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칼럼 2017 년 10 월 30 일 ILO 협약비준을둘러싼정세 9월 3일부터 6일까지 ILO 사무총장가이라이더가한국을방문했다. 그의방문을계기로 ILO란무엇인가를비롯해, 문재인대통령이대선에서공약한 ILO 핵심협약비준에대한공론화가시작됐다. ILO 협약비준은한국의민주노조운동이태동한직후부터줄곧요구해온것이기도하다. 특히최근화두가되고있는 노조할권리 에관한중요한내용을담고있다. 하지만 ILO 협약비준 은민주노조운동이투쟁의무기이자수단으로활용해온것으로, 이것자체가투쟁의목표가될수있는것은아니다. ILO라는기구자체가국제노 사 정기구라는분명한한계를갖고있기도하다. 한국민주노조운동의역사또한이를투쟁의관점에서풀어낼때에만무기로활용할수있었다는점을보여준다. 이에노동자운동연구공동체뿌리는 ILO 협약비준을둘러싼정세및노동자계급운동의과제를정립하기위해 ILO의탄생의역사적배경을시작으로한국과 ILO의관계, ILO 협약의핵심인노조할권리의내용, ILO 협약비준을둘러싼여러세력의태도를분석하는칼럼을내놓는다. 이칼럼을계기로민주노조운동안에서좀더실천적인논의가전개될것을기대한다. 1. 전쟁과혁명의시대에탄생한 ILO ILO( 국제노동기구 ) 는 1919년에국제연맹 (UN의전신 ) 의노동전문기구로설립됐다. 1914년에시작된 1차세계대전은당시를살던사람들에게인류가절멸할수도있다는공포를낳았다. 전쟁을종식시키고항구적인평화를이룩하기위한국제기구설립이절실했다. ILO 설립은 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 나 WHO( 세계보건기구 ) 등우리에게익숙한국제기구보다짧게는몇년, 길게는수십년을앞선다. 이들기구보다훨씬앞서노동의제를다루는국제기구가만들어진배경은무엇일까? 그것은 19세기후반부터인터내셔널을비롯한국제노동운동의성장, 그리고 1917년러시아혁명의영향이결정적이었다. 18세기산업혁명에힘입어자본주의체제는발전하고있었지만, 노동자의권리는내팽개쳐졌다. 곳곳에서투쟁하는노동자조직이결성됐고, 자본과노동의대립이격화되기시작했다. 정부와자본가들은 단결금지법 등으로노동운동을탄압했지만, 각나라에서시작된노동운동은이내국제적인운동으로발전하게된다. 1864년에마르크스와엥겔스가중심이돼국제노동자협회 ( 제1인터내셔널 ) 가결성됐으나, 1871 1
년파리코뮌에대한살인적인진압과패배이후 1876년에소멸되고만다. 1889년, 이번에는각국사회주의정당을중심으로제2인터내셔널이결성됐으나 1차세계대전에대한태도를둘러싸고대립하며다시붕괴되고말았다. 국제노동운동의성장과함께일각에서국제적인노동기준과입법이필요하다는주장이있었다. 하지만당시까지만해도자본가들과각국정부는콧방귀조차뀌지않았다. 자본가들의탐욕은끝내인류를절멸위기로내몬제국주의전쟁을잉태했다. 노동자들은전쟁에동원되고빈곤에시달리며인간성마저부정당하게된다. 제국주의전쟁을내전으로! -1917년 10월, 세계대전의한복판에서러시아볼셰비키혁명이성공하고세계최초로노동자권력이수립된다. 이에고무받아유럽전역에서사회주의노동운동과혁명운동이성장한다. 1918~19년에유럽전역에서노동자들의크고작은혁명시도가이어졌고, 볼셰비키중심으로제3인터내셔널 ( 코민테른 ) 이결성돼국제적운동을지원했다. 탐욕스런전쟁에정신이팔려있던자본가들과각국정부는러시아혁명에큰충격을받게된다. 러시아혁명은유럽노동운동만이아니라민족주의운동에도지대한영향을미쳤다. 일제강점기인 1919 년, 조선에서벌어진 3 1 운동도러시아혁명과무관하지않으며, 식민지민족주의운동지도자들은너도나도러시아의경험을배우려했다. 혁명의압력에직면한정부와자본가들은다급해졌다. 러시아혁명과인터내셔널에맞설대응체계가필요했다. 그들은국제노동기준과입법을주장한전문가및노동조합의요구를대폭수용하기로결정한다. 이렇게해서 1차세계대전종결후베르사유평화회의에서체결된파리평화조약에따라탄생된기구가바로국제노동기구, 즉 ILO였다. ILO 의성격 : 국제노 사 정기구 ( 협의체 )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의한글번역은 국제노동기구 이지만, 이걸노동조합이나노동자단체기구로혼동해선안된다. 2017년현재 187개의회원국이가입돼있는데, 각나라는 ILO 총회에서 4개의표를갖는다. 정부가 2표, 사용자단체가 1표, 노동자단체가 1표. 한국의경우민주노총 한국노총이번갈아대표권을행사하며, 사용자단체대표로경총이참여한다. 국제 노동 기구에정부참여는그렇다쳐도왜사용자단체가참여하는것일까? 앞서설명한것처럼 ILO가러시아혁명과인터내셔널에대응하는기구의성격을갖고있기에, 자본주의체제의지배계급인자본가들지분을인정한것이다. 그래서 ILO는노 사 정 3자주의를채택하고있다. 아울러국제노동기준에대한자본가들의중요한이해관계가하나있다. 노동운동이발전해기본권보장수준이높은국가의경우, 자본가들이지불하는노동관련비용은높아질수밖에없다. 따라서국제무역에서불리한위치에처할가능성이높은데, 이때문에자본가들은국제무역과경쟁에서노동에대한나름의기준과룰의필요성을제기할수밖에없다. 이를테면한국정부는 ILO에가입할때와 OECD에가입할때, 그리고한 미 FTA와한 EU FTA를체결할때마다 ILO 협약비준을비롯한국제노동기준이행을약속해야했다. 이들기구가노동자들의 2
