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그날이후 : 세월호라는현장 세월호라는사건과 인류학적 현장사이에서 이경묵 ( 서울대인류학과박사수료 ) 세월호사고와세월호사건은실은전혀별개의사안이다. 나는후자의비중이이루비교할 수없을만큼더중요하다고생각한다. 다시한번분명히말한다. 이것은국가가 국민을구조하지않은 사건 이다. ( 박민규, 눈먼자들의국가 ) 1. 아직도래하지않은 세월호의인류학 세월호는현재진행형이다. 혹자는침몰한세월호가실패한 대한민국 전체에대한은유라말한다. 그렇다면, 세월호의현장은대한민국전체일것이다. 끝나지않고계속중인세월호는어디에어떻게무엇으로계속되는가? 일산신도시에서학교까지 2시간의버스통학중띄엄띄엄 세월호 를본다. 작년여름일산신도시에여럿의장소에걸려있던노란리본과 특별법제정, 잊지않겠습니다 xx엄마, 시민 이란게시물은사라졌다. 20분후화정동근처에 진실을인양하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란현수막이걸려있다. 서대문구에들어서니낯선중학교교문위에 세월호를기억합니다 라는문장이걸려있다. 흔치않은모습이다. 1시간후도착한광화문광장에는세월호유가족들의농성텐트가서있고많은플래카드가걸려있다. 바다속에는여전히 9명의국민이있습니다. 특별법시행령반대. 한산한새벽의광장에서며칠전의전경버스차벽을떠올렸다. 학교에도착하니여기저기에세월호 1주기에맞춘학술행사포스터들이있다. 세월호는한국바깥까지이어진다. 어리둥절한뉴스였지만 세월호 1주기에조선닷컴은연예란에서맨유의홈페이지의문구를상세히소개했다. 여전히세월호를기다립니다. ( 맨체스터유나이티드 ) 2) 지구반대편의축구단은세월호를망각하지않고기억하겠다는맹세의말을실었 2) 16 일맨유는한글판홈페이지첫화면에세월호를상징하는노란리본을달고, 세월호 1 주기를추모하는공식성명을발표했다. 맨유는 "1 년전오늘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한국에서일어난세월호침몰사건소식을접하고충격과슬픔에빠졌다. 2014 년 4 월 16 일세월호는 476 명의승객을태웠고, 공식적으로 295 명이사망하고 9 명이여전히실종됐다 " 라며함께안타까움을전했다. 맨유는 "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모든구성원은세월호사건으로슬픔에빠진모든분들과마음을함께한다. 여전히세월호를기다립니다." 라며세월호참사 1 주기를맞아슬픔에빠진한국국민들에게위로를전했다. ' 맨유세월호추모 ' 소식을접한네티즌들은 " 맨유세월호추모, 추모합시다." " 맨유세월호추모, 고맙네요 " 등의반 - 6 -
고한국의혹은경기도를지역연고로하는어떤스포츠구단도세월호에대해공식적인논평을 싣지않았다. 경기중계도중선수들의유니폼에새겨진노란리본이보인다. 세월호는끝나지않았으나, 모든곳에서같은속도, 같은강도, 같은방법으로계속되지않는다. 정확히말하자면, 어떤이에게세월호는이미끝났다. 누군가에게세월호는이미 끝났기때문에 / 그럼에도불구하고 또다른이들에게세월호는영원히끝나지않는다. 이뒤엉킴과충돌이세월호사건의 현장 일것이다. 2014년 4월 16일이후세월호에대한많은글들이나왔다. 유명한인류학자들의글도몇개보인다. 세월호에대한애도를환대와생성이라의미부여한조한혜정이나, 박근혜정권은다른무엇보다도세월호로기억될것이라피력했던엄기호, 공동체의최소한의조건이고통스럽게죽어간이들을기억하는것이라고강조한이현정의글은명문 ( 名文 ) 이며, 한국사회의지식인이자인류학자로서세월호와 관련해 전해야하는정확한메시지이다. 