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논집제 28 집 2012 년 2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 28, Feb. 2012, pp.149-196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 - 무페와발리바르의시민권, 공동체이론 - 문성규 경희대 주제분류 정치철학, 사회철학, 권리이론, 공동체이론, 현대철학 주제어 지구화, 적대, 폭력, 정치, 공동체, 시민권, 샹탈무페, 에티엔발리바르 요약문 오늘날우리는지구화 (globalization) 시대에살고있다. 이런상황에서주목되는것은새로운문제들뿐만아니라 낡은 문제들이더욱강화되는현상이다. 지구화와함께전통적인것으로여겨졌던인종적, 민족적, 종교적갈등과적의 (hostility) 들이심화되고있다. 이적의가구체적행동으로표출될경우, 그것은매우직접적 / 극단적인폭력시위나테러의형태를띤다. 적대와폭력의심화는말그대로 지구전체 에걸쳐있으며, 이런의미에서이를적대의지구화 (globalization of antagonism) 라고부를수있다. 나는현대정치철학자인샹탈무페 (Chantal Mouffe) 와에티엔발리바르 (Étienne Balibar) 가문제삼는바를적대의지구화현상과연결할수있다고본다. 무페와발리바르의사유는적대의문제에시사하는바가크며, 따라서이를자세히살펴보는작업이필요하다. 나는정치적문제와관련하여중요한두개념, 즉정치공동체 (political community) 과시민권 (citizenship) 의개념을중심으로이들의논의를요약하고, 이들의차이점과유사점을정리할것이다. 그리고특히유사점에주목하여, 이들이제시하는적대의지구화현상에맞서는정치의조건의내용을구체화할것이다. 무페와발리바르의정치철학은폭력과적대의문제에대한적극적인이론적개입이며, 이런시도는우리로하여금정치의조건들을다시금숙고하게만든다. Ⅰ. 문제로서의지구화, 적대의지구화 지금우리는지구화 (globalization) 시대에살고있다. 국가간의인적 / 물적 교류는가속화되고있으며, 경제적 / 정치적 / 문화적차원의상호의존도는점 투고일 : 2011 년 10 월 29 일, 심사완료일 : 2011 년 11 월 22 일, 게재확정일 : 1 월 25 일
150 철학논집 ( 제 28 집 ) 점높아지고있다. 지구화는분명한 사실 이며, 또한점점가속화되는 과정 이기도하다. 이과정은전에는누릴수없었던이익을가져다준반면, 다양한 새로운 문제를발생시켰다. 정치적으로국가간경계의완화에따라분쟁들이야기되었고, 경제적으로사회적양극화가지구적으로확산되어경제적위계가공고해졌다. 생태적으로국가간공조가시급한지구적기후변화나생물종의변화등이대두되고있다. 그런데이런과정에서눈에띄는것은, 새로운문제들뿐만아니라 낡은 문제들이더욱강화되는현상이다. 구시대의유물 로여겨지는인종적, 민족적, 종교적갈등과적의 (hostility) 들이유물로전락하기는커녕더욱심화되고있는것이다. 지구화자체는새로운현상이지만, 그과정에서나타나는정치적 / 사회적적대 (antagonism) 들은오히려오래된형식을통해나타나고있다. 또한이러한갈등과적대가구체적폭력으로분출될경우, 그것은극단적인폭력시위나잔인한테러의형태를띤다. 이런폭력의분출은개별적사건의수준을넘어서광범위한운동으로조직되기까지한다. 대표적인사례가유럽각지에확산되고있는네오나치즘 (neonazism) 이다. 1) 짧게민머리때문에 스킨헤드 라고불리기도하는이극우인종주의자들은, 현재유럽국가대부분에서활동하고있다. 이들은대체로외국인의자국이민반대와인종차별, 나치찬양및반유대주의, 홀로코스트의부정또는축소등을주장한다. 2) 1) 이하모든정보는 2010 년 3월 9일자연합뉴스인터넷기사 < 스킨헤드 > 되살아난나치의망령 에서인용한것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 0003158695 검색일 : 2011 년 10월14 일.) 2) 독일연방수사국은 2009 년네오나치즘을추종하는인종주의자가약 5만명에이르는것으로추산했으며, 당해극우파에의한범죄의발생건수는역대최대였던 2008 년의 2만여건을넘어선것으로본다. 사건연루자는약 3만명으로늘었으며범죄의양상은더욱난폭하고잔인해졌다는게연방수사국의분석이다. 1990 년통일이후 47건의인종주의관련살인사건이발생했는데, 2009 년 7월드레스덴법원에서발생한 베일살인사건 이대표적사례다. 러시아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51 네오나치즘단체들은직접적인나치추종에따른법적문제를피하기위해명목상 국가사회주의, 민족주의 등과같은구호를내세우고있다. 더구나최근들어서이들이단순한범죄집단의수준을넘어서정당이나사회단체와같은 합법적형식 을빌려대중속으로파고들고있다. 나치와관련된활동을엄격히금지하고있는독일에서조차, 네오나치즘세력과친화적인국가민주당이여러차례의불법화논의를이겨내고합법적정당으로활동하려는움직임을보이고있다. 이런합법화움직임은독일내부에서이들의극단적인주장이소극적으로나마지지를받기때문에가능했던것으로추측된다. 3) 영국도상황은비슷하다. 극우정당인영국국민당은창당한이래당원자격을켈트족및앵글로색슨계열의백인으로제한한채흑인과아시아인들의입당을막아왔다. 4) 미국도다르지않다. 유럽에반유대주의가존속해왔 태생독일인알렉스빈스 (28) 는외국인혐오관련재판이진행되는도중에이집트출신임신부였던마르와알-셰르비니 (31) 를칼로무려 16차례나찔러살해하는잔인성을드러냈다 ( < 스킨헤드 > 되살아난나치의망령 중 ). 3) 2009 년실시된한여론조사에따르면, 구동독지역주민 4명중 3명은독일에외국인이너무많다는데부분적으로동의했다. 이조사에서구동독지역주민중 40% 가독일내의외국인의수를줄여야한다는데전적으로, 34% 는부분적으로동의한다고응답했다 ( < 스킨헤드 > 되살아난나치의망령 중 ). 4) 2009 년법원이국민당에인종차별금지법에부합하도록당규를수정할것을명령함에따라당원관련규정을없앴지만, 인종차별정책은여전히유지하고있다. 이정당은 2009 년 6월처음으로유럽의회선거에서 2석을차지했다. 다른유럽국가들에도비슷한상황이확산되고있다. 러시아에서는소비에트연방붕괴와함께네오나치즘단체들이우후죽순처럼생겨나기시작해, 2009 년모스크바에만 20여개단체들이활동했던것으로추정된다. 당시러시아젊은이의약 15% 는극우파에동조하고있는것으로알려졌다. 러시아당국은이같은문제가외교문제로비화하고있다는점을고려해연방보안국요원들까지동원해단속을했지만, 스킨헤드들의활동을원천적으로막지는못하고있다. 유럽정치의모범사례로자주제시되는스위스에서조차 2009 년 11월국민당을비롯한우파정당들의주도로이슬람사원의상징적건축물인첨탑
152 철학논집 ( 제 28 집 ) 다면, 미국에서는흑인과아시아인에대한인종차별이존속해왔다. 최근미국의 KKK 를비롯한많은극우단체에의한폭력사건은폭증하고있다. 5) 게다가이런문제는소위 선진서구국가 에서만일어나는것도아니다. 제3 세계 로불리는지역들은예전부터인종갈등이심한것으로악명이높다. 6) (Minaret) 건설을금지하는국민투표안이통과되었다. 인접한오스트리아에서도극우파인자유당과오스트리아미래동맹등을중심으로첨탑건설금지를입법화하려는시도가본격화되고있다. 더불어최근들어유럽각국에서는외국이민자에대한규제를강화하려는움직임이가속화되는추세다 ( < 스킨헤드 > 되살아난나치의망령 중 ). 5) 미국남부지역빈곤계층의이익을대변하면서극우단체의행동에대응하는남부빈곤법률센터는, 한보고서에서미연방전역에서 2008 년극우단체에의한폭력사건이 926건에달한다고보고했다. 극우단체의폭력사건은 2000 년경에 602건을기록하여당시에도심각한것으로지적된바있다. 법률센터는이같은폭력사태의주체는네오나치스나 KKK 등인종편견에기인하고있는단체들이대부분이라고지적했다. 법률센터의창설자는 정치적인환경이아주나빠지고있다 며 오바마대통령의승리로반감이커진데다반이민주의가고조되고, 또특히경제가위기상황을맞으면서오클라호마연방건물폭파범티모시멕베이 (Timothy McVeigh) 를보던시절처럼 있다 고우려했다. (2009 년 4월 16일뉴시스인터넷기사 극우단체폭력사건폭증 에서인용.)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sid1=&oid=003&aid=00 02627230 검색일 : 2011 년 10월 14일.) 6) 최근의사례로 2008 년남아프리카공화국의수도요하네스버그에서발발했던폭동을들수있다. 요하네스버그외곽에서시작된폭동의타겟은인접국이주민들이었다. 이폭동은시간이지남에따라가라앉기는커녕남아공곳곳으로확산되는양상을보였다. 사태가발생한지일주일을넘긴 19일에도이주민밀집지역에선무차별린치와성폭행, 방화와약탈이계속됐다. 남아공의제노포비아 (xenophobia) 는그뿌리가깊다. 2008 년 1월에는소말리아출신의상점주인이피살되었으며, 두달뒤인 3월에도소말리아 짐바브웨 파키스탄이주민등 7명이살해되었다.(2008 년 5월 20일자한겨례인터넷기사 남아공 외국인혐오폭동 왜? 에서인용.)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288643.html 검색일 : 2011 년 10월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53 이는남의나라이야기라고할수만은없다. 왜냐하면해외에서생활하는한국인들도적대와폭력의희생양이되고있기때문이다. 최근에연수중이던한국인대학생이러시아청년들로부터린치를당해사망한지 20일도지나지않아한국유학생이또다시흉기에찔려중태에빠지는사건이발생했다. 지구화시대에는한국인들도극단적폭력의위험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는것이다. 7) 적대와폭력의심화는말그대로 지구전체 에걸쳐있으며, 이런의미에서이현상을 (globalization of antagonism) 라고부를수있을것이다. 지구화시대에여러차원에서문제가발생하지만, 이러한적대의지구화야말로집단적인폭력을동반한다는점에서지구화를해결이시급한 문제 로만든다. 적대의지구화는단순히윤리의문제로소급될수없다. 왜냐하면적대적현상들이이미개인적차원을넘어서집단적으로나타나고있기때문이다. 개인의반성에호소하기에는이미그정도가심하고방식에있어서도조직화되었다. 그리고극우정당들의경우처럼이들은정당이나시민단체등합법적형태로활동하고있다. 이런현상은대중의은밀한공감이나암묵적동조, 적어도용인하는정서가없이는일어나기힘든일이다. 터무니 15일.) 7) 연합뉴스러시아한국인유학생피습주요일지에서발췌.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gallery/yibw_showphotonews_new.aspx?co ntents_id=gyh20100308000200044 검색일 : 2011년 12월 12일.) 이에대해박노자는러시아에대한외교적인압박이필요하다고주장했다. 박노자는인종혐오범죄가기승을부리는원인으로러시아당국의방관과함께, 러시아의정권자체가스킨헤드들을보호하고육성하는측면이있음을지적했다. 그는모스크바의한대중일간지의기사를인용하며, 극우테러리스트들이러시아의한경찰특무부대에서훈련을받는다는사실을언급했다. (http://www.newscani.com/news/view.html?id=68651&page=2&tbl=news&listpage=/ne ws/index.html&ct=sec&ty=10104&page=2 검색일 : 2011년 12월 12일.)
