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변화가 문화를 만듭니다 용하다가, 육아가 끝나면 전일제로 복귀합니다. 육아를 위한 전일제-휴직-시간 선택제-전일제 사이클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에서는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까, 내 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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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의 꽃보다 아빠 를 응원합니다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지금 시작하세요 2016 지 금 시 작 하 세 요 2016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지금 시작하세요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변화가 문화를 만듭니다 보통 남자의 육아휴직 이야기 육아의 기쁨도 일의 행복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

2 발간사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변화가 문화를 만듭니다 용하다가, 육아가 끝나면 전일제로 복귀합니다. 육아를 위한 전일제-휴직-시간 선택제-전일제 사이클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에서는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까, 내 자리가 없어 질까. 하는 걱정으로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또는 시간선택제 활용을 주저 내게 안기면 낯설어 하던 아이, 뽀로로를 제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하게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일명 사내 눈치법 이 존재하는 것이죠. 아빠가 제일 좋아 라고 대답하다니! 육아휴직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기집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 중에서) 저출산과 낮은 여성 고용률에 직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 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일종의 직장 내 품앗이 로 맞벌이가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요즘, 엄마와 아빠 모두 종일 근무 받아들이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일과 가정 양립이 잘 돼야 방식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아이를 돌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전업 직원들 만족도와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민 이미지도 더 좋아진다는 점을 인지 주부인 아내의 취업 선언으로 육아휴직을 선택한 아빠, 출산 후 경력단절 하고 스스로 변화해야 합니다. 대신 회사 최초 육아기 단축근무를 선택하여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엄마 등 직장 육아 선배들의 생생한 노하우가 가득합니다. 주 5일 근무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듯이, 육아를 위해 단축근무를 하거나, 휴직을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날이 분명히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하였습니다. 취업해 전 부처가 협력하여 뒷받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 전일제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결혼 후 출산하면 부부가 육아휴직을 순차적 으로 사용하여 만 2세까지 아이를 직접 키웁니다. 만 3세부터는 육아기 근로 2016년 1월 6일 시간 단축제도 또는 시간선택제 전환제도를 통해 단축한 근로시간을 육아에 활 고용노동부장관 2 지금 시작하세요 3

3 발간사 대한민국의 꽃보다 아빠 를 응원합니다 다행히도 최근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을 실천하는 용감한 아빠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용감무쌍한 선택 때문이 라도 저는 그 분들을 꽃보다 아빠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기여하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높아진다는 아빠 육아 참여의 대의명 분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이와의 교감을 통해 크나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요즘 TV를 보면 아빠들이 육아하는 모습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참 많습니다. 올망졸망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감동적인 깨닫는 현명한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 니다. 에피소드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제 주변에는 이런 프로 그램이 육아하는 아빠에 대한 환상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번 수기집에 수록된 아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에 대한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현실의 아빠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데 엄마들의 기대 아빠의 사랑이 결코 엄마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크고 절절하다는 것을 다시 치만 높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합니다. 한 번 깨달았고, 이 사랑을 더욱 크게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분발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아빠들, 힘내세요! 참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현실의 아빠들이 감히 발을 담그기 어려운 영역이 육아 이고, 그 중에서도 어려운 영역이 남성 육아휴직 입니다. 남성들 의 육아휴직이 여성들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성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 육아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본인과 가족, 그리고 회사 내에서 아직 만연해 있고, 장시간의 경직된 근로 현실 역시 녹록치 않기 2016년 1월 6일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아빠의 달 제도를 마련하고, 가족친화인증제도, 가족사랑의 날 캠페인 등을 통해 아빠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4 지금 시작하세요 여성가족부장관 5

4 차례 Part1 아빠의 육아휴직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 고현철 11 육아휴직, 아이도 자라지만 아빠도 자란다 권성욱 142 오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여 정민승 152 천천히 크렴 심재원 157 보통 남자의 육아휴직 이야기 이재완 23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 지우, 지훈에게 김세연 36 행복을 위한 소중한 정거장,아빠의 육아휴직 최성환 44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다 백종현 51 여보, 내가 육아신청 할게! 강진형 62 아빠 육아휴직,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신청하세요 김찬혁 68 아빠의 육아휴직은 신의 한 수 오세찬 80 친구 같은 아빠 가 되는 법 신경호 90 Part2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 박지애 165 육아의 기쁨도 일의 행복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강윤혜 174 다둥이 엄마의 당당한 선택 윤서영 180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아이에게 가세요 서주희 187 육아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송희라 193 두 번째 단축근무 신청하던 날 안현서 199 나를 위한 시간, 육아휴직 이민호 97 남성 육아휴직, 참 쉽죠~! 김형욱 105 슈퍼맨 아빠의 좌충우돌 쌍둥이 육아일기 문규영 114 부록 남성 육아휴직제도 안내 206 나는 김주부 입니다. 김윤재 121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안내 212 아빠 육아휴직으로 아이가 달라졌어요 박선우 131 육아하는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안내 이 책에 나오는 참여자들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일부 실명)으로 실었습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7

5 Part1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 11 보통 남자의 육아휴직 이야기! 23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 지우, 지훈에게 36 행복을 위한 소중한 정거장, 아빠의 육아휴직 44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다 51 여보, 내가 육아신청 할게! 62 아빠 육아휴직,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신청하세요 68 아빠의 육아휴직은 신의 한 수 80 친구 같은 아빠 가 되는 법 90 나를 위한 시간, 육아휴직 97 남성 육아휴직, 참 쉽죠~ 105 슈퍼맨 아빠의 좌충우돌 쌍둥이 육아일기 114 나는 김주부 입니다 121 아빠 육아휴직으로 아이가 달라졌어요 131 육아휴직, 아이도 자라지만 아빠도 자란다 142 오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여 152 천천히 크렴 157 이 책에 나오는 참여자들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일부 실명)으로 실었습니다.

6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 고현철 (35세 코리아/제조업)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재밌는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 음식을 먹을 때 함 께 있어주고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아주는 아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추억을 만드는 게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아빠로서 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빠가 좋아? 뽀로로가 좋아? 첫째 딸 은율이가 세 살이 될 무렵 한창 뽀로로에 빠져 있는 아이에 게 물어봤다. 제 아무리 뽀로로지만 나는 아빠고 너를 낳아 준 사람인 데, 설마 가상의 캐릭터보다는 나를 더 좋아하겠지. 하며 자신 있게 던 진 질문이었다. 뽀로로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아빠라고 대답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10 지금 시작하세요 11

7 아이가 대답을 하면 아빠도 은율이를 많이 좋아해. 하면서 안아줘야 겠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뽀로로를 선택한 것이다. 안경 쓴 펭귄 에게 인기투표에서 지자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나는 인자하니까, 게 다가 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는 인기 캐릭터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하 며 마음을 달랬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걸 나는 다시 아이에게 질 문을 던졌다. 아빠가 좋아? 재범이 오빠가 좋아? 내 아이에게 나는 어떤 아빠일까? 가볍게 했던 질문이 가족 안에서의 내 자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가? 안경 쓴 펭귄보다도 못하고, 이웃집 재 범 오빠보다도 못하고, 게다가 모두가 꺼리는 배설물보다도 못하다는 건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은율이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재밌는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 음식을 먹을 때 옆에 있어주고 재밌 는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아주는 아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하게 되었다. 재범이는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와 은율이와 함께 노는 이웃집 아이다. 우리 딸의 답변은 아빠가 아닌 재범이 오빠였다. 나의 실망은 점점 커 져만 갔다.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다. 마치 벌써 다른 남자에게 우리 딸 을 빼앗긴 느낌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질문은 급기야 아빠가 좋아? 똥이 좋아? 까지 이어졌다. 에이, 설마 똥이 좋을까? 그러나 이번에 도 우리 딸은 똥이 더 좋다며 아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안고 있던 뽀로로 인형을 더 세게 안는다. 함께 있는 것, 함께 노는 것,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게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아빠로서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 작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기저귀를 갈아 준 적이 없었다. 때때로 재미있게 놀아주기는 했지만, 그럴 때도 내가 먼저 지치고 또 지루해져서 어떻게 하면 이 놀이를 빨 리 끝낼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다.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나는 당시에 회사의 업무와 대학원 공부를 병 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육아까지 함께 하는 건 너무 벅찼다. 게다가 그 시기에 둘째를 출산한 아내가 육아휴직중이어서 육아와 가사를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회사 일과 대학원 수업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래서 12 지금 시작하세요 13

8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해야지, 아이들과 신나게 놀 아야지. 하면서도 실제로는 업무와 학업에 치여 집에 오면 밥 먹고 쓰 러져 자는 게 일상이었다. 혼이 나곤 했다. 그때 아내는 아이들을 혼내고 있었지만, 말투와 내용 을 자세히 들어보면 마치 나를 혼내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평소에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엄마에게 영문도 모른 채 혼이 나니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러다 집이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다. 조금씩 지쳐갔던 우리 가족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어느덧 아내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일터로 돌 아가야 했다. 아내는 일 년 만에 일을 다시 시작해서 그런지 적응하는 시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나 역시 아직 학업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내에게는 미안했 지만,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 어떤 것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 서도 아내는 묵묵히 가사와 육아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가끔씩 자 기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에 감정이 폭발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만이라도 내가 가사와 육아를 함께 했다면 아내가 덜 힘들었을 텐데, 나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 고 감정 싸움에 불을 지피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쌍한 건 두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화를 내고 침대에 누웠지만 아내는 끝까지 아이들을 목욕을 시키고 양치질을 하 게 했다. 어린애들이라 엄마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았고 결국은 꼭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들이 불쌍했고, 아내에게는 미안했으며, 나 에게는 실망했다. 내가 바라던 건 이게 아닌데. 하지만 당시 아내와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가사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식기세척 기를 사는 것뿐이었다. 덕분에 집안일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근본 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 봄바람처럼 따스했던 아이들의 노랫소리 그러던 어느날, 몸이 좋지 않아 하루 휴가를 냈다. 그리고 그날 아침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때 한 손으로는 첫 째 딸 은율이의 손을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둘째 아들 성진이를 안 고 갔다. 나는 아직도 그때의 기분을 잊지 못한다. 은율이의 손과 성진 이의 가슴이 봄기운처럼 따뜻했기 때문이다. 등굣길에 은율이가 어린 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불렀다. 성진이는 옹알이를 하며 그 노래를 따 라 불렀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고, 가슴속에서 행복한 기운이 14 지금 시작하세요 15

9 올라왔다. 그 순간 육아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행복을 오래 도록 느껴보고 싶었다. 우리 집에서 어린이집까지는 약 15분에서 20분 정도의 거리.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그날 저녁,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 만, 우리 가족 역시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었다. 육아휴 직이 최선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결혼을 해 출가를 했지만, 부모님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는 아내의 의견도 존중하고 싶었다. 그날부터 나는 남성 육아휴직 기사와 자료를 검색했다. 그리고 관련 카페에도 가입하 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현재 남성 육아휴직 정책은 어떻게 되는지 조사했다. 도서관과 서점에 가서 남자들 중에 육아휴직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찾아 읽기도 했다. 내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고, 조심스레 나의 육아휴직을 허락해 주었 다. 부모님께서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내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 이제 남은 것은 회사였다. 아직 회사에서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 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회사에 대한 한 가지 확실한 믿음 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법과 규정을 매우 중요시하는 곳이었다. 법규 와 상관없이 성과만을 중시하는 회사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그동안 내가 경험한 우리 회사는 손해를 보더라도 법과 규정을 준수하 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회사 규정을 찾아보았다. 역시 육아휴직 규정이 있었고 성별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육아휴직에 대해 말을 꺼냈다. 대답은 하지 않으셨지만 걱정이 많으신 눈치였다. 부모님께는 일단 시 간을 두고 이해를 구하기로 했다. 아내에게는 육아휴직에 대한 생각을 이미 전달했지만 그보다도 뭔가 확신을 주고 싶었다. 그때부터 조금이 라도 여유가 생기면 가사와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부대찌 개, 궁중 떡볶이 등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고, 아이들 과 몸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들을 했다. 달라진 내 모습에 아 쉽지 않았던 육아휴직 신청 과정 나는 용기를 내 인사부와 우리 부서 팀장님께 차례대로 면담 신청을 했다. 인사부에서는 규정상 육아휴직이 가능하다고 했다. 쉽게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팀장님과의 면담은 쉽지 않았다. 당시 대학원 수업을 계속 듣고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육아휴직이 불 가능한 것 아니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들었다. 그렇게, 인사부 및 상 16 지금 시작하세요 17

10 급자들과 논의해보겠다는 내용으로 1차 면담을 마쳤다. 관련 내용을 알아본 결과, 회사 업무가 없는 주말에 대학원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 불가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이 부분이 해결되었지만 2차 면담에서는 내가 맡은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채용하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팀장님께서는 우리 집에 특별한 문제가 있거나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닌데,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이해는 되었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와 집안에 큰 문제가 있어야만 육아휴직 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육아휴직을 하 는 게 아닐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육아휴직 관련법과 회사 규정을 들며 내 의지를 전했다. 결국 휴직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서 야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나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우선 아내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외출할 때 가방 안에 많 은 것들을 챙겨 담는다. 나는 가방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면 찾기가 힘 드니까 정리를 하라며 자주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혼자서 두 아이들 을 데리고 외출을 해 보니, 나 역시 아이들의 물건을 가방 안에 한가득 챙기게 되었다. 아이들이 목마를 것에 대비해 물통을 넣고, 생리 현상 을 해결하기 위해 물티슈와 기저귀도 여러 개 넣어야 했다. 음식을 먹 다가 옷을 갈아입어야 할 수도 있으니 여벌옷도 챙겨야 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가방이 한보따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빨래를 개어 옷장에 정리할 때면, 뒤집어진 내 양말과 옷들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아이들이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어질러지는 집을 보면서 그동안 아내가 정말 많이 참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 끼니를 챙기느라 밥을 물에 말아 대충 먹기도 했고 설거지를 하려다 남은 음식이 아까워 선 채로 긁어먹기도 했다. 회사에 다닐 때 다 먹고 살자고 일하는 건데 좋 은 거 먹어야지. 하며 음식을 가려서 먹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아줌마가 다 된 내 모습을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 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동안 묵묵히 집안일을 해온 아내에게 고마움이 느껴진 다. 집안일도 하지 않으면서 핀잔만 늘어놨던 나의 언행을 참아가며 지금까지 아이들을 잘 키워온 아내에게 존경심마저 생긴다. 아내와의 관계 회복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감은 육아휴직 의 가장 큰 선물이다. 어린이집에 손잡고 갈 때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 소리,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때 들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 리만큼 우리 가족 에게 힐링이 되는 것은 없다. 가끔 아이들이 어린이 18 지금 시작하세요 19

11 집에 가기 싫어할 때는 근처 공원에 가서 뛰어놀거나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 주는데, 그럴 때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 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감에 젖곤 한다. 육아휴직으로 달라진 나, 그리고 우리 가족 유치하지만 최근에 우리 딸에게 다시 인기 조사를 했다. 두려운 마음 에 똥 부터 시작해서, 재범 오빠 와 뽀로로 까지 하나씩 조심스럽게 물 어봤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가 제일 좋아. 라고 대답했다. 육 아휴직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둘째 아들 성 진이의 변화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자주 짜증을 내고 우울해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항상 밝게 웃어서 보람이 크다. 같이 노는 시 간을 늘린 것만으로 아이의 행동과 성격이 놀랍도록 좋아지는 것을 보 면서, 아이 문제를 해결하는 특효약은 그저 같이 있어주고, 함께 놀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 외에 나 자신의 삶에도 몇 가지 좋은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전에 는 바쁘게 생활하느라 주위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부 모님과도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가끔씩 부모님께 전화를 걸 어 함께 식사를 하곤 한다.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부모님과 둘레 길을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못지 않게 참 소중한 시간들이다. 아이들이 낮잠을 잘 때면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쓴 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거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의자에 기대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좋은 구절이 있으면 일기장에 옮겨 적기 도 한다. 그러다 책을 덮고 생각들을 하나씩 일기장에 적어 내려갈 때 면 회사에 다니는 동안 그토록 원했던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 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좋은 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으니 몸도 건강해진 것 같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말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육아휴직 이라는 제도 덕분에 아이들에게 나의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 남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 과 함께 만들어갈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기대된다. 매년 남성 육아휴직자들이 급증하고 있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점차 안정되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남 성 육아휴직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주 위 친구들과, 대학원 동기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 20 지금 시작하세요 21

12 게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불가능할 것 이라며 먼 나라 얘기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회사만 해도 나의 육아휴직을 계기로 남자 직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런 제도가 있느냐. 부터 그게 가능하겠느냐. 고 반문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도 육아휴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승인을 받았 는지 묻기도 한다. 나는 이런 변화가 조금씩 더 많이 확대되었으면 한 다. 아직 육아휴직 초기이지만, 내게는 벌써 이렇게 많은 긍정적인 변 화들이 찾아왔다. 주위에도 육아와 가사로 힘들어하는 가정들이 많다. 하지만 남자들 이 육아휴직을 선택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좁게는 가정의 행복에서부터 넓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여자 뿐 아니라 남자들의 육아휴직 제도가 확실하게 정착이 되길 간절히 바라 면서 글을 마친다. 보통 남자의 육아휴직 이야기 이재완 (34세 자동차/제조업) 누군가 는 아이를 돌봐야 했고, 그 누군가 가 부모일 때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나는 한 번쯤은 아이의 진정한 아빠이고 싶었다. 주 중에 사라졌다가 주말에 나타나는 아저씨가 아닌 진짜 아빠 말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평범한 사람임을 밝 히고 싶다. 사회적으로 대단히 평범 하다는 건, 내가 30여 년의 시간 동안 어디서든 튀지 않고 사람들 속에서 조화롭게, 혹은 무던하게 흘 러가기를 희망하며 살아온 보통 남자라는 뜻이다. 이 글은 그런 평범 한 남자의 육아휴직 수기다. 우리 부부는 동갑내기 직장인 부부다. 동갑내기 친구이니만큼 가정 안에서의 역할을 동등한 눈높이에서 바라보려고 했고, 같은 직장인으 22 지금 시작하세요 23

13 로서 사회생활의 무게 역시 동등하게 보려고 노력 했다. 여기서 노력 이란 건, 가사 분담과 육아 문제,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입장 차이에 따른 의견 조율(부부싸움)의 좋은 말이다. 결론적으로 난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왠지 등 떠밀려 휴 직을 하게 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내게 있어 육아휴직은 실 ( 失 )보다 득( 得 )이 많은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신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서 말이다. 내 아내는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진급 누락의 아픔을 겪 었다. 무려 3번이나.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정당한 처사였 는지에 대한 의문은 내버려 두더라도 남편으로서, 같은 직장인으로서, 아이를 잉태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남의 일처럼 그저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아이는 같이 만들었는데 그 책임은 온전히 아 내 혼자 지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낯설고 어색했던 이름 아빠 아이가 태어나자 처가에서 돌봐주셨다. 아내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일부를 이용해 몇 개월간 처가에서 아이를 돌봤다. 그러다 진급 문제 로 회사에 복직했다. 그 해는 아내의 두 번째 진급 평가 기간이었다. 1년 정도 주중에는 장모님께서, 주말에는 우리 부부가 아이를 돌봤다. 주말 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에 장모님께 데려다주고 나면, 주 중엔 아이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이를 자주 만나지 않 아서인지 크게 그리워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내가 한 아이의 아빠라는 것조차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요일 저녁, 아이에게 안녕, 주말에 또 올게. 하고 인사를 하고 나서는 데,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그 갓난쟁이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울지도 웃지도 않는 표정이 그날 내내 가슴에 박혔다.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분명 내 아이인데, 내가 키 워야 하는 아이인데 그 책무를 나 몰라라 하는 내가 과연 부모의 자격 이 있나 싶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아이와 떨어져 지낸 1년 사이, 힘 든 육아로 인해 많이 야윈 장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아내와 얘기 를 하고 우리 부모님께 휴직에 대해 조심스레 말씀을 드렸다. 그 파장 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부모님은 꽤 개방적인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생소한 남성 육아휴직으로 인해 아들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까 봐 걱정하셨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그 화살은 아내에게 돌아갔다. 아내는 남아있던 육아휴직 6개월을 다시 사용했고 그로 인해 진급은 또다시 불확실해졌다. 24 지금 시작하세요 25

14 한 번쯤은 진정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내의 휴직이 끝나갈 때 즈음 나는 다시 휴직을 고민했다. 누군가 는 아이를 돌봐야 했고, 그 누군가 가 부모일 때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있는데 차선을 고민한다는 게 아이에게 미안했다. 부모의 손에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건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한 번쯤은 아이의 진정한 아빠이고 싶었다. 주중에 사라졌다가 주말에 나타나는 아저씨 가 아닌 진짜 아빠 말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특히 부모님 설득이 가장 어려웠다. 서른 살을 넘게 먹고도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기가 어려웠고, 굳이 허 락을 받아야만 안심이 되는 어린아이 같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부모 님을 설득하는 과정은 내 스스로가 얼마나 독립적이지 못 하고 의존적 으로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 부모님과 나는 각기 다른 시 대를 살아왔기에 많이 달랐고 서로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사 실이었다. 내가 이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조금은 더 부드 럽게, 서로 생채기 없이 의견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부모님의 동의를 포기했고, 부모님도 더 이상 내 의지를 말리지 않으셨다. 내 스스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휴직을 결심했지만, 그다음은 회사에 통보를 해야 하는 고비가 남아있었다. 나는 육아휴직으로 인해 회사에서 겪게 될 많은 변화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회사에서 쌓아온 나의 경력과 이미지가 달라지는 건 아닌지, 그런 결과들을 충 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 스스로의 결정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지 등등. 남자가 육아휴직을 할 때 어떤 문제가 뒤따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예감은 들었다. 남성의 육아휴 직은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치러지는 경주를 스스로 포기하는 낙인과 도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회사에 휴직 얘기를 꺼 낼 땐 이미 모든 고민을 끝내고, 무조건 휴직 허가를 받아내겠다는 굳은 각오를 한 상태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육아휴직에 있어서 허가 라는 것은 없다. 다만 회사에 도의적인 양해를 구하는 것뿐이다. 제일 처음 가장 가까운 상급자에게 말씀을 드렸다. 누군가 휴직을 하 게 되면 다른 팀원들이 그 사람의 업무를 골고루 나눠 받거나, 혹은 임 시직 직원이 대신해 주는데, 내 경우는 전자의 상황이었다. 나는 내 업 무를 대신할 직원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26 지금 시작하세요 27

15 예상외로 같은 팀원 분들께서 휴직 사유에 대해 공감해 주셨고 같은 가장이자 직장 동료로서 격려와 응원도 해주셨다. 휴직을 하기 몇 개 월 전 나는 새로운 팀으로 발령이 났다. 다행이었다. 전입한지 얼마 되 지 않은 내 업무량이 오랜 기간 일 해온 선배들보다 적었기 때문에, 다 른 팀원들이 불편을 좀 겪게 되더라도 감수해주자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팀장님께 면담 신청을 했다. 걱정과는 달리 면담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었다. 팀장님은 내 처지를 깊이 공감해주셨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분들도 회사와 국가의 발전에 헌신하느라 아빠 역할에 소홀했던 아픔들을 갖고 계셨던 것이다. 팀장님은 내 상 황을 이해해주셨고, 나는 팀장님이 육아휴직 이라는 불편한 보고를 조 금이라도 더 쉽게 하실 수 있도록 자필과 워드로 작성한 편지를 드렸 다. 아직은, 아니 아마 한참 뒤에도 팀 안에서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유쾌한 보고 내용은 아닐 것이다. 시일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난 무리 없이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은 딱 한 번만 나눠 쓸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은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성 육아휴직이 드문 경우이 니만큼 처음부터 1년을 신청하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연장이 필요할 경우 6개월에서 다시 6개월 연장은 가능해도, 3개월 휴직 후 9개월을 연장한다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팀장님과 실장님께서는 예상외로 흔쾌히 양해해 주셨다. 다만 직장 선배로서 후배 사원의 앞날을 진지하게 걱정하셨다. 사실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호되는 직장인 부모의 권리다. 허가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 니라는 말이다. 다만 내가 이 부분을 되도록 상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잡음 없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한 상태로 휴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해 주고 있 지만, 개인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보장해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초보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 일기 내 휴직원이 회사의 보고체계를 거치는 동안 나는 새로운 고민에 빠 졌다. 육아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아이를 돌보는 아빠들에게 하루 종일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는 건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이렇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또 있을까 싶어서 어린이집도 그만두게 했다. 이제 막 매질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에 물을 묻히는 셈이었다. 좀 더 강한 고통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되어 남은 6개월을 휴직할 수 있다면 아이가 어린 28 지금 시작하세요 29

