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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第 25 輯 第 1 號 이 학술지는 2009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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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0 경영사학 편집위원회 편집위원장 편집위원 서문석(단국대) 經 營 史 學 史 : 박영렬(연세대) 企 業 史 : 김동운(동의대), 柳 町 功 ( 早 稻 田 大 - 日 本 ) 企 業 家 史 : 정안기(고려대) 産 業 史 : 임채성(서울대) 比 較 經 營 史 : 선재원(평택대) 經 營 管 理 史 : 이덕로(서원대), 이태민(충북대) 정현철(한양대), 金 東 鉉 ( 靜 宜 大 - 臺 灣 ) 貿 易 史 : 최상오(서울대) 會 計 史 : 박종국(영남대), 조현우(순천대) 심사위원 강영순(제주대) 고승희(단국대) 국승규(원광대) 권순범(국민대) 김 신(경희대) 김범성(선문대) 김병모(단국대) 김병순(단국대) 김상규(경원대) 김선식(숙명여대) 김성수(경희대) 김영래(충북대) 김정식(조선대) 김종배(단국대) 김지용(경주대) 김태명(세명대) 김흥규(단국대) 남명수(인하대) 류태수(한양대) 민승기(성균관대) 박기찬(인하대) 박노경(조선대) 박동수(영남대) 박영규(경성대) 박진우(한국외대) 박호환(아주대) 서인덕(영남대) 선재원(평택대) 설봉식(중앙대) 송동섭(단국대) 송영욱(충북대) 송재훈(우석대) 신승국(용인대) 신은종(단국대) 신장철(숭실대) 신진교(계명대) 안종태(강원대) 오성동(조선대) 유규창(한양대) 유성기(총신대) 유승기(총신대) 이건희(이화여대) 이광로(건국대) 이광주(단국대) 이덕로(서원대) 이문선(한양대) 이서영(백석대) 이승계(단국대) 이승욱(단국대) 이원우(숭실대) 이인구(선문대) 이정도(경북대) 이제홍(조선대) 이종찬(대구대) 이찬민(단국대) 이태민(충북대) 이한구(수원대) 이호선(단국대) 임달호(충북대) 임외석(경원대) 장영순(제주대) 정진섭(성균관대) 정현철(한양대) 조강필(충북대) 조대우(충남대) 조영곤(동국대) 지성구(한밭대) 차동욱(성균관대) 차석빈(순천향대) 최상오(서울대) 최송길(한성대) 최종윤(강원대) 편해수(남서울대) 한종수(단국대) 한한수(경희대) - 3 -

4 경영사학 편집결과보고 2010년 3월 31일 현재 구 분 접수 게재확정 제25권 제1호 게재불가 혹은 저자포기 심사 진행 이전에 접수되어 이월된 논문 8편 7편 1편 ~ 에 접수된 논문 4편 - - 4편 합 계 12편 7편 1편 4편 경영사학 투고 안내 (사)한국경영사학회의 학회지 경영사학 에 게재를 신청하고자 하는 회원은 글 프 로그램으로 작성된 논문파일을 학회의 홈페이지( 직접 제출 하시고(단, 특별한 경우에는 우송할 수도 있음), 동시에 9만원의 심사료를 납부하셔야 합니다. 심사료는 논문게재신청과 동시에 입금을 해야 하고, 게재료는 논문게재가 확 정된 경우에 한하여 20만원(단, 논문에 지원사항을 표기하는 경우에는 30만원)을 입 금하시면 됩니다. 경영사학 에 대하여 문의할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아래의 연 락처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인(편집위원장):서문석 심사료 및 게재료 입금계좌번호:국민은행 , 서문석 주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 연구실전화: 이메일:editorofkabh@hanmail.net - 4 -

5 目 次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7 문 근 찬 근대 철도 인프라스트럭처의 운영과 그 특징 - 한일비교의 시점에서 - 49 임 채 성 Comparing the Competitiveness of Korea and Singapore after Ten Years of Asian Economic Crisis 75 Hwy-Chang Moon Ji Youn Kim 러시아 농업개혁이후 농산물시장 변화와 수출활성화 방안 93 조성제 박현희 건설 프로젝트에서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프로젝트 성과에 미치는 순차적 영향 119 송상엽 신호철 한화그룹의 전략적 선택 147 박영렬 김상헌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과 한화그룹의 기업문화 201 서 인 덕 부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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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영사학 제25집 제1호 2010년 3월 한국경영사학회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문 근 찬* 1) 요 약 피터 드러커는 1909년부터 2005년까지의 전 생애에 걸쳐 30여 권의 저술을 통해 현대 경 영의 시조, 또는 법인 사회를 발명한 사람 이라는 칭송을 받아왔다. 이 논문은 드러커 탄생 100 주년을 맞아 그의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탐색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드러커의 초기 저술인 경제인의 종말(1939) 과 산업인의 미래(1942) 는 그의 사회 정치사상을 담고 있다. 경제인의 종말 은 1930년대 유럽 사회가 왜 파시즘 전체주의에 빠져들게 되었는지를 탐색하면서, 그 중요한 원인으로서 중상주의적 전통에 뿌리를 둔 경제인의 원리 라는 경제 지상주의의 만연을 들었다. 산업인의 미래 에서는 새로운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기초로서 대 기업 법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이 자신의 합법성을 정당화함으로써 기능하는 사회 (functioning society) 로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제반 논의를 담고 있다. 이들 초기 두 저술 은 이후 드러커로 하여금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의 관점을 갖게 했고, 그의 경영 마인드 전 개의 토대가 되었다. 본 연구는 우선 드러커 경영사상의 전개과정을 그의 성장과정의 주요 사건을 바탕으로 사 례연구 방식으로 서술했다. 이어서 그의 초기 저술에 나타난 드러커 경영사상의 주요 토대를 형성한 세 가지 테마를 도출했는데, 이는 첫째, 사회 변화는 보수주의적 접근에 의해야 한다 는 것, 둘째, 새로운 다원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경제인의 원리 를 뛰어 넘는 정신적 가치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 근로자에게 직장 시민권 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으로 요약된다. 이는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주체들, 예컨대 국가, 기업, 개인이 정당성 있는 역할과 권력 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어서 본 논문에서는 도출된 세 주제에 대하여 전환기 이후의 새 시대에 부합하는 해법을 논의하였다. 드러커의 견해를 토대로 판단하건대, 현재 사회는 격변기의 중간에 있으며 이 격변기를 지 나 지식경제가 심화되고 다원화 시대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다가오는 새 시 대에 적합한 접근과 사고방식을 정립하고 폭넓은 합의점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 * 한국사이버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kcmoon@mail.kcu.ac, 논문접수일(2009년 6월 10일) 논문수정일(2009년 9월 10일) 게재확정일(2009년 10월 8일) - 7 -

8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기이다. 이 시점에 현대 경영의 정립에 큰 기여를 한 피터 드러커의 경영 사상에 대해 깊이 음미해 보는 것은 다가오는 새 시대를 대비한 준비로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주제어>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의 경영 사상, 기능하는 사회, 보수주의적 혁신가 Ⅰ. 서 론 금년은 드러커가 탄생한 1909년으로부터 100주년 되는 해다. 96세를 일기로 2005 년 말에 작고할 때까지 그는 경영의 핵심적인 이슈를 다루는 30여 권의 저술을 했으 며 수많은 논문을 썼다. 그 중 초기 저술에 해당하는 경제인의 종말(1939) 과 산업 인의 미래(1942) 는 드러커가 최초 정치철학적 주제로부터 경영학으로 자리를 잡기 까지의 흐름을 보여주며, 이후 그의 경영학 전개 과정의 사상적 기반을 공고히 했다 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논문은 드러커가 제시한 기능하는 사회 의 모습과 사회의 중요한 기관으로 자 리 잡은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드러커의 초기 저술들을 중심으로 그의 경영 사상의 틀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에 있어서 드러커의 초기 저술을 바탕으로 그의 경영 관점을 재음미해 보는 작업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또 있 다. 드러커가 처음 경영에 관한 저술을 시작한 1930년대 말은 오늘날 전 세계가 겪 고 있는 경제 불황과 자주 견주어지는 세계 대공황의 영향 하에 있던 시대였다. 따 라서 이 시기에 사회의 중추 기관이 된 기업의 역할과 책임 문제에 대해서 드러커가 고민했던 내용들은,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공황으로 경제의 운영 질서에 새로운 전기 를 맞이해야 하는 이 시점에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목적에 따라 제 Ⅱ장에서는 사례연구의 형식을 통해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정의 배경이 된 사건, 그리고 그 배경 속에서 탄생한 초기 두 저작의 주요 내용을 다룬 다. 이어서 제 Ⅲ장에서는 제 Ⅱ장의 논의를 통해서 도출된 세 가지 주요 주제에 대한 드러커의 규범적 해법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본 논문은 보수적 혁신가로서의 드러커 경영사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그 경영사상의 핵심 이슈는 무엇이고, 이들 주제에 대한 드러커적 접근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Ⅱ. 드러커 경영사상의 태동과 기초 세우기 드러커는 처음부터 현대 경영이론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자신의 학문적 이력을 시 - 8 -

9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작하지 않았다. 1930년대에 당시 드러커의 주된 관심은 제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제도의 사회적 정당성에 대한 이해였다(Flaherty 1999, ix). 이런 문제의식에 의해 경제인의 종말 과 산업인의 미래 가 탄생했다. 드러커가 경영학 분야에 자신 의 경력을 시작한 것은 경영자문을 통해 GM에 대해서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 업의 개념(1946) 을 저술한 후였는데, 이는 대기업 법인이 사회의 주요 기관으로 부 상하자 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인 사회의 정당성 문제를 다 룰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하 초기 저술에서 제기된 드러커 경영사상의 주 제와 그 주제가 태동한 배경에 대해 살펴본다. 1.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기 드러커 경영사상의 뿌리는 그의 어릴 적부터 청년기의 삶을 통해서 형성되었다. 이 시절 그에게 영향을 준 일들에 대해서는 방관자의 모험(Drucker 1994) 을 통해 서 살펴볼 수 있다. 1) 1)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배움 드러커는 1909년 11월 19일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제국이었던 오스트리아-헝 가리 제국의 수도 빈에서 태어났다. 드러커의 아버지 아돌프 드러커(1876~1967)는 외국무역성 차관이었고, 어머니 캐롤라인(1885~1954)은 오스트리아인 최초의 여성 의사였다. 할머니는 로베르트 슈만의 미망인이었던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제자 중 한 명으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늘 공평한 관심과 예의를 갖추 었던 분이었다. 드러커는 할머니로부터, 사람은 그의 신분이나 직업이 아닌 개인 자 체로서 예의를 갖춰 대해야 할 존재임을 배웠다(Drucker 1994, 37-70). 그리고 아버 지는 드러커를 비엔나의 지식인 모임인 살롱에 데리고 다니는 등 어려서부터 지식인 들의 지적인 분위기에 접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었다(Drucker 1994, ). 드러 커가 자신의 전기적 이야기인 방관자의 모험 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자매였던 두 사람의 훌륭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끝까지 간직 하고 있었는데, 이들 두 교사는 드러커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화를 주었다(Drucker 1994, ). 드러커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성취기준을 부여함으로써 잠재적인 능력을 현실의 성과로 이끌어내는 것의 중요성과 이에 요구되는 끊임없는 1) 방관자의 모험(1994) 에는 드러커가 살았던 시절에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 려 있다. 이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러커의 관찰자적 렌즈를 통해 조명되면서 자연 스럽게 드러커의 철학을 드러내는 형식의 자서전이다

