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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철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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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북협상 70 주년기념학술회의 <1948 년남북협상과한반도의미래 > 개회식 사회자 : 손범수 ( 방송인 ) 개회사 : 김자동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회장 ) 김재경 ( 우사김규식연구회회장 ) 축사 : 박유철 ( 광복회회장 ) 이만열 ( 숙명여대명예교수 ) 함세웅 (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 이부영 (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회장 ) 축하메시지 :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원내대표 ) 황인성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장 ) 주제발표및토론 좌장 : 심지연 ( 경남대명예교수 ) 1. 북한에서보는남북협상과남북관계개선전망 - 발표 : 이신철 ( 성균관대연구교수 ) - 토론 : 이승환 (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 2. 남북협상의사상적배경 - 발표 : 이상수 ( 언론인 ) - 토론 : 한승동 ( 한겨레기자 ) 3. 남북협상의역사적재평가 - 발표 : 이완범 ( 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 ) - 토론 : 장원석 (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학예연구사 ) 4. 마지막이아니라첫번째시도이다 _ 버취문서를통해본김규식 - 발표 : 박태균 ( 서울대교수 ) - 토론 : 김숙임 ( 現 ( 사 ) 조각보공동대표, 前 6 15남측여성본부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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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차 례 개회사 7 축사 12 발표문 1. 북한에서보는남북협상과남북관계개선전망 19 이신철 ( 성균관대연구교수 ) 년남북협상의사상적배경에대한시론 35 이상수 ( 언론인 ) 3. 남북협상의역사적재평가 69 이완범 ( 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 ) 4. 마지막이아니라첫번째시도이다 _ 버취문서를통해본김규식 137 박태균 ( 서울대교수 ) 토론문 1. 남북협상의역사적재평가 에대한토론문 155 장원석 (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학예연구사 ) 2. 마지막이아니라첫번째시도이다 _ 버취문서를통해본김규식 에대한토론문 161 김숙임 ( 現 ( 사 ) 조각보공동대표, 前 6 15남측여성본부공동대표 )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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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남북협상 70 주년기념학술회의개회사 분단은해방과함께왔습니다. 1945년 8월 15일은나라가광복을되찾은날이었고또한분단의비극이시작된날이었습니다. 조국의운명은외세에의해한치앞도내다볼수없는처지에놓이게되었습니다. 모스크바 3상회담에서는미국, 영국, 소련 3개국외상들이한반도에대한신탁통치를결정했고, 이를실행하기위해만들어진미소공동위원회는결렬되었습니다. 그리고유엔총회는전국총선거를가결했고급기야유엔소총회에서는남한에서의단독투표방안을가결했습니다. 나라의운명이오직다른나라의손에달린참으로딱한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그보다더딱한노릇은국내에서도자신의정치적이익을위해이를환영하는세력들이있었다는것이었습니다. 특히미군정의지지를받는이승만의한민당이쌍수를들고이를환영하면서분단은현실이되기시작했습니다. 분단을막기위한백범과우사의노력이더욱빛나는것은이런국내외정세속에이루어진것이기때문입니다. 백범선생은 삼천만동포에게읍고함 이라는성명을통해 남북의분열을연장시키는것은전민족을사갱으로몰아넣는것 이라며단독선거에앞장서는미군정과우익진영을비난했습니다. 우사김규식선생이이끄는민족자주연맹은남북요인회담개최를위해북의김일성과김두봉에게서한을보내기로결의하고백범과우사의동의하에서한을전달하면서분단을막기위한노력을기울였습니다. 김일성의화답으로남북회담이공식성사됐으나이승만과미군정은이를 비난하는성명을발표하며노골적으로방해했습니다. 그러나 1948 년 4 월
9 일마침내백범은북행길에올랐습니다. 우사역시 22일평양으로향했습니다. 남북연석회의는 5일간열렸고, 뒤이은 15인회담, 그리고김구, 김규식, 김일성, 김두봉의 4김회담으로이어졌으나통일국가수립이라는원대한계획은진전을보지못했습니다. 분단의비극은불과채 2년이되기도전에일어난전쟁이라는처참한현실로우리민족에게되돌아왔습니다. 해방된조국에서우리민족에게주어진첫과업이자소망은통일국가건설이었습니다. 그같은꿈은외세와단독정부지지세력에의해무참히깨졌지만그어둠속에서도분단을막기위해백범과우사가기울인노력은참으로빛난다고하지않을수없습니다. 불굴의애국지사들의이런노력은지금역사에서잊혀져있습니다. 해방공간에서일어난이런역사를재구성하는일은통일국가건설의실마리를풀어나가기위해참으로의미있는일이아닐수없습니다. 우사기념사업회와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기획한 남북협상 70주년기념학술회의 는바로이런취지에서기획된행사입니다. 이학술회의가, 오늘날우리조국이안고있는비극의뿌리인분단을극복하고통일로가기위한첫매듭이되기를기대합니다. 학술회의에참가해주신발제자와토론자여러분과참가자모두에게진심으로감사의말씀드립니다 년 4 월 17 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회장김자동 - 8 -
10 1948 년의남북협상을재조명하고평화와민족화해로 가는길을함께고민하고토론해봅시다. 대한민국은우리민족에게형언할수없는고통과피해를준일본과는그지배로부터벗어난지 20년만에 (1965), 적성국소련 ( 러시아 ) 과는정전 37년만에 (1990), 직접전쟁을치룬중공 ( 중국 ) 과도역시정전 39년만에 (1992) 적대관계를청산하고국교를정상화하였습니다. 그러나한핏줄을이어받고천년이상하나의국가를이루고함께살아온북한과는정전 60여년이지났는데도여전히적대관계를계속하고있습니다. 다른주변나라들과는적대관계내지는냉전을해소하면서도정작같은민족과는계속냉전을하고있는것입니다. 까? 여러분이상하지않습니까? 무엇인가잘못되었다는생각이들지않습니 계속되는대결과냉전으로인하여남과북은모두불안합니다. 한반도의남과북은모두커다란아픔을겪고있습니다. 2013년 3월, 4월, 5월에는오판과착각, 광기에의해언제든지전면전이일어날수있는긴박한정세가조성되었었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는핵전쟁이냐평화냐하는매우긴박한상황이한반도에전개되어있습니다. 저희가이번학술회의를개최하기로결정한것은작년 12 월이었습니다. 당 시의한반도정세는몹시절박하였습니다. 평창올림픽경기가제대로치러질지 - 9 -
11 가걱정되었고남과북사이에특사파견과정상회담은전혀예측할수없었 습니다. 이제우리는한반도에서전쟁의포화를영원히멈추게해야합니다. 전쟁의그림자와위협을제거해야합니다. 대결과전쟁을화해와평화로전환하여남과북이공존공영상생을도모하며, 이를통하여통일의초석을다져나가야합니다. 우리민족의선각자백범김구선생과우사김규식선생등은지금으로부터 70년전인 1948년 4월에국내외의반대를무릅쓰고 전조선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가개최중인평양을방문하여분단을방지하고자남북협상을진행하였습니다. 비록역사는소망대로진행되지않았지만그분들은매우합리적이고현명한판단력을가진민족지도자들이였습니다. 그래서백범과우사등은지금도평화를사랑하는많은사람들의존경을받고있습니다. 만약당시우리나라도, 제2차세계대전후승전국들에의하여분할점령되었으나분단되지않고하나의국가로독립한오스트리아의경우처럼, 민족적지혜를발휘하여분단을막고통일정부를수립하였다면, 그후동족상잔의전쟁은없었을것이며, 따라서오늘날우리가핵전쟁의공포와분단의고통에시달리는일도없을것입니다. 참으로안타까운일입니다. 이제우사김규식연구회와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는힘을합쳐 70년전의남북협상을재조명하고백범과우사등의고견과활동이오늘의한반도에대결과전쟁대신에화해와평화를정착시키고통일로나가는길을여는데어떤의의를가지는가를밝혀보고자합니다. 이것이오늘우리가학술회의를개최하는목적입니다
12 여러가지일로바쁘신데도불구하고평화와통일로가는길을함께고민 하고토론하기위하여이자리에나와주신여러분모두에게심심한감사를 드립니다. 혹한의겨울부터원고를작성하느라고수고해주신이완범님, 이상수님, 이신철님과박태균님에게각별한감사를드립니다. 사회를맡아주신두분과토론자네분에게도감사를드립니다. 오늘의학술회의가원만히진행될수있도록실무면에서수고를아끼지 않는여러분들에게도감사드립니다 년 4 월 17 일 우사김규식연구회회장김재경
13 남북협상 70 주년기념학술회의축사 오늘, 남북협상 70 주년을기념하는의미깊은학술회의개최를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역사를잊은민족은미래가없다 는말도있고, 극복되지않은역사는반 드시반복된다 는말도있습니다. 모두가역사의교훈을잊지말라는뜻으로, 식민지배의어두운시절을겪 은우리국민의입장에서는뼛속깊이새겨야하는격언이라하지않을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최초의남북협상이라할수있는 1948 년평양에서열린 < 전 조선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 > 가개최된지, 올해로꼭 70 년이흘렀 습니다. 사실, 우리민족사에서일제에나라를빼앗긴비통한항일투쟁사나분단의 역사이자, 통일의역사이도한남북협상의역사는어쩌면없어도되는역사 였는지모릅니다. 하지만아픈역사도우리가결코외면할수없는우리의역사인만큼, 이를극복하기위해나선이들이평생을독립운동에헌신하셨던백범김구선생님과우사김규식선생님이셨음을우리는잊지말아야하며, 역사와민족을위해헌신하신그분들께항상감사의마음을가져야하겠습니다
14 두분선생님을비롯하여지난날남과북의모든독립운동선열들은남북 이분단된다는것은꿈에도생각지못했고, 원하지도않았습니다. 바쁘신가운데도오늘학술회의에참석하신학자님들께감사드립니다. 학자님들의면모를살펴보니, 이분야에전문적인식견을가지신분들이 많아서다양하고심도있는토론이될것으로믿어집니다. 부디토론의결과가지난평창동계올림픽을전후하여요사이계속열리 고있는남북대화의기류속에서한반도평화국면에큰도움이되기를바 랍니다. 돌이켜보면, 1948 년이래현재에이르기까지남북협상은수차례있어왔 지만그때마다동상이몽하는탓에, 남북한당국이서로이해가상충하여연 속성을갖지못하고공전을거듭해왔던것입니다. 천우신조로다시한번우리민족앞에다가온이번기회를잘살려이번만은남북한당국이진실된마음으로국제적인공조속에서비핵화를통한한반도평화와공존의역사를펼쳐남북이공동번영하는시대를중단없이이어가기를기원합니다. 뜻깊은자리를마련해주신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김자동회장님과 우사김규식연구회김재경회장님, 그리고참석해주신모든분들께감사드립 니다. 감사합니다 년 4 월 17 일 광복회회장박유철
15 남북협상 70 주년기념학술회의축사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원내대표우원식입니다. 먼저오늘이뜻깊은자리를마련해주신,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와 우사김규식연구회 에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아울러이자리를후원해 주신국가보훈처와광복회관계자분들께도감사의말씀을함께드립니다. 한반도에평화의기운이깃들고있습니다. 평창에서시작된평화의물결은 70년동안얼어붙어있던냉전의얼음장을깨고, 평화와화합이란새로운바다로나아가고있습니다. 이제 10일후면남북정상회담이개최되고, 뒤이어북미정상회담또한개최될예정입니다. 하루하루가한반도의데탕트시대를개막하는기적같은나날들입니다. 전세계가지금한반도를주목하고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정확히 70년전인 1948년 4월에도, 세계인의시선은한반도를향했습니다. 이땅의분단을막기위해남과북의지도자들이 통일정부수립 을목표로머리를맞댔던남북협상때문입니다. 김구와김규식선생은남한의단독정부를수립이기정사실화되던상황에서도, 오로지민족의분열을막고통일국가를수립하기위해 좌우간가는것이옳다고본다 며북행을결행했습니다. 극단적대립으로인한대화의끈이끊기지않고남북협상이계속되었다면분단의역사도, 혹은분단이후에화해와협력을통한통일의역사도빨리오지않았을까하는안타까움이있습니다
16 대화를통해민족통일을이루려고했던김구와김규식선생의 정신이야 말로, 한반도정세의대전환기를맞은지금, 우리가가장먼저되돌아봐야할정신인것입니다. 김구와김규식선생이남겼던발자국은다시살아나 2000년 1차정상회담, 2007년 2차정상회담그리고 4월말에열릴 2018년정상회담으로이어져오고있습니다. 오늘토론회를통해어렵게튼평화의물꼬를더욱넓혀갈수있는소중한지혜들이이자리를통해제시되길기원합니다. 저역시책임있는정치인의한사람으로서한반도평화의새시대를위해늘낮은자세로소통하며경청하겠습니다. 끝으로오늘토론회개최를다시한번축하드리며, 바쁘신와중에도참석 해주신모든분들께도감사말씀을드립니다. 불어오는따뜻한봄바람처럼모든분들의가정에평화와행운이함께하 길진심으로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년 4 월 17 일 더불어민주당원내대표우원식