16 이집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 하나씩 배워가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제일 처음 한 일은 매주 하나씩 어린이 뮤지컬을 예약하는 것이었다. 좋은 선택이자 나쁜 선택이기도 했는데, 전자는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끝나고 밥을 먹거나 다른 놀이들을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나쁜 선택이 되는 이유는 네 살배기 아이는 절대로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바지를 입히면 한쪽 바지 통으로 양 발을 뺀다 거나 윗옷을 입히려 하면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던지고 나체로 집안을 활보한다. 생각한 즉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행일치( 思 行 一 致 )를 온몸 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실랑이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서, 뮤지컬을 관람하 기도 전에 서로가 지쳐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시간이 정해져 있는 체험활동이나 관람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런 일정 하나하나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던 내게 는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행사이자 동력이 되었다. 6개월간의 육아휴직은 크게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전기 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를 내가 직접 키운다는 열의, 아이와 시간 을 보낸다는 행복감, 5년간 매일같이 출근했던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 다는 해방감으로 지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손을 잡고 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머리를 맞 대고 쪼그리고 앉아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를 한참 동안 쳐다보기 도 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던 사소한 여유로움이 었다. 이런 일상이 지겨워질 때면 앞서 말했던 어린이 뮤지컬을 가거 나 체험활동을 다녔다. 물론 육아휴직이 행복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휴직 전, 그동 안 못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거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이란 기대와 희망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육아휴직 은 그런 게 아니었다. 육아란, 쉴 틈이 없는 강도 높은 노동이다. 그래서 출산 전,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하며 힘들게 직장을 다녔던 산모라 도 몇 개월만 지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 육아다. 본 인의 숨겨진 애사심을 발견하게 만드는 게 바로 육아인 것이다. 그래서일 까. 기대와 열정들이 고된 현실과 부딪히면서, 사무실에만 앉아있던 내 저질 체력은 휴직을 한 지 한두 달 만에 다 고갈돼버렸다. 30 지금 시작하세요 31

17 되돌아보면, 나는 어떻게 하면 육아휴직을 가족과 회사에 어려움 없 이 이해시키고 허락받을 수 있을까 란 과제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 같다. 정작 가장 중요한 육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 던 것이다. 육아라는 본 게임에 들어가면 뭔가 새롭게 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고 나면 아이를 재우다 지쳐 같이 잠들기 일쑤고, 잠시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늦은 밤에 취미활동을 하면 그 다음날에는 피곤에 지쳐 예민해진다. 고된 주부의 일상이 하루하루 반복돼 어느새 호탕하고 착한 역할이 었던 아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낮에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밤에는 후회하는 우울하고 한심한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육아휴 직 중반기에 소중한 아이와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육아에 집중하느라 미뤄둔 집안일을 열심히 도왔다. 직 장이 비교적 가까웠던 아내는 점심을 같이 먹거나, 일찍 퇴근해 저녁 을 만들어주었고 밀린 빨래나 청소를 해결했다. 주말에는 아내가 아이 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게 휴식시간을 줬다. 나는 친구를 만나거 나 늘어지게 늦잠을 자며 육아 스트레스를 풀었다. 마지막 두 달간 나 는 이렇게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쉬지 않고 아이와 놀았다. 그렇게 6개월간의 육아휴직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지금 은 회사에 복직해 예전과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6개월 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 팀원 분들도 벌써 복직할 때가 됐냐? 며 놀라셨다. 이런 반응일줄 알았다면 6개월 더 연장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육아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집안일은 최소화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놀이 에 초점을 맞췄다. 아침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구성하고, 점심에는 어디든 나가서 놀았다. 일주일 동안 다른 동물원과 수족관을 서너 군데씩 다니고, 문화공간이나 놀이 터, 공원,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몸을 움직이며 함께 관 찰하고, 놀고,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아이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되었다. 전보다 밥도 잘 먹고, 잠투정도 줄었다. 무엇보다 아이와 대화 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추억꺼리가 생겨 즐거웠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던 소중한 시간 휴직 기간 동안 어려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남성 육아휴직의 가 장 어려운 점은 함께 어울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육아가 대부분 엄 마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함께 육아의 고통을 나누거나, 낮에 같이 놀러 나갈 친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아이와 단둘이 지내다 보면 어른끼리의 대화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휴직을 하기 전에 남성 육아휴 32 지금 시작하세요 33

18 직 모임이나 카페에 가입해서 필요한 정보도 얻고 같이 시간을 보낼만 한 오프라인 친구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가까운 지인 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제일 좋기는 하다. 아이들도 또래와 함 께 어울리면 돌보기가 한결 수월해지기 마련이니까. 와서 지내는 또 다른 형태의 삶에 도전하고 있다. 가능한 아이와 우리 부부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려고 하지만, 가끔은 어떤 삶의 형태가 옳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어쩌면 세대가 바뀌 고 가치관이 바뀌는, 아직은 과도기적인 시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휴직에 대한 후회는 없다. 잃은 것보 다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인생의 주체 가 된 것, 그래서 앞으로의 선택이 한결 자유로워질 것이란 점이 내게 는 큰 소득이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했다는 즐거움과, 추억을 바탕으 로 한 아이와의 끈끈한 친밀감도 더 할 나위 없는 보상이다. 육아휴직 자 라는 타이틀이 주위 여성들에게 큰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엄마들이 겪고 있는 육아와 가사 노동의 피로 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남성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육아휴직 을 선택한 것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도 우리 아이 세대나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제도가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 부 부들에게 조금은 더 수월하게 활용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다. 더 많은 아빠들이 용감하고 솔직하게 가족을 위한 자신의 선택을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는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없으니까. 아내에게 평생 생색을 낼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물론 아내가 나 보다 더 힘들게 육아휴직 기간을 보낸 게 사실이지만, 남성 육아휴직 은 그 희소성만으로도 충분히 생색의 기쁨을 누릴 가치가 있다. 그렇 기에 이런 수기를 쓸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 것이 아닐까? 현재 아이는 휴직을 반대하시던 부모님께서 잠시 돌봐주시고 있다. 우리 부부는 주중에는 본가에서 출 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집으로 돌아 34 지금 시작하세요 35

19 그러다가 2015년 1월 말에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아빠를 위한 남성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 지우, 지훈에게 육아휴직 가이드북 과 육아휴직 체험기 아빠는 육아 초보 를 읽게 되었 지. 아빠의 육아휴직이 필요한 이유, 준비와 신청 방법, 선배 아빠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으면서 아빠는 용기를 얻었어. 김세연 (31세 건설/건설업) 여보, 아빠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고 하네. 나도 신청해볼까 하는 지훈이의 100일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니 아빠도 이제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할 때가 되었구나. 나중에 너희들에게 추억이 되고 육아휴직을 고민 하는 아빠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 편지를 쓰게 되었단다. 데 어때? 음. 나야 고맙지만, 회사에서 허락해줄까? 그리고 내가 지우 낳 을 때 직장을 그만둬서 지금도 살림이 빠듯하잖아. 가계 운영 계획은 대충 세워봤는데 고용노동부에서 매달 육아휴직 급여도 지원해주고, 그동안 납입하던 주택 청약저축 해지하면 3개월까 진 가능할 것 같아. 회사에는 내가 얘기해볼게. 아빠와 함께하는 우리 집! 저도 해당되나요? 지우와 두 살 터울인 지훈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와 엄마는 두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지. 아빠와 엄마는 걱정이 많았단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시샘을 한다던데. 첫 째도 아직 어린데, 둘째 보고 있을 때 혼자 놀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 하지?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멀리 계시고 형 지우가 100일 될 때 까지 엄마가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부탁드리기가 어려웠거든. 가이드북 소제목인 아빠와 함께하는 우리 집! 이란 문구가 아빠의 마 음을 설레게 한 덕에 아빠는 엄마에게 큰소리를 쳤지. 그런데 막상 팀 장님께 여쭤보려고 하니까 엄두가 안 나는 거야. 허락해주실까? 안된 다고 하시면 어쩌지? 내가 팀에서 막내인데 내 업무는 누구한테 인수 인계하지? 혼자 끙끙 고민을 하다 보니 출산 예정일이 어느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거야. 출근하는 날 엄마가 다시 물어봤어. 여보, 이제 지훈이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회사 에 얘기 안 했어? 36 지금 시작하세요 37

20 아. 그러게. 오늘은 꼭 얘기할게. 엄마한테 약속을 하고 출근을 했는데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거 있지. 팀장님한테 점심 약속이 있으시냐고 슬쩍 여쭤봤어. 회의가 있 어서 점심은 어렵고, 오후에 잠깐 휴식시간을 갖자고 하시더라고. 그 리고 오후가 되었어. 팀장님, 상담 드릴 게 있습니다. 아빠는 조심스레 A4 용지 두 장을 탁자 위에 올려뒀어. 거기엔 아빠 가 맡고 있는 업무 내용, 업무 주기, 업무 상 연락할 사람, 앞으로 3개 월간 예상되는 주요 이슈 등이 적혀 있었지. 아시다시피 둘째가 곧 태어나는데요. 육아휴직을 써도 될까요? 팀장님께서는 잠시 머뭇하시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셨어. 그래. 잘 선택했어. 지금 자네 때에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 인수 인계는 걱정 말고. 그리고 팀의 선배님들 한 분 한 분께도 말씀을 드렸지. 아빠가 주로 운영 업무를 하고 있어서 선배님들이 대신하기엔 귀찮을 수도 있는데, 육아 부담을 함께 져주신다고 하니까 얼마나 감사하던지. 아빠는 육아휴직 신청을 하고 인수인계를 할 때 정말 열심히 일했어. 이렇게 배려해주는 회사가 고마웠거든. 그래서 충성심도 곱절이 되었단다. 울고 있는 세 남자, 당황해하는 한 여자 아빠는 평소에 육아서적도 많이 읽었고, 집안일도 잘 돕는 남편이라 고 생각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경제적 문제 말고는 큰 걱정 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아빠의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겨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어. 하루는 엄마가 1시간 정도 혼자 외출하 고 왔는데 세 남자가 울고 있었단다. 지우는 자기랑 안 놀아준다고 징 징 거리고, 지훈이는 젖 달라고 울부짖고 있고, 아빠는 어떻게 할지 몰 라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던 거야. 후후, 그때 당황해하던 엄마의 표 정이 지금도 생생하구나. 둘째는 신생아라 3시간에 한 번씩은 수유를 해야 하고, 첫째는 아빠 의 안경을 부러뜨려서 혼나고도 3초 뒤면 놀자! 놀자! 를 외쳤어. 분 명 첫째를 같이 키웠는데도 아빠의 무력감과 피곤함은 마치 내일 병장 진급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막내 이등병으로 강등된 것처럼 막막했지. 무엇보다 엄마나 너희들이나 아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있는데, 아 빠의 능력은 거기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어. 38 지금 시작하세요 39

21 아빠는 설거지와 쓰레기 정리에 약간의 집안일만 더하면 된다고 생 각했는데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장난감이며 기저귀며 아무리 해도 집안 일은 끝이 없었지. 주말에는 늘 그랬듯이 형이랑 놀이터 한번 다녀오 고 자전거 한번 밀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형은 같은 책을 내리 열 번을 읽어달라고 조르고 놀이터에서도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 는 거야. 아빠는 비로소 알게 되었어. 그동안 육아와 집안일에 대해 얼마나 단 편적이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 라,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아내라는 것을 말이야. 한 번은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렸었지.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너희 둘을 돌봐야 하고, 식사 도 챙겨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니 정말 너무너무 지치더라고. 엄마도 엄청 힘들어했지. 밤에 너희들 재우고 나서 엄마는 아빠한테 그랬어. 여보! 내가 지금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아? 우리 엄마 생각하면 서. 정말 몰랐어. 우리 엄마도 아플 때가 있었을 텐데, 나는 늘 엄 마한테 투정만 했어. 아빠랑 엄마는 손을 잡고 울었어. 그리고 다짐했 지. 서로를 더욱 사랑하자고, 너희 둘을 더 잘 키우자고,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께 더 효도하자고. 이전에는 보지 못 했던 길 아빠가 만약 육아휴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야. 엄마한테 너희들 잘 챙기라고 하면서 출근했어도 지훈이 젖 주고 지우 밥 먹이 고, 설거지하고, 지훈이 기저귀 갈아주느라 엄마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것을. 또, 지우가 장난을 많이 치는 건 발달 단계의 자연스러 운 현상이고 놀이터 가는 짧은 길에도 인사할 친구들(해바라기, 감나 무, 콩벌레 등)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지훈이가 꼼지락거리는 손짓이며 울음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아 빠에게 보내는 신호라는 걸 말이야.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걸 그냥 지나쳤겠 지. 분주함과 피곤함을 핑계로 미루던 자기계발도 결국 의지의 문제더 라고. 지금은 예전보다 더 바쁘고 더 피곤하지만 아빠는 회사로 돌아 갈 때를 준비해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리고 아파트 단 지에서 야구를 하던 어린이들이 실은 조기축구회 때문에 운동장에서 놀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초등학교에 건의를 해 아이들 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게 도와줬어. 남은 육아휴직 기간에도, 업무복귀를 한 후에도, 아빠는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할 거야. 그리고 너희들이 아빠가 될 40 지금 시작하세요 41

22 때도 아빠가 다니는 회사처럼 건강한 기업문화를 갖춘 회사들이 많아 아빠들을 위한 TIP 질 수 있도록, 우리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아이를 키우기에 더 행복 한 나라가 되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을 거야. 우리 1 최소한 휴직 시작 예정일에서 한 달 전에는 상사와 동료들의 이해와 협력을 구 하는 것이 좋다. 안내서만으로도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하고, 업 두 아들, 진심으로 사랑하고 고마워! 무상 연락을 하던 분들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가계 운영 계획을 세울 때 2015년 11월 온마음 다 해 아빠가 는 기존의 생활비 지출 평균치에 휴직기간 동안 예상되는 경조사 등을 고려해서 지출 규모를 산정한다. 여기에 휴직기간 동안의 수입 규모를 파악해서 조정해야 한다. 단, 평소 생활비보다 조금 더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아빠가 집에 있으면 생각보다 식비를 많이 쓰게 된다. ^^) 아빠들을 위한 TIP 2 육아와 집안일에 있어 아빠의 역할에 대해 아내와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에도 놀랄 수 있으니 아빠들의 놀 이법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 아가사랑( 같은 육아정보 사 이트를 참고한다. 인근 놀이터, 장난감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 육아종합지원센터, 문화센터 중 아이가 좋아하고 다니기 편리한 공간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놀이법은 아빠가 아이를 인내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아 닐까 싶다. 42 지금 시작하세요 43

23 아내의 갑작스러운 취업 선언 행복을 위한 소중한 정거장, 아빠의 육아휴직 최성환 (38세 기업/제조업) 육아휴직이라는 정거장에서 저는 참 많은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이 시간 들은 육아휴직이 아니었다면 맛보지 못했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 습니다.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열차를 타고 계속 달려왔습니다. 결혼 이란 역에서 남편 이라는 이름과 동반자를 얻었고, 출산 이란 역에서 소중한 아들이 탑 승하면서 아빠 라는 이름도 생겼습니다. 아내는 출산 이후 전업주부의 삶을 택했습니다. 아내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해 보였고, 저도 직장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아대로 계속 잘 달려가면 되 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달리던 열차에 생각지 못한 신호등이 켜졌습니 다. 아내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경력을 쌓지 않으면 영원히 일을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는 애원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선포이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하려는 일 은 방송영상 제작 분야이고 지방 출장과 밤샘 작업이 많은 직종이어서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아이는 어떻게 하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전보다 는 손이 좀 덜 가겠지만, 초등학교는 오히려 유치원보다 하교 시간이 빠르고 챙기고 살펴줘야 할 일들이 많다던데. 돌봐주실 할아버지 나 할머니도 안 계신데. 난감해하는 제게 아내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좀 돌봐주면 되잖아. 아들한테는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데 회사에 육아휴직이라도 알아보면 어때? 돈은 내가 벌면 되잖아. 좀 알아봐. 거침없이 육아휴직 을 얘기하는 아내를 보며 당황했습니다. 나도 직장 44 지금 시작하세요 45

24 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말이나 꺼낼 수 있을까, 유난 떤다고 괜히 욕이나 먹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날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끄럽기도 하고, 유난을 떠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참 민망했던 시간이었 습니다. 얼마 후 담당 임원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무님은 이미 보고를 양보가 아닌 또 하나의 선택, 아빠의 육아 휴직 오랫동안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아내의 애원은 매일같이 반복됐고 날카롭게 대립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가 조금 양보하면 아내와 아들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 고 어쩌면 이건 양보가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지 않 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받은 상태고, 저는 간단하게 신청 취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상무님은 육아휴직을 수락하면서 하나의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것은 팀원들에게 직접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팀원들이 저의 빈자리로 인해 감당해야 할 부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진솔하게 설명하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사람을 채용해서 근무를 시키기에는 어려운 회사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저는 상무님의 말씀을 따르 기로 했습니다. 조심스레 회사에 문의를 해 보니, 정말 다행스럽게도 남성 육아휴직 을 신청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와, 내가 처음은 아니구나. 왠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래, 한번 가보자! 라고 마음을 먹고, 팀장님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팀장님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강박감 에 세세한 가정사까지 털어놓게 됐고 팀장님은 담당 임원과 의논을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상사에게 사생활을 너무 자세히 밝혔나 싶어서 부 육아휴직 신청을 하고 나서, 팀원들과의 점심 식사 자리를 만들었습 니다. 팀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고,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 1년만 쓰려고 하니 아무쪼록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고맙게 도 팀원들은 1년간 잘 지내고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부 담을 주게 돼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부담은 근로자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져야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다른 아빠들도 이 런 어려움을 겪겠구나. 하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생겼습니다. 46 지금 시작하세요 47

25 아빠 에서 주부 로 살아가기 아이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 그렇게 해서, 저는 올해 1월부터 육아휴직 이라는 정거장에 서 있습 니다. 가정주부와 아이 돌보미라는 이름으로 지내게 된 것입니다. 설 거지와 청소는 전에도 조금씩 했었지만, 요리를 하고 아이 등하교를 돌봐주고,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는 일들은 참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더군요. TV에서 방영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 면서 조금씩 요리도 배워갔습니다. 그렇게 주부라는 이름이 차츰 익숙 해져 갔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엔 조금 여유가 생깁니다. 집안일에 조금 익 숙해지고 나서는 종종 집 근처의 도서관에 갑니다. 전에는 바빠서 읽 지 못 했던 책들을 지금까지 100권 정도 읽은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 서 하는 인문학 강좌도 듣고 평생 학습관에도 가보았습니다. 전에는 잘 몰랐고 또 참석할 의지도 없었던 강좌들이었지만, 육아휴직이 기회 가 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들의 일상과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보다 아빠를 더 친근하게 여기고 일과 를 얘기하는 아들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고 정이 갔습니다. 같이 목욕하고 잠을 자면서 부자간의 신뢰도 많이 쌓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내가 저를 너무 믿는(?) 나머지, 출장이 잦아지는 부작 용이 생기기도 했죠. 하지만 자신의 일을 찾고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 여기고 이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가 일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부의 역할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 의논하며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말이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게 됩니다. 며칠 전 팀장 님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회사의 여러 가지 달라진 상황과 복직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 주시더군요. 회사에 복귀하면 어떻게 일해 야 할지 걱정도 되지만,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용기(?)로 열심히 일하다 보면 곧 적응할 수 있겠지요. 복직을 하고 내년부터는 어떻게 아이를 돌볼지 아내와 의논을 하고 있고, 아이에게도 아빠가 곧 회사에 출근 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조금씩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이라는 정거장에서 저는 참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 시 간들은 육아휴직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 했을 소중하고 행복한 시 간들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48 지금 시작하세요 49

26 합니다. 아직 남성 육아휴직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저 역 시 저보다 앞선 사례가 있었기에 용기를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 니다. 앞으로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어 가정과 회사, 사회 곳곳에 양성 평등을 통한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다 백종현 (36세 기업/제조업) 이 땅의 모든 아빠 엄마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힘내세요! 휴직을 하니까 하루하루 감사할 일이 늘어난다. 집이 있어서 감사, 세탁 기가 있어서 감사, 아이들이 있어서 감사, 아내가 있어서 감사, 따뜻한 봄 을 주셔서 감사, 막내와 함께 산책할 수 있어서 감사. 저는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며 7살, 5살, 3살의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올해 5월부터 육아휴직을 해서 아이들과 소소 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용감한 아빠이기도 합니다. 결혼 후 세 아이를 출산한 아내는 한 아이마다 일 년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아내 가 육아휴직을 한 덕분에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 었습니다. 2013년 2월에 셋째가 태어났을 때도 아내는 육아휴직을 사 용해 세 아이를 돌봤습니다. 그러다 2014년 5월에 복직을 했습니다. 50 지금 시작하세요 51

27 맞벌이 부부와 세 아이들의 정신없는 하루 저는 단체급식 회사에서 일하는 조리사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점심 식사하는 고객이 천백 명가량 되는 곳이어서 업무량이 많았고 근 무시간도 길었습니다. 아내가 복직할 때 제 근무시간은 11시간이었습 니다. 아침 8시까지 출근해서 저녁 7시에 퇴근을 했습니다. 아침 7시 에 집을 나서야 했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8시가 다 되었습니다. 때 문에 육아를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겨야 했습니다. 아내의 출근 시간은 9시여서 8시 30분에 운행하는 아이의 유치원 차 량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세 아이를 깨 우고, 씻기고, 입히고, 먹였습니다. 매일 아침을 이렇게 정신없이 보냈 습니다. 둘째와 셋째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에, 첫째는 걸 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막내를 품에 안고, 떼쓰 는 두 아이를 양손에 붙잡은 채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보낸 후에야 비로소 출근을 할 수 있었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 아내는 저녁 6시에 퇴근을 해서 또다시 세 아 이를 혼자서 데려왔고 저녁을 먹였습니다. 퇴근 후에도 쉴 틈 없이 밀 린 집안 살림을 해야 했습니다. 직장일과 세 아이의 양육을 함께하면 서 아내는 점점 지쳐 갔습니다. 저도 퇴근을 하면 아이들 목욕시키기 나 설거지를 도왔지만 아내가 감당하고 있는 육아의 짐을 덜기에는 턱 없이 모자랐습니다. 아픈 아이,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다 2014년 11월 즈음에 큰 아이가 고열로 병원에 입원 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패혈증이라고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20분씩 걸어서 유치원을 갔던 게 여섯 살짜리 꼬마에겐 힘에 부쳤나 봅니다. 그 무렵부터 큰 아이는 한 달에 한 번씩 이유 없이 아프기 시작했습니 다. 혈액 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조금 높게 나온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 도 없이, 원인 모를 고열로 심하게 앓았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아이들을 도보로 등 하원 시켰던 게 못내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한 대 더 구입할 수 있는 형편도 아 니었습니다. 처가가 근처에 있지만 장인 장모님께서 처남의 아이를 돌봐주고 계신 상황이어서 연로하신 두 분께 저희 아이들까지 부탁할 수는 없었습니다. 친가 부모님도 시골에서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제 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52 지금 시작하세요 53

28 힘든 시기인가 보다. 큰아이는 왜 열이 40도가 넘을까? 원인이 뭘 까? 의사도 모르겠다고 하고, 단지 항생제만 처방할 뿐. 지금 시간은 10시 반. 퇴근해서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오니 9시. 식구 들 저녁도 못 먹고 빵으로 때우고 잔다. 큰아이는 열이 펄펄 끓고, 애 들 엄마는 이 추운 날 아이들 셋 등 하원 시키느라 지쳐가고, 회사일 은 버겁고. 아. 사는 게 정말 녹록치 않구나. 인생은 산 넘어 산이 다. 이 고비가 있으면 저 고비가 있고, 각자가 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다르니 언젠간 평지도 나오고 오아시스도 나오겠지. 그동안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맡긴 것 같아 남편으 로서, 아버지로서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게 되자, 맞벌이 를 하면서 세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생각 하게 되었습니다. 이 근무하고 있던 실장님의 발령도 얼마 남지 않은 때였습니다. 머릿 속이 걱정거리로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용기를 내어 실장님께 말 씀을 드렸습니다. 예상대로 실장님의 대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회사 에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육아휴직을 하면 복직 후에 불이익 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겐 회사보다 가족이 우선이 었기 때문에 굽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연말에 거래처와 재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이듬해 3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실장님께서 부임하셨고 전 실장님과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저의 육아휴직 계획을 알게 되셨습니다. 실장님께서는 새 근 무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육아휴직을 보류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런 점을 감안해서 3월에 육아휴직을 쓰려던 것이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너무 답답했습니다. 육아휴직을 결심하고 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육아휴직을 결심한 뒤에는 직장에 보고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때 제가 근무했던 거래처와 저희 회사와의 재계약 시기가 다가왔고, 그로 인해 지점장님이 무척 예민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같 육아휴직, 그 험난한 여정 실장님과 밀고 당기는 조율이 이어졌고 그러던 중에 일을 하다가 손 을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육아휴직때문에 실장님과 마찰을 겪다 보니 복잡한 마음에 업무 중 실수를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조리사가 손을 쓰지 못하게 됐으니 그 심정은 참담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54 지금 시작하세요 55