154 철학논집 ( 제 28 집 ) 없는주장을하는세력들이 합법적인절차 를거쳐공개적으로활동한다는사실은, 적대의지구화가제도의개발이나적용의문제로환원될수없다는점을드러낸다. 현재의적대는이미윤리적, 제도적차원을넘어서버린것이다. 8) 윤리적, 제도적고찰이모두한계를가진다면다른측면, 즉정치적측면에서문제에접근할필요가있다. 문제의원인을분석하고대응을모색할정치철학적고찰이요청된다. 나는현재활동중인철학자샹탈무페 (Chantal Mouffe) 와에티엔발리바르 (Étienne Balibar) 의정치철학이적대의지구화를분석하는데참고할만하다고생각한다. 왜냐하면이두사상가모두에게있어 1 적대의지구화문제가연구의주제이며 2 이들이그에대응할수있는정치의조건들을모색하기때문이다. 이점에서무페와발리바르의사유는지구화시대에시사바가크며, 따라서면밀한검토와분석이필요하다. 9) 이들의작업은정치철학전반을아우르고있다. 그모든내용을다룰수는없으므로, 나는중요하다고생각되는두개념에만초점을맞추고싶다. 첫째는 (political community) 이다. 도덕이나윤리에비해정치가 8) 적대의지구화와관련하여, 네오나치즘운동이나인종주의단체들이극우적정치세력에의해정치적으로이용된다는의견이제시된적이있다. 미국국토안보부는극우단체들이과격테러를꾀하면서여기에참전용사들을끌어들이려한다고지적한바있는데, 이에대해공화당진영에서는참전용사들을극우세력으로몰아가는것은지나치게허황된지적이라고반격했다.( 극우단체폭력사건폭증 중 ) 또한유럽일각에서도극우파정치인들이자신들의정치적목적달성을위해이들의활동을묵과또는방조한다는설이나돌고있다 ( < 스킨헤드 > 되살아난나치의망령 중 ). 9) 두철학자의논의는현상황에대한정치 철학적 개입이다. 이는현실적정치의조건을탐구하는이론적작업이지, 어떤구체적인제도나특정한현실정치활동의촉구는아니다. 윤리적 / 제도적고찰이한계를가진다면, 철학적 / 이론적개입또한나름의한계를가지는것은당연하다.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55 가지는특징은그것이집단을통해이루어진다는점이다. 정치공동체에대한고려는정치철학의핵심주제이다. 극우 정당 들과 시민단체 들도엄연히정치공동체이다. 이들의발생원인을분석하고이에대응하는정치공동체의구상을위해서는정치공동체를다루어야만한다. 둘째는 (citizenship) 이다. 시민권은정치공동체의구성원, 정치활동의주체와관련된문제이다. 사회과학에서는시민권을형식적인소속개념이나법적권리로해석하려는경향이있으나, 철학적인관점에서는시민권은크게 정체성 과 역량 이라는두가지방식으로이해될수있다. 시민권은개인이정치공동체와정치활동의수행을통해부여받는정치적정체성으로이해될수있다. 또한그것은정치활동을가능하게하는정치적주체의역량으로해석될수도있다. 뒤에서설명하겠지만이들각각은무페와발리바르의시민권개념의핵심을이룬다. 나는먼저무페의논의를살펴보고다음으로발리바르의작업을검토한뒤, 이들의차이점과유사성을정리해볼것이다, 그리고결론적으로이들의유사성에주목하여이들의작업으로부터도출가능한정치의조건을정리해볼것이다.. 샹탈무페 : 소키에타스와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 1. 정치전선의실종과정체성의혼란 무페의분석은현재의정치적상황에대한진단으로부터시작된다. 그녀 에따르면현재의정치는이중의상황에직면해있다. 10) 10) Chantal Mouffe, The Return of The Political (Verso, 2002), 국역본 정치적인것 의귀환, 이보경옮김 ( 후마니타스, 2007), p. 14. 이하 귀환 으로통칭. 모든 인용은국역본을따름.
156 철학논집 ( 제 28 집 ) 상황 1: 현실공산주의블록이해체되면서, 냉전시대에강하게유지되 던연대성이소멸하고냉전시대의우방과적국, 즉친구와적의전선이인 종, 민족, 종교등의낡은적대의형식을통해부활하고있다. 상황 2: 냉전시대에사회의연대는공산주의라는 타자 에의존해왔다. 그러나공산주의 VS 민주주의라는대립이폐기된이후, 민주주의의정체성 자체가흔들리고있다. 상황 1에대한묘사로볼때, 무페가문제삼는바가적대의지구화임이명백하다. 무페는이런상황을정치에있어어떤근본적인것이드러나는일종의징후 (symptom) 로본다. 낙관론자들의예상과는달리각종집단적정체성들이사라지지않고강화되는것은, 정치에있어집단적정체성이라는것이어떤식으로든제거불가능하다는사실을드러낸다. 모든정체성은관계적이며, 항상구성적외부 (constitutive outside) 11) 의역할을할 타자 를결정하는일, 즉 우리 와 그들 의경계를긋는일을통해획득된다. 갈등과적대는정치에있어서제거되어야할것이아니다. 오히려 우리 라는집단적정치적정체성의구성에우선하며, 필수적으로전제되는조건이다. 따라서갈등과적대는그때그때상황에맞춰유지되어야한다. 11) 이는무페가데리다 (Jaque Derrida) 의개념을차용한것이다. 흔히들 우리 라는정체성이먼저주어지고, 그다음에정체성들끼리의비교와대조를통해공통점과차이가발견되며, 결과적으로갈등이나화합의관계가맺어진다고생각한다. 그러나데리다는그순서를뒤집는다. 그에따르면오히려경계를긋는일이 기원 이며, 그그어진경계내부에귀속됨에따라 우리 가구성된다. 즉 우리 에앞서 그들 의부정성에대한인식과배타적경계긋기가우선한다. 이최초의경계긋기를일종의 기원적폭력 이라할수있으며, 바로이런의미에서 인것이다. 그리고이런경계의외부가동일성을구성하는데있어필수적이라는점에서그것은 구성적인 외부가된다.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57 이런통찰은칼슈미트 (Carl Schmitt) 의 정치적인것 (the political) 의개념을받아들이면서가능해진것이다. 슈미트에게있어정치적인것이란곧 유형의제도나사회, 문화와같은특정차원의것이아니다. 정치적인것은모든인간사회에본래부터있었으며, 인간의존재론적조건을결정하는하나의차원이다. 상황 2로제시된민주주의의정체성문제도이와동일한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 민주주의 는일상적으로체제나이념을지시하지만, 또한일종의정치적정체성이기도하다. 동구권공산국가의몰락후소위 민주주의권국가 들은누가친구인지누가적인지분간하기힘든정체성의혼란을겪게된다. 우리민주주의자 들에맞서는 그들 이누구인지모호해져버린것이다. 적대의부활은이런혼란을틈타일어난것이다. 혼란속에서극우세력들은신속하게자신의 적 을찾아냈는데, 그적으로지목된이들중대표적인것이이민자들, 자국내의외국인들이다. 그래서무페는유럽여러나라에서나타난극우파의성장을, 전통적인정치적구분들이모호해짐에따라자유민주주의가직면하게된정치적정체성의위기라는맥락안에서이해해야한다고주장한다. 이처럼현재직면하고있는적대들은, 갈등과적대의제거불가능성에대한망각, 그리고그에충실한정치적공동전선구성의실패에기인하는것이다. 공동전선을형성할민주적투쟁들이줄어들게될때, 그자리에정체성을형성할수있는다른형식들, 즉인종적, 민족적, 종교적본성과같은형식들이들어서게되는것이다. 전선에대립하는진영역시낡은용어로규정되어, 자신과다른정체성은경쟁해야할반대자가아니라절멸시켜야할적으로인지된다. 이렇게극단적폭력의위험은존속하게된다. 요컨대갈등자체가문제가아니라오히려알맞게 (!) 갈등하지못한것이문제이다. 극단적폭력의위험을줄이기위해서라도새로운집단적정체성, 공동의정체성이구성되어야한다. 자유주의자들은적대의부활을구시대
158 철학논집 ( 제 28 집 ) 의잔여라거나자유주의의일반화에따르는진통정도로치부하면서사태를직시하려하지않았다. 무페는이런회피나부정을자유주의정치학의무능을드러내는일종의 증상 (symptom) 으로진단한다. 적대의지구화는명백히정치적인형태를띠고있는데, 자유주의정치학은그것을적응의부산물이나 마지막발악 정도로여기며이론적접근을포기한다는것이다. 그녀는코앞에위기가닥친현시대에자유주의자들과같은태도는자기기만적인것이며, 그들의반응은정치자체를슬럼화할가능성이있다고까지한다. 12) 현재의혼란에대응하기위해서는정치적인것에충실한정치전선의구성이요구된다. 낡은적대의형식에대해새로운적대의형식을발명해야하는데, 이는곧새로운정치공동체를구성하는일에다름아니다. 정치공동체가새롭게재구성됨에따라관련된정치적정체성도새로이규정될것이다. 그러나기존의이론이가진문제에대한분석과비판없이유효한이론을제시할수는없다. 따라서먼저현재까지의정치에이론적정당화를제공해왔던기존정치철학에대한재평가가요청된다. 무페가진단의주요대상으로삼는것은현대정치철학의주류를이뤄왔던자유주의 (liberalism) 와공동체주의 (communitarianism) 이다. 2. 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에대한재평가 무페는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정치학양자를비판하면서자신의논의를전개한다. 특히그녀가다각도에걸쳐비판하는것은존롤즈 (John Rawls) 를중심으로하는자유주의이다. 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사이의논쟁은자아혹은주체 (subject) 와공동선 (public good) 을중심에두고시작된다. 자유주의에게있어, 주체란스스로의선에대해정의하고그것을합리적으로추구할수있는인격체들이다. 13) 12) Mouffe, 귀환, p. 12.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59 이견해의대표자는주지하다시피롤즈이다. 롤즈에게주체는그자체로는해명될필요가없는하나의기원 (origin) 으로남아있으며, 그것이기입된사회적관계와무관하게독립적으로존재한다. 14) 자유주의에서전제되는자아는독립적이고원자적인것으로상정된다. 무페는여기서롤즈에대한샌델 (Michael Sandel) 의비판에주목한다. 샌델에의하면롤즈스타일의자유주의적주체는아무런연고도가지지않은무연고적자아 (the unencumbered self) 이다. 샌델이나찰스테일러 (Charles Taylor), 알래스데어매킨타이어 (Alarsdair Maclntyre) 등의공동체주의자들이보기에, 어떤개인이자신의선을정의하고그것을추구하는일은그가특정공동체내에소속될때만가능하다. 즉공동체에의소속은욕망을비롯한개인정체성의 구성적조건 인것이다. 그런데롤즈를위시한자유주의자들은마치개인이아무런토대나조건도없이하늘에서떨어진것으로상정하고이론을전개한다. 여기에는구성적인공동체, 즉개인의정체성을구성하는공동체가들어설여지가없다. 이에대해테일러는 자신의고유한목표들과열망들을지니고그에대한보상을지키려는그런개인은특정문명내에서만가능한데, 원자론은그것이가능한정도를제대로고려하지못한다. 그런근대인이나오기위해서는일정한제도와관행, 법규, 평등한존중의규칙, 공동숙고의습관, 공동의결사체, 문화적발전등이오랫동안발달해야했던것이다. 라고한다. 15) 주체에대한논쟁은공동선에대한논쟁으로이어진다. 자유주의에서는좋음 / 좋은것 (good) 이란최소한의공통성외에는개개인에따라다른것으로상정되고, 이런의미에서개인적이다. 자유주의는공동선이 그자체로 존재한다는생각을회의하며, 그래서공동선을사적인선들의집합이나개인들간의합의나규약에의한구성물로대체하려는성향을띠게된다. 반 13) Mouffe, 귀환, p. 101. 14) Mouffe, 귀환, p. 94. 15) Mouffe, 귀환, p. 106.