권리를옹호하기때문이아니다. 이들기구에속한나라의자본가들이, 자신들이지키는기준을한국에도부과해야만이윤을추구할수있기때문이다. 즉회원국의정부대표와노 사단체대표가나란히참석하는 ILO는노동문제를다루는국제노 사 정기구 ( 협의체 ) 라고할수있다. 바꿔말하면 ILO라는기구는여기에참여하는세력 ( 노동자단체, 사용자단체, 정부 ) 모두가각자의입장에서활용이가능하다는것이다. 하지만 ILO를한국의노사정위원회와완전히동일시할수는없다. 한국의노사정위는노동조합을들러리세운채정부 자본의이해를일방적으로관철시키는거수기일뿐이다. 그러나러시아혁명과노동자계급의혁명적진출이라는정세에서탄생한 ILO는부족하나마노동조합과노동자의권리를보장하기위한노력을진행해야했다. 그만큼러시아혁명이당시전세계에미친영향은엄청났다. 러시아혁명과 ILO 러시아에서 10월혁명에성공한지나흘만에소비에트정부는 8시간노동제를선포한다. 세계최초로여성에게참정권이인정됐고, 이혼 낙태의자유가전면적으로보장됐다. 노동자 농민을비롯한모든피착취인민에게언론 결사 집회의자유가선언됐다. 곳곳에서노동조합이결성됐고 1~2개월만에전국적노조로성장해갔다. 영국 프랑스등당시가장선진적인나라들조차 8시간노동제, 여성참정권, 이혼 낙태의자유, 결사의자유를온전하게보장하지않고있었다. 농업후진국이라여겨왔던러시아에서짧은시간에이룩한혁명의성과에전세계노동자들은열광적인환호를보냈다. 반대로각국정부와자본가들은혁명의압력앞에놓이게된다. 러시아혁명꼭 2년만인 1919년 10월, ILO 제1차총회에서각국노 사 정대표들은역사적인제1 호협약을의결했다. 공업부문사업장에서노동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제한하는협약 -ILO 제1호협약이 8시간노동제 였다는사실은, 당시러시아혁명의영향이어느정도였는지를잘보여준다. 제1차총회에서 8시간노동제협약을포함해 6개협약의결을시작으로, ILO는매년열리는총회에서지난 98년동안총 189개의협약을의결했고 204개의권고를채택했다. 이들협약과권고가바로 ILO가제시하는국제노동기준, 즉글로벌스탠다드의뼈대를이룬다. 1944년미국필라델피아에서열린제26차총회는 ILO의목표와목적에관한선언 을채택하였는데이것이바로필라델피아선언이다. 나중에이선언은 ILO 헌장에삽입됐으며, 필라델피아선언에나온주요정신은다음의문구들에잘표현돼있다. 노동은상품이아니다. 표현및결사의자유는부단한진보에필수적이다. 일부의빈곤은전체의번영을위험하게한다. 3
2. 한국과 ILO 1991 년한국의 ILO 가입 2차세계대전후국제연맹이해소되고 UN이설립되면서 ILO는 1946년 UN 산하 16개전문기구의하나로편입됐다. 한국의 ILO 가입은그로부터도 45년이지난 1991년에야이뤄지게된다. 본래 UN 에가입하면 ILO 자동가입의길이열리는데, 한국은당시까지 UN에도가입하지못한상태였다. 2차세계대전이후미국 서유럽을축으로한제1세계 ( 자본주의진영 ) 와소련 동유럽등제2세계 ( 구사회주의권 ) 사이에냉전이지속되고있었다. 냉전과남북분단상태에서한국정부의 UN 단독가입시도는제2세계의반대를넘기어려웠다. 북한역시제1세계의반대로 UN 단독가입이가로막혀있었다. 하지만 UN에가입하지않더라도 ILO 총회에서 2/3 이상찬성만얻으면가입이가능하다. 한국정부는당시까지 ILO를제외한 UN 소속의모든기구에가입돼있었다. 그런데왜 ILO 가입만막혀있었을까? 제2세계의반대도있었지만여기에는더큰문제가있었다. 군사독재를계승한노태우정권이엄청난노동탄압을자행하고있었기때문이다. 소련 동유럽국가들은한국정부의 ILO 가입추진에굳이 이념논리 를동원할필요가없었다. 1989년전교조결성과대량해고사태, 1990년결성된전노협을향한살인적인공안탄압, 노동자집회에쏟아지는잔인한경찰폭력사진만인쇄해서 ILO 회원국에뿌리면됐다. 게다가노태우대통령은 1989년여소야대국회가의결한일부노동법개정조차거부권을행사한바있다. 최소한의노동기본권조차부정하는한국정부를어떻게 ILO에발을들이게한단말인가? 반대로노태우정권은절실했다. 