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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국어생활

새국어생활 2015 년제 25 권제 1 호 봄

국립국어원 2015-02-01 정간위심의필 95-13-4-21 ISSN 1225-7168 새국어생활 Saegugeosaenghwal 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Vol. 196 인쇄일 발행일 2015 년 3 월 31 일 펴낸이 편집위원 기획 편집 민현식 남길임 이광표 주세형 진정란 최경봉 이승재 김형배 윤혜선 제작커뮤니케이션북스 ( 주 ) 펴낸곳 국립국어원 (www.korean.go.kr) 주소 157-857 서울특별시강서구금낭화로 154( 방화3동 827번지 )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154, Geumnanghwa-ro, Gangseo-gu, Seoul, Korea 전화 (02) 2669-9775 전송 (02) 2669-9777 정기구독신청및구독소감, 건의사항등문의 새국어생활 담당자 (02) 2669-9719 urimal365@korea.kr

차례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국어의표준발음과언어현실 3 이진호 국어교육과발음 17 김봉국 한국어학습자를위한발음교육방안 29 전나영 국어발음정책과발음교육의방향 45 배주채 광복 70 년, 우리말을생각한다 63 유애리

지금이사람함께찾는박물관, 다시찾는박물관으로 - 문영호국립한글박물관장을만나다 75 권창섭 문학속우리말이상의 절벽 과백석의 바람벽 - 어느벽은절벽이되고어느벽은새벽이된다 96 김승희 삶과우리말 우리말부라퀴가되리라 104 고정욱 세계의언어사전 : 프랑스 300 년전통의아카데미프랑세즈사전 112 하영동 국립국어원소식 129 [ 부록 ] 표준국어대사전 정보수정내용 150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국어의표준발음과언어현실 이진호전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특집 1. 들어가며 국어의발음은다양하게변이한다. 지역에따라모음의수가다르거나같은지역이라도한단어의발음이차이나는경우를무수히접할수있다. 가령 쇠 라는단어의발음을조사해보면 ㅅ 을표기대로 [ ㅅ ] 으로발음하는사람도있지만 [ ㅆ ] 으로발음하는사람도있다. 쇠 의 ㅚ 는발음양상이더다양해서단모음 [ ㅚ ], 이중모음 [ ㅞ ], 단모음 [ ㅔ ] 로발음하는경우가모두존재한다. 1) 그래서하나의단어 쇠 에대한현실발음은 [ 쇠 ], [ 쐬 ], [ 쉐 ], [ 쒜 ], [ 세 ], [ 쎄 ] 등매우다양하게나타난다. 이처럼한형태의발음이다양하게나타나는사례는많이찾을수있다. 이런경우에는발음의변이형중어느하나를표준또는기준으로정하게된다. 이것을흔히 표준발음 이라고부른다. 국어에는표준발음을규정한별도의어문규정인 < 표준발음법 > 이있다. 이에따르면국어의표준발음은표준어의실제발음을따르되전통성과합리성을 1) 많은사람들이 ㅔ 와 ㅐ 를구분하지못하기때문에이중모음 ㅞ 나단모음 ㅔ 도실제로는여러변이형이있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3

고려하여정한다. 쇠 의표준발음은 [ 쇠 ] 이지만 [ 쉐 ] 도허용하고있다. 단어의첫머리에놓인 ㅅ 은표기대로발음하는것이원칙이다. 단모음 ㅚ 는단모음으로발음하는것이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이중모음 ㅞ 로발음하는사람이많아서이중모음으로발음하는것까지허용하고있다. 이처럼표준발음은표기를기반으로하되실제발음을충분히감안하여규정하고있다. 때로는현실발음과동떨어진것이표준발음으로정해지기도한다. 가령 한빛 이라는이름을가진사람을부르는말 한빛아 의발음을사람들에게물어보면대다수의사람들은 [ 한비다 ] 또는 [ 한비사 ] 라고답을한다. 그러나표준발음은 [ 한비차 ] 이다. 국어에는모음으로시작하는조사가결합하면앞말의받침이그대로뒤음절초성으로발음되어야하는원리가있다. 2) 따라서 한빛 에조사 아 가결합한 한빛아 는 [ 한비차 ] 라고발음하는것이옳다. < 표준발음법 > 에서는자음이나모음의목록, 기본적인발음, 중요한발음원칙등을규정하고있다. 또한국어사전에는각각의표제항마다발음정보가들어있다. 그래서 < 표준발음법 > 과국어사전만찾아도표준발음이무엇인지쉽게확인할수있다. 그런데대다수사람들에게표준발음이나 < 표준발음법 > 은무관심또는불만의대상일뿐이다. 발음을어떻게하든말만통하면되는것아니냐는생각을가진사람들은무관심을, 자신의발음이표준발음이아니라는데불편한감정을가진사람들은불만을표명할것이다. 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괴리에서오는 2) 이원리를흔히 연음 ( 連音 ) 이라고부른다. 연음의원리는자음으로끝나는말뒤에모음으로시작하는문법형태소인조사나어미, 접미사가결합할때작용한다. 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거부감도적지않으리라생각된다. 이글에서는표준발음과현실발음이어떻게차이를보이며, 이것이 어떤현상으로이어지는지를살피고자한다. 이를위해 2 장에서는먼 저현행 < 표준발음법 > 에대해간략히개관한다. 3장에서는 < 표준발음법 > 에서규정한표준발음이현실발음과어떻게다른지를구체적인사례로검토한다. 4장에서는현실발음으로인해나타나는표기오류의문제를다룬다. 특집 2. 국어의 < 표준발음법 > 국어의표준발음은표준어규정의제2부인 < 표준발음법 > 에서규정하고있다. < 표준발음법 > 은총 7장 30개조항에걸쳐구체적인표준발음을수록하고있다. 많은나라에서표준발음의필요성을인정하고그에따라표준발음을정하고있지만, 국어처럼성문화된규정으로 < 표준발음법 > 을가진나라는거의없다. 언어정책에오랜역사와전통을가진프랑스나독일과같은나라들조차 < 표준발음법 > 은따로없고, 연극무대의발음이나국어사전에수록된발음정보등을표준발음으로정하고있을뿐이다. 영미권에서는방송언어의발음을표준으로본다. 국어의 < 표준발음법 > 을제외하면북한의 < 문화어발음법 > 과중국동북 3성의 < 조선말표준발음법 > 정도를표준발음법으로볼수있다. 둘다국외사례이기는하지만모두국어와동일한언어를대상으로한것이다. 북한에서는 1950년대부터 < 조선어철자법 > 의일부로서표준발음법을규정했으며, 1960년대에와서는이것을독립된어문규범으로분리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 문화어발음법 > 으로명칭을수정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5

했다. 중국동북 3성의 < 조선말표준발음법 > 은 1970년대에만들어져서 1999년에는 조선말표준발음법사전 까지간행되었다. 그런데이규정은 1960년대에정해진북한의표준발음법을근거로한것이어서큰차이가없다. 3) 국어의 < 표준발음법 > 은 1988년에공포되어 1989년부터시행되었으니북한이나중국의동북 3성에비해서는역사가짧다고할수있다. 그런데원래 < 표준발음법 > 을정하려는시도는 1968년부터있었다. 그리하여 1970년대중반에는가안 ( 假案 ) 이나오고 1970년대후반에는개정안이공개되기도했다. 그러나이후여론에떠밀리거나정치적상황때문에표류하고, 거기에다 < 표준발음법 > 을구체적으로제정하는기관까지바뀌면서이를공포하기까지약 20년의시간이흘렀다. 이처럼오랜기간 < 표준발음법 > 을제정하는과정에서 < 표준발음법 > 의성격도상당히변모했다. 초창기에는된소리와장음문제에가장초점이맞추어져있었다. 당시에는어떤소리를된소리로발음할지, 장음으로할지단음으로할지의문제가가장혼란스럽다고보고, 이두부분을중심으로하되다른부분까지함께다루었다. 이러한초기의접근은개별단어를중심으로혼란스러운발음을정리하는데주안점을두었다. 그러나마지막에나온 < 표준발음법 > 의내용은초기와는상당히달라졌다. 개별단어의혼란스러운발음을정리하는것보다는국어발음의전반을규정하고예측가능한규칙적발음이무엇인지를명확히설명하는방식을택한것이다. 그리하여초창기의 < 표준발음법 > 이개별 3) 북한의 < 문화어발음법 > 과중국동북 3성의 < 조선말표준발음법 > 에대해서는이진호 (2012) 에서다룬바있다. 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단어의표준발음을모아놓은 자료집 의형식이었다면, 최종적인 < 표 준발음법 > 은국어발음의중요원칙을담은 규정집 의형식이되었다. 그렇다고해서 < 표준발음법 > 에국어의발음원칙또는발음현상이 모두포함되어있는것은아니다. 현행 < 표준발음법 > 의성격을간략히요약하자면표기와발음이불일치하는경우를대상으로표준발음을규정해놓은것이라고할수있다. 표기와발음이일치하는경우는 < 표준발음법 > 에서아무런언급을하지않는다. < 한글맞춤법 > 에서는몇몇중요한국어음운현상의경우그것이반영된대로표기하도록규정하고있는데, 이런사례들은 < 표준발음법 > 에나오지않기때문에 < 표준발음법 > 이국어발음의모든측면을포괄할수는없다. 이를테면용언어간의마지막자음이탈락하는현상이라도어떤것은 < 표준발음법 > 에나오지만어떤것은나오지않는다. 아는 [ 아 : 는 ] ( 알+는 ), 사는 [ 사 : 는 ]( 살+는 ) 등에서보듯이 ㄹ 로끝나는모든용언어간은 ㄴ 으로시작하는어미앞에서 ㄹ 이탈락하며, 낳은 [ 나은 ], 낳으니 [ 나으니 ] 에서보듯이 ㅎ 으로끝나는모든용언의어간은모음으로시작하는어미나접미사앞에서 ㅎ 이탈락한다. 이러한두가지탈락현상은예외없이일어나지만 ㄹ 탈락은 < 표준발음법 > 에나오지않고 ㅎ 탈락만 < 표준발음법 > 에나온다. 그이유는간단하다. ㄹ 탈락은표기에반영하고 ㅎ 탈락은표기에반영하지않기때문이다. 표기와발음이일치하지않는경우만 < 표준발음법 > 에서다루므로 < 표준발음법 > 이국어의모든발음을완전히규정해주지못하는것은사실이다. 그러나이는어쩔수없는일이기도하다. < 표준발음법 > 이학문적입장에서국어의발음을모두규정해주어야하는것은아니다. 그것은국어음운론이라는학문분야에서하면된다. 표기대로발음하면되는경우까지굳이포괄하여내용을복잡하게만들필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7

요는없다. 개별단어의발음을알고싶으면국어사전을찾고, 표기와발음이일치하지않는경우의발음원칙을알고싶으면 < 표준발음법 > 을찾고, 국어발음의전반적인원리와원칙등을알고싶으면국어음운론과관련된학술서를찾으면될것이다. 3. 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차이 < 표준발음법 > 에서규정한표준발음은표준어의실제발음을바탕으로한것이지만둘사이에는적지않은차이가있다. 이러한차이가나타나는중요한이유중하나는 < 표준발음법 > 에서표준발음의대상으로본것은대체로 1980년대당시서울의토박이말을구사하는노년층화자들의발음이었다는점이다. 서울에살고표준어에가까운언어를구사한다고믿는사람들사이에서도세대별또는출신지역별로발음의차이가적지않다. 따라서 < 표준발음법 > 을정하던당시에도 < 표준발음법 > 과현실발음은차이가없지않았으며, 그로부터약한세대에해당하는시간이흐른현재는둘사이의차이가클수밖에없다. 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차이는여러측면에서나타나는데, 여기서는이중대표적인몇몇경우를살피기로한다. 우선가장두드러지는차이는단모음 ( 單母音 ) 의수에서찾을수있다. 표준발음에서원칙으로하는단모음의수는 10개 ( ㅏ, ㅐ, ㅓ, ㅔ, ㅗ, ㅚ, ㅜ, ㅟ, ㅡ, ㅣ ) 이다. 이러한 10개의단모음은 1980년대를기준으로하면경기도, 강원도, 충청남 북도, 전라북도, 전남서부권의노년층언어에서나타나고있었다. 그러나당시에도 ㅚ, ㅟ 는단모음으로서의지위가흔들려이중모음으로발음하는경우가많았다. 이러한발음현실을고려하여 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ㅚ, ㅟ 는이중모음으로발음하는것을허용하도록규정하고있다. 그러나현재중장년층이하의세대에서는대다수사람들이 7 개의 단모음만발음하고있다. 이것은 < 표준발음법 > 에서허용하는 8 개의 단모음중 ㅐ 와 ㅔ 를구분하지못한결과이다. 4) 현재 ㅚ, ㅟ 를단모 음으로발음하거나 ㅐ 와 ㅔ 를구분하여발음할수있는화자는전체 특집 국민중소수에불과하며그것도노년층에국한된다. 방송아나운서들의발음에서도모음은 < 표준발음법 > 을그대로지키는경우를찾기힘들다. 따라서시간이조금만지나면 < 표준발음법 > 에서규정하는단모음을온전하게발음하는한국인은만나볼수없을지도모른다. 이중모음의발음도표준발음과현실발음이차이나는대표적인사례인데, 특히 ㅢ 의발음이그러하다. ㅢ 의현실발음은워낙다양해서 < 표준발음법 > 에서도여러단서조항을두고있다. 단어의첫머리에놓이는 의 와 희다, 씌어 와같이 ㅢ 앞에초성이있는경우에 ㅢ 는각각 [ ㅢ ] 와 [ ㅣ ] 로만발음해야한다. 그밖에는현실발음을고려하여 [ ㅢ ] 이외의발음도인정하고있다. 그렇지만현실발음은여전히표준발음과는동떨어져있다. 예를들어 의의 와같은단어는표준발음의원칙은 [ 의의 ] 이고 [ 의이 ] 까지도허용하지만실제발음에서는 [ 으이 ] 로발음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 또한 주의 ( 主義 ), 협의 ( 協議 ) 와같은단어도 < 표준발음법 > 상의원칙인 [ 주의 ], [ 혀븨 ] 는거의나타나지않고허용안인 [ 주이 ], [ 혀비 ] 만이쓰일뿐이다. 자음은주로겹받침의발음에서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차이가드러난다. 예를들어 밟고, 넓다, 읽다 등과같이겹받침이있는말들은 4) 이때문에일상생활에서 ㅐ 와 ㅔ 를구별해야하는상황이되면, ㅐ 는 아이, ㅔ 는 어이 라고발음하는경우가흔하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9

