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철학논집 ( 제 35 집 ) 1. 들어가는말 날마다반복되지만끊임없이낯선흔적들로다가오는우리의삶은무엇인가? 우리의존재를위협하는수많은존재자들의억압속에서살아가는우리는진정의미있는삶을살고있는것일까? 우리는매순간마다우리의삶을알수없는반복의유희속으로이끌어가는존재의유혹에사로잡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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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논집제 35 집 2013 년 11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 35, Nov. 2013, pp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 이서규 ( 제주대 ) 주제분류 실존철학, 실존문학, 부조리문학, 카뮈, 형이상학 주제어 부조리, 시시포스, 실존, 염세주의 요약문 카뮈는 이방인, 페스트, 시시포스신화, 반항하는인간 과같은작품속에서 1 차세계대전이후에전개되는유럽의이상한징후를부조리라는용어로표현한다. 그는이부조리라는용어가그어떤형이상학적표현보다도더적나라하게인간과세계의본질을파헤쳐줄수있는용어라고확신한다. 특히진지하게삶의의미를생각하는것이진정한철학의과제라고생각하는카뮈에게는이부조리라는개념이야말로중요한개념인것이다. 카뮈는우리에게다가오는자살이라는현상에주목하면서이부조리의징후를언급한다. 자살은우리가부조리의세계에내던져져있다는증거이며우리의삶이부조리하다는사실을확인해준다. 그러나이러한부조리의징후는우리의삶과우리를둘러싸고있는세계곳곳에서발견된다. 카뮈는그의 시시포스신화 에서이러한부조리의문제를다루는데, 그는이곳에서부조리현상이지니는다양한철학적인의미들을논의하고있다. 그는키엘케고르, 야스퍼스, 하이데거, 니체와같은철학자들의실존개념이이러한부조리의개념을이해하는실마리를제공해준다고주장한다. 그러나카뮈는이들의실존개념이자신이말하는부조리의의미를제대로드러내지못한다고비판한다. 왜냐하면이들실존철학자들의실존은이러한부조리의세계로부터의도피또는초월을추구하기때문이다. 이와달리카뮈는부조의세계를살아가는부조리의인간은이러한부조리의세계속에서반항, 희망의포기, 정열이라는부조리적범주를매개삼아살아가는존재로규정한다. 카뮈는이러한부조리의인간의전형으로서언덕위로끊임없이바위를굴려가는형벌을받는시시포스를언급한다. 시시포스는부조리에내던져진전현적인인간의예이며, 부조리한세계에처한인간의슬픈운명을드러내준다. 그러나카뮈는언덕에서굴러내려가는바위를응시하는시시포스의시선속에서부조리의역설을읽어내면서우리에부조리가지는궁극적인의미들을제시한다. 그것은끊임없는반복속에서우리를둘러싸고있는모든형이상학적가치의허구성을자각하고삶과세계를새롭게해석하는것을가능하게한다. 이논문에서는카뮈가부조리의철학을통해서드러내려는인간과세계에대한새로운이해를고찰하면서이러한이해가가져오는철학적의미들을살펴보도록한다. 투고일 : 11 월 1 일, 심사완료일 : 11 월 19 일, 게재확정일 : 11 월 28 일

2 140 철학논집 ( 제 35 집 ) 1. 들어가는말 날마다반복되지만끊임없이낯선흔적들로다가오는우리의삶은무엇인가? 우리의존재를위협하는수많은존재자들의억압속에서살아가는우리는진정의미있는삶을살고있는것일까? 우리는매순간마다우리의삶을알수없는반복의유희속으로이끌어가는존재의유혹에사로잡혀살아간다. 그러나우리는삶의의미와무의미사이에서이어지는지루한줄다리기속에서때로는애매한방식으로그리고때로는어처구니없는방식으로우리의삶을희생하면서도좀처럼도대체왜그런일이일어나는지그이유에대해서좀처럼물음을제기하지않는다. 우리는매순간마다타인들의삶에대해서그리고우리자신들의삶에대해서모호한태도를지닐뿐이다. 우리는이처럼삶속에드리워져있는모호한삶의기분, 애매모호한삶의상황들을어떻게이해해야하는것일까? 글쓴이가보기에우리는이러한물음에대한의미있는언급을카뮈의부조리개념에서찾아볼수있다. 사르트르와함께 20세기실존주의문학의선두에섰던카뮈는우리가일상에서경험하는이러한모호한삶의상황들, 삶의조건들전체를부조리라는용어로표현한다. 그에따르면이러한부조리의현상은인간의내부또는인간의외부에만있는것이아니라인간이존재하면서관계하는모든것속에서관찰되는 근원현상 이다. 이러한부조리는특정한원인의존재나특정한원인의부재때문에생겨나는것이아니라우리의삶전체에서일어난다는점에서우리에게는숙명적인사건이다. 또한이러한부조리의현상은특정한시간과장소에서특정한사람에게특정한방식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다. 부조리는바로우리의삶이시작되는곳에서그리고우리의삶이지속되는한에서항상존재한다. 카뮈에따르면삶자체가바로부조리인것이다. 따라서누군가가삶의의미에대해서묻는다면, 즉누군가가삶의진실에대해서논의하려고한다면, 바로이러한부조리의현상에주목해야만한다. 카뮈에따르면부조

3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41 리에대한논의는바로삶의의미에대한논의이기때문이다. 글쓴이는카뮈의작품 이방인, 시시포스신화, 페스트, 최초의인간, 반항하는인간 속에서나타나는모든논의를관통하고있는개념들이바로부조리의개념으로환원된다고생각한다. 1) 카뮈가 시시포스신화 에서고대그리스신화의인물인시시포스의운명을통해서드러내는부조리의현상은 2) 그의초기작품들과후기의작품들사이를이어주는가교의역할을하는데, 이속에서우리는카뮈가제시하는삶의본질과의미에대한철학적성찰들을읽어낼수있다. 물론우리는이러한카뮈의작품을부정적으로 - 특히식민주의와제국주의의관점에서카뮈를해석하는사이드처럼 - 해석할수도있을것이다. 3) 그러나글쓴이가여기에서주목하는것은카뮈의부조리개념이전통과는다른방식으로인간과세계에대 1) 이러한주장은장그로니에가카뮈에게보내는편지에서 칼리굴라, 이방인, 시시포스신화 와같은작품이서로보완적이며연결되어있다고평가한사실에서그근거를찾아볼수있다. 알베르카뮈- 장그로니에, 카뮈- 그로니에서한집 , 서울 : 책세상, 2012, 93. Sysiphos 라는용어는 시시포스 로번역하여사용하며, 인용된곳에서는번역자들의뜻을존중하여시지프또는시지프스로표기한다. 2) 우리는이런점에서부조리개념의시원을카뮈가그의첫작품인 안과밖 의아이러니 마지막에서 이모든것이양립하지않는가? 라고말하는것에서찾아볼수있다. 3) 에드워드 W. 사이드는그의저서 오리엔탈리즘 (1978) 과 문화와제국주의 (1993) 에서카뮈의소설속에서, 특히그의 이방인 에서제국주의와식민주의에대해서별다른저항을하지않았다는점에서카뮈를식민주의를옹호하는사람으로평가한다. 사이드는카뮈의작품속에서 제국주의적실제라는사실을제거하고있음이너무도분명하게드러나고 있다고비판한다. 에드워드 W. 사이드, 문화와제국주의, 서울 : 창, 2011, 308. 우리는 1968 년도이후에점점마르크시즘과공산주의가시대의헤게모니를장악했을때에도카뮈에대한적대적인해석들이제시되었던것을확인할수있다. 카뮈의작품에대한사이드의정치사회적인비판은박홍규, 사이드와카뮈, 인문연구, 제 61호, 영남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 2011 참고.

4 142 철학논집 ( 제 35 집 ) 한해석의철학적단초들을제시한다는점인데, 특히우리는이러한부조리개념을통해서실존철학자들의실존개념과도구분되는카뮈의인간이해를경험할수있다. 글쓴이는이러한카뮈의부조리개념이전통철학에서의이원론에근거한형이상학적범주들을적극적으로해체한다고보는데, 4) 이러한부조리의개념은우선적으로는육체와영혼, 물질과정신, 경험과초월, 일상과구원, 감성과이성이라는배타적인경계들로이루어진이분법적사유방식을해체하여새로운형태의사유지평을제시해주고, 다음으로는부조리를견뎌내는시시포스적인간상에서대한묘사를통해서철학과문학의만남의위한지평을제공해준다고생각한다. 글쓴이는이논문에서 시시포스신화 를중심으로카뮈의부조리개념이지닌반형이상학적또는탈형이상학적인의미들을고찰할것인데, 이를위해서다음과같은문제들이논의될것이다. 첫째, 우리가일상속에서부조리의징후를어떻게확인할수있는가의문제이다. 이를위해서일상속에서우리에게숙명적으로다가오는부조리의다양한경험방식에대해서논의할것인데, 여기에서는특히자살이라는극단적인상황을통해서드러나는부조리의징후에대해서고찰하도록한다. 둘째, 이러한부조리를경험하게되는인간의존재방식이무엇인지그리고그러한인간의존재방식에대한철학적인의미가무엇인지에대해서살펴볼것이다. 셋째, 부조리를구성하는다양한요소들이무엇인지를고찰하고, 카뮈에게서이러한부조리를가능하게하는철학적전제가무엇인지에대해서고찰하도록할것이다. 넷째, 부조리라는근원현상이삶에대해서지니는역할과이를통해서그려지는삶의의미가무엇인지를논의하도록할것이다. 4) 우리는카뮈가기독교적형이상학과신플라톤철학 : 플로티누스와성아우 구스티누스로철학고등디플롬 (DES) 을받았다는사실에주목해볼필요가있 다.