그러니지겹다고말하지마라. 우리 는세월호로기억될것이다. ( 엄기호 2015), 그때까지우리는아직잊을권리가없다. ( 이현정 2015) 그러나, 세월호의인류학은오지않았다. 세월호사건을현장 (field) 으로삼고, 대형선박사고가아닌상호화해하기어려운입장과반응이충돌하는 사건 임을드러내며, 이전에는 없었던 앎과지식이솟아나온바로 여기 에대한논의가아직없다는의미이다. 이와유사하게전규찬은, 아직나오지않았으나나와야하는세월호에대한연구들을풀어쓴바있었다. 세월호항해궤적을더듬고침몰과정을정리하며원인을사실적으로분석한저널리즘. 과적지시를내린자본을폭로하고항해허가를내준공권력을추적하는다큐멘터리, 세월호라는대참사를신자유주의자본국가라는근원적원인으로래디컬하게연결시킨논문. 우리가승선한세월호, 즉대한민국이얼마나많은목숨을버리면서위태롭게항해해왔으며, 바로지금도또한앞으로도얼마나많은생명의희생을초래할것인지를총체적이고역사적으로조사한책자. 세월호사건인식의스케일을지정하고그복잡한의미와성격을광폭으로정리하며, 세부탐침의방법들까지도강구하는리포트. ( 전규찬 2014:157) 세월호의인류학은전규찬이제시한저널리즘, 다큐멘터리, 논문, 책자, 리포트모두에걸쳐 있을것이다. 아니세월호에대한 좋은 글은위의여러기획과그사이에있다. 세월호와같은 압도적사건앞에서학문분과들의방법론은하나하나는그한계를노출한다. 세월호의인류학을 어떻게할수있는가? 그것은세월호에대한보다상세한, 사람이보이는 장기간의현지조사 에의한, 연구대상자와의라뽀 (rapport) 에기반을둔연구일까? 그럴수도있다. 그러나인류학 의전통적인연구방식과방법론은세월호의인류학의필요조건이지충분조건은아니다. 3) 세월 호의현장은 1 년전에여객선이침몰하여여전히가라앉아있는사고해역만이아니며, 한국전 응을보였다. ( 조선닷컴 ) 3) 앞으로세월호희생자의유가족의구술사나그들이겪은고통을그들곁에서고통스럽게추적하고받아적는 인류학적 연구가나올것이다. 이글의논지는그기획이 충분치않다 고주장하는것이아니다. 유가족에초점을맞춘연구는그안에서세월호가왜오랫동안 사건 으로지속되는지를해명하는하나의방법일것이다. - 7 -
체 / 한국바깥까지뻗쳐있다. 침몰한세월호는시간의흐름속에부식되지않을것이라면서어떻게해서든잊지않으려는이들과, 무슨수를써서든빨리망각하려는이들사이의간극은깊어만간다. 세월호가사고가아니라사건이며그것을끝낼수없는이유는무엇인가? 정치지도자와기득권자들의뻔뻔함, 재난관리시스템의허술함, 유가족에대한보상, 기만적인세월호특별법, 침몰한세월호의인양, 사람들의무관심등을해답으로제시하며, 서둘러논의를닫아서는아니된다. 각각의설명들은부분적으로설득력을지님에도불구하고사이비 ( 似而非 ) 인과관계이기때문이다. 나쁜정치지도자, 허술한재난관리시스템, 돈으로환산할수없는고통의계량화, 국회만이법을만들고국가만이법을집행할수있다는대의제민주주의의협소함등의요인때문에세월호가 사건 이되지않으며, 그중몇개의문제가해결되었다고해서세월호를대규모의교통사고로되돌릴수도없다. 2. 사건 vs. 사건에대한설명 별다른이견없이받아들여지는인류학의전통적인현장과연구방법이있다. ( 비교적 ) 소규모의인간집단과의 ( 비교적 ) 장기간함께살면서그들과라뽀를구축하면서참여관찰한다는교과서적설명은논란의대상이아닌고전적정의이다. 이방법론에기대어 ( 비교적 ) 자연스럽게인류학적연구를수행할수있는대상과자리가마련된다. 