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인권입문과정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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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차 여는말 (박진옥,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사무국장(대행))... 2 국제앰네스티 (Amnesty International)... 3 ㅣ1강ㅣ 불편한 진실 년 9월 13일 (고은태, 국제앰네스티 국제집행위원) ㅣ2강ㅣ 생명권과 사형제도 년 9월 20일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ㅣ3강ㅣ 표현의 자유와 인권 년 9월 27일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ㅣ4강ㅣ 빈곤과 인권 년 10월 4일 (박진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대행)) ㅣ5강ㅣ 무기와 인권 년 10월 11일 (박승호, 무기제로 활동가) ㅣ6강ㅣ 양심과 사상의 자유, 병역거부 년 10월 18일 (임재성,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저자) ㅣ7강ㅣ 차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보기 년 10월 25일 (박석진 훈창,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ㅣ8강ㅣ 변화하는 시대에 변화하는 인권 년 11월 1일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1

2 인사말 박진옥,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사무국장(대행) 인권은 이제 한국사회 이슈에 있어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하면 막연하기만 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인권교육 에 대한 요구가 해마다 계속 증가추세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올해로 5 년째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인권입문과정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앰네스티는 8 주간의 입문과정을 통해 인권이 부정되는 곳에서 이와 관련된 쟁점 혹은 그 쟁점이 적용되는 사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그리고 권리가 짓밟혀진 경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입장을 내 입장에서 되돌아 생각해보게 하기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권이란 정의부터 시작하는 이론적 접근보다는 인권침해사례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인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권교육은 자기로부터의 혁명 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 있는 반인권의 모습은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그 동안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사실에 대한 부정, 이를 바탕으로 인권에 한걸음 가까이 가는 것, 하지만 한걸음 가까이 갔다가도 뒤돌아 보면 아직도 내 안에 있는 차별 혹은 무지에 숙연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권은 처음에는 그저 좋은 것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년 인권입문과정에 참여하신 여러분들과 함께 나눔과 성장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권교육은 단기 속성과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슈과정, 온라인 과정 등을 통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에서 자주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강의를 맡아주신 발표자분들께 감사 드리며, 함께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

3 국제앰네스티 Amnesty International 국제앰네스티는 정의와 자유, 진실과 존엄성을 침해 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상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알립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행동하며 중대한 인권침해 상황을 중지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을 얻어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1976 년 노벨평화상, 1977 년 유엔인권상을 수상하였으며, 약 160 여 개국, 280 만 회원과 지지자들이 국적, 인종, 신앙의 차이를 초월하여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적인 단체이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협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72 년에 창설되어 현재 국내 1 만 여명의 회원과 함께 양심수 석방, 고문방지, 사형제도 폐지, 여성폭력추방, 무기거래통제, 이주노동자와 난민보호, 최근에는 빈곤에 대한 인권적 접근을 시도하며 국제적 연대를 통한 인권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3

4 1강. 불편한 진실 1 강사: 고은태, 국제앰네스티 국제집행위원 일시: 2012년 9월 13일 (목) 인권의 정의 사람, 존엄, 권리 인권은 모든 사람이 그 존엄함에 걸맞은 삶을 누리는데 필요한 권리들 입니다. 인권은 사람, 존엄, 권리 라는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람 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인권에 있어 사람 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놓치고 있습니다. 흉악범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대법원도, 유엔총회도 사람이 아니다 라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람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바꾸고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한다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요? 바로 다른 사람들도 여러분이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의 고유한 그 자체이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사람 입니다. 그 부분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은 존엄하다 이 부분은 토론의 여지가 있겠네요. 일단 사람은 존엄하다라고 쳐봅시다. 여러분들은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에 동의하니까 여기에 계시겠지요? 이 중에 스스로 존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생각이고요, 누구나 속으로는 스스로를 존엄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도 스스로 존엄하지 않다라고 생각을 하니까 자살을 하겠죠. 자신이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자살을 결심합니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존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존엄함을 인정받으려면 전세계 인구 중에서 탑 원이 되어야 합니다. 내 위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의 존엄은 위험합니다. 직장에서 혹은 군대에서 나의 보스가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신다면, 단 한 명이 내 존엄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알 수 있죠. 나 혼자 존엄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존엄은 늘 위협받습니다. 따라서 내 존엄을 인정받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권리 라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마땅히 가질만한 자격입니다. 여기에는 조건이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무를 다해야 권리를 갖는다는 것 은 국민을 통제하고자 하는 해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는 무엇을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1 이 글은 2012 인권입문과정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1강-불편한 진실> 강의를 녹취한 내용입니다. 4

5 인간의 보편적 권리 헷갈리는 부분을 정리하자면, 우리가 흔히 나쁜 놈 에게는 인권이 없고, 착한 사람 에게는 인권이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선량한 사람이 있습니까? 인류는 하나의 인권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과 저 사람의 권리가 다를 수 없습니다. 인권의 보편적 권리라는 개념을 떠나서 이야기하더라도 인권이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힘입니다. 인간 종족으로서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 권리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점입니다. 인권의 역사 르네상스, 계몽주의 인권의 역사를 그리스시대부터 따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홍익인간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다 뒤로하고, 저는 르네상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계몽주의를 통해 이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인간을 재발견하고 인간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인권이라는 관념이 싹트게 됩니다. 프랑스대혁명, 파리꼬뮌, 러시아혁명 결정적으로 프랑스대혁명과, 미국의 독립도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독립 때 나온 <버지니아 권리장전>에 인권의 개념이 굉장히 잘 나옵니다.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인간이 평등하다라고 천명을 했죠. 거기에서부터 인권이 시작하게 됩니다. 모든 인간이 같다 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인권이 성립되는 것이지 인간마다 다른데 인권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 인권이라고 해서는 안되죠. 남자권, 여자권, 착한 사람의 권리, 돈 많은 사람의 권리라고 해야겠지요. 인권이라고 한다면 모든 인간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개념이 프랑스대혁명 때 싹텄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불행한 일을 겪습니다. 파리꼬뮌이 발생하죠. 파리꼬뮌은 세계최초의 노동자 권력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파리코뮌 그리고 프랑스대혁명이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들이었고, 당시에 요구된 자유, 참정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는 부르주아지들의 것이었습니다. 나도 귀족처럼 내 인신을 보호받고 내 재산을 보호받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 힘으로 정부의 관료들을 선출하겠다는 요구였던 것이죠. 한편 쁘띠 브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들에게는 노동할 권리와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혁명을 한 뒤에 부르주아들이 주로 장악을 하다고 보니 다시 노동자들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파리꼬뮌인데, 파리꼬뮌은 혁명의 주체세력들이 처참하게 학살당하면서 끝이 납니다. 그 후로 인권의 역사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냐면, 소위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들이 탄압을 받게 됩니다. 흔히 좌파의 것이다 빨갱이의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상당기간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합니다. 그러한 권리들은 러시아 혁명에 이르러서야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죠. 인권의 역사를 보면 여러가지 굴곡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온 전체로써 온전히 하나여야 할 인권이 시민 정치적 권리와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두 가지로 대립되는 듯한 느낌을 오늘날까지도 받게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 2 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원자폭탄 그런데 인권이 사실 그 전에는 국가단위에서만 이해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권이 아니죠? 그 나라 국민의 권리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인간의 권리를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죠. 국제사회에서 인권이 결정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2 차 세계대전 이후입니다. 2 차 세계대전은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자, 동성애자, 집시족이라 불리던 로마사람들을 대책 없이 학살합니다. 두번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인류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왜냐하면 사실 20 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류는 미래에 5

6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류는 이대로 가면 유토피아에 가까이 갈꺼야! 그 근거는 이성에 바탕을 둔 과학, 합리적인 학문들이었습니다. 과학은 인류가 전진할 힘을 제공하고, 이성은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2 차대전을 겪으면서 홀로코스트를 통해 이성의 파멸을 본 것이죠. 그것도 이성을 강조하는 독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홀로코스트를 통해 사람들은 이성이라는 것에 대해 질문하게 됩니다. 더불어 원자폭탄을 통해 과학을 이용해 인류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됩니다. 인류가 기대하던 두가지가 인류를 배신한 것입니다. 인류는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는 다 죽을 수 있다 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평화 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깨닫고 유엔을 만들게 됩니다. 2 차 대전 이후에 평화 는 사치품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필수품이 된 것입니다. 유엔의 탄생, 세계인권선언 그래서 유엔헌장은 제일 첫머리에 우리 연합국 국민들은 우리 일생 중에 두 번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가져온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 및 가치, 남녀 및 대소각국의 평등권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며 라고 시작합니다. 유엔의 이념은 평화와 인권입니다. 왜냐하면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 평화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평화를 지키려면 인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인권이 말살되는 곳에 전쟁이 생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엔을 만들고 처음으로 한 일이 세계인권선언을 만든 것입니다 년 유엔이 생길 때 세계인권선언 초안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엘리노어 루즈벨트 여사가 위원장이 되어 3 년 동안 작업을 합니다. 당시만 해도 인권의 개념이 지금처럼 확립되어있지 않았을 때라 3 년 동안 굉장히 많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3 년 동안 수많은 논의와 타협을 거쳐 1948 년 12 월 10 일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발표가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인권선언이라고 번역이 되었지만, 그것은 조금 잘못 되었고요,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니까 보편인권선언 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유엔이 통과시킨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최초로 합의한 인권문서라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세계인권선언으로부터 세계 각국 정부가 참여해서 합의한, 인권에 대한 본격적이고 기본적인 문서가 마련이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이때부터 인권이 국제질서의 하나로 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권은 이제 60 년이 갓 넘은 짧은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권의 특성 보편성 간단하게 인권의 특징을 두가지로 정리해보면, 첫째는 보편성(Universal)입니다. 누누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인권을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권이 없어지면, 나의 인권도 없어진다 는 것은 이념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인권을 박탈할 권리를 가진다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인권을 박탈하는 칼을 어디에 들이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인권은 보편적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인권에 인간이라는 것 외에 다른 자격조건을 따지게 된다면 굉장히 복잡해지게 됩니다. 여러분은 무슨 조건으로 여러분의 자격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세금을 내서? 그러면 그것은 납세자권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모두에게 모두를 두번째로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어야 합니다. 학자들은 한 이야기로, Inalienable, Indivisible, Interdependent & interrelated 라고 하는데 이것은 누구도 소외시킬 수 없고, 인권의 영역을 나눠서 이것은 주고 이것은 줄 수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전에 국제적으로 인권에 대해 큰 도전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아시아적 가치 를 내세웠습니다. 그 배후에는 중국도 있었을 텐데요, 꽤 혹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권이라는 것이 서구에서 생성되었기 때문에, 서구적 인권을 아시아에 이야기하는 것은 서구의 제국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가족, 경제성장의 중요성입니다. 그러나 당시 6

7 말레이시아는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전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요즘도 말레이시아는 제 1 야당의 대표를 동성애 혐의로 잡아넣기도 합니다. 당시 마하티르 총리가 아시아적 가치를 가지고 혜성처럼 나타났습니다. 마하티르 총리의 논리는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보편적 인권이 아닌 아시아적 인권 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말레이시아 주민에게는 표현의 자유 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마하티르 총리는 국민들이 원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우리나라 인권운동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사회 경제 문화적 권리에 더 비중을 두고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87 년도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어느 정도 성취됐다고 보기도하고, 동시에 그것은 부르주아적 권리라고 인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용산참사를 봅시다. 용산참사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죠? 생존의 권리이자 강제철거를 당하지 않을 권리니까. 그런데 용산참사에서 사람들은 몽땅 무슨 죄로 잡혀 들어갑니까?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관련해서 들어가게 되죠. 용산범대위 위원장을 했던 박래군, 이종회 선생님들이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박래군 선생님의 경우에는 3 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고, 집행유예로 나왔는데, 이분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즉,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관련해서 잡혀 들어갔습니다. 다시말해 사회 경제 문화적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더라도,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는 것이죠. 반대로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아무리 주어져도, 열흘씩 굶고 있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집회장에 갈 시간이 없는데, 발언할 틈이 없는데, 발언할 장소가 없는데 어디에서 발언하라는 것인가요? 따라서 이 두 가지의 권리는 나뉘어 질 수 없고 하나라도 빼면 인권은 무너집니다. 여러분이 모든 권리를 보장받았는데, 한 달만 굶으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존엄할 수 있겠습니까? 어린아이에게 모든 권리를 보장하는데 교육만 안 시킨다면 그 아이는 존엄할 수 있을까요? 이 모든 것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인권은 무너진다는 것이죠. 인권의 가치 그렇다면 인권의 실용적 가치는 무엇일까요? 제가 인권을 이야기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제가 인권을 이념 혹은 종교로 믿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인권을 절대시 하지는 않지만, 인권은 현재 인류가 가진 사상이나 이념 중에서 우리가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가장 쓸만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음에도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권에는 실질적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 질서/저항의 힘 현재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써의 인권의 실질적 가치를 설명해보겠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째, 인권이 과거 약육강식의 질서를 대체하는 국제적 질서로 자리 잡고 있는 점입니다. 그리고 인권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은 이전의 세상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입니다. 어떤 것이 좋아질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독재자들이 처벌받습니까? 그러나 이제는 이론적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실제로 처벌받은 자들이 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학살을 자행한 독재자는 실제로 국제적 재판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재판을 받을 근거가 무엇입니까? 내전에 다른나라가 간섭할 근거가 무엇입니까? 예전에는 내전의 범죄자를 다른나라 국민이 잡아서 재판을 하는 것은 내정간섭 이고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그 내정간섭 이라는 말이 참 웃긴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내정간섭입니까? 우리가 30 년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그렇게 믿었습니다. 집안 일에 경찰이 개입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뀌었죠? 마찬가지로 국제질서에서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인류전체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벌어진 재미있는 일이 부시 대통령이 제네바를 방문하려 했을 때입니다. 그때 스위스 인권 활동가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부시 방문 반대 가 아니라 부시가 오면 체포해 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은 것입니다. 어떤 근거로 스위스 정부에게 부시를 체포하라고 압력할 수 있었을까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고문이 이루어졌죠. 그런데 그 전까지는 고문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은 알았지만 누가 했다는 증거가 없었죠. 그런데 부시가 자서전을 썼습니다. 자백이죠. 스위스 인권 활동가들이 스위스 정부가 가입한 조약에 의하면, 정부는 인권을 침해한 범죄자가 자국에 7

