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동산 이야기(2 부) 창세기 3장 1-24절 하경택(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들어가는 말 이 글은 에덴 동산 이야기의 후반부이다. 첫 번째 창조 이야기가 하나님의 창조와 세계의 기원 이라는 우주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면( 창 1:1-2:4a), 두 번째 창조 이야기는 하나님의 인간 창조와 역 사의 시작 이라는 제목처럼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을 중심으로 펼쳐 지는 지상의 사건을 묘사한다( 창 2:4b-3:24). 에덴 동산 이야기가 서 술하는 것은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서 인간과 관계하시며, 그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전반부의 내용( 창 2:4b-25) 에서는 하 나님이 사람을 만드시고 에덴 동산에 두시어 인간 활동의 환경과 근거를 마련하신 사실이 서술된다. 특별히 사람이 홀로 지내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고, 돕는 배필 을 지어주심으로 한 몸 을 이루는 삶을 살게 하셨다. 오늘 다루게 되는 후반부의 내용(3:1-24) 은 그러 한 사람들 이야기의 연속이다. 여기에서 과연 사람들은 하나님이 선 하게 계획하신 창조의 목적에 부합되는 삶을 사는가 아니면 그렇지
6 포룸 비블리쿰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이제부터 인간들의 삶이 어떻게 진행 되는지 알아보자. 1. 본문의 구조 본문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범죄(1-7 절) 와 징 벌(8-24). 이 두 개의 단락에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들이 발견된다. 먼저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범죄가 그냥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인간의 범죄는 뱀의 유혹을 통해서 일어났다. 이야 기의 흐름상 창세기 2장 16-17절의 금지 명령 1 다음에, 바로 3장 6 절의 사건으로 2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창세기 본문에서는 뱀의 유혹 장면이 들어 있다(3:1-5). 이것은 뱀의 유혹이 갖는 의미 를 생각하게 한다. 3 인간이 범죄한 것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뱀이 유혹하고 충동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후반부에서는 범죄한 사람들을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하나님이 찾아오신 것은 벌주려 하기보다는 그 들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금 새롭게 하려고 하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 정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들의 변명에는 하나님에 대 1. 16 야훼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령하여 말씀하셨다: 이 동산의 모든 나무로부터 정말 먹을 수있다. 17 하지만 선과 악을 아는 지식의 나무에서 는 먹지 마라. 그것으로부터 네가 먹는 날에 너는 정말 죽을 것이다. 2. 6 그 때 그 여자가 보니 그 나무가 먹음직하고, 보기에도 좋으며, 그 나 무가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그 열매를 따서 먹고 그 녀와 함께 한 자기 남편에게도 주니 그도 먹었다. 3. 참조. C. Westermann, Genesis 1-11 (BK 1/1) (Neukirchen-Vluyn: Neukirchener, 1983), 322.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7 한 원망과 불평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하나님의 징벌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에게 벌을 주시면서 도 은혜의 행동으로 보호하신다. 가죽 옷을 만들어 입혀 주심으로 하나님의 보호 아래 살게 하신다. 범죄하고 책임 전가하는 인간의 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찾아오시며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모습 이 뚜렷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분류하 면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다. 3:1-5 뱀의 등장과 유혹 3:6-7 사람들의 범죄 3:8-13 범죄한 사람들을 찾아오시는 하나님 3:14-21 하나님의 심판과 은혜주심 3:22-24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2. 본문 해설 2.1. 뱀의 등장과 유혹(3:1-5) 1 그 때 야훼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들 가운데 뱀이 가장 간교하였다. 그가 그 여자에게말했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너희 는 동산의 모든 나무로부터 먹지 말라. 고 말씀하셨느냐? 2 그여 자가 그 뱀에게말하였다: 우리가 동산 나무들의 열매는 먹을 수 있다. 3 하지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 의 열매는 먹지 말고 만지지도 말라, 그러면 너희가 죽을 것이다. 하셨다. 4 그러자 그 뱀이 그 여자에게말했다. 너희가 절대로 죽 지 않을 것이다. 5 이는 하나님께서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 너희 의 눈이 열리고 너희가 선과 악을 아는 하나님처럼 될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8 포룸 비블리쿰 이번 이야기에서는 뱀이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등장이다. 무엇인 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을 암시한다. 그것은 위의 본문의 구조 에서 말한 바와 같이 뱀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뱀 이 하는 기능은 분명하다. 뱀은 유혹자로서 등장한다. 여기에서 뱀 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하다 고 소개 된다(1 절). 뱀은 하나님의 피조물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뱀이 말을 한다. 이러한 점을 통해 뱀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마귀 혹은 사단의 화신으로 등장함을 알수있다계 ( 12:9; 20:2; 또한 에녹1서 69:6과 솔로몬의 지혜서 2:24 를 참조하라). 