10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연습과 훈련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한 사람의 교사는 드러커로 하여금 사람이란 감수성과 개성의 발현, 상상력과 개념적 사고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 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 주었다. 드러커는 어린 시절부터 천성적으로 사물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관찰자로서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정부 정책이나 대중에 의해 인위적으로 부여된 상황의 압력 속에서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는 능력이었다. 예를 들면 드러커는 여덟 살 무렵 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모였던 아이들에게, 가격을 엄격하게 통제하던 전체주의 통치 하에서 자신의 호텔 고객을 위해 협정 가격 이상의 고급 식사를 제공했다가 지탄을 받았던 어느 호텔업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다가 옆방의 어른들이 듣게 되어 걱정을 끼쳤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Drucker 1994, 30-31). 또 한 번은 열네 살이 되기 직 전의 연말에 사회주의청년단의 선두에 서서 붉은 깃발을 들고 행진했던 일의 기억을 적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자가 지배하게 된 빈에서 공화제를 선언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였는데 드러커는 마침 전 날 내린 비로 생긴 물웅덩이를 철버덕거리고 건너야만 했다. 그는 군중의 행진이 전해오는 압력 속에서 대책 없이 그 물웅덩이에 빠져야 했던 순간,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깃발을 옆의 누군가 에게 억지로 떠맡기고 대열을 빠져나왔다(Drucker 1994, 26-27). 드러커는 가족이 알고 지내던 다양한 지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들 가운데는 비엔나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와 지식인이 많았다. 드러커는 아버지를 따라 일찍부터 비엔나의 지식인 모임인 살롱 문화에 접할 수 있었는데, 이 모임은 음악가, 의사, 법률가, 정치가, 예술가, 경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양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Drucker 1994, ). 이 보편적이고도 비공식적인 교육 덕분에, 후기 드러커에서 발화했던, 성 과를 중시하고 통찰력으로 가득 찬 실용주의의 씨가 알게 모르게 뿌려질 수 있었다. 드러커는 경영을 논하되 경영을 독립된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문교양학이 경영 과정의 바탕이자 뼈대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 었기 때문에 그의 관심의 폭은 넓어졌고 후일 그의 경영학 연구의 초석이 된 전일적 사고(holistic thinking)를 할 수 있게 되었다(Flaherty 1999, 7-8). 2) 청년기 독일에서의 배움 학교생활에 싫증을 내고 있던 드러커는 김나지움을 졸업하자 사회에 나가고 싶어 함부르크의 어느 상점에 견습사원으로 취직했다. 독일에서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도 직업을 갖는 것이 권장되고 용인되는 분위기였으므로, 드러커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다. 드러커는 함부르크 대학 법학부에 적을 두었지만 당 시의 융통성 많은 학제에 따라 전공과목 외의 다양한 분야를 수강할 수 있었다. 드

11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러커에 의하면, 이 당시 1년 3개월 동안만큼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없다고 할 정도 로, 견습사원으로서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흥미 있는 과목의 수강과 함께, 도서관 에서 독학으로 고전에 깊이 천착했던 시기였다. 드러커는 2년 후 함부르크를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생활 근거를 옮겼으며 대학도 프랑크푸르트 대학 법학부로 적을 옮겼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역시 증권회사 애널 리스트를 거쳐, 신문 기자 등 직업과 함께 공부를 병행했는데, 당시 직장 상사로부 터 피드백 분석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등 실무를 통해 자신 의 강점을 축적한 시기였다(Drucker 1999b). 대학에서는 1931년에 국제법과 공법으 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주임교수를 대신해서 강의도 하면서 그 곳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모색한 시기였다. 그러나 히틀러의 전체주의가 도래하자 그의 생각은 전면적 으로 바뀌었다(Atsuo 2007, 51-71). 3) 전체주의의 경험 방관자의 모험 에서 드러커는 1932년 봄에 전체주의 나치가 정권을 잡으면서 겪었 던 몇 가지 일을 적고 있다. 그 시절 드러커는 프랑크푸르트의 유력 석간지 프랑크 푸르트 게네랄 안차이거 경제부 기자로 있었다. 당시는 1차 대전 후 세간에서는 우 익이다 좌익이다 하며 격하게 싸우고 있었고, 선거에서 의석을 잃은 나치가 보수 세 력의 지원으로 소수 여당으로서 정권을 잡을 무렵이었다. 그의 눈에는 절망한 대중이 히틀러의 절대정권의 품에 몰려가는 모습, 전체주의에 길들여지는 지성인들의 무기력 함, 계급투쟁에 미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드러커가 독일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보내면서 생생하게 보았던 체험은 6년 후인 1939년 경제인의 종말 에 왜 사람들은 전체주의에 빠져들게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심층적으로 분석된다. 당시 드러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사건들이 방관자의 모험 에 묘사되어 있다. 그 중에서 프랑크푸르트 대학 교수 회의에서 겪었던 일은 전체주의에 길들여지고 있는 지성인의 무기력함을 묘사하고 있다(Drucker 1994, ). 또한 스스로 능력이 부 족해서 사회적 지위에서 밀려 있던 사람들이 권력과 돈을 위해 나치에 가담하는 모습 을 지켜 보면서 전체주의 사회가 몰고 올 무섭고 피비린내 나는, 그러면서 천박하고 잔 인한 세상을 예견하며 급히 독일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사건에서 그는 후일 첫 번 째 주저서가 될 경제인의 종말 의 아이디어를 얻었다(Drucker, P. F. 1979, ). 4) 슈타알에 대한 연구 드러커는 독일을 떠나기 일년 전인 1932년 봄에 독일의 보수 정치철학자인 프리 드리히 율리우스 슈타알(Friedrich Julius Stahl)에 관한 책을 써서 출판사에 보냈다. 드러커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입헌주의에 입각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함으

12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로써, 망설이다가 나치의 독일에 남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입헌 을 주장한다면 아무리 외국인 여권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치가 권력을 잡은 독일에 서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책은 1933년에 출판되었는데, 제목은 프리드리히 율리우스 슈타알-보수주의와 그 역사적 전개 였다. 슈타알은 비스마르크 이전 시대의 저명한 보수파 의회법학자, 법에 따른 자유를 주장한 철학자로서 헤겔학파에 대해 철학적으로 반발했던 사람이 다. 슈타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드러커의 정치사상이 상당히 강화되었고, 정치사상 가로서 드러커의 모습은 보수적 혁신가 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Flaherty 1999, 13). 슈타알은 당시의 정치경제적 제반 문제를 추상적 절대성 같은 개념으로 다루는 데 거의 독단에 가까울 정도로 반대했다. 인간이 희망하는 상상의 세계와 현존하는 실제의 세계는 다른 것이라고 하면서, 슈타알은 당위적으로 발생해야 할 사건뿐 아 니라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 말했다(Sheehan 1989, 594). 후일 드러커가 기업에 대해 연구하면서 형성된 정치철학 및 기업철학을 구성하는 주요 원리는 다음과 같이 보수주의적 색채를 띤다(Flaherty 1999, 13). 변화와 연속의 과정에서 불연속성이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 인간이 만든 절대개념을 통해 사회를 구원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 역사적 결정론에 대한 거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결요건으로서 정신적 가치에 대한 수용 권력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 드러커가 독일을 떠난 후 그의 슈타알에 대한 연구서는 정부의 명령으로 모두 불 태워졌다. 그러나 후일 밝혀진 바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부흥을 담당한 젊 은 관료들 중에 이전에 이 책을 몰래 읽고 나치에의 가담을 중지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Atsuo 2007, 37). 5) 칼 폴라니와의 교류 문화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와의 인연은 드러커가 함부르크의 무역회사 견습사원을 하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1927년 겨울 크리스마스 휴가를 얻어 빈에 돌아왔을 때 드러커는 폴라니가 부편집장으로 있던 오스트리아 이코노미스트 잡지 의 편집회의에 초대 받아 폴라니를 만날 수 있었다. 폴라니 가족은 월급 전액을 당 시 넘쳐나던 전쟁 피난민들의 생계를 위해 쓰고 자신들의 생활비는 별도로 벌어서 쓰는 생활을 할 정도로 이미 남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드러커와 폴라니와의 교류는 그 후 드러커의 런던 거주 시절을 거쳐 미국에서까 지 오랜 동안 이어졌다. 드러커는 1941년 버몬트의 베닝턴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

13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학 분야의 학자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칼 폴라니를 전임교수가 되도록 소개 했고, 그 자신도 1942년 여름 정부 육군성의 일을 마치고 베닝턴 대학의 교수로 취 임했던 것이다. 버몬트에서 지내던 1940년 무렵은 드러커가 산업인의 미래 의 초고 를 쓰면서 칼 폴라니와 자주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지냈던 시절이었다. 드러커가 2년 후 산업인의 미래 에서 법인 조직이 경제적 조직인 것만큼 사회적 조직이고 공 동체 사회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 시절 폴라니는 경제와 사회의 이론적 통합 모델 로서, 경제와 공동체를 조화시키면서 경제적 성장과 개인적 자유를 허용하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구상한 위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 1944) 을 썼다. 그는 자 본주의든 마르크스주의를 뛰어 넘어 19세기적 가치의 대안으로서 공동체와 그 안의 인간관계는 분열을 조장하는 시장의 힘으로부터 보호되는 독특한 방식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가 경제사와 문화인류학을 통해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시도할수록 그는 점점 더 수수께끼 같은 고대와 선사시대, 원시경제 속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드러커는 폴라니와의 교류를 통하여 절대적인 하나의 완전한 좋은 사회에 대한 탐구 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산업인의 미래 를 통해서 완전한 사회 대신 적당히 견딜만한, 그러나 자유로운 사회 를 받아들이자는 보수주의 적 관점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런 사회란 폴라니의 이상주의적인 사회와는 달리 시장의 혼란과 불화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개인의 자유를 지키게 되는, 갈등과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과 불일치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고, 커다란 선( 善 )에는 관심을 덜 갖는 대신 적은 악( 惡 )에는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사회로 묘사할 수 있다(Drucker 1994, ). <표 1>은 이상 서술한 드러커의 청년 시절 미국 이주까지의 주요 연보와 사고의 형성 과정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드러커는 타고 난 관찰자적 기질에 더하여 성장기에 만났 던 사람들과 가족의 영향, 그리고 청년기 인문학적인 탐구와 전체주의의 체험을 겪으 면서 후일 그의 저술활동의 바탕이 될 보수주의 혁신가로서의 사고를 형성하게 된다. 2. 초기 저술을 통해 본 드러커의 정치 경제적 문제의식 드러커의 초기 저작을 살펴보면, 그는 당대 산업사회의 의미와 산업사회가 주는 기회와 도전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지적 탐구에 몰입해 있었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이 연구과정에서 드러커는 일찍이 대기업 법인이야말로 현대사회의 가장 유일하고도 강력한 제도이며, 그 안의 전문경영인 군단이야말로 사회의 중요한 리더십 지위를 떠맡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체제의 작동원리 는 드러커에 의하면, 자칫 끝 모르게 만연한 경제지상주의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위험을 간직하고 있었다

