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21
STRATEGY 21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5 STRATEGY 21 통권39호 Vol. 19, No. 1, Spring 2016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한국의 억제전략 정치와 김 태 우 * 1) Ⅰ. 머리말 Ⅱ. 제4차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안보정세 1. 제4 차 핵실험의 진실: 증폭분열탄 개연성 2. 제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 Ⅲ. 북핵 문제와 한국의 핵안보 1.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과 한국의 핵안보 2. 북핵 제재를 위한 외교공조의 필요성 3. 신냉전 구도와 중국의 이중성 4. 군사적 억제수단으로서의 핵우산의 한계와 핵그림자 효과 Ⅳ. 한국의 억제전략 1. 저비용 고효율의 북핵억제 전략 2. 북핵 대응에 있어서의 유의점 Ⅴ. 맺는말: 국론통일로 국력열세 극복해야 *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6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Ⅰ. 머리말 2016 년 5월에 개최된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사실 상의 선핵정치 (nuclear-first politics) 를 선언하는 등 북핵 문제는 빠르게 진 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응은 북핵 문제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 다. 북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가 된 것은 1990년 프랑스의 SPOT 위성이 영 변 핵시설 모습을 공개하면서부터였다. 이후 25년 동안 북핵 문제에 대응해온 한국 정부들은 북핵 고도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따라가는 악습( 惡 習 ) 을 보여주었으며, 북핵의 향방을 예견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한 적은 거의 없었 다.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교체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특성과 정치세력 간 북핵 공조 부재로 인하여 일관성을 보여주는 데에도 실패했다. 군( 軍 ) 도 북핵 문제 의 진화를 앞질러 가기보다는 뒤따라가면서 반응적 ㆍ수세적 ㆍ방어적 자세로 일관했고, 국방부는 북한이 핵능력이 가시화될 때마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국군이 구축 중인 킬체인 (Kill-chain) 과 한국 형미사일방어 (KAMD) 를 돌파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의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데도 한국군은 2020 년대 중반까지 이들 체계들을 구축한 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하면서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북한이 신포급 잠 수함을 대남 전략무기로 사용하기 위한 계획을 급진전시키고 있지만 한국 해 군의 3,000 톤급 전략잠수함의 전력화 시기는 2020 년대 후반으로 계획되어 있 다. 정부와 군의 무사안일, 일관성 부재, 소극성 등은 북한 정권의 강력한 핵동 기와 집념과 그리고 체제가 보장하는 일관성에 의해 압도당했고, 그러는 중에 핵보유 북한에 대한 비보유 한국의 일방적 취약성은 누적되어 왔다. 1) 정부와 군이 보여온 악습은 구조적인 것이어서 갑작스러운 개선을 기대하 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 정치권이 이념적 성향이 다르고 좀처럼 협력하지 않는 정치세력들로 구성된 상태에서 단임제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 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런 여건에서 정부 공직자나 군은 재임기간 중 무탈 을 위한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 언론이 보여준 악습도 만만치 않았다. 언론들은 평소 국내전문가들의 경고에는 관심을 주지 않다가도 나중에 외국 전문가나 기관이 동일한 내용을 발표하면 대서특필하는 경향을 보였고, 핵관 1) 김태우, 대북정책 전반적 실패 돌아볼 때다, 문화일보 2016 년 2월 11 일자 참조.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7 련 심각한 사태가 발생해도 수주일 후면 방송에서 사라지는 단발성 보도 자세 도 반복했다. 국민이 북핵 문제에 대체로 무신경한 가운데 시청률과 구독률에 연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악습은 압권이었다. 1992 년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여부가 절실 한 안보현안으로 부상했지만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유사한 풍조는 이후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반복되었다. 정치권은 핵실험 등 북 한의 중대한 도발에 대해 규탄결의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하는 것으 로 치부했고, 대응책 수립을 위해 여야( 與 野 ) 가 머리를 맞대는 초당적 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6년 총선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제6차 장거리 발사체 시험발사,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등으로 북핵 문제가 또 다시 초미의 관심사 로 떠오른 시점에 실시되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북핵이 정책공약이나 공천 과정에 반영된 흔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군이 앞서가는 북핵 문제를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다. 그럼에도, 비판적 분석을 업( 業 ) 으로 삼는 전문가들에게 있어 김정은 정권 이래 더욱 엄중해지고 있는 북핵 문 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책무일 것이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은 과거와는 달랐다. 북핵 고도화의 엄중성을 인지한 정부는 대북방송 재개 (2016.1.8),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THAAD) 배치 제기(2016.1.13), 한민구 국 방장관의 사드 수용검토 발언(2016.1.25) 등에 이어 개성공단 전면 중단 (2016.2.9) 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고,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강력한 대북 제 재를 통한 북한 돈줄 죄기 를 호소했다. 3월 2일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주도하 에 결의 2270 호를 채택했다. 북한이 2016 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57일 만에 그리고 2월 7일 광명성 4호 로 위장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후 25 일 만에 특정국에 대해 안보리가 비군사적 조치로는 사상 최강 으로 평가 받는 제제 조치이자 2006 년 이래 여섯 번째의 대북 안보리 결의를 채택한 것이 다.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 키리졸브 - 독수리 (Key Resolve-Foal Eagle) 을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했다. 한국사회에서는 한반도 핵안보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실험에 사용된 핵탄의 종류, 한반도 핵안보의 장래, 개성공단 폐쇄의 당위성, 중국의 향후 역할,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가능성, 사드 배치 추진 여부, 핵대화 재개의 필요성 등과 관련한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오해들도 노정되었다. 본고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의미하
8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는 한반도 차원에서의 핵안보적 함의를 식별하고 한국 정부와 군이 지금까지 와는 다른 대응전략을 강구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더욱 분명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핵군사력 건설 정책, 추정되는 핵전략, 한국 핵안보의 취약성, 대북제 재 상황, 중국의 이중적 북핵 정책, 미 핵우산의 신뢰성 문제 등을 종합할 때 한국의 대응책은 3D(diplomacy 외교, deterrence 억제, dialogue 대화) 로 요 약될 수 있다. 여기서 외교란 일관되고 강력한 북핵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끌어내는 외교적 노력을 의미하며, 억제란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가와 국 민을 북핵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군사적 억제 조치들을 의미한다. 대화 란 북핵문제를 설득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모든 양자간 또는 다자간 대 화를 총칭한다.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현재로서 한국은 외교적 노력과 군사적 억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대화와 협상은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반드 시 거쳐야 할 과정지만,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상태 에서의 가짜 대화 는 북핵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희석시키고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에 무익( 無 益 ) 한데 그치지 않고 유해( 有 害 ) 할 수 있다는 점 이다. 또한, 북핵 문제의 해결이 기약없는 세월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기 위한 군사적 억제는 핵해결 순간까지 견지해야 할 기본과제이 며, 때문에 정부는 군사적 억제가 부실하면 외교와 대화도 부실해진다는 고전적 진리를 유념해야 한다. 요컨대, 오늘 한국이 군사적 억제를 강구하고 북핵 제제 공제공조에 집중하는 것은 내일 북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대화 를 시 작하기 위한 과정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 모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이라 할 수 있는 북한정권의 변환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Ⅱ. 제4차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안보정세 1. 제4 차 핵실험의 진실: 증폭분열탄 개연성 북한은 제4 차 핵실험 직후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 을 선언했지만, 제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규모의 인공지진 규모와 추정 폭발력 그리고 풍계리 핵실 험장의 지리ㆍ 지형적 한계를 감안할 때 수폭 실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내외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9 전문가들의 중론이었고 한미 정부의 공식 입장도 그러했다. 2) 하지만 이는 이 후에 전개된 진실게임의 서막에 불과했다. 국내외에는 북한이 실제로 터뜨린 핵탄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고, 수폭 실험 여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쟁이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 폭 폭발에서 발생하는 헬륨은 가벼워서 신속하게 공중으로 비산하는데다 자연 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수소 폭탄 실험으로 위장된 사기극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는 주장도 제기되었는 데, 이는 북한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위험한 주장이었다. 정황들을 종합하면, 10kt 에 미치지 못하는 폭발력이었다는 이유로 증폭분열탄 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이며, 북한이 제4차 핵실험에 사용한 핵탄이 3-4kt 급의 소형 원폭에 증폭분열탄 기술이 접목된 것이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3) 제1세대 핵탄인 원자폭탄은 플루토늄 또는 고농축된 우라늄이 원료이며 이 들의 핵분열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분열탄 (fission bomb) 이다. 2세대 수폭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융합탄 (fusion bomb) 이며, 통상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의 폭발력을 발휘한다. 1.5 세대 핵폭탄으로 불리는 증폭분열탄 (boosted fission bomb) 은 원폭의 내부에 소량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배치하여 폭발력을 2~5 배 높인 것인데, 융합에너 지가 폭발력으로 보태지는 것이 아니라 융합에서 발생되는 중성자가 분열반응 을 돕는 것이어서 엄밀히 말해 수폭은 아니지만 수폭의 원리가 일부 활용된 것 이기에 수폭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말고도 북한이 수폭에 접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정황과 징후들은 많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추출되지만, 삼중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수소나 리튬6 에 중성자를 조사( 照 射 ) 해야 한다. 이는 어려운 과정이지만 원자로 가동 을 통해 가능하다. 이 목적으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시설은 구소련으로 부터 도입하여 1965년 가동한 IRT-2000 연구로와 북한이 자력으로 건설한 영 변의 원자로이다. 특히, 2007 년 2월 13일 합의 이후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2013 년 8월에 재가동된 영변 원자로가 삼중수소 생산에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 2) 제4차 핵실험시 감지된 지진파 규모는 4.8( 기상청 )~5.1( 유럽, 미) 이었고 추정 폭발력은 6( 국가정 보원)~12kt( 추정최대 ) 였음. 2013 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 때의 인공파 규모는 4.9~5.1 이었고 추 정 폭발력은 6~7kt 였음. 3) 이러한 결론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국국방연구원 이상민 박사 외 다수의 전문가들과의 토론 및 자문을 통해 내린 것임. 이후 이 박사는 비공개 전문가회의를 통해 동일한 견해를 발표했음. 이상 민, 4 차 핵실험의 기술적 평가 및 핵개발 전망, 2016 년 2월 4일 제2 차 세종정책포럼 발제문 참조.