4 신약성서 본문에서는 이 뱀을 통해 역사하고 있던 실체가 사단이었음을 말한다( 고후11:3; 딤전 2:13-14; 또한 요 8:44 를 참조하라). 이러한 뱀의 역할과 행동은 야훼께서 입을 여시고 말하게 함으로 야훼의 사자를 보게 했던 발람 의나귀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민 22:21-35). 5 여기에서 간교한 으로 번역된 ~Wr['아룸 [ ] 은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 지고 있는 낱말이다. 총 11회 나타나는 용례 가운데 본문을 포함한 두번( 욥 5:12; 15:5) 을제외하고, 나머지아홉 번모두잠언에서 슬 기롭다 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잠 12:16, 23; 13:16; 14:8, 15, 18; 22:3; 27:12). 6 뱀은 지혜가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도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고 말씀하셨다( 마 10:16). 하지만 여 기에서 그 지혜는 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악을 위해서 사용되었다. 4. 뱀을 가나안 풍요 제의의 상징이라거나 지혜나 혼돈의 상징, 하나님 의 적대자들의 원형, 또는 신화적인 상징물 등으로 보는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참조: G. J. Wenham, 창세기 1-15/16-50, 박영호 역 ( 서울: 솔로몬 사, 2000), 190-191; C. Westermann, Genesis 1-11,323; 강성열, 현대인을 위한 창세기 강해 (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1998), 58-59. 5. 이한영, 역사와 서술에서의 오경 메시지, 89-90. 6. HAL, 855.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9 사람을 유혹하여 범죄하게 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뱀은 여자를 만나서 묻는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모든 나무로부터 먹지 말라. 고말씀하셨느냐? 뱀의 질문에는 여 자를 유혹하는 그의 간교함이 들어있다. 7 첫째로, 그의 질문은 도 전적이며 회의감을 일으킨다. 뱀은 하나님의 명령을 몰라서 물었던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었 다. 참으로 (yki @a;라는 ) 어구를 통해 여자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 에 대해 의심하게 하였다. 둘째로, 그의 질문은 하나님의 말씀을 교 묘히 변조한다. 뱀은 하나님의 명령 가운데 한 부분만을 강조하며 정반대로 뒤집어 질문한다. 하나님은 창세기 2장 16b-17 절에서 이 동산의 모든 나무로부터 정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선과 악을아는 지식의 나무에서는 먹지 마라. 그것으로부터 네가 먹는 날에 너는 정말 죽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뱀은 모든 나무로부터 먹지 말라 고하느냐고 말하며 부정적인 답변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 질문을 통해 여자는 자연히 먹지 말라고한선악과에 대해 관심 을 갖게 된다. 이처럼 뱀은 하나님의 말씀을 변형시켜 여자가 자신 의 의도대로 행동하도록 조장한다. 셋째로, 이 질문은 여자로 행동 하게 한다. 이 질문에는 어떤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하 지만 직접적인 명령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있다. 자율적인 사고를 통해 행동에 이르게 하는 유혹이다. 자율적이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 을간파하고 던진 질문인 것이다. 이러한 뱀의 간교함이 효과를 발휘한 사실은 여자의 답변에서 확 인할 수 있다. 여자는 뱀에게 대답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인용한다. 7 참조. 이희학, 인간의 죄악과 하나님의 구원행동: 창세기 1-11장의 신학, 116.
10 포룸 비블리쿰 하지만 여자도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한다. 여자는 생략과 추가를 통 해 하나님의 명령을 변질시킨다.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고 한 것은 두 가지 점에서 하나님의 명 령과 다르다. 먼저 동산 중앙에 있는나무는정확하지 않은 표현 이다. 동산 중앙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하는열매의 나무가 있었다. 하나님은 그 가운데 선과 악을아는지식의나무에서먹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특정한 나무를 지칭하지 않는 생략의 방법으로 본래 하나님의 명령을 모호하게 만든다. 8 두나무 모두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두 나무 가운데 어느 한 나무를 말한다 면 그것이 어떤 나무인지알수없게만든다. 다음으로 여자는 본래 의 하나님의 명령에 만지지도 말라 는 말을 덧붙인다. 먹지 말뿐 만 아니라 만지지도 말라고 함으로써 하나님의 명령이 부당한것임 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자가 하나님의 명령 에대해불만과불신을가지고있었음을알수있다. 여자는이러한 변형과 확대를 통해 뱀의 말에 동조하며 하나님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한다. 자 신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대로 판단하고 왜곡 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면 모다. 하나님의 말씀을 변형하거나 왜곡시키지 않고있는그대로 받고, 그 의도와 의미를 읽어내고 전달하는 것이 성서의 독자와 성 서해석자가 해야 할 일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어쨌든 이러한 여자의 반응을기회로 삼아 뱀은 다시 말한다: 너 희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부정어 al{ [ 로] (not) 를 앞세워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하나님 8. C. Westermann, Genesis 1-11, 326.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11 이 그렇게 금지하신 이유가 눈이 열려 선과악을 아는 하나님처럼 될 것 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뱀의 단호한 태도와 설득력 있는 그의 논거는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여자는 사탄의 전 략에 현혹되어 그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제 이러한 뱀의 말 에 여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문의 서사를 통해 알아보자. 2.2. 