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의 언론비평 16 언론이길 포기? 여전한 성역 주한미군 한미연합사 현장브리핑에서 나온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북한 서해안의 한 지역을 상정한 상륙작전 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통일뉴스 외에 그 어떤 언론 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현장에 없었다면 인용보도라도 한미연합훈련의 대북 공격성 알면서도 모르쇠 해야 옳은 뉴스였지만 모르쇠 했다. 손석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대한민국 건국 바로 뒤다. 이승만 정권은 1948년 9월 22일에 7개항의 언론 단속사항 을 발표했다. 이른바 좌경언론 을 뿌리 뽑는다 는 명분 이었다. 7개항은 다음과 같다. 140 신문과방송
1)대한민국의 국시 국책을 위반하는 기사 2)정부를 모략하는 기사 3)공산당과 이북 괴뢰 정권을 인정 내지 비호하는 기사 4)허위의 사실 을 날조 선동하는 기사 5)우방과의 국교를 저해 하고 국위를 손상하는 기사 6)자극적인 논조나 보도로서 민심을 격앙 소란케 하는 외에 민심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사 7)국가의 기밀을 누설하 는기사. 모략 이나 인정 또는 악영향 따위의 추 상적인 단속 조항들에서 드러나듯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모호한 기준 이 었다. 특히 우방과의 국교를 저해하고 국위를 손상하는 기사 를 좌경언론 으로 단속하겠다 는 조항은 저해 와 손상 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방이 미국임은 더 말할 나위 가 없다. 미국과 관련된 사안에 비판적 접근을 전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로부터 60년 남짓 흐른 2006년 3월과 4 월에 일어난 사건 들은 한국 저널리즘이 이승 만체제 로부터 얼마나 벗어나있는가를 진지하 게묻게한다. 3월 30일 오전 8시.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 수욕장에서 일어난 사건부터 살펴보자. 이날 한 국군과 미군은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및 독 수리연습(FE)을 벌이고 있었다.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7박8일간 열린 훈련의 하나였다. 서해 해상에 20여 척의 군함이 떠있었고 수륙양 용상륙장갑차들이 해수욕장으로 돌진했다. 예 년과 달리 이번 RSOI-FE는 장소와 일정이 두 루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한미연합훈련, 의미보다 사진 취재 중심 유일하게 알려진 게 만리포 해수욕장이었기 에 사진기자들이 상륙훈련 사진을 찍기 위해 현 장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시민사회가 제 기한 대북공격성 의혹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이 한국 저널리즘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만리포에 모인 기자들 거의 대다수가 단 순히 군사훈련 사진을 한 장 찍으려던 사진기자 였다. 그런데 전혀 낯선 사건이 일어났다. 시민 사회단체가 전격 시위를 벌였다. 시민사회단체 들은 RSOI-FE 가 방어훈련이 아니라 한반도 의 평화를 위협하는 공격작전이라며 바다에서 상륙해오는 장갑차를 막아섰다. 이 사건을 한국저널리즘은 어떻게 보도했을 까. 3월 31일. 조선일보는 누가 (적)이지? 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았다(조선닷컴). 한미연 합 상륙작전 이 시위대와 전쟁 을 벌였다고 보 도했다. 석간인 문화일보도 한미합동 군사훈련 장에 범민련 등 난입 양키 고 홈 시위 를벌였 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국방부와 경찰이 팔짱 만 꼈다면서 부대원 안전 위협 심각 하다는 한 미연합사령부의 반응을 부각했다. 다음날인 1 일부터 시위에 강경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보도 들이 줄이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장에 진보단 체 회원들이 기습 시위를 벌인 데 대해 국방부 141 2006.05
와 경찰이 사전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음은 물론 이고 1시간 가까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동아일보)거나 국방부와 경찰은 사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 다. (중앙일보)는 보도들이 대표적이다. 북한 공격 작전임은 보도 안해 심지어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중앙일 보(3.31)는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겨냥해 시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신들이 몰고 온 승용차 를 이용, 13km쯤 달아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 혔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만 확인하고 훈방조치 했다. 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기자회견 을 마친 뒤 현지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로 떠났다. 경찰은 뒤늦게 이들의 차량을 추적 해 잠시 막았을 뿐이다. 달아나다 출동한 경찰 에 붙잡혔다. 는 보도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언론 보도에 이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4 월 4일 국회에서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마 치 없었던 일인양 대충 넘어가 문제를 키울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 야한다. 