5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부조리의기원과경험 (1) 부조리의감정 카뮈는 1차세계대전이후유럽곳곳에드리워져있던혼란스러운삶의현상들에주목한다. 그의다양한작품들은바로이러한시대적인분위기를우리에게진지하게드러내주고있다. 카뮈는이러한상황속에내던져진인간의다양한모습과이러한인간들을둘러싼세계의의미에대한치밀한묘사를시도한다. 이방인, 페스트, 시시포스신화 를통해서드러난그의인간에대한부조리한묘사들은전통적인인간이해와는다른방식으로주어진다. 우리는카뮈를한작가로서뿐만아니라자신의시대를적극적으로살아가려했던한인간으로서접할때부조리한삶의모습을적나라하게파헤치려는그의노력이지닌가치를느낄수있을것이다. 글쓴이는이러한노력의결실을그의 시시포스신화 에서적절하고그리고충분하게경험할수있다고생각한다. 왜냐하면우리는다른어떤작품에서보다도그의 시시포스신화 에서인간의본성에대한치밀한철학적인분석과성찰들을읽어낼수있기때문인데, 그는이곳에서다른어떤철학자들보다도더치열하게인간의삶과그를둘러싼세계를묘사하고있다. 5) 카뮈는인간의삶에주어져있는절실한문제에대한철학적인성찰에서시작한다. 카뮈자신은 시시포스신화 에서그무엇보다도중요한철학의문제를제시하고있다고확신하는데, 이것은그의다음과같은언급에서잘드러난다 : 참으로진지한철학적문제는오직하나뿐이다. 그것은바로자살이다. 인생이살만한가치가있느냐없느냐를판단하는것이야말로철학의근본문제에답하는것이다. 6) 카뮈에따르면철학의본질적인 5) 올리비에토드는카뮈가크리스티안갈랭도에게 시시포스신화 를쓰면서다 시철학을하게되었다고말했다는점을강조하고있다. Olivier Todd, 카뮈 1, 김진식옮김, 서울 : 책세상, 2000, 488 참고.

6 144 철학논집 ( 제 35 집 ) 과제는인간과세계에대한추상적이고공허한물음이아니라우리의삶이과연살가치가있는지에대한진지한성찰을전개하는것인데, 이러한철학적성찰은자살의문제, 즉죽음의문제에대한관심으로이어진다. 카뮈의첫작품인 안과밖 에서도시종일관하게죽음의문제가다루어지는데, 이것은카뮈의작품속에내재된실존철학적자양분을말해준다. 그런데우리가주목할것은이러한자살에대한카뮈의관심이어떤형이상학적인신념이나윤리적인가치를드러내기위한것이아니라는점이다. 그는우리의일상속에서쉽게경험하는그리고우리에게도쉽게다가올수있는현상으로서의자살을이야기하고자한다. 그렇기때문에카뮈는 나는존재론적인주장을증명하기위해목숨을던진사람을한번도본일이없다. 7) 고말한다. 카뮈에따르면우리가직접또는간접적으로경험하는자살은두가지의형태로구분할수있다. 첫번째의경우는자신의삶에대해서무의미하다고생각하는사람이자살하는경우이다. 두번째의경우는삶의이유를제공하는가치들을위해서자살하는사람의경우이다. 그런데이러한두가지유형의자살형태는근본적으로는모두삶의의미에대한물음과연결되어있다는것이카뮈의입장이다. 여기에서나오는귀결은이러한자살의문제를근원적으로논의하기위해서는인간의존재에대한논의를통해서접근해야한다는것이다. 8) 카뮈는어떤사람이라도아주신중한반성을통해서자살하는경우는 6) A. 카뮈, 시지프신화, 김화영옮김, 서울 : 책세상, 2013, 15( 이하 시지프신화 로표기 ). 카뮈는 시시포스신화 앞부분에서사물의인식이아니라삶에대한처절한성찰과실천이철학의본래적인과제라는점을드러내고있다. 7) 시지프신화, 16. 8) 자살에대한논의를체계적으로접근한사람은뒤르캠이다. 그는사회적관점에서접근하는 자살론 에서 모든형태의자살에서나타는공통적인특성은이결정적인행위를알면서행하는것이라는점이다. 라고설명하고있다. E. 뒤르켐, 자살론, 황보종우옮김, 서울 : 청아출판사, 2012, 21.

7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45 드물다고말한다. 그는 이성적으로통제할수없는그무엇 9) 이많은사람들로하여금자살에이르게한다고말한다. 자살의원인은단지구체적으로눈앞에드러나있는것이아니라 유예상태에있었던모든원한과모든권태 10) 가일시적으로다가올때생겨나는것이다. 그런데여기에서카뮈가주목하는것은이러한자살이삶에대한막연한부정이나도피를의미하지는않는다는점이다. 오히려그것은삶에대한진지한성찰이거나표현인것이며또한삶에대한처절한갈망을드러내는것이다. 자살은어떤의미에서그리고멜로드라마에서처럼하나의고백이다. 그것은삶을감당할길이없음을, 혹은삶을이해할수없음을고백하는것이다. 11) 카뮈는자살이라는현상을통해서일상속에서전개되는삶의근거를드러내는데, 그것은우리의삶이 습관 의결과일뿐이라는점이다. 즉우리의삶은단지습관에의해서유지될뿐이라는사실이다. 자살은이러한습관에대한저항이며일상성의해체를요구하는행위인데, 그것은자살이저항의최고의형식으로서습관에이끌려가는삶에대항하기때문이다. 자살하는사람은우리의삶을유지해주는이러한형식적인장치에대해서거부감을갖는자인데, 카뮈에따르면이런이유에서자살은우리에게드리워져있는삶이무엇인지를폭로해준다. 고의적으로죽음을택한다는것은이와같은습관의가소로운면, 살아야할심각한이유의결여, 법석을떨어가며살아가는일상의어처구니없는성격, 그리고고통의무용성을본능적으로나마인정했음을말해주고있는것이다. 12) 자살은우리에게습관에의해서이끌려가던삶이오히려우리를하나의 이방인 으로만들어버린다는사실을폭로해준다. 우리는이러한이방인의존재방식속에서나와나의삶이분리되는데, 왜냐하면습관이우리의존재를분리시키고결국삶 9)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18. 카뮈에따르면인간은이러한습관적인삶속에서또한권태를경험하게된다. 시지프신화, 28 참고.

8 146 철학논집 ( 제 35 집 ) 자체를망각하게하기때문이다. 이러한습관속에서이방인으로살아가는우리는 내세의삶 ( 우리가그삶을얻을 자격을갖추도록 노력하지않으면안된다는 ) 에대한희망, 혹은삶그자체를위해서가아니라어떤거창한관념, 삶을초월하고그삶을승화시키며삶에어떤의미를주며결국은삶을배반하게되는어떤거창한관념을위해서사는사람들 13) 이되어버린다. 카뮈에따르면우리는이처럼이방인으로서주어지는삶의한가운데에서다음과같이질문할수있다 : 삶에대한이런모욕, 삶을수렁에빠뜨리는이런부정은과연삶의무의미에서유래하는것일까? 14) 카뮈는우리가이러한물음을제기할때다가오는감정의징후가바로부조리의감정이라고말한다. 자살하는자에게다가오는이러한감정또는세계인식이바로부조리라는것이다. 우리는앞서자살이삶을살아야할이유의결여, 삶의부정에서생겨난다고언급했었다. 왜냐하면자살하는자는자신의삶속에서, 정확히말하자면습관적으로이어지는삶속에서 잃어버린고향의추억도약속된희망도 15) 찾아볼수없기때문이다. 우리는이러한부조리의감정과자살사이의관계를카뮈의다음과같은언급에서확인할수있다 : 인간과그의삶, 배우와무대장치사이의절연, 이것이다름아닌부조리의감정이다. 16) 이러한언급에서우리는인간의존재를자신의삶으로부터단절시키는부조리의감정이우리를자살에이르게한다는것을알수있다. 달리말하자면한인간이자살을선택하는것은또는자살을선택하도록강요하는것은바로이러한부조리의존재를증명하는것이다. 그러나카뮈에따르면이러한부조리는오로지자살의경우에만드러나는것이아니다. 부조리의존재는보잘것없는우리의일상적인삶속에서도쉽게경험할수있다는것이카뮈의입장이다. 어느길목에서나불쑥 13)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19.

9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47 솟아나는부조리의감정은그누구의면전에도닥쳐들수있다. 17) 이러한부조리의감정은특정한존재에게특정한방식으로다가오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설명한다 : 모든위대한행동, 모든위대한사살의발단은어이없게도하찮은것이다. 위대한작품들은흔히길모퉁이를돌아가다가혹은어느식당에서북소리를듣다가착상한것이다. 부조리도이와마찬가지이다. 부조리한세계는그어느것보다도이런보잘것없는탄생과정에서고귀함을이끌어낸다. 18) 카뮈는우리가이러한부조리의감정을일상속에서쉽게발견할수있다고주장한다. 그에따르면부조리는일종의삶이라는무대장치의 붕괴 에서야기하는데, 그는이러한부조리의감정이드러나는경우를다음과같이제시한다. 첫째, 우리는일상에서의 권태 를통해서부조리의징후를발견한다. 우리는매일이어지는생활의연쇄속에서의식의저항을느끼게되는데, 바로이것이바로권태이다. 이러한권태가삶의부조리성을적극적으로드러내준다는것이다. 둘째, 부조리의감정은우리가자신의삶에대해서갖는낯설음속에서드러난다. 이러한낯설음은우리를세계로부터멀어지게한다. 즉, 세계가 두껍다 는것을깨닫게되고, 하나의돌이얼마나낯선것이며우리에게얼마나완강하게닫혀있는것인가를, 그리고자연이, 하나의풍경이우리를얼마만큼고집스럽게부정할수있는가를알아차리게되는것이다. 모든아름다움의밑바닥에는비인간적인그무엇이가로놓여있다. 그리하여이언덕들, 다사로운하늘, 이나무들의윤곽이지금까지우리가부여해왔던허망한의미를단순에잃어버리고서이제부터는잃어버린낙원보다도더먼존재로변해버리는것이다. 19) 카뮈는이처럼권태와낯설음으로다가오는부조리를통해서드러나는인간존재의모습을다음과같이묘사한다 : 한사내가유리칸막이저쪽에서 17)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28 이하. 19) 시지프신화, 29 이하.