10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은 매우 높다. 북한이 이미 풍부한 우라늄 자원과 농축시설을 가지고 있어 우 라늄탄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상태에서 같은 1세대 원폭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추가생산만을 위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이 원자로를 재가동했을 것으로 보기 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2000 년대 이후 융합기술 완성 을 공언해 왔는데, 이를 단순한 허언 ( 虛 言 ) 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는 정황들도 많다. 북한이 60여년 동안 강력한 핵 동기 하에서 중단없이 핵개발에 매진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폭 개발을 미루어 둔 채 원폭 개발에만 몰두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부분의 핵보유국 들이 원폭 개발 이후 10년 이내에 수폭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리 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원폭 및 수폭 개발에 착수하여 원폭 실험 후 2년 7개월 만에 수폭실험에 성공한 중국의 사례를 감안한다면 4) 첫 핵실험 이후 10년째인 북한이 여전히 수소폭탄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비합 리적이다. 또한, 북한이 수폭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풍계리 핵실험장이 가진 지리적 ㆍ지형적 한계로 인하여 실제로 폭발실험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수폭 실험 부재를 근거로 수폭에 이르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는 어렵다. 수폭의 경우 메가톤급 이하로 제작하기가 어려운데, 기체상태의 중 수소와 삼중주소를 사용하는 초기형 수폭( 습식 수폭) 의 경우 리튬화합물 (Li6D) 을 사용하는 건식수폭에 비해 폭발력을 조정하기가 더욱 어렵다. 북한은 핵실 험시 유출되는 유해 방사능 물질들이 철저하게 봉쇄되지 않는다면 인근 중국 과 러시아는 물론 한반도 전체에 심각한 방사능 오염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며, 지속적인 핵개발을 위해서라도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봉쇄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메가톤급 이상의 수폭의 경우 이런 우려는 더욱 증폭될 것이며, 핵실험장 자체가 붕괴되어 재사용이 불가능 해질 수 있다. 5) 다시 말해, 북한이 수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부 융합기술을 접목한 증폭분열탄을 실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북한이 수폭에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는 사건인데도 이를 두고 수폭이 아니었으므로 괜찮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다. 설령 1세대 핵탄을 사용한 핵실험이었다 하더라 도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데, 이는 강도가 든 총이 기관총이 아니고 소 4) 미국은 1945년 원폭을 개발하고 7 년 후에 수폭을 개발했으며, 러시아는 4 년, 영국은 5 년, 프랑스 는 8 년이 소요되었음. 5) 이상민 박사의 자문에 근거한 추정.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11 총이었으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음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핵관련 자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강력한 핵동 기, 반세기가 넘는 핵개발 역사, 이미 강대국 반열에 오른 미사일 능력과 빈번 한 투발수단 실험 등을 종합한다면, 핵탄의 소형화 ㆍ경량화 능력이나 재진입 기술 수준을 폄하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지금은 북한의 핵능력을 간과하기 보다는 북한의 1세대 핵무기의 실전배치와 수폭 개발이 임박했다는 가정하에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2. 제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증 폭시키는 계기였지만, 이후에도 북한은 이성( 理 性 ) 의 한계를 넘어선 저항적 ㆍ도 발적 행동을 표출했다. 북한이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을 선언한 이후 유엔안보 리는 추가적인 대북 결의를 위한 협의에 착수했고, 미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을 강조하는 중국 및 러시아와 결의안을 조율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여섯 번째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2월 7일 오전 9시 30분 장 거리 발사체를 발사했고, 직후에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은 은하로켓으로 지구 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려 9분 46초 만에 고도 500km 지구궤도에 성공 적으로 진입시켰다 고 발표했다. 미국의 전략사령부 (USSTRACOM) 도 북한이 발사한 물체가 지구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로써 북한은 모든 핵실 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 를 금지한 이전의 안보리 결의들을 다시 한번 위배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2월 23~25 일 워싱턴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 부장과 유엔제재 문안에 합의했고, 3월 2일 안보리는 특정국에 대한 비군사적 제재로는 최강으로 평가받는 결의 2270 호를 채택했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이행되어야 하지만 개별국들의 독자적 대북제재와 군사 행동에는 반대하는 이중적 입장을 취했다.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이 신속하게 독 자제재를 결정하고 호주, 유럽연합 (EU) 등 다른 국가들도 독자제재를 검토하 는 등 국제사회에 의한 대북압박은 강도를 더해갔고, 안보리는 3월 2일 결의 2270 호를 채택할 수 있었다. 4월 1~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차 핵안보정상 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는 미국과 중국이 결의 2270 호의 철저한 이
12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행을 합의한 무대였으며, 한국에게 있어서도 북핵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선 도하는 외교무대였다. 6) 멈추지 않는 북핵의 고도화에 충격을 받은 데다 핵실험 직후 대북제재에 대 한 중국의 미온적인 자세에 실망한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 재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 노력과 함께 강경한 대북 조치들을 취했는데, 그 중 에서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이로서 개성공단은 2004 년 가동 이후 13 년 만에 사실상 폐쇄되었다. 3월 4일에는 주한미군의 사드 (THAAD) 배치를 논의하기 위한 공동실무단 구성을 위한 한미 간 약정을 체결 했고, 3월 8 일에는 독자적인 대북 추가제재를 발표했으며, 3월 7일부터 4월 10일까지 진행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에는 한미군 32만 명이 참가하여 최 대 규모를 기록했다. 7)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된 한미 합동상륙훈련인 쌍룡훈련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과 장비들이 동원되었다. 북핵의 고도화 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에 북한 돈줄 죄기 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한국 정부의 외교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한편, 제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보여준 도발적인 언행도 빈도와 강도에 있 어 특별했으며, 유엔의 제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동들을 취했다. 북한은 2270 호가 채택된 다음날인 3월 3일 신형 300mm 방사포를 발사한 것을 위시 하여 3~4 월 동안 계속적으로 스커드, 로동, 방사포 등을 시험 발사하면서, 8) 핵능력 과시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ㆍ표 6)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3월 31 일 동안 한미, 한일, 한중,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연거푸 개최했음. 7) 이 훈련에는 한국군의 절반에 가까운 30만 명의 병력과 미군 1만 7 천 명이 참가했으며, 미군에는 9천 2 백 명의 미 해병대가 포함되었음. 미 해병은 오키나와의 제3원정군뿐 아니라 미 본토에서도 파견되었으며, 북한 내 전략목표들에 대한 강제진입작전을 연습했음. 이례적으로 미국의 대형 상륙 한 2 척도 참가했고, 존 C. 스테니스 항공모함의 탑재기까지 합쳐 총 150 대의 항공기가 투입되었음. 8) 북한은 3월 3일 신형 300mm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 비행거리 100~150km, 최대 사거리 200km) 6발을 동해에 발사한 것을 비롯하여 3월 10일 중거리 스커드 계열 미사일 2 발(500km), 3월 18일 노동 계열로 추정되는 중거리 미사일 2 발(800km, 실패 1 발), 3월 21일 KN-02 개량 신 형전술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5 발(200km) 등을 동해로 쏘았으며, 3월 29일에는 단거리 발사 체 1 발을 원산에서 내륙방향으로 발사했음.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중인 4월 1일에도 발사체 1발을 쏘았음. 북한은 2015 년 동안 3 회에 걸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한 데 이어 2016 년 4월 15일 태양절에는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공중 폭발로 실 패했음. 4월 23일에는 SLBM 시험 발사를 통해 Cold Launch 와 Hot Launch 에 성공하는 장면을 보여주었음. 북한은 4월 27일에도 무수단 미사일 2 기를 발사했으나 실패에 그쳤음. 북한이 다양 한 미사일을 다양한 거리로 발사한 것은 핵탄두 탑재를 위한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방 향만 바꾸면 한국 내 목표들과 괌, 오키나와 등지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됨.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13 준화 기술의 완성, 장거리 미사일 재진입 기술의 완성, 고체연료 로켓엔진 성 공, 대미( 對 美 ) 선제 핵타격 태세 완비9) 등을 선언했고, 김정은 제1비서가 미 사일 제작소인 태성기계공장과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을 시찰하는 모습과 소형 화된 핵탄두 모형도 공개했다. 한국을 향해서도 위협적인 언행을 쏟아 냈다. 한국의 개성공단 철수에 대해 개성공단을 군사지역으로 선포하고 공단 내 한 국측 자산에 대해 청산 을 선언했다. 3월이 되면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직접 나 서서 서울 해방작전 과 청와대 타격 을 위협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막말 과 욕설을 쏟아 내는 등 노골적인 대남위협을 반복했다. 10) 북한은 서울 타격을 시사하는 북한군의 포격훈련 모습을 공개했고,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 는 기간 동안 수도권과 강원도를 향해 위성항법장치 (GPS) 교란 공격을 감행했 다. 이어서 5월 6일부터 9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제1 비서는 핵보유 강성대국 을 강조하고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제안함으로써 사실상의 선핵( 先 核 ) 정치를 선언했다. 11) 북한이 매년 3 월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연습 으로 비난하면서 긴장을 고조시 키는 것은 연례적인 일이었지만, 금년에 특별한 강도의 언행을 보인 것에는 다 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기존의 안보리 결의들을 위배하는 제4차 핵실험과 제6차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직후이어서 적반하장 ( 賊 反 荷 杖 ) 적 대응을 통해 이를 희석시키려 했을 것이며, 2270 호에 대해 강하게 항의함으로써 추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자 했을 것이 다. 금년 한미 연합훈련에는 연합작전계획 5015 에 의거한 대북 선제타격 훈련 9) 리수용 외무상은 2016 년 3월 28 일 러시아의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해 조선인민군은 선제 핵타격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 말함. 리 외무상은 4월 21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 (SDG) 고위급회의 에서도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에 대해 30만 명 의 방대한 무력과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의 핵전쟁 연습 으로 비난하고 미국의 핵에는 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고 선언함. 10) 북한군 총참모부는 3월 12 일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한국군의 족집게식 타격 에는 북한식 초정밀타격으로 응징하겠다 면서 대규모 반격작전을 통해 음모의 소굴을 가차없이 불마당질해버리고 서울해방 작전에 나설 것 이라고 천명함. 11) 1980 년 제6차 당대회 이후 35년 만에 열린 제7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 제1 비서는 조선노동 당의 위대한 영도는 우리 조국을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 청년강국의 지위에 올려 세우 고 핵강국, 우주강국의 전열에 당당히 들어서게 하는 역사적 기적을 창조했다 고 선언하고, 첫 수소탄의 장쾌한 폭음,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 호 발사의 대성공 등을 언급했음. 같은 날 노동신 문은 김정은을 21세기 태양 으로 묘사하고 북항을 수소탄까지 보유한 불패의 군사강국 으로 강조 했음. 또한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김정은은 자주권을 침해받지 않는 한 선제 핵사용을 하지 않을 것, 세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 핵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 등을 강조했는데, 이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국제제재를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임.
