞장의 결과가 제시하는 함의였다. 사실 억지라는 것은 상대방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인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상대방이 생각하는 선호 도의 순서를 뒤바꾸는 것이다. 선호도의 순서를 뒤바꾸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각각의 대안이 지니는 비용 대비 이득 을 비교하고 평가한 결 과가 선호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억지에 관한 정의를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 진다. 일반적으로 억지란 위협을 통해 상대방이 바람직하 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단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42 이때 억 지를 당하는 상대방은 비용과 이득을 비교하여 특정 행동을 단념할지 아니면 끝가지 시도 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결국 억지라는 것은 상대 방이 최우선 순위에 두었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을 차선이나 그 뒤 의 선호도로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억지에 관한 연구나 시각들은 이렇게 비용 대비 이득 의 관점에서 억지를 바라본다. 억지를 크게 징벌의 위협을 통한 억지 (deterrence by the threat of punishment) 와 거부에 의한 억지 42_ Lawrence Freedman, Srinath Raghavan and Paul D. Williams (eds.), Coercion, in Security Studies (New York: Routledge, 2013), p. 208.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35
(deterrence by denial) 로 구분한 시각도 이러한 관점과 마찬가지다. 징벌의 위협을 통한 억지는 상대방이 나를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 용보다, 공격을 받은 나의 징벌로 상대방이 피해를 입게 되는 비용이 더 크다고 인식시켜 억지를 하는 것을 말한다. 43 반면에 거부에 의한 억지는 나를 공격해서 발생하는 비용을 높여 상대방이 자신의 목적을 성취할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억지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징벌 에 의한 억지는 나의 징벌에 따르는 비용을 상대방에 인식시키는 것이 고, 거부에 의한 억지는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 여 부를 재인식시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44 비용 혹은 이득의 관점으 로 억지를 바라본 시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셸링(Thomas Schelling) 은 잠재적인 적으로 하여금 특정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그에게 이득이 라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이 억지라고 이득의 관점에서 억지를 판단하 였다. 45 그리고 억지이론의 논리적 근간을 특정한 행동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이득을 초과한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비용을 강조한 시각도 있다. 46 궁금한 점이 있다면 비용을 강조하는 억지와 이득을 강 조하는 억지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궁금증은 행위자 를 위험회피(risk aversion)적인 행위자와 위험감수(risk acceptance) 43_ Alex S. Wilner, Deterring the Undeterrable: Coercion, Denial, and Delegitimization in Counterterrorism,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Vol. 34, No. 1 (February 2011), pp. 6~7. 44_ Glenn Snyder, Deterrence and Defense: Toward Theory of National Security (Princeton: The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1), pp. 14~15; Avery Goldstein, Deterrence and Security in the 21st Century: China, Britain, France and the Enduring Legacy of the Nuclear Revolution (Stanford: The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0), pp. 26~32. 45_ Thomas Schelling, The Strategy of Conflict (Cambridge: The Havard University Press, 1960), p. 9. 46_ Alex S. Wilner, Deterring the Undeterrable: Coercion, Denial, and Delegitimization in Counterterrorism, p. 5. 36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적인 행위자로 나누어서 풀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성격의 행위자는 이익이 커 보이더라 도 이에 따르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면 특정행동을 하지 않는 행위자를 일컫는다. 반면에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자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 익이 크다고 생각되면 특정행동을 하는 행위자로 간주한다. 47 도박을 예로 들면 각각의 두 행위자가 지닌 성질특성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자는 돈을 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판돈비용 이 얼마가 들건 개의치 않는다. 반면에 위험을 기피하는 행위자는 주 위 사람들이 도박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을 해도 기본적으 로 드는 비용이 아까워 도박을 멀리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위험감수 적인 행위자는 이득을 먼저 계산하고 위험회피적인 행위자는 비용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감수적인 행위자에게는 도박으로 딸 수 있는 이득을 줄이게 되면 도박을 멀리하게 될 것이고, 위험회피적인 행위자에겐 도 박비용을 높임으로써 도박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는 추론이 가능해 진다. 앞의 도박의 예를 억지에 대입하면 억지의 방 향을 유추할 수 있다. 만일 상대방이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자라면 나 의 억지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비용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나 를 공격해서 얻게 되는 이득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향이 억지의 방향이 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위험을 회피하는 행위자라 47_ 위험감수적 행위자와 위험회피적인 행위자에 대한 설명은 다음을 참조. Bruce Bueno de Mesquita, Principles of International Politics: People s Power, Preferences, and Perceptions (Washington, D.C.: CQ Press, 2000), pp. 255~ 257; Edward Cartwright, Behavioral Economics (New York: Routledge, 2011), pp. 87~89; 홍우택, 북한 핵문제의 전망과 대응책: 정책결정모델(Decision Making Model)을 이용한 전략 분석, pp. 39~41.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37