17 남북협상 70 주년기념학술회의축사 여러분안녕하십니까? 1948 년남북협상의 70 주년을기념해 ( 사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우사김규식연구회가공동으로개최한 남북협상과한반도의미래 학술회의 를진심으로축하드립니다. 우리는지금한반도의냉전체제를항구적인평화체제전환시키기위한역사적인 3차남북정상회담을앞두고있습니다. 70년전이땅에두개의정부가수립되는비극적인사태를막기위해, 이념적차이보다는합작과단결을강조하며분단을저지하고자분투했던민족지도자들의고뇌와행적을되돌아보는것이야말로오늘한반도평화의길을닦아통일의문을열고자하는우리에게매우의미있는일이라생각됩니다. 오늘이뜻깊은학술회의를마련해주신사단법인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 업회김자동회장님과우사김규식연구회김재경회장님께깊이감사드립 니다. 오늘학술회의개최에각별한관심과지원을아끼지않으신피우진국가 보훈처장님, 박유철광복회장님, 그리고발표와토론에임해주실학계전문 가와언론인, 시민사회단체대표자여러분께도감사의말씀을드립니다 년 4 월 19 일부터 26 일까지평양에서개최된전조선정당사회단체대표 자연석회의에대한역사적평가는사람에따라한결같지는않습니다만, 우 리는한국현대사의진실을객관적으로파악하고정당하게평가하는작업이
18 더나은민족의미래를여는데소중한밑거름이된다는것을잘알고있습 니다. 남한의단독선거가임박한시점에서개최된남북협상은실패로끝났지만, 김구 김규식선생을비롯해민족지도자들이보여준통일과완전한자주독립 을위한숭고한정신은후대들에게면면히이어지고있습니다. 4월 19일연석회의참석을위해서울을떠나면서김구선생은 나는통일된조국을건설하려다가 38선을베고쓰러질지언정일신의구차한안일을취하여단독정부를세우는데는협력하지아니하겠다 고우리삼천만민족에게읍고 ( 泣告 ) 했습니다. 스스로 마지막독립운동 이라고부른남북협상에참여한민족지도자들의고뇌와결단은역사적인 3차남북정상회담과북미정상회담을앞둔우리에게많은교훈을주고있습니다. 분단과전쟁을막고자 38선을넘었던그정신을통해한반도에서전쟁이발발하지않고항구적평화체제가정착되도록모든노력을기울여나가야할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역사적전환의계기가되도록하기위해서는회담의성공을기원하는국민들의성원과단합이매우중요하다고생각됩니다. 오늘함께해주신여러분들이앞장서주시기를부탁드립니다. 뜻깊은남북협상 70 주년기념학술회의를거듭축하드리며, 여러분모두 의가정에건강과행복이함께하길기원합니다 년 4 월 17 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장황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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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주제발표 북한에서보는남북협상과남북관계개선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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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북한에서보는남북협상과남북관계개선전망 이신철 성균관대연구교수 1. 머리말 1948년 4월 27일. 이날은평양에서 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 이하남북지도자협의회 ) 가개최된날이다. 그리고꼭 70년만인 2018년 4월 27일제3차남북정상회담이개최될예정이다. 흔히들일컫는남북협상은 1948 년 4월 19일부터 30일까지진행된일련의남북회담을통칭한것이다. 4월 19 일부터 23일까지진행된전조선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 ( 이하남북연석회의 ) 가북한이제안한것이었고, 본회의격이었다. 그렇지만, 남북간의실질적인협의는 26일과 30일진행된김구 김규식 김일성 김두봉의회담 (4김회담), 27일과 30일에진행된남북지도자협의회에서이루어졌다. 이두회의는예정에없던것이었고, 김구, 김규식의강력한요청에의해마련된것이었다. 2018년개최될남북정상회담은 1948년의남북협상과는형식과내용모두에서다르지만, 통일된국가를수립하려는목표는동일하다고할수있다. 또한자본주의와사회주의라는이념의벽을극복하고남북의지도자들이한자리에앉는다는점에서도동일하다. 2018년의정상회담에서실질적인남북관계개선과동북아평화체제를이끌어내기위해서는 1948년의경험을되돌아보는일이, 특히북한의입장을살펴보는일은적지않은시사점을줄수있다. 1948년남북협상이북측이주도하고남측의좌파와중도파들이적극참여했
23 던남북연석회의만이아니라남북요인회담과남북지도자협의회가더불어개최되었고, 실질적인대화가이루어졌던경험에특히주목할필요가있다. 이글에서는 1948년의북의전략과남측의대응, 2018년정상회담의상황, 그리고두대화가가지는세계사적의의를중심으로살펴봄으로써, 4월 27일정상회담에서논의되어야할점들을생각해보고자한다 년북한의전략과남북협상시기의변화 1948년남북협상의가장큰화두는하나의정부수립이었다. 남북협상에참여한이들의바람은같았지만, 어떤나라를어떻게세울것인가에대한생각은사뭇달랐다. 북측의전략은 민주기지론 으로압축되었다. 그것은북한지역에혁명의근거지를마련한다음에그것을전국적인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으로확산시킨다는전략이었다. 북측은그러한전략에따라임시인민위원회를설치하고토지개혁을비롯한 민주개혁 을진행했다. 그리고미소공위를통한모스크바3상결정의실현을통해조선임시정부에서주도권을행사하고자했다. 그러나남측우파단체들의강력한반탁운동의여파, 그리고미국과소련의대립으로인해미소공동위원회가결렬의과정에이르면서그같은전략은수정되었다. 북한내부적으로는정부수립에필요한헌법초안을만들어검토하면서정부수립의법적체계를준비해나갔고, 그것을무력으로뒷받침할 조선인민군 창건을진행시켜나갔다. 그러한전략은북에있던북조선로동당을중심으로한로동당세력이주축이되어진행되었다. 그리고남북의중도좌파세력과의통일전선을추구하고있었다. 제2차미소공위가결렬되고소련이양군철수와자주적인정부수립을제기한직후인 1947년 10월에도김구는여전히비난의대상이었다. 1) 모스크바3상결정실현을주요목표로삼고있던북의입장에서반탁운동의핵심이었던김 1) 스띠꼬브대장의성명에광분하는남조선반동진영 : 미군철수두려워하는김구 이승만, 로동신문 1947 년 10 월 5 일자
24 구와임시정부인사들을비난하는것은당연한것이기도했다. 1947년 9월 17일에미국이 한국독립문제 의유엔상정을요청하고, 9월 26일에소련이외국군대철수후자주적정부를수립하자는방안을제출한뒤로, 북측이총력을기울였던미소공위는합의에이르지못한채 10월 21일완전히결렬되기에이르렀다. 마침내유엔총회에서한국문제가논의되기시작한뒤, 10월 30일의유엔총회정치위원회에서남북대표가참석할때까지토의를보류하자는소련의제안마저부결되자, 김일성은 11월 3일에남북통일전선에의한 통일정부수립 의견해를명확히밝혔다. 그는남북조선의민주역량에의거한자주적통일정부의수립을역설했다. 그는 남북조선의민주력량에의거하여우리인민자신의손으로민주주의적통일정부를수립할것 을천명했다. 2) 미소공위활용전략에서자주적정부수립전략으로의수정을천명한것이었다. 물론그렇다고김일성이통일정부의주체로언급한 남북조선의민주력량 에우파민족주의자들까지연합대상으로상정한것은아니었다. 이틀뒤인 11 월 5일, 유엔총회정치위원회는남북총선거및유엔한국임시위원단설치안을통과시켰다. 11월 14일에는유엔총회에서이결의안이가결되었다. 11월 18일에열린북조선인민회의제3차정기회의에서는조선임시헌법의필요성이제기되었고, 헌법준비위원회조직을결정했다. 미국이유엔을통한정부수립절차에들어가자북한역시정부수립절차를밟기시작한것이다. 이같은상황에서남쪽의김구, 김규식이먼저남북지도자회담을제안하고나왔다. 제안의조직적배경은 12월 20일에결성된민족자주련맹 ( 민련 ) 이었다. 김규식이주도한민련은 1947년 10월부터간간이흘러나오던남북지도자회담을적극적으로고민하기시작했다. 그결과 1948년 1월 26일에는김구와김규식이미 소양군철수, 남북요인회담, 총선을통한통일정부수립에의견일치를보았다. 2월 16일에는남북협상을제의하는두사람의서한이북으로전달 2) 김일성, 11 월 3 일선거 1 주년을맞이하면서 : 평안남도강동군삼등면선거자들앞에서한연설, 김일성저작집 4( ~ ), 조선로동당출판사, 1979, 511 쪽
25 되었다. 이편지는소련점령당국과김일성을고민에빠지게했다. 그렇지만, 표면적인변화는나타나지않았고, 3월초까지도여전히김구는이승만 김성수와함께 민족반역자, 미제국주의의주구, 반동분자, 민족의원수 등으로규탄되었다. 3) 김구와김규식에대한태도변화는 3월 9일진행된북조선민전중앙위원회제25차회의에서진행된김일성의연설이었다. 그는 우리의전체인민은일반적, 직접적, 평등적인선거권에기초하여비밀투표로써최고립법기관을전조선적으로선거할것을주장합니다. 이와같이선거된진정한인민의최고립법기관에서헌법을승인 하자고주장했다. 4) 기존의주장에서크게벗어난것은아니지만, 기존의 인민회의의전조선적선거실시 5) 주장이남북총선거를통한 최고립법기관 수립으로바뀌었다. 인민회의의권력형태를남측에강요하지않고, 남한우익과의협상과정에서논의할수도있다는의미로해석되는언급이었다. 6) 이후김구에대한비난은사라졌다. 김구에대한태도변화는북측이미소공위의결렬에따라 통일정부수립노선 의변경을고민하고있었고, 때마침남측에서김구세력과중간파를중심으로단선단정반대운동이거세게일어나고있었기때문이다. 더구나김구와김규식이남북협상의필요성을공식제기하고나선점은더이상그들을민족반역자로만취급할수없도록만들었다. 남북연석회의는민주기지론과그외연확장에대한고민끝에북이내린결론이었다. 그런데문제는북이여전히인민위원회의정권형태와민주개혁의전국적확산에기반한정부수립을포기한것이아니라, 그러한정책실현에김구와김규식의동의를얻어내고자하는데머물고있었다는사실이다. 7) 3) 윤경섭, 1947~1948 년북한의정부수립문제와남북연석회의, 사림 제 21 호, 수선사학회, , 44 쪽 ; 평북로동신문 1948 년 1 월 24 일자 ; 1 월 29 일자 ; 2 월 7 일자 ; 3 월 4 일자 ; 3 월 6 일자. 4) 김일성, 남조선반동적단독정부선거를반대하며조선통일과자주독립을위하여 라는김일성위원장의보고 ( 북조선민전중앙위원회제 25 차회의에서한연설, ), 민주건국에있어서북조선민전의역할 8 15 해방 3 주년기념보고요강, 북조선인민위원회선전국, 1948, 36 쪽. 5)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민주건국에있어서북조선민전의역할, 조선민보사, ) 윤경섭, 1947~1948 년북한의정부수립문제와남북연석회의, 사림 제 21 호, 수선사학회, , 44 쪽. 7) 이신철, 북한민족주의운동연구 (1948~1961), 역사비평사, 2008, 66 쪽
26 북측의이같은태도는김구김규식의편지에대해아무런언급도하지않고 3월 25일평양방송을통해남북연석회의를주장함으로써표면화되었다. 남측이주장하는남북지도자회담이아니라남북연석회의에찬동하는모든정당사회단체대표들이만나서문제를논의하자는주장이었다. 이는김구, 김규식의지도자로서의위상을인정하지않겠다는의미였고, 남북연석회의를통한헤게모니장악을강화하겠다는의미이기도했다. 이같은북측의입장에변화를이끌어낸것은김구와김규식의노력이었으며, 특히김규식의노력이돋보였다. 이들은남북협상에참여하여큰성과를거둘수있다고는생각하지않았지만, 동족상잔의전쟁은막아야한다는생각은확고부동했다. 김구는 우리나라에있어서도남북에서외력에아부하는자만은혹왈남정 ( 或曰南征 ) 혹왈북벌 ( 或曰北伐 ) 하면서막연하게전쟁을희망하고있지마는실지에있어서는아직그현실성도없을뿐만아니라, 전쟁이폭발된다하여도그결과는세계의평화를파괴하는동시에, 동족의피를흘려서왜적을살릴것밖에아무것도아니될것 이라며, 단독정부를수립하려는자들은전쟁도불사하겠다는자들이고, 그들은자신들의자질 ( 子姪 ) 들이징병에면제될것을믿는친일반민족자들과마찬가지라고성토했다. 8) 김규식도 남조선단선단정때문에남북이영영분열되고분열되기때문에북조선에 20만의인민군이있으니남조선에정부가서도그정부는며칠못갈것인데그때가서는남조선까지공산화시키고피를흘리고소련의연방이안된다고누가전도를단정할것인가? 라며 9) 양군철수후북측이남측을공산화할것에대한우려를표명하였다. 회담에대해서김구는북행직전한독당대표환송연에서가진기자회견을통해 이번북조선에갓다오면내뵐것이무엇이잇을건가. 나는공수래공수거가아닌가? 나로서의구심도업지도안타 라고회의적인반응을보였다. 그이전에도김구, 김규식은 3월 31일에남북연석회의개최에관한북측의서한을 8) 김구, 삼천만동포에읍고함 ( ) 9) 조선일보 경향신문 (
27 받은소감을피력하면서 미리다준비한잔치에참례만하라 는것이아닌가하는우려를표명한바있었다. 10) 김구와김규식은자신들의회의와대중들의우려를조금이라도불식시키기위해마지막까지노력했다. 김규식은민련을통해북측에전달할주장을조율했다. 4월 15일공개된다섯개의주장은다음과같다. 1. 여하한형태의독재정치라도이를배격하고진정한민주주의국가를건립할것 2. 독점자본주의경제제도를배격하고사유재산제도를승인하는국가를건립할것 3. 전국적총선거를통하여통일중앙정부를수립할것 4. 여하한외국에도군사기지를제공치말것 5. 미소양군조속철퇴에관하여서는선이 ( 先而 ) 양군당국이철퇴조건및기일등을협정하여공포할것을주장할것 11) 독점자본주의경제제도를배격한다는사회주의자들의논리를수용하면서도어떠한독재도인정하지않고사유재산제도를승인할것을주장해민주적자본주의국가를건립할것을분명히한것이었다. 이같은조건은북측에전달되었지만, 북측은마지막순간까지이내용에대한수락은물론남북지도자회담조차수용하지않았다. 결국 4월 19일남북연석회의예비회담이개최되고본회의개막이선언될때까지밀고당기는협상이계속되었다. 결국북측은 19일밤 10시평양방송을통해 모든준비는다되었으니빨리오시기바랍니다 라는암호방송을남측에전달했고최종적인북행이결정되었다. 김구와김규식은 21일아침 6시 30분경서울을출발했다. 12) 북측은 20일회의를휴회하고이들 10) 조선일보 서울신문 ) 동아일보 조선일보 1948 년 4 월 22 일자. ( 12) 우사연구회엮음 / 서중석지음, 남 북협상 : 김규식의길, 김구의길, 한울, 2000, 195~200 쪽