그러나문제는괄호친 비교적 이다. 통상적인의미에서 한세기전즈음에서구에서시작된인류학의매뉴얼은굳이비교적이란형용사를쓸필요가없었다. 지금그형용사는곤혹스러움을드러낸다. 세월호의사건과같이한군데의장소로특정하기어렵고, 희생자 / 생존자 / 유가족들과의지속적인접촉자체가실질적 윤리적문제를품고있는주제를만났을때, 인류학의현장은어디이며조사는어떻게진행해야하는가? 희생자의증언을직접들을수없는데다가, 엄밀하게말한다면생존자와유가족의트라우마치유를돕는심리상담가와정신의학자가아닌이상참여관찰과라뽀형성은불가능하다. 4) 세월호에대해쓰고자하는인류학자는통상적인상황에서자신의글의권위를지탱해주던조건들에기댈수없다. ⑴ 장기간의현지조사와연구대상과의친밀한관계를통한 자기만의 자료 ⑵ ( 해외지역연구의경우 ) 지역의언어와역사에대한배경지식 ⑶ 연구대상과주제에대한선행연구를쓸수없다. 세월호의인류학은 ( 세월호라는 ) 사건과 ( 세월호의 ) 현장을재-정의해야만한다. 세월호는 사건 이다. 그렇다면전통적인현장 (field) 을초과하는 사건 과그현장의의미는무 엇인가? 5) 사건 (event) 과사건에대한설명은동시에한자리에있지못한다. 양자가마주쳤을 4) 심리상담가와정신의학자들역시클라이언트의비밀보장이라는의무로인해그들이들은것을그대로쓸수없다. 5) 콜로퀴엄발표자리와질의응답도중에서밝혔듯이본인은세월호사건을충분히설명해줄수있는이론적개념어를찾지못했다. 다만 사건은사건적자리가아니다 ( 일치하지않는다 ). 사건은자신의자리의원소들을동원하지만자기자신의현시를거기에덧붙인다. ( 바디우 2013:303) 는통찰은사건과관련된제요인들을나열한다고하더라도그것이그자리에서 일어났다 는사실을모두설명할수없다 - 8 -
때서로는서로를내쫓는다. 특정한문제를사고나개인의문제라고칭하지않고 사회 문제라고명명하는이유는그원인과책임의소재가특정한요소몇몇으로한정되지않기때문이다. 노인문제, 청소년문제, 가정폭력문제등은각각의노인, 청소년, 가정의 문제 이지만, 그와동시에당사자 ( 만 ) 의문제가아니다. 마찬가지로 사건 이사건으로인식되는이유역시역설적이다. 그일이일어난순간그에대한명확한인과 ( 因果 ) 관계를찾을수없고납득할만한이유가이미마련되지않았기에 사건 이된다. 사건이일어난 이후 사건이일어난맥락과이유를더듬어찾는시도가납득할만한것이라받아들여질때사건은더이상사건이아닌무엇인가의 귀결 로변하고더이상사건이아닌것이될것이다. 예를들어, 세월호참사가 가만히있으라. 라는선장과승무원의방송 때문에 일어났다면그들에대한사법적판단이끝나는순간세월호는종결된다. 그러나세월호사건을선장의잘못된지시때문에일어났다고닫을수있는가? 세월호라는사건은선장책임론이라는설명을내쫓는다. 4월 21일청와대의수석비서관회의에서선장이먼저탈출한것은살인과도같은행태 라고질타한박근혜대통령의발언이논쟁을불러왔다. 사법적판단이전에선언으로제시된대통령의단죄발언이적절했는가? 그논쟁의밑바탕에는선장 / 승무원의대응 때문에 세월호가일어났다는설명이충분치않다는논리는판단이깔려있다. 세월호가끝나지않았던가장큰이유는사건을재현 (represent) 하고설명하려는여러가지방향의시도 즉사건의상연 (present) 가지속적으로 납득할수없는 지점을만들었기때문이다. ( 세월호 ) 사건은인과관계의규명을통해서는충분히해소될수없는 일어남 의연속 / 이어짐이다. 인도네시아의현대사에점철된폭력과마녀사냥에대해분석한인류학자시겔 (Siegel) 은마법 (witchcraft) 에대한통상적인 설명 들이사회 문화적맥락을동원하여반 ( 反 ) 사회적인폭력을해명하고해소하려시도했다며비판한다. 