군사독재정권, 노동탄압후진국이라는오명을벗을절호의기회였다. 물론노동기본권을국제기준에맞게보장할생각은전혀없었다. 노력하겠다 수준에서뭉개고갈수있는방법이없을까? 그러는사이노태우정권에게기회가왔다. 그동안남북정부모두한반도에서유일한합법정부는자신이라주장하며 UN 단독가입을추진해왔는데, 북한이남북동시가입쪽으로방향을선회한것이다. 1991년 9월 18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남북동시가입을승인한다. UN 가입이이뤄졌으니 ILO 가입은쉬운절차였다. 그해 12월, 노태우정권은국회동의를거쳐 ILO 헌장을비준한후 ILO 사무총장에게헌장수락서를보내면서한국의 ILO 가입이승인됐다. 현재 187개회원국중한국은 152번째회원국이됐다. 민주노조운동이역사의물줄기를바꾸다 앞서얘기한것처럼 ILO 는국제노 사 정기구다. 뒤집어서말하면정부와자본가들도얼마든지 활용할수있는기구라는뜻이다. 우선자본가단체인경총의처지가다급했다. UN 과 ILO 가입이되지 4
않은상황은, 냉전종식과함께무한경쟁의세계시장이빠르게재편되는당시국제정세에서한국자본가들이국제무역상불이익을받는근거가될수있었다. 자본가들은 UN과 ILO 가입이불가피하다는인식하에, 이를어떻게하면자신에게유리하게활용할수있을지를놓고한창로비를진행하고있었다. 전두환군사독재의뒤를이은노태우정권도마찬가지였다. 그들은새로운국제정세속에서한국의자본가들이불이익을받을위험을제거하고그럼으로써자본가계급의이익을증진하는데복무하고자했다. 이런근본과제를수행하면서군사독재, 노동탄압후진국이라는나쁜국제적이미지도벗겨내기위해 ILO 가입을정치적으로활용하고싶어했다. 만일 1987년 7 8 9 노동자대투쟁이없었다면, 1990년에전노협이결성되지않았다면, ILO 가입은노태우정권의정치적목적대로활용되고선전됐을지도모른다. 1987년이후도도하게전개된민주노조운동의진출은역사의물줄기를바꿔놓았다. UN 가입직후인 1991년 10월, 전노협 업종회의 전국노운협 전국노련등이함께 ILO 공대위 를결성하고 ILO 협약비준과노동법개정투쟁에돌입한다. 복수노조금지 제3자개입금지 정치활동금지조항을폐지하고, 교사 공무원단결권및집회 결사 파업의자유보장이핵심요구였다. 그해 11월, 전노협을중심으로한 ILO 공대위는 6만규모의전국노동자대회를개최했으며, 한국의 ILO 가입직후인 1992년 2월에는한국정부를 ILO에제소하기에이른다. 다음해인 1993년 3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ILO 공대위제소내용을거의그대로수용하는권고를채택하게된다. 한국정부가불법으로낙인찍은전노협의정당성이국제기구에서인정되는순간이었다. 민주노조운동은여세를몰아 1993년에전노협 업종회의 대노협 현총련이모여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 ( 전노대 ) 를구성했으며, 명실상부한민주노조운동의전국적단결을이루게된다. 민주노조운동의적극적인진출은자칫정부와자본가들의도구로만활용될수도있었던 ILO 문제를, 노동자계급이활용할수있는무기로변화시키는원동력이됐다. 김영삼정권의 신 ( 新 ) 노사관계구상 과 ILO ILO 공대위를통해만들어지기시작한민주노조의전국적단결은 1995년에민주노총결성으로조직적결실을맺게된다. 군사쿠데타의주역이었던전두환 노태우가대통령임기를마친뒤, 정권도김영삼문민정부로바뀌었다. 하지만노동관계법은 1988년에일부개정만이뤄졌을뿐, ILO 가입이후에도전혀변화된것이없었다. 김영삼대통령이당선된이후인 1993~1996년사이에만 ILO는한국정부에 3차례에걸쳐노동법개정을권고하게된다. 게다가김영삼정부는 세계화 선언에이어 1996년에는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을추진하고있었는데, 여기서도가장큰걸림돌의하나가노동법문제였다. 정부입장에서어떻게든노동관계법손질을해야할상황이었다. 1996년 4월 23일, OECD 사무총장내정자인도널드존스톤이김영삼대통령면담뒤기자회견을갖고 노동문제는 OECD 가입에서중요한문제 라며 대통령이한국의노동제도에관한중대발표를 5