8 입국하면 그를 체포해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엄청난 캠페인이 열렸습니다. 물론 스위스 정부가 부시를 체포하지는 않겠지만, 부시는 제네바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부시는 스위스를 못 갈 것입니다. 스위스에서의 전례로 인해 유럽의 다른나라를 방문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피소드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권력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인권이 국제질서로써 여러분을 보호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인권을 침해 받으면, 법적으로는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패소한 경우들도 있고요. 여기서 두 가지 큰 변화를 봅시다. 첫째 한 개인이 자기 나라의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입니다. 자국 내의 대법원이 아니라 국제기구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정부를 제소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패소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물론 갈 길이 멉니다. 한국정부는 재판 결과에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은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유엔에서는 무기거래통제조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는 권총 같은 소형무기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막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들이 모여 스스로의 손에 족쇄를 채우는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조약체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가주권과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 및 국가주권의 상대화 인권은 국가적 질서로써 힘을 가지는 동시에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뒤엎기 위한 힘으로도 작용합니다. 인권의 범위는 넓어져 가고 있는데, 바로 이 것이 국제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왜냐하면 인권이라는 개념은 기존의 어떤 질서나 국가권력에도 기대지 않기 때문이죠. 인권의 보장은 국가권력이 해야하지만, 인권이라는 생각은 권력이나 이념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존 질서에 저항하며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가 주권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어요. 내정간섭은 천인공노할 일이었는데, 내정간섭이라는 것이 이제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인권의 힘으로 국가의 주권자체가 굉장히 약화되었습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지구상에 국가주권보다 더 강력한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국가만큼 권력은 없지만, 국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죠. 그 이전에는 내가 이런 권리가 있다라고 요구하고 싶어도 우리나라 법에 없다면 권리를 주장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권의 이름으로, 세계인권선언 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인권은 우산으로써의 사상입니다.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가치입니다. 그래서 영어를 쓸 때 Human Rights 라고 복수형을 쓰죠. 예를 들어 여성의 권리, 이주노동자의 권리, 성적 소수자의 권리 등 이런 것들이 다 따로따로 존재할까요? 물론 내용은 다 다르죠. 그러나 각각의 권리를 따로따로 설명하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논증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시비거는 사람이 별로 없죠? 최소한 여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말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여성이 평등한 이유를 증명해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장애인이 비장애인하고 평등한 이유, 가난한자가 부자와 평등하다는 사실을 논쟁할 수 있겠어요? 물론 논증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따로따로 증명하려면 굉장히 복잡해지죠? 그런데 인권이라는 개념 하나면 간단합니다. 인간이니까 성적 소수자는 왜 평등해요? 인간이니까, 장애인이 왜 평등하죠? 인간이니까, 가난한자가 왜 평등하죠? 모두가 인간이고 차별 받지 않아야 하니까.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굉장히 큰 힘이에요. 그래서 인권이 저항의 철학적 바탕이 되기도 하고, 국가주권을 상대화하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8

9 제도화되는 인권 UDHR ICCPR ICESCR 각종 주제별 조약 국제적으로 제도화되는 인권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세계인권선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 등 각종 인권 조약들이 있습니다. 이 세가지가 항상 기본입니다. 이 세가지를 묶어서 국제인권헌장 이라고도 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선언 이죠. 우리가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그것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은 것이에요. 물론 일부 법학자들이 선언의 법률적 효력에 대해 문제제기하기도 합니다만, 나머지 두 개는 조약에 해당됩니다. 각 국가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비준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에 보면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되어있죠? 조약의 힘이 얼마나 센지는 한미 FTA 를 통해 모두가 아실 것입니다. 위의 것들도 다 조약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위 조약을 통해 여러분들이 정부에 의해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국내에서 구제받지 못하면 곧바로 유엔에 달려갈 수 있게 됐어요. 한국정부가 나를 괴롭힌다고 하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조사를 하고 그것을 밝혀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유엔인권이사회가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적으로 망신이 되고, 국내적으로도 정부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상당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한편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고소할 수도 있어요. 전쟁할 것이 아니라면 국가간 고소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런 것이 가능한 조약이 성립되었다는 것만 해도 인권에 의해 국제질서가 굉장히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겠죠. 그 외에도 여성차별금지라던가 아동의 권리라던가, 노동자들, 이주노동자, 고문금지 등등 수많은 주제별 조약들이 있습니다. 유엔결의안 지역별 인권조약 국가단위 다음에는 유엔결의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사형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유엔결의안이 총회에서 통과되고 있어요. 유엔결의안은 원칙적으로 각국 정부가 그것을 따를 의무를 지고 있죠. 그리고 지역별로도 그런 조약들이 있고요. 아시아에만 아직 없습니다.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에는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국가단위로는 헌법부터 시작해서 인권법 같은 법,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있고요. 국가인권위를 만들어야겠다고 할 때 보수 쪽에서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국제적인 흐름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 갖기 쉬운데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이 국제적인 흐름과 연관이 돼 있어요. 남의 나라가 잘되면 우리도 잘되는 것입니다. 유엔인권이사회, 인권고등판무관, 난민고등판무관, 특별보고관, 조약기구 및 국제형사재판소 그 외에 실질적인 단위로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있습니다. 원래 유엔인권위원회였는데 이사회로 격상되었죠? 그 다음에 유엔에 인권담당 사무부총장도 생겼고, 인권고등판무관, 난민고등판무관, 각 주제별 국가별 특별보고관도 있구요. 예를 들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특별 보고관이 있구요. 유엔에 각종 조약 기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형사재판소가 생긴 것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권을 침해한 범죄, 즉 인류에 대한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그리고 둘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독재자나 인권 침해자들이 불안할 것입니다. 보편적정례검토 등 그리고 보편적 정례 검토(UPR)라는 것이 있는데, 모든 나라가 5 년에 한번씩 자기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보고서를 써내게 되어있어요. 그러면 유엔인원이사회에서 평가를 합니다. 물론 강제력은 없지만, 각 나라들이 인권을 따지는 것은 굉장한 변화이죠. 우리는 이런 다양한 국제적 질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불과 60 여 년 전 세계인권선언이 발효될 때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60 년 만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60 년 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즉 인권이라는 것이 힘을 갖추어 가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해서 된 것이겠죠. 9

10 한국의 인권상황 흉악범 사형제도,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흉악범이 나올 때 마다 사형제도에 대한 찬성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국가보안법이 나쁘다고 하지만 우리 마음도 그것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경우는 예비역들이 난리가 나죠? 국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인권 상황이 아주 나쁘진 않습니다. 최악은 아니잖아요.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은 지상낙원입니다. 저는 한국의 인권상황이 최악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주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이명박 정부의 인권상황도 전세계에서 꼴찌는 아닙니다. 다만 후퇴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날 뿐입니다. 저는 현재 사형제도,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 이 세가지를 한국의 인권의식 수준을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봅니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뺏을 권리가 있다? 국가가 합법적으로 개인의 사상을 규제할 수 있다? 국가가 하지 말라고 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 국가가 처벌할 수 있다? 본인이 총을 들지 않겠다는데 국가가 강제로 총을 들게 할 수 있다? 이 세가지 각각에 대해 여러분이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사안을 다른 시각에서 보자는 것입니다. 국가는 개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고, 생각을 금지할 수 있고, 양심상 못하겠다는 것을 강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개인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완전히 종속적이죠? 그렇다면 개인은 국가에게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대한민국을 없애자고 국민투표할 수 있나요? 현재의 관계는 완벽하게 비대칭적입니다. 루이 16 세 시절, 조선시대, 헨리 8 세 시대에는 그것이 맞는 것이었죠. 그러면 21 세기에도 개인이 국가에게 그렇게 종속되어있어야 합니까? 다수결의 합의만 있으면 다수가 소수에게 그런 것을 강요해도 됩니까? 국민의 99.9%가 찬성하면 0.1%에게 아무것이나 다 시켜도 됩니까? 국가는 인권을 보장하는 가장 큰 주체이기도 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가장 큰 주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먼저일까요, 국가가 먼저일까요? 우리는 지금 철저하게 국가에 종속되어 있는데, 개인이 먼저입니다. 사람이 모여서 국가가 만들어졌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는 흉악범들이 불쌍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국가는 내가 무엇을 해도 나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존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 사람도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더 웃기죠. 이런 것을 생각하면 안돼! 라니요. 생각이 나는 걸 어떻게 합니까? 구남친이 자니? 라고 문자를 왜 보냅니까? 생각나니까 보내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은 우리에게 자기생각을 속이라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 자신도 속이고 남들 앞에서도 속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국가가 개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내용입니까? 양심적 병역거부도 이야기하면 깁니다. 사람들은 너희들만 총 안 들고 치사한 것 아니냐 고 욕을 하죠,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그 사람들은 전쟁나면 총 안 들고 상대방한테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사람들이라는 것을요. 날지도 안 날지도 안 날지도 모르는 전쟁에 목숨을 내놓는 것과 지금 당장 1 년 반 동안 감옥에 가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울 까요? 저는 지금 당장 감옥 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것을 선택한 사람들의 양심을 믿습니다. 실제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종교개혁 때 침례파 종교지도자가 적에게 쫓겨 도망을 가고 있었어요. 뒤에 좇아 오던 사람들이 여러명이다 보니까 얼음이 깨져서 강에 빠졌어요. 그 사람은 뒤로 돌아가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잡혀가서 죽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알기로 평화주의자들은 지독한 인간들입니다. 그들은 그런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어요. 물론 어디가 적절한 선인지는 사람들의 의견에 차이가 있어서 합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불행하게도 개인을 국가의 부속품 정도로 여깁니다.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국에서는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가 굉장히 심각해지죠? 사회의 안정된 삶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은 참여를 할 수 없어지게 되고 그러면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저는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든 시민들이 깨어있으면, 그렇게 나쁜 짓을 못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죠.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10

11 집단에서 독립하지 못한 개인, 자기 발로 선 개인들의 연대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집단에서 독립하지 못한 개인이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이라는 것은 국가가 제일 크고요, 그 다음 가족, 학연, 지연 등 이런 것이 있는데 다 문제죠? 우리나라에서 다수는 표준시민 이자 정상인 이예요. 소수는 선택할 여지가 없고 비정상 이예요, 그러한 식의 사고방식은 우리사회 안에 굉장히 횡행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표준화 시키는 것이죠. 저는 인권이라는 것은, 그리고 보다 바람직한 사회라는 것은 자신의 두 발로 선 개인들이 연대할 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자기 두 발로 설 수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이 모여도, 별로 좋은 운동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적 인권상황 빈곤 국제적 인권상황은 크게 4 가지 정도가 우려되는데요. 첫 번째는 빈곤입니다. 빈곤은 자연적 재앙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 지는 상황입니다. 빈곤의 범위와 심각성이 점점 확대돼가고 있습니다. 빈곤이 중요한 것은 빈곤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극도로 파괴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그 차별 때문에 개인의 노력으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없어 빈곤이 고착화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주 두번째로 이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로, 어떤 사람들은 국제결혼으로, 어떤 사람들은 공부를 하겠다고, 어떤 이들은 난민이 되어서 자기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하고 또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난민이 되어 떠돌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모든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어있습니다. 굉장히 끔찍한 경우가 남미사람들이 미국으로 가는 경우입니다. 남미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려면 멕시코를 거쳐야 되죠? 그러면 이 사람들은 멕시코에 있는 동안 유령입니다.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어요. 온갖 범죄에 시달립니다. 그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한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국가폭력 국가의 폭력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미국에서는 고문을 강화된 심문기법 이라고 하며 물고문을 하고서 고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도 거의 멸종되어가고 있지만 국가의 폭력이죠. 작년 1 년 동안 사형을 집행한 나라가 약 20 개국 정도 돼요. 우리나라가 만약 사형을 다시 집행하면 내년엔 또 한번의 G20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사형집행국회담 뭐 이런 것 말이죠, 굉장히 부끄럽겠지요. 물론 중국, 미국, 일본이 올 테니까 든든할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차별 세계에는 지금도 다양한 차별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전세계를 뒤흔드는 인권 문제입니다. 11