14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표 1> 초기 저작까지의 드러커 연보 - 주요 사건, 저작, 사고의 형성 연 도 주요 사건과 저작 사고의 형성 1909~1918 (~9세) 아동기와 초등학교 시절 1919~1925 (10~16세) 김나지움 시절 1927~1933 (18~24세) 독일에서의 대학 및 사회 초년 시절 월 19일 탄생(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에서, 정부 요직에 있던 아버지 아돌프(33세)와 의학 전공의 어머니 캐롤라인(24세) 사이에 장남 으로 태어남 월 1차 세계대전 발발 월 빈 교외의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 월 빈 시내에 있는 사립초등학교로 전학. 그곳에 서 생애 최고의 교사 소피와 엘자를 만남 11월 제1차 세계대전 끝남 월 초등학교를 1년 월반하여 진학 예비교인 김나 지움에 입학 월 사회주의 지배 하의 빈에서 매년 축일로 삼 는 공화국의 날 데모 행진에 참가하여 붉은 깃발 대열의 선두에 섰다가 회의를 느껴 집에 돌아 옴 부친을 따라 저명인사가 출입하는 살롱에 출입함 월 김나지움 졸업 후 함부르크에서 무역상사 견 습사원이 됨 12월 오스트리아 이코노미스트 의 편집회의에 초 빙되어 부편집장인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와 만남 월 독일의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로 이사함. 그 곳에서 미국계 투자은행의 증권분석가로 취직 프랑크푸르트 대학 법학부에 편입함.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슈타알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함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 암흑의 목요 일 을 맞게 됨, 미국계 투자은행 파산, 곧 프랑크 푸르트 게네럴 안차이거 에 취직함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 취득, 조 교를 하면서 장래의 아내인 도리스를 알게 됨 프랑크푸르트 게네럴 안차이거 의 세 명의 부편집 장 중 한 사람으로 발탁되어 매주 몇 편의 논설을 쓰고, 해외면과 경제면도 담당함 월 나치스가 정권을 장악하자 독일 탈출을 계획 함. 그 무렵 프리드리히 슈타알에 관한 책의 집필 을 마쳐 출판사에 보냄, 제목 : 프리드리히 슈타알 -보수주의적 정치이론과 역사적 전개 2월 하순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나치의 새로운 지배자가 소집한 교직원 회의에 출석하여 좌절감 을 느낌 4월 런던으로 이주, 보험회사에서 증권분석 일을 얻음 지적인 부모와 인정 많은 할머니로부터 영향 받음 두 선생님으로부터 개성의 중요성과 부단한 학습의 중 요성을 배움 자신은 현실 참여보다는 관찰 자적 기질 이 강함을 인식함 지식인 모임에 참여하여 그 들의 사고체계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고 배움 독학으로 수많은 인문학 서 적을 섭렵했던 시기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 야 한다는 신념이 생김 직업을 통해 경제, 금융에 대한 실무 지식과 저널리스 트로서 글쓰기 훈련이 쌓였 던 시기 슈타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 발전은 보수주의적이 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됨 전체주의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문제의식 속에서 경 제인의 종말 집필의 아이 디어 얻음 사회에 의한 구제 의 허구 성에 대한 신념 생김

15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연 도 주요 사건과 저작 사고의 형성 1934~1938 (25~29세) 영국은행 근무와 미국으로의 이주 1939~1942 (30~33세) 초기 2대 저작 출간 1943~1949 (34~40세) GM 컨설팅을 바탕으로 매니지먼트 체계 정립 런던에서부터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와의 교제를 돈독히 함. 미국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하기 시작함 월 도리스와 결혼, 4월 뉴욕에 도착, 뉴욕 교외에 아파트를 빌려 미국에서의 생활을 시작, 파이낸셜 뉴스 등 영국신문사 미국 특파원으로서 출발함 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 합병, 부모님 미국으 로 이주, 아버지 아돌프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서 국제 경제의 강의 시작 월 처녀작인 경제인의 종말(The End of Economic Man) 출간 월 잡지왕 헨리 루스로부터 주간지 타임 의 편집 자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수락하지 않음. 그러나 헨리 루스가 창간한 경제지 포춘 의 창간 10주년 기념호 편집에 참가함. 유력지에 정기적으로 기고 하기 시작함 여름, 베닝턴 대학 교수에 취임, 대학교수, 기고가 로서의 경력 시작 2차 세계대전 후의 산업사회를 그린 두 번째 저작 산업인의 미래(The Future of Industrial Man) 출간 산업인의 미래 를 읽은 GM의 부사장 도날슨 브라 운으로부터 GM의 경영방침이나 구조에 관해 조사 하도록 의뢰 받음 개월 간의 GM에서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개념(Concept of the Corporation) 출간 GM의 새 CEO 찰스 윌슨의 도움으로 미국 산업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 종업원 의식조사를 실시함. 이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관리를 도입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좌절함 뉴욕으로 이사하여 뉴욕대학의 교수로 취임, 동 대학 대학원에 매니지먼트학과를 창설함. 교수 및 경영컨설턴트로서의 경력을 병행함 주) 연보의 주요 사건은 (Drucker 1994; Drucker 2005, )을 참고함.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와 의 교류를 통해 자본주의적 경제지상주의를 극복할 정 신적 가치, 기능하는 사회 에 대한 사유가 깊어짐 경영의 문제보다는 정치철학 적인 주제를 탐구하던 시기, 산업인의 미래 를 통해 경 영과 조직 문제에 좀 더 접 근함 기업의 개념 이 베스트셀러 가 되면서 진정한 경영학 체 계의 효시가 됨. 종업원 의식조사를 통해 종업원은 시키는 대로 일 하는 사람 이라는 통념이 틀 린 것이라는 신념이 생김 그의 책임 있는 노동자 개 념은 후에 지식노동자 개 념으로 발전하며 평생의 화 두가 됨 드러커의 경제인의 종말 에서 전체주의가 대두한 원인, 그리고 전체주의가 주는 공포, 허상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이 시기에 전체주의적 독재자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기능하는 사회 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 주제는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연구목적이 되었다(Maciariello 2005, 26-27). 이런 배경에 따라 산업인 의 미래 에서는 새로운 산업사회의 중추적 기관이 된 대기업 법인이 어떤 역할과 정

16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당성을 가져야만 사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분석했다. 그의 초기 두 저술, 경제인의 종말 과 산업인의 미래 는 단순히 한 시대의 상황 을 반영하여 발표된 저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두 책은 드러커 경영정신을 구성 하는 수많은 통찰과 사상을 배태한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이후의 저작 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들에 대한 개념적 틀을 제시한다. 1) 경제인의 종말 1939년 출판된 경제인의 종말(The End of Economic Man) 은 서구 선진국이 경험 한 1차 대전 이후의 경제상황, 그 배경 하에 태동한 전체주의의 등장 과정,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에서 자주 공격 받는 문제에 대한 분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구 문명사에서 1930년대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던 격동의 시기였다. 이 시기, 마르크스주의, 나치즘, 심지어 파시즘까지 그 어떤 형태로든지 전체주의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등장했으며, 당시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가치, 즉 이성, 개인주의, 의 회주의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보였다(Flaherty 1999, 21). 드러 커의 분석에 따르면, 오랜 역사의 서구사회가 갑자기 전체주의 속으로 빠져 든 이유 는 대중의 절망감 때문이었다. 당시 유럽은 대공황으로 인한 20%를 상회하는 실업 률, 경제성장이 영원히 정지할 것 같은 불안한 전망 속에 노동자들은 절망하고 소외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 에 대해 완강히 저항만을 할 뿐이었고, 결국 자유 민주주의 세계의 대부분에서 절망 과 낙심의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Drucker 1939, 24-58). 드러커는 전체주의 대두의 원인으로서 경제인 개념의 실패를 들고 있다. 경제인 (economic man) 의 개념은 최초 아담 스미스(Adam Smith)에 의해서 homo economicus 라는 표현으로 책에 등장했다. 여기서 경제인 이란 경제지상주의를 추 종하는 인간상을 말한다. 산업혁명 이래 사람들은 이 중상주의적 이념에 매여 있었 다. 마침 1776년에 제임스 와트가 실용적인 증기기관을 발명하여 생산력이 증대되면 서 산업혁명이 점화된 같은 해에,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을 써서 사람 들이 자유롭게 이윤을 추구하면 사회는 성장하고 사람들은 행복하게 된다고 했다. 드러커는, 아담 스미스의 경제인 개념은 교과서적인 추상에 불과한 것임에도 그것에 대한 믿음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Drucker 1939, 45-46). 경제인 개념에 입각한 경제지상주의는 부르주아 자본주의의 형태를 띠고 150년 이상 발전했다. 그러나 1930년대의 유럽의 노동자에게 있어서 자본주의에 의한 자유 와 평등의 약속은 환상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났다. 경제적 발전은 평등 대신 부르주 아라는 새로운 특권 계급을 창출했다. 경제적 자유를 통해 평등을 실현한다는 약속 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물질적 번영을 갖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시스템으로

17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서의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는 산산이 깨어져버렸다(Drucker 1939, 40). 경제인 개념을 유지하면서 자본주의를 부정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마르크스 사회 주의였다. 마르크스주의는 자유롭고도 평등한 사회는 사적 이익의 철폐를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적 이익의 철폐는 생산단위를 소유하던 부르주아를 몰아내고, 지속적으로 생산단위를 통합하여 이를 프롤레타리아 커뮤니티가 함께 소 유하고 운영하는 체제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현될 수 없었고, 실상은 더 많은 중간 특권계급을 양산했고 급격한 관료화로 인해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 본 바 없는 적대적인 계층들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경직된 사 회, 국가적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Drucker 1939, 25-35). 요약하자면, 자본주의적 현실에 존재하는 계급사회는 자본주의적 이념, 즉 자유와 평등과 양립할 수 없었다. 한편 마르크스주의의 계급투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 하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을 뿐 아 니라, 더욱 경직된 계급사회를 유발했다. 따라서 자본주의든 마르크스주의든 경제인 개념에 기반을 둔 이념 및 질서는 모두 실패한 결과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경 제적 자유가 자본주의의 경제적 조화에 의해 또는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적 자동성 (automatism)에 의해 자유와 평등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자본주의 와 사회주의 모두가 근거로 삼고 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개념, 즉 경제인의 개념 이 무너지고 말았다(Drucker 1939, 65). 경제인 개념 실패의 가장 심각한 영향은 모 든 사회가 그 성립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근본적 개념이 흔들리면서 개인이 사회 질 서에서 떨어져 나와 존재의 이유를 박탈당하게 된 것이었다(Drucker 1939, 55). 오랫동안 사람들의 신념으로 자리 잡아 온 경제인의 개념 이 붕괴되고, 설상가 상으로 제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발생하자, 사람들의 눈에 사회는 비합리적인 악 마가 지배하는 세계처럼 보였다(Drucker 1939, 59). 사회적 가치의 혼돈, 전쟁과 대 공황이라는 격동 속에서 당시의 사람들은 일순간에 악마를 진정시킬 공식, 비법, 단 순한 해법을 찾아 헤매었다. 이 사회적 진공상태를 채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파시즘이라는 전체주의였고, 파시즘은 일단 맹위를 떨친다(Drucker 1939, 70-71). 드러커는 경제인의 종말 에서 다룬 두 번째의 주제로서 유럽 전체주의의 발흥을 논하면서 포퓰리즘적 주장의 타당성을 심각하게 의심했다. 드러커는, 전체주의는 정 당한 신 사회를 건설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자본주의가 실패한 와중에 생긴 공백을 메우려는 미약한 시도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전체주의 혁명은 새로운 질서의 출발이 아니라, 낡은 질서의 완전한 전복이 낳은 결과이며,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인간개념이 등장하면 사라 지고야 말 신기루에 불과하다. 파시즘은 이미 붕괴된 경제인의 개념을 철저히 반대 할 수 있을 뿐이다. 파시즘은 경제인의 개념을 대체할 어떤 새로운 개념도 창조해낼

18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능력이 없다(Drucker 1939, 236).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적 실체는 폐기되면서 그 형식적 외형은 유지되고 있 는 현상은 파시즘 전체주의의 가장 중요하고도 전례가 없는 특징이다. 구호와 형식 을 갖춘 단순한 겉모습은 마치 빈 조개껍데기처럼 유지하되, 모든 실질적 구조는 폐 기되었다. 대중에게 있어 경제 체제의 실체가 수용될 수 없는 것일수록 그 외형적인 형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컸던 것이다(Drucker 1939, ). 이에 따라 공장이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그 운영의 책임은 경영자가 아니라 당에서 파견된 인민 위원이 맡게 되었다. 이와 같이 생산 활동과 같은 외적인 형태는 산업 사회이지만 이익 동기를 부정하 고 소유권과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즉 경제인 개념을 부정하는 사회인 탈 경제 산업사회(noneconomic industrial society) 는 파시즘이 추구하는 상상 속에서 나 가능한 하나의 사회적 허상이다. 그것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으며, 또 한 초기 파시즘의 혁명적 성격을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드러커는, 서양사에 있어서 파시즘 전체주의 혁명은 역사상의 다른 혁명과 차별화 되는 두 가지 조짐에 대하여 특별한 분석을 요한다고 경고했다. 첫째, 전체주의는 분명한 신조는 없고 오직 과거의 생각과 이념을 철저히 부정하는 데에만 열중하며, 권력의 정당성과 권위 이전의 정치사회 시스템이 기반을 두고 있는 일체의 역사를 모두 부정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파시즘의 독단적인 강령이 제기하 는 약속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파시즘에 합류했다. 즉 강령 또는 새로운 경제 질서 이전에 행동이 앞서는 모습에 동조한 것이다(Drucker 1939, 11-12). 2) 산업인의 미래 드러커는 1942년에 산업인의 미래(The Future of Industrial Man) 를 출판했는데, 이 책에서 드러커는 자신의 정치사상을 기업 경영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주 된 주제는 사회적 현상이 된 대기업 조직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기업권력이 정당성을 갖는 조건들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 저서는 경제인의 종말 에서 다 룬 서구 문명의 정신적 우울증의 속편으로서 현대 산업사회의 실패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2세기 동안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물질적 진보가 거듭되었지 만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서는 그와 유사한 진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즉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 를 창조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커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이런 실패야말로 현대의 선진국들이 직면한 위기의 주요 원인이었다(Flaherty 1999, 31). 드러커는 산업인의 미래 에서 법인 사회(corporate society) 란 표현을 썼는데, 이 는 현대 자유경제 사회에서 대기업 법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기구가 되었다는 것

