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2017 년대선과언론보도 미국언론의대선보도와가짜뉴스 손제민 경향신문정치부기자 서울대학교외교학과졸업 영국서섹스대학교졸업 경향신문사회부국제부문화부기자워싱턴특파원 류 ( 가짜뉴스 ) 언론을믿지마라.(Don't believe the main stream (fake 주news) media.) 백악관은매우잘돌아가고있다. 나는난장판을물 려받았고, 그것을바로잡는중이다. ( 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의트위터, 2 월 18 일 ) 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취임후백악관이매우잘돌아가고있는지, 그가정말전임자로부터난장판을물려받았는지에대해동의하지않는미 국인들이더많은것같다. 퇴임대통령버락오바마의지지율이 60% 에달 하는반면취임한달째인신임대통령트럼프의인기가 50% 에미치지못 하는것을보면말이다. 그럼에도언론종사자의입장에서 주류언론보도 = 가짜뉴스 라는트럼프의도식은좀더생각해볼부분이있다. 사실이거 칠고사실에부합하지도않는선동은지난미국대선기간내내의외로많 은미국유권자들의가슴을파고들었다. 가능할것같지않았던트럼프의 대선승리에는대중들의기성질서에대한불만 불신이크게기여했고, 언 론은그 조작된 (rigged) 시스템의한축으로여겨졌다. 26 관훈저널 봄호
주류언론만봐서는알수없었다 미국대선캠페인이본격시작되기전인 2015년초반만해도대다수언론들은이미클린턴가문과부시가문의왕조대결이될것이라는구도를짜두었다. 언론사들도두진영에대한취재에많은자원을배분했다고한다. 나머지후보들은흥행을위한조연들 (also-rans) 쯤으로여겼다. 하지만후보들의출마선언이후예상밖의일이벌어졌다. 샌더스와트럼프라는좌 우의포퓰리스트들이돌풍을일으키기시작했다. 언론의적응속도는현실을따라가지못했다. 도널드트럼프는공화당의후보가될수없다. 설사후보가된다하더라도미국의대통령이될수없다. 각정당의경선이한창이던 2016년 4월워싱턴포스트의경제담당기자치코할란은필자에게단언했다. 할란기자는 샌더스는너무급진적이어서결코민주당에서수용되기어려울것 이라고했다. 비슷한시기월스트리트저널의브렛스티븐스부국장은뉴욕주재문화홍보관이주선한한국언론과의만남에서이렇게안심시켰다. 트럼프의인기몰이는기이한현상이라고보며그의치솟는인기를너무과대하게해석할필요는없다. 그의지지층은중 하층백인들로실직후재취업할만한기술이없는사람들이다. 이들이엉뚱한곳에화풀이하고있는데, 만약트럼프가공화당후보가된다면큰차이로패할것이확실하다. 기자들의결론은이미내려져있었다. 다만두개의포퓰리즘을대하는미국언론들의태도는아주달랐다. 무소속상원의원으로 민주적사회주의자 를표방한샌더스에대해서는철저히무시전략이었던반면, 트럼프의한마디한마디는연일집중조명했다. 하버드대쇼렌스타인센터가 5대일간지 (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USA투데이) 와 5대 TV뉴스쇼 (ABC 월드뉴스투나이트 CBS 이브닝뉴스 CNN 시추에이션룸 FOX 스페셜리포트 NBC 나이틀 미국언론의대선보도와가짜뉴스 27