14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과 북한의 핵시설을 포함한 전략적 목표들을 노리는 내륙기습상륙침투 훈련을 포함되었고 F-22, E-130J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 斬 首 ) 작전을 염두에 두 거나 북한의 정보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체계들이 전개되었는데, 여 기에 대한 불안함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평양정권은 높은 수위의 대남 및 대미 협박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5월 6일 개최 예정인 제7 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최 고 존엄 의 위상을 확실하게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정리하면, 제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보여준 도발적 행동들은 핵무기 실전배치를 위한 준비, 대유엔 항 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제7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 등 복합적인 목적 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빈번한 투발수단 실 험에는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향후 핵군사력 운용을 위한 기술적 수요 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본적 목적이 내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북한 이 향후에도 더 많은 핵실험을 필요로 할 것으로 봐야 한다. Ⅲ. 북핵 문제와 한국의 핵안보 1.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과 한국의 핵안보 집권 후 불안감 속에 4 년을 보낸 김정은 정권에게 있어 유일영도 체제의 안착 은 지고( 至 高 ) 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평양 정권은 당군( 黨 軍 ) 권력엘리트 재편, 핵군사력 건설, 인민친화적 리더십 구축 등 세 분야에 노력 을 집중해 왔다. 권력엘리트의 재편을 위해서는 전통적 선당( 先 黨 ) 정치의 복 원, 최고위당군 인사에 대한 숙청 및 처형, 군 장성들의 계급을 강등ㆍ 복원시 키는 견장( 肩 章 ) 정치 등을 계속하면서 충성경쟁을 부추기는 전시용 건설 사업 을 계속해 왔으며, 인민친화적 리더십 구축을 위해 김정은 제1비서는 빈번한 현지지도, 군부대 시찰, 대민 접촉 등을 시도해 왔다. 이어서 북한은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핵무력 건설 치적을 앞세우고 김정은 우상화에 집중하면서 사실 상 김정은 시대의 개막 을 선언했다. 핵군사력 건설은 평양정권이 3대에 걸쳐 추진해 온 유훈사업으로서 김일성 주석이 창시자 겸 설계자였다. 김일성 주석은 1950 년대부터 핵관련 인력을 양 성하고 1960 년대에 영변과 박천에 핵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70 년대 동안 북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15 한의 모든 부처들에게 핵개발 재정지원 최우선 을 지시할 만큼 핵무기 개발을 우선시했다. 12)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대가 펼쳐놓은 핵개발 사업의 집행자로 서 방대한 핵개발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김정은 제1비서는 선대들이 구축한 인 프라 위에서 핵군사력 건설을 지속하는 집행자 겸 건설된 핵군사력을 운용하는 운용자로서 2012 년 개정헌법에 북한을 핵보유국 으로 명시하고 핵보검을 틀어 쥐고 나가겠다 는 결의를 밝혔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의 소형화 ㆍ경량화 ㆍ다 종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3, 4차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각종 투 발수단들을 시험 발사해 왔다. 현재대로 핵무기 개발이 지속되는 경우 10년 후 면 북한은 제1 세대 원폭, 1.5 세대 증폭분열탄, 제2세대 수폭 등 다종의 핵무기 를 50 개 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을 포함한 각종 장 단거리 핵투발수단을 보유한 중견 핵보유국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해온 주된 이유는 핵무기가 발휘하는 다양한 효 용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군사력은 대내적으로 백두혈통 영도체제 의 정통성과 권위를 뒷받침하는 선전적 ㆍ정치적 수단으로서 후광효과(halo effect) 를 발휘하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체제 간섭을 불 식시키고 대등한 협상 위상을 가지게 해주는 수세적 ㆍ외교적 수단으로서 동등 화 효과(equalizing effect) 를 발휘하는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경 제적 열세와 재래군사력의 질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게 해주 는 군사적 ㆍ공세적 ㆍ심리적 수단으로서 핵 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 를 발휘하는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핵무기는 미국 여론을 움직여서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원을 차단하는 효과 (decoupling effect) 를 발휘할 것으로 판단한다.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탄과 괌, 오키나와 등 해외 미군기지들을 위협할 수 있는 잠수하발 사탄도탄 (SLBM) 을 개발하는 것은 핵무기가 가지는 동등화 효과와 동맹이완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의 효용성에 대한 믿음은 김정은 정권 으로 하여금 핵군사력 건설에 집착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 動 因 ) 이 되고 있 다. 핵보유 북한의 핵전략 및 핵도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독자적 핵무장을 배 제한 채 재래군사력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여 대처하는 한국으로서는 과거 정부들의 안일한 대응자세에서 탈피하여 북핵이 가지는 대남 공세적 ㆍ군사적 효과에 유의하고 김정은 정권이 발전시키고 있을 대남 핵전략 및 핵도발 시나 12) 고영환,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핵개발 전략, 2016 년 1월 27 일 한미안보연구회 정책토론회 증언.
16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리오들을 예견ㆍ 대비함으로써 시시각각 취약성의 늪 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 의 핵안보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대남 군사전략의 골격을 계승ㆍ 유지 하면서 안보환경의 변화와 핵보유를 따라 새로운 전략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남 군사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김일성 시대에 채택한 4대 군사노선은 13) 물론 김일성 - 김정일 시대를 통해 견지해온 선제기습전략, 속전속결전략, 정규 전-비정규전 배합 전략 등의 3대 대남 군사전략을 폐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 이버전 전략, 전자전 전략, 테러 전략, 제4세대 전쟁14) 전략 등을 추가하면서 사이버 도발, GPS 교란 도발 등을 통해 이를 시험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 정 권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총정치국의 위상을 강화시켜 군사정책을 총괄하도 록 하면서 다병종의 강군화 를 4 대 전략적 노선 의 하나로 채택했는데, 15) 이 는 육해군과 항공ㆍ 반항공군 및 전략군 간의 합동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이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앞두고 각종 핵전략을 발전시키 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6) 북한은 한미군의 미사일방어를 회피ㆍ 돌파하는 역 량을 키우기 위해 이동식 발사대를 증강하면서 SL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 고, 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KN-0-8, KN-14 등 대륙간탄도탄을 실전 배치하 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연거푸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17) 괌과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위협하는 중거리 미사일들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성과도 확인되고 있다. 18) 핵군사 13) 김일성 정권은 1962 년 12월 10일 노동당 제4기 5 차 전원회의에서 전군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의 요새화 등 4 대 군사노선을 선포했음. 14) 제4세대 전쟁이란 물리적 파괴보다는 적 내부의 정치사회적 ㆍ문화적 붕괴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전쟁으로 전투행위자, 전선( 戰 線 ), 평화- 전쟁 구분 등이 모호하고 국가는 물론 비국가 행위자도 중요한 전쟁 행위자가 되며, 전장( 戰 場 ) 분산, 분권적 병참, 동시다발 소규모 전투 등의 행태로 나 타남. 김정은 정권은 기존의 배합전 전략과 테러 전략에 더하여 본격적으로 제4세대 전쟁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 15) 김정은 정권이 선언한 4 대 전략적 노선은 정치사상의 강군화, 도덕의 강군화, 전법의 강군화 그 리고 다병종의 강군화임. 3 대 과업은 사상무장 ( 인적 요소 강화), 과학기술 발전( 무기성능 개선), 그리고 실질적 훈련( 운용능력 강화) 임. 16) 김태우, 북한의 핵전략과 핵도발 시나리오, 북한연구소 발행 북한 2016 년 5 월호 참조. 필자가 실행한 관련 연구로는 김태우 외, 북핵위협 대응 한국의 군사ㆍ 안보전략 한국국방연구원 2007 년도 연구과제 ; 김태우 김열수 신성택, 북한의 핵위협 분석 및 정부의 대응방안 연구 국가비상 기획위원회 2007 년도 연구과제 등 참조. 17)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3~4,000km 의 미사일로 구소련의 SS-N-6(SLBM) 을 개량한 것임. 북한 은 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고 2007 년 4~50 기를 실전배치했으나, 2016 년 4월 15일의 한 차례와 4 월 27 일의 두 차례 실패로 무수단 미사일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음.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17 력을 지원ㆍ 운영하는 조직체계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핵군사 력을 운용하는 전략군에게는 육해군과 항공 및 반항공군과 같은 반열의 지위를 부여했으며, 당중앙군사위에게는 핵운용 정책을, 국방위원회 산하 제2경제위원 회는 핵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그리고 내각의 원자력공업부 및 산하 연구 기관들은 핵개발에 필요한 연구는 담당하도록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발전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전략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핵전략 과 실제로 핵을 사용하는 전략으로 대별된다.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핵전략으로 는 불확실 전략(strategy of ambiguity) 과 핵공갈 전략(nuclear blackmail) 이 있을 수 있다. 불확실 전략이란 핵보유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으로써 핵보 유의 공개가 초래할 국제제재를 피하면서 상대국에 대해서는 심리적 억제 효 과를 얻어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 이스라엘이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4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의 경우 이스라엘식 불확실 전략의 단계를 넘어선 상태이다. 핵공갈 전략이란 핵보유를 과시한 상태에서 핵무기를 심리 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여 구두나 선언 또는 고의적 정보유출을 통해 정치ㆍ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을 말한다. 북한이 그동안 빈번하게 청와대 타 격, 서울 잿더미 등을 협박해 왔고 핵보유를 배경삼아 남북관계의 주도를 꾀 하고 2010년 천안함 - 연평도 도발 등 대담한 국지도발을 범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미 대남 핵공갈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이 구상하고 있을 수 있는 핵사용 전략으로는 과시적 핵사용(demonstrative nuclear use) 전략, 전술적 핵사용 (tactical nuclear use) 전략, 전략적 핵사용 (strategic nuclear use)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전시적 핵사용이란 핵폭발 위 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임박한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거나 조기종전을 압박하되 살상파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핵무기 사용을 말한다. 전술적 핵사용 이란 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승리를 위해 상대국의 군사목표들을 타격 하는 핵사용 전략(counter-force strategy) 을 의미한다. 전략적 핵사용이란 상 대국의 대도시 도는 국가기능에 대한 핵사용 전략(counter-city strategy, counter-value strategy)으로서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을 통해 상대국의 국가 18) 북한이 2015~2016 년을 통해 시험 발사를 지속하고 있는 SLBM( 북극성 -1 호 ) 는 역시 구소련의 SS-N-6 를 개령한 것으로 성과를 기록하는 것으로 평가됨. 2016 년 4월 23일 발사한 SLBM 은 수 면에서 이탈하여 30km 비행 후 공중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015 년 5월에 공개한 시험 발사 장면에 비해서는 진전된 모습임. 2015 년 장면은 cold launching 만을 보여주었으며 발사체 가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 위로 올라왔으나, 금년 4월에는 수직으로 수면을 통과하여 재점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음. 즉, 일단 cold launching 과 hot launching 에 성공했음을 나타내는 것임.