29 하나? 무엇을 위해서? 자꾸만 절망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게 불행하다고까지 느껴졌습니다. 그 당시 저희 회사에서는 남자가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저의 휴직을 말렸습니다. 회사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는 결심을 굳히고 지점장님과 팀장님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지점장님 께서는 배신을 당한 사람처럼 안색이 어두워지셨고 팀장님께서는 우리 회사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일단 인사팀에 알아보 라고 하셨습니다. 인사팀 담당자에게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 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육아휴직은 부부가 합쳐서 1년간 가능한 것입니다. 배우자가 이미 사용했다면 상대 배우자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인사팀 담당자조차 육아휴직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것이 었습니다. 만약 저도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면 포기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인사팀 담당자에게 고용보험 홈페이지를 통해서 육아휴직 정보를 알려 주었고, 시정을 요청하는 메 일을 보냈습니다. 곧바로 인사팀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본인이 육아휴직 제도를 잘 알지 못했고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사례가 많지 않아서 실수를 했다며 사과까지 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회사의 단체협약에도 육아휴직 제도가 정확하게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육아휴 직 승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두 달 정도 지나고서야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휴직을 앞두고 회사를 오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수백 통의 이별 편지 를 썼던 것 같습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정든 직장을 잠시 나마 떠나려니 미안한 생각에 매일매일 가슴이 먹먹하고 허전함이 몰 려왔습니다. 마지막 출근하던 날, 동료들과 상사 분들에게 그동안 현 장에서 일하며 찍었던 사진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저의 마음을 담아 인 사를 드리고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얽혀있는 이해 육아휴직 신청서 56 지금 시작하세요 57

30 관계와 업무적인 부분들 때문에 육아휴직에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은 참 멀고도 험난했습니다. 직장생활로 가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때에는 느껴보지 못한 소소 한 행복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휴직 후에 썼던 제 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아빠가 집에 있어서 좋아요 드디어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사실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 다는 해방감은 있었지만 앞으로 시작될 생활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맞벌이에서 갑자기 외벌이가 되니 적어진 수입 때문에 경 제적인 부담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적은 수입 규모에 맞게 절약하며 생활했습니다. 고용보험에서 매달 나오는 육아휴직 지원금도 요긴하게 썼습니다. 그동안 육아를 도맡아 해온 아내의 짐을 덜어줄 수 있었고 직접 육 아를 맡으면서 지쳤던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습니 다. 아빠, 엄마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유치 원과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보내야했던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큰아이가 이유 없는 고열로 앓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더군요. 요즘은 아빠가 집에 있어서 좋다. 고요. 바쁜 휴직을 하니까 하루하루 감사할 일이 늘어난다. 그동안 기쁨과 감사 가 메말랐었는데. 집이 있어서 감사, 세탁기가 있어서 감사, 청소기가 있어서 감사, 집안 청소를 할 수 있어서 감사, 라디오가 있어서 감사, 아이들이 있어서 감사, 아내가 있어서 감사, 따뜻한 봄을 주셔서 감사, 막내와 함께 등원하며 산책할 수 있어서 감사. 앞으로 더 많은 감사 들을 느낄 수 있길. 휴직을 하고 아이들과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간혹 주변에서 육아를 빙자한 휴직이 아니냐. 집에서 쉬니까 좋으냐. 고 물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휴직을 했다고 해서 해방과 자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도 직 업이 조리사여서 아이들 끼니를 챙겨주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집안일은 전적으로 휴직한 사람의 몫입니다. 아침에 아이들 깨워서 씻기고, 입 히고, 먹이고, 등원 시키고, 설거지, 빨래, 집안 청소를 하고 나면 직장 에서만큼 하루가 빠르게 흘러갑니다. 물론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기 전 에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그동안 해보지 못 했던 취미활동도 하면서 58 지금 시작하세요 59

31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육아휴직 이라는, 가정을 위한 선택을 한 아빠들이 용감한 아빠 라 는 말 대신, 역시 우리 아빠!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남성 육아휴직 이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가정을 위해 용기를 내세요 최근에, 올 상반기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5.1%를 달성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사회적 시선과 직장 내 편견 때문에 대 부분의 남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감한 아빠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로 안타깝기 도 했습니다. 부모라면 가정을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 해서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당연 한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 일하는 부모들에게 육아휴직 은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자녀는 손님이다 라는 말이 있더군요.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난다는 말이겠죠. 성장하고 때가 되어 자기 삶을 찾아 날아갈 수도 있을 테고,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부모의 곁을 떠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 셋을 돌보며 집안일을 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제 곁을 떠날 아이들에게 손님 대접 을 제대로 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60 지금 시작하세요 61

32 아빠가 육아휴직하기, 왜 이렇게 힘든가요? 여보, 내가 육아신청 할게! 강진형 (37세 기업/서비스업) 육아와 직장 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고, 내 아이에게 아빠라 는 존재를 확실히 알려주면서 내 아이가 자라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방법.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육아휴직을 권하고 싶다. 나는 바로 육아휴직으로 휴직원을 올렸다. 하지만 다음 날 결재 반려 처리가 되었다. 지사장과 면담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 다. 나는 바로 지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지사장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꼭 육아휴직을 해야만 되나? 주위에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요. 첫째는 어린이집에 다니지만, 7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남의 손에 자라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면담 후 다시 휴직원을 올렸고 결재를 기다렸다. 그러나 2주가 지 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나는 다시 면담을 신청했고 결재가 진 행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업무를 대신 맡을 후임을 구 둘째를 낳고, 집에서 두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던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됐다. 여느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처럼 우리 부부에게도 둘 다 직장을 나가면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은 지방에 계셔서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여 러 날을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육아휴직 신청을 할게. 아내는 농담으로 들었는지, 그렇게 해. 라고 짧게 말했다. 하고 있는데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문직이나 기술직은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체인력을 구하기 가 어려워 육아휴직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날 회사 CEO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간을 더 두고 생각해 보라 면 서, 집에서 육아 도우미를 쓸 수 있도록 회사 복지 차원에서 경제적 지 원을 해주겠다. 고 했다. 육아 도우미 지원에 대한 내용은 파격적이었 다. 사규에도 없는 복지정책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62 지금 시작하세요 63

33 사실 육아휴직을 결심하기 전 알아본 육아 도우미의 비용은 천차만별 이었다. 주 5일 출근으로 한 달에 많게는 300만원까지 한다는 말에 혀 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비용을 회사에서 일부 지원해준다니, 사 실 중소 벤처기업에서 이런 지원을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 지만, 난 정중히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통화가 끝 나고, 다음 날 CEO와 인사담당자가 지사로 내려왔고, 대체인력과 운 영방안에 대한 회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날 밤, 나의 육아휴직 원에 대한 결재가 처리되었다. 여를 신청해 가계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의 가정이 엄마 보다 아빠의 수입이 더 많으니 육아휴직 급여가 조금 상향 조정되었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어야 남성 육아휴 직 제도가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현재 육아 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상한액 100만원, 하한액 50만원)를 월별 로 받을 수 있다. (그 금액의 85%는 매월 지급받고 나머지 15%는 직장 복귀 6개월 후에 받을 수 있다.) 매월 초,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접속해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하고 받는 일은 이제 꼭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육아휴직 급여 챙기기 상상을 초월하는 육아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도 우리 부부에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 다. 맞벌이였지만 아내보다 수입이 더 많은 내가 육아휴직을 하게 됐 으니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가 계지출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했다. 이 점이 남성 육아휴직을 택하는 가정들의 가장 큰 고충이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같은 자녀에 대해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첫 1개월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 임금의 100%(최대 150만 원)를 지원하는 아빠의 달 제도가 있다. 물론 나도 매월 육아휴직 급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일부터 소리 없는 전쟁은 시 작된다.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고민하는 문제인 밥 먹이 기!. 이 최대의 난제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 는 부모와 조금이라도 덜먹겠다는 4살 첫째 아들과의 한판 줄다리기, 여기에 7개월 된 둘째 딸의 이유식 먹이기까지. 동시에 첫째 어린이집 등원 준비도 해야 하는 아침에는 전쟁 같은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젠 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점이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 는 것이었다. 혼자라면 대충 먹고 말텐데, 내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아내가 차려주는 것만 먹었지 해보지 64 지금 시작하세요 65

34 는 않았던 요리를 난생 처음 하려니 참 난감했다. 겨우 요리에 익숙해 지고 나니 이번엔 여느 주부들처럼 뭘 해먹이나. 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을 생각하고 있는 아빠라면, 미리 아이들의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고 간단한 요리와 집안일을 익혀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기심 많고 어디로 튈지 모를 아이들의 행동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에서 집안일까지 동시에 하려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멘붕이 온다. 회사에서 야무지게 일하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어리바리한 신입 처럼 허둥지둥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처음 3개월 정도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날마다 전쟁을 치르며 진땀을 흘려댔다. 낮에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했 다. 쯧쯧, 남자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지, 회사도 안 다니고 있으 면 어쩌느냐. 라며 혀를 차는 어르신도 있었다. 남성 육아휴직이 법적 으로 보장되는 제도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저 육아휴직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아빠가 아이를 돌보 는 게 가능하냐? 는 반응과, 육아휴직을 하면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거 아니냐? 는 반응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아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려줄 수 있는 육아휴직을 강추합니다 이런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 를 건네며 어울렸다.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아이들에 대한 정보 를 공유했다. 어린이집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해서 아빠는 육아를 못 한다. 는 편견을 깨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면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아빠 로 알려졌다. 어느새 나는 주변의 가정 과 지인들에게 아빠 육아휴직을 권유하는 홍보맨이 되었고 덕분에 많 은 아빠들이 육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 같다. 육아와 직장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려줄 수 있는 방법. 아이가 자라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 켜보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바로 육아휴직이 다. 이런 경험을 하고 싶은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을 권하고 싶다. 66 지금 시작하세요 67

35 다둥이 아빠 가 되는 꿈 아빠 육아휴직,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신청하세요 김찬혁 (37세 협회/사회복지업)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훌륭한 혜택을 받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둘째 아 이를 왜 빨리 갖지 않았을까, 임신을 알고 왜 그렇게 불안해했을까. 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저는 20대 학부모 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서른 살이 넘어 결혼 을 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꿈인 다둥이 아빠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먼저 결혼한 선배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 했지만 말이죠. 아빠가 된 후 실감나게 다가온 얘기들 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임신할 시간은 있냐., 애 키울 능력은 되냐. 하는 말. 빈정거림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저를 걱정해주는 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임신 자체가 힘든 세상 이라거나 태아보험부터 가입해라. 라는 말. 환경호르몬이나 스트레스의 영향으 로 수정 자체가 안 되거나 성공하더라도 출산까지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격려 담긴 말이었습니다. 5년 전, 우리 부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로 아이들 태명까지 미리 정해 놓고 임신을 준비했습니다. 사계절에 맞춰 아이 넷을 낳기로 한 것이죠. 제겐 누나가 한 명 있고 아내는 혼자 자랐습니다. 누나와 함께 자랐다곤 하지만, 다섯 살 터울이라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서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누나는 0교시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때 문에 제가 잠을 잘 때 등하교를 했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중학교에 입 학할 무렵부터 누나는 멀리서 자취를 하며 3개월에 한 번씩 집에 왔습 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는 둘 다 아이 욕심이 있었습니다. 부부가 사랑하면 당연히 아이가 생기는 건 줄만 알았는데 아이는 정 말 신이 주는 선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바라던 임신에 성공했 습니다. 4년 전 늦겨울, 드디어 아빠가 됐습니다. 부부만 있는 2인 가 정 에서 아이까지 있는 3인 가정 으로, 평범한 한 가족이 탄생하는 순 간이었습니다. 저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까지 세 명의 아이를 더 낳자고 아내를 졸라댔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 되겠어, 오빠. 병원에 가는 게 어떨까? 였습니다. 피임 수술을 하라는 거였죠. 68 지금 시작하세요 69

36 맞벌이를 하면서 첫아이를 낳고 보니 그제야 현실이 보인 겁니다. '돈'만 생각하며 살고 싶진 않았는데, 상자 째로 쌓아 놓은 기저귀가 보 름도 채 못 가 동이 나는 걸 보며 경제적인 여건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 습니다. 식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일이, 단순히 숟가락 하나 만 더 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걸 현실로 느낀 거죠. 예전엔 뉴스에서 아 이를 버리는 부모들이 나오면 쯧쯧 하며 혀를 차고 했는데, 언젠가부 터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며 범죄자들의 심정을 생각하는 저를 보면서 두통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위기의 연속 아내와 저, 둘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둬야 할 위기는 계속해서 찾아왔 습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다쳐 병원에 갔을 때 저는 직장에서 아 무 일 없는 듯이 표정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두 살배기 아들이 다리를 절더군요. 어느새 혼자서도 잘 뛰는 아 이를 보며 좋아하던 게 며칠 전 일인데. 혹시 아이가 평생 다리를 절 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면서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내는 90일의 출산휴가와 1년의 육아휴직을 모두 쓰고 직장으로 돌 아갔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습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수유를 억지로 끊어야 하는 심정을 말이죠. 왜 여 성들이 육아휴직이 끝나고 나서도 직장에 돌아가지 않고 일을 그만두 는지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남편의 육아참여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지만 무얼 어떻 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해도 아이 하나 낳아 기르기가 이렇게 벅찬데 부부가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 넷을 낳겠다는 건, 또 그 아이들을 기르고 교육을 시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 습니다. 다음날 결국 깁스까지 하게 됐죠. 아내에게 어린이집에 찾아가서 CCTV를 확인하자고 했지만, 아내의 대답은 두 사람 중 하나가 직장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신경 끄자. 였습니다. CCTV를 확인할 경우 엔, 문제가 있건 없건 우리 아이를 그 어린이집에 다시 맡기기 어려워 질 거라는 생각이었죠. 맞습니다. 만약 그 어린이집에 아들을 못 맡기 게 되면 다른 어린이집에 접수를 하고 대기번호를 받은 채 기다려야 하죠. 그러면 우리 순번이 돌아올 때까지는 꼼짝없이 아이를 직접 돌 봐야 하는데 어떻게 직장을 다닐 수 있겠습니까. 아내 말이 다 맞는 말 이라 더 원통하더군요. 그 뒤 어린이집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원장 선생님에 게 그저 아이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준비해 간 붕어빵 한 아름을 70 지금 시작하세요 71

37 건네는 것 정도였습니다. 저는 고작 붕어빵을 사들고 간 초라함과 원 통함 사이에서 내내 혼란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일요일 밤에 아플 때가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밀리는 월요일에 출근 시간을 두세 시간 앞두고 응급실을 오간 게 여러 번입 니다. 회사에 미리 보고를 해도 지각은 피할 수 없었죠. 그런 일이 반 복되다 보면 애 엄마는 뭐 하냐, 그런 건 여자가 하는 것 아니냐. 라고 타박하는 상사도 생깁니다. 물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굳이 이 유를 설명하지 않고 그저 웃고 마는 걸 아실테니까요. 다만, 잠 한숨 못자서 몸이 피곤한 건 참고 일할 수 있는데, 아이의 상태가 걱정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괴로웠습니다. 지각을 했 기 때문에 칼퇴근 도 할 수 없었죠. 아이 한 명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 데, 넷이라니요. 시간과 비용,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니 아이 셋 을 낳는 행복한 상상이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누구의 잘못 도 아닌데 말이죠. 결국 우리 부부의 결론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라는 1980년대 구호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머릿속에 그려보는 가족의 행복한 미래 속에는 항상 아이가 있습니 다. 아들과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 때면 언제나 가족을 먼저 그립니 다. 동물원에서 낙타를 봤던 일, 여행지에서 돌고래를 봤던 일. 아들 의 행복했던 기억은 대부분 주말에 함께 했던 일들입니다. 특별한 날 시간을 내서 함께 했으니 좋았겠죠. 그렇게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 이 계속될 수는 없을까요?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아들의 머리 위 로 그런 물음표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듯합니다. 제 머리 위로는 그럼, 일은 누가 하고!, 돈은 누가 벌고! 라는 느낌표가 떠오르고요. 아들 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직장을 그만두면 함께 쓸 비용을 만들 수 없으니 고민이 날로 커져갔습니다. 불현듯 찾아온 두 번째 선물 그렇게 4년을 보내다 올해 초, 계획하지 않은 임신 소식이 찾아왔습 니다. 가을에 태어날 예정이라 계획대로 가을이 란 태명을 지어줬죠. 하지만 우리 부부의 분위기는 첫째 임신 때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첫째 때는 소소한 기쁨의 연속이었지만, 이번엔 아니겠지, 아닐거야. 라는 절망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타났을 때, 산 부인과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왔을 때, 우리 부부는 누구에게 임신 사 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네 아이의 부모가 되려던 꿈을 포기하기까지 우리 부부에겐 많은 다 툼이 있었습니다. 그런 다툼 끝에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72 지금 시작하세요 73

38 건데 이를 어째야 할지. 둘째 아이의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이 내내 불행할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아내는 첫째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꼭 엄마가 육아를 해야 하나, 아빠인 내가 육아휴직을 사 용하면 되는데. 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조금 더 빨리 생각하지 못한 게 지금은 무척 후회됩니다. 배 속의 아이는 빠른 속도로 자라 갔지만 우리 부부에게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임신 중이니 다툼이 될 수 있는 민감한 주 제는 서로 일찌감치 싹을 잘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신과 출산 관련 정보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찾게 됐고, 그러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가 소홀히 여기고 놓쳐왔 던 많은 부분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게 된 것이죠. 한 아이를 대상으로 부부 중 한 명만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 는 줄 알았는데 각각 1년씩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부모 중 한 명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미 사용했다면 다음에 그 아이를 대상 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부모는 정부에서 첫 달에 최대 150만 원까지 지 원한다는 아빠의 달 제도도 알게 됐습니다.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 을 수 없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 두 가지였는데, 직장을 잠시 쉬면서도 그 두 가지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니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았습니다. 남자가 무슨 육아야. 라 는 사회의 시선, 직장에서 받을 크고 작은 불이익들이 가장 먼저 떠올 랐습니다. 임산부인 아내와 싸움이 생길까 봐 가급적 피하려 했던 민 감한 주제란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만 많아지고, 괴상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평일 낮 시간에 30대 후반 남성이 평상 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해 보이진 않을까. 라 는 편견까지 생긴 것이죠. 용기를 내서 아내와 상의한 뒤에는 부모님 의 호통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결심하고 아내가 동의해 준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됐습니다. 육아휴직서를 제출하니, 직장 내 첫 남성 육아휴직자 라는 타이틀과 알게 모르게 구설수가 따르기도 했지만 서류는 잘 처리됐습 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대체인력이 뽑혔고 중요한 업무도 문제없이 인계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경험담들은 육아휴직 제도 시행 초기에 벌어진 일들이고 제겐 아직 일어나지도 않 은 일이니까 일단 정부를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습니다. 물 흐르듯 시간이 흘러 어느새 둘째 아이의 출산일이 다가왔고 직장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몇 년이나 고민한 끝에 둘째 갖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 다니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육아휴직을 결정하기까지 74 지금 시작하세요 75

39 고민을 하는 과정이 힘들고 불안했던 것이지, 실제 육아휴직 제도 자 체는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확실한 정책이란 걸 깨달았 습니다. 저처럼 생각만 하고 주저하는 분들, 선뜻 육아휴직서를 내지 못하는 분들, 육아휴직서와 사직서를 함께 품에 안고 있는 많은 남성 분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육아휴직을 신청하라. 고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둘째의 특별한 100일 까. 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나를 위한 제도란 걸 조금 더 빨리 깨달았다면 첫째 아이 때처럼 임신 초기부터 행복했 을 텐데. 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좋은 제도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부부가 모두 사회복지사이면서도 우리 가족이 누릴 수 있는 복지 서비스에 대해서 는 잘 몰랐던 겁니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 필 요한 제도입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그리고 가족의 행복과 안정적인 미래 사회를 위한 쓸모 있는 제도인 만큼 선택이 아닌 필수 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우리 부부에겐 이번 크리스마스가 특별합니다. 둘째 아들 생일이 9 월 17일인데, 사람들이 고백 데이 라며 축하를 해주더군요. 고백 데 이 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되기 100일 전 날을 말하는데, 그 날짜 가 바로 9월 17일이라는 거죠. 서울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만 들었다는 뉴스를 보며 둘째 아들 백일잔치를 서울시와 정부가 나서서 해주네. 라고 우리 부부는 농담까지 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 임신했 을 때 좌절하고 불안해했던 기억을 씻어버리고 싶어서 더 행복하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훌륭한 혜택을 받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둘 째 아이를 왜 빨리 갖지 않았을까, 임신을 알고 왜 그렇게 불안해했을 시간과 비용을 한 번에 얻는 방법 글을 쓰며 결혼과 출산을 돌이켜보니 우리 부부가 아이를 더 낳지 않 으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비용 이었습니다. 모든 부모에게 공 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육아휴직 제도가 안겨준 시간과 비용 덕에, 두 아들과 다시 올 수 없는 시간들 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습니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빈칸을 맞춰 가듯 하루하루가 짜릿합니다. 물론 소득 대비 의료비 지출이 10%를 넘으면 빈곤 확률이 높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 가정도 곧 빈곤층이 되겠구 나. 하는 걱정도 듭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육아휴직 제도가 아직 76 지금 시작하세요 77

40 완벽하지 않은 건 맞습니다. 아마 그것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을 꿈꾸 는 많은 분들이 주저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저 역시 육아휴직을 시작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여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 다. 당장 월 75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슬픔에 잠길 수도 있겠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저와 이 제도를 계속해서 발전시킬 정부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1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을 신청할 겁니다. 그때는 주저하지 않고 신청해서 임신 초기부터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휴직을 신청하기 전 초조함과 불안함 에 빠져있던 저를 훨씬 행복하게 만들어준 훌륭한 제도라는 건 분명합 니다. 특히 정부가 최대 15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아빠의 달 제도는 파격적인 시간과 비용을 제공해줬죠. 아이들과 친해진 걸 생각하면 그 효과는 200만 원, 아니 1,000만 원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 스럽습니다. 내년부터 아빠의 달 이 3개월로 늘어난다고 하니 더욱 기 대가 됩니다. 지금은 첫째 아들의 육아휴직 중이니까 나중에 둘째 아 들 때도 이 제도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제도를 이용 해 본 저로서는 아빠의 달 3개월뿐만 아니라 1년을 모두 사용하고 싶 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출산휴가 중인 아내 역시 둘째 아들의 육 아휴직을 꼭 사용해야겠네요. 저보다 가정 경제에 민감한 아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가장 넘기 힘든 산은 직장과 사회 보다 가장 가까운 아내와 가족, 친지들인 것 같습니다. 남자가 무슨 육아야. 라는 편견의 벽을 깨는 건 육아에 78 지금 시작하세요 79

41 었습니다. 지난 1월,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 마냥 아빠의 육아휴직은 신의 한 수 오세찬 (34세 도서관/공공기관) 마라톤을 완주하고 웬만큼 험한 산행도 거뜬히 해내는 제가 생후 30개월 이 된 아들의 활동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저녁 6~7시면 녹초가 됩니다. 아이를 안고 4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 모든 걸 산후 조리 중인 아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기다리던 둘째 소식, 그러나. 저는 2013년에 결혼한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지난 9월 말, 둘째 아 이가 태어난 뒤 육아휴직을 했고 현재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와 집안일 을 하는 데 보내고 있습니다. 전과는 일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가족과 더 끈끈한 정을 나누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육아휴직을 결심하고 회사의 승낙을 받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둘째의 산후조리와 첫째 아이의 육아를 동시 에 해야 한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첫째 아들은 생후 20개월 이 된 상태였습니다. 아이의 활동량이 한창 늘고 있어서 육아가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을 때였죠. 둘째가 태어날 무렵이면 더할 텐데, 산후 조리를 해야 할 아내가 두 아이의 육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됐습 니다. 그렇다고 제가 도와줄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직장에서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고 주말에도 대부분 일을 해서 육아에 도움을 주기가 힘들었 습니다. 다가오는 3월부터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육아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겠지만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엘 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4층에 삽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 면 높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산후조리를 해야 할 아내에게는 무 리였습니다. 둘째의 육아와 첫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 문제로 한동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대세가 황혼 육아인데 부모님의 도움 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 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도 도움을 청 할 상황이 아니었고 베이비시터를 쓰기엔 제 급여에 맞먹는 비용이 너 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베이비시터를 생각하던 중 조금 다른 80 지금 시작하세요 81

42 방법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느 니 내가 그 역할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 고민 의 퍼즐이 풀려갔습니다. 한동안 일을 놓고 아내의 산후조리를 도우며 아이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전까진 좋은 아빠의 역할을 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항상 일에 시달렸고 시간과 체력에도 여유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아이에게 소 홀해졌고 때론 지쳐서 아이에게 짜증도 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저와 점점 멀어졌습니다. 놀이를 할 때나 밥 먹을 때, 씻을 때, 늘 제 손길은 외면한 채 울면서 엄마를 찾았습니다. 심지어는 잠을 잘 때도 저를 밀 쳐내기 일쑤였습니다. 아이에게 친근한 아빠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게 가장 큰 고민거 리였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업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면, 아내의 산후조리까지 도울 수 있다면 아빠 로서, 남편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렇게 해서 둘째의 출산 예정일에 맞춰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심했습니 다. 예상치 못한 아내의 반대 육아휴직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아내를 설득 하는 데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아내가 제 생각을 반겨 줄 거라 기대하면서 육아휴직 얘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내는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휴직 기간 중엔 평소만큼 급여 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생길 것을 걱정했습니다. 조금 힘들겠지만 자신이 두 아이를 다 돌볼 수 있고 큰 아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는 것도 직접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산후조리 중엔 무리를 해선 안 된다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아내가 산후조리 중에 무리 를 해서 몸이 상할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제겐 경제적 손실보다 아내 의 건강이 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 간도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육아 휴직 급여 제도가 있으니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아내는 고민 끝에 제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직장의 승낙을 받는 건 큰 부담이 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은 수시로 야근을 할 정도로 업무량이 엄 청납니다. 직원 중에 결원이 생기면 다른 동료들이 그 업무를 대신해 82 지금 시작하세요 83