10 148 철학논집 ( 제 35 집 ) 전화를걸고있다. 그의목소리는들리지않지만무언극같은뜻모를몸짓은보인다. 이쯤되면저사람은무엇때문에살아있는걸까하는의문이생겨나게된다. 인간자신에게서엿보이는비인간성을접하면서느끼는막연한불안, 우리존재자체의모습앞에서경험하는측량할길없는추락, 이시대의어느작가가말한바있는 구토, 이것도또한부조리이다. 마찬가지로, 어떤때거울속에서우리를만나러오는그이방인, 우리자신의사진속에서다시보는친근하면서도불안스러운형제, 이것또한부조리이다. 20) (2) 부조리와실존 우리는이러한부조리의현상을일종의심리현상으로파악해서는안된다. 특히앞서언급한부조리의감정이라는표현과연관지어서부조리를인간내면의심리상태로해석해서는안된다. 왜냐하면카뮈에게는부조리는인간으로하여금세계의본질을경험하게하는하나의존재론적인사건이기때문이다. 인간은이러한부조리속에서인간과세계를갈라놓는간격또는 절연상태 를경험하기때문이다. 우리는부조리의경험속에서세계를상실해버린다. 카뮈에따르면부조리는우리로하여금눈앞에주어진그리고우리가지금까지살아온세계의소멸을경험하게한다 : 인간의정신이희망으로만가득채워진움직이지않는세계속에서침묵을지키고있는한모든것은정신의향수가만들어내는통일성속에서반영되고정돈될것이다. 그러나정신이조금이라도깨어나움직이기시작하면이세계는금이가고무너진다. 즉, 무수한조각들로파열된광채들이인식앞에나타나는것이다. 그런것을가지고서우리에게마음의평화를안겨다줄친숙하고도고요한표면을재구성한다는것은바라지도말아야한다. 21) 20) 시지프신화, 31.

11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49 이러한세계의파열은우리로하여금인간의삶이지닌무기력함을폭로해준다. 이러한폭로는지금까지우리가세계에대해가졌던지식의허구성을드러내준다. 이러한부조리속에는그어떤지식과과학도자리잡을수없는데, 우리는여기에서카뮈의부조리개념이반이성주의, 반과학주의를배경으로하고있음을알수있다. 그에게부조리는인간의지성또는이성이지닌맹목성또는무기력함을드러내줄뿐이다. 만일내가과학을통하여제반현상들을파악하고열거할수있다할지라도그것으로써세계를포착할수없다는것을나는깨닫는다. 22) 우리는이러한부조리의경험을통해서이제까지의세계해석이왜곡된것임을고백해야하는데, 왜냐하면부조리를통해서모든것의전도가몰려오기때문이다. 카뮈는이러한상황을다음과같이묘사한다 : 세계의원초적인적의가수천년의세월을거슬러우리에게밀어닥친다. 한동안우리는더이상세계를이해하지못하게된다. 왜냐하면여러세기동안우리는우리스스로그세계에미리부터부여해놓은모습과윤곽만을이해해왔기때문이며, 이제부터는그러한인위적수단을행사할힘이없어졌기때문이다. 세계는다시금본래의모습으로되돌아갔기때문에우리로서는이해할수없는것이된다. 23) 카뮈에따르면이러한부조리는세계에대하여반항하는이방인으로살아가는자가반듯이경험하는현상이다. 그런데우리가여기에서주목할점은이러한부조리의경험이세계에대한부정뿐만아니라나자신의존재, 즉자아에대한부정을가져온다는사실이다. 우리는부조리의사막속에서우리자신이누구인지에대해서모르고있음을깨닫게된다는것이다. 카뮈는이처럼부조리속에서드러나는자아의상실또는망각을다음과같이묘사한다 : 나자신도확신하고있는터인 21) 시지프신화, 35 이하. 22) 시지프신화, 38. 카뮈의이러한입장은다음과같은언급에서도단호하게드러난다 : 그러나지상의모든지식은, 이세계가나의것이라고확신시켜줄만한것이라곤아무것도제공하지못할것이다.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30.

12 150 철학논집 ( 제 35 집 ) 자아를막상포착해보거나정의하고요약해보려고들면, 이자아는그만손가락사이로새어나가는물에불과한것이되니말이다. [ ] 내것인이마음자체조차나에게영원히정의될수없는것으로머물것이다. 내가나의존재에대하여갖는확신과내가그확신에부여하려는내용사이에가로놓인단층은결코메워질수없을것이다. 영원히나는나자신에게이방인일것이다. 24) 그러나이러한부조리의경험은인간과세계에대한새로운해석을제공해준다. 카뮈는흥미롭게도이러한해석을우선적으로소위실존철학자들의주장에서살펴볼수있다고말하는데, 이점에서우리는이러한부조리의개념을실존개념과연관지어볼수있다. 카뮈는먼저하이데거의실존개념에대해서언급하는데, 그에따르면하이데거는일상인이자신의존재에대한관심을하나의존재자에대한염려로희석시키거나또는지금은없지만끊임없이우리에게다가오는죽음에대한두려움을언급하면서부조리의현상을제시하고있다. 카뮈는하이데거의이러한작업을다음과같이평가한다 : 이부조리한세계안에서버티면서, 소멸할수밖에없게되어있는세계의성격을밝혀낸다. 그는폐허의한복판에서자신의길을찾고있는것이다. 25) 카뮈에따르면야스퍼스의실존개념도부조리와연결시켜볼수있다. 야스퍼스는모든존재론에절망하면서 인식의불가능성이증명되고허무가유일한현실로보이고구원을기대하지않는절망만이유일한태도로여겨지는황무지로변한이세계안에서그는신성한비밀들로인도하는아리아드네의실을발견하고자시도한다. 26) 그러나이러한실존에대해서단호하게언급한사람은카뮈에따르면키엘케고르인데, 그의실존개념은그가단지부조리현상을목격했을뿐만아니라그러한부 24)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44. 여기서카뮈가말하는아드리아드네의실은야스퍼스에따르면초월자또는포괄자가우리에게제시해놓은암호를의미한다. 인간존재는이러한암호를해독하여자신의자기를경험하게된다.

13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51 조리속에서격정적으로살아가려고했다는점을잘드러내준다는것이카뮈의평가이다. 카뮈는이러한키엘케고르의실존속에서드러나는부조리를다음과같이묘사한다 : 그는위안, 도덕, 안식의원리일체를거부한다. 그는자신의심장에박힌가시의고통을진정시키려들지않는다. 오히려그고통을일깨우며십자가형을달게받는자가느끼는절망적기쁨속에서명증성, 거부, 희극등악마적인것의범주를하나씩하나씩구축해나간다. 다정하면서도냉소적인이얼굴, 영혼의밑바닥에서울려나오는절규를동반한이표변, 이것은바로스스로의힘으로는어쩔수없는현실과대결하는부조리의정신그자체이다. 27) 카뮈에따르면이러한실존철학자들의언급은공통적으로부조리의경험을우리에게제시해주고있다. 그러한부조리의경험은공통적으로우리자신의존재가그리고우리의세계가하나의장소 28) 에얽매여있다는것을말해주는데, 이것이우리가부조리의사막에내던져져있음을말해준다. 또한이러한실존은우리에게무력함을고백하게하는데, 그것은우리가이해할수없는세계와삶에직면한우리의내면에서울려퍼지는절규이기도하다. 카뮈에따르면우리는이러한부조리의사막에서다음과같이말해야한다 : 그것이지닌유일한뜻을이해하지못하는내게이세계는엄청난비합리의덩어리에불과하다. 단한번만이라도 분명하게알겠다 고말할수만있다면모든것은구원될수있으리라. 그러나열망뿐이사람들은, 어느것하나분명한것이없고모두가혼돈이며, 인간이가진것이라고는오직스스로의명증성과자신을에워싸고있는벽에대한명확한인식뿐임을공언한다. 29) 27)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46 이하. 29) 시지프신화, 46 이하.

14 152 철학논집 ( 제 35 집 ) 3. 부조리의본질 (1) 부조리의존재론적특성 우리는앞에서부조리의징후와감정에대해서살펴보았는데, 여기에서는이러한부조리현상이지닌존재론적인의미들을살펴보도록하자. 카뮈에따르면부조리라는용어는어원상으로두가지의뜻을갖고있는데, 그것은첫째로어떤것이있을수없다는것을의미하며, 둘째로는모순이라는의미를갖고있다. 30) 그러나이러한두가지의뜻은궁극적으로우리에게하나의분명한점을알려주는데, 그것은이러한부조리가서로비교하는두개의대상들사이에서생겨난다는사실이다. 카뮈는이러한부조리의이해를통해서 - 비록그가직접적으로언급하지는않지만 - 전통철학에서문제삼았던사물자체, 실체, 물자체와같은개념들을해체시킨다. 그는자신이중요하게생각하는부조리의현상이하나의고립된대상이나사건에서생기는것이아니라두개의대상들을비교할때비로소생겨난다는점에주목한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설명한다 : 부조리의감정은어떤사실또는인상에대한단순한검토에서생겨나는것이아니라어떤하나의사실과일정한실제현실사이의비교, 어떤행동과그것을초월하는세계사이의비교에서태어난다고말하는것자체가근거있는일이다. 부조리라는것은본질적으로일종의이혼, 즉절연이다. 그것은서로비교되는두요소의어느한쪽에만있는것이아니다. 부조리는그두가지의대비에서생겨난다. 31) 그런데우리는이러한카뮈의언급에서매우중요한점을읽어낼수있 30) 시지프신화, 51 참고. 올리비에토드는프랑스문학사에서카뮈가부조리의개념을폭넓게논의한유일한작가라고언급한다. Olivier Todd, 카뮈1, 김진식옮김, 서울 : 책세상, 2000, 494 참고. 31) 시지프신화, 51 이하.

15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53 는데, 그것은부조리가어떤현상이나사태에대한단순한부정을의미하지않는다는것이다. 왜냐하면부조리는서로관계하는대상들사이의어느한쪽에있거나어느한쪽때문에생겨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이점은우리가앞서언급했듯이인간과세계 사이 에부조리가놓여있다는말과연결된다. 이런점에서카뮈는다음과같이말한다 : [ ] 부조리는인간안에있는것도아니고 ( 이와같은은유가어떤의미를가질수있다면말이지만 ), 세계안에있는것도아니고오직양자가함께있는가운데있을뿐이라고나는말할수있다. 32) 이것은부조리가인간속에또는인간밖에만존재할수는없다는것을말해준다. 또한우리는이러한부조리가결코세계내부에만또는세계밖에만존재하지않는다는점을주목해야한다. 왜냐하면그럴경우에는나의부재와세계의부재가일어나고, 따라서이것은부조리의부재를의미하기때문이다. 부조리는항상자아와세계가대립하면서생겨나는것이다. 정항균은이점을주목하여다음과같이주장한다 : 자신이이해할수없는비합리적인것으로둘러싸인세계와이성에의해세계를투명하게내다보고자열망하는자아가서로부딪침으로써생겨나는부조리는 시시포스의신화 의핵심적인주제라고할수있다. 33) 그런데부조리에대한이러한카뮈의입장은우리가앞서언급했던부조리와실존 (existentia) 의관계에대해서다른해석을제공하게한다. 카뮈가말하는것처럼부조리가두개의대상사이의관계에서만고찰된다고한다면, 이것은실존철학의입장을수용하기어렵게하기때문이다. 왜그러한가? 왜냐하면그이유는, 카뮈에따르면, 실존철학은이러한대립적인상태 32) 시지프신화, 52. 이런점에서우리는오히려부조리가서로분열된인간과세계의관계를다시이어줄수있는가능성을제공한다고말할수있다. 33)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135 이하. 정항균에의하면이러한부조리현상은 합리성의한계가명확해지고이에대한의식이싹트기시작하면서생겨나기시작한다.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135.