18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기능과 전쟁능력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경우 핵무기는 상 대국의 대도시, 산업기반, 배후시설 등을 겨냥하게 되는데, 북한이 체제생존의 갈림길에서 고려할 최후의 선택일 것이다. 북한은 교전의 초기에서 확전을 막고 신속한 전쟁 종식을 원할 때 산간지대 또는 바다에 투하하는 전시적 핵사용 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며, 미군의 한반도 전개를 차단하는 효과(decoupling effect) 노리는 전시적 핵사용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적 핵사용은 교전 중에 전쟁의 승리를 위해 남한 내의 한미 군의 군사기지, 군항, 군부대 밀집지역 등을 목표로 할 수 있으며, 최대 미군기 지가 될 평택- 오산 지역은 전술적 핵사용을 위한 우선적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사용은 미국 핵우산의 작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략적 핵사용은 더욱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북한정권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고 판단하는 경 우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이나 산업밀집지역인 울산을 대상으로 이판사판식 핵사용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그동안 핵보유국들이 생산한 핵무기가 십만 개가 넘고 지구상에는 현재에 도 2만여 개의 핵무기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살상파괴용으로 사용된 것은 1945 년 히로시마와 나카사키 핵투하뿐이다. 이는 사용자가 드러나는 방식의 실제 핵사용 가능성은 희박함을 의미하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크게 세 가지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은 평시에 북한이 핵 그림자 효과 를 이용한 대남압박과 재래 도 발에 집중할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핵공갈을 통해 심 리적으로 한국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을 압박하고 남북관계에서 갑( 甲 ) 질 을 시 도하고 있으며, 핵보유를 배경삼아 2010년 천안함 -연평도 도발과 같은 대담한 대남도발을 자행했다. 핵그림자 효과는 한국 내 보혁갈등을 촉발하는 역할도 해왔는데, 한국의 정치권과 지식층은 이미 오랫동안 이상주의적 낙관론에 입 각한 진보적 시각과 현실주의적 경계론에 입각한 보수적 시각이 충돌하는 남 남갈등 현상을 노정해왔다. 한국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도 핵그림자 효과에 의해 크게 저해받고 있다. 대북정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상생은 쌍방간 무 력충돌이 완전히 불식되어야 가능하지만 북핵은 북한 정권에게 끊임없이 도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 해서는 19) 북한의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핵보유 북한은 외부세계의 변화 요구를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19 거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그림자 효과란 북한이 실제 로 핵을 사용하지 않는 가운데 발생하는 핵무기의 효과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 하여 미 핵우산은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또는 화생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공격자가 드러 나지 않거나 공격자를 식별하기까지 시간 소요와 애로가 수반되는 테러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공격실체가 즉 각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소형 핵무기, 방사능살포무기 (dirty bomb), 화 생무기 등을 터뜨리는 경우, 한국이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판정하고 응징하는 데에는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응징을 위한 명분과 타이밍을 상 실할 수 있다. 화생무기의 경우 제조와 사용 그리고 밀반입이 용이한 저비용 고효율 테러수단인데다 테러발생 시점과 효과발생 시점의 차이로 인하여 범인 을 색출ㆍ 검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은 협소한 국토, 높은 인구밀도, 수도 권의 인구집중, 지상에 노출된 산업시설, 원자력발전소 등 다양한 전략목표들 을 가진 테러 취약국이다. 셋째, 한국은 북한 고의적 및 비고의적 핵사용 위협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김정은 제1비서 개인독재 체제의 안착을 위해 핵 고도화와 함께 공포정치를 통한 권력엘리트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무자비한 숙 청과 처형을 동반하는 공포정치는 김정은 일인으로의 과도한 결정권 집중과 함 께 합리적 의사결정 체제가 붕괴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제1 비서 개인의 오판, 즉흥성, 모험성, 불예측성 등이 고의적 핵사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권력내부의 정변, 핵심계층의 이탈, 적대 계층의 반란, 핵무기 분실(broken arrow), 컴퓨터 오작동, 기타 돌발사태 (black swan) 등으로 인한 비인가 핵발사 (unauthorized launch) 는 비고의적 핵사용에 해당한다.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궁핍을 극 복하기 위해 제2 의 고난의 행군 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으나, 최 근 엘리트층 탈북사태가 이어지는 것에서 보듯 핵심계층의 불안과 불만이 측적 되고 있어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군이 북한 의 고의적 핵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ㆍ적극적 억제책을 수립해야 하 며, 비고의적 핵사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기능 을 존속시키기 위한 방호(protection)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20) 19) 헌법 제4 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 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20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2. 북핵 제재를 위한 외교공조의 필요성 2016 년 3월 2일 안보리가 유엔헌장 제7장 41조에 의거하여 채택한 결의 2270 호는 전문 12 개항, 본문 52 개항, 부속서 5 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 결 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WMD) 관련 수출입, 대외교역, 금융 및 재정 등 광 범위한 분야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다. 대량살상무기 수출통제와 관련해서는 캐치올 (Catch-all) 방식을 크게 강화했다. 즉,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행위를 금지한 종전의 결의에 더하여 이들과 관련한 모든 기 술협력을 금지했으며, 핵무기 ㆍ탄도미사일 ㆍ화생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의 목록도 확대했다. 대외교역과 관련해서도 2270 호는 무기거래 금지, 광물수출 금지, 해상 및 항공운송 통제 등 캐치올 방식을 강화한 전방위적 통제를 명시하고 있다. 광물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북한은 주요 외화수입원인 석탄, 철, 철광석, 금, 바나듐, 티타늄, 희토류 등을 마음대로 수출할 수 없게 되었다. 항공유와 사치품도 금수 대상에 포함했다. 지금까지 허용되었던 소형무기 수출입도 금지했고, 수리나 서 비스 목적의 무기 운송은 물론 무기개발에 이용될 수 있거나 북한군의 작전수행 능력에 기여하는 모든 물품을 금수대상에 포함시켰다. 군사조직, 준군사조직, 경찰 등을 훈련시키기 위한 훈련관 및 자문관의 초청ㆍ 파견도 금지했는데, 유엔 회원국들이 이 결의를 준수한다면 북한은 해외에 파견한 군사교관들을 철수해 야 한다. 금수대상 사치품도 종전 5가지에서 12 가지로 확대되었다. 2270호는 해상운송 및 항공운송을 통제하기 위해 북한을 입출입하는 모든 화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의무화했고, 불법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항공기의 이 착륙 및 영공통과를 금지했으며, 제재대상 단체나 개인이 소유ㆍ 운영하거나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의 입항도 금지했다. 또한, 북한의 원 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 척을 제재대상으로 특정했다. 유엔회원국이 민생 이 아닌 목적으로 북한에 항공기 ㆍ선박 ㆍ승무원을 대여ㆍ 제공하는 것도 금지 하고 외국선박을 북한 국적선으로 등록하는 행위도 금지했는데, 이는 북한이 제재를 기만ㆍ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렇듯 결의 2270 호는 종전의 결 의가 불법 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합당한 이유 가 있을 때에만 검색하도록 한 20) 핵방호를 국가적 사업으로 간주하여 30만 개 이상의 핵대피소를 구축한 스위스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 핵방호 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며, 현 정치여건상 핵방호 구축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는 어 려운 상황임.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21 것에 비해 확연하게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 및 재정에 대한 제재는 북 한 은행의 해외 사무소 폐지, 신설 금지, 송금활동 금지 등인데, 중국이 결의가 제대로 준수한다면 자국내의 수십 개의 북한 은행 사무소들을 폐쇄해야 하고, 북한이 해외지사나 사무소를 통해 본국으로 달러나 위안화를 송금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외교관이 외교특권을 악용하는 행위, 예를 들어 외교행랑을 통 해 벌크캐쉬를 반입하는 것도 금지했다. 제재대상 기관과 개인도 확대되었다. 지금까지의 안보리 결의들은 20개 단 체와 12 명 개인에 대해 제재하고 있었지만, 이번 결의는 단체 12개와 개인 16 명이 추가되어 총 32개 단체와 28 명 개인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으며, 12개월 단위로 제재대상 단체 및 개인을 갱신하기로 했다. 이번에 국방과학원, 원자력 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노동당 군수공업무, 39 호실, 제2 경제위원회, 정찰총 국 등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정부기관들이 추가되었으며, 청천강해 운, 대동신용은행, 혜성무역회사, 조선광선은행, 조선광성무역회사 등 자금조 달에 관여해온 단체들도 포함되었다. 제재대상이 된 단체와 개인들은 자산동 결, 재원 이전 금지, 비자발급 거부, 입국금지,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받게 된 다. 지금까지 은행이나 회사로 위장한 해외조직들이 노동당 39호실의 지휘 아 래 매년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면서 북한 지도부에 자금을 조달해 왔 지만, 결의가 준수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어렵게 된다. 유엔 제재를 보완하는 주요국의 독자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016년 2월 18 일 대북제재법 (H.R.757) 을 제정하고 3월 16일에는 시행을 위한 행정명 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운수ㆍ 광업ㆍ 에너지 분야, 광물 거래, 인권 침해, 해외 노동자 송출, 사이버 안보 저해, 검열 등에 관련된 단체와 개인은 제재를 받게 되었고, 북한의 은행, 무역회사 등과 11개 선박회사도 제재 대상 으로 지정되었다. 미국은 조선노동당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했으며, 북한을 돈 세탁 우려국 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검토중이다. 일본은 2016 년 2월 10일 인적 왕래, 자금 이동, 선박 입항 등을 금지ㆍ 규제하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했 고, 유럽연합 (EU) 은 3월 4일 자체 대북제재 명단에 개인 16명과 12개 기관을 추가했으며, 호주도 독자적인 제재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3월 2일 안보리가 결의 2270 호를 채택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으며, 4월 5일에는 상무부 발표를 통해 북한의 최대 외화수입원인 석탄과 철광을 포함한 7 대 광물의 교역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도 3월 2일 이전 미중 이 합의한 2279 호 초안에 이의를 제기하여 일부 내용을 완화했으나, 21) 2270
22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호 채택 이후에는 철저한 이행 을 약속한 상태이다. 필리핀은 3월 5일 안보리 결의에 의거하여 자국에 입항한 북한선박 진텅호를 몰수했으며, 4월 19일 멕시 코도 2년 동안 억류하고 있던 6,700 톤급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를 몰수하는 조 치를 취했다. 한국은 2016 년 3월 8 일 금융제재, 해운통제, 수출입 통제, 북한 영리시설 이용 자제 등을 골자로 하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하고 북한의 와 34개의 단체 43 명의 개인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북한에 입항한 외국 선박 에 대해서는 180 일 이내 한국 입항을 금지했고, 제3국 우회 수출입을 포함한 대 북 교역을 금지했으며, 재외 한국 국민에게는 북한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130여 개의 식당을 이용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렇듯 안보리 제재에 더하여 세계의 주요국들이 공조 하에 강력하고 일관 된 대북제재를 시행한다면 북한정권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하며, 여 기에는 경제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다. 22) 북한은 지금까지 광물수출, 해외 인 력송출, 관광, 해외 식당 운영 등을 통해 매년 40~50 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 이고 있고 무연탄은 10 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최대 외화벌이 품목이며, 2270 호가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이 중 약 20억 달러가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 다. 그럼에도 아직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 고 광범위한 제재라고는 하지만 결의 2270 호에는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많 고 북한의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실한 제재 이행을 확신할 수 없 기 때문이다. 우선, 2270 호는 북한의 광물 수출을 금지하면서도 핵ㆍ미사일 개발과 무 관한 민생용 수출 은 제외했고, 항공유를 제외한 석유 수입은 금지하지 않았으 며, 역시 북한의 중요한 외화수입원인 해외 인력송출도 금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270 호가 효과적인 대북제재가 되기 위한 주요 관건으로는 중국 및 21) 유엔안보리는 2월 25 일 미국이 주도한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나, 중국과 러 시아의 반대로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과 노동자 해외송출 금지 등을 결의에 포함시키지 못했으 며,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의안 채택을 연기시켰음. 러시아의 주장에 의해 대북 항공유 공급을 금지한 부분에 민항기에 대하 해외급유 허용 이라는 예외를 둠으로써 북러 간 항공로가 유지되도록 했고, 북한- 러시아 간 광물 수출을 담당하는 조선 광업무역회사 (KOMID) 의 모스크바 주재 간부를 제재대상에서 삭제되었으며, 나진항을 통한 러시 아의 석탄 수출도 제재대상에서 제외되었음. 