표기상으로는받침에두개의자음이있지만발음상으로는겹받침중어느하나만발음해야한다. 이것은국어음절의종성에서두개의자음을발음할수없다는중요한원리에근거한것이다. 그래서 < 표준발음법 > 에서는겹받침의종류나단어에따라겹받침중어떤자음을탈락시킬지에대해명시적으로언급해놓았다. 그에따르면 밟고 는 [ 밥 : 꼬 ], 넓다 는 [ 널따 ], 읽다 는 [ 익따 ] 로발음해야한다. 그러나현실발음에서는이렇게발음하지않는경우를많이접할수있다. 겹받침을발음할때 < 표준발음법 > 에서규정하는그대로정확히발음하는사람이얼마나있을지의심이될정도로현실발음에서는겹받침중탈락하는자음에서다양한변이가나타난다. 5) 이때문에국어와관련된시험에서는겹받침의표준발음이무엇인지를묻는문항이종종출제되기도한다. 출제자입장에서야사람들이많이틀리는부분이니까출제한다고생각할수있지만시험을치르는입장에서는 < 표준발음법 > 을기계적으로외우지않으면풀수없는문항이기때문에 < 표준발음법 > 자체에대한불만으로이어지기도한다. 6) 자음동화에서도표준발음과현실발음에차이를보이는경우가있다. 대표적으로 ( 가기 ) 싫니? 와같이 ㅀ 으로끝나는용언어간뒤에의문을나타내는종결어미 -니 가붙는경우를들수있다. < 표준발음법 > 에따르면 싫니 는 [ 실리 ] 로발음해야한다. 이것은 끓는, 닳는 을 5) 이것을잘보여주는사례가 밟고 의표준발음이다. < 표준발음법 > 을정하는과정에서처음에는 밟고 의표준발음을 [ 발ː꼬 ] 로했다가최종적으로는 [ 밥ː꼬 ] 로수정을했던것이다. 6) 최근각종국어시험에서어문규범또는문법과관련된문항들이적지않게출제되고있다. 그러나지식을기계적으로외워야풀수있는것들이많아서도리어어문규범이나문법에대한반감을초래하는경우가적지않다. 1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각각 [ 끌른 ] 과 [ 달른 ] 으로발음하는것과동일한자음동화가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싫니? 를 [ 실리 ] 로발음하는경우는거의없다. 대체 로 싫니 대신 싫으니 [ 시르니 ] 라고발음하는데이것은명백한잘못이 다. 의문형종결어미는 먹니?, 잡니? 등에서보듯그형태가 - 니 이지, - 으니 가아니기때문이다. 7) 사람들은 [ 실리 ] 와같은표준발음이어색 특집 하여이것을피하기위해불필요하게 으 를더넣어 [ 시르니 ] 로발음하는것이다. 이상에서볼수있듯이표준발음과현실발음이다른모습으로나타나는사례는아주많다. 이러한차이때문에어떤사람들은 < 표준발음법 > 이잘못되었다고주장하기도한다. 그러나이런주장은수용하기어렵다. 그어떤나라의어떤어문규범도언어현실과정확히부합하는경우는없다. 어문규범은언어의변화속도를따라갈수없다. 언어가바뀌는대로어문규범을바꾼다면커다란혼란을초래할수밖에없다. 앞에서도지적했듯이 < 표준발음법 > 을정하던 1980년대의표준어에서도이미발음의변이는존재했다. 그당시에도이미표준발음과현실발음은달랐으며이러한차이는시간의흐름과더불어변화가누적될수록더커질수밖에없다. 이런사정을감안하면단순히언어현실과규범의내용이부합하지않는다는이유만으로비판을하는것은합당한태도라고볼수없다. 8) 7) 밥을먹으니배가부르다. 에서와같이이유를나타내는연결어미는 -으니 이지만이것은의문의종결어미와는다른어미이다. 8) 다만 < 표준발음법 > 자체의내적인완결성에문제가있다면이것은향후수정해야할것이다. 간단한예를들자면겹받침 ㄼ 의발음에대해 < 표준발음법 > 제10항에서는어말이나자음앞에서 [ ㄹ ] 로발음하는것을원칙으로해두었지만제18항이나제23항에서는 [ ㅂ ] 으로발음하는것처럼되어있다. 동일한겹받침의발음이조항에따라다른것은앞으로시정이요구된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11

4. 발음과표기오류 발음은한글표기와밀접한관련을맺는다. < 한글맞춤법 > 에는표준어를소리대로적되어법에맞도록한다고규정하고있다. 그러므로어법에맞도록하는경우가아니면발음나는대로표기하면된다. 이때의발음은당연히표준발음을의미한다. 따라서표준발음에서허용하지않는현실발음을그대로표기하면오류를낳는다. 실제현실에서는이런사례가자주나타난다. 사람들이흔히범하는표기실수는대체로발음에서비롯되는경우가많다. 식당메뉴판을보면 찌개 로써야할것을 찌게 로쓰는경우가적지않다. ㅐ 를 ㅔ 로잘못쓴것이다. 반대로 사레 를 사래 로쓰듯이 ㅔ 를 ㅐ 로잘못쓰는경우도많다. 이처럼 ㅐ 와 ㅔ 를정확히구분하지못하고서로혼동하는것은자주쓰지않는말일수록더욱그러하다. 이런실수는개개인의글에서만이아니고텔레비전의자막이나심지어공문서에서도나타난다. ㅐ 와 ㅔ 를혼동하여잘못쓰는것은국어의현실발음에서 ㅐ 와 ㅔ 가서로구분되지않는것과직접적인관련이있다. 앞에서도언급했듯이 < 표준발음법 > 에서는 ㅐ 와 ㅔ 를별개의단모음으로규정하고있지만이두개의모음은이미대다수국민들의발음에서더이상구분되지않는다. 그래서시각적으로명확히각인된단어가아니면 ㅐ 가맞는지 ㅔ 가맞는지혼동할수있다. 이러한어려움은외국인에게한국어를가르칠때에도고스란히나타난다. 한국어를가르치는선생님들도구별하지못하는단모음을표기에서는일일이구분해놓았으니외국인입장에서는전부외울수밖에없는것이다. ㅐ 와 ㅔ 의구분과관련된것으로 되 와 돼 의표기혼란을들수있 1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다. 텔레비전자막이나각종매체에서 돼서 라고써야할것을 되서 로 쓰는경우가많이보인다. 표준발음대로라면 돼서 와 되서 는발음이 구별되기때문에발음나는대로적기만해도이둘을혼동할염려는없 다. 그러나현실발음에서는단모음 ㅚ 를이중모음 ㅞ 로발음하는 경우가많으며, 나아가 ㅞ 와 ㅙ 마저구분하지못해 되 로적든 돼 로 특집 적든발음이동일한상황에이르는것이다. 9) 그래서발음만으로는 되 와 돼 중어느것이맞는지알지못하게된다. 한편관형격조사 의 를부사격조사 에 로잘못적는경우도매우흔하다. 이를테면 한국의명소 를 한국에명소 라고쓴다든지, 서울의야경 을 서울에야경 이라고쓰는것이다. 이것은이중모음 ㅢ 의발음과관련된다. < 표준발음법 > 에서는조사 의 에대해 [ ㅢ ] 로발음하는것이원칙이지만 [ ㅔ ] 로발음하는것도허용하고있다. 그리고현실발음에서는대부분의사람들이조사 의 를 [ ㅔ ] 로발음하고있다. 이때문에 의 라고적어야하는부분을 에 라고적는실수가빈발하는것이다. 지금까지살핀사례들은모두현실발음에영향을받아생긴표기실수에해당한다. 그런데드물지만표준발음의영향을받아잘못된표기를하는경우도있다. 이를테면성인들조차 치읓이, 히읗이 등으로써야하는데 치읏이, 히읏이 등으로적는경우가적지않다. 치읓이, 히읗이 는원래연음이적용되면 [ 치으치 ], [ 히으히 ] 라고해야하지만 < 표준발음법 > 에서는 [ 치으시 ], [ 히으시 ] 를표준발음으로규정하고있다. 10) 그리고이러한발음을좇아서 치읏이, 히읏이 로잘못적는결과 9) 이중모음인 ㅞ 와 ㅙ 의차이는 ㅞ 의경우 ㅔ 로끝나지만 ㅙ 의경우 ㅐ 로끝난다는데있다. 그러므로 ㅐ 와 ㅔ 를구분하지못하는사람들은 ㅞ 와 ㅙ 도구분하지못한다. 마찬가지이유때문에 ㅖ 와 ㅒ 도구분할수없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13

를낳게되었다. 이상에서본것처럼발음은표기와밀접한관련을맺는다. 그래서잘못된발음이나혼란스러운발음을하게되면표기실수로이어질가능성이높다. 물론드물기는하지만표준발음을따름으로써생기는표기실수도없지는않다. 아무튼국어에서는발음과표기를서로관련짓고있기때문에표준발음을바꾸는일은단순한발음의차원에서그치지않고한글맞춤법과연동될수밖에없다. 표준발음을현실발음에맞게고치는것이쉽지않은이유는여기에도있다. 5. 나오며 이글에서는국어의표준발음과현실발음에대한몇가지문제를간략히살펴보았다. 현실발음에서나타나는다양한변이형가운데하나를표준발음으로정하게되는데, 이러한표준발음은현실발음과괴리가적지않다는점을확인하였다. 또한언어생활에서흔히나타나는표기오류중에는발음의영향으로생겨나는것들이적지않음도알수있었다. 과거에는언어사용의다양성을용인하기보다는어느한쪽으로통일하려는경향이강했다. 그러나시간이흐르면서인위적으로통일을지향하는것에대한반감이생기고, 오히려다양성을인정해야한다는목소 10) 이처럼연음에대한예외규정은 키읔이, 피읖이 등에도적용된다. 1930년대에간행된학술지 한글 7권 8호에는 키읔이, 피읖이, 히읗이 등의발음에대한물음이올라온적이있다. 당시조선어학회편집실에서는본음을밝혀발음하라고답변을하고있는데이는연음을한다는것이어서현재와는차이를보이고있다. 1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리가생겨나기시작했다. 특히사회의다원화와민주화가급격하게이루 어지면서이런경향이더거세어졌다. 최근들어복수표준어가계속늘 어나는것도이러한움직임을반영한것이라고할수있다. 표준발음의문제도이런측면을무시해서는곤란할것이다. 특히표준발음이언어현실과동떨어진경우가그러하다. 물론개별단어차원에서복수표준어를인정하는것과 < 표준발음법 > 의규정을손질하여복수표준발음을인정하는것은동일한무게감을지니지는않는다. 기술적으로도쉽지않고, 너무많은복수표준발음을허용할경우표준발음의존립에대한회의까지불러일으킬수있다. 그렇지만이문제에대한합리적해결책을모색할필요가있다. 그래야비로소변화하는사회와발음현실에맞는 < 표준발음법 > 의위상을확보할수있으리라생각한다.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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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국어교육과발음 김봉국부산교육대학교국어교육과교수 특집 1. 들어가며 생물은끊임없이움직이고변화를거듭한다. 우리의눈에움직임이없거나변화없이고정된듯보이는것들도실상그속내를세밀하게들여다보면거침없는움직임을지향하며변화해간다. 한겨울의매서운추위속에서만들어진얼음은봄이되면그대로얼음으로남아있는듯보이지만얼음속에서는벌써봄을맞이하기위한준비로바쁘다. 언어또한생물과같아서현재상태에서변화를쉽게느낄수없지만조금만자세히들여다보면그변화를실감할수있다. 언어중문자로이루어진표기는고정되어있어표기에서는변화를감지하기가쉽지않지만그속에감추어진음성또는발음은이미변화된경우를흔히볼수있다. 예를들어 닭 의표기와표준발음, 그리고현실발음은 [ 표 1] 과같은차이를보인다. 닭 을 < 한글맞춤법 > 에맞게표기한다면 닭 #, 닭이, 닭을, 닭에, 닭으로 처럼될것이고, 표준발음으로는 [ 닥 ], [ 달기 ], [ 달글 ], [ 달게 ], [ 달그로 ] 가된다. 하지만표기속에감추어진현실발음을고려한다면 [ 닥 ]#,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17

[ 표 1] 닭 의표기와발음 표기, 발음 조사 # 1) - 이 - 을 - 에 - 으로 실제표기닭닭이닭을닭에닭으로 표준발음닥달기달글달게달그로 현실발음닥다기다글다게다그로 [ 다기 ], [ 다글 ], [ 다게 ], [ 다그로 ] 처럼될것이다. 즉표기상으로는기본형이 닭 이지만현실발음을기준으로한다면기본형은이미 닥 이라고해야한다. 드러난표기에서는기본형이 닭 이기때문에그변화를문자로확인하기는힘들지만표기속에감추어진발음의현실을고려한다면기본형은 닥 으로변화가이미일어났음을알수있다. 이처럼드러난표기의현실과감추어진발음의현실이갖는괴리는곧바로국어교육, 특히발음교육에서어려움을동반하게될가능성이크다. 이글은국어교육의현장에서흔히접하게되는표기와표준발음, 그리고현실발음과의관계에서나타나는문제점과그대안을발음교육에초점을맞춰논의해보고자한다. 2. 표준국어대사전 과 < 표준발음법 > 국어교육의현장에서는현실발음보다는표준발음에대한교육이 무엇보다중요하기때문에표준발음에대한부분을분명히알필요가 1) # 은조사결합없이단독으로쓰이는환경임을말한다. 1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있다. 언중이발음을확인하고자할때먼저참고할수있는것은 표 준국어대사전 이나 < 표준발음법 > 이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 의발음정보나 < 표준발음법 > 의규정이표준발음에대한정보를제공 해주기에는부족한점이많다. 표준국어대사전 의발음정보가미세한음운론적인환경까지고려하지않았기때문에정작필요한내용을확인하는데는언중의욕구를충분히만족시켜주지도못할뿐더러, < 표준발음법 > 의규정또한현장교사들이나일반인에게쉽게이해되지않는점이많다. 언어사용자들이발음에대한정보를알고자할때가장먼저떠올리는것이 표준국어대사전 이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 의발음정보가과연수요자의욕구를어느정도충족시켜줄수있을지한번생각해볼필요가있다. 사전의발음정보와관련하여먼저표제어 맑다 를찾으면다음과같은정보를확인할수있다. 특집 맑다 01 [ 막따 ] 활용정보 : 맑아, 맑으니, 맑고 [ 말꼬 ], 맑지 [ 막찌 국어의한특징으로조사와어미가발달되었다는점을들수있는데, 이를고려한다면활용정보와발음정보가너무간략하게제시된듯하다. 즉 맑다, 맑고, 맑지 에대한활용정보와발음정보만제시되어있어서, 맑니, 맑소 와같이자음으로끝나는어미가결합한활용정보와발음정보를확인하기가어렵다. 이런점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 의부족한발음정보를보완할수있는 표준발음사전 의필요성이제기되는것이다. < 표준발음법 > 은전반적인체제와원리를중심으로기술하고, 구체적이고미세한발음정보들은 표준발음사전 에서제시하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19

여준다면언어사용자들의발음정보욕구를어느정도충족할수있지않을까생각해본다. 그리고표준발음교육을위해서는먼저 < 표준발음법 > 의규정에대한체제를새롭게정비하고불필요한부분은정리할필요가있다. 일선학교교사들은 < 표준발음법 > 에대한규정을알고는있다. 2) 그러나규정자체가사례중심으로제시되어있어서체계적이지않기때문에학습자들이이해하기에는어려울수있다. 이처럼규정에있는표준발음사례가체계적이지않아교육현장에서겪는어려움이몇가지있다. 겹받침의발음,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 음의길이, 단모음 ㅚ, ㅟ 발음등이그것이다. 3. 겹받침의발음 겹받침과관련된표준발음은특히논란거리가된다. 겹받침의발음 은지역방언마다차이를보이는경향이있기때문에표준발음이현실 발음과는많은괴리를보인다. 제11항겹받침 ㄺ, ㄻ, ㄿ 은어말또는자음앞에서각각 [ ㄱ, ㅁ, ㅂ ] 으로발음한다. 닭 [ 닥 ] 흙과 [ 흑꽈 ] 맑다 [ 막따 ] 늙지 [ 늑찌 ] 삶 [ 삼ː] 젊다 [ 점ː따 ] 읊고 [ 읍꼬 ] 읊다 [ 읍따 ] 2) 일부초등학교교사들은이규정이있는지모르거나, 알아도어디에있는지모르는경우가있다. 2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다만, 용언의어간말음 ㄺ 은 ㄱ 앞에서 [ ㄹ ] 로발음한다. 맑게 [ 말게 ] 묽고 [ 물꼬 ] 얽거나 [ 얼이거나 ] 이규정중 ㄺ 만고려한다면용언의어간끝소리가 ㄺ 일때어미의두음 ㄱ 앞에서 ㄱ 이탈락하고, 그외의환경에서는 ㄺ 중 ㄹ 이탈락한다. 이규정을표로나타내면 [ 표 2] 와같다. 그런데 [ 표 2] 에제시된것과는달리현실발음에서보이는 ㄺ 의탈락현상은지역에따라다르게나타나는경우가꽤많다. 용언어간의끝소리가겹받침이면뒤따라오는어미의두음에따라탈락하는자음이다르다는규정은일선교육현장에서학생들에게설명하기쉽지않다. 국어에서어간끝소리가겹받침일때뒤따라오는자음이오는경우하나의자음이떨어진다는규칙 ( 자음군단순화규칙 ) 이있지만, 왜 맑고 의경우에만탈락하는자음이 ㄱ 인지학습자에게이해시키기쉽지않다. 물론현실발음이그렇기때문이라고궁색하게설명할수는있겠지만, [ 표 2] 에서제시된표준발음이모두현실발음이라고언중이인식할지는의문이다. 그리고이를지도하는입장에서표준발음이현실발음과다르기때문에단순히암기식의학습외에는효율적으로가르칠수있는방안이달리없는점도겹받침과관련된표준발음이안고있는숙제로보인다. 특집 [ 표 2] 겹받침 ㄺ 의발음 범주 체언 용언 단어 닭 맑- 표기 닭 # 닭과 닭도 닭만 닭조차 맑고 맑다 맑지 맑니 맑소 표준발음 닥 닥꽈 닥또 당만 닥쪼차 말꼬 막따 막찌 망니 막쏘 탈락자음 ㄹ ㄹ ㄹ ㄹ ㄹ ㄱ ㄹ ㄹ ㄹ ㄹ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21