고 주장했다. 국방부도 강경하게 태도 를 바꿨다. 훈련통제단장(대령)을 고발인으로 하여 시위 가담자 전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산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이 놓친 중요한 사실이 있 다.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는 3월 30일 오전 8 시 25분 한미연합상륙전 훈련을 앞두고 만리포 해수욕장의 임시중앙통제소 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사 현장브리핑을 취재했다. 이날 브리핑을 담당한 국방부 관계자의 말에서 나온 발언은 충 격적이었다. 오늘 실시되는 연습은 작계 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 거나, 만리포는 북한 서해안의 한 지역을 상정한 상 륙작전 이라거나, (본 군사연습의 가정상황으 로) 평양의 고립을 위한 서해안 상륙작전 준비 중 이라는 발언도 나왔고 한미연합사령관은 평 양을 압박 고립하기로 결심했다. 는 내용도 있 었다. RSOI-FE에 대해 연례적 방어훈련 이라 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이 거짓임을 단적으 로 입증해준 발언이었다. 하지만 통일뉴스 외 에 그 어떤 언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현장 에 없었다면 인용보도라도 해야 옳은 뉴스였지 만 모르쇠 했다. 통일뉴스 보도에 대해 해병대사령부 김태 은 공보실장은 해명에 나섰다. 작계 5027은 방 어 작전이며 3단계는 부분적으로 공세할 수 있 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 이라며 일부 공격하는 것은 당연히 적진을 향한 것인데 이를 두고 무 작정 공격작전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는 주장이다. 해명 이지만 엄연히 평양을 겨냥한 일부 공격 임을 당국자가 확인해준 셈이다. 작전계획 5027은 선제 공격 담은 것 사건을 단독보도한 정 기자는 첫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최근 RSOI-FE(연합증원전 142 신문과방송
시 및 독수리연습)가 연례적인 방어훈련 이 아 니라 대북선제공격 을 위한 연습이라는 비판 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당국자의 발언이 라는 점에서 향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 인다. (통일뉴스 2006-03-30 오후 3:08:46). 하지만 정 기자의 예상과 달리 파장은 커지 지 않았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침묵했기 때문 이다. 주요 언론사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같은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정 말 의심스럽다. 고 썼다. 어떤 근거가 더 필요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미군의 작전계획(작계) 5027은 미군의 신속 억제전력 배치(1단계) 북의 전략목표 파괴(2단 계)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3단계) 점령지 군 사통제확립(4단계) 한국정부 주도하 한반도 통 일(5단계)이라는 5단계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예상과 달리 파장은 커지지 않았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침 묵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사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같 은 날 상륙훈련의 현장 취재는 하지 않고 이번 훈련에 미군 이 도입한 항공모함 아브라함 링컨 호에 탑승해 있었다. 날 상륙훈련의 현장 취재는 하지 않고 이번 훈 련에 미군이 도입한 항공모함 아브라함 링컨 호에 탑승해 있었다. 더 나아가 중앙일보는 4월 1일자 사설(한 미 군사훈련 방해책동 뿌리 뽑아야)에서 좌파 단체 회원 20여 명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며 무엇보다 한-미 군대가 북침할 것 이라고 생 각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은 아무런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북침 훈련 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그저 앵무새처럼 되뇌고 1998년에 수정한 작계 5027-98 은 방어개념 에서 명백히 벗어나 있다. 북이 전쟁을 일으키 려는 것이 포착되면 주요 군사목표를 선제 타격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평 택 을 거 점 삼 아 북 한 을 그래서다. 장갑차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이 맨몸으로 막아 나선 까닭은. 이들은 동족 앞 에서 전쟁연습 중단하라, 국립공원내 전쟁연 143 2006.05