사람들의 범죄(3:6-7) 6 그때그여자가보니그나무가먹음직하고, 보기에도좋으며, 그 나무가 지혜롭게할 만큼 탐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그 열매를 따 서먹고그녀와함께한자기남편에게도주니그도먹었다. 7 그러 자 두 사람의 눈들이 열려 자기들이 벌거벗은 줄 알았고, 그들이 무화과나뭇 잎을 엮어 자기들의 치마를 만들었다. 마음이 흔들린 상태로 본 나무는 매혹적이었다. 먹음직하고 보기 도 좋았으며 현명하게 할 만큼 탐스럽게 보였다. 하나님의 말씀보 다뱀의주장이더설득력있게 느껴졌다. 먹기에 좋아 보인 감각적 충동과 보기에 좋아 보이는 심미적 충동뿐만 아니라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게 보이는 이성적 충동까지 경험하게 된다. 9 여자는 이 러한 충동들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여자는 그 열매를 따서 먹었고, 자기와 함께한남편에게도 주어 그도 먹게 하였다. 그 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자신들이 벌거벗었음을 알았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입었다. 치마 라고 번역된 hr"agx] [ 하고라] 는 주위를 둘러싸다 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주로 허리띠 ( 삼하 18:11; 왕상 2:5; 왕하 3:21) 를 의미했다. 여기에서는 허리에 둘러매 9 참조. 이희학, 인간의 죄악과 하나님의 구원행동: 창세기 1-11장의 신학, 120-121.
12 포룸 비블리쿰 어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앞치마와같은모양의 치마를 무화과나무 잎으로 만들어 입은 것을 말한다. 임시방편적으로 급하게 만들어 입 어 자신들의 잘못과 수치를 우선 가리고 보자는 그들의 마음만큼이 나 초라한 가리개였다. 여기에서 뱀이 여자에게 한 말을 평가해보자. 그는 선악과를 먹 으면 일어나게 될 일에 관하여 세 가지 사실을 말했다(4-5 절). 즉, 그들이 죽지 않을 것이고, 눈이 열릴 것이며, 선과 악을아는하나님 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뱀의 말이 옳은 것처럼 보인다. 선악과를 먹었어도 그들은 죽지 않았고, 눈이 열렸으며, 선 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 ( 擬 似, pseudo) 진 실이었다. 깊이 생각해 보면 뱀의 말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 다. 첫째로,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먹은 후에도 뱀의 말처럼 죽지 않았다. 육체적 죽음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의 측면에서는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가 사라지고 숨고 찾아야 하는 관계의 단절을 맛보아야 했다. 결국 그들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가시와 엉겅퀴가 있는 땅을 수고롭게 일구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뱀의 주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진실이었음이 증명된다. 둘째로, 선악과를 먹은 후에뱀의말처럼 아담과 하와의 눈이 열렸다. 하지만 그들이 경험한 것은새로운사 고력과 초인적인 판단력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열림은 - 자기들의 벌 거벗은 몸을 발견하여 수치심을 일으키는것이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눈열림이었다 -. 그러므로 눈이 밝아진 것은 자신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이로움을 준 것이 아니라 결국 대인( 對 人 ) 관계와 대신( 對 神 ) 관계를 깨뜨리는 파괴적인 결과를 맞게 했을 뿐이다. 셋째로, 뱀은 선악과를 먹으면 선과 악을 아는 하나님 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이 되지 못했다. 하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13 나님과 같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자기 맘대로 행동 하는 자율적인 인간이 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을 때 가능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을 때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활동할 수 있다. 그분의 위엄과 권능을 가지고 피조물을 다스릴 수있다창 ( 1:28; 시 8:4-8; 요 10:34-35) 10.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것은 자신 이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거부하는 것이며, 자신을 신적인 위치에 올 려놓는 자기신격화, 자기 절대화 의선언인 것이다. 11 바로 여기에 선악과를 따먹는 행위가 지니고 있는 범죄의 의미가 있다. 구약성서에서 선악을 분별하는 것 은 선한 것으로 나타나며, 하나님이 인간에게 원하시는 것이었다. 제사장들은 사람들이 바친 제물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릴 수 있어야 했다( 레 27:12, 14). 이스라 엘 정탐꾼들은 그 땅이 좋은지 나쁜지를 분별해야만 했다( 민 13:18-20). 일반적으로 성인은 어린이들과는 달리 선과 악을 아는 사람들 로 정의되었다( 신 1:39; 사 7:15-16). 언약 공동체는 생명과 선한 것 그리고 죽음과 악한 것을 구별하고 그 중에서 전자를 선택할 수있 어야 했다( 신 11:26-28; 30:15-20). 또한선과악을 분별하는 것이 하 나님의 사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유된다( 삼하 14:17). 솔로몬이 구한 것도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었고, 하나님은 그의 바 람을 기뻐하셔서 그에게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도 허락하셨다( 왕 10.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자가 가지는 신적인 권위에 관하여 필자의 졸 고를 참조하라. 시편 82 편의 해석과 적용, 구약논단 33 (2009.9), 49-66. 11. 이렇게 자기 자신을 절대화하는 인간의 모습이 에스겔 28장 1-10절 에서 잘 그려지고 있다. 두로 왕은 교만하여져서 자신을 신이라 말하고 하 나님인 양 행동할지라도, 하나님은 그가 여전히 사람이며 힘센 자 앞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신다( 참조: 시 82:6-7).