표준발음이현실발음과많이다를수있다는점과교육적인점을고려한다면겹받침중탈락하는자음을어느한쪽으로통일하는방법, 아니면어느쪽이탈락하든상관없이둘다인정하여복수표준어와마찬가지로복수표준발음을인정하는방법이있다. 겹받침중탈락하는자음을어느한쪽방향으로통일시키는방안이나어느자음이탈락하든둘다인정하는방안은실제언어생활에서의미전달에지장을줄정도는아니며의사소통에도큰불편이없어보인다. 교육적인관점에서는학생들에게겹받침중탈락하는자음을어느한쪽방향으로통일하는방안이가르치기쉬울수있겠지만, 방언에따라탈락하는자음이다르기때문에학생들은어떤형태로든현실발음과거리감을느낄수있다. 그렇다면현실발음과거리감을줄일수있는방안은복수표준발음을허용하는방향일것이다. 4.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 표준발음과관련하여현실발음과괴리를많이보여서발음교육을 어렵게하는사례중에는 명사 + 호격조사 의결합을들수있다. 요즘 에는고유어로된이름을 3) 흔히볼수있는데 풀잎, 한빛 등이그예이 3) 김풀잎 이나 이한빛 과같은인명을흔히 한글이름 이라고한다. 한글이름 은한글로표기된이름인데, 풀잎, 한빛, 로버트 모두한글로표기되었으므로한글이름이라고해야할것이다. 그러나언중은한글이름이라고했을때 풀잎, 한빛 등을떠올리지 로버트 를떠올리지는않는다. 그말은언중이인식하는 한글이름 은결국 고유어로된이름 을의미하므로 한글이름 이라는잘못된표현보다는 고유어이름 이라는적확한표현을쓸필요가있다. 2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다. 교육현장에서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을지도할때, 어간끝소리 가모음으로시작하는어미가오면뒤음절로넘어가는연음현상때문 에 풀잎, 한빛 이라는이름은표준발음으로 풀잎아 [ 풀리파 ] 또는 한빛 아 [ 한비차 ] 라고지도해야한다. 그런데이와같이발음하면학습자들이굉장히어색해하고고개를갸웃거리는경우를종종접하곤한다. 학습자들은오히려 풀잎아 [ 풀리바 ] 나 한빛아 [ 한비다 ] 가더자연스럽다는견해를보이는데, 이러한학습자의인식과태도는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괴리를그대로보여주는좋은사례라할수있다. 이를일반화하면거센소리인 ㅋ, ㅌ, ㅍ, ㅊ 등이어간끝소리로와서호격조사와결합할때표준발음과현실발음에차이가난다고할수있다. 그런데사람이름외에는호격조사와명사가결합하는예가많지않고, 특히사람이름은끝소리가거센소리로끝나는경우가별로없기때문에이러한괴리는익숙하지않은발음에서오는것이라고생각한다. 문학작품속에서도사물을의인화하여부를때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이등장하기도한다. 풀밭, 풀꽃 등을의인화하여부른다고했을때교사가이를표준발음인 풀밭아 [ 풀바타 ], 풀꽃아 [ 풀꼬차 ] 라고한다면, 아마많은학생들이웃거나어색하게생각할것이다. 물론이어색함은현실발음에서거의쓰지않고작품에서만실현되기때문일수도있겠지만, 이러한표준발음이작품속에서이어휘가지니는고유한맛과느낌을제대로보여주기어렵기때문이기도하다.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은이전표준발음법에서는크게문제가될여지가없었던예이지만현실언어에서그쓰임새가어느정도나타나고있기때문에어떤형식으로라도표준발음을예시할필요가있다. 그리고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차이가현격하게나타나기때문에현실발음을존중하여복수표준발음을인정하는것도좋은방안일듯하다.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23

앞선겹받침의탈락은의사소통에큰지장을주지않지만,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은훨씬더의사소통을어색하게만들며, 특히문학작품속에서 명사 + 호격조사 를발음할때는어휘가갖는맛과느낌그리고문맥적인의미를완전히달라지게할수도있다. 그렇기때문에복수표준발음의허용이라는유연한자세가더요구된다. 5. 음의길이 국어의발음교육에서어려운영역중하나가장단음문제이다. 현대한국어의방언을고려하면크게음의길이로뜻이구별되는지역 ( 음장방언 ) 과음의높낮이로뜻이구별되는지역 ( 성조방언 ) 으로나눌수있다. 이중 < 표준발음법 > 에서는음의길이만인정하고음의높낮이는인정하고있지않다. 그리고현실발음에서는음의길이로단어의뜻을구별하지못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 이런점은교육현장에서도마찬가지이다. 경상도나강원도영동지역에서는음의높낮이가단어의뜻을구별하는데중요한역할을하기때문에음의길이를지도하는것은방언의특성과현실발음을고려하지않은, 거의무의미한일처럼느껴진다. 이런지역의학습자에게음의길이에대해지도한다는것은애당초불가능한일이며, 지도한다고해도학습자에게는단순암기식학습외에는아무것도아니게된다. 암기한다고해도휘발성이있어서학습자는금방잊게되므로발음교육에의미를두기도어렵다. 이점은음의길이부분에서도마찬가지이다. < 표준발음법 > 의규정과는달리현실발음에서는음의길이를인정하기쉽지않다. 길이의 2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존재를인정한다는것은국어역사의한부분을인정하는것이다. 하지 만현실적으로음의길이로단어의뜻을구별하는언중이많지않고, 대 부분은장단이좀잘못되어도문맥으로그의미를이해할수있기때문 에음의길이는중요성이그리크지않다. 그리고교육관점에서도음의길이에대한지도는단순암기식위주의지도밖에되지않을것이므로의미가거의없다. 이런점을고려한다면 < 표준발음법 > 에서음의길이에대한규정이국어역사의한단면을보여주는것이니만큼규정상으로는언급을하되현실발음의실태를보여주고, 세세하고구체적인내용은 표준발음사전 으로제공하면된다. 그리고교육현장에서는규정을너무앞세워맞고틀림에초점을맞추기보다는음의길이가국어역사의한단면이고, 국어의특징가운데하나임을부각하는데초점을둘필요가있다. 특집 6. 단모음 ㅚ, ㅟ 발음 < 표준발음법 > 제 4 항에서는단모음과 ㅚ, ㅟ 의발음에대해규정하 고있다. 제 4 항 ㅏㅐㅓㅔㅗㅚㅜㅟㅡㅣ 는단모음 ( 單母音 ) 으로발음한다. [ 붙임 ] ㅚ, ㅟ 는이중모음으로발음할수있다. 이규정에따르면표준발음에서는 ㅚ, ㅟ 를단모음으로발음할수 도, 이중모음으로발음할수도있다. 그렇기때문에교육현장에서는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25

ㅚ, ㅟ 가단모음으로도, 이중모음으로도발음된다고가르친다. 그런데실제언어현실에서는일부방언권의노년층화자에게서만단모음 ㅚ, ㅟ 가발음되며, 그외에는대부분이중모음으로발음한다. 이러한언어현실로 ㅚ, ㅟ 에대한발음교육을받는학습자뿐만아니라발음을지도하는교사들조차도단모음 ㅚ, ㅟ 를들어본적이없거나, 발음해본적이없어서단모음 ㅚ, ㅟ 의발음을어려워한다. 따라서표준발음에서 ㅚ, ㅟ 를단모음이나이중모음으로모두인정하는것은현실적인대안이라고보기가어렵기때문에이중모음으로만인정해도될듯하다. 또한가지를덧붙인다면 ㅚ, ㅟ 의구체적인음가를분명하게제시해표준발음을정확히보여줄필요가있다. ㅟ 를보자. 서울말에서 ㅟ 는단모음 [ü] 로발음되기도하지만이중모음 [wi] 와 [ɥi] 로발음되기도한다. 이희승 (1955) 에서는단모음 [ü] 와이중모음 [ɥi] 를모두인정하면서이들이음운론적환경에따라상보적인분포를보이고있음을언급하고있다. 한편이현복 (1985) 에서는 뉘, 뒤, 귀, 쉬, 쥐, 휘다 와같이자음에후행하는 ㅟ 는 [ɥi] 로발음되고, 위, 위장 과같이어두음절의초성이없는경우에는 ㅟ 가 [wi] 로발음되며, 들쥐, 날뛰다, 따귀 에서는드물게 [ü] 로실현된다고하였다. 동일한서울말에대해서도 ㅟ 는음운론적인환경에따라서단모음외에도이중모음 [ɥi] 또는 [wi] 로발음될수있다는결론에도달하게된다. 개별방언인충청방언에서는 ㅟ 가하향이중모음 [uy] 로발음되기도하는데, 이런모든것을고려한다면 ㅟ 는국어에서 [ü], [wi], [ɥi], [uy] 의네가지음가를가진다. 이렇게다양한음가를가짐에도 < 표준발음법 > 에서는 ㅟ 가단모음또는이중모음으로발음될수있다는규정만있다. 따라서 ㅟ 의표준발음을명시하되첫째, < 표준발음법 > 에서음성형을정확히명시하는 2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방안이있고둘째, < 표준발음법 > 에서는 ㅟ 가이중모음으로발음된 다는점만명시하고, 표준발음사전 에서 ㅟ 의음성형중 [wi], [ɥi], [uy] 등이어떤환경에서어떻게발음되는지를정밀하게명시하는방안 이있다. 특집 7. 나오며 국어교육에서발음교육이차지하는비중이어느정도인지판단하기는쉽지않지만, 적어도발음교육이국어교육의아주기초적인부분을차지하는것은사실이다. 그럼에도발음교육의현장은끊이지않는숙제를안고있다. 그이유는드러난표기와표준발음, 그리고그속에흐르는현실발음의괴리때문이다. 규정이있으되그규정이반영된표준발음이현실발음과동떨어져있으면그규정을따르지않게될뿐만아니라규정이현실발음을오히려규제하고얽매게한다고인식할수있다. 가장이상적인모델은표준발음과현실발음이완전히일치하는것이지만, 현실은그렇지않아서이둘의관계가아주멀리있기도한다. 앞서언급한겹받침의발음, 명사 + 호격조사 의발음, 음의길이, 단모음 ㅚ, ㅟ 발음의문제는표준발음과현실발음이서로먼곳에자리잡은예를보여주는것이다. 이를극복하기위해서는먼저 < 표준발음법 > 의체제를재정비하고이를보완해줄 표준발음사전 의편찬이필요하다. 아울러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거리를좁히기위해복수표준발음을허용하는방안도이제는생각해볼여지가있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27

참고문헌 김봉국 (2008), 음운론적관점에서본 [ 표준어규정 ( 제2부표준발음법 )] 의문제점, 열린정신인문학연구 9권 1호, 원광대학교인문학연구소. 김성규 (2012), 표준발음법영향평가, 국립국어원. 이승왕 (2007), 체언어간말격음ㅌ, ㅊ의실현양상과지도방안, 부산교육대학교석사학위논문. 이현복 (1985), 모음 / 위 / 의소리값, 말소리 9권 10호, 대한음성학회. 이희승 (1955), 국어학개설, 민중서관. 2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한국어학습자를위한발음교육방안 전나영연세대학교언어연구교육원한국어학당교수 특집 1. 의사소통능력과발음 외국인또는재외동포를대상으로제2언어나외국어로서한국어를가르치는영역을한국어교육이라고한다. 1) 한국인, 즉한국어를모국어로하는사람들을대상으로하는국어교육과비교되는개념이다. 그러므로한국어교육은교육목표나교육내용, 교육방법에서국어교육과차이가있다. 예를들어한국사람에게말을잘한다는평가를할때의의미와외국인에게한국어를잘한다고평가할때의의미는다르다. 한국어교육의목표는모든언어교육의목표가그렇듯한국어로의사소통을할수있도록하는것이다. 언어로하는의사소통은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기능으로실현되는데, 의사소통의대부분은음성언어로 2) 실현되는말하기와듣기기능으로이루어진다. 일반목적으로 3) 1) 제2언어로서한국어는한국에살고있는외국인처럼한국어를사용해야하는환경에서한국어를배우는경우이며, 외국어로서한국어는한국어를사용해야하는환경이아닌국외에서한국어를배우는경우이다. 2) 언어를통한의사소통기능에는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있으며, 이중에서쓰기와읽기는문자언어로, 말하기와듣기는음성언어로이루어진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29

한국어를배우는학습자도의사소통에서말하기와듣기기능의비중이높은데, 특히저급학습자는한국어로이루어지는대부분의의사소통이말하기와듣기로수행된다. 그러므로한국어학습자들은한국어로말하고들으려는욕구가높다. 한국어를듣고이해할수있고한국어로유창하게말할수있는학습자는자신의한국어능력에자신감과성취감을느낀다. 한국어학습자들은듣기에비해말하기를부담스러워한다. 말하기는학습자가생산해야하는기능이고듣기는이해해야하는영역이므로듣기에비해상대적으로말하기를어렵게느끼는것이다. 한국어학습자의말하기능력은언어적으로는어휘력과문법능력에따라평가된다. 그러나발음을얼마나정확하게하느냐에따라학습자의한국어말하기능력에대한평가는크게차이가난다. 아무리다양한어휘를사용하고문법을적절하게사용했다고하더라도발음이자연스럽지않거나듣는사람이이해하기어려울정도의발음이라면결코한국어능력이우수하다고할수없다. 신촌 으로가자고했는데 시청 으로간택시기사의이야기나 집안일이많다 는한국어학습자의말을 [ 지바이리 ] 로들어서전혀이해하지못한한국사람의이야기는한국어발음이정확하지못해의사소통에실패한예이다. 한국어학습자들은자신의발음을한국사람들이잘알아듣지못하고여러번되풀이해서말을해야할때심한좌절감을느끼고한국어로의사소통하는데자신감을잃는다. 3) 한국어를배우는학습자는일반목적한국어학습자와특수목적한국어학습자로나뉜다. 특수목적의학습자는한국에서유학을하려는학문목적학습자와한국관련회사에취업을하려는직업목적학습자등으로나뉜다. 3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한국어발음이정확하지못한학습자는말하기뿐만아니라의사소 통기능전반에걸쳐문제를보인다. 한국어를정확하게발음하지못 하는학습자는대개쓰기에서도오류를범한다. 어휘를쓸때 공부 를 곤부 로잘못쓰는경우, 동생 을 [ 도새 ] 와같이받침이없는것처럼발음하면서 도새가있어요 와같이조사를잘못사용하는경우, 할까요 를 하까요 와같이자신이발음하는대로어미를활용하는경우등은발음을정확하게하지못하기때문에범하는맞춤법오류의예이다. 또한말할때정확하게발음하지못하는학습자는다른사람의말을정확하게듣고인지하는능력도뒤떨어지기때문에들은이야기의내용을파악하는데에도문제가생긴다. 그뿐만아니라발음이부정확한학습자는읽기에서도어려움을겪는다. 낭독할때발음에오류가있으면읽는내용을제대로전달할수없음은물론이고묵독을할때도자신의발음과읽는자료의맞춤법이다르기때문에학습자스스로내용을파악하기어렵다. 이처럼발음의문제는말하기뿐만아니라의사소통의모든기능과관련이있으며, 학습자의한국어능력을평가하는기본적인기준이된다. 특집 2. 교육현장의발음교육 한국어교육현장에서학습자들의발음오류를인지하고이를어떻게지도할것인가의문제는한국어교사들에게무거운숙제임이틀림없다. 한국어학습자를대상으로하는발음교육의목표를어떻게설정해야할것인가, 발음교육에서무엇을가르쳐야하는가, 한국어숙달도별발음교육의방법은무엇인가등많은과제가논의되고있다. 그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31