면 나를 공격해서 얻는 이득이 많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면 공 격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추할 수 있는 정책방향은 나를 공격하게 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억지를 당하는 상대방은 무엇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하 며, 무엇을 기준으로 이득을 판단하는 지가 새롭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 된다. 우선 비용을 계산하는 기준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 다. 예를 들어 억지를 당하는 국가는 상대방의 억지를 무시하고 공격 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이 국가는 자신의 공격으로 억지를 하 는 국가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공격 에 대응해 상대방이 보복공격을 하면 내가 감수해야 하는 피해는 어느 정도일지에서부터, 상대방의 보복공격 능력 수준에 이르기까지 판단을 하고 계산을 해야 한다. 이때 억지를 당하는 국가는 자신과 억지하는 국가의 군사적 능력, 즉 상대적인 군사력을 비용을 산정하는 판단 기준 으로 삼을 것이다. 결국 억지를 당하는 국가는 자신과 상대방의 군사 력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한다고 볼 수 있다. 비용을 계산하는 기준에 비해 이득을 산정하는 기준을 찾는 것은 간 단치 않아 보인다. 고대의 역사를 보면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는 금은 보석 등의 전리품을 챙겼으며, 영토를 늘리거나 상대방 국가의 시민을 자신의 군대로 편입하여 세를 늘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전쟁에서의 승리 자체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로 추앙했던 경우도 있었다. 이런 면 에서 보면 전쟁에서 승리했을 경우에만 취할 수 있는 유 무형의 가치 를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대치인 것이다. 따라서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으로 이득을 계산한 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역시 상대적인 군사력일 수밖에 없다는 점 38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이다. 문제는 자신과 상대방의 군사력이 동등한 수준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국가도 있을 것이며, 상대방보다 군사력이 월등해야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국가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상대적인 군사력은 국가가 비용과 이득을 산정하는 기준 역 할을 한다. 결국 앞에서 위험회피적인 행위자를 억지하기 위해선 나를 공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높여야 하고, 위험감수적인 행위자 는 나를 공격해서 얻게 되는 이득을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이것은 명 확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를 게 없다고 볼 수 있다. 다 시 말해, 비용과 이득을 산정하는 기준이 동일하다면 비용의 시각으로 보는 억지의 방향과 이득의 시각으로 보는 억지의 방향을 굳이 구별하 는 것은 무의미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면 정말 억지를 해야 하는 객체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억지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것이라 고 볼 수 있다. 48 또한 위험회피적인 행위자는 현상을 타파하기 보다 는 유지하려는 욕망이 보다 강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억지가 필요한 대상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자인 것이다. 또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자는 자신의 군사력이 월등히 강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 보다는, 상대방과 군사력이 동등함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다고 믿는 행위자일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절에서는 상대적인 군사력 을 바탕으로 더 구체적으로 억지의 방향을 살펴보겠다. 48_ 억지(deterrence)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정책이고, 강압(compellence)은 현상을 타 파하려는 정책이라고 보며 해당 연구는 다음을 참조. Wyn Q. Bowen, Deterrence and Asymmetry: Non-State Actors and Mass Casuality Terrorism, Contemporary Security Policy, Vol. 25, No. 1 (April 2004), p. 58.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39
2. 상대적 군사력의 종류와 핵억지이론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억지는 상대방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상대방은 비용과 이득을 비교하여 나의 억지를 판단하는 까닭에, 억지는 상대방의 비용 대비 이득 계산에 영 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보았다. 그리고 억지의 대상 국가 는 상대적인 군사력을 기준으로 비용과 이득 계산을 한다는 것도 살펴 보았다. 또한 위험회피적인 행위자는 비용에 관심을 두며, 위험감수적 인 행위자는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유추하였고, 이들을 억지하 기 위해선 어떠한 억지방향이 되어야 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 도 살펴보았다. 특히 억지의 대상자는 위험감수적인 행위자일 가능성 이 높기 때문에 이를 억지하기 위해선 전쟁에 승리할 수 있는 기대치 를 낮추는 것이어야 하며 이는 어떠한 방향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의 필요성도 제기하였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억지이론을 바탕으 로 위에서 제기한 필요성을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우선 상대 적인 군사력의 종류를 살펴보고, 그 다음 각각의 억지이론으로부터 국 가들은 어떻게 비용과 이득을 산정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겠다. 보통 핵무기를 포함한 상대적인 군사력은 네 가지로 구분을 한다. <그림 Ⅲ-1>은 상대적인 군사력을 기준으로 구별한 네 가지의 억지 구조 혹은 핵대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마름모의 하단 오른쪽 축은 B국가가 A국가를 핵으로 공격하여 살상할 수 있는 인구의 퍼센트이 며, 왼쪽 축은 A국가가 B국가를 핵으로 공격한 경우다. 