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및 지역사회 기반의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에 대한 제언 Preventive Suggestions of Sexual Violence through School- and Community-based Sexuality Education 윤 가 현 1) Gahyun Youn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Department of Psychology, Chonnam National University Guest Editorial: 왜 우리 문화권에서는 근래 학교나 군대를 비롯하여 여러 조직사회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성매매 등 성차별에 관련된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사회적인 논쟁거리로 부각시 키고 있는가? 왜 1994년도에는 성폭력특별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2004년도에는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현 정부에서는 성 폭력을 4대악의 하나로 여기면서 근절을 강조하는 등 2014년도에는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는가? 우선 헌법에 명시된 평등의 권리를 생각해보자. 과거 남성중심사회의 부산물인 성폭력이나 성희롱, 성매매는 대부분 피해자가 여성이라서인지 그 부산물을 성차별에 해당되는 사회문제로 간주할 수 있다. 곧 이러한 성차별 관련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권리나 근로의 권리 등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여성 개개인의 권리 측면에서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해석은 성 폭력을 비롯한 성차별 근절에 대한 미시적인 당위성에 불과하다. 여성에게 교육이나 근로의 권리 차원에서 평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손실이 막대하 다. 여성에게 교육이나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여 여성의 지도력과 잠재능력을 남성만큼 발휘할 수 있는 환 경을 조성해주어야 우리나라는 국제경쟁력에서 뒤지지 않게 되고 미래 사회가 안정됨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Obama 대통령은 2013년 세계여성의 날에 맞추어 양성평등에 기반으로 하는 정책들을 평가하면 서 여성이 국내 및 국외에 진출하여 능력을 발휘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렇게 되어야 나라가 더 안정되 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더 윤택해짐을 설명했다(Jarrett, 2013). 이 점이 바로 성폭력을 비롯한 성차별 근절에 대한 거시적인 당위성이며, 그 배경을 곧이어 서술해본다. 주요어: 양성평등, 포괄적 성교육, 성폭력, 성범죄 Key Words: Gender Equality,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 Sexual Aggression, Sex Violence 1) 교신: 61186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33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윤가현 (ghyoun@jnu.ac.kr). 본고는 2015년 8월 25일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주관, 유승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청소년 성교육 정책 바로세우기 대토론회 에서 발표된 기조강연의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임.
32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의 제언 인간 평등의 미래 사회 지난 20세기 후반 이래 우리 문화권을 비롯하 여 대다수 선진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문 명의 발전과 사회구조의 다변화 등 복잡다양해지 고 있다.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사회의 제 반 영역에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지도자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 문화 권의 2000년대와 1980년대를 비교해보자. 불과 20년의 차이이지만, 1980년대는 2000년대에 비 해 매우 단조로운 사회였다. 과거에는 대다수 문 화권에서 과거에는 주로 남성들이 세계였으며 (van Emmerik, Wendt, & Euwema, 2010),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문화권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나 전문 인력은 대부분 남성들이었으며, 그 들만으로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러나 2000년대에는 더 많은 지도자나 전문 인력 을 필요로 했으며, 그 필요 부분을 여성들로 충원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상황으로 변모해왔다. 여성이 필요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남성이 든 여성이든 누구든지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 는 지도자나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고 역량을 발 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나 지도자나 전문 인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지 이를 이끌어나가는 전문 인력의 비율은 그 조직이 얼마나 복잡한지 아니면 단순한지에 따라서 다르다. 복잡한 문화권 일수록 전문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지만, 아무리 복잡한 조직이라도 조직의 효율성 차원에 서 구성원들의 일부만이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고 활동하게 된다(Al-Subhi Al-Harbi, 2000; Hoch, Pearce, & Welzel, 2010). 곧 어느 조직이든지 지도자 또는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성 원들의 비율은 항시 제한되어 있는데, 생산연령층 의 거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에서는 이미 1980년대나 1990년대 지도자나 전 문 인력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남성들의 비 율은 거의 최대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이다. 생산 연령층의 10%정도의 남성들이 그 시절의 지도자 나 전문가의 역할을 했었다. 그렇다면 더 많은 더 많은 지도자나 전문 인 력을 필요로 하는 2000년대 또는 2020, 2030년 대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바로 여성의 잠 재능력을 개발시켜 여성이 남성처럼 지도자나 전 문 인력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양성시키는 방법 에 의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국 제경쟁력이 약화되어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문화권에서는 20세기 말미에 접어들면서부터 여성의 잠재능력 개발에 저해가 되는 환경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여성의 근로 권리를 저해하는 환경 개선을 위해 1999년도에 직장 내 성희롱 조항을 삽입하면서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했고, 여성의 교육 권리를 저해하는 학교 등의 조직 환경 개선 을 위해서 1999년도에 남녀차별금지법(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1세기에 접어들자마자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면 서 여성의 잠재능력 개발 및 교육의 권리를 보장 하는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고 했으며, 또 이러한 일을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여성부(department of gender equality) 2) 를 탄 생시키게 되었다. 