러나교육과정이나교재등에서발음교육에대한내용을충분히반영하고있지않기때문에효과적인지도가이루어지지못하고있는것이현실이다. 한국어교육용교재에서발음을명시적으로가르치고있는경우는드물다. 대부분학습자들이한글을배우는단계에서모음, 자음의글자와소리를함께제시하는정도에그치고있다. 현재대학소속의한국어교육기관을중심으로출판되어있는통합교재의대부분은의사소통상황이나주제, 기능에따라내용이구성되어있다. 4) 이러한교재를사용하는수업은대화연습, 어휘연습, 문법연습, 기능별활동을중심으로진행되므로발음교육을위한별도의시간을계획하기가어려울것이다. 기능별교재가따로출판되어있는기관은읽기기능교재에발음교육부분을넣기도한다. 그러나이러한구성은초급교재에한하며중급이상의교재에는발음교육부분이구성되어있지않다. [ 그림 1] 한국어교재의발음연습사례 ( 초급 1) 읽어봅시다 [CD1 : 49] 맏형 [ 마텽 ] 저는맏형이어서동생들을잘돕습니다. 깨끗하고 [ 깨끄타고 ] 이식당은깨끗하고음식도맛있습니다. 꽃하고 [ 꼬타고 ] 공원에는꽃하고나무가많습니다. 좋다 [ 조타 ] 나는한국음식이좋다. 싫다 [ 실타 ] 나는매운음식이싫다. 출처 :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편 (2007), 연세한국어읽기 1, 연세대학교출판부, 75 쪽. 4) 예를들면 연세한국어1 (2007) 의경우주제가 날씨와계절 이라면 계절에대해서말하기, 오늘의날씨말하기, 날씨비교해서말하기, 계절활동소개하기 와같은기능을중심으로교재가구성되어있다. 3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 그림 2] 한국어교재의발음연습사례 ( 초급 2) 읽어봅시다 [CD : 28] 거센소리 4 / ㅎ / + / ㅈ / / ㅊ / 많지 [ 만치 ], 않지만 [ 안치만 ] 차린것은많지않지만많이드세요. 좋지 [ 조치 ] 기분이좋지않은리에를보면미안해집니다. 놓지 [ 노치 ] 여기에뜨거운것을놓지마세요. 하얗지요 [ 하야치요 ] 미선씨는피부가참하얗지요? 싫지요 [ 실치요 ] 여러분은시험이싫지요? 특집 출처 :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편 (2010), 연세한국어읽기 2, 연세대학교출판부, 71 쪽. 한국어학습자들의발음에문제가있다는것을교사가인지해도여러가지어려움이있다. 학습자의발음이한국어모국어화자와다르고이로인해의사소통에문제가있지만이를어떻게설명하고가르칠것인가하는것은또하나의과제이다. 교사들은직관적으로학습자의발음오류를찾을수는있지만이를효과적으로설명할수있는언어학적지식이부족한경우가많다. 잘못된발음을지적하고교사의모범발음을따라하게하는것만으로는학습자의발음오류를교정하기어렵다. 교사는단순한반복연습이아니라명시적으로오류의원인을설명하고오류유형에따라서효과적인연습방법을제시해야한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33

3. 학습자발음오류와발음교육의내용 3.1. 모음한국어모음은조음부의위치, 입술의모양, 혀의높낮이에따라서 5) 분화된다. 단모음 ㅏ, ㅓ, ㅗ, ㅜ, ㅡ, ㅣ, ㅔ, ㅐ, ㅚ, ㅟ 의분화조건을제시하면 [ 표 1] 과같다 ( 허웅 1985:220). [ 표 1] 한국어단모음과분화조건 조음부위치 혀의앞 혀의뒤 입술의모양혀의높낮이 안둥근소리둥근소리안둥근소리둥근소리 높은소리ㅣㅟㅡㅜ 중간소리ㅔㅚㅓㅗ 낮은소리ㅐㅏ 학습자는한국어모음이어떤조건에서분화되는지를알아야제대로발음을할수있다. 예를들면 ㅏ 는입술을평평하게하고입을벌려서혀의위치가아래쪽으로내려가게하고혀의뒤쪽에서발음해야한다. ㅟ 는입술을동그랗게한상태에서혀를입천장쪽으로높이고혀의 5) 입술의모양은입술을동그랗게하느냐평평하게하느냐에따라서둥근소리 ( 원순음 ) 와안둥근소리 ( 평순음 ) 로나뉜다. 혀의높낮이는모음을발음할때혀의위치가입천장쪽으로높아지느냐아래쪽으로낮아지느냐에따라높은소리 ( 고모음 ), 중간소리 ( 중모음 ), 낮은소리 ( 저모음 ) 로분화된다. 조음부의위치는모음을발음할때소리가혀의앞쪽에서만들어지는지뒤쪽에서만들어지는지에따라앞에서나는소리 ( 전설모음 ) 와뒤에서나는소리 ( 후설모음 ) 로나뉜다. 3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앞쪽에서발음해야한다. 학습자가모음의분화조건을정확하게지켜서발음하지못하면잘 못된발음이되는것은당연하다. 학습자들의모음발음오류를살펴보 면이들분화조건을정확하게지키지않아서다른모음에가깝게발음하는경우가많다. ㅏ 를발음해야하는데입을크게벌리지않아서중간소리인 ㅓ 에가깝게발음하거나, ㅓ 를발음할때입술을평평하게하지않고동그랗게오므려둥근소리인 ㅗ 에가깝게잘못발음한다. 혀의뒤쪽에서발음해야하는 ㅡ 를앞쪽에서발음하면 ㅣ 처럼들린다. 이러한오류는모음의세가지분화조건중에서두가지는공통적이고한가지가차이가날때두드러지게나타난다. 두모음의조건이크게달라서서로확연히차이를보이는모음보다는두모음이비슷한조건일때학습자가혼동해서잘못발음하기쉽다는것이다. 예를들면 ㅓ 와 ㅗ 는모두혀의높낮이로는중간소리이며혀의뒤쪽에서발음해야하는공통점이있다. 그러나입술의모양에서는차이가있다. 이처럼한가지조건에서차이를보이는모음을발음할때교사와학습자모두두소리의차이를명확하게발음해야한다. 입술의모양을정확하게하지않아서생기는오류로는 거울 [ 고울 ], 걱정 [ 곡종 ], 공부 [ 겅부 ], 일본 [ 일번 ], 그림 [ 구림 ], 흐림 [ 후리 ], 국제 [ 극제 ], 축구 [ 측그 ], 귀고리 [ 기거리 ], 최선 [ 체선 ] 과같은예가있다. ㅓ 와 ㅗ 는모두중간소리이며혀의뒤쪽에서소리가나지만 ㅓ 는안둥근소리이고 ㅗ 는둥근소리이다. ㅡ 와 ㅜ 는모두높은소리이며혀의뒤쪽에서소리가나지만 ㅡ 는안둥근소리이고 ㅜ 는둥근소리이다. ㅣ 와 ㅟ, ㅔ 와 ㅚ 를명확하게구별해서발음하지못하는오류도입술의모양을분명하게해서발음하지않기때문에생긴다. 혀의높낮이를정확하게지키지않아서생기는오류로는 나무 [ 너무 ],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35

[ 표 2] 한국어단모음연습 분화조건 연습 모음연습 단어연습 입술의모양 어 / 오으 / 우이 / 위에 / 외 오 / 어우 / 으위 / 이외 / 에 거기 / 고기그림 / 구름시다 / 쉬다세다 / 쇠다 저금 / 조금쓰다 / 쑤다기린 / 귀리체면 / 최면 혀의높낮이 아 / 어 / 으아 / 애 / 에 / 이오 / 우외 / 위 으 / 어 / 아이 / 에 / 애 / 아우 / 오위 / 외 나무 / 너무매주 / 메주오리 / 우리쇠다 / 쉬다 마리 / 머리새우다 / 세우다호주 / 후추외박 / 위반 조음부위치이 / 으으 / 이기름 / 그림흐리다 / 흐르다 더럽다 [ 드릅다 ], 그러면 [ 그르믄 ] 과같은예가있다. ㅏ 와 ㅓ 는모두안둥근소리이고혀의뒤쪽에서소리가나지만 ㅏ 는입을벌려서혀의위치가낮은소리이고 ㅓ 는혀의위치가입천장쪽으로올라간중간소리이다. ㅓ 와 ㅡ 는모두안둥근소리이고혀의뒤쪽에서소리가나지만 ㅓ 는혀의위치가중간소리이고 ㅡ 는혀의위치가입천장쪽으로올라간높은소리이다. ㅔ 와 ㅐ, ㅚ 와 ㅟ 를명확하게구별해서발음하지못하는오류도혀의높낮이를정확하게하지않아서생긴다. 조음부의위치를정확하게하지않아서생기는오류로는 음식 [ 임식 ], 은행 [ 인행 ] 과같은예가있다. ㅡ 와 ㅣ 는모두안둥근소리이고혀의위치가입천장쪽으로올라간높은소리이지만 ㅡ 는혀의뒤쪽에서소리가나고 ㅣ 는혀의앞쪽에서소리가난다. 혀의뒤쪽에서발음해야하는 ㅡ 를혀의앞쪽에서발음하게되면 ㅣ 와구분이되지않고부정확한발음이되는것이다. 한국어학습자들에게한국어모음의발음을효과적으로가르치기위해서는학습자들이각모음의차이를분명하게인지할수있도록모음 3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의분화조건에따라그차이를명시적으로제시해야한다. 먼저입술 의모양에따라서는안둥근소리와둥근소리를대립시켜연습하고, 혀 의높낮이에따라서는높은소리, 중간소리, 낮은소리를대립시켜서 연습해야한다. 그리고조음부의위치에따라서는혀앞쪽소리와혀 뒤쪽소리를대립시켜서연습해야한다. 특집 이와같이한국어모음은입술의모양, 혀의높낮이, 조음부의위치 등모음이분화되는조건을명확하게지켜서발음할때의사소통에문 제가생기지않는다. 3.2. 자음한국어자음은소리내는자리, 소리내는방법, 소리내는힘에따라서발음이달라진다. 6) 이러한분화조건을제시하면 [ 표 3] 과같다 ( 허웅 1985:223 224). 한국어자음은분화조건에따라서 19개로나뉘며이러한분화조건을지켜서발음할때의사소통에혼동을주지않는다. 예를들면 ㅂ 은두입술을붙였다떼면서공기를터뜨려서발음해야하고, ㄷ 은혀끝을잇몸뒤쪽에붙였다가떼면서공기를터뜨려서발음해야한다. ㄱ 은혀뿌리를입천장에붙였다가떼면서공기를터뜨려서발음해야하고, ㄴ 은혀끝을잇몸뒤쪽에붙였다가코를울리면서발음해야한다. 교사는한국어학습자들에게각각의자음이갖는조건을명확하게인 6) 소리내는자리는자음을발음하는위치에따라서두입술소리 ( 양순음 ), 잇몸소리 ( 치조음 ), 입천장소리 ( 구개음 ), 목청소리 ( 성문음 ) 로나뉜다. 소리내는방법은자음을발음할때공기를내보내는방법에따라서터짐소리 ( 파열음 ), 붙갈이소리 ( 파찰음 ), 갈이소리 ( 마찰음 ), 콧소리 ( 비음 ), 흐름소리 ( 유음 ) 로나뉜다. 소리내는힘은자음을발음할때내보내는공기의세기에따라서예사소리 ( 평음 ), 된소리 ( 경음 ), 거센소리 ( 격음 ) 로나뉜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37

[ 표 3] 한국어자음과분화조건 방법 힘 자리 입술소리잇몸소리입천장소리목청소리 터짐소리 예사소리된소리거센소리 ㅂㅃㅍ ㄷㄸㅌ ㄱㄲㅋ 붙갈이소리 예사소리된소리거센소리 ㅈㅉㅊ 갈이소리 예사소리된소리 ㅅㅆ ㅎ 콧소리ㅁㄴㅇ 흐름소리 ㄹ 지시키고이러한조건을지켜서발음하도록지도해야한다. 학습자가자음의분화조건을지켜서발음하지못하면잘못된발음이되고이로써의사소통에문제가생긴다. 학습자들의자음발음오류는자음의분화조건가운데다른조건은같고한가지조건이다른경우, 즉공통점이많은자음사이에서발생한다. 첫소리로쓰인자음에서잘못발음하는경우는소리내는자리가같고소리내는방법이달라다른소리로분화되는 ㄷ 과 ㄹ, ㅅ 과 ㅈ 이있다. 바다 를 [ 바라 ] 에가깝게혀를굴려서발음하는오류가그예로, 이는 ㄷ 을발음할때혀끝을잇몸뒤쪽에붙였다가터뜨리면서발음해야한다는것을학습자가정확하게인지하지못했기때문이다. 시다 를 [ 지다 ] 에가깝게혓바닥을입천장에붙여서발음하는오류는 ㅅ 을발음할때혓바닥과입천장사이를좁혀서마찰하여발음하지않고혓바닥을입천장에붙였다가떼면서발음하기때문에발생한다. 소리내는자리와소리내는방법은같지만소리내는힘에서차이 3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를보이는예사소리와된소리, 거센소리를구별하지못하고잘못발 음하는오류의예는아주흔하다. 한국어학습자들중에는 비다 와 삐다 와 피다 를구별해서발음하지못하고, 대다 와 때다, 따다 와 타다 를구별해서발음하지못하는경우가많다. 또한 가다 와 까다, 사다 와 싸다, 지다 와 찌다 와 치다 를정확하게발음하기어려워한다. 이들자음은소리내는힘으로분화되지만발음할때나오는공기힘의차이를학습자가인지하지못하기때문에정확하게발음하지못하는것이다. 받침소리로쓰인자음은첫소리로쓰인자음보다오류의예가많다. 소리내는방법과소리내는힘에서는같지만소리내는자리만다른 ㅂ, ㄷ, ㄱ 과 ㅁ, ㄴ, ㅇ 은다양한오류를보인다. 이는각자음의소리내는자리를정확하게지켜서발음하지않기때문이다. 예를들면 입구 를 [ 익꾸 ] 와같이발음하는것은두입술을붙여서 ㅂ 을발음해야하는데, 두입술을붙이지않고공기를터뜨려서잘못발음하기때문이다. 복잡 을 [ 볻짭 ] 과같이발음하는경우도있는데, 이는혀끝이잇몸에닿지않아야하는 ㄱ 을 ㄷ 과같이혀끝을잇몸에댔다가터뜨리면서발음하기때문이다. 강남 을 [ 간남 ] 과같이발음하는경우, 감동 을 [ 간동 ] 과같이발음하는경우도 ㅇ 과 ㅁ 의소리내는자리를지키지않기때문에생기는오류이다. 문법 을 [ 뭄뻡 ] 으로발음하거나 음식 을 [ 은식 ] 과비슷하게발음하는것도모두소리내는자리를지키지않아서이다. 받침소리를발음하면서생기는또하나의오류는터짐소리자음 ㅂ, ㄷ, ㄱ 으로끝날때이를터뜨려서마치음절이하나더있는것처럼발음하는것이다. 수박 을 [ 수바그 ], 수첩 을 [ 수처브 ] 와같이발음하는것은받침소리로끝날때이를터뜨리지않아야한다는규칙을지키지않고음절의첫소리에쓰인자음처럼터뜨려서발음하기때문이다. 맵다 를 [ 맵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39

브다 ] 에가깝게발음하는것도터뜨리지않아야하는받침소리를터뜨려서발음하기때문에생기는오류이다. 한국어학습자들의자음발음오류를줄이기위해서는각각의자음이갖고있는분화조건을명확하게설명하고그러한조건을지켜서발음하도록교육해야한다. 자음들중에서두개의조건은같고한개의조건이다른자음을묶어서연습하면효과적이다. 학습자가자음들사이의차이를좀더명시적으로인지할수있기때문이다. [ 표 4] 한국어자음연습 분화조건 연습 첫소리연습 받침소리연습 소리내는자리 바 / 다 / 사 / 자 / 가빠 / 따 / 싸 / 짜 / 까파 / 타 / 카마 / 나 / 아 바다 / 사자빼다 / 따다팔 / 탈 / 칼매다 / 내다 밥 / 밭 / 박 잎 / 밑 / 부엌감 / 간 / 강 입다 / 잇다 / 익다감기 / 간장 / 강릉 소리내는방법 바 / 마다 / 나 / 라가 / 아 병 / 명두부 / 누구 갑 / 감싣다 / 신다국 / 궁 갑시다 / 감사닫다 / 달다약국 / 양궁 소리내는힘 7) 바 / 빠 / 파다 / 따 / 타가 / 까 / 카 바다 / 파다달 / 딸 / 탈개다 / 깨다 7) 소리내는힘으로분화되는자음 ㅂ, ㅃ, ㅍ, ㄷ, ㄸ, ㅌ, ㄱ, ㄲ, ㅋ 은받침소리로쓰이면 ㅂ, ㄷ, ㄱ 으로소리가같아지므로받침소리연습은효과적이지못하다. 즉 씹다 와 싶다 의 ㅂ 과 ㅍ 은모두 [ ㅂ ] 으로소리나며, 듣다 와 붙다 의 ㄷ 과 ㅌ 은모두 [ ㄷ ] 으로소리난다. 4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3.3. 억양과음운변동 한국어학습자들의발음이자연스럽지않다거나어색한것은모음과 자음을정확하게발음하지못하기때문이기도하지만억양이한국어 화자와다르거나음운변동규칙을지키지않기때문이기도하다. 한국어의억양은문장의종류에따라서달라진다. 서술문이나감탄문은문장의끝을내리고의문문은문장의끝을올린다. 그러나한국어학습자들중에는문장의끝을올리고내리는것뿐만아니라어절마다억양을올려서발음하기때문에어색한경우가있다. 예를들면 제가한번해보겠습니다. 를 [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 와같이한어절이끝날때마다끝을올려서발음하는것이다. 또다른예는 [ 제가 한번해 보겠습니다 ] 와같이어절을시작할때억양을올려서발음함으로써마치어절앞에강세를준것처럼발음하는것이다. 이러한오류는학습자모국어의영향인경우가많으며, 오류를교정하기위해서는한국어억양의특징을설명하고문장단위로연습을시켜야한다. 한국어발음을교육할때모음과자음의개별발음을정확하게인지하고발음할수있도록지도하는것외에도특정한환경에서발음이변하는규칙을제시하고이를지켜서발음하도록지도해야한다. 쓰는대로발음하지않고다른소리로바꿔서발음해야한다는것은한국어학습자들에게어려운부분이다. 그러나이러한변동규칙을지켜서발음할때유창한한국어능력을갖출수있다. 먹었어요 를 [ 머거써요 ] 로발음하지않고 [ 먹껃써요 ] 나 [ 먹걷어요 ] 와같이발음한다거나 할일 을 [ 할릴 ] 로발음하지않고 [ 하릴 ] 로발음한다면듣기에어색할뿐만아니라의사소통에도비효율적일것이다. 그러나학습자들에게한국어의음운변동규칙을모두외우도록지도하기는어려우며말하기나읽기시간에반복적으로연습하는것이현실적인방법이다. 한국어를가르치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41

