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와 저출산: 한국가족에 이는 변화 백 영 경 (문화인류학, 연세대 강사) I. 들어가는 말 한국가족의 위기 를 알린다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연일 정부 발표와 언론을 장식하 고 있다. 저출산 세계 1위, 이혼율 OECD 국가 중 3위, 재혼율 상승, 2인생계부양(맞벌 이)가구 증가, 한부모가구 증가, 국제결혼 이주가족의 증가, 원정 출산 과 기러기 아빠 등으로 나타나는 가족의 도구화 현상 등과 함께, 한국가족의 위기는 국가와 민족의 위 기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인구 지표 가운데서 우리 사회 초미의 관심은 물론 출산율이다. 남한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 6.9명이었던 것이 1990년 1.6명, 1995 년 1.65명, 2000년 1.47명, 2004년 1.16명으로 떨어졌고, 2005년의 합계출산율은 1.08로 잠정 집계된 상태이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통계 지표상으로는 결혼지연 및 결혼율 하락 현상, 그리고 이혼 증가 등 결혼의 불안정화 현 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1) 현 상황은 낮은 출산율을 높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분위기이다. 정부 일각에서조차 저출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거 커플을 가족관계로 인정하고 비혼남녀 들의 출산을 이끌어내어야만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하면, 독신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 지 못하는 한편으로, 일부 인구학자들은 낙태의 전면 금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미혼남녀 맞선 주선, 신혼부부 건강검진 제공, 출 산지원금, 정 난관 복원수술비, 불임검진 및 인공수정비 지원 외에 아기 탄생과 결혼에 축하 엽서보내기,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보육시설 간식비 지원까지가 모두 저출산대 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2)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국제결혼 을 둘러싼 사회 인식의 변화이다. 한국전쟁 이후 국제결혼이 주로 이루어지게 된 사회 적 역사적 맥락으로 인해 국제결혼은 종종 매춘과 같은 의미로 이해되었으며, 1980년대 들어 국제결혼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약간의 인식의 전환을 겪는다. 그러다가 1990년 대 들어 급증한 조선족 여성과의 국제결혼은 농촌총각 구제 방안으로 잠시 환영을 받았 으나, 곧 사기결혼 위장결혼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3) 저출산 위기론이 대두되던 2000년 대 초기에는 동남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다른 지역여성들과의 결혼이 증가하던 상황 이었다. 따라서 이 당시에는 국제결혼의 급속한 증가와 그로 인해 예견되는 민족 공동 체의 와해 가능성 등이 주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기 위한 주요 지표로 등장하였다. 그 1) 김미숙, 2006, 한국가족 어디까지 왔나? 가족위기 대 재구조화 논쟁 과 원영희, 2006, 줄어드는 결혼, 늘어 나는 이혼, 이달의 초점: 한국가족은 위기인가? <<보건복지포럼>> 통권 115호, 2006년 5월. 2) <<서울신문>>, 2006. 5.22. 3) 윤형숙, 2004, 국제결혼 배우자의 갈등과 적응, 한국의 소수자, 실태와 전망, 최협 김성국 정근식 유명기 엮음, 한울.