여성부의 의미를 되새기기 전에 먼저 2000년 대 초반을 2020년대 또는 2030년대와 비교해보 자. 지금으로부터 10년이나 20년 후는 당연히 10년 전보다 더 복잡한 세상이 된다. 더 많은 지 도자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대한민국의 미 래에 대비해야 한다. 즉 자신의 잠재능력을 충분 히 발휘하여 지도자나 전문 인력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의 비율만큼 높아져 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 리나라는 국내 및 국제사회에서도 역량을 발휘하 면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적 자원이 충분하여 다른 문화권과의 경쟁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 강국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안정, 불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2) 여성부는 1988년 (제2) 정무장관실, 1998년 여성특별 위원회의 활동을 이어받아 2001년 발족되었으며, 2005년에는 여성가족부, 2008년에는 여성부, 그리고 2010년부터는 여성가족부로 기능을 하고 있음.
윤 가 현 33 결국 성희롱이나 성폭력, 성매매 등 성차별 문 제의 해결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사안 이며, 그 기초 작업은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남성 만큼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우 리 문화권에서는 199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양 성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개념을 부각시켰 으며, 양성평등 문화와 사회를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해서, 다시 말하면, 여성의 역량 발휘와 지도자 양성(i.e., women s leadership and empowerment)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성부를 발족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여성부 처럼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부처가 없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회에서 지도자나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여성 은 결혼 후 임신과 출산, 양육이라는 문제 때문에 남성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 지도자나 전문 인 력으로 인정받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런 이유 로 도전의식이 강한 여성들의 일부는 지도자나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는 길을 밟는 과정에서 결 혼 후에도 임신이나 출산을 꺼리거나 아예 결혼 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해버리기도 한다. 결국 출산 율 저하나 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가족(family)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 미래를 맞이하게 될 어 려움을 예견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부를 여성가족부(department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로 바꾸었다. 여성의 역할이 남성의 역할 과 다름을 간과한 상태에서 평등만을 강조했을 경우 가족문제가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후반부에 다시 서술하겠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한 평등의 관점 (egalitarian view)이 포함된 교육이 성교육의 핵 심 부분이다. 역시 성차별 의식에 기인한 성희롱, 성폭력을 근절시키는 내용, 곧 양성평등도 성교육 의 핵심에 해당된다. 그러나 평등을 강조할 때 그 기본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평등 실현이기 때문 에 양성평등을 강조했을 뿐이지, 양성평등의 실현 자체가 최종목표는 아니다. 성교육의 최종목표는 UN에서 1948년 세계인권선언문에 명시한 인간 평등(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 equal in dignity and rights. Article 1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므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이를 살아나 가면서 실천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평등을 바라보는 일부 정부부처의 각도에 대한 필자의 느낌을 짧게 언급하고 성폭 력의 해결방안을 서술하고자 한다. 국가인권위원 회는 평등의 권리를 다른 부처에 비해서 좀 더 넓게 바라보는 편이다. 여성가족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성평등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 지만,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근래 인간평등의 쪽으로 폭을 약간 더 넓혀가려 는 의지가 보이고 있어서 기대가 된다. 한편 교육 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양성평등의 관점을 비교적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뒤로는 시대의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인상이 매 우 깊다. 아직도 양성평등에만 집착해서 성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왜 양성평등을 강조했 는지, 왜 성교육을 하는지, 또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나 오해가 생길 정도로 후퇴한 모습을 보 이고 있다. 성폭력의 기저 이제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를 살펴보자. 과거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 문화권에서 성폭력 예방은 가해 방지보다도 피해 방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나중에는 가해자 처벌을 기반으로 하는 예방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법은 성폭력의 근원 을 해결해주는 방안들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재범 이나 상습성, 또는 초범 발생의 감소 등 해결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가시적인 효과는 곧 사라져버린다. 이는 단기적인 해결책 또는 임 시미봉책에 불과하다. 대다수 단기적 해결책들은 성범죄 등 강력 사건의 잦은 보도와 함께 대중의 분노라는 국민적 감정에 의해서 정치적인 결단을 하면서 마련되고 있으며, 새로운 방안일수록 보다 더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역시 대다수 국민들 은 효과 여부와 상관없이 그와 같은 강경한 방안 들에 공감을 하고, 지지를 해주는 편이다(윤가현, 2015).