16 154 철학논집 ( 제 35 집 ) 로부터 도피 를시도하기때문이다. 실존철학에서말하는실존이비합리적이고모순적인삶의모습들을적극적으로끌어않으려고하는것처럼보이지만, 실존은궁극적으로우리에게이러한삶의상황으로부터의도피를권하기때문이다. 카뮈는실존철학의실존개념을이렇게해석한다. 이런이유에서카뮈는실존철학자들을다음과같이비판한다 : 인간적인것의한계속에밀폐된우주안에서, 이성의폐허를바탕으로한부조리에서출발한그들은, 기묘한논리에의하여, 자신을짓누르고있는것을신격화하고자신을헐벗게해놓은것속에서희망의이유를발견한다. 34) 카뮈는실존철학이겉으로는삶의부조리를인정하지만내부적으로는그러한부조리를극복하는것을목표로한다는점을간과해서는안된다고역설한다. 실존을통해서조명된삶에대한이해는부조리의감정을심각하게왜곡시키기때문이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비판한다 : 만약부조리라는것이존재한다면그것은인간의세계안에존재한다. 그개념이영원성으로가는도약대로변해버리는순간, 그것은이미인간의명증성과는아무관계가없어지는것이다. [ ] 인간은부조리를통합하게되고그합체에의하여대립, 분열, 절연 ( 이혼 ) 이라는본질적인성격을소멸시킨다. 이러한비약은회피다. 35) 34) 시지프신화, 54. 특히이점에서카뮈는야스퍼스의실존개념을비판한다. 그에따르면야스퍼스는한계상황에처한인간존재의유한성을고백하기를강요하고이위에서단번에우리에게초월을요청하기때문이다. 시지프신화, 55 참고. 35) 시지프신화, 58 이하. 카뮈는흥미롭게도현상학의입장이자신의부조리개념과연결된다고주장하지만이것은후설현상학에대한오해에서비롯된것으로보인다. 이점을우리는다음과같은카뮈의언급에서확인할수있다 : 세상에불변의진리란존재하지않으며오직여러가지진리들이존재할뿐이라는원초적주장에있어서현상학은부조리의사상과일치한다. 시지프신화, 67 이하. 이러한카뮈의현상학이해는 엄밀학으로서의철학 을정초하려는후설현상학의입장과일치하지않는주장이다. 카뮈자신도다른곳에서는후설의지향이초시간적본질을추구하면서플라톤의목소리를내고있다

17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55 이러한이유에서카뮈는앞서긍정적으로평가하였던키엘케고르까지도비판한다. 키엘케고르의실존이강조했던이율배반과역설의삶도결국비약으로달음질치기때문이다. 카뮈에따르면그는종교라는피난처로초월하면서부조리의감정을상실해버리고만다. 이러한비약속에서 그는세계의비합리와부조리의반항적향수사이에균형을유지하지못하고있다. 엄밀하게말해서부조리의감정의바탕이되고있는양자사이의관계를존중하지않는것이다. [ ] 반항의외침을열광적인동의로바꾸어버림으로써그는바야흐로지금까지자기의의식을비춰주던부조리를무시하기에이르고앞으로그가갖게될유일한확신, 즉비합리를신격화하기에이른다. 36) 키엘케고르는부조리에근거한실존의고통을견뎌내지못하고결국에는자신을부정하고나아가서세계를부정하고그의신에게부조리의감정을양도해버리는데, 카뮈는이러한태도를 철학적자살 이라고부른다. 카뮈는이러한철학적자살은결코부조리의진정한의미를제시해주지못한다고비판한다. 인간이자신의부조리한상황에서벗어나신과타협하는것은카뮈가보기에는결코진정한부조리가될수없다. 37) 카뮈에따르면인간의삶은이러한부조리를체험하는것, 부조리와함께하는것이다. 산다는것은곧부조리를살려놓는것이다. 부조리를살린다는것은무엇보다먼저부조리를주시하는것이다. 38) 이러한부조리는인간의숙명적인존재조건이다. 사람들은어떤순간에는부조리를회피할수는있겠지만어떤식으로든이러한부조리와마주치지않는인간의삶을생각할수는없다. 그러나모든사람이이러한부조리와직면하여부 고지적하는데, 여기에서우리는앞서언급한카뮈의현상학이해가적절하지못하다는것을알수있다. 시지프신화, 69 이하참고. 36) 시지프신화, 62. 카뮈의종교이해와비판에대한논의는그의부조리개념을이해하기위해서중요한역할을한다. 37)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 시지프신화, 83.

18 156 철학논집 ( 제 35 집 ) 조리의의미를생각하지는않는다. 오로지삶의의미를추구하는자만이이러한부조리를의식하고있는데, 그러한인간이바로 부조리의인간 이다. 카뮈는이러한부조리의인간이경험하는세계를적극적으로묘사하는데, 이러한세계는전통철학이그려왔던세계를해체한다. 이러한부조리는우리로하여금자신과마주하는세계에대해서솔직해지기를요청하기때문이다. 부조리는우리에게눈앞에펼쳐져있는세계의의미를직시할것을요청한다. 카뮈의부조리는우리로하여금지금까지알려진것과는다르게세계를이해할것을요청한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묘사하고있다 : 나는이세계가그자체를초월하는어떤의미를지니고있는지어떤지알지못한다. 그러나나는그의미를이해하지못하며지금나로서는그것을인식할길이없다는것을알고있다. 나의조건을벗어나는의미가존재한들그것이나에게무슨의미가있겠는가? 나는오직인간적인언어로된것만을이해할수있을따름이다. 내손에만져지는것, 나에게저항해오는것, 이것이바로내가이해하는것이다. 39) 비록이러한이해속에서세계가우리에게 혼돈 과 우연 그리고 등가성 에서다가온다고할지라도, 인간은부조리속에서이러한세계를포기해서는안된다. 우리는이러한카뮈의언급에서다음과같은몇가지주장들을확인할수있다. 첫째, 우리에게초월적인세계는의미가없다는것이다. 비록초월적인세계가존재한다고할지라도그것이현재의나의존재, 즉부조리를눈앞에두고있는나의존재에게아무런의미가없다는것이다. 둘째, 부조리는전통적인인간이해, 특히형이상학적인간이해를해체한다는것이다. 인간은오로지자신이직접경험하는것, 자기가처한구체적인상황속에서삶을살아가야한다는것이다. 이런점에서볼때우리가부조리를경험한다는것은인간이세계를자기자신의방식으로해석한다는것을의미한다. 여기에서우리가주목할점은부조리가우리에게새로운삶의경험을제공한다는것이다. 우리는카뮈가제시하는부조리개념이지닌의미를존 39) 시지프신화, 79.

19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57 재론적으로규정해볼수있는데, 이것은다음과같이요약할수있다. 첫째, 카뮈가부조리개념을통해서제시하는것은우리를억압하는삶에대한 반항 의필요성이다. 부조리의인간은반항을그의우선적인존재특성으로삼는다는것이다. 그런데이러한반항은단지눈앞에펼쳐진현실을벗어나거나부정하는것이아니라, 우리자신이현존한다는것을드러내주는행위를의미한다. 반항은부조리를경험하는인간에게주어진사명이다. 이런점에서김혜동은부조리와반항의관계를 부조리 가카뮈의사고의출발점이라면 반항 은내세가아니는현재를살아가는긍정적인간의윤리적해답이며실천적행동이다 40) 라고설명한다. 인간은반항하면할수록자신의존재를더확인할수있다는것이다. 부조리가야기하는반항은우리를억압해온운명과의대결을의미하는데, 여기에서부조리의적극적인역할이드러난다. 카뮈는이런이유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 반항은삶에가치를부여한다. 한생애전체에걸쳐펼쳐져있는반항은그삶의위대함을회복시킨다. 편협하지않은사람의눈에는, 인간의지성이자신을넘어서는현실과부둥켜안고대결하는광경보다더아름다운광경은없을것이다. 41) 이러한부조리는인간으로하여금매일매일의삶에대한반항을통해서삶의의미를찾으려는노력이라고할수있다. 그러나여기에서우리가간과해서안될것은이러한반항이결코자살을의미하지않는다는점이다. 카뮈는결코부조리가우리로하여금자살을강요하지않는다는점을강조한다. 비록부조리는우리의삶이죽음이라는현상을숙명적으로경험해야한다는사실을고지해주지만결코그러한죽음을강요하지않기 40) 김혜동, 카뮈와종교, 비교문화연구 제3집, 경희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 1998, 7. 카뮈는이후자신의레지스탕스의체험을배경으로하는작품인 반항하는인간 에서이러한반항의적극적인의미들을드러내고있다. 특히카뮈는이러한반항이지닌형이상학적의미들을 반항하는인간 의 2장 형이상학적반항 에서논의되는카인의후예, 절대적부정, 구원의거부, 니체와허무주의와같은곳에서상세하게논의하고있다. 41) 시지프신화, 84.