19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을 말한다. 드러커는 대기업이 과거의 어떤 사회적ㆍ정치적 조직과도 구별되는 전례 없는 제도적 현상이라고 보았다. 즉 국가권력과 개인 사이에 자치적 기업(autonomous enterprise) 으로서의 사회 제도가 생긴 것이다. 이제 기업은 중앙정부의 지배로부터 벗어 나 자율적인 실체로서 산업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로 부상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자동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은 그 규모와 복잡성 때문에 스스로를 이끌고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리더십 요원이 있어야만 하는데, 사실, 소유권은 없 지만 권력을 지닌 전문경영인은 산업사회의 결정적이고도 대표적인 권력이 되어버렸 다. 요컨대 산업사회는 자치적인 기업, 그리고 그 지배주체인 전문경영인에 의해 움 직이는 사회를 말한다(Drucker 1942, 60). 사회적인 중추기관이 된 20세기의 대기업들이 축적한 막대한 권력은 드러커로 하 여금 기업의 정당성을 분석하도록 한 출발점이었다. 드러커는 정당성이 결여된 사 회적 권력은 절대로 지속될 수 없다. 는 전제로부터 출발해서, 기업의 권력은 정당 한가?, 아니면 과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인정된 권위인가?, 거기에는 문화적 신념과 가치가 빠져 있지는 않은가?, 그 권력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는 않은가?, 권리가 무력( 武 力 )에 앞선다는 윤리적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등의 기본적인 질문을 검토했다. 즉, 새로운 실체로 부상한 기업 법인이 사회의 자 유와 평등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드러커는 만 약 막강해진 기업의 정당성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면, 결국 국가가 유일한 통 제 주체가 되는 전체주의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권력의 정당성 개념을 좀 더 정교하게 정의하기 위해, 드러커는 산업인의 미래 에 서 기능하는 사회 의 요건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그에 의하면 기능하는 사회 란 다음 두 가지 명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사회의 결정적 권력은 합법적이고 정 당한 권력이라야 한다. 둘째, 사회는 개인에게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Drucker 1942, 28). 사회의 결정적 권력이란 단지 구성원의 수적 비율을 의미하기 보다는 그 사회의 역사적 배경에 의해 형성된 지배적 집단을 말한다. 첫 번째 정당 성 요건은 지배적 계층의 가치관 에 부합하는 권력이라야 함을 요구한다. 둘째 요건 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사회 속에서 할 일 을 부여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을 하는 개인은 일의 속성 상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경제인의 종말 에서 드러커는 권력의 정당성이야말로 핵심 문제임에 틀림없다. 고 했다. 자유와 평등은 기독교의 전파 이래 서구의 기본적인 영적 사고체계를 형성 해 왔는데, 바로 이 개념에 의해 사회와 정치적 실체의 정당성이 전개된다(Drucker 1939, 15). 드러커는 현대 기업들은 조직의 본질적이고도 인간적인 영역에서의 결함 을 다루는 데 실패했으며, 그 결과 기업은 스스로에 대한 성격규정이 견고하지 못했 고, 자유와 통합의 사회체제를 모색해 온 인류의 노력은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하고

20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있다고 보았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산업인의 미래 에서 드러커는 1)기업 권력의 정당성, 2)근로자에 대한 지위 및 역할의 제공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1) 기업 권력의 정당성 현실적으로 경영자는 다음 세 가지 영역에서 권력을 행사한다. 기업은 재화와 일자 리와 부를 창출하는 경제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제적 권력, 직원의 생계를 조정 하고 고용의 규율을 정립한다는 면에서 정치적 권력,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권력을 갖는다. 이 세 가지 서로 다른 차원에서 구사해야 할 권 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 조직이 이런 세 가지 영역의 권력을 어 떤 식으로 적절히 조화롭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인가는 드러커에게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는 상대적으로 신생 조직인 대기업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아직 문화적 공백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드러커의 고민은 기업이 연속적 실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일차적 책임이 경제적 성과에 있지만 단지 일차적 목적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 나 직원의 복지, 삶의 질 같은 비경제적 활동의 문제에서 개인의 권리 영역이나 국 가 등 여타 기구의 권위를 침범해야만 하는 점에서 드러커는 어려움을 느꼈다. 결국 이 문제는 해답을 찾는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절충안을 찾는 문제 로 보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기업 권력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 드러커가 고민했던 주제들은 다음 과 같은 것들이다(Flaherty 1999, 38). 기업권력이 경제적 역할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개입한다면 그 권위(정당성)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업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존재라고 비난 받아 야 하는가? 반대로 기업이 자신의 활동영역을 더욱 확장해서 비경제적 영역에까지 지나치게 활개를 친다면 새로운 형태의 봉건주의가 대두할 위험이 있지 않은가? 기업 권력의 정당성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 드러커는 버남(J. Burnahm) 의 경영혁명(managerial revolution, 1941) 을 검토했다. 버남의 경영혁명은 기술 및 산업의 구조가 고도화 되고 기업에 대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현상이 커지면서 전세계 선진국 사이에서 기업이 필연적으로 전문경영인이라는 신종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를 말한다. 또한 드러커는 주주 민주주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주주 민주주의는 소유 와 경영이 분리되는 현상에 따라 주식소유자가 대리인인 전문경영인에게 권력을 위

21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임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드러커는 실제로 주주들이 소극적인 투자자로 행동 하는 존재임을 들어 주주 민주주의라는 것도 일종의 허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경영의 문제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주인 으로서 주가와 배당에 더 관심이 있다. 이사회의 선임 역시 민주적이지 못하다. 주 주들은 기업의 운영을 책임질 이사진의 선임에도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 영자가 대리인으로서 행하는 통제권은 기업의 정당성을 주장할 실질적인 근거라기보 다는, 마치 고대 사회에서 제례를 집전하는 집전관이 권력을 갖는 것과 같이 형식적 인 것이었다(Drucker 1942, 60-79). 그런데 기업의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인 경영자의 위치를 보면, 기업의 정당성 문제 가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리더로 등장한 전문경영자의 권력행사는 강제적으로 탈취한 것이 아니라, 주주의 냉담과 무관심 때 문에 생긴 진공상태를 채우는 자연스러운 귀결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드러커는 재 산권과 분리된 경영자의 권력은 오직 끊임없는 관료주의만이 배태될 것이라고 우려했 다. 2) 드러커는 관료주의가 존속하면 어떤 제도에 대해서든 변화의 권리를 요구하는 민주적 절차가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드러커에 의하면, 성실한 전문경영 인을 앉히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고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경영자의 성실성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해 보았자 계몽적 독재 정도에 불과할 것이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선행으로 보이는 것들이 권력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독재로 다가온다(Flaherty 1999, 37). (2) 근로자의 지위와 역할의 제공 앞 서 논의되었던 기능하는 사회 의 요건을 상기하면, 개인은 사회 안에서 적합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 받아야 한다. 실업 상태가 지속되면 개인은 아무 목적 없이 우 주를 배회하는 무정부적 대중(mass) 이 될 수 있다. 이런 집단이 광범위하게 확산되 면 사회는 비합리성과 예측불가능성이 횡행하게 되며, 대중은 전체주의와 같은 불합 리한 독재자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많다. 그런 만큼 실업의 문제는 국가적인 이 슈이며, 직업의 안정성 문제는 사회 속 개인의 최대의 이슈가 되어 왔다. 드러커는 기업에 있어서 직업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시도되는 두 가지 대응 방식 - 온정주의 경영과 노동조합주의에 대해 분석한 후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첫째, 노동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온정주의 경영은 경영자들이 산 업사회의 잠재적인 폐단, 특히 실업의 문제를 완화할 의도로 수행하는 양심적인 노 력이긴 하지만, 단지 증상을 완화시켰을 뿐 산업사회의 고질병을 근본으로부터 치료 2) 경영자의 관료화 가능성은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의 배경이 되었지만, 드러커의 문제의식 은 권력의 정당성과 지배원리를 다루는 것으로서 대리인 이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22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하지는 못했다. 드러커는 온정주의 경영의 시도 결과, 직업 안정성의 보장이 자유주 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민정신의 구현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실업을 제거 하고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은 셈이라고 결론지었다. 더구나 경 제가 어려워지면 경영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의 이익보다 우선시하곤 한다. 사 실 직업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직원을 어린 아이처럼 간주하는 종속적 환경이 생겨났 고, 노동자의 참여보다는 노동자를 조종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으며, 현실적 으로는 선의의 독재를 낳기도 했다. 또한 온정주의적 경영은 봉급이라는 수단을 만병통치약처럼 떠받듦으로써 결과적 으로 노동이 본질적으로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행위지만 안정되고 높은 봉급을 위해 서 불가피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하는 데 큰 기여했는데, 이런 인식은 산업 사회 시민정신의 기초가 되는 노동자의 지위와 역할 사이의 긍정적 관계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생각이다. 요약하자면 온정주의적 경영은 산업사회 시민정신의 함양에 위 배되는 것이다(Flaherty 1999, 41-42). 둘째, 노동조합 주의는 1930년대 이래 노동조합운동의 주요 구성세력인 이상주의 자, 지식인, 자유주의자, 그리고 현장의 노동운동가들이 노동조합을 매개로 해서 직 원의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출현했다. 그러나 드러커는 노동조합이 스스로를 재생시켜 그 본연의 목적인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높이고, 그들에게 뭔가를 달성하게 하면서, 동시에 경영진의 무능이나 전횡에 맞서 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Drucker 1942, 88-94). 드러커의 분석에 의하면 노동조합은 직원의 진정한 산업사회 시민권 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결함이 있었다. 드러커는 노동조합의 구조적 문제로서 허상의 민주주의, 부정적 태도, 그리고 관료적 성향의 세 가지를 들었다. 노동조합원은 자신 의 책임을 노동조합의 위원장에게 위임해버렸다. 개별 노동조합원은 마치 개별 주주 와 같이, 그는 개별 주체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 는다. 또한 노동조합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제외한 기업의 여타 구성원의 이익에 대 해서는 적대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를 지닌다. 노동조합이 항상 더욱더 많은(보다 높 은 임금, 보다 짧은 근무시간, 그리고 복리 후생의 증대) 요구에만 치중하며 기업의 이익과 혁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생겨났다. 드러커는 이를 두고, 노동조합은 사회의 독소에 대한 항체조직으로 태어났다. 즉 애초부터 그것은 건설 적인 기구로 설계되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분석을 종합하면서 드러커는 노동조합 의 지도부가 일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반드시 장기집권과 절대화를 추구하며, 정 당성을 결여한 채 자기이익에 집착하는 관료주의에 빠지는 경향을 비판했다(Flaherty 1999, 42-44). 3)