는교사는어떤환경에서특정모음이나자음이다른발음으로변하는지에대한음운변동규칙을학습자에게명시적으로설명해야하며학습자들에게유용한단어나문장의예를제시해야한다. < 표준발음법 > 의 제5장음의동화, 제6장경음화, 제7장음의첨가 부분은한국어음운변동규칙에대해서설명하고있으며, 한국어교육현장에서이를참고할수있을것이다. 4. 발음교육을위한제안 한국어학습자들이한국어모음과자음을잘못발음하는것은학습자모국어의영향때문이기도하지만한국어모음과자음자체의분화조건을정확하게인지하지못했기때문인경우가많다. 예를들면 어머니 를 [ 오모니 ] 와같이발음하는학습자가 오늘 을발음할때는 [ 어늘 ] 에가깝게발음한다. 이는학습자가 ㅏ 와 ㅓ 를발음하지못하는것이아니라언제입술을평평하게해서발음해야하고언제입술을동그랗게오므려서발음해야하는지모르기때문이다. 또한 신문 을 [ 심문 ] 이라고발음하는학습자가 강남 을 [ 간남 ] 처럼발음하는경우가있다. 이러한학습자도혀끝을윗잇몸에붙여서발음해야하는 ㄴ 과두입술을붙여서발음해야하는 ㅁ 을발음할수없는것이아니라언제그러한조건을지켜서발음해야하는지모르기때문에오류를범하는것이다. 이처럼한국어학습자의발음오류는대개학습자가특정모음과자음을발음하지못하기때문이아니라각모음과자음을발음하기위해어떤조건을지켜야하는지명시적으로배우지못했기때문이다. 이러한문제를해결할수있는방법은한국어교사가한국어발음에대한전문 4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적인지식을바탕으로학습자의오류를예측하고이를방지할수있도 록하는것이다. 한국어모음과자음의체계안에서어느모음과어느 자음이쉽게혼동될수있는지예측하고교육한다면학습자의발음오 류를줄일수있을것이다. 한국어교육현장에서운영되는교육과정에는학습자들의발음교육내용이대부분포함되어있지않다. 그러므로교사가학습자의발음오류를인지하더라도이를교육할기회가부족하다. 이러한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발음교육을위한내용을교재에실어교사가발음교육자료로활용하게하거나학습자의발음오류를찾고이를교정할수있는특화된수업을구성해야한다. 발음은학습초기에습관화되고화석화되므로한국어학습초급단계에서철저히교육해야한다. 개별모음과자음의차이를인지하여이를발음할수있도록교육하고, 나아가음운변동이나억양에서생기는오류를교정할수있도록해야한다. 한국어발음은말하기를비롯한모든의사소통기능에영향을준다. 그러므로발음의중요성을인식하고이를정확하게교육할수있도록교사교육에도관심을가져야할것이다.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43

참고문헌 곽지영외 (2007), 한국어교수법의실제, 연세대학교출판부.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편 (1995), 한국어발음, 연세대학교출판부.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편 (2007), 연세한국어읽기1, 연세대학교출판부.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편 (2007), 연세한국어1, 연세대학교출판부. 전나영 (2008), 한국어학습자의발음문제와교수방법, 문법연구 8, 한국문법교육학회, 249 276. 허용 김선정 (2006), 외국어로서의한국어발음교육론, 박이정. 허웅 (1985), 국어음운학 - 우리말소리의오늘 어제 -, 샘문화사. 국립국어원표준발음법 http://www.korean.go.kr 4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국어발음정책과발음교육의방향 배주채가톨릭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특집 1. 머리말 현재사람들이국어발음에서가장난감해하는문제는규범과현실의괴리이다. < 표준발음법 > 과국어사전에서규정하고있는표준발음이실제로사람들이쓰고있는현실발음과어긋날때가많다. 문제를더구체화하기위해간단한예를생각해보자. (1) 무릎에변화가있는건맞대. (2) 표준발음 : [ 무르페변 ː 화가인는건맏때 ] 2015년현재문장 (1) 을 (2) 와같이표준발음대로발음하는사람이 5천만대한민국국민가운데 1% 나될지의문이다. 발음하는 을 발음할수있는 으로바꾼다해도그비율은여전히낮을것이다. 수도권에오래살고있는중앙어 ( 中央語 ) 화자의대표적인현실발음중한가지는 (3) 과같으리라고생각된다. 같은발음을국제음성기호와한글로적는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45

(3) 현실발음 : [murɯbe pjʌnwaga innɯŋgʌm matt e] [ 무르베벼놔가인능검맏떼 ] 표준발음과현실발음이이렇게어긋나는문제를중심으로국어발 음정책과발음교육의방향을논하고자한다. 2. 음소체계의차이와어형의차이 (1) 에대해제시한표준발음 (2) 와현실발음 (3) 은대체로같지만세 부에서몇군데차이가있다. 그차이는두종류로나눌수있다. 하나는 음소체계의차이이고하나는어형 ( 語形 ), 즉단어형태의차이이다. (4) 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차이 1 음소체계의차이 2 어형의차이 : 기본형의차이, 음운현상의차이 표준어에서 맞대 와 맞데 는의미도다르고발음도다르다. 발음의유일한차이는모음 [ ㅔ ] 와 [ ㅐ ] 이다. [ ㅔ ]([e]) 는 [ ㅐ ]([ɛ]) 보다혀가더높다. [ ㅔ ] 와 [ ㅐ ] 는각각음소 ( 音素 ) 이다. 표준어의음소체계에는 [ ㅔ ] 와 [ ㅐ ] 가모두존재한다. 현실어에서는 ㅔ 와 ㅐ 의발음이똑같다. 그발음은 [e] 와 [ɛ] 의중간이지만 [e] 에더가깝다. 대체로그발음을한글로는 [ ㅔ ] 로, 국제음성기호로는 [e] 로적는다. 따라서현실어의음소체계에 [ ㅔ ] 는있지만 [ ㅐ ] 는없다. (3) 에서 맞대 를 [ 맏떼 ] 로발음한것은표준어와현실어의음소 4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체계의차이에말미암은것이다. 한편표준발음 [ 무르페 ] 의 [ ㅍ ] 과현실발음 [ 무르베 ] 의 [ ㅂ ] 의차이는 어형의차이이다. [ ㅍ ] 과 [ ㅂ ] 둘다표준어와현실어에음소로존재하 기때문에음소체계의차이가아니다. 명사 무릎 의기본형이표준어 에서 [ 무릎 ] 인데비해현실어에서 [ 무릅 ] 이기때문에생긴차이이다. 특집 표준발음 [ 변ː화 ] 와현실발음 [ 벼놔 ] 에서 [ ㅎ ] 이있고없는차이도어형의차이이다. 현실어에서는 [ ㄴ ] 뒤의초성 [ ㅎ ] 이잘탈락한다. 이것은초성ㅎ탈락이라부르는음운현상이다. [ ㅎ ] 도표준어와현실어에똑같이음소로존재한다. 같은음운현상이현실어에는적용되고표준어에는적용되지않아서어형이달라진것이다. 표준발음 [ 인는건 ] 과현실발음 [ 인능검 ] 의차이도음운현상의적용여부에따른어형의차이이다. [ ㄴ ] 이 [ ㄱ ] 앞에서 [ ㅇ ] 으로, [ ㅁ ] 앞에서 [ ㅁ ] 으로바뀌는조음위치동화 ( 調音位置同化 ) 가현실어에서는일어나고표준어에서는일어나지않아어형이달라졌다. 표준어에서는음장 ( 音長 ) 의구별이중요하다. 어두음절의장모음과단모음이단어를구별한다. 밤낮 의 밤 은단모음의 [ 밤 ] 이고 밤송이 의 밤 은장모음의 [ 밤ː] 이다. 이두 밤 은순전히음장이라는음성적요소로구별되므로음장은일종의음소이다. 표준어의음소체계에는음장이있고현실어의음소체계에는없다. 결국표준발음 [ 변ː화 ] 와현실발음 [ 벼놔 ] 의음장차이는음소체계의차이이다. 1) 1) 음장 ( 장단 ) 은초분절음 ( 超分節音 ) 에속한다. 국어의초분절음으로성조 ( 聲調 ) 도있다. 경상방언에는음장대신성조가있어서모음이높게발음되는 말 은동물이고낮게발음되는 말 은언어이다. 중앙어의현실발음에는음장도없고성조도없다. 즉단어를구별해주는음성적요소로서자음, 모음과같은분절음 ( 分節音 ) 만있고초분절음은없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47

3. 발음능력의선천성 (3) 을발음하는현실어화자가노력해서표준발음 (2) 를발음할수있을까? 현실어화자가 [ 무르페 ] 를 [ 무르베 ] 로교정하는것은쉽다. [ 벼놔 ] 를 [ 변ː화 ] 로, [ 인능검 ] 을 [ 인는건 ] 으로교정하는것도어렵지않다. 그러나 [ 맏떼 ] 를 [ 맏때 ] 로고치는것은매우어렵다. 아무리노력해도 [ ㅐ ] 를정확히발음하지못하는사람이대부분일것이다. 자신의음소체계에없는모음을정확히발음하는것은노력으로극복하기어려운벽이다. 음소체계는어린시절에확립된다. 그시기를지나면음소체계를바꾸는것이어렵다. 성인이되어배우는외국어의발음이어려운이유가그때문이다. 우선새로운모음의학습은매우어렵다. 한국인의대부분은영어 dim, hit, slip 등의모음 [ɪ] 의발음을끝내익히지못하고만다. 새로운자음의학습도경우에따라상당히어렵다. 한국인이영어자음 [f] 는조금만연습하면쉽게익히는듯보이나 [ð], [ʒ] 는연습을거듭해도대부분정확히발음하지못한다. 또한국어를아주잘하면서도 [ ㄱ ], [ ㄲ ], [ ㅋ ] 을잘발음하지못하는중국인이나 [ ㅡ ] 와 [ ㅜ ] 를잘구별하지못하는일본인이드물지않다. 소수의사람들은어릴때습득하지못한외국어의모음과자음을성인이된후배워서발음할수있다. 그사람들은뛰어난발음능력을타고났다고할수있다. 노래를잘부르는사람은소수이다. 그들은뛰어난가창력을타고났다. 발음능력과가창력의선천성은비슷하다. 결국천부적발음능력을지닌소수를제외하면음소체계의차이는극복하기어렵다. 그러므로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간극을메우기위해사람들에게 [ ㅔ ] 와 [ ㅐ ] 의구별을열심히익히도록권장하는것은성 4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공할수없는정책이자국력의낭비가될것이다. 표기능력도발음능력처럼선천적인지생각해볼필요가있다. 글씨 를잘쓰는능력은발음능력처럼선천적이다. 그러나맞춤법에맞게 글자를잘선택해쓰는것은타고난재능의문제가아니라노력의문제이다. 그러므로맞춤법을교육하고보급하는것은분명한효과를볼수있다. 반면에표준발음을교육하고보급하는것은발음능력의선천성때문에끝내목표에도달할수없는부분이있다. 특집 4. 발음학습의난도 뛰어난발음능력을타고나지않은보통의현실어화자가노력을통해현실발음과차이나는표준발음을쉬이익힐수있는지를자세히살펴보자. [ 표 1] 에서 출현의범위 는그러한음성적요소가나타나는범위를뜻한다. 분절음, 초분절음, 음운현상은모든단어에보편적으로나타나는데반해기본형은해당단어에만개별적으로나타난다. 다시말해 [ 표 1] 음성적요소들의특성비교 음성적요소 예 출현의범위 교정가능성 예측가능성 학습의난도 음소체계 어형 분절음 [ ㅔ ] 와 [ ㅐ ] 를구별함보편적낮음없음높음 초분절음음장을구별함보편적보통없음높음 음운현상조음위치동화를적용안함보편적높음있음낮음 기본형 기본형 [ 무릅 ] 을 [ 무릎 ] 으로바꿈 개별적높음없음보통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49

[ ㅔ ] 와 [ ㅐ ] 의구별은이두모음을가진모든단어와관련되고, 음장의구별은모든단어의첫음절모음과관련되며, 조음위치동화를적용하지않는것은조음위치동화가일어날환경을가진모든단어와관련된다. 반면에기본형 [ 무릅 ] 을 [ 무릎 ] 으로바꾸어발음하는것은 무릎 이라는명사에만해당되는문제이다. 교정가능성 은현실어화자가주어진단어를표준발음대로발음할수있느냐하는것을뜻한다. 3장에서본바와같이모음이나자음과같은분절음은그가능성이매우낮다. 그러나음장과같은초분절음은분절음보다교정하기가쉽다. 또음운현상과기본형은어형만바꾸어발음하면되므로교정가능성이높다. 예측가능성 은현실어화자가발음을바꾸어야하는단어가어떤단어인지예측할수있느냐를뜻한다. 현실어화자는어떤단어의모음이현실발음에서 [ ㅔ ] 일때그것이표준발음에서 [ ㅔ ] 일지 [ ㅐ ] 일지를예측할수없다. 물론그단어의표준표기를알면그것으로발음을예측할수있다. 표준표기를모른다면예측이불가능하므로원칙적으로는불가능하다고판정해야한다. 학생들이 ㅔ 와 ㅐ 의맞춤법을자주틀리는것은현실발음에서그예측의실마리를찾을수없기때문이다. 음장의구별도예측할수없다. 음장은표기에반영되지않으므로꼼짝없이예측불가능이다. 예를들어첫음절이장모음인단어와단모음인단어를기억하고있지않으면음장구별에관한시험문제를틀릴수밖에없다. 기본형도예측할수없다. 반면에음운현상은대부분규칙적인현상이므로예측할수있다. 조음위치동화가일어나는환경을익혀두면어떤단어에서든지그현상이일어나지않아야할부분을찾아낼수있다. 2) 이제발음학습의난도를말할수있다. 분절음은보편적으로나타나 5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는요소인데어떤단어에출현할지예측할수없고, 어떤단어에출현하 는지를알게된다고하더라도교정가능성이낮으므로종합적으로학 습의난도가매우높다. 초분절음은분절음보다교정가능성이조금높 은것외에는사정이다르지않으므로학습의난도가역시높다. 음운현상은교정가능성도높고예측할수있기때문에배우기쉽다. 특집 그러나기본형은사정이좀다르다. 현실어화자가표준어를구사하려할때단어의기본형이다르면기본형을외워야한다. 경북방언화자는 수끼 와 맥지 의표준어 수수 와 괜히 를, 전남방언화자는 무시 와 비민히 의표준어 무 와 어련히 를열심히외워야한다. 이와같이기본형은예측가능성이없으므로학습의난도가높을수있다. 그렇지만기본형은개별적으로나타나그수가제한적이고교정이쉽다. 그래서학습의난도는보통정도로평가할수있다. 5. 발음과표기의차이 한글과같은표음문자를사용하는언어에서는발음과표기의관계가매우밀접하다. 그러나둘은본질적으로몇가지다른점이있다. 첫째, 발음은유동적이고표기는고정적이다. 텔레비전 을말할때사람에따라, 또는같은사람이라도상황에따라 [ 텔레비전 ], [ 테레비전 ], [ 테레비 ], [ 티브이 ], [ 티비 ] 등으로발음이왔다갔다할수있다. 반면에 2) 규칙이복잡하거나예외가많은음운현상은예측가능성이낮다. 사이시옷에의한경음화가규칙도복잡하고예외도많아 [ 배주채 (2013:260 265)] 예측가능성이낮은예이다. 그러나이런음운현상은많지않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51