20 158 철학논집 ( 제 35 집 ) 때문이다. 오히려카뮈는여기에서사형수가죽음을앞두고느끼는삶에대한강렬한갈망속에서죽음에대한부조리의관계가드러난다고주장한다. 이점은우리가부조리의한징후로서의자살현상과자살자체를구분할때잘알수있다. 자살은이러한삶의부조리를거부하는행위일뿐이다. 우리는자살을통해서삶이지닌또는삶속에서드러나는부조리를부인할뿐이다. 카뮈에따르면이러한자살은부조리한삶의의미를이해하지못해서일어나는오해인것이다. 오히려부조리는우리에게삶을견뎌내는인내와노력을요청한다. 이런이유에서카뮈는다음과같이말한다 : 부조리는인간의최극단의긴장, 고독한노력으로써끊임없이지탱하는긴장이다. 왜냐하면그는자신이매일매일의의식과반항을통해서운명에대한도전이라는그의유일한진실을증언하고있음을알고있기때문이다. 42) 부조리의인간은반항하는인간인것이다. 둘째, 부조리는인간으로하여금자신이자유의노예라는사실을깨닫게한다. 왜냐하면부조리의인간은미래에대한기대속에서오히려자신이자유롭지못하다는것을깨닫기때문이다. 카뮈의해석자들이반항과함께자유를중요한요소로언급하지만, 글쓴이가보기에는카뮈는부조리개념을통해서인간이여태까지가졌던자유가허구적이라는것을폭로하고있다. 물론이러한오해의가능성은카뮈자신이우리에게제공하고있다. 왜냐하면그는 시시포스신화 의 부조리의추론 에서부조리에서이끌어지는귀결은반항, 자유, 열정이라고직접언급하기때문이다. 43) 그러나이러한카뮈의단순한진술은그가본문에서언급하는내용에의해서수정되어야한다. 우리는오히려카뮈의다음과같은언급에주목해야할것이다. 일상적인인간은 [ ] 마치자기가자유로운존재이기라도한것처럼행동 42) 시지프신화, 85. 이렇게희망과구원에대한약속이없다는것을알면서도포기하지않고부조리한상황을의식하며끊임없이투쟁해나가는인간이바로부조리한인간이다.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 시지프신화, 96.

21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59 한다. 어느모로보나이자유란것이매번부인당하고있는데도말이다. 부조리를만나고나면모든것이다흔들려버린다. 44) 카뮈가여기에서우리에게제기하는흥미로운문제는인간이자유의지를갖고있는가의문제인데, 이것은전통철학에서의중요한논제이다. 그러나카뮈가말하는자유의문제는그러한자유, 카뮈가표현하듯이소위 형이상학적자유 를의미하지않는다. 카뮈는어떤형이상학적주장도자유의문제에대해서확고한태도를취하지못했다고생각하는데, 왜냐하면그는인간의자유를논의하는모든형이상학적논쟁들은이율배반적인상황에서벗어나올수없다고보기때문이다. 그는자유의문제를둘러싼형이상학적논쟁이애매모호하다는점을다음과같은논증을통해서드러내고있다 : 우리에게는자유가없다. 따라서전능한신이악에대한책임을진다. 그런것이아니라면우리에게자유가있고책임이있다. 따라서신은전능하지않다. 45) 이러한카뮈의언급은첫째, 만약우리가자유롭지않다면세계에존재하는모든일들은신에의해서행해지는것이기때문에심지어그것이악한일이라고할지라도신이책임을져야한다는입장과둘째, 만약우리가자유롭다고한다면우리의행동에대해서우리가책임을져야하기때문에신은완전한존재가아니라는입장이이율배반적으로제시되어있다. 우리가알고있는인간의자유를둘러싼전통철학의논쟁들은단지이러한이율배반적인입장만을우리에게제시해줄뿐이라는것이카뮈의지적이다. 카뮈는자유에대한이러한형이상학적논쟁을벗어나서부조리의인간이과연이러한자유와어떤관계에있는가를논의한다. 그러나이때에도카뮈는인간이자유롭다는주장에대해서부정적이다. 46) 우리가부조리의 44)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여기에서언급되는자유와희망의부정은카뮈를반휴머니즘주의자또는식민주의자로해석할수있는여지를제공한다. 그러나이러한카뮈의주장은전통형이상학이허구적으로규정한인간이해에대한비판으로해석되어야한다는것이글쓴이의생각이다.

22 160 철학논집 ( 제 35 집 ) 인간이아닐경우에, 즉일상적인인간으로살아갈경우에우리는자유롭게행동하면서살아가는것처럼느끼게된다. 우리는이러한일상의만족속에서미래에대한기대와희망속에서이러한현실의제약을극복할수있다고생각한다. 우리는현실의제약에얽매이지않는자유로운존재이기때문에현재의고통이강해질수록미래에대한우리의희망은커져가게된다. 그러나카뮈는이처럼현실로부터도피하여미래로희망을갖게되면될수록우리가미래에제약된다는점을지적한다. 더나은미래, 즉미래에대한희망이우리를자유롭지않게한다는것이다. 오히려우리는우리에게주어진부조리의경험을통해서이러한미래의허구성과억압을경험하고모든것을부정하게된다. 부조리를만나고나면모든것이다흔들려버린다. 나는존재한다 라는생각, 모든것이다어떤의미를지니고있다는듯이 ( 이따금씩의미있는것은아무것도없다고말하긴하지만 ) 행동하는나의태도, 이런모든것은장차죽음이다가오고있다는부조리성으로말미암아현기증나리만큼부정되어버린다. 47) 부조리의경험이인간의자유를부정한다는카뮈의주장은예상외의것이다. 여기에서우리는카뮈가왜그런생각을하는가라고물을수있을것이다. 많은철학자들, 특히실존철학자들은인간이자유로운존재라는신념을곳곳에서드러내기때문이다. 이러한카뮈의생각을가능하게하는데는그이유가있다. 그것은그가현재를미래의목적을실현하는과정으로규정하는전통적인목적론을철저하게거부하기때문이다. 인간이자유롭지못하다는말은인간이현재의제약을벗어나기위해서미래를기대한 47) 시지프신화, 88. 카뮈의 이방인 에서사형을앞둔뫼르소가구원, 자유, 희망을거부하는것은이러한삶의부조리를간파했기때문일것이다. 뫼르소는이미부조리의인간으로서죽음이라는사실속에서드러나는세계의부조리성을적극적으로받아들이는인물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뫼르소의삶전반에드러나는세계인식은전적으로부조리의드러남자체인것이다. 이러한뫼르소의인식은부조리가결국죽음을야기한다는것이아니라죽음을통해서도소멸되지않을부조리성의인식을의미한다.

23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61 다는것, 달리말하면미래를위해서현재를살아간다는것의무의미를드러내주는데, 현재의제약속에서살아가는인간에게현재와다른미래는의미가없기때문이다. 카뮈에따르면미래라는것은단지 연기된현재 일뿐이며, 결코이러한현실의제약으로부터벗어난것이아니다. 따라서미래에그어떤목적을설정하는것은일종의도피행위일뿐이며인간이실제로그러한세계에도달할수있는것이아니다. 우리앞에펼쳐진세계는미래에설정된그어떤목적을위해서존재하는것이아니라단지부조리한현재의연속일뿐이라는것이카뮈의단호한외침이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강조한다 : [ ] 부조리의인간은자신이지금까지자유롭다는가정에얽매인채그환상을먹으면서살아왔다는것을깨닫는다. 어떤의미에서그것이그에게는속박이었던것이다. 자기인생에어떤목표를상정함으로써그는달성하고자하는목표의요청에순응했고그리하여스스로자유의노예가되었다. 48) 인간은이러한노예의상태에서의미있는삶을위한희망그리고자신의삶에대한위안을포기하게된다. 그런데여기에서생겨나는의문은그렇다면부조리는우리인간의삶을파국으로몰고가는가이다. 카뮈에따르면그것은그렇지않다. 부조리의인간은이처럼미래에대한희망의부정 - 이것은우리의자유에대한오해이기때문에 - 을통해서오히려우리앞에펼쳐진세계의의미를직시하게된다는것이다. 여기에서우리는이제지금까지의세계로부터이방인이되어 48) 시지프신화, 88. 일상적인인간은자유를상정하고이러한자유를위해자기자신을노예로만들어버린다. 이러한노예의속박속에서인간은자신이자유롭다고무의식적으로믿게된다. [ ] 나의미래에대하여희망을가짐으로써, 나자신만의진리가존재하고창조하는방식에깊은관심을기울임으로써, 그리고끝으로나의삶에질서를부여하고그리하여삶에의미가있다는것을시인하고입증함으로써, 나는스스로에게온갖울타리를만들어놓고그속에다가나의삶을가두게되는것이다. 시지프신화, 89. 여기에서우리는일상인이이러한자유에대해서갖는관계는사르트르가말한 자기기만 과유사한측면을갖고있다고지적할수있다. J.-P. Sartre, 존재와무, 서울 : 동서문화사, 2010, 113 이하참고.

24 162 철학논집 ( 제 35 집 ) 우리를사로잡았던왜곡된믿음들을버리게되고, 즉인간이자유롭다는가정아래에서우리가가졌던세계에대한오만하고배타적인태도를포기하게된다. 부조리의인간앞에서지금까지주어졌던자신만의세계는사라지고새로운세계가다가오게된다. 카뮈는이러한부조리의인간이겪는새로운세계경험을다음과같이묘사하고있다 : 부조리의인간은이렇게불처럼뜨거우면서도얼어붙은듯싸늘하고, 투명하고한정된세계, 아무것도가능한것이없으면서도모든것이주어진세계, 그한계밖으로넘어서면붕괴와허무뿐인하나의세계를엿보게된다. 49) 부조리의인간이지닌세번째존재론적의미는부조리한세계에서주어진삶을포기하지않고살아가려는 열정 이다. 열정은주어진부조리의인간이지닌삶의방식이부조리의세계를거부하거나이로부터도피하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는것을말해준다. 우리는이런이유에서이러한열정을새로운세계의갈망이나부조리의세계를포기하는것으로이해해서는안된다. 카뮈에따르면부조리의세계에서의열정은 당장은미래에대한무관심과주어진모든것을남김없이다소진하겠다는열정이외에아무것도아니다. 50) 그러나우리는이러한열정이과연부조리의세계를견뎌낼수있게하는가라는의문을가질수있다. 세계가우리에게하나의구속이나제약으로다가오며동시에우리가그러한세계로부터도피하는것이허용되지않는다면우리는이러한세계에서의삶을견뎌내기힘들것이기때문이다. 어쩌면우리는이러한세계와의극단적인대립속에서삶을포기할수도있기때문이다. 그러나카뮈는이러한생각은잘못된것이라고본다. 카뮈에따르면만약우리가세계의이러한부조리성을경험한다면, 우리에게주어지는과제는삶의질을양으로또는우리의경험의질을양으로변환시켜야할것이다. 여기에서삶의질을양으로바꾼다는말은무슨의미인가? 부조리한인간은삶의질이아니라양적인측면을바라 49)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91.