리뉴스 ) 의선거보도를양적으로분석한자료 ( News Coverage of the 2016 General Election: How Media Failed the Voters, 2016년 12월 ) 를보면트럼프와클린턴에대한보도빈도는 63 대 37로, 트럼프보도가압도적으로많았다. 연구소의설명은이렇다. 기자들은자기기사의보도가능성에굶주려있다. 트럼프뉴스의압도적인보도빈도는그의말과행동들이기자들의기사작성수요를이상적으로충족했기때문이다. 뉴스는통상적이거나예상되는것에대한게아니다. 그것은새롭고다른것에대한것이다. 갈등과분노가가미된다면금상첨화다. 트럼프는그런류의재료를트럭째제공했다. 트럼프관련보도는욕하면서도계속보는 막장드라마 와같았다. 허핑턴포스트설립자아리아나허핑턴이트럼프현상초기에 이제트럼프의발언을연예면에소개하겠다 며무시전략을제안했지만 CNN FOX 등케이블방송의압도적인보도경쟁에덮여잊힌목소리가됐다. 미국언론반성문, 또반성문 미국언론들은이번대선기간과대선후에반성문을여러번썼다. 대표적인반성문은 CNN 온라인의 2016년 1월 17일기사 ( How the media missed Bernie Sanders ) 와, 뉴욕타임스의 11월 9일칼럼 ( A'Dewey Defeats Truman' lesson for the Digital Age ) 이다. 전자는민주당경선때샌더스현상을제대로예측하지못한데대한반성이고, 후자는본선에서트럼프의승리가능성을전혀예측하지못한것에대한반성이다. 짐루텐버그논설위원이쓴뉴욕타임스의칼럼에는이런구절이나온다. 결과와관계없이여론조사와예측이트럼프득표와그가만들어낸운동의힘을과소평가했다는점은분명했다. 그힘은그의출마선언이후모든예측과예상을뒤엎었다. 대선당일에부상한그문제가여론조사보다훨씬커보인이유였다. 28 관훈저널 봄호
뉴욕타임스는이미논설위원데이비드브룩스의 2016년 3월 18일칼럼 ( No, Not Trump, Not Ever ) 을통해트럼프의공화당경선선전을예상하지못한것에대해반성문을쓴적이있다. 나를포함한수많은언론종사자들은트럼프지지자들이어떻게소외감을표출하는지이해하지못했다. 우리가트럼프현상이사그러들줄알았던것은그의지지자들과사회적으로섞이지못했고, 그들의이야기에귀기울이지않았기때문이다. 내가얻은교훈은이나라에대해정확하게보도하고자한다면내가이직업을수행하는방식을바꿔야한다는것이다. 사실미국언론들은과거대선때처럼이번에도열심히선거보도에임했다. 대선주자의정책분석과지지율조사에대한언론사의자체분석, 50개주를커버하는각후보진영의선거운동동행르포, 납세실적이나공직생활등심층적인후보자검증, 사정을봐주지않는거침없는후보자인터뷰, 그리고박진감넘치는대선토론회까지이들의저널리즘은참고하고배울점도많았다. 다만외신기자의입장에서아쉬운대목은미국민주주의의가장큰미덕이라고생각하는풀뿌리참여민주주의에대한조명이생각보다적었다는점이다. 민주 공화양당주요대선후보들의유세현장과경선투표현장, 전당대회, 그리고선거운동원들의폰뱅킹 (Phone-banking: 전화를걸어지지를확보하는캠페인방식 ), 캔버싱 (Canvassing: 가가호호방문해지지를확보하는캠페인방식 ) 등이른바그라운드게임 (Ground Game) 을가까이서관찰하며인상적인부분은경선캠페인등선거과정에서시민참여의폭이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폭넓고깊다는것이다. 각정당의대선후보선출경선이여전히 그들만의잔치 로머물러있는듯한우리와는달랐다. 네거티브와가짜뉴스 이번대선의본선은주요정당의두후보에대한높은비호감도때문에 미국언론의대선보도와가짜뉴스 29