43 야 하기 때문에 제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 수 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생긴 이래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 전례가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했던 여직원들이 진급에 영향을 받았 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과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처리 중인 업무들은 며칠 밤을 새 워서라도 꼭 마무리 짓고 휴직을 하겠다고 선처를 구했습니다. 결국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아내가 만삭이었던 9월 한 달 동안은 제가 맡 은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거의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 때가 있는 법. 지금은 직장보다는 집안일에 더 신경 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기관장님께 면담을 요 청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관장님은 놀라시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는 한참 동안 아무 말씀 없이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승낙을 해야 할지, 반대를 해야 할지, 반대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 는 듯했습니다. 5시간처럼 느껴졌던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관장님은 결국 만류 를 하셨습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아서 일처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직을 하는 건 회사에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 이를 다른 데 맡기는 방법도 있고, 일하는 사람을 집에 들이는 방법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예상했던 일이었습 니다. 관장님은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재의 제 상황 산적+주부 가 된 아빠 지난 9월 말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휴직이 시작됐습니다. 요즘 의 저는 산적+주부 의 모습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히 움직이 다 보면 면도할 시간이 없어서 외모는 산적 에 가깝습니다. 물론 하루 일과는 보통의 주부 들과 크게 다를 게 없죠. 아침엔 눈 뜨기가 무섭게 첫째 아이 밥을 챙겨서 먹이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서 어린이집에 데 려다줍니다. 그리고는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합니다. 태어 나서 처음으로 밥도 지어봤습니다. 그리고 잠깐씩 둘째 아이도 돌봅니 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첫째 아이의 어린이 집 끝날 시간이 다가옵니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기 전엔 큰 아이가 어 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에 좋아하는 운동이나 등산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려고 했습 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현실은 숨 쉴 틈 도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야말로 빡빡하게 지내야 했습니다. 84 지금 시작하세요 85

44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중요한 걸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집안 일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알게 된 겁니다. 그전엔 아내가 집 안일에 소홀하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늦은 시간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장난감과 서랍 속의 물건들이 방바닥에 흩어져 있고, 집안 곳곳엔 먼지와 얼룩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엔 여유가 있을 텐데 아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불만이었 습니다. 결국 부부싸움으로 이어진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껴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엄마가 왜 집에 없는지를 계속 얘기해주고 허전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도록 함 께 놀아줬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제 자신이 어색했지만 계속 함께 놀 다 보니 저 스스로도 아이가 돼가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엄 마보다는 힘이 센 아빠와 노는 걸 더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체력이 되는 데까지 열심히 놀아줬습니다. 안고 업고, 목마도 태우고, 공도 던지면서 놀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내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제 잘못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 일을 하기는 정말 힘이 듭니다. 특히 낮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하면 저녁 시간에는 아이를 돌볼 힘이 없습니다. 육아휴직하면서 아내의 고 충을 알게 돼서 참 다행입니다. 아들 녀석의 마음 을 얻다 육아휴직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랑하는 아들 녀석의 마음 입니 다. 그전까지 아들은 저를 멀리하고 엄마에게만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동생을 낳고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종일 시 무룩해 있고 밤에는 울다 지쳐서 잠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이를 꼭 아이들은 참 단순하더군요. 아빠를 무서워하고 거리감을 두던 아이 가, 언젠가부터 저를 볼 때마다 압!, 압!~ 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그 리고 엄마가 동생과 함께 집에 돌아왔을 땐 더 이상 엄마에게만 의존하 지 않았습니다. 동생에게 샘을 내면서 엄마에게 안기기도 했지만 제게 안기는 시간도 많이 늘었습니다. 요즘 저희 부부는 각방을 씁니다. 작 은 아이가 밤에 많이 울어서 같이 자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 가 저와 함께 자는데 다행히 엄마를 많이 찾진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잠자리에 들 때 아이가 제게 안고 자자. 라는 말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뭉클했습니다. 아이가 이제 아빠를 인정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먹여주고, 놀아주고, 씻겨주 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는 이 시간이 저와 아들 모두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란 걸 깨닫고 있습니다. 86 지금 시작하세요 87

45 에 더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집안이 화목해야 다른 모든 일 육아휴직은 신의 한 수 였다 젊은 아빠가 늘 집에 있다 보니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육아 휴직 중이라고 얘기하면 더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어린 이집에 데려다줄 때도 그랬습니다. 학부모 면담 시간에 참석했더니 어 린이집 선생님이 크게 놀라시더군요. 아빠와 면담하는 건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부끄럽기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야 내가 아빠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옳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잘 풀린다는 가화만사성( 家 和 萬 事 成 ) 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게 되었습니다. 복직이 한 달 남은 지금, 휴직 기간을 연장할까 고민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의 가치는 그 무 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이 있다면, 저는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전하고 싶 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화목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감 사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육아휴직을 한 건 신의 한 수 였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웬만큼 험한 산행도 거뜬히 해내는 제가 이제 생후 30개월이 된 아들의 활동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저녁 6~7시면 녹초가 됩니다. 아이를 안고 4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 모든 걸 산후조리 중인 아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지난주 둘째 아이가 폐렴으로 입원을 했습니다. 둘째를 돌보기 위해 아내가 일주일 간 병원에서 생활할 때도 제가 함께 병간호를 하며 큰 아이를 돌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내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가족 간 88 지금 시작하세요 89

46 육아휴직 7일째, 일상이 된 육아 친구 같은 아빠 가 되는 법 신경호 (35세 엔터테인먼트/게임제작업) 전 윤호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윤호가 커서 사춘기를 겪고 성인이 됐을 때도 아버지를 어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평생 즐거움 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버지 가 되고 싶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새벽 6시다. 윤호는 다른 아이에 비해 잠을 많이 안 잔다. 몇 시에 자든지 새벽 5~6시만 되면 일어나 왕성한 에너지를 뽐내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이제 7 일째!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란 말을 실감한다. 일어날 시간이면 저절 로 눈이 떠지고 아이가 배고플까 봐 이유식을 데우러 주방으로 향한 다. 전날 밤 졸린 눈을 비비며 준비해놓은 거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도 강한 모성애 때문에 반사적으로 일어나지만, 출근 전까지 조금이라도 더 자라고 억지로 눕혀버린다. 그러기 위해 내가 휴직을 한 거니까. 난 2008년부터 햇수로 7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고객 센터에서 일 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고 말할 수 으앙~ 으앙~ 피곤에 지쳐 한참 꿈나라를 헤매던 나는 익숙하게 90도로 몸을 일 으켜 울고 있는 윤호에게 다가간다. 잘 자던 아이가 두세 시간 간격으 로 일어나 울고 보채니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얼른 안아서 열은 없 는지 혹은 뒤척이다 숨이 막혀 그런 건 아닌지 확인한다. 그리고는 습 관처럼 그냥 울었단 사실에 오히려 감사하며 어둠과 윤호를 같이 안고 15분 정도 토닥이다 나도 기절해 버린다. 있다. 동시에 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도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아내는 윤호를 낳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통해 1 년 반 가까이 육아를 전담했다. 나도 돕긴 했지만 해줄 수 있는 건 설 거지, 아내가 밥할 때 아이 봐주기, 기저귀 갈아주기가 거의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는 꽤나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자부했었다. 그 상 태로 이어진다면 쭉 해피 했을 텐데,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가자 우 리 부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90 지금 시작하세요 91

47 아내와 내가 출근을 한 뒤에 윤호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보통은 양가 부모님이 봐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정말 부 럽다 ㅠ.ㅠ) 서울에 사는 우리 어머니는 직장에 다니시고 창원에 사는 장모님은 예전에 항암치료를 받으셔서 윤호를 돌봐주실 수 없었다. 현 재 우리 식구는 아내의 직장 때문에 연고가 없는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 는데, 거리도 그렇고 집안 사정도 그렇고 부모님께 부탁드리는 건 꿈 도 꾸지 못 했다. 처음에는 베이비시터도 고용했었다. 하지만 필요한 시간에 딱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찾는다고 해도 베이 비시터에게 주는 급여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게 엄마 아빠의 마음에는 너무 불안했다. 직장에서 첫 남성 육아휴직자 가 되다 결국 아내와 상의해서 남성 유아휴직 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일 하는 회사는 외국계 회사인데, 7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건 회사가 국내 법을 충실하게 지킨다는 거였다. 다른 회사에서는 직원이 선뜻 사용하 지 못하는 복지 혜택을 우리 회사에선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남 자가 아닌가. 우리 회사에서 아직까지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전례가 없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국 회사를 믿고 조심스레 육아휴직 얘 기를 꺼냈다. 허탈할 정도로 쿨 하게 승인이 떨어졌다. (남성 육아휴 직은 법적으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 육아휴직을 신청 해보지 않은 남자들은 그게 얼마나 큰 모험인지 모를 거다.) 나는 2015 년 3월 14일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 지금까지 윤호를 내 손으로 키우 고 있다. 육아 초보에서 육아 전문가로 남자로서 처음 해 보는 육아는 정말 끝없는 도전 이었다. 이유식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이의 빨래는 무슨 세제를 써야 하는지, 육 아휴직과 더불어 내가 맡게 된 집안 청소와 정리는 어떻게 해야 효율 적인지, 이런 가정적인 문제와 함께 아이가 울 때는 왜 우는지, 목욕은 어떻게 시키고 어떻게 재워야 아이가 안심하고 잘 수 있는지. 수많 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겨우 적응된다 싶으면 그사이 아이가 자 라 또 다른 행동을 하고, 거기에 내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무 한 반복됐다. 또 한 가지 힘든 점은 경제적인 여건 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고용공단으로부터 매월 기본급의 40%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이 92 지금 시작하세요 93

48 를 내 손으로 키우면서 국가로부터 이런 지원을 받는다는 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월 소득이 줄어들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 게 된다. (고용공단에서 지원하는 비율을 정할 때 소득뿐만 아니라 보 유하고 있는 재산까지 감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회사마다 급여 지급 방식이 달라서 기본급이 꾸준히 오르는 회사도 있지만 반대로 기 본급은 그대로에 보너스 형식으로 지급되는 곳도 있으니, 단순히 기본 급을 기준으로 삼는 지금의 제도를 보완했으면 좋겠다.) 육아휴직이 필요하지만 망설이고 있는 아빠들에게 고함 저와 비슷한 상황으로 육아휴직을 원하지만 막상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남성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당 연한 권리인데도 사회 분위기나 회사에서 받는 눈총 때문에 얘기를 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멋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용 기를 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힘든 점들이 있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아내, 윤호는 각자 의 생활에 적응이 됐다. 나는 남의 아이를 봐주는 일도 할 수 있겠다는 왠지 모를 자신감까지 생겼다. 어느덧 반년이 지나 윤호는 아빠와 엄 마를 똑같이 사랑하는 예쁜 아들로 커서 어린이집에도 씩씩하게 다녀 오고 매일매일 나에게 새로운 행복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은 한창 말 을 배우는 중이라 알 수 없는 외계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내가 육아휴 직을 마치게 되는 내년 3월까지 우리 아이가 아빠의 손에서 즐겁고 행 복한 추억을 안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 회적인 통념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갈 길은 아직도 멀지만 이 제도에 대해 더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직장 상사에게 승인을 받는 것도, 주변에 육아휴직을 한다고 말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우리의 소중한 아이가 남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 이 아닌 내 손에서 자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아이가 내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수많은 행복을 생 각하면 사회의 분위기나 눈치로 인한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어렸을 적 아버지를 친구 같은 아버지 가 아 니라 엄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아버지 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 다. 그건 그 시대 아버지들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버지와 함 께한 즐거운 추억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전 윤호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윤호가 커서 사춘기를 겪고 성인이 돼도 아버지를 어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평생 즐거움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버지 가 되고 싶습니다. 94 지금 시작하세요 95

49 직장에 다니는 남성들은 육아휴직이 아닌 이상 내 손으로 내 아이를 키워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휴직으로 인해 직장생활에 적응력 이 떨어지거나 경력이 단절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고 경제적인 부담도 나를 위한 시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훗날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 육아휴직 하게 된다면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니고 있습니 이민호 (36세 기업/서비스업) 다. 그러니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용 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지금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그걸 알게 된 마지막으로 이런 수기 공모를 통해 육아휴직의 설레는 시작을 다시 순간 행복해졌다. 지금 나는 아이들과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 책임과 의무 감이 아닌 진정한 사랑 에. 금 기억하게 해 준 고용노동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을 위한 최선, 아빠의 육아휴직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갈 즈음, 우리 부부에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은 어떡하지? 1년 동안 고민했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해결될 가능성도 없는 듯한 이 문제, 물 론 대한민국에서 나만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이 15일쯤 남았을 때 아내에게 무심코 한 번 물 96 지금 시작하세요 97

50 어봤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 어떻겠느냐. 라고. 솔직히 반응이 궁금 했다. 찬성할까? 아니면 반대할까? 아내가 찬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단 순한 문제는 아니다. 내 회사와 여러 가지 주변 상황들이 남아있었다. 사실 진짜로 육아휴직을 하겠다. 라기 보다는 답답해서 그냥 던진 말 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정말 좋아했다.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면 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회사에서 과연 허락해 줄까?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막상 휴직을 하면 아이들에게 잘 할 수 있을 까? 이게 정말 최선인가?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대안은 없었고 이 방 법이 최선인 것 같았다. 아빠의 육아휴직! 회사의 승낙, 가장 큰 산을 넘다 나의 육아휴직을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기 며칠 전에 급하게 결정 하다 보니 회사에도 급하게 말하게 됐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법으 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라고 하지만 직장생활이 법으로만 되는 건 아니 니. 회사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 회사 대표의 방에 들어갈 때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만약 안 된 다고 하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할까? 아니면 법의 권리를 끝까지 주장 할까? 아니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 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고 앞으로도 잘 다녀 야 하는 회사니까, 어떻게든 좋은 방법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는 거였 다. 우리 회사엔 그때까지 육아휴직을 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직종 의 특성상 프리랜서가 많았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대부분이 프리랜서 작가였다. 그렇다 보니 여성이든 남성이든 육아휴직과는 거리가 먼 회 사였던 거다. 그런 회사에서 남자 직원이 대뜸 다음 주부터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 니 좋아할 대표가 어디 있겠는가. 대표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다. 육 아휴직, 이건 무슨 소리지? 딱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나름 만반 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표에게 육아휴직이 어떤 건지 설명하고, 남 자도 갈 수 있으며 이건 아빠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대표는 갈수 록 난감해했다. 내 태도를 보아하니 반드시 가겠다는 얘긴데(지금 생 각해보니 요청이 아니라 통보였다), 그렇다고 쉽게 허락할 수도 없는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그날 결정을 봐야만 했다. 시간이 얼마 없었고 플랜 B도 없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대표는 관리 팀 직원을 호출했다. 회사에 이 런 일이 없었으니까 잘 알아보고 처리하라. 고 하는 것이었다. 대표에 게 무척 감사했다. 사실 그동안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 정도 98 지금 시작하세요 99

51 는 당연히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휴직 승인이 나 고 보니 회사도 고맙고 육아휴직 제도도 고마웠다. 가장 큰 산을 넘은 것이다. 육아휴직?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견디는 것! 이 보다 힘들다는 연년생이다. 육아휴직 당시 아들은 네 살, 딸은 세 살이었다. 네 살, 세 살 아이들과 서른일곱 살 아빠. 소통이 될 리 없었 다. TV에서 보던 그런 행복한 아빠와 아이들이 아니었다. 육아휴직은 그런 거였다. 아빠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시간(사회에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오롯이 가족을 위해 바른 생활을 강요받으며 견디는 시간)이 었다. 그렇게 육아휴직이 시작됐다. 주변의 반응은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다들 생소해했다. 남성 육아휴직은 공무원만 하는 줄 알았다. 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부러움보다는 어이없다는 시선이 많았 다. 남자가 일을 해야지., 집에 돈이 많나 보네. 등등.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예상했던 반응이었고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들 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내가 출근하고 아침을 준비했다. 처음엔 큰 문제가 없었다. 걱정했 던 것보다 아이들이 나를 잘 따랐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회사 생활보다 어려우면 어렵지, 쉽지는 않았다. 모든 게 처음 겪는 일 이었다. 끼니때마다 밥걱정, 반찬 걱정. 해도 해도 계속 나오는 빨래와 청소.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아이들은 힘든 아빠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게 당연했다. 우리 가족은 나와 아내,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다. 아이 둘은 쌍둥 그렇다고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기주 장이 강해지고 욕심도 많아졌다. 날마다 전쟁이었다. 서로 자기를 챙 겨달라고 난리, 밥을 안 먹고 던지는 일도 다반사. 수시로 기저귀를 갈 아줘야 했고 낮잠을 재우면 한 녀석이 자고 있던 다른 녀석까지 깨워 버리곤 했다. 정말이지 하루에 한 번 씩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다. 집 안은 엉망진창이 돼가고 내 삶은 더욱 힘들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외출은 전혀 못 했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아이들을 재운 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3~4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 어느덧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해지고 나니 힘이 들어도 괜찮았다. 그러면서 육아 책을 많이 봤 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육아니까, 잘 해내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 순 간 깨달았다. 내가 좋은 아빠 가 아니었다는 것을. 사실 난 내가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다. 육아휴직도 냈고 아이들과 100 지금 시작하세요 101

52 가능한 한 많이 놀아줬다. 건강에 좋다는 걸 챙겨줬고 아이들에게 화 가 나도 참았다. 난 좋은 아빠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난 그냥 좋 은 아빠 흉내를 내고 있었던 거지, 진짜 좋은 아빠는 아니었다. 아마 도 나중에 원망을 듣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난 너희들을 위해 최선 을 다 했어. 라고 말하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즐기지 못하고 견뎌왔던 거다. 그냥 애써 참아 왔던 거고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화가 남아 있었 다. 아빠가 희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아닌데 말이다. 여러 가지 육아 책을 읽다가 깨달았다. 지금 이 시간은 아이들을 위한 시간 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란 걸. 이런 감정은 복직을 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1년이 넘는 육아휴 직이 끝나고 나는 복직을 하게 됐다.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과 떨어지 는 거였다.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서 울 때 아빠 를 부르면서 운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할머니 ~ 하고 우는 아이는 가끔 있어도 아빠~ 하면서 우는 아이들은 처음 본다고 한다. 내심 기분이 좋지만 걱정도 됐다. 직업의 특성상 장기 출 장이 많기 때문에 내가 없는 시간에 아이들이 잘 적응하길 바랄 수밖 에 없었다. 아이들과 완전한 사랑에 빠지다 나는 아이들과 매일 같이 놀고, 먹고, 사진 찍고, 책을 봤다. 책임감 과 의무감으로.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여전히 같이 놀고, 먹고, 사 진을 찍지만, 책임감과 의무감은 없다. 아이들과 있으면 내가 더 즐겁 고 그냥 행복해졌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 다. 지금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지금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행복해졌다. 지금 나는 아이 들과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 책임과 의무감이 아닌 진정한 사랑에. 육아휴직, 한 번 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아이들은 아주 잘 적응해 줬고 아빠의 출장을 이해해 줬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만났을 때 날 더 욱 사랑해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참 고마웠다. 그래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1년 넘게 쉬고 일터에 돌아왔더니 사람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내 직업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다.) 직 업상 트렌드에 민감하고 감각도 중요하다. 그런데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 TV를 없애 버렸고 동화책만 읽고 살았으니 걱 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로 돌아가 보니 나는 육아휴 직 전보다 조금 더 발전돼 있었다. 어른으로서 조금 더 성장했다고나 102 지금 시작하세요 103

53 할까. 업무에 적응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마치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남성 육아휴직, 그 뒤부터 난 주변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정말 참 쉽죠~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하지만 내가 그랬듯 어려운 결정 김형욱 (29세 기업/제조업) 인 건 맞다.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직접 해봐야 알기 때문에 해보기 전까진 전업 아빠 로서의 삶을 알기는 어렵다. 지금도 생각난다. 처음 결심했을 때와 대표실에 사인을 받으러 갈 때의 느낌.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번 해볼 만하다 이다. 이것저것 생각하 육아휴직, 쉽다. 생각보다 정말 쉽다.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설거지, 아이 목욕시키기, 장보기 등을 하는 게 창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창피한 게 아 니다. 당당한 거다.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창피한 거다. 면 하기 힘들다. 처음엔 가족들을 위한 결정 같았지만 끝나고 나면 나 를 위한 시간 이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 치의 후회 없는 선택, 육아휴직 지금 시간 새벽 1시 28분, 나는 아빠다. 젖은 기저귀의 찝찝한 느낌 때문인지 이 시간에 자다가 깨서 울부짖는 아이를 달래고 능숙하게 기 저귀를 갈게 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빠다.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 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어왔다. 실 제로 육아휴직을 하기에 앞서 많이 고민했고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104 지금 시작하세요 105

54 많았다. 아빠 엄마가 젊어서 철이 없다. 는 말도 들었고 직장생활을 1~2년 할 것도 아닌데 어쩌려고 그러느냐. 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 지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육아휴직을 한 것에 대해 한 치의 후회도 없다. 모성애 란 말은 익숙하지만 부성애 라는 말은 많이 듣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고, 바꿔야 만 했고, 바꿀 자신도 있었다. 첫째, 내가 왜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가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18개월의 시간에서 15개월 정도를, 아이 는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와 함께 보냈다. 자연스럽게 아빠보다는 엄마 와의 사랑이 깊어졌다. 엄마와 많은 추억을 쌓았지만 아빠와의 추억은 별로 없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화목하게 살고 있는 젊은 아빠, 엄마다. 생후 18개월 된 딸과 함께 하루하루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 글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아빠로서 남성 육아휴직 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다. 다른 남성들이 한 번쯤이라도 이 글을 읽어보고 용기를 내 육아휴직을 받아 봤으면 해서, 내가 먼저 용기를 내서 수기를 쓰게 됐다. 시작이 반 이라고 했다. 육아휴직에 앞서 직장 상사들과 면담을 하기 로 했다. 상사와 면담하기 전에 4~5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잘 맞았던 선배, 동기들과 먼저 얘기를 나눴다. 그들 대부분은 육아휴 직이 직장생활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휴직 기간 동안 급여가 줄어 든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나를 말렸다. 그렇지만 항상 내 편인 아 내의 동의를 얻어 결국 나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됐다. 육아휴직 1년과 출산휴가 3개월, 아내에게 주어진 총 15개월의 시간 을 사용한 후 아내는 곧 복직을 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쯤 됐을 때 아내에게 장난스럽게 당신이 복직하면 내가 육아휴직을 할게. 라 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2015년 5월, 드디어 결심을 했다. 결심을 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직장 동료나 상사가 아닌 옆에서 응원해주고 걱정해준 아내였다. 사실 아내가 아니었으면 이런 결정을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아내 가 생활비 걱정부터 할 줄 알았는데, 아내는 아이 보는 게 쉽지 않은 데 괜찮겠느냐. 라며 내 걱정부터 했다. 정말 세심하고 정이 많은 착한 사람이다. 나는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내 딸과 추억을 쌓고 행복을 찾 겠어. 라고 답했다. 106 지금 시작하세요 107

55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남의 손에 키우는 것도 싫었고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건 더더욱 싫었다. 가장 중요한 건, 딸과 함께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간 직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1년 간 고민한 후 이틀 만에 결심을 하고 3일 째에 직장 상사들과 면담을 시작했다. 섹션장, 파트장, 그룹장, 스태프 모두와 면담을 했다. 긍정적인 시선은 아니었지만 생각 외로 부정적 인 시선도 아니었다. 내 의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계 속해서 평가가 이뤄지는 경쟁사회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사람 들이 일할 때 육아를 하는 것도 배울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 절차에 따라 면담을 했고 3일 정도 걸려 드디어 승낙을 받게 됐다. 육아휴직이 결정되고 나서 직장 동료들이 많이 응원해 줬다. 힘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이미 육아휴직을 끝내고 온 워킹 맘들의 응원도 정말 큰 힘이 됐다) 우리 부서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써서, 남자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느냐. 는 의견도 분분했다. 농담 삼아 본인들도 결혼 하고 나서 육아휴직을 쓰겠다. 는 팬클럽 아닌 팬클럽도 생겼다. 육아휴직, 쉽다. 생각보다 정말 쉽다.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주로 엄 마들이 하는 설거지, 아이 목욕시키기, 아이 등교시키기, 장보기 등을 하는 게 창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창피한 게 아니다. 당당한 거다. 지 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창피한 거다. 둘째, 육아휴직의 시작 그리고 일상의 변화 기지개를 켠다. 정신없이 씻고 셔츠를 입고 바지를 입고 부랴부랴 출 근 준비를 하던 예전이 아니다. 사랑스러운 딸의 울음소리에 10분만, 10분만 더 자고 일어나자. 고 했던 나인데, 이젠 10초도 안 돼 눈이 번 쩍 떠진다. 아이를 안고 달래며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의 변 냄새가 좋 지는 않지만, 변 상태를 보고 아이가 건강하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좋 다. 오늘도 우리 아이가 건강하구나.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지런한 아내가 전날 만들어 놓은 아이 반찬을 식판에 옮겨 담는다. 국과 세 종류의 반찬. 어른처럼 아이가 한 번에 먹질 못하니 밥 먹이 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음식을 뱉고 버리고 장난치고 웃고. 시간 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간식으로 사과를 깎아 아이 입에 물려주고 설 거지를 시작한다. 간식을 다 먹었는지 설거지가 끝날 때 쯤 아이가 나 가자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전에 아내가 밥을 잘 먹지 않는 것 같아서 왜 안 먹느냐고 물어본 적이 많았는데, 육아를 한 달 정도 해보니 자연 스럽게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날이 늘어났다. 사실 입맛이 없다. 정신도 없고. 아이를 재빠르게 씻기고 집 앞 공원으로 데려가 한두 시간 정도 실컷 놀게 한다. 그리고는 낮잠을 재운다. 그사이 빨래를 하고 아이가 점심 108 지금 시작하세요 109