160 철학논집 ( 제 28 집 ) 면공동체주의에서는공공선은전통, 역사, 문화처럼개인이전에존재하는것이며, 개인은이런공동선을받아들임으로써자신의선을구성하게된다. 공동체주의는완벽하게순수한개인적선을의심하며, 개인의선은항상어떤민족적, 국가적, 문화적영향하에있게된다. 공동선에대한관점은정치공동체와시민권에대한논의에반영된다. 자유주의에서정치공동체란미리사적인선의추구하려는계산을전제하고들어가는도구적공동체이다. 여기서개인과정치공동체는서로독립적이며, 공동체는적어도원리상가입 / 탈퇴가자유로운것으로상정된다. 이와대조적으로공동체주의의공동체는미리개인의선과정체성을구성하는공동체이기에이로부터의탈퇴는개인의선과정체성자체를포기하는일이된다. 공동체로부터의탈퇴는쉽지않으며, 이점에서소속은구속처럼느껴질수있다. 또한공동체의덕 (virtue) 이라는명목으로개인에게간섭이가해질수있으며, 개인적선의추구가국가, 민족, 전통, 인민의관점에서규정된선과충돌할경우개인적선의추구를일방적으로억압할위험도있다. 그래서몇몇자유주의자들은공동체주의자들이부활시키려는공동선같은것은현시대에는전체주의적함의를지닐뿐이라고혹평하기도한다. 16) 16) 근본적인차원에서관점이다르므로, 정치에대한생각도달라질수밖에없다. 자유주의는기본적으로정치를개인적좋음, 즉사적인이익추구활동이특수한경우로환원하려는성향을띤다. 이것은의도하건의도하지않건자칫하면빠질수있는자유주의의귀결이다. 물론한익명의심사자가지적한것처럼, 자유주의는자연권전통의자유주의, 의무론적자유주의, 공리주의적자유주의등을포함하는넓은스펙트럼을가진다. 여기서 ( 무페가아니라 ) 내가문제삼는것은자유주의의 이다. 논란의여지가있음을인정하지만, 나는자유지상주의 (libertarianism) 나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를자유주의의극단적판본들로본다. 이런판본들에서정치의환원내지제거의성향은명시적으로드러난다. 이런성향이자본주의와결합된다면, 정치는개인의합리적인이익추구, 즉 넓은의미의 경제활동으로환원되어버리고만다. 이런환원은시장에서의이익경쟁만을남기게되며,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61 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는시민권의문제에있어서도대립한다. 자유주의에서권리란궁극적으로개인적선의추구를확보해주는것이므로, 여기서시민권은개인들간의공정한경쟁을확보하고부당한제한으로부터의자유를보증하는도구적지위가된다. 이는수단적인권리로서, 여타의권리들과질적인차이가모호해진다. 그래서자유주의에서개인은이런지위와권리를부여받아사용하는권리의 사용자 이다. 반대로공동체주의에서는시민권은다른권리들이그것과마찰을일으킬경우희생 / 포기되어야하는지배적인정체성처럼여겨진다. 권리를사용하는것이아니라출혈을감수하고서라도고수해야하는것이다. 하지만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가현대민주주의의성립에간과할수없는공헌을한것도사실이다. 특히자유주의는모든개인은자유롭고평등하게태어났음을천명하고, 자유는침해되어서는안되며개인은자신이생각하고원한바대로행동할 권리 (right) 를가진것으로보았다. 개인의자유와평등을그자체로 옳은 (right) 것 으로봄으로써, 자유주의는 좋음에대한옳음의우위 을확립했다. 또한자유주의는개개인의욕망과목표가서로다를수있음을당연시함으로써 다원주의 (pluralism) 의원칙을정립하기도했다. 이 원칙 들은민주주의가민주주의이기위해서는반드시고수되어야하는것이다. 무페는이런원칙의정립이야말로자유주의의진정한 개인은파편화되고사회의결속이나안정성을점차저하되어결국사회를유지하는데필요한기본적인응집력마저상실되는결과를초래할수있다. 한편공동체주의에서는공동체의권위와가치가당연시되므로, 이에따라정치는곧공동체유지활동과동일시되는성향을띤다. 공동체유지활동은외적으로는특정공동체의가치를배타적으로옹호하는방식으로진행되며, 내적으로는공동체적가치의유지를위해구성원개개인을억압하는방식으로이루어진다. 공동체주의는, 적어도문화적 / 사회적측면에서는극단적보수주의나낭만적복고주의로이어질위험에노출되어있다. 그래서무페는공동체주의자들의자유주의비판에한편으로공감하면서도, 공동체주의자들이고대나근대의공동체로회귀해야한다는식의주장을할때그들은길을잃고헤매게된다고말한다 (Mouffe, 귀환, p. 106).
162 철학논집 ( 제 28 집 ) 공헌이며포기되어서는안될것으로본다. 17) 또한공동체주의자들은개인의정체성이구성되는데있어현실적으로집단이나공동체가필수적으로요청됨을지적하고, 공동선의불가피성을밝혔다. 그들은공동선과공동체를정치에있어핵심으로보고이들을강조했던것이다. 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모두가그한계에도불구하고민주주의와정치에공헌한바가있다면, 이제문제는그들의단점을피하면서장점을보존하는일이된다. 말하자면과제는어떻게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모두를 지양 ( ) 할것인가이다. 3. 소키에타스란무엇인가 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는각각위험성을가지고있다. 이는기본적으로주체와공동선에대한입장차에서유래하는것같다. 자유주의적주체는자신이원하는바를이미알고있고그것을합리적으로추구하는주체로서, 이익을추구 하기 만하는능동적인주체라고할수있다. 반면공동체주의적주체는그의욕망이나정체성자체가공동체의욕망이나가치와의동일시에의해서구성되며, 이런의미에서공동체주의적인주체는구성 되는, 수동적인주체라고볼수있다. 자유주의는주체를능동적구성자로상정하고, 공동체주의는주체를수동적구성물로간주한다. 자유주의에서는공동선이존재한다하더라도, 그것이사적인선의추구에복무하거나적어도침해하지않는경우에한하여제한적으로허용된다. 반면공동체주의에서공동선이란기본적으로공동체의유지에복무하는것들이며, 현실적으로는개인에게실체적이고고정적인행동규범으로제시된다. 말하자면자유주의는공동선을포기하려하고, 공동체주의는공동선을사물화하려한다. 기존정치철학에대한진단에따라예비적처방으로서일단주체와공 17) Mouffe, 귀환, p. 105.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63 동선의관념이재정립되어야할것이다. 무페의처방은두가지이다. 18) 와 의관념이그것이다. 자유주의처럼주체를능동적으로만보든공동체주의처럼주체를수동적으로만보든, 주체를어떤본질에근거하는것으로간주한다는점에서둘은일치한다. 자유주의적주체는자신의욕망과그에관련된지식, 정체성등을본질로서 타고난 것이고, 공동체주의적주체는그런본질이주체의바깥으로부터 이식 된다는점이다를뿐이다. 이에반해정신분석은기원적 (original) 주체나타고난욕망, 본래적인정체성등을의심한다. 정신분석에서, 주체란여러정체성형성의형식들속에서동일시, 모방등의메커니즘을통해끊임없이자신의욕망과정체성을재구성하는주체이다. 이런주체가 비본질주의적 인것은분명하며, 완전히능동적주체도, 그저수동적이지도않다는점에서본질주의적주체와는명백히구별된다. 또한자유주의가공동선을도구로격하하고, 공동체주의는그것을고매한덕으로숭상한다면, 둘을지양하는방법은공동선의관념자체를바꾸는것이다. 무페는공동선은있어야하지만공동체주의에서처럼실체적내용을가져서는안된다고한다. 유지는하되그것을계속비워두어야한다는것이다. 공동선을원칙들 (principals) 의집합으로볼때, 이런 비워내기 는가능하다. 정치공동체를꾸려나가기위해서는어쨌든구성원간에공유되는바가있어야한다. 그런데그것은실체적내용이아니라, 공동선에내재된정치적원리들, 원칙들의집합이다. 정치공동체를이루고공동선을추구한다는것은, 어떤정치적원칙들의권위를승인한다는것이며, 또한그원칙들을구현한규칙들의권위를인정한다는것이다. 이런승인과수용은그들을정치적판단과행위들을형성해주는것으로받아들임을의미한다. 19) 공동선은원칙으로수용되기에포기되지않지만, 내용을가지지않기에사물화되지도않는다. 18) Mouffe, 귀환, p. 117. 19) Mouffe, 귀환, p. 108.
164 철학논집 ( 제 28 집 ) 주체와공동선의관념을변형한다면, 이에따라실체적공동선의존재를전제하지는않지만연대의관념은함축하는정치공동체, 이를테면비실체적정치공동체를모색해볼수있다. 무페는마이클오크쇼트 (Michael Okeshott) 가제시한소키에타스 (societas) 개념을받아들여이가능성을모색한다. 오크쇼트에의하면정치공동체의성격은두가지공동체의양식중어느것을강조하는지에따라서결정된다. 두가지정치공동체의우니베르시타스 (universitas) 와소키에타스이다. 우니베르시타스는공동의실체적목적을추구하거나공동이익 (common interest) 을증진하고자하는사람들로이루어진집단을말한다. 20) 그것은목적적기획체 (enterprise) 로서, 공동의실체적목적에따라공동체주의적인것이될수도있고자유주의적인것이될수도있다. 소키에타스는이와다르다. 소키에타스는키베스 (cives), 시민적결사 (civil association) 로도불리는데, 이는공동행위에의한어떤실체적관계가아니라규칙들에의한형식적관계를가리킨다. 21) 소키에타스에서공동체의결속은공동의이익을촉진하거나공동의실체적목적을추구하는것이아니라 구성원서로에대한충성 (loyalty) 를통해이루어진다. 유의할점은이충성이란것이어떤위계질서에의종속이나인격 / 품성에의한감화따위와는무관하다는것이다. 소키에타스내에서의충성이란, 공동의관심혹은 공적 관심사를구체화시키는조건들의권위를승인하는일, 즉 이다. 오크쇼트는공적관심사를구체화시키는조건들을 이라고부른다. 레스푸블리카는공동체구성원들이수행해야할구체적인행동을명시하지않는다. 그것은어떤행동을선택할때반드시승인해야하는조건들에대한도덕적숙고들을규정하는규칙들 20) 박재창편저, 지구시민권과지구거버넌스, ( 오름, 2009) 중제 2 장, 이동수, 지구화시대의시민권, p. 67. 21) Mouffe, 귀환, p. 109~p. 110.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65 / 유사규칙들의복합체이다. 22) 즉그것은내가행동을통해나의공적관심사를구체화하려할때도덕적차원에서승인하고숙고해야할원칙이나조건들을지시한다. 그러므로레스푸블리카는일련의규칙이되, 어떻게그것을따를지에대한개개인의해석의여지를열어놓는규칙들이다. 그규칙들은반드시받아들이고해석해야하는것이지만, 실질적으로어떻게해석할지, 구체적으로어떤행동을할지는개인의자유에맡겨진다. 요컨대공동체에는공동의규칙은분명히있지만, 규칙을해석하는규칙, 혹은 따라서소키에타스에서구성원들은규칙을받아들여야하지만규칙을따르는방식은구성원들스스로가발명하고실천해야한다. 여기서개인의자유가보장되는것이다. 23) 소키에타스는현대민주주의에부합하는정치공동체의양식일수있다. 그것은자연적인동일한직업공동체나프로젝트그룹처럼동일한목표를가진자들이모이거나, 혹은민족이나인종처럼동일한태생을가진자들이모이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 개인들은이미많은유형무형의목적적공동체들에속해있는데, 소키에타스는각자 다른 목적적공동체에속한, 상대적으로낯선사람들사이에서누릴수있는결사체이다. 또한소키에타스에서의공동선이실체적내용이아니라공동연대 (common bond) 즉공적인관심사 (public concern) 에의해구성되며, 따라서그것은고정된형태나 22) Mouffe, 귀환, p. 110. 23) 무페가명시적으로언급하고있지는않지만, 내가보기에이는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이제기하고크립키 (Saul Kripke) 가구체화한 규칙따르기 의역설과연관이있는것으로보인다. 비트겐슈타인에따르면기본적으로모든언어행위는규칙따르기인데, 바로이때문에역설이발생한다. 우리의역설은이것이었다. 모든행위방식을하나의규칙으로일치하도록만들수있기때문에규칙은어떠한행위방식도규정할수없다 ( 솔 A. 크립키, 비트겐슈타인과사적언어, 남기창옮김, 철학과현실사, 1993 p. 25). 이를비틀어다음과같이말할수있다. 개인의자유는이것이다. 모든해석을하나의레스푸블리카로일치하도록만들수있기때문에레스푸블리카는어떤해석도제약하지않는다.