정책논쟁이실종되고, 미국역사상가장지저분한선거중의하나로여겨졌다. 앞서언급한하버드대쇼렌스타인센터보고서의필자토머스패터슨은두후보에대한부정적인뉴스가지나치게많아지면서 두사람다진실하지않다 는관념이퍼졌고, 결과적으로그러한진흙탕싸움이오히려흠이많은트럼프에게유리하게작용했다고분석했다. 부정적인언론보도는각후보들의네거티브전략과상승작용을일으키는측면이있다. 하지만언론이두후보모두에게엄정한검증잣대를들이대는과정에서부정적뉴스가압도적으로많았던것을문제라고보기는어려운것같다. 어쩌면그보다더심각한문제는음모론과거짓정보를담은뉴스, 가짜뉴스 일것이다. 힐러리클린턴이피자가게근처에서아동성매매조직을운영한다., 교황이도널드트럼프를지지한다. 등이른바가짜뉴스는과거어느때보다이용자가늘어난소셜미디어를타고미대선전기간에걸쳐합리적인논쟁을방해했다. 버락오바마대통령의출생지가미국이아니다., 오바마는기독교도가아니라무슬림이다 라는주장등트럼프가불지피고브라이트바트 (Breitbart) 와같은극우온라인매체들이유포한거짓, 또는왜곡된뉴스를지금도적지않은미국인들이사실인양믿고있다이러한현실을힐러리클린턴은 당신이어떤의견을갖느냐는자유이지만, 사실자체를마음대로할수는없다. (You are entitled to your opinions, but you are not entitled to your own facts) 는말로잘꼬집었다. 언론들은팩트체킹코너를통해트럼프발언의진위를분석하며대체로이른시간내에시시비비가가려졌다. 클린턴도자신의이메일논란에대해거짓말을했지만트럼프에비할바는아니었다. 진짜사실 (true fact), 대안진실 (alternative truth) 등형용모순의말로특징지어지는 탈진실의시대 에진실의정의조차흔들리게됐다. 하지만가짜뉴스가아주새로운현상은아니다. 소셜네트워크의확산으로이번선거에서가짜뉴스의파급력이더컸을것으로짐작한다. 이번대 30 관훈저널 봄호
선의승패에가짜뉴스가얼마나결정적영향을미쳤는지는아직논쟁거리다. 스탠퍼드대연구팀의보고서 ( Social Media and Fake News in the 2016 Election, 2017년 1월 ) 를쓴경제학자매튜겐츠코우는통계분석을통해가짜뉴스가선거의승패에영향을줄정도는아니었다고결론내렸다. 한가지분명해보이는것은루퍼트머독의폭스뉴스가 1996년출범한이후자신의정치적견해를강화시키는뉴스만습득하려는뉴스소비자들의경향이이번선거를통해더강해졌다는점이다. 그들은왜불신하나 필자가보기에가짜뉴스못지않게심각한문제는왜주류언론의보도가적지않은사람들에게가짜뉴스처럼인식되는지, 주류언론보도 = 가짜뉴스 라는트럼프의선동이먹혀드는가이다. 결과적으로클린턴진영과주류언론의팩트체킹과가짜뉴스조명은 나는사기꾼 (crooked) 힐러리에맞서싸우는것이아니라사기꾼언론에맞서싸운다 는트럼프의프레임을넘어서지못했다. 이는미국언론들의반성문마다언뜻비치는듯하다가얼버무려진감이있는부분이다. 그것은결국언론보도가대중들의진짜삶의문제와괴리돼있기때문이아닌가한다. 미대선현장에서접한유권자들의목소리에서그것을어렴풋이느낄수있었다. 2015년 4, 5월각후보들의출마선언으로시작해 2016년 11월트럼프당선으로끝난미대선과정을취재한외신기자의입장에서기억에남아있는문구중하나는트럼프의트위터글과비슷한 리버럴매체들을믿지마라. (Don't Believe the Liberal Media) 이다. 이슬로건은대중의주류언론에대한불신을잘보여준다. 여기서 리버럴 매체에는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MSNBC CNN 등중도또는진보성향매체들뿐만아니라월스트리트저널같은보수성향의매체도포함된다. 이슬로건은선거기간내내등장했지만필자의눈에본격적으로들어온것은공화당전당대회가열린 7 미국언론의대선보도와가짜뉴스 31