글로쓸때는 텔레비전 아니면 TV 로통일된다. 귀에들리는것보다눈에보이는것을더두드러지게인식하는인간의심리때문에형태를고정하려는압력이발음보다표기에더많이가해진다. 둘째, 발음은순간적이고표기는지속적이다. 발음은입에서나와귀에들리고나면흔적도없이사라지기때문에발음이존재하는시간은아주짧다. 반면에한번나타난표기는일부러지우지않는이상오래유지된다. 셋째, 인쇄술의발명이후표기는손보다기계로실현하는비중이커졌지만발음은예나지금이나기계가아닌입으로실현한다. 기계로실현하는표기는글자모양이일정하고또렷해서인식에별문제를일으키지않는다. 반면에입으로실현하는발음은음가가일정치않고모호할때도있어서인식장애를일으키기쉽다. 상대적으로발음은모호하고표기는명료하다. 3) 발음의유동성 순간성 모호성과표기의고정성 지속성 명료성때문에시간의흐름에따라언어가변화할때표기는늘발음에뒤진다. 그시차가심할때는영어처럼몇백년이될수도있다. 이것을 표기의보수성 이라부른다. 표기의보수성을고려하면발음의표준화보다표기의표준화가훨씬더중대한문제이다. 4) 또표기가표준화되면발음의표준화도상당한수준으로저절로이루어진다. 만약인위적으로발음의표준화를추진하려한다면표기와조화가깨지지않게주의해야한다. 3) 발음의모호성에도불구하고구어에의한소통이가능한것은구어로소통하는상황에서발음이외의다양한정보가의미해석을도와발음의모호성을보완해주기때문이다. 4) 이점은이익섭 (1983:14 15) 에서지적한바있다. 5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6. 국어표준화의역사 서양문물의유입과열강의침투로전통사회가근대사회로급격히 재편되던개화기에는국어표준화의필요성이매우컸다. 일제강점기 에민간학술단체인조선어학회에서 < 한글맞춤법통일안 >(1933) 을 특집 제정함으로써표기의표준화가본격적으로시작되었고, 사정한조선어표준말모음 (1936) 을발간하고국어사전편찬작업을시작함으로써어휘의표준화도시작되었다. 해방후에는교육으로표기와어휘의표준화가상당한진전을보였다. 시대의변화에맞게이를보완하는작업은 < 한글맞춤법 >(1988) 과 < 표준어규정 >(1988) 및 표준국어대사전 (1999) 에서이루어지게되었다. 이제 < 한글맞춤법 > 은완전히정착되어한동안은손볼일이없을것이다. 한편어휘의표준화는그속성상계속되어야한다. 어휘변화는끝없이일어나고어휘의표준화는문제가되는단어에대해그때그때개별적으로이루어져야하기때문이다. 반면문법의표준화는공식적으로이루어진적이없다. 5) 문법의표준화는지식인들의노력으로저절로이루어져왔다. 그결과어떤문장이표준적인국어문장인지 100% 는아닐지라도대부분명확하다. 표기와어휘의표준화가주로정책표준화였다면문법의표준화는자연표준화였다. 6) 발음의표준화는 < 표준어규정 >(1988) 의부록으로발표된 < 표준발 5) 학교문법의통일 (1985년) 은문법론의통일이라고할수는있어도문법의통일은아니다. 문법의표준화는문법론의표준화가아니다. 예를들어 울퉁불퉁한지않은지 가표준어인지아닌지는문법의표준화에관한문제이고, 나는여름이좋다. 가단문인지복문인지는문법론의표준화에관한문제이다. 6) 정책표준화와자연표준화의구분은이익섭 (1983:8 9) 을따른것이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53

음법 > 에서공식적으로시작되었다. 그렇지만비공식적으로는표기나어휘의표준화와동시에이루어져왔다고할수있다. 어휘의표준화로어떤단어의형태가정해지고맞춤법에따라그표기가정해지면그단어의발음은대부분저절로정해지기때문이다. 그러나어휘와표기의표준화에도불구하고발음이불투명한일부는발음의표준화가필요했다. 그래서등장한것이 < 표준발음법 > 이다. 예를들어 뒤 라는표기만가지고는그모음을단순모음으로발음할지이중모음으로발음할지알수가없고, 맑고 를 [ 말꼬 ] 로발음할지 [ 막꼬 ] 로발음할지불분명하며, 낳은 과 히읗은 의받침 ㅎ 의발음이다른것을어떻게설명할지문제가되었던것이다. 7. 표준어정책의방향 국어표준화는개항이후 140여년이지나는사이에정책표준화와자연표준화로거의달성되었다. 근대화를앞당기기위해불가피했던표준어정책은이제변화할때가되었다. 표기는그보수성을고려하여정책표준화를유지한다고해도문법과어휘의표준화는자연표준화에맡기는것이좋으리라생각한다. 지금과같이교통 통신과대중매체가발달하고교육수준이높은상황에서는대중이스스로표준문법과표준어휘를가꾸고발전시켜나갈수있다고판단한다. 7) 국어의지나친표준화는국어의동질화이자획일화이다. 생물종의 7) 어휘의자연표준화의필요성은안상순 (2004) 에서잘논의된바있다. 이상규외 (2008) 에실린여러글들도국어의정책표준화보다자연표준화를주장하고있다. 5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다양성이건강한생태계의보존에필수이듯이국어의발전을위해서는 국어의동질성보다다양성이더도움이될수있다. 8) 그렇다면표준화 가지나쳐국어를단순하고경직된언어로묶어놓는것을오히려경계 해야할것이다. 시대가바뀌고사회가달라지는데에따라국어도함께살아움직이며진화해나갈수있는환경을만드는것이진정우리가국어발전을위해할일이다. 새시대의표준어는따라야할규범이아니라참고할기준이되어야한다. 표준어가규범이라면표준어가아닌말은틀린말이된다. 표준어가기준이라면상황에따라소통의효과를높이기위해기준과일치하거나, 기준에가깝거나, 기준에서다소멀게국어를사용할수있다. 표준어와얼마나가까웠느냐가아니라표준어와의거리가적당했느냐를가지고국어를잘사용한것인지평가하게된다. 특집 8. 발음정책의방향 표기와어휘의표준화에따라발음의표준화도거의완성되었다. 이제는발음이서로달라소통이어려운문제는미미하다고생각된다. 물론발음이조금이라도다르면이질감을느낄수있어서발음의표준화가여전히필요하다고생각할수도있다. 그러나그이질감이나쁜것만은아니다. 방언의특징적발음은해당방언화자들끼리는동질감을느끼는요인이되고, 다른방언화자에게는어느방언화자인지를알려주는사회적지표가되어상대방의정체를이해하는데도움이된다. 8) 이상규외 (2008) 에실린여러글들이이러한정신을지지하고있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55

방언간의조그만발음차이는소통을방해하기보다는돕는다. 따라서국어발음은표준화의필요성이크지않다고판단된다. 설령표준어를규범으로강조하는정책을유지한다하더라도발음의유동성과순간성, 모호성을고려하면발음에대해서만은지금까지보다더관대한정책을펴는것이옳다. 발음정책을이렇게바꾼다면현재의 < 표준발음법 > 은어떻게할것인가? 사실 < 표준발음법 > 본문의태도가꼭규범적이라고해석하지않을수도있다. 대부분의조항이 로발음해야한다. 가아닌 로발음한다. 와같이표현되어있으므로기술적 ( 記述的 ) 이라고, 즉있는그대로를보여주는식이라고해석할수도있는것이다. 소수의조항에사용된 허용한다. 나 인정하지않는다. 와같은표현은규범적이라고할수있으므로이들을수정하면 < 표준발음법 > 은기준이되는국어발음을기술하는것이라고이해할수있다. 9) < 표준발음법 > 을국어발음의기준을기술한것으로다듬는다해도그세부내용중에는여전히수정할것들이있다. 우선음소체계의변화를돌이키기어려운것은수정이필요하다. (5) 음소체계의변화를돌이킬수없는것 3 ㅐ 를 [ ㅔ ] 로발음한다. 이에따라 ㅒ 는 [ ㅖ ] 로발음하고 ㅙ 는 [ ㅞ ] 로발음한다. 4 ㅟ 를이중모음 [wi] 로발음한다. 10) 9) 국어음운론에관한책들에서 < 표준발음법 > 을인용하여국어의음소체계나음운현상을설명하기도하는것은 < 표준발음법 > 을기술언어학적연구의결과물로이해한것이다. 10) 이중모음 ㅟ 의음가는 [wi] 가아닌 [ɥi] 이지만음소는 /wi/ 이다. 5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5 ㅚ 를이중모음 [ ㅞ ] 로발음한다. 6 음장을구별하지않는다. 아직표준발음을구사하는일부노년층은 (5) 를반대할수도있다. 이제까지모범적인표준어화자로인정받아온그들을소외하지않으려면복수표준어를인정하는기법을활용할수있다. 즉, 기존의표준발음과 (5) 를모두가능한것으로처리하는것이다. 발음을쉽게하려는현상도규칙성이있고일반화되어있으면 (6) 과같이허용할필요가있다. 특집 (6) 편의에따른발음 7 [ ㄹ ] 뒤의 [ ㅖ ] 를 [ ㅔ ] 로발음할수있다. 8 조음위치동화가일어날수있다. 9 모음, 비음, 유음뒤초성 ㅎ 을발음하지않을수있다. 표준발음과현실발음의괴리가심하기로는외래어도지지않는다. 외래어의표준발음이명문화되어있지않으나외래어의표기가정해져있는이상그표기를 < 표준발음법 > 에따라발음한것을표준발음으로볼수있다. 그런데그발음이현실발음과어긋나는예들이많다. 예를들어 파이팅 (fighting), 카페 (cafe), 사인 (sign), 시너 (thinner) 의현실발음은 [ 화이팅 ], [ 까페 ], [ 싸인 ], [ 신나 ] 이다. [ 파이팅 ] 과 [ 카페 ] 는부자연스럽게들리고, [ 사인 ] 은 사인 ( 死因 ) 으로, [ 시너 ] 는 신어 ( 新語 ) 로영락없이오해하게된다. 외래어의발음문제를처리하기위해서는다음과같은사실들을고려해야한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57

(7) 외래어의표기가정해지면발음도정해진다. 그런데외래어는발음을기준으로표기하도록되어있다. 그래서사실은외래어의발음을정하고거기에맞추어표기를정한다고볼수도있다. (8) 외래어가처음들어올때그표기와발음이어떻게자리잡느냐가중요하다. 일단자리잡고나면그형태가원칙에맞든맞지않든고치기어렵다. (9) 표기의보수성을감안하여한번정착한표기를수정하는일은되도록피해야한다. 이러한사실들을고려하면 카페, 파이팅, 사인, 시너 의표기를 까페, 화이팅, 싸인, 신나 처럼발음에맞추어고치는것은개악이다. 1986년에외래어표기법의개정에따라 뻬이징 이 베이징 으로표기가바뀌고나서 1990년대까지도그발음은 [ 뻬이찡 ], [ 뻬이징 ] 이우세했으나지금은 [ 베이징 ] 이우세하다. 이에비추어생각하면앞으로대중의현실발음은철자식발음 (spelling pronunciation) 인 [ 카페 ], [ 파이팅 ], [ 사인 ], [ 시너 ] 쪽으로기울어져 20 30년후에는일반화될것이다. 이와같이표기와어긋나보이는외래어발음은대부분머지않아표기를따른발음으로통일될것이다. 이것이외래어발음의자연표준화이다. 9. 발음교육의방향 발음교육이나아갈방향에대해서는한가지사례를들어언급하려 한다. 2009 교육과정 에따르면중학교국어과목에서음소체계와음운 현상을가르치도록되어있다. 11) 그래서중학교국어교과서에는국어 5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의음소체계를설명하는단원이있다. 한예를들면중학교 1 학년 1 학기 국어교과서에서는 12) 음소의개념을먼저설명하고, 표준어의자음음 소체계와모음음소체계를다루고있다. 음소체계와관련해서는음소 의분류, 음성학용어, 음소체계를시각화한그림을제시하고있다. 음소체계에관한이러한내용은대학교국어국문학과전공과목에서 특집 가르친다. 대학에서배우는내용이과연중학생의인지수준에맞는지의문이다. 전설모음과후설모음, 원순모음과평순모음, 고모음과중모음과저모음, 파열음과마찰음과파찰음등의전문용어를중학생들이얼마나이해하고공부하는지궁금하다. 이해여부와관계없이시험을위해무작정암기하는학생이대부분일듯하다. 13) 더큰문제는교과서에제시된음소체계가표준어의음소체계라는점이다. [ ㅔ ] 는 [ ㅐ ] 보다혀가높은상태에서발음한다고되어있으니학생들은그사실을외우게될것이다. 학생들이이것을외워두었다가시험문제를맞히면학생과교사가모두만족할것이다. 이것은좋은교육이아니다. 학생들이스스로모음을발음하면서음성기관의모양과움직임을관찰하고그원리를생각하여깨달음에이르도록하는것이좋은교육이다. 그러려면학생들이사용하는현실어, 그리고학생들이주변에서쉽게들을수있는현실어를대상으로발음을관찰하고이해하 11) 교육과정에서는음소체계와음운현상을각각 음운의체계 와 음운의변동 으로부른다. 12) 이삼형외 중학교국어 1 ( 동아출판사 ) 의 4단원 (2) 우리말의소리 (148 159쪽). 13) 교육과정에는음소체계를고등학교국어과목에서도가르치도록되어있고중학교국어교과서의내용이고등학교국어교과서에또나온다. 한번배운것을상급학년에서다시배우도록교육과정을짠것은그만큼음소체계가중요하다는것인지아니면한번에완전히이해하기어렵다는것인지알수없지만비효율적인편성임은분명하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59

게해야한다. 14) 음장의교육도마찬가지이다. 단모음을가진단어와장모음을가진단어를일일이외우게하는것이지금의교육이다. 그것은학생들에게발음에관한깨달음을주지못한다. 경상도의학교라면성조에따라단어가구별되는예를학생이스스로찾아서관찰하고그원리를탐구해깨달음에이르도록해야한다. 학생이그러한깨달음을확장하면표준어의음장도이해하고외국어의강세나악센트도이해할수있는길이열린다. 지금의교과서로배우는학생들이깨닫는바가없지는않을것이다. 표준어의음소체계를열심히외우면서표준어라는규범과자신이사용하는말의현실이어긋나있음을깨달을것이다. 규범과현실의어긋남에대한깨달음은나아가사회에서법과현실이어긋날수밖에없다는비관적가치관의형성으로이어질수도있다. 이것은아니함만못한교육이다. 우선학생의인지수준에맞는교육내용을선정해야한다. 예를들어음소체계를이해시키기위해음성학전문용어를쏟아붓는것은지양해야한다. 그리고학생이처한현실과일치하는교육내용을선정해야한다. 즉학생의현실발음을관찰하고발음의원리를이해하는데에서출발하여종국에는표준발음에대한올바른이해에이르도록해야한다. 교육방법은마땅히발견적방법이어야한다. 즉기존의지식을주고암기하게하는것이아니라학생이경험하고관찰한사실에대해 14) 표준어음소체계를굳이가르칠때생기는또다른문제는대부분의교사가표준어화자가아니라는점이다. 교사가주의하지않으면 바담풍 이야기가재연되기쉽다. 6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고민하고토론하게하여학생스스로지식을만들어내게해야한다. 그렇게해야기존의지식이지금의현실에들어맞는지확인할수있고 맞지않다면그해결방안을찾는것이자기세대의과제임을인식할 수있다. 발음교육은이론교육이아닌실기교육이어야한다. 학생이발음의 특집 원리를이해한후에는효과적인소통에기여하는발성법과발음법을 익히는것이필요하다. 그훈련의결과로책을낭독하거나말을할때 좋은발음에의미를정확히담아전달할수있어야할것이다. 15) 10. 마무리 근대화가급속히진행되는과정에서국어의정책표준화는필연적이었다. 여기에자연표준화가더해져국어의표준화는상당한수준으로성취되었다. 그러나이제는국어표준어정책의큰방향을바꿀때가되었다. 지금발음에관한정책적과제는표준화보다규범과현실의괴리를해결하는것이다. 한편으로는규범을기준으로바꾸고, 또한편으로는그기준을현실에맞게조정하는것이바람직한방향이다. 발음교육도규범위주, 지식전달위주에서벗어나현실에서출발해야하며학생이스스로탐구하여결론에이르도록이끌어야한다. 15) 이진호 (2012) 는문법지식교육으로서의음운교육의관점에서고등학교교과서의문제점과개선방안을자세히논의하고있어발음교육의방향을잡는데참고가된다.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61