166 철학논집 ( 제 28 집 ) 폐쇄적유대없이지속적으로쇄신되고재규정되는공동체이다. 24) 소키에타스는다원주의와개인의자유를인정하면서도, 모든규범적측면들을사적영역으로환원하지는않는다. 소키에타스는공동선의내용들을원칙이나규칙의집합으로대체함으로써공동체로하여금나름의결속력을유지하도록해주는것이다. 이런정치적공동체에서는다원주의, 개인의자유, 공동선과같은주요개념들이재규정된다. 그것들은달라지고새로워지지만, 결코사라지지는않는다. 4. 민주주의의원칙과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 소키에타스를새로운정치공동체의모델로삼는다면, 그에따라새로운시민권의개념도생각해볼수있다. 왜냐하면무페는시민권을공적인것과의동일시를통해획득되는일종의정치적정체성으로보기때문이다. 소키에타스에서의시민권은자유주의에서여러권리들중하나가아니며, 공동체주의에서처럼다른권리들에비해특권을가지는것도아니다. 그것은레스푸블리카에대한관여 (commitment), 승인, 해석으로이루어진시민적교양의실행으로써획득하는정치적정체성이다. 그런데어떤정치공동체이건그것이어쨌든 민주적 정치공동체라면, 그공동체의레스푸블리카를구성하는규칙들이무엇이어야하는지는자명하다. 그것은민주주의의원칙, 즉만인을위한평등과자유의원칙들이다. 25) 정치공동체내에서정치적행위를할경우, 타자들을자유롭고평등 24) Mouffe, 귀환, p. 111. 25) 만인은자유롭고평등하다 는것은민주주의에대한일종의구성적규칙이된다. 칸트 (Immanuel Kant) 의통찰을따를때, 규칙은크게두종류로나누어지는데, 이그것이다. 규제적규칙은, 규칙의존재유무와관계없이자연적으로존재하던행동들을규제한다. 규제적규칙은규칙없이도가능한행동들을더잘하거나, 혹은행위에수반되는비효율성, 위험등을줄이기위해행동을구체적으로규제하는것이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67 한인격체들로대하라는요구야말로승인되어야할, 그리고도덕적으로숙고되어야할조건인것이다. 26) 민주주의의원칙과그해석으로레스푸블리카를구성한다는것은, 내가어떤행동을할때마다모든인간의자유와평등을원칙으로승인하고그것을도덕적으로고려한다는것을의미한다. 어떤공동체가민주주의의근본원칙에공적으로관여할때, 그공동체는단지목적적기획체, 쉽게말해이익집단에서벗어나근본적 / 급진적의미에서 민주적인 정치공동체가된다. 민주적소키에타스라면, 그것은만인의자유와평등이라는원칙과그에대한해석으로자신들의레스푸블리카를구성해야한다. 그런데중요한점은, 민주주의의근본원칙이실로매우근본적 / 급진적 (radical) 인해석의가능성에개방되어있다는점이다. 적어도원리적인차원에서이원칙에대한해석을막는것은아무것도없다. 자유와평등이란 다. 이런규칙은보통 이래라, 저래라 하는명령문으로표현된다. 교통법규같은규칙이대표적인사례이다. 반면구성적규칙은어떤행위를규제하면서동시에그것을가능하게한다. 체스나장기처럼상대방과같이벌이는게임일반의규칙이구성적규칙의전형적인사례이다. 체스게임의수행가능성자체가이미체스의규칙에의존적이다. 즉규칙에따라행위하는것자체가그규칙들에의해규제되는행위를구성한다. 구성적규칙도규제적역할을하지만, 그이상의힘을가지는것이다. 구성적규칙들은일반적으로 는 이다 / 한다. 는방식으로, 즉서술문이나평서문과같은단언적형식으로표현된다. 이를참고할때, 만인은자유롭고평등하다 는민주주의의원칙은 3 가지점에서민주주의의구성적규칙이라고할수있다. 그것이없으면애초에민주주의가가능하지않다는점 구성원들에게지켜야하는규범적의무로서부과된다는점 형식상단언적인형식으로표현된다는점 ( 존설, 정신, 언어, 사회, 심철호옮김, 해냄, 2000, p. 165 참조. 또한이성 원엮음, 비트겐슈타인과데리다, 문학과지성사, 2002, p. 172~p. 173 참조.) 26) Mouffe, 귀환, p. 115.
168 철학논집 ( 제 28 집 ) 원칙상 만인 ( ) 즉 모든인간 의자유와평등이며, 따라서인간인한에서는 원칙상 무제약적으로적용된다. 민주주의의원칙을근본적 / 급진적으로해석할경우, 이러한해석은분명히현실적으로엄존하는수많은부자유하고불평등한지배관계들을강조하게될것이다. 27) 그리고이런강조가다양한문제제기와저항을활성화할것이라는점은자명하다. 무페는이렇게민주주의의근본원칙에관여함으로써얻게되는정치적정체성을 이라고부른다. 무페는시민권을공적관여를통해서창출되는정치적정체성으로이해한다. 따라서소키에타스에서의시민은자유주의에서처럼특정권리의수동적수용자가아니다. 이는권리의내용이나적용이잘못되었다는것이아니라, 레스푸블리카와시민적교양의실행이강조되면서권리자체가다르게정의된다는것이다. 28) 이제까지의논의를정리하여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을다음과같이정의할수있다. 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이란, 이다. 소키에타스에서는모든인간의자유와평등은공동체주의가내세우는공동선의지위를가진다. 하지만그것은시민으로서행동하려면끊임없이조회해야하지만결코도달할수없는일종의 소실점 이나잠재적초점 (foyer virtuel) 29) 이바로공동선이다. 그것은하나의 사회적상상계 로작동하며, 그런상상과초점은다양한해석가능성에열려있다. 가령자유와평등에대한여성주의적해석이있을수있다. 또한자유와평등에대한민족주의적해석, 노동해방의입장에서의해석, 반인종차별적입장에서의해석도가능하다. 그러나이들은모두기본적으로자유와평등에공동으로관여한다는점에서는공유하는바를가진다. 이들이일단 모든인간 의자 27) Mouffe, 귀환, p. 115. 28) Mouffe, 귀환, p. 115. 29) Mouffe, 귀환, p. 182.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69 유와평등을하나의원칙으로승인하고관여하는이상, 그들은민주주의의원칙을근본적 / 급진적차원에서받아들이는것이다. 여성단체에소속된구성원은여성주의적해석에충성할수있겠지만, 그여성주의적해석자체가모든인간의자유와평등이라는원칙에대한해석이기에다른해석들과근본적으로어긋나지는않는다. 그들은동일한주제에대해다른해석을가지고다투는 적대자 (antagonist) 들이지만, 주제자체를거부하는 적 (enemy) 이되지는않는다. 이는소키에타스내에서레스푸블리카에대한해석은다양할수있다는데서도출되는귀결이다. 뒤집어생각하면, 이는자유의평등과자유의원칙이근본적 / 급진적차원에서받아들여져야하지만그에대한해석은성, 계급, 인종, 성적지향등과관련된사회적관계들을고려하는방식으로이루어짐을위미하기도한다. 30) 따라서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은여러가지 신사회운동 들, 여성운동, 노동운동, 흑인운동, 심지어생태주의운동등다원적인집단적정체성형성의형식에의해서창출될수있다. 냉전시대이후여러정치공동체들과운동세력들은극우세력들의왕성한활동에적절히대응하지못한채당황한모습을보여왔다. 그리고그와중에점차자신들의 고유한문화 나 권리 등을방어적으로옹호하는경향을띠게되었는데, 이점에서기존의정치공동체들은자의든타의든목적적기획체 ( 우니베르시타스 ) 로변질된면이없지않다. 이변질로인해여러가지사회운동들은이익갈등으로, 운동의주체인정치공동체들은특정이익집단이라는비난을피할수없게되었다. 하지만소키에타스는이익을추구하는목적적기획체가아니기에, 정치공동체의이익집단화를방지하는모델이될수있다. 정치공동체들이소키에타스로재구성될때, 그들은강한의미에서민주적인정치공동체가된다. 그리고민주주의의원칙을공동관심사로공유함으로써, 정치공동체들은공동의정치적정체성을가질수있게된다. 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이란이공동의정치적정 30) Mouffe, 귀환, p. 117.