그림의 정 중 앙에는 세 가지의 억지구조가 있는데 위로부터 아래로 재래식 무기의 균형(cone of war),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그리고 상호확 40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이하 MAD)로 나열되어 있 다. 이 세 가지 억지의 구조들은 두 국가 간의 상대적인 핵능력이 상호 균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에 두 국가 중 어느 한 국가가 우월한 상대적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는 오른 쪽과 왼쪽 꼭짓점에 해당 하는 부분으로 대량보복상황(Massive Retaliation: 이하 MR)이라고 지칭한다. 그림 Ⅲ-1 억지의 구조 49 재래식 무기의 균형 (COW) 0 대량보복 (MR) 공포의 균형 (BOT) 대량보복 (MR) 0 A 국가가 B 국가에게 입힐 수 있는 피해정도 상호확증파괴 (MAD) 100 B 국가가 A 국가에게 입힐 수 있는 피해정도 49_ Ronald L. Tammen, et al. (eds.), Power Transitions: Strategies for the 21st Century (New York: Seven Bridges Press, 2000), p. 85 재인용.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41
각각의 억지구조가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그림 하단의 꼭 짓점에 해당하는 MAD는 두 국가 모두 상대방에게 전멸에 가까운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MAD 구조에서는 어느 한쪽도 1차 공격으로 상대방의 핵군사시설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으로부터 2차 보복공격을 감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2차 보복공 격능력을 보유한 두 국가 간에 발생하는 핵전쟁은 상호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과의 관계가 대표적인 상호확증파괴 구조였다. 2차 보복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핵폭탄 과 운반시설을 생산하였고, 이를 넓은 지역에 산재시켜 상대방이 핵공 격을 감행하더라도 모두 파괴되는 것을 막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핵무기를 보관하는 기지를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만드는 동시에 핵무 기를 잠수함과 같은 이동 수단에 분산시켜 상대방이 쉽게 찾아내지 못 하도록 하였다. 50 결국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으 로부터 핵공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살아남은 핵무기를 통해 상대방에 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그림 Ⅲ-1>의 가운데 해당하는 공포의 균형은 MAD와 동일하게 핵능력 면에서 두 국가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는 하나 어느 국가도 2차 보복공격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다. 공포 의 균형에서는 선제적으로 핵공격을 한 국가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 성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앞의 상호확증파괴에서는 어느 일방의 선제 공격으로 상대방의 핵잠수함에 실려 있는 핵무기까지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지만, 공포의 균형에서는 상대방의 핵공격으로 보복할 수 있는 핵무기 능력이 모두 상실되는 상태를 일컫기 때문이다. 그리고 50_ 2차 보복능력을 갖추기 위한 미국과 소련이 기울였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 음을 참조. 이춘근,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서울: 나남출판사, 2007), pp. 357~358. 42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그림 Ⅲ-1>의 맨 윗부분의 재래식 무기의 균형(COW) 은 두 국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 능력 면에서만 균형 상태를 이룬 경우다. 이 상태에서는 상대방에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 를 주겠다는 위협은 통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림 Ⅲ-1>의 왼쪽과 오른쪽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억 지의 구조는 한 국가가 상대방에 비해 우월한 핵능력을 보유한 비대칭 적인 핵보유 상태를 일컫는다. MR이라 불리는 이 구조는 핵국가와 비 핵국가의 관계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과 일본의 관계도 그랬고, 또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의 관계는 우월한 핵능 력을 지닌 이스라엘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 간의 비대칭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 들에 의한 보복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억지의 구조는 두 국가 간의 핵능력을 기준으로 크 게 네 가지의 핵대치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핵무기의 상대적 능력별 로 구분한 각각의 핵대치 상황에서 상대방 국가를 억지할 수 있는 조 건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같은 억지의 구조를 놓고 도 각각의 이론들은 합리적인 국가가 계산하는 비용과 이득에 대해 서 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다시 말해 핵무기의 상대적인 능력을 기준 으로 억지의 조건을 내놓은 이론들-고전억지이론, 세력균형이론, 그리 고 세력전이이론-은 저마다 각기 다른 억지의 조건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각각의 핵억지이론이 주장하는 억지의 조건을 다시 한번 비용 대비 이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위험회피적인 국가와 위험감수 적인 국가 각각을 대상으로 어떠한 억지의 조건이 적합한지를 분석하 려고 한다.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43
가. 고전억지이론(Classical Deterrence Theory)의 시각 정책결정자가 전쟁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기 전에 신경이 곤두서 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쟁으로 인해 야기되는 비용이다. 그리고 보 통 정책결정자들은 상대방이 겪어야 하는 비용보다는 자신들이 감수 해야 하는 비용에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핵무기를 사용하 는 결정이라면 상대방이 겪는 피해 내지는 비용도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에 핵폭탄 투하를 결정하였 던 트루먼도 깊은 고뇌와 갈등에 시달렸다는 기록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51 이러한 시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고전억지이론이다. 즉 고전억지이론은 억지를 하는 행위자와 당하는 행위자의 비용을 모 두 전쟁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잡았다. 