할것 이라고밝혔다. 다음날인 4월 24일, 김영삼대통령은 < 신 ( 新 ) 노사관계구상 > 을발표하고대통령직속으로 노사관계개혁위원회 ( 노개위 ) 를설치하겠다고밝히게된다. OECD 가입을앞둔상황에서 ILO를비롯한국제사회의압력이있었기에, 당시민주노조운동의숙원이었던복수노조허용, 제3자개입금지철폐, 노조의정치활동허용에대한기대가높아지기시작했다. 도널드존스톤도 한국정부와제3자개입금지, 복수노조허용문제를많이협의했다 고밝힌상태였다. 그러나국제적압력으로노동기본권을선진국수준으로바꾸겠다는약속은사탕발림에불과했다. 얼마지나지않아김영삼정권은오히려자본가들이염원했던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등을도입하겠다는의도를드러내기시작했다. 민주노총도참여결정을내렸지만노개위논의는순탄할리없었고, 결국합의에이르지못해노동법개정은미뤄지는듯했다. 하지만그해 12월 12일, 국회동의를거쳐 OECD 가입절차를완료한직후김영삼정권은마각을드러냈다. 닭모가지를비틀어도새벽은온다 던김영삼대통령은성탄절다음날인 12월 26일새벽 6시, 신한국당국회의원들을몰래동원해날치기로노동법개악안을통과시켜버린다. 나쁜짓하는김에안기부법개악안까지날치기에끼워넣었다. 당시날치기통과된노동법은민주노조운동의요구를깡그리무시했다. 복수노조허용은 5년유예됐고, 제3자개입은노사의요청이있을경우에만허용하기로변형됐다. 정리해고제와변형근로제가도입됐고,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무노동무임금과파업시대체근로허용까지입법에포함됐다. 국제사회의압력에긴장하고있었던자본가들은 만세! 를불렀다. 바로그때, 퇴행하는역사의물줄기를되돌려세울움직임이시작된다. 탄생한지 1년남짓된민주노총이총파업을선언한것이다. 오전 8시총파업선언이내려지자마자 145,000여명이파업에돌입한것을시작으로, 연말까지파업에참여한연인원은 100만명에달했다. 총파업은다음해 1월 18일까지연인원 200만명이넘는노동자의참여를이끌어낸다. 결과적으로실패하긴했지만김영삼정권의 1996년 < 신노사관계구상 > 과노개위논의를통한노동법개악시도는, 정부가 ILO 권고등을역으로활용해민주노조운동을탄압하고자본의이해를관철시키려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 국제노동기준수준으로기본권을높이는척하면서, 자본의요구를논의테이블에함께올려뒤집기를시도했던것이다. 노동법재개정과노사정위원회 1997년 1월까지총파업이이어지자국제사회도나서기시작했다. 당시 ILO 사무총장미셸양센은 1월 9일김영삼대통령에게공개서한을보내파업지도부연행과노조사무실에대한압수수색을자제해줄것을요청했다. OECD는새로가입한한국에대한첫번째조치로노동관계법에대한조사를실시하겠다고밝혔다. 국제노동기준운운했던김영삼정권의명분은설땅을잃었다. 하지만 ILO나 OECD가날치기통과된노동법의내용을정면으로반박한것은아니었다. 그들은 노동조합의명시적인반대에도불구하 6
고법을통과시킨점 을문제삼았다. 누차강조하지만 ILO는국제노 사 정기구이며, 따라서노 사 정대화와타협여부를중시하기때문이다. 따라서 1996~97년을규정하는것은국제사회의압력이아니라민주노총의총파업이었다. 총파업은김영삼정권에치명상을안겨주었다. 이후문민정부는한보철강비리, 김현철사태등을겪으며식물정권으로전락해간다. 결국그들은날치기로통과시킨노동법에대한재개정에나설수밖에없었다. 그러나김영삼정권을하야직전으로까지몰고갔던총파업은향후노동법개정을여야협상에넘김으로써역사를다른길로인도한다. 김영삼 김대중세력의협상결과는정리해고제시행 2년유예, 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복수노조허용 5년유예였을뿐이다. 노조의정치활동이허용되기는했으나, 교원노조는여전히불허대상으로남았다. 협상의한축이었던김대중세력은그해 (1997년) 대선에서정권교체를이뤄내지만, 대통령취임도하기전에 IMF 구제금융이라는외환위기를노동자에게전가하기위한방안을제시한다. 그것이바로 노사정위원회 였다. 김영삼정권과의협상에서자신들이주장해 2년간유예시킨정리해고제를, 김대중세력은당선직후즉각실시하자고밀어붙였다. 1998년 2월 6일, ( 대통령자문기관도아닌 ) 당선자자문기구인노사정위원회는 경제위기극복을위한사회협약 에합의하게된다. 불행히도이합의에는 1년전에총파업을이끌었던민주노총도포함돼있었다. 물론불과며칠뒤에열린민주노총대의원대회에서노 사 정합의는부정됐고, 합의를주도한지도부가불신임되기는했지만. 게다가이합의에는정리해고제즉각실시와함께김영삼정권조차밀어붙이지못했던근로자파견제실시도포함됐다. 파견법이제정돼 1998년 7월부터발효됐으며, 정리해고를막아내지못한후과로파견법까지도입돼김대중 노무현정부 10년동안비정규직규모는정규직을넘어설정도로확산되고말았다. 그렇다면이과정에서 ILO나 OECD가뭔가역할을한게있을까? 아니다. 이들기구는모두침묵했다. 김영삼정권이밀어붙인노동법개악과대동소이한내용이었지만, 노 사 정합의가있었다는사실이이들의침묵을정당화해줬다. ILO라는기구는오직투쟁을선택할때에만노동자계급이무기로활용할수있다는사실을잘보여준다. 아울러한국의노사정위원회가 ILO와는다른탄생배경을갖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러시아혁명과노동자계급의혁명적진출이라는압력속에탄생한 ILO와달리, 한국의노사정위원회는경제위기비용을노동자계급에게전가할목적으로만들어졌으며, 이러한본질은지난 20년간단한번도변하지않았다. 3. ILO 협약과노동기본권 7