170 철학논집 ( 제 28 집 ) 체성과다른것이아니다. 정치공동체의쇄신은새로운정치전선의구성으로이어질수있다. 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은말그대로 공동의 정치적정체성이므로, 다양한폭력과적대에저항하는공동전선, 이를테면 의구성을가능하게한다. 소키에타스와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이적대의지구화에대한정치의조건으로고려될수있는것은이런측면때문이다. 소키에타스와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은무페가진단한앞서의두상황을새로이볼수있게해준다. 갈등과적대는제거될수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정치를가능하게하는구성적조건이다. 세계시민 이나 민주주의자 들로서의 우리 가완성되었다고성급히선언하는것은, 의도하건의도하지않건간에, 엄존하는현실의폭력에대한방관으로이어질수있다. 새로운공동선과정치공동체를구상이요청되는것은이런방관과무기력을극복하기위해서이다. 나의견해로는, 무페의레스푸블리카와소키에타스의개념은이런요구에대한하나의응답이다. 에티엔발리바르가제시하는정치의조건은무페의것과여러모로유사하다. 나는발리바르의문제의식과개념적작업들이무페와비교를통해더잘이해될수있을것이라믿는다.. 에티엔발리바르 : 운명공동체와봉기적시민권 1. 현실적보편성과 경계들의혼란 무페와마찬가지로에티엔발리바르도현시대의정세대한개입으로부터자신의논의를시작한다. 그는지구화시대를 경계들의혼란 이분출하는시대라고하는데, 여기서 경계 란국경과같은지정학적인경계뿐만아니라특수하고주관적인경계들, 곧문화적또는이데올로기적경계들을포함하는넒은범위의 동일성의경계들 을말한다.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71 경계들의혼란은발리바르가제시하는 의출현과그궤를같이하는것이다. 현실적보편성이란 세계라고불리는것을구성하는요소들내지단위들의실제적상호의존성 이다. 31) 지구화란세계의 모든것 들이실제적상호의존성내부로포섭되는과정이며, 그래서충분히보편적이라할만하다. 지구화시대에는예전에는국가, 민족, 문화공동체들의간의외적경계들이었던것이현실적보편성내부의내적경계들이되어버린다. 이란이렇게 을말한다. 혼란에처한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인종적이거나성적인동일성들은얼핏보면그저 집단적 인것으로만보인다. 그러나발리바르가보기에집단적동일성은근본적으로 32) 인것으로서, 순수하게개인적이지도또한순수하게집단적이지도않은 것이다. 개인들은집단속에있지만완전히흡수되지는않은채그속에서자신의의견을관철시키기위해노력할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개인들은집단을이루어살아갈수밖에없고, 이점에서동일성은개인의삶에서필수적인것이다. 그것은 개인들이숨쉬는공기만큼이나그들의삶에필수불가결한것 33) 이다. 그런데이러한특성은곧정치의특성이기도하다. 집단적동일성의문제는정치의소재자체를구성한다. 34) 31) Étienne Balibar, La crainte des masses : politique et philosophie avant et après Marx (Paris : Galiléé, 1997). 국역본 대중들의공포, 최원, 서관모공역 (b, 2007), p. 511. 이하 공포 로약칭. 모든인용은국역본을따름. 32) 관개인적이란문자그대로 개인들사이를가로지르는 것을이르는말이다. 발리바르가굳이관 ( ) 개인적이라고표현하는것은, 초 ( ) 개인적이나탈 ( ) 개인적이라는표현은뭔가개인들을넘어선기원같은것이전제된다는느낌을주기때문이다. 발리바르가보기에 개인들사이를가로지르는 혹은 개인들사이에서이루어지는 실천외에집단적동일성을구성하는초월적인, 혹은자연적인기원은없다. 33) Balibar, 공포, p. 62. 34) Étienne Balibar, We, the people of Europe? : reflections on transnational
172 철학논집 ( 제 28 집 ) 그렇다면전지구적인경계들의혼란은, 곧정치의심각한위기를초래할수있는사태로해석될수있다. 이런관점에서발리바르는지구화의이면, 적대와폭력의문제에주목한다. 그는유럽스타일로스스로를재구성하지않는아프리카의 국민 들의사례나, 미국의대도시들에서볼수있는인종간분쟁위험과같은경험들을통해이 경계들의혼란 이가공할폭력의저장고이며정치를무화시키는힘을구성한다는사실을의식할수있다고한다. 35) 이런분석에서그가주목하는현상이적대의지구화라는점이분명해진다. 발리바르는경계들의혼란속에서집단적동일성은두가지극단적인형태를띠며, 이형태들은각각그에뒤따르는극단적폭력을야기한다고진단한다. 36) 형태 1: 개인을집괴 ( ) 적이고배타적인동일성, 유일하고일의적인동일성으로환원하는집단적동일성의형태. 예를들어학생은학생이어야하며, 한국인은무조건한국인이어야하고, 여자는항상여자가아닌다른것이어서는안된다는식으로단일한집단적동일성에개인을속박하는형태. 형태. 아무런고정적인동일성도없이그때그때마다상이한동일성으로 유연하게 전환하는, 끝없이부유하는집단적동일성의형태. 이는속류화된소위 포스트모더니즘 이심미적으로 예찬 하며, 또한신자유주의적시장이현실적으로 강제 하는형태. citizenship, translated by James Swens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 국역본 우리, 유럽의시민들?, 진태원옮김, ( 후마니타스, 2010), p. 435. 이하 시민들? 로약칭. 모든인용은국역본을따름. 35) Balibar, 시민들?, p. 82. 36) Balibar, 시민들?, p. 436.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73 동일성의극단적형태들에는 들이뒤따르게된다. 먼저동일성의히스테리화는극우민족주의나인종주의라는극단적폭력을야기한다. 이는민족 정화 나인종 청소 같은표현에서짐작할수있듯이, 자신의내부에어떤이질성이나차이는물론이거니와그것의흔적조차남겨두지않으려는순수성에대한이상이구체적인집단행동으로폭발하는것이다. 아프리카내륙과보스니아를비롯한여러사례들에서알수있듯집단학살이나인종청소는종국에는자기파괴적인성향마저띠게된다. 주체자신의통제마저초과해버린다는의미에서발리바르는이를 초주관적폭력 이라고한다. 한편동일성의탈인격화에는 사람들을제거 / 도구화할수있는사물들의지위로환원시키는 폭력이뒤따른다. 이는그들을무자비하게도구화될수있는상황속에 내버려둠 으로써간접적으로가해지는폭력이다. 그것은세계시장에서잉여인구들을 자신의운명에따라죽도록방치하는 모든 간접적이고위임된절멸 이다. 발리바르는신체장기매매, 유아들의유통, 브라질빈민가에서행해지는유아살해등을대표적인사례로제시한다. 초주관적폭력과대비하여이를 초객관적폭력 이라부를수있다. 37) 집단적동일성은필수적이기에, 단지극단화의가능성만을이유로그것을폐기해버릴수없다. 발리바르는동일성의극단화와폭력에맞서기위해서라도정치공동체를구성해야한다고생각한다. 기존의집단적동일성및소속들을완전히제거한, 이를테면동일성의 백지상태 (tabula rasa) 로부터정치공동체를구성하는것은불가능하다. 반대로그런집합적동일성들의중요성을진지하게고려하고그것을 통해, 그것과 함께 정치공동체의구성을사유하고실천해야한다. 38) 이러한작업은궁극적으로집단적동일성의히스테리화와탈인격화라는양극단에거리를취할수있는소통의공간, 삶의형식들을발전시키는일 37) Balibar, 공포, p. 58. 38) Balibar, 시민들?, p. 264.
174 철학논집 ( 제 28 집 ) 이다. 문제는집단적동일성들을사라지게만드는것이아니라, 개인및집단이자기자신을 할수있는, 말하자면동일성속에서자유로이이동할수있게해주는수단들을개발하는것이다. 39) 다양성의권리와연대의권리모두가필수적이다. 그러나이를위해서는일단기존의집단적동일성과이를바탕으로구성된정치공동체의장단점을재평가하는일이필요하다. 무엇이잘못된것인지를따져보는작업이전제되어야경계들의혼란에대응하는 동일성쇄신 의가능성을, 궁극적으로극단적폭력에맞서는정치의가능성을모색할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 2. 허구적보편성과상상의공동체 발리바르는집단적동일성을 일차적 동일성과 이차적 동일성으로나눈다. 일차적동일성이란개인이태어나면서스스로의의지와상관없이자연적으로부여받는동일성들을말한다. 지역, 언어, 종교, 가족, 성적동일성들이이에해당한다. 이런일차적동일성에의거하여지역공동체, 가족공동체, 인종공동체등의전-정치적 (pre-political) 이고자연적인공동체, 즉일차적공동체가존재하게된다. 일차적공동체들은자연스레존재하게되는것이지, 어떤이념이나목적에따라인위적으로구성된다고는보기힘들다. 쉽게말해그것들은 타고난 동일성이다. 이에비해이차적동일성은인위적인것으로서, 일차적동일성보다한층상징적이고추상적이다. 대표적인이차적동일성으로 국가 나 민족 을들수있다. 40) 일상적으로말해지는정치공동체는대부분이차적공동체이다. 39) Balibar, 시민들?, p. 437. 40) 발리바르는이차적공동체로국가, 특히근대에나타난민족국가 (nation-state), 발리바르의표현으로는국민사회국가를들며, 이를주된타겟으로삼아논의를전개한다. Nation 은시민권, 폭력과더불어발리바르의주요연구주제중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75 이차적동일성은공동체들을다른것들과구분되는하나의공동체로결속하고그결속을유지하는역할을하는담론이나이야기, 믿음과정서, 이념, 제도나관습, 문화의총체로이해되는데, 그래서발리바르는이차적동일성들을그람시 (Antonio Gramsci) 의용어를빌려 라고부른다. 41) 중요한것은헤게모니들은근본적으로종교적이거나문화적인, 언어적인친화성들에대한표상에기초를두는가공의산물이라는점이다. 42) 일련의유사성내지친화성은자연적으로주어진것이지만, 헤게모니는그친화성에대한표상을바탕으로이야기, 믿음, 정서, 추론등을동원하여가공된인위적구성물이다. 일차적동일성이타고난동일성이라면이차적동일성은 지어낸 동일성인것이다. 가공의것이며허구적이라는의미에서헤게모니는 집합적상상계의기표이자지평 이다. 43) 헤게모니의허구성은그를통해구성되고유지되는공동체의본성또한규정한다. 정치적공동에는이차적공동체이다. 이차적공동체는헤게모니에의해구성된다. 그런데헤게모니는허구적가공물이다. 따라서정치적공동체도궁극적으로허구적이다. 그래서발리바르는이차적공동체들을일종의상상적인공동체로보며, 베네딕트앤더슨 (Benedict Anderson) 의개념을빌려 라고부른다. 44) 그러나허구적이라고해서아무런실효도없는것은아니다. 오히려정반대이다. 헤게모니는그자체로는비물질적이지만, 그것의담지자인개인들로하여금특정한행동을하거나하지못하게만듦으로써현실적인힘을 하나이다. 41) Balibar, 공포, p. 523. 또한발리바르는이런허구적동일성을 총체적이데올로기 라고부르기도한다. 42) Balibar, 시민들?, p. 63. 43) Balibar, 시민들?, p. 62. 이는무페가공동선을일종의 사회적상상계 라고부른것과상통한다. 44) Balibar, 공포, p. 529.
176 철학논집 ( 제 28 집 ) 가진다. 공동체의구성원으로서공유하는믿음, 상식, 취향, 특히이념이나제도같은것들이물질적형태가없음에도불구하고개인의삶에서강력한힘을발휘하는것을볼때이는명백하다. 헤게모니는현실적인결속력이며, 따라서헤게모니에는 이라는두측면이있는것이다. 이양가성을고려하여발리바르는헤게모니를 이라고부른다. 45) 그것은 허구적 이지만또한공동체내부에서는강력한힘을가지는 보편적 인것이다. 허구적보편성이가지는힘은단순히상상의공동체의구성에만있는것이아니다. 헤게모니는상상의공동체를구성하는동시에공동체구성원에게이차적정체성을부여한다. 정체성의부여야말로헤게모니의현실적힘, 결속력의핵심이다. 46) 일차적 / 이차적동일성의구분은공동체뿐만아니라개인의차원에도적용된다. 공동체의이차적동일성 (identity) 은곧공동체구성원들의정체성 (identity) 과직결된다. 예컨대 남성 이나 누구의자식 이라는정체성만을가지고있던인간이 국민, 주의자, 시민, 학생 등의정체성을부여받는과정을헤게모니에의한이차적정체성부여의사례들로간주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일차적동일성들이부드럽게이차적동일성으로전환될수는없다. 전환과정에서일차적동일성들은보존되는것이아니라변형되며, 심지어는 해체 된다. 47) 이차적동일성은일차적동일성을현실적으로파괴해버리는것은아니지만 한다. 일차적동일성이잠재적으로해체되면서더추상적이고상징적인동일성으로재구성되는과정이바로 개인적인격 (personality), 자율적인개인 들의구성, 즉 45) Balibar, 공포, p. 521. 46) Balibar, 시민들?, p. 63. 47) 흥미롭게도발리바르는이러한 해체 의대표적인사례로 국민교육 을든다. 일차적동일성들이국민적동일성으로합체되기위해서는오랫동안작업이이루어져야하고, 어떤의미에서는해체되어야한다. 곧주체들이수년동안하루에몇시간씩교실의자에앉아있어야일이제대로수행될수있는것이다 (Balibar, 시민들?, p. 69).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77 이다. 일차적동일성의잠재적해체와그로인한주체의생산에는분명긍정적인측면이있다. 예를들어어떤이가 가족의일원 이아니라 국민 으로서사고할때, 그는가족의속박이나가족이기주의에서벗어나더보편적으로사고할수있다. 또한단순히 누군가의딸이나아내 가아니라 여성주의자 로서행동할때상대적으로보편적으로행동할수있다. 개인은이차적동일성들덕택에일차적동일성의구속에서벗어나한층더넓은지평에서사고하고행동할수있게된다. 그리고그런정체성을통해타인이나집단으로부터인정과혜택을받고권리를발휘하며, 구체적 / 추상적차원에서많은것을요구할수있다. 이차적동일성을정체성으로삼음으로써개인이누리는것은막대하다. 이런의미에서그것은자연적인동일성으로부터개인을 시킨다고할수있다. 일반적으로개인들이상상의공동체를 해방의심급 으로여기는것은이때문이다. 48) 그런데이해방의과정에서문제가생긴다. 일차적동일성의해체에는 해방 이라는긍정적인측면이있지만, 거꾸로보면그것은일차적동일성에대한폭력, 즉정서적유대및자연적감정들에부과되는 제약 으로경험될수있다. 49) 발리바르는이해방의부정적이면을 을통해설명한다. 이과정은자율적인개인즉주체를생산하지만, 기본적으로정상성과양립가능한형태의주체만을생산하고허용한다. 허구적보편성의한계내에서개인은자유롭지만, 그자유는그가 정상 인한에서누릴수있다. 50) 그는도덕적으로, 지적으로, 심지어성적으로 정상적 이어야한다. 그는일종의주체의모범형 (examplar) 에대한표상들을내면화하여자신에게통합시켜야한다. 주체의모범형이란이론적유형이아니라모델또는 48) Balibar, 공포, p. 528. 49) Balibar, 공포, p. 528. 50) Balibar, 공포, p. 531. 여기서발리바르는푸코 (Michel Foucault) 의작업에상당부분의존하고있다. 또한그의스승이었던알튀세르 (Louis Althusser) 의영향도엿보인다.