러다가 최근에 와서는 국제결혼이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타진되기 시작하는 경향을 보이 면서, 국제결혼 그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는 혼인이주 여성들과 그 결혼에서 출생하는 자녀들을 어떻게 제대로 된 한국인으로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주 관심으로 대두되 는 경향을 보인다. 이 발표에서는 한국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에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 지표들을 점검해 보면서 과연 국제결혼을 저출산의 해법이라는 틀에서 접근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 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II. 국제결혼과 관련된 지표들 2005년 법무부에 제출된 용역보고서는 2004년 한 해 동안 국내 총 결혼 건수의 11.4%에 해당되는 35,000쌍이 국제결혼을 하여서, 이들 국제결혼 가정이 평균 1명씩의 자녀만 출산한다고 가정을 하여도 2004년 총 출생아 수 476,000명의 7%에 해당되는 수치인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우리사회에 아직도 팽배해 있는 다문화가족의 자녀(혼혈 인)에 대한 반차별운동과 혼인이주여성에 대한 모성보호는 국내 저출산 억제 정책에 기 여할 4)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이주 여성들이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통념과는 달리, 보건복지부 인구여성정책팀이 이주여성 9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들 중 자녀가 없는 경우가 전체 50.5%, 자녀 1명이 27.1%, 자녀 2명이 16.0%, 3명이 6.4% 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5)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의 평균연령 역 시, 외국인 신부라고 하면 어린 처녀를 떠올리는 통념과는 달리 34세에 이른다. 결혼중 개업소를 통한 결혼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나이 차가 크게 나타나기는 하나, 이렇듯 자녀의 출생수가 많지 않고 여성의 연 령이 높다는 사실은 외국인과의 결혼에서 재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녀 모두에서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현재 국제결혼은 한국인 여 성보다는 남성이 외국인 처를 맞는 형태이며, 초혼보다는 재혼을 위한 선택이다. 혼인이 주 여성들의 3/4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재혼 비율이 높은 중국 출신 여 성들의 도시 거주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 사이에 서로 다른 결혼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 국제결혼에서 출생한 자녀의 숫자 는 아직 통계가 없다. <표1> 2000-2005년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의 추이. 4) 이혜경, 2005, 한국의 국가발전 정책과 이주정책의 상호보완 가능성: 이주여성 문제를 중심으로. 법무부 용역 최종결과보고서, 2005. 9.30. p. 84. 5) 머리나쁘니까 애 낳지마, <<노컷뉴스>>, 2006. 5.9.
(명) (명) (%) 2000 47,976,730 244,172 0.5 2001 48,289,173 267,630 0.6 2002 48,517,871 287,923 0.6 2003 48,823,837 437,014 0.9 2004 49,052,988 469,183 1.0 2005 49,267,751 485,477 1.0 자료 출처 통계청 (2005) 인구동태. http://kosis.nso.go.kr <표2> 2001-2005년 전체 혼인 건수와 그 중 외국인과의 결혼 비율. 외국인처 10,006 11,017 19,214 25,594 31,180 외국인남편 5,228 4,896 6,444 9,853 11,941 외국인 혼인 합계 15,234 15,913 25,658 35,447 43,121 전체 혼인 320,063 306,573 304,932 310,944 316,375 외국인 혼인/전체 혼인 (%) 4.8 5.2 8.4 11.4 13.6 자료 출처 통계청 (2005) 인구동태. http://kosis.nso.go.kr <표3> 2002-2005년 전체 이혼 건수와 그 중 외국인과의 이혼 비율 총이혼건수 145,324 167,096 139,365 128,468 외국인과의 이혼 1,866 2,164 3,400 4,278 총이혼건수 / 외국인과의 이혼 (%) 1.3 1.3 2.4 3.3 자료 출처 통계청 (2005) 인구동태. http://kosis.nso.go.kr <표4> 2005년 외국인과의 혼인 출처: 통계청(2006), 2005년 혼인 통계결과 <표5> 국제결혼 부부의 평균연령
(단위 : %, 명) 중국동포 중국한족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몽골 구소련 기타 전체 (N) (448) (164) (100) (77) (66) (19) (15) (30) (26) (945) 부인 평균연령(세) 35.4 34.7 39.0 32.0 26.7 34.7 29.1 27.1 31.3 34.3 표준편차 8.2 8.1 4.7 5.7 7.9 6.6 5.3 4.4 5.0 8.1 남편 평균연령(세) 42.5 41.7 40.6 39.9 38.1 39.4 38.6 37.7 39.7 41.3 표준편차 8.0 9.0 4.5 4.8 7.6 5.0 7.2 4.7 5.0 7.6 연령차이(세) 7.1 7.1 1.6 8.0 11.4 4.7 9.5 10.6 8.4 7.0 표준편차 6.0 6.3 3.5 5.7 12.4 4.7 5.1 5.5 5.2 6.8 출처: 이혜경 (2005). <도표1> 2001-2005년 외국인과의 결혼의 형태별 분류 20000 18000 16000 14000 12000 10000 8000 6000 4000 2000 0 초혼 재혼 미상