한국정부는 ILO의 189개협약중고작 29개만비준한상태다. 양적인면만이아니라질적인면에서도문제가심각하다. ILO는 189개협약중 핵심협약 을 8개로정리한바있다. 한국정부는이중에서아동노동철폐 (138, 182호 ), 균등대우및차별금지 (100, 111호 ) 등 4개의협약만비준한상태다. 한국정부가비준하지않은 4개의핵심협약은결사의자유 (87, 98호 ), 강제노동철폐 (29, 105호 ) 등으로, ILO 회원국중이들 4개협약을비준하지않은나라는한국을포함해중국, 마샬제도, 팔라우, 통가, 투발루등 6개국에불과하다. 1996년이후 20년넘게 ILO 이사국을맡아온한국정부의성적표는참으로초라하다. 결사의자유협약 (87, 98 호 ) : 노조할권리의핵심 이들 ILO 협약은어떤내용을담고있을까? 사실협약을읽어보면누구나 아니, 이렇게간단해? 이걸아직까지비준하지않았단말이야? 라는반응을보이기마련이다. 각각의협약은추상적문구로구성돼있고몇줄로요약가능하다. 한국정부가비준하지않은결사의자유관련 2개의핵심협약 87호, 98호를사례로들어보겠다. ILO 제87호협약은 노동자및사용자는사전인가없이스스로의선택으로단체를설립하고그단체의규약에따를것만을조건으로하여그단체에가입할수있는권리를어떠한차별도없이가진다 ( 제2조 ) 는내용이핵심이다. 당연히이들단체는규약 규칙작성, 대표자선출, 관리및활동을자율적으로결정할권리 ( 제3조 ) 를갖는다. 이러한권리를행사하는데공공기관은어떠한간섭도해서는아니되며 ( 제3조 ), 근로자단체및사용자단체는행정당국에의하여해산되거나활동이정지돼서는안된다 ( 제4조 ) 고협약은명시하고있다. 여기까지만보더라도규약상해고자를조합원범위에포함시켰다는이유로법외노조로몰려기본권을박탈당해온전교조와공무원노조가떠오르지않는가? 그렇다. 전교조와공무원노조에 노조아님 통보를하고온갖탄압을일삼아온기존정부정책은 ILO 87호협약을정면으로위배하는행위다. 어떤노동자를조합원으로할것인가하는문제는노동조합이스스로규약으로정할문제이며, 이를이유로정부가일체의간섭이나해산 활동정지처분을할수없는데말이다. 다만 87호협약에명시된내용을 군인및경찰에적용하는범위는국내법령으로정한다 ( 제9조 ) 고해, 군인과경찰만은예외로할수있도록열어두었다. 하지만이는군인과경찰의노동기본권과결사의자유일체를부정해도좋다는의미가아니라, 약간의제한을둘수있다는의미일뿐이다. ILO 제98호협약은노동조합의단체교섭에대해좀더분명한원칙을명시하고있다. 조합원이라는이유로해고및불이익을받아선아니되며 ( 제1조 ), 노동조합을무력화시키기위해사용자가지배하는노조를설립하거나그런노조에지원을하는행위도금지된다 ( 제2조 ). 사용자주도어용복수노조가횡행하는한국에꼭맞는내용이아닌가. 아울러노동조건을규제하기위해노사간자발적단체교섭을위한절차가충분히발달해야하며, 단체교섭을이용하도록장려 촉진하기위해정부는적합한조치를취해야한다 ( 제4조 ). 이경우단체 8
교섭의상대방은한국처럼법적규제를받는것이아니라노동조합이자율적으로결정할수있어야한다. 98호협약에대한 ILO의해석에따르면한국처럼각사업장의임금과노동조건만을교섭의제로제한하는것도옳지않다. 한국은최저임금인상, 실업문제해결, 노동기본권보장을요구하는파업또는총파업을 권리분쟁 으로보아불법으로규정한다. 하지만 ILO 98호협약은이러한파업도정당한권리행사로보호돼야함을말하고있다. 이처럼결사의자유를명시한 ILO 87호, 98호협약은노동조합의핵심적인권리, 특히그동안한국정부가수단 방법을가리지않고부정하거나탄압해온권리를규정하고있다. 한국정부가왜이들협약을비준하지않았는지, 그럼으로써얼마나많은노조할권리가부정됐는지를잘알수있는대목이다. 미조직 비정규직노조할권리가핵심 한국정부가 ILO 협약을비준하면전교조 공무원노조의법외노조상태를해결할수있다. ILO 협약을들여다보면틀린말은아니다. 하지만이런얘기는 ILO 협약비준을교사 공무원단결권으로너무좁게해석하는얘기이다. ILO 협약은이보다훨씬넓은내용을담고있다. 특히결사의자유협약 (87, 98호 ) 에는수많은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의노조할권리가담겨있다. 