참고문헌 배주채 (2013), 한국어의발음 ( 개정판 ), 삼경문화사. 안상순 (2004), 표준어, 어떻게할것인가, 새국어생활 14권 1호, 국립국어원, 67 83. 이상규외 (2008), 한국어의규범성과다양성, 태학사. 이익섭 (1983), 한국어표준어의제문제, 이기문외, 한국어문의제문제, 일지사, 7 46. 이진호 (2012), 음운교육과교과서, 한국어학 57, 한국어학회, 35 59. 6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광복 70 년, 우리말을생각한다 유애리한국방송아나운서 전한국방송한국어부장 특집 1. 우리말오용의되풀이 학교교육에서국어교육은읽기와쓰기가중심이고말하기는비중이낮다. 대신매순간접하는매체가우리의언어생활, 특히말하기에영향을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5년 2월 2일발표한바에따르면최근 5년간문제가된방송언어는비속어와신조어, 유행어, 은어등비표준어가전체 53.2% 를차지했고, 반말 15.9%, 고성 막말 7.8%, 자막 6.5%, 성적언어 5.8%, 외모비하 인신공격 차별적언어가 4.2% 였다고한다. 이처럼언어규범지키기에앞장서야할방송이우리말을오용하는상황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는것이다. 매일방송을마치며 시청자여러분께감사드립니다! 가입버릇이된진행자가, 국민모두가알만한국회의원 oo헌 의원을 oo현 으로부르기도한다. 어떻게진행자가출연자이름을발음할때이토록무심한지아쉽다. 상대이름을잘못부르는것처럼큰실례는없다. 국회의원본인스스로 소개받은 oo헌의원입니다. 라고인사겸자신이름을다시정정해말한다. 청취자로서는실소할수밖에없다. 그런데이국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63

회의원은인터뷰내내여러차례텔레비전을 테레비 라고했다. 이밖에도교수나연구원등지식인출연자가우리나라를 저희나라 라고말해진행자가정정하는예도부지기수다. 화면에는어지러운자막과억센고성이, 라디오에서는분명표준발음이아닌발음이반복해나온다. 뉴스문장에서익명의인물을 A씨, B 씨, C씨라고영어로표기하고발음도 [ 에이씨 ], [ 비씨 ], [ 시씨 ] 라한다. 익명성보장을위한배려가지나치다. 실명대신ㄱ씨, ㄴ씨라고하면한글모독이라고여겨일부러알파벳을쓰는것일까? 정부가우리말기준인 < 표준어규정 > 과 < 표준발음법 > 을고시한지 26 년이지났음에도우리의언어생활은개선되지않고있다. 우리가매일보고듣는방송에서조차표준발음에어긋나는사례를흔하게만난다. 방송에서잘못하고있는발음이나표기를심의한자료를보면, 이미 10년전에도지적했던오류가지금도반복되고있다. 늘틀리는발음이고쳐지지않고있는것이다. 띄어쓰기나표기오류도항상비슷하다. 그나마자막은사후편집을하면서수정하고교정할시간적여유가있어서맞춤법오기는줄고있는편이지만비표준발음은여전히고쳐지지않고제자리걸음이다. 방송은오류를재생산한다. 따라서비전문방송인일지라도공공언어를제대로구사하는능력을키워야하고, 그릇된표현과발음을시정하려는관련기관의심의도강화할필요가있다. 6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2. 수상한경어법 우리말이변질되는현상으로누구나공감하는대목은경어법이다. 본래우리말은명사와대명사, 수사와같은체언은물론형용사나동사등의용언이나조사에이르기까지한마디의말일지라도높임이나낮춤의구별이있다. 경어법을엄격하게지키기어렵다해도경어의대상이누구인지는확실히하는것이좋겠다. 서비스업계를중심으로확산되고있는수상한경어를누구나한두번은들어봤을것이다. 주사맞으실게요., 계산서나가실게요., 일번방으로가실게요. 같은표현은곤란하다. 고객에게서비스한다면서엉뚱하게사물을높이는식으로변질된높임말이방송에침투하지않은것이그나마다행이다. 특집 3. 표준발음 정보전달을정확하게하기위한정확한발음의기본은표준어의실제발음을따르되국어의전통성과합리성을고려해정한 < 표준발음법 > 에근거한다. 우리말은표기한대로발음하는것이원칙이다. 그러나추상적인소리인음운과물리적인소리인음성의차이, 즉문자언어와음성언어의차이때문에표기한대로발음하지않기도한다. 음운은머릿속에서생각하는관념적인소리이며누구나한가지로소리난다고생각하는보편적인소리이다. 또한말의뜻과관계가있어서뜻의차이를나타내며문자로나타낼수있도록그수가한정된역사적이고전통적인소리이기도하다. 역사와전통속에다듬어진우리말을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65

지금의기준으로바꾸거나결코가볍게여겨서는안되며아무나멋대로만들어써서도안된다 ( 김상준 1986:84). 발음의편리성과우리말의특성을살려기준을세운표준발음과알맞은음성크기, 음악성이가미된말의흐름과적당한속도가우리말의진수라할수있다. < 표준발음법 > 을기본으로최근방송이나일상대화에서잘못쓰고있는가장흔한예몇가지만들어보겠다. 3.1. 장단음우리말사용에서장단음을무시하는예가점점늘고있다. 숫자 2를비롯해 4, 5를길게발음하는이가거의없다. 건강 ( 健康 ), 전화 ( 電話 ), 주택 ( 住宅 ), 시장 ( 市場, 市長 ), 화재 ( 火災 ), 사건 ( 事件 ), 어른 등은이제거의단음으로변화된지경이다. 우리말은모음의길이가어휘를분화하기때문에장단음구분에주의해야한다. 말 ( 馬 )[mal] - 말 ( 語 )[maːl] 눈 ( 眼 )[nun] - 눈 ( 雪 )[nuːn] 말 과 눈 은말소리를길고짧게냄에따라뜻이다르다. 영어의 sheep[ʃiːp] - ship[ʃip] 처럼장단은결코소홀히할수없는변별적기능이있다. 따라서동시성과일회성을특성으로하는방송언어는물론대중적인소통을하는현장에서도장단음의구분은매우중요하다. 방송에서장음과단음을구분하지않으면바로국민의일상언어에투영되어고착화되기쉽고, 어린학생일수록그영향을잘받는다. 잘못이반복되 6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어굳어지면장음, 단음에대한인식도희미해지고만다. 우리가자주쓰는말가운데동형이의어 ( 同形異義語, homograph) 로는 가정, 강도, 개성, 고문, 거리, 건조, 고성, 고전, 감사, 감정, 경계, 고목, 과장, 사과, 금주, 새집, 시계, 여권, 전철, 정당, 정상, 부자, 연기, 한식 등이있다. 장단을지키지않은발음으로어떤오해를불러일으킬지를생각하면장단을쉽게무시할수없을것이다. 장단음을잘구사하는것이야말로우리말능력이다. 소리의길이가음운의자격을가진다는점을간과한발음은한국어의특색을무너뜨린다. 요즘방송에서우리말을구사하는다양한인종의출연자를볼수있다. 우리말억양이자연스러운외국인의말을잘들어보면우리말발음의기본인장단음을잘지키고있음을알수있다. 뉴스방송을하면서발음이잘안되고틀릴때는장단음을제대로지키지않을때였다. 장단음은우리말의억양을살려주면서발음을편리하게해주며, 의미의구별은물론말의품위와아름다움까지더해주는말하기기술의기본이다. 듣기만으로곧메시지의미를이해할수있는길 이되기위해서는장단음을정확하게구사하는것이기본이되어야한다. 모국어화자라면우리말장단이어렵지않다. 국어사전을찾아보는노력이면된다. 장단음의길이는영어처럼 1.8 대 1 정도면산뜻하게들릴것이다. 장단음은순우리말, 한자말을불문하고거의대부분첫음절에서만구분하면되고, 같은말이라도둘째음절이하에서는단음으로바뀌니발음하기에도편리하다. 말ː 참말, 새ː 참새, 덥ː다 무덥다, 밟ː다 짓밟다, 숨ː 목숨 이되듯.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67

3.2. 발음의경제원칙발음의경제성과편리성때문에표기와발음이다른대표적인예를들어보자. 이름을소개할때 이프로그램을진행할유애리입니다. 라고표기하고, 발음은 [ 유애립니다 ] 로한다. 이름의마지막글자가모음으로끝나는받침이없는말일경우에 입니다 를다살려서말하지않는다. 모음 ㅣ 는음성언어에서는문자언어와달리거의모두탈락한다. 그러나이런발음원칙을무시하고표기대로말하는사람도많다. 서술격조사 이다 도마찬가지다. 나이다, 너이다, 바다이다, 평야이다 를소리낼때는 [ 나다 ], [ 너다 ], [ 바다다 ], [ 평야다 ] 로한다. 이를표기대로 [ 나이다 ], [ 너이다 ], [ 바다이다 ], [ 평야이다 ] 로발음하면역시어색하다. 표기는 -이다 를살려쓰지만발음은쓴대로하지않는것이우리말발음의경제원칙이라하겠다. 이렇게음운을생략하는경우도있지만, 어려운발음을쉽게하기위해말과말사이에음운을첨가하기도한다. 모음이나란히있어발음하기어려울때매개자음을넣어 [ 애리야 ], [ 영호야 ] 로부른다. 애리 나 영호 라는명사와 아 라는호격조사사이에반자음인짧은 ㅣ 가들어간예이다. 3.3. 조사우리말은조사나어미같은허사가실사에붙어의미를통하게하는첨가어이다. 때문에조사를소홀히취급해서는안된다. 그러나누리소통망서비스등축약된메시지중심의소통이늘고, 강렬한표현방식이일반화되면서주격조사, 목적격조사, 처소를나타내는부사격조사등이빠진표현을자주접한다. 활자매체의제목으로 박대통령전방국군장병방문 같은표현은생략의묘미가있다. 그러나이를음성언 6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어로그대로전하면어감이좋지않다. 슈틸리케호, 국대선수귀국환 영인파인천공항에몰렸습니다. 라는방송은시청자를피곤하게만든 다. 슈틸리케감독과국가대표선수들의귀국을환영하는인파가인 천공항에몰렸습니다. 로조사를붙여야의미가빠르게전달된다. 그렇다고전달시간이크게늘지도않는다. 조사를생략한구어체는불친절하므로조사는되도록생략하지않는것이좋겠다. 이와는반대로불필요한조사를남용하는경우도흔하다. 공사에착수를했다, 지시를했다, 확인을했다 등에서조사 을 이나 를 은사족이다. 공사에착수했다, 지시했다, 확인했다 면된다. 특집 3.4. 된소리와거센소리방송에자주등장하는잘못된예는된소리와거센소리에서도확인된다. 문득 을 [ 문뜩 ] 으로, 창고 를 [ 창꼬 ] 로된소리로발음하는것은잘못이다. 도긴개긴 을아예 도찐개찐 으로이상하게변형해표기하고발음하거나, 장 이표기와발음모두 짱 이되어버린것도잘못임을알아야한다. 그뿐만아니라 문고리 는 [ 문꼬리 ] 로, 국밥 은 [ 국빱 ], 옆집 은 [ 엽찝 ] 으로 덮개 는 [ 덥깨 ] 로된소리가나야함에도철자와같은평음으로혼동하는이들도많다. 폭발 은 [ 폭팔 ] 이아니라 [ 폭빨 ] 이바른발음이다. 반면거센소리로내야하는 북한 을 [ 부간 ], 입학 을 [ 이박 ] 으로잘못발음하거나, 정확한 을 [ 정ː화칸 ] 이아닌 [ 정화간 ] 이나 [ 정아간 ] 으로, 다급하다 를 [ 다그파다 ] 로연음하면서거센소리를내지못하고 [ 다그바다 ] 로발음하기도한다. 또 생각하고 를 [ 생가가고 ], 졸업하고 를 [ 졸어바고 ] 로 혼음법칙 을무시한발음이 10년전이나지금이나줄지않고있다. 자음동화의혼란현상도반복되고있다. 한국 이 [ 항국 ] 으로, 연말을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69

[ 염말 ] 로, 전기 를 [ 정기 ] 로, 감기 를 [ 강기 ] 로잘못발음하고있지는않 은지도살필일이다. 3.5. 부정확한모음모음 애 를 [ 에 ] 로발음하는이도늘었다. 대한민국 을 [ 데한민국 ] 으로, 개 를 [ 게 ] 로발음하고, 베다 인지 배다 인지헛갈리게발음하기도하고, 네것 과 내것 을구분하지않고말하는이들이많다. 의 나 옛 발음을 [ 으 ] 나 [ 엣 ] 으로하는화자도많다. 대개특정지역사람들이이발음을불완전하게하는데, 의 발음은 [ 으 ] 에 [ 이 ] 를재빨리연이어발음하면된다. 외국인을위한한국어발음책에도상세히기술된발음요령이다. 입술을부지런히움직이는노력을하면고칠수있다. 발음장애가있어서발음을못하는게아니다. 오 와 우 의음가를부정확하게발음해 신촌역 으로가야할사람이 신천역 으로잘못간웃지못할예도있다고한다. 발음오류로인한사회적비용을감안하면발음하나도허투루할일이아니다. 4. 표준발음정착을위한과제 지금까지음성언어측면에서우리말의특성과대표적인잘못된예를살펴봤다. 이밖에도성적인표현, 비속어의남발, 욕설등써서는안되는말이공공언어에버젓이나타나는예도있고잘못된표기도부지기수지만생략한다. 올해는광복 70주년이되는해이다. 이에즈음해지금우리말이처한현실과그원인을과거로거슬러올라가찾아보려한다. 1910년한일병 7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합부터 1945 년해방까지일제는황국화정책을펴고우리민족혼을말살 하려고했다. 조선총독부는 1938 년회유정책으로한국어를선택과목으 로하고일본어의상용화를강제했다. 그결과, 1943 년우리나라총인구 의 22% 가일본어를사용했다고한다. 이비율은해방전까지 38% 를넘었다고한다. 이같이국어교육이이루어지지못했던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전승되어온우리말의발음교육도단절되었다고봐야한다. 일제는식민통치를위해동경라디오방송이설립된이듬해인 1926 년에경성방송을설립하고일본어방송을시작했다. 조선어방송은 1933년에야제2방송으로전파를탈수있었다. 일제의회유정책이펼쳐지던시기였다. 그해 11월에방송된권덕규의 < 한글강좌 > 가가장오래된우리말계몽방송으로기록되어있다. 이후 1936년 12월에는이희승의 < 문자이야기 > 가방송되었다. 그당시우리말방송을담당한아나운서들은우리말의표준과표준발음에관심을갖고연구했고, 그내용을선배가후배에게전수하는도제식으로교육했다. 아나운서가우리말을연구하고후배에게전수한것은 1930년대중반경성방송국시절, 당시제2방송 ( 조선어 ) 과장이던심우섭이최초였다고한다. 1933년조선어학회가처음으로맞춤법을제정하여표준말기준을결정하고, 1936년에표준말어휘를공포했다. 조선어학회가 6,200여어휘를조선어표준말모음으로사정하고우리말사용의척도로사용했다. 당시에는표준발음법까지는사정하지않았다. 그나마방송의선각자들이우리말의품위를높이고음성언어의특성을살린발음원칙을세워후배에게도제식으로교육해우리말전통을이어가게했다. 일제강점기부터방송에종사한아나운서와기자등방송인은표준어규정을지키는가운데소통이중심인음성언어로서의우리말을고민해왔고그중많은부분이나중에 < 표준발음법 > 에반영되었다.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71