두 가지의 전쟁비용이 모두 높아지면 질수록 전쟁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낮아질수록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보았다. 결국 고전억지이론가들은 핵전쟁 에서는 모두에게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들은 될 수 있으면 핵전쟁은 피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전억지이론 에서 핵무기는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이라고 가정을 한다. 즉 핵무기는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는 억지의 방편으로만 효용성이 있을 뿐 공격용 은 아니라고 가정을 한다. 52 고전억지이론에서 핵무기의 용도가 방어용이라는 가정은 대부분의 핵억지구조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만들어 낸다. 즉 고전 51_ Wilson D. Miscamble, The Most Controversial Decision (Cambridge: Th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pp. 20~39. 52_ 고전억지이론의 시각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Frank C. Zagare, Classical Deterrence Theory: A Critical Assesment, International Interactions, Vol. 21, No. 4 (August 1996), pp. 365~387. 44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억지이론은 어느 일방의 핵무기 능력이 우월한 MR구조에서 핵무기는 방어용이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차 보복공격능력을 양 자가 모두 보유한 상호확증파괴 상황에서도 핵은 방어용이나 억지용 으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전쟁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즉 보복을 피 할 수 없는 상호확증파괴 상태에서도 전쟁비용이 높아지게 되고, 이 때 문에 두 국가 모두 전쟁을 할 결심을 내리지 못한다고 본다. 결국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되는 전쟁비용이 평화가 지속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상호확증파괴 구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량보복 구조에 대한 고전 억지이론의 해석은 논쟁의 여지가 다분할 수 있다. 물론 핵능력이 없 거나 열등한 국가가 우월한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은 고전억지이론의 논리맥락과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핵능력이 우월한 국가는 열등한 국가와의 전쟁에서 비용걱정을 하지 않고 전쟁 을 결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의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은 논 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이 이론가들은 핵무기는 방어용이 라는 가정을 내세워 논쟁을 피한다. 그러나 공포의 균형 구조를 설명하는데 있어 고전억지이론은 자신 들의 주요가정, 즉 핵무기는 방어용이라는 가정을 폐기하는 오류를 범 하고 있다. 고전억지이론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높은 억지의 구조는 공 포의 균형과 재래식 무기의 균형이다. 재래식 무기만이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 무기일 경우에는 낮은 전쟁비용이 국가들로 하여금 외교 정책의 연장수단으로 전쟁을 선택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 히 양 국가 모두 2차 보복공격능력은 없고 1차 공격능력만 있는 공포 의 균형 구조에서의 전쟁가능성은 재래식 무기로만 대치하고 있는 상 태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억지의 구조 상황에서 선제공격은 상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45
대를 재기불능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 의도가 불확실하거 나 혹은 양국 간에 갈등이 비화될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선제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유혹이 커진다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 공포 의 균형 구조에서의 선제공격은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고 전쟁으로 인 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고전억지이론이 지닌 논리적 허점은 핵무기의 용도에 대한 가정을 공포의 균형 구조에 서는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즉, 국가는 핵무기를 방어용으로만 사용 할 뿐이라고 가정을 하면서 공포의 균형 상황에서는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라고 본다. 나. 세력균형이론(Balance of Power Theory)의 시각 유럽의 국제정치 역사를 다룬 글들을 보면 세력균형이란 용어가 많 이 등장한다. 그만큼 동맹을 통한 세력균형 정책은 유럽의 정치사에서 흔히 목격되는 현상이었다. 아마도 세력균형이론의 배경에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력균형이론은 평화 를 만드는 조건으로 군사력의 균등(parity)을 꼽는다. 재래식 군사력의 균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핵군사력 면에서도 균등상태라 할 수 있는 공 포의 균형과 상호확증파괴 상황을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억지 구조로 보았다. 세력균형이론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가져오는 조건으로 군사력의 균등을 꼽은 이유는 고전억지이론과 마찬가지로 전쟁이 발생할 가능 성을 판단하는데 전쟁비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이론은 서 로 다른 방법으로 전쟁비용을 산정한다. 그리고 서로 상이한 비용계산 법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게 만든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고전억지이 46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론은 무기의 파괴력만으로 전쟁비용을 산정하였으며, 비용은 전쟁을 하는 해당국가들 모두가 입는 피해였다. 반면에 세력균형이론은 내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힘과, 상대방이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 는 힘을 비교하여 전쟁비용을 계산한다. 하지만 고전억지이론과는 달 리 나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비용은 내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에 국한 된다. 예를 들면, 힘이 균등한 상황에서는 내가 상대방의 팔을 부러뜨 리기 위해선 나의 팔도 부러지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은 반면, 힘이 우월한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팔을 부러뜨리는데 감수 해야 하는 비용이 내 손등에 생기는 손톱자국이기 때문에 비용은 낮다 는 것이다. 