178 철학논집 ( 제 28 집 ) 행동규칙들의집합이다. 51) 이들을내면화했다는것을특정한말과행동을통해보여주지않으면즉, 정상적인말과행동을공표하지않으면그는비정상으로낙인찍혀배제, 고립, 억압된다. 쉽게말해. 상상의공동체내에서주체로인정되기위해서는먼저주체로인정받을만한인간이되어야한다. 문제는이런정상성의억압이허구적보편성의불가피한대응물처럼보인다는점이다. 여기서 해방을위해서예속된다 는식의긴장이생긴다. 이긴장은공동체의내부로부터헤게모니자체의기능에기인하여일어난다는점에서이를일종의 구조적 폭력이라고생각할수있다. 구조적폭력이결정적인것은, 그것이초주관적 / 초객관적폭력. 즉 이되기때문이다. 만약구조적폭력이심화된다면, 그것은초주관적폭력으로분출할것이다. 만일구조적폭력이포기된다면, 그것은초객관적폭력을방조하게될것이다. 결국극단적폭력을어떻게피해야하는지의문제는구조적폭력을어떻게다루어야하는지의문제로전환된다. 이제문제는헤게모니에구조적폭력의극단화를피하면서동시에헤게모니의해방적측면을유지, 확대할수있는가능성을확보하는것이다. 3. 운명공동체란무엇인가 문제는헤게모니가강요하는정상성, 공동체내부의구조적폭력이다. 그러나정상성은그자체로존립하는것이아니고, 해방을 위한 것, 해방의과정에서부득이하게파생되는것으로서말하자면 해방의지불비용 (cost) 이다. 이런해방과제약의필연적연관은일종의양자택일적상황을야기하는것같다. 즉제약적측면을감수하는대신해방을누릴것인지, 아니면제약적측면을거부하는대신해방을포기할것인지선택해야할상황이발생하는것이다. 발리바르는바로이런교착상황이야말로극복되어야할것이라고강조 51) Balibar, 공포, p. 532.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79 하면서, 철학적수준에서두가지극복방식을제시한다. 하나는 시민 을구성되면서동시에구성하는, 혹은능동적이면서동시에수동적인주체로보고공동체의헤게모니들을역사적 / 정치적구성물임을강조하는것이다. 52) 다른하나는 라는개념을받아들이는것이다. 운명공동체의개념에따르면, 개인들과그들이구성하는집단들은궁극적으로 속에, 곧개인들이공존하기위한조건을이끌어내기위해매순간스스로재구성해야하는공간속에 벌거벗은것처럼 던져져있다. 시민을능동적이면서수동적인주체로보는것은앞서언급한무페의비본질주의적주체를떠올리게한다. 그리고헤게모니를역사적 / 정치적구성의산물로보는방식또한새로운것은아니다. 앞서헤게모니는허구적으로구성된것이지만강력한효력을가짐을강조한바있다. 이를뒤집어본다면, 그강력한효력에도불구하고헤게모니또한하나의허구적구성물에불과함을드러낼수도있다. 자율적개인을구성한다는점에서헤게모니는능동성을가지지만, 개인들에의해구성된다는점에서그것은수동적이기도하다. 헤게모니가구성의산물임을분명히한다면, 개인이정상성과충돌하여그것을문제삼지않고서는자신의권리를요구하는일이불가능하다고판단되는경우, 헤게모니를포기하지않으면서그것을재구성할가능성을모색하지않을수없게된다. 이런맥락에서헤게모니의역사적 / 정치적수동성에대한강조를교착상황극복의가능성으로볼수있는것이다. 한편, 운명공동체의개념은네덜란드의정치철학자헤르만판휜스테렌 (Herman Van Gunsteren) 이제시한것이다. 발리바르는휜스테렌의주장전반에동의하면서운명공동체개념을받아들인다. 휜스테렌에따르면, 운명공동체란함께살아가는것을 선택하지 는않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서로간의상호의존관계를폐지할수없는집단들이서로만나게되는 52) Balibar, 시민들?, p. 259.
180 철학논집 ( 제 28 집 ) 현실의공동체들이다. 53) 통상적으로어떤초월적인 운명 을통해결속된공동체나, 함께오랜시간동안같이해온공동체를운명공동체라고부른다. 그러나여기서말하는운명공동체는초월적인존재자나함께해온세월따위에의존하는것이아니다. 그런것들은보통갈등을무마하고화해시키는근거로도입되는데, 운명공동체는반대로정치의조건이지닌불확실성, 갈등의불가피성을강조한다. 화해와합의는정치의조건을이루기는커녕다양한의견이나문화적가치에대한정치적폭력을구성한다. 오히려정치의조건이되는것은 이다. 물론, 이런갈등의섭취는갈등이집단적으로제어된다는조건하에서가능할것이다. 54) 갈등의요청은, 지속적으로예측이불가능한상황에처하게되는개인들및집단들이서로떨어질수없음에도불구하고, 문화나공동의이익등에의거하여 는데서기인한다. 이런이해의조건들이선험적으로주어지지않음은명백하며, 따라서개인들및집단들은조건들을스스로발견해야한다. 즉이들은 중요한점은이런상호이해와상상적동일성은항상취약한것으로남는다는사실이다. 55) 발리바르자신은이에대한자세한해설을제공하는 것같지않다. 하지만나는이런취약함을일종의 으로설명할수있다고생각한다. 내가말하는중첩적불가능성이란, 컫는다. 인식론적불가능성은 을말하며, 존재론적불가능성은 을이르는것이다. 운명공동체의 운명 이란개념은이해의잠재적인불가능성과고 53) Balibar, 시민들?, p. 254. 54) Balibar, 시민들?, p. 261. 55) Balibar, 시민들?, p. 261.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81 립의존재론적불가능성, 곧삶의현실적인상호의존성모두를의미할수있다. 우리 / 나와함께하는자들은우리 / 나가아니다. 우리 / 나는항상타자와함께있다. 타자가우리 / 나가아니라면, 다시말해타자가진정타자라면, 그에대한이해불가능성의위험은항상존속한다. 일시적으로안정적인이해를얻을수있을지언정그것은항상잠정적이다. 마찬가지로타자와함께구성해내는동일성도여전히 상상적 인수준에머무를것이다. 운명공동체구성원간의상호이해와상상적동일성이 취약하다 는것은이런의미에서이다. 이취약성은공동의동일성에대한모든승인된표상들이, 어떤경우에는다시문제시될수있음을강조하게될것이다. 56) 나의이해가옳다면, 운명공동체의개념은공동체구성원들이서로가서로에게타자라는사실, 말하자면그들사이의상호타자성 (inter-otherness) 을원초적사태로긍정하는개념일것이다. 이런사태를원초적으로긍정한다면, 마땅히공동체내에서불가피하게발생할수밖에없는갈등까지도긍정해야할것이다. 운명공동체의동일성은갈등의극단화를막기위해서는필수적이지만, 갈등이제거불가능한것인한에서는취약하고잠정적이다. 따라서운명공동체의헤게모니는고정적일수없으며, 언제나타자와함께처하게되는갈등의양상에따라쇄신되고재구성되어야한다. 발리바르는운명공동체의모든구성원들이자신들이무비판적으로물려받은정체성 / 동일성을적어도 해야하며, 다른이들과함께그것을 해야한다고한다. 57) 그러므로운명공동체는매우급진적이고다원적인공동체가될수밖에없다. 다른구성원들과함께동일성을재구성하는일은기존헤게모니를무조건적으로받아들이는것 ( 해방 ) 이아니며, 또한단순히자신이타고난자연적동일성에머무르는것 ( 구속 ) 도아니다. 이런식으로운명공동체의개념은교착상황의돌파구가될수있다. 56) Balibar, 시민들?, p. 158. 57) Balibar, 시민들?, p. 264.
182 철학논집 ( 제 28 집 ) 극복의방식이두가지로제시되기는했지만, 첫째방식이운명공동체의개념에포함됨을알수있다. 운명공동체의개념은헤게모니가근본적으로구성된것임을넘어서, 왜헤게모니는역사적 / 정치적으로구성될수밖에없는가에대한설명까지를포함하고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발리바르가기존의공동체들에대해새로운가능성으로제시하는것은궁극적으로운명공동체라고생각할수있을것이다. 58) 4. 이상적보편성과봉기적시민권 그렇다면운명공동체에서의헤게모니들의재구성은무엇에의해, 어떻게가능한가. 재구성이란구성을반복하는일에다름아니고, 따라서헤게모니의구성을가능하게했던것은헤게모니를재구성도가능하게할것이다. 헤게모니의재구성의가능성을알기위해서는헤게모니의구성이어떻게가능했는지를살펴보아야한다. 발리바르는헤게모니수립의최초의순간에는항상 가있었으며, 그래서모든정치적헤게모니는 혁명적경험, 인민의봉기 에기초한다고한다. 59) 역사적으로어떤헤게모니가합의나소통의과정을통해서평탄하게수립된적은결코없었다. 그것은항상집단적인봉기의출현을통해구성되었다. 현재의헤게모니들은그에상응하는봉기들에뿌리를두고있으며, 이런의미에서헤게모니는 봉기의흔적들 인것이다. 따라서헤게모니의구성이어떻게가능한가에대한질문은, 개인들에게있어 58) 발리바르는다른곳에서, 이라고보았다 (Balibar, 공포, p. 547). 이런맥락에서보면운명공동체는상상의동일성을포기하지않으면서도그것을비실체화하는공동체라고볼수있다. 다른곳에서발리바르는이를장 -클로드밀네 (Jean-Claude Milner) 의용어를받아들여 (classe paradoxale, Balibar, 공포, p. 542) 이라고부른바있다. 59) Balibar, 공포, p. 548.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83 봉기가어떻게가능한지에대한문제로전환된다. 그런데보편성중에서도특히이런봉기와연결된보편성이있다. 발리바르는이보편성을현실적보편성, 허구적보편성과구분하여 이라고부른다. 이것을 이상적 이라고부르는이유는두가지이다. 첫째, 그것이역사를해방이실현되는과정으로간주하는모든철학적이상론 (idealism) 에토대를제공하기때문이며, 둘째, 다른한편으로는정치의장 ( ) 에제약이없는것, 즉무제약자라는관념을도입하기때문이다. 60) 무제약자, 혹은이상론의토대는다름아닌 이다. 이것이이상적보편성의내용이다. 역사에서 인권선언 (De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 을비롯한명제들은공히모든인간이자유롭고평등함을선언해왔다. 그것은종교의교리나신화적이미지같은초월적인것에도, 인종이나성과같은자연적인것에도의거하지않은채그저그자체로선언되고쟁취되었을따름이다. 따라서역사적관점에서, 이상적보편성은 을가진다. 발리바르는이상적보편성을나타내는갖가지명제들을통칭하여 61) 라부른다. 평등-자유는 모든 인간의자유와평등을나타낸다는점에서 절대적 이다. 그것은역사적 / 문화적조건에의해상대화될수없으며진보나퇴보의문제도아니다. 그것은있거나없을따름일하나의원칙혹은명령으로서긍정되거나부정되거나할뿐이다. 62) 이상적보편성의절대성에는내포적측면과외연적측면이있다. 절대성의외연적측면은 이다. 즉자유와평등이적용되는외연은그대상이인간이한에서무한하다. 이는누구도자연적으로, 혹은그본성에의해 (by nature) 자유와평등의권리요구의장으로부터배제될수없음을의미한다. 63) 이상적보편성의내포적측면은 인데, 이는자유와평등에 60) Balibar, 공포, p. 536. 61) 이는발리바르가자유와평등이결코분리될수없는것임을강조하기위해 égalité( 평등 ) 과 liberté( 자유 ) 를합쳐서만들어낸말이다. 62) Balibar, 공포, p. 537.