28 을기다렸다. 김구와김규식은평양에도착해서도남북연석회의에는소극적이었다. 김규식은병을핑계로회의에참석조차하지않았고, 김구는 21일축하연설만하고나왔다. 그들은계속적으로지도자회담을요구했고, 그결과 26일첫 4김회담이개최되었다. 27일에는남북지도자협의회가개최되었고, 28일에는김규식과김일성의개별회담도개최되었다. 30일에는다시 4김회담이열렸고, 같은날남북지도자협의회가개최되어 4개항의결정서가채택되었다. 이결정서에서남북협상의실질적인성과와의미라고할수있는 외국군대철수후제정당공동명의의전조선정치회의를소집하여민주주의임시정부즉시수립, 총선에의한조선입법기관선거후조선헌법제정하고통일적민주정부수립 13) 이라는통일정부수립방안이합의되었다. 이처럼 1948년남북협상과정은김구와김규식의노력으로실질적인남북대화가성사되는것으로귀결되었다. 만약이들이북의요청을일방적으로받아들였거나, 북에대한의구심을거두지않았다면역사적인남북대화는성사되지않았을것이다. 김구는북으로가기전 사랑하던동족을위해서는피차의책임전가보다도냉엄한현실을직시하고, 오직호양 ( 互讓 ) 의정신아래허심탄회로통일방략을강구하여야할것 이라며상호존중의정신을강조했다. 또 나는상대편을규탄하지못해서안하는것도아니요, 할것이업어서안하는것도아니다 라며서로에대한비방을중지할것을호소하기도했다. 14) 1948년남북협상은비록그이후남북의단독정부수립으로그성과가빛이바래버렸지만, 전쟁기간북으로 모셔진 임시정부인사를비롯한민족주의자들이계속적으로상호인정을통한통일을주장하게하는원동력이되었다. 나아가 1960년 4 19혁명을거치면서북한이연방제통일론을주장하게되는데에도직접적인영향을미치고있다는점에서그역사적의미가있었다. 13) 남북조선제정당 사회단체공동성명서 ( ), 남북조선제정당 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자료 (1948) ; 국사편찬위원회, 북한관계사료집 6( 서울, 국사편찬위원회, 1988), 62 쪽. 14) 자유신문
29 물론연방제통일방안은 6 25남북전쟁을겪으며북한이한국정부의물리력과미국의후원을뼈저리게경험하였고, 남측정부의실체를인정하지않을수없는현실, 그리고소련의평화공존론등의영향을복합적으로받은것이라고할수있다. 그럼에도김구김규식으로대표되는민족주의지도자들의끊임없는노력의결과라고도할수있는것이다. 결국 1948년남북협상의과정과결과는확고부동해보이는북한의혁명전략, 민주기지론을남측의역량에따라변화시킬수있으며, 실지로변화시켰던가장대표적이고가시적인사례임을보여주고있다 년의북한전략읽기 1948년남북협상이후남북회담과관련한남북관계는그적극성면에서나누어본다면, 1948년부터 1960년대까지북측이공세적입장을취했던시기, 7 4 남북공동성명서발표부터 1980년대까지힘의균형시기, 그리고 1990년대이후지금까지남측이공세적인시기로나누어볼수있다. 1948년부터 1960년대까지남북관계는북의통일정책이상대적으로적극적인모습을띠고있었고, 기본적으로북의민주기지정책에대한남측의대응이주요한요소가되었다. 다른측면에서보면 1960년대까지는북측의공세에적극대응할수있는준비를미처갖추지못한남측이대화를회피하거나건설에치중했던시기로해석할수있다. 1970년대초반의 7 4남북공동성명은전환의시기가도래했음을알리는신호였다. 그럼에도이시기에는국제적인호기를남북모두국내독재정치강화의기회로활용해버린불운의시기이기도했다. 그리고마침내 1990년대에이르러남측이공세적입장으로전환하기시작했고, 남북정상회담을주도할수있는위치에까지이르게된것이다. 2000년의첫남북정상회담은그같은흐름과함께, 한국사회의민주화가결정적인영향을미쳤다. 또한국제적으로는냉전의해체라는호기도작용하였다. 15) 2000년 15) 이같은시기구분은이신철, 남북정상회담의전사, 사림 제 30 호, 2008, 1~2 쪽참조
30 이후노무현정권시기에는남북대화기조는유지되었지만핵문제를둘러싼북미대립을넘어설정도의동력을얻는데는실패했다. 그이후 10여년의보수정권기간에는핵위기가더욱고조되면서대북압박정책이주도적위치를차지하고남북대화는후퇴하였다. 전쟁위기까지몰렸던북핵문제는 2017년문재인정권이들어서면서급속도로변화하고있다. 이점은 10년간의후퇴기에도남북대화에대한기본적인욕구가잠재해있었음을증명하는것으로볼수있다. 긴호흡에서본다면현재의남북정상회담의직접적배경은 1991년남북고위급회담과 남북의화해와교류협력합의서 ( 남북기본합의서 ) 의체결이다. 물론그같은변화의배경에는 1980년대의민주화운동이있었고, 1988년과 1989 년의민간통일운동이직접적영향을미치고있었다. 국제적으로는동구권사회주의국가들의몰락이라는사회주의체제의위기로인한북한체제의위기감이배경이되었다. 1991년의남북기본합의서는비록국회의비준을받지못했고, 연이은북핵위기에묻혀사문화되어버렸지만, 그영향은남북정상회담을통해지속되고있다고할수있다. 1991년기본합의서체결을전후해북한은매우적극적인모습을보였다. 1990년 9월일본의자민당과사회당북한의조선노동당 3당은 과거에일본이 36년간조선인민에입혔던불행과재난, 전후 45년간조선인민이받았던손실에대해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대해충분히공식적으로사죄하고보상해야한다고인정한다. 며조일수교에합의했다. 16) 1991년 1월 30일과 31일양일동안 1차조일수교교섭이진행되었다. 이후교섭은 2000년 10월까지 11차례의회담이지속되었다. 마침내 2002년평양선언에이르게되었다. 그러나일본인납치문제가불거지면서조일수교는급제동이걸렸다. 북측은 2014년 5월일본인피납치자재조사등유연한자세를보였지만일본은끝내수용하지않았다. 그런데그이면에는미국의입김이영향을미치고있었다. 북한은 1991년기본합의서체결이듬해인 1992년북한은조미수교를주장했다. 주한미군의주둔도허용하겠다고했다. 그렇지만, 미국은요구를거절하고 16) 중앙일보,
31 핵개발의혹을제기했다. 이후미국의대북압박정책이시작되었다. 이에맞서 1993년북한은 NPT 탈퇴카드를꺼내들었다. 소위북핵위기가시작된것이다. 1994년제네바에서 북 미기본합의 가전격체결되면서위기는해소되는듯했다. 미국과한국은원자력발전소건설을지원하기로했고, 북한은 2003년초까지핵개발을중단했다. 이때까지는조일간의평양선언등으로인해위기극복이가능할것으로예상되었다. 그렇지만, 2003년초부시대통령은북한의우라늄고농축의혹을제기하며원자력발전소건설을중단했다. 북한은즉각적으로핵개발재개를선언했다. 조일수교교섭도중단되었다. 이는드러나지않은미국의속도조절로의심할수있다. 이후문제해결의공은 6자회담의틀로넘어갔고, 2005년북한비핵화와북미, 북일수교와평화협정체결등을골자로한 9.19합의 가극적으로타결되었다. 17) 중국과소련의개입으로문제가해결되는듯보였지만, 바로그다음날미국은북한의위조지폐제작의혹을제기하며금융제재 (BDA) 를개시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첫핵실험으로맞섰다. 2008년이명박정권이들어서면서한국에의해북한의선비핵화정책이공식화되었고, 대화채널은막혀버렸다. 그리고 2009년 5월 2차, 2013년 2월 3차핵실험을감행했다. 2016년 1월 4차, 9 월 5차, 2017년 9월 6차핵실험을진행했다. 북한은동시에 1998년 9월부터 2017년 11월까지인공위성발사실험과장거리미사일발사실험을지속적으로진행시켜왔다. 그리고마침내핵무기를탑재한대륙간탄도미사실개발의완성을선포하기에이르렀다. 18) 북한이이토록핵무기에집착한이유는무엇일까? 그위기의시작은 1980 년대말의동구권사회주의국가몰락으로대변되는냉전의해체이다. 체제위기를돌파하기위한방편으로조일수교, 조미수교카드를꺼내들었지만, 미국에의해그것이좌절되었다는판단이깔려있다. 북이강성대국론을꺼내든 17) 이신철, 북한은왜이토록미사일과핵에집착할까?, 오마이뉴스 ) 11 월 29 일미사일실험직후김정은의핵무력완성발언은 11 월 30 일전세계언론의머릿가사를장식했다
32 것이 1997년이다. 19) 김정일은회담에의한개방정책을잠시미루고자존을위한무력개발에방점을두기시작했다. 그것이김정은에게유언으로남게되었다. 2017년에이르러김정은은그유언의완성을천명한것이다. 그렇지만강성대국의또다른축인경제성장은아직그기틀조차튼튼하지않다. 북은오랫동안개혁개방을준비해왔다. 1980년대평양에대규모국제호텔과국제교류를위한다양한건물을건축하고, 남측의올림픽에대응해세계청년학생축전과같은대규모국제행사를유치한것은그러한정책전환의일환이었다. 그러나폐쇄적경제구조하에서무리한투자는경제난을가중시켰고, 위기를돌파하기위해더욱강한핵무장정책에매달리게된것이다. 2002년평양선언이후북이대일수교협상에서한국식경협방식의과거청산에합의한것과주요협상내용이배상금액이었다는점등은그러한정책의방향을보여주고있다. 현재김정은정권이적극적인대화국면을만들어가려고하는이유는핵무력완성과경제성장을통한강성대국실현의전락적단계에따른것으로이해할수있다. 5. 김정은체제의몇가지특징과남북관계개선방향모색 1990년대이후북의주요외교정책과강성대국정책에서유의할점은북의체제유지를위한전략과정책에서핵무장자체가최종적목표가아니라는점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중후반까지북의주요정책방향은개혁개방과경제성장에초점이맞추어져있었다. 최소한경제와핵무력개발의병진정책을추구하고있었다고할수있다. 이점은경제성장이라는주요정책의목표달성을통한체제유지라는목표가가시권에들어오면핵무력포기, 즉비핵화를선택할가능성이충분히열려있음을의미한다. 더구나북의뒤에는중국이라는든든한혈맹이버티고있다. 최근조중관계 19) 위대한당의영도따라사회주의건설에서일대앙양을일으키자, 노동신문,
33 가악화되고중국의대북제재가강화되고있지만, 그것은비핵화와함께금세회복가능한수준의것이다. 나아가북의붕괴라는상황은중국은마지막까지피하고싶은선택이라는점은거의동북아질서의근간에해당한다. 임박한남북정상회담과조미정상회담을앞둔조중정상회담은그같은그같은기본질서의성격을잘드러내보여주고있다. 현재의국면은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네나라가정상회담을계기로동북아정세재편의주도권을추구하는형국이다. 공교롭게도한국을제외하고 3국은모두지도자들의정치적위기라는문제를안고있다. 트럼프대통령과아베총리의경우개인비리와연결된정치적위기성격이강하지만, 시진핑의경우독재정치라는구조적문제를안고있다. 물론미국과중국의경우다양한해법을가지고있지만, 한국의동북아평화질서창출요구를반대하는방향에서자신들의위기를돌파할이유가없는상황이다. 일본의경우는조일수교이외에는다른길이딱히보이지않는상황이다. 이같은상황은노무현정권이내세웠던동북아균형자론을넘은한반도운전자론의실현가능성을그어느때보다높여주고있다. 현재의유리한조건을성공시키기위해현재몇가지유의점을생각해볼필요가있다. 그동안한국사회에만연해있던김정은체제에대해객관적인시각의확보가필요하다. 김정은정권출범이후북의이미지는무자비한숙청, 핵에광분한전쟁광, 이설주와현송월로대표되는남성주의적시각등과같은것들이다. 그런데그각각의문제들은다른측면에서살펴볼필요가있다. 고모부장성택의처형으로대표되는숙청의이면에는부패척결과정권의세대교체라는성격이내재되어있다. 김정은집권이후지방의하급집단농장간부들까지젊은간부로교체되었음이여러경로를통해확인되고있다. 최근에는남측에서 김정은집권이후 140명의간부가숙청됐는데이는김정일시대때에비하면 7% 에불과한숫자 라는 20) 주장이등장하기도했다. 간부의연소화는김정은과김여정의스위스유학경험과맞물려개혁개방 20) 중앙일보 ( 인터넷판 )
34 정책에대한지지층이생각보다광범위하게형성되어있음을의미한다. 두번째로유의할점은김여정의남한파견이나이설주의정상회담동행등은여성의지위향상이라는측면도있지만, 정상국가로의지향성을드러낸것으로볼필요가있다. 정상외교현장에부부동반은서구외교가의관행이었는데, 김정은이사회주의적관행을깨고그러한행보를보이고있다는점이다. 이는조선인민군창건일을 2월 8일로되돌려놓은데에서도확인할수있다. 유격대창건일이아닌정규군의창건을기념하는것은유격대국가가아닌정상국가로의지향을표상하고있다. 핵무기개발과관련해서는앞에서언급했듯이그것이공격용무기라기보다체제유지용또는경제협력협상용으로활용되고있는측면이있다는점에주목할필요가있다. 김정은정권의이같은특성을이해하기위해서는, 또의미있는정상회담의성과를이끌어내기위해서는이제까지와는다른시각의확보가선행될필요가있다. 그와관련해북에대한호칭문제도적극적으로고민할필요가있다. 이미남북이유엔에동시가입한상황에서상대를국가가아닌국가보안법의틀속에서이해한다면관계를진전시킬수없는장애요인이될수밖에없다. 북이정상국가화를지향한다면거기에일정정도호응하는것이좋은선택이될수있다. 최근의한반도주변정세는 1980년대이후의냉전해체를극적으로변화시킬수있는세계사적변화의마침표가될수있다. 한반도에서시작된냉전이한반도에서그마지막숨을헐떡이고있다. 70여년전우리운명을스스로결정하지못하고, 통일정부수립의마지막시도마저성공시키지못했던아픈역사를넘어이제는동북아평화질서의선도자가될기회가주어졌다. 그기회의성공여부는이제우리손에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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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주제발표 1948 년남북협상의사상적배경에대한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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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948 년남북협상의사상적배경에대한시론 실사구시 ( 實事求是 ) 와전략적대화를위한성찰 이상수 언론인 1. 들어가는말 : 한국사상의특질과 바람의흐름 2. 남북협상을추진한중도노선에대한평가 2.1. 여운형 : 역량에맞는실천 2.2. 김규식 : 자기정복과민주주의의조선화 2.3. 백남운과홍명희 : 민족과계급, 국제정세의섬세한이해 2.4. 중도노선평가 : 가보지않은길의개척 년의김구 : 삼팔선을베고쓰러지겠다 3. 남북연석회의와남북협상에대한평가 3.1. 전술적대화와전략적대화 3.2. 통일전선전술과전술적대화의한계 4. 맺는말 : 어떻게전술적대화를넘어설것인가 1. 들어가는말 : 한국사상의특질과 바람의흐름 1948 년의남북협상처럼역사적정치적의미를지니는사건에대해서는사
39 회과학적방법론을바탕으로연구하는게자연스러운일이겠다. 인간의사유를탐구하는철학연구자가이런사건에접근한다면어떤발언을할수있을까? 그발언이다른연구와구별되는의미를지닐수있을까? 이글은이런소박한물음에서시작했다. 그래서글머리에서, 이글이실험적인시도라는사실을먼저고백하고독자의양해를구하고자한다. 단재신채호 (1880~1936) 의이야기로부터우리의문제제기를시작해보 자. 신채호는 조선사람 의비주체적인면모에대해다음과같이비판했다. 우리조선사람은매양이해 ( 利害 ) 이외에서진리를찾으려하므로, 석가 ( 釋迦 ) 가들어오면조선의석가가되지않고석가의조선이되며, 공자 ( 孔子 ) 가들어오면조선의공자가되지않고공자의조선이되며, 무슨주의 ( 主義 ) 가들어와도조선의주의가되지않고주의의조선이되려한다. 그리하여도덕과주의를위하는조선은있고조선을위하는도덕과주의는없다. 아! 이것이조선의특색이냐, 특색이라면특색이나노예의특색이다. 나는조선의도덕과조선의주의를위하여곡 ( 哭 ) 하려한다. 1) 신채호의비판은준엄하다. 이논설은일제강점기에육체적정신적으로노예상태에빠진조선사람들을일깨우기위한채찍질이다. 매우교조적이거나배타적인성향을보이는조선의성리학, 일부예수교도, 그리고북한의주체사상등을보면, 이땅은신채호의지적처럼일쑤공자의조선, 예수의조선, 맑스의조선으로변해버렸던느낌이없지않다. 그러나나는고전학자로서, 조선의고전을읽다보면, 신채호의지적과는전혀다른기질도발견할수있음을증언하고싶다. 조선의역사에는공자가들어오면그걸조선의공자로만들고자고투한선배들이존재했다. 석가와 1) 신채호, < 낭객 ( 浪客 ) 의신년 ( 新年 ) 만필 ( 漫筆 )>, 동아일보 (1925 년 1 월 2 일 );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엮음, 단재신채호전집 하 ( 서울 : 형설출판사, 1995), 26 쪽