34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의 제언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폭력이 발 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더 관심 을 가져야 한다. 가해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결과 들을 토대로 근원적인 해결이 가능한 방안을 모 색해야 한다. 왜 어떤 가해자들은 사회에 충격을 가져다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없는지, 왜 그들은 전자발찌를 채워도 다시 범죄를 저지 르게 되는지, 또 그들이 지닌 기본적인 특성은 무 엇인지 등을 밝히는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현재의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중에 청소년이나 성년으로 자라서 성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성폭력을 비롯한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제반 폭력행위의 발생은 모두 그 뿌리가 같다. 폭력의 가해자들이 지닌 다양한 특성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평등하고 거리가 먼 사고방식에 기인 한 힘(power) 그리고 조절(control)에 대한 관점 이다(Dunbar & Johnson, 2015). 대인관계에서 자신보다 힘이 더 약한 자를 지배하거나 조절해 도 된다는 사고방식과 함께 자신의 사소한 감정 (예, 분노, 적개심)이나 충동 조절 능력이 결여되 어 있다. 곧 그들은 힘을 토대로 타인을 조절하려 는 특성 때문에 관계가 꼬이게 되고, 자신에 대한 조절을 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문제로 비화하 게 된다. 예를 들면, 그들은 상대방의 몸을 허락 이 없는 상태에서도 함부로 만지려고 하며, 그 과 정에서 상대방의 방어행위로부터 자존심이 상하 거나 사소한 분노 감정이나 욕구좌절이 생기면 이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터뜨려버린다. 또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 이 매우 낮은 편이다. 성폭력의 동기를 피해자가 유혹한 탓으로 돌리거나 포르노 노출 등 성적 자 극이 범람한 사회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렇 다면 그들은 왜 약자를 힘으로 조절하려고 하며, 자기 조절 능력을 제대로 발달시키지 못했는가? 왜 그들은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는가? 그런 성 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 장과정에서 그렇게 발달되었던 것이다. 지금과 같 은 교육 환경이나 사회 체제에서는 앞으로도 그 런 성향을 지닌 자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아동이나 청소년들 중에서 일부를 미래사회의 잠재적 가해자(범죄자)로 발달 시키는 것을 방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성폭력 을 비롯한 각종 폭력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들을 감소시키는 방안은 바로 가족(가정, family)의 문 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예로, 뒤에 다시 보충 설명을 하지만, 역기 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에서 아동이 양육 되고 있는 문제부터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 입이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서 역기능 가정이란 양육자가 알코올이나 도박 등 각종 중독자이거나 폭력이나 학대를 일삼거나 이혼이나 별거 또는 가출 등으로 아동에 대한 양육 책임을 저버리거 나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가 정을 이른다(Capuzzi & Gross, 2014). 현재 수 감생활 중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대다수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자신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었다고 느끼는 피해의식이 매우 강하다. 어려서부터 양육 자로부터 관심이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그 대신 너 같은 놈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또는 아무 쓸모가 없는 놈! 이라는 소리만 듣고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자긍심이 저하될 대로 저 하된 자가 수두룩하다(Brouillette-Alarie & Proulx, 2014). 그들은 어린 시절 기본적인 요구 나 욕구는 전혀 충족되지 못한 스트레스 상황에 서 살아왔기 때문에, 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 현하거나 전달하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기 때 문에 원만한 대인관계 또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 는 능력을 전혀 개발시키지 못한 자들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자들의 일부는 양육자 로부터 받지 못한 관심이나 사랑을 다행히 학교 나 지역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어서 원만한 대인관계 기술을 다소라도 습득하면서 큰 문제가 없이 살아가게 된다. 그렇지만 양육자의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지역사회로부터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오히려 따돌림을 받고 살아가는 자들이 적 지 않다. 그들에게는 삶의 환경자체가 어린 시절 부터 현재까지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이며, 미래도 밝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행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 으며, 항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어서