23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드러커는 기업 권력의 정당성을 추구하는 잠정적 해결안으로서 직장 공동체 내지 직장 시민권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입장에서 해답 을 요구하는 노동자 와 경영자 양측 모두로부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이와 같이 드러커는 산업사회의 새로운 주역이 된 기업법인이 기능하는 사회 를 만드는 데 요구되는 정당성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그 해결은 경영자의 겉치 레적인 선의 - 온정주의 경영으로 해결될 수도 없으며, 반대로 요구만을 일삼는 노동 조합주의도 해결책이 아니었다. 드러커는 기업이 그 구성원에게 일종의 시민권을 부 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러커는 이 논의를 전개하면서 당시 학자들의 협소한 시 야를 비판했다. 학자들은 오직 경제적 성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산업사회의 삶을 공 고히 결합시키는 응집력, 단합력, 그리고 집단의 목적 같은 제도적 요소를 무시하고 있었다(Flaherty 1999, 40). 요컨대, 만약 경제공황에 의해 야기된 대량 실업 사태로 인해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지 못하고, 더욱이 사람들의 신념으로 자리 잡았던 경제인 개 념, 즉 경제지상주의가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해 주지 못한 다는 절망감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아무런 실질적 교의도 없는 전체주의의 허구 속 에 빠져들 수 있음을 역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따라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정신 적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그 허황된 망령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음 을 드러커는 염려했다. 4) 동시에, 산업사회의 주역으로 떠 오른 대기업법인이 사회와 그 구성원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경제인의 종말 에서의 문제의식과 비슷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 산업인의 미래 의 주제였다. 드러커는 역사 속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정당성 있는 사회의 모델은 경제인 개 념 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사회의 발전은 사회에 의한 구제 가 아닌 보수주 의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3) 비슷한 문제의 일례로서 우리나라에도 노동조합 지도부가 직원 채용 자체를 이권으로 생각해서 취업 장사를 한 사건이 가끔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일들은 노동조합의 관료화, 나아가 노동 조합의 정당성을 약화시켜 쇠퇴를 예고하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4) 드러커가 염려했던 문제에 있어서 산업사회는 뜻하지 않은 반전을 맞게 되었다. 1930년대 유럽 사회를 전체주의로 몰아갔던 평등의 문제는, 미국에서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으로 불붙은 생산성 혁명의 덕으로 근로자들은 급속하게 중산층의 일원이 되었다. 생산성 혁명은 대 세가 될 뻔했던 마르크스주의를 패배시켜, 자본주의의 본래적 모순 과 노동계층의 소외 와 착 취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계급 그 자체 를 한꺼번에 무너뜨렸던 것이다(Drucker 1993, 32-40; Drucker 2001a, 44). 그러나 생산성 혁명에 의해 연기되었던 문제는 사회 변화에 따라 늘 다시 제기될 수 있다

24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Ⅲ.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드러커의 규범적 해법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드러커가 초기 저작에서 고심했던 이슈들에 대해 살펴보았 다. 경제인의 종말 에서는 전체주의의 허구와 파괴성에 대한 경험을 통해 드러커는 다가 올 새 시대를 위한 정신적 가치로서 경제인의 원리 는 매우 취약하다는 주장 을 제기했다. 그리고 산업인의 미래 에서는 동적인 자유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 려면 그 주역이 된 기업 법인이 사회 내에서 정당한 역할을 해야 함을 역설했다. 현 대 산업사회의 발전은 기능하는 사회 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이상보다 는 현실에 입각한 보수주의적 접근에 따라야 하며, 절대주의적 양자택일식의 사회발 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기업 권력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 요구 되는 원칙으로서 기업의 구성원인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고 직장 시민권 을 갖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만약 새로운 산업사회에서 기업 법인이 정당성을 잃게 되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계획과 통제를 관장하는 계획경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요약하자 면, 초기 저작에서 드러커는 새로운 산업사회, 나아가 조직에 의해 영위되는 조직사 회가 영위되기 위한 전제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1 사회 변화는 보수주의적 접근에 의해야 한다. 2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정신적 가치는 경제인 개념 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3 근로자에게 올바른 위치와 역할을 부여하는 데 유념해야 한다. 이 주제들은 사회 발전에 대한 드러커의 주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데, 이를 개념적으로 묘사하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정당한 사회의 요건과 사회 발전에 관한 드러커 관점의 틀 이 주제들은 이후 드러커 경영학의 주요 이슈로서 그의 평생의 연구에 반영되어

25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있다. 더욱이 현재는 드러커가 예측한 대 격변기의 중심 5) 에 있기 때문에 이들 주제 는 특별히 중요하다. 1. 변화에 대한 보수주의적 접근 보수주의라 하면 현상을 고수하려는 성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드러커가 말하 는 보수주의란 모든 역사는 연속과 변화로 이루어지며, 이 둘 사이의 조화를 통해 현재를 바탕으로 부단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사조를 말한다. 보수주의 는 이상을 추구하지만 지금까지 걸어 온 역사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반면에 현 상을 고수하려고만 하는 것은 진정한 보수주의가 아니다. 보수주의는 모든 것은 변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늘 재검토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만병통치식의 개혁안 으로 일거에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한 번에 하나씩 손에 익은 도구로 개개의 문제 를 해결해간다(Atsuo 2007, 98). 변화에 대한 보수주의적 관점은 드러커가 자신을 스스로 사회생태학자 로 정의했 듯이 사회현상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분석에 의해 논리 를 적용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사회변화의 단서가 될 단절 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의미 있는 변화를 지각하고 스스로 변화를 통해 요구되는 기회를 추구한다(Drucker 1989, ). 그리고 이런 의도된 변화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기존의 일과 제도, 관행을 체계적으로 폐기함으로써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한다(Drucker 1985a, 151). 1) 보수주의적 정치관 앞 서 논의한대로 드러커는 파시즘 전체주의의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보수주 의 정치사상가 슈타알을 연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드러커의 보수주의적 정치사 상은 상당히 강화되었다고 추측된다. 드러커의 후기 정치철학과 기업철학을 구성하 는 주요 원리로서, 변화와 연속의 과정에서 불연속성이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 인 간이 만든 절대개념을 통해 사회를 구원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 역사적 결정론에 대 한 거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결요건으로서 정신적 가치에 대한 수용, 그리고 권력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 등은 드러커의 보수주의 정치사상의 토 대를 이룬다(Flaherty 1999, 13). 드러커의 보수주의에 대한 신념은 경제인의 종말 의 저술 배경인 1930년대 유럽 5)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Drucker 1993, 3) 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역사의 전환은 2010년 또는 2020년까지도 마무리 되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이미 변혁의 중심부에 와 있다고 내다보았다

26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의 사회 변화를 특히 파시즘 전체주의의 허구성을 관찰하면서 형성되었다. 파시즘 전체주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이성주의자들은 세상의 이치를 완벽하게 파악한 듯이 행세하며 반드시 절대주의자로 변한다. 그들은 자신이 곧 진리라고 선언하며, 이런 사고는 필연적으로 그 진리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계몽 또는 복종시키고자 하는 의 무감으로 이어지고,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인류의 행복에 반대하고 국가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자로 간주된다. 이 점이 바로 파시즘 전체주의자들이 잔혹행위 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후일 드러커는 장자크 루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사회에 의한 구제 의 시대가 1973년 언저리에서 종말을 고하고 이제 다원화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내다 봤다(Drucker 1989, 76-79). 정치 차원에서 보수주의의 뿌리는 근대 보수주의 사상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에드 먼드 버크(Burke Edmund)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비판에서 찾을 수 있다. 인성과 관련해서 보수주의 사상가들의 성향은 제도의 형성이나 입안과 아울러 개인적 삶과 관련한 영역에서 일정의 틀을 규정하며, 이는 이성과 능력에 있어서 인간이 본원적 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성에 대한 인식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보수주의는 새로운 제 도의 창출이나 사회의 재구성 과정에 미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입 장을 취한다. 6) 결과적으로 보수주의는 급진적인 방법(혁명, 쿠데타 등)에 의해 사회 가 변혁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버크는 인간은 순수이성에 따라 생활에서의 질서 를 부여해야 하며, 관습, 전통, 권위 등이 이성의 명령에 합치하지 않을 경우 무시되 어야 한다는 계몽주의자들과 합리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양 삼석 2008). 특히 버크는 개혁자가 국가의 결함을 다룰 때, 마치 아버지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 으로, 곧 경건한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 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Burke 1968, 196; 강정인 김현아 2006, 18). 7)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의 드러커의 보수주의적 접근은 사회발전이 현재를 전면 부 정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나타난다. 대신 사회의 정당성이 유지 되는 기능하는 사회 가 되도록 부단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개혁에 대한 국 가의 기능에 대해, 일반적으로 서구 자유주의자들이 국가를 필요악으로 간주한 데 반해, 보수주의 사상가들은 국가를 보다 긍정적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근대 민족국가의 발전으로 특징 지워지는 행정과 정치의 중앙집권화에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으며, 이에 따라 사회조직에 있어서 지방주의, 소규모적 사회관계 그리고 정치 6) 드러커는 함부르크에서의 견습사원 시절에 19세기의 사상가 쇠렌 키에르케고르(Sὃren Kierkeagard) 를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했는데(Drucker 2005, 53), 키에르케고르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죽 음과 유한성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삶은 죽음과 유한성에 대한 극복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7) 이 생각을 헌법의 개정에 대해 적용한다면, 정치 지도자는 헌법 개정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마 음으로 임해야 함을 의미한다

27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제도의 지방분권화를 선호하였다. 버크 또한 국가는 소극적인 권력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정부권력은 제한적이어야 하며, 국가는 다음 두 가지 기능만을 수행해야 한다고 여겼다. 첫째, 국가는 국민들이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 록 질서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둘째, 될 수 있는 한 인간 활동의 광범한 영역을 마 련해 주고 인간 활동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어떠한 방법으로도 제 한해야 한다는 것이다(Harbour, William R. 정연식 옮김, 1994, 7-8). 그 밖의 활동 들에 정부가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려 든다면 정부의 서비스는 무료라는 오해와 낭비 를 초래할 뿐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 드러커는 정부의 규제에 대해 5년 내지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일몰 방식 을 도입할 것을 제시했으며, 결과적으로 작고 강한 정부 를 추구했다(Drucker 1989, 66-68). 이런 점에서 보수주의는 전체주의적 계획경제의 반대편, 즉 시장자본주의와 상응 한다. 시장자본주의에서 국가는 기업이나 개인 등 사회의 구성 인자들이 각기 장점 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는 체제로 볼 수 있다. 이는 드러 커가 말하는 조직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큰 정부를 옹호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사회는 전통적인 정부 기능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결국 조직사회 를 용인 또는 장려하는 것이 보수주의적 정치관이라 할 수 있다. 조직사회에서 교 육, 의료, 도로청소 등 많은 사회적 기능이 그 기능의 수행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 조직에 의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 사회는 급속히 다원화 된 다(Drucker 1989, 76-86; Drucker 2004, 206). 드러커는 산업인의 미래 에서 현대 산업사회의 결정적인 기관으로 나타난 대기업 법인이 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고 보았다. 즉 드러커의 보수주의적 입장은 국가의 역할이 비대화 되지 않게 하고,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이 커지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는 결국 기업을 비롯한 사회 내 조직들이 혁신(innovation)하는 기관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2) 기업에 있어서의 보수주의적 혁신 연속과 변화의 균형이라는 드러커적 보수주의 관점은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로 적용된다. 즉 혁신을 통해 변화에 주력해야 하는 측면과 과거로부터 쌓아 온 조 직의 연속성을 동시에 중시하는 입장이다. 우선 드러커는 변화를 강조하여, 기업은 혁신을 위한 조직으로 태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본 비용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점은 자유 시장경제 의 특징이다. 드러커는 슘페터의 생각과 맥을 같이하여, 혁신(innovation)을 기업가 특유의 기능 으로 보았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크기나 형태, 연륜에 관계없이, 기관