40 예수와맑스가들어오면역시그걸조선의석가, 조선의예수, 조선의맑스로만들고자고투한선배들또한다수존재했다. 한국사상사에서신채호의시각만받아들인다면, 우리는선배들의이런고투의흔적을역사에서지워버리는잘못을저지르게된다. 한국사상사에는맹목적으로외래사조를수용하거나자기신념만을배타적으로고집한교조적경향도분명히찾아볼수있지만, 되레대화적이고포용적이며융합적인특질도뚜렷하게이어져왔다. 대화적 이라는말은일방적이지않다는뜻이고, 포용적 이라는말은이질적인요소를잘받아들인다는뜻이며, 융합적 이라는말은여러가지생각을섞어새로운것을만들어낸다는뜻이다. 한국사회의안하무인적일방통행성, 유아독존적배타성, 번갯불에콩구워먹는조급성을매일매일체험하는한국인으로서는, 한국사상의특질에대화적이고포용적이며융합적인면모가있다는주장이매우낯설게들릴것이다. 한국사람들의성미가급해서인터넷과핸드폰이발달했다는, 칭찬비슷하지만칭찬이라고받아들이기엔좀야릇한논법까지유행하는시절이아니던가. 그러나한국사상의굵은흐름안에는, 분명히대화적, 포용적, 융합적이라고나해야할특질또한복류천처럼면면히흐르고있음을인정하지않을수없다. 몇가지예를들어보자. 가령신라말기의문인고운최치원 (857~?) 은 < 난랑비서 ( 鸞郞碑序 )> 라는글에서조선에고유한 바람의흐름 [ 風流 ] 이있다고하면서다음과같이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가물하고오묘한길 [ 玄妙之道 ] 이있으니, 이를 바람의흐름 [ 風流 ] 이라고한다. 이가르침의근원에대해서는 신선의역사 ( 仙史 ) 라는글에상세히실려있다. 이는실로유교, 도교, 불교의세가지가르침을포함하고있어, 모든중생과만나이들을변화시킨다. 들어오면집안에서효도하고나가서는나라에충성을다바친다는것은노 ( 魯 ) 나라사구 ( 司寇, 공자를가리킴 ) 의뜻이요, 무위 ( 無爲 ) 의일에처하고말하지않는가르침을
41 실천한다는것은주 ( 周 ) 나라사관 ( 史官, 노자를가리킴 ) 의가르침이며, 모든 악을짓지말고모든선함을받들어행하라는것은천축국 ( 天竺國, 인도 ) 의 태자 ( 싯다르타를가리킴 ) 의가르침이다. 2) 최치원이말한 현묘지도 와 바람의흐름 은한국사상의원초적특질이라고할수있다. 한국사상에는유가, 불가, 도가의어느한가지가르침에쉽게치우치지않고, 이들의가르침을포용하고융합해새로운것을만들어내려는충동이강하게존재해왔다. 가령원광 (555~638) 은스님이면서도유교에밝아, 유가와불가의가르침을뒤섞어 세속오계 를만들어냈다. 원효 (617~686) 도불가뿐아니라유가와도가사상에도정통했다. 그는아예세상의모든논리들을융합해새로운조화를이뤄내는 화쟁 ( 和諍 ) 의방법론을만들어냈다. 이를통해그는당시크게융성하던화엄학과유식학등당대불학 ( 佛學 ) 의사조들을모두융합해냈다. 그래서화엄학파에서는원효를화엄학의큰스승으로여겼고, 유식학파에서는그를유식학의대가로여겼다. 조선후기에서학 ( 西學 ) 의도전에직면해, 유학과서학의종합을시도한혜강최한기 (1803~1877) 같은학자가등장한일이나, 수운최제우 (1824~1864) 가유 불 도는물론예수교의장점까지흡수해동학을창시한일이우연이라고하기는어렵다. 바람의흐름 [ 風流 ] 이라고불리는대화와포용과융합의복류천이최치원시절의현묘지도에서원효의화쟁사상을거쳐, 최한기의 기운공부 [ 氣學 ], 최제우의 동쪽나라의배움 [ 東學 ] 으로이어진다는평가가무리는아닐것이다. 서로다른신념체계는어떻게서로대화하고포용해서새로운융합을만들어낼수있는가. 삼국유사( 三國遺事 ) 에는가난해서불공을드릴수없었던비구니한사람이선녀의도움으로황금을얻어불공을드리면서, 선녀의부탁에따라무속신앙의숭배대상인산신령을절에함께모시게됐다는 2) 金富軾, 三國史記 < 新羅本紀第四 > 眞興王 37 年 : 崔致遠 < 鸞郞碑序 > 曰 :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備詳 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羣生 且如入則孝於家,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周柱史之宗也 ; 諸惡莫作, 諸善奉行, 竺乾太子之化也
42 설화 3) 가나온다. 오늘날에도한국의대다수사찰안에는산신령을모시는삼성각혹은산신각이부처를모신불당과평화롭게공존하고있다. 한국사상의포용적융합적특질을이보다더잘보여주는상징물도없을것이다. 이런공존이얼마나지난한일인지에대해서는, 예수교의예배당안에삼성각이나산신각같은사당을설치하자고주장한뒤예수교인들의반응을보면바로이해가될것 4) 이다. 서로다른신념체계의포용과융합은비구니지혜와선도성모의경우처럼서로를내면으로받아들이는상호침투적이고전략적인대화를통해서가능하다. 한국사상의포용적융합적특질은사상면에서만이아니라문화예술에서도찾아볼수있다. 가령당나라의 쟁 ( 箏 ) 이라는악기가전래해왔을때, 가야의가실왕은 여러나라의말이각기다르니음악이어찌한결같을수있겠는가? 5) 라고하며이를고쳐가야금을만들도록하고, 우륵으로하여금이악기로열두곡을짓도록했다. 조선의원초적음악에당나라의악기를포용함으로써새로운융합의창조물을낳은것 6) 이다. 한국사상사에서교조적성향이강해지는건, 주자학, 예수교, 맑스주의가전래해오면서생긴새로운경향이다. 이들은각각정통론 ( 正統論 ), 유일신론, 과학적사회주의등을내세우며자신과다른신념체계를 이단 ( 異端 ) 이거나 오류 혹은 비과학적 이라고비판했다. 한국사상사에서이런경향은되레예외적이라고봐야할것이다. 신채호가비판한것은이런교조적인 3) 신라진평왕때비구니지혜 ( 智惠 ) 라는이는안흥사 ( 安興寺 ) 라는절의불당을수리하고싶었으나돈이없었다. 어느날꿈에선도성모 ( 仙桃聖母 ) 라는선녀가나타나, 지혜에게불당을수리할수있도록황금열근을줄터이니부처와더불어 오악신군 ( 五岳神君 ) 을함께모셔달라고제안했다. 오악신군이란신라에서 오악 으로불리던토함산, 지리산, 계룡산, 태백산, 부악등다섯산의산신령을말한다. 지혜는꿈에서보았던선도성모를모신성황당바닥에서황금 160 냥을찾아내어절을중건하면서약속대로오악신군을함께모셨다. ( 一然, 三國遺事 < 感通 >, 仙桃聖母隨喜佛事 조참조.) 4) 조선의고유한무속신앙과불교가융합하는과정이이설화처럼간단하지만은않았다. 불교가예수교보다더관용적이긴하지만, 다른신념체계의수용이설화적설명만큼쉬운일은아니었다. 무속과불교의사상투쟁은정권이오락가락할정도로심각한문제였다. 이차돈의순교가빚어진것은그투쟁의심각성을보여주는상징적사건이었다. 5) 앞책, < 雜志第一 樂 >: 諸國方言各異, 聲音豈可一哉? 6) 가실왕의발언은 나랏말씀이중국과달라문자가서로맞지않는다 라고하여, 다름 에대한인식을바탕으로한자와전혀원리가다른한글을만든세종대왕의생각과맞닿는다. 김부식은신라의음악을소개한뒤, 이음악들은모두우리나라사람들이기뻐하고즐겼기때문에지은것들이었다 ( 앞책, 같은곳 : 此皆鄕人喜樂之所由作也 ) 라고평가하고있다
43 성향이다. 그러나이렇게교조적성향이강한주자학, 예수교, 맑스주의를받아들이면서도이를조선의주자학, 조선의예수교, 조선의맑스주의로만들고자노력한이들또한끊이지않고등장 7) 했다. 우리는조선사람의교조적성향에대한신채호의비판에도충분히주의를기울여야하지만, 한국사상사에서면면히이어져온대화적포용적융합적특질에도주목을돌릴필요가있다. 인류의역사에서서로다른문화가만났을때, 두문화가교섭하는방식은 전쟁 아니면 대화 였다. 유일신과유일진리를주장하는문화는일쑤전쟁의형태로다른문화와교섭했다. 가령주자학의정통론을고수하면 오랑캐 인청나라와싸우지않을수없어 북벌론 ( 北伐論 ) 이라는허황한주장에빠져든다. 예수교와이슬람교는오랜전쟁을치렀고, 맑스주의는폭력혁명을정당화했다. 그러나포용적융합적사상은다른문화와만났을때대화를통해충분히서로교섭할수있다. 가령불교는전쟁도침략도없이오로지상대의자발적수용을통해다른문화권으로침투해들어간몇안되는문화가운데하나다. 한국사상의전통가운데대화적포용적융합적특질이있다면우리는적극적으로이런특질을발굴하고이어갈필요가있다. 교조적이고근본주의적인문화보다는대화적포용적융합적문화가더성숙한것이기때문이다. 독자들은 1948 년남북협상의사상적배경에대해검토하겠다고하면서, 너무거슬러올라갔다는생각이들것이다. 한국사상의대화적포용적융합 7) 이런조류들이들어왔다고해서한국사상의대화적포용적융합적특질이절멸되지는않았다. 가령 숭유억불 ( 崇儒抑佛 ) 을내세운조선왕조는불교를탄압하긴했지만완전히말살하려고하지는않았다. 조선의왕들은정사를돌볼때는유학자들에게둘러싸였지만, 마음의평안을얻기위해서는불경과사찰을찾았다. 석보상절 ( 釋譜詳節 ) 을비롯해왕실이주도한수많은불경 ( 佛經 ) 의언해 ( 諺解, 한글번역 ) 작업이이를말해준다. 교조적인조선성리학이지배하던시절에도적지않은조선의선비들은유 불 도를넘나들었다. 가령남명조식 (1501~1572) 은 장자 에심취해, 남명 ( 南冥 ) 이라는그의호와그가기거하던 뇌룡사 ( 雷龍舍 ) 등이모두 장자 에서따온표현이었다. 율곡이이 (1536~1584) 는젊었을때금강산에서출가해불도 ( 佛道 ) 를닦은적이있고, 노자 에서유가와부합하는내용을발췌해 순언 ( 醇言 ) 이라는책을엮어내기도했다. 서포김만중 (1637~1692) 은 서포만필 ( 西浦漫筆 ) 곳곳에서불가와도가의논리에뛰어난점이있음을서슴지않고설파했다. 다산정약용 (1762~1836) 의당호인 여유당 ( 與猶堂 ) 은 노자 에서따온말이다. 이런예는수도없이많다
44 적특질에대해서는별도의충분한연구가필요할것이다. 여기서는한국인과한국문화에교조적인성향만있는게아니라, 대화적포용적융합적특질도있음을모두에밝혀두고논의에들어가는데만족하겠다. 해방정국은매우복잡하고혼란스러운상황이었다. 미국과소련이군사적편의상남북을분할점령했고, 국내외에서쏟아져나온정치세력들도극좌에서극우까지지극히다양했다. 이혼란스러운정국을타개해나가기위해서는대립을부추기는지도자보다대화의거인이절실하게필요했다. 그러나이시기의대다수정치세력은인내를요하는대화보다손쉽고선명한대결을선택했다. 우리는한국문화에대화적포용적융합적특질이있다는점을염두에두면서, 이시기에대결대신대화의길을걸어간이들의사상적배경을따라가보려고한다. 해방정국과같은험난한정치환경에서도 바람의흐름 [ 風流 ] 은대화적포용적융합적특질의힘을유감없이발휘했어야마땅하기때문이다. 이런점에서 1948년의남북협상은매우의미있는분석대상이다. 1948년 4월평양에서열린남북협상은해방이후남북주요지도자들이망라된최초의대화였다. 이런대화는 1945년에절실했다. 1948년의남북협상이성공할가능성은거의제로에가까웠다. 그런데왜해방이후거의 3 년이나흐른시점에서남북지도자들은대화에나섰을까. 이대화시도를어떻게평가해야할까. 우리는일단해방정국에서줄기차게좌우의협력과대화를강조한중도노선의인물들을평가해보려고한다. 이들의사상에대한검토를통해중도노선의움직임속에대화와포용과융합이라는한국사상의특질이작용하고있었는지확인해보려고한다. 이런검토는 1953년정전협정체제를영구적평화체제로전환하는실천에도참고자료가될수있을것이다
45 2. 남북협상을추진한중도노선에대한평가 해방정국에서중도노선의대표인물은좌파진영의여운형과우파진영의김규식이었다. 여기에좌파의백남운과홍명희, 우파의안재홍등을더할수있다. 이글은빈약한기록을더듬어이들이사유한세계를재구성해보려고한다 여운형 : 역량에맞는실천 몽양여운형 (1886~1947) 은좌파로분류되지만, 지극히실사구시 ( 實事求是 ) 적인사고를한인물이었다. 1919년상하이임시정부가조직됐을때, 그는 임시정부라는명칭이과대하다고판단하여당의형태를가질것을주장 8) 했다. 그는또 독립동맹의무정으로부터 조선에는무산계급혁명단계가아니고, 공산당의명칭을가지고나갈단계가아니기로 조직을독립동맹으로하였다는얘기를전해듣고, 이념과실천이서로간에완전히합류된것을알고유쾌하였었다 9) 라는발언도남겼다. 이런일화는그가과장된선언보다자기역량에맞는실천을중시한사람임을보여준다. 정치운동의출발점은자기역량에대한객관적인평가이다. 자기역량을객관화할줄모르면과유불급 ( 過猶不及 ) 의오류를저지르며, 중용 ( 中庸 ) 의실천이불가능하다. 해방정국에서좌우의대다수정치세력들은자기역량에대한객관적평가의결여로인해합작이사활적으로중요하다는사실을깨달을수없었다. 여운형은모든항일세력의대동단결을통한자주국가의수립을추구했다. 가령 1944년여운형이조직한조선건국동맹의강령은다음과같다. 8) 서중석, 한국현대민족운동연구 : 해방후민족국가건설운동과통일전선 ( 서울 : 역사비평사, 1991), 108 쪽. ( 앞으로이책은 서중석 1 로줄임.) 9) 앞책, 427 쪽
46 첫째, 각인각파를대동단결하여거국일치로일본제국주의제세력을구축하고조선민족의자유와독립을회복할일. 둘째, 반 ( 反 ) 추축 ( 樞軸 ) 제국과협력하여대일연합전선을형성하고조선의완전한독립을저해하는일체반동세력을박멸할일. 셋째, 건설부면에있어일체시위 ( 施爲 ) 를민주주의적원칙에의거하고특히노농대중의해방에치중할일. 10) 건국준비위원회의모태가된조선건국동맹의강령은먼저 각인각파 의 대동단결 을강조했다. 건국사업은좌우어느한쪽의역량만으로가능한일이아니기때문에이점을강조한것이다. 이어 반추축제국과협력 을강조했다. 연합국과손잡고항일투쟁을전개해독립을도모하자는뜻이다. 독립을저해하는일체반동세력을박멸 한다는말에대해서중석은, 반동세력을친일세력이라고명시하지않은것은친일세력의적대감을완화시킬수있고, 반동적인역할만하지않으면그일부를포용할수도있다는의미로해석할수있을것 11) 이라고했다. 강령은민주주의와노농대중의해방을궁극적으로추구해야할목표로삼았다. 강령전반에서이른바 좌파 의냄새가거의나지않는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와 노농대중해방 이라는진보적가치또한포기하지않고있다. 여운형은한가지사상에만매달리지않고유연했다. 기독교인들은여운형을기독교인이라고생각하였고, 사회주의자들은그를사회주의자로보았다 12) 는평이있다. 커밍스는 여운형의정치관은기독교정신과윌슨식민주주의와사회주의가혼합된것 13) 이라고평했다. 여운형은이처럼한가지사상에빠지지않고다양한사상을융합해자기것으로만드는인물이었다. 사상은현실을들여다보는도구이지목적이아니다. 어떤농부도호미나가래등수백가지농기구가운데서오직한가지만써야한다고고집하지는 10) 앞책, 110 쪽. 강조는인용자의것. 11) 앞책, 109 쪽. 12) 앞책, 108 쪽각주 ) 커밍스, 김동노등옮김, 브루스커밍스의한국현대사 ( 서울 : 창작과비평사, 2001), 269 쪽