그래서 세력균형이론은 군사력 면에서 균등한 모든 억지의 구조에서 전쟁가능성은 낮다고 판단을 하고, 내가 상대방에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대량보복상황에서 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판단한다. 결국 세력균형이론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는 군사력 면 에서 우월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53 각각의 억지의 구조에 대한 세력균형이론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정리 하면, 군사력이 상호 균형을 이루는 재래식 무기의 균형, 공포의 균형, 그리고 상호확증파괴에서 전쟁 가능성이 낮고, 그 중에서도 전쟁비용 이 가장 높은 상호확증파괴가 세력균형이론에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평 화로운 억지의 구조다. 그러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억지의 구조와는 달 리 군사력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군사력이 우월한 국가의 전쟁비 용은 줄어들게 되고 그래서 군사력이 우세한 국가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대량보복구조를 가장 불안정한 상태로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세 력균형이론가들은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과 같 53_ 세력균형이론의 시각과 주장은 다음을 참조. Kenneth N.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Reading: Addison-Wesley, 1979), pp. 161~193.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47
이 균형을 깨트릴 수 있는 정책을 반대하였다. 즉, 전략방위구상은 한 쪽의 군사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상호확증파괴 구조 가 가져오는 안정을 대량보복구조로 인해 야기되는 불안정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조성된 대량보복구조에서는 공격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략방위구상으로 방어력까지 확보하게 되는 국가가 전쟁 의 유혹까지 갖게 된다고 보았다. 심지어 대량보복구조에서는 상대방 의 의도에 대해 의심을 품은 우월한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연구도 있다. 54 즉, 상대방 의 도가 불확실한 것이 전쟁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본 것이다. 비록 상호확 증파괴 구조에서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쟁을 결심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고려해야 하지만, 대량보복구조에서 핵능력이 우월한 국가는 상대방이 보복공격을 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 쟁이 발생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전억지이론은 공 포의 균형 구조에서 선제공격의 유혹이 존재한다고 본 반면, 세력균형 이론은 대량보복구조에서 그러한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 세력전이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의 시각 인간이나 국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는 점에서 세력 전이이론은 고전억지이론 그리고 세력균형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그 러나 세력전이이론은 전쟁과 평화의 조건에 대해 세력균형이론이나 고전억지이론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간단히 요약을 하면 세력균형이론에서는 군사력의 균등이 평화의 조건인 반면, 세력전이이 54_ Robert Powell, Nuclear Deterrence Theory: The Search for Credibility (Cambridge: Th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pp. 26~32. 48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론에서는 전쟁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다. 세력균형이론은 군사력이 우 월한 국가가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 석을 하지만, 세력전이이론은 우월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면 굳이 전 쟁을 통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의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 기 때문에 평화가 유지된다고 본다. 세력전이이론은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 여부를 두 가지 변수의 조합 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국제질서 혹은 두 국가사이에 존재하는 질서에 대한 만족도 여부이고, 다른 변수는 상대적 국력이다. 55 국제질서에 불 만을 품고 있던 국가가 서서히 국력을 키워 균등한 국력을 보유하게 되면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6 그 이유는 전쟁에서 승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질서를 세우게 되면 새로운 질서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이 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전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세력균 형이론에서는 상대방의 팔을 부러뜨리는 비용이 내 손등에 긁히는 상 처정도여야 전쟁을 일으킬 결심을 하지만, 세력전이이론에서는 상대방 의 팔을 부러뜨리는 대가로 나의 팔도 부러질 수 있어도 전쟁에서 승 리 후 취하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전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는 기존에 국력이 약했던 국가인 것이다. 55_ 세력전이이론은 국가 간의 관계는 항상 질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그 질서 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국제질서, 역내질서, 그리고 양자관계의 질서가 있다고 본다. 세력전이이론은 전쟁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대적 국력의 배분 구조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질서에 대한 만족도 두 변수의 조합을 사용한다. 즉, 질서에 만족하지 못하는 도전국가의 국력상승이 방어국의 국력과 균등하게 되면 도전국가는 전쟁을 선택하여 질서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 것을 시도한다고 본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조. Ronald L. Tammen, et al. (eds.), Power Transitions: Strategies for the 21st Century, pp. 3~43. 56_ 세력전이이론의 시각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A.F.K Organski, World Politics (New York: Knopf, 1958), pp. 299~338; A.F.K. Organski and Jacek Kugler, The War Ledger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0), pp. 13~63.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49