14 포룸 비블리쿰 상 3:9). 이사야의 임마누엘 예언에서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하는 것은 성인이 가지게 되는 판단력을 의미한다( 사7:15-16). 이와는 반대로 바르실래는 예루살렘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다윗에게 자신의 연 로함에 대해서 말하면서 자신이 너무 늙어 좋고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흐려졌음을 말하고 있다( 삼하 19:35). 이처럼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이며 성숙한 인간 에게 요구되는 선한 덕목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통해 하나님이 설정 하신 창조질서의 경계를 넘어가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하는 인간의 자율성에 있었다. 선과 악을 알고 판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하 나님의 금령을 어김으로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기준에 따라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결정하는 자율성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 에대한의존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를 따라 독립적으로 살아 가겠다는 독립선언이며,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으로부터 분 리된 삶을 살겠다는 하나님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이로써 뱀은 여자를 유혹하여 그가 범죄하게 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한가지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남자의 책임성에 관한문 제이다. 흔히 남자의 범죄는 여자의 범죄로 인해 일어난 결과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예컨대 욥의 아내에 대한 교부들의 해석). 12 하지만 여자가 죄를 범하는 장 면에서 남자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본문의 흐름상 여자가 뱀의 유혹을 받고 범죄하는 그 현장에 남자도한몸이된부 부의 일원으로서 같이 있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자 는 여자가 범죄할 때 침묵함으로써 여자의 범죄를 방조( 傍 助 ) 한 셈 이된다. 12. 하경택, :,, - - ( :, 2006), 69-70.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15 뱀의 간교함 을 쫓아간 결과 는 인간이 벌거벗은 존재 라는 사실을 안 것이다. 이런 사실이 간교하다 는 뜻의 ~Wr['[아룸] 과 벌거벗다 는 뜻의 ~roy[e[에 롬]의 언어유희(paronomasia) 를 통해서 분명해진다. 전에는 부 끄러움 없이 지내던 아담과 하 와가 이젠 수치심을 느끼고 자 신들의 몸을 가려야 하는 균열 된 관계를 갖게 된다. 하나 였 던 두 사람의 관계가 둘 로 다 시나눠지게 되었다. 내 뼈 중 의 뼈요, 내살중의살이라 (2: 은혜로부터 타락(The Fall from Grace) 23)고 외치며 자신보다 더 귀중 네델란드 화가 휘고(Hugo van der Goes, 1440- 하게 여겼던 일체의 관계 가잘 1482)의 작품으로 빈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되 어 있다. 수많은 화가에 의해서 그려지는 주제 못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전 이지만, 유혹하는 뱀이 앞다리와 뒷다리를 가 지고 있으며 여성의 모습을 한 것이 인상적이 가하는(3:11-13) 분리의 관계 다. 사탄과 유혹자에 대한 당대의 해석을 엿볼 로 역전되었다. 이것이 하나님 수있게한다. 의 명령에 대한 불순종으로 인 해 나타난 죄의 결과이며, 사람이 경험해야 했던또하나의 죽음 이 었다. 2.3. 범죄한 사람들을 찾아오시는 하나님(3:8-13) 8 그들이 그 날 바람이 있을 때 동산에서 거니시는 야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사람과 그의 아내가 야훼 하나님의 면전에서 피하
16 포룸 비블리쿰 여 동산 나무들 사이에 자신들을 숨겼다. 9 야훼 하나님께서 그 사람 을 부르시고 그에게말씀하셨다: 네가 어디 있느냐? 10 그가 말했 다. 내가 동산에서 당신의 음성을 들었으나 벌거벗은 것을 두려워 해서 숨었습니다. 11 그러자 그가 말씀하셨다. 누가 너에게네가 벌거벗었다고 말해 주었느냐? 내가 네게먹지 말라고 명령했던 그 나무로부터 네가 먹었느냐? 12 그 사람이 말했다. 당신께서 나와 함께 있게하신 그 여자가 그 나무로부터 내게주어 내가 먹었습니 다. 13 야훼 하나님께서 그 여자에게말씀하셨다. 네가 행한 이 일 이 어찌된 것이냐? 그러자 그 여자가 말했다. 그 뱀이 나를 속여 내가 먹었습니다. 범죄한 후 인간의 모습은 그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진다. 하나님을 기쁨으로 맞이하지 못한다. 하나님이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하나님 의 면전으로부터 피하고 숨는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 화가 일어난 것이다. 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막게 되어하나님 의 낯을 두려워하고 피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러한 죄인들을 찾아오신다. 오셔서 물으신다. 네가어디 있느냐? 이 질문은 아담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 만약 그 랬다면 아담아! 어디 있느냐? 라고 물으셨을 것이다. 이것은 아담 이어디 있는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 알고 물으시는 것이다. 아담은 자기를 숨긴다고 숨어 있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훤히 들어다 보이는 상황에서, 마치 아담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시고 물으시 는 질문이다. 이렇게 아담을 찾아오시는 모습에서 끊임없이 인간을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창세기 4장에서 범죄한 가인을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참조하라). 