시겔에따르면사건 (event) 과사건을설명하기위해이후에고안된가설과설명방식을세심하게구분해야한다. 사고 (accident) 란아무이유없이불쑥일어나, 우리네삶에영향을끼치는것 (Siegel 2006:9) 이다. 사건이후사건이일어난맥락과인과관계를사후에더듬어찾아제도적 문화적 역사적원인을찾으려는시도는사건이사건으로받아들여졌던그순간의당혹스러움과놀라움을제거한다. 반면시겔은 어떻게기괴한 (uncanny) 순간들이출현하며. 중략... 그에대한어떠한반응의경로가뒤따르는지 (Siegel 2006:26) 를추적하자고제안한다. 세월호의현장은팽목항이나단원고교, 안산, 광화문광장만이아니다. 사건과사건에대한설명이맞서고서로를거부하는궤적이세월호의현장이다. 그현장에는여럿의세월호 들 이늘어서있다. 특별법으로, 단신과폭식의대립으로, 플래카드로, 천막으로, 인터넷의막말로, 지방선거의결과로, 그리고학술대회의포스터로. 그것들은왜어떻게계속되고또멈추는가? 는점을지적한다. 이는본문에서소개한시겔 (Siegel) 의제언과겹친다. 또한공적인사건 (public event) 을분석하기위해한델만 (Handelman) 이제기한모델로서의사건 (events of modelling), 상연으로서의사건 (events of presentation), 재현으로서의사건 (events of re-presentation) 의구분도검토해볼수있다. 한델만은사회적상황의모델로제시되는사건이그것자체의전개임과동시에무엇인가의재현으로구축된다는점을지적한다 (Handelman 1998:58-62 참조 ). - 9 -
3. 자까르따의세월호 : 오해 ( 誤解 ) 의의미연관 2014년 4월 16일세월호페리가침몰하던당시, 나는자까르따의빈민가에서현지조사중이었다. 1년남짓한기간을 TV없이지냈던나는현지주민들보다세상물정에더어두웠다. 그래서나는 한국에서큰배가가라앉았다는데가족들은무사한가요? 라는질문을통해세월호를접했다. 1만 3천 ~7천개의섬으로이루어져있는도서국가인인도네시아에서선박의침몰사고는매우흔한뉴스거리이다. 나는여러사람으로부터한국의가족의안부를묻는질문을들었다. 그런데, 구조작업의진척을두고답답한보고가이어지던 2-3일후에인터넷을통해세월호 사건 을접하고침울했던나는매우이상한질문을접했다. 역시한국은대단해요. 진짜빨라요. 아닌가? 진짜같아요. 비디오가진짜같아요. 참사를두고대단하다는그와의대화를정리하면다음과같다. 그는 TV와신문을통해스치듯세월호를보았다. 사고직후중계헬기와해경의배가세월호를둘러싼모양을보고두가지가설을세운것이다. 첫째, 큰배가침몰하고있는그순간에조감도와같이영상을찍었다는것이대단하다. 인도네시아에서의수많은선박사고에관한영상은모두사고가일어난후의바다를비추거나생존자들과의인터뷰로채워진다. 6) 한국은발전한나라이기에사고현장에대한생중계가가능했을것이다. 둘째, 그러나생중계가가능했고많은구조선들이세월호근처에있었음에도불구하고자력으로배를빠져나와탈출한승객이외의수많은승객이구조되지못했다는것은이해할수없다. 그러니까발전한나라인한국의방송국들은컴퓨터그래픽기술을사용하여 마치 배와헬기가그자리에있었던것처럼영상을만들어내었을것이다. 그영상은진짜같았다. 기가막혔던나는영상과사진은조작된것이아니며많은선박과헬기가사람들을구조하지못했다고 - 세월호와같은사건을조리있게설명하기에는한참모자라는 - 인도네시아어로답해주었지만그는 너는지금한국에있지않으니까잘못알고있을수도있다 며굽히지않았다. 