25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63 본다는말인가? 그렇지는않다. 앞의언급은카뮈에따르면이러한부조리의세계속에서필요한것은가치판단이아니라사실판단이중요하다는것을말해준다. 왜냐하면부조리의세계는우리에게특정한삶의상황이문제가되지않는다는것을제시해주기때문이다. 즉부조리의세계에서는어떠한상황이다른상황보다더낳은의미를갖고있다고말할수없기때문이다. 간단히말하자면이러한부조리의세계에서는모든가치의상실이당연한것이기때문이다. 이러한가치의결여때문에또는이러한가치에대한기대를포기하면서부조리의인간은세계를부조리한것으로받아들인다. 따라서여기에서경험은비록그것이양적인측면에서고찰된다고할지라도우리가그것에대해가치를부여하지않기때문에아무것도달라지는것이없게된다. 부조리의세계가모든존재와그러한존재에대한우리의경험을양적인것으로환원시킨다고하더라도부조리의인간은그러한것을열정적으로견뎌나가야만할뿐이다. (2) 반복으로서의부조리와창조 카뮈가제시하는부조리의해석은우리가어떤식으로든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회피해야하는것처럼보이게한다. 이런점에서우리는카뮈의부조리의개념이염세주의를조장하는것이아닌가라고우려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우려는카뮈가부조리앞에서무너져내리는인간의삶을다음과같이묘사할때더욱커진다 : 자신의육체에게버림받고제때에죽지못했기에, 자기가찬양하지도않는신과얼굴을마주한채, 삶을섬겼듯이신을섬기며, 허공앞에무릎꿇고깊이도없는무언의하늘을향해손을벌리고서종말을기다리는가운데끝까지희극을연출하는한인간의모습, 이보다더끔찍한모습이어디있겠는가. 51) 그렇다면과연우리는 51) 시지프신화, 116.

26 164 철학논집 ( 제 35 집 ) 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염세주의의한형태로받아들여야하는가? 부조리의인간은이러한부조리의세계에서주어진삶을견뎌나가야만한다고묘사된다. 카뮈는이러한부조리의세계에내던져진부조리의인간이처해있는상황을신에게벌을받는고대그리스신화의등장인물인시시포스의모습을통해서기술한다. 카뮈는인간중에서가장현명한자인시시포스가신들에게형벌을받는모습을통해서어떤인간이라도이러한부조리를회피할수없음을드러낸다. 카뮈에따르면시시포스신화는신들에대한경멸, 죽음에대한증오, 삶에대한열정에대한형벌을그려내는데, 우리가주목할것은형벌이내려지는이유가아니라그러한형벌의방법이다. 여기에서카뮈가강조하는것은가장가혹하고두려운형벌로서제시되는것이바로반복적인행위인데, 시시포스는이러한행위가의미없이무한하게반복된다는것을알면서도이것을위해서모든노력을바쳐야한다. 이것은바로부조리가지닌무의미, 즉우리가부조리속에서경험해야만하는고통스러움을드러내준다. 부조리는부조리의인간에게 반복 이라는견딜수없는현재로다가온다. 반복은과거나미래가아니라지금의현재에게다가오는것이다. 카뮈는반복에옭아매여진이러한시시포스의운명을다음과같이묘사하고있다 : 시지프의신화에있어서는다만거대한돌을들어올려산비탈로굴려올리기를수백번이나되풀이하느라고잔뜩긴장해있는육체의노력이보일뿐이다. 경련하는얼굴, 바위에밀착한뺨, 진흙에덮인돌덩어리를떠받치는어깨와그것을고여버티는한쪽다리, 돌을되받아안은팔끝, 흙투성이가된두손등온통인간적인확신이보인다. 하늘없는공간과깊이없는시간으로나헤아릴수있는이기나긴노력끝에목표는달성된다. 그때시지프는돌이순식간에저아래세계로굴러떨어지는것을바라본다. 그아래로부터정점을향해이제다시돌을끌어올려야만하는것이다. 그는또다시들판으로내려간다. 52) 52) 시지프신화, 185. 정항균에따르면 이렇게신에맞서며부조리의삶을살 아가는전형적인인물이신화에등장하는시시포스다. 정항균, 시시포스와

27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65 우리는이러한시시포스의운명에서염세주의적인비애를읽어낼수있을것이다. 그러나카뮈는시시포스의형벌을다음과같이해석한다. 시시포스는부조리의세계가가져다주는삶의무의미를자신의육체를짓눌러오는바위의무게감으로감당해나간다. 이러한바위의무게감은부조리의세계에서도망하려는자신에대한저항이다. 그러한바위에대한저항속에서오히려시시포스는바위의존재와하나가된다. 이러한일체감속에서마침내시시포스는언덕, 즉목표에도달하게된다. 여기까지의언급에서우리는마치부조리또는부조리한삶이우리를어떤특정한목표를향하게하거나이러한부조리의세계너머의다른세계로향하게한다고생각할수있다. 시시포스자신도처음에는그렇게생각했을것이다. 그러나이러한오해는시시포스가자신이그토록힘겹게끌어올려온바위가다시언덕아래로굴러가는것을목격하면서사라져버린다. 다시언덕아래로굴러떨어지는바위를목격할때시시포스는비로소부조리의의미를알아채게된다. 그순간은부조리가, 즉부조리의세계가극복될수있는그무엇이아니라는사실을깨닫게되는순간이다. 53) 여기에서그는이순간에또다시바위를언덕위로끌어올려가야하는것이자신의운명이라는사실을직시한다. 시시포스는어이없게다시굴러내려가는바위를목격하면서부조리의세계가, 부조리의의미가바로 반복 이라는사실을깨닫게된다. 54) 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 부조리가인간에게숙명적이라는카뮈의입장은그의 페스트 마지막부분에서페스트는결코사라지지않는다는언급에서도잘드러난다. 오랑의사람들의삶에침투한페스트가결코사라지지않는다는카뮈의서술은부조리가인간의삶에게피할수없는숙명적이라는사실을드러내준다. 알베르카뮈, 김화영옮김, 페스트, 서울 : 민음사, 2013, 401 참고. 54) 이러한카뮈의입장은 상징계내에텅빈구멍처럼벌어져있는결여의존재인실재에대한욕망과실재에도달하려는시도의좌절사이에서끊임없이이루어지는반복운동이바로상징계와실재의본질적관계를규정한다. 는

28 166 철학논집 ( 제 35 집 ) 그러나이러한부조리는우리에게단순한부정이아니라긍정으로서의반복을지시해준다. 시시포스는어쩌면고통과권태로서다가올수도있는이러한반복의계기속에서새로운삶을예기하기때문이다. 55) 정항균은이러한반복이가져다주는의미를다음과같이해석한다 : 부조리를인식하며포기하지않고끊임없이노력함으로써세상에들어온신을세상에서다시몰아내는시시포스적인인간은운명을신에의해결정된것이아닌자신의것으로만든다. 그때문에산꼭대기로바위를밀어올리며헛된노력을끊임없이수행하는시시포스의반복은매순간행복한반복이다. 56) 그런데이러한반복은전통철학, 특히근대철학에서인간의삶과역사에대한변화또는발전에대한기대를포기하도록요청한다. 왜냐하면시시포스가경험하는반복은이러한근대적인사유의패러다임이허구적이라는것을드러내주기때문이다. 시시포스가경험하는이러한반복속에서새로운것, 변화된것, 발전된것은존재할수없기때문이다. 이반복이라는모티브는시시포스로하여금이제다시언덕아래로내려가면서앞으로수없이다가올반복을받아들일수있는긍정의마음가짐을갖게하는데, 이것이부조리가우리에게제시해주는첫번째의미이다. 이러한긍정은부조리한삶에자신을내팽개친운명에대한저항이다. 카뮈는이와관련하여다음과같이말한다 : 나는이사람이무겁지만한결같은걸음걸이로, 아무리해도끝장을볼수없을고통을향하여다시걸어내려오는것을 라캉의주체이론과의연관성을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186 참고. 55) 이지순 박규현은 이방인 에서부조리에대면하는뫼르소의방식과이러한시시포스의방식을구분하여다음과같이주장한다 : 카뮈의사유는부조리의상태를직시하는뫼르소의단순성과솔직성에서부조리의상태를버티는시지프의성실성으로나아간다. 이지선 박규현, 카뮈와브레송의죽음론비교 연구,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23집, 프랑스문화예술학회, 2008, )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142 이하.

29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67 본다. 마치내쉬는숨과도같은이시간, 또한불행처럼어김없이되찾아오는이시간은곧의식의시간이다. 그가산꼭대기를떠나제신의소굴을향하여조금씩더깊숙이내려가는그순간순간시지프는자신의운명보다더우월하다. 그는그의바위보다더강하다. 57) 카뮈가시시포스의반복을통해서그려내는두번째의미는이러한부조리의세계가제시하는것이인간에게부여되는새로운윤리규범의필요성이아니라모든것의 등가치 를확인하는것이며, 이러한등가치를견뎌내는인간의역할을강조한다는점이다. 이런점에서시시포스에대한카뮈의언급을일종의모랄에대한언급으로보는올리비에토드의해석은고려되어져야할것이다. 58) 카뮈의반복은모든것의등가치를통해서어떤윤리적인규범을정초하는시도가부조리의세계에서의미없다는것을폭로해주기때문이다. 부조리의인간은부조리의세계가끊임없는반복속에서우리에게뿌려놓는모든것들이동일한가치를가질뿐이라는것을간파한다. 카뮈에따르면이것은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 59) 와도스토예프스키의키릴로프에게도똑같이주어진부조리의세계인것이다. 아니이들뿐만아니라일상성을거부하고삶의의미를찾아오디세우스적인항해를떠나는자들에게다가오는귀결이다. 이들에게서들려오는공통적인소 57) 시지프신화, 186 이하. 부조리를긍정으로서수용하는시시포스의태도는카뮈에따르면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에서키릴로프가 모든것이잘되었다 라는말을남기는것에서도발견된다. 시지프신화, 167 참고. 58) 올리비에토드, 카뮈 1, 서울 : 책세상, 2000, 488 참고. 59) 김종우는카뮈가시시포스에게부여하는부조리의운명이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에게도발견된다는점을강조한다. 그는카뮈가구성하는시시포스신화의줄거리가오이디푸스가경험하는부조리한삶과유사하다고주장한다. 김종우에따르면 카뮈가시지포스의부조리한운명을설명하는대목에서오이디푸스를등장시킨것은, 오이디푸스가자신의운명을인식한순간에보여주는극적인장면때문이다. 김종우, 오이디푸스를통해보는부조리인식 - 카뮈의 시지포스신화읽기의한방식 -, 한국프랑스학논집, 제71집, 한국프랑스학회, 2010, 58.