인간은 하나님을 배 반하고 하나님을 떠난 인간으로 살아가지만, 하나님은 그럼에도 불 구하고 찾아오셔서 인간이 자신과 온전한 관계를 맺게 하고자 하시 는 것이다.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17 하나님의 질문에 아담은 대답한다. 내가 동산에서 당신의 음성 을 들었으나 벌거벗은 것을두려워해서 숨었습니다. 이러한 답변 을 듣고 하나님은 다시 물으신다. 누가 너에게 네가 벌거벗었다고 말해 주었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고 명령했던 그 나무로부터 네 가 먹었느냐? 이것은 범죄한 인간을 질책하고 꾸중하기 위해 던지 는 질문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물음이다. 하지만 아담은 그러한 하 나님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기에 급급 하다. 자신의 행동이 하나님이 그와 함께 있게 한 여자 때문이었다 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 우리는 아담의 답변에서 하나님을 향한 원망도 엿볼 수있다. 당신이 함께 있게한여자라 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하나님의 책임성을 은근히 드 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여자에게도 질문하신다. 네가행한이일이어찌된것 이냐? 여자는 이 질문에 뱀이 자신을 속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여자는 선악과를 먹은 후 자신이 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뱀의 말은 의사( 擬 似 ) 진실이요, 하나님의 말씀이 참된 진리임 을 알았다. 그토록 먹음직스럽고 보기에 좋고 탐스러웠던 선악과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신들에게 수치심과 두려움을 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어째서 남자와 여자는 벌거벗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했는가 하는 점이다. 전에는 부끄럽지않 던 모습이 왜 이제는 부끄럽게 되었는가? 그것은 벌거벗은 모습을 통해 자신의 죄를 깨닫기 때문이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진 인간은 하나님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한다. 하나님 앞에 떳떳 하게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담이 생긴 것이
18 포룸 비블리쿰 다이런. 수치심과 두려움을없애려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야 한다. 하나님은 그러한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찾아오셨다. 13 하 지만 남자와 여자는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책임 전가 하는 데에 급급하여 하나님으로부 터 심판의 말을 들어야 했다. 2.4. 하나님의 심판과 은혜주심(3:14-21) 14 야훼 하나님께서 그 뱀에게말씀하셨다. 네가 이 일을 행하였으 니너는모든가축과들의모든짐승가운데저주를받아네배로 다닐 것이며 네 평생토록 먼지를 먹어야 할 것이다. 15 내가 너와 여 자사이에, 또네씨와그녀의씨사이에적의를두리니, 그는너에 게머리를 부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부술 것이다. 16 여자 에게말씀하셨다. 내가 참으로 너의 임신의 고통을 크게하리니, 네가 고통 가운데서 자식들을 낳을 것이요, 너의 욕망은 네 남편에 게있고 그가 너를 다스리게될 것이다. 17 또그가아담에게말씀 하셨다. 네가 네 아내의 음성을 듣고 내가 네게명하여 말하기를 너는 그것으로부터 먹지 말라. 고 한 그 나무로부터 먹었기 때문 에, 너로 인하여 땅이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토록 고통 중에서 그것으로부터 먹어야 할 것이다. 18 그것은 너에게가시나무와 엉겅 13. 이러한 관계회복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예수 그리 스도는 우리의 화평 이시다. 둘을 하나로 만드셨는데, 원수 된 것 곧 중 간에 막힌 담 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 과 화목하게 하셨다( 엡2:14-16). 또한 그분은 사람이 죄를 범하므로 하나 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던 것을 자신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 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가 되게 하셨다( 롬3:23-24). 오 늘날도 이렇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영접하면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다 ( 요1:12-13).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19 퀴를 내고, 너는 들의 채소를 먹을 것이다. 19 너는 땅으로 돌아갈 때 까지 네 얼굴에 땀을 흘려 먹을 것을 먹을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너는 먼지니, 먼지로 돌 아가리라. 20 그때그사람이자기아내의이름을하와라불렀다. 이는 그녀가 모든 산 자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21 하지만 야훼 하 나님께서는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해 가죽 옷을 만들어 그들에게 입히셨다. 여기에는 뱀과 남자와 여자에게 하신 심판 선언이 있다. 먼저뱀 에대한심판선고는두가지차원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뱀의 모습 과 움직이는 방식에대한것이요, 다른 하나는 뱀과 인간 사이에 있 을 영원한 적대감에 대한 것이다. 14 뱀이 죽을 때까지 배로다녀야 하고 흙을 먹어야 한다는 첫 번째 사항은 현재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뱀의 모습에 대한 원인론적( 原 因 論 的, aetiological) 인 설명이 된다. 또한 이것은 고대 중동 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던 뱀 숭배사상에 대 한배격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흙을 먹는다는 것은 벌을 받아 가장 비천한 자리에까지 낮아지는 것을 뜻하는 형벌이었기 때문이다( 시 72:9, 사 49:23, 65:25, 애 3:29, 미7:17 등). 15 두번째사항으로 언급된 뱀과 인간 사이에 있을 영원한 적대감에 대한 말씀은 초대교회 교 부이레네우스(Irenaeus) 이래 이른바 원시복음 (proto-evangelium) 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교리적인 해석에 붙잡혀 14. C. Westermann, 창세기 주석, 52. 15. 강성열, 현대인을 위한 창세기 강해, 66-67. 뱀의 형벌에 대한 랍 비의 해석은 흥미롭다. 뱀에 대한 형벌이 특이하다고 생각한 어떤 사람이 물었다: 아니 뱀이 받은 형벌은 형벌이 아니라 축복입니다. 흙( 티끌) 을 먹 고 살라고 했는데, 뱀이야말로 생물가운데 항상 먹을 것이 풍부한 것 아닙 니까? 그러나 랍비 부남이 말했다: 그것은 이제 어떤 것을 구걸해야 할 필 요가 없다. 바로 그것이 형벌이다.