윤 가 현 35 특정한 인물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곧 성폭력 등의 문제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대상으로 상습성을 보이지 않도록 돕는 일이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자긍심을 향상시켜주어야 하고 대인관계 에서 힘이나 조절 문제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 어주는 인지행동치료를 출소 전부터 출소 이후까 지 받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후약방격의 방안보다도 더 필수적인 방안은 미 래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생기지 않도록 아 동이나 청소년이 살아가고 있는 가정이나 학교 환경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이다. 환경이 좋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동 이나 청소년들이라도 학교나 지역사회(예, 고령자 자원봉사 mentor system)가 따뜻한 눈길을 보내 줄 때 자신이 소외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얻게 되 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도 외면하지 않고 경 청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얻었을 때 대인관계도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학교나 지 역사회는 그들에게 성년이 될 때까지 스스로를 소통이 되고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러한 도움이 지속 될 때 자긍심과 함께 타인에 대한 존중의식을 고 취시킬 수 있으며, 힘을 토대로 타인을 조절하려 는 사고방식을 버리는 대신에 스스로를 조절하는 역량도 커질 수 있게 된다. 성폭력 예방 성교육 이제 성교육으로 성폭력을 예방하거나 근절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성교 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필수적이다. 또 학교 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이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 하다고 하더라도 학교 성교육만으로는 성폭력 문 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이외의 가정이나 지역 사회에서 함께 보조를 맞추어주어야 가능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본장에서는 학교 차원의 성교육 에 국한시켜 예방이나 근절에 필요한 부분이 무 엇인지를 서술하며, 가정과 지역사회에서의 보조 는 마지막 장에서 서술한다. 대다수 문화권에서의 학교 성교육 관점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순결이나 금욕 위주의 성 교육이었다. 우리나라도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성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 도 그러한 관점을 지향하고 있었다. 순결이나 금 욕 위주의 성교육은 실천이 가능하다면 이론적으 로 가장 효과적이고 완벽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러 연구에서 거의 일관성 있게 순결이나 금욕 위주의 성교육은 실패에 가깝다는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으며(Santelli, Ott, Lyon, Rogers, Summers, & Schleifer, 2006), 성차별 적 관점의 성교육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 대안으로 부각된 성교육 관점이 바로 통합 적 또는 포괄적 성교육(CSE: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이다(stanger-hall & Hall, 2011).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오자마자 CSE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CSE 접근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면, 2000년도에 교육 인적자원부에서 평등과 존중에 초점을 맞추어 함 께 풀어가는 성 이야기 라는 틀을 짰는데, 이는 특정한 교사(예, 보건교사)나 특정 교과목 위주의 성교육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양성평 등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CSE접근이었다. 그렇 지만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그 의미에 대 한 이해가 불충분했는지 CSE접근의 뿌리를 제대 로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상태가 되었다. 학교 장면에서 그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들이 많겠지만, 짧게 세 가지만 살펴보 자. 첫째, 우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무엇을 어떻 게 누가 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담당부서가 수시로 바뀌거나 전 문 인력이 부재한 상태이다. 둘째, 일부 학부모들 이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시간 낭비처럼 여기고 있는데, 학교가 성교육에 투자할 에너지를 입시 등 학업에 전념해주기를 바란다. 그 분들의 입장 에서 학교 성교육은 자녀들의 입시 성적 향상이 나 진로 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학교운영위원회는 학 교운영의 투명성이나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만 초 점을 맞추면서 성교육이나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학