184 철학논집 ( 제 28 집 ) 참된정의 (definition) 를주는방식과관련된다. 자유와평등을정의하기위해서는그것을부정적으로정의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 물론자유나평등은실정적인 (positive) 내용을가진다. 역사에는그자체로자유롭거나평등한것으로지시될수있는많은사례들이존재한다. 하지만발리바르는단지사례들의열거가아니라자유와평등에단적으로정의를주기위해서는, 그들을그것에반하는것의부정으로정의할수밖에없다고본다. 자유는제약이없는것, 평등은차별이없는것으로, 즉자유와평등각각은 과 로정의되는것이다. 실제로발리바르는자신의이상적보편성이철학자들이말하는 부정성 에상응한다고말한다. 64) 중요한점은이러한비초월성, 무한성, 부정성과같은속성들로부터해방의중요한실천상의특성들이도출된다는것이다. 평등-자유의역사적비초월성으로부터, 평등-자유는어떤초월적인것에근거를두거나그것에의해실현될수없으며오직개인들의집단적인선언과실천에의해서만실현되는것이라는점이도출된다. 외연적무한성으로부터, 자연적 / 일차적동일성, 즉타고난것을이유로개인을제약하거나차별해서는안된다는점이도출된다. 마지막으로내포적부정성으로부터, 평등-자유를요구하는모든실천은그 정의에의해 (by definition) 비제약과비차별에대한요구, 즉제약과차별에저항하는실천일수밖에없다는점이도출된다. 세속성은헤게모니의수립과정에서일어난역사적봉기들이어떻게가능했는지를설명해준다. 역사적봉기들은궁극적으로주체들이일차적동일성을잣대로이루어진제약과차별에대해집단적으로저항했던실천이었다. 여성해방운동이그러했으며흑인민권운동도마찬가지였다. 이러한봉기들은주체들이자유와평등의보편성을자각하고, 그실현을위해노력했을때일어났다. 단적으로말해, 봉기는주체가평등-자유의이상을가질때가능했던것이다. 그래서발리바르는 63) Balibar, 공포, p. 537. 64) Balibar, 공포, p. 548.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85 는점을강조한다. 65) 헤게모니의구성은이상적보편성에준거한봉기에의해가능하다. 봉기는기존헤게모니로부터부여받는신분이나권리, 의무같은것이아니라, 헤게모니그자체를 ( 재 ) 구성하는실천이다. 따라서봉기는법이보장하는이러저러한권리를향유한다는사실로환원될수없다. 봉기의권리, 헤게모니를구성할권리란오히려제도적권리자체를요구할권리, 권리를가질권리이다. 그래서발리바르는봉기할수있는권리를아렌트 (Hannah Arendt) 가제시한 권리들에대한권리 (le droit aux droits) 와연결한다. 66) 봉기의권리가제도의보증을받는권리가아니라제도자체를요구할권리라면, 그것을권리라기보다는일종의 역량 이나 권력 으로보는것이알맞을것이다. 봉기는항상저항과함께시작되며어떤역사적형태하에서든 구성권력 (pouvoir constituant) 의행사를목표로한다. 67) 발리바르는이러한구성권력을시민적인해방모델이포함하고있는확장의역량, 심지어사회를내파 ( ) 하기까지하는역량, 즉 봉기적 역량이라고부른다. 또한기존공동체에의존하지않고오히려그것을쇄신한다는의미에서 공동체없는시민권 이라고하기도한다. 68) 권리에대한권리, 구성권력, 공동체없는시민권등의개념들은표현만다를뿐결국주체들이가진봉기의역량을지시한다. 이점에서이들을통칭하여 이라고부를수있을것이다. 69) 지금까지의논의를 65) Balibar, 공포, p. 534. 66) Balibar, 공포, p. 539. 67) Balibar, 공포. p. 539. 68) Balibar, 시민들? p. 158. 이점에서발리바르는공동체주의의전통적 / 현대적형태로부터확연히결별하는것으로보인다. 69) 한국어로번역된주요저서들에서, 발리바르가명시적으로이런명칭을쓰지는않았음을알려둔다. 봉기적시민권 이란발리바르연구자인진태원이사용한용어인데, 본논문에서는시민권과봉기의연관을강조하는맥락에서이용어
186 철학논집 ( 제 28 집 ) 정리하면, 봉기적시민권을다음과같이정의할수있다. 봉기적시민권이란, 이다. 봉기적시민권의관점에서, 시민권이란단순한소속개념으로, 곧특정한공동체 ( 특히국민국가 ) 에대한소속및그것과결부된권리와의무의집합으로한정될수없다. 70) 시민권은봉기내지저항권에대한근원적인준거에서출발해공적공간을구성하는집합적능력을표현하는것이다. 71) 나는봉기적시민권을운명공동체와연관시킬수있다고생각한다. 72) 운명공동체는상상의공동체들이처한교착상황극복하는정치공동체로제시된것이다. 이극복의가능성은운명공동체에서는끊임없이헤게모니가재구성된다는사실에의해확보된다. 헤게모니의재구성을가능하게하는것이봉기적시민권이므로, 공동체재구성의핵심은봉기적시민권이라 를받아들인다. 70) 진태원, 봉기적시민권을위하여 ( 연세대학교서산철학강좌발표문, 2010), p. 12 71) Balibar, 시민들?, p. 310. 72) 익명의한심사자는 봉기적시민권과운명공동체를직접연결하려는시도는상당히문제가있다 고지적했다. 그에따르면 운명공동체라는개념은일차적으로시빌리테개념과연결 되며, 시빌리테가매개가되지않으면봉기적시민권과운명공동체를연결하기는매우어렵다. 이는정확한지적이며정당한비판이다. 나또한발리바르에게서봉기적시민권과운명공동체의개념이긴밀하게관련된다는점을인정한다. 나의해석은사실시빌리테 (civilité) 에대한논의가충분히이루어지고난뒤에야설득력을가질수있다. 하지만이글에서는문제와의연관성, 글의전개와분량의제약때문에부득이시빌리테를언급하지못했다. 하지만시빌리테가발리바르의정치철학에서핵심적인개념이라는것은, 발리바르를조금이라도아는사람이라면누구든인정할것이다. 나는이개념하나만가지고도독립적연구가수행될수있다고믿는다. 여기서꼭언급하고싶은점은, 내가보기에무페가소키에타스를도입하면서언급한시민적교양 (civility) 과발리바르의시빌리테는, 제법유사한기능을하는것같다는점이다. 이는또다른흥미로운연구주제가될수있을것으로보인다.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87 고생각할수있다. 개인들은이미자연적공동체를벗어나상상의공동체에속해있으며, 그속의타인들과깊은상호의존적관계를맺고있다. 따라서공동체의헤게모니적제약들을받아들이는것은피할수없다. 이런상황에서는헤게모니적폭력이이상적보편성까지훼손하지는않는지에대한끊임없는검토가요구되며, 이를통해때때로헤게모니를뜯어고치는봉기가가능해진다. 이렇게운명공동체와봉기적시민권은동일성의양극단과그에따른초주관적 / 초객관적폭력에대응하는 이된다.. 무페와발리바르, 정치의조건들 무페와발리바르의연구에는차이가있다. 먼저연구의방향에서차이가있다. 무페는영미계통의정치철학에대한비판에집중하는데, 특히자유주의의한계극복이그녀의주요관심사이다. 반면발리바르는구체적인정세를소재로삼고, 그로부터정치철학적분석을끌어내려한다. 무페에게서기존의 이론들 에대한비판이주를이룬다면발리바르에게서는역사적이고현실적인 현상들 에대한분석이눈에띈다. 연구의구체적인내용도다르다. 공동체와관련하여무페는공동의정치전선을구성하는것을주요과제로삼지만, 발리바르에게서그런경향을찾기는힘들다. 이제까지의논의를정리하면다음과같다.
188 철학논집 ( 제 28 집 ) 무페와발리바르의주요개념비교 샹탈무페 에티엔발리바르 정치공동체소키에타스운명공동체 ( 재 ) 구성활동 ( 재 ) 구성의원칙시민권 1 레스푸블리카를민주주의의원칙 ( 에대한해석 ) 으로구성 2 레스푸블리카에대해지속적으로다양한해석을공급민주주의의원칙 만인의자유와평등 급진민주주의적시민권 ( 정치적정체성 ) 1 헤게모니를이상적보편성에준거하여구성 2 헤게모니를지속적으로비판, 검토, 재구성이상적보편성 평등-자유명제 봉기적시민권 ( 정치적역량 ) 그러나두철학자사이에는공통점도있다. 무엇보다적대의지구화현상과관련해서생각해볼때, 다음과같은공통점이부각된다. 나는이공통점들로부터이들이제시하는현실의극단적폭력에대응, 즉정치의조건을읽어낼수있다고생각한다. 이조건들네가지의 긍정 으로정리할수있다. 73) 73) 앞서시빌리테의누락을비판했던심사자는, 아래의 a~d와같은공통점은 너무막연하고피상적 이며, 이정도공통점이라면훨씬더많은사상가들이포함될것 이라고지적했다. 나는첫째지적에는동의하지않으며, 둘째지적은받아들인다. 먼저, a~d는그자체만본다면분명막연하고피상적으로보일수있다. 하지만이조건들이함의를가지는것은, 적대의지구화에대한대응의맥락에서기존정치철학과차이에초점을맞출때이다. 나의무지탓인지몰라도, 정치철학에서갈등과적대가불가피하게인정되는정도가아니라적극적으로긍정된사례가 ( 아예없지는않겠지만 ) 그렇게많았다고는생각되지않는다. 상황이이러하다면 a는무페나발리바르만의 상대적 고유성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89 : 이들에게있어갈등과적대는정치에제거불가능한요소이며, 오히려정치자체를구성하는소재이다. 갈등과적대는무페에게서는 정치적인것 의개념으로, 발리바르에게서는운명공동체의개념을통해강조된다. 갈등과적대를종결시킬수있다고생각하는것은양극단의파국, 즉자유주의가보이는극단적폭력에대한방조나또는타자들의존재자체를절멸하려는집단적동일성의히스테리화로치달을뿐이다. 적대의지구화라는징후로현실화되고있는파국적상황을막기위해서라도, 발리바르의말처럼갈등과적대를 해야한다. : 무페와발리바르모두에 게있어집단적정체성 / 동일성과정치공동체는유지해야할것이다. 적대 이라할만하다. b 또한그자체로는당연하게보이지만, 현실정치가일반적인혐오의대상이되고정치공동체가이익집단정도로치부되는현상황에비추어본다면비판으로서의효력을가질수있다. 그리고 d도정치적행동과관련하여팽배한 해도그만안해도그만 이라는식의 으로읽힐수있다. 다음으로, 심사자의지적대로많은사상가들이이런조건을지지할것이라는데동의한다. 사실이는당연한것이다. 무페와발리바르가아무리 독창적인 사유를했다한들그들의사유가하늘에서떨어지거나땅에서솟은것은아니다. 그들스스로가자신들의생각의 출처 들을밝히고있으며, 나는그출처들을이글에상당부분명시했다. 나중에다른주석에서언급하겠지만, 그들의정치철학은다양한, 하지만끈질긴이론적 / 역사적전통을반영하고있다. 나는이몇가지 막연하고피상적 인공통점이그전통을적어도부분적으로나마보여준다고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글의목적은적대의지구화와관련에국한하여무페와발리바르들의철학이시사하는바를보이고자하는것이지, 그들만의독창성과고유성을내세우려는것이아니다. 만약심사자의지적이 다른사람들도있는데왜하필무페와발리바르인가? 라는식의지적이라면, 이에대해나는별할말이없다. 적대와폭력에대해유사한견해를가진다른철학자들이있다면, 얼마든지새로운연구가이루어질수있을것이다.