12 인권의 미래 깨어있는 시민, 깨고 나온 시민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자신을 깨고 나온 시민, 즉 자기 자신을 깨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인권이라는 것은 절대로 자연스러운 개념이 아닙니다. 인권이 자연스러운 개념이라면 이렇게 역사가 짧을 리가 없겠죠. 인권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그 오랜 역사를 겪고서 겨우 최근에야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권은 자연스럽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습니다. 고종석을 보고, 그 놈도 인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자연스럽습니까? 누구나 고종적을 보면 인간도 아니고 인권이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죠. 따라서 인권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배운 것과 스스로를 깨버려야 됩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개인의 삶 속에서의 실천과 연대 개개인의 삶 속에서 실천하라 는 말에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반대로 너는 신호등 잘 지키고, 집에서는 청소 열심히 하고,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잘해주느냐 라고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되자는 말이 아니에요. 내 삶 말고 10 원어치씩만 다른 사람의 인권에 대해 무엇인가 해보자는 거에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 身 齊 家 治 國 平 天 下 ) 하려면 영원히 안 됩니다. 저는 수신( 修 身 ) 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삶이 비록 인권적이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10 원어치씩만 다른 사람을 위한 인권활동을 하자는 것이에요. 그러면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 살고, 우리 세대보다 더 인권을 잘 실천하는 세대가 나오겠지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자는 것입니다. 희망버스 같은 경우는 아주 놀라운 사건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희망버스야 말로 어떠한 매개 없이 개개인들이 모였어요. 지금 강정마을도 그렇죠. 물론 내부에서는 불협화음이 생깁니다. 서로 잘 모르는 개인들이 처음으로 모였으니까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개개인들의 연대가 계속된다면 인권이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제가 앞에서 인권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라고 그랬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사실은 그게 반인권입니다. 인권을 내버려두면 무너집니다. 인권을 지키겠다는 것은 물을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시민들이 국가를 견제하지 않으면 국가권력은 점점 더 강해지겠죠? 실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공무원들인데, 공무원들이 권력을 내놓으려고 매일 실천하겠어요? 경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권력이 강해지면 편해지지, 이름표를 달고 인권적으로 시민을 대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우리가 견제하는 작은 실천들이 30 년 정도 쌓이면 많은 발전이 일어나겠죠. 인권을 견제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권을 실천하는 일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일이다 라고 표현합니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가만히 있으면 내려가죠. 천천히 걸어 오르면 제자리입니다. 부지런하게 걸어야 간신히 조금씩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현 정부에 들어서 1~2 년 사이 인권상황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발 전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렇게 노력해서 쌓은 인권이 한 순간에 깨지는 것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같이 노력을 해야 됩니다. 계속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만 보면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지난 60 년을 보면 세상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80 년대 말에 앰네스티 활동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당시에 라디오나 또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 꼭 한국은 인권은 세계에서 몇 위인지 물어봅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 시절에도 한국 인권상황이 세계에서 최악은 아니었습니다. 남미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길거리에 시체가 널려있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아침에는 봉고차를 개조한 시체수거차 관을 싣고 시체를 수거하러 12

13 다녔어요. 실종된 어린이가 1 년 후에 하수구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어린애를 데려가 죽이는 사건들이 있었던 것이죠. 그런 나라들도 지금은 인권 상황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전세계의 인권상황이 좋아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살아 생전에 보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60 년 뒤가 되면 인권이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13

14 2 강. 생명권과 사형제도 강사: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 일시: 2012년 9월 20일 (목) 사형제 비판론 I. 사형집행 주장의 허구와 환상 1 또다시 사형집행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토막살해사건, 아동성폭력 등 흉악한 범죄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불심검문의 확대, 화학적 거세의 확대 등 강성 대책들을 내놓은데 이어, 일부 시민들은 당장 사형을 집행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일부 언론은 앞장서서 사형집행 재개의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죄 의 예방을 위해서는 사형집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정말로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서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것인지, 사형이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수단인지, 그리고 사형집행이 피해자의 고통을 보듬어 안는 치유책인지,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진정 짐승이거나 괴물인지 사형집행 주장의 논리 를 반박해 보자. 1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필자의 글을 수정한 것이다. 14

15 1. 당연한 범죄예방효과? 많은 사람들이 사형은 생명을 빼앗는 극단적인 형벌이니까 당연히 범죄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 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당연히 라는 직관은 자명한 것이 아니다. 사형이 과연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다수의 연구는 사형이 무기징역형이나 절대적 종신형보다 범죄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UN 인권위원회도 1988년과 2002년에 두차례에 걸쳐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여 사형제가 살인 범죄 등 반인륜적 범죄의 억제에 효과가 없다고 분명하게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집행이 있었다.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15년째이다. 그동안의 범죄 양상을 추적해 보면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있는지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사형이 선고되는 범죄는 대부분 살인죄이므로 살인범죄의 추이를 보자. 공식통계에 의하 면, 살인범죄의 발생건수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대체로 1,000-1,100건 내외였다가 2009년 1,390건, 2010년에는 1,262건을 기록하고 있다. 사형집행이 중단된 이후 10년(1998년-2007년) 동안 살인범죄는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10년 기간을 잡아 보 아도, 살인범죄 건수는 2001년 1,064건에서 2010년 1,262건으로 증가율은 18.6%였다. 반면에, 사형의 집행이 비일비재했던 시절인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살인범죄의 증가율은 무 려 31%였다. 사형의 집행이 중단된 이후의 살인범죄 증가율이 오히려 더 낮다. 물론 2009년 이후에 살인범죄 건수는 1,300건 내외로, 2008년 이전에 비하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형집행을 중단한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시기 살인범죄의 발생건수는 1,000-1,100건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사형집행 재개의 논란에 휩 싸였던 경험이 있다. 2008년 봄, 2009년 봄, 2010년 봄이 그랬다. 그 때마다 정부와 여당은 연쇄 살인범 등 흉악범죄의 예방을 위해 사형집행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사형집행을 재개하겠다는 대국 민 메시지를 흘렸다. 특히 2010년 3월에는 법무부장관이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마련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살인범죄의 증가가 과거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 타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사형집행이 범죄예방효과가 있다면 사형집행을 재개하겠다 는 정부의 협박과 엄포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 았다. 결국 2009년과 2010년에 살인범죄의 발생건수가 1,300건 내외로 증가한 것은 사형집행이 중단된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형제의 유지 여부라든가 사형집행의 비율이 범죄율에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은 외국과의 비교에서도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모두 사형을 폐지하였다. 유 럽연합은 사형제 폐지가 회원국 가입의 조건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과 약 2/3 정도의 주에서 사 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사형제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데, 살인범죄의 발생율을 비교 해 보면,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의 살인범죄 발생율은 미국은 물론 유럽 국 가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사형제의 존치여부나 사형집행의 빈도는 범죄발생율에 영 향을 미치는 의미있는 변수는 아닌 것이다. 근본적으로 범죄율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사회문화적 요인,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복지의 정도 내지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시민 들의 일반적인 대응방식의 변화, 인권의식의 변화 등등은 살인을 비롯한 폭력성범죄의 발생정도 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사형집행 재개의 논란을 벌일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범죄유 발요인을 차분하게 점거해 보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15

16 2. 일부 흉악범죄자만 대상으로 하면 예방효과가 있다? 사형집행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일부 흉악한 범죄자, 일각의 표현에 의하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극 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한 경고용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은 사이코패스 라든가 기타 흉악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에게 사형집행이 강력한 응징의 경고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이 주장이 옳은 명제이려면 흉악범죄자들이 자신이 사형당할 수 있다 는 것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범행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 범죄학의 연구결과 에 의하면, 흉악범죄자일수록 즉각적인 충동이나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할 뿐, 사형과 같은 형벌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둔감하다고 한다. 자아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극악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 지른 범죄자들은 합리적인 생각에 의하여 자신이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다. 2009년 초에 검거된 연쇄살인사건의 범죄자는 자신은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은 자신이 검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 인다. 흉악범죄자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사형선고는 체포된 뒤의 나중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붙 잡힐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범죄자에게 사형은 아무런 억제효과를 지니지 못한다. 범죄 자의 말에서 우리는 오히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곧바로 검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사시스템 을 갖추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정책임을 간파해야 한다. 3. 사형이 정의의 실현이다? 사형집행을 주장하는 또 다른 논거는 응보론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거나 타인의 삶을 무 참하게 파괴하는 짓을 한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응보와 정의의 관념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 더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탈리오법칙이 곧 정의인 것은 아니다. 범죄자가 저지른 죄질에 걸맞는 형벌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형벌이 정의에 부합하는가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계몽주의 이래로 근대국가의 형벌의 역사는 사형과 같은 극악한 형벌을 축 소, 폐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범죄와 형벌이 비례적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지 만, 그 비례성은 상대적 인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었지만 그 범죄자는 사형도 무기징역도 아닌 유기징역형에 처해졌다. 그래도 그 나라에서는 그 형벌이 정의의 관념에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형벌은 그 나라의 문명화 수준을 반영한다. 적어도 인류 가 문명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세계 140개 국이 사형을 폐지하였다는 세계적인 추세 를 놓고 그것이 정의의 관념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4.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사형집행이 필요하다? 사형찬성의 논거로 피해자의 인권을 거론하기도 한다. 사형집행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이 가지고 있는 분노의 감정을 배려해야 하고 복수심을 충족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졸지에 가족을 잃 은 슬픔,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어버린 피해자의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사형 집행이 정말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책이 될 수 있는지는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사 형집행에 의하여 피해자와 유족들의 복수심이 충족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일시적인 카타르시스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는데 사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16

17 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고 그들이 당한 엄청난 고통을 슬기롭 게 극복할 수 있도록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것은 피해자를 위하 여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이다. 오히려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그들이 다시금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미비할 때, 피해 자의 고통과 분노의 감정은 가해자에 대한 원한 갚기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고통을 앞에 내세우면서 흉악범의 처형이 마치 피해자를 위한 해법인양 말하는 것은 정치적인 구 호일 뿐 진정 피해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의 살인범죄 피해가족의 단체는 우 리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하지 마라(Don t kill in our names) 고 외치면서 사형제 폐지를 전파하러 전 세계를 다니면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몇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살인범죄의 피해자이건만 그들의 경험에 의하면 사형집행이 피해자에 대한 치유책이 결코 아니라고 한다. 5.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은 생명보호의 가치가 없다? 이른바, 짐승, 괴물 론에 대해서도 한 마디할 필요를 느낀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시 민들은 악마 니 짐승 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면서 인간으로 대우해 줄 가치조차 없는 존재라고 극 단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사형폐지의 대안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이야기하면 흉악범죄자들을 평생 토록 교도소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도 세금이 아깝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사이코패스 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여 도무지 치료와 교정도 되지 않는 위험한 인물 로 낙인 찍고 그 위험성 때문에 사형 등의 수 단을 동원하여 무조건 사회에서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한 생각은 사람이 누구나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서 사회공동체의 유대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변화하는 존재임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흉악범죄자 개인에 대해 사이코패스니 위험한 사람이니 하는 비난과 낙인을 가하는 데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회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흉악범죄를 저질렀어도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받는 박탈감, 사회로부터의 냉대, 치열한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을 루저 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각박한 생존경쟁, 그로 인해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는 처절한 사회적 소외, 이러한 요인들이 쌓이면서 흉악한 범죄를 만들어낸다. 최근 몇차례 발생한 묻지마 범죄 는 모두 실업과 빈곤으로 사회적으로 설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저지른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경제적인 빈 곤, 사회적 소외로 인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묻지마 범죄 는 높은 자살율 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각박한 각개전투식의 경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에 비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사 회적 안전망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경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오한 사람들 은 엄청난 인격적 정신적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우리 의 현실이다. 흉악범죄는 그 산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가 사회적응에 실패한 사람 을 소외시키고 그 소외가 사이코패스라는 인간형을 낳는 사회문화적 원인이 된다는 점을 주목한 다면, 짐승, 악마 같은 극한 표현으로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양극화 해소라든가 사회안전망의 확대 등 사회적인 연대를 위한 합리적인 사회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적 연대의 정신은 모든 국가정책의 기반 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생명을 무참히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혹은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 유로 인간이 아니다 내지는 흉악범의 생명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는 식의 논리는 사람을 가치 있는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반인권적이다. 세상에 존중받지 못 할 생명이 있다는 주장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을 것이다. 생명의 가치의 경중을 따지는 세상이 얼 마나 끔찍하겠는가. 17

18 II. 사형의 범죄억제효과에 관한 형사정책적 분석 1. 헌법재판소 결정에 나타난 사형의 범죄예방효과 논리에 대한 비판 2010 년 2 월 25 일 사형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은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보장 및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침해금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음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가 여부에 대하여 논증하였다. 사형의 범죄억제력의 문제는 과잉금지원칙의 위배여부를 심사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과잉금지원칙의 세부원칙 중에서 특히 피해최소성원칙을 논할 때 사형의 범죄억제효과가 문제된다. 왜냐하면 사형의 범죄억제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형제는 기본권에 대한 필요최소한도의 제한원칙에 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헌재의 사형합헌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일반예방이 정당한 형벌목적으로 승인된다는 전제 하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 1 사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이를 통한 일반적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일반적 범죄예방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또한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것으로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정도가 크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2 사형은 잠재적 범죄자를 포함하는 모든 일반국민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고 말한다. 그리하여 3 이와 달리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이 사형과 동일한 혹은 오히려 더 큰 일반적 범죄예방효과를 가지므로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이와 같이 사형이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일반적 범죄예방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는 이상,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사형을 통하여 살인범죄 등 극악한 범죄의 발생을 보다 더 감소시킬 수 있다 할 것이다. 고 결론짓는다. 사형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위와 같은 논증은 사실 논증이라고 말하기도 쑥스럽다. 어떠한 논거도 제시되어 있지 않고, 사형의 범죄억제력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축적된 사회과학적 사실 에 대해서는 분석은 커녕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언명은 재판관들 개인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선언 내지 고백 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논증의 부실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형의 범죄억제력과 관련한 헌재의 논증에 국한하여 몇가지 문제점을 간략히 지적해 보자. 1) 위 1에서 보듯이, 헌재의 다수의견은 사형의 범죄억제효과에 대하여 직관과 본능에 입각 하여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단언하였다(이른바 직관적 예방효과론 ). 다시 말하면, 국민들 중에서 누군가는 사형의 선고와 집행이 두려워 살인범죄를 단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사형이 살인범죄 등 극악한 범죄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는 전혀 될 수 없다. 다음의 두가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형의 가능성을 범죄자가 인식하는 순간 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증인을 살해하는 등의 동기가 형성될 수 있다. 둘째, 사형의 집행이 살인범죄 등 강력범죄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종래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근대 형벌이론의 선구자인 베까리아(Cesare Beccaria)는 일반예방주의자이면서도 사형폐지론자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사형제도는 사람들에게 야만성의 본보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일반예방 18