22) 예를 들어, KDI 북한경제연구부 이석 박사는 유엔의 포괄적 ㆍ동태적 제재가 지속되면 북한의 경 제는 붕괴할 것으로 전망함. 이석, 북핵- 유엔제재 효과 있을 것, 신아시아연구소, 신아연소식 No. 85*(2016 년 4월 21 일).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23 러시아의 성실한 대북제재 이행, 주요국들의 독자적 대북제재, 2016 년 대통령 선거 결과와 무관한 미국의 일관된 대북제재 의지와 역량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중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중국은 북한의 수출 광물의 대부분을 수입하지만 민생용인지 아닌지를 결 정하는 것은 중국의 재량권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광물을 수입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북한의 광물을 수입함에 있어 중국 정부 또는 기업이 거래하는 상대방은 평양정부, 북한 내 돈주, 민간인 등으로 다양하다. 북한은 매년 약 50만 톤의 석유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으면 서 소량을 러시아로부터 구입해 왔는데, 평양정권의 버팀목이 되어 온 석유 수 입은 금지대상이 아니다. 중국이 이런 맹점을 활용하여 석유공급을 지속한다 면 북한 정권에 대한 돈줄 죄기 효과는 크게 감소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국 경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밀무역을 통제하는 데에도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중국 의 동북 3성은 중국 전체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을 가진 낙후지역이기 때 문에 중앙정부의 지시에 불복하여 북한과의 거래를 지속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다양한 수입선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지방정부들을 확 실하게 통제할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금융제재 에도 허점이 있다. 북한이 2270 호를 우회ㆍ 기만하기 위해 불법계좌 설치, 위 장 거래 등을 시도할 수 있는데, 북한 은행들의 해외지사는 대부분 중국에 있 기 때문에 금융제재의 효과도 상당부분 중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 또한, 북한 이 유엔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위장 사무소를 운용할 경 우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에 있다는 사 실은 강력한 돈줄 죄기 의 필요성을 강변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우라늄 광물 자원, 재처리 시설, 농축 시설, 핵실험장 등 핵무기 제조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 한 상태이며, 사회주의 경제의 특성상 인건비, 토지보상비, 건설비 등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함에 있어 상용거래를 통해 많은 부품들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군은 2012 년 4월 13일 발사 후 곧바로 바다 에 추락한 은하3 호 로켓의 잔해를 수거했는데, 통상거래에서 구입할 수 있는 부품들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실험을 위해 사용되는 온도계, 압력계, 방사선 측정 장비 등 다수의 계측장비들도 고가품이 아닌데다 상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실험장 밖에 설치되는 장비들은 재사용이 가능하다. 즉,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에 들어가는 한계비용(marginal
24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expense) 은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들에 비해 크게 저렴하며, 이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기 위해 철저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북핵의 최대 피 해당사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 돈줄 죄 기 에 외교노력을 집중시키고 있음은 당연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안보리 결의 3. 신냉전 구도와 중국의 이중성 2270 호 채택 이후 중국은 대북제재에 있어 대체로 국제사회에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2270 호의 채택에 동의했고, 4 월자 상무부 발표를 통해 독자적 제재에도 착수했으며, 수 차례에 걸쳐 2270 호의 철저한 이행 을 약속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 체인 제5 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었다. 23) 중국이 유엔 제재와 스스로 발표한 독자제재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북한 정 권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지만, 24) 문제는 중국의 대북제재가 현재의 강도 대로 지속될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의 부상 이래 안보리 결의 2270 호 이전까지 중국은 북핵에 대해 방관과 강압 이라는 이중적 자세를 보여 왔으며,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 으로 보는 보수적 시각과 경 제적ㆍ 외교적 부담 으로 보는 진보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성 장과 함께 진보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으나 베이징 -상하이의 정책결정자들 간 에는 여전히 보수적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한중 수교 이후 급성장한 한중 경 제관계 역시 중국의 북핵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며, 진보적 인사일수록 23) 2016 년 2월 28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5차 CICA 회의가 채택한 공동성명 제31 조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배한 북한의 1월 6일 핵실험과 2월 7 일, 4월 15 일, 4월 25일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가 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 고 명시했음. 이와는 별도로 시진핑 주석은 CICA 외교장관회의 축 사를 통해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이행할 것 이라 고 밝혔음. 하지만, 상호 자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등을 동시에 언급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재확인했음. 24)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4 년 북한의 총수출은 33억 4400 만 달러( 약 3조 9 천억 원) 였고, 중국 상무부가 금수대상으로 발표한 7대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수출의 44.9%(15 억 200만 달 러) 였으며, 이 광물의 97% 가 중국으로 수출되었음. 이는 중국이 금수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북한 총수출의 45% 가 차단됨을 의미함. 조선일보 2016 년 4월 6 일자 참조.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25 북중간 정치군사 동맹관계보다 한중간 경제협력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북핵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최대 변수는 신냉 전 구도하의 미중 군사관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동북아에는 팽창주의적 대외 기조에 근거한 중국의 반접근 ㆍ지역거부 (A2/AD) 전략과 중국의 현상타파적 팽창을 견제하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rebalancing strategy) 전략이 충돌하는 중에 군사적 강대국 복귀를 원하는 러시아와 이를 견제하는 미국 간에도 대결 적 분위기가 격화되고 있다. 25) 중일 간에는 해양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 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미일동맹과 중러 전략적 제휴가 대치하는 구도가 부 상하고 있다. 이런 구도하에서 중국은 외형적으로는 북핵 제재를 위한 국제공 조에 동참하면서도 뒤로는 대북 교역이나 석유ㆍ 식량 제공을 계속하는 이중적 자세를 보여 왔다. 특히 미중 군사관계가 협력적이면 중국은 북핵에 대해 좀 더 강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국제제재에 협력하지만 미중 군사관계가 대결적 일 때에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북핵을 방관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 왔다. 26) 중국은 최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일과 첨예한 무력 대치를 벌이고 있는데, 특히 2013 년 말부터 중국이 남중국 해에서 인공섬과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미중 군사대치는 더욱 첨예화되고 있 다. 27) 이렇듯 신냉전 구도하의 악화된 미중 군사관계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 중국으로 하여금 강력한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한국 내 사드(THAAD) 배 치에 필요 이상으로 강력하게 반대하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을 것이 25)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이후 핵군사력 증강, 북양함대 및 태평양함대 재건 등 군사적 초강대국 복 귀를 위한 조치들과 함께 2005 년부터 중국과 대규모 합동해군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미일과의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고 있음. 2013 년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및 2014 년 크리미아 반도 합병 이후 미러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음. 26) 미중 군사관계가 북핵에 대한 중국의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한 주요 연구로 는 박태홍,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정책의 변화와 원인, 2016 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박사 논 문 참조. 27) 남중국해 (356 만km ² ) 는 세계 물류 및 에너지 운송을 위한 해상로이며 중국이 해양강국으로 발전 하기 위한 해양진출로임. 중국은 남중국해를 핵심 이익(core interest) 로 선언하고 2013 년부터 공세적 정책을 구사중임. 중국은 2013 년 6 월 미중 신형대국관계론 을 발표했으며, 11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ADIZ) 선포, 12 월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 개시, 2014 년 12월 서사군도 석유탐사선 진입 등을 통해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견제하는 미국과의 무력대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보다 자세한 고찰은 이선진,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재, 한국 해양전략연구소 손원일포럼 (2016.4.12) 발제문 ; 양정승, 미 Lassen 함의 남중국해 기동은 투키 디데스 함정의 전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Strategy 21, 통권 제38호 Winter 2015, Vol. 13, No 3 등 참조.
26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다. 28) 그렇다면, 중국의 지속적인 2270 호 이행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이며, 미중 군사관계의 변화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여 북한정권의 생존을 도울 가능 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북핵 정책에 있어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주변적 변수에 지나 지 않는다. 한국은 그동안 대중외교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한국은 동맹국 미 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가입을 실기( 失 機 ) 하면서까지 중 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에 가입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서 방 국가의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2015 년 9월 3일 중국의 70주년 전승기념일에 참석하여 텐안먼 ( 天 安 門 ) 성루에서 6ㆍ25 전쟁에 개입하여 한국군과 유엔군의 북진통일을 가로막았던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참관했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는 이미 여덟 번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한중관계는 역대 최상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대북 제재 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를 보여준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실망감은 매 우 컸었다. 당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통화 요청을 거부 했으며, 29) 윤병세 외교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한 대북제 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 왕 부장은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 그리고 대 화 중 어느 것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된다 는 취지의 결일불가 ( 缺 一 不 可 ) 로 대답 했다. 이후 중국은 안보리 결의 2270 호의 채택에 동참하고 제재 이행을 약속 했지만, 향후에도 주변 여건의 변화에 따라서 북한정권 생존 지원 과 북핵 제 재 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적 목표를 견지할 가능성은 상존하 며, 30) 어떤 경우든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대북 제재에는 반대할 28)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대미 경고를 반복했음. 예를 들어, 2016 년 2월 12일 왕이 부장은 독일 뮌헨 안보회의중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끝낸 후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명분으로 중국의 안 보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고 경고함.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항장이 칼춤을 추는 것 은 그 뜻이 유방에 있다 라는 은유로 미국에 경고했음. 중국은 한국을 향해서도 시진핑 주석, 왕 리 외교부장, 추쿼홍 주한 중국대사 등을 통해 경고를 반복했음. 2016 년 3월 3일 방한중이던 우 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이 미국의 사드가 아니라 유럽이나 이스라엘제 방어무기를 가져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발언한 것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미국과의 게임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임. 29)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를 원했으나 중국이 응하지 않 았으며, 양 정상 간 통화는 2월 5 일에 이루어졌음. 