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쿠바의지정학적가치와한국의실리 김기현 1. 카리브의작은나라쿠바 미국과쿠바가관계개선을시작한이후세계가다시쿠바를주목하고있다. 우리나라또한라틴아메리카의마지막남은미수교국쿠바에큰관심을기울이기시작했다. 그러나쿠바는사실인구 1,100만명, 년 GDP 규모 1,200억달러가조금넘는카리브해의작은나라이다. 인구규모로보나, GDP규모로보나라틴아메리카 33개국중 10번째정도규모의나라에불과하다. 라틴아메리카의 3대국 (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 은물론이고, 4중견국 ( 페루,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칠레 ) 에도속하지못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쿠바와유사한규모의나라로는에콰도르나과테말라정도가있다. 일인당 GDP도 PPP기준으로 10,000달러를조금넘는수준으로라틴아메리카기준에서도빈국에속한다. 그러나쿠바의존재감은그런외형적인국가규모에비해훨씬두드러진다. 그렇다면쿠바의특별함은무엇이며, 세계는왜쿠바에주목하는가? 2. 혁명의나라, 쿠바
34 트랜스라틴 33 호 (2016 년 5 월 ) 바라데로. 연 1 백만명의외국이찾는관광휴양지 ( 출처 : http://travelwednesday.com) 사람들이쿠바에주목하는이유는무엇보다쿠바혁명때문이다. 카리브해의작은나라쿠바에서 1959년발생한혁명은라틴아메리카나아가세계를뒤흔들어놓았다. 미국에서불과 170km밖에떨어지지않은곳에위치한, 따라서전략적으로미국에게매우중요한나라인쿠바에서반미공산주의혁명이성공했다는사실은당시세계를놀라게했다. 1) 혁명의업적혁명의사회적성과도놀라웠다. 혁명후 1980년대까지쿠바는교육과보건분야에있어서라틴아메리카에서가장선진적인국가가되었다. 1988년쿠바의기대수명은 74세로라틴아메리카에서가장높았다. 비슷한일인당국민소득의브라질은 65세였다. 유아사망률은 1,000명당 15명으로라틴아메리카에서제일낮았다. 브라질은쿠바의 4배인 63명이었다. 문자해독률도 96% 로라틴아메리카에서가장높았다. 브라질은 76% 에불과했다. 그로인해쿠바는 1980년대까지라틴아메리카진보세력의이상국가로간주되었다. 나아가쿠바는세계적으로제3세계운동 ( 비동맹운동 ) 의리더가되었다. 2) 대표적친환경유기농업국가, 의료모범국
35 소련과동구권의붕괴로쿠바의카스트로체제도위기에직면하게되었다. 소련과동구권의지원이중단됨으로써쿠바는식량과에너지부족이라는심각한위기에처하게되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오늘날까지일부에서는쿠바를 친환경유기농업성공국가 이자 의료모범국 으로높이평가하기도한다. 그들은 200만인구의쿠바수도아바나가유기농업으로재배된채소로자급자족하는대표적생태도시가되었음을강조하면서쿠바의친환경적발전모델이 인류미래의희망 이라고까지말한다. 또한의료부문에서도쿠바는여전히암을비롯해모든질병치료가무료인 세계적의료모범국 이며, 세계오지에국경없는의사단을적극적으로파견하고, 의료서비스를수출하는 의료천국 이라고주장한다. 경제적어려움에도불구하고카스트로체제의쿠바에서이상적인모습을찾으려는사람들은아직까지존재한다. 3) 체게바라아르헨티나사람으로피델카스트로를도와쿠바혁명을완수한체게바라의존재도세계인의관심을쿠바로끌어들이는이유이다. 혁명후권력의달콤함을멀리한채혁명확산을위해앙골라, 볼리비아등에서제3 세계민족해방투쟁을전개하다결국체포되어사망한영웅적인이야기는지금까지도세계인을사로잡고있다. 체게바라에대한관심은바로쿠바에대한관심으로이어진다. 3. 쿠바의지정학적가치 1) 지리적위치 : 미국의안보에직결되는나라쿠바는식민지시대초기스페인의신대륙발견과정복의전초기지역할을했다. 식민지시기동안에도쿠바는식민지와스페인간무역에서가장중심적위치에있었다. 따라서스페인은라틴아메리카의독립에도불구하고쿠바만은마지막까지식민지로유지하고자했다. 스페인을대신해쿠바를지배한미국에게도쿠바는지리적으로매우