20 포룸 비블리쿰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말씀이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와 사단 사이 의 투쟁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뱀의 씨 와 여자의 씨 가어떤 특정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전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악의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사이 에있을긴 대결의 과정을 암시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사단 에 대하여 거두시는 승리는 이러한 싸움의 긴 과정 속에서 절정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16 두 번째 심판 선고의 대상은 여자였다. 여자에게 임한 고통은 어 머니로서 받을 고통과 아내로서 받을 고통이다. 먼저 어머니로서 겪 을 고통은 임신과 출산의 고통이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은 본래 하 나님의 축복이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는 축복에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고통이 커졌다는 데에 있다. 자연스런 고통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증 가된 것이다. 다음으로 아내로서 겪을 고통은 남편의 다스림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서 욕망 으로해석된 hq'wvt.[테슈카]는 사모함 과 그리움 이있는 욕망 (longing) 을뜻한다( 창 4:7, 아 7:10). 이것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포함할수있다. 아내는남편을 향 한 바람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이제남편의다 스림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남자와 여자의 동등한 관계가 아 니라 지배와 피지배의 불평등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돕는 배필 과 함께한몸이되어살아야할부부의관계가지배와피 지배의 주종관계로 바뀌는 심각한 결과가 범죄를 통해 초래되었다. 세 번째 심판선고의 대상은 남자였다. 남자에게 주어진 심판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땅의 저주이다. 사람으로 인해 땅 16. 강성열, 현대인을 위한 창세기 강해, 67.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21 이 저주를 받는다. 인간의 출처이자 활동 무대인 땅이 저주를 받아 가시와 엉겅퀴를 내게 된다. 인간의 범죄로 인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 조화로운 세계가 불편하고 고통스런 부조화의 세계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남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 있다. 이것이 심판선고의 두번째차원이다. 땅이 더 이상 인간의 활동에 순응하지만은 않는 다.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투쟁적인 요소들을 생산한다. 남자는 가 시와 엉겅퀴를 제거하고 땀을 흘리는 고통스런노동을 통해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삶에 보람과 즐거움을주는거룩한 노동이 고 통과 수고를 동반한 힘겨운 노동으로 바뀐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참으로 너는 먼지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는 말씀을 듣는다. 이것은 범죄 때문에 인간에게 가해진 죽음의 형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죽어야 하는 유한한 존재로 창조되 었다. 이것은 생명나무의 열매를 통해서 영원히살수도있다는하 나님의 염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22 절). 하나님은 이 말씀을통해 인간은 본래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마치게 된다는 인간실존의유한 성을 깨닫게 하시는 것이다. 17 이때 아담은 이러한 인간의 유한성에 맞서서 하나님의 뜻과 복주심을 드러내는 행동을 수행한다(20 절). 17. 창세기 2-3 장에서는 죄의 벌로 받은 죽음 과 피조물로서의 죽음 을 구별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죄의 벌로 받은 죽음 이란 아담과 하와 가 범죄함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파괴되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일,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감추어야 하는 분리의 관계로 변질된 일, 인간과 자 연과의 부조화가 일어나 서로 투쟁하는 적대적 관계로 바뀌어 거친 땅에 서 땀을 흘리고 수고해야 하는 남자의 모습, 더해진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안고 남자로부터 지배를 받아야 하는 여자의 모습 등이다. 피조물로서의 죽음 은 인간의 죄가 아니라 인간의 피조성과 관련된다. 이 죽음은 진토로 만들어진 인간의 유한성을 말하는데, 이것은 창조의 원리이며 본질이다. 참조. 이희학, 인간의 죄악과 하나님의 구원행동: 창세기 1-11 장의 신학, 134-135.