노조가입과활동을가로막는한국의법 제도는이들협약에위배된다. ILO 협약비준과함께이들법 제도는협약에맞게개정돼야한다. 우선한국정부가한사코자영업자로분류해노동기본권을빼앗아온특수고용노동자에게제한없이노조할권리가보장돼야한다. 아울러하청노동자가원청을상대로교섭을요구하면 근로계약당사자가아니다 라는이유로거부당하곤하는데, ILO가적용하는노동기준에따르면이것은심각한노동기본권침해다. ILO 협약은추상적인원리만제시할뿐, 이런구체적인얘기가명시돼있지는않다. 그러나 100년가까운역사를자랑하는 ILO는그원리를구체적사안에적용하는방법을개발해왔다. 이를테면 ILO 의가장중요한기구인 결사의자유위원회 는여러제소사건을심의하는원칙을정리하고있다. 이심의원칙을담고있는 결사의자유위원회결정및원칙다이제스트 (Digest of decisions and principles of the Freedom of Association Committee) 는 10여년에한번씩업데이트되는데, 가장최근버전인 2006년판다이제스트에따르면다음의내용이나와있다. 결사의자유원칙에의해군인과경찰만을제외한모든노동자는스스로선택한단체를설립하고그런단체에가입할권리가있어야한다. 따라서이런권리의적용대상을정하는기준은고용관계존재여부에기초하지않는다. 예를들어농업노동자, 일반자영업자 (self-employed workers), 자유직종사자의경우에는종종고용관계가존재하지않는데그럼에도불구하고이런노동자들도단결권을누려야한다. 9
즉, ILO 결사의자유협약의적용원칙은고용관계여부조차뛰어넘는다. 한국의특수고용직은자신이 위장된자영업자 임을입증해야만노동자로인정되고노동기본권을보장받는다. 그러나위다이제스트에따르면 일반자영업자 (self-employed workers) 도적용되기때문에, 위장자영업자여부를입증할필요도없이특수고용직은노동기본권을보장받아야한다. ( 참고로, 위한글표현은한국정부의번역본을가져온것이다. self-employed workers 를직역하면 스스로를고용한노동자 이며, 이를줄이면 자기고용노동자 가된다. 한국정부는자영업자대부분이자기자신도노동에종사하므로이범주에속한다고본것이다. 이글에서는위표현의번역으로 자영업자 와 자영노동자 를함께사용한다.) 고용관계여부와무관하게결사의자유를온전히누려야하기에, 하청노동자들이원청을상대로교섭을요구할때 근로계약체결의당사자가아니다 라는이유만으로거부하는것은 ILO 협약에위배된다. 원청의사용자책임관련명시적인표현은없지만, 그동안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수많은제소사건에서원청이교섭책임을져야한다고명시하고있다. ILO 협약과노조법 2 조개정 한국에서어렵고힘든과정을거쳐노동조합을결성한비정규직노동자들이한목소리로외치는요구가있다. 노조법 2조를개정하라! 노동조합법제2조는이법에서사용하는가장중요한단어인 근로자 와 사용자 를정의하고있다. 여기서 근로자 개념을조금만확장하면특수고용직의노동기본권이보장되고, 사용자 개념을조금만확장하면원청의사용자책임이인정된다. 민주노총역시최근문재인정부를향해노 정교섭을위한 5대요구를정리하면서 노조법 2조개정을통한간접고용 특수고용노동자의노조할권리보장 을첫번째순위에올려놨다. 5대요구의맨마지막다섯번째는 ILO 협약비준으로, 사실상같은얘기를반복하고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한국정부를제소한여러사건에나온권고들을소개해보겠다. 특수고용관련권고 2011년 위원회는이러한원칙이대형화물트럭운전기사들에게도똑같이적용된다고판단한다. ( 여기서말하는 이러한원칙 이란앞에서인용한 결사의자유위원회결정및원칙다이제스트 의내용임.) 2012년위원회는다시한번한국정부에다음을위한필요한조치들을취할것을요구한다. 1 대형화물트럭운전기사와같은자영노동자들 (self-employed workers) 이특히자신들스스로의선택에따른조직에가입할수있는권리를비롯해, 결사의자유권리를전적으로향유할수있도록할것. 2 자영노동자들 (self-employed workers) 이단체교섭을통한방식을포함해, 자신들의이익을증진시키고지켜내기위한목적으로협약제87호와 98호에따른노동조합권리를전적으로향유할 10