3월 30일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열린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훈련중단을 요구하며 장비이동을 막고 집회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습 웬말인가 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미 해 병대 소속 장갑차 앞을 가로막았다. 시민단체들 은 해변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마저 무시하고 국방부와 미군당국이 한반 도의 전쟁위협을 고조시키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고 규탄했다. 기자회견문은 오늘 훈련은 평택을 대북 군사거점으로 삼아 북한의 심장부 인 평양을 단숨에 점령하는 전격전을 염두에 둔 것 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에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 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까닭도 여기 있다. 하지 만 부자신문들은 한미군사훈련 방해책동 뿌리 뽑아야 (중앙일보 4월 1일자 사설)라고 주장한 데 이어 평택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도 일 방적으로 매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4월 5일 자 3면 머리기사 미군기지 반대 갈등 평택 르포 / 범대위, 정부 방관속 100만평 갈고 볍씨 뿌려 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 위원회(범대위) 의견은 하나도 듣지 않고 일방 적으로 이들을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일부 주민과 범대위 등의 반대투쟁은 이제 단 순한 반대나 저항 수준을 뛰어넘어 심각한 불법 행동으로 치닫고 있다. 며 기지이전 사업이 예 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막대한 사업비가 추가 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는 또 그렇지만 국방부와 경찰은 이런 불법행 위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고 다그쳤다. 하지만 적극개입이 없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3월 15일 범대위는 국방부와 경찰의 강제집행으로 주민과 지킴이들이 무릎인대가 끊어지고 척추를 다치는 등 숱한 부상을 입었 다. 며 국방부와 경찰의 몰상식한 폭력을 더 이 상두고볼수없다. 고 밝혔다. 144 신문과방송
그럼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을 신문이 촉구하고 나선 셈이다. 동아일보는 한국방송이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점을 보도 하자 사설 객관성 내팽개친 TV를 믿을 것인 가 (4월 5일자)에서 한쪽 집단을 감싸고 반대 편을 때리는 식의 편향적 보도가 계속되는 것은 더두고볼수없는일 이라며 KBS는 생방송 시사투나잇 에서 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보 도하며 시위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했다. 고 주장했다. 강한 처벌 주장으로 사태 악화시켜 결국 언론의 여론몰이에 힘입은 정부는 4월 7일 불도저를 비롯한 중장비 6대와 경찰 50개 중대, 철거용역 700명을 동원해 주한미군기지 확장 이전 터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 강제수용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 서 주민 7명이 다치고 31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그럼에도 4월 8일자 신문들은 정부의 대응 이 미온적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반미 의 메카 된 평택 대추리)은 세상을 쥔 소수가 무기력한 다수를 호령하고 있는 요즘 세상 이라 며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주문했다. 동아일보 사설(평택 벌판을 전쟁터 로 방치할 건 가)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 외부 세 력이 오히려 주민들을 호도하는 측면이 크다. 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평택 불법 행 위 왜 미온적으로 대응하나)에서 주민들의 시 위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 이라며 (사태의 원 인을) 미군철수 로 무장된 반미단체의 집요한 훼방 책동 이라고 규정했다. 반미단체와 일부 주민의 불법행위에 단호하게 대처 하라는 촉구 가 이어진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압권 은 이번에도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이 다. 4월 11일 조선닷컴에 올라온 김대중 칼럼 (평택 논두렁에 뒹군 사람들)은 평택의 논두렁 진흙 속에서 반미( ) 를 외치며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한국인은 왜 수십 년에 걸쳐 미국 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가 하는 장탄식 을하고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는 4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문제의 본질을 왜 곡한 채 오히려 정부에 강한 처벌을 주문함으로 써 사태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고 비판했다. 그래서다. 현지 대추리 이장이 오늘의 한국 저널리즘에 던진 쓴 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할 때 다. 이장은 기지이전사업이 타당한지, 타당하 지 않은지 공부부터 하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 다. 며 우리가 외부단체 도움을 빌리는 것인데 어떤 언론은 외부단체가 선량한 주민을 꼬드겼 다. 는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직접 보지도, 공부하지도 않고 국방부 말만 듣고 기사 쓰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대추리 이장의 마지막 짧 은 말은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했다. 145 2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