36 트랜스라틴 33 호 (2016 년 5 월 ) 중요한나라였다. 미국과매우가까운거리에위치함으로써미국은쿠바를 북미대륙의자연적부속물 로간주하였다. 그러나라틴아메리카독립이후에도카리브지역의섬은대부분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소유였기때문에, 이지역은아메리카로진출하고자하는유럽과미국의팽창주의가충돌하는지점이었다. 따라서쿠바는예전부터미국의안보에직결되는나라였다. 뿐만아니라파나마운하개통이후쿠바는미국동부에서파나마운하를거쳐서부로가는선박의항로중심에위치하게되었다. 그로인해미국은 1989년쿠바독립이후쿠바에서군정을실시했고, 1903년에는관타나모항을영구조차하여그곳에석탄저장소와해군기지를설치하였다. 이렇듯쿠바는지리적으로미국의이익과밀접히연결되어있는나라이다. 2) 쿠바는라틴아메리카민족주의의상징아이러니하게도미국의안보에직결되는나라쿠바는라틴아메리카에서최초로미국의지배에서벗어나반제국주의민족해방을달성한나라가되었다. 기존에도과테말라, 니카라과등에서그러한시도가있었지만번번이실패했다. 따라서쿠바는혁명후라틴아메리카민족주의 ( 반미주의 ) 의상징이자라틴아메리카의자존심이되었다. 특히, 2000년대에들어서라틴아메리카에좌파정부가부상하고, 베네수엘라의차베스를주도로반미주의가재등장하면서쿠바의지정학적가치는더욱부각되었다. 그리고라틴아메리카국가는 2010년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국가공동체 (Comunidad de Estados Latinoamericanos y Caribeños: CELAC) 를만들었다. 이로인해 2차세계대전이후미국의주도로미국과캐나다그리고라틴아메리카국가가참여하는미주기구 (OAS) 는위기를맞이하게되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미국의영향력도약화되었다. CELAC을비롯한다양한지역통합체를통해라틴아메리카국가는미국과상호존중의관계를원했다. 또미국의대쿠바정책을미국이라틴아메리카국가의주권을얼마나존중하는지를평가하는시금석으로삼았다. 따라서미국이라틴아메리카에서지속적으로영향력을유지하는데쿠바는매우중요한
37 의미를가진다. 3) 쿠바의문화적영향력카리브해의조그만섬나라쿠바가라틴아메리카나아가세계에미친문화적영향력은놀라울정도이다. 특히음악에서쿠바의존재는매우두드러진다. 19세기쿠바음악아바네라 (Habanera) 는유럽에서가장선호하는음악이었다. 아바네라는비제의오페라 카르멘 에도삽입되었고, 이탈리아칸소네를대표하는곡 오솔레미오 도아바네라리듬을기반으로하고있다. 맘보와차차차는 1940년대세계댄스음악을주도했다. 룸바에는미국의재즈에서는찾아보기힘든아프리카계의영혼이살아있다. 손은살사의기원이되었을뿐만아니라, 최근에손음악이주가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의영화와음반은세계적인기를누렸다. 영화부문에서쿠바는브라질, 아르헨티나와함께라틴아메리카영화를주도하고있다. 라틴아메리카의영화는할리우드의상업영화, 유럽의예술영화에이어 제3영화 로불린다. 영화를통해세상을바꾸려고노력한, 브라질의시네마노보운동도결국쿠바혁명의산물이다. 문학에서도 19세기호세마르티 (Jóse Martí) 는라틴아메리카의모더니즘시를선도했으며, 20세기에알레호카르펜티에로 (Alejo Carpentier) 는중남미붐소설의대표작가중한명이다. 이렇듯라틴아메리카문화부문에서쿠바의존재감은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같은대국과거의맞먹을정도이다. 4) 정치적, 사상적영향력 : 호세마르티의라틴아메리카주의와종속이론쿠바독립운동가로서쿠바혁명의사상적원천을제공한호세마르티는비단쿠바뿐만아니라라틴아메리카민족주의 ( 반미주의 ) 사상의선구자가되었다. 그는링컨의미국에대해서는존경을표했지만, 쿠바를병합하려는시도에대해서는끊임없는의구심을표했다. 또한개인적이득을위해국가주권을포기하려는친미매국노를강하게비판하면서, 라틴아메리카지역전체의통합을강조했다. 이러한마르티의사상은민족주의성격의라틴아메리카주의 (Latinoamericanismo) 뿌리가되었다.