28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의 경제적 혹은 사회적 능력을 증진하는 목적 지향적이고 초점 잡힌 변화를 창출하 는 노력, 즉 혁신이 그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혁신의 당위성에도 불 구하고 현실에는 일종의 모순이 존재한다. 기업은 혁신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자신이 과거에 이룬 업적이 마치 영구히 지속될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드러커는 경영자가 늘 혁신을 기업의 정언명령으로 여기고 혁신의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또한 드러커는 혁신과 기업가정신(1985) 에서 혁신이란 일부 창의적인 사람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규율로서 체계화 할 수 있 는 것임을 강조했다. 혁신의 체계화를 위한 혁신 기회의 원천으로서 1 기대하지 않 은 사건의 발생, 2 불일치, 3 프로세스 상의 필요에 의한 혁신, 4 산업과 시장 구 조의 변화, 5 인구구조의 변화, 6 인지, 분위기, 또는 의미의 변화, 7 과학 또는 다른 분야에서의 새로운 지식을 들었다. 동시에 체계적인 포기 등 혁신의 체계적인 수행을 위한 방법을 상세히 제시했다(Drucker 1985a, 68). 드러커는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많은 저자들이 기존사업의 운영에 대한 강조를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면서, 기업으로 하여금 혁신을 강조하면서 동시 에 기업의 연속성에도 늘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기업의 연속을 도모하는 데 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드러커는 변화를 추진할 때 반드시 현재 사업에 최상의 운영수준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즉 새로운 사업을 위한 혁신이 필요한 반면, 그 전제로서 현재 기존사업의 운영에서 최상의 상태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Flaherty 1999, 129). 보수주의적 관점을 기업에 적용할 때, 현재 사업의 운영 에서 우선 최선을 기한 후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타당한 것이다. 사 람들은 변화를 논할 때 마치 현재 사업에서는 더 이상 개선할 것이 없는 것처럼 가 정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못하다. 현재 사업에서 최상의 상태를 만드는 것은 변화를 확실히 추진하기 위한 도약대와 같다. 이를 위해 드러커는 기업은 늘 지속적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Drucker 1995). 둘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때 기 업가는 위험에 유의해야 함을 강조했다. 드러커는 기업이 혁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회와 함께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당연히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있지만 무모한 위험을 수반하는 기회를 추구하는 일은 기업가적인 과정 이 아니다(Flaherty 1999, 172). 특히 전환기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기업가는 무 엇보다도 기업이 거품에 휘말리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위험 분석을 체질화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격변기에는 스스로 생존하여 살아 남는 것이 경영자의 일차 적인 책임임을 일깨웠다(Drucker 1980). 셋째, 분산보다는 집중화를 강조했다.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이는 자만이라고 경고했다. 오늘날 경기가 하강하면 수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현실은 상당부분 자신의 핵심역량과 관계없는 사업에 무분별하게 관여한 결과라 할

29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수 있을 것이다(Drucker 1973, ). 넷째, 합리주의적 분석보다 지각과 관찰을 중시했다. 예를 들어 기업가는 사업의 맥을 잡기 위해서 책상머리에서 고민만 할 것 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 고객을 만나보고 느껴야 한다고 했다(Drucker 1985a, 135). 환경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낄 줄 아는 태도는 교조적이지 않으며 보수주의 적 접근의 중요한 특징이다. 2. 새로운 정신적 가치 - 경제인 개념 을 넘어서 아담 스미스 이래 당연시 되어 왔던 경제인의 원리 는 경제공황과 실업 등 시련 이 닥치면 기능하는 사회 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커의 고민이었 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가치관 속에, 더 나아가 산업사회의 주역이 된 기업 법 인의 가치관 속에 공통적으로 이 경제지상주의만이 만연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사회를 묶어 줄 구심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드러커는 다가오는 역 사의 전환기를 맞게 되면 어제의 담론은 모두 비현실적인 것이 될 것이므로(Drucker 1989, 3-4), 경제인 개념을 대체할 새로운 정신적 가치가 시급히 요구될 것으로 내다 봤다. 1) 경제인의 원리 에 결여된 정신적 가치 경제인의 원리 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매우 빈틈없 고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며, 언제나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할 뿐만 아 니라, 자유롭게 이윤을 추구하면 그 결과 경제적 진보가 일어나 국가적인 복지로 이 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추상은 교과서 속에서는 유용하겠지만 인간의 진정한 본성에 대한 정의로서는 너무나 거칠고 풍자적이라고 드러커는 비판했다(Drucker 1939, 46). 경제인의 원리가 자본주의의 지배적 가치라고 인식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 되고, 사적인 악덕을 공적인 덕목인 것처럼 주장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의 개념 을 포기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공정하고 바람직한 사회의 규범을 위배하게 되면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본질적 요건과 배치되는 신조가 철학적으로 인가 받고 사회 적으로도 수용되는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드러커는 이기심과 탐욕, 경제적 구원에 대한 갈망, 그리고 물질적 희구와 신격화 등과 같은 대전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인의 교리는 산업사회에 적용 가능한 의미 있고도 일관성 있는 접근법으로서 참 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의미가 자본주의의 지배적 가치로 등장하면서 자본주의에서 윤리는 증발하고 옹졸한 사익이 사회를 공동체로 결집시켰던 구심력을 산산이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드러커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제인의 원리 와는 다른 정신적 가치가 들어서야 한다고 보았다. 드러커가 보기에

30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구질서에는 새로이 요구되는 이 정신적 가치 라는 부분이 결핍되어 있었다. 이미 논의했듯이 경제인의 원리 에 의한 경제지상주의가 경기 순환이나 공황과 같은 충격이 왔을 때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제대로 조화시키지 못한다. 유럽에서 대 두되었던 전체주의는, 대공황으로 경제적 자유만으로는 평등을 실현할 수 없는 상태 가 지속되면서, 실업의 위협과 공황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완화시켜 준다면 기꺼이 자유를 축소하거나 포기하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신적 가치 는 경제적 자유와 더불어 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사회 시스템에 조화롭 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드러커가 고민했던 정신적 가치 와 관련된 주제에는 우선 개인이 추구하는 지나 친 금전적 보상과 유인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은 막대한 보상을 챙기면서 구조조정을 핑계로 해고를 일삼는 경영자에 대해 드러커는 양심 없는 행위라고 비난 했다(Drucker 2002, ). 그리고 벤처를 창업하고 유능한 젊은 인재를 유치하 기 위해 주어지는 스톡옵션에 대해 드러커는 금전적 인센티브는 계속 더 많은 보상 을 요구하게 하지만 결코 만족시킬 수는 없다. 고 비판했다. 이와 같이 사회의 다양 한 역할을 맡고 있는 개인들이 끝 갈 데 없이 추구하는 지나친 금전적 보상에 대한 유인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보상의 지나친 차이는 경제활동에 대한 자유만을 내세우 면서, 평등이라는 측면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작금 의 경제위기는 월가의 탐욕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금융공학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경 제인 개념의 파괴성을 짐작하게 한다. 일찍이 드러커는 금융 산업 내에 진정한 혁신 이 없이 허상에 가까운 투기만을 조장하는 기법이 만연하는 것에 경고를 보냈었다 (Drucker 2001b, ). 드러커는 경제지상주의의 문제로 인하여 기업이나 매니지먼트의 정통성이 훼손되는 또 다른 예로서 적대적 기업매수가 성행하는 현상을 들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연 금기금 등의 수탁관리자는 오직 눈앞의 금전적 이익 외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기업 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 투기가처럼 행동한다(Drucker 1989, ). 그밖에도, 드러커가 경제인의 원리 를 넘어 요구되는 새로운 가치로서 지식근로자 는 자기가 속한 사회적 기관에 대해 늘 참된 공헌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Drucker 1989, 94-97), 시민성의 회복문제(Drucker 1995), 다원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비영리 단체의 자원봉사적 역할(Drucker 2002, ), 경영자의 윤리 문제 등이 이에 관 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성장이라는 변수만으로 사회의 목적을 삼아서는 안 되며, 언제 나 구성원의 자유와 평등의 조화라는 측면을 잘 살펴야 한다. 이것이 경제인 개념 을 넘어서 다가오는 전환기 이후 사회의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구상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31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2) 기업의 이윤동기에 대한 비판 기업이 사회의 기관으로서 존재하는 일차적 목적은 경제적 부를 창출하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성(effectiveness)은 단지 이익 개 념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기업체 내외의 사람들에게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이윤 이야말로 기업이 존립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응답이 나올 것이다. 드러커는 그런 해석을 받아들이 지 않았고, 그런 식의 믿음은 경제인 개념에 의한 환상에 불과하며 실체가 아니라 허식만의 믿음이라고 생각했다(Drucker 1973, 60-61). 드러커는, 평범한 대중들이 그 런 단순한 기업관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영자들이 기업의 존립 근거에 대해 그토록 낮은 수준의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심리학을 참조하더라도 의식주에 관한 위생 동기는 욕구 단계 중 낮은 수준에서 존재하지만, 특별히 이윤 동기라는 것은 없다. 혹은 이윤 동기라는 것이 있다 하더 라도 과연 경제 관련 학문의 근간이 될 만큼 보편성 있는 욕구인지는 매우 허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 자신은 이윤동기라는 말을 경솔하게 사용하고 행동을 잘못하여 문제를 일으키며, 자기암시의 결과 스스로, 그리고 전도 양양한 젊은이를 금전만능에 빠지도록 유도하고, 사회로부터 기업활동에 대한 쓸 데 없는 반감과 오해를 부른다는 것이 드러커의 진단이었다(Atsuo 2007, 166). 드러커는 이윤에 대한 시중의 그릇된 인식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고전경제학의 이론, 위험수용자에 대한 가설, 이윤동기설, 그리고 이윤극대화설 등 네 가지 오해를 비판했다(Drucker 1954, 59-62; 1969; Flaherty 1999, 84-89). 첫째, 이윤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것 이라는 고전경제학에서의 설명은 그 균형의 가정 때문에 이윤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경제 는 균형적 상태일 때보다는 동태적인 불균형 상태일 때가 더 일반적이다. 둘째, 이 윤은 위험감수의 대가 라는 가설에 대해 비판했다. 이는 위험을 수용한 사람에게 이 윤으로서 보상을 한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마치 기업을 하는 일을 도박과도 같은 것으로 여기며, 그 도박의 위험을 감수한 기업인은 도박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어 느 정도 속임수도 구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식의 설명을 받아들이면, 탐욕과 뇌 물수수를 자본주의체제의 추진력으로 받아들이는 셈이 된다. 이 가설처럼 개인의 악 덕이 공공의 선( 善 )으로 승화한다는 논의는 최고의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드러커에 따르면 대중이 이윤의 개념을 혐오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위험대가설 에 있다. 이윤은 착취가 아니라 이윤과 이를 통한 개인의 저축이야말로 기업시스템 에서 부를 창출하는 두 가지의 필수 불가결한 결정요인임에 불구하고, 기업가 스스 로 위험대가설의 명제를 승인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침을 뱉는 꼴이 되고 만다. 셋