22 포룸 비블리쿰 그것은 자신의 아내의 이름을 하와 (hw"x;라 ) 부른다. 그것은 그녀가 모든산자의어머니 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라 는 하나님의 복주심이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인간은 죽는 존재이지 만 또한생육하고 번성하도록 창조되었다. 창세기 3장에 나타난 아 담과 하와의 첫 부부를 통해서 많은 후손이 생겨날 것을 앞서서 내 다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저주하지는 않았다.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것은 뱀과 땅이었다. 인간을 붙드시고 아끼시는 하나님의 모습 을볼수있다. 하나님의 은혜로운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을 에덴 동산에서 추방시키기 전에 가죽 옷 을 입히셨다. tn<toku [ 쿠토넷] 은무릎이나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말한다. 야곱 이 요셉을 위해만들어준옷도이러한[쿠토넷]이었다( 창37:3). 남 자와 여자가 만들어 입었던 무화과나무 잎으로 만든 치마 와대조 된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질기고 튼튼한 옷이었다. 엉겅퀴와 가 시나무가 위협하는 세계에서 인간을 보호하시려는 하나님의 은총 의선물이었다. 2.5.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3:22-24) 22 야훼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라, 그 사람이 선과 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와 같이 되었다. 이제 그가 자기 손을 내밀어서 생명나무로부터도 따서 먹고 영원히 살게해서는 안 된다. 23 그래 서야훼하나님께서는에덴동산에서그를내어보내어그가취함 을 입은 그 땅을 갈게하셨다. 24 그때그가그사람을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이리저리 도는 칼의 화염을 두어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하셨다.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23 하나님은 에덴 동산에서 사람을 쫓아내셨다. 그것은 생명나무가 있는 그곳에서 영생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22 절). 그래 서 에덴 동산의 동쪽에 천사들의 일종인그룹들을 세워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하였다. 하나님은 범죄한 인간에게 생명나무에 이르지 못하게 함으로 영원히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여기에 서 우리는 생명나무 없이는 죽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요한계시록 22장1-2절에묘사된새하늘과새땅의예루 살렘에서 생명수 강가에 생명나무가 있다는 것은 사람이 잃어버렸 던 낙원을 다시 찾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인간은 기 쁨과 생명의 동산인 에덴동산을 잃어버리고 에덴동산 밖에서 죽어 야하는존재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이 생존하는 방식 은 땅을 경작하며 흙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23 절). 1. 여론( 輿 論 ): 남자가 여자를 다스리라 ( 창3:16) 말씀에 대한 신 약성서의 해석 아래와 같이 세 곳의 말씀을 통해서 구약성서의 남자가 여자를 다스리라 는 말씀에 대한신약성서의 해석들을 살펴볼 수있다. 첫 째로, 고린도전서 11장 2-12 절에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 전제되고 있는 상황은 고린도에서 여자들이 예배에서 개인적인 기여를 하려 고나설 때 그들은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렇게 해서 자신들의 동등권을 주장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 한 행동들은 당시 교회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들이었다. 헬라의 풍 속과 유대의 풍속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울은 그러한 여자들의 행동을 질책하면서 창조질서를 지키도록 권면한다. 즉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
24 포룸 비블리쿰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The Expulsion from Eden) 이탈리아 화가 마사치오(Masaccio di San Giovanni, 1401-1428)의작품으 로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에 소장되어 있다. 천국의 문을 뒤로 하고 쫓겨나는 두 사람의 표정 에서 절망적 분위기가 잘 나타난다. 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 ( 고전 11:3) 는말과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과 영광 이고 여자는 남자의 영광 (7 절) 이라는 진술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차 이를 분명하게 지적한다. 그러므로 여 자는 권세 아래있는표를 그머리에 두어야 한다 고 말한다(10 절). 이러한 바울의 가르침은 당시 고린도 교회의 상황을 전제할 때 이해되고 수용될 수 있다. 교회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세우 기 위해서 권면했던 요구사항이다. 이 가르침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모 든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 서사도바울은이단락마지막 부분에 서 남성위주의 일방적인 해석과 적용 이되지않도록 보완적인 진술을 함으 로써 끝을 맺는다: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음이라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느니라 ( 고전 11:11-12). 남성의우위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에게서난것같이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 다 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남성과여성 모두 서로 보완적인 존재라 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돕는 배필 이라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25 는것을떠올리게 한다. 또한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것에 대한 통치권과주권은오직 하나님 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권위와 질 서는 하나님의 통치와통제아래있을때에만온전할수있다. 둘째로, 디모데전서 2장 8-15 절의 내용이다. 디모데에게 편지를 보낼 때 교회 공동체에 가장심각한위협을 주었던집단은 영지주 의자들이었다. 이들 집단에서는 여자들이 주도적이며 선교적으로 공격적인 역할을 했다(12 절, 5:13, 딤후 3:6 참조). 