19 수단으로서(필자의 추가)] 유용할 수 없다 살인을 혐오하고 처벌한다는 공적 의지의 표현인 법이 스스로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2 따라서 사형이 일부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직관과 본능으로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사형의 선고와 집행이 국민들에게 야만적 대응을 부추기는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사형의 일반예방효과를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헌결정을 한 헌법재판관들이 억제효과에 관한 수많은 연구결과들을 무시해 버리고 오로지 직관과 본능 으로 사형의 억제효과를 단언한 것도 문제지만, 그들의 직관과 본능 은 그 자체로도 편협하다. 2)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서 사형이라는 형벌로써 추구하는 일반예방목적, 정확하게는 위하예방을 헌법상 정당한 형벌목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응보, 일반예방, 특별예방을 모두 정당한 형벌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혹한 형벌로 국민을 협박하여 범죄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은 범죄자를 수단으로 취급하는 결과가 되어 인간의 존엄에 반한다는 비판은 그 동안 무수히 제기되어 왔던 사항이다. 특히 위하예방 전략은 그 특징 상 종종 행위자와 전혀 상관없는 외부사정 - 예컨대, 특정한 범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죄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등의 사정, 혹은 정치적 목적이나 공안통치 강화의 정치적 필요성 등등 - 이 사형선고 및 집행의 근거로 작용하는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승인해 버린다. 이처럼 대( 對 ) 국민 협박 의 수단으로 사형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존엄성 위반의 문제를 안고 있다. 헌재는 이러한 문제지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3) 직관과 본능에 입각한 헌재의 논증 은 1 2를 거쳐 3의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오로지 재판관들의 직관적 고백만으로 사형이 일반예방효과가 있다고 단정해 놓고는, 무기징역이나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증거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무기징역이나 절대적 종신형과 비교하여 사형의 고유한 범죄예방효과가 없다는 그간의 수많은 연구결과들에 대해서 명백한 근거가 없다 는 한마디 말로 배척해 버리고 있다. 이쯤 되면 1988 년과 2002 년 두 번에 걸쳐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여 사형제도의 존치가 살인범죄 등의 반인륜적 범죄의 억제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말한 UN 인권위원회는 상당히 머쓱해질 것 같다. 4)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의 심사에서 피해최소성원칙의 핵심은 사형이 무기징역이나 절대적 종신형보다 더욱 범죄예방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사형은 불필요한 과잉형벌이며 피해최소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형이 피해최소성원칙 하에서 용인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사형이 무기징역형보다 훌륭한 범죄예방효과가 있음 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생명권은 기본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국가는 생명을 비롯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형의 고유한 범죄예방효과에 대해서는 국가가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거꾸로다. 재판관들의 직관과 본능으로는 사형이 일반예방효과가 있으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당신들이 입증해 보라는 식이다. 이러한 논증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2 Cesare Beccaria (Henry Paolucci 역), On Crimes and Punishment(1764), 1963, p

20 2. 사형의 범죄억제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결과 중 압도적 다수는 사형이 무기징역형이나 절대적 종신형보다 범죄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3 사형의 범죄억제력에 관한 그간의 연구결과와 그에 대한 비판점을 정교하게 분석한 Hood & Hoyle 는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이 장에서 검토한 증거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미국에서 시행되는 사형이 종신형이라는 가벼운 형벌보다 살인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가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4 그리고 미국 범죄학 및 형사정책 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당신은 사형이 살인범죄에 대한 억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즉 사형이 살인범죄율을 낮춘다고) 생각하십니까? 의 질문에 88.2%(67/76)가 그렇지 않다 고 응답하였으며, 사형을 폐지하더라도 살인범죄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라는 질문항목에 대해서는 그렇다 는 응답이 87%(67/77)로 나타났다고 한다. 5 반면에, 소수지만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도 존재한다. 특히 2000 년 이후 미국에서는 경제학자들이 계량경제학적 연구방법을 동원하여 사형집행 1 건이 여러명(연구결과에 따라서 다른데, 8 명, 18 명 등을 제시한다)의 살인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사형존치론자들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애지중지하면서 인용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사형의 범죄억제효과를 입증하였다는 최근의 계량경제학적 연구에 대해서는 그 통계처리 방법론상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한다(그 대표적인 학자가 Donohue 와 Wolfers 이다). 그런데 통계학적 기법의 오류 여부보다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 1) 오늘날 사형을 존치하고 있는 국가의 대부분에서도 사형을 극히 예외적인 형벌 로 부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사형존치국가라 하더라도 - 일부 예외(중국이나 아랍권 국가 등)를 제외하고는 - 사형을 통상적인 형벌로 인정하여 단순 살인범죄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사형을 선고하지는 않는다. 대개 자신의 충동을 억제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매우 잔인한 살인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 범죄자 정도가 사형선고와 집행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형이 범죄억제효과를 지닌다는 것은 범죄자가 합리적 계산 에 의하여 범죄의 실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자아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극악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정도로 축소되는 상황인데, 이러한 유형의 범죄자들은 합리적 계산에 의하여 자신이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사형의 예방효과를 믿고 그래서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이 범죄억제효과를 지니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살인범죄 유형에 대하여 사형이 일반적으로 선고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극히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사형을 일반적인 형벌의 하나로 광범위하게 활용할 가능성은 오늘날의 민주법치국가에서는 비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형존치론자들은 사형을 존치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극악무도한 살인범죄사건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사형이 활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형을 합헌으로 인정한 헌법재판관 중 일부도 그러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형의 적용범위를 예외적인 범죄사건으로 축소하는 한 사형의 범죄억제효과는 더더욱 인정하기 어려워진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사형의 범죄예방효과를 이유로 사형존치론을 말하면서 사형의 적용범위를 축소하자는 주장은 자기모순에 빠진 궤변이거나 존치론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가식일 뿐이다. 3 이에 대해서는 Hood & Hoyle, The Death Penalty - a worldwide perspective, 4.Ed., 2008, pp 참조. 4 Hood & Hoyle, p Radelet & Lacock, "Do executions lower homicide rates? : the views of leading criminologists", The Journal of Criminal Law & Criminology Vol.99 No.2, 2009, p.489 이하, 특히 p.505 참조. 20

21 2) 2000 년 이후 미국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사형의 살인범죄 예방효과에 관한 연구는 결정적으로 장기구금형 내지 종신형의 활용이 살인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사형의 선고를 신중히 할수록 그 대안으로 무기징역형 내지 장기의 유기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무기징역형이나 장기의 유기징역형의 선고 경향도 살인범죄율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이것을 도외시한 채로 사형의 범죄예방효과를 논하는 것은 신뢰성이 매우 약하다. 6 3) 보다 근본적으로 범죄율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사회문화적 요인,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복지의 정도 내지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시민들의 일반적인 대응방식의 변화, 인권의식의 변화 등등은 살인을 비롯한 폭력성범죄의 발생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이처럼 살인범죄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사회문화적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면서 - 통계학적으로 그 영향력을 통제하면서 - 사형의 범죄예방효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통해 단순히 사형의 예방효과에 관한 통계학적 연구의 신뢰성이 낮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백번 양보하여 사형의 일반예방효과가 인정된다는 존치론자들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형을 폐지하는 한편으로 살인 등 강력범죄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정책적으로 제어해 나감으로써 얼마든지 낮은 수준의 살인범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사형폐지의 문제를 논함에 있어 사형의 범죄억제효과의 문제에 과도하게 비중을 두는 것은 형사정책에 관한 균형잡힌 시각을 오히려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3. 억제효과 논의의 함정을 경계하면서 1) 억제효과 논의의 함정 사형존폐에 관한 논쟁에서 사형의 억제효과의 문제가 비중있는 쟁점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사형의 범죄억제력의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 억제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의 신빙성이나 방법론상의 오류는 차치하고 - 형벌의 일반예방효과라는 것이 범죄예방정책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것을 과대포장하는 결과가 되고 그럼으로써 강력범죄에 대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형사정책적 대안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하에서 범죄를 야기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는 점점 둔감해 지는 대신에 범죄의 책임을 오로지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 지우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음은 우리가 목격하는 바 그대로이다. 지난 3 월 31 일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특정범죄자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등이 개정되어 형벌의 강성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흔히 형벌목적으로 우리는 응보와 일반예방, 특별예방을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경향은 재사회화에 초점을 둔 특별예방정책은 현격히 퇴조한 반면에, 무력화 전략에 기초한 특별예방정책과 일반예방이 엄청나게 강조되고 있다. 현재의 주류적인 형벌정책은 범죄자 한 사람을 옥죔(사형, 장기간의 전자감시, 신상공개 등)으로써 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6 이런 지적은, Jeffrey Fagan, "Death and Deterrence Redux : Science, Law and Causal Reasoning on Capital Punishment", The Ohio State Journal of Criminal Law 4 (2006), p

22 못하게 함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범죄로 인한 대가가 얼마나 처참한 것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공포정책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사형집행주장은 이런 맥락 속에 놓여 있다. 여기에 응보론을 탈리오법칙 정도로 여기는 저급한 응보론 이 교묘히 가미되고 있기도 하다. 피해자의 이름으로 응보론이 정당화되고 있다. 헌재 다수의견도 그런 취지에서 사형이 응보의 이념에 합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응보란 범죄의 책임에 대한 형벌의 가치로서의 상응성 이지 결코 탈리오법칙을 의미하는게 아닌데도 헌재는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저급한 수준의 응보론에 합세하고 있다. 2) 함정에서 벗어나기 형사정책의 맥락에서 더욱 중요하게 지적할 것이 있다. 범죄자의 교정교화는 전통적으로 특별예방의 이름 하에 형벌목적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오늘날 재사회화정책은 사실상 발붙일 곳이 없을 정도로 천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재사회화 정책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보장 및 사회국가원칙에 근거를 둔 정책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사람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국가는 어느 개인이 설령 범죄의 나락에 빠졌어도 그의 변화와 개선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이념이야말로 가장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형벌정책일 것이다. 이는 사회국가원칙에 의해 헌법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재사회화정책은 형벌목적 중에서 헌법적으로 가장 우위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헌재는 재사회화 정책을 그저 그런 형벌목적 중 하나로 취급하고 있고, 정치권은 사회복지이념에 기반을 둔 재사회화정책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친 채로 범죄자 개인에게 가혹한 응징을 가하는 것만이 효과적인 범죄예방의 길인 양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사형이 재사회화 형벌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 사람에게 변화와 개선의 가능성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그러한 개선가능성을 송두리째 박탈해 버리는 것이 사형이다. 싹수가 노란 인간 으로 단정짓고 사형으로 그를 사회에서 영구히 제거하려는 발상이 어떻게 헌법적으로 용인되는 형벌정책인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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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3 강. 표현의 자유와 인권 강사: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일시: 2012 년 9 월 27 일(목)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권리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인쇄할 수 있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용기는 자유이고 자유는 행복이나, 자유는 용감한 마음을 갖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토론과 토의는 때때로 전투 그 자체보다도 더욱 훌륭한 용감함의 증거이다 (페리클레스) 토론을 통해 허위와 오류를 드러낼 시간이 있는 한, 해법은 강요된 침묵이 아니라, 더 많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Whitney v. California, 1927) 우리가 진리의 힘을 의심하여 허가와 금지를 하는 것은 유해한 일인 것이다. 진리가 허위와 맞붙어 논쟁을 하도록 하라. 누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패배하게 되는 경우를 본 일이 있는가.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John Milton) 설령 (어떤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킴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John Stuart Mill) I. 표현의 자유의 의의 1. 표현의 자유의 내용 -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학문 예술의 자유) - 양심과 사상의 자유의 3 요소: 1) 양심과 사상의 형성 및 결정의 자유, 2) 양심과 사상을 소극적으로 지키는 자유, 3) 양심과 사상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자유 24

25 세계인권선언 제 18 조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제 19 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19 조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3. 이 조 제 2 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a)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b)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대한민국 헌법 제 19 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 20 조 제 1 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 21 조 제 1 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 22 조 제 1 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2. 표현의 자유의 가치와 중요성 1) 인격적 자기실현의 수단 - 의견을 형성하여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 2) 사상의 자유시장론 - 자유로운 표현과 토론을 통해 최상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고, 사회진보에 기여함 궁극적인 선은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에 의하여 더욱 잘 달성된다. 즉 진실을 발견하는 최선의 시험은 어떤 사상이 스스로 힘으로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받아들여지는 힘이며, 진실이 사람들의 욕구를 안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이다 (Holmes, Abrams v. United States, 250, US. 616, 1919) 의견의 자유에는 더욱 깊은 의의가 있다. 그것은 개혁의 기회를 보증한다. 만일 살아남고자 한다면 언제나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법칙이다. (윌리엄 더글러스, 민중의 인권) 25