30) 2016 년 4월 29일 CICA 회의 직후 베이징에서 개최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양자간 회담을 끝낸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은 무책임한 도발을 자제해 야 한다 고 하면서도 한반도 전쟁 및 혼란 불용, 6 자회담 재개 촉구, 남중국해 분쟁관련 공조, 사드(THAAD) 의 한국 배치 반대 등의 공동 입장을 밝혔음. 이 내용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대 응을 신냉전 구도하에서의 대미 또는 대일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임.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27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의 강도와 내용에 있어 서방국가들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고 이해관계도 상이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게 있어 북핵 은 죽고 사 는 문제이고 미ㆍ 일에게는 중요한 안보 도전 정도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에게 있어서는 반대하지만 전략적 자산인 측면도 있는 사안이다. 중국이 안보리 결 의 2270 호의 이행에 동의하면서도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 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 것은 과거 6자회담 의장국의 경험을 기억하면서 핵 대화 주도를 통해 외교위상을 강화하기 위함이며, 평화협정 협상 을 주장하면 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북중동맹을 유지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국가간 그리고 그룹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견고하고 일관된 제재 공조가 지속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동시에 동북아 신냉전 구도하에서 중ㆍ러 전략적 제휴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향후에도 북핵 제재에 있어 한ㆍ미 ㆍ일 3 국과는 상이한 공동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를 견인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과제가 만 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13년간 가동되어온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기 위해 취한 고육지책 ( 苦 肉 之 策 ) 이었다. 31) 개성공단 철 수는 124개의 진출기업은 물론 5만 5천명의 북한 근로자와 20만 명의 가족들에 게 있어 생계수단의 상실을 의미했으며, 통계로 나타나지 않는 가치의 상실은 더욱 컸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실험대이자 옥동자이며 남북관계의 숨구멍 이자 허파 로서 위기 수위를 조절하는 감압( 減 壓 ) 밸브 로 인식되어 왔다. 개성 공단을 통해 북한에 제공되는 외화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에서 평화 관리를 위한 비용 으로 정당화되어 왔다. 이것이 2006 년 이래 유엔안보리가 5개의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중에도 개성공단이 면책 특권 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이런 명분보다는 북 한의 핵개발을 저지해야 하는 과제가 더욱 엄중해졌으며,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철수 를 발표했을 때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던 중이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중러를 움직일 수 있는 마땅한 외교카드가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했고, 북핵 위협이 가중되는 중에 개성공단의 달러가 노동당 39 호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지속하기가 어려웠으며, 32) 국제사회를 향 31) 김태우, 개성공단 중단 제재, 국론통일 뒷받침돼야, 한국경제 2016년 2월 11 일 참조. 32) 39 호실은 통치자금을 획득ㆍ 관리하는 부서로서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2경제위원회 등과 함께 북
28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해서는 돈줄죄기 동참을 호소하면서 스스로는 개성공단을 통해 매년 1억 달러 의 경화( 硬 貨 ) 를 북한에 제공하는 모순도 방치할 수 없었다. 33) 요컨대, 개성공단 철수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그리고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북 제재를 견인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면서 상대의 뼈를 끊는 육참 골단( 肉 斬 骨 斷 ) 의 결기를 보여준 한국 정부의 특단의 외교조치였다. 4. 군사적 억제수단으로서의 핵우산의 한계와 핵그림자 효과 핵우산 (nuclear umbrella) 이란 북한이 한국에 핵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핵 으로 응징한다 는 약속을 말한다. 보복 수단에 다양한 재래 군사력도 포함된다 는 의미의 확대억제 (extended deterrence) 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표현 이다. 핵우산이 가지는 첫 번째 문제는 완전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1960 년 당시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미국이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 생시킬 수 있는가 를 물으면서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첫 핵실험을 단행했었 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핵추진 항모, F-22 랩터 전투기 등 전략자산들을 한국에 전개시키고 3월부터는 사상 최대 규모로 키리졸브 - 독수리 (KRFE)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한미동맹의 건강성과 대 한( 對 韓 ) 방위공약 그리고 핵우산의 신뢰성을 재확인하는 조치들이었지만, 한 국사회에서 전례없이 강력한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것을 예방하지는 못했다. 핵무장론은 정치인, 전문가, 예비역 군인, 전직 공직자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국민의 과반수가 핵무장을 지지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34) 핵무기비 확산조약 (NPT) 이 금지하지 않는 농축과 재처리마저 불허하는 미국의 반확산정 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부서이며,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임금의 대부분을 받아 관 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 33) 2004 년 이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외화는 5억 6 천만 달러(6,160 억 원) 에 달하며, 2015 년 동안 1억 2 천만 달러(1,320 억 원) 이 유입되었음. 34) 2016 년 1월 15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해 응답자의 54% 가 찬 성하고 38% 가 반대했는데, 제3차 핵실험 직후의 여론조사에서보다 찬성 비율이 10% 높아진 것 임. 정치권에서는 정몽준, 원유철, 노철래 등의 전현직 의원들이 핵무장론을 주장해 왔으며, 원 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15 년 2월 15 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비가 올 때마다 옆집의 우산을 빌려 쓸 수는 없다 는 표현으로 미 핵우산의 한계를 지적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 면 한국도 포기하는 조건하에서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했음. 이외에도 핵무장을 주장하는 인사 중 에는 조갑제 ( 조갑제닷컴 대표), 정성장 박사(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등이 있음. 정성장, 대통령 결심하면 18 개월 내 핵무장 가능, 신동아, 2016 년 3 월호 참조.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29 책에 대한 불만도 재점화되었다. 35) 물론, 현재로서 한미동맹의 건강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지만, 한국의 전문가 들에게는 핵우산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유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2010 년 오바마 행정부가 발간한 핵태세검토서 (NPR) 은 2002 년 부 시 행정부의 NPR 이 삭제했던 핵 선제사용 포기(NFU) 정책 을 부활시켰으며, 동맹국에 대한 핵 및 화생무기 공격시 핵보복을 가한다 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전진 배치된 미군, 안보 공약, 미사일방어 등 비핵요인들 (non-nuclear elements) 을 확대억제의 핵심 수단으로 발표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 문제는 NPR 발표 직전에 오 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과 북한은 NFU 정책의 대 상이 아니라고 설명함으로써 외교적으로는 봉합되었으나, 적어도 NPR의 표현 에 있어 핵우산은 약화되었다. 또한, 미국은 2013년 8월 21일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에 대해 사린가스를 사용하여 시아의 중재를 받아들여 무력응징을 포기했고, 36) 1,300 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러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 나의 크리미아반도를 합병한 것도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을 약화시킨 사건이었 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시 우크라이나에는 2,000 개에 달하는 구소련의 핵 탄두가 SS-19, SS-24 등의 대륙간탄도탄 (ICBM), 순항미사일, 폭격기 등 다 양한 투발수단과 함께 남아 있었지만, 미국의 경제원조와 안정보장 약속을 대 가로 전량 폐기하거나 러시아로 반환했었다. 37) 한국의 전문가들로서는 북핵 위협의 가중과 함께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으 며, 미국이 여론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여론 의 향배에 따라 미국 정부가 핵우산 정책을 바꿀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양 체제간 적대적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미국 핵우산 의 신뢰성이 확실하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핵우산은 북한의 핵공격 이후 작 35) 김태우, 北 核 앞에 발가벗고 서 있으라는 건가, 2016 년 2월 1 일 조선일보 특별기고 ; 北 도발 앞에 벌거벗은 대한민국, 2016 년 2월 11 일 서울경제신문 시론 등 참조. 36)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만류에 따라 무력응징을 포기했으며, 양국 간 협상 끝에 2013 년 9월 14 일 시리아의 화학무기폐기조약 (CWC) 가입 및 화학무기의 점진적 폐기를 골자로 하는 시리아 로드맵 에 합의했음. 37) 1991 년 독립시 우크라이나에는 2000 기에 달하는 구소련의 핵무기들이 남아 있었음. 졸지에 제3 위의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에서는 핵보유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셔널리즘이 부상했으나, 핵 확산을 우려한 미국은 Lunn-Lugar 법을 제정하여 우크라이나를 설득했음.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는 1994 년 미ㆍ러 ㆍ 우크라이나 3 자 합의(Trilateral Agreement) 와 미국의 안보공약 및 경제지 원 약속에 의거하여 전량 폐기되거나 러시아로 반환되었음. 그러나 미국은 2014 년 러시아가 우 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하고 크리미아반도를 합병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음.
30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동되는 것이어서 사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핵무기가 발생하는 핵그림자 효과 (nuclear shadow effect) 와 관련해서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전술한 바와 같 이, 북한은 현재에도 핵위협 (nuclear blackmail) 을 앞세우고 남북관계를 주도 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고,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을 때 에 한국이 강력하게 응징하지 못한 것도 북한의 핵보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 며, 핵그림자 효과는 한국에게 있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저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대북정책의 최대 목적은 남북상생이며, 자유민주주의 통 일을 추구하는 한국의 통일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북한이 자신들이 마음대로 도발을 할 수 있고 한국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개방을 거 부할 수 있다고 믿는 한, 항구적 상생구도의 정착이나 북한의 자발적 변화 수 용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미국의 핵우산과 무관하게 한국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안보과제이며, 이런 의미에서 핵그림자 효과가 야기하는 각종 부 작용들을 방치하면서 대북 대화와 포용만을 요구하거나 군사적 억제를 강조하 는 전문가들을 전쟁론자 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거나 종북 ( 從 北 ) ㆍ친북 ( 親 北 ) 적 의도를 감춘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대화와 설득은 언제 나 필요한 것이지만, 북핵 위협이 엄중한 현 상황에서는 보다 강압적인 방법과 함께 활용되어야 하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Ⅲ. 한국의 억제전략 1. 저비용 고효율의 북핵억제 전략 비핵국인 한국이 핵보유국인 북한을 군사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한반도의 전략환경은 매우 독특하다. 과거 냉전기간 동안 미국과 소련이 상호간 핵전쟁 을 억제하기 위해 구사한 2 대 핵전략은 상호확실파괴 (MAD) 전략과 핵전투 (Nuclear Warfighting) 전략이었지만, 일방만이 핵보유국인 남북한 대치 상황 에서 이 전략들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물론, 한미동맹 하에서 미국의 핵 우산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재래수단만으로 북핵 위협을 상쇄하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전략은 독자 차원에서 보유한 재래군사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북핵 위협을 상쇄하는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31 공포의 균형 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동맹차원에서 미 핵우산이 제공하는 대리 응징 능력에 의거한 대량보복 및 핵전투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즉, 독자적인 재래전력을 주력 수단으로 하고 동맹국과의 연합전력을 보조 수 단으로 하는 대북억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말해, 독자적으로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선제 (preemption), 방어(defense), 방호(protection), 응징(retaliation) 등 네 분 야에서의 군사적 대응력을 함양해야 한다. 이 중에서 예산상의 한계, 소요 시 간, 정치권이 판단하는 예산 배분 우선 순위 등을 감안할 때 핵투하 이후 피해 를 최소화하고 국가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방호체계는 추후 장기과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이 당장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선제, 방어 그리고 응징이라는 세 분야로 압축되는데, 이 중에서 현재 국방부가 주력하는 것은 방 어와 선제이다. 국방부는 선제를 위해 킬체인 (kill-chain) 을 그리고 방어를 위해서는 한국형미사일방어 (KAMD) 를 그리고 구축중인데, 2020 년 중반까지 17 조 원을 투입하여 두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집행 중이다. 그럼에도,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에는 간과할 수 없는 결점들이 내포되어 있다. 킬체인은 상대국이 공격 징후시 선제 파괴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직접적이 고 강력한 억제효과를 발휘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적 ㆍ정치적 타당성에 있 어 분명한 한계성을 가진다. 킬체인의 기본개념은 핵발사 징후가 탐지되면 이 를 시한성 긴급표적 (time sensitive target) 으로 설정하여 순식간에 탐지- 식 별-결심 - 타격의 순으로 위협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 기 위해서는 고도의 센서체계 (ISR), 타격명령 전달을 위한 지휘ㆍ 통제ㆍ 통신 ㆍ컴퓨터 (C4) 체계 그리고 선제타격을 위한 정밀타격 무기체계 (PGM) 와 타격 전략을 완비해야 하지만 이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다목적 인공위성, 금강 및 백두 정찰기 등 현재 한국이 보유한 자산으로는 북 한군의 이동발사대 (TEL) 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을 탐지ㆍ 추적하기는 무리이며 정밀타격 수단도 불충분하다. 또한,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 킬체인 체계가 구축된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타당성에 한계가 남는다. 킬체인을 통 한 선제공격이 정당성을 인정박기 위해서는 선제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증명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한 국은 전쟁도발국으로 매도될 수 있고 북한에게 확전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군통수권자 또는 통수권자로부터 군령권을 위임받은 지 휘관이 선제공격을 명령하기가 쉽지 않다. 정리하면, 킬체인은 최첨단 ㆍ고정