38 트랜스라틴 33 호 (2016 년 5 월 ) 호세마르티 ( 출처 : http://www.guerrillero.cu) 한편, 사탕수수생산이경제의주축이던농업국가쿠바에서발생한공산주의혁명은단계적혁명론을주장하는정통좌파를대신하여즉각적인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혁명의필요성을강조하는혁명좌파를탄생시켰다. 혁명좌파의사상적기반은종속이론이었다. 종속이론은쿠바혁명을설명하기위해탄생했다. 이이론에따르면라틴아메리카는반 ( 半 ) 봉건반 ( 半 ) 자본주의사회가아니라식민지시대부터세계자본주의체제에포함된자본주의사회이다. 따라서쿠바도이미자본주의사회로간주한다. 그러나라틴아메리카의자본주의는서구자본주의와달리저개발종속자본주의로서모순의구조가다르다. 따라서라틴아메리카에서현재필요한것은자본주의발전을통해혁명의조건이성숙되기를기다리기보다는즉각적인반 ( 反 ) 제국주의반 ( 反 ) 자본주의혁명을실현하는것이다. 쿠바혁명을배경으로탄생한종속이론은라틴아메리카뿐만아니라제3세계국가에큰영향을미쳤다. 완전히다른측면이기는하지만미국정치에서도쿠바계의영향력이매우크다. 미국대선의향방을결정하는플로리다주선거에서쿠바계는캐스팅보트역할을담당한다. 따라서플로리다주유권자의 5% 정도밖에되지않는쿠바계가미국정치에미치는영향은상대적으로매우크다. 게다가현재쿠바계는미국상원의원세명, 하원의원세명을배출하고
39 있다. 상원의원세명중공화당소속의두명은유력한대선후보이기도 하다. 5) 경제적잠재력쿠바경제가비록미국의경제제재조치로현재어려움을겪고있지만잠재력은결코적지않다. 우선니켈, 코발트등풍부한광물자원을보유하고있다. 둘째, 사탕수수, 담배, 커피등농산물에서도경쟁력이있다. 쿠바사탕수수로만든럼주와쿠바산시거는외국인이가장선호하는상품이다. 쿠바산커피 ( 크리스탈마운틴 ) 는고급브랜드로팔리고있다. 셋째, 기후, 해변, 문화, 사람, 미국과의거리등쿠바는천혜의관광자원을가지고있다. 미국의경제제재조치가해제되면쿠바는관광산업만으로도경제를완전히살릴수있을것이다. 넷째, 쿠바는문맹률 1% 수준의양질의노동력을가지고있다. 의료, 바이오부문에서는세계적수준의기술을보유하고있다. 현재쿠바가벌어들이는외화의가장큰소득원도의료서비스의수출이다. 마지막으로쿠바는북미와남미, 유럽과라틴아메리카를잇는중간지점에위치해있다. 따라서이러한입지조건을활용한물류기지로서발전가능성도크다. 이런모든조건은미국의경제제재조치만해제되면쿠바경제는완전히다른모습으로변모할것이다. 아마도라틴아메리카 4중견국정도의 GDP도가능하지않을까생각된다. 4. 한국의실리 1) 수교국확장쿠바는우리나라의마지막남은세개미수교국 ( 쿠바, 마케도니아, 시리아 ) 중하나이다. 따라서쿠바와수교하는것은수교국을확장한다는의미가있다. 또한쿠바가전통적으로북한과우호관계에있기때문에대북관계에서도쿠바와의수교가미치는영향은클것이다. 그러나현재카스트로정부는북한과의관계등을고려하여우리와수