광복후에도하루아침에일본어를없앨수는없었을것이다. 1948년에당시문교부편수부가관민일체가되어일제강점기의잔재인일본어를박멸하고민족어인한국어를되찾으려는국어정화운동을펼쳤다. 당시널리통용된일본어식용어 938개를한국어로순화하여 우리말도로찾기 란소책자 ( 사륙판 36쪽 ) 를간행했다. 그후꾸준한우리말순화로일본어잔재는많이사라졌다. 한자어배척도있었고순우리말로된새로운조어도나왔지만공감을얻지못한말은자연스레사라졌다. 그런틈에들어온서구의외래어에는손도대지못했다. 전쟁과미군주둔의영향으로강의, 강연, 대담, 간행물등에영어가섞여들어가면서국어를오염시켰다. 우리말발음의표준은 1988년 < 표준발음법 > 이제정되기전까지국어사전마다달랐다. < 한글맞춤법 > 과달리발음법을제정하기까지는상당한시간이걸렸다. 표준발음이정해지지않으니제각기다른발음이예사로통용되었다. 비록방송이자체표준발음의원칙을세웠지만구속력이약했다. 아직까지우리말발음의혼란이반복되고있는이유이다. 1989년새로운표준한국어에대한규정이공포되면서 < 한글맞춤법 > 과 < 표준어규정 > 중 < 표준발음법 > 이고시되어우리국어의어문정책이새롭게출발했다. 그리고 26년이지났다. 일제의잔재인일본어를지우기위한 1948년의국어순화운동이시작된지 66년이흘렀다. 세대교체가두번이상이루어질수있는긴시간이다. 일본어를추방하느라노력한한세대가가고나서그결실이다음세대에서실현되었다. 지금세대는우리부모세대가흔히쓰던 벤또 나 와리바시 같은일본말을모르고, 우리말로 도시락, 나무젓가락 이라고한다. < 표준발음법 > 이규범으로보편화되려면시간이더걸리겠지만, 표준을지키려는노력과인식만있다면앞당길수도있지않을까. 7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표준어는언어생활의혼란을막고원만한의사소통을위해국민모 두가공통으로사용하라고국가적차원에서인위적으로정한공통어이 다. 아울러표준발음도역사와전통을바탕으로정해진우리의규범임 을잊어서는안되겠다. 우리말과글을쓰지못하고성씨까지바꿔야했던일제강점기에조선어학회가마련한맞춤법과방송의선구자들이세운우리말의발음원칙은광복 70년을맞으며돌아봐야할역사의유산이다. 주시경선생의말씀을다시기억하자. 말 ( 言 ) 은곧나라를이루는것인데, 말이오르면나라도오르고말이내리면나라도내리나니라. 특집 [ 특집 ] 국어발음의규범과현실 73

참고문헌 임흥빈 한재영 이석록 유문선 김성규 (2006), 고등학교국어생활, 법문사. 김민환 (1996), 한국언론사, 사회비평사. 김상준 (2005), 표준한국어발음과낭독, 한국방송출판. 김상준 (2001), 방송언어연구, 커뮤니케이션북스. 김상준 (1986), 방송과우리말, 정음사. 박경희 (2011), 최고의아나운싱, 프로네시스. 허웅지음, 권재일엮음 (2011), 언어학개론, 지식을만드는지식. KBS 아나운서실 (2010), 해외한국어방송인을위한표준한국어방송, KBS 방송통신위원회. KBS 아나운서실 (1987), 방송언어변천사, KBS. KBS 한국어연구회편 (1999), 방송언어논총, KBS. KBS 한국어연구회 (2013), 방송언어순화자료집, KBS. 74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지금이사람 함께찾는박물관, 다시찾는박물관으로 문영호국립한글박물관장을만나다 답변자 : 문영호 ( 국립한글박물관장 ) 질문자 : 권창섭 ( 아주대학교강사 ) 때 : 2015. 2. 3. 곳 : 국립한글박물관관장실 ( 서울특별시용산구서빙고로 139) 지금이사람 75

작년 10월 9일, 용산국립중앙박물관옆에국립한글박물관이문을연지어느새반년이다되어간다. 작년 3개월동안에국립한글박물관을다녀간사람만도약 13만명. 그만큼반응이좋았다는말이다. 우리국민들의한글에대한자부심과관심을증명하는지표라할수있다. 한글 이라는하나의 문자 로박물관의전시내용을기획하고구성했다는데, 과연어떤모습일까? 이곳을찾아직접보기전까지는잘알기어려운문제다. 한글 은지금까지우리민족이 써온 문자인동시에, 우리가현재 쓰고있는 문자이며, 우리의후손들이 써나갈 문자이기도하기때문이다. 겨울치고는제법따뜻했던날, 그궁금증을풀기위해국립한글박물관을찾았다. 평일낮이어선지단체관람객보다는서로손을잡고편안히전시실을둘러보는사람들이대부분이었다. 외국인도종종눈에띄었다. 조용하면서도아늑했다. 잠시그분위기에취해있다가국립한글박물관에대한이야기를듣기위해문영호관장을찾았다. 권창섭안녕하십니까. 시간적여유를많이두고도착한뒤에박물관을전체적으로꼼꼼하게보고말씀을들으려했는데, 30분정도밖에일찍오지못했네요. 그래도한번쭉둘러봤습니다. 문영호첫인상이어떻던가요? 권창섭아기자기하게잘구성되어있다는느낌을받았습니다. 문영호무엇이제일인상적이던가요? 권창섭전시관에들어서면서처음만나는훈민정음어제서문조형물이가장인상적이었습니다. 문영호그래요? 그거안좋게보는분들도일부있었는데젊은사람이라역시시각이다르군요. 좋게봐주셔서다행이네요. 76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권창섭 2층상설전시실까지만둘러보고, 3층까지는관람하지못했습니다. 3층특별전시실에서세종대왕의업적을다룬전시가있는것으로알고있는데, 한글을만든것외에세종대왕의어떤업적을다루고있습니까? 문영호네, 세종대왕, 한글문화시대를열다 라는제목으로특별전을열고있습니다. 1) 세종대왕께서남기신업적은정치, 외교, 문화, 예술등모든분야에걸쳐있으니전반적으로다루고있지요. 그런데이번특별전은앞으로우리박물관이추구할특별전시의방향과도관련되어있습니다. 권창섭좀더자세한말씀을듣고싶습니다. 문영호우리박물관이 문자 가중심이되는박물관이긴하지만 문자 를가지고꾸릴수있는콘텐츠는한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문자 를넘어 국어 나 문화 등좀더넓은주제와접점에서특별전시를구성하려합니다. 그런취지에서이번첫특별전은 예술과의만남 을주제로삼았습니다. 물론 문자 라는분야와 설치예술 이라는분야의융합이만족스러울만큼이루어지지못해아쉬움이남긴합니다. 우리박물관이풀어나가야할과제인셈이지요. 앞으로 문학과의만남, 음악과의만남 등다양한분야와 문자 의만남을주제로특별전시들을구성해나갈계획입니다. 우리학예연구사들이열심히공부하고노력하고있으니앞으로한층나은전시를선보이리라봅니다. 권창섭아무래도첫출발이라가능성과한계를동시에보셨겠지요. 앞으로가더기대됩니다. 초대관장을맡게되셔서그에따른자부심과부담감을동시에갖고계실것같습니다. 문영호과분한자리라부담이크지요. 1) 이전시를감독한홍익대학교김미진교수의전시해설을다음사이트에서볼수있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8&rid=&contents_id=68544) 지금이사람 77

박물관에서중요한것은 다시 오게만드는일 권창섭이미많이들어보셨을질문부터드리겠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설립된계기와 한글 이라는 문자 를중심으로박물관을설립한의의는무엇입니까? 문영호한글박물관설립에대한요구와논의는수십년동안이어져왔습니다. 본격적으로추진된것은 2008년부터이고요. 전세계적으로문자관련국립박물관은딱두개존재합니다. 중국허난성에있는중국문자박물관과우리박물관이지요. 우리국민이한글에대해자부심이크지않습니까? 그런데그동안그자부심만큼한글이대접을받지는못했던것이사실입니다. 우리박물관이세워짐으로써비로소한글이온당한대접을받게된것이라할수있을겁니다. 권창섭시민들의반응은어떻습니까? 개관후얼마나많은사람들이다녀갔나요? 문영호많이들다녀가셨습니다. 최근통계를보니작년말까지, 그러니까근 3개월동안 12만 9,000명정도가방문하셨더라고요. 첫날은 1 만 2,000명정도가왔고요. 권창섭정말많이다녀가셨군요. 문영호네. 한편으로는그것이기분좋은일이기도하지만, 박물관에하루 1만 2,000명이오게되면사실상박물관이제기능을수행하지못하게된다는면에서는마냥좋은일만은아닙니다. 제대로된전시해설을할수도없고여러시설을충분히이용하는것도불가능하지않겠습니까? 우리박물관은양적인성장이아닌질적인성장을추구하고있습니다. 그래서계산해보니하루에 1,000명에서 1,200명정도, 연간 5 만명정도가적정관람객수일것같습니다. 그정도라면박물관을찾은사람들이편안하고쾌적하게박물관을이용할수있을겁니다. 78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권창섭아무래도개관초기라많은인파가몰리는게아닐까요? 문영호그렇겠지요. 그런데아직여건이완비되지않은상황입니다. 공간적인문제도그렇고인력구성도완전하지않거든요. 박물관이제기능을수행하려면 자료수집과, 연구조사과, 전시과, 박물관교육과 그리고 기획운영과 등다섯개분과가있어야합니다. 그런데아직세개의분과로만운영이되고있어요. 인원도적어도 50명, 많으면 60명정도가필요한데아직 36명에불과합니다. 권창섭지금현재어느분과가없나요? 문영호딱히어떤분과가없다기보다는해야할업무들이섞여있는상태지요. 이를테면연구조사과의경우현재본연의연구조사기능외에박물관교육기능, 대외교류기능, 행사관련기능, 자료수집기능등여러업무를하고있습니다. 각각의분과가본연의기능에만충실할수없는상황인것이지요. 다섯개분과가제대로구성되고각각특화된기능에충실할때조직도제대로돌아가고서비스도잘할수있을겁니다. 이점은우리박물관만유별나게겪고있는문제는아니고, 우리나라의여러문화시설들이초기에모두부딪히는문제입니다. 어떻게이문제를빨리해결하느냐가중요한문제이겠지요. 권창섭우리나라에는박물관및전시에대한전문적인고등교육기관도많은편이아니지요? 문영호그렇죠. 박물관이나미술관등현장에서직접교육이이루어지는경우가많습니다. 박물관학이나전시에대한교육을이수한사람을채용한후, 이사람이근무하면서해당박물관의특수성에따라필요한지식을채워나가는형식이되어야할텐데현재는그반대입니다. 예를들어우리박물관은국어학을전공한사람이채용된다음박물관에대한지식이나전시에대한지식을채워나가는형편이지요. 그래서아 지금이사람 79

직체계가안잡혀있는상황이라고말씀드릴수밖에없고요. 또현업에종사하면서라도재교육이나연수과정이있어야하는데그것도부족한실정입니다. 이는공동으로협력해서풀어가야할문제가아닌가합니다. 권창섭공동으로협력해야한다는말씀은다른박물관들과함께연계해서교육과정을마련해야할것이라는말씀이신가요? 문영호그렇습니다. 다른박물관들도비슷한상황이니까요. 그리고그래야만시너지효과도날수있고요. 직원들이전문성을갖출수있도록교육하는것이무척중요한데, 이런일은한박물관에서개별적으로하는것보다공동으로하는것이훨씬나을겁니다. 이는박물관계의과제이기도합니다. 권창섭관람객중외국인관람객이차지하는비중은얼마나되나요? 국립중앙박물관과붙어있어서그비중이클것같습니다. 외국인관람객수는 한글 과 한국어 에대한외국의관심도를알수있는지표가될것같은데요. 문영호정확히알기는어렵지요. 아시아권은외모만보고판단하기가힘들어서그수를정확히집계할수없습니다. 외국인관람객수가많다고단정하기는힘들지만그래도점점늘어나고있는추세입니다. 한글 과 한국어 가세계로더널리나아가고있는상황이잖아요? 그래서앞으로더신경써야할대상이외국인이기도합니다. 이곳에와서본외국인들의반응도괜찮았고요. 국립중앙박물관과함께외국인들을더유치할수있는방안을고민해보아야할것입니다. 권창섭지리적인입지는좋은편아닙니까? 서울역이나주요도심과도가까운편이고교통도편리한편인데요. 문영호지리적접근성도물론중요하겠지만심리적접근성이더욱중 80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요합니다. 아무리교통이불편해도가볼만하다고생각하는곳에는사람들이일부러라도찾아가니까요. 맛있는것을먹으러굳이지방에도가고, 심지어는국외로식도락여행을가기도하지않습니까? 문화도마찬가지입니다. 지리적접근성보다심리적접근성이더욱중요한부분이지요. 정확한통계는없지만사람들은박물관에오면보통반나절정도관람하다갑니다. 그런데국립중앙박물관은반나절만에다둘러보기힘들어요. 하지만우리박물관은가능합니다. 규모가작긴하지만이것저것관람하고체험하고쉬고하다보면반나절정도는훌쩍흘러가지요. 이곳에한번와서두박물관을충분히다둘러보고가기란참힘든일이겠죠. 그렇다면다음에이곳을다시찾아야합니다. 박물관에서중요한것은바로박물관에 다시 오게만드는일입니다. 한국인의문화향수실태조사에한해동안박물관을몇번이나찾았는가하는질문이있었습니다. 0.2회라는답이나왔습니다. 영화관을몇회찾았는가하는질문의답은 5.6회였어요. 엄청난차이가있지요. 이는우리나라만그런것은아니고외국도마찬가지이긴합니다. 게다가문화생활을즐기는방식들은보완재라기보다대체재의관계거든요. 다시말해영화를볼까박물관을갈까하는선택적관계입니다. 그런상황이다보니지리적으로붙어있는국립중앙박물관과우리박물관은더욱상황이안좋은거지요. 한번와서둘중에하나만관람하지, 양쪽을동시에관람하길바라긴어렵습니다. 권창섭보완재의성격을가질수있도록하는방법은없을까요? 지리적으로붙어있는것이오히려장점이될수도있으니까요. 문영호아이디어죠. 프로그램을잘구성하면가능하리라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주된관람객은지방에서단체로올라오는학생들입니 지금이사람 81

다. 기본적으로박물관은교육적성격을가지고있기때문에관람객에서학생이차지하는비중이높지요. 그러면시간적인문제때문에국립중앙박물관을관람하고우리박물관까지들르기가쉽지않거든요. 그럼양쪽이협력해서두어시간은국립중앙박물관을관람하고두어시간은우리박물관을관람할수있도록프로그램을짜면됩니다. 서로협력하면잘풀수있는문제라봅니다. 다양한한글관련자료확보위해기증활성화해야 권창섭전시물품들중에는기증을통해서소장하게된것들도있다고알고있습니다. 아까관람하다보니물품을소개하는곳에기증자의이름도적혀있더군요. 문영호 2층전시실이끝나는곳에도기증한사람들의이름이벽면에정리되어있습니다. 권창섭그건미처보질못했습니다. 문영호이미언론에보도된바도있지만, 소개할일화가하나있습니다. 현존하는한글타자기중에가장오래된것이송기주박사의 4벌식타자기입니다. 1910년대의이원익타자기가최고 ( 最古 ) 의타자기라지만그건현존하지않는다고알려져있거든요. 그래서개관하기전부터송기주박사의타자기를오랫동안수소문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도못찾고있었는데, 어느날갑자기송기주박사의손자가찾아왔어요. 타자기를들고요. 우연히우리박물관이개관한다는소식을듣고가족회의를했다고하더군요. 그리고지금까지어디에도기증하지않았던그타자기를우리박물관에기증하기로했답니다. 그것이할아버지와아버지의유지를이 82 새국어생활제 25 권제 1 호 (2015 년봄 )

[ 그림 1] 송기주타자기 을수있는방법이라는데가족끼리의견을모은것이지요. 정말고마운일이었습니다. 타자기는지금상설전시실에있습니다. 2) 권창섭다른흥미로운기증품도소개해주실수있나요? 문영호 습례국 이란것이있습니다. 제사음식차리는법을놀이를통해배울수있도록한물건이지요. 이것도기증을받아서우리박물관에전시되어있습니다. 국내에두개정도만현존하고있고, 텔레비전프로그램 < 진품명품 > 에도소개된매우귀한물품입니다. 권창섭탁와종회에서기증했다고되어있네요? 문영호탁와종회는탁와 ( 琢窩 ) 정기연 ( 鄭璣淵 ) 선생의종친회입니다. 그습례국은탁와선생이딸이시집갈때준것이라고알려져있지요. 2) 관련보도자료 : 현존하는가장오래된한글타자기 국립한글박물관 의품으로 (http://mcst.go.kr/web/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3799) 지금이사람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