47 않는다. 사상도사용원리는농기구와같다. 여운형은실사구시와융합적사고를바탕으로해방직후건국준비위원회와좌우합작위원회등민족통일전선조직을이끌어갈수있었다. 해방직후의첫여론조사에서그는 조선을이끌어갈양심적지도자 의 1위로꼽혔다 14). 그러나그는 1947년 7월19일극우세력에의해암살당했다. 이로써한국인은해방이후건국사업에서가장필요했던 대화의거인 을상실했다 김규식 : 자기정복과민주주의의조선화 여운형이좌파중도노선을걸었다면, 우사김규식 (1881~1950) 은우파중도노선을걸었다. 그는 1918년신한청년당의창당때부터여운형과함께한동지였다. 1918년파리강화회의민족대표, 1922년러시아모스크바극동민족대회대표등풍부한국제무대활동경험을지닌그는국제정세에밝고정세판단이뛰어났다. 김규식은 1922년모스크바체류시절 < 아시아의혁명운동과제국주의 > 라는글을발표했다. 이글에서그는 조만간중국은일본과의전쟁에정면으로맞부딪치게될것 이라고하여중 일전쟁을내다보았다. 그는또 한반도독립이극동문제를평화적으로해결하는첫번째과제 라며 한반도독립을위해극동지역반제국주의세력이모두협동전선을펴야한다 고주장 15) 했다. 김규식은국제정세를객관적으로읽고판단하는통찰력이뛰어났다. 그는조국의독립을위해민족내부세력은물론국제적협력까지최대한동원하고자했다. 그런그가좌우합작단체인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 (1932년) 14) 1945 년 11 월우파성향의선구회라는단체가실시한여론조사. 서중석, 사진과그림으로보는한국현대사 ( 서울 : 웅진지식하우스, 2013 년개정증보판 ), 52~53 쪽. 15) 모스크바에서발행되는 공산평론 1922 년 7 월호에실린영문논문. 김삼웅, 우사김규식평전 : 투쟁과협상의지도자 ( 서울 : 채륜, 2015), 112~114 쪽. 그는또한 1932 년에는 < 원동정세 > 란글을통해태평양전쟁이터질것을내다보고, 전후연합국의한반도정책등에대해서도매우날카롭게전망한바있다. 김삼웅, 앞책, 139~141 쪽참조
48 과민족혁명당 (1935년) 의결성등민족통일전선을위해헌신한것 16) 은당연한귀결이었다. 충칭임시정부의부주석으로있으면서일제의패망을맞은김규식은귀국뒤첫공식모임에서다음과같이발언했다. 좀길지만인용할가치가있다. 특히한가지필요한것은자기를정복하여야한다는것입니다. ( ) 당시세계를정복한알렉산더대왕이들어왔을때이철학자는세계를정복한왕에게말하기를, 당신은세계를정복했으나아직도큰적이남아있으니이제당신은자신을정복하시오 라고말하였습니다. 그래우리조선사람은과거에있어서자기자신을정복하지못하였기때문에마침내남에게정복당하고만것입니다. 우리는지금부터내가나를정복합시다. 내단체가내단체를정복할것입니다. 김주석 ( 김구 ) 이김주석자신을정복해야할것이며이승만박사는이승만박사자신을정복할것입니다. 김규식은김규식자신을정복할것입니다. 우리는우리전체의이익을위하여우리각자를정복하는날비로소미군은 굿바이 인사하고이곳을떠날것입니다. 뿐만아니라소련군도 더스비다니야 하고물러갈것입니다. 카이로회담에 적당한시기에조선독립을준다 고한 적당한시기 란우리가늦출수도있는것이고빠르게할수도있는것입니다. 즉우리손에달렸단말입니다. 우리가바로만하면미군과소련군이내일이라도없어질것입니다. 사람들을못보내고있는것은우리조선사람전체의책임인것입니다. 17) 자기를정복하라 는김규식의말은자기중심주의를넘어서라는말이다. 김규식이평생민족통일전선과좌우합작에헌신할수있었던것은그가이 16)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의강령가운데는 우리는필요한우군과연결을기한다 ( 앞책, 132 쪽 ) 는내용이포함돼있고, 민족혁명당의정책에는 우리혁명운동에동정원조하는민족및국가에대해서는이와의연결을도모한다 ( 앞책, 152 쪽 ) 고하고있다. 17) 1945 년 11 월 25 일귀국한김규식은사흘뒤인 11 월 28 일정동교회에서열린기독교남부대회겸임정요인환영회에참석해이발언을남겼다. 이자리에는김구와이승만도참석해있었다. 김삼웅, 앞책, 199~200 쪽
49 런자기극복의철학을가지고있었기때문이었다. 김규식은자기혁명을통해사회혁명을이끌어내고자했다. 1945년말모스크바삼상회의의내용이국내에왜곡전달되어모든우파가반탁에나섰을때, 김규식은먼저임시정부의구성을통해탁치문제를해결하자는대안을내놓았다. 미소공동위원회가진행될때는모스크바삼상회의결정에따른임시정부수립방침을뒷받침하기위해여운형 안재홍등과함께좌우합작위원회를구성 (1946년 7월 ) 했고, 1947년 12월에는홍명희 안재홍등과손잡고민족자주연맹결성을주도했다. 그가주도한민족자주연맹의창립선언에는다음과같은글이고딕으로강조되어있다. 금일의조선에는독점자본주의사회도무산계급독재사회도건립될수없고오직조선의현실이지시하는조선적인민주주의사회의건립만이가능하다. 이것은어떠한국가의세력이나어떠한사상의역량으로도변경할수없는역사적귀결이다. 그러므로우리는조선을민주주의화할뿐만아니라, 또한민주주의를조선화하여야할것이다. 18) 민족자주연맹은독점자본주의사회와무산계급독재사회를동시에배격하면서, 조선방식의민주주의사회를건설할것을촉구하고있다. 이를위해서는식민지조선이민주주의적으로개조되어야함은물론이며, 민주주의또한조선의것이되어야한다고주장하고있다. 박정희가만들어낸 한국적민주주의 란술어때문에식상한표현이되어아쉽지만, 조선의민주주의화와민주주의의조선화 는선각자김규식이오늘의우리에게던지는, 피해갈수없는화두이자과제이다. 김규식에대해일제의정보기관은다음과같이평가하고있다. 18) 우사연구회편, 서중석, 남북협상 : 김규식의길, 김구의길 ( 서울 : 한울, 2000), 108 쪽에서재인용. 위인용문구가모두고딕으로강조되어있으며, 인용할때다시고딕으로강조한부분은인용자의것임. 앞으로이책은 서중석 2 로줄임
50 그는온건파라할수있으며, 외교적방법을택해서친러시아 친미국 친중 국쪽이며, 그러면서도부분적으로폭동을주장한다. 19) 온건파이고외교적방법을택하면서폭동을주장한다? 러시아 미국 중국과 두루친하다? 한마디로파악하기쉽지않은인물이라는얘기다. 김삼웅은 김규식을다음과같이평한다. 김규식은한국의지도자로는보기드물게이상 ( 또는신념 ) 과식견 ( 또는 통찰력 ), 현실감각이조화를이루고있었다. 20) 김규식은기독교의배경을지녔지만여운형과마찬가지로어느한가지사상에만매달린인물은아니었다. 그의이런융합적기질이그를민족통일전선과해방후좌우합작운동, 그리고남북협상과통일운동의중심인물로만들었다 백남운과홍명희 : 민족과계급, 국제정세의섬세한이해 여운형과김규식이외에도백남운, 홍명희등의좌파중도노선도기억해둘가치가있다. 일제치하에서 조선사회경제사 등의연구를통해사회경제사분야를개척한역사학자인백남운 (1895~1979) 은 1946년펴낸소책자 조선민족의진로 에서박헌영의극좌적노선과는거리를두며, 조선민족의요청하는정치, 경제, 문화는연합국의원수들보다도조선의평민이더잘알고있는것 21) 이라고말했다. 조선의평민이더잘알고있다는말은, 광범위한대중에기초해해방정국을이끌어가야한다는말이다. 더넓은시야의확 19) 김삼웅, 앞책, 101 쪽. 20) 앞책, 313 쪽. 21) 백남운, 조선민족의진로, 14 쪽, 서중석 1, 370 쪽에서재인용. 강조는인용자
51 보를위해그는 공산주의자는민족해방을이해해야할것이고, 민족주의자는계급해방을이해해야될것 22) 이라고주장했다. 일제강점기의걸작으로꼽히는대하소설 임꺽정 의작가인벽초홍명희 (1888~1968) 는 1920년대에시대일보사사장을지내면서좌우합작의민족단일조직인신간회의창립에관여하여부회장으로활동했다. 홍명희는 1946년 서울신문 에발표한 < 나의정치노선 > 23) 에서, 전일에있어일본제국주의를타도하고민족의생존권과자기결정권을획득하려고민족주의자와공산주의자가동일전선에서공동투쟁하던것은당연한일일뿐아니라필요한일 이었다고지적한뒤, 지금에와서일제는이미타도되었으나민족의생존권과및자기결정권은아직도확보되지못하였으니확보되도록까지공동투쟁이여전히필요하다 며좌우의협력을강력히주장했다. 그는안으로는민족의대동단결이필요하고, 밖으로는미소의협력이반드시필요함을강조했다. 우리의역사적사명을완수하려면안으로는전민족의일치분투가필요하니우리는정치적역량을통일하도록, 적어도서로가알력 ( 軋轢 ) 하지않도록힘써야하고, 밖으로는미소양국의평화적협력이필요하니우리는양국의의려 ( 疑慮, 의심과염려 ) 가풀리도록적어도반미나반소의태도를갖지않도록힘써야한다. 이것이우리의오늘날마땅히취할가장정당한정치적노선이다. 24) 미국과소련의 의려 ( 疑慮 ), 곧의심과우려를해소해주어야한다는지적 은매우사려깊다. 강대국사이에끼여있는약소국가가 자주 를지키기란 쉽지않다. 반미, 반소, 반탁, 반외세를외친다고해서자주적인게아니다. 22) 앞책, 371 쪽에서재인용. 23) 홍명희, < 나의정치노선 >( 서울신문 1946 년 12 월 17 일 ~19 일자 ), 강영주, 벽초홍명희연구 464 쪽에서재인용. 24) 앞책, 같은곳. 강조는인용자
52 당시국제정세에서미국과소련어느한편이든자주적통일정부의구성을 반대할수있으므로, 그들의 의심과우려 를모두해소해주어야한다는섬 세한판단은오늘날에도참고해야할혜안이다 중도노선평가 : 가보지않은길의개척 중도노선의인물들은다른사람이가보지않은길, 새로운길을개척하는시도를회피하지않았다. 조선의현실이지시하는 길이란기존의이념이나사상이미리제시해주지않는전혀새로운길일수밖에없다. 이에대해홍명희는다음과같이말했다. 정치란산물건이고부절 ( 不絶 ) 히움직이는물건인지라머릿속에서만들어진이론만가지고정치를해나갈수는없다. 정치인들이현실의동태를똑바로인식하여그이론을보족 ( 補足 ) 하며수정하는것은결코그들의변절도무정견 ( 無定見 ) 도아니고도리어반드시실행하지않으면안되는의무요책임인것이다. 더구나우리정치인들이국제사정에소매 ( 素昧 ) 하고정치적경험이없는까닭에작년 8 15 이래많은과오를범하게된것이어느점으로는불가피하였던만큼, 솔직한자기비판을한다면민중이지지를아끼지않았을것이요, 완전독립의길도빨리올수있었다. 25) 홍명희는 머릿속에서만들어진이론 으로정치를하는이념형식주의를비판하며, 현실을치열하게탐구해이론을끝없이재구성하면서실천해야한다고주장했다. 또김규식은남북협상에서돌아온뒤다음과같은발언을남겼다. 25) 홍명희, < 정치인의자기비판 >, ( 자유신문 1946 년 8 월 15 일 ), 강영주, 앞책, 461 쪽에서재인용. 강조는인용자
53 본래남 북협상이라는것이되지않을것을알면서도해본것과같이만일필요하다고생각되면또그들과만날지모른다. 정치라는것은꼭되는일만하는것이아니고, 안될일이라도필요하다고만생각되면해보는것이다. 26) 되지않을일을하는게무슨의미가있느냐고할지모른다. 그러나 조선의현실이지시하는 실천을통해가지않은길을헤쳐가는이에게는 안될일 이라고생각되더라도헤쳐나가보는태도가필연적으로요구된다. 중도노선에아쉬운점은여운형암살이후대중운동을주도하지못했다는점이다. 이들또한정치운동이기층대중과결합해야함을잘알고있었다. 김규식은민족자주연맹결성대회의개회사에서, 상층의정치운동만으로는자주적통일국가의건설이라는목적실현이불가능하다며다음과같이주장했다. 유엔총회결의에의한조선위원단이내도한다할지라도, 만일우리민족이의연히통일단결하지못한다면위원단제공 ( 諸公 ) 이아무리노력한다할지라도남 북을통일하는과업은완수하기곤란하리라고생각된다. 그런데우리가통일단결의목적을달성하려면다만상층의정치운동만으로는불가능하다. 반드시민중을위하여노력하며민중자신의노력을통하여그들을결합시키며우리자신이그들의진실한대변인이되도록노력하여야할것이다. 27) 그러나중도노선은여운형의암살이후에는거의대중운동으로전개되지 못했다. 왜그랬을까. 중도노선은해방정국에서국내외정세를가장정확히읽고있는집단이 26) 남한만의단독선거가치러지고남한의단정이유엔의승인을받은뒤언론과의인터뷰에서한발언. 서중석 2, 273 쪽. 27) 앞책, 106 쪽. 강조는인용자
54 었지만, 현실적으로대중을만날때는좌우합작위원회혹은민족자주연맹등 조직연합 의형태로나타났다. 이때문에좌익의남로당이나우익의한독당등구성원이비교적균질한단일조직에비해강한결집력을형성하기가어려웠다. 중도 라는자기규정또한정국을장악하고사태를능동적으로헤쳐나가기에는모호한점이있었다 28). 좌익의선명한 계급해방 의이념과우익의정서적반외세구호인 반탁 등은대중동원에서뚜렷한동기부여가가능했지만, 중도 라는말로대중을동원하고행동을유발하기란지극히어려운일이었다. 중도노선의담당자들조차 중간세력 이라는정도의자기인식만으로는해방정국처럼험난한상황을능동적으로헤쳐나가기에는역부족이었다. 중도 라는자기표현은좌익과우익의 중간 이라는뜻빛깔이외의역동성을지니기어려웠다 29). 이들은더적극적으로 실사구시 ( 實事求是 ) 노선 과같은정명 ( 正名 ) 작업이필요 30) 했다. 단순한좌우의중간이아니라, 맹목적이상주의나충동적행동주의에빠지지않고현실속에서최선의노선을추구한다는지향점을분명하게드러내고, 이노선이대중의상식으로자리잡을때, 이른바 중도노선 은대중운동이될수있을것이다. 모든혁명은대중의상식이바뀔때완성되기때문이다. 해방정국에서중도노선을걸은여운형, 김규식, 백남운, 홍명희등인물들의공통점은국내외정세에대해실사구시의태도를취함으로써, 이론보 28) 김규식은해방정국내내자신의노선을 중간노선 이라고표현했다. 정계일부에서좌우노선이외에중간노선은있을수없다고지적한데대하여, 이론적으로는그럴지몰라도중간은역시중간이라고답변함으로써어느한편에치우치지않으려는자세를취하였다. ( 조선일보 1946 년 6 월 24 일. 심지연, < 미군정기정치세력들의노선과활동 >, 강만길등엮음, 한국사 17, 서울 : 한길사, 1994, 254 쪽에서재인용.) 김규식은 1947 년 10 월 1 일민족자주연맹결성준비위원회개회사에서도 중간진영의단결 을강조하며, 중간진영의단결조차얻지못하면서어찌좌우합작을바랄수있으랴. ( 서중석 2, 72 쪽 ) 라고발언했다. 29) 중도노선이어떻게대중성을확보할것인가는오늘날에도과제이다. 서중석에따르면해방정국에서 우사 ( 김규식 ) 는지식층의성원을받은반면백범 ( 김구 ) 은대중의강렬한지지를받았다. ( 서중석 2, 352 쪽 ) 30) 중도노선 을대신해서뭐라고명명하는게좋을지고민했지만, 만족스러운명명을얻지는못했다. 현실주의 라고하면현실에기대어이상을포기하는느낌이담기고, 중용주의 라고해도 중도 가주는 산술적평균 의느낌을넘어서지못한다. 백남운은정약용, 박지원등조선후기의실학파를 현실학파 ( 現實學派 ) 라고불렀는데, 이는학파의이름이어서또한적절하지않다. 그래서이글에서는 이상실현을위한현실주의 혹은 실사구시노선 이라고표현해보았다