그는세월호의누락된항적기록에관한논란을예견했는가? 세월호를멀리인도네시아까지실어나른그매체는투명하고순수한매체가아니다. 자까르따에서의세월호는사진과동영상으로도달했고, 단편적인근거들속에서도이해할수없고납득할수없는의미연관 ( 意味聯關 ) 즉이어질수없는의미의연결점이등장한다. A 배가가라앉는그순간이생중계될수있다는것이놀랍다. B 많은선박과설비가있었는데왜사람이그렇게많이죽었는가? C 세월호가침몰되는초기의사진과동영상은이후에 만들어진 첨단기술의결과일것이다. D 조작이아니라는나의설명은한국 ( 좁은의미의현장 ) 에있지않은한국인이현재한국에서벌어진사건에대해온전한설명을할수는없다. 6) 아셉의최초의호기심어린질문의출발점은세월호사고와관련하여전세계에퍼진 [ 사진 1] 과앞페이지의코모도섬선박사고에관한 [ 사진 2] 를비교함으로써이해할수있다. 어떻게사고현장에대한생중계가가능한가? - 10 -
[ 사진 1] 인도네시아의주요일간지인콤파스에실렸던세월호사고자료사진 http://internasional.kompas.com/read/2014/04/16/1410432/100.lebih.penumpang.kapal.tenggel am.di.korsel.belum.ditemukan [ 사진 2] 2014 년 8 월롬복섬에서코모도섬으로가던페리침몰사고자료 http://www.nydailynews.com/news/world/13-rescued-2-missing-boat-sinks-coa st-indonesia-article-1.1907517 세월호에대해, 한국에서많은인명이사망한대형선박사고가났다 는보고이상을필요로 하지않는 40 대초반의인도네시아남자의오해를 설명 하기는쉽다. 아셉 ( 가명 ) 은텔레비전드 - 11 -
라마를통해한국이인도네시아보다훨씬더발전한나라라고생각하고있었고, 자신의나라에서빈번히일어나는선박사고에대한보도영상과세월호사고영상과사진을성급히비교하며엉뚱한설명을제기했다. 그는지역의마을개발프로젝트사무실에서잡무를도우면서해외에서온손님을보조하는일을맡았기에여기저기의외국의사정에대한자잘한이야기에정통했다. 그는항상 인도네시아는이래서안된다니까 를입버릇처럼달고다녔다. 위대화는그의나서기좋아하는성격과자국혐오 / 해외동경의결과로볼수있다. 그러나이상의설명은, 위의대화가 일어났다 사실자체즉의미-연관을깨끗이지울수없다. 그의엉뚱한주장은납득할수없는설명에반하는대응이었기때문이다. 이점은한국에서세월호가사건으로오래지속되었던이유와상동적 ( 相同的 ) 이다. 오해와충돌이이어지는의미-연관. 자까르따에서의세월호 라는미미한사례와마찬가지로한국에서세월호사건은자연스럽게이어질수없는의미-연관의궤적을그린다. 세월호사건은이해가능한것 / 이해불가능한것이뒤섞여이어지는계열을형성했다. 세월호의현장은사고와사건, 사고와사고에대한 납득할만한 / 납득할수없는설명이꼬리를문의미-연관이다. 4. 성긴스케치 : 사고 구조하지못한 구조하지않은 세월호페리가침몰한이후그것을어떻게부를것인가를둘러싼이견이있었다. 사고, 참사, 사건등등. 그중에가장강력한명명 ( 命名 ) 은 국가가국민을구조하지않은사건 이다 ( 박민규 2014). 대형사고혹은참사이지만그와동시에국민을구조하지않은사건이라는이통찰의핵심은국가가국민을구조하지못한것이아니라구조하지않았다는전환이다. 이는심대한궁지인데국가가자국민을 의도적으로 구하려하지않았다는언술이품은무게는엄청나다. 많은이들이세월호사고를두고대한민국전체의구조적병폐의결과라지적했고 7), 대한민국의구조적병폐라는수식어는성수대교와삼풍백화점붕괴사고당시에도자주등장했었다. 