36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의 제언 교 성교육의 효과가 단기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미래사회의 안정된 모습을 염두하고 마련한 정책이나 교육은 손에 잡히는 효과를 단 기간에 보여주기 어려운 법이지만,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여 다른 사안들에 비교할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포괄적 성교육 이제 CSE가 무엇인지 그 특성을 살펴보자. 이 는 성적 성숙과 발달에 따른 변화를 이해시키는 것부터 심리 발달이나 인간관리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데, 사람이 태어나서 늙어서 사망할 때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해시키고 있다. 곧 CSE는 다른 사람들하고 관계를 형성,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나 방법 등을 가르쳐준 다. 대인관계에서 의사소통의 중요성, 가족의 가 치, 역사와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도덕과 윤리적 가치, 책임감 있는 행동(예: 분노나 충동 등을 잘 조절함) 등을,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 과 타인에 대한 존중(예: 타인을 조정하거나 통제 하지 않음), 평등의식, 차별의식의 타파 등을 비 롯하여 성적 상호작용 및 그 상호작용 과정에서 파생된 성문제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면, 데이트 행동을 배울 때 데이트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본적인 문제점부 터 폭넓게 생각하고 접근하도록 해준다. 우선 여 자는 남성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자는 여성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소통에서 의 불편함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오해가 생 기지 않는지 등을 역할놀이를 통하여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술을 습득시킨다. 데 이트 경비 지출에 대한 놀이를 할 때에도 그 경 비를 어떻게 마련하고, 누가 지출하는지를 비롯하 여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해야 데이트 경비 등 용 돈 마련도 더 수월해짐을 이해하면서 가족의 가 치나 가족 구성원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래 등 가까운 사람들과 서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 지하는 기술은 물론 그들과 불편하지 않은 관계 를 유지하는 기술도 습득시킨다. 역시 데이트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 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짐과 동시에 모든 행동에는 과정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다시 말하면, 현재는 물론 미래에 파생되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책임감이 수반됨을 이해시킨다. 그 책임감이란 타 인이나 사회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 을 자신이 지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나 실천의 지를 의미한다. 곧 데이트 과정만 배워도 의사소 통 능력이 신장될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식도 고취시킬 수 있고, 책임감도 증진시킬 수 있 다. 또 미래의 배우자하고 결혼생활을 할 때 상대 방(배우자, 자녀 등)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인식하도록 해줄 수 있다. 근래 서구에서는 CSE 위주의 성교육을 할 때 평등과 존중의식보다도 십대임신이나 성 전파성 질환(STDs) 감염을 예방하는 책임감에 초점이 더 맞추어져 있다(Stanger-Hall & Hall, 2011). 그 이유는 우리 문화권보다 더 오래전부터 평등 이나 존중의식을 강조했던 탓에 근래에는 이 부 분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구 에서는 CSE의 장기적인 효과를 발표하기 시작했 는데, 대다수 연구들이 성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금욕 위주의 성교육을 했던 경우보다 CSE 위주 의 성교육을 받았던 경우에서 십대임신이나 질병 감염 비율이 훨씬 더 낮아서 자기 책임감이나 상 대방에 대한 존중의식이 더 높은 것으로 해석하 고 있다. 미국의 성정보교육위원회(SIECUS)가 성인 부 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교생을 위한 성교육에는 93%가 찬성하고, 중학생을 위한 성교육을 84%가 찬성하고 있다. 성인들의 절대다 수가 청소년 성교육을 찬성하지만, 이를 역으로 보면, 고교생 성교육을 반대하는 성인이 7%, 중 학생 성교육을 반대하는 성인이 16%에 해당된다. 반대한 비율은 높지 않지만, 반대한 성인들의 목 소리가 작은 것은 아니다. 학교 장면에서는 소수 의 목소리라도 무시하지 않고, 그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 로 하는 CSE가 이루어지고 있다(Peter, Tasker, & Horn, 2015).