55 다현실적실천을강조했다는점이다. 이들은자기역량을정확히판단하려했고, 자기극복을통한개인혁명과사회혁명을추구했으며, 민족통일전선과좌우합작을주창했고, 실사구시의정신에입각해새로운길을찾아갈것을강조했으며, 한반도를둘러싼국제정세를정확히판단해민감하고섬세하게대응할것을강조했다. 요컨대, 교조적이지않고대화와포용과융합을중시하는경향을지녔다. 나는중도노선의미덕을지나치게일반화한다는비난을감수하고서라도, 이들이객관적자기인식, 자기극복과자기혁명, 중용과융합, 창의적실천의강조등의미덕을보여주었다고평가하고자한다. 공자 ( 孔子 ) 는자신의선배이거나동료인주공 ( 周公 ), 관중 ( 管仲 ), 자산 ( 子産 ), 안영 ( 晏嬰 ) 등다양한인물들의미덕과득실을적극평가함으로써당대정치가가어떤덕목을갖추어야하는지를논했다. 오늘의우리도한국정치의주요인물들이보여준미덕과득실을적극평가함으로써우리시대의정치가갖추어야할덕목과평가의기준을마련할수있을것이다 년의김구 : 삼팔선을베고쓰러지겠다 백범김구 (1876~1949) 는조국광복을위해평생을헌신한애국지사이다. 그는해방정국에서이승만, 김규식과더불어우익의세지도자가운데한사람이었다. 김규식은좌우합작을추구하고, 이승만이남쪽단독정부수립을추구한반면, 김구는 1948년이전까지는임시정부추대와반탁운동에매달리다단정수립의위기에직면해남북협상에나섰다. 김구는해방정국에서줄기차게임시정부추대운동을전개했다. 1945년 12월모스크바삼상회의의결정내용이국내에왜곡전달되었을때이승만과손잡고반탁운동을전개한것도결국은임시정부추대를위한것이었다. 그러나임시정부추대는미국과소련이받아들일수없는일이었을뿐아니라당시국내의다양한정치세력들도받아들일수없는일 31) 이었다. 또반
56 탁운동으로미국과소련의판단과결정을변화시킬수도없었다. 김구의임정추대운동은엄정하게평가할필요가있다. 1919년상하이임시정부 ( 해방후귀국시점에서는 충칭임시정부 ) 는비록일제강점기에고난에찬항일운동을벌였지만, 유일한항일운동의중심도아니었고, 새로건설될국가의정권을담임할정당성을부여받은것도아니었다. 해방정국에서김구는 임시정부법통 ( 法統 ) 론 이라는정통론적명분론적국수주의적논리 32) 를폈다. 임시정부가법통이있다는주장을하기위해서는어떤형태로든일제강점기때모든항일세력으로부터지지와협력을얻어내기위해최선의노력을기울였어야했다. 거꾸로김구는민족통일전선움직임에반대했다. 그는김규식이주도한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의결성 (1932년) 에도반대했고, 김원봉의민족혁명당 (1935년결성 ) 가입권유도완강히거부했다. 그는상하이임시정부시절부터이동휘등이른바코민테른과연결된공산주의자들이민족의자주성을해친다고판단 33) 했으며, 그뒤로도이러한생각을굽히지않아젊은한인사회주의자들과첨예하게대립했다. 민족통일전선운동에적대적이던김구가임정법통론을주장하는것은그의시야가얼마나좁은지를보여주는일화밖에되지않는다. 김구는임정추대운동을펼게아니라, 기득권을내려놓고다른모든항일세력과단결하는데힘을더쏟았어야했다. 김구는 나는일찍이우리독립정부의문지기가되기를원했거니와, 그것은우리나라가독립국만되면나는그나라에가장미천한자가되어도좋다는뜻 34) 이라고했다. 김구의레토릭과그의실제 31) 가령다음과같은서술을보라. 신탁통치기간중의임시정부에관련하여대한민국임시정부측의반발이컸다. 이기관에서는한국의새로운독립정권은자기네들이맡을권리가있다고소위법통론을주장했다. 그들은여하한새로운정부의출현도적대시하고 ( ) 따라서이일파에서는신탁통치에반대하는동시에그보다도미소공동위원회에서자기들일파를완전히무시하고새로운임시정부를뽑는다는데전면적으로반대하였다. 그러나이임정파에대한당시의국내의반응은감상적인동정이외의큰지지를받지못하였다. 솔직히말해서망명시절의그들의업적이랄것으로나귀국한이후의그역량으로보나해방한국의신정권을담당하기에는너무도무력했던것이다. ( 고당조만식, 230~231 쪽 ; 박명림, 한국전쟁의발발과기원 II, 서울 : 나남출판, 1996, 144 쪽에서재인용.) 32) 중국에서민족통일전선운동과이에반대한김구의행적등 충칭임시정부법통론 의배경에대해서는서중석 1, 162~166 쪽참조. 33) 김구의 백범일지 에는상하이임시정부의국무총리이던이동휘가제 3 국제당 ( 코민테른 ) 의지휘와명령을받아공산혁명을하려고하는데대해김구가반대하며경고한일화가실려있다. ( 김구, 백범일지, 도진순주해, 서울 : 돌베개, 2002 년개정판, 310 쪽.)
57 행적사이에는괴리가있다. 애국지사에게흠집을내려는게아니다. 그의주관적우국충정은존경하지만, 어떤인물을평가할때는객관적행적을기준으로삼아야한다. 지금까지김구에대한평가는그의실제행적의득실이애국지사적레토릭에가려져, 위인전수준의서술에그쳐온게사실이다. 그의레토릭의진정성을의심하지는않는다. 그는주관적으로자신이레토릭처럼살아왔다고생각할것이다. 그러나그는그런레토릭에맞는실천을하지는못했다. 김구는해방정국에서반탁투쟁을주도하면서이운동이민족의자주성을열렬히고양시킬것이라고착각했다. 반탁운동과관련한그의행적은, 반미나반소혹은반탁등반외세를외친다고해서그런움직임을반드시 자주 적인것이라고판단할수는없음을보여주는사례로남을것이다. 김구는, 해방정국에서자주적통일국가수립을위해서는 미국과소련의 의심과염려 [ 疑慮 ] 를적극해소해주어야한다 는홍명희등중도세력의섬세하고합리적인판단에도달하지못했다. 김구는일본의무조건항복소식을듣고, 임정이양성중이던광복군이일제에선전포고를하고참전하기전에해방이닥침으로써, 앞으로건국과정에서한국민족의발언권이약화될것을우려했다 35) 고한다. 김구의이레토릭은국제정세에대한통찰을바탕으로한심모원려이지만, 해방정국에서자주적통일국가수립을위해모스크바삼상회의나미소공동위원회와협력하는게얼마나중요한일인지거의이해하지못하거나혹은하려고하지않았던그의행적과사개가잘들어맞지는않는다. 김구가만약모스크바삼상회의와미소공동위원회의결정을존중하지않고서는자주독립국가의건설이어려울것임을판단하지못했다면현실을보는눈이너무도어두웠다고평가할수밖에없다. 만약이런정세를정확히판단하고있었음에도임정추대에골똘해대중과정확한판단을공유하려는노력을하지않았다면그 34) 김구, < 나의소원 >, 도진순, 앞책, 423~424 쪽. 35) 앞책, 399 쪽
58 는정직하지않았다는평가를받을수밖에없다. 이미일제강점기시절부터좌익과의협력에부정적이던김구는해방정국에서도같은태도를취했다. 모스크바삼상회의의결정이국내에전해진뒤인민공화국중앙인민위원회가임시정부와함께 통일위원회 를구성하자고제안하는공문을보냈을때, 임정쪽은공문을접수조차하지않았다. 좌우합작을추진했던여운형에대해김구는매우냉담했으며접촉조차꺼렸다 36). 김구는남쪽의단독정부수립이확실시되던 1947년말과 1948년초에야남북협상으로눈을돌렸다. 김구는 통일하면살고분열하면죽는것은고금의철칙이니, 자기의생명을연장하기위하여남북의분열을연장시키는것은전민족을죽음의굴로몰아넣는극악극흉의위험일것 이라며, 나는통일된조국을건설하려다가 38선을베고쓰러질지언정일신의구차한안일을취하여단독정부를세우는데는협력하지아니하겠다. 라고했다. 그는또 마음속의 38선이무너지고야땅위의 38선도철폐될수있다. 37) 고했다. 사람들은그가남북협상에나설때의감동적인레토릭을기억한다. 그러나해방정국 3년동안그의임정추대론과반탁운동이끼친해악을과연이런감동의레토릭만으로보상할수있을까? 막대한정치적영향력을지녔던그가반탁운동을주도함으로써, 미국과소련의관계가비교적우호적이던해방초기의중요한시기를허비해버린과오가너무도크기때문이다. 그가 임정법통론 을고수하는동안이승만은반탁의그늘아래남쪽단독정부구성준비를진행해갔고, 김일성은 민주기지 의논리를내세워북쪽의단독정부를형성해갔다. 김구의임정추대론은전형적으로작은성취에집착하는행위였다. 작은성취는늘더큰성취의걸림돌로작용한다. 그리고동서고금을막론하고명분론과정통론은늘작은성취를미화하고절대화하는구실로쓰였다. 김구 36) 서중석 1, 601 쪽. 37) 이상은김구, < 삼천만동포에게울며고함 >, 도진순, 앞책, 86 쪽
59 에대한비판은, 한국정치사에다시김구와같은거인이나타났을때, 똑같은오류를저지르지않도록하기위해특기해두는것이다. 그럼에도 1948년남북협상에임하기로결심하고삼팔선을넘은김구의선회에대해서는일정한평가를해야할것이다. 김구의이선회에대해연구자들은대체로너무늦은것이라고비판한다. 나아가그의정치적영향력이이미이승만에게밀리고있어서국면전환을위해남북협상에나섰다고평가하기도한다. 너무늦은것도사실이고, 정치적고려도없을수없었을것이다. 그러나대결에서대화로자신의정치노선을바로잡은점에대해서는평가해주어야마땅하다. 나는레토릭으로김구를평가하지말고, 일흔두살에방향을선회한용기를높이평가해야한다고주장하고싶다. 3. 남북연석회의와남북협상에대한평가 미소공동위원회의결렬과한반도문제의유엔이관뒤 가능한지역에서의총선거 결정으로분단의위기가고조되었을때, 김구와김규식등은북쪽에남북협상을제안했다. 이와별도로북쪽은 남북연석회의 라는모임을준비하고있었다. 북쪽은김구와김규식의제안을받아들여이들의북행을권유했다. 그결과남북의주요정치지도자들은 4월19일부터 4월30일까지 12일동안평양에서두가지대화를진행했다. 하나는 4월19일부터 23일까지열린 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 ( 앞으로 연석회의 로줄임 ) 이고, 다른하나는 4월26일부터 30일까지열린 남북요인회담및남북조선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 앞으로 남북협상 이라고줄임 ) 이다. 이두가지회의의성격은매우다르다. 어떻게다른지살펴본뒤, 평가해보기로하겠다
60 3.1. 전술적대화와전략적대화 먼저북한이주도해진행한연석회의는 4월 23일 < 조선정치정세에대한결정서 > 를채택한뒤폐막했다. 이 < 결정서 > 의근본취지는남북단선단정반대, 외군철수, 자주독립국가의실현등이지만, < 결정서 > 에는 남조선 이 미제국주의자 에 예속 될수있으며 소련의제안을반드시실현시키기위하여강력히투쟁 하자는등의내용이포함 38) 되었다. 이는연석회의가남쪽의단독정부수립이후이를빌미로북쪽에서도수립할계획이던단독정부 39) 의정당화를위해소집된것임을보여준다. 남북연석회의는북쪽이진척시켜온단정수립을정당화하기위한전술에남쪽정치사회지도자들이이용당한것이라는평가를받을수있다. 남북연석회의는전형적으로북쪽의통일전선전술에입각한대화였다. 반면에김구와김규식의제안으로열린김구 ( 당시 72살 ), 김규식 ( 당시 67 살 ), 김두봉 ( 당시 59살 ), 김일성 ( 당시 36살 ) 등이른바 남북요인회담 의성격은이와달랐다. 이회담에서김구와김규식은 1남북통일에대한남북지도자의공동성명 2남북통일을위한공동대책기관의수립 3남북통일운동을위한조직문제의토의등을의제로제기 40) 했다. 그결과네김씨가합의한내용은남북연석회의의내용과달랐다. 네김씨는합의내용을 < 공동성명서 > 에담아 전조선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명의로발표했다. < 공동성명서 > 에는 1외국군대의동시철거 2내전 ( 內戰 ) 과무질서가발생할수없음을확인 3전조선정치회의의소집을통한민주주의임시정부 38) 서중석 2, 208~209 쪽. 39) 박명림은이미 1948 년시점에남쪽은물론북쪽도단독정부수립을위한모든준비를다마쳤으며, 이미거의두개의국가가자리잡고있었다고평가한다. 객관적으로말하면 1948 년의시점에서남한과북한은두분단국가의모습을거의다갖추고있었으며, 국가성 (stateness) 에서도거의결여되어있지않았다. ( 박명림, < 통일국가건설운동 >, 강만길등엮음, 한국사 18, 서울 : 한길사, 1994, 301 쪽.) 박명림은 1946 년초반탁운동이벌어지고고당조만식이당시북쪽의최고행정적지위이던평남인민정치위원회의장직에서물러나면서소련과북쪽의공산세력은한국의민족주의세력과결별하고 민주기지 노선에입각한단독정부수립의길을달려갔다고본다. 박명림, 한국전쟁의발발과기원 II ( 서울 : 나남출판, 1996) 참조. 40) 서중석 2, 218 쪽
61 의수립과 조선헌법 제정을통한통일적민주정부의수립 4남조선단독선거반대 41) 등네가지내용이포함됐다. 김구와김규식이제안한 남북통일을위한공동대책기관의수립 은공동성명에서빠졌지만, 이 < 공동성명서 > 의내용가운데두번째항목인, 내전 ( 內戰 ) 과무질서가발생할수없음을확인한다는것과, 전조선정치회의의소집을통해민주주의임시정부를수립하고 조선헌법 제정을통해통일적민주정부를수립한다는것은의미있는내용이었다. 전쟁을일으키지않겠다는약속과더불어 통일적민주정부 의수립을위한남북공동의로드맵을남북의지도자들이해방이후처음으로합의한것 42) 이기때문이다. 물론남북협상이당시세계적차원에서진행되던미소의냉전과그영향권아래에서진행되던남북의단정수립을막을수는없었다. 결과적으로전쟁도막지못했기때문에 내전과무질서가발행할수없다 는조항은빈말이되고말았다. 그러나남북협상은, 언젠가는남북이자주적이고평화적으로이루어내어야할통일국가의수립을위한전략적대화의출발점이었다는데에서앞으로도그의미는빛이바래지지않을것이다. 요약하자면, 남북연석회의는북쪽의통일전선전술에따라회의가진행되어새로운내용이나올가능성이본디없었다. 그러나남북협상에서김규식 41) 인민위원회선전국편, 전조선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보고문급 ( 及 ) 결정서, 1948, 54~55 쪽, 서중석 2, 219~220 쪽에서재인용. 42) 남북조선정당, 사회단체들의지도자협의회 가발표한 < 공동성명서 > 의내용에대해북한의역사책은이네가지합의사항전체를언급하지않고부분적으로만소개하고있다. 먼저 1958 년에출간된 2 권짜리 조선통사 는비교적상세하게아래와같이서술하고있다. 4 월 30 일에는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가소집되었다. 협의회에서는구국대책에관한공동성명서가채택되었다. 공동성명서에서남북조선제정당, 사회단체는쏘미양군의동시철거를요구하고외국군대가철거한이후에는협의회에참가한남북조선제정당, 사회단체공동명의로 전조선정치회의 를소집하여조선인민의각계각층을대표하는민주주의임시정부를수립할것을천명하였다. 또한공동성명서에서남북조선제정당, 사회단체는조선인민의의사에배치되는남조선단독선거와그에기초하여수립하려는단독정부를결코인정하지않을것이며지지하지않을것을표명하였다. ( 과학원역사연구소, 조선통사 하, 평양 : 사회과학원력사연구소, 1958; 서울 : 오월, 1988, 351 쪽.) 이책에서는외국군대철거, 임시정부수립, 단독선거반대등세가지만언급하고 내전과무질서가발생할수없음을확인 한다는내용은빠져있다. 그보다 20 년쯤뒤인 1979 년부터 1983 년에걸쳐총 33 권으로완간된북한의통사 ( 通史 ) 인 조선전사 는다음과같이외국군대철거와통일적중앙정부수립의두가지내용만매우간략하게언급하고있다. 남북련석회의에뒤이어 1948 년 4 월 30 일에는위대한수령님의지도밑에남북조선정당, 사회단체들의지도자협의회가열렸다. 회의에서는외국군대를철거시키고통일적중앙정부를세우기위한당면문제들을밝힌 < 남북조선제정당, 사회단체공동성명서 > 를발표하였다. ( 사회과학원력사연구소엮음, 조선전사 24: 현대편민주건설사 2, 평양 :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158 쪽.)