30 168 철학논집 ( 제 35 집 ) 리는 부조리한인간의대답은긍정이며그의노력에는끝이없을것이다 60) 라는것이다. 여기에서우리는부조리한인간으로서우리의존재를부조리한세계에남겨두어야한다. 왜냐하면모든것은서로같은가치를갖고있기때문에우리가또다른세계를갈망하는것은의미가없을것이기때문이다. 마치시시포스가그의부조리한언덕에서떠나지않고반복하여바위를굴려올려가는것처럼부조리의인간은부조리한세계에머물러야만한다. 이러한반복속에서부조리한인간과부조리한세계그리고그것들이엮어내는부조리한삶은새로운관계를맺게된다. 카뮈는이러한세계를다음과같이묘사한다 : 이제부터는주인이따로없는이우주가그에게는불로의것으로도, 하찮은것으로도보이지않는다. 그에게는이돌의부스러기하나하나, 어둠가득한이산의광물적광채하나하나가그것만으로도하나의세계를형성한다. 61) 여기에서우리는부조리의인간을의미하는시시포스의시선에주목해야한다. 시시포스의시선속에서부조리의적극적인역할을찾아볼수있는데, 우리는이것을부조리의 역설 이라고부를수있을것이다. 이러한시선속에서는카뮈가반복을통해서드러내려는세번째의의미가놓여있다. 왜냐하면이러한시시포스의시선속에서부조리는우리로하여금또다른삶과세계에대한희망을물거품처럼만들어버리는 단절 을경험하게하기때문이다. 이제시시포스의시선은, 즉부조리의인간이드러내는운명적인시선은부조리속에서근원적인존재의단절, 삶의단절을우리에게제시하기때문이다. 이러한단절은또다른삶에대한갈망을우리로부터격리시킨다. 부조리의인간은더이상신에게눈길을향하지않고초월을추구하지않으며새로운목표를설정하지도않는다. 전락 의끌라망스와 이방인 의뫼르소가죽음을담담히받아들이듯이시시포스는눈앞에주어진것을그대로받아들인다. 그러나부조리의인간은이러한단 60)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188 이하.

31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69 절을종말로이해하지않는다. 부조리의인간은반복속에서주어지는단절의경험을통해서비로소지금까지외면했던지금주어진세계와삶자체에시선을고정시키게된다. 반복은이제우리의삶을삶자체로서바라보게한다. 62) 이처럼부조리의역설을알아차린시시포스의시선은고통스럽게다가오는 반복 에마주하여도피하지않고정면으로대응하여오히려자신의삶의근원을파악하는 순간 을마련해준다. 카뮈는반복이가져다주는이러한순간을다음과같이묘사한다 : 인간이그의생활로되돌아가는이미묘한순간에시지프는자기의바위를향하여돌아가면서서로아무연관도없는이행위들의연속을응시한다. 이행위들의연속은곧자신에의해창조되고자신의기억의시선속에서통일되고머지않아죽음에의해봉인될그의운명이되고있는것이다. 이렇게, 인간적인모든것은완전히인간적인근원을가지고있음을확신하면서, 보고자원하되밤은끝이없다는것을아는장님인시지프는지금도여전히걸어가고있다. 바위는또다시굴러떨어진다. 63) 카뮈에따르면카프카, 키엘케고르, 체스토프는다시굴러내려가는바위를바라보는이러한시시포스의시선을응시하지못했다. 그들은부조리의역설을간파하지못했던것이다. 그것은결국부조리의삶을이해하지못하는결과를야기하게되고, 이로인하여그들은모두이러한부조리를 62) 반복으로서다가오는부조리의경험을통해서삶자체의의미를회복하려는카뮈의입장은니체의영겁회귀상과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 니체는영겁회귀사상을통해서삶의반복을제시하는데, 그는이러한반복을통해서주어진삶에대한적극적인운명애와새로운가치의창조를제시하기때문이다. 카뮈의부조리개념이지닌반복의의미와니체의영겁회귀사상과의연관성에대한논의는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110 이하참고. 이외에도우리는카뮈가시시포스에게그리고니체가차라투스트라에게부여하는의미의유사성을언급할수있다. 이들에게서는모두종교의부정, 운명의긍정, 현실세계의긍정, 초월의부정, 목표의결여등을읽어낼수있기때문이다. 63) 시지프신화, 188.

32 170 철학논집 ( 제 35 집 ) 회피하는두가지의방식, 즉자살이나희망을제시하게된것이다. 그들은이를통해서부조리의세계로부터도피하여인간의구원을갈망하게된다. 카뮈에따르면이러한비약이모든실존개념의토대로자리잡고있는데, 64) 이런이유에서카뮈는실존철학자들과거리감을둔다. 카뮈는부조리의역설을간파하는시시포스의시선을통해서오히려이러한구원또는비약을포기하는것이부조리한삶을살아가는길이라고주장한다. 그러나이것은우리가부조리에순응하거나종속되어야한다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 카뮈는반복되는운명을의식하면서또다시바위를굴려올라가는 - 세계로부터의도피나구원을추구하지않는 - 시시포스의행동을부조리에대한강력한저항으로이해하기때문이다. 그런데이러한카뮈의언급에서주목할것은카뮈가이러한부조리의개념을통해서전통철학에서인간을이해하는배경이었던영혼과육체의이분법을부정한다는점이다. 특히그는부조리의세계속에서부조리의인간이존재하는방식이육체에대한영혼의우월성과는상관이없다는것을강조한다. 오히려우리에게반복으로다가오는부조리의세계에서는초월적세계를갈망하는영혼은추방되어야한다고본다. 부조리의세계에서부조리의인간은오로지자신의육체를신뢰할뿐이기때문이다. 이런이유에서카뮈는다음과같이단호하게말한다 : 비로비천한것일지라도육 64) 카뮈에따르면이러한비약은모든형이상학이지니고있는특징이다. 따라서그는이러한비약을갈망하는형이상학을다음과같이비판한다 : 모든것이주어져있을뿐무엇하나설명되지않는세계에서어떤가치혹은형이상학의풍요로움이라는것은무의미한개념이다. 시지프신화, 207. 그런데카뮈는시지프신화의 프란츠카프카의작품속에나타난희망과부조리 에서는동일한것의영원한되돌아옴을강조하는니체의입장에대해서는다른철학자들과는달리긍정적인태도를취한다. 그러나정항균은카뮈가부조리를통해서제시된인간과세계의대립적인구조를포기하지않는점에서초인을통해세계와대립을극복하는니체와구분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2009, 138 참고.

33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71 체는나의유일한확신이다. 나는오직육체로살수있을뿐이다. 피조물의세계가나의조국이다. 바로그렇기때문에나는이부조리하고보람없는노력을선택한것이다. 바로그렇기때문에나는투쟁의편에서선것이다. 65) 카뮈에따르면우리는반복으로다가오는부조리를운명적으로받아들이면서부조리의인간이되어야한다. 그런데과연이러한부조리의인간은누구인가? 그는여기에서부조리의세계에서가장부조리한인간은 창조하는인간 이라고주장한다. 카뮈의 시시포스신화 는세가지부분, 즉부조리의추론, 부조리한인간, 부조리한창조로구성되어있는데, 그는진정한부조리의인간이무엇인지를바로창조라는개념을통해서우리에게제시한다. 부조리의인간은숙명적인부조리의세계에서자신의존재감을, 즉자신의삶을창조로서드러내기때문이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강조한다 : 중요한것은부조리와더불어살아숨쉬는것이고그것이주는교훈을알아차리고그피와살을재발견하는것이다. 이런면에서부조리한즐거움의전형은다름아닌창조이다. 66) 이러한창조는바로우리에게주어져있는부조리의세계에서삶의의미를새롭게발견하는것이다. 달리말하자면창조는부조리속에서삶을견뎌내는방식인것이다. [ ] 매순간긴장을풀지않은채세계와맞대면하고그리하여질서있는광란속에서모든것을다맞아들이는인간은그의마음속에서또다른열기가솟아오르는것을느낄수있다. 그래서이러한세계안에서작품은그의의식을지탱하고그의식의모험들을고정시킬수있는절호의기회가된다. 67) 부조리의인간은매순간마다창조한다. 그러나여기에서주목할것은 65) 시지프신화, 132 이하. 육체에대한카뮈의관심은그가연극에집착했다는점에서알수있다. 그는연극에서배우는 모든것을인간의육신으로만들어표현하지않으면안된다 고생각하기때문이다.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 시지프신화, 146.

34 172 철학논집 ( 제 35 집 ) 이러한창조가새로운세계, 즉부조리의세계를벗어나서또다른세계를만드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는사실이다. 부조리는결코종말을맞이하지않고삶이있는곳에서또다시시작되기때문이다. 오히려부조리의인간이수행하는창조는그러한부조리의세계속으로침투하여그세계의의미를다시발견해내는반복의작업으로이해해야한다. 그런데카뮈는여기에서그렇다고해서이러한창조가부조리의세계를자신의욕구와의도속에서드러내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는점을강조한다. 단지창조는우리로하여금부조리의반복속에주어진자신의육체의고통을느끼면서세계와삶의의미를투시하게할뿐이다. 이처럼시시포스의시선을통해서부조리를파악한 부조리의인간에게중요한것은이제더이상설명하고해결하는것이아니라실감하고묘사하는것이다. 모든것은투시력을갖춘무관심으로부터시작된다. 68) 여기에서부조리의인간은이러한세계를더이상설명하려고하지않는다. 왜그러한가? 그것은부조리의세계가결코어떤인과관계에의해서설명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앞서언급한반복그리고단절은이러한인과적인세계를부조리의소용돌이속에서해체해버리기때문이다. 부조리는오히려그러한인과관계를제거해버린것에서부터시작되기때문이다. 카뮈는부조리의세계가설명되는것이아니라있는바그대로 묘사 될뿐이라는점을강조하는데, 그는여기에서세계경험의방식으로서설명과묘사를엄밀하게구분한다. 먼저그는설명은세계를인과적인관점에서고찰하는것이라고본다. 그러나이러한설명은앞서언급한것처럼결코부조리의세계에적용될수없다. 왜냐하면부조리의세계는이러한인과관계를이미폐기시켜버렸기때문이다. 정확히말하자면부조리는삶과세 68) 시지프신화, 147. 이런점에서카뮈는철학과예술을대립적으로것으로파악하거나심지어예술에대한철학의우월성을주장하는전통철학의입장을거부한다. 그에따르면철학뿐만아니라예술도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묘사한다는점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 또한카뮈는세계는설명가능한것이아니기때문에예술이존재할수밖에없다고주장한다. 시지프신화, 152 참고.