세력전이이론은 핵전쟁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전억지이론이나 세력 균형이론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질서의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국가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핵무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안정적으로 평화가 유지되는 반면, 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국가가 균등에 가까운 핵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전쟁의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상호확증파괴 구조와 동일하게 질서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가 의 대량보복구조 상황에서도 전쟁의 가능성은 존재하며, 전쟁의 가능성 이 낮은 구조는 오직 질서에 만족하는 국가가 대량보복의 지위를 차지하 는 경우라고 주장한다. 즉 현상유지 질서를 지키려는 국가가 핵무기 능 력 면에서 우월한 경우만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세력전이이론은 상호확증파괴 구조나 대량보복구조보다 핵전쟁의 가능성이 높은 구조 가 공포의 균형과 재래식 무기의 균형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다른 억지이론과 마찬가지로 전쟁비용과 관련이 있다. 세력전이이론에서도 전쟁비용은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동을 한다. 그래서 핵무 기의 존재도 전쟁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앞의 <그림 Ⅲ-1> 억 지의 구조에서 재래식 무기의 균형에서 공포의 균형을 거쳐 상호확증파 괴로 내려오면서 전쟁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는데 이는 전쟁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전억지이론이나 세력균형이론이 상 호확증파괴 구조에서 전쟁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는 반면 세력전이이론은 전쟁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57 57_ 세력전이이론에서 확장된 억지이론에 관한 시각은 다음을 참조. Jacek Kugler and Douglass Lemke (eds.), Parity and War: Evaluations and Extensions of the War Ledger (Ann Arbor: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1996), pp. 231~ 270; Jacek Kugler, Political Conflict, War, and Peace, Ada W. Finifter (ed.), Political Science: The State of the Discipline II (Washington, D.C.: 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1993), pp. 483~509. 50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세력전이이론이 다른 이론들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비용뿐 만 아니라 이득도 변수로 상정하여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분 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 국가 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 질서에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상대적인 핵능력과 연결하여 전쟁 이 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전쟁과 같은 경우도 핵무기의 폭발로 인한 피해에 대한 공포심과 비용이 핵전쟁을 원천적으로 막는 데는 불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균등한 상황이 되면 기존의 질서와는 다른 질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핵능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쟁에서 이겨 새로운 질서를 건설하게 되어 얻는 이득이 전쟁을 함으 로써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상회한다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핵억지이론과 북한의 인식변화 손자병법에는 병자궤도야( 兵 者 詭 道 也 )란 구절이 있다. 전쟁은 상대 방을 속이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구절을 뒤집어 보면 속임수를 이용 해 상대방이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전쟁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속임수를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억지 의 경우가 그렇다. 속이기보다는 객관적인 사실로 상대방의 인식을 변 화시키는 것이 한결 안정적인 억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냉전시기에 미국과 소련 간에 상호억지가 성공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속여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과 소련은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51
자신들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 해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억지가 성공한 것이었다. 손자병법에는 또 다른 구절이 있다. 칠계( 七 計 )중의 하나로 전쟁을 하기 전에 어느 나라 군대가 더 강한가를 꼭 비교해 보아야 한다는 구 절이다. 상대방의 군사능력을 섣불리 판단하게 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군사적 능력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다시 억지의 예를 들면 나의 군사력에 대 해 상대방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 가는 억지의 성공과 실패를 좌 우하게 된다. 북한이 남한의 군사력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 지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남한의 인식 은 이것이다 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한쪽에서는 북한의 군사력은 노후 된 무기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현대화한 남한의 군사력이 우월하다 는 시각이 있는 반면, 북한의 장사정포와 같은 무기는 낡았다고는 하더 라도 워낙 숫자가 많기 때문에 현대화된 남한의 군사력과 비등하게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를 남 북 간 군사력 비교 계산에 넣게 되면 남한의 군사력이 우월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를 억지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은 어떠한 능력을 갖고 있어야 북한을 억지할 수 있을까 헤아려 보아야 하고, 또 북한이 위험감수적인 행위자라면 남한은 어떠 한 억지능력을 북한에 인식시켜야 하는지도 가늠해 보아야 한다. 