190 철학논집 ( 제 28 집 ) 의지구화는집단적정체성 / 동일성자체때문이아니라, 집단적정체성 / 동일성의경계가혼란에빠졌기때문이다. 따라서요청되는것은집단적정체성 / 동일성의재구성과혁신이지, 집단적정체성 / 동일성에대한망각이나환원이아니다. 무페가소키에타스를제안하는것은새로운모델을제공하기위한것이지정치공동체자체를폐기하려는것이아니다. 발리바르가헤게모니의운명공동체를제안하는것도같은맥락이다. 허구적일지언정상상의 이다. 정치를포기할수없다면, 집단적정체성과정치공동체또한피할수없다. 74) : 두철학자모두집단적정체성 / 동일성의실체화를경계한다. 문제는동일성자체라기보다는동일성의실체화다. 무페는공동선과공동체를긍정하지만, 그것의실체적내용은거부한다. 발리바르는헤게모니를긍정하지만, 그것이역사적구성물이라는사실또한강조한다. 정체성 / 동일성이극단화되는바로그순간극단적폭력이고개를쳐들게된다. 적대의지구화처럼극단적폭력이문제되는경우정체성과동일성은문제시되고논란에부쳐질수있으며, 파기되고재구성될수있다. 다시말해 : 무페와발리바르에게있어시 민권이란정치적주체들의자발적실천과관련된다. 75) 무페는레스푸블리 74) 그래서이들은정당정치나국가를비판하지만, 부정하지는않는다. 이점에서그들은교조적마르크스주의나낭만적아나키즘과구별된다. 이들은오히려탈국가적, 탈민족적연방과같은아이디어를유토피아적인것으로보고비판한다. 75) 시민권에대한이런생각이낯선이유는, 시민권의개념이법적권리로서의측면만부각된채받아들여지고있기때문이다. 시민권은 citizen-ship 과 civil-right 등으로번역되는데, 여기서이해의어려움이발생하는것같다. Ship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91 카에대한주체의관여 / 해석 / 실천에의해획득되는정체성으로보며, 발리바르는정체성 / 동일성의구성하는근원적인역량으로본다. 둘모두시민권을제도의하위에놓는것이아니라그것을구성하는것으로간주하며, 궁극적으로정치적주체들의실천과관련되어있음을강조한다. 한다. 실천을포기하는것은곧시민권을포기하는것이며, 이는정치자체의포기로귀결된다. 나는다른여러요인들중에서도특히정치적인 행동의포기 와 실천의철회 야말로적대의지구화에대한암묵적방조를야기한주요원인이라고생각한다. 전근대적폭력의부활을문제로인식한다면, 시민권의발효로서행동이불가피하다는사실또한인정해야한다. 76) 과 right 에는미묘한차이가있다. Right 는옳음, 옳은것이며기본적으로법적인지위를전제한다. 그래서그것은강력하고편리할수있으나특정한규범을벗어나기가힘들다. 하지만 scholar-ship, leader-ship 등의표현을통해알수있는것처럼 ship은 right 처럼그것을가지고뭔가를할수있는법적권리라기보다는, 차라리무페가말하는것처럼어떤 정체성, 혹은됨됨이에가까운것이다. 또한 ship은분명어떤실천적이고구체적인능력이라는함축을가지고있으며. 따라서발리바르처럼역량이라는해석도가능하다. 이들이문제삼는것은특정한 civil-right 라기보다는포괄적인 citizen-ship 인것같다. 76) 또하나의공통점은자유와평등에대한재음미이다. 무페와발리바르모두그들이주장하는모든것이정치적주체가모든인간의자유와평등이라는원칙 / 이상에대한인식을가지고그실현에관여할때가능함을역설한다. 이는너무원론적이고당연한것이어서딱히정치의조건이라내세우기에도새삼스러울정도이다. 그러나당연하다고해서능동적역할을못하는것은아니다. 무페에게서주체를급진적 (radical) 으로만드는것은근본적인 (radical) 원칙이며, 발리바르에게서주체를봉기적으로만드는것은이상적보편성이다. 무페는민주주의의근본원칙에대한급진적해석은현재의적대의지구화현상을가차없이겨냥하게될것이라예측한다. 발리바르는평등- 자유명제야말로스피노자 (Benedict de Spinoza) 에서마르크스 (Karl Marx),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 에서롤즈와아렌트에이르는근대정치철학속에서끊임없이출몰
192 철학논집 ( 제 28 집 ) 5. 결론 동구권공산국가들이몰락하면서지구화에대한낙관적인예측이나왔던것이사실이다. 이런흐름을타고 이데올로기의종언, 역사의종언 등각종 종언 류의책들이쏟아져나왔다. 정치체제는민주주의로, 경제체제는자본주의로 완성 되었으며, 남은것은그체제의적용, 즉제도의문제일뿐이라고생각되었다. 그러나지구화가급속도로진행되고있는현재, 이데올로기는종언은고사하고더왜곡된형태로곳곳에서분쟁을일으키고있으며, 역사는끝난것이아니라마치전근대적인시절로회귀하는모습을보인다. 각종 종언 을말하는 연구 들은이런현실제대로반영하지않으며, 애당초문제로인지하지조차않는듯하다. 그래서나는저런 연구 들이진정한 연구 라기보다는, 차라리호기로운 선언 에가깝다고생각한다. 저런 종언 류의책들의문제는그것이 남겨진폭력들 을은폐한다는점이다. 지구화가문제되는것은근절되지않고더지독해지기만하는적대와폭력때문인데, 저들의선언은이를해결하기는커녕의식적으로회피하거나무의식적으로은폐한다. 그러나대충망각하고넘어갈수있었다면애초에은폐할필요도없었을것이다. 적대와폭력의회귀에대한대응이시급하다. 나는적어도역사와현실을바탕으로정직하게사유하는이라면, 정치란결국적대를해소하고폭력에저항하는실천이라는사실을부정하기힘들것이라믿는다. 무페와발리바르의연구에서는다른선언들에서는찾기힘든정세에대한냉정한시선, 적극적인분석의시도가엿보인다. 이 해온것이라고주장한다. 이는단지정치철학이라는 이론 상의이야기가아니다. 역사 는비차별과비제약의이상이 불멸의것, 파괴할수없는것이며, 최대한다양한상황속에서소생하여다시살아가기를멈추지않을뿐만아니라, 한장소에서다른장소로, 한집단에서다른집단으로, 한쟁점에서다른쟁점으로끊임없이전위 ( 轉位 ) 되는것임을보여준다 (Balibar, 공포 pp. 537~540).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93 들은당장의현실에서벌어지는폭력에이론적개입을시도함으로써, 지금 여기를사는이들로하여금주체, 실천, 이상, 원칙과같은정치의조건들 을다시금숙고하게한다.
194 철학논집 ( 제 28 집 ) 참고문헌 1. 단행본 Chantal Mouffe, The Return of The Political (Verso, 2002) 샹탈무페, 정치적인것의귀환, 이보경옮김 ( 후마니타스, 2007) Étienne Balibar, We, the people of Europe? : reflections on transnational citizenship, translated by James Swens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 에티엔발리바르, 우리, 유럽의시민들?, 진태원옮김 ( 후마니타스, 2010) Étienne Balibar, La crainte des masses : politique et philosophie avant et après Marx (Paris : Galiléé, 1997) 에티엔발리바르, 대중들의공포, 최원, 서관모공역 (b, 2007) 박재창편저, 지구시민권과지구거버넌스 ( 오름, 2009) 솔 A. 크립키, 비트겐슈타인과사적언어, 남기창옮김 ( 철학과현실사, 1993) 존설, 정신, 언어, 사회, 심철호옮김 ( 해냄, 2000) 이성원엮음, 비트겐슈타인과데리다 ( 문학과지성사, 2002) 2. 기타문헌 진태원, 봉기적시민권을위하여 ( 연세대학교서산철학강좌발표문, 2010) < 스킨헤드 > 되살아난나치의망령 (2010 년 3월 9일자연합뉴스인터넷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 =0003158695 검색일 : 2011년 10월14 일극우단체폭력사건폭증 (2009 년 4월 16일뉴시스인터넷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sid1=&oid=003&aid= 0002627230 검색일 : 10월 15일남아공 외국인혐오폭동 왜? (2008 년 5월 20일자한겨례인터넷기사 )
적대의지구화와정치의조건들 195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288643.html 검색일 : 2011 년 10 월 15일러시아한국인유학생피습주요일지 (2010 년 3월 8일연합뉴스인터넷기사 )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gallery/yibw_showphotonews_new.aspx? contents_id=gyh20100308000200044 검색일 : 2011년 12월 12일박노자교수 유학생피습, 러시아에외교적압박필요 (2010 년 3월 10일자뉴스캔인터넷기사 ) http://www.newscani.com/news/view.html?id=68651&page=2&tbl=news&listpage=/n ews/index.html&ct=sec&ty=10104&page=2 검색일 : 2011년 12월 12일
196 철학논집 ( 제 28 집 ) <Abstract> The globalization of antagonism and conditions for politics: citizenship/community theory of Chantal Mouffe and Étienne Balibar Moon, Seong-kyu (Kyunghee Univ.) Today, we are living through 'the age of globalization.' In this situation, there is much attention towards not just 'new' problems but also 'old' ones. Racial, national, or religious conflicts and hostilities are getting worse. When these conflicts and antagonism are expressed as specific actions, they take forms of very direct/extreme violent demonstrations or terrorism. The aggravation of antagonism and violence already spread across literally 'all over the world', so we could call the phenomena as 'globalization of antagonism.' I think what contemporary political philosophers, Chantal Mouffe and Étienne Balibar, make an issue of could be connected with globalization of antagonism. Their thoughts are full of suggestions about the issue of antagonism, then detailed analysis is required. I will summarize their discussion around concepts of political community and citizenship which could be critical on the political issues, and arrange differences and similarities between them. Especially focusing on similarities, I will specify contents of conditions for politics against globalization of antagonism they suggest. Works of Mouffe and Balibar make us reconsider conditions for politics through an active theoretical intervention. Key Words: globalization, antagonism, violence, politics, community, citizenship