<도표1-1> 2001-2005년 외국인 남편과 외국인 처의 수 35000 30000 25000 20000 15000 외국인처 외국인남편 10000 5000 0 <도표1-2> 2001-2005년 한국인 여자-외국인 남편의 혼인 형태 변화 14000 12000 10000 8000 6000 4000 총계 초혼 재혼 미상 2000 0 <도표1-3> 2001-2005년 한국인남자-외국인 처의 혼인형태 변화. 20000 18000 16000 14000 12000 10000 8000 6000 4000 2000 0 초혼 재혼 미상
<도표2-1> 2002-2005년 한국인 여자와 결혼한 외국인 남편의 국적별 증가율. 400.0 350.0 300.0 250.0 200.0 150.0 100.0 50.0 0.0-50.0 2002 2003 2004 2005 계 일본 중국 미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호주 파키스탄 기타 자료 출처 통계청 (2005) 인구동태에 근거하여 재구성. http://kosis.nso.go.kr <도표2-2> 2001-2005년 한국인 여자와 결혼한 외국인 남편 국적별 변화 추이. 14000 12000 10000 8000 6000 4000 2000 계 일본 중국 미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호주 파키스탄 기타 0 자료 출처 통계청 (2005) 인구동태에 근거하여 재구성. http://kosis.nso.go.kr <표2-3>2001-2005년 한국인 여자-외국인 남편 결혼 중 국적별 재혼 비율 90.0 80.0 70.0 60.0 50.0 40.0 30.0 20.0 10.0 일본 중국 미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호주 파키스탄 기타 0.0
<표3-1> 2002-2005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처의 국적별 증가율 300.0 250.0 200.0 150.0 100.0 50.0 0.0-50.0 2002 2003 2004 2005 계 일본 중국 미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러시아 몽고 기타 <표3-2> 2001-2005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처의 국적별 변화 추이 35000 30000 25000 20000 15000 10000 5000 계 일본 중국 미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러시아 몽고 기타 0 <표3-3> >2001-2005년 한국인 남자-외국인 처 결혼 중 국적별 재혼 비율 60.0 50.0 40.0 30.0 20.0 10.0 일본 중국 미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러시아 몽고 기타 0.0 자료 출처 통계청 (2005) 인구동태에 기반하여 재구성. http://kosis.nso.go.kr
III. 인구와 재생산의 정치학 국가가 적정 인구 의 재생산하기 위해 인구를 관리하는 것은 근대국가라면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하고 일상적인 행위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인구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당면한 인구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국가 통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며, 개입할 수 있는 방식과 부문도 달라지는 것이 다. 서유럽에서 인구가 하나의 독립적이고 자연적인 실체로서 인간이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지칭하는 명사가 된 것은 18세기 경의 일이며, 통계학의 발달에 따라 19세기 중반 이후 사회 는 인구 집단과 동일시되어 하나의 큰 몸을 이루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게 되었다. 그 결과 인구 집단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이며 이 전체 집단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일부의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사고가 자리를 잡았다. 전염병 예방 을 위해 검역이나 강제 예방 접종을 실시한다던지, 상시적인 질병 감시 체계를 갖추고 개인들의 일상적인 행위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구라는 용어가 균질적이고 폐쇄적인 실체를 떠올리게 할지 몰라도, 인구를 헤아릴 때 시민권의 소유자/비소유자, 합법/비합법 체류자의 구분은 늘 존재하는데서 보 듯이 인구 개념 속에는 늘 배제와 차별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인구 논의는 심지어 시민들 내부에서도 혼인 여부, 성적 지향, 흡연 여부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정상/비정 상을 가르며, 언제나 개인들의 가치와 질을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저출산 위기 담론의 경우에도, 출산율이 정상보다 낮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그 전제로부터 이미 낮은 출산율을 초래하는 행동들과 그 행위자들이 비정상적이고 반사회적이라는 결론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저출산이라는 인구문제에 대한 해법이 이성애중심주의, 정상가족주의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UN 발표에 따르면 1995-2000년 기간 동안 인구가 대체율을 밑돌고 있는 국가는 61 개국이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인구는 세계인구의 44%에 해당하며, 이 중 많은 유럽 국가들의 경우, 출산율 저하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해묵은 문제이다. 6)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경우 19세기 이래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출산율이 문제가 되면서 1세기 이상 출산장려 정책을 펼친 결과 유럽에서 가장 높은 1.93의 합계 출산율을 보이면서, 한국이 따라 배워야 할 모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신과 출 산에서 혼인여부에 따른 차별이 금지되어 있으며,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데 필요한 사 회적 지원 등, 프랑스의 출산장려책에는 물론 본받을 점이 많다. 