26 3) 민주주의의 조건 - 국민의 주권행사와 권력감시를 위한 기본적 가치 - 인민들의 평등한 참여를 위한 전제조건 민주정치에 있어서 정치활동은 사상,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과 교환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시행될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엄격한 의미에서 민주국가라 하기 어려운 것 (헌재 헌마 88)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는 민주사회에 본질적이며 사회발전과 복지 및 여타 인권과 기본적 자유 의 향유에도 필수적이라는 인민들의 신념을 재차 확인한다.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 많은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평등을 신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저해한다. 개인과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싸우고 편견이 만들어내는 해로움을 드러내려면, 제한이 아니라 공개 토론이 필수적이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캄덴 원칙)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의 성장과 생명력이 증진되고, 이런 단체들을 통해 취약하고 혜택 받지 못한 집단들이 목소리를 내고 존재를 드러내고 그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분투하게 됨을 본 원칙에서는 인식한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캄덴 원칙) 표현의 자유는 민중이 완전히 주권을 장악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절대로 필요한 정치적 권리이다. 민중이 주권행사의 엄숙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절히 알 수 있는 유일한 보장이다.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공적 쟁점의 몇 가지만이 논의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없다면 민중은 획일주의에 억눌려 그 결과 세계와 세계의 정세에 대한 관심을 전적으로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윌리엄 더글러스, 민중의 인권) 3. 표현의 자유와 한국의 현실 - 정책비판에 대한 자갈 물리기: PD 수첩 명예훼손사건, 박원순 변호사 국정원 명예훼손 민사소송 사건, 해적기지 사건, 미네르바 사건, 대통령 협박죄 사건, 대통령 상관 모욕죄 사건,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징계 - 집회/시위의 자유 위축: 촛불집회 무관용원칙, 희망버스 사건 - 소비자운동에 대한 탄압: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사건 - 인터넷상 표현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제 강화, 사이버 모욕죄 도입 논의, 2MB18NOMA 사건 - 국가보안법의 부활: 박정근 사건 (2008 년 46 건, 2009 년 57 건, 2010 년 97 건) - 사인 간의 발언에 대한 법규제: 듣보잡 사건, 지만원 사건, 임수경 사건, 강용석 사건, 후세인 사건 대한민국에서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최근 몇 년간, 특히 2008 년의 촛불시위 이후로 줄어들고 있음을 주목한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2011 년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보고서) 26

27 표현의 자유 는 21 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문제 (한인섭 2009) 우리나라는 기본의 사회복지제도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국면에 와 있다. 그 싸움은? 말로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고 분노케 하고 모이게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지금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공공성 자체만큼이나 신자유주의 반대만큼이나 중요하다. (박경신 2012) 2011 년 한국 정부는 표현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 (2012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 4. 표현의 자유에 한계는 있는가? 1) 보호할 가치가 있는 표현 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표현 의 구분 - 보호할 가치가 없는 표현에 대해서는 국가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 -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 가장 유해한 의사표현까지 허용해야만 유해한 신조의 유포로부터 토론을 통상적으로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다... 유해한 충고를 바로잡기에 적합한 해결책은 좋은 충고이다 (브랜다이스 대법관, 휘트니 대 캘리포니아 사건) 수정헌법 제 1 조의 핵심에는 사고의 자유로운 교류의 근본적인 중요성에 대한 인지가 있다.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개인의 자유의 양상일 뿐 아니라, 진실의 추구와 사회 전체의 활력에 있어서 불가결한 것이다. 공공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에서, 좋지 못한 동기에서 비롯된 많은 행위들도 수정헌법 제 1 조의 보호를 받는다. (미연방대법원) 다수가 받아들이는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소수 의견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그 입장을 밝힐 기회를 얻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John Stuart Mill) 표현방식이 적절치 못한 사람, 악의/비방 정도가 너무 심한 사람, 타인 감정에 관용적이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되는 입장이고, 따라서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되더라도 그에게 간섭해서는 안된다. (John Stuart Mill) 한나라당이 사이버모욕죄 를 만들어 네티즌들의 언어를 순화시키겠다고 했을 때, 정선희는 인터넷은 호수 같은 것이다. 새와 꽃과 나비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 미생물도 살아야 하고 라며 말린 적이 있었다. 그렇다. 호수가 생태계인 것처럼 각 사람의 뇌도 하나하나가 생태계다. 미생물을 먹고 벌레가 살고, 벌레를 먹고 새가 살 수 있다. 똥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두뇌에서 셰익스피어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박경신 2012) 27

28 2)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몇 가지 이론 1 법적 도덕주의(moralism, 온정주의, 후견적 간섭주의, 보호주의, 온정적 간섭주의 paternalism): 사회에 유해하거나 부도덕한 표현에 규제가 가능함 2 해악의 원칙(harm principle, 사회유해성의 원칙): 타인에게 구체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행위에만 규제가 가능함. 표현 에는 사실상 무제한적 자유 허용 (John Stuart Mill). 3 불쾌 모욕성(offense)의 원칙: 타인에게 해악을 미치지는 않지만,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경우에는 규제가 가능함. 4 명백 현존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의 법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함. 5 사상의 자유시장론: 아무리 잘못된 의견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자유롭게 토론된다면 시장의 논리 에 따라 퇴출될 것이므로, 규제가 불필요함. 6 위축효과의 금지이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규제는 허용되지 않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경우, 규제가 두려워 어떤 표현을 회피하거나 자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 7 자유주의적 후견주의: 진실을 말하려는 자를 위축시키지는 않으면서도,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시키는 자는 어느 정도 위축시키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무책임하게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위축 시킬 필요도 있다는 주장 (Cass R. Sunstein). 3)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이슈 - 고전적인 표현의 자유 이슈: 국가 또는 사회적 강자가 정치적 반대자 또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 새로운 표현의 자유 이슈: 사회적 소수자의 보호를 위해 다수자의 차별적 발언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2008 표현의 자유 선언 17. 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전쟁의 선동, 인종주의의 선동,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 등 반인권적 표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인권에 반하는 표현의 자유는 해당 관련자에 대한 폭력을 낳을 수 있음을 우리는 우려한다. 관련 법안 1 (정부측 차별금지법안 2007): 제 3 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1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성별 등을 이유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4.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ㆍ구별ㆍ제한ㆍ배제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 1 관련 법안 2 (인권위 차별금지법안 2008): 제 2 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3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은 차별로 본다. 4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 구별 제한 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는 이 법에서 금지한 차별로 본다. 관련 법안 3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준)의 차별금지법안, 2008): 제 3 조(차별의 범위) 1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성별,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장애를 이유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4.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ㆍ구별ㆍ제한ㆍ배제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 1 법무부 차별금지법안에는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 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 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되어 있으며, 괴롭힘 과 광고 에 대해서도 성별 등 이라고 하여 성적 지향 등의 항목이 배제되어 있음. 28

29 - 엇갈리는 진보와 보수 진보 진영: 교사의 시국선언이나 쥐그림 사건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이 개입해서는 안되지만, 차별적 발언 (외국인 혐오, 성희롱, 동성애 혐오) 등은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 보수 진영: 동성애 혐오 발언은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성직자가 설교에서 동성애 반대하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됨), 정부를 부당하게 비난하거나 사회를 혼란시키는 발언은 (예컨대 PD 수첩, 쥐그림) 처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 - 몇 가지 문제제기 국가(다수자)가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때 제기되었던 문제가 소수자가 다수자의 특정한 표현(혐오발언)을 금지하는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는가? 보다 넓게 보면, 시민사회가 국가와 같은 방법으로 법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보다 좁게 보면, 소수자 인권운동에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혐오발언 (hate speech)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인가?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혐오발언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은가? 미국 등 서구에서의 혐오발언 금지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성공적이었나? 소수자보호를 위한 혐오발언 금지는 소수자의 평등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소수자보호를 위한 혐오발언 금지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여지는 없는가? 명백/현존 위험의 법칙, 사상의 자유 시장 등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논리가 혐오발언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는가? II. 표현의 자유 사례들 1. 사례 1: 김인규 교사 누드 사건 1) 사건 개요 년 비인중학교 교사 김인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본인의 누드 사진을 게재하여 홈페이지 삭제, 교사 직위 해제, 형사기소를 당한 사건. - 1 심과 2 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005 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음 (벌금 500 만원) 2) 논점 -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작품은 규제되어야 하는가? - 김인규 교사의 그림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 (대법원)인가? - 음란물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대법원이 제시한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는 판단 기준은 적절한가? - 도덕의 다원성, 가변성 문제 - 김인규 교사의 항변: 섹슈얼리티 사회에서 욕망, 상품화, 비인간화 속에서 인간 소외를 다룸; 신체의 규격화된 아름다움에 대한 재평가; 스스로 몸을 드러내 놓고 얼마나 29

30 떳떳하고 아름다운가 라고 말하는 진지함; 우리의 상식적인 고정관념이 가진 허점이나, 그것의 이면을 뒤집어 보임으로서 사고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보여주는 것.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저와 같은 작가들이 다음에 또다시 작품을 하여 전시한다면 누구에게 사전에 위법여부를 물어야 할까요? 그래서 그들이 다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게 될까요? (김인규 홈페이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나의 입장, ) 2. 사례 2: 래리플린트 사건 1) 사건 개요 - 래리플린트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 에 제리 폴웰 목사를 조롱하고자 그가 술에 취해 어머니와 첫경험을 한 내용을 인터뷰했다는 거짓 인터뷰를 게재하고, 파리가 들끓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어머니와 첫경험을 한 내용을 인터뷰하는 것을 게재하고, 광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패러디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고 써놓은 사건으로 결국 1988 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음 (Hustler Magazine v. Falwell) 2) 논점 - 래리 플린트의 노골적인 포르노는 보수적인 종교인들과 보수적인 도덕주의자들의 공격에 직면하게 됨 - 플린트는 표현의 자유 를 위해 싸우는 투사? - 자신의 포르노가 엄청난 가치가 있는 예술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음란한 쓰레기라고 인정 - 쓰레기를 자처한 포르노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까? - 수정헌법 1 조와 표현의 자유 공중의 이해와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 1 조와 제 14 조는 공무원과 공적 인물이 자신을 풍자하는 만화 광고를 이유로 고의의 불법 행위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미연방대법원) 수정헌법 제 1 조가 나 같은 쓰레기(scumbag)를 보호해 준다면, 당신들 모두를 보호해줄 것이다 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If the First Amendment will protect a scumbag like me, it will protect all of you. ) 30

31 3. 사례 3: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사건 1) 사건개요 년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로 기소되어 1 심, 2 심, 3 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 년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즐거운 사라> 텍스트를 올린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200 만원 형을 판결 받음. 2) 논점 -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성도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필요한가? - 예술에 대한 규제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가? - 예술적 가치의 판단의 역사적 가변성 (예: 미니스커트, 장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반응) - 예술적 가치의 다원성 문제 - 마광수의 항변: 정신우월주의가 만연한 것에 대해 문학적 과장으로 육체적인 사랑을 외치는 것; 성과 아름다움이 포함된 사랑이 보편화되면 세계는 평화로워짐; 소설 속의 일탈적 성윤리는 카타르시스의 효용이 있지 실제 일탈로 연결되지 않음; 금지할수록 더 호기심만 늘고, 더 조잡한 에로티시즘만 만연함 - 문학적 평가: 우리나라 현대소설사상 여자가 성을 주도한 최초의 소설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후견적 간섭주의 : 문학에 있어서도 공중도덕이니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 ) 그것이 건전한 성적 풍속이나 성도덕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형법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 (대판 , 94 도 2413); 음란 이란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 ( 헌가 16) 4. 사례 4: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 사건 1) 사건 개요 년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 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죄)으로 기소된 사건 - 1 심과 2 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1998 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 (징역 10 월, 선고유예, 그림 몰수) 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이 판결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19 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에 신 씨를 위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음 국가보안법 제 7 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 자는 7 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1

32 2) 논점 - 과연 그림 모내기 는 국가규제가 필요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이라고 볼 수 있는가? - 설사 이 그림이 북한활동에 동조하는 그림이라고 해도 형사처벌을 해야 할 만큼 위험한가? (명백-현존 위험의 법칙) 공적한 평론의 특권은 공공 이익에 관계되는 사실, 예컨대 정부의 행동이나 공직 후보자의 적합성 같은 사실에 대한 평론인 한 그것이 진실인가 하는 허위인가에 관계없이 비방에 관한 법의 엄격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단지 비방하는 것이 때로는 치안을 침해한다든가 그런 경향을 갖는다든가 이유만으로 어떤 특정한 문서에 의한 비방을 유죄로 인정해서는 안된다. 그 특정한 비방이 가솔린의 증발 연기가 충만한 장소에서 성냥을 켜는 것과 비슷한 경우에만 유죄로 되어야 한다. (윌리엄 더글러스, 민중의 인권) - 간첩 홍종수의 감정 결과: 상단부 북한은 지상낙원이고, 하단부는 몰아내야 할 것들((핵무기, 탱크, 레이건, 나까소네, 코카콜라, 양담배, ET, 람보, 전두환, 38 선 철조망)로 가득한 남한을 상징함; 상단 위쪽 백두산은 김일성의 혁명의 성산; 상단 외쪽에 있는 초가집은 만경대; 그림 위 꽃은 진달래로서 공산주의 상징 - 저자의 항변: 불필요한 쓰레기들을 거두어 내고 모를 심는 것처럼 통일에 저해되는 요소들을 쓸어내야 한다는 점을 표현. 그렇게 해서 통일이 된 세상의 즐거움을 풍년으로 즐거운 마을사람들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통일은 정말 좋은 것이고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는 마음이 들도록 그리려고 했다. 모내기 그림은 이런 단순한 생각에서 그려졌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신학철) 5. 사례 5: 미국의 성조기 소각 사건 1) 사건 개요 년 그레고리 존슨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댈러스 시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였으나, 1989 년 미 연방대법원에서 그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 1 조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음. 2) 논점 - 성조기 소각은 그것이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할 만큼 사회에 유해하고 위험한가? 대법원의 결정은 성조기가 상징하는 자유와 관용의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고, 존슨 같은 사람도 관용하는 것이 미국 사회의 힘 (브레넌 대법관) 성조기를 훼손했다고 처벌한다면 성조기가 상징하는 소중한 자유가 훼손될 것 (브레넌 대법관) 어떤 나라에서든지 권력을 갖는 자는 토론을 자신의 주권과 대립되는 것으로 여겨 벌컥 화내는 태도를 취해왔다. (메이, 영국 헌법사) 32