35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73 계속에서드러나는인과관계를해체시키는행위이기때문이다. 반면에카뮈는묘사가바로반복속에서드러나는부조리의적극적인의미를우리에게가져다준다고주장한다. 이러한묘사는앞서말한바대로시시포스의시선, 즉반복의본질을동요하지않고날카롭게꿰뚫어보는것을의미한다. 즉묘사는부조리의세계가반복속에서드러내는역동적인다양성을우리에게전달해준다. 묘사는우리로하여금부조리의인간이부조리한세계를어떻게이해해야하는지를드러내주는유일한삶의태도인것이다. 69) 우리는부조리의세계에대한이러한묘사속에서부조리한인간으로서삶을충실하게살아가게된다. 카뮈는이점을다음과같이설명한다 : 묘사하는것, 이것이야말로부조리한사고의최종적야망이다. 과학역시그역설의절정에이르면대안의제시를그만두고발걸음을멈춘채현상들이보여주는영원히순결한풍경을관조하고묘사하게되는것이다. 이리하여우리는세계의여러가지모습들을바라보면서우리의가슴속에서열광과더불어솟아오르는이감동은세계의깊이에서가아니라그다양성에서온다는것을마음깊이깨닫는다. 설명은헛된것이지만감각은없어지지않고남는다. 그감각과더불어양적으로무궁무진한한세계가그칠줄모르고우리를부르고있는것이다. 70) 4. 나오는말 우리는지금까지카뮈의 시지프신화 를중심으로그의부조리개념이 지닌철학적의미들을살펴보았다. 카뮈는우선적으로두번이나반복되는 세계대전이후에전개된유럽의암울한시대상을각인하는용어로부조리 69) 설명과묘사를구분하는카뮈의입장은설명과이해를구분하는딜타이의입 장과비교해볼수있다. 70) 시지프신화, 147 이하.

36 174 철학논집 ( 제 35 집 ) 의개념을사용하지만, 그것은그러한시대적인규정을벗어나서인간존재와세계의본질에대한근원적인성찰을가능하게해주는역할을한다. 특히카뮈는우리에게다가오는자살이라는근원적인현상을통해서우리의일상성에침투하는부조리의징후에주목한다. 이러한자살은특정한경우에특정한이유때문에다가오는것이아니라일상적인삶속에내재되어있는세계의본래적인모습을드러내주는계기로서작용한다. 카뮈는이러한자살이우리로하여금삶의적나라한모습을폭로하는역할을한다고본다. 부조리의감정은권태와낯섦속에서우리가몸담고있는세계를우리로하여금소외시킨다. 그러나부조리가가져오는이러한소외는단지세계에대한나의심리적인상태를드러내는것이아니라세계와인간사이의존재론적인단절을의미하며, 여기에서우리의시선을세계속의사물들과연결시키는가능성은차단된다. 이러한부조리는우리가자신과세계에대해서가졌던모든지식과가치관이허구적이며왜곡된것이라는사실을폭로한다. 이러한부조리의감정속에서모든것의전도가일어나며우리가경험했던세계는사라져버리게된다. 그러나카뮈에따르면우리는이러한부조리의경험을통해서세계를새롭게해석할수있는가능성을확보할수있다. 그것은인간과세계에대한전통적인해석을해체한다. 특히부조리의경험은모든형이상학적신념들을해체시키고거기에서존재했던모든억압적인세계해석을제거해버린다. 이러한부조리의경험은우리로하여금실존철학자들의세계관에관심을갖게하지만, 카뮈는실존철학자들의실존은어떤식으로든눈앞에있는세계로부터의도피나초월을옹호한다는점에서부조리의경험을올바르게드러내주지못한다고비판한다. 두개의존재또는세계사이에서일어나는갈등속에존재하는부조리는결코세계를초월하거나부정하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 카뮈는부조리의존재론적특징으로반항, 희망의부재, 열정을제시하면서운명적으로다가온부조리의세계속에서우리가부조리의인간으로남아있기를요

37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75 청한다. 그러한부조리의인간은언덕에서다시아래로굴러내려가는바위를응시하는시시포스의시선을알아차리는자이다. 이러한시시포스의시선은부조리의역설을통해서우리가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벗어날수없다는사실그리고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견뎌내야한다는사실을우리에게고지한다. 이러한카뮈의주장은얼핏하나의염세주의를조장하는것으로받아들여질수있다. 그러나카뮈가말하려고하는것은부조리의인간은세계를부정적으로해석한다는것이아니라이러한부조리의세계속에서혼돈과우연그리고등가성으로주어지는끊임없는반복의놀이속에서자신의삶을창조해나가야한다는점이다. 카뮈는시시포스가행하는이러한반복의놀이를통해서초월적인세계를전제하는신화적인세계관을해체하고, 끊임없는변화와발전을옹호하는이성의해체를시도한다. 부조리한인간의이러한창조는또다시초월적인가치를만들어내는것이아니라반복속에서주어지는육체적인것의고귀한의미와모든새로운것에대한무관심속에서삶을견뎌내는것이다. 이러한무관심으로서의부조리는세계를인과관계로설명하는태도를포기하고반복으로서의부조리가우리에게드러내주는삶을충실하게묘사하는것이다. 그런데끝으로우리는이러한부조리에대한카뮈의긍정적인언급에도불구하고그의부조리개념전반에대한몇가지의문을제기할수있다. 첫째, 카뮈는부조리의세계가도래하는것의당위성을설명하지만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견뎌내는방식으로제시하는것, 즉부조리의인간으로살아가는방식으로제시한것들은단지심리적인위안으로그칠가능성이있다는지적이다. 이런점에서볼때카뮈의부조리개념을전통형이상학의해체를위한확고한철학적교두보로받아들이기에는다소문제가있지않겠는가라는생각이든다. 둘째, 우리가살아가는세계가부조리한세계라고폭로하면서도이러한세계를견뎌내야만한다는주장은인간의삶에또다른염세주의라는멍에를씌우는것이아닐까라는생각이든다. 이점에서는차라리이러한부조리의세계를인지하면서이러한부조리의세계로

38 176 철학논집 ( 제 35 집 ) 부터벗어나려고노력했던실존철학자들의태도가올바른것이아닐까라는생각이든다. 여기에서최소한 시시포스신화 에서는카뮈가이후에 반항하는인간 에서보여주는그러한적극적인모습이결여되어있다는것을인정해야한다. 그러나이러한비판에도불구하고카뮈는부조리개념을통해서우리의삶의한가운데서주어지는모호한현상들에대한관심을불러일으키고이러한부조리의세계에서과연어떻게살아가야하는가라는실천의문제를고민한다는점에서시사하는바가크다고할수있다. 그는인간의끊임없는욕구와이에대한세계의냉정한침묵속에서생겨나는부조리의삶을우리가결코회피해서는안된다는주장을통해서오늘날처럼타인뿐만아니라자신들의삶마저도쉽게경시해버리는현대인들에게삶의대한치밀한성찰을요청하고있다.

39 카뮈의부조리철학에대한고찰 177 참고문헌 김종우, 오이디푸스를통해보는부조리인식 - 카뮈의 시지포스신화읽기의한방식 -, 한국프랑스학논집 제71집, 한국프랑스학회, 김혜동, 카뮈와종교, 비교문화연구 제3권, 경희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 박홍규, 사이드와카뮈, 인문연구 제61집, 영남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 이지선 박규현, 카뮈와브레송의죽음론비교 연구,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23 집, 프랑스문화예술학회, 정항균, 시시포스와그의형제들 - 현대문학과철학에나타난 반복 모티브, 서울 : 을유문화사, Camus, Albert-Grenier, J., 카뮈- 그로니에서한집 , 서울 : 책세상, Camus, A., 김화영옮김, 반항하는인간, 서울 : 책세상, 2012., 김화영옮김, 시지프신화, 서울 : 책세상, 2013., 유영옮김, 전락, 서울 : 창비, 2012., 김화영옮김, 페스트, 서울 : 민음사, Said, E. W., 문화와제국주의. 서울 : 창, Said, E. W., 오리엔탈리즘, 서울 : 교보문고, Sartre, J.-P., 존재와무, 서울 : 동서문화사, Todd, O., 카뮈 1, 서울 : 책세상, 2000.

40 178 철학논집 ( 제 35 집 ) <Zusammenfassung> Eine Untersuchung über die Absurdität bei Camus Lee, Seu-kyou (Jeju Universität) Camus bezeichnet in seinen Werke wie der Fremde, die Pest, Mythos von Sisyphos, die das nach dem 1. Weltkrieg in Europa verbreitete Symphtom als Absurdität verstehen. Er ist der Meinung, daß wir mit dieser Terminologie Absurdität das Wesen des Menschen und der Welt aufrichtig herausfinden werden können. Camus zufolge ist die eingentliche Aufgabe der Philosohie und Bestimmung der Philosophen, den Sinn des Lebens ernsthaft nachzudenken. Für Camus ist der Begriff Absurdität aller wichtigsten. Indem er aufmerksam auf den Selbstmord macht, versucht er dann die Herkunft und das Wesen dieser Absurdität darzustellen. Ihm zufolge ist der Selbstmord ein gutes Beispiel dafür, daß die fatale Absurdität unser Leben ständig herumgreift und zwingt. Camus untersucht in seinem Werk Mythos von Sisyphos dieses Problem der Absurdität des alltäglichen Lebens und der Welt und versucht die verschiedene philosophische Bedeutung dieser Absurdität darzustellen. Und er betonnt, der Begriff der Existenz der Existenzphilosophie wie Kierkegaard, Nietzsche, Heidegger, Jaspers spielt eine Rolle und gibt irgendeinen Leitfaden zum Verständnis über die Absurdität Camus. Trotzdem kritisiert Camus den Existenzbegriff der Existenzphilosophen, weil uns ihr Existenzbegriff im Vergleich zu der Absurdität Camus anderen philosophischen Horizont zeigt. Das Hauptanliegen dieser Kritik an den Existenzbegriff liegt daran, daß die Existenzphilosophen immer die Transzendenz oder das Fliehen aus diesem absurdischen Leben und der Welt versucht. Im Gegensatz dazu betonnt Camus, daß der Mensch wie Sisyphos sein Schicksal oder sein verhängnisvolles Leben in dieser Welt irgendwie ertragen sollte. In dieser vorliegenden Abhandlung wird die Bedeutung der von Camus in seinem Werk "Mythos von Sisyphos" betonnende philosophische Bemerkungen untersucht, womit er uns über das Wesen des Menschen und der Welt mitteilt. Schlagwörter: Absurdität, Camus, Sisyphos, Existenz, Pessimis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