그런데, 프랑스의 출산장려책의 정치학을 좀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왜 저출산 위 기에 대해 단지 더 나은 출산장려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맞설 수 없는지가 분명해진다. 그것은 프랑스와 같은 대표적인 친출산국가라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출산을 장려하 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파리 근교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프랑스 사회가 6) United Nations. 1999. Long-Range World Population Projections, based on the 1998 revision. ESA/ P/WP/153.
이주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선은 곱지 않다. 프랑스 국가의 관심은 인구 증가세를 유지하면서도, 이주에 의한 증가나 이주민들로부터 태어나는 자녀수를 억제하는데 있다 (2004년 프랑스 인구는 38만 7천 명 정도가 증가했는데, 그 가운데 이주에 의한 증가 가 10만 8천 명 정도로 집계). 다시 말해, 전체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백인 중산층들의 출산율이 낮은데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작년 9월 프랑스 정부가 세 번째 자녀를 출산하는 여성의 경우 매월 최대 1000유로까지 현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 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었을 때, 이 시책이 중산층 전문직 여성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7) 이러한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시행과정에서 진정한 프랑스 인이란 백인 중산층이 라는 개념을 확대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출산장려책의 와중 에서도 특히 출산율이 높다고 지목되는 서아프리카 계 출신의 이민을 제한하고, 이미 이주한 사람들의 출산율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조처를 취한다. 파리 근교 사태에 대 한 국내외의 보도에서도 접할 수 있었듯이, 이주자들의 주거 부족 문제, 청소년 문제, 실업 문제, 가정 폭력 문제는 모두 아랍계와 아프리카계들의 높은 출산율 때문으로 돌 려지곤 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출산장려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출산을 장려하고 누구의 출산은 환영받지 못하는가라는 재생산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reproduction)의 문제는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8) 결국 저출산에 대한 우려는 단지 낮은 출산율의 문제가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 는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바람직하지 못한 인구는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도 고민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동 계 이민이 증가하는데 비해서 진짜 유럽인 들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안정된 인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미 국에서도 라티노나 흑인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백인이 감소한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며, 여전히 인구 감소보다는 인구 폭발이 국가의 의제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인도 에서 조차 무슬림 보다 낮은 힌두들의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이 심각하게 논의된다. 저 출산 담론의 민족 혹은 국가중심성이나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지 만, 민족이나 국가 혹은 지방자치체와 같은 특정한 단위를 떠나서 출산율 숫자 그 자체 로 만은 우리에게 아무런 불안을 일으킬 수 없는 것이다. IV. 맺음말: 경계를 상상하는 장으로서의 인구-가족 문제 한국에서도 저출산에 대한 우려는 단지 출산율의 하락에 대한 우려만은 아니다. 이는 이주자들의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며, 결혼과 노동을 목적으로 한 한국 만 못한 나라 로부터 인구가 유입되는 한편,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한국인 들은 원정출 산, 조기유학, 중산층 이민 등으로 유출되는데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9) 또한 국가적으로 7) France plans to pay cash for more babies, <<The Guardian>>, Thursday September 22 2005. 8) F. Ginsburg & R. Rapp. (eds). 1995. Conceiving the New World Order: the Global Politics of Reproduction.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 9) 한국의 두뇌가 한국을 떠난다. <<동아일보>> 2005. 11. 19.