이번 절에서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앞의 절에서 살펴본 핵억지이론으 로 비교 검토하여 평가하려고 한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서 이번 절에 서는 우선 남한과 북한 두 국가만을 검토대상에 놓고 분석하였다. 앞 절에서 살펴본 핵억지이론의 근간은 전쟁의 가능성을 상대적 군 사력의 균등 내지 불균등 여부로 유추하였다. 각각의 이론들은 전쟁비 52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용의 높고 낮음을 척도로 국가 내지 정책결정자가 전쟁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 이 논리를 뒤집어 보면 나와 상대방 의 군사력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여부가 전쟁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란 말과 같아진다. 결국 억지라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특정한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인식은 상대방이 자신의 군사력과 비교한 결과로 만들어 진다. 크게 보면 상 대방이 인식할 수 있는 종류는 자신이 우월하다, 자신이 열등하다, 그리고 상대방과 균등하다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 이 어떻게 인식해야 억지가 성공할 수 있는지 다시 억지이론을 기준으 로 정리해 보겠다. 우선 고전억지이론을 살펴보면 공포의 균형 구조 외에 핵전쟁의 발 발 여부는 핵무기의 존재와는 상관이 없다. 핵무기 자체가 전쟁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에 나의 핵능력과 상대방의 핵 능력이 대등하건 아니건 핵전쟁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북한이 핵능력 면에서 우월하다고 인식을 해도 핵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으며, 북한의 핵능력이 남한과 비등하다고 인식을 하더라 도 북한이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과 같다. 결국 남한의 억 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고전억지이론은 논리적인 일관성 면에서 매 우 취약하다. 이 이론은 핵무기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라는 가정 을 하지만, 공포의 균형 상태를 설명하면서는 이 가정을 폐기한다. 즉, 상대방이 2차 보복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의 핵무기는 선제 공격을 통해 전쟁의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핵전쟁이 발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전억지이론의 시각으로 보면 만일 북한이 남한과 군사력을 비교하여 공포의 균형상태라고 인식하게 되면 북한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53
이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남한이 2차 보복능력까지 갖추었다는 인식을 북한에게 심어주지 않는 한 섣부 르게 핵무장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북한을 포함해서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시도한 국가들의 행태 를 설명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설명력이 떨어진다. 즉, 미국이 핵무장 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소련은 핵무장을 할 필요가 없었고, 인도와 파 키스탄, 동북아에서의 북한도 마찬가지다. 세력균형이론의 논리에 의하면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만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서로 핵무기를 보 유하게 되어 균형을 이루게 되면 전쟁의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세력균형이론에서 안정을 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균형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상대방과 균등 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면 상대방과 전쟁을 하려는 결정을 내리긴 어 렵다는 것이 세력균형이론에서 유추할 수 있는 억지의 방향이다. 다시 말해 남한도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핵군사력을 갖추고 있다고 북한이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최적의 억지가 될 수 있다고 해 석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남한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한 핵능력을 보 유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북한은 전쟁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세력균형이론의 논리가 제 시하는 합리적인 남한의 억지방향은 북한이 절대로 자신이 우월하다 고 인식하지 않도록 북한과 동등한 핵능력을 갖추어서 북한으로 하여 금 전쟁이라는 선택을 그들의 선호도에서 뒤로 밀려나게 만드는 것이 라 할 수 있다. 세력균형이론에서 이렇게 유추할 수 있는 억지방향의 타당성을 가 늠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의 핵군사력이 54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냉전이 열전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는 것은 세력균형이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내세울 수 있다. 또한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도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군사적 충돌은 있 었지만 핵전쟁으로 고조되지 않아 온 것도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의 논리로 이스라엘이 다른 중동국가들의 핵무장을 지 속적으로 방해하고 무력화시키는 행태를 설명할 수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냉전시기의 평화를 놓고도 세력전이이론은 세 력균형이론과 다르게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즉, 냉전시기의 평화에 대 해서도 세력전이이론은 미국과 자유진영 동맹국들이 소련에 비해 우 월한 군사력을 유지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냉전시기에 미국은 소련 보다 핵을 포함하여 우월한 군사력을 유지하였고 소련은 이러한 미국 과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동맹국 들을 상대로 군사력의 열세를 뒤집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세력전이이론은 같은 맥락으로 중동지역의 정세도 해석을 한다. 즉 중 동지역의 평화를 뒷받침 하는 증거로 이스라엘의 다른 아랍국가들에 비해 독점적인 핵능력을 꼽는다. 이들은 아랍국가들의 핵무장은 이스 라엘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현상유지 질서를 깨트리는 것은 물론 전쟁 발발의 가능성까지 높이는 것으로 해석을 한다. 이렇게 세력균형이론과 세력전이이론은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을 하지만, 세력전이이론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남한의 억지방향은 세력균 형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앞에서 언급 하였다시피 북한이 남한과 동등한 핵능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 면 세력전이이론이 판단하는 핵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위 말해 북한이 전쟁을 통해 남북한 간의 질서를 바꿔 전쟁에서 소요되는 비용 을 상쇄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 따라서 그러한 비용 대비 이득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55