수있도록하기위해, 상호간에받아들일수있는해결책을찾기위해모든당사자간에이러한목적을위한협의를진행할것. 3 관련사회적파트너들과의협의를통해, 필요할경우자기고용노동자에게맞는특정한단체교섭메커니즘의개발을위해단체교섭과관련된자영노동자들 (self-employed workers) 의특질을구명할것. 2012년위원회는또한한국정부에다음을위한필요한조치들을취할것을요구한다. 1 대형화물트럭운전기사들이설립했거나가입한조직이그들자신의선택에따라, 그리고해당조직의규정에따라, 그어떤사전적허가없이연맹과총연맹에가입할수있는권리를보장할것. 2 전국건설노조와전국운수노조에게차량소유운전기사들을조합원에서배제시킬것을요구한권고를철회하고, 노조법시행령제9조제2항하의조항을포함해, 이들연맹에대해노조조합원들을각노조가대표할수있는권리를박탈하는그어떤조치도삼갈것. 간접고용 ( 사내하청 건설일용등 ) 관련권고 2006년건설현장에서원청업체의지배적인위치를가정하면, 아울러지역및산업수준에서단체교섭의일반적부재를감안하면, 원청업체와의단체협약체결은전체건설현장에서효율적인단체교섭및단체협상합의체결을위해실현가능한선택임이분명하다. 2008년위원회는한국정부에금속부문, 특히현대자동차와기륭전자, KM&I, 하이닉스매그나칩의하청노동자들의고용기간과조건에대하여교섭역량강화등의방식을포함해단체교섭성사를제고할수있는모든필요한조치를취할것을촉구한다. 이를통해이들회사의하청노동자들은신의성실에기반한교섭으로조합원들의생활및노동조건의개선을추구할수있는자신들의권리를실제적으로행사할수있어야할것이다. 2012년위원회는노조권리의행사를회피하기위해 사내하청 을활용한다는지속되는혐의에우려를표하지않을수없다. 위원회는이점에관해, 관련노조와하청 파견노동자의고용기간과조건을결정하는당사자사이의단체교섭이항상가능해야한다는점을강조하고싶다. 따라서위원회는한국정부가관련사회적파트너들과협의하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의해모든노동자에게보장되는하청 파견노동자의결사의자유와단체교섭권보호를강화해노동자의기본권행사를사실상회피하는수단으로하청을남용하는것을방지하는목적으로, 미리결정되고합의된대화프로세스를포함해적절한구조를개발할것을요청한다. 2015년한국정부가본제소의대상이된금속산업에서의하청및파견노동자의단체교섭을촉진하기위해이뤄진어떠한조치도밝히지않고있음을주목하면서, 위원회는다시한번한국정부에게이러한목적을위한모든필요한조치, 특히해당사업장의하청 파견노동자의노동조합이교섭을통해조합원의생활및노동조건을개선할수있도록단체교섭권을실효성있게행사할수있도록교섭역량을구축하기위한조치들을취할것을촉구한다. 한국정부는 ILO 결사의자유협약 (87, 98 호 ) 을비준하지않은상태인데, 어떻게제소를당하고 11
권고까지나오는것일까? ILO는앞서얘기한 8개핵심협약에대해, 회원국정부가이를비준하지않았다하더라도 ILO에제소가가능하도록하고있다. 그만큼결사의자유협약은 ILO 협약의핵심을차지하고있는것이다. 아울러위결정문들을보면 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구체적인조직명칭과업종에대한판단을하고있음을알수있다. 한국정부가노동자성을가장낮게보고있는 ( 차량을소유한 ) 화물트럭운전기사들에게도온전한노동기본권을보장하라고명시적으로촉구하고있다. 또한결사의자유위원회는현대자동차 기륭전자 하이닉스매그나칩 KM&I 등구체적인사업장을거론하면서이들의단체교섭권을강조하고있다. 사실명시된노동조합들대부분이당시에하청업체들과교섭을하고있거나, 업체가부도 폐업등으로사라진상태였다. 따라서결사의자유위원회가말하는단체교섭권이란 원청을상대로한교섭권 을말하는것이다. 이상의 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한국정부에권고한내용들만보더라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이요구하고있는노조법 2조개정을통한특수고용노동기본권보장, 원청의사용자책임인정이 ILO 협약의내용에포함돼있다는사실을분명하게확인할수있다. 4. ILO 협약비준을둘러싼여러세력의태도 문재인대통령은대선에서 ILO 핵심협약을비준하겠다고공약한바있다. 이내용은국정과제에도포함됐고최근일자리위원회에서확정된 < 일자리로드맵 > 에도명시됐다. 그렇다면앞으로무슨일이벌어질까? 그렇다. ILO는국제노 사 정기구이기에, 정부와자본가들그리고노동자계급사이에치열한전투가놓여있다. 민주노총과한국노총은 ILO 핵심협약즉각비준 을요구하고있다. 앞서얘기한것처럼, 민주노총은노 정교섭과대화의전제조건에해당하는 5대요구 에 ILO 협약비준을포함시켰다. 자본가들은협약비준자체는반대하지않지만, 협약과충돌하는국내법다수가있다는이유로법개정논의를충분히해야한다는입장이다. 그렇다면정부의태도는어떠할까? 문재인정부는 ILO 협약비준그자체를목표로하고있지않다. 협약비준을고리로노 사 정사회적대화를실현시키는데훨씬많은관심을갖고있다. 한국노총조차이탈해의미를상실한노사정위원회와같은기구를되살리고, 핵심적으로여기에민주노총을끌어들여묶어두는것을핵심목표로삼고있다. 9월초에한국을방문한가이라이더 ILO 사무총장의행보를보더라도명확하다. 그는문재인대통령을만난자리에서한국정부의 ILO 핵심협약비준의지를확인했다고밝혔다 ( 무슨이유에선지청와대는그사실을확인해주지않고있다 ). 그러고선돌연박원순서울시장과함께공동기자회견을열었는데 2년전에중단된노 사 정사회적대화복원을촉구한다 는내용이었다. 사실양노총이노사정위의허구성을폭로하며대화에참여 12