33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 원칙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보유한다. 모든 사람은 모든 종류의 정보와 생각을 각자의 선택에 따라 말, 문서, 인쇄물, 예술형식 또는 어떠한 매체의 형식으로든지 국경을 넘어 추구하고 수용하고 전달할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항에 제시된 권리의 실현은 국제법에 확립된 바와 같이 국가안전보장을 포함한 특별한 근거에 기해 규제될 수 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정부가 그 규제가 실정법에 명문화되어 있고 민주사회에서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과해질 수 없다. 규제의 유효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정부에 있다. 원칙 1.1: 법적 명문화(Prescribed by law) 표현과 정보에 관한 모든 규제는 법에 명문화되어 있어야 한다.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독립된 법원 또는 심판기관에 의한 신속하고 전면적이며 효과적인 사법적 심사를 포함하여 규제의 남용에 대한 충분한 법적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원칙 1.2: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의 보장(Protection of Legitimate National Security Interest)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고자 하는 표현과 정보에 대한 모든 규제는 정당한 국가안보이익보장에의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 원칙 1.3: 민주사회에서의 필요성(Necessary in a democratic society) 표현 또는 정보의 자유에 대해 정당한 국가안보이익보장에 필요한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다음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사안에 대한 표현이나 정보가 정당한 국가안보에 심각한 침해를 가져올 것; 부과된 규제가 국가안보이익보장을 위해 가능한 최소한의 제한수단일 것; 그리고 규제가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될 것, 원칙 2: 정당한 국가안보이익(Legitimate National Security Interest)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무력사용 또는 위협에 맞서 국가의 존립과 영역적 통합성을 보장하기 위함이거나, 외적으로는 군사적 위협이나 내부적으로는 폭력적 정부전복에의 선동과 같은 위협 또는 무력사용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능력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 외에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특히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예컨대 정치적 위기나 부정에 대한 폭로로부터 정부를 두둔하려거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려거나, 국가공공기관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려거나,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것과 같이 국가안보와 무관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원칙 3: 비상사태(States of Emergency)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비상사태에, 국제법과 지역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경우, 국가는 엄격하게 상황의 긴급성이 요하는 정도까지, 정부의 여타 국제법상 의무와 충돌하지 않고, 또 않는 한에서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있다. 33

34 6. 사례 6: 미네르바 사건 1) 사건 개요 - 박대성 씨는 년 2008 년 인터넷 경제토론방에서 미네르바 라는 필명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2,080 여건 게재 ( 2008 년 12 월 29 일 오후 2 시 30 분 이후 주요 7 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 - 검찰은 외환보유정책을 비판하고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내용을 쓴 두 건의 글에 대해 전기통신기본법 제 47 조 1 항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을 혹세무민했고 외환시장을 교란, 국가신인도를 하락시켰다 )되었으나 1 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헌재에서 해당 법조문이 위헌 판결을 받음 전기통신기본법 제 47 조 제 1 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 년 이하의 징역 또는 5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논점 - 미네르바의 표현은 공익을 해친 것인가? - 허위의 사실을 말하는 것은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예: 연평도 예비군 동원 사건) - 허위의 사실과 의견 진술 사이의 경계는? 표현의 자유의 주된 목적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데는 전 인류적인 합의가 있다. (Mills vs. Albama, 1966) 공포는 억압을 낳고, 억압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정부의 안정을 위협한다. 안전한 길은 자유로운 토론 속에 놓여 있다... 공적인 토론에서 발휘되는 이성의 힘을 믿고, 법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Whitney v. California, 1927) 1 심 판결 (2009 년 4 월): 피고인에게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며 무죄판결; 미네르바가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한 것이 아니고,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게재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2010 년 12 월, 전기통신기본법 제 47 조 제 1 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 의 허위의 통신을 금지하는 바, 여기서의 공익 은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으로서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 출판의 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 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보충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래 허위의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이나, 장시간 사문화된 상태로 있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갑작스레 내용상 허위의 통신에 대해 적용되게 34

35 되었는데, 이는 허위 개념의 구체적 부연 내지 체계적 배치가 부재한 결과인 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허위의 통신 부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보충의견: 허위사실의 표현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고, 다만 헌법 제 37 조 제 2 항에 따른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허위의 통신에 의하여 언제나 법익침해의 실질적 위험 내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7. 사례 7: PD 수첩 사건 1) 사건 개요 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에 대한 PD 수첩 방송(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 제작진 6 명이 농림수산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으나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 - 주요 보도 내용 (i)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보도 - 진행자 말실수 사과 방송 (ii) 우리나라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보도 - 확률 94% 라고 잘못 표현하여 사과 방송 (iii)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으로 보도 - 영어 자막 오역에 대한 사과 방송 (iv) 광우병 위험물질 5 가지가 수입된다는 점 (v) 정부 협상단의 광우병 위험성 은폐 부분 2) 논점 - 공적 사안과 공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 정상적인 취재 과정에서 얻게 된 잘못된 정보에 의한 보도의 경우에도 처벌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공적사안에 관한 토론은 금지되지 말아야 하며, 확고하고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 거기에는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맹렬하고 신랄한, 때로는 불쾌하리만큼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원칙에서 이 사건을 고려한다. (브레넌 대법관) - 공인의 공적 문제에 대한 비판과 명예훼손 소송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목적의 과장이 있었더라도 허위를 만들어 내려는 의도는 인정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실은 민주주의 토대인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적 제재로 인해 이런 사안에 대한 표현을 주저하게 해선 안된다. 공적 업무에 대한 비판 보도의 명예훼손죄 심사는 언론 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2 심 판결문) 잘못된 진술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을 허용한다면 언론과 시민들 개개인은 혹시나 실수를 저지를까봐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며 그런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컬림비아대 웩슬러 교수) 35

36 명예훼손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적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명예훼손에 대한 자유형은 즉각적으로 폐지할 것과 형사절차에서 오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권고한다. (유럽의회) 표현형태가 공인을 모욕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단순사실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정당화되기에 충분치 않다. 공인이 비판과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군대나 행정부 등과 같은 기관에 대한 비판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유엔 일반논평) 공무원과 공공기관들이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민주사회에서 공직은 견제와 균형의 일환으로서의 대중에 의한 감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는 문화를 조성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한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평화적인 의견표현, 정보 배포가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 동향에 맞추어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삭제해야 한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8. 사례 8: 타블로 사건 1) 사건 개요 -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타진요)와 상식이 진리인 세상 (상진세)에서 타블로의 스탠포드대학 졸업은 허위라고 주장했으나, 2010 년 10 월 경찰 수사 결과 학력이 사실로 밝혀졌음 - 타진요의 운영자 김 모 씨(왓비컴즈) 등 4 명 지명수배하고 국제 공조 수사 의뢰; 이미 조사 마친 14 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년 10 월 `MBC 스페셜 1 부: 타블로 스탠포드를 가다, 2 부: 타블로 그리고 대한민국 온라인 방영 - 상진세: 타블로에 대한 고발을 취하 ( 타블로를 고발했던 계기에 대해서는 종전 보도기사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타블로를 비난하거나 흠집 내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고, 학력위조 논란이 증폭된 시점에서 더 이상은 진실규명이 어렵다고 판단돼 권위 있는 기관의 확실한 인증을 통해 학력위조 여부를 확인하려 했던 것, 심사숙고 없이 고발을 해 학력위조논란을 증폭시킨 책임을 인정한다, 우리의 고발취하를 시작으로 모든 고소장과 고발장이 화해와 용서로 끝났으면 좋겠다 ) - 타진요의 왓비컴즈: 한국 경찰과 한 방송이 타블로의 학력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만큼 나도 인정하겠다, 더 이상 타블로에게 학력 인증 요구를 않겠다. 경기가 있다면 타블로가 이긴 것으로 승자로서 얼마나 기쁘겠는가. 고소를 취하해 주기 바란다. 나는 이제 운영자를 그만두고 패자로 떠나겠다. 타블로가 이겼다, 나 때문에 괴로웠다면 경찰에서 학력이 인증된 만큼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 (시카고중앙일보와의 인터뷰) - 타진요의 일부는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음 (타진요 2) 36

37 2) 논점 - 네티즌 수사대(?)의 정의감 (?):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강한 갈망의 왜곡된 표출 또는 한국사회의 사회 정의와 진실에 대한 강한 불신의 단면으로 해석되기도 함 - 타블로는 학력에 대한 공적 인증 을 요구받을 만한 공인 인가? - 타블로도 공인인 만큼 일정한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가? - 타블로에게 고통을 가한 사람들은 처벌되어야 하는가? 인터넷 상의 아바타가 된 기분이었다 ; 인터넷에서 다양한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집에 찾아와 나라를 떠나라 혹은 온 가족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 나의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었다 ; 인터넷 상 루머와 논쟁에 신경을 쓸 틈도 없이 가족을 지켜야 했다. 전쟁과도 같았다. (타블로) 9. 사례 9: 임수경 사건, 지만원 사건 1) 사건 개요 - 사례 A: 지만원 씨에 대해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 라고 말한 네티즌에 대해 법원은 이름이나 나이를 조롱하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결 (모욕죄) - 사례 B: 임수경 씨 아들의 익사에 대해 인과응보 애 잘 죽었다 라고 한 네티즌에 대해 벌금형 판결 (모욕죄) 2) 논점 - 개인의 모욕에 대한 형사처벌은 필요한가? - 모욕은 개인적인 감정에 따른 것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욕죄를 통해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가능한가? (친근감의 표시 vs. 모욕적 욕설) 10. 사례 10: 후세인 사건, 동성애 혐오 발언 사건, 루저 사건 1) 사건 개요 - 사례 A: 지난 2009 년 인도인 후세인은 버스에서 한국인 박 모 씨가 You Arab, you Arab!, 너 냄새나. 이 더러운 야. fuck you, fuck you. 등의 욕설을 듣고, 분노하여 결국 그 박 모 씨를 형사고소하였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규가 없는 한국에서는 박 모 씨를 형법상 모욕죄 로 처벌하였다 (벌금 100 만원).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특정 종교나 국적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을 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이 인정된다 고 밝혔고, 인권단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법 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례 B: 2010 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제 92 조 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국민통합선진화행동본부, 실향민중앙협의회, 참교육어머니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인권위 37

38 앞에서 반역적인 군 동성애 인정을 즉각 취소하라,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려는 행위, 고참이 신참에 대한 강제추행을 방조, 확산시키는 망국 행위가 바로 군 동성애 인정, 동성애를 혐오하는 절대다수의 장병의 인권은 무시한 채 소수자의 인권만을 내세우는 것, 나라를 지키려고 군대에 간 내 아들이 동성애자가 되고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성애인권단체에서는 저런 차별적 발언을 대놓고 한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 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동성애혐오발언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성애반대단체들은 동성애는 논란의 영역 에 문제에 대한 발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사례 C: 키 작은 남자는 루저다 라고 말한 한 여성에 대해, 한 칼럼에서는 외국에서는 혐오발언으로 처벌받았을 것이다... 타인의 신체에 대한 혐오발언은 차별적 행위로서 금지된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음. 2) 논점 - 집단에 대한 차별적 표현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공격하고 더 큰 사회적 차별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유해성이 크기 때문에 처벌 필요성이 있음 - 일부 국가에서는 혐오발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고 있음 - 의견 표시 vs. 공격적 의견 표시 vs. 혐오의 감정 표현 vs. 특정 개인에 대한 혐오 사이의 구분이 쉽지 않음 의견 표시(동성애는 인간본성에 벗어난다)의 사례: 동성애는 하나님의 본성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동성애자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복음전도의 대상이며, 연민과 사랑의 대상입니다. 그들을 연민하되, 동성애에서 벗어나도록 권고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는 설교, 동성애 행위는 죄가 된다 는 발언을 한 사건 (영국-불기소),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상업 광고; 공항 기도실에 반종교적 만화를 그린 사건 (영국-유죄), 공격적인 의견 표시(동성애는 죄악이다)의 사례: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동성애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무너뜨립니다. 는 신문광고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 동성애는 죄악입니다. 사탄이 시키는 일입니다 는 설교; 동성애적 행위를 멈춰라 는 표지판을 보여주고 다닌 사건 (영국-유죄), 1977 년 네오치의 스코키 집회 사건(미국- 집회 허가), 흑인 가족의 담에서 십자가 세우고 소각 (R. A. V v. City of St. Paul 사건- 위헌), 그레고리 존슨의 성조기 사건, 동성애자를 모욕하는 티셔츠 입기 금지 (미국-합헌) 혐오의 감정 표현 (동성애는 더럽다)의 사례: Homophobia (아무밴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위협적 표현의 사례: 후세인 사건 (너 냄새나. 이 더러운 야) 혐오 발언의 규제 문제 - Hate Speech(혐오 발언, 증오발언, 적의적 표현행위, 증오발언, 혐오 의사표현): 여성, 민족적이거나 종교적인 단체, 또는 다른 차이점을 가진 소수자나 소수집단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이 형태 (Human Right Watch) - 혐오발언에 해당하는 사례들: 성별 인종 피부색 장애 종교 성적지향 국적 출신민족 연령 결혼여부 참전여부 시민권 문화 에이즈 감염 여부 언어 자녀 유무 정치적 신념 임신 - 일부 국가에서는 혐오발언을 형사처벌하고 있음 38