62 은전략적의제를내놓았고, 전략적대화를하자는제안을했다. 북쪽은통일전선전술에입각해대응했지만, 의제에전략적내용이포함되어있었기때문에남북연석회의와는다른내용의합의가도출될수있었다. 이제남북협상이어떤성격의대화였는지, 전술적대화와전략적대화라는틀을통해살펴보기로하자 통일전선전술과전술적대화의한계 다 년의남북연석회의에대해북한의역사책은다음과같이평가하고있 4월남북연석회의는해방후처음으로천여만명의당원과맹원을망라한남북조선의제정당, 사회단체대표들이한자리에모여서미제의민족분열정책을반대하고조국의평화적통일을달성하기위한대책을강구한역사적회합이었다. 이연석회의에참가한모든정당, 사회단체들은노동당이제기한평화적조국통일방책을일치하게지지찬동하고그의실현을위하여공동으로투쟁할것을결의한사실은노동당의통일전선정책의승리를실증하는것이며앞으로조선노동당의영도하에광범한민주주의적애국적역량의통일단결을가일층강화할수있는기초를축성하였다는것을의미한다. 동시에 4월남북연석회의는남조선우익진영의분열을조성함으로써반동세력을일층약화시켰으며미제와그의주구도당을인민들로부터더욱더고립시켰다. 43) 조선통사 는남북연석회의가북의통일전선정책에따른것이며, 그목 적은 남조선우익진영의분열조성 과 미제와그의주구도당을인민들로 부터더욱더고립 시키는것이었음을스스로밝히고있다. 남북연석회의는 43) 조선통사 하, 352 쪽. 강조는인용자
63 이런전술적목적을위한것이었지자주적통일국가의수립을위한것은아니었다. 통일전선전술은공산주의의가장기본적인혁명운동전술가운데하나 44) 다. 통일전선은처음에는혁명적노동자가비혁명적노동대중을혁명운동에끌어들이는전술이었으나, 공산주의운동이식민지 반식민지의민족해방운동과결합하면서노동계급이외에반동적이지않은지주 자본가 지식분자 농민등과협동하여제국주의에반대하는전술로발전했다 45). 해방직후의문헌을보면김일성은공산주의혁명운동의전략과전술, 통일전선전술의기본원리, 1935년코민테른제7차대회이후민족통일전선형성의필요성등을충분히숙지 46) 하고있었다. 공산주의자에게통일전선전술은 공산주의혁명 이라는전략목표에봉사하는 전술 47) 이다. 통일전선전술의핵심은 지도 와 협력 이다. 공동의적을타도하기위해서로이해관계가다른계급이나조직끼리 협력 하는게중요하지만, 공산당은어떤상황에서도 지도 의관점을포기해서는안된다는게공산당의기본방침 48) 이다. 44) 이전술의기원은러시아혁명으로거슬러올라간다. 러시아 10 월혁명때레닌이이끄는볼셰비키는세력이미약하여단독으로사회주의혁명을이뤄내기어려웠지만, 다른세력과연합해차르체제를타도하고혁명을성공시켰다. 코민테른은 1922 년 11 월 5 일에열린제 3 차회의와같은해 12 월 5 일에열린제 4 차회의에서러시아혁명의경험을바탕으로 통일전선 이라는개념을일반화했다. 코민테른은, 어느나라에서나노동계급안에서 혁명적사회주의자들 은소수이지만, 비혁명적노동자들 과연합함으로써이들을혁명적행동에동참하도록하는방안을통일전선전술이라고정의했다. ( 트로츠키, < 공산주의의좌익소아병 에대한폴란드판에의서문 >, 1932; 극동문제연구소엮음, 원전공산주의대계 상, 1119~1123 쪽참조. 이책은앞으로 대계 상 으로줄임.) 45) 통일전선전술은오늘날에도공산주의혁명운동의가장기초적인전술이다. 북한과중국등사회주의국가의공산당에는예외없이 통일전선부 라는부서가존재한다. 46) 가령김일성은 혁명의현단계에서제기되는전략적요구인당의기본강령은움직일수없으나, 전술적요구인행동강령은수시로변할수있습니다. (< 새조선건설과민족통일전선에대하여 >, 1945, 김일성저작선집 제 1 권, 노동당출판사, 평양, 1967, 7 쪽 ; 대계 상, 1095 쪽에서재인용 ) 라고했다. 그는또 1945 년에발표한 < 새조선건설과민족통일전선에대하여 > 에서는 1935 년국제공산당제 7 차대회에서결정한 반파쇼인민전선 과 민족통일전선 노선에대해서소개 (< 새조선건설과민족통일전선에대하여 >, 1945, 김일성저작선집 제 1 권, 노동당출판사, 평양, 1967, 1~2 쪽. 대계 상, 1134~1135 쪽에서재인용 ) 하고있다. 그는민족통일전선이 조국의통일독립과민주화를위한우리민족의행동강령 으로서 당면과제 이며, 당의강령은 우리혁명의최종목적 (< 남북조선노동당을조선노동당으로합당할데대하여 >, 통일전선사업에대하여, 노동당출판사, 평양, 1982, 288~289 쪽 ; 대계 상, 1156 쪽에서재인용.) 의실현이라고밝히고있다. 47) 통일전선에이른바 전략 적의미를부여하는발언도있지만, 레토릭에지나지않는다. 공산주의자의전략목표는공산주의혁명이고그과정에서구성하는모든통일전선은다전술적의미를지닐뿐이다. 48) 가령코민테른은다음과같이밝히고있다. 코민테른은식민지및후진국가의혁명운동과잠정적으로제휴하고또동맹까지도맺어야하지만, 그러나그에게융합되어서는안된다. 설사그것이태아적상태에불
64 1948년북쪽은통일전선전술이라는공산당의잘정리된방침에따라남북연석회의를조직했다. 남북연석회의는북쪽의의도대로진행되어 통일전선정책의승리 를구가했다. 북쪽은이미남북단독정부수립을피할수없는기정사실로판단하고, 북쪽단독정부의도덕적우위와정치적명분의확보를위해전술적대화를진행한것이다. 그러나김규식은전술적대화를시도한게아니라전략적대화를요구 49) 했다. 당시해방정국에서 자주적통일국가의수립 이외에다른전략적목표는있을수없었다. 남북협상은이전략적목표의달성을위한핵심쟁점을거의다다뤘다. 가장중요한것은 남북통일을위한공동대책기관의수립 과 남북통일운동을위한조직 이었다. 남북이자주적통일국가의수립을공동의전략목표를세우고, 이를실현하기위한상설기관과조직을만들자는것이다. 이보다더전략목표의실현을위해구체적이고실질적인방안은없을것이다. 통일전선전술의일환으로대화에임한북쪽으로서는이런상설기관과조직을만들의사가없었다. 북쪽에 민주기지 를세운뒤이를기반으로한통일을전략목표로설정하고있었던북쪽으로서는, 1948년 4월이 전략적대화 를시작할시점이이미아니었다. 그러기엔 민주기지 건설의전략적과정이너무도많이진척되었기때문이다. 1948년, 남북의정치지도자들이자주적통일국가의수립이라는전략목표를두고대화했다는점은의미를지니지만, 그전략적대화는너무도늦게시작됐다. 이지연된대화의책임은해방정국에서활동했던어떤조선의지도자도피해갈수없었다. 남북협상의지연된전략적대화는, 김구의지연된방향선회와닮은꼴이다. 우리는김구의지연된선회를평가한것과마찬가지로, 지연된남북협상또한전략적대화의시작이라는점에서평가하고자 과하다해도프롤레타리아운동의독자성은무조건적으로유지되어야한다. (< 민족및식민지문제에관한테제 >, 1920, 코민테른제 2 회대회에서채택, 코민테른다큐먼트 I, 현대사조사, 도쿄, 1977, 126~127 쪽. 대계 상, 1129~1130 쪽.) 49) 남북협상과정에서 협상에임하는다섯가지원칙 을북쪽에제시하며전략적의제를논의할것을요구한것은김규식이었다. 서중석 2 참조
65 한다. 역사의신 ( 神 ) 이있다면그는이런평가가 무의미하다 고천둥소리처럼외칠것이다. 이런노력이역사의흐름을돌려놓지는못했기때문이다. 그러나우리는신의자리에서는대신, 시시포스혹은프로메테우스의자리에서서, 헛되고헛된수고라할지라도백번이고천번이고되풀이해감내해야한다는관점에설것이다. 1948년에시작된전략적대화는지금도이어가야할대화이기때문이다. 4. 맺는말 : 어떻게전술적대화를넘어설것인가 사람들의모든대화는전술적이다. 자기생각을바꾸기위해대화하는사람은매우드물다. 대신대부분의사람들은대화를통해상대를교화하려한다. 내생각은바뀌지않을예정이지만, 당신은내말을듣고생각을바꾸라 는태도가전제되어있다면, 이는전술적대화이다. 이건교화이지대화가아니다. 교화는대화가아니다. 전술적대화는대화가아니라독백이다. 전술적대화는상대또한전술적대화로이끌어, 결국실패하도록예정되어있다. 인간은어떤위대한성인 ( 聖人 ) 이나지도자의교화도원하지않고, 대화를나누기를원한다. 세상에대화라고이름붙일수있는대화는오직전략적대화뿐이다. 전략적대화란나와생각이다른사람과대화를통해서로의생각을고양시키는대화이다. 전략적대화과정에서는나의생각도바뀔수있고상대의생각도바뀔수있다. 대화는대결이아니므로, 나의생각이바뀌는것을두려워해서는안된다. 대화주체들의변화과정에서상대의생각을적극적으로흡수하고상호침투를통해새로운융합을구성해냄으로써대화는새로운단계로접어든다. 전략적대화의전제는상대에대한긍정과상호침투이다. 공자 ( 孔子 ) 는 어진사람은자기가서고자할때남이서도록해주며, 자기가이루고자할
66 때남을이루도록해준다. 50) 고했다. 공자의이말은전략적대화의가장좋은지침이다. 전략적대화에서상대에대한긍정과상호침투를통해우리가얻고자하는것은나와상대가함께고양되는것이다. 우리역사에서해방정국의시기만큼다양한사상과세력이등장한적도없고, 이시기만큼각정파들이격렬하게투쟁하고갈등하던시기도없었을것이다. 남북협상은해방정국이분단과전쟁이라는비극적결말을맞이하기직전에이루어졌다. 비록혼란과오인과실수와회한과한탄으로얼룩진해방정국이지만, 우리는그속에서 자주 와 통일 을유지하기위해사고하고실천하고자했던김규식, 여운형, 백남운, 홍명희등중도노선의인물들을찾아볼수있었다. 이들이비록 ( 특히여운형의암살이후에는 ) 해방정국을주도할정도의역량과영향력을갖추지는못했다고하더라도, 이들에대한적극적인평가를거둬서는안될것이다. 세상에는무수히많은문학작품들이쏟아져나오지만, 독자들이그모든작품들을다읽을수도없으며, 읽더라도다기억하지는못한다. 비록지금은읽는사람이없더라도시간을견디어고전의반열에오른작품들은사라지지않고세대를이어계속읽힌다. 해방정국에서가장올바른노선을고민했던이들의노력또한마찬가지이다. 이들의노력이비록당대를주도하지는못했더라도, 그냥실패와좌절로그치지는않는다. 이들의고투는앞으로도계속값진것으로평가받을것이고, 이들의지혜와성찰에귀기울이는이들은더욱많아질것이며, 종국에이들이고투해서찾아간길은대중의상식으로받아들여질것이다. 우리는한국사상의특질이대화적포용적융합적이라는데에서이야기를출발했다. 해방정국에서최선의노선을실천하기위해고민했던인물들의특징또한대화적포용적융합적이었다고평가하고싶다. 독자들은, 여운형을두고기독교인들은그를기독교인이라고생각하였고, 사회주의자들은그를사회주의자로보았다는대목을읽으면서, 화엄학파와유식학파가각각자신들의대사로받아들인원효를떠올릴수있을것이다. 독자들은또 조선 50) 論語 < 雍也 >(6-30):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67 의장단에맞춰춤을추겠다 는김규식의발언에서는, 조선의악기와가락을만든가실왕과우륵이연상될수도있을것이다. 또김규식이조선의민주주의와더불어민주주의의조선화를말할때는, 우리선배들이석가의조선, 예수의조선, 맑스의조선을만드는대신, 조선의석가, 조선의예수, 조선의맑스를만들기위해고투했음을상기할수있을것이다. 북핵문제의해결을위해남북정상과북미정상의대화가코앞에예정되어있다. 공교롭게도지난 1948년남북협상이열리던때와유사점이적지않다. 우선, 당시북쪽의 민주기지 가상대적으로우위였던점이나, 오늘날북한이핵무기를사실상개발한상태인점이닮았다. 당시자주적통일국가의수립을위해미국과소련의협력이절실했던것처럼, 오늘날도북핵문제의해결이한반도의영구적평화체제구축으로이어지기위해서는미국과중국등주변강대국의협력이절실하다. 한반도를둘러싼열강은남북의통일보다는현실고착을원한다. 열강의이해관계가얽혀있는남북분단체제를변경하는일은시시포스와프로메테우스가묶여있는바위를옮기는일만큼이나고열량의에너지가필요하다. 이지난한사업을성공적으로마무리하기위해, 대화는출발점에서부터전략적이지않으면안된다. 전략적대화의목표는 한반도의영구평화체제구축 이다. 이를위해서는모든이해당사국의 의심과우려 [ 疑慮 ] 를섬세하게해소해줄수있어야한다. 동서독일의통일과정에서미국과소련은물론영국, 프랑스등주변국가들의우려를해소하기위해독일인들이기울인섬세한노력 51) 을참고할수있을것이다. 특히현상타개의전략적대화를진행해야할북한과미국에게는 자기가서고자할때남이서도록해주며, 자기가이루고자할때남을이루도록해준다 는자세로이해관계와관심사에대한섬세한배려를돌리지않으면안 51) 가령양창석, 브란덴부르크비망록 ( 서울 : 늘품플러스, 2011), 234~252 쪽참고
68 될것이다. 백남운이 공산주의자는민족해방을이해해야할것이고, 민족주의자는계급해방을이해해야될것 이라고한것처럼, 남한은북한의체제보장에대한관심사를곡진하게이해하고배려를아끼지않아야할것이며, 북한또한남한의평화체제구축에대한관심사를이해하고전략적해결을위해노력해야할것이다. 남북협상 70돌을맞이한 2018년 4월, 자주적통일국가의건설을위해전략적의제를던졌던김규식의심정을더듬어보며, 한반도의대중은새로운전략적대화를통해 65년묵은육중한바위가밀려나기를갈망하고있다. 1948년시작되었던한반도의전략적대화가바야흐로다시이어지려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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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주제발표 남북협상의역사적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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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남북협상의역사적재평가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I. 남북협상과대한민국정부수립 이승만의 1948년대한민국정부수립을건국이라면서긍정적으로평가하는인사들은김구가남북협상에나서 5 10선거를단선이라고보이콧했으며대한민국건국을방해했다고주장했다. 따라서김구는대한민국 [ 건국 ] 의공로자가아니라고주장된다. 이주장의대표적학자인양동안교수는김구가이끄는임시정부 패권세력 이대한민국건국에격렬히반대했다고평가했다. 김구는북한공산정권, 남한의좌익 중도세력등과연대해대한민국건국을위해실시되는 5 10선거를저지하는투쟁을적극적으로전개했다는것이다. 1) 위와같은식의평가에대해신용하교수는김구가이미독립운동시기에해방-광복후의 대한민국건국 을위해누구보다도앞장서서맹렬히활동했다고주장했다. 즉 1941년대한민국건국강령을통해대한민국건국을천명했으며단독선거에이은단독정부수립에반대했을뿐 1개통일정부로대한민국을수립하는것을독립운동시기부터일관되게주장했었다고평가했다. 2) 장기적으 1) 양동안, 대한민국은언제건국되었나? 이주영 ( 편 ), 대한민국은왜건국을기념하지않는가 ( 서울 : 뉴데일리, 2011), pp 양동안교수는임시정부와대한민국사이에는이념면에서는계승관계가있지만조직차원에서는적대적단절이있다고평가했다. 임시정부구성원의다수가대한민국의건국및건국후의대한민국국정에참여했지만, 정치결사로서의임시정부는건국과적대적으로단절했다는것이다