하지않고있는상황이므로, ILO 사무총장의주장은양노총을정면으로겨냥한것이다. 국제 노동 기 구의본질이국제 노 사 정 기구임이여실히드러나는대목이다. 지난 9 월 4 일, 청와대에서문재인대통령을면담한가이라이더 ILO 사무총장이트위터에올린글. 문재인대통령으로부터 ILO 핵심협약을비준하겠다는약속을들을수있어기쁘다. 우리는필요한모든기술적지원을제공할준비가돼있다. 문재인대통령은대선에서 한국형노 사 정사회적대화 기구 를공약한바있다. 그러나당선이후문성현전금속연 맹위원장을노사정위원장에임명하면서사실상노사정위 원회를사회적대화기구로활용하겠다는입장이다. 그렇다 면가이라이더의 노 사 정사회적대화복원촉구 는민주 노총에게노사정위원회에복귀하라는요구에다름아니다. 문재인정부의기본계획은 2019 년경 ILO 협약을비준한 다는것이다. 2019 년은 ILO 창립 100 주년이되는해다. 하 지만 100 주년은 숫자의정치학 일뿐큰의미를갖고있는 것은아니다. 지금부터 2 년동안 ILO 협약비준을비롯한국 제노동기준을미끼로던지며노사정위원회와사회적대화 에민주노총을끌어들이려는술책에불과하다. 노동기본권을국제기준수준으로보장하기위해노 사 정사회적대화를시작하자. 문재인정부가처음한얘기가 아니다. 정리해고와변형근로시간제, 무노동무임금과전임 자임금지급금지를날치기통과시켰던김영삼정부가 < 신노 사관계구상 > 을선언하고대통령직속으로 노사관계개혁위 원회 를설치할때에도똑같은얘기를했다는사실을기억하 자. 10 월 18 일문재인대통령이주재한일자리위원회 3 차회의에서의결된 < 일자리로드맵 > 에담긴 내용을보면이런우려는기우가아니다. 우선비정규직노조할권리에해당하는법 제도개선과제와 ILO 협약비준문제가 < 일자리로드맵 > 에포함된것부터문제다. 이는노 정교섭을통해추진할문제 이지, 노 사 민 정시스템을닮은일자리위원회가할일이아니다. 아울러비정규직노조할권리의내용도상당한문제점을안고있다. 우선원청의사용자책임을제도 화하는과제가빠져있다. 그러나 < 일자리로드맵 > 에는산업안전과임금체불에대해서만원청의책임 을강화한다는얘기가있을뿐이다. 그동안간접고용비정규직이간절히요구해온원청의교섭책임 사용자책임이통째로빠진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대선에서사내하청등간접고용관련원청에게 공동사용자책임 을지우겠다고 공약한바있다는점에서공약실종사태라고불러도과언이아니다. 대표적인간접고용비정규직노조 인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최근원청사용자책임공약이빠진점에대해 문재인대통령의사라진공약 을공개수배합니다 라는선전에나서기도했다. 노동은상품이아니다?- 아니어야한다! 13
노동은상품이아니다 (Labour is not a commodity). -ILO 헌장의부속문서에포함된필라델피아선언의첫문구이다. 멋진말이다. 하지만우리현실로돌아와보자. 진실로노동은상품이아닌가? 매장에진열된상품처럼노동자들의몸뚱이는노동시장에내던져져서사고파는상품으로취급된다. 정확히말하면필라델피아선언은노동력이상품으로매매되는자본주의체제의비밀을은폐하고있다. 노동자계급이지향해야할목표는 노동력을상품으로만들어버리는자본주의체제를극복하고새로운노동해방사회를만들어가는것 이어야한다. ILO가노 사 정기구라는본질을갖고있지만, 앞서얘기한것처럼민주노조운동의도도한물결이조직된다면, ILO 바깥에서조직된노동자투쟁의힘으로정세를밀어붙이면서 ILO 협약비준이란쟁점을노동자계급의무기로활용하는것이가능함을알수있다. 그러기위해서우리가되새겨야할정신은필라델피아선언에담긴 ILO의정신이아니다. 전세계자본가계급과각국정부가 ILO와같은기구를만들수밖에없도록만들었던 1917년러시아혁명의정신, 그리고노태우정권과경총의정치적의도대로가아니라노동자계급의무기로활용할수있다는것을보여줬던 1987~1991년민주노조운동의정신이다. 문재인정부에겐 2019년 ILO 100주년이중요할지모르지만, 노동자계급에겐바로지금! 2017년러시아혁명 100년을되새기며전투를준비해야한다. ILO 협약비준 을둘러싼정부와자본가들, 그리고노동자계급이진행해야할치열한전투를!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