56 에 먹을 반찬을 준비해 놓은 후 청소기를 돌린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까? 아이 우는 소리에 달려가 보면 씨익 하고 웃고 있다. 천사 같은 내 새끼^^ 어있고 아이가 잘 땐 내가 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는 아빠 들이여, 아내에게 강요하지 마시라. 기저귀를 갈아주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인다. 점심을 먹 이고 간식을 주고 (사실 반복이다.) 나도 대충 점심을 먹는다. 책 읽어 주고 장난감 갖고 놀아주고 (사실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아빠의 큰 몸 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한다. 명심!!) 신나게 뛰어놀고 오후 3시쯤 되어 녹초가 되면 그동안 아내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는 생각이 든다. 3시에 아이가 낮잠을 자고 빨래를 널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짧 은 나만의 시간에 커피 한 잔 하기, 잡지나 뉴스 보기, 음악 듣기, 이런 것보다는 신기하게도 장난감이나 기저귀, 물티슈 같은 아이의 물건을 챙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게 부모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또 아 이를 낳기 전에는 슬프지 않았던 글귀나 영화가 애틋하게 느껴지고 무 심코 지나쳤던 길거리의 아이들에게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기 도 한다. 참 많이 변했다. 조금만 마음이 아파도 금방 눈물이 나고 조 금만 기뻐도 힘차게 웃게 된 거다. 그리고 예전에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아내에게 같이 자라 고 했던 바 보 같은 나는 이제서야 깨닫는다. 신기하게도 내가 졸릴 땐 아이가 깨 셋째,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라 가장 중요한 건 딸과의 추억 쌓기 다. 내가 계획한 건 집에서 한 시 간 이내의 여행지를 찾는 거다. 매주 집에만 있으면 아이도 지루해하 고 나도 지치기 마련이다. 나는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큰 틀을 먼저 잡 았다. 두 달간 다녀올 열 곳의 여행지를 목록으로 만들었고, 찾아갔다. 현재 다섯 곳 정도의 여행지(공원, 박물관, 체험관 등)에서 아이와 단 둘이 사진도 찍고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아 내 없이 아이만 데리고 다니려니까 처음엔 남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데 두 번째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잘 놀게 됐다는 거다. 오히려 나이 지 긋한 어르신들을 만나면 수줍게 인사하는 딸을 보면서 내가 더욱 신이 났다. 이렇게 열 곳의 여행지를 다 다녀오면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떠날 예 정이다. 지난 추석에는 아내가 근무를 해서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가 게 됐다. 대전으로, 청주로, 할머니 댁, 외할머니 댁, 처가, 그리고 각 지역의 꽃밭을 찾아갔다. 아내까지 셋이 함께 다닐 때와는 무척 다르 110 지금 시작하세요 111

57 다. 무엇보다 아이가 낯선 곳에 가거나 무서운 걸 보면 아빠에게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나도 모르게 아이와 점점 정이 쌓여가는 것 같아 참 좋다. 울면서 엄마 엄마 하던 아이가, 어느새 아빠 아빠 하는 아이로 변하 면서 기분이 좋아질 때가 많다. 지금 나는 6개월이 넘도록 아이와 함께 자고 있다. 아이가 아빠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엄마보다 아빠와 함께 자는 걸 좋아하게 됐다. 처음에는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는 게 굉장히 불편했지만 이젠 침대보다 바닥이 더 편하다.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 이 맞는 것 같다. 아빠와 하루하루 쌓아가는 사랑과 여행 사진이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되기 위 해 노력할 것이다. 넷째,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지 마라 려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없다. 는 말은 핑계다. 물론, 거 짓말은 아니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사람마다 시간 을 소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짬이 나면 드라마를 보는 사람 도 있을 거고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길다면 긴 1년, 짧다면 짧 은 1년 동안 좋은 선택, 현명한 선택을 해서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냈 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내 시간을 많이 잃었지만 너와 나의 시간, 사 랑하는 딸, 그리고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하루하루가 행복 합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 주부 라는 단어가 엄마뿐만 아 니라 아빠에게도 친숙해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이 행복한 기분을 꼭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잠드는 오후 8시. 아이가 깊은 잠에 빠지면 나는 노트북을 켜 고 내가 계획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성향이 다 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겠지만 나는 재테크와 언어 공부를 많이 한다. 육아휴직 기간 중에 두 개의 자격증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 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중에도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는 걸 알 112 지금 시작하세요 113

58 졌고 우리 부부는 2주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지켜봐야만 했습니 슈퍼맨 아빠의 좌충우돌 쌍둥이 육아일기 문규영 (38세 공단/공공기관) 다. 참 오래 기다렸는데 안아보지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한다는 게 속 상했습니다. 하지만 두 아들이 건강하게 태어났고 제 아내도 건강하게 출산을 한 걸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조산을 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검 사할 것도, 주의할 것도 많았습니다. 부모가 되는 게 이렇게 힘들고 어 깨가 무거워지는 일이구나.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남성 여러분! 하루빨리, 한 달만이라도 육아에 나서서 어머니의 고충, 아 니 아내의 고충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직접 돌봐주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순간의 기쁨을 누리기 바랍니다. 두 달이나 빨리 태어난 쌍둥이 아이들은 33주 만에 태어나 폐가 미성숙한 상태였습니다. 그밖에 여 러 가지 이유로 병원에서는 퇴원 후에도 발달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 고 당부했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육아휴직을 결정했습니다. 물론 육아휴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전혀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됐습니다. 회사에서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은 흔한 일이었지만 남성의 휴직은 제가 처음이라 막막했습니다. 회사에서 아내를 만나 사내 부부가 됐습니다. 난임 때문에 병원에서 여러 가지 시술을 받는 노력 끝에, 소중한 쌍둥이 아들을 얻었습니다. 쌍둥이를 얻기까지 시련도 많았지만 2013년 여름, 첫 임신 소식을 듣 고 정말 기뻤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고,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 는지 두 아이들은 출산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빨리 태어났습니다. 출 산의 기쁨도 잠시, 아이들은 바로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로 옮겨 하지만 걱정도 잠시, 회사에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배들이 있 었습니다. 이미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직원들도 꽤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엔 저도 걱정 없이 휴직 신청을 했습니다. 역시 처음이 어렵지 막 상 휴직을 신청하고 보니 그동안 고민해 왔던 것들이 괜한 걱정이었다 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고 이미 경험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회사에서의 부정적인 시선이 114 지금 시작하세요 115

59 나 복직 후 적응에 대한 걱정, 금전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저 자신 을 괴롭혔던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업무 인계를 하고 밀린 일들을 마 무리했습니다. 어느새 소문이 돌았는지 왜 그랬어? 하며 걱정 반 궁 금함 반으로 묻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미 육아휴직을 경험한 여직원들 은 잘 했다. 면서 격려해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정이기 때문 에 나쁜 말이든 좋은 말이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자식을 위 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 망설임도 후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아이가 한 명도 아닌 쌍둥이였기 때문에 남의 손에 맡기거나 아내 혼 자서 힘들게 키우는 걸 내버려 둘순 없었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육아 휴직을 시작할 때 회사에선 잘 했다. 아이 잘 키우고 오라. 라고 했 습니다. 이참에 나라를 위해 아이를 하나 더 만들고 오라. 라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동료들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지금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이제 직장생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아빠의 육아 세상으로 빠져 보겠습니다. 휴직 후 첫 주말이 지났습니다. 늘 겪던 월요병은 없어졌 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 습니다. 역시 현실에 부딪쳐 보니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군 요. 똥 기저귀 두 번씩 갈고, 분유타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일은 끝 이 없었습니다. 절 키워주신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님 마음을 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 다. 아빠가 육아를 한다는 것. 같은 콘셉트의 TV 예능프로그램을 볼 땐 즐거울 것 같았는데, 그건 단지 방송일 뿐 현실은 정말 달랐습니다. 아이들의 활발한 배설 능력에 놀랐고 밤낮으로 수유를 하면서 아이들 의 식욕에 감탄했습니다. 저는 엄마가 아니라서 직접 수유를 할 수 없 으니 분유를 타서 먹여야 했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렵고 힘들어서 짜증도 났지만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서 잘 때면 그렇게 예쁘고 착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간이 우리 부부 에겐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그 시간을 놓칠세라 마음 껏 즐겼습니다. 때 지난 끼니를 챙겨 먹고 누렇게 뜬 얼굴과 기름진 머 리, 눈곱을 씻어내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건강하게 자라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제가 육아휴직 116 지금 시작하세요 117

60 을 한다고 했을 때, 육아 선배들이 아이가 누워있을 때가 가장 편할 때 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말입니다. 아이들이 목을 들고, 엉금엉금 기 어 다니고, 이것저것 빨고 하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아졌습니다. 생활 환경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하느라 더 조심스러워지고, 손도 많이 가 게 됐죠. 한 번은 제가 오래된 음식을 먹었다가 장염에 걸렸는데 조심 한다고 했지만 아이들까지 배탈이 나게 됐습니다. 하루 종일 기저귀를 갈고 아이들 엉덩이를 물로 씻겨야 했습니다. 마리 이상은 먹은 것 같습니다. 어찌나 잘 먹던지, 아빠 엄마가 정말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말귀도 알아듣고 밤에 잠도 잘 자지만, 신생아 때는 정말 힘든 시 기를 보냈습니다. 처음엔 6개월 간 휴직을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클 수록 활동량도 많아져서 육아는 점점 더 힘들어졌습니다. 그걸 모르고 6개월만 휴직을 신청했던 터라, 결국 휴직 기간을 연장하고 지금도 엄 마처럼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습니다. 아빠의 체력이 국력 남성 육아휴직이 필요한 이유 TV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삼둥이 아빠 는 정말 슈퍼맨 이어야 하 고,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는 슈퍼맨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는 육아를 맡으면 아이들만 돌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와 함께 병 원이나 마트에 가는 일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들었습니다. 두 아이를 가슴에 안고 등에 업고 걷다 보면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왔습 니다. 슈퍼 파워맨 이 돼야만 병원 진료를 마치고 마트에 들러서 아이 들 간식과 분유, 기저귀가 있는 곳을 찾아 누빌 수 있습니다. 체력이 국력 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체력이 없으면 육아를 하기 힘듭니다. 생후 22개월이 된 아이들은 뛰고 달리고 매달리고 에너지가 넘쳐납니 다. 아이들이 최근에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는데 두 아이가 벌써 소 한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처음 이라 힘든 거였습니다. 아 이를 키워보니 아빠의 육아휴직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정 부 지원으로 150만 원의 휴직수당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금은 육아휴 직 급여를 받으면서 쌍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고민을 했었는데, 가족의 도움과 정부의 지원 덕분에 잘 생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에 출산율이 가장 낮 다는데요. 이건 육아를 여성의 책임으로만 여기는 편견과, 남성의 육 아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아서 아빠의 참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 각합니다. 일하는 여성이 점점 많아지고 여성도 남성처럼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저출산 이란 문제 안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 118 지금 시작하세요 119

61 죠.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저출산 국가 로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남성 여러분! 하루빨리, 한 달만이라도 육아에 나서서 어머니의 고 충, 아니 아내의 고충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 정을 직접 돌봐주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순간의 기쁨을 누리기 바 랍니다. 남성의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여성의 휴직도 보장받고 더욱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저는 오늘도 열심히 사는 슈퍼맨 아빠 가 되겠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나는 김주부 입니다. 김윤재 (43세 군인) 아이를 키우는 데는 열 달의 태교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은 세 살까지 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봤다. 그래서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내가 직접 육아휴직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오전 7시에 일어나 부엌으로 출근을 하고 냉 수 한 사발로 잠들었던 몸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는 잠시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까? 하고 생각하는 동시에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식탁에 올리며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평소에는 아침을 먹고 아들과 산책을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지만 매주 수요일엔 아들과 함께 오전 11시에 있는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난 뒤 산책을 하고 저 녁 준비를 위해 장까지 봐야 하는 바쁜 일정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절 로 난다. 내가 이런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5개월째. 방금 일어난 120 지금 시작하세요 121

62 아들이 웃는 얼굴로 아빠, 아빠! 를 외친다. 나는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면서 아들 이마에 뽀뽀를 한다. 요즘 아들과 나의 아침 인사다. 지 금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빠, 아빠! 를 외치는 우리 아들이지만 예 전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최근 나와 아들 사이에 일어난 변화 를 소개할까 한다. 만혼 커플, 엄마, 아빠가 되다' 나는 바다를 지키는 해군이고 아내는 군무원이다. 우리는 혼기가 꽉 찬 만혼 커플이었다. 1년 6개월간의 알콩달콩한 연애 끝에 내 나이 마 흔 살에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계획은 조금 천천히 생각하기로 한 우 리 부부에게 아이'라는 축복이 조금 일찍 찾아왔다. 솔직히 조금 당황 스러웠지만 금세 여느 부부처럼 첫아이에 대한 기대와 정성을 쏟으면 서 임신 기간 내내 건강한 출산을 위해 준비를 했다. 피곤한 몸으로 퇴 근해서도 집안 청소와 정리는 기본. 뱃속의 아기를 위해 동요 작은 별' 을 개사해서 불러줬고 매일 밤 태교 동화를 읽어줬다. 임신 육아교실 도 함께 다니며 좋은 엄마, 아빠가 되자고 다짐했다. 10개월 후 아들이 태어났다. 아내는 군무원이라서 출산휴가 및 육아 휴직이 비교적 순조로웠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근무를 계속해야 했고 세미나와 학술회의에 참석해 업무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 서 고민 끝에 딱 1년만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내가 휴직을 해서 육아 를 전담하는 동안엔 별다른 걱정 없이 지냈다. 그러나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가면서 나의 고민도 점점 커져 갔다. 해군이란 직업은 한 달에 20일 이상의 긴 항해를 해야 해서 집을 비우 는 일이 많은데, 이 때문에 아들과 친해지기가 어려웠던 거다. 항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기쁜 마음으로 아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사들 고 오지만, 아들은 "아빠 라고 한번 불러주지도 않고 서먹하게 서 있다 가 과자만 들고 다시 엄마 품으로 갔다. 내 아들이 아빠를 아빠라 부르 지 않는 상황 은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깊은 상처가 됐다. 아빠, 엄마 를 부르며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 아 빠와 아이가 공원에서 함께 놀며 다정하게 웃는 모습. 이런 게 내가 생 각하는 가족의 모습이었는데. 우리 가족의 모습은 달랐다. 그 무렵, 복직해서 육아와 업무를 같이 하던 아내는 점점 웃음이 사 라져 가고 있었다. 갈수록 아들과 더 멀어지는 내 모습에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뭔지, 중요한 게 뭔지, 이 시 기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됐 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열 달의 태교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은 세 살 까지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건 122 지금 시작하세요 123

63 아닌지 되돌아봤다. 그래서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내가 직접 육아휴 직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의 새로운 이름, 김주부' 팀워크가 어느 집단보다 강한 군부대에서 육아휴직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특히 육아휴직이 남성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제도가 아 니다 보니, 주위 시선도 편치 않았다. 속으로만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먼저 얘기를 했다. 오랜 시간 나의 고민과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왔기 에, 아내는 내 결정을 존중해 줬다. 오히려 내 육아휴직을 기다리고 있 었던 게 아니었나 싶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부대장님과 주위 분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육아휴직에 대한 고민을 하나하나 풀어가 기 시작했다.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의 의지와 주변인들과의 대화가 아닌가 싶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 육아 전문서적들을 사서 읽었다. 200년 전 독일의 목사가 자신의 아이를 교육한 과정을 쓴 칼 비테의 교육학', 그리고 500 년 전 에라스무스의 아동 교육론'까지 읽으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 스스로 만족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슈퍼맨으로 다시 태어나자.' 일장춘몽( 一 場 春 夢 ) 육아휴직 생활 본격적으로 시작된 육아휴직 생활은 한 마디로 일장춘몽( 一 場 春 夢 ) 이었다. 아이와 다정하게 놀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책을 읽고, 같이 산책하는 건 그야말로 책에서나 나오는 상황일 뿐, 현실은 너무나 냉 혹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헉! 헉! 숨이 찰 만큼 힘든 게 바로 육아의 현실이었다. 육아휴직 첫날, 아내가 출근을 하려고 하자 아이는 곧바 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각종 서적에서 나온 이런저런 조언들을 따라 해봤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나는 혼란에 빠졌 다. 그렇게 몇 십분 동안 겨우 달래고 달래 아침을 챙겨서 먹이니 이번 엔 응가를 한다. 한번 크게 웃으며 깨끗하게 목욕하면 되지. 라고 생각 하고 있는데, 출근길에 울던 아이가 걱정스러웠는지 아내한테서 전화 가 왔다. 우성이는 별일 없어요? 그럼~ 아빠랑 얼마나 잘 놀고 있는데. 걱정 말고 일 열심히 해 요. 저녁 맛있게 준비하고 있을게요! 네, 안심이 되네요. 고마워요. 이렇게 아내와 통화하는 사이, 아들은 기저귀도 차지 않은 상태로 매 트 위에 쉬를 하고 있었다.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만지작 거리 기까지! 또 한 번 충격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목욕을 시켜놓고 더러워 124 지금 시작하세요 125

64 진 매트를 정리하는 사이 아이는 낮잠을 잔다. 이제 나만의 시간이지 만 커피 한 잔의 짧은 여유만 즐기고 나를 기다리는 집안일을 시작한 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싱크대에 그릇들을 정리하니 벌써 오후 4시. 저녁 준비할 시간이다. 가정주부의 하루가 이렇게 돌아가는 지 몰랐다. 정말 몰랐다. 내가 본 책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 집안일 중에 가장 힘든 부분은 요리였다. 요리 초보인 내게 TV와 블 로그는 요리 선생님이었다. 특히 요리 프로를 자주 봤는데, 방송을 보 며 적어놨던 레시피대로 혼자 만들어 본 요리 맛은 감동이었다. 그렇 게 하나하나 음식을 만들다 보니 지금은 된장찌개부터 콩나물국, 카 레, 짜장, 두부 요리, 볶음밥, 닭볶음탕을 자신 있게 만들 수 있게 됐 다. 퇴근한 아내가 내가 만든 따뜻한 저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런 게 주부의 보람이 아닌가 싶다. 또 SNS를 통 해 주위 분들의 많은 응원을 받으니 요리와 육아에 대해 점점 더 큰 욕 심이 생겼다. 물론 어려움은 있겠지만 내가 원해서 시작한 길을 후회 없이 즐기기로 다짐하며 김주부'로서의 삶에 적응해 나갔다. 엄마들과 친해지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육아와 집안일 두 마리 토 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달쯤 되었을 때 끝없는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가면서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처음 문화센터에서 하는 육아교육을 받기 위해 교 육장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먼저 온 엄마들의 눈빛이 부담스럽게 느 껴지면서 몸이 저절로 경직됐다. 엄마들 또한 남자의 등장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순간 내가 왜 여기 있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 나? 하는 온갖 생각들이 스치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도 아들의 수업을 위해 왔으니까 40분 동안 최선을 다 하자! 며 마음을 다잡고 어색하게 주위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민망함을 참아가 며 아들과 체조도 같이 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더니, 몇 분 후 다시 찾아온 좌절감. 선생님이 모두에게 한 곳으로 모이라고 하자 엄 마들은 조금의 틈도 없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아이와 함께 놀이를 했 다. 나와 아들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상황을 눈치 채고 뒤에서 혼자 노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그날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생각을 해 봐도 한 숨만 나왔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 결국 답은 나한테 있었다. 내가 변해야 타인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봐주지 않을까? 우 선 음식으로 공략하기! 평소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수업 시작 전에 나 눠 마시면서 인사도 하고 육아상담도 하며 어색함을 극복해나갔다. 다 126 지금 시작하세요 127

65 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엄마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면서 육아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 그렇게 가까워지면서 학기가 끝날 즈음에 는 김주부'가 되어 엄마들과 거부감 없이 지내게 됐다. 육아휴직을 한지 3개월쯤 지나면서 아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들이 잠을 잘 때 엄마 품이 아닌 내 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빠! 를 외친다. 아빠가 식사도 챙겨주고, 놀아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목욕도 함께 하며 보내는 시 간이 많아지면서 엄마 를 부르는 것보다 아빠 를 많이 부르게 된 거 다. 그래서 아내가 농담 삼아 아빠 아들, 김우성~ 이라고 몇 번 불렀 더니 며칠 전부터는 아빠 아들 이란다. 처음에는 잘 못 발음한 걸까 싶었는데 분명히 알고 하는 말이었다. 아빠 아들'이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들과 하는 산책이다. 육아휴직을 시작하면 서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데 여건이 되면 공원으로, 비가 오는 날 이면 마트로 간다. 필요한 물품도 사면서 각종 채소부터 관상용 동식 물을 볼 수 있고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어서 아빠의 산책 장소로는 최 고다. 여기 경남 진해에는 공원이 많다. 내가 자주 가는 내수면생태공 원'은 가막살나무, 왕버들, 회양목을 비롯한 황금갈대, 비비추, 산머 루, 벚꽃, 물칸나, 꽃창포 등 65종의 다양한 나무와 화훼 그리고 습지 를 갖추고 있어 산책 겸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아들이랑 매일 같이 산책하다 보니 이제는 낯익은 분들을 보면 아들이 먼저 어색한 인사를 한다. 그러면 어르신들도 그놈 봐라. 인사도 잘 하네., 안녕! 아빠랑 산책 왔네. 등 말을 걸어 주시니 자연스럽게 예절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난 수다쟁이가 된다. 우성아, 여기 노란색 꽃이 있네., 붕어가 뻐끔뻐끔 숨을 쉬네., 매미가 맴맴 울고 있네. 등등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보낸 5개월 동안 아들과 나의 추억이 하 나하나 쌓여왔다. 맞벌이를 그냥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경제적으로는 풍족할지 몰라도 어딘가 느껴지는 부족함을 메우기 위 해 더 많은 지출을 하지 않았을까? 지난 시간을 통해 지금의 행복을 깨 달았기에 지금 나의 생활에 만족하며 더 당당하고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육아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 다면 이 얘기를 해 주고 싶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대화를 나누세요. 세상이 닫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내 스스로 닫은 문 때문입니다. 그 문을 여는 것도 내 스스로 해야 합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그 문으 로 많은 분들이 보내는 응원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128 지금 시작하세요 129

66 우리 아이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아빠 육아휴직으로 아이가 달라졌어요 박선우 (38세 통신/제조업) 아이를 키우는 후배들에게 얘기한다. 나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 고. 그러면 자연히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육아휴직을 하려면 무조 건 어릴 때 사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꼭 아빠가 필요한 시점에 하라고 말이다. 교실을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무언가를 바라는 표정이다. 뒤따라 나 오는 옆집 친구와 또 다른 같은 반 친구. 큰아이가 내게 말한다. "아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도 돼? "응, 그럼 놀러 가도 되지. 아빠 먼저 집에 가 있을게. "아니. "같이 가자고? "응. 130 지금 시작하세요 131