73 로보면백범노선이야말로대한민국건국노선이라는것이다. 만약백범이대한민국대통령이되었다면전쟁이일어나지않았을것이라고부언했다. 3) 김구는중국에서귀국한직후부터대한민국건국노선인반공을표방했고 1945년 12월말부터반탁에앞장섰다. 대한민국건국노선인반공 반탁노선에김구는이승만과함께했다는것이다. 다만두사람은 남한만선거하는게옳으냐 북한과대화노력을해본후선거하는게옳으냐 는절차적문제를놓고다툰것이다. 따라서남재희는김구가 대한민국의뿌리 라고주장했다. 4) 김구의대한민국의관계에는 남북협상 이라는사건이하나의결정적인사건으로자리하고있다. 대한민국이라는나라를세운것과김구를연관지어볼때남북협상이라는문제는매우중요하다. 2) 신용하, 대한민국건국과백범김구선생, 백범회보 제 19 호 (2008 년여름 ), pp ; 신용하, 백범김구선생의독립운동과대한민국, 아시아민족독립운동과건국지도자 : 백범김구선생서거 60 주기추모국제학술회의, 백범김구기념관대회의실, 2009 년 10 월 9 일 ; 신용하, 백범김구선생의독립운동과대한민국, 백범과민족운동연구 제 8 집 (2010). 한편중경임시정부청사등을답사하는것을목적으로대산재단이선발한 2008 년대학생동북아대장정 참가단 800 명을설문한결과대한민국건국에가장크게기여한인물로는김구 (36.4% 인 291 명 ) 을꼽았다고한다. 19.1% 인 153 명이특정인이아닌 우리국민, 세번째로 8.9% 인 71 명이 이승만 초대대통령을선정했다. 4 위는여운형건국준비위원회위원장 19 명, 5 위는안중근 안창호각 10 명, 7 위는김규식 9 명, 8 위는세종대왕 박정희각 7 명, 10 위유관순 6 명, 11 위윤봉길 4 명, 12 위미국 곽낙원 ( 김구선생모친 ) 이순신각 3 명, 15 위광개토대왕 단군 신익희 이시영각 2 명순이었다. 응답자들은 김구선생이임시정부를이끌며수많은애국지사와힘을모아일제에직접대항함으로써건국의기반을마련했고, 해방후이념을초월해민족통일문제에접근했기때문 이라고답했다. 이어 우리국민 이라고답한학생들은 아무리독립인사들의노력이컸다하더라도독립과건국을향한국민의확고한의지가뒷받침되지못했다면해방후건국이불가능했을것이며, 민중은세상을움직이는힘 이라고지적했다. 또이승만을꼽은학생들은 대한민국단독정부를수립함으로써한반도전체가공산화하는것을막아냈고, 보다현실적으로주변정세와기회를잘이용했기때문 이라고평가했다. 대학생이뽑은건국일등공신김구 > 우리국민 > 이승만 : 대산재단 800 명설문, 세계일보, 2008 년 7 월 29 일 ; 대한민국건국에가장크게기여한인물 : 백범김구선생 1 위 - 우리국민 2 위, 국방일보, 2008 년 7 월 29 일. 김구를존경하는대학생들이대개임시정부답사를지원했을것이므로이런결과가나온것으로추정된다. 한편박명림교수는대한민국이라는국호뿐아니라 제헌헌법의정신과주요원칙, 내용, 조항, 국가제도와사회경제체제는전부임정헌법을수용한것이었다 라면서 개인김구자신은대한민국건국을반대하고불참하였으되그의국가건설사상은신생국가의건국정신과헌법으로수용되는역설이발생한것 이라고평가했다. 박명림, 대한민국건국과한국민족주의, 한국정치외교사논총 제 31 집 1 호 (2009), p ) 신용하, 백범김구의환국후정책과활동학술회의에서의논평, 2008 년 10 월 9 일. 신용하교수는 ' 통일대한민국 ' 꿈꾼건국의지도자였다, 조선일보, 2009 년 6 월 16 일에서 백범은대한민국은처음부터 ' 통일대한민국 ' 으로건국돼야내전 ( 內戰 ) 을방지할수있지, 남 북한에각각 2 개정부를세워서는안된다고생각하였다. 북에서는 ' 남진 ( 南進 ) 통일 ', 남에서는 ' 북진 ( 北進 ) 통일 ' 을내세우면서단독정부를세우면동족상잔의참혹한내전이일어나우리민족이큰타격을입는다는것이었다. 백범은남북협상때평양모란봉극장에서만일북한측이단독정부를수립한다면이것도단호히반대한다고역설하면서, 처음부터하나의통일정부로시작하자고강조하였다 라고주장했다. 장차 2 개의정부가서면내전이일어날것을 1948 년 4 월남북협상의시점에예견했다는것이다. 4) 남재희 구해우 송홍근, 원로언론인 정치인남재희가본대통령들 : [ 대한민국號 70 돌 < 새연재 > 신동아 - 미래硏연중기획 / 국가미래전략을묻는다 ], 박근혜 통일대박론 은 1 층안짓고 2 층짓겠다는것, 신동아 664 호 (2015 년 1 월 ), p
74 이연구는김구 김규식양인이주도한남북협상이라는정치행위가 대한민국 나라세우기 와어떤관계에있었는지를탐구하려는시도이다. II. 남북협상에대한엇갈린평가 : 이상인가현실인가? 남북협상은 1948년 1월부터 4월사이에미국과유엔의주도에의한 가능지역총선거 ( 이른바 5-10단독선거 ) 가현실화되었던시점에남북지도자들이협상을추진하면서단독선거를반대했던사건을지칭한다. 그런데이사건에대한평가는당시정파에따라사뭇달랐으며지금도입장차가여전하다. 5-10선거에참여해정부를수립했던이승만-한민당의입장을옹호하는인사들은남북협상이초대받은잔치에참석해들러리만슨것으로평가하면서김구와김규식이김일성과소련에게놀아난것으로평가절하시켰다. 이미분단의기본구조가확정된상태에서두영수가헛수고를했다는것이다. 양김씨는공산화통일을하려는소련 북한의노력에본의아니게협조를해서어리석은결과를초래했으며, 최대의희망치가실현될것을바란비현실적사고의발로였다는것이다. 5) 남한의이승만 한국민주당등이불참한연석회의의실제과정은소련군정 ( 軍政 ) 의레베데프민정청장이세운각본대로진행되었다. 연석회의와그직후있었던 4김회담 ( 김구김규식김일성김두봉 ) 모두북한사회주의정권의정통성을제고하기위해소련당국이백범의이름과진정성을악용한것이었다. 또한실패가예정되어있었던남북협상에참여한백범은현실정치에서패배했고현실로부터괴리된비현실성의발로였다고평가된다. 6) 백범은통일의이상을내세웠지만현실세계에서추구한것은이상도아니었고다만비현실적인것이었다. 반면이협상을주도했던사람들은남북협상운동이비록실패로끝나기는했지만이후통일운동의지침을제공했으며한민족의통일의지를발현시킨것 5) 양동안, 1948 년남북협상의허와실, 한국사시민강좌 38: 대한민국건국사의새로운이해 ( 서울 : 일조각, 2006 년 2 월 ). 6) 윤평중, 민족은主義를초월하는가, 동아일보, 2007 년 10 월 3 일
75 으로이해하고있다. 당시김구수행비서였던김우전선생은백범이독립운동을하는심정으로갔을뿐대한민국을팔아먹거나김일성에놀아난것은아니라고주장했다. 7) 한편백범이이상주의적인사상가가아니라현실적인정치가로보는현실주의적인평가도있다. 당시미국인들과언론인등은장차수립될정부의최고지도자로선출될가능성이없다고판단한백범이정치적활로를개척하기위해북행했다고냉소적으로논평했다. 8) 북행직전남쪽의대통령이될수있다고판단했던김구는장건상이북행을할것이냐고묻자하지않겠다고말했다고한다. 그러나김구와김규식이평양에나타나자장건상은놀랐다고회고했다. 9) 장건상이김구에게북행의사를타진했던시점은북행직전은아닌것으로추정되지만김구가임시정부의권위를이용해남쪽의대통령이될수있다고판단해서총선에참여하려했으므로당초남북협상에부정적이었던것은사실인것으로추정된다. 그러나장덕수암살사건으로법정에서게되어그지지도가떨어지자대안을모색하여일종의승부수를던진것이아닌가한다. 또한임정국무위원을지냈으며해방후에도김구와함께있었던조경한에의하면 김구는처음에는단선을받아들일생각이었다. 그러나 1936년임정의주불 ( 駐佛 ) 외교위원이었던서영해가 1948년나타나 남북한을통털어총선거를하면선생님이대통령이되실텐데무엇하러이박사가주도하는남한만의선거에참가하려고하십니까? 김일성도김구선생을대통령으로모시려고만반의준비를갖추고있습니다 라고집요하게설득하는바람에변심하게되었다는것이다. 10) 현실주의적으로해석하면김구는그의대통령꿈이남북협상으로실현될 7) 김우전, 백범김구의환국후정책과활동학술회의에서의논평, 2008 년 10 월 9 일. 김우전, 1948 년南北협상에대한역사인식, 동아일보, 2007 년 10 월 12 일에서민족이주의를초월한다 ( 민족 [ 이상 ] 이주의 [ 현실 ] 에우선한다 ) 는신념으로 38 선을넘은백범은남북협상의전과정을주도했으며소련에이용당한것도없고속은것도없고실패한것도없다고주장했다. 8) 심지연, 이완범의백범김구의신탁통치반대운동에대한논평,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 백범기념관 - 백범학술원학술회의 : 백범김구선생의환국후정책과활동, 백범기념관대회의실, 2008 년 10 월 9 일. 9) 김학준, 혁명가들의항일회상 ( 서울 : 민음사, 1988), pp ) 김효선, " 김일성도선생을대통령으로모시고자...": < 해방공간의김구 : 몰랐던이야기 >, 임정부하서영해 - 성시백의회유공작에넘어간듯, 김일성과합작시도, 선거 - 건국반대... 이용당해, " 소련이인민군으로남한급습할것 " 폭탄발언도, 뉴데일리, 2010 년 8 월 17 일 15:03, article/2010/08/17/artnhn54378.html ( 검색일 2010 년 8 월 18 일 )
120~151역사지도서3
III 배운내용 단원내용 배울내용 120 121 1 2 122 3 4 123 5 6 124 7 8 9 125 1 헌병경찰을앞세운무단통치를실시하다 126 1. 2. 127 문화통치를내세워우리민족을분열시키다 1920 년대일제가실시한문화 통치의본질은무엇일까? ( 백개 ) ( 천명 ) 30 20 25 15 20 15 10 10 5 5 0 0 1918 1920 (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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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가을 24호 2_ . 02 03 04 08 10 14 16 20 24 28 32 38 44 46 47 48 49 50 51 _3 4_ _5 6_ _7 8_ _9 10_ _11 12_ _13 14_ _15 16_ _17 18_ 한국광복군 성립전례식에서 개식사를 하는 김구(1940.9.17) 將士書) 를 낭독하였는데, 한국광복군이 중국군과 함께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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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60 1 1 200 2 6 4 7 29 1975 30 2 78 35 1 4 2001 2009 79 2 9 2 200 3 1 6 1 600 13 6 2 8 21 6 7 1 9 1 7 4 1 2 2 80 4 300 2 200 8 22 200 2140 2 195 3 1 2 1 2 52 3 7 400 60 81 80 80 12 34 4 4 7 12 80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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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구번호 가구번호 - 한국종합사회조사 성균관대학교서베이리서치센터 종로구성균관로 전화 srckgss@skku.edu http://src.skku.edu http://kgss.skku.edu 인사말씀 안녕하십니까 저희성균관대학교서베이리서치센터 에서는지난 년이래해마다한국종합사회조사 를시행하고있습니다 이조사는한국사회를종합적으로파악하고세계의주요국가들과비교연구하는데필요한자료를만들어내는목적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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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저널 한국방송기자클럽 발행인 양영철 편집인 박노흥 월간 발행처 2015 8August 1990년 6월 20일 창간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233(목동) 방송회관12층 TEL. 02) 782-0002,1881 FAX. 02) 761-8283 www.kbjc.net 제197호 Contents 02~03 방송이슈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33편 개인상 24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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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성은 인간이 태어난 직후부터 시작되어 죽는 순간까지 계속되므로 성과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가치관은 평생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 성문화의 토대가 된다. 그러므로 성과 건강 단원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피임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성매매와 성폭력의 폐해, 인공임신 중절 수술의 부작용 등을 알아봄으로써 학생 스스로 잘못된 성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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