32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밀 자산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술적 타당성을 가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재 원투여가 필요한데다 상대국 영토 내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 치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형미사일방어는 공격자를 응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제효과가 간 접적ㆍ 소극적이라는 단점이 있는데다 기술적 타당성에도 한계성을 가진다. 미 사일방어란 적국의 미사일이 표적에 도착하기 전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여 파 괴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경우 적 미사일이 발사단계 (boost phase), 비행단계 (flight phase), 종말단계 (terminal phase) 등을 거쳐 날아 오는 동안 중복적으로 요격을 시도하는 체계로 되어 있지만, 38) 어떤 경우에도 이론적 ㆍ실질적으로 완벽한 요격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한국이 추진해 온 KAMD 는 종말단계 하층방어에 국한된 것으로 유효고도 20km 이하의 미국제 PAC-2 나 국산 철매-2(KM-SAM) 미사일로 단 한번 요격을 시도하는 체계이 다. 하지만, 북한이 제3, 4차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종말단계 고고도 요격미 사일인 사드(THAAD) 나 SM-3 를 도입하여 중첩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가 군 내부와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미사 일방어는 이 100%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불완전성 문제를 안고 있으며, 북한 SLBM 을 실전 배치하는 경우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는 사실상 무 력화될 수 있으며, 이 문제는 사드나 SM-3 가 배치된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 다. 요컨대, 사드는 기본적으로 북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고 동맹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배치가 필요하지만 그것으로서 북핵을 막아내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하여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에는 고비용 저효율성 이라는 공통적인 약점이 있다. 킬체인과 미사일방어는 고가( 高 價 ) 의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요구 하기 때문에 필요 충분한 예산수요에 있어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면 서도 완벽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도 공격능력의 개발과 방어 능력의 개발은 상호간 악순환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방어능력은 새로운 공격 능력의 개발을 부추긴다. 즉, 어떠한 공격도 막아내는 방어능력 이 개발되면 상대편은 어떠한 방어도 돌파할 수 있는 공격능력 을 개발하게 되어, 상호소모 38) 미국, 이스라엘, 일본 등 각국의 미사일방어 실태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박휘락, 북한 ʻ핵미사일 ʼ 위협에 대한 장기적 / 안정적 대비방향 : 미사일 방어망 구축, 군사논단 제73 호(2013 년 봄호); 일 본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 추진사례 분석과 한국에 대한 교훈, 국가전략, 제19권 4 호 (2013 년 겨울), pp.103-106 등 참조.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33 적인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러시아가 미국이 유럽에서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를 돌파하기 위해 보레이급 핵잠수 함을 건조하여 불라바 미사일을 탑재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39) 한반도의 경우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증강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배치하면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방어와 선제가 북핵 억제전략으로서의 결점들을 내포하고 있는데 반해, 응 징을 위주로 하는 억제전략은 이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억제효과를 높이는 선 택이 될 수 있다. 응징은 기발생한 공격행위에 대한 대응이므로 정당성을 증명 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공격자에게 물리적 피해를 강요하기 때문에 억제력 도 직접적이고 강력하다. 또한 맞대응식 응징은 선제나 방어가 요구하는 만큼 의 고첨단 장비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가 능하다. 예를 들어, 북한이 조잡한 무인기를 서울상공에 침투시켜 한국의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경우, 방어를 통해 재발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많은 예산을 들 여 저고도 레이더와 경공격기, 전투헬기 등을 배치해야 할 것이나, 동일한 부 류의 무인기를 주석궁 상공에 침투시키는 맞대응을 택한다면 저비용 -고효율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어를 통해 천안함 폭침 도발의 재발을 억제하고 자 한다면 최신 소나시스템을 탑재한 대형 수상함과 해상초계기 전력이 요구 되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보복응징을 택한다면 비교조차 되지 않는 적은 비용 으로도 가능하다. 선제, 방어, 방호, 응징 등 각 억제전략이 가지는 특징을 정 리하면 아래와 같다. 선제 방어 방호 응징 억제효과 적극적 소극적 매우 소극적 적극적 요구되는기술수준 ( 기술적 타당성 ) 매우 높음 ( 낮음) 높음 ( 낮음) 낮음 ( 높음) 낮음 ( 높음) 재정부담 ( 재정적 타당성 ) 매우 높음 ( 낮음) 높음 ( 낮음) 매우 높음 ( 매우 낮음) 낮음 ( 높음) 정당성 입증 ( 정치적 타당성 ) 매우 어려움 ( 낮음) 용이함 ( 매우 높음) 용이함 ( 높음) 용이함 ( 높음) 39) 푸틴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무력화하기 위해 건조 중인 24,000 톤급 핵추진전략잠수함 (SSBN). 총 8척을 건조할 예정이며 현재 3 번함까지 건조되었음. 이 잠수함 한 척에 최대 20기까지 탑재 가능한 불라바는 사정거리 10,000km 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탄 (ICBM) 임.
34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선제 방어 방호 응징 종합평가 강력한 억제 력을 발휘하 나 제반 타당 성은 낮음. 정치적 타당 성은 높으나 기술적ㆍ재정 적 타당성이 낮 고 억제효과 도 제한적 기술적ㆍ정치 적 타당성은 높 으나, 재정적 타당성 희박 하고 억제효 과 제한적 제반 타당성 이 우수하고 억제효과도 강력하나, 확 전 위험성을 수반함. ( 출처: 저자가 관련자료를 취합하여 작성한 것임.) 같은 원리에서, 한국이 독자 차원에서 북한의 핵공격을 통한 서울 불바다 위협을 상쇄하고자 한다면, 보유한 각종 재래전력으로 평양정부가 중시하는 전 략목표들을 볼모로 삼는 것이 가장 저렴한 억제가 된다. 이런 목적의 무기체계 들은 킬체인이나 미사일방어가 요구하는 수준의 정밀성과 정확성을 필요로 하 지 않는다. 대응적 핵보유를 택할 수 없는 한국이 북한의 다양한 핵능력을 상쇄 ㆍ억제하기 위해서는 재래전력을 활용하여 상호취약성(mutual vulnerability) 를 확보하여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며, 미소 냉전 동안 상호확실파 괴(MAD) 전략이 핵전쟁을 억제한 일등 공신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뒷 받침한다. 상호확실파괴 전략은 상대국의 핵공격을 방어하지는 못하더라도 반 드시 핵보복을 가한다는 능력과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다시 말해, 상호간 취약 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어느 일방도 핵전쟁을 유발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 이었다. 미소 양국은 보복응징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지상과 공중 그 리고 바다에 배치하는 핵3 축 체제(nuclear triad) 를 운용했다. 그렇다면 한국에게 있어서도 보복응징용 재래전력을 지상과 공중 그리고 해상과 해저에 분산 배치하는 한국형 3 축 체제(Korean Conventional Triad) 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이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에 비해 저비용 고 효율 억제전략이 될 것이다. 응징을 중심으로 하는 대북 억제전략과 관련해서 는 2010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건의한 능동적 억제전략 과 한국형 3축 체제 를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국방개혁의 목표도 가용한 재래군사력을 저비용 고효율 억제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것이 되어야 마땅하 다. 40) 억제는 인식(how to perceive) 에 달려 있다 라는 고전적 진리는 지금 40) 2010 년 국방선진화추진위는 능동적 억제전략 및 한국형 3축 체제 건의와 함께 동원예비군 개 혁, 육군 특수부대 증강, 미사일사령부 증강, 해병사단 신설, 전략잠수함 조기건조 등을 함께 건 의했음.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35 도 유효하다. 한국군은 한국형 3축 체제 구축을 통해 재래군사력으로도 북한에 게 침략과 도발은 확실한 응징을 초래할 것 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단점이 있다는 이유로 킬체인과 미사일방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킬체인에 사용될 군사자산들은 방어는 물론 응징을 위해서도 이용될 수 있으며, 선제 실패시 방어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킬체인 과 미사일방어를 확연하게 구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을 가진다. 또 한, 킬체인과 미사일방어를 위해 확보하는 장비와 기술은 한국군이 궁극적으 로 추구해야 할 군사력의 첨단화 ㆍ과학화에도 부합한다. 한국이 킬체인과 미 사일방어를 포기한다면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위협할 때 또는 발사된 핵미사일이 날아오는 동안 한국군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 는 아무런 수단도 가지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해야 함을 의미한다. 때문에 한 국군으로서는 어느 한 분야의 억제력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저비용 고효율 억제효과 를 기준으로 응징과 선제 그리고 방어 간 최적의 배합(optimal mix) 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방호 인프라를 구축하여 선제, 방 어, 방호, 응징 등 네 분야 간의 최적 배합을 찾아야 하겠지만, 현재로서 저비 용 고효율을 담보하는 최적 배합 억제전략 은 응징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될 것이며, 이는 국방재원을 집중적으로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에 쏟아붓고 있는 현재의 억제력 구축방향에 재고( 再 考 ) 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41) 41) 필자는 2010 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군구조개선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응징보복을 위 주로 하는 대북 억제전략을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능동적 억제전략 ( 또는 적극적 억제 전략) 과 이 를 뒷받침하는 한국형 3 축체제 구축 을 국방부에 건의했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발표 및 기고를 통 해 동 주장을 반복하고 있음. 김태우, 능동적 억제전략하 3 축체제 구축,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보고 2010.12.6.; 김태우, 북한 핵미사일과 적극적 억제, 2013년 9월 26일 안보전략연구소 세 미나 발표문 ; 핵위협하 국지도발 대비 대응전략 발전방향, 2013.3.22. 한국군사문제연구소 ㆍ한 국해양전략연구소 (KIMS) ㆍ 해병대연구소 공동주최 세미나 발표문. 능동적 억제전략과 해군의 역 할, 2010 년 11월 18일 제65 주년 해군창설 기념 세미나 발표문 ; 북한 핵미사일과 자주적 억제수 단, 북한 2013년 10 월호; 통일 대전략과 한국군의 역할, 합동참모대학 학술세미나 한반도 통 일환경과 우리의 통일대비 전략 (2014.3.14) 발표문 ; 군사적 응징, 의지와 선택의 문제일 뿐이 다 동아일보 2010.5.22. 시론; 북핵억제를 위한 연합대비 태세 강화, 2015 년 2월 5일 여의도연 구원/ 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회 공동주최 국방정책 발전 세미나 발표문 ; 북핵대응, KAMD( 한국형 미사일방어 ) 와 킬체인만으론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2015 년 1월 30 일 시론; 한국의 북핵 억제전 략: 사드(THAAD),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미래한국 2015 년 5 월호; 응징, 방어 그리고 선제: Deterring the North Korean Bomb: Retaliation, Defense & Preemption, 2015 년 8월 28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헤리티지재단 공동주최 국제학술회의 9ㆍ 19 공동선언 10 주년 발표문 ; 사드(THAAD) 배치와 한미 및 한중관계 전망, 2015 년 6월 17 일 제주평화연구원 (JPI) 정책포럼 발제문 ; 선제- 방어- 방호- 응징 전단계 군사적 억제가 핵심, 중앙선데이 2016.1.10 등 다수.