40 트랜스라틴 33 호 (2016 년 5 월 ) 교를주저하고있다. 그러나쿠바내에서한국과의수교에대한여론은나쁘지않다. 쿠바데바떼 (www.cubadebate.cu) 라는인터넷사이트에서전개된한국과의수교에대한쿠바인의논의를살펴보면, 무엇보다한국에대한쿠바인의이미지가상당히긍정적임을알수있다. 그들은한국이자동차와스마트폰을생산하는첨단기술국가이며, 세계최고의교육시스템을가진나라로평가한다. 최근쿠바에도상연된한국드라마 내조의여왕 과 K-Pop의영향도긍정적이미지에기여했다. 따라서한국과의관계개선및교류확대를희망하는대중의목소리가크다. 이런사람들은쿠바에서한국상품을판매하기를원하며, 나아가한국기업이쿠바에직접투자하기를희망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북한을고려해한국과의관계에서는신중한입장을취해야한다는목소리도적지않다. 이런사람들은반미주의라는점에서북한은쿠바와입장을같이하고있으며, 쿠바가어려울때무기등을지원한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고얘기한다. 하지만쿠바가과거두개의독일과모두관계를가졌듯이, 또중국이남한과북한둘모두와수교하고우호관계를유지하듯이쿠바도북한과남한모두와수교하고, 경제교류를활성화해야한다는주장도강하다. 그들은한국으로부터많은것을배울수있지만북한에서는더이상배울것이없음으로한국과의관계를지금바로개선해야한다고주장하기도한다. 한편북한과의관계에대한고려를넘어자본주의물결이밀려들어오면서쿠바의주권과민족적존엄성이훼손될것을우려하는목소리도작지않다. 쿠바가과감한개혁정책을통해시장을완전히개방하지못하는데는쿠바정부의이런두려움이있기때문이다. 2. 교역확대를통한경제적실리한국과쿠바의교역규모는 2014년수출 5,581만달러, 수입 1,217만달러로총 6,798만달러에불과하다. 이는우리나라전체교역량의 0.1% 에불과한작은규모이다. 또한양국간의교역량은 2012년 7,637만달러에비해오히려감소했다. 주요수출품목은자동차및자동차부품, 타이어,
41 디젤엔진및발전기관련제품, 선박해양구조물및부품, 에어컨등이고, 수입품목으로는아연광및정광, 알루미늄, 시가등이있다. 우리의대쿠바투자는지금까지전혀없으며, 단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아바나무역관이 2005년에개설되었을뿐이다. 쿠바는외국인투자를적극적으로유치하기위해 2014년신외국인투자법을제정하고, 마리엘경제특구를지정하였으나기대만큼외국인투자가활성화되지않고있다. 이는외국인기업의제조업투자신청이수백건에달함에도불구하고실제쿠바정부가외국인투자를주저하기때문이다. 쿠바의일반인은투자가활성화되어일자리가늘어나기를희망한다. 따라서정부개혁의미진함에불만을표시하기도한다. 하지만혁명지도자들은여전히민간기업에대해두려움을느끼고있고, 따라서과도한개혁에대해회의적시각을가지고있다. 하급관리들또한잘못일을추진했다가부패혐의등으로숙청될위험이항상있기때문에섣불리움직이지않는다. 이런상황에서투자가활성화되기는아직어렵다. 그럼에도불구하고쿠바경제는분명잠재력이있고, 한국에대한이미지도좋기때문에시장개척가능성은풍부하다. 특히자동차및중고자동차, 호텔용가전, 전력난타개를위한발전기및부품, 농산물생산향상을위한비료, 장신구나화장품등여성소비재등의수출이기대된다. 쿠바가경쟁력을가지고있는의료및바이오산업, 인프라건설, 석유및신재생에너지개발, 관광산업관련분야등에서는투자가능성이있을것으로예상한다. 2018년라울카스트로가퇴진하고나면, 후계자는혁명적카리스마가부족할것이다. 따라서미국과의관계개선으로삶의수준향상을기대하는쿠바국민의요구를만족시키기위해경제개혁을가속화하지않을수없다. 쿠바가완전히개방된후에진출을시도하는것은시기적으로늦을수있다. 우리는시장선점차원에서지금부터미리계획하고준비할필요가있다. 김기현 선문대학교스페인어중남미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