39 11. 사례 11: 홀로코스트 부인죄 1) 사건 개요 - 사례 A: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영국의 데이비드 어빙은 오스트리아 감옥에서 13 개월간 복역 - 사례 B: 2005 년 영국 폭탄테러에 대해 한 무장 세력 대변인은 그 공격이 칭찬받을 만 하다 고 하여 체포되었고, 테러리즘을 고무했다는 혐의로 기소됨 2) 논점 - 인종혐오발언이나 나치옹호발언을 강력하게 처벌해온 것에 대해서는 그 나라의 고유한 역사적 환경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함 - 혐오발언이 사회적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 - 규제 반대론: 규제의 해악이 더 크다; 소수자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음; 논쟁의 문제이고, 문화적, 역사적 토론의 문제일 뿐, 법적 처벌의 대상이 아님; 사실과 가치판단(의견)의 구분은 사실상 어려움 (예: 흑인은 머리가 나쁘다; 동성애자는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 정서적 불쾌감과 해악 (harm)은 구별해야 함. 특정한 범죄를 유발하는 것도 아님; 가해자를 처벌해도 교화 가 불가능. 순교자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 형벌은 소극적이고 배제적인 방식이며, 적극적이고, 형성적이고, 생산적인 조치가 더 중요; 혐오/경멸이라는 징표를 과연 법으로 처리가능한 언어 로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소수자차별을 교정하기 위해서 법적 금지 가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함; 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오히려 소수자를 법이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으면 안는 수동적 존재, 스스로의 행위(반격-언어)에 의해서 해결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 로 전락하게 할 수 있음; 소수자의 자력화(empowerment)는 국가와 법이 대신해줄 수 없음 - 규제옹호론: 위협과 괴롭힘뿐만 아니라, 살인과 폭력으로 이어짐;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며, 다른 가치(인간존엄, 명예)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적 표현은 그 해악이 심각하다. 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음; 증오적 표현은 일말의 진실도 담고 있지 않음; 모호성은 어떤 법체계에서도 불가피함 (형법상의 규정 중 상당부분이 모호함); 사상의 자유 시장은 실제로 소수자에게 큰 의미가 없으며, 공적 규제가 필요함 외국의 법제/판례 2 - 홀로코스트 부인과 증오적 표현을 처벌: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리히텐슈타인,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폴란드, 포르투발 루마니아, 스위스 - 인종적 증오와 선동행위 처벌: 영국, 독일,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아이슬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프랑스, 싱가포르,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세르비아 - 자유권규약 제 20 조 1 항: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는 법률로써 금지된다. - 인종차별철폐협약 제 4 조: 인종주의 전파, 인종적 증오의 고취, 폭력행동의 선동 등 금지 - 유럽인권협약: 규정 없음; 하지만,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들의 표현의 자유 주장에 대해서는 제 17 조 권리남용금지로서 자유를 부여하지 않았음 - EU: 인종, 원국적, 종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언사를 처벌하는 법 제정 - 미주인권협약 제 13 조 제 5 항: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증오의 고취 금지 - 독일: 반유대주의나 홀로코스트 부인하는 행위는 (사자)명예훼손 또는 대중선동죄로 처벌해왔음 년 아우슈비츠 사기극 조항 추가, 2005 년 나치체제 찬양죄 신설 2 국가인권위원회 2008, 법무부 2007, 정강자 2010, 이준일 2007 참조. 39

40 - 오스트리아: 홀로코스트 부인 등 집단에 대한 증오를 고취하는 행위를 선동죄로 처벌 4 - 프랑스: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혐오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 미국 민권법 (1964: Title Ⅶ of the Civil Rights Act) 제 7 장;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가, 장애, 연령 등 금지된 차별사유에 근거한 괴롭힘의 금지 - 미국: 표현의 자유 광범위하게 인정. 회사/노조/대학 등에서는 Speech Code 를 제정하여 증오적 표현(인종, 성, 종교, 성적 지향,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겨냥한 공격적 비하적 위협적 발언 금지)을 규제하고 있음; 스코키 사건에서는 신나치의 표현의 자유 옹호(시민단체의 입장) III. 나아가며 1. 생각해볼 문제들 왜 표현의 자유를 인권 중의 인권 이라고 부르는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표현 와 보호가치가 없는 표현 의 구분은 가능한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2. 사례의 유형화 - 기준: 대립하는 이익의 형량, 침해의 위험성 정도, 침해의 회복가능성 - 사례: 김인규 사건, 모내기 그림 사건, 마광수 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폭격 유언비어 사건, 교사/공무원의 시국선언, G20 그림 사건, 유인촌의 회피 연아 사건, PD 수첩 사건, 최진실 사건, 강용석 사건, 마호메트 풍자만화 사건, 대통령 협박죄 사건, 대통령 모욕죄 사건, 박원순 변호사 사건, 미네르바 사건, 성조기 소각 사건, 대통령 협박죄 사건, 대통령 모욕죄 사건, 래리플린트 사건, 타블로 사건, 최진실 사건, 임수경 사건, 지만원 사건, 후세인 사건, 동성애 혐오 발언, 성희롱 발언, 해적기지발언 사건, 2MB18NOMA 사건, 박정근 사건 - 유형 1) - 유형 2) - 유형 3) - 유형 4) - 유형 5) 3 독일 형법 제130조 [국민선동] 2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1. 일부 주 민,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집단 또는 민족성에 의하여 분류된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일부 주민 또는 위 집단 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문서(제11조 제3항)에 관하여 다음 a)내지 d)의 행위를 한 자 a) 반포 행위 b) 공연히 전시, 게시, 상영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c) 18세 미만자에게 제공, 양여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d) 위 문서 또는 이를 통하여 취득한 정보를 a) 내지 c)에 의한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제조, 취득, 인도, 보관, 공여, 광고, 선전, 수입 또는 수출하는 행위 2. 제1호에 기재한 내용물을 방송을 통하여 반포한 자 3 국가사회주의 지배 하에서 범하여진 제220조의 a 제1항의 행위(집단살해)를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연히 또는 집회 중에 찬양, 부인, 고무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4 오스트리아 형법 제283조 (선동) 1 공연히 치안을 위태롭게 하는 방법으로 국내에 존재하는 교회 또는 종교공동체에 대 하여 또는 그러한 교회 또는 종교공동체, 일정한 인종, 민족, 민족적 기원, 국적을 통해 구별되는 집단에 대하여 적대적 행위 를 선동하거나 교사한 자는 1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2 제1항에 속하는 집단에 대항하여 공연히 선동하거나 인간 존 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집단을 중상하거나 비방하려는 자도 동일한 형에 처한다. 40

41 4 강. 빈곤과 인권 강사: 박진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대행) 일시: 2012 년 10 월 4 일 (목) 빈곤 인권의 관점으로 마주보기 경제성장을 통해 빈곤을 종식시키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빈곤을 해결하려는 이와 같은 노력은 대부분 투자, 교역, 신기술 그리고 경제성장의 지름길이라 여겨지는 외국의 원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빈곤퇴치는 국제구호기구, 정치경제계의 지도자들과 자선사업가들, 그리고 유명스타들의 관심을 끄는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전례 없는 관심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원조확대, 혹은 외국의 투자확대가 그들이 확신하는 것처럼 지구상 최악의 인권위기인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의구심만 쌓여간다. 그렇다면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최근에는 빈곤을 이야기 할 때 인권이 함께 언급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인권의 관점에서 빈곤을 언급할 때 마다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빈곤문제 해결책과 인권은 어떠한 관계일까? 빈곤은 인권침해인가? 사실 빈곤은 개인의 게으름의 문제이지 인권과는 무관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게으른 사람들도 무조건 인권의 이름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건가? 왜 빈곤이 지구상의 최악의 인권위기라고 말하는 것일까? 빈곤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선택 가능한 수 많은 해결방안 들 중 하나일 수 있을지 몰라도 꼭 필수적인 핵심이어야 할까? 경제성장이 먼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경제성장을 위해서 어느 정도 인권침해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닐까? 빈곤은 구호단체들이 그 동안 꾸준히 펼쳐오는 사업인데, 인권단체까지 구호단체가 하는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과연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빈곤과 인권을 고민해 봤다면 이런 질문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함께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함께 고민해보자. 41

42 1. 빈곤에 대한 두 가지 생각 가. 빈곤은 천성적이고 필연적이다(Poverty is natural and inevitable)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 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남의 가난한 살림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일리 있고 타당한 말이다. 누구나 인간답고 존엄하게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가난하고 빈곤한 삶은 게으르고 무능력한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어떻게 할 수 없고, 특히나 요즘 같은 사회에서 기회의 균등 은 누구나 열심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04 년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약 12 억 명이 극단적 빈곤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하루 1~2 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08 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시작한 경제위기는 전세계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아 넣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 는 말처럼 빈곤을 게으름과 무능력에서 비롯한 한 개인의 문제로만, 즉 천성적 이고 필연적 인 사회적 현상으로만 치부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나. 빈곤은 의사결정들의 결과물이다(Poverty is the result of decisions) MBC W 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아무 조건없이 한 달에 100 나미비아 달러를 준다! 라는 제목의 취재내용은 빈곤에 대한 다른 관점을 시사하고 있다. 실업률이 60%가 넘고 아이들 절반 이상이 영양 실조에 걸려있을 만큼 가난한 마을 오미타라 년 1 월, 나미비아 비정부기구들로 구성된 한 단체가 이 마을 주민들에게 2 년 동안 아무 조건 없이 한 달에 100 나미비아 달러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자활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일정 한 소득이 생길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실험하는 기초 소득 지원금 프로젝트!. 현재까지 1 년 9 개월이 지난 지금,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지원금이 주민들을 더 의존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주변의 예측과 달리 주민들은 빵을 만들어 팔고, 병아리를 사서 키워 농장을 일궜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마을 병원은 더 이상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유누스씨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 역시 기존 빈곤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하루 종일 뼈 빠지게 대나무 제품을 만들어 팔아 하루에 50 페이샤(약 20 원) 만을 벌고 있었다. 직접 원료를 사서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면 훨씬 많이 벌 수 있지만, 원료를 살 수 있는 단돈 500 페이샤(약 200 원)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유누스는 이 마을 사람 42 명에게 단돈 27 달러만 빌려주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 자기 돈 27 달러를 무담보로 빌려주었다. 조건은 단지 돈이 생기면 갚으라는 것이었다. 빈곤은 빈민들의 게으름과 무능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할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는 담보대출과 같은 사회구조에 기인한다. 신용대출은 인권이다. 라는 신념에 따라 1976 년부터 그라민 프로젝트 를 시작했다. 담보를 요청하는 은행에 자신이 보증을 서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해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방글라데시 정부와 중앙은행 및 그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를 회 아무 조건없이 한 달에 100나미비아 달러를 준다! 소개글 42

43 비웃었지만 그의 신념을 꺾지 못했다. 그렇게 3 년 동안 500 여 가구를 구제하자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1979 년에 동참했다. 유누스는 이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버리고 1983 년에 정식으로 그라민은행을 출범시켰다. 자선은 빈곤층들의 의타심만 키워 빈곤을 고착화시키기 때문에 빈곤을 근본적으로 퇴치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는 신념으로 그렇게 조그맣게 시작된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딧)은 이제 유누스를 2006 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만들어 줄만큼 창대해졌다 아프리카 빈곤에 대한 두가지 생각 가.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다. 나쁜 기후는 심각한 열대병 문제를 낳고, 지리적 조건도 열악해서 항구도 없는 내륙 국가가 많으며, 이웃 나라들은 시장규모가 작아 수출 기회가 적은 데다 잦은 무력 충돌 사태는 쉽게 이웃나라에까지 번지곤 한다. 천연자원이 너무 많아 사람들이 게으르고 부정부패와 갈등의 소지가 높다. 아프리가 국가들은 여러 민족으로 갈라져 있어서 통치하기가 어렵고, 민족 간 갈등은 쉽게 무력 충돌로 번진다. 투자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대로 갖춰진 제도가 없고, 좋은 문화도 뿌리를 내리지 못해 사람들은 근면, 저축, 협동이라는 것에도 관심도 없다.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아프리카는 1980 년대 이후 상당한 강도의 시장 자유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세계 여타 지역과는 달리 성장을 하지 못했다. 아프리카는 해외원조 없이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 3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아프리카의 빈곤을 이야기 할 때 위와 같은 말한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1980 년대 이전에는 괜찮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사실은 이 지역이 겪고 있는 비교적 최근의 정체가 구조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년대 세계은행과 IMF 등이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Structural Adjustment Programs, SAPs) 와 빈곤 감축 전략계획(Poverty Reduction Strategy Papers, PRSPs) 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시행한 결과 아프리카 경제는 30 년 동안 성장하지 않은 정체기를 맞았다. 그나마 60 년대와 70 년대에 가까스로 성장시켜 놓은 일부 제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다시 코코아, 커피, 동과 같은 1 차 상품의 수출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 아프리카 나라들은 이런 상품들을 특징짓는 극심한 국제가격 변동과 정체된 생산기술에 계속 고통을 겪어야 했다. 2 "단순한 자선은 의타적 거지 양산(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3 장하준(2010),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도서출판 부키) p 154~169 43