윤 가 현 37 그럼 왜 반대를 하는가? 그 이유도 다양하지 만, 반대자들의 대부분은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 에 의해서 순결을 강조하거나 성적 정체성 등을 수용하지 않는 분들이다. 우리 문화권에서도 성인 들의 일부는 아동이나 청소년 성교육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금욕과 거리가 먼 성 교육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은 포르노 등 음란물 부분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성교육이 성적 탈선 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며, 일부 반 대자들은 성적 정체성 부분에 대한 종교적 가치 와 달라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CSE 관점의 성교육이 순결이나 금욕 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가치를 최대로 인정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포르노와 같은 음란물 에 노출되거나 성에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가 제 공된다고 해서 성적 충동을 부추기거나 배가되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성행위를 가볍게 생각하는 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와 같은 논리는 성범죄 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사회로 전가시 키기 위해서 범행동기를 음란물에 자주 노출되었 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물 론 CSE 관점의 성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자가 음란물에만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그와 같은 책임 전가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CSE에 서는 음란물에 노출된 이후 반드시 비판하는 자 세를 갖추도록 해주므로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은 거의 없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음란물에 노출되었더 라도, 노출되자마자 곧바로 또는 차후에라도 음란 물 내용을 토대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비 판하고, 생명 존중의 사고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비판하고, 아동이나 부녀자 등 약자들에 대한 차 별의식을 비판하는 기회가 제공되었을 경우에는 청소년이더라도 문제행동에 연루되지 않게 된다. 예를 들면, 성폭력 관련 음란물에 노출된 후에 거 기에 등장한 인물이 자신과 관련된 사람이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상처는 어느 정도인가 등을 토 대로 그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발생해서는 안 된 다는 의식을 머릿속에 담고 살아가도록 하면 된 다. 오히려 성인이라도 그와 같은 음란물에 노출 되었을 때 비판의 자세를 갖추지 못함을 더 걱정 해야 한다. 성적 정체성 교육에 대한 민감성을 잠깐 거론 해본다. 동성애 정체성을 바라보는 각도가 사람마 다 다를 수 있다. 서구에서는 한때 동성애가 AIDS와의 관련성 때문에 오명을 입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AIDS와의 관련성이 높은 편이다. 역시 동 성애나 양성애 정체성을 지닌 자가 성추행에 연 루된 사건이 대중매체에 보도되면서 또 다른 오 명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1980년대를 기점 으로 동성애 정체성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결 정되지 않는다는 학술적인 결론이 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CSE에서는 그들을 차별하지 않아 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물론 동성애 정체성에 관한 교육에서는 최소한 다음의 두 가지를 고려 해야 한다. 하나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 동성 애의 이해와 동성애의 미화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성애이든 동성애이든 양성애이든 정체 성의 조건은 미화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이나 이 해의 대상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부 는 동성애 정체성을 미화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모든 사람이 신분이나 성별, 출신배경 등에 상관없이 존중받고 살아가는 존재 임을 인식시킬 때 동성애 정체성을 어느 연령층 에서부터 이해시키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한 문 제이다. 일부 동성애 인권단체에서는 나이에 상관 없이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 은 발달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에 해 당된다. 적어도 성적으로 성숙하면서 생물학적 결 정에 관한 과학적 연구내용을 어느 정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시점이어야 성적 정체성에 대한 설명 을 하더라도 오해가 생기지 않게 된다. 이런 맥락 에서 본인은 정체성을 이해시키는 교육은 사춘기 를 맞이할 무렵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CSE의 핵심은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존중이나 배려, 평등의식을 토대로 대인관계의 요 령을 습득시키는 것임을 강조했다. 어떻게 살아가 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가를 가르치는 것은 연령에 상관없이 교과과정이 나 비교과과정으로 지속되어야 함을 함축해서 설
38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의 제언 명했다. 그렇지만 동성애 정체성을 비롯한 성매 매, 성폭력 등의 내용은 학령에 맞추어 체계적으 로 설명하더라도 아동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은 매우 제한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발달의 시 점을 고려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시기에 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범국가적 차원의 성교육 마지막으로 성교육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해 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근래 성인들은 물론 청 소년 계층에서도 성폭력이나 각종 비행 등 사회 문제가 부각되면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 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인데, 인성교육이 성교 육의 핵심이다. 전장에서 언급한 CES는 그 자체 가 인성이나 가치관 교육으로 다른 사람들과 원 만하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 성교육은 학교만이 전담할 수도 없고, 전담해서도 안 된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1) 가정, 2) 학교, 3) 사회(지역사회, 매체, 국가 등)가 함께 이루어 질 수 있어야 한다.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제도적인 틀이 함께 움직이면서 상 호 협력이 잘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 고 안정될 것이다. 이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인성교육의 기본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 진다. 