32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째, 이윤동기설은 경제인의 종말 에서 나왔던 경제인 개념, 즉 이윤을 탐욕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드러커는 아무런 경험적 증거도 없는 이 그릇된 신화를 맹신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놀랐다. 드러 커는 성자가 경영을 해도 이윤 없이 기업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윤은 반드 시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개별 기업가가 이윤을 축적하는 데 광적 으로 집착한다 해도, 이는 그 사람 개인의 문제일 뿐 이윤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기 업의 지상명령 같은 것은 전혀 아니다. 드러커의 결론은, 이윤은 기업행동의 동기가 아닌 것은 호흡이 인간의 삶의 목적이 아닌 것과 같다고 보았다. 둘 다 필수적이긴 하지만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넷째, 이윤극대화 가설에 대해 비판했다. 이윤극대화 가설은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기간이 단기인지 장기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간 동안을 말하는지 자체가 매우 어렵고 논쟁 의 여지가 많은 의사결정 사항이다(Drucker 1989, ). 또한 이윤의 크기를 보 고하는 방법에 따라 기업을 잘못된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업의 대표적 인 성과로서 순이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주 높은 수준의 추상임을 알 아야 한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의 목표로서, 그리고 재무적인 계측방식으로서 이 윤극대화는 기업의 경제적 자산기반이 지향하는 취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에 그 발상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고 보았다. 일반 대중과 월 스트리트의 전 문가들은 한결같이 기업의 화려한 재무적 수치가 그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탁월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위 회계 상의 이익이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그 기업이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최고의 성적을 달성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장래의 유통망 개척, 연구개발, 구성원의 학습 등에 당연히 투입했어야만 하는 금액이 순이익보다 크다면, 이 기업은 사실상 장래의 성장을 위 한 투자를 줄여 분식회계를 한 것과 같다. 이런 논의를 거쳐 드러커는 이익에 대한 바람직한 관점으로서 다음 세 가지를 제 시했다. 첫째, 이윤극대화 원리를 버리고 이윤최적화의 원리, 즉 위험과 기회의 양극단 사 이에 가장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원리를 채택하라는 것이다. 둘째, 이윤을 위험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견해 대신에 미래에 대한 대응으로 파악하는 견해, 즉 이윤이란 현재시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도래할 미래의 위기상황과 미래시점의 불확실한 혁신 의사결정을 포괄하는 비용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이 좀 났다고 배당 등으로 즉시 소진하는 기업은 잘 못 경영하는 것이다. 또한 미래의 불확실성을 생각 할 때 충분한 이익을 축적할 필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때 어느 정도의 이익이 적절한지는,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고, 보유 자원이 부를 창출하는 능력을 지 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 최저 이익 에 상응하는 이익목표를 말한다. 셋

33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째, 이윤을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볼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비재무 적인 여러 기본 생존분야(마케팅, 인적자원관리, 혁신,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면, 이 여러 분야의 성공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기업의 성과에 기여했을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윤은 맨 마지막에 적절히 측정해야 할 대상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이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경영자 가 여러 사회적 가치들을 배제한 채 이익이라는 단일의 가치에만 충실한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8) 재무적 성과를 평가할 때 비용을 적절히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와 비교해서 자본주의체제가 갖는 최대 강점 중의 하나다. 드러커는 수익성이 재무적 성과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수행하는 변수라고 했다. 즉, 이익은 마케팅과 혁신이라 는 기업의 기본 기능을 어느 정도나 잘 해 왔는지의 성과를 보여주는 피드백 지표라 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익은 기업 경영이 잘 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드러커는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이익은 마치 낮에 만 시간을 비춰주는 해시계 만큼이나 부적절한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9) 이런 논의에 따라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익 하나만을 강 조하는 식의 목표 설정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유일한 목표를 이익이라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위계화 하는 것은 기업을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장기적인 이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가장 잘 팔리는 제품만을 열심히 판매하고 미래의 시장을 위한 제품군을 무시하게 된다. 그 렇게 하다 보면 연구개발, 유통망의 개발 등 중요하지만 뒤로 미룰 수 있는 여러 투 자를 소홀히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익성 또는 그로부 터 파생된 단일한 목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정체성이 제약되 고, 다른 중요한 목표들의 의미가 퇴색되어 결국에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끝을 맺어 야 할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경영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욕구와 수많은 목표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판단을 필요로 한다. 이익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찾는 것은 본질적으로 판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마법의 공식을 찾 는 것과 같으며 이는 경영자를 오도하게 한다. 기업의 목표는 사업 활동이 겨냥해야 할 결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목표들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기업의 목표에 대해 드러커는 이익 외에도 성과와 결과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 8) 이 문제는 경영자 자신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재선임 가능성이 단기 이익에 큰 영향을 받는 현실, 즉 현재의 기업의 지배구조와도 연관되어 있다. 9) 이는 후에 활동주의회계(activity-based accounting) 등 새로운 회계제도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 의 기초가 되었다

34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에 걸쳐 복수의 목표들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드러커는 성과목표를 설정해야 할 분야로서 시장점유율, 혁신, 생산성, 물적 자원과 화폐자원, 수익성, 경영자의 성과와 경영자의 육성, 근로자의 성과와 태도, 사회적 책임의 여덟 가지 분야를 제시했다(Flaherty 1999, 90-91). 10) 이렇게 이익 일변도가 아닌 균형 잡힌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기업은 건전한 성장 을 추구할 수 있다. 이익이 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도 몇 년 후 경쟁력의 상실로 사 라져 버리고 마는 수많은 기업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원인은 바로 잘못된 경제인 개념과 그로부터 파생된 잘못된 이익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3. 근로자에게 올바른 위치와 역할 부여 산업인의 미래 에서 다룬 두 번째 주제는 산업혁명 이후 전개된 산업사회가 자유 주의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요구와 인간의 요구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문제였다. 날로 거대해지는 대기업과 산업화 속에서 자칫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품처 럼 소외되고 정신적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인의 미래 에서 드러커는, 조 직의 목적과 노동자의 요구를 조화시키지 못함으로써 노동자의 소외가 발생했고, 기 업은 직원의 기업에 대한 충성심 저하를 막으려고 각종 규정을 제정했지만, 사회의 정신적 응집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단순조립라인에서의 노동자는 생산물에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완전히 이탈되고 개인으로서 의 존엄성도 완전히 박탈된, 인간이 아니라 무자비할 정도로 씩씩하게 돌아가는 기 계의 부속품, 언제든지 갈아 끼울 수 있는 톱니바퀴에 불과했다(Drucker 1942, 122). 경영분야의 학자들은 오직 경제적 성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산업사회의 삶을 공고 히 결합시키는 응집력, 단합력, 그리고 집단의 목적 같은 제도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커의 지적이다. 드러커는 산업인의 미래 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오직 수익과 경제적 부( 富 )만이 중요하다고 교육받은 대부분의 저자 들은, 현대 대량생산 산업에 종사하는 피고용 노동자들이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전 혀 부여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Drucker 1942, 106).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과 직원 사이에 상호신뢰와 공동의 이익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 회는 자주 심리적 불안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요컨대 기업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의무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문제를 가지고 항상 고 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지위에 대한 해답이 쉽지는 10) 드러커가 경영의 실제 에서 제시한 8가지 성과 목표의 균형 은 오늘날 전략적 성과측정 시스 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균형성과표(BSC) 개념을 이미 제시한 것이다

35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않다는 것이 드러커의 평가이다. 드러커는 경영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기업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의 존엄성을 고취하고, 일 자체를 보다 자기 성취적이고 의미 있게 만드는 책임과 연관해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드러커는 다양한 측면에서 근로자의 위치와 역할 의 주제를 다루었다. 1) 경영자의 근로자에 대한 윤리와 책임 문제 드러커는 경영자가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때 요구되는 윤리의 문제에 대해 언급 했다. 법은 집단의 권리와 목적을 다룰 수 있지만, 윤리는 항상 개인의 옳은 행위와 관련된 개인적인 문제다. 따라서 기업경영에만 적용될 수 있는 윤리란 존재하지 않 으며, 존재할 필요도 없다. 즉 보편적으로 잘못된 행동이지만 경영자이기 때문에 용 인되는 행동이란 없다. 따라서 경영자 윤리의 문제는 보편적인 도덕관과 도덕교육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경영자의 막강한 권력에 있어서 권한과 책임은 양면적인 것이므 로 경영자는 그만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에 대해 드러커는, 무엇보다도 해를 입히 지 말라. 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모든 전문가적 행동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Drucker 1973, ). 자신의 행동이 전문가로서 사회와 개 인에 해를 끼치는 것이 없는지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의 전통적 윤리덕 목인 신중함은 정당화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행동을 지도자들이 피할 것을 요구한 다. 드러커에 의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 자에 있어서 가장 풀기 어려운 윤리적 문제는 옳은 것 대 그른 것 의 문제가 아니 라 옳은 것 대 옳은 것 의 문제다. 예컨대 기업의 장래를 위해 구조조정이 요구되어 종업원의 해고해야 할 때, 그 해고의 의사결정을 하느냐 혹은 안 하고 다른 대책을 생각하느냐는 두 가지 방안이 모두 옳은 것 일 수 있다. 드러커는 경영자 개인의 윤리 문제에 있어서 경영자 자신의 보상과 종업원에 대한 책임 문제에 늘 엄격한 입장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드러커는 최고경영층의 탐욕스 럽고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부대소득과 스톡옵션과 천문학적 수준의 임금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무책임한 행동의 전형이라고 보았으며, 동시에 기 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내세워 무분별하게 해고를 자행하는 일을 비양심적인 일로 생각했다(Flaherty 1999, ). 동시에 종업원의 충성심과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심리학적 조작에 우려를 표했다. 드러커는 산업심리학자들이 전제로 하고 있는 잘못된 가정들을 비판했다. 즉 산업심 리학자들이 전제로 하고 있는 가정은 분석의 원리와 행동의 원리를 혼동하고 있으며, 기획과 실행을 분리해서 다루고 있고, 문제의 예방보다는 문제의 해결만을 더 강조할 뿐만 아니라,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자부심이나 전문성과 같은 수단보다는 위협하고 조작하는 방법에 더 의존하도록 하며,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자 하는 능동적

36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목표가 아니라 보수와 복지라는 수동적 목표에만 집중하게끔 했다. 또한 직원을 세심 하게 배려한다는 미명 아래 심리학적 전제정치를 행사해 왔으며, 다른 동기부여 요소 들을 배제한 채 금전적 보상의 효과만을 과도하게 강조해왔다(Flaherty 1999, 264). 드러커는, 직원을 지나치게 관리하고 작업의 생산성을 소홀하게 다루는 것이 행동 과학자들의 경향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이 때문에 그들의 자문을 받은 경영자들이 근 로자를 아이처럼 다루고 통제권을 얻기 위해 강압적 방법과 미묘한 조작능력을 갖춘 가부장적 심리학을 적용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드러커는 어떤 세속의 기관도 완전한 충성의 대상이 될 자격이 없으며,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은 그들 자신만의 삶의 영역 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이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도저히 정당화 될 수 없으며 경 영자의 권력을 악용할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그러므로 지속적이고 강제적인 조직개 조를 목표로 심리요법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근본적인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권력이 통제권을 지니고 있는 상관에게는 거만과 특권을, 통제권이 없는 부하에게는 수동적 인 복종과 충성을 의미하게 될 때, 권력은 도덕적으로 부패하게 된다. 심리요법은, 마치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잘게 해부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정 당화되지 않는다고 드러커는 믿었다(Tarrant 1979, ). 2) 직장 공동체와 직장 시민권 드러커는 노동자의 지위와 역할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직장 공동체와 직 장 시민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초기 연구에서 드러커는 노동자의 지 위와 역할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직장 공동체(plant community) 방안을 제 시했다. 직장 공동체 방안은 드러커가 GM을 컨설팅 하던 당시 후일 회사의 새 CEO 가 된 찰스 윌슨의 지지를 받은 구상이었다. 드러커가 GM을 조사하면서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책임 있는 노동자 11) 가 운영하는 자치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 이었다. 윌슨은 노동조합 출신의 최고경영자답게 일찍이 이익공동체, 즉 종업원과 이익을 나누는 일(profit sharing) 에 대해 구상하고 있었다. 윌슨은 2차 대전 후 서독의 경 영제도로서 종업원 대표가 이사회의 일원이 되는 공동결정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Drucker 2005, 144).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 경영자와 노동조합 지도부 양측 모두 소극적으로 수용했다. 경영진은 드러커의 의도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 위를 빼앗아가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했으며, 노동조합측은 노동자에 대해서 관리 자로서의 책임까지 지게 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큰 부담을 갖게 만든다는 이유로 반 대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드러커는 노동자의 적대적인 관계를 협조적인 관계로 구 도를 바꾼다는 것이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 권한이 약화되는 상황을 그린 것은 11) 책임 있는 노동자 개념은 후에 지식노동자 의 개념으로 바뀌어 드러커 평생의 화두가 되었다