월중순클리블랜드도심에서였다. 미국언론계전반의 좌편향 을고발하겠다며, 1987년출범한보수성향언론감시단체미디어연구센터 (MRC) 가배포한이피켓들은주류언론보도전반을불신하는트럼프지지층사이에넓게퍼져있었다. 이피켓을들고있던사람들이아주지적이고, 논리정연하지는않았지만그렇다고어리석거나괴상한사람들도아니었다. 미시간주의자동차하청업체에서일했다고소개한한백인남성은언론이워싱턴 월가전문가들의얘기에매몰돼미국사회의 진짜문제 를보도하지않는다고말했다. 그가보기에트럼프의말은과장돼있고, 때론사실을왜곡하지만자기같은사람들의가려운곳을긁어주고있다고말했다. 그는다른트럼프지지자들과마찬가지로이민자유입과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등무역자유화정책이삶을더힘들게만들었다고믿고있었다. 이남성은언론의관심이대부분후보의캠페인에초점을맞추는통에자기같은유권자들의목소리가주목받기어렵다고도했다. 정반대에있을것같은민주당지지자들사이에도이러한정서를확인할수있었다. 7월하순민주당전당대회가열린필라델피아에서만난한 50대후반여성은민주당경선과정에서주류언론들이일방적으로힐러리클린턴을지지한것에실망했다고했다. 코네티컷주에서빈민지원활동을하는이여성은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이체결된뒤자신이일하는푸드뱅크에서굶는아이들이엄청나게늘었다고말했다. TPP가발효되면자신이사는지역사회가절단날것이라고우려했다. 그는투표권을부여받은 18세때아버지손에이끌려공화당원이돼 1980년에로널드레이건을뽑고, 2008년엔존매케인을뽑았지만 2012년에버락오바마를뽑은전형적인부동층유권자다. 이러한생각은전당대회장안에들어온샌더스를지지하는대의원들에게서도많이들을수있었다. 대도시의중산층 엘리트들이즐겨보는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등주류매체들이 포퓰리즘에현혹되지말고정신차려야한다 고하는충고 32 관훈저널 봄호
는이들에게 잘난체하는 얘기로치부됐다. 백인우월주의에바탕을둔이민자혐오, 지구온난화라는과학적사실을부정하는태도등에열광하는미국인들을옹호하고자하는것이아니다. 언론은트럼프의거짓말, 트럼프정책의문제들을지금보다더물고늘어져야한다. 그와동시에그를지지하는사람들이왜그렇게되었는지규명하는것도중요한임무이다. 트럼프지지자들의절반은한심한사람들 (deplorables) 이라는클린턴식의인식으로는안된다. 필자는이번대선보도에서미국언론의실패가단순히트럼프의선거승리를예측하는데실패하는것에그치지않았다고본다. 그들의의도와상관없이트럼프의당선을돕는역할을했다는점도강조하고싶다. 미국언론도답을알고있다. 미국의정치저널리즘의전설적존재로남아있는워싱턴포스트기자데이비드브로더 (1929~2011) 가 신문 1면에가려진것 : 뉴스제작과정에대한솔직한얘기 (1987) 에서했던충고는이번대선때도자주회자됐다. 선거의바람을정확하게측정하기위해서는후보로부터떨어져나와유권자속으로파고들어야한다. 집집마다찾아다니며대중의여론을추출해야한다. 기자들이그들과비슷한사람들과만나서대화하며만들어낸 집단사고 에매몰되지말고살아서움직이는정치를읽으려는태도를강조한말이다. 기자는내부자가될것이아니라천성적인외부자의태도를견지해야한다는것. 머리로알면서도막상출입처문안으로들어가면쉽게잊어버리게되는자세다. 미국언론의대선보도와가짜뉴스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