대인관계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하여 개인의 건강한 성격이나 태도, 행동 등이 모두 어 려서부터 양육자하고의 관계에서 발달한다. 가정 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는 물론 성인 가족에게 안정된 삶의 기본이자 안전한 기지의 역할을 해 주는데, 특히 아동에게는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 고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이 된다. 전술 한 바처럼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성폭력 등의 성 범죄 또는 비행을 저지르는 배경도 아동기의 상 처(예, 각종 유형의 학대, 빈곤 등)와 관련이 깊듯 이, 아동에게는 안정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그러나 비교적 안정된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아동(자녀)과 성에 관련된 사안을 스스럼없이 이 야기하는 부모(양육자)가 많지 않다. 성 문제를 잘 알지 못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설령 잘 알더라도 어색해서 또는 너무 바빠서 등 의 이유로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양육자는 지역 사회나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고, 협조를 해주어야 한다. 둘째, 학교의 성교육이다. 학교에서도 보건교 사가 인성이나 가치관 등에 관련된 성교육을 전 담할 수가 없다. 성교육이 특정한 교사에 의해서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수 있는 교과 목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모든 교과 목이 성교육(인성교육)에 관계되며,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성 교육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 구에서는 다른 교과목의 일환으로 성교육을 하는 것보다 독립된 과목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 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WHO, 2004). 전체 교과목에 의한 인성교육이든지, 성교육이 라는 특정한 교과목이 설정되어 있든지 교육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관여해주어야 한 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기 능이나 역할은 학생들의 인성보다도 학교경영의 투명성이나 입시 위주 성적향상에 더 초점이 맞 추어져 있다. 학운위는 미래를 위해서 인성교육 (성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 방향 등도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맥 락에서 모든 학교가 성교육을 동일한 내용으로 또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학교 의 특성에 따라서 학운위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 율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며, 말미에 언 급할 지역사회의 교육기관을 활용하도록 결정해 주어도 된다. 학교 성교육에 대한 현재 교육부의 역할을 바 라볼 때 성교육이나 인성교육을 전담해주는 부서 (control tower)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 면, 성폭력은 어느 부서에서 맡고, 성교육은 다른 부서에서 맡는 등 구심점을 찾기가 어렵다. 성폭 력 문제가 성교육이나 인성교육 문제와 다른 것 이 아니다. 또 성교육이나 인성교육은 교육부만 관계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다른 부처, 특히 여성가족부와의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필요하다. 물론 나름대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주장 할 수 있겠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 을 얻기가 힘들다.
윤 가 현 39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교육부는 아직 양 성평등에 초점을 맞추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인간평등의 틀로 전환하여 미래의 주역들이 보다 큰 안목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 록 해주어야 한다. 현재는 지구화시대이다. 세상 을 보고 읽는 눈을 학생들이 커지도록 하려면 교 육부가 먼저 커져야 하는데, 지금은 시야가 너무 좁다. 무엇을 해라, 무엇을 하지 마라 등의 협소 한 문제에 대한 안내문이 담긴 가이드라인 제시 가 아니라 적어도 20년이나 30년을 내다보고 현 재의 학생들에게 모든 인간이 함께 잘 살 수 있 는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큰 틀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셋째, 아동이나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사회나 국가의 역할이다.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사회 의 국가의 위상 제고 여부는 여성가족부의 역할 에 달려 있다. 학교 성교육도 교육부만의 관여 사 항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적극적인 협조 또는 개입을 요하는 사항이다. 아울러 여성가족부는 다 른 부처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보다 더 긴밀히 유 지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하더라도 다른 부처의 이해 를 얻지 못하면 여성가족부의 존재가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근래 어떤 사업에 대한 예산이 기획 재정부 담당자로부터 전액 삭감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파다할 때 다른 부처 구성원들 이 여성가족부의 역할이나 기능, 위상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지기도 했다. 부디 여성가족부 구성원들 모두가 미래의 안정된 대한민국을 위해 그동안 약자로 인식되었 던 여성의 잠재능력 개발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 면서 정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제 매체의 역할 및 기능에 관해서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이미 20세기 중반부터는 매체 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아동이나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 영향을 더 많이 미치고 있다 (Greenfield, 2014). 이는 가정이나 학교, 국가에 서 인성이나 가치관 형성을 위한 성교육을 아무 리 잘 해도 대중매체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 다는 뜻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무리 인성 위주 로 건전한 사고를 함양시켜도 인기 위주의 프로 그램 하나가 흩뜨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막 강하다. 