67 이제 남은 건 육아. 분리 불안증이 있는 남자아이, 출근하는 길이 제 어느새 옆집 친구네 엄마, 그리고 다른 친구네 엄마도 와 있다. "같이 가시죠, 뭐 어때요. 그렇게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 등교 둘째 날, 난 아이에 이끌려 아들 친구의 엄마들과 함께 반 친구네로 갔다. 애 엄마들 틈바구니에서 아 빠는 나 혼자인 채로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다 왔다. 일 행복하다는 애 엄마, 출근하는 게 힘들다는 아빠. 아빠와 함께 있을 땐 아이에게서 불안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활동적인 놀이도 적극적 으로 받아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결국 아빠인 내가 휴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아내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내가 휴직을 하게 되면서 우리 가 족의 수입은 예전보다 40%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기본급보다는 상여금을 많이 주는 곳이었기 때문 에 기본급에 따라 책정되는 육아휴직 급여도 생각보다 적었다. 육아휴직, 꼭 엄마만 하란 법 있나? 8살, 5살 두 남자아이. 애 엄마 혼자서 활동량이 많은 남자아이 둘 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맞벌이라면 더욱더 힘든 일이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두 가지를 고민했다. 첫 번째는 학교. 두 번째는 누가 육아를 담당하느냐. 초등학교 때만큼은 공부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도시가 아닌 시골의 작은 학교를 원했다. 하지만 맞벌이라는 상황에서 출퇴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시골이라고도 도시 라고도 할 수 없는, 전교생이 150명 정도인 학교를 찾아가게 됐다. 잘 쉬다 오라고요?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여직원에 대해 출산휴가와 1년간의 육아휴 직이 의무화돼 있었기 때문에 일단 눈에 보이는 장벽은 없었다. 그리 고 내가 찾아본 사내 규정 어디에도 육아휴직을 여직원만으로 한정 짓 는 문구는 없었다. 회사 인사팀에 육아휴직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규정상의 문제는 없으 니 업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팀장님과 협의하고 팀장, 부 문장(임원)의 결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 직원이 육아휴 직을 낸 사례를 한 번도 못 봤으니 걱정이 됐다. 팀장님께 뭐라고 얘기 하지? 팀원들에게는? 132 지금 시작하세요 133

68 례를 들어주며 남성의 육아휴직에 아주 호의적이었고 꼭 필요한 사항 나는 방송통신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과 아이의 상태, 전체 적인 가정 상황, 나름 1년간의 일정표를 첨부한 계획서를 작성해서 육 아휴직원 결재 문서와 함께 팀장님께 갔다. 의외로 쿨 하게 반응하는 팀장님. "그래? 알겠고, 부문장님께 말씀드리고 면담 한 번 하자. 며칠 후 부문장님의 반응. "응, 팀장한테 얘기는 다 들었고. 얼마나 하려고? 1년? 1년 너무 길 지 않나? 시절 많이 좋아졌지. 나 때는 절대 꿈도 못 꿨을 텐데. 이렇게 싱겁게 끝나버린 면담. 이라고도 말씀하셨다. 팀원들은 나의 빈자리를 걱정하면서도, 1년을 쉰다는 것에 대해 부 러워했다. '남자가 휴직을 해서 얼마나 애를 보고 가사를 하겠냐.'는 생 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듯했다. 그러니 잘 쉬다 오라.'는 말을 먼저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휴직이 시작됐고 나는 매일 회사가 아닌 학교 로 가는 아빠가 됐다. 출근'이 아닌 등교' 하는 아빠 이제 중요한 결재는 다 받았고 인사팀만 남았다. 인사팀장과의 면담 에서도 특별한 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주문이 있었는데, 바로 자기계 발. 돌아올 때 자격증이라도 취득해 오길 바라는 거였다. 업무 특성으 로 그룹사에 파견을 나가 있는 상황이라 그룹사 현업에게도 나의 휴직 을 알려야만 했다. 업무 위치를 봐서 그룹사의 담당 임원까지 인사를 해야 했는데, 사내 에서 육아휴직을 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딱히 거부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현업 임원 분은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본인 후배의 사 매일 아이와 함께 등하교를 하면서 또래 친구들과도 얼굴을 익혔다. 선생님이나 학부모들과도 자연스럽게 인사하면서 학부모 모임이나 행 사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학교 모내기 행사, 체험활동의 도우미 역할. 공개수업 참관, 학부모 모임 참석. 회사에 다녔다면 가지 못 했을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이런 아빠의 모습이 편안함과 자신감을 심어줬던 것 인지, 자주 불안해하던 아이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큰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작은아이는 어린이집을 가고 큰아이 가 하교한 다음에는 작은아이가 하원했다. 이런 반복적인 생활과 함께 134 지금 시작하세요 135

69 틈틈이 청소, 빨래, 그리고 요리까지 하는 가사노동이 계속됐다. 대학 원이 3차, 4차 학기로 이어지면서부터는 학습량도 많아져서 혼자만의 시간은 생각만큼 주어지지 않았다. 과거 애 엄마가 육아휴직을 할 땐, 어린이집과 집만 왔다 갔다 하며 버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목표를 정하게 됐다. 그중 하나는 대학원이었다. 자기계발과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회사에 남아서 야근을 하면서 공부할 때 보다 시간을 내기가 더 힘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과 아이 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부 를 하기엔 집보다는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사무실이 훨씬 좋은 환경 이었다.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조금씩 달라져가는 아이 1학기가 지날 무렵 학교에서 진행한 아이의 정서 행동 사회성 발 달 검진' 검사 결과가 나왔다. 염려는 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좋지 않았 다. 약간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세(ADHD)가 있는 것으로 나 왔다. 특수교사인 애 엄마는 자기 아이가 특수교육 대상이 될 수도 있 다는 생각에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이 상황을 빨리 바로잡아야 했다. 바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가 심층검사와 소아정신과 진료, 그리고 놀 이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약을 먹거나 집중치료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니었고 매주 놀이 치료와 상담을 하기로 했다. 상담과정에서 나의 육아방식과 내가 발견 하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알게 됐다. 특히 내 아이는 특별하지 않은 보 통 아이(긍정적 의미)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를 인정하고 빨 리 방향을 잡아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로부터 메일이 하나 왔다. 매년 방학 때마다 가족 초청 행사를 하는데, 직원 자녀를 회사로 초대해 근무현장을 탐방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거였다. 이번엔 좀 더 규모를 키워 1박2일 캠핑을 한다고 했 다. 아이들과의 1박2일 캠핑이라. 좋은 이벤트라 바로 신청을 했다. 오랜만에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분들을 만나는데, 반응은 역시나 잘 쉬고 있냐.'는 거였다. 동료들과 같이 오신 형수님들은 아빠가 어쩌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캠핑의 프로그램 중 하나는 아빠가 요리를 하는 거였다. 제비뽑기로 선정된 요리를 주어진 시간 안에 하는 건데, 만들어야 할 메뉴는 간단 한 어묵부터 김치찌개, 카레까지 다양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나는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아이들의 끼니 136 지금 시작하세요 137

70 를 잘 해결할 수 있었고 가끔은 특별한 요리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칼질도 늘었다. 제비뽑기 목록에 있는 요리 모두가 이제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들이었다. 내게 주어진 요리는 샌드위치. 특별한 조리가 필요 없는 음식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고 2등을 따냈다. 복직 그리고 첫 출근 그사이 내 육아휴직을 결재해 주신 임원 분은 대표이사로 승진하셨 고 새로운 임원 분이 나의 직속상관으로 오셨다. 말이 새로운 임원이 지 신입사원 시절부터 안면이 있던, 잠깐 동안 나의 팀장도 하셨던 분 이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마침 부문 팀장회의 중이어서, 나를 회의실 로 부르셨다. 복직을 하고 부서 발령을 다시 받게 됐는데, 아직 그곳 현업에는 나 의 육아휴직을 알리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남자가 육아휴 직을 했다는 게 선입견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고 나도 그 의견을 수용한 거다. 나 자신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선지 좀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했 고 지금은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복직하면서 아쉬운 게 두 가지 있는데, 제일 아쉬운 건 나의 급여체 계가 바뀐 것이다. 실 수령액은 비슷한 수준인데 고정 상여금 대신 기 본급으로 채우는 구조로 바뀌었다. 따라서 올해부터 육아휴직에 들어 간 직원들은 육아휴직 급여를 더 많이 받게 된다. 회사 정책적으로 바 뀐 부분이라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하다. 이런 정책은 좀 일찍 시행하지.' 하는 아쉬움. "몇몇 팀장님들은 이 친구 알죠? 육아휴직했다고 해서 어디 도망갔 나 했는데, 다시 돌아왔네요. 부문장님의 인사말이었다. 평소 말씀을 편하게 하시기는 하지만, 역 시나 남자 직원은 육아휴직 중에 퇴직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 나 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몇몇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 후 퇴직 한 사례가 있었다. 그다음은 휴가. 현재 회사의 근속연수가 13년인데 원래대로라면 휴 가 일수가 20일도 넘는다. 그러나 육아휴직으로 작년에 근무한 일수가 1.5개월 정도이다 보니 올해 휴가는 3일뿐이다. 4일의 여름휴가가 있 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다 합해서 7일의 휴가로 올해를 버텨야 한다. 이렇다 보니 여름휴가까지 쪼개서 틈틈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138 지금 시작하세요 139

71 아이를 보살피는 사람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최근의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나 주변의 상황들을 볼 때, 이 말은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불안한 고용구조, 만족하기 어려운 급여체계와 복지. 기본적인 것들부터 충족되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를 돌보게 한다는 건 아이를 돌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에게까지도 피 해를 주는 일이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후배 직원들에게 가끔 얘기한다. 서두르지 말 고 편안하게 키우라고. 그리고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 붓지 말고 나 자 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고. 그러면 자연히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 다고. 더불어 육아휴직을 하려면 무조건 어릴 때 사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꼭 아빠가 필요한 시점에 하라고 한다. 큰아이에게 미안한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둘째아이가 태어나고 큰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게 됐는데, 마침 애 엄마는 직장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됐고 큰 아이는 동생이 생기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엄마로부터 느껴지는 스트레 스까지 감당해야 했다. 어린이집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 스도 심한데, 부모의 스트레스까지 전달되는 상황이었으니 얼마나 힘 들었을까. 다행히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란 커다란 환경 변화에 맞춰 내 가 육아휴직을 한 덕분에 많은 부분을 감싸 안을 수 있었고 아이도 한 층 잘 자랄 수 있었다. 이젠 매일같이 빨리 와서 딱지 치자.'는 아이들 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휴일인 오늘도 팔이 아프도록 아이들과 열 심히 딱지치기를 했다. 140 지금 시작하세요 141

72 울음을 터뜨립니다. 엄마 보고 싶어요. 그 표정이 불쌍하기도 하고, 육아휴직, 아이도 자라지만 아빠도 자란다 우습기도 해서 한 컷 찍어서 사진을 보여주니 아빠 하지 마! 라며 버 럭 성질을 냅니다. 권성욱 (41세 울산광역시 동구청) 아빠의 순위는 엄마보다 아래지만. 육아휴직 중일 때 집사람이 제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당신 그거 알 아? 나은이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거. 당신도 이제 나은 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 나은아, 엄마가 전화 안 받네. 육아휴직하며 아이와 함께 했던 일 년도 한 순간. 사무실에 휴직계를 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복직한지도 삼년이 지났습니다. 목 욕시키기, 변 치우고 기저귀 갈기, 끼니때마다 서툰 솜씨로 좋아하는 음식 간식을 만들어 먹이기, 유모차 태워 물 좋고 공기 맑은 곳 찾아 다니기. 아빠의 고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슨 일이건 "내가 할 거 야! 아빠 하지 마!"라며 손도 못 대게 합니다. 정 못할 것 같으면 "엄마 가 해줘." 아빠의 순위는 엄마보다 아래입니다. 학생들 인솔해서 지리산으로 1박2일 캠프에 간 엄마. 딸아이에게 엄 마 얼굴을 보여주려고 영상통화 버튼을 누르게 해서 한참을 기다리지 만 응답이 없습니다. 아직 저녁 스케줄이 끝나지 않아서 전화를 못 받 나 봅니다. 아빠의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엄마가 나오기만 기다 리던 나은이. 엄마 이따가 꼭 받으세요. 간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향해 손을 흔들지만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결국 우엥~ 하고 가끔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기도 합 니다. 그러면서도 같이 TV 보면서 제게 살짝 기대거나 자면서 팔에 안 길 때, 당직이나 야근이 있어서 늦게 들어오는 날 전화기에 대고 애교 스러운 목소리로 "아빠 언제 와? 나은이가 보고 싶어요."라고 할 때는 정말 귀엽습니다. 142 지금 시작하세요 143

73 서른여섯 노총각이 두 살 연상의 여인을 만나 막 신혼을 즐기려는 찰 나.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임신했다는 집사람의 선언. 뭐? 벌써? 아 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어 했던 쪽은 집사람이었고, 저는 둘이서 즐기고 살면 되지 아이는 오히려 귀찮지 않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했습 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가 되자 하지만 막상 아빠가 되자 저도 모르게 바뀌었습니다. 집사람보다 도 태교에 열성인 예비 아빠가 되어 점점 부풀어 오르는 집사람의 배 를 밤마다 쓰다듬으며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태교 CD를 듣고 태 교 일기도 썼습니다. 그렇게 열 달. 집사람이 들어간 분만실 앞에서 30 분을 서성이다 드디어 진짜 아빠가 되었습니다. 이름은 나은. 지난 열 달 동안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뇌었던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가 되자.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아이를 앞에 놓고 무엇을 해야 할 지 허둥대기 일쑤였고, 회사와 집이 너무 멀어서 출퇴근 시간만 한 시 간 반이 넘게 걸리다보니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대로 소파에 뻗어버렸 습니다. 좋은 아빠는 고사하고 나은이를 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조금 만 보채면 집사람에게 넘겼습니다. 육아는 오롯이 집사람의 몫이었습 니다. 낮이고 밤이고 나은이에게 시달려 제대로 잠도 제대로 못자는 집사람에게 미안하면서도 저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게 저 의 모습이었습니다. 바운서에 누운 채 애처로운 눈빛으로 엄마, 아빠가 안아주기만 기다 리던 나은이는 어느새 바닥에서 뒤집더니 기기 시작했고 곧 두 다리로 일어서서 스스로의 힘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걸었습니다. 정말 신기했 습니다. 친구들에게 얘기하자 이렇게들 말하더군요. 부모님과 집사람 이 알아서 키워서 난 잘 모른다. 고리타분하고 가부장적인 경상도 아 빠들 아니랄까봐 말이죠. 제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것은 이 순간이었습 니다. 드디어 육아휴직을 결심하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정말 찰 나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실로 경이롭습니다.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면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도 있 지만 주객이 전도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빠 육아의 참된 목적은 144 지금 시작하세요 145

74 행복한 아이로 만들기 위함이지, 똑똑한 아이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니 까요. 저는 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길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육아휴직을 결심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아무리 법적, 제도적으로 육아휴직 을 보장한다고 해도 외부에서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공무원 조 직은 여느 사기업 못지않게 보수적입니다. 따라서 육아를 이유로 휴직 을 하겠다는 것은 이단아 나 다름없었습니다. 여직원들의 육아휴직조 차 요 몇 년 사이에 겨우 정착되었는데 하물며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 이라니.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업무를 대신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수개월 동안 고심하고 직장 상사와 주변 동료들에게 애로를 호소한 끝 에 결국 일 년 기한의 전업 아빠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역시 공무원이 좋구나., 나도 1년만 집에 있으면 좋겠다.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육아휴직은 결코 장기 휴가가 아닙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업무의 연속입니다. 주부가 얼마나 고달픈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누구는 아이 셋도 본다며 아이 하나 가지고 뭘 그러느냐. 라고도 핀잔을 줍니다. 하 지만 아이가 하나이건, 셋이건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 육 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육아전쟁의 최일선에서 휴직 첫날, 집사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주고 출근 준비 를 도왔습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늦잠 잘 여유 따위가 없습 니다. 그 사이 나은이가 눈을 뜨고 엄마를 찾으며 찡찡대니까요. 어서 씻기고 밥을 먹여야 합니다. 아빠가 밥 먹을 시간은 없습니다. 전보다 더 정신없습니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 아이가 바닥에 물을 엎질러 놓 았습니다. 세수를 시키려니 떼를 쓰고 악을 부립니다. 집사람을 학교 까지 태워줄 준비를 겨우 끝내자 이번에는 때맞춰 모닝 응가를 터뜨려 줍니다. 도로 집에 들어가 엉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갑니다. 이것이 육아 전쟁의 최일선입니다. 그래도 엄마와 같이 나가는 것이 신나는지 나은이는 아빠 등에 매달려 다리를 까닥까딱하면서 기분 좋게 흥얼거 립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를 보면 초보 아빠 연예인들이 어린 자녀들과 알 콩달콩하게 사는 모습을 비추어 줍니다. 처음에는 서툰 솜씨로 이유식 을 만들거나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목욕을 시키다가 점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 같은 아빠로서 참 훈훈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극 히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죠. 때로는 현실의 육아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 아! 라고 외치고 싶기도 합니다. 방금 청소했는데 그 위에 빵가루를 뿌 리고 음료수를 쏟아 놓습니다. 차고 있던 기저귀는 어느새 벗어던진 채 146 지금 시작하세요 147

75 바닥에 똥오줌을 줄줄 흘리고 다닙니다. 참아야지. 하면서도 이런 광 경을 보다보면 어떨 때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이대로 빵~하고 폭발 해 버렸으면 싶을 때도 있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화풀이 한들 무 슨 소용이 있을까. 하면서 스스로를 달랩니다. 육아란 득도의 길입니다. 간식 먹다가 음식이 목에 걸리고 낮잠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 도 있었습니다. 미끄러운 욕실 바닥에서 넘어져 머리를 찧으면 큰일 납 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할 때는 갑자기 차가 옆에 지나가지 않는 지 신경 써야 합니다. 차 마시려고 올려놓은 커피포트를 혹시 건드릴까 봐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잠시 눈을 떼면 무슨 사고가 날지 모 르기 때문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주의를 집중해야 합니다. 세계 제일의 초보 아빠, 일상에 익숙해지다 주말에 아이와 잠깐 놀아주는 것과 하루 종일 아이의 모든 것을 케어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집사람이 도와주고 힘 이 되어 주지 않았다면 어쩌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명 목은 육아휴직이지만 가사일도 제 몫입니다. 청소에 빨래, 설거지, 장 도 봐야 합니다. 하루만 게을리 해도 집안은 난장판이 되고 집사람과 아이에게 먹일 찬거리가 없어집니다. 예전에 집사람이 육아휴직할 때 도대체 집에서 뭘하길래 집안 꼴이 이 모양이야. 라고 투덜댔던 제 모 습이 부끄러워집니다. 한 달, 두 달 세계 제일의 초보 아빠도 조금씩 익숙해져 갑니다. 집사 람이 출근하면 아침밥을 먹입니다. 욕조에 거품을 푼 다음 아이와 장 난감을 함께 넣어 놀게 한 다음 세탁기를 돌립니다. 그 사이 목욕을 끝 내고 산책시킨 후 간식을 먹입니다. 널린 빨래를 걷고 세탁기에서 새 빨래를 꺼내서 넙니다. 책을 읽어주고 점심을 먹이면 어느새 낮잠 시 간. 2~3시간 낮잠을 자는데 이때가 하루 중 유일한 휴식 시간입니다. 책을 읽고 육아 블로그에 사진을 올립니다. 방에서 나은이가 나 일어 났어. 라는 듯 울음을 터뜨립니다. 벌써 저녁입니다. 집사람을 마중 나 가 함께 오면서 장을 봅니다. 저녁을 차리고 밥 먹고 설거지하면 어느 새 잘 시간. 아이 양치만 시키면 하루 일과는 끝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문화센터에 갑니다. 꼭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엄마 들 사이에 끼여 있는 유일한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아이 손잡 고 오는 것이 강사나 엄마들한테는 호기심으로 와 닿나 봅니다. 하루 는 강사가 물었습니다. 아버님 혹시 자영업 하시나요? 그 순간 모든 엄마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자영업 하는 아빠라도 낮에 일해야지 대 낮에 애기 데리고 여기 올 시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차마 아저씨 백 수에요? 라고 묻지 못하고 돌려 말하는 느낌. 아뇨. 육아휴직중입니 148 지금 시작하세요 149

76 다. 라고 말하자, 옆의 엄마가 어디 다니시나요? 라고 묻습니다. 그 냥 가까운데 다닙니다. 그 직장 정말 좋네요. 니다. 당신 그거 알아? 나은이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거. 당신도 이제 나은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 육아휴직,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도 자라지만 아빠도 자란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그렇게 일 년은 금세 지나갑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서툰 솜씨로 맹물탕이나 다름없는 미역국을 끓여서 먹였 던 일, 처음으로 도전했던 핫케익을 숯댕이마냥 태웠던 일, 문화센터 베이비 수업에 갈 때마다 여느 엄마 못지않게 극성을 부리며 구르기 한번이라도 더 시키려고 했던 일, 깜빡하고 기저귀를 안 가져갔다가 수업 도중에 응가와 쉬야를 연타로 싸서 결국 젖은 바지를 벗긴 다음 점퍼에 둘둘 말아 왔던 일, 자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한밤중에 응 급실에 달려갔던 일, 처음으로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던 일. 이제 와 서 돌이켜 보니 그래도 일 년을 무사히 넘겼구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여전히 퍼펙트한 슈퍼맨 아빠'와는 거리가 멉니다. 요리는 여 전히 서툴고 손재주도 없어서 멋진 아빠표 장난감을 만들지도 못합니 다. 창의적인 놀이를 생각해 내지도 못합니다. 가사일 또한 실수 연발 이라 집사람에게 혼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서툴러도 늘 노력하는 팬더 아빠, 그게 접니다. 육아휴직 중일 때 집사람이 제게 이런 말을 했었습 150 지금 시작하세요 151

77 리 있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도리가 없었다. 본가와 처가가 모두 멀 오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여 정민승 (39세 한국일보) 어 주변에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었다. 게다가 아내가 복직하게 되 면 아들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 연이어 터졌다. 복직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내의 불안은 커져 갔다. 급기야 아내는 아들을 직접 보면 안 되겠냐. 고 했다. 여차하면 직장을 그만 둘 태세였다. 아빠와 1년 동안 시간을 보낸 아들은 아직까지 밝고 건강하다. 어린이집 이라는 첫 사회생활에서도 탈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것만 해도 완벽에 가까운 육아휴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내한테 쿨하게 그래 그만둬! 라고 이야기 하지 못한 것, 그렇 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이 없는 건 아 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런 생각이 우세했다. 어린 아들이 엄마 손길 을 영원히 필요로 하진 않을 텐데,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애 잠깐 보는 것 때문에 그만둔다? 아내가 맞닥뜨린 고비를 잘 넘기지 못 한다면 내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애 잠깐 보는 것 때문에 그만둔다? 신문기자로는 드물게 1년 동안의 육아휴직 행운을 누렸다. 돌이켜보 면 행운이지만, 휴직 전에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육아휴직 계획을 주변에 밝혔을 때 사람들은 말렸다.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동료들이 없진 않았으나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이들이 부정적이었다. 한창 일해 야 할 때에 들어앉아 애 본다고?, 그렇게 해서 경력 관리가 되겠어? 대놓고 반대하기보다는 이런 식의 반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 육아휴직, 기왕이면 기분 좋게 들어가고 싶었다 휴직을 결심하고 정당성 확보에 들어갔다. 휴직 이야기를 꺼내야 할 타이밍 에 대한 연구까지 했다.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고, 그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동료 하나가 휴직에 들어가면 남은 사람들이 뒤집어 쓸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툭 던지듯 휴직 이야기를 꺼낼 수 없 152 지금 시작하세요 153

78 었다. 평기자들이 대거 움직이는 인사철에 휴직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 람을 부장한테 사전에 털어놓았다. 공백에 대해 적절한 대비를 할 수 있었던 부장과 회사는 휴직계를 접수했다. 육아휴직에 들어 갈 수 있 는 권리가 나에게 있었다고 하지만, 기왕이면 기분 좋게 들어갔으면 하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부모님에게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여자가 나가서 돈을 벌고, 남자 가 앞치마 두르고 애를 본다? 시골에 계신 어른들의 경우 당시만 해 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설명 드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제도가 있고, 아빠가 애 를 키우면 손자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며느리가 일을 나 가면 국가 경제에 대단한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실 땐 어떤 어린이집에서 애가 맞는 동영상 뉴스 못 보셨냐, 그래서 말문 트일 때까지는 부모가 키우는 게 좋다. 그런데 그게 안 되면 집에 이모 를 들여야 한다. 그 비용이나 내 월급 이나 비슷하다. 그 비용 도와주실 수 있나. 그러니 당신 아들이 휴직 을 하고 직접 보는 게 낫지 않겠냐. 하는 협박도 했던 것으로 기 억한다. 육아휴직 1년의 부수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값진 것들 결국 회사와 가족의 배려로 휴직에 들어갔고, 아내는 복직에 연착륙 했다. 첫 돌을 즈음해서부터 아빠와 1년 동안 시간을 보낸 아들은 아직 까지 밝고 건강하다. 그렇게 자란 아들은 어린이집이라는 첫 사회생활 에서도 비교적 원만하게 적응해 별 탈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것만 해 도 완벽에 가까운 육아휴직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사와 육아를 1년 동 안 병행하면서 덤으로 얻은 것들이 많다. 이 세상의 반인 여자, 특히 엄마 들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육아휴직 1 년 의 부수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값지다. 가장 으로서 두 어깨 부담 가 득 1년 동안 밖에서 일을 한 아내가 이전과 다른 엄마로 거듭난 것도 덤이라면 덤이다. 아빠가 곁에 있어도 엄마만 찾아서, 엄마와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어 왕따 아닌 왕따가 됐다는 주변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혼자 피식 웃기도 하는 요즘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솔직히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휴직 기간 동안 많 은 이들로부터 부담스러울 정도의 부러움을 받았다. 남자가 육아휴직 을? 우리 회사에는 전례가 없는 일, 육아휴직 이야기 꺼냈다간 그날 로 찍힐 것 류의 간접적 부러움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1년이 아니어도 좋다, 육아휴직 급여 안 받아도 좋다. 눈치안보고 내 자식 내 손으로 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154 지금 시작하세요 155