그러나당시국가는사고를막지못했다고비판받았을지언정국민을구조하지않았다는혐의는받지않았다. 구조하지않은 사건이라는판단은 예외적 이여야만하며또그럴수밖에없다. 그느낌이지속되고강화된다면국민에반 ( 反 ) 하는국가혹은국가와국민의전면적대립이라는전선까지이어질것이다. 이궁지와난관을다시써보자. 그럴리가없고그래서도아니되지만, 세월호사고는마치 (as if) 국가가국민을구조하지않은사건처럼보인다. 세월호가사고가아니라사건으로, 도무지설명할수없는궁지와공백이었던출발점은, 자까 르타에서아셉의의문점이시작된지점과유사하다. 7) 자세한논증은별개의글로미루어야겠으나, 이는사회학자들에의한설명, 아니사회학적관점에의지한설명이라고볼수있다. 구조적병폐 란사고에관여된몇몇당사자의과실만으로는설명할수없는복합적인요인들의결과임을정확히지적한다. 그러나사회체계와구조상의미비함에주요한초점을맞출경우왜세월호가서로상반되는견해사이의격렬한충돌을낳았는지는설명하지못할것이다. - 12 -
어떤일이일어났다고사후에들은게아니다. 배안에있는이들과동시간을보낸거다. 지난 4 월세월호가가라앉는걸전국민이봤다. 들은게아니라읽은게아니라, 앉아서, 서서, 실시간으로봤다. 매일매일천천히, 고통스럽게봤다. ( 김애란 2014:12) 세월호참사는건물의붕괴나고속도로의몇백중추돌사고처럼한순간에 일어났던 과거형의문장으로도달하지않았다. 그과정은길고느리고고통스럽게지속되었다. 실시간으로이어지던세월호사고에서는삼풍백화점사고에서와같은기적적인생존자가나오지도않았고행방불명된탑승자중바다에서나오지못한이들이아직도있다. 도대체왜아무도구조하지못했는가? 라는질문은 국가의무능력 이라는중립적인서술이아니라납득할수없는무능력을가리키는외마디소리에가깝다. 세월호사고는그강렬함과지속성으로인해 구조하지못한 무능력이라는설명방식을한계치까지밀어붙였다. 그한계점이 구조하지않은사건 이라는자리이다. 출발점에서부터세월호는납득할수없고설명할수없다는의미에서 사건 이었다. 그리고지난 1년동안세월호는 사고 구조하지못한 구조하지않은 사이에서격렬한충돌을일으켰다. 그충돌과불연속이세월호가 여전히 사건으로남아있는이유이다. 세월호사건에대한납득할만한설명이그궁지에대한납득할만한언어와실천이아직제시되지못한채, 사건을사고로봉합하려는시도가이어졌기때문에 / 이어졌음에도불구하고세월호는 ( 여전히 ) 사건 이다. 세월호가이어진추이, 즉세월호의 현장 에대한길고정교한분석이필요할것이다. 8) 아래에서는사고 - 구조하지못한 - 구조하지않은이라는세항을중심으로서로화해할수없는긴장을대략적으로나열하였다. 그구분은 1 ( 선박 ) 사고로서의세월호, 2 구조하지못한구조적이고총체적인참사, 3 구조하지않은사건이다. 1 ( 선박 ) 사고 - 세월호와국가경제의침체 - 순수한유족 vs 불순세력 - 선장의살인죄. 공판 - 유병언세모그룹회장일가추적과백골발견 - 생존자유가족보상관련논쟁 : 특혜, 시체장사 - 오뎅, 단식에반대한폭식 세월호를 ( 선박 ) 사고로보는관점이최초로구체화된것은 경제침체 - 세월호 라는이름으로 침몰직후부터등장했다. 놀러가다가일어난교통사고, 청와대에서의대통령면담을요구하던 유가족에게던진순수유가족이라는범주, 대통령이정식공판이시작되기도전에세월호선장 을살인자로명명하는등에계속깔려있었다. 이후세모그룹유병언일가에대한종편의집요 8) 앤쓰로피아 1 호의세월호특집에실린이민영, 이도정, 박형진의세글모두가이글에서는본격적으로진행하지못한세월호의인류학의실질적인내용이라볼수있을것이다. - 13 -