37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아니었다. 직원들은 공장 내 활동에 더 많이 참가하고 노동조건을 단계적으로 개선 하기 위한 노동규정, 안전상황, 휴가계획 수립, 그 밖의 문제들에 대해 권위를 부여 받는 체제를 만듦으로써 노동자의 자존심과 존엄성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다. 이런 방안이 노동자 소외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드러커는 권력이 경영자에게만 배타적으로 위임되지 않는 일종의 기업 연방주의 제 도, 그리고 그 속에서 노동자가 공동체적인 시민의 모습을 갖는 직장 공동체 방안이 온정주의 경영이나 노동조합주의보다는 우월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윌슨과 드러커의 구상은 노동조합에 의해 거부되었지만, 그들의 구상은 GM의 연 금제도를 개혁하는 방식으로 일부 현실화 되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근대적 기업 연금을 발족시키는 데 초석이 되었다. 이 제도는 이익의 일부를 종업원 연금으로 거 출하며 기금을 자사주가 아닌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드러커가 후일 연금 기금 사회주의 12) 라고 한 혁신을 이루었던 것이다(Drucker 2005, 145). 드러커는, 테일러와 메이요가 그 위대한 식견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물어 보는 것 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 다고 비판했다. 테일러는 근로자를 말을 하지 못하는 소 라고 인식했으며, 메이요는 미숙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 라고 생각했다(Drucker 1991). 드러커가 GM를 연 구하던 중에 발견한 사실도 또한 경영자들이 노동자를 좀 모자라는 사람들로 취급하 는 분위기였다. 경영진은 겉보기에는 노동자들을 호의적으로 대했지만 진정으로 존 중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다만 온정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가 반영되어 미국식 인사관리에서는 관리자의 일과 근로자의 일을 철저히 구분하는 관행이 정착되었다. 머리를 쓰는 계획 업무는 철저히 관리자의 몫이 되었다. 노동자 는 모든 지적인 과정이 완료된 후 오직 실행하는 일만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드러 커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따 라서 근로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 계획부터 지속적인 개선을 해 나가는 과제를 스스 로 책임을 갖고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일에 대해서 존엄성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드러커가 처음 생각했던 직장 공동체와 가장 유사한 모습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 차에서 실현되었다. 도요타는 1950년대 전반, 드러커의 자문을 토대로 도요타식 종신 고용이나 노사협조의 정책면에 GM의 직장 공동체 시도를 응용했다(Drucker 2005, ). 드러커는 일본적 경영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일 자체의 성취에서 보람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일본의 관리자들은 일찍이 통계적 품질관리 도 12) 드러커가 이 제도를 사회주의 라고 칭한 것은, 이 제도에 의해 실질적으로 종업원이 기업의 최대 소유주가 된 셈이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마르크스의 구상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혁명도 없이 조용히 실현된 결과가 된 것이다

38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구를 열심히 배워서 이를 노동자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노동자들은 분임조를 만들어 자신들이 일하는 공정을 개선하는 과제를 스스로 수행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는 식 의 전사적 품질경영을 발전시켰다. 이렇게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관리자의 지시 에만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들 스스로 일의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성취하는 모습이 드러커가 생각했던 기업 시민의 중요한 요소였다. 3) 지식근로자와 그들의 책임 드러커는 1969년 저서인 단절의 시대(The Age of Discontinuity) 에서 지식사회 (knowledge society)와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 소 개했는데, 이후 현대사회의 지식과 관련된 현상들이 그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이 미 오늘날의 조직에 있어서는 이 교육받는 지식노동자가 없으면 경제시스템은 곧 마 비되는 시대가 되었다. 드러커에 의하면 지식경제에 있어서 지식근로자는 어느 한 조직에 매여 있기보다 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동할 수 있고, 또한 지식근로자가 누구로부터도 감독을 받지 않고 스스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지식근로자 는 과거 자본가와 같이 생산수단을 소유함으로써 일종의 권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따라서 지식근로자에게는 경영자에게 부과되었던 것 같은 책임이 부여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식근로자는 조직의 생산성에 대해서 공헌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세 분화된 전문 영역에서 스스로의 책임하에 일하는 지식근로자가 조직의 성과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이나 취향에 따라 일한다면 조직 전체의 성과는 쇠퇴할 것이다. 지식 근로자의 전문가로서의 가치관과 경제 전체 내지 개개 조직의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서의 생산성이나 이익에 관계된 가치관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나가는 문제, 즉 지식 근로자의 경제적 업적에의 헌신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는 오늘날 지식경제로의 이행에 있어서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Drucker 1989, 186). 만약 지식근로자의 생산 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한다면 새로 도래하는 사회의 개인들을 부양할 부를 창 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거 대공황에 의해 근로자들이 좌절하 고 사회 속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함으로써 절대주의 혁명에 휩쓸렸던 상황이 재현 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앞으로의 지식경제에서 지식근로자는 경 영자와 일종의 파트너적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지식근로자의 사회와 조직에 대한 공헌 중에는 고도의 경쟁 사회 속에서 지식근로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근로자에 대한 배려의 문제도 포함된다. 예컨대 지식근로자와 더불어 다양해진 서비스 분야 근로자의 보상과 사회적 지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식근로자는 그들의 일에 대해 지식을 적용하여 일에 존엄성을 부여

39 보수주의적 혁신가로서 피터 드러커 경영사상의 형성과 전개 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생산적이고 게다가 승진의 기회가 있는 일로 만들어야 한 다(Drucker 1989, ).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현대 사회의 정당성 문제는 급속 히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식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감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식근로자 스스로 책임감을 가져야 할 당위성과 스스로 학습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 이 커진다. 드러커는 지식근로자가 조직 내의 누구보다도 아는 것이 많지 않다면, 그들의 의도나 목적은 힘을 잃을 것임을 강조했다(Drucker 1993, 65). 지식근로자는 자신이 전문성을 통해 사회와 조직에 공헌 하겠다는 비전을 가져야 하며, 자신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 출 때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공헌을 생각하는 일이 자신의 성장과 결부되어 간다(Atsuo 2007, 198). 조직의 위계에 의한 감독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관리에 의해 목표관리를 해야 한다는 드러커의 주장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책임, 공헌, 성취를 원 하는 존재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사람은 대체로 기대 받은 바에 따라 행동한다(Drucker 1973, 441). 따라서 지식근로자의 책임과 공헌 문제는 경영자와 지식근로자 공동의 문제다. 사회와 조직에 공헌하려면 지식근로자는 습득할 전문지식의 총량이 많아지는 것 은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학교육이 끝나면 학습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3년에 서 5년마다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실천해야 하는 평생학습의 시대가 되었다(Atsuo 2007, 200). 또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은 강점에 의한 것이므로 조직 속의 각 개 인은 자신의 강점을 파악해야 한다. 드러커는 각 개인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좋 은 방법으로서 피드백 분석을 추천한다. 피드백 분석은 무엇인가 크고 분명한 일을 할 때는 기대하는 성과를 미리 써두고 몇 개월 후에 그것을 실제 성과와 비교해 보 는 것이다(Drucker 1999a; Atsuo 2007, 202). 이상 논의된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드러커의 저술 속에 나타난 키워드를 <표 2> 에서 정리했다. Ⅳ. 결 론 이 논문에서는 피터 드러커의 초기 저술과, 그 저술이 탄생하기까지의 성장 과정 에 대한 사례를 통해 드러커의 경영사상의 주된 토대를 형성하는 주제를 도출하고 토의하였다. 초기 저술인 경제인의 종말 에서 드러커는 정치사상가적인 관점에서 중 상주의 시대 이래 서구 사회의 가치관으로서 형성된 경제인 개념 의 실패와, 그 결 과 도래한 허구적 전체주의의 실상에 대해 서술했다. 산업인의 미래 에서는 새로이

40 經 營 史 學 第 25 輯 第 1 號 구 분 변화에 대한 보수주의적 접근 경제인 개념 을 넘어선 정신적 가치 근로자의 위치와 역할 부여 <표 2> 세 가지 주제 별 키워드와 출전 세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와 그 출전 전체주의의 대두의 원인과 허구(1), 기능하는 사회(2), 이상보다는 현실에 기반(2), 절대주의적 양자택일의 위험(2), 인구구조 등 생태학적 관찰이 필요(4), 정부에 대한 환멸(6), 작고 강한 정부(6), 정부는 실행보다는 통치(6), 정부의 무료서비스에 대한 환상(6), 조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7), 조직의 목적은 외부(고객)에 있음(7), 조직의 사회적 영향을 관리하고 공헌할 것(7), 미래예측의 함정(9), 격변기 - 생존이 최대 의무(9), 스스로 진부화 시킬 것(9), 기회의 발견과 인식(10), 기업가적 과정은 일종의 규율(10), 마차용 채찍 산업의 오류(11), 케인즈와 슘페터 경제학(11, 17), 정치개념에 무관심해지는 지식근로자(12), 집단의 힘에 의한 사회 개혁의 허구(12), 계속과 변화의 균형(14), 혁신을 구조에 짜 넣기(14, 18), 체계적 폐기(15), 정치에 의한 사회재편의 위험(16), 루소의 사회에 의한 구제(16), 기업의 으뜸 책임은 경제적 업적(16), 카이젠의 중요성(17), 변화관리의 최선은 스스로 변화 만들기(20) 경제인 개념의 포기와 새로운 이념의 필요(2), 사업목적은 고객(3), 이윤의 기능(3, 6), 사회적 비용에 공헌(3), 프로페셔널의 윤리(7), 사회적 책임(7), 연기금 사회주의의 조용한 혁명(8), 역사의 브렌넬령(12), 어제의 담론의 비현실성(12), 인문학의 중요성 (12), 경제개발의 기초는 설비투자가 아닌 교육과 능력(12), 역사의 전환기(16), 비사 회주의 사회; 포스트자본주의 사회; 지식사회(16), 공적 자산으로서의 지식(16), 시민 성의 회복과 비영리단체(13, 17, 20), 도시사회의 문명화와 공동체 형성(20) 기능하는 사회 개념 의 기업에의 적용(2), 노동자의 소외(2), 근로자에 대한 행동과 학적 조작의 부적절성(1, 2, 7), 높은 목표(3), 일을 통한 성취(3), 성실의 중요성(3), 공헌(4, 5, 7, 16), 성취하는 습관과 능력(5), 자기실현(5), 강점에 주력(5), 제2의 인생과 개인의 실존문제(6), 계속학습(7, 12, 16, 17, 19), 학습조직(16), 지식노동자 (6, 7, 17), 지식노동자의 생산성(15, 19), 지식노동자에 어필하는 조직(19), CEO처 럼 사고하기(19), 공동체 만들기(20), 고도의 경쟁사회(20), 최고경영층의 탐욕 (20), 직장 공동체(2), X이론 Y이론의 허구(7) 주) 괄호 속 번호는 다음 저서명의 번호를 표시함. 1. 경제인의 종말(The End of Economic Man 1939). 2. 산업인의 미래(The Future of Industrial Man 1942). 3.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 1954). 4. 결과를 위한 경영(Managing for Results 1964). 5.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The Effective Executive 1966). 6. 단절의 시대(The Age of Discontinuity 1969). 7. 매니지먼트 : 과제, 책임, 실제(Management : Task, Responsibilities, Practices 1974). 8. 보이지 않는 혁명(The Unseen Revolution 1976). 9. 격변기의 경영(Managing in Turbulent Times 1980). 10. 혁신과 기업가정신(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1985). 11. 경영의 최전선(The Frontiers of Management 1986). 12. 새로운 현실(The New Realities 1989). 13. 비영리단체의 경영(Managing in the Non-Profit Organization 1990). 14. 생태학적 비전(The Ecological Vision 1992). 15. 미래기업(Managing for the Future 1992). 16.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Post-Capitalist Society 1993). 17. 미래의 결단(Managing in a Time of Great Change 1995). 18. 자본주의 이후의 지식경영자(Peter Drucker on the Profession of Management 1998) 세기 지식경영(Management Challenges for the 21st Century 1999). 20. 넥스트 소사이어티(Managing in the Next Society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