36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2. 북핵 대응에 있어서의 유의점 포괄적으로 말해, 김정은 정권의 핵위협을 대응ㆍ 억제하기 위한 한국의 선 택은 대화와 제재 그리고 군사억제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평양정권이 핵포기 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현 시점에서 한국은 제재와 군사적 억제에 집중 할 수밖에 없지만, 이것은 대화를 포기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진정한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수순이다. 현재로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와 한국 및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확고한 군사적 억제는 북한으로 하 여금 비핵화를 목적으로는 대화에 나오게 하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이 열린 2008~2008 년 동안의 북한이 펼친 이중전 략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북한은 대화 따로, 핵개발 따로 라는 특유 의 협상전술을 앞세우고 협상을 하는 중에도 핵폭발 장치를 만들고 핵실험장 을 건설하는 일을 지속했으며, 결국 2005 년 9ㆍ19 성명과 2007 년 2ㆍ13 합의에 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6자회담은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거나 늦추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42) 대화는 중요한 것이며, 북핵 문제의 해결도 언제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마무리되어야 하겠지만, 북한이 핵개발 의도를 그대로 가 진 상태에서의 가짜 대화 는 북핵 문제에 대한 경계심을 희석시키고 국제제재 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무익( 無 益 ) 을 넘어 유해( 有 害 )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의 북핵 제재의 목적은 진정한 대화를 강압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핵문제와 인권 문제를 포함한 모든 북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어 떤 방식과 속도로든 북한정권의 변환이 불가피하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와 함께 북한 정권의 변환을 위한 대미 및 대중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고 믿고 있다. 43)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대북제재를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 에 한국에게 있어 고난도 대중 외교는 최대의 난제( 難 題 ) 이다. 관건은 안보리 결의 2270 호와 중국을 위시한 주요국들의 독자제재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평 양정권으로 하여금 존폐의 위기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인데, 고난도 대중 외교 를 펼쳐나감에 있어서는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42) 6 자회담 평가에 대한 필자의 보다 자세한 분석은 김태우, 북핵 6자회담 평가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박창권 외 한국의 안보와 국방: 전략과 정책 한국국방연구원 2009 연례전략보고서, 광 명성 2호의 후폭풍과 6 자회담의 미래, 성우회 발행, 자유 2009년 5 월호 등 참조. 43) 예를 들어, 김성한, 中 과 北 정권 변환 대화 진행할 때다, 신아연소식, No. 84 (2016 년 3월 21 일).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37 전술한 바와 같이 중국은 2006 년부터 2013 년까지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다섯 개의 대북제재 결의에 참여하면서도 적극적 제제와 소극적 ㆍ방관적 제제 사이 에서 기복을 보여 왔으며, 뒤로는 대북 민간교류를 허용하고 석유와 식량을 제 공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돕는 이중성을 보여 왔다. 이는 중국이 추구 하는 한반도 정책의 목표들 간에 우선순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중국은 외교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및 한반도 비핵화 라는 2대 목 표를 표방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는 북한 정권의 생존 을 전제로 한다. 중국이 한반도 정책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들에 우선순위를 매 긴다면, 북한에서의 친중ㆍ 동맹 정권의 생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한국의 핵무장 반대 및 미국의 핵 영향력 배제, 북한의 비핵화 등의 순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시간에 중국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중국은 향후에도 북한정권 생존 지원 과 북핵 제재 라는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이중적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한국이 서운해한 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경제성장 및 국제위상 강화와 함께 중국 내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 으로 보기보다는 경제ㆍ 외교적 부담 으로 보는 실용주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음은 미래의 대중 외교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가 없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안보리 결의 2270 호가 채택된 만큼 주한미군의 사드 (THAAD) 배치에 있어서는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사드의 배 치 자체는 동맹협력의 틀내에서 한국의 안보주권에 의거하여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의 지속적인 대북제재 이행과 이로 인한 북한의 핵포기가 최우선적 안보국익이기 때문에 한국으로는 중국이 대북제재를 이탈 할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간 실무협의는 지속하되 최종 결정과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사드 배치 건을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확인하는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사드 배치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대한( 對 韓 ) 보복조치들을 우려하는 지적들을 유념 할 필요가 있으며, 44) 더욱이 2270 호가 채택된 현 시점에서는 중국이 강력하고 44) 예를 들어,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중국이 국가자존심을 걸고 사드 배체에 반대했던 만큼 배치시 중국이 한국기업 진출 거부 등 경제 제재, 한국 드라마 금지 등 사회문화적 제재, 방공식별구역 이나 해상경계와 관련한 위협이나 북중 국경제대 사드 공격무기 배치 등의 군사적 보복,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강화를 통한 유엔 대북제재 무력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경고함. 북한의 최근 핵 미사일 실험과 한국의 외교: 대중 관계를 중심으로, 2016 년 3월 9일 한미안보연구회 정
38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지속적인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한국의 최우선 안보국익이라는 점을 우선 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핵외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동북아 신냉전 구도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하게 약화되었지 만, 러시아는 양적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강의 핵강국이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북한이 노동자 송출을 통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노동시장이다. 한국은 2270 호의 채택과정에서 러시아가 마지막 검토 를 채택 일자를 지연시키고 제재안의 내용을 수정했던 사실을 기억하여 대러 외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군사적 억제는 대화 또는 제재의 성과 유무와 무관하게 완비하고 있어야 하 는 국가적 과제인데, 이는 대화나 제재가 북핵을 해결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설 령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므로 그때까지 국가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억제를 위해서는 독자 및 동맹 차원 에서의 군사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독자 차원에서 한국군은 북한의 핵전략 구 사를 확인한 후 뒤따라갈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전략과 핵도발 시나리오들을 추정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며, 이 과정에서 고비용 ㆍ저효율 억제 전략을 저비용 ㆍ고효울 억제전략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북한이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를 돌파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탄의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중에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에 막대한 국방재원을 투여하 는 것은 재고되어야 하며, 북한의 SLBM 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략잠수함 의 전력화를 2020 년대 후반으로 잡고 있는 현재의 계획도 전면 수정될 필요가 있다. 종합컨대, 한국군의 저비용 ㆍ 고효율 억제 효과를 발휘하는 응징 위주의 새로운 개념의 억제태세의 구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시급하게 투입해야 하 며, 북한이 핵이나 화생무기를 이용한 테러방식의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 해서도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물론, 전술한 바 와 같이 응징 위주의 억제전략이라고 해서 킬체인과 미사일방어 노력을 포기 해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군은 주어진 재정능력 내에서 방어적 선제와 미사일 방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겠지만, 국방재원을 더욱 효율 적ㆍ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활성 화할 필요가 있다. 책토론회 발제문 참조.
김정은 정권의 선핵( 先 核 ) 정치와 한국의 억제전략 / 김태우 39 한국군이 저비용 ㆍ고효율의 북핵 억제력을 구축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국방개혁 패러다임의 변화일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방개혁 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번 사업과 예산이 확정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매년 예 산이 투여되는 관행적 접근(incremental approach) 에서 탈피하여 달라진 여 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합리적 접근(rational approach) 이 가능해져 야 할 것이다. 이는 통수권자의 신념,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인 전문가들의 역 할, 군의 협조 등이 어우러져야 하고 군간 및 각군내 사업간 기득권 지키기 경 쟁을 불식시켜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어쨌든 미래의 국방개 혁을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제한된 국방재 원으로 가장 효율적 ㆍ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확립되어야 하고, 관행주적 접근이 아닌 합리주의적 접근에 의거하여 북한 정책결정자들에게 가 장 심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전략과 무기체계, 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소진시킬 수 있는 역비대칭적 전력 및 방안, 45) 한국 국민을 심리적으로 안정 시킬 수 있는 억제 체제 등을 식별하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국방재원을 투여해야 한다. 동맹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미국의 핵우산과 대한( 對 韓 ) 방위공약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하더라도 자동개 입 조항과 핵우산 조항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동맹조약을 개정하는 문제를 제 기할 필요가 있다. 조약의 개정은 한미 양국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 이지만, 북핵 문제의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동맹외교 조치로서 한국은 지금부 터 이 문제를 제기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이 핵무장을 포기하더 라도 기본적인 핵외교력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비확산조약 (NPT) 이 허용하는 범 위 내에서의 핵잠재력을 함양하는 문제, 즉 평화적 핵주권을 확보하는 문제를 동맹외교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미 간의 합의를 바탕 으로 북한의 위배로 사문화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해 조건부 폐기 를 선언해야 하고, 농축 및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동맹간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 46) 2015년에 개정된 한미원자력협력협정 역시 한국의 평화적 핵주권을 45) 한국국방연구원 설인효 박사는 전장구조 및 군비경쟁 구조에 있어 북한에게 비용을 초래하게 만들 고 군사력 소진을 가져오는 군사적 ㆍ비군사적 조치들을 제안하면서 무인기술, 항공작전 범위 확 대, 스텔스 기술, 수중 작전, 복합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한국이 우위를 가진 분야의 신기술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음.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사력 소진 방안, 2016 년 3월 18일 제37 차 일민외교안보포럼 (IFIAS) 발제문 참조. 동일한 맥락에서 김태우, 북핵 위협을 상쇄하기 위한 아홉가지 제안, 해병대전략연구소 발행 전략논단 2013 년 봄ㆍ여름호 ( 통권 제17 호) 참조.
40 STRATEGY 21, 통권 39호 (Spring 2016년 Vol. 19, No. 1) 불허하고 있으나 한미 고위급위원회에서 20% 까지의 우라늄을 농축을 허용하 는 문제를 협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핵추진 전략잠수함 건 조를 서두르기 위해서라도 한미간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47) 하지 만, 그것으로도 불충분하다. 한국은 유사시 농축 및 재처리를 건너뛰어 곧 바 로 2세대 핵폭탄인 수폭을 제조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관련 기초연구를 진행시 켜야 한다. 북한이 수폭 완성 을 선언하는 중에 한국이 농축과 재처리에만 연 연해한다면, 이를 두고 선제적 ㆍ 적극적 대응자세 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 및 동맹 차원에서 군사적 대북 억제를 강화함에 있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은 억제의 목표이다. 한국군이 응징보복 중심의 북핵대응 전략을 구축 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북한의 정책결정자들로 하여금 대남 핵공격이나 도발 은 혹독한 보복을 초래한다 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핵공격이나 도발 자체를 미연에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억제의 주 목표는 당연히 북한의 정책결정자들 이다. 그럼에도 군은 북한이 핵을 심리적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말해 핵 그림자 효과 만으로도 이미 한국에게 많은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 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악효과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 이 억제태세에 대한 신뢰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이 군의 억제조치를 충분하다 고 인식하면 북한은 원하는 핵 그림자 효과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에 대한 강력하고도 확고한 군사적 억제태세의 목표에는 한국 국민도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48) 46) 이러한 취지로 필자는 1991 년 당시 노태우 정부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반대하고 합법적 범 위 내의 핵잠재력 배양을 의미하는 평화적 핵주권론 을 주창했으나, 한국은 강력한 반확산 정책 의 일환으로 평화적 핵주기마저 반대하는 미국의 정책에 막혀 현재까지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 47) 김태우, 북핵 문제의 재조명과 한미원자력협력의 새지평, 2015 년 5월 7일 2015 한국핵정책학회 특별세미나 북한 핵위협 증대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발표문 참조. 48) 김태우 ㆍ 박휘락,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 통일연구원 연구총서 14-11 북한의 핵전략과 한국의 대응전략 ( 연구책임자 정영태 ) pp.201~256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