한보도와백골로발견된유회장으로이어진다. 팽목항에서구조작업이계속되고유가족들의단식투쟁이계속되는와중에충격적으로등장한 폭식 퍼포먼스와세월호희생자를 오뎅 으로빗대고욕조에서의시체놀이사진등이알려지면서절정에달하게된다. 세월호유가족을종북세력 / 사회불만세력으로칭하는근거역시세월호를단순 ( 선박 ) 사고로닫으려는관점을깔고있다. 2 구조하지못한구조적이고총체적인사고 - 해경의무능력 / 해경해체 - 온전한재해관련컨트롤타워의부재 - 침몰당일대통령의 행방불명 - 인양비용 1000억 2000억 - 여당과야당의합의로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시행령 - 세월호사고 1주기에도착한선물 : 세월호인양결정 세월호침몰사고를한국사회전반의병폐를드러내는상징적사건으로보는시각은, 비교적넓게퍼졌다. 구호를책임져야할해경의무능력에대한비판은느닷없는해경해체선언으로닫혔고, 여당과야당의합의로기소권과수사권을부여하지않은세월호특별위원회법이통과되었다. 세월호실종자에대한조사가종결된후의긴침묵은, 1주기를맞이하여 엄청난경제적비용과위험성을무릅쓴 인양을선언하면서마무리된다. 제도개선과진실규명이라는대의에는동의하지만, 그것을현존하는국가즉정부내부에서마무리하려하였다. 3 구조하지않은사건 - 해경의기다림 / 언딘특혜 - 교황방한과그의행적 vs 대통령의행보 - 유민아빠김영오의단식 - 기레기 vs. 손석희의대비 - 수사권과기소권을포함하는세월호특별법, 철저한진상규명 - 바다속의세월호선체와실종자 9인 - 세월호특별법시행령에대한반대 구조하지 않은 사건으로서의세월호는예기치않은사고혹은국가선박관리 재난관리시스템의미비점이라는통상적인설명방식으로납득할수없다는표현이다. 장기간의단식, 세월호생존자와유가족에대한 특혜 에대한거부와현재의국가기구로부터의독립성을보장받는특별조사위원회요구등은모두 납득할수없음 을그배경으로한다. ( 구조하지않은 이라는틀을끝까지밀고나갔을때만나게되는규결은세월호를둘러싼 음모론 이다. 사고직후의동영상에잠수함의그림자가보였다는보고로부터시작하는음모론은인터넷을통해여전히흘 - 14 -
러다닌다. 나는지금 음모론 에대해논할충분한자료와근거를지니고있지않다.) 3은세월호가침몰하는순간의당혹감에서출발하였다. 그러나 1과 2의틀에의해제시되었던 동의할수없고납득할수없는 모든조치와말들이없었다면 1년이상이상이어지지않았을것이다. 반대로수많은이들로부터 사람 이라면최소한으로지니고있어야하는 공감능력 을결여한비상식적인반응으로치부되었던 9) 1은왜사고발생직후부터등장했던것인가? 1은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3의입장이일종의한계점혹은설명할수없는 공백 상태를가리키는것이아닌일관된입장의결과라는오해 ( 誤解 ) 에근거한다. 세월호사고의사건성이납득할수없고설명할수없음자체가아니라, 세월호사고를빌미로한, 반 ( 反 ) 국가적 반 ( 反 ) 사회적체제비판적실천이라고받아들인것이다. 그렇지않다면 1은그리도빨리, 과도하게, 강하게증식하지않았을것이다. 1과3이대립하고그로인해서로를강화시키는상황에서 -사회유지와재통합을지향한다는의미에서- 유일한해결책인 2는너무나충분치못하여 1과구분하기어렵도록겹쳐있었다. 이는상호소통능력으로서의정치 ( 적능력 ) 의실종이다. 빅터터너 (Victor Tuner) 에의하면사회과정의단위로서사회극 (social drama) 가네가지단계로이루어져있다. 