곧 대중매체의 역기능을 줄이는 대신에 뉴스를 전달하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인간존 중의 자세에서 사회나 국가, 학교 등이 제대로 하 지 못하는 점을 비판함과 동시에 학교나 가정, 국 가를 돕는 프로그램 제작 및 대안 제시 등의 선 도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성교육기관으로 청소년성문화센터 (이하 센터)를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센터 는 1990년대 말 청소년보호법 제정과 함께 청소 년보호위원회(1997-2002: 청소년위원회, 국가청 소년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태동했으며, 2007년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률에 의거하여 정부(여성가족부)가 및 지방자치단 체의 예산으로 2015년 현재 50여 개소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주로 아동이나 청소년 및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CSE 차원의 성교 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센터에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근래 세계성학회(World Association for Sexual Health)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했다. 센터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여러 가지 사정으 로 시도하기 어려운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 센터의 종사자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센터를 방문하는 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을 위해서 교육시설이나 도구가 갖추어진 자동차 를 이동시켜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한 상 태이다. 물론 센터가 운영된다고 해서 성교육이나 성폭력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센터의 종사자들은 아동이나 청소년, 장애 학생들 에게 성적 성숙이나 발달을 비롯하여 자신이나 가족 및 타인의 존재가치를 평등과 존중, 배려 등 의 차원에서 인식시키면서 그들이 미래사회의 주 역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줌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는 바로 CSE 차원의 성교육이며, 유감스럽게도 그 효과는 앞에 서 지적한 대로 눈앞에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센터의 종사자들은 조금이라도 질적으로 수준 이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역량 강화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교
40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의 제언 기관으로부터 성교육을 요청 받는 기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대하고 있다. 요즈음처럼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학교 성교육을 보조해주는 청 소년성문화센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천만 다 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센터가 학교와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교 성교육을 도 와주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와 교 육부의 협력 체제를 기대해본다. 이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책인지라 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센터에서도 아동이나 청소년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성인)들이 센터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게을 리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윤가현 (2015). 성폭력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정 책으로부터의 교훈: 미국의 거주지 제한정책을 중심으로. 대한성학회지, 2, 11-30. Al-Subhi Al-Harbi, K. M. (2000). Optimization of staff numbers in the process industries: An application of DEA. International Journal of Manpower, 21, 47-60. Brouillette-Alarie, S., & Proulx, J. (2014). An exploratory analysis of the offending process of extrafamilial sexual aggressors against adolescents. In J. Proulx, E. Beauregard, P. Lussier, & B. Leclerc (eds.), Pathways to sexual aggression (pp. 179-199). London: Routledge. Capuzzi, D., & Gross, D. (2014). Youth at risk: A prevention resource for counselors, teachers, and parents. New York: John Wiley & Sons. Dunbar, N., & Johnson, A. (2015). A test of dyadic power theory: Control attempts recalled from interpersonal interactions with romantic partners, family members, and friends. Journal of Argumentation in Context, 4, 42-62. Greenfield, P. (2014). Media: The effects of television, video games, and computers. New York: Psychology Press. Hoch, J., Pearce, C., & Welzel, L. (2010). Is the most effective team leadership shared? The impact of shared leadership, age diversity, and coordination on team performance. Journal of Personnel Psychology, 9 (3), 105-116. Jarrett, V. (2013). Empowering all women to reach their full potential. (백악관 비서관 Varelie Jarrett의 Blog, www.whitehouse.gov /blog/2013/03/08/empowering...) Peter, C., Tasker, T., & Horn, S. (2015). Parents attitudes toward comprehensive and inclusive sexuality education; Beliefs about sexual health topics and forms of curricula. Health Education, 115 (1), 71-92. Santelli, J., Ott, M., Lyon, M., Rogers, J., Summers, D., & Schleifer, R. (2006). Abstinence and abstinence-only education: A review of U.S. policies and programs.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38, 72-81. Stanger-Hall, K., & Hall, D. (2011). Abstinence-only education and teen pregnancy rates: Why we need comprehensive sex education in the US. PLoS One, 6 (10), e24658. van Emmerik, H., Wendt, H., & Euwema, M. (2010). Gender ration, societal culture, and male and female leadership. 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83, 895-914. WHO (September 2004). Family life, reproductive health and population education: Key elements of a healthpromoting school.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s Information Series on School Health Document 8. (available at http:// www.who.int/school_youth_health/media/en/ family_life.pdf, last visited August 27,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