79 그때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상을 한다. 내가 그때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당시 천천히 크렴 상황 기준으로 판단하면 아내는 아마 일을 그만 뒀을 것이다. 크게 줄 어든 소득 탓에 나는 회사 몰래 부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허리가 심재원 (38세 이노션) 휘도록 일하는, 돈 버는 기계 가 됐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래서 아들과도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고, 또 그 때문에 오 랜만에 일찍 귀가한 아빠를 보고도 아들은 시큰둥해 할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회의에 빠진 나는 불혹을 앞두고 다시 사춘 걷기 전의 아이를 하루 종일 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이도 즐겁고 아빠도 즐거울 수 있는 걸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산 책 입니다. 20개월 전후의 초보아빠들에겐 특히 산책을 권해드립니다. 기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면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게 된다. 지금의 평온은 그 덕택이다. 육아를 함께 하는 아빠가 되다 아내보다 야근이 많은 제가 육아휴직을 해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년 3월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 지도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저 역시 많이 망설 였습니다. 승진, 연말 인센티브, 복직 후 겪게 될 다양한 불이익들때문에 걱정이 많았죠. 불이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내와 장모님의 고 충을 알게 되었고, 지금 아니면 나누지 못했을 아이와의 교감으로 더 많 156 지금 시작하세요 157

80 은 걸 얻었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육아휴직 1호 입니다. 그래선지 주변에 서 육아휴직에 대해 많이 물어봅니다. 저는 꼭 하라고 얘기합니다. 아내와 장모님이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아이가 8개 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게 되면서 말이죠. 아이 키우는 이야기들을 육아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게 되었고 페이스북 에 그림에다(grimeda) 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인 아빠 육아를 시작했습니 다. 육아휴직을 계기로 육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육아 를 함께 하는 아빠 가 되었다고 조심스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돌보기, 산책이 최고입니다 절이 가니 좋습니다. 하지만 둘만의 시간을 통해 아이와 아빠의 정신 적 교감이 깊어지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20개월 전후의 초보아빠 들에겐 특히 산책을 권해드립니다. 육아를 해보지 않은 아빠들은 절대 알 수 없을, 아이와 단 둘이 있을 때 부딪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던 모습들이 지나고 나면 흐 뭇한 에피소드로 다가옵니다. 엄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더라도 하 루에 10분만이라도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 아이에겐 중요 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달리 아빠는 아이에게 예 측할 수 없는 놀이들을 제안합니다. 예측불허의 다양한 놀이들을 통해 아이는 어떤 상황이 와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고 그것 이 사회성이 좋은 아이로 자라나는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걷기 전의 아이를 하루 종일 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초 보아빠라면 30분만 지나도 도망쳐버릴 수 있을 겁니다. 아이도 즐겁고 아빠도 즐거울 수 있는 걸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산책 입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집 근처 창경궁과 같은 고궁을 중심 으로 산책을 다닙니다. 아이는 자연을 보는 것은 물론 연못 안의 잉어, 개미, 꽃과 나무 같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숲에서 안정 감을 갖게 되고 아빠 역시 도심의 찌든 삶에서 벗어나 숲이 주는 힐링 속에서 평온함을 갖게 됩니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하루 반나 하루에 10분만 투자하세요 대한민국의 바쁘고 지친 아빠들에게 적어도 하루에 10분만이라도 아 이와 시간을 갖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육아휴직 이 라는 제도를 통해 아빠 육아를 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진정한 아빠 로 새로 태어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직장인 아빠들이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정책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158 지금 시작하세요 159

81 심재원 (광고회사 아트디렉터) 씨는 27개월 된 아들의 아빠로, 2014년 3월 부터 페이스북( 맞벌이 부부가 육 아를 하며 느끼는 애틋한 심정과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한 컷 그림으로 연재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그린 쪽잠 자며 그리는 직장인 아빠의 육아 웹툰 은 육아의 세계에 갓 입문한 부모들의 절대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쪽잠 자며 그리는 직장인 아빠의 육아 웹툰 160 지금 시작하세요 161

82 Part2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 165 육아의 기쁨도 일의 행복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174 다둥이 엄마의 당당한 선택 180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아이에게 가세요 187 육아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193 두 번째 단축근무 신청하던 날 199 이 책에 나오는 참여자들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일부 실명)으로 실었습니다.

83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 박지애 (33세 기업/제조업) 아이가 100일이 지나자 뒤집고,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서고, 걸음마를 시 작했습니다. 9개월 동안 3시간 일찍 퇴근을 한 것뿐이었지만, 아이와 제 게는 시간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깊은 교감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체험수기 공모가 있다는 사실을 관리 팀으로부터 전해 듣고 그 날 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너 무도 많은 희로애락을 회사와 함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처 음 입사한 건 2009년 2월이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OOO환경연구소 에서 연구원으로 2년 동안 있다가 대전에 있는 OO기업으로 오게 되었 습니다. 대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대전엑스포 93 의 꿈돌이를 만나러 간 게 전부였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에서 자리를 잡게 될 줄은 몰 랐습니다. 164 지금 시작하세요 165

84 처음 입사할 때 지금의 소장님은 스물일곱 먹은 여자 혼자서 회사 를 위해 지방으로 왔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이 쓰이셨나 봅니다. 집을 구할 때도 조언을 해 주시면서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셨습니다. 그 후, 2년이 지나 결혼을 할 때도 회사 직원 모두가 축 하해 줬고, 결혼 후에 시련이 닥쳐왔을 때도 한마음으로 위로해 주었 습니다. 습니다. 동료들과 상사 분들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해 주셨고 산부인과 검진은 물론 업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우리 아기는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 습니다. 이 작은 아이를 맡기려니 눈물이 앞섭니다 두 천사를 가슴에 묻은 뒤 찾아온 아이 결혼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아이가 생겼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임신 6주 무렵 유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6개월 후에 또 다시 유산을 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유산은 정신적 으로나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 만 대표이사님과 소장님 그리고 팀원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속에서 회사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일을 그만두라는 말도 듣긴 했습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아이를 낳고도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더 건 강해지기 위해서 스쿼시, 등산, 자전거 등 제가 좋아하는 운동들을 열 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3년째쯤 되었을 때, 소중한 새 생명이 찾아왔 3개월의 출산휴가가 끝날 무렵, 회사에 복귀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 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곧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이 제 겨우 80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어요. 처음 어린이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닐 때 신랑과 정말 많이 울었어요. 산후조 리원에서 만난 동기 언니들은 대부분 둘째를 출산한 엄마들이었고 모 두 전업주부였습니다. 그래선지 다들 일을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어린 이집에 보내면 아이가 눈치를 많이 본다더라., 3살까지는 엄마가 옆 에 있어야 한다. 등등.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죠. 하지만 신랑도 저도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삶을 이어가려면 계속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신랑과 어린이집을 한 스무 곳은 다닌 것 같아요. 우리 동네에 아이 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그런지 어린이집이 10곳이 넘더군요. 166 지금 시작하세요 167

85 그런데 어렵게 어린이집을 정하고 상담을 받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 던지요. 그나마 우리 아이를 맡아주실 선생님께서 2장의 손 편지에 마음을 담아 주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적어도 뉴스에 나오는 그런 어린이집은 아니겠구나 싶었죠. 사실 그 즈음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뉴 스에 자주 나왔었거든요. 시댁에선 제가 일을 그만두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어요. 어른들께 괜찮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회사 복귀일이 다가 올수록 걱정이 늘어갔습니다. 9시에서 6시까지 근무인데 6시에 퇴근해서 어린이집에 가면 6시 30 분, 집에 가서 씻기고 분유 먹이고 재우면 다음날 아침인데, 100일도 안 된 아기에게 집과 엄마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세워주지 않으면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휴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소장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단축근 무에 대해 상의를 해보고려고요. 만나기 전에 대표이사님과 상의를 했다면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를 제안해 주셨어요. 어렵게 말씀드리고 싶었던 얘기를 먼저 꺼내주시 니 정말 감사했어요. 소장님께서는 아직은 아기가 먼저라면서 원하는 기간과 출퇴근 시간을 정해서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소장님도 아이 셋 을 키우는 부모였기에 누구보다도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것 같았어 요. 이 회사에 들어와서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느낀 순간이었죠. 그렇게 9시에서 3시까지 근무하기로 하고 아기 백일을 하루 앞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관리 팀과 근무시간을 확정 짓고 급여와 단축근무 기간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무기한으로 하고 싶었지 만 경제적인 사정도 있고 팀장으로서의 책임도 있어서 아이의 첫돌인 9월 말까지 9개월 동안 단축근무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행정적으 로 처리를 하면 그만이지만 동료들이나 팀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고민이 되었죠. 특히 이 회사에서 제가 첫 번째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 축근무를 신청한지라 많이 조심스러웠답니다. 100일 된 아기를 위해 단축근무를 신청하다 나와 아이에게는 더 없이 소중했던 시간들 12월 24일, 복귀 일주일 전 크리스마스 이브날 소장님을 만났습니 다. 제가 어떤 일로 연락을 드렸는지 예상하시고 계셨나 봅니다. 저를 단축근무를 시작하기로 하고 팀원들에게 이야기하려는데 참 미안하 더군요. 팀장인 제가 출산휴가를 갔을 때도 제 업무를 대신하느라 많 168 지금 시작하세요 169

86 이 힘들었을 텐데 단축근무를 한다고 하면, 제가 팀원이라도 달갑지 않을 것 같았어요. 비록 세 시간이지만 업무 공백이 생기게 될 테니까 요. 다행히 모든 팀원들이 잘 이해해주었고 저도 업무에 차질이 생기 지 않도록 점심시간도 없이 3시 퇴근때까지 열심히 일했습니다. 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단축근무 대신 이제 출퇴근 시간을 바꾸다 퇴근 후 아이를 데리고 와서 많이 놀아줬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정신 없이 일하고 와서 육아를 한다는 건 정말 힘들더군요. 몸살도 몇 번 나 고 체력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3시에 퇴근하니 아이가 아플 때 마 음 편하게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참 좋았 습니다. 단축근무를 한다고 하니 주변 엄마들이 많이 부러워했어요. 전업주부인 엄마들도 이런 제도가 있으면 일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 도가 도입되었지만, 사실 시간제 아르바이트가 아니면 일반 중소기업 에서 시행하는 곳은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9개월이 지나고 나서 정상근무를 하는 시기가 돌아왔는데, 대표이사 님과 소장님께서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단축근무를 연장하지 않아 도 되겠냐고요. 대표이사님께서는 아이가 편안해야 엄마도 편안하고, 그래야 일의 능률도 오르는 거라면서 필요하면 연장해 줄 테니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정말 울컥했어요. 사실, 이제 곧 단축근무가 끝나면 퇴근 후 6시 30분이 넘어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 는데 그때까지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친구도 거의 없을 테고 아이가 마 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그렇게 아이가 100일이 지나자 뒤집고,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서고,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9개월 동안 3시간 일찍 퇴근을 한 것뿐이었지 만, 아이와 제게는 시간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깊은 교감이 이루어졌 고 애착도 깊어졌습니다. 9개월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가더군요. 부모 로서, 회사에 소속된 연구원으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간 만큼 아이는 성장했고, 저와 아이의 생활도 안정될 수 있었죠. 단축근 무를 했던 시간은 단 한순간도 헛되지 않았고, 아이에게도 제게도 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줄어들 급여도 생각해야 했어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지원금을 한 번에 신청하기 위해 그때까지 신청을 하지 않 은 상태였거든요. 그랬더니 확실히 생활하기가 빠듯하더군요. 아이가 있어 돈이 나갈 데는 많아졌는데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었으니 말이죠. 단축근무를 계속하게 되면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더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싶다고 말 씀드렸어요. 현재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있는데 출퇴근 시간을 170 지금 시작하세요 171

87 30분씩 앞당겨서 하고 싶다고요. 사실 6시 퇴근과 5시 30분 퇴근은 정 말 큰 차이거든요. 대표이사님께서도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어요. 단 30분이지만, 퇴근길의 교통 체증이나 아이 병원 진료 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6시에만 어린이집에 가도 친구들이 대부 분 함께 있기 때문에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도 크지 않을 겁니다. 병원 을 데려가기도 여유로웠죠. 아침에 30분 일찍 출근하는 건 제가 평소 에도 8시 40분쯤 출근을 해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어요. 원들에게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게 참 힘들었을 겁니다. 특히 육아휴 직의 경우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 다. 일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도 1년에서 2년간만 저를 대신 할 인원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업무 능력에 있어서 격차가 크기 때문이 죠. 그런 점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인 저희 회사에서도 육아휴직을 통해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고, 직원들도 일과 가정 을 다 잡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제도가 더 많이 생기고 잘 정착된다면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적 손실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꼭 필요한 제도 어느덧 아이가 13개월이 되어갑니다. 입사 후 제게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보니 회사와 참 많은 일들을 함께 했구나 싶습니다. 여기 와서 결혼을 했고, 두 번의 아픔을 겪은 후 새 생명을 얻기까지 회사의 많은 배려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 축근무가 끝난 후 고용보험센터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를 신청 해서 한 번에 받으니 목돈이 되더군요. 지금은 조정된 근무시간에 맞 춰 아이도 저도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둔 직 172 지금 시작하세요 173

88 었다. 걱정에 걱정,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회사에 임신 소식을 알 렸다. 모두의 축하 속에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어느덧 육아의 기쁨도 일의 행복도 만삭으로 출산휴가를 앞둔 시점이 됐다. 우리 부서의 부서장님이 내게 출산 휴가 3개월 뒤에는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셨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강윤혜 (33세 병원/의료업) 1년간 육아휴직을 하겠습니다. 둘째 아이는 제 손으로 꼭 키워보고 싶어요. 라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부서장님은 흔쾌히 승낙해 주셨 아이는 금방 커버리고 나의 일, 내 삶을 놓아버리기엔 난 아직도 젊다. 그 리고 무엇보다, 난 일도 하며 아이도 보고 돈도 버는, 신랑에게 큰 소리를 빵빵 칠 수 있는 멋진 와이프다. 다. 문득 5년 전 첫아이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직전의 상황이 생각이 났 다. 첫아이 때는 지금의 육아휴직 이나 근로시간 단축 처럼 근로자에 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자리를 비우게 되 면 다른 사람이 내 업무까지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축하받아야 할 임신과 출산을 오히려 쉬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휴직 말고도 좋은 제도들이 많이 생기고 가임기 여성 근로자에게 더 나은 둘째 아이는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한 아이만 잘 키우자 라고 생각 하던 내게, 작년 가을 무렵 둘째가 찾아왔다. 큰 아이가 올해 네 살이니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 같아서 출산 후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말아 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 내년에 다섯 살이 되면 네 살 터울. 나이 차이도 딱 좋은 것 같고 축 복받을 일이었지만 기쁨과 함께 걱정도 생겼다. 바로 직장 문제였다. 두 아이를 키우려면 맞벌이를 해야 신랑 어깨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문득 바라본 거울,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덜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 말할 용기가 쉽게 나 174 지 않았다. 첫째 아이 때는 출산 휴가만 마치고 바로 복귀해서 지금까 6시간의 진통 끝에 낳은 둘째 아이. 첫째 아이 때는 느껴보지 못 했 지 지내온데다, 한 명도 아닌 두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길 자신도 없 던 또 다른 기쁨이었다. 하지만 밤낮으로 계속되는 수유와 육아노동(?) 지금 시작하세요 175

89 으로 지쳐가던중 문득 내 모습을 봤더니. 고양이 세수만 겨우 하 고 질끈 묶은 머리. 하루 중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고작 몇 분 남짓. 이 러다가는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담당자에게 이런 제도가 있는데 신청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담당자는 사내 첫 번째 단축근무 신청자라며 고용노동부에 알아봐 준다고 했다. 그 결과 최대 1년까지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좋아하는 일도 할 수 있고 더불어 육아도 할 수 있는 방법 이 있는지 알아봤고 우연찮게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가이드북 이란 책자를 보게 됐다. 임신, 출산, 육아기에 관한 근로제도를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자였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라는 처음 보는 제도가 있어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됐다. 다 읽고 나서 정말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 다. 일도 하고 육아도 하며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제도였 던 것이다. 특히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고 육아휴직 에 대비한 경제적 혜택도 있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육아에 집 중할 수 있도록 업무시간은 주 30시간 이내로 줄어들지만 연차나 경력 은 모두 인정되는 엄연한 제도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단축한 급여는 고용노동부의 지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데 필요한 서류만 내면 통장 에 빵빵하게 찍히는 금액을 볼 수 있다. 출산휴가가 끝나고 육아휴직 계약서를 쓰기 직전, 혹시나 해서 회사 육아의 기쁨도 일의 행복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내 경력, 내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휴직 에서 단축근무 로 바꾸었다. 사실 휴직을 하고 나면 1년 뒤 회사에 복귀해서 다시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일이 쉽지만 은 않을 것 같았다. 그 사이 내 빈자리를 채울 낯선 직원들, 또 복귀해 서 한동안 적응기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단축근무 가 최선의 선택인 것 같았다. 결국 단축근무를 1년간 하는 것으로 신청해서 지금은 주당 25시간씩 일한다.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까지 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9 시 30분에 출근을 해서 오후 3시에 퇴근을 한다. 그 사이 이제 8개월 된 둘째 아이는 친정엄마가 봐주시고 퇴근 후에는 내가 전적으로 돌보 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직까지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것도 하 루에 5시간 근무를 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176 지금 시작하세요 177

90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을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쉰다. 만약 한두 시간 더 일을 하게 된다면 그만큼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어서 간혹 아이 가 아프거나 볼일이 생기면 양해를 구하고 조기 퇴근을 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경력자를 1년이나 쉬게 하고 그 기간의 업무 공백을 다른 사람으로 채우는 것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하는 게 더 효율 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에 더 많은 워킹맘들이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여기저기 알리고 싶 다. 육아휴직을 해서 아이와 함께 있는 것도 좋겠지만, 하루 중 단 몇 시간, 나를 위해 투자하기를 권한다. 내 삶을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대한민국 워킹맘들 힘내자고 응원하고 싶다.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워킹맘! 아이는 금방 커버리고 나의 일, 내 삶을 놓아버리기엔 난 아직도 젊 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일도 하며 아이도 보고 돈도 버는, 신랑에게 큰 소리를 빵빵 칠 수 있는 멋진 와이프다. 단축근무 5개월째. 난 시간에 쫓기지 않는 워킹맘으로서의 삶에 만 족한다. 만약 단축근무가 아닌 육아휴직을 했다면 난 지금쯤 두 아이 육아에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단축근무가 끝나는 내년 4월 이후 부터는 정말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아직 모르는 분들을 만나면 마치 홍보대사 처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내가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기 때문 178 지금 시작하세요 179

91 말씀드렸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회사 전체의 자금을 관리하 는 나의 업무를 누가 1년 3개월 동안 대신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다둥이 엄마의 우스갯소리였지만, 그 사이에 책상이라도 빼면 어쩌려고 그래? 라는 당당한 선택 윤서영 (38세 코리아/제조업) 이야기도 들었다. 그때 알았다. 아이가 있는 여자가 육아와 일을 병행 한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를. 여러 번의 의논 끝에 산전후휴가 90일과 육아휴직 두 달을 합쳐 5개월을 쉬기로 했다. 나를 대신할 수 일하는 세 아이의 엄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 고 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이름 윤서영 석 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긍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다. 있는 계약직 직원도 뽑았다. 육아나 출산 때문에 대체인력을 채용할 경 우, 고용노동부에서 회사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회 사를 설득한 결과였다. 그렇게 첫째를 낳고 우는 젖먹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복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까. 둘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에겐 미안 한국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하지만, 임신의 기쁨보다는 이제 회사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부터 앞 섰다. 하지만, 엄마가 되어 용감해진 것인지 의연하게 임신 사실을 알 매달 1일이 되면 내가 항상 하는 일이 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를 신청하는 일이다. 180 렸다. 나를 대신할 수 있는 계약직 직원도 직접 뽑았다. 이번에도 나라 에서 회사에 주는 지원금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회사를 설득했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한 나는, 바로 첫아이를 임신했다. 회사가 그리고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회사에 피해를 줘서 외국계 기업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된 산전후휴가 90일과 육아휴직 도 안 되고 ( 임신 이 회사에 피해가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나로 인 1년을 사용하고 멋지게(?) 복직할 계획을 가지고 상사에게 임신 사실을 해 다른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 지금 시작하세요 181

92 아이가 돌이 지날 무렵, 셋째 아이가 찾아왔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는 그 순간,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젠 정말 사표를 써야 하는구나 였다. 나는 왜 일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는 것일까? 아이들 늦잠 한 번 제대로 못 재우고,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에 도 콧물 질질 흘리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 어린이집에 보내면서까지 왜 일을 하길 원하는 것인가? 다둥이 엄마의 선택, 사표만이 정답일까? 내가 벌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지 만,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전세보증금과 이제 곧 태어날 셋째까지 다섯 식구 생활비를 생각하면 심란해서 태교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 는 지경이었다. 이곳에서 10년을 일했는데,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게 돼 서 참 좋았었는데. 이제는 그냥 내 이름 석 자가 아닌 누구누구의 엄마 가 될 거란 사실이 행복하면서도 씁쓸했다. 그런데, 우연히 라디오 뉴스를 통해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라 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육아 때문에 종일 근무가 어려운 근로 자의 근무시간을 줄여주고, 상대적으로 줄어든 급여를 고용노동부에서 보충해주는 제도라고 했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제도적인 해결 방법은 찾았는데, 회사에서 과연 받아들여 줄까? 임신 초기, 좋은 생각 많이 하고, 좋은 음식 잘 챙겨 먹으며 쉬어야 할 때 나는 그렇게 현실적 인 고민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허무하게 경단녀 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답이 나왔다. 나는 경력단절 이 두려웠던 것이다. 주변에 많은 선배들 을 봐 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 고학년 이 되면, 엄마들은 다시 사회생활을 원한다. 그 목적이 경제적인 것이 든 자아실현이든 그 이외의 어떤 것이든, 사회생활을 원하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경력이 단절된 후 다시 사회에 나 오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급여 역시, 예전에 비 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나는 그렇게, 선배들이 밟아 온 길을 똑같이 가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회사에 낼 제안서 를 만들었다. 10년을 근무한 내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이용해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 었다. 근무시간을 줄이게 될 경우 내가 꼭 맡아서 해야 하는 업무와 다 른 사람에게 넘겨도 상관없는 업무를 구분했고,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 182 지금 시작하세요 183

93 인원을 고용해야 할 수 있다는 점도 적었다. 나를 계속 고용했을 때 회 사에서 얻는 장점과 단점, 무엇보다 내 제안서의 내용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를 이용 하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간절한 제안이 받아들여지다 린이집에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고 아프면 좀 더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 아침 8시까지 늦잠을 재워도 되고, 일하지 않는 엄마들처 럼 태권도 학원이나 발레 학원에도 데리고 갈 수 있다. 아플 땐 일찍 데 리고 와서 집에서 쉬게 할 수 있다. 세 아이 모두, 낳자마자 갓 백일만 넘겨 어린이집 선생님 손에서 자라게 한 게 너무나 미안했는데, 늦게나 마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기쁘다. 게다가 일도 계속 해서 이어 나갈 수 있으니 행복하다. 제안서를 제출한 날, 회사는 술렁거렸다. 일단, 요즘같은 저출산 시대 에 셋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셋씩 이나 되는데도 계속 일을 하겠다는 나의 태도에도 놀라워하는 것 같았 다. 상사는 새로운 생명을 가진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본사와 협의 후에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법적인 근거를 들며 나의 제안서가 꼭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 했다.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법적인 근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 문에 법적 조항을 하나하나 찾아서 말씀드렸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며칠이 흐른 후, 본사로부터 나의 제안을 받아들 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말 기뻤다. 셋째를 낳고 산전후휴가 90일을 쉬고 난 후부터 출근시간은 오전 10시, 퇴근시간은 오후 1시로 하루에 3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이제는 추운 겨울날, 아이를 아침 일찍 깨워 어 많은 근로자와 기업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그 자체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우 리나라의 모든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나 선배들(아이 키우며 회사 다니느라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전전긍긍하는)에게 이야기하면 그런 제도가 있었냐, 있어도 우리 회사 에선 100% 해주지 않을 거다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활용되 지 않는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 경험상 이 제도는 기혼여성을 고용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 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더 집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하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184 지금 시작하세요 185