그네단계는위반, 위기, 교정, 분열의재통합혹은재인식이다. 10) 1년이상완결되지못하고지속되어온세월호는사회극의실패일것이다. 왜교황프란치스코는세월호희생자유가족에게, 천주교의오랜전통과절차를모두깨뜨리고 1~2일만에세례를주었는가? 교황이보여준파격은세월호를잊고그것을끝낼수있었을지도모를가능성중의하나일것이다. 정상적인국가에서의정상적이라는형용사로감당할수있는 사회문제 와 사고 의목록이있다고상상한다면, 세월호는그 바깥 에있었다. 바깥에있던사건을기존의논리와절차를통해닫으려는시도는성공적이지못했다. 그실패의근간에는 사건 을사고로서둘러되돌리려는시도와그에대한반발이있다. 세월호는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의인류학은 사고든사건이든뭐라고명명하던간에 - 그것이어디에서어떻게지속되고있는지를추적해야한다. 침몰과정에대한진상규명이아직이루어지지않았다거나침몰한세월호를인양하여여전히남아있는 9명의실종자를찾아내야한다는당위의주장은충분치않다. 아직밝혀지지않은몇가지사실이특별위원회의활동에의해밝혀질지도모르고, 침몰된세월호선체는인양될것이다. 그러나그이후에도세월호는여전히 사건 으로계속될지도모른다. 세월호의인류학은아직오지않았다. 9) 세월호사고직후등장했던 공감능력의결여 라는담론의조건과양태를더깊숙이분석해야한다. 사회의구성원들이그내부의 ( 혹은외부의 ) 타자와희생자에공감하는가 / 공감하지않는가의여부를판단할수있는근거는어디에있는가? 특정한사람이다른이와얼마나공감하는가의여부는결국행위의규준혹은예 ( 禮 ) 의절차에대한토론이될수밖에없다. 10) 예기치못한사고로인하여어떤규범이위협받고공공의장에서의도덕과법, 규칙이침범되었다 ( 위반 ). 각사회집단들내부에서투쟁이시작된다 ( 위기 ). 어떤교정기구가흐트러진집단의지도층에의해움직이기시작하고그와중에공적인제의와희생이따르기도한다 ( 교정 ). 최종단계에서사회는재통합되거나통합에이르지못하고분화 ( 分化 ) 되기도한다 ( 터너 1996 참조 ). - 15 -
참고문헌및자료 Handelman, Don, 1998, Models and Mirrors: Towards an Anthropology of Public events, Berghahn Books. Siegel, James, 2006, Naming the Witch, Stanford, California: Stanford University Press. 김애란, 2014, 기우는봄, 우리가본것, 눈먼자들의국가, 문학동네. 바디우, 알랭 ( 조형준옮김 ), 2013, 존재와사건, 새물결. 박민규, 2014, 눈먼자들의국가, 눈먼자들의국가, 문학동네. 전규찬, 2014 영원한재난상태 : 세월호이후의시간은없다, 눈먼자들의국가, 문학동네. 터너, 빅터 ( 이기우외옮김 ), 1996, 제의에서연극으로, 현대미학사. 엄기호, [ 세월읽기 ] 우린세월호로기억될것이다 ( 경향신문 ). 오마이뉴스, 교황, 세월호유족직접세례. " 간절함에마음움직였다 " 희생자유가족이호진씨, 17일오전세례받아... 세례명 ' 프란치스코 ', 이현정, [ 세월호 1년이현정서울대교수특별기고 ] 기억의칼날을벼리는이유 ( 경향신문 ). 조선닷컴, 맨유세월호참사 1주기추모 공식홈페이지게재. 조한혜정, [ 조한혜정칼럼 ] 애도, 그환대와생성의장소 ( 한겨레신문 ). -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