계산을 할 수 없게 북한의 인식을 바꾸려면 핵능력을 포함하여 북한보 다 월등한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 앞에서 세력전이이론은 질서에 만족하는 국가가 월등한 핵능력을 보유하는 구조에서 전쟁의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객관 적으로 평가 하면 현재의 남북한 간의 군사력은 핵무장을 한 북한이 우월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남한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것 을 제외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북한이 원하는 질서에 남한이 순 응하는 길밖에 없다. 말하자면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남한이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평화를 지키는 방법은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 도 동의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억지가 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남한의 대북 핵억지 방향은 어느 이론의 시각을 빌 리더라도 남한의 핵능력을 현재보다 강화시키는 것이다. 어느 이론의 시각으로 판단을 하더라도 현재 남한의 핵능력 열세를 유지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가 없고 또 억지의 방향이 될 수 도 없다. Ⅲ장 1절에서 도출한 결과를 다시 짚어보면 북한은 위험감수 적인 행위자일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으로 하여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없애버리는 것이 억지의 방향이었다. 북한이 전쟁에 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조건은 각각의 억지이론마다 달랐 다. 세력균형이론은 동등한 핵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고, 세력전이 이론은 우월한 핵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어떠한 이론의 시각으로 북한의 합리성을 판단하더라도 현재 남한의 핵능력은 그대로 놔둘 수 없다. 북한과 동등한 능력을 갖추든가 아니면 북한보다 월등한 능력을 준비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는 국가라면 능력이 균등하 여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는 대신, 균등하기 때문에 승리할 가능 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능력을 제압할 수 있는 군사 56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력을 갖추는 것이 억지의 방향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예외가 있지 않느 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고전억지이론의 시각을 통해 판단하면 북한의 핵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순한 방어용이기 때문에 남한에게 핵공격 위협을 가하는 것은 단지 허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고 전억지이론이 핵무기는 방어용이라는 가정을 공포의 균형 구조에서는 공격용이라고 바꾸듯이 북한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고전억지이론의 시각을 빌리더라도 가장 안전한 남한의 억지 방향은 북한보다 우월한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 된다. 물론 본 절에서 분석한 결과는 억지의 주체와 객체를 각각 남한과 북한만으로 제한하고 도출 한 결과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분석상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그렇 기 때문에 분석결과의 적실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사실 북한 의 핵무기를 억지하는데 관여하는 행위자는 남한과 북한만이 있는 것 은 아니다. 미국이 남한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행위자를 남한 과 북한으로 제한하지 않게 되면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고, 그밖에 핵무장에 관련된 다른 논란거리도 짚어보겠다. Ⅰ Ⅱ Ⅲ Ⅳ Ⅴ 비용 vs. 이득을 기준으로 본 핵억지 57
Ⅳ 핵억지 방안의 검토와 분석 Ⅰ Ⅱ Ⅲ Ⅳ Ⅴ 핵억지 방안의 검토와 분석 59
1. 핵우산과 북한의 인식 앞 장의 분석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핵무기는 필요하다는 것이었 다. 억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며, 남한이 핵무기를 소지하고 있어야 북한의 인식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 을 높일 수 있었다. 억지이론들을 살펴본 이유는 북한이 인식할 수 있 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각각의 억지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억지이론들이 저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억지이론이 북한의 인식 즉, 북한의 선호도를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각각의 핵억 지이론이 가정하는 행위자의 인식이 어떠하든 간에, 모든 경우에서 남 한이 현재보다는 핵능력을 향상시켜야지만 억지를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결과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분석대상을 남한과 북한 두 행위자로만 제한하 였기 때문이다. 언급하였다시피 분석의 편의를 위해 억지의 주체와 객 체는 각기 남한과 북한만으로 상정하였다. 따라서 남한이 직접적으로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질적으로는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보복공격 약속은 맹세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경시하고 자살공격이나 다름없는 선택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이나 주장의 초점은 굳이 남한이 핵무장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는데 맞추어져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서 북한을 억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미국의 핵우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58 미국의 핵우산을 남한이 핵무기 Ⅰ Ⅱ Ⅲ Ⅳ Ⅴ 핵억지 방안의 검토와 분석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