94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사무실에 없는 시간에도 다른 직원들 이 불편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일처리를 하는 부지런함과 노련함도 생 겼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경력단절 을 경험하지 않게 되었 고, 근무시간을 단축한만큼 상대적으로 줄어든 급여를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해 주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게 경제적 으로 녹록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아이에게 가세요 서주희 (34세 스튜디오/게임제작업) 물론 퇴근 후에도 아이들을 챙기느라 편히 쉴 수 없고 직장인과 전업 주부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르지만,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일하는 세 아이의 엄마, 쉬운 일 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 리고 무엇보다도 내 이름 윤서영 석 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 게 있어 큰 긍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다.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부모 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지 누구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 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평생 불러보고 싶었던 단어 엄마! 이제 내가 엄마 로 불리며 너한테 사랑을 줄 수 있어서 감사해. 10년 가까이 인사 업무를 해온 제게 어느 날 육아 문제가 찾아왔습 니다. 엄마로 살기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경력, 내 일을 포기해야 하 나.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용센터 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든든한 희망 고용보험 안내 책자를 보게 되었 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는 남성 직원이 90% 이상이라 모성보호나 지 186 지금 시작하세요 187

95 원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보니 여성이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어떻게 하면 여성 직원과 회사가 윈윈(win-win)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 게 됐습니다.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마저 남 성이었거든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가 생소할뿐더러 우리 사회 에서는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집에서 아이를 키워야 된다는 고정관념 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팀원들에게 단축근무를 하겠다고 얘기했더니 회사 상황을 보고 해야지. 라는 말부터 나왔습니다. 팀원들에게 섭섭 한 마음이 들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서면 안 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가 생 길 수 있으니 내가 첫 단추를 잘 끼워놔야겠다. 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 다. 다행히 저희 회사는 상하 수직 구조가 아니라, 수평 구조에서 각자 가 리더로서 자신의 일을 책임지는 문화였습니다. 그것이 제게 큰 힘 이 되었고 그토록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됐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부모 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지 누구보다 더 많 이 느끼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릴 적 부모와의 교감이 평생 아이가 자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 각합니다. 1단계, 동료에게 육아기 단축근무에 대해 홍보하자 어느덧 단축근무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되어갑니다. 그동안의 시간 을 돌이켜보니 3단계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 그렇습니다. 직 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상황이 어떤지 100%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 서 말로는 위로할 수 있지만 진정한 마음으로는 위로할 수 없다고 생 각합니다. 이럴 때는 최대한 같은 위치에서 최대한 같은 방향을 바라 볼 수 있도록 열 번이 되었든 스무 번이 되었든 소통으로 풀어가야 합 니다. 단축근무를 한다고 하면 회사는 일단 안 된다고 하겠죠. 단축근무를 할 경우, 회사도 고용지원금이라는 아주 따뜻한 선물을 받습니다. 하 지만 관심도나 필요성의 측면에서 회사에서 이 제도를 100% 활용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 또한 제 상황으로 닥치기 전까지는 대수롭 지 않게 느꼈으니까요. 지금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동료 들에게 홍보하십시오. 188 지금 시작하세요 189

96 2단계, 큰 욕심을 내려놓자 두 마리를 토끼를 잡는 건 쉽지 않습니다. 너무 큰 욕심은 오히려 자 기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야 합 니다. 저 또한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그 분 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육아와 일 모두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니 먼 산을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아이는 이제 생후 30개월 된 아들입니다. 2년 넘게 아이를 키우면 서 느낀 건, 육아가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흔히 육아가 천국과 지옥 을 넘나드는 것 같다. 고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육아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였어요. 아이와 마음을 나누려 할 때도 제 욕심을 조 금은 버려야 가능했습니다. 일 또한 제 욕심을 조금 내려놔야 아름다 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욕심을 내려놓는 건 쉽지 않네요. 그 래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생각이 바뀝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최대한 내려놓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야 답이 나온다는 겁니다. 3단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에게 힘이 돼주자 저의 단축근무 기간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단축근무를 하는 10개 월의 시간이 길다고 하면 길겠지만, 육아를 할 때는 너무 짧은 시간이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마음 이 뿌듯하더군요. 제가 아이를 출산한 이후 회사에서 또 다른 여성 직 원이 아이를 낳았어요. 그 동료도 육아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어서 제 가 인사 담당자로서 자신 있게 이야기 했습니다. 단축근무 활용해요. 괜찮습니다. 당신의 일에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아이에게 가세요. 라고. 이렇게 해서 우리 회사에 두 번째 단축근 무자가 생겼답니다. 남성 직원들 중에서도 아내가 복직을 하게 돼서 고민이 된다며 제게 상담을 해온 적도 있었어요. 그 동료에게도 힘이 돼 줬습니다. 저는 함 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나누면 나눌수록 좋 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돼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 겠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엄마가 회사에 가는 걸 받아들이지 못 했어요. 지금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 아이가 몇 명 되지 않더군요. 얼마 전에 어린이집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저희 아이가 엄마가 데리러 오고 있는 걸 무 척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좋으면서도 곧 있으면 다가 올 현실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아이와 교감하도록 190 지금 시작하세요 191

97 노력한다면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소중한 시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정말 고 맙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엄마 아빠! 힘내세요. 일하는 사람들의 든든 한 희망 고용노동부가 함께 해줄 겁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제도로 대 한민국 모든 엄마 아빠가 웃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앞으로 잘 부탁드 립니다. 육아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송희라 (35세 체육회/비영리 체육단체) 2015년 11월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슈퍼파워 민성이 엄마 드림 단축근무로 15시간을 더 현규와 보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면서도, 그 생 활에 적응하느라 힘도 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 을 보면,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겪기 전까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육아의 세계. 모든 게 처음 인 내게 엄마 라는 단어는 큰 책임감을 갖게 하고 많은 부족함을 깨닫 게 한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려 한다. 나 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체육을 지도하는 8년 차 지도자이다. 찾아가는 생활체육 을 지도하다 보니 내근보다 외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예절을 교육하면서, 제자들이 나로 인해 더디 게나마 변해가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192 지금 시작하세요 193

98 좌충우돌, 상상초월. 워킹 맘의 육아전쟁 몸이 회복되고 육아에 적응하는 사이 출산휴가가 끝나버렸다. 출산휴 가에 개인 휴가를 더해 100일 정도 쉬고 다시 출근을 했다. 시부모님께 서 아이를 봐주겠다고 하셨지만 시아버지가 전립선암에 걸리고 시누이 가 아이를 낳으면서 모든 계획을 바꿔야 했다. 우리는 어린이집을 급하게 알아봤다. 생후 7개월째에 접어든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현규도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지만 잘 적응해줬다. 고마워 아들~ 출산휴가가 끝나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아버지께서 암 수 술을 받으셨고 현규의 잔병치레도 이어졌다. 이런 변화들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퇴사를 고민했고 상 담까지 받았다. 사무실의 배려로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복귀하면 임산부라 못 했던 일들을 책임감 있게 해내리라 다짐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산부였을 때 겪었던 어려움은 그 후에 닥친 일 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일터에선 눈칫밥, 집에선 눈물 밥 우리 단체에서는 장애인 체육수업과 행사가 많아서 늘 일손이 부족 했다. 그런데도 워킹 맘인 나는 칼출근 과 칼퇴근 을 해야 하니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업무행사에 빠지는 횟 수가 늘자, 한두 번이겠지. 하면서 이해해줬던 동료들도 조금씩 불만 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근무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과 미안하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었다. 밝고 긍정적 이었던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보는 워킹 맘으로 변해 있었다. 아침 8시 30분에 어린이집에 가서 저녁 6시 30분에 집에 오는 건 생 후 7개월 된 현규에겐 힘든 일이었다. 현규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지 만 하루 24시간 중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한 시간, 저녁에 한두 시간이 전부였다. 저녁에 집에 오면 피곤했는지 일 찍 지쳐 잠드는 아이를 보면서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고, 아이가 커가 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게 너무 마음 아팠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의 어떤 엄마가 오전 10시에 출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육아휴직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면서 아이를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희망을 갖고, 한 달간 이 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고 회사에 조심스럽게 얘기를 해봤다. 거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194 지금 시작하세요 195

99 회사에선 긍정적으로 검토를 한다면서 내가 원하는 출퇴근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이미 회사의 많은 배려를 받 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회사에서 당연한 권리 라며 근무시간을 줄이라고 하니 눈물이 났다. 체육단체에서 여성 지도 자는 출산휴가 90일을 이용한 뒤에 퇴사를 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업 무에 복귀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일 지도자 중에 육아 휴직을 하거나 단축근무를 하는 경우는 아예 없거나 소수에 불과하다. 뭐든지 처음 이 참 중요한데, 그만큼 시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앞 으로는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길 바란다. 생후 14개월 때부터 걷기 시작하더니 이젠 나가서 놀자는 표현을 하고 밖에 나가면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는 아이가 됐다. 엄마의 소중함을 아는지 엄마 껌 딱지 가 된 모습을 보면 즐겁다. 단축근무를 신청하면서 느낀 건, 신청을 받는 기관에서도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담당자에게 설명을 하기도 어렵다는 거 다. 담당 기관에서 사업장으로 직접 나와서 신청자, 사업주와 함께 면 담을 하면 제도를 이해하고 신청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출산 휴가를 신청하는 기관에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 한 안내문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껌 딱지 아들과 나누는 소중한 시간 이제 단축근무도 3개월째에 접어들었다. 한 달간은 너무 피곤하고 괜 히 신청했나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까지 주 25시간을 일하면서 현규와 15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는 게 행 복하면서도, 그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도 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하루 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침에 엄마가 옆에 누워 있으면 현규는 8시 30분이 넘을 때까지 충 분히 잠을 잤다. 엄마와 아침을 먹고 함께하는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육아와 일을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 경력이 단 절되지 않으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어린이집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 여할 수 있는 이 제도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아이를 봐주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하시던 시부모님도 내가 활용하고 있는 단 축근무 제도에 고마워하신다. 1년간의 단축근무! 그 소중한 시간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놀이터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부지런한 엄마가 된 다면, 어느새 진정한 엄마 가 돼 있지 않을까? 회사가 개인의 육아에 196 지금 시작하세요 197

100 대해 공감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내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해 시켜 간다면, 1년 후엔 웃으면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초보 엄마의 좌 충우돌 육아 이야기는 계속된다. 쭉~ 두 번째 단축근무 신청하던 날 안현서 (29세 건설/건설업) 이제 사람들은 회사에서 돈 보다 미래 를 찾는다. 내 가족, 내 꿈, 내 자 리, 내 미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나는 단축근무 제도가 작은 시작 이 돼서 대한민국=야근 이란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를 처음 알게 된 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과장님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의 아이를 둔 부모가 단축근무 를 신청해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급여를 낮추면, 나라에서 그 차액을 일정한 비율로 계산해서 지원해주는 제도였다. 미혼이었던 그 때는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고,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과장님께 챙겨 드렸고 직원들이 굉장히 부러워했던 것도 기억난다. 아이가 이미 고등 학생이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마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 이었다면서 복지가 좋아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198 지금 시작하세요 199

101 그로부터 1년 뒤에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됐다. 1년 이란 시간이 짧다면 짧은데도 그동안 나는 단축근무제도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내게 이 제도를 먼저 제안한 건 회사 쪽이었다. 사모님이 직원 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이런 제도가 있으니 한 번 써보라. 고 권해 주신 것이다. 첫째가 생후 6개월일 때 일찌감치 둘째가 찾아왔다. 회사 일에 첫째 아이 육아, 입덧까지 겹쳐 몸도 마음도 성치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단축근무제도를 떠올리자, 마치 로또 에라도 당첨된 듯이 기뻤다. 당시의 마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필요한 제도였다. 생각도 못하던 때였다. 그 힘든 시기 동안 내가 단축근무를 하는 것만 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겼고 아이에게 사랑을 줄 시간이 늘어났다. 또 나라에서 지원금으로 급여의 일부가 나오기 때문에 급여가 줄어든 다는 부담감도 덜했다. 회사에서도 내가 단축근무를 하면 그만큼 내게 주는 월급도 줄어들기 때문에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이 제도를 이용 할 수 없는 직원들이 늦둥이를 낳아야겠다. 며 농담을 하곤 했지만 특 별히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었고 동료들은 오히려 나라의 발전에 이바 지한다며 응원해줬다. 육아+건강+급여, 세 마리 토끼를 잡다 또 한 번의 단축근무 신청 회사일이 바쁘거나 해야 할 일이 많을 경우엔, 많은 시간 몰아서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근무시간이 채워지면 회사에선 하루고 이틀이고 쉬 게 해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땐 먼저 쉬고 나머지 요일에 근무시간 을 채우는 방식으로도 일을 했다. 하루 8시간씩 일하다가 4~5시간씩만 일하다 보니 체력이 좋아졌다. 몸 상태에 따라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면 서 출근을 할 수 있으니까 마음의 부담도 많이 줄었다. 신랑은 개인사 업을 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따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랑이 휴 직을 한다는 건 곧 우리의 생활비가 없어진다는 것이라 신랑의 도움은 이렇게 첫 번째 단축근무제도를 써서 첫째 아이를 키웠고, 둘째 아이 도 뱃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올해 2월, 둘째를 무사히 낳았고 첫째에 대한 단축근무 기간은 8월로 끝났다. 이번엔 둘째에 대한 단축근무를 언제 신청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회사에선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엄마 의 손길이 필요할 거라며 단축근무를 이어서 해도 괜찮다고 했다. 두 번째 단축근무를 신청하기 위해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체험수기를 공모한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수기를 쓸지 말지 하루 정 200 지금 시작하세요 201

102 도 고민을 했다. 단축근무를 하고 싶어도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회사 사정 때문에, 그밖에 여러 가지 상황에 막혀 신청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사에서 먼저 알려준 덕분에 신청을 했지만, 분명 이런 제도가 있는 줄 알고도 신청하지 못하는 사 람이 많을 거라고 말이다. 년 만에 걷게 되고, 다시 1년 만에 말을 하고, 또 1년이 지나면 대답을 할 정도로 생각이 깊어진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생활비를 벌다가 삶이 힘겨워서 아이가 크는 모습을 놓친다면,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너무 슬픈 일 아닌가. 미래의 삶도 중요하고 꾸준히 월급을 받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으니까. 아이에게 밥을 해주든 옷을 사 입히든 전부 돈이 든다. 어디에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떤 남자의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빠져 굉장히 난폭했다고 한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남자는 스스로 학비를 벌고, 시간을 쪼개 공부도 열 심히 해서 결국 성공한 사람이 됐다. 주변 사람들이 남자에게 아버지 가 좋은 분이 아닌데, 이런 불우한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남자는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가 매일 술 에 취해 행패를 부린 건 맞다. 그래서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잠든 척하 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잠든 나를 보고 울면 서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해줬다. 그게 내가 나를 다잡을 수 있는 유일 한 희망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1년 전에는 눈도 못 떴는데 태어난 지 1 나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단축근무 제도는 분명 좋은 제도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반영했고, 엄마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는 무척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 다. 주변에서 이 제도를 이용한다고 해서 당장 부러운 눈길로만 보지 말고, 이 제도가 더 발전해서 나중에 내 자식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제 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내가 단축근무를 신청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축기간의 급여가 통상 기 본급의 40%였다. 그런데 지금은 60%로 올랐다. 이 제도는 점점 보완되 고 있고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사회 분위기만 봐도 직원에 대 한 복지가 좋은 회사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 다. 복지가 좋아지면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고 인재들이 많이 찾는다. 또, 직원들이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으면 회사 역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을 보면 연봉이 높은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복지 202 지금 시작하세요 203

103 가 좋은 회사를 찾아 외국계 회사로 옮긴 사람들이 많다. MEMO 이제 사람들은, 회사에서 돈 보다 미래 를 찾는다. 내 가족, 내 꿈, 내 자리, 내 미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나는 단축근무제도가 작 은 시작이 돼서 대한민국=야근 이란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누구나 직장에서 자아를 찾아가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 회가 되기를. 204 지금 시작하세요 205

104 고용노동부가 아빠의 육아휴직을 응원합니다! 육아휴직, 남성 육아휴직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마음껏 활용하세요 육아휴직제도 개요 대 상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 포함)가 있는 남녀 근로자 모두 기 간 최대 1년 (한 자녀에 대하여 남녀 근로자 각각 1년 사용 가능), 1회에 한하여 분할사용 가능 육아휴직 신청서 작성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는 근로자는 휴직개시 예정일의 30일 전까지 육아휴직 대상인 영유아의 성명, 생년월일, 휴직개시 예정일, 육아휴직을 종료하려는 날, 육아휴직 신청 연월일, 신청인 등에 대한 사항을 신청서에 적어 사업주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207

105 남성 육아휴직 근로자 지원 육아휴직 급여, 고용보험이 지원합니다 남성 육아휴직! 정부에서도 장려하고 있습니다 1 육아휴직 급여 지급조건 남성 육아휴직을 위해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은 경우로서 다음 조건을 모두 만족한 경우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1 육아휴직 시작한 날 이전에 고용보험 피보험 단위기간이 모두 합해서 180일 이상인 근로자 2 같은 자녀에 대해서 고용보험 피보험자인 배우자가 30일 이상의 육아휴직을 부여받지 않거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실시하지 않은 근로자 (30일 미만은 상관없음) '아빠의 달'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에 같은 자녀에 대해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를 지원 2 육아휴직 신청서 작성 (엄마, 아빠의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음)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종료되는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고용센터나 온라인을 통해 육아휴직 확인서, 육아휴직 급여 신청서, 통상임금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육아휴직 급여 신청서 서식은 자료실 서식자료실 출산전후/육아휴직 에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3 육아휴직 급여액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직장문화가 조성되어야 하고 기업에 대한 보상제도도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상한액 100만원, 하한액 50만원)를 월별로 받을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의 75%는 매월 지급이지만, 25%는 직장복귀 6개월 후에 받을 수 있습니다. 4 아빠의 달, 급여 인센티브 208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에 같은 자녀에 대해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를 지원합니다. (엄마, 아빠의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음)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기업과 근로자의 인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209

106 남성 육아휴직 사업주 지원 2 대체인력채용 지원금 제도 사업주님들, 상황과 필요에 따라 마음껏 활용하세요 육아휴직자, 회사,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지급대상 출산전후휴가, 유산 사산 휴가 또는 육아휴직 등의 시작일 전 60일이 되는 날 이후 새로 대체인력을 고용하여 30일 이상 계속 고용하고, 출산전후휴가, 유산 사산 휴가 또는 육아휴직 등이 끝난 후 30일 이상 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해야 하며, 새로 대체인력을 고용하기 전 3개월부터 고용 후 6개월까지 고용조정으로 다른 근로자를 이직시키지 않은 사업주 1 육아휴직 등 부여 지원금 제도 지급액 지급대상 출산전후휴가, 유산 사산 휴가,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자의 대체인력으로 신규 채용된 사람 1명당 월 30만원,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월 60만원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하 육아휴직 등 이라 함)을 30일이상 허용한 사업주 육아휴직 후 첫 1개월에 대한 금액은 1개월 이후에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육아휴직 등 종료 후 6개월 이상 계속 고용유지할 경우 지급 지급액 육아휴직 허용 시 : 대기업 월 10만 원(1,000인 이상은 월5만원),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월 20만 원(단,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제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 시 : 월 20만원,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월 30만원 3 대체인력 종합지원센터 운영 대체인력 종합지원센터는 기업수요 발굴 대체인력 풀 구성 취업 알선 으로 진행됩니다. 대체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대체인력 수요에 맞는 인력 풀을 모집한 후 사업주가 대체인력을 원한다고 접수하면 종합지원센터에서 즉시 인력을 충원해 줍니다. 대체인력을 대상으로 대체직무 맞춤 교육, 직장 적응훈련 등도 무료로 실시하고 육아휴직 등으로 빈자리가 생기면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을 거쳐 적합한 인력을 즉시 연결해줍니다. 또한, 고용센터와 새일센터에서도 대체인력 채용 지원서비스를 받으실 수있습니다. 연락처 대체인력뱅크 ( , 고 용 센 터 ( 1350, 여성새일센터 ( ) 210 지금 시작하세요 211

107 일과 가정 모두 지켜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일하는 부모를 위한 눈치보지 말고 사용하세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개요 대 상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 포함)가 있는 남녀 근로자 모두 기 간 최대 1년(한 자녀에 대하여 남녀 근로자 각각 1년 사용 가능), 1회에 한하여 분할사용 가능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및 분할 횟수 확대 예정(법개정 추진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서 작성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려는 근로자는 개시 예정일의 30일 전까지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인 영유아의 성명, 생년월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하려는 날과 종료하려는 날, 근무 개시 시작 및 종료시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 연월일, 신청인 등에 대한 사항을 신청서에 적어 사업주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213

108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지원 단축시간 만큼의 급여를 보조해 드립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매월 단위로 신청이 가능 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면서 근로자들은 소득감소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를 신청하고 받는 방법에 대해 잘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은 1/2만 받고, 나라에서 40만원 정도 보조를 받았고요. 월급이 100%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하루 4시간 일하고 이 정도 월급을 받는다는 게 어딘가 싶더라고요. 경력도 그대로 유지가 되었고, 연봉협상을 하거나, 진급하는데 있어서 그 어떤 것도 문제되지 않았어요. (박, 30대, 여) 1 신청방법 센터방문/우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신청서, 확인서(사업주 작성), 통상임금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고용센터에 접수하면 됩니다. 온라인 고용보험 민원신청 앱(2회차부터 가능) 2 신청시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매월 단위로 신청가능합니다. 매월 신청하지 않고 한꺼번에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3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받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시 힘들었던 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는 근로시간을 30일 이상 단축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통상임금의 60%에 단축한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지원합니다. 주 40시간 근무하던 근로자가 20시간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는 통상임금의 60% X 40분의 20을 지급합니다. 통상임금이 200만원이었다면, 60만원(200만원 X 60% X 40분의 20)을 지급받게 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산출 계산식 자료: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4),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 214 지금 시작하세요 215

109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업주 지원 2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체인력 채용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정부가 기업을 지원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경우 단축된 근로시간만큼만 일하는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대체인력을 구했다 하더라도 근로시간이 짧아 보수가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원대상 출산전후휴가, 유산 사산 휴가 또는 육아휴직 등의 시작일 전 60일이 되는 날 이후 새로 대체인력을 고용하여 30일 이상 계속 고용하고, 출산전후휴가, 유산 사산 휴가 또는 육아휴직 등이 끝난 후 30일 이상 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해야 하며, 새로 대체인력을 고용하기 전 3개월부터 고용 후 6개월까지 고용조정으로 다른 근로자를 이직시키지 않은 사업주 지원내용 맞춤형 제도가 준비되어 있다면 언제나 든든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사업주에게 다양한 지원제도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출산전후휴가, 유산 사산 휴가,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자의 대체인력 으로 신규 채용된 사람 1명당 월 30만원, 우선지원 대상기업은 월 60만원 3 대체인력 종합지원센터 운영 1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부여 지원금 지원대상 근로자에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부여한 사업주에게 단축기간 동안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대체인력 종합지원센터는 기업수요 발굴 대체인력 풀 구성 취업 알선 으로 진행됩니다. 대체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대체인력 수요에 맞는 인력 풀 을 모집한 후 사업주가 대체인력을 원한다고 접수하면 종합지원센터에서 즉시 인력을 충원해줍니다. 대체인력을 대상으로 대체직무 맞춤 교육, 직장 적응훈련 등도 무료로 실시하고 육아 휴직 등으로 빈자리가 생기면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을 거쳐 적합한 인력을 즉시 연결 해줍니다. 또한, 고용센터와 세일센터에서도 대체인력 채용 지원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원수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1인당 월 20만원 (우선지원대상기업 월 30만원) 연락처 대체인력뱅크 ( , 고 용 센 터 ( 1350, 여성새일센터 ( ) 216 지금 시작하세요 217

110 육아하는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 하세요 일하는 엄마 아빠에게 일 가정 양립 관련 고충상담과 육아정보를 나누는 생활밀착형 워킹맘 워킹대디 지원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임신 출산 자녀양육 관련 상담 및 생활정보 제공 자녀와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 직장 고충상담 및 컨설팅 등 자녀돌봄이 필요할 때 아이돌보미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시간제돌봄 (만 12세 이하 아동)과 종일제돌봄 (만 24개월 이하 영아) 서비스 제공 등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방법은? 거주하고 있는 읍 면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복지로 ( 를 통해 정부지원 신청 후, 아이돌봄 홈페이지 (idolbom.go.kr) 에서 서비스 이용 신 청 아이돌봄 대표전화 ( ) 장난감과 도서 이용 및 대여, 가족품앗이 활동을 지원하는 공동육아 나눔터가 있습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육아하는 아빠들이 자녀양육 경험 및 정보교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빠들의 모임이 운영됩니다. 공동육아나눔터와 아빠들의 모임 참여방법은? 218 신청방법 : 한국건강가정진흥원홈페이지 ( 에서 문의 지금 시작하세요

111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지금 시작하세요 발행일 2016년 1월 펴낸곳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주소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422 정부세종청사 11동 전화 기획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고용노동부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 제작 초이스커뮤니케이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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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피부과Part-01 PART 1 CHAPTER 01 3 PART 4 C H A P T E R 5 PART CHAPTER 02 6 C H A P T E R CHAPTER 03 7 PART 8 C H A P T E R 9 PART 10 C H A P T E R 11 PART 12 C H A P T E R 13 PART 14 C H A P T E R TIP 15 PART TIP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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