그러면서 그들은 여자들이 성적 역할을 극복해야 한다는 당시로는 상당히 급진적인 견해를 대변했다. 또한 성관계와 혼인과 자녀출산을 포기해야 한다 고까지 주장했다(4:3 참조).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응이 디모데전서 2장 11-15 절의 내용인 것이다. 여기에서 바울은 우선 여자들이 하나 님을 경외하는 사람들로서 마땅히 행할 바인 선행 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남자나여자나할것없이그리스도인모두에게요 구되는 사항이다. 여기에 덧붙여바울은 전통적인 유대 사상에 따라 여자들에게 교훈한다. 여자들은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11 절. 엡 5:22 참조). 만약 여자들이 공개석상에서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것은 남자( 또는 남편) 를 지배하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바울 은 남자의 우위성에 대한근거를고린도전서 11장 9절에서와 같이 제2 창조 기사에 두고 있다(13 절, 참조: 창 2:18). 유혹을 받아 범죄한 것도 여자였다는 것이다(14 절).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만 머물러 있 다면 이는 일방적인 해석이 되고 만다. 창조이야기의 다른강조점도 있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 모두가 동일하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지 음 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창 1:27, 5:1-2, 또한창9:6-7 참조). 또한유 혹을 받아 범죄한 것도 여자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거기에는 남자의 동조 내지 묵인이 수반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본문을
26 포룸 비블리쿰 대하고 해석할 때 무엇이 더 원칙적인 진술인가를 생각해야 하며, 어떤 본문이 특정한 상황에 제한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닌가를 물어야 한다. 바울은 15 절에서 여자는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으리 라 는 말로 마무리한다. 이것은 영지주의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 박하는 것이다. 구원받는 것은 자신의 역사적 현실이나 그 결과에 대 해 거부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역사적이며 실 존적인 현실을 하나님의 선물로 인정하고 긍정할 때 실현될 수있다 (5:14, 딛 2:4). 여자의 특권인 해산을 통해 생명의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다( 창 3:20). 이와 같은 교훈에는 조건문이 있다(15 절 상반절): 만일 정절로써 믿음과 사랑과거룩함에 거하면. 이것은 이른바 영 지주의적 구원의 길을 위해 여자들이 자신들의 자연적 규정을 거부 하는 것으로부터 그들의 태도를 돌이키게하는것이다. 따라서 이러 한바울의 교훈은 이단에 대한 교정이지 교회 안에서 여자의 역할 을 모든 시대에 적용되도록확정시키는 율법 18 이아닌 것이다. 셋째로, 갈라디아서 3장 23-29 절의 내용이다. 여기에서 강조되는 것은 믿음의 길을 통해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된다는 사실이다. 율법은 우리를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초등교사의 역할을 하지만, 믿 음은 우리에게 의롭다함을 얻게 한다. 따라서 믿음을 통해 우리 모 두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차이가 없다. 모두 가 그리스도로 새로운 옷을 입었기 때문에 새로운 존재가 된다(27 절; 고후 5:17).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차별은 해소된다. 너희는유 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 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28 절). 혈통이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 고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사라지는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18. 독일성서공회해설 성경전서 ( 서울: 대한성서공회, 2004), 338-339.
에덴 동산 이야기(2 부) 27 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며(16 절) 하나님 유업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다(29 절). 갈라디아서 3장 28절은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토대 와원칙을 천명한다. 모든 상황윤리는 이러한 토대와 원칙 아래에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나가는 말 최초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따라 살지 못하고 범죄하 고 에덴 동산으로부터 추방된다. 사람에게 허락하신 참된 자유를 잘 못 사용하였다. 뱀의 간교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금지한 열매를 따 먹고 하나님이 설정해 놓은 경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오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신뢰 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과 의지를 앞세울 때여전히우리는처음사 람들과 같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범죄할 수 있다. 범죄의 결과는 관 계의 파괴라는 죽음을 가져왔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파괴되었다. 한 몸을 이루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야 할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바뀌었고, 기쁨과 보람을 주 어야 할 신성한 노동이 고통과 수고의 작업으로 바뀌었다. 보시기 에 매우 좋았더라 는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이 빛을 잃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님 말씀 안에서의 삶이 얼마나 중 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인간의 범죄는 하나님 말씀에 대한불 신과 불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신 참된 자유로 하 나님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해 본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신뢰와 믿음으로 하나님이 계획하신 창조의 목적을 이루는 거룩한삶을살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