44 나. 식량원조는 아프리카의 주린 배를 채우는 순기능(?) 미국은 현재 식량원조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한 해 약 20 억달러 상당의 식량을 세계 각지의 굶주린 이들에게 제공한다. 지구촌 식량원조의 절반가량을 매년 미국이 책임지고 있다. 지난 1954 년 농산물 수출시장 개발 및 확대 를 위해 시작된 미국의 식량원조 프로그램의 초기 수혜국 목록엔 대한민국 도 끼어 있다. 미국의 식량원조 품목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 중 하나로 옥수수를 꼽을 수 있다. 해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20%가량은 이렇게 해외로 빠져나간다. 아프리카 남동부 말라위는 지난 2002 년 식량사태를 겪으며 섣부르게 의지했던 식량원조가 가져온 파괴적 위력을 실감한 바 있다. 그해 흉년이 들면서 말라위에선 예년에 비해 식량 생산량이 60 만 t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사회는 즉각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원조량이 예상을 초과했다. 밀려든 원조 식량으로 말라위에선 식량 가격이 폭락했고, 1t 당 250 달러에 이르던 옥수수 값은 이듬해인 2003 년 100 달러까지 떨어졌다. 옥수수뿐 아니라 주식으로 꼽히는 카사바와 쌀값도 동반 폭락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농민들이 감내해야 했다. 4 이렇게 외국으로 나간 미국산 옥수수가 배고픈 이들의 주린 배를 채우는 순기능 보다, 빈곤의 악순환을 영속화하는 역기능 이 더 높다는 지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3. 지구상 최대의 인권위기는? 빈곤!! 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양심수 라는 단어는 한번씩 들어보았을 것이다. 양심수 (Prisoners of Conscience)는 정치적 종교적 및 양심에 의한 신념, 또는 인종, 성별, 출신국가, 사회 경제적 지위, 성적지향, 기타지위 등의 이유로 투옥되었거나 신체적 자유가 제한된 이들을 가리킨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양심수로서 살고 있지만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많은 수가 빈곤 이라는 감옥(Prisoners of Poverty)에 갇혀 살고 있다. 양심수의 경우는 자신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빈곤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던 원치 않던 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회적인 지지나 관심 그리고 해결가능성에 있어서도 빈곤에 갇힌 사람들은 양심수들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양심수는 자신의 신념을 택한 순간부터 싸움을 시작했지만 빈곤에 갇힌 사람들은 싸울 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누굴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너무나 많은 것과 싸워야 하는 이들은 매일매일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전세계 인구 중 20 억 명이 세계은행에서 분류하는 빈곤층에 속한다. 하지만 이것은 경제지표에 의한 것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다시말해 한국에서 하루 2400 원 이하로 생계를 이어가는 계층만이 경제지표에서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빈곤층까지 포함시킨다면 20 억명 이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즉, 68 억명의 세계인구중 약 3 분의 1 이 빈곤층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아도 이것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가장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빈곤을 최악의 인권위기라고 말하는 이유에는 빈곤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박탈과 불안, 차별 그리고 무시를 경험할 뿐아니라 빈곤은 복합적인 인권문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은 경제적인 권리만이 아니라 정치적 시민적 권리와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모두를 부정한다. 즉, 세계인권선언 1 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가 빈곤 안에서 4 정인환 기자 굶는다, 원조식량 때문에 (한겨레 제675호) 44

45 부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1 조가 인정되지 않는 개인과 집단은 빈곤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빈곤이란 자원에 대해 접근할 수 없는 것이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로의 접근이 불가능한 것이고, 선택권이 없는 것이고, 안전한 삶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것이다. 빈곤하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인권 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힘조차 없는 것이다. 4. 빈곤을 이해하기 위한 인권접근법 빈곤을 인권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인권에 대한 몇 가지 기본지식이 필요하다. 첫째는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분성, 둘째는 국가의무에 기초한 인권 접근법이다. 가.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분성 위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1993 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서는 인권의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상호연관성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인권의 특성은 인권은 단계적 접근이 아닌 통합적 동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가난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자신이 어떠한 권리를 갖고 있는지 모르게 되고, 따라서 자신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상황과 같이 사회권이 부정될 때 자유권이 침해될 수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분성 은 빈곤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가 된다. 흔히들 빈곤을 자선의 관점으로 보거나 사회권의 문제라고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빈곤은 모든사람 이 누려할 존엄하고 품위있는 삶의 관점에서 인권의 보편성 의 관점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권 측면 뿐아니라 자유권 까지도 포괄하는 인권의 불가분성 의 관점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임시적이고 미시적인 대안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45

46 많은 사람들이 자유보다 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위해 사람들을 탄압하는 이유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권에 우선순위는 없다. 물론 사람이 다른 권리를 주장하고 누리기 위해 기본이 되는 것이 생명권이라고는 하나, 각각의 권리들은 서로 이어져있고 분리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와 빵, 모두 중요하다. 한 국가가 여자아이들에게 교육의 권리를 부여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진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교육의 내용이 인간으로서의 여성보다는 아내로서의 여성이 된다면 말이다. 이주노동자의 급여가 올랐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쉬는 시간도 없고 구타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면 말이다. 한 시골에 큰 공장이 생겨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오염과 불안한 치안으로 더 이상 살고 싶은 동네가 아니라면 말이다. 정치적 시민적 권리가 있다고 해서 아무나 누리는 것은 아니다. 거리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 것으로 벌금 200 만원을 내야 한다면 말이다. 다니는 회사가 흑자를 내어 직원복지가 좋아진다고 해서 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가 비정규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면 말이다. 내 나라가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선진국 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으므로. 누군가 나에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합니까?, 인간으로 대우받는 것이 더 중요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인간으로 대우받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당장 나에게 먹을 것이 부족하더라도 나를 존엄한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먹을 것은 곧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존엄하다는 것을 인정함은 기본적인 생활을 누리기 위한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한 사람들에의 접근은 그들을 밥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 국가의무에 기초한 인권접근법 인권이론은 크게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사회권) 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자유권) 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하는 것이 자유권이라면, 사회권은 개인이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물적 조건을 국가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권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유권 영역에서는, 국가는 종종 공권력의 남용으로 인권의 직접적인 침해자가 되지만, 사회권 영역에서는, 국가는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인권의 침해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권에서 국가의 의무는 무조건 소극적 의무이고, 사회권에서의 국가의 의무는 무조건 적극적(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것은 인권의 이원론에서 비롯한 도식적인 결론으로 의무의 다면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5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의무의 다면성은 사회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년 후반 이후 림버그 원칙(Limburg Principles) 등을 통하여 사회권의 권리성 및 국가의 의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자리 잡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회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세 개의 차원으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존중(respect)의무, 둘째는 보호(protect)의무, 셋째는 실현(fulfill)의무이다. 이를 정리하면 인권은 국가에게 3 가지 유형의 의무, 즉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이 세가지 이행의무 중 어느 것이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이들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규정되며, 이 세가지 인권의무가 효과적으로 이행될 때 비로소 효과적인 인권보호가 가능하다고 본다. 5 한국사회의 빈곤층의 사회권 확보를 위한 국가의 의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박찬운(2007년 사회권 심포지 엄 자료집, P15~16) 46

47 인권의 존중(RESPECT) 당사국이 권리의 향유를 직 간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것 인권의 보호(PROTECT) 제 3 자가 권리의 향유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인권의 실현(FULFILL) 핵심의무와 점진적 실현을 의미하여 이것은 다시 스스로 권리를 실현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제공의 의무(Provide),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권리의 실현을 돕는 촉진의 의무(facilitate), 교육홍보캠페인을 통해 인식을 제고하는 증진의 의무(promote)로 나누어 진다. 이러한 국가의무에 기초한 인권접근 방법은 자유권과 사회권 모두에 적용된다. 하지만 빈곤의 문제에 있어 그동안 존중과 보호의 의무에 한정했던 국가에게 실현의 의무 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식량권과 관련해서 국가는 농지로부터 일방적 퇴거 조치를 삼가야 할 뿐아니라(존중의 의무), 수질을 오염시키는 기업 또는 농민을 내 쫓는 지주로부터 농민을 보호해야 한다(보호의 의무). 이와 아울러 국가는 적절한 음식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자신들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취약집단의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농업개혁과 같은 정책을 이행하여야 한다. 한편 건강권을 국가의무에 기초해서 살펴보면, 존중의무로 강제 불임시술 또는 의학 실험 등을 통해 건강권을 제한하여서는 안되고, 보호의 의무로 여성할례와 같은 관습을 금지하고 근절해야 하며, 실행의 의무로 적정한 수의 병원 및 기타 공공 보건의료 시설을 통해 모두에게 동등하게 접근가능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5. 빈곤을 인권의 관점으로 마주하기 빈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단지 공중위생시설,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박탈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에 대해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 폭력에 대한 위협과 불안, 정보로부터의 소외 및 시민적 정치적 자유로부터의 무시 등 매일의 삶 속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권침해는 빈곤한 사람들의 삶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 빈곤은 인권침해의 원인과 결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권단체 중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50 여 년간 인권에 대한 조사와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고문과 억압에 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주력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의 불가분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결과 공포와 불안 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빈곤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빈곤으로 인해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을 야기시키는 인권침해에 직면하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인권침해는 빈곤을 야기시키고 공고히 하며, 또한 빈곤은 인권침해를 직접적으로 수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빈곤은 인권침해의 원인과 결과이다. 빈곤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다시 인권침해로 인해 빈곤이 발생하는 것이다. 47

48 아래 표와 같이, 삶에 있어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거, 공중위생시설, 보건의료서비스, 교육 등의 박탈(Deprivation)은 폭력으로부터의 신체의 안전과 사회 안전망 및 생계에 대한 불안(Insecurity)을 발생시킨다. 또한 이로 인해 특히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이 발생하여 사회적 배제(Exclusion) 현상을 만들고, 이렇게 사회적 배제를 당하는 사람들은 정보접근권 및 시민적 정치적 자유가 무시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이 Deprivation 무시(Voicelessness)되게 된다. 이것은 다시 (박탈) 그들의 필수적 삶의 요소들을 박탈한다. Voicelessness (무시) Exclusion (배제) Insecurity (불안전) 박탈, 불안, 배제, 무시 등의 인권침해는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빈곤을 언급하면서 단지 한 측면만의 인권침해를 다루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따라서 빈곤의 문제는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분성을 바탕으로 4 가지 인권침해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이것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통해서 빈곤과 인권침해를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나. 빈곤과 인권침해의 악순환으로부터의 탈출 인권에서 말하는 빈곤 은 단지 수입의 부족이 아니다. 이것은 그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능력, 권력 등에 대한 접근의 거부이며, 또한 차별과 사회소외를 의미한다. 하지만 인권적 측면에서 빈곤의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빈곤 그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말할 수 없다. 많은 사례를 통해서 빈곤과 인권침해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관계, 즉 악순환의 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며, 빈곤문제의 지속 가능한 해결을 위해서는 인권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권적 관점에서 빈곤이 없는 세상을 만들수 있을까? 최소한 인권적 관점에서 볼 때 빈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겪게되는 빈곤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권리를 스스로 주장할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며, 인권의 존중(Respect) 보호(protect) 실현(fulfill)을 무시하는 국가 및 관련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목적이 빈곤근절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과 빈곤근절의 근거로 인권법적 틀을 이용하는 것은 빈곤축소를 위한 성공적인 전략과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빈곤은 박탈, 불안, 배제, 무시 등 인권침해의 악순환의 고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악순환의 고리는 권리와 사법권에 대한 평등한 접근(Access) 보장, 사람들의 적극적 참여(Active participation)와 능력부여(Empowerment) 그리고 국가 및 관련 행위자들의 책무성(Accountability) 강화를 통해 인권의 긍정적 순환구조로 바꿔야 한다. 박탈, 불안, 배제, 무시 등의 인권침해가 서로 연관되어 발생하는 것과 같이 접근보장, 적극적 참여와 능력부여, 책무성 강화 3 가지 역시 완전히 연관되어 동시에 추구되어 한다. 즉, 빈곤을 야기시키는 인권침해들을 막고 이에 관한 정책과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는 아래 표에서와 같이 세가지 방법으로 접근 되어야 한다. 48

49 권리와 사법권에 대한 접근(Access)강화는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권리의식을 높이고 박탈에 대한 법적보장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Access)의 강화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과 공공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Active Participation)하게 하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능력부여(Empowerment)로 이어지게 되어, 결국 국가 및 관련 행위자들의 책무성(Accountability)을 강화시키는 긍정적인 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다. Accountability (책무성) Active Participation (참여) Access (접근) 다. 빈곤과 인권침해의 핵심상황들 빈곤과 관련된 4 가지 인권침해와 3 가지 접근방법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빈곤과 관련해서 특정 권리 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권침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상황 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대표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슬럼(Slums, 빈민가) (((눈 앞에서 집이 사라졌어요))) 나는 앙골라에 사는 마리아(Maria) 입니다. 수도 루안다 주변 빈민가에서 평생을 살았죠. 하지만 하루아침에 집을 잃어야 했습니다. 빈민가를 개발한다는 명분아래 정부가 불도저로 우리 집을 밀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난 세아이와 함께 수도도 전기도 없는 천막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우리 아이들은 학교 대신 부서진 집 주변 돌더미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학교에서 빈민가 아이들의 입학마저 거절했기 때문이죠. 거리로 내쫓긴 우리 가족은 전보다 더 가난해졌습니다. 당장의 배고픔과 추위도 힘들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집과 교육의 기회마저 사라지고, 언제든 또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합니다. 세계적으로 20 만개 이상의 지역사회가 슬럼으로 정의되고 있고, 여기에 10 억명 이상이 살고 있다. 이곳들은 부적당한 주거시설 공중위생시설 배수시설 그리고 열악한 상수도 전기설비, 높은 인구밀집도 등이 특징이다. 많은 불법과 미등록으로 분류된 거주자들은 매우 심각한 토지소유권의 불안으로 항상 강제퇴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상을 위해 싸울 힘조차 없다. 세계적 슬럼인구는 위험수위로 증가하고 있어, 어떤 보고서는 2030 년까지 20 억명의 사람들이 슬럼에서 살 것이라고 예상한다. 슬럼에 사는 사람들은 자원과 물자의 명백한 박탈(Deprivation)에 직면한다. 또한 경찰과 범죄집단의 폭력위협과 약식 또는 사전예고 없는 강제퇴거로 인한 불안(Insecurity)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들은 안전한 물, 공중위생시설, 보건, 교육 등의 기본적 서비스제공으로부터 박탈(Deprivation)되고 사법권에 접근은 차별 등의 이유로 배제(Exclusion)된다. 뿐만 아니라 슬럼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과 진행상황에 그들의 의견은 무시(Voicelessness)된다. 특히 개발과 강제퇴거 이후 주거 대책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슬럼은 정부와 관련 행위자들의 무관심의 결과이며, 빈곤의 결과와 원인으로서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49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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