출산율이 다시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저절로 농촌에서 아기울음 소리가 들리는 일은 일 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농촌의 문제는 단지 출산율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 다. <그림1> <<한겨레신문>> 2006. 2. 25일자 사회면 하단에 실린 광고. 따라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결혼 이주를 통해 한국에 온 베트남이나 필리핀 여성들의 다산 경향을 끝없이 경계한다. 현재 일어나는 국제결혼의 증가는 한국가족 이 더 이상 한국 내에서 재생산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단지 한국가족 의 재생산 문제, 한국가족 의 낮은 출산율의 문제로 읽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 인구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가족 의 경계를 둘러싼 경합 의 장이라고 보아야 한다. 베트남 여성은 유교권에 속하기 때문에 제사를 잘 지내고 자 녀교육을 잘 시키며, 피부색이 비슷하여 2세를 낳아도 표시가 잘 나지 않고, 출산 후에 도 체형이 변화하지 않는다. 몽골 여성은 같은 우랄알타이어 족에 속하기 때문에 한국 어 습득이 쉽고, 자녀 교육에 유리하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 내부의 위계 뿐만 아 니라,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낡은 위계 역시 재생산되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은 서구화되어 2세의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다리가 짧은 아시아인에 비해 러시아 여성들은 다리가 길며 체형에 균형미가 있다. 필리핀 여 성들 역시 국제화 시대에 2세들에게 서구화된 생활방식과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 장 점이 있다고 선전된다. 10) 1990년에서 2005년 사이 여성결혼이민자는 159,942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06년 4.26일 열린 빈부격차 및 차별시정위원회는 순혈주의를 대신하여 다문화관점을 확산시 키고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한국어교육 등 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결의하고 10) 국제결혼? 상표 로 취급되는 여성들. <<일다>>. 2006. 4. 20.
있다. 11) 차이에 대한 감수성과 배려가 매우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진 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주의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글이 오히려 신 화에 불과한 단일민족을 사라져갈 뿐 실재했던 실체로 간주하거나, 인종주의를 설파하 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2) 한국가족이 존재하고, 다문화가족이 한부모가족, 장애인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한 종류로서 존재한다거나, 아니면 결혼이민자들을 한국가족 내부로 흡수통합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한, 다양함은 평등한 공존이 아닌 위계의 또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인구문제는 단지 출산율의 문제나 결혼할 여성 수의 부족 이 아니며, 인구의 흐름도 단지 한국 내로의 유입의 필요성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 다. 결혼이민자의 증가와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못지않게 조기유학, 원정출산, 해외취업, 기러기 가족의 증가, 이혼의 증가, 비혼 만혼 경향의 증대, 돌봄 노동의 공백 등 역시 글 로벌 시대, 한국에서 가족 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사태의 복합성은 당면 한 문과제가 단지 이주에 대한 허용적 태도만이 아니며, 한국인 은 누구이며 한국의 문화 는 무엇인가, 또 한국가족 이란 무엇인가가 함께 변화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11) 2006.4.26. <<연합뉴스>> 보도자료. 12) 피부색 쇄국주의 깨자. 100만 타인종 아직도 이방인. <<문화일보>> 200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